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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요계 ‘음원 사재기’ 의혹 다룬다..‘그것이 알고 싶다’ 예고 공개

    가요계 ‘음원 사재기’ 의혹 다룬다..‘그것이 알고 싶다’ 예고 공개

    ‘그것이 알고 싶다’가 가요계 음원 사재기 논란에 대해 다룬다. 1일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음원 사재기! 실체 없는 소문인가. 교묘한 조작인가’를 주제로 한 예고 영상을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에는 지난해 11월 블락비 박경이 자신의 SNS에 남긴 ‘바이브처럼 송하예처럼 임재현처럼 전상근처럼 장덕철처럼 황인욱처럼 (음원) 사재기 좀 하고 싶다’라는 글로 시작된다. 당시 박경은 가수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음원 사재기 의혹을 제기하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이에 ‘그것이 알고싶다’는 실제로 사재기 제안을 받은 가수들의 증언을 공개할 예정이다. 예고편에는 가수 타이거JK가 “저희가 받은 제안은 되게 충격적이었다”고 말하는 모습도 담기며 궁금증을 유발했다. 특히 “‘그것이 알고싶다’가 누굴 만나는지 업체들끼리 공유하고 있다”거나 “의심받지 않은 사람 중에도 음원 사재기를 한 사람이 있다”는 내용의 제보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본 방송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지고 있다. 한편,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오는 4일 오후 11시 10분에 방송된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냠냠 남도’ … 꾸미지 않은 멋이다

    ‘냠냠 남도’ … 꾸미지 않은 멋이다

    차가운 겨울바람에 갯것들이 익어 갑니다. 뭍의 산물은 거개가 자취를 감췄지만 바다 먹거리는 지금이 한창입니다. 전남 장흥으로 갑니다. 맛으로 이름난 남도에서도 ‘맛의 방주’라 부를 만한 곳입니다. 포실하게 살이 오른 ‘바다의 꽃’ 굴이며 지쳐 누운 소도 벌떡 일으켜 세운다는 낙지, 웰빙 먹거리의 상좌 자리를 꿰찬 매생이 등이 이 계절의 대표 먹거리들이지요. 여기에 남도 고유의 발효차 청태전으로 입을 가시고, ‘한국관광의 별’로 떠오른 편백나무 숲의 청신한 공기를 마시며 머리를 맑게 할 수 있습니다. 힘찬 새해를 여는 여행지로 이만한 곳도 없지 싶습니다. 장흥의 맛은 직선적이다. 에둘러 돌아가는 법이 없다. 식재료를 이리저리 섞어 내는 조미의 힘보다, 재료 본연의 맛에 충실한 식습관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마 전능한 이가 ‘맛의 방주’를 만들어 제철 식재료로 채운다면 장흥산이 상당 부분 차지하지 않을까 싶을 만큼 장흥의 물산은 계절에 따라 다양하다. 그 가운데 한겨울이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해산물은 단연 굴이다. 전설적인 플레이보이 카사노바가 즐겨 먹었다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가장 유명한 정력 식품 중 하나다. 장흥에서라면 다른 식재료를 넣고 조리하는 것보다 굴 자체를 직화로 구워 먹는 직선적인 조리 방식이 더 잘 어울린다. 장흥에서 굴구이로 이름난 곳은 용산과 관산 등 두 곳이다. 두 지역의 거리는 멀지 않지만 먹는 방식은 꽤 다르다. 먼저 ‘용산의 맹주’ 남포마을. 소나무 몇 그루 있는 소등섬이 바다 위에 달처럼 떠 있는 마을이다. 마을 앞 바다에서 ‘돌꽃’ 석화(石花)가 난다. 남포마을 굴은 ‘한정판’이다. 11월 말부터 3월까지 잘해야 석 달 남짓 채취한다. 나머지 기간에는 마을 사람 누구도 굴을 채취하지 않는다. 당연히 굴구이 집들도 문을 닫는다.남포마을에서 파는 굴은 사실 ‘못난이’다. 자연산이어서 그렇다. 알도 잔 편이다. 굴 껍데기에는 뻘이 묻어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잘 씻어서 낸다고 해도 그렇다. 하지만 자연산을 선호하는 이들의 생각은 확고하다. 맛도 좋거니와 뻘을 조금 먹는 것 정도는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반면 양식으로 키워 낸 굴은 뻘에서 채취한 굴에 비해 알도 크고 모양도 예쁘다. 종패를 넣어 키운 양식 굴구이 집들이 늘어선 곳은 관산읍 죽청마을 일대다. 현지인들조차 두 지역에 대한 호불호가 엇갈린다. 양식을 선호하는 이들의 주장은 당연히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는 것이다. 맛의 차이가 경미한 만큼 기왕이면 알이 굵고 깔끔한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다. 굽는 방식도 약간 다르다. 남포마을에는 장작을 때 굽는 옛날 방식을 고수하는 집이 세 곳 정도 된다. 화덕이나 드럼통 등 불을 피우는 형태만 다를 뿐이다. “용곤이 아재네 집”(공식 상호는 석화일번지)은 드럼통, “수정이네 집”(남포수산)은 황토 화덕을 쓰는 식이다. 편리하기로는 사실 가스불을 따를 수 없다. 깔끔하고 화력도 고르다. 장작은 아무래도 불편하다. 참나무 장작을 구해야 하고, 연기도 많이 난다. 재가 날릴 때도 있다. 한데 정감 넘치는 분위기라면 단연 장작불이다. 맛 역시 장작불이 구이에 가깝다면, 가스불은 찜에 좀더 가깝다. 장작불로 구울 때는 순서가 있다. 먼저 굴은 센 불에서 구워 먹는다. 이어 중불에 토종닭을 굽고, 마지막으로 숯불의 열기를 이용해 삼겹살까지 구워 먹는다. 굴은 껍데기에 묻은 뻘이 회백색으로 마를 때쯤 먹는 게 좋다. 완전히 익히기보다 약간의 수분이 남을 정도라야 특유의 향과 맛을 만끽할 수 있다. 굴구이는 치장하지 않은 자연의 맛이 일품이다. 처음엔 쌉싸름했다가 곧 달달해진다. 그네들 말로 “달보드레”하다. 여기에 짭조름한 맛이 더해지며 별다른 양념 없이도 달게 넘어간다.낙지 역시 장흥산 스태미나 식품의 대표 주자 중 하나다. ‘지쳐 누운 소도 벌떡 일으켜 세운다’는 속담의 주인공이다. 장흥은 우리나라 낙지 생산 1번지다. 국내 최대 낙지 산지인 전남에서도 40% 정도가 장흥산이라고 한다. 장흥산 낙지는 머리가 작다. 발은 오종종하고 길다. 몸 맛은 씹을수록 쫄깃하다. 낙지는 한 마리를 둘둘 말아 통째 먹는 게 최고다. 현지인들은 발을 쑥쑥 훑어 바닷물만 덜어 내고 먹는 방식을 선호한다. 뭍에서 온 사람들은 아무래도 초고추장이 곁들여져야 수월하게 먹을 수 있다. 통째 먹는 게 불편하면 ‘탕탕이’를 먹으면 된다. 낙지를 잘게 “쪼사”(잘게 자른다는 뜻의 사투리) 소고기 육회 등을 얹어 먹는 방식이다. ‘낙지삼합’도 요즘 인기다. 낙지와 키조개, 돼지고기를 한 번에 즐기는 요리다. 먼저 날것으로 낙지를 먹고 키조개는 약간 익혀 먹는다. 이어 식기 아래 깔아 둔 돼지고기가 익을 무렵 통통하게 익은 낙지 다리와 달보드레한 키조개, 기름진 돼지고기를 하나로 묶은 뒤 입에 날름 털어 넣는다. 겨울철 참살이 식품의 상좌 자리는 매생이 몫이 아닐까 싶다. 매생이는 12∼2월 추운 겨울에 잠깐 나타나 담백한 제 몸 맛을 알려 주고는 금세 사라지는 해조류다.매생이가 많이 나는 곳은 내저마을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매생이 양식이 시작됐다는 곳. 매생이는 파도가 잦아지는 굽은 곳, 바닷물과 민물이 몸을 섞는 기수역에서 잘 자란다. 항아리 형태의 내저마을 앞바다는 이 같은 조건의 최적지로 꼽힌다. 예전에는 매생이 양식발을 설치한 시기에 따라 채취 시기가 달라졌다. 초사리나 뻘벗기(가장 먼저 채취한 매생이), 두사리(20일쯤 지난 뒤 채취한 매생이), 홀치기(마지막 채취한 매생이) 등 불리는 이름도 달랐다. 요즘은 이런 모습을 찾기 힘들다. 채취 작업이 고된 데다 일손도 달리기 때문이다. 한 번에 양식발을 거둬들인 뒤 채취하면 끝이다. 장흥에선 국물이 안 보일 정도로 걸쭉하게 매생이국을 끓인다. 매생이 올이 드러날 정도로 성기게 끓인 도회지의 매생이국은 댈 게 못 된다. ‘무산김’도 겨울이 제철이다. 무산김은 ‘바다의 제초제’라 불리는 염산을 쓰지 않고 양식한 김을 일컫는다. 김으로 만든 요리는 김국 정도가 유일하다. 이름 그대로 멸치 등으로 낸 육수에 말린 김을 설설 풀어 내는 단순한 요리다. 단품 메뉴보다는 시원한 입가심용으로 즐겨 먹는다. 예전에는 ‘소울 푸드’라 할 만큼 쉽게 맛볼 수 있었지만 요즘은 몇몇 식당에서만 김국을 낸다.청태전은 요즘 장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전통 녹차다. ‘푸른 이끼가 낀 동전 모양 차’라는 뜻의 이름이 독특하다. 삼국시대부터 근세까지 장흥을 중심으로 발달한 발효차로, 맛이 순하고 부드럽다.■ ‘쉬이쉬이’ 겨울도 푸르다 입만큼 눈도 즐거운 장흥 이제 ‘식후경’을 말할 차례다. 장흥엔 ‘2019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된 여행지가 있다. 편백숲 우드랜드다. 2015년 토요시장에 이은 두 번째 별이다. 편백숲에선 한겨울에도 초록빛 샤워를 할 수 있다. 여기에 힘찬 해돋이를 마주할 수 있는 정남진 전망대와 회령진성, 안중근 의사를 배향한 해동사 등의 명소들을 돌다 보면 하루해가 금방 진다.①편백숲 우드랜드는 삼림욕을 겸한 산림휴양지다. 40~50년 된 아름드리 편백나무가 100㏊에 걸쳐 군락을 이루고 있다. 군데군데 삼나무도 섞여 있어 ‘피톤치드의 보고’라는 상찬을 받는다. 정확히는 편백나무가 70%로 주종을 이루고, 삼나무가 30%가량 섞여 있다. 편백숲은 주민들의 울력으로 만들어졌다. 1969년부터 우목리 등 인근 마을 주민들이 십시일반 노동력을 보태 우드랜드를 조성했다. 우드랜드에 들면 수직으로 높지거니 솟은 편백나무의 기세에 우선 놀란다. 한낮에도 어둡게 느껴지는 편백숲에서는 나무의 정령들이 날아다닐 것만 같다. 모든 게 삭아 내린 한겨울에 초록빛 나무와 마주하다 보면 눈이 저절로 정화되는 듯하다. 숲에 들면 나무의 향기와 청량한 공기가 동시에 밀려든다. 두 팔 벌려 마음껏 초록빛 샤워를 즐긴다. 삼림욕이란 바로 이런 것이지 싶다. 우드랜드가 깃든 곳은 억불산(518m)이다. 산세가 여인의 고운 치마폭을 닮았다는 곳으로, 장흥의 대표적인 관광 아이콘 가운데 하나다. 우드랜드에서 억불산 정상까지는 무장애 데크길이 이어져 있다. 이른바 ‘말레길’로, 편백숲 사이에 목재데크를 깔아 장애인, 노약자 등 관광 약자들이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게 했다. 지난해 우드랜드가 한국관광의 별에 선정되기까지 말레길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고 전해진다. 말레길은 ‘소금집’ 옆에서 출발해 억불산 정상까지 구불구불 이어진다. 이리저리 돌아가는 방식으로 나무데크의 경사도를 낮췄다. ‘말레’는 호남 지역에 전해 오는 옛말로, ‘대청마루’를 뜻한다. 방과 방을 연결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 ‘말레’이니, 이해와 소통을 기원하는 길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길이는 약 4㎞다.말레길 초입의 ②‘소금집’은 일종의 찜질방이다. 겨울 추위를 녹이기 좋다. 소금 마사지방, 해독방, 편백 반신욕방, 황토방 등 치유시설과 소금램프, 편백 반신욕기 등 체험물품, 풍욕장 등을 갖추고 있다.장동면의 ③해동사(海東祠)는 안중근(1879~1910) 의사를 배향하는 사당이다. 안 의사와 전혀 연고가 닿지 않는 곳에, 그것도 다른 성씨의 문중에서 이를 세우고 관리해 왔다는 게 놀랍다. 나라 안에서 안 의사를 모신 사당이 하나뿐이라는 사실도 의외다. 게다가 중국 하얼빈에 있는 안 의사 기념관과 해동사의 경도가 126도로 같다는 것도 우연치고는 기막히다. 안 의사의 위패와 영정 등을 모신 해동사는 1955년 조성됐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나라 전체가 어수선했던 혼란기에 안홍천이란 장흥 지역 유지가 세웠다. 안 의사는 순흥 안씨, 안홍천은 죽산 안씨다. 순흥 안씨에서 떨어져 나온 성씨가 죽산 안씨라고는 하지만 혈연이라 할 정도로 가까운 관계는 아니다. 당시 장흥의 재력가였던 안홍천은 안 의사의 후손이 국내에 없어 제사조차 지내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사재를 털어 사당을 세웠다고 한다. 현재도 죽산 안씨 문중에서 해마다 음력 3월에 제향을 지내고 있다. 올해는 안 의사 순국 110주년이 되는 해다. 장흥군에서는 ‘해동사 방문의 해’ 등 이를 기념하는 각종 행사를 일 년 내내 이어 갈 계획이다. 해동사 편액에 적힌 ‘海東明月’(해동명월) 글씨는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썼다고 한다. 사당 내부엔 안 의사 영정 2점과 친필 유묵 복사본이 보관돼 있다.④정남진 전망대는 장흥의 랜드마크다. 서울 광화문에서 정남쪽에 있는 정남진 해변에 세워졌다. 전망대는 탁월한 해돋이 명소다. 소록도, 거금도 등 다도해의 섬들 사이로 해가 떠오르는 장엄한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관산읍 삼산리에 있다. 정남진 전망대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회진포구에 닿는다. 장흥 출신의 많은 문인이 ‘장흥 문학의 자궁’이라 표현했던 포구다. 키 낮은 집들 너머로는 장흥 바다가 부드럽게 능선을 그리고 있다. 이 일대의 바다 물빛이 참 곱다. 청잣빛 바다다.회진포구 뒤편 언덕에 ⑤회령진성이 있다. 남해 일대의 왜구를 소탕하기 위해 1490년(성종 21)에 축조된 만호진성(萬戶鎭城)이다. 이순신 장군이 처음으로 조선수군 함대를 이끌고 출정한 곳이기도 하다. 1597년 당시 삼도수군통제사였던 이순신 장군은 회령포에서 12척의 배와 수군을 모아 임금의 교서를 들고 충성을 결의하는 군례인 ‘숙배’ 행사를 열었다고 전해진다. 회령진성 아래 조성된 12척 배 조형물은 이를 상징하고 있다. 글 사진 장흥 손원천 선임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 (지역번호 061) 낙지는 회진면 대리의 수산물어판장(867-5024)에서 싸게 살 수 있다. 매일 아침 8시쯤 경매가 이뤄진다. 보통 세발낙지 한 마리에 2000~3000원 선이다. 초고추장만 사 가면 그 자리에서 싱싱한 낙지를 맛볼 수 있다. 매생이죽, 떡국 등을 맛보려면 내저마을 인근의 대덕시장으로 가야 한다. 바다횟집(867-2332) 등 식당들이 몰려 있다. 요즘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청태전은 안양면의 다예원(863-8758), 상선약수 마을의 평화다원(863-2974) 등이 알려졌다. 김국은 맛보기가 쉽지 않다. 진선식육식당(863-6668) 등에서 기본 반찬으로 김국을 낸다. 한우와 표고버섯, 키조개를 함께 먹는 ‘장흥 삼합’은 이미 장흥 식도락의 ‘전설’이 됐다. 만나숯불갈비(864-1818), 탐마루(862-8292) 등이 알려졌다.
  • ‘냠냠 남도’ … 꾸미지 않은 멋이다

    ‘냠냠 남도’ … 꾸미지 않은 멋이다

    차가운 겨울바람에 갯것들이 익어 갑니다. 뭍의 산물은 거개가 자취를 감췄지만 바다 먹거리는 지금이 한창입니다. 전남 장흥으로 갑니다. 맛으로 이름난 남도에서도 ‘맛의 방주’라 부를 만한 곳입니다. 포실하게 살이 오른 ‘바다의 꽃’ 굴이며 지쳐 누운 소도 벌떡 일으켜 세운다는 낙지, 웰빙 먹거리의 상좌 자리를 꿰찬 매생이 등이 이 계절의 대표 먹거리들이지요. 여기에 남도 고유의 발효차 청태전으로 입을 가시고, ‘한국관광의 별’로 떠오른 편백나무 숲의 청신한 공기를 마시며 머리를 맑게 할 수 있습니다. 힘찬 새해를 여는 여행지로 이만한 곳도 없지 싶습니다. 장흥의 맛은 직선적이다. 에둘러 돌아가는 법이 없다. 식재료를 이리저리 섞어 내는 조미의 힘보다, 재료 본연의 맛에 충실한 식습관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마 전능한 이가 ‘맛의 방주’를 만들어 제철 식재료로 채운다면 장흥산이 상당 부분 차지하지 않을까 싶을 만큼 장흥의 물산은 계절에 따라 다양하다. 그 가운데 한겨울이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해산물은 단연 굴이다. 전설적인 플레이보이 카사노바가 즐겨 먹었다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가장 유명한 정력 식품 중 하나다. 장흥에서라면 다른 식재료를 넣고 조리하는 것보다 굴 자체를 직화로 구워 먹는 직선적인 조리 방식이 더 잘 어울린다. 장흥에서 굴구이로 이름난 곳은 용산과 관산 등 두 곳이다. 두 지역의 거리는 멀지 않지만 먹는 방식은 꽤 다르다. 먼저 ‘용산의 맹주’ 남포마을. 소나무 몇 그루 있는 소등섬이 바다 위에 달처럼 떠 있는 마을이다. 마을 앞 바다에서 ‘돌꽃’ 석화(石花)가 난다. 남포마을 굴은 ‘한정판’이다. 11월 말부터 3월까지 잘해야 석 달 남짓 채취한다. 나머지 기간에는 마을 사람 누구도 굴을 채취하지 않는다. 당연히 굴구이 집들도 문을 닫는다. 남포마을에서 파는 굴은 사실 ‘못난이’다. 자연산이어서 그렇다. 알도 잔 편이다. 굴 껍데기에는 뻘이 묻어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잘 씻어서 낸다고 해도 그렇다. 하지만 자연산을 선호하는 이들의 생각은 확고하다. 맛도 좋거니와 뻘을 조금 먹는 것 정도는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반면 양식으로 키워 낸 굴은 뻘에서 채취한 굴에 비해 알도 크고 모양도 예쁘다. 종패를 넣어 키운 양식 굴구이 집들이 늘어선 곳은 관산읍 죽청마을 일대다. 현지인들조차 두 지역에 대한 호불호가 엇갈린다. 양식을 선호하는 이들의 주장은 당연히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는 것이다. 맛의 차이가 경미한 만큼 기왕이면 알이 굵고 깔끔한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다.굽는 방식도 약간 다르다. 남포마을에는 장작을 때 굽는 옛날 방식을 고수하는 집이 세 곳 정도 된다. 화덕이나 드럼통 등 불을 피우는 형태만 다를 뿐이다. “용곤이 아재네 집”(공식 상호는 석화일번지)은 드럼통, “수정이네 집”(남포 수산)은 황토 화덕을 쓰는 식이다. 편리하기로는 사실 가스불을 따를 수 없다. 깔끔하고 화력도 고르다. 장작은 아무래도 불편하다. 참나무 장작을 구해야 하고, 연기도 많이 난다. 재가 날릴 때도 있다. 한데 정감 넘치는 분위기라면 단연 장작불이다. 맛 역시 장작불이 구이에 가깝다면, 가스불은 찜에 좀더 가깝다. 장작불로 구울 때는 순서가 있다. 먼저 굴은 센 불에서 구워 먹는다. 이어 중불에 토종닭을 굽고, 마지막으로 숯불의 열기를 이용해 삼겹살까지 구워 먹는다. 굴은 껍데기에 묻은 뻘이 회백색으로 마를 때쯤 먹는 게 좋다. 완전히 익히기보다 약간의 수분이 남을 정도라야 특유의 향과 맛을 만끽할 수 있다. 굴구이는 치장하지 않은 자연의 맛이 일품이다. 처음엔 쌉싸름했다가 곧 달달해진다. 그네들 말로 “달보드레”하다. 여기에 짭조름한 맛이 더해지며 별다른 양념 없이도 달게 넘어간다.낙지 역시 장흥산 스태미나 식품의 대표 주자 중 하나다. ‘지쳐 누운 소도 벌떡 일으켜 세운다’는 속담의 주인공이다. 장흥은 우리나라 낙지 생산 1번지다. 국내 최대 낙지 산지인 전남에서도 40% 정도가 장흥산이라고 한다. 장흥산 낙지는 머리가 작다. 발은 오종종하고 길다. 몸 맛은 씹을수록 쫄깃하다. 낙지는 한 마리를 둘둘 말아 통째 먹는 게 최고다. 현지인들은 발을 쑥쑥 훑어 바닷물만 덜어 내고 먹는 방식을 선호한다. 뭍에서 온 사람들은 아무래도 초고추장이 곁들여져야 수월하게 먹을 수 있다. 통째 먹는 게 불편하면 ‘탕탕이’를 먹으면 된다. 낙지를 잘게 “쪼사”(잘게 자른다는 뜻의 사투리) 소고기 육회 등을 얹어 먹는 방식이다. ‘낙지삼합’도 요즘 인기다. 낙지와 키조개, 돼지고기를 한 번에 즐기는 요리다. 먼저 날것으로 낙지를 먹고 키조개는 약간 익혀 먹는다. 이어 식기 아래 깔아 둔 돼지고기가 익을 무렵 통통하게 익은 낙지 다리와 달보드레한 키조개, 기름진 돼지고기를 하나로 묶은 뒤 입에 날름 털어 넣는다. 겨울철 참살이 식품의 상좌 자리는 매생이 몫이 아닐까 싶다. 매생이는 12∼2월 추운 겨울에 잠깐 나타나 담백한 제 몸 맛을 알려 주고는 금세 사라지는 해조류다.매생이가 많이 나는 곳은 내저마을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매생이 양식이 시작됐다는 곳. 매생이는 파도가 잦아지는 굽은 곳, 바닷물과 민물이 몸을 섞는 기수역에서 잘 자란다. 항아리 형태의 내저마을 앞바다는 이 같은 조건의 최적지로 꼽힌다. 예전에는 매생이 양식발을 설치한 시기에 따라 채취 시기가 달라졌다. 초사리나 뻘벗기(가장 먼저 채취한 매생이), 두사리(20일쯤 지난 뒤 채취한 매생이), 홀치기(마지막 채취한 매생이) 등 불리는 이름도 달랐다. 요즘은 이런 모습을 찾기 힘들다. 채취 작업이 고된 데다 일손도 달리기 때문이다. 한 번에 양식발을 거둬들인 뒤 채취하면 끝이다. 장흥에선 국물이 안 보일 정도로 걸쭉하게 매생이국을 끓인다. 매생이 올이 드러날 정도로 성기게 끓인 도회지의 매생이국은 댈 게 못 된다. ‘무산김’도 겨울이 제철이다. 무산김은 ‘바다의 제초제’라 불리는 염산을 쓰지 않고 양식한 김을 일컫는다. 김으로 만든 요리는 김국 정도가 유일하다. 이름 그대로 멸치 등으로 낸 육수에 말린 김을 설설 풀어 내는 단순한 요리다. 단품 메뉴보다는 시원한 입가심용으로 즐겨 먹는다. 예전에는 ‘소울 푸드’라 할 만큼 쉽게 맛볼 수 있었지만 요즘은 몇몇 식당에서만 김국을 낸다.청태전은 요즘 장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전통 녹차다. ‘푸른 이끼가 낀 동전 모양 차’라는 뜻의 이름이 독특하다. 삼국시대부터 근세까지 장흥을 중심으로 발달한 발효차로, 맛이 순하고 부드럽다. ■ 쉬이쉬이 겨울도 푸르다 이제 ‘식후경’을 말할 차례다. 장흥엔 ‘2019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된 여행지가 있다. 편백숲 우드랜드다. 2015년 토요시장에 이은 두 번째 별이다. 편백숲에선 한겨울에도 초록빛 샤워를 할 수 있다. 여기에 힘찬 해돋이를 마주할 수 있는 정남진 전망대와 회령진성, 안중근 의사를 배향한 해동사 등의 명소들을 돌다 보면 하루해가 금방 진다.①편백숲 우드랜드는 삼림욕을 겸한 산림휴양지다. 40~50년 된 아름드리 편백나무가 100㏊에 걸쳐 군락을 이루고 있다. 군데군데 삼나무도 섞여 있어 ‘피톤치드의 보고’라는 상찬을 받는다. 정확히는 편백나무가 70%로 주종을 이루고, 삼나무가 30%가량 섞여 있다. 편백숲은 주민들의 울력으로 만들어졌다. 1969년부터 우목리 등 인근 마을 주민들이 십시일반 노동력을 보태 우드랜드를 조성했다. 우드랜드에 들면 수직으로 높지거니 솟은 편백나무의 기세에 우선 놀란다. 한낮에도 어둡게 느껴지는 편백숲에서는 나무의 정령들이 날아다닐 것만 같다. 모든 게 삭아 내린 한겨울에 초록빛 나무와 마주하다 보면 눈이 저절로 정화되는 듯하다. 숲에 들면 나무의 향기와 청량한 공기가 동시에 밀려든다. 두 팔 벌려 마음껏 초록빛 샤워를 즐긴다. 삼림욕이란 바로 이런 것이지 싶다. 우드랜드가 깃든 곳은 억불산(518m)이다. 산세가 여인의 고운 치마폭을 닮았다는 곳으로, 장흥의 대표적인 관광 아이콘 가운데 하나다. 우드랜드에서 억불산 정상까지는 무장애 데크길이 이어져 있다. 이른바 ‘말레길’로, 편백숲 사이에 목재데크를 깔아 장애인, 노약자 등 관광 약자들이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게 했다. 지난해 우드랜드가 한국관광의 별에 선정되기까지 말레길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고 전해진다. 말레길은 ‘소금집’ 옆에서 출발해 억불산 정상까지 구불구불 이어진다. 이리저리 돌아가는 방식으로 나무데크의 경사도를 낮췄다. ‘말레’는 호남 지역에 전해 오는 옛말로, ‘대청마루’를 뜻한다. 방과 방을 연결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 ‘말레’이니, 이해와 소통을 기원하는 길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길이는 약 4㎞다.말레길 초입의 ②‘소금집’은 일종의 찜질방이다. 겨울 추위를 녹이기 좋다. 소금 마사지방, 해독방, 편백 반신욕방, 황토방 등 치유시설과 소금램프, 편백 반신욕기 등 체험물품, 풍욕장 등을 갖추고 있다.장동면의 ③해동사(海東祠)는 안중근(1879~1910) 의사를 배향하는 사당이다. 안 의사와 전혀 연고가 닿지 않는 곳에, 그것도 다른 성씨의 문중에서 이를 세우고 관리해 왔다는 게 놀랍다. 나라 안에서 안 의사를 모신 사당이 하나뿐이라는 사실도 의외다. 게다가 중국 하얼빈에 있는 안 의사 기념관과 해동사의 경도가 126도로 같다는 것도 우연치고는 기막히다. 안 의사의 위패와 영정 등을 모신 해동사는 1955년 조성됐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나라 전체가 어수선했던 혼란기에 안홍천이란 장흥 지역 유지가 세웠다. 안 의사는 순흥 안씨, 안홍천은 죽산 안씨다. 순흥 안씨에서 떨어져 나온 성씨가 죽산 안씨라고는 하지만 혈연이라 할 정도로 가까운 관계는 아니다. 당시 장흥의 재력가였던 안홍천은 안 의사의 후손이 국내에 없어 제사조차 지내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사재를 털어 사당을 세웠다고 한다. 현재도 죽산 안씨 문중에서 해마다 음력 3월에 제향을 지내고 있다. 올해는 안 의사 순국 110주년이 되는 해다. 장흥군에서는 ‘해동사 방문의 해’ 등 이를 기념하는 각종 행사를 일 년 내내 이어 갈 계획이다. 해동사 편액에 적힌 ‘海東明月’(해동명월) 글씨는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썼다고 한다. 사당 내부엔 안 의사 영정 2점과 친필 유묵 복사본이 보관돼 있다.④정남진 전망대는 장흥의 랜드마크다. 서울 광화문에서 정남쪽에 있는 정남진 해변에 세워졌다. 전망대는 탁월한 해돋이 명소다. 소록도, 거금도 등 다도해의 섬들 사이로 해가 떠오르는 장엄한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관산읍 삼산리에 있다. 정남진 전망대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회진포구에 닿는다. 장흥 출신의 많은 문인이 ‘장흥 문학의 자궁’이라 표현했던 포구다. 키 낮은 집들 너머로는 장흥 바다가 부드럽게 능선을 그리고 있다. 이 일대의 바다 물빛이 참 곱다. 청잣빛 바다다.회진포구 뒤편 언덕에 ⑤회령진성이 있다. 남해 일대의 왜구를 소탕하기 위해 1490년(성종 21)에 축조된 만호진성(萬戶鎭城)이다. 이순신 장군이 처음으로 조선수군 함대를 이끌고 출정한 곳이기도 하다. 1597년 당시 삼도수군통제사였던 이순신 장군은 회령포에서 12척의 배와 수군을 모아 임금의 교서를 들고 충성을 결의하는 군례인 ‘숙배’ 행사를 열었다고 전해진다. 회령진성 아래 조성된 12척 배 조형물은 이를 상징하고 있다. 글 사진 장흥 손원천 선임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 (지역번호 061) 낙지는 회진면 대리의 수산물어판장(867-5024)에서 싸게 살 수 있다. 매일 아침 8시쯤 경매가 이뤄진다. 보통 세발낙지 한 마리에 2000~3000원 선이다. 초고추장만 사 가면 그 자리에서 싱싱한 낙지를 맛볼 수 있다. 매생이죽, 떡국 등을 맛보려면 내저마을 인근의 대덕시장으로 가야 한다. 바다횟집(867-2332) 등 식당들이 몰려 있다. 요즘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청태전은 안양면의 다예원(863-8758), 상선약수 마을의 평화다원(863-2974) 등이 알려졌다. 김국은 맛보기가 쉽지 않다. 진선식육식당(863-6668) 등에서 기본 반찬으로 김국을 낸다. 한우와 표고버섯, 키조개를 함께 먹는 ‘장흥 삼합’은 이미 장흥 식도락의 ‘전설’이 됐다. 만나숯불갈비(864-1818), 탐마루(862-8292) 등이 알려졌다.
  • 美 견제에… 수백조원 쏟아부어도 韓·대만에 밀리는 반도체 굴기

    美 견제에… 수백조원 쏟아부어도 韓·대만에 밀리는 반도체 굴기

    중국의 ‘반도체산업 굴기’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정부는 반도체산업 굴기를 위해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지방정부 재정난 등 내부의 고질적 문제와 함께 미국과의 패권 경쟁으로 기술 우군 확보에도 한계를 보이면서 반도체 선진국인 한국, 대만 등을 따라잡을 추격권에서 멀어지고 있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인 ASML은 지난해 11월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중신궈지(SMIC)에 반도체의 성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는 차세대 핵심 장비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납품을 보류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와중에 미국의 ‘역린’을 건드리지 않으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알려졌다. EUV 노광장비는 ASML이 독점 개발·생산해 현재로서는 대체품이 없다. 반도체 성능 향상은 회로 선폭을 얼마나 미세하게 하느냐가 관건인데 이 미세화 공정에 노광장비는 필수적이다. 반면 파운드리 세계 1, 2위 쟁탈전을 벌이는 삼성전자와 대만 TSMC는 이 장비를 도입해 이미 첨단제품 양산에 들어갔다. 올해 출시될 미국 애플의 신형 스마트폰에 이 기술을 활용한 중앙연산처리장치(CPU)가 탑재될 전망이다. 중신궈지는 회로선폭 14나노(10억분의1m) 제품의 시험 양산을 시작한 단계다. EUV 기술은 7나노 이하 제품까지 기술이 진전된 후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 별다른 영향은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를 등에 업고 TSMC과 삼성을 추격하려던 중신궈지의 계획에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스마트폰 등의 데이터 처리량이 폭증하기 때문에 반도체 성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미국 블룸버그통신, 중국 온라인 경제매체 차이신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반도체산업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중국 전역에서 추진되는 대규모 반도체 사업 50개의 총투자비는 2430억 달러(약 282조원)에 이른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지난해 약 289억 달러(약 33조 5000만원) 규모의 반도체 펀드를 새로 조성했다. 2014년에 이어 두 번째 반도체 펀드다. 펀드에는 중국개발은행 등 중앙 및 지방정부의 지원을 받는 기업이 대거 참여했다. 반도체 펀드 조성을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강력한 견제 속에서도 중국 정부가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 기술로부터 독립하고 글로벌 기술 리더가 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봤다. 미국과 격렬한 무역전쟁을 치르는 중국 입장에서 첨단기술 독립을 이루려면 모든 정보기술(IT) 부품의 ‘두뇌’에 해당하는 반도체 확보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 실제 중국은 2014년부터 반도체를 첨단산업과 국가안보에 필요한 핵심 산업으로 삼고 집중 육성 중이다. 그해 중국이 정부 주도로 설립한 반도체 펀드 규모만 1390억 위안(약 23조원)이다.미 무역대표부(USTR)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 정부가 국가 전략 목표를 위해 펀드 설립에 깊이 개입했다”며 자국 기업에 불공정한 우위를 제공하는 ‘국가자본주의’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번에 조성한 새 반도체 펀드는 2014년보다 규모가 훨씬 커 미국 정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공산이 크다. 미중 무역협상 2단계 합의를 앞두고 새로운 불씨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은 ‘반도체 인재 빼내오기’에도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파운드리 강국인 대만이 중국의 노골적인 `반도체 인재 빼가기’에 속앓이 중이다. 반도체산업에서 초미세공정 기술 및 관련 장비를 다룰 수 있는 `경험 많은 인재’는 경쟁력의 핵심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중국은 반도체산업을 2030년까지 세계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시키기 위해 대만 기업들의 반도체 전문가들을 적극 영입하고 있다. 대만 반도체 업계는 중국이 고액 연봉을 앞세워 빼내간 대만 인재만 3000명 이상이라고 추산한다. 대만에서 활동하는 반도체 개발 기술자의 10% 수준에 이르는 수치다. 중국은 심지어 반도체 전문가를 지망하는 대만 대학생들까지 미리 선점해 자국 내 유학을 독려하고 있다. 멍즈청 대만 국립성공대 교수는 “중국의 목표는 대만 반도체 인재풀이 ‘푹 꺼질 만큼’ 인력을 빼내 가겠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이 ‘물불 가리지 않고’ 반도체산업 육성에 나섰지만 성과는 너무 더디다. 반도체산업의 투자 주체인 중국 지방정부들의 재정난이 심각해 자금 조달이 어려운 데다 선진국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도 큰 상황이다. 치밀한 계획보다 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이 사업 추진의 목적이 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중국 동부 지역의 한 반도체 산업단지는 이미 45억 위안(약 7470억원)을 투자했으나 주요 투자자인 지방정부의 재정난으로 사업을 중단할 위기다. 중국 중부의 대표적인 반도체산업 단지를 표방하는 후베이성 우한은 법원으로부터 산업단지의 토지 사용이 금지돼 자금 조달 통로가 막혔다. 반면 중국 반도체산업의 목표인 삼성전자는 지난 5년간 해마다 250억 달러(약 29조원)를 투자한 것으로 추산된다. 만일 중국이 TSMC의 첨단 웨이퍼 생산 능력을 따라잡으려면 600억~800억 달러를 투자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산업의 동력이 매년 투입하는 대규모 투자금이라는 점에서 중국 반도체 업계의 전망은 어두운 상황이다. 반도체 선진국들과의 기술 격차도 크다. 중국 칭화대의 사업 부문인 칭화유니그룹 자회사 창장춘추(YMTC)가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 정부가 74%의 지분을 소유한 창장춘추는 중국 반도체 기업 중 전망이 밝은 업체로 꼽히지만, 선진국 플래시 메모리 업체들에 비하면 기술력은 반 세대나 뒤진 것으로 평가된다. 창장춘추는 D램 기술에 대해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시장 주도자로 성장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8000억 위안(약 133조원)이라는 천문학적 돈을 퍼부을 계획이다. 이 중 상당수 자금이 설비 투자 못지않게 첨단 장비를 운용할 수 있는 인력 확보에 쓰일 것이라는 게 세계 반도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시장조사기관인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기업의 기술 국산화율은 2010년 8.5%에서 지난해 15.4%로 상승하는 데 그쳤다. 다른 반도체 기업들은 기술력이 너무 떨어져 내세울 만한 곳이 없을 정도다. 중국 반도체 기술은 TSMC에 비해서도 3~5년 뒤진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의 지난해 반도체칩 무역적자는 2280억 달러(약 264조원) 규모로 10년 전보다 2배로 확대됐다. 이보다 더 ‘치명적인’ 문제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환심을 사기 위해 지방정부 관료들이 재정난에는 개의치 않고 경쟁적으로 대규모 반도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남부 해안도시 푸젠성 샤먼과 가장 가난한 성 가운데 하나인 구이저우도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재원 낭비와 임금 인상이라는 부작용만 낳았다. 톈진시는 정부 소유의 대규모 종합상사인 톈진물산그룹의 디폴트(채무불이행)로 중국 전역에 ‘금융 패닉’을 부르고 있지만, 시 주석의 관심 사업인 인공지능(AI) 분야 투자를 위해 무려 160억 달러나 쌓아 둔 것으로 알려졌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마당에 지도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 공적자금의 부적절한 사용을 초래한다고 비판받고 있는 것이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올해 중국 지방정부의 지출 규모가 수입보다 7조 6000억 위안(약 1262조원)이나 더 많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khkim@seoul.co.kr ■이 기사는 서울신문 홈페이지에 연재 중인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goo.gl/sdFgOq)의 전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 한밤중 주택가 뒤덮은 1.8m 드론… 美 ‘콜로라도 미스터리’

    한밤중 주택가 뒤덮은 1.8m 드론… 美 ‘콜로라도 미스터리’

    일각 “토지조사” 분석… 야간비행은 의문 사생활 침해 논란에 연방항공청 조사 착수지난달 하순부터 미 콜로라도주와 네브래스카주 등지에서 시민들이 대형 드론의 비행을 911에 잇따라 신고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서 소위 ‘드론 미스터리’에 대한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상의 대형 드론들이 주택이나 농장 등을 비행하면서 ‘사생활 침해’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달 하순부터 1.8m나 되는 미상의 대형 드론들이 주로 오후 7~10시 사이에 비행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페이스북에는 해당 드론을 포착한 사진들이 연이어 올라왔고, 일부 주민들은 총으로 격추하겠다는 언급을 할 정도로 사생활 침해 우려도 불거졌다. 공화당 소속인 코리 가드너 콜로라도 상원의원은 지난달 31일 트위터에 “동부 콜로라도에서 벌어지는 드론 활동에 대해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접촉했다. FAA는 드론의 신원과 목적을 알기 위해 전면조사를 시작했다”며 “향후에도 면밀히 감시할 것”이라고 했다. 콜로라도주 지역 신문인 덴버포스트도 드론이 필립스 및 유마 카운티 상공에서 비행했다며 토머스 엘리엇 보안관의 말을 빌려 17대 정도의 대형 드론이 사각형 모양으로 약 40㎞를 비행했다고 전했다. 약 30대의 드론이 비행하는 것을 봤다는 신고도 있었다. 미 연방정부는 2015년부터 드론 등록을 의무화했지만 비행하는 드론의 소유자를 파악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비행하는 드론의 항로를 추적하는 기기는 있지만 평야 지대에서는 성능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지도 제작이나 석유·가스 회사가 토지 조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지만, 밤 비행을 주로 한다는 점에서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반박도 있다. 문제는 미국에서 드론이 사생활 침해를 넘어 범죄 도구로 쓰이곤 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기업인이 폭탄 장치를 실은 드론을 헤어진 여자친구 집 상공에 날린 혐의로 기소됐고, 드론이 백악관 영내에 진입했지만 경보가 울리지 않아 보안시스템에 대한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드론 미스터리를 계기로 드론 규제를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장관 18명 중 6명… ‘女風 내각’

    장관 18명 중 6명… ‘女風 내각’

    6명 중 4명이 지역구 출신 국회의원 전현직 합치면 10명… 역대정부 중 1위 과거 여성·환경서 외교·국토로 영역 확대 문대통령 ‘30% 이상’ 대선공약 지킨 셈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면서 대선공약이었던 ‘여성 장관 30%’을 초과 달성했다. 역대 정부와 비교해 봐도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이제 다음 과제는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집에 담긴 ‘남녀 동수 내각 구성’이다. 최근 여성 최연소 총리에 장관 19명 중 12명(63%)을 여성으로 채운 핀란드를 비롯해 유럽 등 선진국에선 남녀 동수 내각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조직법상 18개 부처 장관 중 여성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추 장관이 포함되면서 모두 6명이 됐다. 이들 6명뿐 아니라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김영주 전 고용노동부 장관, 정현백·진선미 전 여가부 장관 등 전직 여성 장관 4명을 포함하면 문재인 정부 들어 임명된 전현직 여성 장관은 10명에 이른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인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시절만 해도 여성 장관은 조윤선·김희정·강은희 전 여가부 장관,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 4명에 불과했다. 이명박 정부에선 전재희·진수희 전 복지부 장관, 유영숙 전 환경부 장관, 변도윤·백희영·김금래 전 여가부 장관 등 모두 6명이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한명숙 전 환경부 장관, 김화중 전 복지부 장관, 지은희·장하진 전 여가부 장관 등 모두 5명에 더해 첫 국무총리인 한명숙 전 총리를 배출했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신낙균 전 문화관광부 장관, 주양자 전 복지부 장관,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 한명숙 전 여성부 장관 등 모두 6명이, 김영삼 정부에서는 김숙희 전 교육부 장관, 황산성 전 환경부 장관, 송정숙 전 복지부 장관 등 8명이 여성 장관으로 발탁됐다. 4~8명 선으로, 10명이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성 장관들의 영역도 과거에는 여가부나 환경부, 복지부에 머물렀으나 최근 들어 법무부, 고용부, 외교부, 국토부 등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국회의원 출신 여성 장관 비율이 증가 추세인 것도 눈길을 끈다. 이는 국회의원 출신들의 인사청문회 통과율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6명의 여성 장관들 중 강 장관과 이 장관을 제외한 4명이 현역 의원이다. 이들 가운데 4선 국회의원인 박 장관이 맏언니 역할을 해왔다면 이제는 5선에 당대표까지 지낸 추 장관에게 무게가 쏠릴 듯하다. 조민경 여가부 여성정책과장은 “현 정부 출범 후 공공부문 여성 고위·관리직 참여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성과를 내왔는데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박은정 권익위원장,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피우진 전 국가보훈처장,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등 장관급까지 더하면 여성 수장 규모가 더 늘어난다”고 말했다. 최광숙 선임기자 bori@seoul.co.kr
  • 1.8m 드론의 한밤 행진 ‘콜로라도 미스터리’

    1.8m 드론의 한밤 행진 ‘콜로라도 미스터리’

    콜로라도, 네브라스카 등 드론 미스터리에 불안주민들 ‘한밤 1.8m 드론 떼지어 비행’ 잇딴 신고상원의원 접촉에 미 연방항공청 전면조사 시작 지도제작·토지조사 분석에 “한밤 비행 납득 안돼”사생활 침해 논란에 범죄 악용 선례도 있어 ‘불안’지난달 하순부터 미 콜로라도주와 네브래스카주 등지에서 시민들이 대형 드론의 비행을 911에 잇따라 신고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서 소위 ‘드론 미스터리’에 대한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상의 대형 드론들이 주택이나 농장 등을 비행하면서 ‘사생활 침해’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달 하순부터 1.8m나 되는 미상의 대형 드론들이 주로 오후 7~10시 사이에 비행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페이스북에는 해당 드론을 포착한 사진들이 연이어 올라왔고, 일부 주민들은 총으로 격추하겠다는 언급을 할 정도로 사생활 침해 우려도 불거졌다. 공화당 소속인 코리 가드너 콜로라도 상원의원은 지난달 31일 트위터에 “동부 콜로라도에서 벌어지는 드론 활동에 대해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접촉했다. FAA는 드론의 신원과 목적을 알기 위해 전면조사를 시작했다”며 “향후에도 면밀히 감시할 것”이라고 했다. 콜로라도주 지역 신문인 덴버포스트도 드론이 필립스 및 유마 카운티 상공에서 비행했다며 토머스 엘리엇 보안관의 말을 빌려 17대 정도의 대형 드론이 사각형 모양으로 약 40㎞를 비행했다고 전했다. 약 30대의 드론이 비행하는 것을 봤다는 신고도 있었다. 미 연방정부는 2015년부터 드론 등록을 의무화했지만 비행하는 드론의 소유자를 파악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비행하는 드론의 항로를 추적하는 기기는 있지만 평야 지대에서는 성능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지도 제작이나 석유·가스 회사가 토지 조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지만, 밤 비행을 주로 한다는 점에서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반박도 있다. 문제는 미국에서 드론이 사생활 침해를 넘어 범죄 도구로 쓰이곤 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기업인이 폭탄 장치를 실은 드론을 헤어진 여자친구 집 상공에 날린 혐의로 기소됐고, 드론이 백악관 영내에 진입했지만 경보가 울리지 않아 보안시스템에 대한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드론 미스터리를 계기로 드론 규제를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반려독 반려캣] “이제 놓아주렵니다”…암투병 노견의 마지막 산책

    [반려독 반려캣] “이제 놓아주렵니다”…암투병 노견의 마지막 산책

    암투병 중인 반려견이 세상을 떠나기 전, 주인과 함께 마지막으로 산책하는 모습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돼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렸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에서 전직 언론인 데일 톰프슨은 14살 된 반려견 머피의 마지막 산책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 트위터에 공개했다.톰프슨은 이전에도 트위터를 통해 반려견 머피의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다.같은 달 25일, 그는 머피의 14번째이자 마지막 크리스마스라면서 머피에게는 코와 목에 악성 종양이 있고 치료할 수 없는 수준으로 진행된 상태라서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면 안락사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었다.이런 사연 때문인지 이번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머피가 조심스럽게 길을 걸어가는 모습이 꼭 마지막 산책길임을 아는 듯이 느껴진다. 실제로 이들이 산책 끝에 도착한 곳은 동물 병원으로, 머피는 거기서 안락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영상이 트위터에 공유되고 난 뒤 지금까지 조회수는 313만 회를 넘었고 게시물에는 9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그중에는 대다수가 안락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톰프슨에게 위로를 건네는 글이었다. 한 네티즌은 “이는 매우 가슴 아프면서도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반려견을 떠나보내는 것은 살면서 가장 나쁜 일 중 하나다”면서 “난 18살 된 개를 떠나보낸 뒤 일주일간 매일 밤 울었다”고 말했다. 사진=데일 톰프슨/트위터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2020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당선소감] 현실에서 건져 올린, 삶의 냄새 짙은 시조를 쓰겠다

    [2020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당선소감] 현실에서 건져 올린, 삶의 냄새 짙은 시조를 쓰겠다

    소설 ‘사랑’의 여주인공 석순옥을 사랑한 아버지는 딸을 낳으면 ‘죽순 순(筍)’자를 이름 끝 자에 넣겠다는 약속을 지켜 아예 나를 ‘순아’라고 불렀다. 나는 그 이름이 싫었다. 다행히 나와 이름이 같은 문인이 여러 분 계셔서 필명을 가질 수 있었다. 구순 아버지는 내가 본명으로 돌아가길 원한다. 늙은 아버지의 한마디는 여전히 내게 힘찬 함성으로 들린다. 헌신적이며 지고지순한 삶은 이룰 수 없는 꿈이지만, 가쁜 호흡과 통증뿐인 아버지는 내게 현실이다.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좀더 아버지를 사랑하는 길이고 내 이름을 불러준 시조에 대한 보답이기도 하다. 내가 처음 만난 시조는 자수를 꿰맞추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번번이 좌절만 거듭하던 어느 날, 내 시조에서 체온과 박동이 느껴졌다. 비록 희미했지만, 분명히 살아 있었다. 이제 겨우 초입에 섰을 뿐이다. 그러나 길을 잃지 않겠다. 현실에서 건져 올린, 삶의 냄새가 짙은 시조를 쓰도록 부단히 노력하겠다. 내 편인 남편과 두 아들 대식, 윤식, 그리고 올봄 선물처럼 온 며느리 지영, 지금껏 소녀의 감성을 간직한 엄마, 선수필 문우들, 두목회 덕희, 수정. 고맙습니다. 최명헌 시인과의 인연도 참 소중합니다. 박해성 시인님, 시조를 향한 갈증을 풀기 위해 시인님 블로그에 수시로 들락거리던 목련이 저였습니다. 마음껏 들이켜라고 열어 놓은 우물의 깊이는 헤아리지 못하고 마당만 어지럽혔습니다. 이근배, 이송희 두 분 심사위원님과 서울신문사에 감사드립니다. 매우 두렵지만 치열한 글쓰기로 이겨내겠습니다. ■오정순(필명 오서윤) ▲1958년 대구 출생 ▲국민대 가정관리과 졸업 ▲2011년 천강문학상 수상 ▲2013년 평화신문, 2014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2014년 10월 중앙시조백일장 장원, 2017년 1월 차하
  • [2020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균열 아카이브즈

    [2020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균열 아카이브즈

    목캔디가 담긴 플라스틱 상자 겉에는 다른 관객들을 위해 두 개 이상은 가지고 가지 말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그러나 공연장 로비 내의 누구도 그 경고문을 신경 쓰지 않았다. 마른 남자가 플라스틱 상자에 팔을 욱여넣고 한줌 크게 쥐었다. 왁스를 먹인 캔디의 껍질에서는 부드러운 소리가 났다. 살라는 저것들을 협찬해준 사측의 직원을 만나본 적이 있다. 여자는 성마르게 생겼지만 웃을 때는 잇몸이 모두 보이도록 입을 벌렸다. 여자의 치아는 살라가 여자를 만날 때마다 점점 미묘하게 비뚤어졌기 때문에, 그녀는 여자가 치아교정을 했었고 지금은 유지 장치도 제대로 끼지 않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 여자에게는 종종 불소 냄새가 났다. 여자의 가방은 치과에 다녀온 날이면 평소보다 무거워 보였다. 이른 아침의 기상일보는 오늘이 겨울 들어 가장 춥고 눈 내리는 날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살라는 문득 그녀가 집의 수도꼭지를 너무 꽉 조이고 나왔음을 깨달았다. 동파되고 말 거야. 살라가 당황해하는 것과는 별개로 공연장 내부는 점차 소란스러워졌다. 로비 안에 들어온 관객의 수보다 그들의 발자국이 더 많았다. 입구부터 길게 깔아 놓은 붉은색의 카펫도 눈 젖은 발자국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공연 시간이 가까워 오자, 관객들이 어셔에게 그들의 겉옷과 소지품을 맡기기 시작했고 근처에 두꺼운 프로그램 북을 사기 위한 줄이 세워졌다. 아이들은 프로그램 북으로 서로의 머리를 가격하고 놀았다. 관객 몇몇은 공연장 입구 옆에 위치한 음반 가게에서 미리 음악을 들어 보기도 했다. 어떤 관객은 다른 독주회를 중계해주는 모니터 앞에 서서 팔짱을 끼고 있었다. 그러나 살라는 알고 있었다. 오늘 이 시간의 관객들은 저런 독주회에 일말의 관심도 없다. 저들은 카라얀을 보러 왔다. 카라얀이 마지막으로 지휘하는 오케스트라였기 때문에 티켓 값은 끔찍할 정도로 비쌌다. 모든 좌석이 매진되었기 때문에 티켓을 사지 못한 사람들은 공연을 생중계해주는 모니터라도 차지하기 위해 집을 나섰을 것이다. 살라가 그녀의 발치를 맴도는 남아를 보호자에게 보내고 나니 독주회 홀에서 관객들이 빠져나오고 있었다. 이윽고 오케스트라 홀의 문이 열렸고 어셔들이 재빨리 줄을 정리했다. 홀의 내부는 조금 어두웠다. 남자들이 여자보다 앞서 걸음을 재촉했다. 홀에는 남자인 네가 먼저 들어가야 한다. 그곳은 어둡기 때문이야. 그들은 그렇게 배웠을 것이다. 살라가 아는 어셔와 눈인사를 했다. 그리고 뭔가 쏟아지고 엎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살라는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 소음의 근원지를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 목캔디를 담은 박스가 엎어져 모조리 쏟아져 있었다. 무리하게 까치발을 들어 팔을 집어넣었던 것이 분명한 아이가 빨개진 얼굴로 울기 시작했다. 아이는 두꺼운 바지를 입었다. 바닥에 엎어진 무릎이 아픈 게 아니었다. 바닥에 미끄러진 것을 부끄러워할 나이였다. 아이의 보호자가 아이를 안아 달랬다. 살라는 목캔디를 주워 담을 수 없었다. 그녀가 이런 상황을 정확히 교육받은 적은 없다. 하지만 살라의 상식으로도 잘 벗겨지는, 왁스를 먹인 공연장용 목캔디가 구정물이 묻은 바닥에 굴러다닌다면, 그것은 절대 주워 담아서는 안 되는 물건이 되어버린다. 사정이 어떻게 되었든 입장은 멈추지 않았다. 상황을 전해 들은 청소부가 바닥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공연이 시작하기 삼십분 전이었다. * 살라가 홀 뒤편인 음향조절시설로 들어갔을 때는 모든 것이 준비된 상태였다. 붉은 의자에 앉은 관객들은 헛기침을 하거나 돌아다니는 아이를 붙잡아 앉혔다. 헤드셋을 쓴 관리자들이 음향시설을 조절했고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저마다 악기를 만지작거렸다. 요란하게 울리는 금관악기 소리와 낮게 웅성이는 관객들의 목소리는 돌림노래처럼 이어졌다. 서로 알은체하며 악수하는 관객 두세 명이 크게 웃었다. 난 악기 조율소리가 제일 좋더라. 관객들은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했었다. 살라는 잠시 관객들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그녀에게 가장 익숙한 버튼을 눌렀다. 살라가 버튼을 누름으로써 그녀의 월급에 작은 수당이 더해질 수 있다. 그것은 휴대폰 벨소리를 재생하는 역할이었다. 관객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바지춤을 뒤졌다. 휴대폰을 보관하고 온 관객들도 마찬가지였다. 휴대폰을 소지하고 온 관객들은 황급히 휴대폰을 끄거나, 정말로 꺼졌는지를 확인했다. 초대석에 앉은 어떤 남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위를 살폈다. 살라는 그 남성관객의 옆모습을 얼핏 목격할 수 있었다. 찡그린 것 같았다. 그러나 잘 보이지 않았고, 남자가 다시 앉기도 전에 홀 내부의 조명들이 어두워졌다. 이윽고 카라얀이 입장했다. 도저히 끝날 것 같지 않은 박수소리를 들으며 살라는 파이프를 떠올렸다. 집의 수도관들은 지금쯤 단단히 얼었을까? 균열처럼 연속되는 성에들이 물을 막고 있을까? 카라얀은 박수를 갈무리하고 뒤돌았다. 그리고 지휘봉을 치켜들었다. 현악기와 목관악기가 가장 첫마디를 시작했고 이어 피아노가 보조선율로 들어왔다. 현악기의 소리는 점차 작아졌다. 오케스트라 가장 앞쪽에 앉은 현악기 연주자들이 정지했다. 악보를 넘기는 행동도 하지 않았고 목관악기 파트가 주선율을 장악할수록 카라얀의 팔이 부드럽게 움직였다. 곧 피아노와 목관악기의 역할이 바뀌고 현악기가 자리를 차지했다. 겨울의 라흐마니노프 협주곡은 겪은 적 없는 쓸쓸함을 선사한다고, 어떤 음악평론가가 주장한 적이 있었다.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은 단조에서 빛을 발하지 않겠습니까? 혹자는 차이콥스키를 러시아 최고의 음악가로 꼽지만 그건 라흐마니노프의 정서를 전혀 읽어내지 못하는 사람이나 하는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동차 광고가 반을 차지하는 프로그램 북을 살라는 끝까지 읽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이 끝난 후, 바로 차이콥스키의 심포니 5번을 지휘한 카라얀을 보면 그 음악평론가가 단숨에 새로운 평론을 써내려갈 것을 알았다. 예정에 없는 곡이었기 때문에 관객들은 지니고 있던 프로그램 북을 넘겨보고 싶은 충동과 싸워야 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겨울의 공연장 홀 안에서는 아무도 소음을 내선 안 됐다. 그건 공연 시간에 늦은 사람이 마음대로 홀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이어 살라가 유일하게 제목과 음악가를 모두 알고 있는 라벨의 볼레로가, 그리고 익숙하지만 제목은 알 수 없는 곡들이 연주되었다. 살라는 인터미션이 다가오자 조용히 홀 밖으로 나갔다. 살라가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중계 모니터에 밀도 높게 붙어 있는 관객들이나, 새 독주회에 입장하는 관객들이 아닌, 캔디를 채우러 온 여자였다. 여자의 무채색 코트는 녹은 눈 탓에 비루할 정도로 젖어 있었다. 젖은 머리카락은 넘기면 넘길수록 여자의 이마에 달라붙었고 여자는 외양을 정리할 새도 없이 빈 캔디 박스에 새 캔디들을 쏟아부었다. 플라스틱 통에서 작은 벼락소리가 났다. 그리고 여자가 살라를 바라보았다. 날씨가 좋지 않네요. 여자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여자가 발갛게 붓고 젖은 손가락을 코트 주머니에 밀어넣었다. 그리고 주먹 쥔 손을 내놓았다. 사탕 좀 드시겠어요? 여자의 손에는 갖가지의 사탕이 담겨 있었다. 기침을 예방하는 공연장용 캔디는 아니었다. 살라는 여자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두 손을 모아 사탕을 받았다. 여자의 치아는 저번보다 더 뒤틀려 있었다. 살라는 짙은 색의 껍질의 캔디를 까서 입에 넣었다. 예상대로 인공적인 맛이었기에 도저히 어떤 과일 맛인지 추리할 수 없었다. 그녀가 사탕을 입 안에서 굴리는 것과 동시에 오케스트라 홀 문이 열렸다. 살라가 여자에게 사탕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할 틈도 없이 그녀의 어깨가 빠르고 강하게 붙잡혔다. 여자의 얼굴이 빙글 돌았다. 당신이지요? 중년의 남성이었다. 살라가 대답하지 않자 남자는 살라의 어깨를 붙든 손에 힘을 더욱 강하게 실었다. 어셔들이 황급히 남자를 말렸지만 남자는 듣지 않았다. 당신이 벨을 울렸어. 겨우 살라에게서 남자를 떼어낸 어셔들이 숨을 골랐다. 매니저가 달려와 살라에게 눈빛을 보냈다. 대체 무슨 일이야, 따위의 물음이 확실했지만 그녀도 알지 못했다. 살라의 입 안에서 사탕이 굴러갔고 달콤한 즙이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매니저는 남자를 사무실로 데려가기 위해 살라와 그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사무실에서 이야기 하실까요? 벨을 울렸다고, 당신이. 남자는 매니저 어깨 너머에 있는 살라에게 검지를 치켜들었다. 당신이 울린 거야. 남자는 매니저와 함께 사무실로 향하는 것을 선택했지만 그는 중간중간 살라를 돌아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는 그때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당장에라도 그녀에게 달려들 것만 같은 제스처를 취했다. 살라가 침을 삼켰다. 작아진 사탕과 함께. * 세면대의 물은 나오지 않았다. 온수를 틀어보기도 하고, 언 수도관에 끓인 생수를 붓기도 해봤지만 헛수고였다. 살라는 생수와 그것으로 끓인 물을 섞어 세수했다. 윗물은 너무 뜨거웠고 아랫물은 너무 차가웠다. 물기를 채 닦지 않은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살라는 거울을 바라본 상태로 잠깐 생각해야 했다. 왜 내 얼굴이 빨갛지? 그리고 몇 초 후 깨달았다. 코피가 나고 있었다. 그녀는 얼굴을 세면대에 박은 상태로 숨을 내뿜었다. 고기의 핏물을 빼고 난 그릇이 이런 모습이었다. 살라는 뒤집힌 양말을 다시 뒤집어 원상태로 만들었다. 공연장에서 일한다는 것은 누군가의 옷장이 단조로워진다는 뜻일지도 모른다고, 살라는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녀에게 그것은 기꺼운 일에 가까웠다. 아무도 그녀의 옷차림을 지적하지 않는다. 모두가 유니폼을 입고, 비슷한 색의 양말을 신었다. 그녀는 세탁물을 정리한 후 고지서 봉투를 뜯기 시작했다. 거주자님께, 로 시작하는 봉투는 뜯지 않았다. 그것은 고지서를 빙자한 기부금 홍보물일 가능성이 높았다. 코피는 멎었지만 살라는 여전히 약간 어지러웠다. 그녀는 계산기를 두드렸다. 월세와 공과금을 지불하고 나면 그녀에게는 겨우 최소 생계비가 남아 있었다. 살라는 반사적으로 공연장 구석구석의 아름다움을 떠올렸다. 그러나 그녀는 그곳의 조각품이나 장식품들, 심지어 바닥에 깔린 마감재 한 조각의 가치를 알아채기 어려웠다. 글쎄, 아름답다는 건 비싸다는 뜻 아닐까. 그녀의 동료 중 하나는 쾌활하게 말했었다. 살라는 필사적으로 그 역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마침내, 그녀가 계산기에 마지막 숫자를 두들겼을 때 그녀는 떠올리고 말았다. 살라는 꼭 그런 움직임으로 공연장 내부에 벨소리를 울려왔었다. 벨을 재생하는 버튼은 부드러웠지만 동시에 묵직했다. 살라가 버튼을 누를 때면, 그녀는 그녀도 모르는 기쁨에 살짝 빠져들곤 했다. 누구보다 잘 교육받은 관객들이 살라의 손짓 한 번에 당황했다. 맡겼거나 챙겨오지도 않은 휴대폰을 찾느라 빈 허벅지를 찰싹 때리기도 했다. 안전한 유리창 너머로 살라는 그들을 천천히 내려다보았다. 그러나 그 관객이 살라의 어깨를 붙잡았을 때 그녀는 아무런 생각도 행동도 할 수 없었다. 살라는 계산기를 제자리에 집어넣었다. 계산을 마저 하기가 꺼려졌다. 그녀는 두려움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인정하지는 않았다. 그녀의 월급은 일정했고 지불해야 할 돈도 일정할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그녀는 해야 할 일을 했다. 반듯하게. 매니저는 살라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살라는 휴대폰을 쥔 상태로 잠들었지만 아침까지 그녀에게 온 메시지나, 부재 중 전화는 없었다. 그렇다면 별일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가 공연장으로 출근하자마자, 그녀는 느꼈다. 그녀의 추론은 어딘가 잘못되었다. 하지만 벨은, 벨을 울리는 건 규정에 있잖아요? 그래도 하필 그 벨이었어. 살라, 넌 그 벨을 울린 거야. 매니저는 살라를 맞은편에 앉힌 후 말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요. 벨은 늘 같은 걸 써왔어요. 기억 안 나세요? 살라, 제발. 그냥 가서 죄송하다고 해. 내가 바라는 건 그게 전부야. 이해가 안 되는데요…. 네가 관객에게 피해를 입혔어. 그렇게만 알아둬. 나가도 좋아. 살라는 입을 잠깐 벙긋거렸지만 곧 일어나야 했다. 매니저는 서류를 들춰보고 있었다. 그녀가 사무실을 나왔을 때 그녀는 사기를 당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 관객에게 사과를 할 때까지 살라는 공연장 일을 할 수 없었다. 아무도 그녀에게 맡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프로그램 북조차 만질 수 없었고 그녀와 면식이 있던 어셔들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동안 고생했으니까 조금 쉬어도 좋잖아. 모두가 비슷한 말을 했다. 살라는 가끔 길 잃은 관객들을 제자리로 돌려보내곤 했다. 그게 전부였다. 목캔디는 주기적으로 채워졌고 여자는 목캔디를 두고 와 다시 회사로 돌아가는 헛발걸음을 몇 번 했다. 살라는 아주 멀리서 공연장 내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제 몇 개 남지 않은 사탕을 까서 입에 넣었다. 여전히 무슨 맛인지 알 수 없었으나 이제는 궁금하지도 않았다. 살라는 그녀 곁을 지나가는 어셔에게 가볍게 눈인사를 했다. 그러나 그 어셔는 금방 그녀의 눈을 피했다. 그러고는 자신이 이끌고 온 신입 어셔들을 교육하는 것에 열중했다. 여러분 모두 공연장 지리를 외워야 합니다. 신입 어셔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 그것이니까요. 신입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언가를 기억하려는 듯 두리번거리던 신입이 살라를 쳐다보았다. 말간 눈이었다. 살라는 그대로 발길을 돌렸다. 살라는 길을 잃지 않는다. 그녀가 신입 티를 벗기 전부터 그녀는 길을 잃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살라는 지금 그녀가 어디를 향해 걷는지 알 수 없었다. 검정색의 굽 낮은 단화가 뒤꿈치를 사정없이 찔러올 때까지 그녀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살라는 많은 동료들을 지나쳤다. 가장 처음 얼굴이 뭉개지고 그다음은 목소리가 흐려졌다. 살라는 거의 울기 직전이었다. 그러나 누구도 살라를 부르거나 알은체하지 않았다. 겨우 걸음을 멈췄을 때, 그녀는 익숙한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어디에서나 목캔디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소리 나지 않는 목캔디는 공연장에서만 만날 수 있습니다. 살라가 빠르게 중얼거렸다. 기억하고 계시네요. 다정한 목소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더할 나위 없이 다정하다고, 살라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에서 굳이 빠져나오려고 하지 않았다. 여자가 잇몸을 내보이며 활짝 웃었다. 오늘은 누가 무슨 공연을 하지요? 여자가 주머니를 뒤적이며 물었다. 눈 탓에 흠뻑 젖었던 그 코트 같았다. 그러나 오늘의 코트는 아주 잘 말라 있었고 어쩐지 좋은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했다. 살라는 입을 벙긋거렸다. 오늘은, 어. 그러니까, 오늘은…. 아, 사탕을 모두 먹어버린 것 같아요. … 모르겠어요. 의사가 그렇게 먹지 말라고 했는데도요. 어쩌면 좋지? 모르겠어요…. 여자는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옆구리에 끼고 온 공연장용 목캔디 박스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한 주먹만큼의 캔디를 꺼냈다. 살라는 손을 펼치지도, 여자에게 다가서지도 않았다. 여자는 넉살 좋게 살라의 손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 안에 목캔디를 가득 담아주었다. 여자는 살라에게 인사했다. 다음에는 꼭 드릴게요. 새 사탕이요. 여자는 빠른 걸음으로 살라에게서 멀어졌다. 살라는 한참이나 목캔디를 받든 자세로 서 있었다. 누군가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처럼 낮은 자세였다. * 그다음날도 살라는 공연장 근처를 맴돌았다. 달라진 것이라고 더이상 그녀가 공연장 안에 들어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신입 어셔임이 분명한 이들이 홀 안을 배회했다. 그들에게 주어진 임무라고는 길 잃은 고객 관리였지만 신입들은 모두 특유의 빛나는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꾹 깨문 입술에서는 약간의 긴장감마저 느껴졌다. 살라가 신입과 눈이 마주치면 신입은 멋쩍게 웃었다. 마치 살라를 알고 있는 것처럼. 그녀는 얼른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신입이 고객을 잘못된 방향으로 안내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살라는 나서야만 했다. 분명하게 느껴지는 콧잔등의 땀이나 빨개진 귀, 떨리는 목소리. 살라는 그것을 뒤로하고 고객을 올바른 장소로 안내하기 위해 발걸음을 뗐다. 그리고 누군가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순간 그녀는 내장이 아래로, 더 아래로 떨어지는 것처럼 오싹해졌다. 저희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살라의 어깨를 두드린 것은 고객도, 매니저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한 번 식은 피가 데워질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만 같았다. 다른 어셔가 고객을 데려갔고 살라는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 내가 할 수 있었어, 따위의 말이 하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느끼는 감정은 그것보다 더 단순했다. 살라, 쉬어야 하는 거 아냐? 어셔가 물었지만 살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여기에 있으면 안 돼. 그는 사람 좋게 웃어 보였다. 여기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곳이야. 그렇지? 살라는 그의 태도를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그녀도 그런 말투나, 몸짓을 직접 실행해야 했다. 무릎을 굽히고 눈을 마주치고 주머니에서는 사탕이나 껌을 꺼냈다. 아니면 프로그램 북을 펼쳐 가장 사진이 많은 페이지로 상대방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살라는 말했었다. 울지 마. 엄마를 찾아줄게. 아빠를 찾아줄게. 그러나 살라는 아이가 아니었다. 그리고, 넌 내 매니저가 아니야. 모두가 네 매니저야. 살라, 정신 차려. 그녀의 말에 그가 대답했다. 그의 말에는 어떠한 대꾸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냥 사과하면 끝날 일을. 그는 그대로 뒤돌아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그는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무겁고 눅눅한 히터바람이 살라의 머리카락 몇 올을 흔들었다. 공연시간이 다가왔다는 것을 살라는 알 수 있었다. 어떤 일은 관성처럼 작용했다. 관객들의 발소리나 웅성거림 외에도 그녀가 공연이 시작되었음을 알아차릴 방법은 많았다. 겉옷과 소지품을 맡긴 관객들이 오케스트라 홀로, 독주회 홀로 입장했고 잠시 후 단발성적인 소란이 홀을 뒤덮었다. 어셔 중 하나가 벨소리를 재생했으리라. 살라는 두꺼운 문 너머로 지휘자가 보인다고 생각했다. 어떤 공연인지, 누구의 지휘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가 카라얀만큼 유명하지 않다면 그는 꽤 예의 바르게 인사했을 것이다. 불쾌한 관객 탓에 연주를 멈추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는 가벼운 목례 후에 멋지게 뒤돌아 지휘봉을 치켜들 것이다. 그리고 연주가 시작되었고……. 공연을 생중계해주는 모니터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악장이 끝나기도 전에 모니터 앞을 떠나는 사람, 젖은 손을 바지춤에 비비는 사람. 어떤 아이는 보호자의 엉덩이에 끊임없이 자신의 머리를 박았다. 그러나 보호자는 아이에게 신경 쓸 생각이 없어 보였다. 보호자는 성가신듯 아이의 머리를 밀어냈다. 하지 말라니까. 하지 말랬지. 하지… 그리고 살라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물었다. 저기요. 지금 연주하는 곡이 뭐예요? 살라는 입을 조금 벌렸다. 당장 발음이 샐 것처럼 흉부에 공기가 들어차기 시작했지만 도저히 내뱉을 수 없었다. 그러게요. 모르겠네요. 살라는 그렇게 말할 수 없었다. 뭔지 몰라요? 보호자는 살라의 차림새를 다시 한번 살폈다. 살라의 차림새는 어셔가 분명했다. 보호자는 그녀의 대답을 더 기다리기 싫다는 듯이 프로그램 북을 판매하는 곳으로 걸음을 돌렸다. 아이는 이제 보호자의 손가락을 잡아당겼다. 아파. 아프다고. 볼레로, 라벨의 볼레로요. 살라가 찢어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나 보호자는 듣지 못했다. 볼레로로 말할 것 같으면, 글쎄요. 저는 라벨의 음악을 딱히 선호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수학자들의 기호에는 딱 들어맞은 셈입니다. 우리는 수학의 기원으로 올라가는 무모한 행동은 하지 않겠습니다. 볼레로는 구조입니다, 이 음악에는 주선율이 흐릅니다. 이제부터 그것을 A라고 지칭하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편곡하여 반복한 선율을 A’ 라고 부를 것이고요. 볼레로는 기본적으로 A와 A’ 선율의 반복입니다. 형태와 악기만 조금씩 바꿔서 끊임없이 반복됩니다. 그것이 볼레로의…. * 주말이 찾아오자 살라는 여분의 돈을 더 지불한 후 수도관 수리공을 불렀다. 수리공은 수도관이 아주 꽝꽝 얼었기 때문에 수도관을 모두 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알겠다고 대답했다. 수리공에게 몇 개의 전화번호를 얻은 후, 그녀는 시장에서 채소 몇 종류와 붉은 고기를 사왔다. 그녀는 그것들을 모두 끓여 먹었다. 그다음주에 살라는 그 관객에게 사과하기로 결심했다. 매니저는 기꺼이 관객에게 연락을 넣겠다고 대답했다. 살라는 말끔한 카펫이 깔린 공연장을 배회했다. 캐나다의 거장 건축가가 설계하고 건축을 지도했다는 공연장은 신문기사를 인용하자면, 모던했다. 그 누구도 거스르지 않을 만한 곡선은 매끄러웠고 바닥은 차가웠다. 내부는 반짝이거나, 반짝이지 않았다. 그게 모던이었다. 살라는 현대적인 소파에서 시간을 죽였다. 마침내 그 관객이 사무실로 들어갔고 살라는 약간의 간격을 두고 따라 들어갔다. 관객은 매니저의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매니저는 공식적인 서류 작업을 위해 함께 있겠다고 했지만 관객은 그것을 정중히 거절했다.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매니저는 사무실을 떠났다. 살라는 아침에 발톱을 깎고 오지 않은 것을 약간 후회했다. 단화 안의 발톱이 유독 무거웠고 거슬렸다. 발톱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었지만 살라는 사과를 잊지 않았다. 사과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벨을 울린 것 말입니까? 네. 벨을 울리지 말았어야 했는데, 제가 울렸습니다. 그게 고객님께 피해를 입혔다면…. 제가 무슨 피해를 입었는지 아십니까? 살라는 고개를 들어 남자를 바라보았다. 햇빛을 직접적으로 받은 남자의 얼굴은 저번에 봤던 것보다 훨씬 늙어 있었다. 노골적인 자연광 탓일지도 몰랐다. 살라는 매니저에게 그가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에 대해 들은 바가 없으므로, 말을 얼버무려야 했다. 포괄적인 사과에 대해 배운 적이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기억나지 않았다. … 어떤 사과로도 복구가 안 될 피해로 알고 있습니다. 그녀의 대답에 남자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순간 살라는 그를 기억해냈다. 그는 그녀가 홀에 벨을 울리자마자 화가 나 일어났던 그 남자였다. 그 옆모습이 확실했다. 당신은 전혀 모르는군. 남자는 그대로 사무실을 나갔다. 그가 문을 세게 닫았기 때문에 문고리, 경첩, 책상 위의 액자, 모든 것이 흔들렸다. 살라가 얼굴을 감싸쥐었다. 그리고 조용히 울었다.
  • [열린세상] 알고 보면 좋은 사람들의 세상/김세정 런던 그린우즈 GRM LLP 변호사

    [열린세상] 알고 보면 좋은 사람들의 세상/김세정 런던 그린우즈 GRM LLP 변호사

    “옛말 틀린 게 하나 없다.” 이 말을 완전히 믿지는 않는다. 다만 소위 ‘옛말’이란 일정 부분의 진실이랄지 상식 같은 것을 담고 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다수가 공감하니 오랫동안 통용되는 표현이라는 거다. 예를 들어 “알고 보면 다 착한 사람이다” 같은 말. 언행의 의도나 맥락을 헤아리면 의도적으로 악하게 구는 사람이란 거의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몰라서 저지르거나 무심코 하는 짓이 결과적으로 좋지 않았을지는 몰라도. 2019년 한국 사회는 어쩌면 늘 그래왔듯이 추상적이고도 큰 개념을 담은 단어를 많이 외치는 해였다. 적폐라거나, 검찰개혁이라거나, 차별금지라거나. 그런데 그 말들의 의미는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한동안 유행이었는데, 그 질문이 지속돼야 하는 것이 아닐까. “왜”나 “어떻게”라는 질문을 같이 하면서. 무엇을 가리켜 적폐라고 하는가. 왜 그렇게 판단하는가. 어떻게 적폐를 일소하겠다는 것인가. 검찰개혁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검찰을 개혁할 것인가. 왜 그래야 하는가. 구체적인 지점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경우 결과는 의도와는 다르게 옳지 않을 수 있다. ‘차별’을 예로 들어 보자. 여자 직원이 공석에 지원했는데 그 자리에 “여자를 받기는 곤란해서” 받지 않았다는 글을 소셜미디어에서 본 적이 있다. 다른 특별한 결격사유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런 것은 없지만 같이 외근도 나가고 출장도 다녀야 하는데, 여자인 부하 직원과 다니게 되면 본인이 불편하다는 설명이었다. 그런데 그런 사유로 지원을 거절했다면 차별에 해당한다. 해서 그건 차별이라고 했더니, 본인은 여성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화를 냈다. 하지만 그게 바로 차별이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차별이란 개인에게만 해당하는 고유한 사유가 아니라(즉, 그 자리에 필요한 자격이 불충분하기 때문이 아니라) 개인이 속한 집단을 이유로(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나쁜 대우를 하는 것(보직을 주지 않는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대개의 사람들이 본인은 차별주의자가 아니라거나 차별을 행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말은 진심일 것이다. 말하자면 ‘알고 보면 착하다’. 또한 대다수의 사람은 스스로 보다 나은 인간이 되기를, 그래서 남들로부터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기를 바란다. 차별을 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많은 사람이 말하는 세상에선 ‘아 그런가. 그럼 나도 차별하지 말아야겠다. 그래서 주변의 사람들에게 인정받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많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부지불식간에 차별을 행하기도 한다. 사실 일상에서 벌어지는 많은 차별이 여기 해당할 것이다. 이건 차별적 행동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차별하지 않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기 때문인 듯하다. 그렇다면 막연히 차별을 하면 안 된다고 외칠 것이 아니라 어떤 언행이 차별에 해당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게 필요하지 않겠나. 차별을 하지 말자거나 차별은 나쁘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는 차별처럼 상대적으로 새롭고 추상적인 관념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예의범절’이나 ‘시민질서’ 또는 휴가철마다 끌려나오는 ‘글로벌 에티켓’과 같이 서로 당연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개념 역시 마찬가지 아닌가. 그렇지 않고서야 이 정도로 교육 수준이 높고 이 정도로 경제 수준을 갖춘 나라에서, 그러니까 ‘선진국’에서 시민과 시민 사이에 지켜야 할 기본적 예절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이토록 많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니 새삼스럽지만 구체적인 얘기들을 해야 한다. 입을 가리지 않고 재채기를 하면 안 된다, 길바닥에 침을 뱉는 것도 물론 안 된다, 엘리베이터나 지하철에선 다 내리고 난 다음 올라타야 한다, 내리지 않을 거라면 출구를 막고 서 있으면 안 된다, 몸을 부딪치거나 발을 밟았을 때는 미안하다고 말해야 한다, 공공장소에서 이어폰을 끼지 않고 휴대폰으로 드라마나 예능을 보면 안 된다, 등산하면서 스피커로 음악을 틀면 안 된다. 악마만 그런 게 아니라 더 나은 사회도 디테일에 있다. 2020년은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활발한 해이기를 바란다.
  • 정몽구 재단, SCI급 논문 저자 11명 배출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올해 지원 중인 장학생 11명이 SCI급(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 국제 학술지에 제1저자로 논문을 싣는 성과를 냈다고 31일 밝혔다. 전날 재단은 ‘온드림 글로벌 우수 장학생’ 시상식을 진행했고 이들에게 상패와 300만원의 특별 포상금을 지급했다. SCI급 논문이란 미국의 통계회사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구축한 국제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된 학술지에 실린 논문을 뜻한다. SCI급 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것은 해당 분야 연구의 매우 큰 성과다. 지능정보기술 분야에서 김재선(아주대 석사과정), 바이오헬스 분야에서 정지은(서울대 석사과정), 에너지신산업 분야에서 조성헌(세종대 박사과정)씨 등이 논문을 게재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중앙대문학 본상에 신세훈, 청룡상 배우식

    중앙대문학 본상에 신세훈, 청룡상 배우식

    중앙대문학 본상에 신세훈 시인, 청룡상에 배우식 시인이 선정됐다. 중앙대문인회(회장 한분순)는 제24회 중앙대문학 본상 수상작으로 신 시인의 ‘계영배’가, 배 시인의 ‘연꽃’이 선정됐다고 30일 밝혔다. 본상은 등단 31년 이상, 새로 제정한 청룡상은 등단 30년 이하 문인 중에서 선정한다.신 시인은 196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시집 ‘사미인곡’ 등 30여권의 저작과 번역서를 발간했다. 200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배 시인은 3권의 시집과 문학 평론집을 발간했으며, 시적 감각과 사유의 확장으로 시단과 시조시단에서 주목 받았다. 시상식은 새달 14일 오후 3시 서울시청 시민청 태평홀에서 열린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31일 영장실질심사 예정된 송병기 이틀간 병·공가

    31일 영장실질심사 예정된 송병기 이틀간 병·공가

    ‘김기현 측근 비리 제보’와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송병기(57)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30일과 31일 각각 병과와 공가를 냈다. 30일 울산시에 따르면 송 부시장은 개인 사유로 30일 하루 병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 2부(부장 김태은)는 청와대 하명수사와 지난해 지방선거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송 부시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에 따라 송 부시장은 오는 31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인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송 부시장은 변호사와 함께 영장 실질 심사에 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 부시장은 구속영장이 청구된 다음 날인 지난 27일 오전 정상 출근해 근무했다가 오후에 조퇴했다. 송 부시장은 2017년 10월 비서실장 박모씨 등 김 전 시장 측근 비리 의혹을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문모(52) 행정관에게 제보하고, 이후 송철호 현 울산시장 선거 준비 과정에서 청와대 인사들과 선거 전략·공약을 논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국세청, 빗썸에 803억원 과세 통보…가상화폐 거래에 소득세 부과 논란

    국세청, 빗썸에 803억원 과세 통보…가상화폐 거래에 소득세 부과 논란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이 국세청으로부터 800억원대 과세 통보를 받았다. 가상화폐 거래 고객에게 세금을 부과한 것이라 앞으로 가상화폐가 과세 대상이 되느냐를 놓고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빗썸홀딩스 최대주주 비덴트는 “국세청으로부터 외국인 고객의 소득세 원천징수와 관련해 803억원(지방세 포함)의 세금을 부과받았다”고 밝혔다. 국세청이 빗썸에 부과한 세금은 가상화폐 거래를 통해 소득을 올린 외국인에 대한 소득세다. 원천징수의무자로서 빗썸이 제 역할을 하지 않은 만큼 소득을 올린 외국인들을 대신해 소득세를 내라는 뜻이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빗썸이 외국인 고객들에게 세금을 돌려받으면 되지만 현실적으로 받을 길이 없어 빗썸 입장에서는 ‘세금 폭탄’이 될 수 있다. 이번 과세는 여러 측면에서 혼란을 낳고 있다. 우선 과세 대상이 되는지 여부다. 국세청은 외국인 고객의 가상화폐 양도차익을 ‘기타소득’으로 보고 세금을 매긴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소득세를 매겼다는 것은 국세청이 가상화폐를 ‘자산’으로 간주했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빗썸이 원천징수의무자인지도 의문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법에서는 ‘소득을 지급하는 자’에게 원천징수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나 빗썸은 가상화폐 거래를 대행하고 그 수수료를 취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세청은 ‘소득을 지급하는 자’가 명백하게 빗썸 거래소 측인 만큼 원천징수의무자 지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세금 부과 대상 소득이 진정한 의미의 ‘소득’인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과세 대상이 ‘원화출금액’인데, 예컨대 1000만원을 A가상화폐에 투자했으나 A가상화폐 가격이 폭락해 손절매하고 100만원을 출금했다고 해도 이 100만원을 기타소득으로 보고 과세한 것이 정당하냐는 것이다. 그러나 국세청은 ‘원천징수의무자는 지급액의 20%를 원천징수한다’는 규정에 따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 이런 논란에도 국세청이 과세 통보를 한 것은 소득 발생 시점 이후 5년이 지나면 ‘부과제척기간’ 규정에 따라 과세를 할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빗썸 관계자는 “아직 권리구제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충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개구리 해부’ 역사속으로…미성년자 해부 과태료 최대 100만원

    ‘개구리 해부’ 역사속으로…미성년자 해부 과태료 최대 100만원

    앞으로 ‘개구리 해부’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미성년자의 동물해부실습은 예외적으로만 허용되고 이를 어기면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미성년자 동물해부실습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 개정안’의 시행(내년 3월 21일)을 앞두고 과태료 부과 기준을 마련한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29일 밝혔다.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미성년자 해부실습금지 의무를 위반할 경우 1차 때는 30만원, 2차 50만원, 3차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동물 해부실습은 생명 존중교육을 위배한다는 지적에 2009년 초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빠졌지만 일부 방과후 학습과 사설 학원에서 과학교육의 일환으로 진행해왔다. 동물실험을 사전 심의하는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이하 윤리위)의 운영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현재는 윤리위에 수의사가 1인 이상 포함되도록 의무화돼 있지만 실제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도 심의 승인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바뀐 시행령은 동물실험계획을 심의하는 회의에 수의사가 반드시 1인 이상 참석하도록 했다. 윤리위 심의를 뒷받침할 행정전문인력을 의무적으로 채용하도록 하는 규정도 추가됐다. 동물실험시행기관의 범위를 확대해 우리나라 영토에서 동물실험을 하는 국제기구에도 ‘동물보호법’ 상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불필요하거나 비윤리적인 동물실험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며 “입법예고 기간 제기되는 의견을 면밀히 검토해 후속 입법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98명 태운 카자흐 여객기 추락 잔해 속에서 아기 극적 구조

    98명 태운 카자흐 여객기 추락 잔해 속에서 아기 극적 구조

    지난 27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에서 승객과 승무원 등 총 98명을 태운 여객기가 추락한 가운데 사고 현장에서 아기가 구조되는 영상이 공개됐다. 28일 영국 인디펜던트 지 등 외신은 사고기 잔해 속에서 아기가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고 보도했다. 아직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이 아기는 사고 속에서도 기적적으로 살아있는 상태로 잔해 속에서 발견됐다. 이에 구조대원이 신속하게 아기를 안고 구급차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영상에 담겼다. 그러나 이후 아기의 상태가 어떻게 됐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사고는 이날 아침 7시 경 알마티 공항 인근에서 발생했다. 당시 승객 93명, 승무원 5명 등 총 98명이 탑승한 현지 항공사 ‘벡 에어’(Bek Air) 소속 여객기는 이륙 직후 고도를 잃고 추락해 알마티 공항 외곽의 한 2층 건물에 충돌했다.이 사고로 최소 12명이 사망하고 54명이 입원 치료를 받고있으며 이중 일부는 위중한 상태다. 사망자 명단에는 사고 항공기의 기장을 포함해 79세의 퇴역 장군, 35세의 뉴스통신사 기자 등이 포함됐다.로만 스클랴르 부총리는 “이륙하는 동안 비행기 꼬리 부분이 활주로에 두 번 부딪혔다”면서 “조종사의 실수 때문인지, 기술적인 문제가 있었는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정부는 아스칼 마민 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사태 수습에 나섰으며, 백 에어 소속 항공기와 사고기종인 포커-100 항공기의 운항을 전면 중지했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이날을 항공기 추락 승객 사망에 대한 애도의 날로 선포하고 “책임자들은 법에 따라 엄중히 처벌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법서라] 구속은 피했지만…갈 길 먼 조국의 ‘혹독한 시간’

    [법서라] 구속은 피했지만…갈 길 먼 조국의 ‘혹독한 시간’

    [편집자주] 전국 최대 법원과 최대 검찰이 몰려 있는 서울 서초동에는 판사, 검사, 변호사뿐만 아니라 그들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있습니다. 일반 국민의 눈으로 보는 법조계는 이상한 일이 참 많습니다. 법조의 뒷이야기와 속이야기를 풀어드리는 ‘법조기자의 서리풀 라이프’, 약칭 ‘법서라’를 토요일에 선보입니다. “혹독한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26일 오전 10시 5분쯤,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에 도착한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난 8월 말부터 시작된 가족 관련 의혹을 언급하며 “122일입니다. 첫 강제수사 후 122일째”라고 입을 열었고, “그동안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검찰의 끝이 없는 전방위적 수사를 견디고 견뎠습니다”라고 말하며 그 시간이 혹독했다고 토로했습니다. 네 달 남짓,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57·구속기소) 동양대 교수는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고 딸과 아들도 모두 검찰에 불려 나와 조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조 전 장관의 동생과 5촌 조카도 모두 구속돼 재판을 받는 신세가 되었죠. 조 전 장관은 법무부 장관에서 35일 만에 물러난 뒤 지난달부터 가족 비리 의혹 수사로 세 차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 사건으로 두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인 울산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의 사건에서도 조 전 장관은 피의자 가운데 한 명으로 돼 있습니다. ●구속영장 기각 사유에 “혐의 소명·법치주의 후퇴” 이례적 강한 표현 이런 가운데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으로 조 전 장관마저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니 아마도 조 전 장관 가족에게 지난 26일은 가장 긴 하루가 됐을지 모릅니다. 오전 10시 30분부터 4시간 20분 동안 영장실질심사를 가진 조 전 장관은 동부구치소에서 자신의 운명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12시간이 27일 오전 12시 50분쯤 결과가 나왔고, 조 전 장관은 가까스로 구속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구속 위기에선 벗어났지만 조 전 장관 측은 구속영장이 기각된 사유를 보고 마냥 안도할 수만은 없었을 것입니다. 이례적인 내용이 담겼기 때문인데요. 기각사유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됩니다.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죄질이 좋지 않다 ▲그러나 구속할 정도로 중대하진 않다’는 것입니다.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구속수사의 필요성을 따지는 절차로 영장전담 법관은 범죄의 소명 여부와 도주의 우려, 증거인멸 가능성을 중요하게 판단합니다. 범죄의 소명이라는 것이 조금 어려운데요, 피의자가 영장이 청구된 그 혐의의 범죄사실을 저질렀을 것으로 추정이 가능하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 합니다. 그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것은 전혀 아니지만 범죄를 저질렀을 개연성은 충분히 밝혀졌다는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해 수사에 큰 차질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면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조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심리한 권 부장판사는 우선 조 전 장관의 범죄 혐의가 소명됐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피의자가 직권을 남용하여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중단한 결과”라는 표현으로 조 전 장관의 감찰 중단 지시가 ‘직권을 남용한 것’임을 명시했습니다. 이 부분이 매우 이례적이고 눈에 띄는 대목인데요. 영장실질심사 단계에서 이처럼 본안 재판의 판결과 비슷한 수준으로 어떠한 혐의가 있었다고 단정짓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매우 드물기 때문입니다. 권 부장판사는 또 이러한 감찰 중단을 두고 “그 결과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후퇴시켰을 뿐 아니라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한 사정이 있다”는 점도 거론했습니다. 구속영장을 기각한 사유라기엔 아주 강한 표현들이 담긴 것입니다. ●“죄질 좋지 않지만 구속할 만큼 중대하진 않다”…靑은 “검찰 무리한 판단” 그렇지만 조 전 장관을 현 상황에서 당장 구속해야 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영장이 기각된 이유인데요. 조 전 장관의 사회적 지위, 가족관계, 영장실질심사에서의 진술 내용과 태도, 감찰 중단을 조 전 장관이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서 한 것은 아니라는 점 등과 함께 무엇보다 조 전 장관의 부인인 정 교수도 현재 구속돼 있는 상황이 고려됐습니다. 조 전 장관의 감찰 중단 관련 직권남용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도 죄질도 좋지 않지만 부부를 모두 구속할 정도로 중대하진 않다는 것입니다. 조 전 장관이 영장심사에서 부부가 모두 구속될 위기에 놓인 데 대한 토로를 한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감찰 무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정섭)에서 이미 김경수 경남지사를 비롯해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천경득 청와대 총무인사팀 선임행정관 등을 모두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 진행상황을 볼 때 증거인멸 우려도 낮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기각 사유를 받아든 검찰과 조 전 장관의 표정은 묘하게 갈렸습니다. 조 전 장관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지만 검찰은 권 부장판사가 적은 기각사유로 이 수사의 명분을 확실히 챙겼다고 평가됩니다. 보통은 구속영장이 수사의 중간 성적표 쯤으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짙고, 영장이 기각되면 마치 검찰 수사 자체가 흔들리는 것 같은 여론이 뒤따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혐의가 소명되고 직권남용이 맞다는 강한 표현까지 담긴 기각사유는 검찰의 수사에 오히려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도 해석됩니다. 27일 오전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이 “이번 결정으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얼마나 무리한 판단인지 알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자 “기각사유를 전부 읽어본 게 맞느냐”는 반문이 뒤따라온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고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수사권이 없는 상황에서 정무적 판단과 결정에 따라 통상의 업무를 수행해 왔음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면서 “검찰은 직권남용이란 이유로 구속영장 청구한 바 있는데, 향후 그 직권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법원의 최종 판결에 의해 명확하게 판단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권 부장판사는 조 전 장관을 구속하진 않았지만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이 중단한 것은 직권 남용이고 법치주의를 후퇴한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조 전 장관은 친문(친문재인) 인사들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구명 민원을 한 것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019년엔 전방위 수사로, 2020년엔 재판으로 ‘혹독한 시간’ 따라서 검찰은 앞으로 친문 인사들로 더욱 수사 방향을 좁혀나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 과정에서 조 전 장관에 대해서도 보강 수사로 혐의를 더해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 가능성도 남아있습니다.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지 않아도 조 전 장관을 재판에 넘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검찰은 이날 “죄질이 나쁜 직권남용 범죄를 법원에서 인정한 이상, 이 사건과 관련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조 전 장관으로선 일단 구속까지 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고,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향후 재판 과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실리를 챙겼다고 여겨집니다. 다만 조 전 장관은 유 전 부시장 감찰 중단 의혹 뿐 아니라 지난 8월부터 이어져 온 가족 비리 의혹 사건도 오는 30일 재판에 넘겨질 것으로 예상되고,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인 울산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 사건 등에도 피의자로 조사를 받게 될 전망입니다. 감찰 중단 의혹 사건도 영장심사 단계에서부터 마치 유죄인 것처럼 단정지어진 ‘직권남용’ 혐의를 조 전 장관이 스스로 벗어내야 합니다. 조 전 장관이 2019년 하반기에 가족과 자신에 대한 전방위 수사로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면 새해에는 자신과 부인, 가족들의 재판에서 모든 혐의들을 다퉈야 하는 또다른 혹독한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인사] 펜앤드마이크, 서울 용산구, 충북 진천군, 손해보험협회

    ■ 펜앤드마이크 △ 전무 겸 경영기획본부장 김동원 ■ 서울 용산구 ◇ 4급 승진 및 전보 △ 행정지원국장 유승재(용산공원조성협력단장 겸임) △ 주민복지국장 유영준 △ 도시관리국장 오석휘 △ 구의회사무국장 김은옥 ◇ 5급 승진 및 전보 △ 홍보담당관 이진희(용산공원조성협력단 홍보반장 겸임) △ 행정지원과장 정은천 △ 자치행정과장 박승일(용산공원조성협력단 주민협의반장 겸임) △ 기획예산과장 문인환(용산공원조성협력단 행정반장, 용산구정연구단장 겸임) △ 세무1과장 정근영 △ 어르신청소년과장 양유춘 △ 문화체육과장 송정윤(용산공원조성협력단 역사문화반장 겸임) △ 자원순환과장 정재희 △ 맑은환경과장 정애숙(용산공원조성협력단 환경반장 겸임) △ 주택과장 권윤구 △ 이촌제2동장 최원준 △ 서빙고동장 김승규 △ 감사담당관 직무대리 임홍택 △ 민원여권과장 직무대리 김선호 △ 일자리경제과장 직무대리 임종문 △ 세무2과장 직무대리 한상돈 △ 후암동장 직무대리 조성관 △ 이태원제1동장 직무대리 윤경숙 △ 한남동장 직무대리 염철민 △ 주차관리과장 직무대리 김옥성 △ 복지조사과장 직무대리 박경자 ■ 충북 진천군 ◇ 4급 승진 △ 미래도시국장 이종찬 ◇ 5급 승진 △ 여성가족과장 강선미 △ 세정과장 김두회 △ 산림녹지과장 김종덕 △ 의회사무과 전문위원 김기식 △ 보건소 보건행정과장 채정훈 △ 농업기술센터 기술보급과장 최양호 △ 이월면장 박노경 ◇ 5급 전보 △ 기획감사담당관 남기옥 △ 일자리경제과장 이미숙 △ 안전건설과장 이제철 △ 신재생에너지과장 임병조 △ 농업기술센터 소장 홍인종 △ 농업기술센터 농업정책과장 서정배 △ 농업기술센터 농촌지원과장 이진석 △ 상하수도사업소장 이관희 △ 덕산읍장 정태수 △ 문백면장 윤혁헌 △ 광혜원면장 이천희 △ 행정지원과 남은숙 ■ 손해보험협회 ◇ 부서장 승진 △ 경영지원부장 권병근 ◇ 팀장 승진 △ 장기보험부 상품·공시팀장 이문덕 △ 자율관리부 자율규제팀장 김홍주 △ 공익업무부 보험사기조사2팀장 김기용 △ 정부보장사업부 보장채권관리팀장 박인규 ◇ 부서장 전보 △ 정보시스템부장 최정수 △ 일반보험부장 김지훈 △ 소비자보호부장 방태진 △ 소비자업무지원부장 홍군화 △ 홍보부장 최종수 ◇ 팀장 전보 △ 기획조정부 기획총괄팀장 황선홍 △ 일반보험부 공동인수팀장 이인표 △ 소비자보호부 광고심의팀장 최동욱 △ 중부지역본부 춘천센터장 박남준 △ 서부지역본부 대전센터장 노상호
  • [씨줄날줄] ‘헥시트’의 역사/이지운 논설위원

    [씨줄날줄] ‘헥시트’의 역사/이지운 논설위원

    ‘홍쿠버’는 홍콩 탈출의 상징이다. 1997년 중국 반환을 앞두고, 홍콩사람들은 캐나다 밴쿠버로 몰려갔다. ‘홍콩+브렉시트’에 빗댄 ‘헥시트’의 원조 격이다. 부자들의 투자이민이었기에 밴쿠버도 이들을 환영했고, 악명 높은 밴쿠버의 부동산 급등은 이즈음부터 본격화된다. 밴쿠버의 부동산이 오를 대로 오르고 관련 법규도 강화된 때문인지, 이제는 행선지가 싱가포르로 바뀐 모양이다. 미국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를 인용해 홍콩에서 시위가 처음 발생한 지난 6월을 전후해 4개월간 40억 달러(약 4조 6880억원)의 예금이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이동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9~10월 싱가포르에서 인기 상위 100개 콘도미니엄중 90%를 홍콩 자금이 사들였다더라” “한 달에 5000~6000 싱가포르달러(약 433만~520만원) 하던 30평형 월세가 홍콩 시위가 격해진 직후 7000달러까지 오른 적이 있다”고 한다. 올 상반기 싱가포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유입된 홍콩 자금은 14억 달러(약 1조 6400억원)이고 시위가 본격화한 하반기에는 그 규모가 더욱 클 것이라는 게 글로벌 부동산 전문 컨설팅 기업 쿠시먼앤드 웨이크필드의 추정이었다.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트타임스는 ‘홍콩의 고액 자산가들이 수천억원대 싱가포르 대형 빌딩들을 매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특수가 몽골에까지 전달되고 있다. 사치와 가장 거리가 먼 나라 가운데 하나인 몽골에 사치품이 몰려들고 있다고 한 해외 인터넷 매체가 보도했다. 몽골의 ‘유일한 진짜 도시’인 울란바토르에 지난 1년간 롤렉스, 베르사체, 버버리, 구치 등이 본거지를 구축했다 한다. 호화 아웃렛을 입주시킨 상업용 건물들이 줄줄이 들어서고 있다. 소비자들은 물론 본토 중국인들이다. 2019년 상반기 중국 본토 관광객은 전체 몽골 관광객의 3분의1 이상이었고, 이 기간 중국인의 홍콩 관광은 42% 감소했다. 올해 홍콩의 럭셔리 브랜드 판매는 30~60% 하락이 예상된다. 세계 럭셔리업계 지출의 3분의1은 중국인들이 담당하고 있다. 홍콩에 돈이 말라가는 듯 보인다. 이것이 중국 당국이 바라는 현상일 것으로, 외신들은 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마카오 반환 20주년 경축행사에 참석해 “마카오는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의 성공 모델”이라고 치켜세우며 마카오 육성 전략을 내비친 것도 홍콩의 경제적 지위와 위상을 떨어뜨리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홍콩 사태가 내년도 세계 경제의 복병으로 이란 긴장, 브렉시트, 북핵 등과 함께 꼽히고 있다. 우리와의 경제 연계성이 워낙 높아 관심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곳이다. 2020, 홍콩까지 주시해야 한다. j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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