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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르베르-현각스님 파리대담

    ‘벽안의 구도자’ 현각(40) 스님과 소설 ‘개미’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왼쪽·43)가 만났다. 선수끼리는 서로를 금방 알아본다는 말이 꼭 맞았다.22일 저녁 프랑스 파리의 테아트르가 31번지에 있는 베르베르의 아파트에서 처음 만난 이들은 약 2시간여 동안 인생과 종교,그리고 과학과 물질문명에 대해 격의없이,그러나 진솔하게 대화를 나누며 어느새 ‘도반’이 됐다. |파리 함혜리특파원|베르베르는 “평소 느끼고는 있었지만 무엇인지 알지 못했던 ‘현재’의 개념과 그 중요성을 스님이 일깨워 주었다.”고 말했고 현각 스님은 그에게 “당신도 아마 전생에 승려였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영어·프랑스어 통역이 자리를 함께 했지만 보다 직접적인 의사소통을 위해 이들은 줄곧 영어로 대화했다. 이들의 대화는 끝없이 이어졌다.베르베르의 아파트를 나와 근처의 한국식당으로 걸어 가는 동안에는 도(道)에 대한 이야기를,식당에 마주 앉아서는 음식과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로 화제가 옮겨지기도 했다. 오직 ‘현재’에 충실하며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파리의 서쪽 하늘에 붉게 물들었던 노을은 점차 어둠에 자리를 내주고 있었다. ●뉴스 들을 때면 최후의 순간 맞는 느낌 베르베르 현실에 대해 낙관적으로 생각하려고 하지만 매일 뉴스를 들을 때마다 걱정스럽기만 합니다.마치 인류 최후의 순간을 맞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양심이 없는 과학은 이렇듯 인류에게 위험을 가져오고 있습니다.물질적인 것이 인류를 구원할 수 없다는 것은 확실합니다.새로운 영적인 방법론을 찾아야 하는데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어요.‘스님’(베르베르는 ‘스님’이라는 발음을 한국어로 하려고 노력했다.)께서는 인류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현각 나는 호스피스 활동을 하는 사람들로부터 어떻게 하면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곤 합니다.그럴 때마다 나의 대답은 “희망은 없다.”는 것입니다.희망이란 존재하지 않는 미래가 있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입니다.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모든 것은 우리가 눈으로 보고,귀로 듣고,코로 냄새를 맡고 있는 지금에서 출발합니다.현재에 충실하면 현재가 쌓여 미래가 되는 것입니다.미래에 대해서는 묻지 마세요. 베르베르 내 작업은 주로 미래에 대해 얘기합니다.글을 쓰기 위해 뇌를 움직이는 동안은 지금 이 순간이지만 내가 몸담고 있는 이 세계가 무엇인지,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는 항상 생각하고 있습니다.의식도,양심도 없는 물질문명의 미래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시작과 끝은 같은 것… ‘현재’에 충실해야 현각 예수님께 누군가 물었지요.“마지막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예수님께서는 “그럼 당신은 시작은 어땠는지 이해하고 있나요?”라고 되물으셨습니다.마찬가지입니다.시작과 끝은 같은 것입니다.과거,현재,미래는 결국 ‘현재’라는 시간의 다른 모습입니다.따라서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한 것입니다. 베르베르 현재는 그럼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까?. 현각 (대답 대신 손바닥으로 탁자를 세게 내려쳤다.) 베르베르 알기 쉽게 설명을 해 주세요. 현각 (다시 탁자를 손으로 탁 친 뒤)과거,현재,미래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베르베르 그렇다면 수백년 전에 그려진 ‘모나리자’를 현재의 우리가 바라보며 감명을 받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합니까. 현각 좋은 지적이에요.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을 보면서 우리는 과거의 현재를 보는 느낌을 받습니다.바로 그것입니다.다빈치는 모나리자를 그리면서 완벽하게 ‘현재’에 충실했기 때문에 우리가 감명을 받는 것입니다. 베르베르 스님께서 말씀하시려는 것을 이제 조금 알 듯합니다.새벽에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아 작업을 할 때 나는 주변의 모든 것을 잊고 글 속에 빠져 듭니다.천국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곤 하지요.명상을 하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현각 그게 바로 명상입니다.당신은 컴퓨터로 일하는 승려라고 할 수 있습니다.나는 그냥 보통 승려이고요. 베르베르 스님은 전생에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십니까? 현각 신부이거나,승려이거나 그런 영적인 일을 했을 것입니다.하지만 중요한 문제는 아니지요.나는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나 가톨릭 신자였고 지금은 머리깎고 승려가 됐지만 내 자신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베르베르 가톨릭 신자였던 당신이 불교를 접하고,문화와 관습이 다른 나라 한국에서 승려 생활을 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나요? 현각 어려움도 물론 있었지요.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나의 스승이신 숭산 스님으로부터 “너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였습니다.예일대학과 하버드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고 책도 많이 읽었지만 그런 질문을 누구도 하지 않았거든요.결국 그 ‘엄청난’ 질문은 나를 한국으로 이끌었고 내 종교생활의 화두가 되었습니다. 베르베르 바보 같은 질문을 한가지 하고 싶습니다.불교인이 된다는 것은 세상으로부터 회피하는 것이 아닌지요? 현각 나는 지금 이 세상에 이렇게 있습니다.불교에서는 세상에 있되 집착을 하지 말라고 가르칩니다.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빠져 나가는 것과 같이 살아야 한다는 얘기지요. 베르베르 무저항과 비폭력,명상으로 어떻게 세상의 악을 물리칠 수 있을지요. 현각 지금 우리 두 사람이 앉아서 차를 마시는 이것이 바로 평화입니다.창 밖의 새 소리를 듣고 순수한 마음으로 순수한 현재를 느끼는 것입니다. 베르베르 티베트의 많은 승려들은 중국군에 의해 목숨을 잃었습니다.결국 종교가 그들을 죽인 셈인데…. 현각 그들은 종교로 인해 목숨을 잃었지만 이 생에서 몸이 사라진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가장 중요한 가치는 물질(육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참 나(眞我)’에 있는 것입니다. ●관조하는 자세가 바로 불교 베르베르 스님께선 두려움을 느끼지 않으십니까? 현각 순간적으로 위험이 닥쳤을 때 놀라고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정신적인 두려움은 없습니다.어떠한 두려움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비어 있거든요.아무것도 없어요.멀리서 보면 구름이지만 그 안에 들어가면 그냥 물방울인 것과 같습니다.욕망도 마찬가지입니다.달라이 라마도 두려움이나 욕망을 느낀다고 했습니다.하지만 인식하지 않을 뿐이지요. 베르베르 감정을 다스리시나요? 현각 아니요.감정을 다스린다는 것은 그 안에 들어가 있다는 것을 얘기합니다.고통에 대해 얘기해 봅시다.나도 명상을 처음 할 때 가부좌를 하느라 다리가 아파 죽을 지경이었습니다.그런데 그 고통도 ‘아프다.’는 사고(思考)에 의해 생긴 것이거든요.(펜을 집어들면서)이 펜을 이렇게 보면 길게 보이지만 돌려서 보면 둥근 점이잖아요.마찬가지입니다.다르게 보면 고통은 고통이 아닙니다.그러나 고통은 고통으로 남아 있습니다(Pain is not pain,but pain is pain).관조하는 자세,이것이 바로 불교입니다. lotus@seoul.co.kr ■현각이 유럽으로 간 까닭은… 현각(玄覺) 스님은 한국관광공사 파리지사 초청으로 한국 불교를 알리기 위해 프랑스를 방문 중이다. 지난 19일 프랑스의 명문 상경계 그랑제콜인 에섹(ESSEC·고등경영대학원)에서 ‘선(禪)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강연한데 이어 21일에는 프랑스 공영방송인 2TV에서 ‘부처의 음성’이라는 프로그램을 녹화했다. 2TV측은 ‘한국 선 불교의 전통’과 ‘현각 스님의 인생 행로’를 주제로 15분짜리 방송프로그램 2회 분량을 제작해 부처님 오신 날을 전후로 프랑스 전역에 방영할 예정이다. 현각 스님은 베르베르와의 만남을 끝으로 프랑스 일정을 마치고 30일까지 영국에 머물면서 공영방송 BBC에 출연하고 옥스퍼드대학 등에서 강연한다. 현각 스님은 1964년 미국의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나 명문 예일대학에서 철학과 문학을 전공했으며 하버드대학원에서 종교철학을 공부했다.하버드대학원 재학 중인 1990년 5월 숭산(崇山) 대선사의 설법에 크게 감명받고 2년 뒤 출가,선 불교의 전통이 가장 잘 이어지고 있는 한국으로 건너왔다.그는 현재 화계사의 국제선원 원장을 맡아 한국 불교를 세계에 알리는데 힘쓰고 있다. ■ 베르베르, 가을 ‘신들의 왕국’ 탈고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1961년 프랑스 남부 툴루즈에서 태어났다.7살에 첫 소설 ‘벼룩의 모험’을 지어 주위를 놀라게 한 그는 만화와 시나리오,소설과 과학에 탐닉하면서 고교시절인 1978년에는 고등학생을 위한 만화신문 ‘유포리(Euphorie)’를 창간하기도 했다.툴루즈대학에서 법학을,국립언론학교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한 그는 83년부터 90년까지 시사주간지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의 과학담당 기자로도 활동했다. 12살 때부터 개미의 생태를 관찰했다는 그는 200여차례의 개작을 거친 끝에 1991년 소설 ‘개미’를 발표,전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으며 단숨에 주목받는 작가로 떠올랐다.과학적 근거와 관찰을 바탕으로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경이롭고 환상적인 필치로 펼쳐나가는 그는 자유로운 입장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펼쳐나간다.‘개미’ 외에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1993년),‘타나토노트’(1994년),‘여행의 책’(1997년),‘천사들의 제국’(2000년),‘뇌’(2001년),‘나무’(2002년) 등을 발표했으며 올 가을 ‘신들의 왕국’ 탈고를 앞두고 있다. ˝
  • 혜초의 왕오천축국전/혜초 지음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은 신라인 혜초(慧超·704∼780)가 중국,인도,아랍,중앙아시아를 육로와 해로로 답사한 4년 동안의 기록이다. 아시아 최초의 서역답사기이자 세계문명교류사의 중추적 연구자료로 가치가 높은 이 국보급 유물은 그러나 우리나라에 없다.1908년 중국 둔황 석굴을 뒤지던 프랑스의 동양학자 펠리오가 1200여년간 그곳에 묻혀 있던 원문을 발견해 본국으로 가져갔다.이후 원본은 파리 국립도서관에 보관돼 왔다. 무하마드 깐수로 잘 알려진 동서문명교류 전문학자 정수일(전 단국대 교수)씨가 국내 최초의 ‘왕오천축국전’ 역주서인 ‘혜초의 왕오천축국전’(학고재 펴냄)을 펴냈다.8세기 인도와 중앙아시아 지역의 풍습을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한 유일한 기록인 데다 기존의 번역서들과는 구별되는 역주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책은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직접 답사한 기록과 가보지 않고 전해들은 기록이 원본에 섞여 있지만,역주자는 치밀한 분석으로 혜초의 서역기행 노정을 사실에 가깝게 복원하려고 노력했다. 혜초가 서역의 어느 지점까지 여행했느냐는 의문은 학계의 오랜 논란거리.역주자는 원본분석을 통해 페르시아와 대식국(大食國·아랍)까지는 실제로 답사한 게 분명하다는 주장을 펼친다.그리고 혜초가 방문한 대식국의 도시는 카스피해 동쪽으로,호라산 총독부의 소재지인 니샤푸르(마슈하드)였다고 추정한다.혜초의 기행노정을 표시한 지도를 비롯해 혜초 복원도,둔황석굴 등 ‘왕오천축국전’과 관련된 도판들을 천연색으로 실었다.처음 발견 당시 두루마리에 필사된 227행짜리 원문도 포함됐다. ‘천축’이란 인도를 뜻하는 중국식 옛 이름.인도를 동서남북과 중간지역으로 나눠 이를 합쳐 부른 이름이 ‘오천축’이다.16세에 당나라로 건너가 불가에 귀의한 혜초는 723년 스승의 권유에 따라 인도로의 구법여행에 나섰다.4만 8000원. 황수정기자 sjh@˝
  • [책꽂이]

    ●무정한 짐승의 연애(이응준 지음,문학과지성사 펴냄) 90년 등단한 작가의 작품집.동물적 폭력성이 판을 치는 어두운 세상을 ‘무정’하게 바라본다.그에게 여성은 X로만 존재하며 섹스의 탐닉 대상일 뿐이다.그러나 그 속에서 작가는 포기하지 않고 실낱 같은 희망을 발견하려고 애쓴다.8000원. ●행복한 불행한 이에게(프란츠 카프카 지음,서용좌 옮김,솔 펴냄) ‘성’‘변신’을 지은 작가가 1920년부터 24년간의 생을 마감하기까지 썼던 편지 모음.고교시절 예술·철학에 대한 관심,작가로서 자의식을 쌓아가는 과정 등은 작가가 현대문학에서 가장 빈번하게 거론되는 이유를 알 수 있게 한다.3만 2000원. ●중앙시조대상 수상작품집(홍성란 엮음,책만드는집 펴냄) 시조시인이자 현대시조를 강의하는 저자가 20여년 동안의 중앙시조대상 수상작과 심사평을 모았다.현대시조의 다양한 실험형태와 변화과정을 알 수 있다.8000원. ●이외수가 전해주는 마음의 열쇠,뼈(이외수 지음,동방미디어 펴냄) 춘천에 살면서 숱한 기행과 일화를 남긴 작가의 산문집.행복의 열쇠는 사랑이라는 작가가 세상을 보는 이야기들이 11개의 장으로 나뉘어 삽화와 함께 펼쳐진다.9800원. ●탐닉(아니 에르노 지음,조용희 옮김,문학동네 펴냄) 1991년 프랑스에서 화제가 됐던 ‘단순한 열정’의 작가가 그 작품의 모티프가 된 일기를 모은 책.연하 외국인 유부남과의 사랑과 열정이 식어가는 과정을 담았다.9800원.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아서 C 클라크 지음,김승욱 옮김,황금가지 펴냄) 스탠리 큐브릭이 영화로 만든 소설.미래의 과학·기술을 예견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과학·기술문명의 발전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고민한 주제의식이다.1만원.˝
  • [씨줄날줄] 後苑의 사회학/정인학 논설위원

    창덕궁의 후원(後苑)인 비원의 옥류천 일대가 다시 일반에 공개된다고 해서 세인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옥류천 일대는 병자호란이 일어나던 해인 1636년 인조 14년에 만들어진 후원으로 한국 정원의 특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인류 문명과 함께 등장한 정원은 역사와 문화,민족성과 시대 정신 그리고 기후와 풍토에 따라 모습을 달리해 왔다.단순히 수목을 심거나 조경시설을 갖춘 토지가 아니라 시대적 문화 창출의 현상으로서 총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의 정원은 신선설(神仙說)을 바탕에 깔고 있다.커다란 호수를 파고 물 가운데 산을 만들어 신선이 산다는 봉래산을 연출하려 애썼다.건조지대에서 문명을 일궜던 고대 이집트는 궁궐 가운데 거대한 연못을 만들고 나일강 물을 끌어들여 정원을 꾸몄다.로마 정원은 유럽형 정원을 대표하는 이탈리아 정원의 모델이 됐다.중앙의 분수를 비롯,건물 벽에 붙어있는 조각에서 물이 나오는 벽천(壁泉)에 인공폭포 그리고 곳곳을 화려한 대리석으로 장식한 게 특징이다. 한국의 정원은 세 단계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삼국시대엔 중국의 신선설의 영향을 받았다.연못을 만들고 못 가운데 봉래산을 상징하는 섬을 만드는 식이었다.고려의 정원은 송나라의 영향으로 호화로웠다.연못가에 정자를 짓고 인공폭포도 만들었다.희귀한 정원수를 구해 심고 기암괴석으로 주변을 장식하는 식이었다고 한다.조선조 중엽에 이르면 우리 고유의 정원문화가 형상화된다.그러니까 25년 만에 다시 일반에 공개되는 옥류천 일대가 만들어질 무렵인 셈이다. 한국의 정원문화는 자연주의로 요약된다.사람을 자연의 일부로 보아 정원을 꾸미되 자연 본래의 모습을 고스란히 살려 나간다.정자 하나를 세우더라도 주변의 지형 조건과 하나 되어 동화되도록 배려해 인위적인 색채를 탈색시킨다고 한다.창덕궁의 후원인 비원이 바로 한국 정원문화의 완성이라는 것이다.비원은 다른 후원은 물론 사대부 집안 정원의 모델이 되었음은 물론이다.창덕궁 후원은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한국적 자연주의의 구체화된 형상인 셈이다.가뜩이나 억지와 견강부회가 넘쳐나는 요즘이다.봄날이 가기 전에 서둘러 비원 한번 다녀올 일이다.˝
  • 더이상 통하지 않는 ‘패션의 금기’

    |파리 함혜리특파원·서울 최여경기자| 이건 이래서 안 되고,저건 저래서 안 되고….살다 보면 이런저런 제약들 때문에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하지만 이제 패션에서만은 이런 제약들을 인식하지 않고 표현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패션의 금기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은밀한 개인 공간에서만 드러내고 입던 속옷이 겉옷으로 둔갑하고,겨울 부츠를 햇볕이 쨍쨍 내리 쬐는 해변에서 신는가 하면,스포츠웨어를 입고 사무실에도 가고 회의에도 참석한다.엄격한 드레스 코드를 요구하는 파티석상에 검은색 레이스로 된 속이 비치는 속옷에 화려한 보석장식이 달린 벨트를 하고 나타나는 여성들도 늘고 있다. ●금기색상 ‘그린’,올해 최고의 유행색으로 초록색은 초원,숲,에머랄드,샐러드,생명을 연상하게 하는 자연에 가장 가까운 색상이다.하지만 의상에서만은 조금만 잘못 사용하면 금방 촌스러워지고 다른 색상과 부드럽게 조화되지 않기 때문에 오랫동안 디자이너들이 기피하던 색깔이었다.초록색이 올해는 단연 유행색상 1호가 됐다. 셀린의 디자이너 마이클 코스는 올해 봄·여름 컬렉션에서 엽록소의 색깔에 가까운 밝은 초록색으로 된 가디건,점퍼,칵테일 드레스 등을 선보였다.발렌시아가의 니콜라 게스키에르는 초록색의 양가죽 점퍼를,샤넬은 초록색 스포츠 가방을 내놓았다.돌체&가바나와 클로에의 초록색 실크 시폰 드레스는 패션잡지의 화보를 장식한다.유명 메이커가 내놓은 샌들·핸드백·액세서리 등에서도 초록색은 빠지지 않는다. ●대중적 브랜드에서도 초록이 강세 중저가 의류인 H&M은 옥색,에머랄드색,스포츠,카키 등 4가지 라인의 의류를 소개할 정도로 초록색에 무게를 싣고 있다. H&M 마케팅 담당 알린 카이아는 “초록 계열과 플라워프린트를 매치해 올 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파스텔 계열 초록색의 인기는 여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신판매 의류업체인 라르두트는 올해 봄·여름 시즌 카탈로그의 표지를 아예 초록색 라인으로 도배했다. 초록색이 이처럼 패션의 메인컬러로 등장한 것은 팝아트 스타일이 유행한 60년대 이후 처음이다. ●웰빙·자연주의 경향으로 주목 국내에서 초록의 유행은 젊은 여성의 ‘워너비(wannabe)’ 전지현이 한 광고에서 초록이 가득한 화면에 봄·여름 트렌드인 꽃무늬 로맨틱 패션으로 등장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또 디자인 측면에서는 시도가 됐지만 마케팅면에서 볼 때 소비자가 쉽게 선택하지 않아 ‘금기의 색’으로 낙인찍인 초록은 웰빙,자연주의의 유행으로 주목을 받게 됐다. 패션트렌드 분석회사 페클레르의 프랑수아즈 세랄타 실장은 “초록색은 생명,신선함,건강,전원 등 우리가 점점 아쉬워하는 것들을 상징한다.”면서 “웰빙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은 부족한 ‘산소’를 보충하듯 초록색을 의생활에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자의 배꼽 노출도 무죄 문명사회에서 음란한 행위로 간주되는 지나친 노출.그 수위가 지난해 핫팬츠,시스루룩,미니스커트 등 여성복에서부터 점차 낮아지기 시작했다.올해는 남성의 가슴과 배꼽도 자유로워졌다.노출하는 남성은 왠지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듯해 보였지만 이제는 ‘옷 좀 입는다.’는 평을 들으려면 좀더 과감한 패션에 도전해야 한다. 긴 목선과 아래로 살짝 드러나는 가슴을 강조하는 ‘클리비지 룩’이나 복부가 드러나도록 ‘벨리 컷’된 바지를 입어 걸을 때마다 날리는 셔츠자락 사이로 드러나는 배꼽이 포인트.에르메스,펜디,비비안 웨스트우드 등 해외 남성복 컬렉션에서 보여졌지만 국내에도 남성의 성적 매력이 표현되면서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오스틴리드의 김수진 디자인실장은 “과거 남성의 가슴을 드러내는 패션은 천박함과 성의 상품화라는 의미가 강해 부정적이었다.”며 “최근에는 야하기만한 패션이 아니라 부드러운 남성성과 섹슈얼한 남성상의 강점을 최대한 강조하는 긍정적인 패션 스타일로 표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lotus@seoul.co.kr˝
  • [방황하는 과학영재] ① 고3생 KAIST 외면…의·치대 진하겡 열올려

    ‘무한경쟁’이 세계 조류를 대변하는 화두가 된 지 오래다.그러나 우리나라 21세기 지식기반산업에는 ‘이공계 위기’라는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소수의 영재가 인류문명 발달을 주도해 왔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인데,과학영재교육과 우수한 고급두뇌의 지속적인 양성은 늘 뒷전이다.노벨상에 도전하는 과학영재를 조기에 발굴하기 위해 설립된 과학고와 카이스트의 영재교육 실태를 짚어보고,방황하는 과학영재들에게 제자리를 찾아주며,이공계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을 모색해 본다. 과학고등학교는 이상한 수업을 한다.2학년 1학기까지는 수준 높은 ‘영재(英才)교육’을 받다가 그 이후에는 ‘범재(凡才)교육’으로 뒷걸음친다.과학영재 조기 발굴과 잠재능력 개발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고가 일반대학 의대 진학 등을 위해 수능대비 수업을 하기 때문이다. 1983년,국내에서 처음으로 경기도 수원시 송죽동에 경기과학고가 설립된 이후 전국 16개 시·도에 과학고가 설립됐다.전국 과학고 한 학년 전체 정원은 1200여명.과학고생들은 2학년을 마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조기 진학해 20대 박사가 되는 꿈을 꾼다.그러나 실제로 카이스트에 조기 진학하는 경우는 3분의1인 400여명.나머지 학생들은 소수가 3학년때 카이스트에 재도전 하지만 대다수는 일반대학 의대·치대·한의대 진학 등을 목표로 공부한다. ●카이스트 합격한 65명중 25명 다른 대학으로 과학고 내신이 카이스트에 충분히 합격 가능한 상위권 학생들이 의·치대에 진학하기 위해 조기 진학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과학고 3학년때 카이스트와 의·치대에 중복 합격할 경우 대부분 카이스트를 외면한다.2004학년도 입시에서 카이스트에 합격한 과학고 3년생 65명 가운데 25명은 다른 대학으로 갔다.이 때문에 과학고가 본래 설립 취지와 다르게 입시 위주의 교육기관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과학고는 실패작’이라는 혹평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과학고를 졸업하고 올해 서울대 의대에 진학한 이모(19)군은 “가난한 물리학자가 돼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느냐,신분과 수입이 보장되는 의사가 되느냐를 놓고 고민하다가 의대를 선택했다.”며 “과학자를 우대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과학영재들이 의대를 선택하는 바람을 막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역시 과학고 출신인 경희대 한의대 1년 김모(18)군은 “카이스트에 갈 성적이 됐지만 부모의 권유로 한의대에 진학했다.”면서 “앞날이 막연한 이공계보다 장래가 확실한 길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과학고가 이렇게 된 것은 ‘흔들리는 교육정책’과 ‘부실한 과학기술 육성 정책’ 때문이라는 분석이다.과학고가 정상화되지 못하는 것은 우선 자치단체마다 앞다퉈 과학고를 설립하면서 정원이 크게 늘었기 때문.카이스트가 한해 선발하는 입학정원 600명보다 배 이상 많아 이들을 모두 수용할 수 없는 실정이다.이 때문에 우수과학자 양성을 위한 과학고-카이스트 연계교육에 차질이 발생한다.특히 과학기술 인력에 대한 푸대접으로 이공계 위기가 몰아닥치면서 우수한 과학영재들이 의·치대 진학으로 발길을 돌리곤 한다.카이스트에 진학해 힘든 공부를 해도 장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불안 탓이다. 카이스트는 과학기술부 산하이고 과학고는 교육부 산하여서 정원조정,입시정책 등에서 손발이 맞지 않는 것도 과학고가 정부의 중장기 정책에서 소외되는 주요인으로 꼽힌다. 더구나 과학고는 ▲고교평준화에 배치 ▲특목고 입시과열 ▲새로운 입시명문 등장 등을 이유로 1999년부터 수능성적이 내신으로 반영되는 비교내신제가 철폐됐다. 이 때문에 카이스트 대신 일반대 이공계를 진학하려는 과학고생들이 내신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급기야는 우수한 영재들이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치르는 것이 일반화 됐다.매년 10월에는 과학고생들이 대거 자퇴하고 학원가로 몰리는 기현상이 반복된다.일부 학생들은 국내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외국유학을 떠난다.불합리한 입시제도 때문에 서울대 등 국내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지만 MIT를 비롯한 외국의 초일류 대학에 진학한 웃지 못할 경우도 적지 않다. ●비교내신 철폐… 검정고시·유학 눈돌려 과학영재교육발전방안을 연구한 인천대 박인호 교수는 “과학고 교육이 입시위주로 흐를 경우 우리나라 과학교육의 미래는 없다.”면서 “과학고가 본래 기능을 회복하도록 범국가적 차원의 법적·행정적 지원과 협조체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과학고 정상화 방안의 하나로 1200여명인 과학고의 정원을 800명 수준으로 줄이고,카이스트 정원은 현재보다 100명 많은 700명으로 늘려 고등학교-대학교 연계교육을 활성화함으로써 고급두뇌를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우수학생을 세계적인 과학자로 양성하기 위한 국비유학제도 시행,수학·과학 우수 학생의 이공계 진학시 수능면제 또는 가산점 부여 등 대안도 제시했다. 이같은 소수 영재를 위한 특별대책은 필요성을 인정받으면서도 사실상 시행되지 못하는데 문제가 있다.대다수 학부모들이 시장경제와 경쟁사회 지향이라는 원칙에는 동의한다.하지만 능력에 맞는 특별교육은 반대해 영재교육이 발을 붙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최근 들어 이공계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과학고와 카이스트를 전폭적으로 지원해 우수한 인재들이 이공계로 진학하는 기폭제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어설프고 실험적인 단기대책보다 이미 만들어진 학교를 잘 살려보자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전과학고 최인화 교감은 “과학영재들이 우수 과학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카이스트의 문호를 확대하고 이공계 입시와 장래보장 등에서 국가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서울신문 창간 100년] 아테네올림픽 신화 ‘화필기행’

    오는 8월 중순 제28회 올림픽이 열리는 그리스 아테네는 시인 존 밀턴의 말처럼 ‘그리스의 눈’ 역할을 하며 고대부터 지금까지 영원한 문화도시로 자리잡아 왔습니다.서양문명의 발상지답게 이 신화의 도시에는 인류의 귀중한 유적과 유물이 가득합니다. 조각가 피디아스의 숨결이 살아 있는 파르테논 신전,세련된 미노아 문명을 보여주는 크노소스 궁전,원형 사원 톨로스 등 찬란한 유산은 그리스를 언제라도 가고 싶은 매혹의 나라로 만들고 있습니다. 서울신문사는 올해 창간 100주년을 맞아 사비나미술관과 함께 고대 그리스 문명의 흔적을 탐색하는 대규모 기획특집 시리즈 ‘아테네올림픽 신화 화필(畵筆)기행’을 마련합니다.아테네 올림픽을 앞두고 그리스 문명의 뿌리를 살펴보는 고품격 역사 문화탐방 프로젝트입니다.서울신문사는 7월부터 그리스 문명의 현장에서 12명의 화가들이 직접 보고 느낀 것을 형상화한 그림을 관련 글과 함께 주 2회 지면에 싣습니다.이어 8∼9월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에서 ‘그리스 화필기행’전도 열 예정입니다. 참여 화가는 김봉준·김성호·김홍주·박병춘·박은선·안창홍·이강화·이만수·이종빈·정정엽·최민화·홍성담 등 화단에서 역량을 인정받는 중진작가들입니다.본사 문화부 김종면 차장과 미술사학자 노성두씨,사비나미술관 큐레이터 김준기씨도 동행 취재합니다. 시공을 뛰어넘는 위대한 그리스 문명으로의 지상여행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 그리스신화 한국 정서로 읽는다

    오는 8월 13일부터 29일까지 아테네에서 열리는 제28회 하계올림픽에 앞서 기획한 ‘아테네올림픽 신화 화필기행’은 수많은 신화와 설화의 무대가 된 아테네와 인근 주요도시의 유적들을 찾아가 한국인의 정서와 상상력으로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풀어낸다. ‘아테네올림픽 신화 화필기행’ 참여 작가 12명과 관계자들은 20일 아테네 출발에 앞서 17일 사비나미술관에서 3시간 넘게 마라톤 워크숍을 열고 작품의 방향과 ‘집단창작’ 구상에 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작가들은 시간,공간보다는 주제별로 접근해야 한층 호소력을 지닐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이날 ‘그리스 특강’을 한 미술사학자 노성두(45)씨는 일단 신화·영웅·스포츠·종교·누드·전쟁·죽음·건축 같은 키워드를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하지만 현장감각이 중요한 만큼 작가들이 도식적으로 특정 주제를 맡지는 않기로 했다.경기도 양평 선바위 마을에서 작업에 몰두해온 작가 안창홍(51)씨는 “전쟁이라는 하나의 현상을 놓고도 작가들이 갖는 인식의 차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크다.”며 자유로운 창작혼을 강조했다.작가들은 아테네에서의 현장토론을 통해 화제가 될 만한 주제를 다양하게 변주해나가기로 다짐했다. 그리스 하면 무엇보다 먼저 떠오르는 게 그리스 신화다.청동기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그리스 신화는 수많은 예술가들의 영감의 원천이 돼 왔다.세계의 신화들이 대부분 음유시인들의 희미한 기억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리스 신화만큼은 여전히 심장의 고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그 생명력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작가들은 7박8일간의 아테네 취재기간 중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오른 파르테논 신전을 비롯해 니케 신전,포세이돈 신전,델포이의 톨로스 원형 신전 등 주요 신들의 거처를 찾아가 그 신비로운 맥박을 짚어낸다.저마다 자별한 상상력의 프리즘을 통해 독특한 빛깔의 ‘신전 작품’으로 다시 꾸민다.여기에 감상 포인트가 있다. 아테네 올림픽을 눈앞에 두고 있는 만큼 고대 올림픽 경기가 개최된 올림피아 성지는 작가들의 주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기원전 2∼3세기 레슬링이나 투창,원반던지기 연습을 했던 옛 올림픽 훈련장은 이제 기둥만 늘어선 폐허로 변했다.최초의 고대 올림픽 경기에 참가한 것으로 전해지는 괴력의 사나이 헤라클레스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작가들이 과연 이 그리스신화 최고의 영웅으로부터 어떤 화재(畵材)를 끌어낼지 궁금증을 더한다. 그리스를 포함한 지중해 지역은 다양한 문화가 쉼없이 흥망성쇠를 거듭하던 곳이다.그런 만큼 지중해 세계의 가장 큰 매력은 다채로운 문화적 체험이 가능하다는 점이다.그러나 지중해 문명은 우리에게 익숙한 듯하면서도 낯설다.정보와 지식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다.그나마 지중해 문명에 관해 우리가 얻는 상식은 대부분 서양의 문헌에 의존한다.‘아테네올림픽 신화 화필기행’은 그리스,나아가 지중해 문명에 다양한 ‘한국적’ 감성으로 접근한다.그동안 그리스 기행 그림들이 단편적으로 선보이기는 했지만 이처럼 일급 화가군이 대규모로 현장을 찾기는 처음이다.화단 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종면기자 jmkim@˝
  • [열린세상] ‘희생자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자/김진호 당대비평 주간 목사

    드디어 총선이 끝났다.항상 그런 느낌이지만,휘몰아치듯 지나간 선거 태풍은 퍽도 거세다. 방송은 저녁 6시를 카운트다운으로 시작하더니,밤새도록 누가 당선됐고,어느 당이 성공했고,지방색은 어땠고,계급적 성향이 어떻게 영향을 미쳤고,‘탄풍’,‘박풍’,‘추풍’,‘노풍’ 등등은 어땠는지를 분석한다.아마 며칠이 지나도록 신문과 방송은 이 얘기를 끝도 없이 우려먹겠지.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다.공적이든 사적이든 만남이 있는 곳곳에서 사람들과 그 얘기를 나눴고,얼마간은 그렇게 하겠지. 선거 결과는,대체로 주변 사람들 거의 대부분에게 꽤나 만족스러운 것처럼 보인다.내게도 그다지 나쁘진 않다.한데 마음이 좀 찜찜하다.실은 한달쯤 전에 한 사람이 내게 던진 질문이 계속 나를 성가시게 했기 때문이다. 한동안 연일 보도됐던 아이들의 유괴,소녀들을 포함한 부녀자의 강간,자녀 학대,노인 학대,그리고 이들 피해자들을 죽이기까지 하는 끔찍한 사건 소식에 접하면서 그는,왜 사회의 실패자들이 자신보다 약자에게 분노를 터뜨리는지에 대해 말해달라고 했다.피 튀기는 생존 경쟁에서 패배한 자들이 자신을 포기하기로 맘먹은 그 순간에 왜 자신의 완력을 약자에게 휘두르는지,바로 그 사실이 그는 너무나 안타까웠던 것이다. 몇 년 전 TV 외화 ‘X파일’의 한 에피소드는 자기 몸에서 ‘지방’을 합성해내지 못하는 돌연변이 남자가 뚱뚱한 여자들을 연쇄 살해하는 얘기였다.남자는 인터넷 채팅을 통해서 희생자를 골랐다.그런데 이들 희생자는 한결같이 뚱뚱한 젊은 여자였다.남자들과의 만남이 두려워서 인터넷 대화에 몰두했던 여인들은 이 돌연변이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돌연변이는 지방을 그녀들의 몸에서 흡수함으로써 살아간다.문명의 희생자인 돌연변이는 또 다른 희생자를 공격해야만 한다는 비극이 이 에피소드의 요지인 것이다. 어쩌면 유괴,강간,학대,살해를 저지른 우리 사회의 돌연변이들은 그런 행위들 속에서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항상 누군가에 의해 패배하고 좌절하는 것만이 아니라,다른 누군가를 이길 수 있고,그 희생자에게 절망을 안겨줄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증명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총선은 우리 사회에서 꽤나 성공한 사람들의 잔치다.후보자들은 대개 인생에서 실패의 경험보다는 성공의 경험이 월등히 많은 사람들이다.기회가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그만큼 자신을 잘 관리한 대가이기도 하다.물론 큰 정당 소속일수록 대체로 더욱 성공적인 사람들이다.그런데 그런 정당의 선거 대표자들이 예외 없이 자신의 몸을 학대하면서 선거를 치렀다.‘자해’는 자신의 몸에 실패의 흔적을 남기는 행위다.사람들은 그들의 자해를 보면서,저 대단한 사람들의 고통을 안쓰러워하기도 하고,그 고통이 평범한 자기 자신의 실패의 쓰라림이기라도 한 양 공감하는 위안을 얻기도 한다. 그런데 이들 대표자들은,나를 괴롭힌 그 어려운 질문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을까? 최후까지 몰린 실패자들도 성공의 가학성에 취하고 싶어 하는 문명의 저주를 푸는 비법을 그들은 알고 있을까?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데 꽤나 효과적이었던 ‘자해’,그것의 기억은 그들로 하여금 성공주의 사회의 저주받은 이들에게 가해지는 형벌을 느끼게 해 줄까? 나도 예외는 아니겠지만,자해를 행한,각 당의 선거 대표자들의 입에서는 ‘승리’라는 말이 떠나질 않았다.이겨야만 하는 게임은 이렇게 지나갔지만 그 결과는 우리 모두를 이 경쟁의 논리 속으로 계속 붙잡아 놓을 것이다.미디어는 그런 흥분을 유지하고 싶어 할 것이고,정치인들도 이 흥분을 가라앉히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엔 빨리 여기서 탈출해야 한다.한동안 미디어를 온통 채웠던 그 문명의 저주에 관한 기억을 얼른 다시 떠올려야 한다.왜냐하면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를 향한,실패자들의 저주받은 가학성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진호 당대비평 주간 목사˝
  • [이경기의 스크린1인치] 영화속 건축가는 외로워

    “ 같이 앉죠.” “그래요.” “혹시 당신의 직업은 건축가?” “아뇨! 전 고기를 상대하죠.그래서 손에서 냄새가 나요!” 현재 상영중인 로맨틱 코미디 ‘첫 키스만 50번째’의 대사의 일부다. 하와이 해양 동물원에서 수의사로 일하고 있는 헨리(애덤 샌들러).하와이로 휴양온 여러 여자들을 유혹해 소일하고 있다.그는 그러나 돈을 모아 알래스카로 이주해 해마를 연구하면서 노년을 보내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여성을 단순한 유흥 대상으로 여겼던 그는 어느날 레스토랑에서 와플로 집을 짓고 있는 미술 교사 루시(드루 배리모어)를 만나자 사랑을 느끼게 된다.환심을 사기 위해 합석을 요구했을 때 그녀는 그에게 건축가가 아니냐고 묻는다. 1980년 이후 할리우드에서 공개되고 있는 작품속에서 남자들의 직업 분포도를 보면 건축가로 설정된 영화들이 의외로 많다.많은 직종 가운데 건축가가 많이 등장하는 이유는 뭘까.영화 전문지 ‘프리미어’는 인간의 삶에서 건물의 조화가 중요한 덕목이듯 건축가는 인간 관계의 원활한 교분을 이어주는 대표적인 직업으로 평가하고 있다.번잡스러운 도시 생활을 하는 이들에게는 일종의 정서적 위안을 제공하는 직업이라는 것이다.건축가들이 영화속 주인공으로 자주 선택되는 이유다.반면 뉴스위크 칼럼니스트 제니퍼 바렛은 다르게 접근한다.건축가들은 마천루로 상징되는 미국의 물질 문명을 조성하는데 절대적인 기여를 한 주역이다.그렇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조물주의 분노를 일으켜 거대한 바벨탑이 일순간 잿더미로 변한 것처럼 인간이 만들어낸 조형물들이 어느 순간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이 때문에 영화속에 묘사되고 있는 건축가들은 외형적인 성공을 했지만 내면적으로는 사랑에 실패하고 늘상 안주하지 못하는 방랑자역으로 단골 묘사되고 있다는 이색 진단을 내놓고 있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1993년)에서 조강지처를 잃은 뒤 아들을 홀로 키우고 있는 홀아비 건축가 샘(톰 행크스)은 자격지심으로 여성들과의 사교 모임을 꺼리는 소심한 중년 남자로 일상을 보내고 있다.어느날 라디오 프로를 통해 아빠를 위한 새 엄마를 구한다는 아들의 편지 사연이 계기가 돼 미모의 신문 여기자 애니(멕 라이언)를 새로운 반려자로 맞이한다는 동화 같은 내용을 묘사했다. 피터 웨어 감독의 ‘피어리스’(1993년)에서는 실력을 인정 받고 있는 건축가 막스(제프 브리지스)가 비행기 추락 사고 와중에 극적으로 생존한 뒤 정신적인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해 고충을 겪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아내 다이애나(데미 무어)는 부동산 중개업자,남편 데이비드(우디 하렐슨)는 건축가.맞벌이 부부는 극심한 불황으로 소득이 격감하자 매월 지불해야 될 여러 세금을 상환하기 위해 카지노에서 도박을 시도한다.하지만 갖고 있던 현금 재산을 거의 날리게 된 이들 부부는 난감해 한다. 이런 위급한 때 백만장자 신사 존(로버트 레드퍼드)은 데이비드에게 아내를 하룻밤만 대여해 주면 100만달러를 지불하겠다는 제의를 하자 이를 흔쾌히 받아들이지만 데이트를 끝내고 돌아온 아내의 행적을 끈질기게 추궁하면서 부부 사이가 위기를 맞게 된다.몇 가지 사례에서 엿볼 수 있듯이 영화속 건축가들은 외면적으로는 합리적인 성품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괴팍하고 복잡한 사생활을 유지하고 있거나 사랑에 실패하거나 결혼 생활이 원만하지 못한 인물로 단골 묘사되고 있다.˝
  • [15일 TV 하이라이트]

    ●즐거운 문화읽기(오전 11시) 평생 우리가 해야 하는 공부에 담긴 문학적 의미를 되새긴다.또 청소년 래퍼들이 당·송시를 랩으로 만들어 부르면서 새로운 문화충돌을 경험하는 현장도 영상에 담는다.마지막으로 ‘성 타즈마할’‘56억 7천만년의 고독’등의 시집을 낸 함성호 시인,천진한 모습으로 도시의 문명을 비판하는 건설적 허무주의자의 모습을 살펴본다. ●총선 2004(오후 5시) 총선 선거일을 맞아 투·개표 상황을 신속하게 전달하기 위해 오후 5시부터 뉴스특보 ‘총선 2004’를 편성해 16일 오전 9시까지 특별 방송한다.특히 투표가 마감되는 오후 5시부터는 전국 주요 개표장을 중계차 등으로 연결해 개표상황과 후보자별 득표 전망 등을 중점 보도해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문화센터(오전 11시) 이전의 드레스와는 달리 실용적이고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는 A라인 드레스 만들기에 도전해 본다.먼저 다양한 드레스 디자인을 미니어처 형태로 감상해 보고,A라인 드레스 만들기에 필요한 기본 재료와 방법 등을 알아본다.옷이 완성된 후의 장식을 위한 디자인,드레스 뒤에 다는 리본의 형태 등을 살펴본다. ●1050정면승부(오후 11시) 가족과 연인들이 즐길 수 있는 경기도의 숨어있는 환상 여행코스를 알아본다.작지만 있을 건 다 있는 시골장터의 매력,장호원 5일장과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는 이천쌀밥의 진수를 맛보는 최고의 여행 코스,봄나들이 최고의 코스인 설봉공원,이천을 확실히 느낄 수 있는 도자기 마을 등을 찾아간다. ●청혼(오전 8시30분) 세련과 수정이 경희 떡집으로 찾아와 남희와 말다툼을 한다.그 와중에서도 경희는 세련의 말실수를 놓치지 않는다.우경은 경희로부터 오여사가 한 짓이 아니라고 전해듣지만 믿지 못한다.오여사를 만난 우경은, 오여사가 진범이 곧 밝혀질 것이라며 이야기를 풀어나가자 그동안 오여사를 의심하던 마음이 달라진다. ●달려라 울엄마(오후 9시20분) 영재는 친구와의 돈내기에 이기기 위해 말숙과 사귄다고 말한다.한편 보희는 지나친 카드 사용과 관련,남편에게 카드를 압수당한다.마침 마음에 드는 원피스를 발견한 보희는 이 옷을 사지 못하게 되자 남편이 바람피는 것을 꼬투리 잡는다.보희는 영애와 승현에게 남편을 유혹해 달라고 부탁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찔레꽃(오전 8시5분) 성희는 소진에게 더이상 명욱을 만나지 말라고 한다.집앞에서 유경을 바래다 주는 민규를 만난 성희는 따뜻한 눈길을 보낸다.신자와 동업한 것을 알게 된 점례가 샤리를 다그치자,샤리는 동업계약서를 보여주며 깨끗한 관계임을 밝힌다.수옥은 옥녀·대식과 함께 준서의 병원으로 가 옥녀의 마음을 풀어주려 애쓴다. ˝
  • [Doctor & Disease] 이상일 삼성서울병원 알레르기 센터장

    물을 찾아 우물을 팔 경우 중요한 점은 한 곳을 파야 한다는 것이다.이곳저곳 옮겨 파다가는 끝내 물맛을 못볼지도 모른다.최근들어 ‘창궐’이랄 정도로 늘어난 아토피성 피부염 치료에도 이 ‘우물론’은 유효하다.이런저런 얘기에 귀가 솔깃해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으로 병을 키우거나,금방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이 병원,저 병원 기웃거리는 것은 금물이다. ●아토피, 문명과 인체가 충돌하는 병 “아토피성 피부염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기본’을 지키는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기본’이란 게 알고 보면 너무 쉬워 더러는 ‘이걸로 정말 치료가 될까?’하고 의아해 하는 사람도 있지만,아직 이 ‘기본’을 능가하는 치료법은 없습니다.” 삼성서울병원 알레르기센터장을 맡고 있는 소아과 이상일(58) 박사의 아토피성 피부염에 관한 견해는 자신있고 명쾌하다.그가 말하는 ‘기본’이란 도대체 뭘까. “아토피성 피부염은 문명과 인체가 충돌하는 병증이라고 보면 됩니다.그걸 이해하면 답이 나오지 않습니까? 제가 말하는 기본이란 크게 3가지로 요약됩니다.첫째가 식품문화고,둘째는 주거문화,셋째는 위생문화입니다.이 안에 답이 다 들어있는데,너무 쉽습니까?” ●나쁘다고 무조건 안먹어도 문제 계속 그의 설명을 듣자.“사실,요즘은 상품화된 식품이 워낙 많고 첨가물도 다양해 이걸 대상으로 아토피성 피부염과의 상관성을 낱낱이 규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는 계란,우유,메밀,콩 등이 문제의 식품으로 꼽히는데,가족 중에 아토피성 피부염을 앓는 사람이 있다면 우선 계란을 갖고 시험해 해보세요.그걸 일정 기간 안먹였더니 증세가 호전됐다면 계란이 문제인거죠.이런 식으로 자주 먹는 식품을 검증해 나가면 자연스레 먹어도 되는 식품과 먹어서는 안될 식품이 구분됩니다.” 이 부분에서 그는 성장기 어린이나 청소년들의 영양실조를 거론했다.“이런 검증없이 남의 말만 듣고 음식을 가리다 보면 애들 영양실조가 옵니다.그런 경우를 종종 봤어요.그런 방식은 불합리합니다.일정 기간 식품일지를 작성하면서 내 아이에게 안맞는 음식을 가려내야지,남의 아이가 닭고기에 이상반응을 보인다고 내 애에게도 그걸 먹이지 않으면 주먹구구지요.쉽게 말하자면,유아를 포함한 어린이들에게는 일반적·보편적인 것을 먹이는 게 좋습니다.비싼 수입식품이나 특별히 개발했다는 것들,대부분 문제가 있지요.그런 검증되지 않은 식품보다 예부터 먹여온 것을 먹이는 게 과학적이겠지요.” ●건조한 주거환경… 악순환 계속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을 가린다는 게 쉽지 않을 텐데. -물론이다.계란만 하더라도 집에서 삶아 먹고,부쳐 먹는 게 전부가 아니다.전,튀김,오뎅,우동,소시지는 물론 튀김가루에도 계란이 들어간다.그걸 가려 먹는 게 지혜인데,그런 과정이 정 귀찮다면 아예 쌀로 된 식품만을 먹이는 것도 좋다.쌀은 알레르기 반응이 거의 없는 식품이다. 주거문화는 어떤가. -아파트 등 건조한 도시 주거가 문제다.생활환경이 너무 건조해 항상 피부가 바싹 말라 있다.또 이런 환경에서는 주요 알레르기 항원으로 작용하는 집먼지진드기가 왕성하게 서식한다.알다시피 집먼지진드기는 피부부스러기를 먹고 자란다.이 진드기가 가려움증을 유발하고,가려우니 긁고,긁으니 상태가 악화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위생문화는 아토피성 피부염과 어떤 상관성이 있나. -가장 최신 학설이 위생가설이다.인체의 면역에 관련된 T림프구에는 세균감염에 작용하는 TH-1과 알레르기에 작용하는 TH-2라는 세포가 따로 있는데,이 가운데 TH-2의 기능이 저하돼 아토피성 피부염이 발현된다는 것으로,학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안일한 대처… 의사들 반성해야 그는 이런 고백도 덧붙였다.“과거 우리나라에는 아토피를 전문으로 공부한 의사가 많지 않았어요.그래서 환자가 찾아오면 ‘그냥 놔두면 낫는 병’이라고 말하곤 했는데,그런 대응이 의학적 치료의 불신을 초래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반성해야 할 부분입니다.” 우리나라의 발병 실태는 어떤가. -가장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학령기(초등학생) 아동의 10∼15%가 아토피성 피부염을 갖고 있으며,12∼15세가 되면 7.3% 정도로 준다.인종적 차이는 있지만,학령기 유병률은 뉴질랜드의 30%,일본의 25%에 비해 낮다.다행인 것은 최근들어 증가세가 크게 누그러졌다는 점이다. 유전적 요인도 작용하나. -아토피라는 용어에서 보듯 유전적 소인이 강하다.그러나 유전적 소인이 있더라도 식품이나 주거 등 발병에 유리한 환경에 노출되지 않으면 발현되지 않는다.도시화와 함께 환자가 급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진단 기준은 무엇인가. -그게 단순하지 않다.일반적으로는 피부가 건조하고 가려움증이 심하다.또 거칠게 손상된 피부가 붉게 변하며 더러 진물이 나오기도 한다.예외도 있지만,이런 경우 검사를 통해 특정 음식에 반응하는 면역글로브린E와 백혈구의 증가 여부를 확인해 진단한다. 치료가 가능한 질환인가. -사실,성인이 되면서 100명중 99명은 자연치유되는 질병이다.더러는 이걸 평생 안고 살아야 하는 불치병으로 여겨 불안해 하는데,그건 오해다.문제는 이걸 단번에,빨리 낫게 해준다며 이런저런 위험한 치료법으로 유혹하거나,거기에 현혹되는 사람이 뜻밖에 많다는 점이다.그런 치료법은 대부분은 병증을 최악으로 만들어 병원을 찾게 한다.당연히 치료도 어렵다.다시 말하지만 아토피성 피부염은 기본만 지키면 90%는 치료된다. ●기본론, 아토피 세대에의 경고 그의 ‘기본론’은 일견 상식적 얘기같지만,그 상식을 이해하지 못해 애는 애대로,어른은 어른대로 속앓이를 하는 이른바 ‘아토피 세대’에 보내는 하나의 준엄한 경고였다.그래서 ‘먹거리 때문에 요란을 떨기 보다는 부작용이 철저히 검증되지 않은 상품화된 식품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덧붙였다.“신생아에게 분유 대신 모유를 먹이는 것과 같이 자연스러운 것이 기본이고 상식이지요.”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 ■ 이상일 박사 △서울대의대 박사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소아알레르기·면역학과 전임의 및 일본동애기념병원 소아호흡기·알레르기과 초청교환교수 △삼성의료원 알레르기센터장 △아시아태평양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장 △미국알레르기학회(ACAAI) 평의원 △미국알레르기천식학회(AAAAI) 국제위원 △국제천식 및 알레르기역학조사위원회 한국책임자 △세계보건기구 및 세계식량농업기구 유전자재조합식품 안전성평가 자문위원.˝
  • [이런책 어때요] 다시 읽는 한국신화/손종흠 지음

    신화는 인류문명의 모태이자 귀착점이다.신화를 통해 과거를 볼 수 있고 또한 미래를 앞당겨 볼 수도 있다.신화가 주목받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저자(방송통신대 교수)는 우리 신화의 대표격인 단군신화를 비롯, 건국신화인 주몽신화·김수로왕신화·혁거세신화,탐라국의 건국신화이자 씨족신화인 삼성혈신화 등을 다룬다.나아가 설화의 주인공으로 더 잘 알려진 서동과 온달,처용,견훤 등도 신화 속 인물로 끌어들인다.신화가 반드시 신들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고대인의 사유나 표상이 반영된 신성한 이야기란 점에서다.저자는 신화의 범주를 크게 본다.1만 2500원.˝
  • [녹색공간] 지구에 녹색 옷을 입히자/오정수 국립산림과학원 산림환경부장

    요즈음 중국의 역동적인 발전상이 심심찮게 화제가 되고 있다.전세계인구의 4분의1을 차지하는 나라가 산업혁명을 시작한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할 때마다 떠오르는 상반되는 두 가지 생각이 있다.하나는 우리나라에 미치는 경제적인 효과이며,다른 하나는 토인비가 역설한 ‘문명 앞에 숲이 있고 문명 뒤에 사막이 남는다.’라는 경고의 메시지이다.중국의 급속한 산업화로 인해 발생한 각종 오염물질들이 우리나라를 향해 날아와 우리의 건강과 깨끗한 자연환경을 위협하기 때문이다.숲은 쾌적한 자연환경과 생활환경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수많은 생물들이 서식하는 삶의 터전이다. 숲의 혜택을 돈으로 평가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지만 숲의 공익적 기능인 수원 함양,대기 정화,토사유출 방지,산림 휴양,수질 정화,토사붕괴 방지,그리고 야생동물 보호 등 7가지를 기준으로 볼 때,우리나라의 숲은 우리에게 1년간 약 50조원에 상당하는 혜택을 준다고 한다.이는 숲으로부터 국민 한 사람 당 1년에 약 106만원의 혜택을 무상으로 받고 있는 셈이 된다.이 외에도 숲은 소음 방지,기상 완화,방풍,생물종 보존 등의 환경 가치와 문학,예술,교육,종교의 문화가치를 함께 제공한다. 다시 나무 심는 계절을 맞았다.긴 겨울도 모자라 우리를 계속 움츠리게 하였던 꽃샘추위가 마침내 물러가고,온 대지를 훈풍으로 감싸는 생명의 태모(太母),새봄이 찾아온 것이다.노란 꽃망울을 터뜨린 풍년화와 산수유를 필두로 개나리와 진달래가 피었고 벚꽃도 한창이다.파란 물이 막 오른 가지들은 앞다투어 싱그러운 잎사귀와 탐스러운 형형색색의 꽃들을 피워 올릴 것이다. 검푸른 암벽과 짙푸른 물줄기와 신록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우리 산하는 선조들이 이 땅에 뿌리내리면서 우리에게 물려준 가장 값진 유산 중의 하나이며 앞으로도 수천년간 세대를 거쳐 내리 물려줄 보배 중의 보배이다.그래서 우리는 지금의 강산을 먼 훗날 이 땅을 지켜갈 후손들로부터 빌려 쓰고 있는 것으로 표현하지 않는가.선조들이 그러했듯이 오늘은 사는 우리도 깨끗한 산하를 더욱 아름답고 푸르게 가꾸어 후손들에게 보다 값진 유산으로 물려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늘어나는 인구와 도시집중화,주거 및 산업용지로 전용하기 위한 산림면적의 감소,점차 증가하는 화석연료 사용에 의한 오염물질 방출 등은 자연의 회복력을 방해하여 숲의 기능을 저해하기도 한다.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개인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내뿜은 온실가스를 흡수하려면 일생동안 592그루의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한다.작년 한 해 동안 한 사람이 가정생활,출퇴근,여행 등을 하면서 내뿜은 이산화탄소의 양은 무려 2t에 달한다.이러한 이산화탄소는 지구 온난화를 일으켜 기상재해를 발생시키고,해수면을 상승시켜 해안 저지대를 잠기게 한다.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태풍,홍수,폭설 등의 기상이변 현상도 아마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나무를 많이 심어 산림의 푸름을 지속시키는 것이다.냉난방을 위해 268그루,자동차 운행을 위해 222그루,가전제품 사용을 위해 32그루,비행기를 타기 위해 29그루,취사를 위해 24그루의 나무가 필요하며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 환경을 훼손시키는 행위를 통해 후손들에게 진 빚을 나무를 심어 갚자는 것이다. 깨끗한 물,맑은 공기,아름다운 경치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나무를 지속적으로 심고 적극적으로 숲을 가꾸며 산불 및 병충해로부터 숲을 보호할 때만이,살아있는 건강한 숲을 만날 수 있다. 나무를 심는다는 것은 지구생태계의 구성원인 인간과 모든 생명체들에게 환희를 주는 가장 숭고한 행위예술이며,지구에 옷을 입히는 패션디자인인 동시에 나눔의 완성인 것이다.˝
  • 영천서 2000년전 청동·철제무기 출토

    경북 영천시 고경면 용전기 농가 밭에서 2000년 전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한 목관묘가 발견돼 쇠뇌(방아쇠를 당겨 쏘는 기계식 화살)의 청동제 방아틀 뭉치(노기),청동꺾창,화살촉,도끼 등 고대 청동 및 철제 무기류가 쏟아져 나왔다. 이 목관묘는 지난해 12월29일 포도밭을 개량하기 위한 공사 중에 발견돼 각종 유물들이 출토됐으며,그후 국립경주박물관(관장 박영복)이 긴급조사를 벌여왔다. 4일 조사단에 따르면 조사 전에 이미 청동투겁창,쇠투겁창 등 15점의 유물이 나왔다.조사단은 이후 청동꺾창집,청동노기,쇠투껍창,쇠화살촉 등 기원 전후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금속제 유물 20여점을 추가로 발굴했다.목관묘 1기도 새로 발견해 조사 중이어서 출토 유물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목관묘는 기원 전 1∼2세기에 나타나기 시작해 기원 전후를 거쳐 기원후 2세기 무렵까지 영남지방 전역에 퍼진 무덤이다. 이 중 쇠뇌 청동제 방아틀 뭉치는 한강 이남에서는 처음으로 발굴되었으며,평양 석암리 등에서 출토된 쇠뇌 방아틀보다 보존상태가 훨씬 양호해 학계의 눈길을 모으고 있다.청동꺾창집도 현재까지 발견된 것보다 보존 상태,문양 등이 완형에 가까워 희귀 유물로 평가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관계자는 “이 유물들은 기원 전후에 영남 지역에 고도의 금속 문명이 뿌리내렸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무덤의 주인공은 신라 건국과 관련이 있는 지역세력의 우두머리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호기자 kimus@˝
  • [사설] ‘기초예술 위기’ 절규도 들어야

    순수 예술이 빈사의 늪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어제 한국예술문화단체 총연합회(예총)와 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등 보수·진보를 망라한 60개 문화예술단체들이 ‘기초예술 살리기 범문화예술인 연대’를 출범시킨 것은 존폐의 갈림길에 선 순수예술 종사자들의 최후의 절규로 들린다.오죽했으면 ‘순수예술’이란 용어를 포기하고 ‘기초기술’이란 새로운 담론까지 내놓게 되었는지,안타깝고 씁쓸하다. 순수예술은 말할 것도 없이 새롭게 산업의 총아로 등장한 영화,연예 등 문화산업의 콘텐츠 공급 창구이다.그러나 특정 산업의 ‘기초’가 되는 점을 내세우지 않아도 순수예술의 존재가치는 자명하다.예술 체험을 통한 정신의 고양은 세상의 모든 존재 속에서 인간만이 추구할 수 있는 특권이기 때문이다.그런 의미에서 문명화가 고도로 진행된 21세기가 ‘문화의 세기’를 선언하고 삶의 목적을 물질적 풍요에서 문화적 풍요로 바꿔가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시대를 거꾸로 가고 있다.통계에 따르면 영화를 제외한 연극,미술,음악,전통예술,무용 등 국민의 순수예술 관람률은 해마다 줄고 있다.지난해 문학 출판 판매량은 전년도보다 3분2나 감소했으며 문화예술인들의 약 3분의1은 월수입이 없는 실정이다.이같은 상황에도 문화예술진흥기금 모금은 폐지되고 후속 대책으로 제시된 문예진흥법 개정안은 국회의 정쟁 속에 무산됐으니 문화예술계에서 탄식이 흘러나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정부와 정치권은 양 진영의 문화예술계가 손잡고 절규하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 [문화마당] 환경의 역습/백지연 문학평론가

    작년에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우리의 주거환경을 둘러싼 오염 문제를 고발하는 다큐멘터리가 소개되어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았다.신규건축물에 대한 환경적 고려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우리의 주거 현실을 파헤친 방송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새 집 증후군’을 경험한 것을 계기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는 감독은 얼마 전 그 공로를 인정받아 상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갓난 아기와 함께 새 아파트에 입주한 지 몇 달 되지 않은 내게 환경과 건강은 일상적인 걱정거리가 되었다.입주하기 전 보일러를 가동하고 탈취제를 뿌리고 숯을 갖다놓고 공기 청정기를 돌리는 등 법석을 떨었지만 문을 닫아놓으면 알 수 없는 유해 가스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듯한 느낌을 떨칠 수 없다.유독 물질이 쌓여 있는 공간으로 돈을 주고 걸어 들어가면서 그것을 제거하기 위해서 또 다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 억울하기도 했다.건강을 위협하는 모든 화학적 도구로 치장되어 있음을 버젓이 알면서도 새 아파트의 산뜻한 외양에 잠시 혹했던 내 자신을 뒤늦게 탓해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문명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은 싫든 좋든 ‘환경의 역습’이 주는 공포와 긴장을 견디며 살아야 한다.따뜻한 봄바람이 부는 계절이지만 오염물질이 섞인 황사바람이 올까 걱정되어서 거실 창문도 마음대로 열어놓지 못한다.아침에 일어나서 뿌옇게 안개 낀 하늘을 보는 것도 일상적인 일이 되어버렸다.이렇게 오염된 환경 속에서 ‘웰빙’이니 ‘아침형 인간’이니 ‘몸짱 만들기’ 같은 유행어들은 소비적이고 표피적인 건강 구호에 불과할 뿐이다.유기농 식품을 먹고 적당한 운동과 절제된 라이프 스타일로 삶을 관리하는 소극적인 해결 방식은 결코 ‘환경의 역습’을 막아내지 못하는 것이다. 얼마 전 읽게 된 산드라 스타인그래버의 ‘모성 혁명’은 그런 점에서 문명인들의 삶을 근원적으로 돌아보게 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이 책은 얼핏 보기에 임신부와 태아에 관한 이야기,모유수유의 필요성에 대해 실질적인 지식을 제공하는 실용서로 보인다.그러나 과학자인 임신부가 생체적인 변화를 해석해 가는 과정은 단순한 지식습득의 차원을 넘어서 자연의 원리에 대한 성찰로 독자를 이끌어간다.한 예로 임신부가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는 산부인과 의사의 권고를 되새기며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식수가 되기 이전에,양수는 저수지를 채우고 있는 개울과 강이다.우물을 채우고 있는 지하수이다.그리고 개울과 강과 지하수이기 이전에,양수는 비이다.내가 나의 양수가 든 시험관을 손에 쥐고 있었을 때 나는 빗방울로 가득 찬 시험관을 쥐고 있는 것이다.(…) 내가 양수를 보고 있을 때 나는 오렌지 과수원에 떨어지는 비를 보고 있는 것이다.멜론 밭,축축한 땅 속의 감자,목장의 풀에 맺힌 서리를 보고 있는 것이다.” 아기를 보호하는 양수 속에 얼마나 많은 자연이 담겨 있는가에 대한 저자의 묘사는 시적이고 생동감 넘친다.인간이 자신의 몸 속에 하나의 새로운 생명을 키워서 내보내기까지 먹고 마시는 모든 것은 인간을 둘러싼 거대한 자연 그 자체다.그렇다면 그동안 무의식적으로 접해온 환경오염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무지하고 무심했던 것일까.저자의 말대로 우리가 지닌 모든 것을 한꺼번에 변화시킬 수는 없지만 작은 실천부터 시작하여 이것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이 필요한 때임을 절감한다. 백지연 문학평론가˝
  • 9일 개봉 영화 판타스틱 플래닛

    31년전 칸 영화제를 흥분시킨 애니메이션 ‘판타스틱 플래닛(La Planete Sauvage)’은 시대를 앞선 지혜가 담긴 작품이다.어느 시대건 있음직한 인간과 문명의 어두운 모습을 비추면서 문명의 야만성을 꼬집는다. 영화의 무대는 시대를 알 수 없는 이얌 행성.그곳을 지배하는 푸른 거인 트라그족들은 엄지손가락만한 옴(인간을 뜻하는 프랑스어 homme)을 애완동물처럼 기르고 있다.트라그 지도자의 딸인 티바의 사랑을 받던 옴 테어는 티바가 헤드폰으로 공부하는 과정을 엿보면서 그들의 지식을 하나씩 흡수한다.그러다 ‘지식의 헤드폰’을 훔쳐 도망친 테어는 길러지지 않은 옴들이 사는 지역으로 와서 다른 옴들에게 트라그족들의 지식과 경험을 전수해준다.이를 알게 된 트라그들이 대규모 소탕작전에 나서면서 감독의 메시지를 조금씩 드러낸다. 9일 개봉하는 ‘판타스틱‘이 지닌 미덕은 주제의 보편성에 있는 듯.트라그가 옴을 벌레 죽이듯 짓밟고 살충제를 뿌리며 살상하고 그에 맞서는 옴(인간)의 모습은 ‘31년전 애니메이션’에 머물지 않는다.강자와 약자,서양과 동양 사이에 대립으로 역사상에 늘 존재해왔다.이 작품의 원제인 ‘야만의 행성’은 그 야만성이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영화 속 강자인 트라그의 폭력성이 오만한 인류문명에 대한 경고음으로 들리는 것도 그런 이유다. 이탈리아의 부르노 보제토,러시아의 유리 놀슈타인과 더불어 세계 3대 애니메이터로 꼽히는 르네 랄루 감독은 종이를 이용한 애니메이션의 거장.종이판에다 캐릭터의 동작을 일일이 그리는 수작업에 25명의 작화가가 3년 반 동안 매달렸다.비록 화려한 3차원그래픽과 세련된 그림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화면이 거칠고 촌스럽게 보일지 모른다.하지만 그 서투름과 낯섬은 섬세하고 독특한 분위기의 그림과 더불어 동작의 여백을 남기면서 역으로 상상력을 한껏 북돋운다.애니메이션에 인색하던 칸 영화제 심사위원들도 26회 영화제에서 ‘특별상’으로 작품성을 인정했다. 이종수기자˝
  • [사설] ‘짧은 만남 긴 이별’ 이젠 바꿔야

    제9차 이산상봉 남측 방문단 1진 100명이 어제 속초로 돌아왔다.이어 남측 방문단 2진이 오늘 금강산으로 간다.한·미 군사훈련 등을 이유로 경협 실무회의 등 각종 남북회담이 미뤄지고 있는 작금의 사정에 비춰 다행스러운 일이다.앞으로도 이산상봉 합의만은 어떤 일이 있어도 지켜져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하는 심정으로 남북에 더 많은 이산가족들이 더 자주 만날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것을 촉구한다.이번에도 남측 방문단 중 96세의 최고령 할머니는 생면부지의 외손자로부터 셋째딸이 2년전 사망했다는 말을 듣고 “2년만 빨리 왔으면….”하며 통한의 눈물을 뿌렸다.남측의 경우 북측 가족과의 만남을 신청한 이산가족 12만여명 중 이미 2만명 가까이가 세상을 떠났다.생존자들도 60% 이상이 70세를 넘어선 실정이니 한번에 100명 정도 만나는 현 추세라면 태반이 통한을 풀지 못할 것이 자명하다. 이래선 안 된다.온 지구촌이 한 가족인 문명의 시대에 이념과 체제가 혈육을 갈라놓은 야만이 더이상 용인되어선 안 된다.남북은 우선 지난해 합의한 금강산 면회소 건설 사업에 가속도를 더해야 한다.특히 남북 당국 모두 이산가족 문제와 관련,발상의 전환을 하기 바란다.북측은 이산상봉이 체제 불안을 야기할 것이란 가설을 떨쳐버려야 할 것이다.최근 4년간 공식적으로만 9차례에 걸쳐 모두 8000여명이 만나고,1만 2000여명이 생사를 확인하거나 서신을 교환했지만 아무 일도 없지 않았나.이제 북한 당국도 이산상봉에 소극적일 이유가 없으며,남한 당국은 생사확인 및 서신교환,상봉 정례화,재결합 등의 해결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할 것이다.˝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독서광’프랑스인-작년 국민1인 책 평균 7.5권 구입

    프랑스인들은 소문난 독서광이다.붐비는 지하철이나 시내 버스 안에서도 가방에서 책을 꺼내 독서를 즐긴다.거리의 카페에 앉아 있는 사람들,공원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들 손에는 예외없이 책이 들려 있다.시립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보면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고 있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지난 19일부터 24일까지 파리의 포르트베르사유 전시장에서 열린 제 24회 파리도서박람회장은 새로운 ‘지성의 샘’을 발견하기 위해,작가와 직접 대화를 나누기 위해 행사장을 찾은 독서 애호가들로 연일 발디딜 틈이 없이 붐볐다.텔레비전과 비디오,DVD,컴퓨터 게임,인터넷 등 새로운 매체들이 현대인의 오락시간을 점령하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인들의 독서에 대한 식을 줄 모르는 열정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파리 함혜리특파원| 프랑스 국립통계청(INSEE) 조사에 따르면 2000년 기준으로 15세 이상의 프랑스인 5명 중 4명은 독서,영화감상,공연·콘서트 관람,박물관·전시관 방문 등 문화적인 생활을 지속적으로 영위하고 있다.문화생활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분야로 독서를 꼽은 사람은 응답자의 58%나 됐다. ●“책 없는 세상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젊은층(15∼24세)이 영화를 많이 보고,교육수준이나 생활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박물관이나 공연장을 비교적 많이 찾는 것과 달리 독서는 연령,생활 수준,거주 지역 등에 상관없이 모두가 즐기는 취미생활이다. 그랑카락테르 출판사 대표인 티에리 들라페는 “프랑스인들에게 책은 곧 자유와 평등을 의미한다.”라면서 “18세기 말 계몽주의 사상가들의 영향과 문화적·역사적 배경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들라페는 “대혁명 당시 책은 자유로운 사상과 지식의 전파에 큰 역할을 했으며 대혁명 이후에도 공화국은 국민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주기 위해 독서를 장려했다.”며 “그 전통이 이어지면서 독서에 대한 열정도 식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독서량이 많은 만큼 책을 구입하는 사람도 당연히 많다.여론조사기관인 TNS-Sofres가 최근 15세 이상 남녀 1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3년 중 프랑스인의 54%가 적어도 한 권 이상의 책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책을 구입한 이들의 평균 책 구입량은 7.5권에 이른다.특히 15∼19세의 젊은 독자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2년 5%에서 2003년에는 7%로 2%포인트 높아졌다. 파리도서박람회를 주관하는 프랑스출판협회의 세르주 에롤(에롤 출판사 대표) 회장은 “책은 프랑스 사회의 초석이며,책없는 인생은 상상도 할 수 없다.”고 한다.에롤 회장은 “컴퓨터 게임과 인터넷의 보급,콤팩트 디스크(CD) 등 새로운 매체의 출현에도 불구하고 책을 사랑하고 독서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며 “급변하는 현대 문명 속에서 전통적 가치를 재발견하는 것과 같이 프랑스인들은 독서에 대한 즐거움을 재발견하고 있다.”고 말했다 ●탄탄한 독서 인프라 프랑스인들의 독서량이 많은 것은 지적인 호기심이 강한 탓도 있지만 독서를 위한 사회 인프라가 완벽하게 갖춰진 것도 중요한 이유다.프랑스 국립도서관과 시립도서관을 비롯해 대도시는 물론 아주 작은 시골 마을까지 공공 도서관이 없는 곳이 없다.아주 작은 시골마을에는 주(州) 중앙도서관에서 순회 도서관차를 운영한다. 프랑스에서 공공 도서관은 미술원,음악원,박물관 등과 함께 시민들을 위한 문화설비망의 중요한 축을 차지한다.시가 직접 운영하며 국가에서는 공공도서관에 대한 기초설비 및 구성작업,운영비를 지원한다.시립도서관의 신축 및 확장,전산망 설치 등 기본 설비는 국가가 부담하며 주민 1만명 이하인 자치단체는 평균 운영비의 최소 60%를,1만명 혹은 그 이상인 경우 운영비의 70% 이상을 국가가 지원한다.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인구규모와 지역 특성에 맞게 공공 도서관을 운영하는데 상대적으로 낙후된 시골과 학교에 특별히 신경을 써서 주민 전체가 문화적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파리시의 면적은 동·서 12㎞,남·북 9㎞에 불과한데 국립도서관과 공공 연구실 및 대학 도서관을 제외한 시립 도서관만 65개가 있다.총 면적은 6만 3300㎡로 시민 100명당 2.97㎡의 도서관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총 보유도서는 350만권. 파리 시민들은 거주지,학교,직장 근처에 있는 시립도서관을 이용해 정기간행물과 일반 도서를 열람하거나 책을 대출할 수 있다.각 분야별 도서는 물론 어린이를 위한 아동도서,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점자책도 갖춰져 있으며 미디어테크에서는 카세트테이프,CD 등도 빌릴 수 있다. 파리시 통계에 따르면 회원으로 등록한 이용자는 파리시민의 33%인 34만 8534명이다.지난 해 850만명이 시립도서관을 찾았으며 대출건수는 1215만건에 이른다.대출건수는 2001년 1119만건,2002년 1142만건 등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크리스토프 지라르 파리시 문화담당 부시장은 “문화적 기회를 균등하게 누리도록 파리시는 1878년 이후 지속적으로 시립도서관망을 구축해 왔다.”며 “지적 호기심이 강한 파리시민들이 보다 편리하게 독서를 즐길 수 있도록 도서관 설비의 현대화와 자료의 전산화 등에 투자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독서함양 프로그램 독서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다 더 책과 가까워지도록 하고,청소년들이 독서에 대한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들도 다양하다.대표적인 행사는 매년 봄 파리에서 열리는 파리도서박람회.400개 출판사(1000여개 도서브랜드)가 회원으로 가입한 프랑스출판협회가 매년 봄 주최하는 이 행사에는 지방도시에 있는 출판사,군소 출판사,외국 출판사 등이 참여하기 때문에 독자들은 다양한 관심분야에서 새로운 책을 발굴할 수 있다.출판분야 전문가들이 나와 세미나도 하고 저자사인회를 통해 저자를 직접 만날 수도 있다. 교육·청소년부는 2004∼2005학년도를 ‘책의 해’로 정하고 학교교육에서의 책의 중요성을 재부각시키는 한편 교재·부교재를 보다 재미있고 읽기 쉽게 개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lot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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