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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언대] 화재 막게 防災시설 확보·경각심 고취 절실

    11월은 ‘불조심 강조의 달’이다.화재는 원시시대부터 첨단의 과학문명을추구하는 현재까지 끊임없이 이어지고있는 고질적인 재해이다. 올해 발생한 대형화재사고는 아직도 우리 기억에 생생한 경기도 화성군 씨랜드 화재 참사와,176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울산 정유공장의 폭발사고그리고 최근에 일어난 인천호프집 화재가 있다.9월까지 일어난 화재는 전국적으로 총 2만5,601건으로 350명의 사망자와 1,304명의 부상자외 1,302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월동기 화재예방을 위해 꼭 지켜야 할 내용을 당부하고자 한다.첫째,주택이나 건축물에 방화환경을 조성하자.방화환경이란 사람들이 쉽게 볼 수있도록 화재예방에 대한 표어나 포스터를 부착해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조성하는 것이다.가스취급 장소에 ‘가스 사용중 자리를 비우지 맙시다’라든가‘가스 사용후 중간밸브를 잠급시다’라는 표어를 부착하고 소화기의 위치표시와 사용법을 게시하는 것이다. 둘째,건물 전체에 대한 방재여건을 갖추는 것이다.방재여건은 화재안전설계의 기본개념으로화재시 인적,물적 피해의 최소화를 위해 중요한 것이다.이중에는 방화구획과 내장재의 불연화,건물내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안전하게대피할 수 있는 피난시설의 확보,소방대의 진압작전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소화활동시설의 정상적인 작동상태의 유지가 포함된다.따라서 건축물 소유자나 관리자는 소방·방재시설의 종합적인 점검을 실시하고,보완해야 한다. 셋째는 긴급차량의 진입에 방해가 되지 않는 주차질서의 당부이다.화재는대부분 발생후 5분이 경과되면 급격하게 확대되기 때문에 초기진압이 중요하다.그러므로 나 자신을 위해 주차질서를 지켜야 한다. 소방서에서는 주택을비롯한 모든 건축물에 화재예방과 관련된 상담실을 개방하고 있다.시민들의많은 이용을 바라고 특히 새로운 영업을 하려는 시민은 반드시 사전상담을통해 시설물 개보수에 2중적 부담이 발생치 않기를 바란다.모든 사고가 그렇듯 예방이 최우선임을 명시하고,금년 겨울에는 화재로 인한 재해가 발생치않는 따뜻한 겨울이 되기를 바란다. 이상기[서울 종로소방서장]
  • [20세기 문명기행] 6. 사회주의의 도전과 실패

    80년대 후반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동유럽의 자유화 바람이 불어닥칠 때 ‘인간의 얼굴을 한 공산주의’가 일컬어진 바 있다.이는 정치적으로는 공산당 일당독재,경제적으로는 계획·통제방식의 경제정책을 골자로 한 종래의 ‘이론공산주의’에서 인간의 창조력과 생산성을 가미한 ‘수정공산주의’로의 변화모색을 지칭한 것이었다.그러나 고르바초프와 옐친의 말처럼 공산주의는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20세기 초엽에 등장해 20세기 말에 종말을 고한 공산주의.소련이 사회주의이념을 국가의 통치원칙과 경제운용방식으로 채택한 것은 1917년 볼셰비키혁명에 성공한 데 힘입은 것이며 동구권 등 다른 공산국가들은 2차대전 이후사회주의 이념을 따랐다.승전국의 하나였던 소련은 전리품으로 할당받은 동유럽 국가들에서 해방군으로서의 영향력을 행사하며 공산주의를 심는 데 성공하였다. 이같은 현상은 2차대전 기간중 독일점령군에 저항,독립을 쟁취했던 유고슬라비아와 내전을 통해 공산화한 중국을 제외하고는 동유럽 모든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따라서 동유럽 국가들의 공산화는 국민들의 희망과는 별개로 외세에 의하여 불가항력적으로 채택된 것이다. 소련공산당의 붕괴 이후 이 지역에서 몰아친 민주화 추세는 반소(反蘇)사상에서 기인한 것인 동시에 공산화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순리였다고 할 수 있다. 전세계 공산국가들의 원조인 소련의 붕괴는 1987년 11월 볼셰비키혁명 70주년 기념연설에서 고르바초프가 “소련공산당은 동맹국의 정책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이는 소련과 여타 공산주의 위성국간의 수평적인 관계를 거론한 것으로,이듬해 12월 유엔총회에서 그가 “공산주의 국가들이 각자 자기나라의 사정에 맞는 노선을 채택할 수 있다”고 언급한데서 거듭 확인되었다.결국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은 동유럽 동맹국들이 다당제와 시장경제를 채택하도록 길을 열어준 셈이었다.이같은 노력의 중심에 섰던 고르바초프는 서방진영에서는 긴장완화의 산파로,동유럽에서는 개혁의 물꼬를 터준 공로자로 찬사를 받았다. 공산주의 사상의 이론적근거를 제공한 독일의 철학자 칼 마르크스는 ‘역사적 유물론’을 통하여 사회주의·공산주의 등장을 역사의 법칙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그러나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실현을 위해 정당(공산당)이 국가 위에 군림하는 정치체제와 사회주의 건설을 위해 채택한 계획·통제방식의 경제체제는 국가가 국민을 책임지고 돌보아준다는 긍정적인 주장에도 불구하고 결국 ‘실패한 모델’임이 역사를 통해 확인되었다. 다시말해 소련과 동유럽 국가들의 공산주의는 ‘인간의 얼굴을 한 공산주의’라기보다는 인간의 얼굴,인간의 체온이 배제된 한낱 ‘공산주의운동’에불과했다는 설명이 된다.따라서 과거 1세기에 걸친 공산주의는 이론과 현실간의 괴리속에서 ‘인류의 재앙’이었다는 혹평까지도 나오고 있다.동유럽을 비롯해 아프리카,아시아 지역 등에 건설됐던 대부분의 공산주의 국가들이소련의 붕괴와 함께 동반퇴진 또는 복수정당제 도입 등의 노선수정으로 ‘변신’을 꾀한 것이 이같은 평가를 뒷받침하고 있다. 소련공산당의 몰락은 세계사적으로도 한 획을 그은 일대사건으로 기록되고있다.마르크스의 공산주의 이론은 지난 한 세기동안 세계인류의 절반을 혁명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으며 이를 둘러싼 논쟁도 끊이지 않았다.마르크스사상의 토대는 19세기 중반 그가 파리에서 어렵게 생활하던 시절에 형성된 것으로 당시 유럽은 초기자본주의의 모순이 극대화된 시기였다. 당시 노동자들은 비참한 생활에 허덕이고 있었고 자유로운 사상에 대한 탄압은 날로 가중돼 혁명의 기운이 무르익던 시기였다.48년 그는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공산주의라는 유령이 바로 그것이다’로 시작하는 ‘공산당선언’을 발표,역사의 전면에 나섰다. 런던 하이게이트 공동묘지에 있는 마르크스의 무덤에는 요즘도 방문객이 줄을 잇고 있다.이는 소련공산당의 몰락이 곧 ‘이데올로기로서의 마르크스주의의 몰락’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을 의미한다.마르크스주의는 아직도 중국,쿠바 등의 국가에서는 국가이념으로,반체제세력이나 게릴라단체에서는 혁명이념으로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이다. 정운현기자 jwh59@ * 사회주의 붕괴… 분단국 통일 촉매제로 남북 예멘,동서독,베트남-.서로 이데올로기가 달라 분단상태에 있다 하나가 된 나라들이다.예멘과 독일은 사회주의의 붕괴,베트남은 사회주의체제 구축으로 끝이 나 대조적인 양상을 보이긴 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국가들에선 모두 사회주의가 기반을 잃었거나 자본주의의 물결이 힘차게 일고 있다. 남북 예멘과 동·서독의 통일은 사회주의의 붕괴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예멘의 경우 사회주의 국가인 남예멘과 정통회교국 북예멘이 서로 깊은불신의 골에 빠져 있었다.72년 9월과 79년 2월,두 차례나 전쟁을 치렀을 정도다.그러나 사회주의체제를 고수하던 남예멘은 구 소련이 붕괴한 뒤 원조중단에 부닥쳐 결국 북예멘에 통일을 제의하고 나섰다.이후 72년 11월 26일 트리폴리에서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가진 뒤 18년만인 90년 마침내 23년간의 분단상황에 종지부를 찍었다. 45년 8월 연합국에 통치권을 이양,분단됐던 동서독의 통일과정 역시 사회주의 붕괴와 분리될 수 없다.구 소련의 강력한 통제를 받아온 동독은 사회주의의 맏형격인 소련의 와해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물론 독일 통일은 데탕트에 편승해 상호주의에 따른 동서왕복,경제교류,여행자유 등쌍방향 협상의 산물이었음을 무시할 수 없다.그러나 직접적인 계기는 사회주의의 몰락이었고 독일 통일은 다른 동유럽 국가들의 탈공산화와 민주화에 촉진제로 작용했다. 베트남은 무력을 사용해 일단 사회주의체제로 통일을 이루어냈다.그러나 지금 베트남은 공산권국가중 어느 곳 보다도 서방의 투자 등 시장경제가 활기를 띠고 있다.월남과 월맹 분단체제 속의 경직된 모습은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이같은 시대적인 상황에서 아직까지도 이데올로기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분단 형태로 남아있는 유일한 나라인 남북한은 어떤가. 남북한의 분단은 미소 대립의 산물이란 점에서 독일과 비슷하다.여기에 3년간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러 상호 불신이 극심하다.어쨌든 북한은 지금 경제난으로 인해 체제에 상당한 변화를 맞고 있다.따라서 중앙계획경제 체제의이완은 불가피하다.자본주의 시장경제 논리가 이미 북한을 파고들었고 남북간의 교류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굳이 예멘 독일 베트남 등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역사의 시계추는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의 이행을 보이고 있다. 김성호기자 kimus@
  • 가평 유명산 휴양림 ‘별장’ 안내

    하얀 유령같은 아침 안개가 숲속에서 흩어진다.안개에 가려 있던 단풍이 아침 햇살에 영롱하게 빛난다.붉은 햇살은 단풍을 더욱 붉게 물들인다.유명산의 아침 단풍은 자연예술의 위대함을 말없이 전해준다.숲은 이같이 계절의변화에 따라 옷을 갈아입는다.숲속에 있는 산새들의 합창은 교향악단의 연주만큼 감동적이다.다람쥐는 도토리를 먹어치우지만 가을에 도토리를 저장했다 잊어버려 새로운 참나무가 태어나도록 한다.숲속에서는 이처럼 수많은 작은 드라마가 펼쳐진다.현대문명의 편리함을 잠시 접어두고 숲속의 다양한 드라마를 즐겨보면 어떨까.숲속의 통나무집은 자연의 드라마를 만끽할 수 있는멋진 ‘객석’이다. 통나무집은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다.대부분 자연 휴양림 속에있는 70여곳의 통나무집이 전국에 흩어져 있다.도시의 콘크리트문화에 찌든현대인들에게는 지친 영혼을 달래줄 수 있는 소중한 휴식의 공간이다.여름에는 통나무집에 머물며 휴양림에서 삼림욕을 할 수 있다.가을에는 단풍으로절정에 이르는 가을 정취에 흠뻑 빠질 수있다.만추의 낭만은 연인들에게 멋진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눈덮인 겨울에는 가족들의 겨울여행으로 알맞다. 서울에서 멀지않은 경기도 가평의 유명산 휴양림.붉게 타오르는 단풍 속에통나무집들이 수줍은듯 숨어 있다.창 끝처럼 날카로운 황금빛 가지를 자랑하며 쭉쭉 뻗은 낙엽송들은 경호원처럼 통나무집을 지키고 있다. 통나무집 주변에 나타난 다람쥐들은 마지막 겨울 준비에 바쁘다.숲속을 흐르는 작은 개울에는 송사리떼가 한가롭게 노닌다.개울의 물소리와 산새들의지저귐은 멋진 화음을 만들어낸다.유명산에도 자연의 드라마는 끊임없이 이어진다. 유명산 자연 휴양림 속에는 22동의 통나무집이 4개지역으로 나뉘어 있다.크기는 7평에서 16평까지 다양하다.청설모·다람쥐·꽃사슴·꾀꼬리·소쩍새·오소리·반달곰 등 새와 짐승의 이름을 딴 통나무집 이름이 정겹다. 가장 규모가 큰 반달곰집(16평)은 거실·방·부엌·욕실·베란다 등으로 구성돼 있다.8평 크기의 종달새집은 방 하나에 싱크대가 붙어 있고 미니 2층도 있다.난방은 기름 보일러나 전기온돌로 한다.냉장고와 TV도 준비돼 있다. 반달곰집 거실에는 난로가 있어 운치있는 분위기를 낼 수 있다.베란다에서바라보는 가을 산은 세파의 고단함을 잠시 잊게 한다. 유명산의 경우 난시청 지역이라 TV가 잘 안나온다.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TV가 잘 안나오는 것에 가장 큰 불평을 한다고 관리소 관계자가 들려준다.왜많은 사람들은 자연속에 들어와서도 TV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할까.집에서 늘 보던 TV 드라마를 잠시 잊고 자연의 드라마에 몰입하면 얼마나 좋을까. 종달새집에서 하루밤을 지낸 김성필(35)씨는 멋진 자연의 드라마를 체험할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물소리만 들리는 밤의 침묵과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들이 연출하는 숲속의 향연은 환상적이었습니다.서울에서 우리들이 얼마나 시끄럽고 거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새삼 느꼈습니다.”세살짜리 아들 손을 잡고 종달새집을 떠나는 세식구의 모습은 정겨웠다.그러나 멀어져가는 그들의 발거름은 웬지 조금은 무겁게 느껴졌다.다시 고달픈 삶의 현장으로 돌아가는 길이기 때문일까. 유명산(경기도 가평) 이창순기자 cslee@* 유명산 휴양림 이용안내 ?예약 및 이용 주말에는 대부분 빈 집이 없어 예약을 해야한다(평일에는 여유가 있음).일반적으로 매월 20일부터 전화로 다음달 사용할 집을 예약.예약만하고 오지 않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예약후 사용료의 온라인 입금을 요구하는 곳이 많다.보통 사용기준은 당일 오후 2시부터 다음날 오후 1시까지(1박일 경우).취사도구(가스 레인지 등)와 식기류는 사용자가 준비.침구류는제공. ?사용료(유명산 통나무집 1박기준) 7평형 1만8,000원,8∼9평형 4만원,10∼14평형 5만원,16평형 6만원.다른 지역의 가격도 보통 3만원에서 6만원 사이. 여름을 제외하고 평일에는 30∼50% 할인하는 곳이 많다.
  • [굄돌] 영화와 디지털 혁명

    우리는 지금 커다란 문화적 단층 사이에 끼어 있다.산업혁명으로 인류의 삶은 비약적인 점프를 시작했다.18세기 영국을 중심으로 펼쳐진 산업혁명은 각종 기계의 발명으로 가내수공업적 단계에 머물렀던 농경사회를 공업문명사회로 진입하게 했다.그러나 지금은 또 하나의 새로운 혁명,곧 디지털 혁명이진행되고 있는 시기이다. 0과 1이라는 비트의 조합으로 된 디지털 문화는 감성적인 아날로그에 비해훨씬 이성적이며 속도감이 있다.디지털 세대와 아날로그 세대 사이에는 커다란 세계인식의 격차가 존재한다.빌 게이츠는 21세기를 ‘속도의 시대’라고명명했지만,디지털 세대의 키워드는 속도이며 그것의 감각적 드러냄은 바로영상이다.그리고 영화는 영상문화의 전위적 척후병이다. 최근 개봉된 ‘블레어 윗치’는 불과 4억원의 제작비로 만든 초저예산 영화지만 인터넷을 통한 홍보만으로 네티즌들의 관심을 사로잡는데 성공했고 미국에서만 제작비의 400배에 달하는 수익을 거두어 역대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했다.‘블레어 윗치’는 영화 자체의 미학적 성과보다도 마케팅적 측면에서 영화사의 흐름을 바꾼 영화로 평가되고 있다. 영화 개봉 이전에 영화의 궁금증을 증폭시킬 수 있는 허구적 장치를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놓고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물어버림으로써 사이버 스페이스의 특성을 극대화시킨 ‘블레어 윗치’의 모범사례를,앞으로 제작되는 영화들은 닮아갈 것이다. 인터넷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더이상의 정보독점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동시에 치밀하게 작전계획을 수립하면 대중을 상대로 손쉽게 정보조작과 여론조작이 가능하다는 얘기도 된다. 지금은 각 영화,TV,비디오,컴퓨터 등 각 영상매체가 분리되어 있지만 이제곧 동일 스크린의 개념으로 상호 연결될 것이고 영화라는 장르 자체에 대한고정관념도 변화될 것이다. 인터넷 극장의 등장은 그 한 예에 불과하다.디지털 혁명은 우리의 삶 전체를새로운 차원으로 이동시켜 가고 있다. [하재봉 시인·영화평론가]
  • [이어령의 새 천년 읽기] 창조적 止揚力

    무더운 여름밤 아버지는 더우니 문을 열라 하시고 어머니는 모기가 들어오니 문을 닫으라고 하신다.이때 아들은 어느 편 말을 들어야 하는가.어쩔 수없이 두개의 선택지에서 어느 하나만을 골라야만 할 것이다.고른다는 것은부득이 어느 한 쪽을 편들고 어느 한 쪽을 배척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편들기와 배척하기.지난 역사 속에서 우리는 이런 일을 너무나 많이 겪어왔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는 그런 일에 길들여져 온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놀리기 위해서 어머니가 좋으냐 아버지가 좋으냐고 난처한 질문을 던진다.아이가 난처해 하면 할수록,눈치를 보면 볼수록 어른들은좋아하고 선택을 강요한다.그러한 어른들의 짓궂은 놀림이 실제로 확대되고제도화한 것이 모계사회요,가부장사회이다.또한 교육제도로 나타난 것이 가위표와 동그라미의 흑백으로 상징되는 시험제도이다. 문제는 문을 열어도 닫아도 상황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을 열면모기가 들어오고 문을 닫으면 바람이 들어오지 않는다.어느 한쪽도 무더운여름밤을 보내는해결책은 못된다.그러므로 선택을 앞둔 사람들의 심리는 페널티킥을 앞둔 골키퍼의 불안과도 같은 것이 된다.부득이 골 포스트의 좌우어느 한쪽 구석은 비워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근대화라고 부르는 것,서구화라고 부르는 것의 블랙 홀은 롤랑 바르트도 시인하고 있듯이 바로 그러한 이항대립의 사고체계라 할 수 있다. “프랑스적 정열과 프랑스적 명석이 화제가 될 때 언제나 등장하는 것은 이원론적 원동력이다.세속적인 것과 종교적인 것이 양자의 싸움이 프랑스만큼지속적이고 프랑스만큼 조정불능의 나라도 없을 것이다.프랑스에서는 양자의 공통된 마당을 볼 수 없으며 시민들은 같은 국민이면서도 인생의 의미에 대해서는 전연 다른 것을 추구하며 살아간다”고 자탄한 서구의 한 지성인의말 가운데서 우리는 무더운 한 여름밤의 악몽을 읽을 수가 있다. 그 악몽이란 해결도 되지 않을 선택을 놓고 패를 가르고 갈등과 투쟁의 양극화로 단절된 대결구도이다.이러한 갈등상황을 오히려 역사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고 조화와 균형을 모순과 타협의 악덕으로 몰아세워 온 것이 세계시스템이 된 서양 근대사상의 줄거리라고도 볼 수 있다.이러한 이야기 줄거리 속에서는,‘이것이냐 저것이냐(entweder∼oder)’의 양자 택일의 절체절명의극한상황 속에서는 비판력과 판단력이 인간의 어떤 지능보다도 앞선다.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이것이 지금까지 우리가 숨차게 이곳에 까지 이르게 한 지도요,그 로드 사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정말 현명한 아이는 부모의 말을 모두 수용하려고 한다.문을 열어시원한 바람을 들어오게 하라는 아버지의 말씀과 모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문을 닫으라고 하는 어머니의 말씀이 둘 다 옳기 때문이다.한 쪽의 선택이아니라 ‘열면서 닫는’ 그 모순을 동시에 받아들이려고 할 때 비로소 모기장과 망창(網窓)이 등장하게 된다.그리고 지금까지 없었던 모기장과 망창을탄생시킨 것은 비판과 판단력이 아니라 상상력과 통합력이다. 상상력은 단순한 꿈이 아니라 이질적인 것,대립적인 것을 하나로 융합시키는 힘이며 통합력은 모순을 보다 높은 차원으로 승화시키는 지양력(止揚力)이다.그렇게 해서 그 아이는 선택의 원리에서 창조의 원리로 나아가게 되고아버지와 어머니를 동시에 수용하게 된다.그리고 지금 선택하는 아이에서 창조하는 아이,갈등하는 아이에서 통합하는 아이로 문명의 조류가 바뀌어가고있다는 사실을 자동차의 역사에서 극명하게 들어나 있다. 처음 자동차가 발명되었을 때 그 엔진에 사용된 에너지는 증기력과 전력 그리고 오일이었다.결국 그 에너지 가운데 기름 하나를 선택한 것이 오늘의 자동차 역사요,그 발전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20세기는 포드의 다량생산으로 시작되었다.블랙 워터의 석유산업으로 시작되었다.그리고 멀리는 나폴레옹,가까이는 히틀러의 아우토반으로 시작되었다.그러나 자동차문명이 석유자원의 한계점,환경오염의 한계점 그리고 그 인프라(도로)의 한계점에 이르렀을때 그 세 꼭지점 위에 20세기의 종지부가 나타난다. 스모그로 도시가 죽어가고 있다.숲이 산성비로 시들어가고 있다.자동차의정체로 도로가 막혀 가고 있다.그 수많은 혼잡 속에서 울려오는 자동차의 경적소리에서 우리는 20세기가 끝나가고 있는 붕괴의 소리를 듣는다.그러므로단순하게 말해서 새 천년의 신개념은 자동차의 신개념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환경차의 컨셉(개념)이 아닌 자동차들은 21세기의 시장에서 퇴출당하게 된다.그리고 그 새로운 자동차의 컨셉은 휘발유 차냐 전기배터리 차냐의 양자 택일로는 해결될 수가 없다.그래서 두 가지 특성을 모두 살린 하이브리드(hybrid·혼혈식) 엔진이 여러 나라에서 창출되고 있는 것이다.자동차의 가스배출은 주로 시내에서는 저속으로 주행할 때 많이 발생한다.그러기때문에 배터리 엔진을 사용하면 공기오염이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배터리 엔진은 아무리 연구를 해도 휘발유 엔진만큼 속도가 나지 않아 고속도로에서는 맥을 추지 못한다.그러므로 고속도로에서는 휘발유 엔진을 써서 고속으로 달리면 되는 것이다.물론 고속도로에서는 휘발유라고 해도 완전 연소되므로 배기가스가 많지 않다.이렇게 한쪽의 선택이 아니라 양쪽의 장점을 한데 모은 하이브리드 엔진을 개발하면 밀레니엄 카가 탄생할 수있는 것이다. 그러나 엔진을 두 개 만드는 것과 다름없는 하이브리드 엔진의 개발비는 보통의 것보다 배가 먹힌다.그렇게 되면 한 회사의 혼자 힘만으로는 안되기 때문에 다른 자동차회사와 공동개발하는 편이 유리하다.그래서 자동차회사의치열한 경쟁이 자연적으로 협력체제로 바뀌어 가게 된다.벌써 도요타와 GM,벤츠와 클라이슬러 그리고 피아트와 롤스로이즈가 합병하고 있다.자동차산업은 국가간의 두꺼운 벽을 허물고 경쟁에서 협력으로,대립에서 상생으로 패러다임을 바꿔나갈 수 밖에 없다. 21세기 새 천년을 끌고 나갈 엔진도 바로 그런 것이다.21세기의 기술은 새로운 기술이라기 보다 이미 있는 이질적인 기술들을 접합하여 종래에 없었던 새로운 효과를 창출하는 하이브리드 기술이라고 말한다.21세기 과학을 이끌어가게 될 복잡계 과학의 신분야도 그런 것이다. 고분자물리학에 이르면 종래의 유기물과 무기물, 생물학과 물리학의 경계가 무너지고 만다.사회적인 행동원리에 있어서도 어느 하나를 배재하고 적대시하는 것이 아니라 이질적인 두 대립물을 흡수 융합시키는 슬기와 관용 그리고 그 창조적인 지양성이 21세기의 원동력이 된다. 지구의 자원이나 환경을 생각하면 에너지를 소규모의 태양열이나 지열 등을 이용하는 분산형 에너지,이를테면 소프트 에너지 패스를 주장한 E.로빈스의 말이 옳다.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대규모 집중형 하드 에너지 패스를 주장하는 학자들도 옳다.옛날에는 그 두 이론이 치열한 싸움으로 대립되어 있었으나 지금은 그 양자를 병행해야 한다는 두손의 원리가 압도적으로 우세해졌다. 소프트 에너지 패스만으로도 안된다.역시 하드 에너지 패스만으로도 안된다.미래는 그것을 다 함께 가지고 있는 인터 미디어트 패스라야 한다.그래서 21세기는 자동차 엔진과 마찬가지로 사람도 ‘타원형 인간’형이어야 한다는주장도 나오고 있다.말하자면 중심을 둘 가지고 있는 인간형이다.20세기의산업사회는 일극 중심으로 되어있는 ‘동심원 인간’이 환영을 받았지만 이제는 직장과 가정,개인과 집단,그리고 하드와 소프트의 두 극을 중심으로 해서 그것들을 조화시키고 그 힘을 시너지(상승)화하는 타원형 인간이 뜨게 되는 시대가 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 밸리는 21세기의 산업을 만들어내면서도 이혼율에 있어서 미국에서도 가장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동시에 실리콘 밸리는 정신과 의사와 변호사의 천국이기도 하다.치열한 경쟁에서 오는 스트레스,아이디어를 에워싼 분쟁,그리고 일에 골몰한 나머지 발생하는 가정파탄-빛의 부분만큼 그 어둠도짙은 것이 실리콘 밸리의 두 얼굴이다. 배터리만으로는 안되듯이 비트만으로는 안된다.재래의 아톰,그 아날로그적인 삶의 양식도 배재해서는 안된다.이같은 양손원리를 어중간한 절충주의 회색주의로 오해해서는 안된다.문제를 극대화할수록 그 궁극에 나타나는 문제는 양극을 이어주는 양단불락의 슬기가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그리고그것은 하나만을 쫓는 것보다 배는 어렵다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가벼운 물건을 들 때에는 한손으로 들어도 충분하지만 무거운 것,깨지기 쉬운 것은 두손으로 공손히 잡아야 할 것이다. 새로운 멀티미디어가 다른 미디어보다 강한 것은 음성과 문자와 같이 각기떨어져있던 것을 한데 통합하여 각자 외길로 가던 것을 융합해놓는 기술과개념 때문이다.그래서 행정조직으로 보면 컴퓨터는 산업자원부,방송계는 문광부(옛날엔 공보부),네트워크는 정통부에서 관장한다.미디어는 하나인데 그것을 다루는 행정조직은 세개,네개로 갈라져 있다. 그러므로 그 정책은 한손원리로 흐를 수 밖에 없다.해병대는 육지에서도 싸우고 바다에서도 싸운다 해군이나 육군과 같은 종래의 조직분류의 범주로는어디에도 들어갈 수가 없다.바다와 육지는 오직 두손원리의 조직에 의해서만 통합되고 새로운 힘으로 탄생할 될 수가 있다.특히 한국은 나라 자체가 분단되어 있으며 문명도 전통과 서구의 것이 혼재해 있다. 농업 산업 정보의 세 물결이 질서있게 밀려가고 밀려오는 것이 아니라 한꺼번에 한 사회 안에 혼재한다.갓 쓰고 자전거 타고 다닌다는 것이 웃음거리가 아니라 갓과 자전거가 어떻게 융합하여 갓보다도,자전거보다도 더 멋있고힘있는 것을 창조해내는 것이다.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이더 오아(either or…)’의 선택을 ‘보스 올(both all)’의 창조적 두손원리로 통합해가는 일이 우리가 맞게 될 밀리니엄의 과제이다.그러기 때문에 새 천년은 오는 것이 아니라 맞는 것이요,맞는것이 아니라 만들어내는 것이다.새 천년은 달력 위에 있는 것이 아니다.바로이질적인,대립적인 것을 융합하는 상상력과 창조력 속에 존재한다. 새천년 준비위원회 위원장
  • [각료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金明子 환경부장관

    현대문명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로 특징지어진다.그 속에서 대중소비사회의 꽃은 자동차였다.그 자동차 덕분에 언제 어디서나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는 자유를 획득하게 된 것은 참으로 큰 변화였다.그런데 그 이동의 자유는 결코 공짜가 아니었다.자동차가 내뿜는 무차별한 매연 때문에 눈과 목이 따가워지고,소음 때문에 머리가 아파지고,막히는 길 때문에 차를 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자동차는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의 주요 배출원에 끼게 되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프랑스,스위스에서는 자동차 배출가스로 인한 호흡기 질환으로 죽은 사람들이 교통사고 사망자를 앞질렀다고 한다.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 시내버스 운전기사의 죽음을 놓고 그 사인(死因)이 자동차 매연이라 보아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판결이 나온 적이 있다.자동차 배출가스가 생명을 좀먹는 살인가스 수준에까지 이른 셈이다. 서울시의 경우 대기 오염물질의 85% 이상을 자동차가 내뿜는 것으로 되어있다.지난해보다 부쩍 늘어난 금년 여름의 오존주의보도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자동차와 관계가 깊다.이러다가는 일본과 동시에 치르기로 된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를 오존주의보 속에서 열게 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까지 들린다. 대도시의 자동차 배출가스를 줄이는 일은 특히 시급하다.내년부터는 새로운 사업으로 대도시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경유 시내버스를 오염물질이대폭 줄어드는 천연가스 버스로 교체하는 계획이 추진된다.중장기적으로는저공해기술 개발을 통해 원천적으로 오염물질이 크게 줄어든 자동차를 만들어내는 일을 해내야 한다. 신기술에 의해 오염 걱정이 없는 자동차가 거리를 달릴 수 있는 날까지,좀딱한 일이기는 하지만 교통량을 조절하는 지혜로서 오염 배출을 줄이는 것을 소홀히 할 수가 없다.될수록 승용차 운행을 자제하고,올바른 운전습관을 갖는 일도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걸어다녀도 될 데를 구태여 자동차를 타고 있지는 않은가.조금 빨리 가겠다고 급출발·급가속을 버릇처럼 하고 있지않은가.불요한 공회전을 하고 있지 않은가.한번쯤 자신을 돌아볼 일이 많다. 올바른 운전습관으로도 30% 이상의 연료를 절감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자동차 덕분에 누리는 편의가 나를 포함한 우리의 생존 조건인 공기와 기상을 망치는 것이라면,자동차는 더 이상 문명의 이기가 될 수 없을 것이다.환경문제의 해결을 위해 가는 길은 이처럼 사소해 보이는 일이지만 우리 모두가 실천에 옮김으로써 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것이 ‘희망’이다. 김명자 환경부장관
  • [외언내언] 브리지트 바르도와 야만인

    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이 점령한 싱가포르 연합군포로수용소에서 겪은 일을 소재로 한 영국작가 제임스 클레이블의 소설 ‘킹 랫’(King Rat)에는 포로들이 삶은 개고기를 걸신들린 사람들처럼 먹어치우는 장면이 나온다.아무리 고기가 먹고 싶더라도 동료가 기르던 개를 먹을 수 있냐며 한마디하던 영국군 포로에게 다른나라 포로들이 ‘영국사람 아니랄까봐 따진다’며 핀잔을 주고. 결국 그 영국포로도 개고기 성찬파티에 합류하고 포로들은 ‘맛있다’를 연발하며 맹렬하게 먹어댄다.물론 소설제목이 가리키듯 쥐고기도 먹는다. 점령일본군이 급식을 전혀 안해서 굶어죽지 않기 위해 개·쥐고기를 먹는다기보다는 거의 하루도 고기를 빼놓지 않는 육식위주의 음식문화 때문이다.채식위주로 고기를 적게 먹는 동양인과는 체질적으로 확실히 다른 음식문화다. 소든 무엇이든 고기를 먹어야 인간으로서 가장 억누르기 힘든 식욕(食欲)본능을 잠재우고 직성이 풀린다고나 할까.그렇다고 아무리 경험담을 옮긴 소설이라 하더라도 하필 그들이 그토록 혐오한다는 개고기 먹는 일을 다룬 것은적잖이 놀랄 만할 일인 듯 싶다. 이 개고기 먹는 일로 브리지트 바르도라는 프랑스 여배우겸 동물애호가가걸핏하면 ‘한국인은 야만인’이라고 비난하자 최근 경기도의 중학교학생 수십여명이 그녀에게 항의편지를 보냈다는 뉴스가 눈길을 끈다.학생들은 “프랑스사람들이 달팽이요리를 먹는다고 우리가 야만인이라고 하면 좋겠습니까”로부터 “각 나라 음식문화는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것이므로 함부로비판하지 말라”“동의보감이란 옛 의학서에도 병든 사람에게 보신효과가 있다고 나와 있으니 이러한 우리문화를 이해해 달라”는 등 항변과 이해를 구하는 내용들을 적고 있다.특정 음식물에 대한 호·오(好·惡)가 어떠하든 전래의 우리 것에 애착을 갖고 옹호하려는 어린 학생들의 마음 씀씀이가 가상하다 할 수 있겠다. 그 나라 고유의 식습관을 갖고 왈가왈부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진정으로 의도하는 바가 어떻든 자칫 잠재적 우월의식이 작용해서 다른 민족을 얕보는 심리적 폭력행위로 오해될 수 있다.또 혐오스런 식습관으로 말 할 것같으면 서양인들의 말고기·악어고기 먹기에서 진귀한 고급요리로 치는 산 개미 쌈싸먹기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캥거루고기 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고개를 돌릴 텐데 호주에서 먹는다고 야만인 운운하지는 않는다.우리에겐 쥐처럼 더러운 동물도 드물어 예나 지금이나 먹는다는 일은 상상조차 할수 없지만 근대 초기 기근이 휩쓴 프랑스 등지에서는 쥐를 잡느라 오랫동안소동이 벌어졌고 관련 삽화도 사실(史實)로 전해진다.먹거리를 잣대로 야만인과 문명인을 구분할 수는 없다. 우홍제 논설주간
  • [지구촌 밀레니엄 준비]중국/ 잠깬 거대한 대륙-비상’용틀임’

    새 천년을 눈앞에 둔 중국은 전체가 하나의 꿈틀거리는 용처럼 ‘용틀임’을 하고 있다.어제의 중국이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대국으로서 ‘잠자는 사자’였다면 오늘의 중국은 마치 청년과 같은 힘과 활기가 넘쳐 흐른다. 오는 12월 20일에는 식민역사의 마지막 잔재인 마카오의 주권 반환이 이뤄진다.19세기 중엽부터 시작된 열강의 침략과 내전이라는 쓰라린 고난과 형극의 장정에 종지부를 찍고 21세기와 새로운 천년을 향한 비상이 시작되는 것이다. 국민적 행사로선 2008년 올림픽을 북경시에 유치하기 위한 유치위원회를 발족했다.중국에 올림픽이 유치되면 새로운 세기의 중국의 역량과 능력을 과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21세기를 맞아 중화세기단(中華世紀壇)’이라는 상징 조형물을 건립중이다.새로운 세기,새로운 천년의 평화와 번영을 기원하는 조형물이다.세계 최대의 토목공사인 삼협댐 공사도 중국인의 자긍심을 높여주고 있다.장강(양자강)을 따라 중경부터 외창까지 600㎞에 이르는 수로공사다.200억달러 이상을 투입하는 이공사는 ‘젊은 중국’의 활력을 실감나게 한다. 중국이 내세우고 있는 21세기 목표는 비교적 명료하다.장쩌민(江澤民) 당총서기는 최근 중국공산당 제15차 전국대표대회에서 “등소평 이론을 높이 받들고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건설을 21세기까지 밀고 나가자”고 주창했다.즉 2010년까지 GNP를 2000년의 2배로 늘려 초급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완성하고 2020년까지는 국민경제 발전 및 각종 제도를 완비하며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50년까지는 부강하고 민주적 문명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의지를표명한 것이다. 정치분야에서 중국은 정치체제 개혁의 지속추진 및 민주법제 수립을 강조하고 있다.대외정책 분야에서 중국은 다극화 추세 발전이 세계의 평화,안정과번영에 유리하다는 평가하에 독립 자주의 평화외교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선부론(先富論)에 기초한 국가 발전전략도 눈길을 모은다.상대적으로 개방·개혁의 혜택이 미치지 못했던 농촌을 발전시키고 나아가 도시 및 연해지방의 발전을 중서부 내륙지역으로 확산시켜 나가는 국토 전체의 균형적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사회 문화면에서도 정신문명과 물질문명의 균형발전을 강조한다.간부육성을 위해 혁명화 연소화 지식화 전문화 등 4대 원칙을 정했다. 중국정부는 21세기를 ‘과학기술을 통한 국가부흥’을 기치로 내걸고 기회있을 때마다 ‘지식경제 육성’을 강조하고 있다.지식경제 육성을 위해 중국과학원의 ‘지식산업의 창조와 혁신공정’과 경제무역위원회와 과기부의 ‘기술의 창조와 혁신공정’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북경의 ‘중관촌(中關村)’은 중국의 실리콘 밸리로서 중국의 정보산업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다.70년대 말 심천에서 시작된 개혁개방의 경제적성과가 80년대 상해의 포동을 거쳐 21세기에는 북경의 중관촌까지 북상하는느낌이다. 21세기를 맞는 중국은 조용한 가운데 ‘기술흥국 교육흥국 정보화에 기초한부강,민주 문명의 신장정’을 지향하고 있다. 권병현 駐중국대사
  • 아태민주지도자회의- 김대통령 연설 요지

    아·태민주지도자회의(FDL-AP)를 창설할 당시 우리는 앞으로 아·태지역에서 민주주의가 반드시 성공할 것이며,멀지않아 이 지역 전체가 민주화할 것이라는 확신을 선언한 바 있다.그것은 아시아에도 민주주의의 근원이 되는인권정신과 주권의식에 대한 사상과 전통이 풍부하다는 사실에 출발한 것이었다.우리 아·태지역 사람들은 97년 이후 계속된 경제위기를 통해 귀중한교훈을 얻었다.그것은 민주주의가 없는 곳에는 올바른 경제적 발전과 번영도 없다는 사실이다.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안 되면 정경유착을 막을 수가 없다.그리고 부정부패의 만연도 피할 길이 없다. 그러나 오늘의 경제는 지식기반경제이자 세계적인 무한경쟁의 경제이다.지식이 부족하거나 약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계속 낙오할 수밖에 없고,빈부 격차는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이러한 사회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산적인 복지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태지역에서의 민주주의는 이 지역의 평화가 있어야만 보장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반도 평화는 한국국민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모든 아·태지역 사람들의 안전과 민주주의적 번영을 위해서도 절대 필요하다.21세기를 맞이하면서 세계는 종교와 인종의 대결 등 문명의 충돌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이대로 가면 세계는 혼란과 파탄으로 수습불능의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문명 상호간의 대화를 통해서 각 문명은 상호존중과 독립성을 인정하는 동시에 빈곤과 평화에 대한 위협에는 공동으로 대처하는 노력을 기울일 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한다.이는 21세기 인류의 운명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또 이제 우리는 지구를 어머니로 생각하고 지상의 모든 만물을 형제자매로생각하여 같이 생존하고 같이 번영해 나가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비록 늦었지만 우리는 크게 반성,이제라도 지상의 만물과 화해하고 공존공영하기 위한 대전환을 이뤄야 할 것이다.민주주의는 사람의 권리만이 아니라 지상의모든 존재의 생존과 번영에 대한 권리를 똑같이 보장하는 지구적 민주주의의 자리까지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20세기 문명기행] 5. 대량생산과 환경파괴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그로 인한 질 높은 상품의 대량 생산은 인간의삶을 그 이전에는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되던 단계로까지 끌어올렸다.그러나대량 생산은 자원의 대량 소비를 수반하고 자원의 소비는 자연 파괴를 뜻한다. 인간은 20세기 후반에 들어서야 비로소 환경이 주는 혜택과 재앙에 눈을 떴다.이탈리아의 실업가 아우렐리오 페체이가 환경 오염 문제에 대한 연구의시급함을 절감하고 30명을 모아 로마클럽을 결성한 것이 31년 전인 68년이었다.또 로마클럽의 환경문제에 관한 최초의 보고서 ‘성장의 한계’가 나온것은 72년이다. 중화학공장,화력발전소,자동차 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황산가스 등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은 대기 오염 뿐 아니라 산성비의 원인이 된다.통계에 따르면 산성비가 체코 71% 등 전 유럽 산림의 35%에 피해를 주었다.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는 과거 100년 동안 지구 평균온도를 0.3∼0.6도 상승시켰으며,그로 인한 이상기후와 해수면 상승 등은 인체 건강과 생태계에심각한 변화를 불러일으켰다.95년에 발간된 한 보고서는온실가스가 현 추세 대로 증가할 경우 2100년에는 지구의 평균기온이 2∼3.5도 오르고,해수면도 50∼95㎝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그로 인해 네덜란드,방콕,베니스 등 세계의 저지대 도시가 물에 잠기고,광활한 해안평야가 염해(鹽害)를 입어 기아(飢餓)인구가 10억명을 넘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존층 파괴가 초래하는 재앙은 보다 직접적이다.자외선이 과다 투과돼 피부암 환자가 증가하고 인체의 면역기능이 떨어진다.92년 유엔환경계획(UNEP) 보고서는 오존층이 1% 감소하면 자외선 투과량이 2% 증가하고 피부암 환자가 4% 증가한다고 분석했다.또 현재와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2002년에는 피부암 환자가 5억명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열대 삼림의 파괴도 심각하다.95년 세계식량농업기구(FAO) 통계에 따르면지구 삼림의 총 면적은 41억㏊로,육지의 약 31%에 이른다.그러나 FAO의 최근 보고서인 ‘삼림자원 평가 프로젝트’는 81∼90년까지 10년 동안 연 평균 1,540만㏊의 열대림이 감소했다고 지적했다.산업혁명 이전에는 열대림이 지구표면의 16%를 차지했으나 현재는 약 7%로 축소됐다. 열대 삼림의 파괴는 생물 종(種)의 감소로 직결된다.생물학자인 E.O.윌슨박사에 따르면 열대우림에 사는 생물의 0.5% 가량이 서식지 파괴로 매년 멸종되고 있다.윌슨 박사는 이같은 추세로 가면 2010년에는 지구상에 존재하는생물의 33%가 멸종될 것으로 추산했다. 환경문제에 관한 불멸의 고전(古典)으로 꼽히는 ‘성장의 한계’는 “연못에 수련(水蓮)이 자라고 있다.수련이 하루에 갑절로 늘어나는데 29일째 되는 날 연못의 반이 수련으로 덮였다.아직 반이 남았다고 태연할 것인가? 연못이 완전이 수련에게 점령되는 날은 바로 다음날이다“이라는 말로 환경 오염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현재 이 만큼이라도 남아 있는 환경을 어떻게 보전할 것인가.김명자(金明子) 환경부 장관은 미국 생물과학기술협회 회장인 제레미 리프킨의 저서 ‘엔트로피-21세기의 새로운 세계관’에 대한 서평(書評)에서“저(低)엔트로피(파괴)사회야말로 자원의 낭비와 오염을 줄일 수 있다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인식을 행동으로옮겨야 할 절실한 시점에 와 있다”고 주장했다. 저 엔트로피 사회를 실현하려는 노력은 90년에야 시작됐다.다우케미컬,듀퐁,미쓰비시(三陵)상사,닛산(日産)자동차,폭스바겐 등 세계 굴지의 기업 대표들은 90년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경제인 회의(BCSD)’를 구성했다.이어 92년 리우환경회의(UNCED)가 열리기 전 모리스 스트롱 당시 UNCED 사무총장에게 제출한 ‘체인징 코스(Changing Course)’라는 보고서에서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경제계의 역할,가격 설정,혁신적 공정 등을 제시했다.이 보고서는 기업활동은 환경 파괴를 수반하더라도 지속돼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하지만 환경을 보전하려는 노력은 기업 등 어느 일방에만 의무지울 문제가아니다.기업가는 물론 모든 종류의 생산활동에 종사하는 근로자,소비자 할것 없이 이 시대를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준수해야 할 절대 선(善)이다.52년 런던스모그 사건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맑은 공기,깨끗한 물,푸른숲의 중요성은 얼마나 소중한가. 문호영기자 alibaba@ *20세기의 대표적 환경사고 환경은 자신을 파괴한 인간을 그냥 두지 않는다.98년 중국 양쯔(揚子)강의대홍수는 강 주변의 산림을 초토화시킨 데 대한 자연의 ‘보복’이다.20세기에 일어난 대표적인 환경 재앙을 간추린다. ■런던 스모그 사건 52년 12월 영국 런던에서 석탄이 연소되면서 배출된 연기가 짙은 안개와 합쳐져 스모그를 형성했다.특히 연기 속에 포함된 이산화황은 황산안개로 변했다.이같은 현상은 1주일 동안 지속됐다.사건 발생 뒤첫 3주 동안 4,000여명의 시민들이 호흡 장애와 질식 등으로 사망했다.그 뒤폐질환으로 8,000여명이 추가로 숨져 총 1만2,0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바젤 사건 86년 11월1일 라인상 상류인 스위스 바젤 근처의 화학 및 의약품 제조회사인 산도스사의 화학물질 저장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이 창고에는 1,300t에 이르는 90여 종의 화학물질이 보관돼 있었는데 화재 진화를 위해 사용된 다량의 물과 함께 곧바로 라인강으로 유입됐다.라인강은 하루 아침에 죽음의 강으로 바뀌었으며,부근 토양과 지하수도 화학물질로 오염됐다. 라인강에 서식하던 수중생물이 떼죽음을 당했고,사고지점에서 하류 쪽으로 400㎞에 이르는 구간의 물 밑바닥에 사는 저서(底棲)생물이 완전히 사라졌다. ■보팔 사건 84년 12월3일 인도 보팔에 있던 미국의 다국적 기업 ‘유니온카바이드’ 공장의 농약 원료 저장탱크가 폭발했다.불과 2시간 만에 저장탱크에서 메틸이소시안이라는 유독가스 36t이 누출됐다.인근 주민 2,800여명이숨졌고, 20만명 이상이 피해를 보았다. 생존자 대부분도 실명했거나 호흡기장애,중주신경계 이상 등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체느노빌 원자로 폭발사고 86년 4월25일 러시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서 원자로가 폭발,10일 동안 방사능 물질이 유출됐다.이 사고로 발전소로부터 30㎞ 이내에 살던 13만5,000여명이 이주했다.초기 사망자는 31명에 불과했지만,구 소련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사고 발생 4년 뒤 사망자는 300여명으로 늘었다.또 방사능 영향지역에서 갑상선 질환,암,백혈병 등의 발생이 50%이상 증가했다.
  • [화제의 책]

    ■ 정운영교수가 던지는 사회비판·반성 시평집 논객으로 정평이 난 경기대 정운영 교수가 새로운 천년을 앞두고 사회에 던지는 비판과 반성의 시평집이다. 최근 신문과 잡지에 기고한 글을 모아 엮었다.국제통화기금(IMF) 개입부터올 상반기까지 우리 사회의 어지럽고 참담했던 실상을 수기 형식으로 적었다.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에 대한 맹목적 추종을 비판하면서 침몰 위기에 빠진한국경제의 실상과 정치현실을 질타하는 등 특유의 ‘삐딱하게 세상 바라보기’를 시도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국제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지만 밑바닥에는 경제학자의 시선이 깔려 있다. ■ 소수민족의 독특한 삶·언어 소개한 문화기행 세계 곳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소수민족의 독특한 삶과 언어를 컬러 사진과함께 묶은 문화 기행. 저자인 관동대 연호택 교수는 지구촌 오지의 소수민족 풍습을 연구하기 위해 지구촌 곳곳을 직접 다녀왔다. 연 교수는 파키스탄의 장수마을 ‘훈자’에서부터 뉴질랜드의 ‘마오라족’에 이르기까지 12개국의 오지마을을 답사했다. 연 교수는문명인의 ‘그릇된 오만’으로 무시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실제로는 고유한 문화와 풍습을 간직한 채 자신만만하게 지내고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그는 “깊숙한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그들에게서 ‘우리가 잃어버린 순수’를 발견하는 기쁨을 누렸다”고 밝힌다. ■ 학교교육의 붕괴현장 생생히 묘사 ‘수업 종소리가 고문받으러 가라는 소리로 들린다는 고교생들,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몰라 쩔쩔매는 교사들…’.학교 교육의 붕괴현장을 선입견없이 내시경으로 들여다 보듯 살펴본다. 다소 충격적인 이 책은 이른바 문제아로 찍힌 학생들,친구들에게 소외된 학생들을 위해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저자는 그러나 청소년들의 자생력을 믿으며 이 자생력이 학생과 교사,나아가 학교 전체를 구원해줄 진실한 ‘학교종’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여성신문에 ‘지금 교실에선’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1년간 연재된교육에세이를 묶은 것이다.인기방송 드라마 ‘학교’에서도 이 에세이를 소재로 활용했었다. [정기홍기자]
  • [대한광장] 사라예보 60억명째 아기 탄생 메시지

    1999년 10월12일 0시2분 새천년을 90일 앞두고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수도 사라예보에서는 지구 인구의 60억명 째의 남자 아기가 태어났다.사라예보의 코소보 대학병원 분만실에서 태어난 3.55kg의 그 아기는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으로부터 지구상의 60억번째 인류로 지정되는 기념 행사를 받으면서온 세상의 축복을 받았다. 유엔의 더글러스 코프먼 대변인은 아난 사무총장이 마침 그날 사라예보에있었기 때문에 그 아기를 품에 안아주고 출생을 축하해 주었다면서 그 사실을 우연으로 돌렸다.그러나 유엔은 새 천년 90일전 10월12일을 세계인구 60억 돌파의 날로 알고,아난 사무총장의 일정에 맞춰 사라예보 탄생의 아기에게 60억명째라는 행운을 안겨준 것이다. 지구평화를 관리하는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품에 안긴 60억명째 아기가 이 세상에 전하는 메시지는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느낌을 인류의 가슴에충분히 전해주고도 남았다.왜냐하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수도 사라예보는 제1차 세계대전의 진원지이고 냉전이 종식되고 인종·종파·정파·민족간의 갈등이 야수성(野獸性)보다 훨씬 더 음산하고 포악한 형태로 재연되었던곳이기 때문이다. 보스니아 평화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1992년부터 1995년의 3년 7개월동안의보스니아 내전은 20여만 명의 희생자를 기록하였다.내전동안 총성이 끊긴 날이 없었던 사라예보에서는 1만명 이상이 사망하고 어린이는 1,600여명이 사망했으며 전 보스니아에 75만명의 어린이중 50여만이 굶주림을 당한 곳이다. 발칸반도에서 여러 민족의 반목과 질시는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오랫동안 터키제국은 세르비아를 지배하였고,합스부르크 왕가는 크로아티아를 지원하였다.그러던중 터키제국이 몰락하고 러시아가 세르비아를 지원하자,이에반발한 합스부르크 제국이 1908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를 합병하였다.이에유고-슬라브 민족대연합의 세르비아 민족주의의 이상을 품은 세르비아 청년이 범게르만주의 신봉자인 합스부르크 페르디난드 황태자를 사라예보에서 암살하자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였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합스부르크 제국이 붕괴되고 세르비아는 2차대전중 연합군측에 가담하였다.그러자 크로아티아 테러단체는 나치스의 지원 아래 세르비아 대학살을 감행한다.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후,반나치 투쟁의 영웅 티토가 1980년 사망하고,1989년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자,당시 유고의 슬로보단밀로셰비치 대통령의 대(大)세르비아 야망과 크로아티아의 프탄요루즈만 대통령의 크로아티아 단일 민족국가 건설의 야망이 발칸반도의 맹목적인 민족주의를 부추겼다.그러자 보스니아에서 평화롭게 이웃하고 살던 각 민족은 갑자기 서로를 적으로 하는 인종청소의 참혹한 내전에 빠져들었다. 잘못된 정치지도자의 사리사욕이 역사적으로 축적된 적대감을 재생시켜 죄없는 인민들에게 희생을 떠맡기고,어이없게도 평화를 깨뜨리려 문명사회를멍들게 하는 우를 범하였다. 그 참담한 보스니아내전 당시 유엔평화유지활동을 헌신적으로 총지휘하였던 아난 사무총장은 보스니아가 1996년 유고연방에서 분리 독립한 후 그 비극적인 역사의 현장 사라예보를 처음 방문하여 60억명째 사라예보의 아기 천사를 품에 안은 것이다.그 아기가 이세계에 보낸 새 천년 메시지는 안트예크록 반인종차별 시인의 “나는 너를 가난과 총알과 폭력과 에이즈로부터 침묵과 어리석음과 부패한 인간들로부터 지킬거야”에 나타나고 있다.그것은 사라예보 아기세대가 새 천년에 바라는 간절한 소망임과 동시에 이 세상에 태어난 인간들의 책무를 일깨워준 메시지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인류 역사상 위대한 구원과 개혁의 횃불은 안주의 지역이 아닌 격동의 연속으로 얼룩진 모순 지역에서 예외없이 나왔다.새 천년의 질서를 자리매김하는지각의 판이 요동치는 사라예보 모순의 현장에서 60억명째로 태어난 아기의고고한 외침의 의미를 새겨봄직하다.‘이 세상에 나온 인간은 모두가 평등하고 존귀하다’는 하늘이 지구에 보낸 메시지이거나 평화를 바라는 온 인류의 간절한 소망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白京男 동국대 사회과학대학장]
  • 金대통령-李光耀 前총리…다시 보는 ‘아시아적 가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리콴유(李光耀) 전싱가포르총리를 면담한다.김대통령과 리전총리의 만남은 각별한 관심을 끈다.지난 94년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를 통해 벌였던 ‘아시아적 가치’에 대한 논쟁 때문이다.김대통령은 당시 아태평화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문화는 숙명인가’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과거 아시아에서도 서구와 같은민주이념이 존재했다”고 주장했고 이에앞서 리전총리는 ‘문화는 숙명이다’는 인터뷰에서 아시아적 가치를 주장했다. 다음은 김대통령의 기고문과 리전총리의 대담 요지. ●문화는 숙명인가(김대통령) 리콴유 전총리는 미국인을 향해 ‘제대로 작동하지도 않을 (아시아 등의)사회에 미국의 체제를 무분별하게 강요하지 말라’고 충고했다.이는 서구식 민주주의가 동아시아에 부적합하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지난 91년 소비에트연방 붕괴와 더불어 사회주의는 퇴각의 일로를 걸었다.나는 이것이 독재에대한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믿는다.인터뷰에서 리콴유는 줄곧 문화적 요인을강조한다.그러나 문화만이 사회의 운명을 결정한다거나 불변하는 것이라고생각하지 않는다.인간의 역사에서 영원불변한 것은 하나도 없다.보다 철저한분석을 해보면 아시아에 민주주의적인 철학과 전통이 풍부하다는 것이 분명해진다.아시아는 민주화에 있어서 상당히 발전했으며,서구 민주주의를 넘어서는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로 발전할 수 있는 필수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 영국의 정치철학자 존 로크보다 거의 2,000년 앞서 중국의 철학자 맹자는 왕이 악정을 하면 국민은 하늘의 이름으로 봉기해 왕을 권좌에서 몰아낼 권리가 있다고 했다.중국의 민본정치 철학에 의하면 ’민심은 천심이다’ ‘백성을 하늘로 여겨라’하고 가르치고 있다.한국의 토착사상인 동학은 그보다 더나아가 ‘인간이 곧 하늘이다’고 했으며,‘사람 섬기기를 하늘같이 하라’고 가르치고 있다.분명히 아시아에는 서구사상만큼이나 심오한 민주주의 철학이 있다.나는 다음 세기 초에는 아시아 전역에 민주주의가 뿌리내릴 것으로 확신한다.가장 큰 장애는 문화적 전통이 아니라 권위주의적 지도자들의저항이다.아시아의 풍부한 민주주의적 경향의 철학과 전통은 전지구적 민주주의의 발전에 큰 공헌을 할 수 있다.문화는 반드시 우리의 숙명일 수만은없다.민주주의가 우리의 숙명인 것이다. ●문화는 숙명이다(리전총리) 무분별하게 자신의 시스템을 다른 사회에 강요하지 말라고 미국에 충고하는것이 나의 임무다. 동아시아 사람으로서 미국을 보면,매력적인 면도 있고 그렇지 못한 면도 있다.예컨대 사회적 지위와 종교,인종 따위를 떠난 미국식열린 관계를 나는 좋아한다.그러나 전제 시스템을 보면 절대로 수용할 수 없는 측면도 있다.총기,마약,폭력,부랑인,공공에서의 무례한 행위 등.시민사회의 붕괴라 할 수 있을 것이다.원하는 대로 행동하고 함부로 처신할 수 있는개인적인 권리가 확장되면서 질서정연한 사회를 대가로 지불했던 것이다.나는 아시아적 모델 그 자체는 없다고 본다.그러나 아시아적 사회는 서구적 사회와는 다르다.사회와 국가에 대한 서구적 개념과 동아시아적 개념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바로 동아시아 사회에서는 개인이 가족속에존재한다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념을 집약하는 중국 격언이 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다.정부는 끊임없이 명멸하지만,아시아 문명의 기초적인 개념인 이것은 살아남을 것이다. 우리는 자립에서 출발한다. 서양은 정반대다. 우리는경제적 성장을 진작하기 위해 가족을 활용했다.문명이 붕괴하고 왕조가 침략자들에게 쓸려나간다 해도 가족·친족·족벌이라는 생명의 뗏목이 문명을 계승해 다음 단계로 전수해 주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서구식 정부가 모든 상황에서 개인을 부양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종말의 위기에서,지진이나 폭풍 같은 재해에서도 당신을 보살펴 줄 것은 바로 당신의 인간관계인 것이다. 양승현기자 yangbak@
  • 국립민속박물관‘관람객 끌기’이벤트 다양

    경복궁 한끝에 자리한 국립민속박물관(관장 李鐘哲)은 관람객들을 끌어들이는 여러 흥미있는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 전시된 유물을 단순히 보여주는데서 한걸음 더 나간 것으로 우선 ‘우리민속 한마당’ 정기공연을 들 수 있다. 매월 둘째,넷째 주 토요일 오후 3시에 열리는 우리민속 한마당 공연은 경복궁이나 민속박물관을 찾는 일반관람객 및 외국인에게도 많이 알려진 프로그램으로 우리 전통춤·국악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131회째가 되는 이번 주말(23일) 오후 공연에서는 봉은사의 봉은 무용단이화관무,태평무,부채춤과 함께 법고와 승무 그리고 불교적 주제의 창작무용등을 펼친다.11월 프로그램으로 궁중무용(13일)과 설무리 전통춤판(27일)이예정되어 있다. ‘우리문화 한아름’은 학생들과 함께하는 ‘열린’ 교육 프로그램으로 청소년에게 우리의 전통문화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매주화요일 열리는데 오는 26일에는 서울 상암초등학교 3학년생들이 찾아온다.상설 전시실을 전문 학예사들이 안내하고 가위나 풀 없이 종이로 대궐문 모형만들기와 북·장고 등 우리 악기들을 직접 다루어 보는 현장학습이 이어진다. 또 일반 국민들에게 평생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전통민속에 대한 소양을높여주는 특설민속강좌가 매주 수요일 진행되고 있다.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는 문화시설의 혜택을 전국 각지의 소외지역으로 확대하기 위해 부정기적으로 ‘찾아가는 민속박물관’ 행사를 열고 있는 민속박물관은 특히 박물관 야외 마당에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여러가지 놀이기구들을 마련해 놓고 있다.60년대의 거리를 재현해 놓은 박물관 앞뜰에는전통놀이인 투호,제기차기,굴렁쇠 굴리기,팽이치기,윷놀이,널뛰기 놀이판이펼쳐져 있으며 현대놀이인 훌라후프와 링던기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북·장고·징·꽹과리가 준비돼 누구나 박물관에서 이들 악기를 대여받아 야외마당에서 스스로 사물놀이를 할 수 있다. 민속박물관에서는 상설 전시실 말고도 유물·사진 400여점이 출품된 ‘20세기 문명의 회고’ 특별전이 인기리에 개최중이다. 김재영기자 kjykjy@
  • M-TV 새 심야토론 차별화로 승부

    MBC-TV 최초의 정례화된 생방송 토론프로 ‘정운영의 100분토론’이 21일 밤11시 첫 전파를 탄다. 이 프로는 총선을 반년 앞둔 동일한 시점에서 SBS역시 비슷한 토론프로를 신설하는 바람에 외압설에 휘말렸는가 하면 방송계 내부로는 ‘심야토론’으로 대변되는 KBS의 10여년 생방송 토론 아성에 대한 도전이라는 점 등에서 방송 전부터 화제가 됐다. 때문에 제작진은 기성 권력 계보에서 비교적 무공해 지식인으로 남아 있는정운영 경기대 경제학과 교수를 진행자로 택하고 보도제작국 차원에서 외풍근절의지를 거듭 밝히는 등 세심한 차별화 전략을 펴왔다. 첫 토론에서 ‘무엇이 언론개혁인가’라는 주제로 민감한 중앙일보 사태를다루기로 한 것도 프로 성격 정립을 위한 정면돌파라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 진행자 정씨는 “노근리 양민학살사건에 대한 고려도 있었으나 첫 프로는 ‘디스커션(토론)’이기보다 ‘디베이트(논쟁)’였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토론은 홍석현 사장 구속으로 촉발된 중앙일보 사태에 대한 쌍방 주장을 듣는 ‘언론탄압인가 개인비리인가’와 DJ정권 언론정책을 자율성이라는 잣대로 점검할 ‘무엇이 언론개혁인가’의 1·2주제로 나눠 전개된다.패널리스트로는 조현욱 중앙일보 비상대책위원장,손석춘 한겨레신문 여론매체부장,국회 문광위 소속의 신기남 국민회의,박종웅 한나라당 의원,이효성 성균관대 교수,장기표 신문명정책 연구원장이 출연한다. 이 프로는 과거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등을 거치며 대표적 비제도권 논객으로 활동해온 진행자가 공중파 고정프로를 맡아 제도권으로 본격 진입하는 신호탄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진행자 후보로 20여명 가량을 인터뷰했다는 MBC측은 정씨 낙점의 이유로 “대중인지도,저술과 경력 등을 통해 검증된 지적 능력,불편부당한 이미지,그간의 행적에 나타난 일관성” 등을 꼽았다. 정씨는 “한 두 달에 한번 정도는 대중 모두와 관련되지 않더라도 매체에서소외돼 온 협소한 영역들에까지 손을 뻗어보고 싶다”면서 “비전향 장기수,386세대로부터 잊혀진 4·19세대 이야기까지 다소 현학적인 소재들도 다뤄보고 싶은 마음”이라고 밝혔다. 손정숙기자 jssohn@
  • [해양한국 장보고에서 21세기까지](21)우리는 바다로 간다

    21세기를 흔히들 ‘해양의 세기’라고 한다.앞으로 인류는 모든 의·식·주를 바다에서 구하는 이른바 ‘청색혁명’의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학자들은예견하고 있다.새로운 밀레니엄의 해양은 단순한 물류교통의 대상으로서가아니라 새로운 산업자원의 대상이 되고 있다.이미 이같은 해양자원을 둘러싼 각국의 싸움은 시작됐다.배타적 경제수역 협정은 그 전초전과 같은 것이다. 제 2의 국토로 불리는 바다를 둘러싼 ‘총성없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선 국가전략의 패러다임도 과거와는 전적으로 달라져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대한매일은 그동안 윤명철(尹明喆)동국대겸임교수가 집필해 온 ‘해양한국’시리즈의 전반부를 일단락짓고,해양부국으로의 도약을 위해 추진해야할 해양 전반에 걸친 전략과 비전을 21회부터 6회에 걸쳐 연재한다. 식량·자원·에너지·환경 문제 등 인류가 처한 숙명적인 과제들을 해결할수 있는 마지막 보루로서 바다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면서 ‘해양력(海洋力)’이 국가경쟁력의 핵심요소로 떠오르고 있다.산업혁명과 후기산업사회를거치면서 날로 증가하는 세계인구와 고갈돼가는 육상자원을 생각할때 해결책은 바다에서 구할 수 밖에 없다는데 이견을 제기할 사람은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표면의 71%를 차지하는 바다는 지구 환경의 재생·조절기능을 담당한다.그 뿐 아니라 무한한 자원의 보고(寶庫)이자 세계 무역과 경제를 촉진시키는 교역의 대동맥이다. 바다에는 지구전체 동식물의 80%인 총 30여만종의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으며 망간단괴를 비롯한 엄청난 광물자원과 석유·천연가스가 부존돼 있다.조력,파력,온도차를 이용하면 무공해 청정에너지를 무한정 생산할 수 있으며해수자체에는 우라늄 라듐 등 각종 화학물질이 녹아있다.또한 전세계 교역량의 75%인 약 50억t의 화물이 바다를 통해 배로 수송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다가오는 21세기는 바다를 적절히 활용하고 다스려 국부(國富)를 창출해 내는 해양력이 국가의 흥망을 좌우하는 시대가 될 것으로확신하고 있다.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바다의 이용을 통한 해양력의 확보는중국 일본 러시아 등 강대국으로 둘러싸인 반도국가로서의 생존전략이라는지적이다.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물류연구실 강종희(姜淙熙)실장은 “서양은 일찍부터 바다에 진출해 바다의 상권을 장악함으로써 오늘 날 세계 강국이 될 수 있었다”면서 “해양력과 직결되는 각종 해상활동은 국토가 협소하고 부존자원이 빈약해 대외 의존적 경제발전을 추구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나라의 사활이 걸린 중대사”라고 강조했다.우리나라는 환태평양 서북지역의지정학적 요충지에 위치하고 있으며 막대한 가용 해양자원을 보유, 해양력을 확보하기 위한 잠재력이 크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해양산업은 국민 경제적 측면에서 볼때 직·간접적 부가가치 생산액이 97년 기준 39조6,000억원으로 국민총생산의 9.5%를 차지했다.이에 따른 고용인원도 109만명으로 총 취업자의 5.1%에 달한다.그동안 이룩한 해양력 발전수준을 보면 수출입 물동량 세계 6위,조선 수주규모 세계 2위,원양어업 세계 3위,수산물 생산 세계 11위,선박보유량 세계 7위를 기록하고 있다. 종합적으로 세계 10위의 해양력을 확보하고 있을 뿐아니라 우수한 해양산업인력산업기술,근로정신,범세계적 경영활동을 주요자산으로 그 성장잠재력이무한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해양수산부 홍승용(洪承湧)차관(수산경제학박사)은 “다가오는 21세기는 인류생존의 마지막 프론티어인 해양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세계 각국은 해양경쟁력 강화를 위해 더욱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전망하고 “새로운 천년을 맞아 우리나라가 경제적 재도약을 달성하고,청색혁명을 통한 해양부국을실현하기 위해 세계 문명사적 흐름과 장기비전에 입각한 국가 해양경영 전략인 ‘오션코리아 21’을 수립,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함혜리기자 lotus@ *부산·광양 ‘제2의 청해진’발돋움 부산항과 광양향이 21세기 해양시대를 이끌어갈 ‘제2의 청해진’으로 발돋움 한다.정부는 한반도를 동북아 물류중심기지로 육성하고 국내적으로 부산항에 편중된 화물을 분산처리함으로써 원활한 물류흐름과 국토의 균형발전을도모하기 위해 부산항과 광양항을 양대항만으로 개발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부산항과 광양항을 통해 오는 2011년 우리나라 컨테이너 물동량 1,920만TEU중 400만 TEU를 환적처리하면 약 8억달러의 수익이 발생하게 된다.한반도 횡단철도(TKR)를 개통하는 경우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중국횡단철도(TCR)를연계한 대륙수송 거점으로 삼아 북미,유럽간 컨터이너 화물의 관문역할을 함으로써 한반도는 유라시아의 전략적 물류중심기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있다. 90년대 들어 세계 컨테이너화물 수송시장에 나타난 대표적인 특징은 동아시아의 물동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전세계 컨테이너 처리량의 거의 절반이 동아시아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컨테이너 물동량을처리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항만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계획을 세워놓고있으며 세계 유수의 선사들도 급증하는 동아시아 컨테이너 수송량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이른바 ‘허브포트(중심항만)유치전쟁’이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가 중심항만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고 화남경제권에서는 홍콩과 카오슝이 현재 압도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해양수산부항만운영개선과 정순석(丁舜錫)과장은 “동북아시아에서는 아직 주도적인 중심항만이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중국의 상하이,일본의 고베와 오사카가 우리나라의 부산·광양항과 치열한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제 3세대형 대형 컨테이너 중심항만으로 개발될 부산신항과 광양항의 배후에 관세자유무역지대를 설정하고 종합물류단지를 건설,항만서비스 기능을 대폭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간선항로상에 위치한 동북아 관문으로,대형 중심항만(허브포트)을 축으로 한 물류중심기지로의 발전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항만산업을 21세기형 전략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함혜리기자] [기고] “해양강국이 새천년 주도” 새로운 밀레니엄을 앞두고 인류는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맞고 있다.인구팽창 및 산업생산과 소비의 급증에 따른 자원고갈,환경 파괴 등이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다. 그런데 바다는 자원의 보고(寶庫)로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과학의 발전에 따라 해양의 잠재력을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해양을 국제무역,기술·문화 교류,어로 등의 수단으로 이용함으로써 국부를 축적했다.바다는 경제활동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물류,원자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개방적·진취적인 문화형성에 기여함으로써경제성장의 기반을 조성한다. 따라서 일찌기 해양진출에 성공한 국가들이 선진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바다관련산업에서 직·간접적으로 창출된 부가가치는 약31조원으로 국민총생산(GNP)의 7.0%에 달했으며 고용의 창출,국제수지개선에도 크게 기여했다.그러나 바다의 가치는 단순히 산업생산의 관점에서 평가할수 없는 측면이 더욱 크다. 바다는 아름다운 경관과 관광·레저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국민의 후생증대에 기여한다.우리나라의 지난해 해안지역 관광객 수는 7,620만명으로 추정된다.국민 1인당 1.6회 꼴로 해안지역을 다녀간 셈이다.뿐만 아니라 바다는 각종 오염물질을 받아들이고 정화하는 역할을 하며,바다에서 증발된 수분은 비,눈 등 강수의 형태로 육지에 공급된다.따라서 바다는 인간과 동식물의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기능을 해주는 것이다. 우리나라 근해의 해양생태적 가치는 연간 10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이는 우리나라 국민총생산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또 해상운송은 장거리·대량운송 수단으로서 다른 어떤 운송수단보다도 단위당 비용이 저렴하다.그 결과 바다는 전 세계 국제교역화물의 약 75%가 이동하는 수송로가 됨으로써 지구촌경제시대에 세계시장을 통합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해상운송수단이 없었다면 세계경제는 오늘과 같은 발전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부존자원이 빈약해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을 추진해 온 국가의 경우 바다는 경제적 풍요를 가져다 주는 통로가 된다.바다는이처럼 우리의 경제와 생활전반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 바다의 기능은 육상활동의 보조적인 수단으로 이용돼 왔을뿐이다.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해 바다는 과거의 소극적·제한적 역할에서벗어나 인류활동의 주된 무대로서 새롭게 자리매김할 것이다.지구면적의 70%에 해당하는 넓은 공간은 주거 및 산업생산활동에 널리 이용될 것이며,해저및 해중의 막대한 광물자원,해양생물자원 및 에너지자원(조력,파력,심층수와해표층과의 온도차 에너지)등은 육상자원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된다. 새 밀레니엄에서 국가의 국제적 위상은 이와 같은 해양의 잠재력을 얼마나활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鄭鳳敏 해양수산개발원 해사정책연구실장]
  • [20세기 문명기행] 4. 대량학살과 세계대전

    “1917년 육군에 입대한 나는 1차대전중 프랑스 육군에 배속됐다.우리가 속한 807 파이어니어 보병대원은 350여명이었다.파이어니어 보병대는 전투부대가 아니고 교량부설이 주임무였다.그런데도 귀국한 사람은 나를 포함해 모두 12명 뿐이었다”(뉴스위크지에 실린 미국인 참전용사 허버트 영 회상 중에서). 1차대전은 세르비아 민족주의자 가브릴로 프린치프의 흉탄으로 어처구니 없이 시작됐으나 9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희생자수가 19세기 최대의 국제전이었던 보(普)·불(佛)전쟁의 15만명보다 무려 60배나 많다.1차대전이 20세기 ‘대량살상의 시대’를 연 셈이다. 대량살상의 시대를 여는 데는 과학기술도 ‘한몫’을 했다.독일군의 독가스,영국군의 탱크가 처음 등장함으로써 대량살상을 부추긴 것이다.대량살상 신무기는 지상에만 있지 않았다.독일군은 당시 혁명적 교통수단이었던 비행기를 폭격에 동원,영국을 초토화시켰고 U보트(잠수함)로 연합국 전투함을 수장시켰다. 30년대말부터 히틀러의 광기로 세계는 초토화됐다.반(反)공산주의 및 인종차별주의를 핵심으로 하는 나치즘은 악의 뿌리인 소련지역까지 영토를 확장,독일의 생존권을 확보하고 유대인을 배척하자고 주장했다.이 때문에 600만명의 유대인이 학살되고 2차대전이라는 극단으로 몰고 갔다.히틀러의 전격적인 폴란드 침공으로 촉발된 2차 대전은 6년간의 전쟁으로 6,500만명의 생명이빼앗긴 인류 최악의 전쟁이었다.전쟁이 끝날 무렵 등장한 원자폭탄은 대량살상 무기발전의 ‘절정’을 이뤘다. 2차대전이 끝나자,또다른 불행의 역사가 기다리고 있었다.세계 맹주로 떠오른 미국이 유럽을 원조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하자,소련과 소련이 이끄는 공산진영이 모습을 드러내며 냉전의 시대가 왔음을 알렸다.소련이 동유럽을 장악한데 이어,중국마저 공산화됨으로써 공산주의는 전세계 인구의 30%를 지배하게 됐다.50년대 벽두는 냉전을 알리는 신호들로 시작됐다.소련과 중국,두 거대 공산국가는 2월15일 ‘중소동맹’결성을 발표,공산주의 연합전선의 탄생을 선언한 것이다. 냉전의 ‘유탄’은 은둔의 나라 한반도로 튀었다.북한군이 6월25일 새벽 전격남침하자 미군과 유엔군이 급파됐고,소련에 이어 중국이 참전함으로써 동서냉전이 열전으로 바뀌었다.3년동안 계속된 한국전쟁은 한민족에 엄청난 피해를 안긴채 ‘미완의 전쟁’으로 막을 내렸다.250만명의 한국인과 100만명의 중국인,5만여명의 미국인 등 40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동서진영이 맞붙은 두번째 결전장인 베트남전쟁은 ‘무적함대’ 미국에 첫패배를 안겼다.동남아지역에 공산주의의 확산을 저지한다는 명분 아래 전쟁에 개입한 미국은 50만명 이상의 미군을 투입하고 폭탄을 무차별 쏟아부었으나 결국 쫓겨났다.5만5,000명의 미국인과 100만명 이상의 목숨을 바치고서야수렁에서 빠져나왔다. 냉전의 악순환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프랑스 유학중 공산주의에 심취한폴 포트(98년4월 사망)가 무장투쟁을 통해 정권을 장악한 뒤 ‘농민천국’을 구현한다며 지식인 등은 물론 노동자·농민·부녀자·어린이까지 닥치는대로 학살했다.인구의 4분의 1인 200만명이 희생돼 캄보디아를 ‘킬링필드’로만들었다. 소련의 개방·개혁정책을 실시로 냉전에 종지부를 찍자마자 민족 분규로 대량학살이 자행됐다.보스니아와 코소보에서는 ‘인종청소’가 그치지 않고 르완다 등 아프리카에서도 무차별 살육전이 벌어지고 있다.그러나 동티모르가오랜 내전을 딛고 독립을 쟁취했고,북아일랜드는 신·구교도간의 유혈분쟁을종식시켰다.새천년을 앞둔 세계에 실낱같은 희망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김규환기자 khkim@ *인류의 공포 核무기 사라질까 1945년 일본에 원자폭탄이 투하된뒤 지구촌은 핵무기의 악몽에 시달려왔다. 미국과 옛 소련은 세계 패권을 잡기 위해 핵경쟁을 시작,전인류를 수십번죽이고도 남을 양의 핵무기를 생산,배치했다.여기에 19세기의 강자 영국과프랑스가 뛰어들었고 중국도 뒤질세라 핵무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46년부터 96년 말까지 50년간 이들 5개 핵강국들은 무려 2,045회의 핵실험을 실시했다.이중 미국이 1,030회로 가장 많고 러시아(715회),프랑스(210회),영국 및 중국(각각 45회)의 순이었다.지하핵실험이 1,517회였다. 핵강국들은 이같은 핵실험을 거쳐 다량의 핵무기를 생산,배치했다.96년 말현재 모두 3만9,047개나 된다.실전배치한 것과 비축분,폐기대기중인 것을 다합한 것이다. 러시아가 2만5,000개로 가장 많다.미국은 1만2,937개로 미국과 러시아가 전세계 핵탄두의 97%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엄청난 숫자의 핵실험과 무기는 인류복지 증진에 쓰였을 돈을 투입함으로써 가능했다.브루킹스 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40년부터 96년까지 핵무기 개발과 생산 등에 5조5,000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다. 이는 경제주간지 ‘포천’이 선정한 500대 기업 총매출과 맞먹는 돈으로 미국인 한사람이 2만2,000달러를 부담한 꼴이라는 계산이다.옛 소련은 미국과의 군비경쟁 패배로 해체됐으나 ‘핵유산’은 여전히 옛 소련의 자식들인 동구국가들에 이어지고 있다. 전세계는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을 통해 추가 핵실험과 핵무기 확산을 막으려 하지만 실효성은 없다는 지적이다.그나마 미 의회의 비준 거부는업친데 덮친격이 되고 있다. 더우기 미국은 2008년까지 매년 36억달러 이상을 핵실험과 운반수단의 개발 등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인도,파키스탄,북한 등 제3세계 22개 국가들은핵프로그램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때문에 새천년에도 핵무기가 전인류의 최대 악몽으로 남을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박희준기자 pnb@
  • [대한매일을 읽고] 독자의 매체비평 실어 自社비판도 수용하길

    대한매일의 미디어면을 관심있게 읽고있다.특히 정운현기자의 날카로운 매체비평에 공감했다(대한매일 13일자 15면). 앞으로도 매체비평을 더 활성화시키기를 바란다.또 오피니언란에 일반독자의매체비평 공간을 확보,특화시켜야 한다고 본다. 독자들의 글을 취사선택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자사의 입장에 맞는 글만 싣지는 말아달라는 것이다.특히 모니터란의 의견을 보면 거의 기사에 대한 독자의 느낌이 담겨 있는데, 이제는 대한매일을 비평하는 글도 게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에 대한 비판·비평을 싣지 않으면서 친일파 청산문제나 현재 연재중인 문명자씨의 회고록과 같은 글을 싣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이승경[모니터·yami2001@hanmail.net]
  • [문명자 회고록]비화3共의 실세들(10.끝)육여사에 대한 회고

    68년 말 존슨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퇴임을 며칠 앞두고 있을 때 미세스존슨의 비서실장 엘리자베스 카펜터가 나를 불렀다. “미세스 존슨이 이것을 주리(문명자씨의 미국명)에게 주라고 했어” 그것은 대통령 휘장이 새겨진 나전칠기 상자에 들어있는 사진첩이었다.67년 존슨 방한때 육영수 여사는 존슨 여사가 청와대에서 찍은 사진들을 ‘사진첩’으로 꾸며 선물한 모양이었다.미세스 존슨은 그것을 내게 선물하고 고향텍사스로 돌아갔는데 뒷날 자신의 회고록에서 육 여사를 ‘가장 완벽한 퍼스트 레이디’라고 극찬했다. “나는 세계 각국을 방문해 각국 퍼스트 레이디들의 접대를 받아봤지만 한국의 미세스 박(육 여사)이 세계 최고다.그녀는 내가 폐경이 되지 않았다는것까지 알아보고 숙소인 워커힐 호텔 에메랄드룸 내 방 서랍에 경도대(생리대)까지 준비해 놓았다” 뒤에 청와대에서 육 여사를 만났을 때 내가 물었다. “미세스 존슨이 왔을 때 경도대까지 준비해 놓으셨다는데 그런 아이디어가 어디서 나왔어요? 미세스 존슨은 나이도 많은데” “나이오십이 넘어도 나오는 사람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아세요” “미세스 존슨이 (회고록에)그렇게 썼어요” 내가 육 여사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유신헌법’에 따라 박정희가 제8대대통령으로 선출돼 72년 12월 27일 취임식을 가질 무렵이었다.당시 나는 서울에 와 있었는데 대통령 취임식장인 장충체육관으로 초대를 받아 갔다.박정희와 육 여사는 단상 위에 높이 앉아 있었다.그들은 가슴에 훈장을 줄줄이달고 오른쪽 어깨에서 왼쪽 옆구리로 휘황한 휘장을 걸치고 있었다.전에 못보던 모습이었다. 취임식이 끝난후 나는 육여사에게 “두분은 드디어 덴노헤이카(천황폐하),고구헤이카(황후폐하)가 되셨군요”라고 말했다.그것은 물론 죽을 때까지 대통령을 하게 된 박정희의 유신체제를 빗대 한 말이었는데 육여사는 내 말뜻을 못 알아듣는 눈치였다. 그즈음 나는 육여사에게 이후락의 주선으로 박정희가 야릇한 여흥을 즐기는 안가(安家)를 제보한 일이 있다.내가 그 안가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신진자동차 사장 김창원(金昌源·작고)의 부인 이필련(李畢連)씨 덕분이었다.60년대말부터 이후락의 후원으로 승승장구하던 신진자동차는 그 여세를 몰아 69년 4월 경향신문 경영권까지 장악했는데 그때 나는 경향신문 워싱턴특파원으로 일하고 있었다.그래서 이필련씨는 워싱턴에 오면 우리집에 찾아와 자곤했다.한번은 그녀를 워싱턴 한국대사관 파티에 데려갔는데 그녀를 본 경제담당 이 모 공사 부인이 나를 쿡쿡 찌르는 것이었다.그녀는 부산출신이었다.한 구석으로 나를 데려간 이공사 부인이 나에게 물었다. “문 기자님,저 여자를 어떻게 알아요?” “왜요? 우리 회사 사장 부인인데” “이상하네….부산 자갈치시장에서 술장사하던 여자가 틀림없는데요” 나는 그날 저녁 이필련에게 ‘자갈치시장’얘기를 꺼냈다.그런데 그녀는 전혀 스스럼없이 대답하는 것이었다.“맞아요,나 그때 술장사했어요” 나는 이 시원시원한 여성이 마음에 들었다.그녀는 자신의 지난 날에 대해 거침없이얘기해주었다.내용인즉,전 남편이 허구헌 날 야당 국회의원으로 출마해 떨어지자 먹고 살 길이 막막해 자갈치시장에서 술장사를 했는데 거기서 당시 자동차사업을 하고 있던 김창원에게 더러 돈을 빌려주고 하는 과정에서 친해졌고,그 뒤 김창원의 끈질긴 구혼으로 전 남편과 이혼하고 김창원과 재혼했다는 것이었다.듣고보니 기막힌 로맨스였다. 당시 김창원의 집은 세검정에 있었다.72년 서울에 갔을 때 이필련씨의 점심초대로 나는 그 집을 방문했는데 들어가보니 집 규모가 어마어마했다.정문쪽에 사랑채격인 영빈관같은 건물이 있고 정원 건너 안쪽에 가족들이 거처하는 안채가 있었는데 이 두 건물은 정원 밑의 지하통로로 연결돼 있었다.지하에는 심지어 실내 골프 연습장까지 있었는데 후암동 이후락의 집을 본떠서 지은 집인 듯했다.이필련씨는 점심식사를 하면서 여러가지 얘기를 털어놓았다. “이후락이는 정말 나쁜 사람이에요” “아니,이후락씨가 봐줘서 신진이 그만큼 큰 것 아닙니까? 김 사장은 나이도 아래인 이후락씨를 ‘형님,형님’하면서 깍듯이 모신다던데…” 이필련씨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창문을 열고 나를 불렀다. “저기 담장이 둘러쳐진 저 집이 뭐하는 집인줄 아세요?” “뭔데요?” “저 담벼락 안에 주말이면 기생·탤런트들을 불러놓고 노는 안가가 있답니다.저 집은 대문부터 안방까지 자동장치로만 돼 있답니다” “저 집을 언제 지었답디까?” “이후락씨가 비서실장때 지었답니다” “어떤 여자들이 드나드는데요?” “죽은 정인숙도 왔었고 ○○○도 드나들고 스튜어디스도 불러다 즐긴답니다” 그녀는 그 이야기를 남편에게 들었다고 했다.나는 집에 돌아와 육 여사에게 전화를 걸었다.“육 여사님,꼭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그런데 청와대는 안되니 다른 데로 좀 나오시지요” 육 여사는 내게 어린이회관으로 나오라고 했다.나는 육 여사에게 자초지종을 들려주고 “저하고 세검정에 가 보십시다”하고 차를 타고 세검정으로 향했다.현지에 도착한 육 여사가 내게 물었다. “그 집이 어디예요” “저 담벼락 보이시죠? 그 안이 안가랍니다” 그때 ‘어쩌면 이럴 수가…’하는 비애에 찬 표정으로 담장을 바라보던 육여사의 모습을 나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정리 정운현기자 jwh59@
  • [문명자 회고록] 비화3共의 실세들(9)陸여사와의 만남

    박정희가 5·16후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자격으로 케네디를 만나기 위해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 것은 1961년 11월 13일의 일이다.워싱턴 내셔널 공항에 도착한 박정희는 검은 색 선글라스를 낀 깡마르고 까무잡잡한 모습이었다.당시 박정희는 바지선도 세우지 않은 후줄근한 차림으로 마치 서울에 처음 올라온 촌사람처럼 잔뜩 경직된 모습이었다.주미대사관에서 열린 리셉션에서 처음으로 그와 악수를 나누면서 내가 말했다. “박 의장님 반갑습니다.그런데…”하니까 옆에 있던 정일권 주미대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문명자 입에서 무슨독설이 나오는가 싶어서였을 것이다.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계속 했다. “색안경을 끼고 다른 나라 국가원수를 만난 것은 큰 실례인데요.자신감이없어 그렇게 한 것 아닙니까?” 정일권 대사가 아연실색해 도중에 내 말을 막으려 했으나 소용 없었다.박정희가 내게 되물었다. “문명자 기자님이라고 그러셨죠? 고맙습니다.제가 깜빡했습니다.그렇게 실례가 됩니까?” “미국에서는 그렇습니다.내일부터는 벗으십시오”.박정희는정일권에게 물었다.“문 기자는 경상도분입니까?” 내가 대답했다.“네,대구입니다” 65년 5월 박정희는 존슨의 초청으로 세번째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 육영수여사를 처음으로 동반하고 왔다.그때 주미대사관에서 뷔페형식으로 점심식사가 있었는데 육 여사의 통역관겸 비서인 나은실이 나를 찾아왔다. “육 여사께서 문 기자님을 뵙고싶어 하십니다.잠시 같이 가실까요?” 그것이 나와 육 여사와의 첫 만남이었다.육 여사는 듣던 대로 아주 조신한인상의 여성이었다. “말씀 듣던 거와는 다르네요” “어떻게 다릅니까?” “여성이 기자직에 있는데다 더구나 정치기사를 쓰신다고 해서 저는 ‘문명자기자’ 하면 아주 험상궂고 무서운 분이라고 상상했어요” 쿠데타 직후부터 그 때까지 그의 남편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나의 기사를 봤다면 그 편에서 그렇게 상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겠다 싶었다.육 여사가 또 물었다. “결혼하셨어요?” “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육 여사의 방을 나왔다.그런데 나은실이 뒤쫓아와 나에게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열어보니 200달러가 들어 있었다.당시 특파원들의 체재비 포함 한달 월급이 200 달러였으니 당시로선 큰 돈이었다.나는다시 육 여사에게 갔다. “저,이 돈 못 받습니다” “이러시면 안되는데….200달러 밖에 안되는 걸요.아이들 선물이라도…” “안되는 건 바로 접니다” 나는 육 여사에게 돈 봉투를 돌려주고 방을 나왔다.이 작은 ‘사건’이 육여사에게 나에 대한 강한 인상을 남긴 듯 했다. 66년 존슨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나는 수행기자로 서울에 갔다.그 때 나는돈암동 언니집에 묵었는데 육 여사의 비서 나은실로부터 전화가 왔다.육 여사가 나를 만나고 싶다는 것이었다.그러나 취재일정이 바빠 못가겠다고 했더니 나은실이 물러서지 않았다.그녀가 계속 강권하기에 내가 쏘아붙였다.“내가 그 분 보좌관이요?”.안되겠다 싶었던지 나은실이 “잠시 기다리라”고했다.잠시후 육 여사가 직접 전화기에 나왔다. “문 기자님,좋아하시는 근대된장국을 끓여 놓을테니 오세요,우리 같이 점심 먹어요” 하는 수 없이 나는 취재일정을 마치고 청와대로 갔다.가서 보니 육 여사의접견실은 온통 핑크색이었다. “이 방이 원래 온통 핑크색입니까?” “아니예요,미세스 존슨이 핑크색을 좋아한다고 해서 이번에 핑크룸으로 바꾸었어요” ‘참 세심한 여성이구나’ 싶었다.그러면서도 한 마디 찔러 보았다.“청와대에 오래 계실랍니까?” 육 여사는 정색을 하고 말했다. “이게 어디 우리집입니까? 대통령직에 있는 동안만 거처하는 곳이지 이곳은 영원한 우리집이 아닙니다” 그 때 나는 그의 말이 진심이라고 느껴졌다. 육 여사는 내가 일어서려고만 하면 버튼을 눌러 “차 좀 가져오세요”,“수박 좀 가져오세요”해가면서 시간을 끌었다. 그러다보니 이날 저녁 나는 박정희 가족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게 되었다.나는 식탁에서 듬뿍장을 발견하고 반가워서 “어머,딩기장이 있네요?”하자 육 여사가 내게 물었다. “딩기장이라니요?” “햇보리로 만든 듬뿍장을 우리 고향에서는 딩기장이라고 부릅니다” 그러자 박정희가 불쑥 말했다.“경상도 사람 아니면 그 맛 모르지” 육 여사가 웃으며 말했다.“두 분은 통하시네요” 이날식사초대에서 나는 박정희에게 ‘대통령각하’라는 말은 한번도 하지않았다.박정희를 부를 때는 주로 경상도에서 친근한 사람을 부를 때 사용하는 ‘보이소’ 또는 ‘으요,으요’를 사용했다.그랬더니 박정희가 말했다. “거,수십년만에 으요!,으요! 소리듣네”.그러자 이를 듣고 있던 육 여사가 의아해 하며 남편에게 물었다.“으요!,으요!가 뭐예요?” “경상도 사람이 아니면 이해 못하지”.수줍음을 타는 성격이면서도 대중앞에 서면 박정희의 목소리는 우렁우렁했다.내성적이면서도 더할 나위 없는 독종.이것이 내가 관찰한 ‘인간 박정희’의 면모였다. 74년 8·15,육 여사가 피격,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나는 그 가엾은 여인의 죽음을 진심으로 애도하고 박정희의 독재를 다시한번경고하는 뜻에서 박정희에게 영문으로 된 애도전보를 보냈다.“육 여사에 대한 나의 애도를 받아주십시오.생전에 육 여사가 내게 얘기한 ‘청와대는 우리의 영원한 집이 아닙니다’라는 말이 아직도 내 귀에 쟁쟁합니다.지금이야말로 귀하는 대한민국을,국민을 위해 사임할 때입니다.문(Moon)”정리 정운현기자 jwh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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