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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동네 작가상 수상 안보윤씨

    문학동네 작가상 수상 안보윤씨

    “뭘 쓰고 싶은지, 뭘 쓸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지금은 그냥 제 만족을 위해서 쓸 뿐이에요. 현실에선 평생 하지 못할 생각과 행동, 말들을 소설로 풀어내는 거지요. 그래서 소설을 써서 먹고 살겠다는 욕심은 아직 내면 안 될 것 같아요.” 장편소설 ‘악어떼가 나왔다’로 제10회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한 안보윤(25). 당선소식을 전해온 수화기를 든 채 그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 했다. 믿기지 않아서였다. 문학동네작가상은 김영하, 조경란, 전혜성, 박현욱, 박민규 등 역량 있는 작가를 발굴해온 신인작가 등용문. 그는 역대 수상자 중 가장 나이가 어리다. 명지대에서 사학을 전공한 그는 현재 같은 대학 대학원 문예창작과에 재학 중이다. 중·고교 때 백일장에 나가 곧잘 상을 타긴 했지만 글쓰는 사람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대학 3학년 때부터 단편을 쓰기 시작했고, 석달 걸려 완성한 첫 장편으로 덜컥 상을 받았다. 나직한 말투에서 배어나오는 차분한 인상과 달리 각각 독립된 네개의 글이 하나로 엮이는 그의 소설은 자못 엽기적이고, 잔혹하다. 소설에는 언제 실종될지 모를 아이들을 위해 몸 구석구석에 특별한 문신을 새기고, 실수로 죽인 여성의 몸을 절단해 한강에 내다버리고, 자신의 다리를 혐오해 녹슨 못이 박힌 각목으로 자해하는 인물들이 너무나 태연하게 등장한다. 그는 “‘현실에선 이보다 더한 일들도 일어나는데 이쯤이야….’하는 생각으로 썼는데 주변에서 너무 잔혹하다고 지적해 놀랐다.”면서 “전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어이없는 사건이고, 등장인물들이지만 이게 인간 본성의 모순이며, 당신 혹은 나의 모습일 수도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극중 등장인물들에게 이름을 부여하지 않은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다. 심사를 맡았던 소설가 서영은은 “가공의 현실과 있을 법하지 않은 인물들에게 옷을 입히는 상상의 활력은 눈부실 만큼 매혹적”이라고 평했고, 문학평론가 성민엽은 “강렬한 작의와 거침없는 발상, 통쾌한 추진력 그리고 이것들을 가지고 세상과 맞서는 치열한 태도를 높이 샀다.”고 밝혔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맨 얼굴로 선 엄지공주 엄지원

    맨 얼굴로 선 엄지공주 엄지원

    가당찮은 편견일 수도 있겠으나, 엄지원(28)에게서는 늘 ‘물’의 이미지가 잡힌다. 좀더 직설적으로 그건 ‘눈물’의 이미지에 가깝다. 방금 전까지 울다가 눈자위를 말리고 있는 듯 조금은 우울하고 또 조금은 닫힌 인상의 여배우. 기자의 물색없는 이미지 해설(?)에 정작 그는 고개를 주억거린다.“아마도 눈 때문일 거예요….” 별나게 물기가 많은 눈동자 때문에 슬퍼보일 거라고 스스로를 말하는 엄지원은 그러나 스크린 밖에서는 그지없이 밝고 참하다. 기자처럼 편견을 가진 이들이 어디 한둘이었을까. 한번쯤 그 가당찮은 색안경 너머로 포르륵 날아올라 보이고 싶었을 것이다. 홍상수 감독의 새 영화 ‘극장전’(제작 전원사·27일 개봉)에서 마른 풀잎처럼 가벼워진 걸 보면 말이다. 제58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로 국내 개봉도 하기 전에 국제적 화제가 된 영화에서 그는 두 가지 질감의 1인2역 캐릭터를 연기했다. 전반부에서는 긴 생머리를 한가닥으로 묶은 열아홉살 소녀, 후반부에서는 집요하게 따라붙는 낯선 남자를 덤덤히 상대해주는 여배우로 왔다갔다 했다. 중학교 첫사랑을 우연히 만나 하룻밤을 보내거나(1부), 사랑고백을 하며 덤비는 팬에게 역시 하룻밤을 허락하는(2부) 캐릭터 모두가 예측불허의 엉뚱함을 지니긴 했다. 그럼에도 “경쾌함과 청순함은 한순간도 잃지 않는 드문 배역”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화장기 하나 없는 맨얼굴로 찍은 영화예요. 아시죠? 촬영 당일 아침에야 배우 손에 대본을 쥐어주는 게 홍 감독 스타일이란 거요. 연기에 선입견을 입힐 여지를 아예 주지 않겠다는 계산에서죠. 정말이지 다시는 못해볼 별난 경험을 많이 했어요.” 촬영용 의상을 따로 장만할 일도 없었다. 그저 옷장에 있던 수수한 티셔츠나 외투 몇 벌이면 그걸로 충분했다. 대사가 많은 롱테이크 부분을 찍을 때 자주 NG를 냈던 기억 빼고는 모든 게 부담없이 즐거운 경험이었다. 위태로운 10대, 당당하면서도 소시민적 결을 드러내는 여배우의 모습을 동시에 연기하기까지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홍 감독에게서 출연제의를 받았을 무렵 그렇잖아도 뭔가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갈증이 컸었다.”면서 “그 즈음 출연했던 영화 ‘주홍글씨’나 TV드라마 ‘매직’의 캐릭터를 사랑했으나, 가공의 인물에 머물러 있다는 답답함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솔직한 구석이 많다.“원래 홍 감독 영화를 그닥 좋아하진 않았거든요. 그러면서도 전작들 모두를 극장에 가서 꼬박꼬박 챙겨본 걸 보면 이번 영화는 필연인 모양이네요.” “꼼꼼하고 소심한 A형”이라는 그는 원래 ‘연습형 연기’가 체질. 압구정동에 카페를 내는 게 꿈인 다방 레지 역을 했던 곽경택 감독의 ‘똥개’(2003년)때는 스쿠터를 몰고 줄담배를 피워야 했다. 현악기라면 질색을 했건만 변혁 감독의 ‘주홍글씨’(2004년)때는 죽어라 첼로 연습에 매달려야 했고. 안방극장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TV드라마 ‘폭풍속으로’를 찍을 때도 극중 타투이스트 역할을 위해 문신전문가 뺨치는 기술을 익혔다. 그런데 이번엔 그냥 놀았다.“감독님께 뭐라도 준비하면서 (촬영을)기다려야 되지 않겠냐고 아무리 물어봐도 ‘아무 생각말고 푹 쉬라.’는 대답뿐이셨다.”며 웃었다. 한 이미지에 붙박이지 않고 여러 장르를 두루두루 섭렵하겠다는 속내가 암팡지다. 자신 속에 들어앉은 다양한 ‘필살기’를 찾아내기 위해서란다.“제가 무협만화광이라서 잘 아는데요. 줄창 한 가지 필살기만 쓰면 핸디캡도 그만큼 많아지거든요. 필살기를 여러개 개발해둬야 생명력이 길지 않겠어요?” 그래서 말인데 빠른 시일 안에 꼭 한번 로맨틱 코미디를 찍어봤음 싶다.“그게 틀림없이 엄지원의 필살기가 될 듯한데 그런 책(시나리오)이 안 들어온다.”며 장난기를 드러낸다.“충무로 제작자들에게 소문 좀 내달라.”며 살짝 치올리는 입매가 ‘극장전’의 열아홉살 소녀 영실이처럼 말갛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난치병 ‘맞춤치료’ 5~10년 걸릴듯

    난치병 ‘맞춤치료’ 5~10년 걸릴듯

    황우석·문신용 교수와 미국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 등 공동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난치병 환자의 체세포 복제를 통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줄기세포는 포플러나무의 가지를 꺾어 흙에 심으면 뿌리가 내리듯이 신체 특정 부위에 이식하면 그에 걸맞는 새롭고 건강한 조직이나 장기로 발전하는 ‘만능 세포’다. 그동안 치료가 거의 불가능했던 백혈병·당뇨병 등 난치병을 치료할 ‘현대판 불로초’로 일컬어지는 이유다. 이에 따라 황 교수가 ‘국보급 과학자’로 불리는 것은 물론, 증시에서 줄기세포라는 말만 나오면 주가가 치솟는 것처럼 그 파장은 과학·의학계를 뛰어넘어 경제·사회적 관심사로 확대되고 있다. 이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임상실험 등 각종 검증절차가 남아 있어 줄기세포를 이용해 난치병 환자를 치료하려면 최소한 5∼10년 정도는 걸릴 전망이다. ●줄기세포는 ‘만능 세포’ 황 교수는 지난해 2월 건강한 여성의 난자(생식세포)에서 핵을 제거한 뒤 동일한 여성의 체세포에서 추출한 핵을 이식해 배아줄기세포를 배양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난자 기증자와 체세포 핵 추출자를 다르게 했다. 특히 소아당뇨병 환자 등 난치병 환자의 체세포도 이용됐다. 황 교수는 “환자의 난자와 체세포로 줄기세포를 만들어 이식할 경우 면역 거부반응 등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번 연구에서는 여성의 난자와 남성의 체세포를 이용한 ‘이성간’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기 때문에 질병 치료의 폭을 넓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팀은 지난해 16명으로부터 기증받은 242개의 난자로 1개의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그친 반면 이번에는 18명으로부터 받은 난자 185개로 11개의 배아줄기세포를 배양, 성공률을 15배 정도 끌어올렸다. 줄기세포는 몸 안에서 빠르게 분열하며 피부와 각막, 근육, 뼈, 호흡기 등으로 분화할 수 있다. 때문에 줄기세포를 제대로 추출하고 분화하는 방향을 조절할 수 있다면 파킨슨씨병, 뇌졸중, 치매, 뇌척수손상, 관절염, 당뇨병 등 난치병이나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제 치료에는 ‘절반의 성공’ 이번 연구결과는 환자 치료라는 목표를 기준으로 하면 ‘절반의 성공’ 수준이다. 우선 배아줄기세포가 췌장세포나 신경세포 등 원하는 방향으로 분화되는지, 분화과정에서 유해물질이 나오는지 등을 검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척수에 이식한 줄기세포에서 신경세포뿐만 아니라, 뼈가 나온다면 병세를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 줄기세포는 암세포처럼 끊임없이 반복 분열한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이를 제어할 수 있는 기술도 보완돼야 한다. 체세포 복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여성의 유전자 일부가 줄기세포에 섞여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도 막아야 한다. 이같은 검증과정이 끝나면 원숭이 등 영장류를 대상으로 동물실험을 하게 되며, 이를 통해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받게 된다. 이어 난치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까지 성공적으로 마쳐야 일반 환자들에게 줄기세포 이식치료를 본격화할 수 있다. 연구에 참여한 서울대 의대 안규리 교수는 실용화 예상시기에 대해 “환자분들에게 헛된 희망을 드려 실망을 주고 싶지 않다.”면서 “다만 이번 연구결과로 30∼50년 걸릴 일을 수년, 수십년 앞당겼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연구팀은 지난해 실용화 예정시기를 10년 안팎으로 전망했었다. ●난자사용 따른 생명윤리 문제 윤리적 문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종교계는 20일 “인간배아복제 등 윤리적인 문제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기독교생명윤리협회 사무처장인 조덕재 변호사는 “종교적인 입장뿐 아니라 윤리적 관점에서 볼 때 배아줄기세포 배양은 인간복제 위험성이 있다.”면서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면 결국 배아를 파괴하게 돼 생명체를 희생하면서까지 난치병 치료연구를 강행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 총무인 이창영 신부도 “전세계적으로 배아줄기세포 배양에 대한 윤리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이 방법이 유일한 난치병 치료법인 것처럼 매달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성체줄기세포 연구와 달리 배아줄기세포는 임상실험 결과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가 불치병 치료를 위한 것인 만큼 생명에 대한 종교와 과학의 양면성을 극복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불교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장 정념 스님은 “이분법적으로 본다면 윤리 문제를 지적할 수 있겠지만 이번 연구는 생명을 살리는 데 목적이 있다.”면서 “윤리적인 면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병마로 인해 고통받는 이웃을 위해 생명의 존엄성을 일깨워주는 계기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임흥기 부총무도 “과학의 힘으로 불치병을 치료해 생명을 구하는 것과, 종교적인 생명의 존엄성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미경 장세훈기자 chaplin7@seoul.co.kr
  • 황우석 난치병 정복 길 열었다

    황우석 난치병 정복 길 열었다

    서울대 황우석 교수 등 국내 연구팀이 난치병 환자의 체세포를 복제하는 방식으로 치료용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특별한 치료법이 없던 난치병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 황우석·문신용 교수팀과 미국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팀은 여성 18명으로부터 기증받은 난자 185개로 31개의 배반포기 배아를 복제한 뒤 여기서 11개의 복제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20일 밝혔다. 연구성과는 이날 세계적 과학저널 ‘사이언스’ 인터넷판에 실렸다. 논문에 따르면 이번에 확립된 배아줄기세포 11개는 남성과 사춘기 전 여성, 폐경기 이후 여성 등 다양한 연령층(남성 8명, 여성 3명)의 체세포를 이용한 것으로 이 중에는 3명의 난치병 환자도 포함돼 있다. 특히 난치성 환자의 배아줄기세포는 환자 자신의 체세포를 이용한 것으로 이들은 현재 선천성면역결핍증(CGH·2살·남)과 소아당뇨병(JD·6·여), 척수질환(SCI·33·여)을 각각 앓고 있다. 동일인의 난자와 체세포를 이용하면 다른 사람의 세포를 이식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면역 거부반응 등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연구팀은 참자가의 체세포에서 빼낸 핵을, 핵이 제거된 난자에 주입, 배아를 복제한 뒤 줄기세포를 만들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건강한 여성의 난자와 체세포를 이용했기 때문에 실제 질환 치료와는 거리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환자에게 적용 가능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질병 치료에 한발짝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이번 연구성과는 남성의 체세포와 여성의 난자를 이용한 ‘이성간’ 배아줄기세포 배양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황 교수는 “줄기세포는 피부와 각막, 근육, 뼈, 위장관, 호흡기 등으로 분화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 면역거부반응 해결과 환자와 복제배아줄기세포의 생물학적 특성 규명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儒林(348)-제3부 君子有終 제3장 慕古之心

    儒林(348)-제3부 君子有終 제3장 慕古之心

    제3부 君子有終 제3장 慕古之心 연보에 의하면 퇴계는 12살 때 평생 화두인 ‘이(理)’를 얻음으로써 문리를 터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비록 사우(師友)는 얻지 못하였으나 대철학자로서의 기틀을 얻은 것이다. 14세가 되자 퇴계는 호학지인(好學之人)으로 성장하였으며, 그 무렵 도연명(陶淵明)의 시에 심취하였다고 한다. 그의 인격을 흠모하여 도시(陶詩)를 모작하여 지어보기도 하였으며,15세 봄에는 송재공을 따라 형과 함께 청량산에 가서 독서를 하였고,6월에 송재공이 안동부사로 부임하자 겨울에 안동으로 가서 친구들과 함께 수렵에 참가하기도 하였다. 이 수렵에서 퇴계는 뼈아픈 교훈을 얻는다. 언행록에는 퇴계가 스스로 고백한 실수담이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내가 젊었을 때에 숙부 송재공을 따라 안동에 가 있었다. 하루는 여러 사람들과 들에 사냥을 하러 나갔다가 술에 취하여 말에서 굴러 떨어졌다. 술이 깨자 어찌나 마음이 아픈지 견딜 수가 없었고, 그 후부터 스스로 술을 경계하는 생각을 잠시도 잊지 않았다. 지금 와서 생각하여도 두려운 마음이 마치 어제 일과 같다.” 16세 때에는 봄에 사촌동생과 함께 안동의 천등산(天燈山)에 있는 고찰 봉정사(鳳停寺)에 들어가서 수학하였다. 이 해에 송재공은 집안 젊은이들의 공부장소로서 안동의 자성(子城) 서북쪽에 애연정(愛蓮亭)을 세워 그곳에서 공부하였다. 17세 되던 8월에는 순찰하러 온 경상감사 김안국(金安國)의 강연을 형과 함께 가서 경청하였다. 향교의 학생 모두가 참가한 일종의 ‘시국강연회’였는데, 퇴계는 김안국의 강연을 통해 견문을 넓힐 수가 있었다. 김안국은 조광조와 함께 지치주의를 주장하였던 진보적인 문신이었으나 조광조와는 달리 급진적인 개혁은 반대하였던 온건한 성리학자였다. 성리학적 이념을 바탕으로 한 통치강화에 힘쓰는 김안국의 강연은 퇴계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다. 김안국은 ‘소학(小學)’을 관내 향교에 권함으로써 자라나는 유생들에게 생활 속에서 유교의 실천을 널리 권장하였는데, 퇴계가 평생 동안 소학의 내용과 일치한 행실로서 살았던 것은 이때의 깊은 영향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무렵 정신적 스승이었던 숙부 송재공은 별세하였고, 퇴계는 마침내 독자적으로 연곡에서 오도송을 읊음으로써 12세 되던 해 ‘이(理)’를 통해 문리를 얻은 후 6년 동안 줄곧 머릿속으로는 주자의 사상에 천착(穿鑿)하고 있음을 드러내 보였던 것이다. 퇴계의 오도송은 제자들의 평가대로 주자가 쓴 ‘관서유감(觀書有感)’, 즉 ‘책을 읽으며’란 시에서 깊은 영향을 받았던 것임에 틀림이 없다. 주자는 두 개의 연작시를 지었는데, 그 첫 번째 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조그만 네모 연못이 거울처럼 열리니/하늘 빛과 구름 그림자가 그 안에 떠 있네./무엇일까 이 연못이 이리 맑은 까닭은/샘이 있어 맑은 물이 흘러오기 때문이지.(半畝方塘一鑑開 天光雲影共徘徊 問渠那得淸如許 爲有源頭活水來)” 연작시의 두 번째 시는 다음과 같다. “지난 밤 강가에 봄물이 불어나니/거대한 전함이 터럭처럼 떠올랐네./이전엔 힘을 들여 옮기려고 애썼는데/오늘은 강 가운데 저절로 떠다니네.(昨夜江邊春水生 蒙衝巨艦一毛輕 向來枉費推移力 此日中流自在行)”
  • [메디컬 라운지] 올해의 의과학 신기술 18개 선정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는 올해 한국을 대표하는 의과학 관련 신기술 및 발명품 18개 항목을 선정했다. 선정된 신기술 및 발명품에는 문신용(서울대의대)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비롯, 강윤규(고려대의대) 교수의 ‘근골격계통증과 신경병증성 통증 진단시스템’, 최은경(서울아산병원) 교수의 ‘정위 방사선수술로 조기폐암 및 폐로 전이된 암을 80∼90% 국소제거하는 방법’과 김응권(연세대의대) 교수의 ‘아벨리노 각막이영양증의 치료제 및 치료법 개발’ 등이 포함됐다.
  • 향락의 거리 신천 청소년 해방구로

    향락의 거리 신천 청소년 해방구로

    ‘향락의 거리 신천, 청소년 해방구로 다시 태어난다’ 서울 송파구 신천 거리의 별명은 ‘뒷구정동’이다. 강남 압구정동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온갖 유흥업소가 모여 있다는 뜻이다. 신천에서 이렇다 할 카페나 음식점을 찾는 건 미국 뉴욕에서 괜찮은 자장면집을 찾는 것만큼 어렵다. 대신 저렴하고 시끌벅적한 술집들만 있다 보니 자연스레 청소년들의 ‘탈선 지대’로 전락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지난 7일부터 송파구(구청장 이유택) 주최로 열리고 있는 청소년 대축제 ‘2005 신천유스iN 페스트’ 덕분이다. 신천이 청소년의 건전한 ‘해방구’로 거듭나고 있는 셈이다. ●PC게임·댄스공연·탁구왕 선발 등 다양 이번 축제는 5월과 6월,9월과 10월 넉달 동안 홀수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9시까지 열린다. 신천 MBC사옥부터 키노극장 전 50m 길이의 신천청소년이벤트거리가 그 무대다. 축제 기간 동안 이곳의 차량 통행은 전면 통제된다. 이번 청소년 축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행사는 ‘청소년 온라인 게임대회’.‘국민 PC게임’ 스타크래프트 경기가 펼쳐진다.9∼24세의 청소년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스타크래프트 경기는 7일 프로게이머 박정길, 신정민(이상 KOR팀)씨의 시범경기로 스타트를 끊었다. 이번 경기는 개인전으로만 펼쳐진다. 7차례의 예선을 통해 모두 32명을 선발,10월29일 본선을 통해 최종 우승자를 가리게 된다. 아마 고수와 프로 고수간의 ‘혈전’도 준비돼 있다. 특별 행사로 최종 우승자와 프로게이머 차재옥씨의 경기가 열린다. 상금도 푸짐하다.1위는 50만원,2위는 30만원,3·4위는 20만원의 상금과 트로피를 받게 된다. 예선 1∼4위도 소정의 시상금이 준비돼 있다. 참가신청은 송파청소년수련관 홈페이지(youth1318.or.kr)나 전화(02-449-0500) 혹은 직접 방문해서 신청할 수 있다. 참가비는 1인당 1000원이다. ●청소년용품 벼룩시장 눈길 행사 기간 동안 청소년 용품 벼룩시장인 ‘유스플리마켓’도 선보인다. 이곳에서는 청소년 재활용 문구, 스포츠용품뿐 아니라 다양한 청소년 창작 작품도 등장한다. 특별행사로 네일아트, 페이스페인팅, 캐리커처 그리기, 헤나문신 시연회 등이 마련된다. 사물놀이 공연, 댄스·밴드 그룹 공연 등 흥겨운 무대도 빠지지 않는다. 물품 판매를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무료로 신청할 수 있다. 축제라면 놀이가 빠질 수 없다. 송파구는 외나무다리 베개싸움, 사랑의 줄다리기, 서바이벌 탈출, 탁구왕 선발대회 등 다양한 놀이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각 종목의 1∼3등까지는 소정의 상품권도 주어진다. 현장 접수 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송파구 관계자는 “이번 축제는 청소년들이 건전한 놀이문화를 스스로 만들고, 재능과 끼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기회”라면서 “주5일제도 본격적으로 시행된 만큼, 청소년들이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여가 공간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주말에 뭘 보러갈까]

    미술 ■ 드로잉을 통해본 한국현대 미술 60년사 5월15일까지 그로리치화랑(02)395-5907. 이쾌대, 이응노, 김환기, 송영수 화백 등 대가들의 인물군상, 산천, 점, 선, 누드 등을 스케치한 경쾌한 작품들. 완성작품에 비해서는 가벼운 느낌이나 작가의 순수한 마음의 세계가 포착돼 매력적. ■ 성곡미술관 개관 10주년전 6월5일까지 성곡미술관(02)737-7650. 한국 현대미술에서의 ‘이성’과 ‘감성’을 주제로 한 김범, 김수자, 김영진 등 젊은 작가 19명의 작품. ■ 김준 개인전 5월29일까지 사바나미술관(02)736-4371. 사회적 ‘금기’인 문신을 예술로, 문화적으로 해석한 작품들. ■ 이상원 개인전 6월6일까지 갤러리 상(02)730-0030. 러시아에서 전시한 ‘영원의 초상’등 인물화 미발표작. 클래식 ■ 영감과 열정 챔버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5월3일 오후 7시 30분 영산아트홀(02)586-0945 ■ 바리톤 윤호문 독창회 5월3일 오후 7시30분 세종문화회관 소극장(02)586-0945. ■ 김나영 피아노 독주회 5월4일 오후 8시 금호아트홀(02)3436-5222. ■ 정예창 오보에 독주회 30일 오후 3시(02)6303-1919. ■ 세계음악축제 30일 오후 5시 파주 헤이리 북하우스내 아트 스페이스(02)3774-2500. ■ 나수경 피아노 독주회 5월5일 오후 7시 30분(02)399-1111. ■ 금관악기 실내악단 코리아 브라스 콰이어 30일 오후 8시 DS홀(02)3774-2500. ■ 라이브 모차르트 5월1일 오후 7시 덕양 어울림누리 별모래 극장(02)3774-2500. 콘서트 ■ 사월의 봄 이야기(뱅크·포지션·최재훈)콘서트 30일부터 새달 1일까지 토 오후 4·8시, 일 오후 3·7시. 경희대 평화의 전당.(02)1544-1555. ■ 변진섭 뮤직 환타지 29일부터 새달 1일까지 29일 오후 7시30분 30일 오후 4·7시30분 1일 오후3시 성균관대학교 600주년 기념관 새천년홀 (02)322-9555. ■ GOD 콘서트 30일 오후 7시 강릉 빙상 경기장 (033)645-9600. 어린이 ■ 제로공주 실종사건-5월31일까지 웅진씽크빅 아트홀 어려운 수학을 놀이처럼 즐기며 배울 수 있다고? 수학나라를 엉망으로 만들려는 지우개 마왕에게 붙잡힌 제로공주를 구출하러 떠난다. 구출기를 통해 멀게만 느껴지는 수학과의 거리를 좁히는 교육 뮤지컬.(02)569-0696. ■ 우당탕탕, 할머니의 방 5월15일까지 정동극장(02)751-1500. 박정자 주연의 첫 아동극. ■ 넌 특별하단다 5월8일까지 인켈아트홀2관(02)745-0308. 맥스 루카도의 세계적인 그림동화를 각색. ■ 헤라클레스 5월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02)368-1515. 제우스신을 구하기 위해 생명수를 찾아 떠나는 영웅 헤라클레스의 모험을 그린 뮤지컬. ■ 개구리 왕자 5월1일까지 하늘땅 소극장(02)3672-8276. 그림형제의 동화 ‘개구리왕자’를 아이들 상상력에 맞게 풀어낸 뮤지컬. ■ 노노 이야기 6월19일까지 상상나눔시어터(02)741-2323.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어린이 안전사고 예방뮤지컬. ■ 하륵이야기 5월8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02)525-6929. 폐품을 재활용해 만든 소품, 악기가 상상력을 자극한다. 연극 ■ 아가멤논-5월11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아이스킬로스 작·미하일 마르마리노스 각색·연출, 남명렬 손진환 안순동 박정한 박지아 출연. 아가멤논은 호메로스가 쓴 서사시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의 주제가 되는 트로이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이다. 그리스 비극의 세계적 권위자 미하일 마르마리노스가 선보이는 그리스비극의 정수.(02)580-1300. ■ 안녕, 모스크바 5월8일까지 아룽구지극장(02)762-0810. 김태훈 번역·연출, 이원희 신서진 백향수 김선영 신지훈 출연. 모스크바 올림픽이 열린 1980년을 시대적 배경으로 암울한 인권상황을 그린 작품. ■ 사랑에 관한 다섯개의 소묘 5월22일까지 소극장축제(02)741-3934. 위성신 작·연출, 오주석 김재환 민충석 전형숙 출연. 은밀한 공간인 여관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다섯가지 사랑이야기. ■ 관객모독 6월19일까지 창조콘서트홀(02)764-3076. 페터 한트케 작·기국서 연출, 전수환 윤상화 서은경 양동근 출연. 힙합과 욕, 환상의 결합. 양동근도 관객도 그래서 더 신난다. ■ 부부 쿨하게 살기 5월22일까지 세우아트센터(02)762-9190. 손기호 작·연출, 임학순 우미화 출연. 행복한 부부로 살기 위한 지침서. 뮤지컬 ■ 인당수 사랑가-무기한 대학로 발렌타인극장 박새봄 작·최성신 연출, 서정금 강은경 김준원 김도현 장재용 출연. 우리 가락에 전통의 소리를 접목해 창작한 한국형 뮤지컬. 심청이와 춘향이의 만남을 다룬 독특한 소재에 꼭두각시놀음 등 다양한 장르의 결합이 돋보인다.(02)741-9120. ■ 틱틱붐 5월29일까지 신시뮤지컬극장(02)577-1987. 조나단 라슨 작·심재찬 연출, 이석준 배해선 문혜영 성기윤 출연. 뉴욕에 사는 젊은 예술가의 사랑과 희망. ■ 달고나 5월31일까지 PMC자유극장(02)739-8288. 오은희 작·이현규 연출, 정의욱 임진아 이장훈 출연. 추억의 가요로 엮은 옛이야기. ■ 더플레이엑스 6월26일까지 발렌타인극장2관(02)741-9120. 박재민 작·연출, 김영민 이동수 조은별 출연. 세상을 향한 개들의 유쾌한 풍자. ■ 아이 러브 유 6월19일까지 연강홀(02)501-7888. 한진섭 연출, 남경주 이정화 정성화 오나라 출연. 이땅의 모든 커플들에게 바치는 뮤지컬. ■ 난센스 아멘 5월22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02)556-8556. 고선웅 연출, 김성기 서영주 김수용 출연. 여장 남자수녀들의 신나는 버라이어티쇼.
  • [열린세상] 생명복제,희망인가 재앙인가/임현진 서울대 사회학 기초교육원장

    지구 최초의 복제동물로 세인의 관심을 끌었던 돌리가 사망한 지 2년이 넘었다.1997년 2월에 태어나서 2003년 2월에 죽었으니 여섯 살에 일생을 마감한 셈이다. 양의 평균 수명이 12년 안팎이라 하니 오래 살지 못했다 할 수 있다. 돌리의 사인에 관해서는 논란이 많다. 공식적으로는 폐질환으로 인한 안락사다. 복제양을 탄생시킨 이언 윌마트 박사가 속해 있는 영국의 로슬린연구소는 돌리의 죽음이 실내에서 사육되는 늙은 양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폐질환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불과 여섯 살에 지나지 않는 돌리가 ‘늙은 양’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지니지 못한다. 이달 초 한국을 방문한 윌마트 박사는 돌리의 사인을 묻는 질문에 폐질환이라는 사실 외에 그 이상도 이하도 확인하기를 거부했다. 사실 복제양 돌리는 세인의 기대와 달리 불행한 일생을 살았다. 태어난 지 3년도 안돼 성인병인 비만·관절염·류머티즘 등으로 고생을 했다. 특히 노화가 급속히 진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밝혀진 대로 돌리가 세살 때, 세포노화의 지표로 알려진 테로미어가 정상보다 짧은 아홉 살에 해당하는 길이였다. 바꿔 말해, 돌리는 이미 태어날 때 여섯 살된 어미양의 나이를 안고 태어난 것이다. 돌리가 복제되기까지 무려 2777번의 시도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동물 복제의 경우 성공률이 아직도 많아야 10%라고 한다. 인권만 있고 양권(羊權)이나 돈권(豚權)은 없는가. 생명복제 기술은 아직도 불완전하다. 그럼에도 인간은 생명복제를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이러한 생명복제가 인간으로 확대되는 것에 대한 반대가 적지 않다. 나는 이미 인간복제가 인류에게 희망보다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서울신문 2002년 10월1일자). 사람의 질병 치료를 위한다는 명분 아래 생명복제가 인간재생으로 이어지지 말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생명창조의 권한을 가진 신에 대한 모욕이기 전에 인간사회의 질서와 윤리를 부정하는 자멸을 의미할 수 있다. 인간복제로 인해 부모가 자식이 되고 자식이 부모가 되는 사회에서 생명윤리와 인간질서는 똑바로 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인간복제로 가고 있다. 복제기술의 발달에 따라 마음만 먹으면 어떤 동물도 복제가 가능하다. 복제양 돌리(1997년)를 필두로 쥐(1997년), 소(1998년), 염소(1999년), 돼지(2000년), 고양이(2002년)가 복제되었다. 인간과 DNA구조상 친화성을 갖는 원숭이 복제도 시간문제다. 이러한 생명복제의 중심에 한국이 있다. 서울대 황우석 박사와 문신용 박사가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배양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하였기 때문이다. 윌마트 박사가 한국에 온 연유도 황우석 박사와 인간배아줄기세포의 배양을 통해 난치병을 치료하기 위한 방법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분명 인간줄기세포의 복제는 간경화·당뇨병·척추마비·파킨슨씨병으로 시름하는 환자들에게 큰 희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줄기세포 복제가 질병치료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줄기세포를 장기의 세포로 키우고, 동물실험을 통한 안전성 점검을 거쳐야 하고, 임상결과를 통해 인간에 대한 유무해 여부를 최종 결정해야 한다. 나라마다 줄기세포 연구를 통해 미래산업의 성장동력을 얻으려 한다.10년안에 실용화를 위해 국가간 경쟁이 치열하다. 영국이 가장 적극적이고 아시아권 국가들이 이를 뒤따르고 있다. 이 와중에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훼손되고 있지 않은지 성찰을 요한다. 우리의 경우 ‘생명윤리법’이 인간배아 연구를 허용함으로써 생명존중 가치관을 침해하고 있다는 헌법소원이 이미 제기되어 있다. 인간배아 복제가 지니는 생명공학적 가능성 못지않게 인간윤리적 한계를 조화시키는 것이 지난하면서도 중차대한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 기초교육원장
  • “공무원 키·몸무게 제한말라”

    “공무원 키·몸무게 제한말라”

    국가인권위원회는 12일 경찰과 소방 공무원 등을 채용할 때 키와 몸무게를 제한하는 것은 평등권을 침해한 차별행위라고 의견을 모으고 관련 규정을 개선하라고 해당 기관에 권고했다. 인권위가 차별 개선을 권고한 직종은 경찰·소방·교정·소년보호·철도공안 등 5개다. 그러나 경찰·법무부 등은 “업무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결정”이라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어 곧바로 개선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키·몸무게 제한은 평등권 침해” 인권위의 이날 권고는 지난 2003년 9월 김모(30·여)씨가 “경찰 등 5개 직종의 여성공무원 채용시 키와 몸무게를 일정수준으로 제한하는 것은 신체조건에 의한 평등권 침해”라며 낸 진정을 검토한 결과 나왔다. 현재 경찰은 ‘남자 167㎝·57㎏ 이상, 여자 157㎝·47㎏ 이상’ 등의 제한을 두고 있다. 인권위에는 김씨 외에도 경찰 채용 기준에 1㎝ 모자라 불합격한 최모(24)씨 등 8건의 진정이 더 접수됐다. 인권위는 “각 기관의 키와 몸무게 기준이 해당 업무수행 능력을 평가해 과학적으로 설정된 것이 아니다.”라면서 “특히 해당직종 업무 수행시 육체적 능력이 많이 요구된다고 하면서도 신체 검사 외에 체력검사를 하지 않는 기관이 있는 것은 이같은 주장과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또 S(25)씨가 “15세때 오른쪽 허벅지와 왼쪽 종아리에 새긴 문신 때문에 경찰 채용 신체검사에서 탈락했다.”며 낸 진정에 대해서도 용모에 의한 차별행위라고 결정하고 “문신이 음란하거나 경찰 제복 착용시 눈에 띌 정도인지, 시민이나 동료에게 불쾌감을 주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면서 경찰청장에게 관련규정 개선을 권고했다. ●기관들 “업무 특성 고려해야” 반발 인권위의 이날 결정에 대해 해당 기관들은 수긍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경찰은 “범인 검거 등 일반시민과 육체적 접촉이 많은 업무 특성상 국민과 경찰관 자신의 생명 보호를 위해 최소한의 신체조건은 갖춰야 한다.”면서 “경찰이 규정한 신체조건은 남녀 모두 2004년 한국인 평균신장에도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결코 과도한 조건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 규정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실시한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신체조건에 대한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양봉태 교정국장은 “범죄자와 대면하는 업무상 어느 정도 신체조건 제한은 불가피하다.”고 밝혔으며, 소방방재청과 건설교통부 관계자도 “수행 업무에 대한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동일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난색을 표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상습 범죄자들 ‘뇌’ 감정조절기능 크게낮다

    상습 범죄자들 ‘뇌’ 감정조절기능 크게낮다

    상습적인 범죄자는 감정과 공격성 등을 조절하는 뇌 기능이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신영철 교수팀이 법무부 용역으로 청송감호소 피감호자들에게 전문신경심리기능검사를 실시한 결과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결과를 들어 상습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단순구금보다 긍정적 사고를 갖도록 새로운 인식과 행동반응을 연습시키는 인지치료와 심리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무부, 청송감호소 피감호자 심리검사 연구팀은 ‘성격장애로 인한 상습범죄자의 행동교정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연구’보고서에서 피감호자 58명의 전두엽(前頭葉)기능을 측정한 결과 이들의 평균이 15% 수준에 그쳤다고 밝혔다. 일반 성인의 측정치 평균은 50%를 웃돈다. 대뇌의 앞부분인 전두엽은 사회적 행동, 감정 조절, 행동 억제, 타인의 배려, 미래를 고려한 판단 등 고등행동을 관장한다. 또 대상자 가운데 강도나 성폭력 등을 저지른 ‘폭력적 범죄집단’은 절도나 사기, 약취유인 등을 저지른 ‘비폭력적 범죄집단’보다 전두엽 기능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전두엽의 기능 저하가 상습적이고, 폭력적인 범행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비행청소년 인지·심리치료 병행해야 조사 방법은 주로 심리학에서 사용하는 위스콘신 카드분류검사(WCST)기법으로, 대상자가 주어진 카드를 모양이나 색깔을 기준으로 분류하는 행동을 분석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고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 등을 측정하게 된다. 예를 들면 색깔로 분류해야 할 카드를 모양을 기준으로 분류한 피조사자가 ‘틀렸다.’는 조사자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기준을 바꾸지 않으면 오차가 높아져 전두엽 기능이 떨어지는 결과가 나오게 된다. 이는 피감호자 162명의 자기보고형 설문지 조사에서 충동성 척도가 높을수록 분노표현 척도는 높은 반면 분노조절은 잘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과도 무관치 않다. 또 임상심리 전문가가 피감호자 37명을 직접 면담한 결과 46%인 17명이 알코올·약물의존 등 물질관련 장애나 우울증, 공황장애 등 정신과적 장애를 앓고 있었다.58명을 대상으로 성격장애 유무를 살핀 결과에서는 48%인 28명이 장애를 갖고 있었으며, 이 가운데 18명은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책임연구자인 신 교수는 “정신과적 장애는 면담과 약물치료 등으로 회복이 가능하며, 전두엽 기능은 약물치료 등 신경생물학적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병원 정신과 신민섭 교수는 “전두엽은 20세까지 발달하므로 소년범의 재범 예방에 확실한 효과를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범죄자들 전두엽 기능 현저히 낮다

    상습적인 범죄자는 감정과 공격성 등을 조절하는 뇌 기능이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이는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신영철 교수팀이 법무부 용역으로 청송감호소 피감호자들에게 전문신경심리기능검사를 실시한 결과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결과를 들어 상습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단순구금 보다 긍정적 사고를 갖도록 새로운 인식과 행동반응을 연습시키는 인지치료와 심리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습범죄자 전두엽 기능 하위 15% 수준 연구팀은 ‘성격장애로 인한 상습범죄자의 행동교정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연구’보고서에서 피감호자 58명의 전두엽(前頭葉)기능을 측정한 결과 평균이 전체 분포의 하위 15% 수준이라고 밝혔다.일반 성인은 평균 50% 이상의 분포를 보인다.대뇌의 앞부분인 전두엽은 사회적 행동,감정 조절,행동 억제,타인의 배려,미래를 고려한 판단 등 고등행동을 관장한다. 또 대상자 가운데 강도나 성폭력 등을 저지른 ‘폭력적 범죄집단’은 절도나 사기,약취유인 등을 저지른 ‘비폭력적 범죄집단’보다 전두엽 기능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연구팀은 “전두엽의 기능 저하가 상습적이고,폭력적인 범행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조사 방법은 주로 심리학에서 사용하는 위스콘신 카드분류검사(WCST)기법으로,대상자가 주어진 카드를 모양이나 색깔을 기준으로 분류하는 행동을 분석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고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 등을 측정하게 된다.예를 들면 색깔로 분류해야 할 카드를 모양을 기준으로 분류한 피조사자가 ‘틀렸다.’는 조사자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기준을 바꾸지 않으면 오차가 높아져 전두엽 기능이 떨어지는 결과가 나오게 된다. 이는 피감호자 162명의 자기보고형 설문지 조사에서 충동성 척도가 높을수록 분노표현 척도는 높은 반면 분노조절은 잘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과도 무관치 않다.연구팀은 “이 같은 피감호자는 폭력적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고,시설 내 적응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절반 가까이 치료 필요한 정신·성격 장애 또 임상심리 전문가가 피감호자 37명을 직접 면담한 결과 46%인 17명이 알코올·약물의존 등 물질관련 장애나 우울증,공황장애 등 정신과적 장애를 앓고 있었다.58명을 대상으로 성격장애 유무를 살핀 결과에서는 48%인 28명이 장애를 갖고 있었으며,이 가운데 18명은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책임연구자인 신 교수는 “만성적·상습적 범죄자에게는 개인별 성격이나 정신과적 질환 유무에 따라 심리치료나 재활훈련 등 각각 다른 치료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면서 “정신과적 장애는 면담과 약물치료 등으로 회복이 가능하며,전두엽 기능은 약물치료 등 신경생물학적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서울대병원 정신과 신민섭 교수는 “비행 청소년이나 공격성이 높은 사람을 대상으로 전두엽의 기능을 높여주는 컴퓨터 게임 등 프로그램이 개발돼 있다.”면서 “이러한 인지재활치료로 분노를 조절하는 법 등을 익히면 재범행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그는 “특히 전두엽은 20세까지 발달하므로 소년범의 재범 예방에 확실한 효과를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를 위해 전문의 1명과 임상심리학자 2명이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청송 제1·2감호소에 상주했다.연구는 상습 범죄자의 교정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한 취지로 이뤄졌으며,상습범,누범 등이 많은 청송감호소를 조사대상으로 정했다.피감호자에게 조사의 목적과 방법을 설명한뒤 서면동의한 166명을 연구했으며,도중에라도 검사를 거부하는 사람은 제외했다.연구팀은 “일반 교도소의 상습범 등에게도 충분히 적용 가능한 결과”라고 밝혔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문신의 대표작 100여점 다시본다

    생명과 우주의 원리를 작품 속에 담아낸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1923∼1995). 그의 10주기를 맞아 대규모 회고전이 마련됐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문신 추모전에는 흑단(黑檀)조각을 비롯해 석고원형, 드로잉, 불빛조각 등 대표작 100여 점이 나와 있다. 흑단은 색이 검어 오목(烏木)으로도 불리는 감나무과의 상록 교목. 재질이 단단해 물에 가라앉을 정도이며 광택이 좋아 예부터 조각의 재료로 사용돼 왔다. 흑단을 자르고 파낸 뒤 윤이 나도록 문질러 만든 흑단조각은 문신의 조각작품을 대표한다. 나무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금속성을 보여주는 그의 흑단조각은 도시적 세련미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석고원형은 브론즈 조각이 주조되기 전 첫 단계로 만들어지는 작가의 체온이 담긴 작품으로 주목된다. 마산시립문신미술관에서 전등을 달아 밤하늘을 밝혔던 불빛조각은 가나아트센터 야외전시장으로 옮겨져 빨강·노랑의 화려한 색채미학을 연출한다. 1960∼70년대 파리를 주무대로 활동한 문신은 균제미, 즉 시메트리(symmetry)의 대가로 꼽힌다. 그의 작품은 좌우대칭의 세계를 지향하나 절대적 대칭은 아니다. 동양정신에서 대칭은 정적의 의미, 그리고 정적은 움직임이 없는 무생명을 뜻한다. 문신은 이같은 대칭 속에 비대칭을 끼워 넣음으로써 동적인 감각을 살려낸다. 자연의 생명력을 대칭과 비대칭의 절묘한 조화로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문신의 작품은 기하학적 추상조각이지만 곤충이나 새, 꽃 등을 연상케 한다. 작가라면 누구나 마찬가지이겠지만 문신의 작품은 단연 장인적인 노고의 산물이다. 문신은 작가노트에 “나는 노예처럼 작업하고, 서민과 함께 생활하고, 신처럼 창조한다.”라고 적고 있다. 고인의 부인인 최성숙(60) 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장은 “사람을 만나거나 놀러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홀로 예술의 삼매경 속에 살고 있을 뿐이었다.”고 생전의 남편 모습을 회고했다. 전시는 24일까지.(02)720-1020.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고려말 문신 안축의 작품집 국역 단행본 ‘근재집’ 발간

    고려말 문신이자 학자인 근재(謹齋) 안축의 문집 ‘근재집’(jinhan M&B 펴냄)이 국역돼 단행본으로 나왔다. 근재가 관동지방 존무사(存撫使)로 있을 때 지은 시문집 ‘관동와주(關東瓦注)’를 뼈대로 후손들이 모은 몇 편의 시문들을 덧붙였다. 정우상 서울교대 명예교수 등 국문학자와 한문학자 6인이 번역작업에 참여했다. 근재의 문학적 재능은 특히 고려시대 경기체가인 관동별곡과 죽계별곡에 잘 드러나 있다. 근재의 시는 우국애민의 심정을 토로한 것이 대부분. 일손이 바쁜 농사꾼에게 할당된 삼을 캐오라고 내치는 관리를 개탄한 ‘삼탄(蔘歎, 인삼을 한탄한다)’ 같은 작품에서는 당시 인삼 공물의 폐해를 그대로 엿볼 수 있다. 또 ‘농두엽부(壟頭 婦, 밭머리에 들밥 나르는 여인)’는 들일 하는 사람들에게 점심밥을 가져다 주는 여인의 정성을 한폭의 풍경화처럼 그린 서정적인 시가다. 알기 쉬운 현대말로 전해주는 고전의 향기가 은은하다. 1만 5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토요영화]

    [토요영화]

    ●트리플 엑스(KBS2 오후 11시15분) 007식 첩보 액션영화의 틀을 빌려 왔으면서도, 첩보영화의 영웅적 주인공상을 뒤집어 새로운 ‘안티 영웅’을 탄생시켰다.‘분노의 질주’로 흥행에 성공한 롭 코언 감독과 근육질 배우 빈 디젤이 손을 잡았다. 록음악을 깔고, 훔친 스포츠카에 번지점프를 즐기는 주인공 젠더 케이지(빈 디젤)는 스킨헤드에 화려한 문신, 피어싱으로 무장한 신세대. 상원의원의 차를 훔쳐 꼼짝없이 감방 신세를 지게 된 젠더에게 첩보국의 간부 기븐스(새뮤얼 잭슨)는 스파이로 뛰면 감옥행을 면하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젠더는 결국 동구의 비밀 조직인 ‘아나키99’에 침투하기 위해 프라하로 날아간다. 뒷골목 사정을 잘 알고 넉살이 좋았던 젠더는 금방 조직의 두목 요르기와 친해지고, 요르기의 연인 옐레나와도 가까워진다. 그 요르기가 비밀리에 초대형 생화학무기를 만들고 있다. 건물 지하실에서 무기 제조에 참가한 연구원들을 모두 살해한 요르기는 새 무기를 작동시키려 하고, 젠더는 이를 막기 위해 뛰어든다. 속도감 만점의 ‘롤러코스터 액션’을 첫 장면에서부터 질펀하게 풀어놓는 영화는, 스릴과 재미를 최고로 치는 액션 마니아를 만족시킬 만하다. 다리 위 스포츠카 번지점프 장면, 눈사태를 짊어지고 스키보드를 타고 내려오는 마지막 장면 등은 영화의 압권이다. 미국에서는 속편도 개봉 준비 중이다.2002년작.124분. ●스타워즈6-제다이의 귀환(MBC 오후 11시40분) 제국군에 잡혀 냉동된 솔로는 현상금 사냥꾼의 두목인 자바에게 넘겨진다. 레아 공주는 현상금을 받으러 온 외계인으로 변장을 하고 자바를 찾아가지만, 자바에게 들켜 노예로 끌려 다닌다. 결국 루크가 정면으로 도전해 솔로와 레아 공주, 로봇들을 구출해 낸다. 한편 반란군은 죽음의 별보다도 훨씬 강력한 우주기지가 재건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다. 반란군은 우주기지의 약점을 찾아 새로운 작전을 세우고, 루크는 자신의 아버지인 다스 베이더를 찾아가 최후의 결투를 벌인다. 최첨단 촬영기술을 동원해 1·2편의 두 배가 넘는 900여 장면이 특수효과를 이용해 촬영됐고, 등장하는 우주생물의 캐릭터만 100종을 넘었다. 개봉한 83년에만 1억6000여만 달러를 벌었고, 지금까지 2억6000만 달러 이상을 벌어 역대 흥행 4위에 랭크돼 있는 작품이다. 리처드 마컨드 연출.133분.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儒林(291)-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儒林(291)-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쾌속정은 선착장의 반대쪽인 호수 건너편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나는 팔짱을 낀 채 생각하였다. 이퇴계와 두향과의 사랑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통한다. 평생을 은인자중하였던 이퇴계는 특히 여색에 대해서 엄격하게 율신(律身)하고 있었다. 스승의 이러한 모습을 제자 김성일(金誠一)은 언행록에서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관서(關西)는 본래부터 번화한 곳으로 이름나 선비로서 끊임없이 타락한 이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선생님은 일찍이 자문(咨文)이 되어 말(馬)을 점검할 일로 한 달가량 안주에 머물렀지만 그런 곳에는 절대로 가지 않았다. 선생의 행차가 평양을 지날 때에 감사는 선생을 위해 유명하고 아름다운 기생을 천거하였으나 끝내 돌아보지 아니하였다.” 김성일은 퇴계와 마찬가지로 안동 출신의 문신으로 1590년 통신부사로 일본에 파견되었는데, 황윤길(黃允吉)과는 달리 왜가 군사를 일으킬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는 견해를 밝힘으로써 오늘날까지 평판이 나쁜 사람이지만 말년에는 왜군과 싸우기를 독려하다가 병으로 죽은 이퇴계의 고제(高弟)였다. 성리학에 조예가 깊어 주리론(主理論)을 계승하였는데, 특히 스승의 자성록(自省錄)과 퇴계집을 편찬하였던 뛰어난 학자였다. 그는 여색에 엄격하였던 스승의 모습을 그렇게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자고로 관서의 평양이라면 조선팔도 중에서 가장 색향으로 유명하였던 곳. 평안감사가 퇴계를 위해 유명하고 아름다운 기생을 천거하였으나 끝내 거들떠보지 않았다는 퇴계가 어째서 단양에서는 두향이라는 기생과는 인연을 맺었던 것일까. 그뿐인가. 김성일은 스승의 단호한 태도를 다시 다음과 같이 증언하고 있다. “…동지(同知) 권응정(權應挺)이 안동부사로 있을 때 한번은 기생과 풍악을 싣고 서당 앞을 지났는데, 선생이 시를 지어 핀잔을 주었으므로 권은 그 뒤로 감히 그런 짓을 하지 못하였다.” 이처럼 기생과 풍악에 핀잔까지 주었던 이퇴계가 어찌하여 단양에서는 기생 두향과 춘사를 맺었음일까. 그것은 산자수명한 절경이 주는 마음의 여유 때문이 아니었을까. 특히 퇴계가 단양의 풍경을 사랑하였던 것은 퇴계의 장손이자 할아버지에게 학문을 배워 성리학에 조예가 깊었던 이안도(李安道)의 증언을 통해서도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이다. 이안도는 언행록의 ‘산수를 좋아함(樂山水)’편에서 단양군수로 있을 때의 할아버지를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무진년 정월에 선생은 단양군수가 되었다. 선생이 지방군수를 요구한 것은 깊은 뜻이 있어서였다. 특히 이 고을의 군수를 원하였던 것은 이 고을이 산수가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이곳의 구담(龜潭)과 도담 같은 곳은 경치가 가장 좋았지만 그때는 마침 잇따른 흉년을 만나 기근을 구제하느라고 자주 그곳에 오가지 못하였다. 그러나 공무의 틈을 타서 간혹 그곳에서 노닐며 흥에 따라 시도 읊었다.” 이안도가, 특히 퇴계가 좋아했다는 구담봉은 바로 퇴계와 두향이 노닐던 강선대의 맞은편에 있는 곳. 깎아지른 기암절벽의 모습이 거북을 닮아 구봉이라고 하고 물속의 바위에 거북무늬가 있다하여 구담이라 퇴계가 지은 이 절경에 대해 이퇴계는 ‘단양산수기’에서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물이 두 골짜기 사이에서 솟아나와 높은 곳으로부터 바로 아래로 내려와서 여러 돌에 떨어져 노한 형세가 세차니 구름과 같은 물결과 눈 같은 물결이 서로 용솟음치고 서로 부딪치는 화탄(花灘)이다.…”
  • 문신, 예술이냐 혐오행위냐

    문신, 예술이냐 혐오행위냐

    ‘개성을 표현하는 예술인가, 불법 의료행위인가.’온라인 상에서 문신(文身)작가 100여명이 버젓이 활동하고, 신체의 한 부위에 문신을 한 사람이 50만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신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그러나 의사가 아닌 사람이 문신을 시술하는 것은 불법이다. 문신작가들의 합법화 주장과 문신에 대한 편견, 외국의 사례와 문제점 등을 살펴본다. “조금 아프죠.” “…아니요. 참을 만한데요.” “오른쪽 종아리에 유난히 신경세포가 쏠려 있네요.1시간만 더 하면 끝나니까 조금만 참으세요.” 16일 오후 서울 시흥동 문신작가 이모(28·여)씨의 스튜디오.3시간째 ‘윙’ 하는 문신 기계 타투건의 굉음이 경쾌한 랩 음악과 함께 인체해부도와 탱화들 사이로 날아다니고 있다. 대학생 홍모(24)씨가 비스듬히 누워 있는 수술대 옆에는 잉크와 피가 섞인 검붉은 솜이 수북하게 쌓였다. 잠시 뒤,‘넓고 진실되게 살겠다.’는 뜻의 ‘진홍(眞弘)’이라는 글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작업을 마친 이씨는 소독약과 바셀린으로 소독을 끝낸 뒤 ‘작품’을 랩으로 쌌다.“내가 몸과 마음의 주인으로 다시 태어난 기분이에요.” “그럼 제가 대모(代母)가 되는 셈이네요.” 10평 남짓한 스튜디오는 홍씨와 이씨의 웃음으로 가득찼다. 홍씨가 문신을 새기기로 결심한 것은 1년 전.‘편협한 자아를 버리고 모든 사람을 아우르는 삶을 지향하겠다.’는 신조를 평생 간직하기 위해서였다. 이씨를 만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지난해 봄에 인터넷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문신은 지우기 어렵다. 그래서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으며 문신의 형태와 시기를 조율했다. 결국 지난 연말 초안이 탄생했다. 홍씨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기성세대와는 달리 젊은 세대는 스스로의 신조와 의지를 드러내는 데 익숙하다.”면서 “문신이 적절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문신 인구 50만명 넘을 듯 문신은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5조와 의료법 제25조에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문신은 이미 일반인들 가까이에 있다. 온라인에서만 100명이 넘는 문신작가가 활동하고 있다. 문신 인구도 꾸준히 늘고 있다.5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싸이월드(cy world.com)에는 100여개의 문신 관련 미니홈피가 개설돼 있을 정도다. 문신은 몸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리는 행위다. 그만큼 종류도 다양하다.▲명암의 차이를 극대화한 ‘블랙앤그레이’ ▲파란색과 주황색 등 보색의 대비를 극대화한 ‘뉴스쿨’ ▲빨강과 노랑, 파랑 등 원색을 주로 사용하는 ‘올드스쿨’ 등 10가지가 넘는다. 가격은 손바닥만 한 크기가 20만원선. 등에 하는 큰 문신은 수백만원대를 호가한다. 그러나 문신 기법이 세밀할수록 가격은 올라간다. 기간도 문신의 크기와 기법에 따라 짧게는 서너시간에서 길게는 십수년까지 걸린다. 문신작가는 보건범죄특별법으로는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과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의료법으로는 5년 이하의 징역과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정도로 과중한 형벌이 뒤따른다. 그러나 이에 대한 검·경의 단속은 전혀 없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과 관계자는 “지난해 구속된 문신작가는 단 한 명도 없다.”면서 “대부분 구속 사안도 아니어서 단속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불법 의료행위인가 예술인가. 문신이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른 것은 지난 2003년 6월 김건원(본명 김유미·30·여)씨가 구속되면서부터다. 이후 연세대 사회학과 조한혜정 교수, 가수 신해철씨 등 많은 이들이 탄원서를 내고 ‘타투법제화추진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지난해 추진위는 의료법과 보건범죄특별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헌법재판소는 올해 안으로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여 또다시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추진위가 주장하는 것은 ‘의료행위’의 개념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헌재에 낸 의견을 통해 “문신은 국소 마취한 채 색소침윤술로 색소를 피부에 착색하는 의료행위”라고 밝혔다. 추진위는 이에 대해 문신은 마취를 하지 않고, 색소침윤술이 의료행위라면 머리카락의 염색도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반박한다. 범죄와 형벌을 법률에 규정해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에도 반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의사만이 문신을 할 수 있다.’는 보건복지부의 입장은 여전히 단호하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최경일 사무관은 “문신이 의료행위가 아니라는 사회적 통념이 굳어지고, 헌재에서 그런 결정이 나면 모르겠지만 다른 대안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합법화 전망 밝지 않아 문신이 합법화될 전망은 지금으로서는 밝지 않다. 헌재가 ‘소수’의 ‘문화적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보다는 의료계 ‘다수’의 ‘공중 보건’에 손을 들어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문신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일반’의 통념도 걸림돌이다. 이에 대해 많은 문신연구자들은 별다른 단속도 안 하면서 문신을 금지하기만 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외국처럼 일정한 위생 기준을 마련하고, 자격이 있는 시술자에게 면허를 부과하는 게 표현의 자유와 공중 위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대안이라는 설명이다. 문신연구가 조현설 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법으로 묶어둔다고 해서 문신이 안 이뤄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의사들이 현재 문신 시술을 하는 것도 아니다.”면서 “문신 시술가들에게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추게 해 양성화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 외국선 어떻게 문신(tattoo)은 말 그대로 몸에 글씨나 그림, 무늬 등을 새겨넣는 행위를 말한다. 피부나 피하조직에 상처를 내서 물감을 넣는다는 점에서 단순히 그리기만 하는 보디페인팅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기능이 아닌 예술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성형 문신과도 구별된다. 문신은 종교의 기원과 그 궤를 같이한다. 원래 주술적이면서도 전투적인 의미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는 청동기시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장 오래된 문신은 1991년 알프스 산에서 냉동된 채 발견된 사냥꾼에서 확인됐다. 기원전 3300여년에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이집트에서 번성한 문신은 크레타 섬을 통해 유럽으로, 페르시아를 통해 아시아와 아메리카 대륙으로 전파됐다는 게 통설이다. 우리 민족도 예외는 아니다. 삼한시대에 문신의 풍습에 대한 기록이 있을 정도다. 문신이 부정적으로 낙인찍힌 것은 기독교의 등장과 관련이 있다. 기독교는 공식화되자마자 민간 신앙에서 널리 행해지던 문신을 ‘악마의 상징’으로 배척했다. 구약성서 레위기 19장 28절에 “너희 몸에 먹물로 글자를 새기지 말라.”고 기록됐을 정도다. 이후 문신은 폴리네시아와 북미 지역을 제외하고 노예나 중범죄자들에게나 행해지는 치욕의 상징이었다. 문신이 다시 등장한 것은 17세기 이후. 다른 대륙 ‘원주민’들과의 접촉이 계기가 됐다. 이후 직업적 타투이스트들이 등장하고, 영국 국왕 에드워드 7세가 문신을 받을 정도로 어느 정도 보편화됐다. 일본에서는 17세기 말 이후 범죄자들 사이에서 장식용 문신이 유행하면서 퍼졌다.‘조폭=문신’이라는 등식도 여기서 나왔다. 현재 문신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국가는 거의 없다. 문신은 유럽뿐 아니라 일본, 중국 등 아시아에서도 예술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화적으로 보수적인 미국에서도 사우스 캐롤라이나와 오클라호마 등 2개 주를 제외하고는 모두 합법화돼 있다. 뉴욕주 등 11개 주는 면허제도와 위생 기준 등으로 규제를 하고 있고, 나머지 주들은 제한을 전혀 두고 있지 않다. 미국공중보건부(DPH)나 미국식품의약청(FDA) 등 위생당국에서도 문신이 위생적으로 이뤄지면 에이즈나 B형·C형 간염 등에 감염될 위험이 “매우 적다.”고 밝히고 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음악 통해 문신 합법화 외칠래요”

    “음악 통해 문신 합법화 외칠래요”

    “3년째 바늘을 잡지도 못하고 있어요. 말이 집행유예죠. 예술의 자유도 없는 한국 사회가 감옥이 아니겠어요.” 서울 대림동의 한 카페에서 자신의 심경을 털어놓던 문신 작가(타투이스트·Tattoist) 김건원씨의 눈가가 가늘게 떨렸다. 김건원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타투이스트. 중학교 때 좋아하던 록 음악 뮤지션이 새긴 문신을 보고 자연스럽게 끌려 들어갔다. 성신여대 서양미술학과에 재학 중이던 98년에는 ‘예술로서의 문신’을 위해 ‘전업’을 선언했다. 김씨는 이후 ‘조폭 마누라’,‘달마야 놀자’ 등 각종 영화에서 문신 분장을 맡았다. 프랑스와 일본 등에서 열린 타투 컨벤션에 초대되는 등 외국까지 이름을 알렸다. 시련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03년 6월. 무면허 의료시술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한 청년이 병역 기피를 목적으로 문신을 받았다가 적발된 게 화근이 됐다. 결국 그해 8월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수원지법과 대법원에 항소와 상고를 했지만 모두 기각당했다. 문신만 알던 김씨는 이후 문신 합법화 ‘운동가’로 변모했다. 김씨가 느끼는 가장 큰 벽은 ‘문신은 조폭만 하는 것’이라는 일반의 오해다. 오랜 유교 문화도 걸림돌이고, 정체성의 혼돈에 따른 일탈이 문신으로 반영된다는 편견도 문제다. “연예인과 학생은 물론 교수, 스포츠선수, 은행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제게 문신을 받았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스스로의 모습을 결정하고, 몸을 통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강한 매력을 느끼죠. 자기 피부에 영혼을 새기는(Soul on Your Skin) 게 문신인 만큼, 판단력과 의지가 없으면 할 수 없습니다.” 김씨의 앞으로의 계획은 음악 등을 통해 문신의 합법화를 역설하는 것이다. 법적인 해결이 안될 경우 예술을 통해 여론을 우호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다. 오는 5월에는 자작곡을 들고 가수 이상은씨, 전인권씨 등과 함께 타투 뮤직 페스티벌을 열기로 했다. 김씨는 “랩 뮤직을 통해 ‘타투는 타투이스트에게, 진료는 의사에게’라는 메시지를 직접 전할 것”이라면서 “언젠가는 문신도 찢어진 청바지나 피어싱처럼 하나의 문화적 양식으로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5)왜 계룡산인가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5)왜 계룡산인가

    ●태조 이성계와 계룡산 1392년 조선왕조를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고려의 옛 귀족이 건재한 개성이 싫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이 있듯 이 태조는 충신으로 가득한 새 수도에 새 왕조의 터전을 닦고 싶었다. 이때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부상한 곳이 계룡산이었다. 이 태조는 1393년 음력 정월 직접 계룡산에 행차해 산세를 휘둘러 보았다. 그해 3월부터 왕도 건설의 삽질 소리가 계룡산 골짜기에 메아리쳤다. 일설에 따르면 계룡산이란 명칭도 그때 비롯됐다. 이 태조를 수행해 현지로 내려온 무학대사는 신수도 예정지 신도안의 좌우 산세를 살핀 다음 이렇게 평가했다고 전한다. 계룡산은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 금빛 닭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이요, 비룡승천형(飛龍昇天形 용이 날아 하늘로 오르는 형상)이다. 여기서 말한 ‘금계’는 부의 상징,‘비룡’은 현명한 임금을 의미한다. 즉, 이곳에 도읍하면 풍요한 태평세월이 보장된다는 말이다. 무학대사는 금계의 ‘계’와 비룡의 ‘룡’을 차용해 산 이름을 계룡산이라 부르자 했고 그 말대로 됐다 한다. 계룡산 신도안에 한창이던 천도 사업은 1393년 연말 문신 하륜(河崙)의 맹렬한 반대로 파국을 맞는다. 하륜은 세 가지 이유를 들어 계룡산을 반대했다. 첫째, 남쪽에 너무 치우쳐 한반도의 동쪽·서쪽·북쪽과 교통이 불편하다. 둘째, 주변에 큰 강이 없어 세금은 물론 물산을 운반할 큰 배가 드나들지 못한다. 셋째, 계룡산의 풍수는 중국의 풍수가 호순신(胡舜臣·송나라)이 말한 이른바 ‘수파장생쇠패입지(水破長生,衰敗立至)’의 땅이다. 즉, 흘러나가는 물이 땅의 기운을 약화시켜 나라가 곧 쇠망할 곳에 해당한다. 조정 대신들은 공방 끝에 하륜의 주장을 채택해 계룡산 천도 계획은 결국 백지화되고 말았다. 뜻밖의 결정에 남부지방 사람들은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수년 뒤 태종은 마이산(전북 진안군)이란 명산에 친림해 천도 백지화에 대한 산신(山神)의 뜻을 점쳤다 한다. 물론 산신은 그 결정이 옳다는 답을 줬고, 이에 민심도 안정됐다 한다. 한낱 전설에 불과하지만 계룡산 천도에 기대를 걸었던 남도 민심이 여실하다. ●18세기 말부터 계룡산의 인기는 급상승 수도가 한양으로 결정되자 계룡산 천도설은 한동안 잊혀졌다. 계룡산의 풍수에 대한 평가도 신통치 않았다.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이렇게 말했다.“계룡산은 웅장하기가 개성의 오관산에 미치지 못하고, 수려함도 서울의 삼각산만 못하다.” 그러나 17세기 말부터 계룡산 신화는 부활의 조짐을 보였다. 민심은 조선왕조를 이반하기 시작했고 그로 말미암아 천도설이 다시 고개를 든 것 같다. 홍만종은 1678년에 지은 ‘순오지(旬五志)’에 조선 태조가 계룡산 아래 새 수도 건설을 시작했을 때의 전설을 수록했다. 태조의 꿈에 신인(神人)이 나타나서 계룡산은 전읍(尊邑 즉,鄭)이 들어설 곳이라며 당장 계룡산을 떠나라고 명령했다 한다. 이 설화는 이긍익의 ‘연려실기술’에도 그대로 실려 있다. 이로 보면 계룡산에 정씨가 도읍한다는 이야기는 양반들 사이에도 널리 퍼졌던 것 같다. 바로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정감록’이 널리 인기를 끌었다. ●바위에 새겨진 비밀 19세기 후반 계룡산에서 신비한 각석문자(刻石文字)가 하나 발견되었다. 충청남도 공주시 계룡면 월암리에 있는 연천봉 바위에 “방백마각구역화생(方百馬角口或禾生)”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여러 해 동안 아무도 해석을 못하다가 사람들은 드디어 한 가지 해석에 도달했다. 방(方)은 4방이요, 글자도 4획이라 4를 뜻한다. 마(馬)는 오(午)인데 오라는 글자는 八十을 더한 것이라 80이다. 각(角)은 뿔이다. 모든 짐승이 두 개의 뿔이 있으므로 2가 된다. 이를 모두 더하면 482란 숫자가 된다. 구(口)와 역(或)은 국(國)자가 되고, 화(禾)와 생(生)을 합치면 禾生인데 이것은 이(移)의 옛글자다. 전체를 다시 조합하면 ‘四百八十二 國移’란 구절이 된다. 요컨대 조선은 개국 482년째 되는 1874년에 망한다는 뜻이다. 이런 뜻이라면 그것을 몰래 바위에 새긴 사람이 누굴지는 뻔하다. 그는 조선왕조의 몰락을 염원한 사람이다. 어쩌면 ‘정감록’의 신봉자였을 수도 있다. 아무튼 각석의 풀이는 한동안 민심을 동요시켰다. 그 때는 섬에서 진인이 나온다는 소문이 연달았던 시절이다. 마침 ‘정감록’에는 위기가 절정에 이른 순간 계룡산에서 정진인이 나타나 새 나라를 세운다고 돼 있어, 많은 사람들은 계룡산이 새 수도가 될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조정대신들의 마음이 편할 리가 없었다.19세기 말 권좌에 오른 대원군은 계룡산으로 천도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그는 천도를 통해서라도 이미 달아난 민심을 조선왕조에 매어 두고 싶었던 것이다. ●명산 중의 명산 계룡산 계룡산은 최고봉의 높이가 845m로 별로 큰 산은 아니다. 그러나 고대로부터 국중(國中)의 손꼽히는 명산이었다. 신라시대와 고려시대엔 나라에서 법으로 정한 명산대천이었다. 해마다 국왕은 제관을 보내 계룡산 산신에게 국태민안(國泰民安)을 빌었을 정도다. 내가 만나본 현지 주민들은 우선 계룡산이란 이름의 뜻이 각별하다고 말했다.‘계’ 즉, 닭은 사람과 가장 가까운 가축인데다 새벽을 알리는 매우 특별한 역할을 하므로 새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역할을 한다고 풀이했다. 그런가 하면 ‘용’은 전설 속의 영물로 기린, 봉황 등과 함께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 준다고 믿어졌다. 용은 성스러운 지배자를 뜻하기도 한다. 달리 말해 ‘계룡’에는 성스러운 통치자의 출현 또는 새 세상의 시작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명산인 계룡산은 풍수지리설에 힘입어 더욱 독특한 이미지를 갖게 됐고, 오랫동안 풍수가들의 관심을 끌었다. 요컨대 계룡산은 유서 깊은 명산인데다 조선 초기 도읍 후보지가 되기도 했고, 그 뒤에도 풍수가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곳이었다. 게다가 정씨가 도읍한다는 전설도 있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볼 때 ‘정감록’에서 계룡산이 새 왕조의 도읍지로 예정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풍수로 본 계룡산 ‘정감록’에는 천하의 지맥이 흘러가는 큰 줄기가 언급돼 있고 그 가운데 계룡산이 나온다. 그에 따르면, 천하의 산맥은 곤륜산에서 발원해 백두산을 거쳐 금강산으로 흐른다고 했다. 금강산에 옮겨진 내맥(來脈)의 운은 다시 태백산(太白山)과 소백산(小白山)으로 내려가며 산천의 기운을 받아 지기를 더욱 강화시킨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계룡산(鷄龍山)으로 들어감으로써 장차 정씨(鄭氏)가 도읍하여 800년을 누릴 길한 땅이라 했다. 근세의 풍수가들은 계룡산의 특징을 회룡고조(回龍顧祖), 산태극(山太極), 수태극(水太極)의 3가지 개념으로 평했다.‘회룡고조’란 계룡산이 그 조산(祖山 조상에 해당하는 산)인 대둔산을 되돌아보는 모습이라 나온 말이다. 풍수지리에서는 보통 조산이 너무 높으면 명당을 내리눌러 명당 기운이 죽는다고 한다. 서울의 경우가 그에 해당한다. 조산인 관악산(629m)이 진산인 백악(342m)보다 수백m나 높다. 서울의 풍수가 이런 탓에 서울을 떠나지 않는 한 한국은 외세의 압박에서 좀체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 풍수상의 해석이다. 그러나 계룡산은 전혀 그렇지 않다. 조산인 대둔산(878m)은 높이는 계룡산(845m)과 30m밖에 차이가 없다. 게다가 조산과 진산의 거리도 멀기 때문에 계룡산의 기세가 대둔산에 눌릴 리가 만무하다고 본다. 지맥의 흐름으로 볼 때 계룡산은 백두대간에서 뻗어 나온 큰 줄기가 진안의 마이산까지 내려오다 다시 갈라져서 북쪽으로 거슬러 올라온 형세다. 마이산에서 반전된 산세가 대둔산과 천호산을 향해 달음박질하다 공주 동쪽에서 C자를 뒤집은 모양으로 꺾였다. 산세의 이런 흐름은 마치 태극과 같아 풍수가들은 ‘산태극’이라고 부른다. 이것이 계룡산의 둘째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계룡산의 물길 또한 산세와 마찬가지로 ‘수태극’을 빚어냈다. 전북 장수읍 신무산(神舞山) 아래 수분리(水分里) 뜸샘(또는 물뿌랭이)에서 시작된 금강의 도도한 흐름은 무주, 영동, 대청호, 부강, 공주, 부여, 강경을 차례로 휘감아 돌다 장항을 거쳐 서해로 들어간다. 이런 금강 물줄기에 합류하는 것이 계룡산 명당수인데 그 모양이 태극과 같다. 계룡산의 명당수는 신도안 용추골에서 시작되어 우청룡을 휘감아 흘러들어가 금강과 만난다. 풍수설만 가지고 보면 계룡산은 도읍터로서 매력적인 곳이라 하겠다. 그러나 이미 하륜이 정확히 지적했듯 한나라의 수도를 정하는 데는 교통, 행정 및 경제적인 요건이 풍수설보다 더 중요하다. 정감록은 계룡산 도읍설을 펴고 있지만 그것은 조선왕조 자체를 부인하는 데 초점을 둔 것이지 계룡산이 정말 도읍할 만한 곳인가를 따진 것은 아니다. 정감록에 담긴 메시지는 민중은 새 세상을 원한다는 그 말이다. ●계룡산 바위가 희어질 때 계룡산에 큰 의미를 부여한 때문일 테지만 정진인이 왕으로 등극하기 직전 여러 가지 심상치 않은 조짐이 있다고 한다. 정치 사회적 변화 못지않게 자연계에 큰 변화가 예언돼 있는데 계룡산이 관련된 한두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우선 계룡산의 바위가 흰색으로 변한다고 했다. 바위 색깔이 희게 변하는 일이 보통은 불가능하다. 흥미롭게도 우리 풍습엔 예부터 흰색 바위를 미륵불의 상징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중국 당나라에도 똑같은 풍습이 있었다. 흰 바위는 미륵불의 출현, 달리 말해서 복된 새 세상의 시작을 알리는 상서로운 표징이다. 여러 해 전 현지조사 때 직접 주민들로부터 들은 바로는 조선 후기부터 계룡산의 바위가 조금씩 하얗게 변했다고 한다. 내 육안으론 그런 변화를 확인할 수 없었다. 진인왕이 올 때가 되면 계룡산 아래 있는 초포(草浦)에 바닷물이 들어와 배가 들락거린다는 예언도 있다. 초포는 금강과 계룡산 사이에 있는 작은 농촌마을인데 먼 옛날엔 거기까지 작은 배가 드나들었다고 한다. 조선 후기엔 금강의 토사가 많이 쌓여 배가 통행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그랬는데 1990년 금강하구 제방공사가 완공되자 강물이 불어 이제 초포에도 다시 작은 배들이 다닐 만하게 되었다. 어떤 주민은 이를 두고 ‘정감록’ 예언은 반드시 들어맞는다고 주장한다. 이에 맞선 다른 견해도 있다.‘정감록’에 바닷물이 초포까지 들어온다고 한 것은 해수면이 높아지는 해양 생태계의 대변화를 예고한 거라는 현대적 해석이다. 정감록에 또 예언하기를, 말세엔 생선과 소금 값이 아주 떨어진다고 돼 있는데, 이 역시 생태계의 일대변화를 예고한 것이란다. ●말세엔 계룡산으로! 정감록에 예고된 급격한 환경 변화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말세 분위기를 연상케 한다. 누런 안개와 검은 구름이 사흘 동안 움직이지 않는다는 예언은 최근 몇 년 동안 여름철이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을 온통 뒤덮는 짙은 연기 같은 것을 말하는 게 아닐까? 아니면 구제역 등 전염병을 몰고 오는 황사현상 같기도 하다. 그러나 다가올 재난은 황사 이상이다. 냇물이 마르고, 산이 무너진다는 무시무시한 예언을 두고 어떤 이는 수자원의 고갈, 녹색환경의 파괴를 예언한 것으로 읽었다. 말이 나온 김에 좀더 알아보면 정감록의 일부인 ‘서계이선생가장결’엔 이런 섬뜩한 내용이 있다.‘9년에 걸친 흉년,7년간의 수재(水災), 그리고 3년 동안의 역질(疫疾)이 닥칠 것이다. 열 집 중 한 집만 겨우 살게 될 것이다. 이상하구나, 세상의 재난이여! 전쟁도 아니고 범죄도 아니구나. 가뭄 아님 물난리, 흉년이 아니면 돌림병이로다!’ 정감록은 새 세상이 밝아오기 전 민중이 넘어가야 할 마지막 고난의 문턱이 다름 아닌 자연재해, 전염병, 그리고 경제대란이라고 못박았다. 역사를 자세히 살펴보면,1821년,1822년,1858년,1886년, 그리고 1895년에도 전국에 콜레라가 유행해 엄청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1858년 한 해만도 50만명이 쓰러졌다. 조선 후기엔 독감, 장티푸스 등 전염병이 창궐해 사망자수가 수만을 헤아렸다.5∼6년이 멀다하고 찾아든 홍수와 가뭄으로 흉년이 끊이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1807년엔 서해안 일대에 해일이 발생하여 많은 인명을 앗아갔다.1815년과 1817년의 대홍수 역시 처참한 피해를 안겨줬다. 이런 예에서 확인되듯 ‘정감록’이 예언한 말세의 조짐은 그저 막연한 공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역사상 민중이 겪은 집단적 고통의 기록이었다. 이런 식으로 과거의 역사는 미래의 예언과 만나는 것이다. 대환란이 닥쳐오면 어떻게 피할 것인가? ‘정감록’은 특출한 10개의 명당 즉,‘십승지(十勝地)’로 들어가라고 말한다. 여러 지역을 여기서 일일이 거론하기는 어렵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계룡산이 최고의 피난처로 손꼽힌다는 점이다. 계룡산 인근의 유구(維鳩)와 마곡(麻谷) 사이도 또한 길지라고 했다. 물론 우연이겠지만 그 지역에 신행정수도가 예정된 것은 흥미롭다. 현지에서 만난 노인들은 ‘정감록’을 직접 인용해 가며 이 지역으로 반드시 새 수도가 돼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계룡산,600년 전엔 조선왕조 건국 세력이 정한 도읍지였다.300년 전엔 조선왕조를 혐오하던 민중의 희망이었다. 지금 또다시 그 계룡산은 신 행정수도 논란의 와중에 서 있다. 우리에게 계룡산은 과연 무엇인가? (푸른역사연구소장)
  • 儒林(278)-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儒林(278)-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일찍이 조선전기에 문신이자 학자인 정극인(丁克仁)은 ‘봄맞이 노래’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하였다. “화풍(和風)이 건뜻불어/녹수(綠水)를 건너오니 청향(淸香)은 술잔에 지고/낙홍(落紅)은 옷에 진다 술독이 비었거든 나에게 알리어라/어린아이에게 술집에 술이 있는가 없는가 물어 어른은 막대잡고 아이는 술을 메고…” 마치 정극인의 ‘상춘곡(賞春曲)’처럼 술과 꽃과 달을 노래한 이퇴계. 이퇴계에게 도대체 어떤 ‘진실된 인연’이 이곳에서 있었던 것일까. 마침내 열차는 단양에서 멈췄다. 나는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정확히 10시41분이었다. 나로서는 신비한 경험이었다. 역마다 서는 완행열차가 시간을 정확히 지키고 있다는 사실은 마치 이상한 나라에 온 앨리스와 같은 느낌이었다. 많은 승객들이 나와 함께 우르르 기차에서 내렸다. 관광지인 단양을 들러 소백산의 철쭉제도 함께 즐기려는 상춘객이 대부분인 모양이었다. 봄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굽돌아 가는 강물 위를 스쳐오는 바람 속에는 살을 에는 날카로운 칼날이 번득이고 있었다. 그러나 봄볕은 박살난 유리조각처럼 어디서나 흘러넘치고 눈부시게 반짝이고 있었다. 약간 높은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는 역사를 나서자 한눈에 탁 트인 단양특유의 푸른 물과 붉은 산의 풍경이 한 폭의 산수화처럼 다가왔다. 개조하여 간이식당으로 만들어 놓은 객차너머로 지난 겨울동안 얼어붙었다가 녹아 흐르는 강물이 쪽빛으로 푸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역 앞 뜨락을 거닐었는데, 우연히 왼쪽 화단위에 자연석으로 만든 시비가 놓여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조남두(趙南斗)란 시인이 지은 ‘팔경가에서’란 시였다. 나는 천천히 그 시를 읽어 보았다. “소매끝 도는 구름/두둥실 감기는 하늘 퇴계 선생 기침소리/유곡산란 바람소리 상중하 신선바위/어깨춤 물굽이여 구담봉 머리끝에 선학이 푸득인다.” 이퇴계는 9개월 동안 이곳 단양에 군수로 머무는 동안 빼어난 절경에 감탄하여 그 유명한 ‘단양팔경’을 지정한다. 시인 조남두는 바로 그러한 단양의 팔경을 노래하면서 이퇴계의 업적을 ‘기침소리’로 기리고 있음인 것이다. 시는 다음과 같이 이어지고 있다. “천년을 물속/도사린 큰 뜻이 우람쿠나. 어느 제 하늘갈련가/내 벗으로 예 머무는 거북 층층으로 줄이어 쌓인 옥순석병 훈풍결에/너풀너풀 풍류자락 날리며 송강을/대작할까 남한강 선경/감돌아 휘감기는 미기두향 옥가락아.” 팔짱을 끼고 시를 감상하던 나는 순간 마지막 연에서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남한강 선경/감돌아 휘감기는/미기두향 옥가락아” 미기(美妓)라면 문자 그대로 ‘아름다운 기생’을 뜻하는 말. 그렇다면 그 기생의 이름이 바로 두향(杜香)이란 말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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