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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백호주의/육철수 논설위원

    남태평양의 거대한 섬대륙 호주는 영국 식민지 시절 죄수들의 유형지였다. 그러나 1850년대 금광이 발견된 후, 죄수가 아닌 백인과 중국인 등이 대거 들어가 살면서 유명한 백호주의가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처음엔 백인우월적 의식 수준이던 백호주의는 1901년 연방이 결성되면서 ‘통일이민제한법’으로 성문화된다. 이 법은 1978년 폐지되기까지 유색인종의 이민을 막고 백인을 보호한 인종차별 정책이었다. 호주는 노동력의 부족으로 백호주의를 철회한 후에도 이민수용 9원칙과 점수제에 의한 이민심사방식을 채택해 유색인종의 이민을 어떻게든 막으려고 했다. 당시 유색인종이 이 나라에 가서 살려면 영어시험을 쳐야 했다. 백인들은 무시험 통과였다. 유색인종이 영어를 잘하면, 알지도 못하고 쓸데도 마땅찮은 그리스어 시험을 치르게 하는 등 행태가 이만저만 얄미운 게 아니었다. 지금 시드니에서는 백인과 레바논계가 사흘째 피가 터지도록 싸움을 벌이고 있다. 레바논계 갱단이 해안경비대원을 구타한 게 발단이었다고 한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연락을 받고 몰려든 수천명의 백인들이 인종주의 구호를 외치며 날뛰는 통에 유혈사태로 번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스킨헤드 등 극우 인종차별주의자까지 끼어들어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고 한다. 하워드 총리가 “인종이나 외모를 보고 공격하는 것은 야만적 행위”라며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지만 말이 먹히지 않는 상황이다. 그래서, 수그러들던 백호주의가 재현될까봐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지난달 프랑스에서 인종 소요사태를 겪은 터라, 지구촌 곳곳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문명의 시대라지만 인종 충돌이 시도 때도 없이 터지니 세상은 살얼음판이다. 더구나 인종간 다툼은 어린애 장난처럼 시작됐다가 종종 대규모 감정싸움, 나아가 전쟁으로 비화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도 보통일은 아닌 것 같다. 지난 100년동안 인종갈등 때문에 벌어진 분쟁과 학살로 1억 7500만명이 희생됐다고 한다. 같은 기간동안 전쟁터에서 숨진 4000만명보다 몇배나 더 많다. 이렇게 많은 생명을 잃고도 정신을 못 차리니, 만델라 같은 ‘용서의 정치인´이 수백명 있다한들 무슨 소용있겠나. 생김새와 문화가 다른 사람끼리 함께 사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정말이지 어딜가나 인간이 문제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책꽂이]

    ●세속의 철학자들(로버트 L. 하일브로너 지음, 장상환 옮김, 이마고 펴냄) 애덤스미스에서 시작하여 슘페터에 이르기까지 250여년에 걸친 22명의 경제사상가들의 생애와 사상을 통해 경제사의 큰 흐름을 짚어보고,21세기 경제의 미래와 비전을 제시한다.2만 1000원.●12세기의 여인들1,2,3(조르주 뒤비 지음, 최애리 옮김, 새물결출판사 펴냄) 프랑스 왕비였다가 영국의 왕비가 된 알리에노르 등 5명의 귀족 여성들을 통해 12세기 중세 여성의 모습을 소개하고, 당대 귀족들과 성직자들의 여성관을 조명해 본다. 각권 1만 5000원.●나의 형, 이창호(이영호 지음, 해냄 펴냄) 세계 바둑 황제로 군림하고 있는 이창호의 바둑세계와 인생을 그의 동생이자 매니저인 저자의 시선을 통해 조명한 책.‘돌부처’란 별명 뒤에 숨은 이창호의 치열한 도전의 모습을 생생히 보여준다.1만 2000원.●지중해, 문명의 바다를 가다(박상진 엮음, 한길사 펴냄) 유럽과 아프리카, 아시아 대륙으로 둘러싸인 지중해를 중심으로 각 지역의 역사적 흔적을 쫓아 그 문화와 예술, 종교의 모습 등을 서구적 시각을 벗어난 우리의 관점에서 펼쳐 보인다.2만 2000원.●아인슈타인 나의 노년의 기억들(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지음, 이종철 옮김, 지훈 펴냄) 아인슈타인이 노년에 기록한 에세이 모음집. 천재 물리학자라는 외피에 가려져 있던 인간 아인슈타인으로서의 진정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1만 2000원.●너는 누구냐?-신분증명의 역사(발렌틴 그뢰브너 지음, 김희상 옮김, 청년사 펴냄) 신분 증명이 탄생하게 된 역사적·사회적 배경과 변천과정을 다룬 책. 종교적 목적에서 탄생한 신분 증명의 흔적을 통해 당시의 사회와 문화를 읽어낸다.1만 8000원.●21세기 한국학, 어떻게 할 것인가(한림대 한국학연구소 편, 푸른역사 펴냄) 그동안 한국학 연구가 인문학 중심으로 이루어져온 것에서 벗어나 사회과학적 관점에서 접근,21세기 한국학의 방향과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1만 3000원.●창조와 폐허를 가로지르다(김행숙 지음, 소명출판 펴냄) ‘소년’‘창조’ 등 20세기 초의 잡지들로부터 ‘프랑켄슈타인’‘공포의 외인구단’‘공각기동대’에 이르기까지 100여년간 발행된 잡지를 통해 우리의 근대성이 어떻게 분절과 균열을 일으키며 오늘에 이르고 있는지 조명한다.1만 5000원.
  • 대학별 어떤 주제 잘 나오나

    논술가이드라인 발표로 정시 논술고사도 영어지문 배제 등 다소의 변화가 예상된다. 수험생들은 지원하는 대학의 기출문제를 꼼꼼히 살피면서 공통된 주제나 제재 등을 확실히 파악하고, 예시문항이나 출제경향도 숙지해야 한다. ▲경희대 ‘문명에 대한 이해와 인류의 미래(2005)’‘환경 문제와 근본생태주의(2003)’ 등과 같이 시의성 있는 주제로, 사회 현상에 대한 관심과 비판의식을 토대로 논지를 전개하도록 요구한다. 시사 이슈에 관심을 갖고 연관된 인문·철학적인 가치와 개념 등을 익혀야 한다. ▲고려대 수험생 스스로 각각의 제시문을 이해해 공통 주제를 찾고 제시문 간의 연관 관계를 분석한 뒤 공통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도록 하고 있다.‘큰 것과 작은 것의 관계(2005)’‘사실과 인식(2004)’‘앎의 문제(2003)’ 등 주로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와 관련된 철학적인 주제들을 출제. 제시문은 현대 고전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서강대 ‘개인의 실존과 대중의 익명성(2005)’‘인간 자유의 구현과 책임성(2004)’‘노동(2003)’‘쾌락(2002)’ 등 주로 윤리적이고 철학적인 주제에 대해 수험생의 가치관을 묻는 문제들이 출제돼 왔다. 공통된 주제에 관한 다양한 견해의 제시문을 보여주면서, 그 주제에 관한 수험생들의 견해를 서술하도록 한다. ▲서울대 시사적인 주제를 벗어나 ‘사물에 대한 올바른 인식(2005)’과 같이 학문적 분석과 지적인 고찰을 요구하는 본질적인 문제를 주제로 삼는 경향이 강하다. 제시문의 길이와 답안의 분량(2500자)이 길고 고사 시간도 180분이기 때문에 시간 안배와 분량 조절이 필요하다. 제시문에는 한자가 혼용된다. ▲성균관대 4개 정도의 제시문으로 ‘크로스오버 현상과 문화 발전의 관계(2005)’‘인간의 전체성과 진화의 관계(2004)’ 등과 같은 논제를 선택해 문항을 세분화하고 다양한 요구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도표, 그림, 그래프 등이 수년간 제시문으로 출제돼 자료해석 능력이 중요하다. ▲연세대 일상생활 속에서 무심코 지나가기 쉬운 문제들을 제재로 한다.‘세월이 흘러감과 욕망의 관계(2005)’‘웃음의 사회적 기능(2004)’‘이미지에 대한 인식 차이(2003)’ 등 제시문에 나타나는 관점의 차이나 인물들과의 관계, 행동의 의미를 분석해 논제를 파악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성경, 고전, 인문서, 그림 등 다양한 형태의 제시문이 특징이다. ▲이화여대 ‘비일상성이나 비현실성이 지니는 기능(2005)’‘소문과 타인의 시선이 개인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2003)’ 등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 성찰이나 사회구조의 심층적인 측면을 탐색하는 문제를 선호한다. 직간접적으로 체험했거나 매스미디어를 통해 접했음 직한 사회의 쟁점과 관련된 문제들을 통해 통찰력·사고력을 요구하는 전통적 논술형이다. ▲중앙대 올해부터 인문계열에 한해 정시 논술고사를 부활한다. 자료를 제시해 주되 고등학교 교육과정 수준에 맞춘 인문·사회과학 주제의 일반 논술 형태이다. ▲한국외대 시사적인 주제보다는 윤리·철학적인 주제를 선호한다. 다양한 교과 영역이 혼합된 제시문을 여러 개 주고, 각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논지를 전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문화와 관련된 쟁점이 자주 출제된다. ▲한양대 자연계는 수학·과학의 교과 지식을 활용하여 타당성 있고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인문계열은 수험생 스스로 문제를 찾아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게 하는 논술 유형이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도움말 유웨이중앙교육, 종로학원평가연구실
  • 김대중 전대통령등 초청 국제포럼

    한국학중앙연구원(원장 윤덕홍)은 5∼7일 성남시 운중동 연구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폰 바이체커 전 독일대통령 등 세계석학들을 초청,‘문명과 평화 국제포럼’을 개최한다.(031)708-5309.
  • [책꽂이]

    ●이순신의 난중일기(노승석 옮김, 동아일보사 펴냄) 난중일기 필사본 9책의 초서 13만자를 해독해 옮긴 완역본. 항간에 떠돌던 충무공 은거설과 자살설을 반박하는 전사와 장례기록을 담고 있다.1만 5000원.●한국의 논제 20(원인성 등 지음, 데모스 펴냄) 줄기세포 연구, 한류열풍, 테러와 반테러, 지구온난화, 과거사 청산, 인터넷 실명제 등 우리 사회의 핵심 논제 20가지를 뽑아 각각 상반된 입장을 소개하고 합의점 도출의 가능성을 모색한다.2만 2000원.●여자의 몸(신성림 지음, 시공사 펴냄) 고대부터 현대까지 여자의 허리와 손, 젖가슴, 엉덩이 등 여자의 몸이 예술작품속에서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살펴보고, 여자의 몸을 바라보는 시선의 왜곡을 여성주의적 시각으로 꼬집는다.1만 2000원.●21세기 동양철학(이동철 등 엮음, 을유문화사 펴냄) ‘공(空)´,‘기(氣)´,‘무위(無爲)´ 등 동양철학을 대표하는 60개의 키워드를 통해 어떻게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바라볼 것인지 21세기 지적 화두를 제시한다.2만 5000원.●대칭성 인류학(나카지와 신이치 지음, 김옥희 옮김, 동아시아 펴냄) 신화와 민담 분석을 통해 인간정신의 원형을 파헤치고 현대문명의 문제점을 진단한 ‘카이에 소바주’ 시리즈의 마지막 권. 일본의 종교·철학자인 저자의 강의록을 풀어냈다.1만 1000원.●구두, 그 취향과 우아함의 역사(루시 프래트·린다 울리 지음, 김희상 옮김, 작가정신 펴냄) 영국 헨리 8세 때의 귀족신발, 나오미 캠벨의 비비안 웨스트우드 구두 등 중세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당대를 풍미했던 구두와 구두장식의 역사를 살핀다.2만원.●산타클로스 자서전(제프 긴 지음, 노은정 옮김, 사이 펴냄) 산타클로스의 유래가 된 3세기경의 세인트 니콜라스가 주인공 겸 화자로 등장해 크리스마스와 산타클로스에 대한 기원과 유래, 변천사 등을 주요 역사적 흐름과 함께 살펴본다.1만 3500원.●대한민국 사람이 진짜 원하는 대통령(황상민 지음, 김영사 펴냄)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가 정치를 바라보는 대한민국 사람의 심리를 탐색한다. 노무현 대통령과 차기 대권 예비주자들의 이미지 분석과 전망도 담았다.9900원.●유쾌한 클래식 여행 1·2(콘라드 바이키르헤르 지음, 전훈진 옮김, 이룸 펴냄) 바흐의 ‘브란덴브르크 협주곡’에서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까지 34명의 작곡가와 그들이 만든 걸작 50곡에 대한 해석을 재기발랄하게 풀어놓았다. 각권 2만 3700원.
  • 서울신문 신춘문예 공모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첨단문명의 혜택으로 누구나 글을 쓰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가볍고, 사변적이고, 공격적인 글이 가상공간을 자유롭게 유영할수록 치열한 시대정신으로 무장한 옹골진 시어와 문장이 더욱 절실해지는 요즘입니다. 문학의 영원한 가치와 예비 문인들의 뜨거운 열정을 응원해 온 서울신문이 2006년도 신춘문예 작품을 공모합니다. 모집은 단편소설·시·희곡·문학평론·시조·동화 등 6개 부문이며, 문단의 권위와 공정성을 인정받는 전문가들이 부문별 심사를 맡습니다. 우리 문학의 미래를 이끌 역량있는 신인들의 많은 참여를 기대합니다. ■ 공모 부문 및 고료 ●단편소설(80장 안팎) 500만원 ●시(3편 이상) 300만원 ●희곡(90장 안팎) 250만원 ●문학평론(70장 안팎) 250만원 ●시조(3편 이상) 200만원 ●동화(30장 안팎) 150만원 ※장 수는 200자 원고지 기준 ■ 마감 2005년12월9일(당일 소인까지 유효) ■ 당선작 발표 2006년1월1일자 서울신문 지면 ■ 보낼 곳 100-745 서울 중구 태평로1가25 서울신문 편집국 문화부 신춘문예 담당자(인터넷 접수 불가) ■ 유의사항 -원고 겉장에 본명(필명일 경우), 주소, 연락처(집·직장 전화, 휴대전화 번호) 등을 명기할 것. -우송할 때는 겉봉에 ‘신춘문예 응모작’이라고 표기할 것. -원고는 원고지 혹은 A4용지. -타사에 중복 응모했거나 표절 사실이 확인되면 당선을 취소함. -응모작품은 반환하지 않음. ■ 문의 서울신문 문화부(02)2000-9192∼5.
  • 儒林(487)-제5부 格物致知 제1장 疾風怒濤(9)

    儒林(487)-제5부 格物致知 제1장 疾風怒濤(9)

    제5부 格物致知 제1장 疾風怒濤(9) 퇴계의 편지를 보면 율곡은 23살 때의 봄에 치른 시험에서 낙과하였던 것처럼 보인다. 율곡의 상심한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서 보낸 퇴계의 편지는 맹자의 ‘고자장 하편’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문장을 인용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하늘이 큰 인물을 그 사람에게 내리려 하실 때에는 반드시 먼저 그 심지(心志)를 괴롭히며 그 늑골(肋骨)을 수고롭게 하며, 그 몸과 피부를 굶주리게 하며, 그 몸을 궁핍하게 하며, 그의 하는 것을 어그러트리고 어지럽히는 것이 그렇게 함으로써 더욱 마음을 분발시키고 성질을 참게 하여 그 능하지 못한 부분을 증익시키려 하기 위함인 것이다.’ 그러므로 명종13년 봄. 강릉의 외갓집을 가기 위해서 성주의 처가를 나선 청년 율곡의 발길은 천근처럼 무거웠을 것이다. 이미 한성시에서 장원급제하여 문명은 떨쳤지만 초시에 불과하여 벼슬길에 오르지도 못한 백면서생이었다. 아내 노씨부인을 얻어 정혼하였다고는 하지만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하였다. 전도유망한 청년이었지만 나라는 어지럽고 질풍노도의 난세였다. 암중모색의 10대를 보낸 열혈청년의 나이였으나 여전히 미래는 불투명하고 덩굴에 매어달린 조롱박과 같은 절망감이 율곡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때의 율곡의 심정을 나타내는 시 한 수가 오늘날 남아 전하고 있다. ‘자성산 향임영(自星山 向臨瀛)’이란 제목의 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객지에서 봄도 꽤는 지났는데 우정에는 오늘 해도 지려 하네. 가는 당나귀 먹일 곳이 어디냐. 연기나는 저 밖에 있는 인가가 있겠네.(客路春將年 郵亭日欲斜 征驢何處 煙外有人家)” 당나귀를 타고 쓸쓸히 성주에서 바닷길을 따라 고향인 강릉을 찾아가는 율곡의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명시 중의 하나이다. 우정(郵亭)은 말을 갈아타는 객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아마도 율곡은 나귀를 타고 종자 하나를 앞세우고 정처 없이 길을 떠나 낯선 객사에서 지친 몸을 누이면서 바닷길을 따라 북쪽으로 북쪽으로 올라가고 있었던 듯 보인다. 청년 율곡으로서는 고행의 가시밭길이었다. 어머니 신사임당은 이미 7년 전에 돌아가셨으나 효성이 지극하였던 율곡에게 어머니는 여전히 ‘상심의 바다’였다. 특히 율곡으로서는 어머니에게 치명적인 불효를 저질렀던 것이다. 그것은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사실이었다. 16세 때 여름. 율곡은 수운판관으로 조운(漕運)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관서지방으로 출장가는 아버지를 따라 맏형 선(璿)과 함께 집을 떠나게 되었다. 수운판관이란 직책은 7품관에도 미치지 못하는 하급직위로 호조(戶曹)에 예속되었으며, 전함의 수리 및 감독을 맡아보는 전함사(典艦司)에 소속되어 있는 말단관리였다. 전함사는 본청이 서울의 중부에 있었고, 외사(外司)가 서강에 있었는데, 율곡은 아버지 이원수를 따라 서해바다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변고를 당한다. 율곡의 회상에 의하면 율곡의 일행이 서강에 있는 외사에 도착하였을 무렵 아버지의 행장에 들어있던 유기그릇이 갑자기 모두 빨갛게 변색해 버린 것이다.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데뷔 35년… ‘문인들이 좋아하는 화가’ 이왈종 씨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데뷔 35년… ‘문인들이 좋아하는 화가’ 이왈종 씨

    폴 고갱은 나이 마흔셋에 문명 세계에 대한 혐오감을 느껴 남태평양의 작은 섬 타히티로 훌쩍 떠났다. 여기에서 ‘타히티의 여인들’ 등 불후의 명작을 많이 남겼다. 빈센트 반 고흐 역시 대도시 생활에 싫증을 느껴 지중해로 떠나 걸작 ‘해바라기’를 남겼다. 아마 예술가의 포부를 위해 자기유배의 길을 스스로 떠나지 않았을까. 이왈종(60)씨.‘생활속에서-중도 시리즈’로 잘 알려진 한국 화단의 중견작가다. 지난 1990년, 그해 어느날 교수직(추계예술대)을 홀연히 버리고 따뜻한 남쪽의 섬 제주를 택했다. 주위에서는 서울로 곧 돌아오리라고 생각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예술가적인 기(氣)를 충전하고 돌아올 것으로 다들 생각했지만 15년째 눌러 살고 있는 것. 이젠, 자신을 해방시킨 제주를 왜 떠나느냐고 오히려 반문한다. 또 복잡한 서울을 더 이상 생각조차 하기 싫을 정도로 푹 파묻혀 있다. 이 화백은 올해로 화단 데뷔 35년째를 맞고 있다. 그러니까 1970년 한국미술대상전(국립현대미술관)에 이어 이듬해인 스물여섯 나이에 국립공보관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이후 그동안 국내외 개인전만 20여차례, 단체전의 경우 매년 1∼2차례 참가했으니 그의 왕성한 작품활동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지난주 제주의 밤 바다가 보이는 서귀포의 한 식당에서 그를 만났다. 때마침 서울에서 온 손님(화랑 관계자)과 싱싱한 복어회에다 소주를 들이켜고 있었다. 서울에서 오느라 고생이 많았다며 ‘후래삼배’를 먼저 권한다. 이 화백이 약간 취기가 있었기에 같이 보조를 맞추자는 뜻에서였다. 창너머 서귀포 앞바다에는 한치잡이 어선에서 켠 불빛이 아름답게 빛나 장관을 이루었다. 문득 한마디 건넨다.“선생님, 아름답죠?” 그러자 “암요, 일체유심조.”라는 말이 돌아왔다. “……?” “자연입니다. 인간에게 맞추면 괴롭고요, 자연에 맞추면 아름답습니다. 모든 것이 마음의 작용이지요. 괴로움도 즐거움도 말입니다. 파리나 참새도 똑같은 생명입니다.” 술잔이 다시 오고갔다. 안주도 권했다. 사전에 질문 거리를 몇 가지 생각했지만 취기가 있어서인지 갑자기 순서가 헷갈린다. 들켰을까. 이 화백도 그걸 아는지 껄껄 웃으며 선문답 형태의 얘기로 분위기를 설렁설렁 몰아간다. 에라 모르겠다,“선생님은 그동안 제주 어디에다 맞춤표를 두셨는지요?”라고 질문을 툭 던졌다. “아닌 곳이 없지요. 제주에 왔을 때 시장바닥을 봐도, 잡초나 동백꽃을 봐도 행복했습니다. 마음이 어디에 치우치느냐가 문제이지요. 꽃을 봐도 괴로울 수가 있습니다. 제주란 아름다움이고 그렇게 맞추었습니다. 또 집착하지 않고 평등하게 바라보면서 ‘중도관’을 생각했습니다.” 이 화백은 제주 생활을 하면서 ‘중도시리즈’를 표방해 왔다. 또 오랜 금욕적인 생활방식과 돌담처럼 쌓인 열정으로 붓의 힘이 더욱 세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석한 화랑 관계자도 “이 화백은 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화가”라면서 “(그림이)흥분된 에너지를 능란한 서예의 획으로 쓱쓱 그려진다.”고 거들었다. “중도란 무엇입니까.” “너무 가까이 가서도, 너무 멀리 떨어져도 괴롭지요. 하나는 전부요, 전부는 하나입니다.” “지난 제주생활의 15년을 관통한다면 어떤 의미로 새겨집니까?” “행복,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은 행복합니다. 몸속에 채워져 있을 때가 괴롭지요. 비운 마음은 작은 것도 크게 보입니다. 사람 만날 일도 없고, 그림 그리고 밥 먹는 게 전부입니다.(제주)올 때 모든 것을 놓았어요.” 처음 5년은 그리고 싶은 그림을 실컷 그리다 죽었으면 원이 없겠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벌써 15년이 됐단다. 어디서나, 아무때나 들을 수 있는 새소리, 파도소리, 장중하고 때론 감미로운 바람소리, 그리고 동백꽃, 매화, 수선화 등 온갖 꽃들 향기에 취해 살아온 몽유의 세월이었다고 했다. 까닭에 화폭에는 꽃, 새, 물고기, 노루, 자동차, 전화기 등이 자주 등장했다. 요즘에는 골프장 풍경을 많이 그린다. 예술성이든, 상업성이든 따지지 않고 즐겁게 그렸고 그것으로 만족한다며 활짝 웃는다. “최근에는 도자기 작업에도 열중하고 있지요. 향로를 만들고 거기에 그림을 집어넣는 향로들이지요. 저 세상으로 떠난 친구의 영혼 안식을 빌어주고 또 다사다난한 현실에서 많은 번뇌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심사를 편안케 해주고 싶은 마음에서이지요.” 다시 건배를 하고 나서 잠시 창밖을 응시한다. 때를 놓칠세라 제주에 대한 감상을 물었다. “곡선입니다. 인간은 수직적이고 상하관계로 연결되고 이해관계로 얽혀져 있습니다. 해안선과 돌담, 다들 아름다운 곡선이지요. 제주의 자연을 보면 마음을 덜어내는 행복을 느낍니다. 또 솟구치는 파도를 보면서 인간의 한계를 새삼 절감하지요.” “선생님, 왜 서울을 버리고 제주를 택했나요? 그리고 다시 서울 갈 생각은 없나요?” “그곳은 와글와글합니다. 먼지 속으로 사람 많은 곳으로 갈 이유가 하나도 없지요. 자연과 호흡하는 시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평생 제주에 있을 작정입니다. 여기에서 놓고 가야지, 어떡하겠습니까.” 요즘 그는 어린이들과 일주일에 두번씩 동심의 세계에 푹 빠져든다. 지난 10월 초부터 서귀포시 평생학습센터 ‘엄마랑 아이랑 함께하는 미술교실’의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있는 것. 매주 월요일 유아반, 화요일 초등반으로 나눠 각각 한시간반씩 그림 지도를 해주고 있다. 친근감을 주는 ‘동시’와 ‘동요’들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올해 초부터 틈틈이 어린이들에게 지도를 해오다 아예 고정적인 시간을 마련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학부모들로부터 수강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고 서귀포시 관계자는 전했다. “어린이들한테 많이 배우고 있어요. 어른들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거든요. 어린이들에게 그림은 상상력과 사고력을 확충시켜 주지요.” 이 화백은 새벽 3시에 일어나 오후 5시까지 철저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버린 자식처럼 들꽃과 산꽃을 무작정 만나기도 하고 붓을 들어 그림의 세계에 빠져들기도 한다. 두달에 한번 만나는, 서귀포 시내의 향토예술인 모임 ‘문화사업회’에 참석하는 것이 유일한 개인생활이다. 슬쩍 젊었을 적 시절을 물었더니 “국전에서 아홉번 낙선하고 아홉번 당선(입선)했다.”는 말이 금방 나온다. 자료를 뒤졌더니 국전 15회(66년)부터 27회까지 17∼19회를 제외하곤 연이어 심사에 뽑힌 것으로 확인된다.‘9전9기’가 아니냐고 했더니 그냥 멋쩍게 웃기만 한다. 경기도 화성 출신인 그는 가난한 농사꾼의 아들이었다. 어려서 할머니 손에서 자랐는데 몸이 하도 허약해 농사꾼조차 못되는 쓸모없는 아이로 취급받았다. 중학때 미술 선생이 좋아 특활시간에 미술반에 들어간 것이 계기가 돼 화가의 길을 걷게 됐다. 소정 변관식(76년 작고) 화백 등에게 영향을 받았으며 데뷔 초기에는 실경산수를 자주 그렸다. 그는 슬하에 딸과 아들을 두었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딸은 동양화를 전공, 현재 전시회를 준비 중이고 아들은 영국 켄트대학에서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다.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생로병사의 근심을 털고 모두들 아름다운 마음이 되어 행복과 안식이 온 누리에 펼쳐지길 희망합니다.” ■ 그가 걸어온 길 ▲1945 경기도 화성 출생 ▲70년 중앙대 회화과 졸업, 한국미술대상전(국립현대미술관) 전시 ▲88년 건국대 교육대학원 회화과 석사 ▲79∼90년 추계예술대 교수 ▲90년∼현재 제주에서 생활 ▲71년 국립공보관 첫 개인전 ▲76년 2회 개인전 미도파화랑 ▲80년 3회 개인전 미도파화랑 ▲이후 2005년까지 19회 국내외 개인전 ▲단체전은 75년 아시아 현대미술전(도쿄)을 시작으로 50여회 참여 ■ 상훈 국전 제15,16,20,21,22,23,25,26,27회 입선. 한국미술대상전 입선(70년), 한국미술대전 문공부장관상(74년), 미술기자협회 미술기자상(83년), 미술시대 미술작가상(91년), 월전미술문화재단 제5회 월전미술상 수상(2001년) ■ 저서 ‘생활속에서-중도의 세계 이왈종의 회화’ ‘도가와 왈종’‘중국 회화 사상 및 문학성에 대한 연구’‘이왈종 화집’ km@seoul.co.kr
  • 관악구민도 ‘황우석 살리기’

    서울 관악구 주민들이 황우석 교수 ‘전방위 보호’에 나섰다. 관악구 주민들로 구성된 ‘황우석 교수 관악구 후원회(공동대표 김태진·조윤정)’는 29일 성명을 내고 “황 교수 연구의 본질을 폄훼하는 어떠한 움직임도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후원회는 성명에서 “황 교수의 연구는 인류복지를 위한 선의”라면서 “인류의 진보와 문명의 진화를 이룩한 과학자들이 겪었던 많은 시련을 상기하면 이번 사태는 선구자에 대한 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황 교수의 연구가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절차나 세계 공통의 생명윤리법제마저도 마련되지 않았고 연구 초기 누구도 난자를 제공하지 않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황교수를 두둔했다. 또 이들은 “실낱같은 희망으로 ‘세계줄기세포허브’에 등록을 기다리는 난치병 환자와 가족들의 심정과 ‘월화수목금금금’연구에만 매진한 황 교수의 심정을 잊으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해당 언론사의 대국민 사과와 황 교수가 즉각 세계줄기세포허브 등 각종 공직을 다시 맡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가치관에 맞는 새로운 윤리기준을 정부 차원에서 마련할 것도 요구했다. 모임을 이끄는 조윤정(57·여·서울 관악구 신림1동) 공동대표는 “생명공학산업을 선점하려는 세계 각국의 노력의 이면에는 과학적 패권주의가 도사리고 있다.”면서 “이번 사태처럼 일부 언론에 의해 귀중한 연구성과와 국익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후원회는 황 교수의 연구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4월 관악구 김희철 구청장을 비롯한 주민들이 주축이 돼 발족됐다.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씨줄날줄] 세계무형유산/이용원 논설위원

    우리 조상이 이룬 문화적 업적이 다른 문명권의 그것에 비해 떨어진다고 오해하는 이가 있다면, 그에게 유네스코(UNESCO)가 보존·계승을 지원하는 인류 공동의 유산에 우리것이 얼마나 많이 포함돼 있는지를 알아 보라고 권하고 싶다. 유엔의 교육·과학·문화 전문기구인 유네스코는 인류 유산을 3가지로 구분해 지원한다.‘세계유산’‘세계무형유산’‘세계기록유산’이 그것이다. 1972년 유네스코 총회의 협약에서 비롯된 세계유산은 유적·건축물 등을 대상으로 한 문화유산과 자연 상태인 자연유산, 문화·자연적 가치를 함께 지닌 복합유산으로 다시 분류해 지정한다. 국내에서는 1995년 종묘, 해인사 장경판전, 불국사와 석굴암 등 3가지가 함께 지정된 것을 필두로 창덕궁, 수원 화성, 경주 역사유적지구, 고창·화순·강화 고인돌유적 등 문화유산이 7종이나 존재한다. 또 기록물에 한해 지정하는 세계기록유산에는 1997년이후 훈민정음 해례본,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직지심체요절 등 4가지가 등재됐다. 가장 늦게 출범한 세계무형유산(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 탄생에는 한국의 공헌이 대단히 컸다. 우리는 오랫동안 유형문화재와 더불어 무형문화재(인간문화재) 제도를 운영해 예능·기능의 보존·전수에도 심혈을 기울여 왔다. 이 인간문화재 제도를 세계적으로 확산해 무형유산 보호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우리 정부는 유네스코에 권유했고, 유네스코 집행이사회가 1993년 이를 받아들이는 결의안을 채택함으로써 세계무형유산 제도의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유네스코는 2001년부터 2년에 한번 세계무형유산을 지정했는데 우리나라는 1차에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을,2차에 판소리를 등재했으며 며칠전 강릉단오제를 세번째로 지정받았다. 이번 선정을 앞두고 중국은 단오절이 자국에서 유래했기에 한국의 단오제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거세게 반발했으며, 국제사회도 한국이 3차례 연속 지정받는 데 대해 견제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목표를 이룬 것은 그만큼 강릉단오제가 높은 가치를 지녔기 때문이다. 유네스코가 인정한 인류의 유산에서 우리가 차지한 몫은 인근 국가보다 결코 작지 않다. 조상에게 감사 드릴 일이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 “美 달기지는 UFO 공격용”

    캐나다 전 국방장관이 지구보다 앞선 외계 문명 집단이 현재 지구를 방문하고 있을지 모른다며 이를 확인하기 위한 의회 청문회를 촉구하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고 보도자료 전문 통신사인 PR웹이 최근 보도했다. 1963∼67년 레스터 피어슨 총리 시절 부총리 겸 국방장관을 지낸 폴 헬리어는 지난 9월 토론토대학 연설에서 “잦은 UFO 출현이 은하계 전쟁의 시작을 의미하지 않을까 걱정이 돼 뭔가 말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면서 “로스웰 사건에 감춰진 비밀들은 일급 비밀로 분류돼 미국과 캐나다 국방장관에게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1947년 뉴멕시코주 로스웰에 추락한 UFO에서 외계인 사체가 나와 이를 미국 과학자들이 부검했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았다. 그는 “미군은 외계인들에게 사용될 수 있는 무기들을 준비해놓고 우리에게 제대로 경고도 하지 않은 채 은하계 전쟁에 몰아넣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달에 전진기지를 세우려는 부시 행정부의 노력도 외계 방문객의 위치를 추적하면서 동시에 그들을 저격할 수 있는 곳을 찾으려는 노력의 한가지라고 단정했다. 그로부터 한달 뒤 헬리어는 3개의 비정부기구(NGO)들과 함께 캐나다 군 정보기관, 로스웰 사건 등에 개입된 북미방공사령부(NORAD) 과학자 등을 증인으로 내세워 캐나다 상원에 청문회 개최를 압박했다. 그러나 상원은 이달초 다른 일정을 핑계로 올해 청문회 개최는 어렵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이들 NGO는 살상무기의 우주공간 배치를 줄기차게 반대해온 폴 마틴 정부의 입장을 근거로 내년 초 다시 상원 청문회를 밀어붙일 태세라고 PR웹은 전했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책꽂이]

    ●글로벌 경제의 위기와 미국(로버트 루빈 지음, 신영섭 등 옮김, 지식의 날개 펴냄) 빌 클린턴 대통령 재임기인 1995∼1999년 재무장관을 지낸 저자가 1997년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의 실상과 함께 이른바 ‘루비노믹스’를 통해 미국 경제의 최대 활황기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통찰력과 리더십을 소개했다.2만4000원.●섀클턴 평전(롤랜드 헌트포드 지음, 최종옥 옮김, 뜨인돌 펴냄) 아문센, 스콧과 함께 경쟁적으로 남극탐험을 시도한 남극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 평전.1914년 27명의 대원들과 인듀어런스 호를 타고 출발한 남극횡단 탐험에서 배가 난파당하는 혼란과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전 대원을 구출하는 과정을 생생히 보여준다.3만원.●동아시아의 지역질서(백영서 등 지음, 창비 펴냄) 중화문명을 대표한 중국, 전쟁중 부상한 일본, 전후 냉전을 주도한 미국 등 16세기부터 현재까지 동아시아를 지배했던 지역 질서의 궤적을 탐구하고, 탈중심의 동아시아 공동체로 나아가려는 현재의 움직임을 조망한다.2만 3000원.●글렌 굴드-피아니즘의 활홀경(피터 F 오스왈드 지음, 한경심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전통에 반기를 든 우상 타파주의자로서 스스로 힘든 길을 걸어갔던 캐나다 출신의 천재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의 음악적 성과와 함께, 명성 뒤에 숨은 에너지와 모순을 파헤친 전기.2만 5000원.●빅토리아의 비밀(이주은 지음, 한길아트 펴냄) 유미주의적 열정과 신비로운 상징이 가득했던 빅토리아 시대의 미술을 조명한 책. 작품에 등장하는 여인들의 이야기 속에 저자 개인적 경험들을 녹여내면서 당시 영국의 사회·문화적 코드를 읽어낸다.2만원.●한국사, 나는 이렇게 본다(이이화 지음, 길 펴냄) 국호를 통해 본 조선과 한국의 정체성, 우리 역사속의 천도, 왜곡된 태극기와 애국가의 상징성 등 우리 역사의 특수성을 담은 주제를 드러내는 미시적 접근을 통해 한국사의 기본 흐름을 알려준다.1만 8000원.●섹슈얼리티와 공간(베아트리츠 콜로미나 엮음, 강미선 등 옮김) 공간과 신체 그리고 섹슈얼리티의 상관관계에 대한 글을 모은 책. 건축물이나 광고, 사진, 영화속 공간이나 이야기 전개에서 나타나는 섹슈얼리티 관련 이슈들을 통해 그 사회문화적 의미를 들여다본다.2만 3000원.●중국의 여성주의 문학비평(츠언즈훙 지음, 김혜준 옮김, 부산대출판부 펴냄) 서구의 여성주의 비평방식이 중국에 유입된 이후 중국 비평가들이 이를 토대로 어떻게 중국 자체의 여성주의 문학비평의 이론을 형성해나갔는지 그 과정을 고찰했다.1만 1000원.●가족과 일과 신앙의 조화(팻 겔싱어 지음, 김인환 옮김,W미디어 펴냄) 가난한 이민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인텔에 입사해 초고속 승진한 한 샐러리맨의 삶과 신앙의 기록.‘바쁨’을 의미 있는 관계로 바꾸어놓을 수 있는 비결을 제시한다.9000원.
  • “차라리 詩없는 세상 왔으면” 고은 시인 서울대서 강연

    “차라리 詩없는 세상 왔으면” 고은 시인 서울대서 강연

    ‘만인보’의 고은(72) 시인이 24일 서울대 강단에 섰다. 노벨문학상 수상이 무산되고 외부 행사를 자제하다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고은 시인은 이날 오후 멀티미디어강의동에서 열린 ‘관악초청강좌-시는 어디에 있는가’에서 “시가 죽었다는 위기담론은 거품”이라면서 “본질적으로 시를 믿고 있으면 밀물과 썰물처럼 드나드는 현상적인 부분에 대해 민감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시인은 우선 “시는 시집이나 책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가슴에서 매일같이 새로 만들어지는 ‘심장의 뉴스’”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시는 살아있다. 시는 죽을 수도 없고 살 수도 없지만, 인간이 시를 부르니 살아 있는 것”이라면서 “시를 비롯한 순수문학이 외면 받고 있다는 위기론은 독선”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시를 이끈다고 하는 이들에게는 위기라고 느껴질지 모르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이름없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시를 만나고 있다.”고 했다. 또 “시는 그동안 장기간에 걸쳐 농경사회에서 정서를 얻는 등 농업에서 길러졌지만, 지금은 농촌정신이 사라지고 전산문명으로 교체되는 시기”라면서 “환경이 변하면 그때에 맞는 시의 형식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은 시인은 “나는 차라리 이 세상에서 시가 없는 듯 하는 때가 왔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시가 사라지면 사람들이 시를 갈망하게 되고, 그러면 시가 다시 사람에게로 오게 된다는 것. 그는 “그렇게 시는 지구가 끝나는 마지막 날까지 살아있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시인은 또 자본주의 시대에 시까지 상업화되는 경향을 우려했다. 그는 “자본의 시대는 모든 정신적인 영역을 상품화하고 있으며, 칼 마르크스도 체 게바라도 자본주의 장식물이 돼 버렸다.”면서 “시 역시 광고 메시지와 같은 자본주의에 휘말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60년대에 마릴린 먼로가 시를 발표하며 시는 누구나 쓸 수 있다고 했는데, 이는 가슴에 와닿는 진리”라고 했다. 덧붙여 “어떠한 시의 영향을 받는 것은 그 시인의 운명의 극히 일부분이며, 그것이 시인의 전부가 되면 바보나 마찬가지”라면서 “시에는 교사가 없고 자신이 교사”라고 조언했다. 이어 “50년 가까이 썼는데도 아직도 시를 만날 때는 처음으로 만난다.”면서 “시의 길은 나에게도 익숙하게 펼쳐져 있지 않고, 늘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강의동에는 학생과 교수 100여명이 참석해 진지한 표정으로 2시간동안 강연을 경청했다. 애주가로 알려진 고은 시인이 반농담으로 “강단에 있는 물이 소주였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자 학교측에서 즉석에서 준비한 포도주 1잔을 반색하며 그자리에서 들이켜 좌중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세계석학에 듣는 ‘문명 갈등과 해소책’

    ‘문명과 평화’를 주제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이 국제심포지엄을 연다. 올해 진행됐던 광복60년기념사업의 대미를 장식하는 학술대회로 다음달 5일부터 7일까지 7개 세션에 40여명의 석학을 포함한 300여명이 참가한다. 한국판 다보스포럼을 만들겠다는 야심이 반영돼 각 세션은 원로급 연구자들이 발표하고, 주목받는 젊은 학자들이 토론을 벌이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참가자들 면면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폰 바이츠제커 전 독일 대통령이 첫날 연설대에 선다. 샤시 타루 유엔사무차장도 참석한다. 눈에 띄는 학자는 ‘관료적 권위주의’개념으로 좌파 정치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노테르담 정치학 교수 길예르모 오도넬,‘인종’과 ‘폭력’문제에 천착하는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 교수 미셀 비비오르카, 문화와 민주주의의 문제를 파고들어 아시아적 가치에 대해 발표하는 독일 베를린대 명예교수 한스 디터 클링거만, 일본의 전쟁 책임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온 일본 이바라키대 명예교수 아라이 신이치 등이다. 이들은 발제와 토론 형식으로 문명간 갈등과 해소방안은 물론, 동아시아의 역사와 전망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최근 윤리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황우석사단의 안규리 박사도 ‘생명윤리’세션에 참가키로 되어 있어 실제 참석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문명론하면 흔히 떠올리는 인물들이 아닌 전문연구자들이 참가자들이어서 일반인들에겐 다소 낯설 수 있다. 그러나 ‘이름만 드높은 명사’에 비해 훨씬 더 알찬 행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주최측의 기대다. 한도현 문명과평화 국제포럼 추진위원장은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야말로 이같은 포럼을 만들 수 있는 적격자라고 생각했다.”면서 “문명과의 대화, 아시아와 휴머니티, 동아시아의 화해 등과 같은 세션은 해가 바뀌어도 계속 운영하고, 나머지 세션은 당시 이슈를 중심으로 매년 새롭게 꾸밀 예정”이라고 말했다.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2006학년도 대입수능] ‘개똥녀 논란’ 도덕이냐 공존이냐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창의성을 요구하거나 실생활과 연관시킨 문항들이 상당수 출제됐다. 대부분 기초 개념과 원리만 정확히 이해하면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는 문항이었지만 까다로운 것들도 있었다. ●‘개똥녀’에서 고대 마야문명까지 언어영역 듣기 3번은 올해 네티즌들 사이에 뜨거운 논란이 일었던 ‘개똥녀’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문항이었다. 공공장소에서 애완견의 배설물을 치우지 않는 장면을 지켜본 두 학생이 ‘도덕’과 ‘공존’을 주제로 나누는 대화를 들려주고 이어질 말을 추론하는 문항이었다.20진법으로 표기된 고대 마야문명의 숫자를 선과 점, 조개를 이용해 10진수로 표현하는 듣기 4번 문항도 새로웠다. 알려진 지문을 변형시키거나 평소 쉽게 경험하는 내용을 다룬 문항도 적지 않았다. 고려시대 가사 작가 정철의 ‘속미인곡’을 제시하고 상소문이라는 가정 아래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라는 26번 문항은 중요 작품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문항이었다. 대충 공부한 수험생들의 허를 찌른 셈이다. 자기소개서 초고를 고쳐쓰는 문제나 회의 결과를 반영해 영상물 제작 계획서를 작성하는 문제 등도 돋보였다. 비문학에서는 얼음집인 이글루의 건축과 생활에 담긴 과학적 원리(35∼39번), 경제학의 옵션 개념(52∼55번) 등 과학, 기술, 문화, 예술 등 다양한 분야가 지문으로 등장했다. ●‘물탱크 박테리아 퇴치법은?’ 수리 영역에서는 수학 원리를 실생활에 적용시킨 문제해결형 문항이 많았다. 정육면체 모양의 투명한 유리상자 12개로 직육면체를 만들 때 이 가운데 4개를 검은색 유리상자로 바꿔넣어 특정 모양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의 수를 묻는 17번 문항은 순열·조합의 개념을 용응했다. 공장 생산품의 무게와 관련된 정규분포의 개념을 이용해 특정 확률을 구하는 14번 문항이나, 물탱크에 사는 박테리아를 없애기 위해 약품을 넣는 상황을 로그(log) 개념으로 해결하는 25번 문항 등도 독특했다. 유웨이중앙교육 태홍식 연구원은 “공간도형과 정사형 사면체 부피의 최대값을 요구하는 ‘가’형 21번 문항은 새로운 유형이자 가장 어려운 문제였다.”고 말했다. 실생활 활용 문제는 외국어(영어) 영역에서도 주를 이뤘다. 여행객들을 위한 관광정보(11번), 와인 품질과 포도 품질과의 관계(22번), 스키타기(27번), 유아에게 음악 들려주기(36번), 열대과일인 빵나무 열매로 푸딩 만들기(39번) 등이 대표적이다. 사회탐구 영역에서는 사회·문화 11∼12번 세트문항의 경우 최근 사회문제로 떠오른 청소년 게임중독 문제를 다뤘으며, 두 재화의 대체관계를 시소 삽화로 제시한 경제 2번 문항도 참신했다. 과학탐구 영역에서는 핵융합로, 지진, 사막화 현상, 직업탐구 영역에서는 조류인플루엔자(AI),TV시청의 부정적인 영향 등을 묻는 시사 문제가 눈에 띄었다. 김재천 이효용 유지혜 이효연기자 patrick@seoul.co.kr
  • [발언대] 급할수록 돌아가라/이학구 전북 원평초교 교감

    세상이 두려울 만큼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의 발달은 하루가 다르다. 어제의 지식이 오늘은 쓸모없이 되어 버리기도 한다. 모든 산업의 형태도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물질문명의 발달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사고방식, 생활방식, 의식수준 등 보이지 않는 것들도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이렇게 빠른 변화의 물결에 적응하기 위해서 사람들의 삶의 자세도 변화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어느 사이에 우리들이 조급증에 걸려 있는 듯하다. 이장이 되기까지 10년을 기다린 어느 마을 기초의원의 이야기다. 그는 전임 이장으로부터 마을 이장이 되어달라는 부탁을 받았지만 사양했다. 집성촌을 이루고 있는 꽤 큰 시골 마을이었다. 정씨와 박씨들이 비슷한 가구수를 유지하고, 보이지 않는 갈등이 잠재되어 있었다. 이장 정씨는 이 의원(현재)의 능력을 알고 물려주려 했다. 당시 젊었었기에 이장에 앉히고 자기 뜻대로 쥐락펴락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려 깊은 이분은 정중히 사양했다. 두 문중의 갈등 때문에 일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이장님, 제가 이장을 하는 것보다는 반장을 하면서 이장님을 열심히 돕겠습니다.” 그 후 10년을 이장학습(?)을 하면서 마을 사람들을 위해 선진 농촌 소득증대 사업을 추진하여 마을 전체의 소득 창출에 크게 기여했다. 결국 마을 사람들에게 능력을 인정받고 존경받게 되었다. 덥석 이장을 수락하였더라면 양 문중 사이에서 입장이 난처하고 어려운 점이 많게 되어 결국 도중하차할 건 뻔했다는 것이다. “똑같이 고생하면 똑같이 못산다. 남보다 더 고생해야 잘 살 수 있다.”는 이분의 말씀처럼 남보다 더 고생하는 쪽을 선택하여 노력한 결과 지금은 넉넉하게 살게 됐으며 지역에서는 존경의 대상이 되어 기초의원에 당선되기까지 했다. 이장일을 잘하기 위해 기다린 10년은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다. 작은 일에도 공을 들여 노력하고 남을 위해 봉사하였다. 조급해 하지 않는 ‘만만디’의 승리가 아닐까! ‘급할수록 돌아가자.’‘급히 먹는 밥 체한다.’는 속담의 정신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조급증에서 탈피해 보자. 이학구 전북 원평초교 교감
  • [녹색공간] 아메리카 원주민의 지혜와 통찰/이현주 목사

    오늘은 어쭙잖은 내 생각을 펼쳐놓기보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지혜와 통찰이 담겨 있는 글 몇 대목 소개하기로 한다. 아래는 오논다가 훼잇키퍼(신앙을 지키는 사람)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오렌 리용스의 글이다. “개인 차원에서든 정부 차원에서든 무엇을 결정할 때마다 우리는 뒤에 올 일곱 세대를 염두에 둔다. 아직 태어나지 않았지만 우리 뒤에 올 사람들에게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 않은, 바라건대 지금보다 더 좋아진, 땅을 물려주는 것은 우리의 성스러운 임무다. 어머니 땅(Mother Earth) 위를 걸을 때마다 우리는 매우 조심스럽게 발을 옮겨놓는다. 앞으로 올 세대 사람들이 땅거죽 아래에서 우리를 올려다보고 있는 줄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결코 그들을 잊지 않는다.” 다음은 아베나카이족 울프 송(늑대 울음)의 글.“진정한 영예와 존경은, 지금 여기 우리와 함께 살아 있는 땅과 물과 식물과 동물을 우리와 똑같은 권리를 지닌 존재로 여기고 그렇게 대하는 것이다. 사람은 진화의 꼭대기점에 서 있는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니다. 저마다 제자리에서 자기 목적을 충족시켜가는 나무, 바위, 코요테, 독수리, 물고기 그리고 두꺼비들과 함께 신성한 생명의 고리를 이루고 있는 가족일 따름이다. 저들이 신성한 생명의 고리 안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몫을 감당해 나가듯이 우리 또한 우리에게 주어진 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은 수우족 추장, 루터 스탠딩 베어(서 있는 곰)의 말. 여기 나오는 ‘와칸 탕카’는 모든 존재의 근원이면서 모든 존재로 자신을 표출하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하느님’(God)이다.“우리는 예배하기를 좋아했네. 태어나서 죽기까지, 우리를 감싸고 있는 것들을 존중했어. 우리는 저마다 부드럽고 따스한 어머니 땅 무릎에서 태어났고 그래서 어디에도 천박한 곳이 없었지. 우리와 저 큰 거룩(the Big Holy) 사이에는 아무것도 끼어들지를 못했네. 우리들 사이는 참으로 은밀했고, 하늘에서 내리는 빗줄기처럼 와칸 탕카의 축복이 머리 위로 흘러내렸지.” 다음은 1967년, 아흔여섯 살 나이로 죽은 워킹 버팔로(걷는 들소)가 죽기 전에 남긴 말.“당신들도 알다시피, 석조건물보다는 언덕이 언제나 더 아름답다. 도시에서 사는 삶은 인조(人造)인생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자기 발 밑에 있는 진짜 흙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화분에서 자라는 식물 말고는 아는 식물이 없고, 가로등 너머 반짝이는 별들로 찬란한 밤하늘을 올려다 보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와칸 탕카가 빚어놓은 아름다운 정경들을 저렇게 멀리하고 살아가니, 사람들이 그의 법을 망각하는 일은 아주 쉬운 일이다.” 다른 자리에서 그는 또 이렇게 말했다.“오, 그래. 나도 백인들 학교에 다녔네. 거기서 교과서와 신문과 성경 읽는 법을 배웠지. 그러나 머잖아 그것들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았어. 문명인들은 사람이 만든 인쇄물에 너무 많이 의존하더군. 나는 곧 와칸 탕카의 저서인 자연세계로 돌아갔네. 자네도 자연을 공부하면 그분 저서에서 많은 것을 읽을 수 있을 걸세. 자네가 가지고 있는 책을 모두 꺼내다가 햇빛과 눈과 비와 벌레들한테 잠시 맡겨두면 이내 아무것도 남지 않으리라는 것쯤 자네도 알겠지. 그러나 와칸 탕카는 숲과 강물과 산맥과, 인간을 포함한 온갖 동물들로 이루어진 자연대학에서 공부할 기회를 자네와 나에게 언제나 마련해주신다네.” 마지막으로,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바치는 오지브웨이 기도문.“할아버님, 일그러지고 깨어진 우리를 굽어살펴 주세요. 유독 인간만이 성스러운 길에서 벗어났음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쩌다가 서로 갈라졌지만 다시 하나로 돌아가, 저 성스러운 길을 함께 걸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할아버님, 거룩하신 할아버님, 우리에게 사랑과 자비와 존중할 줄 아는 마음을 가르쳐주세요. 그래서 땅과 함께 우리 서로를 치료할 수 있도록.” 비록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백인들에게 밀려 자기네 땅에서 소외되었지만, 덕분에 인류가 그들의 지혜와 통찰의 소중한 가치를 배우게 되었다. 고마운 일 아닌가? 이현주 목사
  • [CEO칼럼] 환경, 새로운 무역장벽/오세철 금호타이어 사장

    [CEO칼럼] 환경, 새로운 무역장벽/오세철 금호타이어 사장

    지구환경문제에 대한 국제적 대응방안이 구체화되면서 환경문제가 새로운 무역장벽의 수단으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떠오르고 있는 유럽연합(EU)의 환경규제 법규는 현재 EU를 중심으로 제품 환경문제를 시장과 연계하는 쪽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같은 정책은 역내 회원국뿐 아니라 역외 국가에도 적용되고 있다. 실례로 일본의 한 가전업체가 자사의 게임기를 네덜란드에 수출하려다 부품 중 일부에서 카드뮴이라는 중금속이 기준치를 초과했다고 해서 반입이 거부된 적이 있었다. 수출을 하지 못하는 물질적 손실뿐 아니라 환경을 중시하는 유럽국가에서의 반환경적 기업이미지를 갖게 된 것이 더 큰 손실이었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에 관심이 고조되면서 환경정책의 규제 핵심동향은 사업장 규제에서 제품 중심의 환경규제로 전환되고 있다. 또 제품의 유해성과 환경성 정보,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주주와 이해관계자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의 환경 무역 장벽은 이제 우리나라 기업들에 또 다른 경쟁력을 요구하고 있고, 세계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환경문제에 관해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로 대처하는 자세가 절실해졌다.21세기 인류문명의 가장 큰 과제이자 인류의 보편적 삶의 질을 보장하는 ‘환경보호’를 위해 환경경영의 철학을 바탕으로 제품과 시스템 양자 모든 면에서 환경친화경영을 지향해야 한다고 본다. 이런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적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일회적인 구호성 행사로 끝날 것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지속적이며 전사적인 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환경오염을 예방하기 위해 원료의 투입에서 제품 출하, 소비 후 폐기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산 활동과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환경영향을 고려하고, 지속적인 개선을 위한 환경 경영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환경안전을 바탕으로 한 경영활동과 환경친화적인 제품 개발, 자원·에너지의 효율적 사용, 사원들을 위한 쾌적하고 안전한 사업장 구현, 그리고 고객 및 지역사회와의 공존공영 기반 구축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이를 위해 친환경 제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타이어 산업에서 예를 들어보면 원유값 상승세와 석유자원 고갈방지를 위해 자동차 연비향상이 매우 중요해지면서 타이어 업체들은 앞다퉈 저연비 타이어를 개발하고 있다. 또 수출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타이어 산업에서는 환경 선진기법인 ‘전과정평가 (LCA:Life Cycle Assessment)를 구축, 북유럽 환경라벨(Nordic Swan Label) 인증과 같은 환경경영 시스템의 요소들을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 한다. 앞으로 국내의 모든 기업들은 기업의 친환경활동 내용을 담은 ‘환경보고서’를 주기적으로 발간해야 한다. 환경보고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최소한의 약속임과 동시에 날로 높아져 가는 환경 무역장벽을 넘는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제품을 구매하는 해외 바이어들은 과거의 경영실적을 반영한 영업보고서와 미래의 회사가치를 가늠해 줄 수 있는 보고서를 원하고 있다. 이러한 형태의 보고서 중 하나가 환경보고서다. 주기적인 환경보고서 발간과 더불어 친환경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자연생태계를 지키면서 발전을 꾀하는 기업활동을 강화해 고객과 사원, 주주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요즘 우리나라 기업들이 안은 과제인 것 같다. 오세철 금호타이어 사장
  • [토요일 아침에] 비움으로 채워지는 삶의 원리/하용조 온누리교회 담임목사

    차가운 바람이 겨울을 재촉한다. 마음이 시리다.‘이제 나이를 먹는구나!’ 물밀듯 밀려오는 아쉬움이다.‘보이지 않던 세상이 열리는구나!’ 불현듯 깨닫는 새로움이다. 아쉬움과 새로움 앞에 그동안 가까이하지 못했던 내면의 세계를 돌아본다. 마음의 그 깊은 바다를 바라보며 조용히 상념에 젖는다. 계절이 가져다 준 축복의 시간이다. “100번 정도는 배낭을 꾸려야 산꾼의 도가 트인다.”산을 좋아하는 친구가 내뱉은 말이다. 신앙생활이든 일상생활이든 ‘채움’보다 중요한 것이 ‘비움’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가까운 산을 오르기 위해 배낭을 꾸리면서도 돌아와 짐을 내려놓으면 요긴하게 쓰지 않는 물건이 쏟아져 나온다. 아직은 ‘비움’보다 ‘채움’에 연연한 모습을 발견하며 깜짝 놀란다. 영원한 것과 구별되는 덧없음, 그 덧없음에 집착하는 모습에 놀라는 것이다. 산은 하나님께서 정해주신 바로 그 자리에 묵묵히 솟아있다. 초겨울 산에서 올려다보는 하늘은 맑은 호수였다.11월의 산은 골이 깊었다. 졸졸졸 흐르던 시냇물도 마르고 꽃보다 아름다운 단풍도 이미 낙엽이 되어 이곳저곳에 둔덕을 이뤘다. 산마루에 올라서자 옆에 있는 키 작은 나무는 멀쩡한데 10m는 족히 될 커다란 나무가 뿌리를 드러낸 채 나자빠져 있다. 정말 놀라운 일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모두들 잘 자라난 나무인데 폭우를 동반한 폭풍이 닥치자 어떤 나무는 살아남고 어떤 나무는 쓰러져 있다. 무엇이든 근본이 문제다. 산에 오르면 생명의 소리를 듣는다. 바람소리, 새소리, 벌레소리, 냇물소리, 별똥소리, 운무 걷히는 소리…. 소음이 난무하는 도시에서 막혔던 귀가 뚫린다. 기기묘묘한 능선을 타고 골짜기를 더듬으며 산머리에 오르면 하나님께서 이 세상에 부어 주신 생명이 보인다. 개미, 거미, 까치, 오리나무, 잣나무, 밤나무, 떡갈나무, 산딸나무…. 한참이나 취한 듯 자연을 마시고 초겨울의 산을 몸에 담는다. 사람들이 떼지어 오가는 거리에서 흐렸던 눈이 맑아진다. 그래서 산은 어느 시인의 고백처럼 이 땅 위에 만들어진 하나님의 가장 위대한 작품이다. 산을 오르면 첫 30분이 제일 힘들다. 문명의 이기에 익숙한 몸과 마음이 홀로 일어서 걷기에 더욱 그렇다. 그동안 1등과 양적 성장만이 최선인 줄 알고 달려왔던 그 중독증을 털어내기 위해서는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다. 한 손으로 바위를 짚고 헉헉거리며 발걸음을 옮긴다. 쉬면서, 숨을 고르면서 산봉우리에 올라서면 구슬땀이 흐르고 온몸이 허우적댄다. 정상을 향해 힘든 걸음을 옮길 때마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고 믿었던 오만과 모든 역할이 떨어져 나간다. 모든 것이 비워지며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태초의 모습이 가장 잘 남아있는 산을 담을 공간이 주어진다. 비로소 하나님 보시기에 심히 좋았던 하늘과 해와 바람과 낙엽과 바람과 다람쥐와 나를 만난다. 속고 속이는 세상이다. 서로들 할퀴고 할퀸다. 그러고는 서로 잘못되었다고 삿대질한다. 목청껏 외치는 사람이 이기는 법이라며 계속 버틴다. 정직하지 못한 사람, 교만한 사람이 득세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저 이기면 그만이다. 이런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셨다. 천국복음을 전파하며 각색 병으로 고통 받는 자, 귀신 들린 자, 간질하는 자, 중풍병자와 모든 약한 것을 고쳤다는 소문이 퍼지자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모여들었다. 무리를 보신 예수님은 이들이 보내는 환호에 응답하지 않으셨다. 이들을 뒤로 하고 묵묵히 산을 오르셨다. ‘비움’보다는 ‘채움’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치열한 삶의 세계에서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기에 예수님은 그 귀한 생명의 말씀인 ‘산상수훈’을 무리를 피해 산에서 가르치셨다. 비움으로 채워지는 삶의 원리를 깨닫게 한다. 정말 살 만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모든 사람이 복되게 살기 위해 삶의 목표로 삼아야 할 귀한 가르침이다. “심령이 가난한 자, 애통하는 자, 온유한 자, 의(義)에 주리고 목마른 자, 긍휼히 여기는 자, 마음이 청결한 자, 화평케 하는 자, 의를 위하여 핍박을 받은 자는 복이 있나니…” (마5:3-10). 아멘. 하용조 온누리교회 담임목사
  • [20일 TV 하이라이트]

    ●특선 다큐멘터리(EBS 오후 9시) 다섯 대륙을 넘나들며 오늘날의 인류문명을 일군 예술의 힘을 살펴본다. 각 에피소드는 역사와 정치, 과학, 고고학, 종교 등 인류가 낳은 문화 전반을 다룸으로써 인류문명 초기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정신이 예술 작품들에 어떻게 투영되고 있는지를 과학적 시각으로 집중 조명하고 있다. ●인사이드 월드-브라질의 야생동물 불법 거래(YTN 오전 10시25분) 브라질의 야생동물 불법 거래 규모는 연간 200억 달러에 달하고있다. 동물 불법 거래시장은 매일 3000여 곳에서 열리며 다양한 새와 파충류, 거북 등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의 수익성은 2000%를 넘고, 희귀종일수록 그 가격은 더 높아진다고 한다. ●결혼합시다(MBC 오후 7시45분) 재원 엄마는 나영네 부모와의 상견례 자리에 입고 나갈 옷이 마땅치 않아 걱정이다. 재원은 나영의 엄마에게 선물했던 것과 똑같은 가방을 사서 엄마에게 내밀고, 엄마는 마음에 들어하며 상견례 때 들고 나가겠다고 한다. 한껏 멋을 내고 나가는 양가 어머니들. 같은 가방을 들고 만난 두 사람은 서로 놀란다. ●한수진의 선데이 클릭(SBS 오전 7시40분) 상품 제작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디지털시대. 전 세계 산업디자인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한국인이 있다. 아이리버 MP3 플레이어, 삼성 애니콜 휴대폰, 아모레 라네즈 화장품 등 공전의 ‘히트 상품’을 탄생시킨 이노디자인 김영세 대표의 성공스토리와 인생이야기를 들어본다. ●TV쇼 진품명품(KBS1 오전 11시) 해와 산, 물, 바위, 소나무, 학, 사슴 등이 그려진 십장생 병풍이 진품명품에 의뢰되었다. 다양한 소재들이 담고 있는 의미를 살펴본다. 반듯하게 써내려 간 8폭의 글씨. 올곧은 선비의 정신이 그대로 느껴진다. 조선 후기 문인인 기원 유한지의 글씨로 추정되는 이 의뢰품은 과연 어떤 뜻을 담고 있을까? ●싱싱 일요일(KBS2 오전 8시) 경남 밀양에서 감농사를 짓는 임윤철·우경숙씨 부부. 퇴근 후 새까맣게 변한 와이셔츠를 보며 전원에서 살겠노라 다짐했다는 부부는 지난 94년 연고도 없는 밀양의 한 산골에 터를 잡고 감나무를 심었다. 농사는 자연이 하는 일이고, 땅은 정직하다고 굳게 믿는 부부의 따뜻한 농촌 이야기 속으로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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