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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와 차 한 잔] 민중 구술집 ‘당신을 사랑합니다’ 펴낸 시인 김해자

    [저자와 차 한 잔] 민중 구술집 ‘당신을 사랑합니다’ 펴낸 시인 김해자

    해방감이었다. 이들을 만날 때마다 얼마나 엄살을 떨고 살았는지, 통절하게 느끼고 돌아왔다. 멋진 이야기도 아닌데, 오히려 비루하고 어렵고 고단한 이야기인데도, 이들이 만든 삶의 무늬와 정서를 온몸으로 받아들인 뒤에는 마음속에 있던 작은 고민이 소멸해 버리는 홀가분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글쓰기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 푸줏간 주인부터 해녀까지 만나 듣고 또 듣고 최근 민중 구술집 ‘당신을 사랑합니다’(삶이보이는창 펴냄)을 낸 시인 김해자(51)는 책 속에 담긴 많은 사람에게서 받은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지난 20일 서울 태평로 서울신문 본사에서 만난 시인은 머리에 초록색 두건을 두르고, 자잘한 꽃무늬가 그려진 연두색 셔츠를 입은, 자그마한 여인이다. 그런데 등에 멘 가방이 영 묵직해 보인다. “(전북)전주에 있다 보니까 서울에 한 번 오면 만나야 할 사람들이 많아요. 이번에는 그분들께 이 책을 전해드리려고요.” 시인이 말한 ‘그분’은 서울 마장동 우시장에서 고기를 파는 일흔다섯 윤주심씨이고, 34년째 서울에서 택시를 운전하는 김인수씨이자 한국에서 새로운 꿈을 만들어 가는 외국인 노동자 레자·몰라·부따·나랜드라 등이다. 예전엔 스러진 해녀 고 김석봉씨이기도, 시인의 친구이자 노동운동가 고 최명아씨이기도 할 터다. 시인에게 민중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해 준 그 사람들이다. “첫 시집 ‘무화과는 없다’를 내기 직전인 2001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늘 곁에 계실 줄 알았는데, 천지 어디에서도 그 목소리조차 들을 수 없는 거예요. 이게 낫 놓고 기역자 정도 아는 우리 어르신들 모습이더라고요. 자식들은 동영상으로 남기고, 지나치는 꽃들을 사진으로 찍어도, 우리 어머니 아버지는 영원히 사실 것처럼 남기지 않는….” 시인은 그때부터 녹음기를 들고 다녔다. 사람들과 만나고, 때론 술 한 잔 기울이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했다. 다소 비린내 나고 씁쓰름하면서 텁텁하기도 한 대화를 날것 그대로 책에 풀어냈다. ‘피들피들 바닷바람에 말려 구워 먹는 오징어 피데기는 참 맛이 좋다게. 남편이 한참 뱃일할 때난 그물에 걸린 대게를 떼어내는 일도 했다게.(중략) 돌문어 다리 볶아서 아이들 도시락 반찬 해주곡, 생선 말려서 하르방 밥상에 올리곡, 식구들 아프면 전복죽 끓여 먹이고, 바당은 반찬거리 천지주.’(김석봉傳) ‘나가 고향서부텀 소문난 효자요. 자식 줄줄이 달고 청상이 되어부렀으니 내 맘으로다 엄니가 얼마나 안쓰러웠겄소?(중략) 한복 저고리에다 여름엔 모시 적삼에다가 그렇게 늘 깨깟허니 꼿꼿허니 앉어계신디, 그 뒤치다꺼리를 누가 했겄소?(중략) 이 자리서 나가 처음 하는 말인디, 이 사람한테 정말 미안허요.’(김인수傳) # 사사로운 육성에서 위로 받고 희망 찾아 애써 윤색하지 않았고, 전라도·충청도·제주도 사투리도 다 살렸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어눌한 한국말도 그대로 담았다. “말은 그 사람의 정서거든요. 우리가 하는 말은 어머니의 말이고, 자연의 말이잖아요. 설령 엄마가 ‘미친 년, 너나 아프지 마라’고 한들, 이걸 욕으로 듣지는 않죠. 자식 걱정하는 짠한 마음을 느낄 뿐이죠. 그것을 살리고 싶었습니다.” 고된 삶을 계속 접하다 보면 정신적으로 피로해질 법도 할 텐데, 시인은 전혀 그런 것이 없었다고 했다. “못 배우고 못 살고, 그렇게만 아는 민중의 온몸에는 실다운 삶이 관통하고 있어요. 요즘 우리는 사랑이니, 민중이니 하는 말을 얼마나 오염시키고, 학자적·정치적 개념으로만 쓰고 있습니까. 나와 타자의 경계가 무너진 삶을 산 사람, 이들 자체가 구원인 거죠. 그래서 전 이분들께 거룩함마저 느꼈습니다.” 그가 민중에게 느끼는 경외감이 묻어난다. 그의 인생 역정 또한 그랬던 탓일 것이다. 전남 목포에서 태어난 시인은 동네에 현수막이 걸릴 만한 명문대에 진학했다. 운동을 하다가 졸업을 못한 채 인천으로 흘러갔고, 공장에서 일하면서 10여년을 보냈다. 노동자문학회에서 활동하면서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나눈 일상을 글로 풀어냈다. 공장에서 함께 일하다가 과로로 쓰러져 유명을 달리한 친구 최명아씨를 그린 소설 ‘최명아’로 1998년 전태일문학상을 받았고, 두 번째 시집 ‘축제’로 백석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인은 앞으로도 죽 민중에 집중할 계획이다. 아마 두 번째 ‘민중열전’은 전주 남부시장 사람들이 될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몇 년 전 뇌출혈로 쓰러져 대수술을 받았고, 머리에 철심은 박은 상태라 오래 글을 쓰기 어려워 당장은 아니란다. “집중해서 무엇인가를 하고 있으면 머리가 지릿지릿 저려요. 수술 후에는 과거 몇 년 치 기억이 없어진 듯 기억이 잘 나질 않아요. 그런데 참 이상한 거는요, 몸은 기억하고 있다는 거예요. 글 한 자 쓸 줄 모르는 어르신들이 옛일을 날짜, 시간까지 정확히 말해 주는 게 이런 게 아닐까 싶어요.” 글 속 윤주심씨의 말을 빌리자면 “우찌게 돈을 맹글어 죽어라고 달려가서 이문동 은행에 갖다 냈어. 11시드라. 기억력이 좋다고? 그라냐? (중략)자식들이 나한테 ‘되새김의 여왕’이라고 부르잖여.”라고나 할까. 시인이 전하는 것은 사사로운 민중의 모습이지만, 독자가 받는 것은 위로이고 희망이다. ‘지금 지가 아파도유, 보글보글 된장찌개도 끓이고 고실고실 밥도 하고 하늘도 보고, 오늘 하루도 삶의 수리차를 돌리겠유. 휘청휘청 걷다 보면 저기 어디선가 소금 빛이 반짝반짝할 것이니께.’(이영철傳) 이렇게 말이다. 1만 3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재벌이란 말을 복지국가란 마차에 잘 연결시켜야”

    “재벌이란 말을 복지국가란 마차에 잘 연결시켜야”

    “보수적인 새누리당이 정책 1번으로 ‘복지’를 내건 것을 보고 심장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예전에는 좋은 모델이 있다더라 하는 수준이었다면, 이번에는 이렇게 달라진 정치 지형을 반영해 구체적인 정책을 얘기해 보고 싶었습니다.”(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복지가 말만 좋지 가능하냐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경제개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들 안 된다고 할 때 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30여년에 걸쳐 5~6번 해서 지금의 중진국 지위에 이르렀습니다. 복지국가 역시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세금은 필요한 것 공동구매하는 재원” 19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부키 펴냄)를 내놓은 저자들은 이렇게 입을 모았다. 2005년 ‘쾌도난마 한국경제’를 낸 데 이어 두 번째 대담집이다. 이종태 시사인 기자가 사회자 역할을 맡았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역시 구체적인 정책제안이 좌우진영에 매몰되지 않은 독자노선이라는 점. 박윤우 부키 사장의 말처럼 책 자체가 “폭탄 덩어리”다. 우선, 복지국가 불가론에 대해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장 교수는 “세금을 자꾸 나쁜 것으로 생각해서 안 걷는 게 좋지만 불쌍한 사람을 돕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걷는다고 하는데, 곰곰 생각해 보면 도로, 학교 같은 것도 모두 세금으로 지어졌다.”면서 “세금을 부담이 아니라 필요한 것을 공동구매하는 재원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령 무상급식 논란에 대해 “‘무상’, ‘공짜’를 강조하는데 그 말을 쓰면 안 된다. 그 부모님들은 소득세는 아니어도 부가세는 다 냈다. 또 이건희 회장 손자도 공짜 밥 먹으니 부자복지 아니냐 하는데 할아버지가 엄청난 세금을 냈기 때문에 혜택을 누리는 게 아니라 돈 낸 만큼의 혜택도 못 받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한·미 FTA 이후 대책으로 복지정책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FTA에 반대하지만, 국회 비준 이후에 FTA를 파기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본다.”면서 “지금 중요한 것은 폐기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그 이후 장기간에 걸쳐 소매업, 농업 등에서 구조조정이 발생할 텐데 그 사람들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이다.”라고 말했다. ●“경제 민주화는 매우 다면적인 개념” 또 주목할 만한 대목은 진보진영이 내놓는 재벌해체 같은 경제민주화론에 대한 강한 비판이다. 정 위원은 “최근 중소기업 문제를 두고 공정, 경제민주화 얘기가 자꾸 나오는데 이 개념은 매우 다면적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은 국내적으로는 ‘불공정’할 수 있지만, 국제적으로 보면 사다리를 걷어차려는 선진국들에 대항하는 ‘공정’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 정 위원은 “비유하자면 재벌은 성질 나쁜 개인데 돌을 던져서 미친 듯이 짖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면서 “그 돌의 이름은 주주가치경영, 내실경영, 현금흐름 위주의 경영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청기업들을 쥐어짜는 구조는 오히려 이런 경제민주화가 더 강화시킨 악습이라는 것이다. 이런 불공정을 막겠답시고 삼성그룹, 현대차그룹을 해체하자는 말은 더 위험하다. 해외 자본에다 갖다 바치자는 뜻이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재벌이라는, 미친 듯 달리는 말을 제어한답시고 죽일 게 아니라 복지국가라는 마차에다 잘 연결시키자는 제안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CEO 칼럼] 지역과 상생하는 기업문화/최흥집 강원랜드 사장

    [CEO 칼럼] 지역과 상생하는 기업문화/최흥집 강원랜드 사장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성장보다 분배가 중요해지는 시대를 맞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기업의 생존에 있어서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상생’의 정신을 기본으로 한다. 동양의 전통사상에서 상생은 ‘목생화(木生火) 화생토(火生土) 토생금(土生金) 금생수(金生水) 수생목(水生木)’으로 표현된다. 나무는 제 몸을 태워 불을 일으키며, 불은 만물을 태워 흙으로 돌려보내고, 흙에서 쇠가 나오며, 쇠는 광천수의 원천이고, 물은 나무를 자라게 한다. 그리고 다시 나무는 불을 일으킨다는 이 과정은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선순환 구조를 보여준다. 기업의 관점에서 볼 때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것은 ‘상생의 톱니바퀴’를 제대로 돌게 하는 일이다. 이윤을 적극적으로 사회에 환원해 우리 사회와 시민을 윤택하게 만들고 이러한 노력이 다시 기업의 이윤으로 돌아오게 된다. 곧 기업이 영속해 나갈 수 있는 거름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거리가 멀었다. 지난해 가을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주코티공원에서 청년 실업자들이 미국 금융권의 부패와 탐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부(富)의 편중과 금융권의 과욕 등 자본주의의 불평등에 대한 불만은 ‘월가를 점령하라’라는 구호로 나타났으며, 이에 동조하는 시위의 불길은 캐나다, 유럽,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까지 번졌다. 시대 흐름을 반영하듯 올해 다보스 포럼에선 자본주의의 위기가 중요한 화두로 등장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극단적인 양극화에 대한 반성이 고개를 들었고 인간에 초점을 맞춘 ‘따뜻한 자본주의’에 대한 새로운 각성이 일어났다. 영국의 칼럼니스트 아나톨 칼레츠키는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이를 ‘자본주의 4.0’이라 명명했다. 양극화로 인한 첨예한 대립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골목상권을 두고 대기업이 운영하는 기업형슈퍼마켓(SSM)과 구멍가게가 맞서고, 재벌 빵집과 동네 작은 빵집이 갈등을 빚었다. 재벌 기업이 우리나라 경제를 이만큼 키워온 주역이라는 데 이의는 없다. 정부의 도움이 있었지만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라 부족한 자원의 효율성을 극대화해 오늘의 한국을 만들어 왔다. 그러나 비도덕적인 경영 행위로 스스로 위신을 깎아먹었다. 최근 반(反) 기업 정서가 유례없이 높다. 이러한 정서의 저변에는 이윤창출만을 우선시해 돈이 되는 곳이면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문어발식’ 무한확장이 자리 잡고 있다. 막대한 자본을 무기로 시장을 손쉽게 독식하며 작은 기업과 서민들을 소외시켜 국민감정 악화를 부른 것이다. 강원랜드의 경영방침 중 하나가 ‘지역에는 활력을’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환경, 인권, 지배구조,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 소비자 보호, 지역사회 참여 등 다양한 관점에서 말할 수 있다. 어느 한 부분도 소홀히 할 수 없지만 개별 기업이 처한 현실과 환경에 따라 중요성은 달라질 수 있다. 강원랜드에 중요한 것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통한 지역사회와의 상생이며, 이런 점에 착안해 경영방침이 정해졌다. 상생은 기업경영에서 가장 세련된 전략이라 할 것이다. 남을 밟고 일어서는 것보다 남과 함께 일어서고, 그 과정을 통해 기업의 경영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이고 모범적인 전략이다. 이것이 우리 기업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지역과 함께한다는 것이 경영의 기본이 되고, 기업이념이 돼야 한다. 강원랜드뿐 아니라 국내 모든 기업들이 앞다퉈 ‘상생’을 화두로 삼고 지역과 어려운 이웃에게 눈을 돌리고 있다. ‘더 통 큰 상생경영’으로 사회를 질적으로 발전시키고,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을 비추는 데 기업들이 앞장섰으면 한다.
  • 강릉 경포대~주문진 송동영춘(送冬迎春) 도보여행

    강릉 경포대~주문진 송동영춘(送冬迎春) 도보여행

    그 길은 화사했습니다. 햇빛 듬뿍 빨아들인 바다는 파란 하늘과의 경계를 허물었고, 귓불을 스치는 바람은 촉촉하고 포근했습니다. 굳이 이름 붙여 부르지 않더라도 그 길엔 낭만이 넘쳤습니다. 강원 삼척에서 속초를 잇는 ‘낭만가도’입니다. 그 가운데 강릉의 경포대에서 주문진에 이르는 ‘경포 중심 낭만가도’ 50리길을 걸었습니다. 발길 따라 봄바람 난 바다와 빼어난 풍경들이 줄곧 동행했지요. 춘분(春分·20일)이 코앞입니다.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는 송동영춘(送冬迎春)의 갈림목입니다. 겨울의 시샘이 남아 있지만, 강릉의 바다 위엔 봄기운이 펄떡이고 있었습니다. ●봄바람 난 바다, 봄바람 난 발걸음 봄바람이 난 게다. 바다가 저토록 화사한 빛깔로 치장할 수 있을까.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차다 못해 시린 결기가 느껴지던 바다였다. 경칩이 지난 지금은 전혀 다르다. 동해의 쪽빛 바다는 분명 봄을 잔뜩 머금었다. 해변은 흰빛으로 빛난다. 말 그대로 백사장이다. 파란 바다와 흰 모래가 부둥켜 안고 떨어지길 반복하며 희롱하고 있다. 화창한 초봄, 이런 난리가 없다. 이 길의 이름은 여럿이다. ‘해파랑길’이라고도 하고 ‘낭만가도’(漫街道)라고도 한다. ‘관동팔경길’, ‘바우길 12구간’이라고도 불린다. 제각기 나붙은 표지판을 보면 헷갈릴 지경이다. 분명한 건 없던 길을 새로 내지는 않았다는 것. 해파랑길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조성하고 있는 부산 오륙도~강원 고성 간 688㎞의 탐방로를 말한다. 관동팔경길은 해파랑길의 4개 테마 가운데 하나로, 경북 울진에서 고성까지의 구간을 일컫는다. 바우길은 한 사설단체가 강릉 지역의 산과 바다를 여러 테마로 묶어 연결한 길이다. 이 길은 그 가운데 ‘12구간’에 속한다. 낭만가도는 강원도에서 삼척~속초 사이 7번 국도를 중심으로 조성 중인 길이다. 그러니 강릉에서 주문진에 이르는 길은 ‘해파랑길’이자 ‘바우길 12구간’이며 동시에 ‘낭만가도’인 셈이다. 이름은 많아도 길은 하나다. 길이 줄곧 바다를 따라갔으면 좋으련만, 중간중간 풀 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 들고 나야 한다. 하지만 회색빛에 갇혀 살던 도시인에겐 그마저 더없이 ‘낭만적’이다. 경포호를 휘휘 돌아 주문진으로 난 바닷길로 방향을 잡는다. 전체 거리는 18㎞가량. 5시간은 족히 걸린다. 하지만 경포대에서 사천항까지는 다소 번잡한 7번 국도를 따라 걸어야 하는 만큼, 사천에서 주문진까지 12㎞ 구간만 걷는 사람도 많다. 순포해변, 순긋해변을 차례로 지나면 뒷불해변이다. 사천항 뒤편에 초승달 모양을 하고 있는 작고 예쁜 해변이다. 공식명칭은 사천진해변. 하지만 단순히 지명에서 따온 이름보다는 오래전부터 불려온 뒷불해변이 더 정겹고 친근하다. 해변 초입, 거대한 알 모양의 바위가 객들을 맞고 있다. 교문암(蛟門岩)이다.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할 때 바위가 두 쪽으로 쪼개졌다는 전설이 담겼다. 우리 땅 대부분의 이무기가 용 되는 꿈을 꾸다 실패담만 남긴 것에 견줘, 이 바위는 드물게 해피 엔딩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해다리 바위 가족단위 여행객에 인기 교문암에서 한 굽이 돌면 사천진해변이다. 하평해변과 합쳐져 무려 1.3㎞에 달하는 곧고 너른 해변을 형성하고 있다. 해변의 랜드마크는 해다리(海狗) 바위다. 오래전 물개들이 많이 서식해 이름지어졌다. 해변에서 해다리 바위까지는 남도의 노둣길처럼 큰 바윗돌을 쌓아 연결했다. 길 가운데는 둥글게 바위를 쌓아 작은 수영장처럼 꾸며 놓았다. 노둣길과 해다리 바위 사이엔 작은 교량도 만들어 뒀다. 어린이들이 특히 좋아해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다. 해다리 바위는 멀리서 보면 작고 볼품없다. 하지만 발을 딛고 서면 제법 크고 장쾌하다. 마주하는 바다의 크기 또한 가슴에 담기 벅차다. 이어지는 곳은 솔향 가득한 연곡해변. 해송숲으로 이름난 곳이다. 수평으로 이어진 바다만 보다가 수직의 나무 세상에 드는 맛이 각별하다. 다소 차가운 바닷바람과 숲그늘 탓에 몸은 움츠러들어도, 코를 간질이는 솔향은 더없이 풋풋하다. 솔숲을 지나면 길은 다시 바다로 이어진다. 영진해변이다. 소금강에서 흘러내린 연곡천이 바다와 만나는 곳. 바다에 어둠이 찾아들면 주문진 등대 불빛과 항구의 불빛이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기도 한다. 바로 이쯤부터 해변에서 유난히 많은 커피집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횟집들이 늘어선 여느 해안가 풍경과 확연히 대비된다. 특히 영진해변 초입은 거의 ‘한 집 건너 커피집’이다. 장혜실 문화관광해설사는 “중소도시 강릉에 ‘커피의 장인’들이 운영하는 커피 전문점만 100여개나 된다.”며 “전국의 이름난 바리스타들이 강릉으로 이주하면서 생긴 독특한 지역문화”라고 설명했다. 그 가운데 가장 명성을 얻고 있는 곳이 영진해변 뒤쪽의 ‘카페 보헤미안’이다. 재일교포 출신의 바리스타가 직접 내려주는 핸드드립 커피로 이름났다. ●소돌아들바위공원의 기묘한 갯바위들 커피향을 뒤로하고 다시 바닷가로 나서면 빨간색과 하얀색의 등대가 눈길을 끈다. 주문진항이다. 강원도의 대표 수산시장. 주말이면 발 디딜 틈 없이 북새통을 이룬다. 이제껏 해변을 따라 서정과 낭만을 즈려밟고 걸었다면, 주문진항에서는 날것 그대로의 질펀한 삶과 마주할 수 있다. 주문진항에서 북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소돌아들바위공원과 만난다. 잘 가꿔진 수석전시장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해상공원이다. 공원에 들면 29세에 요절한 가수 배호(1942~1971)의 노래 ‘파도’가 은근하게 울려퍼진다. 환경 기금 조성을 위해 마련된 돌저금통에 500원짜리 동전을 던지면 노래가 나온다. 일종의 주크박스인 셈. 공원의 갯바위들은 하나같이 형태가 기묘하다. 아들바위, 코끼리바위, 소바위 등 독특한 형태의 바위들이 널려 있다. 아들바위의 기원이야 단박에 알 수 있다. 아들을 원하는 부부가 기도를 하면 소원을 성취한다는 뻔한 얘기다. 코끼리바위와 소바위는 붙어 있다. 둘은 어떻게 이런 형상이 만들어졌을까 싶을 만큼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전남 목포의 갓바위를 연상하면 알기 쉽다. 바위 표면이 마치 촛농이 흘러내리다 굳은 듯하다. 게다가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 있어, 신비로움을 더하고 있다. 소돌아들바위공원에서 한 굽이 돌면 주문진해변이다. 경포 중심 낭만가도의 종착지다. 소돌아들바위공원과 주문진해변을 연결한 집라인(Zipline, 와이어를 타고 공중을 이동하는 레포츠)이 인상적이다. 집라인 탑승대에 올라서면 너른 주문진 앞바다가 한눈에 담긴다. 글 사진 강릉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33)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강릉 나들목을 나와 경포대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하면 강릉 시내를 거치지 않고 곧장 경포대로 연결된다. 종합관광안내소 640-4414, 4531. 주문진관광안내소 640-4535. 맛집 주문진항 시장은 먹거리 천국이다. 요즘 많이 잡히는 생선은 열기. 12마리에 1만원선이다. 붉은 대게로 불리는 홍게는 큰 놈 5마리가 10만원선, 문어는 4만~12만원이다. 주문진수산물종합판매장 내 원영생선구이는 다양한 생선구이로 입소문 났다. 662-0203. 영진해변 뒤 커피숍 ‘보헤미안’은 월·화·수요일은 영업을 하지 않는다. 662-5365. 경포호 옆에 초당순두부마을이 있다. 잘 곳 영진해변 뒤편의 노벰버(662-6642), 경포대 안쪽의 비치호텔(643-6699)이 가격 대비 시설이 뛰어난 곳으로 꼽힌다. 양반들의 잠자리가 궁금하다면 선교장(646-3270) 한옥체험도 좋겠다.
  • [기고] 재벌 상속자 선대 기업가정신 본받아야/최성용 서울여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기고] 재벌 상속자 선대 기업가정신 본받아야/최성용 서울여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한 세기의 절반에 불과한 50여년 만에 한국은 세계에서 수출은 일곱 번째, 무역은 아홉 번째, 경제력은 10위권에 도달했다. 이는 한국인 특유의 근면 정신, 헝그리 정신, 기업가 정신이 어우러져 빚어낸 결과다. 작금에 이르러 이 같은 정신은 날로 쇠퇴해 가고 대신 한탕주의, 3D 업종 기피주의, 편의주의, 무사안일주의 등이 만연해 가고 있다. 아직도 재벌들의 경영 행태는 이익 지상주의, 문어발식 확장 경영, 약육강식의 정글식 경영 방식 등 천민자본주의적 경영 패턴 그대로다. 이들의 부에 관한 철학은 청교도의 청지기 정신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고, 영락없이 너 죽고 나 살자는 막가파식 장사치 모습이다. 그들에게서 도덕이나 윤리 경영을 기대한다는 것은 애당초 사치스러운 일에 불과하다. ‘한강의 기적’을 이뤄내는 데 크게 이바지한 것은 사실이나 경제력의 재벌 집중은 더욱 심해져 반대급부로 중소기업 생태계 붕괴, 빈부격차·양극화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재벌 대기업들의 2세, 3세, 4세들은 끊임없는 분식회계·편법상속·주가조작 외에 돈벌이가 될 만한 사업에 마구잡이로 뛰어들어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시장을 빼앗고 사회적 책임과 기여에도 무관심하다. 더욱 한심한 일은 창업 세대로부터 부를 물려받은 재벌 대기업 2세들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기는커녕 윤리에 반하는 경영 행동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선대의 기업가 정신을 가르치고 물려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빵집, 커피집 등 대기업들로서는 손대지 말아야 할 손쉬운 사업 분야의 진출을 방임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로 중소기업, 영세업자, 골목상권 침해 등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반재벌의 국민적 저항과 사회적 지탄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으면서도 라면, 물티슈 수입에까지 손대고 있다. 윤리의식 마비의 극치다. 일본의 가장 존경받는 3대 기업가로 ‘살아 있는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그룹 명예회장은 이에 대해 “어떤 일이든 돈만 벌면 된다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이익을 추구하되 올바른 일을 한다는 도덕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재벌가 딸들을 중심으로 한 경쟁적 외식업 진출은 혁신과 도전의 기업가 정신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의 강력한 제재 방침이 알려진 이후 그들은 어쩔 수 없이 해당 사업 분야에서 속속 철수를 발표하거나 손을 떼는 조치를 취하고 있음을 본다. 이들이 특히 재벌 대기업 총수인 부모로부터 올바른 사업 경영 방식과 기업가 정신을 물려받게 된다면 사회와 국가를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었으리라 여겨진다. 재벌 대기업 오너들은 자녀들에게 도전과 모험이 따르는 사업 추진으로 국가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기여하게 하는 참다운 기업가 정신을 유산으로 남겨야 한다. 경제성장의 동력이 되는 기업가 정신의 함양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한 때다. 기업이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재벌 대기업 3세, 4세들이 지나친 무절제 탐욕을 억제하고 선대의 기업가 정신을 배우고 실천하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사회는 마땅히 이들의 행태를 비판하고 건전한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 정보원·금전거래 등 유출 500만건에 전세계 주목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미국의 민간 전략정보 분석 업체인 ‘스트랫포’의 이메일 500여만건을 27일 공개했다고 로이터 등이 보도했다. ‘글로벌 기밀 파일’이라는 제목으로 공개된 문건들은 스트랫포가 정보수집을 위해 2004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전 세계 대기업뿐 아니라 군수업체, 국가 기관, 언론사 등을 문어발식으로 접촉하면서 주고받은 이메일들로, 스트랫포의 정보원 노출과 함께 정보 제공 대가로 금전을 거래한 정황 등이 포함돼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미 텍사스주 오스틴에 본부를 두고 있는 스트랫포는 국제정치·외교·안보에 관한 정보를 분석해 대기업과 미 주요 공공기관 등에 유료로 제공하는 민간 싱크탱크다. ‘100년 후’, ‘넥스트 디케이드’ 등의 저자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조지 프리드먼이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는 “스트랫포는 미국 정보 및 외국 정보기관의 정보원, 심지어 기자들에게까지 의존하고 있다.”며 이메일 폭로 이유를 밝혔다. 위키리크스는 해킹을 통해 이메일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위키리크스는 2010년 미국 국무부 외교 전문을 공개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조지 프리드먼은 위키리크스의 이메일 공개가 “스트랫포를 침묵시키려는 시도”라면서 “100여명의 직원들이 주고받은 메일은 곤혹스러운 것도, 말이 안 되거나 오해의 소지를 내포한 것도 있다.”며 “이메일에서 광범위한 음모의 흔적을 찾는다면 실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스트랫포는 지난 연말 해커그룹 안티섹의 공격으로 4000여명에 달하는 특별 관리 고객의 명단과 신용카드, 비밀 번호 등이 유출됐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여수-어느 하나, 맑지 않은 것이 없다 여수라는 그 바다

    여수-어느 하나, 맑지 않은 것이 없다 여수라는 그 바다

    남도에 가기로 했다. 해안을 따라가도 좋고, 내륙을 훑으며 가도 좋다. 일찌감치 그려 오던 길이지만 맘 잡고 부지런히 떠나게 된 건 곧 여수세계박람회가 개최된다는 소식 때문이다. 1 고소동 벽화골목에서 만난 계단. 여수의 하늘과 바다, 땅과 벽은 모두 하나였다 2 오동나무가 빽빽이 있어 그리 이름 붙여진 ‘오동도’에선 바다를 바라볼 때도 나무가 내려앉아 있다 어느 하나, 맑지 않은 것이 없다 여수라는 그 바다 남도에 가기로 했다. 해안을 따라가도 좋고, 내륙을 훑으며 가도 좋다. 일찌감치 그려 오던 길이지만 맘 잡고 부지런히 떠나게 된 건 곧 여수세계박람회가 개최된다는 소식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심상치 않다. 여수를 비롯한 남해안 곳곳이 전무후무한 활기를 띠고 있다. 남해의 온기를 머금은 쾌청한 바람을 싣고서. 글·사진 전은경 기자 뻔히 아는, 혹은 미처 몰랐던 여수 여수는 시골이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한때’ 시골이었다. 지금도 대도시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최근 여수가 이뤄낸 변화는 과거에 머물러 있던 사람들에게 반전을 선사한다. 2012년 여수는 옛부터 그려 오던 미래도시를 연상케 한다. 여수 신항에 우뚝 솟은 엠블호텔은 두바이의 칠성급 호텔인 버즈 알 아랍Burj Al Arab을 똑 닮았고, 곳곳에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 버금가는 현대적인 건물이 들어서고 있다. 가히 구약의 천지창조에 비유해도 좋을 정도다. 그러나 눈을 사로잡는 것이 비단 건축물뿐이라면 여수를 향한 그 많은 찬가를 뒷받침할 길이 없다. 여수가 여전히 아름다운 이유는, 꼿꼿한 건물 뒤로 유유히 흐르는 ‘쪽빛’ 바다가 있기 때문이다. 피사체와 배경이 착 달라붙어 끈적한 교감을 이뤄낼 때, 피사체는 비로소 진가를 발휘한다. 지금 여수는 변화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오동도, 진남관, 향일암. 그것만이 전부라고 생각한 여수에서 새로운 여수, 미처 몰랐던 여수를 발견하게 된다. 이렇게 또다시 여수에 매료된다. 다행히도, 여수라는 바다가 낳은 보물은 어느 하나 맑지 않은 것이 없다. 벼랑 끝에서 시작되는 아름다움 금오도 비렁길 당신이 몰랐던 첫 번째 여수, 비렁길. 혹 길에 대한 관심이 각별했다면 한번쯤은 워킹walking리스트에 올렸을 법하지만, 2010년 12월에 조성된 이 길은 아직까진 범국민적인 ‘길 열풍’에 합류하진 못했다. 그러나 이 길에 매혹된 이들이 풀어놓는 백문은 가히 일견을 위협할 만큼 호기심을 자극했다. ‘비렁’은 ‘벼랑’이라는 말의 사투리다. 함구미포구에서 시작되는 8.5km의 비렁길은 남해안의 빼어난 섬들을 눈에 담으며 오르게 된다. 길 구석구석 피어난 감국을, 이름 모를 풀꽃들을 따라 걷다 보면 20~30분 걸리는 산행도 금방이다. 숨이 가빠올 때쯤 이내 해안에서 90m 높이의 낭떠러지에 다다른다. 그리고 그 낭떠러지 전망대에 서면 비로소 비렁길의 실체를 만나게 된다. “한국에도 이런 바다가 있다니, 내 눈을 의심하게 된다니까!” 여수에 가기 전 ‘호들갑’이라 치부했던 지인의 찬사를 나도 모르게 되뇌었다. 눈을 비비고 고개를 다시 들어도 여수의 에메랄드빛 바다는 여전히 놀라웠다. 정말이지, 물감으로 뒤덮은 듯 티끌 하나 없는 바다는 묘한 이질감마저 드는 것이었다. 여수의 보고 시장 탐방 시골 장터의 풍경. 어느 지역이나 으레 같을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풍물시장, 수산시장 등 이름만 다를 뿐 속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도 접어두자. 시골의 시장만을 찾아 엮은 책이 있을 정도로 우리네 시장은 지역마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여수에서 시장을 방문하게 된 건 우연이었다. 식당에서 알싸한 돌산 갓김치를 맛보니 가족들 생각이 난 것이었다. 추천받은 여수 수산시장에서 갓김치만 재빨리 사고 말 생각이었는데 맞은편 교동시장, 건너편 수산시장까지 들르는 통에 시장에서만 반나절을 써버렸다. 여수의 갓김치는 물론이고 각종 건어물, 여수의 명물 서대회까지 특산품이 즐비한 데다가 ‘거저 주는’ 가격에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은 것. 8개가 한 묶음인 서대회가 만원 안팎이며 무게로 달아 파는 간장게장은 도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치 싸다. 작은 방석만한 봉지에 가득 든 말린 문어도 만원밖에 하지 않아 선물하기에 좋다. 시간대별로 시장을 즐기는 법을 하나 추천하자면, 오전장이 열리는 교동시장에서 건어물을 잔뜩 사들이고, 점심으로 수산시장에서 신선한 전복과 굴을 맛본 후, 해가 지면 포장마차 촌으로 변신한 교동시장에서 여수 시장 구경을 마무리하면 좋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 clip. 교동시장과 여수 수산시장은 바로 맞닿아 있다. 여수 수산시장에서는 수산물을 골라 2층에서 바로 맛볼 수 있고 수요일에는 전품목을 1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1 금오도에서의 특별한 하루를 원한다면 민박도 나쁘지 않다. 저렴할 뿐더러 낚시 배를 소유한 곳도 있다 2 여수의 간장게장은 주로 돌게를 사용한다. 2.5kg에 3만원 정도 3 돌산 갓김치는 매운맛이 적고 만드는 방법에 따라 톡 쏘는 향을 내기도 한다 4 신기항에서 출발해 여천항에 도착하기까지 소요시간 총 20분. 치명적인 배멀미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5 비렁길은 아직 관광객에게 잠식되어 않아 소위 ‘뜬’ 길에 비해 한갓지게 걸을 수 있다 6 바다를 주제로 한 1~2구간 벽화는 중앙동 주민의 자발적 참여와 기획으로 이루어졌다 바다를 품은 벽 고소동 벽화골목 여수에는 길이 1,004m짜리 골목이 있다. 일명 ‘천사골목’이라 불리는데, 이 길을 아우르는 하나의 주제는 바로 ‘벽화’다. 단순히 그림만이 아니라 여수의 역사, 문화, 전설 등 이야기가 있는 벽이어서 꽤 긴 거리임에도 심심하지 않다. 게다가 고소동 벽화골목은 시민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골칫덩이가 아닌, ‘동네에 활기를 불어넣는다’라는 벽화의 순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는 ‘착한 벽화’다. 이곳의 벽화는 다른 지역 벽화와는 사뭇 다르다. 온통 파란 벽은 바다를 나타내고, 그 속엔 유영하는 물고기가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이 ‘고소동표 해양 조감도’ 한 켠에는 ‘EXPO’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여수세계박람회가 온 여수시민을 하나로 모은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그 벽을 보고 있노라면 ‘곱고 아름다운 물’이라는 뜻의 여수 작명이 얼마나 탁월했는지 또 한 번 감탄하게 된다. 그러고 보니 전방으로는 곱고 아름다운 바다 그림, 어깨 너머로는 여행 내내 곁에 있어 알아채지 못한 실제 바다가 있다. 벽화를 통해 자연을 되돌아보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고소동 벽화가 말하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T clip. 벽화골목은 여수구항에서 시작해 진남관까지 이어진다. 여수구항 해양공원 인근의 패밀리마트 골목에서 시작되며, 아직 미완성인 5~7구간은 엑스포 직전까지 완성될 예정이다. 우연한 미식여행 여수 당신이 굳이 식도락가가 아니라 할지라도 남도에서는 자연스레 ‘맛집 탐방’을 하게 된다. 아니, 지역마다에서 특산품 한두 가지 먹었을 뿐인데 어느새 미식여행으로 변질되어 있달까. 게다가 남도 밥상은 어찌나 반찬이 많은지 도청에서 ‘적당히 줄이자’는 캠페인을 벌일 정도다. 그중에서도 여수로 말할 것 같으면, 이곳 식탁은 간장게장에서 시작해 양념게장으로 끝난다. 서대회나 삼치회가 들으면 적이 서운할 이야기지만, 그만큼 게장의 입지는 굳건하며 8,000원이라는 가격대비 만족도도 독보적 수준. 그러나 여수를 떠나는 날까지 입 안에 계속 맴돈 것은 다름 아닌 삼치회였다. 삼치회는 대표적인 ‘선어’로 잡자마자 바로 회를 뜨지 않고 하루 정도 숙성을 거친다. 그 과정에서 나오는 부드럽고 고소한 맛은 물론이고, 혹시나 입 안에 넣자마자 녹아버릴까 두툼하게 썬 그 배려마저 잊지 못한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여수 봉산동 게장골목에 가면 7,000~8,000원에 푸짐한 게장백반을 먹을 수 있다 2 삼치는 살이 약해 살짝 얼려 회를 뜬 뒤 양념간장에 찍어 먹는다. 수온이 찬 겨울이 제철 3 여수 수산시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말린 생선을 살 수 있다 허영만 맛객의 순례지 여수돌게식당 2대째 이어진 게장전문점으로 여수세계박람회 지정업소이다. 간장돌게장과 양념꽃게장을 향해 ‘손이 가요 손이 가’도 무한리필이라 걱정할 필요가 없다. 거기다가 밑반찬이라기엔 황송한 갈치조림, 새우조림, 멍게젓갈까지 더해지니 밥도둑이 한둘이 아니다. 이 모두가 단돈 7,000원이며 1인 상도 가능하다. 주소 전남 여수시 봉산동 265-24 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9시 문의 061-644-0818 삼치회만 취급한 지 20년째 사시사철 거창한 겉치레나 상다리 휘청거리게 하는 밑반찬이 없어도 오로지 삼치회 하나만으로 승부하는 곳. 관자, 새우, 꼴뚜기 등 신선한 수산물 몇 가지로 입맛을 돋우고 나면 접시에 가득 올려진 두툼한 삼치회가 만족감을 최대로 끌어올린다. 삼치회는 여수 돌김에 싸서 간장에 찍어 먹는 게 제맛이다. 아참, 주인아주머니의 구수한 전라도 말씨는 친절과 불친절 사이를 미묘하게 오간다(그리하여 정겹다). 주소 전남 여수시 교동 450 운영시간 오전 8시~밤 10시 문의 061-666-1445 2012 여수세계박람회 여수, 세계의 바다가 되다 차창 밖을 스치는 풍경이 유난히 빠르게 느껴진 건 내 착각이 아니었다. 서울 용산역에서 종점 여수엑스포역까지 도착하는 데 4시간이 채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 KTX열차가 첫 운행을 시작한 건 불과 지난 10월. 여수세계박람회가 열리는 5월쯤엔 3시간 초반대로 운행시간을 단축한다고 한다. 한국 최남단에 있는 여수역은 더는 먼 곳이 아니다. 그와 동시에 여수세계박람회의 개막도 한 발 한 발 다가오고 있다. 가만히 생각해 보자. ‘인류 최초의 발명’이라든지 ‘세기의 발명품’ 같은 것들을 실제로 볼 수 있었던 게 언제였던가. 일찍이 서구에서는 1851년부터 ‘만국박람회’를 통해 최신과학기술과 문명의 발전을 뽐냈다. 그러나 우리에게 박람회라는 것은 현실보다는 꿈에 가까웠다. 텔레비전에 사람이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50년대 후반의 일이니까. 그러나 그로부터 약 40년 후, 한국은 급속한 산업성장을 바탕으로 한국 최초의 세계박람회를 개최하게 된다. 1993년 대전세계박람회는 IT강국으로서 한국이라는 나라를 전세계에 알리는 계기였다. 그러나 21세기인 지금에 이르러서는 더 이상 박람회는 별세계의 일이 아니다. 과학은 끊임없이 발전을 거듭하고 정보는 넘쳐흘러 주워담기 급급하다. 그럼에도 세계박람회는 여전히 인류의 발전에 유효한 화두를 던진다. 달라진 것은 방향일 뿐. 이제 세계는 과학발전의 산물 대신 그 폐해에 주목하고 있다. 그것은 곧 여수세계박람회가 이야기할 인류의 미래이기도 하다. 잠시 2007년 11월 프랑스 파리로 돌아가 보자. 그때 바로 거기서, 2012년 세계박람회의 개최지로 대한민국 여수가 최종 결정됐다. 이유는 명확했다. 여수는 그간의 세계박람회와는 다른 길을 지향했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이라는 여수세계박람회의 주제는 현재 지구가 직면한 쟁점을 고스란히 다루고 있었다. 시나브로 녹아내리는 남극을, 그 해수면의 상승으로 가라앉을 작은 섬의 존재들을 일깨워 주고 있었다. 그리하여, 여수세계박람회는 여수 바다를 무대로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에 대한 해결책을 논의하는 장이 될 것을 공표했다. 2012 여수세계박람회 기간 5월12일~8월12일 장소 전라남도 여수시 수정동 여수신항 및 덕충동 일대 문의 1577-2012 입장료 성인 3만3,000원, 청소년 2만5,000원, 경로우대 및 어린이 각 1만9,000원 / 4월30일까지 예매시 5% 할인, 여수세계박람회 홈페이지(www.expo2012.or.kr)와 인터파크(www.interpark.com)에서 예매 가능 주제관 주제관의 주제는 ‘바다와 인류의 공존’이다. 전시 구성이나 주제는 둘째 치더라도, 바로 이곳에서 가장 주요한 전시가 이루어진다는 사실 하나만은 기억하자. 바다 한가운데 세워진 주제관은 건물의 웅장함이나 규모면에서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는다. 주제관으로 연결된 바닷길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물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도 있다. 여수세계박람회에 왔다면 이 산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부제관 여수세계박람회의 부제관은 기후환경관, 해양산업기술관, 해양문명·도시관, 해양생물관 등 4개 동으로 구성돼 박람회장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주제관의 전시를 좀더 세밀하게 다루는 이곳은 3D영상과 가상 체험 등으로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잠수정을 타고 여수에서부터 남극, 갈라파고스와 페루를 누비는 경험이 또 어디에서 가능하겠는가. 부제관은 박람회가 제공하는 각종 즐거움이 집약된 공간이다. Big-O ‘본식 후의 디저트’, ‘주연을 빛나게 하는 조연’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이를테면 여수세계박람회의 야외무대 빅오Big-O가 주연보다 더 사랑받는 조연이 될 공산이 큰 것처럼. 각종 이벤트와 문화행사, 쇼 등이 펼쳐지는 빅오는 사실상 여수세계박람회의 대표적 상징 공간이라 할 수 있다. 태양을 닮은 거대한 이 건축물은 박람회 건축물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물론이고 실내에서 구현할 수 없었던 대규모 신개념 전시가 펼쳐질 예정이다. 전시관 관람이 끝난 늦은 밤에도, 전시관 입장을 기다리는 지루한 시간 동안에도 감초 같은 빅오의 이벤트 덕에 박람회의 감칠맛이 한층 더해질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여수+남도 습지라는 자연, 그 위대함에 관해 순천 순천만은 유럽 북해연안, 캐나다와 미국 해안, 아마존 하구 연안 등과 함께 세계 5대 습지에 속한다. 무려 아마존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곳은 약 230만 평방미터에 달하는 갈대밭과 그 10배가 넘는 2,600만 평방미터의 갯벌로 이루어져 있다. 갈대밭에서 2km 가량 떨어진 용산전망대에서는 순천만 전경을 내다볼 수 있는데, 황금빛 갈대밭만을 상상하던 여행자는 이 광활한 광경 앞에서 어김없이 아연하고 만다. 그러나 순천만을 규모만 놓고 말한다면 단지 겉핥기에 불과하다. 순천만은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자연습지로 흑두루미, 검은 머리 갈매기 등의 조류를 볼 수 있는 자연생태공원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200여 종 철새의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드넓은 생태공원을 좀더 자세히 둘러보고 싶다면, 대대포구에서 출발하는 생태탐사선을 타면 된다. 35분간 수로를 따라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는데 운항시간은 물때에 따라 달라진다. 요금 어른 4,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500원 문의 061-749-4059 1 순천만 갈대밭은 시각에 따라 모습을 달리한다. 대개는 황금빛이지만 노을과 별빛에 물든 갈대밭도 장관이다 2 낙안읍성 민속마을에서는 가을이면 초가지붕의 짚단 가는 풍경을 볼 수 있다 3, 4, 5 대한다원이 국내 최대의 차 생산지가 된 이유는 습도 때문이다. 밤새 율포만에서 생겨난 바다 안개에 촉촉이 젖어 있어 항상 향기를 머금는 것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한 걸음 더 순천 역사 여행┃순천왜성-낙안읍성 민속마을-순천고인돌공원-송광사 순천은 여러모로 교육적이다. 희귀 조류와 갯벌 생물을 조우하는 순천만자연생태공원에서 생물 공부를 했다면, 오후엔 순천왜성과 낙안읍성에서는 역사 공부를 할 수 있다. ‘정유왜란 최대의 격전지’, ‘왜군의 일시적 승리를 안겨준 왜군 주둔지’ 등 순천왜성에 관련된 몇 가지 역사적 사실은 이곳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공터를 미로로 만든 듯한 순천왜성에서는 400년 전 한국을 떠올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편, 오랜만에 발동된 상상력은 이윽고 낙안읍성에서 결실을 맺는다. 흙담을 쌓아올린 이 성은 조선시대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지었으며, 다른 읍성에 비해 조선시대 생활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아직도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주민들은 계절마다 다양한 민속 행사를 열어 볼거리를 한층 풍성하게 한다. 봄에는 민속문화축제, 가을에는 남도음식문화축제 등이 열린다. T clip. 순천 시티 투어를 활용하면 하루 동안 순천 곳곳을 둘러볼 수 있다. 요일에 따라 다르게 편성해 운영하는데, 순천역 관광안내소 앞 승강장에서 매일 오전 9시50분에 출발해 오후 5시30분에 순천역으로 돌아온다. 요금 어른 8,000~9,000원, 청소년 6,500~7,500원 문의 061-749-3107 tour.suncheon.go.kr 남도의 차 이야기 하동·보성 드넓게 펼쳐진 푸른 차밭. 십중팔구는 보성을 떠올린다. 보성에는 국내 최대의 차 산지인 대한다원이 있다. 그러나 이 계단식 차밭에서 누릴 수 있는 유흥은 고작 차밭 가운데를 산책하거나, 그럴싸한 기념사진을 남기는 것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만족스럽다’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눈앞 가득 넘실대는 초록의 싱그러움 때문이다. 사실 대한다원은 차밭만큼이나 입구의 삼나무 길도 장관이다. 그러나 차에 관해서 결코 보성에 밀리지 않는 곳이 바로 하동이다. 대한민국 차 시배지이자 소설 <토지>의 주 무대라는 특징은 하동 녹차의 맛을 더욱 깊게 우려내기 충분했다. 현재 하동에서는 이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하동 차문화센터와 매암차문화박물관 등이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그 각별한 하동차를 맛볼 수 있는데, 전시관부터 체험관까지 다양한 시설이 있어 차의 역사와 문화 및 예절까지도 알 수 있다. 대한다원 입장료 어른 2,000원, 어린이 1,500원 문의 02-511-3455 한 걸음 더 하동 문학 기행┃토지문학관-악양 들판-고소성-이병주문학관 1990년대 우리네 책장에는 으레 장편소설 <토지>가 있었다. 21권에 이르는 방대한 양인지라 완독은 쉽게 못하더라도 25년간 집필에 몰두한 박경리의 삶을 훑어볼 수는 있다. 하동 여행을 통해서 말이다. 하동에 도착해 한적한 포장길을 따라가면 토지의 주 무대인 최 참판 댁이 나온다. 주인공 서희가 어릴 때 살던 집이자 안채와 사랑채, 초당, 행랑채 등 전형적인 조선시대 양반집 모습을 갖춘 곳이다. 최 참판 댁 대문 앞에 서면 드넓은 악양 들판이 내려다보이는데, 이곳 역시 토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이다. 작가가 우연히 친척집을 방문하러 왔다 이 들판을 보고서 토지의 무대를 떠올렸다 하니 누구라도 들판 풍경이 새롭게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근의 고소성에 오르면 탁 트인 악양 들판 전경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남쪽으로 섬진강, 동북쪽으로 지리산까지 내려다볼 수 있다. T clip. 좀더 활기찬 풍경을 보고 싶다면 전라도와 경상도가 한곳에 모이는 화개장터로 갈 것. 가수 조영남의 노래로 알려지기 이전에 이곳은 김동리 소설 <역마>의 배경이 된 곳이다. 1997년부터 4년간 복원을 거쳐 기존 5일장이 상설 시장이 되었다.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연중무휴 남해안 100배 즐기기 남해안 여행을 준비하면서 여행서적부터 찾았다. 인터넷 검색으로도 수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과장된 정보와 지루한 사진 나열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면 역시나 꼼꼼하게 정리된 여행서를 참고하는 게 좋다. 약 16개 남해안 주요 도시의 핵심 정보가 빼곡히 적힌 <남해안 100배 즐기기>는 여행정보를 뒤적이는 시간을 줄여 준 대신, 무리해서라도 여행일정을 늘이게 만드는 책이다. 2011년 개정판으로 출시돼 최신 정보가 가득한 이 책 한 권이면 ‘남도에 볼거리, 먹을거리가 이렇게 많았나’라며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될 것. 지은이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 및 여행작가 13명 펴낸곳 랜덤하우스코리아 정가 1만4,000원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속임수와 거짓말 차이는?

    영상을 조작하고 사진을 합성한다. 과정은 똑같다. 하지만 그것이 영화나 미술 등 예술로 표현된다면 사람들이 열광하고, 신문 1면이나 방송 뉴스에 나온다면 비난할 것이다. 아귀가 먹이를 유혹하기 위해 가짜 미끼를 사용하는 것은 생존의 방법으로 인정받지만 여자를 유혹하기 위해 가짜 신분을 내세우는 것은 ‘돌 맞을’ 일이다. 비슷한 성격의 속임수인데도 대중이 엇갈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속임수에 대한 거의 모든 것’(산타페연구소 속임수연구회 지음, 브룩 해링턴 엮음, 고기탁 옮김, 황소걸음 펴냄)에서는 이런 속임수의 종류와 본질을 낱낱이 파헤친다. 무슨 이런 연구를 다 했나 싶겠지만 브룩 해링턴 독일 막스플랑크사회연구소 특별연구원은 이렇게 의미를 부여한다. “우리는 속임수란 무엇이며 그것이 도덕적, 윤리적으로 어떻게 평가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와 여전히 씨름하고 있다. 인문학과 과학 전반에 존재하는 속임수에 대한 연구를 통합하는 노력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발전을 의미한다.” 그럼 속임수와 거짓말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가. 저자들은 ‘고의성’ 여부를 두고 둘을 달리 본다. 거짓말은 허위 사실을 공표하려는 고의성이 필요하지만 속임수는 의도적인 거짓 행위가 없는 상태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속임수가 가장 만연해 있는 생물의 세계를 들춰보자. 수컷 블루길 선피시(송어의 일종)는 암컷으로 가장해 몰래 짝짓기를 하고, 딱새는 경쟁자들을 물리치려 허위 경보를 보낸다. 모방문어는 물속에 있는 다른 대상을 흉내 내 위협에서 벗어난다. 이런 속임수는 번식과 생존을 위한 것으로 거짓말과는 다르다. 인간 세상사의 속임수는 이보다는 고의적이지만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플라세보 효과’처럼 질병을 겪는 환자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진실을 의도적으로 은폐하며 저지르는, 일종의 ‘윤리적 속임수’가 그렇다. 결국 ‘속이는 행위’는 매한가지인데 무엇은 필요하고, 무엇은 비판받는 이유는 뭘까. 해니 패리드 다트머스보안기술연구소 연구원은 “기대하는 바가 명백히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를테면 사진을 놓고 봤을 때 할리우드 스타나 정치계를 바라보는 대중은 어느 정도 이미지 조작을 바라지만 보도처럼 정확한 내용에서 이뤄진 조작은 배신감으로 느낀다는 것이다. ‘신뢰’를 준 데 대한 배신감이다. 책은 이 밖에 군사와 공중 보건, 금융 등에서 속임수를 쓴 사례와 일상생활에서 무엇을 속임수라고 할 수 있는지 등을 다각도로 풀어낸다. 방대한 연구 자료를 한꺼번에 담았지만 일상에서 접근할 만한 다양한 사례를 녹여 이해하기 쉽다는 점이 미덕이다. 2만 3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평양 디즈니랜드’에 충격적인 놀이기구가…

    ‘평양 디즈니랜드’에 충격적인 놀이기구가…

    우리나라의 서울랜드, 에버랜드, 롯데월드 등에 해당하는 북한의 대표적 어린이 놀이공원 ‘만경대 유희장’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탈북자 인터넷신문 뉴포커스(www.newfocus.co.kr)는 최근 만경대 유희장의 내부시설을 여러장의 사진과 함께 상세히 소개했다. 뉴포커스에 따르면 평양 만경대 구역 갈매기벌과 송산벌에 건립된 이 놀이공원은 총 부지 60만㎡ 규모에 하루 수용능력이 10만명에 이른다. ‘평양의 디즈니랜드’쯤 되는 곳이다. 만경대는 김일성의 생가가 있는 곳으로 북한당국은 1982년 4월 김일성의 70회 생일에 맞춰 이곳을 개장했다. 회전자동차, 회전오토바이, 2중회전반, 문어회전반, 대관람차, 공중자동차, 유람삭도, 공중열차, 공중회전관성열차 등 약 50종의 놀이시설과 물놀이장을 갖추고 있다. 사격놀이용 전자오락기구들과 그네, 활쏘기, 씨름, 널뛰기 시설들도 있다. 동물 사육장에서는 공작새, 진주비둘기, 앵무새, 원새 등을 볼 수 있다. 5만 6000㎡ 규모의 물놀이장은 미끄럼물놀이장, 파도물놀이장, 모래터 등을 갖추고 있다. 이곳 입장료는 100원이며 개별 시설물을 이용할 때는 별도의 요금을 내야 한다. 북한은 지난 10년간 이곳을 찾은 근로자와 청소년, 학생들의 수가 연 6500만명에 이르고 외국인도 17만명이 방문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체제선전용일뿐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뉴포커스는 보도했다. 시설이 낙후한 데다 잦은 정전, 관리 소홀 등으로 평양시민들이 휴식공간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고속으로 회전하는 놀이기구들의 상당수가 녹슬고 부식돼 한눈에 봐도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대관람차의 일부는 문이 활짝 열린 상태로 운행되고 있다. 이곳은 또 김일성 생가 근처라는 점에서 사상교육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놀이시설에는 ‘미제 침략자들을 소멸하라!’ 등 어린이들에게 적합하지 않은 살벌한 그림과 문구가 적혀 있다. 뉴포커스는 “몇몇 사람들이 보이기는 하나 놀이기구에 관심이 있다기보다 나들이 겸 놀러나온 듯한 느낌이 강하다.”고 전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사건 Inside] (1) 믿었던 ‘모델급’ 여친이 회사 사장과…수상한 삼각관계가 만든 살인미수 [사건 Inside] (2) 소개팅女와의 하룻밤이 끔찍한 지옥으로…인천 ‘미성년자 꽃뱀 사건’ [사건 Inside] (3) 생면부지 여중생에게 몹쓸 짓을…‘전주 여중생 성추행 동영상 사건’ [사건 Inside] (4) 밀폐공간에 속 시신 3구, 누가? 왜?…‘울산 아파트 살인사건’의 전말 [사건 Inside] (5) “입양한 딸, 남편이 바람핀 뒤 나 몰래?”…‘구로 영아 폭행치사 사건’ [사건 Inside] (6) 조강지처 베란다서 밀어 살해해 놓고 태연히 음료수 마신 ‘엽기 남편’ [사건 Inside] (7) 범인 “시신은 상상할 수 없는 곳에 있다”…‘거창 40대 여성 실종사건’ [사건 Inside] (8) “내 애인이 ‘꽃뱀 예림이’라니”… 70대 재력가의 비극적 순정 [사건 Inside] (9) 군대에서 발견된 성병, 범인은 ‘그 아저씨’…‘전주 무속인 추행 사건’ [사건 Inside] (10) 이웃사촌들이 최악의 ‘집단 성폭행’…전남 장흥 시골마을의 비밀 [사건 Inside] (11) 명문 여대생, 남친 잘못 만나 마약에 성매매까지… [사건 Inside] (12) 부인 시신에 모자씌워 저수지로…사기 결혼이 부른 엽기 살인 [사건 Inside] (13) “나만 믿으면 100만원이 3억원으로”…‘인터넷 교주’ 믿었다 패가망신 [사건 Inside] (14) 독극물 마신 살인범 주유소로 난입해…‘강릉 30대女 살인사건’ [사건 Inside] (15) 글러브 끼고 주먹질에 ‘쵸크’로 반격…엽기 커플의 사랑싸움 [사건 Inside] (16) “감히 나를 모함해?”…가양동 ‘일진 할머니’의 기막힌 복수 [사건 Inside] (17) “실종된 여고생 3명, 장기가 적출된 채…”…순천 괴소문의 진실 [사건 Inside] (18) 남자 720명 울린 부천 꽃뱀 알바의 정체…수상한 레스토랑의 비밀 [사건 Inside] (19) 40대女, 동거남이 준 술 마셨다가 깨어나보니…나쁜 남자의 진실
  • [서울광장] 탐욕이 화근이다/오병남 논설실장

    [서울광장] 탐욕이 화근이다/오병남 논설실장

    재벌이 사면초가에 빠진 형국이다. 정치권과 언론의 재벌 때리기가 험악하다. 국민의 시선이 싸늘해진 지도 오래다. 총선이 두달도 채 안 남은 데다 연말에는 대선까지 예정돼 있어 분위기가 크게 바뀔 것 같지 않다. 탐욕이 화근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재벌은 날개를 달았다. 규제가 줄줄이 풀리고 고환율·저금리 정책이 이어지면서 쉽게 부를 쌓았다. 정부와 국민은 투자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기대했지만, 재벌은 현금을 곳간에 쌓아 놓았다 몸집을 불리는 데 썼다. 최근 3년간 20대그룹의 자산총액은 54%, 계열사는 36% 늘었다. 5대그룹으로 좁혀 보면 자산총액은 59%, 계열사는 51%나 급증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 완화 조짐을 보이던 경제력 집중 현상이 외환위기 이전으로 되돌아 간 것이다. 청년실업자가 득실거리고 중소기업이 휘청거리는 새 4대그룹 매출은 국내총생산(GDP)의 53%, 10대그룹 시가총액(673조 3158억원)은 주식시장 전체(1236조 7533억원)의 54.4%까지 치솟았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그야말로 ‘재벌천하’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탐욕을 멈추지 않아 화를 불렀다. 3세들까지 나서 커피, 피자, 꼬치구이에 골프교실도 모자라 빵, 떡볶이, 김밥, 순대까지 넘봤으니 국민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대통령이 “재벌 2, 3세는 취미로 할지 모르지만, 빵집을 하는 사람들은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질타하고 나서야 꽁무니를 뺐지만, 재벌의 게걸스러움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꼴이 됐다. 우리나라에서 재벌은 유효기간 없는 권력이 된 지 오래다.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것이 없다. 그래서 욕망을 억누르고, 절제와 겸손을 보였어야 했다. “자본주의는 욕망을 원동력으로 발전했지만, 거기엔 절제가 있어야 한다. 기업의 사업 다각화에도 명분이 중요하다.”는 이나모리 가즈오 일본 교세라그룹 명예회장의 지적은 정곡을 찌른다. 우리 재벌은 오만했다. 재벌을 향한 역풍이 하루하루 거세지는데 눈치조차 채지 못한 모양이다. 여당 의원들마저 “재벌개혁 없이 선진화가 불가능하다.”는 말을 쏟아내고 있으니 말이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한 인터뷰에서 “(재벌은) 국민의 99%가 재벌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개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재벌은 그동안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인 수출을 주도하고,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해 국격을 끌어올리는 순기능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개발시대의 프레임에 갇혀 문어발 확장, 승자 독식, 반사회적 일탈을 멈추지 않아 양극화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역풍을 자초하고 말았다. 특히나 총수의 후예들이 일감몰아주기 등으로 편법 상속·증여를 받는 것도 모자라 서민의 밥그릇까지 빼앗은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미국을 위기로 몰아 넣은 월가의 탐욕처럼 재벌의 탐욕이 스스로의 목을 죄고 있는 형국이다. 재벌개혁을 역사적·시대적 과제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제1야당은 10대그룹의 출자총액 제한, 재벌세 징수 등을 총선 공약으로 내놓았다. 일감 몰아주기는 배임죄, 중소기업 업종 진입은 징역형이나 벌금형으로 다스리겠다고도 했다. 여당조차도 순환출자 금지, 단가 후려치기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시장점유율 한도 규제 등을 공약했다. 이쯤 되면 ‘재벌 해체’의 신호탄이 쏘아 올려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재벌은 세상 인심을 탓할 것이 아니라 시장의 다양성과 공정성을 파괴하지 않는 것이 스스로를 지키는 길임을 깨달아야 한다. 눈앞의 작은 이문만을 좇다가는 존립 기반인 시장 자체가 흔들릴 수 있음을 절감해야 한다. 시장과 국민이 없는 재벌이 가능한 일인가. 400년간 12대의 만석꾼을 배출하며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이 된 경주 최부자의 육훈(六訓)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흉년기에는 땅을 늘리지 말라. 주변 100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바로 오늘, 이 땅의 재벌에 주는 경구(警句)가 아닌가. obnbkt@seoul.co.kr
  • 민주 이번엔 “대기업 순환출자 규제”

    대대적인 ‘재벌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민주통합당이 이번에는 대기업의 순환출자를 규제하기로 했다. 당 경제민주화특위는 조만간 순환출자 금지·지주회사 요건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재벌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당은 이 개선안을 검토해 4·11 총선에서 공약으로 제시할 예정이다. 특위는 지난주 10대 재벌에 대해 40%의 출자총액제한제를 부활시키는 안을 제시했지만 대부분의 대기업이 이 요건의 적용에서 제외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자 순환출자 규제를 신설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의 안대로 하면 상위 서열 1~4위 재벌에게는 규제 효과가 없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가 상위 10위 재벌의 출자액을 분석한 결과 삼성그룹의 출자율은 11%, 현대차그룹은 18%로 나타났다. 이 공동대표는 “아직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은 5위 롯데그룹, 8위 한진그룹, 9위 한화그룹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10대 재벌그룹의 나머지에게는 별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새롭게 제시한 순환출자 규제는 재벌 총수가 소수의 지분만으로 계열사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A사가 B사를 소유하고 B사가 C사를, C사가 A사를 거느리는 꼬리 물기 방식의 환상형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순환출자 주식에 대한 대기업의 의결권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안 등이 현재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특위는 현재 200%인 지주회사의 부채비율 상한을 100%로 낮추고, 자회사와 손자회사에 대한 최소 지분율 요건을 상장회사 20%에서 25%로, 비상장회사 40%에서 50%로 각각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재벌이 계열 금융사를 계열사 간 부당지원, 계열사 확장 용도로 이용할 경우 금융사를 분리할 것을 직접 명령하거나 법원에 청구하는 계열분리청구제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한편 통합진보당은 2일 ‘10대 재벌 해체’를 선언하며 민주당보다 강한 재벌개혁 방안을 내놓았다. 금융과 비금융 계열사 분리, 출자총액제한제도의 부활과 강화, 지주회사 규정 강화, 업무 무관 계열사 보유 과세 등을 각 재벌 그룹의 특성에 맞게 활용해 10대 재벌의 소유지배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이다. 통합진보당은 민주당이 40%로 제시한 순자산액 대비 출자총액한도를 25%까지 낮출 계획이다. 이 공동대표는 “재벌개혁 대안을 야권연대의 핵심 의제로 제안한다.”며 민주당에 진지한 검토를 촉구했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경제수장들 정치권 재벌정책에 잇단 반기

    경제수장들 정치권 재벌정책에 잇단 반기

    총선을 앞두고 있는 정치권의 대기업 정책에 정부 경제부처 수장들이 잇따라 ‘노’(NO)를 외치고 있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포퓰리즘적 정책이 기업 투자 위축으로 연계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1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초청 강연에서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는 글로벌 경영환경과 개별기업의 특성이 감안되지 않은 아날로그 방식의 획일적인 것”이라며 출총제 부활에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김 위원장은 “경제가 성장하면서 기업 규모가 커지고 영위 업종이 다양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의 하나”라면서 “대기업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정확히 진단하고 처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기업이 중소기업과의 공생 발전에 대한 인식을 갖고 스스로 불합리한 문화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상반기 중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출자 구조를 그림으로 그린 지분도를 공개해 문어발식 확장에 대한 사회적 감시 역량을 제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도 “출총제는 정부와 업계, 정치권의 의견을 수렴해 바람직하다는 판단하에 폐지한 것”이라면서 “현재 출총제를 부활할 여건은 아니다.”라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재벌세’처럼 국제 표준을 뛰어넘는 규제나 중과세는 우리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외국인 투자를 위축시킨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이 계열사 과다 보유에 따른 부담을 강화하는 내용의 세금 신설을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공개적으로 반대한 것이다. 경제부처 수장들이 잇따라 정치권의 대기업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은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여건 악화로 경기 둔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더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은 최근 경쟁적으로 대기업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세부 내용에는 차이가 있다. 한나라당은 불공정거래 관행 근절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민주당은 대기업에 대한 경제력 집중이나 재벌의 계열사 확충 차단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정부 반발과 함께 정치권에서도 일부 정책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재벌세의 경우 김종인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이 “특정 계층 대상 세금은 있을 수 없다.”며 반대했고, 유종일 민주당 경제민주화 특위위원장은 “세금 신설을 검토한 적이 없다.”며 한 발 물러났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재벌 때리려다… ‘재벌세’ 접는 민주

    민주통합당이 재벌개혁 차원에서 4·11 총선 공약으로 검토했던 ‘재벌세’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용섭 “새로운 세금도입 계획없다” 이용섭 정책위의장은 31일 의원총회에서 “의원 여러분들은 다소 정제되지 않은 얘기가 나와 의아하게 생각했을 것”이라며 “재벌세라고 하는 새로운 세금을 도입하거나 신설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용어 사용을 않겠다고 했지만 내용을 보면 사실상 재벌세 취소로 읽힌다. 재계 반발뿐만 아니라 내부에서도 총선 공약으로 내세우기에는 지나치게 급진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그는 “(당 경제민주화특위 위원장인) 유종일 교수가 재벌의 경제력 집중에 대해 과세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쉽게 표현하고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재벌세로 나갔다.”면서 “마치 별도의 세금이 도입되는 것 아니냐는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재벌세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앞서 지난 30일 언론 인터뷰에서도 재벌세와 관련, “새로운 세금이 도입돼서 국민경제에 뿌리를 내리기까지 많은 사회적 비용이 초래된다.”면서 “세금은 감정이나 분위기에 좌우돼 도입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경제민주화특위는 지난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기 위해 계열사 과다 보유에 따른 부담을 강화하는 내용의 재벌세 신설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재계는 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상식에 벗어난 정책을 들고나왔다고 반발하고,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등 논란을 빚었다. ●당 공약 반영여부는 추가검토하기로 그러나 민주당은 재벌세라는 용어를 폐기처분하지만 애초 재벌세 도입을 검토했던 문제 의식만큼은 살려 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 재벌세는 모기업이 자회사로부터 받은 주식 배당금을 과세대상인 소득에 포함시키고, 금융기관 대출을 받아 자회사 주식을 취득할 경우 대출에서 발생하는 이자 비용을 세법상 비용에서 제외하는 것이 골자였다. 이 정책위의장은 “재벌세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관련 내용을 공약에 반영할지는 추가 검토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벌세’라는 용어를 만든 유 교수는 “(재벌세는) 준비된 경제민주화 정책 아이템 40여개 중 하나”라며 “재벌개혁과 관련해서는 지배구조 개선과 금산분리 문제 등 더 실효적인 것들도 있다.”고 밝혔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제주 모슬포 토요시장 ‘개점 휴업’

    관광객 유치를 위한 ‘최남단 모슬포 토요시장’이 개장 3개월 만에 ‘텅빈 시장’으로 전락했다. 토요시장의 대표 상품인 방어 어획량이 급감해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긴 것이다. 제주 서귀포시는 토요일마다 모슬포 방어축제 특화거리에 자연산 방어 등을 파는 노천시장을 열기로 하고 지난해 10월 29일 토요시장을 개장했다. 첫 토요시장에는 2만여명이 몰리면서 시중 가격보다 저렴하게 판매한 방어가 품절됐다. 하지만 판매 품목이 다양하지 못한 점 등 한계를 드러내면서 토요시장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가 됐다. 지난 28일에는 방어를 판매하는 곳이 한 곳도 없었고, 문어와 소라 등 일부 ‘할머니 장터’만 운영됐다. 최근 4㎏ 이상인 대방어의 수협 위판 가격이 마리당 10만원 선을 넘는 등 토요시장 개장 초기보다 2배 이상 값이 올랐다. 방어어장인 마라도 인근 해역에 상어떼가 출몰하면서 방어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이다. 이에 따라 연중 물량 공급이 가능한 양식 광어 등을 토요시장 판매 품목으로 선정하고 관광객 선호도 조사 등을 통해 수요자 중심의 시장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방어 위주에서 육류를 포함해 전복·해삼·소라·미역 등 판매 품목을 다양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야 “계열사 과다보유땐 재벌세”

    민주통합당이 문어발식으로 계열사를 확장하는 재벌들에 보유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재벌세’ 도입을 검토하고 나서 향배가 주목된다. 유종일 민주당 경제민주화특별위원회 위원장은 29일 국회에서 19대 총선 공약으로 제시할 재벌개혁 정책을 발표하며 재벌세 도입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억제하기 위해 무엇보다 확장에 따른 비용을 증가시켜야 한다.”며 “계열사를 과다 보유하면 보유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경제민주화특위는 조만간 재벌세 안을 확정, 당에 제안할 예정이다. 유 위원장은 “재벌에 대해 징벌적으로 보편성이 없는 과세를 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면서 “재벌이 소위 문어발식 기업 확장을 하고 법인을 과다 보유하는 데 따른 비용을 키우기는커녕 이를 유리하게 하는 측면이 있어 기존의 소득세와 법인세의 허점을 보완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재벌세의 총선 공약 도입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키로 했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근절… 손해배상·형사처벌 추진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근절… 손해배상·형사처벌 추진

    민주통합당이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에 따른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기 위해 상위 10대 재벌에 한해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 규제 부활을 추진하기로 했다. 민주당 경제민주화특별위원회는 29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출총제 부활 ▲일감 몰아주기 근절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보완을 총선 공약으로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재벌들에 계열사 확장에 따른 보유세를 부과하는 이른바 ‘재벌세’ 도입 여부도 검토하기로 했다. 민주당의 파격 행보는 한나라당이 최근 ‘경제민주화 실현’을 목표로 재벌개혁 의지를 보이고 있는 데 맞서 경제정책에 대한 선명성을 부각시키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민주당의 출총제 부활 방안은 상위 10대 재벌에 한해 출총제를 부활하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출자총액을 순자산액의 40%까지 인정하는 것이다. 대신 동종업종 투자 등 불필요한 예외규정은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상위 10대 재벌에 소속된 기업에는 자산 규모와 상관없이 출총제를 적용할 계획이다. 순자산액 대비 출자총액 한도는 법이 도입된 1987년 4월 40%였으나 1994년 25%으로 강화됐다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부채비율 감축과 구조조정을 유도한다는 명분하에 폐지됐다. 이후 재벌개혁이 본격화되면서 2001년 4월 25%로 부활했다가 2007년 4월 출자총액 한도 40% 상향조정 과정을 거쳐 2009년 3월 제도 자체가 공식 폐기됐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대기업 총수의 재벌 2세, 3세 개인회사들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를 억제하기 위해 대기업 집단에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에 대한 개별적인 상세공시 및 설명을 의무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또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게 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할 방침이다. 일감 몰아주기는 ‘과세 없는 부의 이전’으로 간주해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포괄주의’를 적용, 대주주 일가에 증여세나 상속세를 과세하는 한편 수혜자에게는 신고의무를 부여해 이를 어기면 조세포탈범으로 처벌토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민주당은 빵집, 커피숍, 옷가게 등 서민들의 ‘밥그릇’까지 위협하는 대기업들로부터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의 사업영역을 설정해 보호하기로 했다. 만약 대기업이 진입제한을 위반하면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처벌 규정을 보완할 방침이다. 국회는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을 개정해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입법화했다. 민주당은 재벌개혁 정책이 시장경제원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는 의도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용섭 정책위의장은 “재벌들도 이런 취지를 십분 이해하고 재벌 때리기라는 불평만 하거나 울며 겨자 먹기로 시정하지 말고 자기혁신 방안을 선제적으로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의 재벌개혁 움직임에 대해서는 ‘위장전술’이라고 대립각을 세웠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보편적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주장할 때 포퓰리즘으로 매도하고 폄하하며 모르쇠로 일관하던 한나라당이 선거를 앞두고 불리해지자 표를 얻기 위한 위장전술을 펴고 있다.”며 “진정성을 입증하려면 과거에 대한 솔직한 반성과 대국민 사과가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사설] 다른 재벌들도 골목상권 철수에 동참하라

    국내 최대 재벌 삼성그룹의 계열사인 호텔신라가 그제 베이커리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두번째로 큰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는 어제 구내 카페인 ‘오젠’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대기업 계열사들이 소상공인이 하는 업종에 진출하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5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재벌들이 소상공인 업종까지 하느냐.”고 강하게 질타한 게 철수의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LG그룹에서 분가한 식품전문기업인 아워홈이 순대와 청국장 판매를 중단하기로 한 것도 마찬가지다. 일부 재벌 계열사들의 고급 베이커리 사업은 주로 백화점 고객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골목상권에 직접 피해를 주는 측면은 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베이커리 사업이라는 이유로 ‘도매금’으로 매도당하는 게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재벌은 재벌다워야 한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이 빵사업을 하는 것을 납득할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동안 재벌가의 딸들이 취미삼아 베이커리 사업도 하고, 커피전문매장도 내는 것처럼 비춰져 온 것은 재벌에 좋을 게 없다. 재벌가의 딸뿐이겠는가. 자동차에 취미가 있는 재벌가 아들은 외제차를 수입하고, 옷도 수입하고, 와인·위스키를 수입하는 등 온갖 것에 손을 대고 있다. 독일제 물티슈까지 판매하려는 재벌가 사위도 있을 정도이니 더 이상 말이 필요없다. 재벌의 아들, 딸, 사위라는 이유만으로 능력도 없으면서 젊은 나이에 임원이 되고 최고경영자(CEO)가 되는 것도 모자라 소상공인이 할 만한 사업에까지 문어발식으로 진출해서야 되겠는가. 사는 게 어려울수록 상생의 정신이 더 필요하다. 다른 재벌들도 이른바 골목상권에서 철수하기 바란다. 재벌 2, 3, 4세들은 계열사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서민들을 울리는 ‘땅 짚고 헤엄치기식’ 돈벌이를 할 게 아니라 맨주먹에서 세계적인 기업을 일군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을 본받아야 한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이렇게까지 성장하게 된 데에는 재벌의 공도 결코 작지 않다. 하지만 국민 눈에 여전히 재벌이 좋게 보이지 않는 것은 상생을 외면하는 일이 종종 빚어지는 데다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지 않는 2, 3, 4세들이 많기 때문이다.
  • [커버스토리-선거와 재벌 ‘불편한 관계’] 친서민 열풍 타고 ‘재계 때리기’

    [커버스토리-선거와 재벌 ‘불편한 관계’] 친서민 열풍 타고 ‘재계 때리기’

    #1 올해처럼 총선과 대선이 같은 해에 치러졌던 1992년. 당시 14대 대선은 YS(김영삼)와 DJ(김대중)의 격돌 못지않게 ‘77세 정치 신인’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출마가 관심을 끌었다. 기업인으로서 느꼈던 국가 경영의 문제점을 직접 바로잡겠다며 정치에 뛰어든 정 전 회장은 그해 1월 통일국민당을 창당, 3개월 뒤 치러진 총선에서 31석을 얻는 파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막상 대선에서는 16.3%의 득표율로 3위에 그치며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정 전 회장은 대통령선거법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 등으로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았다. 현대그룹은 YS 정권에서 금융제재라는 시련을 견뎌내야 했다. #2 16대 대선이 치러진 2002년 대기업 총수들은 대부분 ‘외유 중’이었다. 이건희 당시 삼성그룹 회장은 대선을 보름 남짓 남긴 12월 2일 일본으로 출국했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앞서 10월 여수세계박람회 유치 활동을 위해 출국했다가 유치 실패 뒤에도 귀국하지 않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11월 말 일본에서 열린 한·일 재계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했다가 대선 때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27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올해도 선거를 앞두고 재계에 비상이 걸렸다. 정치권에 ‘친서민 열풍’이 상승 작용을 일으키면서 정·관계의 ‘재계 몰아치기’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그에 대한 대응이 기민해진 모습이 엿보인다. ‘골목 상권’ 문제가 불거지자마자 삼성과 아워홈 등 대기업들이 발 빠르게 대응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LG그룹, SK그룹 등은 정치 이슈에 대한 대응 매뉴얼을 갖추고 상시점검 체제를 가동 중이다. 출자총액제한제 등과 관련된 부분은 전경련 등이 공동 대응하지만 담합이나 골목 상권 문제 등은 개별 기업이 대응하고 있다. 삼성은 미래전략실, 현대차는 전략기획실, LG그룹과 SK그룹은 지주회사인 ㈜LG, SK㈜가 ‘헤드쿼터’(지휘부) 역할을 한다. 현안이 발생하면 여론의 흐름과 파장, 정치권 반응 등을 자세히 분석해 대응 방안을 내놓는다. 중소기업 업종에서 갑자기 철수하면서 직원들의 동요와 주주들의 소송제기(최고경영자에 대한 배임 소송) 가능성에 대한 법률적 검토 등도 이들의 몫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정치권과 재벌은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관계였다. 재벌은 정치권의 ‘돈줄’이었고, 그 대가로 정치권으로부터 각종 이권을 챙겼다. 반대로 정치권력과 궁합을 맞추지 못한 기업은 존폐의 갈림길에 서기도 했다. 정치권과 재계는 때론 대립각을 세운다. ‘권력 획득’과 ‘이윤 창출’이라는 서로의 목표가 충돌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긴장관계는 유독 총선, 대선이 함께 치러지는 해에 많았다. 정 전 회장이 대선에 출마한 것은 그 전해인 1991년 현대그룹에 대한 세무조사가 계기가 됐다. 1980년대 제5공화국에 의해 재계 서열 7위였던 국제그룹이 해체됐는데, 사실상 처음으로 재계가 정치권에 ‘대항’한 사례였다. 경제가 어려울 때는 기업에 대한 민심이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재계 단체 관계자는 “15대 대선 때도 ‘재벌이 국제통화기금(IMF) 위기의 주범’이라는 비난은 있었지만 ‘같이 살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면서 “2002년 참여정부 역시 친기업적이지는 않았지만 집권 후 우려만큼 기업들을 강하게 압박하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이런 경향은 17대 대선이 있었던 2007년에도 계속됐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그해 터지면서 ‘경제 살리기’가 여야 가릴 것 없이 대선의 화두가 됐기 때문이다. 선거철을 앞두고 정치권과 재계의 갈등은 근본적으로 정치권의 노림수가 문제일 수 있다. 재계는 재벌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의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 중소기업·소상공인 업종에 대한 무차별적인 진출 등으로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30대 기업들은 2009년부터 3년 동안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계열사를 무려 442개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해마다 증가폭도 커지고 있다. M&A 기업이 가장 많았던 CJ는 신규로 편입한 39개 계열사 중 미디어, 게임 개발, 부동산 건설, 통신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30개 회사를 사들였다. 롯데 21개, GS와 LS가 각각 16개, 효성 10개 등이다.김성곤·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2.1m짜리 괴물 붕장어 잡혔다

    ▶원문 및 사진 보러가기 몸길이 2.1m에 무게 17kg이나 나가는 ‘괴물’ 붕장어가 잡혀 화제다. 25일(이하 현지시각)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지난 22일 잉글랜드 데번 주에 있는 일프라콤 인근 해안에서 개최된 낚시대회에서 한 중년 낚시꾼이 자신의 키보다 큰 초대형 붕장어를 낚아 브리스틀해협 신기록을 달성했다. 25년 경력의 베테랑 낚시꾼 줄리안 스테이너(45)는 4년전 자신이 세운 최고 기록인 무게 12.2kg짜리 붕장어를 낚은 이래 생애 최대어를 낚았다. 키 188cm의 큰 키를 가진 이 남성은 낚시줄에 걸린 붕장어가 생각보다 너무 커서 친구의 도움으로 간신히 물밖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한다. 스테이너는 “엄청나게 큰 붕장어를 낚을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붕장어 대부분은 길고 가늘거나 짧고 두꺼운데 이 녀석만큼은 특별하다”고 말했다. 일찍이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 큰새우, 문어와 함께 ‘바다의 3대 괴물’로 칭해진 붕장어는 뱀처럼 흉측스럽게 생긴 외모 때문에 사람들이 꺼려 왔다. 하지만 생긴 모습과 달리 그맛이 뛰어나 횟감으로 자주 애용되며 국내에는 아나고란 일본말로 널리 알려졌다. 평균 90cm 정도의 몸길이에 무게는 5kg 정도인 이들 붕장어는 유럽과 북미 지역은 물론 우리나라와 일본 연안 등에도 널리 분포하고 있다. 한편 지금까지 잡힌 붕장어 중 가장 큰 것은 수년전 아일랜드에서 낚인 무게 139kg짜리 붕장어가 기네스 세계 기록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박근혜 “출총제 보완… 재벌 남용 막겠다”

    박근혜 “출총제 보완… 재벌 남용 막겠다”

    박근혜(얼굴)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폐지된) 출자총액제한제도(이하 출총제)를 보완, 재벌의 사익 남용을 막겠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이날 출입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을 막고 성장동력 확충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해 출총제를 폐지했지만 대기업들에 의해 남용되는 부분이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출총제는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기 위해 지난 1987년 처음 도입됐으며,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9년 기업의 자율 경영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폐지됐다. 박 위원장은 출총제 보완 방법과 관련, “공정거래법 개정 등을 생각 중”이라면서 “지금 이대로 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명박 대통령의 탈당 요구에 대해서는 “논의된 적이 없으며,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를 할 생각은 없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또 집권하면 현 정부에서 통폐합된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를 부활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비대위는 또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서민들이 제2금융권에서 빌린 전세자금의 대출이자를 절반 수준으로 깎아주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전세자금 대출이자 부담을 낮추는 방식은 주택금융공사가 보증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제2금융권에서 빌린 현행 14% 정도의 고금리 대출을 7% 안팎의 저금리 대출로 전환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소득 4500만원 이하 세입자가 대상이다. 비대위는 또 모든 신용카드 가맹점의 수수료를 현행 업계 최저 수준인 1.5%로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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