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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책선거 원년으로] 각 공약별 ‘정책영향평가’ 필요

    선심성 공약은 민주주의를 좀먹는 마약과 같다. 후보들은 집권 후 국정운영에 부담이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당장의 표를 얻는 데 급해 ‘공수표’를 남발한다. 집권 후에는 재원부족 등을 이유로 대부분 폐기된다. 그래서 유권자는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에 지나지 않는다.’는 학습을 거듭하면서 공약이나 정책에 대한 관심을 잃는다. 선심성 공약의 일부는 실행되기도 하지만,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새만금 간척사업에서, 수없이 노선을 변경한 고속철도, 그리고 비행기 승객이 없는 공항 등의 예에서 보듯이 국가재원의 엄청난 낭비를 초래하게 된다. 후보들이 선심성 공약에 중독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고강도 처방이 필요하다.●후보에게 예산운용계획서 제출 의무화를 첫째, 후보들에게 5년간의 예산운용 계획서를 제출토록 해야 한다. 예산규모, 즉 총세입과 총세출을 밝히면 표만 의식해 정부지출을 약속하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또한 세출예산을 기능별로 배분하면 집권 후 국가살림살이의 방향을 예측할 수 있다. 정치권은 복잡한 국가예산을 캠프에서 어떻게 짜느냐, 경제 여건이 변하는데 어떻게 미리 예산안을 짜느냐는 등 볼멘소리를 할 테지만 이는 변명에 불과하다. 예산안을 짤 능력이 없다면 수권능력이 없음을 자백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1000건 이상의 ‘공약 물량주의’로 나가려고 하기 때문에 복잡해지는 것이다. 꼭 필요한 정책, 꼭 지킬 공약만 약속한다면 기준선 예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선진국들은 이미 5년간의 예산안을 미리 짜는 중장기 예산체제를 도입한 지 오래다. 둘째, 각 공약의 예산 소요가 어느 정도나 되는지, 추진기간은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그러한 정책을 실시할 때 생길 수 있는 장점과 문제점은 무엇인지에 대한 ‘정책영향평가’를 제출해야 한다. 단순히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과감히 줄여 나가겠다.’,‘2007년까지 세계 7위의 기술강국에 진입하고 2010년에는 세계 4강의 산업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한 줄짜리 선언적 공약은 유권자의 판단력만 흐리게 할 뿐이다. 구체적인 실천 방법은 무엇인지, 예상되는 비용과 효과는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유권자들은 ‘고무신·막걸리 선거’ 시절의 유권자가 아니라 개방·참여·공유의 ‘웹2.0 시대’ 유권자다. 유권자 수준에 맞는 정보를 내놓지 못하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정치를 외면하는 것이다.●경쟁 후보 정책에 대한 평가 문서화 셋째, 경쟁 후보들의 정책에 대해 각 캠프가 어떤 평가를 내리는지에 대해서도 문서화된 의견을 제출해야 한다.각종 의혹이나 지엽말단적인 말꼬리 잡기와 말꼬리 흐리기로 선거를 치를 게 아니라 상대의 정책에 대해 합리적인 반박과 재반박이 있어야 한다. 정당에 정책연구개발비를 제공하고 있는 유권자는 정책에 대한 정당들의 책임 있는 의견을 들을 권리가 있다.
  • 서울시 ‘글로벌존’ 15곳 조성

    서울시 ‘글로벌존’ 15곳 조성

    서울을 국제 비즈니스의 중심도시로 만들기 위한 ‘글로벌존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내년 말까지 글로벌존 15곳을 집중적으로 조성하고,2014년에는 서울을 세계 10위 도시로 변신시킨다. ●3개 글로벌존이 15곳에 서울시는 25일 ‘글로벌 비즈니스존(4곳)’‘글로벌 빌리지(6곳)’‘글로벌 문화교류존(5곳)’ 등 3개 유형의 글로벌존을 15곳에 조성하기로 했다. 글로벌 비즈니스존은 외국인들이 기업활동에 불편하지 않게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곳이다.▲공공서비스를 총괄하는 도심(시청) ▲유통업을 중심으로 한 강남 무역센터·GS타워 일대 ▲금융업무에 집중하는 여의도 ▲국제업무단지와 디지털·미디어 산업을 위한 마곡·상암 DMC 등 4곳이다. 4개 글로벌존에는 각 150∼250평 규모의 ‘서울글로벌센터’가 설치된다. 센터 책임자를 포함해 직원의 4분의1을 외국인으로 고용해 출입국 업무, 운전면허의 갱신, 임금 체불 등 행정 업무를 원스톱으로 처리해 준다. 외국인 투자기업이 50% 이상 입주한 지능형 건물을 ‘글로벌 클러스터 빌딩’으로 지정, 재산세 감면 등 혜택을 주면서 관리직원, 관리문서, 안내표지판 등에 영어 사용을 유도하기로 했다. 무교동길 등을 ‘글로벌 스트리트’로 지정, 편하게 걷고 만날 수 있게 한다. ●외국인이 고향처럼 느끼는 곳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용산구 한남동·동부이촌동·이태원동, 서초구 서래동, 강남구 역삼동, 서대문구 연남동 등 6곳을 ‘글로벌 빌리지’로 지정해 외국인 특화마을로 육성하기로 했다. 동부이촌동은 일본인촌, 서초동 서래마을은 프랑스인촌, 연남동은 차이나타운으로 조성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빌리지에선 공과금 고지서, 쓰레기봉투, 민원 신청서류, 안내문 등에 한글을 외국어와 함께 표기한다. 외국어가 통할 수 있는 지정 병원과 외국인 교사가 있는 보육시설도 운영된다. 동네 입구에 빌리지센터를 만들고 그 촌장을 외국인이 맡도록 했다. 아울러 명동(IT·쇼핑)·인사동(전통문화)·동대문(디자인·패션)·남대문(전통재래시장)·이태원(관광) 등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5곳을 ‘글로벌 문화교류존’으로 지정한다. ●외국투자기업 유치가 살 길 교육·의료·주거 환경을 외국인의 고향처럼 꾸며주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용산국제학교와 같은 외국인학교를 2012년까지 서초구 잠원동과 마포구 상암동 등 2곳에 짓기로 했다. 가톨릭학교, 유럽식 사립학교 등 외국인이 원하는 특성도 살리도록 했다. 또 뉴타운·마곡지구에 외국인을 위한 친환경적 ‘타운하우스(공동 정원을 가진 단독주택 마을)’를 공급하기로 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글로벌존(Global Zone) 서울 시내에 외국인을 위해 지정한 특정한 지역. 기업활동이 많은 곳, 외국인 밀집 주거지역, 도심 관광지 등을 골라 15곳을 지정했다.
  • 신군부, 80년 5월초부터 비상계엄 확대 계획…‘北 남침설’ 5·17에 악용

    신군부, 80년 5월초부터 비상계엄 확대 계획…‘北 남침설’ 5·17에 악용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신군부가 학생시위가 본격화되기 전인 5월초부터 비상계엄 확대를 통한 정국 장악을 치밀하게 계획했던 것으로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이해동) 조사결과 드러났다. 하지만 관심을 모았던 5·18 발포명령자는 이번에도 밝혀내지 못했다. 국방부 과거사위는 24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2·12,5·17,5·18사건과 1990년 보안사 민간인 사찰사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과거사위에 따르면 5월초 육군본부는 ‘학생시위 대처방안’이란 문건을 통해 ▲군 투입 준비(5월7∼10일) ▲포고령 발표(11∼13일) ▲휴교령·계엄포고문 발표(14∼15일) ▲계엄군 투입(17일)으로 이어지는 단계별 계획을 수립했다. 과거사위는 “문건 작성 당시 학생시위는 학원민주화를 요구하는 교내시위 수준이었다.”면서 “시위로 사회가 혼란해져 군이 나섰다는 신군부 주장은 5·17 계엄확대를 정당화하려는 거짓주장”이라고 결론지었다. 신군부가 계엄확대 명분으로 활용한 ‘북한남침설’에 대해선 당시 육본조차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던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육본 보고서를 통해서다. 과거사위는 “정치개입의 명분을 찾기 위해 대북정보를 악용한 것”으로 규정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 앞 발포의 최종 명령권자는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 다만 과거사위는 “5월21일 작성된 2군사령부 문서를 통해 전두환 당시 합동수사본부장이 ‘자위권 발동’을 강조했다는 사실을 새롭게 확인했다.”고 밝혔다. 과거사위가 공개한 ‘광주권 충정작전간 군 지시 및 조치사항’이란 문서에는 “전(全) 각하(전두환 지칭):초병에 대해 난동시에 군인복무규율에 의거 자위권 발동 강조”라는 내용이 수기(手記)로 적혀 있다. 초기 강경진압 과정에 황영시 당시 계엄부사령관이 깊숙이 개입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전차 투입을 명령하고 자위권 발동 논의를 주도한 것도 황 부사령관이었다고 과거사위는 전했다. 한편 5·18 발포명령자 등 핵심 의문점들이 해소되지 못한 것과 관련, 이해동 위원장은 “미흡하더라도 자기고백적 진상조사결과를 군 스스로 국민 앞에 공개했다는 점에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양천구 확대 간부회의 ‘종이 없는 전자회의’

    양천구는 24일 과장급 이상이 참석하는 확대간부회의를 ‘종이 없는 전자회의’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기존의 문서 대신 무선 인터넷과 노트북, 프로젝트 등 장비를 활용해 불필요한 자료출력을 없앴다. 각종 도면과 사진도 이미지 파일 형식으로 회의 참석자 모두가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전자 간부회의를 통해 업무보고 준비 및 오류 보완시간이 대폭 단축돼 생산성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또 회의비용 절감은 물론 신속한 의사 결정 등 구정의 업무 효율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실제 ‘종이 없는 디지털 전자회의’의 확대로 최소 600만∼1200만원이까지 예산절감 효과가 예상된다. 구 관계자는 “액수로 따지면 미미하지만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면서 “행정의 전분야로 확대해 경영혁신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가짜 국내 유명대 학위증도 밀수

    신정아씨 등 사회 유명 인사들의 허위 학력 파문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해외에서 위조된 국내 유명 사립대학의 졸업·성적증명서 등이 국제 우편 등을 통해 밀반입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인천공항세관에 따르면 올들어 특급탁송화물을 통해 대학 졸업증명서 등 각종 문서가 70점이 밀반입됐다. 이 중에는 정교하게 위조된 K대와 H대의 졸업증명서와 H대의 성적증명서 36점이 포함돼 있고, 여권과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외국인등록증 등도 있었다. 한편 서울 강남 학원가의 강사 학위위조 여부를 조사 중인 서울 송파경찰서는 24일 인터넷을 통해 전문적으로 학위를 위조해 주는 브로커의 활동 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해외에서 활동하는 학위위조 브로커들이 인터넷을 통해 강남 일대 학원가 강사들로부터 주문을 접수한 뒤 각종 대학학위 증명서를 위조해 택배 등을 통해 건네고 1건당 150여만원씩 받아 챙겨온 것으로 확인됐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Seoul In] 직원들 ‘자기 관리’ 최고 관심

    강북구(구청장 김현풍) 직원들이 가장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자기관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SDS㈜ 멀티캠퍼스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는 사이버혁신교육의 신청 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신청 인원이 많은 강좌별 순서는 ▲프레젠테이션(29명) ▲감정 스트레스 조절(22명) ▲긍정적 자세와 자기확신(21명) ▲구조화된 문서작성(11명) ▲자기변화의 실천(11명) ▲효과적인 설득방법(11명) 등으로 집계됐다. 행복혁신추진단 901-6847.
  • 일제, 공문서 훼손 어떻게 했나

    일제가 1910년 한일합병 이후 규장각 도서 정리작업을 통해 조선의 기록관리 체계를 조직적으로 무너뜨리고 식민통치 정책을 수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이 2004년부터 진행한 ‘한국 국가기록 체계화 사업’에 따르면 조선총독부의 고의적인 문서 조작으로 역사적으로 중요한 증빙 자료가 묻혀 있었다. ●절반이 경제 관련… 경제적 식민화과정 규명 기대 연구팀은 재분류한 공문서 가운데 5000∼6000여종이 경제 관련 공문서인 점에 주목, 이번 재분류 작업을 토대로 일제의 황실 재산 침탈과 경제적 식민지화 과정을 낱낱이 밝힐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위해 ‘대한제국기 황실재정 공문서 발굴·정리와 체계화사업’을 2007학년도 연구 과제로 정하고, 황실 재정과 관련된 공문서 분석을 통해 1904년 이후 일제가 ‘황실재정정리’를 명분으로 황실의 재산을 침탈해간 과정을 밝힐 계획이다. 조선총독부는 황실 재정 관련 서류들은 여러 책을 한 권으로 묶고 내용과 관련 없는 제목을 붙여 은폐했다. 대한제국 황실의 재산을 관리하던 ‘궁내부제실재산정리국(宮內府帝室財産整理局)’이 1908년 생산한 수십종의 문서들을 단행본으로 취급해 구체적인 내용을 숨기는 효과를 냈다. ●도서명 고의로 조작·은폐 ‘전라남도각군문서급소장철(全羅南道各郡文書及訴狀綴)’이라는 제목이 붙은 문서철에는 경상도와 경기도 등에서 생산한 문서를 포함시키고 문서뿐만 아니라 보고서, 지령 등을 한데 묶었다. 규장각 목록에는 실제 내용과 상관없는 ‘본청관원 4월 조봉급지출청구서(本廳官員四月條俸給支出請求書)’라고 적었다.‘각도청원철(各道請願·1905년)’ 등에는 청원 내용과 첨부 문서, 조치 내용 등을 각각 별개의 도서에 포함시켜 알 수 없도록 하는 등 연관된 문서를 별개 도서명의 책으로 묶어 분산시키기도 했다. 또 의병 활동과 조직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 문서인 1907년 충청도 임천군 입포리에 내걸린 의병의 격문은 아예 목록에서 제외했다. 연구팀은 대한제국기 백두산에서 압록강을 경계로 설치된 진위대의 대지도형을 묶은 공문서철인 ‘진위대대지도형(鎭衛隊岱地圖形)’과 간도에 한인이 거주했다는 간도 영토주권에 관한 공문서인 ‘함경남북도내거안(咸鏡南北道來去案·1903년)’을 찾아냈다. 또 통상 및 개방에 관한 공문서인, 인천항에 거류하는 일본인 거류지를 표시한 채색지도와 1900년 강원 통천군의 일부 지역을 러시아인에게 조차한 공문서와 지도·관세관 등의 복장 및 견장·모자 등의 그림을 담은 ‘관세관복장(管稅官服將·1906년) 규칙 및 복장도식(服將圖式)’ 등과 함께 토지개혁 공문서인 ‘대한제국전답관계(大韓帝國田沓官契)’, 근대적 교육에 관한 공문서인 ‘사범학교교습합동(師範學校敎習合同·1897년)’ 등을 체계적으로 재분류했다. ●대한제국기 중요 공문서 체계적 분류 이상찬(국사학과) 서울대 교수는 “조선총독부의 ‘정리작업’은 그 목표가 식민통치 정책 수립을 위한 문헌 조사에 있었다.”면서 “조선시대 기록관리 체계를 복원시키고 묻혀 있던 자료 연구를 통해 식민화 과정을 낱낱이 밝혀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공문서 목록을 ▲최종 소장 관리기구별 ▲문서 생산 기관별 ▲규장각 도서 번호순 ▲도서명순 등 4가지 형태로 간행할 예정이다. 또 목록을 규장각 홈페이지와 ‘e-규장각’에 공개해 일반인들에게 제공한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한국전쟁 본질’ 동화로 풀다

    ‘한국전쟁 본질’ 동화로 풀다

    늙은 종지기는 새벽 4시면 종을 쳤다. 꼬물거리는 벌레와 길가에 구르는 돌멩이, 새벽잠 설치며 노동하는 가난한 이웃에게 들려주려, 그는 날마다 낡은 쇠를 두드렸다. 종지기의 삶과 글은 아름다웠으나, 종지기의 병든 몸이 견디며 산 세월은 고통스러웠다. 어려서 얻은 전신결핵으로 평생 아팠다. 굶주리고 상처난 이를 바라보며 평생 슬펐다. 가족 없이 홀로 평생 외로웠다.“죽으면 아픈 것도, 슬픈 것도, 외로운 것도 끝이니 용감하게 죽겠다.”던 종지기는 죽기 직전 콩팥에서 피를 쏟았다.1초도 참기 힘들어 목숨을 놓고 싶을 때, 신부인 친구에게 편지로 기도를 부탁했다.“제발 이 세상, 너무도 아름다운 세상에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은 없게 해 달라”고. 제발 그만 싸우라고. 그만 미워하고 따뜻하게 함께 살라고. 인세를 북녘 굶주린 아이들에게 보내달라고. 권·정·생. 떠난 지 두 달, 이름 석 자가 먹먹하다. ●80년대 초반 인민군 주인공 삼아 집필 떠난 이의 마음이 오롯이 담긴 동화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보리 펴냄)가 나왔다. 그의 여느 글처럼 아름다우면서, 고통스럽다. 생전 작가가 출간을 준비하던 마지막 책이다. 반공 이데올로기가 극에 달했던 1980년대 초반, 작가는 ‘감히’ 인민군 병사를 주인공으로 전쟁의 실체를 고발했다. 출판사는 옛 간행물 속에 묻혀 있던 작품을 사실적 그림과 함께 되살려냈고, 작가는 책 출간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북한·중동·아프리카·티베트 아이들이 맘에 가시처럼 걸려, 숨을 놓는 순간까지 뒤채었던 작가는 이 책을 남기며 안도했다. 자신의 글을 세상에 내놓을 때마다 주저했던 그였지만, 이 책 출간은 유독 반겼다고 편집자는 전한다. ●“인민을 위한 전쟁서 죽은 건 가엾은 인민뿐” ‘곰이’는 동화지만 사회과학 논문 이상으로 날카롭다. 전쟁과 분단의 본질을 어떤 전문서적보다 예리하게 통찰한다.6·25전쟁으로 죽은 인민군 오푼돌이 아저씨와 피란민 아이 곰이는 1951년 강원도 치악산에 묻혔다.30년이 지난 시점 둘은 영혼으로 만나 지난 일을 회고한다. 곰이가 묻는다.“아저씬 누구랑 전쟁을 하셨어요?” 오푼돌이 아저씨가 대답한다.“나하고 똑같은 사람이야. 나는 북쪽에 살았고, 그들은 남쪽에 살았다는 것밖에 다른 게 없었어.” 곰이의 눈가가 젖는다.“아저씨, 전쟁을 피해 달아나려 했는데도 전쟁은 우리 뒤를 금방 따라온 거예요. 살려고 갔는데도 난 죽은 거예요.” 아저씨도 소나무 둥치에 얼굴을 묻고 운다.“인민을 위해 싸운 건데, 죽은 건 모두가 가엾은 인민들 뿐이었어.” 호랑이 예화는 분단의 감춰진 속살을 드러낸다. 어머니를 잡아먹은 두 호랑이(미국과 소련)가 남매의 집에 도착해 앞문과 뒷문에서 서로 진짜 엄마라고 주장한다. 누나와 동생(남과 북)은 다투다 각기 다른 문을 열고, 결국 둘 다 호랑이에게 잡혀 먹히고 만다. 군부정권은 이성적 사고를 망각시켰으나, 짧은 동화는 분단의 핵심을 꿰뚫었다. 그을린 양은냄비와 석유풍로가 가진 재산 전부였던 늙고 병든 종지기. 많은 인세를 자신을 위해 쓴 적 없는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스테디셀러 작가.2년전 쓴 유언장에서 그는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건강한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고 썼다.25살이 되면 22살이나 23살 쯤 되는 아가씨와 연애를 하고 싶다고 했고, 벌벌 떨지 않고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지금 그는 먼저 간 이오덕 선생과 감자를 구워먹으며 선생의 연애 노하우를 전수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유언장을 보면 환생은 영영 어려울 것만 같다. “다시 환생했을 때도 세상엔 얼간이 같은 폭군 지도자가 있을 테고, 여전히 전쟁을 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환생은 생각해 봐서 그만 둘 수도 있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굴절된 식민지근대사 바로 쓴다

    굴절된 식민지근대사 바로 쓴다

    일제가 문화·경제 침탈을 위해 작위적으로 흐트려놓아 훼손되거나 묻혔던 구한말 공문서들이 체계적인 재분류 작업을 통해 복원됐다. 이에 따라 일제의 식민지화 과정을 국가 문서로 확인하는 작업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은 22일 ‘한국 국가기록 체계화 사업’을 마무리짓고 일제에 의해 훼손·왜곡됐던 규장각 소장 고종시대(1864∼1910년) 공문서에 대한 체계적인 재분류 작업을 끝냈다고 밝혔다. 공문서들은 한일합병 직후인 1911∼1916년 조선총독부가 ‘규장각 도서 정리사업’을 명목으로 고도서와 함께 뿔뿔이 흩어져 있던 것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구한말 공문서를 소장하고 있는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은 전근대사회에서 근대사회로 이행하던 구한말 공문서의 자료적·문화적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2004년 9월부터 3년여에 걸쳐 규장각 소장 자료인 3만 8000여종 가운데 고종시대 정부에서 생산한 공문서 1만 1000여종을 골라냈다. 이상찬(국사학과) 서울대 교수는 “한일합병 이후 일제가 ‘도서 정리’를 명목으로 공문서를 작위적으로 흐트려놓아 역사적 증빙 자료인 국가 문서가 묻히거나 훼손됐다.”면서 “공문서철에 묶인 문건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유기적으로 파악할 수 없었고 대한제국에 관한 논의의 수준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데 걸림돌로 작용해왔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공문서가 제자리를 찾아 역사 왜곡에 대응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고, 일제 식민지화의 구체적인 모습과 근대 정부 각 기구에 관한 연구를 심화시킬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조선후기 신지식인 한양의 中人들] (30) 한국 천주교 첫 순교자 김범우

    [조선후기 신지식인 한양의 中人들] (30) 한국 천주교 첫 순교자 김범우

    천주교가 조선에 전파된 시기를 윤지충의 진산사건이 일어난 1791년 이전과 신유교난이 일어난 1801년 이전, 그리고 그 이후로 나누어 살펴보면 지도층의 신분이 확연히 달라진다. 조광 교수는 ‘조선후기 천주교 지도층의 특성’이라는 논문에서 진산사건 이전(1784∼1791)의 지도층 인물 12명 가운데 김범우(역관)·최창현(의원)·최필공(의원) 3명의 신분이 중인이라고 했는데, 학자에 따라서는 장교 출신의 이존창도 중인으로 보기도 한다. 이 가운데 최창현은 한문으로 된 천주교 교리서를 한글로 번역하여 양반 중심의 천주교 신도층을 평민층까지 확산시켰으며, 김범우는 자신의 집을 예배처로 제공하였다. 이 12명은 대부분 1784년에 입교했으며, 이 가운데 김범우가 가장 이른 1786년에 순교하였다.(천주교 용어로는 순교자가 아니라 증거자이다. 그가 현장에서 순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광 교수의 분석에 의하면 신유교난 이전 10년간의 지도자 38명 가운데 21명이 중인으로 절반이 넘었으니, 사회를 바꿔보려던 그들의 열망을 확인할 수 있다. ●정약용의 자형 이벽 권유로 천주교에 입교 우리나라에서 정식으로 영세받은 최초의 신자는 다산 정약용의 자형인 이승훈(李承薰·1756∼1801)이다. 그는 손위 동서이자 스스로 천주교 교리를 공부한 이벽(李檗·1754∼1786)의 권유로 천주교도가 되었는데, 아버지 이동욱이 1783년에 동지사(冬至使) 서장관으로 청나라에 가자 자제군관(개인 수행원)으로 북경에 따라갔다.40일 동안 머물며 남천주교당에서 예수회 선교사들을 만나 필담으로 교리를 익히고 프랑스인 루이 드 그라몽 신부에게 영세를 받아, 우리나라 최초의 영세신자가 되었다. 그는 1784년에 수십 종의 천주교 서적과 십자고상(十字苦像)·묵주·상본(像本) 등을 구입해 조선으로 돌아왔다. 이벽은 손아래 동서인 이승훈에게 세례받은 뒤에 중인들이 많이 살던 청계천 수표교 옆으로 이사했으며, 교분이 두터운 양반 학자와 중인층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천주교 교리를 전하였다. 당시에는 선교사가 들어오기 전이므로 외국인 신부가 없어, 조선인 신자들끼리 모여 천주교 서적을 읽으며 교리를 익히고, 가성직제도(假聖職制度)를 만들어 10명의 가신부에게 미사를 집전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였다. 김범우(金範禹·1751∼1786)는 역관 김의서(金義瑞)의 아들로 태어나 1773년 역과에 합격했으며, 종6품 한학주부까지 올랐다. 학문을 좋아하여 정약용의 자형인 이벽과 가깝게 지내다가, 이벽이 1784년에 천주교 교리를 전하자 그의 권면을 받아들여 천주교에 입교하였다. 이승훈이 영세를 베풀기 시작하자, 김범우도 이벽의 집에서 그에게 영세를 받아 토마스라는 영세명을 얻었다. 우리나라 천주교 사상 두 번째 영세식이었는데, 이존창·최창현·최인길·지홍 등이 함께 받았다고 한다. 천주교 신앙을 열렬히 전도하며, 자신의 아우 이우(履禹)와 현우(顯禹)까지 입교시켰다. 그의 집은 명례방(明禮坊) 장예원(掌隷院) 앞에 있었는데, 천주교 서적이 많이 있어 신자들이 자주 모여 미사를 드리거나 설교를 들었다. 양반 이벽의 집에는 하층민들이 드나들기 어려워, 중인 출신의 김범우가 수표교에서 가까운 자기 집을 예배처로 제공했다고 한다.1784년부터 그의 집은 명례방공동체가 되었다. ●을사추조적발사건으로 밀양에 유배되다 1785년 어느 봄날 이승훈과 정약전·약종·약용 3형제 및 권일신(權日身) 부자 등 양반과 중인 신자 수십 명이 모여 이벽의 설교를 듣고 있는데, 마침 그곳을 지나던 형조의 관원이 도박장으로 의심하고 수색하였다. 예수의 화상과 천주교 서적을 압수하여 형조에 바쳤는데, 역사에서는 이것을 을사추조적발사건(乙巳秋曹摘發事件)이라 한다.‘을사’는 1785년, 추조는 형조를 가리킨다. 서학(西學)에 대해 비교적 온건했던 정조 시대였으므로, 형조판서 김화진은 사대부 자제들을 알아듣게 타일러 돌려보내고, 중인 신분의 김범우와 최인길, 두 역관만 잡아 가두었다. 그러자 권일신이 그의 아들과 함께 형조에 찾아가, 자신도 김범우와 같은 교인이라고 하며 성상(聖像)을 돌려달라고 요구하였다. 그러나 김화진은 양반 자제들을 처벌하기 어려워, 잘 달래어 집으로 돌려보냈다. 사대부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갔지만, 김범우는 천주교를 저버리지 않았다. 판서가 천주교를 믿느냐고 묻자,“서학(西學)에는 좋은 곳이 많다. 잘못된 점은 모른다.”고 대답하며 신앙을 고수하였다. 결국 단양(丹陽)으로 유배되었다. 그의 집에 소장하였던 천주교 교리서들은 모두 형조 뜰에서 불사르고, 서학을 금하는 효유문을 전국에 돌렸다. 성균관 학생 정숙은 자기 친구와 친척들에게 “천주교인들과 공공연하게 완전히 절교하라.”고 통문을 보냈다.1785년 3월에 돌린 이 통문이 천주교를 공격한 최초의 공문서라고 한다. 달레 주교가 쓴 ‘한국천주교회사’에 의하면, 김범우는 유배된 뒤에도 계속 천주교를 신봉하면서 큰 소리로 기도하고 전도하다가, 고문당한 상처가 악화되어 1786년쯤에 세상을 떠났다. 우리나라 천주교의 첫 순교자가 된 것이다. 아들 인고는 밀양으로 이사와 신앙생활을 했다고 하며, 두 아우는 신유박해(1801)에 순교하였다. 학자에 따라서는 김범우가 충청도 단양으로 유배되었다고 하지만, 밀양일 가능성이 높다.‘사학징의(邪學懲義)’에 “범우가 병오년에 사학(邪學) 사건으로 단양(丹陽)에 정배되었다.”고 했는데, 충청도라고 하지는 않았다. 밀양시에 단장면(丹場面)이 있으며, 그의 묘소가 밀양시 삼랑진읍 용전리에 있고, 아들도 그곳으로 내려와 산 것을 보면 경상도 밀양으로 유배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 천주교 첫 순교자인 그의 묘는 1989년에 세상에 널리 알려져,2005년 9월 14일에 유배 220주년 및 김범우(토마스) 묘역 준공미사가 1500명 신자가 모인 묘소 앞에서 베풀어졌다. ●김범우가 살던 동네에 명동성당 들어서 1886년에 한·불통상조약이 체결되자 프랑스 선교사들은 자유롭게 나라 안을 여행할 권리와 더불어, 건물을 짓고 서울에 거주할 권리와 소유할 권리까지 얻게 되었다. 이때부터 푸아넬 신부가 주도하여 명례방에 대지를 구입하기 시작하였다. 조선인들의 가옥은 좁았기 때문에, 윤정현의 집을 비롯해 여러 채를 계속 구입해야 했다. 푸아넬 신부가 작성한 1887년 보고서에는 “우리는 아직도 (명동성당의) 건축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겨울 전에는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우리가 구입해 놓은 (명동의) 대지는 도시 중심부에 위치해 있으며, 중요한 기본 건물들을 다 지을 수 있을 만큼 넓습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김정동교수의 ‘남아있는 역사, 사라지는 건축물’에서 인용). 그러나 이곳은 조선조 역대 왕들의 어진(御眞)을 모신 영희전(永禧殿)이 가까워,“성당 건립으로 영희전의 풍수(風水)가 침해받을 우려가 있다.” 하여 조정에서 소유권을 억류하고 착공을 지연시켰다.1892년 봄에 설계와 공사감독을 맡은 코스트 신부가 교회 터를 평평하게 닦아놓자, 뮈텔 주교가 머리돌에 축복하였다. 코스트 신부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뒤인 1898년 5월29일에 푸아넬 신부가 명동성당을 준공하였다. 그 자리의 지명이 종현이어서 한때는 종현성당, 또는 뾰죽집이라고도 불렸는데, 곧바로 장안의 명소가 되었다. 김범우의 집에서 미사를 드리다가 많은 지도자들이 체포되고 순교한 지 100년 뒤에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고, 바로 그 동네에 명동성당이 들어서게 된 것이다. 김범우는 몰랐겠지만, 순교의 피가 100배 결실을 맺은 것이다. 허경진 연세대 국문과 교수
  • [정책선거 원년으로] 대선정책 평가교수단 역대 공약 점검

    [정책선거 원년으로] 대선정책 평가교수단 역대 공약 점검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의 역사에서 본격적인 공약대결이 시작된 것은 1987년 6월항쟁으로 쟁취한 13대 대선부터다. 이전에는 ‘사사오입’ ‘부정선거’ ‘유신’ ‘체육관선거’라는 오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공약은 철저히 무시됐다. 민주화 이후의 대선 공약도 진정한 의미에서 국민과의 약속은 아니었다. 공약이 선거의 장식품으로 전락해 유권자의 선택기준으로 기능하지 못한 탓이다. 지역주의가 선거를 지배하는 구도가 계속되면서 정책공약은 유권자를 동원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후보나 정당은 실천 가능한 정책공약을 개발해 유권자들의 표를 얻으려는 노력보다는 뭐든지 다 해 주겠다며 백화점식으로 나열하거나, 장밋빛 공약만 형식적으로 내놓았다. 막상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면 공약 이행에는 관심이 없고, 백지위임을 받은 것처럼 통치해 왔다. 선거가 끝나는 순간부터 유권자는 대통령과 정부를 불신하는 악순환이 거듭됐다. 다행히 2002년 16대 대선부터 3김의 퇴장과 함께 지역주의가 완화되고, 이념적 경쟁이 자리잡으면서 정책공약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진보를 강조한 노무현 후보와 보수를 강조한 이회창 후보가 원심적 대결을 펼치면서 공약의 차별화가 이뤄진 것이다.15대 대선부터 도입된 TV토론은 후보자간 정책 차이를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2002년 대선도 과거의 구태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주먹구구식 공약 역대 대선 공약을 살펴보면 우선 매니페스토(참공약 실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슬로건이나 구호로 끝난 게 대부분이다. 정당과 후보는 그럴싸한 수사로 공약의 기조를 제시했으나 구체적 실현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특히 재원과 추진일정이 구체적으로 제시된 공약은 찾아보기 어려웠다.‘넉넉하고 고른 경제’,‘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계층간 갈등을 해소해 균형잡힌 사회를 이룩한다.’는 등의 약속은 장밋빛이었지만, 실천방안은 회색빛이었다. 1992년 14대 대선에서 김영삼 후보는 신한국창조를 위한 10대 과제,77개 공약을 발표했다.1997년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도 100대 중점공약을 제시했다.2002년 노무현 후보도 21세기 국가발전을 위한 전략으로 4대 비전과 20대 정책목표,150대 핵심과제를 제시했으나 모두 실천방안이 결여됐다. 진정한 의미의 매니페스토 공약은 아니었던 셈이다. 구체적인 수치가 제시된 공약도 주먹구구식이 많았다.1987년 13대 대선에서 노태우 후보가 제시한 물가상승률 2∼3% 유지 공약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게 뻔한 주택 200만호 건설과 숱한 개발공약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었다.1997년 김대중 후보가 내놓은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의 세계 5강 진입’ 공약은 외환위기 체제에서 어떻게 이루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2002년 노무현 후보의 경제성장률 연 7% 달성 공약은 이회창 후보의 6% 성장 공약에 대응하기 위해 나온 것이었다. ●우선순위 없는 망라형 공약 제한된 예산을 갖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과적으로 집행하겠다는 우선순위가 제시된 공약도 별로 없었다. 공약의 기조와 10대 과제,100대 과제 등은 나열에 불과하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교육 총리’가 되겠다고 선언한 뒤 교육공약을 집중적으로 강조한 것과 대조적이다. 정책은 기본적으로 선택의 문제다. 그러나 역대 대선공약은 각계각층의 모든 유권자를 다 만족시키려고 했다. 우선순위를 부여하면 특정계층에 치우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래서 고른 득표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밝히기를 꺼린 것이다. 예산의 뒤에는 이해관계자가 있고 이들의 표를 의식하는 후보로서는 모든 부문의 예산을 증액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감내할 수 있는 예산규모는 한계가 있다. 주어진 예산추계의 틀 속에서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이를 애써 모른 체하면서 유권자를 속여 온 셈이다. 역대 대선에서는 실현가능성과 우선순위는 무시되고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진 공약들이 망라돼 제시됐다. 뿐만 아니라 선거 막판에 ‘깜짝 공약’이 등장해 선거판을 뒤흔들기도 했다. 정책공약보다는 정치공세가 주류를 이뤄 혼탁해진 경험도 많다. ●비전 아닌 선심경쟁 역대 대선공약은 ‘비전경쟁’이 아닌 ‘선심경쟁’이었다.1987년 13대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는 농가부채 전면탕감을, 김영삼 후보는 그린벨트 해제를 내걸어 공약(空約)이라는 비판을 받았다.14대 대선에서는 정주영 국민당 후보가 제시한 ‘아파트 반값 공급’ 공약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군복무기간 단축, 예비군 복무기간 단축은 선심성 공약의 단골메뉴다. ●깜짝공약·위헌공약으로 당선 돌발적인 ‘깜짝공약’이 선거판세를 좌우한 경우도 많다.13대 대선에서 노태우 후보는 막판 선거 유세중 ‘88올림픽을 치른 후 중간평가를 받겠다.’는 공약을 갑자기 발표했다. 중간평가 공약은 6공화국의 족쇄가 됐으며, 결국 야당과 적당히 타협해 없었던 일로 처리됐다. 15대 대선의 깜짝공약은 내각제 개헌이었다.1997년 11월3일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대통령후보는 김대중, 총리는 김종필이 맡도록 하는 야권후보단일화에 합의했고, 내각제 개헌을 대선공약으로 채택했다.1999년말까지 개헌을 완료한다고 했으나 이 공약은 실현되지 않았다.16대 대선의 깜짝공약은 노무현 후보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이라고 할 수 있다. 실행계획과 재원조달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발표된 것이다. 한나라당은 “행정수도를 이전하려면 40조원이 든다.”고 반박했지만, 노무현 후보 측은 “4조 5000억원이면 충분하다.”고 맞받아쳤다. 결국 행정수도 이전은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결정이 내려졌다. ●정치공세에 눌린 정책대결 대선공약은 정치공세에 눌려 빛을 발할 수 없었다.13대 대선에서 노태우 후보는 ‘가짜 보통사람’,‘쿠데타의 주역’으로, 김대중 후보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당을 깨고, 거짓말을 일삼는 후보’로 매도됐다. 14대 대선 초반부터 색깔론 시비, 현대그룹을 동원한 금권선거 시비, 초원복집 사건 등이 쟁점으로 부상해 지역주의가 극에 달했다.15대 대선의 이슈는 정권교체,3김 청산, 세대교체 등이었다. 내각제도 정권교체와 맞물린 이슈였다.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문제,DJ 비자금 사건, 경제파탄 책임론과 IMF 재협상론 등도 쟁점이었다.16대 대선에서는 여권의 대선후보 국민경선과 후보단일화 등이 주된 이슈가 돼 정책대결을 사실상 가로막았다. 월드컵 열풍과 미군 장갑차 사건,DJ정부 말기에 터진 각종 게이트, 서해교전 등도 정책 선거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매니페스토 검증이 우선돼야 공약 입안과 집행과정의 폐쇄성도 문제다. 많은 학자와 당 관계자가 참여했다고는 하나 공론화 과정은 없었다. 공약이행 평가도 공개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정권 인수위 등에서 공약이행계획을 작성하면 이것이 대외비 문서로 관리되거나, 기록조차 남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구체적인 매니페스토식 공약이 제시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선공약의 문제점을 극복하는 길은 매니페스토 요건을 갖춘 공약을 제시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먼저 후보자와 정당이 목표, 우선순위, 절차, 기한, 재원 등 매니페스토 요건을 갖춘 공약을 제시하고, 이를 유권자 앞에서 공개해 토론을 통해 검증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래야 선거캠페인의 장식품으로 전락한 공약이 제기능을 다할 수 있다. 이현출 국회입법연구관
  • 경북경찰 문서체송법 전국확대

    경북지방경찰청이 예산 절감 등을 위해 전국 경찰로서는 처음으로 지난 3월 도입한 ‘문서 체송(遞送·문서 송달) 방법 개선 시스템’이 전국 경찰로 확대 도입된다. 이에 따라 경찰 창설 56년 만에 산하 경찰서간에 오가는 문서체송 업무를 담당하는 경찰관이 사라지게 됐다. 22일 경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경찰청이 경북경찰청이 시행하고 있는 ‘경찰 관서 문서 체송방법 개선 시스템’을 전국 경찰로 확대 도입할 것을 권장하는 공문을 내려 보냈다. 이는 지난 6월 열린 경찰청의 현장혁신 3S(Speed,Simple,Soft) 사례 평가회의에서 경북경찰청의 문서 체송방법 개선 시스템이 전국 확대 권장사항으로 결정된 데 따른 것이다.이 시스템은 16개 지방경찰청을 비롯해 경찰대학, 경찰병원, 경찰종합학교, 운전면허시험관리단, 중앙경찰학교, 경찰수사연구원 등 전국 경찰이 확대,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효식 경북경찰청 경무계장은 “이 시스템이 전국 경찰로 확대 시행되면 연간 40억∼50억원의 예산 절감 효과는 물론 인력 운용의 효율성이 크게 제고될 것”이라고 말했다.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李 산악회, 불법 선거운동”

    검찰이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경선 후보의 외곽 후원 조직인 ‘희망세상21 산악회’를 선거운동을 위한 사조직이라고 판정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20일 중앙선관위원회가 고발한 ‘희망세상21 산악회’에 대해 이같이 판정하고 산악회 김문배 회장과 권모 사무총장에 대해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 목적 사조직 결성과 기부행위, 사전선거운동, 선거범죄 조사 방해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회장 등은 지난해 6월 발대식을 갖고 올해 5월까지 전국 10여개 지부,200여개 지회를 결성한 뒤 6만여명을 회원으로 모집해, 이 후보를 위한 불법 선거운동을 하고 선관위 직원의 불법 선거운동 여부 판단을 위한 출입 및 자료 제출 요청 등을 거부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김 회장 등은 조직 운영을 위해 기부금을 불법 지원한 혐의도 받고 있다.신종대 2차장검사는 “이 후보 캠프 관계자 등을 소환해 이 조직이 이 후보 측과 직접 연결돼 있는지, 운영·예산·집행 등의 측면에서 지원을 받았는지 등을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의 도곡동 땅 차명 의혹과 관련, 검찰은 이날 서울 계동의 현대건설을 방문해 이 후보의 처남인 김재정씨와 현대건설 간의 매매 관련 계약서와 가평 별장 관련 건축허가 등의 자료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현대건설이 자체 문서관리 규정에 따라 5년 이상 된 문건들을 폐기한 바람에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 한편 이 후보가 전날 검증청문회에서 “현대건설 재직때 회사가 서초동 땅을 사줬다.”고 한 발언과 관련,90년대 중반 이 회사 인사과장을 지낸 전직 고위 관계자는 “90년대 당시 임원들에게 특별상여금이 지급됐는지는 모르겠다.80년대 초 중동건설 특수가 끝난 뒤여서 아마 특별상여금은 없었던 듯하다.”고 말했다.이기철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美 핵기밀 기술 보안 또 뚫렸다

    핵무기 제조 등 일급 핵기술에 대한 미국의 군사정보 보안에 적신호가 켜졌다. 미 abc방송은 19일 에너지부 산하 핵연구소인 오크 릿지 레저베이션 핵연구단지의 한 계약직 사원이 우라늄 농축 관련 기밀 정보 등을 외국에 팔려던 혐의로 체포됐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로스알라모스 국립 핵연구소에서도 비밀문서 유출이 적발됐고 지난 3월에는 군사용 야간투시장비에 관한 비밀 기술이 중국 등에 불법으로 넘겨져 파문이 일기도 했었다. 연방수사국(FBI)은 이날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우라늄 농축 기술 등 기밀 데이터 등을 유출한 계약직 사원 린 오클리(67)가 체포됐다고 밝혔다. 그는 우라늄 농축 관련 일을 맡고 있었으며 엔지니어링 기업 벡텔 제이콥스의 용역업체 직원이다. FBI에 따르면 오클리는 자신이 유출시킨 핵기술 정보 등을 판매하기 위해 프랑스 정부와 접촉했다. 이후 프랑스가 미국 정부에 오클리의 존재를 제보해 사건이 적발됐다. 케네스 웨인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은 “도난당한 장비와 기밀 등 어떤 것도 다른 국가나 테러 단체에 넘겨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클리는 “어떤 반국가 행위도 하지 않았다.”고 혐의 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사안의 심각성은 핵무기 제조 등과 관련된 일급 핵기술 유출이 그동안 수차례 적발됐다는 데 있다. 지난 1999년에는 로스알라모스 국립 핵연구소의 과학자가 핵무기 기밀을 훔친 혐의로 기소됐고 주요 핵연구소들의 비밀번호나 컴퓨터 디스크 유출 등 보안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김만제 진술 왜 빠졌었나

    김만제 진술 왜 빠졌었나

    김만제 전 포철회장이 1998년 포항제철에 대한 감사원 특별감사에서 ‘도곡동 땅이 이명박 후보 소유’라고 한 발언 내용은 ‘특별감사 문답서’에 들어있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의 발언은 감사원 최종보고서에는 빠져 있어 감사진행 과정과 발언의 진위를 놓고 궁금증이 일고 있다. ●문답서와 최종보고서 20일 감사원 관계자에 따르면 감사원 감사는 자료수집과 예비조사로 시작된다. 이 과정이 끝나면 감사관들이 해당 기관에 나가 감사에 들어간다. 감사는 우선 서류검사를 한 뒤 문제가 발견되면 질문답변 절차를 밟는다. 이때 답변은 주로 기관장이 기관장 입장에서 하게 되며, 질문답변서가 작성된다. 개인 신상에 관한 것이 문제가 있으면 문답절차로 이어진다. 문답서는 경찰관이 조서를 꾸미듯이 작성한다. 이번에 김만제 당시 회장의 진술이 들어 있는 문답서도 이 경우에 해당한다. 서류검사 결과와 질문답변서, 문답서, 그리고 그 밖에 각종 관련 문건들은 증거서류로 보관한다. 이를 기초로 감사결과 최종보고서(처분요구서)가 작성된다. 김 전 회장의 진술이 문답서에는 있으나 최종보고서에서 빠진 것은 ‘부동산 소유주’는 감사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당시 땅 소유주가 누구였느냐 하는 문제는 감사대상이 아니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다시말해 당시에는 누구의 땅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필요한 땅을 포항제철이 제값을 주고 샀느냐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감사 1년 전인 1997년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이 땅 소유주에 관한 지적을 많이 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질문을 한 번 던져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종보고서는 공개, 문답서는 비공개 감사원 최종보고서는 외교·국방 분야 등 기밀사항을 빼고는 2003년 10월 이후 감사원 홈페이지를 통해 10년 동안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질문서와 답변서, 문답서 등 증거서류는 대외비로 분류돼 외부 유출은 물론 열람도 철저히 금지한다. 예외적으로 국회의원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에 의해 열람은 할 수 있다. 김동철 의원이 문답서를 열람하고 메모만 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北에 ‘중유상품권’ 검토

    |베이징 김미경특파원| 북핵 6자회담에서 미국과 한국 등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 문제와 관련, 북한이 무기용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이 아닌 연료용 저농축우라늄(LEU) 프로그램을 신고하더라도 검증, 인정한 뒤 궁극적으로 폐기한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는 또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 및 불능화에 대한 상응조치로 ‘중유상품권’ 제공을 추진키로 했다.‘중유상품권’이란 북한이 2·13합의에 명시된 중유 95만t 상당의 경제·에너지 지원을 단계별로 받아갈 권리를 문서로 규정한 것이다. 북한은 이 상품권을 필요한 현물과 바꿀 수 있다. 6자회담에 참여한 각국 수석대표는 19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회의를 갖고 2단계 조치인 북한의 모든 핵 프로그램 신고와 불능화 이행 및 상응조치에 대한 로드맵을 집중 협의,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오전 전체회의에 이어 양자협의가 이어져 당초 이날 폐막 예정이었던 회담이 하루 더 연장돼 20일 중 불능화 로드맵을 담은 의장성명이 채택될 것으로 예상된다. 성명에는 8월 중 비핵화·경제 지원 등 실무그룹 회의 연쇄 개최 및 9월 중 6자 외교장관회담 일정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수석대표들은 이날 회의에서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및 플루토늄 등 핵물질·핵무기 모두가 신고 목록에 포함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신고·불능화 시간표와 이에 상응하는 경제·에너지 지원 일정을 구체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UEP 문제와 관련, 한·미 등은 북한측이 무기급 HEU 프로그램이 아닌 경수로 건설 후 사용할 연료용 LEU 프로그램의 존재를 시인하고 신고할 경우,HEU 신고를 주장하지 않고 LEU를 받아들여 불능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LEU에 대한 검증을 통해 HEU에 대한 의혹 해소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불능화에 따른 상응조치로는 단계별로 중유 등 에너지를 받아갈 권리를 문서로 규정한 ‘중유상품권’과 중유 저장소 건설 등이 제시됐다고 정부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은 중유뿐 아니라 발전소 개보수 및 식량·의료 등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미측은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릴 경우 북한이 요구하는 대규모 인도적 지원은 물론, 북한의 국제기구 가입과 경제 재건을 위한 재원 마련을 돕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미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이날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확실한 약속을 할 경우 추가적인 경제 지원을 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는 북한 사람들의 고통을 걱정한다.”면서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chaplin7@seoul.co.kr
  • [누드 브리핑] 문서마다 ‘혁신’… 개혁 피로감 오시장 행정도시 착공식 불참

    서울시와 자치구가 추진하는 ‘혁신 코드’에 벌써 피로감이 몰려오는 모양입니다.●혁신 코드와 피로감 요즘 서울시와 25개 자치구에서 절대명제로 통하는 코드는 ‘혁신’인데요. 취임 1년을 넘긴 오세훈 시장이 ‘창의시정’을 내세우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사고 방식과 정책, 근무태도에서 필요한 게 혁신이라고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구청장들도 앞을 다투어 이를 아가고 있는 모양입니다.그런데 ‘혁신 사고’‘혁신 구정’등…. 워낙 혁신을 강조하다보니 모든 문구에 혁신이 붙어야 일이 처리된 것처럼 인식되는 지경인데요. 강북구의 예를 들면 올들어 제목에 혁신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기안문서가 모두 125건에 이른다고 합니다. 외부에 배포되는 보도자료도 17건이구요. 제목이 아니라 내용에 등장하는 혁신이라는 단어는 부지기수입니다. 어떤 자치구에서는 늘 하던 확대간부회의의 이름도 ‘혁신확대간부회의’로 바꾸었습니다. 혁신 구정을 펴면서 나오는 실적을 부서별로 경쟁을 시키니까 예전부터 추진되는 구정의 실적도 슬그머니 ‘혁신실적’으로 둔갑합니다. 이쯤되면 참여정부 초기에 말끝마다 ‘개혁’을 강조하면서 ‘개혁 피로감’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듯이 서울시에도 ‘혁신 피로감’이 생길 법도 하다는 지적이네요.●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오전 충남 연기군에서 열리는 ‘행정중심복합도시’ 조성공사 착공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것을 두고 말들이 많습니다.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수도이전의 중요한 행사인데다,16개 광역자치단체장 가운데 유독 오 시장만 참석하지 않으니까요. 정부 안에서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다.”는 불만이 나올만도 하지요. 서울시는 얼마 전 건설교통부로부터 공문이 날아들자 내부적으로 여러가지를 검토하고 불참을 결정한 모양입니다. 수도이전에 공식적으로 반대입장이기도 하지만 이날 유달리 오 시장의 공식일정이 많기 때문입니다.25개 자치구 가운데 유일하게 방문하지 못한 영등포구를 방문하는 일정이 1개월 이전에 잡혔구요. 그 외 일정도 빡빡하답니다.시청팀
  • 중소기업에 공짜로 통역서비스

    자치구에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무료 외국어 통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구로구는 19일 최근 28명 규모의 ‘외국어 통역 봉사단(글로벌리더스클럽)’을 창단했다.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등 3개 외국어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봉사단은 앞으로 중소기업이 업무상 외국어 통역요원을 필요로 하면 회원을 이 업체에 보내 업무를 도와주기로 했다. 또 다른 나라 기초자치단체의 국제화 사례와 관련된 각종 문서를 번역하고, 외국인을 상대로 한국어 통역과 행정관련 상담도 해준다. 구 관계자는 “중소기업 가운데 다수가 해외 무역과 연관돼 있는 데다 외국인도 많이 거주하고 있어 이같은 행정 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히 있어 왔다.”고 말했다. 서비스를 원하는 개인이나 법인은 인터넷 홈페이지(www.guro.go.kr)로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6자 외교회담 9월 개최등 포함될 듯

    6자 외교회담 9월 개최등 포함될 듯

    |베이징 김미경특파원|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 19일 이틀째 이어지면서 회담국들이 채택할 의장성명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종 합의가 남았지만 북·미가 불능화 및 상응조치 이행 과정에서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대신 저농축우라늄(LEU) 프로그램 신고 수용 ▲핵무기도 신고 대상에 포함 ▲대북 인도적 지원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한발짝씩 물러선 것으로 알려졌다. 테러지원국·적성국교역법 해제 등 북·미 관계 정상화 과정까지 속도를 낸다면 연말까지 비핵화 이행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발표될 의장성명에 핵 신고 및 불능화 시간표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담기느냐에 따라 북·미 간 협상의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중국측이 채택할 의장성명에는 (2단계 조치의)목표 시간표가 들어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한·미 등은 의장성명에 북한이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핵 포기를 시사했다는 내용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핵 프로그램)신고 대상에 북한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이 포함된다는 기본 원칙에 큰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불능화 시간표가 명시된다면 중유 95만t 상당의 대북 경제·에너지 제공 일정에 대한 문구도 함께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8월 중 연쇄적으로 열릴 비핵화 및 경제·에너지 지원, 그리고 9월로 예상되는 6자 외교장관회담 일정·의제 등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불능화 시간표를 최대한 구체화하자는 한·미측 의견에 북한이 동의할지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있다. 북측이 전날 회의에서 ‘조건만 맞다면 연내 불능화 완료’ 의사를 밝힌 만큼 전망은 낙관적이나 이를 문서에 남기는 것은 꺼릴 수 있어서다. 따라서 ‘불능화 시간표를 정해 이행하자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는 낮은 수준의 문구만 의장성명에 반영되고 구체적인 내용은 차기 6자회담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천 본부장은 “이번 회기에서 (불능화 등의)이행 시한에 합의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chaplin7@seoul.co.kr
  • [한나라 후보검증 청문회] 李 질문·답변 지상중계

    [한나라 후보검증 청문회] 李 질문·답변 지상중계

    질문은 때론 독했고, 답변은 때론 격했다. 이 후보는 19일 오후 “많은 의혹과 검증 요구에 가슴이 아팠고, 때로는 시원하게 말을 하고 싶었다.”면서 “많은 의문점을 진실되게 이야기하겠다.”며 청문회에 임했다. 옥천·서초동 땅 투기 의혹부터 도곡동 땅 차명 보유 의혹,BBK 사기사건 관련 의혹,㈜다스 차명보유 의혹 등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세 자녀를 사립초등학교에 보내기 위해 위장전입한 문제도 다시 들춰냈다. 1. 군대 문제 ▶인명진 위원 군대를 왜 안 갔나. -이 후보 군대에 무척 가고 싶었다. 대학 때 새벽 4시부터 이태원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다 63년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논산 훈련소에서 신체검사를 받았는데 기관지 확장증 등 몇 가지 요인으로 퇴출당했다.65년에 신검을 다시 받았는데 그때도 같은 병명으로 면제받았다. ▶인 위원 자서전에서 신입사원 때 정주영 회장과 밤이 새도록 술을 마셨다고 했다. 기관지 확장증, 폐결핵을 앓았는데 괜찮았나. -이 후보 학생운동 경력 때문에 취직이 힘들었는데 현대건설에 입사했다. 사주가 신입사원을 모아놓고 ‘술 마시자. 낙후된 사람은 물러가라.’고 했으니 내일 당장 쓰러져도 최선을 다하리라 마음먹었다. 2. 옥천·서초동 토지 ▶정주교 위원 77년 충북 옥천군 임야 123만 7500㎡(37만5000평)를 처남 김재정씨에게 명의신탁했다는 의혹이 있다. -이 후보 옥천 땅은 지금도 팔리지 않는 험한 땅인데 투기했다는 것이 맞지 않는다. 옥천이 고향인 현대건설 관재담당 정택규 이사가 동네 사람들이 마을회관을 지으려고 그 땅을 판다며 사달라고 부탁했다. 비업무용 토지라 회사(현대건설)가 구입할 수 없었다. 제가 부득이하게 사줬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정 위원 옥천 땅을 김재정씨에게 등기이전한 이유는. -이 후보 소용없는 땅이라 김씨에게 팔아달라고 부탁했다. 그가 개발업무를 하는 기업의 사장이니까. 그러나 팔지 못해서 결국 자기 이름으로 바꿔놓았나 보다. ▶김봉헌 위원 77년 10월20일 서초동 꽃마을 토지 4필지를 사들였다. 당시 시세가 1억 6000만∼2억원이었다. 취득 경위는. -이 후보 76년 현대건설이 중동에서 역사적인 대공사를 수주해서 정주영 회장이 간부에게 특별 보너스를 줬다. 당시 (중동으로)출국하니까 정택규 이사가 정 회장의 지시라며 땅을 샀다가 나중에 통장에 돈을 넣어 돌려주기로 했다. 확인서도 받아놓았다.80년 정 이사 퇴직할 때 땅의 존재를 알았고 91년 퇴직할 때 총무과에서 문서를 갖고 나왔다. 3. 맏형과 처남 ▶박광수 위원 형 상은씨와 처남 김재정씨가 도곡동 토지를 구입했는데 자금 출처가 불명확하다. -이 후보 22년 전 일이다. 어떻게 출처를 밝히겠는가. 김씨는 집에 돈도 있고 개발회사를 운영하고, 형님은 소가 300마리 있는 농장을 갖고 있고 전기 설비회사도 경영했다. ▶박 위원 도곡동 땅을 포스코에 매각한 자금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이 후보 것이기 때문이 아닌가. -이 후보 그 땅이 제 것이면 얼마나 좋겠나. 큰 재산인데…. 김만제 회장이 내가 그 땅을 구입해 달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충격을 받았다. 그 분이 생방송 뉴스에 나와서 그런 말 하지 않았다며 왜 거짓말을 하느냐고 해명했다. ▶박 위원 92년 12월 김재정씨는 9차례에 걸쳐 19억 2000만원을 대출받았다. 거액의 여유 자금이 있는데 왜 돈을 빌렸나. -이 후보 땅을 팔고 자금 관리가 안돼 돈을 보험회사에 장기예금했다. 해약하면 손해를 보니까 예금을 담보로 대출했다. 그리고 장기예금 만기 때 19억원을 빼고 받기로 했다. ▶김명곤 위원 형 상은씨와 처남 김재정씨는 16살 나이차가 난다. 아무리 사돈이라도 동업(다스 지분투자)을 한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 -이 후보 형님과 김씨는 업종을 같이하면서 거의 매일 만나는 사이였다. 성격이 비슷하고, 형님, 형님할 정도로 어울려 다녔다. 4. 친인척 특혜 ▶강헌 위원 다스가 천호동에 주상복합 건설할 때 이 후보가 뉴타운 정보를 주었다는 의혹이 있다. -이 후보 서울시장 때는 대통령을 하겠다는 결심이 섰는데 친·인척이라고 뻔히 아는 사람에게 정보를 줄 정도로 어리석지 않다. 알아봤더니 그 회사가 구입한 땅은 전임 시장이 용적률이 400%에서 600%로 올라가는 상업지구로 바꿨다. 뉴타운이든, 지역균형발전특구든 600% 이상 받을 수 없다. 무슨 정보가 필요하겠냐. ▶정주교 위원 퇴임 직전 이 후보가 소유한 서초동 법조단지 주변의 고도를 완화한 이유는. -이 후보 이 지역만이 아니라 서울의 유사한 지역을 비슷하게 풀었다.5층까지 지은 걸 7층까지 풀어줬는데 용적률은 똑같이 200%다. 건축면적이 같아 저한테 아무런 이익이 없다. 5. BBK 의혹 ▶이동영 위원 BBK설립을 도운 적 있나? -이 후보 그때 국내에 없었다. 김경준 사장 처음 만났을 때 이미 영업중이었다.BBK는 저와 전혀 관련없다. ▶이 위원 다스가 BBK에 190억원을 투자했다. 투자를 권유했나. -이 후보 직접 권유한 사실이 없다. 다만 삼성그룹이 BBK 창업할 때 큰 돈을 맡겼고 저도 투자하니까 간접 영향을 주지 않았는가 생각한다. 무엇보다 철저히 사전조사 했을 것이다. 저를 믿고 맡긴 건 아니다. ▶이 위원 심텍은 2000년 10월20일 BBK투자했다. 이 후보를 믿고 투자했다는데. -이 후보 사실이 아니다. 본인도 사실 아니라는 것을 검찰 조사에서 인정했다. 심텍 사장은 이미 김경준 사장과 밀접한 관계였다. 그러나 장학금 사업은 제가 소개했다. 제가 장신대 장학재단 감사로 있었고 그 장학금 4억원을 활용하는 담당자가 와서 부탁을 하기에 소개했다. 거래를 하다 (자금을) 회수했다. ▶이 위원 심텍은 BBK 투자금 중에서 30억원을 돌려받지 못하자 후보의 주택을 가압류했다. 왜 대응하지 않았나. -이 후보 김경준 사장에게 돈을 맡겼는데 돈을 돌려주지 않는다고 저를 찾아왔다. 김 사장과 이미 헤어졌다고 말했지만 간곡히 부탁해 다른 사람 시켜 연락했다. 그랬더니 BBK는 당신과 관련이 없는 일이라는 당돌한 답변이 왔다. 그 메모를 심텍에 전했더니 저까지 고발한 것 같다. ▶이 위원 BBK의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 도의적 책임을 느끼지 않나. -이 후보 느낄 일이 없고, 아무 관련도 없다. 그 사건 때문에 (김경준) 본인이 대한민국에 들어와 재판받아야 된다.(만일 나와) 관계가 있다면 나를 소송하지, 같이 피해자로서 소송하겠나. ▶정옥임 위원 에리카 킴과의 관계는. -이 후보 아무 관계가 아니다. 에리카 김이 미국 법정에서 이명박 회장과는 사적관계가 없다고 했다. ▶박상길 위원 78년 현대아파트 특혜분양에 대해 아니라고 답했다. 이유가 무엇인가. -이 후보 문제가 된 것은 ㈜한국도시개발이 분양한 5,6차 현대아파트다. 제가 현대에 있을 때가 아니고, 한국도시개발도 대법에서 무죄를 받았다. 당시 도시개발이 분양한 아파트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고 특혜 분양이라고 생각한다. 정리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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