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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느릿느릿 돌담 걸음걸음 햇발

    느릿느릿 돌담 걸음걸음 햇발

    오는 12~29일 가을 여행주간이 진행된다. 2014년 첫 시행 이후 해마다 연휴와 단풍철이 맞물린 10월 초에 진행됐던 것과 달리, 올해는 가을 여행 성수기를 살짝 비킨 시기에 열린다. 국외 여행에 쏠린 국민들의 관심을 국내 관광으로 돌리고, 특정 시기에 집중된 국내 관광 수요를 분산시키기 위한 정부의 선택이다. 올가을 여행주간의 추천 여행 테마는 ‘마을’이다. 삶의 터전인 마을에서 대대로 뿌리박고 살아온 삶들과 만나고, 마을마다 다른 역사의 향기를 음미해 보자는 권유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한 20개 마을 가운데 전남 담양의 삼지내 마을을 다녀왔다. 세 개의 다른 물줄기가 수백년을 이어온 돌담길 사이로 흐르는 아름다운 마을이다.삼지내 마을에 들면 시간이 더디 흐른다. 느낌이 그렇다. 달팽이처럼 느리게 살아가는 ‘슬로 시티’라 그럴까. 잰걸음으로 걷는 이도 없고, 서두르라 재촉하는 이도 없다. 눈으로 부지런 떨 일도 없다. 오래된 돌담에 기대 앉아 하늘을 보면 옛 시인의 말처럼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이 쏟아지는 듯하다.삼지내 마을은 국제슬로시티에서 인정한 ‘슬로 시티’다. 2007년 전남 신안 증도, 완도 청산도 등과 함께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슬로시티에 지정됐다. 삼지내 마을을 대표하는 볼거리는 돌담(등록문화재 265호)이다. 수백년 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시간과 바람에 허물어질 때마다 수없이 고쳐 쌓으며 돌담을 지켜왔다. 그렇게 쌓고 지켜온 돌담이 3.6㎞에 이른다.담장은 대부분 돌과 흙으로 지어올린 토석담이다. 돌담 아래로는 냇물이 흐른다. 운암천과 월봉천, 유천 등 세 냇물이 마을을 휘감아 돈다고 해서 마을 이름도 삼지내다. 세 냇물은 마을 아래에서 하나로 합쳐진 뒤 영산강으로 흘러든다. 돌담과 냇물이 어우러진 마을 안길은 직선이 거의 없다. 담도 굽고, 길도 굽고, 물도 굽어 완만한 S자형을 이룬다. 당연히 발걸음도 느려져야 한다. 그래야 마을의 참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삼지내 마을은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 고경명의 후손이 모여 살던 마을이다. 고재선 가옥 등 고씨 성을 가진 옛집들이 유독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옛집의 대문은 대부문 골목이 꺾여 들어간 곳에 있다. 나쁜 기운은 막고, 좋은 기운은 가둬두겠다는 바람이 담긴 건축 형태다. 곡선으로 굽이치는 돌담길을 따라가다 만나는 고택은 기품 있고 그윽하다. 다만 예산 탓인지, 그중 몇몇은 정비가 덜 돼 쇠락한 느낌이 드는 게 다소 아쉽다. 구한말 민족운동의 근원지로 사용됐던 고정주 고택은 남도 지방에서는 보기 드문 ㄷ자 모양의 집이다. 문간채, 사랑채, 안채, 곳간 등을 두루 갖춘 전형적인 반가로, 솟을대문의 위용이 당당하다. 중문에서 안채로 들 때 안채가 바로 보이지 않게 ㄱ자로 설계했다는 고재선 고택, ㅁ자형의 고재환 고택 등도 선조들의 지혜가 엿보이는 집들이다. 논바닥 한가운데 우뚝 선 남극루는 제비처럼 날렵하다. 옛 창평 관아의 문루를 옮겨 지은 2층짜리 누각이다. 촌로들이 한여름 더위를 피해 정담을 나누고, 편히 지내라는 뜻을 담아 지었다. 정자에 오르면 마을이 한눈에 잡히고, 해거름 풍경이 유독 서정적이다. 삼지내 마을 사람들은 전통음식과 옛 생활방식을 여태 잇고 있다. 대나무로 만든 죽염 장류와 너른 창평 들녘에서 자란 쌀로 만든 창평쌀엿, 창평한과 등이 유명하다. 모두 옛날 방식 그대로 만들어 그야말로 ‘고급진’ 단맛이 일품이다. 창평현청 맞은편의 ‘달팽이 가게’에서 맛볼 수 있다.삼지내 마을 인근의 명옥헌 원림(鳴玉軒 苑林)은 이 계절에 반드시 찾아야 할 명소다. 연분홍 배롱나무꽃이 그야말로 절정이다. 담양의 아이콘 대나무숲이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은 못 가더라도 명옥헌은 꼭 가야 한다. 명옥헌은 인조반정의 주역 오희도(1583~1623)의 넷째 아들 오이정(1619∼1655)이 아버지를 기리며 지은 정자다. 건물 앞뒤로 네모난 연못을 파서 주변에 적송, 배롱나무 등을 심고 가꿨다. 현재 남은 배롱나무는 모두 40여 그루다. 배롱나무꽃은 7~9월 사이 한 가지에서 피고 지기를 세 번 거듭한다. 꽃은 지고 난 뒤에도 진한 흔적을 남긴다. 동백처럼 꽃이 송이째 뚝뚝 떨어져 주변을 붉게 물들인다. 영남을 대표하는 정자의 메카가 경남 함양이라면, 담양은 호남 정자 문화의 보고라 불린다. 그중 소쇄원은 한국을 대표하는 정원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조선 중종 때 양산보가 기묘사화로 스승 조광조가 세상을 뜨자 자연에 숨어 살겠다며 꾸민 곳이다. 초록빛 대숲이 둘러친 계곡 안쪽에 광풍각이 있고, 그 뒤로 제월당이 내려다보고 있다. 소쇄원과 이웃한 식영정도 아름드리 노송과 배롱나무, 연못 위 정자 부용당 등이 어우러져 그림과 같은 풍경을 펼쳐낸다.대덕면의 모현관은 조선시대 문신 유희춘의 미암일기(보물 제206호) 등 고문서를 보관하기 위해 1959년 지어진 건물이다. 연지 가운데 선 석조건물의 형태가 독특하다. 현판에 적힌 당호는 의재 허백련이 쓴 것이다. 담양읍 쪽엔 대숲으로 유명한 죽녹원, 메타세쿼이아 숲길 등의 볼거리가 있다. 관방제림(천연기념물 제366호)도 필수 방문 코스다. 200여년 전 관방천을 따라 조성된 숲이다. 팽나무, 푸조나무 등의 노거수들이 2㎞가량 운치 있게 이어진다. 글 사진 담양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 (지역번호 061) →가는 길:어디를 가느냐에 따라 고속도로 나들목을 달리해야 편하다. 삼지내 마을, 명옥헌, 소쇄원 등은 호남고속도로 창평나들목을, 관방제림이나 메타세쿼이아 숲길 등을 먼저 보려면 88고속도로 담양나들목을 이용하는 게 낫다. 패러글라이딩 체험도 재밌다. 삼지내 마을 건너 유천마을에 활공장이 있다. 월봉 등의 산과 삼지내 마을을 굽어보며 비행할 수 있다. 일몰 즈음에 비행하길 권한다. 10여분 비행에 10만원 정도 받는다. 슬로시티 방문자센터 383-3807. →맛집:약초밥상(383-6312)은 주인장이 직접 채취한 푸성귀들로 만든 장아찌를 맛볼 수 있다. 밥값은 1만원. 저렴한 대신 밥 먹은 이가 설거지를 해야 한다. 혼자서도 먹을 수 있다. ‘돌담’은 한옥 카페다. 고택의 너른 정원에서 쉬어 가는 맛이 각별하다. 삼지내 마을 초입 전통시장 주변에 돼지고기 국밥집이 몰려 있다. 창평시장국밥(383-4424)이 그중 유명하다. 관방제림 아래에 국수의 거리가 조성돼 있다. 옛 담양장이 활기를 띠던 시절, 장터를 찾은 이들에게 싼값에 국수를 말아 주던 집들이다. 국수, 약계란 등을 맛볼 수 있다. →잘 곳:삼지내 마을 곳곳에 ‘한옥에서’, ‘매화나무집’ 등의 한옥 민박이 있다.
  • “범법자 신고 협박 잦아”… 가게 문 닫는 문신사들

    “범법자 신고 협박 잦아”… 가게 문 닫는 문신사들

    벌금 수백만원…우울·트라우마 시달려 문신사들, 법 제정 통한 양성화 촉구비제도권 영역에 놓인 문신사(타투이스트)들이 잦은 협박 신고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현행법상 문신 시술은 의료 행위에 포함돼 의료인이 아닌 문신사가 시술하면 처벌받는다는 점을 노린 협박이다. 문신사들은 “외국에서는 아티스트인데 국내에선 ‘범법자’”라며 현실과 동떨어진 법을 개정해 달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3일 대한문신사중앙회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 피시술자나 광고대행업체로부터 보복성 신고를 당하는 문신사들이 늘고 있다. 현행 의료법 등은 바늘, 침 등을 이용하는 시술은 의료 면허가 있는 사람만 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비의료인인 문신 시술은 처벌받을 수 있다. 서울 강남구에서 눈썹 반영구 문신사로 일하던 오모(37)씨는 “불법 영업 신고에 걸려 경찰 조사를 받고 나서 우울증과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또 신고당할까 봐 두려워 1년간 일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눈썹문신사 최모(27·여)씨도 최근 7년간 해 온 일을 그만뒀다. 1년간 1000만원 정도를 주고 광고대행업체를 이용했지만 별 효과가 없어 계약을 해지했는데 이후 업체로부터 수차례 신고를 당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반복된 신고 때문에 벌금 수백만원을 내야 했다”고 토로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반영구, 영구 시술을 합쳐 35만명가량의 문신사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미용 목적의 눈썹 문신까지 포함하면 연간 600만건 이상의 시술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의료인 자격이 있는 문신사는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신 시술을 대부분 비의료인이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 문신사 800여명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음지에서 활동 중인 문신사를 양지로 끌어달라”며 문신사 법제화를 촉구했다. 이들은 2017년 문신사의 전문성을 인정하는 문신사법을 제정해 달라는 내용의 헌법소원을 헌법재판소에 제기했으나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 행위와 관련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국회에서 입법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침을 이용하는 침습 행위는 보건 위생상 위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의료행위로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식품·목재 뺀 전품목, 수출 규제 적용

    “국내 기업, 전략물자 품목 수입할 경우 日정부 인증한 ICP기업 여부 확인해야” 일본이 28일 예정대로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제도 시행을 강행했다. 이에 따라 식품과 목재 등을 빼고 거의 모든 산업에 걸쳐 기존보다 강화된 규제가 적용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략물자관리원 등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일본이 한국에 대해 수출 통제를 할 수 있는 품목은 1194개나 된다. 이 가운데 기존에도 규제를 받았던 263개 군사용 민감물자를 제외하고 857개 전략물자 중 비민감품목과 비전략물자이지만 무기로 전용될 우려가 있는 품목의 대(對)한국 수출 방식이 일반포괄수출허가에서 개별허가 또는 특별일반포괄허가로 바뀌었다. 전략물자 중 비민감품목은 첨단소재, 재료가공, 전자, 컴퓨터 등이 속한다. 여기에 비전략물자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식품과 목재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산업에 걸쳐 새로운 규제가 적용된다. 비전략물자도 대량살상무기나 재래식무기 용도로 사용이 우려되는 경우에 모든 품목을 규제할 수 있는 ‘상황허가’(캐치올) 통제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가운데 이미 개별허가가 적용되거나 대체 수입으로 배제 영향이 크지 않은 품목을 뺀 159개 품목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특별일반포괄허가의 경우 허가 자격이 있는 기업이 일본 모든 기업에서 일본 정부가 인증한 자율준수(ICP) 기업으로 바뀐다는 점만 빼면 기존 일반포괄허가와 사실상 같다. 그러나 개별허가에선 3년간 인정해 주는 허가 유효기간이 6개월로 바뀌고 신청 방법도 전자신청에서 우편, 방문신청 등으로 제한된다. 국내 기업은 일본에서 수입하려는 품목이 전략물자일 경우 수출자가 ICP 기업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전략물자관리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ICP 기업 명단과 개별허가 때 필요한 신청 서류 및 기재 요령 등을 안내하고 있다. 전략물자관리원은 “일반적으로 비전략물자 수출에 캐치올 통제가 적용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면서 “수입 품목이 전략물자가 아니라면 캐치올 통제 대상으로 오인되지 않도록 일본 정부가 해당 품목의 사용 용도 등 정보를 요구할 때 적극 제공하는 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문화재 반환으로 본 65년 한일협정, 최종적 불가역적 아니다//이상근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문화재 반환으로 본 65년 한일협정, 최종적 불가역적 아니다//이상근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65년 협정 당시 한국정부 요구에 3분의 1만 인도당시 요구한 테라우치 문고, 궁내청 도서 등 반환무라야마, 칸나오토 등 식민지배 사과 발표2014년 한일협정 문서공개에서 문화재 목록 은폐 사실 밝혀져신뢰위기 원인 제공은 일본 정부, 지금이라도 지난 역사 직시해야최근 이웃나라 일본과 사이가 좋지 않다. 점차 확산되는 양상이니 하루 이틀 만에 끝날 것 같지 않다. 이런 점에 있어 지난 역사에서 교훈을 찾아 난국을 풀어가야 한다. 일본에 소재한 한국기원 문화재는 7만 6천여 점이지만 30만 점 이상이라는 일본 학계의 보고가 있다. 그 중에 국보 등으로 지정한 문화재가 112점이라 하나, 불충분한 조사로 추가 될 여지가 크다. 일본에 있는 한국 문화재를 돌려받은 것은 1915년 원주 지광국사탑이 처음이다. 그 후 1918년 개성 경천사지십층석탑이 귀환하였다. 일제강점기 약탈에 반발한 국내외 비판 여론에 직면한 결과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반환은 해방이후이다. 65년 한일협정 당시 수차례에 걸쳐 협상이 진행되었고, 두 차례에 걸쳐 반환됨으로 종결되었다. 당시 한국 정부는 1905년부터 1945년까지 불법 반출한 대표 문화재 4,400여점을 돌려 달라 요구하였고, 일본 정부는 불법반출은 없다고 맞섰다. 다만 한국이 전쟁을 겪으면서 피해가 큰 사정을 헤아려 국가 소유 중 일부를 기증하겠다고 하였다. 당시 외무성은 한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적극적이었으나 문부성, 문화재보호위원회 등이 반대함으로 난항을 겪었다. 그 결과 1958년 반환 된 양산 부부총 유물 포함 1,432점이 귀환함으로 일단락되었다. ■ 일본 정부 청구권 소멸 주장했지만 65년 이후 5천여 점 귀환 일본 정부는 65년 문화재협정을 맺음으로 더 이상의 반환은 없고, 한국의 청구권은 소멸되었다고 끊임없이 주장하였다. 다시 말해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되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당시 한국 정부는 통감부, 총독부에 의해 반출된 것을 반환하라고 요구하였다. 대표적으로 이토 히로부미의 고려청자(103점), 소네 아라스케가 반출한 고서적 그리고 테라우치 마사타케 컬렉션이다. 이에 일본 정부는 이토 히로부미의 고려청자 중 90점은 ‘인도’하고 다른 것은 소재 불명 등을 이유로 거부하였다. 이들 문화재가 돌아온 것은 90년대 이후이다. 테라우치 문고는 고려 문신 이 암의 전적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고성이씨 후손인 이종영선생이 환수운동을 전개, 우여곡절 끝에 1995년 경남대에 기증형식으로 반환되었다. 2011년에는 궁내청 서릉부가 소장한 조선왕조도서 1,205권이 민간단체의 환수운동과 정부 협상으로 반환되었다. 조선왕조도서의 반환 목록에는 소네 문고 등이 포함되었다. 관련하여 2010년, 일본 칸 나오토 총리가 도서 반환에 앞서 일본의 강제병합을 사과하고 왕실 도서를 반환하겠다는 별도성명을 발표하였다는 것은 65년 협정의 불완전성을 입증하는 것이다. 또한 1991년에는 영친왕 복식비가 양국정부가 양도협정을 체결함으로 반환되었고, 2005년에는 북관대첩비가 남북공조로 100년 만에 반환되었다. 이렇게 2018년까지 환수 된 문화재 중 일본에서 돌아 온 것은 6,600여 점이다.■ 65년 한일협정은 최종적 불가역적 아니고 변화 발전해 와 지금 아베 정권은 한국 정부에 대해 국가 간 신뢰가 지켜지지 않아, 무역규제 등을 한다고 하였다. 여기서 국가 간 신뢰의 기초는 65년 한일협정과 2015년 위안부 합의를 말하고 있다. 그러나 65년 협정은 끝이 아니고 또 다른 시작이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샌프란시스코 조약을 근거로 한국이 전승국이 아니고, 강제 병합도 합의한 것임으로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할 수 없다 점을 주장하였다. 하지만 1993년 ‘일본군 위안부‘ 사과 담화인 고노 담화, 1995년 식민지배에 대해 공식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 2010년 강제병합 100주년에 한 칸나오토의 성명 등은 불완전한 65년 협정을 보완, 발전하는 것이었다. 문화재반환 문제로 보면 65년 당시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의 반환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문화재 목록을 은폐하고 거부하였다는 사실이 2014년 한일협정 문서공개 재판에서 밝혀짐으로써 국가 간 신뢰에 위기를 제공한 것은 일본 정부이다. 따라서 아베정권은 신뢰 위기의 원인을 누가 제공하였는가? 살펴보고 65년 협정이 끊임없이 변화, 발전해 왔다는 사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 홍콩 반정부 시위자들, 문신 새겨… “영원히 기억하고자”

    홍콩 반정부 시위자들, 문신 새겨… “영원히 기억하고자”

    홍콩 반정부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몸에 문신을 새기는 시위 참가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12주 연속 주말마다 계속된 민주화 운동으로 ‘항의 예술’의 물결이 고조되고 있다고 미국 뉴스전문 채널 CNN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문신은 우산과 홍콩 국기의 사징이자 홍콩 꽃인 바우히니아(洋紫荊), 피눈물, 가스 마스크 등으로 다양하다. 한자로 홍콩(香港)을 새기거나 홍콩에서 태어나 자랐다는 의미로 ‘Made In HonKong’이란 글자를 새기기도 한다. 문신은 시위 참가자들의 독창성을 보여주며, 시위에 헌신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거세 비난 우려로 이름 공개를 거부하는 한 문신 예술가는 7월 한달 내내 자유 홍콩을 주제로 한 문신을 새겨줬다. 그가 문신을 새겨준 사람은 대략 100명이다. 특히 지난 11일 열린 시위에 참가한 한 여성이 눈에 심하게 부상을 입자 눈 공격을 풍자하기 위해 피눈물, 안대 등의 문신도 등장했다. 홍콩에 있는 문신 예술가 리치 핍슨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충격적인 그림은 굵은 검은 선으로 그린 눈에서 방울의 피가 떨어지는 것이다. 이 문신을 한 고객은 다친 여성을 위해 했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에 의해 무자비하게 부상당한 무고한 시민들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새겼다”고 말했다. 그녀는 인스타그램에 “홍콩의 어둠을 잊지 않고 싶은 부분도 있고, 홍콩 사람들이 한 희생과 노력을 기억하고자 한 것도 있다”고 포스팅했다. 문신 예술가 제다 램은 2014년 ‘우산혁명’ 당시 기하학적인 그림인 바우히니아 꽃과 우산 문신으로 유명해졌다. 우산은 최근 시위에서도 진압 경찰과 최류 가스를 막아주는 중요 물건이다. 노란색 우산은 홍콩 민주화 운동에서 포스터, 소셜미디어 그리고 ‘레넌 벽’으로 이름 붙은 곳에 붙이는 포스트잇 등에 등장하는 특별히 아주 흔하게 되었다. 램은 6월과 7월에 약 100명에게 이런 문신을 무료로 새겨줬다. 21살인 라첼 램은 그녀 주위에 떠다니는 최류 가스에 가스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의 문신을 새겼다. 올여름 경찰이 살포한 엄청난 양의 최류가스를 풍자하기 위해서였다. 램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 문신은 내가 결코 잊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홍콩에서 문신은 삼합회로 알려진 폭력조직과의 연관성 때문에 그동안 금기시됐다. 그러나 최근 문신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항의 예술과 결합하면서 인기를 더하고 있다. 항의 시위를 주제로 한 문신은 특히 대다수 시위 참가자들이 자신의 신분을 숨기려 하는 것과는 반대로 헌신과 신념을 공표하는 행위로 받아들여진다. 카메라나 다른 추적 도구에 의해 신분이 드러나는 것을 꺼리는 시위 참가자들이 마스크나 고글을 착용해 얼굴을 숨기지만 문신의 영속성은 문신을 한 사람과 이 운동을 영원히 연결지어 준다. 문신을 하는 사람은 다양하다. 40~50대도 있고 홍콩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 등도 포함된다. 시위 앞줄에 선 젊은 이들에 무력감을 느껴 문신을 새기기도 한다. 제다 램은 “항의 문신이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는 것과는 별도로 수만명이 함께 한다는 커뮤니티를 기억하게 하는 것”이라며 “내 생각에 혼자가 아니고, 모두 네 옆에 있고, 모두가 모두를 지지한다는 것을 깨들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한강 시신 피의자 장대호 “지금 죽기엔 아까우니 연락”

    한강 시신 피의자 장대호 “지금 죽기엔 아까우니 연락”

    모텔 손님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장대호(38)의 신상이 공개됐다. 장대호는 지난 8일 오전 서울 구로구 자신이 일하는 모텔에서 투숙객(32)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지난 12일 여러 차례에 걸쳐 훼손한 시신을 한강에 유기한 혐의(살인 및 사체손괴, 사체유기)로 구속됐다. 장씨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가 반말하는 등 시비를 걸고, 숙박비 4만원을 주지 않아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자수한 장씨는 취재진 앞에서 피해자를 향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다음 생애에 또 그러면 너 또 죽는다”며 막말을 하는 등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경찰이 범행 당시 장대호의 심리에 대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가 과거 인터넷에 남긴 글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일 YTN, JTBC 등은 장대호가 2004년부터 2017년까지 13년 동안 인터넷에 글을 올렸으며 특히 네이버 ‘지식iN(지식인)’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고 전했다.장대호는 2007년 학교폭력을 겪고 있다는 한 학생의 고민에 “무조건 싸우라”며 “의자 다리 쇠모서리 부분으로 상대방 머리를 강하게 내리쳐서 찢어지게 해줘야 한다. 싸움을 많이 해 본 사람이 나중에 커서 성공한다”는 답변을 썼다.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는 여성에게는 “얼굴이 예쁘니 지금 죽기엔 아깝다. 연락 달라”면서 자신의 연락처를 남기기도 했다. 모텔종업원이었던 장대호는 2016년 한 인터넷 숙박업 커뮤니티에 ‘진상 고객’을 대처하는 방법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모텔·호텔 경력 7년 차”라고 소개한 뒤 팔에 문신이 있는 조직폭력배가 방값이 비싸다고 협박했던 일화를 언급하면서 “몸에 문신하면 흉기 안 들어가?”라고 강하게 말하면 고객의 태도가 바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많은 모텔을 거치면서 프런트에서 사람이 죽는 것도 봤다. 프런트에서 근무할 때는 들어오는 손님들을 머리 꼭대기에서 쥐고 흔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그가 쓴 글을 보고 “(장대호) 본인의 어떤 자존감의 결손을 조금 더 과잉으로 포장해서 잘 보이고 싶어 하는 모습들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청년구직지원금 요건 맞으면 바로 지급

    청년구직지원금 요건 맞으면 바로 지급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취업준비생에게 정부가 월 50만원씩 최대 6개월간 지급하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지원 대상이 이달부터 대폭 확대된다. 지원 요건만 충족하면 우선순위를 고려하지 않고 바로 받을 수 있다. 상반기 제도 운영 과정에서 일부 수급자들의 ‘도덕적 해이’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 하반기에는 정부가 제도를 더욱 촘촘히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제도를 처음 시행한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총 3만 9310명의 청년이 혜택을 받았다. 정부가 올해 계획한 지원 규모가 총 8만명(1582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에는 다소 여유가 있는 셈이다.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신청 요건은 만 18~34세 청년 중 대학(원)을 졸업·중퇴한 지 2년 이내이고 기준 중위소득 120% 이하 가구에 속한 사람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청년수당 등 유사한 사업의 지원을 받은 뒤 6개월이 지나야 한다. 고용부는 지난 4개월간 꼭 필요한 청년부터 지원하고 졸업 후 기간 등을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정해 지원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요건만 갖추면 바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고용부는 “상반기 지원이 시급한 청년들의 수요는 많이 해결됐다”면서 “하반기 채용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졸업생들의 구직 활동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돼 지원 대상을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수급자는 매달 자신이 지원금을 어디에 썼는지 보고서를 내야 한다. 고용센터에서 운영하는 취업 지원 프로그램도 참여할 수 있다. 고용부는 상반기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을 제대로 활용한 우수사례 몇 가지를 제시했다. 경기 안양고용센터에서 지원을 받은 A씨는 ‘정보보호’ 분야 취업이 목표였다. 진입장벽이 다소 높지만 정보보안기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기업 공고문도 나올 때마다 꼼꼼하게 스크랩했다. 이 과정에서 A씨가 청년구직활동지원금으로 기본적인 의식주 걱정 없이 취업 준비에 몰두할 수 있었다고 고용부는 강조했다. 그러나 지원금이 항상 바람직한 곳에만 쓰이지는 않았다. 상반기 제도를 운영하면서 구직 활동과 크게 관련이 없는 곳에 사용한 사례가 전해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고용부가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사용내역 가운데 게임기(40만원), 문신 제거(33만원), 에어컨(49만 5000원) 등도 확인할 수 있었다. 30만원 이상 일시불로 지출하면 수급자는 반드시 구직 활동과의 연관성을 소명해야 한다. 고용부는 “소명한 내용이 부실한지 검토한다”면서도 “범위를 좁게 판단하거나 사용내역을 일일이 통제하는 것은 정책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하반기에 제도가 확대되는 만큼 지원금이 엉뚱한 곳에 쓰이지 않도록 지원금 사용내역과 구직 활동과의 연관성을 정부가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펠프스 넘고 드레슬 시대 열다

    펠프스 넘고 드레슬 시대 열다

    6관왕·세계新… 대회 남자 MVP 선정 티트머스·밀라크 등 샛별도 세대 교체케일럽 드레슬(23·미국)이 2년 전 부다페스트에 이어 광주에서도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며 ‘수영 황제’의 등극을 알렸다. 드레슬은 28일 광주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막을 내린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세계선수권대회 남자 400m 계영에서 라이언 머피, 앤드루 윌슨, 네이선 애드리언과 함께 3분28초45에 2위로 터치패드를 찍어 은메달을 합작했다. 7번째 금메달에는 실패했지만 지난 27일까지 6개 종목 정상에 올랐던 그는 이번 대회 가장 밝게 대회를 빛낸 ‘별 중의 별’로 선정됐다. 여자 MVP에도 부다페스트대회 당시 선정됐던 사라 셰스트룀(스웨덴)이 2개 대회 연속 최우수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금메달은 1개(접영 50m)에 그치고 은 2개와 동 2개를 수확했는데, 이날 여자 접영 100m 시상식을 마친 뒤 손바닥 ‘RIKAKO ♡ NEVER GIVE UP IKEE ♡’(리카코, 절대 포기하지 마)라는 메시지로 백혈병 투병 중인 이케에 리카코(일본)를 응원하는 세리머니를 펼쳐 감동을 주기도 했다. 드레슬은 마이클 펠프스(미국)의 이름을 ‘세계 수영사’에서 지우고 대신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 자신의 왼팔에 새긴 독수리, 곰, 악어의 수호 문신이 상징하는 힘과 지혜, 용기를 이번 대회 자유형 50·100m와 접영 50·100m, 남자 계영 400m, 혼성 계영 400m에 쏟아부으며 금메달을 쓸어 담았다. 접영 100m 준결승에서 49초50의 세계신기록으로 펠프스의 기록을 밀어냈고, 자유형 50m 결승에서는 21초04의 대회신기록으로 우승해 풍성한 기록을 수확했다. 이 가운데 접영 100m 세계기록은 10년 전 로마세계선수권대회 때 펠프스가 기록했던 49초82의 종전 기록을 삭제한 것으로, 명실공히 미국 수영을 대표하는 ‘펠프스의 후계자’로서의 존재감을 내뿜었다. 그는 27일 하루에만 자유형 50m, 접영 100m, 혼성 계영 400m 금메달을 쓸어담아 부다페스트대회에 이은 ‘하루 3관왕’ 진기록도 남겼다. 2000년대에 출생한 ‘새로운 별’들은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아리안 티트머스(19·호주)는 여자 자유형 400m에서 ‘여제’ 케이티 러데키(미국)를 제치고 금메달을 따 경영 첫날부터 전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계영 800m에서도 러데키가 출전한 미국의 5연패를 저지하는 데 앞장서며 2관왕에 오른 그는 러데키와 맞대결을 벌인 자유형 800m에서 동메달을 보탰다. 티트머스와 동갑내기인 크리슈토프 밀라크(헝가리)는 남자 접영 200m 결승에서 1분50초73의 세계신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밀라크도 드레슬과 마찬가지로 펠프스의 10년 전 기록(1분51초51)을 깨뜨리며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을 알렸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서울 속 별장… 안견의 ‘몽유도원도’ 나올 만하네

    서울 속 별장… 안견의 ‘몽유도원도’ 나올 만하네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9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13회 부암동 능금나무길’ 편이 지난 20일 종로구 부암동 일대에서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참가자 40여명은 이날 오전 10시 태풍의 북상을 알리는 일기예보에도 아랑곳없이 집결지 윤동주 문학의 집에 모였다. 시인의 언덕~무계원(오진암 이전지)~현진건 집터(무계정사 옛터)~환기미술관~능금마을~백사실(추사 김정희 별서)~백석동천 바위~부침바위(부암) 터~석파랑을 거치며 부암동을 주름잡았다.이날 코스에 서울미래유산은 석파랑 한 곳뿐이어서 코스 기획에 애로가 있었지만 진행하길 잘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왜냐하면 부암동은 ‘일당백’이니까. 풍파를 이겨 내고 살아남은 한옥 한 채만으로도 값어치는 충분했다. 투어를 이끈 정순희 해설자는 한여름 부암동 산골과 도시골목의 추억을 참가자들의 가슴에 새겨 줬다.부암동 능금마을은 서울 속 산골이다. 광화문에서 직선거리로 2~3㎞에 불과한 이 마을 어귀에 들어선 순간 지리산 골짜기로 시간이동한 듯했다. 굳이 멀리 떠날 필요가 있을까. 서울에서 옛사람의 별서(별장)터와 요즘 사람의 별서를 왔다 갔다 하는 기분이 그만이다. 부암동 능금마을엔 능금밭이 없다. 능금나무 몇 그루뿐이다. 그래도 이 마을을 능금마을, 이 길을 능금나무길이라고 부르는 데 거리낌이 없다. ●인평대군, 中서 능금나무씨 가져와 심었다는 설 능금마을의 유래는 여러 갈래다. 토종 사과가 열리던 이곳에 조선 인조의 셋째아들이자 효종의 동생인 인평대군이 중국 땅을 11차례 드나들면서 능금 씨를 가져다가 심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주민들은 1970년대 중반까지 능금을 팔아 생계를 꾸렸다고 한다. 매년 봄이면 능금마을 아래 백사실 계곡에는 알을 깨고 나온 도롱뇽이 꼬리를 흔들고 다닌다. 산개구리, 버들치, 가재가 꼬물거린다. 부암동은 북한산 문수봉·보현봉·비봉과 백악산, 인왕산이 첩첩을 이룬 산중마을이다. 흘러내린 물은 세검정계곡을 따라 홍제천을 이룬다. 6세기 신라 진흥왕이 이 계곡을 거슬러 올라 비봉에 순수비를 세웠고 7세기 장의사, 8세기 승가사가 들어섰다. 신라의 전설이 깃든 계곡이다. 부암동에는 ‘무계동’, ‘백석동천’, ‘삼계동’이란 바위 각자가 남아 있다. 15세기 안평대군이 집(무계정사) 뒤 바위에 새긴 글이 무계동이다. 청계동천의 입구이며 안견의 ‘몽유도원도’가 여기서 탄생했다. 백석동천 바위각자는 ‘흰 돌이 많은’ 백사실 계곡에 붙인 이름이고 삼계동은 석파정 암벽에 새긴 이름이다.●안평대군 추종자들 따라와 무계동·삼계동 생겨 인적이 없던 계곡에 안평대군의 추종자들이 들어와 살면서 무계동, 부암동, 삼계동, 백석동이라는 자연부락이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15세기 문신 성현은 ‘용재총화’에서 “도성 밖 놀 만한 곳으로는 장의사(세검정초등학교) 앞 시내가 가장 아름답다.…무이정사(무계정사)의 옛터가 있는데 길 앞에는 돌을 수십 길이나 쌓아 올린 수각이 있다”고 적었다. 17세기 문인화가 겸재 정선은 ‘청송당’, ‘취미대’, ‘백악산’, ‘청하동’(자하동), ‘청풍계’, ‘수성동’, ‘인왕산’, ‘세심대’ 같은 장동팔경 진경산수화를 남겨 그때 그 풍경을 짐작하게 한다. 창의문은 이름이 무려 다섯이다. 4대문, 4소문은 모두 별칭을 갖고 있지만 유독 창의문은 북소문, 장의문, 자하문, 자문 등으로 다양하게 불렸다. 이름이 많다는 건 그만큼 이미지가 다양하다는 뜻이다. 창의문은 백악산과 인왕산이 만나는 움푹한 고갯마루에 세웠고, 본래 문루가 없었다. 광해군 15년(1623) 인조반정군을 한양에 진입하게 한 공이 있다고 하여 영조 17년(1741) 비로소 문루를 세우고 반정공신의 이름을 새긴 현판을 걸었다. 유일하게 원형이 보존됐다. 1970년대 평창동과 구기동에 택지가 개발됐다. 1971년 북악터널, 1980년 구기터널, 1986년 자하문터널이 각각 뚫리면서 거주 여건은 좋아졌지만 풍광은 무너졌다. 부암동은 1936년 고양군에서 서울 서대문구가 됐고 1975년에 종로구에 편입됐다. 2007년 백악산 개방 이후 창의문도 개방됐다. 창의문 밖은 세검정을 중심으로 부암동, 평창동, 신영동, 홍지동, 구기동이 펼쳐진다. 개발광풍 앞에 옛 흔적은 지워지고 푯돌 몇 개만 남았다. 부암동이라는 지명을 낳은 집채 크기의 ‘곰보’ 부침바위는 도로확장과 함께 사라졌다. 사진 한 장이 유일한 흔적이다. 부암동경로당 앞에 부침바위 푯돌이 있다. 그나마 남은 별서와 별서 터가 위안을 준다. 총융청(신영)이라고 하는 북쪽을 지키는 군 주둔지가 개발제한구역, 군사보호구역, 청와대경호구역으로 이어진 덕분이다. 창의문을 중심으로 부암동 서쪽 인왕산 자락은 청계동천이요, 동쪽 백악산 자락은 백석동천이다. 백석동천에 백사실 별서 터가 있다면 청계동천에는 무계정사 터가 있다. 무계정사 위쪽으로는 반계 윤웅렬의 부암정이, 무계정사 아래쪽에는 흥선대원군의 석파정이 살아남았다.● 석파정 별당·석파정 서울시 유형문화재 지정 부암동을 찾는 사람들은 보통 세 가지를 혼동한다. 첫째는 석파정과 석파랑의 구별법이다. 둘째는 무계정사와 무계원을 헛갈린다. 셋째는 백사실 별서 터의 주인이다. 석파정은 흥선대원군 이하응이 장동 김씨 세도가 김홍근으로부터 강탈한 집이다. 흥선대원군은 앞산이 모두 바위 언덕인 이 집의 이름을 석파정이라고 짓고, 자신의 호도 석파라고 정했다. ‘대원군 별장’으로 통한다. 2012년 서울미술관이 들어선 이 집은 조선시대 도성 밖 최고의 별서이다. 동명의 한정식집으로 쓰이는 석파랑은 세검정 삼거리에 있는 소전 손재형의 별서이다. 별서 위쪽 언덕배기에 자리한 ㄱ자 구조, 맞배지붕 한옥이 대원군이 머물던 ‘석파정 별당’이다. 석파정이 고아원과 요양원으로 쓰이면서 훼손 위기에 처하자 1958년 소전이 통째 자신의 집에 옮겨 놓았다. 석파정 별당과 석파정은 1974년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23호와 26호로 지정됐다. 무계원은 익선동에 있던 조선의 마지막 내시이자 수집가 이병직의 집이었다가 1953년 서울음식점 제1호로 등록된 한정식집 오진암을 2014년 옮겨 놓은 문화공간이다. 안평대군의 옛집인 무계정사 가는 길 초입에 있다고 하여 무계원이라는 이름을 붙였을 뿐이다.백석동천의 주인은 누구인가. 별서 터를 중심으로 사랑채와 안채 그리고 부속 건물의 초석이 열주처럼 늘어선 아늑하고 고즈넉한 숲속이다. 별서 아래 남쪽엔 타원형의 연못과 ‘백석정’이라고 알려진 6각 정자의 주춧돌이 놓여 있다. 백석동천과 월암이라고 새긴 각자바위가 주변을 감싸고 있다. 유홍준 교수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편2에서 ‘폐허의 미학’이라고 지칭한 그곳이다. 백석동천의 다른 이름이 백사실이어서 한때 백사 이항복의 별서라고 알려졌으나 사실무근이다. 영조 때 문인화가 허필의 별서로 지칭되기도 했다. 2012년 한국전통문화대 최영성 교수가 발표한 논문 ‘백사실 별서에 대한 고찰’에서 추사 김정희가 구입해 소유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추사의 ‘완당전집’에서 “나의 북쪽 별서를 말한다. 백석정의 옛터가 있다”는 설명을 찾은 것이다. 이 별서는 1930년 7월 19일자 동아일보 화보에 ‘북악8경’ 중 ‘백석곡 8각정’이라고 소개됐다. 사진에는 “창의문을 나서 백석곡을 찾아 아늑한 산골짝에 드니 조그만 8각정이 있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6각정을 8각정이라고 오인한 정자는 한국전쟁 때 불탔다. 별서는 서울시사편찬위원회가 1967년에 간행한 ‘동명(洞名)연혁고’에 건재한 것으로 기록됐으나 1970년 허물어졌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사진 김학영 연구위원 ■다음 일정: 제14회 서울의 대중가요2(은방울자매의 마포종점) ■일시 및 집결장소: 7월 27일(토) 오후 6시 마포역 4번 출구 ■신청(무료):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 ■문의: 서울도시문화연구원 (www.suci.kr)
  • 소방시설에 대한 불법행위, 신고 포상금 지급대상 확대

    현재 소방시설에 대한 불법행위 신고포상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서울시의 경우 19세 미만 청소년이 신고할 경우는 신고포상금을 받을 수 없다. 현행 조례에서 전문신고인(일명 ‘비파라치’) 양산을 막기 위해 신고포상금 신청자격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인데 앞으로는 누구든 신고포상금 지급신청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는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에서 의정활동을 하고 있는 김평남 의원(더불어민주당, 강남2)이 현행 조례의 제한규정을 철폐하고 누구든 신고포상금 지급대상이 되도록 하는 「서울특별시 소방시설 등에 대한 불법행위 신고 포상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과거 본 조례와 유사한 「서울특별시 비상구 폐쇄 등 불법행위 신고포상금 지급에 관한 조례」가 제정(2010.7.15.)돼 약 2년간 운영됐던 적이 있었는데 당시 포상금제도로 인한 전문신고인 양산 등의 역기능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폐지(2012.7.30.)됐다가 2016년에 서울시가 신고 포상금 지급대상, 1인당 포상한도(연간200만원)와 신고 1건당 포상금액(최초 : 5만원 지급, 2회 이상 : 소화기, 단독경보형감지기 등 현물로 지급) 등을 대폭 축소해 「서울특별시 소방시설 등에 관한 불법행위 신고 포상 조례」를 다시 제정·시행 중에 있는데, 신고포상금 지급대상을 서울시에 1개월 이상 거주하는 19세 이상의 사람으로 한정하고 있다 보니 신고포상금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형평성 측면이나 신고활성화라는 제도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이러한 불합리를 폐지하고 포상금 지급대상을 불특정다수로 확대하려는 것이라고 개정 취지를 밝혔다. 김 의원은 이렇게 되면 그 동안 신고하고도 포상금 지급신청을 할 수 없었던 19세 미만 청소년들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며 불법행위에 대한 신고가 활성화돼 다중이용업소 등 특정소방대상물의 화재 예방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서울시에 1개월 이상 거주하고 있는 19세 이상인 사람이 소방시설에 대한 불법행위를 발견하고 48시간 이내에 조례가 정한 양식에 의해 팩스나 SNS 등으로 신고할 경우 확인을 거쳐 최소 1회는 5만원을 2회 이상부터는 5만원에 상당하는 포상물품(소화기, 단독경보형감지기)을 지급하며 다만 동일인에게 월간 20만원, 연간 200만원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 조례는 오는 8월 23일부터 개최되는 서울시의회 제289회 임시회에서 도시안전건설위원회 심의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면 즉시 시행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수지 “다이빙은 내 운명” 오른팔에 자기 문신 새겨

    김수지 “다이빙은 내 운명” 오른팔에 자기 문신 새겨

    김수지(21·울산시청)는 지난겨울 오른팔에 푸른색 수영복을 입고 몸을 곧게 편 입수 자세를 취한 자신의 모습을 문신으로 새겨 넣었다. 다이빙은 ‘공포’와의 싸움이다. 그러나 김수지는 초등학교 1학년 처음 물에 뛰어들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물을 무서워한 적이 없다. 매일 주저하지 않고 수십 차례 물에 몸을 내던지는 그는 “다이빙이 제 천직이라고 생각해 문신을 새겼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끝난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세계선수권대회 다이빙 경기에서 8차례나 결선에 진출해 역대 최고의 성적을 낸 한국 다이빙은 두 동갑내기 김수지와 우하람(국민체육진흥공단)이 이끌었다. 김수지는 여자 1m 스프링보드 동메달로 한국인 첫 세계대회 메달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우하람은 김수지의 돌풍을 태풍으로 바꿨다. 비록 메달 시상대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남자 1m·3m 스프링보드 각 4위와 10m 플랫폼에서 6위를 차지하며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따내 한국 다이빙이 세계 중심에 근접했음을 증명했다. 둘뿐이 아니다. 조은비(24·인천시청)는 문나윤(22·제주도청)과 짝을 맞춘 여자 10m 싱크로나이즈드 플랫폼에서 10위에 오른 데 이어 김수지와 호흡을 맞춘 3m 싱크로나이즈드 스프링보드에서 이 종목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결승에 진출하는 성과를 냈다. 이제 질적, 양적으로 크게 한 뼘 더 자란 한국 다이빙의 과제는 1년 남은 도쿄올림픽에서 더 큰 진보를 메달로 증명하는 일이다. 어김없이 이번 대회 13개 종목 가운데 12개의 금메달을 싹쓸이한 중국을 견제할 한국 다이빙의 힘을 기르는 것이다. 오는 24일이면 도쿄올림픽은 꼭 1년이 남았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매국’ ‘이적’ ‘친일파’… 대일 여론전 최전선 나선 조국

    ‘매국’ ‘이적’ ‘친일파’… 대일 여론전 최전선 나선 조국

    “문재인 정부는 서희·이순신의 역할 동시 수행 … WTO 제소, 일본에 지레 겁먹고 쫄지 말자” “대법원 판결 비난·왜곡하는 한국 사람은 ‘친일파’” 보수야권 “유아기적 이분법” “낙인찍기 공격” 반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대법원의 징용 피해자 배상판결과 연장선에서 일어난 일본의 수출규제를 반박하는 여론전의 최전선에 나서고 있다. 지난 15일 이후 1주일새 페이스북에 올린 30건의 글 중 29건이 일본 경제보복 이슈와 관련됐으며, ‘매국적’ ‘이적(利敵)’에 이어 ‘친일파’란 표현까지 써서 ‘피아 구분’에 나섰다는 점에서 눈길이 쏠린다. 조 수석은 21일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는 국익수호를 위하여 ‘서희’의 역할과 ‘이순신’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993년 거란 침략 때 외교 담판으로 옛 고구려 땅을 지켜낸 고려 문신 서희(942~998)와 임진왜란 당시 삼도수군통제사로 일본 침략에 맞선 이순신(1545~1598) 장군을 거론하며 청와대가 외교 협상과 함께 ‘경제전쟁’을 병행하고 있음을 설명한 것이다. 조 수석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관련, “전례를 보건대 몇 년 걸릴 것이며 어려운 일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일본 국력, 분명 한국보다 위다. 그러나 지레 겁먹고 쫄지 말자”며 “당연히 정부는 이러한 (외교적 타결) 노력을 하고 있지만 법적·외교적 쟁투를 피할 수 없는 국면에는 싸워야 하고 또 이겨야 한다. 국민적 지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 20일에는 “근래 일부 정치인과 언론에서 무지하거나 또는 알면서도 문재인 정부를 흔들기 위하여 황당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며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개인에 대한 배상책임까지 소멸한 것이 아니고 ▲2005년 참여정부 당시 민관공동위원회는 한국인 개인이 일본 정부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으며 ▲대법원 판결은 ‘외교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이 소멸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짚었다. 이어 “1965년 이후 일관된 한국 정부의 입장과 2012·2018년 대법원 판결을 부정·비난·왜곡·매도하는 것은 정확히 일본 정부의 입장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한국 사람을 마땅히 ‘친일파’라고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18일에는 “이러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진보냐 보수냐, 좌냐 우냐가 아니라, 애국이냐 이적(利敵)이냐”라고 했다. 16일에는 조선·중앙일보의 일본판 기사 제목을 거론하며 “혐한 일본인의 조회를 유인하고 일본 내 혐한 감정의 고조를 부추기는 이런 매국적 제목을 뽑은 사람은 누구인가”라고 비판했다. 이튿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도 “국민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했다. 청와대가 사실관계 오류를 지적하고 정정보도를 요청한 적은 있지만, ‘주장’을 담는 칼럼 논조를, 공개 비판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선명한 메시지를 앞세운 조 수석의 페이스북에 대한 평가는 지지층 내에서도 조금은 엇갈린다. 여권의 유력 정치인들이 총선을 앞두고 여론이나 대 언론관계를 의식해 발언수위를 조절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신뢰가 두터운 참모이자 여권내 가장 주목받는 ‘스피커’로서 총대를 멘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자극적인 메시지가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앞서 조 수석이 ‘죽창가’를 언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여권 관계자는 “최근 보수 야당·언론 태도를 보면 일본 경제보복 이슈로 현 정권을 흔들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최소한의 금도도 없는 것 같다”며 “청와대나 정부가 공식 대응하기 어려운 부분을 조 수석 같은 이들이 SNS(소셜네트워크) 영역에서 대응하는 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반면 보수 야당은 ‘이적’ ‘친일파’ 프레임을 내세운 데 대해 강력 반발했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20일 논평에서 “애국과 이적이라는 유아기적 이분법으로 문재인 정권 수준을 떨어뜨리는 조국 수석부터 단죄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도 “조국 수석이 짚은 부분은 엄밀하게 따지면 시각에 따라 논쟁적 사안이 될 수 있다”며 “논리가 안되면 반일과 친일, 애국이니 이적이니 하는 ‘낙인찍기’로 공격하는가”라고 했다. 그럼에도 조 수석의 ‘페이스북 여론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정수석으로서 SNS 활동이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의식이라도 한 듯,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대통령의 법률보좌가 업무 중 하나인 민정수석으로서”라고 밝혔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0.20초 차로… ‘수영 마라톤’ 1·2위 갈렸다

    0.20초 차로… ‘수영 마라톤’ 1·2위 갈렸다

    16일 전남 여수엑스포해양공원에서 열린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오픈워터 남자 10㎞는 결승선까지 순위 다툼이 치열했다. 거친 물결 속에 1.666㎞를 6바퀴 도는 바다 위 속도전은 마지막 300m를 남기고 수중 몸싸움도 치열하게 펼쳐졌다. 독일의 플로리안 벨브록(21)과 프랑스의 마르크 앙투안 올리비에(23)는 어깨를 나란히 한 채 결승점을 동시 통과해 비디오 판독까지 간 후 승자가 결정됐다. 둘의 차이는 불과 0.20초. 금메달을 목에 건 벨브록은 1시간 47분 55초 9, 올리비에는 1시간 47분 56초 1로 2위가 됐다. 그 뒤를 이어 롭 무펠스(24·독일)가 1시간 47분 57초 4로 3위를 차지했다. 벨브록은 우승이 확정된 순간 주먹을 불끈 쥐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9살 때 수영을 하다 사고로 숨진 여동생을 기억하기 위해 왼쪽 어깨에 ‘인생을 즐기자. 삶은 짧다’라는 의미가 담긴 문신을 새기고 출전했다. 오픈워터는 체력 소비가 극심하기 때문에 예선전 없이 모두 결선 한 경기에서 승패를 가린다. 남자 10㎞는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국가 간 경쟁도 치열하다. 이번 대회 10위까지는 내년 도쿄올림픽 출전권이 주어진다. 이날 47개국 75명이 출전했고, 이 중 32명이 첫 데뷔전을 치른 선수들이었다. 한국 선수로는 박석현(24·국군체육부대)과 박재훈(19·서귀포시청)이 개최국 자격으로 첫 출전해 각각 1시간 52분 47초 6, 1시간 56분 41초 4를 기록했다. 전체 75명 중 각각 53위, 59위의 기록이다. 두 선수들은 세계 무대의 벽은 높았지만 첫 실전 대회에서 완주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박석현은 경기 중반 4.3㎞ 지점에서 16위까지 진입했지만 이후 20위권으로 밀리면서 하위권으로 처져 아쉬움을 줬다. 박 선수는 “레이스 중 상대 선수들에게 맞기도 하고, 팔을 휘두르다 나도 모르게 가격도 했다”며 “너무 힘들지만 많은 걸 배웠고, 경험을 쌓아 계속 도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보였다. 오픈워터는 국내 관중에게는 생소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경우 이번 대회를 TV로 생중계하는 등 인기가 높다. 거친 파도에 휩쓸리며 고독한 싸움을 벌이는 ‘수영의 마라톤’이라고 불리는 종목 특성상 레인이 없고, 선수들 간의 격렬한 몸싸움으로 인한 부상 위험도 크다. 여수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히틀러 ‘나의 투쟁’ 문신했다 해고당한 독일 버스기사

    히틀러 ‘나의 투쟁’ 문신했다 해고당한 독일 버스기사

    독일 저가 장거리 버스인 플릭스버스(Flixbus) 운전기사가 두 번의 세계전쟁을 일으키고 유대인을 무차별 학살한 나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의 자서전인 ‘나의 투쟁’(Mein Kampf)을 문신으로 새겼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15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플릭스버스는 보도자료를 내고 “문신이 발견된 기사의 운행을 즉시 중단하고 해고했다”고 밝혔다. 프랑스인 승객은 프랑스 남부에서 출발해 이탈리아 북부 베르가모로 향하는 플릭스버스를 탔다가 운전기사의 ‘나의 투쟁’ 문신을 촬영해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플릭스버스는 해당 기사를 그만 두게 한 것으로 보인다. 독일 형법은 공공장소에서 나치 구호와 상징물을 사용하면 처벌하는 조항을 주고 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말빛 발견] 약주/이경우 어문부장

    ‘약주’와 관련한 이야기 하나. 서울 중림동 일대는 약현(藥峴)이라고 불렸다. 만리동에서 충정로3가로 넘어가는 고개 이름이었는데, 이 주변에 약초를 재배하는 밭이 있었다고 전한다. 호가 약봉(藥峯)인 조선시대 문신 서성은 이 동네에서 자랐다. 그의 호는 이 지명에 자연스레 영향을 받는다. 또 ‘약봉’은 ‘술’을 점잖게 이르는 말인 ‘약주’와도 이어진다. 약봉의 어머니 이씨는 남편을 잃은 뒤 약현에 자리를 잡는다. 사람들은 그의 집을 ‘약봉댁’이라고 불렀다. 그는 음식 솜씨가 아주 뛰어났는데, 누구나 믿고 찾는 약과를 만들었다. 더욱이 그가 만든 술은 최고의 명품이었다. 손님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고, 더욱 널리 알려져 나갔다. 술은 곧 ‘약봉가’(藥峯家)에서 만든 술 ‘약주’가 최고가 됐다. 그렇게 해서 ‘약주’는 술의 대명사처럼 됐다. 이런 식의 명칭들은 가까이에 또 있다. ‘백호’(backhoe)를 뜻하는 ‘포클레인’은 이것을 생산하는 프랑스 회사 이름 ‘포클랭’에서 왔다. ‘호치키스’는 본래 ‘스테이플러’였지만, 이를 만든 회사 이름 ‘호치키스’가 대신한다. 북녘에선 ‘에스키모’가 아이스크림을 가리키는데 본래 상표명이었다. 가까운 말들이 쉽고 힘이 더 세다.
  • [전문] 차오름, 양호석 폭로 “바람피우고, 유부녀 만나면서..”

    [전문] 차오름, 양호석 폭로 “바람피우고, 유부녀 만나면서..”

    머슬마니아 출신 피트니스 모델 양호석이 전 피겨스케이트 선수 차오름을 폭행한 혐의에 대해 인정한 가운데, 차오름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9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변성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기일에서 양호석은 폭행 혐의를 인정하면서 “차오름이 술집 여종업원에게 무례하게 굴었다”면서 “먼저 욕을 하고 나에게 반말한 것이 폭행의 원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양호석은 “10년 동안 차오름을 좋은 길로 이끌어주려고 노력했지만, 제가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하면서 멀어진 사이에 운동 코치를 한다던 차오름이 깡패들과 어울려 속이 상했다”면서 “차오름이 지방에 내려가 피겨스케이팅 관련 일을 한다고 해 이사비용도 대줬는데, 이사도 하지 않아 그간 감정이 많이 쌓였다. 10년 된 형에게 덤벼들고, 만약 때리지 않았다면 내가 맞았을 것”이라며 호소했다. 이어 차오름과 합의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사건 관련 기사가 쏟아지자 차오름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발끈했다. 차오름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폭력 인정하고 당당하게 벌 받으면 더 이상 연관 짓지 않으려고 했는데, 마지막까지 날 실망시킨다”면서 “언론 플레이 하지 말쟀지? 폭로전? 해보자”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양호석 관련 사생활 폭로를 이어갔다. 그러면서 “네가 안 때렸으면 내가 때렸을 거라고? 난 너 때릴 생각도 없었다. 인정해라. 깡패 친구들? 그래서 너 돈 받고 피티했냐. 입만 열면 거짓말에 자기 합리화네”라며 “너랑 나랑 원래 반말하던 사이였고, 10년 전부터 문신 있었고 나 국가대표 두 명 만들었다. 10년 알고 지내서 알고 그랬으면서 무슨 헛소리야. 정신 차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양호석은 지난 4월 23일 오전 5시 40분경 서울 강남 소재의 한 술집에서 차오름을 폭행해 전치 6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다음 공판 기일은 다음 달 29일이다. 다음은 차오름 인스타그램 전문 주변 사람들 내 가족들이 그래도 좋게 마무리 지라해서 난 니가 폭력 인정하고 당당하게 벌 받음 민사니 뭐니 더이상 너랑 연관짓지 않으려 했는데 역시나 넌 마지막까지 날 실망시키는구나. 언론 플레이 하지 말쟀지? 건드렸지? 여종업원. 무례하게 해? 이사비용? 20줬냐? 내가 너한테 한 게 더 많을 텐데 니 나이 감은 거 감싸주고 바람 피운 거 감싸주고 니 뒷바라지하고 그리고 룸살롱 가기 싫다 고하는 거 데려갔지 문신? 요즘 다하지 깡패? 내가 깡패고 깡패 친구들이랑 어울려? 10년 동안 재워주고 먹여줘? 내가 니 똥 닦아준 건 유부녀 만나면서 돈 뜯고 여자친구 있으면서 바람 피우고 여자랑 자고 한 건? 너 무덤 계속 파네. 폭로전? 해보자. 너 낱낱이 다 까줄게. 너 그동안 니 할 일 다 하고 지냈잖아. 사건 뒤로 또 룸살롱 가고 너 옛날에 불법해서 내 통장 가져갔잖아. 시합 전날도 도박하고 다 했잖아. 니 주변 깡패 없어? 또 이미지 관리하네. 너 그 술집도 여자 보러 나 데리고 간 거잖아. 왜 영어 해. 내가 안간다 안했어? 너 모든 거 다 폭로 해줘? 인정해 그냥. 내 잘못? 내친구들 깡패인거? 너가 나 때린 게 그 이유라고? 정신차려. 너가 나 안 때렸으면 내가 때렸을 거라고? 너 복싱 전국 체전 2위라메. 또 구라야? 난 너 때릴 생각도 없었어. 인정을 해. 그냥 그리고 깡패 친구들? 그래서 너 걔네한테 돈 받고 피티했어. 입만 열면 거짓말에 자기합리화네. 그리고 너랑 나랑 원래 반말하던 사이였고 10년 전부터 문신 있었고 나 국가 대표 애들 두 명 만들었어. 10년 알고 지낸 ○○가 알면서 그랬으면서 뭔 헛소리야. 정신 차리세요. 사진 = 서울신문DB 뉴스부 seoulen@seoul.co.kr
  • 차오름 폭행 혐의인정, “몸에 문신하고 깡패들과 어울려” 양호석 이유가..

    차오름 폭행 혐의인정, “몸에 문신하고 깡패들과 어울려” 양호석 이유가..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 차오름을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머슬마니아’ 출신 피트니스 모델 양호석이 1심 재판에서 상해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변성환 부장판사 심리로 9일 오전 열린 양씨의 첫 공판 기일에서 양호석 측은 “차오름이 술집 여종업원에게 과하고 무례하게 굴었다”며 “먼저 술자리에서 욕을 하고 나에게 반말을 한 것이 폭행의 원인이다”고 주장했다. 양호석은 지난 4월 23일 오전 5시40분쯤 서울 강남구 소재 한 술집에서 말다툼하던 차오름의 뺨을 때리고, 주점 밖으로 끌고 나와 발로 걷어차고 몸을 잡아당기는 등 전치 6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양호석 측은 “10년 동안 차오름에게 밥을 사주고, 재워주며 좋은 길로 끌어주려고 노력했다”며 “제가 본격적으로 운동을 하면서 차오름과 1~2년 멀어진 사이, 운동 코치를 한다던 차오름이 몸에 문신을 하고 깡패들과 어울려 속상했다”고 말했다. 이어 “차오름이 지방에 내려가 피겨스케이팅 관련 일을 한다고 해 이사비용을 줬으나, 실제로 이사도 하지 않아서 그간 감정이 많이 쌓여 있었다”며 “10년 된 형에게 ‘더해보라’면서 덤벼들어서, 만약 때리지 않았다면 내가 동생에게 맞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호석은 “감정 때문인지, 금액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아직 차오름과 합의를 보지 못했다”며 합의를 할 시간을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변 부장판사는 다음달 29일 공판기일을 한 번 더 열고 양호석과 피해자의 합의사항을 한 번 더 들어볼 예정이다. 한편 차오름은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이다. 양호석은 한국인 최초로 머슬마니아 세계대회에서 2연패를 달성한 보디빌더다. 사진 = 서울신문DB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베트남 아내 폭행 남편 엄벌하라” 청와대 국민청원 잇따라

    “베트남 아내 폭행 남편 엄벌하라” 청와대 국민청원 잇따라

    베트남에서 이주한 아내를 무차별하게 폭행한 남편을 엄벌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한국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부인과 아기를 상대로 가정폭력을 저지른 남편을 강력히 처벌해달라는 글이 3건 게재됐다. ‘전남 영암 베트남부인 폭행 강력한 처벌을 원합니다’는 제목의 글 게시자는 “이주여성을 폭행하는 장면을 봤는데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라고 밝혔다. 게시자는 “베트남 여성도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아기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 시기인데 저런 행동을 보인 것은 폭행이 습관적으로 일어났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에 동의자수는 오후 2시 10분 현재 7000명을 넘어섰다. 게시자는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다”면서 “대한민국 얼굴에 먹칠을 해도 보통 그 이상”이라고 비판했다. ‘베트남 이주 아내를 폭행한 남편을 엄벌에 처해주세요’라는 글을 올린 한 청원자는 “아이 보는 앞에서 어떻게 사람을 저렇게 때릴 수 있나”라면서 “이종격투기 보는 줄 알았다. 두살배기 아기의 트라우마가 어떨지, 폭행 당하는 엄마를 보고 자란다는 사실이 가슴이 아프다”고 올렸다. 이어 “폭력은 브레이크가 없다”면서 “가정폭력범 남편을 반드시 일벌백계해서 경종을 울려달라”며 엄벌을 거듭 촉구했다. 한국 생활 10년 차인 결혼 이주여성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또 다른 게시자는 ‘결혼이주여성 인권 및 권리를 찾아주십시오’라는 글을 통해 “언어도 좋지만 결혼 이주여성에게 기본권, 인권 교육도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그는 “결혼이주민들이 한국어를 잘 모르고 한국 법을 잘 모른다는 이유로 유사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들의 청원에도 현재까지 3000명 가까이 동의했다. 전남 영암경찰서는 8일 특수상해와 아동학대 혐의로 남편 A(36)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지난 4일 오후 9시부터 3시간여 동안 영암군 자신의 집에서 베트남 출신 아내 B(30)씨를 주먹과 발, 소주병 등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의 폭행 피해 영상은 페이스북과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퍼졌다. 2분 33초 분량의 영상에서는 남성이 여성의 뺨을 때리고 발로 걷어찬 뒤 구석에 쪼그린 여성의 머리와 옆구리 등을 또다시 주먹으로 무자비하게 때리는 모습이 찍혔다. 폭행 현장에는 두 살배기 아들도 있었다. 영상에서 남편 B씨는 “치킨 먹으라고 했지. 음식을 만들지 말라 했어, 안했어. 내가 (여기) 베트남 아니라고 했지”라며 여성을 윽박지르고 폭행했다. 치킨을 시키고 음식을 만들지 말라고 했는데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음식을 만들었다는게 폭행 이유로 분석된다. 윗옷을 벗고 있는 B씨의 몸에는 문신이 보이기도 한다. 아이는 구타 당하는 엄마 곁에 다가가 “엄마, 엄마”를 외치며 울음을 터뜨리며 안다가 폭행 장면에 놀라 도망치는 모습을 보였다.영상은 폭력성이 심해 SNS 운영진에 의해 현재는 노출이 차단됐다. B씨는 갈비뼈, 손가락 등이 골절돼 전치 4주 이상의 진단을 받았다. B씨는 이전에도 남편에게 폭행을 당했으며 베트남 지인들로부터 증거가 없으면 어려울 것이라는 조언을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남편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반성은커녕 “맞을 짓을 했으니 맞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져 더욱 공분을 샀다. 베트남에도 현지 매체들이 영상을 보도하면서 분노와 함께 한국인 남편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베트남 아내 폭행’ 남편 구속영장…분노한 베트남 엄벌 촉구

    ‘베트남 아내 폭행’ 남편 구속영장…분노한 베트남 엄벌 촉구

    베트남 분노에 韓누리꾼들 “대신 사죄”“나라망신, 베트남 보내 엄벌 받게 하자”경찰이 베트남에서 이주한 아내를 무차별하게 폭행한 30대 남편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보복 범죄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폭행 영상이 베트남 매체를 통해 현지에 보도되면서 베트남 시민들의 분노도 치솟고 있다. 한국대사관을 통해 가해자인 한국인 남편에 대한 엄벌을 촉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남 영암경찰서는 7일 특수상해,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등 혐의로 A(3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4일 오후 9시부터 3시간 동안 전남 영암군 자신의 집에서 베트남 출신 아내 B(30)씨를 주먹과 발, 소주병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폭행 현장에는 두 살배기 아들이 있었다. B씨의 지인은 지난 5일 오전 8시 7분쯤 B씨가 한국말이 서툴다는 이유로 남편에게 심하게 폭행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술을 마시고 욕설을 하고 폭행했으며 B씨는 갈비뼈 등이 골절돼 전치 4주 이상의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에게 출석 요구를 해 조사한 뒤 “사안이 중대하고 보복 범죄가 우려된다”고 판단하고 이날 긴급 체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B씨와 아들을 쉼터로 이송해 가해자와 분리하고 병원 치료를 받게 했다.B씨의 폭행 피해 영상은 페이스북과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퍼졌다. 2분 33초 분량의 영상에서는 남성이 여성의 뺨을 때리고 발로 걷어찬 뒤 구석에 쪼그린 여성의 머리와 옆구리 등을 또다시 주먹으로 무자비하게 때리는 모습이 찍혔다. 영상에서 남편 B씨는 “치킨 먹으라고 했지. 음식을 만들지 말라 했어, 안했어. 내가 (여기) 베트남 아니라고 했지”라며 여성을 윽박지르고 폭행했다. 치킨을 시키고 음식을 만들지 말라고 했는데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음식을 만들었다는게 폭행 이유로 분석된다. 윗옷을 벗고 있는 B씨의 몸에는 문신이 보이기도 한다. 아이는 구타 당하는 엄마 곁에 다가가 “엄마, 엄마”를 외치며 울음을 터뜨리며 안다가 폭행 장면에 놀라 도망치는 모습을 보였다. 영상은 폭력성이 심해 SNS 운영진에 의해 현재는 노출이 차단됐다. 공개된 영상은 잦은 폭행을 견디다 못한 B씨가 남편 모르게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쉼터에서 보호 중인 B씨의 지원 대책을 관련 기관과 협의하기로 했다. 한편 한국말이 서툴고 음식을 만들지 말랬는데 만들었다는 이유로 무자비하게 한국 남편으로부터 폭행 당한 이번 사건이 이날 베트남 매체를 통해 현지에 알려지면서 베트남 시민들은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온라인 매체 VN익스프레스와 징 등 현지 언론들은 앞다퉈 뉴스를 관련 사진, 영상과 함께 내보낸 것으로 알려졌다.한 누리꾼은 “한국 남성들이 베트남 여성을 무시하기 때문에 가정폭력이 종종 일어난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언어 장벽이 결혼생활의 장애가 되다니!”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현지 온라인사이트에는 한국 주재 베트남 대사관을 통해 한국 정부에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여성에게 당장 이혼하고 베트남으로 돌아오라는 글들도 쇄도하고 있다. 피해자가 무차별 폭행을 당하고도 공포에 떠는 아이를 안으며 위로하는 모습에 눈물이 났다는 글들도 올라왔다. 한 베트남 언론 매체의 독자는 “가족과 멀리 떨어져서 결혼했는데 그런 일이 벌어져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면서 “베트남에서 가난하게 살겠지만, 그런 악마 같은 사람과 지내는 것보다 마음은 더 편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한국 누리꾼들은 “나라 망신이다. 왜 죄 없는 여성과 아이를 학대하느냐. 베트남 사람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한다”, “베트남 분들께 대신 죄송스럽다. 저희도 수치스럽다”라며 상처를 받았을 베트남 국민들께 대신 사과한다는 다수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이끈) 박항서 감독으로 인해 한국에 대한 인상이 좋았었는데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졌다. 국제적으로 망신이다. 평생 감옥에서 썩어라”고 비판했다. 또 “가해자를 베트남으로 보내서 재판 받게 해야 한다”, “어차피 우리나라 법으로는 별로 처벌을 안 받으니 남편을 베트남으로 보내서 베트남 현지법으로 다루라고 하자”는 엄벌을 촉구하는 글들도 올라왔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감옥 맞아? 노르웨이 할덴 교도소 “죄수가 아니라 대접받는 느낌”

    감옥 맞아? 노르웨이 할덴 교도소 “죄수가 아니라 대접받는 느낌”

    먼저 사진 다섯 장부터 보시죠.여기가 어딜까요? 노르웨이의 교도소 거실과 감방, 자동차 정비 기술을 배우는 곳, 복도에 게시된 격려의 글, 기도 방입니다. 죄수들이 대접받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요? 노르웨이는 20년 전부터 감금해 징벌을 가하는 교도소 개념이 아니라 인력 재배치, 아니면 재활하는 곳이란 개념으로 교도소를 바꾸기 시작해 재범률이 비슷한 여건의 다른 나라들에 견줘 현저히 낮아지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영국 BBC가 전했습니다. 이곳 교도소들의 간수들은 탈옥을 감시하거나 규정을 위반하는 죄수에게 징벌을 가하는 존재가 아니라 멘토나 롤모델로 역할 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재교육을 시킨답니다. 영국에서 간수를 교육시키는 기간은 12주에 불과한데 노르웨이에서는 2~3년 걸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수도 오슬로에서 북동쪽으로 8㎞ 떨어진 릴레스트롬에는 노르웨이 교정서비스 대학이 있어 매년 입학을 원하는 1200명 가운데 선발된 175명의 훈련생이 교육을 받는답니다. BBC 기자는 노르웨이에서도 가장 중무장 경계가 펼쳐지는 할덴 교도소를 찾았는데 마침 요가 수업을 참관할 수 있었습니다. 맨발의 살인자, 강간범, 마약 밀수범, 온 몸에 문신이 가득한 남자 죄수들의 몸에 여 간수가 손을 대며 자세를 잡아주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간수의 절반이 여성이란 점도 눈길을 끕니다. 이 교도소의 연간 운영비는 9만 8000 파운드로 웨일스의 A급 교도소 운영비 4만~5만 9000 파운드의 곱절 가까이에 이릅니다. 비싸다고 불평할 수 있지만 재범률을 현저히 낮춰 오히려 효율적이라고 교도소는 설명합니다. 서유럽에서도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 웨일스는 범죄 발생률이 가장 높은 축에 들어가는데 인구 10만명당 140~150명 정도 교도소에 수감되는 반면, 노르웨이는 63명에 그칩니다. BBC 기자는 스쿠터를 탄 간수 옆에 죄수 둘이 나란히 조깅하는 장면도 봤습니다. 간수와 죄수가 함께 식사하고 배구나 레저 활동도 함께 합니다. 이렇게 해서 영국에서 죄수가 감옥을 떠난 지 1년 만에 돌아와 다시 수용되는 비율이 50%에 이르는데 이곳에서는 2년 안에 돌아오는 죄수가 20%, 5년 안에는 25%에 그치고 있습니다.1980년대부터 간수로 일해온 오레 홀다이 교도소장은 “사람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면서 “노르웨이에서도 징벌로 누군가의 자유를 뺏긴 하지만 나머지 권리는 여전히 보호받는다. 투표도 하고 학교에 다닐 수도 있고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도 있는 등 평범한 시민과 다를 바 없다. 그들이 잘못을 저질러 징벌을 받아야 하지만 보호받을 인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자동차 정비소에 일하는 두 죄수는 매일 아침 7시 30분에 일어나 8시 15분까지 일터에 나와 점심 이후 한 시간씩 감방에 돌아가 쉰 다음 오후에 일하러 나온답니다. 오후 8시 30분까지 일터에서 일하다 감방에 돌아가면 그때야 문이 잠긴답니다. 호이달 소장은 “죄수들이 입감하는 날 곧바로 출소 계획을 짠다”면서 “종신형이란 형벌 자체가 없어 모두가 출소 날짜를 받아든다”고 소개했습니다. 이어 “이곳을 나갈 때는 이웃”이라면서 “죄수들을 동물처럼 취급하면 길거리에 동물들을 풀어주는 격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기사 원문이 엄청 길고 상세해 이만 줄입니다. 할덴 교도소의 실태 르포에 관심 있는 분들은 https://www.bbc.com/news/stories-48885846 눌러주세요.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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