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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제 침략·위안부 동원 상세 기술

    일제 침략·위안부 동원 상세 기술

    ‘미래를 여는 역사’(2005년)→‘마주 보는 한일사’(2006년)→‘한일 교류의 역사’(2007년). 한·중·일과 한·일간 역사인식의 심각한 차이는 상대국 역사교과서에 대해 ‘왜곡’이라는 비판을 쏟아내게 만든다. 이런 현실은 또 정치적으로도 동아시아의 긴장 심화라는 형태로 확대 재생산되기 마련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한·중·일과 한·일 역사학자나 역사교사들의 ‘역사공감’ 노력은 10여년전부터 본격화됐다. 화해와 공존을 명분으로 내건 그 결과물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한일공통 역사교재’를 표방하면서 지난 1일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출간된 ‘한일 교류의 역사’도 이같은 종류의 책이다. ‘미래를 여는 역사’(2005년)→‘마주 보는 한일사’(2006년)→‘한일 교류의 역사’(2007년). 한·중·일과 한·일간 역사인식의 심각한 차이는 상대국 역사교과서에 대해 ‘왜곡’이라는 비판을 쏟아내게 만든다. 이런 현실은 또 정치적으로도 동아시아의 긴장 심화라는 형태로 확대 재생산되기 마련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한·중·일과 한·일 역사학자나 역사교사들의 ‘역사공감’ 노력은 10여년전부터 본격화됐다. 화해와 공존을 명분으로 내건 그 결과물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한일공통 역사교재’를 표방하면서 지난 1일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출간된 ‘한일 교류의 역사’도 이같은 종류의 책이다. ●공동교재 최초의 통사 ‘한일 교류의 역사’(혜안 펴냄)는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모든 시대를 다루고 있다. 공통교재 최초의 통사(通史)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서울시립대 교수들이 중심이 된 역사교과서연구회, 일본은 도쿄 가쿠게이(學藝)대학 연구진 중심의 역사교육연구회가 10년에 걸친 토론과 합의를 통해 공동으로 집필했다. 이 책의 통사적 의미는 남다르다. 실제 2006년 출간된 ‘마주 보는 한일사’(사계절 펴냄)는 선사시대부터 개항기까지를 다뤘고,2005년 한·중·일 3국 연구자들이 집필한 최초의 한·중·일 공동역사교재 ‘미래를 여는 역사’(한겨레출판 펴냄)는 근현대사만을 대상으로 했다. ‘한일 교류의 역사’는 전 시대에 걸쳐 문화의 일방적 전파가 아닌 상호교류를 강조하고 있다. 신석기시대 한국의 대표적인 토기인 빗살무늬토기가 일본에서도 발견되고, 일본의 소바타식 토기가 한반도 남부에서 출토된다는 점 등을 자세히 밝혔다. 또 일본 특유의 묘제인 전방후원분(앞쪽은 사각형, 뒷부분은 둥근 무덤형태)이 한반도 남쪽에서 발견되는 등 한반도와 일본 사이에 활발한 주민교류가 있었다는 점도 비중있게 서술했다. 근현대사에서 재일한국인과 재조선일본인의 역사도 크게 다루고 있다. 임진왜란은 일본의 조선침략이라는 성격을 명확히 했다. 일본내 ‘정한론’의 등장과정 등도 비교적 자세하게 다뤘지만,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배한 대목은 ‘한국병합’으로 다소 애매하게 처리했다.‘위안부 강제동원’ ‘패전직후 재조선 일본인의 참상’ 등도 상세한 설명을 덧붙여 기술했다. ●한·중역사서는 일본 비판 그렇다면 이전의 공동연구 결과물은 비슷한 내용을 어떻게 서술했을까. 선사시대부터 개항기까지 다룬 ‘마주 보는 한일사’는 ‘한일 교류의 역사’와 마찬가지로 문화교류를 강조하면서도 각각의 역사를 모두 기술하고 있다. 특히 ‘일본서기’와 ‘삼국사기’ 부분은 관련내용을 해석의 문제점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마주 보는 한일사’는 시대순으로 정리하면서도 불교 등 주제별로 양국의 문화를 설명하는 데 많은 주안점을 뒀다. 한·중·일 공통교재를 표방한 ‘미래를 여는 역사’는 민감한 근현대사를 다루고 있지만 상당부분 한국과 중국쪽 입장에서 쓰여졌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일본의 동양침략을 합리화한 후쿠자와 유키치의 ‘문명론’, 일본의 한국 ‘강점’,‘문화정치’의 실상, 일본의 침략전쟁 등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위안부’ 문제와 야스쿠니 신사문제 등 현재 한·일간 민감한 문제도 가감없이 거론하고 있다. ●주류 학계 “객관성·실증성 미흡” 그럼에도 공동의 역사연구 및 교재출간은 많은 한계를 갖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번 ‘한일 교류의 역사’에서도 한·일학계에 민감한 ‘임나일본부설’ 등은 아예 기술대상에서 제외했다. ‘한국병합’은 따옴표로 처리하고, 별도로 ‘불법적인 강제점령이라는 것이 한국의 견해’라고 지적했다. ‘마주 보는 한일사’는 아예 논란이 큰 근현대사는 논의에서 제외했다. 주류 학계에서는 이런 종류의 공동연구 결과물들에 대해 “객관적이며 실증적이어야 할 역사를 외교협상 하듯이 양보하고, 타협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극단적인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비판에 대해 ‘한일 교류의 역사’ 저자들은 “아직 완성된 공통의 역사인식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충분히 만족할 만한 역사의 공통인식을 추구하는 것이 얼마나 곤란한 일인지 강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일정부분 수용하고 있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3.5차원의 조각 vs 저항적 추상

    서울대 미대 조소과를 1977년 함께 입학한 조각가 윤영석과 박희선이 30년 뒤 보여주는 작품세계는 서로 많이 다르다. 오는 4월22일까지 서울 로댕갤러리(02-2259-7781)에서 ‘윤영석:3.5차원의 영역’이란 제목으로 개인전을 갖는 윤영석은 독일 유학 이후 미묘하고 개념적인 작업을 선보여 왔다. 금속, 돌, 나무 등 그동안 조각가들이 흔히 사용했던 소재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2003년부터 국내에서 독보적으로 시도했던 렌티큘러(입체사진) 작업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보는 방향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지는 렌티큘러로 눈동자의 움직임, 발레리나의 발동작, 움직이는 농구공 등을 표현했다. 전시회장 입구에는 당구큐대를 잡은 거대한 손인 ‘제로섬 게임을 넘어서’가 설치돼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손가락이 6개다. 복제양 돌리를 인용하여 과학과 문명에 대한 인간의 과도한 집착을 해석하는 ‘표본실의 양들’ 등 작가는 우리가 사는 3차원 공간을 넘어 시공간이 일치된 4차원에 도달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김종영미술관(02-3217-6484)에서 오는 4월26일까지 10주기 추모전이 열리는 박희선은 기억 속에서 다소 희미한 조각가이다. 41살의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 작가는 ‘저항적 추상미술’이란 한국미술사에 독보적인 작품을 남겼다고 미술관측은 평가했다. 유족들이 10년 넘게 보관해오던 작품들은 여전히 서슬이 시퍼렇고 시대의식이 살아 숨쉰다.1980년대에 한반도의 역사, 통일, 생명과 같은 주제에 골몰했던 작가는 종류가 다른 여러 나무토막을 끼워 맞춰 작품을 완성하는 전통적 제작방식을 사용했다. 재료를 통째 깎는 것이 아니라 나무못으로 조각들을 끼워 맞춰 작품을 완성, 통일에 대한 염원을 표현하고 있다. 여린 나무 속살에 도끼를 찍어 넣은 작품 ‘한반도’는 시각적 충격과 아슬아슬한 위기감을 불러일으킨다. 윤영석은 “박희선이 전통적인 한국성에 천착했다면, 나는 조각의 영역 확장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같은 시대를 살았고, 비슷한 것을 배웠던 두 조각가가 어떻게 판이한 작품세계를 구축했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아마디네자드 ‘거친 입’ 국익 해친다”

    이란의 우라늄농축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대 이란 압박이 점차 강해지면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의 ‘거친 입’을 비판하는 이란 내부 목소리가 점차 거세지고 있다.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즉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P5)과 독일 등 6개국이 영국 런던에 모여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방안을 논의한 26일(현지시간)에는 아마디네자드의 반대세력인 개혁파는 물론, 보수 강경파의 언론들이 “불필요한 거친 언사로 서방을 자극, 국익만 해친다.”며 일제히 아마디네자드를 비난하고 나섰다. 특히 이란 최고 권력자로, 아마디네자드의 후원자 역할을 해온 아야톨라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최근 아마디네자드를 비판하고 나서면서, 이란 권력구도에 미칠 파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최근 유엔이 요구한 우라늄 농축 중단 시한을 넘긴 뒤 “이란이라는 기차는 브레이크도 후진기어도 없으며, 얼마전 해체해 다 날려버렸다.”는 말로 서방을 자극했다.2005년 6월 대통령에 당선된 뒤 ‘이스라엘을 지구상에서 없애버리겠다.’란 말로 시작한 거친 외교 수사의 연장선상이다. 이란의 개혁논조 신문인 ‘에테마데 멜리’는 “기차의 브레이크는 목적지에 안전하게 닿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위대한 이란 유권자를 대표해야 하는 당신은 이 나라의 이름과 위엄에 맞게 말하라.”고 아마디네자드를 압박했다. 보수파 신문인 라잘라도 “외교정책에선 유약한 발언도, 쓸데없이 공격적인 언어도 사용해선 안된다.”며 ”우리의 외교 수사는 이란의 고대 문명과 이슬람 문화를 반영하는, 미개하지 않은 계산된 언어의 조합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혁·보수 양 진영의 아마디네자드 비판은 아마디네자드 집권 이후 심화된 경제난과 국제 사회로부터의 고립, 미국의 이란 공격 등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지방선거에서 아마디네자드 진영이 대패한 이후 “허덕이는 경제는 돌보지 않은 채 ‘말’로 서방을 공격하는데만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평가가 만연해 있다. 민심을 완전히 잃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이란의 정치 분석가들은 아마디네자드를 후원했던 하메네이의 최근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지난 19일 이란내 최고위 인사들을 불러 회의를 주재하면서도 아마디네자드를 배제했다. 같은 날 그는 “헌법상 보장된 기업의 사유화를 통해 경제난을 타개하지 못했다.”며 대통령을 비난했다.1989년 최고 지도자가 된 이후 하메네이가 행정부의 수반 ‘대통령’을 비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한편 ‘브레이크 없는 기차’발언 다음날 런던에 모인 6개국 대표들은 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고려하는 중국·러시아측의 입장 차이로 인해 구체안을 도출하지 못했지만 새달 1일 전화로 회담을 갖고 무역 및 무기거래 제한 등 추가 제재 방안을 확정지을 예정이다.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소리수집 50년’ 참소리 박물관 손성목 관장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소리수집 50년’ 참소리 박물관 손성목 관장

    ‘십년감수’라고 했다.1903년 어느 날이다. 당시 미국 공사로 일하던 선교사 앨런이 고종황제와 마주 앉은 자리에서 에디슨이 발명한 축음기를 처음 보여 주었다. 말과 소리를 재생하는 기계라고 설명했지만 고종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 저었다. 시험해볼 참으로 고종은 박춘재 경기명창을 불러들였다. 영문도 모르는 박춘재는 황제와 신하들 앞에서 ‘적벽가’의 한 대목을 불렀다. 잠시 후 축음기에서 ‘적벽가’가 그대로 재생되어 흘러나왔다. 너무 놀란 박춘재는 그만 얼떨결에 바지에 잠시 실례(?)를 하고 말았다. 이를 본 고종은 박춘재에게 “너의 명이 10년은 감해졌겠구나!” 하며 크게 웃었다. 이때부터 ‘십년감수’라는 말이 생겨났다고 전해진다. 이와 관련된 여러 일화가 있지만 아무튼 이 무렵 서양의 축음기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오면서 ‘귀신소리’ 등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처럼 소리와 시간을 저장하는 에디슨의 축음기는 새로운 문명을 열었으며 음악은 인류의 영원한 동반자가 됐다. 그렇다면 1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소리의 역사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왔을까. 그 답을 찾아 지난 15일 강원도 강릉 경포대로 떠났다. 휘영청 달이 다섯개나 뜬다는 ‘경포호’ 인근의 강릉시 저동 36번지.‘참소리 축음기 박물관·에디슨 사이언스 뮤지엄’이라는 간판이 예사롭지 않게 눈에 들어온다. 그랜드피아노 위에 레코드판을 올려놓은 모양의 이색적인 건물이었다.2개동 3층 규모(700여평)의 이 박물관은 강릉시 송정동에서 최근 이곳으로 옮겨 새로 확장 이전했다.1992년 처음 문을 연 이 박물관은 그동안 연간 30만명이라는 관람객들을 끌어들이며 이름값을 톡톡히 해왔다. 설 명절 전날임에도 타이완 등 외국인 관광객 200여명이 관람 중이었다. 강릉에 놀러왔다가 의례적으로 들르는 곳이 아니라 일부러 찾는 박물관이라고 하니 그저 놀랍기만 하다. 도대체 어떤 물건들이 있기에 그럴까. 우선 에디슨의 발명품 1500여점이 전시돼 있어 세계 최대를 자랑한다.1877년 에디슨이 발명한 최초의 유성기 ‘틴호일’,1889년 제작된 ‘클라스 엠’ 등 희귀 음향기기도 세계에서 가장 많다. 뿐만 아니라 축음기 이전의 소리통 등 세계 60여개국에서 모은 각종 진귀한 소리명품들이 전시돼 있다. 안으로 들어서자 입구에는 호두나무 몸체와 시계가 부착돼 있는 높이 99인치의 음악상자 폴리폰(1850년·독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어서 스텔라 음악상자(1830년·스위스)와 주인의 연주소리를 듣는 개로 유명한 ‘니퍼’의 베를리너 축음기(1898년) 등이 전시돼 있다.17세기에 등장한 오르곤(벨기에)도 마냥 신기하게 다가온다. 또한 에디슨이 발명한 세계 유일의 극장용 영사기, 미국의 토머스 제퍼슨에 의해 기초된 독립선언서를 인쇄했던 당시의 등사기 등을 보노라니 저절로 지혜와 역사의 샘으로 쏙 빠져든다. 특히 세계 유일의 아메리칸 포노그래프,1870년대 에디슨사(社)에서 인류 최초의 빛을 양산한 대나무 탄소 필라멘트 백열전구 등 대부분 ‘유일’ 아니면 ‘최초’라는 단어가 붙어 있어 관람내내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특히 에디슨의 일거수 일투족을 게재한 당시의 신문 기사를 원본 그대로 보관해 놓기도 했다. 문득 눈에 띄는 글귀가 있다.“I would like to live about 300 years,I think I have IDEAS enough to keep me busy that long.=나는 300년을 살고 싶다. 그래도 항상 바쁘게 살아갈 충분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에디슨이 1847년 2월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태어나 1931년 84세의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무려 1200여건의 특허를 출원한 것을 상기할 때 만약 그가 300년을 살았다면 인류문명은 더 앞당겨지지 않았을까. 올해가 에디슨의 탄생 160주년이 된다는 안내원의 귀띔이 있어서 그런지 이 박물관에서는 에디슨이 살아 숨쉬는 것 같았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대사도 가끔 이곳에 들러 에디슨의 숨결을 감상하며 “실제로 와 보니 너무 좋다.”며 에디슨 박물관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쯤해서 ‘50년 소리인생’을 걸어온 손성목(62) 박물관장과 마주 앉았다. 미국만 160회정도 다녀왔고 수집하는 과정에서 도둑으로 오인받아 총을 맞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그는 “박물관의 전시품을 찬찬히 둘러보려면 족히 3시간은 걸린다.”면서 “다 돌고나면 100년 전과 현재의 첨단 시스템이 빚어내는 특별한 음악감상 체험을 할 수 있다.”고 귀띔한다. 손 관장이 처음 소리에 관심을 둔 것은 여섯살 때. 아버지한테 생일 선물로 포터블 축음기(컬럼비아 G24)를 받으면서였다. 당시 부친은 원산에서 백화점과 양복점을 경영할 만큼 부유했다.8세때 6·25가 나자 어린 손성목은 축음기 1대를 등에 지고 가족과 함께 월남할 정도로 애지중지 여겼다. 강원도 속초에 정착한 가족들은 운수업을 키운 부친 덕분에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손 관장은 13세때부터 본격적인 축음기 수집에 나선다. 동네 전파사는 물론 여기저기 수소문을 통해 축음기가 있는 곳이면 전국 어디든 찾아가 사들였다. 고장난 축음기를 고치는 기술도 저절로 익혀졌다. 동네 잔치라도 벌어지는 날이면 축음기를 들러메고 참가해 인기를 독차지했다.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수집한 축음기는 10여대. 군복무를 마친 직후에는 전파사를 경영하면서 수집의 폭을 더욱 넓혔다.1977년 결혼 후에는 한라건설㈜에 중견사원으로 입사,5년간 중동건설 현장에 근무했다. 이때 휴가기간 등을 이용해 유럽 전 지역을 순회하며 축음기를 구입했다. 귀국할 무렵에는 각종 축음기가 600여점으로 불어났다. 그러자 박물관 설립에 강한 애착을 갖는다. 재원 마련을 위해 회사를 그만 두고 강릉 지역에 임대 아파트 건설회사를 설립했다. 다행히 사업에 성공하자 부친에게 물려받은 재산 등을 털어 아프리카부터 유럽, 러시아 등 세계 각국을 드나들며 골동품 음향기기를 사들였다. 마침내 1992년 11월, 수집품이 2000여점에 이르자 오랜 소망인 ‘참소리 박물관’을 개관한다. “축음기 종류를 모두 수집해 세계 제1의 축음기 단일 박물관을 만들어 후세에게 물려주겠다는 집념에서 비롯됐지요. 에디슨은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그의 발명품들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바로 참소리 박물관입니다. 이제 에디슨을 만나려면 미국이 아닌 한국으로 와야 할 겁니다.” 지금도 틈만 나면 소리를 좇아 세계 어디든 달려간다. 현재 그가 소장하는 각종 축음기만 모두 5000여점, 또한 음반 15만장, 서적 및 관련 자료가 6000여점에 이른다. 손 관장 앞에는 두개의 책상이 있다. 하나는 인류의 과학유산 수집을 위한 책상이고 다른 하나는 후세의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훌륭한 발명품을 만나볼 수 있을까 고민하는 책상이다. 후자 책상 위에는 인형이나 조각, 장난감 등을 모은 ‘어린이 전시관’과 소리·빛·영상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실, 즉 장애인들을 위한 공간마련 계획서가 놓여져 있다. 그는 에디슨의 말을 인용하면서 “아직도 배가 고프다.300년을 살아도 수집하느라 매우 바쁠 것”이라며 활짝 웃는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45년 함경남도 원산 출생 ▲61년 동해 북평고 졸업 ▲65년 해병대 만기제대 ▲67년 경희대 상대 졸업 ▲74년 경희대 경영대학원 수료 ▲82년 참소리방 설립(참소리박물관 전신) ▲92년 참소리 축음기 에디슨 박물관 개관 ▲2007년 2월 현재 참소리 축음기 박물관 관장, 에디슨 사이언스 박물관 관장
  • [어린이책꽂이]

    ●출동! 시간구조대(류가미 지음, 삼성출판사 펴냄) 동아시아 문명 발상지인 황하에서 문명이 성립되지 않았다면? 그리스에서 민주주의가 완성되지 않았다면? 이 책은 이같은 가정에서 출발, 역사를 뒤바꾸려는 시간테러단과 이를 지키려는 시간구조대간의 대결 형식을 빌려 인류역사를 재현해낸 역사 판타지.1권은 황하의 홍수를 막아 하나라의 첫번째 왕이 된 우임금 이야기,2권은 크레타 왕궁에 있는 미로 속에서 미노타우로스와 싸우는 테세우스 왕자를 구해내는 이야기다. 각권 9500원. ●십장생을 찾아서(최향랑 지음, 창비 펴냄) 십장생은 도교의 신선사상에 토대를 둔 것으로, 장수의 상징인 열가지 자연물을 가리킨다. 해, 소나무, 학, 사슴, 불로초(영지버섯), 바위, 물, 거북, 산, 구름. 때론 곧고 푸른 대나무와 신선의 땅에서 난다고 하는 복숭아가 포함되기도 한다. 십(十)은 상하좌우 모든 것이 갖춰진 완벽함을 나타내는 숫자이기도 하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쓴 십장생 이야기.1만원. ●맛있는 들풀(마루야마 나오토시 지음, 김창원 옮김, 진선아이 펴냄) 어린 잎을 따서 고명으로 쓰는 초피나무, 껍질을 벗겨 나물로 먹는 섬조릿대, 어린순을 무쳐 먹는 독활, 어린잎을 튀겨 먹는 호장근…. 봄이면 산과 들에 지천으로 깔리는 들풀은 잡초로만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의 소중한 먹거리다.60여종의 들풀을 세밀화로 소개한 생태교육 도감.7500원. ●그림으로 보는 세계 생활사(앤 밀라드 등 지음, 홍순철 옮김, 창해 펴냄)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빵 몇조각을 약간 구운 다음, 다시 물을 섞어 체로 걸러 맥주를 만들었다. 바이킹은 어떻게 살았을까. 선원이며 전사이자 탐험가였던 바이킹은 다른 나라를 공격하고 약탈하는 해적이었지만 훗날 아이슬란드 등 유럽의 여러 지역에 정착했다.‘사가’라 불리는 서사시는 용감한 바이킹 영웅들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인류의 첫 문명에서 20세기 초반까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다룬 세계사 그림책.2만 4000원. ●박쥐(팅 모리스 지음, 이충호 옮김, 베틀북 펴냄) 박쥐의 종류는 950종 이상. 얼음으로 뒤덮인 북극과 남극지역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곳에서 산다. 보통 박쥐의 속도는 시속 10㎞. 그러나 박쥐 중에서 가장 빨리 나는 붉은박쥐는 시속 60㎞ 이상으로 날 수 있다. 박쥐는 종류마다 소리를 내는 곳이 다르다. 관박쥐는 코로, 갈색박쥐는 입으로 초음파를 낸다. 어린이 스스로 자연을 탐구하고 관찰할 수 있도록 꾸민 그림책.8500원. ●임경업전(하상만 옮김, 청솔 펴냄)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군담소설. 우리나라 고전은 작가가 누구인지 모르는 이본(異本)이 많다.‘임경업전’의 이본은 36가지나 된다. 임경업은 병자호란 당시 호국(청나라)이 가장 두려워한 조선의 장수. 볼모로 잡혀간 세자와 대군을 구하기 위해 몰래 호국에 들어간 임경업은 독보의 배신으로 뜻을 이루지 못한다. 조선으로 돌아온 임경업은 역적 김자점의 음모로 죽고 만다.8000원.
  • ‘中젖줄’ 황하에 어린 삶과 문화 조명

    MBC가 한·중 수교 15주년을 기념, 중국의 젖줄인 황하(黃河)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10부작 ‘황하’를 내보낸다.24일 오후 10시50분 1부 방송을 시작으로 25일 같은 시간에 2부 ‘민족의 강’과 3부 ‘문명교류의 길, 하서회랑’을 연속 방송하며 4월8일까지 매주 일요일 오후 11시40분에 한 편씩 방영한다. ‘황하’는 15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5464km에 이르는 황하 전역을 샅샅이 훑었다. 해발 4500m 고산지대에 위치한 황하의 발원지를 어렵사리 찾아가, 엄청난 기세의 물줄기를 내뿜는 협곡을 상공에서 찍어냈다. 높게 쌓인 황토를 층층이 깎아내고 10년에 9년은 가문 기후와 악전고투를 벌이며 살아남은 황토고원 일대 주민들의 생활상이 흥미롭게 펼쳐진다.1㎥의 강물에 모래가 25kg이나 들어 있는 황하가 1억t의 흙으로 매년 600만평의 땅을 만들어내는 과정과 광대무변한 황하의 장관은 한 대의 카메라로는 담기에도 벅찰 정도다. 압권은 진시황의 지하무덤 병마용갱. 황하 문명을 최초의 통일제국으로 이끈 진시황의 병마용갱에서 각기 다른 얼굴로 흐트러짐 없이 서 있는 호위대의 세세한 모습까지 카메라에 담았다. 중국에 1년 남짓 머물며 ‘황하’를 제작한 이정식 PD는 “보다 심도있게 중국을 이야기해 보자는 취지에서 황하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며 장구한 중국의 역사를 간접적이나마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아테나·헤라클레스 다큐물로 본다

    케이블 방송 ‘환경TV’는 24일 오후 10시30분 고대 그리스인의 삶과 문화를 다룬 특집 다큐멘터리 2부작 ‘신들의 고향, 그리스’를 방영한다. 역사적인 사건을 테마별로 생생한 현지 영상과 전문가의 해설을 곁들여 소개한다. 유럽 동남쪽, 발칸반도 남단에 위치한 그리스는 수도 아테네를 비롯, 도시 곳곳에 수많은 유적들이 흩어져 있다. 인간처럼 분노하고 사랑하고 질투하고 복수도 벌이는 그리스 신들의 현장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제1부에서는 신화의 태동과 올림포스 12신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리스 신들의 특징을 살펴본다. 제우스의 몸을 통해 태어난 지혜의 여신 아테나와 술의 신인 디오니소스의 이야기는 인간적인 이성과 감성 양면을 보여준다. 2부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영웅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리스 신화의 영웅은 인간과 신, 인간과 인간 사이에 태어난 신과 인간의 중간적인 존재다. 대표적인 영웅인 헤라클레스를 비롯해 그리스 최초의 전쟁인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킬레우스, 오디세우스, 트로이의 장군 헥토르 등을 통해 신화와 그리스 고대 문명의 상호작용을 살펴본다. 또 밀로의 아프로디테 조각상에 숨겨진 비밀도 파헤친다.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길섶에서] 영천사과/최태환 수석논설위원

    20여년 전이다. 서울 중랑천 주변 스케이트장이 호황이었다. 겨울만 되면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몰려 들었다. 군고구마,‘오뎅’장수도 장사진이었다. 어떤 이가 이곳을 빌렸다. 몇 년간 구청, 동사무소 등을 오가며 ‘공작’한 결과였다. 근사하게 단장했다. 올인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하필 그해 유난히 따뜻했다. 얼음이 제대로 얼지 않았다.1주,2주, 한 달, 두 달. 초조하게 기다렸지만, 신통찮았다. 그는 끝내 몸져 누웠다.2월말 화병으로 세상을 떴다.“얘야 밖에 나가봐라. 얼음 얼었나.”자식들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다. 어느 작가가 전해준 삽화다. 슬프다 하긴 유머러스하고, 유머러스하다기엔 좀 슬펐다고 했다. 지구온난화가 화두다. 의류업을 하는 친구가 겨울장사를 망쳤다. 영천은 사과밭이 줄어든단다. 더운 날씨에 사과가 잘 안되어서다. 지구기온이 1도 오르면 생물종의 10%가 멸종위기란다. 생태계 이변. 문명·발전에 집착하는 인간의 오만에 대한 경고일까, 재앙의 조짐일까. 문명의 희생물이 된 자연의 묘석 같아 씁쓸하다.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 인류 이동 ‘東進경로’ 밝혀지나

    인류 이동 ‘東進경로’ 밝혀지나

    인류의 전파 경로를 밝히기 위한 한국과 이란의 공동발굴이 카스피해 남부지역에서 이르면 6월부터 시작된다. 한양대 문화재연구소가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추진하는 발굴조사에는 이란 국립고고학연구소가 참여한다. 발굴 지역은 카스피해에 접한 이란 북서부의 길란이다. 아프리카 동부해안에서 발생한 인류가 북상하여 아시아로 가는 갈림길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구석기 고고학자인 배기동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가 이끄는 발굴단은 선발대가 14일 출발했다. 이들은 현지조사를 거쳐 3월 초까지 구체적인 발굴지역을 확정지은 뒤 6월부터 발굴에 들어가 내년 1월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한양대의 이란 발굴은 2003년 이루어진 탄자니아 발굴의 연장선상에 있다. 배 교수팀은 당시 탄자니아 남쪽 해발 1600m 고원지대에 있는 대표적인 아슐리안 구석기 유적인 이시밀라에서 발굴조사를 벌였다. 당시 이시밀라의 강바닥에는 아슐리안 주먹도끼가 깔려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아슐리안 주먹도끼는 인도 서쪽 지역의 구석기 문화를 특징짓는 유물로 알려졌지만, 경기도 연천 전곡리 유적에서 출토됨에 따라 주목을 끌었다. 아슐리안 주먹도끼는 나무를 가공하거나 동물의 가죽을 벗기고 해체하는 데 쓰인 다목적 도구. 끝을 뾰족하고 납작하게 만든 타원형 석기이다. 배 교수는 “동아프리카가 인류의 기원지라면 한반도는 동아시아 지역의 대척점”이라면서 “이번 발굴은 아프리카의 인류가 어떤 경로를 거쳐 아시아로 이동할 수 있었는지를 확인해 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배 교수팀은 일단 실크로드가 문명의 교통로라면 구석기시대에도 인류의 전파경로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동안 서구학계는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인류가 막연히 바닷가 루트로 퍼져나갔을 것으로 추측할 뿐 구체적인 관심을 갖지 않았다. 배 교수는 “카스피해 북쪽 그루지야의 드마니시 유적에서 180만년전 인류의 두개골이 발굴됐다는 보고가 있었다.”면서 “이번 발굴조사에서 구석기시대 인류의 흔적을 확인한다면 가설만 난무하는 상황에서 벗어나 실크로드를 통한 아시아 전파설에도 무게가 실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양대 문화재연구소는 국내 최초로 이뤄지는 이번 중동지역 발굴을 포함한 ‘페르시아 문화연구 프로젝트’를 지난해부터 수행하고 있다. 고고학은 물론 미술·종교·역사·사회학 등이 대거 참여해 이 지역의 문화변동 상황을 올해말까지 연구한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고진화, 대선후보 경선 출마 선언

    한나라당의 ‘미운 오리’격인 고진화 의원이 11일 대선후보 경선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고 의원은 이날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경선출마 기자회견을 갖고 “문명사적 대전환, 탈냉전 신국제 질서, 글로벌 무한경쟁이라는 격변의 시대에는 새로운 국가경영의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며 “낡은 패러다임과 결별을 선언하고 평화·화해·협력·창조적 미래를 설계하는 위대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소득 몇만달러, 경제성장률 몇% 하는 것은 수십년간 보아 오던 공약으로 운하건설·열차페리·해저터널 구성 등도 그런 성격”이라며 선두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비판했다.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녹색공간] 참살이로 지구를 구하자/이기영 호서대 식품미생물학과 교수

    지난 2일 130여개국 2500여명의 과학자가 파리에 모여 유엔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 회의를 마치고 확정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오는 2100년까지 지구평균기온이 최대 6.4도까지 올라가고 해수면이 지금보다 무려 59㎝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때문에 북극의 빙하가 사라지고 수많은 해안도시들이 물에 잠길 뿐 아니라 태풍이나 홍수, 가뭄 등 지구는 이상기후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된다. 물 부족이 심화되고 사막이 급격히 늘어나 지구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들이 살아가기 힘든 생태적 공황상태에 처한다는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경고가 담겨 있다. 그러나 인류가 앞으로 10년 안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 이하로 줄여, 현재의 380대에서 계속 증가하고 있는 이산화탄소 농도를 450 안에 묶어둘 수 있다면 이같은 재앙의 진행을 멈출 수 있다고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정점을 2015년까지 묶고 해마다 3%씩 줄여나가야 한다. 에너지절약을 위해 지구촌 가족들 모두의 큰 결심과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류 역사상 지구상에 사는 모든 인간과 생물계 전체에 대해 지구온난화처럼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은 아마 전무후무할 것이다. 이제 인류와 생물의 목숨은 앞으로 10년동안 인류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려 있다.1947년 과학자들이 핵전쟁 위험을 경고하기 위해 만든 지구종말시계(Doomsday Clock)는 지난달 17일 11시55분을 가리켜 파국인 자정까지 5분밖에 안 남은 급박한 상황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핵폭탄이나 테러보다 지구온난화가 더 큰 위협이 되었다고 한다. 만일 지금처럼 고급대형 승용차를 선호하고 큰 평수의 아파트에서 살길 원하는 환경파괴적인 가치관을 유지한다면 현대 인류문명은 죄없는 가여운 생태계와 함께 멸망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과학자들도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의 개발이 중요하지만 경제성 문제로 결국 관건은 에너지 절약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지구온난화의 진원지인 산업체는 회사의 사활을 걸고 에너지 효율을 높여 나가야 하고 우리 모두는 생활 속에서 에너지 절약과 검소한 생활을 실천해야 한다. 몇년전부터 웰빙(well-being)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몸과 마음의 건강과 행복추구 생활방식을 뜻하는 이 말은 식품을 비롯해 의류·가구 등은 물론 주택에 이르기까지 온갖 상품을 선전하는 데 쓰인다. 그러나 웰빙추구는 오로지 사용자의 건강과 편안함만을 고려할 뿐, 다른 사람이나 주변 환경에 대한 배려를 거의 무시하므로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우리 인류가 지구상에서 살아남고 행복해지려면 좀더 거시적인 새로운 삶의 방식이 필요하다. 자신의 웰빙뿐만 아니라 이웃의 웰빙, 더 나아가서는 지구의 안녕과 지속성까지 생각하는 삶이 바로 ‘지구의 미래를 생각하는 참살이’ 즉,‘로하스’(LOHAS: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이다. 미국 내추럴마케팅연구소(NMI)가 2000년 제시한 삶의 방식이다. 인간의 정신·육체적 건강과 함께 환경·사회정의 및 지속 가능한 소비에 큰 가치를 둔다. 독일처럼 환경을 중시하는 문화가 발전된 유럽에선 이미 로하스 상품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에너지 절약과 대기환경 개선 효과를 동시에 거두는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시내를 달리고, 친환경적인 유기농 농산물 매장이 증가한다. 외모보다는 피부건강을 지켜주는 천연화장품을 선호하고, 패션도 자연소재를 썼는지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모두 ‘지구의 미래를 생각하는 참살이족’이 되어 기상이변으로 풍전등화와 같은 위기에 빠진 인류문명과 지구생태계를 구하기 위해 검소하고 절약하는 친자연적인 생활을 해야만 한다. 이기영 호서대 식품미생물학과 교수
  • 극단적 미래예측/제임스 캔턴 지음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미래학자는 점쟁이나 예언가가 주는 단순한 안도감이 아니라, 미래에 대처하는 전략을 안겨준다. 비즈니스 컨설턴트인 제임스 캔턴 박사가 내놓은 2030년대 미래는 극단적이고 혁명적이다. ‘극단적 미래예측(제임스 캔턴 지음, 김민주·송희령 옮김, 김영사 펴냄)’은 세계미래연구소의 소장으로 30년간 세계 1000대 기업의 컨설팅을 해온 캔턴 박사의 구체적이고도 충격적인 가상 시나리오이다. 우선 25년안에 석유는 고갈된다. 캔턴 박사는 이미 세계가 석유중독에 빠졌다며 청정 재생에너지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15년이 되면 구직난이나 취업전쟁이란 말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때가 되면 무려 1000만개의 일자리가 주인을 찾지 못해 인재확보 전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게 그의 진단이다. 현재 보톡스가 휩쓸고 있는 의료 시장은 10년안에 유전자를 교환해 치료하는 시장으로 변모할 전망이다. 생명 연장이란 목표 때문에 DNA 한조각을 2만 5000달러에 사고 팔아야 할지도 모른다. 2020년 중국이 세계 2대 경제강국으로 부상한다는 가설은 그럴듯하다. 인류문명 역사상 전례가 없는 성장가도를 밟고 있는 중국은 앞으로 20년동안 미국 필라델피아보다 더 큰 도시를 매년 하나씩 건설할 것이라고 캔턴 박사는 말했다. 청바지 회사 리바이스는 중국 공장 문을 닫아버렸다. 중국인이 만든 짝퉁 리바이스501의 품질이 더 뛰어났기 때문이다. 현재 190억달러인 인터넷 광고시장은 2009년 1000억달러가 될 전망인데, 물론 중국이 가장 빠른 성장을 기록할 것이다.2025년에 중국이 세계에 자동차, 섬유, 의료기기, 약품 등을 팔아치우는 액수가 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됐다. 캔턴 박사의 가설은 믿기 싫더라도 위험한 낙천주의에 젖어 고통스러울 수도 있는 미래를 장기적 비전없이 맞아선 안 된다는 점을 일깨운다. 그의 말은 과거,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명제이다.436쪽.1만 9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책꽂이]

    ●안인희의 북유럽 신화(안인희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덴마크, 독일 등 알프스산맥 이북쪽에 전해 내려오는 북유럽 신화를 소개. 신화의 주인공들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다. 지혜의 신 ‘오딘’은 애꾸눈이고 재판과 맹세의 신 ‘티르’는 외팔이 신이다. 난쟁이도 등장한다. 신들은 거인 ‘이미르’가 죽고 난 뒤 그의 살 속에 생겨난 구더기로 난쟁이를 만들었다. 난쟁이들은 땅 속에 살면서 귀한 돌들을 모아 가공해 보물을 만드는 대장장이가 됐다고 한다. 책은 저주받은 반지가 난쟁이에게서 신들을 거쳐 거인 등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이어지는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 영화 ‘반지의 제왕’ 등 북유럽 신화가 문화산업의 콘텐츠로 활용된 현상도 다룬다. 전2권 각권 1만 3000원.●한국 상인(공창석 지음, 박영사 펴냄) 우리나라 최초의 대상인은 졸본 사람 연타발. 그로부터 신라의 진골 상인 김태렴, 해상왕 장보고, 개성상인에 이르기까지 한국 상인의 맥을 살핀 책. 저자(경상남도 행정부지사)는 조공설을 비롯해 발해견제설, 동대사 대불 개안 축하설, 무역촉진설 등 이 사절단의 성격과 관련된 견해를 소개한다.3만원.●섹스와 공포(파스칼 키냐르 지음, 송의경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 그리스인들이 섹스를 신격화했다면, 로마인들은 그것을 공포의 대상으로 여겼다. 그리스인들에게 섹스는 즐거운 파티였던 반면, 로마인들에게 그것은 ‘유사 죽음’과도 같은 것이었다. 공쿠르상 수상작가인 저자는 서구문명사는 성이 공포와 저주로 변질된 역사이며, 그 뿌리는 고대 로마시대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제국의 형태로 로마세계를 재정비하던 시기라고 주장한다.1만원.●피고인에게 술을 먹여라(서태영 지음, 모멘토 펴냄) 1985년 ‘인사유감’ 필화사건을 겪은 판사 출신 저자가 말하는 법조풍경 이야기. 암울한 시기 시국사범에게 거의 일정한 형량이 내려진 것을 빗댄 ‘정찰제 판결’과 전관예우 문제 등을 다뤘다. 저자는 ‘고통대행업자’인 변호사는 돈 받는 만큼의 괴로움을 각오해야 한다고 말한다.‘법률마트 시대의 휴머니스트 비망록’이라는 부제가 붙었다.1만원.●트랜스비평가 프레드릭 제임슨(애덤 로버츠 지음. 곽상순 옮김, 앨피 펴냄) 영·미권의 손꼽히는 포스트모더니즘 문화비평가이자 마르크스주의 학자인 프레드릭 제임슨. 그의 대표작 ‘정치적 무의식’을 통해 조명한다. 제임슨은 포스트모더니즘이 단순한 미학적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라 후기자본주의의 문화논리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1만 2500원.●제왕의 리더십(박종기 등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고려시대에는 측근정치가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국왕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펼칠 수 있는 부분이 조선에 비해 큰 편이었다. 고려시대 국왕은 빠른 정치적 결정을 위해 측근정치를 폈지만 포용력을 통해 그 폐단을 막을 수 있었다. 코드인사로 대표되는 현 정권의 지나친 자파세력 중심 정치운영은 광해군시절 ‘북인의 비극’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도 곁들인다. 한국사의 대표적 제왕들의 국가경영 양상을 살피고 있다.1만 8000원.
  • [강태규의 연예 in] 인터넷시대 변하지 않아야 할 것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이 구축되면서 어느새 새롭게 자리한 ‘생활의 발견’을 감지한다.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혁혁한 구매문화의 변화는 이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매장을 직접 찾아 물건을 보고 고르는 일은 어쩌면 아날로그 방식을 추억하는 일종의 의식 같다. 시간이 흐를수록 인터넷은 무소불위의 위력적 존재로 성장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부딪힘과 언어가 아닌 연산과 기호에 의해 걸어가는 세상…. 그리 오래 지난 일도 아니다. 시내 골목길마다 붙은 영화포스터를 보고 관람충동을 느낀 것도, 포스터 속의 배우를 내 책상앞으로 가져오고 싶던 충동도 지금의 10대들에게는 우스운 옛날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겠다. 지난해 10집 음반을 발표한 가수 신승훈이 1990년대 중반 음반을 발표할 때, 전국의 레코드 가게앞에는 음반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도 당연히 이해하기 힘들겠다. 불과 10년 사이에 변화한 우리시대의 자화상이다. 인터넷 주 소비층인 젊은 세대들에게 방송과 영화, 그리고 우리 가요 역시 ‘앉아서 골라보기’ 존재이다. 방영시간과 개봉일자, 발매시기는 의미없는 시간이다. 인터넷을 통해 언제든 다시보기가 존재하고 P2P파일 공유를 통해 영상물과 음악을 다시 접할 수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검색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탐색하는 일도 일상이 되었다. 새로운 창작품에 대한 설레는 마음과 절박함은 기술과 속도가 앗아간 지 꽤 오래 되었다. 그러나 편리한 기술과 속도 앞에 우리의 양심도 내놓았다.1999년 겨울, 대구에서 20년째 레코드가게로 생업을 이어가고 있던 어느 상인의 한숨 섞인 푸념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탁월한 기술은 당시 음반 주 소비층인 청소년들에게 어떤 방법을 불사하더라도 돈을 지불하지 않고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소장할 수 있는가를 적나라하게 가르치고 있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유명뮤지션의 음반이 나올 즈음 평소 하루 200장 정도 나가던 음반판매량이 거짓말처럼 뚝 그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알고 봤더니 정품 음반을 한장 구매한 학생이 컴퓨터에 내장된 CD라이터기로 수백장을 구워 친구들에게 실비로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음반재킷 디자인을 컬러프린터해 마치 정품과 유사한 형태로 복원한 채 말이다. 20년을 넘게 한자리를 지켰던 레코드 가게는 몇해 전 결국 대형 마트에 그 자리마저 내주고 말았다. 변화하는 기술과 전광석화 같은 속도가 인간에게 운명적으로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새로운 문명이 낳은 윤리적 문제를 응당 겪고 지나야 할 과정으로만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우리에게 너무 깊숙하게 파고들었다. 세상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아야 할 것들이 우리에게는 늘 존재한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 무슨 영화 볼까

    무슨 영화 볼까

    ■ 그놈 목소리 감독 박진표 주연 설경구·김남주·강동원 이 영화는 지난 1991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형호군 유괴사건’을 다룬 박진표 감독의 세번째 팩션 작품.SBS ‘그것이 알고 싶다’ 조연출 시절 이 사건을 다뤘던 감독의 “잡고 싶다.”는 메시지가 넘치는 영화. ■ 아포칼립토 감독 멜 깁슨 주연 루디 영블러드 이 영화는 마야 문명을 배경으로 가족을 지키려는 젊은 전사의 사투를 다룬 영화. 멜 깁슨이 원시부족의 생존 싸움을 또한번 진짜처럼 그렸다. ■ 사랑해, 파리 감독 구스 반 산트 외 주연 나탈리 포트만 외 이 영화는 유명 감독과 배우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매우 ‘경제적인 영화’. 감독 20명에 주연만 33명이다. 파리가 배경인 18가지의 사랑이야기. ■ 클릭 감독 프랭크 코라치 주연 아담 샌들러·케이트 베켄세일 이 영화는 워커홀릭 아빠들이 보면 뜨끔할 영화. 늘 일에 쫓겨 사는 마이클. 어느날 ‘내인생 내맘대로’ 조종할 수 있는 ‘만능 리모컨’을 얻는데…. ■ 스쿠프 감독 우디 앨런 주연 휴 잭맨·스칼렛 요한슨 이 영화는 런던에서 찍은 우디 앨런의 37번째 작품. 미국 기자 지망생 산드라, 연쇄 살인범으로 의심되는 영국 귀족남을 쫓다 사랑에 빠지는데….
  • 파라오의 비밀을 푼다

    Q채널이 27일부터 토·일요일 오후 10시에 파라오의 비밀을 밝히는 ‘파라오의 시대’를 방영한다. 기원전 3100년부터 약 3000년간 지속되면서 찬란한 고대 이집트 문명을 꽃피웠던 파라오 시대를 조명해 본다. 사상 최초로 상이집트와 하이집트를 통일하고 고왕국 시대를 연 제1대 파라오 나메르에서부터 기자의 대피라미드를 남긴 쿠푸왕, 불과 6세의 나이에 파라오가 된 페피 2세의 모습과 행적을 따라가 본다.
  • 2월 첫날에 만나는 3색 필름

    ‘미녀는 괴로워’ ‘마파도2’ 등 한국 영화의 강세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2월의 첫날 외화 세편이 동시에 도전장을 내민다. 서사 액션, 미스터리가 가미된 로맨틱 코미디, 가족애를 설파한 휴먼코미디 등 장르도 다양하다. 매력 포인트를 짚어본다. ● 아포칼립토-멜 깁슨표 대하서사시… 그러나 잔혹한 가혹한 운명에 맞선 고대 마야 전사의 이야기를 다룬 ‘아포칼립토’는 잔혹하고 폭력적인 장면 때문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작품이다. 마야문명이 번창하던 시절, 평화로운 부족 마을의 젊은 전사 ‘표범 발’은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다른 부족의 전사들이 침략해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표범 발’은 고대 마야도시로 끌려간다. 제물로 바쳐질 뻔하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그는 아내와 아들을 구하기 위해 필사의 탈출을 감행하고 적들의 집요한 추격을 받는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로 예수의 고난을 생생히 그려 스크린을 피로 물들였던 멜 깁슨이 원시시대 부족간 생존 다툼을 진짜처럼 그려냈다.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무명의 배우들을 캐스팅했으며, 배우들은 모두 고대 마야어로 연기했다. 비교적 보존상태가 양호한 멕시코의 열대우림 지역에서 촬영된 영화는 반 이상이 추격신이라 시종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그러나 펄떡이는 사람의 심장을 파내고 머리에서 피가 공중분사되는 등 적나라한 묘사가 많아 객석에서는 진저리 치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18세 관람가. ● 스쿠프-우디 앨런의 달콤쌉싸래한 블랙 유머 ‘스쿠프’는 요즘 인기인 카카오가 99% 함유된 초콜릿처럼 달콤하기보다는 쌉싸래한 맛을 안겨주는 영화다. 지난해 ‘매치포인트’로 관객을 매료시켰던 우디 앨런이 좀더 가볍게 포장해 들고 나온 작품. 로맨틱 코미디에 서스펜스까지 가미돼 보는 맛이 쏠쏠한 수작이다. 세상을 하직하고 황천길을 가던 기자 조 스트롬벨(이안 맥셰인)은 기막힌 특종거리를 듣게 된다. 그것은 바로 영국의 귀족남 피터 라이먼(휴 잭맨)이 악명 높은 연쇄살인범이라는 것. 특종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그는 참지 못하고 런던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는 미국인 기자 지망생 산드라(스칼렛 요한슨) 앞에 나타나 이를 알려준다. 산드라는 마술사 시드니 워터맨(우디 앨런)을 끌어들여 피터에게 접근하고, 점차 그에게 빠져들면서 갈등을 겪게 된다. 감독은 서른일곱번째 작품에서 맛깔스러운 대사와 넘치는 유머로 재무장해 관객을 원없이 웃겨준다. 세상에 완전범죄는 없다는 결말을 위한 마지막 반전은 다소 약하지만 용서할 만하다.12세 관람가. ● 클릭-우리네 가장의 비애… 내 인생 돌려줘 애덤 샌들러의 ‘클릭’은 제 몫은 충분히 하는 코미디 영화다. 할리우드 영화의 단골 소재인 일만 알던 가장의 개과천선이 주제. 내 인생 내 맘대로 살고 싶은 대리만족도 있다. ‘진주만’의 케이트 베켄세일이 아내 도나로 나오며,‘디어 헌터’의 창백한 영혼 크리스토퍼 월켄이 나이 지긋한 모습으로 마이클을 시험에 들게 하는 천사 모티로 나온다. 늘 일에 쫓기는 가장 마이클(애덤 샌들러). 승진이 걸려 있는 프로젝트 마감이 코앞인데 아내와 아이들의 불평은 끊이질 않는다. 그에겐 일상 자체가 복잡하고 귀찮다. 통합리모컨을 사러 쇼핑몰에 들른 그는 인생을 맘대로 조정할 수 있는 ‘만능 리모컨’을 얻게 된다. 아내의 잔소리는 음소거, 애완견 배변보기는 빨리감기, 얄미운 직장상사를 한방 먹일 때는 일시정지로. 그러나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었으니. 빨리감기를 반복해 눌렀더니 리모컨이 제멋대로 1년,5년,10년의 세월을 건너 뛴다. 어느덧 정신을 차려 보니 머리 허연 그의 곁엔 아무도 남아 있질 않았다. 성공 가도를 달려도 곁에 가족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교훈이 웃음 가운데 절절히 배어 있는 영화다.12세 관람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씨줄날줄] 정보전염병/육철수 논설위원

    아무리 문명의 이기(利器)라도 잘 써야 약이지, 못 쓰면 독이다. 첨단 정보화를 선도하는 인터넷은 대표적인 사례다. 일상생활에 편리한 것은 틀림없으나, 역기능도 만만치 않다. 워낙 전파력이 강해서 사소한 동영상이나 악성리플 하나가 생사람을 잡는 일이 수시로 벌어진다. 기업의 경우, 평판을 악화시켜 성패를 가르기도 한다. 정보화에 비례해서 개인의 프라이버시나 조직의 비밀에 대한 노출빈도가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해킹이나 피싱 사이트가 범람해서 범죄에 악용되고, 모텔·공중화장실의 몰래카메라 때문에 마음놓고 일을 보지도 못한다. 정치인과 유명 연예인들은 요즘 유행하는 손수제작물(UCC)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까딱 방심했다간 어떤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 무슨 곤욕을 치를지 모른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다보스포럼(WEF·1월24∼29일)에서는 날로 심각해지는 인터넷의 폐해를 우려하면서 ‘정보전염병’(infodemics)을 새 키워드로 다루고 있다고 한다. 기업을 정보전염병에서 보호하자는 취지에서다. 이 용어는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pidemics)을 합친 것으로, 컴퓨터 바이러스나 악성루머가 전염병처럼 순식간에 퍼지면서 갖가지 부작용을 낳는다고 해서 붙여졌다. 4년전 미국 인텔브리지사의 데이비드 로스코프 회장이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처음으로 이 용어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스(SARS)를 두 가지 개념의 전염병으로 보았는데, 하나는 생물학적 전염병이고 다른 하나는 정보매체에 따른 공포 전염병이다. 후자의 피해가 경제·사회적으로 훨씬 더 컸다는 점에서 세계는 이 용어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로스코프 회장은 정보전염병을 막는 특효약이 ‘신뢰성’이라고 했다.‘잘못된 정보’가 퍼지기 전에 조기경보체계를 가동해서 ‘확인된 정보’를 알리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말이 쉽지, 개인이든 조직이든 오도된 정보를 사전에 막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인터넷 사용자 하나하나가 정보전염병의 병원균이자 매개체임을 고려하면, 그들이 한결같이 성인(聖人)이길 바라는 것 외엔 달리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세계적 석학이 말하는 지구촌 전망] “태평양시대 아시아 경제공동체 필수적”

    [세계적 석학이 말하는 지구촌 전망] “태평양시대 아시아 경제공동체 필수적”

    |파리 이종수특파원|자크 아탈리(64)와의 인터뷰는 쉽지 않았다. 빡빡한 일정 탓인지 날짜를 확정한 뒤에도 시간대를 4차례나 조정해야 했다. 파리 기온이 처음으로 영하로 떨어진 23일(현지시간) 오후. 샹젤리제 거리 뒷골목에 있는 그의 사무실 옆 호텔 로비에서 만났다. 틀에 매이기 싫었던 듯 미리 보낸 질문지를 읽지 않았다고 했다. 자연히 ‘준비된 질문’과 ‘날 것의 대답’이 오갔다. 먼저 오는 31일 한국에서 강연할 주제를 물어봤다.“역사를 통해 한 국가가 어떻게 강국이 되며, 영향력을 유지하는지를 총체적으로 조명할 것이다. 이어 한국의 강점을 활용할 최선책과 약점을 극복할 방안을 다룰 예정이다.” 30년 전 그가 예측했다는 ‘태평양 시대’에 대한 조감도가 궁금했다.“세계의 중심이 되려면 미래 테크놀로지, 즉 정보기술(IT)·나노·에너지 기술 등을 확보하고 항구를 갖춰야 한다. 태평양 지역에는 이 조건을 갖춘 나라가 많아 일찍이 주목했다. 한국은 다방면에 잠재력이 있고 일본도 여전히 건재하다. 중국의 성장 잠재력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이런 성장잠재력을 실현하려면 아시아 지역의 공동시장 등 경제공동체 구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공동경제구역 구축을 가능케 하는 모든 것, 특히 유로화와 같은 단일통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물론 현실화되려면 상당 시간이 걸릴 것이다. 전 단계로 상품과 자본이 자유롭게 유통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 佛대선 전망 그의 ‘자상한 안내’에 힘입어 화제는 90여일 앞으로 다가온 프랑스 대통령선거로 넘어갔다. 가장 큰 관심은 중도우파인 집권당 대중운동연합의 수성이냐, 아니면 13년만에 사회당의 정권 탈환이냐였다. 진단은 신중했다.“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독립적 입장에서 관찰하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 집권당 후보가 늘 패배했기 때문에 우파 진영이 패배할 것이라고 전망할 수 있다.” 그러나 달라진 두 가지 정치 풍토가 변수라고 내다봤다.“이번 대선은 매우 특이하다. 유력 후보 2명 모두 처음 출마했다. 전례가 없다. 지금까지는 주요 후보 가운데 최소한 한 명은 대선에 출마했던 사람이었고, 출마 경험이 더 많은 사람이 이기곤 했다.” 사회당 루아얄 후보가 내세운 ‘참여 민주주의’는 그가 주창한 것이다. 그 인과관계를 묻자 “그녀와 7년 동안 일하며 잘 알게 됐다. 아주 친한 친구지만 우리 대화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웃음)고 말했다. 대신 ‘루아얄이즘’, 혹은 ‘루아얄 현상’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배경에 대해 “그녀는 참신하면서도 경험있는 인물이라는 두 가지 절묘한 측면이 어우러진 후보”라고 했다. #신음하는 EU 진단 동구의 노동인력 유입과 유럽헌법 부활 등 여러 문제로 신음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의 전망에 대한 ‘석학’의 진단은 어떠할까.“EU는 기이한 공동체이다.27개 회원국으로 확대됐고 단일통화도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크게 성공한 공동체다. 그러나 회원국 모두 정치적으로 통합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면서 ‘유럽연합 내의 연합’이라는 독특한 전망을 제시했다.“프랑스·이탈리아·독일·벨기에·네덜란드 등 몇몇 국가들이 EU 내에서 제한적 소규모 그룹을 형성하여, 공동 군사력을 갖추고 공동의 외교정책을 수립할 것이다. 이 형태가 내가 희망하는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EU헌법도 27개 회원국이 모두 참여하는 형태는 불가능하고 7∼8개국만의 공동헌법이 제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로운 노마디즘 화제는 지구촌 공통의 문제로 넓혀졌다. 그는 온난화, 물 부족 등 환경 재앙에 대해 준엄하게 경고한 뒤 ‘새로운 노마디즘’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곧 지구촌 인구의 대이동이 시작된다. 기후도 한 이유가 된다. 아프리카를 떠나 더욱 살기 좋은 지역으로 옮겨갈 것이다. 중국에서 러시아로 옮겨가는 인구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자원이 풍부하고 환경 보전이 잘된 시베리아가 살기 좋은 지역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러시아 국경은 인구 이동과 천연자원 확보를 위한 갈등으로 21세기의 거대한 분쟁 지역이 될 것이다.” #문명의 충돌 역설 중동과 유럽을 감싸는 이슬람과 서방의 긴장에 대해서는 낙관론을 폈다.“이슬람 인구는 10억에 이르고, 서방도 10억가량의 인구가 있다. 극소수의 광분한 이슬람그룹이 있지만 주된 흐름은 현대화·민주화로 간다. 이슬람교의 성향 자체가 민주주의와 대치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그래서인지 새뮤얼 헌팅턴이 진단한 ‘문명의 충돌’에 단호하게 반대했다.“그가 문명의 충돌을 이야기할 때 문명의 의미가 무엇이었는가. 이슬람 문명, 아랍 문명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슬람 문화·문명은 획일적이지 않다. 이것이 이슬람의 힘이다. 이슬람은 보편적인 종교이며 문명을 초월해 있다. 그것은 이슬람이 극도로 추상적인 종교이기 때문인데 이 점에서 이슬람은 특정 문명에 의해 정체성을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 #인류 미래 예측 다양한 각론을 거쳐 마침내 ‘인류의 미래’에 도착했다.“자본주의는 앞으로 3단계의 보편화 과정을 거칠 것이다.▲향후 20∼25년은 미국 주도 ▲한국 등 11개국 주도의 다극체제 ▲시장논리만 통하는 거대제국(Hyperempire)이 그것이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거대제국 단계에서 국가·민족·도덕은 의미가 없다. 이익만 추구하는 집단의 지배로 온갖 갈등이 분출하는 ‘대충돌(Hyperconflit)’시대가 온다. 그러나 그가 그리는 미래는 밝다. 인간은 늘 자유를 제약하는 모든 억압에 대항했듯이, 국제적 비정부기구(NGO) 등이 중심이 돼서 합리적 돌파구를 찾는 ‘초국적민주주의(Hyperdemocratie)’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vielee@seoul.co.kr ■ 자크 아탈리의 노마디즘 인생 |파리 이종수특파원| 경제학자·정치인·관료·저술가·사회운동가·소설가·언론인…. 자크 아탈리의 지적 여정이다. 읽기에도 숨가쁜 전방위 활동은 자신이 만든 말 ‘디지털 노마드(유목)’를 빼닮았다. 1943년 알제리에서 쌍둥이로 태어난 그는 한 곳에만 들어가도 수재로 통하는 프랑스의 그랑제콜 4곳을 졸업했다. 에콜폴리테크니크(공학), 에콜데민(토목), 정치대학원(정치학)을 거쳐 프랑스 최고지도자의 산실인 국립행정학교(ENA)까지 졸업한 뒤 소르본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공이 뭐냐는 질문에 “수학을 시작으로 역사·법학·경제학·철학·음악 등을 공부했다.”고 말했다. 지적 탐험은 끝이 없는 듯 “중요하다고 여긴 모든 것은 소화한 뒤 독서·만남·지적 자유를 통해 배웠다.”고 설명했다. 이공계와 인문사회학을 넘나드는 학문 탐험에 힘입어 활동도 전방위에 걸쳐 있다.1975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과는 경제 고문으로 인연을 맺은 뒤 1981년부터 엘리제궁에서 대통령 특보로 10여년간 활동했다. 그래서 ‘미테랑의 쌍둥이’란 별명이 붙어 다닌다. 숱한 ‘양지’에서 일하면서도 시민운동에도 적극 참여했다.1979년 비정부기구 ‘빈곤퇴치 행동’을 세웠고, 1989년 방글라데시에 ‘국제 수재 방지 행동프로그램’을 출범시켰다. 또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 은행 총재의 ‘소액금융’운동에 공감,1998년 프랑스에 플래닛 파이낸스(Planet Finance)를 설립하고 대표를 맡고 있다. 폴리테크니크·도핀대 등에서 경제학 교수를 역임하면서 40여권의 저서와 소설을 발표했다. 그의 저서 가운데 ‘마르크스 평전’ ‘미테랑 평전’ ‘호모 노마드’ ‘인간적인 길’ 등이 국내에 번역 소개됐다. vielee@seoul.co.kr ■ ‘비전 2030 글로벌 포럼’은 미국·일본의 비전·미래 전략을 검토하면서 한국의 ‘비전 2030’의 보편적 의미를 점검하는 행사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사장 이종오)가 주관하는 포럼은 오는 31일 기조 연설 및 환영행사,2월1일 한국·미국·일본의 미래비전 정책에 대한 집중 토론으로 이어진다. 구체적으로 ‘미래를 위한 세계의 준비’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구조’ ‘미래의 성장 동력 육성방안’ 등의 주제를 놓고 한국의 ‘비전 2030’에 해당하는 미국의 ‘해밀턴프로젝트’와 일본의 ‘21세기 비전’을 입안한 전문가들이 주제 발표와 토론에 참석한다. 아탈리는 “장기적 안목으로 자국의 미래에 대해 성찰하고 성장을 위협하는 요인을 숙고하는 나라는 매우 드문데 한국이 이런 행사를 마련한 것은 흥미롭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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