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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오프 ‘벽’을 향해 겨눠 총!

    사이버 논객들은 어디로 가는가? 불과 5년 전만 해도 사이버 논객들의 주무대는 PC통신 게시판이었다. 천리안,하이텔 등에서 내로라하는 논객들이 ‘나도 한마디’나 ‘플라자’등의 큰 게시판에서 사회 현안을 둘러싼 공방을 벌여 심심찮게 지면에도 소개되는 등 화제가 됐다. PC통신 게시판에서 뜬 스타 논객들은 천리안에선 AD74(김용민),DONGOP(김동업),OUJOON(김어준) 등이 있다.또 하이텔과 나우누리 등에선 임욱,신정모라, 김상훈, 유정길씨 등이게시판 논쟁을 촉발시켰다. 사이버 논객들은 인터넷인구가 폭발하면서 주무대를 인터넷으로 옮겼다.딴지일보(www.ddanzi.com)의 인터넷 ‘이적’을 신호탄으로 웹진 창간 붐이 있었고, 여기에 논객들이주요 필자로 참여하기 시작했다.특히 90년대 중반 이후 대자보 발행인 이창은씨,더럽지(www.therob.co.kr) 발행인 민명기씨 등의 경우처럼 온라인 저널로 자리를 굳히는 경우도나왔다. 인터넷 칼럼니스트인 김동렬씨는 “온라인 토론은 즉시 쌍방향 토론이 가능한 반면 지면 매체는 이를 반영하기가 쉽지 않다”면서,“스스로 화두를 던지고 자기 발전의 계기로삼는 논객이 사이버공간에서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사이버 논객들은 우리모두(www.urimodu.com) 같은 안티 사이트나 창작과비평사 등 문예지 사이트들을 중심으로논쟁을 벌이고 있다.또 포털 사이트에 개설된 토론실이나카페의 필자,오마이뉴스(www.ohmynews.com)나 닷컴 언론사의 인터넷 기자들로 그 활동영역을 바꾸고 있는 추세다.특히 지난해부터는 문화평론가 진중권씨나 김정란 상지대교수등과 같이 오프라인 지식인들이 온라인 게시판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도 특징으로 꼽힌다. 한편 사이버 논객들은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데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네티즌 언론 활동을 경력으로쳐주는 경우는 영화 잡지가 고작이고 대우도 좋지 못한 편이다.일부 닷컴 언론사의 네티즌 기자들이 올해 초 원고료와 관련,집단 항의를 한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 사이버 논객들은 기성 지식인들의 틀에 박은 고답적인 논쟁은 비현실적일 뿐만 아니라 지면을 독점하는 권력을 가진기득권이라고비판하고 있다.대자보 발행인 이창은씨는 “기존의 경계와 질서가 중요하지 않은 만큼 논객은 방향성과내용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사이버 논객의 역할론을 제시한다. 최진순 kdaily.com기자 soon69@
  • 조남현교수‘문학위기’진단

    문학전문 계간지 봄호들이 정성들인 여러 기획물을 싣고 차례로 출간되는 가운데 ‘21세기문학’은 문학의 위기 문제를 다룬 특집을 마련했다.기획에 참가한 문학평론가 조남현 서울대 국문과교수는 ‘문학위기,그 현상론과 초극론’이란 글을 통해 위기의 실상과 나름의 극복 방안을 제시해 주목된다. 조교수는 서두에 “문학무용론이나 문학소멸론으로까지 확대되곤 하던 문학위기론은 이제 문인들 사이에서 신선감마저 사라진 공론이 되어 버린 지 벌써 수삼년이 되었다”라고말한다.그러면서 “위기론이 비등하는 그만큼 문인들의 사기가 떨어지기는 했지만 문인들의 창작욕과 그 성과의 양적 결과는 옛날과 별로 다름이 없다”는 복합적인 현상을 보고하고 있다.그러나 종합적으로 볼 때 문인들에게 닥친 무관심과 푸대접,소외와 압박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게 그의 견해다. 작가들과 시인들에게 돌아갈 정신적·물질적 보상이란 측면에서 보면 우리 문학의 장래는 당연히 비관적으로 비친다. 문학작품들에 대한 독자 호응도는 계속 낮아만 가고 있다.학교에서 배우는 문학작품 이외의 것을 전혀 읽지 않아도 가치 있는 삶의 영위에 아무 지장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늘어만 가는 것이다.잠재적인 문학독자 중 상당수가 멀티미디어·컴퓨터·게임 열광자로 돌아서는 가운데 우리사회는온통 경제성장 제일주의자,세계화주의자,실용주의자 등 ‘비문학적’목소리로 뒤덮여 있다. 위기의식에 젖었다고 해서 모두 비관론으로만 빠지는 것은아니다고 조교수는 지적한다.문인 지망생 숫자가 줄지 않고,문예지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으며,문인 배출을 목표로 하는문예창작과가 경쟁적으로 신설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문학서적 출간을 주종으로 하는 출판사와 전업작가들의숫자 역시 줄어들지 않았음을 근거로 든다.물론 이 현상도더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면 병적인 근인이 잡힐 수 있지만조교수는 아무튼 우리 문학의 미래를 최소한 어둡지 않은 것으로 보게 만든다고 강조한다. 조교수는 “인간이 있고 삶이 있는 한 문학은 끝까지 남을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문단 밖에서건 문단 안에서건 훨씬 많다”고자신한다.그러나 동시에 “우리 사회에서 문학은 점점 쓸모가 없어져 간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한다.그동안 문학은 고상한 오락의 제공,사상의 생산과선전,정보제공,사회계몽 등 여러 가지 기능을 행사하여 왔으나 영화 대중음악 인터넷 드라마 스포츠신문 등한테 밀리면서 어느 기능 한가지도 자신감을 가질 만한 것이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보다 재미있고 보다 쉬운 매체를 만들어 내자고 경쟁하는 같은 문화산업 종사자들 앞에서 문학은 점점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됐다. 조교수는 이같은 문학위기를 넘어설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의 첫째로 시집 소설집 평론집 등 문학서의 과다 출간현상과 관련해 문인들이나 츨판사들이나 ‘양’에 지나친 관심을갖지 말 것을 권하고 있다. 그 내용이야 어찌 되었든 또 누가 썼든 문학서는 일단 읽을가치가 있다는 많은 문인들의 생각은 재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둘째로 계몽주의적 자세를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독자층 규모가 문예지를 기준으로 해 전체 인구의 5,000분의 1도 못 되는 판세를 잘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셋째,문학이 아니면 도저히 해 낼 수 없는 것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영화도 줄 수 없고,게임도 줄 수 없는 것을 찾아내야 하고역사든 철학이든 심리학이든 줄 수 없는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마지막으로 시인은 시인대로 소설가는 소설가대로,새로운 시대를 만들고 새로운 사회를 이루어가는 데 적극 뛰어들어야 한다고 조교수는 역설하고 있다. 김재영기자 kjykjy@
  • 기자출신 이중호씨 첫 시집 ‘우리는 정말‘

    시인이 너무 많은 세상이라고 한다.너나 없이 동네문예지에 시 한편을 발표하거나,친구들끼리 만든 ‘동인시집’에 몇편을 실어놓곤 ‘시인’이라는 호칭을 즐긴다. 그런데 번듯한 시집을 펴내놓고도 ‘시인도 아니다’라고주장하는 사람이 있다.‘우리는 정말 너무 모른다’(문학수첩 펴냄)를 낸 이중호다.그는 언론인,그것도 험한 사건기자로 뼈대가 굵어 사회부장과 정치부장을 역임한 신문기자 출신이다. 그런 이력에도 첫시집의 책머리 시에 ‘기자도 아니다’라고 외친 것을 보면,‘시인도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도 더욱 더 시를 쓰고 싶다는 우회적인 표현은 아닌지 모르겠다. 내가 시를 쓰는 것은/…/가슴은 메어 터지고/시간은 너무안타깝다./타는 속을 다 풀어헤치기엔/세상이 너무 좁고/시간이 너무 모자란다.… ‘시를 쓰는 까닭’에선 그의 심경의 일단이 스쳐지나간다. 사실 그의 시는 전통적인 문학 교과서만 기웃거린 배운 사람에게서는 그닥 평가받지 못할 수도 있다.이 시집에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박호영(한성대교수)도 그것이 고민스러웠나보다.그는 이중호의 시를 가리켜 “참신한 비유나 이미지,함축적인 시어,깊이있는 상상력을 기준으로 할 때는 분명 부족한 점이 있다”고 지적한다.그러면서도 “전달하고자 하는메시지라든가 작가로서의 성실성,소격 효과 등을 고려하면또 다른 차원의 시적 가치를 인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중호가 시에 대한 기존의 가치를 거부하는 것은 그러나의도적이다. 얄팍한 기교에 때묻지 않고/덜떨어진 이론이나 사상에 곪지않고/…/겉멋에 겨워 속뜻을 잃지 않고/세속의 굴레나 눈치에 얽매이지 않고/읊어지는 대로/누구나 쉽게 가슴으로 읽을 수 있는.…때묻지 않은 시를 쓰고 싶다. ‘때묻지 않은 시’는 나아가 ‘새로운 시학’을 정립하려한다. ‘우리는…’은 상당히 무게있는 주제를 다룬 시편들로 채워져 있다.때문에 그의 시를 철학적 사유의 산물로 보기도한다.그러나 시집을 읽다보면 담겨 있는 메시지는 너와 나의 인생,살아있는 동안 마주치는 모든 것에 대한 깊은 사랑이라고 할 만 하다.인간의 철없음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가득하지만 결국사랑으로 회귀한다.“…찌들고 지친 하늘이라/계수나무는 커녕 토끼도 희미하지만/그래도 아직 서울에 달이살아있다”는 ‘희망’으로 나타난다. 서동철기자 dcsuh@
  • 시인들이 쓴 詩비평문 계간 ‘詩評’2호 나와

    시인들이 함께 만드는 계간 ‘시평’(바다출판사) 2호가 나왔다.이잡지는 시를 더 잘 읽고 공부하기 위해 모였다는 시인들의 모임 ‘시품평회의’의 산물.신작시도 있고 산문도 있지만 문예지에 발표된 시작품과 해당 기간에 간행된 시집 중에서 좋은 시를 추천받아 이 시에대해 다른 시인들이 쓴 간결한 비평문 20여 꼭지가 축이다. 매호마다30인 정도의 시인이 시 추천 시인으로 선정된다. 이번 겨울호 2호에는 이준규의 시 ‘자폐’에 대한 시인 윤병무의 ‘검은 태양을 향한 외침’ 등 17편의 시에 대한 평이 실려 있으며 고두현의 첫 시집 ‘늦게온 소포’에서부터 유하의 ‘천일마화’에 이르기까지 지난해 하반기에 간행된 시집 중 6권에 대한 평가도 담겨있다.기타 산문에서 북에서 온 시인 최진이의 시와 산문이 돋보인다. 백석 시인의 ‘박각시 오는 저녁’이 ‘숨어있는 시’로 소개되며 황지우의 시집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에 대한강정의 비판적 산문,‘시인이 평론가에게’ 보내는 산문인 박남철의‘고 김현 선생님 영전에’ 등이눈길을 끈다.
  • [공직인맥 열전](13)문화관광부.상

    문화관광부는 1948년 정부수립과 동시에 발족한 공보처를 뿌리로 하지만,1990년 신설된 문화부가 순수혈통의 시조다.1993년에는 체육청소년부와 합쳐 문화체육부가 됐고 1994년 당시 교통부의 관광국을 넘겨받았다.새 정부 출범과 함께 단행된 1998년 정부조직 개편에서 폐지된 공보처의 일부 기능을 이관받아 현 체제를 확립했다. 옛 문화공보부 출신의 문화관료들이 주축을 이루지만,교육부를 고향으로 하는 체육청소년부와 교통부 출신 등이 뒤섞이는 과정에서 편가르기가 적지않았던 것도 사실이다.그러나 최근에는 문화와 체육·청소년·관광 부서 사이에 무리없는 순환인사가 이루어지는 등 조직이안정을 찾고 있다. 이홍석(李弘錫)차관보는 체육부가 고향이지만 로스앤젤리스와 뉴욕의문화원장을 거치면서 문화수업을 쌓았다.신중한 성격에 판단력을 갖추었다.카리스마가 있지만 위압적이지 않고,옆집아저씨를 대하듯 부드러운 인상이다. 박문석(朴文錫)기획관리실장은 문예지를 통하여 등단한 시인답지 않게 강력한 추진력으로 대외업무에서 적잖은 성과를 거두었다.그러나같은 이유로 업무추진 과정에서는 종종 ‘소리’가 나고,친화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다. 김순길(金順吉)종무실장은 신문행정국장과 광고진흥국장을 역임한 공보처 출신.1998년 ‘대학살’때 살아남은 데는 부여 출신이라는 프리미엄이 작용했다는 설도 있다.서민적이지만,뛰어난 기획집행력으로주위를 놀라게 한다. 오지철(吳志哲)문화정책국장은 문화부 최고의 브레인이라고 할 만하다.광범위하게 업무를 꿰뚫고 있는데다,성격도 합리적이어서 존경받는다.대한체육회 국제과장에서 체육부로 발탁된 경력이 약점으로 작용하지 않을만큼 능력을 인정받아,1급 승진 1순위라는 데 이견이 없다.소신을 발휘해야 할 대목에서 주춤거린다는 평도 있다. 노태섭(盧太燮)예술국장은 판단력과 추진력을 겸비하여,말많고 탈많은 문화예술 지원업무를 무리없이 교통정리한다.일 욕심이 많은 반면잔정도 많고 따뜻한 성격이다. 임병수(林炳秀)문화산업국장은 시골사람같은 외모에서 드러나듯 선이굵고 대범한 ‘맏형’.합리적으로 방향을 정하고 나면 잔가지에 신경쓰지 않고 돌파력을 발휘한다.지프를 타고 출퇴근할 정도로 외부시선에 신경쓰지 않는 성격으로,휴일이면 고향인 충북 영동에서 농장을 가꾼다. 박양우(朴良雨)관광국장은 1958년생으로 문화부의 차세대를 이끌고갈 대표주자 가운데 한사람이다.업무능력과 집중도가 뛰어나고 리더쉽을 발휘한다.항상 웃는 표정으로 부처의 분위기를 밝게하는 데 한몫한다. 배종신(裵鍾信)체육국장은 교육부 시절 체육정책과 인연을 맺었다.성실하고 뚝심있다.다소 무뚝뚝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부하직원의 의견을 많이 듣고 반영하는 스타일이다.올해 중앙공무원교육원에 입교한다. 정진우(鄭鎭宇)청소년국장은 친화력이 있으면서도 업무추진에서는 집요한 성격을 보여준다.육사 25기로 문화부 내 이른바 ‘유신 사무관’ 출신의 리더.문화부에 사관학교 출신이 적잖게 요직에 자리잡은중요한 이유의 하나가 정국장의 존재 때문이라는 평가도 있다.자리가오는 3월 개방형 직위로 전환돼 정국장은 곧 외부 요직으로 옮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동철기자 dcsuh@
  • 대한매일 신춘문예/ 당선소감. 심사평

    *김문주씨 당선소감. 나는 얼마나 절실한가.삶과 문학에 대한 열정이 내게는 얼마나 있었던가.대학 교정에서 당선 소식을 접하고,현실을 몹쓸 시대로 치부하는 내 못된 버릇에 대해 생각했다.나는 얼마나 현실적이던가./ 고마운 사람들.당선 소감으로 베풀 수 있는 이 빚잔치에 마땅히 불러야할 사람이 많다.성우,남일,재원,도현 … 모두 고맙다./ 내게 삶의 쓸쓸함과 인간에 대한 애정을 동시에 가르쳐주셨던 아버지와 어머니,이소식이 두 분의 고된 삶에 작은 위로와 기쁨이 될 수 있다면 더없이좋겠다. 부족한 내게 늘 변함없는 믿음을 보내주신 최동호 선생님과,길을 열어주신 오생근·권성우 두 분 심사위원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 내게 생명을 부여하신 이를 묵상하는 마음으로 역사와 현실을 고민하고,부단히 나를 돌아보며 문학의 길을 가겠다.조용한 위안이 되어준 사랑하는 아내 현정과 훗날 이 글을 읽을 시은이에게,그리고 기도로 지원해 준 군산 식구들에게 한없는 고마움을 전한다./ 한동안 쓸쓸할 다른 응모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약력. ■1969년 서울 출생. ■보성고등학교 졸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 수료. *대한매일 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작 '최하림론' 심사평. 문학평론 부문의 응모작들을 읽어 내려가면서 심사위원들은 이제 대한매일의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이 뛰어난 비평가들을 배출하는 소중한 산실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는 사실을 유쾌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상당수의 응모작들은 기존의 주요 문예지에 수록되는 기성 평론가의 비평문과 비교하여 손색이 없었다.때로 특정한 이론이 필요하지않은 대목에서도 현학적인 문학이론을 거칠게 적용시키는 비평문들이몇 편 있었지만, 상당수의 평문들은 젊은 비평이 응당 갖추어야할 작품과의 성실한 대화를 각기 다양한 방식으로 수행하고 있었다.그러니,심사의 과정은 행복하면서도 고통스러운 비교의 과정일 수밖에 없었다. 당선작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최종 고려의 대상으로 남은 평문은 다음의 네 편이었다.허병민씨의 ‘자아에 갇혀 있는 자유의 미학: 김수영론’,임진문씨의 ‘반성적 사유와 상호주관적 시 읽기: 김현론’,김정원씨의 ‘오렌지와 칼의 우연한 만남: 이상(李箱)의〈동해(童骸)〉 재해석’,김문주씨의 ‘역사와 개인이 만나는 시의 자리: 최하림론’.우선 허병민씨의 김수영론은 연애와 성을 키워드로 하여 김수영시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의욕적인 비판을 보여주었다. 그렇지만 다소 불안한 문장력과 논문 투의 형식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비평의 형식에 대한 섬세한 이해가 동반된다면,허병민씨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것이다.임진문씨의 평문은 고 김현의 시 비평을 차분하고 온당하게 이해하려는 균형감각이 돋보이는 글이었다.그러나,기존에 이루어진 김현에 관한 논의에서 한 발 더 나아가야 하지 않았을까? 김정원씨의 평문은 식민지시대의 대표적 소설가인 이상의 난해한 텍스트인‘동해’에 대한 치밀한 독해를 보여주었다.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는 작품에 대한 정밀한 해석과 분석을 통해 새로운 의미망을 구축해나가는 씨의 비평적 저력이 높이 평가되었지만,학술논문에 가까운 평문이라는 점이 아쉬운 결격사항이었다.심사위원들이 숙고 끝에 당선작으로결정한 김문주씨의 평문은 무엇보다도 한 편의 평론이 지녀야할 비평적 완결성,문장력,해석의 타당성 등등의 면에서 고루 높은 평가를 받았다.다만,지나치게 모범적이며 상식적인 해석이 평자의 개성과 새로운 관점의 확보에 장애물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김문주씨의 정진을 바라며,아울러 아쉽게 당선작으로 선정되지 못한 응모자들에게도 조만간 또 다른 좋은 기회가 생길 수 있기를 진심으로 고대한다. 오생근 권성우
  • [네티즌 칼럼] 문단 권력 공방과 논쟁문화

    논쟁이라는 말은 논(論)과 쟁(爭)을 합친 단어이다.논쟁에는 잘잘못을 가리기 위해 상대방과 싸우는 것이 있고,원만한 합의점을 찾기 위해 조정하며 다투는 것이 있다. 그러다 보니 논쟁이 진행되면 잘잘못을 가리는 데 있어 어느 한쪽이확실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대신 이 싸움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판단을 하는 일이 더 많아진다. 최근 문단에서 벌어진 ‘문단 권력’에 관한 공방도 주의깊게 관찰할 구석이 많다.특히 최근에 시인 남진우씨가 시인 김정란씨를 공개비판하고,여기에 문학동네 편집인인 정홍수씨가 가세하면서 벌어지고있는 논쟁은 과연 한국 지식인 사회의 논쟁문화가 필요한 것인지를의심하게 할 정도로 ‘저질’이라고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이 사건은처음 남진우씨가 문예지인 ‘문학동네’에 ‘김언희의 시세계’를 기고하면서 글의 후반부를 김정란씨 비판에 할애하면서 비롯됐다.남씨는 “김정란씨가 (김언희씨에게)문단내 권력을 행사하지 않는가”라고 공개 비판했다. 이와 관련 김정란씨는 한 인터넷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신춘문예 심사위원도 한 적이 없지만 남진우씨는 그렇지않다”면서 “누가 문단내 권력을 가지고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논쟁으로 봐줄만 했다.그런데 갑자기 정홍수씨가김정란씨를 비판하면서 문제가 뒤틀어지기 시작했다. 정씨는 인터넷게시판을 통해 “김씨의 반박에 실망했고,피해망상과 나르시시즘으로범벅이 된 글”이라고 비난하며 개입했다. 논쟁에는 격이 있고 수준이 있다.심각한 인신공격을 행하고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사람이,오히려 당당한 ‘소신’을 문단 내에서 펼쳐온 사람들을 혹평하고 몰아붙이는 데 앞장선다. 이번의 수준낮은공방에서 보이듯이 어떤 사람이 어떤 사람의 추종자라고 말한다든가,‘문학작품’보다는 전혀 엉뚱한 문제를 써놓으며 물고 늘어지는 식의,수준낮은 사람들의 뻔뻔함이 우리 제도문학권에 넘쳐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런 풍토에 언론권력이 함께 한다는 점은 분명히 간과할 수 없는대목이다.분명히 남진우씨가 김언희씨를 평가하면서 김정란씨를 비판하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한 것이나 그 다음 정홍수씨가 또다시 김정란씨 인터뷰를 비판한 대목은 대단히 문제 있다고 생각한다. 언제부터 문단에 ‘동업자간의 전선’이 형성됐는지 알 길이 없다. 특히 논쟁이 상대를 인신공격하는 것으로 아는 사람들이 권력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지금 문학동네 홈페이지 게시판은 폐쇄됐다.문학동네 편집장까지 가세한 논쟁이 이렇게 됐다는 것도 황당하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듣는 것은 하고 싶지 않다는 태도로 여겨진다.만일 문단권력에 관해 말하고 싶으면 말을 하고 거기에 반론권을 주어야 할 것이며 또한 최소한 자신이 운영하는 광장은 열어놓고 토론해야 할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논쟁이 부드럽지 못한 까닭은 논쟁의 주변에서 치열하게 분투해야 할 지식인들이 엉뚱한 권력수호에 혈안이 돼 있기 때문이다.제 치부는 보지 못하면서,자기 반성은 없으면서 누군가를 무너뜨리고 권력을 잃지 않겠다는 식의 ‘독재’가 문단 내에서 여전히개선되지 않는다는 것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기현 독일 아헨공대 유학생 haetgue@intizen.com
  • 독특한 시각의 詩평론집 눈길

    독특한 시각의 시 평론집 두권이 나왔다. 시와 소설 부문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했고 문학지에 시평을 꾸준히 싣고 있는 평론가인 이승하 중앙대교수는 ‘한국 현대시 비판’(월 인)을 냈다. 시인 겸 평론가는 “앞서 낸 두 권의 시론집이 이 땅에서 탄생한 수 많은 시들에 대한 진한 애정 고백록이라면 이번 시론집은 스스로 무 덤을 파는 우리 시에 대한 경고문이면서 스스로를 경계하기 위한 자 성록”이라고 말한다. ‘상업적 연시와 그 독자층의 문제’‘우리 시의 과오는 무엇인가’ ‘한국 문예지의 앞날을 위하여’등과 함께 우리 시를 통시적으로 고 찰해 보려는 글들을 실었다. 역시 시인이자 평론가인 최동호 고려대교수의 ‘디지털 문화와 생태 시학’(문학동네)은 그의 일곱번째 평론집으로 그간 발표한 시평 중 심의 글들을 한데 묶었다.3부 가운데 특히 21세기에 새롭게 등장한 디지털 문화가 인간의 생태시학에 미칠 영향과 그로 인해 발생할 시 의 존립 위기를 중요한 문제로 부각시킨 1부가 눈길을 끈다.
  • 이번엔 ‘김정란 죽이기’ 논쟁

    조선일보가 시인 김정란(47·상지대 교수)씨를 비판한 한 문학평론가의 글을 게재한 것을 두고 조선일보의 ‘김정란·안티조선 죽이기’가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지난 20일자 조선일보는 문학비평가 남진우(40)씨가 ‘문학동네’ 겨울호에 쓴 ‘시인을 찾아서’라는 글말미에 언급된 김정란 교수 관련부분을 소개하면서 “김교수는 서울에서 발행되는 주요 문예지의 편집위원 겸 현정부의 문화행정 브레인으로 참여하면서 문단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등 김교수에 대해 비판한 남씨의 글을 인용했다.이밖에도 이 기사에서는 김교수가 동료문인들에게 ‘네멋대로식 비판’을 자행하고 있다는 남씨의 비판을 실었다. 여기서 조선일보의 ‘김정란죽이기’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는 ▲‘문학동네’가 조선일보의 특별한 후원하에 성장했다고 김교수가 비판한점 ▲조선일보가 그간 ‘문학권력’ 관련 논쟁을 보도하지 않은 점▲김교수가 ‘안티조선’의 핵심인사로 활동한 점 등 때문이다.이에 대해 김교수는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그 흔한 신춘문예 예심에조차 참여해본 적이 없는 나더러 ‘문화권력’이라고한데 대해 난감한 느낌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문인들과 함께 문화부 주최 ‘새예술의 해’ 행사에 문학분과위원으로 참여한 것을 두고 남씨가 ‘김대중정부 문화행정 브레인’ 운운한 것은나를 정부의 ‘홍위병’으로 만들려는 왜곡”이라며 “남씨가 본문‘보유’에서 곁가지로 다룬 ‘김정란비판’을 기다렸다는 듯이 크게 기사화한 것은 조선일보의 ‘무리수’”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안은 인터넷상에서 열띤 토론으로 이어지고 있으나 문제의 글을 쓴 남씨는 아직 반응이 없다.조선일보의 담당기자는 “남진우씨의역비판은 처음있는 새로운 주장이어서 기사화했다”고 밝혔다. 정운현기자
  • 전문大, 4년제大와 동시전형 급증

    2001학년도 전문대 입시의 가장 큰 특징은 4년제 대학과 같은 기간에 전형을 실시,맞대결을 하는 전문대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전문대들은 100%에 달하는 취업률과 실속있는 교육내용을 앞세워 4년제의 모집군을 치고 들어간 것이다.면접을 실시하지 않는 전문대가일반전형에서 지난해 122개대보다 11개대나 증가, 수험생들의 복수지원 기회는 더욱 늘어났다. [일반전형] 158개대가 정원내 모집인원의 49.2%인 14만3,880명을 뽑는다.지난해보다 3,460명이 늘어난 수치다.주간 모집정원은 158개대11만9,645명,야간은 119개대 2만4,235명이다. 주간의 경우,147개대가 학생부와 수능성적을 합산한다.국립의료간호대·용인송담대·인하공전·한국철도대·한양여대 등 71개대는 학생부 40%·수능 60%를 반영한다.동양공전 등 69개대는 학생부 50%·수능 50%로 뽑는다. 학생부 실질반영비율은 12.58%로 지난해 11.64%보다 다소 높아졌다.97개대는 학생부의 1∼3학년 전체 성적을,63개대는 교과성적만을 반영한다. 과목석차를 활용하는 전문대는 129개대,평어(수∼가)를사용하는 전문대는 26개대이다. 야간 모집의 전형방법도 주간과 비슷하다. [정원내 특별전형] 실업 및 예·체능계 고교 졸업자, 일반계 고교 직업과정 2년 이상 이수자,18개월 이상 산업체 근무경력자,대학별 독자기준 해당자,2+2 연계 교육과정 대상자 등을 대상으로 한다.152개대가 14만8,491명을 모집한다.지난해 154개대 15만3,749명에 비해 3.4%줄었다.따라서 특별전형의 전체 비중도 지난해 52.3%에서 50.8%로 감소했다. 주간은 152개대 8만7,410명,야간은 116개대 2만9,235명이다.주간에서 학생부만으로 뽑는 전문대는 140개대로 압도적이다.나머지 대학들은 면접과 실기,자격증 등을 반영해 선발한다.삼육간호보건대는 수능성적을 40% 반영한다. [정원내 독자전형] 147개대에서 모두 3만1,846명을 선발한다.전체 모집정원의 10.9%이다. 독자전형을 이용하면 학교 성적이 아닌 특기나 ‘끼’만으로도 진학이 가능하다.선발기준은 자격증 소지자,유단자,문예지 등단자,무형문화재 기능 전수조교,발명대회 입상자,창작집 발간자,선행상·모범상수상자,해외 어학연수 수료자,환경미화원 자녀 등 다양하다. [정원외 특별전형] 지난해 4만938명보다 98명 증가한 4만1,036명이다. 전문대 및 대학졸업자 대상 전형 모집 인원은 작년보다 0.3% 줄어든2만7,787명으로 152개대가 실시한다. 전문대 및 대졸 출신의 전문대입학자는 지난해 다소 주춤했지만 99학년도까지는 크게 증가했다.농어촌 학생전형은 8,530명,특수교육 대상자전형은 547명,재외국민과외국인전형 4,172명이다. [기타] 전문대끼리는 물론 4년제 대학과의 복수지원 제한이 없다.133개대가 면접을 보지 않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100개 이상의 대학에 원서를 낼 수 있다.올해는 4년제 대학의 모집군인 ‘나·다·라’군과같은 기간에 84개 전문대가 동시전형을 실시한다. 박홍기기자 hkpark@. * 상위 전문대 취업률 100% “4년제 안부러워”. ‘취업률 100%,실속있는 전문대를 잘 선택하면 4년제 대학이 부럽지않다’ 전문대교육협의회가 27일 내놓은 ‘2000학년도 전문대 취업률 상위대학 및 학과 현황’을 보면 취업률이 100%를 육박하는 대학과 학과들이수두룩하다. 국립의료간호대는 지난 2월 졸업자 66명 중 전원,남해전문대도 군입대와 대학진학 15명을 제외한 202명 전원이 취업했다.농협대와 청양대도 군입대와 대학진학을 뺀 모든 졸업생이 직장을 잡았다.취업률 100%인 셈이다. 동아인재대·태성대·거창전문·담양대·서울여자간호대·구미1대·기독간호대·재능대·대동대·용인송담대·신성대·대원과학대·충청대·극동정보대·조선간호대·성화대 등도 취업률 95% 이상을 자랑하고 있다. 학과별로 취업률 100%를 자랑하는 학과도 229개에 이른다. 취업률이 높은 학과는 ▲유아교육 ▲간호 ▲전자·전기·통신·컴퓨터 ▲관광통역 ▲의상디자인 ▲방사선·치기공·치위생·피부미용관련 ▲안경광학 ▲기계·용접·토목 등이다. 실제 지난해 전문대 졸업자의 평균 취업률은 79.4%로 역대 최고를기록할 정도다.지난해 대학의 평균 취업률은 56.0%에 그쳤다. 박홍기기자
  • 비평가가 엄선한 ‘올해의 詩’

    ‘2000 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시’(현대문학)는 99년 6월부터 2000년 5월까지 각종 월계간 문예지에 발표된 신작 시 4,200여편 가운데 67편의 작품을 선정 수록하고 있다.이승훈 정과리 남진우등이 선정했으며 시 한편마다 선정 위원들의 해설을 실었다.“신진에서 원로에 이르기 까지 현재 시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주요 시인들의역량이 집중적으로 드러날 수 있는 마당이 되도록 힘을 쏟았으며 그런 가운데 자연스럽게 우리 시단의 최근 경향들이 감지될 수 있도록배려했다”고 위원들은 밝히고 있다. 백중날이면 앞장을 서서 버꾸를 치고 상모를 돌리던 양조장 배달부며,평소에는 굼뜨다가도 운동회 날 장거리달리기에서는 매번 맨 먼저운동장으로 달려들어오던 수리 조합 급사며… (신경림 ‘불’) (…)문명국의 지표인 변소를 개량하라 다그쳤다는데요 흔적이나마통시가 아직 남아 내 몸 속의 방을 향해 손 내밀어 주는 것은… (김선우 ‘신의 방’)김재영기자
  • 性愛·사랑 다룬 소설3권 출간

    사랑과 섹스 이야기가 실패한 도시의 쓰레기처럼 넘쳐나는 이 시대,어떤 소설가가 장미꽃 같은 향기를 자신하며 사랑,섹스 소설을 쓸까. 장미 향기는 둘째 치고 쓰레기 냄새가 나지 않는다면 일단 문학적으로 성공한 사랑과 섹스 소설이라고 할 만하다.우연찮게 이런 소재를가지고 최소한 문학을 오염시키지 않는 성과를 거둔 소설책 세 권이최근에 나란히 출간됐다. 마르시아스 심(본명 심상대)의 ‘떨림’(문학동네)은 뻔뻔하면서도건강한 소설이다.강물이 아무리 세차봤자 결국 바닷물로 흔적없이 사라지고 만다는 듯 모든 이야기를 섹스로 몰고가는 외곬이 뻔뻔해 보일 정도이나 이 뚜렷한 편향성이 어떤 비틀림,발육부진에서 나오지않았다는 데서 건강한 것이다.동일한 1인칭 화자의 성애 고백담 형식을 취한 8편의 연작단편들은 문예지에 발표될 때부터 ‘높은’ 성애담의 수위로 주목되었다.소설은 40대로 막 진입하려는 소설가인 주인공이 털어놓은 10대 후반부터의 여성과의 성적 조우및 경험 이야기로가득 부풀려져 있다. 주인공의 성적 만남은 소수의 남성에게만 가능한 화려·다양함을 갖추고 있고,그의 경험담은 도무지 가림이 없으며그냥 막 달린다. 정사의 상대와 내력이 크레용처럼 다채롭고,성적 인연의 전말이 솜씨있는 유화처럼 구체적이고 자극적인 성애소설을 어떤 독자가 싫어할까.심상대의 성애소설은 조금 느끼하지만 추하지는 않다.드물게 독자를 정면에서 흥분시키려 하는 이 소설은 나아가 이 야단스러운 성애의 보이지 않는 밑바닥에 대한 철학적인 상념의 물길을 터주려고애쓰기도 한다.그러나 손가락을 보지 말로 저 위의 달을 보라고 작가가 아무리 다그쳐도 독자의 시선은 손가락 위의 허공에 몇 번 닿았다가 금새 추락하곤 한다.어떤 피안(彼岸)을 느낄 새도 없이 씽씽 내달리는 수상스키처럼 건강한 성애소설로 족하지 않을까. 반면 이순원의 ‘첫사랑’(세계사)은 잘해야 3단 기어인,중년의 속도로 달린다.문예지에 발표된 4편의 연작단편으로 된 이 소설도 소설가 주인공이 1인칭으로 말하고 있으나 40대 초반의 주인공은 몇십 년만에 만난 두메산골 초등학교 동창생 남녀친구를 맺어주는 브로커 역할에 머문다.애초부터 흥분할 건덕지라곤 없는 담백한 내용이나 대신30대 중반 이후의 독자, 특히 유년을 시골에서 보낸 독자에겐 오랜만에 눈물샘과 마음의 정화작용을 활발히 자극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산과 들의 풍경처럼 익숙한 가난이 있고, 그리고 기억 속에서 언제까지나 찬란하기만 한 풍광과 같은 어린 시절의 첫사랑이 있다. 이 소설의 힘은 주인공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 은봉이와 자현이라는 두 동창생의 일을 간접적으로 말한다는,‘중년적인’ 자세에 있다. 이 점은 우연히 비슷한 시기에 출간됐을 뿐이지만 심상대의 앞의 소설이 ‘나’에 강한 액센트를 두면서 야한 섹스담의 파열음을 즐기는 것과 멋진 대비를 이룬다.‘첫사랑’은 ‘떨림’의 순한 해독제라 할만하다. 그러나 섹스와 사랑에 시선을 과도하게 집중시킨 ‘떨림’과 ‘첫사랑’은 모두 이런 사시 현상을 풀어줄,비슷하면서도 시야가 넓은 제3의 소설책을 필요로 한다.재일교포 여성작가인 유미리의 ‘여학생의친구’(열림원)는 앞의 두 소설이 일시적 효과를 위해 눈길을돌린사회성을 담고 섹스와 사랑을 바라본다.99년작의 이 소설책은 무기력 속에 자살을 시도해보는 65세의 퇴직 노인과 학교나 가정 생활의 추악한 면에 노출된 채 원조교제를 생각하는 15세 여고생과의 만남,초등학생들이 주체가 된 집단 성폭행에 관한 이야기 등 두편으로 되어있다.독자들은 썩어가는 장미꽃 냄새가 배어나는 이 작품들에서 대국적으로 소설화한 섹스와 사랑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김재영기자 kjykjy@
  • 문화부 기획실장 시인 등단

    박문석(朴文錫) 문화관광부 기획관리실장이 시인으로 정식 등단하여화제다. 계간문예지 ‘오늘의 문학’에 제35회 신인작품상 당선자로선정된 것. 박실장의 시력(詩歷)은 20년이 넘지만 ‘실력’을 공개적으로 평가받은 것은 1998년 제1회 공무원문예대전.심사위원이던 김후란(金后蘭)시인으로부터 “등단절차를 거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권유를 받으며 시 부문 동상을 받았다.그는 이때 저술부문에도 은상 수상자로결정됐지만,시 부문 동상을 선택하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박실장은 “생의 마지막까지 시상(詩想)의 오솔길에서 꿈을 꾸며 살겠다”고 당선소감을 밝혔다. 서동철기자 dcsuh@
  • ‘올해의 좋은 단편소설’ 나왔다

    월간 ‘현대문학’의 기획물 ‘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이 나왔다. 지난해 6월부터 올 5월까지 각종 문예지에 발표된 신작 단편소설을대상으로 김윤식 김화영 성민엽 황종연 황도경 등의 비평가가 선정한12편을 수록했다. 그간 발표된 것들 가운데 꼭 이 작품들만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으나 선정된 작품들은 분명 여러 면에서 모범적이다. 수록작가들은 김인숙 배수아 백민석 서하진 윤성희 윤후명 이윤기전경린 정찬 천운영 하성란 한창훈 등.각 작품 말미에 선정 비평가들의 짧은 작품해설이 덧붙어져 있다.단편이라 어떻든 문제가 짧은 길이에서 결말을 보는데 비평가들의 날카롭고 높은 안목이 일반 독자들에게 또다른 재미를 준다. 장편소설이 급증하면서 우리의 단편소설은 한층 단편다워진 감이 있다.그래서 읽는 재미가 더해지는 한편으로 다소 객관적이지 못한 채일면만을 강조하곤 하며 문제 제기에 비해 결말 부분이 억지스럽고공허해 보기기도 하는 단편의 취약점이 더 잘 드러난다.선정된 대표작가들은 이런 문제를 어떻게 커버하고 있을까. 이 대표작품들의 주제는 무료한 삶의 질곡,현실과 비현실의 진정한차이,정상에서 벗어난 미니멀한 삶,존재의 자각으로서의 불륜,죽음-재생의 체험,가장 가까운 사람의 위선과 범죄,상당히 충만한 삶의 농촌생활 등등 다양하다.이 외면적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은 우리작가들의 ‘좁은’ 시야에 불만을 가질 수도 있다. 김재영기자
  • 젊은작가 36人, 한국문학 미래를 본다

    계간 문예지 ‘문학과 사회’(문학과지성사)가 통권 50호를 기념해 신진시인·작가들의 신작 시·소설 선집을 냈다.소설 선집 ‘이상한 가역 반응’은 이 문예지를 통해 데뷔했거나 첫 작품집을 낸 1960년 이후 출생한 젊은작가 13명의 작품을 한편씩 모았다. 선집을 낸 문지(문학과지성)는 1990년대 후반에 등단한 문단전체 젊은 작가들의 소설 세계를 엿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기대는 최근까지 문지 동인이었던 평론가 성민엽이 선집 해설에서언급한 대로 “‘문지’ 스타일의 세계일 뿐 일반적 의미에서의 젊은 작가들의 세계가 아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그렇다고 하더라도 문지의 비중과 수록 작가들의 면면을 볼 때 ‘현재 문단의 가장 젊은 층에 속하는 시인·작가들의 작품들을 통해서 우리 시·소설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가늠해보는계기를 마련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선집출간 의도는 타당해 보인다. 선집 ‘이상한 가역반응’은 젊은 풋풋한 기운이 넘치지만 또 아마추어의냄새도 배어 있다.지금 소설은 일견 소설보다 훨씬 재미있고 통렬한 이야기내용과 수단을 가지고 있는 여러 미디어들과 피나는 독자 쟁취전을 벌여야한다. 젊은 작가들의 이 소설선집은 이같은 쟁취전에서의 승전보라기보다는 싸움의 현장및 증상 보고서에 더 가깝다.승리보다 패배가 예감되는 작품도 이 선집에 적지 않다. 선집의 젊은 작가들은 너무 쉽게 리얼리즘 전략을 포기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리고 작가들이 선택한 대체 전법이 성과와 상관없이 주목될 만큼 실험적이지만은 않다.안이하고 빈곤한 바닥이 드러나 보이기까지한다. 그럼에도 “이 책에 실린 13편의 소설은 주제상으로나 형식상으로나 저마다나름대로의 강한 독특성을 보이고 있다”는 성민엽의 견해는 결코 빈말이 아니다. 이같은 작가의 개성은 ”나는 이런 작가다”라는 주장의 소산이라기보다는그들 각자가 삶의 전체성을 향해 나가는 벡터의 특성에서 비롯되는 것이라이해되어야 한다는 해설이다.벡터의 특성 가운데 우화적,환상적 소설 형식이특히 강하게 눈에 띈다. 표제작인 박성원의 ‘이상한 가역 반응’을 비롯,김설의 ‘텔레비’,최대환의 ‘샤워하다 뒤돌아보면’, 윤형진의 ‘무서운 얼굴’, 김운하의 ‘아틀란티스의 주사위’, 류가미의 ‘고래야 고래야’ 등은 소설 한 부분이나 전체가 현실 세계를 떠나 있다.전통적 스토리 텔링 방식은 김환의 ‘나는 늘 술래였네’, 강동수의 ‘아를르의 여인’ 정도이며 박청호의 ‘몸의 사랑’,김현주의 ‘잃어버린 정원’, 김미미의 ‘그의 편의점에서는’ 등은 다소,김연경의 ‘불안’, 박무상의 ‘구두소리’ 등은 상당히 전통적인 색채가 탈색되어 있다. 이들의 새로움이 꼭 신선하다거나 실험적이다고 보기는 어렵다.그러나 “삶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각이 거의 예외없이 단선적이지 않다는 점과 이 세계의 질서와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폭넓게 나타나고 있다”는 성민엽의평가에 독자들은 공감할 것이다. 한편 시 선집 ‘소리 소문없이 그것은 왔다’는 정남식 박인택 차창룡 이윤학 등 23명 젊은 시인들의 시 4편씩을 모았다.선집 해설에서 평론가 박혜경은 “선집의 시들에서 우리는 삶의 도처에서 만나게 되는 죽음의 얼굴 못지않게 그 죽음에 맞서는,혹은 죽음을 넘어서는 신생의 삶에 대한 어떤 간절한염원을 읽을 수 있다”고 쓰고 있다. 김재영기자 kjykjy@
  • 역경 딛고 하버드대 장학생 입학 전광률군

    [로스앤젤레스 연합] 한인 고교생 전광률(18·미국명 패트릭)군이 어려운환경을 이기고 미국 최고 명문 하버드대에 진학해 미국 언론 등에 화제가 되고 있다. 작년 12월 하버드대로부터 1년간 수업료 3만여달러와 함께 입학허가서를 받아 올 9월초 입학하는 전군(크레센타밸리 고교)은 글렌데일 상공회의소와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으로부터도 장학금을 받아 주위의 부러움을 받고 있지만지난 7년동안 그의 생활은 힘겹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때인 93년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아버지 전용욱(당시 41)씨가교통사고로 갑자기 사망하자 전군은 동생 승헌(16·미국명 로버트)군과 함께 모든것을 제 힘으로 꾸려가지 않으면 안됐다. 집안 일 밖에 모르던 어머니 신연철(45)씨는 생계를 위해 의류업체에 취업했고 전군은 중학교 2학년때부터 지금까지 가정교사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스스로 벌었다. 전군은 “81년 미국으로 이민 온 아버지가 늘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한다고말했다. 아버지는 민족적 자부심이 대단했으며 내가 더욱 열심히 공부하도록동기를부여했다”면서 가끔 놀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았지만 매일 새벽 2∼3시까지 공부했다고 밝히고 “돌아가신 아버지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전군은 교내 신문인 ‘밀레니엄 폴콘’과 문예지 ‘저니스’의 편집장으로활동하고 있으며 테니스팀 주장으로 활동하면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기도 했다. 클라리넷 연주도 수준급인 전군의 졸업성적(평점 4.51)은 전교 2위로 샌퍼낸도 밸리 지역 80개 고교의 교장과 교사에 의해 ‘최고 유망 학생’으로 뽑혔다. 전군은 경영학이나 경제법을 전공한 뒤 국제 컨설팅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로스앤젤레스 지역 2대 일간지 중 하나인 로스앤젤레스 데일리 뉴스는 5일전군을 다른 두명의 장학생과 함께 크게 보도했다.
  • [새세기를 새롭게 비전’한국21’](12)’고급문화의 위기’

    (12)'고급문화의 위기'어떻게 극복할까 한 원로 연극인은 “6·25 때나 지금이나 변치 않은 것이 하나 있다”고 한탄한다.전쟁 직후 피난지 부산에선 그래도 희망이 있었다고 한다.“연극공연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니 한국연극의 앞날은 밝다”고들 했다는 것이다.그런데 상황은 50년이 지난 지금도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 50년대 젊은이들이 장년·중년을 거쳐 노년에 이르는 동안 70년대에도, 80년대에도, 90년대에도 “젊은이들이 있어 한국연극의 앞날은 밝다”는 말은되풀이됐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선 지금도 연극공연장에서 나이든 관객을 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문학도 마찬가지다.한 때의 문학청년·소녀가 아니더라도 그동안 우리 대학은 엄청난 숫자의 문학전공자를 배출했다.과거엔 대학 전공의 절반가까이가인문계였고,그 인문계의 절반 이상은 어문학이었다.지금도 어문학 전공자는적지않은 숫자가 배출된다.공연예술이나 미술 영화 등을 포함하면 예술전공자의 숫자는 훨씬 불어난다. 그럼에도 고급문화가 위기를 맞고 있다고들 한다.시나 소설은 이른바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몇몇을 제외하면,정부가 예산으로 생계비를 보조해야 할 정도로 책이 팔리지 않는다.글을 실어줄 지면은 늘었다지만, 원고료를 제대로주는 문예지는 많지 않다.공연예술 역시 공연장은 언제나 초대권 관람객으로 채워지거나,빈자리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애호가는 고사하고, 예술의공급자이자 수요자가 되어야 할 그 많은 전공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외형으로만 보면 우리 사회는 누구든 쉽게 고급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고급문화의 대중화’가 이미 이루어져 있어야 정상이다.그러나 현실은 고급문화대중화가 아니라 ‘고급문화의 특권화’나 ‘고급문화의 대중문화화’라는양극단으로만 치닫는다. 특권화의 길을 걷는 대표적인 분야는 음악과 무용·미술.서민들이라면 ‘돈없으면 자식들에게 가르치지 말라’는 충고를 듣는 대표적 분야이기도 하다. 이른바 고급문화의 전통이 굳건한 서구사회에서 연주자나 무용수·화가의 신분은 그리 높지 않았다.그러나 ‘고급문화’라는 수식어를 달고 수입되면서한국의 연주자나 무용가·화가는 경제적 상류사회의 전유물이 됐다. 도쿄에서 화랑을 운영하는 우에다 유조는 한국의 미술계를 진단하며 “왜예술대학이 예술인만 길러내느냐”고 반문한다.해외의 예술대학처럼,예를 들어 미술대학이라면 큐레이터와 미술관 운영,미술조명 등의 전문가를 함께 길러 내야 미술분야가 발전한다는 것이다. 그의 지적은 매우 타당하지만,한국적 현실에선 어려운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선진국이라면 회화나 조각 전공같은 창작 분야든,미술조명 같은 창작지원 분야든 사회적인 지위와 수입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그러나 한국에서 미술공부를 하는 사람이라면 굳이 관심권에서 벗어나 있고,잘해도 수입이 한정된미술조명을 택할 이유가 없다.여기엔 선진국보다도 그림값이 비싼 우리 미술시장의 왜곡된 구조도 한몫을 한다. ‘대중문화화’의 길을 걷는 대표적인 고급문화는 문학과 연극이다. 전체적으로는 침체되어 있지만 부분적으로는 활기를 띤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대중문화적 속성이 더욱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문학작품과 연극공연의 일부가 잘 팔려나간다 해도 그것은 대중성 때문이 아니라, ‘예술성’이라는 후광을 업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에 귀기울여야 한다. 시인 김정란은 “대중은 그 작품이 문화적 허영을 만족시켜 주기 때문에 읽는 것이지,그 작품을 대중문학이라고 생각하고 읽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그러면서 실제로 “나는 대중문학을 한다”고 공언한 베스트셀러 작가는더 이상 팔리지 않게 되지 않았느냐고 반문한다.고급문학으로 포장된 대중문학이 문학의 존재기반을 뒤흔든다는 것이다. 연극도 마찬가지.벗기는 연극이 관객을 모으는 까닭은 ‘포르노’이기 때문이 아니라 연극이라는 ‘예술’로 포장했기 때문이다.실제로 벗기는 연극을시도하여 재미를 본 한 제작자는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더욱 선정적인작품을 계속 무대에 올린다.논란이 가열될수록 손님은 더 들고, 비교적 순수한 연극인이라도 사법처리라는 ‘법’과 맞서는 이유가 장삿속인줄 뻔히 알면서도 벗기는 ‘예술’의 편을 들 수밖에 없다. 문학평론가 이태동은 문화를 “신이 불완전하게 만든 세계를 인간의 교육과훈련,그리고 사회적 경험을 통하여 완성시키는,인간적인 영역과 가치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이른바 고급문화가 중요한 것은 이처럼 대중문화라면 아예 수행하지 못하거나,아니면 조금밖에 수행하지 못하는 ‘인간적인영역과 가치를 확대하는’핵심수단이기 때문일 것이다.한국사회가 왜 고급문화를 ‘정상화’하고,나아가 부추겨야 하는지는 이 말 한마디만으로도 충분히 설명된다. 서동철 이순녀기자 dcsuh@. *우리의 전통음악 활성화를. 한 국문학 교수는 몇년전 인도방송이 만들어 해외에 내보낸 프로그램을 TV에서 본 때의 경험을 잊지못한다.20분 남짓한 프로그램은 인도의 전통악기인 시타르로 전통음악의 한 형태인 ‘라가’를 연주하는 것이었다. 그 교수는 프로그램이 시작되자 지붕도 없는 공회당에 모인 사람들의 남루하고 지친 모습이 안쓰러웠다.그러나 연주가 시작되고,음악이 절정을 향해가면서 그들의 표정은 희열로 변해갔다. 라가가 잘 차려입고 멀리 떨어진 특별한 장소로 가야만 즐길 수 있는 예술이 아님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그렇다해도 한국같으면 해외에 보내는프로그램에 남루한 사람들만 모아 찍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제대로 배웠을 것 같지도 않아보이는 사람들이 서양 고전음악의수준을 뛰어넘는다는 라가를 이해하고 몰입하는 모습이 충격적이었다는 것이다. 프로그램엔 나레이션도 없었다. 보는 사람이 라가를 함께 즐기고,몰입하는 청중과 호흡을 같이하지 않는다면 한낱 가난한 인도의 현실을 보여주는 화면에 다름아니다.그것이 고급문화의 힘이고,고급문화로 단련된 사람들의 자존심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한다. 한국의 전통음악 문화는 어떨까.물론 라가가 인도음악에서 가장 인기있는일부분인만큼 전체 음악문화의 양상이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그러나 분명한 것은 오늘날 한국의 전통음악은 라가만큼 생명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단 하나의 예외가 있다면 사물놀이다.농악을 새로운 연주형태로 만들어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는 점에서 뚜렷한 성공사례일 것이다.그러나 사물놀이가 환호를 이끌어내는 동안 정악과 아악이 침체의 길을 가고 있음을 인식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이 200년전 사람이라고 해서,그들이 작곡한 음악을 옛날음악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그럼에도 정악과 아악은 시대에 뒤진 옛날음악취급을 받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라고 음악학자들은 걱정한다.가치를 몰라서그렇게 보는 것이지,알면 그렇게 생각할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윤미용 국립국악원장은 “사물놀이가 우리 민족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정악은 우리의 세련된 문화와 높은 정신세계를 보여주는 것”이라면서“정악을 외면하면 한국 음악문화의 절반을 잃어버리는 정도를 넘어 음악적으로는 우리가 문화민족이라는 것을 보여줄 근거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순녀기자 coral@. *문화 지원정책 패러다임 바꿔야. 현재 한국에는 31개 공공 교향악단과 20여 민간 교향악단이 활동한다. 서양음악의 본고장인 유럽사람들은 숫자만 보고 깜짝 놀란다고 한다.유럽이나 미국은 갈수록 젊은층이 고전음악을 외면하고 있어서 교향악단이 쇠퇴기에 접어 들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크로스 오버’가 유행하는 이유도,‘문화의 다양화’등으로 포장하여 갖가지 애드벌룬을 띄워 놓았지만 고전음악 종사자들이 살아남기 위한고육지책의 하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에는 고전음악의 르네상스가 도래한 것일까.그러나 우리 교향악단 단원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순간 기대는 실망으로 바뀐다.단원들은 대부분 조기 음악교육을 받았다.상당수는 나름대로 ‘영재’소리를 들었다. 음악을 전공하기로 마음먹으면 2,000만∼3,000만원짜리 악기를 사고, 한달에 200만∼300만원을 내 유명교수나 교향악단 단원에게 레슨을 받는다. 대학을 졸업하면 유학을 다녀오는 것이 순서.그러다 학업을 마치고 교향악단단원이 되면 한달에 60만∼70만원을 받는 것이 고작이다. 그래도 이름있는 교향악단에 취업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민간 교향악단이라면 사정은 더욱 어렵다.많은 민간단체들은 월급보다는 수당으로 ‘수고비’를 주는 형편이기 때문이다.연습이나 연주회를 늘리려고 해도 레슨을 해야하는 단원들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없다. 반면 몇몇 교향악단은 동구권 출신 연주자를 쓴다.그들은 수천만원 짜리 악기를 갖고 있지도 않고,수백만원 짜리 레슨을 받지도 않았다.대부분 평범한가정에서 태어나 예술가라기보다는 직업인이 되기 위해 음악을 배웠다. 봉급은 한국인단원에 비해 많지 않지만 고향에서 받던 액수보다는 많다.현상황에 대한 만족도는 내국인 단원에 비할 바가 아니다.연주횟수가 많아져도불평하지 않는다. 연주가 많아지면 연습이 많아지고,당연히 실력도 늘어난다.음악인의 사회경제적 상황이 이처럼 연주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한국인 단원들은 레슨비가 주수입원인 몇몇 유명 교향악단 소속이 아니라면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는 경제적 ‘홀로서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음악인의 경제적 종속은 음악계의 경제적 종속으로 이어졌다.이제 우리 음악계는정부든,기업이든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굴러가지 못하는 상황이다.그러니 음악계 자체가 스스로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독립변수가 되지 못하고,경제·사회적 상황에 좌우되는 종속변수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의 문화지원 정책은 문화예술이 종속변수가 되기를 오히려 강요하는듯 하다.문인에게 주는 창작지원금 사업에서 보듯,창작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예술인들끼리 ‘밥그릇 싸움’을 벌이게 만들었다. 이제는 배고픈 이들에게 밥값을 나눠주는 방식이 아니라, 원인처방을 내려해당 장르의 구조를 바꾸어 가는 방식으로 고급문화 지원정책의 패러다임을바꿔야 한다. 서동철기자
  • 이강숙 예술종합학교 총장 “나도 한때는 文學열병 앓던 청년”

    이강숙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64)은 한때 문학 지망생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피아니스트로 음악평론가로 교육인으로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어도 문인만 만나면 주눅이 든다고 토로한다. 그런 이총장이 제 표현대로 ‘꿈같은’ 문예지 ‘현대문학’3월호에 ‘불가사의한 존재들’이라는 글을 실었다.다만 시나 소설이 아니라 ‘문학실패담’이라는 점이 아쉬울 뿐…. 그는 학창 시절 ‘현대문학’과 ‘자유문학’에 열심히 투고했지만 소식이없었다.‘나를 알아주는 잡지를 다시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사상계’에 ‘방황의 시간’이라는 소설을 투고했지만 소용없었다.당시 “나 대신”등단한 사람은 작가 이청준이었다. 결국 “바보 짓 그만하고 콩나물 대가리나 두들기라”는 친구들의 충고에문학을 포기하고 음악으로 돌아갔다.미국으로 유학간 뒤엔 ‘창작과 비평’을 우연히 만나도 ‘문학병이 도지는 것이 무서워’목차만 보고 덮어버렸다. 그러면서도 “심사위원을 잘못 만나서 그렇지 ‘방황의 시간’ 이라는 멋있는 소설을 쓴,숨어있는 문제작가가여기 있다”며 스스로를 위로했다.‘방황의 시간’이 ‘문제작’이 된 것은 원고가 없어졌기 때문. 잘 쓴 소설이라고아무리 우긴들 누구도 말이 없었다. 그런데 귀국후 어느날 부인으로부터 “당신이 술만 취하면 기고만장하던 원고가 나왔다”는 전화가 걸려왔다.‘방황의 시간’이 아니라 ‘배회의 시간’으로 “숨어 있는 걸작인지 아닌지 빨리 확인해보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이강숙’이라는 이름 밑에 ‘소변이 마려워서 명동다방 안으로 급히들어섰다’는 첫 문장을 보고 “일단 시작은 된다”는 생각을 했지만,다음문장을 읽기 시작하면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을 지경이었다는 것이다. 이총장은 “그뒤 묻어버리려 해도 묻혀지지 않는 후회의 나날들이 나를 괴롭혔다”면서 “비록 훌륭한 것이 아니더라도,시나 소설을 ‘쓸 수 있는 사람’의 귀함을 알게 되었고,아직도 문인들은 ‘불가사의한 존재’로 남아 있다”고 술회했다. 서동철기자
  • 권위와 관록 ‘이상문학상 수상집’ 출간

    올해의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문학사상사)이 출간됐다. 24회째가 되는대상 수상작은 지난달 초 이미 발표되었다. 이 수상작품집은 갈수록 독자가줄어든다는 순수문학 부문에서 드물게 많은 부수가 팔리는 인기물로 자리잡아 왔다.대상작 1편과 함께 6편의 추천 우수작,2편의 기수상작가 우수작 및대상수상작가의 자선작 1편이 수록되어 있다. 수록작품들은 지난 일년동안 주요 문예지에 발표된 350여편의 중·단편 중에서 엄선된 것으로 “한국 소설문학의 ‘황금’부분”이라고 이 문학상 선고위원회측은 말한다.다른 문학상을 주관하는 곳에서 같은 기간의 발표작품들을 대상으로 해 전연 다른 작품들을 우수작으로 선정하는 예가 흔하지만수상작품집의 수록작들은 분명 일류급이다. 일류로 잘 쓴 단편소설은,비유하자면 무심히 완주하고 나서야 무섭게 가파른 사실을 알게 되는 스키슬로프와 같다.그 슬로프는 스키를 잘 타지 못하는독자가 미리 알았다면 무서워서 도망갈 인간 삶의 험난한 비탈길과 각진 모퉁이 천지인데 독자는 작가의 마력에 휩싸여 그난코스를 자기도 모르게 쾌속질주해온 것이다.솜씨있는 작가의 도움이 없었다면 수많은 사람들은 인간삶에 대한 이런 난코스 주파 경험을 꿈도 꾸지 못했을 터이다. 대상작인 이인화의 ‘시인의 별’은 고려 충렬왕 때 시인으로 이름만 전해오는 안현이란 불우한 선비의 생애를 작가가 상상으로 극화한 소설이다.700여년 전을 무대로 하면서 한껏 자유로와진 작가는 한 기품있는 지식인의 불우한 운명을 맨 밑바닥까지 끌고간다.주인공에게 무정할 정도로 불행의 흙더미를 씌우는 것은 작가의 특권이지만 그 흙더미에서 운명아닌 인간의 모습을싹틔우는 것 또한 그런 특권의 이면 의무다.작가는 이 의무를 멋지게 해낸다. 박석규의 ‘포구에서 온 편지’는 보통사람들보다 조금은 순진할 것 같은교사 출신들의 ‘작태’를 통해 우리들의 속물 근성과 경제적 이득을 위한부도덕한 야합을 그리고 있다.종반부 반전에 대한 자신감 때문에 그대로 둔거친 문체가 오히려 매력적이다. 배수아의 ‘징계위원회’ 역시 우리 인간관계와 사회구조의 저열한 통속성을 비꼰다.비꼬긴 하지만 작가는 외부에서 작중 인물들의 행태를 편한 자세로 바라보는 대신 그들 속으로 들어가서 일견 ‘사심없이’ 그들 세계관의면모를 드러내 보인다.작가는 한국 작가라면 부지불식간에 신경쓸 수 밖에없는 한국적 분위기 내기를 의식적으로 무시하면서 뚜벅뚜벅 직진한다. 원재길의 ‘물 속의 집’은 어떤 현상이나 문제를 누구보다 예민하게 느껴야 하는 작가의 ‘불행’과 이야기의 구슬을 꿰면 이야기의 내용에서 해방될수 있는 작가의 ‘행복’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노숙자로 전락해 애까지잃은 여자가 마지막 기댈 곳으로 찾아간 고향마을은 저수지로 수몰되어 버렸다.사회 어느 틈바구니에도 끼여들지 못하고 내팽개쳐진 여자가 열 수 있는틈은 어떤 것일까. 이순원의 ‘아비의 잠’은 단편소설이 예삿 현실보다 한걸음 앞서 갈 수 있지만 또 동시에 반걸음 뒤쳐져 올 수 있음을 상기해주는 작품이다.설악산 어느 곳에서 화전민으로 태어난 주인공은 가족도 다 사라지고 정확히 어디서살았는지도 모르는 유년의 기억(상실)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분명히 없던 장소에서 자신을 보았다는 타인들의 증언담이 다소 황당하게 들리지만 우리의존재 기반을 ‘서정적으로’ 흔드는 작품이다. 조경란의 ‘나의 자줏빛 소파’는 사람들이 바글대는 대도시에서 외롭게 남겨진 사람이 불특정 다수에게 띄우는 편지글이다.별볼일 없는 대도시 개인의 소외감이 절절히 묻어난다. 한창훈의 ‘돗 낚는 어부’는 장기간의 흉어로 기근에 빠진 어촌을 무대로한 우화적 소설이다.풍어다산의 회복을 위한 낚시는 무엇을 미끼로 해야 할것인가. 김재영기자 kjykjy@
  • [굄돌] 신춘문예

    다시,신춘문예 시즌이다.중앙 일간지 뿐만 아니고 지방 신문들도 해마다 12월 초에는 신춘문예 작품을 접수받는다.지금은 대부분 컴퓨터로 원고를 작성하기 때문에 부피가 많이 줄어 들었지만,신문사 문화부마다 아르바이트 학생들을 동원해서,각 장르별로 투고된 산처럼 많은 원고를 박스에 쌓아 놓고 정리한 뒤 예심 위원들에게 전달한다.신춘문예에 투고된 원고를 보면 이렇게많은 문학지망생들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초등학생부터 예순이 넘은할아버지까지 다양하다. 우리나라에서 문학을 하려면 등단 절차를 거쳐야 한다.신춘문예에 당선되든가 문예지 신인상 제도를 거쳐야 한다.물론 자비 출판으로 책을 낼 수도 있지만 기성 문단에서는 거들떠 보지 않는다.화가나 음악가가 되는 것보다 문인으로 활동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문학지망생들은 우선 자신의 작품을 뽑을 심사위원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이런 상황에서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이 등장하기는 어렵다.이제 문단 등단 절차는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우선 신춘문예가 폐지되어야 한다.신춘문예는 우리의 언어와 문화를 지키기 위해 일제시대의 지식인들이 도입한 안전장치였고 해방후 문예지가 거의존재하지 않을 때 훌륭한 문학적 기능을 했었다.그러나 지금 인터넷의 보편화로 사이버 세계에 들어가면 아마추어 문인들의 수많은 작품과 마주할 수있다.신문은 독자들에게 사실 보도를 전달하는 원래의 기능을 강화해야 하고 문학은 선진국처럼 잡지,출판을 통해 발표되어야 한다.기성이나 신인을 가리지 않고 투고된 작품의 문학적 수준을 우선으로 잡지,출판 시장이 형성된다면 기득권 사수를 위한 문단정치의 폐해나 불협화음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신춘문예가 거의 유일한 문단 데뷔의 창구였던 시절은 지났다.나 자신도 신춘문예 당선으로 문학활동을 시작했지만 이제 문학은 달라진 매체 환경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신춘문예 폐지는 하나의 시작에 불과하다. 하재봉시인·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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