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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고료 불황/이세기 사빈 논설위원(외언내언)

    대표작 ‘하촌일가’로 알려진 원로작가 박연희씨는 그의 지난 시절을 돌아보는 자리에서 ‘75년부터 10년간은 새벽 5시에 일어나 하루 10시간을 집필에 매달려 한달에 200자 원고지 300장을 썼다’고 했다. 당시 원고료는 장당 600원으로 매달 18만원이면 괜찮은 수입이었으나 2남 3녀중 대학에 다니는 자녀가 둘, 고교생 중학생으로 이어져 ‘윗돌을 빼서 아랫돌에 괴고 아랫돌을 빼서 윗돌에 받치는 곡예의 살림’일 수 밖에 없었다. 지난해초에 요절한 소설가 김소진은 생전에 소설 ‘경복여관에서 꿈꾸기’를 통해 전업작가로서의 자신의 수입명세서를 이렇게 털어놓는다. ‘근 석달동안 내가 집에 벌어다준 수입은 대략 원천징수액을 빼고 칠십사만원쯤 된다. 계간문예지에 실은 단편소설고료 사십팔만여원, 사보에 실은 콩트고료 십육만원, 바둑잡지의 수필 구만여원’ 등. 그의 한달수입은 평균 20만원 정도인 셈이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전업작가는 손가락으로 헤아릴 정도였으나 지난해 30∼40대 소설가로 구성된 ‘젊은 작가의 모임’은 30여명, 이중에서월 2백만원을 벌기위해 한 작가는 한달에 800장 분량을 써내려 간다. 그외 가장 고료가후한 사보의 콩트는 12장에 20만원이지만 아무리 많이 써도 한달에 두세편이상 걸리기란 어렵다. 문예지를 기웃거리다 단편소설을 발표한다해도 고료는 장당 5천원선, 100장을 써봤자 고작 50만원이다. 이런 마당에 IMF광풍으로 문단은 더한층 꽁꽁 얼어버렸다. 종이값인상, 제작비 폭등으로 위기를 맞아 휴간 또는 지면축소를 감행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계간 ‘한국문학’은 올 한해만이라는 시한부로 잡지를 휴간해버렸고 ‘현대문학’과 ‘문학사상’도 30쪽씩 감면키로 합의했다. 전에는 문예진흥원이 문예지 고료를 지원했으나 집중지원이 효과적이라는 이유로 89년부터 문학창작기금으로 돌려버렸다. 문단이 마치 굶주리고 헐벗었던 60년대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배고파야만 문학이 나온다’고 누가 말했던가. 세상이 바뀐 지금도 아무도 관심두는 이 없이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가난한 문인’의 티를 벗어버리기란 쉽지않을 모양이다.
  • 일부 문예지‘변화의 바람’/내용 혁신·관행깨고 문단 문제점 지적

    ◎현대묵학­젊은층 인식 표지에 영문… 혹독한 평론/문예중앙­“글쓰기의 순사”… 치열한 상업주의 질타 일부 문예지들이 올해 6월호와 여름호에서 변신을 시도하거나 문단의 관행을 깨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게재,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 55년 창간,5백여명의 문인을 배출한 최고 연륜의 문예지인 「현대문학」이 꾀한 42년만의 변신은 단연 문단의 화제이다. 우선 6월호부터는 「CONTEMPORARY LITERATURE」라는 영문 제목을 새로이 표지 상단에 내세웠다.젊은 층을 겨냥하는 손짓이다. 내용도 변했다.연재 산문 가운데 미술적 상상력과 문학적 상상력의 소통 가능성을 모색하는 안규철의 〈사물들,그것은 무엇인가〉와 대중문화를 해부해보는 백지숙의 〈현대사회와 이미지〉는 「문학의 인접예술이나 대중문화에의 길트기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죽비소리〉도 긍정적인 면만을 부각시키던 평론의 관례를 깨고 있다.중견소설가 최명희의 「혼불」전집이 「매너리즘을 벗어나지 못한 청승스런 문체」,「지리하고 억지스러웠다」 등으로 꼬집혔고이문열의 「선택」에는 「여운이 없고 진정한 고뇌도 의문도 없다」는 듣기 거북한 혹평이 가해졌다. 「현대문학」측은 이러한 변화를 『90년대의 달라진 문학계 안팎의 상황에 대처하려는 노력』이라면서 『영상매체를 중심으로 급부상한 대중문화의 거센 물결을 직시,그 부정적 면모를 비판하며 긍정적인 면모를 수용하려 한다』고 설명했다.다양한 연령과 경향의 작품소개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는 현실적으로는 문학독자가 급격히 줄어들고 적자가 계속되는 「현대문학」의 실존적 위기를 타개하려는 노력이기도 하다.문학평론가 김화영·이남호 교수,소설가 이윤기씨,시인 최승호씨,불문학자 이재룡씨 그리고 소장 문학평론가 이경호씨가 이 변화를 끌어냈다. 계간지 「문예중앙」은 「문학의 무덤파기 경쟁을 멈춰라,상업주의여」라는 문학평론가 한기의 글을 초점으로 실었다. 지난 4월,34세로 요절한 소설가 김소진의 죽음을 돌아보며 우리 문학계의 치열한 상업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등단 이후 6년동안 세권의 창작집과 2권의 장편 그리고 수많은잡지에 꽁트를 쓴 작가 김소진.유능한 작가일수록 가장으로서 「밥」이라는 생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도높은 글쓰기를 해야 하는 문단의 슬픈 현실을 한씨는 김소진의 죽음에 비추어 「글쓰기의 순사」라는 표현으로 진솔하게 되집고 있다. 이 글은 대작을 기대할 수 없는 문단의 구조적 악순환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를 촉구하고 있다.
  • 문화예술진흥원,「96 한국문학 작품선」 발간

    ◎시·소설 등 망라 454편 수록/시·시조­강은교 「겨울 또다시」·신경림 「돌 하나,꽃 한송이」 등/소설­고 김소진 「자전거」·윤대녕 「상춘곡,1996」 등/평론­권영민씨 「천일문학 청산문제와 소설 민족죄인」 아동­강수성·김병규씨 「지난해 각 부문별로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들을 뽑는다면…」 한국문화예술진흥원(원장 문덕수)은 지난해 문학작품 가운데 문학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모은 「96 한국문학작품선」을 발간했다. 95년 4월부터 96년 8월까지 현대문학 등 52종의 문예지에 발표된 시·시조·소설·평론·희곡·아동문학 등 각 부문의 문학작품은 1만8천987편에 달한다. 「96 한국…」에는 이 가운데서 454편을 뽑았다.시 254편,시조 38편,소설 26편,평론 18편,희곡 4편,동시 75편,동화 39편이 실려있다. 소설분야에서는 단편소설에 지난 4월 34세로 요절한 김소진씨의 〈자전거〉 등이,중편소설에 윤대녕의 〈상춘곡,1996〉·신경숙의 〈감자먹는 사람들〉 등이 뽑혔다. 시·시조는 강은교의 〈겨울 또 다시〉·박성룡의 〈꽃나무 곁에서〉·박재삼의 〈다시 느끼면〉·신경림의 〈돌 하나,꽃 한송이〉 등이 자리했다. 아동문학에서는 동시에서 강수성의 〈새와 나무〉 등이,동화는 김병규의 〈하늘만한 창문〉 등이 각각 뽑혔다.평론분야는 권영민 교수의 〈친일문학의 청산문제와 소설 「민족죄인」 등이,희곡분야는 김준영의 〈겨울 버마재비〉 등이 실렸다. 이번 선집의 출간은 문단에서는 매우 뜻깊은 일로 받아들여진다. 사실상 문단에는 문단전체를 포괄하는 문학선집이 거의 없다.장르별 문학단체가 문예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출판비를 일부 부담하는 회원을 중심으로 단체용 선집을 내는 것이 고작이다. 그나마 지난 91년부터 공공기금으로 발간되기 시작한 문예진흥원의 선집이 유일하다시피 했다.이 마저도 「문학의 해」라는 지난해 무산될 위기에 처했었다.문화체육부에서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시큰둥한 이유로 예산 승인을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문학의 해 조직위원회」가 이에 강력히 항의했고 결국은 문학상을 제정하려던 예산을 전용(전용)해 선집을 내게 되었다.덕분에 예산도 2억원으로 늘었고 95년 선집에 비해 작품수도 2배정도 늘어났다. 시인인 문덕수 문예진흥원장은 이러한 사정을 『활자매체가 첨단 영상매체에 밀려나고 독자대중으로부터 외면당해 시장경제의 변두리로 내몰리고 있는 문학적 위기상황의 한 반영』이라고 발간사에 적었다.
  • 「정치의 계절」엔 문학작품 비수기?/시·소설 상반기에 출간 러시

    ◎윤후명·김형경·한승원씨 등 장·단편 선봬/성석재·도종환씨 등도 새달 시집내기로 올해는 소설 등 문학작품의 출간이 상반기안에 집중될 전망이다.이때문에 5∼6월중 주목할 만한 문학작품들이 많이 나올 예정이다. 이왕이면 대통령선거 등 정치의 계절로 인해 불황이 더욱 깊어질 하반기를 피해 문제작을 내놓으려는 문학 출판사들의 움직임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중 선보일 것으로 주목되는 것은 고종석씨의 첫 단편소설집 「제망매」.기존 문예지들에 실렸던 것을 묶은 것으로 신변잡기류가 아닌 기존 관념들에 대한 문제제기에서 출발하는 지식인 소설로서 저자의 독특한 세계를 보여준다. 여류 소설가 김형경씨의 소설집 「고양이의,고양이에 의한,고양이를 위한」도 이달에 내놓을 기대작이다.젊은 세대를 겨냥한 신세대 작품으로서 대학생과 신세대를 소재로 한 전통적 기법의 작품이다. 신세대 작가군에 속하는 송경아씨의 장편소설 「아기찾기」와 결혼문제를 다룰 젊은 여류작가 김희정씨의 장편소설 「길위에서 중얼거리고」도 5월의 작품이다. 이와함께 진보적 필치의 문제작을 꾸준히 내놓은 이대환씨의 창작 단편소설집 「생선창자 속에 들어간 가시」는 고엽제 문제,문민정부에 대한 비판 등을 일상적 소재로 다룬 작품이다. 6월에는 무게있는 중견 작가들의 작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우선 중진작가 윤후명씨가 창작 연작소설을 내놓는다.중국 돈황지역 등에의 여행경험을 토대로 한 것이다. 한승원씨도 장편소설 「해산가는 길」을 6월에 출간한다.최근 내놓은 다른 중견작가 2∼3명의 작품경향처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전소설이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성석재씨도 6월중에 작품을 출간할 에정인데 제목은 미정이다.이밖에 도종환 시인의 베스트셀러 시집 「접시꽃 당신」도 곧 재출간되고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러브레터」도 5월중에 나온다. 이러한 경향에 대해 한 문단관계자는 『경험적으로 보아 대통령선거 등 정치의 계절에는 「소설보다 더 재미있는 정치판」 때문인지 소설 등 문학작품이 잘 팔리지않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 때문에 가뜩이나 불황인 출판계에서는 하반기에는 문학작품이 더욱 팔리지않을 것을 우려해 주목을 끌만한 소설은 되도록 6월안에 출간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M출판사 편집국장은 『보통 한해 30∼50권정도를 펴내는 출판사의 경우는 상반기안에 화제작을 내려고 하지만 150권이상 내놓는 대형사의 경우는 하반기에도 꾸준히 순수문학책을 출간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이복남매의 처연한 「삶의 궤적」/김이태씨 첫장편 「전함 큐브릭」

    ◎만화같은 현실과 세기말 현실의 교차 작가 김이태씨의 첫 장편 「전함 큐브릭」이 고려원 출판사에서 나왔다.지난 95년 등단한 신예 김씨는 두개 문예지의 장편연재를 맡는등 꽤 많은 작품을 써내며 짧은 기간에 자기 스타일을 확실히 각인한 작가로 떠올랐다. 김씨는 요즘 젊은이들의 현실을 몸으로 사는 글을 써낸다는 점에서 새로운 의미의 리얼리스트다.많은 신세대소설들이 헤비메탈과 만화,가라오케며 대중문화를 향한 열망 따위들을 치렁치렁 액세서리처럼 늘이고 있을 뿐이라면 그의 소설에선 이것이 존재조건 자체를 이루고 있다.여기서 주인공들은 대단한 집중력으로 폭풍우치듯 폭발하는 내면을 산다.때론 만화같은 소설은 세기말의 새로운 「현실」을 보여줄뿐 아니라 세기말의 철학적 조건으로까지 돌진하듯 파내려간다. 소설속 이복남매인 익희와 애자는 작가의 단편제목 「궤도를 이탈한 별」처럼 떠돌이들이다.동두천에서 몸파는 엄마의 성을 딴 이들은 태생부터 삶과 불화할 수 밖에 없다.애자는 국내에서 가수로 꽤 알려진 뒤 일본에 진출하지만 자신을 공주처럼 가두는 일상에 만신창이가 돼 귀국,자신처럼 아비없는 딸을 낳는다.이복오빠 익희는 모든 것에서 소외된채 들끓는 에너지를 때려부수듯 피아노 연주로 터뜨리고 윤수는 노골적으로 삶과 빗나가기만 하는 이들과 너무 가까울 수도 멀어져 버릴 수도 없는 삼각관계를 이루며 주변을 맴돈다. 치받아오르듯 거칠고 힘찬 문체속에 담긴 대중문화의 환상적 이미지들은 묘한 매력을 자아낸다. 작가는 궤도를 이탈한 가운데 전투적으로 헤쳐나가다 좌초할 수 밖에 없도록 돼 있는 삶의 처연한 법칙을 전혀 새로운 감각으로 밀도높게 그려내고 있다.
  • 파리의 한국문인/고국서 잇따라 작품 발표

    ◎고종석씨 신작모은 단편집·문예지 발표 준비/신이현·박철화씨도 계간·월간지에 연재 시작 프랑스 파리에 체류하는 한국문인들이 올봄 약속이나 한듯 속속 국내문단 공략에 나선다.90년대 들어 파리는 어느 곳보다 국내문인들이 삶의 새 활력을 찾아 모여드는 재충전의 공간이 돼버렸는데 해동과 함께 그들의 신작이 잇달아 건너오는 것. 프리랜서 기자로도 활약중인 작가 고종석씨가 여러 문예지에 신작을 발표하는 것을 비롯,작가 신이현씨가 두번째 장편연재를 시작하고 문학평론가 박철화씨가 지면을 통해 소설가로 변신을 꾀한다. 진격의 첨병은 단연 고종석씨.국내 매체에 기고한 산문을 모은 「책읽기 책일기」를 문학동네에서 펴낸 고씨는 「문학과사회」「세계의문학」「문학동네」 등 계간지 봄호 및 월간「문학사상」 3월호에 일제히 신작단편을 들이밀면서 이들을 묶은 첫 단편집을 문학동네에서 준비하는 등 엄청난 화력으로 밀고 들어오고 있다.새로 발표될 단편들은 서구 지성사부터 여성문제,근작 우리소설에까지 만화경같은 작가의 관심범위를보여주면서도 따져묻듯 논리에 집착하고 염결성 강한 작가의 내면을 읽어내게 한다.「서유기」(문학동네)는 기자출신 화자와 79년 좌익사건에 연루돼 망명한 정태하라는 인물간의 대화를 축으로 한국현대사를 그늘지게 바라보는 파리 한인들의 심정을 그렸다.「전녀총의 이여성 회장님께 드리는 공개 서한」(문학사상)은 여성문제에 대한 한마디,「사십세」(세계의문학)는 불혹에 이르러 엉클어진 가족사를 돌아보는 화자의 회한을 각각 담았다.「찬 기파랑」(문학동네)은 기파랑이라는 가상의 프랑스 비교역사언어학자의 죽음을 전제로 그 행적을 더듬어 20세기 서구지성들을 정리,촌평하는 재미있는 작품. 지난 93년 첫장편 「숨어있기 좋은 방」을 내고 파리로 공부하러 가 좀처럼 소식이 없던 신이현씨도 「상상」97년 봄호에 신작장편 「갈매기 호텔」의 첫회분을 실으며 기지개를 켠다.신정이라는 한국유학생의 눈으로 파리 세느강변에 모인 이방인들의 자아찾기를 보여주는 작품.또 지난 91년부터 파리대학에서 공부해온 박철화씨가 「문학동네」 봄호부터 장편소설 「하얀언덕」을 분재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시국과 관련돼 파리로 유학온 불문과 학생의 자의식과 지식인의 자기성찰이 섬세한 감수성으로 아로새겨져 있다. 하나같이 모태에서 동떨어져 방황하는 「파리의 이방인」들의 자의식을 드러내고 있는 이들의 작품은 독특한 이국취향으로 봄문단에 새로운 기류를 보탤것 같다.
  • 55년 창간 독 계간문예지 「디 호렌」/한국문학 특집호 꾸며

    ◎황동규·이문열씨 등 문인 23명 작품 소개 지난 55년 창간된 독일의 유서깊은 계간문예지 「디 호렌」겨울호가 한국문학특집호로 꾸며진다.한국문예진흥원의 출판지원을 받아 발간된 이번호는 번역문학가 김미혜씨와 전 연세대 독문과 객원교수 실비아 브레젤의 기획으로 황동규·오규원·정현종·고은·신경림 등 시인 11명,오정희·이문구·이문열·이청준 등 작가 10명의 작품을 비롯,김병익의 평론,이강백의 희곡 등을 소개한다.
  • 이 입양 20년… 시·수필집 낸 현영 타라니(화제의 여성)

    ◎혼돈속 자아찾기까지 내면세계 담아 다섯살때 고아가 돼 이탈리아에 입양된 한국소녀 현영 티라니씨(26)의 시와 수필이 국내 번역됐다.주한 이탈리아 대사관 공보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홍래씨가 번역한 「너의 창을 두드리며」.그녀가 그린 소담한 그림이 함께 실린 이 책은 4부로 나눠 정체성의 혼돈속에서 올곧은 자아를 찾기까지의 내적 투쟁이 잘 그려져 있다. 지난76년 홀트재단을 통해 이탈리아로 간 현영씨는 훌륭한 양부모 밑에서 성장,자신의 숨은 재능을 꽃피울 수 있었다.혈육에 대한 불확실성때문에 방황과 고독을 거치지만 한국인 유학생 화가부부로부터 그림을 배우고 정서적으로 안정을 되찾으면서 수많은 시를 쓰게 됐다.95년 이탈리아 문단의 명문인 피렌체의 문예지 「일 파우노」에서 주는 문학상을 수상,한국인 최초로 이탈리아 문단에 등단한 현영씨는 최근 고국을 찾아 전시회를 갖는 기회를 얻었고 이를 통해 핏줄을 찾는 생애최고의 기쁨을 얻기도 했다.
  • 동3성의 노인들(송화강 5천리:9)

    ◎「노인문고」 발간… 민족수난사 정리/“대륙이주 1세대 역사 기록” 1994년 창간/몇몇 주머니돈으로 명맥… 최근 성금답지 “활기”/산동·몽골·하북·북경까지 독자 늘어/중국조선족 노인협회 기관지로 성장 오늘의 길림성 소재지 장춘시에는 관성자라는 대명사가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관성자는 부여의 옛 성터가 19세기 전반만 해도 엄청난 규모로 남아있었기 때문에 생겨난 이름이다.명나라때 관성자에는 몽골민을 다스리는 누얼간도사가 들어섰다.그 이후 대륙을 넘겨받은 청나라는 관성자에 장춘부를 설치했다. 길상과 영존을 상징하는 뜻깊은 이름의 장춘.그러나 만주사변이후 일본이 허수아비 정부로 세운 만주국의 수도가 되었다.그 시절의 장춘은 신경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만주국 마지막 황제 부의가 살던 오늘의 장춘시 광복북로3호의 황궁은 괴뢰황궁진열관으로 되어있다.일본 관동군사령부가 있던 스탈린가 47호는 중공 길림성위원회 청사로,라라툰가의 박정희 대통령의 모교 만주육군군관학교는 인민해방군 장갑기술병학교로 변했다. ○노인들걸어온 길 담아 어디 그뿐이랴.일본제국주의의 침략을 상징하는 건물들은 수 없이 그대로 남았지만,이름과 주인은 모두 바뀌었다. 동양척식회사는 길림일보사가,만선척식회사에는 길림대학의 한 기관이,건국대학에는 장춘대학이 새 간판을 걸고 들어앉았다.그 많았던 일제 어용기관들이 자리잡기 이전까지 장춘시의 인구는 20만명에 불과했다.일본 침략자들이 장춘을 만주국 수도로 만들면서 20년내에 인구 50만을 수용한다는 계획은 일찍 빗나가 해방이 되던 해에 벌써 70만을 넘어섰다. 지금 장춘시 인구는 자그마치 2백만명이나 되었다.이 가운데 조선족은 3만명이다.조선족의 비율은 작았지만,내로라 하는 간부들은 꽤 많았다.연변 조선족자치주가 길림성내에 있는 연고로 성정부 소재지 장춘으로 올라온 연변출신 조선족 간부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연변의 당과 군의 제1임자에서 길림성 당과 군의 제1임자를 거쳐 중국인민해방군 총후군부장을 지냈던 조남기상장이 대표적 인물이다.그리고 현 국가통전부 이덕수 부부장,부성장 전철수 동지,전 성군구 정위옥종환 소장이 있다. 장춘시 조선족노인협회를 찾아가서 기라성 같은 노인 여러분을 만났다.그들이 살아온 발자취에서 오늘의 중국 현대사를 읽었다.전 국가민족사무위원회 주임 문정일 노인은 해방후 중국 건국에 크게 공헌했을뿐 아니라 항일투사이기도 했다.전 길림성교육청 기관 당서기인 함경북도 경원 출신의 채규억 노인(69)도 노인협회에서 만났는데,그는 「노인문고」주필 직책을 맡고 있었다.노인은 문고를 꾸려나가는 사연을 진지하게 들려주었다. ○올부터 격월간으로 발행 『중국 전역에는 천개가 넘는 조선족 노인협회가 있고,노인 숫자는 20만명이나 되지비.이 땅을 개척한 사람들이고,항일투쟁과 국가건설에 직접 참여한 일꾼들이라.그들 나름대로 인생사는 민족의 개척사요,수난사이자 현사 아니겠슴둥.그래서 노인들이 걸어온 길을 정리해서 후대들에게 교훈이 되도록 한다는 뜻을 가지고 노인문고를 시작했지비』 「노인문고」는 1994년에 창간되었다.8호까지는 계간으로 발행하다 올해부터는 격월간으로 내놓고 있다.「노인문고」는 사무실도없기 때문에 조선족 문예지 「장백산」편집실 더부살이로 편집일을 꾸려왔다.그렇다고 자금줄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주필과 부주필 변철호 노인(68)의 순수한 주머니돈으로 연명했다.그리고 편집은 「장백산」에서 일하고 있는 김수영 선생(58)이 도와주었다.그는 「노인문고」의 딱한 사정을 이렇게 말했다. 『주필과 부주필 두 노친네들이 그간에 들인 돈은 무척 많디요.먹을 것 입을 것 아껴서 모아둔 돈을 벌써 1만원 이상이나 털었지 뭡네까.몇 십원에 지나지 않는 문고 발송용 포장비를 벌려고 역전가에서 일까지 하시디요.그 사정을 너무들 뻔히 알아서리 원고를 쓰고도 고료를 받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이겁네다.인생황혼에서 자신들을 버린 노인들을 보면 눈물 겨운데가 많디요.그렇다고 내래 도와줄 처지도 못되고…』 「노인문고」편집은 김수영선생이 혼자서 맡아 해주었다.「장백산」편집일도 바쁘기 짝이 없지만,노인들의 일이라 돈을 받지않고 도와주었다.그리고 흑룡강성 가목시 조선족 노인협회에서는 종이를 싼값에 보냈다.가목시 노인협회는 종이장사를 하는 터라 이윤 한푼 남기지 않고 종이를 공급하고 있다.장춘시 이도하자 노인협회는 자체회관을 짓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1천원의 성금을 전해오기도 했다.최근에는 몽도미상용품유한회사 이성일 사장이 2만원이라는 거금을 보내와 「노인문고」가 제법 활기차게 돌아갔다. 얼마전에 「노인문고」는 하얼빈,심양,연변노인협회 대표들이 참가한 가운데 동3성조선노인협회 사업경험교협회의를 창립했다.이 회의에서는 각 지구에 「노인문고」고문과 편집위원을 두고 기금을 내놓는다는 안건을 통과시켰다.이때부터 「노인문고」는 사실상 전국 조선족노인협회 기관지가 되었다.「노인문고」는 소식지 구실도 해냈다.헤어졌던 옛 동지들을 문고에 실린 소식을 통해 서로 알고 극적인 해후가 종종 이루어졌다.어떤 지역에서는 「노인문고」를 교과서로 학습을 하는 사례도 있다. 독자도 전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화룡시 노과진 노인협회에서는 130리나 떨어진 화룡시에 나가 문고를 사가지고 와서 노인들이 돌려 읽는다는 것이다.그리고 동3성 밖인 산동,몽골,하북,북경에 사는 조선족 고정독자가 생겼다.미국의 동포기업가는 「노인문고」를 보고 축하의 편지와 함께 구독신청을 해왔다.창간때 2천부를 겨우 웃돌았으나 지금은 4천부를 발행하고 있다. ○옛둥지 극적 해후도 많아 지난해 11월9일 「노인문고」는 「96노인문고컵 조선족바둑대회」를 주최했다.장춘시 조선족예술회관에서 열린 바둑대회에는 동3성 9개 도시에서 참가했다.올해는 해가 가기전에 「백의소년 서예대전」을 열 계획이다.그리고 남북한과 세계에 흩어진 동포노인단체들과 교류를 갖기로 하고,한국과는 이미 접촉을 해둔 상태다.한국과의 다리는 한국의 북한연구소가 발행하는 「북한」편집부 고태우 부장이 놓아주었다.
  • 길림의 조선족(송화강 5천리:7)

    ◎50년대 공업화 바람타고 연변서 대거 유입/34만 소수민족중 조선족은 4만여명/해방전 대부분 농업종사… 최근 식당·여관업으로/개방여파 졸부 양산… 흥청망청 소비문화 확산/연변대 출신 여류문인 절필뒤 식당개업 “화제” 길림성 길림시는 세계적으로 소문난 「운석의 고장」이다.별똥돌을 말하는 운석이 비처럼 내린 적도 있다.1976년 3월8일의 일인데,하루에 모두 2천6백㎏이 쏟아져 내려왔다는 것이다.가장 무거운 것은 1천7백70㎏이나 되었다.그 무거운 운석은 세계 학계가 「운석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어떤 연유로 길림에 운석이 그리도 많이 쏟아졌는지,우주의 오묘한 조화를 알 길이 없다.다만 길림시가 공업도시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했다.화공,전력,야금,자동차,제지 등으로 유명한 공업도시인 것이다.이에따라 상업도 자연스럽게 번창하여 그런대로 활력이 넘치는 길림시에는 1백41만의 인구를 포용했다.그 가운데 24개 소수민족은 34만명이고 조선족 숫자는 겨우 4만을 웃돌았다. 길림시내에 조선족이 살기 시작한 시기는 명확하지 않다.안중근 의사와 단지동맹 관계였던 하문걸 의사가 1907년 당시 길림에 거주한 것으로 미루어 보면 그 이전부터였을 것이다.「길림시세통계보」에는 1921년부터 조선족 숫자가 나온다.그해 1백12명에서 10년이 지난 1931년에는 7백6명,1932년에는 3천6백71명으로 늘어났다.그러다 1942년에는 1만4천2백43명까지 올라갔던 조선족 인구는 해방 이후 국민당군이 진주하면서 전란이 일어나자 거의 빠져나가고 4천명선에 머무른 적도 있다. 오늘의 조선족은 대개 1950년대에 형성되었다.길림화학공업사와 강북기계공장 등 덩치 큰 산업체가 들어서면서 연변일대에서 노동자로 모집되어 들어온 조선족이 다시 몰려들었다.더러는 대학과 전업학교 졸업생들이 이들 산업체에 배치받기도 했다.그러니까 중국인민정부의 영향력 아래 동북지방이 평온을 되찾은 이후에 조선족 사회가 재건된 것이다. ○세계적 명성 「운석의 고장」 해방 이전 길림시의 조선족 대부분은 농업에 종사했다.그런 가운데도 몇몇 조선족은 사업을 꾸렸다는 기록이 남아있다.1910년 덕승구에서 여관을 경영한김학규,1912년 조양가에서 신문지국을 차린 강빈,영은가에서 하숙집을 연 이승동이 그들이다.해방이후에는 조선족 식당과 상점이 고작이었지만,대규모 국영산업체를 이끌어온 조선족 경영인들은 꽤 있었다. 개혁개방 이후 조선족의 사업은 주로 식당업과 여관업에 쏠렸다.그 무렵에 생긴 유흥업소 하나가 길림시 중경로 101호 집 코리아 오락식당이다.1,2층 360㎡를 다 쓰는 코리아 오락식당은 호화장식으로 치장되었다.아래층은 대중음식점이고,위층은 칸막이 좌석에 현대식 음향시설을 갖춘 룸살롱을 꾸몄다.1994년 개업할 때까지 들인 실내장식비만도 인민폐로 70만원이라는 것이다. 이 식당은 길림시에서 제법 유명했다.그러나 주인,다시 말하면 마담은 더 유명한 여류다.이름은 한정화,나이는 마흔을 바라보는 서른 아홉살이다.연변대학을 나온 그녀는 여류소설가로 한때 조선족 문단에서 문명을 떨치기도 했다.1993년 조선족 작가들이 더러 절필을 하고 문단을 떠나자 그녀도 문예지 「도라지」 편집실을 박차고 나왔다. 중국에서 공식 발행하는 문예지는 작가협회 기관지로 선전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따라서 그녀가 「도라지」편집실을 떠났다는 것은 공직을 그만두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국가 공직을 버리고 돈벌이에 나가는 것을 중국에서는 하해라 불렀다.바다에 뛰어들었다는 이 말은 모험을 동반한 실로 거창한 일로 해석할 수 있다.그녀가 털어놓는 하해의 꼬투리 속에는 오늘의 중국 사회상이 그대로 반영되었다. 『애 아버지도 대학교수고 저도 월급을 타는 처지라,월 고정수입은 1천원이 되었댔습네다.그냥저냥 살아갈 수 있는 돈이었디요.그래서 제 경우의 하해는 생활의 핍박에서라기 보다는 따분한 공간을 떠나 넓은 세상으로 나가보고 싶었던 욕망 때문이었습네다.남의 빚과 대부금을 내어 시작한 장사라서 정말 도박이라는 생각을 했댔디요.하지만 중국에서 음식장사는 앞이 보이는 투전과 마찬가지지 뭡네까.머리 빈 신사 숙녀들은 술을 떠나 다른 소일거리를 못 찾는 세상이니까 그럴 수밖에 없디요.그리고 어차피 젓가락 끝으로 흘러가는 공금이니까 누가 챙겨도 챙길 돈이라 이겁네다』 중국에서요즘 말하는 신사 숙녀는 개방 이래 생겨난 남녀 졸부들이다.어떤 경제학자는 현재 백만에서 억만장자에 이르는 중국의 졸부 숫자를 1백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이들 고수입 그룹은 대개 증권업자,사영업주,인기가수,명배우로 분류되었다.모택동 대역으로 나온 배우 고월은 「인민만세」 한 마디를 부르고 1만2천원을 받았다고 한다.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경축행사에 나온 모택동 흉내를 잠깐 내고 받은 돈이다.여배우 유효경은 구두 광고에 한차례 출연하고 2백만원을 벌기도 했다. 국가통계국이 내놓은 최근 보고에 의하면 대형 호텔과 술집 수입금의 60∼70%는 공금이 차지한 것으로 되어있다.그 액수는 자그마치 8백억원으로 3년동안의 전국 교육경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노동자들의 월급을 제때에 못주는 기업의 책임자들이 외제승용차를 타고 거들먹거리는 꼴은 그야말로 가관이다.교원들의 봉급을 몇달씩 미루면서 책임자들은 이른바 외국고찰이라는 이름으로 해외 나들이를 가는 경우도 있다. ○화공·전력·자동차 유명 코리아 오락식당도문을 연 지가 그럭저럭 두 해가 되었다.그동안 별별 사연도 많았다는 것이 주인 한정화씨의 하소연이다. 『요 몇해 사이 경제가 침체된 상태인데도 돈은 잘도 빠져나옵데다.그런데 골칫거리는 영수증이디요.아가씨 팁까지 계산해서 배 이상을 떼 주어야 하는데 세무조사에 늘 걸린답네다.그럴때면 빽을 찾고….문학을 했던 주제라 양심에 걸리긴 합네다만,고기를 잡자니 흐린 물에서 놀 수밖에 없디요』 길림시에 떨어지는 운석 별똥돌이 황금이 아닌 이상 돈은 벌어야 할 것이다.그러나 양심이 자꾸 뒤로 밀리는 세태가 야속했다.
  • 조선족 문예지(송화강 5천리:6)

    ◎사무실 한칸없이 창간… 겨우 명맥만/「장백산」·「송화강」·「도라지」 3종 심각한 재정난/조선족 구독률도 저조… 외부지원으로 지탱 송화강유적 조선족문단에서 내는 문예지로 「장백산」 「송화강」 「도라지」가 있다.「장백산」은 길림성 장춘시 남관구 서사도가 16에,「송화강」은 흑룡강성 하얼빈시 건국가 210에,「도라지」는 길림시 통담대로(통담대로) 1에 사무실을 두었다.이 세 문예지를 일러 「장백산(백두산)에서 발원하여 도도히 흐르는 송화강가에 아름답게 피어난 도라지꽃」으로 비유되기도 했다. 그렇듯 기대를 모으던 문예지들이 지금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장백산는 헐벗어 송화강물은 메말라가고,도라지꽃은 시들어가는 꼴이 되고 있는 것이다.그 가운데서도 「장백산」은 더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하얼빈시와 길림시에서 격월간 「송화강」과 「도라지」를 창간하자,12만 조선족을 가진 통화지역에서 자극을 받고 1980년5월에 창간된 것이 「장백산」이다.그리고 나서 1990년에 본거지를 통화에서 장춘으로 옮겼다. ○성 정부서 자금등 지원얻어 장춘시에 있는 장백산 편집실을 찾아갔을때 사무실분위기는 한마디로 썰렁했다.「장백산」을 창간한 실제의 주역 김택원 선생은 이미 세상을 떴고,편집자 한 분인 소설가 이여철(42)씨는 한국에 가느라 자리를 비우고 없었다.마침 자리를 지키고 있던 주필 남영전 선생과 편집인 김영수 선생이 느닷없이 찾아간 손님이 반가웠던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들이 들려주는 「장백산」 창간무렵의 사정은 어려웠다.지금도 어렵지만 당시를 회상하면서 연신 「가방편집부」라는 말을 썼다.말이 편집부지 사무실 한칸은 고사하고 책상 하나 없이 원고보따리를 들고 천리 밖 심양으로 인쇄하러 다니던 시절을 그런 말로 표현했다.통화에서 심양까지 가면서 대합실·찻간·여관 등을 전전하면서 「장백산」을 편집해서 독자 앞에 내놓았던 것이다. 「장백산」 창간에는 다섯명의 문인이 참가했다.정확히 1980년5월에 창간호가 나왔는데,창졸간에 나온 터라 그 질이 높지는 못했다는 것이다.인쇄·장정·삽화가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러나 병신이라도 제자식이 귀엽다고 「장백산」 창간호에 대한 애정은 대단했다.독자의 관심도 높아 지금의 백산시인 당시 혼강에 살던 김영철노인은 일흔두살인데도 통화까지 걸어와서 「장백산」을 구독하고 춤까지 추었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오고 있다. 그런데 폐간위기는 곧바로 몰려왔다.1982년 5월 운남성에서 열린 전국소수민족작가필회에 참가하고 있던 남영전에게 한통의 전보가 날아왔다.김택원선생이 보낸 전보는 비보였다.「잡지가 폐간될 처지니 만사 접어두고 돌아오라」는 전보를 받은 남영전은 한동안 망연자실했다.처음에는 돌아갈 생각도 했다가 마음을 고쳐먹었다.한말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참가한 밀사의 심정으로 회의장에 나가 호소해보기로 결심했다. 그는 필회에 참가한 국가민족사무위원회의 윤해산처장을 먼저 찾아가 「장백산」 폐간위기를 알렸다.그리고 필회에서 소수민족의 작은 잡지 하나가 살림을 꾸리지 못하고 쓰러져야 하는 현실을 개탄했다.그의 발언은 많은 동정과 함께 「장백산」을 살려야 한다는 성원을 받았다.그후 윤해산처장은 중앙에 필회결과를 보고하면서 「장백산」의 딱한 처지를 알렸다.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길이 열렸다. 국가중앙판공실과 길림성 당위원회는 우선 등소평동지가 길림성 방문 때 「장백산」이라고 써준 휘호와 그의 백두산 등정모습을 담은 사진을 잡지에 싣도록 했다.그러고 나서 자금도 길림성정부가 해결해주었다.또 1983년 3월에는 공식간행물로 등록하는 한편 중국작가협회 길림분회 기관지로 비준받는 행운을 잡았다.중국에서 내로라 하는 작가들의 격려도 잇따라 들어왔다. 그렇다고 「장백산」이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것은 아니다.좀 나아지기는 했지만 어렵기는 마찬가지다.「장백산」을 살려내기 위해 중국을 백방으로 뛰었던 남영전 선생은 오늘의 「장백산」 현실을 차근차근 일러주었다. 『지금은 길림성 민족사무위원회서 해마다 14만원을 대줍네다.그 돈으로 잡지를 꾸려나가기는 사실상 어렵디요.통화에서 장춘으로 이사를 오면서리 편집일꾼들의 집을 사느라 30만원의 빚까지 졌습네다.기리고 종이값과 인쇄비가 해마다 올라 더 어렵디요.올해는 길림성재정청에서 8만원을 부조해주어 숨을 돌리긴 했수다.창업시기에 대면 화수분이긴 합네다만…』 ○조선족 구독 14명당 1권 불과 지난 1994년 전국적으로 출판물이 불황을 겪을 때도 전국 판매량은 62억2천4백만권에 달했다.12억인구가 1인당 5권의 책을 산 셈이다.그런데 한글도서는 2백만 조선족인구 모두에게 1권씩도 채 못 돌아갔다.중국에서 발행되는 잡지는 모두 7천92종인데 한글잡지는 겨우 14종뿐이다.더욱 한심한 일은 조선족 잡지구독률이 전국 평균치에 훨씬 못 미친다는 사실이다.전국 평균치는 1인당 2권인 데 비해 조선족의 한글잡지구독은 14명당 1권을 넘기지 못했다.한글잡지는 80년대만 해도 저마다 찍었다 하면 1만부였는데,지금은 고작 5천∼6천부를 발행하고 있다. 독서와 관련한 우스운 이야기 한토막.어느 회사사장이 수하의 과장들을 불러 자기가 한턱을 내겠다면서 모두 차에 태웠다.그러나 차가 당도한 곳은 요리집이 아니라 서점이었다는 것이다.『돈은 내가 낼 터이니 2백원어치씩 책을 골라가라』는 사장의 권유에 따라 과장들은 책을한보따리씩 들고 나올 수밖에….그것도 한글도서였는데,사장이 한족이었다는 이야기는 우리를 부끄럽게 했다. ○「도라지 문학상」 제정 시상도 길림시에서 나오는 「도라지」는 한국의 월간 「아동문학사」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아동문학사의 지원금으로 「도라지문학상」을 운영하면서 한국의 만나식품의 후원금으로는 조선족작가자제장학금을 마련해놓았다.한국 아동문학사의 지원은 지난 1991년 김철수(46) 사장과 「도라지」부주필 고신일 선생의 만남에서 비롯되었다.그들의 만남은 북경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서 이루어졌는데,김사장은 우리말과 글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조선족의 삶에 감명을 받았다는 것이다. 러시아를 방문했을때 우리 말과 글을 까많게 모르는 동포처녀들이 작별인사 대신 옷고름으로 눈물을 닦던 정경이 슬펐다는 김철수 사장.그는 중국동포만이라도 자신들의 뿌리를 잊어버리지 말라는 뜻에서 「도라지」 지원을 약속하고,또 실천에 옮겼다.그래서 지난해 제1회 「도라지문학상」 시상식을 가졌다.이 시상식에는 김사장과 동행한만나식품 김영록사장도 참석했다.동포작가 자제를 위한 장학기금지원제의는 시상식자리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 원로문인 작품·동시특집 눈길/시 동인지 「맥」 2호 출간

    ◎서정춘·노중석 신작시도 담아 지난해 12월호로 재창간돼 화제를 모았던 시동인지 「맥」이 2호째인 96년 7월호를 펴냈다. 「맥」은 원래 지난 38년 순우리말로 창간됐던 시전문지.하지만 일제의 극에 달한 국문탄압속에서 4호까지 내고 종간됐었다.새로운 「맥」은 당시 잡지의 동인이었던 시인 김상옥씨(76)가 그 정신을 되살리려 47년이 흐른뒤 비정기잡지 형태로 중창한 것. 「맥」2호는 초기「맥」의 순수정신을 지향,현학적 수사를 일절 배제한채 시를 중심으로 작품소개에만 치중했다.오랜만에 원로문인들의 지면을 만나볼 수 있다. 「동시특집」은 상업적인 일반 문예지에서 찾아보기 힘든 「무색무취」의 기획.명수필가 피천득씨,시인 오규원씨 등이 티없는 동시들을 선보였고 김상옥·신현득씨도 작품을 보탰다.작고한 윤동주·유치환·강소천·서덕출 시인의 명 동시들도 덧붙여져 동심의 세계로 이끈다. 이밖에 30년 시작생활끝에 한권의 시집을 내 화제가 됐던 시인 서정춘씨의 신작시 10편을 비롯,노중석·허윤정·조동화씨 등의 시,이원섭씨의산문 「내가 좋아하는 논어의 글」등이 눈길을 끈다. 「맥」은 서점판매를 하지않기 때문에 구입하고 싶으면 직접 신청해야 한다.
  • 시인 이성복(작가를 찾아:9·끝)

    ◎“시는 남의 고통을 대속않으면 쓸모없어”/잠들기전 머리맡에 노트 펴 뒀다/깨어나면 달아 날세라 꿈을 옮겨 적던 시절/빈 종이를 보면 채우지 않고는 견딜수 없었다/요즘엔 문학이 우리집 골목에 죽은 대나무 같아 그의 내면에는 오래된 고통이 웅크리고 있다.잠시만 그에게 말을 붙여보면 느낄 수 있다.시인 이성복씨(44)와의 대화는 꼭 그의 시를 읽을 때처럼 가슴 밑바닥에 우련한 아픔을 일으킨다.물론 그는 한번도 소리내어 호들갑떨지 않는다.오히려 성냥을 확 긋듯 시와 삶에 대한 생각의 불길을 폭발적으로 퍼올릴 때는 쉽게 곁을 내어주지 않는다는 소문과 달리 쾌활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그런데도 그의 이야기를 한참 듣고 있노라면 묘한 통증이 목젖에 차오른다.왜소한 몸집,가무잡잡한 피부에 따뜻함과 예리함이 묘하게 뒤섞인 눈빛만이 반짝이는 인상 때문일까.아니면 단순히 이씨의 시에서 얻은 선입견일지도 모른다.초현실주의 그림처럼 소름끼치는 세계를 그린 초기 시와 아름다움·사랑 등을 모두 설움으로 몰아간 이후의 시세계.그나마 93년네번째 시집 「호랑가시나무의 기억」을 낸 뒤론 거의 절필상태다. 『저는 2∼3년 주기로 애인을 바꾸는 유목민 체질이에요.대학졸업 무렵인 지난 77년부터 3년간은 밥먹듯 시를 써댔어요.그 뒤 차례로 논어며 주역 같은 동양고전·불교경전·테니스 등으로 옮아왔지요.최근 1년간은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책을 목록까지 짜서 자나깨나 읽었어요』 하나에 미치면 뿌리가 뽑히기까지 다른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그의 성미는 문단에서도 유명하다.그렇더라도 이미지와 관념의 시인인 그의 테니스 탐닉은 의외다. 『흔히들 학문이나 정신이 한결 높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더 확실하고 근원적인 길은 육체가 알고 있는지도 몰라요.테니스 치는 데도 주역이나 시에서 배운 이법이 그대로 들어맞지요.흔히 공을 때린다고 여기기 쉽지만 그보다는 공이 가는 길을 끝까지 따라가 밀어줘야 흐름을 잃지 않게 돼요.또한 때려치는 것이 공격적인 것 같지만 이는 예를 갖춰 절하는 자세거든요』 빈 종이를 보면 채우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는 70년대 막바지의 시를 모아 이씨가 80년 첫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를 냈을 때 평단의 반응은 당혹감 자체였다.악몽에서 본 듯 암울한 이미지로 생의 참경을 그리면서도 그토록 세련된 그의 시세계는 한국 현대시가 거의 처음 만나는 풍경이었다.시인은 당시를 『잠들기 전 머리맡에 노트를 펴뒀다 깨면 달아날세라 꿈을 옮겨적던 시절』로 술회한다.이처럼 태풍을 몰고 나타난 시인은 자신에 대한 평가가 우리 현대시 최고의 자산중 하나로 거의 굳어진 80년말 무렵 슬슬 시를 떠나기 시작,지금의 불모상태를 자초했다. 『문학은 타인의 고통을 대신 앓아 남이 벗어나게 돕는 존재지요.이런 대속이 아니면 특히 시는 아무 의미도,쓸모도 없어요.그런데 요즘엔 문학이 꼭 우리집 골목의 죽은 대나무 처지예요.대나무는 원래 무당집을 알리는 표시지요.또 무당이야말로 남의 아픔을 자기 몸으로 앓아내 해원해주는 존재잖아요.그런데 그 대나무는 죽었고 무당은 어디 갔는지 간판을 내린 겁니다.그렇다고 사람이 아쉬워하나요.오히려 타인은 아픈 적도,대속을 바란 적도 없다는 눈치예요』이 얘기는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는 그의 시 「그날」의 한구절을 떠오르게 한다.그는 지난 94년 어느 계간 문예지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시를 좋아하는데 시가 나를 떠났다』고 푸념한 적도 있다. 하지만 외도에 대해 이런저런 변명을 둘러대도 시가 이씨를 완전히 떠난 적은 없었던 것 같다.그는 동양고전 읽은 것을 토대로 네르발과 보들레르 시를 역학적으로 해석한 논문을 써냈다.불교를 공부한 뒤엔 이것과 프루스트 소설을 비교하기도 했다. 『프로이트는 아주 어렸을 때의 체험은 의식의 심연에 남아 성인의 심리나 태도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해요.바둑둘 때 첫 포석이 끝까지 판을 좌우하듯 나도 무엇을 하건 최초의 문제틀인 문학의 흔적에서 못 벗어나겠지요.문학에서의 도피가 벌써 달아나야 할 대상으로 문학을 의식하고 있다는 말이니까요.시인이 되면 쓰고 안 쓰고를 떠나 시인이에요.비로 내리건,용솟음치건,숨어 흐르건 물이 물인 것처럼』 지난 82년 교정의 히말라야시다를 보고 계명대에 취직했다는 이씨는 그 뒤 15년간 대구에서 두문불출하다시피 했다.처음 예리하고 복잡한 비관의 이미지를 쏟아낸 그의 시세계를 한결 부드러운 울림으로 바꾸면서.첫 시집 이후는 그저 도피행각이었다는 시인의 말과는 달리 물·돌·산 등의 단순한 시어에 삶의 설움을 수락하는 두터운 의미를 담은 이때의 시는 이씨 시세계의 또 다른 매혹이다. 이제 여러가지 문제틀 사이를 떠돌던 이씨도 「근원」으로 돌아올 때가 됐다고 느끼는 것 같다. 『쓰고 싶은 시는 이런 것들이에요.도살장에서 더이상 어쩔 수 없이 몰린 짐승이나 좁은 트럭에서 서로 올라타려는 돼지의 붉은 엉덩이 같은 것.첫시집에 가깝지만 꿈이 아니라 삶속에서 찾아낸 이미지란 점이 차이지요.내 삶과 일상 속에 입을 벌리고 있는 비극적 틈새,맹목과 불모로 몰아가는 그 고통에 눈을 감고는 삶이란 기만에 지나지 않을 거예요』 시인이 남의 아픔을 대신 제사지내는 사제라는 이씨의 생각대로라면 그는 영락없는 시인이다.거의 모든 이가 일상에 닳아지며 피해가는 존재론적 치욕과 고통을 이씨는 불혹을 넘어서까지 붙들고 응시하려 한다.이씨에게 있어 고통은 삶의 본체를 껴안으려는 이가 당연히 치러야 할 대가와도 같다.달아나지 않고 서러운 삶을 있는 그대로 수락한 이만이 이처럼 아름다운 시를 쓸 수 있다.〈오래 고통받은 사람은 알 것이다/그토록 피해 다녔던 치욕이 뻑뻑한,/뻑뻑한 사랑이었음을〉(「오래 고통받은 사람은」중에서)〈대구=손정숙 기자〉 ◆연보 ▲52년 경북 상주 태생 ▲59년 상주 남부초등학교 입학,서울 효창초등학교(65) 서울중(68) 경기고(71)졸업 ▲71년 서울대 불문과 입학,문학회,「형성」지 등에서 활동하며 황지우·김석희·진형준·정과리·이인성·권오룡 등과 교류 ▲77년 계간 「문학과 지성」 겨울호에 「정든 유곽에서」 등 2편으로 등단 ▲80년 대학원 동기 김혜란과 결혼,아들 효원·지원,딸 수유를 둠 ▲82년 대구 계명대 강의조교로 부임,현재까지 같은 학교 교수 ▲84년·91년 프랑스 유학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80)「남해 금산」(86)「그 여름의 끝」(90)「호랑가시나무의 기억」(93·이상 문학과 지성사),산문집 「그대에게 가는 먼 길」「꽃 핀 나무들의 괴로움」(이상 90·살림) ▲김수영문학상(82) 소월시문학상(89) 수상
  • 창작문학의 산실 「현대문학」 새달 5백호

    ◎「한국문학 꽃피우기」 41년 8개월/황동규·문병란·김후란 등 537명 등단시켜/「순수」 고수로 새 감각의 계간지에 밀리기도 국내 창작문학의 유서 깊은 산실 월간 「현대문학」이 8월호로 통권 5백호를 맞는다.지난 55년 1월호로 창간된 뒤 41년 8개월동안 한호의 결호없이 한국문학사상 유례없으며 깨지기 어려울 대기록을 세운 것. 당시의 대표적 순수문학지 「문예」가 폐간돼 전후 문예지 맥이 끊긴 54년 「한국현대문학의 건설」을 내걸고 출범한 「현대문학」은 60∼70년대초 한국문학의 가장 권위있는 지면으로 대접받았다.70년대 「창작과비평」「문학과지성」 등 인문사회과학을 망라하는 문학종합 계간지들의 출현에도 「현대문학」은 창작문학위주의 편집을 고수했다. 지금까지 「현대문학」이 등단시킨 문인수만 5백37명.지난 69년까지만 해도 어림잡아 5백명 미만의 중앙문인중 절반에 육박하는 2백23명이 「현대문학」출신이었다 시에서는 토속서정의 박재삼,지성적 시세계를 자랑하는 황동규,참여시인 고은,민중서정의 전범 이성부,80년 광주의시인 문병란,언어의 풍경을 말끔하게 그려온 오규원,현대시 실험에 몰두해온 이승훈,대표적 여류시인 김후란·김초혜·천양희 등이 배출됐다.소설쪽으로는 「오발탄」의 이범선,시민사회의 허위를 사회성 높게 고발해온 최일남,「토지」의 박경리,최근 역사소설의 진경을 보여온 서기원,토착 민중언어의 대가 이문구,이밖에 김원일·이동하·조정래·마광수·김홍신·유홍종·김채원 등이 「현대문학」에 의해 발굴됐다.또 박철희·김윤식·박동규·홍기삼·임헌영·이선영·김인환·최동호·이동하 등은 「현대문학」의 촘촘한 그물에 건져진 평론가들이다.한국문단의 허리를 이룬 「현대문학」출신은 이밖에도 무수하다. 5백호 특집으로 꾸며질 8월호에는 문학평론가 김용직·김윤식·전영태·이동하씨의 현대문학 역사를 되돌아보는 특별좌담,박완서·이수익씨 등 문인들이 현대문학에 얽힌 추억을 말하는 「현대문학과 나」 등이 실린다.서정주씨를 필두로 한 「현대문학」출신 시인 50명의 신작시 특집도 볼거리다. 동리의 문학론을 이어받아 이념보다 작품을우선한 「현대문학」은 한 시대 우리 문단의 명실상부한 저류를 이뤘다.특정유파에 치우치지 않고 문학성을 중시한 「현대문학」의 잣대에 검증받은 문인들은 역설적으로 참여·민중·시민문학의 모든 부면에서 한국문학을 화려하게 꽃피웠다.하지만 산업화의 모순으로 사회가 극심하게 앓던 70∼80년대 순수주의를 앞세운 「현대문학」은 보수적이라는 비난을 들으며 문학과 사회를 적극적으로 연결하려 했던 다른 세력들에 밀리기 시작했다.90년 2만부까지 이르렀던 발행부수도 최근 1만2천부로 떨어졌다.「문학동네」「상상」 등 새감각의 계간지 세력이 밀려오는 90년대 「현대문학」이 살아남으려면 단순히 「좋은 시와 좋은 소설을 평면적으로 싣는 것」이상의 체질개선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손정숙 기자〉
  • 문인사진·육필·희귀자료전/문학상·시상식행사 담은 영상물도

    정지용에서 신경숙까지. 한국문학 대표문인들의 사진,육필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알찬 전시회가 열린다. 문학의 해 조직위원회(위원장 서기원)와 대산재단(이사장 신창재)은 「문인모습 및 작고문인 육필전시회」를 25일부터 7월7일까지 서울 일민문화회관에서 개최한다. 행사는 ▲작고 및 생존문인 2백9명의 모습 전시 ▲작고문인의 육필과 희귀본 문학자료 전시 ▲한국현대문학 1백년의 흐름을 보여주는 영상물 상영등으로 구성한다. 「육필전」에는 이육사·윤동주·신석정·유치환·김팔봉·김동리등 작고문인 80여명의 육필 1백31점이 공개된다.「소년」「청춘」「개벽」 등 현대문학 초기 문예지 창간호와 최초의 시집 「해파리의 노래」,최초의 번역서 「오뇌의 무도」 등 희귀자료 30점도 함께 선보인다. 또한 문학상시상식,문단행사,작고문인 생전의 모습등을 찍은 영상물 상영도 있고 작가와의 대화(6월29일 이청준,7월6일 윤대녕)도 마련된다.〈손정숙 기자〉
  • 문학위기론 대두속/작가지망생은 급증

    ◎문예지 여름호 신인작가들 대거 추천/늘어난 문학상·발표지면 확대 영향/“장인정신 실종·글쓰기 하향 평준화” 우려도 영화를 보면 될걸 누가 문학작품을 읽겠느냐는 「문학위기론」이 문학의 해를 맞아 더욱 소리를 높이고 있는 요즘이다.하지만 위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작가지망생」들은 늘어만 간다. 최근 여름호를 펴낸 문학계간지들엔 어느때보다 많은 신인작가·시인들이 일제히 추천됐다.소설로는 「문학과사회」의 김연경(「〈우리는 헤어졌지만,너의 초상은〉,그 시를 찾아서」)「문학동네」의 김형수(「들국화 진 다음」)「상상」의 방경희(「유명무실」)「문예중앙」의 김준태(「시인 오르페우스는 죽지 않았다」),시로는 「작가세계」의 정재학·정남희,「창작과 비평」의 문경화,「문학동네」의 김철식 등이 각각 제도권 문단에 나왔다. 지난 5월초 수상작을 발표한 민음사의 「오늘의 작가상」의 경우 상을 놓고 소설 83명,시 1백1명 등 무려 2백여명 가까운 「문학청년」들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지난해 소설 응모자는 60여명이었는데최근 몇년간 응모자수가 계속 늘고있다고 출판사측은 전한다. 계간지 편집자들에 따르면 요 근래 신인투고작수의 증가는 뚜렷한 현상이다.계간지 여름호의 김연경·방경희씨처럼 스물을 갓 넘긴 대학생부터 김형수씨처럼 한때 학생운동권의 이론가로 활동하다 「전향」한 이들까지 이력도 다채롭다.한번 등단한 이들도 신인·기성을 묻지 않는 여러 문학상들에 재응모하는 경향.작년 「문학동네」문학상의 은희경,「오늘의 작가상」의 이혜경,올 「오늘의 작가상」수상자 김이소 등은 모두 신춘문예,계간지 혹은 전작장편 등으로 등단한뒤 상을 거머쥔 신인들이다. 문학의 약세가 일견 명백해뵈는데도 이처럼 「문학지망생」들이 늘어나는 기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무엇보다 많아진 문학상,출판시장의 확대등을 꼽지 않을 수 없다.최근의 예만 봐도 김운비·박청호·최재경·이응준·박경철·백민석 등 단편 한두편을 발표한뒤 바로 단행본을 내거나 아예 등단절차마저 건너뛰고 전작장편으로 데뷔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이들을 충분히 소화할만큼 출판계가 커진것이다.이밖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문학창작학교,PC통신이 제공하는 무궁무진한 지면도 한몫 거들고 있다. 하지만 요즘 지망생들이 과거처럼 「일구월심 문학도」냐 하면 그것은 또 아니다.시·소설·평론을 넘나드는 것은 기본이고 팝칼럼·영화평론 등 이들이 공략하는 것은 넓은 의미의 문화적 글쓰기다. 「글쓰기의 민주화」라는 점에서 이런 현상의 긍정적인 측면이 분명 있다.그러나 많은 이들은 문인의 장인정신 실종을 우려한다. 문학평론가 남진우씨는 『과거 문단은 폐쇄적이리만큼 작품 수가 적었을 망정 엄정한 수준이 보장돼 오히려 존경받았다.이에 비해 최근의 현상은 데뷔작 수준이 전반적으로 하향평준화하는 아마추어리즘의 확산』이라며 『이때문에 등단한 작가의 극소수만이 장기적으로 살아남게 될것』이라고 내다봤다.〈손정숙 기자〉
  • 신세대 작가 배수아에 상극의 평가

    ◎양진오·김동식씨 문예지에 부정·긍정 평문 기고/양씨­“기본적 한국어 구사능력 조차 부실”/김씨­“90년대후 두드러진 이미지 보편화” 문법에 벗어날듯 어눌한 문장에 현대사회의 이미지들을 가득 담아내면서 대표적 「신세대작가」로 꼽혀온 배수아씨(31).최근 두명의 젊은 평론가가 배씨의 작품세계에 대해 각각 긍정적·부정적 시각의 평문을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이 글들은 배씨를 통해 결국 신세대작가 전체의 작품세계를 문제삼고 있는 셈이어서 신세대소설을 둘러싼 젊은 평론가들의 입장차를 선명히 드러내고 있다. 우선 양진오씨(32)가 「문예중앙」 여름호에 실린 「보이지 않는 전망,전망없는 소설」을 통해 비판적 입장을 내세웠다.양씨는 「트러블,서빙,레모네이드의 투명한 옐로의 컵」등 배씨가 구사하는 단어들을 들며 배씨가 기본적 「한국어 구사능력」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맹공한다.『(배씨의)문장은 의미를 생성하는 문장이 아니라 이미지를 연출하는 문장』이라는 것. 『(배씨 작품의 신세대들은) 현실을 혐오하기 때문에 현실을 지워버리고 이미지의 세계를 만들어』내지만 이는 『무력한 유리벽의 세계』일 뿐이라고 양씨는 잘라 말한다.결국 「전망없는 세대」의 전형인 배씨의 문제는 『전망없음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이와 싸우기보다 이를 수락하고 만다』는 데서 기인한다는 것이 양씨의 진단. 이에 비해 김동식씨(29)는 「문학과 사회」 여름호의 「우리 시대의 공주를 위하여」라는 글에서 배씨의 글을 꼼꼼히 분석,신세대 세계인식의 「가능성 엿보기」를 시도하고 있다. 김씨는 배씨소설에 깔린 근원적인 『공주­모든 이들에게 사랑받는 아이』라는 꿈은 유복했던 가정의 어린 소녀에게 있을 수 있는 이미지이지만 이것이 상징에 그치지 않고 성년의 세계인식에까지 이어지는 것은 『텔레비전이 현실의 기율로서 작용』하는 이미지 시대가 닥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했다. 김씨는 공주이미지에 철없이 집착한다고 배씨를 비난하지 않는다.그보다는 모든 것이 이미지가 되어버린 세계에서 신세대 나름의 대응방식이 있음을 살펴본다.그 대응이란 『이미지와 실재의 분리를 인정하는 것,그 경계를 서성대며 살아가는 것,실재를 버리고 이미지의 세계로 나가는 것』 등 세가지이며 배씨의 장편 「랩소디 인 블루」의 정이·유리·미호가 차례로 이에 대응한다는 것.결국 배수아의 프린세스 감수성은 『90년대 이후 두드러진 이미지의 시민화』 즉 달라진 시대상황을 읽어내고 있다는 진단이다.〈손정숙 기자〉
  • 민족시의 정신사/이동순 지음(화제의 책)

    ◎애국계몽기서 현대까지 민족시 역사 연구 개항에 이은 애국계몽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국내외 「민족시」의 역사를 총정리한 연구서. 지은이는 민족시를 『민족적 부조리를 누구보다 재빨리 간파해 극복하려는 시대정신과 저항의지를 담은 시』로 정의하고,신채호·백석·김기림·윤동주 등 널리 연구된 문인의 시작품을 새로운 각도에서 접근한다.아울러 묻혀 있던 시인을 적극 끄집어내 소개했다.「개벽」같이 잘 알려진 문예지부터 상해판 「독립신문」,20년대말의 「시대일보」「중외일보」,심지어는 총독부 비밀문서인 「언문신문의 시가」나 무명시인의 동인지인 「무명탄」 등 희귀자료를 샅샅이 훑어 많은 무명시인의 열혈저항시를 발굴했다. 지은이는 이식문화론이나 전통단절론 등 근대 국문학의 주체성을 부정하는 연구경향은 민족시의 성과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편견이라고 결론짓는다. 창작과비평사 1만원.〈손정숙 기자〉
  • “독자 취향 최우선”/문화전문지 창간 붐

    ◎문예지들도 종합잡지로 변신 잇따라/영화·가요·만호 등 대중문화 폭넓게 취급 「문학에서 문화로」.요즘 문예지들이 앞다퉈 내걸고 있는 구호다.문학만을 다루어 온 문예지들이 문화전반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는 가운데 최근 문화전문지를 표방하는 잡지들이 창간붐을 이루고 있다.전부터 발간돼온 문화지들도 운영체제를 재정비,새단장에 나서는 등 「문화」가 새로운 인기품종으로 자리를 굳히는 중이다. 여기서의 문화란 그야말로 포괄적인 개념.문학외에 영화·가요·TV·만화 등 대중문화는 당연품목이다.이를 가능케하는 대중매체·컴퓨터 등 변화하는 환경도 논의 대상이다.문화산업,문화시론 등도 필수로 포함된다. 문학전문출판사 문학과 지성사(약칭 문지)가 이 물결에 가세했다.문학전문 계간지 「문학과 사회」를 발간해온 문지는 잡지의 최연소 동인인 67년생 평론가 김동식씨를 주축으로 비정기 문화무크지 하나를 새로 창간할 예정.4백여쪽에 이를 이 무크지는 시·소설·문학평론은 물론 시나리오·만화·영화 및 대중문화평론·패션비평까지싣고 오는 6월 출범한다.편집위원은 김씨외에 20대후반에서 30대초반의 평론가 최성실·김태환씨,시인 성기완·김태동씨,과학사를 전공한 주일우씨 등이다. 한편 계간 「리뷰」편집위원이었던 소설가 주인석씨도 삼성출판사와 손잡고 새로운 문화지 「이매진」을 상반기에 선보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그동안 무크지나 계간지 형태가 문화현장의 빠른 변화를 담아내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월간으로 발간할 예정.보다 속도감있고 재미있는 대중문화교양지를 표방하는 이 잡지는 기존 문화지 시장에 체질변화 요구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93년 단행본 「신세대,네멋대로 해라」에서 첨단 문화논리를 내세워 눈길을 끈 연구집단 현실문화연구(대표 김진송)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문화계간지를 연내 창간할 계획이다. 계간 「리뷰」도 문예마당 출판사에서 독립,체제변화를 모색하고 있다.95년 겨울호와 96년 봄호를 실험적으로 문학동네 출판사를 통해 펴낸 「리뷰」는 「리뷰 앤드 프리뷰」(가칭)라는 자체 출판사를 설립,대중문화관련 단행본 출판을 아우른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그간 문학쪽으로 기울어온 「상상」역시 96년 여름호에 문학·영화·대중음악·드라마·연극·광고 등 6개부문을 망라한 대중문화 특집을 마련,창간초의 문화주의로 복귀를 꾀한다. 이밖에 젊은 연구자 중심의 계간 「문화과학」「오늘예감」까지 합치면 문화지시장은 어느덧 포화상태다. 하지만 문화의 대중화·민주화 추세를 타고 시장은 당분간 더욱 확대될 것이란 게 관계자들의 예상.문턱낮은 PC통신이 다중에게 거의 무제한적으로 글쓸 기회를 제공,평론가 배출의 새로운 교두보로 자리잡은 것도 문화 대중화를 반영하는 현상이다.대중문화평론의 제도화를 위해 「상상」에서는 제1회 평론상을 신설하면서 대중문화부문까지 망라하기도 했다. 문학평론가이자 리뷰 편집위원인 서영채씨는 『과거 많은 문학청년들이 문학에 가슴을 설레였듯 요즘은 문화가 새로운 화두』라면서 『문화에 대한 풍성한 논의는 상호 영향관계속에서 문학양태에 많은 변모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 30대 작가 두 개의 신작장편 눈길

    ◎이순원 「수색,그 물빛 무늬」/성석제 「왕을 찾아서」/수색…­모성에의 끝없는 그리움 토로/왕을…/시골깡패의 권력구조 작품화 30대 남성작가 둘이 나란히 신작장편을 내놓았다.이순원씨(39)의 「수색,그 물빛 무늬」(민음사)와 성석제씨(36)의 「왕을 찾아서」(웅진출판)가 그것. 독특한 이야기꾼으로 꼽히는 두사람은 여성작가들이 휩쓸다시피 하는 최근 소설문단에서 어느새 소수가 돼버린 남성의 목소리를 모처럼 시원스레 털어놓고 있다.또한 신세대 작가들의 감수성 경쟁에 대들기라도 하듯 잘 풀린 이야기며 감칠맛 나는 문장으로 흔치않은 독서의 재미를 안겨준다. 90년대 초반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압구정동엔 무지개가 뜨지 않는다」등 세태를 풍자한 잇단 압구정동 시리즈로 관심을 모았던 이씨는 새 작품에선 「가족사」를 파고들고 있다.이 소설은 지난 93년 「현대문학」6월호를 필두로 2년여간 여러 문예지에 분재됐던 여섯편을 묶은 연작소설. 소설은 작가인 남성주인공이 현재 겪고 있는 부부간 불화를 어릴적 친엄마로 알고 따랐던 「수호엄마」에 대한 추억과 엮어짜는 형식으로 진행된다.수호는 소설 주인공인 작가의 이름.하지만 알고보면 수호엄마는 수호의 친어머니가 아니다.아버지의 첩을 거둬들인 어머니가 슬하의 5남매중 나이로 봐 가장 맞춤한 세째아들을 정붙이로 그녀에게 짝지어준것.그녀는 2년여를 같이 살다 주인공에게 애매한 서자의식만을 남긴채 떠나버린다.수호엄마에 대한 그리움은 주인공에게 원래 그녀가 살던 곳,수색을 향한 아련한 갈망으로 바뀌어 나타난다. 이같은 작품을 통해 지은이는 모든것을 품어안는,자궁속같이 따뜻한 여성성을 그리워하고 잃어버린 모성을 안타까워 하는것 같다. 이에 견줘 「권력」의 세계를 다루고 있는 성씨의 작품「왕을 찾아서」는 훨씬 아버지의 세계에 가깝다.지난 86년 「문학사상」으로 등단,91년 시집까지 상재한 시인의 이력이 이 작품 곳곳의 치밀하면서도 선연한 세부묘사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지난 94년 이미 성씨는 첫 작품집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민음사)를 통해 콩트와 잠언 어느쪽에도 속하지 않는 함축성있는 짧은 소설들을 선보였다. 시골깡패들의 잡다한 패권다툼을 다루고 있는 이 소설을 영웅담의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이를 바라보는 화자의 눈이다.「지역」이라 불리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자라나 도시에서 터를 닦은 나 장원두는 한때 지역의 지배자였던 마사오가 죽었다는 소식에 급거 귀향한다.나의 회상속 마사오는 실제 대단한 싸움꾼이긴 했지만 그를 지배자로 만드는데는 실증되지 않거나 미화된 입소문들이 더 크게 작용했다.소설은 이 권력자를 둘러싼 군웅들의 도전과 권력찬탈을 기본축으로 깡패들의 다양한 세력과시방법,영웅에게 따르기 마련인 여성편력 등을 패기차면서도 아기자기하게 엮어낸다. 이처럼 파고드는 바는 서로 다르면서도 이 두 작품은 남성들 속에 공존하는 두가지 욕망을 동전의 양면처럼 보여주고 있다.어머니의 푸근함을 그리워하면서도 아버지의 힘을 갈망하는 장년남성들은 두권의 책을 통해 평소 자신의 심리가 그대로 드러나있는 것을 읽고 무릎을 칠지도 모른다.하지만 모든것을 껴안는 포용력 있는 품엔 인고가,군림하고픈 권력욕을 채우는데는 복종이 뒤따라야 한다.그리고 그 인고와 복종의 주체는 여성이기 쉽다.그런점에서 이 책들은 누구의 욕망이든 다른 이의 희생으로 채워져서는 안되는것 아닌가 하는 점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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