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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 “언론자유는 민주주의 기둥…한국, 언론자유지수 아시아 1위”

    文 “언론자유는 민주주의 기둥…한국, 언론자유지수 아시아 1위”

    “언론이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한 언론자유 누구도 흔들 수 없다”“디지털화에 공정·정확한 보도 더욱 소중”“정부, 언론자유·민주주의 발전 함께할 것”문재인 대통령이 17일 한국기자협회 창립 57주년을 맞아 기자협회에 보낸 축하 메시지에서 “언론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둥”이라면서 “언론이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한 언론자유는 누구도 흔들 수 없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국 언론은 세계언론자유지수 아시아 1위라는 값진 성과를 이뤄냈다”고 강조했다. 기자협회 등 언론단체들은 더불어민주당에서 주도하는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을 핵심으로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언론 통제 개악’이라며 대여 투쟁 방침을 밝혔었다. “비판·성찰로 저널리즘 본령 지켜내면 국민도 한국언론에 신뢰로 함께할 것” 문 대통령은 이날 “진실을 외면하지 않은 기자들의 용기와 열망이 뿌리가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기자들은 ‘진실’의 기반 위에서 ‘자유’와 ‘책임’으로 균형을 잡으며 민주언론의 길을 걸어왔다”면서 “57년 역사의 자취마다 사명과 헌신을 새겨온 모든 기자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언론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둥이다. 한국기자협회는 ‘기자협회보’ 폐간 등 숱한 억압에도 굴하지 않았고, 강제해직된 동료들과 함께 독재권력에 맞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언론이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한 언론자유는 누구도 흔들 수 없다”면서 “언론환경에 디지털화와 같은 변화의 물결이 거세질수록, 공정하고 정확한 보도가 더욱 소중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언론이 끊임없는 비판과 성찰로 저널리즘의 본령을 지켜낸다면 국민들은 자유를 향한 한국언론의 여정에 굳건한 신뢰로 함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기자들이 써 내려간 모든 문장은 영원히 기억될 시대의 증언”이라면서 “정부는 여러분이 전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언론자유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언제나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기자협회는 1964년 박정희 정권이 언론을 통제하기 위해 시도한 언론윤리위원회법 파동 과정에서 창립됐다. 일선 기자들은 그해 8월 17일 기자협회를 결성해 입법 반대에 앞장섰고, 야당과 사회단체의 동조 움직임이 확산하자 정부는 결국 언론윤리위원회법을 폐기했었다. 한편 기자협회는 코로나19 확산 상황 등을 고려해 올해 창립기념식 행사를 열지 않기로 했다.관훈클럽 “가짜뉴스 기승일수록진실 추적하는 정통 언론 역할 절실” 기자협회 등 언론단체, 징벌적 손배제언론중재법 철회 결의문 채택·서명운동 앞서 관훈클럽·한국기자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신문협회·한국여기자협회·한국인터넷신문협회 등 언론단체들은 지난 9일 징벌적 손배제 도입 등을 규정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철회를 위한 결의문을 채택하고 언론인 서명 운동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6개 단체는 “민주당이 언론계·법조계·시민단체 등 각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8월 중 이번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려는 데 대한 대응의 일환”이라면서 “언론인들은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에 대해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는 입법 독재로 규정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를 저지할 것을 다짐한다”고 강조했다. 중견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은 지난 2일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릴수록 감추어진 진실을 추적하고 팩트를 확인하는 정통언론의 가치와 역할은 더욱 절실해진다”면서 “그런데 여당의 개정안은 오히려 탐사보도, 추적보도, 후보 검증 같은 정통언론의 진실 탐구 보도 기능을 위축시킬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징벌적 손해배상, 입증 책임 피고에 전가, 명예훼손 위법성 조각 사유 무력화 같은 독소 조항들이 현업 언론인들에게 감추어져 있는 진실을 파헤치는 부담스러운 작업을 기피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권과 정치인, 고위 관료, 재력가 등 힘 있는 이들을 상대로 한 언론의 감시기능이 약화하면 이는 사회 전반의 불의와 부패를 부추겨 결국 국민 모두의 피해로 돌아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훈클럽은 “과거 군사독재 시대에 언론의 편집권과 언론인의 자율성을 유린한 아픈 역사를 기억하는 우리 언론인들은 반헌법적 과잉입법이 표현의 자유를 옥죄는 질곡이 또다시 되풀이되는 것을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악질적 조국 삽화 국민 경악”“가짜뉴스 피해자 실효적 구제법”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관련, “언론사의 자정 능력을 강화하고 피해자를 실효적으로 구제하는 가짜뉴스 피해 구제법”이라고 이달 중 처리를 강조했다. 윤 원내대표는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조선일보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모습을 담은 일러스트(삽화)를 성매매 유인 절도단 기사에 사용한 것을 들어 “얼마 전 한 언론사의 악질적 삽화가 국민 경악하게 만든 일이 있었다”면서 “악마의 편집에 억울함과 고통을 호소하시는 국민도 여전히 많다. 압도적 다수 국민이 법 처리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소위원회를 통과한 개정안은 언론사의 고의·중과실에 따른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안도현의 꽃차례] 임홍교 여사 약전/시인

    [안도현의 꽃차례] 임홍교 여사 약전/시인

    십몇 년 전 어머니의 칠순잔치를 준비하면서 타블로이드판 가족신문을 하나 만들었다. 어머니의 무릎 아래 모든 손자손녀들에게까지 한 꼭지씩 글을 써 달라고 청탁했다. 감사의 마음을 담되 지나치게 어머니를 칭송하는 빤한 문장은 피해 달라고 각별히 부탁을 얹었다. 장남으로 발행인을 자처한 나는 어머니를 한 번이라도 객관적인 인물로 남겨 보고 싶었다. 몇 장의 사진을 골라 실었고 우리는 꽤 근사한 가족신문을 손님들께 나눠 드릴 수 있었다. 이 신문에서 우리가 가장 공을 들인 것은 어머니의 삶을 연대순으로 기록해 본 것이었다. 둘째 동생이 이 일을 맡았다. 우리는 저마다의 기억을 끄집어내 모았고 외삼촌들의 구술을 수합했다. “1939년 일본 구로사키에서 조선인 노무자 임돌암과 최도홍 사이 4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이렇게 시작하는 어머니의 연보는 기록이 쌓여 갈수록 묘한 흥분을 불러일으켰다. 우리를 낳아 주고 길러 준 작고 초라한 ‘엄마’가 ‘임홍교 여사’로 고스란히 자리를 찾는 것이었다. 그것은 사적인 감정을 최대한 털어내고 난 뒤 사실의 기초 위에 만들어진 자리였다.그 객관성의 힘에 깃든 시적인 아우라에 나는 매료됐다. 수십 년 시를 쓰면서 시적인 것을 찾아 나섰지만 사실 그대로의 기록이 더 시에 가깝다는 걸 발견한 것이다. 현실의 실체를 중시하는 문학예술의 사실주의가 이렇게 발생했을 것이다. 나는 어머니의 연보를 추가하고 수정해 ‘임홍교 여사 약전’이라는 제목의 시로 발표했고 최근 시집에 수록했다. 몇 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1950년(12세) 인포국민학교에 입학하였다. 교가를 기억하고 있고 부를 줄 안다. 6·25전쟁이 터져 안동 풍천면 갈밭으로 피란을 갔다. ‘김일성 장군의 노래’도 기억하고 있다.” 어머니가 어느 날 이 노래를 흥얼거려 머리털이 곤두선 적이 있다.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1958년(20세) 호명면 황지리 소망실에 사는 다섯 살 위 청년 안오성과 혼인하였다. 첫날밤은 만취된 신랑, 동네 사람들의 문구멍 엿보기, 문구멍으로 연기 넣기 등으로 합방을 이루지 못하였다. 혼인 후 사흘 만에 신랑은 군대에 갔다.” 이 신랑은 1981년 여름 마흔세 살의 신부와 아들 넷을 놔두고 먼저 세상을 떴다. “1971년(33세) 대통령선거에서 남편은 김대중, 본인은 박정희에 투표하였다. 남편은 전파상에서 라디오를 빌려 와 밤새 개표 방송을 청취하였다.” 이후 한국의 정치문화는 아직도 이 오래된 양자 대립 구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어머니는 2019년 뇌경색 판정을 받고 쓰러졌고, 2년간 요양병원에서 지냈다. 난데없이 코로나19 상황이 시작되면서 두꺼운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겨우 면회가 가능했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 여든세 살의 어머니는 눈을 감으셨다. 우리는 어머니의 잔소리를 듣지 못하게 됐고, 그이의 청국장과 무생채를 먹지 못하게 됐다. 참기름과 무말랭이와 간장과 된장의 보급기지를 잃어버렸다. 옛사람들은 어머니를 자당(慈堂)이나 자위(慈?)로 칭했고 점잖게 모친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내게는 어머니가 임홍교 여사다. 2021년 여름 임홍교 여사가 연보의 끝 문장을 완성했다. 위대한 영웅이나 위인만이 일대기를 남기는 게 아니다. 보통의 삶을 산 장삼이사(張三李四)의 삶에도 그에 못지않은 서사와 기승전결이 있다. 세상에 대한 지대한 공헌보다 오히려 한 사람의 인간적인 약점이 마음을 쓰라리게 할 때가 많다. 피를 나눈 가족끼리는 그 구성원의 약점을 숨기거나 왜곡하기 일쑤다. 그것은 훗날 역사의 왜곡으로 이어진다. 임홍교 여사는 가족 이외의 사람들에게 무엇을 나눠 주는 일에 매우 인색했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였다. 그렇게 아끼고 모은 현금 천만 원을 손녀의 결혼을 앞두고 불쑥 내놓아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할아버지나 할머니, 혹은 아버지나 어머니의 연보 써 보기를 제안한다. 시간은 문장으로 기억하는 순간 탈색되지 않는다. 현란한 수사를 동원할 필요도 없고 문장을 작성하는 기술이 없어도 된다. 구체적인 자료 조사를 통해 기록의 힘만 믿으면 된다. 기록이 역사다.
  • [서울광장] 국민이 불법불벌 국가를 원할까/박홍환 논설위원

    [서울광장] 국민이 불법불벌 국가를 원할까/박홍환 논설위원

    엊그제 항소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씨의 1심 판결문은 본문만 A4 용지로 무려 532쪽이나 된다. 목차만 해도 17쪽이고, 별지까지 더하면 아주 두꺼운 단행본 한 권 분량이 넘는다. 지난해 12월 말 재판 결과가 나오자마자 서울 강남의 학원가와 중고등학생 학부모들 사이에 그 판결문이 확 돌았다. 발을 동동 구르며 구해 달라는 사람도 많았다니 그 소리를 듣고 처음엔 이해하기 힘들었다. 숨 쉬기 힘들 정도로 긴 호흡의 문장도 그렇거니와 어려운 법률 용어로 가득 찬 판결문인데 왜 그토록 열광적으로 회람됐을까. 짐작한 대로 그들이 주목한 것은 조 전 장관 부부 딸의 입시와 관련된 부분이다. 딸에게 이른바 ‘7대 스펙’을 만들어 줘 기어코 의사로 키워 낸 조 전 장관 부부의 집념과 동원한 온갖 수단과 방법을 판결문을 통해서나마 전수받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스펙 위주의 입시제도 자체가 크게 바뀌긴 했지만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서라도 아이들을 좋은 학교에 보내고 싶어 하는 학부모들의 집념은 그대로이니 왜 아니 그렇겠나. 출판사 여러 곳이 정씨 판결문을 쉽게 풀어 쓴 단행본 출간 계획을 세웠었다는데 결국 그런 학부모들의 심리를 파고들고자 했던 것일 게다. 정씨의 집요한 입시비리 행태에 대해 1심에 이어 2심 재판부도 “입시 제도의 공정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믿음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준엄하게 꾸짖었다. 조 전 장관 딸과 비슷한 또래의 자녀를 둔 대부분의 선량한 시민들은 자녀들에게 그 어떤 스펙도 만들어 주지 못한 무능을 탓하며 큰 자괴감에 빠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씨는 재판 내내 입시제도 탓만 하며 죄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 아닌가. 조 전 장관 역시 현란한 법률 용어를 동원해 가며 “끝까지 다투겠다”고 상고 의지를 밝혔고, 더불어민주당의 대선주자 전원과 여권의 핵심 인사들 모두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법원의 불공정한 판단 등을 지적하며 판결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받고, 대학총장 표창장을 위조하는 등 법을 중대하게 위반했는데도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을 나무라며 처벌해선 안 된다는 불법불벌(不法不罰)의 해괴한 논리, 기가 막힐 노릇이다. 더 큰 문제는 조 전 장관 부부의 입시비리가 국가 중대범죄 수사 역량의 급격한 저하라는 국가적으로 엄청난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조국 사태’를 계기로 여권은 검찰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이끄는 검찰이 조 전 장관 일가를 이 잡듯이 뒤져 기어코 조 전 장관을 낙마시키고, 정씨를 구속한 것은 검찰개혁에 완강히 저항하는 것이라면서 검찰의 힘을 빼는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찰의 직접 수사 권한을 크게 줄였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신설해 검찰이 독점해 온 기소권 일부를 넘겨 줬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검찰에게서 수사권을 완전히 뺏는 ‘검수완박’이 여권의 최종 목표다. 그 결과 지금 어떤 상황인가. 최근 대형 불법비리 수사는 자취를 감췄다. 우리 사회가 그만큼 깨끗해지고, 공직자들이 청렴해졌다고 믿고 싶지만 과연 그런지는 의문이다. 그보다는 수사기관들이 거악(巨惡)의 흔적을 포착하고도 ‘관할 밖’이라는 이유로 묵살하고 있거나 아예 그런 거악을 파헤칠 역량이 사라졌기 때문은 아닐까. 공수처 설치 이후 공직 범죄는 3급 이상 고위공직자는 공수처, 4급은 검찰, 5급 이하는 경찰이 담당하도록 돼 있다. 검찰이나 경찰이 고위공직자 비리 혐의를 포착하면 즉각 공수처에 사건을 넘겨야만 한다. 검찰이나 경찰 입장에서는 어차피 공수처로 넘기게 될 텐데 구태여 거악 수사에 나설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검찰과 경찰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고, 공수처는 고소·고발·수사의뢰 사건이나 이첩 사건만 수사하고 있으니 이러다 진짜 거악이 무대 뒤에서 웃는 불법불벌 국가가 되고 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검찰의 수사권 남용, 제 식구 봐주기, 편의적 기소권 행사 등 잘못된 관행은 반드시 손을 봐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가적 수사 역량을 퇴행시키면서까지 손발을 잘라 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수사기관 간 건강한 경쟁 관계 형성이 필요하다. 동기부여 없는 임무 수행이 제대로 될 까닭이 없다. 대형 비리는 첩보를 입수해 내사에 착수한 수사기관을 중심으로 다른 기관과의 협력 체계를 통해 발본색원하는 수사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해야만 한다. 불법불벌 국가, 국민 누구도 원치 않는다.
  • [책 속 한줄] 침묵을 듣는 법/이순녀 선임기자

    [책 속 한줄] 침묵을 듣는 법/이순녀 선임기자

    들으려고 한다면, 풀잎이 스치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들으려고 한다면, 침묵도 들을 수 있다. 들으려고 한다면, 차마 말이 되지 못하는 울음도 들을 수 있다. 그 사람의 말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을 듣겠다는 뜻이 간절하다면, 흘리는 한숨이라 해도 알아들을 수 있다.(102쪽) “듣고 싶은 것만 듣나 보네.”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던 지인이 농담처럼 툭 던진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딴생각을 하며 건성으로 듣고 있었던 속내를 어찌 알았는지. 나이 들면 마음이 넉넉해지고, 연륜도 깊어져 남의 얘기를 더 잘 들어줄 줄 알았는데 웬걸. 성격은 급해지고, 참을성은 쪼그라들어 내 생각과 다르거나 관심사를 벗어난 타인의 말을 인내하기가 점점 버겁다. ‘당신이 잘 있으면, 나도 잘 있습니다’(마음산책)에서 만난 이 문장은 남이 하는 말을 잘 듣는 것에서 나아가 말하지 않는 혹은 말할 수 없는 것까지 헤아릴 줄 아는 깊이 있고, 성숙한 관계 맺기의 아름다움을 일깨워 준다. 저자 정은령은 말한다. “누군가 내 얘기를 들어준다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인가. 세상에 들어줄 줄 아는 사람은 얼마나 귀한가.” 침묵, 울음, 한숨을 알아듣는 경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우선은 상대방이 하는 말에 온전히 귀 기울이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겠다.
  • [부고] 이준호씨 부친상, 김주호씨 부친상, 윤석희씨 모친상

    ■ 이준호(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전략투자부문장)씨 부친상 △ 이동섭 씨 별세, 이준호(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전략투자부문장) 씨 부친상, 11일, 전북대학교병원 장례식장 2층 특1호실, 발인 13일 오전 8시. 063-250-1443 ■ 김주호(KPR 사장)씨 부친상 △ 김조영씨 별세, 김주호(KPR 사장·전 제일기획 마스터)·김주엽(삼성디스플레이 상무)·김인강(주부)씨 부친상, 김지헌씨 장인상, 11일 오후 3시 12분, 충북 음성군 음성농협장례식장 101호실, 발인 13일 오전 7시30분. 043-872-4119 ■ 윤석희(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씨 모친상 △ 지옥자씨 별세, 윤석희(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석현(선유중학교 행정실)씨 모친상, 강석동(케이티디에스 데이터서비스사업팀 차장)씨 장모상, 11일 오전 8시,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장례식장 B107호, 발인 13일 오전 6시 10분. 02-857-0444
  • [서울광장] 우리는 왜 그런 대통령이 없나/황수정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우리는 왜 그런 대통령이 없나/황수정 편집국 부국장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말실수들은 과연 실수일까. 같은 실수가 반복되면 실력을 의심받는다. “후쿠시마 원전이 붕괴된 것은 아니니까 방사능 유출은 기본적으로 안 됐다”고 했다. 여권은 일본 극우세력이나 할 말이라고 비난했다. 일본 극우 좋으라고 일부러 그가 그렇게 말했을 리는 만무하다. 평소 깊은 사유가 없었던 문제에는 누구나 팩트에 취약하다. 법철학과 헌법정신을 말하면서 그가 사고친 적이 있었나. 사고는커녕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명언을 남겼다. 밀턴 프리드먼의 ‘부정식품’을 인용한 인터뷰 답변도 그렇다. 자신의 자유주의 신념을 강조하려고 극단적 자유시장 경제학자의 논리를 원용했을 것이다. 자칭 타칭 ‘자유주의자 윤석열’은 프리드먼을 거슬러 올라가 하이에크까지 자유시장경제 이론을 섭렵했으리라 짐작된다. 벼락공부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프리드먼 이후 소득양극화와 불평등으로 펄펄 끓는 자유시장을 고민하고 대안을 그려 본 적이 있었다면. 답변의 결은 달랐을 것이다. 없던 우물을 파서 물을 대듯 하루아침에 사유의 항아리를 채울 수는 없다. 윤석열은 문재인 대통령의 반사체다. 콘텐츠와 내러티브는 부족한데 반사체 주인공 혼자 끌고 가는 판타지 드라마는 아슬아슬하다. 다큐로 장르 전환되는 순간 혼돈의 상실감이 얼마나 큰지 우리는 이미 잘 알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반사체였다. 세월호 단식 농성장에도 책을 들고 나타났다. 많이들 잊었겠지만 최측근이 된 고민정 의원은 본래 문 대통령의 서재 프로젝트를 맡은 부대변인으로 청와대에 들어갔다. 전직 대통령의 불통과 유체이탈 화법에 지쳤던 국민 눈에 많은 것들이 위안이었다. 독서가라는 소문대로 스스로 내면을 다듬는 대통령이라면 딴 건 몰라도 대국민 화법이나 소통에서만큼은 문제 없으리라 안심했다. 그 기대를 문 대통령은 일관되게 저버리고 있다. 이전 정권의 과거사 문제들은 망설이지 않고 사과하면서 자신의 실책은 사과하지 않는다. “부동산 문제만큼은 자신 있다”고 했다가 1년만에 “부동산 문제만큼은 할 말이 없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그 말을 사과로 이해하고 후속 대책을 기다렸다. 할말 없다는 말 이후 부동산에 관한 한 문 대통령은 정말로 말이 없다. 애프터서비스 정책은 나올 기미가 없다. 모더나 백신 도입에 또 차질이 생겨 접종 대혼란이 불가피한데도 “집단면역 시기를 앞당기겠다”는 현실과 동떨어진 말을 한다. 이럴 때 국민은 좌절한다. 정책 실패로 겪는 고통에 불통의 답답함까지 더해진다. “박정희도 못 만들었던 악법”이라 비판받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도 대통령은 침묵한다. 많은 국민은 이 법의 실체를 잘 모르거니와 관심이 없다. 쉽게 말해 이런 법이다. 언론이 자기에게 불리한 취재를 한다 싶으면 불법이라고 중재를 걸고 민사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사실상 취재는 중단되고 ‘불법 아님’을 증명해야 하는 쪽은 언론. 평범한 시민에게는 평생 가도 해당 사항이 거의 없을 얘기다. 십중팔구는 정치와 경제 권력에 불리한 취재가 가로막히게 된다. 대통령이 국민 알권리와 언론의 근원적 비판 기능을 무력화할 법안에 침묵하는 이유는 갈수록 자명해 보인다. 정권에 이로울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윤석열. 내가 참모라면 ‘뼛속까지 자유주의자’ 이미지를 이쯤에서 그만 만들자고 할 것 같다. 이념을 정치와 정책에 무리하게 반영한 것이 현 정부의 패착이라면서 자신은 정치적 계산법으로 특정 이념에 집착하는 모습이다. 모순이다. 정치 준비 시간이 짧았다는 핑계는 현실 정치에서 의미 없다. 반체제 극작가였을 뿐인 체코의 바츨라프 하벨은 세계 정치사에 남은 대통령이다. “운명의 장난으로 하룻밤 사이에 정치의 세계로 떠밀린 처지였다”는 회고가 담긴 그의 연설집마저 명문으로 대접받는다. 대선 주자라면 누구든 일독을 권한다. 최근 국내 출간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회고록을 읽는 중이다. 퇴임 4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최고의 셀럽 정치인이다. 두꺼운 벽돌책을 나는 오바마가 아니라 우리 대통령과 후보들의 좌표가 궁금해서 읽고 있다. 이런 표현이 나온다. “나는 혁명가가 아니라 개혁가였고, 기질적으로는 보수였다.” 진보 정당의 진보주의 대통령이었지만 정책을 결정할 때는 이념을 초월하려 고뇌했다는 고백의 문장이다. 훗날 저런 고백을 할 수 있을 대통령이 우리한테는 왜 없나. 그런 대통령감이 왜 도무지 보이지 않나.
  • 쿠오모 도운 할리우드 ‘미투 단체’ 대표의 위선

    쿠오모 도운 할리우드 ‘미투 단체’ 대표의 위선

    캐플런 ‘타임스업’ 이사회 의장 사임뉴욕주, 피해자 문제 삼는 성명 작성“초안 문구 수정한 뒤 서한 공개” 조언성추행 피해자들 “학대에 동참” 경악CNN은 쿠오모 동생 징계 안 해 역풍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주지사 성추행 사건이 이리저리로 불똥을 튀기고 있는 가운데 유명 여성 인권단체 대표도 이를 피하지 못했다. 할리우드 여성들이 성희롱과 싸우기 위해 설립한 미투 단체 ‘타임스업’ 이사회 의장 로버타 캐플런이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9일(현지시간)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사건이 터지자 뉴욕주는 피해 사실을 처음 공개한 린지 보일런 전직 보좌관에 대해 신빙성과 폭로 동기를 문제 삼는 성명 초안을 작성했는데, 이를 캐플런에게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고 캐플런은 일부 문구를 수정한 뒤 서한을 공개하라고 답했다. 이 사실이 최근 뉴욕주 검찰총장의 조사 보고서를 통해 알려지자 여성계와 피해자들은 경악했다. 타임스업의 일부 후원자들과 사건 피해자들은 공개서한을 보내 “생존자들을 희생시키면서 학대에 동참했다”고 비난했다. “피해자들에게는 ‘우리에게 오세요. 당신들에게 안전한 공간입니다’라고 하면서 뒤로는 가해자들에게 어떻게 사건을 숨기고, 고발자들에게 보복할 수 있는지 가이드북을 건네주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타임스업에 “피해자 개인, 단체 등으로부터 받은 기부금을 전액 돌려주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컬럼비아대 로스쿨 부교수인 캐플런은 미투 운동이 한창이던 2018년 ‘타임스업 법률대응 기금’을 창설해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해 왔고 2019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성폭행당했다고 폭로해 명예훼손 소송을 당한 칼럼니스트 E 진 캐럴을 변호하기도 했다. 불똥은 앞서 주지사의 친동생으로 CNN의 앵커인 크리스 쿠오모에게 튄 뒤 CNN으로까지 번져 가는 중이다. 크리스는 형에게 성추행 사실을 부인하고 ‘캔슬 컬처의 희생양’으로 포장할 것을 적극 충고했고, 앞서 주지사의 성명문 초안 작성을 적극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조사 결과 “사적인 친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으나 다른 이들을 해칠 의도는 없었다”는 문장은 그의 작품이었다. CNN은 이런 일이 알려진 뒤 “앞으로 그에게 주지사에 대한 취재를 금지시키겠다”고 발표했는데, 미 언론계에서는 “그게 징계냐”는 조롱이 일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문이나 경쟁사인 폭스뉴스 경영진의 성추행 사건 때와 완전히 달라진 태도에 ‘CNN의 이중 잣대’가 도마에 올랐다. “코로나19 때 주요 프로그램에서 동생이 형의 업적을 드러내고, TV에서 시시콜콜 집안일을 얘기하게 한 것부터가 잘못이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CNN 내부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고 한다. “가족이란 것은 고를 수 없으며 인기가 많은 ‘프라임타임’의 시청자들이 그를 계속 원하고 있다”며 옹호하는 이도 있고, 크리스에게 징계를 내리지 않는 회사 측 결정을 강력히 비판하는 쪽도 있다. 그 와중에도 성추행 피해자는 속속 늘어 두 명이 추가로 나타났다고 이날 뉴욕포스트는 보도했다. 현재 뉴욕주에서는 모두 5개 카운티 지방검찰청이 쿠오모 주지사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 [이은혜의 책 사이로 달리다] 책이 도구화할 때/글항아리 편집장

    [이은혜의 책 사이로 달리다] 책이 도구화할 때/글항아리 편집장

    글은 누구나 쓸 수 있고, 모든 사람이 저자가 될 수 있다는 시대 흐름이 지배적이어서일까. 간혹 출간 제의를 받고 착잡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예전엔 교도소 수감자들이 독자로서 출판사에 편지를 썼다면, 요즘은 예비 저자로서 기획서를 보내온다. 한 뼘 공간에서 인간이 키울 수 있는 것은 ‘생각’뿐인지 자신만만하고 호탕하게 ‘슬기로운 감옥생활’과 같은 책을 쓰겠다는 의지를 내비친다. 또한 얼마 전 학교폭력으로 자녀가 또래 집단에게 따돌림을 당한 아이 아빠의 글을 검토했다. 관련 재판을 앞둔 그는 책을 써서 그간의 일을 고발하고자 했다. 책이 재판에 도움을 줄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두 사람은 사회적 시각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로 극단적으로 반대편에 서 있지만, 둘 다 출간이 어려운 것은 매한가지였다. 뭔가 책이 도구화가 된다는 우려를 떨칠 수 없어서였다. ‘나’를 말하는 시대가 되자 책 역시 수단화하는 현상이 두드러지는 듯하다. 한때 ‘사용법’처럼 책이 매뉴얼로서의 역할을 극대화하자 저자군은 양적 성장을 이뤘을망정 독자들은 빈곤한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 모든 에피소드와 경험이 책이 될 순 없지 않은가. 하지만 보험을 판매하는 나의 고모도, 문학소년을 꿈꿨던 나의 삼촌도 책 출간을 문의해 온다. 자신이 헤쳐 온 세월이 대견해 이를 널리 알리려 한다는 것이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많은 이의 경험은 그 자체 진실성을 담보한다 해도 보편 정서를 획득하기 어렵고, 특히 문장 안에서 사유가 벼려진 게 아니라면 반드시 문자 기록으로 남길 이유도 없다. 가끔 이런 질문을 한다. 남에게 읽히는 글을 쓰는 사람은 어떤 욕망과 태도를 지니고 있어야 할까.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독자들은 ‘나’를 지운 글을 좋아한다. ‘나’가 비대해진 책에서 독자들은 소음을 느낀다. 독자들은 저자의 명성과 인기를 좇아 그의 책을 구입하지만, 그가 자기 형체를 가능하면 지우고 여백을 만들어 낸 글을 읽고 싶어 한다. 즉 독자의 흠모는 저자의 시선이 독자, 타자, 사회를 향한 것일 때 유지된다. 자서전적 에세이를 쓰려는 예비 작가들은 먼저 자신을 직시해야 한다. 어떻게든 좋은 모습을 끄집어내려고 자신을 들여다보는 데 너무 많은 욕망과 목적이 투영된다면 그 막 때문에 독자에게 가닿지 못한다. 나를 직시한다면 그 모습은 대단한 것일 가능성이 별로 없다. 글은 반성적 매체이고 ‘회상’에는 고독, 후회, 슬픔이 저절로 따라붙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 흙탕물 속으로 자신을 밀어넣을 자신이 있다면 책을 써도 좋을 것이다. 자신의 과거가 아름답지 않았다고, 차라리 보여 주지 않고 생을 마감하는 게 나았다고 할 정도로 혼돈과 아이러니 속에 있는 모습. 그것이 나이 들어가는 인간의 솔직한 내면일 것이다. 그런 게 가능하냐고? 위대한 문학작품은 종종 그것을 해낸다. 디노 부차티의 소설 ‘타타르인의 사막’의 주인공 드로고 중위는 군인으로서 공훈을 세우고 싶어 했지만 첫 발령지는 사막 한가운데 있는 요새였다. 그곳에는 적은커녕 먼지와 구름 그림자밖에 없었다. 평생 적을 만나지 못할 거라는 초조감에 드로고는 점점 황폐해진다. 인생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 노인이 될지 모른다는 예감을 할수록 독자 또한 그의 황량한 내외면의 세계로 끌려들어 간다. 독자는 드로고의 고독을 뼛속 깊이 느끼며 본능적으로 자신의 지난날을 뒤돌아보게 된다. 지금의 삶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돌릴 기회가 한두 번 있었는데, 우리는 드로고처럼 모두 놓치고 지나왔다. 그러니 이 책을 통해 얻게 되는 감정은 낙관보다는 비관 쪽이다. 독자는 ‘시간’이 인간보다 우위에 서서 우리를 내려다본다는 열패감을 맛보게 된다. 과연 패배감만 안기는 이런 책을 누가 읽으려 할까. 하지만 읽는다. 카프카, 칼비노, 보르헤스가 책에 자신의 영혼을 침잠시켰고, 오늘날의 진성 독자들도 방황, 죽음, 아이러니가 지배하는 그의 또 다른 걸작 ‘60개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 이서수 ‘미조의 시대’ 이효석문학상 대상

    이서수 ‘미조의 시대’ 이효석문학상 대상

    이효석문학재단은 제22회 이효석문학상 대상으로 이서수(38) 작가의 소설 ‘미조의 시대’를 선정했다고 9일 밝혔다. 노동 소외, 주거 불안으로 생존을 위협받는 현대인들의 고투를 20대 취업 준비생 미조와 그의 가족, 친구를 통해 밀도 높게 묘사한 단편 소설이다. 심사위원단은 “빈틈없는 스토리라인와 핍진한 캐릭터의 형상화, 미묘한 갈등과 애증의 서사로 엮인 주인공들의 인간관계와 감정 변화에 이르기까지, 스토리 전개는 물론 문장 하나하나가 엄청난 공력으로 이뤄진 탄탄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이 작가는 지난해 장편소설 ‘당신의 4분 33초’로 제6회 황산벌청년문학상을 수상했다. 이효석문학상은 가산 이효석(1907~1942) 선생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자 2000년 평창군 효석문화제에서 제정했다. 시상식은 다음달 11일 오후 2시 평창군 이효석문학관에서 열린다.
  • [가꾸고 나누고 다듬는 우리말] 부자연스럽고 어렵게 하는 일본어투/이경우 어문부 전문기자

    [가꾸고 나누고 다듬는 우리말] 부자연스럽고 어렵게 하는 일본어투/이경우 어문부 전문기자

    <8>법의 언어 ㉠채용에 관한 실무를 총괄적으로 담당 ㉡종국적으로는 사법에 대한 신뢰 ㉢한시성을 기본적 성질로 법원 판결문에 보이는 표현들이다. ‘적’(的)을 지나치게 사용했다. ‘총괄적으로’는 ‘총괄해’ 또는 ‘총괄’, ‘종국적으로’는 ‘종국에는’으로 표현하는 게 자연스럽다. ‘기본적’은 ‘기본’이라고 하는 게 더 낫다. 굳이 ‘적’을 붙이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도 법원의 판결문에는 ‘적’들이 이렇게 나타난다. 우리 법들이 일본 법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결과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의 사법제도와 법이 그대로 들어왔다. 그 과정에서 낱말이나 표현 방식도 같이 옮아왔다. 그때의 것들이 지금도 적지 않게 남아 있다. 뜻을 모호하게 하기도 하고, 연결을 매끄럽지 않게도 한다. ‘적’을 남용한다. ‘과학자’, ‘교육자’, ‘노동자’에서 ‘자’(者)는 ‘사람’이란 뜻이다. 일상에서 ‘자’는 거의 이런 방식으로 쓰인다. ‘사람’의 뜻을 가지고 단독으로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낯선 자가”, “그에게 맞설 자가 없다”라고 하면 낮추는 어감을 준다. 한데 판결문에도 홀로 쓰이는 ‘자’들이 보인다. “이와 같은 건축물을 건축하려는 자는”, “그를 감독할 법정의무 있는 자가 그 손해를 배상할”이라고 표현한다. 낯설고 거북하다. 일본 법을 번역해 들여오는 과정에서 일본어 ‘자’(者·もの)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자’는 ‘사람’으로 바꾸는 게 적절하다. ‘7월’이나 ‘8월’은 달의 명칭이라는 뜻이 확고하다. ‘7월’이라는 표현에서 ‘일곱 달 동안’이라는 의미를 찾기는 어렵다. ‘월’(月)이 ‘동안’이나 ‘기간’을 가리킬 때는 ‘월 생산’, ‘월 이자’, ‘월 계약’ 같은 상황에서다. ‘월’을 기간을 나타내는 말로 쓸 때는 ‘7개월’이라고 한다. 그런데 판결문은 “피고인을 징역 4월에 처한다”, “징역 2년 6월 및 벌금 1억원을 선고하면서”처럼 ‘월’이라고 한다. 일본 법률의 표현을 옮긴 형태다. ‘징역 4개월’, ‘징역 2년 6개월’이 바람직하다. 법과 판결문에서 주로 말하는 ‘인용’(認容)은 일상에서 쓰는 ‘인용’(引用)과 또 다르다. 일상에서 쓰는 ‘인용’은 남의 말을 자신의 말 속에 끌어 쓴다는 뜻이다. 법에서는 ‘인정하여 용납함’이다. “그들의 통행을 인용할 의무를 부담하기 때문에”, “주장을 인용하거나 배척하였음을”이라는 판결 문장에서 ‘인용’의 의미를 알기는 너무 어렵다. 전문용어로 볼 수도 없다. 법조계의 권위를 높이는 데는 유용할 수 있겠다. ‘인정’(認定)이나 ‘용인’(容認), ‘받아들인다’가 쉽게 통한다.
  • 뺏긴 일상 채운 공감… 여덟 가지 ‘힐링 백신’

    뺏긴 일상 채운 공감… 여덟 가지 ‘힐링 백신’

    꿈에서 멀어진 청년·여행 갈증…코로나 시대 일상 다양한 상실감8명의 작가 다채로운 서사로 풀어독자들 공감할 따뜻한 위로 전해1년 6개월 이상 지속된 코로나19 팬데믹 탓에 안전과 자유에 대한 갈망은 커지고 불확실성과 상실의 무게감이 삶을 짓누른다. 이런 불안한 상황 속에서 우리 문단의 중심에 있는 작가 여덟 명이 각각의 서사로써 따뜻한 인사와 위로를 건네는 테마 소설집을 펴냈다. 조해진, 권여선, 강영숙, 하명희, 임솔아, 이승은, 오수연, 박서련 작가가 참여했다. 조해진 작가 ‘혜영의 안부 인사’에는 자신이 원했던 꿈으로부터 점점 멀어져 가는 삶을 사는 문예창작학과 출신 청년들이 등장한다. 소설가를 꿈꾸는 혜영은 코로나19와 맞물린 실업대란 속에서 허울뿐인 방송 작가를 거쳐 콜센터 상담원으로 취업했으나 자괴감에 그만둔다. 휴대전화 매장에서 대학 동기 주원을 점원으로 만나고 문학과 거리가 먼 삶을 사는 옛 동기들의 근황을 들어 보니 답답하기만 하다. 혜영은 등단한 선배의 시집 낭독회 도중 주원에게 안부 편지를 전한다. “어떤 일을 하든 누구를 만나든, 그 시간이 문장으로 남을 수만 있다면 사는 건 시시하지만은 않겠지”(68쪽)라는 말 속엔 옛 꿈을 되찾길 바라는 간절함이 담겨 있다.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여행에 대한 갈증도 대변한다. ‘피서 본능’(이승은 작가)의 주인공 경호는 매출 급감으로 회사에서 퇴직한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족 여행을 강행한다. 폭우가 내리는 귀경길 산악 도로에서 자동차가 사고로 멈춰 섰지만, 반대편 차량 운전자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모습은 삶이 힘들어도 아직 살 만한 세상이라는 점을 알려 주는 듯하다.단조로운 코로나 시대는 현실이 아닌 기억 속에서 더 새로운 경험을 하는 듯한 느낌으로도 다가온다. 권여선 작가 ‘기억의 왈츠’ 속 ‘나’는 좀처럼 외식을 하지 않다가 어느 날 동생 부부를 따라나서다 가게 된 허름한 시골 식당에서 까맣게 잊고 있던 30여년 전 대학원 남자 동기 경서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경서가 건네줬던 일기장과 뜯어 보지 않은 경서의 편지까지. 경서에 대한 연애 감정이 없었던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자신에게 마음을 열고자 한 그에게 최소한의 존중과 예의를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은 뒤늦은 회한으로 남는다. 권 작가는 “동전의 앞뒷면처럼 내 안에 공존하게 되는 동시성이 종종 나를 혼란에 빠트린다”고 고백했다. 팬데믹 세상을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은 각자 사연이 담긴 시간을 묵묵히 버텨 내며 더 나은 내일을 기다린다. 임솔아 작가가 “친구들은 한 번도 못 봤지만 소설을 쓰는 동안은 친구들과 함께 있는 것 같았다”(99쪽)고 말한 것처럼 팬데믹이 준 상실감이 크더라도 우리가 통과해야 하는 어떤 과정을 같이 견뎌 내자는 작가들의 심정이 담겨 있다. 어딘가에서 본 듯한 일상을 술술 읽히는 문체로 풀어놓은 소설 8편은 누군가와 함께하기 쉽지 않은 코로나19 시대에 어울리는 ‘힐링송’ 같다. 단편 특유의 여운과 서사적 재미를 모두 갖춘 책장을 넘길수록 무더위 속 막막한 시간을 보내는 모두에게 청량한 위로가 되지 않을까.
  • 편의점서 심장마비로 쓰러진 손님…간호대생 알바가 살렸다

    편의점서 심장마비로 쓰러진 손님…간호대생 알바가 살렸다

    편의점에서 심장마비 증상으로 쓰러진 50대 손님이 간호학 전공 대학생 아르바이트의 신속한 심폐소생술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5일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오후 2시쯤 경기도 군포시에 있는 GS25 산본경원점에서 한 50대 여성이 매장을 들렀다가 계산대 근처에서 쓰러졌다. 마침 이 매장에서 근무 중이던 한솔(21)씨가 이를 목격하고 다른 고객들과 함께 119에 신고한 뒤 쓰러진 손님을 평평한 곳에 눕히고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신성대학교 간호학과 학생인 한솔씨는 심정지 환자에게 5분의 ‘골든타임’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에 구급대원이 오기 전까지 정확한 심폐소생술로 신속하게 대응했다.한솔씨의 기민한 대응은 도움을 받은 손님이 편의점 업주를 통해 감사인사를 전하면서 본사에까지 알려졌다. GS리테일은 한솔씨에게 감사장과 함께 100만원의 포상금을 전달했다. 한솔씨는 회사를 통해 “간호학 전공자로서 고객이 눈앞에서 쓰러지는 것을 보고 큰일임을 직감해 바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면서 “고객분이 무사히 퇴원하셨다는 소식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성기 GS리테일 편의점 1부문장은 “앞으로 사내외에서 심폐소생술 교육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 [김주대의 방방곡곡 삶] 염무웅 선생의 문장/문인화가·시인

    [김주대의 방방곡곡 삶] 염무웅 선생의 문장/문인화가·시인

    흔히들 점잖음과 유머를 이질적인 것으로 보지만, 점잖음과 유머를 동시에 장착하고 때때로 발현하시는 분이 있다. 점잖게 웃기는 분이다. 그분은 얼굴 근육을 통해 만들어 내는 다종의 미소 중에 특별히 은은한 미소를 자아내게 하는 능력을 가진 분이다. 평론가 염무웅 선생. 최근에 발간한 선생의 저서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김용태는 나에게 창자 속에 든 것까지 다 꺼내 보여 준다는 태도였다. 그렇게 개복(開腹)까지 했음에도 김용태 역시 나에게는 속내를 다 알아내지 못한 인물이다.” ‘개복’ 즉 배를 갈라 다 보여 줬다는 의미의 이 대목에서 웃지 않을 도리가 없다. 배 째서 다 보여 줘도 그 속을 모르겠다는 선생의 능청스러움이나 무지(ㅎ)에 또 웃지 않을 수 없고. “…젊은 기자들은 많은 경우 나의 오해이기를 바라지만, 넓게 인문학적 소양을 쌓아야 할 대학 시절에 고시공부하듯 암기에만 몰두해서 ‘유식한 맹목’이 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하기는 판검사들은 더한 것 같지만….” ‘유식한 맹목’이라는 말도 재밌지만, 말을 끝맺는 듯하다가 느닷없이 판검사들을 끌어와서 패대기를 치고 계신다. 통쾌한 미소가 저절로 인다. (젊은 시절 지인의 소개로 만난 여성과의 첫 대면에서) “척 보니 나처럼 소심한 학삐리가 감당하기에는 과분했고… 나는 기탄없이 웃고 떠들어 대는 실례를 저지름으로써 배우자 아닌 친구로는 지낼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고, 그날 이후 그 여성은 내게 다시는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맘에 들지 않았으면 “기탄없이 웃고 떠들어 대”셨을 리가 없다. 결혼할 형편은 못 됐으나 앙큼하시게도 친구로는 지내고 싶은 욕심은 있으셨던 모양이다. 아, 그러나 우리의 과분하게 매력적인 여성은 그 후로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그 여성은 자존심이 상했을까, 염무웅 선생의 ‘명랑한’ 계산을 간파했을까? 알고 보면 염무웅 선생은 참 유머가 풍부한 분이다. 그 유머가 가볍지 않아서 그렇지 들여다보거나, 귀 기울이면 미소가 저절로 인다. 지난날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해 방북하신 2박3일간의 이야기에서도 선생의 유머가 슬슬 드러난다. “나는 동승한 안내원에게 슬쩍 물어보았다. ‘(환영하는) 인민들이 몇이나 거리로 나왔을까요?’ 하지만 그는 쓸데없는 질문 말라는 듯 대꾸했다. ‘그 어케 셀 수 있갔습네까?’” 아이 같은 순정한 호의와 호기심으로 ‘인민’이라는 북한 일상용어까지 동원해 물었으나 돌아온 건 북한 안내원의 무심한 대답(불친절로 보지 않으심). 한 방 먹은 선생의 무안하고 멍~해진 표정이 떠올라 웃음이 난다. 내가 옆에 있었으면 선생의 무안을 달래 드리려 북한 안내원에게 이북 사투리를 흉내내어 한마디했을 것이다. “이보라우, 안내원 동무, 그 머이 대답이 그렀습네까. 우리 샘이 진정 달뜨고 좋아서 물어본 걸 고따구 면박적 대답으로 뭉갭네까?” 그러면 또 북한 안내원은 머리를 긁으며 “죄송합네다. 셀 수 없이 많이 나왔구만요”라고 하겠지. 생각만 해도 좋다. 선생의 말씀 한 자락 그대로 옮긴다. “평화와 민주주의, 민족적 자주와 사회적 평등이 한반도 전역에 걸쳐 실질적으로 구현되는 진정으로 바람직한 상황을 통일이라 할 때, 그것은 어떤 극적인 한순간의 감격이라기보다 일상적 실천과 자기희생을 동반한 점진적 성숙의 현실적 축적일 것이다.” 어릴 적 본 전쟁영화에는 껌을 씹으며 전투를 수행하는 주인공들이 더러 나온다. 생사를 넘나들면서도 우스갯소리를 하고 껌을 질겅질겅 씹어 대는 그 모습이 인상 깊게 남아 있다. 긴장을 풀려는 노력이겠지만, 여유와 유머로도 보였다. 그 어떤 이질적인 것이 한몸처럼 전개되는 영화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염무웅 선생의 글과 말씀들을 통해 상처와 고통을 끌고 가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한반도 남북 주민의 오늘을 보았다.
  • ‘함석헌의 발자취’ 그리다…용산, 근현대 역사 기리다

    ‘함석헌의 발자취’ 그리다…용산, 근현대 역사 기리다

    가로쉼터 정비해 연혁 동판·문장비 세워 “용산서 28년 생활… 민주·인권운동 헌신함 선생 탄생 120주년, 업적 되새김 첫 발”유관순 추모비·이봉창 역사울림관까지탐방 코스로 이어 역사문화 도시로 도약“20세기 한국을 대표하는 사상가이자 독립운동가인 고 함석헌(1901~1989) 선생은 서울 용산에서 28년간 생활하셨습니다. ‘사상계’를 집필하고 ‘씨알의 소리’를 창간하는 등 다양한 일을 진행하셨는데 이런 사실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안타깝습니다.”성장현 서울 용산구청장이 지난달 30일 용산구 산천동 30-3번지에 있는 가로쉼터를 찾았다. 이달 완공 예정인 ‘함석헌 기념공원’의 마무리 공사를 점검하기 위해서다. 성 구청장은 “올해가 함석헌 선생이 탄생한 지 120주년이 되는 해”라면서 “이 기념공원을 시작으로 앞으로 선생의 업적을 기리고 정신을 되새길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함석헌 선생은 1956년 용산구 원효로4가 70번지 자신의 집에서 ‘사상계’를 집필하기 시작했다. 1983년 도봉구 쌍문동으로 거처를 옮긴 뒤 1989년 사망할 때까지 민주·인권 운동에 헌신했다. 서울 용산구는 함석헌 선생의 일대기를 재조명하기 위해 산천동 가로쉼터를 정비해 기념공원으로 만들었다. 공원 전체 면적은 482㎡로 크게 함석헌 기념 공간과 어린이 놀이공간으로 구분했다. 어린이 놀이공간에는 기차 모양 놀이대, 흔들놀이말, 체력 단련 기구 등을 설치한다. 성 구청장은 “기념공원 바로 앞에 함 선생 옛 집터와 국공립어린이집이 있다”면서 “아이들과 학부모, 지역 주민들이 공원을 이용하면서 자연스럽게 함 선생의 정신을 배울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통 기와담장으로 두른 기념공원은 함석헌 선생의 사진과 연혁, 활동 내역 등을 담은 동판 등 기념 시설물이 마련돼 있다. 선생이 쓴 ‘너 자신을 혁명하라’ 글귀가 적힌 문장비를 세우고, 기존에 있었던 정자 시설을 활용해 ‘씨알의 소리’ 현판도 설치한다. 평소 역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성 구청장은 용산이 서울의 대표 ‘역사문화도시’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그간 관련 인프라를 꾸준히 구축해왔다. 2015년 유관순 열사 추모비를 건립한 데 이어 2019년에는 지역을 대표하는 역사문화명소 100곳을 선정해 안내판을 세웠다. 작년에 이봉창 의사 역사울림관을 개관했고, 올해는 함석헌 선생의 기념 공간을 마련했다. 올해 하반기 중에는 함석헌 선생의 옛 집터 인근에 명예 도로명도 부여할 계획이다. 성 구청장은 “지역의 역사적 공간을 잇는 탐방 코스를 개발할 예정”이라며 “내년 초 용산역사박물관이 완성되면 함석헌 선생을 비롯해 주요 역사 인물들을 기획전 형태로 주민들에게 소개해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 해야 솟아라… 어둠 살라 불타는 삶 쏟아낸 시인의 기도

    해야 솟아라… 어둠 살라 불타는 삶 쏟아낸 시인의 기도

    청룡산 너머의 햇빛· 사갑들의 거센바람안성 고장치기 마을서 문학적 정서 키워 ‘청록파’ 시인으로 초기 자연 세계관 넘어일제강점기, 전쟁 거쳐 4·19 민주화까지정치·이념 떠나 윤리적·실존적 저항 보여 “시 쓰기는 신나는 일”… 1000여편 남겨2018년 세운 문학관에 발자취 고스란히누구보다 ‘현실적인’ 문학세계 집중조명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너머 산 너머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너머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여, 달밤이 싫여,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여,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여…….//(중략)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띠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 (박두진 시인의 ‘해’, 1946)박두진 시인은 1916년 3월 10일 경기 안성군 안성읍 봉남리에서 태어났다. 아홉 살 때 보개면 동신리로 이사한 뒤 열여덟 살에 서울로 떠날 때까지 안성에서 살았다. 그가 살던 ‘고장치기’ 마을은 청룡산을 바라보며 ‘사갑들’이라 부르는 벌판으로 둘러싸인 곳이었다. 고장치기에서 보낸 유년을 박두진 시인은 온 생에 걸쳐 시에 투영한다. 안성에서 살던 10여년은 문학적 상상력과 정서를 길러 주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룡산을 넘는 강렬한 햇빛과 짙푸른 하늘, 사갑들의 거센 바람으로 기억된 안성의 자연은 훗날 박두진 시의 중요한 소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고향 안성의 햇덩어리와 별밭’이라는 글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누구나 그리운 것이 고향이겠지만, 나는 좀 유별났다. 아무 때나 무뚝무뚝 생각나고, 어릴 때의 고향 모습을 지금도 나는 꿈속에서 자주 본다.(중략) 가장 고향다운 고향은 안성의 한 촌락인 ‘고장치기’라는 곳이다.” 그러면서 “가장 여리고 순수하던 인생 중의 알고갱이 시절을 여기서 살았으니 고장치기야말로 나의 고향 중의 고향인 셈”이라고 했다.‘시인과 농부’라는 글에서는 또 이렇게 회상하기도 한다. “내가 자란 모향(母鄕)은 먼지와 매연과 기름때에 찌들은 도회 구석이 아니다. 하늘이 많고, 바람이 많고, 별이 많고, 나무가 많고, 물이 많고, 새들이 많고, 꽃이 많고, 풀벌레가 많은, 저 넓고 푸른 시골이었던 것이다. 숲이요, 벌판이요, 산골짜기요, 풀밭이었던 것이다.” 가히 청록파 시인다운 고향의 자연 예찬이다. 박두진은 시인 정지용의 추천으로 시 ‘향현’과 ‘묘지송’이 잡지 ‘문장’(1939년 6월호)에 실리면서 시인이 됐다. 그해 9월호 같은 잡지에 ‘낙엽송’이, 1940년 1월호에 ‘의’, ‘들국화’가 추천되며 정식으로 등단 절차를 마치게 됐다. 그와 함께 ‘청록파’로 불리는 박목월과 조지훈 역시 정지용에 의해 ‘문장’에 시가 추천되어 시단에 등장했다. 박두진은 훗날 1989년 제1회 ‘정지용 문학상’을 수상하며 다시 한번 정지용과의 인연을 되새긴다. ‘시인의 고향’에서 박두진은 자신의 시 세계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다. “일찍이 나는 내 인생의 시작 단계로서 초기에는 ‘자연’, 다음에 ‘인간’, 다음에 ‘사회’와 ‘인류’ 그다음으로 혹 노년기란 것이 내게 허락된다면 그때에 가서 ‘신’에 대한 것을 쓰리라고 작정한 바 있다.” 앞서 밝혔듯이 박두진의 시집 ‘청록집’, ‘해’에 담긴 초기 시들은 자연을 통한 긍정의 세계와 민족적 소망, 종교적 이상주의를 표현했다는 점이 특징적으로 손꼽힌다. 유년 시절에 보았던 청룡산의 강렬한 햇빛, 짙푸른 하늘, 사갑들의 거센 바람으로 기억된 고장치기가 그의 시 전반을 아우르는 배경이 된 것이다. 그가 추구한 자연은 그의 정신과 이상을 구현하는 관념의 매개이자 그가 그리는 신앙적 이데아의 세계까지 포괄한다.박두진을 정의하는 ‘청록파’는 1946년 6월 을유문화사에서 간행한 3인 공동시집 ‘청록집’에서 유래된 말이다. 박두진, 박목월, 조지훈을 통칭해 부르는 단어이기도 하다. 청록파 시인들은 미학적 특징이나 시를 통한 현실 대응의 방법은 서로 다르지만 ‘청록집’을 통해 자연을 노래한 서정시를 발표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박두진 초기 시의 자연에 대한 상징은 시인의 시적 저항이자 현실 참여의 한 방편이었으며, 자연의 객관화와 순수한 감각의 표현을 통해 시적 가치와 자신이 지향하는 세계를 보여 주는 통로이기도 했다. 시집 ‘해’에는 어둠, 달밤 등으로 표현된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민족적 현실을 빛의 속성을 지닌 해를 통해 극복해 보려는 의지를 보인다. 또 광복 직후 새 시대에 대한 희망과 창조적 의지를 형상화한 ‘해의 품으로’, ‘도봉’, ‘향현’, ‘묘지송’, ‘바다’ 등 자연을 배경으로 쓴 시편들이 주를 이루지만 그 이면에는 철저한 현실 인식이 자리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박두진은 4·19혁명 이후 대학에서 해직됐고, 한일 국교정상화 조치 때는 이에 반대한 서명 문인 1호가 됐다.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거쳐 4·19까지 겪은 시인의 저항의식의 발로인 셈이다. 그의 발자취는 자연에서 현실로의 이행이 아닌, 지극한 현실 속에서 나타난 자연적 세계관이다.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것들을 떠나 윤리적이고 실존적인 것으로서의 자연과 시, 그리고 그의 자리에서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던 시인의 삶이 바로 그것을 말해 준다. 박두진의 후기에는 근원적인 존재론적 물음과 신의 의지와 자연의 섭리를 노래하며 수석 모으기를 또 다른 취미로 삼아 수석을 통한 구체적인 시적 이미지를 그려 내기도 했다. 박두진은 보통 새벽 4시에 기상해 하루를 시작했다. 새벽에는 명상을 하며 글쓰기의 주제를 떠올렸으며, 학교 강의가 없는 날에는 독서와 원고 쓰기에 몰두했다. 시상이 떠오르지 않거나 마음이 답답해지면 수석 채집을 다녔다. 또 단소 불기를 취미로 삼았는데, 이는 유년 시절에 안성 장터에서 맹인이 퉁소를 연주하는 것을 아주 인상 깊게 본 뒤부터 생긴 관악기에 대한 관심의 일환이었다. 또 학교 강의를 마치고 고서점이나 골동품 가게를 찾아 고가구나 도자기들을 수집하며 옛 선비들의 이상과 예술정신을 본받고자 했다. 구해 온 도자기에 직접 먹글씨를 쓰며 마음을 가다듬는 일을 즐겼다. 박두진은 시를 쓰는 일을 신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시를 쓰는 일은 어렵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즐겁고 신이 나며 쓰고 싶은 주제가 너무 많기에 이런 두려움이야말로 바로 시인, 작가의 마음이 아니겠는가 하는 뜻이다. 등단 이후 60여년간 1000편의 시를 쓰면서 17권의 시집과 여러 수필집을 출간한 작가다운 포부였다. 그는 마감일을 엄수하기로도 유명했는데, 원고 마감 하루 전날을 마감일로 표시해두어 원고가 늦지 않도록 했다. 시와 서예, 도자기와 수석, 단소 등으로 시와 삶을 꾸리던 시인이 세상을 떠난 해인 1998년 10월 안성의 보개도서관 앞뜰에 시 ‘고향’ 전문이 새겨진 시비가 세워졌고, 그 후로 20년 후에 그의 ‘고장치기’의 지척에 ‘박두진문학관’이 건립됐다. 2001년부터는 박두진 문학제가 열렸고, 2007년에는 박두진 문학상이 제정됐다. 박두진문학관은 2012년부터 박두진 유품 및 유족 보관 자료 조사를 거쳐 2016년 4월에 기본 설계를 착수했다. 2년간 건물을 지었고, 전시 준비 과정을 거친 뒤에 2018년 11월에 정식으로 개관했다. 박두진의 묘가 있는 기좌리와 비봉산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자리에 문학관이 세워진 것이다. 문학관에서는 옥상을 상시 개방해 박두진 시의 근원이 된 안성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게끔 했다.문학관 내부의 상설 전시관은 1부 ‘박두진의 시를 읽다’, 2부 ‘박두진의 일상을 보다’, 3부 ‘박두진의 예술세계와 만나다’로 나뉘어져 있다. 박두진의 문학 세계와 안성의 자연이 합쳐진 ‘자연친화적인 문화공간’인 셈이다.한 시인이 대표작을 갖는다는 것은 시인으로서는 매우 영광이고, 시간을 이겨 내는 힘을 얻는 일이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대표작만 남아 시인의 다른 시와 삶은 지워지기 일쑤다. 우리는 혹시 박두진을 ‘해’로만, ‘현실을 벗어나 자연을 노래한’ 시인으로만 여기지는 않았는가 생각해 볼 일이다. 이것이 바로 교과서에 실린 시에 대한 또 다른 결과가 아닐까. 그리하여 한 번쯤은 안성에 들러 시인의 삶과 예술 세계를, 험난한 현실 속에서도 ‘해’를 노래할 수밖에 없던 지극한 사정을 이해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자연을 노래하려면 ‘현실’에서 벗어나거나 가장 ‘현실’에 발을 디뎌야 자연이 보이는 법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연에 지극한 현실을 투영했던 시인, 박두진의 자리 ‘안성’이다. 소설가 이은선
  • ‘4주택 논란’ 김현아 SH사장 후보자 사퇴

    ‘4주택 논란’ 김현아 SH사장 후보자 사퇴

    ‘다주택 논란’에 휩싸였던 김현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후보자가 결국 자진 사퇴했다. 김 후보자는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SH 사장 후보자에서 사퇴합니다. 저를 지지하고 비판하신 모든 국민께 죄송합니다”라는 짤막한 두 문장을 남기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 후보자는 남편과 함께 서울 강남구 청담동 아파트와 서초구 잠원동 상가를 포함해 부동산 4채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시의회 인사청문회에서 다주택 보유 지적에 대해 “내 연배에는 지금보다 내 집 마련이 쉬웠고, 주택 가격이 오름으로써 자산이 늘어나는 시대적 특혜를 입었다”고 주장해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시의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이튿날 김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의견이 담긴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의결했다. 김 후보자는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이에 대해 사과하고, 부동산 4채 중 부산의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매각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를 둘러싼 비판 여론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홍준표 의원 등은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판하며 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시의회 청문회 결과와 상관없이 서울시장은 SH 사장을 임명할 수 있지만, 김 후보자는 자신과 오 시장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스스로 물러나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새로운 후보자를 지명할 방침이다.
  • 김현아 다주택 논란에 서울시의회 민주 “즉각 자진사퇴” vs 국힘 “지지”

    김현아 다주택 논란에 서울시의회 민주 “즉각 자진사퇴” vs 국힘 “지지”

    다주택 논란에 휩싸인 김현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후보자에 대해 서울시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자진사퇴를 요구했지만 국민의힘은 지지 의사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30일 낸 입장 자료를 통해 “보유한 부동산 중 일부를 매각하겠다는 발언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본질을 흐리는 김현아 후보자의 행위는 서울시민을 기만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하며 김 후보자에게 즉각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이와 달리 시의회 국민의힘은 같은 날 논평에서 “김현아 후보자가 서민의 주거 복지를 회복시켜주길 바란다”며 지지했다. 김 후보자는 전날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인사청문회 당시 다주택 해명 과정에서 나온 ‘시대적 특혜’ 발언에 관해 사과하며 보유한 부동산 네 채 중 부산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이른 시일 내에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아파트와 서초구 잠원동 상가에 대해서는 매각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문장길 대변인은 “안정적 주택공급과 서민 주거복지를 위한 공공정책을 사회주의라고 비난한 김 후보자는 SH보다는 민간 부동산회사 사장이 더 어울린다”평가하며 자진 사퇴와 더불어 오세훈 시장의 결단을 요구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논평에서 “김 후보자는 20년 이상 도시·주택 분야 연구에 매진했고, 국회의원으로서 정무 감각과 실무경험을 두루 쌓은 전문가”라며 “자신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불안한 주택시장을 정상화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 나를 일으켜 세운 힘… 엄마, 엄마의 엄마가 만든 시간들

    나를 일으켜 세운 힘… 엄마, 엄마의 엄마가 만든 시간들

    문득 부모의 지난 시간들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특히 인생의 변곡점을 하나씩 마주하게 됐을 때 딱 지금 내 나이의 엄마는 어땠을지, 어떻게 그 짐들을 다 이겨 냈는지 아려 온다. 어린 시절 이야기에 모든 무게를 내려놓은 듯 입꼬리가 가볍게 올라간 아버지의 얼굴은 늘 질문 욕구를 불태운다. 소설집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 등 서정적인 문장으로도 핵심을 뚫는 문제의식을 보여 준 최은영 작가가 오랫동안 함께 이야기를 나눈 할머니를 떠올리며 첫 장편소설을 냈다. 소설의 주인공 지연은 이혼하고 도망가듯 떠난 곳에서 할머니를 20년 만에 마주했다. 엄마의 엄마에게서 그의 엄마부터 자신의 엄마까지 100년 남짓 관통하는 시간들을 듣는다. 그 시간 안의 여성들은 저마다 짐을 짊어지고 안간힘을 다해 버틴다. 백정의 딸이라 천대받은 증조모와 그에게 처음으로 마음을 내주고 평생 깊은 우정을 나눈 ‘새비 아주머니’가 온몸으로 겪어 낸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전쟁은 절절한 우리의 역사 그 자체다. 소설은 철저히 여성주의적 언어를 사용한다. 증조모와 할머니 앞의 ‘외’ 자를 뺐고 시절마다 아내이자 며느리, 엄마로서 아무렇지 않게 맞닥뜨려야만 했던 수많은 가시들을 담담히 옮긴다. 흥미로운 점은 4대에 걸친 여인들의 이야기는 서로 연결되고 반복됐다는 것이다. 매사에 호기심을 가진 증조모와 무엇을 보든 언니를 따라 ‘우와, 우와’ 감탄하던 지연은 얼굴까지 꼭 닮았다. 모녀들은 각자의 상처를 대물림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면서도 결국 또 다른 방식으로 아픔을 주고받기도 한다. 그러나 연결된 시간들이 마냥 따갑거나 고통스럽지만은 않다. 20년 만에 만난 할머니의 시간에 푹 빠지게 된 지연에게 작은 변화가 서서히 찾아오듯 아득한 시간 안에도 따뜻한 사랑과 애틋한 가슴이 오간다. 서로를 의지하며 뜨겁게 나눈 마음 때문에 책장 사이로 고스란히 온기가 전해진다. 지난 시간들은 그렇게 지금을 살아갈 힘을 준다.
  • “민원이 곧 성북의 의제” 주민이 원하면 어디든 구청장이 달려갑니다

    “민원이 곧 성북의 의제” 주민이 원하면 어디든 구청장이 달려갑니다

    ‘성북의 미래, 현장에서 답을 찾다.’ 서울 성북구청 입구에 걸려 있는 현판에 쓰인 글귀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이 평소 현장을 그토록 사랑하는 이유가 담겨 있는 문장이기도 하다. 성북구의 ‘민원 해결사’를 자처하는 이 구청장은 주민들의 목소리에서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 답을 찾는다. 민선 7기 공약 사업인 ‘현장 구청장실’도 그런 이유에서 2018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운영해 왔다. 이 구청장은 주민들과 현장에서 함께 고민하고 답을 찾는 과정이야말로 성북구의 일상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원동력이라고 믿는다. 최근 몰라보게 달라진 길음동 삼양로의 변신 역시 이 구청장이 취임 직후부터 주민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노력한 끝에 이룬 성과물이다. 이 구청장은 ‘맥양집’(맥주양주집)이라고 불리는 불법유해업소가 밀집해 있던 까닭에 주민들로부터 민원이 끊이지 않았던 삼양로를 대대적으로 정비해 청년들의 창업거리로 바꿨다. ‘사람이 다니지 않는 거리’라는 오명이 붙었던 이곳이 젊음이 흐르는 역동적인 거리로 탈바꿈하면서 주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28일 삼양로에서 만난 이 구청장은 “모두가 꺼리던 삼양로를 머물고 싶고, 도전하고 싶은 거리로 변화시킬 수 있었던 데에는 주민들의 의견과 협조가 큰 역할을 했다”며 “코로나19로 대면 접촉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온라인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지속적으로 주민들로부터 지역을 위한 제안과 조언을 듣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구청장과의 일문일답. -‘현장’을 사랑하는 구청장으로 잘 알려졌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현장 구청장실’은 어떻게 운영하는지. “‘주민이 구청에 와도 구청장이 자리에 없어 만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주민들이 구청으로 힘들게 발걸음을 할 게 아니라 구청장이 직접 가서 주민과 소통하는 곳, 그곳이 바로 현장이라고 본다. 오래된 민원이나 어려운 숙원 사업도 현장에서 주민과 의논하다 보면 바로 실행하지 못하는 사안이라도 차선책 아니면 차차선책이라도 서로 협의하게 된다. 2018년부터 운영하는 ‘현장 구청장실’은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부터 20개 전체 동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 회의는 성북구 유튜브 채널로 실시간 방송해 관심 있는 주민은 누구나 장소 제한 없이 실시간 소통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달 기준 영상 회의는 총 2000여명이 참여했고 영상 조회수도 총 4만 2023회를 기록했다. 향후 코로나19 추이를 살펴 하반기에도 지속적으로 비대면 현장 구청장실을 열어 주민과의 접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최근 길음동 삼양로가 활력이 넘치는 거리로 변신해서 주민들의 반응이 좋다고 들었다. “민선 7기 시작과 함께 성북구는 삼양로 불법유해업소 근절을 목표로 행정·주민·경찰이 함께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지속적으로 단속하고 업종 변경을 유도해 지난 2년간 37곳 중 20곳이 폐업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음침했던 거리 분위기를 산뜻하게 바꾸기 위해 길음역에서 미아초등학교까지 약 800m에 이르는 양측의 낡은 보도블록을 교체하고 안전 펜스를 설치했다. 가로등과 가로수도 교체해 밝은 분위기를 조성했다. 불법유해업소가 폐업한 자리에 또 다른 불법유해업소가 들어서는 구조를 끊기 위해 이 거리를 청년들의 거리로 조성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유해업소가 나간 빈자리에 청년들의 창업 공간이 들어섰는데. “음식점, 소규모 문화공간, 서점 등 청년들이 창업한 가게 6곳이 활발히 영업하고 있다. 삼양로를 청년들의 창업 거리로 바꾸는 가장 큰 역할을 할 ‘청년공간 길: 이음’도 지난해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창업 교육과 전문적인 컨설팅 등을 하고 있다. 인근에 있는 ‘문화예술교육공작소’는 청년 예술인 강사를 양성하는 동시에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양로와 관련해 향후 계획이 있다면. “불법유해업소가 오랜 시간 머물러 있었던 탓에 삼양로에 대한 주민들이 지닌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이 같은 변화를 알리고 거리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2019년 시민 시장 ‘두근두근 별길마켓’을 열었다. 청년 창업가와 예술가, 주민들이 어우러진 거리 마켓 공연과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길음뉴타운 주민 등 방문객 3만여명이 다녀갈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 현재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센 탓에 행사를 열지 못해 아쉬워하는 주민들이 많다. 오는 가을 즈음에는 삼양로에서 축제를 열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성북구 전 지역에 청년 창업의 붐을 일으켜 ‘청년창업도시 성북’을 구현하는 기반이 되리라 확신한다. 청년이 성북에서 성장하고 그 성과를 지역과 나누는 선순환 여건을 만드는 데 민선 7기 남은 기간 역량을 집중하겠다.”-그 외에 청년들을 위해 마련한 정책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청년들의 성장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2016년 전국 최초로 청년지원기본조례를 제정했다. 청년의 자립 역량을 강화하고 청년이 자신과 지역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추진 중이다. 청년들이 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청년 참여기구와 청년 활동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정릉·길음·동선·월곡동에 청년들을 위한 공간이 마련돼 있는데, 개인의 자유로운 활동과 공통 관심사에 대한 교육과 청년정책네트워크 활동이 진행 중이다. 창업을 꿈꾸는 청년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정책도 실시하고 있다. 1인창조기업인과 예비창업자에게 사무공간 및 주거공간을 동시에 제공하는 직주혼합형 공공임대주택 사업인 ‘도전숙’을 운영해 청년창업자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고 있다.” -지난해 구정 활동 중 가장 큰 성과를 꼽자면. “지난해 2월 정릉4동 주민들이 중심이 된 민관 합동방역단이 구성된 이후 현재까지 주민들의 자율적인 방역활동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일 성북천 분수마루에서 방역봉사대 발대식과 성북천 정화활동을 하며 민선 7기 3주년을 기념하기도 했다. 20개 전체 동의 주민과 공무원들이 함께 방역 활동을 벌였다. 주민들이 교회나 노인요양시설 같은 감염병 집단 발생 지역 및 취약지역을 비롯해 지하철역, 버스 정류장 등 다중이용시설, 지역 내 재개발구역, 민원 요청 지역까지 집중적으로 방역활동을 벌이고 있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위기 상황에서 동네 방역단을 꾸려 골목골목을 방역하는 성북구 주민들이 지방정부의 가장 큰 동력이었다. 또 성북구 지역 특성상 구릉지가 많은데 이러한 지형적 한계를 극복하고 시민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스마트 도로 열선 시스템을 추진했다. 열선은 총 17곳에 설치했고 길이만 5.8㎞에 달한다. 서울시 최다 열선 설치 구로 대한민국 서비스만족 환경 분야 대상을 받기도 했다.”-남은 임기 중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우선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방역을 철저히 할 계획이다. 구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일은 지방정부의 중요한 책무다. 기본적인 감염 검사, 역학 조사, 방역 작업은 물론이고 유관 기관과 협력해 지역 감염 요인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백신 접종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열쇠로는 행정혁신을 꼽고 싶다. 선도적인 스마트 도시로의 변화를 촉진하고 언택트 사업을 행정 영역 전반에 확장해 행정과 주민, 주민과 주민을 보다 긴밀하게 연결해 나가려고 한다. 오동근린공원 책쉼터, 삼선동 공영주차장, 월곡 청소년 문화의 집, 재활용 선별장 현대화 등을 연내에 완공하고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편익 시설을 확충해 누구나, 어디서나 균질한 삶의 편리를 누릴 수 있는 균형도시로 한 걸음 나아갈 것이다.”
  • 김경 서울시의원 “부동산 전문가 김현아, 부동산 기초영어도 몰랐다”

    김경 서울시의원 “부동산 전문가 김현아, 부동산 기초영어도 몰랐다”

    서울특별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 소속 김 경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은 27일 열린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공사’)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 특별위원회에서 김현아 후보자의 학술지 논문과 관련해 본인 작성 여부 의혹을 제기했다. 이번에 SH공사 사장 후보자로 내정된 김현아 후보자는 가천대학교 도시계획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도시계획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경 의원은 “김현아 후보자께서는 관련 분야 전문가로서 몇 편의 논문을 써냈는데, 논문 초록을 보면 과연 전문가가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김 후보자에게 주택담보대출의 영문 표현을 물었으나, 긴 침묵뿐 후보자의 답변을 들을 수가 없었다. 흔히 이야기하는 모기지론(mortgage loan)도 몰랐던 것이다. 김 의원은 “학술지 논문을 평가를 할 때 가장 중요한 사항 중 하나는 국문 초록과 영문 초록이 맞는지 확인하는 것인데, 후보자의 학술지 논문은 내용과 순서가 맞지 않는다”면서 왜 일부 논문 내용을 생략했는지 질문했으나,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마땅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끝으로 김 의원은 “부동산 거래 증명 등에 대한 논문 내용이 이어지던 중 갑자기 마지막 문장에 ‘at first’로 시작하는 문장으로 마무리 되었다며 편집 오류인지 직접 작성하지 않은 것인지라는 생각과 함께 논문을 쓴 사람으로서의 학문적 양심에도 의혹이 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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