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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여대생 실종 미스터리

    ‘남자친구를 만나러 간다.’며 한국을 찾은 일본인 여대생이 관광호텔에서 한 남성과 함께 나간 뒤 행방불명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와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인 여대생 A(21)가 지난달 6일 서울 명동의 관광호텔을 나선 뒤 실종됐다. 신성철 남대문서 형사과장은 “A가 관광호텔 폐쇄회로(CC)TV에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과 나가는 모습이 찍힌 다음 연락이 없자 가족들이 입국해 지난달 14일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칫 실종이 아닌 해프닝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경찰이 A가 범죄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신 형사과장은 “A가 실종됐다는 6일 이후에도 가족과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파악됐고, 10월 중순에는 호텔에서 같이 나간 남성과 함께 있는 모습이 지방에서 포착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조선의 사대교린 현대 한국에 유용”

    “조선의 사대교린 현대 한국에 유용”

    “사대(事大)라는 관계성 인식의 틀이 명(明)의 영향력이 강했던 조선시대에도, 그리고 미국의 영향력이 강했던 한국의 현대에도 모두 유용할 수 있는 학문적 틀임을 시사해준다.” 조선의 대외정책은 흔히 사대교린(事大交隣)으로 요약된다. 중국을 큰 나라로 섬기는 사대, 여진과 왜 등 나머지 주변국과는 평화적으로 교류하는 교린을 합친 말이다. 쉽게 말해 너무 강한 중국에는 어쩔 수 없이 머리를 조아리되 교역을 통해 이익을 얻고, 우리만도 못한 주변 약소국들에는 중국과 달리 인정을 베풀었다는 것이다. 이는 오랑캐 청나라를 인정할 수 없다며 북벌 운운하던 조선이 소중화(小中華)를 자처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정말 그러한가. 혹시, 이런 틀은 미국식 자유민주주의와 글로벌 스탠더드를 앞장서 수용해 기적의 경제성장을 이루고 새마을운동을 후진국에 전수하는 한국의 현재 상황이 더 많이 반영된 것은 아닌가. 이런 도발적인 문제제기는 오는 4~5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에서 열리는 ‘전국역사학대회-국경을 넘어서 이주와 이산의 역사’에서 발표되는 정다함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연구교수의 논문(‘사대와 교린과 소중화라는 틀의 트랜스내셔널한 맥락’)에 담긴 내용이다. 사실 사대는 곤혹스러운 부분이다. 조선은 애초부터 독립심이라곤 없었다는 일제의 침략논리에 맞서야 했던 한국으로서는 그 이전 중국에 머리를 조아렸다는 부분을 어떻게든 희석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래서 나온 논리가 맹목적으로 굽힌 게 아니라, 비유하자면 미국식 프래그머티즘(실용주의)이었다는 해석이다. 사대와 사대주의를 구분한 뒤 사대의 참뜻은 “조선이 능동적으로 펼친 이른바 현실적, 실용적 외교정책이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이 역시 극복이 아니다. 어쨌든 ‘중화의 우수함’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조선의 능동적인 면을 강조하려 했지만, 결론은 “외래의 중화 문명을 보편으로 본질화한 뒤 그 보편문명이 조선에서 오히려 더 잘 실현됐다.”는 논리로 치닫게 된다. 이는 “제국주의적 논리를 극복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런 논리를 내면화하면서 중화중심주의의 문명론적 편견과 그 위계질서 속에 결국 수렴될 수 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이는 다시 ‘교린’으로 이어진다. 사대의 수치는 우리보다 못한 이들을 상대로 풀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가 당하면 수치지만, 내가 하면 자비다. 정 교수는 이 같은 맥락에서 15세기 조선이 여진과 대마도 정벌에 힘썼다는 점과, 교린이라는 표현이 16세기 중반 이후에야 나온다는 점에 주목한다. 다시 말해 ‘교린’은 일정 정도의 군사적 행동 뒤 다독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이는 “조선이 벌인 전쟁에 대한 과소평가”인데 “일본을 비롯한 제국주의 침략을 가해자로 비판하고, 늘 조선이 피해자였음을 강조”하는 인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결국 “명을 제외한, 자신과 경쟁하는 나머지 이웃들을 상대적 야만으로 규정지음으로써 소중화로 자리매김하려는 조선의 입장”과 “해방과 한국전쟁 이후 미국의 헤게모니 아래서 일본과 2인자 자리를 놓고 서로 경쟁해야하는 대한민국의 입장”의 교집합 부분이 바로 사대교린이었다는 게 정 교수의 주장이다. 어쩌면 우리는 그다지 크게 바뀌지 않았을른지 모른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SLS重 본사 압수수색

    이국철(49) SLS그룹 회장의 정권 실세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심재돈)는 1일 오전 경남 창원의 SLS중공업 본사와 부산 동구 초량의 SP해양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SLS중공업은 이 회장이 대주주로 있으며 SP해양은 매형인 황모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다. 검찰은 이 회장의 900억원대 횡령 혐의를 입증할 증거 자료와 신재민(53)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게 건넨 10억원대 뇌물과 관련된 문서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압수수색은 이 회장이 신 전 차관에게 법인카드를 줘 1억원 상당을 사용하도록 했다는 기존 혐의 등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물 확보 차원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8일 신 전 차관과 이 회장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러 前스파이 안나 채프먼, 첩보 몰카 공개

    러 前스파이 안나 채프먼, 첩보 몰카 공개

    모델로 변신한 러시아 섹시 스파이 안나 채프먼(29)의 첩보 활동을 포착한 비밀 영상이 공개돼 주목을 받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안나 채프먼을 포함한 러시아 스파이들의 첩보 활동을 담은 영상을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이는 FBI가 AP통신 등 외신의 정보자유법에 따른 자료 요청에 스파이들의 각종 영상과 문서 등의 자료를 발표한 것. 주요 외신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러시아 요원들의 다양한 첩보 활동 모습이 나타난다. 이 중 관심거리는 미녀 스파이로 유명해진 안나 채프먼이다. 영상 속 그녀는 여느 20대와 같이 뉴욕 중심가에 있는 메이시스 백화점에서 여유롭게 쇼핑을 즐긴다. 하지만 이때 백화점 밖에서는 한 러시아 외교관이 그녀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또 다른 영상에는 채프먼이 뉴욕 커피숍에서 한 남성과 마주 앉아 있다. 두 사람은 마치 다정한 연인 사이 같지만 사실은 러시아 정보요원과 접촉 중이었으며 잠시 뒤 핸드백에서 서류를 건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FBI는 지난 10여년 간 ‘유령 이야기’(Ghost stories)라는 작전명의 장기 수사를 통해 10여 명의 러시아 스파이를 감시하고 있었다. 채프먼은 지난해 6월 러시아 정보 요원으로 위장한 FBI의 함정 수사망에 걸려들었다. 첩보를 입수한 FBI의 끈질긴 추적 끝에 채프먼을 포함한 스파이 조직은 일망타진 됐다. 이들은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고 2주 뒤 러시아로 송환됐다. FBI에 따르면 이들 러시아 스파이들의 생활은 겉으로 매우 평범했다. 산책하려고 바깥출입을 하거나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졸업식에 참가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면서도 암호화된 메시지와 활동에 필요한 자금 등을 전달받았다. 또한 이들은 미국의 기밀정보를 빼내지는 못했지만 정계 네트워크에는 상당히 침투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FBI는 이들이 접촉을 시도한 각료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지만 러시아 스파이 신시아 머피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와 친한 관계로, 정치자금을 조달한 벤처 자본가 알랜 패트리코프에게 재무계획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스파이들 중 채프먼과 미하일 세멘코는 특히 첨단 무선 컴퓨터 통신에 능하고 사망한 사람의 신분을 이용하는 다른 요원들과는 달리 활동에 본명을 그대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사진=유튜브 캡처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北김정일, 돼지고기 가격 ‘1㎏당 3000원’이라고 하자…

    北김정일, 돼지고기 가격 ‘1㎏당 3000원’이라고 하자…

     최근 북한에서 시장경제가 활발해져 물가가 상승하고 주민 간의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니치신문은 31일 북한과 중국 간 무역으로 인해 일부 주민이 외화를 벌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면서 북한 당국의 공공연한 묵인하에 개인 기업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경제 불황으로 배급물자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자 중국에서 수입품이 들어오거나 군이나 기업에서 부정으로 유출된 물품이 돌고 있다.  신문이 최근 입수한 북한 검찰 당국의 내부 문서에는 개인 사업가를 격렬하게 비난하는 글들이 담겨 있다. 이 사업가는 2005년 정부 허가를 받지 않고 농장 노동자를 그만둔 뒤 금 채취장의 경영자로 변신했다. 북한 당국은 그가 중국에 거주하는 친척 등에게서 자금을 얻어 군에 상납한 뒤 금 채취장을 운영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북한과 중국의 국경 지대에서는 “광물자원을 추출하는 기계를 살 수 있는 돈을 투자해 주었으면 한다.”는 광고문이 자주 목격된다.  시장이 활성화하면서 주민 간의 빈부격차도 심해지고 있다. 일반 노동자의 월급은 평균 2000원 선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쌀 가격은 ㎏당 2000원이 넘는다. 지난 9월 8일 조선중앙TV가 방송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국영상점 시찰 장면에 ‘1㎏당 3000원’이라는 돼지고기 가격표가 비쳐 주민들의 불만을 샀다는 후문이다. 주민 반응에 당황한 당국은 김 위원장이 상점 주인에게 “물품 가격이 비싸다. 더 내려야 한다.”며 질책했다는 뉴스를 한달 뒤에 내보냈다.  신문은 북한이 사회주의 경제 체제에서 시장을 어디까지 관리할 수 있는지를 시험받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증권사 투자대회 수술대에

    투기와 불공정거래의 온상이 돼온 증권사 투자대회가 수술대에 올랐다. 건전한 투자 문화를 확산한다는 취지는 사라지고 도박판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아온 투자대회 개선에 금융당국이 해결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30일 “증권사들이 투자대회에 대한 내부통제를 강화하도록 조만간 행정지도에 나설 계획”이라면서 “내부통제는 투기나 불공정거래를 차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밝혔다. 당국은 이미 행정지도 지침을 마련했으며 조만간 이를 문서로 만들어 각 증권사에 전달할 예정이다. 지침에는 증권사들이 투자대회에서 지나치게 많은 상금을 내걸거나 수익률 위주로 순위를 매겨 과열 경쟁을 촉발하는 것을 못하도록 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 자율의 영역이었던 투자대회에 당국이 개입하기로 한 것은 투자대회에서 횡행하는 투기와 불공정거래가 도를 넘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실전투자대회를 석권한 ‘주식왕’이 대회에서 주가를 조작한 혐의가 뒤늦게 들통났다. 증권선물위원회는 투자대회에서 반복적인 허위주문으로 주가를 끌어올려 막대한 수익을 챙긴 A씨를 최근 검찰에 고발했다. 투자대회가 이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이른 데는 금융당국의 방임도 한몫했다. 투자대회를 개최하는 증권사는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을 필요가 없다. 금융투자협회의 간단한 심사 절차만 거치면 된다. 이 절차도 투자대회가 광고의 적정한 요건을 갖췄는지만 보는 것으로, 투기와 불공정거래 예방과는 무관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행정지도를 하더라도 투자대회에서 불공정거래를 막는 것은 증권사 스스로 할 일이다. 투자대회 전반을 조사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조선왕실의궤 반환 주역 환수위 사무처장 혜문 스님

    [김문이 만난사람] 조선왕실의궤 반환 주역 환수위 사무처장 혜문 스님

    ‘집 나간 부처가 돌아왔다’를 사자성어로 하면 뭘까. ‘환지본처’(還至本處)라는 말이 있다. 본래의 자리로 돌아온다는 뜻이다. 중생들은 이승에서 본래의 자리가 어딘지 몰라 우왕좌왕 헤맨다고 한다. ‘금강경’에 그 뜻을 풀이해놨다. 2010년 8월 10일 간 나오토 총리가 ‘한일강제병합 100년’과 관련된 담화를 통해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과’의 뜻을 밝히고 그에 따른 조치를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일본이 통치하던 기간에 조선총독부를 경유해 반출돼 일본 정부가 보관하고 있는 조선왕실의궤 등 한반도에서 유래한 귀중한 도서에 대해 한국민의 기대에 부응, 이른 시일에 인도하겠다.” 이는 2006년 ‘조선왕실의궤환수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4년간 지속적인 반환운동을 전개하고 한·일 국회의원과 시민단체가 협력해 이루어 낸 한·일관계의 중대한 일이었다. 이 사건의 중심에는 조선왕실의궤환수위원회 사무처장 혜문 스님이 있었다. 일본 최고 두뇌 집단이라고 하는 도쿄대를 끈질기게 상대해 ‘조선왕조실록’을 찾아오고, 일본 권력의 중심인 일본 왕궁에 직접 들어가 조선왕실의궤를 목격한 뒤 반환의 결정적 역할을 했으니 말이다. 혜문 스님은 이 밖에도 도쿄 시내 오구라호텔에 있는 고려시대 문화재 ‘평양율리사지 오층석탑’ 환수 등 북한까지 포함시켜 한반도와 일본 사이의 문제로 그 영역을 확대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혜문 스님은 ‘문화재 제자리 찾기’와 ‘오류 바로잡기’ 운동가로 분주히 활동하고 있다. 몇 가지 흥미로운 예가 있다. 슈베르트의 가곡 ‘숭어’는 잘못된 번역이다. 하여 당국에 정정 신청을 내 ‘송어’라고 교과서에 고쳐놨다. 국보146호 청동방울은 당초 강원도에서 출토된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혜문 스님은 추적 끝에 강원도가 아닌 충남 논산으로 올바르게 돌려놨다. 안동 도산서원에 심어진 금송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기념식수한 것으로 돼 있으나 사실은 안동군수가 심었다는 것도 그가 새롭게 밝혀낸 일이다. 도산서원 준공 당시 박 전 대통령이 헬기를 타고 가서 금송을 심었는데 겨울이라 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겁을 먹은 안동군수가 몰래 금송을 사다가 심었다는 것. 또 있다. 명성황후가 생전에 쓰던 표범가죽 양탄자의 행방을 찾아내 눈길을 끌었다. 지금까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관돼 있던 조선시대 기생 명월이의 생식기 표본과 백백교 교주 머리의 보존 중지 운동에도 앞장섰다. 그렇다면 스님이 이런 일을 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있는 ‘문화재 제자리 찾기’ 사무실에서 스님을 만나 그 까닭을 먼저 물었더니 ‘환지본처’라고 짤막하게 대답한다. 다시 “그래도 꾸준히 그런 일을 벌이기가 쉽지 않을텐 데요.”라고 했다. “누가 그러더군요. 교수나 공무원이 독립운동하는 것 봤냐고 말입니다.”라며 크게 웃는다. 그렇다면 문화재 환수를 위해 그동안 일본에만 40여 차례 오갔는데 경비는 어떻게 조달하느냐고 했다. “다 부처님 것이죠.”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에구, ‘도 닦은 스님’에게 괜히 물어봤나 보다. 이렇게 그의 말은 빨랐고 거침이 없었다. 호탕하게 웃는 것도 그랬다. 조선왕실의궤 환수운동은 어떻게 벌이게 됐을까. “2003년 저희 은사 스님인 철안 스님께서 경기도 봉선사 주지로 부임하셨습니다. 철안 스님은 불교문화재에 관심이 많으셔서 봉선사의 관할 사찰 중 27개의 전통사찰에 대한 문화재 현황 파악을 저에게 맡기셨습니다. 그 과정에서 6·25 전쟁 등을 거치면서 멸실된 문화재의 현황이 그대로 드러나게 됐지요. 예를 들어 현등사 사리구는 삼성미술관 리움이, ‘조선왕조실록’은 도쿄대가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파악됐습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불법적인 유통경로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고 이에 따라 흩어진 문화재를 제자리로 되돌리려는 ‘제자리 찾기’ 운동이 시작됐습니다.” 이렇게 탄력을 받은 혜문 스님은 ‘한·일협정 문서공개’와의 연관성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1965년 한·일협정 당시 일본으로부터 1432점의 문화재를 돌려받고 문화재 청구권을 포기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특히 한·일협정 문서는 일부만 공개됐다가 2004년 완전 공개되는 과정에서 과연 1432점의 반환 문화재가 어떤 것들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세세하게 살폈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짚신, 막도장, 우체부 모자 등 문화재적 가치가 의심되는 것들을 보고 졸속 협상의 문제점을 발견하게 됐다. “때마침 그 무렵 일본에 공부하러 갔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이 일본에 있는 것을 알게 됐지요. 신물(神物)의 부름을 받았다는 것을 문득 느꼈습니다. 일왕 궁내청에서, 1922년 진상품으로 건너와 일본인의 소유가 되어 버린 ‘조선의궤-명성황후 국장도감의궤’를 봤을 땐 더욱 그랬습니다. 원래의 소장처를 나타내는 ‘오대산’이란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더군요. 색을 화려하게 배합해 그려진 갖가지 그림은 1895년 일본인에게 죽임을 당한 뒤 무려 2년 2개월에 걸쳐 치러진 생생하고도 슬픈 ‘국장의 기록’들이었습니다.” ‘보인소의궤’란 책이 눈에 들어왔을 때도 그랬단다. 고종 13년(1876), 경복궁 교태전(交泰殿)에서 발생한 화재로 조선의 옥새가 소실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에 고종은 무위소(武衛所)라는 관청에 옥새와 인장을 새로 제조하도록 명령, 각종 보인 11과(科=개)가 제조돼 고종에게 헌상됐다. 이때의 제작과정을 낱낱이 기록한 종합보고서가 바로 ‘보인소의궤’(寶印所儀軌)로 이는 옥새 제작에 관한 유일한 자료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한민국 국새’ 제작도 ‘보인소의궤’에 근거해서 제작된다고 한다. 스님은 또 1897년 10월 13일 대한제국의 탄생과 관련된 중요한 의궤인 ‘대례의궤’란 책을 봤을 때도 ‘신물의 부름’으로 울컥했다고 말했다. “명성황후의 죽음은 한·일 간 피로 피를 씻었던 사건의 시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항일의병, 이토 히로부미의 죽음 등 반일운동이 탄생하는 역사적 전환이 이루어집니다. 제가 살고 있는 봉선사와 명성황후의 능인 홍릉이 가까이 있다는 것도 신물의 부름이 아니겠습니까. 명성황후를 죽인 칼 ‘히젠도’를 후쿠오카에서 봤을 때는 ‘아 이것이 조선의 심장을 찌른 칼이구나’ 하는 생각에 피가 거꾸로 쏟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명성황후를 죽이고 국부검사를 자행한 기록 ‘에이조 보고서’를 입수했을 때도 그랬습니다.” 그는 현재 일본에 있는 우리 문화재 가운데 고종의 갑옷과 투구 반환에 가장 역점을 두고 있다. 조선시대 대대로 내려오던 임금의 투구가 일본에 있다는 것은 여전히 볼모로 잡혀 있다는 것과 다름 없기 때문이다. 군대가 싸울 때 적에게 깃발을 빼앗긴 것과 같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고 스님은 여러번 강조한다. “조선시대 군사권력의 최고 상징인 투구, 정치권력의 최고 상징인 임금의 관모 익선관(翼善冠·높이 19㎝)이 도쿄국립박물관에 아직까지 인질처럼 보관돼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세요.” 스님이 던지는 말문마다 조목조목 비장함이 서려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도까지 친일 논쟁만 했습니다. 누가 친일을 했느니 안 했느니 말입니다. 일본에서 들은 얘기지만 2000년 이후에야 직접 도쿄에 와서 ‘우리 문화재 내놓으라’고 일본 외무성을 압박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일본 당국은 그런 사람들을 예의 주시한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일본의 입장에서는 그들이 반일감정을 부추기는 장본인이거든요. 사실 우리가 직접적으로 문화재 환수 문제를 제기한 것은 너무 늦었습니다. 스스로 자기반성을 해야 합니다. 앞으로 북·일 수교 때 대대적인 문화재 반환을 약속받아야 하는 것도 지금부터 바짝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일본은행에 있는 징용 노무자 공탁금 4조원이나 사할린 강제징용 문제 등도 말입니다.” 그에게 앞으로 남은 숙제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러자 “50가지 오류를 바로잡아야 하는데 지금까지 10가지밖에 못 했다.”며 웃는다. 대한제국을 선포한 환구단의 조경과 석등이 일본식으로 돼 있는 것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광화문에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도 중국 갑옷과 일본도를 차고 있어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조선왕실의궤도 원소장처인 오대산 제자리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터뷰를 마칠 무렵 “백백교 교주의 머리가 오늘 화장을 하는데 염불하러 가야 한다.”며 바삐 자리를 떴다.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혜문 스님은 1998년 대한불교 조계종 25교구 본사 봉선사에 철안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2001년 부산 해운정사 금모선원에서 진제 스님을 모시고 수선안거를 한 이래 봉선사에서 정진하고 있다. 2004년 일본 교토 유학 중 ‘조선왕조실록’이 도쿄대에 소장돼 있음을 확인한 후 ‘조선왕조실록환수위’를 구성, 반환운동에 앞장섰다. 2006년 9월 ‘조선왕실의궤환수위’를 조직해 4년에 걸친 운동을 전개, 일본 정부로부터 1205점의 문화재를 반환받게 했다. 그 외에도 6·25 전쟁 당시 미군 병사가 약탈했던 ‘표범카펫’의 행방에 문제를 제기, 60년 동안 박물관수장고에 있던 것을 찾아냈으며 보스턴미술관 소장 라마탑형 사리구 반환운동 등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문화재제자리찾기 사무총장과 조선왕실의궤환수위 사무처장 등을 맡고 있다.
  • 위키리크스, 돌연 휴업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당분간 ‘개점 휴업’을 선언했다. 위키리크스는 24일 “재정난 해결에 집중하기 위해 미국 외교 비밀문서 공개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는 이날 런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비자, 마스터카드, 웨스트유니언 등 미국 금융기관들이 지난해 12월 미 국무부 외교문서 25만건 공개 직후 온라인 기부금 결제와 거래 계좌를 봉쇄해 자금원의 95%가 끊겼다.”면서 “우리를 가로막는 세력과 맞서 싸우기 위해 공세적으로 자금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계좌 봉쇄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 “연말까지 재정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사이트를 폐쇄할 수도 있다.”고 호소했다. 미 금융기관의 거래 중단 이후 위키리크스는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려 왔다. 위키리크스에 따르면 계좌 봉쇄 이전에는 매달 10만 유로의 기부금이 들어왔으나 현재는 6000~7000유로로 뚝 떨어졌다. 최근 어산지에 관한 책 출간을 둘러싸고 계약 무효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변호사를 구할 돈이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급기야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어산지 관련 수집품들을 경매에 내놓기도 했다. 지난달 경매사이트 이베이에는 어산지가 사용했던 노트북은 물론 지난해 12월 보석으로 풀려날 때까지 구금돼 있던 교도소에 몰래 반입됐던 커피 봉지가 어산지의 서명을 달고 경매 품목에 올라왔다. 올초에는 셔츠와 머그잔 등 기념품을 온라인에서 판매하기도 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데스크 시각] 영리병원의 이면을 보다/심재억 의학 전문기자

    [데스크 시각] 영리병원의 이면을 보다/심재억 의학 전문기자

    영리병원, 다시 말해 의료를 상업화하겠다는 이명박(MB) 정부의 정책이 국민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정부의 설명처럼 정말 의료기관이나 치료방법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외부에서 대규모 자금이 유입돼 의료수준이 향상되며, 의료서비스도 덩달아 크게 개선될까. 또 정부의 주장처럼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해 영리병원이 필요하다면, 지금의 국내 의료기관이 외국인 환자들의 어떤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일까.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산업경제관료 출신답게 ‘의료의 경제화’에 대한 확고한 소신을 밝혔다. “투자개방형 병원(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이 정부 원칙”이라며 제주도와 송도 경제자유구역에 영리병원을 허용할 뜻임을 분명히 했다. 영리병원 도입이 의료비 상승을 부추기고, 여기에서 비롯된 의료양극화가 가뜩이나 심각한 내부의 분열과 갈등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이의 철회를 요구해 온 시민단체들은 허탈한 콧김만 내뿜고 있다. 사실, 의료영리화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여기에도 당연히 선의의 기대치가 존재한다. 의사들이 환자에게 다가서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더 많은 수익 창출을 위해서라도 서비스의 질을 높일 것이라는, 한참 막연한 기대가 그것이다. 극히 상업적이고 관료적인 시각으로 보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이윤만 보장되면 어디에서든 투전판을 벌이는 게 자본이다. 정부가 외국자본을 유치하겠다는 것도 뒤집어 보면 그들더러 우리나라 환자들의 주머니를 털어가라고 길을 터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 바로 이 지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전제가 작동한다. 영리병원의 ‘영리’는 질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를 노리는 합법적인 ‘빨대’가 된다.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지만, 의료기관의 수익은 환자들이 질병의 고통을 더는 대가로 지불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모든 환자들이 자신의 병을 충분히 치료할 만큼 넉넉한 돈을 가진 것은 아니다. 아주 많은 돈을 갖지 못했거나, 고리채를 내서라도 비싼 치료비를 감당할 자신이 없는 사람들에게 영리병원은 애당초 그림의 떡이다. 여기에서 오바마 대통령도 두 손 든 실패한 의료정책, 의료영리화의 최대 부작용인 의료양극화 문제가 배태된다. 의료영리화가 민간보험의 의료보장 영역에 대한 진입 규제를 무력화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외길 수순이다. 치료비가 비싼 영리병원에서 질병을 치료하려면 지금의 국민건강보험 보장성으로는 턱도 없는 일이다. 당연히 보험료는 훨씬 비싸지만 그만큼 보장성이 좋은 민간보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뻔한 얘기지만 돈 벌자고 나선 영리병원들이 값비싼 비보험 치료에 주력할 것이라는 예상도 현실의 문제다. 사실, 국내·외 보험사들이 정부를 상대로 의료 관련 사보험의 영역 확대를 위해 집요한 로비를 벌인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들은 ‘선한 사마리아인’의 탈을 쓰고 있지만 전 질환별로 보험 새끼치기에 혈안이 돼 있는, 시쳇말로 ‘업자’들이다. 이런 보험사들은 영리병원 출범에 맞춰 기다렸다는 듯 보험상품을 쏟아낼 것이며, 그 판에 돈 걱정 없는 부자들이 보장성 좋은 민간보험으로 빠져나갈 것임은 불보듯 뻔하다. 결국 건강보험의 의무가입 규정은 모래성처럼 허물어질 것이고, 지금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의 건강보험 체계는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제 살 뜯어먹는 싸구려 낙찰계 판이 될 수밖에 없게 된다. 지금의 의료전달체계가 종국에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나 적용되는 ‘의료 노비문서’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가난한 것이 불평등한 것보다 낫다.’는 좌파경제학적 관점이 아니더라도 의료계에는 사회주의 의료체계에 대한 동경이 적지 않다. 그것이 ‘의사는 돈이 아니라 병 때문에 존재한다.’는 순정한 이상의 발현이고, 최대한 영리성을 배제한 의료공공성이 의사를 의사답게 하고, 환자를 ‘돈’이 아닌 인간으로 보게 하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영리병원이 ‘약’보다 ‘독’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jeshim@seoul.co.kr
  • [열린세상] 인류무형유산 보전을 위한 NGO 역할/이세섭 문화재보호재단 이사장

    [열린세상] 인류무형유산 보전을 위한 NGO 역할/이세섭 문화재보호재단 이사장

    지난해 6월 유네스코 무형유산 자문 비정부기구(NGO)로 승인받은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은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3박4일 동안 국내외 9개의 NGO를 초청, 유네스코 무형유산 자문기구 국제포럼을 열었다. 아태지역 NGO 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활동 방향과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였다. 이 포럼에는 유네스코 NGO로 활동하는 인도의 공예부흥트러스트(CRT)와 고아문화유산집행기구(GHAG), 중국 과학기술사학회(CSHST), 베트남 문화연구자원개발센터(A&C) 관계자들과 유네스코 방콕사무소 관계자, 국내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참여하여 활발한 발표와 토론이 이뤄졌다. 특히 인도의 CRT와 GHAG의 활동에 대해 참가자들 모두가 찬사를 보내며 NGO ‘모범사례‘로 꼽았다. 이들이 발표한 내용을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인도는 460개가 넘는 부족 공동체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부족들은 서로 다른 언어와 장신구, 구전으로 전해지는 민요, 이야기, 음악과 춤 등으로 표현되는 다양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각 부족의 조직적 종교의 신념체계, 고대 민중의 지혜를 체계화한 수없이 많은 종교집단과 종파도 부족단위만큼 많고 다양하다고 이들은 밝혔다. 하지만 인도 역시 다른 지역의 무형유산처럼 산업화, 세계화, 도시화의 파도에 휩쓸리며 중요한 무형유산들이 사라질 위험에 놓여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젊은 세대들의 관심 부족, 무형유산에 대한 잘못된 인식, 지위의 불평등과 교육의 확산, 새로운 고용형태, 문명의 이기에 의한 삶의 변화로 무형유산들이 훼손되고 파괴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도 인도의 이 분야 지식인과 활동가들은 NGO를 꾸려 무형유산 보호를 위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중에는 유네스코 무형유산 자문 NGO로 활동하고 있는 CRT와 GHAG의 활동이 주목할 만하다고 밝혔다. 1999년에 출범하여 13년째 운영되고 있는 CRT는 현재 남아시아의 공예, 직물, 민속예술을 포함한 전통문화 관련 기술과 정보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사이트(www.craftrevival.org)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아시아 8개국에 걸친 6만명 이상의 전통문화 계승자와 현역 활동가들에 대한 접촉 목록, 모범사례연구, 시민사회조직, 3500권의 책과 자료, 토론가 대담 등의 자료를 게시하며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11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GHAG 역시 인도 서부 고아 주(州) 지역의 인류무형유산의 전승과 보존을 위해 전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GHAG는 수년에 걸쳐 고아 주의 수도 파나지 지방자치단체, 남아시아와 동아시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포르투갈 문화재단, 인도 고고학연구소, 인도 문화예술유산트러스트 등과 다양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고아 지역의 문화유산 보호에 필요한 기준을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문화유산 구조 및 특성 목록, 예술, 음식, 춤, 무대 예술을 문서화하여 자료화했다. 대중문화침입으로 위험에 처해 있는 고아 주의 하위계층과 주변 집단의 문화예술에 대한 문서기록, 문화유산 구조와 자연 유적지 보호를 위한 법령까지 마련할 정도로 역량을 갖췄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에서 무형유산 보호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NGO들은 자신들의 활동상을 바탕으로, 무형유산 보호를 위한 공동의 관심사를 치열하게 논의하고 협의했다. 다문화시대 문화원형성의 범위는 어디까지 봐야 하는지, 무형유산 등재의 대륙별 불균형 해소를 위해 NGO는 어떤 역할과 노력을 해야 할 것인지 등은 이번 포럼에서 논의된 핵심 사항이었다. 97개인 자문기구의 조직화 방안, 무형문화유산 프로그램을 통한 국가·지역·계층 간 문화 불균형 해소 방안, 무형유산 정보소통을 위한 ‘국제 플랫폼’ 기능의 필요성, NGO 간 지속적인 상호교류를 통한 협력강화 등도 핵심쟁점이었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도 유네스코 자문 NGO로서 이번 포럼에서 제기되고 논의된 내용을 중심으로 활동방향을 고민하면서 포럼에 참여한 다른 나라 NGO의 요청대로 무형유산 정보소통을 위한 ‘국제 플랫폼’ 역할을 다할 생각이다.
  • 고재득 성동구청장 “소통 안 되는 조직은 고인물처럼 썩어”

    고재득 성동구청장 “소통 안 되는 조직은 고인물처럼 썩어”

    “올바른 소통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진솔함에서 출발합니다.” 전국에서 유일한 4선 민선 기초자치단체장이자 서울시구청장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고재득(65) 성동구청장은 18일 ‘막힘없이 서로 잘 통하는 상태’인 소통(疏通)에 대해 이같이 정의했다. 단체장으로 행정 일선에서 주민과 직원, 구의회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구정을 이끌고 있는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모바일 등 소통 수단이 다양화되고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그가 원하는 것을 이해하려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먼저 “고인 물이 썩듯 조직사회에서 구성원간 소통이 제대로 안 되면 문제를 일으킨다.”며 조직내 소통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또 “1995년 초대 민선 구청장에 당선됐을 땐 행정에 대해 전혀 몰랐지만 낮은 자세로 직원들과 대화를 통해 업무를 파악했다.”면서 “허름한 선술집에서 직원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했고, 한여름 직원들과 아이스크림을 사서 나눠 먹는 등 구정 운영의 동반자로서 많은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을 위한 최고의 행정 서비스 실현이라는 같은 목표를 갖고 뛰는 직원들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듣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직원들이 가슴속에 품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 ‘구청장의 편지’를 모든 직원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편지에는 집주소가 적힌 반송용 봉투와 우표를 넣었다. 그는 “편지에는 승진 문제와 제도개선, 결혼 문제 등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가 담겼는데, 이 가운데는 구정 운영에 대한 쓴소리도 적지 않았다.”면서 “편지를 통해 올바로 구정을 이끌 수 있는 교훈을 숱하게 얻었다.”고 소개했다. 구에서는 간부와 직원들 간의 소통을 위해 매월 첫째, 셋째 주 수요일 ‘소통의 날’을 운영하고 있으며, 내부 전자문서시스템에도 ‘창의 소통방’을 만들었다. 그는 또 주민과의 소통에 대해 “지방자치제 정착과 함께 구정 전반에 주민 참여가 높아지면서 주민들이 자치구에 거는 기대치가 치솟고 있다.”며 “이런 마당에 주민들이 진정 무엇을 바라는지, 지역 발전을 위해 풀어야 할 숙제는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까다로운 주민 민원에 대해 “재건축과 재개발 민원의 경우 구청장 재량권이 거의 없는데도 떠맡게 되어 힘들다.”며 “일선 행정이 주민들에게 다가가려면 서울시에서 더 많은 예산과 재량권을 자치구에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동별 순회 간담회’와 ‘성동 민원올레길 사업’ 등을 통해 동네 구석구석을 찾아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 ‘성동 여성 트위터단’도 운영하고 있다. 고 구청장은 “사람 중심의 행복 성동을 구정 슬로건으로 삼았는데 구정 중심에 바로 사람이 있고, 구정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과 끝없이 소통할 때 구정을 올바로 이끌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을 맺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동해시장 압수수색

    강원 동해시의 기업유치 관련 비리를 수사 중인 춘천지검 강릉지청은 18일 김학기 시장의 집무실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오전 11시부터 한두 시간가량 김 시장의 집무실과 집에서 압수수색을 벌었으며, 컴퓨터와 기업 유치관련 서류 등 각종 문서를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김 시장의 혐의 내용에 대해 “기업유치와 관련한 편의 제공과 금품수수 정황 등을 폭넓게 조사 중”이라며 “압수한 서류에 대한 분석작업을 토대로 김 시장의 소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 시장은 17~19일 ‘제4회 아시아·태평양 천연가스차량협회(ANGVA) 엑스포’가 열리는 중국 베이징으로 출장을 갈 예정이었으나 검찰이 법무부를 통해 출국금지 조치를 함에 따라 자택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은행대출과 기업유치 보조금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매출을 부풀리기 위해 세금계산서를 허위로 발행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임동 대표 문모(53)씨를 구속한 데 이어 업체에 편의를 제공하고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전 동해시의회 의장 김모(63)씨를 구속했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檢, 금호석화 前경영진 배임 의혹 수사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한통운을 인수할 당시 금호석유화학(금호석화) 전 경영진이 무단으로 법인인감을 찍어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확약서를 작성한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윤희식)는 금호석화 전 대표 기모씨 등이 이사회 의결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법인인감을 사용해 위조문서를 작성했다는 고발장이 접수돼 수사에 착수했다고 18일 밝혔다. ●“법인인감 무단사용” 고발장 접수 검찰 등에 따르면 2008년 기 전 대표 등이 대한통운 인수자금 마련 등을 목적으로 이사회 결의 등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1000억원대의 금호렌터카(현 금호RAC) 유상증자 확약서를 발행했고, 결국 회사를 거액의 손실 위험에 빠뜨렸다. 이후 금호아시아나그룹 컨소시엄이 대한통운 인수를 위한 입찰 절차에 확약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통운 인수 당시 손실위험” 기 전 대표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 측 인사로 박찬구 회장이 금호석화 CEO에 취임하자 자리에서 물러나 현재는 금호산업 대표직을 맡고 있다. 박삼구·박찬구 회장은 2009년 6월 형제 간에 경영권 다툼을 벌였고, 지난 6월 박찬구 회장 측이 박삼구 회장을 사기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서울남부지검은 박찬구 회장을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수사 중이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유레카!” 1000년전 아르키메데스 자필문서 보니…

    “유레카”를 외친 고대 그리스의 천재 수학자 ·물리학자 아르키메데스가 직접 작성한 1000년 전 문서가 대중에 최초 공개됐다. 이 문서는 1998년 익명의 바이어가 경매에서 200만 달러에 낙찰받은 것으로, 최근 미국 동부 메릴랜드의 월터스아트박물관에서 열리는 ‘아르키메데스의 비밀’ 전시에서 공개됐다. 이 문서에는 아르키메데스가 창조한 고대 그리스 수학의 천재적인 이론, 실험 성과 등이 적혀 있다. 10세기 경 요하네스 미로나스라는 성직자가 성경책 제작을 위해 양피지를 재사용하려다 아르키메데스의 원본문서를 발견했으며, 필사로 덧씌우고 이를 보존해왔다. 이후 200년간 내용과 정체가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복원작업을 담당한 미국 스탠포드 가속기 광원(Stanford Synchrotron Radiation Lightsource, SSRL) 연구소 측은 엑스레이 등을 이용해 문서 표지에서 요하네스 미로나스의 이름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양피지 위의 흐릿한 글씨들은 엑스레이 빔(Beam)을 통해 선명하게 볼 수 있도록 장치해, 관람객들은 특별한 기구 없이도 아르키메데스의 위대한 업적이 담긴 양피지 문서를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를 총괄한 닐 노엘은 “이 문서를 포함한 전시는 대중들이 아르키메데스의 모든 명예로운 결과물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내년 1월까지 계속된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경부고속철 2단계 정상화 ‘지연’

    지난해 11월 1일 개통 후 잇따른 장애로 고속철도 안전성 논란까지 야기했던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동대구~부산)의 선로전환기 보수가 마무리됐지만 코레일이 사용 여부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17일 한국철도시설공단(철도공단)과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 14일 철도공단이 신경주역과 울산역의 선로전환기에 대한 사용 개시를 요청했다. 공단은 문서에 시속 170㎞로 우선 사용하면서, 전문가 재검증을 거쳐 속도를 정상화(시속 300㎞)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레일은 2단계 구간 개통 후 선로전환기에서 장애가 끊이지 않자 지난 6월 3일부터 신경주역과 울산역에 설치된 본선(주행선) 선로전환기(8개)의 사용을 중지하고 부본선(정차선)으로 열차를 운행시켰다. 이로 인해 KTX 열차 운행이 평균 2분 정도 지연되고 있다. 이번 사용개시 요청은 철도공단과 코레일이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14일까지 3주간 선로전환기를 시험 작동한 결과 신호불일치 등 장애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원인규명, 후사용개시’ 주장이 여전한 등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아 사용시기는 불분명하다. 이번 점검과정에서는 선로전환기뿐 아니라 분기기에서도 하자 및 시공 부실 등의 문제점이 밝혀져 향후 책임을 둘러싼 공방이 예상된다. 철도공단 관계자는 “공사·공단 합동 점검에서 이상 없음이 확인됐지만 (사용을) 서둘지 않겠다.”면서 “제작·시공사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총수 일가 지분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 높다

    총수 일가 지분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 높다

    대기업 집단의 일감 몰아주기는 비상장 계열사를 중심으로 시스템통합관리(SI)·부동산·도매·광고 등의 업종에서 주로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거래 금액이 가장 큰 대기업 집단은 삼성이며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곳은 STX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SI, 소모성자재구매대행업(MRO) 등 도매업 중심으로 감시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7일 공개한 43개 민간 대기업 소속 1083개 계열사의 내부거래 현황에 따르면 삼성·현대자동차·SK·LG·포스코 등 5개 대기업의 내부거래 총액이 103조 5000억원으로, 분석 대상 대기업 내부거래 전체 금액 144조 7000억원의 71.53%를 차지했다. 이는 해당 기업의 매출액이 전체 대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55.1%)보다 높은 것이다. 내부거래 금액이 가장 큰 대기업은 삼성(35조 3000억원)이며 이어 현대자동차(25조 1000억원), SK(17조 4000억원) 순이다. 공정위가 대기업의 계열사 물량 몰아주기와 관련 내부거래 현황을 분석,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수가 있는 대기업의 매출액 가운데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12.48%로 전체 대기업 내부거래 비중 12.04%보다 높게 나타났다. 특히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 내부거래가 총수 일가의 부를 증식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는 의혹이 상당 부분 확인된 것이다. 총수 일가 지분율이 30% 미만이면 내부거래 비중은 12.06%인 반면 30% 이상이면 17.90%로 5.84% 포인트 높았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50% 이상, 100%인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각각 34.65%, 37.89%였다. 매출액 중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큰 기업은 STX로 23.49%에 달했으며 현대자동차와 OCI는 각각 21.05%, 20.94%가 내부거래였다. 비상장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22.59%로 상장사(8.82%)보다 13.77% 포인트나 높았다. 총수가 있는 대기업의 비상장 계열사 매출액에서 내부거래 비중은 23.11%로 총수가 없는 상장거래사(5.63%)보다 17.48% 포인트 높았다. 특히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STX와 현대자동차의 경우 비상장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각각 43.30%, 37.38%로 40% 안팎을 기록했다. 총수 일가 지분율이 30% 이상이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30% 이상인 회사들의 주요 업종은 컴퓨터 프로그래밍 및 SI, 부동산업, 도매 및 상품 중개업, 전문서비스업, 사업지원 서비스업 등이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고 규모가 작은 비상장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는 사실을 통해 재산 증식을 위한 물량 몰아주기의 개연성은 존재한다고 판단된다.”면서 “SI, 부동산, 도매, 광고 등 문제의 소지가 높은 업종과 회사에 집중해 감시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日 세균전 피해자 2만6000명”

    중일전쟁 당시 생체실험으로 악명을 떨쳤던 일본군 세균부대인 731부대의 세균전 피해자가 2만 6000명에 육박한다는 극비 문서가 일본에서 발견됐다. 16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중일전쟁 때 6차례 작전에서 세균 무기를 사용해 1·2차 감염자가 2만 5946명에 달했다는 극비문서가 일본 시민단체에 의해 공개됐다. 시민단체인 ‘731부대의 실체를 밝히는 모임’은 15일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교토의 국립국회도서관 간사이관에 보관돼 있는 이런 내용의 731부대 관련 자료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 자료는 육군 군의학교 방역연구실에 근무하던 군의관이 작성한 극비 보고서다. 이 군의관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대형 제약회사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극비 문서에는 731부대가 1940년부터 1942년까지 중국 지린(吉林)·저장(浙江)·장시(江西)성 등에서 페스트균에 감염된 벼룩을 살포했을 때의 기록이 남아 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열린세상] 유로권 17형제 싸움과 불똥/국중호 日 요코하마시립대 재정학 교수

    [열린세상] 유로권 17형제 싸움과 불똥/국중호 日 요코하마시립대 재정학 교수

    유로(Euro) 통화권 17개국 형제들이 비실거리는 그리스를 돕는 데 티격태격하고 있다. 그 싸움으로 유럽이 불안하다. 유럽연합(EU)의 기원은 1950년대 다시는 유럽에서 전쟁을 하지 말자는 반성에서 비롯되었다. 국경을 뛰어넘어 작은 나라의 의견도 귀 기울이며 합의 형성으로 일을 처리해 가자고 약속했다. 그 약속은 좋았으나 정신없이 변하는 시장경쟁 속도에 대응하지 못했다. 작금의 유럽위기는 시장경쟁의 발빠른 속도와 형제국 간 이해관계 조정의 느린 속도가 크게 엇갈린 데 그 원인이 있다. 11개국 형제들이 같은 유로(?)를 쓰자며 유로통화권을 탄생시킨 것이 1999년 1월이다. 성격도 많이 다르고 주머니 사정(소득수준)도 퍽이나 달랐지만 그 후로 형제 수가 늘어 2011년 1월에는 17형제로 불어났다. 처음에는 우애가 좋아 서로 도움을 줄 때는 형제 모두가 동의(의회승인)하자고 했다. 그러다 그리스가 돈줄이 막혔다며(나랏빚 갚기가 어렵다며) 도와 달라고 손을 내밀자 형제들 사이가 틀어졌다. 맏형인 독일의 메르켈 대표가 마지못해 도와주겠다 하였지만 그 가솔(국민)들 3분의2(67%)가 반대다. 특히 막내 슬로바키아의 꼬장꼬장함이 대단했다. 이 막내는 맏형 독일 소득(GDP) 규모의 30분의1에도 미치지 못하는 작은 나라다. 막내 왈, “그리스 형님은 1년에 2만 7300달러(1인당 GDP)나 벌지만 우리는 그것의 3분의1밖에 벌지 못하는 가난뱅이라오. 가난뱅이가 왜 부자 형님 빚을 갚느라 돈을 내야 하느냐 말이오. 그럴 수 없소.” 하며 거부했다. 전 세계가 앙증맞은 막내에게 으름장을 놓았고, 노려보는 눈이 있어 결국 막내도 도와주는 데 동의했다. 자본시장은 유로권 집안싸움이 잦아들길 기다려 줄 정도로 인자하지 않았다. 그리스의 위험스러운 빚문서(국채)를 사지도 않을뿐더러 갖고 있던 것마저 팔아버리려 했다. 빚문서는 헐값이 되었고 이자율은 치솟았다(그리스 장기 국채 이자율이 22%를 웃돌고 있다). 그 동안 그리스 빚문서를 많이 샀던 은행 데크시아(벨기에 및 프랑스 자본)는 일거에 시장의 신용을 잃어 파산했다. 벨기에는 정부돈 5조원으로 데크시아 은행의 자국 몫을 국유화했다. 2008년 리먼 쇼크로 호되게 당한 미국, 일본 등도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해 집안싸움을 끝낼 것을 종용했다. 불똥 경로는 그리스 재정파탄→재정적자 의존이 높은 국가(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국채가격 하락→이들 국가 국채 보유 은행의 경영악화→은행의 대출억제 및 회수→유럽의 기업 도산 및 실업증가→미국, 일본,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한국 등의 대유럽 수출 감소→세계경제 침체이다. 이 불똥 경로의 차단을 위해 유럽금융안정화기금(EFSF)이라는 공동금고가 빚문서(채권)를 발행하면 미국과 일본 등 유럽 이외의 국가가 그 빚문서를 사기로 했다. 확충될 7800억 유로(1240조원)라는 거대한 공동금고 자금은 그리스 구제만이 아니라, 돈에 쪼들리는 다른 형제들(아일랜드 등)에게도 융자하고, 경영 악화된 은행에도 풀어주게 된다. 그래도 염려되어 유럽중앙은행(ECB)과 국제통화기금(IMF)이라는 쌍두마차도 대기시켰다. 재정불안→금융불안→경기침체의 연쇄 3중고를 막기 위함이나 유럽은 여전히 불안하다. 돈줄이 산업경쟁력 제고로 이어지지 못하면 위기는 재연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스 국내산업의 경쟁력이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으며, 청년(15~24세) 실업률도 38%에 이른다. 그리스 경제전망도 먹구름이니(2011년 GDP 하락 전망은 -5.3%), 밑빠진 독에 물붙기식 재정원조가 되면 그 악영향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 있다. 한국에서 서울시장 선거 함성으로 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는 사이, 일본은 국내 금융기관(은행·증권·보험의 대형 12개사)을 대상으로 채무불안 5개국(그리스·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아일랜드)의 국채 보유 정도를 조사하며 유럽발 위기를 경계하고 있다. 일본의 조심스러운 행보는 익히 알지만, 한국이 너무 무덤덤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나만의 기우이길 바라고 있다.
  • 마루타 극비문서 발견…페스트균 실험 2만 6,000명 감염

    마루타 극비문서 발견…페스트균 실험 2만 6,000명 감염

    일본 관동군 731부대의 마루타 실험 극비문서가 발견돼 충격을 줬다. 중일전쟁 당시 일본군 731부대, 일명 마루타 부대가 세균감염 생체실험을 한 사실을 입증하는 극비 문서가 일본 시민단체에 의해 발견됐다. 도쿄신문 등 일본 언론은 16일 일본 시민단체가 ‘일본군이 중일전쟁에서 세균 무기를 6차례 사용해 1, 2차 감염자가 2만 6,000명에 달했다’는 내용의 극비문서를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시민단체 ‘731부대의 실체를 밝히는 모임’이 15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7월 일본 국립국회도서관 간사이 분관에서 731부대 극비문서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1943년 12월 일본군 육군 군의학교 방역연구실 군의관 카네코 준이치 소령이 작성한 이 극비문서에는 731부대가 1940년부터 1942년에 걸쳐 중국 길림성과 절강성, 강서성 등에서 페스트균에 감염된 벼룩을 살포하고 세균실험을 한 과정이 담겨있다. 특히 벼룩을 살포한 날과 양, 그리고 1차, 2차 감염자가 2만 5,946명에 이른다는 등의 구체적인 사실이 기록돼 있다. 시민단체는 이날 회견에서 “옛 일본군의 세균 무기 사용을 입증하는 귀중한 자료”라며 일본 정부에 대해 731 부대의 진상을 밝히고 유족에 대한 사과와 배상을 요구했다. 일본 관동군 소속의 731 부대는 중일전쟁 당시 전쟁 포로들을 통나무라는 뜻의 ‘마루타(丸太)’라고 부르며 생물 화학 무기 개발을 위해 생체 해부 냉동실험, 세균전 실험 등을 자행했으나 일본 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사진 = 영화 마루타 스틸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다시 불거진 ‘통화스와프’ 논란

    다시 불거진 ‘통화스와프’ 논란

    13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 언론 발표문을 둘러싸고 한·미 통화스와프(통화 맞교환)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불안한 대외 경제 여건을 감안한다면 한·미 통화스와프는 분명히 효과가 있지만, 자칫 통화스와프 추진 자체가 시장의 외환 유동성에 위기가 왔다는 잘못된 신호를 외국 투자자에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심 우리의 외환 보유고 3000억 달러로 외국 자금 이탈을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면도 없지 않다. 한·미 정상회담의 당초 발표문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와 같이 외환 유동성 공급을 통한 환율 안정의 필요성에 의견을 같이하고 양국 금융 당국 간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였다. 그러나 최종 발표문에는 ‘외환 유동성 공급을 통한’이라는 부분이 빠지고 ‘향후 필요 시’라는 문구가 추가됐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마치 지금 한·미 간 통화스와프 협정을 추진한다는 내용으로 오해될 수 있다.”며 “현 단계는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을 추진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2008년의 경험으로 미뤄볼 때 위기가 심각해지기 전에 미국이 우리나라와의 통화스와프 체결에 응해줄지도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통화를 미리 약속한 환율에 따라 일정한 시점에 상호 교환하는 외환 거래를 의미하는 통화스와프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외환시장 안정의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정부는 2008년 10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했고 이 기간 동안 원·달러 환율은 1414.70원에서 1157.9원으로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국내 채권과 대출 자금을 한꺼번에 빼가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며 통화스와프 재체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차원에서 다자간 통화스와프를 제안했지만 미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하지만 달러 강세가 계속되는 상황 속에 다음 달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세계 금융권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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