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일본「수교 접점찾기」 제2라운드
◎내일 도쿄서 열리는 2차 본회담 전망/「배상핵사찰」 입장조정 부심/경협 노려 「내년안 끝내기」 전력투구/북한/남북대화 고려,3차회담 늦출 태세/일본
오는 11,12일 도쿄에서 개최되는 일본과 북한간의 국교정상화를 위한 제2차 본회담에 참석할 북한측 대표단이 10일 하오1시50분 중국항공 925편으로 나리타(성전) 공항에 도착,일본에 왔다. 북한측 요인의 일본공식 방문은 지난달 20일 조선노동당 서기 김용순 국제부장이 처음이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정당차원의 방문이었으며 정부차원으로서는 이번 대표단의 방일이 역시 사상 최초이다.
이번 대표단은 전인철 외교부 부부장을 단장으로한 11명의 교섭대표단과 수행원 4명,수행기자 11명 등 모두 26명으로 구성되었다. 북한측은 당초 이들 이외에 조총련관계자 2명을 자문위원으로,도쿄에서 발행되는 조선신보기자 5명도 대표단에 포함시키겠다는 뜻을 통고해 왔으나 일본측에 의해 거부되었다. 그것은 조총련이 일본공안 당국에 의해 「위험단체」로 규정돼 있는데다 「파괴활동 방지법」의 적용을 받는단체여서 그 구성원이 대표가 될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보다 근본적인 논리는 조총련 관계자는 북한당국의 대표로는 볼 수 없으며 정부차원의 교섭결과에 영향을 받는 「법적지위의 논의대상」일 뿐이라는 차원이었다.
○여성 2명 포함 “눈길”
이번 정식대표 수행원 15명 가운데는 미·일관계를 담당하는 외교부 제14국 관계자가 7명이나 포함돼 있으며 정식대표로 14국 사무관 원정숙,수행원으로 외교부 전문원 최창숙 등 2명의 여성대표가 끼어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대표단은 도착 당일인 10일 하오 나카히라 노보루(중평립) 일본측 수석대표 주최 환영연에 참석하며,회담에 앞서 11일 상오 나카야마 다로(중산태랑) 일본 외상과 구리야마 다카가스(율산상일) 외무성 사무차관을 예방한다. 본회담은 11일과 12일 이틀동안 열린다. 일본측으로서는 이번 회담에서 전후 45년간의 보상문제,북한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문제 등 기본적인 쟁점을 정리하고 다음 3차 회담에서부터 본격적인 협의에 들어갈 방침이다. 북경에서 열리게 되는 제3차회담시기에 대해 일본측은 오는 5월 개최를 제의키로 했다. 4월에는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방일 등 외교일정이 꽉 차있다는 이유에서이다. 게다가 지난 2월로 예정되어 있던 남북총리 회담이 연기된 사실 등을 고려,재개의 전망 등을 지켜볼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 일본측의 이같은 방침과는 달리 교섭의 조기타결을 서두르는 북한측으로서는 4월 개최를 강력히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대표로 첫 방일
그러나 북한측이 회담을 서두르고 있다고만은 볼 수 없는 여러가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하는 견해도 없지 않다. 이같은 입장에서는 관측통은 지난 1월30∼31일 평양에서 열려던 제1차 회담후의 북한측 수석대표 전인철 기자회견 내용을 들고 있다. 전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들 조·일양국 정부대표단은 국교수립이라는 같은 열차를 타고 있다. 일본이 신간선처럼 하이 스피드로는 달리지 못하더라도 보통열차같이 속도는 다소 늦더라도 확실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도록 이해와 성의,호양의 정신으로 합의해 도달하려는 것이다』
이때의 1차회담에서 북한측은 이미 조기타결의 자세를 전환했다고 보는 것이다. 일·북한 국교정상화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북한측도 점차 이해하기 시작한 것으로 인식한다. 북한의 대일·대미관계 개선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남북 총리회담의 연기도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고 본다. 일본과의 국교정상화의 길이 결코 평탄치 않다는 것을 이해한 현단계에서 북한측은 일본과의 국교수립 시기를 92년말쯤으로 상정하고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김일성 주석이 80세를 맞는 1992년이 북한으로서는 국가적 축하의 해로 규정할 것이라는 것을 상기할 때 내년 연말까지 국교정상화가 이루어질수 있다면 북한으로서는 큰 성과를 거두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것은 일본측이 국교수립까지 「2∼3년」을 잡는 것과도 대체로 부합한다. 그러나 북한측이 대일 국교정상화에서 바라는 것은 무엇보다도 경제협력이다.
○3차 회담에 큰 기대
한국은 지난 65년 일본과 국교를 수립하면서 무상 3억달러,유상 2억달러의 협력을 받았으며 80년대에는 40억달러의 차관을 도입했다.
북한측은 소위 「과거의 청산」을 구실로 이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많은 액수의 협력을 요구할게 분명하다. 이렇게 볼때 북한측이 설정한 국교수립 시기는 별개문제로 치더라도 이번 제2차 회담에서도 격렬한 논전을 벌이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회담뒤엔 시내관광
이번 북한측 대표단의 또하나의 특징은 그 일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표단은 회담이 끝난 12일 이후에도 사흘동안 도쿄에 머물며 각지를 돌아본 뒤 16일 귀로에 오른다.
대표단은 도쿄 증권거래소,가나가와(신내천) 사이언스 파크,요코하마(횡빈)의 미래도시 「21세기 프로젝트」를 둘러보며 니코(일광),디즈니랜드,백화점 등도 관광한다. 북한측 대표단이 왜 이처럼 긴 관광일정을 잡았는지는 확실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정부대표단으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방문하는 경제대국 일본에서 북한측은 많은 것을 이번 기회에 보고 가겠다는 「의욕」에 넘쳐 있기 때문이라고 관계자들은 풀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