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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환란 15년’의 교훈/육철수 논설위원

    중국의 마오쩌둥은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槍杆子里面出政權)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하지만 요즘, 권력(힘)은 돈에서 나온다고 봐야 할 것이다. 1997년 11월 21일. 꼭 15년 전에 우리는 달러화의 위력 앞에 처참하게 무릎을 꿇었다. 이른바 ‘IMF 사태’로 불리는 외환위기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으로 간신히 살아났던 당시를 다시 떠올리는 것은 고통이다. 환란의 뒤에는 ‘금융 사냥꾼’ 조지 소로스가 숨어 있다. ‘화폐전쟁’의 저자 쑹훙빙에 따르면 소로스는 헤지펀드를 무기로 사냥감을 찾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정부 주도로 경제 발전을 구가하는 ‘아시아 경제모델’이 눈에 거슬려 공격을 결심했다. 첫 먹잇감은 태국. 1997년 7월 태국정부가 바트화를 고정환율제에서 변동환율제로 바꾼 틈을 타 공격을 단행했다. 태국은 300억 달러나 소진하면서 환율방어에 나섰으나 역부족이었다. 금융폭풍은 곧바로 인접국인 말레이시아·필리핀·인도네시아를 초토화시켰다. 우리나라는 헤지펀드의 직접 공격을 받지는 않았다. 그해 10월 홍콩·타이완 등 중화경제권이 공격받으면서 간접 영향권에 들었다. 당시 880억 달러의 외환을 보유했던 타이완은 타이완 달러를 6% 평가절하하는 선에서 선방했다. 그러나 우리는 단기 외채가 많았고,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달러화를 막으려고 11월과 12월 두달 사이에 230억 달러를 소진하고 말았다. 금고에는 달랑 38억 달러가 남아 백기를 들고 IMF에 구조를 요청하기에 이른다. 우리가 어려움을 겪을 때 일본은 도와주기는커녕 투자자금 140억 달러를 빼갔다. 철석같이 믿었던 미국정부(재무부)도 “한국이 맹방이지만 경제 빗장을 열려면 더 가혹하게 대해야 한다.”며 강공책을 폈다. 돈의 세계는 이렇게 총부리보다 더 냉혹했다. 환란을 끌어들인 데는 우리 경제 내부의 취약점도 적지 않았다. 과도한 단기 외채, 비대한 금융, 노동시장의 경직성, 문어발 재벌투자, 관치금융 등이 화를 불렀다. 국민이 금 225t을 모으고 기업 구조조정에 혈세 156조원을 쏟고서야 겨우 회생했다. 15년이 흐른 지금, 잠재성장률은 환란 때의 반토막으로 주저앉고 빈곤 인구는 2배로 늘었다. 외환보유고만 빼고 우리 경제는 온통 상처투성이다. 그런데도 대선 후보들은 온갖 복지 공약으로 장밋빛 미래를 약속한다. 복지과잉은 재정위기로 이어지고, 종국엔 금융위기를 부를 텐데 환란의 뼈아픈 교훈을 벌써 잊은 것일까.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경제] 文 “정부 법인세 인하 한나라가 주도” 安 “재벌 내부거래 끊어 골목상권 지켜”

    안-일상화된 경제위기 상황이 21세기 들어 더 심해졌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문-대체로 경제정책의 패러다임이 시대에 맞지 않게 됐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시장경제를 통해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지속적 성장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그 성장의 혜택이 골고루 나눠지지 않아 지속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한 것이다. 안-성장이 일자리와 연결되지 않는 근본적 이유는 무엇인가. 문-경제의 패러다임이 달라지면서 대기업 영업이익만 커지고, 혜택이 중산층과 서민에게 나눠지지 않는다. 거꾸로 일자리를 늘리면서 중산층 소득을 높여주고 소득으로 내수를 진작시키고 내수진작으로 경제 성장으로 다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지속가능한 방안이다. 안-금융규제가 완화되면서 오히려 실물에 비해 금융이 과다하게 커져 금융이 실물을 좌우하게 됐다. 이 부분이 중요하다. 여러 원인이 있는데 제대로 진단하고 거기에 맞는 처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그렇다. 자동화 영향도 있고 해외로 공장이 이전되는 탓도 있다. 안-청와대 재직시 법인세가 2% 인하됐다. 2007년 출자총액제한제도가 유명무실해졌는데, 정부가 왜 이런 결정을 하게 됐는지 알고 있는가. 문-당시 민정수석이어서 정책에 관여할 때가 아니었다. 법인세 인하는 그 당시 신자유주의 조류 속에서 전 세계에서 법인세 인하 경쟁이 있었다. 당시 한나라당이 주도적으로 요구했고 열린우리당이 동의해서 법인세 2% 인하가 이뤄진 것이다. 안-최장집 교수가 2005년 논문을 통해 참여정부의 집권엘리트와 경제관료 간 결합이 이뤄지면서 개혁공간이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같은 인력풀에서 경제민주화가 잘 될 수 있는지 궁금하다. 문-그때는 시대적 과제 자체가 정치적 민주주의를 더 발전시키는 것이었고 경제적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 그 시기 경제민주주의를 주장하면 좌파라는 소리를 들었다. 지금은 온국민이 요구하고 있다. 정권교체 이후에 새로운 정부가 국민들 동의 속에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아까 재벌개혁 가운데 앞으로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겠다면서 기존 출자는 그냥 재벌이 스스로 변화하기를 기다려보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안-경제민주화 정책을 만들 때 고민이 경제민주화를 위한 경제민주화가 돼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문제 되는 많은 부분을 제도적으로 보완하고, 그 부분을 통해 우리가 바라는 대로 대기업들 일자리를 늘리고 골목상권 침해를 막으면 목표 달성이 되는 것이다. 문-안 후보는 재벌의 계열분리명령제를 하겠다는 것인데 재벌 해체라는 과격한 인상을 준다는 인상을 받는다. 안-재벌에서 순환출자만 끊는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내부거래다. 그것만 잘 잡으면 해소될 수 있다. 내부거래 때문에 문어발식 확장이 계속되고 (편법)상속까지 일어난다. 내부거래 끊는 방안을 찾으면 해결될 수 있다. 그중 하나가 기존순환출자 처리 문제다. 제가 말하는 것은 삼성전자에서 빵집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분리를 해도 국민들 동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송수연기자 songsy@seoul.co.kr
  • [14일 TV 하이라이트]

    ●환경스페셜(KBS1 밤 10시) 제주시의 대표적인 조간대, 탑동. 먹돌로 가득했던 탑동 조간대에는 물질을 하는 해녀들의 숨비소리와 파도와 먹돌이 만든 자연의 하모니가 끊이지 않았다. 썰물 때면 사람들은 먹돌 사이에서 문어와 소라, 성게 등을 잡아 끼니를 해결했다. 그러나 방파제 건설을 위한 두 차례의 매립으로 인해 모두 과거가 되어버렸는데…. ●딸기가 좋아(KBS2 오후 3시 35분) 햇빛이 쨍쨍한 여름 날, 입맛을 잃은 바나나는 시원한 아이스크림이 먹고싶다며 딸기에게 아이스크림 나무가 어딨는지 알려달라고 요청한다. 하지만 딸기는 햇빛이 뜨거워 아이스크림이 다 녹아 버릴 거라며, 바나나의 말을 무시한다. 한편 풀밭에서 개똥참외를 발견한 바나나는 혼자만 먹겠다며 몰래 숨겨놓는다. ●일일연속극 그대 없인 못살아(MBC 밤 7시 15분) 가영은 어머니한테 아이를 위해 상도를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어머니는 자신이 요양원에 들어갈 테니 이혼하지 말고 집에 들어오라고 한다. 한편 현태는 인혜가 응급실에 실려올 때 지은의 팔찌를 손에 쥐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에 화가 난 현태는 지은 아버지를 찾아간다. ●SBS 대기획 대풍수(SBS 밤 9시 55분) 이한백 술사를 사칭한 것이 탄로나 끌려갈 위기에 처한 지상(지성)은 종대(이문식) 덕분에 위기를 모면한다. 이인임(조민기)은 공민왕(류태준)의 책략을 역이용해 오히려 이성계(지진희)를 궁지에 몰고 공민왕의 신임을 얻게 된다. 한편 수련개(오현정)의 함정에 빠진 지상은 우연히 반야(이윤지)와 재회하게 된다. ●다큐 10+(EBS 밤 11시 15분) 뉴질랜드 남섬에 자리 잡은 어스파이어링 산. 해발고도 3033m의 어스파이어링 산은 뉴질랜드 남섬의 척추 서던알프스 산맥에 속한 산으로 뾰족하게 솟은 피라미드 모양 정상 때문에 ‘남반구의 마터호른’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프로그램에서는 태즈먼 해를 출발해 온대강우림을 지나고 빙하를 건너 어스파이어링 산 정상으로 향한다. ●미스터리 세계를 가다(OBS 밤 10시) 마지막 한 방울의 석유를 찾기 위한 세계 각국의 각축전이 한창이다. 그중 알래스카의 국립북극야생보호구역은 미국에서 가장 큰 야생동물보호구역이자, 석유회사들이 개발하려 안달이 난 곳이다. 과연 개발은 얼마나 허용되어야 할까. 지금부터 석유가 만들어진 수백 만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본다.
  • 동족 잡아먹는 ‘육식 오징어’ 英서 배양 첫 성공

    동족 잡아먹는 ‘육식 오징어’ 英서 배양 첫 성공

    영국의 아쿠아리움이 악명 높은 ‘육식 오징어’ 배양에 성공했다고 밝혀 눈길을 모으고 있다. 잉글랜드 도싯주의 해양생면센터 아쿠아리움은 일본 흰오징어(학명 Sepioteuthis lessoniana·또는 흰꼴뚜기) 새끼 35마리를 특수 제작한 수조와 인공 환경 하에서 배양하는데 성공했다. 이 흰오징어의 가장 큰 특징은 동족을 잡아먹는다는 것. 주로 프랑크톤과 작은 새우 등을 먹고 살지만 때때로 동족을 잔혹하게 잡아먹는다는 이유로 ‘악명 높은 육식 오징어’라 부르기도 한다. 또 엄청난 성장속도를 자랑하는데, 태어날 때에는 2㎜안팎의 작은 크기지만 6개월 사이에 30㎝까지 자란다. 다른 생물에 비해 성장속도가 매우 빠른 만큼 많은 양의 먹이 공급이 필요하며, 주 식량원들보다 빨리 자라기 때문에 먹이가 부족해져 생존이 쉽지 않다. 야생에서는 100마리 중 단 1마리만 살아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양생명센터 아쿠아리스트들은 수족관에서 막 태어난 일본 흰오징어 35마리를 다른 두족류(오징어, 문어, 꼴뚜기 류의 일종)를 분리해 사육중이다. 전문가인 그레그 캐스턴은 “동족을 잡아먹기로 유명한 ‘악종’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며, 다른 오징어 류 등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의 목표는 이 동물의 생활주기를 완벽하게 파악해 개체수를 늘리는 것”이라며 “이 잔인한 새끼 두족류가 어떻게 자라는지 자세히 관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흔하지 않은 안동 그 소소한 맛과 멋

    흔하지 않은 안동 그 소소한 맛과 멋

    흔하지 않은 안동 그 소소한 맛과 멋 경상북도 안동에 다녀왔다. 안동 하면 즉각적으로 따라붙는 하회마을은 들르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지거나 비교적 새로 생긴 곳들을 주로 둘러봤다. 한국을 대표하는 양반 마을을 논외로 하더라도 안동에는 볼거리가 쏠쏠했다. 물론 퇴계 이황을 배향하는 도산서원을 찾아 선생의 덕을 추모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노중훈 1 신세동 벽화 마을. 생기 없던 마을은 3년 전 벽화가 그려지기 시작하면서 한결 밝아졌다 2 벽화 마을 초입의 마싯타 카페. 원래 구멍가게가 있던 자리에 두 달 전 문을 열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벽화로 거듭난 마을 점심 무렵, 안동에 도착했다. 허기를 느낄 정도는 아니었지만 속이 출출했다. 어디를 가나 배꼽시계는 근면하고 성실했다. 안동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시장인 구시장에 들어섰다. 서문 부근에 찜닭 전문 식당들이 많았다. 그중 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일하는 분이 ‘순한 맛, 보통 맛, 매운맛’ 중 하나를 고르라고 했다. 매운맛을 먹고 싶었으나 “정말 맵다”는 아주머니의 반응에 보통 맛을 주문했다. 조언 한 가지. 매운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매운맛을 시켜야 한다. 보통 맛은 입속의 점막을 자극하지 않는다. 토막 난 닭고기와 당면, 감자 등이 수북하게 쌓인 접시가 상에 올랐다. 매콤하고 달콤하고 간간한 찜닭은 익숙한 맛이었고, 익숙해서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었다. 구시장에서 신세동까지 걸었다. 신세동은 안동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지만 오랫동안 세월의 적막을 경험해야 했다. 택시조차 들어가기를 꺼려하는 달동네였다. 변화는 3년 전 찾아왔다. 안동대 출신의 예술팀이 마을에 벽화를 그리고 조형물을 설치한 것이다. 처음에 데면데면하던 주민들도 마음을 열고 ‘마을 꾸미기’에 동참했다. 그 결과 신세동은 화사한 얼굴로 거듭났다. 몇몇 주민은 벽화의 모델이 되어 주었다. ‘복덩이 할머니’로 불린다는 김화순 할머니와 손자, 그리고 옆집 여자아이가 옥탑방 건물 벽면의 대형 초상화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 골목으로 접어들면 철가방을 든 채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동네 중국집 배달원이 담벼락에 그려져 있다. 오르막길의 흰색 담장에서는 중년 혹은 초로의 사내가 얼굴에 은은한 미소를 띠고 있다. 동네에서 마주친 한 어르신께 “할머니 얼굴은 왜 없어요?‘라고 여쭈자 ”저기 아래로 내려가서 모퉁이를 돌면 내 얼굴도 볼 수 있다“며 수줍어하셨다. 벽화 마을 초입, 그러니까 동부초등학교 바로 앞에는 손바닥만한 카페가 자리했다.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인도풍의 그림부터가 범상치 않았다. 이곳은 원래 30여 년간 구멍가게가 있었던 자리라고 한다. 범상치 않은 외모의 카페 주인은 과자나 라면 등을 올려놓던 가게 선반을 그대로 남겨두었다. 여기에 자신이 갖고 있던 소품들과 추억의 물건들을 적절하게 배치했다. 그랬더니 창업에 드는 비용이 150만원에 불과했다. 게다가 월세는 겨우 10만원이다. 하지만 제일 부러웠던 것은 그의 눈썰미와 인테리어 감각, 그리고 여유로운 삶의 태도였다. 마을 구경을 마치고 다시 시내로 돌아와 땀도 식히고 다리쉬임도 할 겸 맘모스제과의 문을 열어젖혔다. 맘모스는 지난해 미슐랭 가이드가 별 세 개를 부여하면서 새삼 화제를 모았지만 이미 40년 가까이 안동 시민들의 ‘궁금한 입’을 책임졌던 전통의 빵집이다. 세월의 흐름과 사람들의 기호에 복속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만 생각보다 세련된 외부 모습과 내부 분위기는 좀 아쉽기도 했다. 단팥빵, 블루베리 파이, 맘모스 빵 등을 사서 한 입씩 베어 물었더니 까까머리 중학교 시절, 같은 반 친구의 부모님이 운영하던 동네 제과점의 풍경이 떠올랐다. 제과점을 나올 때 마음속에 따뜻한 물이 차올랐다. 학문의 길이 막히면 길을 걸었다 도산서원은 학창 시절 단골 시험 문제였다. 출제자들은 도산서원이 세워진 내력과 사액서원으로서의 의의, 퇴계 이황의 발자취 등을 무던히도 물어봤던 것 같다. 문화해설사의 꼼꼼한 설명을 길라잡이 삼아 도산사원의 안팎을 차분하게 들여다보았다. 강당인 전교당, 기숙사인 농운정사, 서고인 광명실, 한석봉이 썼다는 편액, 퇴계가 유난히 아꼈다는 매화나무 등은 시간 여행을 위한 매개물이었다. 도산서원은 익숙했지만 예던길은 낯설었다. 예던길은 퇴계가 도산서원과 청량산을 오가면서 걸었다는 오솔길이다. 강변을 끼고 있는 개인 소유의 땅에 접근할 수 없어서 길은 현재 온전하지가 않다. 길의 허리가 뚝 끊긴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강을 돌아가는 산길을 새로 놓았지만 예전 강변길의 운치를 따라잡을 수는 없을 것이다. 어쨌든 퇴계는 학문의 이치를 구하다 ‘생각의 길’이 막힐 때마다 예던길을 소요했다고 한다. 후학 양성에 진력했던 성리학의 대가는 일평생 자문자답을 멈추지 않았다. 하루해가 저물었다. 밤이 찾아오면 더욱 아름다워진다는 월영교로 차를 몰았다. 안동댐 아래 물길을 가로지르는 다리는 교각은 콘크리트로, 상판은 나무로 되어 있었다. 다리가 수면에 비치는 모습이 나름 운치 있었다. 사람들은 다리 중간쯤에 놓인 팔각 정자 월영정에서 살랑바람을 맞았다. 그날 밤 영월교의 낭만을 더욱 북돋워 줄 밤안개는 끝내 피지 않았다. 저녁 식사는 문어숙회로 갈음했다. 문어 내장이 별도로 제공됐다. ‘먹물 맛’이 고소했다. 울진 후포항에서 올라온 쫀득쫀득한 문어를 적당하게 썰어 소주 몇 잔과 함께 입 안에 털어 넣었다. 이튿날 아침, 안동에 산재한 다양한 박물관 가운데 산림과학박물관을 노크했다. 문패에 걸맞게 나무와 숲, 생태계에 관한 자료들이 꼼꼼하게 전시돼 있었다. 화요일 오전, 박물관은 적막했다. 거대한 박물관을 온전히 소유하고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묘했다. 박물관 주변을 산책했다. 탐방로가 잘 조성돼 있었다. 이름 모를 나무들과 야생화들에게 눈인사를 건넸다. 연못은 물낯이 보이지 않을 만큼 수많은 연잎을 들쓰고 있었다. 성곡동의 온뜨레피움은 열대식물과 허브의 천국이었다. 아이들을 위한 체험 공간이 마련돼 있어 가족 단위 나들이객에게 적합해 보였다. 안동을 떠나기 전 운흥동의 갈비 골목에서 늦은 점심을 해결했다. 생갈비의 맛도 준수했지만 고기를 다 먹을 즈음 나오는 두 가지의 찌개가 인상적이었다. 갈비뼈에 김치와 감자를 넣고 끓여낸 갈비김치찌개와 우거지를 듬뿍 넣은 된장찌개는 ‘고기 먹은 후 냉면’이라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전혀 생각나지 않게 해주었다. 김치찌개는 달착지근한 반면 된장찌개는 구수하고 시원했다. 밥 한 공기 반을 후딱 해치웠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 내내 배가 든든했다. 1 매표소에서 도산서원으로 이어진 길 2 아이들이 창밖을 내다보는 신세동의 벽화 3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별 세 개를 받아 화제를 모았던 맘모스제과 4 간고등어, 헛제삿밥과 더불어 안동이 자랑하는 구시장의 찜닭 5 운흥동 갈비 골목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ie info 찾아가기 중앙고속도로 서안동 IC를 이용하면 된다. 서울 출발을 기준으로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먹거리 안동찜닭을 먹은 곳은 구시장의 위생찜닭(054-852-7411)이다. 2~3인용 2만5,000원, 4~5인용 3만8,000원. 옥동의 오렌지향기(054-852-3559)는 문어숙회와 굴, 두 가지 메뉴만을 취급한다. 굴은 겨울철에만 내놓는다. 문어는 간장과 고추장, 두 가지 소스에 찍어 먹는다. 2만3,000원. 운흥동에 자리한 백조숯불갈비(054-859-4988)의 생갈비는 1인분에 1만9,000원. 밑반찬도 정갈하다. 숙박 안동호반자연휴양림(054-855-8687)을 추천한다. 한옥과 초가집 형태의 숙박 시설에 종갓집, 처갓집 등의 이름이 붙어 있다. 방 세 개가 있는 처갓집은 비수기 기준으로 1박에 6만원이다. 각 방마다 화장실이 딸려 있어 편리하다. 주변 환경도 고즈넉하다. * 9월28일부터 10월7일까지 탈춤공원과 하회마을 일대에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www.maskdance.com)이 열린다. 세계 각국의 탈춤 공연을 비롯해 다채로운 체험 행사가 곁들여진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노벨 경제학자의 한국경제 카운슬링

    “경제학자는 어려운 사람이 있어도 시원하게 돕자는 말을 할 수 없다. 우물쭈물하다가 경제학자가 주로 내놓는 대답은 ‘돕는 데 얼마나 돈이 들까?’라든지 ‘정말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어렵나?’ 하는 식이다. 상황이 이러니 일반인에게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들로 비칠 수 있다.” 그러니까 형식 논리에 치우친 법학의 ‘리걸 마인드’처럼 ‘경제학 프레임’이란 것도 좀 재수 없게 보이겠지만 이해해 달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묻고, 노벨경제학자가 답하다’(한순구 지음, 교보문고 펴냄)는 경제학 프레임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경제이론을 끌어왔다. 보기에 따라 가벼운 입문서랄 수도 있지만, 우리 현실을 능숙하게 가져다 대는 저자의 솜씨 때문에 흥미롭게 읽힌다. 가령 요즘 한창 말들이 많은 경제민주화 이슈의 쟁점 가운데 하나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착취 문제다. 저자는 이 문제를 2009년 수상자 올리버 윌리엄슨 캘리포니아대 교수의 ‘홀드업’ 개념, 1991년 수상자인 로널드 코스 시카고대 교수의 ‘거래비용’으로 설명한다. 중소기업 업종에 대기업이 진출하고 착취적 계약 관계를 맺는 것을 두고 거래비용을 줄이고 홀드 업을 피하기 위한 합리적 선택이라고 설명하는 쪽이다. 문어발식 확장과 사업 다각화의 기준이 될 법하다. 또 최근 유럽 재정 위기를 이미 1961년 이론적으로 예언해 1999년에 상을 받은 로버트 먼델 컬럼비아대 교수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널리 알려졌듯 통화만 통일하고 재정을 분리해 놓은 것이 위기의 원인이다. 저자는 이를 우리 상황으로 가져온다. 지방자치정부의 재정난 문제다. 유럽 위기 해법이 재정통합이듯 저자는 “(지방자치정부의) 재정 정책도 중앙정부의 규제를 받을 수 있도록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때문에 FTA의 실효성을 두고 말들이 많았다. 이 문제는 비교우위를 새로운 각도에서 조망한 2008년 수상자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의 주장을 찾아보면 된다. “인구가 적고 경제 규모도 작은 국가가 자유무역을 할 때는 자칫 다른 국가와 경제적 격차가 커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우울한 결론이 나온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은 게임이론에 돌아갔다. 마침 저자도 게임이론 전공자다. ‘내시균형’, ‘메커니즘 디자인’, ‘비협조적 게임 이론’ 등 게임이론에 대한 설명도 풍부하다. 1만 4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경제민주화 정책 대해부] (2) 고속성장의 그림자-재벌 문제점은

    [경제민주화 정책 대해부] (2) 고속성장의 그림자-재벌 문제점은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 한국을 대표하는 두 대기업집단(그룹)이 경영 세습과 후계구도를 공고히 하는 과정에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시가총액 290조원에 달하는 초거대·우량 기업의 후계자로 올라서는 데 들인 돈은 고작 16억원대였다 아버지 이건희 회장에게서 받은 60억원에 대한 증여세 명목이다. ●적은 돈으로 경영권 세습 널리 알려진 대로 이 사장의 ‘후계대로’는 탄탄대로였다. 이 사장은 이 종잣돈으로 매입한 삼성엔지니어링 등 계열사 주식은 그가 사자마자 상장되면서 막대한 시세차익(550억원)을 안겨주었다. 여기서 나온 돈으로 1996년 삼성에버랜드가 발행한 전환사채(CB)를 주당 7700원에 인수한 뒤 주식으로 전환, 에버랜드 지분 25.1%를 획득하면서 사실상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달랑 에버랜드 지분만으로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이른바 재벌의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가 그 비결이다. 순환출자는 A, B, C 등 세 기업이 있을 때 A가 B에, B는 C에, C는 다시 A에 출자를 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하면 A는 적은 지분으로 B와 C를 장악할 수 있다. 에버랜드는 삼성 순환출자 고리의 정점에 있는 기업. 이 때문에 에버랜드 대주주인 이 사장이 사실상 삼성그룹 전체를 휘하에 두는 일이 가능해진 것이다. 재벌그룹이 거미줄처럼 얽힌 순환출자를 해온 배경에는 부와 경영권을 보다 쉽게 대물림하겠다는 편의주의가 작용했다. 삼성은 현재 15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롯데가 가장 많은 19개의 고리를 가지고 있으며, 현대차 2개, 한진그룹 6개 등이다. ●“땅짚고 헤엄치기식 사업” 비난 이렇게 자리를 잡은 후계자들에게는 또 다른 지원이 기다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일감 몰아주기.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의 일감 몰아주기로 벌어들인 수익은 ‘기네스감’이다. 정 부회장이 지분을 소유한 현대글로비스의 매출은 모기업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2001년 1985억원에서 2011년 5조 8340억원으로 10년 새 29배나 뛰었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2001년과 2002년 총 30억원을 출자한 게 전부다. 그러나 정 부회장은 2004년에 지분 일부를 매각해서 850억원을 벌었고, 10년 동안 389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현재 그가 보유한 주식가치는 2조원에 달한다. 대다수 경제전문가는 이른바 재벌개혁, 경제민주화를 촉발시킨 ‘사건’으로 이 두 가지를 꼽는다. 1~2세 경영인들은 경제발전과 궤를 함께해 왔다는 측면에서 어지간한 편법 행위는 국가와 국민의 암묵적 용인을 받았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가 최근 삼성 사장단 강연에서 “역사적으로 재벌이 이만큼 커 온 데는 국가 차원의 보호와 지원이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사회적 대타협을 촉구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그럼에도 재벌가의 자녀들 중 일부는 가족의 돈과 네트워크를 등에 업고 사업체를 하나씩 꿰차면서 최근 몇 년 새 대기업 계열사가 급격히 늘었고, 손대는 업종 또한 증가했다. 10대 그룹의 계열사 수는 2005년 4월 347개에서 올해 4월 583개로 늘었다. 7년 새 236개, 한 해 평균 33.7개씩 급증했다. 진출한 업종 또한 2001년 39개에서 2011년 말 56개로 10년 만에 43.5%가 늘었다. ●“미국이라면 기업분할 명령 내려져” 박승록 착한자본주의연구원 대표는 “2~3세 세습이 계속되는 동안 범삼성·현대·롯데·LG 등 4대 재벌 가문이 상장사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1년 50%를 넘어섰을 정도로 경제력 집중도가 심화됐다.”며 “미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오래전에 기업분할명령제(계열분리청구제)가 내려졌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업적 연관성이 없는 무차별 ‘문어발’ 확장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삼성, 롯데, 현대, LG, SK 등 웬만한 대기업은 커피·빵집, 떡볶이, 순대 등을 파는 외식업에 진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낳았다. 또 명품과 자동차 등 소비재 수입에만 열을 올려 ‘땅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사업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워런 버핏이 가문의 부를 이어받은 이들을 ‘운 좋은 정자클럽의 멤버들’(lucky sperm club)이라고 폄하하면서 미국은 능력 위주의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현재 한국의 상황에 더 들어맞는 얘기다. 재벌의 시장 지배력이 커 가는 사이 기회를 박탈당한 서민들의 삶은 쪼그라들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최근 조사한 결과 자영업자의 절반은 창업한 지 3년도 안 돼 문을 닫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 후 소득은 창업 전보다 평균 16.2% 줄어들었다.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공정 경쟁이다. 기업이 일감 몰아주기로 일자리 창출 등의 낙수 효과를 일으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재벌 3~4세들이 한참 앞선 출발선에 있다는 사실은 반감을 낳기에 충분하다. 박 대표는 “3~4세 경영세습 이후 재벌그룹의 성과들이 계열사 내에서만 돌고 다른 하청기업으로 이전되거나 사회적으로 공유되지 못하고 있다.”며 “재벌개혁을 통해 낙수 효과를 회복하고 다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업 생태계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바다사자 vs 대형 문어 ‘필사의 혈투’ 포착

    바다사자 vs 대형 문어 ‘필사의 혈투’ 포착

    배고픈 바다사자와 대형 문어의 ‘한판 승부’가 포착돼 눈길을 모으고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이 공개한 이 장면은 호주의 전문 촬영팀이 바다사자 한 마리의 움직임을 따라 이동하던 중 포착한 것으로, 바다사자가 문어를 공격해 잡아먹으려는 모습이 공개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암컷 바다사자는 홀로 있는 문어 한 마리를 발견하고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곧장 공격을 시작했다. 문어는 먹물을 마구 뿜어내며 바다사자의 후각을 흐려 놓는 등 포식자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하지만 바다사자는 문어보다 빠르게 헤엄쳐 결국 문어의 다리 하나를 입으로 무는데 성공했다. 바다사자는 문어를 통째로 입에 넣지는 못했지만, 다리 하나에 만족한 듯 뭍으로 올라와 휴식을 취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 측은 “바다사자와 문어의 쫓고 쫓기는 수중 싸움을 포착하기란 매우 드물다.”면서 “두 동물의 생생한 추격전을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동영상 보러가기(클릭)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삼성·LG ‘40년 전쟁’] 경쟁 먹고 큰 두 공룡… TV·반도체·휴대전화 시장 ‘코리안 신화’

    [삼성·LG ‘40년 전쟁’] 경쟁 먹고 큰 두 공룡… TV·반도체·휴대전화 시장 ‘코리안 신화’

    삼성과 LG의 경쟁 과정은 대한민국 산업 역사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그룹은 반세기에 걸쳐 경쟁을 펼치며 전자산업을 중심으로 주요 분야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지난 수십년간 두 그룹은 서로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경주해 왔다. 하지만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돼 본래의 목적을 상실한 채 의미 없는 이전투구의 소모전을 벌인 측면이 없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싸우면서 커 온 삼성과 LG “왜 금성사(현 LG전자)를 경쟁자로 생각하느냐. 우리 경쟁자는 소니, 마쓰시타, 인텔 같은 회사다. 이제부터 금성사에 대해서는 내 앞에서 말도 하지 마라. 보고도 받지 않겠다. 나는 금성사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 내 생각으로는 삼성전자는 조(兆) 단위 이익이 나야 한다. 올림픽 풀스폰서 정도는 돼야 한다.” 1987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취임 직후 직원들에게 강조한 말이다. LG를 더 이상 경쟁 대상으로 여기지 말라는 선전포고다. 하지만 삼성과 LG는 지금까지도 서로를 벤치마킹하고 경쟁하며 성장하고 있다. 반도체와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평판TV 등이 그랬다. 싸우면서 성장한 대표적인 사례가 TV다. 특히 브라운관TV에서 평판TV로 넘어가는 시기에 두 회사는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세대 경쟁에서 TV 판촉전에 이르기까지 어떤 양보도 용납하지 않으면서 숱한 경쟁 신화를 만들어 냈다. 이러한 경쟁의 결과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006년 세계 TV 시장에서 나란히 1, 2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과거 ‘트리니트론 TV’로 유명한, TV에서 영원히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았던 소니 등의 일본 업체들을 넘어서는 기적을 만들어 냈다. 현재 디스플레이 및 2차 전지 분야에서도 같은 식으로 세계 1위 싸움을 하고 있으며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역시 전 세계에서 삼성과 LG만 55인치 대형 제품을 내놓은 상태다. 박원규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는 “1960년대 대한민국 상위 10개 그룹 가운데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살아남은 곳은 삼성과 LG뿐”이라면서 “수십년간 서로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온 점이 오늘날 눈부신 발전을 이룩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이 됐다.”고 평가했다. LG전자 관계자도 “지난해 두 회사가 벌였던 3차원(3D) 입체영상 TV 논쟁만 해도 우리 업체끼리 세계 가전 시장의 표준을 정할 정도로 성장했다는 점을 반영한다.”면서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이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1등주의·인화 내세운 기업 슬로건 서로 모방 특히 두 기업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을 거듭했다. 대표적인 것이 ‘1등주의’와 ‘인화’다. 1990년대 LG는 ‘미래의 얼굴’ 로고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사랑해요, LG.” 광고는 고객들에게 그룹의 따뜻한 이미지를 알리는 데 기여했다. 같은 시기 삼성은 “세상은 2등을 기억하지 않습니다.”와 같은 일등주의를 강조하는 광고를 내보냈다. 그러다가 “사랑해요, LG.” 광고가 인기를 얻자 삼성도 콘셉트를 바꿔 친근한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삼성은 “신뢰할 수 있는 친구, 삼성”, “또 하나의 가족” 등의 슬로건을 사용해 일류, 첨단, 최고 등의 이미지를 친화와 신뢰의 콘셉트로 바꾸기 시작했다. 반면 LG그룹은 2002년 시무식부터 “1등 LG”라는 새로운 모토를 선보였다. 과거 삼성이 내걸었던 세계 일류 광고와 비슷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특히 2010년 구본준 부회장이 LG전자에 부임하면서 LG전자는 “1등 합시다”라는 슬로건을 쓰고 있다. 두 그룹이 순서만 바뀌었지 비슷한 브랜드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다. ●1960년대 상위 10개 그룹 중 2곳만 생존 반면 두 회사의 경쟁이 지나치게 가열된 나머지 본래의 목적을 상실한, 의미 없는 이전투구의 소모전을 벌인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우선 삼성의 전자산업 진출 당시 삼성과 LG가 자신들이 갖고 있던 언론매체를 활용해 상대방을 비난했던 것은 지금까지도 대표적인 경언(經言) 유착 사례로 거론된다. 당시 삼성은 J신문사를 통해, LG는 부산 지역 신문인 K사를 통해 자사 입장을 대변하며 여론전에 나섰다. 삼성은 당시 “생산량 대부분을 수출하겠다.”는 전제를 내걸어 전자산업 진출 허가를 받아냈다. 이는 ‘수출만 한다면’ 재벌들이 어떤 분야에라도 진출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삼성의 전자산업 진출이 재벌들의 문어발식 확장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부정적 분석도 내놓는다. 전직 LG전자 창원공장 직원은 “삼성TV가 있는 음식점을 부서 회식 자리로 잡게 되면 해당 사원은 상사에게 따귀를 맞기도 했다.”면서 “그건 삼성 쪽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디스플레이의 경우 두 회사는 방식도 다르고 주력 패널의 크기도 다르다. 한때 정부가 이 같은 대결구도를 깨기 위해 양측에 교차 구매에 나설 것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두 진영은 물류비 부담을 감수하면서 타이완 업체의 패널을 공급받고 있다. 두 회사가 자존심을 걸고 과당 경쟁을 벌이면서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떨어지는 경쟁 업체들의 설 자리까지 빼앗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문섭 계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과 LG가 거의 모든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기 위해 출혈 경쟁과 입도선매를 마다하지 않으면서 기술이 뛰어난 전문 업체들이 대부분 설 자리를 잃고 무너졌다.”면서 “이 때문에 한국 전자업계는 사실상 삼성과 LG 두 곳만 살아남아 다양성이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길섶에서] 한·중 치어 방류/오승호 논설위원

    우리가 먹는 생선 가운데 토종은 얼마나 될까. 올해 상반기 한 대형 마트 수산물 코너에서 판매되는 수입품 비중은 48.8%나 된다고 한다. 내년에는 절반 이상을 차지해 토종을 누를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남획으로 대구와 명태 등 한류성 어종이 사라지고, 치어마저 씨가 마르다 보니 피시플레이션(Fisheries+Inflation)이란 용어가 나올 정도다. 칠레, 노르웨이, 페루, 에콰도르 등지에서는 고등어, 연어, 문어, 새우 등을 들여온다. 아프리카산 갈치와 민어도 식당에 많이 보급된다. 민어는 전체 수입물량의 70%가 세네갈, 기니, 시에라리온 등 아프리카 3국 산이다. 아프리카 사막 먼지가 수산물 식중독의 중요 원인인 세균 증식을 일으킬 수 있다는 보고서도 있다. 바닷물에서 발견되는 유해 세균이 사하라 사막의 먼지로 인해 증식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중국이 11일 제주도 연안에서 돌돔, 개볼락, 참조기 등 치어 10만여 마리를 방류했다. 수산자원을 잘 관리해 식탁에 국산 생선이 많이 올라오길 기대한다. 오승호 논설위원 osh@seoul.co.kr
  • 포스코 계열사 통·폐합 확대

    포스코 계열사 통·폐합 확대

    포스코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계열사 구조조정의 폭을 확대하고, 시기도 당초보다 앞당긴다. 국내 기업집단(그룹)의 ‘문어발 확장’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포스코가 자회사 통·폐합에 나서면서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기업들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스테인리스강 계열사인 포스코AST는 우선 포스코NST를 인수, 내년 1월에 합병회사로 출범하기로 했다. 포스코AST는 또 다른 관련 업종 자회사인 뉴알텍, 포항·광양·군산SPFC도 곧 합병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다른 대표 계열사인 포스코에너지, 포스코엠텍, 포스코P&S 등도 부실 자회사 인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플랜트 관련 상장사인 성진지오텍은 지난해 569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유망 분야인 만큼 포스코플랜텍을 흡수해 덩치를 키우기로 했다. 포스코는 연말까지 71개 계열사(손자회사 포함) 중 자본잠식이나 단기순손실 상태에 있거나 업무가 중복된 10여곳을 정리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그 정리대상 기업을 16~18개로 늘리고, 조정 시점도 조금 앞당기기로 한 것이다. 한편 세계 철강업계는 장기불황의 여파로 지난 1일 일본 내 1위 철강사 신일본제철과 3위사 스미토모금속공업이 전격적으로 사업체를 통합하고 ‘신일본제철스미토모㈜’로 새롭게 나섰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도시계획·건축위원 연임횟수 등 제한을”

    모 대학 A교수는 강원도 B자치단체의 도시계획위원을 27년째, 건축위원은 19년째 초장기 연임하고 있다. C교수는 경기도 D시의 건축위원회 위원을 1995년 이후 지금껏 17년째,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은 2001년 이후 12년째 장기 연임 중이다. 경기지역의 또 다른 한 건축과 교수는 지역 내 10개 기초단체의 도시계획 및 건축위원회 위원으로 ‘문어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 도시계획이나 건축심의를 통과하려면 누구한테 로비를 해야 할지 답이 정해져 있는 셈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31개 지방자치단체의 도시계획 및 건축위원회 운영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9일 밝혔다. 지역의 각종 개발사업의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심의기구인 도시계획위원회와 건축위원회 위원을 특정인이 수십년째 연임하면서 로비나 특혜 소지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권익위는 “지자체 내부 방침에 순응하는 위원은 대체로 장기 연임시키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외부 민간위원을 위촉하면서 자격기준 없이 일방적인 특혜를 준 사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E구청장은 처남을 도시계획 및 건축위원회, 건축민원조정위원회의 위원으로 앉혔다. 의도적으로 안건에 대한 재심의를 반복함으로써 로비를 유도하는 의혹 사례도 많았다. 인천지역 한 지자체의 건축위원회는 특정안건을 3년간 7차례나 반복 심의하면서 매번 새로운 조건을 부과해 부결했다. 한 광역시에서는 조건부 가결과 재심의 비율이 무려 85%에 이르렀다. 위원들이 수주 업무의 당사자여서 ‘짬짜미’ 소지가 큰 것도 문제였다. 권익위는 “해당 지역의 건축사, 기술사, 용역회사 임직원 등 건설 수주업무 종사자가 심의위원으로 다수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건축사, 기술사 등 현업 종사자의 위원회 참여 비율이 서울 F구는 72%나 됐다.”고 지적했다. 현행 국토계획법에는 위원회의 회의록 공개를 6개월 이내로 하도록 조례 개정을 하게 돼 있으나 이를 지키는 지자체는 전무했다. 이에 권익위는 위원의 연임 횟수와 자치단체 간 중복 위촉을 제한하는 등 도시계획 및 건축위원회 운영의 부패방지 방안을 마련, 국토해양부와 247개 지자체에 권고했다. 권고안에 따르면 위원회 구성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세부 심사기준을 만든 뒤 공모와 외부 추천방식을 통해 민간 심의위원을 위촉하되 자의적인 내부추천은 배제해야 한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지방의원과 그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 등은 심의위원이 될 수 없다. 심의위원회 회의록 공개도 의무화되며 부패행위를 한 위원에 대한 처벌 규정도 강화된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사설] 대기업 골목상권 침해 두고 볼 일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재계 순위 17위인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이 딸 정유경 부사장이 대주주인 계열사 신세계SVN의 빵·피자 사업을 주력 기업인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등이 부당지원하도록 지시한 사실을 적발하고 그제 40억 6000만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오빠인 정용진 대표이사 부회장도 여동생을 적극적으로 지원토록 지시한 내부 회의록을 공정위는 증거물로 제시했다. 그동안 재벌총수 일가의 ‘땅 짚고 헤엄치기 식’ 부당 내부거래에 심증은 있었지만 물증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 신세계SVN은 승승장구했지만 지난 한 해 동안 관련 프랜차이즈 점포 수가 200여개 감소했고, 중소 피자업체의 매출은 34% 줄었다. 경제민주화가 이번 대선의 핫이슈다. 헌법 제119조 2항에는 경제민주화를 위한 규제의 목적으로 시장지배 및 경쟁력 남용의 방지와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예시하고 있다. 1960~1980년대 경제성장을 이끈 재벌의 강점은 살리되 폐해는 바로잡자는 견지에서 출자총액 제한제 부활, 순환출자 금지, 금산 분리 등 여러 가지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여야 대선후보 캠프 간은 물론 각 경제주체 간에도 의견이 엇갈리는 대목이 적지 않지만, 재벌기업이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의 골목상권에 침투하는 탐욕스러운 행태는 막아야 한다는 데는 모두 동의하고 있다. 재벌이 가진 우월적인 지위를 남용해 생기는 왜곡된 경제질서는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데 국내 10대 재벌이 최근 10년간 집중적으로 확장한 사업분야를 조사해 보니 빵가게, 피자가게, 식당, 프랜차이즈 업체, 서점, 쌀가게 같은 대표적인 골목상권 업종 진출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재벌의 계열사 수 늘리기보다 문어발식 업종 확장이 더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 과정에서 재벌 2세, 3세 경영진의 ‘무임승차’를 돕기 위한 일감 몰아주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골목상권 지키기가 경제민주화의 첫 단추여야 한다.
  • 기이한 ‘흡혈 오징어’ 피 아닌 다른 먹이 먹는다?

    기이한 ‘흡혈 오징어’ 피 아닌 다른 먹이 먹는다?

    일명 ‘뱀파이어(흡혈) 오징어’ 라 부르는 미스터리 해양생물의 새로운 먹이습관 형태가 최초로 밝혀져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학명 Vampyroteuthis infernalis, ‘지옥에서 온 흡혈 오징어’라는 뜻의 이 해양생물은 약 100년 전 발견됐으며 지구상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해양 생물로 꼽혀왔다. 8개의 다리가 하나의 그물처럼 연결되어 있고 2개의 작은 다리가 별도로 존재하며, 검붉은 몸체와 푸른색의 큰 눈을 가졌으며 몸집 크기는 축구공과 비슷하다. 기이한 외모 때문에 ‘흡혈 오징어’라는 별칭이 붙었으며, 작은 생명체를 먹고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독특한 식습관을 가진 이 생물은 수심 1000~4000m 의 깊은 바다에서 살며, 과거 과학자들은 우연히 수면 가까이 올라온 이 오징어를 포획한 뒤 먹이습관을 알아내기 위해 내장 기관을 열었지만, 놀랍게도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다. 그러나 미국 캘리포니아 주(州) 몬터레이에 있는 몬테레이 베이 수족관의 브루스 로빈슨 등 전문가들은 살아있는 먹이를 먹는 오징어나 문어 등과 달리 이 ‘뱀파이어 오징어’는 두 개의 위협적인 조직을 이용해 유기체의 잔해들만 먹고 사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이 생물체는 먹이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대신 두 개의 긴 조직을 이용해 바다 표면에서 깊은 곳으로 가라앉은 유기체의 잔해들을 먹고 산다는 것. 몬테레이 베이 해양연구소는 깊은 바다에서 사는 생물체를 수면 밖 실험실에서 산 채로 관찰해야 하는 첫 번째 과제를 최초로 해결하고, 몇 달간 관찰한 결과 위와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미스터리 해양생물 중 하나였던 흡혈 오징어를 자세히 관찰한 결과 식습관 뿐 아니라 몸의 정확한 구조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면서 “최소한의 산소만 존재하는 상황에서도 영구적으로 생존이 가능하며, 포식자가 없어 풍부한 먹이를 섭취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나이가 많다고?… 무대선 계급장 떼고 하는 것”

    “나이가 많다고?… 무대선 계급장 떼고 하는 것”

    베르디(1813~1901)의 대표작 ‘라 트라비아타’는 우리나라에서 맨 처음 공연된 오페라다. 프랑스 파리 사교계의 꽃 비올레타와 그를 흠모한 청년 알프레도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은 1948년 서울 명동 시공관에서 ‘춘희’란 제목으로 선보였다. 오페라의 문외한이라도 ‘축배의 노래’ 한 토막은 들어봤을 만큼 수도 없이 많이 공연됐다. 그럼에도, 새달 13~14일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대극장에 올려질 ‘라 트라비아타’는 주목할 만 하다. 가수(테너)로 80여 차례 이상 주인공 알프레도 역을 소화했고, 연출자로도 30여차례 이상 ‘라 트라비아타’를 무대에 올린 베르디 전문가 박세원(65) 서울대 교수가 주인공과 연출을 맡았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을 졸업한 뒤 1982년 로마에서 유럽 무대에 데뷔했다. 이후 이탈리아, 독일, 덴마크 등에서 오페라 ‘토스카’ ‘라 트라비아타’ ‘리골레토’ 등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지난 19일 충무아트홀에서 만난 박 교수는 “(알프레도 역을 맡아) 부담된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늙은 사람들은 좀 그만하지’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냉정하게 말하면 무대에선 계급장을 떼고 하는 거다. 나이가 많다는 게 흠이 돼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라며 웃었다. 이어 “나이가 들면 성대근육의 탄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옛날 가수들이 헤비급이었다면, 요즘은 보통 체격의 테너들이 많은 것은 그만큼 과학적으로 성대구조를 연구해 근육을 효과적으로 단련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60대 중반의 나이지만 평생 술·담배를 멀리하고 ‘성대 근육’을 관리해온 그답게 자신 있다는 얘기로 들렸다. 또한 “(2003년) 서울시 오페라단장을 맡은 뒤로도 감(感)을 잃지 않으려고 무대에 꾸준히 올랐다. 이번에 알프레도 역을 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수로 도전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무대의 감을 유지해야 후배들에게 이론에 치우치지 않고 인간적인 연출 지시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지난 3월 서울시 오페라단 단장직을 그만두기 전까지 베르디의 작품에 천착했다. ‘리골레토’ ‘돈 카를로스’ 등 이른바 ‘베르디 빅5’는 세종문화회관의 3000여석을 가득 채울 만큼 인기를 끌었다. 물론 ‘새로운 도전은 하지 않고 검증된 레퍼토리를 우려먹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공존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바리톤 가수였던 베르디는 성악을 알고 오페라를 쓴 몇 안 되는 작곡가다. 그의 작품은 아무리 많이 불러도 가수의 성대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현란한 기교를 부리지 않는데도 관객들에게는 깊은 울림을 안기는 명품오페라”라고 말했다. 그는 베르디의 대척점에 모차르트가 있다고 했다. 모차르트의 오페라는 테너 파트에 기교를 너무 넣어서 경험이 부족한 학생들은 자칫 성대에 치명적인 위험을 얻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유소년 야구에서 어린 투수들의 어깨를 보호하려고 커브를 던지지 못하게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인 셈. 그는 또한 “지금껏 해왔던 것들은 싹 버리고 새롭게 해야만 혁신이나 창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몇 백 년 역사의 서양오페라를 우리가 접한 건 불과 60여년이다. 문화에서도 압축성장으로 (유럽을) 따라가려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이미 알려진 콘텐츠를 관객들이 진심으로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번 공연에서는 ‘라 트라비아타’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혀 없는 관객도 100% 이해할 수 있도록 상징적인 대목을 없애고 디테일을 최대한 살려 연출했다고 했다. 자막의 문어체식 표현도 현대적으로 풀어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물었다. 언제까지 무대에 서고 싶냐고. “더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지금 내려와도 여한은 없다. 원작에서 알프레도는 27~28세인데 (65세인) 내가 얼마나 배역의 분위기를 살리고, 관객의 몰입을 끌어내느냐가 중요하다.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70대에도 무대에 올랐지만 유명세를 등에 업는 건 의미가 없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강호동·장동건·김병만까지 SM으로… 대형기획사 몸집키우기 어디까지?

    강호동·장동건·김병만까지 SM으로… 대형기획사 몸집키우기 어디까지?

    “SM, YG, JYP 등 ‘연예 권력’에 몸담기 위해 연예인들이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줄을 서는 것이 연예계의 현실입니다.”(한 음반기획사 대표) SM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인 SM C&C(Culture & Contents)가 최근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거물급 연예인 영입, 드라마·영상 콘텐츠 제작 등으로 덩치를 키우면서 우려와 기대가 엇갈리고 있다. 아시아와 세계시장 진출 전략을 내세운 대형 기획사들의 덩치 키우기는 그러지 않아도 양극화가 심한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판도를 더욱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23일 매니지먼트 업계에 따르면 SM C&C는 지난 19일 배우 장동건, 김하늘, 한지민이 소속된 ㈜에이엠이엔티를 M&A한 뒤 같은 날 오후 개그맨 김병만, 이수근과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 SM C&C의 주가는 요동쳤다. 이미 강호동, 신동엽 등 대어급 MC들을 영입했고, SBS 수목극 ‘아름다운 그대에게’를 직접 제작하면서 방송 콘텐츠 분야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업계 반응은 엇갈린다. 한 중소 기획사 관계자는 “기획사의 힘은 곧 ‘인기 연예인을 몇 명 보유했느냐’인데 앞으로 몇 년 뒤 자본력과 마케팅 능력을 갖춘 대형 기획사와 소속 연예인만 살아남을 것”이라며 “차별화된 콘텐츠로 승부를 걸기에는 현실이 팍팍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SM C&C가 제작하는 드라마에는 소속 아이돌 연예인이 대거 투입돼 SM만의 파티로 불린다. 반면 일각에선 “대형 기획사의 전문·분업화된 시스템과 힘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 “한류를 이어가기 위해선 규모의 경제도 필요하다.”고 반박한다. 어려운 시기를 겪었던 강호동, 타블로, 싸이 등이 울타리를 찾아 대형 기획사인 SM C&C와 YG엔터테인먼트 등에 둥지를 튼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대형 기획사의 문어발식 영업 확장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주식시장의 평가도 냉혹하다. 대거 코스닥 상장에 나서며 연예 비즈니스 활동에 의한 수익보다 펀딩과 차익 실현에 더 열을 올린다는 우려 탓이다. 실제로 SM과 YG를 제외한 대형 기획사들의 영업 실적은 초라하기만 하다. 대형 기획사들이 최근 제작사를 설립해 일선에 뛰어든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자사의 스타 연예인들을 독점적으로 활용,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제작·유통업을 확보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렇게 불거진 독과점 폐해는 수년 전부터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몇몇 메이저 기획사의 방송 프로그램 독식과 출연진 편중, 스타 연예인의 출연료 급등 등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중소 기획·제작사와 이들에 소속된 연예인들에게 돌아간다. 거대 스폰서인 대기업들의 시선도 대형 기획사로만 쏠린다. SM이 대형 카드사와 공동 상품개발에 나섰고, YG는 공동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기획사 간 ‘돈싸움’이 부의 편중을 불러오는 이유다. 한 중소 기획사 관계자는 “아이돌 그룹을 한 팀 만드는 데 노래·안무·레슨비 등 매달 수천만원이 든다.”면서 “월세조차 버거워 사금융 대출에 의존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연예인 홀로 독자적인 행보를 걷는 1인 기획사의 등장은 신선하게 받아들여진다. 가수 서인영의 ‘서인영 컴퍼니’, 울랄라세션의 ‘울랄라 컴퍼니’, 배우 한은정의 ‘제이엔픽’ 등이다. 규모는 작지만 오랜 기간 같이 해 온 ‘식구들’과 함께 입지를 다지면서 기존 시스템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Weekend inside-웹툰의 세계] 웹툰에 빠지다, 초딩부터 직딩까지 ‘드르륵’… “내 얘기랑 똑같네” 공감

    [Weekend inside-웹툰의 세계] 웹툰에 빠지다, 초딩부터 직딩까지 ‘드르륵’… “내 얘기랑 똑같네” 공감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마다 리트위트와 공유가 넘쳐난다. 최고의 인기 캐릭터인 ‘장그래’가 포털사이트 다음에 등장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한국기원 연습생 출신으로 입단에 실패한 장그래는 ‘원 인터내셔널’이라는 종합상사에 낙하산으로 입사한다. 사회생활 경험도, 관련 공부도 해본 적이 없는 그의 회사생활이 결코 순탄할 리 없다. ‘이끼’로 이름을 날린 윤태호 작가는 장그래의 회사생활과 인생을 그가 가장 잘하는 바둑에 비유해 보여준다. 장그래는 회사생활을 하는 내부인이자, 회사를 바둑판처럼 내려다보는 외부인이기도 하다. 장그래가 억울한 일을 겪으면 독자들은 흥분하고, 멋지게 일을 해결하면 모두 환호한다. ‘곤마’ ‘복기’ 등 전문적인 바둑 용어들도 술술 읽힌다. 직장인 정명기(39)씨는 “처음엔 바둑에 인생을 비유하는 것이 현학적으로 느껴졌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내 스스로가 세상 살아가는 방식을 돌아보게 한다.”면서 “가끔은 소름이 끼치고 전율을 느낄 정도로 몰입해 읽게 된다.”고 말했다. #김문학 과장은 가우스전자에 다니며 가우스아파트에 산다. 가우스모터스의 차를 타고, 가우스카드로 결제하며 가우스생명에 가입해 있다. 네이버 웹툰 ‘가우스전자’의 첫회는 ‘그렇다면 김 과장은 가우스의 직원인가 고객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다국적 문어발 기업’의 기치를 내건 가우스전자 마케팅3부 직원들의 얘기를 담고 있다. 착하지만 능력이 달리는 주인공 이상식씨를 중심으로 존재감이 없는 나무명씨, 기러기 아빠인 위장병 부장, 능력은 있지만 지나친 성형으로 표정이 사라진 성형미 과장 등 주변인물이 끊임없는 에피소드를 만들어낸다. 가우스전자의 가장 큰 라이벌인 ‘와플’(애플의 패러디)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연재되는 가우스전자를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들은 ‘현실풍자’에 대한 곽백수 작가의 능력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직장인 원은지(31·여)씨는 “다소 과장돼 있지만 등장 인물들이 겪는 일들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라며 “아침에 출근하면 곧바로 가우스전자부터 읽고 하루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웹툰 전성시대다. 네이버 140편, 다음 60편 등 포털사이트에 정기적으로 연재되고 있는 웹툰은 현재 수백건에 이르고 웹툰으로 생활을 꾸리는 전문작가도 500명을 헤아린다. 웹툰은 정보기술(IT) 인프라와 만화의 결합으로 탄생해, 대표적인 한국산 콘텐츠로 꼽힌다. 특히 스마트폰의 등장은 언제 어디서나 웹툰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웹툰에 또 다른 도약의 계기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웹툰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맹목적이다. 네이버의 경우, 영화 콘텐츠 중 관객평점 9점(10점 만점)을 넘는 작품이 손에 꼽을 정도지만 웹툰은 연재되는 대부분의 작품이 9점을 넘고 9.9점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한 회라도 연재를 거르거나 하면 곧바로 평점이 뚝 떨어진다. 그만큼 연재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수치를 통해서도 입증된다. 네이버 웹툰의 경우 매달 방문자 수가 700만~1000만명, 페이지뷰는 8억~10억건 수준이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모바일 이용자를 포함하면 수치는 최소한 1.5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웹툰 인기의 가장 큰 비결은 특별한 타깃이 없다는 점이다.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창작과 교수는 “원래 만화계에는 순정잡지는 소녀팬, 성인잡지는 성인 남성 등으로 독자 중심의 타깃을 설정했다.”면서 “하지만 웹툰은 접하기만 하면 독자 누구나 자신에 맞는 작품을 고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누구나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하루 최소 3~4시간은 접속하기 때문에 접근 장벽도 아예 없어졌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웹툰의 다양성은 결국 소재의 다양성을 의미한다. 직장인들이 미생과 가우스전자에 열광한다면 젊은 여성들은 정다정 작가의 ‘역전! 야매요리’를 기다린다. 특별한 조리법 없이 작가가 내키는 대로 만드는 요리가 가끔은 제대로 만들어지고, 때로는 ‘참사’에 가까운 결과물을 낳는 모습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아부쟁이’, ‘갓 오브 하이스쿨’ 등은 전형적인 중·고등학생용 작품이다. 조석 작가의 ‘마음의 소리’는 초등학생부터 대학생에 이르는 폭넓은 독자층을 자랑한다. 이 밖에 야구만화인 ‘라이징 패스트 볼’, 판타지인 ‘신의 탑’과 ‘아스란 영웅전’ 등 웹툰 속에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장르가 어우러져 있다. 최근 몇 년 새 웹툰은 영화나 드라마 등 ‘스토리’의 보고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른바 ‘원 소스 멀티 유즈’의 대표적인 사례다. ‘움비처럼’과 ‘그린스마일’ 등을 그린 권혁주 작가는 “웹툰이 공짜였기 때문에 급성장하기 시작했지만, 콘텐츠로서 장점이 없었다면 10년이 넘도록 유지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웹툰 영화화의 대표주자는 강풀이다. 현재까지 ‘이웃사람’ ‘그대를 사랑합니다’ ‘순정만화’ ‘바보’ ‘아파트’ 등이 개봉했고 현재 ‘26년’이 제작되고 있다. 윤태호 작가의 ‘이끼’도 큰 인기를 모았다.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저승편’, 하일권 작가의 ‘목욕의 신’, 훈 작가의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 10여편은 현재 영화화가 진행되고 있다. 만화평론가 서찬휘씨는 “웹툰 영화화 초창기에는 서술형식인 웹툰을 그대로 영상으로 옮기려고 해 관객들이 낯설어하면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제는 학습효과가 생기고, 웹툰의 주제들에 무게가 있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박인하 교수는 “특화된 작품들이 대중에게 인기를 얻고 그게 영화화되거나 출판만화로 나오면서 선순환 구조가 조금씩 생기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작품은 해외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호랑 작가의 ‘봉천동 귀신’이 이미 지난해 미국 만화사이트에 번역 게재됐고, 상당수 작품이 해외 네티즌이 번역해 게재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만화계 입장에서는 웹툰의 인기를 무턱대고 좋아할 수 없다. 우선 ‘웹툰은 무료’라는 인식이 양날의 칼이다. 웹에서는 아주 인기가 많아도 단행본으로 나오면 판매량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소비와 접근은 용이하지만 결국 2차적 활용은 성공하기 힘든 것이다. 이 때문에 시장규모의 추산 자체가 불가능하다. 만화계 일각에서는 웹툰 시장 규모가 1000억원 수준으로 출판시장을 이미 뛰어넘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근거는 명확하지 않다. 수백명이 넘는 웹툰 작가들의 원고료도 아주 낮다. 박 교수는 “현재는 극히 일부 잘나가는 작가들은 괜찮지만, 그 아래를 떠받치고 있는 신인들은 고료가 형편없는 피라미드 구조”라며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니까 즐겁게 하지만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박건형·윤샘이나기자 kitsch@seoul.co.kr
  • [사설] 새누리당 경제 민주화 개념부터 바로 세워라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와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 사이에 ‘경제 민주화’를 놓고 다시 설전이 벌어졌다. 지난 7월에 이어 두번째다. 거의 감정적인 대립에 가깝다. 이 원내대표는 그제 예산 당정회의에서 “정체불명의 경제 민주화니 포퓰리즘 경쟁을 하느라 정신이 없고, 그래서 기업의 의욕이 떨어지고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김 위원장을 겨냥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원색적인 반박을 쏟아냈다. 박근혜 후보가 “두 분이 차이가 없다고 본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제3자가 보기엔 차이가 뚜렷하다. 경제 민주화에 대해서는 학자나 정치인마다 조금씩 해석을 달리한다. 한마디로 명확히 정립된 개념은 없다. 그럼에도 대내외적 경제위기 상황을 겪으면서 이명박 정부의 친기업 분위기에 편승해 비대해진 경제권력의 남용, 양극화 심화 등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공감대 아래 경제 민주화가 대선의 화두가 됐다. 방법론에서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차이가 있으나 소비자 주권 강화, 독과점 완화, 소수에 의한 경제력 독점과 집중화 방지,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방지, 문어발식 확장 제어 등에는 동감하고 있는 듯하다. 경제 민주화가 ‘재벌 개혁’으로 인식되는 이유다. 김 위원장은 이러한 원칙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 이 원내대표는 지나친 ‘재벌 때리기’가 투자 위축을 초래해 성장과 복지, 일자리가 선순환하는 경제 만들기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 같다. 재벌의 경제권력 남용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그렇다고 경제 민주화가 양극화 심화, 잠재성장률 추락, 하우스 푸어 및 가계부채 급증 등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도 아니다. 규제를 통해 재벌의 반칙은 막되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그래야 지속가능하다. 그러자면 재벌 스스로 변화를 강요하기 전에 잘못된 부분은 뜯어고치고 바꾸어야 한다. 이것이 헌법 제119조 1항의 ‘자유주의 시장질서 보장’과 2항의 ‘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 인정’(일명 경제 민주화 조항)의 바람직한 조화다. 새누리당은 이러한 헌법적 가치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경제 민주화의 개념을 조속히 국민에게 제시해야 할 것이다. 경제 민주화를 빌미로 한 주도권 다툼이 아니길 바란다.
  • [공직열전 2012] (34) 문화체육관광부 (상) 고위공직자

    [공직열전 2012] (34) 문화체육관광부 (상) 고위공직자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최동훈 감독의 영화 ‘도둑들’이 1000만 관객을 동원하던 전후로 한국 영화의 극장 점유율은 지난달 27일 77.7%로 경이적이었다. 8월 중반에 끝난 런던올림픽에서는 금메달 순위로 세계 5위다. 사흘에 한번꼴로 세계적인 발레·클래식 콩쿠르에서 한국인들이 1~3등을 수상하고 있다. 문화·예술·체육 분야에서 한국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을 하고 있는 이 순간에 꽝꽝 뛰는 가슴을 한 손으로 꾹 누르고 있는 사람이 있으니 문화체육관광부 곽영진(55) 제1차관이다. 행시 25기로 문화부에서 검은 머리가 파뿌리처럼 된 정통 관료다. 군부독재가 끝난 1988년 그는 ‘월북작가 해금’ ‘금지가요 해제’ ‘영화 소재 다원화’ 같은 정책을 완성했다. 21세기 한류의 토대를 24년 전에 깐 셈이다. 강직한 선비 스타일로 ‘독일 병정이란 별명으로 불렸지만 2006년 사행성 논란으로 사회를 발칵 뒤집은 게임 ‘바다이야기’의 후폭풍을 헤쳐 나오면서 변했다는 후문이다. 게임 활성화 정책이 시장에서 왜곡된 것인데 강도 높은 검찰 조사에도 곽 차관을 포함해 문화부 공무원 중 단 한 명도 사법 처리되지 않았다. 정치 바람을 타지 않는 부처였는데 2008년 정권 교체기에는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전 정권에서 잘나갔다는 평가를 받은 인사들이 무더기로 물을 먹었다. 그러나 적게는 3개월, 많게는 2년 정도 지난 뒤 능력 있는 관료답게 이들은 권토중래했다. 조현재(52·행시26) 기획조정실장과 강봉석(58·7급 공채) 종무실장, 신용언(55·행시 29) 관광산업국장, 나종민(49·행시 31) 대변인, 방선규(53·행시 28) 문화예술국장 등이다. 조 기획조정실장은 내부에 적이 없을 정도로 유연하고 조정 능력이 뛰어나지만 돌파력과 추진력은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1년 서울신문의 공직인맥열전에 ‘공인된 차세대’로 소개된 신 관광산업국장은 2008년에 이어 ‘재수’(再修)하고 있다. 업무 장악력이 좋고 후배들이 좋아한다. 국정홍보처 출신답게 방 문화예술국장은 정무적이고 인적 네트워크의 깊이를 파악할 수 없는 문어발식 인맥을 자랑한다. ‘가난한 천재’로 불리는 비고시 출신인 강 종무실장은 입지전적 인물이다. 포항제철고를 나와 공무원이 된 뒤 뒤늦게 한양대에 진학했다. 인사계장-과장을 지낸 조직통으로 ‘강봉석 사단’이 있다는 음해가 나돌아 피해를 봤다. 1급 승진 1순위인 문화정책국장 재직 중 정권이 바뀌자 국립중앙도서관으로 튕겨 나갔다. 나 대변인은 1997년부터 출국하는 내외국인에게 1만원을 내도록 출국세를 신설해 ‘관광기금’을 조성했다. 월간 100만명의 외국 관광객 시대를 연 토대는 결국 출국세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문화부의 ‘차차기’ 차관 물망 1위는 나 대변인과 행시 34회의 선두주자인 오영우(47) 정책기획관이다. 오 정책기획관은 업무 욕심이 많아 후배들한테 눈총을 받는데 기획통으로 엄청난 추진력을 발휘한다. 국립외교원에 교육 파견 중인 김기홍(53·행시 32) 이사관은 2년 6개월의 최장기 체육국장으로 2018년 평창올림픽을 유치한 정부 실무 책임자다. 문화부 여성 1호 국장에는 박명순(49·행시 34)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운영단장이 있다. 문소영·오상도기자 symun@seoul.co.kr
  • [30일 TV 하이라이트]

    ●역사스페셜(KBS1 밤 10시) 1862년 진주 농민의 피맺힌 함성이 진주를 넘어 한반도 전체에 울려 퍼졌다. ‘진주농민항쟁’은 수탈과 탐학의 수렁에 빠진 조선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조선 최대의 민중 혁명인 ‘동학농민혁명’의 도화선이 된다. 그러나 이 사건 주모자들은 오히려 역적으로 몰렸고 그 후손들은 ‘역적의 후예’라는 굴레를 쓰고 살아 왔는데…. ●쿵푸 공룡수호대(KBS2 오후 3시 35분) 도시에서 말썽을 일으키려는 스코를 저지한 수호대. 이에 스코는 복수를 하기 위해 음모를 꾸미고 수호대가 사는 박물관으로 전문 교수를 데려가 수호대가 공룡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리면서 우디의 주의를 교란시킨다. 한편 요원들에게 갑자기 냄새 목걸이가 착용되자 수호대는 동물원 우리에 갇히게 된다. ●고향을 부탁해(MBC 오후 6시 50분) 해녀는 제주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경남 거제에도 해녀 200여명이 활약하고 있다. 해금강의 비경을 좇아 거제도 남단 비경을 따라가다 보면 여차마을을 만난다. 이곳에 사는 해녀 6명 중 최고참 해녀인 79세 조순이 할머니는 여전히 현역 해녀로 활동하며 싱싱한 해산물을 척척 캐낸다. ●좋은 아침(SBS 오전 9시 10분) 3대째 연기 인생을 이어 가고 있는 대한민국 꽃중년 배우 독고영재와 그 가족이 출연한다. 그리고 최초로 공개하는 독고영재의 새로운 보금자리에 화려한 중년 스타 이보희, 이휘향, 박정수, 이계인 등이 총출동했다. 신혼집을 방불케 하는 독고영재 부부의 러브하우스가 동료 연예인들에 의해 구석구석 공개된다. ●한국기행(EBS 밤 9시 30분) 전남 여수에 있는 섬 거문도에서 북쪽으로 약 25㎞ 떨어진 곳에 자리한 초도. 바다가 키운 신선한 해산물이 넘쳐나는 풍요로운 섬 초도에서는 문어잡이가 한창이다. 초도 문어는 바위가 많은 연근해에서 잡히는 돌문어로 명성이 자자하다. 한편 초도의 보물을 한솥에 끓여낸 초도 삼계탕으로 기운을 북돋는 초도 사람들의 여름나기를 함께한다. ●올리브(OBS 밤 11시 5분)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신개념 건강 버라이어티 ‘올리브’는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유용한 건강 정보와 질병 체크 자가 진단법을 소개한다. 아울러 대한민국 인기 연예인들의 유쾌한 토크와 함께 오감이 만족하고 영양이 가득 담긴 건강 정보를 시청자에게 전달한다. 이번 주는 방송인 조영구와 함께 전립선의 모든 것을 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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