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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칸영화제 한국영화 5편 초청… 새달 ‘칸 특수’ 누릴까

    칸영화제 한국영화 5편 초청… 새달 ‘칸 특수’ 누릴까

    제65회 칸 국제영화제에 다섯 편의 한국 영화가 초청되면서 5월 영화계가 칸 특수를 누릴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영화사들은 진출작이 발표되면서 해당 영화의 국내 개봉일을 속속 확정하는 등 칸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작품은 경쟁 부문에 진출한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왼쪽)과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오른쪽)다. ●임상수 감독 ‘돈의 맛’ 국내개봉 앞당겨 ‘돈의 맛’은 칸 영화제 개막 다음날인 새달 17일로 개봉이 확정됐다. 이 영화는 당초 5월 24일이던 국내 개봉일을 한 주 앞당겼다. 칸보다 먼저 국내에서 개봉함으로써 기대 효과를 높이고, 다음주 칸 현지 상영을 통해 또 한 번 주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돈에 지배받는 재벌가의 욕망과 탐욕을 그린 ‘돈의 맛’은 파격적인 노출과 내용으로 화제를 모았다. 영화 ‘돈의 맛’의 홍보 관계자는 “올봄에는 유독 ‘은교’, ‘후궁:제왕의 첩’ 등 19금 영화가 많은 가운데, 칸 영화제를 적극 활용해 다른 작품과 차별화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홍상수 감독 세번째 진출작 ‘다른 나라에서’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도 칸 영화제 폐막에 맞춘 새달 31일로 개봉을 확정했다. 홍 감독의 세번째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으로 전북 모항의 한 펜션에 여름 휴가를 온 세 명의 안느와 함께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안느 역은 프랑스 여배우 이사벨 위페르가 1인 3역을 맡았으며, 홍 감독의 페르소나로 통하는 유준상이 함께 호흡을 맞췄다. 문소리, 문성근, 정유미, 권해효 등 홍상수의 ‘드림팀’과 도올 김용옥도 출연한다. 이 영화의 관계자는 “홍 감독의 영화를 보는 관객층은 3만~4만명 정도로 일정하지만, ‘하하하’가 2010년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받으면서 입소문을 타고 관객이 증가했다.”면서 “특히 올해는 진출한 한국 영화가 많아 언론 노출 빈도도 많아졌고, 만일 수상을 한다면 더 큰 특수를 노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개봉 ‘돼지의 왕’ 재상영 준비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로 칸 감독주간에 초청받은 ‘돼지의 왕’은 재상영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개봉한 이 영화는 칸 영화제 초청에 맞춰 VOD 서비스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감독주간에 초청된 한·중 합작영화 ‘위험한 관계’도 칸 영화제의 반응을 본 뒤 한국과 중국 개봉일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허진호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이 영화는 장동건과 중국의 장쯔이가 주연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다른 나라에서’ ‘돈의 맛’ 칸 경쟁부문 동반 진출

    ‘다른 나라에서’ ‘돈의 맛’ 칸 경쟁부문 동반 진출

    홍상수(왼쪽)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와 임상수(오른쪽) 감독의 ‘돈의 맛’이 제6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나란히 초청됐다. 칸국제영화제 사무국이 1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다음 달 16일부터 27일까지 열리는 칸영화제 일정을 밝혔다. 홍 감독이 칸영화제에서 러브콜을 받은 것은 모두 8번째로, 경쟁 부문에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와 ‘극장전’에 이어 세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하는 홍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는 프랑스 국민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함께해 제작 단계부터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을 예상했던 작품이다. 에피소드 3개를 묶은 옴니버스 영화로, 배우 유준상과 정유미, 문소리도 출연했다. 임상수 감독은 ‘하녀’ 이후 2년 만에 다시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2005년에는 10·26 사건을 조명한 ‘그때 그 사람들’이 감독주간에 초청됐다. ‘돈의 맛’은 젊은 육체를 탐하는 재벌가 안주인과 젊은 남자 비서, 그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는 재벌가의 딸 등이 엮는 관계를 파격적으로 묘사한 영화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자살 예방 상담원의 눈물

    자살 예방 상담원의 눈물

    #1. 1년 전부터 서울시자살예방센터 상담원으로 근무하는 A(27·여)씨는 자살의 유혹을 받을 때가 있다. ‘한강으로 나와라. 말리지 않으면 죽겠다.’며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로 욕설을 퍼붓는 남성만 생각하면 죽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밀려든다. 언제부턴가 TV에서 말다툼하는 장면만 나와도 채널을 돌린다. 작은 견해차를 겪거나, 남의 고민을 듣는 것도 두렵다. 최근 사람 만나는 것도 꺼려진다. A씨는 “방금 전에도 가족 간 불화로 생을 마감하려는 30대 여성을 설득했지만 정작 내게 남는 것은 잘했나 하는 불안감뿐”이라고 했다. 그녀는 오늘도 잠을 설친다. #2. 3년째 자살예방 단체에서 일하는 B(31)씨는 작은 문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란다. 센터로 찾아와 칼을 휘두르며 협박하던 30대 남성이 떠올라서다. 도박중독자였던 남성은 돈을 달라고 요구했고, 거절당하자 막무가내로 센터를 찾아와 난동을 부렸다. B씨는 “‘같이 죽자’며 달려드는 민원인 때문에 큰일이 날 뻔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자살 상담이 최근 급증하면서 자살예방센터 상담원들이 ‘남모를 눈물’을 흘리고 있다. 자살시도자들의 사연에 동화돼 일상생활에서도 괴로움을 느끼고, 성격장애 상담자들에게 시달리며 트라우마 등 업무로 인한 정신적 충격에 노출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공감피로’나 ‘연민피로’라고 설명한다. 공감피로란 상담사 등 제3자가 실제 고통을 받았던 이와 같은 감정 상태를 지속하는 것을 말한다. 연민피로는 더 심한 경우다. 동정심이 만성화돼 아예 슬픔에 무뎌지는 것을 말한다. 연민피로를 호소한 한 상담원은 “해결책이 안 보이는 전화 상담이 계속되면 심지어 ‘그냥 죽어버리지 왜 전화를 해 날 귀찮게 하나’라는 무서운 생각마저 들 때도 있다.”고 고백했다. 일부는 자살시도자의 요구에 급히 현장에 출동했다가 생명의 위협을 받기도 한다. 한 상담원은 “야간 당직을 서다 보호장비도 없이 혼자 응급상황에 투입되면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마음고생 말고도 고충은 또 있다. 직무 특성상 24시간 연속 교대업무를 하기 때문에 여성 상담원은 육아문제 등 가정적 부담도 갖는다. 서울시자살예방센터의 연간 상담건수는 2009년 1만 5062건, 2010년 1만 9820건, 2011년 2만 1176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지만 상담원 숫자는 12명뿐이다. 권한도 부족하다. 통상 정신보건전문요원인 자살예방상담센터 직원은 자살시도자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없다. 이런 이유로 자살시도자의 위치추적은 물론, 응급 입원조차도 강제할 수 없다. 정신적·육체적 위협과 스트레스에 시달리지만, 이들을 위한 구체적인 연구나 설문조사 등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신보건전문요원 자격증 소지자는 총 1만 987명. 일부가 지자체나 사립 상담센터에 소속돼 상담원으로 근무 중이지만, 전국적인 상담원 현황은 파악되지 않는다. 이수정(43) 중앙자살예방센터 상임팀장은 “우리나라도 전문가가 정기적으로 상담원을 일대일로 만나 상담하고 고민을 듣는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백민경·이성원기자 white@seoul.co.kr
  •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 모기/ 하우 (본명 신광수)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 모기/ 하우 (본명 신광수)

    모기/ 하우 (본명 신광수) 등장인물 무영(30대 초반·공무원시험 준비 중) 약희(20대 후반·백화점 화장품 매장 직원) 방역업체 직원 1(40대·제로버그 팀장) 방역업체 직원 2(20대·제로버그 사원) 집주인(40대·중반 여성) 매니저(소리·화장품 매장 관리인) 무 대 왼쪽에 침실과 작은 거실이 딸린 반지하 공간. 햇살을 느낄 수 없으며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이다. 거실 벽면 위로 창이 있으나 방충망은 찢기고 구멍도 뚫려 있다. 거실 한편에는 컴퓨터, 벽에는 벽시계가 걸려 있고 밑에는 커다란 동그라미가 그려진 달력이 걸려 있다. 침실에는 침대와 화장대, 구석에는 아기 침대와 모빌이 달려있다. 중장비의 굉음이 멀리서 들려온다. 중장비 소음은 인물들이 등장하여 대화할 때에는 잘 들리지 않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점점 크고 뚜렷하게 들린다. 중장비 소음이 들릴 때마다 무영은 귀를 후비는 습관이 있다. 희미한 침실 조명이 켜져 있고 ‘탁’ 하는 짧은 박수소리 한두 번 들린다. 조명 밝아진다. 무영 저희가 안 나가겠다는 겁니까? 아니잖아요. 아무리 월세를 제때 못 낸다 해도 그렇지 사람이 살 수가 없잖아요. (약희의 눈치를 보며) 알았어요. 그러니까요, 사모님께서 먼저 계약서대로 모기부터 해결부터 해주세요. (사이) 네, 네 알겠습니다, 알겠어요. 무영은 수화기를 휙 던지며 클렌징을 하는 약희의 눈치를 살핀다. 약희 뭐래? 무영 (말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알았대. 약희 (순간 울컥함을 참고 몸의 구석구석을 살피며) 이것 봐, 이것 보라구. 어! 여기도 물렸네. 아이 가려워. 에이 정말, 여름만 되면 이놈의 집구석은 모기가 온통 벽에 온통 도배를 해요, 도배를… 얘네들은 날개를 폼으로 달았나? 날개가 있으면 날아올라야지,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요 앞 40층짜리 탑궁전 아파트 사람들은 놔두고 (무영을 보며) 바닥보다 낮은 이런 곳으로 기어 들어와서 피곤한 사람, 잠도 못 자게 한담. 무영, 약희를 힐끗 보다 다시 허공에 시선을 응시하며 손뼉을 친다. 약희 잡았어? 무영 어 (씩 웃으며 약희에게 빈 손바닥을 펴 보인다.) 약희(다시 거울을 보며) 그 한 마리를 잡아서 집안의 모기를 도대체 언제 다 없애겠어? (사이) 다 없앨 수나 있겠어? 좋아, 설사 집안의 모기를 다 잡았다고 쳐. 그럼 뭐해, 좀 있다가 집 밖에 있는 모기들이 주택청약 대기자처럼 얼씨구나 들이댈 거 아냐? 무영 미안해. (표정을 바꿔 자신감 있는 태도로) 그래도 오늘 밤만큼은 기필코 밤을 새워서라도 자기랑 울 희망이, 내~가 책임진다. 약희 허구한 날 또 그 소리 (무영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자기랑 울 희망이, 내~가 책임진다. 테이프 같으면 벌써 늘어져서 내~~가 책~임진~다. 책임이 뭔지나 아나? 무영 뭐!? 약희 됐어. 그건 그렇고, 난 정말 못 참겠어. 가뜩이나 모기소리가 나면 불면과 신경쇠약에 시달렸는데 이젠 편두통까지, 앵앵거리는 소리만 들으면 미쳐버릴 것 같다구. 이번 여름, 아니 딱 일주일만이라도 모기가 없는 곳에서 살고 싶어. 무영 (혼잣말로) 난, 자기 잔소리 없는 곳에서 단 하루만이라도 살고 싶다. 약희 뭐야! 잔소리? 그럼 지금 당장 짐 싸. 무영 아니, 내 말은… 약희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잔소리 안 하게 생겼니? 무영(한참 동안 약희의 눈을 피하며) … 약희 이제 집은 어떡할 거야? 이제 보름도 안 남았어. 무영 … 약희 (울컥 치솟는 것을 참으며) 아이 참, 오늘 밤은 또 왜 이리 덥담. 무영 (약희의 눈치를 살피다가) 미안해, 여봉~ 내가 이번 시험만 붙으면… (약희를 안으며) 그리고 오늘 밤만큼은 자기하고 울 희망이, 내가 밤 새워서라도 모기들한테서 지켜줄게. 약희 (무영을 뿌리친 후) 더워 더워, 끈적거려, 붙지 말래두. 에어컨도 없는 집에서… 어! 빨리 손 안 치워? 무영 (머쓱한 듯 손을 빼며) … 약희 그리고 ‘이번 시험만 붙으면’ 이라는 말 도대체 몇 번째야. 이제 지긋지긋하니까, 먼저 모기 다 없애기 전까지 내 몸에 손도 대지 마. 무영 (약희를 한동안 말없이 쳐다보다가) 이놈의 모기들 오늘 밤 다 (목소리를 낮추며) 죽었어. 무영은 약희를 계속 쳐다보다가 ‘앵’ 하는 소리와 함께 순간 ‘탁’ 하고 박수를 친다. 그리고 잠시 광기 어린 무영의 얼굴이 살짝 비친 후 조명 꺼진다. 조명 켜지면 창밖에는 매미 울음소리와 함께 보다 커진 중장비 소음이 들려온다. 반바지 차림에 부스스한 몰골의 무영은 처음에는 귀를 후비다가 나중에는 귀를 막는다. 이후 한참 만에 전화벨이 울리는 것을 확인하고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는다. 약희 지금까지 잔 거야? 무영 아, 아냐, 진작 일어났지. 지금 기출 문제 동영상 강의 듣고 있어. (사이) 정말이야. 자 들어봐. (아이 젖병을 꺼내면서, 목소리를 바꿔) 네, 지난 5년간의 기출문제 유형을 종합하여 정리한다면, 이번 10월에 있을 공무원 9급 공채시험의 경향을 파악할 수 있겠죠. 그래서 이번 7주차 강의는~ 약희 됐어, 됐어. 소리 좀 줄여. 무영 거봐, 날 뭘로 보구. 흠 약희 잊지는 않았지? 자기가 한 약속,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야. 무영 또 또 시작이다. 알았어요. 남자로 아니 가장으로, 아니 좋다. 울 희망이 이름을 걸고 약속한다. 약희 애는? 무영 엉, 지금 분유 타서 먹이려… 때마침 아이 우는 소리 약희 뭐야, 애 분유는 시간 맞춰 먹여야 한다고 했잖아. 그리고 알고 있지? 유아들한테 전자 모기향이나 에프킬라, 절대 안 되는 거. 무영 알아 알아. 약희 그저 말로만… 저기 그런데, 오늘 연락… 왔어? 무영 … 약희 (울컥 차오르는 것을 누르며) 아이 진짜, 그보다 먼저 진짜 집에 있는 모기 좀 당장 어떻게 좀 해봐. 나 지금 코끝을 물려서 완전 딸기코야. 며칠째 모기가 앵앵거려 잠을 설치니까, 얼굴이 부어서 화장으로도 안 가려지잖아. 무영 … 약희 (갑자기 너스레를 떨며) 그것 때문에 고객들하고 상담할 때 자꾸 얼굴을 숙이니까 매니저가 자꾸 눈치 주는 거 있지. 내가 말했지? 그 사람 성질 더러운 거. 뭐냐, 뉴월드 백화점의 얼굴인 슈넬화장품 직원 태도가 뭐냐구… (사이) 내말 듣고 있지? 무영 … 어. 약희 그리고 집주인이 많이 삐친 것 같으니까 자기가 먼저 전화해서 어떡해서든 집주인 비위 잘 맞추고 우리 사정을 잘 말해봐. 무영 (말없이 잠시 침묵하다가) 저기 자기야, 사실… 약희 어? 무영 사실은, 자기 출근하고 바로 집주인한테 연락이 왔었어. 약희 그래! 뭐라구 해? 아니, 자긴 뭐라고 했어? 무영 먼저 모기를 싹 없애 주겠대. 약희 야! 진짜? … 무영 그리고… 약희 그리고? 무영 이번 달까지… 약희 …나가래? 무영 … 약희 그러‥면, 결국 자기 뜻대로 하겠다는 거잖아. 그, 그러면 우리는? 우리는 어떡하구. 완전히 길바닥에 나앉아 죽으라는 거잖아. 그래서 자긴 뭐랬어? 무영 … 그, 그래도 우리집 구조상 모기를 싹 없애긴 쉽지 않을 거야. 그건 자기가 더 잘 알잖아. (사이) 그럼 작성한 계약서대로 모기를 다 없앨 때까지 나갈 수 없다고 버텨봐야지 뭐. 약희 (끓어오르는 것을 다스리며)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그리고 집주인이 집안에 있는 모기를 진짜 다 없애면 그땐 어떡할 거야? 무영 그땐, … 사정이야기를 해봐야겠지. 그리고 우리는 우리대로… 약희 당신, 분명히 자기가 책임진다고 했어. 그럼 이번에야말로 가장의 책임감이 뭔지 보여줘. 아니면 우리 가족 모두 그냥 확! 무영 … 약희 아 네~ 팀장님. (목소리를 낮추며) 나 오늘 저녁에 늦어. 무영 어! 잠깐 …안 되는데. 전화가 끊기자 무영은 뚜뚜뚜뚜 소리를 한참 동안 멍하니 듣다가 전화를 끊는다. 이후 젖병을 든 채 잠시 두리번거리다가, 침대와 창문 등,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본 후 아기 침대 쪽에서 모기 잡는 시늉을 하며 한참 동안 좁은 거실을 서성거린다. 이때 귀를 후비면서도 전화기에 시선을 놓지 않는다. 그 후 결심한 듯 전화기로 다가가 전화기를 들었다가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전화기를 내던진다. 그 순간 전화벨이 울린다. 무영 (조심조심 다가가 전화기를 들며) 여, 여보~세요? 목소리 이무영씨 댁 맞습니까? 무영 그, 그런데요. 목소리 집주인이 김수영씨 맞으시죠? 제로버그입니다. 무영 제로버그? 그런데… 목소리 이 집 주인께서 의뢰하셨습니다. 그럼, 바로 출동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 당황한 무영이 문을 열자 방역업체 직원1, 2 등장. 방역업체 직원은 빨간 모자에 동일한 유니폼(모기 박멸 프린팅)과 헤드셋 마이크를 착용하였고, 직원1은 고글을 쓰고 지시봉을, 직원2는 특이한 가방을 들고 있다. 방역업체 직원1 제로버그입니다. 고객님, 잘 아시겠지만 저희 회사는 ‘고객님의 건강과 행복’이라는 슬로건 아래 타업체와 비교할 수 없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하여 해충 없는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곳입니다. 저희 회사가 하는 일을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바퀴벌레, 개미, 진드기, 거미, 모기, 집게벌레, 이, 좀벌레, 파리 등등을 박멸하는 곳이죠. 직원1이 이야기하는 동안 직원2는 무영을 가볍게 밀치며 돋보기를 들고 분주히 집안 구석구석을 관찰하며, 수첩에 무엇인가를 적고 있다. 무영은 그런 직원2를 힐끗 보다가 다시 직원1을 다시 본다. 무영 (벙벙한 표정으로) 아, 네. 그런데 어떻게 벌써… 방역업체 직원1 (말을 자르며) 스피듭니다, 저희 팀 모토는 스피드 앤 퍼펙트, 다시 말해서 신속 완벽. (명함을 주며) 저희는 스카~이 파트입니다. 무영 스카이요? 방역업체 직원1 네, 스카이. 하늘, 다시 말해서 날아다니는 해충 중, 피를 빠는 모기만을 전문으로 하고 있죠. 무영 모기를요? 방역업체 직원1 (고글을 벗고 주변을 둘러보며) 들은 바대로 이곳은 모기들이 살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네요. 무영 누구에게 그런 이야기를… 방역업체 직원1 (말을 끊으며 짧게) 아! 걱정 마십시오. 방역업체 직원2 팀장님. 이 집에는 모기가 23마리, 파리가 12마리, 바퀴벌레가 44마리, 그리고 쥐 4마리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방역업체 직원1 그래, 위치는? 방역업체 직원2 다 파악됐습니다. 방역업체 직원1 그럼 바로 시작하지. 방역업체 직원1과 2. 가방에서 정체 모를 장비와 파리채를 꺼낸 후, 집안을 돌아다니며 체크한 후 구석구석에 커다란 모기박멸 스티커를 붙인다. 그 후 갑자기 책을 꺼내 천장으로 던지고, 파리채를 마구 휘두른다. 이때 무영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과 불안한 몸짓으로 그들의 행동을 지켜본다. 무영 어어, 저저, 저걸 (이때 방역업체 직원1과 눈이 딱 마주치자) 저, 저기요… 혹시 살충제 같은 것을 뿌리나요. 우리 아이가 아직 어려서… 방역업체 직원1 (순간 단호한 표정으로) 걱정 마십시오. 저희 회사는 그런 비과학적인 방법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때 방역업체 직원2는 두세 차례 손뼉을 치며, 모기를 잡는 행동을 한다. 무영 (방역업체 직원2를 보며) 아, 네에. 방역업체 직원2 어어, 거기 팀장님. 순간 방역업체 직원1, 재빠른 동작으로 손뼉을 친다. (손뼉을 칠 때의 동작은 전통 무예의 한 동작과 유사하다.) 잠시 후 손바닥을 펴 무영에게 보여주며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띤다. 무영도 마지못해 웃음을 짓는다. 방역업체 직원1 (약간 고압적인 자세를 띠며) 잠깐만요, 이무영씨. 이 집에서 모기를 완전히 뿌리를 뽑고 싶으시죠? 무영 무물, 물론~이겠죠. 방역업체 직원1 음, 현실적으로 이 집의 구조상 모기를 완전히 박멸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무영 (화색을 띠며) 그, 그런가요? 방역업체 직원1 하지만, 저희가 누구입니까? 해충박멸의 신화 제로버그의 스카이팀. 괜히 스카이가 아니죠. 저희에게 불가능은 없습니다. 무영 아 아, 네. 방역업체 직원1 그럼, 먼저 이무영씨에게 모기를 완전히 박멸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몇 가지 자세에 대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주먹을 불끈 쥐며) 첫째, 모기는 우리 가족의 피를 빠는 적이다. (무영을 뚫어져라 응시하며) 무영씨, 지긋지긋한 모기를 박멸하고 싶지 않으시나요? 무영 그, 그렇긴 하지만… 방역업체 직원1 (말을 끊으며) 그렇다면 마지막은 복창해 주세요. (굳은 표정으로) 피를 빠는 적이다. 무영 … 방역업체 직원1 (무영을 지그시 응시하며) 피 무영 (고개를 순간 돌리며) … 방역업체 직원1 (아주 낮은 저음으로) 피 무영 피, 피 방역업체 직원1 피를 빠는…적이다. 무영 (위세에 눌려 마지못해) 피이…를 빠는 적이다. 방역업체 직원1 (분위기를 바꿔 경쾌하게) 일부 모기가 나와 가족의 피를 머금었다고 해서 피를 나눈 형제처럼 여기는 감상적인 생각이나 동정은 금물입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적개심만이 필요하죠. (다시 힘 있게 주먹을 조금 치켜들며) 둘째, 모기는 애완동물이 아니다. 무영 … 방역업체 직원1 (강압적인 어투로) 애, 애 무영 애, 애 방역업체 직원1 애완동물이 아니다. 무영 (동작마저 따라하며) 애완동물, 애완동물이 아니다. 방역업체 직원1 취향이 아주 아주 독특한 일부 사람들 중에는 개와 고양이와 같은 일반적인 애완동물에 싫증을 느껴, 모기를 애완용 곤충쯤으로 여기고 사육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무영을 보며) 자기 몸으로 말이죠. 물론 극소수의 사람들입니다. 하하하. 무영 (억지웃음을 지으며) 아, 네. 방역업체 직원1 (큰 동작으로 손끝을 하늘로 뻗다가 날갯짓을 하며) 셋째, 모기는 천사가 아니다. 무영 … 방역업체 직원1 (무영을 노려보며 힘을 주며) 천사가… 무영 천, 천사가 아니다. 방역업체 직원1 가끔 자신의 옥탑방을 천당이라고 우기는 사람들 중에는 모기의 앵~ 하는 소리를 천사의 음성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습니다. (살짝 무영을 응시하며) 이런 사람의 특징은… 무영 (멈칫하다가 손을 내저으며) 아니, 아니에요. 방역업체 직원1 넷째, 모기는 여자가 아니다. 무영 (조금 놀라며) 여자, 여자가 아니다. 방역업체 직원1 (무영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알고 계시죠? 흡혈을 하는 것은 모두 암컷들인 거. 무영 (어색한 웃음) … 방역업체 직원1 (무영에게 얼굴을 들이대며) 그들의 정신세계는 아주 독특해서 여자에게는 관심이 없습니다. 오직 암컷들에게만, 그래서 모기를 아내나 애인처럼 생각하죠. (몰입하며) 모기가 자기의 몸에 빨대를 꽂는 바로 그… 순간을 즐기죠. 무영 아, 네에. 방역업체 직원1 마지막으로… 모기는 집주인이 아니다. 무영 (침을 삼키며) 모기는 집주인, 이…다. 방역업체 직원1 (가늘게 실눈을 뜨며) 흠… 극히 일부의 세입자 중에는 집안에 모기를 대할 때 당황하거나 조금 심한 경우는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마치 집주인을 대하듯 말이죠. 지난달에는 모기에게 안방을 내주고도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발만 동동 구르는 세입자를 봤습니다. 물론 그와 반대인 상황도 있습니다. (무영을 지그시 응시한 채로 점점 다가가며) 그럴 경우 모기소리와 집주인의 목소리를 동일시합니다. 그래서 모기소리만 나면 히스테리를 부리죠. 그간 당했던 설움과 쌓였던 분노를 집주인에게 마구마구 쏟아 내듯 말이죠. (갑자기 표정을 확 바꾸며) 네, 고객님께서 꼭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제 경험에 비춰봤을 때 이런 경우도 있다는 겁니다. (자신감 있는 웃음을 지으며) 이런 경우를 제외한다면 모기는 100% 박멸 가능합니다. 이때 방역업체 직원2가 다가온다. 방역업체 직원2 팀장님, 이제 모기를 완전히 퇴치했습니다. 무영 벌, 벌써요? 방역업체 직원1 스피드 앤 퍼펙트, OK? 방역업체 직원2 (엄지와 집게손가락을 들며) 이게 끝까지 남아 있던 놈으로 23마리째입니다. 방역업체 직원1 음, 좋아. (무영을 보며) 그럼 여기 점검 내역에 서명을 부탁드립니다. 무영 … 무영이 마지못해 받은 내역서를 살피며 서명을 망설이자 방역업체 직원1은 어깨를 으쓱하며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무영이 주변을 둘러보며 계속 머뭇거리는 태도를 보이자, 방역업체 직원들의 태도가 서서히 위압적인 태도로 바뀐다. 이에 무영은 마지못해 서명을 하고, 방역업체 직원1은 뭔가를 해낸 듯한 표정을 지으며 방역업체 직원2에게 서류를 건넨다. 무영 그런데, 저기… 방역업체 직원1 네? 무영 (쭈뼛쭈뼛 머뭇거리다가) 아! 쥐나 바퀴벌레 같은 거는… 방역업체 직원1 음. (단호한 표정으로) 스카이, 아까 말씀드렸죠, 저희는 모기 전문입니다. 무영 아하! 스카이 방역업체 직원1 혹시 다른 해충을 박멸하시려면, 바닥 쪽이나, 구멍 쪽으로 연락주세요. 그 팀들도 프롭니다. (절도 있는 자세로) 저희 제로버그는 과학적이고 완벽한 서비스를 통해 100% 고객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추후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사이) 물론 완벽하겠지만요. 방역업체 직원1, 2 목례 후 바로 퇴장하자 전체 조명이 어둡게 깔린다. 무영은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본 후, 깊은 한숨을 내쉰다. 그 후 잠시 우스꽝스럽게 모기 흉내와 함께 모기를 잡는 행동을 한 후 한참 동안 의자에 멍하니 앉아 있다. 매미소리와 중장비 소음은 점점 크게 들려온다. 무영은 갑자기 귀를 후비기 시작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세게 귀를 후빈다. 이때 오른쪽 조명이 들어오면 백화점 유니폼을 입은 약희,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약간은 울먹이며 매장 매니저에게 경고를 받고 있다. 매니저 이것 보세요. 김약희씨, 이게 도대체 이게 말이나 됩니까? 매장에서는 절대 기대거나 의자에 앉으면 안 되는 거, 사적인 통화 금지, 그리고 제일 중요한 비주얼, 비주얼 관리, 잘 아시잖아요. (사이) 그런데 그걸 잘 아는 사람이 술 마신 사람 마냥 코끝이 벌겋게 부풀어 있어요? 약희 그게 모기가… 매니저 그 핑계 그만, 이게 벌써 며칠쨉니까? 고객들이 퉁퉁 부은 코에 억지 웃음을 짓는 당신을 보고 우리 화장품을 사서 바르고 싶겠어요? 도대체 어쩌자는 겁니까? (사이) 죄송 죄송 그러지 말고 속 시원히 말을 해보세요. (사이) 요즘 김약희씨를 보니까 서비스 마인드 교육이 아주, 정말, 매우 필요한 것 같군요. (사이) 계약서 내용은 잘 알고 있죠? 약희 …네 매니저 계약 위반 시에는… 약희 … 매니저 됐어요. (사이) 이만 됐구요, 서로 피곤해질 것 같으니까 이만 하죠. 다음 주부터는 서로 볼일이 없으면 좋겠네요. 약희 네!? 매니저 제 말 뜻 아시죠? 김약희씨. 흐느끼며 털썩 주저앉는 약희, 조명이 점차 어두워진다. 매미소리와 중장비 소음, 그리고 아이 칭얼거리는 소리와 알 수 없는 이상야릇한 소리가 간간이 들린다. 무대가 점점 밝아지면 무영은 헤드셋을 끼고 책상에 엎드려 졸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때 현관 문소리가 나면서 약희가 들어온다. 현관 문소리에 무영은 순간 벌떡 일어나 부스스한 얼굴을 하고 거실로 나온다. 무영 왔어?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벽시계를 돌아보며) 어! 뭐야, 오늘 늦는다며 일찍 왔네? 약희 (모든 의욕을 상실한 표정으로) 나한테 말 시키지 마. 무영 뭔 일 있나? 아님, 땡땡이! 약희 (고개를 떨구며) … 무영 (살짝 건드리며) 내가 보고 싶어서 땡땡이 쳤구나. 그렇구나, 맞지? 약희 (말을 끊고 매섭게 노려보며) 나한테 말 시키지 말랬지. 무영 (움찔하다가 눈치를 보며) 왜 그래? 약희 당신은 도대체 뭐야? 마누라는 매일 뼈 빠지게 일하는데, 가장이란 사람이 1시가 넘도록 잠이나 퍼질러 자고, 그러고도 당신이 우리집 가장이라고 할 수 있어? 울 희망이 아빠냐고? 무영 약희야, 왜 그래, 농담한 걸 가지고 약희 됐어. 오늘은 아무 이야기도 하지 마. 듣고 싶지 않아. 무영 자기, 무슨 일 있어? 갑자기 일하다 말고 집에 와서 약희 듣고 싶지 않다고 했지. (몸서리를 치며) 당신은 몰라. 아무도 내 맘 모른다구. 무영 (순간 당황하며) 아 참, 낮잠 좀 잤다고 그러는 거야? (약희를 달래며) 오늘 동영상 강의 듣다가 너무 졸려서, 알잖아. 며칠째 밤새 자기랑 울 희망이 옆에서 모기 잡은 거. (사이) 매일 힘들게 고생하는 자기하고 울 희망이한테 남편과 아빠로서 해줄 게 있어야지. (가슴을 두드리며) 나만 믿어. 내가 이번 시험만 붙으면… 이때 이상한 야릇한 소리가 더 분명하게 들린다. 그러자 무영과 흐느끼던 약희, 동시에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다가 갑자기 무영이 컴퓨터 앞으로 뛰어간다. 허둥거리며 마우스를 잡는 무영. 잠시 후 무영에게 서서히 다가가는 약희. 무영 아니, 그게 말이야. 있잖아. 아이 참 (표정을 바꾸며) 자기야 미안. 약희 (이를 악물고 쓴웃음을 지으며) 미안하다는 말, 하지도 마. 당신, 나한테 아니 우리 희망이한테 부끄럽지도 않아? 무영 (머뭇거리며) 약희야, 내 말도 좀 들어봐. 그렇잖아, 내 사정이… 내가 자기한테 붙으면 덥다고, 피곤하다고, 도대체 이게 며칠째야. 석 달은 된 것 같다. 그래서 동영상 강의 듣다가 잠깐, 머리 식히려고… 그냥… (살짝 웃으며) 남자들은 원래 다 그러잖아. 약희, 어이없는 표정 후 분을 삭이는 표정을 짓다 지그시 눈을 감는다. 이때 아이의 칭얼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지자 약희는 눈물을 훔치며 젖병을 챙겨 아이에게 물리나 칭얼거리는 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약희 아가 아가, 괜찮아, 괜찮아. 무영 (약희에게 다가가며) 그러니까… 약희 가까이 오지 마, 당신 불결해. 무영 약희야, 저기… 약희 말하지도 마. 다, 당신, 말소리, 굶주린 모기가… 앵앵거리는 것 같아. 무영 (더 가까이 다가가며) 미안해, 내가 약희 (조금 더 악을 쓰며) 가까이 오지 말랬지. 피를 노리는 굶주린 모기…아니 모기보다도 못한… 무영 (멍한 듯 말을 잇지 못하며) 아무리 그래도… (순간 쓴웃음 지으며) 남편한테 모기는 너무, 너무했다. 약희 (어이없는 표정으로) 너무하다고, 너무하다고, 내가 너무하다고. 김약희 내가? 으흐…흐…흑 난 처음에 당신이 생각이 깊은 줄로만 알았어, 또 누군가를 진정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 (사이) 생각이 깊어? 흐… (손가락을 흔들며) 오, 노~ 당신은, 당신은 우유부단했던 거야. 다른 사람을 배려, 흐흐, 당신은 원래 당신의 밥그릇조차 지킬 용기나 배짱이 없는 사람이었어. 흐…흐 이젠 지긋지긋해. 하루 종일 햇빛도 안 드는 비좁은 이 집, 매니저와 손님의 비위 맞추느라 짓는 억지웃음, 매일 말뿐이고 책임감도 없는 무기력한 당신, 그런 당신을 믿고 의지할 수밖에 없는 나, 그리고, 그리고,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을 것 같은 우리의 미래 (팔을 휘젓다가 순간 신경질적으로 신발과 책 등을 벽과 천장에 마구 내던지며) 특히 이놈의 성가신, 성가신 모기들도, 그리고 당신도… (폭발하며) 모두 모두 다 내 눈앞에서 사라져, 사라져버리라구. 무영 … 약희야! 어찌할 바를 모르던 무영이 세차게 흐느끼고 있는 약희를 보며 용기를 내어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려 하자 약희가 무영의 손을 가로막으며 돌아선다. 무영은 한참을 멍하게 서 있다가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다. 이때부터 조명은 무영의 행동에 집중되며 중장비 굉음이 점점 크게 들려온다. 이때 전화벨이 울리자 무영은 한동안 심장박동이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짐을 느끼며 전화를 받는다. 무영 여, 여보, 여보세요 집주인 (소리만)마침 집에 있었네. 그쪽이 사인한 것 봤어요. 그럼 이제 그쪽이 약속을 지킬 차례네요. 제 말뜻 아시죠? 그럼 이만. 무영의 심장박동은 더욱 요동치며 점차 조명이 점차 어두워진다. 조명이 거의 사라질 무렵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무영에게 조명이 집중된다. 무영 그런데, 그런데, 이건 너무 일방적이지 않습니까? 무조건 정해진 날까지 집을 비워달라니요. 저희 세입자 입장을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생각해 주세요. 집주인 (소리만)계약서, 계약서, 몰라요? 무영 그래서, 그래서, 조금만 더 배려를… 배려를 부탁드리는 것 아닙니까. 이번 가을까지, 아니, 다음 달까지라도… 집주인 (소리만)…… 배려라? 누굴 배려? 내가 당신들을? 난, 여태 배려했어요. 내 집에서 살도록 해줬잖아요? 물론 월세지만, 그리고 집세도 못 내는 당신들이 우긴, 그 말도 안 되는 그 요구, 그래서 이렇게 방역업체까지 불러 모기소리도 싹 없애 줬어요. 이만하면 집주인으로서의 충분한 배려 아닌가? 무영 네, 네 맞습니다. 하지만 저…저도 (침을 삼키며) 몇 년간 여기 살면서 집세를 올려달라면 달라는 대로, 수도세 전기세 밀린 적 한번 없이, 때 맞춰 군말 없이 해드렸습니다. 한겨울에 보일러가 터져도, 장마철에는 방바닥에서 물이 올라와 곰팡이가 온 벽을 뒤덮어도, 한여름에는 방충망이 찢겨져서 온갖 해충들이 득실거려도, 그리고 지금처럼 하루 종일 공사 소음에 시달려 귀가 멍멍해져도 아무 불평 없이 지냈습니다. (사이) 작년 겨울 실직만 안 했어도 이런 부탁까지는 드리지 않았을 겁니다. 어떻게든 이번 가을에 치를 시험까지라도, 아니 다음 달 우리 애 돌까지만이라도 (무릎을 꿇으며) 제발 제발… 부탁드립니다. 집주인 (소리만)그래요, 듣고 보니 안타깝기는 하네요. 하지만 이를 어쩌나. 부탁은 내가 해야 되겠는 걸. 지금 공사가 지연된다고 재개발 조합에서 난리네요. 계약서대로 세입자를 내보내 집을 비우라구요. 그쪽이 용안 4동 재개발 구역에 거의 끝까지 남은 세대라는 거, 알고는 있었죠? 당신들이 나가야 우리 구역 철거가 마무리되거든요.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나도 투자를 한 입장에서 손해 볼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 이제 당신들은 계약서대로 나가주면 되는 거예요. 내 말 알아듣죠? 배려라? 배려라면 이번에는 당신들 차례인 것 같은데 무영이 털썩 주저앉자 바로 조명 꺼진다. 어둠 속에서 한동안 귀를 막고 머리를 감싸던 무영이 어느 순간부터 어떤 소리를 집요하게 찾고, 약희는 집안을 정리한다. 무대가 점차 밝아지면 무대의 가재도구는 모두 정리가 되고 커다란 박스 두어 개와 여행용 가방이 무대 중앙에 있다. 약희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달력을 무심히 바라보다가 일어나 벽에 걸린 달력을 뜯는다. 그러자 다음 달력에 커다란 동그라미가 보인다. 이때도 무영은 계속 귀를 후비며, 집안 구석구석을 살피며 뭔가를 찾고 있다. 약희 (달력을 보며) 뭐해? 무영 … 약희 뭐하냐구? 무영 찾고 있어. 약희 (심드렁하게) 뭘? 무영 (잠시 머뭇거리다가) 있어, 지금 어딘가에 있어. 약희 그러니까 뭐가 있냐구? 무영 (주변을 계속 살피며) 모기 약희 (힐끗 보며) 모기? 무영 안 들려, 소리? 지금 막 몰려오고 있잖아. 봐, 앵~앵 약희 (무영을 쳐다보다가 잠시 귀를 기울이며) 도대체 무슨 소리? 무영 아, 미치겠네. 에이, 도저히 안 되겠다. 무영은 계속 구석구석 살피다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지갑을 뒤지기 시작한다. 이때 전화벨이 울리자 약희가 전화를 바로 받는다. 약희 여보세요? 집주인 아직 있었나보네. 약희 … 네. 집주인 하긴 이틀이나 남았으니까. 지금 문 앞에 있어요. 약희 네? 알이 큰 색안경에 명품가방을 든 40대 여성이 현관문으로 들어온다. 이때도 무영은 집주인을 본 체 만 체 한쪽 구석에서 뭔가를 찾고 있다. 집주인 (무영을 힐끗 본 후, 핸드폰을 가방에 넣으며) 댁 남편한테 이야기는 들었죠? 약희 … 집주인 (색안경을 벗고 여행용 가방의 손잡이를 잡으며) 그런데 갈 곳은 정해졌~ (손잡이가 쑥 들어가자) 어머! 나? 약희 걱정 마세요. 날짜 되면 알아서 나갈 테니까. 무영 (혼잣말로) 어딨더라. 여깄다. (명함을 보며) 오이제로에 제로제로제로제로.   핸드폰 발신 신호 후 제로버그회사의 경쾌한 컬러링이 들린다. 집주인은 자세를 가다듬고 눈을 내리깔며 집안 구석구석을 훑어본다.   집주인 (핸드백에서 봉투를 꺼내며) 여기, 이사비용하고 남은 보증금, 다 까먹고 얼마 남지도 않았지만 (약희가 신경질적으로 봉투를 받자) 거, 세어 봐요. 약희 (눈으로 대충 보며) 맞겠죠. 집주인 그런데 모기, 이제 더 없죠? (팔목과 다리를 긁적이며) 어휴, 그런데 왜 이렇게 간지러워. 하긴 이런 구질구질한 데서 내 피부에 트러블이 안 생기면 그게 이상한 거지. 소리 (경쾌한 소리로) 스피디하게 모시겠습니다. 제로버그입니다. 무영 (손짓을 하며) 있어요, 우리 집에 모기가 있어요. 커다란 모기떼가 몰려왔어요. 집주인 (깜짝 놀라 두리번거리며) 이게 무슨 소리야? 모기? 소리 네? 잠시 만요, 고객님. 담당자를 바꿔 드릴게요. 방역업체 직원1 네, 스카이 팀장입니다. 무슨 일이시죠? 무영 지금 우리집에 난리가 났어요. 어마어마한 모기떼가 몰려오고 있어요. 집주인 (놀란 눈으로 주변을 살피며) 모기떼? 방역업체 직원1 네? 이무영씨 이무영씨, 맞죠? 그런데 모기가 있다구요? 그것도 떼로? 무영 (확신에 찬 목소리로) 네. 아주 어마어마한, 그리고 커다란 방역업체 직원1 그럴 리가요? 그럼 본인이 직접 눈으로 확인했나요? 무영 소리가 들려요. (핸드폰을 공중에 대며) 수십 마리 아니 수백 마리의 모기떼 소리가 마구마구 들려요. 방역업체 직원1 그래요? 음… 바로 출동하죠.   무영이 잠시 큰 동작으로 모기를 쫓는 시늉을 하다가 귀를 막는다. 약희는 이런 무영의 행동에 당황하나, 그렇다고 무영을 말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집주인은 무영의 행동에 많이 놀란 눈치이다. 그러다가 잠시 집주인과 무영의 눈이 마주친다. 이때 둘 사이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데, 갑자기 무영이 집주인에게 다가가 집주인의 뒷목을 찰싹 친다.   집주인 아! 뭐야? 무영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목이, 거기가 집주인 목! 모기요? 무영 그러니까 모기가 모게, 모기가 모게… 집주인 네? 모…모기!   집주인이 목 주변을 문지르며 긁다가 핸드백에서 거울을 꺼내 본다. 순간 멈추며 무영을 노려보지만, 무영은 무관심하게 계속해서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있다. 바로 이때 초인종이 울리고 방역업체직원1, 2가 등장한다.   방역업체 직원2 네, 제로버그입니… 무영 빨리요 빨리. 이 모기들 좀, 정말 미치겠어요. 얘네들 좀 보세요. (손가락으로 허공과 집주인을 가리키며) 여기 여기, 지금도 막 나한테 달려들잖아요. 방역업체 직원1 (무영을 응시하다가 직원2를 힐끗 보고) 확인하지.   직원2는 바로 장비를 들고 구석구석을 확인한다.   무영 이놈의 모기들이 처음에는 한두 마리가 앵앵거리다가 지금은 숨어 있는 놈들까지 몰려나와 날 쫓아오는 거예요. 방역업체 직원1 그래요? 본인이 눈으로 직접 확인하셨다고 하셨죠? 무영 그, 그럼요.   방역업체 직원1이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집주인과 약희에게 동의하느냐고 묻는 손짓을 취하자 약희는 모른 척 눈길을 피하고 집주인은 계속해서 몸을 긁적이며 모기를 피하는 몸짓을 취한다. 이때 방역업체 직원2가 직원1에게 다가온다.   방역업체 직원2 팀장님, 확인 결과 이곳에는 모기는 물론 날파리 한 마리도 없습니다. 방역업체 직원1 역시 (무영을 보며) 들으셨죠? 무영 그럴 리가… 지금 이 소리 안 들려요? 지금 막 앵앵거리잖아요. 와, 미치겠네. 여길 보시라니까요. 여기 여기요, 이곳에서 났다가 아니 저기서… 방역업체 직원1 어디? 여기? 도대체 어디요? 한 마리라도 잡아보세요. 무영 (주변을 마구 돌면서 구석구석을 가리키다가 직원1을 돌아보며) 한…마리? 방역업체 직원1 (검지를 흔들며 단호하게) 한 마리! 우리 제로버그 스카이팀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의 리콜도 없는 퍼펙~팀입니다. 무영 퍼․펙․트! 방역업체 직원1 (짧게) 네, 퍼펙트. 집주인 그, 그럼 뭐야? 아까 내 목을 내리친 것은, 일부러… 이 사람들 안 되겠네. (뒷목의 부여잡으며) 이젠 폭행까지, 아이고 목이야, 아이고 목이야. 약희 폭행이라니요? 모기 잡을 때처럼 살짝 친 것을 가지고 집주인 살짝? 이게 살짝이야? (방역업체 직원2를 보며) 거기 젊은 총각, 이걸 보라고, 여기 여기, 보이지? 빨갛게 손자국 난 거. 방역업체 직원2 (집주인의 목 가까이 얼굴을 대고 살펴보다가) 제가 보기에는 그냥… 집주인 그냥? 그냥 뭐? 방역업체 직원2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냥 손톱으로 긁은 자국인데요.   어수선한 와중에 무영은 사람들의 대화에서 벗어나 있고 이러한 무영을 방역업체 직원1이 주의 깊게 살핀다.   방역업체 직원1 (곰곰이 생각하다가) 잠시, 잠시만요, 음, 제가 보기에는 아무래도… 이무영씨에게 들리는 모기 소리는 일시적인 환청인 듯합니다. 약희 (놀라며) 화,화, 환청이요? 방역업체 직원1 네, 맞습니다. 환청. 과도한 스트레스나 심리적 불안으로 인해 실제 없는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일종의 환각 현상이죠. 때에 따라서는 환영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약희․집주인 !? 방역업체 직원1 환청은 낮은 단계의 벌레 울음소리나 소음과 같은 단순한 잡음에서부터 단계가 높아질수록 뚜렷한 내용이 있는 특정한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기까지 합니다. 사람 말소리인 경우에는 불쾌감을 주는 간섭이나 욕, 또는 명령하는 소리가 대부분이지만, 가끔은 사람을 즐겁게 하고 심지어 아첨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극히 일부의 사람들은 타인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내면의 소리를 듣는 경우도 있죠. (사이) 음… 제가 보기에는 이무영씨는 아직까지 환청의 초기 단계로 보입니다만, 스트레스가 심해질수록 높은 단계의 환청을 넘어 마약 중독과 유사한 환각 증상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약희 그, 그럼, 지금 애아빠의 귀에 헛소리가 들린다는 말씀이에요. 방역업체 직원1 아무래도, 지금 상황에서는요. 약희 (무영의 모습을 멍한 듯 바라보며) 그, 그래서 아까도… 어이구, 세상에 집주인 (다리와 몸을 어색하게 긁다가 무영을 노려보며) 뭐야, 그럼 완전히 미친 거잖아? 어쩐지, 아까부터 눈빛이 퀭한 게 이상했어. 흥, 이제 정신병원에 가야겠네. 약희 (순간 노려보며) 함부로 말하지 마요. 당신이, 당신이 뭔데 남의 남편한테 미쳤다고 해요. 집주인 아니, 이 여자가 누구한테 당신이래. 그리고, 없는 소리가 난다고 우기면 그게 미친 거지. (사이) 아님 뻔한 거지. 모기 소리를 트집 잡아서 여기에 더 눌러앉으려고 하는 수작이겠지 뭐. 누가 그 뻔한 속셈 모를 줄 알아. 이래 봬도 나 산전수전 겪으면서 당신들 같은 사람 많이 상대해 봤어. 흥~ 약희 눌러앉는다고? 우리가? 여기에? 아무리 없이 산다고 자존심마저 죽지는 않아요. (단호하게) 걱정 말아요. 무슨 일이 있어도 날짜 되면 이곳에서 나갈 테니까. 사람을 도대체 뭘로 보고 그래요. (무영을 보며) 당, 당신도 뭐라고 좀 해봐. 집주인 뭘로 보긴, 내 눈에 보이는 데로 보지. (혼잣말로) 딱 보니, 말 그대로 갈 곳 없는 거지네 뭐. 흥~ 약희 뭐 뭐, 뭐라고, 거지?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우리가 집을 빌린 거지 언제 당신한테 구걸을 했어? 집주인 구걸? 흥, 구걸은 아니어도 (무영을 곁눈질하며) 애걸은 했지. 약희 뭐, 뭐라고? 이 여자가 정말 집주인 뭐, 이 여자, 이제 갈 곳도 없는 밑바닥 주제에 집주인한테 감히, 분수도 모르는 것들이 약희 (순간 집주인에게 달려가 악을 쓰며) 그래, 그래, 나 이런 밑바닥에 산다. 이젠 더 이상 내려갈 곳도 없다.   방역업체 직원1, 2가 맞붙은 두 사람을 떼어 놓으며 진정시킨다. 그 와중에도 방역업체 직원1은 집주인 편을 간간이 든다. 이때도 무영은 계속해서 모기를 찾고 있다.   방역업체 직원1 자자자, 이제 그만, 그만하시고 진정하세요. 지금 뭣들 하는 겁니까? 집주인 놔놔, 이것 안 놔? 깡패처럼 무조건 힘이나 써서 해결하려고 하고. 흥, 가진 것도 없는 것들이 분수를 모르면 교양이라도 있어야지. 약희 (악을 쓰며 다시 집주인에게 달려들며 몸싸움을 하며) 뭐라구? 깡패? 교양? 그래, 나 없어. 아무것도 없어. (한동안 엉겨 붙어 있다가 약희가 순간 엉엉 오열하며) 이젠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다구. 방역업체 직원1 그만 그만들 두세요. 사모님, 사모님이 먼저 참으세요. 새댁도 진정을, 우선 진정부터 해요. (약희를 진정시키며) 그리고 새댁, 남편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시간이 조금 지나면 괜찮아, 괜찮아질 겁니다. (둘 사이가 조금 누그러지자) 음… 이런 말이 위로가 될지 모르겠는데… 사실 저도 집에선 모기소리와 마누라의 바가지 긁는 소리가 헷갈릴 때가 종종 있어요. 그러다 보면… 마누라가 모기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렇게 되면 마누라를 보며 모기 때려잡는 생각을 합니다. (모기 잡는 동작을 취하며) 이렇게요. 이렇게라도 해야 스트레스가 풀리죠. (직원 2를 곁눈질하며) 안, 안 그런가? 방역업체 직원2 아 아, 네. (직원 1을 곁눈질하며) 사실 저도… 가끔 작업할 때 모기소리와 팀장님 목소리가 구별이 안 될 때가 있는데요, 그땐 이렇게… 방역업체 직원1 (싸늘한 미소로 직원2를 노려보며) 그래? 그래서 모기를 잡을 때 개잡듯이 후려치나? 방역업체 직원2 (뻘쭘한 표정) 그게 아니라 제 말은… 방역업체 직원1 (표정을 확 달리하며) 환청은 일시적인 현상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주변 분들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절실하죠. 약희 (멍한 무영을 순간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자기야, 무슨 말이든 말 좀 해봐. 집주인 이분들께서는 이 세상에서 배려와 관심이 가장 많이 필요한 사람들이에요. 흥~ 약희 (순간 매서운 눈매로 노려보며) 보자보자 하니까 정말 방역업체 직원1 그만, 그만 (절도 있는 자세로) 그럼 이만, 저희 제로버그의 리콜 서비스는 고객님께서 만족하실 때까지 무제한 달려갑니다. 추후 문제가 생기면 다시 연락 주십시오. 집주인 어머나! 내 정신, 어머, 시간 좀 봐. 나도 늦었네. 오늘 계모임이 있었는데… 알죠, 내일 모레까지인 거. 약속이나 지켜요. 약희 맘 푹 놓으세요. 설사 붙잡아도 더러워서 나갑니다. 흥~ 방역업체 직원1, 2 퇴장. 집주인도 서둘러 따라 나선다. 무영은 계속 멍하니 있다가, 주변을 둘러보며 힘없이 모기 잡는 행동을 취한다. 그런 무영을 약희는 흐느끼며 바라본다. 이 와중에도 중장비의 소음은 계속된다. 얼마 후 무영은 축 처진 채로 의자에 앉는다. 약희 (맥이 풀린 듯 울먹이며) 그런데 자기야, 이제 우리, 우리, 어떡하지? 무영 진짜 들렸는데… 지금도, 지금도 분명히 들리는데 약희, 망설이다가 무영의 뒤로 가서 조용히 어깨를 감싸자, 잠시 후 무영은 약희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조명이 꺼진다. 공사장 착암기 소리가 집안 구석구석을 울린다. 실내조명이 켜지자 두 사람은 침대에 누워 있고 시간이 갈수록 중장비 소음은 커지면서 간간이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약희 (몸을 일으켜 무영을 보며) 소리 들려? 무영 뭐? 약희 이 소리? 잘 들어봐. 무영 … 약희 이거 귀뚜라미 소리야.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니까 마음이 편해진다. 벌써 가을이 오려나? 무영 (심드렁하게) 나도 알아. 모기소리가 아닌 거, 귀뚜라미 소리인 거. 약희 (사이) 삐쳤어? 무영 뭐가? 약희 아니다. 무영, 약희… 이때부터 아주 조금씩 실내 연기가 차오르는 것이 보인다. 무영 맞다. 조금 전에 하려던 말, 뭐야? 약희 (망설이다가 잔기침을 하며) 그래서는 안 됐는데… 무영 뭐? 약희 (뜸을 들이며) 엊그제… 자기한테 모기 같다고 말하고 확 뛰쳐나간 거. (사이) 그때는 모든 게 자기 탓 같았어. 자기가 한없이 못나 보이고 원망스러워서 울컥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어쩔 수 없었잖아. 자기도 지금까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노력했는데… 많이 힘들었을 텐데, 나라도 당신 편이 되었어야 했는데… (기침을 하며) 그래서 환청이 들렸나 싶어지구… (속삭이듯) 미안해. 무영 (홱 돌아서 등을 보이며) 스트레스가 확 더 쌓인다. 약희 (의아한 듯) 뭐? 무영 (귀를 파며) 환청이 들려. 예전에 상상할 수도 없는 이야기가 방금 내 귀에 들렸거든. 약희 (무영의 몸을 뒤집으며) 뭐야? 무영, 휙 뒤돌며 약희를 안는다. 그 후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애정이 담긴 작은 실랑이가 벌어진다. 이때 무영이 기침을 하자 약희의 구토가 시작된다. 약희 (구토를 참으며) 나… 나, 괜찮아. 무영 미안해. 약희 … 무영 고마워, 함께해 줘서… 약희 난 편안해. 아무 말 (기침을 하며) 하지 마. 무영, 약희… 약희 아, 덥다. … 우린, 우린 그 약속은 지킬 수 있을까? (사이) 집주인한테 무영 (한참 생각하다가) 아마도 이때 무영과 약희는 한참 동안 기침과 구토를 반복한다. 한참 후 쪼그려 앉아 있던 무영이 무엇에 집중을 하며 귀를 기울인다. 무영 소리 들려? 약희 … 뭐? 무영 그러지 말고 잘 들어봐. 약희 (기침을 하며) … 무영 자자, (기침을 하며) 정신을 집중하고 우리의 처음을 생각해봐. 약희 처음? (사이) 처음이라… (기침 후 구토를 하며) 우리한테도 처음이 있었나? 무영 생각 안 나? 5년 전쯤에, 왜 있잖아, 강촌으로 동아리 MT 갔었을 때, (기침 후 헛구역질을 하며) 전혀? 음… 무영이 한참 헛구역질을 한 후, 엎드려 있다가 조심스럽게 일어나 손가락으로 점점 크게 원을 그린다. 그러자 연기는 점점 사라지고 대신 비눗방울이 서서히 날리기 시작한다. 무영 그럼 이 소리 좀 들어봐. 약희 소리? 무슨 소리가 나? 무영 잘 들어봐. 약희 (짧지만 심한 구토 후 웃으며) 혹시 자기, 또 환청 아냐? 무영 (진지하게) 지금 장난 아니야, (기침을 하며) 심호흡을 한번 크게 하고, 그리고 찾아봐. 약희 (조금 진지하게 살짝 눈을 감으며) 음… 들려. 물 떨어지는 소리랑, 계량기 돌아가는 소리, 음… 위층에서도, 어? 그 사람들, 그거 하나 부다. (애교 섞인 목소리로 기침을 하며) 에이, 부럽당~ 무영 참, 그런 소리 말고. 자, 마음을 편하게 눈을 감아. 그리고 천천히 집중해봐. 약희, 잠시 망설이다가 심호흡 후 진지하게 몰입한다. 점차 몽환적인 음악이 들릴 듯 말듯 울려 퍼지고, 이와 함께 환상적인 조명이 시작된다. 약희 음… 어! 이게 뭐지? 뭔가 들려, 음… 물소리랑, 바람소리 (일어나며) 어어, 잠깐 이건… 무영 들리지? 그럼 좀 더 주위 소리들을 찾아 봐, 그리고 느껴 봐. 약희 (다시 소리에 귀 기울이며) 음… 귀뚜라미랑 개구리 울음 소리, 어~어, 새소리도 들려. 이게 어디서 나는 소리지? (순간 주변을 둘러보다가 다시 눈을 감고 좀 더 깊이 빠져들며) 이 소리 이 느낌, 왠지 낯설지 않아. 무영 이제 그럼 눈을 감고 소리가 느껴지는 곳을 찾아가 봐. 약희 (무영의 어깨를 짚은 채 천천히 일어나 걸으며) 그런데 여기가 어디지? 내가 예전에 느꼈던 그 편안함, 그리고 설렘… 그러면, 그러면, 여기는… 아! 조명이 꺼진다. 환상적인 조명과 몽환적인 분위기의 음악이 한동안 계속되다가 점차 사라지면서 앳된 약희의 윤곽만을 확인할 수 있는 희미한 조명이 비춘다. 이때 분위기는 아늑한 꿈결 같은 분위기이다. 그 후 점차 계곡 물소리와 개구리소리, 새소리가 뒤섞인 자연의 소리가 함께 들리기 시작한다. 새소리는 뻐꾸기 소리이다. 약희 (황홀함과 나른함이 교차한 느낌, 그리고 혀가 약간 꼬인 발음으로) 여, 여, 여긴, 그러고 보니 개구리 소리가 들리고 … 새소리도 들리네. 음, 이게 무슨 새더라? 딱따구리 소린가? 아니면… 부엉이? (이때 ‘뻐꾹’ 하는 소리가 들리자 손뼉을 치며) 아, 맞네요. 뻐꾸기. 역시~ 무영 선배는 모르는 게 없는 것 같아요. (조심스럽게) 근데… 저기요, 선배님. 자꾸 선배님라고 하니까 좀 어색하네요. 그, 그러니까, 저기… 저는, 위로 오빠가 셋인데요, … 오빠라고 부르는 것이 익숙해서요, 그러니까, 저기 (사이) 그냥 오빠라고 하면 안 돼요? … 왜, 왜 말씀이 없으세요? … 네에! 진짜, 진짜루요? (한참 후 떨리는 목소리로 천천히 하늘을 보며) 무영, 무·영·오·빠. 그런데요, 하늘에 별이, 별이 보여요. 아주 많이, 많이, 많·이, 많‥이… 무영 (소리)약희야! 야, 김약희, 너? 너! 약희 어… 어! 내 속에서 뭔가, 뭔가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것 같아. 잠깐만 여기서, 여기서 잠시 쉴래요. 약희 가 서서히 쓰러진 채로 눈을 감자 조명이 꺼진다. 잠시 후 급한 소방차의 경적소리와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가 날카롭게 울린다. 무전소리 오전 02시 18분, 용안 4동 재개발 B-02지구 상황 발생. 도로 사정으로 소방차는 진입 불가능하며, 가스중독으로 인한 일가족 3명은 현재 후송 중, 이상. 조명이 꺼진다.
  • 19禁 영화 ‘완벽한 파트너’로 17년만에 스크린 복귀 ‘김혜선’

    19禁 영화 ‘완벽한 파트너’로 17년만에 스크린 복귀 ‘김혜선’

    서울 숭의여중 3학년 때 남산 인근 사무지구에 불우이웃돕기 과자를 팔러 다니다가 프로덕션 관계자의 눈에 띄었다. 1985년에도 ‘길거리 캐스팅’이 있었던 모양이다. 고교시절 내내 유명 제과업체의 전속모델로 일했다. 대학생(단국대 연극영화과)이 된 뒤로는 의류, 화장품, 전자제품 모델을 섭렵했다. 지금은 낯설어진 ‘하이틴 스타’란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충무로와 광고계를 휘젓던 1995년 1월 덜컥 결혼했다. 나이 스물여섯. 남편의 미국 유학길을 따라갔다가 2년 반쯤 흐르고서 돌아왔지만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알고 지내던 감독들은 사라졌고, 젊은 감독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일단 육아와 TV 드라마에 집중해야겠다 싶었다. 그렇게 1년, 2년 흐르더니 17년이 훌쩍 지났다. 17일 개봉한 19금(禁) 영화 ‘완벽한 파트너’로 17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김혜선(42)을 개봉 사흘 전 서울 종로구 사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1986년 ‘춤추는 딸’로 데뷔한 그가 노출 연기를 한 건 처음. 그냥 ‘벗는’ 정도가 아니라 영화 ‘나인하프위크’(1986)의 아이스크림 정사, ‘하이힐’(1991)의 분장실 정사를 패러디한 아슬아슬한 장면이 소문을 타면서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영화가 야하다. -나도 평생 이런 작품을 할 줄 몰랐다(웃음). 지인들도 난리다. 시사회 끝나고 파티에 임창정씨가 왔는데 “지금껏 본 외국영화, 한국영화 통틀어 제일 야하다. 박수를 보낸다.”고 하더라. 본의 아니게 센세이션을 일으켜 죄송한데, 후회는 없다. →1990년대의 하이틴스타, 2000년대의 단아한, 때론 억척스러운 김혜선을 기억하는 이들에겐 충격적이다. -제안이 안 들어왔다면 모를까 놓치면 바보라고 생각했다. 소속사에서는 절대 안 된다고 난리를 쳤다. 하지만 배우라면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드라마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보여줄 수 없었던 이미지 변신을 하는 게 내 경력에도 한번쯤 필요했다. →시나리오를 받고 바로 수락했나. -3월 말쯤 박현수 감독이 시나리오를 건넸다(시나리오를 받은 것도 17년 만이라고 했다). 별 생각 없이 재미있게 읽었는데 얼마 뒤 박 감독이 전화를 했다. 시나리오 준 게 언젠데 답이 없냐더라. 20살 연하의 제자와 사랑을 나누는 한식연구가 ‘희숙’ 역을 하라는 거다. 그때부터 색깔 펜을 들고 야한 부분에 줄을 그어가며 다시 읽었는데 온통 알록달록하더라(웃음). 감독을 만나서 이런 걸 안 찍어봐서 자신 없다고 했다. 그런데 감독이 “나도 벗는 영화 안 찍어봤다. 서로 처음이니까 의지하면서 찍어보자.”고 하더라. →어린 자녀도 신경쓰였을 텐데. -큰아들이 중3이다. 촬영을 결심한 날, 앉혀놓고 얘기했다. 엄마한테 ‘19금’ 시나리오가 들어왔는데, 네가 볼 수는 없지만 축하할 일이라고(웃음). 40대 여배우 아무에게나 들어오는 역할이 아니라고, 여자로서의 느낌이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라고, 아니면 돈을 내고도 못 찍는다고 했다. 한참을 듣더니 ‘엄마, 축하해.’라고 하더라. 어릴 때부터 아들의 눈높이에 맞춰 대화를 나눴고, 서로 존중하며 살았다. 짓궂은 친구들이 놀리더라도 ‘우리 엄마는 배우니까 못 찍을 영화는 없어.’라고 의젓하게 대꾸할 아이다. 며칠 전 인터넷에 그 일이 나왔을 때도(몇 년 전 이혼한 그는 같은 처지인 장현수 영화감독과 3년째 열애 중이다) 아들은 “엄마,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야.” 하고 말하더라. 딸은 겨우 일곱 살이니까 나중에 크면 얘기해줄 생각이다. →캐릭터의 어떤 점이 그렇게 끌렸나. -존경받는 한국 전통요리 연구가인데 뒤로 돌아서면 성에 대한 강렬한 욕망을 지닌 이중성이 흥미로웠다. 그것도 스무 살 어린 제자와 그렇다는 설정이 짜릿했다. 몇몇 장면들은 분명 과장됐다. 하지만 다소곳한 사모님인데 뒤에서는 번호를 따고 다닌다든지, 그런 이중성은 종종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현실에서도 꼬리를 치고 다니는 여자라면 들통날까 봐 못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니까 출연을 결정했다(웃음). 여배우들이 노출장면 찍을 때 예민해지고 실랑이도 한다던데 난 빨리빨리 찍고 끝내자고 했다. 촬영 전날 밤새 뒤척이다가도 막상 실전에서는 재미있게 찍었다. →몸을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 -3개월 동안 죽기 살기로 10㎏을 뺐다. 노출 장면이 6월 초에 엿새 동안 몰려 있었다. 그때가 지나니 바로 3㎏이 불더라. →수십 편의 드라마를 찍었지만 ‘조강지처클럽’(2007) 이후 다른 배우가 된 것 같다. -배우 김혜선이 다시 태어나는 시발점이 됐다. 이전까지는 얌전하고, 우아한 역할, 남자를 뺏겨도 아픔을 삭이는 역할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조강지처클럽’의) 생선장수 한복수는 억척스러울뿐더러 가슴에 담아두지 않고 내뱉는 역할이었다. 처음에는 미스캐스팅이라고 SBS 간부들 사이에서 시끄러웠던 모양이다. 김혜선이 생선장수를 어떻게 하느냐고. 선생님(문영남 작가, 손정현 연출)들이 ‘배우가 어느 시점에선 한 문턱을 넘겨야만 한다.’고 하셨다.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대본 안에 답이 있더라. 한번 가슴속에 맺힌 응어리를 끄집어내니까 신이 나고, 자신감도 붙고, 연기하는 재미도 깨달았다. 안 해본 연기에 대한 희열이랄까. ‘조강지처클럽’을 해냈기 때문에 이번 영화도 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영화에 욕심을 내볼 텐가. -이왕 칼을 꺼냈으면 두부라도 잘라야 하지 않겠나. 난 1980년대 남산 영화진흥공사 시절 배우협회증도 있는 영화배우 출신이다. 요즘 신인배우들과 급이 다르다(웃음). 꾸준히 한두 작품씩 하고 싶다. 진짜 탐나는 역할은 ‘오아시스’의 문소리씨 역할(중증뇌성마비장애인) 같은 건데 안 시켜주니까 문제다. 오늘 시나리오가 하나 들어왔는데 연하남과의 멜로더라. 약간 액션도 있고. 야한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라. 하하.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부인을 죽인 건 오열했던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죽거나 혹은 더 나빠지거나 4) 살해당한 아내의 눈속에 담긴 죽음의 비밀… 흔해서 더 잔인한 위장 살인의 실체는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남성의 사연 6) 살인현장에서 왠 대변검사(?)… ‘미세증거물’ 속에 숨은 사건의 진상 7) 정자가 수상한 정액…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8) 엽기살인마는 다른 피를 타고난다? 혈흔 속 성염색체가 지목한 ‘악마’’의 정체 9) “왜 그날 조폭은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10) 물 마시던 A씨, 갑자기 사망한 이유 알고보니… 생명을 잃을 수 있게 만드는 ‘죽음의 물’ 11) 장문의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엄마 사연 알고보니 생활반응은 진실을 알고 있다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이 범인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증거는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4) 백골로 발견된 여성 시신, 단서는 성형수술 자국? 백골의 한 풀어준 광대뼈 축소술 15) 무참하게 살해 당한 20대女…6년만에 연쇄살인범 잡고보니… 274만개의 눈 CCTV가 잡은 연쇄살인범의 정체 16) 이태원 옷집 주인 살인사건…20대 여성이 지목한 범인은? 찢어진 장부의 증언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토막살인자 잡고보니 바다에서 건진 시신 신원찾기 18) 완전 범죄 될 뻔한 헤어드라이어 살인…범인 잡은 것은 바로… 몸에 남은 전기충격 자국…‘전류반’은 못 숨겼네 19) 자살이라 보기엔 너무 폭력적인 죽음…왜? 참혹한 죽음…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20) 아파트 침대 밑에서 발견된 2구의 여성 시신…잔인한 ‘진실게임’ 결과는? 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21) 한밤중 돌연 사망하는 젊은 남자들…동양인의 저주? 청장년 급사 증후군의 비밀 22) 70% 부패한 시신 유일한 증거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3) 살인현장에 남은 별무늬 운동화 자국의 비밀 60대 노인의 치밀한 트릭 24) 택시 안에서 숨진 20대 직장女 살인범은 과연… 돈 버리고 납치한 이상한 택시 강도 25) 그녀가 남긴 담배꽁초 감식결과 놀라운 사실이 살인 현장에 남은 립스틱의 반전 26) 목졸려 숨진 60대 시신 크게 훼손됐는데… 범인의 속임수였다 ‘파란 옷’ 입었던 살인마 27) 흉기에 17번 찔려 죽은 여자 유일 목격자 경비 최면 걸자 법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28) 소리없이 사라진 30대 새댁, 알고보니 들짐승이… 부러진 다리뼈가 범인을 지목하다 29) 살인자의 화장품 향기…그것은 ‘트릭’이었다 강릉 40대 여자 살인사건 30) 완전범죄 노리던 컴퓨터 교수, 시신 쇠사슬에 묶은 뒤… 살인후 물속으로 던진 사건 그후
  • [서울시장 보선 D-14] 공동위원장 22명… 범야총동원 선대위

    [서울시장 보선 D-14] 공동위원장 22명… 범야총동원 선대위

    범야권 무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11일 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야권의 대선 잠룡들을 필두로 야 5당과 시민사회 진영이 대거 참여한 매머드급 연합군이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등 야 5당과 이해찬·한명숙 전 국무총리,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스타급’ 야권 인사들이 포함됐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상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고 유시민 국민참여당·공성경 창조한국당 대표, 이수호 전 민노당 최고위원, 문 이사장, 남윤인순 ‘혁신과통합’ 공동대표, 이·한 전 총리, 민주당 정동영·정세균·천정배 최고위원, 추미애 의원,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 등 22명이 공동선대위원장에 이름을 올렸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상임 선대위원장직을 비롯한 민주당 주도의 선대위 구성에 반발해 직책을 맡지 않았다. 선거를 진두지휘할 선거대책본부장에는 19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상임 본부장을 맡았고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인 박선숙 의원, 천호선 전 참여당 최고위원 등이 참여했다. 민주당은 87명의 국회의원을 전원 서울 권역별로 지원 배치키로 했다. 특히 이색적으로 박 후보의 ‘멘토단’을 구성해 다양한 목소리를 선거운동에 반영하기로 해 눈길을 끌었다. 멘토단에는 영화 ‘도가니’ 원작자인 공지영 작가, 신경민 전 MBC 앵커, 조국 서울대 교수, 영화배우 문소리,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소설가 이외수, 이창동·정지영 영화감독 등이 포함됐다. 박 후보는 “다양한 정당, 계층이 모인 건 시대의 명령이고 부름”이라면서 “새로운 시대와 정치, 새로운 서울시장을 맞을 준비가 됐느냐.”며 파이팅을 외쳤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한가위 극장 가이드] 영화 풍박 골라보자

    [한가위 극장 가이드] 영화 풍박 골라보자

    올해 극장가는 이른 추석 탓에 두드러진 ‘명절용 영화’는 없지만,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관객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시원한 액션부터 애절한 멜로, 긴 여운을 남기는 드라마까지 올 추석 연휴에 볼 만한 영화를 짚어 본다. ●액션 ▲최종병기 활 감독 김한민 주연 박해일, 류승룡, 김무열, 문채원 줄거리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청나라 군대에 여동생을 빼앗긴 신궁 남이(박해일)가 청나라 장수 주신타(류승룡)와 벌이는 추격전. 한줄 평 스토리의 정교함은 아쉽지만, 빠르고 통쾌한 활 액션과 긴박감 넘치는 추격전이 압권. ▲콜롬비아나 감독 올리비에 메가턴 주연 조 샐다나, 마이클 바턴 줄거리 어린 시절 암흑조직에 부모를 잃은 여주인공이 킬러가 되어 원수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 한줄 평 밀도 높은 시나리오, 섬세한 액션 연기. 다만, 여주인공이 너무 완벽해 오히려 작위적. ●멜로 ▲푸른소금 감독 이현승 주연 송강호, 신세경, 천정명 줄거리 평범하게 살고 싶어하는 은퇴한 조폭 보스와 그를 감시하며 죽여야 하는 여자 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그렸다. 한줄 평 이현승의 감각과 송강호의 스타일은 매력적이지만 밀도가 떨어지는 구성이 흠. ▲통증 감독 곽경택 주연 권상우, 정려원, 마동석 줄거리 가족을 잃은 충격으로 아무런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남자와 혈우병으로 인해 작은 통증에도 치명적인 여자의 사랑 이야기. 한줄 평 시선 끄는 권상우의 연기 변신. 그러나 2% 부족한 멜로의 섬세함. ●드라마 ▲북촌방향 감독 홍상수 주연 유준상, 송선미, 김상중, 김보경, 김의성 줄거리 지방대학 교수인 전직 영화감독의 서울 체류기와 그 과정에서 우연하게 반복되는 만남을 그렸다. 한줄 평 전형적인 홍상수표 영화. 홍상수식 화법에 익숙지 않다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챔프 감독 이환경 주연 차태현, 유오성, 박하선, 김수정 줄거리 시력을 잃어가는 기수와 절름발이 경주마가 함께 역경을 극복하고 불가능에 도전하는 이야기. 한줄 평 감동은 있지만 전체적인 흡인력이 떨어진다. ●코미디·애니메이션 ▲파퍼씨네 펭귄들 감독 마크 워터스 주연 짐 캐리, 칼라 구기노, 안젤라 랜스베리 줄거리 미국판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이 우연히 펭귄을 키우면서 따뜻한 마음을 회복해 가는 내용. 한줄 평 뻔한 내용 전개. 그래도 미소짓게 하는 짐 캐리의 힘. ▲쥴리의 육지 대모험 감독 구안호 목소리 출연 김병만, 이영아, 류담 줄거리 육지에서도 숨 쉴 수 있는 상어 쥴리가 사람들에게 잡혀간 동생들을 구출하기 위해 길을 떠나는데…. 한줄 평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 감독 오성윤 목소리 출연 문소리, 유승호, 최민식, 박철민, 김상현 줄거리 양계장을 탈출해 세상 밖으로 나온 암탉 잎싹의 모험기. 한줄 평 수려한 화면에 맛깔스러운 캐릭터를 버무려 놓은 따뜻한 애니. ●공포·스릴러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5 감독 스티븐 쿼일 주연 니콜라스 다고스토, 엠마 벨, 토니 토드 줄거리 사고현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끝까지 찾아오는 죽음과 달라진 규칙을 놓고 벌이는 숨막히는 대결. 한줄 평 더 오싹해진 공포, 식상한 이야기 틀. ▲블라인드 감독 안상훈 주연 김하늘, 유승호 줄거리 뺑소니 사고를 목격한 경찰대 출신 시각장애인과 연쇄살인범의 대결. 한줄 평 김하늘의 정형화된 연기가 다소 거슬리지만, 긴장감을 잘 살린 스릴러.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북촌방향’ 주연 유준상 “홍상수는 마법사”

    ‘북촌방향’ 주연 유준상 “홍상수는 마법사”

    홍상수 감독의 새로운 페르소나가 탄생했다. 영화배우 유준상(42)이다. 그는 홍 감독의 ‘하하하’에 이어 신작 영화 ‘북촌방향’의 주연으로 발탁됐다. ‘북촌방향’에서 그의 직업은 아예 전직 영화감독이다.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에게 홍 감독과의 인연을 먼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홍상수의 페르소나요? 하하. 요즘 그런 말을 종종 듣는데, 몸둘 바를 모르겠어요. 지난해 ‘하하하’가 칸 영화제에 초청되면서 함께 여행을 하게 됐는데, 그 과정 속에서 가까워졌어요.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름답고 따뜻한 분이예요. 겉치레나 허황된 점도 없으시고요.” 홍 감독의 영화는 많은 유명 배우들이 앞다투어 출연을 희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현정은 자신의 스크린 데뷔작으로 홍 감독의 ‘해변의 여인’을 선택했고 이후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도 출연했다. 이어 ‘북촌방향’에도 카메오로 출연하는 열의를 보였다. “감독님과 함께 작업을 하면 느끼는 것들이 많이 생깁니다. 영화를 찍다 보면 이전의 저에게 발견할 수 없었던 것들이 화면을 통해서 나오게 되거든요. 일단 사전에 무슨 장면을 찍는지 모르기 때문에 매 순간 엄청나게 집중을 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다보면 나 자신이 누군지조차 모르는 상태가 되곤 하죠.” 그는 이번 ‘북촌방향’의 경우에도 영화 제목조차 알지 못하고 촬영장에 갔다. 그가 미리 알고 간 것은 오직 전직 영화감독이라는 직업뿐이었다. 열흘 남짓한 기간 동안 아침마다 현장에서 감독이 나눠주는 대본을 외우고 연기에 정신없이 몰두하다 보면 어느새 촬영이 끝나 있었다. “배역 이름도 촬영 당일 가서 받았어요. 때문에 사전에 설정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죠. 미리 잴 틈이 없기 때문에 작품에 임하는 자세가 아이처럼 변합니다. 영화의 어떤 부분을 찍고 있는지 모르고, 불안하기 때문에 감독님께 많이 물어보게 됩니다. 끝나면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되죠. 하지만, 제 안에 무언가가 깨어나는 느낌이 들고 또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가 소개한 재밌는 일화 하나. ‘하하하’에 출연하게 된 계기다. 어느날 밖을 돌아다니던 그는 홍 감독에게 잠깐 만나자는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그가 간 곳은 김상경, 문소리 등 영화의 출연진이 첫 만남을 갖는 자리였다. 그렇게 그는 영화의 한 배역으로 자연스럽게 합류하게 됐다. ‘북촌방향’의 출연 제의도 “겨울에 시간 되느냐?”는 감독의 한마디가 다였다. ‘북촌방향’도 이처럼 일상적이면서 묘한 구석이 있는 영화다. 한때 영화감독이었지만, 지금은 지방 대학 교수인 성준(유준상)의 서울 체류기와 그 속에서 반복되는 만남을 그렸다. 성준은 술자리에서 욕한 학생들을 다시 마주치고, 거리에서 우연히 만나 얘기를 나눴던 연극배우도 세 번이나 다시 만난다. “인생은 엄청난 우연과 반복적인 만남의 연속이라고 생각합니다. 살다 보면 말도 안 되는 우연이 모여서 하나의 이유를 형성하기도 하죠. 아마 누구나 소설 한 권씩은 나올 겁니다. 제가 제 아내(탤런트 홍은희)를 만난 것도 엄청난 우연이니까요. ‘북촌방향’은 우리가 살면서 겪게 되는 신기한 우연을 영화적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그는 영화 속에서 똑같은 만남과 실수를 반복하게 되는 성준을 일상적이면서도 재미있게 표현했다. ‘얌전하고 조용하게, 깨끗하게 서울을 통과할 거다.’라는 결심과는 달리 성준은 옛 애인 경진(김보경)의 주위를 기웃거리고, 경진과 비슷한 외모를 지닌 술집 주인 예전(김보경·1인 2역)을 보고 마음이 흔들린다. “진짜 연기하는 동안은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어요. 성준은 나쁜 남자인 것 같기도 하고 따뜻한 사람 같기도 했고요. 하지만, 성준이 예전에게 ‘너에 대해서 알 것 같아.’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좀 오싹했어요. 우리도 종종 살면서 이 사람을 그 사람으로 착각하고 만나기도 하잖아요. 그동안 잘 보여드리지 못했던 섬세한 감성을 표현한 것으로 만족해요.” 그는 영화를 찍으면서 신기한 경험이 많았고, 감독이 마법사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영화 속에서 반복되는 장면도 인물의 정서에 따라 카메라나 인물의 위치가 조금씩 교묘하게 달라졌다. “매일 아침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감독님을 보면 오늘은 또 무슨 내용이 나올지 궁금해집니다. 내용이 사전에 정해진 것이 아니라서 배우들의 상태가 바뀌면 내용도 그에 따라 풀리거든요.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시나리오에 눈이 온다고 돼 있었는데, 거의 기대를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때마침 마법처럼 하늘에서 눈이 내렸어요. 정말 신기한 일이었죠.” 항상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연기에 임한다는 유준상. 마흔이 넘은 지금이야말로 나태해지지 않고, 오래 버티기 위해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런 그의 든든한 버팀목은 아내 홍은희다. 현재 라디오 DJ를 하고 있는 아내는 수많은 사연을 통해 배운 다른 사람들의 삶과 감정을 그에게 이야기해준다. “배우로서 다양한 삶을 대신 겪는 것이니까 캐릭터를 연기할 때 도움이 많이 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게는 아내를 만난 것이 인생의 가장 큰 우연이자 신기한 경험인 것 같아요. 우연히 길을 걷다가 항공사 CF에 출연한 아내의 모습을 보고 첫눈에 반했어요. 그 후 같은 드라마에 출연하게 됐는데, 해외 일정과 겹쳤던 아내는 출연을 포기했죠. 그래서 다른 여배우와 찍게 됐는데, 감독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2명이나 여배우를 교체했어요. 결국 일정을 마치고 들어온 아내와 함께 촬영을 하게 됐죠. 전 그때까지 항공사 CF의 주인공이 아내인 줄 전혀 몰랐어요. 나중에 알고 깜짝 놀랐죠. 이런 우연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웃음)”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암탉’ 꿈의 기록 100만 깼다

    ‘암탉’ 꿈의 기록 100만 깼다

    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이 한국 애니메이션에는 ‘꿈의 숫자’인 100만명을 돌파했다. 1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개봉한 오성윤 감독의 ‘마당을 나온 암탉’(이하 ‘암탉’)은 이날 오후 5시 현재 누적관객 100만 392명을 기록했다. 국산 애니가 100만명을 돌파한 것은 1967년 첫 애니 영화 ‘홍길동’이 나온 이후 44년 만이다. ‘암탉’이 지난 6일 역대 최다 흥행기록(2007년 ‘로보트 태권V’ 디지털 복원판 72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한국 애니 영화 역사를 계속 새로 쓰고 있는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첫 흑자 애니’ 기록도 넘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암탉’의 손익분기점은 150만명이다. 이는 ‘트랜스포머3’,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 ‘퀵’, ‘7광구’ 등 국내외 대형 블록버스터 틈바구니에서 거둔 성적이라 더 놀랍다. 제작사인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는 “과거에도 완성도 높은 토종 애니메이션들이 있었지만, 인지도가 낮거나 유아용이나 성인용으로 과녁이 좁혀진 탓에 관객과의 소통에 실패했다.”면서 “‘암탉’은 처음부터 전 세대를 아우르는 가족영화를 겨냥했고, 전략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심 대표는 “대작들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손익분기점 돌파도 기대해 볼 만하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지금껏 국내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불러모은 애니메이션은 올해 개봉한 할리우드 작품 ‘쿵푸팬더2’(506만명)다. 반면 100억원이 투입된 토종 기대작 ‘원더풀데이즈’(2003)는 고작 22만명을 동원해 한국 애니사의 ‘재앙’으로 남았다. 올 6월 개봉한 한혜진·안재훈 감독의 ‘소중한 날의 꿈’도 11년이나 공을 들인 작품이지만, 5만명을 넘기지 못했다. 때문에 ‘암탉’도 흥행을 낙관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 ‘암탉’의 원작은 110만부가 팔린 황선미 작가의 베스트셀러 동화다. 100만명 넘게 읽은 원작은 양날의 칼이다. 탄탄한 내용 전개나 인지도 측면에서는 보탬이 되지만, 다 아는 이야기를 극장에 가서 또 볼 것인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애니메이션으로는 치명적일 수도 있는 비극적인 결말까지 그대로 담아 원작의 맛을 살리는 한편, 원작에 없는 ‘사투리 쓰는 수달’ 캐릭터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청둥오리 파수꾼 비행대회 등을 가미해 보는 재미를 키웠다. 문소리, 최민식, 유승호, 박철민 등 연기파 배우들의 목소리 출연도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이용철 영화평론가는 “영화 자체의 완성도도 훌륭했지만, 대표적인 1세대 프로듀서인 심재명씨와 대규모 극장망을 가진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시너지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공 요인”이라고 풀이했다. 원작 동화를 낸 사계절출판사의 김태희 편집자는 “(알을 품지 못하는 어미닭) 잎싹과 (어미 잃은 청둥오리 새끼) 초록이가 가족을 이룬다는 원작 주제는 다문화적 관계나 새로운 가족 형태 등으로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텍스트였기 때문에 가족 영화로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한국 애니 안 된다는 편견 확 깰 겁니다”

    “한국 애니 안 된다는 편견 확 깰 겁니다”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필운동의 가정집을 개조한 명필름 사무실. 곳곳에 ‘D-8’이란 문구가 눈에 띄었다. 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 개봉(27일)이 임박한 탓인지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2005년 황선미 작가의 베스트셀러 ‘마당을 나온 암탉’의 판권을 산 지 꼬박 6년. 난산 끝에 ‘옥동자’를 낳았다. 하지만 관객의 평가를 받는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제작사인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와 공동제작 및 연출을 맡은 오성윤 감독에게 치열했던 지난 6년을 들어봤다. 전혀 다른 길을 걸어온 1963년생 동갑내기는 대화를 나눌수록 묘하게 어울렸다. ‘짝패’란 꼭 닮아야 하는 건 아닌 모양이다. 1986년 서울극장 기획실에 몸담은 이후 충무로에서만 25년.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제작자 심 대표는 “명필름이 제작한 꼭 30번째 영화다. 그런데도 기자 대상 시사회 전날 잠이 안 오더라.”고 털어놨다. 어릴 때부터 그림이 너무 좋아 미대(서울대 서양화과)에 입학했지만, 연극에 더 끌렸다. 대학을 졸업한 뒤 애니메이션 기획과 프로듀서로 활동하다가 20여년 만에 ‘입봉’한 오 감독은 “데뷔작이지만 마음은 심 대표와 똑같다. (스트레스를 받아서인지) 요즘 설사를 많이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마당’을 먼저 발견한 건 오 감독이다. 심 대표는 “가족영화 소재를 찾던 터에 원작을 읽었다. 출판사에 확인해 보니 오 감독이 구두계약을 맺고 영화 기획에 돌입한 상태였다. 마침 남편(이은 명필름 대표)과 오 감독이 아는 사이인 데다 애니메이션 전문제작사가 필요했기 때문에 손을 내밀었다.”고 말했다. 오 감독은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만들려면 실사영화 경험이 많고 배급을 뚫을 수 있는 영화사가 필요했다. 0순위로 명필름을 올려놨는데, 외려 제안이 들어왔으니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온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다. 프로덕션(실사영화 촬영 단계)에 돌입하기 전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심 대표는 “시나리오 작업만 3년이 걸렸다. 한번도 제작일정이나 개봉 시기가 계획과 어긋난 적이 없는데 ‘마당’은 1년이 늦어졌다. 긴 시간을 버티다 보니 자금을 동원하는 파이낸싱 작업도 힘들었다. 작품이 성공하려면 반드시 메이저 투자배급사가 나서야 했는데 다행히 올 초 롯데(롯데엔터테인먼트)와 얘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마당’의 장점은 수십명의 애니메이터들이 2년여 동안 ‘엉덩이로 그린’(업계에서 ‘애니메이션은 손이 아닌 엉덩이로 그린다’는 말이 있다) 12만장의 밑그림에서 얻은 아름다운 화면이 전부는 아니다.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자유의지와 타인에 대한 배려·희생, 모성애 같은 묵직한 주제의식을 ‘잎싹’과 ‘초록’ 등 입체적인 캐릭터를 통해 녹여냈다. 가르치듯 전달하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도록 한다는 게 영화의 또 다른 미덕이다. 심 대표는 “암탉(잎싹)이란 미물이지만, 평범한 인간은 상상도 못할 존재다. (문)소리씨한테 ‘한국 영화 사상 가장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이어 “규칙과 질서에 의구심을 갖고 왕따를 불사하면서 꿈을 향해 도전하는 잎싹의 삶은 미국 할리우드 만화에서 꿈을 이뤄가는 방식과 전혀 다르다.”고도 했다. 오 감독 역시 “사자(디즈니의 ‘라이온킹’)쯤 돼야 영웅의 면모가 나올 텐데 하찮은 암탉이 정체성을 찾고 깨달음을 얻는다는 설정이야말로 평범한 우리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다. 선악 구도가 분명한 디즈니나 픽사, 일본 애니메이션과는 또 다른 우리만의 것을 만들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마당’의 순제작비는 31억원, 마케팅비용을 더하면 50억원에 육박한다. 150만명이 들어야 손익분기점에 이른다. 더군다나 올여름은 ‘트랜스포머3’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2’ ‘퀵’ ‘고지전’ 등 국내외 블록버스터들까지 맞붙는 상황. 일단 첫번째 목표는 한국 애니메이션 최다관객 기록을 보유한 ‘로보트 태권V’(2007·72만명)를 넘어서는 데 있다. 심 대표는 “100만명만 넘어도 한국 애니메이션 역사를 새로 쓰지만, 손익분기점을 넘겨야 한다. 그래야 ‘한국 애니메이션은 안 된다’라는 선입견을 없앨 수 있다.”고 비장하게 말했다. 이어 “부모가 아이의 손을 잡고 가서 보여줄 수 있는 영화라고 자부한다. 물론 ‘애들 영화’가 아니라는 입소문이 나서 젊은 층도 많이 봤으면 한다. 그래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며 웃었다. 오 감독도 “20여년 만에 입봉한 작품인데 손익분기점만으로는 어림없다. 한을 풀겠다.”고 맞장구를 쳤다. 6년 동안 한솥밥을 먹었으니 또 뭉칠 법도 하다. 심 대표는 “하고 싶다고 되는 건 아니다. 투자자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마당’이 잘 되면 적극적으로 애니메이션을 고민해 보겠다.”고 다짐했다. 오 감독은 “몇 작품이 될지 모르지만 국내에서 애니메이션이 장르로 자리잡기 전에는 영화사와의 공동작업이 필수다. 명필름과 계속하면 좋을 것 같은데…”라며 심 대표를 슬쩍 쳐다봤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마당을 나온 암탉 2000년 5월 초판 발행 이후 100만부가 넘게 팔린 황선미 작가의 동화를 애니메이션화했다. 알을 얻으려고 길러진 난용종 암탉 ‘잎싹’(목소리 연기 문소리)의 꿈은 한 번만이라도 알을 품어보는 것. 양계장을 탈출하던 날, 잎싹은 저승사자나 다름없는 족제비를 만나 죽을 뻔 한다. 다행히 청둥오리 ‘나그네’(최민식)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다. 잎싹은 우연히 청둥오리 알을 품어 ‘초록’(유승호)을 아들로 얻는다. 하지만 초록이 클수록 엄마와는 다른 종(種)이라는 데서 정체성 혼란을 겪는다.
  • 극장가 애니 공습… 美 3D·국산 2D 정면대결

    극장가 애니 공습… 美 3D·국산 2D 정면대결

    올여름 극장가는 애니메이션 전쟁으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역대 애니메이션 최다 관객(종전 쿵푸팬더 467만명)을 노리는 ‘쿵푸팬더2’가 750개 안팎의 상영관을 확보한 채 지난 26일 개봉한 것은 선전포고일 뿐. ‘빨간모자의 진실2’(6월 16일), ‘카2’(7월) 등 흥행작 속편과 ‘아이스에이지’ 제작진이 만든 ‘리오’(7월), ‘앨빈과 슈퍼밴드’ 제작진이 뭉친 ‘바니버디’(7월), 누구나 한번쯤은 봤을 ‘개구쟁이 스머프’(8월) 등이 대기하고 있다. 3차원(3D) 입체영상으로 중무장한 미국 할리우드의 물량공세에 맞설 충무로의 반격 카드는 전통적인 방식(2D 셀)의 감성 애니메이션이다. 명필름이 6년간 작업한 ‘마당을 나온 암탉’(7월), 기획부터 완성까지 11년이 걸린 ‘소중한 날의 꿈’(6월 16일)은 벌써 ‘웰메이드’라는 평이 나온다. ●美 기술력 더한 흥행작 잇단 개봉 빨간모자의 진실2는 2006년 94만여명을 동원한 깜짝 흥행작의 속편이다. 드림웍스의 ‘슈렉’ 뺨치는 고전동화 비틀기에 추리극의 재미를 버무린 덕. 속편에서 빨간모자와 욕쟁이 할매, 수다쟁이 날다람쥐는 동화 속 해피엔딩을 지키는 비밀수사국 요원으로 헨델과 그레텔을 납치한 마녀에 맞선다. 옛날 게임 캐릭터처럼 단순한 비주얼은 ‘빨간모자’의 약점이지만, 3D로 거듭나면서 어느 정도 극복했다. 이시영(빨간모자), 김수미(욕쟁이 할매) 등이 목소리 연기(더빙)로 가세했다. 역시 5년 만에 돌아온 카2는 애니메이션 명가(名家)인 픽사의 야심작이다. ‘토이스토리’ ‘벅스라이프’ ‘카’의 존 래세터가 메가폰을 잡았다. 래세터 감독은 자동차 마니아로 유명하다. 1편이 카레이싱 영화였다면 2편은 본격 첩보액션물. 제임스 본드나 배트맨의 자동차를 능가한다. 장착 무기는 기본이고 하늘도 난다. 국내에서 58만여명을 동원하는 데 그친 1편을 넘어설지 주목된다. 주인공 ‘라이트닝 맥퀸’은 오언 윌슨이, 최고 스파이 ‘핀 맥미사일’은 마이클 케인이 연기했다. 리오는 애니메이션 전쟁의 강력한 우승 후보다. 지난 4월 북미에서 개봉한 이후 전 세계에서 4억 4658만 달러를 쓸어담았다. 제작비 9000만 달러의 5배를 거둬들인 셈. ‘리오’의 주인공은 지구에 남은 마지막 수컷 마코 앵무새 ‘블루’다. 애완용으로 자라 날지 못하는 블루가 유일한 암컷 마코 앵무새 ‘주엘’과 짝짓기를 위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가서 펼치는 모험담을 그렸다. ‘소셜네트워크‘의 제시 아이젠버그가 ‘블루’ 목소리를 맡았다. ●실사+3D 애니메이션까지 총출동 실사·애니메이션 합성영화 바니버디(2D)는 엄청난 성공을 거둔 ‘앨빈과 슈퍼밴드’의 코드를 고스란히 반복한다. 초콜릿 공장 후계자이지만 드러머를 꿈꾸는 깜찍한 토끼 ‘이비’와 인간 프레드의 여정에 초콜릿 공장의 쿠데타를 꾀하는 병아리 등이 엮인다. 지난 4월 북미에서 개봉해 1억 726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제작비가 6300만 달러이니 쏠쏠한 장사였다. 1958년 발표된 벨기에 작가 페요의 개구쟁이 스머프는 1981년 TV시리즈로 만들어져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스마트폰 게임으로 21세기에 부활한 스머프가 실사와 컴퓨터그래픽(CG) 합성영화로 돌아왔다. 영화는 가가멜에 쫓겨 뉴욕 맨해튼에 나타난 스머프들의 모험담이 뼈대를 이룬다. 30대 이상이라면 누구나 ‘랄랄라 랄라라~’로 시작되는 주제곡과 파파스머프, 똘똘이, 스머페트 등이 친숙할 터. 하지만 3D로 되살아난 스머프의 푸르뎅뎅한 얼굴이 무섭다는 게 문제다. ●한국 생동감 넘치는 애니로 맞불 오성윤 감독의 마당을 나온 암탉은 2000년 5월 초판 발행 이후 누적판매 100만부를 기록한 황선미 작가의 스테디셀러가 원작이다. 평생 갇혀 살며 알만 낳던 암탉 잎싹(문소리)이 양계장을 탈출한 뒤 자신을 엄마로 여기는 청둥오리 초록(유승호)과 용감한 도전에 나선다. 2D 셀 애니메이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생동감 있는 영상과 최상의 녹음 수준이 자랑이다. 최민식, 박철민 등이 목소리 연기를 했고, 아이유가 주제곡 ‘바람의 멜로디’를 불렀다.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소중한 날의 꿈은 1960년대를 배경으로 평범한 소녀 이랑(박신혜)과 순수 소년 철수(송창의)의 풋풋하고 아련한 첫사랑, 그리고 성장통을 그렸다. 11년의 제작 기간과 10만장의 그림으로 짐작할 수 있듯 한땀한땀 만들어졌다. 오는 6일 개막하는 프랑스 안시국제애니페스티벌 본선에 진출할 만큼 해외에서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성공의 관건은 ‘트랜스포머’에 열광하는 요즘 아이들에게 복고풍의 담백한 그림을 어떻게 어필하느냐에 달려 있다. 고(故) 권정생 선생이 마지막으로 쓴 그림동화를 원작으로 한 엄마까투리는 유아를 대상으로 한 28분짜리 단편 3D 애니메이션이다. 지난 3월 대구·경북 지역에서 먼저 개봉해 1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한 이 작품은 2일 전국 개봉을 한다. 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그래픽 이혜선기자 okong@seoul$co$kr
  • 자신만의 블루칩 찾는 당당한 비주류

    흔히 ‘아웃사이더’를 낙오자에 비유한다. 사회 내의 주류 시스템에 속한 인사이더의 반대말이기도 하다. 요즘 젊은 대학생들이 치열하게 ‘스펙’ 경쟁을 하는 이유도 사회의 주류 시스템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아웃사이더가 되지 않기 위해 죽기 살기로 공부를 하며 너도나도 ‘스펙’을 쌓는다. 하지만 주류의 문은 갈수록 좁아지고 세상은 인사이더와 그렇지 않은 아웃사이더로 분류되고 있다. 그렇다면 아웃사이더로 산다는 것은 정말 낙오자일까. ‘인사이더를 이기는 아웃사이더의 힘’(김창남 엮음, P당 펴냄)은 표지 글처럼 ‘빽도 후광도 스펙도 없이 비주류의 길을 가고 있는 10명의 아웃사이더’ 이야기를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돈 안 되는 인디음악을 제작하며 ‘지속 가능한 딴따라질’을 모색하는 붕가붕가레코드 대표 고건혁, 서울대와 행정고시 합격이라는 ‘스펙’을 내던지고 개그맨이 된 노정렬, 사회적 의사 표현을 통해 진정성을 좇는 배우 문소리, 만화학원비 몇 푼 달랑 들고 노숙생활을 하며 미친 듯이 만화를 그려낸 만화가 윤태호, 1인 출판인 윤명미 등이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다. 문화평론가이자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인 엮은이는 이들을 통해 “스펙 같은 것에 주눅 들지 말고 당당하게 자신만의 불루칩을 찾을 것”을 권한다. 외부의 힘이 아닌 자신의 날개를 개발하고 날아야 한다는 것. 그는 서문에서 “요즘 대학생들은 우리 세대가 겪었던 선택의 문제는 벗어났지만 오히려 그보다 무거운 미래의 불확실성 앞에서 존재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면서 “창의력을 갖고 자신만의 이유를 찾으며 그 길을 꾸준히 걷는 것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에 등장하는 10명의 주인공들은 각기 다른 자신의 삶을 얘기하지만 관통하는 주제는 하나로 이어진다. 창의적인 삶을 살면서 자신의 룰을 세우고 이미 주어진 길 대신 다른 길을 걸으려 애썼다는 것이다. 또 학벌과 토익 점수로 현재의 자리에 이른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그들 모두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고 성취했다는 공통점만 있을 뿐이다. ‘진정성이 스펙을 이긴다.’고 강조하는 문소리, ‘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만화가의 길을 걷는 나를 믿는다.’라고 말하는 윤태호, 색깔과 성깔을 죽이지 않고 제 그릇대로의 빛을 내며 살아간다.’고 표현하는 노정렬의 얘기 등 눈길 끄는 사연들이 많이 담겼다. 1만 3000원.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 문소리 예술문화대 초빙교수로

    건국대는 배우 문소리씨가 예술문화대학 예술학부 영화전공 초빙교수로 임용돼 오는 7일부터 4학년 전공수업 ‘연기고급 1’을 강의한다고 4일 밝혔다.
  • [문화마당] ‘여전사 ’의 등장을 기대하며/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영화평론가

    [문화마당] ‘여전사 ’의 등장을 기대하며/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영화평론가

    대중매체에서 ‘여전사’ 캐릭터는 이제 꽤 익숙한 개념이 되었다. ‘아마조네스’를 연상시키는 이 말은 특히 영화나 드라마, 만화 등을 통해 강한 여성의 상징으로서 본격적으로 유포되었다. 물론 할리우드 영화들은 여전사조차 아름다워야 하고 성적 매력을 갖춰야 한다. 앤절리나 졸리(‘툼 레이더’)나 밀라 요보비치(‘레지던트 이블’), 제니퍼 가너(‘엘렉트라’), 우마 서먼(‘킬빌’), 케이트 베킨세일(‘언더월드’) 등은 한결같이 미모와 멋진 몸매 그리고 섹시한 매력을 발산한다. 그 매력은 피투성이 트레이닝복을 입든, 가죽으로 온몸을 감싸든 가려지지 않는다. 그런데 여전사 계보에서 가장 앞에 서 있는 배우 시고니 위버에게는 이들과는 다른 매력과 아우라가 있다. 그는 눈에 확 띄는 미모도 아니고 멋진 몸매의 소유자라고 보기도 좀 그렇다. 182㎝의 큰 키와 마른 체격으로 섹시함보다는 지적이고 중성적인 매력이 돋보인다. ‘에이리언’ 시리즈 1~4(1979~1997)에서 강력한 우주 괴생명체와 싸우던 시고니 위버는 섹시하지 않아도 여전사가 얼마나 멋진 존재인지 보여주었고, 포악하고 영리한 최강의 적 앞에서 두려움과 공포를 떨쳐내고 적을 물리치는 기개와 슬기로움으로 강한 여성을 구현했다. 그 여전사 시고니 위버가 얼마 전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방문 목적은 영화 홍보가 아니라 ‘세계 여성 리더십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온 것이다. 11월 29~30일 이틀간 열린 콘퍼런스에서 그는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 제니 시플리 전 뉴질랜드 총리 등과 함께 특별 연사로 참석했다. 그는 연설에서 지구환경의 중요성과 여성의 역할에 대해서 언급했다. 할리우드의 여전사가 환경운동가로 돌아온 것이다. 이미 그는 ‘정글 속의 고릴라’(1988)에서 인류학자이자 고릴라 보호운동가인 다이안 포시의 역할을 한 적이 있다. 다이안 포시는 밀렵꾼들에 의해 죽음을 당함으로써 충격을 주었는데, 시고니는 “박사의 죽음을 헛되이하지 않기 위해 그녀를 연기하고 싶었다. 그녀의 믿음과 열정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며 추모의 마음을 나타냈다. 이를 계기로 ‘다이안 포시 고릴라재단’ 명예회장을 맡으면서 환경운동가로 활동에 나서게 된다. 또한 바다생태계에도 관심을 가져 2006년 유엔 총회에 앞서 저인망 어업에 따른 문제점을 환기시키고 개선하려 노력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인가. ‘에이리언’의 여전사 시고니는 ‘아바타’(2009)에서 지구인들의 약탈로부터 판도라 행성의 생태계를 지키려는 과학자 그레이스 박사로 모습을 나타낸다. 조연이고 분량은 많지 않지만 맞춤 배역이었고, 예순의 나이에도 여전히 강하고 외려 더 현명해진 그의 존재감은 충만했다. 한국영화와 드라마에도 여전사 캐릭터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드라마 ‘아이리스’의 첩보원들(김소연, 김태희)이나 ‘태왕사신기’의 여전사들(문소리, 이지아), 영화 ‘쉬리’의 이방희(김윤진), ‘형사’의 다모(하지원) 등이 그런 캐릭터들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들은 처음 주체적 캐릭터로 등장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주체성이 사라지고 여느 멜로드라마의 여성 주인공과 다를 바 없게 되어 여전사로서의 선명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한국 대중매체에서 여전사 캐릭터를 운위하기가 망설여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고니 위버는 영화에서 “의도적으로 강인한 여성 역할을 하지 않으며, 남자가 다가오기 전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여성을 그렸을 뿐”이라고 말한다. 결국 이러한 주체성이 캐릭터 표현에 있어서나 자신의 삶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있어서 시고니의 선택을 돋보이게 한 것이며, 오늘날 글로벌 여성 리더로서의 위상을 부여한 것이고,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현실에 참여하고 발언하는 활동가로서의 면모까지 만들어 준 것이리라. 그를 보면서 한국 대중문화에도 작품에서나 현실에서 명실상부한 ‘여전사’가 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 지소연 美진출 임박?

    지소연(19·한양여대)이 국내 여자프로축구 WK리그 신인 드래프트 신청을 철회했다. 한국여자축구연맹은 27일 신인 드래프트 신청자 64명 명단을 발표하면서 당초 신청서를 제출했던 지소연이 지원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지소연은 미국 여자프로축구(WPS) 보스턴 브레이커스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가운데 다음 달 4일 신생팀인 웨스턴 뉴욕의 우선 지명을 받을 가능성이 크지만 두팀의 지명을 받지 못하는 경우를 대비해 지난 25일 WK리그 신인 드래프트에도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소연의 소속사인 올댓스포츠는 “WK리그 드래프트에 참여하면 2011년 미국 리그 진출이 불가능해져 드래프트 신청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국 무대 진출이 확정적이라는 뜻이다. 20세 이하(U-20) 월드컵 대표팀 출신인 권은솜(20·울산과학대)도 일본 여자축구 L리그 고베 아이낙으로 진로를 정해 드래프트 명단에서 빠졌다. 이 밖에 김나래(20)와 이현영(19), 김혜리(20·이상 여주대), 문소리(20·울산과학대) 등 U-20 여자 월드컵 3위 주역들은 대부분 WK리그 신인 드래프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여우주연상’ 문소리, 초미니 원피스로 ‘빼어난 각선미’

    ‘여우주연상’ 문소리, 초미니 원피스로 ‘빼어난 각선미’

    영화배우 문소리가 초미니 원피스를 입어 빼어난 각선미를 드러냈다. 문소리는 지난 8일 오후 부산 해운대 웨스틴조선에서 열린 제 19회 부일영화상 시상식에 참석했다. 이날 여우주연상을 거머 쥔 문소리는 실크 소재의 은빛 원피스를 입고 무대에 올랐다. 비슷한 계열의 힐을 매치한 문소리는 단발 커트의 헤어스타일과 조화를 이뤄 깔끔하면서도 성숙한 여성미를 뽐냈다. 특히 짧은 스커트 길이로 문소리의 빼어난 각선미가 드러나 눈길을 끌었다. 문소리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긴 부일영화상은 한국 영화상의 효시로 1958년 제정됐다. 이후 1973년 중단됐다가 2008년 부활해 올해 19회째를 맞았다. 사진 = 서울신문NTN DB 김예나 기자 yeah@seoulntn.com ▶ 존박 무릎베개 과거사진 "여자친구 손이 어디에?"▶ 미쓰에이 수지, 청순발랄한 시구장면 ‘순간포착’▶ ’슈퍼스타K2’ 김그림, 조PD 러브콜?…"현재 논의중"▶ 김남주, 성질머리 더러운 ‘역전의 여왕’ 골드미스 변신▶ ’신이 내린 몸매’ 신민아, 격한 겸손 "힙라인은 포토샵…"
  • 제19회 부일영화상, 문소리·유준상 ‘하하하’ 웃었다 (종합)

    제19회 부일영화상, 문소리·유준상 ‘하하하’ 웃었다 (종합)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둘째 날인 10월 8일 오후 7시 부산 해운대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제19회 부일영화상 시상식이 열렸다. 부일영화상은 한국 영화상의 효시로 1958년 제정돼 16년간 진행되다가 73년도에 중단됐다. 2008년 35년 만에 부활한 부일영화상은 올해 19회를 맞이하게 됐다. 황범, 강수정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부일영화상 시상식에는 ‘칸의 여왕’ 전도연과 정재영, 문소리, 유준상, 윤여정, 예지원, 정유미, 송새벽, 김새론 등이 참석했다. 또한 한국 영화계의 거장 임권택 감독, 이창동 감독, 홍상수 감독, 임상수 감독 등이 자리를 빛냈다. 올해 부일영화상에서는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가 작품상을 비롯, 문소리의 여우주연상, 유준상의 남우조연상으로 3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또한 이창동 감독은 영화 ‘시’를 통해 감독상과 각본상으로 2관왕에 올랐다. 가장 치열한 경합이 벌어진 남우주연상은 영화 ‘이끼’의 정재영에게 돌아갔다. 정재영은 ‘아저씨’의 원빈, ‘악마를 보았다’의 이병헌, ‘의형제’의 강동원 등 스타성과 연기력을 동시에 구축한 톱배우들과 경쟁한 결과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또한 ‘하녀’의 윤여정이 여우조연상을 수상했고, 남녀 신인상은 충무로 최고의 신 스틸러로 급부상한 송새벽과 ‘원빈의 소녀’ 김새론이 각각 수상했다. 부일영화상의 하이라이트인 최우수 작품상은 이창동 감독의 ‘시’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에 돌아갔다. 또한 최우수 감독상에는 일상의 미학을 선보인 ‘하하하’의 홍상수 감독 윤여정은 15년 만에 스크린으로 불러난 ‘시’의 이창동 감독이 선정됐다. ◆ 이하 제19회 부일영화상 수상자 및 수상작 ▶최우수작품상=하하하 ▶최우수감독상=이창동(시) ▶남우주연상=정재영(이끼) ▶여우주연상=문소리(하하하) ▶남우조연상=유준상(하하하) ▶여우조연상=윤여정(하녀) ▶신인남자연기상=송새벽(방자전) ▶신인여자연기상=김새론(여행자) ▶신인감독상=우리 르꽁트(여행자) ▶각본상=이창동(시) ▶촬영상=파주(김우형) ▶음악상=심현정(아저씨) ▶미술상=강승용(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부일독자심사단상=아저씨 ▶유현목영화예술상= ▶베스트드레서상=전노민 서울신문NTN 박민경 기자 부산(경남) minkyung@seoulntn.com / 사진=현성준 기자
  • [NTN포토] 전도연 ‘여우주연상 축하해요!’

    [NTN포토] 전도연 ‘여우주연상 축하해요!’

    [서울신문NTN 현성준 기자] 전도연이 8일 오후 부산 해운대 웨스틴조선에서 열린 제 19회 부일영화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문소리를 축하해주고 있다. 현성준 기자 (부산) gus@seoulntn.com
  • [NTN포토] 문소리 ‘부일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NTN포토] 문소리 ‘부일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서울신문NTN 현성준 기자] 8일 오후 부산 해운대 웨스틴조선에서 열린 제 19회 부일영화상 시상식에서 부일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문소리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현성준 기자 (부산) gus@seoulntn.com
  • [NTN포토] 문소리 ‘속보일라 조심!’

    [NTN포토] 문소리 ‘속보일라 조심!’

    [서울신문NTN 현성준 기자] 8일 오후 부산 해운대 웨스틴조선에서 열린 제 19회 부일영화상 시상식에서 문소리가 무대에 오르고 있다. 현성준 기자 (부산) gus@seoulnt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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