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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외 넘어 북한 작품까지… 미술축전 개막

    국내외 넘어 북한 작품까지… 미술축전 개막

    대한민국 미술계의 가장 큰 축제인 ‘2019 대한민국 미술축전 KAFA 아트페어’가 20일 개막했다. 이 행사는 미술인과 시민의 직접 소통 기회를 확대하고, 문화예술인의 위상 제고와 사회참여 확대를 위한 대중문화예술운동으로 기획됐다. 오는 24일까지 경기 일산 킨텍스 3홀에서 진행되는 아트페어는 회화, 조각, 공예, 조소, 서예 등 미술 전 분야를 아우르는 국내외 미술가와 대중예술 작가 등 500여명이 참여하고, 5000여 작품이 소개되는 매머드급 전시로 구성됐다. 전 세계 25개국 60여점의 해외 작가 작품이 전시되며, 특히 유화와 조선화를 포함해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는 자수작품 등 120여점의 북한 작품도 공개된다. 중국촬영가협회 회원인 류재학 작가 등 사진작가들이 카메라에 담은 남북한 풍경 사진 90여점도 볼 수 있어 미술을 통한 남북 교류의 의미도 높였다. 전시회는 크게 ▲KAFA 아트페어 ▲남북미술 사진전 ▲초대작가 대작전 ▲국제교류전 ▲지회지부 산하단체전 ▲기업특별전으로 구성됐으며, 문인화 휘호대전 등 다채로운 특별행사를 통해 미술인과 관람객이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교류의 장도 마련됐다. 미술축전을 주최한 한국미술협회 이범헌 이사장은 “이번 미술축전이 어려운 환경에서 창작 활동을 하는 미술인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기를 바란다”면서 “북한 작가의 유화, 조선화, 자수, 북한 사진전을 통해 남북 문화의 동질성 회복의 단초를 제공하고, 남북 문화 교류의 물꼬가 트이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숲의 도시부산... 올해 91개사업 772억원 투입

    숲의 도시부산... 올해 91개사업 772억원 투입

    부산이 숲의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부산시는 도심 숲 조성을 위해 올해 3개분야 91개 사업에 772억 원을 투입,녹화사업, 공원 및 녹지 조성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한·아세안 정상회의 등이 열리는 해운대 지역은 5개 사업에 24억원(기부금 10억포함)을 들여 이 부산은행에서 기부한 동백 상징숲, 마린시티 가로숲길, 송정터널입구 화단을 비롯해 꽃길, 교통섬 화단 재정비 등 5개 사업을 추진했다. 부산 관문인 강서구 공항로 입구에는 5억원을 들여 꽃탑, 화분 설치, 공항로 수목정비 등의 작업을 폈다. 시는 환경숲, 생활숲, 생태숲 등 3가지로 분류하고 사업 유형별로는 9가지로 구분해 총 82개 사업 743억 원을 투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통해 38만 7000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계속사업 및 추경사업 등으로 이월해야 하는 9개 사업을 제외한 73개 사업(계획대비 80%)은 연말까지 완료예정이다. 환경숲 조성사업은 칠엽수 등 18만 2000그루를 심었고,도시바람길숲 및 미세먼지 차단숲은 예산 60억 원을 확보해 현재 사상구가 연말까지 사업을 완료할 예정이다.사하구 및 강서구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사업이 마무리 된다. 영선대로 도시숲조성, 을숙도대로 숲길, 정관산단로 중앙분리화단, 구평택지 완충녹지 녹화 등 도로를 따라 다양한 형태의 숲길 조성도 추진했다. 생활숲 조성사업의 목적으로 시내 곳곳에 동백나무 등 18만3000 그루를 심었다.전체 52개 사업에 396억 원(기업사회공헌 51억원 포함)을 들여,동구 어린이 도서관 옆 쌈지숲, 망미초교 등 학교숲, 화명도서관 옥상녹화, 교차로 등 그늘나무 식재, 동광1지구 소공원, 신호공원 재정비, 꿈과상상 어린이공원 조성 등을 비롯해 다양한 유형의 숲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밖에 생태숲 조성사업으로 해운대수목원 조성을 비롯한 산림 내 숲체험장 조성사업 등 8개 사업에 243억 원을 들여 투화전여가녹지조성, 서부산권 생태체험 학습공간을 마련했다. 최근 조성된 수정터널상부 공원화 사업과 동해남부선 폐철도 공간활용 그린라인파크 조성 등 대규모 도시숲 도 조성됐다. 최대경 시 환경정책실장은 “부산의 특성을 살린 산과 강과 바다를 연결하는 숲길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라고 전했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동아대,국제산업정보기밀보호관리 전문인력 양성

    동아대,국제산업정보기밀보호관리 전문인력 양성

    동아대학교 LINC+사업단(이하 사업단)은 지난 18일 동아대 부민캠퍼스에서 ‘국제산업정보기밀보호관리 전문인력양성 과정 수료식’을 가졌다고 20일 밝혔다. 사업단은 “ 산업기술 및 기업영업비밀보호 예방 업무 등을 위한 전문인력인 민간조사원(일명 탐정:Private Investigation) 양성을 위해 올해 처음으로 강좌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강의는 산업정보기술유출방지 및 지적재산권 분야, 인공지능 등 첨단산업기밀보호기술과 기밀보호 분야, 디지털포렌식 등 과학수사 및 사이버범죄수사 분야, 탐정조사 및 경영탐정 등 민간조사 분야, 인간관계 및 심리상담기법 등으로 진행 됐었다.또 경찰청, 부산항보안공사 등에서 실무연수 프로그램도 가졌다. 남아현 학생(경영학과 4학년)은 “전문가들의 강의를 통해 향후 기업체 및 법률기관, 보험회사, 신용회사(향후 탐정기업체), 금융기관, 공기업 등 다양한 분야로의 취업 및 창업의 진로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이날 수료식에는 동아대 국제전문대학원 이길원 교수, (사)국제산업보안정보협회 정향기 이사장, 부산가톨릭대 백의선 교수 등이 참석했다 국제산업보안정보협회 황요완 사무총장은 “이들 수료생들이 산업기술보호 유출방지 및 예방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과정을 이수한 학생 중 13명이 국제산업기밀보호사 1급 민간자격시험에 합격했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욱일기 비판 영상에 19금 제한 건 유튜브, 왜?

    욱일기 비판 영상에 19금 제한 건 유튜브, 왜?

    유튜브가 일본 욱일기를 비판하는 영상물을 19세 미만 청소년이 볼 수 없는 영상으로 제한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일본 우익 네티즌들의 집중적인 신고 때문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는 ‘욱일기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영어 영상(youtu.be/MXr9PXWCGwo)이 19세 미만 청소년이 볼 수 없는 저작물로 지정됐다고 19일 밝혔다. 반크는 이 영상물을 지난 7월 2일 제작했다. 현재 조회수가 1만 5500여회, 댓글 1000여개가 달렸다. 욱일기는 아시아인들에게 독일 나치의 하켄크로이츠와 같은 전범기라고 알리는 내용이다. 반크는 당시 일본 외무성이 욱일기는 일본 문화의 일부라고 주장하는 내용의 한국어 영상을 제작해 국제사회에 알리자 이를 반박하기 위해 한국어 영상에 영어 자막을 입혀 배포한 것이다.그런데 이 영어 영상을 보려면 “이 영상은 일부 사용자에게는 부적절할 수 있습니다. 성인 인증하려면 로그인하세요‘라는 안내 문구가 뜬다. 19세 미만의 청소년은 볼 수 없다는 뜻이다. 박기태 반크 단장은 ”동일한 내용의 한국어 영상물을 아무 제한 없이 시청할 수 있지만 유독 영어 영상물에 ’19세 이하 시청 불가‘ 제한이 내려진 이유는 일본 우익 네티즌의 집중적인 신고 때문인 것으로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박 단장은 ”이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후 일본 네티즌들이 5000건 넘게 집중적으로 댓글을 남기고 ’싫어요‘를 누르는 등 사이버 테러에 가까운 공격을 했다“며 ”반크가 올린 영상물 중 이 영상만 시청이 제한됐다“고 덧붙였다.같은 내용의 한국어 영상은 이날 현재 5만 6683회 조회됐다. 댓글은 4139개가 달렸지만 대부분 일본 네티즌이 반크와 한국을 비난하는 내용이다. 반크는 19세 이상만 볼 수 있도록 제한한 욱일기 영어 영상을 유튜브와 비슷한 외국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비메오(vimeo.com/345826141/recommended)에 다시 올렸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동백꽃 필 무렵’ 공효진-강하늘, 촬영 현장 공개 ‘꿀 떨어지는 웃음’

    ‘동백꽃 필 무렵’ 공효진-강하늘, 촬영 현장 공개 ‘꿀 떨어지는 웃음’

    종영까지 단 2회만을 남겨둔 ‘동백꽃 필 무렵’이 웃음꽃 활짝 핀 촬영 현장을 전격 공개했다. KBS 2TV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극본 임상춘, 연출 차영훈, 강민경, 제작 팬엔터테인먼트) 지난 방송에서 필구(김강훈)에게 그늘이 생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동백(공효진). 그 이유가 용식(강하늘)과 ‘결혼’하려는 자신 때문인 것 같아 용식에게 눈물로 헤어짐을 고했다. 지난 9주간 설렘 폭격으로 시청자들의 심장을 들었다 놓았던 이들 커플의 엔딩에 이목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동백꽃 필 무렵’은 19일 시청자들의 아쉽고도 애타는 마음을 달래줄 현장 비하인드 스틸컷을 대방출했다. 먼저 이번 작품을 통해 ‘동블리’라는 닉네임을 추가한 공효진. 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운 미소를 가득 머금고 있어 시선을 사로잡는다.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맑은 웃음에 시청자들의 눈과 마음을 모두 빼앗고 있는 것. 제대로 알면 누구나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동백 역에 공효진이 적격인 이유였다. 댕댕미 넘치는 미소로 시청자들을 잠 못 들게 하고 있는 강하늘도 눈에 띈다. 그는 옹산의 순경 황용식 역을 맡아 ‘촌므파탈’의 매력을 완벽하게 발산했다. 브라운관 역사상 전무후무한 캐릭터의 등장에 시청자들의 기대감이 높았던 바. 강하늘의 완벽하게 촌스럽지만 완벽하게 섹시한 매력은 황용식에 100% 녹아,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더할 나위 없이 충족시켰다. 치열하게 사랑스러운 공효진 강하늘의 케미도 빼놓을 수 없다. 시종일관 얼굴 가득 웃음을 띠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촬영 현장의 유쾌한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스스럼없이 어깨에 손을 올리고, 팔을 걷어 주는 다정한 모습에 배우들 간의 호흡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렇게 비주얼 케미도, 연기 케미도 무엇하나 빠지는 것 없이 완벽하게 맞아든 공효진과 강하늘에 어찌 안 빠져들 수 있을까. 이들 커플은 이보다 더 사랑스러울 없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연애세포를 마구 자극하고 있다. 제작진은 “배우들 간의 호흡이 좋아 현장은 매번 웃음으로 가득했다”라며, “앞으로 종영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난 방송에서 동백, 용식 커플이 가슴 아픈 이별을 했는데, 이들에게 봄날이 다시 찾아올 수 있을지 그 마지막 이야기를 함께 지켜봐 달라”는 당부를 전했다. 사진 = 팬엔터테인먼트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강희정의 아시아의 美] 시는 그림같이, 그림은 시같이

    [강희정의 아시아의 美] 시는 그림같이, 그림은 시같이

    당나라의 유명한 시인이자 화가인 왕유(王維ㆍ699~759)는 “그림은 소리 없는 시, 시는 소리 있는 그림”(畵卽無聲詩 詩卽有聲畵)이라 했다. 그는 당대 최고 문인 중 하나로 서정시를 형식적으로 완성했다는 평을 들었고, 후에 남종화의 시조로 받들어졌다. 북송의 소식(蘇軾ㆍ1036~1101)은 왕유의 그림을 보고 “시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詩中有畵 畵中有詩)고 찬사를 보냈다. 문인화의 바탕이 된 이론이다. 문인화는 사물을 똑같이 그리는 사실주의적인 태도보다 자기 자신의 뜻을 드러내는 표현 수단으로서의 그림을 중시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외형보다 내면의 뜻이 우선이라고 할까?중국의 회화이론은 그림과 글씨의 근원이 같다는 ‘서화일치론’(書畵一致論)에서 출발했다. 이는 붓과 먹으로 이뤄지는 그림과 글씨의 붓놀림이 같다는 데서 나왔다. 서예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그림을 평가하고 그림의 예술적 가치가 높다고 인정하게 된 것도 여기서 시작했다. 이미 4세기부터 서예가 높이 평가되던 현실에서 점차 그림도 그 못지않은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를 발달시켜 그림과 글씨의 근원이 같다는 ‘서화동원론’을 주장한 것이 조맹부다. 하지만 ‘시 속 그림, 그림 속 시’라는 말은 서예가 아니라 시를 겨냥한 것이다. 그림이 단지 붓놀림의 문제가 아니라 그림에서 시를 연상시킬 만큼 문학적 소양과 학식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모름지기 화가는 ‘소리 없는 시’를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지적 수양을 쌓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냉정하게 말해 이 이론은 시와 그림, 서예를 통해 여가를 즐기던 문인들의 선민의식이 배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조맹부(趙孟?)의 ‘사유여구학도’(謝幼輿丘壑圖ㆍ1286?)에서는 시적 정취가 물씬 배어 나온다. 화면 한가득 옅은 녹색의 구릉이 펼쳐지고, 띄엄띄엄한 나무와 강, 강가 둔덕과 바위는 공중에 떠 있듯 비현실적이다. 가늘고 세밀한 붓질, 녹색과 갈색만을 쓴 화면은 평온하고 절제됐다. 당대 산수화처럼 바위나 산의 표면 질감을 나타내기 위한 붓놀림(준법)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보는 이의 감정을 자극하는 어떤 표현도 없다. 그저 고졸하고 몽환적인 구릉 사이에 탈속한 듯이 사유여가 느긋하게 앉아 있을 뿐. 이 그림은 4세기의 사대부 사유여, 즉 사곤(謝鯤ㆍ281~323ㆍ자 유여)의 일화를 묘사한 것이다. 사유여는 죽림칠현처럼 세속에 구애받지 않고 은둔한 인물이다. 당시 동진의 명제가 은거 중인 사유여에게 조정의 대신 유량과 유여 자신을 비교해 보라고 했다. 이에 사유여는 산중에서 낚시하는 즐거움을 아는 자신이 출사한 유량보다 한 수 위라고 답했다. 은일의 즐거움을 빗댄 답이었다. 같은 시대 화가 고개지는 언덕과 구릉[丘壑] 사이에 앉아 있는 사유여의 모습을 그렸다고 한다. 탈속과 세속의 선택을 고민하는 사대부들에게 유명한 일화였던 것이다. 몽골족의 원나라에서 여느 한족 사대부와 달리 출사를 택했던 조맹부 역시 사유여를 통해 은둔에 대한 자신의 동경을 담담하게 그렸다. 옛 그림의 화법을 되살려서 말이다. ‘사유여구학도’ 속에 펼쳐진 ‘시의 행간’은 넓기만 하다. 어느덧 한 해는 저물어 가고 내년 총선 준비로 분주하다. 사유여를 좇을 것인가, 조맹부를 따를 것인가로 번잡한 세밑을 맞는 이들이 적지 않을 듯싶다. 누구를 표방하든, 무엇을 좇고 따르든 탈속은 못 하더라도 시도 그림도 없는 삶만은 경계하고 또 경계할 일이다.
  • 푸르스름 사색하다

    푸르스름 사색하다

    한국 문단을 향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평론가의 에세이가 나왔다. 권성우(56) 숙명여대 한국어문학부 교수의 ‘비정성시를 만나던 푸르스름한 저녁’(소명출판)이다. 권 교수는 198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래 30년 이상 비평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책에는 그가 쓴 기행문, 편지, 칼럼, 페이스북 등에 올린 단상, 추모사, 축사, 문학적 성장기 등 다양한 형식의 글이 수록됐다. 책 제목의 ‘비정성시’는 저자에게 청춘의 아련한 첫사랑이자 역사·정치와 예술의 드문 성공적 결합을 상징하는 영화다. ‘푸르스름’은 우리말의 풍부함과 아름다운 어감이 스며든, 저자가 좋아하는 표현이다. 비판적인 리뷰를 쓰는 데 거침없었던 저자는 특정 출판사나 문예지로부터 연관되지 않고 독립적인 비평가로 살고 있다. 책에선 2015년 신경숙 작가의 표절 파문 당시 출판사 창비와 함께 문예계간지 ‘문학동네’의 책임을 언급한 칼럼도 보인다. 그는“칭찬하는 일이 지닌 위험성은 비평가가 자신의 신용을 잃게 된다는 데 있다. 모든 칭찬은 전략적으로 볼 때 백지수표다”라는 발터 베냐민의 말을 들어 칭찬 일변도의 주례사 비평이 한국 문학의 초라한 모습을 가져왔다고 말한다. 먼저 간 선배 문인이자 스승인 김윤식 문학평론가를 기리는 대목에서는 성실한 비평에 대한 결기가 느껴진다. “누구는 바보라서 현장 속에 뛰어들어 먼지와 똥오줌을 뒤집어쓰고 있는 줄 아십니까. (중략) 현장의 먼지 바닥 속을 헤매지 않고는 진짜 ‘실감’을 얻어 낼 수 없습니다.” 가는 날까지 정열적으로 소설 월평에 참여했던 스승이었다. 그 스승과의 만남으로 문학평론가가 된 제자는 그 마음을 기꺼이 따르겠다고 다짐한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국가 큰일 때 ‘땀’ 흘리는 밀양 표충비 18일 1리터 땀

    국가 큰일 때 ‘땀’ 흘리는 밀양 표충비 18일 1리터 땀

    나라에 큰 일이 생기기 직전에 땀을 흘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경남 밀양시 무안면 홍제사 경내 사명대사 표충비가 18일 오전 땀을 흘린 것으로 확인돼 관심이 쏠린다.18일 밀양시와 홍제사에 따르면 사명대사 표충비에 이날 새벽 4시부터 오전 9시쯤 까지 1리터쯤 땀이 흘렀다. 홍제사 범철 주지는 “이날 오전 5시쯤 표충비각에 예불을 드리러 갔더니 표충비에서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정성현 무안면사무소 총무담당은 “표충비가 땀을 흘린다는 주민들의 전화를 받고 현장으로 나가봤더니 비 앞뒤와 옆 등 4면에서 한출 현상이 보였다”고 말했다.경남도 유형 문화재 제15호인 표충비는 임진왜란때 승병을 이끌고 왜병을 크게 무찌른 사명대사의 높은 뜻을 새긴 비석이다. 사명대사의 5대 법손(法孫) 남붕(南鵬)이 경산에서 갖고 온 돌로 만들어 1742년 세웠다. 국가에 큰 일이 있을 때마다 땀을 흘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땀방울이 글자의 획 안이나 머릿돌과 받침돌에는 맺히지 않는것으로 전해져 신비함을 더한다. 전문가들은 ‘표충비각 땀’ 현상에 대해 주변 기후환경 때문인지 비석 자체의 결로 현상에 따른 것인지 등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으나 과학적으로 아직 밝히지 못하고 있다. 홍제사와 무안면사무소 등에 따르면 표충비는 2018년 1월 밀양세종병원 화재 참사 직전에도 땀을 흘렸다. 1894년 동학농민 운동때, 1919년 3·1 독립만세운동, 1945년 8·15 해방, 1950년 6·25 전쟁, 1985년 남북고향 방문때도 땀을 흘린 것으로 기록돼 있다. 최근에는 2009년 김수환 추기경 선종, 2010년 천안함 침몰, 2017년 대통령 탄핵심판때 등에도 각각 땀을 흘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밀양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29일 ‘청백리 이태중’ 재조명 학술회의

    도서출판 동녘, 사단법인 인간의대지, 사단법인 5대운동은 17일 ‘조선 영조시대와 청백리 삼산 이태중’ 학술회의를 오는 29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연다고 밝혔다. 이태중 평전을 출간한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청백리 이태중의 유배 이야기를 통해 선비들의 삶과 철학을 설명하고, 고결한 인격과 기개 높은 처신을 따라가 보고자 한다”고 학술회의의 의미를 설명했다. 조선 후기 문인 이태중(1694∼1756)은 1730년 정시문과에 급제했지만, 1735년 신임사화 때 화를 입은 노론 문인의 죄를 풀어 달라고 요청했다가 흑산도에 위리안치됐다. 위리안치는 가시 울타리에 가두는 유배형 가운데 하나다. 이어 1740년 소론인 영의정 조태구와 좌의정 유봉휘 관작 추탈을 주장해 유배됐다. 이듬해 유배가 해제된 뒤에는 평안도 관찰사, 호조판서 등을 지냈고 청백리에 뽑혔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심현희 기자의 맛있는 술 이야기] 외면받던 옛맛 잊어라…부활 꿈꾸는 보졸레누보

    [심현희 기자의 맛있는 술 이야기] 외면받던 옛맛 잊어라…부활 꿈꾸는 보졸레누보

    “보졸레누보가 도착했습니다.”(Le Beaujolais Nouveau est arriv? ●햇와인 포장… 11월 셋째주 목요일 출시 매년 11월 셋째주 목요일이 되면 와인을 다루는 프랑스의 상점들은 위와 같은 문구를 입구에 내걸곤 합니다. 바로 ‘보졸레누보’ 와인을 전 세계에 동시에 출시해 판매하기로 한 날이기 때문인데요. 보졸레누보란 고급 ‘피노누아’ 와인으로 유명한 부르고뉴 지방에 속한 ‘보졸레’ 마을에서 지역 특산 품종인 ‘가메’로 만든 ‘햇와인’을 뜻합니다. 우리가 가을에 수확한 햅쌀로 밥을 지어 먹듯 이 지역 사람들은 갓 담근 포도주를 마시는 셈이죠. ‘누보’(Nouveau)라는 프랑스어가 ‘새로운’이라는 뜻이니 말 그대로 해석하면 ‘보졸레에서 만드는 새 와인’쯤 되겠네요. 수확한 포도를 양조해 최소 2~3년은 숙성시킨 뒤 시중에 내놓는 일반 와인과 달리 보졸레누보는 매해 9월에 수확한 포도를 4~6주 정도 짧은 숙성 과정을 거쳐 마시는 것이 특징입니다. 숙성을 거의 시키지 않은 와인답게 과일향이 풍부하며 음용성이 뛰어나 벌컥벌컥 가볍게 마시기 좋답니다. ●2000년 이후 한일 소비자들도 안 찾아 보졸레누보는 그해 갓 생산된 와인을 포도주통에 바로 부어 마시는 보졸레 지역의 전통에서 유래했습니다. 1951년엔 처음으로 이 지역에서 보졸레누보 축제가 개최되기도 했고요. 한 지역의 ‘계절 와인’에 불과했던 보졸레누보가 전 세계적인 유명세를 떨치게 된 건 1970년대 이 지역 와인 생산자인 조르쥐 뒤베프의 마케팅 덕분이 컸습니다. 그는 ‘빨리 생산해서 빨리 마셔야 하는 와인’인 것이 특징인 보졸레누보를 ‘가장 신선할 때 마시는 햇와인’으로 포장해 ‘매년 11월 셋째주 목요일’에 판매한다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이 아이디어는 대중에게 재미있는 햇와인 이벤트로 자리잡았습니다. 마침내 1980년대부터는 이날이 모든 보졸레누보 와인의 판매 개시일로 지정됩니다. 이후 프랑스뿐만 아니라 전 유럽, 미국, 동아시아 지역 등에서 보졸레누보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세계적인 인지도를 쌓게 됐습니다. 하지만 보졸레누보의 인기는 빨리 마셔 버려야 하는 이 와인의 특성처럼 지속되지는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무리한 마케팅의 부작용 탓이 컸습니다. 실제로 와인 생산자들은 “해마다 와인에 관여하는 요소(날씨, 천연효모)들이 다른데, 매해 같은 날짜에 출시를 한다면 와인의 질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일례로 보졸레 지역의 전설적인 와인 생산자 질 쇼베는 1980년대 “아직 숙성이 완전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보졸레누보를 출시할 수 없다”며 파리 시내의 레스토랑들에 대한 출시 날짜를 연기하기도 했답니다. 하지만 보졸레누보가 유명해지면서 대량 생산을 해야 했고, ‘11월 셋째주 목요일’이라는 날짜를 맞춰야 하다 보니 대부분의 보졸레누보는 각종 인공효모를 넣어 억지로 발효를 완성해 출시하게 됐습니다. 현재 파리에 거주하는 한 와인 관계자는 “프랑스인들은 1990년대부터 이미 보졸레누보를 마시지 않았다”고 전합니다. 이 관계자는 “어느 날부터 보졸레누보에서 나지 말아야 할 바나나향(효모맛)이 났고 보졸레누보는 맛없다는 편견이 퍼졌다”면서 “싸고 좋은 와인이 넘치는 프랑스에서 굳이 보졸레누보를 택할 이유가 사라지면서 대중의 외면을 받은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하더군요. 이 마케팅에 질린 일본과 한국 소비자들도 2000년대 이후엔 더이상 보졸레누보를 찾지 않게 됐고요. 20세기 최고의 와인 히트 상품 가운데 하나였던 보졸레누보는 과거의 영광을 그리워하며 서서히 잊혀져 가는 듯했습니다. ●3~4년 전부터 파리 2030 사이 다시 인기 하지만 최근 보졸레누보의 반격이 시작됐답니다. 3~4년 전부터 보졸레 지역에서 인공 효모를 쓰지 않은 ‘내추럴 방식’(포도 재배부터 와인을 만드는 양조 과정까지 화학적 첨가물을 넣지 않는 것)으로 보졸레누보를 만드는 생산자들이 나타났는데, 이들이 만든 와인은 기존 보졸레누보의 맛과 확연히 달랐습니다. 효모맛에 가려져 있던 과일향이 더욱 싱그럽게 피어나 과일 주스를 마시듯 편안하게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1970년대 이전 보졸레의 마을 축제에서 지역 사람들이 벌컥벌컥 들이켰던 본래의 보졸레누보 맛으로 돌아간 셈이죠. “‘내추럴 보졸레누보 와인’은 현재 파리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답니다. 프랑스 와인 에이전시 비노필 최영선 대표는 “2030이 즐겨 찾는 레스토랑, 와인 바 등에서 특히 내추럴 보졸레누보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면서 “내추럴 보졸레누보 와인을 통해 보졸레누보에 대한 인식이 변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하네요. 어떻게 보면 빨리 담가서 빨리 마셔 버려야 하는 보졸레누보는 애초에 ‘대량생산’과는 어울리지 않는 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졸레누보는 맛이 없다’는 편견도 맞지 않는 옷(마케팅)을 입었기에 생겨난 것이 아닐까요. 전 세계 와인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보졸레 누보가 도착했습니다”라는 푯말을 다시 반갑게 맞을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macduck@seoul.co.kr
  • 놀이 같은 테니스…내일은 나도 정현

    놀이 같은 테니스…내일은 나도 정현

    이것은 놀이인가, 테니스인가. 바닥이 평평한 곳이면 할 수 있다. 적당한 높이로 양쪽 기둥에 줄을 매 놓으면 그게 네트다. 고무판 등으로 바닥에 라인을 늘어놓으면 코트다. 운동장이 아니라도 좋다. 강당이나 공터, 심지어 빈 주차장도 문제없다. 언제 어디서든, 누구라도 라켓을 들 수 있는 운동, 바로 ‘매직 테니스’다. 겨울을 재촉하는 가을비가 내린 지난 13일 경기 의정부 민락동 한 신축 건물 안에 자리잡은 실내 테니스 아카데미인 ‘ITA존’. 강습일은 아니지만 학교와 유치원을 마치고 이곳을 찾은 네 명의 어린아이들이 자신들의 키보다 살짝 작은 라켓을 들고 테니스를 하고 있었다. 임민채(7)양은 바닥에 그려진 기차길 모양의 라인을 따라 깡총깡총 뛰었다. 아이들이 들고 있는 라켓뿐 아니라 공도 예사롭지 않다. 각기 다른 세 종류의 공은 크기도 크기이지만 물렁거리는 게 1970년대 아이들이 갖고 놀던 속칭 ‘찜뽕공’과 흡사하다. 화랑초등학교 4학년생인 윤준서(11)군은 “아빠가 이 공을 보더니 동네 친구들과 어릴 때 갖고 놀던 찜뽕공 같다고 했어요”라고 웃었다. ●수도권에 ITA존 등 100여개 교습소 준서는 “열심히 테니스를 배워 언젠가 이 공을 졸업하고 정현, 로저 페더러 같은 훌륭한 테니스 선수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동갑내기 동네 친구인 이승현(화랑초 4), 전승범(송산초 4)군은 준서가 테니스를 친다는 얘기에 솔깃해 구경 삼아 찾았다가 부모님을 졸라 ‘테니스 놀이’에 합세했다. “테니스는 어른들만 하는 운동인 줄 알았다”는 게 둘의 고백 아닌 고백이다. 종류에 따라 다르고 강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모든 운동은 불가피하게 부상을 동반한다. 이 가운데 테니스는 가장 고질적으로 부상을 달고 사는 운동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현재 세계 남자프로테니스(ATP)를 삼등분하고 있는 로저 페더러(스위스), 라파엘 나달(스페인),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 등도 빠짐없이 부상으로 인한 부침을 겪었다.●일반 공보다 크고 공기 덜 들어간 감압구 사용 지난해 호주오픈 16강전에서 조코비치를 제압하는 파란을 일으킨 뒤 한국 선수로는 역대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4강 신화’를 일궈 내면서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 반열에 올랐던 정현(23)도 몇 개월 뒤 발목 부상으로 거의 1년 동안 슬럼프에 빠졌다가 최근에야 정상적인 몸 상태로 복귀했다. 프로 선수든 아마추어든 테니스 라켓을 갑자기 놓았다면 십중팔구는 부상 때문인 것이다. 국제테니스연맹(ITF)은 2007년 테니스의 가장 큰 약점인 부상으로 인한 ‘종목 기피’를 해소하고 테니스를 보다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테니스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른바 테니스 선진국으로 불리는 영국과 프랑스, 스위스, 스페인, 네덜란드가 주축이 돼 만든 이 프로그램의 이름은 ‘PLAY+STAY’다. 이 프로그램은 이듬해인 2008년 국내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명칭이 쉽게 와닿지 않자 대한테니스협회는 한국 실정에 맞는 이름을 공모해 ‘매직 테니스’로 바꿔 부른 게 이 종목의 시작이다. 매직 테니스가 추구하는 목표는 딱 한 가지다. 보다 쉽게 테니스를 습득하도록 돕는 것이다. 나이가 적든 많든 하루 만에 기본 기술을 익혀 재미있게 테니스를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대한테니스협회 경기인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임지헌(47) 삼육대 교수는 매직 테니스의 장점으로 ▲테니스 입문이 빨라진 점 ▲별도의 스윙 연습 없이도 게임이 가능한 점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습득할 수 있는 점 ▲개인 실력 차와 관계없이 함께 테니스를 즐길 수 있는 점 ▲많은 인원이 동시에 테니스를 즐길 수 있는 점 등을 꼽았다. ●부상 위험 감소로 남녀노소 즐겨 일반 테니스와 매직 테니스의 구별 포인트는 공과 라켓의 차이다. 공은 레드볼과 오렌지볼, 그린볼 등 세 가지로 나뉘는데 모두 일반 테니스공보다 크고 등급에 따라 공기가 덜 들어간 감압구, 속칭 ‘물렁공’을 사용한다. 일반공보다 공기가 덜 들어가다 보니 타구의 속도가 느리다. 이에 따라 초보자도 자신의 능력과 수준에 맞춰 공을 선택할 수 있다. 공의 종류에 따라 코트의 크기도 달라진다. 감압구는 타구의 속도가 느리고, 그에 따라 지면 반발계수도 대폭 떨어져 공의 바운스 거리가 짧아지기 때문이다. 일반 테니스공보다 공기가 75% 덜 들어간 레드볼의 경우 정규코트의 4분의1 크기인 가로 11m×세로 5~6m짜리 미니코트를 쓰게 되고 50% 덜 들어간 오렌지볼은 정규코트의 절반인 가로 18m×세로 6.5~8.3m의 중간급 코트에서, 25% 감압한 그린볼 사용자는 정규코트와 거의 같은 크기인 가로 23.8m×세로 8.23m의 코트에서 플레이할 수 있다. 네트의 높이도 사용하는 공에 따라 80~91.4㎝ 사이에서 조정된다. 라켓의 크기 역시 최소 19인치에서 성인 플레이어와 같은 27인치까지 다섯 종류를 사용자의 수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타구 속도 줄어 초짜들 쉽게… 재밌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매직 테니스를 가르치고 있는 아카데미는 ‘ITA존’을 비롯해 어림잡아 100개 안팎이다. 그러나 ‘ITA존’의 이상훈(29) 코치는 “매직 테니스를 가르치는 아카데미만 있는 게 아니라 각 지자체와 주민센터 등 지역단체에서 고령자들을 위한 무료 강습도 열린다”고 귀띔했다. ●라켓 크기·코트 규모·네트 높이도 조절 실제로 임 교수가 대한체육회의 지원을 받아 재능기부를 하고 있는 남양주시 한 아파트 단지의 교습생 15명의 평균 나이는 72.5세로 상상 못할 정도로 높다. 가장 나이가 많은 이는 91세나 된다. 임 교수는 “매직 테니스가 보급되면서 테니스는 이제 하기 어려운 운동이 아니라는 것이 입증됐다”면서 “나이, 성별과 관계없이 즐길 수 있는 운동임을 이곳 어르신들이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대백두에 바친다(이근배 지음, 시인생각 펴냄) 1988년 서울 올림픽, 1995년 광복 50년, 2002 한일 월드컵 등 역사의 현장마다 남긴 원로 시인의 기념시집. 1961~1962년 다수의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한 시인은 시력 6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직접 목도한 역사와 위대한 문인들을 기리는 시를 써왔다. 206쪽. 1만 2000원.첩보 한국 현대사(고지훈 지음, 앨피 펴냄) 미국 국립문서기록청에서 새롭게 발굴한 한국 관련 사진들과 문서자료들을 재구성해 한국 현대사를 엮었다. 특히 ‘미군정기’라 불리는 1945년 해방 직후부터 1948년 8월 15일 남한 단독정부가 수립되기까지 약 3년 동안 남한에서 미 육군 방첩대(CIC)가 벌인 간첩 색출 및 정치 공작 활동에 초점을 맞췄다. 410쪽. 1만 6800원.특권(셰이머스 라만 칸 지음, 강예은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미국의 뉴햄프셔주에 위치한 명문 사립고 세인트폴 스쿨의 재학생이었던 저자가 졸업 후 9년 만에, 선생이자 연구자로서 모교로 돌아간 기록. 미국의 상류층 가문들이 ‘아이비 캐슬’이라는 문화 권력을 통해 어떻게 자신의 계급과 지위를 재생산하는지 들여다본다. 419쪽. 2만원.미래로 가는 길, 실크로드(피터 프랭코판 지음, 이재황 옮김, 책과함께 펴냄) 서구 중심의 세계 질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시대에 세계 지리정치학적 퍼즐 조각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분석한 저작. 밀리언셀러 ‘실크로드 세계사’의 저자 피터 프랭코판은 서방이 고립주의와 분열에 휩싸여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상실하고 있는 것과 달리 아시아는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연결망을 내세워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348쪽. 1만 6000원.키스의 지수(헬렌 호앙 지음, 황소연 옮김, 시공사 펴냄) 사회적으로 성공한 백인 여성과 데이트 아르바이트를 하는 유색인종 남성의 사랑 이야기.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연애를 비롯한 대인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계량 경제학자 스텔라는 데이트 서비스를 통해 만난 베트남·스웨덴 혼혈 마이클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나쁜 페미니스트’로 잘 알려진 에세이스트 록산 게이가 극찬한 책. 432쪽. 1만 5000원.기울지 않는 길(장재선 지음, 서정시학 펴냄) 서정주문학상을 수상한 일간지 기자 출신 시인의 신작 시집. 시인은 자신이 만난 문화 체육계 인사들의 언행을 통해 공존의 메시지를 전하고, 갈등이 극심한 공동체에서 겪는 아픔을 서정의 힘으로 넘어서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136쪽. 1만 2000원.
  • “국어 수능, 쉬워졌지만 변별력 있어 … 독서지문 해석 어려웠을 듯”

    “국어 수능, 쉬워졌지만 변별력 있어 … 독서지문 해석 어려웠을 듯”

     2020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국어 불수능’은 재현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국어 31번 여파’로 초고난도 문항을 배제하고 지문의 길이도 줄이는 등 난이도 조절에 신경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독서 영역 지문에서 어려운 경제 용어가 소개되는 등 해석과 이해에서 난이도가 있는 일부 지문과 문항들이 ‘체감 난이도’를 높이고 변별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14일 수능 1교시 국어영역이 끝난 직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상담센터 파견교사들의 출제경향 분석에서 김용진 동국대부속여고 교사는 “2020년도 수능 국어영역은 2019년도보다 쉽게 출제됐으며 지난 9월 모의평가도 약간 쉽게 출제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 모의평가에서 국어영역의 최고점은 139점으로 2019년도 수능(150점)보다 11점 하락했다. 1등급과 2등급을 가른 표준점수는 130점으로, 1등급 비율은 4.24%였다.  EBS 연계율은 71.1%로, 문학 영역에서 신계영의 ‘월선헌십육경가’(21~25번), 독서 영역에서 ‘베이즈주의 인식론’(16~20번) 지문이 EBS에 제시된 지문의 연장선상에서 제시됐다. 다만 ‘월선헌십육경가’는 EBS에 제시되지 않은 부분이 일부 지문에 포함됐다. 문학 지문인 김소진의 ‘자전거 도둑’과 윤동주의 ‘바람이 불어’, ‘유씨삼대록’도 EBS 연계 지문이었다. 문법 문제도 전반적으로 EBS 연계를 통해 출제됐다. 독서 영역에서 ‘장기 이식과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26~29번) 지문 역시 레트로바이러스가 EBS 지문을 통해 소개된 개념이었다.  EBS와 연계되지 않은 지문이나 과학, 고전문학 등에서 해석에 어려움이 있었을 수는 있지만 지난해 ‘국어 31번’ 문항처럼 배경지식 유무에 따라 유·불리가 갈릴 지문은 없었던 것으로 교사들은 분석했다. 김 교사는 “권근의 ‘어촌기’는 EBS 연계 지문은 아니지만 내용 파악에 어려움은 없었던 지문”이라면서 “과학지문에서 다룬 장기 이식과 거부반응은 학생들에게 널리 알려진 소재”라고 설명했다. 또 BIS 자기자본비율과 바젤협약을 다룬 지문(37~42번)은 “EBS 연계 지문이 아니고 지문 분량이 길지만, 해석을 위한 개념들을 지문 안에서 설명하고 있어 배경지식이 있거나 고등학교에서 경제를 배웠는지 여부에 따라 유불리가 갈리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2020년도 수능 국어영역의 ‘킬러문항’으로는 문학영역의 22번과 독서영역의 40번 문항으로, 지문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문제에서의 활용이 가능했는지 여부가 변별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문학영역의 21~25번 문항은 ‘월선헌십육경가’와 ‘어촌기’를 묶은 고전시가·수필 복합 지문이다. 이중 22번 문항은 ‘월선헌십육경가’가 현실적인 생활 공간으로서의 전원의 풍경과 정서 등을 현장감 있게 노래했다는 설명문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월선헌십육경가’의 일부분에 대해 감상하는 내용이다. 진수환 강릉명륜고 교사는 “‘월선헌십육경가’의 해석 여부에 따라 문학의 체감 난이도가 달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40번 문항은 한 은행이 바젤Ⅱ협약에 따라 BIS 비율을 산출해 공시하고 자기자본 및 위험가중자산을 발표한 내용을 제시하고 지문을 기반으로 해석하는 문항이다. 김 교사는 “BIS의 개념이 바젤협약 Ⅰ, Ⅱ, Ⅲ을 거치면서 변화하는데, 이 개념을 정확히 파악했느냐를 묻는 문항”이라면서 “지문에 제시된 주요 용어의 개념을 제시문에 적용해 해석하고 활용하는 데서 변별력이 확보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입시업계에서는 국어 영역의 ‘체감 난이도’를 다소 높게 평가했다. 독서 영역의 지문이 상당한 정보를 담고 있는 등 수험생들이 해석하고 이해하기에 어려운 지문들이 있어 9월 모의평가보다 다소 쉽거나 난이도가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평가팀장은 “초고난도 문항은 없어 지난해 수능 대비 다소 쉽다고 볼 수 있으나, 까다로운 문제가 많아 수험생들의 체감 난도가 높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BIS 자기자본비율과 바젤협약을 다룬 지문과 연계된 40번 문항은 입시업계에서도 ‘킬러문항’으로 꼽혔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수험생들에게 지문의 정보량이 많아 풀기에 다소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바젤 협약과 BIS 비율 등이 생소하고, 시기에 따라 변화한 ‘보기’의 정보 자료를 분석 및 계산하고 비율을 적용해야 해서 수험생들이 까다롭게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안양시, 생활폐기물 올해 100t 감량…일회용품 줄이기 운동 결실

    경기도 안양시가 전년대비 생활쓰레기 배출량을 100t 감량했다고 13일 밝혔다. 올해 초부터 시작한 4대 일회용품 줄이기 운동의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안양시 생활쓰레기 총 배출량은 10만 9528t으로 나타났다. 올해 같은 기간 배출량은 10만 9428t으로 지난해 대비 100t 줄었다. 이중 음식물쓰레기가 517t, 대형폐기물이 213t, 재활용폐기물이 947t으로 1677t이 감소했다. 반면 일반폐기물은 1577t이 증가해 결국 100t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폐기물 처리비용 1500만원을 절감했다. 일반폐기물 양이 증가한 요인으로는 현재 안양 지역에서 활발히 추진되는 대규모 주택재개발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안양지역 생활쓰레기 배출량은 매년 평균 3000여t이 증가하는 추세였으나 이번 처음으로 줄었다. 시는 올해초부터 시작한 4대 일회용품(종이컵과 용기, 비닐봉지, 플라스틱 빨대) 줄이기 운동을 실시하고 있다.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기업체와 전통시장 등 민간분야로 넓혀나가고 있다. 청소업체와 각 동을 방문해 쓰레기 수거, 배출에 따른 애로사항을 수렴하고 교육을 실시하는 ‘찾아가는 청소민원 제로화’ 추진도 한몫을 하고 있다는 평이다. 전통시장과 상인회,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등 사회단체와 일회용품 사용자제 및 생활폐기물 줄이기 협약을 체결하고 캠페인도 전개했다. 이번 생활쓰레기 배출량 감량은 바로 이와 같은 노력의 결실로 여겨진다. 시는 내년에도 한 가정 생활폐기물 배출량 월 5kg 감량을 추진한다. 이 목표가 이뤄지면 청소대행업체 비용 20억원이 절약된다. 이를 위해 일회용품 안쓰기 운동을 지속하고 환경관련 시민사회단체와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 또 시민과 초·중학생 대상 환경 및 자원회수시설 견학을 추진한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전철 플랫폼서 샌드위치 먹는 흑인 체포한 백인 경찰 논란 (영상)

    전철 플랫폼서 샌드위치 먹는 흑인 체포한 백인 경찰 논란 (영상)

    전철 역 플랫폼에서 아침식사용 샌드위치를 먹는 흑인 남성을 수갑으로 체포하는 백인 경찰들 동영상이 공개돼 인종차별적 과잉대응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ABC7뉴스의 보도에 의하면 해당 사건은 지난 4일(현지시간) 오전 8시경 캘리포니아 주 월넛 크릭에 위치한 플레전트 힐 역에서 발생했다. 흑인 남성은 당시 샌프란시스코 고속 통근 철도인 바트(BART)를 기다리며 아침식사용 샌드위치를 먹고 있었다. 이때 백인 지하철 경찰인 맥코믹이 다가와 흑인 남성의 가방을 잡으며 체포하려 하자 흑인 남성은 “나에게 왜 이러는냐?”며 황당해 했다. 이에 백인 경찰이 “당신이 음식을 먹고 있지 않느냐. 이는 캘리포니아 주 법에 위반되며, 나는 당신을 체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흑인 남성은 “샌드위치를 먹는다고 체포한다고?”라고 놀라며 “지하철 역에서 매일 음식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한두명이 아닌데 왜 나만 체포 하냐”며 저항했다.백인 경찰은 “저항을 하면 감옥에 갈 수 있다”고 말하며 수갑을 꺼내 들고 지원을 요청했다. 수갑을 본 흑인 남성은 더욱 황당해 했고, 이때 3명의 다른 백인 경찰이 다가와 거칠게 흑인 남성의 팔을 뒤로 제압하며 수갑을 채웠다. 수갑을 찬 흑인 남성은 “아니 샌드위치 먹은 거 밖에 없는데 체포라니”라며 끌려갔다. 해당 동영상이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되자 많은 논란이 일어났다. 온라인 상에서는 “전동차 내부도 아니고 플랫폼에서 샌드위치를 먹는다고 체포하다니”, “경찰이 전철에서 벌어지는 그 많은 범죄를 두고 겨우 플랫폼에서 샌드위치 먹는 사람을 체포 하냐”며 비난이 이어졌다. 10일 점심시간에는 30여 명이 지하철역에 모여 ‘지하철 플랫폼에서 음식 먹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해당 흑인 남성은 스티브 포스터(31)로 ABC7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이번 일로 화가 나고, 당황스럽다. 지하철을 기다리며 샌드위치를 먹은 거 밖에 없는데, 그 많은 사람 중에 나만 체포한 것은 내가 흑인이기 때문인 듯하다”고 말했다. 포스터는 구속은 되지 않고 소환장을 받고 풀려났다. 레베카 살츠넘 바트(BART) 이사회 부사장은 “해당 사건 관련 불만이 접수돼 조사 중”이라고 발표했고, 경찰 감사관 러셀 블롬도 “해당 동영상과 지하철 역내 CCTV를 면밀히 검토하며 조사 중”이라고 발표했다. 바트(BART)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트위터에 “경찰은 지하철역에서 음식을 먹는 거에 대해 제지 할 수 있으며,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소환장이 발부될 수 있다”고 적었다. 포스터는 향후 250달러 벌금과 48시간 사회 봉사 명령을 받을 수 있으나, 이의 제기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태 해외통신원 tvbodaga@gmail.com
  • “여자들 운동부족은 아무 생각없이 살기 때문”…日정부에 분노한 여성들

    “여자들 운동부족은 아무 생각없이 살기 때문”…日정부에 분노한 여성들

    일본 정부가 생활스포츠 활성화 캠페인을 펼치면서 운동을 하지 않는 여성들에 대해 ‘멍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식으로 묘사해 비난을 받고 있다. 회사일과 가사노동에 바빠 운동할 짬을 못내는 것인데도 게으르고 아무 생각이 없어서 그러는 것처럼 정부가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11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문부과학성 산하 스포츠청은 지난달 30일 ‘치코짱한테 혼난다!’라는 제목의 NHK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캐릭터 ‘치코짱’을 여성 스포츠 촉진 대사로 위촉했다. 치코짱은 5세 여자 어린이 캐릭터로 어떤 문제를 내서 출연자들이 정답을 말하지 못하면 “멍하게 살아가는 것 아니야!”라고 호통을 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여성 스포츠 촉진 대사로 위촉되면서 치코짱은 특유의 유행어를 섞어 “운동을 하지 않고 멍하게 살아가는 여성들은 내가 혼내주겠다”고 발언했다. 스즈키 다이치 스포츠청 장관도 옆에서 “자신도 모르게 운동이라면 엉덩이가 무거워진 여성에게 운동을 하라고 강력하게 말해주기 바란다”고 치코짱에게 당부했다. 이 장면이 TV로 전해지자 트위터 등 SNS에는 ‘당신들이 말하는 것처럼 멍하게 있을 시간 따위는 없어’, ‘운동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인데, 그것 때문에 혼나고 싶지 않아’ 등 여성들의 반발과 비아냥이 올라왔다. ‘여성의 운동 부족이 과연 멍하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아사히신문의 취재에 스포츠청 건강스포츠과 아다치 사카에 과장은 “‘멍하게’란 것은 극단적인 말이지만, 운동 무관심층에 좀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하고 싶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홍보 전문 저널리스트 지부 렌게는 “여성이 운동을 못하는 것은 회사 업무나 가사·육아로 바쁜 사회 구조적 이유 때문인데, 이를 개인 의식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은 잘못”이라면서 “게다가 그것에 대해 ‘꾸짖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여성들의 운동 습관을 확산시키는 것은 일본 스포츠청의 올해 역점사업이다. 스포츠청이 올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40대 여성의 42%, 30대 여성의 39%가 자신의 운동 횟수를 ‘월 1회 미만’라고 답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열린세상] 경제 성적표라는 환상/남시훈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열린세상] 경제 성적표라는 환상/남시훈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2년 6개월이 되면서 다양한 매체에서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경제 정책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경제 문제는 먹고사는 문제이면서 국민들의 생활 수준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중요한 문제다. 현 정부가 이 문제에 제대로 접근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의미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시카고대학에서 주관하는 전 세계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에서 유권자들이 현 정부가 현재 나타나는 경제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과대평가한다는 주장에 대해 동의하는 사람들이 전체 응답자 39명 중 32명이었고, 반대는 단 2명에 불과했다. 현 정부가 집권기에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제한적이므로, 이에 대한 평가 시도 역시 정부의 역할을 과대평가하거나 부정확한 평가에 그치기 쉽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정책의 시차 문제다. 정책은 준비하고 만들어지는 데 시간이 걸리며, 정책이 만들어져도 실제로 사람들의 선택을 변화시키고 그 결과가 전체 경제에 나타나는 것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현 정권의 경제지표 변화는 문재인 정권 이전 정권들의 영향으로부터 절대로 자유로울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탄핵으로 인해 준비 과정이 더 짧은 상태로 집권했고, 국회에서도 충돌이 많아 정책 기획과 실행이 더 어려웠다.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도 정확히 평가하기가 어렵다. 국민의 삶에 생긴 변화가 그 정책 때문인지 다른 외부 환경 변화로 인해 나타난 것인지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고용지표가 움직이면 최저임금의 상승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지만, 출산율 감소와 인구구조의 노령화, 결혼 감소와 1인 가구의 증가, 한국 방문 관광객의 추이, 부동산 시세 및 임대료의 변화, 간편식 산업 및 배달 업계의 활성화 등이 모두 제각각 영향을 미친다. 최저임금의 영향이 꼭 집어서 얼마나 되는지 판단하려면 이러한 요소들은 그대로 일어나는 가운데 최저임금이 인상되지 않았다면 고용이 어떻게 변화했을지 가상의 결과물을 추정하는 과정을 거치고 그 결과물과 현실을 비교해야 한다. 특히 한국 경제는 대외 경제 여건의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다. 한국은 선진국들 중에서 경제 규모에 비해 수출과 수입의 비율이 상당히 높으며, 세계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수출이 줄어들고 그로 인한 타격을 제일 많이 받는 편이다. 미국의 경제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고 미국과 중국이 대립해 국제무역이 감소하면 한국 경제가 좋아지기는 아주 힘들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미국의 민주당 대통령 후보 중 한 사람인 앤드루 양은 미국의 경제적 성과를 새롭게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총생산(GDP) 외에 불평등, 가계부채, 결혼 및 이혼율, 기대수명과 같은 수치화가 비교적 쉬운 것들 외에 행복, 환경, 정신건강 같은 것들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외에 여러 이념적 가치도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신뢰와 경제성장의 관계가 폭넓게 연구되고 있으며, 권위주의 타파와 개인주의가 혁신을 촉진한다는 연구도 있다. 그러나 그 어떤 지표도 현재 국가의 경제 및 생활 수준의 현실을 표현할 수는 있어도 위에서 말한 여러 한계 때문에 현 정부를 평가하는 데 사용하기는 어렵다. 최선의 방법은 정책 수립 단계에서 철저한 평가를 거치는 것이다. 여러 학자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여러 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왔고,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상당한 성과를 거둬 왔다. 여전히 첨예한 논란이 있는 정책들도 있지만 어느 정도는 학자들이 의견 일치를 본 정책들도 있으며, 이러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제일 필요한 일은 현 정부가 먹고사는 문제를 쉽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경제 성적을 평가한다는 시도의 상당수는 고대 왕국에서 천재지변이 일어났으니 왕의 목을 베어서 제단에 바쳐야 한다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경제는 대단히 중요하다. 중요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경제를 어설프게 정권에 대한 평가로 재단하지 말고, 정권을 초월해 장기간에 걸쳐 정책의 사후 평가를 하고 현재 환경을 진단해 새로운 정책 수립에 반영해야 한다.
  • “루브르박물관, 문경한지 영구적 보존성에 깜짝 놀라”

    “루브르박물관, 문경한지 영구적 보존성에 깜짝 놀라”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은 지난해 소장 중인 로스차일드 컬렉션 가운데 판화 ‘성캐서린의 결혼식’을 비롯한 다수의 작품을 복원했다. 로스차일드 컬렉션은 세계에서 가장 부자 가문으로 꼽히는 로스차일드가문 소장 미술품이다. 국내에서도 ‘고려 초조대장경’이 복간됐다. 초조대장경은 고려 현종 2년(1011년)에 불심으로 거란의 침입을 막고자 판각을 시작해 선종 4년(1087년)에 완성된 우리나라 최초의 대장경이다. 하지만 몽골의 침입으로 1232년 불에 타 없어졌으며, 대구시와 대한불교조계종 동화사 등은 2011년 제작 1000년을 기념해 다시 출판했다. 이들 작업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경북도중요무형문화재 한지장(韓紙匠·제23-2호) 김삼식(78)씨가 우리의 전통 방식으로 만든 ‘문경 한지’가 사용된 것이다. 특히 세계를 대표하는 루브르박물관이 기록 유물 복원용 종이로 다른 나라 종이가 아닌 한국, 그것도 경북 문경의 전통한지를 사용한 것은 큰 사건이다. 김 한지장은 올해로 69년째 전통 한지 제조방식을 고수하며 종이 만드는 일에 매달리고 있다. 그 바탕에는 오로지 바보처럼 묵묵히 전통의 맥을 잇겠다는 철저한 장인정신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 8일 김 한지장이 관장을 맡고 있는 문경시 농암면 한지장 전수교육관을 찾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루브르박물관이 유물 복원에 문경 한지를 사용하게 된 배경은. “박물관 측은 오랫동안 기록 유물 보수용 등의 종이로 일본 전통종이 화지(和紙)와 중국 선지(宣紙)를 사용해 왔다. 하지만 내구성과 보존성에 있어 단점이 발견돼 애로를 겪어 왔고, 수년 전부터 세계 각국에 수소문해 영구적인 보존성을 갖춘 종이 찾기 작업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국내 일부 학자와 전문가들이 박물관 측에 문경 한지를 소개했고, 아리안 드 라 샤펠 루브르박물관 소장이 2016년 2월 문경을 직접 방문해 문경 한지의 제조 과정과 효능을 살핀 뒤 “지구상에 이런 종이가 있다니?”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게 인연이 됐다. 이번 복원 작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루브르박물관이 다른 유물 복원용에도 문경 한지를 사용하기로 했다.” -한지와 일본 화지, 중국 선지의 차이점은. “한지의 품질을 결정짓는 핵심은 우리만의 ‘외발뜨기’다. 화지나 선지는 ‘쌍발뜨기’로 종이에 방향성이 생겨 잘 찢어지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외발뜨기 한지는 섬유가 직교하면서 서로 얽혀 훨씬 질긴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화지 등에 비해 내구성과 보존성이 훨씬 뛰어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록물이 통일신라시대 무구정광대다라니경으로 인정받은 만큼 기록유산으로서 한지의 품질은 세계 독보적이다. -오는 21일 루브르박물관 측에서 또다시 문경 한지를 찾는다는데. “그렇다. 이번에는 샤펠 소장과 박물관 관계자 10여명이 함께 온다. 문경 한지의 우수성을 인정한 박물관 측이 직접 제조 과정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들에게 닥나무 삶기부터 다듬기까지 모두 8단계를 거치는 전통 문경 한지의 까다로운 공정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고 샘플을 공개하겠다. 또 박물관 측이 문경 전통한지를 문화재복원 데이터베이스작업 표준 종이로 선정해 준 데 대해 감사도 드리겠다.” -루브르박물관이 김 한지장을 한지 분야 세계 최고의 장인으로 인정한 셈이다. “(웃음)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옛날식으로 만든 것이 ‘과학적으로 세계 최고’로 인정받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평생 한지를 옛날 방식대로 만드는 것밖에 모른다. 항상 천년을 견디는 ‘고려지’를 재현해 낸다는 일념으로 종이를 만든다. 빠른 길 대신 바른 길을 택해 가고 있다고 자부한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종이는 화지이지만, 예부터 동양 최고의 종이는 고려지였다.” -어떻게 한지장이 됐나. “아홉살 때부터 종이 만드는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일제의 강제 노역에 시달리던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뒤 입에 풀칠이라도 하기 위해 옆 마을로 시집을 간 누이의 시아주버니였던 유영운 장인의 닥공장에 나가게 됐다. 그곳에서 전통한지 만드는 법을 혹독하게 배웠다. 밥줄이 걸린 일이라 싫다, 힘들다는 내색을 할 수 없었다. 그저 죽어라고 일만 했다. 일이 너무 험하고 고돼서 그만둘까도 생각했지만 지독한 가난 때문에 배운 것이라곤 전통한지 뜨는 일밖에 없었다. 결국 세계에서 1등 가는 한지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외곬의 길을 걸어왔다. 이 때문인지 2005년에는 인생의 훈장인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한지장이 됐다.” -전통 문경 한지 제조방식을 소개해 달라. “먼저 직접 재배한 우리의 재래종인 ‘참닥’(조선닥) 1년생 닥나무를 삶아 벗겨 낸 껍질에서 다시 겉껍질을 제외한 백피(속껍질)만 빼낸다. 이를 잿물에 넣어 삶고 두드려 물에 씻고, ‘황촉규’(닥풀)라고 하는 식물로 만든 천연 풀을 섞어 종이를 뜨는 공정 과정이 꽤 까다롭다. 이 과정에서 화학약품은 일절 들어가지 않는다. 말로는 간단하고 쉽지만, 실제로 손이 수천 번 움직이고 마음을 수백 번 담아야 질 좋고 오래 사는 한지를 만들 수 있다. 한지는 1년 중 서리 내릴 때부터 3월 초까지 다섯 달 정도밖에 만들 수 없다. 왜냐하면 날씨가 더워지면 천연풀이 상해 만들 수 없다.” -작업장이 한지장의 이름을 딴 ‘삼식지소’(三植紙所)다. 무슨 의미인가. “양심, 진실, 전통 세 가지를 지키겠다고 내 이름을 따 작업장 입구에 붙였다. 천년 세월을 버텨 주는 전통한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마음이 중요하다. 마음을 담지 않으면 절대 좋은 종이가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전통을 굳건히 지키는 것이 내 인생이다. 우리 전통한지를 욕되게 해서는 안 된다.” -아들 춘호(45)씨가 문경한지장 전수교육 조교로 있다. 종이 만드는 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 “내 자식이지만 참으로 고맙고 대견스럽다. 종이를 떠서 큰돈을 벌겠다는 야망보다 세계에서 제일 좋은 한지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나의 염려보다는 전통한지를 지켜내는 일에 훨씬 진지한 자세로 임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도회지에서 사회생활을 하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한지장으로 살겠다며 곁을 지키고 있다. 벌써 20년째 전통한지 만드는 일을 배울 뿐만 아니라 충북대 대학원에서 한지 관련 공부와 연구도 열심히 하고 있다. 현재 우리 부부와 아들딸 등 온 가족이 연간 1만 3000여장(각 전지 크기 145×75㎝)의 종이를 떠서 1억 3000만원 정도의 조수입(농가의 생산물 총액)을 올리고 있다. 투자와 노력에 비해 큰돈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우리의 전통한지가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저질의 저가 수입 종이가 한지로 둔갑하는가 하면 국내 많은 한지장들이 백피를 만들 때 칼로 일일이 긁어내는 대신 화학약품을 써서 겉껍질을 녹이는 방식을 쓴다. 하지만 이런 한지는 질기지도 않고 오래 보존되지도 않는다. 게다가 요즘엔 닥나무 껍질 대신 수입한 펄프를 사용하거나 중국산 닥나무를 써 더 쉽게 만들고 있다. 이 때문에 전통 한지장들의 사기가 크게 꺾이고 설 자리마저 위협하고 있다. 먹고살아야 종이도 뜬다. 정부나 자치단체가 전통 한지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 줄 것을 간곡히 당부한다.” 글 사진 문경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판깨스트] ‘레깅스 판결’ 논란으로 본 몰카 속 ‘성적 수치심’

    [판깨스트] ‘레깅스 판결’ 논란으로 본 몰카 속 ‘성적 수치심’

    버스에서 내리기 위해 뒷문에 서있던 여성을 휴대전화로 8초 동안 촬영한 남성. 불법 촬영을 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단을 받았다가 2심에서 무죄로 결과가 뒤집혀 최근 많은 논란이 됐습니다. 사진에 찍힌 피해 여성이 운동복 차림의 레깅스를 입고 있었는데, 일상복을 입고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던 여성의 모습을 찍었다고 해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여성단체 등을 중심으로 판결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는데, A4용지 다섯 장 분량의 이 항소심 판결을 들여다 보면 고민해 볼 부분이 꽤 많습니다.  지난달 24일 의정부지법 형사항소1부(부장 오원찬)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벌금 70만원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24시간 이수 명령을 선고한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A씨는 지난해 같은 버스에 타고 있던 피해여성 B씨가 버스에서 내리기 위해 뒷문 단말기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보고 휴대전화로 레깅스 바지를 입고 있는 피해자의 엉덩이 부위 등 하반신을 약 8초 동안 몰래 동영상으로 촬영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는 촬영’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1항이 A씨에게 적용됐습니다.  ●버스에서 8초간 여성 뒷모습 찍은 남성, 1심 유죄→2심서 무죄로 뒤집혀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촬영한 피해자의 신체 부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여섯 가지 근거를 설명했는데 요약하자면 ‘레깅스를 입고 버스에 타 있는 여성의 전신을 촬영한 것이 과연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하는가?”라는 겁니다.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한 뒤 논란이 일 것을 의식해서인지 매우 이례적으로 판결문 중간에 영상 속 한 장면을 캡처한 사진도 실었습니다. 무죄를 선고하면서 재판부의 판단을 합리화하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고 어쩌면 몰카 관련 성폭력 범죄를 심리하는 다른 재판부도 이 사건과 같은 경우 어떤 판단을 해야하는지 함께 고민해보자는 취지로 굳이 사진을 첨부했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판결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져 법원 안에서도 대부분의 여성 판사들이 회원으로 있는, 800여명의 법관이 모인 젠더법연구회에서도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연일 공방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레깅스를 입은 모습이 과연 성적 수치심을 주는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판단한 재판부의 근거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성적 수치심’이란 무엇인가 의문에 부딪히게 됩니다. 이 판결에서 재판부의 무죄 판단 근거는 이렇습니다. -피해자는 엉덩이 바로 위까지 내려오는 다소 헐렁한 어두운 회색의 운동복 상의를 입고 있었고 발목까지 내려오는 검정색 레깅스 하의에 운동화를 신고 있어 외부로 직접 노출되는 피해자의 신체 부위는 목 윗 부분과 손, 레깅스 끝단과 운동화 사이의 발목 부분이 전부였다.-피고인은 피해자의 상반신부터 발끝까지 전체적인 오른쪽 뒷모습을 촬영했는데 특별히 피해자의 엉덩이 부위를 확대하거나 부각시켜 촬영하지 않았다.-피해자 뒤에서 몰래 촬영한 것이기는 하지만 특별한 각도나 특수한 방법이 아닌 사람의 시야에 통상적으로 비춰지는 부분을 그대로 촬영했다. -피해자가 입고 있던 레깅스는 피해자와 비슷한 연령대의 여성들 사이에서 운동복을 넘어 일상복으로 활용되고 있고 피해자 역시 일상적인 옷차림으로 대중교통에 탑승해 이동했다. ‘레깅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적 욕망의 대상이라 할 수 없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입던 레깅스가 ‘스키니진’과 큰 차이가 없다고 보충 설명도 더했습니다.) -피해자가 경찰 조사에서 “기분이 더럽다”는 등의 진술을 했지만, 이 진술이 불쾌감이 불안감을 넘어 성적 수치심을 나타낸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이후 피해자는 피고인에 대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피고인의 행위가 부적절하고 피해자에게 불쾌감을 유발하는 것임은 분명하다’고 판결문에 적었습니다.) -피고인의 휴대전화에서 추가로 확인된 영상은 없다. 재판부는 아마도 일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젊은 여성의 모습을 촬영했다는 것만으로 성폭력범죄의 몰카에 해당한다고 처벌할 수 있는가를 고민했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나의 모습을 누군가 몰래 촬영한 데 대한 불쾌감과 성적 수치심을 구분한 것입니다. 그러나 판결을 비판하는 쪽에서는 옷차림 등 여성의 모습이 아닌, 여성을 왜 촬영했는지 그 의도에 더욱 집중했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김재련 변호사는 “레깅스를 입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 여성을 촬영할 만한 이유가 있었는지, 어떤 경위로 촬영을 했는지, 피해자의 동의가 있었는지, 성적 불쾌감을 느낄 사안이었는지를 합리적으로 판단했어야 한다”면서 “미니스커트와 레깅스에 따라 피해자의 성적 불쾌감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 아닌데 옷차림에 따라 구분한 것은 가해자 중심의 관점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구여성인권센터 신박진영 대표도 “일상에서 일상복을 입고 있었더라도 촬영자의 의도에 따라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면서 “피해자의 동의 없이 불법으로 촬영한 영상이고 뒷모습을 무슨 의도로 찍었을지 보면 충분한 것”이라면서 “레깅스를 강조한 이 판결에서는 마치 피해 여성에게 ‘네가 딱 달라붙는 레깅스를 입은 게 문제’라고 말하는 것 같다.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고 다녔기 때문인데 왜 촬영한 것을 뭐라고 하는가에 대한 생각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습니다. ●미니스커트 전신사진은 무죄·허벅지 부각된 반바지 사진은 유죄…엇갈린 판결들 그런데 무엇보다도 몰카에 관한 ‘성적 수치심’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나 판단 근거가 없어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자의적으로 판단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크게 지적됐습니다. 대법원은 2015년 “촬영한 부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하는지는 객관적으로 피해자와 같은 성별, 연령대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들의 관점에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되는지를 고려함과 아울러 피해자의 옷차림, 노출의 정도 등은 물론 촬영자의 의도와 촬영에 이르게 된 경위, 촬영 장소와 각도 및 거리, 촬영된 원판의 이미지, 특정 신체 부위의 부각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체적·개별적·상대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판시했지만 워낙 다양하고 교묘해진 몰카 범죄를 두고 법원의 판단은 번번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주로 신체 부위와 사진의 구도 등으로 판단이 갈린 경우가 많았는데요. 과거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의 다리를 촬영한 남성에게는 “전신을 그대로 촬영했고 의상이 과도하게 노출되지 않았다”며 무죄가 선고되기도 하고 반바지 차림의 여성을 촬영한 남성은 “허벅지를 부각시켰다”며 유죄가 선고된 일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한 대학생이 고교 시절 같은 반 여학생들의 발 부위를 364차례 촬영하고 해외 성인사이트에 사진을 게시한 혐의로 유죄 판단을 받기도 했습니다. 판단이 자주 엇갈리는 것은 그만큼 어떤 신체 부위가 얼마나 강조됐는지를 비롯해 피해자의 동의를 받지 않과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한 의도를 파악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뜻일 겁니다. 법 조항에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는 촬영한 때’ 범죄가 성립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요. 만약 공공장소나 이번 사건과 같이 버스 안에서, 피해자의 특정 부위를 확대해서 촬영하지 않고 전체 배경의 하나로 담은 뒤 확대해서 보거나 캡쳐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특정 부위를 캡쳐해 저장한 사진이 다수 확인된다면 불법 촬영의 의도성이 입증될 가능성이 있지만 단순히 공공장소를 전체적으로 찍은 사진만으로는 성폭력 범죄의 몰카 관련 의도성이 입증되기는 쉽지가 않다고 합니다. 수도권의 한 법학전문대학원의 헌법학 교수는 “성폭력처벌법에서 불법촬영을 처벌하기에 애매한 부분이 있다”면서 “법에 따라 엄격하게 판결할 수밖에 없다는 게 법원의 입장인데 그동안의 판결들을 보면 숨겨진 곳인지 드러낸 곳인지, 치부심을 나타낼 수 있는 부위인지를 판단하게 되고 이 사건의 경우 레깅스를 입은 모습은 누구에게나 보여지는 모습이라 처벌하기는 어렵다고 판결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불법 촬영을 처벌할 근거가 모호하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성폭력범죄 특례법 규정은 ‘성적 수치심’만 앞세워 오히려 불법 촬영 행위 자체에 대한 처벌 근거가 약해졌다는 것입니다. 법여성학을 강의하는 한 대학 교수는 “이 사건의 핵심은 비동의촬영인데 성폭력범죄 특례법 14조 위반에 적용하려면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으니 2심에는 불법 촬영에 대한 쟁점보다 성적 수치심에 강조를 두고 판결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성단체나 전문가들은 또 법에 명시된 ‘성적 수치심’이라는 표현부터 고쳐야 한다고도 지적합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성적 수치심이라는 용어가 성폭력의 판단 기준이 되면 안 된다. 수치심은 가해자의 몫이어야 한다”면서 “성적 또는 인권침해로 인해 입은 분노와 모멸감 등이 피해자가 느끼는 감정이고 피해자가 부끄러워야 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성적 수치심에 대한 판단 기준이 누구의 시점인지를 되묻고 싶다”며 “지금은 판사가 봤을 때 ‘이 여자가 수치심을 느꼈는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도로 국회에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성적 불쾌감’으로 고치는 내용의 개정안도 발의됐지만 아직 계류 중이기도 합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법서라] 쉬운 길 택한 법무부...시작부터 꼬인 ‘수사공보 규정’

    [법서라] 쉬운 길 택한 법무부...시작부터 꼬인 ‘수사공보 규정’

    사문화된 형법의 피의사실공표죄훈령으로 예외 규정 정한 건 문제과거사위도 별도 입법 권고했지만새 훈령 제정했다가 논란만 키워시행까지 20일, 김오수 결단 요구 [편집자주] 전국 최대 법원과 최대 검찰이 몰려 있는 서울 서초동에는 판사, 검사, 변호사뿐만 아니라 그들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있습니다. 일반 국민의 눈으로 보는 법조계는 이상한 일이 참 많습니다. 법조의 뒷이야기와 속이야기를 풀어드리는 ‘법조기자의 서리풀 라이프’, 약칭 ‘법서라’를 토요일에 선보입니다.“검찰, 경찰 등 수사 직무를 행하는 자가 피의사실을 공판 청구 전에 공표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형법에 규정된 피의사실공표죄 조항입니다. 재판 전에 피의사실을 누설하면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이 법은 예외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피의사실공표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조항은 실제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피의사실공표죄로 접수된 사건 347건을 분석한 결과 기소된 사례는 전무했습니다. 올해 울산지검이 ‘약사면허증 위조 사건’과 관련해 보도자료를 낸 울산경찰청 소속 경찰관들을 피의사실공표 금지 위반 혐의로 수사하면서 첫 기소 사례가 나올지 주목됐지만 예상 외로 수사가 오래 걸리고 있습니다. 사문화된 형법 조항에 다시 숨을 불어넣는 게 좀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법무부는 박상기 전 장관 시절부터 피의사실공표 금지 대책을 준비해 왔습니다. 박 전 장관 때 출범한 검찰과거사위도 지난 5월 형법상 피의사실공표죄를 엄격히 적용하고, 공소 제기 전에 공보가 필요한 사항은 별도 입법을 통해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습니다. 법무부, 행정안전부를 포함하는 범정부 차원의 ‘수사공보 제도 개선 위원회’를 구성해 훈령 수준의 현행 공보 규정을 폐지하고, 대신 ‘수사공보에 관한 법률’(가칭)을 마련하라는 것입니다. 예외 규정을 훈령에 두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서입니다. 법무부는 어떻게 했을까요. 결과적으로 검찰과거사위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범정부 차원의 위원회를 구성했다는 얘기도 없습니다. 법무부는 입법을 통한 해결보다는 내부 훈령을 손질하는 ‘쉬운 방법’을 택한 것입니다. 기존의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으로는 피의사실공표를 막을 수 없다고 보고 지난 7월부터 새로운 훈령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 훈령이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형사사건 공개금지에 관한 규정’입니다. 형법은 피의사실공표와 관련해 어떠한 예외도 허용하지 않고 있는데 법무부가 자체적으로 만든 훈령에는 예외적 공개 요건이 들어가 있습니다. 법무부 훈령은 국회 입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국무회의 의결 사항도 아닙니다. 법무부가 훈령을 어떻게 만들어 운영하든 견제할 장치가 없는 것입니다. 훈령을 바꾸면서 어떤 내용을 넣고 빼는지도 법무부의 자율에 맡겨져 있습니다. 일례로 기존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에는 이 준칙을 위반해 수사 사건의 내용을 공개하면 즉시 검찰총장에게 보고한 후 ‘감찰’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한 규정(위반행위에 대한 조치)이 있습니다. 수사 담당자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는 조항인데요. 이번 형사사건 공개금지에 관한 규정에는 ‘이 훈령을 위반하는 행위를 한 경우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에게 이를 보고해야 한다’(위반행위에 대한 보고)고 나와 있습니다. 피의사실공표와 관련해 더 엄격한 규정을 만들면서 정작 감찰 규정을 뺀 게 쉽게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오보 대응과 관련해서도 훈령 내용이 바뀌었습니다. 기존 준칙에는 ‘검찰총장 및 각급 검찰청의 장은 오보 또는 추측성 보도를 한 언론기관 종사자에 대해 브리핑 참석 또는 청사 출입의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새로 바뀐 훈령에는 ‘검찰총장 및 각급 검찰청의 장은 사건관계인, 검사 또는 수사업무 종사자의 명예, 사생활 등 인권을 침해하는 오보를 한 기자 등 언론기관 종사자에 대해 검찰청 출입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법무부는 기존 준칙에 있던 ‘추측성 보도’를 삭제하고, 인권을 침해한 오보를 했을 때만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검찰청 출입 제한 조치는 의무 사항이 아닌 재량 사항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일각에서는 언론이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으면서 법무부를 공격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기존 준칙에 있는 내용을 더 엄격하게 적용하려는 것인데, 뭐가 잘못됐느냐는 것입니다. 게다가 기존 준칙의 최초 시행일이 2010년 1월이면 이명박 정부 때 만들어진 것인데 그때는 왜 아무런 문제제기가 없다가 이제 와서 난리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 준칙이 만들어진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피의사실공표 문제가 심각한 이슈로 떠오를 때였습니다. ‘논두렁 시계’ 보도와 관련해선 언론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 해도 당시 법무부가 이 준칙을 만들었을 때 언론이 흔쾌히 받아들인 것은 아닙니다. 2010년 1월 23일자 경향신문은 사설 ‘언론에 재갈 물리겠다는 수사공보준칙’에서 “오보 또는 추측성 보도를 한 기자에 대해서는 청사 출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어떤 보도가 오보이고 추측성 보도인지, 누가 무슨 기준으로 그를 판별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날카롭게 비판했습니다. 오보에 대한 개념이 불명확하고, 오보의 판단 주체가 검찰이란 점에서 자의적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 것입니다. 이 조항은 그대로 남았지만 지난 10여년 동안 실제 적용됐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지난 9월 공개된 이번 훈령 초안에서는 이 조항이 빠졌습니다. 법무부가 언론에 보내온 초안에도 이 내용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중순 법무부가 대검찰청에 보낸 수정안에 이 조항이 다시 들어갔습니다. 이 조항은 10여년 전에도 문제가 됐다는 점에서 적어도 언론과 사전 협의를 했어야 했는데 이러한 절차가 생략됐습니다. 기자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등이 “법무부의 언론 통제 시도를 중단하라”고 나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훈령을 사실상 개정하면서 제정의 형식을 취했기 때문에 더 문제가 커진 것 같다”면서 “없어져야 할 유물과도 같은 조항”이라고 말했습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보를 낸 기자의 출입제한 조치를 담은 법무부 훈령에 대해 “그렇지 않아도 논란이 많아 하루가 긴데 왜 굳이 논란을 끌어오겠느냐”면서 경찰은 이러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 없다고 에둘러 밝혔습니다. 민 청장은 또 “국회에서 빨리 입법이 돼 법률로 (공보기준이) 정리되기를 바란다”면서 “국회 논의 과정에 우리도 참여해 의견을 내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법무부가 입법의 길을 택했다면 논란이 되는 조항은 입법 과정에서 치열한 논의를 거쳐 정리가 됐을 것입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도 지난 5일 국회에서 법무부의 새로운 수사공보 규정에 대해 “현재 보도에 나온 것만으로 볼 때는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고 했습니다. 한 위원장은 “훈령의 취지는 피의자의 인권 강화라는 측면이 있었지만, 취재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여러 고려를 했어야 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법무부는 지난 7월부터 준비한 규정이 이제 와서 문제되는 게 당혹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무부가 이 훈령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라도 재정비는 필요해 보입니다. 아직 시행까지 20여일이 남았습니다. 김오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의 결단과 지혜가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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