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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힙합으로 배우는 영어회화…부산 3월부터 학교방송

    청소년에게 인기가 있는 힙합 춤과 함께 영어회화를 배우는 프로그램이 부산지역 초·중·고교에 보급된다. 부산시는 21일 글로벌 인재 육성과 외국어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영어방송재단, 부산시교육청과 함께 전국 처음으로 학생 맞춤형 영어회화 교육프로그램을 제작해 각급 학교에 보급한다고 밝혔다. 이번 영어회화 교육프로그램인 ‘힙합 잉글리쉬’는 힙합을 영어교육에 접목해 영어회화의 흥미를 유도하는 프로그램이다. 콘텐츠는 상·중·하 수준에 따라 30편씩 학기당 90편을 제작한다. 학교와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는 문장과 쉽게 쓰이는 표현을 주로 다뤄 초·중·고교생 모두 쉽게 배울 수 있다. ‘힙합 잉글리쉬’는 부산영어방송(FM 90.5과 103.3MHz)에서 다음 달 6일부터 매일 점심때를 활용해 6분가량 각급 학교방송으로 내보낼 예정이다. 학교 사정에 따라 편리한 시간에 방송을 활용할 수 있도록 영어방송재단 홈페이지(www.befm.or.kr)에 별도 배너도 마련한다. 전체 프로그램 우수학습자를 대상으로 상·하반기 결선대회를 열어 영어 힙합왕도 선발한다. 부산시는 2015년부터 방과 후 영어집중교육과 다중언어교육 프로그램을 매년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부산글로벌빌리지와 함께 초등학생 대상 ‘글로벌 부산 영 리더’ 양성사업을 벌이고 있다. 최홍석 시 교육협력담당관은 “교육청, 영어방송재단, 영어마을인 글로벌빌리지 등 관련 기관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학생들의 외국어 의사소통 능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지속 발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아시아나 홈피 해킹… 고객 정보 유출은 없어

    새벽부터 6시간 넘게 발권 불편 아시아나항공 홈페이지가 해킹 공격을 받아 접속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사고가 발생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고객들의 개인정보 유출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은 20일 새벽 해커들의 공격을 받으면서 인터넷 홈페이지와 모바일웹 등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새벽 4시 35분부터 아시아나항공 홈페이지에는 ‘정의도 평화도 없다’는 문구와 함께 “아시아나항공에는 유감이지만, 알바니아가 세르비아인들에게 저지른 범죄를 세계가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해커의 메시지가 영문으로 게재됐다. 해커들은 또 “코소보 프리슈티나에 ‘뉴본’이라는 기념비가 있다. 이 기념비는 과거는 잊고 평화와 함께 새로 시작하자는 의미”라는 문장을 비롯해 알바니아를 비난하는 내용의 글을 함께 올렸다. 자신을 ‘Kuroi’SH and Prosox’라고 소개한 해커들은 “세르비아는 잊히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알바니아와 세르비아는 2008년 독립선언을 한 코소보 지역을 두고 분쟁을 겪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오전 11시쯤 홈페이지 복구를 완료했다. 홈페이지가 6시간 넘게 마비되면서 인터넷으로 예약·발권을 하려던 고객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회사 홈페이지가 직접 해킹을 당한 것이 아니라 도메인 관리업체가 공격을 받아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고객들의 개인정보 등은 유출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동아출판㈜ 두클래스, 초등 수준별 영어학습 서비스 오픈

    동아출판㈜ 두클래스, 초등 수준별 영어학습 서비스 오픈

    교사대상 무료 수업자료지원 사이트인 동아출판㈜의 ‘두클래스’가 초등 수준별 영어학습 서비스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72년 전통의 교육출판 전문 기업인 동아출판㈜가 운영하는 ‘두클래스’는 초∙중·고 교사에게 수업에 필요한 각종 학습 자료를 무료로 제공해주는 사이트다. 두클래스에는 전학교급의 과목별, 학년별, 단원별 자료가 풍부하게 제공되어 교사들의 수업준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주요 메뉴로는 스마트교과서, 교수학습자료, 문제은행, 교과자료실, 창의적 체험활동, 자유학기제 등이 있다. 두클래스는 지난해 말 2015 개정교육과정 서비스 오픈을 통해 과목별 상세 안내 및 집필진의 인터뷰를 제공하였고 2월부터는 초등 수준별 영어학습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번 서비스는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실력 향상을 돕는 영어 학습 프로그램을 수준별로 지원한다. 교사들은 이 서비스를 이용해 Phonics 기초의 Level 1부터 예비중등(6학년) 대상 Level 8까지 총 8단계의 세분화된 맞춤형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파트별 강화학습법, 재미있는 이야기로 이루어진 e-book, Key expressions(주요 문장)으로 꾸며진 Song & Chant, 그리고 교실에서 구현하기 간편하고 흥미로운 100개의 Activity Play가 제공된다. 또한 두클래스는 초등 수준별 영어 학습 서비스 오픈을 기념하여 댓글 작성 이벤트도 진행한다. 가장 주목되는 초등 영어 콘텐츠 한 가지를 선정 하여 댓글로 공유하면 50명을 선정,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케이크 상품권을 증정한다. 이번 이벤트는 다음 달 3월 3일까지 진행하고, 3월 9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당청자를 발표한다. 한편 이외에도 두클래스는 매월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이벤트를 제공할 계획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아시아나항공 홈페이지 해킹…“고객정보 유출 없어·복구 시간 걸려”

    아시아나항공 홈페이지 해킹…“고객정보 유출 없어·복구 시간 걸려”

    아시아나항공 홈페이지가 20일 새벽 해킹 공격을 받아 홈페이지 접속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인터넷 홈페이지와 모바일 웹으로 항공편을 발권·예약하거나 확인하려는 고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이날 오전 4시 30분쯤부터 아시아나항공 홈페이지는 원래 홈페이지 화면 대신 검은 복면을 쓴 사람의 그림과 함께 검은색 배경 화면이 나온다. ‘정의도 평화도 없다’(NO JUSTICE, NO PEACE)는 문구와 함께 “아시아나항공에는 유감이지만, 알바니아가 세르비아인들에게 저지른 범죄를 세계가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해커의 메시지가 영어로 나와 있다. 해커들은 자신을 ‘Kuroi’SH and Prosox‘라는 이름으로 소개하면서 “세르비아는 잊히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또 “코소보 프리슈티나에 ‘뉴본’이라는 기념비가 있다. 이 기념비는 과거는 잊고 평화와 함께 새로 시작하자는 의미”라는 문장을 비롯해 알바니아를 비난하는 내용이 욕설과 함께 적혀 있다. 알바니아와 세르비아는 코소보 지역을 두고 분쟁을 겪었으며, 2008년 코소보가 독립을 선언했으나 세르비아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회사 홈페이지가 직접 해킹당한 것이 아니라 도메인네임시스템(DNS)을 관리하는 외주 웹호스팅 업체가 공격을 받아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고객 개인정보 등 자료는 유출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DNS는 웹 주소를 숫자로 된 실제 IP로 바꿔주는 기능을 한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홈페이지를 완전히 복구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이번 사안을 신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권 발권·예매 등 온라인 서비스는 모두 중단된 상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헌책방 주인장의 유쾌한 책 박물관] <1> 여성잡지 ‘엘레강스’

    [헌책방 주인장의 유쾌한 책 박물관] <1> 여성잡지 ‘엘레강스’

    헌책방에서 잠자던 옛 책을 발굴해 그 시대의 문화상을 발랄하고 경쾌하게 조명하는 새 연재물 ‘헌책방 주인장의 유쾌한 책박물관’이 격주로 독자들과 만납니다. 세월의 간극을 뛰어넘어 지금의 우리들도 충분히 곱씹어 볼 만한 문화의 자취를 느껴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영국 작가 루이스 캐럴을 좋아해 그의 작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패러디한 책방을 연 윤성근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대표는 ‘탐서의 즐거움’, ‘내가 사랑한 첫 문장’, ‘나는 이렇게 읽습니다’를 쓴 자칭 애서가이자 활자 중독자입니다.오래된 책들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보아 넘길 게 없다. 그중에서도 내게 특별한 것이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흔하게 보던 대중잡지다. 대중잡지는 당시 문화와 시대상을 가장 잘 보여 주는 매체다. 특히 텔레비전이 보편화되기 전인 1980년대 이전 잡지는 사건 사고에서부터 정치, 경제, 문화, 연예계 이야기는 물론 가벼운 가십거리까지 꽉꽉 들어차 있어 시대의 축소판이라고 부를 만하다. 지금도 서점에 가면 이런저런 잡지들이 많은데 멀티미디어 매체라는 게 아예 없었던 당시에 잡지의 힘이란 그야말로 대단했다. 얼마 전 가끔 들르는 책 경매장에서 ‘엘레강스’라는 여성 잡지가 한 권 출품되어서 구입했다. 평소에 옛날 잡지를 좋아하는 내게 1960~70년대에 나온 대중잡지는 무엇보다 반가운 책이다. 이날 구입한 잡지는 1976년 6월호로 잡지 제목 위에 “미혼여성·여대생의 잡지!”라는 문구가 쓰인 걸로 봐서 젊은 여성을 주 독자층으로 겨냥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이 잡지를 발행한 곳은 ‘주부생활사’다. 주부생활사는 1960년대부터 여성 독자를 위한 책을 많이 출판한 곳이다. 펴낸 책 대부분은 각종 음식 만드는 방법, 집안 살림, 옷 만들기, 육아, 꽃꽂이 등에 관한 것으로 그 당시 여성이 알아야 할 지식이 대체로 어떤 분야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미혼 여성 ‘신부수업’ 받던 그 시절 확실히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여성은 ‘결혼해서 살림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컸다. ‘신부수업’이라는 말도 자연스럽게 쓰던 때였다. 몇 년 전에 ‘지리산’, ‘관부연락선’ 등으로 잘 알려진 소설가 이병주의 칼럼 모음집 ‘1979년’을 봤는데 여러 글들 중에서 “여자는 대학을 나와야 하는가”라는 것도 있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작가가 1970년대에 쓴 글을 모은 것이기 때문에 당시 사회 분위기가 어땠는지 엿볼 수 있다. 작가는 여성이 대학 교육을 받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다. 이에 더해서 강한 목소리로 여성에게 고학력은 아무 쓸 곳이 없을 뿐 아니라 취직하는 것에도 걸림돌이라고 말한다. 작가가 잘못된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기보다는 당시 사회가 그랬다. 문화, 사회, 경제 등 거의 모든 분야를 남성이 움직이고 있었으니 여성의 존재는 그만큼 보잘것없는 것이었다. 1960년대 이전으로 내려간다면 이런 분위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197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 대중들 반응에 가장 민감한 매체인 영화만 보더라도 1960년대에는 말하자면 신성일의 시대였다. 영화 내용도 사나이들의 모험과 의리 같은 것을 그린 내용이 많았지만 1970년대에 히트한 영화들은 대개 이야기 중심에 여성이 있었다. 최인호 소설을 각색한 ‘별들의 고향’(1974)을 보기 위해 46만명이 영화관을 찾았다. ‘영자의 전성시대’(1975)와 ‘바보들의 행진’(1975), ‘겨울여자’(1977)도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히트 영화가 유명한 원작 소설들과 짝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유행 때문이었는지 인기 소설가와 젊은 영화감독들은 연예인 못지않게 인기를 누렸다. 문화를 즐기는 계층은 남성 중심에서 여성 쪽으로 조금씩 무게가 이동했다. 자연스레 대학생 또는 사회에 진출한 젊은 여성을 위한 잡지도 늘어났다. ‘엘레강스’ 1976년 6월호 목차를 살펴보면 문화에 누구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여성 독자를 겨냥해서 인기 있는 소설과 영화, 외국에서 유행하는 팝송 소개 등으로 지면을 구성했다. 여성 예술가로 해외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은 천경자 화백의 작품 설명과 컬러 화보가 잡지 앞쪽에 실렸다. #독자 참여 방식으로 차별화 전략 또 하나 특별한 점은 당시에 나왔던 여러 여성 잡지에 대한 차별화 전략으로 일반 독자를 잡지에 직접 참여하게 유도했다는 것이다. 이번 호 표지를 장식한 모델은 인기 연예인이 아니다. 올해 스물네 살이 된 박옥경씨로 고려대 의대 간호학과에 재학 중이다. 취미는 스포츠이고 장래 꿈은 선장(船長)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 덧붙여 편집부는 박옥경씨를 “나이팅게일을 꿈꾸는 대학가의 주인공”이며 “안 보고도 데려간다는 셋째 딸” 이라고 설명한다. 멋진 설명인 것 같지만 가만히 읽어 보니 좀 이상하다. 여성을 위한 잡지라고는 하지만 설명은 ‘남성이 원하는 여성상’이다. 이런 모습은 남성이 문화 소비의 중심이던 사회 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아이러니하게도 여성 잡지에 실린 주요 콘텐츠도 남성들이 지면을 채웠다. ‘엘레강스’ 1976년 6월호를 보면 최인호, 고은, 박두진 등 유명 작가들이 쓴 칼럼이 곳곳에 배치되었고 잡지 끝부분에는 조해일, 이동하 작가의 연재소설이 실렸다. 이 잡지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한 기사는 “청춘파(靑春派) 감독이 말하는 영상 속의 미혼의식(未婚意識)”인데 이 역시 남성 감독 두 명과 인기 소설가 한 명의 좌담회를 글로 풀어 옮긴 것이다. 사실은 내가 경매에서 이 잡지를 구입한 이유가 바로 이 흥미로운 좌담회 때문이다.좌담회에 참석한 이들은 다음과 같다. ‘별들의 고향’을 히트시킨 이장호 감독, ‘영자의 전성시대’를 연출한 김호선 감독, 그리고 소설가로도 인기를 누렸지만 1968년에는 대종상 각본상을 거머쥐며 영화 쪽에도 재능을 인정받은 김승옥 작가 이렇게 세 명이다. 1970년대 중반은 청춘 영화의 시대였으니 두 히트 감독과 이들의 영화를 각색한 소설가를 섭외하는 기획은 참신하다. 그리고 잘나가는 세 남성을 모셔 놓고 요즘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지금이라면 고개가 갸우뚱할 일이지만 그때는 이 특집 좌담회 기사를 읽기 위해 잡지를 구입했을 사람들도 꽤나 있었을 것이다. 좌담회 기사 부분을 펼치면 우선 세 참석자가 한 곳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진이 큼직하게 한쪽을 차지한다. 이장호, 김호선 감독은 손질을 언제 한 건지 알 수 없는 더벅머리이고 사진 왼쪽으로 정면 얼굴이 나온 사람이 김승옥 작가다. 손가락에는 담배를 끼우고 턱을 괸 상태로 두 감독 쪽을 바라보는 모습인데, 멋지게 나온 사진이라서 좌담회 이후에 이 사진은 김승옥 작가의 공식 프로필 사진처럼 여기저기서 다시 쓰이게 된다.#결국 남성이 원하는 여성상만 알려줘 이야기는 대부분 두 감독들이 중심이 되어 진행되고 김승옥 작가는 사회자 격으로 좌담회 흐름을 이끌어 간다. 먼저 나오는 이야기는 참석자 세 명이 감명받은 영화중에 인상 깊은 여성상을 담고 있는 작품을 꼽는 것이다. 두 감독은 ‘초원의 빛’, ‘젊은이의 양지’, 김승옥 작가는 아일랜드 영화 ‘라이안의 처녀’를 예로 들었다. 그다음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그러면 우리나라 영화에서는 어떻게 미혼 여성의 이미지를 다룰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서로 나눈다. 놀랍게도 두 감독은 약간씩 방향은 다르지만 더욱 강하고 독립적인 여성을 창조하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낸다.그러나 이 사회 구조는 아직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좀처럼 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니 이들 젊은 예술가들의 시도는 번번이 좌절될 수밖에 없었다. 김호선 감독은 “이미 사회 통념상 묵인되어 있는 사실을 영화화하면 꼭 부도덕하다는 비난이 들어온단 말이에요”라며 한탄한다. 이에 김승옥 작가는 “편견을 타파하도록 꾸준히 해보는 것, 이게 우리의 할 일이겠죠” 하면서 희망을 이야기한다. 이어서 그는 여성들이 앞으로 더욱 힘을 내서 이 시대를 이끌어 나가라고 주문한다. 두 감독에게도 “수많은 여자들이 삶의 보람을 찾으면서 살아가는 생, 그 자체의 모습이 영화 속에서 리얼하게” 나타나도록 연출해 달라고 당부한다. 지금이야 당연하게 들리는 말이지만 1970년대 우리 사회 모습을 생각해 보면 참으로 앞서나간 지식인다운 면모다. 이로부터 시대는 많이 흘렀고 지금 ‘엘레강스’같은 여성 잡지를 펼쳐 보면 내용이 유치하다며 쓴웃음을 짓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여성들은 끊임없이 힘을 내왔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제목에서부터 우아함을 내세운 ‘엘레강스’도 몇 년 후에는 시대의 흐름에 맞도록 ‘여성자신’으로 이름을 바꾸게 된다. 변화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몇십 년이 지난 후에 또 다른 누군가도 지금 우리들이 살았던 모습을 보고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길 수 있다. 옳고 그른 문제는 당장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이 시대를 반성하며 변화하려고 노력했는지, 그것이 미래의 독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작은 실천이라 믿는다. 윤성근 이상한나라의헌책방 대표
  • 동네 맛집+마트… 유통업계 “뭉치니 떴다”

    동네 맛집+마트… 유통업계 “뭉치니 떴다”

    오늘 2·3호점 오픈… 10개로 확대 이마트도 ‘강남고로케’ 2종 출시 대형마트가 지역 맛집과 손잡고 내놓은 상품이 시장에서 잇따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중소상점과의 상생과 매출 상승이라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두면서 유통업체들이 이 같은 협업을 점차 확대하는 추세다.롯데마트는 지난해 10월 서울 중계점에 문을 연 청년식당 1호점 ‘차이타이’의 지난 3개월 동안 월평균 매출이 기존 중식코너에 비해 26.5% 증가했으며 방문객 수도 33.6% 늘었다고 19일 밝혔다. 특히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중계점 푸드코트의 월평균 매출과 방문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1%, 14.6% 신장하는 등 차이타이의 흥행이 푸드코트 전체의 인기를 견인했다는 설명이다. 청년식당은 롯데마트가 외식 분야 청년창업 육성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역 맛집을 선정해 마트 푸드코트에서의 매장 운영 기회와 메뉴 개발, 고객 응대 등의 컨설팅을 제공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조영준 롯데마트 MS(Meal Solution) 부문장은 “돈가스, 냉면, 분식 등 평범한 메뉴 위주였던 푸드코트에 나시고랭 볶음밥 등 청년창업가들의 아이디어 메뉴가 등장한 게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며 “마트와 창업가에게 윈윈이 되는 만큼 프로젝트를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20일 청년식당 2호점 ‘팬 투 디쉬’와 3호점 ‘충무로’를 경기 평택점과 부산 동래점에 각각 오픈하는 것을 비롯해 올해 안에 청년식당을 10개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이마트도 올해 첫 ‘맛집 컬래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수제고로케 맛집인 ‘강남고로케’와 손잡고 전자레인지 조리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피코크 강남고로케’ 2종을 출시했다. 강남고로케는 2013년 서울 강남역 11번 출구 인근의 작은 가게에서 출발해 기름지지 않은 고로케로 유명세를 탄 맛집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강남고로케의 손맛을 똑같이 구현해 내기 위해 2년 동안 연구·개발에 공들였다”고 말했다. 앞서 이마트가 홍대의 유명 짬뽕 맛집 ‘초마’와 합작한 ‘피코크 초마 짬뽕’도 지난해 22만개가 판매돼 피코크 전체 상품 5위를 기록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소규모 지역 맛집이 전국적으로 입소문이 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은 대형마트가 지역 맛집을 선보이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북마크] ‘책 읽기’가 막막한가요…당신을 위한 어떤 조언

    이 책에 눈길이 간 건 이 문장 때문이었습니다. “현실은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우리에게 아낌없이 찬물을 끼얹는다.” 대만 작가로, 중화권의 대표적 지식인인 탕누어의 신간 ‘마르케스의 서재에서’(글항아리)의 한 구절입니다. 당대의 시대상을 짚거나 어떤 통찰에서 나온 말은 아닙니다. 자신을 ‘프로 독서가’로 자부하는 그가 독서가 얼마나 어려운지 그 나름대로 불평한 글이거든요. 책 담당 기자인 저도 보탤 말은 있습니다. 친애하지만 (무척) 시끄러운 (혹은 활기찬) 신문사 편집국의 이웃 부서 동료들과 수시로 울려 대며 사유를 방해하는 사무실 전화와 휴대전화 문자, 톡 등 ‘스마트한 방해꾼’들은 독서가 ‘업무’인 제게는 불친절한 존재들입니다. 네. 썩 잘 쓰지도 못하는 제 서평 기사에 대한 핑계입니다. 전쟁터에서도 베개 밑에 넣어 둔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를 읽었다는 알렉산더 대왕과 비교할 바가 아니지요. 탕누어의 책은 ‘우리가 독서에 대하여 생각했지만 미처 말하지 못한 것들’이라는 부제대로 책 읽기에 대한 그의 사유와 지혜를 담은 일종의 독서론입니다. 다음 증상을 가진 분은 손드세요. 1. 책을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2. 읽은 책이 기억나지 않아요. 3. 책을 어떻게 고르죠. 탕누어는 1번 증상에 대해 그게 책의 본질이라고 말합니다. 책은 태어나기를 이질적이고 생소한 세계의 군집이며, 마치 9일 만에 7개국을 돌아보는 ‘초저가 해외여행’처럼 곧잘 방향감각을 잃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문득 깨달음이 올 때까지 기다려 보라고 합니다(물론 맘 떠난 여인처럼 안 올 수도 있어요). 2번. 그는 흰 건 종이고 검은 건 글자인 책은 고도의 사유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읽는 순간 자동으로 몸에 기억된다고 말합니다. 이른바 “무자비한 힘”입니다. 3번 답변은 “다음 책은 지금 이 순간 읽고 있는 책 속에 있다”입니다. 독서는 “끊임없는 동류(同類)의 호명과 확장”이라는 그의 생각, 그럴듯하지 않나요. 그의 조언이 독서를 부담스럽게 여길지 모를 여러분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편안하게 만들면 좋겠습니다. 지난달 출간된 일본의 지성 다치바나 다카시가 쓴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문학동네)도 추천합니다. 아시아 두 지성의 닮은 듯 다른 독서론을 음미할 수 있습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인사]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일반행정정책관 김영수△개발협력정책관 박진호△성과관리정책관 정훈△정무기획비서관 정영주△정무운영비서관 전영창△주한미군기지이전지원단 부단장 류형석△영유아교육보육통합추진단 부단장 장영현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 조용만△재정관리국장 이승철 ■미래창조과학부 ◇고위공무원 승진△국립중앙과학관 전시연구단장 배정회◇고위공무원 전보△국립외교원 교육훈련 오용수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중앙박물관 전주박물관 학예연구실장 신상효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 채규하◇일반직 고위공무원 승진△기업거래정책국장 정진욱◇국장급 전보△대변인 신영호△시장감시국장 신봉삼◇과장급 전보△기획재정담당관 송상민△경쟁정책과장 고병희△기업집단과장 남동일△시장감시총괄과장 김정기△국제카르텔과장 안병훈 ■중소기업청 △생산기술국장 조주현 ■기상청 ◇3급 과장 교육 파견△국립외교원 글로벌리더십과정 손승희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원장 이교봉 ■서울문화재단 △감사실장 김영호△제휴협력실장 김홍남△경영기획본부장 김해보△기획조정팀장 김필국△인사팀장 정일한△IT홍보팀장 이규승△정책연구팀장 남미진△경영기획본부 전문위원 오진이△창작지원팀장 이정연△서울연극센터 매니저 백승우△서울무용센터 매니저 윤나영△금천예술공장 매니저 김희영△연희문학창작촌 매니저 한혜인△잠실창작스튜디오 매니저 서민지△지역문화본부장 직무대리 한지연△지역문화팀장 이현아△생활문화사업팀장 최중철△생활문화교류팀장 최문성△시민청 매니저 최정필△서울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팀장 박상혁△서서울예술교육센터 매니저 강득주△극장운영팀장 직무대리 도재형 ■보험개발원 ◇이사대우 승진△생명·장기손해보험부문장 오창환 ■광동제약 ◇전무이사△식품연구개발본부장 구영태
  • 할 말 잃은 삼성 “재판서 진실 밝혀지도록 최선”

    임직원들 당혹 “일이 손에 안 잡혀” 법무팀 전열 재정비해 재판 총력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새벽 구속되자 내심 기각을 기대했던 삼성 임직원들은 충격에 빠졌다. 삼성은 구속 결정 두 시간여 뒤 “앞으로 재판에서 진실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단 한 문장의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냉정함을 잃지 않고 이 부회장의 무죄를 입증해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너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접한 삼성 임직원들은 ‘멘붕’(멘탈 붕괴)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구속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삼성 계열사의 한 임원은 “직원들이 동요하지 않고 자기 일에 전념하도록 당부했지만 신경을 안 쓴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라면서 “당분간 근로 의욕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이 이날 오전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이 부회장을 찾았지만 피의자 신분이라 면회는 성사되지 못했다. 함께 간 미래전략실 인사팀 상무만 이 부회장을 만났다. 삼성은 “불구속이 최선이었지만 구속이 된 이상 남은 건 무죄를 밝히는 길밖에 없다”면서 재판에서 총력전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우선 성열우 삼성 법무팀장(사장)을 중심으로 전열을 재정비한다. 삼성은 지난 16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낸 송우철 변호사를 비롯해 고검장을 지낸 조근호 변호사 등 정예부대를 이끌고 방어에 나섰지만, 결국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영장실질심사는 예선전에 불과한 만큼 본선(재판)에서 무조건 승리를 이끌어 내겠다는 각오다. 삼성은 그동안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한 순환출자 해소,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과정에서 불거진 특혜 의혹, 중간금융지주회사법 로비 의혹 등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삼성으로서는 반(反)삼성 정서도 풀어야 할 숙제다. 지난달 19일 이 부회장의 구속 영장이 기각됐을 당시 “법원이 재벌 편을 들어줬다”며 최고조에 올랐던 반삼성 여론이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삼성이 억울해하는 것도 이 지점이다. 결국 구속이 됐는데도 여론은 삼성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어서다. 삼성 관계자는 “쇄신안을 내놓겠다고 한 적이 없는데 외부에서는 기정사실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의 한 인사도 “특검이 아무리 ‘삼성 특검’이 아니라 해도 2008년 당시(삼성 비자금 수사)와 다를 바 없다”면서 “특검이 삼성을 몰아세울수록 여론도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슈퍼맨이 돌아왔다’ 승재, 영재성 검사서 ‘상위 0.1%’ 결과

    ‘슈퍼맨이 돌아왔다’ 승재, 영재성 검사서 ‘상위 0.1%’ 결과

    젝스키스 전 멤버인 고지용의 아들 승재가 남다른 지적 능력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16일 KBS2 예능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 측은 오는 19일 본 방송에 앞서 승재네 티저 영상을 공개했다. 승재는 동물 인형을 줄세우던 중 뱀 인형을 집으며 “얘는 파충류”라고 말했다. 26개월의 언어 구사력이라고 하기엔 놀라운 모습이었다. 이어 고지용이 “(파충류에) 뱀 밖에 없어?”라고 묻자 승재는 “악어도 있어”라고 답했다. CCTV를 통해 이를 보던 전문가는 “놀랍네요. 거의 영재 수준인데요? (영재) 검사 한 번 할까요?”라고 말했다. 이어 진행된 검사에서도 승재는 단어가 아닌 문장력을 구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는 승재의 영재 검사 결과를 설명하며 “상위 0.1%”라고 말해 고지용을 놀라게 했다. 한편, KBS2 예능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19일 오후 4시 50분에 방송된다. 사진=네이버TV 동영상 캡처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인사]

    ■국토교통부 △철도건설과장 임종일 ■해양수산부 ◇부이사관 승진△원양산업과장 강인구◇국장급 전보△감사관 류재형△국립해양조사원장 이동재◇국장급 교육파견△국립외교원 박경철 ■중소기업청 ◇과장급 승진△광주전남지방중소기업청 창업성장지원과장 이청일◇과장급 전보△소상공인지원과장 유환철△기업혁신지원과장 엄진엽△강원지방중소기업청장 정영훈△경남지방중소기업청장 김정일 ■특허청 △상표심사1과장 김경욱 ■부산항만공사 △첨단항만실장 박호교△건설실장 민병근△정보보안부장 구도형△첨단항만부장 최재옥△항만시설부장 최중현△개발사업실장 직무대행 김병수△조사분석실장 이영재△해양산업클러스터부장 박중국△법무TF장 홍주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농촌정책연구본부장 송미령△농식품정책성과관리센터 규제영향평가팀장 우병준△글로벌협력연구본부 FTA이행지원센터장 정민국△농업관측본부장 황의식△모형·정책지원실장 한석호△곡물실장 김종진△기획조정실장 박준기△예산경영전략팀장 한천희△경영지원실장 김동원△총무인사팀장 김병철△재무회계팀장 한우석△시설관리팀장 강명환△감사실장 심긍섭 ■한국능률협회 ◇이사 승진△고객서비스부문장 김병현 ■중앙대 △자연과학대학장 겸 공동기기센터장 이종찬△창의ICT공과대학장 최영완△약학대학장 황완균△경영전문대학원장 김동순△생명공학대학장 류범용△미디어센터장 이무열△대학원 부원장 황장선 ■충청대 △부총장 손세원△교학처장 배연성△입학처장 조성철△평생직업교육처장 이은욱△평생직업교육실장 김준환 ■건양대병원 △홍보실장 김종엽△적정진료관리실장 김철중△교육수련부장 문주익△신장내과장 윤세희△흉부외과장 류한영△영상의학과장 황철목△정신건강의학과장 김승준△간호부장 이혜옥△대외협력실장 이규진
  • 겨울 별미 가득한 울진은 지금…선홍빛 꿀벅지 천국

    겨울 별미 가득한 울진은 지금…선홍빛 꿀벅지 천국

    늘 먹거리가 풍성한 바닷가 마을에도 계절 별미는 따로 있기 마련이다. 울진도 그렇다. 겨울 북풍 맞으며 살을 찌운 대게와 붉은대게(홍게) 등이 제철을 맞았다. 고등어 느리미 같은 토속 음식도 맛볼 기회다. 식도락가들이 이를 외면하랴. 울진의 겨울은 그야말로 성찬의 시기다.# 찜으로는 대게… 탕으로는 홍게 등허리 긁어 손 안 닿는 곳이 울진이랬다. 그만큼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제는 이 문장도 다소 수정돼야 하지 싶다. 상주~영덕 간 고속도로가 뚫렸고, 남삼척 나들목이 생긴 덕에 동해고속도로를 이용해 강원도 쪽에서 접근하는 것도 한결 빨라졌다. 게다가 영주, 봉화 등을 거쳐 오는 36번 국도 역시 난공사 구간이 거의 마무리되고, 울진 관내 일부 구간만 남겨둔 상태다. 접근이 수월해지니 아쉬운 것들도 하나둘 생긴다. 외지인들의 발걸음이 잦아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특산물들의 값이 조금씩 들썩인다. 대표적인 것이 대게다. 이웃한 영덕에 견줘 한결 저렴한 건 분명하지만 그 차이가 좁혀진 게 사실이다.대게는 울진의 ‘겨울 식도락의 정수’로 꼽히는 대표 먹거리다. ‘소는 한 마리를 다 먹어도 흔적이 안 남지만, 대게는 작은 놈 한 마리만 먹어도 숨길 수가 없다’는 말에서 보듯 담백한 맛과 짙은 향이 일품이다. 대게는 늦겨울로 접어들수록 살이 포실해지고 향도 짙어진다. 바야흐로 이제부터 제철인 셈이다. 비슷한 시기에 붉은대게(홍게)도 난다. 붉은대게에 대한 오해는 그간 많이 사라졌다. 위판장에 오르지도 못하는 저급한 홍게를 진짜 홍게로 믿는 도회지 사람은 이제 없다. 그렇다면 대게와 붉은대게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까. 같은 크기와 신선도라면 사실 붉은대게를 택하는 이는 없다. 물론 몇몇 현지인들은 대게보다 붉은대게의 손을 들어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일부일 뿐 일반화시키기는 어렵다. 관건은 크기와 선도다. 더 크고, 더 신선하다면 당연히 붉은대게가 더 맛있다. 다만 탕은 홍게가 ‘진리’다. 값이 대게보다 다소 싸기도 하려니와 붉은대게 살점이 매콤한 국물과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후포항 일대에 맛집들이 즐비하다. 왕돌회수산(788-4959, 이하 지역번호 054)은 대게 외에도 우럭맑은탕, 홍게탕 등으로 이름났다.# ‘비주얼 甲’ 대게짬뽕 … ‘식감 甲’ 문어우동 대게와 더불어 겨울 별미로 꼽히는 녀석이 문어다. 겨우내 깊은 수심에 있다가 이맘때쯤 슬슬 얕은 곳으로 나오는데, 이 때문에 체내 염분이 줄고 살도 쫀득해진다. 보통은 숙회로 먹지만 울진에선 종종 우동에 넣어 먹기도 한다. 이게 이른바 문어우동이다. 작은 문어 한 마리를 통째 넣고 끓여 낸다. 문어 특유의 순한 맛과 쫀득한 식감이 우동의 슴슴하면서도 들척지근한 맛과 기막히게 어우러진다. 대게짬뽕도 유명세를 탔다. 중간 정도 크기의 대게를 통째 넣고 끓인 짬뽕이다. ‘극강의 비주얼’ 덕에 입소문으로만 보자면 문어우동보다 여러 수 앞서는 편이다. 다만 짬뽕의 강한 맛과 대게의 순한 맛이 따로따로라는 느낌도 받는다. 후포항 인근의 만리장성(787-8889)과 고바우한정식(788-1116)이 경합 중이다. 두 집 모두 값은 퍽 비싼 편이다. 만리장성 기준으로 문어우동 1만 8000원, 대게짬뽕 2만 2000원이다.# 달달한 칼국수… 칼칼한 해물칼국수 울진군청 맞은편, 그러니까 울진 시장 초입에 칼국수 맛집이 있다. 시장을 찾은 주민과 상인 등이 즐겨 찾는 서민적인 맛집이다. 군더더기 없는 상호가 인상적이다. 그냥 ‘칼국수 식당’(782-2323)이다. 주 메뉴로 내놓는 칼국수도 상호를 닮아 담백하다. 멸치로 낸 육수는 달달하고 면발은 흐물거려 씹을 새도 없이 목으로 넘어간다. 집장으로 만든 양념장으로 맛을 낸 회국수도 기막히다. 이 맛 보려고 점심시간이면 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다. 망양정횟집(783-0430)의 해물칼국수도 꽤 입소문 났다. 가리비 등 해산물로 우려낸 맑은 국물에 ‘땡초’(매운 고추를 뜻하는 사투리)를 송송 썰어 넣고 다소 칼칼하게 끓여 낸다. 면발도 여느 집보다 한결 쫀득한 편이다. 다만 해산물의 양이 예전보다 다소 줄었다는 푸념을 종종 듣는다. 울진의 명소인 망양정 바로 아래 해변가에 있다.# 추어탕 닮은 추억의 맛 ‘고등어 느리미’ 울진 일대엔 ‘느리미’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음식이 전해 온다. 결핍의 시대였던 ‘보릿고개’ 당시 많은 식구들에게 골고루 먹이기 위해 우리 어머니들이 고안해 낸 전통 음식이다. 꽁치 느리미가 널리 알려졌지만, 이는 꽁치가 들기 시작하는 4~5월 이후에 나오기 시작하고, 요즘은 고등어 느리미만 맛볼 수 있다. ‘느리미’는 ‘늘여 먹는다’는 뜻이다. 레시피로만 보면 추어탕과 비슷하다. 울진 바다에서 갓 건져 올린 꽁치와 고등어를 끓는 물에 푹 삶으면 뼈다귀는 남고 살점은 고스란히 풀어진다. 이렇게 걸러낸 살점을 밀가루에 버무린 뒤 산나물과 고사리, 부추 등을 넣고 된장을 풀어 푹 끓인다. 맛은 딱 고등어로 만든 추어탕이다. 울진읍내 한 식당 주인은 이렇게 표현했다. “이기 만들라카먼 고등어가 꽤 많이 들어가니더. 고등어 살을 쪼물락쪼물락해 가 끓이면 국물이 얼매나 진하다꼬”라고. 한데 사실 맛은 다소 평범한 편이다. ‘추억의 맛’ 정도로 보면 되겠다. ‘느리미’를 내는 집은 울진읍내에서도 한두 곳에 불과하다. 샤방샤방(782-2580) 식당에 미리 주문하면 맛볼 수 있다. 글 사진 울진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新전원일기] 강의실 맨 뒤에서 주문전화 받던 청년 ‘부추 박사’ 되다

    [新전원일기] 강의실 맨 뒤에서 주문전화 받던 청년 ‘부추 박사’ 되다

    불판에 지글지글 고기가 구워지면 고춧가루 팍 뿌려 버무린 부추 겉절이가 절로 생각이 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밥 위에 부추를 올려 먹으면 그 또한 일미. 음식의 풍미를 한층 더해주는 부추 덕이다. 더구나 비 오는 날이면 막걸리 한 사발에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부추 부침개 한 장이면 세상 다 가진 듯 마음까지 넉넉해지곤 했다. 이정훈(33) 친정애 부추농원 대표에게도 부추는 그렇듯 따뜻하고 정겨운 존재다. 4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부추 농사를 지어온 부모님의 삶이고 고혈이며 사랑의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사 이름도 친정 엄마의 사랑이 물씬 묻어나는 ‘친정애(愛)’로 지었다. 이유인즉, 누나 셋이 결혼한 후에도 지극 정성으로 딸들을 챙기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친정 엄마의 사랑’을 느꼈기 때문이란다. 어머니의 품 안, 어머니의 가슴만큼 아늑한 곳이 이 세상에 또 어디 있겠는가. 평생 부추 농사를 지어 ‘부추 농사박사’라는 별칭까지 붙은 부모님의 가르침 아래 이 대표는 포항의 특산품인 부추로 가족애를 전하고 건강을 선물하는 청년 창업가이자 농업인이 됐다. “부모님이 부추 농사짓는 모습을 늘 곁에서 보고 자랐으니까요. 저에게 부추는 너무도 익숙한 가족 같은 존재죠. 지금은 현재와 미래를 함께하는 동반자가 됐지요. 아니, 밥줄이 된 건가요? 하하하.” 이 대표가 유쾌하게 웃었다. 그에게서 진한 부추향이 났다.정직 - 만두 등 메뉴 개발로 식당 열어 아내와 정성 쏟아 단골 늘었죠 들깨부추칼국수 한 그릇이 눈앞에 놓였다. 연이어 부추비빔만두가 시야에 들어왔다. 이 대표가 운영하는 식당의 인기 메뉴들이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 하지 않았는가. 정갈하게 그릇에 담겨 나온 인기 메뉴는 보는 것만으로도 침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입안에 감도는 군침을 삼키고 요동치는 배꼽시계를 누르고 맛깔나게 음식 사진을 찍는 우리 일행을 이 대표와 그의 아내가 끌어당겼다. “부추는 향도 좋지만 맛이 더 좋습니다.” 대학생 정도로 앳되 보이는 부부는 “음식이 식는다”며 그들의 식사 자리로 우리를 안내했다. 이곳에서 나오는 모든 메뉴에는 부추가 주인공이다. 칼국수부터 만두, 전까지 부추가루와 부추를 듬뿍 넣어 겉과 속이 모두 초록빛이 난다. 식당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단골손님도 제법 생겼고,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손님들도 꽤 많아졌다. “처음 3개월은 엄청 고생했어요. 음식이 맛이 없다, 짜다, 달다 하는 손님들이 많았거든요. 그때는 괜히 시작했나 하는 후회가 들기도 했어요. 그래도 계속 레시피를 바꾸면서 음식 맛을 개선하니까 손님들 반응이 점점 좋아졌죠.” 이 대표는 모든 식재료를 우리 땅에서 나온 것만 사용한다. 식당 이름이 ‘바를정’인 것도 말 그대로 바르고 정직하게 만든다‘는 그의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좋은 예다. 부추즙으로 시작해 부추가공식품회사를 설립한 지 7년 만에 부추환, 부추건빵, 부추차, 부추국수, 부추만두, 부추크런치, 부추조청까지 개발해 연 매출 4억원을 올리는 탄탄한 회사를 만들었다. 2010년 창업 당시에는 한 해 매출이 1000만원에 불과했다. “남들과 조금만 다르게 생각했을 뿐인데, 이렇게 무한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어요.” 부추의 어원은 ‘풀이 아니다’는 뜻을 가진 ‘부초’(否草)다. 부추만큼 지역별로 다양한 이름을 가진 채소도 없으리라. 경기와 강원에서는 부추라 부르지만, 충청에서는 ‘졸’이라고 부르고, 전라도에서는 ‘솔’이라고 하며, 경상도에서는 남녀 간에 정을 오래 지속시킬 수 있다는 뜻으로 ‘정구지’, 제주에서는 ‘세우리’라고 부른다. “어디 그뿐입니까. 남자의 기를 높여준다고 해서 기양초, 힘이 넘쳐 과부집의 담을 넘는다고 해서 월담초, 부부 사이가 좋으면 집을 허물고 부추를 심는다고 해서 파옥초, 오줌 줄기가 벽을 뚫는다 하여 파벽초라고도 불러요. 부추와 그에 얽힌 이야기, 속담이 많아서 불리는 이름도 정말 다양해요.”개발 - 농대 3학년 10평 공간서 시작, 매출 늘어나니 정말 재밌었죠 “나도 부추즙 한번 만들어 볼까.” 2009년 대학 3학년이던 이 대표는 TV에서 양파즙을 먹으면 건강에 좋다는 뉴스를 접하고 창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당시 신종 인플루엔자로 온 나라가 들썩이던 때라 양파즙이 예방 효능이 좋아 많이 팔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생각해 낸 것이었다. 평소 부추가 비타민을 많이 함유하고 있고, 혈액 순환에도 도움이 돼 몸을 튼튼하게 하는 여러 효능이 있다는 것을 익히 잘 알고 있었기에 무릎을 치고 일어섰다. 그것이 바로 부추즙 창업의 시작이었다. 학창 시절부터 가업을 이어받을 생각으로 농대를 갔지만 실질적으로 식품가공을 하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그였다. 일단 무작정 부딪혀 보겠다는 도전정신으로 그동안 모아놓은 돈과 부모님의 지원으로 자그마한 착즙기와 포장기부터 각각 한 대씩 구입했다. 하지만 영남대 원예생명학과를 다니는 평범한 대학생이 식품 가공에 대해 알 리가 만무했다. “식물의 생리학에 대해서만 공부했지 식품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밤마다 공부를 했어요. 부추와 궁합이 맞는 한약재를 찾아서 하나씩 첨가하면서 만들었죠. 수개월 동안 몇 백만원어치는 족히 버린 것 같아요.” 벤치마킹을 하고 싶어도 부추즙을 만드는 곳이 전혀 없었던 터라 응당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했다. 부추즙 자체도 워낙 생소해 처음에는 홍보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열 평 남짓한 크기의 제조장을 얻어 3개월 동안 부단한 단련의 시간을 보낸 결과, 드디어 2010년 3월 부추에 가시오갈피, 헛개나무, 대추, 감초, 약콩, 구기자까지 7가지를 넣은 첫 제품을 출시하게 되었다. 제품을 보관할 곳을 마련하기 위해 기숙사에서 나와 자취방도 구했다. 주말이면 포항에 내려와 부추즙을 만들고 월요일에 30박스씩 들고 자취방으로 갔다. “네, 친정애 부추농원입니다. 오늘 바로 택배 보내겠습니다.” 수업 도중에도 수시로 걸려오는 주문전화를 받아야 했기에 항상 강의실 맨 뒷자리에 앉아야만 했고, 수업이 끝남과 동시에 계약을 맺은 우체국으로 뛰어가 택배를 부쳤다. 낭만을 뒤로하고 땀과 주독야경으로 20대를 보낸 셈이다. 노력의 대가는 참으로 달콤했다. 온라인 광고를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하루에 두세 박스가 전부였다. 그러다 열 박스로 늘어나고 점차 주문량이 많아지자 한 달 매출이 50만원에서 500만원까지 뛰었다. 착즙기도 한 대 더 늘렸다. “부추즙을 판매하고 남은 수익으로 학비를 내고, 생활비도 풍족하게 해결했죠. 지금 생각하면 그때만큼 재미있게 일을 한 적도 없는 것 같아요.” 판매가 급증하자 마케팅과 유통을 공부하기 위해 야간 수업까지 들으며 경영학을 복수전공했다. 그 배움을 바탕으로 재주문을 유도하기 위해 제품에 헛개나무와 가시오갈피를 100g씩 서비스로 넣어 보냈다. 겨울에는 직접 생산한 부추 중 제일 좋은 상품을 골라 200g을 더 담아 보내기도 했다. 서비스뿐 아니라 내용물에도 주력했다. 맛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사람들이 먹고 건강해질 수 있도록 좋은 원료를 쓰는 일에 더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좋은 것을 되도록 많이 넣어서 제 부추즙을 먹은 많은 사람들이 건강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만들고 있지요.”미래 - 농장 규모 줄이고 친환경 재배, 전문회사 꿈… 부추만 생각하죠 포항 시내에 위치한 부추 가공공장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기계면에는 660평 규모의 부추농장이 있다. 기존 8000평 규모의 부추농장을 부추 가공식품에 오롯이 주력하기 위해 축소시킨 것이다. 정성들여 재배한 친환경, 무농약 부추는 생물로도 공급하지만 대부분은 가공하는 데 사용된다. “660평 규모로만 부추 농사를 지어도 제가 원하는 공급량을 충분히 만들 수 있거든요.” 이 대표는 1년에 4번 정도 부추를 수확한다고 한다. 보통 11월부터 1월까지는 휴면 기간인데, 이렇게 한번 쉬었다가 나오는 부추는 더 굵고 힘이 있단다.이 대표가 비닐하우스 문을 열자 한창 수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겨울에도 비닐하우스 안은 봄처럼 따뜻하고 습했다. 그래서 낮에는 옆쪽 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서 중간에 있는 부추들을 바람을 말려줘야 한다. “부추 농사는 물, 햇빛, 바람이 제일 중요해요. 그다음이 퇴비인 거죠. 특히 어떤 물을 쓰느냐에 따라서 수확량이 달라져요. 우리는 암반수를 개발했는데 PH(산성도를 가늠하는 척도)가 8.2가 나와요. 진짜 깨끗하고 좋은 물이 나오는 거죠. 그런 물을 계속 주면 수확량도 높아지고 병해충이 없어요.” 이제는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너나 할 것 없이 부추즙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그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친정애 부추농원의 부추즙은 한결같은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그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 “아무도 시작하지 않았을 때 시장을 선점한 덕분도 있고, 오로지 부추와 관련된 가공식품 하나로 밀고 나갔던 것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부추 이외에는 다른 생각을 절대 하지 않거든요.” 그의 머릿속은 온통 ‘부추 생각’으로 가득하다. 결혼 허락을 받기 위해 처가에 예비 장인을 만나러 갔을 때의 일이다. 때마침 건빵을 먹고 있던 예비 장인이 그에게 건빵을 건네며 먹어보라고 권했다. 당시 신제품을 개발하고 싶어 목이 말라 있던 이 대표는 장인이 준 건빵을 보자마자 섬광처럼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일명, ‘부추건빵’. 부추즙보다 좀 더 대중적인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싶었던 찰나였기에 그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그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처음 생산한 5000봉지는 한 달 만에 완판됐다. “농업도 자신만의 철학과 색다른 아이디어로 철저히 준비해서 뛰어들면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어쩌면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성공이 빠를 수 있어요.” 현재 농업이 위기를 맞고 있지만 그 어느 분야보다 창의적인 생각을 한다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 그는 말한다. 오로지 부추 가공 전문회사를 꿈꾸는 이 대표는 부추 농축액과 부추 천연조미료도 구상 중에 있다. 그는 부추 하면 사람들 사이에서 ‘친정애 부추농원’이 연상되는 그날을 기다린다고, 꼭 그런 브랜드로 만들겠다며 눈을 반짝였다. ‘봄 부추는 인삼, 녹용과도 바꾸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올봄에는 풋풋한 부추와 함께 건강을 지켜보면 어떨까. 글쓴이 방송작가 한정원‘6시 내고향’, ‘생방송 투데이’, ‘주주클럽’, ‘TV내무반 신고합니다’, ‘기분 좋은 날’, ‘여유만만’ 등 다수의 TV 프로그램 참여. ‘지식인의 서재’, ‘CEO의 서재’, ‘명사들의 문장강화’, ‘명인명촌’ 등 출간.
  • 세법 한 조항이 800자… 수식 넣어 쉽고 간단하게 바꿔 쓴다

    세법 한 조항이 800자… 수식 넣어 쉽고 간단하게 바꿔 쓴다

    지난해 처음으로 배당소득이 생긴 근로자 A씨는 자기가 세금(소득세)을 얼마나 더 내야 하는지 알아보려고 소득세법 책자를 펼쳐 들었다.A씨는 소득세법 2장 2절 2관 17조에서 자신의 소득이 배당소득이 맞는지 확인했고, 2장 1절 12조로 돌아가 비과세 대상 여부를 판단했다. 다음으로 2장 2절 1관의 14조로 가서 과세표준을 확인하는데,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이해 불가능한 법률 용어와 수많은 준용 규정으로 가득한 조문을 보고 있자니 마치 헤어나기 어려운 늪으로 점점 빠져드는 것 같았다. ‘대학 때 법학 공부를 조금 해본 나조차도 이 정도면 다른 사람들은 오죽할까.’ 우여곡절 끝에 과세표준을 확인한 그는 2장 3절 1관의 24~26조에서 소득금액을 확인하고, 2장 4절 1관의 55조에서 적용 세율을 찾아 추가로 내야 할 세금의 계산을 마쳤다. 그런데 ‘해냈다’는 기쁨도 잠시, 바로 아래 2장 4절 2관 56조에 ‘배당세액공제’ 조항이 있는 걸 본 A씨는 망연자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소득세법 160회·법인세법 133회 개정 세금 제도를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세제실 공무원, 세무 전문가인 세무·회계사조차도 현행 소득세법과 법인세법이 ‘괴물’이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소득세법과 법인세법은 1949년 제정된 뒤 각각 160회, 133회 개정됐는데, 산업발전 등 시대 상황 변화에 따라 필요한 내용을 끼워 넣고 무의미한 조항을 빼기만 했지 법률 체계 전반에 대한 재정리가 한번도 없었다. 원래부터도 용어 자체가 어려운데 내용과 구조가 점점 복잡해지는 과정을 밟아온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14일 “소득·법인세 개정안을 만들면서 무엇보다 법률을 공급자 위주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개편하는 것에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큰 틀에서 현재 ‘장(章)-관(款)-절(節)-조(條)’인 4단계 체계를 ‘편(編)-장-관-절-조’의 5단계로 바꾸면서 납세자가 필요한 내용을 찾아보기 쉽게 조문을 유기적으로 재구성했다. 이에 따라 현행 법률에서는 특정 소득을 얻은 사람이 자신과 관계되는 규정을 찾기 어렵지만, 개정안에서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앞선 사례에 나오는 A씨의 경우 소득세법 개정안에서는 곧바로 2장 4절 ‘배당소득’에서 세금 계산에 필요한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다. ●연관 조문 순차적으로 배열해 효율적 문장으로만 서술된 조문에 ‘계산식’과 ‘표’를 도입했다. 납세자는 개정안에 나온 계산식에 소득이나 수입, 기간 등을 대입하기만 하면 곧바로 부담세액을 확인할 수 있다. 하나의 조항이 최장 800자가 넘는 등 길고 복잡해 이해하기 어려웠던 조문을 호와 목으로 구분해 단순화했고, 뿔뿔이 흩어져 있던 연관 조문을 순차적으로 배열해 편리성과 효율성도 높였다. 예를 들어 ‘납세의무’라는 핵심 개념어만 제시됐던 조항의 제목을 ‘납세의무자’, ‘납세의무의 승계와 연대’, ‘원천징수 의무자’ 등으로 한눈에 보고 필요한 내용을 찾을 수 있게 조문을 세분화했다. 현실적인 여건상 세법 특유의 어려운 용어를 모두 바꾸지는 못했지만, 법률 용어를 정의하는 조문을 구체화함으로써 하나의 용어에 대한 한 가지 해석을 가능하게 했다. 납세자 입장에서 중요한 것을 상위 법령으로 설정했고, 다른 법률에 적용을 위임하는 근거가 미흡한 규정을 보완했다. 또 조세 실무에 맞게 계산 단계를 추가하고, 단계별 용어를 신설해 계산 과정을 명확하게 했다. ●두번째 개정 시도… 올해 통과돼야 이렇게 쉽게 새로 쓴 소득세법과 법인세법 개정 시도는 이번이 두 번째다. 개정안은 지난 19대 국회에 제출됐지만 법인세 인상 등 민감한 사안에 밀려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 잠만 자다가 지난해 5월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이에 대해 한국납세자연맹 관계자는 “국민 생활과 밀접한 세법을 쉽게 만드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다른 사안에 밀렸다는 것은 앞뒤가 바뀐 것”이라면서 “세법이 쉬워지면 국민들이 세무 전문가의 손을 빌리지 않고 세금을 직접 낼 수 있어서 납세협력 비용이 줄어드는 등 대표적인 민생 법안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세금 1000원을 낼 때 드는 납세협력 비용은 평균 55원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내년에는 세법의 내용 개정과 동시에 쉽게 새로 고쳐 쓰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면서 “법률만이 아니라 시행령, 시행규칙까지 고쳐야 하기 때문에 또 몇 년이 미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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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동규(서울신문 제작국 윤전부장)씨 모친상 11일 전주병원, 발인 13일 오전 10시 (063)220-7272 ●손영준(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뉴스통신진흥회 이사)씨 장인상 12일 대전 유성 한가족병원, 발인 14일 오전 (042)611-9700 ●권미희(BNK부산은행 부행장보)씨 모친상 11일 부산전문장례식장, 발인 14일 오전 7시 (051)312-4444 ●박태언(미국 거주·TEP Co. 회장)태훈(전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창훈(경희대 교수)씨 모친상 윤문석(전 한국오라클 회장)씨 장모상 12일 경희의료원, 발인 14일 오전 8시 (02)958-9545 ●김경필(아이에프에이 사업단장)경희(신암초 교사)씨 부친상 제갈용준(육군 중장·5군단장)씨 장인상 11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4일 오전 8시 (02)3410-6920
  • ‘손흥민 82분’ 토트넘, 리버풀에 0-2 패배…손흥민 3경기 연속 무득점

    ‘손흥민 82분’ 토트넘, 리버풀에 0-2 패배…손흥민 3경기 연속 무득점

    손흥민이 3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친 토트넘이 리버풀에 덜미를 잡혔다. 최근 이어갔던 무패행진도 11경기(9승2무)에서 마무리됐다. 토트넘은 12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치러진 리버풀과 2016-2017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5라운드 원정에서 사디오 마네에게 두 골을 내주며 0-2로 완패했다. 왼쪽 날개로 선발출전한 손흥민은 전반 26분 골키퍼와 맞선 상태에서 시도한 슈팅이 슈퍼세이브에 막히면서 시즌 12호골 사냥에 실패했고, 후반 37분 교체됐다. 특히 손흥민은 최근 정규리그에서 3경기 연속 선발 출전 기회를 얻었지만 모두 무득점에 그쳤다. 최근 정규리그 5경기에서 3무2패의 부진에 그친 리버풀은 홈에서 ‘난적’ 토트넘을 잡고 승점 49를 기록, 한 경기를 덜 치른 맨체스터 시티(승점 49)와 동률을 이뤘지만 골득실에서 앞서 6위에서 4위로 2계단 상승했다. 리버풀을 맞아 4-2-3-1 전술을 들고나온 토트넘은 최전방 공격진에 해리 케인을 정점으로 좌우 날개에 손흥민과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배치했다. 토트넘은 초반부터 마네의 스피드를 앞세운 리버풀의 공세에 허둥댔다. 그러다 전반 16분 만에 마네가 중앙선 부근에서 헤오르히니오 베이날둠이 찔러준 패스를 중원에서 잡아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결승골을 꽂았다. 추가골도 마네의 몫이었다. 전반 18분 토트넘의 중앙 수비수 에릭 다이어가 볼을 주춤하는 사이 마네가 재빠르게 가로채 페널티지역 왼쪽으로 파고들다가 반대쪽으로 크로스를 올렸다. 볼을 잡은 애덤 랄라나의 슈팅은 토트넘 수문장 우고 요리스의 선방에 막혔고, 흘러나온 볼을 로베르토 피르미노가 다시 찼지만 역시 요리스의 발에 걸렸다. 순간 골지역 오른쪽에 도사리던 마네는 흘러나온 볼을 논스톱 오른발 슈팅으로 토트넘의 골 그물을 또다시 흔들었다. 리버풀의 초반 공세에 시달린 토트넘은 전반 26분 벤 데이비스의 정확한 찔러주기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강력한 왼발 슈팅을 날렸지만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손흥민은 후반 37분 빈센트 얀센과 교체아웃됐고, 토트넘도 추격골을 만들지 못하고 최근 12경기 만에 패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구자철 빠지자... 아우크스부르크 무기력한 패배

    구자철 빠지자... 아우크스부르크 무기력한 패배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에서 구자철은 말 그대로 ‘대체불가’ 자원이다. 강등을 걱정하는 군소구단으로서 이른바 ‘뻥축구’를 구사하던 아우크스부르크는 구자철이 합류하면서 ‘패스 플레이’를 할 줄 아는 중위권 다크호스로 탈바꿈했다. 그런 구자철이 지난 경기에서 발목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아우크스부르크는 무기력하기만 했다. 아우크스부르크가 11일(한국시간) 2016~17 분데스리가 20라운드 방문경기에서 중거리 슈팅에 의존한 단조로운 공격에 그치며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한 끝에 마인츠에 0-2로 완패했다. 구자철과 함께 아우크스부르크 공격을 책임지며 상승세를 타던 지동원 역시 별다른 활약을 못한 채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됐다. 구자철 공백이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왜 아우크스부르크에서 구자철이 에이스인지 역설적으로 확인시키는 경기였다. 구자철은 지난 19라운드 베르더 브레멘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3-2 승리를 이끌었지만 경기 도중 발목부상을 입었다. 마인츠를 상대로 아우크스부르크는 구자철이 빠진 자리를 변칙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지동원과 톰 리더를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세우고 지동원이 활약하는 왼쪽 날개에 풀백 콘스탄티노스 스타팔리디스를 올렸다. 하지만 마누엘 바움 아우크스부르크 감독의 전술변화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아우크스부르크는 경기 내내 마인츠의 공세에 시달렸다. 무엇보다 수비 집중력이 아쉬웠다. 전반 31분 코너킥 상황에서 태클을 당해 공을 빼앗긴 뒤 서너 차례 패스만으로 선제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후반 17분 페널티킥으로 내준 추가실점은 더 아쉬웠다. 아우크스부르크 수문장으로서 맹활약을 이어가는 골키퍼 마빈 히츠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상대 공격수를 막으려다 파울을 범했다. 롱 스로인을 제대로 대비하지 못해 골키퍼에게 1대1 위기를 맞게 만든 수비조직력 문제가 원인이었다. 수비도 수비지만 더 아쉬운 건 공격전개였다. 별다른 공격 기회도 만들지 못했다. 하릴 알틴톱과 함께 구자철이 맡던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부여받은 지동원은 공격의 활로를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했다. 결국 둘 모두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됐다. 달라진 건 없었다. 창의성이 부족했다. 바로 아우크스부르크에서 구자철이 해주는 역할이었다. 경기 직전 리그 10위(승점 24)에 올라있던 아우크스부르크는 이날 패배로 승점을 얻지 못하며 11위로 떨어졌다. 마인츠는 승점 25점으로 9위로 뛰어올랐다. 현재 분데스리가는 8위 프라이부르크(승점 26)부터 13위 샬케(승점 22)까지 6개팀이 승점 4점 안에 몰려있는 살얼음같은 중위권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아우크스부르크로선 구자철이 빨리 복귀하기를 간절히 바랄 수밖에 없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 줬어요?(카트리네 마르살 지음, 김희정 옮김, 동아시아 펴냄) 주류 경제학의 출발점인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은 개인의 이익 추구 본능을 설파한다. 여기서 이기심이 아니라 사랑으로 가정을 돌봤던 ‘여성’, 세계의 절반이 누락됐다고 반기를 드는 저자의 유쾌한 경제학 뒤집기. 328쪽. 1만 5000원. 마이 버자이너(박선욱 지음, 삼인 펴냄) 금기, 억압의 대상이었던 여성 성기, 버자이너와 오르가슴, G스팟 등 여성의 성적 욕망을 의학, 신화, 역사 등을 동원한 문화인류학적 관점에서 정밀하게 살폈다. 608쪽. 3만원. 벌레의 마음(김천아, 서범석, 성상현, 이대한, 최명규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 1㎜ 크기의 투명한 예쁜꼬마선충은 유전자의 절반 이상이 인간 유전자와 유사해 생물학계의 스타로 불린다. 이 선충을 통해 인간의 성장과 노화, 마음, 생명의 보편성을 들여다보는 과학자 5인의 이야기가 담겼다. 368쪽. 1만 5000원. 혼자를 기르는 법1(김정연 지음, 창비 펴냄) 서울에 혼자 사는 한국 20대 여성의 서사를 능숙한 연출, 유려한 문장, 동시대적 감각으로 부려낸 화제의 웹툰이 책으로 묶였다. 312쪽. 1만 4800원.작가와 술(올리비아 랭 지음, 정미나 옮김, 현암사 펴냄) 스콧 피츠제럴드, 어니스트 헤밍웨이, 존 치버 등 술로 위안을 얻고, 고난을 겪은 미국 현대문학 거장들의 술과 삶, 문학의 자취를 밟아 본다. 452쪽. 1만 5000원. 두더지의 소원(김상근 지음, 사계절 펴냄) 눈덩이가 친구라고 믿는 아기 두더지의 순전한 믿음이 현실과 환상을 키우며 흐뭇한 순간을 만들어 낸다. 52쪽. 1만 3000원.
  • 틀을 깬 발칙함… 인류 미래를 바꾼 건 ‘놀이’였네

    틀을 깬 발칙함… 인류 미래를 바꾼 건 ‘놀이’였네

    원더랜드/스티븐 존슨 지음/홍지수 옮김/프런티어/444쪽/1만 6000원 “나태함 조장” 공격받던 ‘커피 하우스’ 민주주의 싹 트게 한 공론의 장 역할 옥양목 갖고 싶은 욕망, 산업화 일으켜 노예 무역 등 폭력의 역사 낳기도 AI시대 ‘놀이 맛들인 기계’ 걱정해야 ‘사람들이 가장 신바람나게 노는 곳에서 미래가 탄생한다.’역사가 생존, 권력, 부 등 진지한 것들을 얻기 위한 투쟁이라고 보는 대다수는 고개를 내저을지도 모르겠다. 놀이, 즐거움, 장난 등 ‘문명의 덤’, ‘보잘 것 없는 오락’ 등으로 치부했던 것들이 미래를 빚어낸 주체라니…. ‘원더랜드’를 펼치면 고개를 갸우뚱할 새도 없다. 뉴스위크가 선정한 ‘인터넷상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50인’으로 선정된 미국의 과학 저술가 스티븐 존슨은 명확한 문장과 사유로 놀이가 역사를 바꾼 사례를 거침없이 주유한다. 저자는 놀이를 가리켜 규칙을 깨고 새로운 관행을 시도해 보는 행위라고 정의한다. 이 때문에 의미심장하고 견고한 형태로 발전하면 수많은 아이디어를 낳는 화수분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 “꿈꾸는 동안 다가올 시대를 창조한다”는 프랑스 역사학자 미셸레의 말처럼 유희의 공간에서 다가올 시대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뼈로 만든 피리, 커피, 후추, 파노라마, 옥양목, 주사위 게임, 봉마르셰 백화점…. 얼핏 보면 조금도 교집합이 없어 보이는 사물과 공간이지만 저자는 공통의 특질을 길어 올린다. 처음 세상에 등장하자마자 새로운 맛, 촉감, 소리, 경험의 놀라움으로 사람들을 매혹한 주인공들이다. 신기함과 미를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은 이윤 추구나 기술 발명, 정복, 명예 욕구보다 가장 근원적이고 깊숙한 동력이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이를 좇는 과정에서 상업화를 시도하고 신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하며 문명을 바꾸게 된다는 게 저자의 통찰이다. 산업혁명을 설명할 때는 기계 공정이 상품을 만들고 운송하는 비용을 낮춰 중상류층과 이들의 소비를 낳았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저자는 정설의 주장과 실제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옥양목을 갖고 싶어 하던 영국 여성들의 열망, ‘쓸데없이’ 화려한 볼거리로 치장한 상점을 둘러보는 즐거운 소일거리가 산업화를 일으켜 영국이 1세기 넘게 막강한 경제력을 자랑하게 된 출발점이 됐다는 것이다. ‘나태함을 조장하고 선동적인 정치 운동을 부추긴다’며 찰스 2세가 금지 포고문까지 내렸던 17세기 중후반 런던에 탄생한 커피 하우스는 ‘민주주의’를 싹트게 한 평등한 공간이었다. ‘민중의 궁전’으로 불린 파리 봉마르셰 백화점의 탄생처럼 커피 하우스는 언론인, 시인, 귀족, 주식 투기꾼, 배우, 입담꾼, 과학자 등에게 모두 열린, 당시로서는 처음 맞이하는 평등한 공간이었다. 이 공론의 장은 근대 언론 기관, 최초의 공공박물관, 보험회사, 공식적인 주식 거래 등을 출발하게 한 ‘기적의 문화융성 촉진제’였다. 하지만 놀이와 쾌락에서 잉태한 산물들이 긍정적인 나비효과만 낳은 것은 아니다. 옥양목의 재료인 면이라는 신소재는 노예 무역, 아동에 대한 무자비한 착취 등 지울 수 없는 폭력의 역사도 낳았다. 저자는 ‘여가와 유희의 역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반전은 수많은 신기한 물건과 장치가 유럽의 바깥에서 탄생했다’는 사실도 짚어 내며 유럽인들의 높은 콧대를 민망하게 한다. 요즘 인류는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을 동시에 품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인간의 역사를 돌이켜볼 때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거나 종 부리듯 부릴 거란 걱정은 번지수가 틀렸다고 고개를 젓는다. ‘어쩌면 기계가 스스로 생각하기 시작할 미래를 걱정할 게 아니라, 기계가 놀이에 맛들이기 시작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우리는 그 점을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419쪽)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지금, 이 영화] ‘퍼스널 쇼퍼’

    [지금, 이 영화] ‘퍼스널 쇼퍼’

    그것은 여기 있으면서도 여기 없다. 그것은 죽지 않았으면서도 살아 있지 않다. 그것은 모순적으로 존재한다. 그것을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는 유령이라고 불렀다. 그는 ‘유령론’ 연구를 통해, 볼 수 있으면서 볼 수 없는 것이 출몰하여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는 현상을 분석한다. “죽음을 향해서가 아니라, 경계 위에서의 삶을 향해, 곧 삶이나 죽음이 그것의 흔적들이며 흔적의 흔적들일 어떤 흔적을 향해, 그것의 가능성이 미리, 현재 살아 있는 것/생생한 현재 및 모든 현실성의 자기 동일성을 어긋나게 하거나 어그러지게 한 어떤 경계 위에서의 삶을 향해.”(자크 데리다, 진태원 옮김, ‘마르크스의 유령들’, 그린비, 2014, 15~16쪽) 다소 난해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등을 연출한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신작 ‘퍼스널 쇼퍼’를 이야기하려면, 데리다의 설명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맥락에서 아사야스는 유령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인생은 단지 물질적인 것이 아니지 않나. 우리는 매일 우리의 환상과 꿈, 두려움과 씨름한다. 이것들은 눈으로 볼 수 없지만 매우 실제적인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유령’은 우리의 기억, 잠재의식과의 관계를 의미하기 때문에 모두와 관련될 수 있다.” 이렇게 자꾸 유령을 거론하는 이유는 ‘퍼스널 쇼퍼’가 유령이 나오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공포물이라는 뜻은 아니다. ‘퍼스널 쇼퍼’는 관객을 섬뜩하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관객으로 하여금 섬뜩함의 정체를 사유하도록 부추기는 영화다. 이때 관객의 사유는 앞에 제시한 ‘경계 위에서의 삶’과 연관된다. 삶이 죽음의 반대편에 있지 않고, 죽음과 아슬아슬한 경계를 이루는 상태로 구성된다는 인식 말이다. ‘퍼스널 쇼퍼’에서 아사야스는 삶과 죽음에 대칭되는 자리에 의식과 무의식을 놓아두었다. 그러니까 이 영화가 그리는 세계는 삶과 죽음―의식과 무의식의 ‘문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주인공 모린(크리스틴 스튜어트)이 하는 두 가지 일과도 결부된다.모린은 이승과 저승을 매개하는 영매다. 또한 그녀는 모델이 착용하는 의상과 장신구를 대신 구매하는 퍼스널 쇼퍼다. 그런 점에서 모린은 항상 누군가의 중개자이자 대리자의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 그녀는 이쪽과 저쪽 사이, 경계 위에서의 삶을 산다. “이렇게 되면 어떤 정신/혼령이 존재한다. 정신들/혼령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고려해야/셈해야 한다. 우리는 하나 이상인 그것들을 고려하지/셈하지 않을 수 없으며, 고려할/셈할 수 있어야 한다. 하나 이상인 그것을/더이상 하나가 아닌 그것을.” 맨 위에 인용한 부분 다음에 데리다가 쓴 문장이다. 그렇게 보면 유령은 여럿이다. 그중 하나가 모린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9일 개봉. 15세 관람가.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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