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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상우작 「나는 인간의 빙하기로…」(이작가 이작품)

    ◎인류멸망의 정신사적 궤적 탐구/소설의 논리구조 탈피… 마약 등 문명 비판/“2년동안 6번 실패 끝에 발표” 90년대의 주목받는 젊은 작가군의 선두주자중 한사람인 소설가 박상우씨(36)가 기호와 생경한 미래용어가 난무하는 문명비판소설 「블랙리포트;나는 인간의 빙하기로 간다」(세계사간)를 내놓았다.「지구인의 늦은 하오」「시인 마태오」에 이은 자신의 3번째 장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지난 91년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으로 60년대식 낭만주의의 부활을 노래한 작가의 「문학적 변신」이 담겨있다.그러나 작가 자신은 「변신」이 아니라 「주제의식의 확대」이며 「소설적 운동공간의 확충」이라고 말한다.등단때부터 한번쯤 쓰고 싶었던 글쓰기의 해갈이라는 것이다. 91년 가을부터 「한국문학」「현대문학」「작가세계」등 3개 문예지에 연작형식으로 각각 분재됐던 이 소설은 「분열적 소설공법」이라는 소설형식을 취하고 있다.낯선 이 용어는 세계의 가시적 분열상을 최대한으로 수용하기위해 소설의 논리구조를 의도적으로 파괴한 작가특유의 창작그릇이다.연작발표 당시 이 작품에는 『재래식 소설형식을 그대로 둔채 그 골격을 해체하는 실험』『소설개념에 대한 또 하나의 도전』이라는 예사롭지 않은 평이 뒤따랐다.그러나 작가자신은 『형식및 내용이 미흡하다』며 집필을 중단했었다.이후 2년동안 6번의 실패를 거듭한끝에 첫발표 당시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장편으로 태어났다. 이 소설은 본문에 들어가기전 일러두기를 통해 「독서의 영향으로 경미한 두통과 미열,혹은 구토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음」을 미리 통지하고 있다.90년대말쯤에야 발표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작가의 조심스러움 내지는 아직은 우리 독서풍토가 이런 작품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자가진단때문으로 보인다. 소설은 수미상응형식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사용,전체를 미래소설로 전환시키는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본문은 「사막,111통제구역」∼「사막,000사각지대」까지 10개 부문으로 나뉜다. 서기30 30년 빙하에서 19 00년대의 사막유적을 탐사하던중에 특이한 문어문집 즉「블랙리포트」를발견한다.「논리의 끝에서 내가 만난건 분열뿐이었다…」는 서두로 시작되는 이 리포트는 혼돈의 현시대를 의미하는 사막을 횡단하던 주인공이 10개의 각 통제구역에서 마주친 정치,폭력,범죄,섹스,포르노,테러,마약,종교등 위기의 문명구조가 야기하는 다양한 광기의 파편이 구토를 동반할만큼 리얼하게 그려져 있다.서기 30 30년 미래세계에 의해 「인류멸망의 정신사적 궤적을 조사하는데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는 이 리포트는 사막이 끝나는 곳에 있는 빙하가 희망이나 구원이 아닌 멸절의 각성을 의미한다는 역설로 끝맺는다. 박씨는 경기도 광주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동두천등 군부대주변에서 보냈다.춘천고와 중앙대 문창과를 나와 강원도 인제와 태백에서 교편을 잡았다.88년 중편 「스러지지 않는 빛」이 문예중앙에 당선돼 등단했다.요즘은 경기도 미금시 연립주택 지하에 작은 방 하나를 빌려 창작작업중이다. 『이 작품에 대해 평단이나 독자들은 어떠한 심판을 내릴지 모르겠지만 결과에 연연치 않겠습니다.평에 관계없이 내가 가장 아끼는 소중한작품으로 남을 것입니다』
  • 공초 문학상(외언내언)

    공초 오상순.우리나라 신시의 선구자이며 19 20년 문예지 「폐허」의 동인으로 참여했던 시인이다.해방후에는 스님처럼 머리를 빡빡 밀고 수복후에는 연기 자욱한 명동의 청동다방에서 「청동산맥」이란 사인첩을 만들어 놓고 문인들과 제자들에게 선문답같은 낙서와 시문을 적게했던 기이한 시인이다. 공초는 결혼도 하지 않고 평생을 행운류수처럼 떠돌이 생활을 해왔고의 탈속한 경지에서 그야말로 무애도인으로 살다 갔다.그래서 그는 많은 일화와 기행을 남기기도 했다. 어느날 공초가 기르던 고양이가 죽자 집에 초상이 났다고 부음을 보내어 친구들이 달려가본즉 뜰에 고양이 무덤을 만들어놓고 곡을 하더라는 것이다.그의 유명한 명문 『짝잃은 거위를 곡하노라』는 이때 쓰여진 것이 아닐른지. 공초의 숱한 기행과 일화는 너무나 유명해서 정작 그의 시 세계의 진가를 가리는 역할을 했다.공초의 시 세계는 서정성이 주류를 이루었던 우리 시문학사에서 드물게 형이상학적이고 철학적이며 구도적인 면을 지녔으며 우주적인 광활한 세계를내포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그의 초기작이자 대표작인 장시 「아시아의 마지막 밤 풍경」은 이렇게 시작된다. 마치 예언자의 절규같은 치열함을 보여준다.공초의 치열한 시 정신,심오한 사상성,그리고 우주적인 스케일이 근래에 와서야 비로소 주목을 받고 재평가되고 있다. 올해는 공초의 탄생 1백년이자 30주기.그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공초 오상순선생 숭모회와 서울신문사가 함께 공초 문학상을 제정,제1회 수상자로 이형기시인을 선정했다.공초를 따르고 존경하던 후배문인들이 서화를 내놓아 전시회를 열고 그 판매수익금으로 1억여원의 기금을 조성하여 제정한 상이라 더욱 값지고 귀하다.
  • “문화사업에 기업이 앞장서야죠”/숭민산업사장 이광남씨(인터뷰)

    ◎문예지 지원 등에 35억 회사 『미력하나마 기업이익의 사회환원과 참다운 기업문화구현을 위해 문예지지원사업을 계획하게 됐습니다』 재정난에 시달려온 월간 「문학공간」지에 올 4월부터 95년 3월까지 2년동안 월5백만원씩 총1억2천만원의 거금을 지원키로한 숭민산업 이광남사장(51)은 문화지원사업에 대한 그의 의욕은 확신에 차있다. 그는 지난 한햇동안 예총기관지 「예술세계」지원,정신대대책협의회지원사업,소년·소녀가장돕기,노인문제연구소지원등 61건에 모두 35억원을 내놓았다.이 돈은 음지에서 고생하는 이름없는 단체나 사회복지차원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쓰여졌다. 『권위있는 문학상을 올해안으로 제정할 생각입니다.시·소설·희곡·평론등 4개 부문에 1억원 정도의 예산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갈 작정입니다』
  • 「93한국 문학 작품선」 발간/문예지 등에 발표된 390편 수록

    지난91년 11월부터 92년 6월까지 각종 문예지등에 발표됐던 문학작품가운데 우수작만을 골라 수록한 「93한국문학작품선」(전4권)이 발간됐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비매품으로 펴낸 이 책자는 세계50개국의 한국학연구기관및 전국의 공공도서관,대학도서관,새마을문고등에 배포할 계획이다. 이 기간중 한국문단의 작품경향을 조감해 볼 수 있도록 문학사적 평가에 의의를 두고 있는 이 선집에는 문예지 40여종과 동인지 1백여종에 발표된 시·시조 2백26편,소설 18편,희곡·수필·평론 38편,동시·동화 1백9편등을 각권별로 문예진흥원 편찬위원회에서 엄선해 수록했다.
  • 시·소설 창작이론서 출간/송하춘·홍윤기씨,기법·예문 등 제시

    시와 소설 창작을 위한 이론서들이 나왔다.소설가이며 고려대 국문과 교수인 송하춘씨가 「발견으로서의 소설기법」(현대문학 펴냄)을 펴낸데 이어 시인 홍윤기씨가「시창작법­이론과 실제」(한림출판사 펴냄)를 내놓았다. 송교수의 「발견으로서의 소설기법」은 소설을 쓰고자하는 사람들을 위한 소설창작 지침서격으로 전체 10장으로 구성돼있다.머릿속의 소설구상에서부터 한편의 작품이 완성되기까지,그 전과정을 창작 순서에 따라 배열해 놓은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가능한 한 우리나라 소설을 중심으로 특히 우리 당대의 작품들을 참고로 하였으며 본문 옆에 상세한 주를 달아 참고하기에 편리하도록 지면이 짜여졌다. 홍윤기씨의 「시창작법」은 필자가 대학에서 수년간 강의해온 「시창작」강의 내용을 보완·정리해 내놓은 책이다.시인이 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실기위주의 강의서로 꾸며진 이책에는 3백20여편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시들이 예문으로 실려있다.또 각종 문예지와 신춘문예 등단작품및 심사평을 게재하고 있어 신인 시인들의 경향을 한눈에 볼수 있도록 했으며 이 책에 수록된 시인 2백73명의 간략한 약력을 부록으로 책뒤에 실었다.
  • 고려원 「…소설」(책의 해/우리가 만든책:7)

    ◎출판사 자천도서 시리즈/촉망받는 작가의 창작집/신경숙·최수철·고원정·유순하 등 14명 선정 신경숙,최수철,김형경,임철우,김남일,고원정….90년대 우리 소설계를 새로운 저항과 창조의 물결로 만개시킬 주목받는 작가들이다.고려원(대표 김낙천)이 기획출판하고 있는 「새로운 작가 새로운 소설」은 이미 80년대에 그 역량을 충분하게 증명받은 14명의 신예세력들에게 90년대의 빛나는 자리를 예약해 주는 시리즈이다. 김윤식,조남현,전영태,이동하가 선정한 14명의 「새로운 작가」는 신인은 물론 아니다.소설계에 새로운 물결의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작가들의 새로운 글쓰기 작업가운데 높은 가치를 가진 부분을 「새로운 소설」이라는 이름으로 집대성한데 의미가 있다. 신경숙의 「겨울우화」,김남일 「천하무적」,정건영 「멍에와 구두뒤축」,고원정 「비둘기는 집으로 돌아온다」,김형경 「단종은 키가 작다」,임철우 「물그림자」,이상문 「은밀한 배반」등이 그것이다.그리고 현길언 「우리들의 조부님」,이원규 「깊고 긴 골짜기」,이승우 「세살밖으로」,유순하 「사슴굼」,최수철「말처럼 뛰는 말」등을 포함하면 14개 작품집중 12편이 출간된 셈이다.최인석,이창동의 책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올들어 각 문예지를 장식하면서 최고의 주목받는 작가로 떠오른 신경숙은 이 시리즈에 첫창작집을 냈다.6번째 작품집인 「겨울우화」가 바로 그 창작집이다.90년대 문체미학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가로 평가를 얻고 있는 신경숙은 이 작품집에서 「밤길」「어떤 실종」「외딴방」등 11개의 단편을 통해 침착한 문체,현미경적인 관찰을 시도했다.현실과 과거가 교차하는 구도등 천부적인 이야기꾼 기질을 유감없이 드러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빙벽」「대권」등 권력의 냉혹한 논리를 한 축으로 삼아 그 타락성및 권력자의 내면을 투시한 일련의 정치소설을 발표한 고원정의 「비둘기는 …」도 자유와 순수를 향해 나아가는 작가적 열망을 집약한 첫자선집이다. 안홍균출판연구실장은 『「새로운 작가…」시리즈는 우리 문학의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최상의 안내도를 제공한다는 마음으로 기획됐다』고 말한다.그러면서 독자들은 이들의 작품을 만남으로써 우리 소설의 현위치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밝혔다.
  • 서울문인협 문예지「서울문학」창간/문학상도 제정… 박봉진씨 첫 영예

    종합문예지 「서울문학」이 창간됐다.이 문학지의 창간은 지방자치화 시대를 맞아 서울에 거주하는 2천5백여명의 문인들을 회원으로 서울시 문인협회가 결성된 것과 때맞춰 회원들의 문학활동을 뒷받침하고 문학의 연구발전을 위해 이루어졌다. 「서울문학」창간호에는 원형갑 서울문협회장의 「한 방울의 시심을 불어넣는 시심…」이라는 제목의 권두언과 함께 박태진시인의 「바람자지 않는 언덕」등이 실려있다.종합문예지답게 시·시조·소설·수필·동시·평론등 모든 문학장르를 다양하게 다루었다.특히 기획중편소설시리즈로 추리소설가 이상우씨의 중편소설 「학은 무엇을 숨기나」와 구인환씨의 「어떤 승부」를 수록했다.이상우씨의 「학은 무엇을 숨기나」는 여자라는 선입견을 거부하며 조직사회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남자 동료·선배들을 제치고 파격적인 고속승진을 하는 신입여사원의 이야기. 이밖에 「서울문학」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서울을 주제로 한 수필들이 다수 실렸다. 「서울문학」은 종합문예지 발간이외에 문단경력 40년이상의 원로와 30년이상의 중진 가운데 해당연도에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문인에게 수여하는 「서울문학상」을 제정·운영한다.올해 제1회 서울문학상은 원로시인 박태진씨(71)에게 돌아간 바 있다.
  • 전화쇼핑 취미/문정희(여성칼럼)

    한 문예지에서 문인들의 취미를 조사했을 때 멋모르고 「쇼핑」이라고 대답했다가 주위를 조금 웃긴 적이 있다.문인이라면 점잖게 「독서」라든가 「음악감상」혹은 「난 기르기」정도를 취미로 해야지 너무 눈에 띄인다는 것이었다.더구나 그때 나의 스승인 미당선생은 취미를 「먼산 바래기」라고 대답해서 얼마나 진솔해 보였던가. 그러나 음악을 밤낮으로 틀어놓고 살고있고,또한 책은 밥먹듯이 읽고있으니 그것을 어떻게 취미라 할수있겠는가.취미라면 역시 돈이 없어 그렇지,신나는 쇼핑이어도 괜찮지 않을까.그때 스무살이 갓 넘었던 젊은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었다.기실 맘에 드는 물건을 산 날,우리는 얼마나 행복하며 심지어 그런 예쁜 물건을 만든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까지 들지 않던가. 그런 의미에서 나는 최근 몇년동안 전혀 취미생활을 하지 못하고 산다.도무지 쇼핑은 커녕 꼭 해야하는 장보기 마저도 마치 「번갯불에 콩구어 먹기」식으로 하거나 그도 아니면 전화를 이용하곤 한다. 솔직히 나에겐 쇼핑에 할애할 시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전화로 장을 본다고 하면 뭔가 많이 부실할것 같지만 기실 그렇지만은 않다.미리 정확한 크기와 함량과 상표를 잘 알아두고 그때그때 필요한 것을 대기만 하면 그대로 잘 배달해 준다. 슈퍼마켓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나의 전화 장보기를 가장 유용하게 도와주는 곳은 동네의 단골서점이다.요즘 대부분의 주택가의 서점이 그렇듯이 이 서점도 베스트셀러나 참고서류만 갖추고 있지만 내가 원하는 전공서적 혹은 번역본들을 언제든 손쉽게 구해다 주기 때문에 여간 편리하지 않다.읽고싶은 시집이나 창작집 대학 출판부에나 가야 구할수 있는 전공서들을 언제든 전화로 주문해서 읽는다.책 한권을 구하기 위해 일일이 시내의 대형 서점들을 그때마다 찾곤 했다면 나는 아마 많은 원고와 논문을 반도 써내지 못했으리라.
  • 가람시조문학상 수상 이은방씨(인터뷰)

    ◎“시조에 대한 일반인 관심에 가슴 뿌듯” 『전통문학의 맥을 되찾으려는 젊은층의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이러한 현상은 우리 시조문학의 저변확대를기대할 수 있게 합니다』 최근 제13회 가람시조문학상을 수상한 중견 시조시인 이은방씨(52)가 시조문단에 건 기대는 컸다. 그가 현재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한국시조시인협회는 19 60년대 출범할 무렵만해도 30명이라는 극히 적은 회원으로 출발했다.그러나 이제는 5백명이 넘는 회원을 거느릴 정도로 양적 팽창을 거듭해왔다.거기에다 매년 신춘문예와 각종 문예지를 통해 등단하는 신인 20∼30명의 신인들이 보태지고있어 보기만해도 든든해진다. 『일본·중국·영국등 세계 여러나라가자국 고유의 시가문학을 계승·발전시키는데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가장 부럽습니다.때늦은 감이 있지만 시조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서서히바뀌는 것이 제게는 무엇보다도 반갑습니다.20년넘게 시조를 써왔지만 시조라는 틀거리를 통해 표현할 수 없는 것은 단 하나도 없었지요』 현대시조는 소재가 지나치게 관념적이라는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그 영역을 점차 확대해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이미지와 시어 개발에도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그가 대학시절부터 관심을 가졌던 분야는 원래 소설.그러나 군복무시절 틈틈이 연습장에 적어놓은 시가 건군 15주년 현상모집에 당선되면서 장르를 소설에서 시로 바꿨다.그러다 시조 특유의 정형성에서 우러나오는 절제미에 매료돼 다시 한번 방향전환을 한 그는69년 중앙일간지의 신춘문예 시조부문에 당선하면서 시조시인으로서의 자리를굳혔다. 첫시조집 「다도해 변경」에 이어 모두 4권의 시조집과 「백두산 등정기」를 펴냈다.제1회 한국시조문학상(1983)을 비롯해 제11회 노산문학상(1986)과 제27회 한국문학상(1990)을 수상했다.
  • 90년대 시/가볍고 통속적 위기상황 직면

    ◎최동호씨 등 평론가들 극복방안 모색 활발/종말론적 세계관·에로티시즘 확산/문장 또는 시 전체 의미구조 불완전/“치열한 시의식·언어의 주체성 회복” 제시 「80년대는 시의 시대」라는 찬사를 뒤로 하고 국내외 정치사회상황의 급격한 변화와 함께 과학기술의 발달로 성큼 다가온 영상매체시대라는 격류에 휩싸인 한국시의 위기적 상황을 진단하는 시도가 일부 문예지를 중심으로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문학사상」「현대시학」「시문학」등의 문학월간지들은 9월호에 각각 한국시의 부정적 징후를 진단하고 그 극복을 모색하는 특집을 마련했다.거의 동시적으로 이루어진 세 잡지의 특집은 현재 우리시의 위험수위가 얼마나 심각한 정도에 다다르고 있는지를 잘 드러내주는 한편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문단내의 분위기도 무르익고 있음을 짐작케하고 있다. 90년대 들어 우리시단은 민중시의 침체와 상업적 대중시의 범람 속에서 80년대 해체시적 전통과 전통서정시로 보수화해가는 경향 사이에서 뚜렷한 구심점을 찾지 못한채 표류해왔다.그런 표류과정에서많은 부정적인 징후들을 드러내고 있는데 이는 특집에 글을 기고한 필자들에 의해서도 꼼꼼히 지적되고 있다.이런 부정적 징후들이 비록 문학을 위기에 몰아넣는 여러 객관적 상황과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시를 통속화·경박화하는 주범(?)인 젊은 시인들에게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것이 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먼저 문학평론가 최동호씨는 「문학사상」에 실은 글 「90년대 시에 대한 몇가지 단상」을 통해 신세대 시인들의 시경향을 비판하고 나섰다.최씨는 신세대시인들이 주도하는 90년대 시의 부정적 징후들로 포스트모더니즘시의 유행에 따른 ▲종말론적 세계인식의 유포 ▲상업주의에 입각한 세속적 에로티시즘의 광범위한 확산 ▲무책임한 자기배설적 개인주의의 횡행등을 꼽았다.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시가 건강한 활력을 되찾고 새로운 시적 사고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인간과 자연과 문명이 하나의 전체로서 조화되는 생성적 세계관에 근거하고 끈질기고 개방적인 한국적 사고의 특성이 포괄된 정신주의』가 그 한방편이 될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문학평론가 고형진씨는 같은 잡지에 기고한 논문에서 90년대 시의 부정적 징후들로 ▲고민없는 가벼움과 즉자적 반응의식 ▲언어유희와 공허한 냉소주의 ▲소멸되고 혼란된 의식의 해체적 함몰 등을 들고 치열한 시의식에 입각한 진정한 시성의 확립만이 이를 극복하는 계기가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시인 강연호씨는 「현대시학」에 기고한 글에서 90년대 시의 부정적 모습으로 통사구조의 해체와 이완 즉 문장 또는 시 전체의 의미구조가 성립되지 않는 경향을 지적했다.그는 통사구조가 거의 완벽한 박상륭의 소설을 거론하면서 우리말 운용의 보다 엄격함을 요구했다.같은 잡지에 글을 실은 시인 손진은씨 역시 90년대 젊은 시인들의 좋지 않은 경향으로 사고 자체가 서구적 생각의 틀에 너무 기울어져있음을 지적했다.기형도 등의 시를 예로 들어 그의 시가 『모국어라는 몸만 빌릴뿐 형태나 사유구조는 거의 서구의 것』이라고 단정한 그는 우리말로써 사유하고 표현하는 언어의 주체성 회복을 강조했다. 또 자연을 노래하는 젊은 시인들이 부쩍 늘어난데에 주목한 시인 장경린씨(「현대시학」9월호)는 젊은 시인들이 시세계를 전환하는데 필수적인 이행과정을 결여함을 꼬집고 현재의 과제가 『강제적인 질서 부여가 아니라 탄력성 있는 인식력으로써 혼란속에 내재해있는 시의 표적들을 찾아내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시인 진이정씨(〃)도 최근 한 분파를 형성하고 있는 정신주의 혹은 초월주의 시경향에 대해 그 비현실성을 비판했으며 시인 엄원태씨(〃)는 최근 시인들의 「절망의 관습적 수용과 과장적 표현」에 대해 경계했다.
  • 첫 소설집 「이야기…」 출간 함정임씨(인터뷰)

    ◎“첫 사랑의 소녀처럼 붕뜬 기분이에요”/시적언어 구사… 「무서운 신인」으로 각광 『누군가를 사랑하는 듯한 붕 뜬 기분입니다』 최근 첫 소설집 「이야기,떨어지는 가면」(세계사간)을 펴낸 소설가 함정임씨(28)는 처녀소설집을 낸 소감을 첫사랑의 감정에 비유했다. 함정임,하면 아직 일반에겐 낯설지만 문단에선 90년대 소설분야를 개척해나갈 무서운 신인으로 꼽고 있다. 시적인 언어구사로 담백한 울림을 이끌어내 시인들로부터도 인기가 좋은 그녀는 문단 데뷔 2년만에 이미 독특한 스타일리스트로 자리잡고 있다. 이번에 펴낸 소설집 「이야기,떨어지는 가면」은 90년 동아일보신춘문예로 등단이후 드문드문 문예지에 발표했던 작품들을 묶은 것으로 「오래된 항아리」「0라는 젊은 여자의 매혹적인 눈」「겨울여행」등 9편의 단편소설을 싣고 있다. 대부분 진부한 스토리텔링 방식의 전개를 거부하고 있는 수록작품들은 「산문의 형식」이란 낯선 기법으로 작중 화자의 내밀한 세계관을 표출시키며 개체의 존재성을 드러내보인다. 이같은 소설은전통적 소설기법에 익숙한 독자에게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수도 있다.하지만 찬찬히 글을 따라가다보면 작가의 욕망과 언어의 욕망을 만날 수 있으며 결국엔 한편의 좋은 시를 읽고난 후처럼 상큼한 이미지가 떠오르게 마련이다. 『물화되는 세계에 충격을 가함으로써 일어나는 생명력에 환희를 느끼는 방법』이라고 함씨는 자신의 소설쓰기에 대해 설명했다. 그녀의 소설들은 많은 성적인 욕망과 관련된 「언어의 성감대」를 노출시키는 방법으로 독자들을 소설읽기에 끌어들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사람과 소통하고 싶어서 글을 쓰게 되었다』는 함씨는 시를 쓰던 대학시절 가스통 바슐라르,김윤식,김치수씨 등의 글을 접하게 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밝혔다.앞으로도 소수의 독자만 확보하더라도 자신만이 쓸수 있는 독특한 소설을 쓰겠다고 포부를 밝힌 그녀는 진실이 패배하는 현실을 낮게 스며들게 그리는 「악령들린 사람들」(가제)이란 장편소설을 지금 구상중이다.
  • 문단 “조노화병” 앓고 있다/65세이상 작자중 창작활동은 10%뿐

    ◎“독자가 외면” 문예지서 원고청탁 기피/후배와 세대차로 갈등… 50대중반 절필 늘어 문단의 나이든 문인들은 슬프다. 얼마전 출판사에서 주최한 모임에 참석했던 한 중진문인은 행사장을 일찍 나서야 했다.같은 연배의 문인들이 대부분 절필한 터라 대화를 나눌 만한 마땅한 상대도 없었거니와 무엇보다 자신을 보고서도 인사를 하지 않는 까마득한 후배문인들에게 기분을 상했기 때문이었다.딱히 갈 곳을 정하지 못했던 그는 마침 잘됐다 싶어 근처의 문예지사로 발길을 옮겼으나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지난번 그 문예지사에 들렀을 때의 낯뜨거움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당시 새로 바뀐 30대의 주간이 횡설수설하며 줄곧 꺼려하는 기색이라 한번 읽혀나 보려고 가져갔던 원고얘기는 아예 꺼내지조차 못하고 나왔던 기억이 떠올라 그는 근처 허름한 술집 안으로 몸을 디밀었다.자신의 초라한 처지와 젊은 세대의 버릇없음을 안주삼아 술잔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이는 문단 노인문제의 한 경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최근 우리 문단은 일반노인인구의증가와 더불어 나이든 문인이 늘어나면서 중진·원로문인의 소외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문인의 조로화가 보편화되고 퇴직금이나 연금 등 문인에 대한 제도적·물질적 혜택이 거의 없는 문단에서의 노인문제는 일반노인문제보다도 훨씬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다.65세 이상의 문인중에서 실제로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은 10%선에 불과하며 50대 중반만 되어도 글쓰기를 포기하는 「젊은 노인」들이 속속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 노인문인들은 급변하는 사회환경 속에서 후배들과의 세대차문제,잡지사의 원고청탁 기피 등으로 심한 소외감과 좌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문인들의 소외감과 좌절감은 우선 『요즘 젊은 작가들은 도대체 선배를 공경할 줄 모른다』는 불만으로 표출되고 있다.요즘 젊은 작가들은 선배가 베스트셀러작가 정도가 아니면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중진문인은 『예전에는 어떤 사명감 같은 숭고한 목적에 이끌려 문학을 하며 가난속에서도 자존심을 지켜왔는데 요즘 물질만능시대의 젊은 작가들은 정신의 가치를 우습게 보는 것같아 안타깝다』며 문학하는 자세부터 전세대와 현세대가 다르다고 개탄했다. 또 잡지사의 편파적 원고청탁으로 나이든 문인들에게는 지면이 잘 주어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실제로 문예지의 주요필자는 30∼40대층으로 50대이후 문인의 글들은 별로 실리지 않고 있는 추세로서 70대 작가들도 문단을 누비는 선진국과는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대부분의 나이든 문인들이 「양로원에 보내지고 있다」「고려장 치러지고 있다」는 피해의식에 젖어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의 지원는 거의 없어 나이든 문인들의 소외감을 증폭시키고 있다.현재 원로문인들에 대한 지원은 문예진흥원에서 불우원로문예인을 대상으로 분기별로 1백20만원씩 지급하는 원로문예인 복지사업이 고작이다.올해 문학부문에서는 9명이 수혜자로 선정됐는데 이는 현실적 지원수요를 감안할때 턱없이 부족한 숫자라는 지적이다. 한 문예지 발행인은 『나이든 문인들 중에는 늘 작품을 정상으로 이끄는 탄력을 지닌분이 드물다.대부분 젊은 독자를 상대로 신선한 감각과 시류성 화제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문예지에 비해 너무 정체돼 있어 젊은 독자를 흡입시킬 수 있는 힘이 미약한 나이든 문인들의 글을 싣는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이 따른다』고 밝혔다. 문단의 노인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여러가지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다.한 예로 문학평론가 윤재근교수(한양대)는 나이든 문인들의 글쓰기가 자기극복의 방편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최근 활발한 시작활동을 펼치고 있는 서정주 구상 김춘수 박두진 조병화 김남조씨 등의 원로시인들에게선 그러한 경향을 엿볼수도 있다. 문단의 노인문제에 관심을 갖는 많은 사람들은 국가차원의 원로문인지원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한다.또 문협 펜클럽 등 문학단체에서 노인문인문제를 다뤄 원로문인을 위한 회관건립 등 실체적 사업과 함께 인생론적 보편성과 교훈성에 의거하는 나이든 문인들의 작품세계에 보다 큰 관심을 보여 그들을 북돋는 따뜻한 운동이 펼쳐져야 한다는 의견 들이다.
  • 이문열단편소설 「시인과 도둑」/긍정 엇갈린 평가 부정

    ◎ 인기작가 이문렬씨가 「현대문학」 4월호에 발표했던 단편소설 「시인과 도둑」에 대해 엇갈린 평가가 이어지고 있어 관심을 끈다. 그동안 박덕규 손경목 신덕용등 일단의 문학평론가들이 이씨의 「시인과 도둑」에 대해 일간지나 문예지의 월평란을 통해 긍정적 또는 비판적인 평을 발표해온데 이어 최근 현대문학사는 이씨의 「시인과 도둑」을 이씨의 장편「시인」과 함께 올해 현대문학상 소설부문 수상작으로 뽑았다. 「시인과 도둑」은 이씨가 오랜만에 발표한 단편소설로서 문학적 성취도와 상관없이 화제를 모은 작품.조선조 후기 구월산을 근거지로 새 세상을 이루려는 혁명을 꿈꾼 화적떼에 붙잡혀 혁명을 고취하는 시가를 지었던 시인이 결국 시가로써 수구세력의 방어본능을 키우고 혁명세력을 문약화시키며 혁명욕구를 대리배출시켰을 뿐 실질적인 혁명에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작품에 대해 문학평론가 신덕용씨는 『문학인의 역할과 자세를 돌아보게끔 하는 이야기』로서 80년대 변혁을 소리높여 노래해온 문학자들의 귀중한 체험을 바탕으로 비판적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고 좋게 평가했다.「현대문학」5월호에 기고한 평론에서 그는 그 비판적 인식이 『80년대 문학이 우리 삶의 상처를 치료하는 치료약이 될 수 없었음은 물론 문학자들의 역할 또한 과장되어 있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학평론가 박덕규씨는 『우리시대 최대 화제작가가 근년에 몸담고 있는 일련의 정신적 편력은 대단히 위기스럽다』며 『이번 작품 「시인과 도둑」에는 검증해야 할 중요한 사실을 건너뛰면서 생긴 비타당성이 들어차 있다』고 혹평했다.그는 이 소설에서 『혁명속의 반혁명성을 지적하는 날카로운 용기가 어느새 혁명을 꿈꾸는 일 자체가 이미 반혁명적인 것이라는 왜곡된 전언을 낳고 있다』며 그것은 『작가가 너무 오래 이념투쟁의 제물이 되어왔던데 대한 보복심리에서 연유한다』고 모일간지에 기고한 평론을 통해 분석했다. 한편 문학평론가 손경목씨는 「시인과 도둑」의 핵심적 전언인 우리시대 문학의 현실변혁적 지향에 대한 「경고」가 그 논리적 근거를 소설안에 충분히 갖고 있지 못하다는 이유로 그에 대한 다양한 역비판이 가능하지만 그동안의 현실변혁을 지향한 문학들이 그같은 「경고」로부터 자유로울 만큼 문제가 없지도 않았다는 점을 지적,앞선 두 평론가의 긍정과 부정의 시각을 함께 아우러 보여주었다.
  • 춘천 여성문학회(지역문화를 가꾼다)

    ◎“「호반의 도시」에 심은 여인의 시심”/91년 40∼50대 중진10여명 모여 창립/“춘천시단 밀알되자” 활발한 작품활동 『순수한 문학적 열정을 품은 여성들만의 만남은 오래전부터 기대돼 왔었고 당연히 생겨나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우리의 모임두 백안시하는 일부 사람들도 머지않아 이해하게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난해 7월 고경희·김금분·기정순·이영춘씨 등 춘천의 내로라는 시인들이 주축이 돼 발족한 「춘천여성문학회」(회장 이영춘)회원들은 이 모임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이 한결같이 대단하다. 그도 그럴 것이 「좀더 성숙하고 순수한 문학분위기를 조성해 보자」는 뜻을 처음 모았던 고경희씨등 4명의 시인과 이후 가세한 송순자·원점희·박종숙·한미경씨(수필·동화)와 시인(동시)박영희·이화주씨등 10명의 회원 모두가 각종 문예지를 통해 등단한 이 지방의 핵심 여성문인들인 때문이다. 회장인 이영춘씨의 경우 강원일보 기자를 거쳐 76년 「월간문학」을 통해 등단,제3회 윤동주문학상(87)과 강원도문화상(87)을 수상했고 현재한국시협에 중앙위원으로 몸담고 있는 춘천문학의 대모격. 이와 함께 춘천여성문학회 탄생의 주역이었던 고경희씨는 83년 「현대시학」,기정순씨는 90년 계간지 「우리문학」,김금분씨는 91년 「월간문학」을 통해 등단해 이영춘씨와 함께 이 지역의 대표적 시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밖에 박영희(87년 예술계)이화주(아동문학평론)송순자(91년 수필문학)박종숙(90년 수필문학)원점희(89년 시와의식)한미경(91년 수필문학)씨도 수필·동시·동화부문 등단자로 이 지역 각종 문학활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인물들이다. 이 가운데 김금분씨(36)를 제외하곤 대부분 40대후반∼50대초의 연령층인 춘천여성문학회 회원들이 창립이후 보여준 활동은 놀랄 정도다. 지난해 8월 창립후 채 3개월도 안돼 10월1일부터 3일까지 회원 작품 33점을 선보인 첫 시화전을 요선동 선갤러리에서 열었고 그로부터 2개월후인 12월26일 마침내 창간 동인집 「변진 열개의 손가락」을 세상에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대부분의 동인회에서 장르별로 차별이 이루어지지만 우리모임은 모든장르를 한데묶어 조화해 나간다는 특성을 갖고 있어요.물론 다양한 장르의 융화가 쉽지 않겠지만 회원들의 역량을 볼 때 충분히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오래전부터 인연을 맺어온 동인들의 모임인 만큼 아직까진 문학을 사랑하는 친목단체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다양하고 활발한 춘천문학인들을 엮어나가는 것이 과제』라는 이영춘회장의 희망이다. 강원도 7개시중 유일하게 여성문학동인회를 일구어낸 춘천엔 「삼악시동인회」「수향 시낭송회」「풀잎」「풀무」「강원수필」「산까치」등 크고 작은 문학모임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74년부터 활동하기 시작해 현재까지 시집 가집을 내놓은 「삼악시동인회」와 86년 발족해 매월 셋째주 토요일 시낭송회를 열어오며 89년엔 전국 최초로 낭송시집을 발표한 「수향시 낭송회」등은 춘천뿐 아니라 타지방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는 모임들로 꼽히고 있다. 춘천여성문학회는 이같은 춘천의 대표적인 문학모임을 이끌어 오거나 관여해온 여류문인들의 집합체라는데서 더욱 시선을 끌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회장인 이영춘씨의 경우 지난해까지 「삼악시동인회」와 「수향시낭송회」회장을 맡았었고 송순자씨는 YWCA소속 동인회 「풀무」의 회장을 맡고 있다. 강원도내 등단 여류시인회인 「산까치」에는 이영춘·고경희씨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다른 모임에도 춘천여성문학회 회원들이 모두 리더 혹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적지 않은 문인들이 모여 살고 있으면서도 불협화음없이 어우러지는 춘천.호반도시 춘천을 무대로 태어난 춘천여성문학회 회원들은 『그래서 자신들의 모임에 대해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 일본인 한국문학에 높은 관심/90년대 들어 소설등 소개 잇따라

    한국문학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심이 높아져가고 있다. 재일동포 문학평론가 안우식씨는 17일 「8·15이후 일본에서의 한국문학 수용의 발자취」라는 주제로 열린 한일문화교류기금 주최 강연회에서 『90년대에 접어들어 일본에서의 한국문학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일본문예지 「신조」에 번역돼 실린 장정일의 중편소설 「아담이 눈뜰 때」가 요미우리신문 및 도쿄신문의 문예시평란과 아사히신문의 사설에 언급된 사실과 90년 번역출간된 「한국현대시선」이 91년도 「요미우리문학상」연구·번역부문상을 수상한 사실 등을 열거한 안씨는 이는 『한국문학이 일본문예관계자나 출판계로부터 세계의 앞선 문학의 하나로 인정받는 증거』라고 풀이했다.이밖에 일본의 문예지·세계문학전집·세계문학대사전 등에도 한국문학이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다고 밝힌 안씨는 50,60년대에 비해 주목할 만한 성과라고 평가했다.안씨에 따르면 53∼70년까지 일본에 번역소개된 한국소설은 고작 1백10여편 정도.그것도 상업출판물을 통해 소개된 작품은 10편 정도에 불과,한국문학이 제대로 소개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70년대에 들면서 일본인 중심의 「조선문학회」발족,「오적」필화사건으로 인한 시인 김지하투옥 등이 한국문학에 대한 일본사람들의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안씨는 설명했다.
  • 중국·인도까지 작품무대로/「해외기행문학」 새 장르로 정착

    ◎89년 여행자유화후 문인들 잦은 나들이/여행지 체험·사상·풍물 작품화… 문학의 지평 넓혀 우리 문학의 지평이 넓어지고 있다. 지난 89년 해외여행 자유화조치 이후 개인별 혹은 단체로 해외여행을 다녀왔던 문인들이 그 성과물들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우리문학의 지리적 배경이 훨씬 넓어지고 있는 것.최근 하재봉씨가 지난 해 뉴욕 체류 경험을 장편소설 「콜렉트 콜」에 담아낸데 이어 시인 조병화 백한이씨가 작년 여름 문협주최로 중국 연변에서 열렸던 해외문학 심포지엄에 잇따른 중국여행체험을 각각 시집 「낙타의 눈물」과 기행문집 「핏줄 오만 리」에 실어냈다.이에 앞서 소설가 강석경씨가 89년 4개월여의 인도여행 후 기행집 「인도기행」을 펴냈으며 인도 및 미국으로 수도여행을 떠났던 시인 류시화씨도 지난 해에 명상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와 수필집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을 동시에 펴냈다. 이밖에 중단편소설로 김원우씨가 「머리속의 도시」,안정효씨가 「황야」,박혜근씨가 「실로폰소리」를 문예지에발표했으며 조성기씨도 중국기행체험을 「돈황의 춤」이란 연작소설 형식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이같은 작품들은 대개 외국여행체험을 직접 소재로 채용하고있거나 현지의 사상과 풍물 등을 반영하고 있어 신선하게 읽힌다.지금까지의 교포문학과는 달리 일종의 기행문학으로 분류되어야 할 이 작품들은 서머싯 몸이나 조셉콘라드가 자기들 나라의 문학을 살찌웠던 방식으로 한국문학을 풍부하게 만들고 있다.올해에도 서정주 고은 황지우 유만상 하재봉 이상희 박라연 등 많은 문인들이 해외여행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에따라 해외여행에 따른 활발한 작품출간도 앞으로 계속될 전망이다. 먼저 미당 서정주시인은 78세라는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4월경 러시아를 향해 출발할 예정이다.그의 여행목적은 러시아문학 이해와 러시아 체제변동을 현지인들과 함께 호흡하기 위한 것으로 미당은 어학연수 후 코카서스지방에 2년간 체류할 계획이다.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소설가 유만상씨는 올해에도 방학을 이용해 인도 네팔 스리랑카를 여행할 계획이다.이미 중국 남미 등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한 바 있는 유씨는 세계풍물기와 관련소설을 준비중이다.작가 하재봉씨도 올 9월 연월차휴가까지 몰아 3주간 인도와 네팔을 여행할 예정이며 시인 이상희씨도 티벳 여행을 꿈꾸고 있다.이밖에 시인 고은씨가 영화화하는 소설 「화엄경」의 현지취재차 영화감독 장선우씨와 인도를 둘러볼 계획이고 시인 황지우씨도 그가 추구하는 「고향찾기」의 일환으로 인도여행을 타진하고 있다. 문인들은 해외여행에 있어 일반인과는 달리 장기 체류를 적극 원하고 있는데 이는 여행지에서 보다 많은 것을 얻기 위한 것으로 이제까지의 여행관의 변화를 드러내 보여준다.또한 문인들의 행선지가 인도권으로 몰려 있는 것도 특징이다.이는 요즈음 문단에 유행하는 선사상 혹은 정신주의의 영향 그리고 인도에 심취해 있는 강석경 류시화씨의 영향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그리고 많은 작가들의 인도여행은 우리 문학의 정신성을 깊게 하리라는 기대도 낳고 있다. 그러나 문인들의 해외여행에 대해 이제까지의 기행문학의 미진한 성과를들어 우려의 시각도 없지 않다.문학평론가 우찬제씨는 문인들의 해외여행에 대해 『여행체험이 우리 삶의 공간적 배경을 넓히고 소재의 확대를 가져옴으로써 독자의 관심을 높일 수 있지만 호기심만 충족시키는 단순한 「새것 콤플렉스」로 떨어질 위험도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해외로 눈을 돌려 시선을 넓히되 그것이 우리문학의 진정성과 우리문제의 성찰에 도움이 되는 쪽이라야 한다』고 말했다.
  • 신세대시인,치열한 작가정신 부족

    ◎문예지들,신년호 특집·좌담통해 비판 90년대 들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신세대 시인들의 시쓰기에 대한 비판이 본격적으로 제기됐다.월간 「현대시학」1월호는 좌담 「새로운 세대의 시쓰기 무엇이 문제인가」를 통해 90년대 젊은 시인들의 시쓰기를 다소 신랄하게 비판했고 월간 「문학정신」1월호도 특집 「60년대생 문학의 위상」을 마련,젊은 시인들의 성과를 자리매김하고 과제를 점검하는 기회를 가졌다. 문학평론가 신범순씨는 「현대시학」좌담에서 정치적 현실에 대한 관심이나 책임감보다 산업사회의 현실에 대한 관심을 강조하는 90년대의 젊은 시인들이 『자본주의의 엄청난 물량공세 속에서 살아갈 뿐이지 산업사회적 현실인 자본주의에 대한 효과적인 비판을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탈이데올로기와 미시적인 내면의 세계에 집착하는 최근 젊은 시인들의 시세계가 자칫 허무주의의 심연으로 떨어질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그는 또 서정이나 언어의 패러디문제에서 신세대 시인들이 기성세대 시인들의 질적 수준을 결코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좌담에서 문학평론가 이경호씨는 신세대 시인들이 『꿈꾸는 현실과 살아가는 현실을 일단 둘로 가른 연후에 각기 몸담고 있는 현실에서 즐길 것은 즐기면서도 그속에서 비판적인 정체를 탐색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비판의 근거는 슬쩍 다른 곳에서 찾아내려는 안이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학정신」특집에서 정한용시인도 신세대 시인들의 『미시세계로의 전이가 현실의 소극적 반영의 정도를 넘어 세계관 자체가 상실되거나 부정될 위험성을 갖는다』고 지적했다.또한 문학평론가 김헌선씨도 도시시계열의 시들에서 횡행하는 복제적인 언어 묘사가 인간의 풍부한 사고와 언어적 창조의 가능성을 도리어 훼손시킬 염려가 있다고 말했다.
  • “7순 등단” 시심 활짝(이사람)

    ◎“황혼에 반추하는 인생·문학” 구창본할머니/“나 알지못한 어느 길… 말 한마디 없이 떠나고…”/“6·25상처” 3남매 홀로 키운 역정/한의 삶 진솔한 시구로 엮어 승화 칠순의 할머니가 문예지의 신인상을 받고 시인으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월간 「문학공간」 7월호에 추천신인상을 받고 뒤늦게 시심을 불태우고 있는 구창본할머니(70·서울 영등포구 신길5동 405의 11). 『늘그막에 큰 기쁨입니다. 시인이 되고자 했던건 아니었어요. 그저 열심히 살려고 했을 뿐이지요』 지난 4월 문학공간사에 시 10편을 투고했던 것이 이같은 행운을 불러올줄 꿈에도 생각 못했다는 구씨는 아직도 문단등단 사실에 실감을 느끼지 못하는 모습이다. 몇십년 전부터 대학노트 가득 시작메모를 써온 그가 본격적인 시 창작에 뜻을 두기는 올해초부터. 실제 나이보다 호적 나이가 적은 탓에 지난해 8월 37년간의 국민학교 교사직을 정년퇴임하고 올해 1월 동아문화센터 「시 창작교실」에 수강생으로 등록하면서였다. 그러나 구씨를 정작 시인이 되게 만든것은 알량한 시 창작기법의 교습보단 어렵고 힘들었던 그의 삶 자체였다. 6·25때 남편을 잃은 그는 홀로 3남매를 키우며 한 많은 한국 여인의 삶을 살아왔다. 국민학교 교사의 박봉으로 간신히 삶을 꾸려왔던 그는 정말 삶이 어려울땐 시를 외웠다고 회고한다. 『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슬퍼하거나 노여워 하지말라/서러운 날을 참고 견디면/멀지않아 기쁨의 날이 오리니/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현재는 언제나 슬픈 것/모든것은 삽시간에 지나간다/그리고 지나간것은 모두 그리워진다』 그는 실제로 푸슈킨의 시 「삶」을 기도문처럼 막힘없이 암송해 보였다. 구씨의 삶은 푸슈킨의 시를 외우며 스스로 달래야 할만큼 어려운 것이었다.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스물두살때 농사를 짓는 건실한 부여 청년과 결혼,아들 딸 낳고 행복한 생활을 하던 그는 셋째 아이를 낳으러 친정에 가 있던 사이 6·25를 맞았다. 처가에 머물고 있는 아내와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집을 떠났다는 남편을 전쟁의 아비규환속에서 끝내 다시 만나지 못하면서부터 그의 어려운 삶은 시작됐다. 가난속에서도두 아들은 고등학교까지 졸업시켰지만 6·25때 영양실조에 걸린 이후 정신분열증을 앓아 25차례의 정신병원 입원 경력을 갖게 된 딸은 그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그의 맺힌 한은 어느해 음력 섣달 그믐에 썼다는 「설눈­당신에게」란 제목의 시에 남편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과 원망으로 나타나 있다. 『나 알지 못한 어느 길/말 한마디 없이 떠나고/돌아온다 기약없는/당신 미워 미워 미워』 구씨가 지난해 정년퇴직한 곳은 서울 강서구 양화국민학교이지만 40년 가까운 국민학교 교사생활중 서울학교에 있었던 기간은 불과 2년 뿐이었다. 『교장이나 교감선생님이 되면 일찍 그만 둘 수도 있기 때문에』 평교사를 고집하며 강원도와 경기도 지역의 학교들을 전전했으며 때론 출퇴근 시간이 7시간씩 되는 학교에 부임하기도 했다. 그러나 교사직이 단순한 생계수단만이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교실문을 들어서면/마음 누르는/근심 걱정 사라지고//초롱한 눈망울/나를 지켜 보고/어찌하다가 눈과 눈이/마주치지 못하면 아뿔싸/섭섭함 금치 못해/금방 시무룩한꼬마천사//…』(「교사의 노래­교실은 나의 천국」에서) 「문학공간」의 신인상 심사를 맡았던 김규동·신동집시인은 그의 시가 기교보다는 삶의 진실성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했다. 그 자신은 『내 생활,나의 역사를 담아 본것에 불과하다』고 말하지만 자신의 경험을 거짓없이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시가 되고 타인의 공감을 얻을수 있다는 점은 하나의 경이다. 그것은 고통스런 삶을 자살로 끝내고 싶었던 유혹을 물리치고 오늘에 이른 그 정신의 치열함과 진솔함에서 우러 나오는듯 싶다. 철도공무원인 큰 아들 김대경씨(45),개인사업을 하는 둘째 아들 의경씨(41)와 3명의 손자들,그리고 정신이 맑을때는 레이스를 뜨는 딸 효경씨(43)와 함께 이제는 단란한 가정의 할머니로 편안한 노후를 보낼수도 있지만 구씨의 삶은 여전히 치열하다. 『윤동주의 「서시」나 푸슈킨의 「삶」처럼 영원토록 남을 시를 쓰고 싶다』는 구할머니는 최근 「화염병」「마약」등 다양한 소재의 작품을 쓰고 있다.
  • 노벨문학상 옥타비오 파스의 생애와 작품세계

    시각적 언어로 폭넓은 세계관 표현/20여년 외교관생활… 동양문학서 영향받아/“인간의 실존』에 관심,초현실주의 수법 구사 금세기 중남미가 낳은 가장 위대한 시인중의 한사람인 옥타비오 파스는 스웨던 한림원이 그의 노벨상 수상결정과 함께 밝혔듯이 넓은 세계적인 전망을 지닌 지성적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멕시코 태생으로 스페인 내란때 직접 전쟁에 참여하기도 한 그는 20여년에 걸친 외교관 생활에서 프랑스 미국 영국 인도 일본 등 세계각지의 영사 및 대사로 근무했으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폭넓은 시세계를 구축했다. 그는 동양문학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남미작가로 중국시나 일본시의 이미지를 자신의 작품에 도입하기도 했고 공간시ㆍ실험시로 불리는 시각적 이미지의 난해한 시를 쓰기도 했다. 멕시코 국립대학교에서 수학한 그는 1931년 바란달(Barandal)이라는 잡지에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하여 시그룹 타예르(Tallero)를 주도하기도 했다. 1937∼1938년에는 스페인에 거주하면서 라파엘 알베르티,루이스 세르누다,기옌 데 카스트로,파블로 네루다,세사르 바예호 등 당시의 유명시인들과 교분을 맺었다. 그후 1943년에 구겐하임(Guggenheim) 장학생으로 미국에 건너가 공부한 파스는 파리 주재 외교관으로 임명되어 초현실주의자 및 실존주의자들과 접촉할 기회를 가졌다. 그는 멕시코 대학생들의 민주화운동에 대한 정부의 유혈진압에 항의하여 외교관직을 사임한 후 귀국하여 오로지 시작에만 전념하였다. 제네바 주재 유엔대표 시절에 국제시상을 수상하였던 파스는 1985년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옥타비오 파스는 외교관으로서의 공직생활과 시인으로서의 예술가생활을 조화있게 영위하였다. 그는 인도와 파리 등지에서 외교관 생활을 했으며 특히 인도에서의 장기간에 걸친 대사생활을 통해 결정적으로 동양적인 시세계를 형성하게 되었다. 그에게 있어서 시는 모든 인간의 행위와 예술을 주재하는 것이며 시의 목적은 언어와 사물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해방시켜 원초적인 상태로 되돌려보내는 것이다. 그가 시의 사회적ㆍ역사적 관점을 도외시한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초현실주의를 포함한 현대의 시경향에 더 관심을 기울였다. 그의 초기작품 「언어밑에서의 자유」는 인간의 실존과 시간의 문제에 눈을 돌린 형이상학적인 시세계를 보여주며 대표작으로 꼽히는 장시 「태양의 돌」이나 「독수리 혹은 태양」은 남미의 아즈텍 문명의 전설을 바탕으로 한 진정한 초현실주의 수법을 드러낸다. 우리가 죽은 후의 우리 자신의 모습을 살아있는 지금의 눈으로 관찰하면서 인간실존의 절박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다음 시집 「불도마뱀」에 이르러서는 본격적인 꿈과 비논리의 세계를 들어가는데 언어사용의 새로운 국면을 시도한 이 작품집은 파스의 가장 난해한 시가 실린 책으로 꼽힌다. 이 시인의 시어탐구는 「동쪽기슭」에서 절정에 이르며 구조주의 언어학 연구에 영향을 받아 글자배치 및 시의 공간적인 표현방식까지 보인다. 파스의 가장 큰 관심은 시간으로 그의 모든 작품에서 시간에 대한 그의 성찰을 읽을 수 있다. 시간적 이미지를 배치한 「토포에마스와 시간적인 음반」을 냈을 정도다. 이 시각시는 여러가지형태의 판독을 가능하게 할 뿐더러 독자가 직접 작품구성이나 창작에 참여하게 한다. 최근 그의 시는 회화적이고 음악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시의 본질은 잔치의 본질과 비슷한 것으로서 달력속에 들어있는 날짜와 달리 그것은 시간의 단계적인 진행을 깨뜨리는 한 파열이며 어제나 내일없이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한 현재의 돌입이다. 모든 시는 잔치이며 순수한 시간의 응결이다』 옥타비오 파스의 시론이다. 그는 또 『역사 없이는 시가 있을 수 없으며 역사를 변화시키는 것 이외의 시의 다른 사명은 없다』고 믿고 있다. 지난 85년부터 노벨문학상 후보로 그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국내에서도 그의 시선집 「태양의 돌」(민용태 옮김)이 발간됐으며 「문학사상」 「외국문학」 「작가세계」 등 문예지에 그의 시론 및 작품세계 등이 소개된 바 있다. □옥타비오 파스연보 ▲1914년 3월31일=멕시코 멕시코시 교외에서 출생. ▲1931년=아방가르드잡지 「바란달」을 창간,자작시를 발표하여 작품활동 시작. ▲1933년=첫 시집 「안개속의 달」 출판. ▲1937년=멕시코대에서 문학을 전공했으나 학위수여 거부. 스페인 내란당시 공화파 적극 지지. 초현실주의 입각한 제2시집 「인간의 기원」 출판. ▲1938년=문예지 「타예르」 창간. ▲1944년=미국 구겐하임 문학상 수상. ▲1946년=외교관 입문,파리에 첫 부임. 카뮈,사르트르,브레튼 등 실존주의 작가들과 교우. ▲1962∼68년=일본 등을 거쳐 인도대사 역임. ▲1971년 이후=미 텍사스대 하버드대 영 케임브리지대 등 객원교수 역임. ▲1981년=스페인어권의 최고권위 문학상인 세르반테스상 수상. ▲1982년=미 노이스타트상 수상. ▲1985년=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름. ▲주요작품=「야생의 달」(1933) 「돌과 꽃 사이로」(1941) 「세계의 기슭에서」(1942) 「말 아래서의 자유」(1949) 「태양의 돌」 「격렬한 계절」(1958) 「불도마뱀」(1962) 「완전한 바람」(1965) 「공백」(1967) 「동쪽 산기슭」(1969) 「선회」(1976) 등 다수. ○독백 허무와 꿈 사이, 부서진 기둥들의 밑에서, 나의 불면의 시간을 가로질러 가는 너의 이름의 음절들 붉으레한 너의 긴 머리칼, 한여름의 번갯불이 밤의 등 뒤에서 달콤한 횡포의 불빛으로 떨리고 있다. 폐허에서 솟아나는 꿈의 어두운 물살, 허무로부터 너를 벼루어내는 물에 젖은 밤의 해변이여 거기 눈 먼 바다가 밀려와 미친 듯 후려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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