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문명
    2026-07-06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9,165
  • 2001 길섶에서/ 처음처럼

    “새것이 옛것이라는 주장은 위대한 운동의 공통된 특징이다.종교개혁은 바이블로 돌아가자고 외쳤고 영국의 복음주의운동은 복음서들로,고(high)교회운동은 초대교회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심지어 프랑스혁명에 있어서도 그 주된 정신은 로마공화국의 덕목이나 자연인의 소박함으로 돌아가라는 것이었다” 영국의 철학자 길버트 머리의 말이다.또 인도의 철학자이자 대통령을 지낸 라다크리슈난은 “옛것에 대한 존중은 언제나 새것의 성공을 가능하게 했다.옛 그대로의모습은 아닐지라도 그 정신은 유지된다”고 하였다.동양의‘온고지신(溫故知新)’을 떠오르게 하는 말들이다. 요즘 ‘개혁’이 화두다.잘못된 것들을 고치고 바꾼다는 것.그러나 그 내용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특별히 새로운 무엇으로 바꾸자는 것이 아니다.법이나 제도가 시행돼 오면서 처음의 의도와 달리 변질되고 퇴색한 것들을 ‘처음처럼’ 바로잡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문명이나 사회제도의 발달은 오히려 사람살이를 더 복잡하고 부자유스럽게 만든다. 박찬 논설위원
  • 문학지들 ‘신인등단 요람’ 자리매김

    문학잡지들이 신인상 공모를 비롯 여러 제도를 운영하며 문학의 동량지재(棟樑之材)를 발굴하는 데 큰 힘을 쏟고 있다. 문학서적 판매고와 문학 독자들의 격감 현상이 확연한 가운데서도 문학 지망생들은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문학에 남다른 관심을 가진 이들 지망생들이 모두 순정한 열정과 굳센 결의를 가졌다고 보기 어렵지만 그나마 문학 위기론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푸른 신호가 아닐 수 없다.이처럼 문학에 대한 열정과 지망이 그래도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데는 문학잡지들의 신인 발굴 및 발탁제도의 공이 매우 큰 것이다. 문학잡지들의 신인 등단 제도는 비슷한 등단 장치인 신춘문예와 여러모로 대비된다.신춘문예가 경박한 쇼같다는 비판을떨치지 못한 데 반해 문학잡지 등단제는 지하수처럼 사회 밑바닥에 은은히 스며 있는 문학에의 열정을 땅위로 끌어올려생산적으로 흐르게 하는 인공 수로로서 높이 평가된다. 신춘문예처럼 눈길을 사로잡는 장관같은 것과는 거리가 먼,단순한 모양새의 물길(水路)이지만 문학의 샘을 살아있게 하는데에는 훨씬 요긴한 제도이자 장치라는 것이다. 우선 공모 회수가 많기 때문에 신춘문예보다 월등히 많은문인을 공급시켜왔다.그리고 자세히 들여다 보면 과거나 현재 활발한 활동으로 뛰어나게 문명을 날렸거나 날리고 있는문인들의 대다수가 이 평이한 모양의 물길에서 배출됐다. 문학잡지는 대략 세 종류의 장치를 통해 신인들을 등단시킨다.첫째가 신인상 제도인데 시전문 문학지를 제외한 문학종합지를 살펴볼 때 거의 대부분이 이를 시행하고 있다.‘문학사상’‘창작과비평’‘문학동네’‘실천문학’‘문예중앙’‘작가세계’‘동서문학’‘21세기문학’‘문예연구’‘내일을여는 작가’등에는 시 소설 평론 부문에 걸쳐 신춘문예 못지 않는 분량의 신인상 응모작들이 투고된다.1,000매 이상의장편소설에 상금이 3,000만원(문학사상)에 달하는 경우도 있지만 신인상 타이틀과 게재의 영광,그리고 소정의 고료지급에 그치는 예도 드물지 않다.또 1년에 두 번 실시하는 곳도있다. 신인상이 순수 발굴 장치라면,신인과 등단 연조가 깊지 않은 기성 문인 모두 응모할 수 있는 몇몇 문학상은 파격적인발탁제도라고 할 수 있다.상금도 클뿐 아니라 많은 쟁쟁한문인들이 당선자로 기록돼 하나같이 성가가 높다.문학사상사가 공동주관하며 소설부문 상금이 5,000만원인 삼성문학상,민음사와 세계의문학의 오늘의 작가상,문학동네소설상 그리고 한겨레문학상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상이라는 번잡한 절차를 떼어버린,수시투고를통해 게재와 동시에 등단되는 수시투고·등단제가 가장 밋밋하면서도 가장 문학적인 등단이라고 할 수 있다.역사가 장구한 현대문학의 신인추천제는 물론 문학과사회,세계의문학,문학동네,작가세계,창작과비평 등 내노라는 문학종합지들은 수시투고로 들어온 신인작품 중 뛰어나면 어느때든 당당하게,그러나 상같은 아무런 수식없이 게재하고 있다.놀랍게도 지금 내로라하는 작가들 상당수가 이 드러나지 않는 길을 통해등단했다. 김재영기자 kjykjy@
  • 현대의 창조주는 컴퓨터?…‘주름·갈래·울림’

    라이프니츠.학교때 ‘단자론’ 주창자로 한줄 읽은 기억 정도가 다다.살다가 한번씩 철학적 포즈 취할 때도 전혀 도움안되는 이 비인기 철학자에 새삼 시비붙을 이유가 무어랴. ‘라이프니츠와 철학’이란 부제가 붙은 철학자 이정우씨의‘주름·갈래·울림’(거름)은 그래서 일견 느닷없어 뵈기도 한다.강단의 편협한 연구풍토가 염증난다며 98년 서강대철학과 교수를 박차고 나와 차린 ‘철학아카데미’에서, 그것도 첫번째로 펼친 이씨 강좌가 라이프니츠 ‘모나드론’읽기.그 강의기록인 책 또한 라이프니츠의 ‘무명성’에 덩달아 숨죽어,책고르는 눈길사이를 미끄러지듯 빠져나가버릴지 모른다. 하지만 전작인 ‘접힘과 펼쳐짐’에서 라이프니츠 자연철학을 파고든 이씨가 이번엔 형이상학까지 뿌리뽑으려 든다는게 예사롭지만은 않다.흔히들 데카르트와 칸트사이 얼룩으로 요약하고 넘어가는 라이프니츠는 기실 ‘탈근대사유’의맹아를 품고 있다는 것. 이씨는 이런 라이프니츠의 문제적얼굴에 주목한다. 라이프니츠 텍스트를 한줄한줄 뒤밟으며 이씨는 중세적,때로는 근대적 외피 속에 숨은 그 탈근대성의 씨앗들을 하나하나 까나간다.무엇보다 중세에 한발 걸친 철학자의 사유체계에서,사이버세계와의 유사성을 조목조목 풀어나가는 대목이 흥미롭다.모나드가 다질적(多質的) 존재라는 데서 복제문제,유전자주의의 그림자를 읽어내거나,인간 모나드만이‘이성’을 가졌다는 점을 통해 로봇,사이보그,안드로이드의 존재조건을 따져본다.‘세계는 모나드로부터 디자인된것’이란 존재론으로부터 현대기술문명 해명의 실마리를 잡아내는가 하면,라이프니츠 금과옥조인 창조주 자리에 ‘가상현실’을 대신 밀어넣어보기도 한다.‘신(神)’대신 컴퓨터와 유전공학을 앉히려는 시도,이게 이씨의 텍스트 읽기에자못 현대적 입체성을 불어넣는 셈이다. 표제어 주름,갈래,울림은 이씨가 우리말로 길어올린 철학어들.라이프니츠 읽기,나아가 현대문명 문제틀과의 가로지르기를 통해 이씨는 그 하나하나를 정련해간다.어느덧 주름,갈래를 각각 컴퓨터 폴더,인터넷 포탈들로까지 외연확장해놓았다. 라이프니츠를 통해 드러나는 건 현대기술문명의 맹아뿐만아니다.플라톤,칸트에서 베르그송,들뢰즈에 이르는 서양철학사,심지어 이기론,도 등 동북아철학의 개념틀까지,인류사유체계의 밑그림이 총동원됐다.명료하면서도 깊이를 잃지않는 대중을 위한 학제연구의 본보기인 셈이다.이씨는 ‘블레이드 러너’ ‘공각기동대’ ‘매트릭스’ 등 기술문명을다룬 영화 읽기를 시도한 책도 조만간 펴낼 계획이다. ●‘모나드론’이란/ 흔히 ‘단자론’이라 번역돼온 라이프니츠의 대표작.그의 실체론,형이상학설을 대변한다.비물질적 단일실체이면서도 내적 다질성(주름)을 갖춘 모나드는질료가 아닌 형상개념에 가깝다.일체의 변화는 표현,욕동등 내적원리에 의해서만 이뤄진다.최고의 신부터 인간,동물,단순한 물질까지 모나드의 세계는 계열을 이루고 있다.모나드가 외부와의 상호작용 없이 예정대로만 움직이는데도그들 사이에 함수적 일치대응이 발생한다는 데서 유명한 ‘예정조화설’개념이 나온다. 손정숙기자 jssohn@
  • 2001 길섶에서/ 탐험가 발보아

    콜럼버스가 인도로 가는 새로운 항로를 개척한다며 대서양을 횡단하다가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한 뒤 스페인에서 벌어졌던 저 ‘엘 도라도(黃金鄕)광란’의 시기에 바스코 누녜스발보아라는 건달이 일확천금의 야심을 품고 신대륙으로 건너왔다.그는 “저 멀리 남쪽 땅에 진짜 ‘엘 도라도’가 있다”는 풍문을 듣고,파나마 지협을 통과한 끝에 난생 처음 보는 대양(大洋)을 발견하고는 ‘평화로운 바다’로 명명했다. 그후 발보아는 반란죄로 교수형에 처해졌지만 건달 아닌 ‘태평양을 발견한 탐험가’로 이름을 남기게 된다. 아메리카대륙이나 태평양은 지구가 생성될 때부터 그곳에있었다.그런데도 그것을 백인들이 처음 ‘발견’했다니 가소로운 말이 아닐 수 없다.그러나 어쩔 것인가.서구인들의 탐험 또는 개척 정신이 결과적으로 지난 몇 세기 동안 전인류의 운명을 좌우해 왔던 게 사실이다.21세기가 새롭게 열리고있는 시점이다. 이제 우리도 ‘문명사적 신항로 개척’에 적극 나서자.새로운 사상도 좋고 첨단과학도 좋다. 장윤환 논설고문
  • [씨줄날줄] ‘他虐史觀’

    2002년 일본 중학교용 역사·공민 교과서 검정문제가 국제여론의 도마에 올랐다.일본내 극우단체가 일제의 갖은 악행을 정당화하는 교과서로 검정 신청을 하면서부터다.‘새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란 단체가 만든 교과서는 근린국가 침략과 식민지배 등을 합리화하고 있다.이른바 ‘자학사관(自虐史觀)’을 극복한다면서 국수주의적 역사관을 거리낌 없이 드러낸 셈이다.도대체 “‘대동아 전쟁’은 침략이 아니라 동아시아 안정을 위한 정책”이라니 말문이 막힌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한국·중국 등 인접국의 여론이 들끓고 있는데도 일본정부엔 쇠귀에 경읽기라는 점이다.마이니치신문은 1일 일본 문부과학성이 우익진영이 신청한 교과서 수정판을 이달말 검정에 합격시킬 방침이라고 보도했다.급기야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이 이같은 왜곡조짐에 우려를표명했고,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의 올바른 역사인식을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문명사적 관점에서 세계화는 세계가 동질화로 간다는 것만을 뜻하진 않는다.그 과정에서 국수주의가 곳곳에서 발호하는 경향도 있다는 게 석학들의 지적이다.세계화로 빈부격차가 심화되면서 여러모로 선진화된 독일에서조차 네오(新)나치즘이 극성을 부리고 있는게 현실이다.하지만 같은 패전국이면서 독일과 일본의 과거사 인식은 천양지차다.독일은 일본과 달리 교과서 왜곡 따위의 국수주의 득세를 막는 사회적 메커니즘,즉 여론주도층의 양식과 반(反)나치법 등 제어장치가 있다. 물론 일본내에도 양심은 살아 있다.엊그제 도쿄대 교수 16명이 교과서 왜곡에 항의하는 성명을 낸 사실이 그 징표다. 하지만 그런 외침은 ‘새역사를 만드는 교과서 모임’과 같은 ‘카인의 후예’들의 큰 목소리를 잠재우기에는 미미하다.일본 지도층은 “교과서에 거짓말을 쓰는 나라는 망한다”는,자국 역사소설가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郞)의 ‘경고’를되새겨야 한다. 일본 스스로 역사인식을 글로벌 기준에 맞추지 못한다면 주변국들이 이를 깨우쳐 줄 필요가 있다.이웃을 괴롭히고도 반성하지 않는 ‘타학사관(他虐史觀)’을 바로잡기 위해서 힘을 합쳐야 한다는 뜻이다.일본의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의욕이나 문화 개방공세에 대해 인접국들이 공동대응하는것도 한 방법일 듯싶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
  • 아직도 잊히지 않는 유럽사의 ‘악령’

    수세월을 두고 청산해도 씻기지 않는 역사적 악몽의 하나가나치즘.광풍이 휩쓸고간 지도 70여년이 흘러 그간 단죄도 지겹도록 되풀이된 듯 한데 유럽인들은 아직도 뇌리에서 유령을 떨쳐내지 못한다.최고의 문명이라 자부해온 유럽 복판에서 백주에 자행된 미친 학살이 자존심에 피멍을 들였을 게뻔한 일.그 광증의 심적기제를 규명하려는 책들이 아직까지봇물을 이루는 것도 이때문이다. ‘하이데거와 나치즘’(박찬국 지음,문예출판사),‘영혼을저당잡힌 히틀러의 여인들’(안나 마리아 지그문트 지음,청년정신)은 그중에서도 유달리 눈길을 끈다.전자는 국내작가발언이라는 점에서,후자는 색깔 독특한 테마로. ‘하이데거…’는 20세기 서구철학계 태풍의 테마였던 대철학자의 나치동조 전력에 시비붙는 책.하이데거 전공자답게지은이는 그저 시시비비 가리기를 넘어 하이데거와 나치즘의 철학적 유비관계를 따져물으며 그 만남과 갈라짐의 지점을예리하게 포착해낸다. 무엇보다 책의 개성포인트는 나치를 해부하기 위해 하이데거 철학의 핵심에까지 육박하는 지은이의 열성.그 바탕에는 현대철학이 빨아먹고 자란 하이데거 철학자체에 나치즘의 맹아가 숨어있을지 모른다는 양심적 우려가 깔려있다.농익은 하이데거 이해를 바탕으로 나치즘,하이데거,양자간 상관관계까지 세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게끔 해주는 요령있는 길라잡이. ‘…여인들’은 문자그대로 히틀러,괴벨스,괴링 등 나치 권력자 주변 여자 이야기.애 잘낳고 가정 검소하게 꾸리는 주부가 나치가 유포시킨 여성상이지만 어디서나 그렇듯 집권층 여자들은 특권을 영위했다.히틀러가 사다주는 호화사치품에 파묻혀 산 정부 에바 브라운,‘독일 여성들은 가정으로 돌아가라’고 외치면서 정작 자신은 출세에 광분했던 게르트루트 클링크 등 8명의 이야기가 담겼다. 손정숙기자 jssohn@
  • 인도네시아 종족분쟁 270명 사망

    [자카르타 AFP AP 연합] 인도네시아 중부 칼리만탄주 종족분쟁이 26일을 기점으로 대량 살육전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토착 다약족은 이주민 마두라족에게 이날까지 주도(州都) 팔랑카라야에서 떠날 것을 요구하면서 마두라족을모두 살해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현지 주민들은 전했다. 다약족은 곳곳에서 창과 칼로 무장하고 “전쟁,전쟁”을 외치며 숨어 있는 마두라 이주민들을 위협하고 있다.이주민들이 버리고 간 집 수십 채를 불태웠고 빈 상점을 약탈했다.또원주민 전통무기로 무장한 채 팔랑카라야 시내 도로 곳곳에바리케이드를 치고 지나는 차들을 검문하며 마두라 주민을찾고 있다. 종족간 유혈분쟁이 대량 살육전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집트를 방문 중인 압두라만 와히드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칼리만탄에서 유혈분쟁을 진정시키기 위해 이날 정예특수부대를 현지에 급파시켰다.1,300여명의 군과 민병대,경찰병력 2개 대대가 팔랑카라야와 해안도시 팡칼란분에 배치됐으며,마두라족 주민 수천명을 자바섬의 안전지대로 대피시켰다. 칼리만탄에서는 지난주부터 다약족과 마두라족간 무자비한살육전이 발생,270명이 사망했다.다약족이 살육극을 일으킨것은 중앙정부가 자바지역 인구분산을 위해 지난 50년대 대규모 이주정책을 실시한 이후 상대적 빈곤과 차별대우,종교적 갈등이 복합적으로 누적됐다가 폭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50년대까지도 신석기 시대 수준의 문명생활을 했던 다약족은 예전에 ‘침입자’나 ‘적’에 대해 머리를 자르는 풍습이 있었다.이들은 최근 마두라족 주민들의 머리를 자르는 등잔인하게 살해, 수십년간 사라졌던 악습을 되살리고 있어 인도네시아 정부를 긴장시키고 있다.
  • [21세기 담론-생명을 말한다](4) 문순홍박사의 생태여성주의

    *“여성·환경문제는 둘이 아니다”. ●여성적 특성이 차별의 요인이라면 그 특성을 생물적 결정으로 봅니까,사회적 요인으로 봅니까? 양면이 다 있습니다.여성에게 생리·해부학적으로 여성적특성이 부여된 부분이 있습니다.여기에다 ‘여성다움’ 에대한 역사·사회적으로 강요된 부분이 있습니다.가정,학교,사회에서 부단히 여성적 특성만을 장려하는 교육을 받고 자라거든요.초기 생태여성주의는 생물학적 특성으로 인해 여성과 자연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였고,파괴되는 자연의 아픔을 여성이 공감하고 이를 치유하는 것은 여성의 몫이라고 생각했습니다.이를테면 1991년에 발생한 대구의 페놀방류 때도 태아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여성들이 더 격렬하게나섰습니다.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여성과 자연을 생물학적인 속성으로 연결짓는 논의에 회의가 생겼습니다.환경치유자로서의 구실이 여성들에게 삼중의 부담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오늘과 같은 남성중심적 사회에서 아무리 여성의 권리와목소리가 높아졌다 하더라도,경제활동여성들의 경우 여전히가사노동의 상당부분이 여성에게 남겨져 있습니다.서구 여성들에게 물어봐도 가사노동을 부분적으로는 남편과 분담하지만 이른바 ‘살림’경영은 여전히 아내 몫이라고 합니다.때문에 여성은 자기 일을 가져도 ‘살림’의 부담을 하나 더지게 되지요.이를 이중부담의 문제라 불러왔습니다.그런데생물학적 특성으로 인해 여성이 환경치유에 앞장서야 한다는 주장은 여성에게 특정한 사회적 역할을 기대한다는 점에선긍정적이었지만,여성에겐 또 하나의 부담이란 생각이 들게됩니다.그 한국사례로,1992∼93년 제3세계의 열대림 파괴문제가 나왔을 때였습니다.나무 젓가락과 1회용 기저귀(육아용) 안쓰기 운동을 벌이는데 직장여성들에게 고민이 생겼습니다.불편한 거죠.그러면서 왜 이것이 여성만의 문제인가라는생각을 하기 시작했고,이런 의문은 여성=자연이라는 등식은“객관적 진리”가 아니라 문화 사회적으로 주입된 부분이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에코페미니즘은 여성의 억압과 생태계의 위기를 다같이 가부장적 남성문화의 산물로 보고 있습니다.그렇다면여성주의적 대안은 있습니까? 지금까지 서구근대가 무시했던 부분을 강조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봅니다.그것은 세계를 생태적 시각으로 다시 보는겁니다.우리사회에 여성적 특성인 부드러움,곡선,평화,헌신,다양성,관계성을 불어넣는 겁니다. ●아까 여성의 특성이 가사노동,즉 살림에서 잘 발현된다고했습니다.그렇다면 생명친화적인 여성의 살림살이(죽임의 반대)에 대한 남성들의 인식을 바꾸는 운동을 벌일 일이지,여성이 남성의 영역을 나눠갖기 위해 투쟁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성에게 여성적 특성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이성,합리성등이 여성에게도 있습니다.마찬가지로 남성에게도 남성적 특성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성성도 있습니다.그런데 18,19세기까지는 이성적 분별력,합리적 사고가 여성에게는 아예 없는것으로 단정했지요.이렇게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묶어 종속시켜 왔습니다.지금 지구적 위기는 여기서 비롯됩니다.이 구조는 신자유주의적 경제구조에도 그대로 온존해 있습니다. 대안은 무엇이냐, 비지불성 가사노동에 남성이 들어오고 그대신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곳에 여성의 특성을 도입하는 겁니다.사회구조에 감성지수를 높이는 거지요.이런 구조가 생태계의 원래 모습입니다.인간개체가 좌뇌(이성)와 우뇌(감성)의 균형을 이루고 있듯이 사회구조가 남성적 특성과 여성적 특성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뤄야 통찰력이 생기고 위기대처능력이 생깁니다. ●그동안 사회 참여에 성공한 여성들이 여성적 장점을 사회화했는지 의심스럽습니다.남북대화에 여성을 대표로 보낸다거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대표를 여성으로 하면 과연 평화가 올까요? 배려 차원에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결정권이 있는 자리,그리고 일정한 비율이 중요합니다.여성주의적 신념이 없는 여성 한 두명이 참여하는 것으로는 그들이 경쟁에 이기기 위해 남성화 돼버리거나 홍일점의 특혜에 안주해버리는 경향이 있었습니다.에코페미니즘이 문화구조에 관심을 갖는 것도 이에 대한 반성입니다.여성이 여성에게 표를 주지 않고정치자금을 만들지 못해 여성정치인이 발붙이기 어려운 남성구조 문화가 바뀌지 않고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의료기술이 여성을 임신 출산의 불안으로부터 해방을 가져다 준 점을 인정한다면 생명공학은 여성에게 복음일 수도있지 않을까요? 여성의 몸에서 태어나는 생명은 생(生)인 반면 생명공학은조(造)이기 때문에 생명공학은 반생명적입니다.따라서 생명공학은 시장에 의한 인간생식능력의 대체이고,특히 여성의생식능력의 상품화이기도 하지요. ●중세기 마녀로 지목된 여자들이 사실은 피임지식을 가진사람들이었고 국가의 다산정책이 이들을 마녀로 지목했다는학설이 있더군요.이런 것으로 봐도 임신,출산에 대한 여성의 선택권을 돌려주는 생명공학이 여성해방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페미니즘 시각에서 그런 측면도 있겠지만 생태여성주의 입장에서는 다릅니다.불임부부에게 희소식이라는 생명복제에서 간과되는 것이 있는데 체세포 복제도 누군가 난자를 제공해야 복제가 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그래서 반다나 시바(에코페미니즘 학자)는 난자(성)의 상품화 가능성을 말합니다.시술과정도 여성에게는 매우 위험하고 치욕적일 뿐더러 탄생한 아이도 기형아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생명공학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비전은 의료분야가 아니라유전자 변형을 통한 식량혁명인 것 같습니다. 인구 증가와 식량위기,그게 사실은 맬서스테제입니다.1968년에 맬서스적위기론이 제창됐는데 그때 어떤 학자는 제3세계에 식량원조를 중단해야 산아제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칠 것이라는 주장을 했습니다.실제로 미국이 식량무상원조를유상으로 바꾼 것이 아마 1970년대 초일 것입니다.이 신맬서스이론에 대항해 나온 것이 신마르크스 이론인데 절대량보다 분배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요즈음 월드워치 보고서 같은 것을 보면 후자의 주장이 옳았습니다. ●개발과 성장의 중단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제1세계가 제3세계에 근대화 교리를 팔면서 “너희들도 우리처럼 잘 살게될 것”이라고 달콤한 말을 했지만 지금 제3세계가 그렇게 됐습니까? 안됐지요.안되는 이유가 있습니다.제1세계는 제3세계를 식민화했는데 제3세계는 식민지가 없잖아요.생태여성주의적 시각에서 보면 인류가 제1세계처럼살려면 지구가 두개는 더 있어야 합니다.하나는 식민지로,하나는 쓰레기 폐기장으로 필요하니까. ●생태여성주의적 최종 대안,그리고 그 모델은 있습니까? 반다나 시바는 생태민주주의(Bio-Democracy)를 제시했습니다.지역단위 생명자치 모델이지요.지금 제3세계의 굶주림은서방세계의 패권다툼이 빚은 피해이기도 하지만 농업구조상문제이기도 합니다.전통적인 자급농들이 농작물 대신 커피나 맥주 원료의 대량생산농으로 바뀌면서 절대빈곤으로 떨어졌습니다.교묘한 착취지요.생태계는 소비가 없습니다.모든 것은 순환하지요.이것이 생명의 원리입니다.그리고 전통적인자급농은 생태계의 순환에 배치되지 않습니다.생태(여성)주의적 세계관과 사회구조만이 자연의 회복능력을 재생시킬수있습니다. 대담 김재성 논설위원 jskim@. *여성억압과 생태계의 위기…가부장적 남성문화의 산물. 여성은 남성에 비해 ‘생명’이라는 단어에 훨씬 민감하다. 여성이 더 감성적이기도 하지만 여성은 생명을 잉태하고 기르는 어머니이기 때문이다.초기 페미니즘 운동이 여성의 자유와 권리신장을 위해 남성 따라잡기에 치중하다가 차츰 반생명 구조의 뿌리인 문화로 관심의 영역을 넓히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자연과 인간,남성과 여성,백인과 유색인,선진국과 후진국 식으로 지배와 피지배의 이분법 사고가 자연과 여성을 착취하는 반생명적 억압구조를 낳는다고 보는 것이다. 생태여성주의의 이론 및 실천운동은 21세기의 주요 과제라고 할 수 있는 생태학과 페미니즘의 만남이다.생태여성주의에 따르면 가부장 구조의 여성에 대한 억압과 서구문명의 자연(환경)파괴는 유사한 속성을 갖고 있다. 여성주의가 그려낸 여성해방의 유토피아적 대안이 생태론자들의 생태공동체와 그 이미지가 비슷할 수밖에 없었고 여기서 여성주의와 생태주의의 접목이 이루어졌다.그리고 사회운동 차원에서 여성운동과 환경운동은 반핵,반군국주의 운동에서 자연스럽게 결합됐다. 생태여성주의는 여성과 환경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본다.이는 지금까지 세계를 지배하면서 세계를 황폐화시킨 남성,서구,이성(理性)중심의 가치관과 삶의방식을 바꿔보자는 실천이기도 하다.따라서 여성을 자연과,남성을 문명과 동일시하는 생태여성주의는 여성의 특성에서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구하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전자 조작,복제,그리고 게놈 프로젝트에 생태여성주의자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생명공학이 근대과학적 신념에 터잡고 있는 남성성의 정형이고 여성에게서 생식의 특성을 박탈하는 전형적인 반생명 구조의 산물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반생명 구조를 청산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문순홍(文順弘)박사는 정치,경제,문화 세 영역에서 동시에 자연과 여성의 회복으로 풀어나가야 하는 삼중과정론을 펼친다. △문순홍 박사는…. ▲1980년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동대학원 박사▲호주 멜버른대,이화여자대학교대 여성학대학원 박사후 연구원(post doctor)▲이화여자대학교,성공회대학교 강사▲대화문화 아카데미 연구위원이언탁기자 utl@
  • [사설] 어떻게 ‘노예매춘’이…

    인두겁을 쓰고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접대부 10여명을 쇠창살을 단 방에 가두고 매춘을 시켜온 충북 청원군의 술집주인 부부를 서울 용산경찰서가 검거했다.이 부부는 10여년동안 속칭 ‘방석집’을 운영하며 접대부들을 매춘시켜 번돈으로 지역에서 유지 행세까지 해 왔다.남편은 지역 사교클럽 회장이고,부인은 학교의 자모회장을 맡기도했다.이들에감금돼 혹사당한 접대부들은 여러 차례 강제 낙태수술을 받았고 아홉 번이나 받은 경우도 있다.수술받은 날에도 매춘을강요했다니 부부의 인면수심(人面獸心)은 끝이 보이지 않는듯하다. 이런 끔찍한 인권 사각지대가 있고서야 어찌 문명한 국가라고 할 수 있는가.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그 지역에는 경찰관서도 없단 말인가.끊임없이 강조돼온 매매춘 단속은 공염불이었던가.윤락의 길에 들어선 본인들에게도 책임은 있는 것 아니냐고 물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그들에 대한잔혹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는 것이다.그들을 짐승처럼 우리에 가두고 성노예처럼 부리며 착취할 권리는 아무에게도없다. 매매춘은 경찰이 ‘전쟁’이라는 말까지 붙이며 강력단속해온 것이다. 이른바 ‘노예매춘’의 참혹한 실상도 이미 지난해 9월에 발생한 전북 군산의 윤락가 화재 때 여실히 알려져사회의 공분(公憤)을 일으켰던 것이다. 화재로 윤락녀 다섯이 불에 타 숨졌는데 그 가운데 한 사람이 남긴 일기장에는감시받지 않고 동네 목욕탕에 한 번 가 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씌어 있었다.젊은 나이에 목욕탕도 마음대로 가지 못하고사라진 가련한 영혼을 가슴아파하며 이 사건을 계기로 ‘노예매춘’이 없어졌으리라고 우리는 믿었다. 아직도 ‘노예매춘’이 있고 또 다시 우리는 ‘방석집’에서 피맺힌 일기장을 읽는다.지난해 타다 남은 집에서 나왔던일기장의 사연과 결코 다르지 않은, 절망에 빠진 이들의 절규를 듣는다.“1분 1초마다 숨통이 끊어질 것 같다” “죽고싶다. 죽으면 훨훨 나는 새로 환생하고 싶다” “100m 거리도 안되는 슈퍼도 마음대로 못 가는…” 등등.소외받는 이들이 절망의 일기장을 쓰지 않아도 되게 가장 그늘진 곳의 인권에 더 한층 깊은 관심이 기울여져야 한다.소외계층과 장애인 등을 학대하고 착취하는 자들은 더욱 준엄하게 처벌되어야 한다. 단속 관서에도 책임을 분명하게 묻지 않으면 안된다. 작은지역사회에서 단속 기관의 묵인이나 비호 없이 다년간 가혹한 위법행위가 자행될 수 있는가.경찰서,보건소,군청 어느한 군데서도 몰랐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탈출한 피해여성이왜 서울까지 와서 신고해야 했겠는가를 해당 지역 관계자들은 생각해 보아야 한다.
  • 잉카 유적지 마추피추 토사 유실로 붕괴위기

    페루 잉카문명의 유적지로 유명한 마추피추 공중도시가 붕괴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일본 언론이 24일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1면에 유적지 사진을 곁들인 기사를통해 교토대(京都大) 방재연구소측의 현장답사 결과,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마추피추 유적지가 흙흘러내림 현상으로 인해 붕괴될 위기에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교토대 방재연구소는 페루 문화부,유네스코와 공동으로 조사를 벌여 방재대책 검토에 착수할 예정이다. 교토대 방재연구소는 지난해 3월 유적의 지형과 건물 등에대해 지상 및 공중에서 조사를 벌여 흙이 흘러내리는 곳을여러 곳에서 발견했다. 연구소는 다음달 이같은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국제적인 연합체를 설립할 계획이다. 마추피추 유적지는 안데스산맥 해발 2,550m 절벽 위에 15∼16세기경 조성된 잉카제국의 성채도시로 일명 ‘공중도시’,‘잊혀진 도시’로 불리는 세계 불가사의의 하나이다. 도쿄 연합
  • [대한광장] 중년, 그리고 삶의 쓸쓸함

    지난 연초에 모처럼 고등학교 동창 모임에 나갔다.가끔 만나는 친구들 말고도 30여 년만에 처음 보는 동창도 있었다. 주최측의 말로는,IMF 불황 이후 새로 얼굴을 내미는 친구들이 부쩍 늘었다는 것이다.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르면,아무래도 꿈보다는 추억을 먹고 살아가는 모양이다. 1970년대에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친구들을보면,대부분 참으로 열심히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시골에서 낯선 서울에 올라와 뿌리를 내리기까지 한눈팔지 않고 생업에 전념해온 사람들이다.크게 돈을 번 녀석도 없는 편이니,고도성장기에 그 흔한 재주도 요령도 별로 피워보지 못했나보다. 술자리가 길어지면서, 실직했거나 실업의 불안에 시달리는친구들의 신세타령을 여러 차례 들었다.그 자리에 나오지 않았지만,이미 명예퇴직을 하고서 뉴질랜드며 캐나다로 이민을떠난 경우도 여럿 있었다. 그 친구들의 딱한 사정을 접하면서 나는 한편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도 말할 수 없는 분노가 치밀기도 했다. 사실 3년 전 고용조정법이 통과된 이후,모든 매스컴에서 실업대책을 촉구하고 정부도 갖가지 방안을 마련한다고 부산하게 움직인 적이 있다.그후 정부가 IMF 불황을 벗어났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부터 실업문제는 사람들의 뇌리에서 어느새 사라졌다.이제 다시 경제 침체라고 아우성이다.정부는책임 회피에 급급하고 구조조정을 채근한다.인력 감축만이만병통치약이라는 논조다. 돌이켜보면, 지난 고도성장기에 우리사회는 심각한 사회적실업을 경험한 적이 없다.실업에 대해 정부는 어떠한 정책을수립하고, 실업자와 그 주변 사람들은 또 어떻게 대응하며,나아가 일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의 괴리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이런 문제들에 관해서 우리는 깊이 생각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IMF 불황 이후 그런 기회가 찾아왔음에도 우리는 제대로 대처하지 않고 시간을 보냈다.그러니 우리 나름의 절실한 교훈을 얻었을 리가 없다.지금 다시 실업이 관심사로 떠오르고있다.정부는 여전히 3년 전의 대책 발표를 되풀이한다.그러나 일자리를 떠난 사람들의 애환이나 상처를 고려하는 내용은 거의 없다.지난 20여년간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던 그 중년의 친구들은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지 않았다.대부분 화이트칼라 노동자라고 할 수 있는 그들은 선량한 시민으로,충실한 가장과 믿음직한 동료와 성실한 조직원으로 이 사회에 기여해온 사람들이다.그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직장을 떠난 것이다. 술자리에서 쓴 소리를 내뱉는 그 몇몇 친구들의 모습에는분명 삶의 쓸쓸함이 짙게 배어 있었다. 믿었던 사회며 정부며 직장에 대해 어느 한순간에 밀려오는배신감으로 일종의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진 것이다. 그들 개인의 상처와 정신적 박탈감은 그 무엇으로도 메울 수 없다. 그 상처 앞에서는 어떤 정책도,어떤 통계도 공허한 수사에지나지 않는다. 이전에는 새로운 기술혁신이 일어나면 기존 노동자들의 기능을 흡수하면서도,다른 한편으로는 그 혁신의 보급 및 응용과 관련된 새로운 직종을 만들었다.혁신은 반드시 노동의 대체만을 뜻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날의 기술혁신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부문이면 어디서나 노동자들을 내쫓는다.정보화와연결된 일련의기술혁신과 정교한 소프트웨어 기술들에서 우리는 사람의 노동이 필요 없는 새로운 문명의 가능성을 느낀다.이런 변화의물결에 익숙하지 못한 중년 직장인들이 구조조정의 첫 번째과녁으로 등장한 것이다. 그간 언론에서도 고학력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의 실태를 여러번 보도하면서 중산층의 몰락을 경고한 바 있다.이제 정부는 실업의 단기처방에만 급급해서는 안된다.경기 호전을 기다리고 실업통계에 집착하고 단기적인 구호대책만을 마련할것이 아니라,일할 권리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겪는 정체성의혼란과 마음의 상처를 어떻게 이해하고 쓰다듬을 것인가를깊이 성찰해야 한다. 이영석 광주대 교수·서양사
  • 문명외출 산골소녀의 날아간 꿈

    문학가를 꿈꾸며 도시로 외출했던 ‘산골소녀’ 이영자양(18·강원도 삼척시 신기면 대평리)의 사연이 주위를 안타깝게하고 있다. 강원도 두메산골에서 엄마 없이 아버지 이모씨(51)와 단둘이 생활해 오다 지난해 모 방송국 TV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출연,세파에 찌들지 않은 청순한 인상을 남겼던 이양. 이후 도시생활을 동경하게 되고 지난해 10월 상경해 후원자를 자처한 모 방송 라디오프로그램 청취자동우회 회장 김모씨(60·경기도 구리시 수택동) 집에 머물며 초등과정 검정고시 준비를 위해 서울 신림동의 한 학원에 다녔다. 당시 아버지는 딸의 상경을 극구 말렸고,이 때가 이양이 아버지를 본 마지막이었다. 지난 12일 아버지의 사망소식을 듣고 6개월만에 고향으로돌아온 이양은 자신의 불효를 탄식했다. 이씨는 당초 지병으로 숨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결과 과도로 추정되는 예리한 흉기에 살해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씨가 딸과 함께 모 이동통신 휴대폰광고에 출연한 것을 알고,금품을 노리고 저지른 살인사건일가능성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며 이들 부녀의 방송을 통한 ‘문명외출’을 안타까워했다. 현재 경찰의 보호를 받고 있는 이양은 “아버지 몰래 집을나간 것이 한이 된다”며 “어떻게든 대학까지 졸업하겠다는다짐으로 상경했었으며, 다시 서울로 가 공부를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양은 그러나 이같은 소박한 꿈도 사실상 접어야 할 처지다.믿었던 후원자 김씨가 이양의 돈 600여만원을 유용한 혐의로 구속됐기 때문이다. 이양은 “늘 사람을 조심하라고 당부하시던 아버지 말씀이지금도 귓전에 쟁쟁하다”고 되뇌었다. 한편 김일동(金日東) 삼척시장은 이양이 정상 생활로 돌아갈 때까지 빈 관사 한채를 무료로 내주고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 대상자로 선정,자립을 도와주기로 했다.각종 공공근로사업에 참여시키거나 삼척시의 안내 도우미로 채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중이다. 삼척 조한종기자 bell21@
  • [편집위원 칼럼] 우울한 일요일의 비극

    ‘Gloomy Sunday’(우울한 일요일)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다.우리나라 영화관에서도 상영됐다.영화의 마지막 장면에는“1935년 작곡되어 수백명을 자살로 이끌었던 노래 ‘Gloomy Sunday’에 관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자막이나온다. ‘우울한 일요일’은 헝가리의 가난한 젊은 음악가가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작곡한 노래다.영화에서 젊은 음악가는 레스토랑에서 피아노로 이 노래를 연주한 후 권총으로 자살한다.현실 세계에서도 애절한 멜로디의 ‘우울한 일요일’을듣고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헝가리 경찰은 국내 자살자가 갑자기 20여명으로 늘어나자 이 노래의 연주를 금지시켰다고 한다.그러나 ‘우울한 일요일’은 미국의 전설적인 재즈 여가수 빌리 할러데이 등에 의해 전세계의 애창곡이 됐다. ‘우울한 일요일’을 듣고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같이 자살에도 유행이 있다고 한다.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자살의 유행론’을 뒷받침하는 불행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인터넷에서 자살 사이트를 접속한 후 자살하는 사람들이 갑자기 늘어난것이다.인터넷이라는 첨단 기술문명의 부작용이낳은 비극적 현상이다. 인터넷은 새로운 세상을 열며 인간생활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그러나 물질문명의 그늘에는 늘 부작용이 있듯이 인터넷에도 ‘악의 꽃’이 피어 있다.폭력,포르노,폭탄제조,자살 사이트등 유해 사이트가 인터넷에 난무하고 있다.그중에서도 자살을 유혹하는 사이트는 최악의 반인간적 사이트다. 그곳에는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생명의 존엄성은 흔적조차없다.생명의 존엄성에 무감각해지면 그만큼 자살의 유혹을받기 쉽다. 영국에 본부를 둔 전화상담 국제기구 ‘Befriending International’은 자살 예방 차원에서 네 가지의 ‘잘못 알고 있는 상식’을 일깨우고 있다.첫째,자살을 말하는 사람은 자살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자살하는 사람들의 80%는 자살전에 자살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다.둘째,자살하는사람들은 정말로 죽기를 원한다고 생각하지만 죽어야 할지살아야 할지 자살전에 혼란스러워 한다.셋째,자살을 말하는사람이 안정을 찾으면 자살의 위험은 사라졌다고 생각하지만그때가 가장 위험하다. 안정을 보이는 것은 자살을 결심했기때문일 수 있다. 넷째,자살을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말을막고 주제를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자살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충분히 들은 뒤 자살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 가정과 사회는 보다 세심한 관심과 사랑으로 자살의 징후를찾아내고 자살을 예방해야 한다. 그리고 근원적인 자살 예방을 위해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중요성과 생명의 존엄성을 교육하고 그것을 일상화해야 한다.인터넷에서도 생명의 존엄성과 인간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게 하려면 건전한 인터넷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건전한 인터넷 문화는 네티즌 윤리 교육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다.하루빨리 네티즌 윤리 교육을강화해야 한다.그러나 인간의 무절제한 욕망에 편승한 유해사이트의 범람이 우려된다.욕망의 배출구 노릇을 할 ‘성인물’ 등 어느 정도의 저급문화는 필요한 측면이 있다.그러나자살을 유혹하는 자살 사이트는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자살은 최악의 인간파괴다.인터넷이 ‘자살 도우미’ 역할을 한다면 얼마나 불행한 문명의 비극인가. 이창순 위원 cslee@
  • [씨줄날줄] 슈메이커號의 쾌거

    2028년 10월, 미국 뉴욕시 크기만한 소행성이 지구를 향해무서운 속도로 돌진해 온다.지구의 종말이 현실화하는 순간이다.만약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한다면 인류를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몇년전 국내에서 개봉된 영화 ‘딥임팩트’는 소행성 충돌로 인류 종말 위기에 놓인 사람들의얘기를 그려 관심을 모았다.그렇다면 소행성과 지구의 충돌은 단순한 픽션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과학계에서는 직경 10㎞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확률은1억년에 한 차례,100m인 것은 1만년에 한 차례,1m인 것은 1년에 한 차례로 보고 있다.직경 100m의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할 때의 운동에너지는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1,000개와 맞먹는다.과학자들은 6,500만년 전에 공룡을 비롯한 동식물의 멸종을 가져온 소행성의 크기는 10㎞ 가량인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해 미국의 과학전문지 ‘디스커버’는 인류의 종말을초래할 첫 번째 주범으로 소행성의 충돌을 꼽았다.실제로 지난해 미국에서는 2030년안에 지구와 충돌할 확률이 500분의1인 소행성 ‘2000SG344’가 발견됐다고 해서 과학계를 벌컥뒤집어 놓은 적이 있다. 다행히 국제천문연맹이 이를 이틀만에 번복해 한바탕 소동으로 끝났지만 인류는 여전히 소행성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소행성은 더 이상 ‘어린왕자’가 꿈꾸는 환상의 세계가 아닌 것이다. 미국 무인 우주 탐사선 슈메이커호가 사상 최초로 ‘에로스’라는 소행성에 성공적으로 안착해서 화제다.인류문명이 천체에 착륙한 것은 금성과 달,화성에 이어 네번째라니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더욱이 이런 성공 확률은 1%에 불과했으므로 슈메이커호는 말 그대로 ‘미션 임파서블’을 완수한셈이 됐다. 슈메이커호의 소행성 착륙은 우주 생성기원의 신비를 풀 수있는 단서를 제공해 줬다는 문명사적 의미를 갖는다. 무엇보다 소행성과 지구의 충돌에 대비한 재앙방지 전략을 세울 수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나라 밖에서는 이처럼 인간의 영역이 우주 저편으로 끝없이확장되어 가고 있다.그러나 눈을 나라안으로 돌려 보면 우리의 현실은 여전히 왜소하고 초라하기만 하다. 박건승 논설위원 ksp@
  • [21세기 담론-생명을 말한다](3)김동광교수 DNA 사회학

    ●2년 이내에 복제인간이 탄생된다고 합니다.우리나라 의료기술도 이 수준에 와 있다지요. 그렇게 어려운 기술이 아니라고 합니다.그러나 세계 각국은어떤 형태의 인간복제도 법으로 금하고 있습니다.이런 광고나 기사는 인간복제가 기정사실화되는 효과가 있습니다.그런의미에서 그 의도나 배경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인간복제의 경우 남편의 체세포 핵을 난자에 삽입해아내의 자궁 속에서 자라게 하는 것이므로 유전자상으로는일란성 쌍둥이가 부자간이 되는 셈입니다. 가족개념의 대 혼란이 오겠지요.동성애자들이 아이를 가질수있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특수한 경우입니다. ●사랑하는 남편과 똑 같은 아이를 낳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요. 피부색,머리 모양은 같겠지만 남편의 성격,취미,인격을 그대로 닮으라는 법은 없습니다.마이클 조던을 복제한다고 농구선수가 되지는 않지요.성장 환경에 따라 히틀러 복제인간이 평화주의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왕대 밭에서 왕대 난다는 말이 있듯이 모든 것은 유전자의명령이라고 보는 사회생물학자들의견해도 전적으로 틀린 말은 아닌것 같습니다. 형질의 유전과 유전자 결정론과는 다릅니다.유전자 결정론은기계론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유전자 속에 들어있는 정보와컴퓨터 프로그램은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첫째 유전자 발현과정은 컴퓨터처럼 외부의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율적입니다.또 컴퓨터 프로그램이 1 대 1 반응하는 것과 달리 유전자는 발현과정에서 개체를 이루는 많은 유전자들이 상호작용하고 다른 한편으로 주위환경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개별 유전자의 속성과는 다른 새로운 속성을 나타 냅니다. ●세계는 인간 게놈프로젝트에 지난 10년 동안 약 30억 달러를 투자했습니다.질병으로부터의 해방,식량난 해결 등 미래의 혁명이 눈에 보이니까 투자한 것이겠지요?이제 막 지도(Physical Mapping)를 찾은 것에 불과합니다.그 기능을 완전히 파악하는 데는 앞으로 몇십년이 걸릴지 모릅니다.너무 흥미본위의 과장이 많다고 봐야지요. ●생명공학의 목적은 최우선순위가 의료라고 합니다. 어쨌든유전성 불치병 환자들에게는 희망의 불빛인 것은 사실이지요. 유전성 질병으로 알려진 것들에 대한 유전 외적 요인이 너무간과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전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의 수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30억달러가 투자됐다고 하는데앞으로도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합니다.과연 치료용 목적으로만 그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을 수 있을까요.그렇지 않다는증거가 있습니다. 미국의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국립보건원(NIH)이 아니라 에너지성(ODE)에 의해 주도됐다는 겁니다. 왜일까요.요즈음 젊은 세대 가운데 신장을 5㎝ 늘릴 수 있다면몇천만원 아끼지 않을 사람이 많을 겁니다. 또 퍼펙트 베이비를 원하지 않는 부모가 있겠습니까? 그런 쪽에 메리트가있다고 보는 것이겠지요. ●유전자 차별론이 그래서 생겼군요.허지만 지능 테스트,적성검사 등은 실용화되고 있습니다.히틀러의 악용 사례는 있지만. 우생학은 유전자 우열을 전제로 하고 열등한 유전자는 나쁜유전자라는 전제가 따릅니다.그러나 특정 부분의 우열은 있겠지만 나쁜 유전자란 없습니다.개체의 경우 어느 부분이 약하면 그 개체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필연적인 이유가 있는겁니다. ●얼마 전에 농림부가 우수한 수정란을 전국에 보급했습니다.건강하고 육질 좋은 소의 유전자 대량복제는 우생학의 활용인 셈이지요. 가장 우수한 유전자를 지닌 소만 있다면 좋을 것 같지만 매우 위험합니다.어떤 경우냐 하면 만일 그 유전자를 가진 소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등장했을 때 우리나라 소는 전멸하고 맙니다.자연계에서 어떤 전염병도 한 종을 전멸시키지못하는 것은 같은 종 내에도 다양한 유전자가 있기 때문입니다.그것이 생태계의 신비입니다. ●생명복제가 실제 현실에서 빈발하는 문제로 될 것 같지는않습니다.윤리학자들도 유전자 정보의 악용을 더 많이 걱정하더군요. 가장 우려되는 부분입니다.결혼,입사시험,재판 등에서 차별,인권침해 요인이 될 수 있고 심지어 집단이나 사회전체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유전자)로 돌릴 위험도 있습니다. ●가문이나 개인 신상정보는 지금도 많이 참고가 되고 있습니다.보험회사에서는 본인과 가족의 병력까지 조회하지 않습니까. 그런 것들은 이미 나타난 결과에 대한 조회입니다.신용,건강진단,등은 엄격히 말하면 본인책임입니다.그러나 유전정보란나타나기 이전의 정보,엄격히 말하면 정보가 아니고 본인 책임도 아닙니다. ●생명공학에 거는 기대중 하나가 인류의 식량난 해결이기도합니다. 식량문제는 절대량보다 분배문제가 더 크다고 봅니다.또 GMO(유전자변형작물) 대표적인 작물이 콩인데 이게 사실은 미생물 유전자와 식물유전자의 조합입니다.어떤 영향이 미칠지우려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불치병 치료 등 생명공학의 긍정적 측면은 가시적인데 비해 부정적인 부분은 막연한 추측에 근거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생명 그 자체에 관한 부분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문제됩니다.긍정적인 부분도 사실은 불확실한 면이 많습니다.과장도많고…. ●어쨌든 과학자들의 유전자 탐험은 이제 막을 수 없다고 봅니다.막아야 하는지도 의문이고. DNA 연구가 거대자본,그리고 강대국의 이윤창출을 위한 도구가 됐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겁니다.유전자 기술 특허,의약품,유전자 변형 씨앗 등이 그런 것인데 지난해 3월 클린턴 대통령이유전자 기술을 인류가 공유토록 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은 특허 등을 미국이 독점하고 있습니다. ●어떤 신기술로 큰 돈 버는 사람이 있더라도 그것이 대중에게 편의를 제공하면 괜찮다고 봅니다.문명의 발전과정이 그랬듯이. 자연을 착취해 온 인류가 이제는 인간의 생식기능까지도 이윤의 대상,상품의 원자재로 전락시키는 것이 문제입니다.이를 막기 위해서는 전문가들만의 과학에 대중이 참여해야 합니다.음악,미술 등이 귀족의 전유물에서 대중화됐듯이….전문가들만의 과학은 과학권력이 됩니다. ●과학에 대중이 참여하는 방법이 있습니까. 직접민주주의의 한 방법으로 ‘합의회의’라는 것이 있습니다.어떤 주제를 가지고 각계 시민대표가 패널로 참가해 찬반양측 전문가들의 설명을 집중적으로 듣고 의견을 집약하는제도입니다.우리나라에서도 유네스코에서 생명공학 주제로두번 해 봤는데 효과적이었다는 평이었습니다. △ 김동광(金東光)씨는. ▲ 84년 고려대 독어독문과 졸업 ▲ 98년 고려대학교 대학원 과학사회학 석사 ▲ 2000년 고려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 고려대,성공회대 강사 ▲ 출판기획 ‘과학세대’ 대표 ▲ ‘유전자 사냥꾼’‘DNA 독트린’등 과학서적 60여권 번역. 대담 김재성 논설위원 jskim@. *생명비밀 밝혀지기까지. [1953년 어느 겨울 날 오후,지극히 흥분한 두사나이가 ‘케임브리지’‘대학 카벤디시’ 연구소에서 뛰어나와 건너편작은 술집으로 뛰어들었다.그곳은 여러세대에 걸쳐 ‘케임브리지’과학자들이 모여 실험결과를 얘기하며 술잔을 기울이곤 하던 곳.두 사람은 연거푸 잔을 들이켰다.주위의 동료들이 말을 멈추고 그들 주변으로 몰려 들었다.그들은 떨리는음성으로 털어 놓았다.“우리는 생명의 비밀을 찾아냈다”]. 영국 두 젊은 과학자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클릭이 DNA 신비를 풀었을 때의 감격을 전한 타임지 기사 일부다.두 가닥으로 된 나선형 계단,유전정보를 적어놓은 알파벳처럼 4종류의 염기가 교대로 배치된 DNA 구조가 밝혀진 것이다. 1865년 멘델이 완두콩 실험재배를 통해 얻은 유전법칙을 발표한 후 궁금증 많은 과학자들은 당연히 ‘무엇이 아들이 아버지를 닮게 만드는가?’를 파고들기 시작했다.그 4년 후 1869년에 미셔라는 화학자가 세포핵 속에 화학물질로 구성된 DNA(deoxyribonucleic acid:디옥시리보 핵산)를 발견했고 이DNA가 유전정보를 전달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은 1944년 에이버리와 그의 동료 과학자들이다.이제 과학자들은 DNA를 구성하고 있는 당,인산,그리고 불과 4종류의 화학성분이 어떻게 10만여 유전정보를 내장하고 그것을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지 그 신비를 푸는 데 매달렸다.영국의 두 젊은 과학자가찾아낸 것은 바로 그 비밀이 적힌 이중나선 구조다. 유전자 구조가 밝혀진 후 1973년 최초로 박테리아 유전자와두꺼비 유전자 결합에 성공했고 1997년에는 복제양 ‘돌리’,마침내 2년 안에 복제인간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하지만 이제 DNA 연구를 과학자들에게만 맡겨 놓을 수 없다는 것이 세계 지성의 각성이다. 과학과 자본이 결탁해 인간의 생식기능을 이윤창출의 대상으로 삼고 생명에 조작을 가해 상품의 원자재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 ‘아미쉬마을’ KBS·SBS 각각 방송

    전기도 자동차도 없다.밤에는 촛불을 켜고 아이들을 정규 학교에 보내지도 않는다.최첨단을 달리는 21세기 미국땅에서 18세기식 삶을 고집하며 사는 ‘미국판 청학동’아미쉬 마을이 2개 방송사를 통해 7일밤 나란히 공개된다. ‘최초공개’라는 수식어를 앞에 붙인 덕인지 밤12시에 방송되는 KBS 수요기획 ‘최초공개,아미쉬 마을을 가다’편이 한발 앞섰다.SBS 특집다큐시리즈 ‘미국문화 대탐험’제9부 ‘뉴욕에서 아미쉬 마을로의시간여행’보다 45분 빠르다. 방송사간 사전 약속은 전혀 없었다는게 담당PD들의 해명.이들은 방송 이틀전인 5일 오후에야 이같은 사실을 알고 “이거야말로 기적같은 일”이라며 난감해 했다.공교롭게도촬영 시기 역시 지난해 7∼8월로 비슷하다. 아미쉬교는 유럽 종교개혁 이후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이주해온 기독교의 한 분파.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 지역에 2만여명이 모여산다.이들에게 현대문명은 인간성을 파괴하고 하느님의 사랑을 실현하는 데 방해가 될 뿐이다.전기가 없으니 TV,라디오도 없고자동차 대신 말이 끄는 마차가 있다. 남자는 턱수염을 기르고,여자는 양갈래 머리에 긴 치마 에이프런을둘렀다.저고리는 깃을 잔뜩 세워 마치 중세 유럽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대부분 농사를 생업으로 삼는데 말이 밭을 갈고 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을 고수한다.3대가 한집에 사는 대가족제도를 유지하며 연방정부의 의무교육까지 마다한 채 자체적으로 학교를 세워 산술,성경 등 기초과목만을 8학년까지 가르친다. 사진 찍히는 걸 극도로 싫어하고 어떤 취재도 완강히 거부한다.많은관광객이 찾아오지만 그들을 잘 상대하지 않는다.이런 점이 오히려뭇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관광객들은 갈수록 밀려들고 있다. KBS 수요스페셜 이인수PD는 이들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5년전부터 세차례나 이 마을을 찾는 공을 들인 끝에 인터뷰 장면을 촬영하는 데성공했다.SBS는 얼굴은 찍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음성만을 담았다. ‘아미쉬마을이 뭐길래?’하는 의문에 대해 담당PD들은 각기 다른 시점을 내놓는다. “아미쉬의 청교도적 정신은 미국이 극단적인 물질문명속에서도 흔들림없이 초강대국으로 버틸 수 있는 힘의 뿌리.”(SBS 송영재PD)“속도전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진정 행복하고 평화스러운삶은 어떤 것일까하는 반성을 하게 한다.”(KBS 이인수PD)허윤주기자 rara@
  • 2002월드컵 영문명칭 한국조직위서 은폐 의혹

    한국의 2002월드컵축구대회 조직위원회(KOWOC)가 일본과의 대회 명칭 논란의 와중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무대응을 은폐하려 했음이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KOWOC의 한 고위관계자는 1일 2002월드컵의 공동개최가 확정된지 7개월 뒤에 열린 96년 12월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회에서는 대회의 영문 명칭을 한·일 두 나라 국명이 명시된 ‘2002 FIFA WorldCup Korea/Japan’ 단 한 가지로 결정했다고 확인했다. 이는 KOWOC가 그동안 국명이 들어간 대회명 외에도 ‘2002 FIFA World Cup’ ‘FIFA World Cup’ 등 3가지 영문 명칭이 처음부터 채택된것처럼 밝혀온 것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일본과의 명칭 논란에 따른 국민적 반발을 피하기 위해 속임수를 동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KOWOC의 고위관계자는 FIFA가 “국명 표기와 관련한 일본의 불만이이어지자 박세직 위원장 시절이던 지난해 6월 젠 루피넨 FIFA 사무총장이 대회명의 상표등록을 위해 3가지 안을 쓰자는 서한을 KOWOC로보내왔다”며 “당시 KOWOC는 이에 대해 어떤의사 표시도 하지 않아사실상 그같은 제의를 수락한 꼴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일본측이 이를 근거로 명칭 변경을 시도하자 당시의 무대응을 감추기 위해 당초부터 3가지 안이 있었다고 허위사실을 밝힌것으로 여겨진다. 한편 고미 요지 일본 도쿄신문 서울지국장도 “당초 FIFA와 한국·일본은 국명이 들어간 한가지 명칭만을 쓴다는데 합의한 것으로 안다”면서 “KOWOC의 주장대로 처음부터 3가지 명칭이 채택됐다면 일본조직위(JAWOC)가 입장권 구입신청서 등에 굳이 일본 국명을 먼저 넣으려고 했겠느냐”고 반문해 한국 조직위의 허위사실 유포와 은폐 의혹을 뒷받침했다. 박해옥기자 hop@
  • 인류 대이동 드라마 쓴 몽골리안

    수만년전 내륙아시아에 깃들어 살던 원시인들이 사냥감을 쫓아 북단의 시베리아로 흘러든다. 이어 동쪽 해안까지 가로지른 뒤 베링해를건넌 이들은 아메리카 대륙을 북쪽 끝에서 남쪽 끝까지 내리닫는다. 이같은 장대한 인류 대이동 드라마를 써내려간 이들,바로 몽골리안들이다. KBS-1TV가 6일 첫 전파를 쏠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몽골리안 루트’는 몽골리안의 전세계 확산 경로(루트)를 추적,흔적조차 희미해진 선사시대 문명확산의 스펙터클을 복원하려는 기획.10여년된 구상을 제작기간 3년6개월,총 제작비만 10억원을 들여 8부작으로 다듬어낸 KBS다큐멘터리팀 야심작이다. 몽골리안이란 유럽인종,아프리카인종과 대별되는 계통.우리 민족을비롯한 아시아인,그리고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을 한 인종으로 묶는 핏줄이다.아시아 내륙을 발화지점으로 시베리아와 신대륙까지 들불처럼 번져나간 이들의 대이동사는 유럽,중국 등 정주문명권이 패권을 쥐면서 홀대돼온 게 사실.‘…루트’의 감상포인트라면 인류학적상상력속에만 남아있던 몽골리안의 전세계 확산가설에다 방대한 자료수집과 과학적 접근으로 구체적 실체를 부여했다는 점일듯 싶다. 화요일마다 한편씩 안방을 찾을 ‘…루트’는 크게 두개의 키워드를둘러싸고 전개된다.첫번째는 확산 드라마.혹한 적응과정에서 작은 눈,튀어나온 광대뼈 등 고유형질을 획득한 몽골리안들이 북으로는 시베리아 등 툰드라지대,태평양을 건너서는 북미·중남미까지 퍼져나가톨텍,아즈텍,마야,잉카 문명을 잉태하는 과정이 1∼4부에 걸쳐 그려진다.또 하나의 대주제는 유목문화.초목성 스텝기후 확산의 여파로문화접합 끝에 알타이 기마 유목민으로 변신한 북방계 몽골리안들이로마·중앙아시아·터키는 물론 헝가리·이집트까지 넘나들며 정주문명과 교접하는 과정을 5∼8부에 담아낸다. 30일 KBS국제회의실에서는 ‘…루트’ 첫회분인 ‘툰드라의 서곡’시사회가 열렸다.시베리아 야쿠츠크 에벵키족 사슴사냥꾼의 행로를큰 액자삼아,북방계 몽골리안의 착근과정을 기술혁명,유전학,정신세계 등 여러모로 훑어내렸다.구석기혁명을 배태한 세형돌날에 대한 심층분석,토템숭배의식 곰희생제 화면 등이 도드라졌다.절대적 자료부족때문에 컴퓨터 그래픽에 어쩔수 없이 의존,유장한 맛을 끊어먹는다는 지적도 없지 않았으나 두달간 지켜보는 것이 아깝지 않을 세기와공력이 엿보였다. 제작을 맡은 진기웅 PD는 “프로에 대한 일부의 민족주의적 요구를알고 있지만 우리는 민족의 뿌리찾기,과거의 위대한 유산 재조명 등의 접근은 하지 않았다.잊혀졌던 인류사의 드라마를 되짚어보며 과도한 서양사 의존에서 벗어나 역사적 균형감각을 되찾기를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루트’는 일본,싱가포르 등과 10만달러 상당의 수출가계약이 체결돼 있으며 미주로도 수출이 타진되고 있다. 손정숙기자 jssohn@
  • 신문방송편집인협 회장 고학용씨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는 29일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정기대의원총회를 열고 고학용(高學用)조선일보 논설위원을 제13대 회장으로 선출했다.새 임원 명단은 다음과 같다. ◇부회장 문명호(文明浩)문화일보 논설주간,김영배(金榮培)중앙일보통일문화연구소장,배기철(裵琪哲)한국일보 상무ㆍ편집인,유근찬(柳根粲)KBS 보도본부장,안기호(安淇鎬)부산일보 논설주간 ◇감사 이실(李實)경향신문 주필,이정근(李正根)매일경제 주필 ◇이사 임영숙(任英淑)대한매일 논설위원실장,김원호(金源鎬)연합뉴스 논설위원실장,백화종(白和鍾)국민일보 주필,구본홍(具本弘)MBC 해설주간,신찬균(申瓚均)세계일보 주필,이남기(李南基)SBS 보도본부장,신상민(申相民)한국경제 논설위원실장,이기중(李琪中)전자신문 주필,김영기(金永琪)강원일보 논설주간,조동수(曺東秀)광주일보 주필,서상호(徐相浩)매일신문 주필,김경호(金炅浩)제주일보 논설실장 ◇운영위원장 최규철(崔圭徹)동아일보 편집국장
  • 2001 길섶에서/ 기적은 없다

    잔잔한 호수에 한가로이 떠 있는 오리떼의 모습은 더없이 평화스럽다.오리가 아닌 백조의 무리라면 그 광경은 더욱 낭만적이리라. 하지만 사람들이 흔히 잊고 있는 게 있다.이들이 수면 위에서 여유로운 장면을 연출하는 동안 물 속의 다리는 쉴 새 없이 바쁘다는 사실을. 최근 김정일(金正日)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 상하이를 방문하고 ‘천지개벽’이라는 표현을 썼다.사실 상하이의 발전상은 김위원장이아니라도 놀랄 만한 일이다.덩샤오핑이 개방의 기치를 내건 지 불과20여년 만에 인구과잉의 너저분한 도시가 하이테크 산업의 메카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대한 성취를 꿈꾸는이는 누구나 명심해야 할 이치가 있다. 자연계에서 기적이 좀처럼 일어나지 않듯 인간사의 신화 또한 후세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기 일쑤라는 것을.역사학자 토인비도 문명과 역사의 발전에는 도전과 응전이라는 보이지 않은 필연이 있다고설파했다. 우연과 신비로 포장된 업적 뒤에는 피보다 진한 땀이 배어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구본영 논설위원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