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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민속자료관 건립 목소리 높다

    국립민속아카이브(자료관)를 세워달라는 민속학계의 요청이 거세다. 이미 지난 8월 ‘민속기록보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학술발표회를 열어 그 당위성을 확인해 놓았다.이후에도 이두현 전서울대교수를 비롯한 몇몇 원로 민속학자들은 “민속아카이브가 설립되면 평생 모은 각종 자료를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무언의 압력’을 가하고 있다. 민속아카이브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20세기의 기록’을 남겨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20세기 100년은 전통적인 삶이급격한 서구문명의 충격,여기에 일제식민지 시대까지 거치면서 파행과 굴절을 거듭한 시대이다. 이런 시대를 총체적으로 조망하여 민족생활사의 맥락에서 정리하는것은 민속학계 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과제라는 것이다.그러면서 실제로 우리는 20세기 초반에 이루어졌던 수많은 의병전쟁의 사실기록 하나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고,민족생활사의 엄청난 구전자료도 미처 정리하지 못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한다. ‘2000년대 초반의 몇년’이라는 시점이 중요한 것은 전세기의 민속자료가 비교적 풍부하게 남아있고,인물들도 살아있기 때문이다.이 시기를 놓치면 20세기의 민속적 삶을 담고 있는 자료 모두를 놓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나아가 민속학자들은 이 자료관이통일시대에 남북한의 이질성을 극복하는데도 결정적인 토대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민속학계는 민속아카이브가 추진된다면 크게 3가지 형태가 있을 수있다고 보고 있다.▲민속과 관련있는 기존의 기관에 부속기관으로 실치하는 방안과 ▲정부기록보존소를 만들듯 독립기관으로 세우는 방안 ▲평화박물관이나 통일박물관 설립논의가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하여 남북의 풍습을 한꺼번에 보여줄 수 있는 일종의 ‘20세기 자료관’을 세우는 방안이 그것이다. 주강현 문화재위원은 “일반 수집가에게 박물관이 있고 도서수집가에게 도서관이 있다면,무형문화재연구자에게는 아카이브가 필수적”이라면서 “일제 및 해방 이후 구비문학 1세대가 대거 퇴장하는 이 순간,그들이 수집한 무형의 자료를 한 자리에 모아 자료센터의 기능을할 수 있는공간을 어떤 형태로든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동철기자 dcsuh@
  • KBS’열린음악회’ 金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특별생방송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발맞춰 KBS는 일요스페셜 ‘노벨평화상 100년,20세기 희망의 증언’과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기념 열린 음악회-평화의 대합창’을 긴급 편성해 방송한다. 먼저 ‘…희망과 증언’(오후 8시)은 노벨평화상이 갖는 의미를 집중 조명한 다큐멘터리다.20세기는 물질 문명이 급속도로 발전한 과학과 기술의 시대였다.인간의 삶의 질이 급속히 높아졌지만 동시에 두차례의 세계대전 등 전쟁과 폭력으로 많은 인명이 희생된 세기이기도하다. 때문에 물리,화학,문학 등 7개 분야 노벨상 가운데에서도 평화상은 가장 의미있는 상으로 평가되고 있다.더욱이 김 대통령의 수상은 20세기의 잘못된 역사를 청산한 새 천년의 첫 노벨평화상 수상이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 1901년 첫 노벨평화상 수상자는 국제 적십자사를 창설한 앙리 뒤낭이었다.반전·평화운동을 펼친 안드레이 사하로프 박사,동서 냉전 대결구도를 청산하는 데 공로를 세운 빌리 브란트 총리 등의 행적을 통해 전쟁과 대결을 청산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을조명한다.또 테레사수녀,슈바이처 박사,국경없는 의사회의 활동을 통해 생명의 존엄성을지키려는 인간의 의지를 알아본다. 1980년대 이후에는 아웅산 수지,달라이 라마 등 제3세계에서도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나오고 있어 이 상의 의미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전운에 쌓여있는 시점에서 ‘인류의 평화’의참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평화의 대합창’은 녹화방송으로 진행됐던 ‘열린음악회’를 김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기념해 20분 늘려 80분 동안 특별 생방송한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홀에서 이날 오후 5시 40분부터 진행될 이번 공연에는 이미자,조영남,인순이,양희은,송창식 등 매머드급 가수들이 총출연한다.이외에도 성악가 김동규,4인조 여성그룹 핑클,5명의개그맨으로 구성된 그룹 틴틴파이브 등이 출연해 ‘열린음악회’를온 국민이 즐길 수 있는 축하무대로 만들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의 백미는 ‘축하 사인판’이다.제작진은 서울역 광장,대학로 마로니에 공원,광화문 사거리 등 3곳에 축하 사인판을 마련해국민들이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적을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생방송 도중 현장을 연결,국민들의 반응을 듣고 노래공연도 펼칠 계획이다.이외에도 프로그램 중간에 KBS1의 대하사극 ‘태조 왕건’에 출연하는 서인석,김영철,최수종,염정아 등 6명의 출연진이 나와 연예인 대표로 축하노래를 함께 부른다.제작진은 현재 박찬호와 시드니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들을 대상으로 출연을 섭외중이다.방청을 원하는 사람은 TV하단에 자막으로 나가는 전화번호로 신청을 하면 된다.(02)761-1671∼2. 전경하 장택동기자 lark3@
  • 中출신 첫 노벨문학상 가오싱젠/중국서 버림받은 중국혼의 문예가

    중국 작가로선 처음이자 아시아 문인으로선 네번 째로 노벨문학상을 탄 가오싱젠(高行健·60)은 극작가이자 소설가일뿐 아니라 연출가미술가 번역가 등 예술 다방면에 걸쳐 재능을 발휘했다.프랑스 시민권을 획득했고 대표작을 중국땅이 아닌 해외에서 썼지만 그는 중국어로 글을 쓰고,중국어로 사고한 중국혼의 작가이다.이는 “문학적 보편성,매서운 통찰력,언어적 탁월함을 통해 중국의 소설과 연극에 새길을 열어줬다”는 한림원의 선정 이유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1940년 동부 장시성 간저우에서 태어났으며 어머니가 아마추어 배우여서 어렸을때부터 연극과 문학, 그림과 음악에 관심을 쏟게됐다.중국 체제 아래서 기본교육을 받기 시작해 62년 베이징 외국어대에서불문학 전공 학위를 얻었다.그러나 문화혁명(66∼76)에 휩쓸려 재교육 하방캠프로 끌려갔으며 그간 쓴 원고 가방을 몽땅 불태우지 않으면 안되었다.39세 때인 1979년이 되어서야 작품을 발표하고 프랑스이탈리아 등 외국에 나갈 수 있었다.87년 프랑스로 망명하기 전까지그는 단편 에세이 희곡 등을 잡지에 발표했으며 소설창작론 등에 관한 책도 냈다.특히 ‘근대소설기법 초론’은 마오쩌둥의 사회주의적리얼리즘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어서 큰 논쟁을 일으켰고 당국의탄압을 사 반체제인사로 망명하게된 단초를 열었다.82년 브레히트,아르토,베케트 등의 실험적이며 전위적인 극작법에 영향을 받아 쓴 첫희곡 ‘위험신호’는 베이징 무대 상연에서 대성공을 거뒀으나 83년부조리극 ‘버스정류장’은 당시 당국의 지식인 억압정책에 걸려 크게 비판당했고 85년작 ‘야만인’은 국내외적으로 상당한 논쟁거리가 되었다. 86년 그의 ‘강 건너편’이 판금되고 말았는데 이후 중국에서 그의작품은 일절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이에 가오는 사천성 양자강가의오지를 10개월동안 답파하면서 절망감을 삭였으며 87년 중국을 떠났다.1년뒤 정치적 망명객으로 파리에 정착했는데 고국에서 89년 천안문사태가 일어나자 중국공산당을 정식 탈퇴했다.이 사태를 소재로 ‘도망자’를 파리에서 창작,발표하자 중국당국은 그를 반국가 인사로규정하고 전 작품을 금서로 묶게된다. 그는 82년 여름부터 그의 걸작 소설인 ‘영산(靈山)’을 쓰기 시작했다.이 작품은 중국 산하를 시공간적으로 거대하게 편력하는 구성방식을 취하면서 자신의 근원과 마음의 평정,자유를 찾는 한 개인을 형상화하고 있다.이어 좀 더 자전적인 취향의 수작 ‘한 개인의 성경(聖經)’으로 거대 스케일의 ‘영산’을 보완했다. 여러 작품이 다수 외국어로 번역되었으며 그의 연극작품은 언제나세계 한두 곳에서는 공연되고 있다. 가오는 또 동양화에 일가견을 가진 화가로서 국제적으로 30여 차례의 전시회를 가졌으며 자신의 책표지 그림을스스로 그리고 있다.프랑스 정부로부터 예술 기사훈장 등 많은 상훈을 받았다. 김재영기자 kjykjy@.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가오싱젠 대표장편소설 ‘영산'.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중국 작가 가오싱젠의 대표 장편 소설 ‘영산’(靈山)은 격조 높은 내용과 함께 서사구조에 있어 대담한 시도를 담고있는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등장인물들의 그림같은 여정을 그린 이 작품은 여행기이면서 철학적 여정의 기록이다.또 부분적으로 사랑 이야기와 우화적인 내용도 등장한다. 이처럼 변화 무쌍한 이야기를 끌어가기 위해서 수많은 인물과 이야기들이 작품속에 뒤섞여 있다. 도교와 불교 승려,비구니에서 신비한 원시 인간형 까지 어찌보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갖가지 유형의 인간이 그들이다.또 치명적인 독을 품고 있는 뱀과 매연을 내뿜는 버스에 이르기까지 자연과 문명이 엇갈린다. 기존의 인습이 도전받고 선입견도 위협받는다.그래서 약함과 강함을 함께 지닌 인간 조건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만다. 그간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테두리에 놓여 있던 기존의 중국 문학과는 전혀다른 면모다.이처럼 동양적인 신비주의와 서구의 모더니즘을융합한 가오싱젠의 작가적 노력이 그의 작품을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게 한 것으로 분석된다. *”영광이지만 예상못했다”. 가오싱젠은 12일 스웨덴 한림원의 수상자 발표 소식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놀라움을 표시했다. 파리 교외 바뇨레에서 살고 있는 그는 이날 AFP통신과의 회견에서“놀랐다”고 소감을 밝힌 뒤자신이 수상 유력자로 거론되지 않았던 점을 들어 “아마 그런 편이 더 좋았을 것”이라며 농담을 던졌다. 지난 88년 중국에서 프랑스로 정치적 망명을 한 가오는 “(노벨상수상은) 영광이지만 아직은 그것을 충분히 음미할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가오의 대표작 ‘영산’은 미국에서도 지난해에야 영문판이 나왔으며 국내에는 소설이나 희곡이 전혀 소개된 적이 없다.국내의 중국문학 전공학자들도 그에 대한 지식이나 관심이 별로 깊지 않았다.
  • [기고] 2002월드컵 문화축제로 만들자

    ‘그린 올림픽’을 표방하며 수많은 영웅들을 탄생시켰던 시드니 올림픽의 성화가 그 찬란했던 빛을 거두고 역사의 한 장으로 돌아갔다. 특히 우리 남북선수단이 한반도 기를 들고 동시에 입장하는 모습은한반도가 21 세기 화해와 상생의 장이 되리라는 우리의 확신을 지구촌 식구들에게 보여준 감격의 장면이었다.이제 우리는 2년도 채 남지 않은 월드컵을 준비해야 한다. 지난 20세기엔 서양이 주도해온 물질문명의 세계화로 자연은 날로황폐화됐고 상업주의와 개인주의의 심화로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인간소외가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21세기에 들어서 처음으로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공동개최하는 2002월드컵을 자연과 함께 사는 인류·자연 상생의 문화축제로 준비해 나가자. 현대는 서양의 물질문명이 지배하는 사회다.17세기 이후 서구열강들은 발전된 과학기술을 이용해 대량 학살무기를 만들어 세상의 토속문화권들을 파괴하며 세력을 확장해 나갔다.그 결과 열강들끼리 서로부딪쳐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핵전쟁 등의 가공할 만한 파괴적 경험을 겪은 인류는 세계대전의 재발방지를 위해 국제연합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이제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은 경제적 실효지배를 위해 국제화를 표방하며 다국적 기업들을 내세워 신자유주의를 확산시키고 있다. 이들은 경쟁력을 앞세워 개발과 성장만을 추구한 결과 전 지구를 생태계 파괴,지구온난화,환경호르몬 등의 환경재난으로 빠뜨리고 있다. 많은 과학자들은 현재 상태로 나간다면 지구상의 모든 동식물들의 절반 이상이 30년 이내에 멸종되리라 예측하고 있다.이러한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동양의 자연주의적 공동체정신인 상생의 뜻을 다시 살릴 필요가 있다. 상생의 이념은 경쟁적인 정복이나 지배를 바탕으로 성장해온 서양의 물질문명과는 달리 자연의 모든 만물이 다 함께 조화롭고 평등하게어울려 살자는 유기체적 생태개념을 갖는 공동체 정신이다.따라서 상생은 소유론적인 서구의 가치관과는 대조적으로 평등과 조화 및 일치를 추구하며 자연의 모든 존재를 존중하는 우주생명 사상이다.상생의 이념은 같은 공동체주의를 지향했으나 유물론적·기계론적 사고로생명 개체의 개성과 이들의 통합성을 무시한 결과 도태된 서구적 사회주의의 단점들을 모두 보완할 수 있는 훌륭한 사상이다.따라서 상생을 2002월드컵 문화행사의 주제로 삼아 온 세계인들에게 파괴된 자연과 동시에 해체돼가는 정신문화를 되살릴 수 있도록 호소해 지구의 미래를 복원시키는 일을 시작하자. 이번 시드니 올림픽은 스포츠보다도 문화올림픽이었다고 할 정도로400여건의 크고 작은 문화예술 이벤트로 도시 전체가 거대한 예술전시장이 됐다.또한 환경을 우선해 경기시설물들을 행사 후에 철거할수 있도록 가건물로 지었다고 한다.대부분의 숙박시설에 사용되는 냉난방이나 경기장 조명시설도 태양열 에너지 이용시설을 갖추어 환경올림픽의 면모를 과시했다.특히 호주정부는 시드니 12개 지역에 금개구리의 서식처가 있을 정도로 시드니의 환경이 깨끗하다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난지도 월드컵 축구장 옆에 골프장을 건설하자는우리나라와는 사뭇 대조적이다.더구나 서울은 최근 조사에서 세계적으로 대기오염이 가장 심하다고알려진 멕시코시티보다도 오염도가몇 배 더 크다는 사실이 밝혀져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2002 월드컵을 지구촌 모든 문화와 문화의상생,그리고 인류와 자연의 상생의 축제로 준비해 나가자.우리 고유의 우주생명사상인 ‘상생’은 서구 물질문명의 범람으로 야기된 인간소외와 환경재난에 처한 인류의 미래를 위해 새 지평을 열어줄 것이다. 이 기 영 호서대 교수 월드컵시민문화운동중앙협 자문위원
  • [대한광장] 直指와 구텐베르크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젠 싱거워져버린 지난 천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은 금속활자라고 한다.그런데 그 문명사적 의미는 독일 마인츠시의상인이자 발명가였던 구텐베르크에게 돌아가버렸다.이에 분노한 한국인들이 말하기를 어찌 1455년 간행된 구텐베르크 성서가 1377년 간행된 금속활자본 ‘직지(直指)’보다 의미가 있을까 보냐고 흥분을섞어서 강력한 항의를 보낸다.그렇다면 이 항의가 타당할까? 타당하기도 하고 타당하지 않기도 하다. 예로부터 고려의 금속활자는 세계에서 가장 일찍 주조(鑄造)되어 쓰였다고 알려져 왔다.그런데 현재 세계문화사에서는 그런 역사적 사실을 공인하지 않고 있다.그렇다면 알고는 있으되 인정하지 않는 명확한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여기에 함정이 있다.고려 금속활자를 서양문화사의 잣대로 바라보았을 때 생기는 필연적 함정이깊이 파여 있는 것이다. 문화나 예술은 고도의 정신적 산물이므로 애초부터 연대를 가지고다투거나 할 일이 아니다.문화예술이나 지식정보는 올림픽경기가 아니다.마찬가지로 직지를프랑스로부터 찾아와야 한다고 하는 흥분은시대착오적이다.프랑스인이 정당하게 구입해간 직지를 무슨 명목으로반환하라고 말할 수 있는가?오히려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있는 것이여러모로 의미 있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지난 천년 인류문화사에서 금속활자가 그토록 중요하게 인정받는 까닭은 지식정보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했기 때문이다.즉 지식정보의 독점을 해체하고 소통의 민주화를 이룩하는 상징이자 신호탄이기에 중요한 것이지 금속활자 주조(鑄造)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과학의 진보를 통해서 금속활자가 발명되고 역으로 금속활자는 과학문명의 발달에 기여하는 상호작용의 근대화가 바로 금속활자의 문화사적 본질이다.여기에 인식의 착오가 있었다.왜냐하면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 ‘직지’는 서구문명사적 관점이 아니라정신사적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비로소 그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할수 있기 때문이다.한국의 금속활자는 산업과는 별개로 정신적인 차원에서 주조된 정신문화적인 측면이 강하다. ‘직지’는 지극한 정성,욕망의 절제로서의 보시(布施),경건함,기원,자비 그리고 깨달음 등의 정신문화의 측면에서 이해되어야만 한다. 그러니까 대량생산이라는 근현대의 개념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직지’는 존재하는 것이다.문화사적으로 보면 ‘직지’는 금속활자라는 진품성과 불교문화의 분위기(aura)가 그 정수(精髓)였다.그렇기때문에 서구문명사나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고려의 금속활자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고려 금속활자의 정신은 다량생산의 상업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소량생산과 정신문화에 있다.고려의 금속활자가 정신문화적 측면에서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은 ‘직지’의 뜻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곧바로 가르쳐주고 정확하게 깨닫도록 한다’라는 주제가 곧 직지의 정신이다.그러니까 자본주의의 상업화와 산업사회의 대량생산이라는 각도에서 직지를 바라보지 말고,정신문화의 깨달음과 교육과 통합문화의각도에서 바라보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 바로 2000년 오늘이다. 바로 여기 21세기 빌 게이츠 패러다임의 사이버시대에 한국인이 가져야 하는 미래사적 전망이 놓여 있다.구텐베르크와 직지의 차이를정확하게 분석하는 한편 ‘직지’반환운동 역시 현실적이지 못하다는것도 고통스럽지만 인정하면서 새로운 전망을 세워가야만 한다.그러므로 과거의 문화유산을 미래의 문화정보 자본으로 재창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일들을 통해서 새 천년의 시대에 새로운 전망으로 새로운 틀을 적극적으로 만들어내는 일은 고려인들이 가졌던 도전과 용기의 정신이면서 민족문화의 저력이라고 믿는다. 고구려와 고려인들의 뜻을 이어 과거의 문화자산을 미래의 문화예술정보 자본으로 재창조하면서 세계문화사에 야심찬 도전을 감행해 보자. ■김 승 환 충북대 교수·국문학
  • 한국문학 위상 높인 ‘문화 올림픽’

    26일부터 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던 대산문화재단 주최 ‘서울 국제문학포럼’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5대양 6대주 10개국에서모두 19명의 세계 저명작가들이 참가해 55명의 국내작가들과 사흘동안 벌였던 국내 사상 최대 규모의 국제 문학잔치가 끝난 것이다. ‘경계를 넘어 글쓰기:다문화세계 속에서의 문학’이라는 총 주제 하에 모두 14개의 소주제별 분과 발표와 토론이 이루어졌던 이번 포럼에는 연일 600명이 넘는 청중들이 몰려들어,문학이 결코 죽지않았음을 증명해주었다.이번 포럼의 기조발제자인 나이제리아의 노벨문학상수상 작가인 월리 소잉카는 ‘경계를 넘어 글쓰기’의 가장 근본적인문제인 ‘정전(正典)의 개방’을 주창하면서,비서구의 정전도 이제는 서구의 정전과 동등한 위치에 놓여져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정말문제가 되는 것은 정전 자체가 아니라,정전과 비정전 리스트를 만들어 타자를 배제하는 차별과 편견이라고 지적했다.한국측 발제자인 유종호교수 역시 소위 ‘글로벌시대’에 한국문학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하는가에대해 발표함으로써,3일동안 계속될 논의의 단초를 제공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세계화의 과정에서 문학과 작가들의 글쓰기가 필연적으로 부딪치는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논의했으며,그 과정에서 ‘동아시아 전통의 새로운 가능성과 자연 생태주의’,‘자본주의 시장경제와 문학’,‘미국 소수인종문학과 분쟁지역의 문학’,‘대중문화와문학’, ‘탈식민주의 문학’,그리고 ‘비서구에서의 글쓰기 문제’등이 토론의 대상이 되었다. 미국의 퓰리쳐상 수상 시인인 게리 스나이더와 김종길 교수는 동양적생태주의적 자연관의 중요성을 논의했고,프랑스의 저명한 사회학자피에르 부르디외와 김우창교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세계화로 인한문화의 위기에 대해 토론했으며,이스마엘 카다레와 황석영과 일레인킴은 분쟁지역의 문학 및 미국 내 아시아계 문학에 대해 발표했다. 또 동독출신 작가 우베 콜베와 황지우는 대중문화시대의 문학에 대해그리고 마사오 미요시와 장이우와 도정일 교수는 비서구에서의 글쓰기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영국작가 마가렛 드레블과 박완서는포스트식민주의 문학에 대해 발표했는데,두 작가는 그 논의를 페미니즘으로까지 확대시켜 좋은 반응을 얻었다.특히 박완서는 자신의 사적 체험을 한국의 비극적 근대사와 연결시켜 작가와 언어의 문제에 대해 성찰함으로써 청중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이번 포럼의 핵심논의는 포스트식민주의와 다문화주의를 근간으로,‘어떻게 자국의 고유문화를 보존하면서,동시에 세계문명에 참여할 수 있는가’로 이어졌다.그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부단히경계를 해체하면서 동시에 재구성한다면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세계문명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는 합의가 도출되었다.그러기 위해서는 물론 작가들의 역할이 중요하고,동서양의 문화가 동등한 위치에서공존할 수 있어야만 할 것이다. 포럼장의 뜨거운 열기는 마지막날의 송별 리셉션으로도 이어졌다.요청하지도 않았는데,각국의 작가들은 서로 앞을 다투어 단상으로 나와이번 포럼이 얼마나 의미깊었는지를 토로하기 시작했다.삽시간에 리셉션 장은 한국어,미국어,영국어,불어,독어 등이 뒤섞이면서 각기다른 문화가 ‘경계를 넘어’ 하나가 되는 감동적인 장소로 바뀌었다. 이번 포럼은 학자들의 논문발표가 아니라,외국작가들과 국내작가들의대화 장소를 마련해주었다는 점에서 종래의 국제 세미나들과는 성격이 달랐다.그런 의미에서 이번 행사는 한국문학의 세계화에 기여한기념비적 이벤트로 기억될 것이다.또 이번 포럼은 미국 위주가 아니라,세계 각지의 작가들을 골고루 불러모은 전지구적 문학잔치였다는점에서도 의의가 크다.다만 아쉬웠던 것은,워낙 대행사이다 보니 각기 다른 분과가 동시에 진행되어 청중들이 모든 행사에 다 참여하지못하고 선택을 해야만 했다는 점이다.21세기는 동서가 동등하게 공존하는 다문화주의의 시대라고 한다.이러한 시대를 맞아 2000년 9월에열린 ‘서울 국제문학포럼’은 한국의 문화적 위상을 크게 높인 소중한 ‘문화 올림픽’이었다고 생각한다. 김성곤 서울대 교수. 포럼 실무위원장
  • [‘6.15’이후의 북한] (2)북한의 사회상

    9월 5일 황해도 구월산을 향해 달렸다.평양에서 약 48㎞.평양∼개성간 고속도로에서 황주를 지나 신천쪽으로 꺾어든 차는 은율쪽으로 달렸다.연백평야 넓은 벌에는 누런 벼이삭이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군데군데 나타나는 옥수수밭에는 온통 누렇게 말라들어간 옥수수들이서 있었다.안내선생은 “가뭄 때문에 올해 농사가 큰 일”이라고 했다.며칠전 황주에 다녀왔다며 “올해는 작황이 안좋다”고 고개를 내젓던 김순권 박사의 얼굴이 떠올랐다. 구월산은 지난 97년부터 해외동포,외국인들에게 개방됐다.1150년전에 건립된 고려시대의 사찰 월정사가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월정사관리인 길병호씨는 함흥화학공업대학에서 원유화학을 전공했으나 평생 월정사를 관리해온 아버지의 유지에 따라 평양을 떠나 산에 들어온 보기드문 인물이었다.그는 “월정사 극락보전은 북남을 통틀어 유일한 두공식 건물”이라며 “오대산 월정사도 이곳과 건립 연대가 유사한데 같은 월정스님이 지은 절이 아닌지,통일되면 꼭 가보려 한다”고 했다.부속건물인 명부전에는 주불인 지장보살 만이 휑뎅그렁하게 앉아있었다.주불을 보좌하는 금속제 부처 10쌍을 일제가 약탈해갔다는 것이다. 북에는 지금 ‘열대메기’ 열풍이 불고 있다.열대메기는 남아프리카원산의 민물고기로 4월에 부화하면 9,10월까지 최고 3㎏까지 성장한다.아무것이나 잘 먹고 고기맛도 좋아 각급 학교나 직장,기관들에서양어장을 만들어 키우고 있다.올해 3월 조성한 평양시내 서산호텔 양어장에도 어른 팔뚝만한 열대메기들이 우글우글했다. 호텔 부지배인 전룡운씨는 “호텔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물 찌꺼기를가공해 사료로 쓰고 있다”면서 “앞으로 호텔손님들이 양어장에서낚시도 즐기고 잡은 고기는 요구대로 요리해 먹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몇 마리를 얻어다 숙소에 와서 구이와 매운탕을 해먹었는데 가물치 맛과 비슷했다.농촌에서는 모내기 후에 논에 열대메기를 풀어 키우는데 메기들이 벼뿌리를 들춰주고 벌레를 잡아먹어 농사도 잘되고 배설물은 거름이 된다고 한다.가정에서도 봄에 비운 김장독에 열대메기를 키워서 이제 잡을 때가 다 됐다는 얘기였다. 조선중앙TV는 맹렬한 금연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었다.그런데 슬로건이 ‘금연’이 아니라 ‘담배조절’이라는 것이 흥미롭다.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강제로가 아니라,건강에 폐해가 있고 부인들 앞에서 담배 피우는 것이 실례라는 것을 자각해서 스스로 끊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한다.김 위원장 자신은 재미언론인 문명자씨와의회견에서 담배를 끊었음을 밝힌 바 있다. 조선중앙TV가 권하는 담배 끊는 방법을 보면 “무 200g을 채 썰어서물은 짜버리고 설탕을 쳐서 먹은 후 담배를 피우면 담배맛이 없다”는 등 효과가 의심스러운 방법도 있다. 보통강호텔 식당에는 올해 29세의 처녀 접대원이 있다.모습도 태도도 아름다운 여성이다.왜 시집 안 가느냐고 했더니 “남자는 나이들수록 금값이지만 여자는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안타까운 마음에 같은 식당의 28세 총각 접대원에게 “동무에게 장가 들면 어떠냐”고 했더니 “어린 처녀도 많은데 하필…”하면서 시큰둥한 표정이다.어찌된 일인지 북에는 처녀가 더 많다고 한다.명태가 넘쳐나던70년대에는 ‘조선에 많은 게 명태하고 여자’라고 했다니 말이다.남쪽에는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해 곧 처녀 기근현상이 심각해지리라는데이 문제도 통일로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번 취재중 가장 놀라웠던 점 가운데 하나는 대동강변에서 다운증후군 중학생을 목격한 일이다.학생은 행사연습을 하러 가는 듯 손에꽃을 들고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 걸어가고 있었다.매우 즐거운 표정이었다.다운증후군 장애인의 얼굴은 세계적으로 모두 같다.남쪽언론은 지금까지 “평양에는 장애인이 없다.미관상 이유로 모두 이주시켜 버렸다”라고 보도해왔다.기자는 안내인에게 물었다. “평양에도 장애인이 있는가요?” “장애인이오? 아,불구자 말입니까? 있습니다.우리 동네 이발사가벙어리인데….그런데 왜요?”남쪽 언론의 ‘정설’을 알 리가 없는 안내인이 되물었다.그 대답은못하고 다시 물었다. “불구자들은 어떻게 사나요?” “인민학교,고등중학교까지는 정규학교에 같이 다닙니다.그 후에는불구자에 맞는 기술을 가르치는 학교를 거쳐 사회에 진출하는데주로앉아서 하는 직업을 많이 갖습니다.대학시험에 붙으면 대학 측에서끝까지 공부할 수 있게 보장합니다.몸이 불편하면 교원이 집에 가서가르쳐 줍니다”평양에 ‘장애인’은 없다. 그러나 ‘불구자’는 있다.남쪽 언론의정설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신준영기자 junyoung@. *평양서 만난 허혁필 민족화해협 부회장. 1961년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지도원을 시작으로 조평통 부국장을 지낸 민족화해협의회 허혁필 부회장.현재 범민련 중앙위원과 민족대단결 잡지사 사장을 겸하고 있다.김일성종합대학 외문학부 러시어학과를 졸업한 허 부회장은 99년에는 민화협 부회장으로서 남측의전국어민연합회와 분단이후 최초의 남북한 공동어로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방북취재 마지막날인 8일 허 부회장은 기자일행을 위해 청류관에서오찬을 베풀어 주었다.그는 식사중 10여분간에 걸쳐 ‘톨스토이가 그린 구원의 여인상’에 대해 분석해 주기도 했다. ■평생을 통일문제와 씨름해 왔는데 6·15공동선언에 대한 소감은. 우리같은 통일일꾼 몇 천명이 40년 동안 노력해도 이루지 못할 일을두 분 수뇌께서 단 3일만에 이루어내었다.감격스럽다. ■6·15공동선언에 대한 북측 인민들의 반응은. 신 기자도 이번 취재 중 느꼈을 것이다.우리 인민들은 이번 공동선언에 대해 진심으로 기대와 자신감에 충만해 있다.공동선언후 북남관계가 나같은 사람도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급진전되어 왔다.5개 조항중 적지 않은 조항이 이미 실현되었고 나머지 조항의 실현을 위해서도 우리는 모든 성의를 다할 것이다.그것이 통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우리는 현실 속에서 확인하고 있다.
  • 레슬링 장재성·문의제 4강

    태권도의 금맥캐기가 본격 시동에 들어가고 남자 하키와 여자 핸드볼 등 구기종목의 강세가 두드러진 28일 한국선수단은 레슬링 자유형에서도 장재성·문의제가 나란히 4강에 오르는 기대밖의 성과를 올렸다. [레슬링] 장재성(주택공사)과 문의제(삼성생명)가 나란히 4강에 진출,메달 전망을 밝게 했다. 96애틀랜타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장재성은 시드니 달링하버 전시홀에서 열린 자유형 63㎏급 예선 6조에서 3게임을 모두 이겨 조 1위가 돼 준결승전에 직행했고 76㎏급의 문의제 역시 예선 3연승하며 4강에올랐다. 장재성은 무라드 오마카노프(러시아)와,문의제는 알렉산더 레이폴트(독일)와 각각 29일 오후 3시 준결승전을 치른다. 그러나 54㎏급의 문명석(주택공사)은 2패를 당해 예선 탈락했다. 북한은 54㎏급 진주동과 63㎏급 조용선이 모두 탈락하는 부진을 보였다. [육상] 김미정(21·울산시청)이 도로경보 여자 20㎞에서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25위에 올랐다. 김미정은 1시간36분9초를 기록,지난 6월 전국선수권에서 자신이 세운 한국기록(1시간38분57초)을 2분48초나 앞당기며 출전선수 45명 중 25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세비야 세계선수권에서 완주선수 중 최하위(39위)에 머물렀던 김미정은 이로써 지난 5월 종별선수권(1분39초20)에 이어 올시즌자신의 3번째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한국경보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왕리핑(중국)은 1시간29분5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권투] 북한의 메달 유망주였던 김은철(복싱)이 동메달에 그쳤다. 김은철은 달링하버 전시홀에서 벌어진 복싱 라이트플라이급(48㎏)준결승에서 스페인의 라파엘 로자노 무노즈에게 10-15로 판정패했다. 왼손잡이 김은철은 이날 치고 빠지는 무노즈의 변칙 스타일에 휘말려 공격의 실마리를 제대로 풀지 못했다.
  • [해외 항일전적지를 찾아서] (9)샌프란시스코·LA

    ◆ 美洲 독립운동 거점 샌프란시스코·LA. 샌프란시스코는 미주지역 조국독립운동의 중심지였다.한인들이 ‘상항(桑港)’이라고 부른 풍광이 아름다운 이곳에는 구한말 이래 하와이군도의 노동이민을 비롯,많은 한인들이 찾아들어 자리를 잡거나 로스앤젤레스 등 각 지방으로 진출하는 ‘거점’이 되었다. 샌프란시스코는 한국민족운동사상 첫번째 ‘의열투쟁’이 일어난 곳이기도 하다. 페리부두에서 장인환(張仁煥)·전명운(田明雲) 두 의사가 대한제국정부의 외교고문의 직함을 가지고 일제 한국침략의 앞잡이 노릇을 한 미국인 스티븐스를 처단한 현장이다. 이 지역 최초의 한인단체 ‘상항친목회’가 1903년 9월 페리부두 인근의 스트리트 차이나타운에서 발족한 것을 시작으로 미주 한인사회최초의 민족운동기관으로 발전한 공립협회(公立協會)가 1905년 4월차이나타운 왼쪽 퍼스픽 스트리트 938번지의 회관에서 출발했다.공립협회는 기관지 ‘공립신보(公立新報)’에 이어 ‘신한민보(新韓民報)’를 발행하면서 국권회복운동을 벌였다. 두 의사의 의거직후인1909년 2월 미주본토의 공립협회와 하와이의합성협회 등 모든 한인단체를 통합,대한인국민회(大韓人國民會)를 창립하고 페리 스트리트 232번지에 중앙총회본부를 두고 기관지로 국내외 항일민족언론을 주도한 ‘신한민보’를 발행했다.영문명으로 ‘The New Korea’라고 표기한 ‘신한민보’는 1914년까지 5년동안 232번지 건물에서 발행하다가 1937년 로스앤젤레스 제퍼슨거리에 중앙회관을 건립,그곳에서 한국전쟁때까지 40년여년동안 한번도 결간없이 발행하면서 민족해방과 통일이념을 구현하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대한인국민회 중앙회관과 ‘신한민보’의 발행처로 사용되었던 페리스트리트 232번지 건물은 도시계획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 그 위치를 가늠하기가 어렵다.북가주 광복회장 이하전(독립유공자)옹과 중립화 통일운동에 열정을 보이는 최봉윤옹,이정순 한인회장등이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고자 애쓰고 있다. 장인환·전명운 두 의사가 일제의 한국침략 앞잡이로 활동한 미국인 스트븐스를 총살·응징한 것은 1908년 3월24일 상오 9시 10분이다. 스티븐스가 페리 정거장에 도착하여 승용차에서 내려 페리빌딩으로들어서려는 순간,대기중이던 전명운이 먼저 권총 방아쇠를 당겼다.그러나 불발이었다.뒤이어 전 의사가 스티븐스의 얼굴을 총두(銃頭)로갈기는 순간 장 의사가 권총 3발을 발사,일본의 주구는 쓰러졌다가이틀뒤 절명했다.두 의사가 우연스럽게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거사에 나서 성공한 것이다. 장 의사는 1909년 1급 살인혐의로 구속돼 25년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중 1919년 국민회의 가석방 청원서가 수락되어 석방되었다.석방후독립운동에 헌신하던 그는 1930년 생활과 병고 등으로 향년 54세로이곳에서 자살하였다.전 의사는 사건발생 97일만에 구속되어 재판을받다가 무죄로 석방되었다.전 의사는 석방이후 미국에서 불우한 삶을 보내다가 1947년 63세로 세상을 떴다.두분 다 불우한 여생을 마친것이다. 샌프란시스코한인사회는 지난 3월23일 의거92주년 기념행사를 가졌다.지난해 이어 두번째인 이 행사는 의거장소인 페리부두가 현장여건상 개최가 어려워 한인회관에서 열었다.지난해는 ‘한미수교1백주년기념조각’이 있는 자스틴 허만광장에서 거행되었다.한인 지도자들은 이곳에 두 의사의 동상을 세우고자 성금을 모으고 본국의 지원을 바라고 있다.현재 페리부두의 육중한 3층짜리 페리빌딩은 역사기념물로 원형대로 보존되어 있다.두 한인의사를 기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1896년에 건립된 지역 대표적 건물인 까닭이다. 초기 한인들의 정신적 지주역할을 해온 ‘상항한인연합감리교회’는 1904년 안창호·이대위 등이 친목회를 조직하고 가정예배를 드리기시작해 1907년 캘리포니아거리에 있는 3층 주택을 임대해 예배를 보는등 시련끝에 1994년 쥬다거리에 교회건물을 구입이전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98년에 현재 건물을 신축하여 감리교회당과 역사자료실 부설로 운영하고 있다.현 건물은 독립운동과 직접 관련이 없지만 이곳한인들의 믿음과 각종 독립운동 자료들을 보존하고 있다. 미주 항일독립운동의 선각자 도산 안창호선생의 발자취는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 곳곳에 남아있다.특히 로스앤젤레스 제퍼슨 거리 1938번지 대한인국민회 중앙회관앞 거리는 로스앤젤레스시가 1994년2월 ‘도산 안창호광장’으로 이름지을 만큼 도산의 업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도산은 1902년 샌프란시스코에 도착,LA를 오가면서 항일민족운동을 주도했다.대한인국민회와 흥사단을 중심으로 미국은 물론 멕시코·원동지방의 시베리아,만주등지에 대한인국민회 지방총회를조직할만큼 광범위한 조직을 만들어 항일구국투쟁을 벌였다.흥사단의 단소(團所)인 중앙회관은 LA 벙커 힐에 있던 것을 얼마후 피게로아스트리트 106번지의 2층 목조건물로,1932년에는 남(南)카타리나 거리 3421번지의 땅을 구입해 2층 유선양옥을 지어 옮긴 것이 오늘에 이른다. 미주 독립운동의 정신적 산실인 대한인국민회중앙회관은 1936년 LA 36 스트리트에 있었으나 얼마후 제퍼슨거리 1368번지로 옮겼다.대한인국민회 회관은 퇴색한 단층건물이 철책담으로 둘러싸여 제퍼스 큰길과 만나고 현관 벽 위에 ‘대한인국민총회’라는 현판이 선명하게 부각되어있다.LA 연합장로교회 소유인 이 건물은 지금도 매년 3·1절과 광복절에는 교포들이 모여 기념예배를 본다. 한인회 간부들은 한인회와 정부가 합동으로 교회로 부터 건물을 구입,보수하여 민족운동박물관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LA 한국문화원 최규학영사와 현지언론 피플뉴스 발행인 민병용씨 등 많은 사람이 민족운동박물관건립운동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1937년부터 1946년까지 도산가족이 살았던 남가주대학 구내 도산 사가(私家)는 당시 건물(1937년)그대로 보존돼 있다.현재 ‘The Ahn Family Residence’라고 쓰인 동판표지물이 설치돼 있다.올해 3·1절행사때 한국을 방문한 셋째딸 안수산 여사가 노구를 이끌고 방문자들을 친절하게 안내한다.도산의 많은 유물은 보는 이를 숙연케 한다.하나같이 조국 독립운동의 얼이 배인 것들이다. 샌프란시스코·로스앤젤레스 김삼웅주필 kimsu@
  • 패션을 통해 본 인류문명사 ‘패션의 역사’

    인류가 만들어낸 최초의 패션은 한 장의 천이었다.기원전 3000년 수메르인의 지배시대에는 정교한 옷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얼마나 기술적으로 천을 아름답게 걸치는가가 중요했다.한 장의 사각형 천에 주름을 잡아 몸에 걸치던 초기 형태의 의복은 이집트의 셴티,그리스의히마티온,로마의 토가로 이어졌다.이렇게 시작된 서양 복식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부침을 거듭하며 수많은 유행사조를 만들어냈다.그것은 당대의 사람들이 품었던 아름다움에 대한 이상과 도덕,가치 등 정신적인 유산은 물론 지리상의 발견이나 과학적 발명 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요컨대 복식의 역사는 인류의 문명사다. 그런 점에서 독일의 문화사가 막스 폰 뵌이 쓴 ‘패션의 역사’(전2권,한길아트)는 주목할 만한 책이다.단순히 서양 복식사를 기술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한 차원 높은 인류의 문명사로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이 책은 원래 8권으로 된 뵌의 방대한 저서 ‘디 모드(Die Mode)’를 독일 의상학자 잉그리트 로셰크(50)가 두 권으로 압축한 요약판을 저본으로 했다.뵌은 이 책에서 의상과 유행을 매개로 중세부터 17세기 바로크 시대,18세기 로코코 시대,19세기 시민사회를 거쳐 20세기초에 이르는 유럽 사회 전반의 인간사와 문화사를 펼쳐 보인다.한 시대의 흐름과 아울러 일상의 사소한 영역까지 미시사적 시각으로 복원해낸다.뵌에 따르면 십자군전쟁은 유럽의 복식 유행을 만들어내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십자군 전쟁에는 여러 민족이 동원됐으며,특히 동방원정은 유럽인들에게 ‘의상의 특수성’에 대한 새로운 안목을 키워줬다.유럽을 휩쓴 첫 유행은 무어인들에게서 유래된 것으로 간주되는 ‘미파르티’.미파르티는 두세 가지 색으로 나뉘어진 옷으로 소매와 바짓가랑이,양말,엉덩이 좌우 부분 등의 색깔을 달리 해 만들었다.화려한 무늬가 있는 천이 드물던 시대,남부유럽과 중부유럽인들 사이에 크게유행한 이 옷은 16세기 중반까지 인기를 끌었다.미파르티의 흔적은지금도 어릿광대의 의상으로 남아 있다. 1789년 프랑스혁명은 정치사회적으로 뿐만 아니라 패션사에도 일대혁신을 몰고 왔다.프랑스혁명 이후 모든복식은 갈수록 간편함을 추구하는 쪽으로 나아갔다. 특히 공포정치 기간에는 허식이나 특권 혹은 부를 연상케 하는 것은모두 엄격히 금지됐다.혁명 뒤 가장 근본적인 변화를 겪은 분야는 여성복식.여성의 몸을 억압했던 파니에(18세기초 여성들이 엉덩이에 둘렀던 갈대나 고래수염으로 만든 새장 같은 버팀대)와 범롤(엉덩이에둘렀던 소시지 모양의 패딩),코르셋,페티코트가 패션무대에서 완전히 사라졌다.그 대신 로브 앙 슈미즈라는 속옷과 비슷한 스타일의 옷을 입었다.사교계 여성들이 그토록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나타난 것은 고대 이집트 이래 처음이다. 이 책은 일상의 의상과 유행이 한 시대를 해명하는 중요한 열쇠임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부담없이 읽히는 패션 이야기를 통해 복잡다단한 서양 문명의 갈피를 잡게 한다는 데 이 책의 미덕이있다.이재원·천미수 옮김.각권 1만8,000원김종면기자 jmkim@
  • 신간 맛보기

    ◆내 생애 단 한번(장영희 지음,샘터 펴냄)‘코리아 타임스’에 연재중인 칼럼 ‘Crazy Quilt(조각이불)’를 읽어본 사람은 저자(서강대영문과교수)의 글맛을 잊지 못한다.저자가 우리말로 쓴 첫 수필집인이 책은 그의 한국어 감각 또한 남다름을 보여준다.생명의 소중함과희망의 철학을 전해주는 40편의 글이 실렸다. ‘걔,바보지요?’라는 글의 한 대목.“‘주홍글씨’라는 소설에서 너새니얼 호손은 이 세상에서 가장 ‘용서받지 못할 죄’는 다른 사람의 ‘마음의 성역’을 침범하는 일이라고 했다.나무도 가슴 아픈 말을 들으면 슬퍼서 죽는다는데 하물며 사람이야…” 그의 글엔 휴머니즘이 살아 숨쉰다.7,500원◆우리 무당 이야기(황루시 지음,풀빛 펴냄)전통예술의 기능 보유자이자 현대판 ‘불가촉(不可觸)천민’인 무당의 인간적 면모를 밝힌책.한국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기층문화로서의 무속에 대한 오해와편견을 바로잡는 데 초점을 맞췄다.어설픈 무당연기나 신비주의적 접근으로 무속을 비하하고 미신화하도록 부추기는 TV드라마나 추적 다큐멘터리 등이 비판의 표적.돈만 아는 무당,돈만 있으면 귀신도 부릴 수 있다고 믿는 기주(祈主)등 요즘 굿판의 세태에 대해서도 일침을가했다.‘무당 굿놀이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관동대 국문과교수)는 무당을 “문화의 산물이자 일정한 역사성을 갖는 존재’로규정한다.1만원◆야성의 삶(개리 스나이더 지음,이상화 옮김,동쪽나라 펴냄)미국 캘리포니아 원시림연에 몸을 묻고 스스로 야생의 삶을 실천하고 있는저자의 명상 에세이.퓰리처상 수상 시인이자 미국을 대표하는 반문화주의자인 저자는 살아 있는 자연의 신화와 노래를 잔잔한 목소리로들려준다.인간은 악하고 자연은 선하다는 서양철학 특유의 맹목적이고 이분법적인 구분은 잘못된 것이라는 게 기본 전제. 저자의 사상은 “어떤 문명도 견딜 수 없는 야성을 내게 달라”고 한 미국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와도 통하는 데가 있다. 이 책에는 일본의 선(禪)과 인도사상,대승불교의 진리를 전해주는 글들이 실렸다.9,000원◆풍자와 해탈 혹은 사랑과 죽음(김상환 지음,민음사 펴냄)서울대 철학과 교수인 저자가 10년 동안 쓴 시인 김수영에 관한 글을 엮었다. 철학자에 의해 책으로 씌어진 국내 최초의 단일 시인론이라고 한다.20대 때 프랑스 대학에서 데카르트를 열심히 공부하던 저자는 인생에서 한번은 데카르트를 읽고 또 읽던만큼의 열정과 수고를 우리나라고전에 바치리라고 마음먹었는데 거기서 김수영을 만났다. 그리고 김수영의 시와 산문을 대하면서 남루하고 고단했던 한국의 현대사를 사랑하게 되었다. 문학소년이었지만 엄정한 논리의 철학자인 저자가 김수영 글의 무엇에 그토록 끌리는 것일까.1만2,000원
  • 2000년 서울국제문학포럼

    ★ 산중에 숨은 신들:도겐(道元). 나는 미국 워싱턴주의 태평양 연안 농촌에서 자랐다.아이 시절에 우리집의 젖소를 돌보고 숲 속에 드나들며 일했다.나는 삼림의 남벌을목도했으며 아직 고등학교 학생이면서 환경 정치운동을 벌였다.1930년대의 내 고향 퓨젯 사운드는 많은 부분이 야생지대로 남겨 있었으나 오늘날 그곳은 90%나 채벌되었다.나는 동서양의 역사와 문학을 공부하면서 힌두 사상이 불교와 불해(不害)라는 윤리적 교훈을 공유한다는 것,그리고 이 교훈이 사람만 아니라 모든 중생을 포함한다는 것을 배웠다.이것이 나를 결정적으로 아시아로 쏠리게 했다.그리고 공부 끝에 선 사상에 도달했을 때 드디어 나는 대승 경전과 도교 사상과 수묵화와,시와 인도 요가와 좌선 등이 서로 연결됨을 깨달았다. 몇 해가 지나 나는 도겐을 발견했다.내가 이 13세기 일본 선승의 ‘산수경’을 읽고 실천과 자연 현상계에 대한 그의 접근법을 약간 깨달았을 때 나는 단순한 동아시아의 자연에 대한 감성보다 훨씬 값진어떤 것,단순한 ‘자연사랑’의 한정되고 선택적인 주제들을 훨신 뛰어넘어 모든 영역을 두루 섭렵하는 어떤 위대한 정신과 만나고 있다는 것을 의식했다. 폭넓고 자비로운 관점을 가진 오늘의 환경주의자들은 도겐을 일종의 생태학자로 생각할 수 있다.오늘의 생태 과학자들은 생명체 작용에서 관찰되는 복잡성의 수준을 토대로 하여 ‘혼돈과 복잡성’의 이론화를 이룩하는 데 이르렀다.이런 모든 유기적,무기적 영역들의 상호작용을 일러 ‘생명환경띠’라고 하며 불교에서는 ‘모든 중생’이라 한다.그것은 광대한 연결이며 우리는 모두 그 지체들이다. 생태학의 연구는 진정 ‘청소’와 ‘윤회’ 즉 욕망의 세계에서의삶과 죽음의 바퀴,다른 말로 하자면 ‘신진대사’의 존재들에 대한연구이다.삶과 죽음의 공동체에 실존하는 각양각색의 역할을 현상 그대로 파악하는 눈이다.그런데 지구환경 보존은 과학자의 일거리가 아니다.이는 헌신적으로 도를 따르는 자들,곧 실천과 통찰로써 지혜와자비의 균형을 맞출 수 있어 남들의 눈을 열어줄 수 있는 사람들의몫이다. 원형적 생태론자인 도겐 선사는 산수경에서‘잠자리와 물고기가 물을 궁전으로 본다면 사람이 궁전을 보는 것과 꼭 같다.그들은 그 궁전이 흘러간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한다.모든 영역들이 나름의 정통성을 가지고 있다는 진리를 능숙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해주며 개인 각자의 에고는 물론 인간이란 종족의 에고를 극복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개리 스나이더 美 시인. ☆ 대중문화 사회 속의 시인. 우리는 인터넷사이트에서 미국제 특정 멀티미디어 프로그램을 다운받는다.그러면서 많은 광고를 보게되고 결국은 크레딧 카드로 돈을지불하게 된다. 조금은 복잡한 이 과정에서 ‘파울 첼란’의 육성이 컴퓨터 사운드시스템에서 울려나온다.첼란은 아우슈비츠 이후시대의 핵심적인 시로꼽히는 자작시 ‘죽음의 푸가’를 읊조린다. 그런데 어째서 시인가? 왜 오락사회는 사사로운 잡담,즉 그런 사회에 걸맞는 채팅에 만족하지 않는 걸까? 어째서 하필 입으로 말하는의식(儀式)적인 전통중 가장 오래된 표현형식을 위해 애를 쓰는 걸까? 이를테면 운맞추기라는 전통이 힙합 구절 속에,청소년 대중문화의문맥속에서 다시금 되살아나고 있는 까닭은 뭔가. 내 생각으로,대중문화와 시는 그렇게 대립적인 것 같지는 않다.반대로 가장 널리 유포된 문화의 형식들이,바로 죽었다고들 하던 시를 거듭 불러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블루스,유행가,록 발라드에 가사와시적 운율이라는 그 태고의 구성성분이 없다면 그것이 무엇이겠는가. 고급문학에서 나온 서툰 모조품 아니겠는가? 판타지 영화세계의 주인공과 마술사들은 그들이 입을 열 때마다,옛세계문학시편이라는 소도구들 없이는 계속 진행해 나가지 못할 것이다.위협받고 있거나 파괴된 아름다움의 이미지들을 눈앞에 보며 무언가 말을 한다면,그 말이야말로 시어일 것이다.더 없이 평면적인 문맥에서도,가장 단순화된 상투어에서도 시적인 발언은 그 힘을 증명한다. 여기 고향도,사회적 출신도,직업도,빈부도 다른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모여 대화를 시작한다고 치자.이들은 어릴때 본 TV영화,비틀즈의노래 등 유년의 기억을 서로 짜맞추어 가며 이야기 매개로 풀어 나간다. 즉 소통,상이한 사람들이 서로 가까워지고 관계를 깊어지게 하는 바탕은 대중문화에 함께 참여하는 것임을 깨달을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가 서로 교환하는 기호의 대다수는 대중문화에서 비롯되었거나그에 상응한 함의를 가지고 있다.할리우드는 거대한 조작이며 우리가 보낸 어린시절의 한 장소에 대한 동의어다. 나는 상상한다.온 세상 수많은 남녀 동료시인들과 함께 시를 쓰고있다고.물론 그 시는 대중문화보다 더 오래된 것이며 그보다 더 위대하다.그 시의 뿌리는 인간이라는 종과 언어의 뿌리 만큼이나 깊게 뻗어있다. 그러나 또 나는 안다.시인은 그의 동시대인과 그리고,그 시대를 관통하는 대중문화와 조심스럽고도 본질적인 대화를 나누며 살고 있다는 것을. 우베 콜베 獨 시인·튀빙겐대 교수. ■ 위기속의 문화. 오늘날 예술생산계가 전반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현상은 아주 새로운 것이다.오랜 시간에 걸쳐 어렵게 얻어낸 예술생산 및 유통의 자치성이 경제적인 당위성이라는 이름으로 위협받고 있다.신자유주의자들은 문화에도 다른 분야처럼 시장논리가 혜택을 줄 것이라고 역설한다. 그들은 문화의 특성을 묵시적으로든 명시적으로든 인정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서적에 대해서도 보호조치를 취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새로운 미디어기업들이 유통시키는 서적과 영화·TV용 오락 프로그램 등 ‘정보’라는 이름 아래 유통되는 모든 생산품들은,다른 상품과 다를 바가 없이 이윤생산의 법칙에 따라 생산되어야 한다는 발상에서 온 것이다.수많은 채널을 가진 디지털 TV가 ‘미디어 선택 가능성의 폭발적 증가’라고 불릴 만큼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게 되어,시청자의 어떤 요구든 경향이든 만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또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경쟁이 있게 됨에 따라 당연히 창조적인 방송이만들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것을 공급의 획일성이라는 말로 반박할 수 있을 것이다.이 획일성은 국가적 차원에서는 물론이고,세계적으로도 그렇다.경쟁상태에서는 다양성을 추구하기보다는 동질성을 추구하기 마련이다.최대다수가선호하는 것을 생산해야 하므로,생산자는 특히 어느 국가에서든지 통용될만한 상품들,다시 말하면 차별화를추구하지 않는 TV드라마와 연속극·추리극·상업용 음악·통속연극 등 ‘맥도날드 문화’라고 부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작한다. 경쟁상태에서 그나마 소규모의 다양성을 지향한다해도 생산기구,특히 유통기구들이 통합됨에 따라 최소한의 가능성도 막히게 된다.기업들의 수직적인 통합으로 생산업체가 유통업체에 통합되어버렸기 때문이다.그 예가 바로 여러 개의 상영실을 갖춘 대형영화상영관으로 이들은 영화배급업자의 요구에 철저히 따를 수 밖에 없다.공산주의 국가에서는 정권이 검열을 했다면,이제는 금권이 검열기구로 등장한 셈이다. 상업논리라고 하는 것은 외형상으로는 진보적인 근대성의 양상을 띠지만,사실은 가장 대표적인 경향을 선택해서 최소의 노력의 대가만을 치르려하는 사회논리의 발현으로,방임의 극단적인 표현형태일 뿐이다. 여기에 대항하고자 했던 사람들도 가장 자율적인 문화생산자에서 점점 생산과 생산품 보급의 수단으로 전락해가고 있다.문화생산자는 어느 때보다 위협받고 있는 약화된 위치에 있으며,그래서 드물고 필요하며소중한 존재가 된 것이다. 피에르 부르디외 佛 사회학자. □ 문학과 삶의 관계. 삶이 문학의 원천이라고들 말합니다.사실이죠.그러나 동시에 삶과문학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습니다.삶은 문학의 원천이 될 수도있지만 문학의 적이 될 수도 있습니다.삶이 문학에 노골적인 방식으로 남용하여 들어가면,문학이 파괴되곤 합니다.실제로 문학은 삶,시민,관중,독자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합니다.제가 여기서 말하는 이것들은 당연히 문학의 질을 떨어지게 하는 부정적인 요소들만을 말합니다.가령 작품에 도움이 되는 독자들의 날카롭고 좋은 비평 등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지요.삶도 마찬가지입니다.오늘날 만연하고 있는 저속한 취미로부터 문학은 스스로를 방어할 줄 알아야 합니다.다시 말해휼륭한 문학작품은 시장의 법칙에 복종하기를 거부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산정권은 이런 울타리를 부셔 버리려고 했습니다.공산주의자들은전 인민이 문학에 참여해야 하고 모두가 소설이나 극작품을 쓸 수 있다고 외쳤습니다.이것은 문학을 없애고 파괴하는 한 수단입니다.모든사람이 문학을 한다는 것이야말로 문학의 사양길을 재촉하는 것입니다.문학작품의 질이 떨어질 것은 당연합니다. 문학의 캘린더는 삶의 캘린더와 다릅니다.문학은 삶을 상대적으로알뿐입니다.인류에 이롭고 위대한 사건일지라도 문학에는 별 흥미로운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반대로 문학작품들의 대부분이 살인,부정적인 사건에서 영감을 얻고 있는 것입니다. 과학의 진보에 관하여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습니다.과학이 문학의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합니다.그러나 나는 이 의견에 반대합니다.문학은 과학의 발전에 상관없었습니다.문학에 중요한 것은외적 세계의 발견이 아니라 인간 내면세계의 발견을 이루는 것이기때문입니다. 오늘날 인터넷의 발견으로 문학의 장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나는 이것을 믿지 않습니다.인터넷은 위대한 문학,다시 말해 질이높은 작품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작가인 나에게 있어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견은 지옥의 발견입니다. 지옥,이 무시무시한 기구는 인류문명의 기초를 이루었습니다.문학에있어 지옥의 발견은 다른 어떤 과학의 발명보다도 중요합니다.왜냐하면 지옥은 인간의 의식,죄의식을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보통 문학이 삶의 투영이라고 생각합니다.어느 정도는 사실이지만문학은 특별하고 좀더 내밀한 삶입니다.문학세계는 우리가 살고 있는삶이나 세계와 다릅니다. 시대의 단순한 삶의 투영에 머무르는 문학은 저속한 사실주의와 열악성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이스마일 카다레 알바니아 출신 소설가.
  • [외언내언] ‘한국病’의 명암

    얼마전 미국 LA 타임스가 한국의 인터넷 열기를 보도한 적이 있다. 즉 “한국인들의 ‘조급성’과 ‘요행심리’가 속도와 위험부담이 요구되는 정보화시대에 잘 맞아떨어졌다”는 비아냥(?)이 섞인 분석기사였다. 당시 기사를 읽으면서 상당히 낯뜨거웠었다.단숨에 한몫 건지려고로스앤젤레스에서 그리 멀지 않은 라스베이거스 도박판으로 몰려드는한국 졸부들이 먼저 떠올랐던 까닭이다. 그러나 필자는 제프리 존스 주한 미국 상공회의소 회장의 신간 ‘나는 한국이 두렵다’를 읽고 생각을 달리 하게 됐다.“한국인의 ‘빨리빨리병’은 정보화시대의 원천”이라는 메시지를 접했기 때문이다. 그의 파격적 주장은 “빨리빨리병(病) 등 한국병은 IT(정보기술)혁명시대에는 외려 약이 된다”는 말로 요약된다.각종 정보가 빛의 속도로 날아다니는 세상에서는 5분만 앞서도 50년을 먼저 갈 수 있다는주장이다. 다른 나라는 1∼2세대에 걸리는 일을 한국이 1년만에 뚝딱 해치우기도 하지 않는가.존스 회장은 ‘속도전’에 강한 잠재력을 바탕으로한국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예언한다.2025년경엔 슈퍼파워 미국의 입지를 위협할 대표주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미국 국무부 장관을 지낸 헨리 키신저는 언젠가 21세기 국제체제는“6개의 열강과 다수의 중진국 및 소국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측했었다.미국,유럽,중국,러시아,일본과 아마도 인도라는 5개 강대국 중심으로 국제질서가 재편되리라는 논지였다.‘문명충돌론’을 편 헌팅턴도 여기에 이슬람문명권을 추가했지만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이들의 전망에서 한국은 통일이 되더라도 중간규모 국가에 머물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존스 회장의 예측이 위안은 될지언정 선뜻 믿겨지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해방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의 대장정을 숨가쁘게 달려왔건만 아직도 우리네 보통사람들이 경제적으로 허리를 펼 처지는 아니다.더욱이 의약분업파동에서 보듯 사회구성원 상당수가 제몫찾기에눈을 부라리고, 정치권은 정쟁으로 세월을 보내다시피 하고 있는 형국임에랴. 하지만 인터넷 물결은 과거에는 없던 초유의 사태다.따라서 누구도그 파장을 섣불리 예측할 수는 없다.존스 회장의 예측도 어느 정도합당한 논리적 추론인지는 검증하기 어렵다. 다만 그의 추론은 현실이 아무리 고단하더라도 ‘엽전은 안돼…’라는 식의 패배주의나 자학에 빠지지 말아야 할 충분한 근거는 될 듯싶다.독(毒)도 제대로 쓰면 요긴한 약이 될 수가 있다.빨리빨리병으로요약되는 한국인의 기질중 강점은 살리고 단점은 줄이는 ‘전략적 마인드’가 기업이나 정부 내에서 강구돼야 할 때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
  • ‘효자종목’ 레슬링 金脈 터진다

    ‘양궁의 금 바람을 우리가 이어간다’-. 전통적으로 올림픽에서 강세를 보여온 효자종목 레슬링이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24일부터 그레코로만형,28일부터 자유형으로 나눠 금 몰이에 나설 레슬링은 84LA올림픽 이후 매 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 이상을 획득하며 한국의 메달밭으로 자리잡아 온 효자종목. 현재 선수들의 컨디션은 최상이어서 코칭스태프는 목표로 한 금메달2개는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그레코로만형 54㎏급 심권호(주택공사)는 시드니에 도착한 뒤 6일간 3㎏을 줄였을 정도로 많은 땀을 흘리며 결전의 날을 대비해 왔다. “이번을 마지막 올림픽으로 여기고 있다”는 말로 각오를 밝힌 심권호는 99세계선수권 우승자 라자로 리바스(쿠바)와의 결승전 격돌을 예상하며 비장의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58㎏급의 김인섭(삼성생명)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맞붙었던 유리 멜니첸코(카자흐스탄)를 꺾을 수단으로 기습태클을 집중연습했고 69㎏급 손상필(주택공사)도 옆굴리기 등에 대한 최종 점검을 마쳤다. 문명석(54㎏급) 장재성(63㎏급·이상 주택공사) 문의제(76㎏급·삼성생명) 등 자유형 선수들은 21일 선수촌에 입촌,적응훈련에 돌입했다. 경기가 시작되는 28일까지 여유가 있어 체중조절과 주특기 완성도높이기에 훈련의 중점을 두고 있고 코칭스태프는 라이벌로 예상되는선수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느라 안테나를 세워 놓고 있다. 시드니 특별취재단
  • 뚜웨이밍 교수 “동양사상이 21세기 보편적 윤리될 것”

    “공존공생 측면의 심각한 상황을 맞은 지구촌에서 종교의 위상은더욱 강조될 것입니다.같은 맥락에서 나보다는 남을 중시하는 공동체 의식을 강조하는 동양 사상은 21세기 세계질서를 바로잡아가는데 보편적인 윤리로 작용할 것으로 봅니다” 지난 21·22일 익산 원광대가 주최한 ‘미래사회와 종교’ 국제학술회의에 참가한 하버드대 옌칭연구소 소장 뚜웨이밍(杜維明·60) 교수는 전통적인 동양 사상이 그동안 지구촌의 중심사상이 돼온 서양사상을 대체해 지구촌을 이끌 중심 가치관으로 자리잡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뚜웨이밍 교수는 유교 불교를 포함해 아시아 각국에 남아있는 동양의 전통사상이 미국의 정책에 반영되도록 하는 등 서구에 동양사상을확산시키고 있는 중심적인 인물. 내년 UN이 정한 ‘세계문명간 대화의해’ 준비위원으로 위촉돼 있다.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각국이 IMF위기상황을 빠르게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동양의 전통 가치관의 힘이 작용한 증거로 봅니다.이런 전통 사상이 서양의 자유 인권을 중시하는 계몽주의사상과 조화를 이룬다면 더욱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입니다” 뚜웨이밍 교수는 한국의 종교 상황과 관련,“기독교 등 외래종교가한국에선 더욱 본연의 종교적인 특성을 갖춰나가는 특징이 있다”며“그러나 이같은 창조성 때문에 생겨나는 갈등과 마찰을 극복해 내는게 한국 종교지도자들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에선 종교간 대화가 진전되고 있지만 깊은 뿌리없이 형식적인 절차에 머물고 있다고 봅니다.종단과 교리를 떠나 상호신뢰를쌓아나가는게 우선이라고 봅니다” 한국을 다양한 갈등을 경험한 ‘한’의 나라로 표현한 그는 한국이지역감정과,남성본위의 문화,권위주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의 큰문제에 봉착해 있다며 종교 지도자들은 각 종단의 이해를 떠나 나라의 공동관심사에 참여해 ‘공적인 지성’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익산 김성호기자 kimus@
  • 대한매일을 읽고/ 전화 발신번호표 시서비스 조기 도입을

    장난전화 한해 1억원 낭비 제하의 기사를 읽고 장난전화 및 폭력전화에 대한 근복적인 방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장난전화로 공공기관의 예산을 낭비되고, 협박전화 등으로 피해를 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유·무선 전화가 4,000만대를 넘어 전국민이 전화를 사용하지 않고하루도 생활할 수 없다. 이렇게 유용한 전화로 장난전화를 하거나 남을 협박하는 도구로 이용한다면,문명의 이기를 이용한 범법행위이다.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장난전화및 전화폭력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미국·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어디에서 전화가 걸려왔는지 통화전에 번호를 확인할 수 있는 발신번호표시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고한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발신자 위치확인 서비스나 발신번호확인 서비스가 시행되어 장난전화 등이 다소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근본 대책은못된다. 따라서 사회문제인 폭력전화 및 장난전화 등을 근절하기 위해 발신번호표시서비스 제도라도 조기에 도입하고,처벌법을 강화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서둘러야 할때이다. 최명숙[경북 칠곡면 왜관읍]
  • 제20회 서울현대도예공모전/ 24일부터 서울갤러리서

    대한매일과 스포츠서울이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진흥원과 한국도자기주식회사가 후원한 제20회 서울현대도예공모전에서 심희정씨(29·서울 중랑구 중화1동 110-83)가 ‘Reconstruction 00-01’이란 작품으로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다. 우수상은 작품 ‘물구나무선 주전자’의 성상은씨(26)가 받았으며,김해령(24·‘정상,비정상 그 애매모호함의 틈새’) 김주상(31·‘이중투각문 기 20009’) 김문식(30·‘공존’) 신동원(28·‘일상의 기억’) 김은정씨(25·‘또 다른 잔재’)가 각각 특선을 수상했다. 이번 공모전에는 65명의 작가가 71점의 작품을 출품,이중 대상을 포함한 44점이 입상작으로 뽑혔다.대상에는 500만원,우수상에는 200만원,특선에는 100만원의 상금이 각각 주어진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천복희 서울여대 교수는 “예년에 비해 출품작수는 줄었지만 전체적인 질은 오히려 향상됐다”며 “전반적으로 형태적 조형성에 치우쳐 표면처리를 포함한 작품의 완성도가 좀 떨어지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밝혔다.심사에는 천복희 서울여대 교수,강석영 이화여대 공예학부 교수,김기천 원광대 공예 디자인 학부교수,유재길 홍익대 예술학과 교수,최봉수 경남대 공예 디자인학부교수 등 5명이 참여했다. 시상식은 10월 24일 오후 5시 서울갤러리에서 입상작 전시(24∼29일) 개막에 맞춰 열린다. ◆다음은 입선자 명단. 강승철 박성백 정현희 이은재 박삼칠 조용구 권재환 김영수 김수일한재면 김재은 윤지용 백재순 한영학 최지민 박수현 장연자 김정선손경자 김병일 박태준 이운경 김종문 이동구 이인 김종윤 배주영 최응한 이현정 권현수 윤주철 백미희 염지윤. *大賞 수상 심희정씨. “건축 공사현장의 구조물을 형상화해 물질문명 아래서의 인간소외문제를 다뤄보고 싶었습니다.공사장의 철판이나 H-빔,시멘트 더미 등은 모두 내 도예작품의 주된 소재지요” 올해 서울현대도예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심희정씨는 “예술은 그 자체의 심미적 가치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발언이 담길 때 비로소 그 빛을 더할 것”이라는 소신을 밝혔다.1993년 제13회 서울현대도예공모전에 처음으로 출품,6전7기 끝에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심씨는 대작을 주로 제작하지만 기술적 완성도면에서 결코 떨어지지않는다. 조합토를 기본으로 산화철과 크롬,백매트유 등을 사용해 날카롭고 직선적인 느낌과 둔중한 질량감을 아울러 전해주는 작품을 만들어낸다.특히 그의 작품에 으레 등장하는 볼트와 너트의 형상은 정교한 장인적 솜씨가 있어야만 가능한 고난도 작업이다. “미국의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의 ‘전기의자’ 같은 작품은 중앙에 빈 의자가 있고 벽에는 정숙이라는 표지가 있는 황량한 사형집행실을 보여줌으로써 현대인의 정신적 죽음,나아가 현실과 유리된 방관자의 소외의식을 암시하고 있습니다.워홀을 비롯한 팝 아트 작가들의작품은 언제나 내 조형언어의 스승이죠.그와 같은 구성의 추상적 엄격함과 섬뜩한 이미지를 담은 작품을 계속 만들고 싶어요” 서울산업대 도예학과와 대학원 산업공예학과를 졸업한 심씨는 그동안 10여차례의 작품전을 연 전업작가.“‘돈이 되는’ 생활도자에 간혹 마음이 쏠리기도 하지만 조형성 위주의 순수도예가 주는 매력은늘 그 유혹을 이겨냅니다” 도예작가인 남편(김율식)이 그의 조수이자 예술적 동반자다. 김종면기자 jmkim@
  • ‘한겨레21’ 장기연재 끝내

    시사주간지 ‘한겨레21’이 지난 1년 남짓 장기연재해온 ‘베트남전 양민학살,그 악몽청산을 위한 성금모금 캠페인’이 21일자(325호)로 막을 내린다.‘한겨레21’은 이 캠페인을 통해 우리 군인들이 베트남 양민들에게 들이댄 ‘상처’들을 숨김없이 고발했다.숨기고 싶은한 페이지의 역사가 우리 현대사에 새로 쓰여지는 순간이었다.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캠페인을 중단하라’는 ‘협박’이 있었지만 학계에서는 ‘용기있는 작업’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를 쓴 고경태 기자는 “역사피해자로만 생각되어온 우리 민족이 한때 가해자의 입장에 있었다는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을사회적으로 이슈화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캠페인은 국내외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우선 AFP 등 ‘베트남전 양민학살’에 대한 언론보도의 물꼬를 텄다.베트남전 양민학살혐의로 목격한 당시 맹호부대원들의 증언과 중앙정보부의 조사 실시등 새로운 사실들도 발굴해냈다. 고 기자는 “참전군인들은 당시 자유수호를 내세운 정부를 믿고 전쟁에 뛰어들고그 과정에서 양민학살들이 이뤄졌다”면서 “그들도피해자인 만큼 개인적 차원이 아닌 국가적 차원의 공식사과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캠페인은 또 ‘부끄러운 역사에 용서를 빌자’는 차원에서 ‘진실규명과 사죄’를 위한 인권운동으로까지 연결되었다.급기야 올해 1월‘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진실위원회’가 발족,활동에 들어갔다.특히독자로부터 모두 1억1,000만원의 성금이 걷혀 베트남의 대표적 민간인 학살지역인 푸옌성 투이호아현에 종합병원을 건립할 계획이다.일본군 위안부출신 문명금씨가 낸 4,200만원으로는 베트남에 ‘사죄의역사기념관’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최광숙기자
  • 英그레이엄 핸콕 ‘신의 거울’

    가려진 역사의 뒤안을 새삼 들춰보는 작업은 지난할 수밖에 없다.하물며 그것이 이론(異論)이나 전혀 다른 사실(史實)을 제시할 때라면더욱이나 그렇다.‘신의 지문’으로 세계적 명성을 확보하고 있는 그레이엄 핸콕의 98년작 신의 거울(Heaven's Mirror·김영사 펴냄)은그래서 한눈에 시선을 잡아끈다. 학계에서 오래전 이미 정설로 굳어있는 사실들에 호기롭게 ‘No’를외치는 핸콕은 역사학자가 아닌 영국의 저널리스트다.이집트를 중심으로 한 초고대문명이 발생한 시점은 1만2,500년전이며,그 무렵 이미‘문명 네트워크’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었다는 요지의 주장을편다. 핸콕의 문명탐색은 멕시코 아즈텍 문명 언저리에서부터 출발한다.이집트를 거쳐 캄보디아의 앙코르 와트,태평양의 여러 섬들,일본의 요나구니섬,페루·볼리비아를 중심으로 한 나스카·마야·잉카 문명에이르기까지 잃어버린 문명의 흔적을 복원하기 위한 노력은 광범하게뿌릿발을 넓혀간다. 얼핏 논의의 전개방식이 복잡할 것지만 지은이의 관점은 언제나 하나로 압축돼 있다.세계에흩어진 다양한 고대문명들이 단일 네트워크를형성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기원전 2,500년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이집트 고대문명의 상징스핑크스.기원전 5,000∼1만5,000년에 이미 만들어졌던 건축물을 복원한 것이라고 그는 주장한다.스핑크스의 표면에는 침전으로 인한 풍화의 표식들이 생생한데,이집트에 이같은 기후가 나타났던 것은 적어도 기원전 5,000∼7,000년으로 거슬러올라가야 한다는 논리를 들이댄다.물론 이는 그의 개인적 학설은 아니다.그의 추론들이 설득력을 확보하는 것은 다양한 학계의 견해들을 폭넓게 차용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스핑크스의 연대추정과 관련해서는 저명 이집트 학자 존 앤서니 웨스트의 연구결과를 빌렸다. 통설로 굳어진 고대역사에 의문부호를 찍는 작업은 조목조목 이뤄진다.초고대문명의 네트워크 이론은 앙코르 와트의 존재를 설명하는 지점에 이르러 확고한 신념을 보여준다.이집트 기자의 거대 피라미드로부터 동쪽으로 정확하게 72도 위치에 있는 앙코르 와트는 1만2,500년전 용자리(별자리)의 지상복제물이라는 것.초고대문명 계승자들이 구축한 세계 네트워크의 일부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별자리에 근거한 그의 주장들은 뚜렷이 책의 한 축을 이룬다. 예컨대,기자의 거대 피라미드는 1만2,500년전 하늘의 오리온좌를 나타내고 있다는 주장을 보자.피라미드 내부에 만들어진 두아트(Duat,고대이집트인들이 믿었던 내세로 가는 통로)형태가 당시 하늘의 오리온자리와 닮아있음을 컴퓨터시뮬레이션을 통해 보여준다. 책의 좋은점 몇이 단박 눈에 들어온다.무엇보다 고대 이집트문명을배경으로 한 픽션소설을 읽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250여장의 원색사진을 곁들인 편집은 술술 책장이 넘어가게 할만큼 충분히 흥미진진하다.신통한 것은,그럼에도 경박한 분위기를 피우지 않는다는 점이다.기자출신의 지은이가 10년동안 열심히 다리품 팔아가며 확보해낸현장감이 책 구석구석에서 빛을 내주는 덕분이 아닐까 싶다.김정환옮김. 황수정기자 sjh@
  • [외언내언] 敬老

    전철에서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고 77세 노인에게 꾸중을 들은 중3학생(15)이 노인을 따라 전철에서 내린 뒤,뒤쫓아가 승강장 계단에서밀어뜨린 사건이 최근 있었다. 등을 차인 노인은 10여m 아래로 굴러떨어져 뇌출혈을 일으켰고 불행히도 이틀 뒤 세상을 떠났다.철부지소년이 욱하는 감정으로 저지른 일이라고는 하나 참으로 있어서는 안될 일이 일어났다. 우리사회의 전통적인 미덕인 경로(敬老)사상이 무너지는 현장을 목격하는 아픔을 느낀다. 충효(忠孝)와 더불어 경로사상은 우리가 오래 가꾸어온 가치관이다. 그런데 요즘은 이같은 가치들을 이제는 버려야 할 구시대의 폐습인양 홀대하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그 밑바닥에는 충효 등의 기성 가치체계가 지배층의 통치 이데올로기로 악용돼 왔다는 불신이 깔려 있는 듯이 보인다.그러한 생각을 무조건 틀렸다고만 하기는 어렵다.멀리 조선시대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1960∼1970년대 통치자는 ‘충’을 국가가 아닌 개인에 대한 충성으로 교묘히 변질시킨 바 있다.‘효’가 여전히 가부장적 권위를 지탱하는데 중요한 몫을 한다는 점도확실하다. 그렇더라도 ‘충’과 ‘효’의 본질적 가치를 부정할 수는 없다.21세기 어느 문명사회건 나라에 대한 충성과 부모에의 효도를 주요 덕목으로 삼지 않는 곳이 있단 말인가.차이가 있다면 이를 구현하는 방식과 가치의 우선순위 정도일 것이다.‘경로’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마침 지난해가 유엔이 정한 ‘세계 노인의 해’였다는 사실은 ‘노인 존중’이 전 문명의 공동관심사임을 명확하게 알려준다.다만 이시점에서 고려할 사항은 “나이 많은 분이니 ‘무조건’공경하고 따르자”는 식의 주장이 더이상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다.왜 노인을‘우대’해야 하는지 기본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노인은 우선 어린이·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사회적인 약자다.신체·정신적 능력이 쇠퇴하는 것은 물론이고 경제력도 대부분 갖추지 못했다.따라서 약자인 노인을 부축하고 보호하는 일은 우리사회의 의무다.경로 대상인 이 시대 노인들의 삶도 되짚어 보자.올해 만65세(1935년생)가 넘는 분들은 일제강점기의 엄혹한 시절에 태어나 소년·청년기에 한국전쟁의 참상을 겪었다.경제성장기에는 베트남의 정글에서,중동의 열사(熱砂)에서 피땀을 흘려가며 사회적 부를 축적했고 민주화를 뒷받침했다.한마디로 지금의 대한민국을 형성한 선배일꾼들이다.그들은 젊은 세대에게서 존경받고 보상받을 자격을 충분히 갖추었다.그러므로 우리는 ‘해묵은 가르침’ 때문이 아니라 합리적인 근거때문에 노인을 우대해야 한다.그리고 그것은 장래 우리 자신을 위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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