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문명
    2026-06-24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9,152
  • [금요 포커스] 에너지 신산업과 합리적 가격 시그널/박주헌 에너지경제연구원장

    [금요 포커스] 에너지 신산업과 합리적 가격 시그널/박주헌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지난해 12월 12일 체결된 파리협정은 인류가 현재의 탄소 경제에서 저탄소 경제, 더 나아가 무탄소 경제로의 귀환을 선언한 세계 문명사적 사건으로 기록될지 모른다. 이제 어떤 나라든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우리나라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37%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다. 달라진 기후변화 대응 환경에 적절하게 대처하기 위해 우리의 경제 체질을 바꿔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마당에 저탄소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가혹한 현실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번 파리협정을 다른 측면에서 해석하면 새로운 에너지 시장의 무궁무진한 확장성을 의미한다. 에너지 기술의 발전과 정보통신기술(ICT), 사물인터넷(IoT) 등이 융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신재생 에너지원의 확충,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 다양한 에너지 서비스산업이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어디에서든 휴대전화 하나로 에너지 사용과 관리를 컨트롤할 수 있는 생활이 머지않아 보편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에너지 신산업은 온실가스 감축과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변화를 누가, 어떻게 주도해야 산업의 경쟁 우위를 선점할 수 있을까. 이 문제는 에너지 신산업을 어떻게 성장 동력화해야 하느냐와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다. 에너지 부문에서 가장 큰 변화는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한 전력 생산과 저장장치의 기술 발전, 더불어 수요자의 가격 반응을 통해 에너지 사용에 대한 원격 제어가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즉 소비자도 과거의 단순한 소비 주체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에너지 생산에 참여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형태로 바뀔 수 있다. 에너지 신산업은 이런 분야에서 파생되는 기술과 산업의 융복합화가 응용돼 하나의 새로운 사업 모델로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의 에너지 가격 시스템이 에너지 신산업 발전을 견인할 힘을 갖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에너지 신산업에서 찾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가격 시그널이 이를 유인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달되지 않는다면 소기의 성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기업이 움직이지 않으면 에너지 신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승화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에너지 신산업은 환경적 가치가 반영되거나 ICT를 적용해야 하는 탓에 비용 상승을 피할 수 없다. 특히 에너지 신산업과 관련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은 더욱 그러하다. 전력 공급 비용이 전기요금보다 더 높은데 사업자와 소비자가 새로운 사업 모델을 개발할 리 만무하다. 최근 외국의 여러 나라를 살펴보면 전기요금이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친환경 발전 설비의 증설, 송·배전망 설비의 유지와 보수 등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전기요금으로 충당하고 있어서다. 그 결과 소규모 태양광 발전을 통한 전력생산 단가가 전기요금보다 더 저렴해져 자연스럽게 소비자의 태양광 발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전기요금 상승이 전기 소비를 절감하거나 전기를 직접 생산해 판매 수익을 올리는 방향으로 유인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소비자도 전략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것이 에너지 프로슈머의 서막이고, 더 나아가 인터넷에 개설된 전력거래 플랫폼을 통해 개인이 생산한 전력을 다른 소비자에게 거래하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단순 문제가 아니다. 기존 전력회사에서는 전력수요 감소에 따른 수익 감소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자연스럽게 전력 시스템의 변화를 촉발하면서 분산형 전원을 중심으로 하는 전력 거래가 형성돼 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기존 전력거래 방식과 전기요금 수준을 유지하면서 에너지 신산업을 발전시키고 싶어 한다. 게다가 에너지 신산업과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 개발 등에서 스스로 확산될 수 있는 유인책은 별로 없다.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 신산업을 활성화시켜 새로운 융복합 산업의 영역을 선점하고 성장 동력으로 키우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제부터라도 가격 시그널이 에너지 신산업을 적극적으로 유인할 수 있는 합리적인 에너지 가격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노력부터 해야 할 것이다.
  • [사설] 신부 살해 IS 세계인의 이름으로 규탄한다

    [사설] 신부 살해 IS 세계인의 이름으로 규탄한다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전사를 자처하는 무장 괴한이 그제 프랑스 소도시의 성당에 침입해 신부를 살해했다. 괴한들은 미사를 집전하고 있던 84세 노()사제를 무릎 꿇리고 목을 벴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2명의 괴한은 성당 뒷문으로 들어가 자크 아멜 주임 신부와 수녀 2명, 신도 2명을 인질로 잡았고, 경찰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신도 한 사람도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세계 도처에서 잇따라 벌어지고 있는 IS 테러는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낸 것이 예사였다. 잦은 테러에 둔감해졌다고 그저 한 사람이 목숨을 잃은 사건으로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성당에 침입한 IS 세력의 신부 살해는 또 다른 종교 전쟁을 불러일으킬 도화선이 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가톨릭의 역사가 깊은 유럽은 이번 사건으로 반(反)IS 연대를 더욱 공고히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사국인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당장 IS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우리뿐 아니라 독일 등 다른 나라도 같은 처지에 있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IS가 ‘십자군 동맹’으로 지칭하는 유럽 국가들이 테러에 겁을 먹기는커녕 더욱 굳게 결속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 준다. 그런 점에서 IS는 테러로 잃은 것만 있을 뿐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해도 좋다. 프랑스 이상으로 커다란 충격을 받았을 교황청이 사실상의 종교전쟁으로 비화할 것을 우려해 절제된 성명을 낸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IS는 이번 테러가 유럽과 미주의 가톨릭과 기독교 국가의 국민뿐 아니라 종교를 불문하고 양식 있는 모든 세계인의 공분을 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나아가 통제 불능 상태의 테러가 결국은 자신들의 종말을 재촉할 뿐이라는 사실도 깨닫지 않으면 안 된다. 이번 사건을 포함해 IS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상당수 테러는 철부지 추종자들의 소행이다. IS는 그저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광신(狂信) 집단으로 낙인찍힌 지 오래다. 이제 문명 세계로 복귀할 마지막 기회마저 사라지고 있음을 모르는가.
  • 정부, ‘호찌민-경주엑스포’ 국제행사 승인

    경북도와 경주시가 베트남 호찌민시와 공동 개최하는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7’ 준비가 가속도를 내고 있다. 도는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우리 정부로부터 국제행사 승인을 받았다고 27일 밝혔다. 정부가 행사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제 신인도가 높아짐은 물론 행사를 위한 국비 지원 기반이 마련됐다. 호찌민-경주엑스포는 내년 11월 호찌민에서 ‘옛 바다를 통한 문명교류전’을 주제로 25일간 열릴 예정이다. 이로써 도와 시는 2006년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를 시작으로 2013년 터키 이스탄불에 이어 세 번째로 해외에서 엑스포 행사를 연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 2월 행사 공동 개최를 승인했다. 도는 오는 9월 호찌민시와 행사 개최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12월에는 현지 공동사무국 설치, 공동조직위원회 구성 등을 한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이번 국제행사 승인으로 행사 준비가 탄력을 받게 됐다”면서 “공연, 전시, 영상, 특별이벤트 등 30여개 다양한 문화·산업 관련 프로그램을 차질없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우리나라와 사회·경제 교류가 활발한 국가로 4600여 개의 기업이 진출했다.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포토]왕의 영혼을 사후세계로 이끄는 지하수로

    [포토]왕의 영혼을 사후세계로 이끄는 지하수로

    멕시코 국립인류학역사연구소 탐사팀은 25일(현지시간) 남부 치아파스주에 있는 팔렝케 유적지에서 왕의 영혼을 사후 세계로 이끌기 위해 만든 고대의 지하 수로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 사원은 마야 문명의 중흥기를 이끈 파칼 왕의 무덤과 피라미드가 있는 곳이다. 탐사팀이 지하 수로 입구에서 조심스럽게 흙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남녀가 모여 생일파티를 해?’ 이란, 청소년 150명 체포

    ‘남녀가 모여 생일파티를 해?’ 이란, 청소년 150명 체포

    이란 경찰은 올해에만 100명이 넘는 청소년 및 젊은 남녀를 ‘남녀 혼성 파티’를 연 죄목으로 구금하거나 채찍형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현지 타스님 통신의 25일자 보도에 따르면 최근 이란 경찰은 수도인 테헤란 인근에서 생일파티를 즐기던 남녀 청소년 150명을 현장에서 체포했다. 현지 지역 주민의 제보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파티가 열리던 한 공원을 급습해 현장에서 청소년들을 체포했다. 이란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남성과 여성의 접촉을 엄격하게 금지하는 가운데, 경찰은 이를 어기는 사람들을 단속하기 위해 여름이 시작될 무렵부터 다수의 공원 일대를 순찰해 오고 있었다. 테헤란 경찰서 소속 고위 관계자는 “공원에서 남녀 혼성 파티가 열린다는 제보를 받은 뒤 출동했다. 현장에서는 불법으로 녹음되고 제작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으며 남학생과 여학생이 한데 어우러져 생일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들은 모두 경찰서로 연행됐으며 재판에 넘겨지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테헤란에서는 지난 5월에는 젊은 남녀 약 30명이 한 장소에서 졸업파티를 벌이다가 적발돼 채찍 99대를 맞는 채찍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현지 경찰은 당시 이 파티에 참석한 여성 일부가 히잡이나 차도르를 착용하지 않은 반 나체 상태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서구 문명이 빠르게 진입하는 이란에서는 최근 이와 유사한 사례가 적잖이 발생하고 있는 추세다. 이달 초에는 온라인에서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이슬람 율법에 적합하지 않은 복장 등으로 모델 활동을 한 8명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란 경찰은 이러한 움직임을 감시하기 위해 지난 4월 사복 경찰 7000명을 고용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적발 사례는 더욱 늘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javarman/포토리아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美로 밀반출됐던 2500년 전 마야 유물, 반환 결정

    美로 밀반출됐던 2500년 전 마야 유물, 반환 결정

    2500년 전 찬란한 마야문명의 일부분이었지만 본의 아니게 타향살이를 해야 했던 유물들이 고향으로 돌아간다. 미국이 최고 10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마야유물 7점을 과테말라에 돌려주기로 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유물들은 수십 년 전 과테말라에서 밀반출돼 수집가에 팔린 것들이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22일(현지시간) 과테말라에 돌려주기로 한 마야유물 7점을 공개했다. 7점 중 덩치가 큰 4점은 BC 400~600년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세상과 지하세계의 연결고리를 상징하는 조각물로 추정되는 4점 유물은 과테말라의 엘페루라는 곳에서 누군가 훔쳐 미국으로 빼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3점엔 상형문자가 새겨져 있다. 전문가들은 과테말라 페젝스바툰 지방에 있는 마야신전 외벽에 설치됐던 달력의 일부인 것으로 보고 있다. 상형문자가 새겨진 유물은 최소한 14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된다. 유물을 확인한 로스앤젤레스 주재 과테말라 총영사관 관계자는 "공개된 유물은 과테말라 역사와 문화의 한 부분이 맞다"며 "돌려받게 된 유물 1점 1점이 모두 소중한 것"이라고 말했다. 과테말라는 돌려받는 유물을 마야유물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박물관에 영구 전시할 예정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FBI가 과테말라에서 밀반출된 유물의 존재를 알게 된 건 1970년대다. 과테말라에서 몰래 들여온 유물을 팔던 골동품거래업자가 덜미를 잡히면서 마야유물이 반입된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최근까지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유물의 정확한 출처를 확인할 수 없어 장물이라는 사실을 확증하게 어려웠기 때문이라는 게 FBI의 설명이다. FBI 관계자는 "유물을 소장하고 있던 수집가의 측근이 출처를 의심해 확인을 의뢰하면서 유물들이 과테말라의 2개 지방에서 도난됐다는 게 드러났다"며 "장물임이 확인되면서 유물을 돌려주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러시아 열기구 11일 6시간 만에 지구 일주했다고 주장

    러시아 열기구 11일 6시간 만에 지구 일주했다고 주장

     러시아 열기구가 단독에다 한 차례도 뭍에 내리지 않고 11일 6시간 만에 지구를 일주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러시아인 표도르 코뉴코프(65)가 조종하는 열기구가 호주 서부의 노섬 마을을 출발한 지 11일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고 그를 지원하는 스태프들이 주장했다고 영국 BBC가 24일 전했다. 워낙 러시아 체육계가 불신의 늪에 빠져있는 와중이라 방송의 보도 뉘앙스에 불신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방송은 만약 이 기록이 세계공중스포츠연맹(WASF)의 인증을 받으면 코뉴코프는 지난 2002년 미국의 억만장자 스티브 포셋이 똑같이 노섬 마을을 출발해 돌아오며 작성한 세계기록(13일 8시간)을 이틀 이상 단축하게 된다고 방송은 전했다. 포셋은 2007년 9월 네바다주에서 실종됐다가 1년 1개월 뒤 캘리포니아주 시에라네바다국립공원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비운의 주인공이다. 코뉴코프를 지원하는 존 월링턴은 “그는 안전하며 멀쩡하고 행복해한다. 놀라울 따름”이라며 ”세계기록이 경신된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는 출발했던 지점으로 정확히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가 비행한 항로는 호주를 출발해 뉴질랜드, 태평양, 남미대륙, 희망봉을 거쳐 인도양을 건너서였다.  코뉴코프는 헬륨과 더운 공기만을 연료로 사용하는 높이 56m의 이 기구로 비행하던 도중 가장 위험했던 순간으로 극지방의 제트 기류가 열기구를 남극으로 밀어붙인 순간을 꼽았다. ”남쪽으로 밀려나 인류 문명으로부터 멀어질까 무섭기만 했다. 매우 외롭고 외따로 된 것 같았다. 뭍도 없고, 비행기와 배도 없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올 美 대선, 주류 세력 ‘문명의 대전환’

    올 美 대선, 주류 세력 ‘문명의 대전환’

    미국의 주인이 바뀐다/안병진 지음/메디치/272쪽/1만 6000원 ‘이번 미국 대선은 이념과 정당, 그리고 정책 대결로 이해하면 안 된다. 문명사적 대전환과 충돌이라는 프리즘으로 새롭게 바라봐야 한다. 힐러리 대 트럼프 대결이 아니라 미국 건국 초기의 근대적인 문명의 틀과 주도 세력이 모두 바뀌는 대전환기로 이해해야 한다.’(7쪽) 올해 치러지는 미국 대선을 정책이나 정치인이 아닌 문명의 대전환이라는 관점에서 접근, 미국 문명이 새로운 도전에 어떻게 적응하며 세계적 리더십을 유지할지 전망했다. 대선을 앞두고 미국 정치는 그 어느 때보다 요동치고 있다. 진정한 변화를 요구하는 샌더스 열풍이 아래로부터 불었고, 여성과 이민자를 배제한 위대한 미국을 외치는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됐다. 저자는 “미국의 주류 세력이 바뀌고 있다. 이는 곧 문명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런 큰 흐름을 읽어야 미국 정치 지형 변화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저자는 당선 직후부터 연임에 이르기까지 오바마 집권기를 가능케 했던 원동력과 부침의 원인을 진단하며 미국 주도 세력이 변하고 있음을 조목조목 짚었다. 세대 담론에 산업적·인종적 관점을 더해 촘촘하게 논의를 전개했다. 제조업과 군산복합체 등에 기반을 두고 있는 전통적 주도 세력인 와스프(WASP·앵글로색슨계 백인 신교도) 문명이 황혼기에 접어들고, 정보통신기술(ICT)과 자유·평등 정신을 기반으로 하는 새 천년 세대(1981년 이후 태어난 성인들로, 현재 18세에서 34세 사이의 젊은이들)와 다인종 연합 세력이 부상하고 있다는 게 골자다. ‘배트맨’ 별칭인 ‘다크 나이트’, ‘트로이’ 주인공 ‘아킬레우스’, ‘아이언맨’(백만장자 토니 스타크), ‘헝거 게임’ 시리즈의 주인공 ‘캣니스 에버딘’ 등 영화를 통해 대중에게 잘 알려진 영웅들을 모델로 미국 정치인들을 분류한 게 흥미롭다. 오바마, 힐러리는 윤리와 권력 사이에서 고뇌하는 ‘다크 나이트’, 2008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였던 매케인은 신에 가까운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복고적 영웅 ‘아킬레우스’,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어마어마한 재력을 갖추고 기업국가를 추구하는 ‘아이언맨’, 힐러리의 경선 라이벌이었던 샌더스는 양극화에 분노하는 이들을 대표하는 ‘캣니스 에버딘’으로 구분했다. 저자는 “미국의 올 대선과 미래는 이 네 가지 영웅 모델들 간 각축전이 될 것”이라며 “각 영웅 모델이 상징하는 시대정신과 문명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21세기 新세계질서’ 美·中에 달렸다

    ‘21세기 新세계질서’ 美·中에 달렸다

    헨리 키신저의 세계질서/헨리 키신저 지음/이현주 옮김/민음사/460쪽/2만 5000원 모든 문명 속에는 세계 질서를 구축하려는 시도가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완전하게 성공한 세계 질서는 없었다는 게 사가들의 일관된 평가이다. 시민을 목표로 삼은 테러가 연발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협에 직면한 세계 질서. 위기를 돌파할 새로운 질서는 어떤 것일까. 지난 세기, 세계 정치의 격류에 가장 가까이 있었다는 전 미국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 역시 이 책에서 지금의 질서 판을 깨고 새 체제를 준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각각의 질서가 시대에 따라 어떻게 균형을 맞춰 왔고, 어떤 상태인지, 국가관계를 어떻게 형성해 가고 있는지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현대 ‘최고 외교 전략가’란 별명이 괜한 게 아님을 실감케 한다. 인류 역사를 되돌아보면 유럽과 이슬람, 중국, 미국에서 4개의 세계 질서 개념이 출현했었다. 하지만 따져 보면 어느 것도 보편적 동의를 얻지 못했다. 한마디로 실패한 것이다. 책의 장점은 그 세계 질서의 실패 과정을 역사적 관점에서 분석해 국가운영 전략을 제시한 점이다. 특히 갈등 해결을 위해 ‘힘의 균형’과 ‘정당성’이 뒷받침되는 세계 질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 돋보인다. 저자는 세계 질서와 관련해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이유를 이렇게 본다. “국제 체제에 대한 국가들 간 합의 가능한 정의 혹은 추구할 만한 가치의 공통이해가 부족하다.” 문제 해결을 이끌어 가는 원칙이나 한계, 혹은 최종 목적에 대한 주요 행위자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슬람 국가들의 경우 이슬람교를 믿지 않는 이들의 지역까지 세력을 확장하는 게 의무라고 여기는가 하면 중국인들은 2000년 동안 천하가 중국 황제의 속국이라 여겨 왔다. 미국 역시 스스로 ‘세계적인 등불’로 자신을 치켜세우며 여전히 자신들의 가치가 보편 타당성을 지닌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저자는 질서의 전환에 미국과 중국의 역할을 비중 있게 놓는다. “미국과 중국, 문화도 전제도 다른 두 거대한 나라는 모두 대내적으로 근본적 조정 과정을 거치고 있다. 두 나라가 경쟁관계,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협력관계로 바뀔지에 따라 21세기 세계질서의 중요한 전망이 형성될 것이다.” 외교 경험에 바탕한 중국·미국의 외교 차이점 부각도 흥미롭다. ‘외교문제를 미국은 실용적으로, 중국은 개념적으로 본다’ ‘미국은 한번도 안전을 위협할 주변세력을 가진 적이 없었지만, 중국은 늘 주변세력의 위협을 견디며 살아왔다’. 양국이 모두 스스로 ‘특별한 나라’로 여기는 만큼 적과 동지가 명백하지 않은 외교적 ‘애매모호함’은 이 지역 평화 유지에 긴요하다는 주장이 눈길을 끈다. 한국전쟁의 관련성도 들춰진다. 인천상륙작전 이후 북상 때 평양, 원산까지만 진격했다면 통일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방안을 추진했다면 중국 국경선에 가까이 가지 않으면서 북한의 전쟁 수행 능력을 대부분 파괴하고 북한인구의 90%를 통일된 한국에 흡수했을 것으로 본다. 한국전쟁은 미국과 중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공통입장을 갖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는 평가가 눈에 띈다. 중국은 한국전쟁을 통해 의도하지 않은 심각한 결과를 부를 전쟁에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는 것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서구의 인종차별 발명품 ‘황색 몽골로이드’

    서구의 인종차별 발명품 ‘황색 몽골로이드’

    황인종의 탄생/마이클 키벅 지음/이효석 옮김/현암사/348쪽/1만 6000원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살색. 흑인이나 백인의 살색은 어떤 색이라고 말해야 할까. 2000년 네 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특정 인종의 피부색을 표기하는 것은 차별행위’라는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2년 “크레파스와 수채 물감의 특정색을 ‘살색’으로 이름 붙인 것은 헌법 제11조의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기술표준원에 한국산업규격(KS)을 개정하라고 권고한다. 우리 사회에서도 살색은 오랫동안 ‘살구색’이 아니라 특정 피부색을 가진 황인종, 즉 우리 스스로 우리 몸의 색깔로 인식해 왔다. 그건 흑인이나 동남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이 내포돼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우리의 피부색이라고 생각하는 황인종이라는 말 자체도 뿌리 깊은 인종 차별의 단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이 책은 황인종이라는 단어의 생성부터 확산, 재생산, 전파 과정을 동서양의 다양한 문헌을 통해 되짚어 나간다. 그 과정에서 황인종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서구 중심적이고 자의적이며 폭력적인지 파헤친다. 황인종이라는 표현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17세기까지 서구인들은 아시아인들을 ‘진짜 백인’이라고 불렀다. 중세 초기 동아시아를 다녀온 기행문 작가들은 중국·일본인들에 대해 “우리처럼 백인이며 상당수가 무명과 비단을 입고 다닌다”고 기록했다. 포르투갈 관료였던 두아르트 바르보자는 “중국인 거상들은 백인이며 풍채가 좋았다. 그 아내들 역시 미인이지만, 남녀 모두 눈이 작았다. 남성들의 수염은 서너 가닥 정도가 났을 뿐”이라고 평가했고, 프란체스코회 선교사인 오도리크는 1330년 중국을 방문한 여행기에서 “잘생겼다”고 묘사했다. 딱히 피부색이 백인이라고 하기도 어려운데 왜 그랬을까. 당시는 피부색을 묘사한 게 아니라 유럽인의 이기심과 아시아에 대한 가치 평가가 반영된 것이었다. 특히 동아시아의 경우 아프리카나 인도와 달리 양말과 신발을 신는 등 세련된 문화를 갖고 풍요롭게 살고 있어 유럽인처럼 ‘문명화’가 가능하다는 의미였다. 유럽의 ‘대항해 시대’ 초기에 동양에서 백인 기독교도를 발견하고 싶어 하는 유럽인의 욕망이 투영된 것이라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검은색은 더러움과 사악함으로, 죄와 우상 숭배의 의미를 응축하고 있었고, 백인종의 흰색은 순수한 색상으로 여겨졌다. 서구인들이 아시아인에게 황색을 덧칠하기 시작한 건 18세기 ‘생물 분류학’이 등장하면서다. 칼 린네는 1735년 ‘자연의 체계’라는 저서를 통해 인종을 유럽인, 아메리카인, 아시아인, 아프리카인 등 네 가지로 분류했다. 초판에서 아시아인의 피부색은 ‘어두운 색’으로 표현했지만 10판에 이르자 돌연 질병의 색깔을 가리키는 ‘누런’, ‘창백한’, ‘송장같은’ 등 다의적으로 해석되는 단어가 등장한다. 바로 ‘황인종’의 첫 탄생이다. 서구에서 황인종이라는 단어가 급속히 확산된 건 독일의 해부학자인 블루멘바흐가 1795년 ‘몽고인종’이라는 새로운 인종 범주를 발명한 게 계기가 됐다. 서구 중심의 인류학은 아시아에 대한 혐오와 부정이 덧씌워지면서 황색과 몽고인종이 결합한 ‘황색 몽골로이드’로 정립됐다는 게 저자의 연구다. 아시아인이 몽골 계통의 황인종으로 자리잡는 데는 역사적으로 채 200년도 걸리지 않았다. 유럽은 나치 독일이 게르만 민족의 우월성을 우생학으로 정당화한 것처럼 ‘백색’을 순수한 혈통으로, 그 이외의 피부색은 열등한 존재로 여기는 오만을 드러냈다. 대표적인 사례가 몽고눈, 몽고점, 몽고증(다운증후군) 같은 단어다. 동아시아인만의 특징이 아닌 보편적인 현상인데도 말 속에 ‘미개함’이라는 낙인을 찍기 시작한 것이다. 몽골 정부가 세계보건기구에 항의했지만 불과 30여년 전의 논문에도 “다운증후군을 앓는 아이들은 몽고인처럼 생겼다”고 적었다. 과학적으로 인류의 유전자는 인종에 관계없이 99.9% 일치한다. 저자는 “황인종이라는 말은 자신을 타인과 다르다고 구분짓고 차별시한 배척의 역사를 담은 표현”이라고 지적한다. 근대 유럽의 이 같은 경계 짓기는 인간을 피부색으로 범주화하고, 위계화한 야만과 폭력의 잔재로 이해된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페루 마추픽추에서 발견된 미스테리 벽화

    페루 마추픽추에서 발견된 미스테리 벽화

    잉카제국의 비밀을 안고 있는 페루의 유적 마추픽추에서 고대 벽화가 발견됐다. 새롭게 발견된 벽화는 위치와 색깔이 지금까지 마추픽추 인근에서 발견된 벽화와는 달라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현지시간) 페루 마추픽추 국립공원에 따르면 최근 발견된 벽화는 2점으로 마추픽추 성채로 가는 길이 놓여 있는 파차마마라는 곳에 위치해 있다. 성채로부터 약 도보로 약 10분 지점이다. 1911년 마추픽추가 세상에 알려진 뒤로 지금까지 마추픽추에선 벽화 20점이 발견됐다. 그러나 이번처럼 성채에 근접한 위치에서 벽화가 발견된 건 처음이다. 페르난도 아스테테 국립공원장은 "공중도시에서 이처럼 가까운 곳에 벽화가 있었다는 사실은 그간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위치상 매우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색깔도 지금까지 발견된 것과는 달랐다. 새로 발견된 벽화는 사람과 알파카 등을 그린 것으로 보인다. 그림의 높이는 약 15cm 정도다. 특이한 건 검정색으로 그린 벽화는 처음이라는 점이다. 앞서 마추픽추에서 발견된 벽화는 모두 황토색으로 그린 그림이었다. 벽화에 따라 노란색에 가깝거나 오렌지색에 가까운 차이는 있었지만 계열은 모두 황토색이었다. 완전히 다른 색으로 성채에 가까운 곳에 그린 벽화가 특별한 주목을 받는 이유다. 이미 일각에선 벽화가 마추픽추 공중도시가 건설되기 전에 그려진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마추픽추 국립공원도 이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아스테네 원장은 "마추픽추가 잉카제국의 도시였고, 주변에서 발견된 무덤도 잉카문명의 것인 게 확인된 만큼 이번에 발견된 벽화도 잉카문명의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 전에 그려졌을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마추픽추 국립공원은 벽화의 기원을 확인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연구진에게 벽화를 분석하도록 할 예정이다. 현지 언론은 "검은색 벽화가 마추픽추에 또 다른 미스테리가 될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사진=마추픽추 국립공원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서울시의회 이명희의원 국학원서 ‘국학 진흥 공로’ 감사패 받아

    서울시의회 이명희의원 국학원서 ‘국학 진흥 공로’ 감사패 받아

    서울시의회 이명희 서울시의원(새누리당, 비례대표)이 7월 20일 서울국학원 주최로 서울시 신청사 지하2층 시민청 이벤트홀에서 열린 ‘서울시민 역사문화 콘서트’에서 감사패를 전달 받았다. 서울국학원측은 “이명희 의원님께서 우리의 고유한 전통문화를 창달하고 올바른 역사를 알리는 국학 진흥활동을 지속적으로 후원해 오셨기에 그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이 감사패를 드리게 되었다”고 전했다. 이명희 의원은 서울시민역사문화 콘서트에 앞서 축사를 통해 “우리민족의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고자 청소년에서부터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시민을 상대로 역사강좌와 역사현장 답사 등의 프로그램을 꾸준히 펼쳐온 국학원의 활동을 치하”하는 한편 “2000년 역사도시 서울 추진사업에 시민이 올바른 역사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시민교육과 홍보에 함께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서울시민 역사문화 콘서트는 서울시와 참한우리역사모임의 후원으로 서울국학원이 주최하며 2016년 7월 6일부터 12월 14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2시에 서울시민청에서 개최되고 있다. 프로그램은 ‘요하문명의 발견과 중국의 상고사 재편’ 등 고대사에서부터 ‘조선후기 서울의 모습’ 등 18개 강좌와 3회의 현장답사로 이루어져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지혜는 시간과 더불어 온다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지혜는 시간과 더불어 온다

    “최선의 무리들은 신념을 잃었고, 최악의 인간들은 열렬한 격정에 차 있다.”(The best lack all conviction, while the worst/Are full of passionate intensity.) 아일랜드 시인 예이츠(1865~1939)의 시 ‘재림’(The Second Coming)에 나오는 유명한 시구이다. 얼마 전, 봄이었다. 미국 CNN 방송에서 독일 순방 중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을 생중계했었다. 집에서 무심코 텔레비전을 틀어놓고 잘 알아듣지 못하는 영어를 대충대충 따라가다 내 귀가 번쩍 놀랐다. 그 특유의 정확하며 재기발랄한 영어로 이슬람 테러리스트 세력인 IS의 위협을 언급하던 오바마의 입에서 내가 즐겨 외우던 시인의 시구가 흘러나왔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대충 이런 맥락이었다. ‘예이츠 시인이 말했듯이 오늘날 우리 중에 가장 나은 인간들은 신념을 잃었고, 최악의 인간들은(IS는) 열렬한 격정으로 가득합니다.’ 악에 맞서 싸우면서 신념을 잃지 말자, 우리는 IS를 격퇴할 수 있다는 미국의 자신감을 세계에 천명하는 게 오바마 대통령이 예이츠를 인용한 이유일 것이다. 역시 오바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죽은 시인의 시를, 내가 좋아하는 (살아 있는) 남자의 육성으로 만나는 즐거움은 각별했다. 내 눈과 귀와 감각이 오랜만에 호강한 날이었다. ‘재림’은 예이츠의 후기 작품 중에서 유독 난해하며 기독교적 상징이 풍부해 사실 나는 그 시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마지막 낭만주의자이며 최초의 모더니스트로 불리는 예이츠의 시 세계는 아주 깊고 넓다. 유치한 사랑노래에서부터 ‘이니스프리 호수’처럼 낭만적인 자연 찬미 그리고 짧은 경구 같은 시, 시대와 문명을 아우르는 ‘재림’이나 ‘1916년 부활절’에 이르기까지 취향에 따라 골라 즐길 수 있다. 유튜브 동영상으로 감상한, 아일랜드 태생의 배우 리암 니슨이 낭독하는 ‘1916년 부활절’은 색다른 맛이었다.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시인. 가장 쉽고도 어려운 시인. 예이츠의 영어는 어렵지 않다. 중학교 영어 수준의 일상적인 단어들로 인생의 핵심을 건드리며 우리를 무장해제시킨다. 젊은 날 나는 예이츠의 시를 영어로 외우며 잠들곤 했다.(불면증으로 고민하는 분들에게 시 암송을 권하노니, 시가 길수록 좋다.) 요즘은 시를 암송하는 대신에 축구나 야구 경기를 보다 잠들지만, 문학강의 요청이 들어오면 내 손에 제일 먼저 잡히는 책이 예이츠의 시집이다. 그날그날의 내 기분에 따라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편집한다. 수강생들이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면, ‘지혜는 시간과 더불어 온다’와 ‘깊게 맺은 언약’을 준비한다. 지혜는 시간과 더불어 온다(The Coming of Wisdom with Time) -W B 예이츠 Though leaves are many, the root is one; Through all the lying days of my youth I swayed my leaves and flowers in the sun; Now I may wither into the truth. 이파리는 많아도, 뿌리는 하나; 내 젊음의 거짓된 나날 동안 햇빛 속에서 잎과 꽃들을 마구 흔들었지만; 이제 나는 진실을 찾아 시들어가리. 비유가 아주 구체적이고 살아 있지 않은가. 쉬운 것을 어렵게 비비 꼬는 게 아니라, 어려운 것을 쉽게 표현하는 게 진짜 재능이다. ** ‘깊게 맺은 언약’을 읽으며 내가 떠올린 사람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였다. 내 청춘의 한 부분이었던 여자친구와 연락이 끊어지고 십년쯤 지나서, 어느 잠 못 이루던 밤. 예이츠의 시를 외우며 나는 무너졌다. 이 세상에 용서 못 할 죄가 어디 있으랴. 오래된 친구와는 헤어져선 안 된다는 것을 예이츠가 내게 가르쳐 주었다. 깊게 맺은 언약(A Deep-Sworn Vow ) Others because you did not keep That deep-sworn vow have been friends of mine; Yet always when I look death in the face, When I clamber to the heights of sleep, Or when I grow excited with wine, Suddenly I meet your face. 그대가 우리 깊게 맺은 언약을 지키지 않았기에 다른 이들이 내 친구가 되었으나; 그래도 내가 죽음에 직면할 때나, 잠의 꼭대기에 기어오를 때, 혹은 술을 마셔 흥분했을 때, 나는 문득 그대의 얼굴을 만난다. ■시인 최영미는 1992년 창작과비평 겨울호로 등단.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 ‘꿈의 페달을 밟고’, ‘돼지들에게’, ‘도착하지 않은 삶’, ‘이미 뜨거운 것들’, 장편소설 ‘흉터와 무늬’, ‘청동정원’ 출간. 2006년 이수문학상 수상.
  • 신비로운 수중 동굴서 거대 종 모양 ‘종유석’ 포착

    물 속에 잠긴 종 모양의 신비로운 거대 종유석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최근 영국언론 데일리메일은 수중전문 사진작가 리노 스고바니가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서 촬영한 환상적인 종유석의 모습을 공개했다. 사람보다 큰 거대한 이 종유석들은 일반적인 고드름 모양이 아닌 거대한 크기의 종을 닮았다. 이 때문에 붙은 별칭도 '지옥의 종' 혹은 '코끼리의 발'. 거대한 크기와 신비로운 모양도 관심을 끌지만 더 큰 호기심은 왜 이 종유석들이 동굴이 아닌 물 속에 잠겨있느냐는 점이다. 이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세노테'(cenote)를 이해해야 한다. 과거 유카탄 반도에는 마야 문명이 번성했다. 흥미로운 점은 큰 문명은 보통 강이나 호수를 중심으로 생겨나지만 유카탄 반도에는 눈에 띄는 강이 없다. 마야인들에게 이를 충족시켜 준 것이 바로 세노테다. 마야인들에게는 숭배의 대상이었던 세노테는 마야 언어로 우물이란 뜻이다. 보통 땅 속에 만들어진 천연 샘을 일컫는다. 이는 석회암 암반이 함몰돼 지하수가 드러난 대형 샘으로 마야인들은 이를 통해 식수를 얻고 농사를 지었다. 멕시코에는 약 6000개의 세노테가 있을 것으로 추산되며 실제 탐사된 것은 절반도 채 안된다.   곧 종 모양의 거대 종유석이 있는 이 곳은 오래 전 동굴이었으며 그 크기로 보아 수천 년의 세월이 만든 것으로 보인다. 사진작가 스고바니는 "정말 아름답고 독특한 모양의 종유석으로 그 속에 내 몸이 쏙 들어갈 정도였다"면서 "세노테 속에는 지상과는 전혀 다른, 한번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고 말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경제 블로그] 터치 삐끗~ 주인 잘못 만난 돈 작년 836억!

    [경제 블로그] 터치 삐끗~ 주인 잘못 만난 돈 작년 836억!

    10월부터 즉시반환 처리 개선 어르신 모바일뱅킹 실수 잦아 충남 당진에 사는 50대 계약직 공무원 김모씨는 최근 농협은행을 통해 지인에게 20만원을 송금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뒤 수취인 이름이 잘못된 것을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실수로 계좌번호를 잘못 눌렀던 것이죠. 부리나케 농협 지점을 방문했지만 수취인이 고령의 할아버지인 데다 연락도 닿지 않아 방법이 없었습니다. 농협 직원도 “연락처가 바뀌었거나 혹시 사망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은근히 포기하란 뉘앙스를 풍겼습니다. 아주 큰 돈이라면 법적 소송을 하거나 신고라도 하겠지만 소액일 경우 이런 선택도 힘듭니다. 포기가 상책이란 게 금융권 대다수 반응이지요. 잘못 받은 계좌 주인이 연락을 안 받거나 버티면 돌려받을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네요. 심지어 수취인이 돌려주기로 했더라도 이틀이나 걸립니다. 10월부터는 즉시 반환 처리할 수 있게 전산 시스템이 개선된다고 하네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은행권 착오송금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한 해 송금인이 잘못 이체한 돈을 돌려 달라고 청구한 경우는 총 6만 1000건으로 전년 대비 4.3% 늘었습니다. 2015년 5월 금감원이 착오송금 예방 및 반환절차 간소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지난해 착오송금 후 돈을 되돌려 받지 못한 경우는 전체 착오 송금의 절반에 이르는 3만건이나 됩니다. 금액으로는 836억원입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작은 화면에서 손가락 터치로 금융거래를 하는 모바일뱅킹의 증가도 주요 원인이라고 말합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뱅킹 사용이 증가하고 송금 절차가 간소화하고 있지만 어르신이나 모바일이 익숙지 않은 이들이 종종 실수한다는 것이지요. 문명의 발달로 편해진 점이 많지만 이런 오류나 부작용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최선의 대비책은 스스로 실수하지 않게 조심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누군가의 실수를 이용해 공짜 돈을 챙기려는 ‘양심 불량’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자신도 반대 처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터치 삐끗~ 주인 잘못 만난 돈 작년 836억!

    충남 당진에 사는 50대 계약직 공무원 김모씨는 최근 농협은행을 통해 지인에게 20만원을 송금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뒤 수취인 이름이 잘못된 것을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실수로 계좌번호를 잘못 눌렀던 것이죠. 부리나케 농협 지점을 방문했지만 수취인이 고령의 할아버지인 데다 연락도 닿지 않아 방법이 없었습니다. 농협 직원도 “연락처가 바뀌었거나 혹시 사망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은근히 포기하란 뉘앙스를 풍겼습니다.아주 큰 돈이라면 법적 소송을 하거나 신고라도 하겠지만 소액일 경우 이런 선택도 힘듭니다. 포기가 상책이란 게 금융권 대다수 반응이지요. 잘못 받은 계좌 주인이 연락을 안 받거나 버티면 돌려받을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네요.심지어 수취인이 돌려주기로 했더라도 이틀이나 걸립니다. 10월부터는 즉시 반환 처리할 수 있게 전산 시스템이 개선된다고 하네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은행권 착오송금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한 해 송금인이 잘못 이체한 돈을 돌려 달라고 청구한 경우는 총 6만 1000건으로 전년 대비 4.3% 늘었습니다. 2015년 5월 금감원이 착오송금 예방 및 반환절차 간소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지난해 착오송금 후 돈을 되돌려 받지 못한 경우는 전체 착오 송금의 절반에 이르는 3만건이나 됩니다. 금액으로는 836억원입니다.금융권 안팎에서는 작은 화면에서 손가락 터치로 금융거래를 하는 모바일뱅킹의 증가도 주요 원인이라고 말합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뱅킹 사용이 증가하고 송금 절차가 간소화하고 있지만 어르신이나 모바일이 익숙지 않은 이들이 종종 실수한다는 것이지요. 문명의 발달로 편해진 점이 많지만 이런 오류나 부작용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최선의 대비책은 스스로 실수하지 않게 조심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누군가의 실수를 이용해 공짜 돈을 챙기려는 ‘양심 불량’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자신도 반대 처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9월 ‘직지’가 세계 향해 말 건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는 코리아국제페스티벌이 9월 충북 청주 예술의전당과 청주 고인쇄박물관 일원에서 열린다. 직지코리아조직위원회(위원장 이승훈 청주시장)는 15일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오는 9월 1일부터 8일까지 ‘직지, 금빛 씨앗’을 주제로 독일, 영국, 이스라엘 등 11개국 35개 팀이 참여하는 페스티벌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직지는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간행된 금속활자본으로 정식 명칭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이다. 서양의 인쇄 문명을 발전시킨 구텐베르크 42행 성서보다 78년 앞선 것으로,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이번 페스티벌은 기존 청주 직지축제와 유네스코 직지상을 통합해 올해부터 만든 국제 행사다. 전시에선 세계 3대 산업디자이너로 꼽히는 론 아라드가 ‘직지 파빌리온’을 발표한다. 직지의 제본 형태인 선장본에 영감을 받아 옛 책을 엎어 놓은 형태를 하고 있으며 모듈러 형식으로 조립, 해체, 설치가 자유로운 것이 특징이다. 행사 이후엔 청주시가 소장해 직지의 창조적 가치를 상징하게 된다. 주제전시 공간 연출은 영국왕립예술학교(RCA) 인테리어학과장을 지낸 에이브 로저스가 맡았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늘근나무 창작노트 야생연극(이상우 지음, 나의시간 펴냄) 극단 연우무대와 차이무 대표 연출가인 저자가 연극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실제 창작 노트로 활용될 만한 지침을 젊은 연극작가들에게 넋두리를 늘어놓듯 썼다. 거의 평생을 연극이라는 우주에 살면서 말하는 법을 배운 저자가 꿈꾸는 연극은 어떤 것일까. 연극은 생물이며 극작, 배우, 연출, 관객이 함께 만드는 초유기체임을 그만의 목소리로 풀어낸다. 저자는 연극의 생명을 끊임없는 움직임, 끊임없는 관계, 끊임없는 변화로 바라본다. 20년 넘게 써온 창작노트와 독서 메모를 간결한 글줄로 생동감 있게 짜낸 텍스트는 연극을 이해하는 훌륭한 가이드가 된다. 484쪽. 1만 6000원. 정말로 누구나 평등할까?(오즐렘 센소이·로빈 디앤젤로 지음, 홍한별 옮김, 착한책가게 펴냄) 인권이란 무엇이며 존중이란 어떤 의미를 갖는가. 평등과 공정함은 어떻게 다른가. ‘평등하게 어울려 사는 삶’은 어떻게 가르치고 배우면 좋을까. 이 책은 이런 의문들을 시작점으로 민주시민으로 지녀야 할 관점과 가치, 태도를 일러 주는 사회정의 교육 입문서다. 비판적 사고, 사회화, 집단 정체성, 편견과 차별, 억압, 권력, 특권, 인종주의 등 공정하고 민주적인 사회를 일구는 데 꼭 알아야 할 핵심 개념을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설명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기존에 지니고 있던 관념에서 벗어나 사고의 전환을 꾀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352쪽. 2만원. 고통에 반대하며(프리모 레비 지음, 심하은·채세진 옮김, 북인더갭 펴냄) 아우슈비츠에서의 생환 회고록 ‘이것이 인간인가’로 깊은 감동을 준 프리모 레비의 에세이집이다. 이 책은 저자의 개인사, 작고 연약한 것들에 대한 애정, 과학과 문명에 대한 날카로운 성찰, 글쓰기와 연관된 단상 등을 담고 있다. 마치 중세의 단선율 성가처럼, 비애와 유머가 가득하면서도 냉철한 글쓰기의 변주가 이어지는 이 에세이집에는 참사 이전, 즉 아우슈비츠 이전 저자의 기억들을 복원한 글들이 실려 있다. 저자는 아우슈비츠에서 극적으로 생환하고도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지만 에세이집에는 언뜻언뜻 생의 의지가 비쳐지고 있다. 392쪽. 1만 5500원. 빌브라이슨 발칙한 영국산책2(빌 브라이슨 지음, 박여진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기자로, 여행작가로 독자들에게 수많은 이야기와 재미를 선사해 준 저자의 영국 시골마을의 두 번째 여행기로 7년 만의 신작이다. 영국의 역사와 문화, 과학에 이르는 박학다식한 지식을 배낭 속에 넣고 영국인도 모르는 진짜 영국의 아름다운 참모습을 전한다. 도시가 아닌 변두리, 영국 사람도 잘 모르는 시골만 골라 구석구석 찾았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예리하고도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오늘날 영국 최고의 모습과 최악의 모습을 꿰뚫어 보며 웃음과 감동을 챙긴다. 여행 루트는 자신이 직접 이름을 붙인 ‘브라이슨 길’로, 마치 ‘이런 영국은 처음이지?’라고 묻는 듯하다. 496쪽. 1만 6000원. 시바타 신의 마지막 수업(이시바시 다케후미 지음, 정영희 옮김, 남해의봄날 펴냄) 일본의 유서 깊은 책 거리 진보초에 위치한 100년 역사의 인문 서점 ‘이와나미 북센터’. 그곳에는 85세의 나이에도 매일같이 서점으로 출근하는 진보초의 명물 ‘시바타 신’이 있다. 고령의 나이에도 그는 여전히 ‘진보초 북 페스티벌’을 진두지휘하고 진보초 2세 경영인들을 독려하며 책방과 책 거리의 내일을 꿈꾼다. 이 책은 일본 지성을 대표하는 인문 출판사 이와나미쇼텐의 출발점이 된 진보초의 작은 책방이 격동하는 시대의 흐름과 변화 속에서 진보초 대표 인문 서점으로 성장하기까지 한결같이 서점 현장을 지키며 책을 팔아온 한 사람의 50년 서점 인생이 담겨 있다. 255쪽. 1만 5000원.
  • [기고] 한류의 매력에 빠진 불가리아/신부남 주불가리아 대사

    [기고] 한류의 매력에 빠진 불가리아/신부남 주불가리아 대사

    ‘불가리아’ 하면 떠오르는 것은 요구르트, 장미오일, 장수마을 그리고 아름다운 흑해 연안 휴양지 정도가 아닌가 싶지만, 기후 좋고 공기 신선하고 미세먼지 적고 인프라가 적당히 개발돼 계곡에는 자연산 송어가 넘치고 대부분 농산물이 친환경 제품으로 물가는 한국의 반 정도로 문명사회에 있는, 지구의 비경이 있다면 여기가 아닌가 싶다. 남부에 있는 로도피 산간은 장수촌으로 유명한데 맑고 깨끗한 공기, 친환경적인 식생활, 제올라이트가 함유된 이온수가 비결이라고 한다. 국토 곳곳에서 분출하는 광천수는 위장, 관절 등에 특효가 있으며, 1000여개의 온천 중 약 80%는 의료적 효과가 있어 의료관광이 이어지고 있다. 스트레스에 찌든 현대인에게 오아시스인 바 우리나라 의사도 이곳에 요양병원을 세우려고 한다. 아울러 5000년의 역사를 지닌 와인 생산국으로 특히 세계 와인 마니아에게는 가격 대비 맛과 질이 뛰어나 ‘아는 사람만 아는 와인’으로 통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만 나는 ‘마부르드’라는 품종이 유명하다. 또한 불가리아는 우리에게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풍부한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나라다. 전국에는 발굴되지 않은 스파르타쿠스의 트라키아 및 로마 시대 유적, 특히 유럽 내에서는 가장 많은 고대 거주지와 1만여개의 무덤이 땅속에 묻혀 있어 고고학자들에게 불가리아는 꿈의 땅으로 불린다. 우리와는 지리적으로 멀리 있으나 생각보다 공통점이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릴라 수도원 등 수도원과 교회를 중심으로 독실한 신앙심과 정신문화를 바탕으로 500년간의 오스만터키 지배 등 수많은 외세 침략을 극복하고 정체성을 지켜 왔다. 지금도 700만 인구의 나라에 2400여개의 정교회와 200여개의 수도원이 있다. 고유의 문자도 가지고 있는데, 855년 키릴과 메토디 형제가 글라골이라는 문자를 만들었으며 이후 제자들이 러시아 등 슬라브권 국가들이 사용하는 ‘키릴문자’로 발전시킨 것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하다. 그런데 우리에게 놀라운 것은 이 나라에서 케이팝이나 한국 드라마와 영화뿐 아니라 한국어와 한식, 전통문화 등에 이르기까지 한국에 대한 관심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에 약 3000명의 한류 팬이 수십여 개의 크고 작은 동호회를 운영 중이며, 온라인 한류 라디오 방송도 있다. 여기서 부는 한류 바람은 학교교육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소피아대학은 한국학과를 2010년부터 독립 학과로 운영해 유럽에서 제일 많은 8명의 교수를 보유하고 있다. 소피아 소재 명문 외국어전문학교에는 2011년 고교 과정에 한국어 반을 처음 개설한 후 2013년에는 초등과정에 한국어 반을 열었고 내년에는 중등과정도 개설할 예정이다. 올 6월 처음으로 한국어반 졸업생을 배출해 필자가 졸업식에서 축사를 했는데 이는 유럽 최초이자 유일한 사례다. 한국에 대한 불가리아인들의 관심이 큰 것은 문화적·역사적 유사점 특히 전쟁 후 폐허 속에서 놀라운 국가 발전을 이루었다는 점에서 한국을 닮고 싶어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이러한 나라에 현대인들이 찾는 여러 친환경적인 요소들이 산재하고 있어 앞으로 이 나라의 가치는 계속 높아질 것이다.
  • 5000년 전 ‘직장인’, ‘맥주’를 급여 받았다 (美 연구)

    5000년 전 ‘직장인’, ‘맥주’를 급여 받았다 (美 연구)

    고대 도시의 터에서 5000년 전 선조들의 생활양식을 생생하게 알 수 있는 점토판(tablet)이 발견돼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스탠포드대학 연구진이 현재 이라크에 있던 5000년 전 고대 도시인 우루크(Uruk)에서 발견한 이 돌판에는 설형문자들이 기록돼 있었다. 설형문자란 지금까지 알려진 문자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설형’이란 ‘쐐기 모양’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오늘날의 이라크 지역인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주로 활용됐다. 연구진이 이를 분석한 결과 여기에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일종의 ‘급여 명세서’가 포함돼 있었다. 돌판에는 사람의 머리로 보이는 그림과 그릇으로 추정되는 원뿔 모양의 그림이 보이는데, 연구진은 이것이 ‘배급량’을 뜻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원뿔 형태의 각각의 그릇은 ‘맥주’를 의미한다. 인류는 기원전 4000년 경부터 지금의 중동지방에서 빵을 이용해 맥주를 만들어 마시기 시작했으며, 이렇게 만들어진 맥주는 고대 인류에게 ‘급여’로서 지급됐다는 사실이 설형문자 기록을 통해 입증된 것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메소포타미아 문명 시기에도 고용인-비 고용인의 관계가 존재했으며, 이는 인류가 소규모 사냥이나 농경사회에서 벗어나 계층생활을 하면서 임무(또는 업무)수행에 따른 대가를 지불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연구를 이끈 스탠포드대학의 이안 호더 박사는 “이번 발견은 고대 사회가 사회적 공동체에서 계층 사회로 넘어가는 변화를 보여준다”면서 “사람들은 일종의 도시 생활을 시작하면서 자신들의 원하는 서비스나 물품을 ‘구매’하고 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생활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대도시 우루크는 오랜 역사상 8만 명의 주민이 살았던 조직화 된 대형 도시였다. 또 이 도시가 속한 메소포타미아 문명 안에서 맥주는 매우 흔한 음료였으며, 맥주는 마실 물이 오염됐을 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주는 도구로 활용됐다”고 덧붙였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