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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장에 팬은 흉기에 찔리고, 번리의 아픈 유로파리그 도전

    퇴장에 팬은 흉기에 찔리고, 번리의 아픈 유로파리그 도전

    잉글랜드 프로축구 번리의 한 팬이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플레이오프에 나선 팀을 응원하다 흉기에 찔려 다리를 다쳤다. 사달은 그리스 프로축구 올림피아코스가 홈 구장으로 쓰는 아테네의 관문인 피레우스의 스타디오 게오르기스 카라이스카키스를 찾아 벌인 유로파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 후반 13분 수비수 벤 깁슨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하며 시작됐다. 번리 선수들은 지난 20일 8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북아일랜드 대표팀의 공격수 출신 지미 매킬로이를 추모하기 위해 위아래 모두 검정색 유니폼을 입고 완장을 두르고 경기에 임했으나 한 팬이 상대 서포터의 흉기 공격에 다리를 다쳐 바늘로 꿰매고 4명이 다치는 등 엉망이 됐다. 1000명의 팬들이 원정에 함께 했는데 23명이 술에 만취해 구단이 타라는 버스에 오르지 않고 난동을 부려 감금됐다. 번리는 1-3으로 완패했는데 오는 30일 홈으로 돌아와 2차전을 치른다. 번리 구단은 성명을 발표해 “팬들의 대다수는 다시 한번 나무랄데 없이 처신했고 서포터들을 그라운드에 데려오는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서포터 가운데 5명이 불행히도 다쳤다. 한 사람은 흉기에 다리에 부상을 입고 경기장에서 곧바로 응급 처치를 받았다. 부상자들은 각자 따로 여행 온 이들이었고 구단이 조직한 여행자들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구단은 올림피아코스 구단, 현지 경찰과 협력해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션 다이치 감독이 이끄는 번리는 유로파리그 예선에서 이스탄불 바삭세히르와 스코틀랜드 프리미어십 준우승 팀인 애버딘을 차례로 제압하는 등 네 경기 무패를 달리며 1966~67시즌 이후 유럽대항전 본선에 나서지 못한 구단의 역사를 새로 쓰려 하는데 1차전 패배와 깁슨이 출전하지 못하는 약점을 극복해야 한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김유민의 노견일기] “잘가…고마웠어” 홍이와 마지막 인사

    [김유민의 노견일기] “잘가…고마웠어” 홍이와 마지막 인사

    홍이가 떠나던 그 날 폭염 때문인지 며칠째 입맛을 잃어 거의 먹지 못한 홍이를 안고서 영양제 주사라도 맞힐까 싶어 동물병원 세 군데를 돌아다녔어요. 고령이라 주사쇼크 위험이 있어 세 군데에서 퇴짜를 맞고 결국 아무것도 못하고 돌아왔는데 귀가 들리지 않아 오가는 소리도 듣지 못하던 홍이가 어제는 아빠 출장가신다고 짐 챙겨서 나가시는데 갑자기 큰 소리로 짖었었는데... 그래서 홍이가 이제 기운을 차리나 보다 하고 기뻐했는데... 그것이 온 힘을 다한 마지막 인사였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요. 다가올 마지막을 예감한 듯 다리 가눌 힘도 없던 아이가 아빠를 문 앞까지 따라 나가 아주 오랜만에 큰소리로 배웅을 했어요. 아빠한테 잘 지내라는 고마웠다는 온 힘을 다한 홍이의 마지막 인사였을 겁니다. 그리고 오후, 가쁘게 숨을 쉬며 엄마 품에 안긴 홍이는 백내장 때문에 거의 보이지 않았겠지만 엄마를 그리고 저를 마치 눈에 담고 가려는 듯 한참을 바라보더군요. 17년을 함께 했으니 말하지 않아도 홍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었어요. 이제 아프지 말고 먼 길 잘 가라고 한참을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떠난 모습도 잠든 듯 편안해 보이더군요. 8월 15일 그렇게 우리 가족 홍이는 잠들 듯 편안한 모습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가족으로 함께 한 17년, 소중한 추억들2002년 겨울 제가 수능 보던 날,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며 동생이 친구집에서 새벽같이 데려온 홍이는 긴장되고 정신없는 아침에 선물처럼 우리집 식구가 되었어요.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한 줌 크기... 까만 하늘을 담은 것 같은 눈동자를 가진 초콜렛색 토이푸들 홍이는 갓 태어나 엄마와 헤어져서 그런지 왠지 슬퍼 보이기도 했습니다. 걸어가다 힘이 없어 픽픽 쓰러지던 홍이가 제법 잘 뛰어다닐 때쯤 저는 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고 정신없이 친구들과 놀러다니는 동안 홍이도 어느덧 무럭무럭 자라서 애교 많고 창 밖 내다보기를 좋아하는 강아지가 되었습니다. 맞벌이 하시던 부모님, 철없는 고등학생 동생은 밤낮없이 바빠서 몸이 불편하셔서 경로당에 가시기 힘들어진 저희 할머니 곁은 자연히 홍이 차지가 되었습니다. 할머니 옆에 누워서 애교도 부리고 가끔은 과자도 얻어먹고, 아주 가끔은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짜장면도 한 두 가닥씩 얻어먹고, 대장암 때문에 돌아가시기 전까지 무료하신 삶을 TV와 함께 보내던 할머니 곁을 우리 가족 대신 지켜주던 홍이. 할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홍이는 참 고마운 강아지였습니다. 몇 년 뒤 저는 약대를 졸업하고 약사가 되어 서울에서 회사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고, 일찍 결혼을 한 동생의 출산으로 귀염둥이 조카가 태어났습니다.동생 부부는 타지에서 맞벌이를 하게 되어 조카는 자연히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손에 크게 되었고 매일 신천이라는 집 앞 작은 개천 앞에서 지민이가 그네 타는 것을 지켜보다가 잔디밭을 숨이 차도록 달리는 것이 홍이의 행복한 일상이었습니다.그렇게 지민이가 일곱 살이 될 때까지 지민이의 든든한 친구이자 형제자매가 되어주었던 홍이는 참 든든한 강아지였습니다.어느덧 홍이는 열 두살이 되었지요. 여전히 애교 많고 까만 사슴 같은 눈망울을 가진 우리 눈엔 둘도 없는 귀요미였지만 뜀박질에 예전보다 숨을 가빠해서 우리 마음을 심난하게 하기 도 했어요.홍이의 시간이 우리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야속한 시간은 홍이의 시계만 빨리 돌려서 어느덧 홍이의 까만 하늘을 담은 예쁜 눈동자는 백내장으로 서서히 하얗게 변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홍이눈이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게 했어요.그 때문에 처음으로 우리가 홍이와 언젠가는 헤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리고 그때부터 엄마는 전국 방방곡곡을 홍이와 함께 틈나는 대로 여행을 가시겠다고 했습니다.제주도 유채꽃밭에서, 동해 해수욕장에서, 어느 계곡 그늘 밑에서... 어머니는 몇 년간 홍이를 데리고 다니시며 참 많이도 사진을 찍으셨습니다.홍이가 열다섯살이 되면서부터는 우리가 외출하고 돌아오면 숨이 차도록 뛰어와서 반갑게 맞아주던 홍이가 대문을 열고 우리가 불러도 잘 듣지 못 했어요. 그래서 집에 들어온 우리가 홍이 곁으로 달려가서 홍이를 꼭 안아 주었습니다.야속하게도 우리의 1년은 홍이의 7~8년과 같더군요. 헤어짐의 시간이 이리도 빨리 올줄 몰랐습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올 줄은 몰랐어요.더 많이 안아주고 더 많이 불러줄걸 그랬어요. 시간은 흐르고 흘러 저는 어느덧 30대 중반의 아줌마가 되었고, 열일곱 살이 된 홍이는 대부분의 시간을 소파에서 누워서 잠을 자거나 가끔 베란다 창밖 풍경을 꿈꾸는 눈으로 멍하니 보고 있기도 했습니다.홍이의 그런 모습은 긴 여행을 계획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홍이는 긴 여행을 떠났어요.홍이가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진짜 우리를 무지개다리 건너에서 기다리고 있을지, 나중에 나를 마중 나올지, 마중 나올 때 내가 할머니가 되어 있어도 나를 기억할지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17년간 네가 있어서 우린 정말 행복했어. 홍이야 다음 세상에서도 꼭 우리 가족으로 태어나주렴. 너를 영원히 기억하고 사랑하는 채연 누나가.한국에서는 해마다 약 8만 2000마리의 유기동물이 생겨납니다. “한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그 나라의 동물들이 받는 대우로 짐작할 수 있다”는 간디의 말이 틀리지 않다고 믿습니다. 그것은 법과 제도, 시민의식과 양심 어느 하나 빠짐없이 절실하게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어떠한 생명이, 그것이 비록 나약하고 말 못하는 동물이라 할지라도 주어진 삶을 온전히 살다 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노견일기를 씁니다. 반려동물의 죽음은 슬픔을 표현하는 것조차 어렵고, 그래서 외로울 때가 많습니다. 세상의 모든 슬픔을 유난이라고는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여러분에게 늙은 반려동물과 함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오랜 시간 동물과 함께 했던, 또는 하고 있는 반려인들의 사진과 사연을 기다립니다. 소중한 이야기들은 y_mint@naver.com 로 보내주세요.
  •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우리 모두 좀비가 됐다’는 진단에 격렬히 저항하고 싶지만…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우리 모두 좀비가 됐다’는 진단에 격렬히 저항하고 싶지만…

    올여름 극장가에서는 좀 뜸했다. 좀비 영화 말이다. 쌍천만을 이끈 ‘신과 함께’와 혼자서 ‘열일’하는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등 블록버스터 사이로 보이는 좀비 영화라고는 일본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정도가 고작이다. 지난달 열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지만, 보통의 관객들에게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하를 보여 주기에 충분했다. 해마다 여름이면 나름 선방했던 좀비 영화가 슬며시 자취를 감춘 이유는 무엇일까.올여름 좀비 영화가 사라진 이유를 알려 주는 책이 일본의 문예평론가 후지타 나오야의 ‘좀비 사회학’이다. 책의 부제는 ‘현대인은 왜 좀비가 되었는가’이다. 그렇다면 좀비 영화가 안 되는 이유가 우리 모두가 좀비가 됐기 때문인 건가. 저자에 따르면 21세기 좀비는 “사람을 덮치지 않고, 지능을 가지기도 하며, 인간을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하는 존재다. 어디 그뿐인가. “귀엽고 창량감 넘치는 2차원 미소녀”로 등장하기도 한다. 영화나 비디오게임에 등장하는 20세기 좀비, 즉 ‘근대 좀비’와 달리 21세기 좀비는 발걸음이 더디지도 않고, 물을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시간이 지났으니 진화·발전한 것은 어쩔 수 없을 터. 이 대목에서 저자는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고자 발버둥치는 인간의 사투가 투영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좀비가 발전하는 이유가 생존 능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듯 21세기를 살아 내는 인간 역시 궁극의 목적도 모르면서 단지 소리 나는 곳을 향해 달려가는 좀비와 같다는 것이다. 2010년 처음 출간되면서 인기를 얻은 일본 만화 ‘산카레아’의 여주인공은 스스로를 좀비라고 부르지만 썩지 않았고 이성도 있다. 감염되지 않도록 관리할 수도 있는 존재들인 ‘미소녀 좀비’는 21세기 좀비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미소녀 좀비’로 대표되는 현재 일본의 좀비 캐릭터는 만화, 게임 등 미디어 사이를 자유롭게 횡단하며 활동 영역을 확대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좀비가 하나의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는 사실이다. 저자 표현을 들어 보자. “미디어를 횡단하여 연결하는 매개로서 ‘캐릭터’가 온 거리에 흘러넘치는 이 상태는 우리가 캐릭터와 정서적인 관계를 맺는 사회 속에 산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실제로 그렇다. 드라큘라 백작 같은 흡혈귀가 우리 주변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좀비는 이제 일상다반사다.저자는 “좀비 같은 인간을 관리하는 사회가 도래”했다고 주장한다. 쇼핑몰을 설계하는 사람은 “보행자의 흐름을 조작”해 어떻게든 상품을 구매하게 만든다. 인터넷 쇼핑몰의 경우 빅데이터를 획득함으로써 숱한 사람들을 자신들의 영향 아래 둘 수 있다. 게임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는, 그 외 문화 콘텐츠로 명명된 모든 것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는 21세기 좀비이자 미소녀 좀비인 셈이다. 우리 모두가 좀비인 이상 좀비를 막기 위한 커다란 장벽을 세울 필요는 없어졌다. 오히려 저자는 ‘현대인이 가진 불안과 공포의 원인이 되는’, 즉 ‘자신의 위협과 공포와 불안이 진짜 어디에서 왔는지 찾는’ 길을 권한다. 우리 모두는 좀비가 됐다는 말에 격렬하게 저항하고 싶지만, 어쩐지 고개가 자꾸 주억거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동석 출판평론가·뉴필로소퍼 편집장
  • 집현전 학사·中 사신 주고받은 시, 국보 된다

    집현전 학사·中 사신 주고받은 시, 국보 된다

    조선시대 집현전 학사로 활동한 정인지, 신숙주, 성삼문이 1450년 중국 사신 예겸(1415∼1479)과 주고받은 시를 모은 문서가 국보로 승격된다. 문화재청은 보물 제1404호 ‘봉사조선창화시권’과 보물 제1405호 ‘비해당 소상팔경시첩’을 국보로 지정 예고한다고 23일 밝혔다. ‘봉사조선창화시권’은 1450년 즉위한 명나라 경제(景帝)가 내린 문서를 전달하러 조선에 온 예겸과 집현전 학사들이 문학 수준을 겨루며 쓴 시 37편이 수록돼 있다. 양국 간의 외교를 수행한 일면을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한·중 외교사에서 매우 큰 의미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정인지, 신숙주, 성삼문은 친필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이들이 다양한 서체로 쓴 글씨가 남은 ‘봉사조선창화시권’은 조선 전기 서예사 연구에서도 귀중한 자료로 꼽힌다. ‘비해당 소상팔경시첩’은 세종의 셋째 아들인 비해당 안평대군이 1442년 ‘소상팔경’(瀟湘八景)을 주제로 당대 문인 21명이 쓴 글을 모은 유물이다. 소상팔경은 중국 후난성 소상(瀟湘)의 여덟 가지 아름다운 풍경을 뜻한다. ‘봉사조선창화시권’에 글씨를 남긴 정인지, 신숙주, 성삼문 외에도 박팽년, 안숭선, 이보흠, 최항 등이 제작에 참여했다. 조선 전기 명사들의 필적이 남은 드문 자료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편 문화재청은 조선시대 서적인 ‘이익태 지영록(知瀛錄)’과 조선시대 불상인 ‘남양주 불암사 목조관음조살좌상’, ‘서울 칠보사 목조석가여래좌상’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국립제주박물관 소장품인 ‘이익태 지영록’은 이익태(1633~1704)가 1694년 7월부터 1696년 9월까지 제주목사로 활동하면서 업무와 행정, 제주 역사를 기록한 책이다. 이미 보물 제652호로 지정된 이형상(1653~1733)의 ‘남환박물지’보다 작성 시점이 8년 빠른 것으로, 제주도 최초 인문지리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남양주 불암사 목조관음보살좌상과 서울 칠보사 목조석가여래좌상은 모두 17세기 불상이다. 불암사 불상은 조각승 무염을 포함해 5명이 1649년 완성했다. 높이 67㎝의 아담한 크기에 머리에 연꽃과 불꽃 모양으로 장식한 보관(寶冠)을 쓰고 있다. 칠보사 불상은 광해군 부인 문성군부인 유씨가 친정 부모를 위해 발원한 왕실 사찰인 자수사와 인수사에 1622년 봉안한 불상 11점 중 하나로 추정된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책 실질 효과 거둘까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책 실질 효과 거둘까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 확대 정책 주로 신용등급 높은 상인에 혜택정부가 지난 22일 발표한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책’을 놓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정부는 “100회 이상 현장 방문과 간담회를 거쳤다”며 맞춤형 대책을 공언했지만, 최저임금 충격파를 상쇄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신용카드처럼 ‘외상’ 기능이 없어 활성화될지 의문인 ‘제로페이’ 도입이 대표적이다. 과거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등장했다가 천덕꾸러기가 된 ‘온누리상품권’처럼 될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신용등급이 높은 상인들만 주로 혜택을 보는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 확대’도 마찬가지다. 또 어떤 문제점들이 있을까. 자영업자 등 현장의 목소리와 전문가 조언을 통해 이번 대책의 한계와 우려를 짚어 봤다. ●근로장려금은 소득 따져 지원해야 23일 정부와 소상공인업계 등에 따르면 이번 대책은 근로장려금(EITC)·일자리안정자금 확대와 같은 자금 지원과 신용카드 매출 세액공제 등 세금 깎아 주기에 방점이 찍혀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중된 자영업자의 비용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지원 혜택을 항목별로 따져 보면 ‘미봉책’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실효성이 떨어져서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의 경우 대출에 집중된 기금 운용 방식이 문제”라면서 “은행에서도 돈을 빌릴 수 있는 신용등급이 좋은 상인들만 기금대출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단순히 금액만 늘릴 것이 아니라 기금 쓰임새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로페이’의 실패를 점치는 이들도 상당수다. 정부는 수수료 없는 모바일 결제앱 제로페이를 조기 도입해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을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금을 충전해 사용하는 직불카드 방식이라 쓰임새가 적을 것이란 관측이 대다수다. 서울 마포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점주 A씨는 “점포에서 모바일카드로 결제하는 고객은 전체의 1% 미만이고, 고객 대부분 신용카드를 쓰는데, ‘외상’ 같은 여신 기능이 없는 제로페이가 얼마나 쓰이겠나”라고 일갈했다. 근로장려금 확대도 마찬가지다. 매출 기준으로 지급 대상을 따지는데, 가령 편의점 업주는 매출이 높지만 인건비, 원자재비, 본사 로열티, 임대료 등을 제외하면 알바생 수준의 월급만 손에 쥐는 경우가 허다해 실질적 도움이 안 된다는 의견이 많다. 이 때문에 매출이 아닌 소득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중견기업 유리 일자리안정자금 확대도 논란거리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월 보수 190만원 미만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30인 미만 사업장)에게 근로자 1인당 월 13만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정부는 이를 15만원으로 늘리고 300인 이상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 송파구에서 중국집을 운영하고 있는 서모(48)씨는 “외식업 특성상 야간과 휴일에 집중적으로 근무하고 근로 시간도 길어서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대상 보수 총액 기준 월 190만원 이하를 지키기가 쉽지 않다”면서 “더욱이 대상을 늘리면 중견기업에만 혜택이 돌아간다”고 말했다. ●“의제매입세액공제 한도 폐지 필요” 또 다른 음식점 주인 김모(51)씨도 “자꾸 자금 지원을 얘기하지만 기준이 까다로워서 실제로 적용 대상에 들기가 힘든 데다 경기 불황으로 업황 자체가 어려워진 걸 완화시키진 못한다”면서 그보다 “의제매입세액공제 한도를 폐지하는 등 확실하게 피부에 와닿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대책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2년 사이 30% 가깝게 늘어난 최저임금 여파에 따른 비용 상승을 일시적 대출상품 확대나 세제 지원 등 소소한 돈풀기로 메울 수 없다”면서 “업종별·규모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대한 근본적 해법을 제시하지 않고 별도 지원책만 내놓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부산대에 원전 해체 전문인력 양성과정 개설..5년간 100명 원전 해체 전문인력양성

    고리원전 1호기 해체에 대비해 부산대에 원전 해체 전문인력 양성과정이 개설된다.. 부산시는 오는 27일부터 31일까지 부산대학교 통합기계관에서 ‘부산 원전해체 미래원자력기술 인력양성 교육’ 과정을 개설한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교육은 지난 5월 28일에 체결한 부산시-부산대-미국아르곤국립연구소(ANL) 원전해체 업무협약의 후속사업이다. 고리1호기 원전해체에 대비해 원전해체 기술과 인프라를 확보하고 사업화를 위해 마련됐다. 교육은 3개 과정이다. 첫 번째 과정에서는 국외 원전해체 전문교육 과정에서는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 원자력사업본부의 찰리 유(Charley.Yu) 책임연구원이 부지 잔류방사능 측정방법(RESRAD)을 강의한다. 두 번째 과정은 국내 원전해체 전문교육 과정에는 한국전력 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김주열 교수,경북대 오원진 교수,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손욱 책임연구원,부산대 안석영 교수가 원전 폐기물관리와 부지복원 강의가 이뤄진다. 세 번째 과정에선 이달 31일 해체 대상 원전인 고리1호기를 방문해 현장 정보를 습득할 예정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대에 원전해체 전문교육 과정을 개설하고 매년 20명씩 5년간 100명의 원전해체 전문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길섶에서] 평일 휴무/김성곤 논설위원

    “안녕하세요. 오늘 쉬시나 봐요.” 옆집 아주머니다. 항상 밝으시다. 금요일 낮에 단지 내 피트니스센터에 가려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마주쳤다. 피트니스센터에 들어서니 어르신들 몇 분 외엔 모두 주부다. 영 어색하다. 금요일 낮에 몇 번 피트니스센터를 다녔더니 이젠 직원이 어색하게 목례만 한다. ‘어, 혹시 나를 실직자로 보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니 온통 모든 게 그렇게 느껴진다. 아내 대신 낮에 장을 보러 가거나 지하철을 탈 때도 마찬가지다. 30대 중반 3개월가량 무직이었던 때의 트라우마 때문인가. 처음 한 달은 그런대로 만날 사람도 있고, 갈 곳도 많았다. 두 달쯤 되니 이것도 모두 동났다. ‘그래 지리산이나 종주하자.’ 그런데 대피소에 묵는 사람들과 편하게 소주잔을 기울이다 보니 “무슨 일을 하시느냐”고 묻는다. 산도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주 52시간 근무’ 도입을 계기로 토요일자 신문을 내지 않으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내가 쉬는 날인지 모르고, 회사 근처에서 금요일 점심을 하자는 사람도 많다. ‘쉬는 날인데 옷차림은….’ 평생 평일엔 일하고 ‘빨간 날’에만 가끔 쉬어 왔다. 일하는 것보다 쉬는 게 불안한 세대여서인지 평일 휴무는 아직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하다. sunggone@seoul.co.kr
  • 2018 토지문학제 문학상 작품 공모, 상금 최고 1000만원

    2018 토지문학제 문학상 작품 공모, 상금 최고 1000만원

    경남 하동군과 토지문학제운영위원회는 22일 대하소설 ‘토지’ 무대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최참판댁 일원에서 오는 10월 열리는 ‘2018 토지문학제’의 주요 행사인 문학상 작품을 공모한다고 밝혔다.공모 작품은 평사리 문학대상(소설·시·수필·동화), 평사리 청소년문학상(소설), 하동소재작품상(소설·시) 등 3개 분야다. 공모기간은 9월 7일(마감당일 소인 유효)까지며, 토지문학제운영위원회(경남 하동군 하동읍 군청로 23)에 직접 또는 우편으로 접수하면 된다. 응모 자격은 신인이나 등단 5년 미만 기성작가다. 분야별 공모 분량은 평사리 문학대상은 소설 1편(중·단편 가운데 1편), 시(시조) 5편, 수필 3편, 동화 1편이며, 소설 부문에 중편은 200자 원고지 200장 안팎이고 단편은 100장 안팎이다. 평사리 문학대상에 응모하는 작품은 미발표 순수 창작품이어야 한다. 표절이나 모방, 중복 응모 사실이 확인되면 입상이 취소된다. 심사를 거쳐 소설은 상패 및 상금 1000만원, 시·수필·동화는 각각 상패 및 상금 500만원을 준다. 평사리 청소년문학상은 소재·주제 제한 없이 200자 원고지 60장 안팎의 미발표 순수창작 소설로, 전국 고교 재학생 누구나 응모할 수 있다. 상금은 대상 100만원, 금상 70만원, 은상 50만원, 동상 30만원이다. 하동소재작품상은 지리산이나 섬진강, 하동을 소재로 월간·계간·반연간지 등 전국 발간 문예지에 발표된 기성문인의 작품으로 소설은 상패와 상금 300만원, 시는 상패와 상금 200만원을 시상한다. 각 분야 당선작은 2018 토지문학제 기간(10월 13~14일)에 행사장에서 발표한다. 자세한 내용은 하동군 문화체육과 문화예술담당(055-880-2363)으로 문의하면 된다. 하동군은 전국 최고 문학제로서의 토지문학제 위상을 높이고, 박경리 선생의 문학업적을 기리는 가운데 박 선생의 대하 소설 ‘토지’ 무대인 평사리를 문학 산실로 키우며 유능한 문인 발굴을 위해 2001년 부터 토지문학제 문학상을 공모·시상한다. 하동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군산시 예술테마거리에 고은 시인 벽화 제외

    전북 군산시가 예술테마거리 조성사업에 지역 출신 고인 시인의 얼굴 벽화를 넣지 않기로 했다. 22일 군산시에 따르면 지곡동 군산예술의전당 주변 ‘테마가로 조성사업’에 고은 시인의 얼굴과 작품을 벽화 형태로 넣으려던 계획을 취소하기로 했다 지역 예술인 등이 포함된 테마가로 조성사업 자문위원들이 성폭력 논란으로 부정적 여론이 대두한 고인 시인의 벽화를 빼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시는 자문위원 결정에 따라 지역 출신의 고헌 시인, 김기경, 문효치, 이병훈, 이양근, 이원철, 채규판, 채만식, 심호택 등 문인 9명을 조성사업 대상자로 확정했다. 테마가로 조성사업은 군산예술의전당 앞길과 인근 새들공원, 나운동 아파트 옹벽 등에 지역 문인의 모습과 작품을 기록하는 사업이다. 앞서 군산시는 미룡동 용둔마을 고은 생가터 복원사원이 예산문제와 부지매입가 차이로 무산되자 정부에 사업비를 반납됐다. 이에 따라 생가터와 인근 모친 가옥을 매입해 문학관을 건립하려던 사업도 함께 백지화했다. 시 관계자는 “미투 사태로 여론이 악화해 지역 명소 조성사업에 고인 시인 얼굴을 넣는 것이 부담된다는 주장이 제기돼 자문위원들 회의에서 빼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흙길 걷지만… 끝까지 간다

    흙길 걷지만… 끝까지 간다

    “말레이전 예방주사… 매 경기가 결승전” 이동 횟수 늘고 수비 핵 김민재 공백 우려 승리 땐 8강 우즈베크·4강 베트남 유력‘반둥 쇼크’에다 졸전에 가까웠던 키르기스스탄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을 가까스로 넘은 김학범호가 그동안의 부진을 털고 아시안게임 2연패와 역대 최다 우승을 향한 ‘벼랑 끝 토너먼트’를 준비한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U23(23세 이하) 축구대표팀은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E조 경기를 펼친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 일정을 끝내고 21일 오후 토너먼트 승부의 첫 관문인 자와바랏주 치카랑으로 이동했다. 이래저래 가시밭길의 첫 자락이다. 조 1위를 차지했다면 대표팀은 자와바랏주 브카시(패트리엇 스타디움)에서 16강전과 8강전을 치른 뒤 4강 및 결승을 자와바랏주 보고르(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펼칠 수 있었다. 하지만 조 2위가 되면서 한국은 16강전을 치카랑(위바와 묵티 스타디움), 8강전을 브카시(패트리엇 스타디움), 4강 및 결승을 보고르(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치르게 됐다.늘어난 이동 횟수뿐만 아니다. 특히 16강전은 우리로선 결승전이나 다름없는 경기다. 상대는 F조 1위로 올라온 이란이다. 우리가 1위였다면 24일 16강전에 나서지만 조 2위가 돼 하루를 덜 쉬고 23일 이란과 만나게 된 것이다. 16강전부터 두 차례나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까지 겹쳤다. 김 감독은 “우리 스스로 꽃길, 시멘트길 다 놓치고 가시밭길을 걷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자만심과 안일함이 줄 수 있는 최악의 경험이었던 말레이시아전 패배로 예방주사를 제대로 맞은 태극전사들은 이제 매 경기가 결승전이라는 심정으로 토너먼트를 준비한다. 대표팀 선수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말레이시아전이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을 정도로 신중해졌다. 김 감독 역시 “우리 뒤에는 낭떠러지만 남았다. 패하면 무조건 탈락”이라며 배수의 진을 펴겠다는 각오다. 토너먼트 첫 상대인 이란은 역대 A대표팀 전적에서 13승8승9패로 한국에 앞서 있다. 그나마 U23 대표팀 간 전적에서는 2승1무4패로 뒤진다. 그런데 이번 아시안게임에 나선 이란은 사실상 U21 대표팀이다. 손흥민과 조현우를 비롯해 와일드카드까지 풀가동한다면 충분히 넘을 수 있는 전력으로 평가된다. 이란은 주장인 골키퍼 메흐디 아미니 자제라니(22)를 뺀 나머지 19명의 선수가 21세 이하다. 조별리그 3경기에 모두 나선 공격수 유네스 델피는 겨우 만 17세다. 경험면에서 본다면 한국이 절대 우세하다. 그러나 역시 방심은 절대 금물이다. 더욱이 한국은 수비의 핵인 김민재가 경고 누적으로 이란전을 뛸 수 없다는 점이 걸린다. 한편 조별리그가 모두 끝나면서 16강 대진도 확정됐다. 최종전을 통해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한 북한은 24일 방글라데시와 맞붙는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앞서 한국이 6-0으로 대파했던 바레인과 23일 8강길을 다툰다. 특히 이스라엘과의 극심한 갈등 속에서도 2회 연속 16강이라는 성과를 일군 팔레스타인은 23일 시리아와의 대결에서 또 하나의 ‘작은 기적’을 준비하고 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광주형 일자리 올인… 현대차와 합작투자사 설립 이뤄내겠다”

    “광주형 일자리 올인… 현대차와 합작투자사 설립 이뤄내겠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지난 1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신적으론 정의롭고, 물질적으론 풍요로운 광주를 만드는 데 150만 시민의 지혜를 모으겠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의향, 예향, 미향인 광주의 맛과 멋을 산업화해 ‘돌아오는 광주’, ‘살고 싶고 활력이 넘치는 도시’로 가꾸겠다”고도 했다. 이 시장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최근까지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던 그는 민선 7기 시장 취임 직후부터 ‘광주형 일자리 만들기’에 올인하고 있다. 그는 민선 6기 전임 시장이 구상한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그대로 수용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조직 개편까지 단행했다. 일자리경제국을 일자리경제실로 격상하고, ‘광주형 일자리’를 전담하는 일자리노동정책관 자리를 신설했다. 일자리 확충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판단이다. 다음은 일문일답.→‘광주형 일자리 모델’의 첫 시험대로 현대자동차와 합작투자법인을 구상 중인데 진척이 더디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칙을 지키겠다. 이 사업의 기본 개념이 노·사 상생형 일자리 구축이다. 노·사·민·정협의회에서 ▲적정 임금 ▲적정 노동시간 ▲원·하청 관계 개혁 ▲노사 공동책임 등 4대 원칙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다. 지방정부 교체기에 노동계와 의사소통이 부족한 점도 있었다. 지자체가 중심이 돼 자동차공장을 만드는 새로운 모델을 실험하는 터라 검토해야 할 과제가 많다. 지역 노조 등과 충분히 대화하고 설득하고 있다. 광주형일자리가 추구하는 적정 임금과 그간 협상 과정의 사소한 오해 등을 풀기 위해 노조와 물밑 협상 중이다. 이런 절차가 해결되면 조만간 현대차와 투자협약식이 이뤄진다. →노조 등과 합의 이후 투자는 어떤 절차로 이뤄지나. -현대차가 지난 6월 보내 온 ‘사업 참여 의향서’를 토대로 투자 규모와 지분, 임금 수준 등을 협의 중이다.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적용한 자본금 2800억원 규모의 자동차공장이 새로 생긴다. 우리시가 지분의 21%(590억원)를, 현대차가 19%(531억원)를 댄다. 나머지 60%(1680억원)는 재무적 투자자를 모집해 충당한다. 현행법상 지자체가 상업법인에 직접 투자할 수 없다. 우리시는 투자금을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 출연하고, 이 센터가 신설 법인에 출자하는 형식을 밟는다. 광주공장은 경형 SUV 차종을 연간 10만대 정도 생산한다. 직접 고용 1000여명, 간접 고용 효과는 1만 2000여명으로 추산한다. 친환경자동차 부품 클러스터 조성 사업도 함께 진행 중이어서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이번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 성공하면 고임금, 노사문제,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등 다양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청와대와 정부가 큰 관심을 가진 것도 이 때문이다. →다른 분야의 일자리 창출 전략은. -기아차 등 기존 자동차와 전자, 광산업, 금형 산업 등을 융복합하고 신기술을 접목해 경쟁력을 높이도록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겠다. 이들 관련 기업들이 광주를 떠나지 않도록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도 행정력을 모은다. 민간 차원에서 노사정 화합 등 기업 친화적 분위기를 만들도록 측면 지원하겠다. 또 에너지 신산업과 문화콘텐츠 분야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지역 경제를 이끌어 나갈 성장 동력 산업을 적극적으로 발굴, 육성할 계획이다. 5·18 광주 정신, 전통문화예술, 남도 음식 등과 전남의 2000개 섬·해안선을 결합한 관광 상품 개발에도 소홀하지 않겠다.→외국인 투자 활성화 등을 위한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서두르는데 범위와 기대 효과는. -외국인 자본 유치, 선진 기술 플랫폼 확보 차원에서 1단계로 빛그린산단과 도시첨단산단 등을 묶어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겠다. 규모는 총 1147만 7000㎡ 정도다. 2단계로 구도심인 광주역 주변과 이전을 앞둔 군공항 일대를 지정한다. 현재 정부가 검토 중인 제2차 경제자유구역 기본 계획에 이들 지역이 반영될 수 있도록 협의 중이다.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 외자 유치와 행정절차 간소화 등의 이점을 활용해 미래산업과 스마트시티 관련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할 방침이다. →민선 7기 출범과 함께 ‘문화광주’를 강조했는데. -전국 처음으로 문화와 경제를 총괄하는 문화경제부시장 직제를 신설하고, 이병훈 전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추진단장을 임명했다. 이는 단순한 향유 개념에 머물렀던 문화를 일자리와 산업으로 연결하겠다는 의지이다. 광주만의 고유하고 독특한 문화예술 등을 발굴해서 상품화·브랜드화·산업화해 나가겠다. 또 사람들로부터 외면받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위상과 역할의 재정립, 운영 체계와 콘텐츠 개선 등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등 중앙정부와 소통하고 있다. 다음달 초 열리는 광주비엔날레를 비롯해 디자인비엔날레·충장축제 등 각종 문화 행사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관객이 지속적으로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광주도시철도 2호선 건설 방식을 놓고 장기간 논란만 거듭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은 꼭 필요하다. 지난 16년 동안 시장이 바뀔 때마다 건설 방식과 노선 등을 놓고 논란이 야기되면서 시민 피로증이 더해 갔다. 그럼에도 안전성, 재정 적자, 기술적 문제 등이 있다. 그런 만큼 공론화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여론을 통합해 가고 있다. 시장 직권으로 당장 결론을 내리고 싶지만 공론화 과정을 밟는 것은 중요한 정책 결정 과정에서 ‘시민 협치 모델’을 만들고 싶어서다. 앞으로 현안에 대해서는 ▲광주의 지속 가능한 발전 ▲시민의 삶의 질 향상 ▲훗날 역사적 평가 등 세 가지 요소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겠다. →군공항 이전 문제 등 여러 분야에서 전남과 협조해야 할 사안이 많다. -광주와 전남은 천년의 역사를 함께한 운명 공동체다. 공동 현안에 대한 해결은 상생이 기본 틀이다. 최근 광주 민간공항을 조건 없이 호남의 관문인 전남 무안공항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군공항 이전 또한 상생과 동반 성장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 현재 국방부가 전남 지역 4곳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빠르면 올 안으로 예비 이전 후보지가 선정될 것으로 본다. 후보지가 결정되면 해당 지자체와 협조해 지역 주민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한전공대 역시 입지보다 내용이 중요하다. 중부권 카이스트, 영남권 포스텍과 함께 우리나라 연구와 기술·인재육성을 대표하는 삼각축으로 국가에너지 정책 견인과 균형 발전을 위한 국가사업이다. 대학의 기능과 역할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곳에 들어서면 된다. 최근 열린 광주·전남상생발전위원회에서 김영록 전남지사와 양측이 ‘윈윈’하는 해결책을 찾기로 합의했다. 또 광주시, 전남도, 무안군 등 3개 지자체는 광주공항을 2021년까지 무안공항으로 통합, 이전하기로 협약했다. →시정을 구현하는 데 가장 큰 가치는 어디에 두나. -민선 7기 3대 시정 방침으로 ‘혁신·소통·청렴’을 제시했다. 공직자의 가장 큰 덕목은 청렴이다. 청렴하지 않으면 공정할 수 없다. 공정하지 않으면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공무원이 청렴해야 세금이 낭비되지 않는다. 광주의 변화와 혁신을 일구는 일에 공직자들이 앞장서야 한다. 그리고 혁신은 피해 갈 수 없다. 변화의 시대에 혁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어서다. 익숙하지 않고 불편하다고 거부하면 광주의 미래는 없다. 아울러 민생 속으로 더욱 깊숙이 파고드는 시정을 펴겠다. 답은 현장에 있다. 현장을 누비고 시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게 우선이다. 글 사진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트럼프 “김정은과 곧 2차회담 가능성”… ‘빅딜’ 접점 찾았나

    트럼프 “김정은과 곧 2차회담 가능성”… ‘빅딜’ 접점 찾았나

    “北 비핵화 구체적 조치 있다고 믿어 김 위원장과 매우 좋은 개인적 관계” 시진핑 방북·남북회담·유엔 총회 등 새달 비핵화 ‘초대형 이벤트’ 줄줄이 핵신고·종전선언 빅딜 성공 여부는 ‘8말9초’ 폼페이오 4차 방북에 달려북한의 비핵화를 둘러싸고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오는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설과 평양 남북 정상회담, 뉴욕 유엔총회, 2차 북·미 정상회담까지 초대형 이벤트가 숨 가쁘게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가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추가 회담이 곧 이뤄질 것 같으냐’는 질문에 “그럴 가능성이 크다”며 공식적으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언급했다. 구체적인 장소와 시간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북·미 협상을 고려한다면 상당한 외교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관련 시설 신고와 미국의 종전선언 간 ‘빅딜’이 접점을 찾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9월에 이어질 한반도 비핵화 관련 초대형 이벤트의 첫 관문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북·미 간 빅딜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풍향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4차 방북에서 김 위원장과 빅딜에 성공한다면 이어지는 시 주석의 방북, 남북 정상회담을 거쳐 9월 유엔총회 전후로 ‘한반도 종전선언’과 2차 북·미 정상회담까지 가능하다는 것이 워싱턴 정가의 분위기다.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만약 9월 종전선언에 북·미가 합의한다면 유엔총회를 계기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핵·관련 시설 신고서를 전달하면서 국제사회에 ‘북한의 정상국가 변신’을 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11월 중간선거를 코앞에 둔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소식통은 “9월의 한반도 비핵화 관련 초대형 이벤트들의 첫 단추는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과 그 결과이며, 종전선언 등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타임스도 이날 사설에서 “북·미가 비핵화 협상의 교착상태를 벗어나려면 상호 신뢰와 안정적인 안보환경을 구축하는 종전선언 등 단계별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핵 실험장 폭파 이외에 북한이 다른 구체적 비핵화 조처를 했느냐’는 질문에 “나는 그렇다고 믿는다”며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이어 “나는 그(김 위원장)를 좋아하고 그는 나를 좋아한다”면서 “나는 김 위원장과 매우 좋은 개인적 관계가 있다. 그것이 힘을 합치게 하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며 개인적인 친분도 과시했다. 한편 지난 12일 판문점에서 열린 극비 북·미 접촉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에게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김 위원장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21일 이같이 전하면서 “(북·미 간) 협상이 정리되면 김 위원장이 9월 유엔총회에 맞춰 방미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문은 이어 “판문점 극비 접촉에서 북한이 (정권 수립 기념일인) 9·9절 이전에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요청했다”면서 “8월 말에서 9월 초에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이 점쳐진다”고 덧붙였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조성룡·심세중의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죽음 앞에서 동등…묘지도 도시처럼 설계하다

    [조성룡·심세중의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죽음 앞에서 동등…묘지도 도시처럼 설계하다

    불문학자이자 문학 평론가인 황현산(1945~2018) 선생의 영결식이 열린 건 사흘장의 발인 날 아침이었다. 고려대 교수로 정년 퇴임하셨고 같은 대학 병원에서 투병하셨으니 장소는 고려대병원 장례식장이었다. 기억할 만한 2018년 여름의 태양이 이른 아침부터 새하얗게 내리쬐었다. 평생의 도반 김인환 선생의 조사와 후배 문인, 가족들의 마지막 인사는 빈소 안에서 조용히 이루어졌다. 빈소 밖에는 훨씬 많은 조문객이 모여들었다. 행렬이 영정을 따라 3층의 빈소부터 1층까지 걸어 내려와 정문 옆으로 좁게 난 쪽문을 비집고 나가자, 주차장에 운구차가 트렁크 문을 열고 서 있었다. 바퀴 달린 카트에 실려 온 관이 매끄럽게 올라탔을 때 선생의 사모님은 기사에게 잠시 문을 닫지 말아 달라 부탁하셨다. “아주까리 꽃 그림자 흔들리는 섬 속에 / 하모니카 안타까운 강남달 시절 / 갈매기 울어 울어 해 지는 선창에 / 모자를 흔들면서 떠나던 사람아.” ‘풍각쟁이’ 최은진(58) 선생의 ‘아주까리 수첩’이 울려퍼졌다. 일제강점기의 시인 조명암이 작사하고 목포 사람 이봉룡이 작곡한 1940년대 노래다. 남도 섬의 헤어짐과 기다림을 그린 이 노래를, 황현산 선생은 그로부터 열흘 전 병상에서 마지막으로 들었다. (‘아주까리 수첩’은 선생의 다음 책 ‘전위와 고전’이 수록될 시리즈의 제목이기도 하다.) 음반 출시를 앞두고 고향이 전남 신안 비금도인 선생께 먼저 들려드렸을 때 “얼마나 예뻐” 하시더니, 사모님이 따로 청하여 이루어진 무대였다. “선생님, 안녕히 가세요. 고마웠습니다. 모두 선생님께 인사드리겠습니다.” 가수 최은진 선생의 마이크 소리에 맞춰 모인 이들이 마지막 인사를 드린 그 장면은, 모두에게 아름답게 기억되었으리라 믿는다.노래의 여운은 짧았다. “자, 다음 발인 못 하고 있거든요. 빨리 나가 주세요.” 상조 회사 옷을 입은 아저씨가 뒤를 몰아쳤다. 운구차와 버스는 화장장으로 떠나고, 각자 타고 온 차들이 줄지어 나가고, 사정없는 햇볕 아래서도 남은 자들의 마음은 눅눅하다. “1990년대부터 갑자기 바뀐 거 같아요. 90년대 초반까지는 입원해 있다가도 임종이 임박하면 집으로 모셨잖아요. 그래서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설계할 때 승강기 구조를 고쳐서 관을 수평으로 운구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비좁은 아파트 살던 시절에 부모님 빈소를 마련했는데, 상주도 문상객도 불편하더라고요. 그게 떠올라서 건물 사이에 공간을 많이 비워서 천막을 칠 수 있게 했어요. 거기서 노제도 하곤 하더니, 어떻게 순식간에… 없어졌어요.” 영결식에서 돌아오는 길에 조성룡 선생은, 묘지 이야기를 꺼냈다. 스웨덴의 건축가 시구르드 레베렌츠가 조경을 맡은 스톡홀름의 우드랜드 묘지공원(스콕쉬르코고르덴 묘지공원), 이른바 ‘숲의 화장장’부터 시작한다.“시내에서 전철로 갈 수 있어요. 굉장히 넓은 땅인데 전차에서 내려 조금 걸으면 정문이 있어요. 들어서면 숨막히게 아름다운 풍경이 나타나요. 멀리 언덕 너머에 소나무 숲이 걸려 있고 거대한 십자가 모양 조형물이 눈에 들어와요. 대개는 정면의 십자가를 향해 걸어가죠. 하지만 안내자를 따라 오른쪽의 ‘양탄자 깔듯이’ 잔디로 조성한 언덕, 느릅나무 있는 곳으로 갔어요. 원래 있던 숲의 일부를 조정해 인위적으로 만들었음을 드러내는 구간이죠. ‘기억의 작은 숲’을 지나 1㎞ 떨어진 ‘부활 교회’까지 긴 길을 걸었어요. 숲속을 걸으면서 죽음과 대화하는 시간이었죠. 레베렌츠가 쓴 짧은 수필이 하나 있는데, 묘지에 수직 구조물을 바라지 않는다, 수평으로 낮은 비석이 근대 시민에게 어울린다고 썼어요. 소나무가 울창한 숲속에, 그런 묘비들이 햇빛을 받으면 보석처럼 반짝이지요.” “스웨덴이 100여년 전에 사회민주주의를 하면서 고민한 제일 중요한 것이 노동자 주거 정책이고 의료, 노숙자, 노인 대책을 열심히 만들었나 봐요. 그중에 하나가 묘지예요. 사람들이 도시로 몰리는 현상은 유럽 어디나 산업혁명 하면서 겪었고 그러다 보니까 묘지가 난개발이었죠. 이 사람들이 고민하면서 여러 논의를 해 나가죠. 인간이 죽음 앞에서 동등하다, 민주주의 가치에 따른 묘지를 만들자는 논의를 하면서 국제 현상 설계 공모를 해요. 지침부터가 대단히 자세했어요.” 1912년에 스톡홀름 시 의회가 소나무가 무성한 채석장을 확보한 다음에 내세운 공모 지침은 자연 풍경을 훼손하지 말 것, 품위 있게 설계할 것, 디테일까지 예술적일 것, 기존 채석장의 돌을 활용할 것 등이었다. “스웨덴 사람들은 독일 묘지를 본뜨려고 했어요. 그런데 공모를 하자마자 1차 대전이 터지니까 독일은 전쟁에 빠져들었죠. 그 바람에 젊은 국내파들이 당선된 거예요.” 스웨덴 사람들이 모델로 삼았던 것은 1907년에 설립된 뮌헨의 숲 묘지였다. 뮌헨 지자체에서는 하나의 거대한 묘역을 조성하는 대신 도시 외곽의 동서남북 네 군데 묘지를 나누어 숲 묘지를 조성했다. 그것은 “죽은 자들의 도시”이자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정화해 주는 자연이었다. “군나르 아스플룬드라는 건축가가 건물을 맡고 전체 조경 계획은 레베렌츠라는 사람이 맡아요. 묘지가 완성을 볼 때까지 30~40년이 걸려요. 굉장히 오랜 시간이죠. 아스플룬드하고 레베렌츠가 학교 동창이야. 그런데 두 사람이 약간 달랐어요. 아스플룬드는 성공의 길을 아는데, 레베렌츠는 하기 싫은 건 안 하는 거야. 이 사람은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적도 없고 생각을 글로 남기지도 않았어요. ‘숲의 화장장’도 한동안 아스플룬드가 한 거로 알려졌어요.” 숲의 화장장에서 ‘건물과 풍경이 하나’ 되는 작업이 이루어진 것은 레베렌츠의 주도였다. 사업 자체가 워낙 장기화되고 바뀌면서 레베렌츠가 해임되는 일도 있었다. 레베렌츠는 한동안 창문 새시 공장을 운영하면서 다른 공공건축을 해나갔다. 그러나 1940년 아스플룬드가 먼저 세상을 떠난 후 레베렌츠가 마무리 작업을 맡게 된다. 1970년대 들어 재조명되기 시작한 스톡홀름 우드랜드 묘지공원은 1994년에 유네스코 세계 유산 목록에 등재되었다.레베렌츠의 작업 중 또 하나의 묘지가 1916년에 설계 경기로 당선된, 항구도시 말뫼의 동부 묘지다. “평화롭고 고요한 묘지라면서 좋아들 하지요. 그런데 나는 그것보다는 도시를 봐요. 스톡홀름의 묘지가 거대한 장묘 단지라면 말뫼 묘지는 도시의 일부 같거든요. 지형에 따라 두 구역으로 구획하고 그 사이 도로변에 방문자센터, 화장장, 기념 교회, 광장, 추념 공간을… 마치 도시처럼 계획했어요. 마지막으로 묘지 입구에 거친 콘크리트로 아주 작은 꽃집(1974년)을 지었어요. 그때 레베렌츠 나이가 89세였어요. 우드랜드나 레베렌츠를 소개하려는 게 아니에요. 결국 우리 문제 말이죠. 일제 때의 묘지 계획 답습하면서, 오히려 그 뒤로 더 나빠졌어요. 우리가 신도시를 계획할 때 묘지를 미리 제대로 숙고해 본 적이 별로 없어요. 말로는 동방예의지국이니 하면서요. 그래 놓고서 유럽 어디 갔더니 무슨 묘지 멋있더라, 그렇게 감상적으로 접근할 일이 아닙니다. 도시 계획 자체로 생각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봐요. 그랬다면 우리 동네에 대형 화장장, 납골당은 절대 안 된다는 이야기가 이렇게 심했을까요. 광화문광장 고치는 문제보다 아파트 단지마다 동네마다, 운구차가 멈췄다 떠날 작은 장소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나.”집에서 관이 나오면, 망자가 살던 마을 어귀에서, 일하던 장터 입구에서도 노제를 하는 것을 불과 20년 전에도 볼 수 있었다. 길바닥에 돗자리 깔고 병풍 치고 꽃상여 걸쳐 놓고서 다시 제를 지냈다. 이웃들은 대개 그 언저리에서 술 한잔으로 먼 길을 배웅한다. 그럴 때 상엿소리를 하거나 풍물을 치거나 살풀이며 종이꽃을 만드는 갖가지 재주가 산 사람과 죽은 사람 사이를 잇거나 떼어 주는 일을 맡았다. 이제 그런 일들이 하나하나 예술이 되었다. 그 예술은 우리의 비루한 삶과 죽음 속에서 궂은 기능을 맡지 않는다. 장례식장의 발인장은 주유소를 닮았고 관은 컨베이어벨트처럼 바퀴 위에 실린다. 알지 못하는 301호와 204호 누군가가 십 분 간격으로 기다리는데, 우리는 애틋한 의식의 시간을 나눌 수 없다. “어렸을 때 마을 뒷동산 기슭에 공동묘지가 있었죠. 가면 쭈뼛하죠. 그렇게 죽음이 곁에 있구나 하는 것을 어렴풋이 배우죠. 동네마다 조금씩 작은 무덤을, 평화롭게 만들면 좋겠지. 무덤을 가까이 못 두면 아파트 단지 어디에 거기 살다가 죽은 가족을 기억할 작은 숲이라도, 나무 몇 그루라도 둘 수는 없는가. 의식을 하려면 장소가 있어야 하는 거예요. 그냥 마음만으로 되는 게 아니거든요. 우리 조상들이 그렇게 수천 년 동안 왜 마을 뒤에 싫은 묘지를 두었는가, 그걸 깊이 생각하고 연구하고 다음 세대에 교육할 때, 우리 삶이 정말 좋아지고 정말 민주 사회가 될 거예요.” 황현산 선생의 영결식은 아름다웠다. 비금도 섬 그림자가, 다도해의 물결이 잠시 아른거리는 것 같았다. 사소하지만, 노래 한 곡절로도 우리는 한결 잘 헤어졌다. 죽으면 다 소용없다고, 어른들은 말했다. 그렇겠지. 그러나 이 품위는 죽은 사람을 위한 건가, 산 사람을 위한 건가. “도시 사람들은 자연을 그리워한다. 그러나 자연보다 더 두려워하는 것도 없다. 도시민들은 늘 ‘자연산’을 구하지만 벌레 먹은 소채에 손을 내밀지는 않는다. 자연에는 삶과 함께 죽음이 깃들어 있다. 도시민들은 그 죽음을 견디지 못한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거처에서 죽음의 그림자를 철저하게 막아 내려 한다. 그러나 죽음을 끌어안지 않은 삶은 없기에, 죽음을 막다 보면 결과적으로 삶까지도 막아 버린다. 죽음을 견디지 못하는 곳에는 죽음만 남는다.”-황현산, ‘소금과 죽음’(한겨레신문 2009년 8월 15일자) 기획 수류산방 조성룡 건축가·도시건축 대표 심세중 수류산방 편집장■ 시구르드 레베렌츠(1885~1975)는 스웨덴의 건축가로 원래는 엔지니어링을 공부했다. 군나르 아스플룬드(1885~1940)와 함께 29세이던 1914년에 스톡홀름 남쪽 우드랜드 묘지공원 설계 공모에 당선되었다. 이후 한동안 건축을 멀리하다가 말년에 다시 설계를 맡았다. 레베렌츠가 설계한 묘지와 교회, 시립 극장과 노동자 주택 등은 대부분이 공모를 통한 공공 작업이었다. 오로지 건축 현장에서 작업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나타내려고 한 드문 근대 건축가이자 조경가,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1970~80년대에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우드랜드 묘지공원은 1994년에 유네스코 세계 유산 목록에 등재되었다. 세계 유산 목록에 수많은 묘지가 있지만 근대 건축가가 계획한 사례는 유일하다.
  • ‘페북 등 SNS 테러 콘텐츠’ EU ‘60분 삭제 의무’ 추진

    끊이지 않는 테러 공격으로 몸살을 앓는 유럽연합(EU)이 유튜브·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룡들을 본격적으로 단속하기 시작했다. EU 집행위원회는 SNS에 올라온 테러 관련 글, 영상·음성 파일 등의 콘텐츠를 60분 이내에 삭제하지 않으면 해당 기업에 벌금형을 부과하는 입법을 예고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U 의회에서 이 법안이 통과되면 내달부터 곧바로 시행될 전망이다. 줄리언 킹 안보담당 집행위원은 “테러 관련 콘텐츠를 삭제하는 조치와 관련, 충분한 진전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보다 강력한 방법을 써야 한다”고 밝혔다. EU는 지금껏 SNS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테러 선전 등 불법 게시물에 대응하게 해 왔다. 하지만 지난 2년간 런던, 파리, 베를린 등에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테러 공격이 잇따르자 올 3월 기업들에게 테러 폭력을 부추기는 게시물은 1시간 내에 삭제하는 등 적극 대응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럼에도 EU가 아예 법안을 만들어 엄중 단속에 나서기로 한 것은 기업들이 EU의 요청을 소극적으로 이행한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EU 내부에서 자율 규제가 더 낫다는 이견도 존재한다고 FT는 전했다. EU 관계자는 법안 발의에 대해 “EU 차원의 강력한 조치가 없으면 각국이 독단적인 조치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반영됐다”고 말했다. 독일은 올해부터 가짜뉴스나 인종차별 게시물에 대해 24시간 내 삭제를 의무화하고 위반 시 이를 방치하는 기업에 최대 5000만 유로(약 640억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이른바 ‘헤이트스피치법’(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 시행에 돌입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색다른 인터뷰] ‘입법 미비’ 이유로 비겁하게 숨은 법원…1심은 안희정 아닌 김지은 재판이었다

    [색다른 인터뷰] ‘입법 미비’ 이유로 비겁하게 숨은 법원…1심은 안희정 아닌 김지은 재판이었다

    여성운동을 이끌어 온 활동가들은 ‘안희정 재판’이 남성 편향적인 한국 사회의 틀을 바꿀 변곡점이 되리라 기대했다. 자신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미투’(나도 피해자다) 운동에 대한 제도권의 첫 응답이었기 때문에 많은 여성운동가들이 재판에 주목하고 참여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이 수행비서 김지은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활화산처럼 타오른 미투의 분노와는 달리 우리 사회의 지반은 여전히 여성들에게는 동토(凍土)임을 확인해 줬다. 공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방청한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권김현영(42)씨가 지난 17일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재판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계속 재판을 방청한 이유는 무엇인가. -‘위력에 의한 간음죄’가 재판까지 가는 경우가 흔치 않다. 피해자가 나서기도 어렵고 법정에서 제대로 평가받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미투 운동이 여기까지 밀어붙인 셈이다. 더욱이 안희정은 내가 20년간 성폭력 상담과 관련 운동을 하면서 봐 온 피의자 중 권력이 가장 센 사람이었다. →안희정의 권력도 이미 끝난 것 아닌가. -방청 과정에서 엄청난 권력자라는 걸 새삼 느꼈다. 선고공판 당일 새벽 6시 전에 방청권을 얻기 위해 가장 먼저 법원 앞에서 줄을 선 이들이 안희정의 지지자들이었다. 변호사들의 조력도 남달랐다. 재판관을 주로 상대하는 중년 여성의 변호사, 증거 채택 문제에 집중한 두 남성 변호사, 피해자에게 송곳 같은 질문을 던진 젊은 여성 변호사 등 안희정의 변호인단은 전략적으로 치밀했다.→김씨 측은 어떠했나. -김지은을 지지하고 도운 사람들 가운데 남성 변호인이나 전문가는 한 명도 없다. 그 많던 남성 인권변호사들이 모두 외면했다. 한 줌의 여성들이 어떻게든 해보려고 나섰다. 재판 전체가 ‘위력이 행사되는 장’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유죄를 예상했나. -재판이 진행될수록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재판부가 이 사건의 쟁점을 위력이 존재하는지와 위력이 실제로 행사됐는지로 쪼개서 본다고 말했다. 그러자 변호인이 바로 “저희도 그것을 중심으로 재판을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검찰은 “위력 간음죄를 총체적, 맥락적으로 보겠다”고 했다. 재판부와 안희정 측 변호인단이 대화가 잘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판결 가운데 가장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은 무엇인가. -책임을 입법에 돌린 점이다. 판사는 ‘비동의 간음죄’(No means no rule)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무죄를 선고한 것처럼 말했다. 그런데 비동의 간음죄보다 권력형 성폭력 범죄를 더 확실하게 처벌할 수 있는 게 ‘위력에 의한 간음죄’다. 이 조항은 한국과 일본에만 있다. 비동의 간음죄가 있는 서방 국가도 권력형 성폭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미투가 계속 터져 나오니까 오히려 위력에 의한 간음죄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위력에 의한 간음죄(형법 303조)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성폭력 처벌법 10조)가 다 있다. 이 조항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되는데 비겁하게 입법 미비로 책임을 돌렸다. →‘비동의 간음죄’ 입법이 굳이 필요 없다는 뜻인가. -비동의 간음죄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비동의 간음죄는 ‘노’(No)라 말했을 때 상대가 ‘노’를 수용해야 한다는 것인데, 위력 관계에서는 ‘노’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때문에 비동의 간음죄는 부부나 친구 관계 등에서 발생한 성폭력을 처벌하는 데 유효한 조항이다. →위력에 의한 성폭행이라는 본질을 외면한 채 입법 논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인가. -그렇다. 미투가 비동의 간음죄 입법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입법 물타기’를 경계한다. 이번 판결은 법이 문제가 아니라 판사의 재량에 따라 본질이 왜곡된 게 문제다. 재판부 탄핵이나 젠더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성폭력 전담 재판부를 만드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 →위력에 의한 간음죄 처벌이 보편화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피해자들이 숨었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법정까지 갔을 때 잃는 게 너무 많다. 직장 여성으로서 커리어를 다 포기하고 재판을 시작해야 하니까 입을 닫는다. 김지은의 안희정 고발은 미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피해자가 용기 내기 어려운 사회였는데 미투 이후에 달라졌다. 이런 변화 속에서 법원이 “이제 우리가 가진 법을 활용할 수 있다”고 응답했어야 했다. →재판부가 판결문에 ‘성적자기결정권’ 등 여성주의 용어들을 언급하며 신경을 쓴 모습이 보인다. -우리가 재판부에 낸 의견서에 쓴 용어들을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면서 쓴 것 같다. 대표적인 게 ‘성적자기결정권’과 ‘성인지 감수성’이다. 성적자기결정권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고 침해당해선 안 되는 권리이지 행사해야 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재판부는 김지은한테 왜 그걸 행사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마치 ‘돈이 있는데 왜 쓰지 않느냐’고 책임을 묻는 꼴이다.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않은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게 아니라 그걸 침해한 사람을 처벌해야 한다. 재판부는 김씨의 성인지 감수성도 문제 삼았다. 그런데 성인지 감수성은 재판관이 가져야 하는 것이다. 법관이 성인지 감수성을 갖고 성인지 감수성이 없는 안희정을 재판해야 하는 것이란 말이다. →‘김씨가 피해자답지 않게 행동했다’는 재판부의 판단도 논란이 되고 있다. -피해자답지 않다고 지적된 행동 대부분이 업무의 연장선에 있었던 일들이다. 강간 다음날 순두부를 챙겨 줬다고 하는데, 식사 챙기는 것은 권력자를 상사로 둔 비서의 기본 업무이다. 제대로 챙기지 않으면 상사가 짜증을 내는데 안 할 수 있겠나. →이번 판결에 가장 분노하는 이들이 여성 직장인들인 것도 그 때문인가. -그렇다. 비단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직장인들도 위력에 의한 등산, 위력에 의한 회식으로 고통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전날 저녁 상사가 술자리에서 욕하고 때렸어도 다음날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출근해야 하는 게 직장 내 ‘을’들의 현실이다. 김지은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여기에 성이 개입되니까 ‘이상하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 전체가 ‘피해자다움’을 강요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성폭력을 당한 여성들은 다 쓰러져 있고, 인생 포기하고, 자살을 기도할 거라는 편견이 있다. 그런데 대다수 피해자들은 당장은 그렇게 못 한다. 대부분이 얼어붙는다. ‘내가 어제 뭘 겪은 거지’라고 그 일을 소화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김지은이 수행비서에 채용된 지 불과 3주 만에 첫 간음이 일어났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거다. 그리고 두 달간 3번의 성폭행이 일어났다. 김씨는 비서가 된 후 “이제 너는 안희정 사람”, “정치판에서는 평판이 전부”라는 이야기를 매일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나만 가만히 있으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성폭력 피해자들은 자신의 피해를 사소화시키는 과정을 겪는다. 김지은도 그 과정에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고 ‘위력의 존재’가 곧 ‘위력의 행사’는 아니지 않나. -물론 양자를 동일시할 수 없다. 그런데 재판부는 안희정에게 ‘위력’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의 행사 여부를 증명할 때는 김지은에게 “왜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갑자기 주어가 달라진 거다. 재판부는 안희정한테 “큰 권력을 가진 사람이, 그렇게 인권을 강조하던 사람이 왜 참모한테 그런 행동을 했느냐”고 한 번도 묻지 않았다. 안희정 재판이 아니라 김지은 재판이었다. 안희정이 “외롭다. 안아 달라”고 한 것 자체가 위력의 행사인데도 말이다. →위력에 의한 간음죄가 너무 넓게 인정되면 부하 여직원과의 불륜을 모두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다. 불륜은 둘이 좋아서 하는 것이다. 보통 위력에 의한 간음죄 재판에서는 둘이 진짜 연인이었는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같이 찍은 사진이나 하트를 보낸 문자가 있는지, 데이트를 한 흔적이 있는지 등이 주요 쟁점이다. 위력 관계 속에서도 상호 동의에 의해서 위력이 무력화될 수 있는 연인 관계로 전환됐는지도 중요하다. 그런데 안희정 재판의 쟁점은 이게 아니었다. 오히려 피해자에게 성적자기결정권 행사 여부를 물었다. 안희정은 둘이 연인이었다는 증거를 하나도 제출하지 못했다. →여성들의 분노가 남성 혐오로 흐르는 측면도 있다. 성평등 사회로 가려면 결국 남성과 함께 가야 하는 것 아닌가. -여성들만의 힘으로 1심까지 왔다면 2심에서는 남성들의 동참이 절실하다. 남성들도 겪었던 갑질 횡포에 대한 증언과 자백이 나와야 한다. 생물학적 성별을 떠나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으로서 여성들과 얼마든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공감하는 그 지점을 찾아내는 것은 남성들의 몫이다. 위력에 의한 모욕에 숨죽일 수밖에 없는, 영혼이 죽어 가는 모습들이 얼마나 많은가. →미투 이후 남성들의 젠더 감수성도 발전하고 있지 않나. -그간 남성들이 많이 놀랐을 거라고 생각한다. 강의를 하면서 여성이 겪는 폭력의 현실을 얼마나 몰랐는지 고백하는 남학생들도 많이 만났다. 밤에 택시 타고 들어갈 때 여성이 “잘 들어갔느냐”고 안부 문자를 보내면 남성은 이를 호감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이 문자는 위험 사회에 노출된 여성들의 일상의 언어이다. 이런 현실을 남성들이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보수 정권에 비해 젠더 감수성이 진일보한 측면이 있지 않나. -현 정부는 ‘386 진보 남성’의 한계에 갇혀 있다. 보수의 한계와는 또 다르다. 진보 쪽 남성들은 자신이 다른 남성보다 낫고 매력적이라고 착각하며 여성들이 모든 것에 동의했다고 말하고 싶어 한다. 보수 남성들이 ‘왕’처럼 군림했다면 진보 남성들은 ‘왕자병’에 걸린 것 같다. 보수는 여성의 입을 막았고 진보는 듣는 척하지만, 결국 ‘너도 동의했잖아’라고 치부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나도 페미니스트다”라고 선언했지만, 페미니즘은 선언이 아니라 실천의 문제이다. 선언만으로는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다. →항소심은 어떻게 예상하나. -항소심이든 대법원이든 이겨야 한다. 1심 재판부는 안희정 편이었다. 검찰이 제기한 모든 문제에 아무것도 답하지 않았다. 대법 판례를 볼 때 폭행, 협박이 없고 김지은보다 상황이 더 안 좋은 사건에도 유죄를 내린 경우가 있다. 이번처럼 끝까지 싸우려는 피해자가 등장했을 때 권력형 성폭력 문제가 진전되어야만 한다. 여기서 이겨야 다른 피해자들도 용기를 낸다. 이창구 사회부장 window2@seoul.co.kr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권김현영은 누구 1994년 대학에 들어간 이후 줄곧 여성운동을 해 왔다. 대학 총여학생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대학원 졸업 후 이화여대, 연세대, 성균관대,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에서 강의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등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자문위원도 맡고 있다. ‘한국 남성을 분석한다’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 등 다수의 책과 연구논문을 냈다. 지난 18일 안희정 무죄에 항의하기 위해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열린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집회에 참여했다.
  • [아이eye]작고 연약한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사회되기를/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아동기자단 이채연

    [아이eye]작고 연약한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사회되기를/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아동기자단 이채연

    최근 들어 아동과 관련된 사고가 일어나는 뉴스를 많이 접한다. 그 중 한 사건이 최근 경기 동두천에서 일어난 어린이집 아동 사망 사건이다. 차량에 탑승해 등원 중이던 한 어린이가 어린이집에 도착했지만 차량에서 내리지 못하여 폭염에 방치된 끝에 차 안에서 숨진 것이었다. 충격이었다. 아이를 잘 보살필 것을 믿고 맡겨 놓은 어린이집이 차량에서 아동이 내린 것조차 파악하지 못해 어린이를 숨지게 한 것에 대해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기사에 따르면 해당 어린이집은 근무한지 별로 되지 않은 신참 교사들에게 원생들의 인적사항과 안전사고 수칙을 제대로 숙지시키지 않았고, 등원 후에도 얼마 되지 않는 원생들의 인원 파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린이집에는 등하원 버스가 오면 인솔 교사가 차에 탄 아이들 인원을 점검하면서 하차시키고, 아이들이 모두 내린 후에도 기사가 차 안을 한 번 더 점검하고 내리도록 하는 규정이 있었다. 연락 없이 아이가 등원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부모에게 연락하여 아동의 상황을 파악해야 하는 규정도 있었다. 국어사전을 보면 아동학대는 ‘어른이 아이를 몹시 괴롭히거나 가혹하게 대우함, 또는 그런 대우’라고 표기되어 있는데, 폭염으로 가만히 있어도 견디기 힘든 날씨에 그 더운 버스 안에서 몇 시간동안 아이가 갇혀 있었다는 건 분명한 아동학대다. 요즘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아동학대 사건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실제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2014년 1만 27건, 2015년 1만 1715건, 2016년 1만 8700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는 아동이 학대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돕는 법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매년 급증하는 아동학대 사고에 대비해 어서 빨리 실제적인 법이 시행되어 이 세상의 어린이들이 지켜졌으면 한다. 그리고 어린이를 학대하는 어른들에게 벌을 주는 법이 더 엄격해지고, 모든 국민들이 아동은 어른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그 존재만으로도 존중하고 권리를 지켜주어야 할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어린이집 차량 뒷좌석과 사각지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학부모에게 자녀 승하차를 알려주고 버스 실시간 위치와 도착시간을 안내하는 알림 시스템을 하루 빨리 도입했으면 한다. 이번 슬픈 사건이 계기가 되어 어린이들이 위험으로부터 보호받는 좀 더 안전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 자신 역시 아직은 아동에 속하지만 나보다 작고 연약한 아이들을 돌볼 수 있도록 올바른 마음가짐을 가져야겠다. *‘아이 eye’ 매달 서울신문 지면과 서울신문 온라인 공간에 각각 1회씩 게재되고 있는 청소년 칼럼 입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함께 합니다.
  • 국제한식조리학교 신입생 모집

    국제적인 한식 셰프를 양성하는 국제한식조리학교가 정규과정과 단과반 신입생을 9월 7일까지 모집한다. 국제한식문화재단 산하 한식조리학교는 필기시험 없이 서류와 심층면접으로 선발한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ccikchef.com)나 상담전화 ☎ 063-230-1668를 확인하면 된다. 국제한식조리학교는 전주대 본관 건물 내에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전북도, 전주시, 전주대학교가 120억을 출연해 세운 최초 한식조리학교다. 한식 전문인력 양성하는 정규과정은 해외파견 한식조리사 2년 과정과 한식 집중 1년 과정으로 나뉜다. 단과반은 문화센터 개념으로 성인에게 수강 기회를 준다. 신입생은 한식교육, 1인 조리대 실습, 산학실습, 평생 사제동행제, 맞춤형 취업 설계, 요리대회 출전 등 기회를 가진다. 국제한식조리학교는 카자흐스탄, 베트남, 필리핀 등 한류 열풍이 강하고 한식 선호가 높은 나라와 한식 연수 협약을 추진한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뭐든 연결하면 음성인식’… 직접 만드는 AI스피커

    ‘뭐든 연결하면 음성인식’… 직접 만드는 AI스피커

    코딩 기본 모르면 혼자는 어려워 레고부터 공장기기까지 무한 확장“저희 기계 연결 되나요” B2B 문의 지난 7월 말, 이용자가 직접 인공지능(AI) 스피커를 만들 수 있는 ‘AI 메이커스 키트’를 출시하면서 KT가 기대한 건 두 가지다. 중소·벤처기업 등이 AI 기술을 이용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음성인식 플랫폼을 제공, 국내 AI 저변을 넓히는 것이 첫번째다. 두번째는 학생들이 코딩을 배우고 실습할 수 있는 ‘교구’로서 AI 메이커스 키트가 쓰이는 것이다. 출시 한달이 채 안된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KT우면연구센터 내 AI테크센터에서 만난 개발자들은 “키트는 음성인식 관련 개발자용으로 만들어졌지만, 벌써 중·고등학교 교구로 기능이 확장됐다”면서 “처음부터 교구로 만들었다면 확장성이 한정돼 이런 효과를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체험해 본 AI 메이커스 키트는 역시 코딩 언어 등 기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혼자 만들긴 어려웠다. 이날은 ‘node ex7_kwssttdss. js 0’(예제 7번 실행)와 같은 언어를 기본부터 공부하는 대신 개발자들이 직접 만들고 작동시키는 과정을 따라가 봤다.키트 구성품의 핵심인 ‘내맘대로 AI스피커’는 음성을 입·출력하는 마이크와 스피커, 음성을 전자 신호로 변환하는 역할을 하는 보이스키트, 음성 대신 AI를 호출할 수 있는 스위치, 운영체계(OS)를 저장할 SD카드, 기기의 ‘뇌’에 해당하는 소형 컴퓨터 ‘라즈베리파이3 모델B’로 이뤄졌다. 유튜브에 올라간 영상이나 키트에 동봉된 잡지 ‘메이커스’를 보며 누구나 손쉽게 조립할 수 있다. 조립이 끝난 스피커를 일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KT가 만든 ‘기가지니 개발자포털’에 가입해 서비스를 신청하는 것이다. 가입 뒤 간단한 절차를 거치면 스피커를 PC와 연결, 라즈베리파이를 구동하는 OS와 함께 KT에서 만들어 둔 기본 예제를 한번에 설치할 수 있다. 기본 예제는 기기가 호출어를 듣고 반응하거나, 음성을 인식해 문자로 출력, 또는 반대로 문자를 음성으로 재생하는 코드, 음성·텍스트로 질문을 받고 답변하는 코드 등 9개다. 개발자는 조립한 스피커와 연결된 PC 화면을 띄워 놓고 호출어를 듣고 반응하는 예제 1번(node ex1_kwssttdss. js 0)을 입력한 뒤 “기가지니”라고 부르자 무수한 프로그래밍 언어로 가득 찬 화면 끝에 ‘호출어가 감지됐다’(KWS Detected)라고 표시되며 스피커에서 “띠리링” 하는 소리가 났다. 예제 2번을 실행한 뒤 “안녕하세요”라고 말했더니 화면에 문자로 ‘안녕 하세요’가 표시됐다. 개발자포털에서 제공하는 예제 9개만 있어도 말을 알아듣고 대답하는 AI스피커의 기본 기능은 실행할 수 있다. 개발자나 코드를 짤 수 있는 사용자는 개발자포털을 통해 언어를 조합해 명령어를 만들고 기기에 적용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AI스피커는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게 KT 측 설명이다. 스피커엔 전동 부품이 들어있는 레고 자동차부터 공업용 로봇까지 연결할 수 있다. 박희철 KT 융합기술원 AI테크센터 eco기술팀장은 “벌써 플랫폼에 자신들 자동화기기 조작 단말을 탑재할 수 있느냐는 기업의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AI 메이커스 키트의 뛰어난 확장성은 먼저 ‘개발자들의 장난감’이라 불리는 미니 컴퓨터 라즈베리파이를 채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즈베리파이에 달린 다용도 입출력 포트(GPIO)는 무수한 종류의 장치들과 연결해, AI스피커가 보내는 명령 신호를 기기에 적합한 형태로 전달한다. 또 KT가 개발한 플랫폼과 개발자포털은 라즈베리파이를 쉽게 설정하고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져 교육에 참여한 현직 개발자들이 놀랄 정도라고 관계자는 전했다.이날 KT우면연구센터에선 AI스피커를 로봇손 두개와 연결, 기가지니를 부르면 두 손이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도록 설정해 놓은 걸 볼 수 있었다. KT 개발자들은 손에 각각 ‘코리’ ‘토리’라고 이름을 붙였다. 자사 AI 캐릭터 이름이다. 게임이 시작되니 AI스피커의 구호에 맞춰 손들이 가위바위보를 했다. ‘보’를 낸 오른쪽 손이 이기자 AI스피커는 “토리가 이겼습니다”라고 말했다. 가위바위보에 이긴 오른쪽 손은 ‘I LOVE YOU’를 뜻하는 미국 수화로 ‘승리 세리모니’를 했다. 간단해 보여도 손가락 하나하나에 코딩이 돼 있다고 한다. 박 팀장은 “앞으로 손목 관절이 있는 로봇손을 이용해 음성으로 이야기하면 수화로 통역하는 로봇손을 만들어 보려 한다”고 말했다. KT는 AI 메이커스 키트 출시 외에도 AI 플랫폼 확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날 방문한 AI테크센터를 지난해 개소한 것도 그 일환이다. KT는 또 AI 전문인력 육성을 위한 교육센터를 설립하고, 개발자들이 관련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기가지니의 프로그램 설계도에 해당하는 API를 공개했다. 서울대 공과대, 카이스트(KAIST) 과학영재교육연구원 등과는 AI 메이커스 키트를 활용한 교육과정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가톨릭 연쇄 성추문? 위기의 프란치스코

    가톨릭 연쇄 성추문? 위기의 프란치스코

    잇따라 터지는 가톨릭 사제의 성추문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도덕적 리더십이 흔들린다. 최근 CNN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가톨릭 교구 성직자들이 저지른 아동 성학대 보고서 등 일련의 가톨릭 내부 성추문을 언급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에 중대한 시험이 닥쳤다”고 평가했다. 펜실베이니아주 검찰총장이 지난 2016년 소집한 대배심은 지난 14일 펜실베이니아주의 6개 가톨릭 교구 성직자 300여명이 1940년대부터 최근까지 70년간 약 1000명의 어린이를 성학대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교황청은 보고서가 공개되고 약 48시간이 지난 16일에야 입장을 발표했다. 그레그 버크 교황청 대변인은 이날 “성학대는 범죄행위이며, 도덕적으로 비난받아야 할 일”이라면서 “교황은 피해자들의 편”이라고 밝혔다. 교황청의 진화에도 불구하고 올 들어 연쇄적으로 가톨릭 성추문이 터지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책임론까지 대두되는 모양새다. 지난 5월 사제의 아동 성학대 은폐 사건의 책임이 있는 칠레 주교단 31명의 사직서를 냈다. 같은 달 호주에서는 필립 윌슨 애들레이드 교구 대주교가 1970년대 아동 성학대 사건을 은폐한 혐의로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다. 지난달 말에는 미국 워싱턴DC 대주교를 지냈던 시어도어 매캐릭 추기경이 아동 성학대 의혹에 휩싸여 사임했다. 그는 50여년 전 11세 소년을 성적으로 학대한 의혹에 연루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교황청 서열 3위 조지 펠 교황청 국무원장(추기경)은 아동 성학대 혐의로 호주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CNN은 “이 위기는 지금까지 성직자들의 성추문 대응 과정에서 몇 차례 실수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리더십에 분수령이 될 것”이라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번 사건에 단호하게 대응하지 않아 전 세계의 도덕적 지도자라는 지위에 큰 상처를 입을까봐 신자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보스톤대교구장이자 교황의 성추문 최고 고문인 션 오말리 추기경은 “교회의 지도력를 회복할 시간이 촉박하다”면서 “신자들은 인내심을 잃었고 시민사회는 우리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자평했다. 아메리카가톨릭대학의 커트 마틴즈 교수는 “교회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들을 얘기해야 할 일들이 많다”며 “성학대만큼 심각한 이슈를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면 교회 지도자들의 신뢰가 훼손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가톨릭주교회를 이끄는 다니엘 디나르도 추기경은 매캐릭 추기경 사건에 대한 교황청에 전면적인 조사와 보고서 작성 등 구체적인 조치를 요구할 계획이다. 디나르도 추기경은 매캐릭 추기경 사건과 펜실베이니아 교구 사건 모두가 “도덕적인 재앙”이라면서 “주교 리더십 부재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이광식의 문화유랑기] 남명-퇴계를 통해 보는 조선 선비의 아름다움

    [이광식의 문화유랑기] 남명-퇴계를 통해 보는 조선 선비의 아름다움

    우리 옛시조보다 조선 선비들의 정신세계를 잘 보여주는 문학작품은 드물 것이다. 그런데 때로는 그들이 쓴 몇 줄의 평론문이 어떤 문학작품보다도 더 조선선비의 내면을 잘 비춰주기도 한다. 먼저, 유학자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이 남긴 남명(南冥) 조식(曺植)의 인물평이 그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송시열은 조선후기 정치계와 사상계를 호령했던 거물이다. 우리나라 유학자 중 ‘자(子)’자가 붙은 유일한 인물로, 송자(宋子)라 불린다. 말하자면 성인 반열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남명 조식은 퇴계 이황과 함께 당대의 유학을 영도한 두 거두 중 한 사람으로, 그야말로 조선 선비정신의 화신이라 할 만한 강직한 인물이다. 그는 나라의 정치가 잘못된 것을 비판하는 상소문에서 왕의 모후 문정왕후와 명종에 대해 “대비는 구중궁궐의 한 과부에 불과하고, 국왕은 아직 어리니 돌아가신 왕의 한 고아일 뿐이다”라는 직설적인 표현을 거리낌없이 쓰기도 했다. 임금이 그 문구에 진노했다지만, 그래도 조식의 터럭 하나 건드리지 못한 것을 보면 조선의 위대함이 새삼 느껴진다. 일개 신민으로서 조식을 능가하는 강골(强骨)은 동서고금에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이 같은 남명에 대해 한 세기 뒤의 후학 송시열이 쓴 인물평은 다음과 같다. “천길 절벽에 우뚝 서서 일월(日月)과 빛을 겨루는 기상은 지금까지도 사람들로 하여금 두려움을 품게 하여, 완악한 벼슬아치들을 청렴하게 하고 나약한 선비들을 떨쳐 일어나게 한다.” 이처럼 서릿발 같은 인물이었지만 남명이 남긴 시조 한 편은 그 자체로 한 폭의 진경산수화다. 두류산* 양단수*를 예 듣고 이제 보니 도화 뜬 맑은 물에 산영조차 잠겨세라 아희야 무릉이 어디뇨 나는 옌가 하노라 *지리산의 딴 이름. *두 갈래 물줄기 재미있는 것은 위의 시조와 똑같은 소재와 주제로 짝이 될 만한 시조 한 수를 퇴계도 남겼다는 사실이다. 그 닮음이 자못 신선하고 재미있다. 청량산 육륙봉을 아는 이 나와 백구 백구야 헌사하랴* 못 믿을손 도화로다 도화야 떠지지 마라 어주자* 알까 하노라 *수다스러우랴. *고기잡이 남명 조식은 평생 벼슬길에 나서지 않고 산림처사로 자처하며 살았다. 처사(處士)란 세속에 발을 들이지 않고 초야에 묻혀 사는 선비를 일컫는 말이다. 그는 이 시조에서 보듯이 자연에 완전 귀의하여 처사로 살다가 동갑인 퇴계가 죽은 이듬해 표표히 떠났다. 앞으로는 큰 여울이 흐르고, 뒤로는 수려한 산을 등지고 있는 산청의 덕천서원이 남명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 다른 평론은 퇴계 이황(1501~1570)이 농암(聾巖) 이현보(李賢輔)의 ‘어부가’를 평한 것으로 이 또한 명문인데, 우선 농암이 살았던 곳의 빼어난 풍광부터 일별해보자. 안동 도산서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예안의 농암 고택은 운치 넘치는 고가로, 앞으로는 낙동강 상류인 분강(汾江)이 흐르고, 강 건너편으로는 절벽이 병풍처럼 서 있다. 이 강에서 고향 선후배간인 농암과 퇴계는 가끔 배를 띄우고 술잔을 물에 흘려보내면서 음풍농월의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두 사람은 나이차가 34년이나 되는데도 함께 즐김에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퇴계의 집에서 농암 종택은 강을 따라 두어 시간은 좋이 걸어야 하는 거리로, 참으로 아름다운 강변 길이다. 퇴계의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은 이 길의 아름다운 풍광이 빚어낸 노래이다. 농암은 서른 둘에 벼슬길에 올라 일흔 넷이 되어서야 겨우 병을 핑계로 낙향할 수 있었다. 그만큼 임금의 신임이 두터웠다. 그는 조선조 5백 년 역사에서 유일하게 은퇴식을 가진 정치인이었다. 그의 은퇴식에는 임금과 당시 정계, 학계 실력자들이 대거 참석했으며, 전별시들을 지어 그를 전송했다. 배 타러 한강으로 가는 길에는 장안 백성들이 구름처럼 몰려나와 그를 전송했다. 평생을 벼슬살이했지만 배에 실은 짐이라고는 화분 몇 개와 책보따리 그리고 바둑판 한 개뿐이었다고 한다. 청춘에 집을 나서 백발에 귀향길에 오른 농암이 ‘정승 벼슬도 이 강산과 바꿀 수 없다’며 지극히 사랑했던 고향 분강촌은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어부사’의 한 편이 그것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게 해준다. 굽어는 천심녹수 돌아보니 만첩청산 십장 홍진*이 언매나 가렸는고 강호에 월백하거든* 더욱 무심하얘라 *열 길이나 되는 속세 먼지. *달이 밝거든 밤이 되어 강과 호수에 달빛마저 휘영청하면 마음은 무욕, 더없는 평화로움을 누리는 심경을 농암은 담담히 노래하고 있다. 그리고 10여 년을 더 유유자적 자연 속을 노닐다가 떠났다. 참으로 복 받은 삶이라 하겠다. 이 농암이 남긴 연시조 ‘어부사’의 발문을 퇴계가 썼는데, 그 평론이 실로 멋스럽기가 한량없다. “부귀를 뜬구름에 비기고, 고상하고 품위 있는 생각을 물외(物外)에 부쳐 낚시터를 노니는 선생의 강호지락(江湖之樂)은 가히 진의(眞意)를 얻었다.” 이보다 멋스러운 평론이 또 있을까. 역시 사람들이 멋스러우니 이런 멋스런 글도 나오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조선의 선비들은 실로 아름다웠다. (위 시조들은 ‘우리 옛시조 여행(이광식 저)’에서 인용)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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