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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시각] 아테네-스파르타 vs 남북/구본영 정치부장

    한국 정치는 ‘소용돌이 정치’라고 갈파한 서방 학자가 있었다.“6·25는 통일전쟁이었다.”는 강정구 교수의 발언이 정국에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면서 그의 어록이 새삼 떠올랐다. 천정배 법무장관의 지휘서신 파문이 국가 정체성 공방으로 번지면서 우리 사회의 이념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이를 논외로 치더라도 역설적이지만 강 교수의 주장은 그가 의도했든 않았든 또 다른 효과를 낳았다. 어느 시인의 표현대로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는’ 이 땅의 보통사람들이 잊고 있었던 통일에 대해 다시 생각케 하는 계기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최근 몇년간 남북통일이 쉬이 이뤄질 것이라고 보는 국민적 인식은 갈수록 엷어지고 있다. 여론조사에 나타나는 역설이다. 올해 서울신문 창간 101주년 여론조사 결과가 그랬다.‘10년 이내에 통일이 될 것’이란 응답 비율은 19.2%에 불과해 ‘10년이상 20년 이내’(34.8%),‘20년 이상’(25.1%)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아예 ‘통일이 안될 것’이란 비관적인 응답자의 비율도 13.2%에 달했다. 이는 한반도에서 냉전은 끝나가고 확실한 평화정착의 기반이 마련됐다는 당국자들의 홍보와는 엄청난 괴리다. 굳이 여론조사 수치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남북 대결이 종식되고 양쪽 주민이 서로 오가는 ‘사실상의 통일’이 이뤄질 것이란 믿음을 갖기엔 현실은 아직 엄혹하다. 얼마전 끝난 12차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보자.1000만 이산가족 중 불과 몇백명의 혈육이 반세기만에 3박4일간의 짧은 재회를 끝내고 또다시 기약없는 긴 이별로 이어지지 않았는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최근 한 강연에서 “(남북간)체제경쟁은 이미 끝났다.”고 선언했다.“북한과 1인당 국민소득, 수출규모 등에서 수백배가 차이 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북측은 정 장관이 공짜로 전기를 지원하겠다는 ‘중대 제안’을 했음에도 선뜻 받지 않고 있는 것은 웬일일까. 남쪽에 무작정 경제적 의존을 하는 것은 체제유지에는 독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 아닐까 싶다. 때문에 아직은 온전히 마음을 놓기에는 이르다는 생각이다. 기자는 최근 지금으로부터 2400여년전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쟁패를 다룬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다시 읽었다. 같은 언어를 쓰고, 동일한 신을 믿었던 그리스의 두 도시국가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25년간 싸움을 다룬 투키디데스의 역사서다. 결론부터 말해 경제력은 물론 민주주의의 성숙도나 문화 등 소프트파워에서도 앞섰던 아테네는 스파르타와 싸움에서 무참히 패배한다. 스파르타가 이겼다고 하지만 아테네와의 전쟁에서 힘을 소진한 그리스 도시국가들은 알렉산더 대왕 부자의 신흥세력 마케도니아의 말발굽 아래 짓밟혀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물론 아테네가 꽃피운 그리스 문화는 나중에 로마문화로 전승된다. 반면 오로지 강력한 군사력만으로 패권을 추구했던 스파르타가 인류 문명사에 남긴 긍정적 유산은 아무것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의 ‘선군(先軍)정치’ 깃발과 고대 스파르타의 상무(尙武)주의를 똑같다고는 하기 어렵다. 하지만 주민이 배를 곯든 말든 ‘우리식 대로’하는 북한식 사회주의가 통일 코리아의 미래상이 될 순 없지 않겠는가. 통일이 빨리 되는 것도 중요하나, 세계사의 보편적 가치에 반하는 통일은 재앙이다. 남측이 북한 주민의 배고픔을 덜어주기 위해 인도적 손길을 내미는 데 인색해선 안 될 것이다. 굶주리는 동족을 위한 식량지원에 누가 반대하겠는가. 그러나 군사비로의 전용 가능성이 있는 현금 지원에는 신중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본다. 통독 전의 서독도 동독에 대해 아낌없이 경제 지원을 했지만, 항상 동독의 인권이나 양독간 교류 확대와 사실상 연계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세계사의 흐름과는 다른 퇴행적인 길을 걷게 할 수도 있는 ‘묻지마’식 현금 지원은 곤란하다. 이는 통일을 앞당기는 게 아니라 분단 고착화를 자초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같은 맥락에서 정부가 유럽의 인권선진국들이 제출한 유엔북한인권결의안에 지금까지 기권해 온 것이 온당한 일인지도 자문해야 할 시점이다. 강 교수의 인권을 거론하면서 수많은 보통 북한 주민들의 일상적인 인권 유린을 아랑곳하지 않는대서야…. 이중잣대로는 정부의 정책이 국민적 신뢰를 얻기 어려울 듯싶다. 구본영 정치부장 kby7@seoul.co.kr
  • [책꽂이]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김환기 지음, 환기미술관 펴냄) 지난 74년 작고한 화가 김환기의 단문과 일기 등에 다채로운 드로잉화를 곁들인 에세이집. 화가이자 문필가였던 부인 김향안의 수필집 ‘월하의 마음’도 함께 출간됐다. 각 1만 8000원.●참호에서 보낸 1460일(존 엘리스 지음, 정병선 옮김, 마티 펴냄) ‘트렌치 코트’라는 낭만적 아이콘을 낳았지만 실상은 가장 비참한 전쟁이었던 1차 세계대전 당시 병사들의 일상사를 적나라하게 묘사했다.1만 4500원.●하상주 단대공정(웨난 지음, 심규호·유소영 지음, 일빛 펴냄) 중국이 ‘중화문명사의 복원’이란 기치를 내걸고 전설상의 왕조였던 하(夏)왕조의 시작을 기원전 2070으로 확정짓는 등 중국 역사의 시공간을 넓히는 하상주 시대구분 프로젝트를 통해 현재 진행중인 동북공정의 단초를 읽는다. 전 2권. 각권 1만 5000원.●소녀 안네 프랑크 평전(멜리사 뮐러 지음, 박정미 옮김, 바움 펴냄) ‘안네의 일기’로 유명한 안네 프랑크의 성장과정과 가족, 친구들, 일기를 쓰게 된 배경과 숨겨진 기록들을 통해 일기에서 볼 수 없었던 생애의 면모를 드러냈다.2만 5000원.●더 나은 세계는 가능하다(세계화 국제포럼 지음, 이주명 옮김, 필맥 펴냄) 반 세계화 진영의 핵심 이론가와 활동가, 학자들로 구성된 저자들이 무역·금융·생산·문화·정치·환경 등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세계화를 분석, 비판하고 구체적 대안을 제시한다.1만 8000원.●미국 외교정책의 대반격(리처드 하스 지음, 장성민 옮김, 김영사 펴냄) 초강대국 미국 외교정책의 한계와 가능성을 점검하고, 국제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세계질서의 청사진으로 ‘통합의 시대’를 제시한다.1만 3900원.●위대한 기사, 윌리엄 마셜(조르주 뒤비 지음, 정숙현 옮김, 한길사 펴냄) 중세사가인 저자가 ‘세계 최고의 기사’로 평가하는 윌리엄 마셜을 통해 독특한 해석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중세 기사도 세계의 실상을 조망한다.1만 7000원.●카불의 책장수(사이에르스타트 지음, 권민정 옮김, 아름드리미디어 펴냄) 체첸과 발칸반도 등을 취재한 종군기자인 저자가 아프간 책장수 일가족의 일상을 소설식 문체로 속도감 있게 그려낸 책. 탈레반 몰락 후 제국주의 외세의 소용돌이 속에 내던져진 아프간인의 삶을 묘사했다.1만 2000원.●가이아의 향기(좌용주 지음, 이지북 펴냄) 생명의 근원으로서의 어머니인 지구를 ‘가이아’로 지칭하면서 신화·역사 지식을 토대로 46억년 동안 지구의 내부와 표면에서 일어난 역동적인 모습들을 이야기한다.1만 7500원.
  • 儒林(475)-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51)

    儒林(475)-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51)

    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51) 서양 철학사에서는 이처럼 원죄설의 뿌리를 둔 성악설이 주류였지만 극소수의 철학자와 교육자 사이에서는 이에 대항하여 성선설이 주장되기도 했었다. 주로 시세로, 세네카 등 철학자라기보다는 웅변가, 정치가들이었던 그들은 ‘인간이 인간다운 까닭은 올바른 이성이 있기 때문이며, 유일한 지선인 덕을 목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다.’라는 명제를 통해 성선설을 제기하였다. 이들이 이처럼 성선설을 주장할 수 있었던 것은 바오로나 성 아우구스티누스와는 달리 기독교인들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그리스철학, 즉 헬레니즘에 입각한 인본주의자이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이들은 처음부터 기독교 교리 중의 하나인 원죄설을 접할 기회조차 없었던 사상가들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극소수에 의해서 명맥을 유지하던 성선설에 획기적인 이론을 제시한 사람은 바로 장자크 루소(1712∼1778).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유명한 금언을 남긴 루소는 평생 동안 인간의 본성을 자연 상태 속에서 파악하려고 노력하였으며,‘인간은 자연 상태에서는 자유롭고 행복하고 선량하였으나 자신의 손으로 만든 사회제도나 문명에 의해서 부자연스럽고 불행한 상태로 빠져 사악한 존재가 되었기 때문에 다시 참된 인간의 모습을 발견하여 인간성을 회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주장을 하였던 것이다. 루소는 ‘자연이 만든 사물은 모두가 선하지만 일단 인위(人爲)를 거치면 악으로 변한다.’고 주장하였는데, 이는 아이fj니컬하게도 순자의 성악설과 극단적으로 위배된다. 순자는 ‘인간은 본래 태어날 때부터 악하지만 인위(작위)를 거쳐야만 바르게 교화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던 것이다. 서양철학이 원죄설에 뿌리를 둔 성악지설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그에 대항하여 뒤늦게 성선지설이 대두되었다면 동양철학에서는 정반대로 맹자의 성선지설이 먼저 제기된 이후 50년 뒤에 태어난 순자에 의해서 성악지설이 대두됨으로써 비로소 인간의 본성을 규명하는 선과 악의 양 날개가 성립될 수 있었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성선설과 성악설을 대립된 사상으로 오해하고 있다. 그러나 두 사상은 어느 쪽이 절대 진리이고, 다른 쪽이 절대 오류라는 식으로 나뉘어질 수는 없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성선설과 성악설은 둘 다 절대 진리인 것이다. 따라서 성선설과 성악설은 대립적 사상이 아니라 오히려 병립적(竝立的) 동위개념인 것이다. 양익(兩翼). 새는 한 날개로는 절대로 날 수 없는 것이다. 양 날개가 있을 때 비로소 새는 하늘을 박차고 날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맹자가 성선지설을 주장함으로써 유가사상에 오른쪽 날개를 달았다면 순자는 성악지설을 주장함으로써 왼쪽 날개를 달아 비로소 유가는 힘찬 날갯짓을 하면서 2000년 이상 동양사상의 중심에 서서 획기적인 비상을 펼칠 수가 있었던 것이다.
  • [오늘의 눈] 검찰총장 내정자의 ‘분별력’/김학준 지방자치뉴스부 기자

    “웃고 말아야 하는 건지…” 정상명 검찰총장 내정자 부부의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21년 동안 따로 된 것은 한 무속인의 말 때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실소를 자아냈다. 특히 “무남독녀인 부인이 친정에 머물러야 화를 면할 수 있다.”는 대목은 거의 ‘전설의 고향’ 수준이기 때문이다. 아직 정 내정자가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부간 서류상 별거가 무당의 조언을 충실히(?) 따른 결과라는 설은 정 내정자측에서 흘러나오는 얘기 등으로 미뤄 상당한 근거가 있어 보인다. 이를 뒷받침하듯 정 내정자의 부인이 주민등록상 10차례 옮겨다닌 곳은 모두 친정 주소지였다. 또 두 사람의 주소지가 겹치는 기간은 정 내정자 처가 명의로 된 집에 살 때뿐이었다. 국회 인사청문위원인 한 의원은 정 내정자 부부의 부동산투기 의혹을 추적하다가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황당해 했다는 후문이다.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인사검증 과정에서 꼬리를 물고 드러난 부동산투기에 질린 국민들은 “그래도 투기보다는 순진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점쟁이로부터 “이렇게 안 하면 재앙이 온다.”는 말을 듣고서 단호하게 무시할 수 없는 인간의 속성도 고려됐다. 또 첨단문명 시대임에도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이 점집으로 몰려드는 현실에 비춰 대단한 과오는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정 내정자가 법을 집행하고 무엇보다 분별력이 요구되는 검사라는 점에서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 내정자 부부의 위장거주는 명백한 주민등록법 위반이다. 누구보다 이 사실을 정 내정자가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설사 검사 시절 초기에 처가 등의 걱정 때문에 마지못해 위장 주민등록을 했다 하더라도 수십년 동안, 나아가 검찰 고위직을 수행하면서도 계속 무당의 지침(?)을 따랐다는 점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하찮은 범부라도 이 정도면 ‘미련하다’는 소리를 듣게 돼 있다. 더구나 그는 지난해 대구고검장에 부임한 이래 검찰 혁신운동을 주도해왔다. 개혁을 부르짖는 인사가 20년 넘게 미신의 망령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실정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청문회에서 이 문제가 어떻게 풀려갈지 궁금하기만 하다. 김학준 지방자치뉴스부 기자 kimhj@seoul.co.kr
  • [여연스님의 茶이야기] 세사발 마시면 득도할 수 있으니…

    [여연스님의 茶이야기] 세사발 마시면 득도할 수 있으니…

    겨울을 부르는 바람이 제법 차다. 일지암 뒤란은 지금 매우 풍성하다. 두륜산 곳곳에 버려진 고사목을 지게에 지어다가 장작으로 사용하기 위해 차곡차곡 쌓아놨기 때문이다. 일지암 초당도 마찬가지다. 일지암 초당은 매년 한 차례씩 삭발을 하듯 지붕을 초가로 이어야 한다. 인근 동네 사람들이며 남천다회 식구들과 함께 작업할 튼실하고 예쁜 볏짚단을 잔뜩 쌓아놨기 때문이다. 하얀 차꽃을 보며 겨울을 맞이하는 이맘때가 되면 괜히 설레는 것은 바로 이같은 풍성한 살림살이 때문이다. 차를 가꾸며 일상을 노동으로 가꾸는 그런 삶속에는 세속의 거친 욕망이 숨쉴 곳이 없기 때문이다. 차란 그런 점에서 바로 우리의 삶덩어리 같은 것이다. 음다, 즉 마신다는 것은 매우 의미가 깊다.‘육지음’에서는 새는 날고 짐승은 달리고 사람은 입을 벌려 말한다. 이 셋은 함께 하늘과 땅 사이에 태어나 먹고 마시면서 살아간다. 마신다는 것은 의미가 참으로 깊고 멀다. 목이 마르면 장을 마시고, 근심과 번뇌를 벗어버리려면 술을 마시고, 정신을 맑게 하고 잠을 깨려면 차를 마시면 된다고 말하고 있다. 당나라 유효작은 차 마시는 것이 마치 잘된 쌀밥을 먹는 것과 한가지라고 말하고 있다. 유효작은 ‘진안왕으로부터 군량미등을 받고 사례를 올리는 글’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조서를 전하는 이맹손이 교지를 선포하고 쌀 술 오이 죽순 김치 말린고기 식초 차 등 여덟 가지를 내려주었습니다. 술의 향기가 신성의 것보다 향기롭고, 운송의 것보다 맛있습니다. 물가에서 마디를 뽑은 죽순은 창포와 마름의 진미보다 뛰어납니다. 보내주신 차를 마시면 쌀밥을 먹는 것과 같이 몸에 이롭습니다.” 차의 살림살이는 바로 우리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쌀밥처럼 중요한 것중 하나라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한국 중국 일본의 다도는 비슷하다. 일본의 선승으로 불리는 센가이기본은 ‘다도극의’에서 “다도는 마음에 달린 것이지 기술에 달린 것이 아니며, 기술에 달리는 것이 마음에 달린 것이 아니다. 마음과 기술이 함께 행해지는 곳에는 언제나 일미(一味)가 드러난다.”고 했다. 중국의 차문화는 매우 광범위하다. 문화혁명의 거친 숙청의 바람 속에서도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수천년을 이어온 차문화가 중국인들의 유전자 속에 뿌리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차인들은 차의 ‘마음’보다는 ‘기술’을 강조했다. 찻물을 20등급으로 나눈 점(장우신의 전다수기), 차 중에 용원승설을 최고로 치는데 그 값이 무려 1만전이나 되는 것도 있다(조여려의 북원별록). 장사에서 생산되는 다구는 정교하기가 천하의 으뜸이어서 한 세트에 백금 200 내지 500성이 들었다(주밀의 계신잡식), 명나라 세종 가정 연간에 경덕진에서 생산된 성화투채배는 그가격이 무려 10만전에 달했다(제경경물략)고 적고 있다. 이런 점을 봤을 때 중국에서 다법은 주로 기술과 외형의 완성에 치우진 형식주의가 대세를 이룬 것 같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차도는 종교적 영역과 결합하면 새로운 꽃을 피웠다. 물질적인 존재인 차가 종교라는 순수한 정신적인 영역과 교감하며 비로소 하나의 문화로 변화된 것이다. 중국 차도의 핵심도 역시 ‘다선일미’다. 그런 점에서 선은 차의 날개와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차의 본성이 고요하고 사색적이고 이지적인 성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년 사계절을 윤회하는 차의 변화 자체가 바로 진정한 선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중국의 차문화가 하나의 차문화로 격상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원오극근선사가 언급한 ‘다선일미’에서부터 비롯된다. 다선일미는 그후 차는 단순한 음료의 한계를 벗어나 인간의 마음과 문명을 담아내는 우주적인 그릇으로 확대재편된 것이다. 한 잔의 차는 삶과 죽음의 문제, 심(心)과 색(色)의 문제, 사유와 존재 등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제시함으로써 생리적 필요에 의한 음료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어 버린 것이다. 조주 스님의 유명한 공안인 ‘끽다거’는 그같은 변화를 너무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중국의 선문에서 차의 발전은 수행에 도움을 주는 특수한 효능에서부터 시작해 손님 접대까지 하나의 완전하고 엄숙한 다례의식으로 발전했다. 선문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관념의 일치성, 즉 차와 선의 본체와 하나라는 사실을 인지했고 그것을 선과 결합시켜냈다는 점이다. 교연 스님은 “세 사발 마시면 득도할 수 있거니 왜 하필 마음썩이며 번뇌를 깨닫는가.”라고 하고 있다. 교연 스님의 말은 조주 스님의 ‘끽다거’와 완벽하게 일치한다. 조주 스님은 끽다를 일상생활에서 자기를 초월하는 깨달음으로 이끌어냈다.‘차선동일미’에서 밝히고 있듯이 “차는 곧 선이다. 선의 맛을 모르면 차의 맛도 모른다.”는 말과 동의어인 것이다. 다선일미는 그런 점에서 바로 지혜의 경계다. 지혜가 없으면 일상에서, 수행에서 그 어떤 해답도 얻을 수 없다. 다선일미 곧 중국 차문화를 넘어 중국문명의 밑바탕이 된 것이다. 중국 선종 차문화의 물적 토대를 한 단계 격상시킨 스님은 바로 저 유명한 마조도일 선사다. 마조도일 선사는 8세기 중엽 중국 강서성 봉신현 백장산에서 ‘백장청규’를 제정했다. 백장청규의 핵심은 바로 노동과 함께 어우러진 선수행에 있다.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말라는 백장청규는 ‘농선병중’의 사상을 담고 있다. 농선병중사상에 입각한 선문의 생활방식은 자급자족으로 전환시켰다. 당시 사원경제의 핵심은 바로 차 농사였다. 그때부터 스님들은 수행을 하며 직접 차를 재배해 사원경제의 생산력을 최대한 끌어올린 것이다. 지금까지 내려오는 중국의 명차 대부분이 사원차인 것은 바로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기인한다. 탄탄한 경제적 토대를 바탕으로 중국 선문의 차문화도 미학적 승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불가에서 행하는 행다의식과 다구들이 독자적으로 등장했고 그에 맞는 자연스러운 직책도 정해졌다. 그런 차문화 속에서 성장한 선사들은 대대로 다사(茶事)와 다례(茶禮)에 정통했다. 불교의 선문에서는 사찰의 차예절이 하나의 다도로 정립돼 계승되었기 때문이다. 다도로 정립된 사찰의 다도는 순서와 안배가 매우 정밀하고 상세했다. 차 예절 전문 담당자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엄격한 등급과 절차를 두어 서로 다른 규모로 행해져 왔다는 점을 볼 때 수준 높은 차문화를 영위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선차록’의 기록은 이같은 사실을 잘 입증한다. ‘차는 곧 깨달음의 극치’라고 설파한 남종선 선승들의 청규였던 ‘근수백창청규’에는 “총림에서 능한 사람을 참두로 삼는다. 참두는 대중을 인솔하여 객사로 가서 위의를 갖추고 문의 오른편에 줄서서 잠시 인사드리겠다고 말한다. 그러면 지객은 즉시 안으로 사람들을 맞는다. 참두가 말한다.‘오늘 선사들의 참 모습을 뵈오니 매우 복이 많습니다.’ 지객이 말하길 ‘이렇게 먼길 와주시니 저희 산문에서 매우 다행스럽게 여깁니다.’ 차를 마시면서 사찰의 내력을 묻는다. 이윽고 곧 일어나서 차대접에 대해 감사인사를 하고 돌아온다.”고 적고 있다. 선종에서 형성된 다례와 다연은 엄숙하면서도 담백해 그 끝을 알 수 없는 미학적 의미와 예술적 정신적 경계를 지니면서 중국의 차문화를 이끌어냈다. 다례 다의 다연에서는 점차 투차 분차를 통해 미(美)의 형식을 보고 선의 정신을 깨닫고 결국에는 다선일미의 지혜까지 증득하는 것이다. 중국 차도의 핵심이랄 수 있는 ‘다선일미’는 중국의 차문화가 지닌 정신적 내용을 풍부하게 만들었다. 즉 차가 선종의 의미를 충분히 담고 선의(禪意)를 깨닫는 지혜의 경지에 이르게 하여 차와 선이 진정으로 서로 소통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차는 바로 평상심의 적용이며 체현이다. 너무도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워 그 어떠한 신비감도 없는 것이다. 차가 있음으로써 날마다 좋은 날이요, 날마다 평화스러운 날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차는 바로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일지암 암주 ■ 대한민국 차품평회를 다녀와서 한국의 차가 백가쟁명의 시대를 맞고 있다. 차 산업의 활성화로 여러 곳에서 차 생산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차의 종류는 얼추 수백 가지나 될 정도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최고의 장인이 만든 최고급차인 명차가 아닌 일반 대중들이 손쉽게 구하고 음다(飮茶)할 수 있는 차에 대한 기준을 갖지 못하고 있다. 차품평회란 바로 우리나라에서 보편적으로 마실 수 있는 차의 기준을 만드는 대회인 것이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느낄 수 있는 차의 색(色), 향(香), 미(味), 기미(氣味)의 기준을 만드는 것은 매우 많은 노력과 협조가 필요한 작업이다. 제2회 대한민국차품평대회가 얼마전 차의 본향이랄 수 있는 경남 하동군에서 열렸다. 그 품평대회에는 한국차를 이끌고 있는 200여 생산농가와 차문화를 이끌고 있는 명원문화재단, 한국차문화협회, 한국다도협회, 한국명선차인회, 일지암초의차문화연구회 등이 참여했다. 그런점에서 대한민국차품평대회는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차 품평대회로 발돋움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미 60년 전, 일본에서는 20여년 전부터 품평회가 시작됐다. 그같은 차 품평의 역사 때문에 그 나라들의 차의 수준은 급속히 안착돼 갔을 뿐만 아니라 일반차 명차 등 차의 등급을 매길 수 있는 기준을 찾을 수 있게 됐다. 현재 우리 차는 최고의 호황기를 맞고 있다고 봐야 한다. 우리 차를 한마디로 평가하자면 “묻지마 차”라고 말하고 싶다. 사족을 달자면 차산업이 급속하게 확장되면서 어떤 차를 만들어도 소비자들에게 소비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 차 생산자들을 평가절하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이번 품평대회는 그같은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품평대회에는 250여종의 차가 출품됐다. 그중 본심사에 올라온 것은 20여종이었다. 그중 최고의 차를 평가하는 데 그 편차가 최상위차와 0.3,0.4 정도밖에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 차 생산자들의 차 제조 수준이 평준화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우리의 차도 매우 높은 수준에 올라있음이 증명된 셈이다. 그럼에도 좋은 차를 지키고 생산해야 하는 지킴이로서의 품평대회는 그 역사와 연륜을 쌓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차 품평대회는 차 제품의 가격대비 품질 경쟁력, 안전한 먹거리로서의 좋은 차, 소비자의 기대치를 만족시키는 차의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문제제기에서 출발했다.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현재 많은 양의 외국산 차들이 우리나라에 수입되고 있다. 그러나 검증되지 않은 일부 차, 즉 보이차 같은 수입차의 위해성은 많은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기도 하다. 내부적인 문제도 만만치 않다. 현대인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문화적 욕구 증대, 웰빙 라이프의 추구 등 차 제품의 소비환경이 성숙되고 있음에도 객관적이고 신뢰성 높은 차의 기준을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이 한국차계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차품평대회는 그런 점에서 한국차 산업의 안정성과 산업적 잠재력을 확대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좋은 차를 만드는 것은 한국차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과 같은 동의어다.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좋은 차를 통해 아름답고 건강한 차 문화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차인들의 노력에 깊이 감사할 따름이다.
  • 십자군전쟁의 진실 제대로 보기

    십자군전쟁의 진실 제대로 보기

    1095년 교황 우르반 2세는 교황권을 강화하기 위해 7세기 이래 이슬람 지배하에 있던 ‘성스러운 도시’ 예루살렘 탈환에 칼을 빼들었다. 약 200년 동안 유럽 기독교도들은 ‘신의 뜻’을 등에 짊어지고 8차례나 동방으로 달려갔다.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겪었으나 기독교도는 결국 예루살렘 탈환에 실패했다.700여년이 흐른 지난 2000년, 로마 교황청은 기독교가 인류에게 저지른 잘못 가운데 하나로 이 십자군 원정을 꼽기도 했다. 그런데 두 문명의 충돌은 중세로 박제된 옛말이 아니다. 여전히 기독교와 이슬람교는 반목하고 있다.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전을 십자군 원정에 빗대기도 했고, 오사마 빈 라덴 등은 이에 맞서 성전을 외치고 있다. 역사전문다큐채널 히스토리채널이 지금도 반복되고 있는 십자군 원정의 역사를 되짚어 보며 현재를 조명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11일과 18일 오전·오후 10시 4부작 HD 블록버스터 다큐멘터리 ‘십자군 전쟁, 초승달과 십자가의 충돌’을 두 차례로 나눠 방송한다. 130개국 2억 3000만 시청 가구를 확보하고 있는 전 세계 히스토리채널이 거의 동시에 내보내는 ‘월드 와이드 이벤트’의 7번째 시리즈. 미국에서 현지시간으로 지난 7일 방영했을 정도로 따끈따끈한 작품이다. 1년여 제작기간에 기존 다큐멘터리 비용을 훨씬 웃도는 400만달러가 투입됐다. 200년 전쟁의 진실이 무엇이었는지를 파헤치며, 또 각자 종교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전사들의 투쟁을 영화처럼 생생하게 재연한다. 서구적 또는 기독교적 시각에 치우칠 수 있다는 생각은 기우에 불과하다. 각 종교 관점을 지닌 역사학자와 신학자들의 설명을 곁들여 교활했던 교황의 모습이나, 영토에 목말랐던 지방 영주, 이슬람의 입장 등을 그리며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고 있다. 전투분석학자가 고증한 중세 시대 전투 테크놀로지와 사자왕 리처드 1세나 살라딘 같은 영웅의 이야기도 흥미를 끈다. 이번 다큐는 1차에서 3차 원정이 있었던 초기 100년에 집중한다.1,2부에서는 십자군 원정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기독교가 400년 만에 예루살렘을 탈환하는 과정을,3,4부에서는 예루살렘을 되찾고자 했던 이슬람의 반격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모로코 사막에서 실감나게 재연된 전투 장면이 흥미롭다. 영화 못지 않은 최첨단 컴퓨터그래픽(CG)과 배경음악, 효과음이 돋보인다. 2,3차 십자군 원정을 소재로 올란도 블룸이 주연을 맡은 영화 ‘킹덤 오브 헤븐’에 나왔던 배우 상당수가 이번 작품의 제작에 참여한 점도 이채롭다. 이번 다큐는 방영과 동시에 비트윈에서 DVD로 발매될 예정이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열린세상] 한국민과 일본국민이 만나야 할 지점/이덕일 역사평론가

    고이즈미 정권의 3차 내각에 문제성 인물들이 다수 포진해 논란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과 “군대위안부에 강제성은 없었다.”는 망언의 주인공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상이 그런 인물들이다. 아베 신조는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 33%, 마이니치신문의 여론 조사에서도 28%를 획득해 21%에 그친 고이즈미 총리까지 따돌릴 정도로 일본 국민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그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는 만주국 상공대신을 지내다가 종전 후 A급 전범으로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기사회생해 총리가 된 인물이고, 부친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 전 외상도 총리직까지 거의 다가갔다가 1991년 췌장암으로 사망하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아소 다로 외상의 조부인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전 총리는 1954년 총리 재직시 “다행히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나 덕을 봤다.”는 망언의 주인공이다. 이처럼 현재 활약 중인 일본 극우 세력들은 과거 일본의 해외침략에 일조했거나 그에 동조했던 선조들의 후예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의 또 다른 특징은 자신들을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의 원폭 투하를 피해자로 둔갑시키는 도구로 자주 이용하는데, 정작 피폭자 중 약 10%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은 애써 외면하는 데서 그런 인식의 자의성은 쉽게 드러난다. 히로시마의 피폭사망자 중에는 고종의 손자이자 의친왕(義親王) 이강(李堈)의 둘째아들인 이우 공(公)까지 있었다. 일본 국민들의 이런 이중적 역사 인식은 과거의 군국주의 세력을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1946년 1월1일 일왕의 ‘신일본 건설에 대한 조서’, 즉 이른바 일왕의 ‘인간선언’은 ‘신적 권위를 버리고 민주주의 사회·국가의 일원으로 국민과 함께 존재한다.’는 선언이지만 이는 사실상 동아시아와 태평양 일대를 전쟁으로 몰아간 최고 전범에 대한 면죄부였다. 아베 신조의 높은 인기의 배경은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 처리문제에서 강경론을 펼쳤기 때문이다. 자국민이 납치된 비문명적 야만행위에 대한 그의 분노는 이해할 만하지만 그 분노는 일본의 과거 행위에 대한 반성의 토대 위에 서 있을 때만 동아시아 국민들의 공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일본의 보통 국민들이 생각해야 할 점은 그 자신들도 과거 군국주의 세력의 희생자였다는 사실이다.1940년 12월∼1945년 8월에 이르는 태평양전쟁 동안 아시아 각국의 국민들도 큰 고통을 받았지만 평범한 일본 국민들도 큰 상처를 입었다.‘태평양전쟁 동안 아국(我國:일본)의 피해종합보고서(太平洋戰爭我國被害總合報告書)’에 따르면 일본 육군은 114만여명이 전사했으며, 해군은 41만여명, 군인군속은 155만여명, 일반국민은 185만여명이 전사했다. 도합 495만여명이니 대단한 피해가 아닐 수 없다. 더 중요한 점은 이 수많은 사람들이 점령당한 아시아인들의 저주 속에서 죽어갔다는 점이다. 오늘날 일본의 평범한 국민들이 생각해야 할 점은 왜 자신의 부친과 오빠, 형들이 이역만리 타국에서 저주 속에 죽어가야 했는가 하는 점이다. 그들을 전쟁의 광기로 내몬 일본 군국주의 세력에 그 모든 책임이 있다. 곧 일본의 군국주의는 아시아의 모든 시민들과 일본의 평범한 시민들이 함께 싸워야 할 공동의 적인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의 건강한 시민과 일본의 보통 시민들이 만나는 것, 이것이 현재 일본이 보여주고 있는 우려스러운 진로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일 것이다. 이덕일 역사평론가
  • 조선시대 전통 복식부기 있었다

    조선시대 전통 복식부기 있었다

    복식부기법이 없었더라면?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만약 그랬다면 ‘콜럼버스 항해→신대륙 발견→은(銀)의 유럽 대량유입→서양의 발흥’이라는 연쇄고리가 이어지지 못했을 수도 있다. 콜럼버스의 탐험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회계의 투명성. 당시 탐험을 빙자한 사기가 워낙 많았던 탓에 돈 떼일까봐 망설이던 투자자들에게 그는 복식부기를 쓰면 속일 수 없다고 설득해 탐험비용을 타냈다. 이 때문인지 서양은 ‘회계’에 상당한 자부심을 가져왔다. 막스 베버는 복식부기를 통한 회계의 투명성을 서구사회와 비서구사회를 나누는 기준으로 쓰기도 했다. 그러나 과연 그러기만 했을까. 한국학중앙연구원 세종국가경영연구소 전성호 비교연구실장은 11일 성균관대 유교문화연구소에서 주최하는 ‘유교와 경영’ 학술대회에서 ‘우리 복식부기법도 그에 못지 않았을 뿐 아니라 외려 더 우수했다고도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전 실장은 미리 배포된 발제문에서 문자의 역사가 곧 회계의 역사라고 강조했다. 문자가 필요해서 생긴 것이라면, 그 필요성은 ‘헤아리는 것’에서 시작했다는 것이고, 헤아린다는 것은 곧 ‘문명’을 뜻한다는 설명이다. 그렇기에 서구에만 특출나게 회계가 있었다기보다, 그 어느 곳이던 문명권이 있었다면 어떤 형태로든 회계가 발달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봐야 한다는 것. 실제 해독이 어려운 수메르문명의 문자도 회계의 원리로 보면 의외로 쉽게 풀리는 경우도 많고,8세기 이슬람 문화권에는 무려 14가지 항목으로 된 회계절차가 있었다. 그렇다면 동아시아에서는? 당연히 있었다. 여기서 주의깊게 볼 것은 중국과 한국의 언어가 다르다는 사실이다. 문자의 역사가 곧 회계의 역사라면 중국과 한국의 회계가 다를 수밖에 없다. 여기서 전 실장은 한자를 이용해 표기했던 ‘이두(吏讀)’에 주목한다. 전통 회계장부를 보면 한자로 적되 우리식으로 읽었던 이두로 쓰인 용어가 많은데, 이것이야말로 한국의 회계법이 독자적으로 발달해왔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구체적으로 17세기부터 300여년 동안 계속 기록되어온 전남 영암 남평 문씨 문중의 대동계 회계장부 ‘용하기(用下記)’에 쓰인 이두를 분석한다.‘계’다 보니 수입과 지출이 명확하게 기록되어야 하고, 또 누구나 보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 필요성은 더 커진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秩(질)자와 作(작)자. 벼를 다듬어 쌓아놓은 형상을 본뜬 秩자는 물품이름 뒤에마다 붙이는 글자다. 전 실장은 “회계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물품을 의인화하는 현대회계기법과 똑같다.”는 점을 지적한다.作은 이두발음으로는 ‘질’로 읽는다. 요즘으로 치자면 재고조사와 대차대조표를 만드는 데 쓰인 단어다. 전 실장은 발음이 秩과 같아서 맞춰 쓴게 아닌가라고 추측한다. 이게 장부에 기입되는 방식을 보면 놀랍다. 예를 들면 ‘조질전(租作錢)’은 ‘벼질한 돈’인데 ‘조질(租秩)’에서는 나가고,‘전질(錢秩)’에는 들어온 것으로 장부에 기입된다. 즉, 벼를 걷어 팔았고 그 대가로 돈 얼마를 받았다는 기록이 남되 이중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또 재고조사(反作·반질)로 장부기록과 맞지 않는 부분은 ‘축(縮)’이라 해서, 요즘으로 치면 자연감소분으로 처리했다. 전 실장은 이런 예를 들면서 “회계학자들과 국문학자들간 공동연구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선왕조실록이나 개인문집 등에 회계 관련 기록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여기에 쓰인 용어 대부분이 이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를 비교·분석만 해내도 회계사나 경제사뿐 아니라 문자사에서도 획기적인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 동시에 전통 회계 용어도 되살리자고 제안했다. 단적인 예로 ‘부기법(簿記法)’은 일본 메이지시대 용어인데 그보다는 우리 전통 표현인 치부법(治簿法 혹은 置簿法)이 더 낫다고 봤다.‘부기’가 단순히 장부에 적는다는 뜻이라면,‘치부’는 장부를 다스리고 똑바르게 한다는 뜻으로 회계의 본래적 의미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UN평화의 날’ 기념 학술회

    경희대 네오르네상스문명원(원장 조인원)은 11∼12일 서울캠퍼스 및 신라호텔에서 저명 학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념 이후의 시대, 대안문명을 말한다´ 라는 주제로 제24주년 UN 세계평화의 날 학술회의를 연다.
  • [사고] 서울신문 신춘문예 공모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첨단문명의 혜택으로 누구나 글을 쓰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가볍고, 사변적이고, 공격적인 글이 가상공간을 자유롭게 유영할수록 치열한 시대정신으로 무장한 옹골진 시어와 문장이 더욱 절실해지는 요즘입니다. 문학의 영원한 가치와 예비 문인들의 뜨거운 열정을 응원해 온 서울신문이 2006년도 신춘문예 작품을 공모합니다. 모집은 단편소설·시·희곡·문학평론·시조·동화 등 6개 부문이며, 문단의 권위와 공정성을 인정받는 전문가들이 부문별 심사를 맡습니다. 우리 문학의 미래를 이끌 역량있는 신인들의 많은 참여를 기대합니다. ■ 공모 부문 및 고료 ●단편소설(80장 안팎) 500만원 ●시(3편 이상) 300만원 ●희곡(90장 안팎) 250만원 ●문학평론(70장 안팎) 250만원 ●시조(3편 이상) 200만원 ●동화(30장 안팎) 150만원 ※장 수는 200자 원고지 기준 ■ 마감 2005년 12월 9일(당일 소인까지 유효) ■ 당선작 발표 2006년 1월 1일자 서울신문 ■ 보낼 곳 100-745 서울 중구 태평로1가25 서울신문 편집국 문화부 신춘문예 담당자(인터넷 접수 불가) ■ 유의사항 -원고 겉장에 본명(필명일 경우), 주소, 연락처(집·직장 전화, 휴대전화 번호) 등을 명기할 것 -우송할 때는 겉봉에 ‘신춘문예 응모작’이라고 표기할 것 -원고는 원고지 혹은 A4용지 -타사에 중복 응모했거나 표절 사실이 확인되면 당선을 취소함 -응모작품은 반환하지 않음 ■ 문의 서울신문 문화부(02)2000-9192∼5.
  • [여연 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16) 차와 건강

    [여연 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16) 차와 건강

    찬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 벌써 겨울이 오고 있다. 산사에도 인적이 드문 드문 해진다. 봄 여름 가을을 지낸 퇴비들을 차나무들에 뿌려준다. 이른바 겨울을 튼튼하게 날 수 있는 방한복 같은 것이다. 생명을 가꾸는 행위는 매우 어렵고 순수한 일이다. 과학적인 실험에서도 알 수 있듯이 벼는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그 튼실한 알맹이를 안으로 키워내고 과일나무는 주인의 흥얼거리는 즐거운 콧노래를 들으며 맛있는 과즙을 생산해내는 것이다. 생명을 가꾸는 일은 헌신과 자비를 통한 완벽한 동화(同化)를 이룰 때 가능하다. 나를 버리고 이해요구를 버린 따스한 손길은 그 생명을 완전한 아름다움으로 자라게 하는 최고의 비약이다. 차나무도 마찬가지다. 차농사꾼들의 헌신적인 손길을 통해 그 파릇 파릇한 연두색 찻잎들과 우주의 생명을 숨쉬게 하는 색·향·미를 담은 완벽한 나무로 자라나는 것이다. 차나무뿐만 아니다. 모든 것은 바로 생명이다. 그 생명을 가꾸고 길러내는 사람들의 손길은 마치 부처의 마음처럼 늘 평안하다. 요즘 들어 부쩍 차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웰빙이니 헬스니 현대인들이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돈과 시간을 투자하면서 차 관련 건강상품들이 물밀듯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차의 자본화는 이제 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것 같다. 차의 대중화와 생활화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차와 건강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차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 중에 가장 신령스러운 생명이기 때문이다. 일찍이 중국에서는 차의 효능을 알고 약재로 사용해 오고 있다.4000년 전부터 들차를 채집하였다가 끓여 그 차즙으로 병을 치료하였다고 전하며, 후에 차를 마시면 건강에 좋다는 것을 발견하여 차츰 약재로 사용하게 되었다. 차가 만병을 다스리는 약이라는 말은 당나라 진장기(陳莊器)의 ‘본초습유(本草拾遺)’에서 기원되었다. 이 책에서는 “…제약(諸藥)은 각병지약(各病之藥)이지만 차는 만병지약(萬病之藥)”이라고 하여 차의 효능을 강조하였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차나무의 성질은 조금은 차고 그 맛은 달고 쓰면서 독이 없는 식물이다. 그 성질이 쓰고 차서 기운을 내리게 하고, 체한 음식을 소화시켜 주고, 아울러 머리와 눈을 맑게 하고 소변을 잘 통하게 한다. 또한 소갈증(消渴症)을 멈추게 하며, 잠을 적게 해주며, 화상 입은 데에 독을 없애준다.”고 하였다. 오늘날에도 많은 나라에서 찻잎을 실험재료로 하여 많은 인력과 물력을 투입해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차의 여러 가지 뛰어난 효능이 속속 밝혀지고 있어 차가 만병지약임을 입증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세계의 다양한 음식을 조사한 결과 장년과 노년층에 가장 좋은 음식 중 하나로 차를 꼽았다. 차는 방사성 원소를 흡수하여 배설하게 하고, 사람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보충하여 장수를 돕는 놀라운 기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찻잎에는 단백질, 지방, 비타민, 그리고 탄닌(폴리페놀), 카페인 등 300여종의 성분이 포함되어있으며, 생리기능을 조절하고, 다양한 약리 작용을 발휘한다고 한다. 찻잎의 카페인 성분은 일종의 혈관확장제로써 호흡을 빠르게 하고 맥박을 바르게 하면서도 혈압은 올라가지 않도록 한다. 또한 신장을 자극하며, 강심(强心), 건위(健胃), 이뇨해독 작용도 한다. 또한 카페인과 탄닌의 협동 작용으로 인체 내에 콜레스테롤이 많아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으며 탄닌은 혈관에서 피를 잘 통하게 한다. 특히, 차의 효과는 성인에게 더욱 좋다. 장년이 되면 쉽게 몸이 비대해지는데, 이는 심장혈관병, 당뇨병, 장암 등 각종 성인별을 초래한다. 날씬해지기 위한 가장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은 차를 마시는 것이다. 운동하기 전에 차를 마시면 에너지원으로써의 지방이 우선적으로 연소되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그만이다. 차 성분 중에 카테킨이 지방 분해 효소의 작용을 도와 기름진 음식을 먹은 후에 차를 마시면 매우 효과적이다. 최근 환경오염으로 인한 알레르기성 질환이 많아지면서 차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차의 알레르기 억제 작용이 일본 시즈오카 현립대학의 스기야마 박사팀에 의해 밝혀져 주목을 끌고 있다. 이들 연구팀은 알레르기 반응에 관여하는 항체를 쥐에 실험할 때, 차를 투여한 후 항원을 주사할 경우 알레르기 억제 효과가 탁월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또한 차는 정신을 분발시키고 피로를 제거하며 항균작용이 탁월해 지친 심신과 스트레스로 인해 야기되는 현대인의 각종 질병에 뛰어난 효과를 발휘한다. 한 연구보고에 의하면 위장 중에 1∼3%의 탄닌이 있다면 방사성 물질인 스트롬튬의 30∼40%를 체외로 배출할 수 있다고 한다. 또 탄닌은 담배에 들어있는 니코틴과 결합하기 때문에 몸에 흡수되지 않고 체외로 배출된다. 이밖에도 수은이나, 납, 카드뮴, 구리 등 중금속과도 결합해 각종 공해로 체내에 축적된 유해성 중금속의 해독작용을 한다. 그러므로 자연환경 오염이 심하고, 생태균형이 파괴된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차를 상용하면 더욱 좋은 것이다. 차와 건강의 연관성 중 잘못 알려진 것이 있다. 바로 차는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같은 우려는 매우 잘못된 것이다. 차는 어린이들의 발육이나 건강에 매우 필요한 것 중 하나다. 생후 5개월 이후에는 간에서 카페인의 분해속도가 성인과 같아지기 때문에 차를 마시는 것이 전혀 해롭지 않은 것이다. 찻잎에는 어린이들의 성장 발육에 필요한 페놀류의 연생물, 카페인 비타민 단백질 당류와 방향물, 그리고 아연 불소등의 유익한 미량원소를 포함하고 있어 적당하게 마신다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차는 또한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에게 면역력을 키워주는 역할도 한다. 어린이들은 면역력이 약한 관계로 배탈이 자주나고 식중독에 자주 걸린다. 녹차의 카테킨 성분은 식중독을 예방하고 설사를 멈추게 하므로 배탈이 나기 쉬운 여름에 차를 마시게 하는 것은 매우 좋은 담방약 중 하나다. 차는 또 어린이들의 충치를 예방하기도 한다. 사탕이나 초컬릿 등 당류의 섭취가 유난히 많은 현대의 어린이들에게 불소함량이 풍부한 차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차의 권장량은 하루 2∼3잔 정도다. 어린아이가 차를 너무 많이 마시면 체내 수분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수면시간이 줄어들어 많은 영양분을 소모, 성장발육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가 누구에게나 좋을 수는 없다. 임산부나 위가 약한 사람, 몸이 냉한 사람, 불면증환자, 저혈압환자 등은 과한 차의 음용에 매우 조심해야 한다. 차는 정신을 건강하게 하고 육체의 피로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런 점에서 산업화로 인해 공해가 심한 도시생활에서 차는 정신과 육체를 편안하게 하는 평화로운 인도자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러나 요즘들어 불어닥치고 있는 차의 자본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화장품에서부터 베개 속옷까지 무한정 넓혀지고 있는 차의 상품화는 마치 차가 인간의 모든 건강을 책임질 수 있는 만병통치약처럼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차의 정신은 사라지고, 오직 인간의 육체적 이기심을 채워줄 수 있는 많은 상품 중 하나처럼 자리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차는 인간이 마시는 기호음료를 뛰어넘어 인간의 육신과 정신을 담아낸 고귀한 생명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차를 통해 우리는 현재와 과거 미래의 삶을 좀더 풍요롭고 따스하게 가꾸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차를 통해 인간과 인간뿐만 아니라 각종 문명과도 평화롭게 조우해야 한다. 일상을 사는 나를 발견하며 내안에 내재해 있는 욕심을 버리고 집착하지 않는 평화를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차인 것이다. 큰 빌딩속에 기계부품처럼 앉아 자신의 삶을 소진해서는 안 된다. 사무실 책상위에 일인용 다구와 차를 준비한 후 가볍게 차 한잔을 하자. 그럼 자신안에서부터 알 수 없는 행복이 솟아오를 것이다. 일지암 암주 ■ 반야병차와 떡차의 전설 지금은 열반했지만 근현대 선지식 중 한 분인 큰 스님이 있다. 송광사에서 주석하면서 크게 선법을 펴신 구산 큰스님이다. 구산스님은 열반할 때까지 손수 자신의 일상사를 챙기며 용맹정진하신 분으로도 유명하다. 구산스님이 제일 좋아했던 차는 바로 떡차였다. 구산스님은 저녁공양 전 작은 암자에 손수 불을 넣으셨다. 당시는 구들방이었기 때문에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불을 넣어주어야 했다. 저녁공양 시간이 되면 구산스님은 작은 철주전자를 아궁이 숯불위에 놓고 갔다. 그리고 저녁공양을 한후 펄펄 끓어넘치는 철주전자를 방에 들여와 찻잔에 내어 마셨다. 구산스님이 마셨던 것은 바로 발효차인 떡차였다. 철주전자에 맑은 청수를 넣은 후 떡차 한덩이리를 넣는 것이다. 그리고 대중공양이 끝난 후 펄펄 끓어넘치는 떡차 한잔으로 건강을 지켰던 것이다. 일지암에서는 우리 고유의 차로 불리는 떡차를 생산하고 있다. 이른바 반야병차가 그것이다. 민간에서는 옛날부터 떡차를 긴급한 환자에게 쓰는 담방약으로 썼다. 배가 아픈 어린이, 이빨이 아픈 노인 그리고 배탈환자에게 우리 조상들은 초가집 시렁에 줄을 매달아 걸어놓은 떡차를 쑥 빼서 달여 마시게 했다. 신기하게도 떡차는 큰 효험이 있었다. 떡차는 이른바 발효차이다. 콩을 띄워 메주를 만들 듯이 떡차도 찻잎을 띄워 충분히 발효시킨 뒤 건조한다. 발효차는 평상시 차로써뿐만 아니라 감기를 앓거나 몸이 부실한 사람들에게 큰 효험을 발휘한다. 일지암과 초의차문화연구원에서는 몇 해 전부터 초의스님이 말씀하셨던 반야병차를 조금씩 생산하고 있다. 반야병차는 여름철에는 차게, 겨울에는 뜨겁게 마셔도 된다. 발효된 차이기 때문에 찻물의 온도에 상관없이 언제나 마셔도 되는 것이다.‘돈차’라고 불리는 우리 고유의 발효차는 현대인들의 삶속에서도 건강을 지키는 지킴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좋은 차다. 중국에는 몽정차 백로차 보이차 등 약효의 효험이 있는 차들이 매우 많다. 반야병차 역시 마찬가지다. 떡차로 불리는 반야병차는 약리적인 효능이 높다는 중국의 품격높은 명차들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금 많은 차인들이 떡차의 완벽한 복원을 위해 애쓰고 있다. 차와 일상의 삶을 연결한 떡차는 옛날 우리 차인들의 마음을 그대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래 전부터 민중들의 일상속에서 숨쉬며 우리의 건강을 챙겨온 떡차는 조만간 우리 곁을 지키는 ‘차 건강지킴이’로 태어날 것으로 보인다.
  • [임영숙칼럼] ‘여우를 찾습니다’

    [임영숙칼럼] ‘여우를 찾습니다’

    사슴가족과 마주쳤습니다. 산자락을 끼고 도는 시골길을 자동차로 달리던 중이었습니다. 사슴이 출몰하니 조심하라는 표지판이 설치된 길이었습니다. 저만큼 앞서 사슴이 길을 건너는 것을 보며 자동차를 세웠습니다. 어미 사슴을 따라 새끼 사슴 세마리가 길을 건너 해 저문 들판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다음 순간 우리 일행이 관찰 당하는 쪽이 되고 말았습니다. 새끼 사슴이 모두 길을 건넌 것을 확인한 어미 사슴이 고개를 돌려 우리 쪽을 한동안 쳐다 보는 것이었습니다. 경북 의성군 중앙고속도로에서 멧돼지 새끼 다섯마리가 자동차에 치여 숨졌다는 보도를 보고 10여년전 미국 동부 지역에서 겪은 일이 떠 올랐습니다. 멧돼지 새끼들과 충돌한 자동차 운전자는 얼마나 놀랐을까요. 차량통행이 적어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것만도 다행입니다. 그러나 사람과 야생동물이 그런식으로 마주치게 된 것이 안타깝습니다. 지난 1년동안 지리산 일대 4개 도로에서만 차량사고로 죽은 야생동물이 3000마리에 가깝다지요. 길을 너무 많이 만들고 야생동물이 지나갈 수 있는 생태통로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탓이랍니다. 최근 한달사이 네번씩이나 벌어진 서울의 멧돼지 출현소동도 그렇습니다. 분명 도심의 멧돼지는 문명속의 야만입니다. 아파트 주차장까지 휘젓고 다닌 멧돼지가 놀라움을 넘어 공포감을 안겨준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더라도 인간이 길 잃은 멧돼지를 잡는데 ‘이토록 서툴어서야’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10월 환경운동단체 생명의 숲이 마련한 ‘양구 생태기행’에 참여했습니다. 소양호 선착장에 내리자 ‘여우를 찾습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길가에 걸려 있었습니다. 작년 봄 죽은 여우 한마리가 양구에서 발견됐답니다. 지리산에서 여우가 마지막으로 발견된 지 26년만이었습니다. 이에 양구의 환경단체 산사모(산양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여우 찾기에 나선 것입니다. 여우가 살아 있을 것으로 확신한 양구군은 천연기념물인 산양 증식에 이어 여우 증식사업을 벌일 계획이랍니다. 양구는 자연생태계의 보물창고로 불리는 비무장지대(DMZ)와 민통선 면적이 전체의 7분의1을 차지하는 곳입니다. 역사적으로는 고통스러운 민족의 상처를 안고 있지만 생태적으로는 매우 중요한 지역입니다. 금강산 가는 길목에 자리한, 천연기념물 열목어의 최대서식지 두타연에서 우리 일행은 말을 잃었습니다. 인적이 드문 새벽녘 두타연 계곡에서 산양과 사향노루, 여우와 고라니가 노니는 모습도 상상해 보았습니다. 땅속에 묻힌 지뢰 때문에 50여년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숲속엔 이미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스라소니, 표범과 반달가슴곰이 살아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내금강에서 발원해 파로호로 흘러들어가는 수입천은 요즘은 보기 힘든, 하천의 원래 모습을 간직한 아름다운 강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양구군의 야생동물 피해 대책이었습니다.3년전부터 야생동물로 피해를 입은 농가에 3000만원의 예산을 책정해서 전액 보상해주고 있답니다. 예산 범위를 넘어선 피해농가엔 전기철책선을 설치해 주고요. 양구에서처럼 사람과 야생이 공존할 수는 없을까요? 사실 멧돼지 소동은 우리 생태환경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헐벗은 민둥산을 50년만에 울창한 숲으로 바꾸었듯이 DMZ와 민통선 지역을 앞으로 50년동안 고스란히 보존할 수는 없을까요? 생물종다양성, 유전자원이 국력인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논설고문 ysi@seoul.co.kr
  • 김지하시인 연작 미학강의서 ‘흰 그늘의 미학을 찾아서’

    김지하시인 연작 미학강의서 ‘흰 그늘의 미학을 찾아서’

    “유럽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이 죄다 한류 얘기를 합디다. 그걸 보니 우리도 문화입국까지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 학문과 기초예술 영역에도 한류가 일어나야 하는 시점에서 이 책이 한류의 미학적 뼈대를 마련하는 자극제가 되면 좋겠습니다.”10월 중순부터 2주 가량 프랑크푸르트국제도서전, 독일 교회의날 기념행사, 문명기행 등을 위해 독일, 체코, 그리스, 이탈리아를 여행하고 돌아왔다는 김지하(64) 시인은 현지에서 직접 체험한 한류 이야기부터 꺼냈다. 미학강의서 ‘흰 그늘의 미학을 찾아서’(실천문학)는 바로 이 한류의 미학을 세상에 화두로 던진 책이다. 5∼6년 전부터 명지대와 민예총 문예아카데미에서 했던 강의를 정리한 ‘흰 그늘의 미학을 찾아서’는 1999년 출간한 ‘예감에 가득 찬 숲그늘’, 지난해 2월 내놓은 ‘탈춤의 민족미학’에 이은 시인의 미학강의 연작이다. 그가 제시한 ‘흰 그늘’의 미학적 개념은 동서고금의 여러 신화와 학문적 성과에 두루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를 테면 삼국유사의 고구려 유화편에는 방에 갇힌 유화가 흰 그늘(日影)을 껴안은 뒤 주몽을 낳았다는 대목이 나온다. 의식 저편에 가라앉은 욕구불만이 무의식에 축적됐다가 히스테리처럼 갑자기 튀어나오는 현상을 심리학자 칼 쿠스타프 융은 ‘그림자론’으로 설명한다. 그는 “우리 문학 가운데 정지용의 시집 ‘백록담’에도 흰 그늘의 이미지가 여러 차례 나온다.”고 덧붙였다. “그늘이 인생의 쓴맛과 단맛, 희로애락, 한을 표현한다면 흰빛은 신성함, 신명같은 것과 관련된다.”고 설명한 그는 “그늘과 흰빛, 한과 흥, 익살과 숭고미, 슬픔에서 신명에 이르는 통합적 미학은 인간의 정신적 천민화, 도회적 삶의 혼란상을 극복하는데 강한 소구력을 갖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한류의 미학적 근간을 ‘한(恨)을 동반한 흥(興)’에서 찾았다. 소문난 영화광답게 근래 감명깊게 본 영화를 예로 들었다.“너덜너덜한 삶이 만들어낸 한과 복싱의 흥이 어우러진 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를 보면서 이유없이 눈물이 났다.”는 그는 “이런 난데없는 감동이 흰 그늘의 미학이며, 외국인들에게도 분명 감동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내 직업은 둘인데 하나는 시인이고, 다른 하나는 형님”이라고 농담한 그는 “나는 미학자도 철학자도 아니다. 이번 책은 한류의 미학을 정립한 것이 아니라 형님으로서 ‘이렇게 한번 생각해 보는 게 어떠냐.’고 미학자들에게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류 현상을 뒷받침할 미학이나 예술이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펼쳐져야 하고, 이는 한류의 성장과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코드로 읽는책] 서양,위대한 창조자들의 역사/이바르 리스너 지음

    요즘 대중을 겨냥한 역사서들에선 사람냄새가 물씬 풍긴다. 역사적 사건을 연대기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마지못해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소설 주인공처럼 등장해 사건을 주도해 나간다. 수동태로 쓰여진 문장보다 능동태로 서술된 문장이 자연스럽듯, 똑같은 역사라도 인물을 앞세워 펼쳐 나간 책이 좀더 친근하게 느껴지기 때문이 아닐까? ‘서양, 위대한 창조자들의 역사’(이바르 리스너 지음, 김동수 옮김, 살림 펴냄)는 서양이라는 7000년에 걸친 방대한 시간과 공간의 역사를, 그 주인공인 인물들을 중심으로 전개해 나간 책이다. 서양정신의 기원이 된 역사적 유산들과 사건들, 뛰어난 인물들의 삶과 그들의 창조적 작품들이 어떻게 서양문화를 풍성하게 했는지 생생히 재현하고 있다. 책은 바벨탑으로 상징되는 메소포타미아 문화에서부터 이집트와 그리스·로마 문화, 중세를 넘어 20세기의 서양 정신을 넘나드는 방대한 세계를 펼쳐 보인다. 저자는 때로는 모래가 휘날리는 바빌론 사막의 한 가운데서,7000년 전 거대한 신전을 세우려 했던 고대인들의 꿈을 이야기하고, 에페소스에 남아 있는 성모 마리아의 마지막 집으로 알려진 곳에선 서양에 미친 그녀의 정신적 영향을 떠올리기도 한다. 이같은 방식으로 저자는 서양의 문학이 어떻게 탄생되었는지, 탐구의 정신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최초의 동서양의 충돌로 기록되는 페르시아 전쟁에서 어떤 인물들이 유럽의 운명을 결정했는지, 세계를 뒤흔든 로마의 뒷골목에선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한 편의 다큐멘터리 프로를 틀어주듯 생생히 서술하고 있다. 자자는 역사의 주인공들을 딱딱한 동상이나 제단, 무덤으로부터 과감히 탈출시켜 생명 불어넣기를 시도한다. 책에 묘사된 각 인물들의 일화와 심리가 마치 코 앞에서 보듯 생생하다. 다른 사람의 아내로부터 유혹의 눈짓을 받는 요셉, 은신처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는 성모 마리아, 담벼락에 영원한 사랑의 낙서를 하는 폼페이 연인들, 비극적인 사랑을 나누는 아벨라르와 엘로이즈, 베아트리체의 죽음으로 사창가를 전전하는 단테,“나를 표현할 시간이 더 이상 없구나.”라며 숨을 거둔 화가 세잔 등등. 이들뿐만 아니라 역사서에서 찾아보기 힘든 민초들의 모습도 고스란히 담아 냈다. 프랑스혁명의 급진적 지도자 장 폴 마라를 암살한 25살의 처녀 샬로트 코르데이가 끝까지 흐트러지지 않은 자세로 단두대에 섰던 일, 페르시아 병사가 전쟁의 와중에서 던진 중얼거림 등. 수천년 역사속에서 명멸했던 수많은 인물들이 어떻게 서양문명을 일구어 왔는지 물 흐르듯 일목요연하게 보여 주는 서양 지성사 산책으로 읽어볼 만하다.3만 4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명품 50선만은 꼭 감상하고 오세요

    명품 50선만은 꼭 감상하고 오세요

    국립중앙박물관은 5000년의 유구한 역사를 다 아우른다. 그 흔적을 다 살피기 위해서는 24시간도 부족하다. 유물 1만 1000여점의 위압감에 치여 관람을 포기하기 일쑤다.4만여평의 ‘광활한’ 박물관에서 길을 잃기도 십상이다. 6개 관과 특별전 등을 다 둘러볼 엄두가 안 나면 코스별로 관람하는 게 어떨까. 박물관이 선정한 명품이 테마별 관람 코스가 관람객들의 고민을 덜어준다. 어린이나 청소년들을 위한 루트도 마련돼 있다. 코스만 충실히 다녀도 박물관의 절반 이상은 건지게 되는 셈이다. ●신라 금관·반가사유상과 만나다 박물관 추천 명품 50선은 주마간산(走馬看山)코스다. 이 것만 갖고 국립중앙박물관을 다 봤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러나 있을 건 다 있다. 관람의 ‘워밍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1층 고고관, 역사관부터 시작해서 2층 미술1관을 거쳐 3층 미술2관, 그리고 다시 2층 기증관에서 끝난다.90분 정도 걸린다. 첫 만남의 상대는 요령식동검(遼寧式銅劍). 우리나라 청동기시대를 대표하는 유물이다. 검몸과 손잡이를 따로 만들어 연결하는 한국식동검의 원형이다. 신라금관도 빼놓을 수 없다. 번성했던 신라왕족의 힘과 권위를 나타내며 국보 제191호다. 국보 3호인 진흥왕 북한산비는 신라의 영토를 크게 넓힌 진흥왕에 의해 세워졌다. 조선 후기 금석학자 김정희가 비를 조사했던 행적이 새겨진 금석문의 대표적인 유물이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김홍도의 풍속도첩도 볼 수 있다. 조선 후기 서민들의 소탈하면서도 해학적인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국보 83호인 반가사유상은 이번 코스의 ‘백미’다. 입가에 머금은 그윽한 미소, 살아 숨쉬는 듯한 얼굴 표정, 상체와 하체의 완벽한 조화, 손과 발의 섬세하고도 미묘한 움직임 등이 이상적으로 표현된 동양불교 조각사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한국 문화의 정수 100선 명품 100선도 50선에 뒤처지지 않는다.2시간30분 정도만 투자하면 전통문화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백제 무령왕비 관에 있는 관꽂이는 우아하면서도 섬세한 백제 문화의 대표작이다. 얇은 금판에 무늬를 새겼다. 중앙의 꽃병을 연꽃잎과 넝쿨이 감싸고 있는 모습이다. 청자 칠보무늬 향로와 백자 매화·대나무·새무늬 항아리는 세계적인 명품인 고려청자와 조선백자를 대표한다. 각각 국보 95호와 170호다. 청자 향로는 음각, 투각, 상감 등 다양한 청자 기법이 집약돼 있다. 백자 항아리는 대나무, 매화, 새를 섬세하게 묘사해 한국적인 정서를 강조했다. 경천사 10층석탑은 1층 복도 맨 끝에서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높이만 13m로 2층까지 올라와 있다. 대표적인 고려 후기 석탑으로 1층 가운데 부처님을 중심으로 문수보살, 보현보살, 관음보살 등을 새겼다. 기증관에 있는 청동제투구도 코스에 포함돼 있다. ●테마별로도 즐기세요 우리 역사와 미술을 즐길 수 있는 테마별 코스도 마련돼 있다. 이웃 나라의 문화여행도 가능하다. 5000년 역사탐방기 코스는 한반도에서 문명이 발생한 구석기 시대부터 근대까지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유물을 감상할 수 있다. 고고관과 역사관에 있다. 단축은 1시간, 기본 코스는 2시간 정도 돌아다니면 된다. 대표 유물로는 ▲신석기 시대의 빗살무늬토기 ▲현존 최고의 목판 인쇄본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 ▲고려 관리 허재의 석관 ▲구한말 대한제국의 황태자 책봉 금책 등을 만날 수 있다. 우리미술 바로알기는 그림, 도자기, 조각 등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전통 미술을 감상할 수 있는 코스다. 미술관Ⅰ·Ⅱ에 몰려 있다. 단축은 1시간, 기본은 2시간 걸린다. 여기에는 ▲18세기 작품인 작자미상 용감한 호랑이 ▲정조 임금의 서예 작품인 ‘임지로 떠나는 철옹 부사에게’ ▲고구려 6세기 작품인 원오리사지 출토 나한 입상 ▲조선 후기 이명기의 ‘강세황 초상’ 등이 있다. 중국, 일본, 중앙아시아 등의 문화 유산을 감상하는 이웃나라 문화여행은 아시아관을 60분 정도 돌면 된다.▲중앙아시아 투르판 무르툭에서 가져온 ‘불법의 수호하는 신’ ▲중국 명 중기의 화가 임량의 ‘겨울 풍경속의 두마리 매’ ▲18세기 일본의 다색판화 작가 우케요에의 ‘도슈사이 샤라쿠, 생선장수 역할 배우’ 등 다양한 이국적인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청소년·어린이 코스 다양 박물관은 교실 밖의 훌륭한 역사·문화 학교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코스가 빠질 수 없다. 어린이 관람코스는 4가지가 있다.▲한민족의 시원(始原)을 보여주는 ‘선사시대 속으로! 맨처음 인류는 어떻게 살았을까요?’ ▲삼국시대의 장신구를 소개하는 ‘청동에서 황금까지, 다채로운 고대의 장신구’ ▲번성했던 한민족의 불교 역사를 발견하는 ‘천년의 불교문화, 깨달음과 자비를 찾아서’ ▲조선조 다양한 계층의 문화가 담긴 ‘미술로 보는 조선의 생활과 예술’ 등이다.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관람시간도 각각 40분으로 짧게 잡았다. 수학여행을 온 청소년들을 위해 1시간30분,2시간짜리 코스도 있다. 신라의 금귀걸이, 감산사 미륵보살·아미타불 등 교과서에 나오는 유물들이 대상이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문명의 붕괴/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앙코르와트의 버려진 신전들, 정글에 감춰진 마야의 도시들, 이스터 섬의 거대한 석상들…. 한때 지구상에서 가장 번성했던 문명의 흔적들을 보며 현대인들은 자연스럽게 의문을 갖게 된다.‘이들은 왜 지속·발전하지 않고 몰락했을까?지금 우리의 문명도 이들과 같은 운명을 맞지 말라는 보장이 있을까?한 사회가 자멸의 길을 재촉하는 실수를 범하는 이유가 무엇일까?미국 뉴올리언스 사태나 쓰나미 참사, 이라크 전쟁 등 최근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악몽 또한 이같은 문명 몰락에 대한 불안감을 던져 준다. 문명 비판서 ‘총·균·쇠’로 퓰리처상를 받은 베스트셀러 작가 제레드 다이아몬드가 이번엔 ‘문명 몰락’이라는 묵직한 테마에 돋보기를 갖다 댔다. 얼마전 폐막한 독일 프랑크루르트 국제도서전에서 화제를 모은 책 ‘문명의 붕괴’(강주헌 옮김, 김영사 펴냄)가 그것. ●이스터섬·마야의 문명이 몰락한 이유는? 책이 담은 내용의 줄기는 크게 두 가지.‘과거의 위대한 문명사회가 붕괴해서 몰락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운명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저자는 이스터섬의 폴레네시아 문화에서 시작해서 아나사지와 마야에서 꽃피웠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문화, 그린란드에 식민지를 개척한 바이킹들의 불행, 그리고 현대세계까지 추적해 재앙의 기본 패턴을 찾아낸다. 그리고 20세기에 들어와서 붕괴의 조짐이 보이는 곳들의 상황도 점검한다. 저자는 문명 붕괴의 이유를 크게 다섯가지로 나눠 관찰한다. 환경파괴와 기후변화, 이웃 나라와의 적대적 관계, 우방의 협력 감소, 사회문제에 대한 그 구성원의 위기 대처 능력 저하가 그것이다. 그중 가장 강조하는 것은 환경파괴다. 폴리네시아의 이스터섬의 운명에 대해 저자는 ‘순전히 생태적 붕괴’에 가깝다고 말한다. 무자비한 삼림파괴가 전쟁으로 이어졌고, 지배계급이 전복되면서 위대한 거석문화마저 사라졌다는 것이다. 마야문명 몰락의 가장 큰 원인도 환경 파괴로 분석한다. 인구 과잉과 환경파괴가 식량 부족을 가져왔고, 이는 다시 전쟁으로 이어져 문명의 붕괴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폴리네시아인들이 정착한 피케언 섬과 헨더슨 섬은 우호적인 이웃의 지원 중단으로 붕괴한 예. 이곳에도 환경훼손이 있기는 했지만 그들의 주된 무역 상대국인 망가레바 섬이 환경문제로 인해 붕괴된 것이 치명타였다. 이는 경제적 종속 현상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는 극단적인 예이다. ●20세기 이후에도 지구촌 곳곳 붕괴조짐 그렇다면 똑같은 문제에 직면해서도 살아남은 사회는 없을까?이는 곧 문명 붕괴 이유 중 다섯번째인 사회 구성원들의 대응의 중요성으로 연결된다. 저자는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의 예를 들어 몰락한 사회와 살아남은 사회의 극명한 차이점을 보여 준다. 노르웨이령 그린란드는 환경파괴와 기후변화, 노르웨이의 지원 중단, 이누이트족과의 적대적 관계로 인해 붕괴를 면치 못한다. 반면 아이슬란드는 취약한 환경을 딛고 가장 풍요로운 나라 중 하나로 우뚝 서 있다. 이들은 원주민들의 생활습관을 받아들이고, 노르웨이와의 우호관계를 위해 노력했으며, 환경 파괴를 최소화했다. 저자는 오늘날 이같은 문명 붕괴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대표적인 곳이 소말리아와 르완다. 환경파괴와 가뭄, 전쟁 등으로 인해 사회 자체가 몰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곳이다. ●과거의 문명 몰락이 주는 교훈 잊지말자 그 정도는 아니지만 미국 몬태나에서도 그같은 가능성을 내다본다. 아직도 자연환경이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한 지역이지만, 지난 200여년간 자행된 각종 개발로 인해 환경문제를 심각하게 앓고 있는 곳이다. 한때 가장 부유했던 지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으로 전락한 이곳이 겪고 있는 상황을 이미 붕괴된 문명들도 겪었음을 상기시킨다. 저자가 보기엔 과거보다 오히려 현대사회가 더 붕괴 위험이 크다.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세계화로 인해 멀리 떨어진 곳의 붕괴 파장에도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엄청나게 불어난 인구와 파괴적 첨단 테크놀로지 또한 당시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소말리아와 같은 붕괴조짐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과거의 문명 몰락이 주는 교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라고 지은이는 거듭 주문한다.2만 89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정글아이/자비네 퀴글러 지음

    “1970년대말 내 나이 5살. 선교사인 아버지와 간호사 어머니를 따라 들어간 서파푸아 오지 정글은 나에게는 문명세계보다 행복한 천국이었다.” 독일 국적으로 부모를 따라 인도네시아 서파푸아 정글에서 원시부족인 ‘파유족’과 함께 12년이란 시간을 보낸 백인 여자아이 자비네 퀴글러. 다시 문명세계로 돌아와 30대에 접어든 그녀의 삶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출간과 동시에 17개국에서 번역, 소개된 ‘정글아이’(자비네 퀴글러 지음, 장혜경 옮김, 이가서 펴냄)는 시간이 멈춰버린 정글에서 원시인 친구들과 함께 뛰놀았던 푸른 눈 백인 소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문명세계와 고립된 낯선 땅에서 피부색이 다른 친구들과 함께 동물과 물고기를 잡았던 그녀는 식구들의 정글 적응기와 원시부족의 삶, 그리고 다시 문명세계로 돌아왔을 때 부딪혀야 했던 혼란과 갈등을 가식없이 담담하게 풀어낸다. 정글세계를 미화하지도, 문명세계를 비난하지도 않지만 꿈에도 정글이 나타날 정도로 정글세계를 끊임없이 그리워하는 그녀의 모습이 잘 그려진다. 파유족 아이들과 친해지는 것은 생각보다 쉬웠다. 구운 벌레를 간식으로 먹고 껌 대신 박쥐 날개를 씹으며 활과 화살을 갖고 놀면서 그들의 삶에 동화됐다. 병원도 없고 맛있는 아이스크림, 심지어 물을 담을 플라스틱 통조차 없지만 그녀의 가족에게 부족함은 없었다. 필요한 모든 것은 정글 자연속에서 얻을 수 있었고 정글의 충고에 귀 기울이면 모든 것이 해결됐기 때문. 그녀는 오히려 문명사회가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털어놓는다.1년 내내 흘러나오는 온수, 원하는 건 뭐든지 살 수 있는 슈퍼마켓, 전기와 전화 등 없는 것이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알코올과 담배에 의존하며 진정한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녀에게 문명세계는 정글 생활보다 더 많은 위험을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글은 모든 것이 분명하다. 친구와 가족을 적으로부터 보호해야 하고 고기 한덩이라도 모두 나눈다.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 간단명료한 것이다. 17세에 스위스 기숙사로 돌아오면서 문명세계를 접한 퀴글러의 삶은 순탄치 못했다. 정글을 떠나고서야 기차를 처음 본 그녀는 문명의 ‘낯섬’과 ‘위험함’에 충격을 받는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극단적으로 다른 두 세계 사이에서 완전한 정글아이도 아니고 문명인도 아닌 채 혼란스러워한다. 그러나 서로 다른 방식의 삶을 인정하고, 전혀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배웠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퀴글러는 “10살짜리 아이를 혼자 정글 한 가운데 던져 놓는다면 살아돌아올 수 있지만 대도시 한 가운데 버려둔다면 분명히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복잡한 문명세계에 고립된 사람들이라면 문명밖 세계에서 산 정글아이가 들려주는 말에 귀를 기울여볼 만하다. 이미 익숙해진 ‘이성’이라는 잣대를 잠시 내려놓고 인간 본연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말이다.1만 2000원.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실크로드 동쪽 끝은 한반도”

    “실크로드 동쪽 끝은 한반도”

    지도를 펼쳐놓고 한국을 보면 동쪽 끝에 외따로 박혀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그래서인지 한국 하면 조용히 숨어있다는 이미지가 있다. 그러나 이는 서구중심적인 사고에 지나지 않을 뿐, 한국은 이미 오래전 세계화된 국가였다는 주장이 있다. 바로 실크로드를 통해서다. 이 문제를 짚기 위해 중앙아시아학회(회장 김호동 서울대 교수)는 4∼5일 이틀간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실크로드의 삶과 종교’를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연다. 단순히 ‘비단 상인들의 길’이 아니라 ‘문명의 흐름’으로서 실크로드를 재조명해 보자는 것이다. 미리 배포된 발제문에서 고려대 정수일 초빙교수는 실크로드의 확대를 제안했다. 실크로드가 처음 드러난 것은 중국~인도간 교역로로서다.19세기말 탐험가들이 발견했다. 그 뒤 발굴과 탐험이 잇따랐고 이 길은 중국 시안에서 시리아의 팔미라에 이르는 기다란 길로 다시 태어났다. 이 길은 점처럼 흩어져 있는 오아시스를 잇는다 해서 흔히 ‘오아시스로’라고 불린다. 우리가 흔히 실크로드 하면 떠올리는, 모래바람부는 사막을 걸어가는 기다란 상인들의 행렬과 같은 이미지는 바로 이 오아시스로에서 온 것이다. 그러다 연구가 더 깊어지자 다시 북방초원지대를 통하는 ‘초원로’와 지중해에서 중국 동남해안에 이르는 ‘해로’ 개념도 등장했다. 이외에도 숱한 교역로가 확인되면서 이제 실크로드는 하나의 길이 아니라 숱한 길들이 됐다. 정 초빙교수는 여기에다 아예 전세계를 뒤덮는 길로 실크로드를 재조명하자고 제안했다. 실크로드는 아시아와 유럽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아메리카대륙까지 연결됐다는 것이다. 그는 16세기 ‘대범선 무역’을 그 증거로 삼았다. 필리핀을 기점으로 중남미의 백은과 중국의 비단 거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동시에 정 초빙교수는 실크로드의 동쪽 끝을 중국이 아니라 한국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조선과 고구려, 신라의 중국과의 교류를 보면 오아시스로와 잇대어 있다는 것이다. 해로 역시 유물로 증명된다. 백제왕릉에서는 동남아 특산 유리구슬이 나오고 중세 아랍문헌에서는 신라의 수출품목들이 나열되어 있을 정도다. 초원로는 아직 관련 연구가 부실해 명확한 증거만 없다뿐이지 활발하게 이용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정 교수는 이런 증거들을 모아 실크로드가 한국까지 이어졌고 이것이 ‘세계 속의 한국’임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소그드족을 가리키는 단어,胡 중국 왕조 가운데 국제적 교류가 가장 많았던 당나라에는 유독 ‘호(胡)’자가 들어간 것들이 많다. 호복(胡服)·호식(胡食)·호악(胡樂)·호선무(胡旋舞)·호희(胡姬)….‘오랑캐’라는 뜻에서 짐작할 수 있듯 중국이 북방 이민족을 부를 때 흔히 쓰이는 단어다. 그런데 일본 오사카대학 모리야스 다카오 교수는 당나라 때는 이 ‘호’가 바로 중국 서쪽에 있던 소그드족을 가리키는 단어였다고 주장한다. 소그드족은 중앙아시아 상인들로, 실크로드를 통해 교역을 주도한 사람들이다. 다카오 교수가 보기에 실크로드에 대한 당나라의 입장은 들쭉날쭉하지만 그래도 일관되게 소그드족을 가리키는 단어로 ‘호’를 썼다고 했다. 그는 이것을 바로 개국 초기 쇄국하고 있던 당나라가 시야를 넓혀 가고 있었다는 증거로 해석했다. 이외에도 이주형 서울대 교수, 우지용 신간문물고고연구소 연구원, 밸러리 핸슨 예일대 교수 등이 실크로드와 불교미술·복식·역사를 다룬 주제들을 발표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혁신 공기업 탐방] (29) 김호식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

    [혁신 공기업 탐방] (29) 김호식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

    김호식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이 지난 6월 취임한 이후 줄곧 한 일은 공단의 모든 구조를 고객 위주로 바꾼 것이다. 영문명칭을 NPC(National Pension Corporation)에서 NPS(National Pension Service)로 바꿨다. 공단이 국민들에게 서비스하는 기관임을 분명히 명시했다. 홈페이지 주소도 npc.or.kr에서 nps4u.or.kr로 변경했다. 당신을 위한 기관이라는 의미가 추가됐다. 전국 지사에 설치된 가입자관리팀도 개인고객팀으로 바꾸도록 했다. 김 이사장은 31일 “공단 스스로가 고객을 위한 기관이라는 의식으로 철저히 재무장해야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행정을 펼 수 있다.”면서 “연금기금은 안정성을 기반으로 수익성을 추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울신문 오풍연 공공정책부장이 김 이사장을 만나 혁신전략을 들어봤다. ▶찾아가는 민원서비스 등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지난해 공단은 국민연금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오해로 국민들의 불만과 불신이 커지면서 한때 상황을 맞기도 했다. 이에 공단은 고객 중심에 비중을 둬 업무절차를 개선하고 적극적인 고객 상담활동을 전개하는 등 국민 편의를 배려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자 전임직원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동상담실 전국 68곳 운영 1대1 맞춤 서비스 ▶구체적인 내용을 소개한다면. -고객 개인별로 상담내역을 전산화해 상담에 활용하는 ‘평생고객이력관리제’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보다 정확히 파악해 제공하는 1대1 맞춤서비스다. 원거리 고객을 위해 이동상담실을 전국 68곳에 운영하고 있다. 또 현장 캠페인인 ‘내 연금 알아보기 행사’와 연금제도 바로 알리기 사업인 제도설명회를 통해 국민들을 이해시키고 불편한 점을 파악하고 있다. ▶현재 추진중인 전사적인 혁신전략을 설명해 달라. -혁신전략은 고객만족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방향은 세 가지다. 첫째, 새로운 비전을 포함하는 전사적 경영혁신 마스터플랜을 수립 중이다. 세계화와 정보화 그리고 참여확대라는 세 가지 커다란 시대적 흐름에 걸맞게 국민연금의 새로운 비전을 정립하는 것이다. 둘째로 고객중심의 업무프로세스를 혁신해 수준 높은 서비스 조직으로의 탈바꿈하려 하고 있다. 셋째, 능력과 업적 중심의 인사관리를 통해 건강하고 실력있는 조직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그동안의 꾸준한 경영혁신이 성과를 거뒀나. -지난해 정부의 공기업 및 산하기관 경영혁신 평가에서 202개 기관중 종합 2위로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올해는 기획예산처에서 주관한 212개 공공기관에 대한 혁신수준 진단에서 비수익기관 중 최상위 단계인 4단계를 차지했다. 또 올해 처음 시작된 정부산하기관 경영평가에서도 연기금운용 15개 기관중 3위를 차지했다. 올해 한국능률협회컨설팅 주관 콜센터서비스 품질지수(KSQI) 평가에서는 20개 공공기관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수급자 180만명 중 150만명이 노령연금 ▶국민들은 역시 기금이 잘 운용되는지 궁금해하고 있다. 기금운용 현황을 설명해 달라. -지난 8월 말 현재 국민연금 기금의 자산규모는 시가기준으로 155조원이고, 매입가 기준으로는 147조 8000억원이다. 이는 규모면에서 전세계 연기금중 6위다. 금융부문은 144조 8000억원으로 전체의 97.9%를 차지하며, 채권 등에 132조 9000억원, 주식에 11조 4000억원, 대체투자에 5000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출범한 1988년부터 지난 8월까지 모두 55조원의 수익금을 거두어 연평균 8.1%의 우수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올해도 저금리상황에도 주가상승에 힘입어 운용수익률이 7%를 상회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의 규모가 이렇게 늘어나면서 이를 운용하는 조직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기금은 투자계획, 집행, 위험관리 및 성과평가 등 운용의 전과정을 각각 전문성을 갖춘 부서에 기능별로 분담토록 해 운용의 전문성과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투자집행을 담당하는 기금운용본부는 86명의 각 분야 전문운용역들로 구성돼 있으며 본부내 각 팀은 투자계획, 투자집행, 리스크관리 및 성과평가 등 일련의 운용과정을 기능별로 분담하고 있다. 주식투자의 경우 자산배분은 투자전략팀이, 종목선정은 리서치팀이, 투자시점은 운용팀이 결정해 기능별로 분화하는 등 전문화돼 있다. ▶아직은 국민연금 수급자가 적은 편이다. 앞으로의 전망은 어떤가. -지난 7월 기준 180만명가량이 각종 연금을 수급하고 있으며, 이 중에서 순수 노령연금수급자는 150만명을 약간 넘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제도가 성숙단계에 접어드는 2020년에는 총수급자가 530만명에 이르고 2050년에는 1340만명까지 증가하게 된다. 이는 비록 장애연금 및 유족연금 수급자가 포함된 숫자이긴 하지만 65세 이상 인구 중에서 88%를 차지하고 있어, 향후 노후소득원 확보에 국민연금이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담수준 높이고 급여 낮추는 연금제 필요 ▶국민연금제도 개혁이 국회에서 계속 표류 중인데. -국민연금제도는 초기 도입 단계때 ‘저부담·고급여’ 체계의 연금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재정이 불안정해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때문에 현재보다 부담수준은 높이고 급여수준은 낮추는 방향으로의 연금개혁을 해야 한다. 현행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는 가급적 다양한 정책수단을 동원해 사각지대 규모를 최소화하되, 빈곤노인에 대해서는 철저한 소득조사를 적용하는 공적부조제도를 통해 노후소득원을 보장하는 이원화된 정책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대담 오풍연 공공정책부장 정리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역점사업 CSA란 내년부터는 자기자산을 운영해 어떻게 노후를 설계할지를 상담하려면 국민연금관리공단을 찾으면 될 것 같다. 최근 민간 보험회사에서 경쟁처럼 번지고 있는 노후설계 프로그램을 공단도 제공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공단은 급격한 저출산·고령사회로 변화함에 따라 노후 대비에 대한 필요성은 갈수록 높아지지만 개개인의 준비는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공단 관계자는 “안정된 노후 생활을 위해서는 젊었을 때부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다방면에 걸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공단은 올 초부터 공단 연구원에 노후 설계컨설팅 TF를 설치해 외부전문가들과 함께 CSA양성 프로그램을 만들었다.CSA란 Consultant on Successful Aging의 약칭으로 성공한 노후설계 컨설턴트를 말한다. 공단은 이미 CSA양성 교재를 개발했고, 수차례 시범교육도 실시했다. 내년부터는 CSA 사내자격증제를 도입, 노후설계 컨설팅을 제공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할 예정이다. 인력이 확보되는 대로 노후준비 지원시스템을 구축, 본격적인 노후준비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복안이다. 전화·인터넷·이메일·방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CSA가 제공할 구체적인 서비스 내용은 세 가지다. 우선 건강·취미, 대인관계, 삶의 가치 등 다양한 관점에서 노후준비 방법을 제시하고 노화에 따른 신체적·심리적 변화에 대한 이해와 대응방법을 알려준다. 또 라이프사이클에 따른 여러가지 재무적 위험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가계자산 운용방법과 실천전략도 가르쳐준다. 마지막으로 국민 개개인의 노후준비 실태와 가계재무상태를 고려해 안정적인 노후생활 수입원인 국민연금을 기반으로 한 노후생활자금 확보방법을 설계해 준다. 공단은 CSA양성 프로그램을 외부인에게도 개방할 예정이다. 공단 관계자는 “국민연금 지사가 없는 시·군에서는 공단의 CSA 양성 프로그램을 이수한 외부인이 상담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고객중심 경영’ 김호식 이사장은 김호식 이사장은 장관급 출신 가운데 처음으로 국민연금관리공단을 맡았다.150조원이나 되는 국민연금 기금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비중 있고 영향력 있는 CEO가 필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 이사장이 3차례의 공모 끝에 지난 5월 이사장에 내정된 것도 옛 경제기획원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국무총리실, 청와대 등에서 쌓은 다양한 국정경험에서 비롯됐다. 김 이사장은 원칙주의자다. 관세청장 재임 당시부터 청탁이 통하지 않는 기관장으로 유명했다. 김 이사장의 경영원칙 1호는 고객중심이다. 이 때문에 이사장으로 취임한 이후에는 공단의 부서 명칭을 고객중심으로 바꿨다. 종전의 ‘가입자관리실’을 ‘가입자지원실’로 바꿨다. 고객은 관리 대상이 아니라 지원 대상이라는 김 이사장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최근에는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리더십과 관련된 책을 직접 선정해 간부사원들에게 전달했다. 직원들에게는 PVDA(Passion,Vision,Decision,Action의 약자)를 강조하고 있다. ▲충남 논산(56) ▲서울고·서울대 무역학과 ▲행정고시 11회 ▲경제기획원 대외경제국장 ▲관세청장 ▲국무조정실장 ▲해양수산부장관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儒林(465)-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41)

    儒林(465)-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41)

    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41) 맹자의 대답 중 안연의 말을 인용한 ‘순은 어떤 사람이며, 나는 어떤 사람인가. 도를 아는 사람은 또한 순과 같다.(舜何人也 予何人也 有爲者亦若是)’라는 문장은 누구든 성선지심으로 도를 닦으면 순과 같은 성군이 될 수 있음을 드러낸 명언이었던 것이다. 놀랍게도 맹자의 이런 ‘성선지설’은 서양철학에 있어서도 중요한 사상으로 발전되었다. 스토아학파는 인성(人性)과 물성(物性)의 자연에 근거하여 공동의 이성법칙을 추구하였는데, 자연의 이성법칙에 따라서 행하기만 하면 이것이 바로 지선(至善)이라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성선설은 키케로(Cicero), 세네카(Ceneca)에서부터 루소에 이르기까지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루소는 인간의 본성은 본래 선한 것인데, 문명과 사회제도에 영향을 받아 악하게 되었다고 생각하였다. 루소는 ‘자연이 만든 사물은 모두 선하지만 일단 인위(人爲)를 거치면 악으로 변한다. 그러므로 선은 천성에 속하고 악은 인위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던 것이다. 서양철학에서 루소가 ‘사람은 원래 선하지만 문명과 사회제도와 같은 인위를 거치면 악으로 변한다.’고 주장하였다면 동양철학에서 최초로 성선설을 주창한 맹자 역시 ‘사람은 선천적으로 선을 가지고 있지만 후천적인 환경과 감정의 제약 때문에 불선(不善)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부르짖었던 것이다. 맹자는 사람이 불선하게 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들고 있다. 그 첫 번째는 ‘함닉(陷溺)’으로, 주위환경의 제약에 따라 사람의 마음이 그 속에 빠짐으로써 성선의 기초가 허물어져 드러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맹자가 말하는 주위환경이란 천재지변과 같은 자연환경과 혼란한 사회악과 같은 외부적 상황을 뜻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맹자는 다음과 같이 비유하고 있다. “넉넉한 해에는 자제들이 풍년에 힘입어 온순해지는 것이 많고, 흉년에는 자제들이 포악해지는 것이 많으니, 이것은 선천적으로 자질이 다른 것이 아니라 마음을 빠뜨리는 것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이 문장에 나오는 ‘그 마음을 빠뜨리는 것’, 즉 ‘함닉’이 인간의 성선을 불선으로 만드는 요인 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그 두 번째는 ‘곡망(梏亡)’이다. 곡망이란 인의지심(仁義之心)이 일어나지만 사리사욕의 훼방으로 성선의 마음을 잘 보존하여 기르지 못하고 오히려 소멸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맹자는 우산(牛山)의 나무를 들어 ‘곡망’을 다음과 같이 쉽게 설명하고 있다. “우산의 나무는 원래부터 아름다웠다. 그러나 큰 도시에 인접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땔감으로 쓰거나 목재로 사용하기 위해 찾아가 도끼로 베니, 어찌 아름다울 수 있겠는가. 또한 하늘은 비와 이슬을 내려주어 나무를 아름답게 자라나게 하지만 사람들은 소와 양을 방목하여 나무의 잎을 뜯어먹음으로써 반질반질하여진다. 이것을 보고 사람들은 원래부터 우산에 나무가 없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이것이 어찌 산의 본래 모습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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