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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집트 대사 부인과 요리cook 조리talk

    이집트 대사 부인과 요리cook 조리talk

    이집트는 유구한 역사만큼 다양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피라미드, 스핑크스, 나일강, 클레오파트라 등등…. 하지만 막상 이집트 음식 하면 특별히 떠오르는 것 없이 고개만 갸웃하기 마련이다. 아비르 헬미 이집트 대사 부인은 “초로 분위기를 돋우고 접시에 나이프와 포크 등을 차리는 서양식 식탁의 기본이 이집트에서 시작됐다.”며 “지중해 건강식의 원류가 바로 이집트 음식”이라고 자랑했다. 올리브 오일과 콩·토마토·오이 등을 많이 먹으며, 바질·타임·오레가노 등 허브와 향신료를 듬뿍 쓰는 것이 이집트 음식의 특징. 한국 음식의 맛을 장이 좌우한다면, 이집트 음식은 다양한 향신료가 맛을 가름한다. 이집트 여인들은 소금과 후추처럼 애용되는 향신료인 커민을 외국에 나갈 때 꼭 챙긴다. 마치 사막을 건너 향료를 운반하던 낙타처럼. 아비르 헬미 대사 부인은 서울 한남동 대사관저에서 일곱살 난 아들 카림을 키우며 카이로에서 가져온 커민으로 맛을 낸 음식과 함께 이집트 문화의 전령사로 활기차게 생활하고 있다. 그를 통해 역사만큼 깊은 이집트 음식의 향에 취해 봤다. 글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문명의 진원 맛의 진원 이집트 아비르 헬미 이집트 대사 부인이 직접 꾸민 응접실은 넓고 화려했다. 순도 100%의 이집트산 은으로 만든 촛대와 각종 장식품과 접시 및 남대문에서 산 싱싱한 꽃으로 꾸며진 식탁은 우아하면서도 정감이 넘쳤다. 소파와 탁자가 4세트나 갖춰진 이곳에서는 매일 저녁 파티가 열린다. 다른 나라 대사관 동료들끼리 자주 모이는 저녁 식탁에 오르는 이집트 음식에는 신선한 야채로 만든 샐러드와 렌즈콩수프, 훔머스 등 콩요리가 빠지지 않는다. “이집트는 농업국가입니다. 살충제를 많이 쓰지 않아서 민트를 요리하면 온 집안에 냄새가 퍼질 정도로 이집트 야채는 향이 강하고 신선하지요.” 렌즈콩으로 만드는 ‘팔라펠’은 유럽에서 ‘채식주의자의 햄버거’라 불릴 정도로 인기다. 팔라펠은 콩소스인 훔머스에 찍어먹는다. 부드러운 죽같은 훔머스는 땅콩 버터와 비슷한 맛이 나는데 입안 가득 고소한 맛과 마늘과 레몬이 섞인 알싸한 향을 안겨준다. ●허브와 향신료가 맛을 좌우 헬미 부인의 이집트 음식 자랑이 이어지는 중간에 마침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 카림이 뛰어들었다. 그는 아들을 위해 브로콜리 등을 넣은 야채수프를 자주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대개 야채를 먹기 싫어하잖아요. 당근을 먹으라고 강요하는 대신에 야채를 잘게 썬 수프를 끓여주는 것이 영양가도 높고 아이들에게 야채를 먹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죠.” 아이를 건강하고 활기차게 키우는 비법도 살짝 귀띔했다. 카림은 세살때부터 한국에서 자라 이제 한국을 고향으로 생각한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비빔밥과 불고기. 점심도시락으로 피자를 싸주면 싫어하고, 김밥을 싸달라고 고집해 아침마다 대사관 직원 아주머니가 일일이 김밥을 말고 써느라 고역을 치른다. 한국 사람들에겐 이집트 요리가 생소하지만 바자에 나가면 항상 준비한 음식이 부족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는 것이 헬미 부인의 자랑. 이탈리아, 터키, 그리스, 레바논 등의 음식과 비슷하고 재료도 친숙한데다 역시 맛이 있기 때문이다. 올리브 오일, 토마토, 바질, 민트, 파슬리, 타임 등을 많이 쓰는 점에서는 이탈리아 음식과 비슷하다. 닭고기나 양고기로 만든 케밥을 즐기는 점은 터키와 닮았다. 커민은 위에 좋고, 바질과 타임은 소화를 도우며, 민트는 호흡기에 좋다. ●양국 모두 큰상에서 정을 쌓아 헬미 부인은 유니세프에서 어린이의 위생을 위해 일하다 남편 아무르 헬미 대사를 만났다. 대사는 음식에 관한 인터뷰는 정중히 사양했다. 미국, 일본 등에서 각각 4년간 지냈으며 한국에 온지는 이제 3년 반째다. 이집트 음식은 대부분 담백한데다 많이 맵지 않아 처음 한국음식을 접했을 때 김치 냄새가 매우 심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아들처럼 매운 맛이 덜한 불고기와 비빔밥이다. “나물 반찬을 수십개씩 한꺼번에 내놓는 한국 상차림처럼 이집트에서도 애피타이저를 25가지씩 대접하지요. 이집트의 시어머니나 한국 친구 모두 엄청난 양의 음식을 차려놓고 많이 먹으라고 하는 점은 똑같아요.”상다리가 떡 부러지는 식탁에서 가족과 친구간의 정을 확인하는 것은 이집트나 한국이 비슷하다는 얘기다. 70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집트는 긴 역사를 가졌다는 점에서도 한국과 공통점을 가졌다. 매년 5만명 이상의 한국 사람들이 인류 문명의 원형을 보기 위해 이집트를 찾는다고 한다. 헬미 부인은 4000년전 고대 이집트인의 화장법을 공부했는데 당시 여성들이 20대 초반부터 주름살 예방에 신경쓰고, 임신선을 없애는 화장품을 만들어 사용했다며 놀라워했다. 고대 이집트 벽화를 보면 모든 여성이 가는 허리와 날씬한 배를 가졌는데 이는 청결, 날씬, 건강이 당시 유행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는 한국 여성들이 메인요리로 고기를 먹는 이집트 여성에 비해 더 날씬하다며 부러워했다. 화려한 꽃꽂이 솜씨를 자랑하는 헬미 부인이 마지막으로 조언을 하나 던졌다.“참, 야채는 이집트가 한국보다 훨씬 싸고 싱싱하지만 남대문 시장의 꽃은 이집트보다 훨씬 싸고 좋다는 걸 한국 사람들은 잘 모르더군요.” ■ 이집트 요리조리 쿡 ●팔라펠 재료 병아리콩·껍질 벗긴 잠두 각각 1컵, 다진 양파½컵, 으깬 마늘 3조각, 물 1컵, 참깨 ½컵, 병아리콩 가루 ½컵, 밀 ¼컵, 채썬 파슬리 ¼컵, 소금 ¼큰술, 빻은 커민·고수풀 각각 2작은술, 베이킹 파우더 2작은술, 고춧가루 ½작은술, 검은 후추¼작은술, 식용유 적당량. 만드는 법 (1)기름과 말린 병아리콩, 잠두를 분쇄기에 넣어 돌린다.(2)남은 재료를 모두 넣고 한 시간 동안 둔다.(3)패티를 호두 크기의 공 모양으로 만든다.(4)겉이 바삭하고 갈색이 날 때까지 375℃의 기름에 4분 동안 튀긴다.(5)피타 빵에 튀긴 팔라펠, 채썬 토마토와 양파·상추, 요구르트를 채운다. ●피타 빵 재료 이스트 2작은술, 온수 1컵, 밀가루 3컵, 소금 1작은술 만드는 법 (1)온수에 이스트를 넣어 녹인다.(2)밀가루, 소금을 섞어 체에 친 다음 (1)과 함께 섞는다.(3)몇분간 주물러 빵 반죽을 만든다.(4)반죽을 젖은 천으로 덮고 따뜻한 곳에서 3시간 동안 부풀어오르도록 놓아둔다.(5)오븐을 350℃로 예열한다.(6)반죽을 6조각으로 나눈 뒤 공처럼 만다.(7)손이나 밀대로 반죽을 둘레 5인치, 두께 ½인치로 펴준다.(8)오븐에 넣고 피타가 연한 황금빛을 띤 갈색이 될 때까지 10분간 굽는다. ●렌즈콩 수프 재료 물 2ℓ, 렌즈콩 500g, 양파 2개, 당근 2개, 토마토 1개, 커민 ½큰술, 버터 1큰술, 저민 마늘·소금 2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만드는 법 (1)냄비에 물을 끓이다가 렌즈콩과 얇게 썬 양파 1개, 당근,4등분한 토마토, 커민을 넣고 끓인다.(2)끓으면 불을 줄여 다시 15분간 끓인 뒤 식혀 믹서로 곱게 간다.(3)버터를 녹인 프라이팬에 얇게 썬 양파 1개를 중간불에서 투명해질 때까지 10분간 익히고, 마늘은 황갈색이 되도록 볶는다.(4)양파와 마늘을 (2)와 함께 냄비에 넣어 15분 끓인 뒤 소금, 후추로 간을 한다. ●스위트 핑거 재료 온수 1½컵, 설탕 ½큰술, 기름 ¼컵, 소금 약간, 밀가루 1컵, 계란 4개,설탕시럽(설탕 2½컵, 바닐라 1큰술, 물 1½컵, 레몬쥬스 ½큰술). 만드는 법 (1)설탕시럽은 모든 재료를 한데 넣고 저으면서 끓인 뒤 식혀서 따로 준비해둔다.(2)물, 소금, 기름과 밀가루를 섞어 반죽을 만든 뒤 따뜻하게 둬 부풀어 오르면 계란을 하나씩 넣어 섞도록 한다.(3)계란을 넣은 반죽을 손가락 모양으로 빚는다.(4)반죽이 황금빛을 띤 갈색이 날 때까지 튀겨준다.(5)튀긴 (4)를 설탕시럽에 담갔다 내놓는다. ●훔머스 재료 병아리콩, 베이킹소다 1큰술, 다진 마늘 2작은술, 참깨 페이스트·레몬즙 250㎖, 소금 1작은술. 만드는 법 (1)물 1.5ℓ를 끓이다가 불린 병아리콩, 베이킹 소다를 넣고 약한 불에 1시간 반 동안 뭉근히 끓인다.(2)콩을 체에 받쳐 찬물에 헹군 뒤 껍질을 없앤다.(3)콩을 으깬 뒤 마늘, 참깨 페이스트, 레몬즙, 소금을 넣고 섞거나 믹서로 간다.(4)접시에 담아 올리브, 방울 토마토 등으로 장식하고 올리브 오일을 뿌린다. ■국내 유일 이집트식당 ‘알리바바’ 국내에도 이집트 음식점이 있다. 서울 이태원의 큰길 제일기획 맞은편 건물 2층의 알리바바(790-7754)가 유일하다. 3년전 식당을 연 칼리드 알리(37) 사장은 주한 이집트 대사관 상공회의소에서 근무하다가 한국에 식당을 열고 정착했다. 곳곳에 이집트 소품들이 놓여있는 알리바바의 내부는 작고 소박한 편이다. 식당을 찾는 사람들은 한국인과 외국인이 반반이다. 외국인들은 미국, 캐나다, 유럽인들이 많이 온다. 한국 사람들은 인천이나 멀리 지방에서도 이집트 식당이란 명성 때문에 찾기도 하고, 특히 영어 교사들이 자주 들른다. 메뉴는 영어로 되어 있다. 가장 인기있는 것은 알리바바 치킨(1만 4500원). 닭고기를 레몬, 양파, 오레가노 소스에 재웠다가 오븐에서 구워 낸다. 훔머스(4500원), 팔라펠(8000원), 쌀과 콩을 삶아 볶은 뒤 그 위에 토마토 소스와 베이컨 조각을 얹는 쿠사리(8000원) 등도 손님들이 즐겨 찾는 메뉴다. 이집트의 중동식 빵은 피타 빵(2000원)이라 불리는데 인도의 ‘난’과 비슷한 맛이 난다. 물담배를 피우기 위해 찾는 단골도 많다. 물담배는 물을 통과한 담배의 연기가 긴 호스를 통해 사람 입에 들어오게 돼 있다. 니코틴은 없으며 물에 딸기, 사과, 망고, 바나나 등 과일맛이 나는 향료를 넣는다. 일행끼리 대화를 나누며 돌아가면서 담배를 피운다. 다 피우는데 2시간 정도 걸리며 값은 2만원으로 남녀 모두 즐긴다고 한다. 알리 사장은 “이집트에 여행을 다녀왔다가 또 다시 이집트의 맛을 보기 위해 찾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며 “우리 식당이 서울 강남에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인기가 높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日 영화 2편]69식스티나인

    고교 3년생 켄(쓰마부키 사토시)은 ‘인생은 즐거워야 한다.’는 신념 아래 온갖 망상을 즐기는 문제아. 동급생 아마다(안도 마사노부)는 잘생긴 외모에 사색적이지만 사투리를 쓰는 괴짜다. 어느날 청소를 빼먹고 옥상으로 도망친 두 사람은 매스게임을 연습하는 여학생들을 바라보다 의기투합한다.‘뭔가를 강요당하는 집단은 역겨워.’(아마다)‘좋아, 그녀들을 해방시키자.’(켄). 켄은 영화와 연극, 로큰롤이 어우러진 페스티벌을 해방구로 제안하지만 사실 속셈은 딴 데 있다. 짝사랑하는 여학생의 관심을 끌려는 것.‘데모하는 사람들 멋지다.’는 한마디에 친구들과 야밤에 학교에 잠입해 바리케이드를 치는 켄의 모습은 미숙하지만 풋풋한 청춘의 한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무라카미 류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69식스티나인’(25일 개봉, 감독 이상일)은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거침없이 분출되는 청춘의 혈기를 스크린 가득 뿜어내는 영화다. 파리의 ‘68혁명’이 전세계 자유주의자들을 도발한 이듬해인 1969년, 일본 또한 정치적 불안정과 고도성장의 그늘, 그리고 해일처럼 몰아닥친 서구문명의 영향으로 불온한 시대의 터널을 통과하고 있었다. 영화는 작은 도시 사세보를 배경으로 복잡한 현실에 짓눌리기는커녕 보란 듯이 젊음의 특권을 누리는 고교생들의 유쾌한 한때를 재기발랄하게 포착해냈다.15세 관람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논술이 술술]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프리초프 카프라

    카프라의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은 1975년 처음 출간되면서부터 이른바 ‘신과학 운동’에 큰 영향을 끼치며 논란의 중심에 놓여 왔다. 물론 동양과 서양에 대한 지나친 이분법적인 접근, 신비주의적 주관성에 대한 지나친 강조 등에 대해서 많은 비판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객관주의와 가치중립성의 신화로 무장된 현대 과학의 오만함과 한계를 비판하는 데 이 책은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그리고 자연과학 이론에 대한 깊은 지식이 없는 일반 사람들이 읽기에는 어려운 전문적인 내용이 많이 들어가 있지만, 꼭 그 전문적인 내용을 다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무방하다. 논술을 준비하는 수험생의 경우에는 근대 이후의 기계론적 자연관이 지닌 특징과 문제점, 그에 대한 비판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어 읽더라도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카프라는 상대성 이론과 양자 물리학을 기반으로 현대 물리학에서 나타난 세계관의 변화가 동양의 고대 사상 속에 담겨 있는 세계관과 얼마나 유사한가를 비교하며, 근대 이후의 기계론적 자연관을 유기체적 자연관으로 바꾸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뉴턴 이래 물리학의 발전에 기반을 둔 과학의 각 분야들은 인간들에게 무한한 자신감을 갖게 하였다. 고전 물리학은 인간이 자연의 모든 현상을 합리적인 논리로 이해할 수 있으며, 언젠가 인간은 전지자의 위치에 오를 수 있다고 확신했던 것이다. 또한 고전 물리학은 순수한 객관주의에 기초해 있었다. 관찰 대상은 주관과는 관계 없이 객관적으로 거기 존재해 있는 것이므로, 관찰의 과정에서 주관적 요소들을 배제되어야 한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오만은 현대 물리학에 의해 산산조각이 났다. 즉 20세기에 들어와서 물리학이 다루게 된 극대 세계와 극소 세계에서 절대 공간과 절대 시간, 인과율, 질량적 물질 등 고전 물리학적 개념은 모조리 파기되어 버린 것이다. 절대 공간과 절대 시간 개념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의해 비판되었으며, 고전 물리학의 철칙이었던 인과율은 하이젠베르크가 불확정성 원리를 도입하여 양자 역학을 수립함으로써 원자의 세계에서는 통용될 수 없는 개념으로 전락하였다. 또한 고전 물리학에서 생각했던 단순한 질량적 물질은 양자 물리학에서 합리적 이해를 초월하는 자기 모순에 가득 찬, 정체를 알 수 없는 신비로운 것으로 되어 버렸다. 카프라는 물질의 궁극체가 논리적으로 이해될 수 없는 신비로운 것이며, 물질적 존재란 전일적인 것의 한 과정으로서만 성립될 수 있다는 현대 물리학의 자연관이 주관주의에 입각한 동양 사상의 전통적인 자연관과 거의 일치하고 있다고 본다. 그럼으로써 정신과 물질, 육체와 영혼이라는 기계주의적 이원론을 극복하는 데 동양의 유기체적 생태학적 사상이 지닌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결국 카프라는 오늘의 산업 문명이 여러 가지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데에는 인간의 주관적 요인을 무시하고 객관적 지식만을 강조한 현대 과학의 태도에 주요한 책임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객관적인 지식과 주관적인 성찰이 통합된 새로운 전체적이고 종합적인 인식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유니드림 대학입시연구소(www.unidream.co.kr)
  • 박홍순 ‘한강’ 다큐 사진 20여점

    ‘백두대간’ 연작으로 잘 알려진 사진작가 박홍순이 23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인사동 노암갤러리에서 ‘한강’을 주제로 한 사진전을 연다. 작가가 기획한 ‘대동여지도 프로젝트’의 두번째 전시다. 한강의 큰 줄기인 남한강과 북한강의 현재를 그 원류서부터 기록한 다큐멘터리 사진 20여점이 공개된다. 댐 공사로 끊어진 강의 모습, 강원도 정선 아우라지의 인공 풍경 등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국토에 대한 문명의 폭력을 무기교적으로 표현했다는 평. 이번 한강 전시에서는 높이 1.5m, 폭 3m의 대작도 나올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은다.(02)720-2235.
  • [열린세상] ‘민주주의 증진법’에 대한 우려/임춘웅 언론인

    미국이 민주주의와 자유를 세계적으로 확산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민주주의 증진법’(advance democracy act of 2005)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월초 상, 하원에 동시에 상정됐고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공동으로 발의한 법안이므로 통과되리라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따라서 우리는 이 법이 미국이 말하는 비 민주국가들에는 물론 여타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이 법은 법안 초안단계에서도 몇 차례의 진통을 겪었듯이 그 법의 실행의지와 추진방식에 따라서는 상당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기 취임사에서 강조한 ‘자유와 민주주의의 확산’이란 외교목표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이 법안의 당초 초안은 ‘독재종식과 민주주의 지원법’이란 이름 아래 45개 비 민주국가를 명시해 민주화를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해당 국가들의 반발을 의식해 국가 이름은 삭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신 법안은 전세계 국가들을 ‘완전 민주국가’ ‘부분 민주국가’ ‘비 민주국가’로 분류하고 부분 민주와 비 민주국가들에 대해서는 미 국무장관이 매년 해당 국가의 민주주의 진척도에 대한 연례보고서를 작성하며 민주화를 위한 행동계획서를 만들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니까 미국이 세계의 모든 국가들에 대해 민주화 정도를 판단하고 민주화가 덜 된 나라에는 민주화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19세기 중엽, 미국이 서부로 서부로 영토를 확장해 나가던 때 ‘데모크라틱 리뷰’지의 주필이 1845년 이 잡지에 미국이 미 대륙 전체로 영토를 확대해야 할 우리(미국 백인)의 운명은 신이 정해준 것이란 글을 실었다. 이후 그가 쓴 백인의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은 미국 영토 확장의 명백한 운명이 되고 말았다. 이후 태평양을 건너 하와이와 필리핀으로 영토를 넓힐 때 그것은 ‘백인의 책무’(whiteman’s burden)였다. 키플링의 시 제목에서 따온 이 말은 미국뿐 아니라 서구열강이 아시아·아프리카로 식민지를 확대해 나갈 때도 식민지배의 명분으로 이용됐다. 문명한 서구 선진국이 비 문명사회인 아시아·아프리카 지역을 점령해 개화시키는 것은 백인의 의무라는 논리다. 민주주의는 완벽한 정치형태가 아니다. 비록 비효율적이지만 민주주의보다 좋은 대안이 현재로는 없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하자는 것이다. 민주주의라고 해도 그 내용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 것 또한 현실이다. 그런데 미국이 부분 민주인지, 비 민주인지를 판단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행동계획을 만들어 밀고 나가겠다고 한다. 누가 미국에 그런 권한을 준 것일까. 신이 정해준 명백한 운명이 아니고서는 가능한 얘기가 아니다. 아니면 운명적으로 지워진 ‘미국의 책무’일까. ‘자유’가 미국의 국가 이익을 확대하는 수단이 되고 ‘민주주의’가 미국의 무기가 되면 다른 나라의 주권과 권익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미국이 당초 법안에서 지적한 45개국은 언제 이라크의 운명을 되풀이하게 될지 전전긍긍하고 있을 것이다. 민주화 과정에 있는 나라 들에서 가끔 혁명적인 방법으로 민주화를 성취해 나가는 경우가 있다. 한국의 4·19나 6·10항쟁이 그런 케이스다. 그러나 민주화가 어느 강대국의 힘에 의해 강요되게 되면 그것은 명백하게 비민주적 제국주의가 된다. 다행히 이 법안은 그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계획은 명시하지 않고 있다. 잘만 운용되면 세계에 민주주의와 자유를 촉구하는 상징적 역할을 할 수도 있다.‘민주주의 증진법’이 민주화 도상에 있는 나라들의 국내 민주화 세력에 정신적 힘이 되고 그런 국가 지도자들에게 자극제가 되는 경우라면 이 법은 여러 우려와는 달리 순작용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집트가 최근 스스로 민주화를 추진하겠다고 천명하게 된 것은 고무적이다. 임춘웅 언론인
  • [코드로 읽는책] 호모 노마드-유목하는 인간/자크 아탈리 지음

    유목적인 생활양태를 뜻하는 ‘노마드’ 혹은 ‘노마디즘’이라는 단어가 유행이다. 유행 속에서 노마디즘은 IT기술과 교통의 발달 등으로 이제 정착해서 살아가는 삶은 끝났다는 뜻으로 쓰인다. 소위 ‘팔리는’ 학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자크 아탈리의 ‘호모 노마드-유목하는 인간’(이효숙 옮김, 웅진닷컴 펴냄)이 번역돼서 나왔다. 이 책은 culture(문명)와 cultivation(경작)의 어원설명에서 보듯 인류사를 ‘정착’으로 설명하던 기존틀을 파괴한다. 대신 ‘야만’과 ‘무지’의 상징이었던 ‘방랑’과 ‘유랑’을 복권시킨다. 아탈리는 ‘정착 문명’의 역사는 기껏해야 5000년에 불과하고 그 5000년마저도 노마디즘의 시대였다고 설득력있게 주장한다. 이런 맥락에서 말, 열차, 자동차 등 운송수단의 발달 등과 관련된 문제를 차근차근 밟아나간다. 그런데 아탈리 책은 역발상을 시도하는 다른 책들과 달리 별로 신선하지 않다. 역사책에서 읽던 사회변동 관련 논의를 그대로 옮겨다 놓고는 노마디즘이라는 꼬리표만 열심히 붙였다는 느낌이다. 이러다보니 무차별적으로 노마디즘을 가져다 쓰는 게 은근히 불편할 정도다. 예를 들자면 시베리아 아시아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간 것도, 유럽인들이 아메리카를 약탈하면서 이들을 학살한 것도 ‘같은’ 노마디즘이다. 현재의 소득불균형과 계층간 위화감의 문제 역시 ‘하이퍼’노마드와 ‘인프라’노마드의 분화로 설명된다. 이러다보니 최근 세계정세를 논하면서 최후의 정착민국가 ‘미국’과 ‘시장’,‘민주주의’,‘종교(이슬람)’라는 3개의 노마드 제국간 다툼으로 묘사하는 결론 대목은 문명충돌론을 보듯 다소 생뚱맞기까지하다. 차이라면 문명충돌론이 서구 백인의 두려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데 비해 아탈리는 산업화라는 노마디즘에 이어 세계화라는 노마디즘을 잘 이끌면 여전히 주도국가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정도다. 알제리 출신에 미테랑 정부 아래 주요 요직을 맡아 왔고 유럽부흥개발은행에까지 관여했다는 아탈리의 이력을 보면, 노마디즘을 외치면서 정작 유럽과 프랑스의 현실에 ‘정착’하고 있는 사람은 아탈리 자신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노마디즘 개념을 만든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 연구에 천착하고 있는 철학자 이정우같은 사람은 아탈리를 “들뢰즈와 가타리의 노마디즘을 속화(俗化)해 써먹고 있다.”고 표현했는지도 모르겠다. 동시에 아탈리보다 차라리 마이클 하트와 안토니오 네그리의 ‘제국’을 읽어보라고 권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단적으로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은 아탈리의 맥락에서는 ‘정착민의 저항’에 불과하지만 하트와 네그리의 맥락에서 ‘새로운 저항의 가능성’이다. 그럼에도 아탈리는 이제까지 잘 팔렸고, 또 앞으로도 잘 팔릴 사람 가운데 하나다.‘가진 자’의 입장에서는 ‘노마디즘’을 말할 때 들뢰즈·가타리 혹은 하트·네그리보다 아탈리를 찾는 게 더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2만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What’s next? 2015/글로벌비즈니스네트워크 회원들 지음

    향후 10년 뒤 세상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What’s next?2015’(이주형 옮김, 청년정신 펴냄)은 이런 흥미로운 질문에 대한 세계 석학 50인의 통찰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세계적 권위의 모니터그룹 계열사인 글로벌비즈니스네트워크(GBN)는 미래를 조망하기 위해 비범한 사람들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미래학 분야의 대가인 프랜시스 후쿠야마, 골드만삭스 부회장 로버트 호마츠, 국방분야의 권위자 존 아킬러, 중국 전문가 오빌 쉘 등이 그들이다. 앞으로 10년간 글로벌기업들이 직면하게 될 주요 사태와 핵심과제, 그리고 잠재적인 충격은 무엇일까. 이 책은 GBN이 오직 한가지 변수, 즉 10년이라는 분석기간만 고정시킨 뒤 각 분야 전문가 50인과의 자유로운 인터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한 보고서이다. 책은 ‘변화와 혁신’의 주체를 기업으로 보고, 사업전략 수립을 중심으로 2015년까지의 세계 기업환경을 전망한다. 여기에는 경제나 재무뿐만 아니라 문명, 지정학적 환경, 문화, 생명공학, 환경 등 전방위적인 미래 예측을 펼치고 있다. 이를 테면 GBN의 회장인 피터 슈워츠는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발견과 맞먹는 과학분야에서의 혁명을 예견하고,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생명공학과 유전공학의 급속한 발전을 둘러싸고 다툼이 일어나며 혼란이 미래를 주도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또 로버트 호마츠는 기술부문의 경제적 몰락, 실리콘밸리의 기술예측가인 폴 사포는 닷컴붕괴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다. 이밖에 급속한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파장, 미래 에너지의 획기적인 변화, 우주탐구의 재개 등이 심도있게 거론된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하는 이같은 방식의 미래예측기법은 시나리오 계획법으로 불리는데, 한가지 주제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살펴볼 수 있다는 장점이 두드러진다. 기본적으로 각계 전문가들이 미래의 모습을 그려내지만 이들의 견해를 종합해 하나의 관점이나 이론을 제시하지는 않기 때문에 독자 개개인이 자신의 분석대로 시나리오를 재구성할 수 있다.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고용불안 등으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10년 뒤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절실한 과제다. 미래가 어차피 불확실한 것이라면 기업은 어떤 환경에서도 적응하는 능력을 키워야 하고, 그에 앞서 미래의 변화를 예상하고 감지하는 능력 또한 요구되기 때문이다.2만 1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송두율 칼럼] 탈식민주의의 문화지평

    [송두율 칼럼] 탈식민주의의 문화지평

    올해 우리는 광복과 분단의 60주년을 맞고 있다. 이에 따라 특별히 한·일간에 예민한 사안들이 연달아 제기되고 있다. 독도영유권 문제는 물론, 일본식민지지배의 공과(功過)를 둘러싼 뜨거운 공방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한승조 교수의 기고문의 내용은 과거에 대한 분석을 넘어 오늘의 문제와 곧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의 사회적 파장 또한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식민지 근대화론’과 ‘자생적 발전론’의 대립처럼, 주로 학술적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졌던 논쟁들이 이제는 “친북이 친일보다 나쁘다.”는 식의 직접적 표현을 빌려 오늘의 정치상황 평가에까지 연결되고 있다. 1945년의 광복은 냉전체제 속에 갇혀 일본식민지지배구조의 완전한 해체로 곧장 연결되지 못했다.1965년 한·일국교정상화는 이러한 구조의 재생산을 직접 뒷받침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문화분야에서는 정치나 경제분야보다 더 늦게 재생산 구조가 복원되었다. 이의 주된 이유는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문화가 지니는 특성 때문이었다. 그래서 한·일간에 정치나 경제분야보다는 문화분야에서 아직도 상당한 저항과 거부감이 남아있다.‘교과서파동’이 하나의 예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욘사마 열풍’과 같은 현상도 나타나지만 어디까지나 이는 일시적이고 부분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은 그간 경제대국-기술대국-정치대국-군사대국-문화대국이라는 국가경영철학의 변화를 보여왔다. 문화대국의 건설이 장기적 과제라는 사실이 여기서도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강대국보다는 차라리 높은 문화를 지닌 아름다운 나라를 건설하고 싶다는 김구선생의 바람은 이러한 일본의 국가경영철학에 대비될 수 있는, 그래서 분명히 값진 것이었지만 불행하게도 분단체제 속에서 실현될 수 없었다. 그동안 한·일간의 비대칭적 문화관계는 열등감과 우월감이 서로 교차하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물론 한·일간에만 특별히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탈식민주의(postcolonialism)의 이론가 프란츠 파농(F Fanon)은 제3세계가 식민지시대와 단절하려고 하지만 이를 위해 동원하는 수단 역시 식민지시대의 유산이라는 자기모순을 지적한 적이 있다. 극일(克日)하기 위해서 먼저 지일(知日) 또는 친일(親日)해야 한다는 논리도 같은 선상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문화가 본래적이고 순수한 것이 아니라 이미 식민주의의 문화와 뒤섞인 하나의 ‘잡종’이라는 사실을 빨리 인정해야 한다고 파농은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피부색깔에다가, 과거에는 오히려 일본에 높은 문화를 전해주기까지 했다는 민족적 자부심 때문에 우리는 그와 같은 논리를 선뜻 받아 들일 수 없게 되어 있다. 결코 쉽게 부정될 수 없는 민족정체성에 뿌리를 둔 문화적 담론을 우회(迂廻)하면서 잘못 설정된 비교수준에 근거한 ‘친북이 친일보다 나쁘다.’거나 ‘친일이 친북보다는 낫다.’는 주장은 먼저 식민주의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별을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또 이같은 주장은 식민주의의 자기반성의 근본인 ‘기억의 문화’마저도 철저하게 희화(戱畵)하고 잊게 만든다. 그뿐만 아니라 잘못 설정된 그러한 비교수준은 지금까지 식민주의자들에 의하여 재단된 ‘문명-야만’, 또는 ‘좌익-우익’이라는 경계를 넘어 ‘창조적 제3’을 지향하고 있는 탈식민주의의 진지한 노력과 귀중한 성과도 아예 없었던 것처럼 여기는 무지도 드러내 보이고 있다. 탈식민주의적 문화공동체건설의 기본정신은 우선 여러 문화적 주체들이 자기 색깔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또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데에 있다.‘친일’과 ‘친북’이라는 잘못 설정된 양자택일의 막힌 사고체제로서는 남북이 탈식민주의의 노력 안에서 만날 수 없다. 또 이러한 만남을 기반으로 한 동북아의 새로운 문화적 지평을 여는 작업도 불가능하다. 독일 뮌스터대 사회학 교수
  • [책꽂이]

    ●나는 평생 아버지 흉내만 낸다(조정근 지음, 고려원북스 펴냄) 성직자이자 교육자로서 한 평생 ‘사람사랑’을 실천해온 원불교 원로교무 조정근 종사의 체험적 교육현장 이야기. 문제는 청소년이 아니라, 이들을 바라보는 교사와 학부모, 사회의 시각과 관점이라고 역설한다.1만원. ●신의 정원, 에덴의 정치학(안자이 신이치 지음, 김용기·최종희 옮김, 성균관대 출판부 펴냄) 영국 풍경식 정원에 대한 미학 이론서. 목가적, 풍경화적 군상들로 이루어진 영국의 풍경식 정원 조성의 내면에 감추어진 이념과 정치적 내막 등을 미학·철학적 관점에서 풀어낸다.2만원. ●다 빈치 코드의 비밀(댄 버스틴 엮음, 곽재은·권영주 옮김, 루비박스 펴냄) 소설 ‘다 빈치 코드’에 등장하는 성혈과 성배, 예수 결혼설, 막달라 마리아 등 논쟁적 비밀들을 고고학자, 신학자, 미술사학자, 과학자 등 46명의 관련 전문가들의 견해를 빌려 파헤친다.2만 1800원. ●중국 청동기의 신비(리쉐친 지음, 심재훈 옮김, 학고재 펴냄) 중국 고대사의 중요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블랙박스로 평가되는 청동기 역사를 담은 책. 청동기의 기원에서부터 종류와 쓰임새, 문양과 명문, 전파, 문화교류사적 의의 등을 280여컷의 도판을 곁들여 소개한다.1만 7000원. ●세기의 인간(요제프 크바트플리크 지음, 김지영 옮김, 생각의 나무 펴냄) 상처로 점철된 20세기 역사에 온기를 더한 위인들의 삶을 짤막한 전기형식으로 소개한다.‘적십자운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앙리 뒤낭, 나치에 맞서 영원한 자유를 위해 자신을 불사른 한스 숄 등 20인의 헌신적 삶을 담았다.1만 5000원. ●캘커타의 마더 테레사(김경상 사진집, 눈빛 펴냄) 마더 테레사 수녀에 의해 인도 캘커타에 세워진 ‘사랑의 선교회’의 모습을 담은 사진집. 선교회가 세운 집에서 생활하는 한센병 환자와 정신지체 어린이들, 그리고 이들을 보살피는 성직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2만원. ●한국, 일본국(권오기·와카미야 요시부미 지음, 이혁재 옮김, 샘터 펴냄) 부총리 겸 통일부 장관을 지낸 권오기씨와 일본의 지한파 저널리스트인 요시부미 아사히신문사 논설주간의 대담집.‘국가’라는 기본 개념을 단초로 삼아 한국과 일본 사이에 산적해 있는 관심사를 논의한다.1만 2000원. ●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존 버거 지음, 김우룡 옮김, 열화당 펴냄) 영국의 저명한 문명비평가인 지은이가 일상의 한 순간을 마치 사진을 찍듯이 정지시켜 섬세한 글로 묘사한 책. 살면서 스쳐지나가는 순간들, 수없는 만남 속에서 쉽게 놓치게 되는 감흥과 기억들을 그림을 그리듯 펼쳐 놓는다.8000원.
  • 에코가 말하는 ‘문학의 즐거움’

    이탈리아의 세계적 기호학자이자 소설가인 움베르토 에코(73)의 2002년 발표작 ‘움베르토 에코의 문학강의’(열린책들)가 나왔다. 문학과 관련된 에코의 강연록과 에세이들을 엮은, 문학이론서이자 작가 자신의 문학편력기. 문학의 기능, 에코 자신의 소설쓰기 방식 등을 다룬 18편의 글이 실렸다. 에코는 문학의 존재이유를 “문학 그 자체의 즐거움에 있다.”거나 “문학은 우리 자신의 운명에 대해 말하며, 죽는 방법까지 가르쳐준다”는 식으로 표현한다. 그가 얼마나 문학, 나아가 ‘문학인됨’을 사랑하는지를 보여 주는 대목이다. “인간의 집단적 유산인 언어를 생생히 한다.”는 말로 문학의 면모를 밝힌 에코는 구체적인 사례들을 들어 그 가치를 웅변하기도 한다. 단테 없는 이탈리아, 호메로스 없는 그리스 문명, 루터의 ‘성서’번역이 없는 독일의 정체성, 푸슈킨 없는 러시아, 건국신화의 서사시들이 빠진 인도문명…. 굳이 에코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이는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문학세계를 변론하는 글에 유독 시선이 머물 독자들도 있을 법하다.‘나는 어떻게 소설을 쓰는가’라는 글에서는 작품을 위해 어떻게 현장답사를 했는지, 문체와 글쓰기 습관을 놓고 어떤 고민을 했는지를 털어놓았다.1만 5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시론] ‘문화 다양성’이란 말의 비극성/채승훈 서울연극협회 회장·수원대 연극영화과 교수

    [시론] ‘문화 다양성’이란 말의 비극성/채승훈 서울연극협회 회장·수원대 연극영화과 교수

    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비극작가 소포클레스는 ‘오이디푸스 대왕’이란 불후의 명작을 남겼다. 주인공 오이디푸스가 자신이 과거에 행한 비 인륜적 죄악을 찾아가는 행적을 그린 이 작품의 줄거리는 끔찍하기까지 하다. 마치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을 보는 것과 같이 흥미로운 추리전개방식의 이 작품은 세계 연극사에서 가장 위대한 비극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얼마 전 ‘문화다양성 포럼’이라는 단체가 창립되었다. 문화가 다양해지기를 갈망하는, 그리고 그러한 다양한 문화가 동등하게 인정받고 보호받아야 한다는 소박한 뜻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것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등장한 이 ‘문화다양성’ 이란 단어를 가만히 음미해 보면 무척 비극적인 사연을 지닌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문화’라는 말이 내포하는 의미에 이미 백화제방과도 같은 다양성의 존재는 너무도 당연한 것 같은데 왜 구태여 ‘다양성’이란 단어를 사족처럼 붙였는가라는 의문이다. 작금에 이르러 문화라는 것이 그 당연한 본질성을 잃고 미아처럼 길을 잃고 헤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문화다양성’이란 말이 씁쓰레한 비극적 모습으로 비추어진다면 다음의 경우는 어떠한가. 즉 문화 패권주의, 문화 획일주의, 배타적 문화, 일방적 문화 등과 같은 언어들의 경우 말이다.20세기 중엽 이후에 ‘문화’라는 유쾌한 단어 앞뒤에 위와 같은 흉측한 수식어들이 붙기 시작했다. 물론 문화가 20세기의 격동적인 정치, 사회, 경제의 부침 속에서 큰 시련을 받아온 결과일 것이다. 전쟁일보 직전의 음모적인 수사와도 같은 이러한 명칭들은 새로운 밀레니엄의 시대에도 국가 간에, 민족 간에 엄연하게 그 구체적 증거들을 감추지 않고 있다. 거대한 물량을 앞세워 시장을 계속 지배하고자 하는 미국영화, 동양문화에 대해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서양문화의 우월감, 품격 있어 보이려 하는 모든 광고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서양예복과 클래식음악, 그리고 TV드라마의 클라이막스 때마다 꼭 등장해야 하는 서양음악, 점점 더 인기를 끄는 미국 뮤지컬, 오랜 세월 동안 작위적으로 형성된 주류문화에 의해 박대 받는 비주류문화, 불행한 사회구조를 그대로 본떠서 형성된 문화계의 수직구조, 오랫동안 문화 예술인들의 의식을 점유했던 순수와 상업이라는 기이한 이분법, 이런 식으로 언변을 전개하면 촌스러운 국수주의자로 명명되지나 않을까 스스로 행하는 어설픈 자기검열의 노이로제 등등… 문화다양성이란 합성어가 내포하고 있는 궁극적인 비극성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 답은 아주 쉽다. 그것은 바로 세계 속에서 같은 하늘을 이고 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인종 간에, 민족 간에, 국가 간에, 사람 하나하나 간에 평등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평등하다는 것, 그것은 우리가 어머니 뱃속에서 나오는 순간 자연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리이다. 그러한 평등의 권리는 누구에게 지배받거나 속박받을 이유가 없다. 또한 그러한 평등한 권리에서 나온 모든 자연스러운 표현, 즉 문화 또한 당연히 그런 것이다. 그런 면에서 문화다양성을 위한 운동은 자연회귀의 한 방식일 수 있다. 원래 문화, 즉 삶의 방식과 표현이라는 것은 인간의 수효만큼 다양한 것이 아니겠는가. 소포클레스의 비극에서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과거 행적을 알기 위해 생각을 짜낸다. 생각한다는 것은 인간밖에는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결국 그렇게 머리를 써서 모든 것을 알고 난 다음 파멸한다. 오이디푸스의 비극적 결말을 통해 소포클레스는 인간의 지에 대한 욕구, 즉 문명에 의한 맹목적 역사진행을 엄중히 경고하였다. 문명이 그의 사촌인 문화의 손과 발에 족쇄를 채우고 유토피아로 진행되어야 할 역사가 도리어 역행하는 현상은 결국 문명을 만들어낸 인간밖에는 막을 도리가 없다. 채승훈 서울연극협회 회장·수원대 연극영화과 교수
  • 방송위원회 대상에 KBS ‘도자기’

    방송계 안팎의 찬사를 받았던 ‘KBS 스페셜 도자기’가 방송위원회가 수여하는 ‘방송위원회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방송위는 “연출의 완성도와 독창성, 성실한 제작 등 뛰어난 수작”이라며 “특히 국제적 문명사적 차원에서 접근, 거시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문명 융합의 코드를 추출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도자기’는 정연주 사장이 KBS의 공영성을 강조하기 위해 지원·제작된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11∼12월 동안 6차례에 걸쳐 방영됐다. 이번 방송위원회 대상은 2003년 11월부터 올 1월까지 ‘이달의 프로그램’에 선정된 45편과 새로 출품된 35편 등 모두 80편 가운데서 선정됐다. 시상식은 11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63빌딩 별관 2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녹색공간] 자동차 문명의 그늘/안병옥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

    3월은 폭설의 달인 모양이다. 강원 영동지역과 경북 동해안에 내린 폭설로 산간마을이 고립되고 일부 도로가 끊겼다고 한다. 지난해에도 폭설은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을 남겼다. 경칩을 전후로 게릴라성 집중 폭설이 중부권을 덮쳐 1만여 대가 넘는 자동차들이 고속도로 위에 그대로 멈춰서 버린 것이다. 차안에 갇힌 채 추위와 배고픔 속에서 지옥 같은 밤을 지냈던 사람들은 정부의 무사안일과 늑장대처를 질타했었다. 30시간이 넘도록 불과 1m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당시 나는 고속도로를 가득 메운 자동차행렬을 TV로 지켜보며 엉뚱하게도 ‘카쿤’이라는 낱말을 떠올렸다. 카쿤은 car(자동차)와 cocoon(누에고치)의 합성어다. 우리가 자동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과 처리하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자동차가 우리를 감싸는 고치가 되어가고 있음을 상징한다. 자동차는 현대문명을 상징하는 물건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컴퓨터나 휴대전화도 있지만 자동차에는 미치지 못한다. 첨단기능을 갖춘 자동차의 등장으로 오히려 자동차에 포섭되어 가는 과정이라고 보아야 옳다. 지난해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액은 326억달러로 5대 수출품목 중 처음으로 300억달러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총수출의 12.8%를 차지해 최대 수출산업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4기통 캐딜락이 고종황제의 어차로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던 것이 1903년이다.1955년에는 우리 손으로 시발자동차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50년이 지난 지금 자동차 수는 1500만대가 넘는다. 올해는 판매대수가 내수와 수출을 합해 사상 처음으로 500만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와 같은 수치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동차가 우리를 먹여 살리고 있다는 생각에 자부심을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은 거꾸로 우리들이 자동차를 먹여 살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도로와 주차장이 집어삼킨 거대한 공간, 한해 평균 40만명이 넘는 교통사고 사상자 수, 자동차의 거침없는 주행을 위해 구름다리를 건너야 하는 노약자들, 위험 때문에 도로에서 쫓겨나는 아이들…. 자동차를 위해 우리가 희생하고 있는 것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자동차로부터 서자 취급을 받고 있음에도 너도나도 아우성치며 자동차에 손을 내민다면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자동차 왕 포드가 ‘모든 집에 차 한 대’라는 꿈의 실현을 약속하였다면, 독일민족 구성원 모두가 자동차소유자가 되는 ‘자동차 민족공동체’의 깃발을 내걸고 아우토반을 건설한 것은 히틀러였다. 하지만 포드도 히틀러도 정말 모든 집에서 자동차를 가지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도 마찬가지다. 전국의 교통망을 바둑판처럼 만들겠다며 도로 건설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으면서도 자동차 통행에 따른 사회적 비용과 인권침해를 줄이는 데는 인색하다. 자동차 문명의 그늘을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 모두가 개인적으로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사는 방식을 발전시켜 나가는 일이다. 하지만 삶의 양식을 바꾼다는 일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시간이 걸리는 일일 뿐만 아니라 공공교통수단의 확충 또한 전제되어야 한다. 자동차가 늘어나는 이유는 자동차 이용으로 지불해야 할 비용이 그 이용에 따른 편익보다 훨씬 적기 때문이다. 자동차 생산자와 이용자가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져야 한다. 안병옥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
  • [씨줄날줄] 수소경제/우득정 논설위원

    미국의 문명비평가 제러미 리프킨은 1990년대 중반 ‘노동의 종말’‘소유의 종말’이라는 저술을 통해 기존 사회 통념을 통째 흔들어 놓았다.2002년에는 ‘수소혁명-석유시대의 종말과 세계 경제의 미래’라는 저술에서 수소가 미래의 에너지가 될 것임을 단언했다.‘해저 2만리’의 작가 쥘 베른이 1874년 발표한 공상과학소설 ‘신비의 섬’에서 예견한 수소 에너지시대의 도래를 선언한 것이다. 리프킨의 전제는 단순하다. 한정된 화석연료인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는 2002년 기준으로 204년,40.6년,60.7년 후면 바닥난다. 최근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중동 두바이유에서 보듯 석유는 더이상 값싼 연료가 아니다. 지구촌 분쟁의 씨앗이다. 화석연료는 재생 불가능할 뿐더러 공해유발 물질이다. 영국의 기상학자 존 휴튼은 화석연료가 초래하는 지구온난화 현상을 대량 살상무기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래서 리프킨이 주목한 것이 지구 표면물질의 70% 이상, 우주 질량의 75%를 구성하고 있는 수소다. 수소는 어느 곳에서나 흔히 구할 수 있다.‘에너지의 민주화’‘영원한 에너지’‘마법의 에너지’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수소는 단위 질량당 에너지량이 가솔린의 4배에 이른다. 이런 이유로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03년 의회 연설에서 “수소 기술은 이 시대의 가장 강력한 에너지 기술”이라면서 향후 5년간 수소 기술개발에 12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미 1990년대부터 ‘수소에너지개발법’을 제정하고 에너지부 주도로 수소 기술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고이즈미 일본 총리는 2002년 “연료전지가 수소사회의 문을 여는 열쇠”라면서 3년내 자동차 및 가정용 연료전지를 실용화하겠다고 천명했다. 특히 아이슬란드는 풍부한 자연에너지를 활용해 수소 자원을 생산하는 ‘북구의 쿠웨이트’가 되겠다는 ‘2040년 수소사회’ 프로젝트를 주요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석유수입 세계 4위로 에너지 과다 소비국으로 분류된 한국도 뒤늦게 수소기술 개발경쟁에 뛰어들었다. 산업자원부가 3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새해 업무보고를 하면서 수소경제 마스터플랜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선진국보다 5년 뒤졌다는 수소기술 격차를 얼마나 빨리 단축시킬지 주목된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책꽂이]

    ●아주 긴 일요일의 약혼(세바스티앙 자프리조 지음, 김민정 옮김, 문학세계사 펴냄)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을 배경으로, 전쟁에서 죽었다는 약혼자를 하염없이 찾고 기다리는 여인의 애절한 순애보. 지은이는 프랑스 인기 소설가이며, 지난해 개봉한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의 영화 ‘베리 롱 인게이지먼트’의 원작이기도 하다.9800원. ●도연명 전집(도연명 지음, 이치수 역주, 문학과지성사 펴냄) 이백, 두보와 더불어 중국 고전시가를 대표하는 시인 도연명(365∼427)의 시(詩) 126수와 문(文) 13편 등 시문(詩文) 전편을 아우른 전집. 원서의 체제를 따르되 현대적인 번역을 조화시켜 ‘은일(隱逸)시인’의 풍모와 기품이 온전히 드러난다. 번역문, 원문과 각주를 따로 편집해 일반 독자와 한시를 즐기려는 독자 모두를 배려했다.1만 4000원. ●파리의 노트르담(전2권)(빅토르 위고 지음, 정기수 옮김, 민음사 펴냄) 노트르담 성당의 초라한 종지기 콰지모도와 아름다운 집시처녀 에스메랄다의 사랑을 그린 프랑스 낭만주의 문학의 대표작. 부조리한 형벌제도, 왜곡된 문화정책에 대해 신랄히 비판하기도 한다. 원로 불문학자 정기수 전 서울대 교수가 완역했다. 이전 판본들의 누락분을 모두 되살리고 주석까지 달았다.9000원. ●포트윌리엄의 이발사(웬델 베리 지음, 신현승 옮김, 산해 펴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무렵, 고아소년 크로가 스무살을 갓 넘기면서 미국 켄터키주 고향마을 포트윌리엄에 이발사로 정착한 뒤 겪는 이야기. 개발논리에 밀려 사라지려는 시골마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을 통해 현대문명의 비정함을 고발한다. 작가는 현대문명을 비판해온 미국의 농부이자 시인.1만 3000원.
  • 국내 유일 무형문화재 사기장 김정옥 선생

    국내 유일 무형문화재 사기장 김정옥 선생

    “자만하지 말고, 돈과 기교를 향한 삿된 욕심을 끊어야 좋은 작품을 후대에 남길 수 있습니다.”한 평생을 고집스레 전통 조선 백자와 씨름해온 백산(白山) 김정옥(金正玉·63) 선생을 만나면 문명의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삶을 되돌아 보게 된다. 230여년의 세월을 거슬러 7대조 할아버지 때부터 고집스레 장인의 맥을 이어온 것도 그렇고 손이 많이 가는 전통식 발물레와 망댕이 가마를 여전히 고집하는 억척스러움도 감동을 준다. 그는 살아 있는 조선 백자의 상징적인 인물, 우리나라에서 사기장으로서는 유일하게 무형문화재 105호로 지정됐다. 올해 일본과 독일에서 열리는 ‘도예작품전’ 준비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선생을 만나기 위해 경북 문경새재 인근에 있는 그의 가마터를 찾았다. ●7대째 이어온 장인 손길… 전통 기법 고수 그의 작업실인 ‘백산선방’에 들어서자 짙은 눈썹에 강렬한 눈빛이 사로 잡았다. 선조때부터 대물림해 내려온 물레를 힘차게 돌리며 작품에 몰두하는 그의 모습에서 형언할 수 없는 기(氣)가 느껴졌다. 환갑을 넘긴 나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넘쳤다. “백자는 감촉이 부드러우며 적당한 빙렬이 있어야 하고, 분청은 자연스러운 맛이 나야 하는데 전기 물레와 전기 가마로는 쉽게 작품을 만들 수 있지만 만든 이의 정성과 혼을 담을 수 없다.” 이런 연유로 그는 모든 작업에 있어 전통적인 방법을 고집한다. 흙만 얹어도 각종 도자기가 만들어지는 전기 물레가 도입된 지 오래지만 조상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발물레만을 사용한다. 또 가마는 장작가마인 ‘망댕이’ 가마만을 고집한다. 망댕이란 흙을 뭉친 덩어리란 뜻으로 백산 집안이 지켜온 전통 가마다. 장작은 자기와 가장 궁합이 맞는 다는 적송(赤松)만을 사용한다. 조상 대대로 이어온 200년된 발물레와 160년된 망댕이 가마는 ‘도민속자료로 지정’됐고, 현재는 그가 직접 만든 발물레와 가마를 사용하고 있다. 두 달에 한번씩 불을 지피는 가마에는 다완 100여점이 들어간다. 하지만 작품으로 남는 것은 3∼4점이 채 안된다. 대부분의 그릇은 파기된다.80∼90%의 성공확률을 보장하는 가스 가마를 외면하고 97%의 실패가 눈에 보이는 망댕이 가마만을 고집하고 있는 셈이다. “실패를 두려워 해서는 안된다. 가장 한국적인 그릇을 만들기 위해서는 방법부터 전통적이어야 한다. 많은 작품보다는 제대로된 작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삶의 철학이자 고집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탓에 그의 백자와 분청은 형태와 빛깔에서 그 만큼 남다르다. 청와백자는 옛 명품에 버금가는 깊이와 운치가 서려있다. 특히 손맛이 살아 있는 다갈색 차사발과 정호다완은 분청 중에서도 일품으로 꼽힌다. ●20여년 수련후 데뷔… 각종 상 휩쓸어 대한민국 최고의 도공에 오르기까지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선조들이 닦아 놓은 비법을 전수받아 쉽게 명장에 오른 것은 결코 아니다. 91년 대한민국 도예부문 명장 선정과 96년 중요무형문화재 105호 사기장의 칭호를 얻기까지 손에 물과 흙이 마를 날이 없었다. 부친인 김교수(金敎壽) 선생은 일본에서 배우러 올만큼 솜씨좋은 도공이었지만 집은 끼니가 없을 만큼 가난했다. 결국 그는 문경서중 3학년을 중퇴하고 부친으로부터 장인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산간벽촌인 가마터에 땔감과 흙등 모든 재료를 모두 지게로 지어 나르느라 어깨가 성한 날이 없었지만 7대를 내려온 가업을 잇는 것이 자신의 숙명으로 받아들여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의 작품이 세상에 알려진 것도 불혹의 나이를 넘어서다. 배움의 길에 들어선 지 20여년이 지난 83년 경북공예품경진대회에 다완을 출품해 입선하면서부터 그의 작품이 빛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 뒤 그의 작품은 각종 전통 도예 부문의 각종 상을 휩쓸면서 독보적인 존재로 우뚝서게 된다. 향토문화상(86년)경북문화상(87년)전승공예대전특별상(88년)을 받았다. 백자와 분청으로 대별되는 그의 작품은 ‘청화백자팔각병’과 ’분청사기철화당초문계룡산호’,‘정호다완’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의 작품에는 자기 과시나 수사적인 기교가 없다. 그저 투박하지만 그 속에는 고고한 자연의 맛을 느끼게 한다. 지난 96년에는 그의 작품이 미국 스미스 소니언 박물관 상설전시관에 전시됐으며,98년에는 한국과 일본, 중국, 타이완 등 4개국 장인전문가회의 한국대표로 참가하기도 했다. 지난 2001년에는 미국 롱아일랜드 대학에서 ‘동방의 빛’ 전시회를 개최할 정도로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로 발돋움하게 됐다. 올해도 각종 전시회로 눈코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오는 4월 31일부터 5월 8일까지 문경도자기전시관에서 열리는 문경전통 차사발 출제의 추진위원장을 맡았다. 6월에는 도쿄 경왕백화점에서 도예 작품전을 연다. 지난 87년부터 벌써 18년째를 맞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전통 찻사발 등 70여점이 전시된다. 이어 연말에는 독일 전시회가 예정돼 있다. ●“조선백자 맥 잇겠다” 외아들도 수련중 그렇지만 무엇보다 그가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것은 제자를 키우는 것. 그의 부친이 그랬던 것처럼 조선백자의 맥을 잇겠다고 나선 외아들 김경식(38)씨와 전수장학생 4명에게 참 도공의 길을 가르치고 있다. “어려운 시절을 거쳐 왔지만 스스로 선택한 도예가의 길을 후회해 본적이 한번도 없었다.”면서 “우리 전통 도예를 길이 전승하는 것에 남은 인생을 걸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가 대한민국 대표 도예가로 발돋움한 것은 조상의 후광이나 재능보다는 도자기에 대한 사랑과 끊임없는 노력, 집념, 고집, 실패를 즐기는 그의 삶 그자체였다. 문경 글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백산 김정옥의 삶 -1941년 경북 문경시 문경읍 관음리 출생 -1991년 대한민국 도예명장 선정 -1996년 대한민국 중요무형문화재 105호 사기장 지정 -1996년 미국 스미스 소니언 국립박물관 상설전시 -1998년 일본 도쿄 아세아 4개국 명인 전문가회의 한국대표참가 -1999년 문경대학 초대 명예교수 -2000년 대통령 표창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8) 계룡산과 원불교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8) 계룡산과 원불교

    ●신종교의 개벽사상엔 정도령이 숨쉰다 이십일 쯤 전 나는 뜻밖의 전자우편을 받았다. 정감록 산책을 빠짐없이 읽고 있다는 원불교 교무 김정원(가명 53세)씨의 글이었다. 그 뒤 우리는 수십 차례 전자우편을 주고받았는데 그러는 사이 나는 김 교무가 계룡산에 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진 사실을 알고 무척 놀랐다. 오늘은 김 교무와 주고받은 글을 대화체로 편집해 원불교와 계룡산의 관계를 정리해볼까 한다.‘교무’란 물론 원불교의 성직자다. 전자우편에서 나는 김 교무에게 이렇게 물었다.“원불교는 동학 및 증산교와 함께 가장 대표적인 신종교입니다. 그런데 제가 원불교의 경전 ‘대종경’을 읽어본 바로는 다른 신종교들에 비해 신비적, 주술적인 요소가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 원불교의 그런 특성은 계룡산과의 관계에도 그대로 나타나겠지요?” 김 교무의 답은 이랬다.“먼저 우리 원불교에 대해 좀 말씀드리겠습니다. 원불교의 교조 소태산(少太山) 박중빈(朴重彬 1891∼1943)은 수운(水雲) 최제우(崔濟愚 1824∼1864, 동학교조) 선생과 증산(甑山) 강일순(姜一淳 1871∼1909, 증산교조) 선생과 한 가지로 구한말 일제하라는 그야말로 한국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대에 민중을 이끄신 분입니다. 이 분들이 세운 민족종교는 개벽사상(開闢思想)을 공유합니다. 개벽의 주체는 한국이요, 장차 세계의 도덕적·문명적, 그리고 정치적 중심지가 될 나라도 한국입니다. 우리가 사는 지금 이 시대는 선천(先天)과 후천(後天)이 교대하는 시기입니다만 곧 묵은 시대 지나가고 새 세상이 돌아옵니다.‘정감록’에서 말한 정도령 시대가 옵니다. 우리 원불교의 소태산 대종사는 새 시대를 이렇게 정의합니다.“바야흐로 동방에 밝은 해가 솟으려 하는 때이니, 서양이 먼저 문명함은 동방에 해가 오를 때에 그 광명이 서쪽 하늘에 먼저 비침과 같은 것이며, 태양이 중천에 이르면 그 광명이 시방 세계에 고루 비치게 되나니 그 때야말로 큰 도덕 세계요 참 문명 세계니라.” 우리가 좀더 수련해야 될 이유가 바로 거기 있습니다. 얼핏 보면 서양이 우리보다 나아 뵈지만 결국 동서양은 한가지입니다. 미국에 대해 기죽을 이유가 하나도 없어요.” 백:교무님이 말씀하신 대로 개벽사상이란 것은 원불교 고유의 사상만은 아닙니다. 그것은 이 땅에 예부터 전해온 미륵신앙 즉, 미륵불이 세상에 와 용화회상(龍華會上)을 연다는 그 신앙에 뿌리를 둔 것입니다. 미륵신앙은 ‘정감록’의 등장으로 더욱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게 된 것도 같습니다. 정감록에선 정도령이 계룡산 아래 새 세상을 펼친다고 했는데, 정도령이 바로 미륵 아닌가요? 많은 신종교 지도자들은 스스로를 미륵불 또는 정도령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륵과 정도령은 구별이 안 될 때가 많습니다. 김:그건 옳은 판단이라고 봐요. 증산만 해도 후천개벽을 선언한 분인데 그 제자들은 증산을 미륵불로 보거든요. 그러나 우리 원불교의 입장은 다릅니다. 미륵불과 용화회상에 대해 소태산은 전혀 다르게 설명합니다.“미륵불이라 함은 법신불의 진리가 크게 드러나는 것이요, 용화회상이라 함은 크게 밝은 세상이 되는 것이니, 곧 처처불상(處處佛像) 사사불공(事事佛供)의 대의가 널리 행하여지는 것이다.” 미륵불이란 특정한 인물이 아닙니다. 진리가 크게 밝혀져 곳곳에 부처가 가득 찬 세상이 용화세상입니다. 원불교의 2대 교조 정산종사는 ‘근실(勤實)한 세상’이 바로 용화세상이라고 했습니다. 백:착실한 사람이 많은 세상이 바로 용화회상이라고요? 그렇담 원불교에선 정감록에 나오는 진인왕을 무어라 설명할지 궁금합니다. 어쩌면 원불교에선 정감록 자체를 엉터리라며 근원적으로 부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원불교는 신비적·초월적인 존재를 모두 부정하는 것 같으니까요. 김:정감록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만 원불교의 해석은 독특합니다. 소태산은 정도령을 鄭씨 성을 가진 특정인물이 아니라 ‘바른 지도자’라고 보았어요. 정도령과 함께 전개될 이상세계란 것도 새 왕조는 아니고 ‘밝은 세상’이라고 했어요. 정감록의 예언은 장차 참되고 바른 사람들이 가정과 사회와 국가와 세계를 움직이게 된다는 뜻으로 풀이합니다. 백:교무님 말씀을 듣고 자료를 좀더 찾아봤습니다. 정산종사는 계룡산에 대해 아주 특이한 주장을 했더군요.“계룡산에 정씨 왕이 난다는 것은 닭이 울면 날이 새고 바른 법이 나타난다는 뜻이다.”라고 했던가요? 그렇다면 정산이 말하는 ‘바른 법’은 무엇일까요? 종교를 가리킨 것 같지요. 정산의 주장대로라면 민중이 염원한 계룡산 정진인은 바른 종교의 등장이고, 바른 종교란 원불교란 말씀입니까? ●‘불종불박(佛宗佛朴)’의 예언 백:교무님이 답을 안 하시는군요. 전 사실 이렇게 짐작했습니다. 원불교에선 미신이나 이적 같은 것을 조금도 안 믿는 것 같으니까, 계룡산 같은 것은 원불교의 입장에서 무의미할 것이라고요. 원불교 교리에 따르면, 착실한 사람들이 주도하는 밝은 세상이 바로 미륵의 용화회상, 개벽된 세상 아닙니까? 그렇담 계룡산이든 지리산이든 다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생각되는 거죠. 김:백 소장님은 이런 얘기 혹 들어보셨나요? 1936년 4월21일 소태산은 제자들을 거느리고 계룡산을 찾으셨는데 그 때 각석(刻石) 하나가 화제가 됐습니다. 신도안 대궐 터에 있던 이상한 바위인데 기이하게도 ‘불종불박(佛宗佛朴)’이란 글귀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그 바위는 이태조가 신도안에 대궐 터를 닦으면서 운반해 놓은 것이라 하고, 거기 새겨진 글씨는 무학대사의 필적이란 전설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 글귀를 이렇게 해석합니다.“장차 불법이 주도하는 세상이 되는데, 그 때 주세불(主世佛)은 박씨”라는 것이지요. 이렇게 본다면 신도안은 정치적 의미의 새 도읍이 아니라, 새 불국토의 중심이 될 곳입니다. 이런 이유로 원불교에선 계룡산 신도안을 특별하게 여깁니다. 백:소태산은 자신을 그 전설의 주인공으로 보았던 게 아닐까요? 그가 신도안에 수도 도량을 지으라고 명령했다면 그 역시 그런 맥락에서 이해되네요. 김:소태산의 속성(俗姓)이 박씨여서 저희들은 그 바위를 신비롭게 여기는 것이 사실입니다. 어쨌거나 우리의 입장에서 볼 때 계룡산은 매우 중요합니다. 어느 선배 교무는 이렇게 말했어요.“지구의 축이라는 계룡산, 일찍이 무학대사가 이곳에 도(道, 종교)의 도시(都市)가 열릴 것이라 예언했던 세계의 수도 계룡산, 그래서 그런지 지명조차 갑사(甲寺), 신원사(新元寺), 상도리(上道里)가 있는 계룡산. 그 곳에 원시반본(原始反本)하여 상원갑(上元甲)의 시대가 예고된 곳이 아닌가.” 계룡산은 세계의 수도, 지구의 축이 될 것입니다. 근원으로 거슬러 올라가 새 세상이 펼쳐질 곳, 세계종교의 중심으로 예정된 성지가 계룡산입니다. ●“어서어서 신도안으로 들어가라” 백:조사를 해봤더니 1959년 10월 정산종사의 주도로 당시 충남 논산군 두마면 부남리 64번지 신도안 대궐터의 불종불박 바위 뒤에 있던 초가 1동을 원불교 측이 매입했더군요. 거기서 2㎞ 떨어져 있던 원불교 남선교당도 아마 그 곳으로 옮겨졌지요. 김:그건 그랬어요. 정산종사가 신도안 ‘불종불박’ 땅을 매입하라고 하셔서 그리 된 것입니다. 사실 원불교의 어른들은 모두 신도안에 다녀오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정산종사는 직접 다녀오신 일이 없었지만 신도안의 역사를 환히 꿰뚫고 계셨습니다.1961년 10월 정산종사가 열반에 앞서 3대교조가 될 대산종사에게 “지체 말고 어서 어서 신도안에 들어가 터를 잡아라.” 하셔 대산종사는 신도안에 정양을 하며 삼동원의 터를 닦았습니다. 백:제자들에겐 신도안으로 들어가라, 명령했지만 정산종사는 신도안에 다녀온 적이 없었다는 교무님 말씀이 이상하게 들립니다. 정산은 신도안을 그저 하나의 상징으로만 생각했을 뿐 실지로는 마음에 두지 않았던 것일까요? 김:전혀 잘못된 추측입니다. 정산종사는 신도안에 대한 관심이 각별했어요. 어느 땐가 풍수에 밝은 제자를 보내 신도안의 지세를 살펴보고 오라고도 했습니다. 신도안을 한 바퀴 돌며 살펴본 제자가 돌아와 보고했습니다.“제가 계룡산 상봉에 올라가 내려다 보니 신도안은 천하제일의 귀(貴)한 터였습니다. 정상에 올라 신도안을 굽어 보니 그 산세가 만조백관이 조공을 바치는 형국이었습니다. 다만 너무도 아쉽게 시루봉 하나가 휙 돌아서 있어 어떤 사람들은 역적봉이라 부릅니다. 시루봉을 싫어봉이라고도 합니다. 자세히 따져 보면 신도안은 농사도 잘 안 되고, 천하에 빈(貧) 터입니다.” 이 말을 정산은 몹시 못마땅해 했다고 합니다. 정산은 계룡산이 명산 중의 명산임을 굳게 믿으셨어요. 그래서 3대 교조 대산종사는 계룡산을 가리켜 정산의 높은 덕을 상징하는 산으로 보았습니다. 사실 정산은 구도 수행하던 시절 가야산에서 ‘격암유록’의 갑을가를 얻으셨다 해요. 그 가운데 “상도(上道)에 가야 큰 스승을 만난다.”는 구절이 있는데 그 상도란 지명이 계룡산에 있어요. 상도는 지명이자 진리의 시작이며 진리 그 자체가 아니겠습니까. 대산은 그런 내력을 다 알아 계룡산과 정산종사를 연계시킨 겁니다. 백:저도 글에서 읽었습니다만 대산의 계룡산 사랑도 대단했더군요.“싫어봉이니 역적봉이니 그런 소리 당최 하지 마라. 성인을 맞이하려고 돌아선 형국이 아니냐. 영성봉(迎聖峯)이라 하거라.”라고 했다고요? 김:1962년 7월 대산종사는 계룡산 상봉을 오르다가 이런 말씀을 하셨답니다.“억조창생개복처(億兆蒼生開福處) 천불만성발아지(千佛萬聖發芽地)” 즉, 계룡산은 억조창생의 복을 여는 땅이니 천명의 부처, 만명의 성인이 나올 곳이란 뜻입니다. 원불교에선 큰 스승님들의 가르침을 받들어 신도안 경영에 힘쓴 결과 1970년대 원불교의 신도안 삼동수양원은 5만 8000평 정도로 규모가 확대됐습니다. ●불교부흥을 예언한 정감록 백:이쯤에서 한 번 정리해 보겠습니다. 소태산 대종사 이래 원불교의 지도자들은 계룡산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 이유는 계룡산이 장차 불교 부흥의 성지가 된다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고요. 김:맞습니다. 불교부흥은 ‘정감록’ 예언의 핵심입니다. 정산종사는 일찍이 이렇게 말씀했습니다.“정감록에 이런 말이 있다. 왕씨는 나를 벗 삼고(王氏我友), 이씨는 나를 노예 삼고(李氏奴我), 정씨는 나를 스승 삼는다(鄭氏師我) 하였는데 이는 불교를 두고 한 말이다.” 아시다시피 고려는 친불, 조선은 억불이었는데 다가올 세상은 숭불(崇佛)이란 해석이 아니겠습니까? 정산종사는 정감록이 예언한 미래 세상을 불교 세상으로 보신 겁니다. 또 이런 말씀도 남기셨어요.“도교가 하늘이라면 불교는 땅이며 유교는 사람이다. 지금은 땅에서 올라오는 세상이다. 불교 세상이다.” 앞으론 불교가 세상 도덕의 중심입니다. 백:원불교에선 신도안에서 대규모 선교사업을 펼쳤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야학을 운영해 생활 개선, 문맹 퇴치, 미신 타파 운동을 했고, 그에 대한 지역사회의 반응도 좋았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보기에 따라선 마치 원불교가 신도안을 접수하려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김:접수라뇨? 나쁜 뜻으로 볼 일이 아닙니다. 원불교는 신도안에 가만히 웅크리고 앉아 새 운수가 되기만을 기다리는 정감록 신자들을 깨우치려 한 것입니다. 그들의 신앙은 미신이고, 그런 미신으론 밝은 세상을 절대 일으키지 못합니다. 생활이 우선 근실해야지요. 신도안 주민 가운데 무려 850명이 처음 7년 동안 원불교의 야학에서 올바른 가치를 배웠습니다. ●“계룡대 옮기면 우린 다시 들어간다” 백:그러나 원불교도 결국 신도안을 포기하지 않았습니까? 1983년 7월27일 제5공화국 정부는 신도안의 전주민에게 이 지역에서 철거하라는 통고를 했지요. 이른바 ‘6·20사업’이었습니다. 신도안 일대에 군사기지 ‘계룡대’가 들어서기로 확정됐습니다. 그렇다면 신도안이 세계종교의 중심이 될 거란 정감록의 해석은 완전히 빗나간 것 아니겠습니까? 김:매사를 그렇게 성급하게 보는 것은 잘못입니다.1959년 정산종사가 이런 예언을 했습니다.“앞으로 30년 후에는 신도안의 판도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과연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1989년,‘6·20사업’으로 신도안 주민들은 모두 철수했고 육·해·공군 참모본부가 들어섰습니다. 실제로 엄청 변한 거지요. 백:요컨대 원불교가 신도안에 건설한 삼동원의 꿈은 백일몽이 된 거죠. 김:성인의 말씀을 범부의 안목으로 헤아릴 수는 없습니다. 언젠가 계룡산 신도안에 원불교도들의 염원이 실현됩니다. 천하를 뒤흔드는 권력의 위세도, 지금 여기 살아 숨쉬는 육신도 수명에 한계가 있으나 소중한 꿈은 한계를 벗어납니다.5공 정부의 무모한 계획으로 삼동원을 포기할 당시 원불교는 조건부로 매매계약에 서명했습니다. 언젠가 군사시설이 철거될 때 최우선 순위로 원불교 측에 반환해 달라고 명시했습니다. 백:신도안 땅은 이를테면 특정한 공간에 불과한 것 아닙니까? 거기 너무 집착하는 것도 일종의 미신이 아닌가요? 김:서산에 해가 지면 동산에 달이 떠오릅니다. 우리가 미륵불의 용화 세상에 대한 염원을 포기하지 않는 한 신도안의 꿈도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이제 통일될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냉전시대의 음해와 대립은 반드시 물러갑니다. 저 하늘에 둥실 떠오르는 보름달처럼 부처님의 원만한 정법이 이 세상을 평화로 이끌 것이고, 계룡대도 물러날 것이 정한 이치입니다. 백:계룡산 신도안이 정법을 상징한다, 정말 흥미로운 말씀입니다. 한때는 그저 새 왕조의 도읍터로 인식됐고, 그러다가 대한독립의 상징, 나아가 세계 중심국가를 향한 염원, 후천개벽의 근원지로 풀이되던 신도안. 현실적으론 중요 군사시설이 위치한 곳인데 이곳을 원불교에서는 용화세계의 구심점으로 보는군요. 원불교에 이르러 정감록에 관한 해석은 그야말로 새로운 경지에 도달했다고 여겨집니다. 참, 요즘 계룡대를 이전하는 문제가 논의되기 시작했다는군요. 부디 성불하십시오. (푸른역사연구소장)
  • 타계 장우성 화백은…詩·書·畵 능통 ‘최후의 선비화가’

    한국 현대미술의 산 증인인 장우성 화백은 평생을 한국화의 새로운 형식과 방향을 모색하며 우리 화단을 이끌어온 최후의 선비화가다. 동양고유의 정신과 격조를 계승하며 현대적인 조형기법을 조화시킨 ‘신(新)문인화’의 세계를 개척한 장 화백은 문인화의 이상적 경지인 시(詩)·서(書)·화(畵)를 제대로 갖춘 마지막 문인화가로 꼽힌다. 간명한 대상의 선택과 형식적인 면을 극도로 생략한 감필(減筆), 그리고 여백의 미학을 특징으로 하는 ‘월전양식’은 한국화를 공부하는 이들에게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장 화백은 1946년 서울대 미술학부 교수를 시작으로 1971년부터 5년간 홍익대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화단을 이끈 많은 원로·중진작가들을 제자로 키웠다. 박노수·서세옥·송영방·이영찬·이열모·이종상 등이 그의 제자다. 장 화백은 일제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시대를 살며 구순이 넘도록 붓을 놓지 않는 불요불굴의 예술혼을 보여줬다. 최근까지도 ‘한·중 대가-장우성·리커란’전(2003년)을 여는 등 노익장을 과시했다. 그러나 장 화백은 재작년 70년 화업을 정리한 회고록과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린 ‘한·중 대가’전을 준비하며 겪은 후유증으로 쓰러진 이래 병마에 시달려 왔다. 팔판동에 위치한 월전미술관을 경기도 이천시로 이전하는 문제로 고심한 데다 최근 친일작가라는 논란까지 불거져 병세가 더욱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 화백은 생전에 국가지정 표준영정을 가장 많이 제작한 작가로도 유명하다. 이순신, 정약용, 강감찬, 김유신, 유관순, 윤봉길, 정몽주 등 7점의 표준영정을 제작했다. 친일 시비로 교체 논란이 일고 있는 유관순 영정이 바로 장 화백의 작품이다. 친일 시비는 장 화백에게 커다란 마음의 상처를 안겨줬다. 월전 회고록 ‘화단풍상 70년’의 한 구절은 투기와 질시의 한 복판에 서 있던 그의 심경을 생생하게 전해준다.“21세기 현대의 인류문명은 한마디로 현기증을 느끼게 하는 혼돈의 극치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와 같이 신의도 인정도 메마른 삭막한 환경 속에서 무위무책(無爲無策)한 많은 노년들은 소용돌이치는 현대라는 격랑에 떼밀려 고독과 환멸을 곱씹으며 쓸쓸하게 살아가고 있다.” 장 화백은 만년에는 월전미술문화재단을 설립해 월전미술관 ‘한벽원(寒碧園)’을 세우고 월전미술상을 제정하는 등 공익사업에 큰 관심을 보였다.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고향찾아 80리… 야생삵 ‘팔팔이’ 비운의 로드킬

    고향찾아 80리… 야생삵 ‘팔팔이’ 비운의 로드킬

    ‘고향 찾아 팔십리, 나흘 뒤 죽음’ 영화·드라마 및 소설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야생 동물의 세계에서도 생생히 그려졌다. 더욱이 문명의 이기를 만든 인간에 의해 저질러져 슬픔을 더해준다. 로드킬(road-kill)로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인 야생 삵,‘팔팔이’는 이처럼 한(恨) 많은 생을 마감했다. 팔팔이는 마지막 숨을 거두면서 인간을 얼마나 미워했을까. 팔팔이가 맨 처음 사고를 당한 때는 2004년 12월16일. 전북 남원시 운봉읍 지리산 국립공원 북쪽 88고속도로 위에서다. 소형트럭에 치여 기절했으나 한국도로공사 순찰팀의 응급구조로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이어 순찰팀은 전남 구례에서 활동 중인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 로드킬 실태조사팀에 연락해 팔팔이를 넘겼다. 순천 야생동물구조센터로 옮겨져 진단한 결과 팔팔이는 전형적인 뇌진탕 증세를 보였다. 이 때문인지 치료를 계속 받아도 야성(野性)을 잃고 온순하기만 했다. 그러나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퇴원 후 조사팀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은 팔팔이는 서서히 기력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치료 및 재활훈련에 잘 적응한 것이다. 팔팔이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듯했다. 조사팀은 지난달 10일 지리산 남서쪽 자락에 팔팔이를 방사했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길까봐 팔팔이의 목에 ‘전파발신기’ 목걸이를 채웠다. 그 뒤 팔팔이는 고향을 찾아 북진(北進)을 하기 시작했다. 남원과 구례를 가르는 해발 700m의 밤재를 넘어 지난 10일에는 애초 사고를 당했던 고향에 도착했다. 낯 익은 산천은 팔팔이의 독무대였다. 망원렌즈에도 마음껏 뛰노는 팔팔이의 모습이 그대로 잡혔다. 전파발신기의 신호음이 끊긴 것은 그로부터 나흘 뒤인 14일. 산산이 부서진 팔팔이의 사체는 처음 사고를 당했던 그 장소에서 발견됐다. 팔팔이의 비보를 접한 조사팀은 아무 말도 못하고 망연자실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책꽂이]

    ●대중문화속의 현대미술(토머스 크로 지음, 전영백 옮김, 아트북스 펴냄) 아방가르드 예술과 대중문화 사이에 존재하는 연결고리를 탐구해온 미술사가의 비평을 담았다. 잭슨 폴록, 앤디 워홀, 크리스토퍼 윌리엄스 등을 둘러싼 생생한 에피소드와, 이들이 20세기 문화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대한 통찰을 제시한다.1만 8000원. ●상군서(장현근 편역, 살림 펴냄) 중국 전국시대 정치적 풍운아였던 상앙의 사상을 담은 부국강병의 지침서. 인간이란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존재이고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군주는 그 본성을 이용해 법에 의해 엄중히 다스려야 한다는 게 기본 요지다. 잔혹한 군국주의 사상이라는 평가도 받는다.8900원. ●건축으로의 여행, 벽(에블린 페레 크리스탱 지음, 김진화 옮김, 눌와 펴냄) ‘벽’이라는 건축적 요소에 초점을 맞추어 벽이 우리 환경에서 어떤 영향을 받고, 그것이 어떻게 형성되며 발전되었는지를 과거와 현재, 동·서양을 넘나들며 살펴본다.1만원. ●무통문명(모리오카 마사히로 지음, 이창익·조성윤 옮김) 한 철학자의 현대문명에 대한 비판적 사색이 담긴 책. 쾌락을 구하고 고통을 피하는 현대 문명, 즉 ‘무통문명’하에서 미래문명이 만들어내는 인간은 혼수상태에 빠져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인간의 모습이라고 묘사한다.1만 8000원. ●일본의 신화(요시다 아쓰히코·후루카와 노리코 지음, 양억관 옮김) 일본 신화가 어떻게 성립되었는지, 세계 각지의 신화와 어떻게 비교할 수 있는지 꼼꼼히 살피고 있다.‘고사기’와 ‘일본서기’ 등 옛 문헌을 중심으로 일본 신화를 문화인류학적 관점에서 설명했다.1만 2800원. ●조피 숄 평전(바버라 라이스너 지음, 최대희 옮김, 강 펴냄) 70년대 말과 80년대 초 대학가 운동권의 애독서였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의 주인공 조피 숄의 삶을 그린 책.1940년대 나치의 광기가 전세계를 뒤덮고 있을 때 독일 대학생이었던 조피 숄은 오빠 한스 숄과 함께 반나치운동을 펼치다가 붙잡혀 처형됐다.1만 3000원. ●위대한 가르침을 찾아서(P D 우드펜스키 지음, 오성근 옮김, 김영사 펴냄) 러시아의 저명한 수학자이자 저널리스트였던 지은이가 그의 영적 스승이었던 구르지예프를 만나 경험했던 강의와 대화내용을 기록했다. 코카서스 지방에서 태어난 구르지예프는 티베트와 이집트, 에티오피아에 이르는 방대한 지역을 여행하며 티베트교, 수피즘, 기독교의 신비주의 등 동서양 정신세계의 진수를 섭렵했다.2만 4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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