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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애플과 팍스콘/정기홍 논설위원

    중국의 세계적인 경제학자 랑셴핑은 그의 저서 ‘부자 중국, 가난한 중국인’에서 “중국인의 삶은 왜 고달프고, 중국산 제품의 품질은 낮은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는 중국인의 가난한 호주머니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고임금을 주는 기업에 취업을 하지 못하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미국과 함께 세계 주요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의 ‘대국굴기’(大??起 ) 이면에 감춰진 중국인의 궁핍한 속사정을 잘 대변한다. 그는 이 책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지로 전락한 중국 산업계의 비참한 현실을 꼬집는다. 미국 애플의 아이폰 등을 OEM 방식으로 생산하는 중국 팍스콘은 얼마 전 ‘소음모델’이란 제도를 도입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근무 시간에 업무와 관련 없는 대화는 일절 못하게 하고, 이를 위반하면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팍스콘이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은 애플로부터 아이폰 500만대를 재생산하라는 요구를 받고 무려 10억 위안(약 1815억원)의 손해를 입은 데 따른 것이다. 팍스콘의 한 해 아이폰 OEM 이윤이 15억~20억 위안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금액인 셈이다. 이런 가혹한 근무환경 때문인가. 2010년 근로자 17명이 연쇄 자살한 팍스콘에서 최근 3명의 근로자가 또 목숨을 끊어 ‘투신 자살의 망령’이 다시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최근 애플에 납품하는 아이폰의 불량률이 높아지면서 업무 강도가 세진 것과 무관치 않다고 한다. ‘팍스콘의 비극’은 이미 3년 전 근로자들의 잇단 자살 때 예견됐다. 애플은 팍스콘 근로자의 이 같은 노동 환경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고 있다. 중국의 근로조건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살인적인 근로시간에 시간당 평균임금은 인근 태국의 2달러보다도 적은 0.8달러 수준이다. 하청 업체인 팍스콘은 애플의 요구 사항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처지다. 팍스콘은 이 같은 구도에서 비용을 줄이고 이윤을 챙기려면 ‘을(乙) 중 을’인 자사의 근로자를 또 쥐어짜야 한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유통업체의 밀어내기식 갑을 관계와 별반 다를 게 없는 구조다. 이는 중국의 싼 노동력을 착취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애플은 팍스콘 근로자들의 비극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미끈한 첨단기기에 숨겨진 ‘미국의 위선’을 보여 주는 상징이란 힐난을 새겨들어야 한다.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팀 쿡이 조만간 61만 달러(약 6억 7710만원)짜리 티타임 이벤트에 초대된다고 한다. 지금 한가하게 불구경할 때는 아닌 듯하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아침이 오는 게 두렵다”… 복지공무원 열차에 뛰어들어 자살

    사회복지 공무원이 또다시 자살했다. 정부와 자치단체의 복지 정책이 폭증하면서 격무를 견디지 못해 지금까지 벌써 4명의 사회복지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5일 오전 1시 45분쯤 충남 논산시 덕지동 인근 호남선 철길에서 논산시 공무원 김모(33·사회복지직 9급)씨가 익산발 용산행 새마을호 열차에 치여 숨졌다. 열차 기관사는 경찰에서 “열차가 달려가는데 한 남자가 걸어들어와 경적을 울리고 제동장치를 가동했지만 즉각 멈추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지난 7일자 일기장에 “나에게 휴식은 없구나. 사람 대하는 게 너무 힘들다. 일이 자꾸만 쌓여 가고, 삶이 두렵고 재미가 없다. 아침이 오는 게 두렵다”고 적었다. 김씨는 지난해 1월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뒤 4월 임용돼 논산시 사회복지과에서 일했다. 동료 3명과 함께 1만명이 넘는 장애인 관련 업무를 보면서 격무에 시달렸다. 보조금, 의료비, 편의시설비 등 지원 업무로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10~11시까지 일했다. 주말도 쉬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지난 2월 이후에는 하루도 쉬지 못했다. 낮에 민원인을 상대하느라 일을 못해 야근을 하면서 보조금 관리와 도 보고서 정리로 바빴다고 동료들은 전했다. 김씨의 아버지는 “결혼도 하지 않은 아들이 택시비를 아끼려고 집에서 3.5㎞쯤 되는 시청까지 매일 걸어다닐 정도로 성실했다”면서 “일이 좀 힘들다고는 했지만 성격이 밝은 아이여서 자살한 게 아니라 철로 자갈에 미끄러져 일어난 사고사일 것”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 3월 20일 울산의 사회복지 공무원 A(35)씨가 과도한 업무를 견디다 못해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는 등 전국에서 사회복지 공무원의 자살이 잇따랐다. 경찰은 김씨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다 공무원 임용 1년여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 한편 전국공무원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논산시는 우리가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함께 실시한 113개 기관에 대한 실태조사에서 우울증 치료가 필요한 공무원 비율이 70%가 넘는 9개 기관 중 하나였다”며 “정부는 미봉책이 아니라 전문인력 충원 등을 통해 사회복지 공무원의 노동조건을 실효성 있게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산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빛고을문학관 후보지 선정 ‘진흙탕 싸움’

    광주 출신 문학인들의 작가 정신을 기리고 문학 체험 공간으로 활용될 ‘빛고을문학관’ 건립을 둘러싸고 관계자들 간 진흙탕 싸움이 그치지 않고 있다. 부지 선정의 적절성 논란과 문학관건립추진위원장의 발전기금 요구 등으로 지역 문학인들이 반발하는 등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14일 광주시에 따르면 지역 문학인들의 전시 및 창작 공간 조성을 위해 국비 32억원과 시비 91억원 등 모두 123억원을 들여 빛고을문학관을 건립할 계획이다. 시는 그동안 빛고을문학관 건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후보지 공모를 거쳐 지난 3월 21일 60억원을 제시한 동구 명성예식장을 1순위 후보지로 선정했다. 2순위는 동구 히딩크호텔, 3순위는 동구 옛 현대극장이 선정됐다. 문제의 발단은 황하택 건립추진위원장이 최근 한 지역 일간지에 2순위인 히딩크 호텔이 ‘적지’라고 강조하면서 시작됐다. 히딩크 호텔은 3월 8일 후보지 공모 마감 때 78억원을 제시했다가 선정 하루 전 18억원을 내려 60억원을 신청해 논란이 됐으며 지방세 체납 등으로 1순위 후보지에서 탈락됐었다. 그럼에도 황 위원장은 공공연하게 후보지를 바꿀 수 있다는 발언과 글을 발표해 의혹을 부추겼다. 황 위원장은 명성예식장에 문학상 제정을 이유로 30억원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논란이 끊이지 않자 지역의 문인들은 “광주를 대표하는 문학관을 만들려면 추진위원부터 다시 선정해서 논의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광주·전남작가회의와 광주민예총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불미스러운 사태의 당사자인 황 위원장은 즉각 위원장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황 위원장이 문학관 후보지로 선정된 건물주와 부적절한 거래를 시도하는 등 추진위원회의 도덕성과 위상을 땅에 떨어뜨렸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광주시에 대해 “문학관 부지 선정 절차의 부적절함에 대해 건립 추진 전 과정을 특별감사해야 한다”며 “최근의 사태와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민사회나 지역 문화예술계의 대표성을 갖지 못한 일부 인사들이 추진위원이 되고 직접 부지 선정에 나서 최근의 사태와 같은 비상식적인 물의를 일으킨 게 사실”이라며 “콘텐츠 개발과 내실 있는 운영 체계를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추진체를 시급히 구성할 것”을 촉구했다. 광주시는 이에 따라 황 위원장을 상대로 발전기금 명목으로 수십억원을 명성예식장에 요구한 경위 등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시 관계자는 “현재로선 추진위원회가 결정한 1순위 후보지를 대상으로 가격 협상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칸국제영화제 66번째 막 오른다

    칸국제영화제 66번째 막 오른다

    제66회 칸국제영화제가 15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개막작 ‘위대한 개츠비’ 상영을 시작으로 오는 26일까지 11일간의 일정에 들어갔다. 올해 한국 장편영화는 경쟁부문 진출에 실패하고 단편영화 2편만 공식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문병곤 감독의 ‘세이프’(Safe)가 단편 경쟁 부문에 진출했고 김수진 감독의 ‘선’(The Line)은 학생 경쟁부문인 시네파운데이션의 18편 중 하나로 초청됐다. 심사위원장은 할리우드의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맡았다. 경쟁 부문에는 ‘바톤 핑크’와 ‘파고’로 각각 칸영화제 황금종려상(1991)과 감독상(1996)을 받았던 코엔 형제,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로 황금종려상(1989)을 받은 스티븐 소더버그가 신작으로 경합을 벌인다. 폐막작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벌어진 실제 범죄사건을 극화한 스릴러 ‘줄루’가 선정됐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15일 TV 하이라이트]

    ■생로병사의 비밀(KBS1 밤 10시) 새벽 5시 30분에 출근해 밤늦게 퇴근하는 전태영씨는 늘 잠이 부족해서 낮에 졸기 일쑤다. 프로그램은 전씨의 낮 졸림이 단순한 수면 부족 때문인지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알아본다. 수면 무호흡이나 밤이면 찾아오는 다리 통증 때문에 잠을 못 이뤄 낮에 졸린다면 이는 질병이 보내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천명(KBS2 밤 10시) 최원(이동욱)은 덕팔을 통해 민도생 죽음의 진실을 알게 된다. 다인은 위험을 무릅쓰고 원과 이호와 만날 방법을 강구해 주기로 한다. 한편 문정왕후는 이호가 역당의 무리와 내통한 증거가 있다며 중종에게 이를 건네고, 진노한 중종의 금족령으로 이호는 진실을 밝힐 원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할 위기에 처한다. ■MBC나눔 특집다큐 1004의 합창 희망의 하모니(MBC 낮 12시 20분) 전국의 22개 소년소녀 합창단과 다문화 어린이들로 구성된 ‘1004 어린이 합창단’. 지난 ‘2012 여수세계박람회’ 공연에 올라 큰 감동을 줬다. 올해는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막식 무대에 초대받아 무대와 객석이 하나 되는 감동의 하모니를 선사한다. ■건강한 아침(EBS 오전 6시) 우리나라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 1위인 치매는 대뇌 기능의 손상이나 기능 저하로 발병한다. 뇌 운동 중추의 30%를 담당하는 손가락을 자주 움직이면 대뇌 피질에 영향을 미쳐 기억력과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프로그램은 뇌신경과 연결된 손을 자극해 생활 속에서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운동법을 소개한다. ■화제의 인물(EBS 밤 8시 20분) 작가로서의 40년이 마치 연애 한 번 한 것처럼 금세 지나간 것 같다는 박범신 작가. 글을 쓸 때 살아 있음과 생생함을 느끼지만, 그에게도 힘든 순간이 있었으니 1993년부터 3년간의 절필 시간이다. 그는 작가로서의 죽음을 선고한 뒤, 고통과 외로움의 시간을 눈물로 보내야 했다고 털어놓았는데…. ■리얼 대탐험(OBS 밤 9시 50분) 2009년 여름, 호주 시드니 본다이 해변에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80년 만에 상어가 나타나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공격하기 시작했다. 목격자에 따르면 상어가 밑에서 올라오더니 물속에서 휘젓고 있던 팔을 덥석 물어버렸다고 한다. 프로그램은 상어가 사람들을 공격하는 빈도가 증가하는 이유와 해답을 파헤친다.
  • [시론] 도서관에서 우리 사회 미래를 만들어 내려면/이용훈 서울도서관장

    [시론] 도서관에서 우리 사회 미래를 만들어 내려면/이용훈 서울도서관장

    오늘도 많은 시민들이 서울도서관을 찾아주셨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이래로 서울도서관은 이제 서울시민들에게 서울 하면 떠오르는 곳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서울시청과 서울광장, 시민청과 연결되어 있는 도서관은 늘 시민들로 북적거린다. 서울시에는 서울도서관뿐 아니라 120여개 공공도서관과 800여개의 작은 도서관은 물론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 기업 등에도 많은 도서관이 있다. 이들 도서관에도 항상 많은 시민들이 찾고 이용한다. 이제 도서관은 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공공시설이자 문화시설이고 평생학습기관이 된 게 확실하다. 최근에는 지역 공동체의 중심공간으로서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도서관에서 새로운 공동체, 새로운 미래를 꿈꾸고 만들어 가는 시민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 다. 서울시가 ‘책으로 시민의 힘을 키운다’라는 비전을 가지고 도서관과 독서문화 진흥에 노력하고 있는데, 서울도서관을 비롯한 많은 도서관에서 이러한 비전이 현실이 되고 있고, 될 수 있음을 발견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도서관이 외형적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내실을 충실하게 다지는 일에는 적지 않은 과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전히 도서관이 부족하니 증설 요청이 있고, 이미 운영 중인 도서관들도 인력과 예산 등에서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도서관이 시민들에게 풍부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해 안타깝다는 지적도 있다. 시로서는 도서관 확충과 서비스 수준 향상을 위해 새로운 도서관 건립과 육성에도 최대한 예산을 배정하여 시민들이 도서관에서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돕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넘어서서 정말 시민들이 원하는 좋은 도서관 환경을 만들려면 과연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도서관의 미래는 어때야 하는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 나라의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에 가 보고, 현재를 보려면 시장에 가 보고, 미래를 보려면 도서관에 가 보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도서관의 미래와 같은 궤도 위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단하기는 어렵겠지만, 서울도서관을 비롯한 여러 도서관에서 도서관이 나아가야 할 미래의 모습을 짐작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 미래를 시민들과 함께 공유하면서 함께 만들어 가면 좋겠다. 무엇보다 도서관을 어디에 둘 것인가 하는 것이다. 서울도서관 사례에서 보듯이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곳에 도서관이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여러 이유로 도서관은 시민들의 일상 공간에서 벗어난 곳에 있어 찾아가고 이용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서울 한복판에서 서울도서관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서 앞으로는 어느 곳이든 그 중심에서 도서관을 만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더해서 도서관은 책의 집이라는 이름처럼 책과 자료가 풍부하고 충실해야 한다. 앞으로는 지역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 활용하는 지역 아카이브로서의 역할 강화를 통해 모든 도서관이 다 특별해져야 한다. 다른 어떤 기관도 하지 않고, 할 수 없는 일을 통해서 지역과 사회의 미래를 만드는 시민들에게 힘이 되어야 한다. 즉, 앞으로 도서관은 지역 중심에 위치하고 지역 요구와 현실에 충실한 장서를 바탕으로 지역사회 공동체 강화를 위해 충분한 공간을 마련하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미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핵심 기반시설이 될 것이다. 도서관이 새로운 미래 창출의 토대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전문성과 서비스 역량을 갖춘 인력이 충분해야 한다. 도서관은 이들 전문인력의 친절한 서비스로 살아 움직이고 성장하는 유기체다. 그렇게 될 때 도서관에서 행복한 미래가 쑥쑥 자라날 것이라 믿는다. 도서관이 시민의 힘이 되기 위해서 시민들이 도서관의 힘이 되어주길 기대한다.
  • [명사가 걸어온 길] (11) 한국 헌법학의 태두 김철수 (상)

    [명사가 걸어온 길] (11) 한국 헌법학의 태두 김철수 (상)

    열두 살 되던 해 일제가 패망했다. 환희에 천지가 요동쳤다. 해방. 어렸지만 그게 뭔지 너무도 잘 알았다. 그러나 조국의 운명은 사람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혼돈과 분열이었다. 국토는 남북으로 찢기고 민중은 좌우로 갈렸다. 얼마 전까지 ‘조국 해방’을 외치며 함께 어깨를 걸었던 동지들이 생각이 다르다고, 처지가 다르다고 원수가 돼 등을 돌렸다. 어제까지 한 교실에서 공부했던 친구가 좌익 프락치로 몰려 책상을 비웠다. 해방 공간의 극심한 무정부 상태를 보며 소년은 결심했다. 반드시 국가 시스템의 뼈대가 되는 헌법을 공부하겠노라고. 그 다짐대로 헌법 연구는 평생의 업이 됐고, 소년은 우리나라 헌법학의 ‘태두’(泰斗)가 됐다. 지난 10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한국헌법연구소에서 만난 김철수(80) 서울대 명예교수는 5시간에 걸친 긴 인터뷰에도 피로한 기색 없이 꼿꼿하게 여든 성상의 인생과 철학을 얘기했다. 1933년 7월 대구에서 빈농(貧農) 집안의 6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책 읽는 것을 유난히 좋아했다. 유복한 친구를 둔 덕에 원하는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었다. 책 읽느라 학교 공부는 뒷전이었다. 통학 기차 안에서도 그의 손에는 항상 책이 들려 있었다. “친구 아버지가 당시 대구지역 마사회 회장이었어요. 경마장에는 일본 사람들이 자기들 나라에서 가져온 세계 문학대전집, 세계 사상대전집 같은 책들이 그득그득 꽂혀 있었지요. 그때 읽은 책 중 가장 감명 깊었던 게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이었어요. 강의 중에 ‘레 미제라블’을 말하면 학생들은 ‘아 장발장이 빵 하나 훔쳤다가 탈옥하는 거요?’ 정도의 반응이 대부분이었지만 사실 이 책은 대단한 책입니다. 무려 2600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에 형벌, 정치, 법철학 등 다양한 사회 문제와 고민이 담겨 있으니까요.” 책에 빠져 살던 김 교수의 관심이 사회로 옮겨가기 시작한 것은 나라가 광복을 맞으면서였다. ‘민주국가 건설’에는 이견이 없었지만 어떤 민주주의를 택하느냐를 두고 극심한 분열 양상이 온나라를 휩쓸었다. “좌익과 우익으로 나뉘어 나라가 완전히 엉망이었지요. 특히 제가 살던 대구는 당시 공산주의의 총본산인 모스크바(소련의 수도)에 빗대어 ‘한국의 모스크바’로 불렸을 정도예요. 좌익의 활동이 국내 어떤 도시보다도 활발하고 강했어요. 그러다 보니 저는 극렬한 좌우 대립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보며 큰 충격을 받았어요. 경찰이 사람을 잡아가고 때리고, 또 반대되는 공공기관 테러가 일어나고. 우리 사회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바로 헌법이었던 것이지요.” 1947년 제헌(制憲) 헌법을 만든다는 소식을 접한 그는 법대생이나 학자들이 보던 고시 잡지 등을 읽으며 헌법학자의 꿈을 키워나갔다. 그때가 우리 나이로 열다섯이었다. 1950년 전쟁이 터졌다. 고도근시로 고생하던 그는 전쟁터로 끌려가지 않았다. 1952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전쟁 탓에 서울의 대학들이 부산으로 피란 온 터였다. 부산의 허름한 판자촌에서 법학 강의를 들었다. 법학도들이 ‘천막 강의실’에서 힘겹게 공부하던 이 시기 이승만 당시 대통령은 불법적인 개헌을 추진한다. 이른바 ‘발췌개헌’의 시작이었다. “이승만 대통령이 부산으로 피란 가 있는데 거기에서 임기 4년이 만료됐어요. 이 대통령은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헌법을 고치려 들었는데, 이걸 야당이 반대했고 그 결과로 야당 의원들에 대한 탄압이 시작됐어요” 이 대통령은 “전시에 부산에 침투한 간첩이 많으니 소탕을 해야 한다”는 이유를 대며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그리고 이내 속셈을 드러냈다. 간첩을 잡겠다던 당초 주장과 달리 야당 의원과 무고한 시민에 대한 검거와 폭력이 이뤄졌다. “야당 지도자였던 장면 선생도 잡아넣었어요. 3명 이상 모이면 잡아갔어요. 국회로 출근하는 버스가 있었는데 버스에 탄 채로 계엄사령부에 끌려 가기도 했어요. 옛 경남도청에 무덕관이라고 해서 유도 연습장 같은 곳을 국회의사당으로 썼는데 그 일대에 ‘백골단 깡패’들이 쫙 깔려 있었어요. 이 대통령에 반대하는 의원은 전부 계엄사령부로 소환했다고 보면 될 겁니다.” 김 교수는 해방 이후 우리 사회의 질곡의 상당 부분은 친일파 등 일제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지만 일부 불가피한 대목도 있었다고 말했다. “광복 이후 친일파 척결은 예견된 수순이었습니다. 그래서 친일파를 처벌하는 법률도 만들었는데 법률로 처벌하려다 보니까 당시 정부관료, 경찰, 군인 등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걸렸던 거죠. 일제강점기 때는 외국 유학자를 비롯해 능력 있는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이 대통령이 보기에 친일파를 다 쫓아내면 행정이나 정치를 못하겠다 싶었던 거죠. 반민특위에 걸렸던 경찰들을 풀어주고, 결국 그 경찰들이 치안 등 최소한의 사회 시스템을 유지해 전쟁통에 질서를 유지했다고 볼 수 있죠. 일부 사람들은 이 대통령이 반민특위를 없앴다는 이유로 친일파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그 당시의 사정도 일부 헤아릴 필요는 있을 겁니다.” 이 대통령은 연임에 성공했고 1953년 전쟁이 끝났다. 김철수는 스무 살의 청년이 됐다. 김철수는 한 살 아래 학과 동기를 만나 사랑을 키워갔다. 궁핍과 혼돈의 시대에 서울대 법대 커플의 사랑은 주위의 부러움과 시샘을 샀다. 하지만 당사자들을 포함해 그 누구도 이들의 사랑이 비극으로 끝날 줄은 짐작하지 못했다. 대화 주제가 ‘첫번째 아내’로 옮겨가자 김 교수의 목소리톤이 낮아졌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김 교수의 첫 번째 아내는 한국 문학계와 여성 예술인들 사이에서 ‘불꽃처럼 살다간 여인’으로 회자되는 전혜린이다. 두 사람은 부산에서 맺은 인연을 서독(독일 통일 전) 뮌헨에서 키워나갔다. 전혜린이 1955년 먼저 뮌헨대 유학길에 올랐고 김 교수는 이듬해 그의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은 이역만리에서 기쁨과 고통을 나눴다. 문학가가 꿈이었지만 아버지의 성화로 법대에 진학했던 전혜린은 독문학과에 입학해 그토록 바랐던 문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체계적인 법 공부에 목 말랐던 김 교수는 법학 공부를 이어갔다. 하지만 전쟁국가 출신 동양인에게 서독은 마음 놓고 공부만 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은 아니었다. 당시 누구나 그랬듯 너무도 가난했다. 나라를 벗어나 공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선택받은 삶이 됐던 시절이었다. 대통령의 허가가 있어야만 외국 송금이, 그것도 최고 50달러까지만 가능했던 시절이었다. 두 사람은 장학금과 통·번역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꾸렸다. 전혜린은 훗날 유학생활의 궁핍에 대해 “물을 마시니까 죽지는 않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인에 대한 시선은 싸늘했다. 지구상에 한국, 코리아라는 나라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드물었다. “사람들에게 한국에서 왔다고, ‘코리아’라고 그러면 아프리카 콩고에서 왔냐고 그랬어요. 그 나라에 기차는 있느냐, 뭘 먹고 사느냐 등 질문을 해대는데, 미개인 취급을 하더군요. 교수들도 저를 보며 전쟁 중인 나라에서 공부는 무슨 공부를 했겠느냐며 일본 학생들과도 크게 차별을 뒀습니다. 약소국 국민의 설움이란 게 뭔지 당해 보지 않고서는 알기 어렵습니다.”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소외감은 두 사람의 관계를 더욱 견고하게 했다. 1957년 그들은 뮌헨에서 결혼을 했다. 생활은 결혼 전과 다름 없이 곤궁했지만 함께한다는 것만으로 의지와 위안이 됐다. 그러던 중 전혜린은 1959년 딸을 낳고 한국으로 돌아가 이듬해 성균관대에서 강사로 둥지를 틀었다. 김 교수는 2년 뒤 모교 교수 자리를 제안받고 서울로 돌아왔다. 배 고프고 힘들었던 서독 생활을 정리하고 고국에 왔지만 서울에서는 더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귀국하자마자 5·16 쿠데타가 터졌다. 박정희 당시 제2군사령부 부사령관을 중심으로 한 육군사관학교 출신 장교들이 무력으로 청와대를 장악했다. 당시 박정희 군부가 취한 여러 조치 가운데 ‘군 미필자는 공무원이 되지 못한다’는 게 있었다. 시력이 나빠 군대에 못 간 김 교수는 공무원인 서울대 교수에 임용되지 못했다. 서울대는 물론 어디에서도 군 미필자인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 아내와의 관계도 벌어지기 시작했다. 먼저 입국한 전혜린은 대학에서 강의하며 서울의 문인들과 어울렸다. 밤 늦게까지 명동에서 삶과 죽음, 예술을 논했다. “아내가 언제부턴가 문인의 죽음을 동경했어요. 처음에는 나는 사회규범과 질서를 중시하는 법학자이고 아내는 사회의 틀보다는 자유와 이상을 갈망하는 문학가라서 서로 다르겠거니 했는데 이 사람이 자꾸 ‘니체도 카프카도 일찍 죽었다’ 이러면서 빨리 죽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 거예요. 수면제도 많이 갖고 다니고. 그러다 보니 저도 덜컥 겁이 나더라고요.” 결국 두 사람은 1964년 합의이혼을 했다. 그리고 1년 뒤 전혜린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그는 교수 임용 제한이 풀리면서 서울대 법대 학생과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2년 뒤 김 교수는 고교 교사와 재혼을 했다. “아내는 지금도 꼬박꼬박 그 사람(전혜린)의 제사를 지내고 있어요. 자기가 낳은 아이들에게도 제사에 꼭 참석하라고 그러고. 참 고마운 사람이죠.” 그는 사별한 아내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반평생 이상을 함께하고 있는 지금의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함께 표했다. 개인적으로, 가정적으로 큰 시련을 겪고 난 그는 다시 연구에 매진했다. 체계적인 헌법학 이론과 정력적인 강의, 활발한 저술활동으로 헌법학계에서 빠르게 자신의 입지를 굳혀갔다. 이는 박정희 군사정권이 새롭게 부상하는 법학자에 대해 점차 날카로운 감시의 눈초리를 들이대도록 만드는 빌미가 됐다. 드디어 등장한 유신헌법의 시대. ‘학자 김철수’는 어떻게든 이 난국을 빠져나가야만 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김철수가 걸어온 길 1933년 경북 대구 출생(6남 1녀 중 장남) 1956년 서울대 법과대학 졸업 1957년 서독 뮌헨에서 전혜린과 결혼 1961년 서독 뮌헨대 졸업 1962년 서울대 법과대학 조교수 1967년 미국 하버드대 법과대학원 수료 1971년 서울대 법학박사 1972년 서울대 법과대학 교수(~1998년) 1988년 한국공법학회 회장(~1989년) 1990년 한국헌법연구소 소장(~2001년) 1995년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국제헌법학회 이사 1998년 제주 탐라대 총장(~2000년) 현재 서울대 명예교수(1998년~) ■주요저서 헌법학(1972) 현대헌법론(1979) 비교헌법론(1980) 법과 사회정의(1982) 한국헌법사(1988) 법과 정치(1995) 정치개혁과 사법개혁(1998) 헌법정치의 이상과 현실(2012)
  • 수술실 운영 병원 10곳 중 4곳 마취전문의 없어

    수술실이 있는 병원 10곳 중 약 4곳이 마취전문가인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마취가 생명과 연결되는, 전문성을 요하는 영역인 만큼 의료사고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함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보건의료원이 12일 공개한 ‘마취 관리 정책의 국제비교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수술실을 갖춘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1139곳 중 418곳(36.7%)이 마취전문의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병원은 3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마취과 전문의가 있었으나 규모가 작은 병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803곳 중 396곳(49.3%)이 마취과 전문의가 없었고, 특히 치과병원은 21곳 중 17곳(81%)이, 한방병원은 2곳 중 한 곳도 없었다. 이런 곳에서는 ‘출장 마취의’가 마취하거나 아예 마취전문의 없이 수술을 한다는 얘기다. 마취에 대한 관심 부족은 의사 양성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의과대학에서도 33곳 중 19곳이 마취과 교육 및 실습을 선택과정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필수과목으로 지정한 곳은 14곳에 불과했다. 결국 마취에 대한 관심 부족이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가천대 길병원 연구진은 “최근 정맥 마취 후 발생하는 의료사고는 대부분 마취전문의가 아닌 시술자에 의한 사고였다”고 전문인력 부족과 질 관리 미흡을 지적했다. 대한마취과학회는 대책으로 건강보험 진료비를 청구할 때 마취를 시행한 의사의 이름과 면허번호 등을 기재하는 ‘마취실명제’ 시행을 제안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美·英·호주, 해외은닉재산 수사 공조

    영국과 미국, 호주 정부가 조세피난처 재산 은닉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공조 조사를 시작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버진아일랜드 비밀계좌 명단 폭로 후폭풍이 거세다. 9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영국 국세청(HMRC)은 미 국세청(IRS), 호주 국세청(ATO)과 함께 자체적으로 400기가바이트(GB) 분량의 역외 자산 관련 자료를 확보해 분석 작업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HMRC는 성명에서 “초기 분석 결과 싱가포르, 버진아일랜드, 케이맨제도, 쿡제도 등 세계 여러 지역에 기업체와 신탁 등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 같은 역외 장치로 이득을 챙긴 100명 이상의 신원을 확인했으며, 이들 가운데 상당수를 상대로 역외탈세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HMRC는 또 “영국 국적의 회계사, 변호사 등 전문인력 200여명이 역외 업체 설립에 자문 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들도 조사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료에서 나타난 정보는 전 지구적 ‘탈세와의 전쟁’ 차원에서 다른 국가의 조세기관과 공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이들 자료가 탈세와의 전쟁에서 ‘무기’가 될 수 있다”며 “탈세자는 가만두지 않는다는 단순한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미국 IRS도 성명에서 “3국이 각기 상당한 양의 자료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IRS는 분석을 통해 다른 국가 조세기관들에도 의미가 있을 수 있는 정보를 밝혀냈다며, 요청이 있을 경우 공유할 의사도 있다고 밝혔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열린세상] 詩가 없는 봄날이라/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열린세상] 詩가 없는 봄날이라/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시인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돈에 대한 욕심은 전혀 없고 어떻게 하면 좋은 시를 쓰느냐만 골똘히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평소 조곤조곤하게 말한다. 그런 그가 이날은 핏대를 올리면서 문학에 대한 정부 정책, 특히 ‘문학나눔’ 사업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해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학나눔 사업을 통해 문화 소외 지역 및 계층에 우수 문학 도서를 선정해 무상 보급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 사업 내용에 대해 문인들, 특히 시인들의 불만이 거세다. 작년에 비해 소설은 연간 116종으로 조금 늘어났지만, 시집은 40종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그리고 예산도 작년보다 2억 3000만원밖에 증가하지 않아, 종당 구입 호수도 전체적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까지 소설과 시 모두 종당 2000부를 구매해 배포했는데, 올해부터는 1200부로 줄어든 것이다. 5월의 따사로운 햇살을 받아 봄꽃이 만개했다. 철쭉꽃, 목련꽃, 모란꽃, 벚꽃 등이 천지를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겨우내 집안에만 계시던 팔순의 노모와 시간이 날 때마다 공원을 산책한다. 공원의 모든 이들이 봄꽃의 아름다운 자태에 탄성을 발한다. 청년은 애인에게 꽃보다 자기가 더 예쁘다고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이고, 애인은 봄 햇살 같은 환한 웃음을 터뜨린다. 향긋한 꽃 앞에서 누가 돈을 생각하고, 출세를 생각하겠는가. 꽃처럼 아름답고 가치 있는 삶, 순결한 영혼과 정신, 황홀하면서도 고귀한 사랑 등을 생각하지 않겠는가. 봄꽃은 세속에 찌든 우리의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치유해주고, 삭막한 우리네 삶을 화사한 온기로 따뜻하게 데워준다. 팔순의 노모께서 공원에 핀 꽃을 보시고는 “해마다 봄이면 꽃은 저렇게 아름답게 피는데, 사람은 늙으면 다시 젊어지지 않는구나”라고 말씀하신다. 봄꽃은 우리 모두를 시인으로 만드는 마력도 있는 듯하다. 많은 시인이 꽃을 시의 중요한 소재로 삼았다. 김소월은 시 ‘진달래꽃’에서 “영변에 약산/진달래꽃/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라고 노래했다. 임에 대한 절대적 사랑을 진달래꽃에 투사해 임이 나를 버리고 떠날지라도 임이 가시는 길에 자신의 분신인 진달래꽃을 뿌려드리겠다는 것이다. 김영랑은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에서,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모란이 피기까지는/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이라고 노래했다. 모란과 같은 삶을 살고자 한 시인, 그래서 모란이 지면 삶의 모든 것이 끝났다고 절망하는 시인, 그런 시인에게 모란이 피고 지는 봄은 ‘찬란한 슬픔’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인이 봄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시와 봄꽃이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리라. 시는 본래적으로 갈등과 대립이 아닌 화해와 합일의 세계를, 물질적인 가치가 아닌 정신적 가치를 지향한다. 시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하나가 되어 영혼의 교감을 이루는 세계를 강렬히 갈망한다. 그런 시를 통해 모든 존재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황홀한 세계와 만나게 되고, 동시에 인간이 인간을 지배하고 자연을 파괴하는 이 시대에 대해 뼈아픈 반성을 하게 된다. 사회가 아무리 물질적 측면에서 풍족하다 하더라도 정신적 가치를 지향하는 문화를, 그 문화의 정수인 시를 푸대접한다면 그 사회는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에 영혼을 팔아버린 아이들에게 시집을 읽도록 해야 하는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시인 친구가 돈에 대한 욕심 없이 좋은 시를 쓰려고 애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앞장서서 시를 찬밥 대우하고 있는 현 상황은 그래서 한심하다 못해 기가 막힌다. 시인 친구는 “그렇지 않아도 시집이 팔리지 않아 시집 내기가 어려운 판국인데 정부가 아예 시를 말살시키고 있다”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시인의 시선을 따라 창밖을 보니 진달래꽃이 지고 있다. 떨어지는 모습마저 아름다운 저 소중한 봄꽃이 없는 봄을 상상해 보다가, 불현듯 우리 사회에서 시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시가 없는 사회와 봄꽃 없는 봄은 무엇이 다를까.
  • 어린이가 먹는 컵라면, 더 짜게 만들어도 안전하다는 식약처

    ‘국민 간식’ 컵라면에 들어가는 나트륨 함량이 높아져 어린이 건강을 더욱 해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8일 어린이 기호식품 품질인증을 받을 수 있는 컵라면 나트륨 기준을 용량과 관계없이 현행 600㎎에서 1000㎎으로 바꾸는 고시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의견 수렴을 거쳐 이르면 7월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어린이 기호식품 품질인증제는 안전과 영양 면에서 우수한 식품을 정부에서 공인하는 것이다. 인증을 받은 어린이 기호식품 72건 가운데 컵라면은 하나도 없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실에 맞게 기준을 낮춰 품질인증 가능성이 높아지면, 업체도 나트륨 함량을 줄일 수 있는 여지를 넓혀 자연스럽게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새 기준을 적용하면 컵라면 1개만 먹어도 초등학생 연령대 1일 권장량 1500∼1800㎎의 절반을 훨씬 웃돈다는 점이다. 2006년 1일 나트륨 섭취 권고량을 3500㎎에서 2000㎎으로 강화해 2020년까지 섭취량을 20% 이상 줄이겠다던 정책과 어긋난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한국인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2007년 4453㎎에서 2011년 4791㎎ 등으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세계보건기구(WHO) 권고량은 2000㎎이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컵라면 나트륨 함량이 1400~1600㎎인 상황에서 기준을 일부 완화해 단계적으로 저감을 꾀하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그는 “사람 입맛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을 감안해 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면서 “나트륨 줄이기 성공 사례로 꼽히는 핀란드만 해도 섭취량을 35.7% 줄이는 데 30년이나 걸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식약처가 2010년 6월 600㎎을 기준으로 정했던 건 그만한 근거가 있었기 때문인데 이제 와서 스스로 기준을 완화한다면 라면 업계의 눈치를 봤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성접대’ 윤씨 9일 소환

    별장에서 사회 지도층 인사들을 상대로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건설업자 윤모(52)씨가 9일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다. 경찰은 성접대 동영상 속 등장인물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으로 결론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8일 “윤씨에게 9일 오후 경찰에 나와달라고 통보했고 윤씨도 간접적으로 출석 의사를 전해 왔다”면서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윤씨에 대한 1차 조사를 마친 뒤 필요하면 성 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김 전 차관 등 유명인사들과의 대질 조사도 벌인다는 입장이다. 한편 경찰은 성접대 동영상 속 등장인물을 김 전 차관으로 결론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최근 확보한 3개의 동영상 원본 파일에 대한 분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힌 것은 동영상 화질이 선명해 해당 인물이 누군지를 쉽게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취업 안된다고… 국문과 잇단 폐지, 세종대왕이 하늘에서 경을 칠 노릇

    취업 안된다고… 국문과 잇단 폐지, 세종대왕이 하늘에서 경을 칠 노릇

    국어국문학과를 폐지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대학 위기의 시대에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문인 단체는 “문학과 예술 창작으로 모국어를 살찌우는 인재를 키우는 학과를 없애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발한다. 배재대는 8일 교무위원회를 열고 국어국문학과와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과를 ‘한국어문학과’로 통폐합했다. 내년부터 사실상 국문학과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 대학은 평소 배재학당에서 한글 연구의 개척자 주시경과 민족시인 김소월을 배출했다고 자랑해 왔고, 단과대 이름까지 ‘주시경대학’, ‘김소월대학’으로 붙여 쓰고 있다. 국문과 재학생들은 지난 6일부터 총장실 앞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정지홍(24·3년) 국문과 학회장은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원작 소설가가 우리 학과 출신이고, 신춘문예 당선자를 수없이 배출하며 요즘도 한국문학을 살찌우는 데 일조하고 있다”면서 “학교 측은 통합 학과에서 문학도 가르친다고 하지만 갈수록 비중이 줄어 좋은 문재(文才)가 나오기 어렵게 생겼다. 이름이 사라져 정체성까지 잃어버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학과 졸업생들도 성명을 내고 “국어국문학은 배재학당 설립 초기부터 핵심 과목이었고, 소설가 나도향 등을 배출한 밑거름이 됐다”면서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학과와 합치는 것은 인문학의 기초인 국문과를 족보에서 지우겠다는 발상이다. 대학이 돈의 논리에 빠져 스스로 교육 사망 선언을 했다”고 거세게 비난했다. 배재대 관계자는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재학률이 줄고 취업이 잘 안 되는 학과를 개편하다 보니 국문과를 통폐합했다. 문학 교육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취업률 등을 적용하는 교육부의 대학평가도 이 같은 학과 구조조정에 기름을 붓고 있다. 배재대는 올해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지정되자 이번 학과 개편에서 국문과 등을 통폐합하고 항공운항과, 중소기업컨설팅학과, 사이버보안학과 등 실용학과를 신설했다. 대학 관계자는 “재정지원 제한 대학 지정도 이번 학과 개편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고 털어놨다. 국문과가 대학에서 홀대받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6년 광운대에서 국문과 폐지 논란이 일어났다가 간신히 살아남았고, 충남 논산 건양대는 수년 전 국문과를 폐지했다. 충북 청주 서원대도 지난해 국문과를 다른 학과와 통폐합했다. 이 대학은 2011년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지정됐었다. 국문과가 ‘부실대학’ 탈피를 위한 희생양이 된 것이다. 새로 생기는 대학이나 전문대는 아예 처음부터 국문과를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립대 학과 개편은 정부가 제지할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차윤옥 한국문인협회 사무처장은 “정부에서 국문과 폐지를 금지하는 강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韓·美 정상회담] 미셸은 어디 갔지?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는 동안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은 어디에 있었을까. 통상적으로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정상 배우자들은 따로 시간을 갖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독신인 탓에 ‘접대’할 상대가 없었던 미셸은 정상회담이 시작될 무렵인 오전 11시 15분부터 1시간 동안 워싱턴 시내 유명 서점에서 개최된 자신의 저서 ‘아메리칸 그로운’(American Grown)의 사인회에 참석했다. 미셸은 지난 2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부인을 동반하지 않고 방문했을 때도 스키 휴가를 떠난 바 있다. 외교 소식통은 “이번 박 대통령의 방미가 실무방문인 만큼 미셸이 백악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이상할 게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매머드 복제’로 돌아온 황우석… 과학계 갑론을박

    ‘매머드 복제’로 돌아온 황우석… 과학계 갑론을박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으로 한국은 물론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황우석(61) 전 서울대 교수가 돌아왔다. 세계적 다큐멘터리채널 ‘내셔널 지오그래픽’(NG)을 통해서다. 1만년 전 멸종한 ‘매머드’를 부활하겠다는 다소 허황된 발상에 과학계도 시끄럽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코리아(NG코리아)는 황 전 교수가 이끄는 수암생명공학연구원과 러시아 과학자들의 시베리아 매머드 발굴과 연구를 다룬 ‘매머드, 죽음로부터의 귀환’을 오는 10일 오후 10시 방영한다. NG 측은 이 다큐멘터리를 전 세계적으로 순차 방영할 계획이다. 다큐멘터리에서 황 전 교수는 황인성 수암연구원 연구원, 캐나다, 영국, 러시아 등 각국 연구진과 함께 시베리아 일대에서 냉동된 매머드 사체 발굴 작업을 진행한다. 이 지역에는 매머드가 멸종된 1만년 이후로 계속 빙하가 존재하는 만큼 온전히 냉동된 매머드 체세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었고, 실제로 연구팀은 북시베리아 바타가이카 지역에서 지난해 8월 매머드 발견에 성공했다. 다큐멘터리는 매머드 조직을 한국으로 가져와 온전한 형태의 체세포를 발견하고, 향후 계획을 설명하는 장면까지 담고 있다. 황 전 교수가 매머드 복원을 선언한 것은 멸종위기종 복원이라는 사회적 필요성과 매머드라는 동물이 갖는 화제성을 동시에 노렸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 허가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연구원 운영을 위해서는 여론의 관심을 모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고 황 전 교수 지지자들은 설명한다. 실제로 황 전 교수는 지난해 가을부터 지지자 모임 등을 찾아 본인이 매머드 탐사를 하는 촬영 장면을 보여주면서, “러시아 마피아에 돈을 지급하고 조직을 입수했다”거나 “죽을 고비를 넘겼다”는 경험담을 털어놓고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황 전 교수의 도전이 성공할 가능성을 점치기보다는 ‘화제성’으로 치부하기 일쑤다. 황 전 교수가 기술력을 갖고 있는 개나 돼지, 소 등이 연구용 동물로 무한공급 가능한 반면 오래 냉동됐던 매머드 세포가 제 역할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또 매머드 복제를 위해서는 가장 가까운 동물인 코끼리를 이용해야 하지만, 코끼리는 가임기간이 길고 대리모를 공급하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매머드의 체세포 핵을 이식할 코끼리 난자에 대한 연구도 전혀 진행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 수암연구원은 코끼리가 풍족한 태국 등지를 연구장소로 진행하는 방안을 찾고 있지만, 수십억원의 연구비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과학자들은 복제에 성공하더라도, 자연상태에서 멸종된 동물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한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근래 인간에 의해 멸종된 수많은 동물을 제쳐놓고 매머드를 택한 것부터가 단순히 화제를 모으겠다는 목적 이외에는 없어보인다”고 평가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단독] “매머드 복제” 들고 돌아온 황우석…과학계 갑론을박

    [단독] “매머드 복제” 들고 돌아온 황우석…과학계 갑론을박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으로 한국은 물론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황우석(61) 전 서울대 교수가 돌아왔다. 세계적 다큐멘터리채널 ‘내셔널 지오그래픽’(NG)을 통해서다. 1만년 전 멸종한 ‘매머드’를 부활하겠다는 다소 허황된 발상에 과학계도 시끄럽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코리아(NG코리아)는 황 전 교수가 이끄는 수암생명공학연구원과 러시아 과학자들의 시베리아 매머드 발굴과 연구를 다룬 ‘매머드, 죽음로부터의 귀환’을 오는 10일 오후 10시 방영한다. NG 측은 이 다큐멘터리를 전 세계적으로 순차 방영할 계획이다. 다큐멘터리에서 황 전 교수는 황인성 수암연구원 연구원, 캐나다, 영국, 러시아 등 각국 연구진과 함께 시베리아 일대에서 냉동된 매머드 사체 발굴 작업을 진행한다. 이 지역에는 매머드가 멸종된 1만년 이후로 계속 빙하가 존재하는 만큼 온전히 냉동된 매머드 체세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었고, 실제로 연구팀은 북시베리아 바타가이카 지역에서 지난해 8월 매머드 발견에 성공했다. 다큐멘터리는 매머드 조직을 한국으로 가져와 온전한 형태의 체세포를 발견하고, 향후 계획을 설명하는 장면까지 담고 있다. 황 전 교수가 매머드 복원을 선언한 것은 멸종위기종 복원이라는 사회적 필요성과 매머드라는 동물이 갖는 화제성을 동시에 노렸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 허가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연구원 운영을 위해서는 여론의 관심을 모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고 황 전 교수 지지자들은 설명한다. 실제로 황 전 교수는 지난해 가을부터 지지자 모임 등을 찾아 본인이 매머드 탐사를 하는 촬영 장면을 보여주면서, “러시아 마피아에 돈을 지급하고 조직을 입수했다”거나 “죽을 고비를 넘겼다”는 경험담을 털어놓고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황 전 교수의 도전이 성공할 가능성을 점치기보다는 ‘화제성’으로 치부하기 일쑤다. 황 전 교수가 기술력을 갖고 있는 개나 돼지, 소 등이 연구용 동물로 무한공급 가능한 반면 오래 냉동됐던 매머드 세포가 제 역할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또 매머드 복제를 위해서는 가장 가까운 동물인 코끼리를 이용해야 하지만, 코끼리는 가임기간이 길고 대리모를 공급하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매머드의 체세포 핵을 이식할 코끼리 난자에 대한 연구도 전혀 진행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 수암연구원은 코끼리가 풍족한 태국 등지를 연구장소로 진행하는 방안을 찾고 있지만, 수십억원의 연구비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과학자들은 복제에 성공하더라도, 자연상태에서 멸종된 동물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한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근래 인간에 의해 멸종된 수많은 동물을 제쳐놓고 매머드를 택한 것부터가 단순히 화제를 모으겠다는 목적 이외에는 없어보인다”고 평가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입주기업 “예상 손실·클레임도 피해액 포함돼야”

    개성공단기업협회 내에 설치한 비상대책위원회가 귀환 기업들의 피해를 파악 중인 가운데 이들 기업이 계약 파기 등에 따른 예상 영업손실과 클레임 등도 피해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 정부와의 갈등이 예상된다. 또 정부가 지원책을 발표한 지 닷새째가 됐지만 아직도 대출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입주 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는 6일 “현재 발생한 클레임 피해 규모보다 바이어 이탈, 계약 중단 등 향후 발생할 피해액이 더욱 심각하다”며 “이러한 영업손실이나 클레임 청구에 관해 정부와 이견이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정부가 원청업체에 지급한 위약금 등을 조사하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앞으로 발생할 손실이 더욱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하루하루 피해가 눈덩이처럼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거래 회사와의 계약 파기에 따른 손실, 예상되는 클레임 등 무형의 피해 산정도 피해조사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정부의 실태조사와 협회의 조사를 ‘크로스 체크’해 추가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정부의 지원대책도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 특히 630억원 규모의 남북협력기금과 10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창업 및 진흥기금이 문제가 되고 있다. 입주 기업 대표는 전화통화에서 “정부가 지원대책을 발표한 지난 2일에는 6일에 오라고 하더니 오늘 막상 가보니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서 대출을 해줄 수 없다고 하더라”면서 “하청업체 대금 결제와 직원들에게 줄 급여가 시급한데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임진왜란뒤 유성룡의 애끓는 심정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 풀어 쓰다

    임진왜란뒤 유성룡의 애끓는 심정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 풀어 쓰다

    징비(懲毖)록. 서애 유성룡(1542~1607)이 남긴 임진왜란 기록이다. 선조의 피란, 명과의 교섭, 권율과 이순신의 발탁 등에 깊숙이 개입했던 서애였기에 ‘난중일기’와 함께 임진왜란을 연구하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이 때문에 서책으로서는 드물게 국보 132호로 지정됐다. ‘징비록1·2·3’(김기택 옮김, 이부록 그림, 알마 펴냄)은 그 징비록을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 풀어 쓴 책이다. 단순히 옮긴 정도가 아니다. 김기택은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지훈문학상 등을 받은 중견시인이다. 번역문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다듬었을 뿐 아니라, 각 장 뒤에 당시 상황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붙여넣어 ‘다듬어 쓴 이의 말’로 정리했다. 문인이라 아무래도 전쟁 장면에 대한 설명은 부족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전쟁사 연구자인 임홍빈 전 국방부 전사편찬위 선임연구원의 글까지 가져다 붙였다. 또 서울대 동양화과 출신인 이부록은 임진왜란 관련 각종 자료를 섭렵한 뒤 상황에 걸맞은 그림들을 그려넣었다. 상당히 공을 들였다는 의미다. 징비록의 가치는 책 제목인 징비, 그 자체다. 벌함으로써(懲) 후세가 삼가토록(毖) 하기 위한 기록이다. 전쟁 뒤 폐허가 된 나라를 보며 서애가 두번 다시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쓴 글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봐야 하는 건 위대한 의병, 위대한 이순신, 위대한 권율, 위대한 거북선 따위가 아니다. 가령, 선조는 전쟁이 터지자 울부짖는 백성들에게 “왕실과 나라가 이곳에 있는데, 내가 어디로 간단 말인가”라 해놓고는 몰래 도망간다. 거기다 아예 명나라 망명, 아니 망명을 넘어 귀화하겠다는 계획까지 세운다. 명나라 조정은 너무 많이 오면 부담스러우니 딱 100명만 받겠다고 답할 정도였다. 그처럼 거들먹거리던 양반들이 이러는 판국이니, 백성들이 가만 있을 리 없다. 선조가 서울에서 도망가자 백성들은 형조에 있던 노비문서를 불태웠다. 개성에서는 임금이 탄 가마에 돌멩이가 날아들었고, 함흥 가는 길에서는 백성들이 중전이 타고 가던 말을 때리는 등 폭동 일보 직전까지 갔다. 백성들은 왜군에 투항하고 그들의 앞잡이가 되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나마 조선을 버티게 해준 것은 전국 각지에서 일어선 의병들이었는데, 조정은 그마저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그간 온갖 잘난 척 다해왔는데 정작 나라는 이름 없는 선비와 백성이 지켜냈다면, 낯이 서질 않는다. 기득권까지 놓칠 판이다. 그러니 전쟁에서 이긴 건 무조건 명나라 덕분이라 해야 한다. 그게 양반 사대부들이 임진왜란이 끝난 뒤 주야장천 떠들어댈, 조선을 구해준 명나라의 큰 은혜 ‘재조지은’의 실체다. 우리의 근현대 풍경이 슬쩍 비춰지는데, 징비의 뜻을 오늘날 우리가 잘 살피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1권 1만 1500원, 2·3권 1만 3500원.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그녀의 팔뚝은 통뼈 그녀의 허리엔 디스크…승무원, 막일에 시드는 ‘하늘 꽃’

    무게 100㎏이 넘는 식사 카트를 손으로 밀고, 각종 잡화류를 판다. 물이 필요하다면 코앞까지 떠다 바치고, 서류가 잘 보이지 않는다면 대필까지 해준다. 바로 항공기 여승무원의 이야기다. 누군가는 이들을 ‘하늘의 꽃’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자신들끼리는 ‘하늘의 노가다’라고 자조한다. 여승무원들이 업무는 보통 비행 2시간 전부터 시작된다. 사무장과 기장이 주재하는 회의가 두 차례 열린다. 이 자리에서 그날 주요 탑승객에 대한 신상정보가 공유된다. 대한항공 승무원 김현정(32·가명)씨는 “승무원에게는 단정한 복장이 요구되기 때문에 회의 전에 화장과 옷 매무새를 다듬는 데도 시간이 꽤 걸린다”고 말했다. 출발 1시간 전부터는 본격적인 ‘노가다’가 시작된다. 항공기의 비상장구를 체크하고 승객들에게 제공될 기내식과 편의용품이 모두 실리면 리스트를 들고 하나하나 확인해야 한다. 물품이 부족하면 출발 후에는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꼼꼼하게 체크한다. 음식을 냉장고와 보관함에 채워놓고 나면 승객들이 입장하기 시작한다. 승무원들의 손길은 더욱 바빠진다. 여행 가방을 위로 올려주는 것부터 나이가 많은 승객들의 경우 자리를 잡아줘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지은 한국항공전문학교 항공운항과 교수는 “사람들이 짐을 놓고 출발을 기다리는 동안 채식주의 식단 주문자 등에게 식사가 맞는지 확인도 하고, 주요 탑승객에게는 가서 인사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행기가 이륙한 뒤 괘도에 오르면 식사를 준비해야 한다. 철제로 제작된 기내식 카트는 100㎏에 육박한다. 이 교수는 “카트가 정상적으로 굴러가면 크게 무게를 느끼지 않지만 바퀴가 끼거나 하면 신참의 경우 한참 동안 낑낑거려야 한다”면서 “남자 못지않은 잔 근육을 가진 여승무원들이 꽤 많다”고 전했다. 육체 업무가 많은 탓에 업무상 질병도 디스크가 1위를 차지할 정도다. 기내식을 먹고 나면 승객들은 대부분 영화를 보거나 잠을 청한다. 하지만 승무원들은 이때가 가장 바쁘고 긴장하는 시간이다. 바로 기내 면세품을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일단 돈이 오가기 때문에 잠깐 다른 생각을 하다가는 구멍이 나기 쉽다”면서 “특히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는 현지 통화와 달러, 한국 돈을 섞어서 지불하는 승객도 적지 않아 계산이 복잡해진다”고 말했다. 계산이 맞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승무원들은 금액이 적은 경우에는 자신들이 메우고, 금액이 큰 경우에는 보고를 한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예전에는 인사고과에 면세품 판매 실적이 들어갔다고 들었는데, 요즘에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날 매출이 숫자로 찍히다 보니 신경을 안 쓸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돌아오는 항공편의 면세품 판매는 말 그대로 노가다다. 이 교수는 “귀국 선물을 준비하지 못한 남자 승객들이 여기저기서 양주를 찾는다”면서 “양주가 보기보다 무게가 있어서 수십 병씩 전달해주고 나면 팔이 뻐근하다”고 귀띔했다.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강진영(25·가명)씨는 “대학 후배가 승무원을 하고 싶다고 물어봐서 ‘너 힘 좋냐?’고 말해 줬다”면서 “여리여리한 승무원의 팔뚝이 생각보다 통뼈인 경우가 많다”며 말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비행기는 착륙을 시작한다. 이때부터 ‘퇴근 본능’이 승무원들의 손길을 빨라지게 한다. 웃는 얼굴로 승객들을 보내고 나면 회사 버스를 이용해 숙소로 이동한다. 그들도 여느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업무가 끝나고 나면 말이 많아지고 기분이 업된다. 지난달 벌어진 승무원 폭행 사건에 대해 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강씨는 “손님이 ‘왕’이라는 인식 때문인지 서비스 업종에 일하는 사람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분들이 있다”면서 “그냥 우리도 승객들과 마찬가지로 회사 다니고 일하는 직장인이다. 같은 월급쟁이의 입장에서 봐줬으면 좋겠다”며 말을 아꼈다. 이 교수는 “억울하겠지만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직장인들의 특성상 많이 참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대부분의 승객들은 그래도 매너가 좋다”고 전했다. 승무원들은 선량한 승객들을 위해 항공기 이용에 관한 몇 가지 팁을 전하기도 했다. 먼저 신혼여행을 떠난다면 케이크나 다른 선물을 받을 수 있다. 단 미리 항공사에 알려 신청을 해야 한다. 또 어린이를 위한 기내식이나 채식주의자, 이슬람 교도인을 위한 식단도 마련돼 있다. 엽서를 달라고 해서 쓴 뒤 돌려주면 부쳐주는 서비스를 이용해 보는 것도 좋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과거사·영토 갈등 속 한·중·일 첫 장관급 대화…민간교류는 잇단 스톱

    한국과 중국이 영토와 과거사 문제로 일본과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3국이 처음으로 장관급 대화를 갖는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과 일본의 이시하라 노부테루 환경상, 중국의 리간제(李幹傑) 환경부 부부장(차관)은 오는 5~6일 일본 기타큐슈에서 동아시아 환경오염 문제 등을 논의한다. 정례 환경장관 회담으로 15번째다. 이번 회담에서는 특히 중국에서 날아오는 PM 2.5(지름 2.5㎛ 이하의 미세먼지)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 등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중국이 저우성셴(周生賢) 환경부장 대신 리 부부장을 참석시킨 것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 등과 관련한 일본과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가 3국 정부 간 회의를 재개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과거사 발언 이후 한·일 간 민간 교류는 잇따라 파행을 겪고 있다. 양국 정·재계 인사들로 이뤄진 한·일 및 일·한 협력위원회가 오는 20일 도쿄 시내 호텔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50주년 기념 합동 총회 및 리셉션을 연기하기로 했다. 일한협력위원회(회장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는 지난 1일 회원들에게 “한국 측과 거듭 협의한 결과 제반 사정에 따라 이번에는 (50주년 기념식을) 연기하고 나중에 개최하기로 했다”고 통보했다. 규슈국립박물관도 백제문화를 소개할 목적으로 한·일 불교 작품 등을 전시하는 ‘백제전’을 연기했다. 나가사키현 쓰시마시에서 도난당한 불상의 반환이 이뤄지지 않고 한국에서 반환 반대 운동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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