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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대 세계의 만남/제리 벤틀리 지음

    서로 다른 문화 사이에서 공통분모를 찾고 그것을 더욱 확대해가는 절충주의적 태도야말로 문화간 만남의 가장 중요한 양상이다.‘고대 세계의 만남’(제리 벤틀리 지음, 김병화 옮김, 학고재 펴냄)의 저자(하와이대 역사학 교수)는 그 한 예로 중국에 불교가 들어올 때 도가의 용어와 이론 틀을 빌린 사실을 든다. 외국의 문화 전통을 받아들이고 채택하는 과정을 ‘사회적 개종’이라 부르는 저자는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충돌론’에 대한 비판의 의도도 드러낸다. 이는 저자가 특별히 “신앙의 문제에 관해 강요는 없다.”는 코란의 경구를 언급하며 이슬람 역사를 조망하는 대목만 봐도 알 수 있다. 책은 문명의 접경지대에서 활약한 다채로운 인물들의 이야기도 소개한다. 흉노로 망명한 뒤 중국에 대항한 중국 관료 출신의 중항렬, 칭기즈칸의 재상을 지낸 거란 귀족 야율초재 등이 그들이다.1만 5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이 한권의 책] 실크로드, 유라시아 문화의 용광로

    실크로드는 말 그대로 비단길, 즉 고대 중국의 비단이 서방으로 전래되던 교역로를 일컫는 말이었다. 좁은 의미에서의 실크로드는 현재의 중국 신장성 위구르 자치구를 중심으로 하는 오아시스 길을 뜻하기도 하지만, 보다 확대된 의미로서의 실크로드는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모든 교역로를 뜻한다. 최근에는 소위 ‘철의 실크로드’, 즉 아시아 횡단 철도(TAR)의 건설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경제적·문화적 측면에서 실크로드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출간된 ‘실크로드의 삶과 종교’(중앙아시아학회 엮음, 사계절 펴냄)는 실크로드 역사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본 학술 서적으로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이 책은 국내 실크로드 연구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온 중앙아시아학회의 창립 10주년을 기념하여 발간된 것으로 모두 8편의 논문과 서문, 논평 등이 포함되어 있다. 광범위한 실크로드 지역이 연구 대상이라는 점에서, 일견 책의 제목이 너무 포괄적이지 않을까 라는 우려감이 들긴 한다. 그러나 개별적인 논문들은 각각 구체적이고도 개성적인 연구 성과를 내고 있어서 주목할 만하다. 정수일, 밸러리 핸슨(미국), 김용문, 위즈용(중국), 모리야스 다카오(일본), 이주형, 야마베 노부요시(일본), 이평래 등 각 논문의 저자는 중앙아시아학, 미술사, 복식사, 불교사 분야의 국제적 권위자이다. 최근 실크로드 주변의 여러 나라에서 잊혀졌던 여러 역사적 현장들이 꾸준히 발굴되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이러한 새로운 자료들을 바탕으로 소그드인들의 생활과 문화, 간다라 ·중앙아시아·몽골 등 다양한 지역에서의 불교의 변화와 발전 등에 대해 비교적 심도깊게 다루고 있다. 아쉬운 점은 불교쪽 연구에 편중되어 조로아스터교, 이슬람교, 마니교 등 중앙아시아지역의 다양한 종교를 섭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까지의 실크로드 연구가 중앙아시아의 오아시스길을 중심으로 동서 문명의 교섭과 전파에만 관심을 가져왔던 것과는 달리, 이 책에서는 인류의 삶의 현장으로서의 중앙아시아 지역에 대한 관심을 표명함으로써 실크로드 연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된다. 중앙아시아 혹은 실크로드의 범주에는 중국의 신장성 위구르 자치구뿐만 아니라 몽골,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등 다양한 나라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들은 각각 다른 언어와 종교를 가진 민족들의 고유한 삶의 터전이었다. 그러므로 실크로드는 단순한 지리적 경유지라기보다는 다양한 문화가 뒤섞이는 문명의 용광로로서 기능해왔기 때문에, 그들의 ‘역사 ·문화적 실체성’에 대한 연구는 필수적이다. 지금 이 땅에서 출발하여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지르는 신실크로드의 종착점은 굳이 유럽이 목표가 아니라 중앙아시아 혹은 북방의 여러 나라 그 자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현대사의 비극과 모순으로 인하여 실크로드의 여러 나라들은 역사와 문화의 고유성이 무시되거나, 혹은 변방이나 주변부 문화 연구의 대상으로만 여겨져 왔다. 실크로드를 주변부 문화로 보는 것은 문화 교섭의 출발점과 종착점만을 중시한 전파론적 시각에 의한 것이지만, 주변부 문화도 하나의 문화로서 고유성과 특질을 가지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됨을 이 책은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실크로드의 삶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인문학의 토양이 척박한 우리나라 학계의 또 다른 시금석이 될 것이다. 주경미 부경대 강사·문학박사
  • [책꽂이]

    ●뎅기(박정규 지음, 멘토프레스 펴냄) 고등학교 과학교사인 저자가 쓴 신과 진화에 관한 이야기. 저자는 “천상과 지상의 법칙이 같은 것처럼 과학과 종교는 같다.”고 주장한다. 멕시코의 ‘깃털 달린 뱀’인 케찰코아틀 신화, 비라코차라 불리는 신비한 존재들에 의해 세워진 잉카문명, 키체 족의 마야문명 등을 소개하며 불가사의한 문명의 배후에 외계인이 있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뎅기는 ‘영원한 푸른 하늘’이라는 뜻의 옛 우리말.8500원.●임종국 평전(정운현 지음, 시대의 창 펴냄) 탁월한 인문학자이자 친일문제 연구가인 임종국의 삶을 다룬 평전. 스승인 조지훈의 아이디어로 시작한 서울신문의 ‘흘러간 성좌’ 연재는 임종국이 친일 문제를 연구하게 된 단초가 됐다. 거머리가 무서워 모심기도 못한 소심한 성격, 독서회 사건으로 경성사범학교를 중퇴한 일 등의 일화가 실렸다.1만 6500원.●아이의 인생을 결정하는 36가지 습관(탕웨이훙 등 지음, 전인경 옮김, 럭스미디어 펴냄) 중국 전국시대의 시인 굴원은 창공을 바라보며 ‘천문(天問, 하늘에 묻다)’이라는 시를 썼다. 그는 천지 변화와 날씨의 변화를 물었다. 이런 물음이 철학가들의 깊은 사고를 불러왔고, 당나라 시인 유종원은 ‘천대(天對, 하늘에 대답하다)’라는 글로 화답했다. 의문을 던지기 좋아하는 사람이 큰 업적을 이룬다.“교만한 사람은 교만더미에서 자기를 망친다.”는 셰익스피어의 말을 들려주며 겸손의 덕목도 강조한다.1만 3000원.●신기한 나라의 앨리스(루이스 캐럴 지음, 남기헌 옮김, 책세상 펴냄) 영국의 수학자이자 논리학자 동화작가인 저자의 대표작.1866년 출간 당시 2000부의 초판이 다 팔릴 정도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어린 오스카 와일드와 빅토리아 여왕도 이 책의 열렬한 독자였다. 앨리스가 꿈속에서 겪는 기이한 모험을 다룬 이 작품은 난센스, 은유, 언어유희 등 다양한 언어적 실험을 보여준다.5900원.●말이 먼저, 음악이 먼저(정준호 지음, 삼우반 펴냄) 베토벤은 실러의 시 ‘환희에게’를 평생 간직하고 있다가 최후의 교향곡인 ‘합창 교향곡’을 완성했고, 토마스 만은 베토벤의 32번 소나타에서 받은 감동을 소설 ‘파우스트 박사’로 표현했다.T S 엘리어트는 바그너의 서사극 ‘니벨룽의 반지’를 재해석해 명시 ‘황무지’를 썼으며, 스트라빈스키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를 음악으로 번역하고자 했다. 이렇듯 음악가들은 문학작품을 통해 영감을 얻었고, 작가들 또한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경지에 도달하는 음악을 동경했다. 예술 장르간의 ‘교류’를 다룬 에세이.1만 2000원.●아이의 심리학(조혜수 지음, 아울북 펴냄) 선택적 함묵증이란 게 있다. 아이가 특정한 상황에서 말을 할 수 없는 증상으로,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아이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런 증상에는 인지 치료가 효과적이다.‘미운 네 살 죽이고 싶은 일곱 살’의 마음을 읽는 법,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마음의 틀을 만들어주는 상황별 대처법이 실렸다.1만원.
  • [씨줄날줄] 국가과학자/육철수 논설위원

    호기심과 탐구정신이 충만한 과학자들이 없었다면 인류가 지금 누리는 문명의 혜택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당장 전기가 없는 세상을 가정해 보라. 졸지에 양초와 호롱불 시대로 돌아갈 것이며, 밥짓기·손빨래·물긷기 등 허드렛일에 하루종일 매달려야 할지도 모른다. 공과(功過)를 떠나 수많은 과학자들의 피땀으로 일군 현대문명은 물이나 공기처럼 그 고마움을 지나치기 십상이다. 선진국에서는 과학자들의 인류공헌을 기리고 자국민에게 긍지를 심어주려고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한 사례가 화폐에 과학자의 얼굴 넣기다. 화폐에는 흔히 그 나라 역사를 빛낸 대표적 인물이 실린다. 지폐인물이 되면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고 오래 기억할 수 있으니 그보다 각별한 예우도 없을 것 같다. 이렇게 국민의 마음 속에 자리잡으면 자연스레 ‘국민과학자’나 ‘국가과학자’가 되는 것이다. 라듐을 발견한 퀴리부인은 조국 폴란드와, 제2조국 프랑스에서 모두 극진하게 추앙받는다. 그녀는 500프랑짜리 프랑스 지폐와 폴란드의 2만즐로티 지폐에 당당히 초상이 올라있다. 상대성 이론을 정립한 아인슈타인이 이스라엘 지폐를 장식한 것을 비롯해서 천문학자 가우스(독일), 물리학자 보어(덴마크), 뉴턴(영국), 전지를 발명한 볼타(이탈리아),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폴란드), 진화론의 다윈(영국) 등 세기의 과학자들이 조국 지폐의 인물이 됐다. 역사상 과학적 위업을 쌓은 인물 가운데 한 명도 지폐에 오르지 못한 우리 처지에서 보면 참으로 부럽다. 마침 정부에서 올해의 국가과학자를 선정했다. 활성산소 연구의 세계 최고 권위자인 이화여대 이서구 교수와, 불면증·간질치료의 길을 튼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신희섭 박사가 뽑혔다. 이들에게는 3년간 45억원의 세금을 들여 연구활동을 돕는다고 한다. 세계적 줄기세포 연구로 ‘최고과학자’ 칭호를 받았던 황우석 교수가 지난해 논문 파문으로 안타깝게 물러났는데, 이제는 그 상처도 많이 아물었다. 과학입국은 과학자를 예우하고 아끼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국가과학자들이 세기적 업적을 쌓고, 우리 화폐에도 그런 이들의 모습이 등장해 국민에게 듬뿍 사랑받을 날을 기대해 본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이승남 원장의 헬스 클리닉] 암 부르는 유해물질

    얼마 전, 중국 흑룡강이 유해 화학물질에 오염돼 주변 도시에서 난리가 났었다. 식수는 물론 세숫물까지 배급에 의존해야 했다. 문명의 발달과 함께 많은 환경오염물질이 현대인을 위협하고 있다. 집과 물, 토양, 과일, 채소, 생선, 공기 등이 많게는 10배를 넘는 오염농도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4년 6월 남부일부지역에서 이타이이타이병이 집단 발병하기도 했다. 카드뮴 폐광에서 흘러나온 물이 농경지로 유입되고, 그곳에서 경작한 쌀로 밥을 지어먹은 주민들이 집단으로 이 병에 걸린 것이다. 이타이이타이란 ‘아프다아프다’란 뜻으로, 카드뮴이 오랫동안 몸 속에 축적되면 폐암까지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탄광에서 생기는 또 다른 병인 진폐증은 비소가 광부들의 폐에 침착해 폐암을 일으킨다. 비소는 탄광뿐 아니라 담배연기, 황사, 먼지, 공사장 등에서도 발생한다. 이뿐이 아니다. 중국산 김치에 들어있어 문제가 된 납은 뼈를 약하게 만들고, 신경계 장애를 일으키며, 신장암을 일으키기도 한다. 참치나 연어에 많은 수은은 체내에서 활성산소를 과다하게 만들어 노화뿐 아니라 DNA나 세포 변형을 초래해 암과 노화, 당뇨병, 성인병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알루미늄캔이나 주방용 호일 등에 함유된 알루미늄은 건망증의 원인이기도 하다. 인체는 30종이 넘는 미네랄을 필요로 한다. 미네랄이 부족해 면역력이 저하되면 암이 발병한다. 특히 칼슘은 골다공증 예방과 치료에도 필요하지만, 부족할 경우 면역력이 떨어지며, 셀레늄은 암환자에게서 부족하기 쉬운데 이것 역시 면역력 회복과 관계가 있다. 수은도 활성산소를 증가시켜 암의 원인이 되는데, 이 수은과 경쟁관계에 있는 것이 바로 아연이다. 아연이 부족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은이라도 활성산소를 더 많이 생성한다. 아연은 굴이나 전복에 풍부하게 들어있고, 마늘, 양파, 미역, 파래 등은 체내의 수은 배출에 도움이 된다. 카드뮴과 납은 클로렐라가 좋고, 알루미늄은 귤, 키위, 잣, 호두 등이 도움이 된다. 강남베스트클리닉 원장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46) 지성에서 본성에로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46) 지성에서 본성에로

    맹자는 철학적으로 매우 주목할 만한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 세상의 도(道)를 두가지로 분류하여, 요·순(堯舜)의 도와 탕·무(湯武)의 도를 구분했다. 요순은 중국역사의 새벽에 있었던 전설같은 성군을 가리키고, 탕왕은 무도한 하(夏)나라의 걸(桀)왕을 징벌하여 은(殷)나라를 세운 임금이고, 무왕은 역시 무도한 은나라의 주(紂)왕을 토벌하여 주(周)나라를 건설한 성군을 말한다. 요순의 도는 생이지지(生而知之)로써 요순의 마음이 바로 그 자연의 도와 일치하여 백성이 유순한 풀처럼 그 도의 덕화에 감응되었다는 것이다. 맹자는 그 요순의 덕을 성자(性者=마음의 본성 자체)나 성지(性之=본성이 그대로 작용함)라고 읊었다. 그 반면에 탕무의 도는 학이지지(學而知之)로써 탕무가 후천적으로 마음을 가다듬고 노력하고 배워서 세상을 후덕한 성선(性善)으로 다스렸다는 것이다. 이런 탕무의 도를 맹자는 반지(反之=본성을 돌이켜 되찾음)나 신지(身之=몸으로 본성을 닦으려 노력함)라고 말했다. 맹자의 저 분류는 성인의 세계를 두 가지로 분류한 것인데, 저 분류가 철학적으로 대단한 의미를 띠고 있다고 여겨진다. 요순의 도는 무위적(無爲的) 성선의 도를 뜻하고, 탕무는 능위적(能爲的) 성선의 도를 말하는 셈이겠다. 무위적 성선의 도는 자연의 자발성으로 나타나는 성선의 도를 말하고, 능위적 성선의 도는 사회의 인위적 학습으로 이루어지는 성선의 도를 가리킨다고 봐도 좋겠다. 그런데 탕무는 후천적 노력으로 요행히 요순의 경지에 이르렀겠지만, 모든 인간이 저렇게 해서 곧 자연적 본성인 성선을 회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증거로는 유가의 역사에서 중국 고대의 준 신화적 성현들을 제외하고 저 본성을 되찾은 화신들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주자(朱子)도 특출한 대학자이지 성인으로 추대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주자학에서 성학(聖學)을 공부한 그 많은 학자들도 성인이 못되고, 다만 지성인의 수준으로 끝난 이유가 무엇인지 자문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맹자가 모든 인간은 다 요순이 될 수 있다고 가르쳤는데, 실제로 요순이 된 사람이 현실적으로 얼마인가? 공자를 제외하고 요순과 유사한 위치에 오른 분이 있는가? 유가적 성인공부의 후천적 방식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탕무의 공부는 요순처럼 자연적이고 자발적인 인간 본성의 발로가 아니고, 이미 사회적인 문명의 구도 안에서 일어난 본성의 회복 공부다. 자연적 무위와 사회적 능위는 다르다. 자연적 무위는 자연의 본래적 존재방식을 말한다.18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루소는 본래적 자연의 상태를 ‘좋은 야생’(le bon sauvage)이라고 읊었다. 주위에 경쟁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기에 남들과 생존 경쟁심에 불타서 질투에 어린 소유욕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어떤 이웃이 도움을 요청하면 자기 일처럼 헌신적으로 도와주는 마음의 성향이 그대로 나타난다고 하겠다. 그런 자연상태에서 마음은 늘 여유가 있고 고요해서, 성선의 본성을 그냥 그대로 발양할 수 있었겠다. 루소나 하이데거가 잘 묘사했듯이, 거기에 인간은 ‘놀이하는 아이’처럼 그렇게 즐기면서 존재할 수 있다. 그렇다고 자연을 순수 낭만으로 보려는 것은 아니다. 자연도 생존하기 위하여 타자의 생명을 빼앗는다. 처절하다. 그러나 그 생존법칙은 생물학적 본능에 충실할 뿐이지 그 이상의 악의가 없다. 자연에서 생존의 상극적 본능과 존재의 상생적 관계가 다르지 않다. 동식물은 서로 먹고 먹히면서 동시에 서로 존재하도록 도와준다. 생사일여(生死一如)와 같다 하겠다. 존재의 상생관계는 자연에서 타자가 존재하도록 도와주는 상즉상입(相卽相入)의 작용을 가리킨다. 자연은 본능적 상극과 본성적 상생의 두 가지 법칙이 천 짜기처럼 오가는 이중성의 모습을 지닌다. 그런 인간이 사회생활을 형성하게 되었다. 사회생활은 인간이 자연생활을 떠난 문명을 만들기 시작했음을 말한다. 문명은 인간이 만들어가야 하는 능위적 세계를 말한다. 자연이 보시해 주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인간이 주인이 되어서 자연을 종속시키는 행위를 시작했다. 자연의 주인이 되고 인간이 사회의 지배자가 되기 위한 무기는 지성(지능)과 의지다. 높은 지성과 강한 의지를 가진 인간이 그 동안 역사와 사회의 주인이 되어왔다. 지성과 의지가 그간 인류의 역사를 설명하는 원동력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지성과 의지의 철학은 인간이란 주체와 세상이란 객체를 둘로 나누는 이분법을 논리적 원칙으로 여겨왔다. 그래서 지성(지능)은 과학을 불렀고, 의지는 도덕을 만들었다. 앞에서 거론한 탕무의 도는 지성과 의지의 노력으로 다시 요순의 도를 복원시킨 인물로 맹자에 의하여 기술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역사의 실상에서 탕무와 같은 능위적 도가 인간을 요순의 본성에로 되돌린 성공의 사례가 너무나 희박하다. 여기서 나는 지성과 의지의 노력으로 과연 본성의 성선이 회복될 것인가 하는 데에 회의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지성과 의지가 인간으로 하여금 본성을 회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성은 주체적 인간의 활동에 방해가 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학기술을 낳았고, 의지는 인간사회에서 마음의 탐욕을 해소시킬 수 있는 당위적 도덕규칙을 가까이 했다. 지성은 주체가 늘 문제로써의 객체를 공략하는 전투적 공격성을 버린 적이 없고, 의지는 선의 세상을 만들고 악을 제거하기 위한 선의지의 전투정신을 선양하는 데 모든 정력을 쏟아 왔다. 이것이 서양의 정신과 그 철학의 기본정신이라 하겠다. 그래서 서양철학이 과학기술의 발전을 도모했고, 서양도덕은 자기 것이 아닌 것을 악으로 규정하고, 그것을 개종시키든지 아니면 항복시키든지 하는 전략을 성전의 사명이라고 역설해 왔다. 이런 서양사상의 자기중심주의를 철학적으로 반성하는 운동이 최근에 일어났다. 데리다와 같은 프랑스의 철학자는 그런 서양중심주의를 ‘백색신화’(white mythology)라고 풍자했고, 독일의 하이데거는 서양의 지성과 의지의 철학을 만듦의 철학으로 규정하면서 그 만듦의 사상이 결국 세상을 서양중심으로 집단심문(Ge-stell)하는 의도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인간중심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백인 중심주의적 사상을 보편성이 있는 양 알리기 위한 수사학적 장식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중심주의는 곧 백인중심의 자아주의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서양이 만든 지성의 과학이 지금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하이데거는 ‘과학은 사유하지 않는다.’라고 그의 저서인 ‘무엇이 사유라고 불려지는가?’에서 언명했다.‘과학이 사유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충격적이겠다. 왜냐하면 과학은 지성적 사고의 정상인데, 그런 과학이 사유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이데거가 말한 사유는 ‘내가 생각한다.’는 그런 자아의 문제해결식 사고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본성의 사유를 일컫는다. 그 동안 지성이 모든 사고를 전담함으로써 오히려 본성이 사유하는 기회를 잃게 되었다는 것이 하이데거의 지론이다. 지성적 사고는 인간주체가 객체를 문제로써 설정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객관적 사고가 전부다. 주체가 바깥의 문제를 과학기술적으로 해결하면, 문제가 자동적으로 다 해소된다고 주체로서의 인간은 착각해 왔다. 그리고 하이데거는 그의 사상에서 도덕을 말하지 않았다. 그가 비도덕적이라서 도덕을 그의 사유에서 제외시켰는가? 아니다. 세상의 악과 불의를 선의지로 극복하겠다는 도덕주의적 구원론적 생각을 그는 허망한 짓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악과 불의는 선의지의 주체 앞에 선 객체로서의 문제가 아니고, 오히려 마음이 어떤 미망(errancy)으로 생긴 집착(insistence)의 결과에 다름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하이데거는 과학도 본성의 사유가 아니고, 도덕도 악에 대한 선의 승리를 기약하는 결의로 봐서도 안 된다고 본다. 그는 ‘진리의 본질’(the essence of truth)을 ‘본성의 진리’(the truth of essence)와 유사한 의미로 읽어야 함을 그의 논문 ‘진리의 본질에 관하여’에서 강조한다. 이제 진리의 본질을 과학적이거나 도덕적이라고 여기지 말고, 본성의 진리로 깨달을 것을 종용한다. 무엇이 본성인가? 그가 말한 본성은 인간본성만을 지칭하지 않고, 이 우주의 자연성과 일치하는 그런 차원을 뜻한다. 그 본성은 마치 마명(馬鳴)대사나 원효대사가 말하는 일심(一心)과 유사한 의미로 읽혀진다. 일심은 우주자연의 모든 삼라만상이 다 한 마음으로 일체적 상응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 점에서 요순의 마음은 이 일심의 마음처럼 일체 자연과 다 상응하는 그런 형제애를 말한다. 이 요순의 마음은 부처의 마음과 그리스도의 마음과 다르지 않겠다. 이것이 본성이다. 앞으로 인류의 사유는 인간의 마음속에 이미 와 있는 이 본성의 마음이 스스로 사유하고 활동하도록 돕는 데 있다 하겠다. 이것이 미래 종교와 철학의 역할이겠다. 하이데거는 이 본성의 마음을 허공의 무(無)를 닮은 자유(무애)의 마음이라 불렀다. 무를 닮은 마음은 인간의 지성적 의지적 소유욕을 버린 마음이다. 무를 닮은 마음은 인간을 포함한 자연의 일체존재를 한없이 아끼고 보살피는 너그러움에 다름 아니다. 그 마음은 자아가 조금이라도 거기에 작용하면 일체존재가 깨어지고 자아중심으로 세상의 존재가 다 산산조각으로 박살난다는 것을 안다. 도덕적 선에의 자의식으로 무장된 결의의 도덕적 인간에게 그런 무를 닮은 본성의 마음이 나타나지 않는다. 결의에 찬 인간의 마음은 물이나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유연하지 않고, 고체처럼 얼음처럼 딱딱해지기 때문이다. 본성은 자아에 의하여 만들어지지 않고, 자아가 사라지는 곳에 돌연히 등장하는 지혜고 자비다. 나는 그 본성이 베르그송이 말한 ‘공평무사한 본능’(disinterested instinct)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연에서 본능과 본성은 일치한다. 자연성으로서의 본성은 사욕이 전혀 없는 공평무사한 본능과 다를 바가 없겠다. 본능이기에 그것은 좋은 것을 자발적으로 실천하는 힘을 지녔고, 공평무사하기에 그 본능은 이기적인 짓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공펑무사한 본능’은 자리이타적(自利利他的)인 사유를 결행한다. 그것이 본성의 사유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해방전후사 진보 보수 대립논리 극복 노력

    해방전후사 진보 보수 대립논리 극복 노력

    다음 주 출간되는 ‘한국 근현대사의 새로운 흐름´(이하 새로운 흐름)은 기존의 연구성과에 도전해 보겠다는 신진연구자들의 야심과 조바심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이는 ‘해방전후사의 인식´(이하 인식),‘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이하 재인식) 논란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해야 함을 뜻한다. ●인식 VS 재인식 논란 ‘인식´에 대한 비판은 간간이 있어왔다. 당시엔 최신 연구성과였지만, 엄혹한 군부독재 시절이다보니 학술보다 운동에 치우쳤다는 것이다. 더구나 ‘인식´은 20∼30년 전의 책인데다, 그 사이에 사회주의권 붕괴 같은 세계사적인 사건도 있었다. 변화의 필요성은 있었다. 그러나 재인식이 성공적이었느냐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뉴라이트에 기울었다는 의미에서 ‘재인식´도 학술보다 운동에 가깝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재인식´ 편집진은 ‘재인식=뉴라이트´라는 평가를 오해라 했지만,‘재인식´ 자체가 오해의 소지를 담고 있다.‘개별 논문은 훌륭한데, 편집자들의 시각이 매우 단선적´(최원식 인하대 교수)이라는 비판이 한 예다. 가장 큰 문제는 편집진 구성이었다. 탈근대론자 박지향(서울대)·김철(연세대)이 뉴라이트인 이영훈(서울대)·김일영(성균관대)과 결합할 수 있느냐다. 뉴라이트는 박정희를 오늘날 대한민국을 반석에 올려둔 지도자로 평가한다. 그러나 탈근대론은 기본적으로 민족주의에 기반한 국가동원체계에 가장 비판적이다. 탈근대론의 입장에서 박정희 시기 경제개발을 분석한 김보현(성공회대)이 ‘박정희는 반민족주의자´라는 좌파의 통념을 깨되 ‘박정희는 민족주의자였기에 비판받아야 한다.´라고 주장한 것이 한 예다. 임대식 역사비평 주간의 표현대로 탈근대론과 뉴라이트의 ‘기묘한 연대´가 아닐 수 없다. ●인식, 재인식 모두 뛰어넘자 ‘새로운 흐름´의 야심과 조바심은 여기에 있다. 탈근대론으로 상징되는 다양하고도 새로운 역사접근법이 제대로 자리잡기도 전에 갈 길이 다른 뉴라이트 같은 정치운동에 얽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90년대 이래 쏟아져 나온 다양한 역사접근법을 차분하게 감상하기도 전에 출발선상에서부터 ‘진보냐 보수냐.´는 틀에 갇힐 수는 없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새로운 흐름´은 ‘재인식´에 투영된 ‘진영논리´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진보진영이 ‘인식´ 이후 지적으로 태만했다는 문제의식에는 공감하지만,‘재인식´ 역시 ‘인식´의 시대착오적인 진영논리를 그대로 답습하긴 마찬가지라는 것. 좌파를 ‘이분법적인 철부지 극렬 민족주의자´라 비판하면서 정작 스스로는 ‘국가=문명, 민족=야만´이라는 식의 이분법에 매여 있는 게 ‘재인식´의 분석틀이다. 또 탈근대론을 내세우면서도 역사적 사실이라는 근대 역사학의 방법론을 여전히 붙들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인식이냐 재인식이냐가 아니라 둘의 대결 구도 자체를 깨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재재인식, 누가 만들었나 ‘재인식´에 대한 비판 가운데 하나는 편집자 가운데 해방전후시기 전공자가 김일영뿐이고 그나마도 국사학자가 아니라 정치학자라는 것이다. 비전공자들이 개략적인 머릿속 그림만 가지고 시대를 논했다는 것인데, 많은 근현대사 연구자들이 공감하는 대목이다. 장상환(경상대) 같은 학자는 “이들이 모여 편집한 것 자체가 비극”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이에 반해 ‘새로운 흐름´은 편집위원 6명 가운데 4명이 한국 근현대사를 전공한 정통 국사학자다. 이들은 2000년 전후로 박사학위를 받은 30대 후반의 젊은 연구자들로 90년대 새로운 역사연구방법론을 듬뿍 받아들였다는 점이 주목된다. 책임편집자 윤해동(성균관대)은 근대민족주의 비판으로 유명한 국사전공자이고, 황병주(국사편찬위원회)는 탈민족주의를 제기했던 임지현 한양대 교수와 함께 작업했던 국사학자다. 허수(역사문제연구소)도 근대사상사를 연구한 국사 전공자이고, 이용기(서울대)는 국사학자로는 아직까지 낯선 사회사(구술사) 연구자다. 이외에도 국문학자인 윤대석(성균관대)·천정환(성균관대)은 한국 근현대 문학 연구에 진력해온 소장 연구자들인 점이 ‘재인식´팀과 분명히 구분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경주, 앙코르와트서 빛나다

    경주, 앙코르와트서 빛나다

    천년 역사의 신라 문화와 크메르 문명이 만난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조직위원회와 캄보디아 정부가 공동 주최하는 ‘앙코르-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06’이 21일부터 내년 1월9일까지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유적지 일대에서 펼쳐진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해외에서 외국 정부와 공동으로 행사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양국 수교 10주년 기념을 겸해 마련됐다. ‘오래된 미래-동양의 신비’를 주제로 한 행사에는 신라와 크메르 문화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문화와 공연예술이 한자리에 모인다. 특히 세계 7대 불가사의로 꼽히는 앙코르와트 사원에 특설무대를 마련, 다양한 문화행사를 선보일 예정이어서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 20일 캄보디아 승려 80여명과 한국 공연단 120여명이 인류의 평화와 상생의 메시지를 연주하는 전야제에 이어 개막식에서는 한국과 캄보디아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수교 10주년 기념식과 세계 공연예술단의 축하 공연이 펼쳐진다. 본 행사에서는 400여평 규모의 한국 문화관과 캄보디아 문화관에서 사진, 동영상, 애니메이션, 퍼포먼스 등을 통해 양국 문화가 소개되고,20여개국이 참가하는 세계공연예술축제가 열린다. 국내에선 국수호 디딤무용단, 정숙희무용단, 고성오광대보존회 등이 참여해 한국 전통문화를 선보인다. 앙코르와트 특설무대에서 열리는 앙드레 김 패션쇼와 폐막식에서 공연될 김아라 연출의 대형 퍼포먼스 ‘만다라의 노래’도 눈길을 끈다. 오수동 사무총장은 “3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다녀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주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1995년 세계 유일의 문화박람회로 출범한 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내년 9월 경주에서 네번째 행사를 연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서방·이슬람 대립은 문명충돌 아닌 이·팔레스타인 정치적 갈등이 원인”

    “서방·이슬람 대립은 문명충돌 아닌 이·팔레스타인 정치적 갈등이 원인”

    “문명 충돌 따윈 없다.” 서방과 이슬람의 긴장 해소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해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제안으로 소집된 유엔 ‘현인(賢人)회의’가 논쟁적인 첫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슬람과 서방세계 사이의 긴장이 ‘문명충돌론’에서 얘기하듯 신앙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 정치적 갈등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남아공의 데스먼드 투투 주교, 모하메드 하타미 전 이란 대통령 등 20명의 저명인사들로 구성된 현인회의는 13일 보고서를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이 서방·이슬람 긴장의 유일한 원천은 아니지만 두 세계의 문화·정치적 관계를 규정하는 핵심적 상징이 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9·11 테러와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도 “침공의 명분이 됐던 테러집단과 이라크의 관계는 결코 확인된 바 없다.”면서 “결국 정의롭지 못한 공격이 서방으로부터 가해지고 있다는 인식을 무슬림 사회에 확산시켰다.”고 지적했다. 폭력적인 이슬람 저항운동의 확산에 대해서는 서방과 중동 권위주의 정권의 공동책임론을 제기했다. 서방국가의 암묵적 지원을 등에 업은 권위주의 정권이 반정부 세력의 활동을 탄압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누름으로써 극단적인 반서방·폭력노선이 부상하도록 부추겼다는 것이다. 코피 아난 사무총장도 보고서 발간에 맞춰 발표한 성명에서 “신앙이 아니라 신앙을 가진 사람, 그들이 서로에 대해 행동하는 방식이 문제”라면서 “두 세계간 긴장의 근원에 종교가 자리잡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명백하다.”고 거들었다. 보고서는 서방과 이슬람의 ‘문명동맹’을 위한 방안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에 대한 국제사회의 분석보고서 작성과 문명간 긴장해소를 위한 유엔의 고위급 대표 임명 등 11가지를 제안했다. 일간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보고서를 “문명 충돌이 임박했다는 보수적 기독교계의 주장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잘못을 지적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어 미국 정부의 호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사설] 인권 실종된 베트남 여성 결혼 중개

    한·베트남 남녀의 ‘묻지마 결혼’ 중개의 폐해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고 한다. 베트남 처녀에게 1대1 맞선의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상대의 국적조차 알려주지 않고 5일만에 합방시키는 사례도 확인됐다. 그야말로 속전속결 짝짓기다. 중개업자의 잇속 챙기기에 밀려 결혼 당사자의 인격과 인권은 뒷전이라는 것이다. 어제 공개된 대통령자문빈부격차차별시정위의 보고서는 다수의 국민이 공범자가 된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중개업자의 베트남 여성에 대한 인권침해는 날로 심각해지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무감각하기 때문이다. 우리사회도 국제결혼이 보편화된 지 오래다. 특히 농어촌 지역에서 동남아 출신 처녀를 신부로 맞는 풍경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명절때가 되면 동남아 출신 신부를 둔 화목한 가정이 단골 메뉴로 언론에 소개되고, 너나없이 흐뭇하게 받아들인다. 그런데도 결혼중개업자의 동남아 처녀에 대한 인권 침해는 도를 더해 간다니, 이런 반문명이 없다. ‘묻지마 짝짓기’는 약자에게 강요되는 비열한 인권침해다. 베트남 등 현지에서도 여러차례 문제가 제기됐다. 동남아출신 신부를 맞는 우리의 농어촌 총각도 피해자이긴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정부나 공적기관에서 제대로 된 처방전을 내 놓은 적이 없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야 한다. 동남아 국가들과 합동으로 악덕 중개업자를 단속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경제형편이 조금 낫다고 동남아 처녀를 함부로 수입하는 나라라는 인상을 더 이상 심어 줘선 안 될 것이다.
  • 천수이볜 또다시 위기

    천수이볜(陳水扁) 타이완 총통이 자신과 부인의 공금 유용 혐의에 이어 자녀들의 거액 재산 해외 은닉설로 다시 위기를 맞았다. 12일 타이완 언론들은 천 총통 자녀들이 거액을 미국에 숨겨두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가라앉던 총통 퇴진운동이 다시 격화 조짐을 보이는 등 천 총통을 벼랑끝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민당 추이(邱毅) 위원은 최근 천 총통의 아들 천즈중(陳致中)이 미국에 1650만달러의 비밀계좌와 호화저택을 보유하고 있으며 딸 천싱위도 미국에 1854만달러의 계좌를 갖고 있다고 폭로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미국 뉴욕에 계좌를 개설한 천즈중은 5곳의 차이나타운 내 슈퍼마켓에 투자, 지난해 44만달러의 이익을 배당받았다.또 미 샌프란시스코에 1000만달러가 넘는 호화주택을 구입했다. 추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천즈중의 영문명이 적힌 세금신고서 등 증거 자료도 함께 공개했다. 지난 9월26일까지 천즈중이 예치해놓은 돈은 1650만달러에 달했다. 추 의원은 “대학을 졸업하고 군 복무를 마친 뒤 미국에 유학간 26세의 천즈중이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으면서 어떻게 이런 거액을 갖게 됐겠느냐.”며 “천총통이 명확히 해명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추 의원은 그동안 천 총통의 사위 자오젠밍(趙建銘)의 주식 내부거래 의혹, 부인 우수전(吳淑珍) 여사의 백화점 상품권 수뢰 의혹 등을 잇따라 제기하면서 ‘천 총통 저격수’로 입지를 굳혔다. 한편 천 총통과 우 여사를 상대로 비밀 외교기금인 국무기요비(國務機要費)유용 혐의를 수사 중인 타이완 고등검찰이 우 여사의 보석 구입 등에 대한 수사를 확대키로 함에 따라 천 총통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앵포르멜의 선구자’ 장 뒤뷔페 회고전 덕수궁 미술관

    2차 세계대전을 분기점으로 세계 미술의 중심축은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동했다. 이후 세계 미술은 잭슨 폴록의 추상표현주의와 앤디 워홀의 팝아트, 도널드 저드의 미니멀리즘 등으로 대변되었고, 미국은 바로 이들의 무대였다. 이런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전후 유럽미술의 자존심을 지켜왔다고 평가받는 거장이 한 사람 있다. 바로 ‘앵포르멜의 선구자’로 불리는 장 뒤뷔페(1901∼1985)다. 한·불 수교 120주년을 기념해 장 뒤뷔페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대규모 회고전이 서울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파리에 있는 뒤뷔페 재단 및 퐁피두센터, 도요타시 미술관 등 3개국 16개 소장처와 개인 소장품을 더해 회화와 조각, 드로잉, 석판화 등 총 235점을 선보이는 초대형 전시다. 뒤뷔페는 파리 아카데미 줄리앙에서 6개월간 공부한 것이 정규 미술교육 수학의 전부다.‘아카데믹한 교육에선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고 선언한 그는 41세까지 가업을 이어 포도주 상인으로 반평생을 살았다. 이후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들어선 그는 84세로 작고하기 전까지 수천점의 작품을 쉼없이 그려냈다. 그는 처음부터 어떠한 전통적 관습과 규준을 거부했고, 서구문명이 맹목적으로 좇던 가치에 의문을 나타냈다. 따라서 그의 작품은 실험과 파격 그 자체였으며, 작업 내용도 변화무쌍했다. 이번 전시에선 그가 전통적 미술교육에 회의를 보이면서도 간간이 지속했던 초창기 작업들로부터 앵포르멜의 시기인 50년대, 그리고 대중적으로 가장 사랑받았던 ‘우를루프’시기, 추상과 구상의 구분을 넘는 새로운 차원의 실재를 모색했던 말년의 대표작들을 1∼4전시실에 시기별로 구분해 선보인다. 이중 미술사적으로 가장 중요했던 시기는 50년대 작품들이다. 뒤뷔페는 이때부터 손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대신 물질 자체가 만들어내는 마티에르 효과를 온전히 드러내는 ‘앵포르멜’(비정형) 작업에 몰입한다. 생활 주변의 기이한 자연물, 광물, 심지어 머리카락이나 못 쓰는 스펀지, 오물들이 작품의 재료로 쓰이는데,‘적토’‘기념비’‘풀’ 등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이 시기 뒤뷔페의 작품은 무질서적, 해체적 추상작업에 몰입했던 잭슨 폴록, 버려진 구두뒤창 등 일상 허드렛것들을 미술 소재로 끌어들였던 필립 거스턴 등 추상표현주의 작가들, 그리고 낙서나 기호 등으로 이루어진 그래피티 미술 등 미국에서 이루어진 중요한 미술 흐름에 강력한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우를루프’는 뒤뷔페가 지어낸 단어로 실상 어떠한 규정된 의미도 가지지 않는다. 불어 어감으로 뭔가 환상적이면서도 그로테스크한 인물을 연상시킨다고 하는데, 실제 작품 또한 그런 분위기를 풍긴다. 그는 자신이 창안한 우를루프 안에 집과 사람, 탁자와 의자, 가재도구 등을 꼼꼼히 챙겨넣은 듯한 작업을 통해 낯선 인식과 뜻밖의 시각적 경험으로 관람객들을 인도한다.‘앉아있는 남자가 있는 풍경’‘집지키는 개’‘도시의 일요일’ 등 평범한 제목이지만 마치 숨은 그림 찾기를 보듯 시선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 전시는 내년 1월28일까지. 관람료 일반 1만원. 청소년 5000∼7000원.(02)2022-0612.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람세스 저자와 나일강변을 걷다

    역사 여행가들에게 파라오의 나라 이집트 여행은 ‘꿈의 실현’에 가깝다. 고대문명의 정수인 이집트를 모르고서 어찌 역사를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이 의미 있는 여행의 안내자가 이집트에 대한 열정과 해박한 지식, 맛깔스러운 글솜씨를 갖춘 크리스티앙 자크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터. ‘크리스티앙 자크와 함께 하는 이집트 여행’(김병욱 옮김, 문학세계사 펴냄)은 고대 이집트를 전공한 학자이자 ‘람세스’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낸 탁월한 작가의 이집트 안내서다. 저자는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에서부터 보이지 않는 신들의 세계까지 이집트 문명의 영혼과 정수에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최초의 파라오 메네스부터 시작하여 4세기 말의 마지막 상형문자 기록에 이르기까지 이집트를 만든 파라오들의 30여 왕조가 무대에 올려져 환하게 조명된다. 자크는 나일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여정을 선택했다. 즉 북쪽의 델타 지역에서 남쪽의 나일강 상류 아부심벨을 향해 가는 것이다. 먼저 카이로 시내의 박물관에서 엄청난 유물들에 대한 중요한 관람 요령을 알려주는 데 이어 기자 지역에선 빛의 수호신인 스핑크스와 피라미드를 상세히 소개한다. 오시리스신의 비밀신전과 람세스 2세 신전이 있는 아비도스를 거쳐 도착한 테베는 저자의 설명이 돋보이는 곳. 왕과 여왕, 귀족들의 무덤들에 그려진 벽화들의 생생한 세부 묘사나 당시 사회상을 곁들인 이야기들에선 작가가 이집트 연구에 바친 40년의 세월이 묻어나 있다. 나일강 상류인 아스완 지역은 작가가 특히 관심을 갖는 곳이다. 거대한 댐의 건설로 수몰될 뻔한 신전들과 유적이 많은 곳이기 때문. 유네스코의 도움으로 원래의 자리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진 문화유산들은 엄청난 규모와 뛰어난 예술성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하지만 댐이 세워진 후 이곳의 풍요로움이 사라지고 있다고 저자는 아쉬워한다. 각 장마다 유적 하나하나의 평면도를 보여주고, 그곳의 신전, 조각상, 벽화에 대한 역사적 배경과 신화적 해석을 생생한 사진과 함께 들려줌으로써 현장에서 설명을 듣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1만 6000원.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서울현대도예공모전] 대상에 고정은씨 ‘열정’

    [서울현대도예공모전] 대상에 고정은씨 ‘열정’

    서울신문과 스포츠서울이 주최하고 (주)한국도자기와 하나금융그룹이 후원하는 제26회 서울현대도예공모전 대상작에 고정은(42)씨의 ‘열정’(조형부문)이 선정됐다.‘열정’은 맨드라미 꽃 특유의 조형적 곡선과 불타는 듯한 색감을 바탕으로 강렬한 생명의 에너지를 형상화해낸 작품이다. 우수상은 인류 문명 발달의 상징인 바퀴를 통해 현대사회속에서의 개인의 자유를 표현한 박정근(35)씨의 ‘도구(바퀴)Ⅱ’(조형부문), 바느질 형식으로 그릇 주변의 풍경을 묘사한 양정숙(35)씨의 ‘그릇속의 이야기’(디자인부문)가 각각 차지했다. 조형부문과 올해 새로 추가된 세라믹디자인부문 2개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된 이번 공모엔 총 107명이 107점(조형 71, 디자인 36)을 출품했으며, 이 가운데 대상 1명, 우수상 2명, 특선 10명, 입선 56명이 가려졌다. 심사는 신광석(서울대) 권오훈(단국대) 이헌국(경희대) 배진환(한국예술종합학교)박선우(서울산업대) 교수로 구성된 서울현대도예공모전 심사위원회(위원장 신광석)가 맡았다. 수상자에겐 대상 500만원(매입상금), 우수상 각 200만원(매입상금), 특선 각 100만원의 상금이 지급되며, 입선자에겐 입선장이 주어진다. 시상식은 12월19일 오후 5시 서울 태평로1가 서울신문사 1층 서울갤러리에서 열리며, 입상작은 12월19일부터 24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전시된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제26회 서울현대도예공모전 입상자 명단 ●특선 나정희 변재형 이민영 윤주철 김성진 김동욱 김성주 조신현 최응한 김보경 ●입선 우현희 박유진 최중열 김양록 민경익 양정훈 이상규 손은정 전대숙 김경인 윤경혜 이재구 박준상 김자민 김유일 박서연 박슬기 정연택 박인숙 한정아 김형기 최연주 김성민 신아란 한선욱 이유리 하태훈 노은주 장수정 이진희 남행선 방선영 권혜준 서호석 곽혜영 박성백 이정은 이선옥 여병욱 차영미 김유일 김희종 최신혜 방선영 최수정 조은진 ■ 심사평 “도예문화 생활화·창의성 돋보여” ‘도예문화의 전통과 현대성’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1981년 탄생한 서울현대도예공모전이 벌써 26회째를 맞이했다. 제26회 공모전은 ‘도예문화의 생활화’란 문제를 과감하게 제시하고 실행에 옮기는 첫 공모전이이어서 그 의미가 한층 깊어졌다. 이번 공모전에선 기존의 조형 부문에 디자인 부문을 새로 추가해 출품작을 접수했다. 따라서 심사위원들은 심사 방법과 기준에 대하여 논의한 끝에 조형부문은 기존의 틀을 원용하고, 신설된 디자인부문은 산업도자 생산방식으로 제작된 작품, 그리고 이 방식을 전제로 한 프로토타입(시제품) 성격의 작품만을 심사 대상으로 수용했다. 스튜디오 생산방식의 수공예적 성격이 짙은 작품은 심사위원간 논란이 있었으나 제외시키기로 합의하고 심사를 진행했다. 심사결과 입선작품으로 59점(조형 33점, 디자인26점)이 선정됐다. 디자인 부문의 출품작 수 대비 입선작 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는 디자인 부문의 활성화에 무게를 싣고자 함에 있다. 이 가운데 수상작은 13점으로, 대상은 고정은의 ‘열정’, 우수상은 박정근의 ‘도구(바퀴)Ⅱ’와 양정숙의 ‘그릇속 이야기’가 선정되었다. 모든 공모전에서 입선 이상의 작품 간 작품성의 우열이란 별 의미가 없는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미적 가치와 실용적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은 지극히 상대성을 지닌 문제이기 때문이다. 굳이 수상작품 선정 이유에 대하여 언급하자면 공모부문의 특성에 대한 이해도와 창의성, 또한 이를 시각화하는 기술적 숙련도와 완성도 측면에서 입상작에 선정되지 못한 작품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약간 우수하였다는 일반론적 관점을 들 수밖에 없다. 전반적으로 출품작의 질적 향상에도 불구하고 심사위원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아쉬운 점도 있었다. 조형부문에 있어 물레성형 기법과 고온유약이 거의 활용되고 있지 않으며, 제작 의도에 따른 재료, 제작기법의 선택과 작품의 크기 등이 적절치 않은 작품이 상당수 있었다. 또 점토 이외의 매체를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실험성은 높으나 기술적, 조형적으로 많은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디자인부문은 불필요한 백화점식 나열이 많았고, 기본 단위체를 활용하는 경우 단위체의 제작 기술력, 창조성, 심미성은 뛰어나지만 디자인 기획력 부족으로 종합적 효과를 반감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심사위원장 신 광 석(서울대 도예과 교수) ■ 대상 고정은씨 “접수하면서 보니 창의력이 뛰어난 작품이 너무 많아 응모를 포기할까 생각했었어요. 대상은 꿈도 못꿨구요.” 서울현대도예공모전에 처음 응모해 대상의 영예를 차지한 고정은(42)씨는 “꿈만 같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기쁨은 늦깎이로 도예에 도전한 끝에 얻은 결실이어서 더했다. 고씨는 대학에서 교육심리학을 전공했으나 예전부터 가졌던 미술에 대한 꿈을 접지 못하고 2004년 서울산업대 대학원 도예과에 진학해 공부하고 있는 도예 학도.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도예의 맛에 빠진 뒤 ‘제대로 배워보겠다.’는 일념으로 대학원에 진학했던 것. 이번에 대상을 받은 작품 ‘열정’은 작가가 어릴 때 자주 보았으나 요즘은 접하기 어려운 맨드라미꽃의 뛰어난 조형성에 이끌려 만들었다. 그는 “맨드라미는 다른 꽃에선 볼 수 없는 조형성과 불타는 듯한 색감이 특징”이라며 “맨드라미에서 느껴지는 생명의 에너지를 우리 삶의 열정으로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향후 작업방향에 대해 고씨는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가장 큰 위안을 받을 수 있다.”며 “흙의 맛에 최대한 충실하면서도 한국적 정서를 살리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우수상 박정근씨 조형 부문에 도전해 우수상을 받게 된 박정근(35)씨는 ‘문명의 이중성’에 천착해온 작가다. 그가 이번에 출품한 ‘도구(바퀴)Ⅱ’는 이 같은 주제에 대한 철학적 사유가 짙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예전부터 도구에 관심이 많았어요. 도구는 인간의 능력을 키웠고 과학을 발전시켰지요. 하지만 그로 인해 여유로워지기보다는 오히려 바빠졌습니다. 현대 사회에선 많이 배우고 익히지 않으면 불행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이번 작품의 소재가 된 바퀴는 인류문명 발전의 상징적 존재다. 바퀴 옆면엔 복잡다단한 현대문명의 단상들이 세밀하게 그려지고 새겨져 있다. 작가는 “긴 시간을 요하는 작업 자체에서 스스로 자유로워지는 느낌을 얻으려고 했다.”고 설명한다. 무엇이든 빨리 끝내야 하는 현대사회의 속성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가 읽혀지는 대목. 그럼에도 자전거, 자동차를 무척 좋아한다는 그는 “결국 인간은 문명적 이중성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존재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우수상 양정숙씨 “흙의 물성을 살리면서도 타 재료와의 연관성에 주목하고 싶었습니다.” 제26회 서울현대도예공모전에서 디자인 부분에 응모,‘그릇 이야기’로 우수상을 받게 된 양정숙(35)씨는 도예의 기본 재료인 흙에 다른 매체를 끌어들이는 믹스미디어적 작업을 좋아하는 작가다. 홍익대 대학원 도예과를 나와 개인전을 세번 열었고, 그룹전에 30여회 참여하는 등 꾸준히 활동해왔다. 이번 공모전엔 민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기물을 도자기로 빚어 스텐레스 실로 문양을 바느질한 작품을 냈다. 문양이나 풍경을 도자기에 조각하거나 그리지 않고 바느질로 묘사하는 기법이 돋보인다. 찬 성질의 스텐레스를 흙과 함께 구워내 색 변화를 줌으로써 따뜻한 느낌을 내게 한 점도 눈에 띈다. 양씨는 “24회 서울현대도예공모전에도 응모해 특선을 했는데, 이번에 더 좋은 결과가 나와 무척 기쁘다.”며 “보다 진전된 작품활동을 위한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이주의 책갈피]

    ●행복한 수학 초등학교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수학 교과 과정을 재구성하여 초등생들이 꼭 알아둬야 할 수학의 기초 개념을 체계적으로 소개하고 있다.1권 수의 세계,2권 연산의 세계가 나와 있으며 앞으로 도형의 세계, 측정의 세계 등이 나올 예정이다. 수학의 기본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기 쉽도록 풍부한 이야기와 실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를 다루고 있어 수학 공부에 흥미를 잃은 경우라면 읽어 볼만하다. 휴먼인(人) 어린이. 각 1만원.●만약에 우리 역사에 이런 일이 없었다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없었다면 지금의 휴대폰도 내비게이션도 없다?’3권짜리 책으로 읽는 사람이 역사속의 인물이 되어 역사에 의문을 갖고 그 의문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고를 펴도록 돕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벗어나 남들과 다른 관점을 갖는 능력을 기를 수 있어 논술 준비에도 도움이 된다. 주니어 랜덤, 각 권별 9800원.●들풀들이 들려주는 위대한 백성이야기 백제말 작은 시골 마을에서 눈물로 미륵의 용화세상을 이루고자 약속한 덕솔과 세 아들. 그리고 그 자손들이 고려, 조선, 일제시대를 거쳐 한국전쟁과 현대 물질문명의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화해와 평화를 이루기까지의 우리 민족의 반만년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부키.7900원.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이슬람 문명과 도시] (22) 서남亞 영성의 중심도시 파키스탄 라호르

    [이슬람 문명과 도시] (22) 서남亞 영성의 중심도시 파키스탄 라호르

    벌써 세 번째 왔건만, 라호르에는 어디를 가나 붉은 빛이 가득하다. 영국 식민지 시대의 붉은 빅토리아식 건물은 물론 무굴제국 시대의 궁전과 모스크들도 대부분 붉은 사암으로 치장되어 있다. 내리쬐는 건조한 태양에 수만년간 달구어진 대지도 붉은 흙이다. 도시 언저리에는 빛바랜 가난이 역사만큼이나 오랜 세월을 이고 군데군데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그래도 라호르는 16∼18세기 무굴제국의 영광과 역사적 광채가 펄펄 살아있는 천년고도다. 어디를 가나 누구를 만나도 자부심과 긍지만은 조금도 퇴색되지 않았다. 그들은 지금도 라호르를 보지 않고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델리와 아그라에 이어 무굴제국의 정신과 정점에 달한 이슬람 문화의 화려함이 역동적으로 살아 숨쉬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 이슬람의 두 예술건축-서쪽의 알함브라 궁전과 동쪽의 타지마할 이슬람은 완벽한 혼합문화적 성격을 띤다.7세기 사우디아라비아의 척박한 오아시스 도시에서 발아된 이슬람은 뛰어난 종교성과 선험적 우월감, 열정에 불타는 유목전사들의 신앙심으로 튼튼한 용광로의 기틀을 갖추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 용광로를 채울 문화적 콘텐츠는 아직 성숙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한 이슬람은 정복지의 문화적 전통과 다양한 예술장르를 폭넓게 받아들이고 종합하는 놀라운 포용력을 보여주었다. 비잔틴과 페르시아라는 당시 세계최고 수준의 두 문명을 일시에 제압하고 받아들인 이슬람은 서쪽 끝 스페인 땅 그라나다에서 알함브라 궁전이라는 걸출한 건축예술을 남겼고, 실크로드를 따라 동쪽 끝 인도에서 무굴시대 타지마할이라는 꽃을 피웠다. 최정점의 이슬람 문화시대를 활짝 연 무굴제국의 문화도시가 바로 인도 접경의 라호르다. 여장을 푼 호텔을 나서자 마자 곧장 바디샤히 모스크로 달려갔다. 가장 대표적이고 가장 보고 싶은 것부터 먼저 보고 여행을 계속하는 것은 나의 오랜 습관이다. 그래야 마음껏 돌아보고, 나머지 것들을 포기해도 마음이 덜 아프기 때문이다. 라호르 성채 맞은편의 모스크가 핑크빛 모습을 드러낸다.1674년부터 30년에 걸쳐 완성된 무굴제국의 아우랑제브 왕 시기 작품이다. 세 개의 하얀 대리석 돔이 그렇게 아담하고 우아할 수가 없다.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니 책에서만 보아왔던 넓은 정원이 나를 반긴다. 달구어진 붉은 사암으로 깔아놓은 정원 한 가운데 대리석 분수가 물을 품고, 세 방향에는 하얀 아치로 이어지는 아케이드가 펼쳐진다. 넓은 정원 사방에 우뚝 서 있는 네 개의 붉은 색 미나렛(기도시간을 알려주는 곳)도 작고 하얀 돔을 파란 하늘에 이고 기가 막힌 조화를 이룬다. 미나렛의 높이를 정확하게 정원 한 면의 3분의1 길이로 설계했다고 한다. 평일인데도 모스크 안에는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화려한 페르시아 풍과 동양적 신비를 담은 인도양식이 잘 조화된 실내장식과 아라베스크 디자인은 무굴 문화 특유의 색깔을 마음껏 뽐내주고 있다. 특히 이 모스크 안에는 이슬람을 완성한 예언자 무하마드의 머리카락과 그의 딸 파티마와 사위 알리의 유품들을 보존하고 있어 파키스탄 무슬림들의 중요한 순례지이기도 하다. 이맘의 허락을 얻어 204개의 나선형 계단을 돌고 돌아 미나렛 꼭대기에 올라보았다. 라호르 성채를 비롯한 구시가 전경이 한 눈에 잡힌다. # 무굴제국 시대를 재현하는 중세의 삶과 유적 이제 한숨 돌리고 바로 이웃의 라호르 성채를 둘러본다. 무굴제국 전성기를 이끈 3대왕 아크바르 대제가 1584년부터 1598년 사이에 라호르에 거주하면서 축조한 궁전과 도시성곽이다. 도시 전체를 붉은 벽돌로 쌓아 올린 담으로 둘러싸고 한 면의 길이가 380m에 이르는 12개의 문을 가진 궁성이다. 아크바르 왕을 이어 자한기르와 샤 자한 왕이 부속건물과 묘당, 정원을 증축하여 오늘의 모습을 갖추었다. 특히 거울 궁전으로 불리는 쉬쉬마할 홀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왕비가 거주하던 공간으로 벽면과 천장 전체를 거울 모자이크와 프레스코, 유리, 진주 등으로 꾸며 놓았다. 어떤 궁전에서도 본 적이 없는 화려한 아라베스크의 색감과 기하학적 균형이 극치를 이루고 있다. 역시 왕비 뭄타즈 마할을 위해 타지마할을 건설했던 샤 자한 왕 시대에 만들어졌다. 시내에 나온 김에 페로즈 서점에서 전공 책 몇 권을 사고, 근처의 차만 아이스크림 가게를 찾았다. 라호르 사람들이 즐기고 자랑하는 독특한 맛의 아이스크림이다. 과일을 듬뿍 갈아 넣고 피스타치오나 아몬드를 넣어 독특한 향과 맛을 가미했다. 시민들이 즐겨 찾는 무굴 시대 정원인 샬리마르로 향했다. 입구에서부터 길다란 수로와 화단을 따라 3단의 테라스로 높이를 달리하면서 왕의 침소에까지 다다르게 설계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광경은 참으로 안온했다. 이슬람 사람들은 정원을 꾸밀 때, 항상 천국을 생각했다. 꽃과 나무에 새와 나비가 날고, 풍성한 과일이 열리며 분수에서는 물이 뿜어져 나와야 했다. 외관의 투박함과 내부의 화려함. 이슬람 건축 철학의 기본이었다. 바깥은 속세이고 내부는 천국이었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렇게 두 세상이 만나고 단절되는 것이다. 높은 담벽에 둘러싸인 샬리마르는 그러한 이슬람 건축 정신의 상징 같았다. # 라호르 박물관의 고행하는 부처님 라호르까지 왔으니 빼놓지 말고 들러야 할 곳이 있다. 라호르 국립박물관이다. 간다라 컬렉션의 압권으로 파키스탄 최고의 박물관이란 명성보다는 부처님의 고행상을 보기 위해서다. 선사시대부터 간다라 시대까지 전시품을 차례로 둘러보다가 한쪽 편에 밝은 빛을 발하고 정좌해 있는 고행하는 부처님과 마주했다. 보리수 나무 아래서 인간의 온갖 번뇌를 짊어지고 처절하게 자신을 불사르던 영혼의 빛이 뚜렷하다. 그 모습은 전율이었다. 갈비뼈가 유난히 튀어나오도록 사실적으로 조각한 피골이 상접한 부처님은 나에게 무슨 메시지를 주시는가? 한참 동안이나 아무 생각없이 그냥 바라만 보았다. 왠지 눈시울이 붉어진다. 종교와 사상을 뛰어넘어 이토록 절절하게 인간됨을 가르치는 모습을 접한 적이 없었다. 이슬람과 불교의 깊은 숨결이 깔려 있는 도시 라호르. 그 뿐이랴. 그러고 보니 라호르는 시크교가 발아한 곳이 아닌가. 라호르 근교에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난 나나크는 힌두교와 이슬람교를 접목한 시크교를 창시하였다. 그는 고행을 통해 모든 종교는 하나로 귀일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인간의 평등과 종교간의 관용과 화해를 부르짖었다. 라호르야말로 서남아시아 영성의 중심지란 생각이 다시 한번 강하게 밀려온다. 이희수 한양대 교수·이슬람문화연구소장
  • 최동열 강남·강북서 개인전

    독학으로 그림을 배워 미국에서 활동해온 최동열 개인전이 서울 강북과 강남에서 열리고 있다. 인사동 선화랑(02-734-0458)에선 실내 정물과 실외 풍경을 병치시킴으로써 문명과 자연의 조율을 꾀한 신작 45점을 선보인다.16일까지. 잠원동 필립강 갤러리(02-517-9092)에선 90년대 중반 작업했던 작품들을 보여준다.12월2일까지.
  • [女談餘談] 기계에 대한 소소한 단상/안미현 산업부 차장

    그 옛날 원고지에 기사를 쓰던 시절이 있었다. 입사한 지 채 1년이 안돼 컴퓨터 조판 시스템이 도입됐다. 컴퓨터로 기사를 쓰고 컴퓨터로 편집을 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그 컴퓨터 화면이라는 게 어찌나 낯설고 막막하던지…. 도무지 기사가 써지질 않았다. 처음 며칠은 종전대로 200자 원고지에 기사를 썼다가 컴퓨터에 옮겨적었던 기억이 난다. 10년이 훨씬 지난 어느날, 무슨 연유로 출장길에 노트북 컴퓨터를 가져가지 못했다. 간단한 기사인지라 종이에 써서 팩스로 보내든가 전화로 부를 작정이었다. 그런데 하얀 백지가 또 얼마나 낯설고 막막하던지…. 이제는 네모난 ‘커서’가 깜박깜박대는 기계 화면이 아니면 도무지 기사가 써지질 않는다.‘인간이라는 게 얼마나 간사한가.’ 하면서 혼자 씁쓸히 웃었었다. 며칠 전 자정이 채 안된 시각. 그 노트북 컴퓨터를 껴안고 버스정류장 앞 의자에 앉아있었다. 밤바람이 꽤 쌀쌀한데도 술기운 탓인지 시원하게 느껴졌다. 멀리서 집으로 가는 버스가 다가왔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올라타 요금읽는 기계에 가방을 들이댔다. 그런데 반응이 없다. 아차차, 이건 노트북이지. 가방과 노트북(가방)이 모두 비슷한 크기의 검정색인지라 잠시 헷갈렸다. 예전에 지하철역 개찰구에 전철표 대신 열쇠를 넣었던 기억이 나 피식 웃었다. 웃음도 잠시. 어깨에 걸려있어야 할 가방이 없다. 비호처럼 버스를 되짚어 내리는데 정류장 의자 위에 주인잃은 가방이 처량하게 놓여있다. 옆에 앉아 버스를 함께 기다렸던 낯선 남자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말 좀 해줄 것이지’ 속으로 구시렁대며 가방을 움켜안는데 기계에 대한 감회가 새롭다. 과거처럼 버스 토큰을 내는 방식이었으면 틀림없이 미리 토큰을 꺼내 손에 들고 있었을 터. 가방은 그렇게 버스정류장에 남겨둔 채 표표히 떠났을 것이다. 아무리 기계문명이 편리하다고 해도 도통 기계하고는 친해지지 않는, 친하고 싶은 마음도 전혀 없는 내가 너무 엉뚱하고 소소한 이유로 기계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이렇게 사람은 변해가는 것인가. 안미현 산업부 차장 hyun@seoul.co.kr
  • [토요영화]

    ●글래디에이터(채널CGV 오후6시40분)‘에일리언’,‘델마와 루이스’로 각인된 리들리 스콧 감독이 시대극에 첫 도전한 영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가 통치하던 로마제국에서 막시무스는 최고의 장군이다. 화려한 전적은 물론, 바른 인간 됨됨이마저 호감을 얻고 있다. 그러나 황제의 총애를 질투한 황태자 코모두스는 아버지를 독살하고 막시무스의 가족을 죽인 뒤 막시무스를 노예로 팔아버린다. 제국 최고의 장군에서 노예로 떨어진 막시무스는 검투사로 활약하며 황제 자리에 오른 코모두스에게 복수를 다짐하고 기회를 노리는데…. 전문적인 고증 문제를 떠나 꼭 한가지 지적할 대목은 있다. 실제 로마사의 의문점 가운데 하나는 그토록 현명했던 아우렐리우스 황제가 왜 표독스러운 아들 코모두스를 차기 황제로 지명했느냐이다. 영화는 여기에 황제 자리를 탐낸 코모두스가 아버지를 독살했다는 설정을 넣었다. 우리로 치면 ‘조선시대 정조 독살설’과 비슷한 얘기다. 여기까지야 그렇다 치더라도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원래 계획이 막시무스를 차기 황제로 삼아 황제정을 폐지하고 공화정으로 되돌아가려 했다는 설정은 ‘오버’다. 현명한 왕이라면 권력을 알아서 포기했을 것이라는 일종의 기대가 섞여 있는데, 이는 ‘자유민주주의에 젖은 현대 서구인의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명상록’을 남긴 스토아 철학자 황제라고 너무 치켜세웠다. ‘LA컨피덴셜’에서 ‘욕망에까지 우직해져버린’ 육중한 형사 연기로 주목받았던 러셀 크로가 막시무스역을 맡아 정상급 스타로 발돋움했다. 이 영화를 계기로 ‘벤허’ 이래 거의 눈에 띄지 않던, 고대 서양사를 무대로 한 대작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내년에 ‘글래디에이터2’가 나온다는 소식도 들린다.2000년작,154분. ●화이트 마사이(KBS2 밤 12시25분) ‘제2회 KBS프리미어페스티벌’에 소개됐던 작품 가운데 ‘늑대의 제국’,‘오르페브르36번가’에 이어 세번째로 안방을 찾는 독일 영화. 유럽 문명 속에서 자란 한 여자가 케냐 오지에서 우연히 만난 마사이족 남자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화이트 마사이’는 마사이족에 편입된 바로 이 여자를 가르키는 말이다. 포인트는 ‘국경도 없다.’는 불같은 사랑이 문화의 차이까지 뛰어넘느냐이다. 힌트를 주자면, 유럽영화답게 삶을 예쁘게 분칠해대지 않는다. 실화에 바탕한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2005년작,131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한·중·일 3000년 문화유전자 따져보자”

    “한·중·일 3000년 문화유전자 따져보자”

    “내가 내 안에만 존재한다고 생각해선 안됩니다. 너와 나의 사이, 그 끝없는 관계 속에 존재하는 것입니다.3인칭이 없고 2인칭이 없는데 어떻게 1인칭이 있을 수 있습니까. 민족을 사랑한다는 이름으로 민족의 눈을 멀게 해서는 안됩니다. 물속에 들어갔다 나왔다 끊임없이 자맥질을 해야 물귀신이 되지 않는 것이지요.”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낸 원로 문학평론가 이어령(73) 성결대 석좌교수는 2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특별 강연회에서 한·중·일 3국의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은” 문화적 특성을 유난히 강조했다. 유한킴벌리(대표이사 사장 문국현)가 주최한 이날 강연회는 유한킴벌리의 지원으로 제작된 ‘한·중·일 비교문화상징사전-매(梅)·난(蘭)·국(菊)·죽(竹)·송(松)’(전5권·종이나라 펴냄) 출간을 기념해 마련된 것. 문국현 사장을 비롯해 이홍구 전 국무총리, 윤영섭 전 교육부장관, 원로시인 김남조 전 숙명여대 교수, 임영숙 전 서울신문 주필 등 문화 학술 언론계 인사 2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한·중·일 비교문화상징사전 작업의 책임편집을 맡은 이어령 교수는 “사군자 하면 으레 유교문화만 떠올리는데 거기엔 불교와 무속, 중국의 도교, 일본의 신도까지 다 깔려 있다.”며 “하나의 코드로만 가둬 보지 말고 한·중·일 3국이 3000년 역사 속에서 함께 일궈온 문화 유전자의 관점에서 비교 분석해 보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흔히 잘못 알고 있는 ‘상식’에 대해서도 따끔하게 일침을 놓았다.“우리가 알고 있는 화투 속의 ‘5월 난초’는 난초가 아닙니다. 일본 말로 아야메(あやめ), 즉 창포예요. 난초는 꽃잎이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왜 일본 사람들이 화투에 난초를 그리지 않았는지, 왜 우리 만큼 난초를 사랑하지 않는지, 그런 근원적인 사고를 해봐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문화 유전자란 무엇인가. 한 예를 들면 3000년 전 중국이 원산지인 매화는 한국에 전해지고 다시 일본에 알려졌다. 그런 만큼 매화는 이 세 나라 국민의 생활 속 어디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대표적인 문화 유전자라고 할 수 있다. 세 나라의 배우가 나오는 영화 ‘무극’에서 매화가 화려한 배경을 이루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동양에서 난초가 알려진 것은 공자가 위나라에서 노나라로 들어가기 전 빈 골짜기를 지나면서 난초를 보았다는 ‘공곡유란(空谷幽蘭)’ 일화를 통해서다. 공자가 본 난초는 물론 오늘날 우리가 아는 난초와는 다를지 모르지만, 중국은 그만큼 오랜 난초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셈이다.“중국은 난초라는 이름을 도둑맞았다고들 분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세가 한번 기울면 아무리 소리를 쳐도 소용이 없는 법이지요. 반면 공자가 그 옛날 난초를 보고 눈물을 흘리며 거문고를 탓던 곡을 최근 중국이 완벽하게 재현한 것은 사뭇 감동적인 일입니다.” 이 교수는 “우리는 문명은 아는데 문화는 모르고 있다.”는 말도 했다. 한·중·일 문화DNA를 읽어내는 이번 작업은 그렇기에 더욱 의미가 크다. 이 교수는 비교문화상징사전에 이어 현재 2차사업인 ‘12지(十二支)’의 문화유전자 분석작업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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