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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조사랑’ 70대 할머니, 박사학위 받아

    ‘시조사랑’ 70대 할머니, 박사학위 받아

    여고생 시절부터 시조를 사랑했던 70대 할머니가 ‘시조 박사’에 올랐다. 17일 청주대에 따르면 김선옥(77·청주시 상당구 우암동) 할머니가 ‘가람과 노산 시조의 비교연구’란 논문으로 오는 22일 문학박사 학위를 받는다. 이 논문은 일제강점기 때 시조를 통해 조선인의 혼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 가람 이병기(1891~1968) 선생과 노산 이은상(1903~1982) 선생의 시조 정신을 논리적으로 알기 쉽게 풀어 비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할머니는 “컴퓨터를 다루는 게 미숙하다 보니 논문을 쓰다가 내용이 모두 날아가는 등 숱한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앞으로 창작 활동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시조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한 것은 17세이던 공주사범학교 1학년 때다. 수업시간에 시조를 배운 게 계기였다. 일찍이 작가를 꿈꿨지만 부모님의 권유로 시조와 거리가 먼 숙명여대 약학과에 진학하면서 약사의 길을 걷게 됐다. 숙대에서 2년 수료한 뒤 충북대 약학과를 나왔다. 하지만 청주로 시집와 30여년간 약국을 운영하면서도 시조에 대한 열정은 식을 줄 몰랐다. 1995년 ‘어머니’란 작품을 통해 ‘창조문학’ 시조 시인상을 받았고, 그해 한국 시조시인협회와 한국문인협회 회원이 됐다. 꿈에 그리던 시조시인이 됐지만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시조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왕성한 창작활동을 해야겠다며 청주대 대학원에 진학, 2000년 석사학위에 이어 박사과정 3년 만에 박사학위까지 취득하게 됐다. 그는 “그동안 쓴 시조가 100여편인데 이 시조들을 모아 책을 내고 싶다”고 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카드’ 없는 전경련, 허창수 회장 재추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오는 21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정기총회가 열릴 예정이어서 논의 내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총회에서는 임기가 만료되는 현 허창수 회장의 연임 및 정병철 상임 부회장 등 상근 임원진의 교체 여부가 결정된다. 새 정부에 대한 어젠다도 함께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재계 4대 그룹 고위 관계자들이 모임을 갖고 허 회장의 유임 여부와 상근 임원들의 교체에 대한 논의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현재 전경련의 최대 관심사는 2년간의 임기를 마치는 허 회장의 연임 여부다. 전경련 회장단은 대안 부재를 이유로 허창수 현 회장을 재추대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그동안 GS칼텍스 세무조사와 GS건설 담합 행위 적발 등 계열사 비리가 불거진 데다 허 회장의 ‘무색무취’ 스타일이 전경련의 위상 약화에 영향을 줬다는 비판도 있어 그의 연임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지만 대안부재로 불가피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국세청이 GS그룹의 대표 계열사인 GS칼텍스에 대해 특별 세무조사에 나섰다. GS칼텍스 대주주의 친족이 보유한 국외 자회사와의 내부거래에 대한 조사 소식도 전해진다. 여기에 ‘4대강 사업 입찰 담합사건’에 연루된 GS건설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전경련 회장이 오너로 있는 회사가 담합을 주도해 온 사실이 드러날 경우 입장이 난처해진다. 정병철 상근 부회장과 이승철 전무 등 이른바 ‘양철’이 계속 남느냐도 관심거리다. 그간 이들은 전경련의 ‘입’으로 통했지만, 경제민주화 등의 조류에 편승한 ‘기업 때리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아 왔다. 여기에 전경련 불통 이미지가 가해져 ‘새 시대의 소통’과 거리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와 관련, 정병철 부회장은 최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재계에서는 허 회장이 유임할 경우 정 부회장 교체를 주저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정 부회장이 분가 전 LG그룹 출신인 데다 허 회장의 업무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이슈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재계 5위 이내의 회원사인 H사의 J 사장 등 하마평도 나돌고 있다. J 사장의 경우 힘 있는 부회장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지만, 모(母)기업이 그를 놔줄 리 없어 재계의 기대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H그룹 계열사 사장을 맡고 있는 J 사장도 하마평에 오른다. 재계 안팎의 신망이 두텁기 때문이다. 이 밖에 또 다른 J 전 L그룹 부사장, S그룹 K 부사장 등도 이름이 오르내린다. 전경련이 새로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에 어떤 ‘카드’를 내놓고 관계 설정에 나서려 할지도 주목된다. 재계에서는 전경련이 10대 그룹을 중심으로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계획을 제시하며 박 당선인과 우호적 관계를 모색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아직 삼성 등 주요 그룹들이 올해 투자 규모를 밝히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대통합’을 명분 삼아 청년 일자리 창출과 동반성장 등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경기도, 예산 353억 투입… 장애인 4133명에 일자리

    경기도는 13일 올해 예산 353억원을 투입, 장애인 4133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주차단속보조·공공기관 환경미화보조 등 공공일자리는 지난해보다 115명 늘어난 1727명을 채용한다. 현재 66개인 장애인 직업재활 시설을 72곳으로 늘려 2232명에게 근로 기회를 준다. 장애인의 직무훈련과 사업장 적응훈련을 보조하는 직무지도원 21명을 새로 선발하고, 도농업기술원과 협의해 153명을 즉석도정기 관리사업에 투입한다. 일자리 제공과 함께 봉제전문가·인권강사·바리스타 등 6개 장애인 유망업종에 155명의 전문인력 양성 훈련도 추진한다. 지난해 165억원이던 장애인 생산품 판매액을 182억원으로 확대하기 위해 마케팅, 친환경 인증, 민간 판매망 확충 등을 지원한다. 도내 등록 장애인수는 50만 5000여명으로 전국 장애인의 20%를 차지한다. 18~60세 경제활동 가능연령대 장애인은 26만 5000여명이다. 김용연 도 보건복지국장은 “장애인의 일자리 확충을 위해 도내 공공기관의 장애인 의무고용 채용을 독려하고, 총 구매액의 1% 이상을 중증장애인 생산품으로 우선 구매해 줄 것을 협조 요청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6개 부처 장관 후보 발표] 전통 명문 경기·서울고 - 성균관대 ‘약진’

    [6개 부처 장관 후보 발표] 전통 명문 경기·서울고 - 성균관대 ‘약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주요 인선에서 전통의 명문인 경기고·서울고와 성균관대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날 발표된 장관 후보자 6명 중 경기고 출신이 3명, 서울고 출신이 2명이다. 경기고 출신 중 최연장자는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1967년 경기고를 졸업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 후보자와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각각 1972년, 1976년 졸업해 후배의 연을 이었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각각 1971년, 1975년 서울고를 졸업한 4년 선후배 지간이다. 국무총리 후보에서 낙마한 김용준 인수위원장도 서울고를 나왔다.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가 졸업한 제물포고는 인천 지역에서 명문고로 이름을 날렸다. 경기고·서울고를 비롯한 비평준화 시절의 서울 4대 명문고 졸업생은 인수위 안팎에 포진해 있다. 진영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도 경기고 출신이다. 홍기택 인수위 경제1분과 위원이 그보다 1년 후배로 1971년 졸업했고 유일호 당선인 비서실장은 1974년 졸업생이다. 장순흥 인수위 교육과학분과 위원과 이승종 법질서사회안전분과 위원은 각각 경복고와 용산고를 나왔다. 지난달 사퇴한 최대석 전 인수위 외교국방통일분과 위원도 경복고 출신이다. 성균관대의 약진은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와 황교안 후보자가 주도했다. 두 사람은 각각 1971년과 81년 법학과를 졸업한 학과 선후배 사이다. 황 후보자는 성균관대 법대 동문회장을 연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 내에서는 유민봉 국정기획조정분과 간사와 안종범 고용복지분과 위원이 각각 성균관대 행정학과와 경제학과를 나와 모교에서 국정관리대학원과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모철민 여성문화분과 간사도 경영학과를 졸업한 성균관대 인맥이다. 한편 행시 동기들의 입각도 눈에 띈다. 서남수·유진룡 후보는 나란히 행시 22회로 당시 문교부와 문화공보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유정복 후보가 한 해 늦은 23회로 그 뒤를 잇는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피곤하다고? 에너지 드링크보다 효과 좋은 ‘이것’

    피곤함을 잊고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 마시는 시중의 에너지 드링크보다 훨씬 더 효과가 좋은 ‘천연’ 음료가 있다. 바로 토마토주스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 등 해외 언론의 12일자 보도에 따르면, 그리스 일반화학국립실험실 연구팀이 훈련을 마친 운동선수 15명 중 9명에게 토마토주스를, 나머지 6명에게 시중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게 했다. 그 결과 토마토주스를 마신 선수들이 에너지 드링크를 마신 선수들보다 근육의 회복 속도 및 혈당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토마토에는 붉은 빛을 내는 리코펜이라는 항산화물질이 들어있는데, 리코펜은 노화방지 및 심혈관질환 예방에 효과적인 것으로 이미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토마토주스가 에너지 드링크 보다 손상된 근육을 회복시키거나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데 유리한 이유 역시 리코펜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반해 고카페인 음료인 에너지 드링크는 다양한 부작용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지난 4일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식품의약국(FDA)에 에너지드링크의 위험성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공식 서한을 보냈다. 플로리다주 매내티카운티는 이번 학기부터 공립학교 내 에너지 드링크 판매를 법적으로 금지시켰고, 뉴욕주 서폭카운티 역시 19세 미만에게는 이를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드링크에 함유된 카페인을 과다 섭취할 경우 정서장애나 불면증, 불안감, 동맥경화 등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편 그리스 일반화학국립실험실 연구팀의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학술지인 ‘식품과 화학독성학’(journal Food and Chemical Toxicology) 최신호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1년중 가장 기쁜날과 슬픈날은 언제?

    “당신의 가장 기쁜 날과 슬픈 날은 언제인가요?” 지난해 미국인들에게 가장 기쁜 날은 12월 25일 크리스마스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 갤럽이 2012년 내내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35만명의 미국인에게 전화 조사를 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66%의 조사 대상자는 크리스마스인 12월 25일이 가장 행복한 날로 꼽았다. 2, 3위는 추수감사절인 11월 22일(64%), 새해 첫 날인 1월 1일(63%) 순이었다. 이는 연휴 때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어머니 날인 5월 13일(61%)과 서머타임제(일광절약시간제·DST)가 시작된 3월 11일(60%)도 가장 기쁜 날로 그 다음을 이었다. 여기서 서머타임제는 여름에 해가 빨리 뜨고 늦게 지기 때문에 비교적 긴 낮을 활용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표준시간을 한 시간 앞당기는 것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과거 두 차례 시행된 바 있다. 이와 달리, 1년 중 가장 슬프거나 기분이 나쁜 날은 8월 22일 수요일, 9월 17일 월요일, 9월 20일 목요일과 같은 일상적인 날은 물론 대선 투표일이었던 11월 6일 화요일과 다음날인 11월 7일이 모두 40%인 동률로 최악의 날로 선정됐다. 이는 대선 당일과 그 다음 날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늦더위 등으로 기분 나빴던 날에 안 좋은 일이 겹친 사람들이 속출해 선택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 밖에도 코네티컷 주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12월 14일에도 많은 미국인(39%)이 슬픈 날로 기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다리 없는 노숙자, 눈 오니 ‘벌떡’ 일어나…

    한쪽 다리를 잃고 붕대를 칭칭 감은 늙은 노숙자가 눈이 내리자 벌떡 일어나 거리를 활보하는 황당한 장면이 포착됐다. 중국매체인 둥팡IC가 지난 7일 제공한 사진은 장쑤성 난퉁시의 큰 도로에서 백발이 성성한 한 노인이 절단된 다리 한쪽을 붕대로 칭칭 감고 목발을 둔 채 구걸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 노인은 다리 한쪽이 없어서 거동 자체가 어려워 보였으며, 장애인이자 노숙자로서 힘겨운 삶을 사는 듯 보였다. 하지만 구걸을 하던 중 거리에 앉아있기 어려울 정도의 큰 눈이 쏟아지기 시작하자 이 노인은 ‘기적’(?)을 행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두 다리로 멀쩡하게 일어나 눈을 피한 것. 이 노인은 사실 다리를 안쪽으로 접은 뒤 마치 절단 사고를 당한 장애인 흉내를 내고 있었던 것. 눈을 피해 걸어가는 노인은 비록 목발을 짚고 있긴 했으나 거동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 보이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네티즌들은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어도 이런 거짓말쟁이가 있어서 선뜻 돕지 못하겠다.”, “노숙자인지 사기꾼인지 알 수가 없다.” 등의 댓글로 비난하고 있다. 이 같은 비난의 배경에는 이 사례처럼 거짓으로 장애인 행세를 하는 노숙자들이 다수 포착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 해 12월에는 쓰촨성 청두시의 한 걸인이 구걸을 마치자 외진 곳에서 말끔한 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와 소파까지 갖춘 ‘제대로 된 집’에서 생활하는 모습이 공개돼 공분을 사기도 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제주 절집의 재발견

    제주 절집의 재발견

    ‘당 오백 절 오백’이라 했습니다. 한라산은 물론, 제주의 마을마다 신당과 절들이 빼곡했다는 뜻입니다. 요즘엔 절집 찾기가 쉽지 않지요. 관광지 제주에 세월의 흔적이 쌓인 절집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경우가 더 흔할 겁니다. 관음사가 대표적입니다. 근대 제주불교의 성지로 꼽히는 절집이지요. 그런데 한라산 등산로 가운데 하나인 ‘관음사 코스’는 알아도 정작 관음사는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한라산 ‘아흔 아홉골’ 깊은 골짜기에서 마주한 석굴암의 기억도 여태 선연합니다. 눈 쌓인 계곡에 맑은 물이 흘러가는 장면은 내 나라 어디서든 흔히 봅니다. 하지만 건천이 허다한 제주에서야 어디 그런가요. 먼저 눈이 와 쌓이고, 그 뒤에 장맛비 같은 겨울비가 쏟아져야 비로소 그 같은 풍경과 마주할 수 있지요. 눈 절반, 물 절반인 계곡에서 석굴암을 만난 건 그래서 더 감동적이었나 봅니다. 제주 여행 중에 겨울비를 만나는 건 이제 아주 흔한 일이 됐다. 지구가 따뜻해진 탓일까, 한겨울에 장대비가 내릴 때도 있다. 그런데 이처럼 비바람이 세찬 날 부러 제주를 찾는 이들도 있다.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방파제를 할퀴는 비바람과 파도가 전쟁 같은 치열한 풍경을 내어 주기 때문이다. 하얗게 비산하는 포말과 시커먼 현무암, 이보다 더 극명한 대비가 있을까. 바다를 경외하며 살아온 제주 사람들에겐 외려 그게 더 제주 풍경의 본질에 가까울 수도 있겠다. 여우비가 분분히 날리던 날, 관음사를 찾아간다. 한라산 오르는 길에 만난 계곡들이 장관이다. 계곡을 꽉 채운 흙탕물이 우당탕하며 아래를 향해 쏟아져 내려간다. 평소 물이 없어 바싹 쪼그라들었던 계곡들 아닌가. 모처럼 제멋에 겨웠다. 오래전 제주에는 절이 많았다. 하지만 조선 숙종 때 이형상(1653~1733년)이 제주목사로 내려오면서 제주 불교계엔 ‘재앙’이 시작됐다. 숭유억불 정책에 충실했던 이형상은 절집이란 절집은 죄다 부숴버렸다. 이후 마을마다 당집은 조금씩 살아남았지만, 절은 상대적으로 적은 숫자만 남게 됐다. 그 가운데 관음사는 제주 근대불교의 발상지쯤 되는 곳이다. 일제강점기에 제주 불교를 중흥 시킨 여승 안봉려관이 1908년 재창건했다. 1939년 화재로 대웅전 등을 잃고, 1949년 제주 4·3사건 당시 토벌대의 방화로 전소되는 등 곡절을 겪기도 했다. 도깨비 도로에서 산록 도로를 따라 관음사 야영장 쪽으로 향하다 보면 길 왼편에서 방사탑 두 기가 나온다. 이게 관음사의 들머리다. 일주문에 앞서 제주 특유의 방사탑을 세운 게 제주답다는 느낌이다. 이미지로만 보자면, 관음사를 상징하는 건 일주문과 사천왕문 사이에 세워둔 불상들이다. 저마다 자세와 표정 등이 다르다. 절집 뒤편 만불전에도 약사여래불, 미륵불 등이 수천 개 서 있다. 절집 관계자에게 크고 작은 불상의 숫자가 몇 개나 되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많다”란다. 만불(萬佛)이라고 꼭 불상이 만 개란 뜻은 아닐 터. 숫자에 연연하는 게 부질없다. 일주문 앞 108불상의 숫자가 정말 108개인지 확인하려던 손길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관음사는 4·3사건 당시 토벌대와 무장대 모두에게 전략적 요충지였다. 하루 밤낮에도 절집을 차지한 세력이 바뀔 만큼 격전이 펼쳐지곤 했다. 그 흔적들이 절집 주변과 뒤편의 아미산 자락에 남아 있다. 관음사에서 천왕사 방향으로 10분 정도 차를 몰아가면 충혼묘지 들머리다. 그런데 이 길, 참 인상적이다. 길 양쪽에 삼나무가 도열해 섰다. 제주에 풍경 빼어난 삼나무 도로가 한 두 곳일까만, 이 길에서 만난 삼나무숲은 느낌이 사뭇 다르다. 1117번 도로 등의 삼나무숲이 높고 경쾌하다면, 이 숲은 다소 낮고 무겁다. 길 또한 좁은 데다 이리저리 휘었다. 범상치 않은 느낌이다. 한라산이 1만 8000여 신들의 좌정처라더니, 그 무게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 길 끝엔 대체 뭐가 있을까 궁금해할 때쯤 갈림길이 나온다. 곧장 가면 천왕사, 왼쪽 길은 충혼묘지 가는 길이다. 석굴암으로 향하는 탐방로는 갈림길의 주차장 가운데쯤에 조성됐다. 예서 석굴암까지는 1.5㎞ 남짓. 안내판은 왕복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고 적고 있지만, 실제로는 두 시간 이상 걸린다. 석굴암은 태고종 산하의 암자다. 1947년 창건됐다. 경북 경주의 석굴암과 이름은 같지만, 규모 등 모든 면에서 도무지 견줄 바가 못 된다. 제주 석굴암의 미덕은 찾아가는 길에 있다. 석굴암은 한라산 서북 능선, 그러니까 한라산 어승생악에서 제주 시내 쪽으로 뻗어내린 이른바 ‘Y 계곡’의 오른쪽에 터를 잡고 있다. 수많은 계곡이 밀집한 지대로 아흔 아홉골, 또는 ‘구구곡’(九九谷)이라 불린다. 석굴암 탐방로는 이리 굽고 저리 휜 아흔 아홉골짜기를 따라 오르내리기를 거듭하며 이어진다. 탐방로 양 옆엔 적송들이 늘어서 있다. 주변을 가득 메운 제주조릿대의 푸른 빛과 잘 어울리는 색감이다. 길 바닥엔 수많은 판근들이 핏줄처럼 불거져 있다. 여기에 짙은 안개까지 끼면 딱 판타지 영화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석굴암 가는 길은 멀다. 비 오는 날 오르자면 힘이 곱절은 더 든다. 왜 안 그렇겠나. 예까지 오는 길의 이름이 아흔 아홉골 아니던가. 석굴암의 주지 호철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아흔 아홉굽이냐고. 그랬더니 “당신 마음 속에 있는 게 아흔 아홉굽”이란다. 석굴암 탐방로를 오르다 보면 전망 좋은 곳을 몇 군데 만난다. 현지인들은 맑은 날이면 제주 해협을 온전히 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라 했다. 하지만 안개 닮은 구름이 잔뜩 낀 탓에 그런 복은 없었다. 제주에 또 하나의 명소가 탄생했다. 롯데호텔제주가 조성한 제주 최대의 야외 온수풀 ‘해온(海溫)’이다. 호텔 관계자는 기존의 야외수영장을 대대적으로 리노베이션하면서 조성 비용에만 1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였다고 전했다. 테마는 힐링과 펀(fun)이다. 수영과 온수 스파는 기본이고, 풀바와 카바나, 자쿠지, 바닥분수, 360도 입체 워터슬라이드, 건식사우나, 키즈풀, 샤워실, 탈의실 등 연인과 가족 단위 투숙객을 모두 만족시킬 만한 부대시설들이 다양하게 조성됐다. 총 4채의 카바나는 고급 소파베드와 오디오 시스템, 벽난로, 커피 머신 등으로 채웠다. 야외 자쿠지도 기존 1개에서 3개로 늘었다. 자쿠지엔 천연 미네랄과 광물질이 풍부한 사해소금 입욕제를 넣어 기능성을 강조했다. 키즈풀엔 어린이 전용 워터슬라이드를 만들었다. 방수 아이패드와 MP3 이어폰도 무료로 대여받을 수 있다. 온수풀 안에 몸을 담그고 한라산 소주에 한라봉과 유채꿀을 섞은 ‘한라티니’를 마시는 재미도 각별하다. 온수풀을 둘러싼 정원과 산책로도 ‘힐링’으로 꾸며졌다. 롯데호텔제주는 ‘해온’ 오픈기념으로 다음 달 31일까지 디럭스 한라룸과 올레 트레킹 패키지 등 이벤트를 진행한다. 1577-0360. 글 사진 제주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지역번호 064) →가는 길 관음사는 도깨비 도로에서 산록 도로를 따라 5분 정도 가면 길 왼쪽에 있다. 724-6830. 석굴암은 관음사에서 산록 도로를 따라 천왕사 방향으로 가다 충혼탑 서 있는 삼거리에서 좌회전, 충혼묘지 주차장까지 곧장 간 뒤, 주차장 가운데에 조성된 탐방로를 따라간다. 748-5335. →맛집 제주엔 돌하르방 식당이 두 곳 있다. 하나는 제주시 일도이동(752-7580)에, 다른 하나는 연동(749-1400)에 있다. 둘 다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된장 풀어 끓인 각재기(전갱이의 방언)국과 고등어회로 입소문이 났다. →잘 곳 아일랜드 트리 하우스가 서귀포 화순의 금모래 해변 인근에 문을 열었다. 넓은 창으로는 파란 제주 바다가 가득 차고, 형제섬과 송악산, 산방산 등이 사방을 둘러쳤다. 캐나다 산 가문비나무를 건축자재로 사용해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펜션 바로 앞엔 주민들이 운영하는 야외 풀장도 조성돼 있다. 2인 1실 기준 12만~18만원. 792-8777, 010- 3179-2237.
  • [씨줄날줄] 예술가 정치인/서동철 논설위원

    직장인들에게 ‘가장 행복할 것 같은 직업’을 묻는 조사가 있었다. 1위가 예술가, 2위가 국회의원이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할 것 같아서’라거나 ‘권위와 사회적 위치가 있어서’를 이유로 들었다고 한다. 문인 출신 국회의원이라면 보통사람들이 선망하는 두 개의 직업을 가진 셈이다. 그런데 문학적 역량과 정치적 역량이 비례하는 것 같지는 않다. 엊그제 교과서의 정치적 중립성을 주제로 한 공청회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최로 열렸다. 계기를 제공한 사람의 하나가 국회의원 도종환이다. 1986년 시집 ‘접시꽃 당신’으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던 주인공이다. 지난해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제19대 국회에 입성한 데 이어 대선 캠프 대변인으로 정치에 더욱 깊이 발을 담갔다. 그러자 교과서에 실린 그의 작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논의가 시작됐고, 이날 ‘정치인의 작품은 정계에 입문하기 전 발표한 것에 한해 수록할 수 있다’고 잠정결론이 내려진 것이다. 그의 작품이 교과서에 그대로 남을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역시 단편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교과서에 실린 소설가 이문열을 정치인으로 볼 것인가 하는 논란도 있었다. 그와 ‘객주’의 작가 김주영은 2004년 제17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공천심사위원으로 나란히 활동했다. 시인 안도현도 지난해 대선에서 민주당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시인 출신 국회의원은 모윤숙, 김춘수, 양성우도 있다. 도 의원은 “온 국민이 사랑하는 ‘꽃’과 같은 시도 교과서에서 빼야 하느냐”고 반발한 적이 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로 시작하는 바로 그 시다. 김 시인은 1981년 유정회 국회의원이 됐다. 그는 훗날 “고사했음에도 대학 교수로 잘 있던 나를 억지로 끌어냈다”고 밝히기도 했다. 1948년 유엔총회에 한국대표로 참석하기도 했던 모윤숙은 1971년 민주공화당 전국구로 배지를 달았다. 유신시절 ‘겨울공화국’의 저항시인 양성우는 자유실천문인협의회 대표를 거치며 1988년 서울 양천구에서 평화민주당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소설가 출신 국회의원은 김한길 민주통합당 의원과 김홍신 전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김한길 의원의 ‘여자의 남자’는 300만부, 김홍신 전 의원의 ‘인간시장’은 560만부가 팔렸다. 대통령의 딸이 국회의원이자 재벌 총수와 정략 결혼하는 내용의 ‘여자의 남자’와 사창가를 무대로 무협지 같은 재미를 주는 ‘인간시장’은 모두 장편소설로 ‘교과서에 실릴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부고] ‘4·13 호헌’ 반대성명 문인구 前대한변협 회장

    [부고] ‘4·13 호헌’ 반대성명 문인구 前대한변협 회장

    1987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4·13 호헌조치’에 맞서 반박 성명을 발표해 전국적인 호헌 철폐 운동을 이끌었던 법조계의 원로 문인구 삼일문화재단 이사장이 5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89세. 1949년 제3회 조선변호사시험에 합격한 고인은 1951년 서울지검 검사로 출발해 1963년 서울지검 부장검사를 끝으로 변호사 개업을 한 뒤 1987년 2월부터 2년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제34대)을 지냈다. 그는 변협 회장으로서 4·13 호헌조치에 대해 ‘헌법과 민주주의, 인권을 무시하는 대통령의 처사는 온당치 못하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고 이후 정당과 종교계의 성명이 잇따르면서 호헌 철폐 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됐다. 변호사 개업 후 한국법학원 원장, 세계법률가협회 아시아 지역 회장 등을 지냈으며 1995년부터 삼일문화재단 이사장을 맡아 왔다. 한국법률문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아들 제태(전 녹십자생명 전무), 제호(모비스 상무)씨 등 2남 2녀와 사위 김재동(세미 대표이사)씨, 조규정(전 하이닉스 전무)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발인은 7일 오전 8시이며 장지는 충남 천안시 풍산공원묘원이다. (02)3010-2631.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작년 소청심사 청구 1017건 ‘봇물’

    작년 소청심사 청구 1017건 ‘봇물’

    지난해 소청심사위 청구 건수가 1017건을 기록, 최근 9년 사이 가장 많았다. 넘쳐 나는 업무에 300건 이상이 법정 기한인 90일을 넘겨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5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소청심사위 소청처리 건수가 2003년 철도노조 파업 참여자들의 집단 소청심사 청구 이후 9년 만에 가장 많은 1017건을 기록했다. 소청처리 청구 중 징계나 처분이 취소되거나 변경되는 구제율은 지난해 38%(잠정집계)를 비롯해 2011년 36.4%, 2010년 38.6%, 2009년 41.5% 등 수준이다. 2003년 철도노조 파업 참여자들의 집단 소청심사 청구 때는 20.9%에 불과했다. 2001년 498건, 2002년 519건이던 소청처리 건수는 2003년 1146건으로 폭등한 뒤 923건(2004년), 694건(2005년)으로 점차 줄어들었다. 2007년 364건까지 떨어졌지만 다시 2008년부터 648건, 2009년 752건, 2010년 952건, 2011년 946건 등으로 조금씩 올라가다가 지난해 1000건을 넘겼다. 접수한 뒤 해당 연도에 처리하지 못해 다음 해로 넘기는 사례도 늘어났다. 소청심사 청구, 처리 건수가 늘어난 것은 공무원 징계 건수와 비례해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등으로 공직 사회에 대한 윤리 기준이 강화되면서 징계 대상도 늘어난 탓으로 분석된다. 소청심사 처리 시한은 청구일부터 60일 이내 또는 의결을 거쳐 30일을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심사와 관련된 인력은 과거 500건 미만 시절로 묶여 있다. 소청심사위는 최근 행안부 감사보고서에서 ‘소청사건을 지연 처리해 공무원 권리구제에 소홀했다. 전문인력 보강, 관련 절차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주의조치를 받았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희귀새 수염수리 95년 만에 포착

    희귀새 수염수리 95년 만에 포착

    세계에서도 자취를 찾기 힘든 조류 ‘수염수리’가 1918년 이후 95년 만에 우리나라 상공을 비행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지난달 27일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 인근 상공에서 수염수리 한 마리를 관찰했다고 5일 밝혔다. 이 수염수리는 지난 4일까지도 이 지역에서 독수리들과 어울려 생활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진객’ 수염수리는 중앙아시아와 시베리아 남부지방, 서유럽 산악지대에 사는데 우리나라에서는 1918년까지 함경도와 강원도에서 세 차례 발견된 적이 있다. 철새도 아닌 수염수리가 95년 만에 한반도에 찾아온 이유는 이번 겨울 시베리아를 비롯해 동아시아 지역의 유례없는 한파 때문인 것으로 생물자원관은 추정하고 있다. 세종 유진상 기자 jsr@seoul.co.kr
  • [北 핵실험 임박 긴박한 한반도] 中환구시보 “대북원조 축소” 보도하자 북한 “기사 왜 안 막냐” 베이징에 항의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비난하면서 대북 원조 축소를 거론한 중국 언론의 사설에 대해 북한이 중국에 강력히 항의했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4일 “북한이 최근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 예고 등을 문제 삼아 대북 원조축소를 주장한 중국 환구시보의 사설과 관련, 당국의 입장이 무엇인지 명확히 하라며 중국 외교부에 강력 항의했다”고 말했다. 환구시보는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로 다소 과격한 민족주의적 색채를 띠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4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패 이후 북한을 비난한 환구시보 칼럼에 대해서도 중국 외교부에 이 같은 보도가 나오는 걸 막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며 공식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환구시보의 보도에 대해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당국의 ‘입장’이 개입된 것으로 여기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대북 원조를 줄일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직간접적으로 밝히고는 있지만 관영매체를 통해 북한에 일종의 ‘경고’를 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북한은 중국 당국과 언론의 ‘역할 분담’을 의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朴, 북핵 등 한반도 정세 직접 챙기기 나서

    북한의 3차 핵실험이 임박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북핵 문제 등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안보문제에 대해 직접 챙기기에 나섰다. 북한이 조만간 핵실험을 강행하면, 비핵화를 전제로 한 박 당선인의 대북공약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정권이 출범하기 전부터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우려와 무관치 않다. 박 당선인은 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분과에서 북한의 제3차 핵실험 동향과 관련한 안보 현안 보고를 받았다. 당초 예정에 없던 이날 보고는 외교국방통일분과의 업무보고 및 국정과제 토론회와는 별개로 진행됐다. 박 당선인이 그만큼 현재 한반도 정세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구체적인 보고 내용에 대해 “박 당선인이 북한의 제3차 핵실험 문제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고만 설명했다. 윤 대변인은 “박 당선인이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으로부터 북핵 문제와 관련한 보고를 받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런 일은 없었고, 그럴 계획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현안 보고에는 현 정부 외교안보라인 인사들은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은 인수위가 시작한 이후 가장 급박한 대외상황이기도 해 새 정부 출범의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날 오후 4시로 예정됐던 외교국방통일분과 등 각 분과 국정과제 토론회가 연기된 것도 북핵 관련 현안 보고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당선인은 오후 현안 보고에 앞서 서울 통의동 집무실에서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과 마이클 아머코스트 전 국무차관 등 미국 스탠퍼드대 대표단을 접견하며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한편 이날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박 당선인에게 남북 경제협력 활성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조선신보는 이날 ‘메아리’ 코너에 게재한 ‘개성공업단지’라는 제목의 글에서 “북과 남이 화해하고 유무상통하여 통일과 번영으로 나가는 것이 우리 민족의 요구다”라며 “박근혜 정권은 이 길을 걷겠는가 외면하는가 대답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단돈 500원에 뇌 건강해지는 과학적 비법 공개

    500~1000원이면 살 수 있는 껌 하나로 신체 반응속도를 높이는 등 뇌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일본국립방사선과학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Radiological Sciences)와 영국 카디프대학교 연구팀이 실험 참가자를 대상으로 껍을 씹는 동안과 씹지 않는 동안의 뇌의 활동을 스캐너를 이용해 촬영했다. 또 눈앞에 보이는 신호에 반응하는 속도 및 혈류의 이동 등을 관찰했다. 그 결과 씹는 행위를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반응속도가 10%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움직임과 반응을 관장하는 뇌의 부분이 가장 활발하게 자극됐으며, 혈류의 흐름 역시 향상된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처럼 껌 등을 씹는 행위로 인해 뇌로 보내지는 혈액의 흐름이 일시적으로 원활해지면서 특정 부위에 자극을 주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실험 결과 껌 한 조각을 20분 가량 씹을 경우 심장박동수가 빨라졌다. 더 많은 산소와 영양소가 뇌로 전달돼 뇌가 활성화 되는 것이다. 또 씹는 행위 자체가 기억과 민첩성을 관장하는 뇌를 자극하는 인슐린 생산을 촉진해 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면서 “여러 이론이 있지만 확실한 것은 껌을 씹는 간단한 행위로 뇌의 8개 부위가 자극을 받으며 활발해 진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디프대학교의 앤디 스미스 박사 역시 “껌을 씹으면 반응시간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경기 도중 껌을 씹는 운동선수들이 있는데, 이는 사실상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과학전문지인 ‘두뇌와 인지’(Brain and Cognition) 최신호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내각 인선·정부조직법·국정밑그림… 이번주 새 정부 순항 분수령

    내각 인선·정부조직법·국정밑그림… 이번주 새 정부 순항 분수령

    박근혜 정부 출범이 3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 주가 순항 여부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총리를 비롯한 내각 인선,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국정과제 수립 등 3대 현안이 모두 ‘발등의 불’이 됐기 때문이다. 당초 이번 주는 내각 인선 발표를 위한 ‘마지노선’으로 간주됐다. 국회 인사청문회 개최와 임명동의안 처리 등을 감안한 것이다. 그러나 박 당선인이 이러한 ‘조기 인선’ 요구에 부응하기 보다는 충분한 ‘사전 검증’을 통해 인선 논란을 차단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박 당선인은 지난달 29일 ‘김용준 총리 후보 사퇴’ 이후 당선인 비서실에 별도의 인사검증팀을 꾸리고, 정부기관들로부터 검증 관련 전문인력까지 파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검증팀은 주말인 2~3일부터 체계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증 작업이 방대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른바 ‘내정에서 발표’까지 상당한 시간차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인선 발표는 총리 후보자의 경우 설 연휴(9~11일) 전후로, 경제부총리 등 내각 후보자는 국회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시점(14일) 즈음으로 각각 늦춰질 수도 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통과는 현재로선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17부·3처·17청’으로 짜여진 개편안에 대해 여야 모두 큰 틀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역대 인수위가 마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된 전례가 없는데다, 이번에도 미래창조과학부의 ‘공룡 부처’ 논란 등 각론에서는 이견도 적지 않은 만큼 진통도 예상된다. 오히려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과정이 박 당선인의 대국회 교섭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다. 박 당선인이 최근 새누리당 지도부와 지역별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연쇄 회동을 갖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같은 맥락에서 야당 지도부와의 회동 여부와 시기 등에도 관심이 쏠린다. 박 당선인 입장에서는 대야 관계의 첫 시험대라고 할 수 있다. 박 당선인이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에 대한 협조 요청 차원에서 야당 지도부를 만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오히려 인선 작업이 지연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조속 처리를 당부하기 위해 만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회동 시점은 설 연휴 전보다는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당선인은 또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존중 차원에서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취임 직후부터는 민생 정책을 중심으로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막바지로 접어든 인수위의 국정과제 수립 작업이 중요한 이유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3일 “오늘 인수위 (분과위별) 간사회의를 열어 박근혜 정부의 비전과 목표에 관련된 토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임종훈 인수위 행정실장도 “상황을 보면서 최종 (국정과제) 보고서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한지붕’ 시너지 기대했는데… 순익 떨어진 ‘두 은행’

    ‘한지붕’ 시너지 기대했는데… 순익 떨어진 ‘두 은행’

    “다들 무척 긴장했는데 생각보다 위협적이지 않네요.” 오는 9일은 하나금융이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인수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1년 전 하나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사의 경계 대상 1호였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4등은 죽는다”며 내부 분발을 주문하기도 했다. 여기저기서 ‘외환을 품은 하나’가 곧 1위로 치고 올라갈 것이라고들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나금융의 주력사인 하나은행은 1971년 단자사(한국투자금융)로 출발했다. 1991년 은행업으로 업종을 바꾼 뒤 1998년 충청은행, 1999년 보람은행, 2002년 서울은행 등을 잇따라 먹어치웠다. 네 개 은행의 영문 첫글자를 따 ‘한국의 HSBC(하나·서울·보람·충청)’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급기야 한국은행과 더불어 한때 ‘한국 금융의 양대 자존심’으로 불리던 외환은행까지 인수했다. 하지만 막상 1년이 지난 성적표는 인수 전과 비교해 별반 나아진 것이 없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당초 강조했던 ‘시너지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고, 감정의 골만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 2590억원(‘부의영업권’ 제외)이다. 신한(1조 9427억원), KB(1조 5607억원), 우리(1조 4415억원) 등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꼴찌다. 문제는 외환은행 기여분(3417억원)을 제외하면 7325억원으로 하나금융의 전년 같은 기간 순익(1조 742억원)보다도 오히려 적다는 점이다. 시너지 효과는커녕 ‘디너지(Denergy) 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4분기 실적도 부정적 관측이 많다. KDB대우증권(3117억원)과 미래에셋증권(2530억원)의 순익 예측치 평균은 2823억원에 불과하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에 따른 일회성 비용을 4분기에 반영할 예정이어서 실제 순이익은 이보다 더 떨어질 전망이다.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총자산이익률(ROA)도 지난해 3분기 현재 각각 11.31%, 0.67%로 전분기보다 각각 2.41% 포인트, 0.31% 포인트씩 하락했다. 주가도 신통치 않다. 외환은행 인수 직후 4만 5000원까지 올랐지만 지금은 4만원을 밑돌고 있다. 지난 1일 하나금융의 종가는 3만 9200원으로 고점 대비 13%가량 떨어졌다. 은행권은 ‘예견된 결과’라고 말한다. 질질 끌어온 인수작업을 마무리짓기 위해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을 5년이나 보장했고, 이 조항에 발목 잡혀 이렇다 할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기 악화도 악재가 됐다. 한 금융그룹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경영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투뱅크’ 체제로 가는 한, 따로 노는 듯한 현 상황이 유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나금융 측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간의 자동화기기(ATM) 공동 사용 및 수수료 통일,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 가맹점 공동 사용, 하나HSBC생명 상품 판매 등 성과도 적지 않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라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하나금융이 최근 외환은행의 잔여지분 40%를 전액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황석규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문화가 다른 두 은행이 결합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그룹 고위 관계자는 “‘독립경영’에 대한 하나와 외환의 해석이 조금 다른 것 같다”면서 “외환은행원과의 ‘감성적인 통합’에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털어놓았다. 이 때문인지 하나와 외환은 사사건건 충돌이다. 유난히 강한 외환은행의 ‘엘리트 의식’과 ‘순혈주의’에서 그 원인을 찾는 시각도 있다.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의 잔여지분 인수가 ‘합병 전초작업’이라고 보고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노조의 반발과 달리 잔여지분 인수에 대한 증권가의 분석은 긍정적이다. 구용욱 KDB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하나금융의 지배력이 높아져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황 악화를 들어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김은갑 NH농협증권 연구원은 “금융업 사정이 좋지 않아 올해도 (하나금융이 인수)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6단 피라미드 쌓는 ‘몸짱’ 개미들 포착

    6단 피라미드 쌓는 ‘몸짱’ 개미들 포착

    협동심을 기르기 위해 워크숍이라도 떠난 것일까. 협동심 하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개미들이 마치 피라미드를 쌓듯 무려 6단 높이로 올라선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더 선 등 외신에 따르면 이 놀라운 사진은 사진작가 파미 브스(37)가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서 촬영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총 9마리의 개미들이 어떤 이유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피라미드를 쌓듯 서로 받혀주며 올라서 있다. 개미들은 1~3층 높이까지 2마리씩 올라섰으며 그 이상부터는 한 마리씩 올라가 서로 지탱하고 있다. 한편 개미들은 자신의 몸무게보다 20~50배 이상 무거운 먹이를 들어 올릴 수 있으며 일부 종은 100배 이상을 들기도 한다. 이는 개미가 근력이 아닌 유압 방식으로 물체를 들어 올리기 때문이다. 사진=더 선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2월, 불면증 걸리기 쉽다” 연구결과…이유는?

    2월은 1월이나 3월에 비해 불면증에 시달릴 확률이 훨씬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영국수면조사기관이 영국 성인 2만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월 밤에는 잠에 들 때까지 평균 8분이 더 걸리며, 밤 시간동안 자다 깨어있는 시간은 평균 10분으로 나타났다. 또 남성보다는 여성이 ‘2월 불면증’을 더 많이 호소하며, 조사 대상의 68%가 체력이 저하됐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이 같은 현상의 이유는 2월이 낮 시간 환경광(주위의 모든 방향에서 오는 빛)의 양이 적고 밤 시간이 길어져 수면과 연관된 신체 시계에 이상이 오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2월에는 잠드는 데 필요한 시간이 56분, 밤 동안 깨어있는 시간이 59분인 반면, 3월이 되면 각각 48분, 49분으로 줄어든다. 1월과 비교했을 때 깨어있는 시간이 2분 적은 57분이었으며, 점수가 높을수록 수면의 질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는 수면 스코어 평균은 1, 2, 3월 각각 4.9, 4.8, 5.5 였다. 수면 전문가인 콜린 에스피에 교수는 “봄이 오면 환경광 또는 채광양이 늘기 때문에 2월 보다는 양질의 수면을 취할 수 있다.”면서 “남성보다는 여성이, 젊은 사람보다는 나이든 사람일수록 ‘2월 불면증’에 더 많이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체 시계는 환경광에 따라 달라진다. 낮 시간 동안 햇볕을 얼마나 충분하게 받았는지, 어두운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신체 시계의 흐름 역시 변한다.”면서 “환경광이 부족한 겨울이나 빛이 잘 들지 않거나 산소가 부족한 건물에 오랜 시간 머물수록 수면의 질이 저하될 확률이 높다.”고 덧붙였다. 또 “잠드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해서 일찍 잠자리에 눕는 것은 큰 효과를 내지 못하며, 3월이 되면서 환경광이 늘면 자연스럽게 이 같은 현상이 완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엘리트·부자 부모는 자녀에게 ‘직업 지위’ 어떻게 세습할까

    [주말 인사이드] 엘리트·부자 부모는 자녀에게 ‘직업 지위’ 어떻게 세습할까

    ‘엘리트·부자 부모의 자녀가 좋은 일자리를 얻을 것’이라는 세간의 추측이 최근 연구 결과로 입증됐다. ‘이구백’(20대의 90%가 백수), ‘청백전’(청년백수 전성시대) 등으로 표현되는 극심한 청년실업이 계속되면서 구직 시장에서 부모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헬리콥터 부모(헬리콥터처럼 자녀 주변을 맴돌며 사사건건 개입하는 부모)들은 자녀를 원하는 직장에 입사시키려고 사교육으로 학벌·영어성적 등 ‘스펙’을 만들어주는 것은 물론 급할 때는 인맥까지 총동원해 좋은 직장에 취업시켜 준다. 계층별 부모들이 자녀의 취업을 돕기 위해 활용하는 다양한 전략을 살펴봤다. 한국고용정보원의 김종성 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청년층 노동시장 이행의 계층화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한국노동패널조사 10년치(1999~2009년)를 분석해보니 부모의 직업지위가 20~30대 자녀에게 대물림되고 있었다. 노동패널은 국내 가구를 대표하는 표본 구성원(5000 가구에 거주하는 가구원)을 대상으로 해마다 실시하는 조사로 계층별 가정의 소득과 소비, 교육, 직업 등을 추적할 수 있는 기초자료다. 분석 결과 전문 관리직·고용주(CEO) 자녀의 직업지위 점수 평균이 48.60점으로 가장 높았고 사무직노동자 48.09점, 자영업자 45.19점, 숙련 노동자 44.15점 등의 순이었다. ‘화이트칼라’ 계층 자녀의 직업지위 점수가 다른 계층에 비해 높게 나타난 것이다. 직업지위 점수는 사회·경제적으로 해당 직업이 얼마나 인정받는지 수치화한 것으로 직업의 사회적 위신, 고용 상태 등을 토대로 매긴다. 예컨대 법조인이나 의사, 교수 등은 점수가 높고 일용직 노동자 등은 점수를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하는 식이다. 특히 직업지위가 높은 부모를 둔 자녀일수록 취업 뒤 자기계발을 통해 스스로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믿었다. ‘개인발전 가능성’을 지표로 나타내 보니 전문관리직·고용주 자녀는 3.26점(5점 만점)이었고 사무직 노동자 3.21점, 자영업자 3.10점, 숙련 노동자 3.09점, 비숙련 노동자 3.05점, 농업 노동자 3.01점 순이었다. 분석 대상인 20~30대 직장인들이 중·장년이 됐을 때는 어떤 부모를 뒀느냐에 따라 직업지위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부자·엘리트 부모에게는 다른 계층의 부모와 달리 직업 지위 세습을 위한 뭔가 특별한 전략이 있다는 얘기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계층을 대표하는 20~30대 청년 취업자 33명을 심층 면담해 부모의 전략에 대해 물었다.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공기관 직원 정모(27·여)씨는 어린 시절 부모가 했던 말이 지금껏 귓가에 맴돈다. 판사 아버지와 의사 어머니는 TV에 여의사, 여성 변호사 등이 나올 때마다 딸을 불러 “봐봐, 너도 저런 직업을 가졌으면 좋겠다. 여자도 좋은 직업 가져야 대접받는 세상이야”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정씨의 어머니는 딸의 진로계획서 희망직업란에 직접 ‘변호사’라고 써서 제출하기도 했다. 변리사인 이모(32)씨도 비슷한 기억이 있다. 부모는 어린 이씨에게 “직업에도 다 귀천이 있는 거야”라고 말하고 또 말했다. 또 딸과 병원에 갈 때마다 “의사 선생님 참 멋있지? 가운도 좋고. 너도 나중에 꼭 의사돼야 해”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소득이 높은 변리사를 직업으로 택한 건 부모님의 영향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직·CEO 등 부자·엘리트 부모의 자녀들은 면접에서 “성장기에 부모님이 늘 좋은 직업과 나쁜 직업을 구분해 질 좋은 직업을 가져야 한다고 일상적으로 강조했다”고 답했다. 아이가 지위가 높은 직업을 가질 수 있게 고급 사교육과 정보, 인맥을 동원한 구직 지원 등 알려진 방식 외에 ‘의식화 전략’도 구사한다는 것이다. 위신이 높은 직업을 가지면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설명해 환상을 자극하고 반대로 낮은 지위의 직업을 가질 때 불편한 점을 설명해 자녀의 목표의식을 자극하는 식이다. 김모(32·출판사 직원)씨 역시 직업에 귀천이 있다는 사고를 주입받았다. 출판사 대표인 부친은 어린 아들과 아침 밥상에 마주 앉아 ‘왜 좋은 직업을 가져야 하는가’를 주제로 일장 연설을 곧잘 했다. “사회에서 대접받으려면 사(士)자 들어가는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김씨는 “그 효과 때문인지 형과 누나는 사자 들어가는 직업을 가졌다”고 전했다. 김모(29·회사원)씨는 특정 직업을 경계하는 부모의 말을 들으며 자랐다. 교장 선생님이었던 아버지는 “쓰레기 치우는 사람, 똥 푸는 사람이 하고 싶어서 그 일을 하겠니. 그러니까 열심히 공부하라”고 자주 강조했다. 일용직 근로자 등 사회적 지위가 낮은 직업을 가진 부모도 자녀에 “질 좋은 직업과 안 좋은 직업이 있으며 직위가 낮은 직업을 갖지 말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그러나 김 연구원은 “부모가 술을 마시고 들어와 ‘아버지처럼 살기 싫으면 공부하라’고 말하는 등 체계적으로 의식화하지 않고 순간순간 언급하는 정도여서 목표의식을 갖게 하는 데 큰 효과가 없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부모들이 귀천 의식을 주입해 동기부여를 하는 것은 국내 사회구조가 반영된 결과라고 풀이했다. 김안나 이화여대 교수(교육학)는 “잘 정비된 복지제도 덕에 직업 간 위신의 차이가 적은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직업별로 삶의 질 차이가 크다”면서 “자녀에게 좋은 직업에 대한 선망을 자극할 수 있는 건 이런 사회 구조 때문”이라고 말했다. 능력 있는 부모들이 직업지위의 대물림을 위해 전통적으로 활용하는 도구는 교육이다. 어머니는 탄탄한 재력과 정보력을 바탕으로 사교육을 진두지휘한다. 학부모 모임은 사교육 정보의 장이기 때문에 절대 빠지지 않는다. 대형 학원이 부족한 지방에서는 서울의 스타 강사를 고액에 데려와 그룹과외를 하기도 한다. 영어 교육을 위해 엄마·아빠를 따라 외국에 3~4년 머물다 들어오는 일도 흔해졌다. 전문 관리직 부모들은 자녀의 공부습관이나 부족한 과목 등을 면밀히 분석해 맞춤형 사교육을 시킨다. 이 점에서 ‘강남 엄마 따라하기’로 일관하는 숙련노동자, 사무직 노동자와 전략상 차이가 난다. 수입이 괜찮은 숙련노동자 부모는 돈과 사교육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은 있지만 전략이 부족해 TV광고에 나오는 대형학원에 아이를 보내는 식으로 모방하는 전략을 편다. 다니는 학원 수는 많지만 효과는 전문관리직 부모의 자녀만큼 크지 않다. 자녀의 학업 성적이 부모의 기대만큼 나오지 않을 경우에는 취업에 직접 개입하기도 한다. 공공기관에 다니는 신모(28·여)씨의 사례가 그렇다. 고위공무원인 아버지는 신씨에 공부를 강요했지만 딸이 받아들이지 못하자 이후 전략을 바꿨다. 2년제 대학을 졸업한 신씨는 아버지 지인의 도움으로 공공기관에 입사했다. 아버지가 자기 회사로 자녀를 취직시키는 경우도 있다. 김모(32)씨는 회계사와 세무사 시험에 계속 떨어지자 아버지 회사에 입사해 영업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면접 결과, 부모의 지원이 든든한 자녀는 취업 뒤에도 경력 계발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고위공무원의 자녀와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김모(32)씨는 “고위 공무원 딸이라니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서인지 그 딸을 챙겨주려는 사람이 많더라”고 말했다. 또 경영학 석사(MBA) 유학 등 재력을 기반으로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는 덕에 발전 가능성이 높다. 반면, 직업지위가 낮은 부모의 자녀들은 대기업 등 원하는 기업에 입사하면 거기서 목표가 사라져 정체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부모들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직업지위가 대물림되는 데 우려하며 청년층의 계급 이동을 돕기 위한 맞춤형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류기락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은 “저소득층은 그저 빨리 취업하는 것뿐 아니라 좋은 일자리로 보낼 수 있는 복합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인재 유입을 위해 기업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금재호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도 대학처럼 다양한 채용방식을 마련해야 다채로운 인재들이 들어올 수 있다”면서 “토익과 학점 위주의 채용이 아니라 잠재력, 협력성, 진취성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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