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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고]

    ●강병주(삼성카드 금융영업담당 상무)씨 모친상 12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5일 오전 9시 30분 (02)3410-6915 ●김기유(티시스 사장)씨 부친상 홍영화(전 광진경찰서장)씨 시부상 13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16일 오전 7시 (02)2258-5940 ●이병희(금강건설 대표)씨 모친상 13일 대구전문장례식장, 발인 15일 오전 5시 (053)965-7201
  • 정부 상징 마크 ‘단일화’ 76억 투입해 일괄 교체

    검찰과 경찰, 우정사업본부 등 일부 기관을 제외한 중앙행정기관 상징(MI)이 단일한 디자인으로 바뀐다. 13일 행정자치부와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정부 상징을 일괄 교체하는 비용 76억원을 내년도 정부예산안에 반영했다. 행자부는 이 예산으로 중앙행정기관과 그 지방청, 소속기관 등 총 750여 곳의 명판 등에 공통 정부 상징을 넣어 제작·교체하는 사업을 총괄 수행할 예정이다. 공통 정부 상징은 현재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작 중이다. 현재 정부 상징은 정부기관마다 제각각이다. 통일성도 없고 정부조직개편이나 정권교체 때 수시로 바뀌어 역사성도 약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반면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은 짧게는 수십년에서 길게는 수백년 동안 단일한 정부 상징(문장)을 쓰거나 일부 기관에만 특성을 반영한 상징물을 쓰도록 허용한다. 새 정부 상징은 원칙적으로 모든 중앙행정기관과 그 소속기관, 지방청 등에 적용한다. 다만 경찰, 우정사업본부 등 국민이 비상시에 신속하게 식별해야 하는 서비스나 이미 부처 상징의 인지도가 높은 기관에는 기존 상징을 그대로 쓰도록 할 방침이다. 문제는 정부가 편성한 예산안이 실제 수요보다 너무 적다는 점이다. 이는 곧 그렇게 많은 예산을 들여서 사업을 해야 하느냐는 필요성 논란으로 이어진다. 정부에선 정부 상징 교체 작업으로 기관 1곳당 평균 1000만원을 계산했지만 기존 사례에 비춰보면 일괄 교체작업에 최소 100억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강호갑 중견기업 연합회장 獨 ‘유럽 오너스 포럼’ 참가

    강호갑 중견기업 연합회장 獨 ‘유럽 오너스 포럼’ 참가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 회장이 12~13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2015 유럽 오너스 포럼’에 한국 기업인으로는 유일하게 참석한다고 11일 중견련이 밝혔다. 오너스 포럼은 세계 각국의 가족기업 경영인들이 참가해 새로운 경영전략을 공유하고 협력 네트워크 강화를 목적으로 2008년 이집트를 시작으로 유럽, 인도, 남미, 중동 등에서 매년 개최됐다. 강 회장은 “오랜 역사와 수준 높은 기술력을 가진 중견기업들을 새로운 발전전략의 중심에 두는 등 정부와 각계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국내 중견기업이 경제적 기여에 걸맞은 사회적 위상과 존경을 받을 수 있도록 중견련 ‘명문장수기업센터’를 중심으로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티모넷, 중기기술혁신대전 대통령 표창 수상

    티모넷, 중기기술혁신대전 대통령 표창 수상

    모바일 결제 및 보안 인증 솔루션 개발 업체 ㈜티모넷(대표 박진우, www.t-monet.co.kr)은 IT모바일 부문장 정희원 부사장이 제16회 중소기업기술혁신대전에서 기술보호 분야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고 10일 밝혔다. 정 부사장은 지난 9일 코엑스에서 열린 행사에서 보안토큰 기반의 모바일 보안 인증 표준 및 기술 개발 등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영예를 안았다. 정 부사장은 삼성전자에서 근무하기 이전부터 정보통신분야에 종사한 전문가로, 1994년 국내 최초 스마트카드 운영체제 및 보안토큰을 개발했다. 2008년부터는 지문인식기반의 보안토큰을 조달청에 공급해 중소기업 범용공인인증서의 안전한 보관 및 전자조달 업무의 불법담합입찰을 방지해 나라장터 전자입찰을 안전하게 할 수 있는 환경구축에 기여했다. 올해로 16회를 맞는 중소기업기술혁신대전은 중소기업청이 주최하고 산업통상자원부와 교육부가 후원하는 행사로 기술혁신분야, 기술인재분야, 기술보호 분야 유공자를 선정한다. 국내 중소기업의 우수 기술을 알리고 기술 혁신에 기여한 유공자를 발굴, 포상해 혁신사례를 널리 전파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박진우 티모넷 대표는 “그간 모바일 결제 솔루션 분야에서 기술력을 검증 받은 회사가 이제 모바일 보안 인증 부문까지 시장에서 인정 받는 계기를 마련했다”면서 “국내 핀테크 산업 발전에 의미 있는 수상이 될 수 있도록 결재와 보안 두 가지를 모두 만족 시킬 수 있는 솔루션 개발을 위해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野 ‘공천혁신안’ 갈등 격화… ‘친노 vs 비노’ 넘어서 친노 내에서도 분화 양상

    野 ‘공천혁신안’ 갈등 격화… ‘친노 vs 비노’ 넘어서 친노 내에서도 분화 양상

    공천혁신안을 둘러싼 새정치민주연합의 내홍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전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공천혁신안을 놓가 대표직 재신임을 묻기로 하면서 승부수를 띄우자 주류와 비주류, 친노와 비(非)노 간 갈등이 극에 달하는 모양새다. 특히 친노 진영 내에서도 분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인호 혁신위원은 10일 친노 진영의 좌장격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를 향해 “친노와 비노의 싸움을 종식시킬 계기를 만들어 달라”면서 “총리님부터 시작해 달라. 백의종군 선언을 듣고 싶다”고 요구했다. 내년 총선 불출마를 포함해 사실상 정계은퇴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친노 핵심은 최 혁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해찬 총리님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공개편지를 낭독하며 “총리님은 누가 뭐라고 평가하더라도 친노의 제일 큰 어른으로, 이 어려운 당내 현실에서 총리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서 “우리 당의 고질병인 계파싸움의 악순환을 끊는 마중물이 돼 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지금 혁신은 위기에 처해있고 혁신하지 않으면 우리 당은 좌초될지도 모른다”면서 “이러한 위기의 본질은 계파싸움, 구체적으로 친노와 비노의 싸움으로, 총리님의 결단만이 2002년 노무현 대통령 후보 선출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계속 커져만 왔던 고질적 싸움을 멈추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혁신위원은 이어 “총리님의 ‘한 석’ 보다 ‘우리 당의 열석’을 위한 결단을 내려주는 게 제일 큰 어른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친노 비노간 싸움의 진흙탕에서 얻는 총리님의 한 석도 소중하지만 총리님의 결단을 통한 승리의 의미가 훨씬 더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억울하겠지만 국민은 총리님을 친노의 수장으로 알고 있다”면서 “해묵은 계파싸움을 끝낼 수 있는 첫 출발은 총리님의 결단”이라고 덧붙였다. 최 혁신위원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결단의 구체적 내용이 정계은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총리가 진지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지만 “이 전 총리가 구체적 고민을 하겠지만 불출마 요구가 될 수도 있고, 당에 모든 것을 맡겨서 부름에 응하는 것도 있고, 여러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한길 전 대표는 10일 소설가 이상의 글귀를 인용한 “절망이 기교를 낳고 기교 때문에 또 절망한다…”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글귀는 이상이 1936년 구인회 동인지인 ‘시와 소설’ 발간에 붙여 남긴 “어느 시대에도 그 현대인은 절망한다. 절망이 기교를 낳고 기교 때문에 또 절망한다”고 적은 글의 한 부분이다. 김 전 대표는 짧은 한 문장만을 남겼지만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전날 있던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카드’를 겨냥,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전 대표의 측근도 매체에 “문 대표의 회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을 받고 이 상황을 어떻게 규정하는 게 좋을지 생각하다 나온 멘트”라고 전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1일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개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최근 당 상황과 관련해 “우리 당이 맞닥뜨린 현실이 매우 엄중하다”면서 “더 큰 변화, 더 큰 결단이 필요한 시점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영화 多樂房]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영화 多樂房]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세상의 모든 지혜를 담아 놓은 듯한 칼릴 지브란의 고전이 한 편의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태어났다.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는 ‘라이언 킹’을 연출했던 로저 알러스가 총감독을 맡고 9명의 세계적인 애니메이터들이 각각 ‘사랑’, ‘자유’, ‘일’, ‘아이들’, ‘결혼’, ‘음식’, ‘선과 악’, ‘죽음’ 등의 주제를 담당해 생생한 이미지로 구현해 낸 작품이다. 개성 넘치는 여덟 가지 매력의 영상들이 눈을 황홀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요, 문학소녀들을 잠 못 들게 했던 칼릴 지브란의 아름다운 문장들은 여전히 가슴을 울리고, 리엄 니슨의 지적이면서도 따뜻한 목소리와 글렌 핸서드, 요요마 등 유명 뮤지션들의 음악은 귀를 즐겁게 만든다. 무엇보다 여러 개의 테마를 하나로 묶고 있는 ‘무스타파’의 이야기는 교훈과 감동을 절제된 방식으로 전달하며 긴 여운을 남긴다. 아버지를 여읜 후 말문을 닫은 채 동네의 사고뭉치로 살아가던 ‘알미트라’는 어느 날, 엄마가 일하는 곳에 따라갔다가 선동죄로 유배 중인 시인 무스타파를 만난다. 이 지혜로운 시인은 타인과의 소통을 거부하던 알미트라에게 남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데, 그의 부드러운 카리스마에 어린 소녀도 조금씩 매료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특별한 만남도 잠시, 무스타파를 고향으로 돌려보낸다는 명목하에 경찰들이 들이닥치고 마을 사람들은 현자와의 이별을 아쉬워하며 마지막으로 그를 극진히 대접한다. 여기서 칼릴 지브란의 시는 무스타파가 알미트라와 마을 사람들에게 남기는 메시지에 그대로 인용되는데 때로는 조형성을 강조한 추상적 이미지들과 함께, 때로는 음악과 합을 맞춘 율동감 넘치는 이미지들과 함께 전달된다. 애니메이션을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던 디즈니사의 ‘판타지아’(1940)가 잘 알려진 클래식 음악으로부터 구상한 영상들로 채워진 작품이라면, 이 애니메이션은 칼릴 지브란의 시에서 얻은 영감이 당대 최고의 애니메이터들에 의해 그대로 시각화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시의 한 구절, 한 구절을 깊이 음미할 만한 여유를 허락하지는 않지만, 리엄 니슨의 낭송과 함께 커다란 도화지에 펼쳐지는 세련된 그림들의 향연을 보고 있노라면 노곤한 삶의 무게로 뭉쳐 있던 어깨가 조금씩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낀다. 가령, 내가 하는 일의 가치를 고민하고 있는 이들에게 “일은 사랑을 눈에 보이게 하는 것입니다”와 같은 시구는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청량하게 마음을 적시고, 결혼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함께 서 있되 너무 가까이 서 있진 말길. 참나무와 소나무도 서로의 그늘에선 자라지 않기에”와 같은 시구는 두 사람이 오랫동안 행복할 수 있는 비결을 제시한다. 이렇듯 사람들의 혜안을 열어 주었던 무스타파가 자신의 안위보다 신념을 선택하는 결말은 마음 아프지만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으로 그의 시와 삶이 일치함을 증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철학에 다가선다는 것, 진리를 따른다는 것의 기쁨을 알게 해 주는 작품이다. 10일 개봉, 전체 관람가. 윤성은 영화평론가
  • 가을이네… 예술·문학 담긴 ‘책 한모금’

    가을이네… 예술·문학 담긴 ‘책 한모금’

    애정 어린 시선으로 예술과 문학을 다룬 번역서와 평론집이 나란히 나왔다. 원로 문학평론가 황현산(70) 고려대 불문과 명예교수가 번역한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의 산문시집 ‘파리의 우울’(문학동네)과 문학평론가 김종회(60) 경희대 국문과 교수의 문학담론 ‘문학에서 세상을 만나다’(문학수첩)다. ‘파리의 우울’에는 보들레르의 산문시 50편이 실렸다. 예술가가 세상에 대처하는 태도, 예술의 주제 표현에 대한 고민 그리고 예술의 오랜 이상과 그 현대적 실천에 대한 고뇌를 담았다. 예술의 사회적 타락이 뿌리내리는 과정을 고발하고 예술의 악마성도 성찰했다. 보들레르는 1862년 ‘라 프레스’지 주간인 아르센 우세에게 보내는 편지글로 서문을 대신했다. 그는 편지글에서 자신의 산문시를 “리듬도 각운도 없이 음악적이며 혼의 서정적 약동에, 몽상의 파동에, 의식의 소스라침에 적응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유연하고 충분히 거친, 어떤 시적인 산문”이라고 정의했다. 보들레르의 말처럼 산문시들은 시적 선율이나 박자를 염두에 두지 않은 거친 산문으로 쓰였다. 시의 전개도 기승전결 같은 전통적인 구성을 따르지 않고 수사법도 은유보다는 환유와 알레고리를 주로 사용했다. 황 교수는 “‘시적 산문’은 보들레르 이전에도 많았지만 산문시를 쓴 것은 보들레르가 처음”이라며 “보들레르는 산문으로 시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산문적인 현실에서 시적인 것을 찾아내 그것을 산문으로 기술했다. 그는 자기 시대의 산문적 현실에서 건져 올린 산문적인 언어를 시의 높이로 끌어올리는 시인”이라고 평했다. 기존 번역본들과는 달리 시마다 면밀하고 충실한 주해가 달렸다. 출판사는 “보들레르 문장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이 묻어나는 주해는 수많은 보들레르 연구서를 아우르는 정수이며 독자적으로 아름다운 또 한 편의 산문”이라고 소개했다. ‘문학에서 세상을 만나다’는 김 교수가 3년 넘게 한국 문학에 대해 연구한 성과물이다. ‘인본주의’ 관점에서 우리 시대 문학을 우호적이고 성의 있게 들여다보며 한국문학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다. 김 교수는 “문학은 근본적으로 인본주의 토양에서 개화하는 예술 장르”라고 규정했다. “인본주의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소중히 여기고 인간이 지닌 품성과 역량, 꿈과 행복을 귀하게 여기는 주의주장이다. 지금까지 문학사에 이름을 남긴 문인 모두 인간에 대한 탐구와 구원에의 의지를 바탕으로 글을 썼다.” 5장으로 구성됐다. 1장은 한국 근현대문학의 전개 과정에서 새롭게 성찰해 봐야 할 주제들을 다뤘다. 2장은 작가들이 동시대 삶의 환경을 어떻게 소설의 서사로 바꾸는지, 3장은 시인들이 자신이 당착한 삶의 비의를 어떻게 감성적 언어로 치환하는지를 살폈다. 4장은 아동·청소년 문학과 유명 해외 서사 작품들을 통해 문학에서 세상을 만나는 방식을, 5장은 미국에서 모국어로 글을 쓴 문인들의 작품을 탐색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해외여행 | Oh, my Bagus Indonesia 나의 바구스 인도네시아①발리-아무것도 안 해도 좋은 발리

    해외여행 | Oh, my Bagus Indonesia 나의 바구스 인도네시아①발리-아무것도 안 해도 좋은 발리

    데이터 로밍을 하지 않은 채 인도네시아로 떠났다. 어쩐지 애틋해지고 싶었다. 나는 그곳에서 ‘좋아요’를 누르는 대신 ‘바구스’를 외쳤다. 엄지손가락 척 하니 들 만큼 만족스러울 때 말하게 되는 인도네시아의 ‘따봉ta bom’이랄까. 발걸음을 늦추고 들숨과 날숨으로 만난 인도네시아의 또 다른 표정, 나의 바구스 인도네시아. ●Bali 발리 아무것도 안 해도 좋은 발리 최근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웃음을 유발하지만 그 웃음 너머로 곤한 삶을 보듬어 주는 위안의 메시지가 녹아 있어서인지 무려 두 문장에 달하는, 광고 카피치고 매우 긴 호흡에도 유행어가 된 이 말. 감히 발리에서 실천해 버렸다.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호텔 방에 들어앉아 멍하니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발리의 명소들을 속속들이 찾아다니는 부지런을 고이 접어두고 그저 발리에 스르르 스며들었을 뿐. 수영을 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사 놓고 입어 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과감한 디자인의 수영복을 꺼내 입었다. 우붓Ubud의 신록 가운데 자리 잡은 자그마한 수영장에는 다행히도 나를 주눅 들게 하는 시선이 없다. 우붓에서는 투숙하지 않더라도 수영장을 개방하는 개인 소유의 빌라나 스파 리조트들이 꽤 있다. 가장 번화한 몽키 포레스트 로드만 하더라도 길 양쪽으로 가지 친 골목골목에 ‘swimming pool’ 표지판이 심심찮게 보인다. 구경삼아 몇몇 곳을 둘러보다 가장 구석지고 조용한 라카 라이 방갈로Raka Rai Bungalows에서 걸치고 있던 옷을 훌러덩 벗어던졌다. 바닥에서 발을 떼지 못한 채 종종걸음으로 물속을 걸어야 했지만, 수영장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참방참방 물장난만 쳐댔지만 물 위로 내 웃는 모습이 예뻐 보인다. 단골이 되고픈 그곳 우붓이고 스미냑Seminyak이고 발리의 이름난 거리에는 이곳이 아니면 없을 것만 같은, 그래서 한참을 들었다 놨다 하다 결국엔 지갑을 열게 만드는 부티크 숍들이 나란히 들어서 있다. 밤이면 분위기가 확 달라지지만 한낮에는 너무도 쨍한 바깥 날씨 때문에 안이 어둑해 보이기도 하고, 발리 특유의 나른한 분위기에 문을 열었는지 닫았는지 헷갈릴 때가 있지만 ‘부카BUKA’ 푯말이 걸려 있다면 망설이지 말자. 우리말로 ‘영업 중’이란 말이다. 감각적인 패션 소품들이 많은 마카시MaKaSSi와 폴레떼Polette, 수제 잼과 비누를 판매하는 코우 퀴진Kou Cuisine은 단골이 되고픈 곳들이다. 이름부터가 원숭이 천국일 거라 쉬이 짐작케 하는 몽키 포레스트Monkey Forest는 물론이고 절벽 위에 자리 잡은 울루와투 사원Pura Luhur Uluwatu에 이르기까지 발리에서는 원숭이와의 만남이 잦다. 무진장 과감한 발리 원숭이들은 바나나만을 탐하지 않는다. 선글라스며 가방이며 손아귀에 낚아채는데 스파이더맨이 따로 없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고 했던가. 어디선가 구세주처럼 나타나 빼앗긴 물건의 주인을 되찾아 준 노부는 고맙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듯 당당히 돈을 요구한다. 발리는 늘 한여름 날씨지만 6월부터 두어 달은 호주로부터 불어오는 겨울바람 덕분에 그리 습하지 않다. 한낱 땡볕 아래만 아니면 여행하기 참 좋은 계절이다. 해질녘의 짐바란Jimbaran에도 전에 없이 보송한 바닷바람이 불었다. 사람들은 마주앉기보다 같은 곳을 향해 걷거나,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바다 위로 숨어드는 태양은 주위를 멜랑콜리 보랏빛으로 물들이고 모두들 참으로 너그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짐작건대 내 표정도 다르지 않았으리라. 아무것도 하지 않고서도 말이다. 에디터 손고은 기자 글 Travie writer 서진영 사진 김남용(Jiminpapa) 취재협조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 www.garuda-indonesia.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보들레르가 산문시로 건져올린 예술의 타락

    보들레르가 산문시로 건져올린 예술의 타락

    애정 어린 시선으로 예술과 문학을 다룬 번역서와 평론집이 나란히 나왔다. 원로 문학평론가 황현산(70) 고려대 불문과 명예교수가 번역한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의 산문시집 ‘파리의 우울’(문학동네)과 문학평론가 김종회(60) 경희대 국문과 교수의 문학담론 ‘문학에서 세상을 만나다’(문학수첩)다. ‘파리의 우울’에는 보들레르의 산문시 50편이 실렸다. 예술가가 세상에 대처하는 태도, 예술의 주제 표현에 대한 고민 그리고 예술의 오랜 이상과 그 현대적 실천에 대한 고뇌를 담았다. 예술의 사회적 타락이 뿌리내리는 과정을 고발하고 예술의 악마성도 성찰했다. 보들레르는 1862년 ‘라 프레스’지 주간인 아르센 우세에게 보내는 편지글로 서문을 대신했다. 그는 편지글에서 자신의 산문시를 “리듬도 각운도 없이 음악적이며 혼의 서정적 약동에, 몽상의 파동에, 의식의 소스라침에 적응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유연하고 충분히 거친, 어떤 시적인 산문”이라고 정의했다. 보들레르의 말처럼 산문시들은 시적 선율이나 박자를 염두에 두지 않은 거친 산문으로 쓰였다. 시의 전개도 기승전결 같은 전통적인 구성을 따르지 않고 수사법도 은유보다는 환유와 알레고리를 주로 사용했다. 황 교수는 “‘시적 산문’은 보들레르 이전에도 많았지만 산문시를 쓴 것은 보들레르가 처음”이라며 “보들레르는 산문으로 시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산문적인 현실에서 시적인 것을 찾아내 그것을 산문으로 기술했다. 그는 자기 시대의 산문적 현실에서 건져 올린 산문적인 언어를 시의 높이로 끌어올리는 시인”이라고 평했다. 기존 번역본들과는 달리 시마다 면밀하고 충실한 주해가 달렸다. 출판사는 “보들레르 문장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이 묻어나는 주해는 수많은 보들레르 연구서를 아우르는 정수이며 독자적으로 아름다운 또 한 편의 산문”이라고 소개했다. ‘문학에서 세상을 만나다’는 김 교수가 3년 넘게 한국 문학에 대해 연구한 성과물이다. ‘인본주의’ 관점에서 우리 시대 문학을 우호적이고 성의 있게 들여다보며 한국문학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다. 김 교수는 “문학은 근본적으로 인본주의 토양에서 개화하는 예술 장르”라고 규정했다. “인본주의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소중히 여기고 인간이 지닌 품성과 역량, 꿈과 행복을 귀하게 여기는 주의주장이다. 지금까지 문학사에 이름을 남긴 문인 모두 인간에 대한 탐구와 구원에의 의지를 바탕으로 글을 썼다.” 5장으로 구성됐다. 1장은 한국 근현대문학의 전개 과정에서 새롭게 성찰해 봐야 할 주제들을 다뤘다. 2장은 작가들이 동시대 삶의 환경을 어떻게 소설의 서사로 바꾸는지, 3장은 시인들이 자신이 당착한 삶의 비의를 어떻게 감성적 언어로 치환하는지를 살폈다. 4장은 아동·청소년 문학과 유명 해외 서사 작품들을 통해 문학에서 세상을 만나는 방식을, 5장은 미국에서 모국어로 글을 쓴 문인들의 작품을 탐색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씨줄날줄] 표절과 비평/황수정 논설위원

    문단이 표절 논란으로 또 시끄럽다. 신경숙 작가에 이어 이번에는 박민규 작가다. 얻어맞았던 급소를 또 맞아야 하는 문학 팬들의 충격이 크다. 신씨만큼의 판매 부수를 자랑하진 않더라도 우리 문단의 간판급 작가다. 사회비판 의식 충만한 작품 세계, 유쾌하고도 감각적인 문장이 트레이드 마크였다. ‘무규칙 이종격투기의 문장가’라는 훈장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는 글꾼이다. 박씨는 장편 출세작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과 단편 ‘낮잠’에 일부 표절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자발적 고백이 아니라 평론가들이 한 달 전 의혹을 먼저 제기했다. ‘삼미 슈퍼스타즈’은 인터넷 글(거꾸로 보는 한국 야구사)을 도용했고, ‘낮잠’은 일본 만화 ‘황혼유성군’을 오래전 읽은 기억이 있다고 해명했다. “명백한 도용이고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고백했다. ‘삼미 슈퍼스타즈’이 1990년대 PC통신 게시판에 삼미슈퍼스타즈의 실제 팬이 올린 글에 기반을 뒀다는 고백은 충격이다. 문학 재능이 아무리 탁월해도 소설의 결정적 소재를 ‘도용’했다면 문제는 달라지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설왕설래는 뜨겁다. “재기발랄한 문단의 이단아로 평가했는데, 신경숙보다 더 충격적”이라는 허탈한 반응에서부터 “표절을 인정한 용기를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여러 갈래다.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말로 끝내 뭉개고 넘어갔던 신경숙보다는 (그래도 한 달 만에 깨끗이 인정했으니) 진일보한 태도 아니냐는 조소 섞인 옹호론까지 끼어 있다. 박씨의 두 작품은 각각 2003년과 2007년 발표됐다. 그동안 평론가들이 수없이 텍스트로 뜯어 봤을 작품들이다. 오랜 시간 침묵으로 덮여 있었던 까닭은 납득하기 어렵다. 문단의 흐름을 쥐락펴락하는 대형 문학 출판사와 인기 작가, 출판사의 입맛에 맞는 주례비평을 바치는 평론가들. 그 암묵적 ‘협업’ 고리가 얼마나 공고했는지 미뤄 짐작해 볼 수 있다. 문학계의 자정 노력으로 하루아침에 표절 문제가 말끔해질 수는 없다. 하늘 아래 새것이 없다면, 영감을 받은 기억이 자신도 모르게 문학적 질료로 체화(體化)했다고 말하는 작가는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이다. 박씨의 말마따나 “작가가 혼자 동굴에 앉아 완전한 창조를 한다 해도 우연한 일치, 마치 교통사고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여지는 얼마든 있다. 동굴에 앉은 작가들이 교통사고를 내지 않도록 시시각각 긴장시킬 수 있는 역할은 눈 밝은 평론가들의 몫이다. 셰익스피어가 꼬집었듯 “순금에다 도금을 하고, 백합에 흰색 칠을 하며, 제비꽃에 향수나 뿌리는 존재”로 남아서는 안 되는 이유다. 우리 문단에서는 지금 누구보다 간절히 평론가들이 깨어 있어야 한다. ‘용역 비평’에서 자유로운 양심 비평가들이 많아지고, 그들의 목소리가 자꾸 더 커지기를 바랄 뿐이다.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 여덟 가지 매력의 애니메이션으로 만나는,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여덟 가지 매력의 애니메이션으로 만나는,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세상의 모든 지혜를 담아 놓은 듯한 칼릴 지브란의 고전이 한 편의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태어났다.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는 ‘라이언 킹’을 연출했던 로저 알러스가 총감독을 맡고 9명의 세계적인 애니메이터들이 각각 ‘사랑’, ‘자유’, ‘일’, ‘아이들’, ‘결혼’, ‘음식’, ‘선과 악’, ‘죽음’ 등의 주제를 담당해 생생한 이미지로 구현해 낸 작품이다. 개성 넘치는 여덟 가지 매력의 영상들이 눈을 황홀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요, 문학소녀들을 잠 못 들게 했던 칼릴 지브란의 아름다운 문장들은 여전히 가슴을 울리고, 리엄 니슨의 지적이면서도 따뜻한 목소리와 글렌 핸서드, 요요마 등 유명 뮤지션들의 음악은 귀를 즐겁게 만든다. 무엇보다 여러 개의 테마를 하나로 묶고 있는 ‘무스타파’의 이야기는 교훈과 감동을 절제된 방식으로 전달하며 긴 여운을 남긴다. 아버지를 여읜 후 말문을 닫은 채 동네의 사고뭉치로 살아가던 ‘알미트라’는 어느 날, 엄마가 일하는 곳에 따라갔다가 선동죄로 유배 중인 시인 무스타파를 만난다. 이 지혜로운 시인은 타인과의 소통을 거부하던 알미트라에게 남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데, 그의 부드러운 카리스마에 어린 소녀도 조금씩 매료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특별한 만남도 잠시, 무스타파를 고향으로 돌려보낸다는 명목하에 경찰들이 들이닥치고 마을 사람들은 현자와의 이별을 아쉬워하며 마지막으로 그를 극진히 대접한다. 여기서 칼릴 지브란의 시는 무스타파가 알미트라와 마을 사람들에게 남기는 메시지에 그대로 인용되는데 때로는 조형성을 강조한 추상적 이미지들과 함께, 때로는 음악과 합을 맞춘 율동감 넘치는 이미지들과 함께 전달된다. 애니메이션을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던 디즈니사의 ‘판타지아’(1940)가 잘 알려진 클래식 음악으로부터 구상한 영상들로 채워진 작품이라면, 이 애니메이션은 칼릴 지브란의 시에서 얻은 영감이 당대 최고의 애니메이터들에 의해 그대로 시각화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시의 한 구절, 한 구절을 깊이 음미할 만한 여유를 허락하지는 않지만, 리엄 니슨의 낭송과 함께 커다란 도화지에 펼쳐지는 세련된 그림들의 향연을 보고 있노라면 노곤한 삶의 무게로 뭉쳐 있던 어깨가 조금씩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낀다. 가령, 내가 하는 일의 가치를 고민하고 있는 이들에게 “일은 사랑을 눈에 보이게 하는 것입니다”와 같은 시구는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청량하게 마음을 적시고, 결혼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함께 서 있되 너무 가까이 서 있진 말길. 참나무와 소나무도 서로의 그늘에선 자라지 않기에”와 같은 시구는 두 사람이 오랫동안 행복할 수 있는 비결을 제시한다. 이렇듯 사람들의 혜안을 열어 주었던 무스타파가 자신의 안위보다 신념을 선택하는 결말은 마음 아프지만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으로 그의 시와 삶이 일치함을 증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철학에 다가선다는 것, 진리를 따른다는 것의 기쁨을 알게 해 주는 작품이다. 10일 개봉, 전체 관람가.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인공지능 소설가’가 쓴 소설이 더 재미있을까?

    ‘인공지능 소설가’가 쓴 소설이 더 재미있을까?

    최근 자동으로 기사를 생성하는 ‘로봇 기자’가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데 이어 이번에는 ‘인공지능 소설가’가 등장해 전문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IT 전문매체 엔가젯 등 외신들은 5일(현지시간) 최근 미국 조지아 공대 연구팀이 ‘인터렉티브 소설’을 자체적으로 생성할 수 있는 인공지능 ‘셰에라자드-IF’(Scheherazade-IF)를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인터렉티브 소설이란 독자가 직접 이야기의 중요 분기점마다 이야기의 전개 방향을 선택하게 되는 형식의 디지털 콘텐츠를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이야기 속 주인공이 갈림길을 맞닥뜨렸을 경우 독자가 어느 쪽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향후 주인공이 만나는 사건의 내용이 달라지는 식이다. 많은 컴퓨터 게임이 이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다. ‘아라비안나이트’속 왕비의 이름을 딴 이 소프트웨어는 실제 인간 작가들이 쓴 다양한 이야기의 전개 양상을 분석하고 학습해 스스로 “앞뒤가 맞으며 몰입도 또한 높은” 인터렉티브 소설을 만들 수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셰에라자드-IF의 학습 능력을 실험하기 위해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주제에 속하는 ‘은행 강도’와 ‘영화관 데이트’를 다룬 수백 편의 이야기들을 읽도록 했다. 이를 통해 셰에라자드-IF는 이들 이야기에 동일하게 등장하는 주요 표현들과 그 순서를 학습했다. 그 결과 기존의 일반적인 이야기 생성 프로그램에 비교했을 때 월등히 복잡하며 풍부한 이야기를 제공할 수 있었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연구팀은 또한 이 인공지능이 자신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이야기 전개를 보여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연구에 참여한 마크 리들은 “우리는 영화 관람에 관련해 영화표 구매나 좌석 찾기 등의 상황만을 상상했다”며 “그러나 셰에라자드-IF는 우리 같은 ‘쑥맥’ 연구자들은 생각하지 못한 시나리오인 ‘손잡기’나 ‘키스하기’ 등의 상황을 도입했다는 점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더 나아가 셰에라자드-IF가 ‘집필’한 이야기의 몰입도와 일관성의 수준을 확인하기 위해 120여 명의 사람을 대상으로 간단한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인간 작가, 셰에라자드-IF, 그리고 기존 이야기 생성 소프트웨어가 같은 주제로 만든 인터렉티브 소설들을 직접 플레이하도록 한 뒤 그들에게 각 이야기에 드러난 전개상의 오류를 잡아내고 그 재미 또한 평가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 결과 몰입도와 완성도 양 측면에서 셰에라자드-IF의 이야기는 기존 프로그램보다 월등히 높으며 인간 작가에 거의 근접한 점수를 기록했다. 은행 강도 이야기의 경우 전개상 오류가 전혀 발생하지 않아 완성도 면에서 인간 작가와 동일한 평가를 받기도 했다. 현재 셰에라자드-IF는 비교적 단순한 문장구조와 이야기만을 구사할 수 있다. 연구팀은 셰에라자드-IF에게 향후 보다 많은 이야기를 학습시키고 오류를 개선해 더 복잡하고 심오한 이야기를 생성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마크 리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로봇 기자’에 이어 ‘인공지능 소설가’ 등장 화제

    ‘로봇 기자’에 이어 ‘인공지능 소설가’ 등장 화제

    최근 자동으로 기사를 생성하는 ‘로봇 기자’가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데 이어 이번에는 ‘인공지능 소설가’가 등장해 전문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IT 전문매체 엔가젯 등 외신들은 5일(현지시간) 최근 미국 조지아 공대 연구팀이 ‘인터렉티브 소설’을 자체적으로 생성할 수 있는 인공지능 ‘셰에라자드-IF’(Scheherazade-IF)를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인터렉티브 소설이란 독자가 직접 이야기의 중요 분기점마다 이야기의 전개 방향을 선택하게 되는 형식의 디지털 콘텐츠를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이야기 속 주인공이 갈림길을 맞닥뜨렸을 경우 독자가 어느 쪽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향후 주인공이 만나는 사건의 내용이 달라지는 식이다. 많은 컴퓨터 게임이 이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다. ‘아라비안나이트’속 왕비의 이름을 딴 이 소프트웨어는 실제 인간 작가들이 쓴 다양한 이야기의 전개 양상을 분석하고 학습해 스스로 “앞뒤가 맞으며 몰입도 또한 높은” 인터렉티브 소설을 만들 수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셰에라자드-IF의 학습 능력을 실험하기 위해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주제에 속하는 ‘은행 강도’와 ‘영화관 데이트’를 다룬 수백 편의 이야기들을 읽도록 했다. 이를 통해 셰에라자드-IF는 이들 이야기에 동일하게 등장하는 주요 표현들과 그 순서를 학습했다. 그 결과 기존의 일반적인 이야기 생성 프로그램에 비교했을 때 월등히 복잡하며 풍부한 이야기를 제공할 수 있었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연구팀은 또한 이 인공지능이 자신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이야기 전개를 보여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연구에 참여한 마크 리들은 “우리는 영화 관람에 관련해 영화표 구매나 좌석 찾기 등의 상황만을 상상했다”며 “그러나 셰에라자드-IF는 우리 같은 ‘쑥맥’ 연구자들은 생각하지 못한 시나리오인 ‘손잡기’나 ‘키스하기’ 등의 상황을 도입했다는 점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더 나아가 셰에라자드-IF가 ‘집필’한 이야기의 몰입도와 일관성의 수준을 확인하기 위해 120여 명의 사람을 대상으로 간단한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인간 작가, 셰에라자드-IF, 그리고 기존 이야기 생성 소프트웨어가 같은 주제로 만든 인터렉티브 소설들을 직접 플레이하도록 한 뒤 그들에게 각 이야기에 드러난 전개상의 오류를 잡아내고 그 재미 또한 평가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 결과 몰입도와 완성도 양 측면에서 셰에라자드-IF의 이야기는 기존 프로그램보다 월등히 높으며 인간 작가에 거의 근접한 점수를 기록했다. 은행 강도 이야기의 경우 전개상 오류가 전혀 발생하지 않아 완성도 면에서 인간 작가와 동일한 평가를 받기도 했다. 현재 셰에라자드-IF는 비교적 단순한 문장구조와 이야기만을 구사할 수 있다. 연구팀은 셰에라자드-IF에게 향후 보다 많은 이야기를 학습시키고 오류를 개선해 더 복잡하고 심오한 이야기를 생성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마크 리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삼미 슈퍼스타즈 표절 의혹, 작가 박민규 “교통사고 같은 일”이라더니 결국 인정

    삼미 슈퍼스타즈 표절 의혹, 작가 박민규 “교통사고 같은 일”이라더니 결국 인정

    삼미 슈퍼스타즈 표절 의혹, 작가 박민규 “명백한 도용” 결국 인정..왜? ‘삼미 슈퍼스타즈’ 소설가 박민규(47)가 자신의 데뷔작인 장편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 불거진 표절 의혹을 인정했다. 6일 문학계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발간된 월간지 ‘월간중앙’ 9월호에는 박민규 씨가 문학평론가 정문순 최강민 씨에게 보내는 해명의 글이 실렸다. 앞서 문학평론가 정문순 최강민 씨는 ‘월간중앙’ 8월호를 통해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서 10개가 넘는 문장이 인터넷 글인 ‘거꾸로 읽는 야구사’와 유사하며 ‘낮잠’은 일본 만화 ‘황혼유성군’과 플롯이 유사하다”고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박민규는 ‘월간중앙’ 8월호 인터뷰에서 “공식적으로 이런 표절 관련 질문을 받은 게 데뷔 12년 만에 처음이다. 대체 어떤 실수를 한 건지 해결을 봤으면 좋겠다. 작가는 개인이라서 일방적인 주장에 대응하기 어려운데 인터넷에 여론이라는 게 형성되면 그냥 그걸로 낙인이 돼버리는 것이다. 혼자 동굴에 앉아서 완전한 창조를 한다고 해도 우연한 일치, 마치 교통사고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라며 표절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박민규는 ‘월간중앙’ 9월호 기고문을 통해 데뷔작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가운데 야구선수에 대한 묘사 등 일부 표현은 “명백한 도용이고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인정했다. 또 당시 자신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박민규는 단편 ‘낮잠’이 표절을 했다는 논란이 제기된 일본 만화 ‘황혼유성군’에 대해서도 “오래전 읽었던 기억이 있다. 보편적인 로맨스의 구도라고 해도 객관적으로 비슷한 면이 확실히 있는 것 같다”고 유사성을 인정했다. 네티즌들은 “삼미 슈퍼스타즈 정말 좋아하는 소설이었는데”, “삼미 슈퍼스타즈 박민규 실망이다”, “삼미 슈퍼스타즈 박민규, 안타깝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진=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삼미 슈퍼스타즈 표절 의혹, 작가 박민규 “명백한 도용”

    삼미 슈퍼스타즈 표절 의혹, 작가 박민규 “명백한 도용”

    소설가 박민규(47)가 자신의 데뷔작인 장편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 불거진 표절 의혹을 인정했다. 6일 문학계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발간된 월간지 ‘월간중앙’ 9월호에는 박민규 씨가 문학평론가 정문순 최강민 씨에게 보내는 해명의 글이 실렸다. 앞서 문학평론가 정문순 최강민 씨는 ‘월간중앙’ 8월호를 통해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서 10개가 넘는 문장이 인터넷 글인 ‘거꾸로 읽는 야구사’와 유사하며 ‘낮잠’은 일본 만화 ‘황혼유성군’과 플롯이 유사하다”고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박민규는 ‘월간중앙’ 9월호 기고문을 통해 데뷔작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가운데 야구선수에 대한 묘사 등 일부 표현은 “명백한 도용이고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인정했다. 또 당시 자신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박민규는 단편 ‘낮잠’이 표절을 했다는 논란이 제기된 일본 만화 ‘황혼유성군’에 대해서도 “오래전 읽었던 기억이 있다. 보편적인 로맨스의 구도라고 해도 객관적으로 비슷한 면이 확실히 있는 것 같다”고 유사성을 인정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3개의 태양이 뜨는 포도밭 그리고 기막힌 와인 맛

    3개의 태양이 뜨는 포도밭 그리고 기막힌 와인 맛

    제네바 호수에 선다. 지역명을 그대로 차용했다. 뭔가 호수의 유려하면서도 장엄한 자태에 걸맞은 이름을 가졌으면 좋겠는데 다소 아쉽다. 우리에겐 ‘레만 호’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일부 현지 안내 책자에서도 레만 호로 표기하고 있다. 한데 이는 프랑스 쪽 이름이다. 프랑스가 호수 일부를 소유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실소유주’는 스위스다. 오래전 레만 호로 불리다 제네바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호수 이름도 자연스레 도시 이름을 따라가게 됐다. 호수 주변엔 포도밭이 넓게 펼쳐져 있다. 저 유명한 라보의 포도밭이다. 2007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도 올랐다. 기억할 건 ‘자연유산’ 부문이 아니라는 거다. 유네스코는 포도밭에 ‘역사와 문화’가 깃들어 있다고 봤다. 보다 정확히는 포도밭을 일군 수도사들의 땀과 그들의 노고를 기억하고 지키려는 주민들의 노력이 인정을 받은 것이다. 포도밭 여정의 들머리인 로잔은 프랑스어권에 속한 도시다. 로잔에서부터 찰리 채플린이 생을 마친 브베, 록그룹 퀸의 프레디 머큐리가 음악적 영감을 키웠다는 몽트뢰가 차례로 이어진다. 로잔에서 브베 사이, 40㎞에 이르는 호숫가 경사면을 따라 계단식 포도밭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이 방대한 포도 경작지가 라보 지구다. 포도밭은 우리의 다랭이논과 흡사하다. 척박한 땅을 일구고 돌담을 쌓아 조성했다. 걸어 오르기도 쉽지 않은 비탈에서 땅을 갈고 돌을 쌓은 이들은 수도사다. 이들이 쌓은 돌담을 현지에선 ‘월’이라고 부른다. 포도밭을 씨줄날줄로 엮는 월의 길이는 무려 450㎞에 달한다. 우리 제주도 전체를 돌아가는 검은 돌담이 ‘흑룡만리’라면 이 지역에 펼쳐진 회색 돌담은 ‘회룡천리’라 해도 틀리지 않겠다. 돌담은 포도 생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3개의 태양이 뜨는 포도밭’이라는 홍보 문구에 힌트가 있다. 우선 내리쬐는 일조량이 많다. 둘째, 햇빛이 호수에 반사되며 또 한번 아래에서 포도 알갱이들을 비춰 준다. 그리고 한낮의 햇볕에 잔뜩 달궈진 돌담이 저녁 무렵 복사열을 포도 알갱이들에게 되돌려준다. 그러니 포도가 당분을 잔뜩 머금을 수밖에. 우리 충주호 인근의 사과가 유난히 달고 맛있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월 안쪽으로는 농가가 마을을 이뤘다. 대부분의 집들이 포도주를 생산하는데 각 집안이 고유의 포도주 문장을 새길 만큼 자부심이 대단하다. 골목과 골목은 이어져 있다. 사람 한 명 지나가지 않아도 골목엔 온기가 가득하다. 자연에 깃든 사람의 흔적, 유네스코가 인정한 건 바로 이 대목일 것이다. 레만 호를 따라 발레로 넘어간다. 레만 호 너머는 프랑스다. 스위스 땅을 달리며 프랑스를 엿보는 기분이 묘하다. 로잔 쪽 주민들은 대부분 프랑스어를 일상어로 쓴다. 호수 너머 프랑스의 영향 때문이지 싶다. 두 지역 주민들은 친할까. 같은 언어를 쓰니 이웃사촌처럼 지낼 것 같은데 현지 가이드는 뜻밖에 그리 친하지 않다고 말했다. 앙숙은 아니더라도 은근히 등 돌리고 사는 건 분명해 보인다. 레만 호를 낀 라보 쪽이 화사하다면 발레 쪽은 ‘장엄’에 가깝다. 알프스의 산군이 사방을 둘러쳤고 산 아래 분지엔 마을들이 오종종하게 몰려 있다. 그 가운데로 석회 성분 가득한 우윳빛 론 강이 흘러간다. 척박하면서도 이국적인 풍경이다. 발레는 오래전 빙하로 뒤덮였던 지역이다. 거대한 빙하는 아주 오랜 기간 산자락을 파며 흘러갔다. 현재의 분지 형태는 그 당시 형성된 것이다. 빙하는 녹으며 미네랄 등을 내뱉어 토양을 비옥하게 했다. 특히 청포도 계열의 스위스 토착 샤슬라 품종이 자라는 데 적합한 여건을 제공했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 또한 샤슬라 포도로 만든 ‘팡당’이라는 화이트 와인이 대부분이다. 팡당에 라클렛이 빠질 수 없다. 라클렛은 발레 지역에 전승되는 치즈 요리다. 큰 덩어리의 라클렛 치즈를 녹여 감자를 찍어 먹는다. 그리멘츠 마을에선 ‘글래시어(빙하) 와인’을 맛볼 수 있다. 이름처럼 ‘빙하’가 제조 과정에서 특별한 역할을 하는 건 아니고, ‘빙하와 인접한 마을에서 생산된 와인’ 정도로 보면 무리가 없겠다. 빙하 와인은 여러 면에서 독특하다. 우선 맛이 강하다. 시고 톡 쏜다. 와인이라기보다 일반적인 술에 가깝다. 한데 이게 ‘중독성’이 있다. 김치나 삭힌 홍어를 연상하면 알기 쉽다. 첫 맛은 좀 텁텁하지만 몇 잔 기울일수록 ‘술술’ 넘어간다. 제조 과정도 홍어와 비슷한 면이 있다. 아주 오래전 마을 어디선가 와인 담긴 오크통이 발견됐다. 일반적인 와인의 경우 오크통에서 한두 해 숙성시킨 뒤 마시는 게 보통인데, 이 와인은 달랐다. 처음엔 시고 떫었겠지만 늙은 와인이 주는 깊은 맛은 여느 와인이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것이었다. 새로운 맛의 세계에 눈뜬 주민들은 와인을 오랜 기간 오크통에서 숙성시키는 것으로 생산 방식을 수정했다. 사실 숙성과 삭히는 건 표현의 차이에 불과하지 않은가. 언제부터 이런 방식으로 빙하 와인을 제조했는지는 불분명하다. 현재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오크통은 1886년산이다. 빙하 와인엔 나눔과 평등의 정서가 담겨 있다. 예컨대 이런 거다. 오크통마다 900ℓ의 와인이 담겨 있는데 해마다 가장 오래된 오크통에서 25ℓ를 빼 그다음으로 오래된 오크통에 넣는다. 낡은 것과 새것을 일정한 비율로 섞는 것이다. 이 작업을 반복한 뒤 마지막으로 가장 ‘젊은’ 1969년산 오크통에서 뺀 25ℓ를 1886년산 오크통에 넣는다. 이 늙은 오크통을 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마을 교회의 비숍(주교)이다. 그리고 특별한 날에 이 와인의 일부를 꺼내 온 주민이 함께 마신다. 마을 촌장이나 비숍 등 소수가 오래된 오크통을 독점하는 게 아니라 나눠서 오래 같이 마시자는 게 빙하 와인에 녹아 있는 정서다. 매주 월요일 오후 5시에 외지인을 대상으로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그리멘츠 마을은 스위스 특유의 샬레(오두막집)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다. 12세기부터 목조주택 전통을 이어 오고 있다. 토속적인 호밀빵 제조 기법이 전해지는 곳이기도 하다. 샬레 앞 의자에 앉아 호밀빵 안주에 빙하 와인 홀짝대다 보면 스위스 전통의 향기가 몸에 배는 듯하다. 글 사진 로잔·시에르(스위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삼손’ 손흥민 A매치 첫 해트트릭

    ‘삼손’ 손흥민 A매치 첫 해트트릭

    수비수 홍철(수원)의 ‘도움 해트트릭’에 손흥민(토트넘)이 A매치 첫 해트트릭으로 화답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3일 경기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G조 2차전을 8-0 완승으로 장식하며 2연승을 내달렸다.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경기당 1.3골에 그쳤던 답답함도 뻥 뚫었고 A매치 해트트릭도 이날이 첫 경험이었다. 대표팀은 이날 외박을 한 뒤 4일 밤 10시 인천공항에 집결, 레바논으로 떠나 8일 3차전을 준비한다. 킥오프 몇 시간을 앞두고 발표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 따르면 라오스(174위)는 한국(57위)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문제는 어떤 전술 변형으로 라오스의 밀집수비를 뚫어내느냐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기존 4-2-3-1 대신 4-1-4-1 포메이션을 채택, 공격수 한 명을 늘리고 장현수(광저우 푸리)를 오른쪽 풀백으로 기용하고 정우영(빗셀 고베)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했다. 5년 만에 태극마크를 단 석현준(비토리아FC)이 원톱으로, 좌우 날개에 손흥민과 이청용(크리스털팰리스)을 배치하고 역삼각형의 중원에는 기성용(스완지시티)과 권창훈(수원)이 전진 배치했는데 모두 감독의 의도대로 움직여줬다. 전반에 돋보인 것은 홍철. 전반 9분 이청용의 선제 헤딩골과 12분 손흥민의 오른발 인사이드 슈팅 모두 그의 과감한 오버래핑이 만들어낸 것이나 다름없었다. 전반 30분 권창훈이 하프라인에서 날아온 패스를 받아 20여m의 절묘한 왼발 중거리슛으로 연결해 대표팀은 또 달아났다. A매치 데뷔한 수문장 권순태(전북)는 후반 5분에야 처음 공을 잡을 정도로 경기 흐름이 일방적이었다. 후반 10분 홍철이 또다시 왼쪽 골라인까지 치고 들어가 찔러준 패스를 석현준이 골키퍼 앞에서 살짝 방향을 틀어 A매치 데뷔골을 신고했다. 홍철은 ‘도움 해트트릭’을 완성했고, 석현준은 슈틸리케 감독이 발탁하면 곧바로 득점하는 ‘기분 좋은 징크스’를 이어갔다. 손흥민은 후반 28분 페널티지역 오른쪽 사각에서 때린 슛이 골망에 꽂히면서 멀티골을 기록했고, 5-0으로 앞선 2분 뒤에는 미드필드에서 장현수(광저우 푸리)가 골문 앞으로 건네준 크로스에 권창훈이 몸을 던지며 왼발을 갖다대 그물을 출렁였다. 후반 44분 손흥민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해트트릭을 완성하고 4분 뒤 이재성(전북)의 골까지 터져 해외파 셋과 국내파 둘이 어울린 8-0 완승을 매조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크게 이겼지만 경기내용도 좋았다“며 ”예상대로 상대가 10명 전원 수비를 했는데 우리가 침착하게 플레이를 펼쳤다“고 평가했다. 스티비 다비(60·영국) 라오스 감독은 “한국은 11명의 포뮬러원(F1) 드라이버들이 자동차 경주를 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완패를 자인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어느 날 문득 맞닥뜨린 질문, 슬픔과 증오… 인간 본성은?

    어느 날 문득 맞닥뜨린 질문, 슬픔과 증오… 인간 본성은?

    ‘선명한 서사’로 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던진 소설가 정용준(34)이 인간 본성을 심도 있게 파고들었다. 2011년 소설집 ‘가나’ 이후 4년 만에 낸 두 번째 소설집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문학동네)에서다. 첫 소설집 출간 이후 3~4년간 쓴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렸다. 표제작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를 비롯해 ‘474번’ ‘개들’ ‘안부’ ‘내려’ ‘미드윈터-오늘 죽는 사람처럼’ ‘이국의 소년’ ‘새들에게 물어보는 사람이 있네’ 등이다. 작가는 “몇 년간 뭔가에 시달렸거나 의문을 품었거나 골똘히 집중했던 것들을 썼는데, 인간 본성에 대해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 많았다”고 했다. “본성은 이미 나에게 주어진 것이다. 난 왜 이렇게 태어났을까, 내 피엔 왜 이런 습성이 배어 있는 걸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다가도 어느 날 문득 이런 질문과 맞닥뜨리게 될 때가 있다. 그 질문이 타고난 본성에 대한 회의를 품게 한다. 한 개인이 가장 큰 슬픔을 느끼는 건 본성대로 살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거나 자신의 본성이 싫어지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작품 곳곳에서 본성 때문에 스스로를 미워하거나 아버지를 증오하는 인물들을 접할 수 있다. 아무런 죄의식 없이 사람을 죽인 살인자의 이야기를 다룬 ‘474번’, 아내를 살해한 죄로 교도소에서 복역하다 불치병에 걸려 출소한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을 그린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가 대표적이다. 작가는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와 ‘474번’은 같은 계절에 같은 주제로 함께 쓴 작품”이라고 했다. “주인공들은 자신의 이런 점이 너무 싫은데 그것을 그토록 증오했던 아버지에게 물려받았다는 걸 인식하게 되면서 자신들을 미워하게 된다. 자신을 미워하는 것보다 슬픈 게 또 있을까. 그렇게 태어나버린 이들의 슬픔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인간의 본성을 가정과 사회, 두 측면에서 접근하기도 했다. “본성은 기본적으로 부모에게 물려받는다. 부모에게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일차적인 슬픔은 가정에서 일어난다. 사회 구성원으로 살 때는 본성을 더더욱 통제받는다. 게으르게 살지도 못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인간 본성은 극복해야 하는 문제라고 압박을 받는다. 사회의 모든 제도 안에서 개인은 억압을 받고 그 제도들과 싸우면 싸울수록 더욱 상처를 받을 뿐이다.” 군 의문사를 다룬 ‘안부’도 인상적이다. 작품 속 어머니는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규명하기 위해 장례를 치르지 않고 아들의 시신을 6~7년간 냉동실에 보관한다. “아무리 큰 사건·사고일지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본질은 퇴색하고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다. ‘세월호 참사’도 1년이 지났을 뿐인데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자녀를 잃은 부모들은 그대로인데, 본질은 하나도 변한 게 없는데, 사람들은 이제 그 이야기를 꺼내는 걸 지겹다고 여긴다. 이런 남겨진 이들의 슬픔과 쓸쓸함을 다루고 싶었다.” 2009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작가는 “소설이 좋다”고 했다. “아무 힘도 없는 문장 한 줄과 허구의 이야기가 나를 지키고 보호한다는 환상,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 내 곁에 서서 말을 들어주고 종종 대화도 나눈다고 믿는 망상과 어리석음, 이 모든 것들이 좋다. 소설이 세계를 바꿀 수는 없지만 사람은 바꾼다. 쓰는 자도 읽는 자도 바뀐다. 경험으로 깨달은 유일한 믿음이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국가직 7급 시험 어려웠다”… 한국사·헌법에 당락 갈릴 듯

    “국가직 7급 시험 어려웠다”… 한국사·헌법에 당락 갈릴 듯

    지난달 29일 치른 국가직 7급 공개경쟁채용시험에는 6만여명의 수험생이 몰려 평균 경쟁률 81.9대1을 기록했다. 올해 시험에서는 전체적으로 예년보다 까다로운 문제가 출제되면서 체감난도가 다소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출문제 영역에서 벗어나 지엽적이고 세부적인 문제가 출제된 한국사, 최신 판례와 함께 새로운 유형들이 등장한 헌법이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신문은 공무원시험 전문학원인 박문각 남부고시학원 강사들의 도움을 받아 과목별 출제 경향을 분석했다. [국어] 국어 과목은 지난해 7급 국가직 시험과 비교했을 때 다소 어렵게 출제됐다. 전체 20문항 가운데 문법 분야(품사론 2문항, 문장론 2문항, 의미론 1문항, 정서법 2문항, 어문 규정 2문항)에서는 9문항, 어휘 분야에서는 3문항, 독해 영역에서는 8문항(비문학 5문항, 문학 3문항)이 나왔다. 정채영 강사는 “한문이 포함된 문제, 시조를 제시하고 유사한 주제를 찾는 문제 등 난이도 조절을 위한 문제가 배치돼 있었다”며 “문법 분야에서 절반 정도가 출제된 것은 공무원시험의 특성을 잘 보여 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시험에서 문법 분야 출제가 강조되면서 앞으로도 수험생은 해당 부분을 중점적으로 학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독해 분야에서는 사실적 정보 확인, 글의 중심 내용 파악하기, 접속어의 쓰임, 추리 상상적 사고와 관련된 문제가 나왔다. 정채영 강사는 “특히 독해 분야는 전체적으로 지문이 길어지고, 주제도 다양해지는 경향”이라면서 “이러한 흐름에 맞춘 학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사] 이번 시험에서 수험생이 가장 까다롭다고 느낀 과목은 한국사다. 지난해 7급 시험에 비해 어렵게 출제됐으며, 지엽적이고 구체적인 역사적 사실이 4지선다형 보기에 포함됐다. 선우빈 강사는 “발해, 선덕여왕, 휴전 관련 문제 등 자칫 함정에 빠질 수 있는 문제가 많이 출제됐다”며 “가장 까다로웠다고 느꼈던 조선의 문화유산 문제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서 출제된 문제”라고 말했다. 아울러 종전 공무원시험의 틀에서 벗어나 수능형 문제, 공무원시험 문제,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문제가 골고루 출제되면서 수험생이 적잖이 당황했을 것으로 보인다. 시대사별로는 전근대사 13문항, 근현대사 7문항이 나왔고, 분야별로는 정치사 9문항, 경제사 3문항, 문화사 7문항, 종합 1문항으로 출제됐다. 선우빈 강사는 “시대별 주요 개념과 함께 구체적인 사실에 대한 학습까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강조된 시험”이라면서 “개념에 대한 완벽한 숙지를 바탕으로 공무원시험뿐 아니라 다른 분야의 한국사 시험까지 섭렵하는 학습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헌법] 헌법은 ‘역대 가장 어렵게 출제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높은 난도를 보였다. 특히 기존에 반복적으로 출제되던 주요 지문 대다수가 출제되지 않고, 지엽적인 판례가 많이 나왔다. 아울러 최신 판례도 수험생이 평소에 자주 보지 못한 생소한 지문 위주로 구성됐다. 수험가에서는 2017년부터 5급 공무원경쟁채용시험에 도입되는 헌법 과목 난도를 7급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난도 조절이 이뤄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조기현 강사는 “합격권의 수험생이라 할지라도 60~70점 이상의 점수를 얻기는 힘들 정도로 굉장히 어려웠다”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앞으로 학습 방향을 아예 지엽적인 판례 중심으로 설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조기현 강사는 “기존처럼 중요 판례 및 기출 지문 위주로 학습을 이어 가되 다양한 문제를 많이 풀어 보고, 헌법 관련 판례의 논리구조 등을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조언했다. [행정법] 행정법은 예년 수준의 난도로 문제가 출제된 데다 기출 문제의 핵심 개념이 다수 나왔다. 국어와 한국사, 헌법 과목이 어렵게 출제된 점을 감안하면 나머지 과목에서 실수한 부분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 난도였다는 평가다. 다만 법 과목의 특성상 헌법 과목의 난도가 높아지면 이와 연관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행정법 문제도 다소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본 핵심 개념과 기출문제, 최신 판례 학습으로 이어지는 정통 학습법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제학] 경제학은 지난해 시험에 비해 어려운 문제의 출제 비중이 늘어나면서 체감 난도도 상승했다. 함경백 강사는 “전체 20문항 가운데 19문항 정도는 기출 문제에서 나왔다”면서 “다만 계산 문제의 증가와 새로운 문제 유형의 등장으로 체감 난도는 높아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분야별로는 미시경제 7문항, 거시경제 10문항, 국제경제 3문항이 출제됐다. 계산 문제는 11문항이 출제돼 시간 부족을 겪은 수험생이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정답률이 낮고, 모든 지문을 다 검토해야 정답을 골라낼 수 있는 복수선택형 문제도 2문항이나 나왔다. [영어] 이번 시험에서는 대부분의 과목에서 까다로운 문제가 많아지면서 체감난도가 높아졌지만, 영어와 행정학은 평이한 수준으로 출제됐다. 영어를 가르치는 이동기 강사는 “수월하다고 여길 정도로 쉬운 문제는 아니었지만, 특별히 까다로운 문제 없이 적절한 난도”라고 분석했다. 다만 독해 분야에서 일치·불일치 유형, 빈칸 문제, 글의 일관성을 묻는 문제 등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 유형들이 나오면서 시간부족을 겪은 수험생이 다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험은 독해 분야에서 10문항, 문법분야 5문항, 어휘·표현 3문항, 생활영어 2문항이 출제됐다. 특히 문법 분야는 지난 시험까지 높은 난도를 보였지만, 올해 시험은 수동태, 분사선택 등 기출 문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나왔다. 이동기 강사는 “최근 공무원 영어 시험에서는 어휘, 문법, 생활영어 분야는 기출 문제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독해 분야는 지문이 길어지거나 어려운 어휘가 등장하는 등 난도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험을 준비 중인 수험생은 앞으로 이러한 경향을 감안한 대비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행정학] 행정학 역시 기출 문제 또는 기출 변형문제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신용한 강사는 “꾸준히 학습한 수험생이라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거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행정학은 정책론 4문항, 인사행정론 4문항, 총론 3문항, 조직론 3문항, 재무행정론 3문항, 정보화사회와 행정, 행정환류, 지방행정론에서 각 1문항씩 나왔다. 구체적으로는 관료제 모형, 앨리슨 모형, 점증모형, 민영화 직위분류제 등 그동안 계속 출제돼 왔던 개념이 대부분이었다. 신용한 강사는 “새롭게 출제됐다고 볼 수 있는 빅데이터 문제는 ‘정부 3.0’ 연관 문제로 최근 정책과 개정 내용을 살펴봤다면 충분히 풀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신경숙 표절” 그리고 “세대교체”… 문학동네는 창비와 달랐다

    지난 6월 소설가 신경숙씨의 표절 논란이 불거진 이후 ‘문학권력’의 한 축으로 비판받은 출판사 문학동네가 3개월여의 침묵을 깨고 고강도 쇄신책을 내놨다. 강태형 대표와 원년 편집위원들의 동반 퇴진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계간 ‘문학동네’ 가을호에도 신씨의 단편 ‘전설’은 일본 극우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명백히 표절했다고 밝힌 뒤 한국문학이 나아갈 길을 진지하게 모색했다. 신씨 표절 논란의 진원지이자 문학권력의 또 다른 한 축인 창비가 변명과 모르쇠로 일관한 것과 상반된 모습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문학동네 관계자는 1일 “강 대표와 계간 ‘문학동네’ 1기 편집위원인 남진우, 류보선, 서영채, 신수정, 이문재, 황종연이 다음달 주주총회를 통해 물러나기로 했다”며 “편집위원들은 올해 계간지 겨울호 편집까지 책임진 뒤 퇴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1세대 퇴진 얘기는 지난해 ‘문학동네’ 창간 20주년을 맞아 나왔었지만 2세대가 자랄 수 있는 토양을 한두 해 더 다진 뒤 그만두기로 했었다”며 “신씨 표절 논란이 불거진 뒤 1세대는 물론 강 대표까지 물러나기로 했다. 신씨가 1세대와 함께 커 온 만큼 이번 표절 사태는 1세대에서 해결하자는 의미에서 ‘문학동네’ 겨울호까지 책임지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학동네는 이날 발간한 ‘문학동네’ 가을호에서 ‘비평 표절 권력’ 특집을 마련했다. ‘비평’ 부문에선 김병익·도정일·최원식 평론가가 한국문학 비평의 현실을 분석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지적했고 ‘표절’ 부문에선 장은수 평론가가 표절 행위 재발 방지, 표절 판단 기준 등을 점검했다. ‘권력’ 부문에선 젊은 작가들인 김도언·손아람·이기호·장강명과 신형철 ‘문학동네’ 편집위원이 ‘한국 문단의 구조를 다시 생각한다-작가들의 시선으로’를 주제로 좌담을 했다. 권희철 ‘문학동네’ 편집위원은 ‘눈동자 속의 불안-2015년 가을호를 펴내며’에서 “‘전설’과 ‘우국’의 문제 된 대목이 너무 유사하기 때문에 신씨가 ‘전설’ 집필 전에 ‘우국’을 읽은 바 있고 그 가운데 일부 문장을 차용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더 분명히 말하자면 ‘전설’은 ‘우국’의 표절이다. ‘우국’의 일부 문장들을 별다른 표시 없이 거의 그대로 차용한 것, 그리고 이에 대한 문제 제기를 제대로 검토해 보지도 않고 즉각 반발한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라고 밝혔다. 또 “15년 전 정문순 평론가가 표절 문제 제기를 했을 때 소홀히 넘긴 것에 대해 나를 비롯한 어떤 평론가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당시의 문제 제기를 진지하게 검토하지 못한 것이 문학동네 편집위원들에게는 뼈아픈 대목”이라고도 반성했다. 반면 계간 ‘창작과비평’ 백낙청 편집인과 백영서 편집주간은 전면에 나서 신씨를 옹호했다. 백 편집주간은 ‘창작과비평’ 가을호 ‘책머리’에서 문제 된 대목을 ‘표절’ 대신 ‘문자적 유사성’이라고 설명하면서 “의도적 베껴 쓰기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항변했다. 백 편집인은 지난달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의도적인 베껴 쓰기, 곧 작가의 파렴치한 범죄 행위로 단정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고 한 데 이어 31일엔 “일부러 베껴 쓰지 않고는 절대 나올 수 없는 결과라고 보는 문학관, 창작관에는 원론적으로도 동의하기 어렵다”며 기존 입장을 더욱 확고히 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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