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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감 하이라이트] BBK 공방 재연… 한나라 퇴장

    ‘이명박 국감’ 논란의 진원지인 국회 정무위원회가 23일에도 파행했다.BBK 주가조작 사건 관련 증인채택을 둘러싼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의 지루한 공방이 재연됐다. 막상 국감이 본격 시작되자 한나라당은 일제히 퇴장하면서 ‘반쪽 국감’에 그쳤다. 오전 10시쯤 박병석 정무위원장이 ‘국감 개시’를 선언하자마자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앞다퉈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해 말싸움을 벌였다. 핑퐁 입씨름만 1시간 20분 넘게 진행됐다. 논란은 여전히 ‘BBK 증인채택’ 문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통합신당 간사인 박상돈 의원은 “지난 11일의 증인 채택은 민주주의 절차, 정당성을 감안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면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궁색한 논리로 신성한 국감장을 어지럽혀선 안된다.”고 포문을 열었다. 같은 당 김현미 의원도 “한나라당이 문제 삼는 증인은 오로지 (BBK 전 대표)김경준씨다. 영웅본색이 아니라 한나라당 ‘증인본색’은 김경준”이라면서 “여기서 큰 소리를 치면서 뒤로는 못 오게 하느냐.”며 일각에서 제기한 ‘김씨 귀국 저지설’을 거론했다. 김재홍 의원은 “이명박 후보가 나오면 우리 후보도 나온다. 성역 없는 국감을 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한나라당의 반격도 거셌다. 김양수 의원은 “김경준씨는 여권 위조를 밥먹듯하고, 사문서 위조는 떡 먹듯한 사람”이라면서 “그런 김씨가 3년 내내 (한국에)안 오려고 하다가 왜 갑자기 자기 손으로 들어오려는 것인가…정치권이 이걸 가지고 대선에 악용한다면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진수희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김대업 병역비리, 윤여준 20만달러 수수설, 이회창 후보 부인 10억원 수수설 등이 노무현 대통령의 집권을 가능케 했고 이는 허위로 드러났다.”면서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BBK 의혹의 내용이 아니라 여당 의원들의 공작과 선동”이라고 꼬집었다. 원색적인 비난도 넘쳤다.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는 참여정부 5년의 실정에 대한 평가는 실종되고 1등 후보에 대한 흠집내기로 오염되고 ‘똥칠’되고 있다.”고 말했다가 통합신당 채일병 의원으로부터 “차 의원의 ‘X칠 발언’은 품위가 너무 떨어진다. 속기록에서 삭제해야 한다.”는 핀잔을 들었다. 채 의원은 또 “한나라당 의원들이 우리를 자꾸 ‘구 열린당’이나 ‘신당’이라고 하는데 앞으로는 정식 약칭인 대통합신당으로 불러 달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한당’이라고 부를 것이고, 그렇게 되면 ‘차떼기한 당’,‘부패한 당’이라고 오해받을 것”이라고 으름장도 놓았다. 지루한 말싸움 끝에 잠시 정회했다 속개된 정무위 국감엔 한나라당 의원들이 모두 불참했다. 이제 전선은 이틀 뒤인 25일 금융감독위원회 국감 때 다시 형성될 전망이다. 금감위 국감은 BBK 사건과 관련해 통합신당이 ‘책임소재’를 캐기 위해 잔뜩 벼르고 있는 상태다.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지방행정 혁신 우수사례] (2) 업무 프로세스 분야

    [지방행정 혁신 우수사례] (2) 업무 프로세스 분야

    충북 청주시가 운영 중인 ‘U생활민원 바로처리시스템’은 생활 민원을 즉시 해결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현장 밀착+빠른 처리’가 접목돼 시민 호응도 상당하다. 바로콜센터(120번)가 시스템의 핵심이다. 이곳에서는 20여개 민원 부서가 하나로 통합돼 민원을 원스톱으로 처리한다. 시청 인터넷 홈페이지 ‘청주시에 바란다’나 전화로 민원이 들어오면 해당 민원 부서로 곧바로 건네 해결해 준다. 전화는 120번을 눌러 민원을 접수하면 된다. 민원을 받은 부서는 처리 후 민원인에게 그 결과를 문자메시지로 보낸다. 오래 걸릴 민원은 처리 과정 중간에 문자메시지로 보내준다. 시민이 시청을 찾지 않아도 민원처리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다. 부서를 몰라 헤매는 일도 거의 사라졌다. 가로등이 고장나고 도로가 파이는 사소한 민원은 곧바로 출동해 처리해 주고 있다. 시민 대부분 휴대전화가 있어 이런 민원은 신고하기도 편리하다. 야간 민원은 홈페이지 ‘시민생활전망대’에 올려 다음날 처리한다. 이전에는 민원이 접수되면 담당 부서에 넘기고 해당 부서는 처리결과를 공문서로 만들어 통보했다. 지금은 접수건수만큼 공문서가 줄고 처리기간도 예전 7일 정도에서 5일로 단축됐다. 이 시스템은 2003년 7월 도입됐다. 전화민원만 접수하다 인터넷으로 확대됐다. 이 때문에 첫해 7300건이던 처리실적이 올 들어 지금까지 9100건으로 늘어났다. 이 제도가 도입된 뒤 시민들의 불평이 대부분 사라졌다. 청주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鄭 “가치논쟁 토론 붙자” 李 “단일화 후보와 할것”

    한쪽은 만나려 하고 다른쪽은 피하려 한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연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1대1 토론’을 요구하고 있다.21일에는 “이번 대선에서 가치로 승부하자.”고 제안했다. 앞서 ‘밤샘토론’과 ‘국감 동반 출석’도 요구했다. 정-이 후보간 1대1 구도를 만들겠다는 계산으로 읽힌다. 반면 이 후보는 “범여권 단일화부터 이루고 오라.”고 일축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애걸해도 체급이 안 맞다.”고도 했다. 철저한 ‘무시모드’다. 정 후보는 이날 당산동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후보간 끝장토론을 요구했다. 또 통합신당의 ‘차별없는 성장 특별위원회’와 한나라당 ‘경제살리기 특별위원회’의 정책전문가 대토론회 개최도 공개 제안했다. 그는 “1997년 대선에서 45차례 토론이 있었고,2002년에는 TV 토론을 포함해 85회의 토론이 있었다.”며 이 후보에게 맞대결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자신 있으면 나와서 토론 못할 이유가 없다. 새로운 가치에 대해 토론하자.”고 했다. 이 후보측의 무대응 전략에 답답한 기색이다. 그는 “이 후보가 유일하게 내세우는 게 지지율인데, 지지율 믿었다가 나중에 망신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상대를 자극하기도 했다. 정 후보는 다급하다. 이 후보의 대세론은 벌써 1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지지율은 50%를 넘는 고공행진이다. 대세론을 넘어 아예 ‘독주체제’다. 이제 막 추격에 나선 정 후보로서는 갈길이 멀다. 공격에 ‘올인’할 수밖에 없다. 정 후보는 연일 공격 수위를 올리고 있다.‘정글자본주의’‘냉전노선’‘약육강식’등 적나라한 표현도 쏟아낸다. 대립각을 명확하게 세워 전통적 지지층을 붙잡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빨리 1대1구도를 만들어 범여권 단일화 국면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셈법도 포함돼 있다. 이 후보에 맞서는 범여권 대표선수로 먼저 자리매김하려는 것이다. 반면 이 후보는 ‘충돌’을 피하고 있다. 지지율 20% 미만에다가 아직 범여권 단일 후보도 아닌 정 후보와 맞대좌할 필요가 없다는 태도다. 이 후보는 이날 광주에서 “만약 대선 후보간 토론회를 한다면 여타 후보들이 단일화된 후 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부에서 후보간 토론회 개최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정동영 후보, 이인제 후보, 문국현 후보등 일부 대선후보들 사이에 후보 단일화하겠다는 말이 많은 만큼 이들 후보가 단일화를 이룬 후 특정 후보와 토론회를 갖겠다.”고 밝혔다. 나 대변인도 정 후보의 제안에 대해 “‘토론하자.’‘국감에 함께 가자.’고 애원하는 것은 1등 후보와 함께 지지율을 올리려는 수법”이라고 폄하했다. 공식적으로는 “범여권 단일화가 이뤄진 뒤에야 상대해주겠다.”는 입장이다. 속으로는 다른 계산법도 있다. 방송기자 출신에 달변인 정 후보와 벌써부터 TV토론을 벌여 유리할 게 없다는 판단이다. 자칫 말실수라도 했다간 오히려 손해보기 십상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다. 게다가 이 후보는 지난 11일 ‘MBC 100분 토론’에서 동문서답을 하는 등 당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당시 일부 네티즌들은 MBC홈페이지에 몰려가 “이게 토론이냐.”며 성토하기도 했다. 어쨌든 정 후보와의 토론은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이 후보의 최측근은 “TV토론으로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최대 3%포인트 안팎”이라며 “두 후보가 근접해 접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도 아닌데 왜 우리가 TV 토론을 거부하겠냐. 일단 후보단일화부터 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규 박지연기자 nada@seoul.co.kr
  • 국감 ‘검증 싸움’에 民生 뒷전

    국감 ‘검증 싸움’에 民生 뒷전

    17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대선 후보 검증과 방어전으로 얼룩지고 있다. 국정 전반을 점검, 민생을 챙겨야 할 국회가 대선 공방에만 몰두하고 있어서다.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은 모두 국감을 맞아 ‘정책 검증’을 장담했다. 하지만 두 당은 이명박 후보 때리기와 방어, 나아가 정동영 후보 흠집내기로 정치공방전에 매달렸다. 지난 17일 국감 첫날부터 증인 채택 문제로 파행된 정무위는 금감위·금감원 국감이 예정된 25일에도 진행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통합신당이 BBK 사건 관련 증인을 신청, 한나라당이 보이콧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통합신당은 21일 “한나라당이 정무위에 출석하기로 한 증인들에게 실질적으로 출석하지 말라고 문서를 보냈다.”면서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로 명백한 국회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건설교통위도 정치공방이 뜨겁다. 경부운하뿐만 아니라 이명박 후보의 서울시장 재직시절 제기된 상암 DMC 특혜 의혹이 관건이다. 오는 29일 서울시 국감에서 증인 출석이 예정돼 있어 두 당의 정면 충돌이 예상된다. 재정경제위에서는 BBK 주가조작, 도곡동 땅 차명 보유 의혹 등이 핵심이다. 통합신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이날 모 주간지를 인용해 “이명박 후보가 LKe뱅크 주식을 매각하면서 양도세 등을 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양도 행위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다. 세금 탈루 주장은 얼토당토하지 않다.”고 반박했지만 22일 국세청 국감에서 이 문제가 다뤄질 전망이다. 한편 통합신당의 최재천 대선기획단 대변인은 이날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BBK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경준씨 귀국에 정동영 후보의 한 측근이 개입됐다.”며 귀국 배후설을 거론한 것과 관련,“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정 의원을 고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행정자치위에서는 정동영 후보 부친의 친일 행위 의혹이 도마에 올랐다. 한나라당은 문화관광위 국감에서 정 후보가 문화방송(MBC)기자시절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을 취재하다 구조 작업을 방해했다고 공격했다. 법사위 국감에서는 정 후보 처남 주가조작 의혹을 제기, 이 후보에 대한 BBK 주가조작 의혹에 맞불을 놨다. 19일까지 국감이 ‘몸풀기’였다면 22일부터는 양당의 전면전이 예상된다. 통합신당은 이 후보에 대한 도덕성 검증을 계속하는 한편 ‘성공한 경영인’ 이미지 깨기에 나서는 두 갈래 전략을 세웠다. 김 원내대표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이 후보의)지지율이 끄떡없다.”면서 “성공한 CEO가 아니라는 것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이 후보에 대한 공세를 최대한 막으면서 정 후보에 대한 각종 의혹을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고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 후보가 참여정부 핵심인물인 만큼 참여정부 실정을 부각시키는 ‘물귀신 작전’도 병행할 방침이다. 박지연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30년전 구상 실천에 옮기는 고승길 교수

    30년전 구상 실천에 옮기는 고승길 교수

    대학로에 연극박물관이 들어선다.100여개의 극장이 난립해 있지만 번듯한 자료실 하나 없는 연극의 메카였다. 이 구상은 중앙대 연극학과 고승길(64) 교수의 머릿속에 30여년 전부터 들어 있던 것.5년 전 서울 종로구 명륜동 149평 부지에 2층짜리 건물을 산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현재 오아시스 세탁소 극장이 움튼 곳이다.25억원의 사비를 털었다. 첫삽은 내년 2월에 뜬다.9월이면 ‘동양연극박물관’이라는 현판이 대학로에 내걸린다. 지상 5층, 지하 2층짜리 문화공간이다.“제 개인 연구실과 50평짜리 아파트를 팔 예정입니다. 가족들 반대요? 나보다도 집사람이 빨리 지어야 된다고 난리예요.” 40여년간 아시아 연극을 공부해온 고 교수. 새 박물관에 동양연극을 제대로 알릴 자료를 비축하고 활용·교육하겠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연극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볍게 맥주 한잔하며 정담을 나누는 곳이었으면 하는 소망도 있다. “대학로에는 공연 행위만 있지 연구나 정보를 비축하려는 노력이 없어요. 돈 들여 국제적 규모의 연극제를 열어도 기본 정보가 없어 낭비가 많습니다. 요즘 한류라고도 하지만 아시아권에서 한국이 주도를 못하고 있는 건 아시아 문화에 무지해서지요.” 한국 연극은 실크로드 때부터 동양 연극과 역사·문화적으로 깊은 관계를 맺었다는 게 고 교수의 설명이다. 고구려의 아크로바틱과 인형극이 발달한 것도 그 때문. 그런 맥락에서 그는 지금처럼 더이상 서양 연극에만 매달려서는 곤란하다고 주장한다. ‘동양연극박물관’에는 지난 40년간 고 교수가 모아온 귀중한 자료가 전시될 예정이다. 일본, 중국, 터키, 이란, 인도, 태국, 티베트 등 아시아 전역을 돌며 구해온 ‘보물’들이다. 일본만 150여번 오갔다. 인도 뉴델리에서는 시골 노인의 보따리까지 뒤졌다. 한·중 수교 전에 서적이나 자료를 들여올 때는 공항에서 번번이 ‘불온문서 의혹’을 받아야 했다. 그렇게 모은 3만권의 서적과 1만여점의 논문, 포스터와 프로그램, 비디오 테이프,CD,DVD 4000여점 등이 모두 새 박물관에 소장된다.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은 해방 이전의 희곡을 비롯해 각종 가면과 인형극, 그림자연극 인형 500점도 함께 전시된다. 대학에 남길까도 했지만 국내 대학 박물관 중 변변히 제 역할을 하는 곳이 없어 포기했다. “일본 와세다대 연극박물관도 유명하지만 자국 것이 대부분이고 나머지는 서양, 중국 자료입니다. 동양 전체 연극을 주제로 아우르는 박물관은 최초가 아닐까요.” ‘동양연극박물관’은 극장 2개와 스튜디오, 전시실 2개, 자료보관실과 연구실 등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극장 이름도 정했다.‘미마지’.“미마지는 백제 시대 612년에 기악무(伎樂舞·불교적 교훈이 담긴 산대가면극 같은 것)라는 걸 일본에 전해준 한국 최초의 배우예요. 우리는 늘 뭐 한다 하면 그리스 얘기를 하길래 기분 나빠서 미마지로 정했지요.”(웃음)‘미마지’는 대학로 연극쟁이들에게 싼 임대료로 내놓을 생각이다. 문제는 지원이다. 모두 100억원의 자금이 들어갈 공사지만 고 교수는 개인돈 25억원 외에 외부의 도움은 구하지 않은 상태. 또 하나의 걸림돌은 박물관 일대의 문화지구 지정이다. 현재 오아시스 세탁소 극장 주변에는 게릴라 극장과 소극장 모시는 사람들, 동숭무대와 현재 공사 중인 선돌극장 등 5개의 소극장이 들어서 있지만 문화지구에서 벗어나 있다. 용적률 혜택을 못 받는다는 얘기다. “다른 건 몰라도 나는 그런 주변머리가 없어요. 만들고 나면 이 사업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겠죠. 제가 중앙대에서 35년을 가르친 사람인데 제자들만 해도 유명한 탤런트가 얼마나 많아요. 그런데 저는 평소에 신세 안 지는 사람으로 되어 있어서….”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편지 속에 담긴 우체국 역사 한눈에

    편지 속에 담긴 우체국 역사 한눈에

    충남 천안의 정보통신공무원교육원은 19일 원내에 있는 우정박물관에서 ‘편지 속에 담긴 우체국 역사’라는 주제의 특별 전시회를 시작했다. 행사는 25일까지 열린다. 전시회에는 박물관이 소장한 편지 사료와 ‘내가 그리는 우표’가 전시되며,‘통신 수단의 어제와 오늘’의 패널을 통해 우정의 역사도 보여준다. 발행우표와 변형우표 속에 서로 다른 부분을 찾는 ‘우표속 다른 그림 찾기’ 등 다채로운 이벤트 행사가 함께 펼쳐진다. 특히 우정총국에 와 있던 일본인 고문 오비스케 아키(小尾輔國)가 인천우정분국 이상재사사(李商在司事)에게 우편 창설을 축하하기 위해 보낸 서신, 편지 최다 발송으로 한국기네스북에 오른 ‘편지발송대장 16점’ 등 33점이 ‘편지’에 관한 주제로 공개된다. 우정박물관에는 우리나라 최초 우표인 ‘문위우표’ 등 희귀우표와 엽서, 공문서, 통신 사료 등 근대우정 120여년의 생생한 자료가 전시돼 있다. 관람료는 무료다. 단체 관람 등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icoti.go.kr)와 우정박물관(041-560-5902∼3). 천안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정부가 쇠고기협상 재개 먼저 제안”

    미국산 쇠갈비 수입을 위해 지난 1일 시작된 한·미 쇠고기 협상이 정부 발표와 반대로 우리측이 먼저 제안해 이뤄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 소속 강기갑(민주노동당) 의원은 19일 농림부 국정감사에서 “지난달 5일 가축방역협의회 개최에 앞서 농림부 축산국장과 관계자가 주한 미국대사관 농무관에게 전화 및 이메일을 통해 ‘우리측 가축방역협의회는 10월5일로 마지막이 될 것이다.10월17일부터 국정감사 일정이 있으니 그 전에 협상을 진행하자.’고 먼저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당시 ‘등뼈’가 추가로 발견된 직후라 미국측이 쇠고기 협상 개최 요구를 할 처지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강 의원은 “재발방지책을 요구하고, 현지조사를 요구할 수도 있었을 뿐 아니라 국정감사 일정 등을 고려하면 빨라야 11월에나 할 수 있을 협상을 우리 정부가 먼저 나서서 앞당겼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농림부 관계자는 “축산국장이 두 번째 등뼈 발견 전에 이미 주한 미국대사관에 ‘5일 가축방역협의회가 끝나니 수입위생조건 협상은 2주일 뒤인 11∼12일쯤 가능하다.’는 의견을 전했다.”면서 “미국이 등뼈 발견 이틀 후인 6일 정식문서로 협상 개시를 요청해 왔는데, 일정을 미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종교건축기행34/김성호 서울신문 문화전문기자

    미륵신앙의 본산이자 동학혁명의 발원지였으며, 강증산의 후천개벽 사상을 낳은 우리나라 민중종교운동의 본거지인 전북 김제 모악산 들머리에는 개신교의 순례성지가 하나 자리잡고 있다.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전통 윤리를 교회건축에 그대로 살려낸 금산교회가 그것이다. 유교적 전통이 완강하던 1908년 세워진 금산교회는 ‘ㄱ’자형이다. 합각을 이룬 모서리에 있는 강단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여성, 오른쪽에는 남성 신자들이 예배를 봤다. 그런가 하면 경남 양산 통도사의 대웅전에는 불상이 없다. 대웅전의 북쪽에는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금강계단이 있기 때문이다. 대웅전에서는 북쪽 벽에 난 커다란 창으로 금강계단, 즉 부처를 향하여 참배할 수 있다. 김성호 서울신문 문화전문기자가 쓴 ‘종교건축기행34’(W미디어 펴냄)를 펼쳐들면 한국 종교건축이 언제 이렇게 다양한 전통을 만들었을까 새삼 놀라게 된다. 한국 문화의 저변을 형성한 불교의 절집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불과 100년이 조금 넘는 건축 역사를 지닌 천주교와 기독교의 예배공간이 이미 우리 문화를 풍요롭게 하는 자산으로 확고히 자리잡았다는 사실을 34곳의 사례는 분명히 일깨워 준다. ‘종교건축기행’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호평을 받으며 서울신문에 실린 연재물. 종교건축의 아름다움에 머물지 않고 정치·사회·종교·문화적 배경으로 시야를 확대한 만큼 한국 종교문화사를 개괄한 입문서로도 손색이 없다. 초창기 백정을 대상으로 목회를 하여 ‘백정 교회’로 불린 서울 인사동의 승동교회와 국내 유일의 정사각형 교회인 봉화 척곡교회 등 개신교회 8곳, 천주교도를 처형한 전주 풍남문의 석재를 주춧돌로 쓴 전주 전동성당과 한옥으로 지은 익산 나바위성당 등 천주교회 11곳을 소개했다.‘한국 불교 1번지’인 서울 조계사와 시인 고은이 출가한 절로 일본 에도(江戶)시대 건축양식으로 지은 군산 동국사 등 절집 10곳도 둘러볼 수 있다. 무엇보다 원불교의 발상지인 영광 영산성지와 증산도의 성소인 대전 태을궁, 천도교의 발상지인 경주 용담정, 한국정교회의 요람 성 니콜라스 서울대성당, 한국 이슬람의 핵인 서울 이슬람중앙사원 등 소수 종교 및 종파의 건축물도 자세히 소개한 것은 이 책의 가치를 높인다.1만 5000원.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檢 “변씨, 한갑수 前이사장에게 압력”

    서울 서부지검은 18일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한갑수 전 광주비엔날레 이사장에게 전화로 신정아씨를 예술감독이 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변씨의 진술을 확보하고, 한 전 이사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또 홍기삼 전 동국대 총장을 불러 신씨를 채용하는 대가로 변씨가 동국대에 대한 국고 지원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캐물었다. 홍 전 총장은 2005년 기획예산처 장관이었던 변씨한테서 동국대의 예산 특혜를 받기 위해 신씨를 교수로 채용한 혐의(뇌물공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미 동국대 예산·교원임용과 관련된 담당자들을 불러 사실 관계를 조사했고, 변씨의 압력 행사 진술까지 확보한 상태지만 홍 전 총장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2005년 6월 변씨가 홍 전 총장을 만나 “신씨를 동국대 교수로 채용하면 100주년 기념사업과 관련해 동국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원을 시사했다는 진술과 홍 전 총장이 신씨의 임용을 반대하는 교수들에게 “신씨를 임용하면 학교 재정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는 진술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또 광주비엔날레 재단 관계자들의 전화통화 내역을 분석해 변씨가 한 전 이사장에게 전화통화를 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신씨의 영장 재청구때는 신씨의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임용과 관련해 진술을 확보하지 못해 변씨와 신씨에게 각각 직권남용과 사문서 위조의 관련 혐의를 추가하지 못했다. 특히 검찰은 신씨가 이종상 서울대 명예교수의 추천으로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에 지원했다는 진술에 따라 이 교수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변씨가 이 교수에게 직접 외압을 행사했느냐는 질문에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편 검찰은 박문순 성곡미술관장의 집에서 발견한 60억원대의 괴자금 출처를 파악하기 위해 남편인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의 위장계열사로 보이는 3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했다.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국감 파행은 네탓”

    “국감 파행은 네탓”

    ■ 신당 “이명박의혹 조직적 은폐” 대통합민주신당은 국정감사 첫날부터 일부 상임위에서 일어난 파행의 책임을 한나라당에 떠넘겼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18일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어제 정무위에서 한나라당이 위원장석을 점거해서 국감을 방해했다.”면서 “이는 이명박 후보의 주가조작 의혹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사건의 핵심인 김경준씨를 증언하게 하고, 관련 증인이 확인하면 되지 정쟁거리가 아닌데 한나라당 의원들이 몸을 던져 국회를 파행으로 몰아갔다.”면서 “한나라당이 국감을 방해하면 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또 그는 이 후보의 경부 운하 공약과 관련,“건교위에서 운하에 대한 검증에 들어갔다.”면서 “한나라당은 이명박 후보만 바라보지 말고 국민을 바라보고 정치를 해야 한다. 경부운하에 대해 책임을 가지고 토론에 나서서 철저하게 분석해 보자고 제안한다.”고 말해 국감에서 이 후보 공약에 대한 검증을 계속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한나라 “국감장을 대선운동장化” 한나라당은 이날 “대통합민주신당이 국정감사장을 대선 운동장으로 변질시켰다.”며 통합신당에 국감이 파행을 겪은 책임을 물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통합신당의 국감계획 문서를 공개했다. 그는 “통합신당이 이번 국감을 이명박 후보를 흠집내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체계적으로 준비했다.”면서 “이같은 공작정치 행태는 국민의 심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안 원내대표가 공개한 문서는 통합신당의 2007년도 국정감사 종합상황실 운영 계획안으로, 작성일이 지난 9일로 돼 있다. 그는 이 후보 의혹 현안에 대한 관련 상임위와 간사들의 상황대응법이 문서에 담겼다고 밝혔다. 강재섭 당 대표도 “통합신당이 이 후보를 둘러싼 악의적인 정치공방으로 국감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면서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무조건 면책특권 속에서 일을 저질러놓고 보자는 심보를 갖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2002년 공작정치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국민적 심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로스쿨 1500명+α 가능성 희박

    로스쿨 1500명+α 가능성 희박

    국회 교육위원회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총정원이 너무 적다는 이유로 교육인적자원부에 다시 보고하라고 요구하면서 총정원 규모가 얼마나 늘어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로선 1500명인 총정원이 늘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충분한 검토를 거쳐 결정했기 때문에 더 늘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 교육부의 논리이기 때문이다. 교육부 고위 관계자는 18일 “현재로선 (총정원 규모를) 수정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본다. 총정원을 늘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도 “다시 보고하더라도 총정원은 일단 정부안대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대신 지난 17일 국정감사 때 의원들이 제기한 사안과 시민단체들이 제기한 문제점에 대한 설명 및 해명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오는 26일 국회 교육위에 로스쿨 추진 현황을 다시 보고할 때도 총정원 규모는 1500명을 유지한 채 이렇게 결정한 배경을 자세히 설명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교육부의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이미 저쪽(청와대)과 사전 조율을 거쳐 결정한 사안을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고 귀띔했다. 의원들이 국정감사 때 문제삼은 ‘교육부총리의 국회 보고’에 대해서도 교육부와 국회의 생각이 엇갈린다. 의원들은 ‘교육부장관은 총입학정원을 미리 국회 소관 상임위에 보고하도록 한다.’고 규정한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제7조를 들어 ‘사전 협의’를 하지 않은 교육부를 비판했다. 이 조항은 지난 6월 교육위가 정부 안을 고쳐 상정하면서 추가했다. 한나라당 이군현 의원은 “보고하라는 것은 사전 협의를 하라는 취지인데, 이건 보고가 아니라 통보”라며 교육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교육부의 생각은 다르다.‘보고’는 문서 보고가 관행인데 이를 사전 협의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만약 국회가 사전 협의를 원했다면 수정안을 만들 때 ‘보고’가 아니라 ‘사전 협의’라는 표현을 써야 했다.”면서 “국회가 책임을 지기 싫어 ‘보고’라고 해놓고 이제 와서 발목을 잡는다.”며 불만스러워했다. 교육부는 18일 오전 법제처에 공문을 보내 ‘보고’의 해석을 의뢰했다. 그러나 법제처의 해석이 나오는 데까지 두 달 정도 걸리는 데다 최종 법원 판단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달 26일 이어지는 추가 보고에서 사실상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자이툰 파병 경제 실익 논란] 국내업계 “23兆 재건특수 사업성 불확실”

    [자이툰 파병 경제 실익 논란] 국내업계 “23兆 재건특수 사업성 불확실”

    지난 8월 증권가는 갑작스러운 ‘재건특수´ 기대감으로 요동쳤다.13개 국내 기업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하는 한국·이라크 합자법인 ‘코리쿠르디’가 이라크의 쿠르드지방정부(KRG)와 23조원 규모의 재건사업 양해각서(MOU)를 맺었다는 보도 때문이었다. 컨소시엄 참여 기업으로 거론된 S사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수직상승했다. 내리막을 걷던 H·K·P사의 주가도 일제히 반등세로 돌아섰다. ●군이 개발업자 홍보창구? 흥미로운 점은 MOU 체결 사실을 처음 보도한 곳이 군(軍) 매체인 ‘국방일보’였다는 점이다. 국방일보는 8월10일 ‘국내기업 중동신화 다시 쓴다’라는 제목의 1면 머리기사에서 “H·S건설 등 13개사가 컨소시엄으로 참여하는 코리쿠르디 코리아가 댐·고속도로 등 23조원 규모의 재건사업 MOU를 맺었다.”면서 “여기엔 자이툰부대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고 덧붙였다. 통신과 인터넷 매체가 이 내용을 실시간 속보로 내보냈고, 다음날 대부분의 종합지와 경제지가 ‘23조’라는 사업규모에 초점을 맞춰 비중있게 기사를 다뤘다. 당시 국방일보는 자이툰 부대로부터 보도자료와 함께 코리쿠르디 관계자를 소개받아 기사를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이 사실상 개발업자의 홍보창구 역할을 한 셈이다. ●거론 업체 “이름 도용당했다” 보도가 과장됐다는 사실은 취재 결과 쉽게 확인됐다. 기사에 거론된 대기업 H사 관계자는 “자금 회수 전망이나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MOU를 100번 체결해도 소용 없다.”고 일축했다.K사 관계자도 “컨소시엄 참여를 타진받은 적이 없다.”며 “사실상 이름을 도용당한 것”이라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중견기업 S사 관계자도 “해외담당 직원이 시장조사차 현지를 다녀왔지만 본사는 자금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해 접었다.”고 전했다. 업체 반응이 부정적인 이유는 코리쿠르디가 KRG와 체결했다는 MOU를 보면 분명해진다. 서울신문이 확보한 MOU 사본은 말 그대로 계약에 이르는 절차와 조건을 기술한 사문서에 불과하다. 문서 말미엔 “이 문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으며 공식 계약을 맺는 데 참고 지침으로만 사용된다.”는 조항이 첨부돼 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MOU에 열거된 사업들이 시행 여부조차 불투명하다는 데 있다. 대부분 다목적댐(5개)과 고속도로(182㎞), 철도, 상하수도 시설(8개 도시) 등 사회인프라 시설로, 댐 건설이 전체 사업비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수출입은행 이라크 담당 유광훈 연구원도 “리스크 보증능력도 없는 KRG가 투자자부터 끌어모으자는 속셈으로 MOU를 남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 발주가 아닌, 선투자 방식으로 진행되는 사업형태도 걸림돌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박복영 중동팀장은 “한국처럼 신용도가 높은 국가도 투자형 사업으로 외자를 유치하긴 어렵다.”면서 “개발업자들은 석유 등 현물을 통한 사후변제 가능성을 얘기하지만 하루 3만배럴 수준인 쿠르드의 산유능력으론 10년이 지나도 투자금 회수가 어렵다.”고 전망했다. 산자부 등 정부 일각에서 제기하는 석유사업 진출 전망도 불투명하다. 정파 갈등으로 석유법이 통과되지 않고 있는 데다, 이라크 국민 대부분이 개발권을 외국기업에 넘기는 데 강한 반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대를 걸고 있는 KRG의 자체 석유법도 법적 효력이 없다는 게 문제다. ●잇따른 철군행렬… 군사적 긴장도 고조 상황이 이처럼 비관적임에도 군과 국방부는 사업 전망을 부풀리기에 급급하다. 지난달 국방부 기자단의 자이툰 부대 취재 당시 합참은 일정 대부분을 KRG와 코리쿠르드 관계자 면담에 배정했을 정도다. 이같은 사정은 이달 초 정부 합동평가단이 아르빌을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가 재건특수를 부각시키는 것은 당초 자이툰 부대의 거취 판단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힌 ▲이라크 정세 ▲동맹국 동향 ▲이라크·미국의 입장 ▲국내기업 진출전망 등이 주둔에 불리한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치안이 안정돼 있던 쿠르드 지역은 17일 터키 의회가 쿠르드반군 소탕을 위해 터키군의 이라크 월경(越境)공격을 승인함으로써 군사적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파병국의 철·감군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에 이어 가장 많은 병력을 파견했던 영국마저 병력을 절반으로 줄인 뒤 내년 중 전면 철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란 사실도 자이툰 부대의 주둔 입지를 좁게 만드는 요소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국감 하이라이트] “폭력의원” “생떼의원” 끝내 파행

    “폭력의원 물러가라.”(한나라당 김정훈 의원) vs “뗑깡, 생떼…이성있는 국회의원이 아니다.”(대통합민주신당 박상돈 의원) 국정감사 첫날인 17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끝내 파행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감증인 ‘강행채택’에 반발하며 위원장석을 점거, 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자정까지 양당 의원들은 국감파행 책임을 서로 떠넘기며 지루한 공방만 되풀이하다 결국 유회(流會)사태를 빚었다. 남은 국감기간 내내 파행을 되풀이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당초 국감은 세종로 정부 청사 19층의 회의장에서 오전 10시부터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1시간 전부터 위원장석을 점거했다.‘불법증인 채택 무효’‘박병석 폭력위원장 즉각 사퇴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내걸고, 차명진 의원이 속옷만 입고 상처 부위를 찍은 사진도 전시했다. 실랑이는 오전 9시57분 통합신당 의원들이 입장하며 시작됐다. 통합신당 정무위 간사인 박상돈 의원이 “어제(16일) 한나라당 의원님들 이름으로 상임위 개회요구를 제출해놓고 오늘 막상 하려니까 위원장석을 점거하느냐.”고 따지자, 위원장석에 앉아 있던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이 “의원도 아닌 사람, 괴한을 불러들인 폭력 정무위원장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그러면서 박병석 정무위원장의 사퇴 등 4개항을 요구했다. 이후 박상돈 의원이 “BBK를 비롯한 이명박 후보 관련 의혹에 대한 검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고 이러는 것이냐.”고 포문을 열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고함으로 맞섰다. 김정훈 의원은 “그렇게 폭력행위나 하라고 위원장 준 게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신당을 ‘날치기당’,‘여성폭행당’이라고 비판했다. 박병석 위원장은 오전 10시17분 회의장에 입장해 “불미스러운 모습을 보여 송구스럽다. 여야 간사가 합의하도록 하자.”고 말한 뒤 퇴장했다. 한나라당은 “정무위는 격투기장이 아니다.”,“사과부터 하라.”고 비난했다. 이 과정에서 양당 의원은 10분가량 몸싸움도 벌였다. 양당 간사는 이후 의견조율에 나섰지만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동안 피감기관 공무원과 증인·참고인만 하루종일 자리를 지키며 벌을 서야 했다. ■ 법사위 증인채택 맞서 결론 못내 한편 법사위의 법제처 국감에서도 양당 의원들은 여야 후보 연루 의혹이 제기되는 사안과 관련한 국감 증인채택 문제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양당은 결국 서로의 주장을 관철시키지 못하고, 다음에 논의키로 했다. 국감이 시작되자 대통합민주신당 김종률 의원은 “이명박 후보의 도곡동 땅 차명매입 의혹과 BBK 사건과 관련된 국감 증인채택건과 이 후보의 도곡동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기록의 문서검증건을 처리해야 한다.”며 최병국 위원장에게 입장을 표명해줄 것을 촉구했다. 그러자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신정아씨 사건 등 특검법은 한나라당이 먼저 제출했기 때문에 논의를 한다면 한나라당 법안을 먼저 심사해야 한다.”면서 “국감을 먼저 진행하고, 나중에 상의하자.”고 제안했다.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자 한나라당 박세환 의원은 “정동영 후보 처남 민모씨가 2001년 코스닥 업체 3곳의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전주지검 수사를 받았다.”면서 관련 문서검증을 요청, 통합신당에 맞불을 놓았다. 결국 최병국 위원장이 “간사간 협의를 좀 더 지켜본 뒤 논의하자.”며 논쟁을 일단 매듭지었다. 박지연 홍희경기자 anne02@seoul.co.kr
  • [별난 일 별난 사람들] (11) ‘암벽 사나이’ FnC코오롱 원종민 차장

    [별난 일 별난 사람들] (11) ‘암벽 사나이’ FnC코오롱 원종민 차장

    FnC코오롱 스포츠마케팅팀 원종민(45) 차장은 ‘암벽의 사나이’다. 암벽을 탈 만한 곳이라면 전국 어디든 그의 손이 거쳐갔다고 봐야 한다. 사람들에게 암벽타기와 등산을 가르치는 선생님이기도 하다. 그동안 길러낸 제자가 4000명을 헤아린다. 전문서적도 여러 권 냈다. 그의 암벽타기는 취미가 아니라 생업이다.FnC코오롱에서 만드는 등산용품을 출시 전에 테스트하고 더 나은 제품 개발의 아이디어를 찾는 일이다.1992년 입사 이후 올해로 16년째다. “등산복과 등산기구는 반드시 현장에서 써 보고 문제점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제품이 조금만 부실해도 커다란 인명사고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암벽 타기에 입문한 것은 대학(동국대 산업공학과) 2학년 때였다. 처음에는 “공부나 하지 뭐하러 그렇게 위험한 짓을 하느냐.”는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 장비를 감춰놓는 바람에 집안에서 ‘보물찾기’를 해야 했던 적도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결국 부모님을 설득시킬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철저한 안전의식이었다. 헬멧, 암벽화 등 안전장구가 없으면 절대로 등반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25년 동안 암벽을 타면서 단 한 차례도 다쳐본 적이 없다. 그는 ‘코오롱 등산학교’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 등산학교는 1985년 홍보 차원에서 발족됐다가 지금은 등산에 관한 모든 궁금증을 해결해 주는 ‘등산사관학교’로 자리매김했다. 이곳에서 4000명의 제자도 길러냈다. 그는 대한산악연맹의 등산교수도 겸하고 있다. 원 차장은 3년 전 히말라야 아마다블람(6812m)과 드리피카(6447m)를 등반했다.‘암벽등반의 세계’(1995년)와 ‘등산’(2001년) 등 전문서적도 냈다. 여름에는 암벽을, 겨울에는 꽁꽁 얼어붙은 폭포 빙벽을 탄다. 그는 “빙벽은 미끄러운 데다 쉽게 깨져서 더 위험하지만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내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어 더 짜릿한 희열을 안겨준다.”고 말했다. 동양 최대 높이인 설악산 토왕성폭포(350m)를 겨울 빙벽 등반의 으뜸으로 꼽는다. “암벽을 탈 때보다는 비행기 탈 때가 더 무서워요. 암벽에서는 내 몸을 내가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지요. 누구라도 한번 도전해 보면 보기보다는 그렇게 무섭거나 어렵지는 않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후보검증 공방 멱살잡힌 국감

    후보검증 공방 멱살잡힌 국감

    대선을 60여일 앞두고 17일 열린 17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첫날부터 일부 상임위가 중단되는 등 파행을 겪었다. 국회는 이날 14개 상임위별로 36개 소관 부처 및 산하기관에 대한 국정감사를 시작하는 것으로 다음달 2일까지 17일간의 국감 일정에 돌입했다. 하지만 대선을 불과 두 달 앞두고 열리는 사실상 ‘후보 검증 국감’이어서 이날 정무위와 법사위에서 대선후보 관련 의혹에 대한 증인채택을 둘러싸고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 의원들간 몸싸움과 설전이 벌어지는 등 충돌이 빚어졌다. 양당은 앞으로도 후보 검증을 벌인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국감일정이 공전을 거듭할 전망이다. 통합신당은 경부운하,BBK 주가조작 의혹, 상암DMC 특혜분양 의혹 등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겨냥한 검증공세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은 2차 남북정상회담과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 기자실 통폐합 조치 등을 집중 거론하는 동시에 통합신당 정동영 후보에 대한 역검증으로 맞선다는 전략을 세웠다. 정무위는 이날 정부 중앙청사에서 총리비서실과 국무조정실에 대한 국감을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이 회의 시작 전부터 청사 19층에 마련된 국감장의 위원장석을 차지하고, 박병석 정무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국감진행을 막았다. 통합신당 의원들은 회의를 강행하려 해 양측간 극심한 몸싸움을 벌이는 등 대치 끝에 결국 회의조차 열지 못했다. 법사위의 법제처 국감에서도 통합신당측이 도곡동 땅과 BBK주가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 후보 등의 증인채택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을 처리하자고 주장했다. 이에 한나라당은 정 후보 처남의 주가조작 사건 연루의혹에 대한 문서검증을 신청하는 등 맞불작전으로 나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행자위 중앙선관위 국감에서는 양당 의원들이 상암 DMC 건설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해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을 비롯한 서울시 관계자, 업체 간부 등을 증언대에 세워야 한다는 주장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건교위의 건설교통부 국감에서도 통합신당 의원들은 한나라당 이 후보의 경부운하 공약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제기했고, 재경부에 대한 재경위 국감에서도 이 후보의 도곡동 땅 차명거래 및 증여세 포탈 의혹,BBK주가조작 의혹 등을 적극 제기하며 공세에 나섰다. 한편 통일외교통상위의 통일부 국감에서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2차 남북정상회담이 천문학적 규모로 ‘퍼주기’를 약속하고 NLL에 대한 국민의 혼선을 초래한 회담이었다고 공세를 폈다. 통합신당 의원들은 한나라당과 이 후보의 대북정책은 철학과 일관성을 잃은 ‘기회주의적 접근’이라고 비판하며 맞섰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국감메모] 교육부,감찰 가장많이 적발

    정부 부처에 대한 17일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부처의 실적 부풀리기, 공직자들의 비리와 안일한 직무행태를 질타했다. ●산자부 “3절 운동으로 자정 노력” 국회산자위 소속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은 이날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산업자원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2003년부터 올 6월까지 산자부 및 산하기관 29곳이 총 1249건의 징계를 받았다며 한 해 평균 277.7건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 가운데 뇌물·금품·향응 수수 등 청렴 의무를 위반한 사례가 121건”이라며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기관별로는 대한석탄공사가 276건으로 가장 많았다. 징계 유형으로는 직무 태만(574건)이 거의 절반(46%)을 차지했다. 김 의원은 특히 “적발 비리가 뇌물 수수, 폭력, 성희롱, 사문서 위조, 음주운전, 사기, 대마흡입, 다단계활동 등 범죄 백화점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산자부측은 이에 대해 “지난 7월부터 골프, 밥, 술 접대를 거부하는 이른바 3절 운동으로 자정 노력을 펴고 있다.”면서 “단순 통계만으로 비리 온상이라고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해명했다. ●국세청, 적발된 12명중 9명 중징계 지난해 총리실 암행감찰에서 중앙행정기관 중 교육인적자원부 공무원들이 금품향응을 받다가 가장 많이 걸려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무조정실이 대통합민주신당 신학용 의원에게 제출한 기관별·유형별 직무·암행감찰조치 결과에 따르면 교육부 직원들은 지난해 15명이 금품향응을 받아 적발됐다. 이어 국세청 12명, 경찰청 11명, 건설교통부 4명 등의 순으로 적발됐다. 특히 국세청은 적발된 12명의 직원 중 9명이 중징계를 받았으며, 이 중 7명은 파면·해임되는 등 공직에서 쫓겨났다. ●과기부, 일자리에 교수·학생 누적계산 과학기술분야 일자리 창출사업의 실적이 부풀려졌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김태환(한나라당) 의원과 염동연(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은 과학기술부 국감에서 일자리 창출 사업 실적을 검토한 결과 과거부터 같은 사업에 참여해온 대학교수와 연구원, 학생 등이 매년 새로운 일자리 창출 실적에 누적 계산돼 성과가 과장됐다고 주장했다. 김태환 의원은 과기부가 2006년 일자리 창출 사업 중 26개 소관사업을 통해 9959개의 일자리를 창출한 것으로 보고했으나 이 중 8894개는 계속 참여해온 사람들이고 실제로 새롭게 창출한 일자리는 1065개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염동연 의원은 바이오신약 장기사업의 경우 2006년 사업 참여 2862명과 신규 창출 132명을 합쳐 2994명의 일자리 창출효과를 거둔 것으로 발표됐으나 사업 참여 인원 2862명에는 2005년에도 이 사업에 계속 참여해온 사람들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문화부, 예단연 부실운영 논란 민간단체인 (사)한국예술실연자단체연합회(이하 예단연)의 공금 유용과 불법 대여 등 부실운영 사례가 지난 7월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 감사에서 대거 적발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은 이날 국회 문화관광위의 문화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문화부 감사에서 예단연 회장이 활동 실비만 받고 보수는 받을 수 없는데도 2004년 5월부터 올해 7월까지 2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았고, 사무총장은 공금을 주식투자 등에 유용했다가 반납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또 3년 동안 8000만원의 공금을 간부들에게 불법 대여하고 지휘자 2명에게 규정에 맞지 않게 6000만원을 부당 분배한 사실도 적발됐다고 덧붙였다. 정 의원은 “가장 큰 문제는 적발된 비리 사실이 아니라 문화부가 1988년부터 2005년까지 수차례 걸친 민원 제기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업무 점검을 하지 않다가 2006년과 2007년에 각 1차례 업무점검을 하고, 올해 7월 감사를 벌이는데 그친 것”이라며 “문화부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질책했다. 김종민 장관은 이에 대해 “유야무야 넘어가지 않겠다.”면서 “당초 공익적인 기능을 민간 단체에 맡긴 것 자체가 문제”라며 향후 분배 업무 주관 단체를 바꾸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이날 문광위 국감에서는 문화부가 설립한 체육인재육성재단도 도마 위에 올랐다. 대통합민주신당 유선호 의원은 “재단 설립의 출발점이 체육진흥투표권 수익금 중 장관 재량 몫이므로 수익금이 늘어날 경우 관련 법령을 개정, 체육기금으로 재편입해 국회의 재정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처종합 임창용·안미현기자 sdragon@seoul.co.kr
  • [Seoul In] 회의서 종이문서 사용금지

    강서구(김도현 구청장) 다음달부터 회의 때 종이문서 대신 노트북컴퓨터 등 전자장비를 활용하기로 했다. 강서구는 11월부터 모든 회의 참석자에게 노트북컴퓨터를 지급, 이들이 컴퓨터 화면에 뜨는 회의자료와 영상 등을 보도록 할 계획이다. 강서구는 이를 위해 이달 중으로 청사 내 각 회의실에 무선통신 인프라를 구축한다. 민원전산과 2600-6659.
  • 필화(弼花)사건 뒤엔 무엇이 있었나

    필화(弼花)사건 뒤엔 무엇이 있었나

    「삿뽀로·프레·올림픽」한국대표선수 김영희(金暎熙)양과 북괴의 한필화(韓弼花)선수가 같은 핏줄이라는「뉴스」는 근래에 없었던「쇼킹」한 소식이었다. 이「뉴스」가 터지자 제2의 인물 한필성(韓弼聖)씨가 필화의 오빠라고 나타나 또한번 화제. 꼬리를 문 이 소식을 보도하기 위해 각 신문사가 경쟁한 취재전은 불똥튀는, 그야말로 혈전 그 뒷얘기를 엮어보면-. 선수 친 신문서 사진독점 딴 사(社)선 한여인 내외독점 이번 사건을 맨먼저 보도한 H일보가 한계화(韓桂花)여인의 집으로 취재를 간 것은 5일밤 11시 께. 다른 신문사에서는 생각도 않고있는 사이에 감쪽같이 한여인의 집을 습격(?)한 셈이다. 경쟁하는 상대가 없으니 마음놓고 독점 취재. 김영희양의「앨범」을 비롯, 보도자료가 될만한 사진을 몽땅 독점했다. 6일 아침, C일보에 이 소식이 알려지자 같은 조간지인 C일보는 단 한장의 사진, 기사자료가 될만한 것도 H일보가 독점해간 때문에 얻지못해 바로 초상집. 석간지들도 초비상이 걸렸다. 불똥이 튀는 취재전이 벌어졌다. 저마다 눈에 불을 켜고 한계화여인을 찾아 뛰는 한편 김영희양의 사진을 구하러 동분서주. 김양이 재학 중인 S여중 학적부에 붙은 사진까지 뜯겨 나가는가 하면 김양의 친구들을 찾아서 같이 찍은 사진이라도 얻어보려고 혈안이 되었다.「라디오」와 TV방송국도 함께 가진 J일보는 한여인을 본사에 데려가 다른 신문사기자들의 접근을 막았다. H일보의 보도를 보자마자 아침 8시에 당산동 한여인 집으로 차를 몰고 가서 남편 김성회(金成會)씨와 함께 한여인을 신문사로 데리고 간것. 다른 신문사 기자들이 한발 늦게 한여인집에 들이닥쳤을때는 아이들만 아침도 굶은채 집을 지키고 있었다. 집안을 아무리 뒤져 봐야 자료가 될만한 것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J일보는 한여인 부부를 독점한채「라디오」·TV「인터뷰」등을 하면서 여유만만하게 타사를 안타깝게 했다. 타사들은 J일보 문밖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수 밖에. J일보가 한여인 부부를 풀어준 것은 석간2판까지 다나온 하오 3시가 훨씬 지난 시간. 그동안 J일보에서는 일본「삿뽀로」현지에서 보내온 한필화의 사진을 재빨리 현상해서 확인시켰고, 국제전화로 김양과 대화를 나누도록 했다. 혹시나 다른 신문사에 한여인 부부를 빼앗기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에서 점심대접도 밖에서 안하고「사라다」「콜라」등을 사다가 신문사 안에서 식사를 하도록 하기까지…. H일보가 가져갔던 김양의「앨범」을 돌려 준 것은 그날 밤. 다른 신문사에서 보도할수 없게 충분한 시간동안 곱게 보관했다가 돌려준 것이다. 취재전에 휘말리다보니 한여인 식구는 밥도굶어 각 신문사의 취재전 덕분에 제일 피해를 당한 사람은 한여인의 식구들. 밥도 제대로 얻어먹지 못하면서 하루 종일 시달렸고, 아이들도 들락날락하는 기자들에 질려서 종일 굶었다. 집에서 경영하고 있는「진미집」장사 역시 제대로 될리가 없었다. 6일 하룻동안 북새통을 치른 한여인은 그날 밤 기자들의 눈을 피해 동생 한석전(韓錫甸)씨집에 숨어 있었지만 어느틈에 그곳까지 냄새를 맡은 기자들이 들이닥쳐 다시 한번 신문사에 끌려가는 고통을 당해야 했다. 『어디를 어떻게 끌려다녔는지 하나도 모르겠읍니다. 얼떨결에 차를 타고 다녔기 때문에 누구를 만나서 무슨 말을 했는지 조차 도무지 기억이 없읍니다. 이번 일이 꿈같은 일이기도 하지만 하도 여러 신문사에 왔다 갔다 해서 더욱 꿈같이 여겨집니다』부인 한여인이 일본으로 떠나고 난 다음에야 겨우 좀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는 김씨의 말. 한편『필화는 내 누이동생이다』하고 두번째로 나타난 한필성씨(38·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129의89)의 경우, 엉뚱하게 보도전에 휘말려 꼬박 이틀밤을 보도진에게 연금(?)당하기도 했다. 6일자 조간 H일보에 한계화여사의 얘기가 나오자 이 사실을 안 필성씨가 같이 월남한 동향친구 조윤식씨(曺崙植·39·서울중구 도동2가18)를 만나『혹시 내 동생이 아니겠느냐?』고 상의. 그러는 동안 6일자 시내 각 석간지들이 이 사실을 다투어 보도하고 일본 현지서 보내온 한필화의 부인성명이 보도되었다. 필성씨 모셔간 호텔서 취재육탄전도 한필화가 밝힌 가족상황과 진남포가 고향이라는 발언에 자신을 얻은 필성씨는 다음날인 7일(일요일) 아침 11시께 친구 조씨와 함께 H일보를 찾아갔다. 그리고는 필화가 자기 동생이라는 점을 증명할 여러가지 기억들을 털어놓았다. H일보측은 한씨의 얘기를 모두 들은 뒤『현재 우리 사장이 IOC위원의 자격으로 현지에 가 있는데 자주 국제전화가 걸려오니 직접 통화하고 사실을 확인해 보자』며 한씨를 상원「호텔」(서울 종로구 익선동소재) 202호실로 모셨다. 이 때가 7일 하오2시께.「호텔」에 든 한씨옆에 기자 한 사람이 경호원처럼 꼭 붙어있었다. 그러나 세상에 소문처럼 빨리 퍼지는 것은 없어 다음날인 8일 상오 11시께『또 하나의 한필화가족이「호텔」에 연금중』이라는 소식이 각 일간지 사회부기자들에게 알려졌다. 급히 상원「호텔」로 달려간 D일보, J일보, C일보등의 취재·사진기자들은 202호실문이 안으로 잠긴 것을 알자 일제히 합세, 육탄공격을 개시. 굳게 잠긴「도어」를 부수는데 성공했다. 「도어」가 부서지면서 열리자 사진기자들은「플래시」세례를 한씨에게 퍼부었다. H일보 기자는 한씨의 두 손을 붙잡고 202호실서 끌어내「호텔」문앞에 대기하고 있던 신문사차에 태운뒤 다시 H일보로 한씨를 모셨다. 한씨가 풀려난 것은 9일 새벽 2시 30분께. 『다음날 깨어나서 H일보를 보니 제 기사는 기껏 1단으로 조그맣게 보도되었더군요. 그렇게 낼 걸 가지고 괜히 사람만 고생시키고…』하며 한씨는 지나친 보도경쟁에 시달린 이틀간을 탓했다. 한필성씨에 대한 H일보의 이러한 과잉보호는 필화에 대한 또 한사람의 연고자가 나타남으로써 애당초의 특종보도가 빛을 잃게 되는것을 염려한 것이라고 추측하는 사람도 있다. [선데이서울 71년 2월 21일호 제4권 7호 통권 제 124호]
  • 서울대병원 파업 장기화 조짐

    서울대병원 파업이 14일 5일째를 맞았으나 실무협상에 나선 노사 양측이 쟁점 사항에 대해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파업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대병원 노사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실무협상을 재개해 구조조정, 인력확충 등의 쟁점을 놓고 교섭을 벌였으나 난항을 겪었다. 노조는 연봉제ㆍ성과급제ㆍ임금피크제ㆍ팀제ㆍ외주용역화 도입 금지의 명문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병원 측은 “구조조정은 경영권과 관련된 것으로 노사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노사는 지난 13일에도 두 차례 실무협상을 벌였지만 노사 양측 모두 합의점을 제시하지 못해 결렬된 바 있다. 앞서 노사는 지난 11일 열린 첫 실무협상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인력 충원과 간호사 수 확대, 원내 CCTV 설치 금지, 병실료 인하와 선택진료제 폐지, 임금인상 등에 대해서는 의견 접근을 이뤘으나 2005년 노사협상에서 합의했던 ‘연봉제ㆍ팀제 도입 금지’를 문서로 재확인해 달라는 노조의 요구에 대해서는 서로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였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조선후기 신지식인 한양의 中人들] (42) 백두산 정계비를 세운 역관 김지남

    [조선후기 신지식인 한양의 中人들] (42) 백두산 정계비를 세운 역관 김지남

    조선시대 과학자는 대부분 중인 출신이었다. 양반 출신의 과학자들이 있기는 했지만, 관청이 자주 바뀌다 보니 평생 과학 연구만 하고 살 수는 없었다. 남병철·병길 같은 천문학자 집안 말고는, 중인 집안에서나 대대로 과학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다. 이들은 결혼도 자기들끼리 했고, 직장도 자기들끼리 소개하거나 물려주었다. 이남희 교수의 박사논문 ‘조선시대 잡과합격자연구’에 의하면, 현재까지 확인된 잡과 합격자는 역과 2976명, 의과 1548명, 음양과 865명, 율과 733명을 합하여 6122명이다. 산학(算學)은 정조가 즉위하던 1756년부터 주학(籌學)이라 하여 취재(取才) 형식으로 간단하게 뽑았는데 1627명 이상 선발하였다. 4대가 같은 잡과에서 합격한 세전성(世傳性)은 의과, 음양과, 역과, 율과 순으로 강했다. 어린 시절부터 집안에서 보고 들어야 대물림하기 쉬웠으니, 책에 없는 비법은 핏줄로만 상속되었다. 세전성을 거꾸로 설명하면, 역과 출신은 다른 잡학도 연구하여 전공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 대표적인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 바로 역관 김지남이다. ●외교사 자료집 ‘통문관지´를 아들과 함께 편찬 김지남(金指南·1654∼1718) 은 호조 주사(籌士) 김여의와 전의감정(典醫監正) 이몽룡의 딸 사이에 태어나 역관이 되었다. 주학(籌學) 집안과 의학 집안이 만나 역학을 전공한 아들을 키운 것이다.18세에 급제하여 28세 되던 1682년에 일본에 다녀왔다. 도쿠가와 쓰나요시(德川綱吉)가 장군직을 물려받자 축하사절로 파견되었는데,6개월 동안 1만 1000리 먼 길을 여행했으며, 사행일지인 ‘동사일록(東日錄)’을 기록했다. 그 해에 청나라까지 다녀왔으니, 지남(指南)이라는 이름 그대로 길에서 나그네로 한 해를 보냈다. 환갑이 넘도록 중국에 자주 드나들며 유창한 중국어로 외교상의 문제만 아니라 경제적인 문제, 정치적인 문제도 많이 해결하였다.1710년에 정재륜을 따라 북경에 갔을 때 우연히 심양의 장수 송주와 며칠 동안 이야기했는데, 우리 나라가 제후의 법도를 잘 지킨다는 사실을 많이 말했다. 나중에 송주가 재상이 되자 그러한 사실을 황제에게 직접 아뢰어, 황제가 조선에서 바칠 공물을 줄여 주었다. 국가 재정이 그만큼 절약된 셈이다. 김지남이 역관으로 활동하며 남긴 업적은 수없이 많지만, 그 가운데 하나가 외교사 자료집이라고 할 수 있는 ‘통문관지’를 편찬한 사실이다. 이 책의 공동 편찬자인 아들 김경문은 서문에서 편찬 동기를 이렇게 밝혔다.“예부터 우리나라는 인접한 중국·요(遼)·연(燕)·여진·일본 등과 어려운 문제를 타결한 법례가 많았지만, 이를 수록한 문헌이 없다. 그래서 고증할 길이 없어 어려움이 많다. 영의정 최석정이 사역원 제조로 있을 때에 김지남이 전고(典故)에 밝다는 사실을 알고, 외교 고사를 수집 정리하여 편찬하게 하였다.” 이 책에는 사역원의 관제, 역과(譯科), 여로(旅路), 출장비부터 중국과 일본에 보내는 외교문서나 접대하는 음식에 이르기까지, 역관들이 알아야 할 모든 항목이 설명되어 있고, 대표적인 선배 역관들의 간단한 전기도 실려 있다.12권 6책의 방대한 분량인데, 후배 역관들이 비용을 갹출하여 출판하였다. 조선시대에 17회나 재판을 찍을 정도로 많이 읽히고 참고가 된 책이다. 김지남은 역관 박정시의 딸과 혼인하여 7남 3녀를 낳았는데, 그 가운데 아들 5형제가 모두 역과에 급제했다. 이창현이 편찬한 ‘성원록´에는 경문(慶門)·현문(顯門)·순문(舜門)·유문(裕門)·찬문(纘門)의 가계가 여러 페이지에 걸쳐 소개되어, 대표적인 역관 집안으로 정착했음을 보여준다. ●화약 만드는 법을 연구하고 책까지 쓰다 김지남은 한 사람의 역관으로 편하게 살지 않고, 중국어로 나라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발벗고 나섰다. 정묘호란 뒤에 청나라와 싸우기 위해 화약이 많이 필요해지자 만드는 방법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우선 흑색화약의 원료인 유황과 염초를 많이 만들어야 했다. 김양수 교수는 ‘조선후기 전문직 중인의 과학기술활동’이라는 논문에서 1635년에 이서(李曙)가 편찬한 ‘신전자취염초방(新傳煮取焰硝方)’의 염초 제조법을 이렇게 설명했다. 가마 밑의 흙과 미리 준비해둔 재·오줌 등을 화합했는데, 뇨분 속에 있는 질산암모늄과 재 속에 있는 탄산칼륨을 반응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만들려면 가마를 때기 위해 막대한 나무가 필요했다. 김지남이 개량한 제조법은 나무 대신에 일년생 잡초를 써서 비용이 줄어들고 품질은 더 좋아졌다. 1692년에 부사로 연행 길에 오른 민취도가 김지남에게 염초 제조법을 알아보라고 하자, 요양의 어느 시골집에 찾아들어가 사례금을 주고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주인이 죽어 비법을 익히지 못했다. 중국에서는 화약 만드는 것을 국법으로 엄하게 금했으므로, 목숨을 걸고 배워야 했다. 조선이 비록 항복한 나라라고는 하지만, 가상 적국이기 때문이다.2년 동안 실험 끝에 성공했으며,1698년에 그 방법을 책으로 써서 출판한 것이 ‘신전자초방(新傳煮硝方)’이다. 화약 만드는 여덟 가지 과정을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는 이렇게 요약하였다.“먼저 흙을 모으고(取土) 재를 받아서(取灰) 같은 부피의 비율로 섞는다(交合). 섞은 원료를 항아리 안에 펴고 물을 위에 부어 흘러나오는 물을 받아(篩水) 가마에 넣고 달인다(熬水). 이 물을 식혀서 모초(毛硝)를 얻고 이 모초를 물에 녹여 다시 달여서(再煉) 정제시킨다. 재련 후에도 완전히 정제되지 않았으면 또 한번 달인다(三煉). 이렇게 얻은 정초(精硝)를 버드나무 재, 유황가루와 섞어서 쌀 씻은 맑은 뜨물로 반죽하여 방아에 넣고 찧는다(合製).” 이렇게 만든 화약은 땅 밑에 10년을 두어도 습기에 변질되지 않고, 흙과 재도 예전의 3분의1밖에 들지 않아 자주 국방과 국가 재정에 큰 도움을 주었다. 장인들이 읽기 쉽도록 한글로 언해하였다.1796년에도 다시 출판했으니, 오랫동안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백두산 기행일기 ‘북정록´ 남겨 김지남은 한국사에 여러 차례 이름을 남겼는데, 그 가운데 하나는 백두산 정계비를 세울 때에 역관으로 참여한 사실이다. 백두산은 지형이 험해 조선 쪽에도 사람이 별로 살지 않았으며, 청나라에서는 황실의 근본이라고 해서 아무도 살지 못하게 했다. 원나라를 세운 몽골족이 결국 중원과 북경을 포기하고 몽골로 돌아간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은 것이다. 피차간에 사람이 살지 않다 보니 국경선이 엄격하게 없었다. 1692년에 청나라에서 백두산을 조사하며 조선 측에 길을 안내하라고 했는데, 길이 없다고 핑계를 대어 무마하였다.1710년에 우리 백성이 국경을 넘어가 살인하자 청나라에서 조사관이 나왔는데, 김지남이 추운 겨울날 길을 안내하지 않고 열흘이나 버텨 유야무야되었다. 그러나 1712년 2월24일에 청나라에서 자문(咨文)이 왔는데, 얼음이 녹으면 압록강에서 배를 타고 올라가 국경을 조사할테니, 조선 측에서 도와달라는 내용이었다. 오라총관(烏喇摠管) 목극등(穆克登)은 수십 명의 수행원을 이끌고 2월15일에 이미 북경을 떠난 상태였다. 조정에서는 박권(朴權)을 접반사로, 김지남을 수역(首譯)으로 임명하였다. 김지남은 아들 김경문을 데리고 갔다. 이들은 혜산을 출발하여 오시천, 서수라, 화덕, 지당을 거쳐 박봉곶에 도착하여 압록강 근원을 조사하였다. 백두산 천지에 이르러 확인한 다음, 분수령에 내려와 정계비를 세웠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이었으므로 밀림과 벼랑, 강줄기 사이로 말 타고 갈 수 있게 길을 닦는 것만도 큰 일이었다. 천지 가까이 오자 목극등은 노인이라는 핑계를 대며 박권과 김지남을 떼어내려고 애썼다.5월6일에 백두산 등반 인원이 확정되었는데,59세 되던 김지남은 끝까지 우겨 따라가게 허락받고,55세 되던 박권은 결국 오르지 않기로 했다. 여기까지 따라온 이유가 정계비(定界碑)를 세우기 위한 것인데, 책임자 양반은 빠지고 역관 김지남이 목극등과 대담하며 모든 일을 진행하였다. 백두산을 오가며 세 사람이 모두 기행일기를 썼는데, 김지남의 ‘북정록’이 박권의 ‘북정일기’나 김경남의 ‘백두산기’보다 질적으로, 양적으로 훌륭하다. 박권의 기행문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 빠졌던 것이다. 양반 관원은 중도에 포기했지만, 전문가는 끝까지 따라가 ‘서위압록(西爲鴨綠) 동위토문(東爲土門)’의 증인이 되었다. 비록 정계비를 세웠지만, 나라가 약해지면서 국경도 없어졌다. 조선통감부를 설치해 외교권을 박탈한 일본은 1909년에 남만주철도 부설권을 얻는 대가로 간도를 청나라에 넘겼다.1931년에 만주사변을 일으키면서 정계비마저 없앴다. 최근에 한국 연구자들이 백두산 정상에서 동남쪽으로 4㎞ 떨어진 곳에 남아 있는 정계비의 받침돌을 발견하였다. 백두산 관광이 시작된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김지남같이 책임있는 전문지식인을 다시 생각해 본다. 허경진 연세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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