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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전지방청사 통합부지 10년 넘도록 ‘낮잠’

    정부 외청의 대전지방청사 합동화부지가 10년이 넘도록 방치되고 있다.3일 정부청사관리소에 따르면 정부는 1998년에 입주한 대전청사를 조성하면서 외청의 지방청들이 통합 입주할 수 있는 부지로 서문 일대 1만 5000평을 마련했다. 현재 공시지가 기준으로 1560억원에 달하는 요지다. 지난해까지 7년간 고구마 옥수수 등의 농작물 체험장으로 활용돼 왔지만 올해부터 중단됐다. ●입주 대상기관 상당수 신청사 이주 통합입주 사업은 외환위기를 거치며 추진 예산 미확보 등으로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해당 지방청들이 통합 입주를 반기지 않는 데다가 행정자치부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지방청들은 제주·춘천 등과 달리 본청과 인접해 있어 잔류를 더 원하는 실정이다. 현재 입주 대상기관 중 상당수가 이미 신도심인 둔산지역에 신청사를 마련했거나 새 둥지로 이주했다. 여기에 2012년 충남도청의 홍성 이전을 앞두고 지방청들이 따라 갈지, 남아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행자부는 구(舊)도심에 있는 기관들이 통합 입주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지역 공동화(空洞化)를 우려한 지자체가 반발하고 있다. ●교육계 “경기장” 특허청 “문서 창고로” 계획 수립 당시와 상황이 달라지면서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방안을 놓고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지역 교육계에서는 학교 및 풋살경기장 건립 등을 건의했지만 행자부는 ‘행정용지’라는 이유로 거절했다. 통계청은 통계교육원 건립을 행자부에 타진했지만 역시 불허돼 둔산지역 신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에는 특허청이 합동화 부지에 출원 등록된 문서를 보관하는 창고 건설을 추진하고 나서 행자부가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특허청은 영구보관문서로 국가기록원 부산서고와 대전청사, 특허연수원 등에 분산된 문서를 한 곳에 모아 보관·관리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1948년부터 전자출원이 이뤄진 1999년 이전까지의 문서로 약 70만포대 분량이라고 한다. 창고 규모는 약 600평으로 정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공간이 부족해 행자부에 문의한 결과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다.”면서 “부지 일부를 사용하는 것으로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청사관리소 관계자도 “특허청이 예산을 확보하면 논의 가능한 사안”이라며 “내년에 예산을 세워 합동화 사업을 다시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FTA 시대-전문가 분석] 국내 전문가 평가 “국민손해 불보듯 vs 생산동력 확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2일 마침내 타결되자 전문가들의 평가도 양분됐다.‘세계 최강의 FTA’로 국민들의 손해가 불보듯 뻔하다는 측과, 이번 타결을 통해 생산동력을 찾는 계기로 남아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그러나 찬성하는 쪽의 전문가들도 교육·의료 등 서비스시장이 개방되지 않은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이시욱 KDI 산업·기업경제 연구원 정부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애초의 목적에 못 미치지만 만족스러운 타결이다. 개방의 수위는 ‘중간 수준’으로 볼 수 있겠다. 협상이 ‘빅딜’ 형식으로 진행돼 타결내용이 미흡해 보이지만, 상세히 들여다보면 관세철폐가 85% 수준에 이른다. 관세철폐는 수출효과보다 내부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다. 미국과 FTA를 맺은 캐나다의 경우 수입관세가 철폐되자 한계기업이 퇴출되고 살아남은 기업들의 생산력은 놀랄 만큼 신장됐다. 멕시코나 브라질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와 있다. 경쟁압박이 심해지고, 기술투자에 대한 유입요인도 커지기 때문에 내부의 생산성이 좋아진다. ●정태인 성공회대 겸임 교수 관세인하율을 챙겨봐야 하겠지만, 현 수준에서도 ‘세계 최강의 FTA’라고 볼 수 있다. 일단 서비스 영역을 네거티브 방식(나열한 것 외에 모두 개방하는 방식)으로 개방했고, 역진불가능 제도를 도입해 스크린 쿼터의 경우 현재 50일 이상으로 더 높일 수가 없게 된다. 셋째로 ‘미래의 최혜국 대우’를 도입해 앞으로 다른 나라와 FTA를 맺었을 때 더 좋은 조건을 부여했다면, 미국에도 재적용토록 했다. 이 미래의 최혜국 대우의 경우 투자와 서비스 분야에 적용하게 되는데, 미국은 이미 이 분야에서 압도적 우위를 가지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의 손해가 불보듯 뻔하다. ●하준경 금융연구원 연구원 한·미FTA 이전에 금융분야는 대부분 개방됐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 미국도 지급결제시스템의 중추로 은행을 보호하기 때문에 ‘국경간 거래’는 처음부터 개방할 수 없는 분야였다. 보험분야에서 허용한 ‘국경간 거래’는 기업쪽에서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피해가 갈 일은 없을 것이다. 증권·자산운용 쪽은 지금보다 경쟁이 심화되겠지만, 이미 외국 펀드상품을 사기 때문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다만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을 국책은행으로 유지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정책금융이나 은행의 공적기능을 강조할 경우 일부 국책은행의 지위를 유지한 것은 잘된 일이다. ●이한영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자본주의 규범이 가장 발달된 미국의 기준에 맞춰 우리의 제도를 조율하는 건 건전한 경쟁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다. 생존을 위한 경쟁은 개인에게는 힘들지만 국가적으로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게 된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부가가치를 높이고 경제 구조를 선진화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효율적이다. ●강문성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B학점 수준의 협상이었다. 법률·의료·교육 등 서비스 부문이 개방되지 않은 것이 아쉽다. 쇠고기 관세는 15년에 걸쳐 철폐하기로 했는데 그 정도면 축산업계가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긴 시간이다. 자동차도 우리 주력 업종인 3000㏄ 이하 관세를 즉시 철폐하기로 했고 그동안 개선의 필요성이 나왔던 세제도 개편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우리나라보다 개방된 미국과의 협상이라 우리가 너무 많이 주고 우리가 얻는 것은 없다고 보여질 것이다. 한·미 FTA가 되면 가장 손해보는 나라가 일본이다. ●최태욱 한림대 국제대학원 교수 F학점을 받을 만한 최악의 협상이다. 서비스산업 개방, 무역구제 철폐로 인한 철강·섬유 업종의 수출 증대 등 FTA 협상의 이유로 내세웠던 것은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투자자의 상대국가소송제(ISD), 조건부 단기 세이프가드, 역진 방지장치(Ratchet) 등 독소조항을 가져왔다.ISD에 있어 부동산과 조세정책에 예외를 두기로 했는데 ‘예외적으로 필요할 경우에 한다.’는 등 일부 여지를 열어놓았다. 개성공단의 경우 ‘북핵문제가 해결되고 북한의 노동환경이 개선되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는데 사실상의 빌트인(built-in)이다. 역진 방지장치를 문서화함으로써 우리나라가 스스로 결정해서 개방한 업종인데도 나중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해도 미국에 대해서만은 되돌리지 못한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거시경제팀장 금융분야에 있어서는 협상을 잘했고 첨예한 이슈가 적었다. 협상 전반으로도 나름대로 했다는 데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금융에서 단기세이프가드를 받았고 투자자의 ISD에서 이 부분은 예외를 인정받았다. 이번 합의로 만에 하나 우리나라에 금융위기가 닥쳐 우리가 미국 금융기관의 송금을 일시적으로 제한한다고 해도 집단적인 소송에 걸릴 가능성에서 벗어나게 됐다. 미국이 금융개방에 있어 우리나라에 요청한 수준은 다른 나라와 비슷한 수준이며, 우리나라도 금융부분에 있어 이미 상당부분 개방돼 있다. 문소영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FTA시대-노대통령 구상] “쇠고기 합리적수준 개방 美에 구두약속”

    [FTA시대-노대통령 구상] “쇠고기 합리적수준 개방 美에 구두약속”

    노무현 대통령은 2일 ‘한미FTA협상 타결에 즈음한 특별담화’에서 “이번 협상 결과로 우리 제품이 세계 최대규모인 미국 시장에서 가격우위를 확보하게 됐다.”면서 “100조원이 넘는 미국 조달시장의 문턱도 크게 낮아졌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저녁 TV로 생중계된 담화에서 쇠고기 위생 검역문제를 FTA 협상과 분리해 논의키로 했다면서 “부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은 협상에서 국제수역사무국의 권고를 존중해 합리적 수준으로 개방하겠다는 의향을 가지고 있고, 합의에 따르는 절차를 합리적 기간안에 마무리할 것이라는 점을 약속해주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는 지난날 뼛조각 검사에서 한국 정부의 전량 검사와 전량 반송으로 인해 미국이 쇠고기 협상과 절차이행에 관해 한국정부가 성실하게 임하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을 갖고 뼈를 포함한 쇠고기의 수입과 절차의 이행에 관해 기한을 정한 약속을 문서로 해줄 것을 요구한 데서 비롯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이번 타결 결과는 쌍방의 체면을 살릴 수 있는 적절한 타협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정치적 손해를 무릅쓰고 오로지 소신과 양심을 가지고 내린 결단”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나아가 “고급 서비스시장도 일부 개방됐지만 좀더 과감한 개방을 하라고 지시했다.”면서 “교육과 의료시장, 문화산업 분야도 크게 열리지 않아 아쉽지만, 앞으로 경쟁의 무대로 나가야 한다.”며 추가개방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피해가 예측되는 분야로 농업을 예로 들며 “수입물량이 늘어 소득이 줄어들면 국가가 소득을 보전해주고, 폐업을 할 경우에는 폐업 보상을 할 것”이라면서 “전업이 불가능한 고령의 농민들에게는 복지제도를 강화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체결 반대론자들을 향해 “FTA는 정치와 이념의 문제가 아닌 먹고사는 문제”라면서 “앞으로는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해 합리적으로 토론에 임해 국민의 뜻을 하나로 모으는 데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정부는 3일 오후 3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노 대통령 주재로 전 부처 장·차관과 국정과제위원, 청와대 수석보좌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미 FTA 타결 후속대책을 논의하는 합동 워크숍을 개최한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20&30] 메신저에 빠진 ‘직딩’들의 애환

    [20&30] 메신저에 빠진 ‘직딩’들의 애환

    회사원 홍모(31)씨는 지난주 회사 동료들과 친구, 선후배에게 ‘한 소리’를 들어야 했다. 최근 악명을 떨쳤던 메신저 바이러스 파일(photo album.zip)이 홍씨의 MSN메신저를 통해 ‘새로운 사진을 보라.’는 내용의 안부 글로 전달돼 이들의 컴퓨터를 감염시켰기 때문이다. 이들은 “메신저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하루종일 ‘암흑천지’ 속에 살았다.”며 볼멘 목소리를 냈다. 이처럼 2030세대에게 메신저는 휴대전화만큼이나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다. 이들은 컴퓨터를 부팅시키는 동시에 메신저를 로그인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메신저마다 ‘주특기’가 달라 둘 이상의 메신저 프로그램을 쓰는 이들도 허다하다.3명 이상이 한꺼번에 수다(혹은 회의)를 떨 수 있고 문서나 그림, 음악파일도 주고받을 수 있는 메신저의 장점은 많은 ‘20&30’을 중독자로 만들고 있다. ●“메신저는 생활 필수품?” 보안을 이유로 회사에서 방화벽을 쳐놓았지만 박모(27·여·회사원)씨는 아랑곳 않고 MSN메신저와 네이트온(NATE ON)’을 쓰고 있다. 규정상 사내 전산프로그램의 쪽지 기능을 쓰도록 돼 있지만 메신저가 훨씬 편해 암암리에 애용하고 있다. 한 번은 본사에서 암행 감사가 떴는데 메신저로 지사 친구들에게 언질을 줘 그 친구들이 ‘화’를 면했다고 박씨는 귀띔했다. “동료들끼리 동향 파악하고 정보 보고하는 데 유용하죠. 메신저가 없다면 회사 생활은 완전 암흑이죠. 우리 같은 ‘직딩’에겐 ‘생활필수품’이에요.” 다양하고 독특한 이모티콘이나 서체도 메신저의 매력이다.“때론 침대에 누워 있으면 천장에 메신저 창이 그려지고 온갖 이모티콘과 글자들이 눈앞에 아른거려 한참 뒤척인 뒤에야 잠들기도 한답니다.” 대학생 임모(26)씨는 눈을 뜨고 있는 내내 컴퓨터를 끼고 산다. 부팅과 동시에 MSN, 네이트, 구글의 메신저가 자동 로그인되도록 설정해 놓았고 각각의 메신저에는 100명 안팎의 친구들이 등록돼 있다. 휴대전화나 이메일보다 메신저로 약속을 잡는다. 임씨는 “뻔히 로그인으로 표시가 돼 있는데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거나 하루 종일 한마디도 걸어오지 않으면 불안하고 초조합니다.”라고 털어놓았다. 이쯤되면 ‘메신저 강박증’으로 불러도 좋을 것 같다. 회사원 최모(36·여)씨도 지독한 메신저 중독에 빠진 경험이 있다. 최씨는 2003년 뒤늦게 후배를 통해 메신저(네이트온)에 맛을 들였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서웠다. 회사에서는 물론 퇴근하고 집에서도 메신저를 켜놓고 있어야 안심이 됐다. “한밤중에 잠에서 깨 메신저에 누가 로그인해 있는지 확인하고 메신저에 아무도 들어와 있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까지 들었어요. 심지어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친구와 선후배, 동호회 사람 등 상대를 바꿔가며 대화하기도 했죠.” 문득 ‘중독자’가 돼 버린 것을 깨달은 최씨는 메신저 프로그램을 아예 지워버렸다. 업무 시간에는 로그인을 안 하고 집에서도 의도적으로 컴퓨터를 켜지 않았다. 최씨는 “지금도 다른 사람들에게 왕따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란 생각에 불안해요.”라고 말했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이모(30)씨도 사내에서 메신저 사용이 금지돼 있지만 방화벽을 뚫고 네이트온 메신저를 설치했다. 눈치보며 조금씩 채팅하는 수준이라 회사에서 알면서도 눈감아주는 분위기라고. “아침에 출근하면 가장 먼저 메신저를 로그인하고 누가 들어와 있나 확인해야 다른 일들이 술술 풀립니다. 열받게 하는 회사 상사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실시간 닉네임을 바꾸는 버릇도 생겼죠. 예를 들면 ‘왜 나만 시키는 거야.’‘XX님 착하게 사시오.’ 같은 거죠.” 이씨는 메신저의 대화명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풀리고 친구들이 위로해 줘 회사 생활의 오아시스 같다고 말한다. 메신저에 등록된 사람들이 50명을 넘어섰기 때문에 입사 초기에는 말 걸어오는 사람들을 걸러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씨는 “지금은 요령이 생겨 소수에게만 대화 신청이 가능하도록 설정해 놓았고 귀찮은 사람이 말을 걸면 없는 척하고 그냥 씹어버리죠.”라고 털어놓았다. 시간과 돈을 모두 아낄 수 있기 때문에 메신저에 빠지기도 한다. 정모(25·여·회사원)씨는 바빠서 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없고, 전화도 잘 하지 않는 성격이어서 메신저로 인간관계를 유지한다.“메신저를 안 켜면 세상과 단절된 듯한 느낌이에요.”라고 정씨는 털어놓았다. 특히 정씨는 네이트온을 애용하는데 ‘미니대화’의 투명도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대화창을 잘 안보이게 해 직장상사나 동료들에게 들키지 않고 마음껏 메신저를 쓸 수 있다. 외국의 거래처나 유학을 떠난 친구들과의 대화에도 유용하다. 정씨는 일본에서 유학 중인 친구와 메신저를 통해 틈틈이 수다를 떨고 안부를 물어서 2년 만에 얼굴을 봤을 때도 전혀 어색한 느낌이 없었다.“국제전화라면 돈이 아까워서 못하죠. 얼마나 경제적이에요.”라며 흐뭇해했다. ●‘메신저의 악몽’ 대화의 상당 부분을 메신저에 의존하다 보니 의도하지 않은 ‘사고’도 터진다. 송모(36·회사원)씨는 지난해 보고서를 제 때 못내 직속 상사인 과장에게 ‘처절하게 깨진’ 경험이 있다. 송씨는 친한 동료들과 메신저로 과장을 마음껏 씹으며 분을 풀었다. 머릿속에 온통 과장 이름이 오락가락하던 순간 새로 대화를 걸어온 상대에게 아무 생각없이 과장을 ‘씹었지만’, 상대는 반응이 없었다. 다름 아닌 과장이었다.“굳이 그 다음은 말하고 싶지 않네요. 과장이 말을 돌렸는지 상사들한테 완전히 찍혔고, 어쨌거나 그 회사를 오래 못 다녔죠.” 이모(29)씨는 메신저 때문에 인간관계가 일그러졌다. 회사 선배가 자꾸 짜증나게 하자 이씨는 일시적으로 대화상대에서 그 선배를 차단시켰다. 하지만 어느 날 그 선배가 이씨의 자리에 와서 얘기하다가 메신저에서 자신이 차단 설정이 된 것을 보고 말았다.“그땐 정말 등에서 식은땀이 쫙 흐르더라고요. 뭐라고 변명했는지 기억도 잘 안 나고 그 뒤론 선배와 소원해졌죠.” 보안 기능이 강화되면서 ‘자기 검열’도 늘었다. 장모(33·회사원)씨는 최근 메신저 친구들과 상사를 신나게 씹다가 며칠 전 사내전산팀에서 보안 점검을 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순간 ‘이거 누가 보고 있는 거 아니야.’란 생각이 스쳐지나 갔다. 전산팀 동료로부터 기술적으로 개개인의 컴퓨터를 원격 제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들은 뒤로는 등골에 식은땀이 흐르고 두려움이 엄습했다. 대화내용 저장기능 때문에 비밀이 탄로나기도 한다. 김모(25·여)씨의 회사에선 당직 근무자가 동료들의 컴퓨터 바이러스를 체크해주곤 했다. 어느 날 김씨가 메신저를 로그아웃하지 않고 퇴근했고, 마침 야근을 하던 동료가 호기심이 발동해 통합메시지함에 저장된 김씨의 대화 내용을 몰래 읽었다. 사내커플인 김씨가 연인과 메신저를 통해 주고받은 은밀한(?) 대화를 모두 알게 된 이 동료는 술만 먹으면 여기저기 떠들고 다녔고 김씨 커플은 한동안 곤혹을 치러야 했다. 임일영 이문영기자 argus@seoul.co.kr ■ 20대 이용률 최고… 네이트 독주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최근 인터넷 메신저 사용 실태를 분석한 결과 연령대 별로는 20대의 이용률이 가장 높고, 브랜드는 네이트온의 이용자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진흥원이 올 2월에 작성한 ‘2006년 하반기 정보화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인터넷 사용자의 메신저 이용비율은 47.7%로 2005년 12월의 45.2%에 비해 2.5%포인트 증가했다. 남성(48.0%)과 여성(47.4%)의 메신저 이용률은 별 차이를 보이지 않은 반면 연령별로는 20대의 이용률(75.6%)이 10대(55.7%)와 30대(46.0%)에 비해 두드러지게 높았다. 직업별로는 학생의 63.6%, 전문·관리직의 53.9%, 사무직의 55.9%가 메신저를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평균 이용시간은 주 7.1시간이었고,5∼10시간 이용자가 34.5%,10시간 이상이 25.2%,3∼5시간은 15.7%였다. 이용목적을 묻는 질문에는 82.4%가 ‘친구와의 채팅’이라 답했고,40.2%는 미니홈피·블로그 방문,34.5%는 파일전송,30.7%는 게임·엔터테인먼트를 위해 메신저를 쓴다고 답했다. 브랜드별로는 점유율 1위 네이트온의 이용자수(1950만명·79.4%)가 2위 MSN(739만명·30.1%)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리서치 기관 ‘메트릭스’에 따르면 올 2월 현재 네이트온은 로그인 시간(64.0%)과 실제 이용시간(58.5%) 등 전 부문에서 2위 MSN(13.7%,13.0%)과 3위 버디버디(12.7%,19.0%)를 큰 차이로 앞섰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FTA 시대-주요분야 득실] 쇠고기- 뼈있는 쇠고기 5월 OIE 판정후 수입 구두약속

    [FTA 시대-주요분야 득실] 쇠고기- 뼈있는 쇠고기 5월 OIE 판정후 수입 구두약속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양국의 시장이 개방되면서 해당 분야와 업종들은 주판알을 튕기기에 바쁘다. 얻은 것도 잃은 것도 많다.FTA 타결로 쇠고기·농산물·자동차 등 국내 11개 대표 업종들이 어떤 영향을 입게 되고 앞으로 어떤 기회를 새롭게 얻게 될지 분야별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득실을 짚어본다. 협상 전체의 성패를 가를 ‘딜 브레이커(협상결렬요인)’로 꼽혔던 쇠고기는 결국 우리측의 ‘우세승’으로 결론났다. 두 나라 협상단은 현행 40%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세를 ‘15년 이내’에 단계적으로 철폐하기로 최종적으로 합의했다. 이는 당초 주위의 예상보다 5년이 더 늘어난 규모다. 이로써 국내로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는 해마다 2.7%씩 관세가 줄어들게 됐다. 앞서 미국은 쇠고기 수입 관세를 적어도 ‘5년 이내’에 철폐해야 한다고 고집했다. 이것도 줄곧 고수해 온 ‘즉시 철폐’에서 우리측의 집요한 요구에 따라 한 발 물러선 것이었다. 반면 우리측은 일찌감치 ‘최소 10년 이상’이라는 마지노선을 긋고 미국측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계속했다. 그러나 미국이 마감 시한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우리측의 요구를 전격적으로 받아들였다. 게다가 FTA 정식 의제는 아니지만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뼈있는 쇠고기(LA갈비)’ 검역 문제도 우리측의 요구대로 해결을 봤다.5월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미국이 ‘광우병 통제국’ 예비판정을 받게 되면 한국이 독자적인 절차를 통해 신속히 수입 재개에 들어간다.’는 ‘구두약속’에 합의했다. 앞서 미국측은 “갈비를 포함한 쇠고기의 전면 수입을 올 하반기부터 재개한다.”는 내용의 합의 문서를 교환하자고 압박했다. 이로써 FTA농업 협상의 ‘메인 매치’였던 쇠고기 관세, 위생·검역 문제에서 우리측은 상당한 ‘선전’을 펼쳤다. 한편 농촌경제연구원 등의 분석에 따르면 쇠고기 관세가 15년 동안 단계적으로 낮아지면 해마다 국내 쇠고기 생산 감소액은 25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올 하반기 이후 ‘LA갈비’까지 수입되면 연내 12만t이 반입돼 호주산을 밀어내고 수입 쇠고기 시장의 3분의 1을 장악한다. 한우 수소 가격은 5.1%, 송아지 가격은 20.9% 하락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보다 싼 값에 쇠고기를 맛보게 된다. 유통업계는 FTA 발효후 미국산 쇠고기 소비자 가격은 호주산보다 10%가량 싸고 국산 한우 고기보다는 최대 3분의 1가격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한우 등심 500g의 소비자 가격은 3만 5000원 선이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한·미 FTA 연장협상] 쇠고기 관세철폐 ‘10년후 vs 5년내’

    [한·미 FTA 연장협상] 쇠고기 관세철폐 ‘10년후 vs 5년내’

    마감시한 연장이란 고육책까지 동원하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단을 막판까지 곤경에 빠뜨린 것은 역시 ‘딜브레이커(협상결렬요인)’로 꼽힌 농업과 자동차였다. 두 분야는 진작부터 협상 타결을 위한 ‘빅딜’ 대상 1순위로 간주됐다. 두 나라 협상단은 쇠고기·오렌지 등 초민감농산물과 승용차 관세 철폐 기간을 놓고 최후의 순간까지 대치를 계속했다. ●오렌지는 ‘15년후 vs 5년내´ 대치 쇠고기의 경우 미국은 현행 40%인 우리의 수입 관세를 적어도 ‘5년 이내 철폐’해야 한다고 고집했다. 반면 우리측은 ‘최소 10년 이상’이라는 마지노선을 긋고 미국측의 수용 여부를 요구했다. 현행 관세율 50%인 오렌지의 경우 우리측은 최소 1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관세를 인하하되, 계절관세(수확기에 높은 관세를 매겨 생산자를 보호하는 제도)를 제주도 감귤 출하기인 11월∼2월 정도까지 유지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측은 관세철폐 기한을 ‘5년 이내’로, 계절관세 기간은 우리측 요구보다 1∼2개월 축소할 것을 압박해 협상이 쉽게 진전되지 않았다. 한편 낙농가공품, 천연꿀, 대두(콩) 등은 저율관세할당(TRQ·일정 규모 수입 물량에 낮은 관세 부과) 적용을 통해 돌파구를 찾았다.FTA 정식 의제가 아닌 ‘뼈 있는 쇠고기’ 검역 문제를 놓고도 두 나라 협상단은 장고를 거듭했다. 미국은 “갈비를 포함한 쇠고기 전면 수입을 올 하반기부터 재개한다.”는 내용의 합의 문서를 교환할 것을 고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우리측은 협상 막판에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 광우병 등급 판정 이후 적어도 올해 안에 수입을 재개하겠다.”는 양보안을 내놓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약속은 문서가 아닌 구두로 할 것을 요구했다. 자동차도 FTA 협상이 난항을 겪게 만든 주요인이다. 우리측은 현행 2.5%인 한국 승용차 수출관세를 ‘즉시 철폐’할 것을 줄곧 굽히지 않았다. 반면 미국측은 ‘승용차 관세철폐 3년 이내, 픽업트럭 관세철폐 10년 이내’라는 수정안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자동차 “즉시” vs “3년” 반면 우리측은 미국 승용차 수출 관세를 승용차의 경우는 즉시 철폐하고, 현행 25%인 픽업 트럭 관세는 5년내 철폐하겠다는 방안을 고수했다. 다만 우리측은 ‘배기량 기준 세제 개편’ 등 미국측의 부대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선에서 ‘관세 즉시 철폐’와 맞바꾸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 자체 인증과 환경 기준’의 철폐 요구를 접지 않아 절충점을 찾기 힘들었다. 한편 협상 종료전 우리측 협상단 고위 관계자가 “‘즉시 철폐’가 아니어도 FTA 발효 첫 해부터 단계적 관세 인하로 수출 증가 효과는 즉시 나타난다.”고 언급해 미국측 요구를 일부 수용할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편 섬유의 경우 우리측은 미국의 섬유 관세를 즉시 풀고 우리 제품에 대해서만 엄격한 ‘얀 포워드(원사기준 원산지 판정방식)’ 방식의 완화를 요구했다. 반면 미국측은 FTA체결 이후 중국산 등이 한국산으로 위장 수출되는 것을 막을 보완책을 요구해 난항을 겪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위안부 문제해결 아베총리가 걸림돌”

    최근 일본 수뇌부의 군 위안부 부인 발언에 강력한 비판논조를 펼쳤던 미국의 뉴욕타임스가 31일(현지시간) 일본군의 위안부 설치 관여를 처음 공개한 요시미 요시아키 주오대 교수를 집중 인터뷰했다. 요시미 교수는 인터뷰에서 “15년 전 방위청 보관 자료를 통해 일본군의 위안소 설치 사실을 밝혔을 때만 해도 이 문제가 잘 해결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곧 엄청난 반격에 부딪쳤다.”면서 “반격의 주역은 아베 신조 현 총리와 같은 젊은 민족주의 정치인들이었다.”고 말했다. 전후 일본의 민주화 문제를 연구하던 요시미 교수가 위안부 문제를 세상에 드러낸 것은 1992년이다. 바로 전해 한국에서 ‘정신대’(당시 명칭) 피해 할머니들이 여성단체들의 지원으로 침묵을 깬 직후다. 일본 정부가 이를 부인하자 참을 수 없었다고 한다. 도쿄대를 졸업한 뒤 방위청 자료실에서 2차대전 당시 일본의 독가스 사용 자료를 찾고 있던 그는 일본이 위안소 설치·운용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음을 드러내는 문서를 발견, 까무러칠 뻔했다.그러나 워낙 이 문제가 생소한 것이었고, 전시 여성의 피해 문제에 대한 인식이 낮았기 때문에 공개하진 않았다고 한다. 찾아낸 문서는 1938년 3월4일 일본 관동군 참모총장 부관이 작성한 ‘군 위안소 여성 충원에 관하여’란 제목의 글.“야전의 군은 여성 충원을 통제하고, 헌병과 각 지방 경찰이 긴밀히 협조해야 한다.”는 것이다.1938년 7월 관동군 참모총장의 문서에도 “일본군의 주둔군 여성 겁탈이 반일 정서를 고조하고 있으므로 최대한 빨리 위안소를 설치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돼 있다. 1991년 말 일본 정부의 후안무치한 태도를 본 그는 자신의 자료를 아시히 신문에 제보했다.1993년 고노 담화가 이렇게 해서 나왔지만, 그후 그는 우익 단체들로부터 엄청난 시달림을 받았다. 요시미 교수는 “1945년 8월15일 일본의 항복 이후 2주간 도쿄 하늘은 군 지휘부 인사들이 전범 증거를 없애기 위해 공식 문서를 태우느라 검은 연기로 뒤덮였을 정도”라고 말했다. 요시미 교수가 찾은 자료는 당시 도쿄에서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불타지 않고 미군정에 압수됐다. 미 군정은 문서들을 1950년 일본 방위청에 반환했다. 요시미 교수는 8개 검정 교과서 가운데 1997년 7개 검정 교과서가 위안부 문제를 교과서에 실었지만, 지금은 2개에 불과하다면서 이는 정치 권력을 손에 쥔 아베 신조와 그의 ‘동지들’이 땀을 흘린 결과라고 비꼬았다.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한·미 FTA 연장협상] 한밤 장관급 회담서 담판… ‘중간수준’ 타결 유력

    [한·미 FTA 연장협상] 한밤 장관급 회담서 담판… ‘중간수준’ 타결 유력

    시한이 48시간 연장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최종 국면에 들어선 2일 새벽까지 진통을 거듭했다. 타결을 향한 마지막 행보가 가볍지만은 않아 보인다. 첫 번째 시한이었던 이틀 전보다는 타결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그렇다고 타결을 100% 장담할 수 없는 유동적인 상황이 자정 넘어까지 계속됐다. 협상장 주변에서는 양쪽이 핵심 쟁점들에서 한 발씩 물러난 ‘중간 수준’의 타결이 유력시된다. 김현종 통상본부장과 김종훈 한·미 FTA 수석대표는 이날 오후 9시30분부터 청와대에서 열린 긴급 관계장관회의에 참석, 최종 협상지침을 갖고 돌아와 밤 11시부터 마지막 담판을 벌였다. ●미 농업 고위급 대표 오후 출국 앞서 농업 협상을 총괄해온 리처드 크라우더 미 무역대표부(USTR) 농업 수석협상관이 오후 5시30분쯤 유럽으로 출국하기 위해 협상장인 서울 하얏트호텔을 나서자 쇠고기 검역과 민감농산물 관세문제 등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가 풀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았다. 이런 가운데 오후 9시부터 농업과 섬유·금융 고위급 회담이 다시 열려 남은 쟁점들을 놓고 줄다리기를 했다. 농업 고위급 회담에 미국측에서는 분과장이 크라우더를 대신해 참석했다. 농산물 협상에서 전권을 갖고 협상을 지휘하던 크라우더 수석협상관이 협상시한을 몇 시간 남겨 놓지 않은 이날 오후 늦게 유럽으로 출국해 배경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크라우더는 지난 29일 출국일정을 바꿔 사흘간 서울에 더 머물면서 농산물 협상을 진두지휘했기 때문이다. 쇠고기 위생검역을 뺀 농업분야 핵심쟁점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리측은 쇠고기 위생검역과 관련, 미국측의 문서화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는 대신 쇠고기와 돼지고기, 오렌지 등 핵심품목의 관세 양허(개방) 부문에서는 일부 양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분야는 우리측이 승용차의 경우 관세 즉시 철폐를, 픽업트럭은 5년내 철폐를 요구해 이중 일부를 관철시켰으며 대신 배기량 기준 세제 개편 등 미국의 일부 요구를 들어주기로 했다. 섬유협상 대표인 이재훈 산업자원부 제2차관도 “쉽지 않다. 마지막 순간까지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버시바우 미대사 매일 협상장 출근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이날도 협상장인 하얏트호텔로 출근했다. 지난 30일부터 매일 협상장으로 ‘출근’하고 있다. 한편 좀처럼 언론 앞에 모습을 보이지 않던 웬디 커틀러 미국측 수석대표가 이날 오후 9시10분쯤 기자들이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는 1층 뷔페식당으로 저녁을 먹으러 가 눈길을 끌었다.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함구했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한·미 FTA 최종협상] 숨가빴던 14개월 레이스

    [한·미 FTA 최종협상] 숨가빴던 14개월 레이스

    드디어 종착역에 도착했다. 서울과 워싱턴을 오가며 14개월 동안 숨가쁘게 달려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협상이 최후의 절충 단계에 접어들었다. 타결이 확정되면 우리나라는 사상 최대의 FTA를 체결하게 된다. 미국도 1993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후 14년 만에 최대의 FTA를 맺는 성과를 얻게 된다. 그러나 막판 협상에서 ‘이익 균형’이 무너졌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FTA체결이 우리 경제에 ‘보약’이 될지 ‘독약’이 될지는 미지수다. 특히 농산물 시장이 폭넓게 개방됨으로써 농가를 보호하고 농업경쟁력을 높이는 대책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FTA 찬반논란 국론분열 양상 여기까지 오는 데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지난해 2월 미국 워싱턴DC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관례를 깨고 서울이 아닌 미 의회에서 협상 개시 선언을 한 이후 늘 ‘구걸 협상’,‘졸속 협상’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게다가 타결후 예상되는 경제 손익 대차대조표도 적자와 흑자 사이를 오가며 국민들을 혼란시켰다. 협상 초기부터 ‘4대 선결과제´논란이 불거지면서 마지막까지 ‘퍼주기´ 비난과 반(反)FTA진영의 협상 중단 촉구 집회도 끊이지 않았다. 찬반 논란이 가열되면서 협상이 한·미 간의 실리 다툼이 아닌 우리 내부의 좌-우 국론분열 양상으로까지 비화되기도 했다. 두 나라는 지난해 6월5∼9일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한 1차 본협상을 비롯해 모두 8차례의 공식협상을 열었다. 지난 19∼21일에는 한국과 워싱턴에서 동시에 고위급 협상을 갖고 일괄타결을 위한 밑그림을 그렸다.26일부터는 마감시한내 타결을 위해 장관급까지 포함한 ‘끝장협상’에 돌입했다. 결국 쇠고기, 자동차 등 최종 쟁점 두세가지를 놓고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이 전화상으로 막판 ‘슈퍼 빅딜’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8차 협상 때까지만 해도 낙관론보다는 비관론이 우세했다. 미국 협상단은 자국 기업과 찰떡궁합 호흡을 이룬 한 수 위의 협상 기술로 우리측 협상단을 곤욕스럽게 했다. 농업 등 ‘쟁취 분야’에서는 우리측 협상단의 얼굴을 붉으락 푸르락하게 만들 정도로 강공을 퍼부으며 야금야금 실익을 챙겼다. 자동차, 섬유 등 ‘방어 분야’에서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정식 의제가 아닌 ‘뼈있는 쇠고기’ 검역 문제를 교묘하게 물고 늘어지며 협상테이블로 끌어 올리는 데 성공했다. 쌀 문제는 직접 언급을 하지 않고도 언제든 빼 쓸 수 있는 ‘비상 카드’로 활용하는 영리함을 보였다. ●車·쇠고기 평행선 한때 결렬위기 반면 우리측 협상력은 상대적으로 역부족이었다. 초기 의료·교육시장 분야 등에서 오판도 적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대외비 문서유출 사건으로 전략이 노출돼 협상력에 큰 흠집이 나기도 했다. 결국 우리가 ‘쟁취 목표’로 장담했던 무역구제, 자동차, 섬유, 개성공단 등 문제에서도 기대에 못 미친 결과가 나오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협상 중단론’이 대두되기도 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책꽂이]

    ●환관 탐정 미스터 야심(제이슨 굿윈 지음, 한은경 옮김, 비채 펴냄) 19세기 초 오스만 제국의 수도 이스탄불을 무대로 한 이국적인 역사 미스터리. 유럽에서의 잇단 패배로 점차 세력이 축소돼 가는 오스만 제국. 술탄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근대적인 개혁칙령과 군대 열병식을 추진한다. 갑자기 장교들이 실종되고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를 해결할 사람은 당대 최고의 환관탐정 야심뿐. 그는 궁정의 하렘과 문서보관실, 하맘(목욕탕) 등을 누비며 진상을 파헤친다. 오귀스트 뒤팽, 셜록 홈즈, 에르큘 포와로, 필립 말로를 잇는 또 한명의 명탐정의 활약이 눈부시다.1만 2000원.●카프카 문학론(안진태 지음, 열린책들 펴냄) 독일 작가 카프카는 절친한 친구이자 비평가인 막스 브로트에게 자신이 죽으면 유고들을 모두 불태워 달라고 유언했다. 그러나 브로트가 그 유언을 어기는 바람에 ‘성’ 같은 장편소설을 우리가 지금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브로트는 오독의 실수를 범했고 자의적으로 첨삭을 하기도 했다. 카프카 문학의 핵심 개념인 ‘소외’의 문제를 면밀히 살핀 연구서.2만 5000원.
  • 웃찾사 새코너 ‘회장님의 방침’ 뜬다

    얼굴이 말처럼 길어 ‘말 부장’이라 불리는 사내. 그가 “이걸 왜 해야 되는지, 무엇 때문에 해야 되는지!”라고 절규하면, 그 옆에 얌전히 앉아 있는 사장은 “그건 바로 회장님의 방침일세…”라는 한마디만 무심히 던진다. 이들의 개그를 보고 웃음을 터뜨리는 사람들은 십중팔구 상명하복 체제에 길들여진 직장인들. 이 개그 속 ‘회장님’은 그들에겐 ‘부장님’이 될 수도 있고 ‘차장님’이 될 수도 있다. SBS TV ‘웃찾사’가 11일부터 새롭게 선보인 코너 ‘회장님의 방침’이 직장 생활의 비애를 풍자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사장 역을 맡은 현병수(27)를 비롯해 말 부장 김용석(24), 김 과장 김태환(23), 김 대리 김용현(24) 등 네 명으로 구성된 ‘회장님의 방침’ 팀은 화면에는 등장하지 않는 회장의 존재를 순간마다 느끼며 직장생활을 한다. 여기서 회장님은 부하들이 생각하기에는 늘 이상한 것만 시키는 불합리한 존재. 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인 부하들은 회장의 이해할 수 없는 명령과 주문에 괴로워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따르게 된다. 이 코너에서는 ‘회사식당 아줌마들이 파업하고 군대에 간 것’도 회장님의 방침. 이런 말도 안되는 방침은 ‘그렇게’라는 모호한 명령으로 이어진다. 직장생활의 불합리함에 초점을 맞춘 개그인 만큼 생뚱맞은 동문서답이 오가기도 한다.“자네 출장간다며? 출장갈 때 뭐 타고 가지?”라고 물으면 절대로 “버스 타고 간다.”고 답하면 안된다. 이 질문의 정답은 “가르마 타고 간다.”다. 멋모르고 웃는 웃음 속에서 불현듯 어떤 페이소스가 느껴진다.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日 정부가 전범 합사주도 ‘사실로’

    |도쿄 박홍기특파원|일본 정부가 2차 세계대전의 A급 전범들을 포함, 전몰자들의 야스쿠니신사 합사 과정에 깊이 관여한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 또 전범의 합사와 관련,‘눈에 띄지 않게’ 보안 유지에 신경을 쓰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지금껏 A급 전범의 야스쿠니신사 합사는 종교기관인 신사 쪽의 독자적인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야스쿠니신사에는 일본군 위안부들을 관리·감독한 위안소 민간 운영자도 함께 둔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같은 사실은 일본 국립 국회도서관이 전날 국회에 제출한 ‘신편 야스쿠니신사 문제 자료집’을 통해 드러났다. 자료집은 야스쿠니신사의 비공개 자료와 후생성·신사측의 협의 내용 등 모두 808건 1200쪽 분량이다. 자료집에는 일본 후생성과 야스쿠니신사측이 2차 세계대전 이후 긴밀한 협조 아래 이뤄진 합사 과정이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다. 지난 1956년 당시 후생성은 전몰자의 야스쿠니신사 합사와 관련,“3년간 완료하도록 협력해 달라.”는 내용의 지침을 만들었다. 이후 후생성 측은 신사를 방문해 협의, 합사 기준을 결정했다. 58년 4월 4차 협의 때에는 후생성이 신사 측에 “전몰자는 B·C급을 개별 심사해 지장이 없는 정도에서 눈에 띄지 않도록 합사하는 방안을 연구해 달라.”고 제안했다. 같은 해 9월 7차 협의에서 후생성은 전범에 대해 “직무상 희생된 자 또는 사실에 반해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규정된 사람 등 합사에 부적격한 사람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더욱이 후생성은 “우선 외지에서 사형을 당한 B급 전범을 눈에 띄지 않는 범위에서 허락해 주길 바란다.”는 등 자세한 기준도 제시했다. 후생성과 야스쿠니신사 측은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A급 전범 합사와 관련,69년 1월 협의한 것으로 기록됐다. 신사 측이 작성한 자료에는 “A급 전범(12명) 합사가 가능하다.”고 기재됐다. 신사 측 문서에는 “눈에 띄므로 외부 발표는 삼간다.”고 적어 일본 안팎의 반발에 대한 우려도 표시했다. 결국 A급 전범 합사는 78년 10월 이뤄졌지만 후생성이 9년 전인 69년부터 신사 측과 협의한 결과물인 것이다. 후생성이 1966년 2월 야스쿠니신사 측에 ‘합사를 보류하고 있던 전범 관계 사망자’라는 명목으로 A급 전범을 포함한 대상자의 이름을 보낸 사실은 알려졌지만 실제 A급 전범이 합사되는 과정은 확인되지 않았었다. 자료집에는 또 43년 9월부터 2년 동안 자카르타에서 군대 위안소를 운영하다 패전 뒤 네덜란드군에 의한 전범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 중 46년 11월 사망한 민간인도 포함됐다. 이 때문에 군대 위안소 경영자가 전쟁에 공헌했다는 점을 일본이 분명히 인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hkpark@seoul.co.kr
  • [[한·미 FTA 협상 시한 D-2]] ‘쇠고기 검역’ 막판 핵심 열쇠로

    ‘뼈 있는 쇠고기’ 검역 문제가 막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을 위한 핵심 열쇠가 되고 있다. 그러나 두 나라 협상단이 협상 기간 내에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길 수 있는 만족할 만한 ‘솔로몬의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측은 FTA 협상 마감 시한이 임박하면서 쇠고기 검역 문제에 집착하고 있다.FTA협상이 타결돼도 ‘뼈 있는 쇠고기(LA갈비)’ 수출이 안 되면 의회 비준이 어렵다고 압박한다. 때문에 FTA 정식 의제인 쇠고기 관세 철폐 문제는 상대적으로 뒷전으로 밀려난 형국이다. 미국측 요구는 간단하지만, 수용하기에 난감한 조건이다.FTA협상 체결과 함께 “한국이 ‘뼈 있는 쇠고기’를 포함한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수입 재개 일정을 확약한다.”는 내용의 합의 문서를 추가로 교환하자는 것이다. 구두 약속은 구속력이 없다며 거절한다. 반면 우리측은 기존 입장을 바꾸기 어려운 처지다. 안전성 여부는 둘째 치고 ‘명분’을 찾기가 쉽지 않다. 줄곧 쇠고기 검역 문제가 FTA의제가 아니라고 외쳐온 터라 막판에 FTA 협상과 연계해 양보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게다가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의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등급 판정 결과가 예상과 달리 위험한 것으로 나올 경우 후유증이 크다. 때문에 두 나라 협상단은 문서로 합의하되 시기를 조정하는 대안 등을 검토 중이다. 협상단에 따르면 우리측이 ‘5월 OIE 판정 이후 서면 약속’을 고수하자, 미국측은 ‘양국 대통령이 FTA 협정문에 사인하는 6월 전 서면 확약’ 등 수정안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김경준사건’ 이명박검증 2라운드?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경선을 앞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이 전 시장에 대한 검증전이 또다시 재개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8일 정치권과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박 전 대표측으로 분류되는 A의원의 B보좌관이 최근 법무부에 ‘김경준 사건’ 관련 수사진행상황을 보고해 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전 대표측에서 김씨 관련 수사를 제2의 검증전에 활용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김씨는 2000년 ‘옵셔널벤처코리아’라는 회사를 운영하다 회사돈 380억원을 횡령하고 미국으로 도주했다. 이에 이 회사 소액주주 27명은 김씨를 공금횡령 및 공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발했고, 검찰도 2004년 1월 미국 정부에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김씨의 국내송환을 요구했다. 이후 미국 연방검찰은 김씨를 긴급 체포해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며 이달 말이나 4월 초 선고가 내려질 전망이다. 문제는 김씨가 3심을 포기하고 조만간 국내에 송환될 경우 재판과정에서 회사경영실태가 공개되면서 한때 동업자였던 이 전 시장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힐 수도 있다는 개연성이다. 실제로 김씨는 미국 법정에서 “나는 하수인에 불과하고, 사실상 이 전시장이 직접 다 처리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씨는 이 전 시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계 미국 변호사 에리카 김의 친동생이라는 점도 민감한 부분이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측에서도 김씨측과 접촉하며 ‘모종의 빅딜’을 추진하고 있다는 설이 정치권에 파다하게 퍼져 있는 상태다. 이런 맥락에서 박 전 대표측과 가까운 A의원측이 김씨의 수사관련 자료를 요청했다는 점이 상당한 파장을 예고한다. 그러나 박 전 대표측은 수사자료 요청이 캠프와는 무관하다고 부인하고 있다.B보좌관도 “범죄인도협정에 따라 김씨가 언제 국내로 송환되는지와 수사상황에 대해 자료를 검찰에 요청했을 뿐”이라며 한발 뺐다. 이에 이 전 시장 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이 전 시장이 오히려 피해자여서 김씨를 서울지검에 직접 고소했다.”며 “김씨가 빨리 한국에 들어와 이 사건이 빨리 해결돼 루머가 아닌 제대로 된 진실이 공개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그야말로 헛소문이고, 전혀 근거없는 얘기들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이종락 홍희경기자 jrlee@seoul.co.kr
  • [병자호란 다시 읽기] (12)누르하치, 명(明)에 도전하다 Ⅳ

    [병자호란 다시 읽기] (12)누르하치, 명(明)에 도전하다 Ⅳ

    1618년 4월15일 푸순성을 포위한 누르하치는 성주 이영방(李永芳)에게 항복하라고 종용했다. 이영방이 망설이자 후금군은 공격을 시작했고, 상대가 될 수 없음을 깨달은 이영방은 항복했다. 푸순성을 접수한 누르하치는 성안에 있던 한인(漢人) 상인들을 풀어 주었다. 그들에게 ‘칠대한’이 적힌 문서를 들려주고, 고향으로 돌아가 내용을 알리라고 했다. 자신의 거병이 정당하다는 것을 선전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4월21일 광녕총병 장승음(張承蔭)이 푸순성을 구원하려고 달려왔다. 만주 주민들을 세거지에서 쫓아내고 수확을 금지시켰던 바로 그 장본인이었다. 하지만 그의 병력은 1만명에 불과했고,6만명까지 불어난 후금군에 참패해 전사하고 말았다.‘명실록(明實錄)’은 ‘장승음이 힘이 다하여 죽었다.(力屈死之)’라고 적었다. ‘중화(中華)의 대국’이 ‘오랑캐의 소국’에 밀리기 시작했음을 상징하는 대목이다. 이후 누르하치가 요동의 명군을 공략하는 방식은 한결같았다. 각 지역에 분산배치돼 있던 명군을, 대규모의 병력을 집중시켜 격파하는 것이었다. ●명, 충격 속에 대책을 모색하다 푸순성 함락과 장승음 전사 소식에 명의 조야는 술렁거렸다. 특히 이영방이 싸우지도 않고 항복했다는 소식은 ‘경악’ 그 자체였다. 요동 전체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엄습했다. 요동이 무너지면 산하이관이 흔들리고, 궁극에는 베이징까지 위협받게 된다. 명 조정을 더욱 불안하게 한 것은 누르하치가 코르친 등 몽골 부족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몽골 지역으로 진입하면, 명이 요동에 설치한 변장(邊牆)을 우회해 명군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신료들은 상소를 올려 산하이관의 방어를 강화하라고 촉구했다.‘사납고 건방진 오랑캐’를 즉각 응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타났다. 하지만 당시 요동에 배치된 명군의 전력은 미덥지 못했다.1618년 6월 병부좌시랑(兵部左侍郞) 최경영(崔景榮)은 ‘요동의 방어선은 2000리나 뻗어 있는데 병력은 고작 8만∼9만명 정도뿐’이라고 했다.9만명이라고 해봤자 광활한 지역에 분산배치돼, 개별 지역이 팔기병으로부터 집중공격을 받을 경우 위태롭기 그지 없었다. 더욱이 당시 요동의 명군은 군량 등의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푸순 함락 직후, 병부상서 설삼재(薛三才)는 요동에 대한 군수지원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1617년 가을부터 당시까지 요동 방어를 위해 지출했어야 할 군비(軍費)가 은 50만냥인데, 그것을 집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요향(遼餉·요동으로 보내는 군비)을 확보하고, 병력을 확충하려면 엄청난 비용을 염출해야만 했다. 설삼재는 호부(戶部)의 창고가 비었음을 실토하고 만력제(萬曆帝)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황제의 ‘사금고(私金庫)’인 내탕(內帑)에 쌓여 있는 은화를 좀 풀어 달라는 것이었다. 설삼재뿐만이 아니었다. 상소를 올린 신하들은 거의 한결같이 내탕을 풀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만력제는 내탕에 수백만냥을 쌓아 놓고 있었다. 하지만 이 인색한 황제의 대답이 걸작이었다.“짐의 내탕이 공허해 요동의 군사비를 대기가 곤란하다.”고 했다. ●만력제란 인물은 역사가들의 만력제에 대한 평가는 냉혹하다.‘명은 숭정제(崇禎帝) 대에 망했지만, 망하는 데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만력제’라는 것이다. 중국의 역사가들은 만력제의 정치적 행태를 ‘태정(怠政)’‘파공(罷工)’이라 부른다.‘정사를 돌보는 데 게으르고, 황제의 역할을 포기했다.’는 뜻이다. 만력제는 1573년 열 살에 즉위해 1620년 쉰여덟 살로 죽을 때까지 48년 동안 제위에 있었다. 그가 처음부터 정치를 팽개친 것은 아니었다.1584년 무렵까지는 뛰어난 재상이자 ‘스승’이었던 장거정(張居正)의 보좌를 받아 상당한 수준의 치적을 이뤘다. 조정의 기강이 잡혔고, 세입(稅入)이 앞 시기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척계광(戚繼光)과 이성량의 활약으로 남방의 왜구(倭寇)나 북방의 몽골, 여진의 위협도 잠재웠다. 1584년 장거정이 죽은 뒤부터 만력제는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다. 왜 그랬을까? 중국인 역사학자 옌충녠(閻崇年)은 만력제가 즉위 과정에서 이렇다 할 경쟁자가 없이 순조롭게 황제가 되었던 것, 누군가의 부축을 받지 않고는 혼자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비만인 데다 건강이 좋지 않았던 것,1599년까지 임진왜란을 비롯한 세 차례의 큰 전쟁(萬曆三大征)을 치른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만력제는 융경제(隆慶帝)의 셋째 아들이라,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제위에 오를 가능성이 거의 없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두 형이 유년 시절에 죽는 바람에 여섯 살에 황태자로 책봉됐다. 뿐만 아니라 아버지 융경제 또한 재위(在位) 6년 만에 서른여섯의 나이로 세상을 떴다. 만력제는 황태자가 된 지 불과 4년 만에 자연스럽게 즉위했다. 누르하치나 홍타이지를 비롯한 청의 역대 군주들이 후계자로 선택되는 과정에서 왕자들 사이의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했던 것, 조선의 광해군이 왕세자로 책봉된 뒤 16년 동안이나 부왕(父王)의 견제 때문에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던 것과 비교하면 만력제는 그야말로 ‘행운아’였다. 역경을 모르고 일찍이 권좌에 올라 안일에 빠지기 쉬웠던 데다, 비만과 신병(身病) 때문에 움직이기를 싫어했던 것, 나아가 만력삼대정에서 모두 승리함으로써 방종에 빠지게 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자신을 대신해 정사를 거의 도맡다시피 했던 장거정마저 사라지자 만력제의 한계는 곧바로 현실로 나타났다. ●‘태정’의 실상은 푸순성이 함락될 무렵 만력제가 보였던 ‘태정’의 실상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그는 1600년 이후 20년 가까이 조정의 회의를 거의 주재하지 않았다. 신료들은 만력제에게 ‘조정에 나와 정사를 재결(裁決)해 달라.’고 수없이 주청했지만 그야말로 마이동풍이었다. 최고 관직인 대학사(大學士) 가운데는 심지어 3년 동안 만력제의 얼굴을 보지 못한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만력제는 신료들이 자신에게 올린 상소나 건의에 대해 회답을 주지 않았다. 상소문은 ‘불보(不報)’ ‘유중(留中)’이라 하여 회답이 없는 상태로 궁중에 방치됐다. 당사자의 사망이나 사직 때문에 고위 관직이 비어도 후임자를 임명하지 않았다. 푸순성 함락 직후 대학사 방종철(方從哲)이 ‘누르하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이 바로 비어 있는 관직을 채우라는 것이었다. 황제가 조정에 나오지 않고, 신료들의 결원을 보충하지 않으며, 상소나 건의의 내용을 재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국가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리 없었다. 정사를 팽개친 만력제는 도대체 무엇을 했을까? 주색(酒色)에 빠지고 토목공사에 몰두했다. 죽은 뒤에 묻힐 정릉(定陵·현재의 명 13릉 가운데 하나)을 미리 짓기 위해 은 800만냥을 쏟아 부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내탕이 축나는 것이 아까워 환관들을 전국 각지로 보냈다. 백성들로부터 비용을 뜯어내기 위해서였다. 환관을 앞세운 마구잡이식 수탈에 백성들은 아우성을 쳤다. 푸순성이 함락될 무렵 만력제가 보인 행보는 누르하치와 너무도 대조적이었다. 설삼재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내탕을 풀 수 없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이미 명의 앞날에 낙조(落照)가 드리워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병력을 운용할 비용이 없으면 누르하치를 제대로 막을 수 없고, 그를 막지 못하면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 나라가 망하면 자신이 황제 자리에 있을 수도, 수백만냥의 내탕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과연 몰랐던 것일까? 누르하치가 한창 떠오르고 있을 때, 최고 권력자가 만력제였다는 사실이 명에는 불행이었던 셈이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 ‘쌀쌀’한 韓·美 FTA 장관급 협상 이틀째

    한국과 미국의 ‘쌀 줄다리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장관급 협상 이틀째인 27일 두 나라는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농업분야 고위급 회담을 따로 열고 농업 부문간 ‘끝내기 딜’을 시도했다. 그러나 미국의 압박이 여전히 거세 입장 차만 재확인하는 진통을 거듭했다. 쇠고기 검역 협상은 미국이 ‘뼈 있는 쇠고기’ 수입 약속을, 문서에 준하는 다른 방식을 허용할 뜻을 내비쳐 타결 가능성을 높였다. 농업 협상 최종 담판은 29일 이뤄질 예정이다. ●미국의 ‘쌀 카드’, 태풍의 눈 특히 ‘쌀 문제’가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미국측은 협상 개시 후 처음으로 우리측 최대 아킬레스건이자 ‘딜 브레이커(협상결렬 요인)’인 쌀 개방 문제를 테이블 메뉴로 올릴 태세다. 다만 이날은 쌀 문제가 거론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이 이미 거론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28일 이후 장관급 협상에서는 쌀을 빌미로 우리측 일부 요구 사항을 포기하라고 압박할 것으로 보여 ‘외나무다리’ 승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날 리처드 크라우더 미국 무역대표부(USTR) 농업 수석협상관과 고위급 담판에 나선 민동석 농림부 통상정책관은 “미국이 쌀을 제기한 것은 서로에게 득이 될 게 없으며, 쌀 때문에 판 자체가 깨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도 “쌀 같은 레드라인(금지선)을 넘는 요구가 있을 때는 (협상이)결렬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익명을 요구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원은 “경제적으로만 보면 쌀 개방 피해는 크지 않은데, 정부가 먼저 쌀에 대한 융통성을 포기해 다른 품목이 발목이 잡히는 ‘자충수’를 뒀다.”며 전략 수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쇠고기 등 초민감품목 제자리 쇠고기, 돼지고기, 낙농가공품, 오렌지 등 초민감품목의 관세 개방안과 특별세이프가드 등 우리가 요구한 개방 완충장치에 대해서도 미국측은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았다. 미국측은 ‘최우선 타깃’인 쇠고기의 경우 현행 40%의 수입 관세 철폐는 물론 ‘뼈 있는 쇠고기(LA갈비)’까지 전면 개방하라고 압박했다. 우리측이 관세를 낮추거나 최장 15년 정도 기간을 두고 철폐하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미국은 “FTA 협상 기간 내에 ‘뼈 있는 쇠고기’의 전면 수입 재개 일정을 문서로 확약해 달라.”는 기존 입장을 누그러뜨렸다. 협상단에 따르면 우리측 장관 등이 공개적으로 수입 재개 일정을 발표해 문서와 비슷한 효력을 갖도록 하는 절충안이 검토되고 있다. 특히 미국측은 현행 160%에 가까운 수입 관세를 물고 있는 탈지분유 등 낙농가공품의 경우 일정 물량에 대해서만 저율관세를 매기는 할당관세 방식을 도입하되 쿼터량을 크게 늘릴 것을 고수했다. 우리측이 제시한 수준보다 3∼4배 이상 많은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Local] 강북구 컴퓨터교실 수강생 모집

    강북구(구청장 김현풍) 4월 컴퓨터교실 수강생을 모집한다. 교육기간은 다음달 2∼28일이며 주 2∼3회씩 강의한다. 모집강좌는 컴퓨터기초 3개반, 컴퓨터활용, 인터넷활용 2개반, 문서편집, 엑셀, 파워포인트 등 9개반이다. 신청은 28일 오전 9시부터 인터넷 및 전화로 각 반 42명을 선착순으로 접수한다. 수강료는 1만 5000원. 체계적으로 배우려면 컴퓨터기초→컴퓨터활용→인터넷활용→문서편집 순으로 수강하면 된다. 기획예산과 901-2086.
  • [비하인드 뉴스] 재경위 의원 문서 수만쪽 요구 ‘황당’

    [비하인드 뉴스] 재경위 의원 문서 수만쪽 요구 ‘황당’

    ●“보내라면 보내지” 호통 일부 경제부처들이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A의원측의 ‘황당한 요구’에 진저리를 치고 있다. 문서수발대장의 모든 내용을 보내달라는 것. 재정경제부의 경우 국·실별로 오고 가는 문서가 올해에만 수천 건에 이른다. 관계 부처가 이유를 묻자 “보내달라면 보내지 왜 따지느냐.”고 호통을 쳤다고. ‘불호령’에 마지못해 복사본을 보냈더니 이번에는 대장에 기록된 문서 가운데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은 1300여건의 내용을 빠짐없이 요구했다. 문서의 양이 수만 쪽에 이르러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호소했지만 묵살됐다는 것. 관계자는 “범죄 수사를 받는 것도 아니고 국정감사 기간도 아닌데 특별한 사유도 밝히지 않고 막대한 양의 문서를 보내달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4월중 우리은행 인사태풍 불듯 최근 차기 행장 인선을 마친 우리은행은 다음달 안에 부행장과 본부장, 부장급 인사 등을 모두 마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인사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박해춘 행장 후보가 자신에게 반감을 표시하고 있는 현 임직원들에 대해 어떤 인사를 할지 주목되고 있기 때문. 박 후보자의 한 측근은 “박 후보가 우리은행 노조와 같이 반대 목소리를 낸 임직원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따라서 인사가 상당히 큰폭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박 후보자와 함께 우리은행에 올 외부인사도 관심사다. 고위 임원 등 서너명이 벌써부터 거론되고 있다. ●재경부 사무관 특채에 변호사 몰려 재정경제부가 특채로 3명을 뽑는 행정사무관 모집에 변호사 32명이 몰려 1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보였다. 특히 이들 가운데 19명은 1차 서류전형에서 탈락, 쓴 맛을 봤고 나머지 13명만 지난 21일 면접을 치렀다. 면접 참석률도 100%. 최근 산업자원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사무관 특채에도 변호사들이 대거 지원,7∼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그만큼 변호사들의 취업이 어렵다는 것을 반영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일반 실·국에서 다른 사무관들과 똑같이 일하며 연봉은 3000만원 수준이다. ●AIG계열사는 228개 최근 국내에서 전화가입전용(TM) 상품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 AIG생명보험과 AIG손해보험은 국내에서 영업한 지는 AIG손보가 올해로 60년째,AIG생보가 20년째로 활동 기간이 다른 외국계 보험사에 비해 오래된 편. 그동안 국내 거주 외국인 상대로 영업을 해와 인지도가 낮았던 것.AIG(American International Group)는 미국의 금융그룹이지만 130개 국가에 퍼져 있고 지주회사, 자회사, 손자회사 식으로 서로 얽혀있는 계열사가 2006년말 현재 228개.‘AIG’를 이름에 표기하지 않는 회사도 많아 직원들조차 계열사 여부를 모르는 경우도 많다고. ●생보협회 공익기금은 중립적 봉사용 생명보험사 상장에 앞서 추진중인 공익기금은 중립적 공헌에 주로 쓰일 것이라고. 중립적 공헌활동이란 자살방지, 저소득층 건강보험 지원, 출산장려 캠페인 등으로 보험사들의 자선활동과는 다르다는 것이 남궁훈 생보 회장의 지적. 이에 따라 외국계 생보사가 자체적으로 펴고 있는 공헌활동과 충돌된다는 지적은 옳지 않다고 반박. ●“재경부 후배들이 응모하지 않았더라.” 최초로 국책은행장 연임에 성공한 강권석 기업은행장이 공모서류 제출 마감일에 행장에 응모한 이유를 밝혔다. 강 행장은 연임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4월에 부인과 함께 유럽여행을 떠날 계획까지 잡아놓았다고 했다. 강 행장은 정부 관계자로부터 “행장에 응모하지 말라.”는 귀띔까지 받았기 때문에 마음을 내려놓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마지막날까지 자신의 뒤를 이를 재경부·금감위 후배들이 도전하지 않자 청와대측에서 강력 후원하는 후보가 있었지만 상황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경제부
  • 고려대 로드‘쇼’

    고려대 로드‘쇼’

    고려대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준다는 명분으로 과거 합격생들의 ‘수능 합격 안정권 점수’를 공개하면서 ‘깜짝 쇼’를 벌여 빈축을 사고 있다. 23일 오후 경기 용인시 모현면 왕산리 한국외국어대 부속 외국어고 체육관.450여명의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이 귀를 쫑긋 세우고 고려대 박유성 입학처장의 말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날 행사는 고려대가 일선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마련한 입시설명회로,22일 서울 불암고에 이어 두번째다. ●“정확한 정보 준다” 고교 순회 학생과 교사들은 전날 불암고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고대 수능 합격 안정권 점수’를 공개했다는 소식에 고무돼 있었다. 대학이 직접 정확한 정보를 어떻게 공개할까 궁금해했다. 그러나 학생과 교사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공개한다던 자료가 사실상 ‘보여주기’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설명회 1시간 동안 ‘합격 안정권 수능점수’를 프레젠테이션 화면으로 공개한 시간은 채 1분도 되지 않았다. 교사와 학생들은 화면에 갑작스럽게 나온 점수를 적느라 당황스러워했다. 그나마 사진이나 비디오 촬영도 못하게 막았다. ●겉핥기 공개에 수험생들 당황 참석자들에게 나눠준 자료는 지난달 말 이미 공개한 ‘2008학년도 대입제도 보도자료’가 전부였다. 원하는 정보를 제대로 적지 못한 학생들은 “이왕 공개하려면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며 아쉬워했다. 이와 관련해 고려대 입학처 관계자는 “관련 정보를 홈페이지나 문서를 통해 공개하지 않고 이런 식으로 공개한다는 것이 학교의 방침”이라고만 해명했다. 고려대의 이런 태도에 교육계도 황당해하고 있다. 지금 점수를 공개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고, 공개도 제대로 하지 않고, 공개한 자료 자체도 검증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설명회에서 공개한 자료가 “수험생들에게 유용할 것”이라는 고려대의 말과는 달리 학생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고려대의 한 원로 교수는 “올해부터 수능에 등급제가 도입되는데 점수 공개가 무슨 의미가 있다고 공개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점수 차이를 공개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기보다 학교 차이만 공개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며 고려대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K입시학원 관계자는 “고려대가 공개한 점수가 객관성을 얻으려면 경쟁 대학인 서울대나 연세대 등과 객관적인 비교가 가능해야 하는데 고려대 점수만으로는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다른 입시 관계자는 “고려대의 발표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일축했다. 고려대가 공개한 자료는 2005∼2007학년도 30여개 모집단위별로 정시모집에서 2차까지 합격한 학생들의 상위 75% 점수다. 김재천 강아연 이재연기자 patrick@seoul.co.kr
  • “언론재벌 블랙은 양복입은 은행강도”

    세계적 언론재벌 콘래드 블랙(62)이 ‘양복입은 은행강도’라는 원색적인 조롱을 당했다.20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 법원에서 열린 그의 첫 재판에서다.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 미국 시카고 선타임스를 비롯해 전 세계에 수백개의 신문사를 거느린 언론그룹 홀링커 인터내셔널의 창업자인 콘래드 블랙은 2005년 11월 공금유용, 탈세, 사기 등의 혐의로 동료 3명과 함께 미국 연방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이날 재판에서 제프리 크래머 검사는 “은행 강도는 복면을 하고, 총을 사용하지만 이들은 양복을 입는다.”고 비꼰 뒤 “이들이 문서를 조작해 저지른 행위는 도둑질로 명백한 범죄”라고 주장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캐나다 출신으로 영국에서 작위를 받고 상원의원까지 지낸 블랙은 홀링거인터내셔널 산하 신문사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주주들을 속여 6000만달러를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블랙은 재판에서 사기, 사법방해, 공갈, 탈세 등의 혐의에 대해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고 101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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