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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민수의 고대 이집트 기행]자동차와 투탕카멘 무덤의 발견/이집트 고고학자

    [곽민수의 고대 이집트 기행]자동차와 투탕카멘 무덤의 발견/이집트 고고학자

    얼마 전 ‘자동차가 인류 문명사에 끼친 영향’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하는 일이 생겼다. 여기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꽤 재미있는 ‘이집트학적인 이야깃거리’가 떠올랐다. 바로 투탕카멘 무덤이 자동차가 탄생했기 때문에 발견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때마침 11월은 투탕카멘 무덤 발굴이 이루어진 달이기도 하고, 특히 올해는 그 발견이 이루어진 지 99주년이 되는 해인 만큼 이번 칼럼에서는 그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한다. 발굴을 비롯해 고고학자들의 학술 활동을 위해서는 반드시 후원자가 필요하다. 오늘날에는 대학이나 정부, 학술기금, 연구재단 같은 곳들이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100년 정도 전까지는 주로 고문물에 관심이 많은 대부호나 유럽의 귀족들이 후원자 역할을 맡았다. 투탕카멘 무덤을 발굴한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에게도 든든한 후원자가 한 사람 있었다. 그 후원자는 영국의 귀족이었던 조지 에드워드 허버트, 즉 5대 카나번 백작이었다. 카나번은 상당히 부유한 귀족이었다. 영국 I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다운턴 애비’(Downton Abbey)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근사한 성이 바로 카나번 백작 가문의 영지인 ‘하이클리어성’(Highclere Castle)이기도 하다. 이 가문의 영지와 작위는 현재 8대 카나번 백작 조지 레지널드 허버트에게 계승되고 있다. 5대 카나번 백작은 아주 다이내믹한 성향의 소유자였다. 그런 만큼 그는 역동적인 취미들을 즐겼는데, 특히 경마를 좋아했다. 그리고 경마와 더불어 그는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 사이 역사가 이제 막 시작되고 있던 자동차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백작은 엄청난 자동차 컬렉션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평생 수집한 자동차는 60대가 넘었고, 거기에는 파나르나 부가티 같은 메이커의 명차들이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카나번은 단순히 자동차를 수집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았다. 그는 자동차를 직접 운전하며 사용해 보는 것도 즐겼다. 굉장한 경마광이었던 그는 자동차로도 스피드를 한껏 즐기는 속도광이었다. 그의 지인들은 그를 ‘모터 카나번’(Motor Carnavon)이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우리말로 하자면 ‘속도광 카나번’이나 ‘자동차광 카나번’ 정도의 의미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사고가 일어났다. 1903년 독일의 슈발바흐에서 일어난 자동차 사고로 백작은 거의 죽다가 살아났다고 한다. 애석하게도 백작은 이 사고로 입은 부상에서 평생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했다. 사고 후유증에 시달리며 계속 쇠약해져 가던 그에게 주치의는 한 가지 제안을 했다.영국의 겨울은 춥고 습하니 겨울 동안에는 좀더 따듯하고 건조한 지방에 가서 요양을 하는 게 좋겠다는 권유였다. 그래서 카나번 백작은 따뜻하면서 건조하고, 당시 유럽의 부호들에게 휴양지와 관광지로 사랑받던 곳으로 떠나게 되는데, 백작이 향한 곳은 바로 이집트였다. 1906년 처음 이집트에 도착한 백작은 금세 이 고대문명의 땅에 매료됐다. 그렇지만 그는 건강이 좋지 않았던 만큼 직접 발굴 작업에 참여할 수는 없었다. 대신 고고학자를 한 사람 후원하고자 마음을 먹게 됐다. 백작은 당시 이집트 고문물최고위원회의 사무총장이었던 가스통 마스페로에게 부탁해 젊고 유능한 고고학자 한 사람을 추천받을 수 있었는데, 그 고고학자가 바로 당시 갓 서른을 넘겼던 하워드 카터였다. 그렇게 카나번은 카터를 1907년부터 후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이후 15년이란 시간이 흘러 1922년 이 두 사람은 역사상 가장 놀라운 고고학적 성취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투탕카멘 무덤 발견이라는 업적을 이루게 됐다. 자, 이야기를 한번 요약해 보자. 자동차가 발명되지 않았다면 카나번이 자동차 사고를 당하는 일이 없었을 것이고, 사고가 없었다면 그가 이집트에 가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백작이 카터를 후원하는 일도 당연히 없었을 테고, 카터에게 든든한 후원자가 없었다면 투탕카멘 무덤도 발견되지 못했을 것이다.
  • 한국신화가 인류 문화·문명의 미래 비전 제시

    한국신화가 인류 문화·문명의 미래 비전 제시

    “인류는 신화를 근원으로 문명을 이루고 문화를 창조해 나아갑니다. 한국신화는 ‘지배-갈등-파괴’로 얼룩진 다른 나라 신화들과 달리 ‘화합-상생-대동’의 신화들로 충만해 있습니다.” 우리 문화의 근원인 한국신화의 방대한 자료들이 독자적인 체계로 정리되고 해석돼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김익두 사단법인 민족문화연구소장(전 전북대 교수)이 펴낸 ‘한국신화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우리 신화의 신화학적인 원형·계보·체계·변이 양상 등을 시공간적으로 엮어 인류신화로서의 새로운 비전과 가능성을 제시했다. 저자가 내용과 체계가 조화롭게 갖추어진 한국신화집이 없음을 안타까워하며 18년 동안 혼신의 힘을 기울인 노력의 결정체다. 520쪽의 이 책은 환인-선천시대, 환웅-중천시대, 환검-후천시대 등 3부로 구성됐다.제1부 ‘환인-선천시대’에서는 우리나라가 생겨난 내력과 우리 민족의 조상이 탄생한 이야기(환웅과 웅녀의 이야기), 우리 민족의 나라가 건국된 이야기 등을 다루고 있다. 제2부 ‘환웅-중천시대’는 인류 문명의 시작과 전개에 관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인류가 불과 도구를 발명하고, 의사소통 방법을 창안하면서 더 발전된 집단과 문명을 이루는 사이 발생한 신화를 소개했다. 제3부 ‘환검-후천시대’는 단군환검 신화를 시작으로 부여·고구려·백제·신라 등 여러 부족국가의 국조 탄생 신화들을 다루었다. 또 천신·지신·산신·마을신·집안신·수신·저승신 등 이 시기 다양한 신들을 공간별로 정리했다. “한국신화는 새로운 세계문명사와 문화사가 지향해 나아가야 할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일본 제죽주의와 중국 패권주의에 의해 변질되고 왜곡된 우리 신화의 정체성을 제대로 찾아 국수주의와 민족주의의 한계를 깨고, 모든 인류의 신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의미를 부여하는데 주력했다.한국신화의 원형을 ‘단군신화’와 ‘마고신화’로 삼아 이를 중심 으로 생성·변이된 다양한 신화의 연원, 계통, 변이 양상을 분석했다. 또 각 신화들 사이의 신화학적 상호 연계성을 해석하고 있다. 특히, 기존의 신화 관련 책들은 건국신화와 무속신화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으나, 이 책은 ‘단군신화’를 기본 원형으로 하여 무속신화는 물론, 환단고기·규원사화·부도지 등 여러 신화 관련 책자에 실려 전해지고 있는 자료들도 망라하고 정리하였다. “신화는 신들에 관한 이야기로 인류가 만든 가장 오래된 서사적 담론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인류의 ‘과거’이면서 또한 가장 오래된 ‘미래’기도 하지요.” 김 소장은 “한국신화를 통해 우리만의 신화적 정체성을 찾아보는 것은 우리 문명·문화의 근원을 이해하는 일이며, 또한 인류가 앞으로 나아갈 비전까지도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며 “한국신화의 세계 속에서 인류구원의 새로운 비전을 찾고 불안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바람직하고 참된 문화창조의 새 길을 마련해 나아가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페루에 한국형 공항 수출…마추픽추 친체로 공항 착공

    페루에 한국형 공항 수출…마추픽추 친체로 공항 착공

    우리 정부와 공공기관, 민간 건설업체가 페루에 한국형 신공항을 짓는다. 국토교통부는 한국공항공사가 주도하는 민관협력 컨소시엄 ‘팀코리아’가 19일 페루 쿠스코주 정부청사에서 ‘친체로 신공항’ 착공식을 갖는다고 밝혔다. 페루 잉카 문명의 고대 유적지 마추픽추로 향하는 관문이 될 이 공항은 한국공항공사와 현대건설 등이 팀 코리아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제안했고 국제 경쟁을 거쳐 따낸 공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팀코리아는 발주자인 페루 정부를 대신해 건설·시공사 선정과 공정 관리, 공항 시운전까지 사업 진행을 총괄하는 사업총괄관리(PMO) 사업을 맡았다. 현대건설이 부지 조성공사(1600억원 규모)와 본공사(5400억원 규모) 시공계약까지 수주했다. 친체로 신공항은 4㎞ 길이의 활주로와 탑승구 13기의 터미널 1개동, 계류장 13개소를 지어 2025년까지 연간 최대 570만명이 이용하는 국제공항이다. 이날 행사에는 손창완 한국공항공사 사장과 주종완 국토부 공항정책관, 현대건설 사장 등이 참석했다. 페루 정부에서는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과 후안 프란시스코 교통통신부 장관, 쿠스코 주지사, 친체로 시장 등이 참석했다. 공항공사는 이 사업이 쿠스코 지역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것은 물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항공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손창완 공사 사장은 “마추픽추 하늘길이 대한민국과 공사의 기술로 만들어진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가진다”며 “안전한 공항 건설과 공항 운영 기술 공유,시운전 등 사업관리를 성공적으로 완료해 남미 지역 및 글로벌 해외사업 진출의 시금석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친체로 신공항 사업은 인프라 분야 대한민국 최초의 정부 간 계약(G2G)으로 추진되며, PMO 시공사 등 한국기업들이 다양하게 참여하는 만큼 스마트 공항 등 대한민국이 가진 높은 기술력과 건설 역량을 충분히 발휘해 본 사업의 성공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온난화의 부메랑… 도시가 가라앉는다

    온난화의 부메랑… 도시가 가라앉는다

     미국 시카고는 돋워진 도시다. 지표에서 위로 들어올려진 도시란 뜻이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1850년대 개발 당시 시카고는 대초원이었다. 미시간호와 가까워 “말 한 마리가 너끈히 빠져 죽을 정도”의 습지가 도처에 널려 있었다. 그래도 건물은 레고 블록처럼 올라갔다. 그러다 문제가 빚어졌다. 습지이다 보니 비만 오면 홍수가 났다. 하수도 시설이 없던 당시, 범람한 물로 도시가 오염되곤 했다. 콜레라 등 전염병에 희생되는 사람이 늘자 토목공학자들이 혁신적인 해결책을 냈다. 하수관을 지표에 설치한 뒤 도시 전체를 8피트(2.4m) 정도 높이자는 것이었다. 10년 뒤 도시 공학은 대승리를 거뒀고, 시카고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가 됐다. 현대에 와서도 마이애미, 뉴욕 등이 이와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그러니 이런 생각도 가능할 법하다. “해수면 상승을 걱정할 게 뭔가? 인간의 힘으로 대응할 수 있는데”라고 말이다. 아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같은 이가 이런 부류에 속할 것이다. 요즘 기후 위기에 관한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물이 몰려온다’ 역시 기본적으로는 이 연장선에 있는 책이다. 다만 논점의 폭을 좁혀 해수면 상승과 도시, 인간 문명의 미래에 초점을 맞췄다는 게 독특하다. 저자는 미국의 뉴욕, 노퍽(버지니아주), 마이애미 등을 비롯해 나이지리아의 라고스, 이탈리아 베네치아, 네덜란드 로테르담 등 12개국의 여러 도시들을 찾아 해수면의 급속한 상승이 도시와 사람들에게 끼칠 혹독한 대가를 탐색했다.  저자는 10여년 동안 기후 문제에 천착한 언론인이다. 실제와 가상의 미래를 적절히 섞어 논픽션 소설처럼 책을 썼다. 성층권에 미세 입자를 뿌려 햇빛을 반사하자거나, 바닷물을 남극 대륙으로 퍼올려 얼리자는 등 지구공학 분야의 여러 논의들도 곁들였다. 침몰 위기에 처한 지구 곳곳의 도시들을 19세기 중반의 시카고처럼 들어올릴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당시와 지금은 ‘사이즈’가 다르다. 극단적인 폭풍해일, 지반침하, 토양 염류화 등 해결해야 할 난제들도 하나둘이 아니다.  어차피 해수면 상승은 막을 수 없다. 이미 발생한 온실가스는, 인류가 당장 화석연료를 완전히 포기한다 해도, 수천년이 지나야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무의미한 건 아니다. 인류가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1.5도 이내로 제어할 수만 있다면 이번 세기의 해수면 상승은 60㎝에 그칠 수 있다. 부랴부랴 각국 정상들이 모여 협의를 합네 호들갑을 떠는 건 결국 해수면 상승 속도를 완만하게 늦춰 보자는 것이다. 인류가 변화에 대응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 말이다.  책에 등장하는 한 건축가는 이런 농담을 던졌다. “돈만 충분하다면 무슨 일에서건 살아남을 방법을 기술적으로 고안할 수 있다.” 한데 이 건축가는 중요한 전제 하나를 놓쳤다. 돈뿐만 아니라 시간도 인류의 편이어야 한다. 미국처럼 부자 나라는 돈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가난한 나라들에는 그림의 떡이다. 시간도 인류에 호의적이지 않다. 해수면 상승 속도가 기후 모델의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일정한 임계점이 지나고 나면 기후변화는 인류가 대응하지 못할 정도로 몰아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예측도 대비도 어렵다...과학 발달해도 못 막는 재앙

    예측도 대비도 어렵다...과학 발달해도 못 막는 재앙

    모두가 백신을 맞으면 지긋지긋한 코로나19도 끝날 줄 알았다. 그러나 전염병은 그런 인간의 예측을 비웃듯 다시 고개를 든다. 인간이 만든 과학은 재앙 앞에 힘이 없는 것일까. ‘둠(DOOM) 재앙의 정치학’은 전염병을 포함한 재앙의 역사를 통해 재앙의 ‘일반 이론’을 제시한다. 근대 이후 과학이 발달했지만 재난을 예방하기는 어려웠다. 재앙은 오히려 과학이나 의료보다 정치, 인간 행동과 깊이 연관돼 있었기 때문이다. 영국 출신 경제사학자인 저자는 그동안 세계사적 관점에서 경제위기를 예측해 주목받았다. ‘광장과 타워’, ‘로스차일드’, ‘금융의 지배’, ‘증오의 세기’ 등 문명 흐름을 짚어낸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한국어 번역본 752쪽에 이르는 이번 저서에서는 인류를 덮쳤던 재앙들을 분석한다. 고대 로마 폼페이의 화산 폭발 같은 자연재해, 중세시대 페스트, 제2차 세계대전, 에볼라 전염, 코로나19 등이다. 이를 통해 전개한 재난의 일반 이론은 다음과 같다. 재난이란 본질적으로 예측 불가능하며 불확실성의 영역에 있다.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비상사태를 대비한 맞춤형 매뉴얼 등 관료적 행태보다 차라리 모든 사태에 호들갑에 가깝게 대응하는 편이 낫다. 천재와 인재라는 이분법도 성립할 수 없다. 높은 사망률은 인간 행위자들의 작용과 함수관계를 맺는다.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발전한 건 전염력뿐 아니라 고도로 발달한 인간 네트워크 때문이다. 전염을 가속화한 네트워크를 간과한다면, 재난도 효율적으로 막기 어렵다. 병의 확산을 막으려면 의학보다 비의학적 개입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팬데믹의 가장 중요한 결과는 무엇일까. 저자는 미중 간 ‘2차 냉전’ 격화를 꼽는다. 코로나19로 시스템을 의심받은 미국 대신 중국의 부상을 강조하는 담론이 미국의 위기감을 불러일으켜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처럼 심화되는 미중 갈등은 충분히 지구적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다만 인류에겐 회복재생력이 있다는 희망 한 줄을 덧붙인다. 재난 뒤에 남겨진 인간은 약해질지언정 살아남고, 인간들의 창의적 대응을 끄집어낼 수도 있다.
  • 김종인 원톱?… ‘3김’ 역할분담? 윤석열 선대위 구성 막판 기싸움

    김종인 원톱?… ‘3김’ 역할분담? 윤석열 선대위 구성 막판 기싸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선거대책위원회 인선 속도 조절에 나서며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등 이른바 ‘3김(金)’의 최종 역할 조율에 돌입했지만 난항이 계속되고 있다. 3김 중 어느 하나도 포기하지 않고 중책을 맡기겠다는 윤 후보, 권한 분산이 탐탁지 않은 김종인 전 위원장과 이준석 대표 간의 막판 기싸움이 치열하다. 윤 후보 측은 18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다음주 선대위 인선 발표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6개 분야별 총괄본부장 인선은 완성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윤 후보가 오랜 기간 조언을 받아 온 세 분과 긴밀하게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애초 이르면 이날 선대위 지휘부 인선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전날 김종인 전 위원장과의 회동에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해 다음주로 인선 발표를 미뤘다. 아직 이견 조율이 끝나지 않은 만큼 서두르지 않고 충분한 시간을 가져 미세 조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김종인 전 위원장과 이 대표가 평가절하한 후보 직속 국민화합혁신위원회(국민통합위) 신설에 대한 윤 후보의 의사도 확고하다. 김 전 대표는 전날 윤 후보와의 회동에서 위원장 제안을 최종 수락했다. 윤 후보 측 또 다른 관계자는 “윤 후보가 정치인으로 빠르게 성장한 배경에는 김 전 대표의 오랜 조언과 방향 제시가 있었다”며 “김 전 대표 합류 소식에 민주당이 발칵 뒤집혔을 것”이라고 말했다.공동상임선대위원장으로 거론되는 김병준 전 위원장이 선대위에 최종 안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윤 후보 측은 “김병준 전 위원장이 선대위 중책을 맡는 것은 상수”라고 일축하고 있으나, 최종 조율 단계에서 윤 후보가 김종인 전 위원장과 이 대표의 요구를 수용해 배제할 가능성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이날 TBS 라디오에서 “(김종인·김병준) 둘 간에 위계를 다투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며 “그런데 승부사로서 네임밸류라는 건 현격하게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김병준 전 위원장에게 김종인 전 위원장과 같은 위상과 권한을 부여하려는 윤 후보 측과의 분명한 시각차다. 이 대표는 또 “김종인 원톱 선대위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한 번도 다른 옵션을 고려해 보지 않아 그것을 포기하는 것도 후보한테는 불가능하다”며 “그래서 결국은 김종인 전 위원장의 의중이 조금 더 많이 반영되는 형태로 타협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윤 후보는 이날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도전했던 장기표 신문명위원장을 만나는 등 ‘확장형 선대위’ 구성 행보를 이어 갔다.
  •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중세의 여성/우석대 역사교육과 명예교수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중세의 여성/우석대 역사교육과 명예교수

    중세 이슬람과 기독교 문명의 차이점 중 하나는 이슬람 여성들이 기독교의 수녀원에 견줄 수 있는 사회적 진입로를 못 가졌다는 것이다. 중세 이슬람 세계는 다양성이 컸지만, 성평등 면에서는 기독교와 비교해 한계가 뚜렷했다. 중세 유럽의 왕실 및 귀족 여성에게 수도 생활은 매력적이었다. 수녀원은 여성에게 사회적으로 공인된 활동 영역을 제공했다. 여성들은 그 안에서 외부 간섭 없이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었다. 그런 주도권은 수녀원 밖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또한 수녀원은 여성에게 사회적으로 명예로운 지위를 부여했다. 그곳에서 여성들은 자기 가문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아울러 유괴나 성폭력, 또는 가문의 외교적·왕조적 이해관계 증진 명목으로 추진되는 강제 결혼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었다. 수녀원은 바깥세상의 삶이 지극히 위태롭게 여겨졌던 시기에 구원을 보장하는 안전장치였다. 수녀원은 왕실 남성들에게도 유리했다. 그들이 수녀원을 건립하고 지원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수녀원은 왕의 미망인같이 성가신 잠재적 권력자 여성들을 은퇴시키기에 적합한 장소였다. 경건한 여성들의 기도는 왕국을 위해 신의 가호를 얻어내는 데 각별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리고 출산 가능한 왕실 여성의 수를 제한함으로써 수녀원은 잠재적 왕위 계승자의 수를 줄이는 데도 이바지했다. 왕실 여성을 수녀원에 보내는 것은 중세 유럽 왕국들을 빈번히 분열시킨 왕위 계승 다툼을 완화하는 한 방법이었다. 중세 유럽의 수녀 중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이 컸던 인물은 독일의 수녀이자 신비가인 힐데가르트 폰 빙겐(1098~1179)이었다. 힐데가르트는 자신이 본 계시와 환상을 독창적인 라틴어 산문으로 서술했다. 대단히 매혹적인 문장이어서 동시대인은 그녀가 직접 신의 영감을 받았음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교황은 독일을 방문했을 때 그녀를 축복했고, 종교 지도자 및 세속 지배자들은 그녀의 조언을 구했다. 힐데가르트는 약학, 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 관한 글도 남겼다. 그녀는 많은 종교 음악을 작곡했는데, 이 성가의 아름다움은 최근 재발견되고 있으며, 유튜브 등에서도 쉽사리 검색해 감상할 수 있다. ‘위대한 계시’(2009)는 그녀의 생애를 다룬 독일 영화다.
  • ‘대역설’ 김정은, 35일 만에 공개 행보…삼지연 건설사업 현지 지도

    ‘대역설’ 김정은, 35일 만에 공개 행보…삼지연 건설사업 현지 지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삼지연시 건설사업장을 찾으며 한 달여 만에 공개 활동에 나섰다. 조선중앙통신은 16일 김 위원장이 “삼지연시 건설사업이 결속되는 것과 관련해 3단계 공사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삼지연시를 현지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공사 중인 주택과 교육시설, 문화후생시설들을 돌아보고 도시경영실태와 농사실태에 대해서도 지시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북한 관영매체가 김 위원장의 공개 행보를 보도한 것은 35일 만이다. 지난달 12일 국방발전전람회에서 김 위원장이 기념 연설을 했던 것이 가장 최근의 공개 활동 보도였다. 김 위원장은 “삼지연시 건설은 지방인민들을 문명한 물질문화 생활로 도약시키기 위한 하나의 새로운 혁명의 출발점”이라면서 “삼지연시 건설에서 축적한 우수한 경험들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확대시켜 지방건설 발전과 문명한 전사회 건설을 다그치는 전환적 국면을 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의 웅대한 건설정책을 편향 없이 정확히 추진해 나가자면 지방의 건설 역량과 설계 역량을 급속히 강화하고, 물질기술적 토대를 튼튼히 꾸리는 것이 현시기에 가장 절박하게 나서는 선결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불리한 북방의 환경 속에서도 방대한 공사를 중단없이 힘있게 추진해온 건설자들의 줄기찬 투쟁에 의해 읍지구뿐 아니라 시안의 여러 지구들과 농장들이 사회주의 산간 문화도시의 본보기로 전변됐다”고 격려하기도 했다.이날 김 위원장은 3단계로 건설한 백두산밀영동·리명수동·포태동 지구의 주택들과 교육시설, 문화후생시설 등을 두루 돌아보고 도시경영과 농사실태에 대해 구체적인 방향을 지시했다. 특히 삼지연시 산림상태와 관련해 병해충이나 기온변화 등 각종 요인에 대비해 산림보호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과학기술적 관리 방안을 연구할 것을 주문했다. 현지지도에는 조용원 당 조직비서와 김덕훈 내각 총리, 박정천 당 비서, 김재룡 조직지도부장, 박훈 내각 부총리 등이 동행했다. 최근 김 위원장은 급격하게 살이 빠진 모습으로 ‘대역설’까지 불거진 바 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28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끊임 없이 제기되고 있는 ‘김정은 건강이상설’과 ‘대역설’ 등에 대해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과학적인 기법을 통해 분석한 결과 2019년 약 140㎏에서 현재 약 20㎏가량 감량한 것으로 보이며 건강에 별 이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일축했다.
  • 노벨 경제학 수상자가 요리책을, 남다른 음식 철학 한가득

    노벨 경제학 수상자가 요리책을, 남다른 음식 철학 한가득

    2019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브히지트 바네르지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경제학과 교수가 이번주 책을 출간한다. 빈곤의 원인과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법을 연구한 공로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그가 쓴 책 제목은 놀랍게도 ‘당신의 목숨을 구하는 요리(Cooking to Save Your Life)’라고 영국 BBC가 15일 전했다. 열다섯 살 때 처음 손수 조리를 해봤다고 털어놓은 인도 출신의 이 경제학자는 “지난 40년 넘게 수천 가지의 요리를 맨처음 개발했다”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출판사는 “아브히지트가 경제학 연구보다 요리를 더 잘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책에서 래즈베리(나무딸기)를 세비체(날생선 샐러드)나 달 쟁반에 담을 때 채찍질하듯 치대지 말라거나 어느 때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래즈베리 세비체를 정교하게 달 쟁반으로 문지르라고 알려주기도 하는데 “겨울날 보드라운 숄로 감싸듯” 하라고 재미있는 표현을 동원하기도 한다. 책은 성탄절을 앞둔 처남에게 조리법(레시피)을 알려주는 식으로 기획됐는데 그는 집필하면서 요리사로서의 본능과 통찰력을 버무리는 데 집중하게 됐다고 돌아봤다. 이어 “요리는 사회적 행동”이라며 “맥락이 있게 마련이다. 때때로 음식은 가족에게 전해진 선물이기도 하며 유혹하는 행위이기도,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책에는 어떤 순간에 어떤 요리가 필요한지도 제시돼 있다. 예를 들어 스페인식 병아리콩 수프는 결혼 프러포즈할 때 하면 좋다. 엄청나게 맛있으면서도 조리하기 간편한 벵갈식 생선 스튜는 잘난체하는 친구를 놀래킬 때 좋다. 모로코식 샐러드는 시댁 식구들과의 만남이 끝날 때 내가면 좋다. 또 방글라데시 볶음밥인 비랴니는 간밤의 숙취를 해소하는 해장용으로 그만이다. 보통 요리책에는 선명하고 색깔 대조가 잘 되는 컬러 음식사진으로 도배되는데 그의 책에는 저자와 어울려 조리하기도 하는 가족의 오랜 친구 셰인 올리버가 정성들여 그린 그림들이 들어갔다. 올리버는 “음식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보다 사람들이 원하는 취향에 집중하게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그의 책이 다른 요리책과 차별화되는 대목은 요리를 너그러운 행위로 찬양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요리하게끔 만드는 것들로 부러움, 자부심, 필요성 등 다양한 분위기와 압력으로 설명하는 데 있다고 방송은 지적했다. 해서 그의 책은 숙련된 요리사에게 도움이 되기보다 조리법을 넘어선 교훈을 전하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가난한 이들이 부자보다 더 살기 위해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는 것을 증명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는데 이 책을 쓰면서 발견한 것은 보통 생각하는 것과 반대로 부자건 가난한 사람이건 상관없이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은 영양가를 뛰어넘는다는 것이었다. 서민들이 시간도 없고, 찬거리도 변변찮아 뚝딱 대충 만들어 먹는 음식도 양심적인 노동을 통해 얻어진 한끼라면 충분히 완벽한 음식이란 얘기다. 네팔부터 이탈리아 시칠리까지 그의 요리는 폭넓은 것들을 끌어와 하나로 버무렸다. 그는 또 달 음식을 “인도가 인류 문명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이라고 높이 샀다. 그는 달 조리법만 20가지가 넘지만 세 가지로만 분류해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4월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 기조연설, 6월 제주 포럼에 참석해 원희룡 당시 지사와 대담하는 등 차기 대선 쟁점 중 하나인 기본소득 개념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 어린이를 제물로 인신공양…페루서 연이어 고대 유적 발굴

    어린이를 제물로 인신공양…페루서 연이어 고대 유적 발굴

    고대문명이 남긴 묘지가 남미 페루에서 잇따라 발견돼 고고학계가 흥분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페루 리베르탓 지방 내 유적지 찬찬에서 발견된 묘지는 2층 구조로 지금까지 유골 25구가 발굴됐다. 깊이 땅을 파고 시신을 안장한 뒤 다시 무덤을 파 그 위에 또 다른 시신을 안장하는 식으로 만든 2층 구조였다. 대부분은 30세 미만의 여성으로 소수의 어린이와 청소년이 포함돼 있다. 발굴팀장인 고고학자 호르헤 메네세스 바르트라는 "특정 연령층이 안장돼 있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한 발견"이라며 "직업군을 추정할 수 있는 부장품이 대거 발견된 것도 매우 특이한 점"이라고 말했다. 발굴된 부장품은 용기류 70여 점과 과거 직물 생산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바늘 등이다. 바르트라는 "사망한 여성들이 생전에 직물 생산에 종사했음을 추정할 수 있는 부장품이 다수 발견돼 당시의 기술을 파악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적인 추가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묘지는 약 10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된다. 페루 북부에서 꽃피운 치무문명이 처음 등장한 게 600~700년대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페루에선 최근 고대문명 유적이 연이어 발견되고 있다. 앞서 페루 북부 람바예케 지방에선 어린이를 제물로 바친 흔적이 역력한 종교시설 유적이 발굴됐다. 모체문명이 남긴 유적으로 추정되는 묘지에선 유골 29구가 완전한 상태로 발견됐다. 고고학계는 모체 문명(100~700년대)에서 와리 문명(1100~1200년대)으로 넘어가면서 계속 사용된 시설로 보인다며 종교의식이 거행된 장소로 추정하고 있다. 발굴된 유골 가운데 특히 고고학계가 주목하는 건 3구의 어린이 유골들이다. 어린이들은 낙타류 동물 4마리, 토끼 8마리와 함께 안장돼 있었다. 발굴팀은 "동물들과 사람이 함께 안장된 건 사람이 제물로 바쳐진 것이라는 의미"라며 "유골들이 완벽한 상태로 보전돼 있는 점도 이런 추론에 더욱 힘을 실어준다"고 설명했다.
  • [월드피플+] 전기·수도 없는 오두막서 40년 간 홀로 산 진짜 자연인

    [월드피플+] 전기·수도 없는 오두막서 40년 간 홀로 산 진짜 자연인

    외딴 숲속 오두막집에 40년 가까이 혼자 살아온 ‘진짜 자연인’의 모습이 영국 BBC 다큐멘터리를 통해 공개됐다. 켄 스미스(74)는 스코틀랜드의 전기와 가스, 수도도 없는 숲의 오두막에서 약 40년 동안 장작불에 의존해 생활해 왔다. 주요 식량 공급원은 인근에 있는 호수이며, 이 호수에서 낚시로 잡은 물고기를 주식으로 먹으며 살아간다. 직접 채소를 재배하고 장작을 패는 등 자급자족의 삶을 사는 그가 ‘자연인’으로 살아가겠다고 결심한 시기는 26살 때였다. 소방서에서 일하던 스미스는 야간 근무를 마친 뒤 집으로 돌아가다가 길거리에서 낯선 남성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이후 3주간 혼수상태에 빠진 뒤 간신히 깨어나 목숨을 건졌지만, 이미 몸과 마음에 모두 상처를 받고 말았다. 그는 당시 사고로 몸과 마음에 모두 상처를 받았고 결국 문명생활을 버리기로 결심했다. 그는 “그 일을 겪은 뒤, 다른 사람의 기준으로 더 이상 살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서서히 건강을 회복한 스미스는 캐나다와 알래스카 등지를 여행하며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비극적인 사고 이후 그가 스스로 고립될 장소를 찾는 동안 부모님이 돌아가셨지만, 이 사실 역시 한참이 지나 집으로 돌아온 후에야 알게됐다. 부모님의 마지막을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에 또 다시 충격을 받은 그는 “당시 영국 전역을 걸으며 (부모님 생각에) 눈물을 흘렸다”면서 “그러다 스코틀랜드에서 이 장소를 발견했고, 곧바로 이곳에 터전을 잡았다”고 말했다.전기도, 가스도, 수도도 없는 오두막에서 자연인으로 수십년을 산 그에게 고비는 또 있었다. 2019년 당시 그는 뇌졸중으로 쓰러져 시력과 기억력에 문제가 발생했다. 한 겨울 눈 속에 쓰러진 그는 GPS기기를 이용해 도움을 요청했고, 병원으로 옮겨져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2020년에는 통나무가 머리로 떨어지면서 또 한번 병원신세를 졌고, 현지 의료진은 고령인 그가 자연인으로 사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며 도시로 돌아올 것을 권했다. 그러나 스미스는 “나는 나의 마지막 날, 이곳에서 멈출 것”이라며 ‘외로운 호수’와 ‘외딴 숲’을 벗어나지 않겠다고 밝혔다.
  • 누군가 무심코 버린 플라스틱… 길냥이들 목에 ‘덫’이 되었다

    누군가 무심코 버린 플라스틱… 길냥이들 목에 ‘덫’이 되었다

    목에 고리처럼 플라스틱이 끼인 상태최근 동물구조단체 등에 제보 쏟아져모두 같은 형태의 물뿌리개 뚜껑 추정“폐자재 인근서 이런 상태 연이어 발견”일상에 편리함을 가져다준 ‘문명의 이기’ 플라스틱이 바다거북, 고래 등 해양생물에 이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길고양이까지 위협하고 있다. 거리에 마구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가 길고양이의 ‘덫’이 된 것이다. 인간에 대한 역습도 머지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물권단체 케어는 지난 6일 서울 광진구에서 길고양이 목에 플라스틱 고리가 대롱대롱 달려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달 들어 서울 광진, 강남, 인천 등에서 유사한 제보 4건이 케어에 접수됐다.동물구조단체인 사단법인 동물구조119도 지난달 27일 서울 송파구에서 같은 모양의 동그란 플라스틱을 목에 달고 다니는 고양이를 구조했다. 이 단체도 최근 서울 중랑, 강서 등에서 비슷한 고양이 4건을 제보받았다고 밝혔다. 길고양이가 플라스틱 고리에 끼인 채로 연이어 발견되는 일은 흔치 않다고 한다. 김영환 케어 대표는 9일 “이런 상태의 고양이를 본 건 처음”이라면서 “모두 폐자재 인근에서 발견했다”고 말했다. 구조된 고양이는 모두 같은 모양의 플라스틱을 목에 걸고 있었는데 단체들은 온라인 등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플라스틱 물뿌리개 뚜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길에 버려진 물뿌리개 뚜껑이 거리를 돌아다니던 고양이의 목에 끼이거나 사람들이 화초에 물을 주고 바닥에 놓은 물뿌리개에 물을 마시려는 고양이가 고개를 들이밀었다가 빼지 못해 계속 달고 다니는 것으로 추정된다.문제는 고양이 목에 걸린 플라스틱이 움직일 때마다 고양이 몸을 긁어 상처를 낸다는 점이다. 고양이의 기본 습성인 그루밍(몸을 핥는 행위)도 어렵게 만들고 음식물을 먹거나 물을 마시기도 불편해진다. 실제 이들 단체들이 구조한 고양이는 외상, 구내염 등의 증상도 보였다. 임영기 동물구조119 대표는 “플라스틱 제조업체에도 이런 사실을 알렸는데 제대로 된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배달 문화가 확산하면서 플라스틱 포장용기 사용량이 늘어나는 가운데 ‘처치 곤란’ 플라스틱 쓰레기가 길거리 동물에겐 ‘지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고양이 목에 걸린 플라스틱은 인류에 대한 경고음으로도 해석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환경오염으로 아토피 등 피부질환이 심해지는 사람이 늘어나는 등 인간에 대한 역습은 시작됐다”면서 “최근 환경, 기후변화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플라스틱 재활용 등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40년 가까이 스코틀랜드 외딴 오두막에서 혼자 살아온 74세

    40년 가까이 스코틀랜드 외딴 오두막에서 혼자 살아온 74세

    40년 가까이 스코틀랜드 하일랜드의 외딴 호숫가에 손수 통나무 오두막을 짓고 전기도, 수도도 없이 홀로 지내 온 남자가 있다. 켄 스미스(74)는 “좋은 인생이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하고 싶어 하지만 누구도 해내지 못하는 삶”이라고 9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BBC 스코틀랜드에 털어놓았다. 하지만 사실 모두가 그처럼 고립되고 은둔하는 삶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열매 따고 낚시하고 장작 모으고 추운 바깥에서 옷 빠는 일 등등이 그가 누리는 일상의 전부다. 그마저 70대 중반인 그에겐 쉽지 않은 일이 돼가고 있는데도 여전히 그는 혼자 살고 있다. 그의 통나무 오두막은 란노크 무어의 막다른 길 끝에서 두 시간을 걸어야 닿을 수 있다. 언덕 위에서 호수를 내려다보며 그는 “이곳은 워낙 외로운 호수로 알려져 있다. 여기는 도로도 없지만 댐을 짓기 전부터 사람들이 살았다. 파괴된 것들은 모두 저기 아래에 있다”고 말했다. 여성 영화감독 리지 맥켄지가 9년 전 처음 그를 찾아와 지난 2년 동안 그를 촬영해 BBC 스코틀랜드의 다큐멘터리 ‘트레이그의 은자’를 만들었다. 이날 밤 10시에 방영된다. 켄은 원래 더비셔주 출신이며 15세 때부터 소방서 짓는 일을 했다. 그의 삶은 26세이던 어느날 밤에 외출을 했다가 깡패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은 뒤 극적으로 바뀌었다. 뇌출혈을 일으켰고, 23일 동안 의식을 잃었다. 의사들은 회복하기 어렵다고, 말도 다시 하지 못하며, 걷지도 못할 것이라고 했지만 그는 해냈다. “그 무렵 결심했다. 다른 누구의 삶이 아닌 내 스스로의 삶을 살겠다고 마음먹었다.” 켄은 여행을 시작해 야생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알래스카와 경계를 이루는 캐나다 유콘에서 그는 고속도로를 벗어나 무작정 걸으면 어떤 곳에 이르게 될까 궁금해져 진짜로 3540㎞를 걸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영국에 돌아와서야 들었지만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스코틀랜드 하일랜드의 란노크에 이르렀을 때에야 갑자기 부모 생각이 떠올라 울기 시작했다. “난 걷는 내내 울었다. 영국에서 가장 고립된 곳이 어디인지 생각했다. 모든 만을 따라, 집 한 채 들어서지 않은 곶을 따라 걸었다. 수백 마일을 걸어도 걸어도 아무것도 없었다. 호수 건너를 바라보며 이 숲을 봤다. 머무르고 싶었던 곳이 바로 여기구나 싶었다.” 그곳에서 울음을 멈추고 방황하던 여정을 끝내겠다고 결심했다. 통나무 오두막을 짓기 위해 먼저 작은 장작들로 설계를 해봤다. 1980년대 중반의 일이다. 그렇게 40년 가까이 전기는 물론 가스도, 수도도 없이, 물론 휴대전화 시그널도 잡히지 않는 곳에서 살았다. 장작을 패 헛간에 쌓아두고, 채소를 기르고 베리를 따먹지만 주 먹거리는 모두 호수에서 찾는다. 독립 생활을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일은 낚시하는 법을 배우는 일이었다. 2019년 2월 리지 감독이 촬영을 마치고 떠난 지 열흘 만에 켄은 눈밭에서 심정지를 일으켰다. 며칠 전에 선물받은 GPS 위치추적 신호기를 눌러 SOS 신호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으로 자동 발신했는데 영국 해상보안청에 연락해 포트윌리엄의 병원으로 후송됐다. 그곳에서 몇주 동안 회복하며 지냈다. 병원에서야 당연히 문명 생활로 돌아올 것을 권했지만 켄은 오두막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심정지 여파로 사물이 둘로 겹쳐 보이는 후유증과 기억상실 증세를 겪고 있다. 숲 관리인이 몇 주에 한 번씩 음식을 가져다주면 그는 연금에서 얼마간의 돈을 쥐어주고 있다. “요즈음 사람들은 내게 친절하게 대해준다.” 일년 뒤에도 장작 더미가 그를 덮쳐 또 한 번 병원에 후송된 일이 있었다. 하지만 천하태평인 그는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어차피 우리는 지상에 영원히 살지 못한다. 결단코 내 마지막 날은 이곳에서 맞는다. 사고도 숱하게 겪었지만 난 모두를 이겨낸 것처럼 보인다. 언젠가 또 아플지도 모른다. 다른 모두에게 그렇듯 나도 한 순간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난 102세까지 살기를 바란다.”
  • [이은혜의 책 사이로 달리다] 독서와 개인 취향/글항아리 편집장

    [이은혜의 책 사이로 달리다] 독서와 개인 취향/글항아리 편집장

    독서에서도 에너지의 들고 남을 잘 관리하는 일이 중요하다. 어떤 책은 읽으면 에너지를 충전받는 느낌이 드는 반면 그 반대의 책도 있기 때문이다. 그 기준은 읽는 이의 텍스트 취향과 다소 관계 있고, 독서를 마쳤을 때 온 힘을 쏟을 만한 것이었나 하는 반추와도 관련된다. 가령 나는 탕누어의 ‘역사, 눈앞의 현실’이나 존 맥피의 ‘이전 세계의 연대기’를 읽었을 때 에너지 손실률 제로, 획득률 100%였다. 탁월한 두 책에선 저자가 평생 갈고닦은 세계관이나 글쓰기 기술이 압축돼 펼쳐지고, 난해한 문장들을 번역가가 꽤 많이 해결해 독서는 탄탄대로를 걷는다. 탕누어의 책을 번역한 김태성, 김택규, 김영문은 복잡한 문장 구조 탓에 혀를 내두르며 저자를 원망했다. 하지만 독자는 이런 과정 덕분에 탄복하며 읽기만 하면 된다. 그 길 위에서는 탕누어의 생각들이 선진 시대와 현대를 종횡하면서 철학과 문학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기에 시대적 이질감과 문명 간 생각의 격차는 사라지고 원하는 깊이까지 들어갈 수 있다. 맥피가 30년에 걸쳐 쓴 ‘이전 세계의 연대기’를 읽는 독자들은 지질학과 암석학, 지구과학에 익숙하지 않아 자신의 낮은 문해력을 실감하며 미국의 ‘80번 주간 고속도로’의 울퉁불퉁한 길을 달려야 한다. 그렇지만 저자가 평생 발밑을 내려다보며 품은 호기심과 그것의 비밀을 풀 열쇠를 쥐고서 힘껏 독려하므로 독자는 몇 번이고 완주할 의지를 내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독서를 마쳤을 때는 뭔가로 가득 찬 느낌만 남는다. 이렇게 충만해진 에너지는 어디로 흘러갈까. 내 경우는 고스란히 다른 책에 투여한다. 가령 ‘음식의 영혼, 발효의 모든 것’이 그런 대상이다. 이 책은 미국의 한 발효 전문가가 수십년간 시도해 온 발효 기술을 900쪽에 담은 것으로, 발효 음식이나 음료의 기원, 발효 종자를 얻는 과정, 경험에서 배운 발효 노하우 등을 적고 있다. 이것을 읽으면 음식에 대한 세계관을 바꾸게 되고, 직접 발효 음식을 만들겠노라는 의지를 불태우게 되며, 세상의 모든 음식을 발효·비발효의 관점으로 보게 될 정도로 빨려 들어간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독서 후 나는 에너지를 빼앗기는 느낌이 들었다. 세상의 냄새도 맛도 잊은 채 오로지 텍스트에만 집중하고 싶은데, 이 책은 계속 부엌을 오가게 만들기 때문이다. 넓게 보면 실용서 범주에 드는 후자와 같은 책들의 미학은 뭘까. 그것은 행동하도록 동기부여를 한다. 가령 주식 투자 책을 읽으면 주식 계좌를 트고, 달리기 책을 읽으면 밖으로 나가 뛰게 된다. 이런 책들은 인생의 참맛이 책 바깥에 있음을 끊임없이 일깨운다. 하지만 실용의 세계에 대해 지식을 안겨 주는 책들은 (본질적으로 똑같은 책임에도) 독서를 방해한다. 사실 독서란 세상의 온갖 움직임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안으로 집중하려는 의지의 행위다. 그것은 원거리에서 역사를 다시 들여다보게 하고, 각자의 생활 속 소음들을 숨죽이게 만들며, 우리가 한시바삐 붙좇고 있는 가치들이 과연 그럴 만한 것인가 점검하게 하는 작업이다. 그런데 일부 책은 좁은 생각 속에 나를 가두고 내면에서 뭔가 질적인 변화를 이뤄 내기도 전에 문맥의 흐름을 끊고 머릿속을 음식과 투자와 운동의 의지로 충만하게 만드니 세상과의 거리두기는 실패하기 쉽다. 실용서와 비실용서의 유익함을 독자들은 안다. 다만 어떤 책은 나를 분해하면서 자신과 세계, 그리고 역사에 대한 통찰의 지류들을 내 안으로 끌어와 커다란 강을 만드는 반면 또 다른 종류의 책들은 실행력을 키우면서 나의 기능들을 훈련시켜 유용한 인간으로 만든다. 이때 그 실행력은 세상의 목소리들에서 나온 것일 가능성이 큰데, 그 소리는 부와 권력, 힘과 친밀할 때가 많다. 아니, 그렇게 거창하지는 않더라도 모종의 소유욕으로 귀결되는 사례가 많다. 그래서 나에겐 이런 종류의 책을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쉽게 양서로 꼽을 수 없는 이유가 된다.
  • [기고] 한류의 미래, 문화·인간적 가치 구현에 달렸다/전찬일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장·영화비평가

    [기고] 한류의 미래, 문화·인간적 가치 구현에 달렸다/전찬일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장·영화비평가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BTS에서 오징어 게임까지: 한국은 어떻게 문화 거물이 됐나’(From BTS to ‘Squid Game’: How South Korea Became a Cultural Juggernaut)라는 기사를 통해 한국 문화콘텐츠산업의 발전 배경을 분석했다. 그 구체적 동인들보다 필자가 더욱 주목한 것은 뉴욕타임스라는 그 잘난(?) 세계적 유력지가 ‘Cultural Juggernaut’ 같은 용어까지 동원해 가며 한류(Hallyu/Korean Wave) 현상을 짚었다는 사실이었다. 한류를 과연 일시적 유행이나 흐름 정도로 치부해도 괜찮은 걸까? 필자도 빈익빈부익부로 인한 양극화 등 한류의 그늘쯤은 의식하고 있다.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크고 작은 비참함을 향한 성찰 없이 한류의 역사적 성공에 지나치게 후한 평가를 내리는 것은 아닐지 조심스럽기도 하다. 그럼에도 필자가 지난 3일 오후 제3회 창원국제민주영화제(10월 30일∼11월 7일) 특강 주제로 ‘한류의 문명사적 의미: 오징어 게임, 기생충, BTS를 중심으로’를 내세웠던 것은 한류의 어떤 남다른 가능성 때문이다. ‘문명의 충돌’의 저자 새뮤얼 헌팅턴을 호출할 것도 없이 한국 문화는 으레 ‘중화’ 내지 ‘유교’ 문명이라는 자장 안에서 취급돼 왔는바 오늘날의 한류를 예의 낡은 문제 틀로 접근·설명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서였다. 필자는 감히 역설한다. 대결·정복 등 서구의 이분법적 프레임을 넘어 자기존중·사랑·공생·상생 등 인류애적 메시지로 범세계적 공감대를 얻는 데 성공한 한류의 특별한 잠재력·생명력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가령 어느 게임 회사가 한 해에만 몇 조원을 벌어들인다는 현실에 희희낙락할 게 아니라 게임들이 띨 수 있을 문화적·교육적 가치를 파악·전파할 수 있는 정책적 방향 모색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이른바 융복합의 시대에 인류의 미래인 ‘개방 협력’에 부응하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우리 문화를 해외에 소개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대표적 두 기관인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과 한국문학번역원만이 아니다. 올해 예산만도 5000억원에 근접했다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나 8조원이 넘는다고는 하나 전체 국가 예산 중에서는 1.5%도 채 안 되는, 그러나 갈수록 역할·기능의 중대성이 커져 가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도 마찬가지다. 공공 정책은 모름지기 돈벌이에 급급해서는 안 되지 않을까? 그 못지않게 중요한 문화적·인간적 가치를 구현·실현하는 미래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 [금요칼럼] 건축은 그 자체로 하나의 목적이다/황두진 건축가

    [금요칼럼] 건축은 그 자체로 하나의 목적이다/황두진 건축가

    인간은 필멸의 존재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불멸을 꿈꾼다. 그럴 때 인간은 무엇을 할까. 우선 종교다. 이승의 유한함에 대한 불안은 하늘나라에서의 영생에 대한 기대감으로 위안받는다. 인간이 육신을 갖고 태어나는 한 이 현상은 영원할 것이다. 그다음으로는 예술이 있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생전의 부귀영화보다 사후의 영광을 위해 기꺼이 고난의 길을 간다. 육신은 사라지지만 예술은 남는다. 일종의 문화적, 역사적 영생이다. 그리고 인간에게는 건축이 있다. 이 역시 지난한 길이다. 건축은 종종 엄청난 희생을 요구한다. 개인은 파산하고, 회사는 휘청하며, 심지어 한 나라의 정권이 흔들리기도 한다. 문화재 건축의 후손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우리 조상들이 돈이 넉넉해서 이런 집을 지은 것이 결코 아닙니다.” 이러한 투자와 인내심의 대가는 대체 불가의 가치를 갖는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짓는 과정에서 정부가 바뀌는 곤혹을 치렀으나, 오늘날 호주가 갖고 있는 긍정적 국가 이미지의 상당 부분은 이 건물이 만들어 냈다. 인류의 건축사는 헌신적 노력이 만든 불멸의 사례들로 가득하다. 1876년 강화도 조약으로 개항하면서 본격적으로 세계와 조우하기 시작한 이후, 새로운 문명이 엄청나게 이 땅으로 들어왔다. 물론 건축은 이전에도 존재했으나 교육부터 수련, 실천의 전 과정에 있어서 해체와 재구성을 피할 수 없었다. 개항 150년 정도 되는 지금의 시점에서 보면 한국의 많은 분야가 국제적 반열에 올랐거나 일부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에 반하여 건축에 대해서는 아직 그렇게 이야기하기 어렵다. 물론 일차적으로 건축가들이 해결해야 할 숙제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단순 논리로만 접근할 문제도 아니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건축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의 문제다. 오늘날 한국인들은 이른바 국제 표준을 누리며 산다. 입고 먹는 것의 수준은 상당하다. 세계에서 가장 잘 먹고 잘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한국인이라는 말도 있다. 문화, 예술 활동도 활발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나 투자도 갈수록 늘어난다. 자동차는 말할 것도 없고 취미의 영역으로 넘어가면 믿기 어려울 정도의 풍요가 넘친다. 아웃도어 분야에서는 “왜 동네 뒷산에 가면서 히말라야 복장을 하느냐”는 농담이 흔할 정도다. 정보력과 구매력이 결합돼 벌어지는 사회적 풍경이며, 몇십 년 전에 세계 최빈국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매우 감격적인 성취다. 한국 건축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아직도 상당 부분의 건축이 국제 표준에 못 미치며 (당장 거리에 나가 주변을 둘러보라) 또한 이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풍조가 있다. 즉 건축에 대한 기대 수준 자체가 높지 않다. 이 모든 것은 극단적인 ‘가성비 게임’의 결과다. 법과 제도에서 말단 디테일에 이르기까지 허술함이 구석구석에서 얼굴을 내민다. 관련 규정이 없어 심지어 공동 주택에서도 6미터 이상의 긴 막다른 복도가 예사로 만들어진다. 불이 났을 때 인간의 본능에 근거해 디자인된 방화문 전용 손잡이를 사용하는 사례는 손꼽을 정도다. 어차피 오래갈 것을 전제로 짓지도 않았기 때문에 건축은 완공 직후부터 빠르게 낡아간다. 이 나라의 교육열과 문화적 욕구와 경제력을 감안했을 때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총체적 기준 미달이다. 이제 목표는 단순하다.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건축을 만드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이제 한국은 여러모로 그럴 능력을 갖추고 있다. ‘제대로 지어서 후대에 전합시다’라는 말과 생각이 일상화돼야 한다. 그리고 그 혜택은 온 사회구성원에게 돌아간다. 그것이 건축이 갖는 최고의 미덕이다. 좋은 건축은 다른 무엇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그 자체로 삶의 유한함을 넘어서려는 인간과 사회의 중요한 목표다.
  • 한반도 대표 선사문명 소멸은 가뭄 때문이었다

    한반도 대표 선사문명 소멸은 가뭄 때문이었다

    송국리 문화인들 가뭄 피해서 남하日 규슈에 정착해 야요이 시대 열어 4200년 전 지구에 추위·대가뭄 오자인더스 문명의 모헨조다로 등 멸망기후 변화 기반 역사적 사실 재조명한반도의 대표적인 선사시대 문명 중 하나로 ‘송국리 문화’가 있다. 대략 3000년 전부터 집약적 농경을 기반으로 성장해 금강 중하류 일대에 영향을 미친 문명이다. 오랜 기간 번성할 것 같았던 송국리 문화는 그러나 대략 2300년 전 갑작스레 사라졌다. 오랫동안 수수께끼였던 송국리 문화의 소멸 원인을 고기후(古氣候·과거 지질시대의 기후) 자료에서 찾는 움직임이 최근 학계에서 일고 있다. 단초는 전남 광양의 습지에서 확보한 꽃가루 퇴적물 자료였다. 이를 분석해 보니 2800~2700년 전 한반도의 기후가 갑자기 나빠졌다. ‘2.8ka(1000년 전을 뜻하는 ‘kiloannum’의 줄임말) 이벤트’라고 불리는 갑작스런 단기 가뭄이 닥친 것이다. 당시 송국리 문화인들은 정착지를 버리고 남하를 거듭했고, 일부는 바다를 건너 제주도로 가거나 아예 일본 규슈 일대에 정착해 야요이 시대를 열었다. 기후 변화가 인간과 문명의 대이동을 추동한 셈이다.‘기후의 힘’은 20여년간 한반도 고기후 연구에 천착한 저자가 인류의 진화에서 조선 왕조의 흥망성쇠까지, 기후가 어떻게 인류와 문명을 만들어 왔는지 살핀 책이다. 저자는 인류의 진화와 이동, 인류의 한반도 유입, 농경문화의 전파, 송국리 문화의 일본 전파, 홍경래의 난 등의 사례들을 통해 기후가 우리의 운명을 결정해 왔다고 주장한다. 기후 관련 책들이 대부분 당면한 지구온난화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과거의 기후 변화를 토대로 역사적 사실들을 재조명한다는 점이 퍽 흥미롭다. 책이 다루는 시간적 범위는 한반도에 인류가 유입된 2만년 전 이후다. 하지만 저자의 시선은 한반도에만 머물지 않는다. 기후 변화는 특정 지역을 넘어 지구적인 문명의 흥망과 관련이 있어서다. ‘4.2ka 이벤트’를 예로 들자. 4200년 전 지구에는 갑작스러운 추위와 대가뭄이 닥쳤다. 가뭄은 북반구 전역에 영향을 미쳤다. 메소포타미아의 아카드 제국, 이집트 고왕국, 인더스 문명의 모헨조다로 등 당시 주변을 호령하던 문명들 대다수가 비슷한 시기에 무너졌다. 기후 변화가 인간 사회를 파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여실히 드러낸 사례다. 3200년 전의 서남아시아 청동기 문명, 1300년 전의 멕시코 테오티우아칸 문명, 800년 전의 안데스 티아우아나코 문명, 550년 전 동남아시아의 앙코르 문명 등도 가뭄 탓에 쇠퇴했다.환경결정론은 한때 비과학적 편견으로 가득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장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과거에 대한 연구 가치를 경시하는 풍조도 있었다. 저자는 이제 역사의 전개 과정에서 기후 변화의 역할을 더 적극적으로 탐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후 변화는 오랫동안 인류의 존속을 위협하고 발전을 저해해 온 걸림돌이었다. 기후 변화가 나타날 때마다 인류는 우회해야 했다. 지금은 다소 다르다. 축적된 과학 기술 덕분에 기후 변화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다. 문제는 인간의 욕심이다. 저자는 “인간은 스스로 이룩한 발전의 긍정적 성과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채 무분별한 욕심에 휘둘리면서 기후 변화의 보폭을 키우고 있다”며 “지금부터라도 지구 온난화라는 걸림돌을 차근차근 치워 나가야 한다. 이를 소홀히 해 지구의 자정 능력까지 무력화되면 우회로까지 막혀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상태 완벽하네…멕시코서 1000년 된 마야 문명 카누 발견

    상태 완벽하네…멕시코서 1000년 된 마야 문명 카누 발견

    한때 수준높은 문명을 과시했던 고대 마야인들이 사용한 1000년 이상된 나무 카누가 온전한 상태로 발견됐다. 최근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은 멕시코 남동부 유카탄반도의 마야문명 3대 도시로 꼽히는 치첸 이트사 인근 세노테에서 카누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세노테(cenote)는 마야인들에게는 숭배의 대상인 곳으로 현지 언어로 우물이라는 뜻이다. 이는 석회암 암반이 함몰돼 지하수가 드러난 대형 샘으로 마야인들은 이를 통해 식수를 얻고 농사를 지었다. 멕시코에는 약 6000개의 세노테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멕시코 국립인류학역사연구소(INAH)에 따르면 이번에 발견된 카누는 길이 1.6m, 폭 80㎝ 이며 제작 시기는 마야 문명의 전성기 말기인 서기 830~950년 사이로 추정된다. INAH 측은 "마야 유적 중 이처럼 완벽하게 보존된 카누가 발견된 것은 처음"이라면서 "이 카누는 세노테에서 물을 운반하거나 종교 의식을 치르는데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편 영화의 소재로 등장할 만큼 신비로운 대상으로 여겨져 온 마야 문명은 기원전 2000년 전 부터 시작해 현재의 멕시코 남동부, 과테말라, 유카탄 반도 등을 중심으로 번창했다. 특히 마야 문명은 천문학과 수학이 발달해 수준높고 찬란한 문명을 일궜으나 특별한 이유가 밝혀지지 않은 채 사라졌다. 이에대해 학자들은 전염병과 외부 침입설, 주식인 옥수수의 단백질 부족설 등 다양한 이론들을 제기한 바 있으나 2000년대 들어서 세계 각국 연구진들은 그 원인으로 기후 변화에 의한 가뭄을 유력한 '범인'으로 꼽고있다. 
  • [여기는 중국] “감히 경찰을 모독해?”… ‘개 공안’ 이모티콘 채팅방 올린 주민 구속

    [여기는 중국] “감히 경찰을 모독해?”… ‘개 공안’ 이모티콘 채팅방 올린 주민 구속

    중국 공안이 주민을 겨냥한 과잉 대응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중국 닝샤 칭둥샤 공안국은 공안 모자와 배지를 손에 든 ‘개’ 모양의 이모티콘을 채팅방에서 전송한 남성을 적발해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해당 지역 공안국에 의해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남성 리 모 씨는 최근 일명 ‘개’ 공안 이모티콘을 다수의 채팅방에서 전송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혐의로 공안국은 리 씨에 대해 최소 9일 간의 행정구류와 추가 여죄 여부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공안에 체포돼 구금 중인 리 씨는 지난달 30일 18시 경, 이 지역 주민 330명이 등록된 단체 채팅방에서 공안 모습을 한 ‘개’ 이모티콘 1건을 전송한 혐의다. 공안을 떠올리게 하는 개 모습을 한 이 이모티콘은 리 씨 이전에도 온라인 상에서 공공연하게 공유됐던 것이었다. 하지만 중국판 카카오톡으로 불리는 ‘위챗'(wechat) 단체 대화방에 있었던 익명의 주민이 리 씨를 관할 공안국에 신고해 결국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된 리 씨의 채팅 대화문 내역에는 리 씨가 이모티콘을 발송한 직후 또 다른 주민이 ‘해당 내역을 삭제하라’, ‘누군가 감시하고 있을지 모른다. 위험하다’는 발언이 이어져 눈길을 모았다. 공안국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19 방역 통제가 긴박한 상황에서 이 남성의 행위는 공안의 업무와 공안들에 대한 심각한 인격 모독을 한 것”이라면서 “인터넷은 치외 법권의 공간이 아니다. 인터넷 상에서 공공연하게 인민의 공안을 경멸하고 주관적인 감정을 배설한 것은 국가에 대한 모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사건이 공개된 직후 현지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리 씨의 행동과 처벌 수위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공안국의 대응이 과잉 진압이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는 것. 한 누리꾼은 “공안국은 리 씨의 이모티콘 전송 행동이 공안과 국가에 대한 모욕이라고 했는데, 이모티콘은 이모티콘일 뿐 과잉 대응이고 과잉 수사의 전형”이라면서 “구속 수사는 너무한 것 아니냐”고 힐난의 목소리를 냈다. 또 다른 누리꾼 역시 “이런 식의 공안국 대응 탓에 대만 주민들이 완전한 통일을 주저하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공안의 권리를 주장하기 이전에 주민들이 자유롭게 발언하고 토론할 수 있는 성숙한 문명과 문화를 조성하는 것 역시 공안과 국가의 임무”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하지만 한 누리꾼은 “방역 기간이 길어지면서 현장에 있는 공안들이 얼마나 힘들지 상상이나 해 봤느냐”면서 “방역 통제가 엄중한 시대에 살면서 공안을 모욕한 것을 올바른 처사가 아니다. 엄중한 처벌만이 답”이라며 공안국의 처분을 두둔했다.
  • [신간]공감 리더십을 다룬 자기계발서 ‘공감의 창, 혁신의 화살’

    [신간]공감 리더십을 다룬 자기계발서 ‘공감의 창, 혁신의 화살’

    기업 경영과 마케팅에서 공감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 지를 다룬 자기계발서 ‘공감의 창(窓), 혁신의 화살’이 출간됐다. 이 책은 가톨릭대 김기찬 교수와 임홍재 전 주베트남대사, 팽경인 그룹세브코리아 대표이사 등 6명이 공동 집필했다. 이 책은 기업의 업의 본질로서의 공감을 설명하고, 기업경영뿐만 아니라, 소비자를 설득하는 마케팅에서의 공감, 외교 관계에서 공감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또 기업가와 직원의 관계, 함께 꿈을 꾸고 꿈을 공유하는 관계, 기업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 기업의 성과를 직원들과 나누고 직원의 성장을 지원하는 기업, 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 바로 공감과 소통이라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코로나 위기 이후 신인본주의의 새로운 문명기가 오고 있다는 것은 이제 모두 받아들이는 사실”이라면서 “이 책은 새로운 문명기에 인류가 서로 포용하고, 공감의 공동체를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하며, 이제 공감의 공동체를 만드는 호모 엠파티쿠스의 시대가 열렸음을 알려준다”고 밝혔다. 이어 “공감 리더십은 이제 21세기 리더십의 핵심적인 방식”이라면서 “공감 리더십이 이끄는 조직은 더 나은 미래를 만들고, 직원들을 행복하게 하고, 고객들을 웃도록 만들고, 사회를 위해 가치를 창출한다”고 강조했다. 시사저널, 264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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