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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막 내린 상하이… 이제는 2012여수엑스포다

    막 내린 상하이… 이제는 2012여수엑스포다

    중국 상하이엑스포가 31일 폐막됐다. 190개국, 56개 국제기구가 참여하면서 역대 최대 참가기록을 갈아치우며 중국의 힘을 세계에 과시했다. 관람객은 7300만명에 육박해 1970년 일본 오사카박람회 최대 관람객 6400만명보다 1000만명 이상 많은 규모다. 한국관에도 700만명이 다녀갔다. 삼성·LG 등 12개 국내 기업관에도 관람객들이 몰리면서 높아진 코리아 브랜드 위상을 확인했다. 상하이엑스포가 막을 내리면서 관심은 2012여수세계박람회로 쏠린다. 금융중심지인 상하이와 달리 여수는 도시 규모나 지리적 입지조건이 열악하다. G20 정상회의를 개최한 선진국에서 갖는 박람회에 걸맞은 위상과 문화를 보여 줘야 한다는 이중부담을 안고 있다.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는 이러한 문제를 정보기술(IT) 강국의 인프라 활용과 충실한 주제 구현으로 풀어 갈 계획이다. 여수엑스포는 주제부터 새롭다. ‘더 나은 도시, 더 나은 삶’을 주제로 내건 상하이박람회와 달리, 여수박람회는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을 주제로 잡았다. 과학기술 등 문명 과시에 치중했던 일반적 경향과 달리 인류의 관심사인 바다를 주제로 삼은 것이다. 여수엑스포는 경제와 환경이 공존하고, 문화를 아우르는 새로운 신해양 녹색경제가 실현될 2050년 미래모습을 우리나라의 앞선 IT기술을 활용해 연출, 전시, 문화예술 행사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구현할 계획이다. ●IT로 줄서기도 최소화 특히 국내에서는 바다 위에 건설되는 주제관을 비롯해 바다 전시장, 바다 공연장을 조성하는 등 ‘바다’를 중심으로 열리는 최초의 박람회다. 역대 박람회가 ‘전시관’ 중심의 ‘관람’이 주요 콘텐츠였다면, 여수엑스포는 체험과 참여를 겨냥하고 있다. 콘텐츠가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오픈 플랫폼) 엑스포 디지털 갤러리(EDG)에서는 스마트폰으로 관람객이 전시물을 직접 채울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박람회 하면 연상되는 줄서기도 IT를 활용해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조직위는 박람회 입장권을 구매한 순간부터 예약은 물론 교통, 숙박, 관광 등 모든 분야에서 첨단 IT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통합서비스를 지원한다. 출발지에서 박람회장으로 오는 가장 빠른 길, 여행 중에 들를 관광지와 음식점, 가족에게 맞는 숙소 검색과 예약까지 원스톱으로 서비스할 방침이다. 박람회장 안에서는 휴대전화를 통해 시간대별, 관람객별, 혼잡도에 따라 가장 적합한 관람 코스를 안내한다. 강동석 여수엑스포 조직위원장은 “2012여수세계박람회는 모든 관람객이 즐겁고, 신나고, 재미있고, 유익하며, 돌아갈 때 때로는 격렬한, 때로는 잔잔한 감동을 마음에 안고 가는 행사로 만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현재 70여개국 참가의사 여수엑스포준비위는 100여개 국가, 5개 국제기구, 10여개 기업, 16개 지자체의 참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70여개국이 참가하겠다고 알려 왔다. 외국인 55만명을 포함해 모두 800여만명을 유치할 계획이다.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등 70여개국과 OECD 등 3개 국제기구가 참가를 공식 신청했다. 박람회장 공사도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 100개국이 전시할 국제관을 지난달 착공했다. 민자사업인 아쿠아리움, 엑스포타운, 고급호텔도 사업자 선정을 끝내고, 2012년 2월 완공을 목표로 공사 중이다. ●2012년 완공 준비 이상無 엑스포준비위는 엑스포 개막을 위해 민자사업비 7000억원을 포함, 2조 1000억원을 투자한다. 정부는 9조 8000억원을 들여 한국형 KTX(고속철도)를 비롯해 4개 철도노선, 전주~광양, 목포~광양 고속도로 등 6개 도로를 신설·확장하고 있다. KTX가 2011년 말 완공되면 서울~여수가 5시간에서 3시간 7분으로 단축된다. 8만t급 크루즈선과 국제여객선도 운항한다. 박람회 기간에 수도권 내국인과 일본, 중국 관람객이 크루즈 선박을 이용하여 바로 박람회장에 도착할 수 있게 된다. 숙박시설은 박람회장에 VIP호텔(282실)을 착공한 데 이어, 디오션리조트(141실), 경도해양관광단지(460실), 자산호텔(251실) 등이 공사에 들어갔다. 상하이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EMP 공격 땐 전 세계 암흑천지 재앙”

    한순간 도시 전체가 갑자기 암흑 속으로 빠져든다. 모든 전기제품은 먹통이 되고, 냉장고가 꺼진 집에서는 음식이 썩어간다. 인류가 만들어낸 문명의 이기들은 아무런 쓸모가 없어진다. 비디오게임이나 공상과학 소설의 한 장면이 아니다. 태양폭풍이나 핵폭발로 발생하는 전자 충격파인 ‘전자기펄스(EMP)’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USA투데이는 27일(현지시간) EMP의 영향이 전 세계를 순식간에 암흑천지로 만들 수 있다며 가상 시나리오를 소개했다. 특히 USA투데이는 EMP 공격의 가상 적으로 북한과 이란을 지목했다. EMP는 강력한 전자기파가 지구 성층권이나 대기 중에 있는 분자들을 분리시킨 뒤 한쪽으로 흐르게 하면 엄청난 수의 전자들이 지표면으로 내려오는 현상이다. 태양 흑점의 확대로 강력한 태양폭풍이 발생하거나 핵폭탄이 상공에서 터질 경우에 일어난다. 1962년 하와이 핵실험을 통해 처음 알려졌으며, 최근에는 북한이 핵폭발 없이 EMP 효과만을 거둘 수 있는 무기를 개발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을 낳고 있다. USA투데이는 “EMP는 전기 공급선과 변압기, 전원이 켜져 있는 모든 제품에 감당할 수 없는 양의 전자기파를 쏟아내면서 일시에 고장을 일으킨다.”면서 “미국이 보유한 핵폭탄 5000여개 중 하나만 터지더라도 미국 전체 전력망이 타격을 입게 된다.”고 예상했다. 미군이 EMP를 두려워하는 것은 사전 감지가 불가능한 데다 폭발 후 0.5~100초 사이에 인명 피해 없이 반경 수천㎞ 내의 모든 전자기기와 기반 시설을 마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11년 주기로 확대와 축소를 반복하는 태양의 흑점 역시 EMP 효과를 일으킨다. 강태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전자파그룹장은 “엄청난 전자기펄스를 방출하는 태양의 흑점 자체가 EMP 무기”라며 “인공위성들이 영향을 받아 고장나거나 수명이 짧아지는 현상이 여러차례 보고됐다.”고 소개했다. 하버드-스미소니언연구소의 유사프 버트는 “갈수록 강력해지는 태양 흑점의 변화 추이를 볼 때 EMP는 향후 10~100년 사이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헉! 소포 안에 미라가?” 볼리비아, 밀반출 적발

    잉카문명 때의 것으로 보이는 미라를 소포로 부치려던 여자가 경찰에 잡혔다. 남미 볼리비아의 경찰이 해외로 나가는 소포의 내용을 검사하다 미라를 발견, 압수하고 소포를 부친 여자를 체포했다고 현지 언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진공 포장된 미라는 프랑스 꽁삐에니으로 보내질 예정이었다. 볼리비아 경찰 관계자는 “유난히 덩치가 큰 소포가 있어 내용물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뜻밖에 미라가 나왔다.”고 말했다. 체포된 사람은 페루 출신 여성이다. 그는 “페루와 볼리비아의 국경도시 데사과데로에서 한 페루남자가 소포를 보내달라고 부탁했다.”면서 “내용물을 모르고 소포를 부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볼리비아 문화유산보호청 관계자는 “발견된 미라의 보존상태가 양호하다.”면서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는 정밀검사를 해야 알 수 있겠지만 잉카문명 때의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남미에서 발견되는 미라 중에는 잉카문명 때의 것이 단연 많다. 사회 엘리트 가족이 죽으면 미라화하는 잉카문명 때의 풍습 때문이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볼펜·워크맨·아이패드… 20세기 이후 최고 발명들

    볼펜·워크맨·아이패드… 20세기 이후 최고 발명들

    기기의 홍수 속에 한 제품이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소비자의 머릿속에 남아 있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26일 미 시사주간 타임 온라인판은 1923년 이후 출시된 상품 가운데 인류 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준 100대 제품을 추렸다. 1923년은 타임이 처음 잡지 발행에 들어간 해이자 현대화된 기기들이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한 시점이다. ●삼성 ‘업로어’ 유일한 국산 타임이 꼽은 100선에는 기기 문명의 새 장을 연 상품 여럿이 이름을 올렸다. 세계 최초의 상업용 휴대전화인 모토로라사의 ‘다이나택 8000’이 대표적이다. 1973년 마틴 쿠퍼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이 제품은 무게가 약 850g으로 다소 무거웠으나 건물 안에서 잠자던 전화를 밖으로 끄집어냈다는 점에서 혁명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일본 소니사가 만든 최초의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 ‘워크맨 TPS-L2’도 뽑혔다. 1979년 일본에서 선보인 이후 2억대 이상 팔렸다. 영어사전에 워크맨은 보통명사로 등재될 만큼 사랑을 받았다. 국산제품은 2001년 발매된 삼성 ‘업로어’(2001년 발매)가 유일하다. 하지만 선구적인 제품이다. MP3 파일을 재생할 수 있는 최초의 휴대전화로 음성 인식 기능 등은 당시로는 획기적인 기술이었다. 소니사가 1984년 내놓은 휴대용 CD 플레이어 ‘D-50’과 파나소닉사의 1998년 휴대용 DVD 플레이어인 ‘DVD-L10’ 등도 동종 기기 최초의 상품으로 100대 제품에 들었다. 최초는 아니지만 최고로 기억되는 상품도 적잖다. 애플사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가 2001년 판매를 시작한 MP3 플레이어 ‘아이팟’은 미국 오디오 하이웨이사의 ‘리슨 업’보다 5년 늦었지만 사용하기 편한 디자인과 대용량 저장 공간, 편리한 곡 구매 환경 등을 앞세워 지금까지 2억 7500만대나 팔려 나갔다. ●바람에 강한 지포 라이터, 70년 인기 반면 ‘리슨업’은 100대 제품으로 선정됐으나 고가인 탓에 판매는 거의 되지 않았다. 애플은 아이팟 외에도 스마트폰인 ‘아이폰’, 태블릿 PC인 ‘아이패드’ 등을 명단에 올려 위용을 과시했다. 아마존사의 전자책(e-book) 단말기인 ‘킨들’ 또한 최초는 아니지만 몇 초 안에 책 한권 분량의 데이터를 내려받는 등 혁신적인 기술로 인정받은 제품이다. 작은 아이디어로 편리한 생활을 가능하도록 만든 제품도 다수 포함됐다. 1932년 미국인 조지 블레이스델이 내놓은 ‘지포 라이터’는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는 점화 방식을 적용, 7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큰 인기다. 1938년 선보인 최초의 현대식 볼펜은 작은 압력을 주면 내부에 채워진 잉크가 나오는 방식으로 아직도 널리 쓰이고 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공정·도덕·희생의 그리스 로마 영웅들

    이쯤되면 부전여전(父傳女傳)이다. 지난 8월 별세한 소설가 겸 번역가 이윤기(1947~2010)가 기획·감수하고 딸 이다희씨가 번역한 ‘플루타르코스 영웅전’(플루타르코스 지음, 휴먼앤북스 펴냄) 제1권이 나왔다. 고인은 2000년부터 출간을 시작한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시리즈로 국내에 새로이 그리스·로마 신화 열풍을 불러일으킨 인물. 그간 출간된 1~4권 모두 200만부 가까이 팔리는 등 낙양의 지가를 올리면서 그리스·로마 신화 전문가로 필명을 날렸다. 이번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딸이 신화와 역사 사이에 자리한 그리스·로마 영웅들의 얘기를 책으로 엮었다. 책은 총 9권으로 예정된 시리즈의 첫 결실로, 고인이 ‘쉽고 친절한 번역’을 원칙 삼아 2003년부터 밑그림을 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은 설명이 필요없는 고전 중의 고전. 서구 사회를 지탱해 온 헬레니즘과 로마 문명의 유산인 정의와 공정, 도덕과 희생이라는 인문학적 가치들은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은 위대한 ‘헬라스’(고대 그리스인이 그리스를 지칭하는 말) 사람 1명과 로마인 1명을 짝지어 각 영웅들의 생애를 비교, 서술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1권에는 아테네의 건국자 테세우스와 로마의 건국자 로물루스, 스파르타의 입법자 리쿠르고스와 로마의 입법자 누마, 아테네에서 민주주의의 기반을 만든 솔론과 로마에서 공화국의 기틀을 닦은 푸블리콜라 등 6명의 영웅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역자가 머리글에 “책에는 독자들이 이미 알고 있을, 특히 정치인들이 자주 들먹이는 격언과 일화들이 자주 나온다. 책을 읽고 나면 그 격언과 일화들을 이현령비현령 식으로 아무 데나 갖다 붙이면 안 되는 이유를 알게 될 것”이라 적은 것도 그 때문이다. 1만 28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불완전한 세상 저버릴 수 없지” 현실 중심으로 역사·인간 고찰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2003년 작 ‘천국은 다른 곳에’는 폴 고갱(1848~1903)과 고갱의 외할머니 플로라 트리스탕(1803~1844)이 주인공이다. 소설의 한 장은 ‘체 게바라의 누님’으로 불린 여성혁명가 플로라의 이야기, 다음 한 장은 타히티섬으로 떠난 화가 고갱의 이야기가 교차한다. 소설의 두 축은 메두사의 두 얼굴처럼 따로 떨어져 있지만 하나로 융합된다. 요사의 소설은 두 축을 따라 큰 궤적을 그려 왔다. 하나는 초현실적인 것과 봉건적인 것이 기묘하게 공존하는 남미의 현실에서 비롯된 정치 소설이다. 흔히 남미 문학을 상징하는 용어인 ‘마술적 리얼리즘’이란 기괴한 개념은 식민주의의 잔재와 서구의 최신식 무기가, 미신과 가톨릭이 공존하는 남미의 현실을 가장 잘 형용하는 말이기도 하다. 요사는 환상과 현실을 뒤섞지 않고, 현실을 중심에 놓고 역사와 인간을 고찰하는 정공법을 추구했다. 요사의 문학이 초기부터 추구한 또 다른 축은 인간의 관능성에 대한 탐구다. 정치적 리얼리즘과 공존하는 요사의 에로티시즘은 재기 발랄하면서도 인간적이다. 요사의 에로티시즘은 타히티에서 어린 원주민 처녀를 비롯해 동성애도 마다하지 않으며 성에 탐닉했던 고갱의 심리에 대한 생생한 묘사로 빛을 발한다. 청년 시절 쿠바 혁명을 열렬히 지지했던 요사는 1971년 ‘파디야 사건’을 계기로 정치 이념을 선회한다. 파디야 사건이란 쿠바 혁명 정부가 시인 에베르토 파디야를 검열해서 자아 비판하게끔 강요하고 동성애자들을 박해한 일이다. 이런 정치적 성향으로 페루 대선에까지 출마했던 요사가 낙선 이후 처음으로 선보인 정치적 소설이 ‘천국은’이다. “가족이라는 성스러운 이름으로 여자를 사서는, 애 낳는 기계로 만들고, 짐 나르는 짐승으로 여기고, 게다가 후끈 달아오를 때마다 강제로 올라타는 짓거리가 기독교인으로서 못할 짓입니다.” 1842년 ‘공산당 선언’보다 한발 앞선 ‘노동조합’을 발표하고 프랑스 전역을 돌아다니며 위와 같은 위험천만한 자신의 생각을 알리다가 1844년 남편의 총격 후유증으로 사망한 플로라. 여성은 이혼할 권리조차 없었던 시대에 사생아로 태어난 그녀는 여성들의 해방을 위해서는 다른 피착취 대중들과 결속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세상을 바꾸려 했던 혁명가였다. 어린 시절을 요사의 모국인 페루에서 보낸 폴 고갱은 “진정으로 그림을 그리고자 한다면 우리가 겉에 걸친 문명이라는 허울을 벗어던져 버리고 우리 안에 있는 야성을 끄집어내야 한다.”고 확언했다. 19세기 예술계의 가장 유명한 스캔들 가운데 하나인 고갱과 반 고흐의 반목을 요사는 다음과 같이 생생하게 그려낸다. 1887년 고갱은 ‘미친 네덜란드 놈’(고흐)을 알게 되었는데 그는 “당신 그림은 아주 끝내주던데요. 붓이 아니라 자지로 그린 그림 같았단 말이오. 예술작품이면서도 죄덩어리로 보이는 그림들입디다. 나도 내 자지로 그림을 그리고 싶소, 친구.”라며 꼴사납게 끝장난 고갱과의 우정을 시작한다. 19세기 희대의 인물 두 명을 교직시켜 만든 요사의 소설이 말하고 싶었던 바는 다음의 문장이 담고 있다. “플로라 할머니는 정의를 찾아내려고 무진 애를 썼을 테지. 그렇게 유난을 떨어댔으니 겨우 마흔한 살 나이로 인생 종친 거잖아!…선택받은 한 줌의 사람들을 위한 지상 천국을 세우기 위해 이 불완전한 세상을 저버릴 수는 없는 일이야. 우리가 사는 이곳에서 이 세상의 불완전함에 맞서 싸워야 하는 거야.” 천국은 다른 곳에 있으며 정의나 유토피아는 모두 ‘미친 지랄’ 같은 것이라고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소설가는 말한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세상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한다고 요사는 주장한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비운의 조선 궁중무희 ‘리진’ 실존인물? 허구인물?

    비운의 조선 궁중무희 ‘리진’ 실존인물? 허구인물?

    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교수가 만든 용어 ‘팩션’(Faction). 사실(Fact)과 허구(Fiction) 사이의 줄타기를 칭하는 용어다. 그러나 아무래도 긴장은 있다. 역사학자들은 너무 나갔다고 혀를 끌끌 차고, 창작자들은 그 정도는 나가도 된다고 불만이다. 최근 끝난 MBC 사극 ‘동이’도 그랬다. 조선의 왕 숙종을 ‘깨방정’으로 그려내 신선하다는 평을 끌어냈지만, 반대편에서는 엄숙할 숙(肅)자를 쓸 정도로 근엄했던 군주 숙종을 칠칠하지 않게 그린 것을 모독으로 보기도 한다. 이번엔 리진이다. 리진은 구한말 한국 주재 외교관과 사랑에 빠졌다가 자살로 삶을 마감한 비운의 궁중 무희로 알려진 인물이다. 신경숙 등 유명작가의 소설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TV 다큐 프로그램 등으로도 소개되면서 실존인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완전히 가공된 허구인물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주진오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는 21일 서울 신촌동 연세대에서 열리는 국학연구회에서 논문 ‘파리의 조선 무희 리진의 역사성’을 발표한다. 먼저 헷갈리는 이름부터. 서울대 국문과 출신의 소설가 김탁환은 2006년 소설 ‘리심’을, 베스트셀러 작가 신경숙은 2007년 소설 ‘리진’을 발표했다. KBS가 2007년 내놓은 다큐 프로그램 ‘한국사전’에도 리심이 등장한다. 여인의 이름이 각각 다른 것은 신경숙은 불어 표기 ‘Li-Tsin’을 그대로 읽어서이고, 김탁환은 Li-Tsin 뒤에 붙은 ‘Fleur d’ame’(flower of mind)라는 설명을 ‘梨心’(리심)이라 풀어 읽었기 때문이다. 두 소설가는 프랑스 파리 등 현지 취재를 거쳐 역사적 인물을 복원했다고 주장하지만, 주 교수는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고 일축한다. 두 소설에 따르면 한국 주재 프랑스 공사였던 빅토르 콜랭 드 플랑시는 궁중연회 도중 리진이라는 아름다운 무희를 발견한다. 플랑시는 고종 황제에게 애원한 끝에 이 무희를 하사받아 프랑스로 함께 건너간다. 얼마 되지 않아 플랑시는 다시 조선으로 발령받아 돌아오게 된다. 두 사람을 못마땅하게 여겼던 조선 양반 홍종우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리진을 다시 궁중 무희로 일하게 한다. 프랑스의 자유문명을 이미 맛본 리진은 절망하며 괴로워하다 끝내 자살하고 만다. 두 작가를 비롯해 리진을 실존 인물로 보는 진영은 그 근거로 프랑스 외교관 이폴리트 프랑댕이 쓴 ‘한국에서’(En Coree)를 든다. 플랑시와 비슷한 시기 한국에 근무했던 프랑댕은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친구의 얘기’라며 이 책을 썼다. 후대 사람들은 이 친구로 실존 인물인 플랑시를 지목했고, 덩달아 리진도 실존 인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주 교수는 이 기록의 신빙성을 전면 부인한다. 우선 기록자인 프랑댕 자체가 신뢰가 가지 않는 인물이라고 주장한다. 역사기록에 따르면 고종 황제는 그를 불신임했고, 심지어 한국땅에서 활동하던 프랑스 귀스타브 뮈텔 주교도 “역량 있는 인물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게다가 프랑스 정부가 외교관 신상을 파악해둔 기록에는 플랑시가 미혼으로 나온다. 주 교수는 “외교관이 춤추는 궁중무희에게 반해 여자를 달라고 하는 것 자체도 당시 시대상에 비춰 봤을 때 난센스”라고 주장한다. 남녀분별을 중시했던 조선시대에 남자, 그것도 외국인 외교관 앞에서 여자 무희가 춤 추는 일은 없었다는 게 주 교수의 설명이다. 여성은 오직 내명부 행사에서만 춤을 선보였다는 것. 주 교수는 “자국 이익을 대표하는 외교관이 주재국 기생과 결혼한다면 이는 대형 외교 스캔들”이라면서 “뮈텔 주교는 당시 조선에 머물던 외교관들의 인품과 사생활 등을 낱낱이 기록해 뒀는데 그 어디에도 이런 센세이셔널한 스캔들 얘기는 없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공직 경력에 치명상을 입게 될 플랑시가 여자를 요청했다는 것도, 고종 황제가 이를 허락했다는 것도 상식 밖의 얘기”라고 덧붙였다. 리진을 궁중 무희로 되돌려 놓아 자살로 몰고 갔다는 사람이 홍종우라는 대목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주 교수는 지적한다. 홍종우는 개화파 김옥균을 중국에서 암살한 인물이다. 리진이 활동했다는 시기에 홍종우는 프랑스 유학비용을 벌기 위해 일본에서 일하고, 수도원에서 불어를 배운 뒤 김옥균 암살을 위해 중국까지 따라간다. 이 긴박했던 때에 ‘품행이 방정치 못한 궁중 무희’를 응징할 여유가 홍종우에게 있었을까. 조선을 아둔한 미개인의 나라로 간주했던 프랑스인답게 프랑댕은 여자 하나쯤은 외국인에게 아무렇게나 내주는 나라로 조선을 그렸고, 이를 오늘날의 우리가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다는 게 주 교수의 결론이다. 한마디로 19세기 프랑스의 오리엔탈리즘과 21세기 한국의 센세이셔널리즘 간의 잘못된 만남이 허구 인물 리진을 실존 인물로 둔갑시켰다는 것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글로벌 시대] 지도자의 도량과 국가 품격/민귀식 한양대 중국문제연구소 연구교수

    [글로벌 시대] 지도자의 도량과 국가 품격/민귀식 한양대 중국문제연구소 연구교수

    중국이 뿔 났다. 국가 안위를 저해하는 범법자 류샤오보(劉曉波)에게 노벨평화상을 준 것은 주권을 무시한 처사라는 것이다. 중국은 이를 서방의 저강도 공격이라고 보고 결기를 다진다. 즉각 주중 노르웨이 대사를 소환해 항의하는 동시에 양국 어업협상을 중단했고 추가 보복경고도 잊지 않았다. 중국이 앞으로 무슨 제재를 가할지는 알 수 없으나, 북유럽의 작은 나라를 상대로 한 위협은 격에 맞지 않다. 대국의 행동치고는 품격이 한참 낮다. 흔히 말하는 대국 기질과 최소한의 포용력도 보이지 않는다. 타국의 주권침해가 가장 큰 인권침해라고 보는 중국의 처지에서 할 말은 있을 것이다. 더구나 류샤오보가 중국정부에 대항하다 감옥에 갇힌 상황에서 노벨평화상을 받은 것은 중국을 당혹스럽게 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렇다고 보편적인 인권에 대해 주권을 앞세우고, 노벨상마저 서방의 음모로 보는 것은 협량한 도량을 드러낼 뿐이다.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가 특수한 조건에서만 성립된다는 논리는 ‘보편가치의 상대화’와 ‘국가주권의 절대화’를 위한 포장에 불과하다. 국가는 그 구성원들로부터 항상 비판의 대상이 되는 존재이다. 그래서 비판의 자유는 국가의 품격과 민주화의 척도가 된다. 특히 권력에 대한 지식인의 비판은 더욱 그러하다. 중국도 여느 나라처럼 역사적으로 지식인의 비판이 자유로울 때 융성했고, 지식인의 입을 막았을 때 쇠락의 길로 내달았다. 영토가 넓고 다수 민족으로 구성된 중국은 전통적으로 포용력이 큰 제왕을 숭상해왔다. 적장을 받아들이고 비판하는 사람을 측근으로 임명한 제왕 때 나라가 발전했고 문화도 융성했기 때문이다. 제나라 환공(桓公)은 자신에게 화살을 쏘아 맞힌 관중(管仲)을 재상으로 삼아 춘추 5패의 위업을 이뤘다. 당 태종은 자신을 죽이려던 형의 참모였던 위징(魏徵)에게 직언을 담당하는 간의 대부를 맡겨 중국에서 가장 찬란한 당나라 초석을 놓았다. 한나라 유방(劉邦)은 배신을 일삼던 옹치(雍齒)를 제후로 봉하는 도량을 보여 천하의 민심을 수습하고 최초의 문명국가 기틀을 마련했다. 이들은 모두 도량이 크고 비판을 겸허히 수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의 포용력이 있었기에 한나라가 지금까지 중국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 왕조로 인식될 수 있었고, 중국인은 차이나타운을 당인가(唐人街)라 부를 정도로 당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다시 고금을 비교해 보자. 약육강식과 힘의 논리만이 지배하던 춘추전국시대에 도덕과 인의로 군왕들을 질책하던 공자와 맹자는 얼마나 눈엣가시였겠는가. 그래도 그들은 멀리하지만 공경하는 태도를 보였을 뿐 감히 공맹(孔孟)을 핍박하지는 못했다. 그 당시가 살생이 일상화된 시기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지식인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상당한 수준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사회 분위기에 기반을 뒀기에 그 시기의 사상이 가장 발전했던 것은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군왕으로서 공맹의 논리는 국가를 위태롭게 할 수 있었기에, 오늘날 류샤오보의 행동이 국가안위를 위협한다는 주장보다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공자를 부활시켜 부상하려는 국가전략을 세운 중국 지도부의 도량이 자꾸 과거 군왕들과 비교되는 것이다. 봉건왕조 시대와 세계화 시대의 가치관 차이를 뛰어넘어서 봐도 이번 노벨평화상에 대한 중국 당국자의 반응은 너무 속이 좁아 보인다. 조화사회 구현이라는 정책목표나, 사람을 근본으로 삼는다(以人爲本)는 통치철학도 유교전통의 재현이다. 중국의 핵심 소프트파워 전략은 유교의 현대화를 통해 ‘평화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 각국에 공자학원을 세워 공자를 ‘평화 아이콘’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번 노벨상 수상에 대한 반응에서는 공자의 질책을 수용하지는 않을지라도 겸허히 들었던 군왕의 태도는 보이지 않는다. 아직은 무늬만 공자인가?
  • 가슴 먹먹한 감동·희망 담아

    가슴 먹먹한 감동·희망 담아

    11년 만에 세상의 빛을 본 시인의 언어는 ‘단순하고 단단하고 단아’(시 ‘3단’ 중에서)했다. 얼굴 없는 시인이었으며 스스로 ‘실패한 혁명가’라 부르는 박노해(53)씨가 1999년 ‘겨울에 꽃핀다’ 이후 처음으로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느린걸음 펴냄)를 출간했다. 10년 넘게 쓴 5000여편의 시 가운데 304편을 추린 시집은 560쪽으로 웬만한 소설책보다 두껍다. 시는 쉽고 소박한 언어로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감동적이고 희망찬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 신문로 ‘나눔문화’(박노해 시인이 이끄는 시민단체) 사무실에서 시집 출간을 기념해 기자들과 만난 박씨는 “1984년 첫 시집인 ‘노동의 새벽’ 발간 후 긴 수배 길과 지하 밀실 고문장, 사형 선고, 무기 교도소를 살아 나왔다. 시인다운 운명의 길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군사 정부의 금서 조치에도 100만부 가까이 팔린 ‘노동의 새벽’으로 박씨는 한국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 인물이 되었다. 1988년 자유의 몸이 된 그는 지난 10여년간 지구 곳곳의 가난과 분쟁의 현장을 찾아다녔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직후 전쟁터로 날아가 시작한 평화활동은 지금까지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인은 시가 출판되지 않은 지난 11년간에 대해 “슬프게도 길을 잃어버렸다.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고 싶지 않았다.”며 “하지만 10년의 침묵 정진 세월 동안 단 하루도 시를 쓰지 않은 적은 없다. 시가 없었다면 미치거나 자살했을지도 모른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깊은 밤 홀로 앉아 꾹꾹 눌러 쓰다 보면 숨죽인 통곡처럼 펜 끝을 통해 시가 흘러나왔다며 죽는 날까지 처절하게 시를 쓸 것이라고 말했다. 시인의 언어가 가 닿은 지점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 참혹한 전쟁과 테러의 현장에서 고대문명의 근원까지 거슬러 오르지만 그 말들이 결코 거대하거나 무겁지만은 않다. “나는 눈을 감고 스윽슥/ 아이폰 모니터를 벗기고 들어간다// 공돌이로 살아온 내 기억의 속살을/…아이폰 속의 반도체와 하드웨어와 모니터를 만드는/ 가난한 나라 가난한 공돌이 공순이들/ …유독한 화학물질과 방사선을 다루며/ 헥산 중독과 백혈병과 암에 걸려/ 스마트하게 버려지는 젖은 눈동자들”(시 ‘아이폰의 뒷면’ 중에서)처럼 잠깐 빌린 휴대전화의 뒷면에서 시인은 ‘보이지 않는 살인자들의 세계화’를 본다. “저 차가운 삼성 블루/ 일그러진 돈의 원 안에 들어가면/ 생명도 양심도 영혼도/ 우리들 살아 있는 미래도/ 하얘져/ 쌔하얘져”(시 ‘삼성 블루’ 중에서)와 같이 세계화된 자본 권력에 대해서는 비판의 시선을 놓치지 않는다. 그러나 시 대부분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만난 아이들의 눈동자, 부모로서 자식에게 해줄 것, 동네에서 열린 한국-베트남 돌잔치 등 생활에서 소재를 구한 ‘희망의 노래’ 들이다. 시인은 신간 시집 ‘그러니 그대’에 대해 지구 시대의 ‘노동의 새벽’이라고 정의했다. “지금 우리는 ‘주체의 실종’ 시대를 살고 있다. 돈이 있는 자나 없는 자나 삶이 없고 내가 없다. 40~50대는 언제 정리해고가 될지 모르고, 20~30대는 일다운 일자리가 없어 잉여인간이 되고 있다.”며 “달릴수록 영혼이 증발되고 ‘살아남기’가 삶을 잠식해 가는 ‘저주받은 자유’의 시대에 우리에겐 축적이 아닌 혁명이 필요하다.”고 시인은 강조했다. 이어 “2014년 출간을 목표로 삶의 총체적 진보 이념을 담은 책을 집필 중”이라며 “이 책을 내면 실패한 혁명가로서 마음의 빚을 다 갚고 자유롭게 행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낡은 흑백 필름 카메라를 들고 분쟁 현장을 누빈 시인의 ‘빛으로 쓴 또 다른 시’들은 오는 25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리는 사진전 ‘나 거기에 그들처럼’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티타임 즐기는 박제 새끼고양이들…가격 ‘수억원’

    스무 마리에 가까운 새끼고양이들이 오붓하게 모여앉아 정오 티타임을 즐기고 있다. 마치 문명화된 것 같은 이들은 안타깝게도 단발성 특별전시회의 작품으로 박제된 동물이다. 12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은 1800년대에 박제된 동물들을 빅토리아시대풍으로 꾸민 엽기 박제사 월터 포터의 작품을 소개했다. 새끼고양이들 작품을 포함한 대부분의 작품은 이미 7년 전 경매를 통해 수억여 원에 팔려나갔다. 특히, 두꺼비들이 등 짚고 넘기 놀이를 하는 것과, 경찰 쥐가 소굴 같은 술집을 덥치는 장면을 담은 작품은 각각 50만 파운드(한화 약 8억여 원)에 팔리기도 했다. 포터 작품의 열성팬인 예술가 데미안 허스트는 최근 런던의 앵초 언덕에 위치한 만물박물관에 작가 피터 블레이크와 포터 전시회를 열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는 20일부터 크리스마스 전까지 열릴 이번 전시회에는 포터의 가장 유명한 작품들 중 일부가 특별 전시되며 팬들의 찬조 작품들도 출품된다. 이번 전시회에 가장 커다란 작품인 ‘수탉 로빈의 죽음과 장례’는 눈물을 훔치는 미망인과 무덤 파는 올빼미를 포함해 영국 조류만 98종이 사용됐다. 이 작품은 지난 2003년 경매에서 2만3500파운드(한화 약 4000만원)에 판매됐다. 한편 영국에서 태어난 포터는 1835년 자신의 카나리아가 죽었을 때 처음으로 박제 컬렉션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의 작품은 당시 화제를 모았다. 포터의 가족은 1918년 포터가 사망한 이후, 웨스트서식스의 브람벌의 박물관에 전시했고, 브라이튼과 아룬델을 거쳐 콘월로 옮겨져 1970년대까지 전시됐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사설] 北 3대세습 김 정남의 비판·민노당의 침묵

    북한이 시대착오적 3대세습을 착착 강행하면서 해묵은 남남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최근 “3대세습에 대해 비판하지 않는 것이 나와 민노당의 판단”이라면서 논란에 불을 붙였다. 세습체제의 내부고발자 격인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조문에 대한 진보적 야권의 소극적 자세와 맞물려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우리는 북의 세습에 침묵을 지키는 것은 결과적으로 민족 구성원 전체에 해를 끼치는 일이라는 차원에서 온당하지 않다고 본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세습은 근·현대 세계사에서 전무후무한 일이다. ‘인민공화국’임을 내세우고 있는 북한 헌법에 비춰 보더라도 이만저만한 자가당착이 아니다. 문명사회의 보편적 기준에선 누가 봐도 봉건·독재적 발상이다. 힐 전 미국 국무부 차관보가 “중세에서나 있을 일”이라고 지적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죽했으면 김 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조차 “개인적으로 3대세습에 반대한다.”고 했겠나. 우리는 ‘김씨 왕조’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북 내부에서 엄청난 출혈이 있었음을 주목한다. 김일성은 박헌영의 남로당계열 제거를 신호탄으로 연안파·소련파 숙청에 이어 종국에는 자신의 직계인 빨치산파 대부분을 밀어내면서 김정일의 후계가도를 다졌다. 이른바 곁가지라며 이복동생들을 권좌에서 내쫓은 김정일 또한 장남을 해외로 떠돌게 하면서까지 김정은 승계 길을 닦았다. 그러나 내부 비판자가 ‘박멸’되면서 북한주민들의 인권과 민생은 도탄에 빠졌다. 주민 수백만명이 아사한 ‘고난의 행군’이 그 생생한 징표다. 사리가 이럴진대 북의 세습놀음에 마냥 입을 다문다면 맹목적 종북노선이라고 비판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게다. 민노당 일각에서 “북한과 대화하기 위해서”라는 핑계를 대고 있으나, 가당찮은 얘기다. 과거 미국은 구 소련의 인권문제를 끊임없이 비판했지만 대화는 계속됐고, 마침내 소련의 개혁·개방을 유도하지 않았는가. 평균적 사회구성원의 인권과 복지의 개선을 추구하는 진보인사들에게 강제수용소에서 주린 배를 움켜쥐고 있거나 목숨을 걸고 두만강을 건너는 북 주민들의 고난이 눈에 밟히지 않는다면 괴이한 일이다. 참진보를 표방한다면 세습체제의 폭정을 비호하지 말고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
  • [사설] 중국은 G2다운 국제적 행보 보여라

    그제 북한 노동당 창당 65주년을 맞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우호관계를 대대로 전해 내려가자.”는 요지의 친서를 보냈다. 김 위원장의 3남 김정은을 주석단에 세운 인민군 열병식을 떠올린다면 북한의 시대착오적 3대세습을 추인한 꼴이다. 자국민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반발하고 있는 사실과 함께 중국이 세계문명사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여서 매우 실망스럽다. 북한은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 등을 무대 장치로 삼아 김정은의 군권 인수를 공식화했다. 서방언론까지 불러들인, 계산된 세습 쇼였다. 하지만 김일성광장 무대 위에서 무표정한 ‘어린 왕자’ 김정은을 지켜보는 김 위원장의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라. 봉건시대에나 있을 법한, 이런 희화적 장면이 전세계 문명국가의 여론에 어떻게 투영됐을지는 불문가지다. 이처럼 퇴행적 ‘세자 책봉식’에 저우융캉 공산당 상무위원 등 대표단이 참석하는 등 중국이 유일하게 들러리를 섰다. 중국은 올들어 일본을 제치고 국내총생산(GDP) 세계 2위에 올랐다. 우리는 지난번 김정일 방중시 개혁·개방을 권고했다는 보도가 나올 때만 해도 중국의 달라진 국제적 위상에 일말의 기대감을 가졌다. 그러나 냉전 때 중국이 ‘항미원조(抗美援朝)’라는 명분으로 한국전에 뛰어들었듯이 아직도 북의 맹목적 후견국을 고집한다면 딱한 일이다. 경제력으로는 G2 반열에 올랐는지 모르지만, 국제사회 지도국으로선 자격이 미달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중국이 G2 위상에 걸맞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보여줘 세계적으로 호평 받는 선린이기를 바란다. 그러려면 북의 3대세습에 맞장구를 칠 게 아니라 자국의 인권 개선과 민주화에 눈길을 돌려야 한다. 말기적 증상일지도 모를 북의 세습 쇼와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이 얼마 전 원자바오 총리가 공언한 중국의 정치개혁을 촉진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 조선시대 바로미터 수라상과 상소문

    조선시대 왕의 일거수일투족은 어느 것 하나 사사로운 것이 없었다. 왕의 모든 행위가 정치요 통치행위였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쥔 왕의 일상에 대해 우리가 몰랐던, 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를 담은 책 2권이 나왔다. 통치자의 절대권력 뒤에 숨은 절대고독의 실상을 엿볼 수 있는 기회다. ‘왕의 밥상’(함규진 지음, 21세기북스 펴냄)은 조선 왕들의 밥상에서 정치를 읽어낸다. 밥상에 올라오는 음식은 대부분 각 지방에서 진상한 식재료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왕들은 식재료의 상태를 보고 지방 백성들의 상황을 미뤄 짐작해야 했다. 먹는 즐거움조차 온전히 개인적인 것일 수 없었다. 나라에 가뭄·홍수 같은 재난이 들면 왕은 반찬 가짓수를 줄이거나 아예 밥상을 물리는 감선(減膳), 또는 고기반찬을 올리지 못하게 하는 철선(撤膳)을 시행했다. 신하들의 당파 싸움을 다스리기 위해 이른바 단식투쟁인 각선(却膳)도 마다하지 않았다. 조선의 왕들은 절도 있는 식생활로 양생과 공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식(食)이념을 면면히 전승해 왔지만 연산군과 인종만은 예외였다. 연산군은 무절제하고 몰염치한 식욕을 추구했고, 인종은 반대로 고행에 가까운 거친 식사를 고집했다. 조성왕조실록에 나타난 스물일곱 왕들의 식습관과 통치 윤리를 접목한 대목은 흥미롭다. 왕의 밥상에는 어떤 음식들이 올랐을까. 조선 팔도에서 올리는 진상 및 공납으로 식재료를 조달하긴 했지만 뜻밖에도 외국에서 구입해 들여온 진기한 식재료나 민간에서는 먹지 못할 정도로 귀한 음식은 오르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왕의 밥상은 누가 차렸을까. 저자는 수라간의 주역은 남성 숙수들이었고, 궁녀들은 보조 역할을 맡았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1만 4000원. 조선의 신하들이 왕에게 문서로 올리는 의견을 상소라 한다. 상소문은 왕을 비롯한 몇몇 신하들에게만 접근이 허용됐던 정부의 공식문서였다. ‘왕에게 고하라’(이호선 지음, 평단 펴냄)는 상소문을 통해 조선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책이다. 상소문은 내용에 따라 간쟁, 탄핵, 시무, 사직 등에 관한 것으로 분류된다. 특히 간쟁은 왕의 결정이나 행동에 관해 지적하는 것인 만큼 왕의 노여움을 살 위험이 컸지만 조선의 신하들은 왕의 잘못을 논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왕은 상소문을 읽고 신하들과 논의해서 문제를 해결하거나 물리쳤다. 저자는 “이런 식으로 자기성찰을 제도화한 것은 동서양 어느 문명국에 견줘도 탁월했다.”고 말했다. 책은 조선왕조실록 중에서 태종과 세종조의 상소문을 중심으로 조선의 생활풍속, 정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자료들을 추렸다. 가령 1430년 9월1일 사헌부에서 올린 상소문은 왕의 의복과 궁궐의 일용품을 담당하는 관리의 감독 소홀로 왕의 허리띠 장식에 쓰이는 금과 옷감이 도난당한 사건과 관련해 관리의 파직을 청하고 있는데 최근의 ‘국새 논란’과 맞물려 묘한 여운을 남긴다. 1만 2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주말 하이라이트]

    ●특별기획 국가탐구 G20 제5편 인도(KBS1 토요일 오후 9시40분) 4대 문명의 발상지 중 하나로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는 나라 인도. 인도는 12억 인구 중 25세 이하 젊은 층이 60%나 되는 이른바 ‘젊은 나라’다. 미국 타임스가 선정한 대학 중 세계 3위인 인도 공과대학의 교육 현장을 찾아가 젊은 인재들을 만나 보고, 정보기술(IT) 업계를 이끌어가는 인도의 ‘실리콘 밸리’를 취재한다. ●장학퀴즈(EBS 토요일 오후 7시40분) 단순히 문제만 푸는 시절은 지났다. ‘퀴즈 상식은 물론이고, 순발력까지 갖춘 인재를 찾아라.’ 장학금 3000만원. 7연승 ‘퀴즈 지존’을 향한 숨 막히는 대결! 대한민국 퀴즈 프로그램의 혁명을 예고할 두뇌자극, 순발력 강화 퀴즈쇼 장학퀴즈. 과연, 챔피언은 누가 될 것인지 지켜본다. ●TV쇼 진품명품(KBS1 일요일 오전 11시) 크기는 작지만 형태가 아름다운 도자기 한 점. 표면에 회색빛이 돌아 분청사기 같지만 조선 초기에 만들어진 백자이다. 크기도 작고, 백자다운 뽀얀 빛깔도 지니지 못했지만 산화철을 이용해 음각으로 새긴 버드나무 문양은 우리나라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문양이라고. 작지만 알찬 백자유문병. 과연 그 가치는? ●욕망의 불꽃(MBC 토요일 오후 9시45분) 차압 딱지가 붙자 나영은 운명은 스스로 개척하는 거라며 짐을 챙겨 집을 떠난다. 준구는 차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석유운반선을 강탈하는 일에 끼어들고 그 와중에 사람을 죽이게 된다. 한편, 영민과 함께 울산으로 내려온 태진은 영민의 의사를 무시한 채 일사천리로 나영과 영민의 결혼을 추진한다. ●그것이 알고싶다(SBS 토요일 오후 11시10분) ‘임신거부증’은 원치 않는 임신으로 고통을 느끼는 여성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임신 사실 자체를 부정하고 임신하지 않았다고 여기는 것이다. 임신거부증의 실체를 밝히며 임신거부증에 의한 영아 유기나 살해와 같은 비극적인 일들을 막을 방법은 없는지 고민해 본다. ●다큐멘터리 3일(KBS2 일요일 오후 10시25분) 세계 4위 레스토랑의 창의 브레인으로 불리는 조르디 로카, 2003 올해의 프랑스 요리사로 선정된 미셸 트와그로, 디저트 요리의 권위자 루이지 비아제또, 벨기에 요리계의 독보적 존재 상훈 드장브르까지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스타 요리사들이 한식을 체험하기 위해 서울에 모였다. ●돌아온 판관 포청천(OBS 일요일 오후 10시20분) 구휼 감독을 명받은 포청천은 진주로 내려가 상황을 조사하고 참담한 백성의 현실을 본 후 법에 따라 방욱을 참수한다. 한편, 함공도에 살고 있는 오서 중 막내인 백옥당은 황제가 전조에게 내린 ‘어묘’란 별호를 못마땅하게 여겨 황궁에 침입해 황제의 옥패를 훔치고 서신을 남긴다.
  • [뉴 시티노믹스 시대-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① 미래를 만드는 도시계획

    [뉴 시티노믹스 시대-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① 미래를 만드는 도시계획

    ‘도시’의 시대다. 인류 문명의 발달사는 곧 도시 진화의 역사다. 오늘날 지구 인류의 절반이 도시에 산다. 우리나라만 해도 10명 중 8명이 도시에 살고 있다. 지난 9월 아시아개발은행(ADB)이 발표한 아시아 인구 현황에 따르면 한국의 도시화 비율은 81.5%로, 48개 아시아·태평양 국가 가운데 6위를 차지했다. 사회학자들은 2030년이 되면 도시인이 50억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3분의2가 도시에 살게 되는 것이다. 19세기 초까지만 해도 도시에 사는 사람의 비중은 전 인류의 10%에 불과했다. 200년 남짓한 사이에 인류의 고향이 대자연에서 도시로 옮겨진 셈이다. 도시의 발전이 곧 인류의 발전인 지금 도시는 과연 어떤 방향으로, 어떤 방식으로 미래를 개척해야 할 것인가. 서울신문은 12회에 걸쳐 특별기획 ‘뉴시티노믹스의 시대-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연재한다. ‘시티노믹스’는 도시(city)와 경제(economics)의 합성어로, 인류 발전의 토대가 되는 도시의 경쟁력을 확충할 다각도의 방안을 모색하는 도시경제학을 말한다. 특별기획을 통해 도시계획, 재개발, 문화, 기업 등 분야별로 특화된 유럽의 도시들을 해부하고, 서울을 비롯해 우리나라의 주요 도시들이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지 모색하고자 한다.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더 멀리, 더 깊게 봐야 합니다. 우리의 도시가 좀 더 살기 좋고, 좀 더 흥미진진하며, 좀 더 지속될 수 있고, 좀 더 인간적이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것을 해야 합니다. 2040년의 파리. 그것이 여기에 10개의 세계 최고의 건축집단이 모인 이유입니다.” 지난해 4월3일. 파리 트로카데로에 있는 샤이오궁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연설이 울려퍼졌다. 사르코지의 대통령 선거 공약이었던 파리 대개혁 프로젝트 ‘르 그랑파리’의 구체적인 비전이 첫선을 보이는 자리였다. 사르코지는 이 자리에서 “미래를 위해 더 이상 파리는 지금의 모습으로 남아선 안 된다.”며 파리 대개혁을 선언했다. 세계에서 가장 잘 계획된 도시이자 세계인들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아온 파리를 바꾸겠다는 사르코지의 도전은 무모해 보였다. 많은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에어컨 실외기 설치조차 금지될 정도로 개발이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는 파리에서 대규모 도시계획은 나폴레옹 3세의 제2 제정기 때인 1800년대 중반 G E 오스만의 대개조운동이 마지막이었다. 그랑파리 프로젝트를 위해 사르코지는 스스로 비전을 제시하는 대신 전 세계 최고의 건축가 집단 10개 팀을 초청했다. 크리스티앙 드 포잠바크, 장 누벨, 이브 리옹, 롤랑 카스트로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건축가와 도시계획가는 물론이고 네덜란드의 MVRDV 등 그야말로 드림팀이 총망라됐다. 이들에게는 1년의 시간이 주어졌다. 파리도시계획연구소(IAU)의 이코노미스트 오드리 슈라드는 “경제학자, 역사학자, 사회학자 등 여러 학문의 집단을 모아 사전조사를 진행하고 건축물이 아닌 파리라는 도시의 근본적인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하는 것이 주어진 조건이었다.”고 설명했다. 교통시스템, 주거환경, 신도시 개발, 상하수도 문제 등 도시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분석 대상에 올랐다. 10개 팀의 의견은 대부분 일치했다. 선을 그어놓고 더 이상 팽창하지 못한 파리는 이미 포화상태였고, 겉으로 보여지는 아름다움과는 달리 모든 면에서 제대로 된 도시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곪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10개 팀이 내놓은 해법은 천차만별이었다. 포잠바크는 단절된 신도시를 연결하기 위한 고가도로와 고속전철 도입을 제안했고, 안톤 그럼바흐는 “파리가 바다와 연결돼야 한다.”면서 4대강 프로젝트와 비슷한 물길 건설을 주장했다. 장 누벨은 파리 시내의 모든 건물을 한 개 층 이상 높이는 것이 주거난과 인구밀집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라고 내놓았고, 카스트로는 파리 시내 전역과 빌딩들을 녹색으로 물들였다. 프랑스 정부는 그랑파리를 전담하는 부처를 만들고, 10개 팀에서 공통점을 찾아 실제로 프로젝트를 발주하고 진행하기 시작했다. 특히 포잠바크를 디렉터로 한 AIGP를 구성해 그랑파리 프로젝트 참여 10개 집단이 매월 1~2회 정부와 함께 주제별로 구체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초안이 발표된 뒤 1년이 지난 지금 최소 6개 이상의 대형 프로젝트가 파리 내외곽에서 진행되고 있다. 슈라드 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단순히 제시하고 이끌어가는 도시계획이 아니라 계획과 합의도출, 시행에 이르기까지 사회 공동의 합의를 만들어 정권 교체나 패러다임 변화에도 탄탄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파리 박건형 순회특파원 kitsch@seoul.co.kr
  • ‘미녀감독’ 이사강 “인도 여자로 보낸 나날” (인터뷰②)

    ‘미녀감독’ 이사강 “인도 여자로 보낸 나날” (인터뷰②)

    이사강 감독은 오는 27일 개막하는 제4회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를 위해 공식 트레일러의 메가폰을 잡았다. 이를 위해 그녀가 로케이션 장소로 선택한 곳은 인도, 바라나시를 흐르는 ‘어머니의 강’ 갠지스였다. ◆ 인도, 문명이 시작된 이국적인 땅 이사강 감독이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 사무국으로부터 트레일러 연출 제의를 받은 것은 인도 출장을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트레일러를 만들고 떠날 시간적 여유도 있었지만, 이사강 감독은 인도 로케이션을 택했다. “출장을 앞두고 인도에 대한 이미지를 검색하던 중 바라나시라는 도시를 보게 됐죠. 때 묻지 않은 원초적인 이미지가 세상으로부터 초탈한 느낌까지 주는 곳이었어요.” 갠지스강이 흐르는 바라나시는 힌두교의 7개 성지 가운데 으뜸으로 꼽히는 인도의 고도(古都). 이를 배경으로 촬영된 이사강 감독의 ‘라이트 오브 마이 라이프’(Light of my life)는 어머니와 아들을 관통하는 빛을 통해 “가족은 존재만으로 서로에게 빛과 같은 존재가 된다”는 테마를 함축적으로 담아냈다. “바라나시의 갠지스를 보신 적이 있나요? 한편에서는 순례자들이 목욕재계를 하고 다른 한 편에서는 죽은 사람을 화장하여 그 재를 갠지스강에 뿌립니다. 일출이 유명한 그 곳은 과거와 현재, 한 가족의 일상과 죽음이 모두 공존하는 곳이에요.” 단 몇 분에 그치는 트레일러를 위해 이사강 감독은 “가장 단순하고 짧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런 의도를 충족시키기에 바라나시의 갠지스만한 로케이션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 이사강, 인도 여자가 다 됐다 인도에서 진행한 촬영이 힘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사강 감독은 “원래 불편함을 심하게 느끼는 스타일이 아니다”고 답했다. “고생할 거라는 걱정은 주변에서 더 많이 했죠. ‘우리 사강이가 잘 버틸 수 있을까?’ 물론 30시간 동안 기차를 타야했고, 화장실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끔찍했어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저도 물에는 손을 안 대고 있더라구요. 심지어 화장실을 다녀온 후에도.(웃음)” 그렇게 환경에 적응해 나간 이사강 감독은 “어느새 인도 여자가 돼 있더라”며 웃었다. 이사강 감독은 인도에서 보낸 특별한 나날을 사진으로 기록해 자신의 미니홈피에 게재했다. 인도 여인의 화사한 옷을 입고, 바라나시 강가에 선 이사강 감독의 일상사진들은 최근 네티즌들로부터 열광적인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인도는 정말 이국적인 나라에요. 인도의 느낌을 오롯이 담기 위해 특별한 연출을 의도하지 않았죠. 일출의 빛을 조명으로 이용했고, 영상 속에 출연한 이들은 거의 다 일상을 영위하던 인도인들입니다.” ‘라이트 오브 마이 라이프’를 통해 인도의 이국적 풍광과 갠지스강의 모성을 보여준 이사강 감독은 현재 첫 번째 장편영화 ‘블링블링’을 준비 중이다. “관객들의 마음에 와 닿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그녀의 바람이 실현될 날이 머지않았다. 서울신문NTN 박민경 기자 minkyung@seoulntn.com / 사진=이대선 기자, 이사강 미니홈피 ▶ 대통령 된 고현정, 쥬얼리도 최고급 ~▶ 죽음의 돈가스-최루탄 라면…‘살인적 매운맛’의 비밀▶ 日서 카라-브아걸 댄스교본도 등장▶ ’장난스런 키스’ 늪에 빠진 시청률 3가지 이유▶ 2NE1 트리플타이틀, 가요계 씁쓸한 자화상
  • [시론] 北 3대세습에 정부 대응전략 마련을/장성호 배재대 정치외교학 교수

    [시론] 北 3대세습에 정부 대응전략 마련을/장성호 배재대 정치외교학 교수

    북한의 ‘3대 권력세습’이 시작됐다. 작년 1월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정한 지 1년9개월여 만에 이루어지는 권력승계 구도이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28일 평양에서 열린 ‘북한노동당의 제3차 대표자회의’는 김정일 위원장을 김일성의 후계자로 공식화한 1980년 제6차 당대회 이후 30년 만의 최대 규모로, 2008년 8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에 대한 후계 구도를 공식화하려는 목적이 가장 컸다. 그러나 중세와 같은 전제군주제 국가가 아닌 이상 3대에 걸친 북한의 권력세습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혈맹이라는 중국조차도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다가 최근 들어서 마지못해 용인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공산주의 종주국이던 러시아와 중국마저 국가발전을 위해 시대에 맞는 체제로 변신했고, 개혁을 위한 개방도 전임지도자들에 대한 혹독한 비판을 통해 기꺼이 수용했음을 상기해 볼 때 동족으로서 안타까운 일이다. 또한 급격한 변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21세기 문명시대에 3대 세습체제라는 왕조적 전제정치를 보이고 있다는 것도 한민족의 비극이다. 더구나 북한을 최빈국이자 인권 유린국, 마약을 비롯한 슈퍼노트(위조 미화 달러)의 제조국 등 ‘글로벌 악동’으로 떠오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김정일 세습체제가 이미 정치적으로도 참담한 실패를 가져온 정치체제라는 점에서도 이러한 세습체제의 연장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북한은 1980년부터 극심한 경기침체로 경제난에 허덕이게 되었고, 1992년부터 아사자가 대량 발생하기 시작하여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부터는 식량배급까지 중단되는 등 최악의 상황에까지 가는 등 지구상 유례 없는 폐쇄적인 세습체제로 입증된 바 있다. 특히 2012년 정치·사상·군사·경제에서 강성대국을 완성하겠다는 김정일 정권은 세습체제 유지라는 정치적인 목적과 극심한 경제적 빈곤의 탈출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위해 핵무기를 보유했고, 이를 통해서만이 북한 세습체제의 안정화를 이룰 수 있다는 본말이 전도된 발상을 소유한 부도덕한 체제이다. 이 시점에서는 무엇보다도 북한정권과 주민들의 각성이 필요하다.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 인민의 정치가 바로 북한주민을 살리고 우리민족을 살리는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점을 하루속히 깨달아야 한다. 오늘날 우리가 향유하고 있는 민주주의가 공동체 구성원의 정치적 평등을 지향한 제도였다면, 이미 실패한 이데올로기로 판명된 사회주의는 구성원의 경제적 평등을 이루어 보려는 공상적인 이데올로기였다. 김일성 주체사상의 성(城)으로 둘러싸인 북한사회는 모두가 잘살 수 있다는 경제적 평등의 이데올로기적인 사회주의 명분에 편승, 세계에서도 유례 없는 세습족벌체제라는 기형적인 정치체제로 오늘날까지 북한체제를 지탱해 오고 있다. 우리는 만민평등의 민주주의 정치발전의 상징적인 역사적 징표로 1776년 미국 독립선언, 1776년 버지니아 권리장전, 1789년 프랑스 인권선언 등을 기억한다. 이 역사적 사건의 사상적 배경이 되었던 계몽주의사상가 로크의 주권재민에 바탕을 두고 자연법적 권리인 저항권을 명시한 ‘신탁통치론’이나 생명·자유·재산을 위한 천부인권(天賦人權)에 대한 최소한의 욕구를 자연법적인 권리로 보았던 세계 민주주의의 역사적 사실들은 오늘날 북한체제의 향배와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자못 크다. 도도히 흐르는 역사의 발전 속에 북한 주민 스스로 그들의 권리를 지켜내고 회복시켜야 한다. 또한 우리 정부도 북한의 민주적 개혁·개방과 통일에 대비한 경제적 인프라 구축, 3대 세습으로 더욱 예측 불가능해진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한 치밀한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21세기 세계화시대에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면하고 당당한 세계 속의 일원으로 웅비하는 한민족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 나가야 한다.
  • [시론]노들섬 예술마을 조성 갈등을 보며/한명희 이미시문화서원 좌장·예술원 회원

    [시론]노들섬 예술마을 조성 갈등을 보며/한명희 이미시문화서원 좌장·예술원 회원

    어쩌면 꿈은 삶의 존재의미이자 역사 발전의 추동력이랄 수 있다. 개인이건 국가건 내일의 꿈이 있기에 오늘의 역경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며 극복해 간다. 피란시절 부산의 천막교실에서도 우리는 내일의 꿈씨를 심어왔고,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도 우리는 담대하게 고속도로를 뚫고 중공업에 투자하며 내일의 꿈을 가꿔왔다. 바로 이같은 꿈의 결실들이 어떠했는지는 오늘날 우리사회의 발전상이 웅변으로 증언하고 있다. 하루 세 끼 입에 풀칠하는 데만 연연했다면 어림도 없는 일들이었다. 비록 온고(溫故) 없이 지신(知新)만을 앞세우고 법고(法古) 없이 창신(創新)에만 매달리는 세태가 되었지만, 진취적인 꿈(비전)이 얼마나 사회와 국가의 격을 탈바꿈시키는지를, 차제에 우리는 찬찬히 역사의 거울에 비춰볼 일이다. 유난히 길고 무더운 지난 여름, 그래도 한 줄기 꿈이 있어서 위안이 된 적이 있다. 서울시가 발표한 한강예술섬 조성사업이 곧 그것이었다. 명색이 문화예술계에 몸담고 있는 처지라서인지, 나는 노들섬의 예술단지 조성계획을 접하고 나서는 절로 동심으로 돌아가 동화의 나라를 들러보는 즐거운 공상에 빠져들곤 했다. 말하자면 오동씨만 보고도 제 흥에 겨워 춤을 추고 있었던 셈이다. 필경 ‘노들강변 봄버들 휘휘 늘어진 가지에다, 무정세월 한 허리를 칭칭 동여 매여 볼까.’라는 귀에 익은 가사의 ‘노들강변’이나 ‘한강수 타령’ 등이 각인시킨 골수의 정서 때문이지 싶기도 하고, 물산이 한양으로 모이던 수운(水運)의 시절, 노들은 물론 마포와 서강 일대를 주름잡던 선소리(산타령패)패들의 낙천적인 풍류문화가 부러워서 더욱 그랬던 듯도 싶다. 역사의 전개엔 우연도 필연도 있을진대, 노들섬의 예술단지 조성은 영락없는 보본반시(報本反始)의 필연적인 인연의 끈처럼 느껴진다. 그만큼 노들섬에는 다양한 역사적, 문화적 퇴적층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금강산의 모래알이 북한강을 흘러 백사장을 이루고, 정선골 아라리가 남한강 뗏목을 타고와 노들에 가락을 풀었듯이, 기실 노들섬은 갖가지 시대적 애환과 민담들이 얼기설기 서려 있는 민족정서의 보물섬이자, 문화예술창조의 텃밭이 될 안성맞춤의 최적지이다. 이같은 유서깊은 장소에 멋진 예술마을이 들어선다는 것은 부푼 꿈이자 신명 나는 청사진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최근들어 이같은 신명 나는 꿈단지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린다. 서울시와 의회 간의 시각차로 예술섬 조성에 큰 차질을 빚을 전망이라는 보도가 곧 그것이다. 한마디로 안타깝기 짝이 없다. 그동안 우리는 문화예술이 국가의 존망을 가르는 문화의 세기가 당도했다고 호들갑을 떨어왔고, 지금도 한류니, 스토리텔링이니, 콘텐츠 산업이니 하며 백가쟁명의 주장들이 시대적 화두가 되고 있다. 세상은 이처럼 쓰나 다나 문화의 시대로 재편되고 있는데, 아직도 한국의 대명사요 문화의 심장부인 서울시가 시대적 추세를 견인하고 선도하지 못하는 듯싶어 야속한 생각까지 든다. 세상만사에 절대진리란 없다. 각도와 판단에 따라서 주장이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들섬의 예술마을 조성 문제는 실현을 위한 방법론의 주장들이어야지, 행여 그들만의 내적 갈등이나 유명무실로 연결되는 시시비비여서는 곤란하다. 노들섬 프로젝트는 그만큼 많은 국민들이 염원하는 꿈의 설계요, 문화대국으로서의 국격과 자긍심이 걸린 엄중한 현안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동굴의 우상‘에서 벗어나 과감한 선각의 예지로 동북아의 문화, 아니 언필칭 아시아 시대라는 절호의 문명사적 조류를 향도하고 조율해갈 근사한 문화예술의 요람지 하나쯤 갖고 봄이 지당하지 않겠는가. 국사에 분망한 위정자들이시여, 꿈만 주면 더 바랄 게 없는 국민들에게 내일의 희망인 꿈이라도 제발 꾸게 합시다. 가뜩이나 세파에 시달리는 이웃들에게 남가일몽(南柯一夢)의 개꿈이나 안겨줘서는 서로가 민망하니, 청컨대 ’청풍이 서래(徐來)하는 가을 밤‘ 노들섬에 배 띄우고 완월장취(玩月長醉)하는 꿈이라도 좀 꾸어보게 합시다.
  • 경제학계의 ‘마더 테레사’ 어떤 정의를 이야기할까

    경제학계의 ‘마더 테레사’ 어떤 정의를 이야기할까

    경제학계의 ‘마더 테레사’로 불리는 아마르티아 센(77)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한국에 온다. 한국학중앙연구원(원장 김정배)이 주최하는 ‘2010 문명과 평화 국제포럼’ 기조강연자로 초청됐다. 센 교수는 29~30일 열리는 포럼에서 ‘세계문명과 국가의 경계’를 주제로 강연한다. 또 10월1일 세계석학 강좌에서는 ‘전지구적 세계와 정의’를 주제로 강연한다. 센은 199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인도 출신 경제학자. 그의 출발점은 후생경제학이었다. 빈곤과 기아에 시달린 조국 인도의 현실이 작용했다. 센이 중요시 여기는 개념은 ‘역량’(Capability). 개개인의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사회가 도와줘야 하고 경제학도 이를 위한 도구라고 본다. 개개인의 역량 발휘를 막는 제1의 적은 당연히 빈곤과 기아다. 그런데 요즘 빈곤과 기아는 생산력 부족보다 대개 정치적 탄압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센에게는 경제적 풍요 못지않게 정치적 자유가 중요하다. 남북전쟁 이전에 미국 남부 흑인 노예가 잘 먹고 잘 살았다는 추정통계치를 내놓은 미국 경제사학자 윌리엄 포겔의 주장에 대해 “설사 그렇다 해도 노예의 삶을 긍정할 수 있느냐.”고 반박한 것이 한 예다. 이렇게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의 상호 연관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박정희 덕분에 이만큼 먹고 살게 됐다.’, ‘그 시절 성장 좀 하려면 독재도 하고 고문도 할 수 있는 거 아니냐.’는 한국적 통념과 입맛에 들어맞는 학자는 아니다. 한국은 민주주의가 부족한 채 성장했기에 성장기에는 티가 나지 않더라도 정체기나 쇠퇴기에는 저소득층이 극한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사회, 다시 말해 저소득층의 역량 발휘 기회가 크게 훼손되는 사회라고 보는 쪽에 서 있기 때문이다. 센은 기조강연과 석학강좌를 통해 문명 간 갈등과 폭력을 불러오는 정체성론을 비판하고, 다양한 기회를 열어줄 수 있는 열린 세상에 대한 희망을 나타낸다. 학술대회는 전체 5개 세션으로 나눠 진행된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헨리 로즈몬트 미국 브라운대학 교수가 유교를 재조명하는 부분. 근대 자유주의가 이제는 사회정의를 침해하고 현 체제를 옹호하는 이데올로기로 변질됐다고 진단한 뒤 ‘관계의 윤리’를 내세운 유교를 되돌아본다. 마지막 세션 주제는 ‘경제위기와 동아시아의 새로운 경제 질서’로 정했다. 11월에 있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을 겨냥한 것으로, 다자 간 경제질서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사설] 3대세습 강행 北상황 안이한 대비 안된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기어코 3남 김정은으로의 권력 세습을 공식화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그제 김정은에게 인민군 대장 칭호를 수여했다며 이를 기정사실화했다. 어제 당대표자회에서도 유일 영도체계의 상속자를 가시화하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3대째 독재권력 세습은 근·현대 세계사에서 유례 없는 소극(笑劇)이다. 이로 인한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성에 철저히 대비할 때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째 권력승계는 민주화·개방화가 대세인 세계문명사의 흐름을 역류하는 퇴행이다. 봉건사회에서나 가능할 법한 ‘왕조 세습’은 세계 여론에도 희화적으로 투영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남북의 민족 구성원들에겐 웃어 넘길 블랙코미디일 순 없다. 북한주민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하는 비극의 전주곡일 수도 있는 탓이다. 그 조짐은 북한이 여전히 ‘선군(先軍)주의’의 깃발을 내걸고 있는 사실에서 읽혀진다. 북한은 이번에 김정일의 친여동생인 김경희와 그의 남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측근인 최룡해에게도 대장 칭호를 부여했다. 선군주의란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모토처럼 체제수호를 위해 군을 맨 앞자리에 두려는 발상이다. 혈족인 김경희·장성택 부부의 후견과 함께 선군주의의 깃발로 후계체제의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계산이라면 북한주민의 인권이나 기초생활 개선은 뒷전일 수밖에 없다. 당장 개혁·개방이나 비핵화를 택할 개연성은 희박한 셈이다. 이는 단기적으론 후계체제의 불확실성은 줄었지만, 중장기적으로 북한체제의 불안정성은 더욱 심화될 것임을 뜻한다. 속전속결식 후계구도 확립 그 자체가 김정일의 건강이상설을 뒷받침하는 징표이기도 하다. 그러지 않아도 누적된 경제난에다 배급체제의 붕괴와 화폐개혁의 실패로 북한주민들의 동요가 심상치 않다고 한다. 당·정·군 경력이 일천한, 20대 후반의 상속자 김정은이 끌고 가기엔 버거운 유산이다. 있을지 모를 북한발 소용돌이에 우리가 안이하게 대비해선 안 될 이유다. 차제에 한반도 정세의 급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북 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일각의 주장처럼 요란하게 레짐 체인지(북 지도부 교체)에 나서란 말이 아니다. 있음직한 모든 시나리오별 대응 태세를 조용히 완비하란 얘기다. 특히 북측이 후계체제를 다지기 위해 제2의 천안함 사태와 같은 의도적 긴장 조성에 나설 소지를 막아야 한다. 그러려면 인도적 지원이나 북의 개혁·개방을 촉진하는 협력에는 적극 나서되 군사적 도발에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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