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문명사
    2026-07-08
    검색기록 지우기
  • 촉진
    2026-07-08
    검색기록 지우기
  • 차지
    2026-07-0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747
  • “참여정부 잘 사는 것보다 정치에 더 몰두”

    “참여정부 잘 사는 것보다 정치에 더 몰두”

    “현 정부 들어 관치의 힘이 더욱 강해졌다.”(김태동 금융통화위원)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은 좌파정책이 아니라 리더십 부재가 낳은 갈지자 정책이다.”(경희대 권영준 교수) 1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정책과제’(한국경제의 분석패널·한국금융연구원 공동주최) 학술토론회에서 정부 정책방향에 대한 전문가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정우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과 최광 국회 예산정책처장 등이 주제발표자로 나선 이날 토론회에서는 참여정부의 정책기조에 대체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까지 정책 일관성과 시장원리 보호의지 등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최 예산정책처장은 주제발표에서 “현 정부는 겉으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신봉한다면서도 실제로는 반(反)시장주의 정책을 양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패널로 참석한 김광두 서강대 교수는 “참여정부는 집권 1년7개월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비전(Vision) 타령만 하고 있다.”며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비전이 돼야 하는데도 경제보다는 정치에 더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금통위원은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위기를 겪고 있는 LG카드를 다른 경쟁사더러 도와주라고 한 것은 관치”라고 못박고 “현 정부 들어 관치의 힘이 김대중 정부 때보다 더욱 세졌다.”고 지적했다. 나성린 한양대 교수는 “정부는 시장논리를 따른다고 하지만 비(非)경제부문에서 반시장적,분배 위주로 흘러 국정운용의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크다.”면서 “청와대·여당·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성장잠재력을 확충할 수 있는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정책기획위원장은 “참여정부는 오랫동안 선반 위에 얹혀 먼지만 수북이 쌓인 개혁과제들을 하나하나 꺼내 먼지를 털고 씨름을 하고 있다.”면서 “지금의 무조건적인 반대와 비방은 합리성의 수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맞받았다. 한편 이날 최 처장의 발언과 관련,열린우리당 전병헌 원내부대표는 “최 처장의 직분을 망각한 발언에 대해 국회에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균 김미경기자 windsea@seoul.co.kr ■ 참여정부 경제과제 토론회 17일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정책과제’ 토론회에서는 행정부와 입법부의 최고위 경제전문가들이 정면으로 충돌했다.이정우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은 시대적 요구인 개혁과제의 완수 없이는 우리에게 미래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고,최광 국회 예산정책처장은 집권세력이 반(反)시장주의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고 비난했다.특히 이 위원장은 “참여정부 1년반은 도처에 지뢰밭과 가시덤불이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그동안 일어온 외부 비난에 강한 톤으로 반박해 나갔다. ■ 이정우 위원장 이정우 위원장은 ‘참여정부의 비전과 정책과제’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개혁은 비난받기 쉬우며 그 열매는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열리는 법”이라면서 “개혁의 방법이나 수단이 잘못됐다면 얼마든지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해도 좋지만 지금의 무조건적인 반대와 비방은 합리성의 수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특히 “참여정부 정책의 대부분이 중도적 정책인데 이를 좌파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다면 자기 스스로 극우파임을 실토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제기된 각종 우려와 비판을 ▲일본형 장기불황 가능성 ▲남미형 경제침체 가능성 ▲제조업 공동화 ▲분배 우선의 평등주의·사회주의 성향 ▲반시장주의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국가경쟁력 약화 등 7가지로 정리하고 이를 조목조목 반박했다.일본형 장기불황이나 남미형 경기침체는 현재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비교대상들과 달라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제조업 공동화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이전 규모가 대단한 수준이 아니며 일본 중소기업 등 한국으로 들어오는 외국회사들도 많다.”고 설명했다.분배·평등 논란과 관련해서는 “문명사회에서 당연히 갖춰야 할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조차 확보돼 있지 않은 것이 우리의 현실인데 복지·재분배 정책을 더 이상 쓰면 큰일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이는 최소한의 양식도 없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 위원장은 “참여정부가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것처럼 말하는 일부 주장 때문에 논란이 일어나고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니 정말 답답한 노릇”이라며 “그런 뿌리없는 주장을 언론뿐 아니라 일부 학자들도 제기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학계의 (낮은)깊이를 말해주는 것 같다.”고 맹비난했다. ■ 최광 국회예산처장 최광 예산정책처장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한국의 경험’이라는 주제문을 통해 “우리 경제는 번창의 길보다 쇠퇴의 길로 방향타가 맞추어져 있고,신뢰와 지도력 부족으로 불확실성의 먹구름에 덮여 있다.”고 말했다.자본주의를 모르는 사람들이 자본주의를 하려는 데서 각종 문제가 비롯되고 있다고도 했다.특히 헌법에 명시된 자유민주주의(정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경제)라는 국가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강조했다. 최 처장은 “1987년 이전에는 보수세력의 일방적인 득세가 있었던 반면 이후에는 진보세력의 목소리가 급속하게 커졌다.”면서 “이는 국민의 정부 들어 각종 반시장적 정책이 시행되는 이유가 됐다.”고 주장했다.그는 ▲기업·은행의 강제적 퇴출조치 ▲빅딜(대규모 사업맞교환)정책 ▲일률적인 부채비율 하향조정 압력 및 기업지배구조 적용 ▲은행의 실질적 국유화 ▲노동시장 경직화 ▲집단주의적 노사정위원회 설치 ▲노조의 경영참여 요구 허용 등을 예로 들었다. 최 처장은 “이런 흐름은 참여정부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면서 ▲아파트 원가공개 ▲수요공급 원리를 무시한 부동산 정책 ▲국토의 하향평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 국토균형개발정책 ▲노조편향적 노사정책 ▲출자총액제한제도 존치 ▲재벌계열 금융기관에 대한 의결권 제한 ▲소비자주권 공급자 자율을 무시하는 교육정책 ▲사학의 사회공영정책 ▲언론시장에 가해지는 각종 제한정책 등을 반시장 정책의 사례로 설명했다. 그는 “국민소득 1만달러에서 고만고만한 수준으로 살겠다고 국민들이 합의하면 정부가 좌파적인 정책을 해도 상관이 없지만 2만∼3만달러를 목표로 한다면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씨줄날줄] 러시아 인질 참극/오풍연 논설위원

    1972년 7월21일 금요일.북아일랜드 최대 도시 벨파스트에서 잇따라 폭발음이 들렸다.남북 아일랜드의 통일을 주장하는 구교도측 아일랜드 공화국군(IRA)이 시내 곳곳에서 20여개의 폭탄을 터뜨린 것이다.이 사고로 9명이 숨지고,130여명이 부상했다.‘피의 금요일(Bloody Friday)’은 당시 유혈사태를 가리키는 말에서 유래됐다.그 뒤 아일랜드 분쟁으로 30년 동안 3600여명이 숨졌다.IRA에 의해 희생된 순수 민간인만도 650여명에 이르렀다. 지난 3일 금요일 오후 러시아 북 오세티야 공화국 베슬란에서는 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러시아 특수부대원들이 1000여명의 학생들을 인질로 잡고 있는 체첸 반군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최악의 유혈사태가 빚어졌다.어린이를 포함,수백명이 숨진 것으로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이번 인질극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참상 그 자체였다.인질들이 붙잡혀 있던 학생체육관은 피범벅이었다.가까스로 탈출한 속옷 차림의 어린이들은 겁에 질린 채 물부터 찾았다.탈진한 부녀자들은 자신의 몸보다 아이들을 챙기는 모성애를 발휘하기도 했다.21세기 문명사회에서 벌어진 야만적인 현장 모습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테러’와 ‘전쟁’은 피할 수 없는 것인가.2001년 ‘9·11’ 사태 이후 세계 질서는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거대한 틀속으로 빠져 드는 듯하다.테러리스트들은 지역,인종,종교,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테러리즘에 모두가 노출된 셈이다.이슬람을 비롯해 전 세계 주민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테러는 ‘언제,어디서,어떻게’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더욱 위협적이다.비록 소수의 테러리스트에 의해 저질러지더라도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테러는 인류의 공적(公敵)으로 굴복해선 안 된다.전 인류가 함께 물리쳐야 한다.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반(反)테러리즘에 대한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하지만 미·러의 세계화 정책에 대한 비판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나는 내 아들의 생명을 앗아간 살인자보다도 생명을 앗아가는 정책을 만든 이들을 더욱 비난합니다.” 이라크에서 참수된 미국인 닉 버그의 아버지 마이클 버그가 던지는 메시지도 음미해 보아야 할 것이다. 오풍연 논설위원 poongynn@seoul.co.kr
  • 집-6000년 인류 주거의 역사/노버트 쉐나우어 지음

    인간 사회에서 집은 가장 기본적이고 본능적 필요성이 반영되는 생존의 필요조건이자 잉여의 투영이다.또 한 시대,개개인이나 그 집단의 모습을 고스란히 그려내는 자화상이자 역사의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집을 포함한 모든 구조물은 필요를 반영하며,필요는 생활과 관습의 축적에서 나온다.관습은 자연스럽게 그 사회와 색조를 같이 하며,그 색조를 낳는 것은 사회를 지탱하는 이념이다.그래서 집은 한 시대,한 사회의 실록과 비견되는 역사성을 담은 유형의 자산이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노버트 쉐나우어의 신간 ‘집-6000년 인류 주거의 역사’는 선사(先史)와 유사(遺史)의 시대를 살았던 인류의 자취를 건축이라는 스펙트럼으로 다시 조영하는 역저로 손색이 없다.저자는 선사시대에서 20세기에 이르기까지 기능과 형태의 진화를 거듭해온 집의 역사를 40여년의 연구 끝에 집대성했다. 그는 저서에서 “집의 역사를 탐구하는 작업은 인류 문명의 진보와 퇴락을 실체적으로 더듬는 일이며,나아가 문명을 가능하게 한 개개인의 내밀한 필요와 욕망이 주거공간에서 어떻게 반영됐는지를 살필 수 있는 유의미한 모색”이라고 규정한다.집이란 인간의 이성과 자연환경은 물론 정치와 사회경제적 조건까지를 퍼담는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문화의 실체이기 때문이다. 책은 원주민의 움막과 유랑민의 천막집,고대도시의 주거는 물론 근대의 양식건축까지 모든 주거양식을 망라해 집의 변천사를 풀어헤치고 있다.또 집의 정체성에 접근하기 위해 북극의 이누이트족,호주의 아룬타족,남미의 인디언은 물론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세계 각지의 특색있는 주거유형을 모두 섭렵해 보인다.이번에 출간된 번역판에서는 원저에 없는 ‘한국의 주거’도 포함돼 있다. 그는 책에서 6000년 인류 역사를 지탱하는 실체적 증거로 집을 들고 그 원형과 발달과정을 꼼꼼하게 추적한다.동양의 특징적 주거 유형인 ‘내향형 중정주택’과 서양의 문화를 담은 ‘도시주거’를 살펴 동서양문화의 ‘같고 다름’을 집의 양식이라는 독도법으로 조영하는가 하면 기존 문명사를 부정하는 놀라운 주장도 편다.우리가 주거의 시원으로 알고 있는 동굴이 사실은 수렵채집사회에서의 임시거처였을 뿐 최초의 자생적 원시주거는 어머니의 자궁을 닮은 움막이라는 것. 이런 탐구의 경로를 거쳐 그가 제시한 미래는 결코 서양식이 아니다.서양식이라는 게 너무 크고,단단하며,소통의 통로가 없어서다. 그가 “우리는 조금 모자라게 사는 법을 배워야 하며 자연은 정복해야 할 적이 아니라 조화를 이루며 함께 살아갈 동지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한 말은 바로 지금의 우리에게 주는 고언이 아닐까.3만 5000원.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문화마당] e -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김욱동 서강대 영문과 교수·문학평론가

    15세기 말엽 요한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발명한 것은 서구 문명사에서 굵직한 획을 그은 크나큰 사건이었다.구술 매체를 대체한 활자 매체 시대에 이르러 인간의 의식 전반에 걸쳐 그야말로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였다.구술 문화가 지혜나 슬기에 무게를 실었다면 활자 매체는 지식에 무게를 실었다.금속 활자가 발명되지 않았더라면 서구 세계는 계몽주의는커녕 그 컴컴한 중세의 터널을 아직도 빠져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그러나 20세기 중엽에 들어와 활자 매체는 마침내 영상·전자 매체에 그동안 제왕처럼 누리던 자리를 내어준다.컴퓨터의 발명과 그에 따른 인터넷의 보급은 인간의 삶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데이터를 바이트 단위로 처리하는 영상·전자 문화에서는 구술 문화나 활자 문화와는 달리 지혜나 지식보다는 정보에 훨씬 더 무게를 싣는다.서양 근대 학문에 불을 지핀 프란시스 베이컨은 “아는 것이 힘”이라고 말하였지만 정보를 돈을 주고 팔고 산다는 정보 시대에 “정보는 곧 힘”이라고 할 수 있다.그리하여 이제 문맹(文盲)이 아니라 ‘컴맹’과 ‘넷맹’을 말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런데 빛이 있으면 으레 그늘이 있듯이 이 정보 사회도 순기능에 못지않게 역기능이 있다.언뜻 인터넷을 통한 정보가 무궁무진한 것처럼 보인다.안방에 앉아 손가락 하나만 까닥하면 5대양 6대륙에 흩어져 있는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정보의 바다’라는 말은 바로 이런 것을 두고 일컫는 표현이다.그러나 인터넷 검색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듯이 막상 이 정보의 바다에서 유용한 정보를 낚아 올리기보다는 자칫 익사하기 십상이다.인터넷을 통한 정보는 거의 대부분 쓰레기 정보라고 해도 그렇게 틀리지 않다.이렇게 쓰레기와 다름없는 정보가 범람하는 현상을 두고 어떤 학자는 ‘인포카오스(infochaos)’라고 부른다. 얼마 전 미국의 아동옹호단체인 ‘아동연합’은 한 보고서에서 컴퓨터가 어린이의 신체 발달은 말할 것도 없고 정신 건강과 발달에도 치명적인 해를 끼친다고 밝혀 큰 관심을 끌었다.“컴퓨터는 어린이들에게 시력 저하나 비만 같은 신체적 악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창의성을 떨어뜨리고 인간 관계를 악화시키는 등 정신발달 장애를 유발하기 쉽다.”고 지적한다.컴퓨터를 지나치게 사용하면 광기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학자들도 있다. 그런가 하면 컴퓨터가 군림하는 정보 시대에 사람들은 좀처럼 책을 읽으려 하지 않는다.컴퓨터 앞에 하루에도 몇 시간씩 앉아 있으면서도 책을 읽는 것은 여간 꺼려하지 않는다.학생들은 입학시험과 관련한 책만 읽으려 하고,어른들은 어쩌다 주간지나 월간 잡지를 읽는 것이 고작이다.지금 출판사와 서점은 책이 팔리지 않아 문을 닫아야 할 형편에 있다.시중에서 팔리는 책마저 두고두고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라 일회용 용품처럼 한 번 읽고 버려도 좋은 그런 책들이 거의 대부분이다.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하듯이 악서도 양서를 쫓아내는 것이다.이러다가는 서점이나 도서관은 모두 없어지고 책들이 역사적 유물로 박물관에 소장될 날이 오게 될는지도 모른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인쇄된 종이에서 지식이나 정보를 얻는다는 것 이상의 큰 의미를 지닌다.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삶은 말할 것도 없고 자신의 문화와 역사를 되돌아본다.또한 책을 쓴 저자와 무언(無言)의 대화를 나누는 것이요,삶에 대하여 깊이 있게 관조하는 것이다.여름도 한풀 꺾이고 가을이 손짓하는 이 계절 현란한 컴퓨터 모니터에서 잠시 눈을 돌리고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겨볼 때이다. 김욱동 서강대 영문과 교수·문학평론가
  • [이런 책 어때요]

    ●천황 히로히토는 이렇게 말하였다/고모리 요이치 지음 오에 겐자부로는 94년 노벨문학상을 받으며 ‘모호한 일본의 나’란 제목의 강연을 했다.일본의 비판적 지식인들에게 전후 일본 사회는 ‘모호함’ 그 자체로 읽힌다.패전이 아니라 종전이라 강변하고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하며 끊임없이 평화헌법을 폐기하려는 나라 일본.사회운동가인 저자는 궤변과 책임회피로 일관한 쇼와 천황 히로히토의 ‘종전 조서’ 800자를 분석,일본 사회에 만연된 모호한 역사인식의 실체를 벗긴다.천황의 ‘옥음방송’과 ‘인간선언’은 종전선언이라기보다는 패전후 일본의 전략을 명시한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1만 2000원. ●문자제국 쇠망약사/이남호 지음 전자영상시대의 문자의 위상과 쓰임을 고찰한 산문?저자(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전자문화가 세상을 재원시화(reprimitivization)시킬 것”이라는 미디어 이론가 마셜 맥루한의 주장은 과격하고 단순한 면이 있지만 이 시대를 읽는 하나의 틀로 삼을 만하다고 강조한다.문자시대가 물러가고 전자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게 저자의 기본 생각.문학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인 ‘내면성’이 현대작가들의 작품 속에서 점점 약화돼가고 있는 것도 문자문화의 쇠퇴와 전자문화의 확산이라는 문명사적 전환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한다.1만 1000원. ●사랑,그 환상의 물매/김영민 지음 고전적인 구애의 메커니즘이란 사랑하는 연인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안달복달하는 그런 모습이 아닐까.하지만 저자(한일장신대 교수)는 그런 오래된 사랑의 방식에 이의를 단다.사랑은 결코 마음의 거래방식이 아니라는 것,마음은 연정의 증명수단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그러면 저자가 주장하는 새로운 사랑법은? 그것은 ‘말’과 ‘살’로 엮어가는 연하디연한 놀이다.철학자다운 사랑의 아포리즘이 퍽이나 감각적이지만,요령부득의 언어 유희는 인공조미료 냄새를 솔솔 풍긴다.저자의 개인 홈페이지에 게재한 85편의 ‘사랑’글들을 묶은 전작 산문집.1만 1000원. ●세계 최대의 축제 올림픽 이야기/클라이브 기퍼드 지음 고대기록에 따르면 최초의 올림픽 챔피언은 코로에보스라는 젊은 요리사였다.그는 기원전 776년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열린 첫 올림픽의 유일한 종목이던 스타데 경주(192m 달리기)의 우승자였다.그후 고대 올림픽에는 원반던지기와 창던지기,디아울로스(스타디움 두 바퀴 달리기),권투,레슬링,멀리뛰기,전차경주 등 많은 종목들이 추가됐다.고대 올림픽은 운동경기이자 종교적 축제였다.따라서 대회 기간엔 휴전이 선포돼 전쟁이 멈췄다.여성은 선수로든 관중으로든 올림픽 경기장 안에 결코 들어갈 수 없었다.올림픽에 대한 총체적인 안내서.9500원. ●생명을 치유하는 맛있는 물/하야가와 히데오 지음 물의 정체를 밝혔다.유럽이나 미국에서는 하수도와 상수도가 교차하는 일이 없다.하지만 일본은 하수가 상수와 하나로 합쳐저 다시 사용된다.질산성 질소는 정수장에선 완전히 여과되지 않기 때문에 상수에 하수의 질산성질소가 섞여 버린다.지하수는 안전하다는 신화는 옛말.책은 건강에 좋은 기능수 중에서 환원수에 대해 설명한다.공기중에 방치된 철이 녹스는 것,종이가 타서 재가 되는 것,사과가 갈색으로 변하는 것 등이 산화반응.환원은 산화된 상태를 원상으로 돌려놓는 것을 말한다.산화환원전위가 낮고 항산화력도 강한 물이 진짜 환원수다.9500원.
  • [이런 책 어때요]

    ●나는 매일 숲으로 출근한다/남효창 지음 중국 고전 ‘회남자’에는 “자연을 알되 인간을 알지 못하면 사회에서 살아가기가 힘들고,인간을 알되 자연을 알지 못하면 진리의 세계에서 노닐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인간은 사회 속에서 그리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숲 전문가’인 저자가 이 생태에세이집에서 강조하는 것 또한 그와 같다.상록수가 늘 푸르게 보이는 것은 잎이 떨어지지 않아서가 아니라 돋아난 잎이 살아 있는 동안 다른 잎이 끊임없이 생기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흥미롭다.숲을 느끼라고 말하는 저자는 몸과 마음이 자연을 닮아가는 생태문화운동을 꿈꾼다.1만 3000원. ●한국 최고경영자 100인의 좌우명/이인석 지음 좌우명으로 본 기업경영자들의 성공비결.교보생명 신용호 창업주의 좌우명은 “맨손가락으로 생나무를 뚫는다.” 강한 도전정신을 엿보게 한다.경주 최부잣집 백산상회의 최준 창업주는 “사방 백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철학으로 12대에 걸쳐 만석꾼 재산을 지킬 수 있었다.미래에셋그룹 박현주 회장의 경우는 “독수리는 조는 듯이 앉아 있고,호랑이는 앓는 듯이 걷는다.” 투자전문회사의 성격을 알 수 있다.‘일근천하무난사(一勤天下無難事)’,즉 부지런하면 세상에 어려울 게 없다는 말은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의 좌우명이다.1만 2000원. ●아프가니스탄, 잃어버린 문명/이주형 지음 아프가니스탄의 문명사를 다뤘다.아프가니스탄은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가 ‘문명사의 라운더바우트(roundabout,원형교차점)’라고 지적했듯이 사통팔달의 요충 역할을 했던 곳.메소포타미아·이란·그리스·로마·인도·중국 등은 실크로드의 핵심거점인 이곳에서 만나 서로의 문명을 주고받고 새로운 문명을 탄생시켰다.간다라미술 전문가인 저자(서울대 교수)는 특히 바미얀 대불의 파괴 후 아프가니스탄의 문화유산과 그 비극을 문명사적 관점에서 풀어간다.아프가니스탄의 대표적 선사유적지인 남부의 문디가크에서 고대 그리스의 원정도시였던 북부의 아이 하눔까지 직접 답사했다.2만원. ●소설 십팔사략/진순신 지음 중국 원나라의 증선지가 쓴 역사서 ‘십팔사략’이 소설로 다시 태어났다.‘십팔사략’은 중국 왕조의 흥망사와 세계를 호령한 영웅들의 전기,고사와 금언 등을 담은 중국의 고전.소설은 역사서인 원문에 충실하면서도 치밀한 묘사와 극적인 진행,빠른 호흡으로 읽는 재미를 안겨준다.춘추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열국지’의 지략과 천하패권의 승부수가 녹아 있는 ‘초한지’의 긴장감,영웅들의 이야기인 ‘삼국지’의 매력을 모두 느낄 수 있다는 평.관포지교의 관포와 포숙아,병법의 달인인 손무와 손빈,최초로 중국을 통일시킨 진시황제 등이 등장한다.전8권.각권 9000원. ●사치의 문화/질 리포베츠키 지음 사치의 역사와 가치,사회문화적 영향 등을 살폈다.책은 북아메리카 북서해안의 인디언들 사이에서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기 위해 성찬을 베풀고 선물을 주고받던 의식인 포틀래치(Potlatch),집단과 집단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멜라네시아섬 사람들이 행하던 의례적 선물 교환행위인 쿨라(Kula),지도층의 솔선수범을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에서 사치의 기원과 본질을 찾는다.사치에 대한 현대적 개념은 18세기 프랑스에서 있었던 사치논쟁에서 비롯됐다.18세기까지 사치란 행복과 양립할 수 없었으며,민중을 퇴폐로 이끄는 것으로 간주됐다.1만원.
  • 중국 황제/앤 팔루던 지음

    고대 중국에서 황제는 ‘신’이나 다름없었다.천명을 받은 도덕적 통치자였으며 지상과 하늘을 중재하는 전지전능한 존재였다.수천년의 역사를 통해 중국의 황제는 마치 해와 달처럼 지극히 자연스러운 존재로 사회에 녹아들었다.중국 역사상 전통시대의 질서를 전복하기 위한 기운과 흐름이 있었지만,황제제도 그 자체를 부정하는 논리는 없었다.장제스나 마오쩌둥,덩샤오핑 같은 중화민국·중화인민공화국 시대의 통치자들조차 ‘황제형’ 권력을 행사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영국의 중국문제 전문가인 앤 팔루던이 쓴 ‘중국 황제’(이동진·윤미경 옮김,갑인공방 펴냄)는 역대 황제들의 면면을 통해 살펴본 중국 제국 2000여년의 문명사다.중국의 황제제도는 기원 전 221년 진나라 시황제가 즉위하면서 시작돼 1912년 마지막 황제 푸이가 퇴위,청조가 멸망할 때까지 2000여년 동안 지속됐다. 이 책은 그 기간 지존의 자리에 올랐던 중국 황제 157명의 내밀한 삶을 들춰낸다.황제를 중심에 놓고 중국의 역사를 통관하는 방식은 정사의 체제를 따른 것.그런 점에서 황제들의 연대기,즉 ‘황제 본기(本紀)’인 셈이다. ●황제 157명 통해 살펴본 중국 2000년史 중국에 황제가 157명만 있었던 것은 물론 아니다.중국 황제의 수에 관해서는 논란이 없지 않다.‘분열의 시대’에 어느 왕조를 정통 왕조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또한 정통 역사서에선 단명한 황제는 황제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누구를 황제로 인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결국 역사적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이 책은 중국의 정통 사서에서 황제로 인정받는 남북조 시대 북조 왕조인 북위,동위,서위,북제,북주,그리고 요와 금의 황제들은 다루지 않는다.반면 정사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신 왕조를 세운 왕망에 대해선 소상하게 밝힌다.전한 말의 정치가인 왕망은 뛰어난 인재들을 중용한 유능한 행정가로,부자와 지주의 특권을 견제하는 야심찬 개혁에 나섰다.모든 금을 경화로 교환하도록 했다.왕망이 죽었을 때 국고엔 당시 중세 유럽의 전체 공급량보다 많은 14만㎏의 금이 쌓여 있을 정도였다.그러나 부유층을 소외시킨 왕망은 끝까지 개혁을 밀고 나갈 수 없었다.9년 동안 즉위한 왕망은 결국 평민 사병에게 죽음을 당했다. ●너무 뚱뚱해서 혼자 움직이지 못했던 만력제 중국 황제들의 삶은 그들의 거대한 권력만큼이나 다채롭고 신비스러웠다.책에 따르면 명나라 만력제는 너무 뚱뚱해 누군가의 도움 없인 일어서지도 못했다.양나라 무제는 틈만 나면 왕궁을 빠져나와 불교사원으로 달려간 은둔형 황제였으며,화가 황제인 북송의 휘종은 눈멀고 귀먹은 채 불행한 삶을 살다 갔다.금욕적인 인물로 후궁에게서 낳은 아들이 없었던 수나라 문제,신분을 숨기고 매음굴을 찾아가 양성애를 즐겼던 청나라의 허수아비 황제 동치제,평민으로 태어나 가난을 딛고 천자에 오른 전한의 선제 등에 관한 이야기도 관심을 끈다. ●스스로를 聖母라고 칭한 측천무후 여성으로서 중국의 권력지도를 좌우한 인물론 단연 당 태종과 고종의 후궁인 측천무후와 청나라 함풍제의 후궁이자 동치제의 생모인 서태후가 꼽힌다.측천무후의 권력 장악 과정은 피로 얼룩졌다.고종의 황후 왕씨와 후궁 소씨의 사지를 절단한 뒤 몸통을 술통에 던져 죽게 했는가 하면,밀정을 둬 공포정치를 일삼았다.측천무후는 후궁이면서도 특이하게 자기 일족의 힘을 빌리지 않았다.측천무후는 자신의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유가와는 달리 여성의 중요성을 인정한 불교를 적극 지원하고 활용했다.673년 룽먼 석굴에 자신의 모습을 본떠 거대한 미륵보살 석상을 세우게 한 것은 그 대표적인 예.측천무후는 스스로를 ‘성모(聖母)’라고 불렀다. 동치제와 광서제의 섭정이 돼 국정을 농단한 서태후는 사람들을 교묘하게 조종하는 능력이 뛰어났다.대신들을 서로 반목하게 만들어 권력을 유지했다.쾌활한 성격의 서태후는 다른 만주족 여성들처럼 손톱을 길러 기분이 나쁘면 궁녀들의 얼굴을 할퀴었다고 한다. ●중국인들 자부심, 황제제도와 연관 저자는 중국인들이 스스로를 세계의 중심으로 여기고 중국(中國·중심국가)에 자부심을 갖는 것은 황제제도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한다.유사 이래 중국인의 삶은 황제와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어 왔다.그러나 영원할 것 같던 황제정치는 2000여년 만에 별다른 투쟁도 없이 붕괴됐다.제정(帝政)은 중국의 가장 성공적인 정치제도 가운데 하나였지만,근대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황제정치의 이데올로기가 유연성을 잃게 된 것이다. 황제의 역사는 ‘위로부터의 역사’다.하지만 중국의 황제는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중국 사회를 관통한 질서의 축이란 점에서 그를 통해 중국사 전체를 들여다볼 수 있다.이 책의 미덕은 거기에 있다.이번에 출간된 ‘중국 황제’는 본격 대중역사서를 표방한 갑인 크로니클 총서 중 첫권.출판사측은 앞으로 ‘로마 공화정’‘로마 황제’‘교황’ 등을 차례로 펴낼 예정이다.2만 3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集安박물관 머릿돌 “고구려는 中지방정권”

    고구려 시대 문화유적이 산재해 있는 중국 지린성 지안시 박물관에 놓인 머릿돌에서 고구려사를 중국사에 편입시키려고 하는 중국의 의중이 드러났다.머릿돌의 전문 속에 ‘고구려는 중국 고대 지방정권의 하나’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어 이른바 동북공정(東北工程)에 대한 중국측의 의도가 재확인된 것이다. 중국은 역사 왜곡 프로그램격인 동북공정에 대해 ‘일부 역사학계의 주장이며 학술적 문제’라고 해명해 왔으나,중국 지방정부가 관장하는 박물관 머릿돌의 전문은 학계가 아닌,중국 정부 차원에서 고구려사의 자국 역사 편입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지난 3일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 지정과 함께 재개관된 박물관의 머릿돌 전문은 “고구려가 동북아 고대문명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주었던 중국 동북의 소수민족 지방정권의 하나”라고 못을 박고 ‘기원전 37년에 정권을 수립,668년 당조(당나라)에 의해 멸망됐다.’고 기술했다. 말미엔 “고구려가 창조한 독특한 문화는 동북아 문명사에 찬란한 한 페이지를 장식했고 중국 지안(集安)의 유적지는 고구려 역사에 대한 증거이며 세계적으로 더없이 중요한 역사·문화적 가치를 갖는다.”고 덧붙였다. 지안(중국 지린성) 오일만특파원 oilman@seoul.co.kr
  • 集安박물관 머릿돌 “고구려는 中지방정권”

    集安박물관 머릿돌 “고구려는 中지방정권”

    고구려 시대 문화유적이 산재해 있는 중국 지린성 지안시 박물관에 놓인 머릿돌에서 고구려사를 중국사에 편입시키려고 하는 중국의 의중이 드러났다.머릿돌의 전문 속에 ‘고구려는 중국 고대 지방정권의 하나’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어 이른바 동북공정(東北工程)에 대한 중국측의 의도가 재확인된 것이다. 중국은 역사 왜곡 프로그램격인 동북공정에 대해 ‘일부 역사학계의 주장이며 학술적 문제’라고 해명해 왔으나,중국 지방정부가 관장하는 박물관 머릿돌의 전문은 학계가 아닌,중국 정부 차원에서 고구려사의 자국 역사 편입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지난 3일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 지정과 함께 재개관된 박물관의 머릿돌 전문은 “고구려가 동북아 고대문명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주었던 중국 동북의 소수민족 지방정권의 하나”라고 못을 박고 ‘기원전 37년에 정권을 수립,668년 당조(당나라)에 의해 멸망됐다.’고 기술했다. 말미엔 “고구려가 창조한 독특한 문화는 동북아 문명사에 찬란한 한 페이지를 장식했고 중국 지안(集安)의 유적지는 고구려 역사에 대한 증거이며 세계적으로 더없이 중요한 역사·문화적 가치를 갖는다.”고 덧붙였다. 지안(중국 지린성) 오일만특파원 oilman@seoul.co.kr
  • [사설] 야만적 테러 용납 못한다

    어제는 온 국민이 새벽잠을 설친 날이었다.가나무역 직원 김선일씨가 이라크 무장단체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됐다는 소식에 모두가 경악했다.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전한다.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국민들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납치범들은 한국군 파병 중단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을 살해이유로 들었다.어떤 이유를 들더라도 무고한 민간인을 죽이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그것도 참수라는 극악무도한 방법을 썼다. 납치범들은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문명사회에서 있어서는 안 될 민간인 테러를 행한 것은 잘못이라는 점을 분명히 깨닫게 해야 한다.이라크 과도정부 및 관련국과 협조,납치범을 색출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국제사회와 공조를 통해 민간인 살해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김선일씨 시신 송환과 보상대책에도 만전을 기할 것을 정부에 촉구한다.위험한 땅에서 채 피지도 못하고 접어버린 김씨의 꿈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미국의 이라크점령이 정당하지 못함을 지적해 왔다.한국군 파병도 명분이 약하다.여야 의원 50여명이 어제 파병재검토 결의안을 제출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촛불집회,서명운동도 이해는 간다.그러나 자칫 테러에 굴복하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국론분열로 혼란이 빚어지면 테러범들은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시점과 방법에 대한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정부와 국민들도 분노를 삭이고 냉정해져야 할 시점이다.정부는 또 다른 납치사건을 막기 위해 각별한 안전조치를 강구해야 한다.파병 일정을 예정대로 추진할 때 이라크 과격파들의 반발 강도와 대응책에 대한 면밀한 내부검토가 요구된다.파병 반대측과 허심탄회한 대화도 가져야 한다.국민들은 마음의 평정을 찾아야 한다.이번 사건은 소수 과격집단이 저지른 짓이다.이라크 국민 전체를 향해 적개심을 갖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 [사설] 이라크 한국인 살해 용서 못한다

    이라크 무장단체에 납치됐던 가나무역 한국인 직원 김선일씨가 22일 밤 살해됐다.이 무장단체는 전날 “한국군이 24시간내 철수하지 않을 경우 참수하겠다.”고 밝혔었다.문명사회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납치범들이 무고한 시민을 살해한 것은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다.우리는 전 세계인과 함께 분노한다.가족들은 김씨가 살아 있기만을 기대했다.그러나 “죽고 싶지 않다.”고 절규했던 김씨는 끝내 희생됐다. 정부의 대응에도 문제가 있었다.지난 17일 사건이 발생한 나흘 뒤에야 사태 수습에 나선 것이다.그러다보니 때를 놓쳤다.외교력을 총동원해 무장단체와의 협상창구를 만들고,모든 채널을 가동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앞서 일본은 지난 4월 납치사건이 발생했을 때 외교력을 총동원하는 한편 이슬람 성직자단체의 지원을 받아 3명을 무사히 구출한 적이 있다.정부가 교민 안전 대책을 소홀히 하고 늑장 대처한 점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국제사회의 노력도 허사가 됐다.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등도 김씨의 석방을 요구하면서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조할 것을 약속했다.과격단체인 이슬람 울라마 기구도 인도적 차원에서 인질의 즉각적 석방을 촉구했다.그럼에도 납치범들은 용납될 수 없는 만행을 저질렀다.납치범들도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살해 사건을 둘러싸고 여러 갈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열린우리당 의원 18명은 엊그제 추가 파병을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일부 의원들은 알자지라 방송에 직접 출연까지 했다.이들의 충정은 이해가 가고도 남으나 국익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무장단체의 테러기도에 당위성을 주는 행동으로도 비쳐질 수 있지 않은가.이런 때일수록 말과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파병 반대가 곧 석방이라는 식의 단선적 사고로 접근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볼 일이다.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이 아쉽다.˝
  • [기고] 고유가 대안은 원자력 이다/설동선 기독교 원자력산업 선교회장

    우리는 지난 70년대 두차례나 석유파동으로 뼈아픈 경험을 체험하였다.그러나 최근 국제유가 급등으로 사상 최대 수치인 40달러를 뛰어넘은 실정이므로 또다시 에너지 수급에 붉은 불이 켜지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에너지자원은 가장 중요한 부의 근원인 동시에 현대 문명사회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다.그러므로 많은 사람들이 현대사회의 본질은 에너지자원을 둘러싼 국가간의 쟁탈전이라고 생각하는데,이는 에너지자원의 안정적인 확보가 나라 발전과 존립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가를 단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1990년대에 석유가격은 비교적 안정되었으나 최근 이라크사태 등 석유 수출국기구(OPEC)의 원유생산량 감산으로 가격이 급상승하여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 실정으로는 수입억달러의 추가부담을 안게 되리라 예상된다.또 화석연료 과다사용으로 환경파괴·지구온난화 현상이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되었으며,석유·석탄은 매장량이 한정되어 현 에너지 이용체제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이러한 상황에서 원자력은 국내 전력생산의 절반에 가까운 전력을 충당해 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그 역할이 크게 기대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의 자원환경 속에서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날로 심각해지는 환경문제를 해결하는,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대안은 현 상황에서 원자력이 유일하다.그러므로 원자력의 필요성에 관해 모든 국민과 정부·사업자가 함께 인식해야 한다.국가발전의 원동력인 에너지 안보에 관한 공동인식이 가장 중요할 뿐만 아니라 경제성·안전성 등 전반에 걸쳐 원자력의 효율성을 있는 그대로 알려 원자력에 관한 국민적 합의를 형성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원자력 사업은 국민적 동의와 합의가 없이 추진할 수 없다.즉 국민 이익을 위한 사업이라는 인식에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아울러 원자력 홍보 전문가 양성 및 연구의 활성화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현재 원자력 홍보에는 전문가가 부족한 실정이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양성해야 할 것이다.정부의 원자력 정책은 더욱 공개성과 투명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제는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 보는 견학이나 체험 위주의 실질적인 홍보를 해야 한다.자라나는 청소년·학생들에게 원자력 에너지와 환경에 관한 올바른 인식과 가치관을 심어주는 일도 매우 중요하므로,학교 현장에 나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원자력에 관해 홍보하는 것도 절대 필요하다.원전의 필요성과 안전성에 대한 원전 종사자들의 소극적인 태도와,자신의 업무는 홍보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식의 태도는 일반인들로 하여금 원전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이를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원전 종사자들이 먼저 적극적인 홍보요원이 되어 국민이 원전을 믿게 하는 신념을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전력사업은 국가 경제발전과 국민생활에 가장 핵심적이고 중추적인 요소이기 때문에,사업자는 지역사회를 공생적 관계로 인식하여 지역사회가 이전의 대립적·갈등적 관계에서 새로운 도약과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서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상대자로 인식함으로써 협조적이고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해 나가야 앞으로 원자력 산업은 성공적으로 이어질 것이다. 설동선 기독교 원자력산업 선교회장˝
  • 서울신문 제정 제12회 공초문학상 수상 정현종 시인

    “그동안 이런저런 문학상을 많이 받아서 다른 사람에게 기회가 갔으면 했는데….” 수상 소감치고는 짧은 한마디.그 속에 시인 정현종의 모습이 들어있다면 지나친 예단일까.시인의 상징처럼 보이는 흰 머리와 여전히 움푹 파인,맑으면서 직관이 그득한 눈매와 느릿느릿한 말에는 남에 대한 배려,겸허가 배어있다.수상시 ‘경청’이 이미 시인의 몸과 마음의 일부가 된 듯하다. ●중학시절 본 공초 ‘스님’ 이미지로 남아 “중학교 시절 명동의 음악다방에서 공초 선생님을 뵌 적이 있습니다.당시 윤동주 시집을 들고 문학에 빠져있던 터라 선생님 소문을 듣고 찾아갔는데 줄담배만 태우시며 말씀이 없던 기억이 납니다.제주 돌하루방과 흡사한 얼굴의 선생님은 제게 거의 반쯤은 스님 같은 이미지로 남아 있습니다.” 이 스쳐간 만남이 인연이 됐을까? 이후 공초와 다시 만난 적도 없고 문학 내적으로도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그의 수상시 ‘경청’은 공초의 삶과 시와 깊은 연관성을 보여준다. 공초는 일상의 구속을 거부한 채 형이상학적 세계를 시심(詩心)으로 그린 시인.무욕·무소유의 철학으로 세상을 초월한 삶을 살면서 수많은 문인들과의 접촉으로 시세계를 넓혀갔다.그의 시 정신을 기리는 공초문학상의 12번째 수장작 ‘경청’에서 정현종은 불행이나 비극의 원인이 경청하지 않는 세태에 있다고 지적하면서 “내 안팎의 소리를 경청할 줄 알면/세상이 조금은 좋아질 듯.”이라고 나지막이 노래한다.그가 강조한 ‘경청’은 자신을 낮추고 나아가 비워야 가능할 것이다.이 경지야말로 공초가 실천하려고 한 무욕과 통하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맥이 통하네요.지금 우리 현실은 정치판·학교 등 어떤 공간에서건 자기의 말만 난무합니다.남의 말에 귀를 귀울이는 여유가 아쉽습니다.듣는 능력은 참 중요합니다.시(詩)든 음악이든 모든 예술은 들을 수 없으면 불가능합니다.정치도 마찬가지입니다.비단 여론만 듣는 게 아니라 자신에 대한 비판까지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경청’은 지난해 세상에 나온 그의 여덟번째 시집 ‘견딜 수 없네’에 수록된 작품.시인 고은이 ‘우리 시대의 한 언어의 정령’이라고 찬탄한 첫 시집 ‘사물의 꿈’(1972년)을 낸 이후 시인은 작품을 낼 때마다 ‘문단의 화제’였다.초기에는 사물의 존재 의의를 내밀한 꿈의 속성과 연계시키는 관념적 시세계에 몰두하다가 80년대 이후 사물의 구체적 생명 현상에 대한 공감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이후 다섯번째 낸 시집 ‘한 꽃송이’는 “상당한 변화를 겪으면서 보여온 과정이 마침내 도달하게된 ‘자유’의 한 극점”이라는 평을 받으며 환경문제를 문학적으로 집약한 전범으로 자리잡았다. ‘약점으로 내리는 비’‘확신과 열애의 손의 운행’ 등 파격적 시어들은 마침내 문학평론가 김현에게서 “한국 현대시의 표현법과 소재의 면에서 큰 충격을 준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김춘수와 김수영을 극복한 자리에 시인 정현종을 자리매김하게 했다. ●바람의 시인… 자유의 시인 숲과 우주에 관한 이야기에서 자신만의 특징을 보여주면서 ‘바람의 시인’‘자유의 시인’이라 불려온 그는 수상시 ‘경청’에 이르기까지의 시적 변화를 이렇게 말한다.“나이 들면서 문어보다는 보통 하는 말 즉 구어(口語)의 사용이 늘었습니다.또 관심 영역도 세상만사로 넓어졌고요.무엇보다 제가 전하고자 하는 뜻은 변하지 않았는데 읽기가 쉬워졌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경험의 눈으로 보는 게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탁월한 그의 시적 감수성이 세월의 흐름에 민감한 것은 자연스럽다.‘경청’이 들어있는 시집 ‘견딜 수 없네’에서는 시간의 무상함,어쩔 도리없이 흘러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유달리 많이 토로한다.“나이 들면서 시간의 본질과 덧없음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습니다.최근 ‘꽃 시간’이란 제목의 시도 두편을 썼습니다.사람들은 흔히 ‘시간이 없다,바쁘다.’라고들 하는데 시간 자체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없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주류의 삶에 딴죽을 거는 게 문학의 속성이라고 할 때 그가 이 광속의,현란한 속도의 세태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컴퓨터 앞에서 정신없이 살다 보니 더 바삐 굴러가고 조급해지는 거죠.문명사라는 게 가속도의 역사 아니겠어요.천천히 가야 합니다.가끔은 멈춰서서 느긋한 마음으로 세상과 일을 돌아보는 게 필요합니다.이 격류의 세상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게 문학이 아닐까요.” 거슬러 올라가는 운명은 힘들다.그러나 내년이면 등단 40년을 맞는 시인이 헤쳐온 ‘시의 길’은 세속의 잣대로는 고난의 길이었을지 모르지만 정작 자신과 독자에게는 황홀하지 않았을까.그 ‘고통의 축제’는 시인이 90년 연암문학상 수상 소감에서 밝혔듯이 “시(예술)라는 것이,혹시,폭설(제도와 문명의 폭력) 속에서 고라니가 찾아가는 인가 같은 것은 아닐까.”라는 예언자적 비유 속에 잘 녹아 있다. 글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 ■정현종 연보 ▲39년 서울 출생 ▲59년 연세대 철학과 입학 ▲65년 박두진 추천 시 ‘독무(獨舞)’로 ‘현대문학’ 등단 ▲66년 황동규·박이도·김화영·김주연·김현 등과 동인 ‘사계’ 결성 ▲70년 서울신문 문화부 기자 ▲74년 미국 아이오와 대학 국제 창작프로그램 참가 ▲77년 서울예전 문예창작과 교수 부임 ▲78년 ‘한국문학작가상’ 수상 ▲82년 연세대 국문과 시창작 지도교수 부임 ▲90년 연암문학상 수상 ▲92년 이산문학상 수상 ▲96년 대산문학상 수상 ▲작품집 ●시집 ‘사물의 꿈’‘나는 별 아저씨’‘떨어져도 튀는 공처럼’‘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한 꽃송이’‘세상의 나무들’‘갈증이며 샘물인’‘견딜 수 없네’ ●시선집 ‘고통의 축제’‘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이슬’ ●산문집 ‘날자 우울한 영혼이여’‘숨과 꿈’ 등 ˝
  • 이런 책 어때요

    ●부처님의 생애와 가르침/한갑진 지음 경전에 의하면 시방세계(十方世界)엔 무수한 부처님이 존재한다.그중에서 우리와 특히 연이 깊은 부처님은 석가모니 곧 석존이다.극영화 ‘팔만대장경’ 등 180여편의 작품을 만든 영화제작자이자 불교연구가로 잘 알려진 저자는 ‘신화적’ 인물이 아닌 ‘역사적’ 인물로서의 석존의 생애를 다룬다.책은 아함경을 중심으로 부처님의 참모습을 밝힌다.아함경이야말로 불교 경전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일 뿐 아니라 석존의 사상과 언행을 가장 그 진상에 가깝게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이 책은 불교서적은 ‘부처의 길로 실어다 주는 뗏목’임을 실감케 한다.1만원. ●미국 패권의 몰락/이매뉴얼 월러스틴 지음 20세기 세계체제의 맥락에서 미국 헤게모니의 부상과 소멸과정을 살폈다.‘세계체제론자’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미국의 사회학자인 저자는 9·11테러 이후 미국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전지구적 혼돈의 와중에서 위험스럽게 표류하고 있는 나라”로 규정한다.내려야 할 곳을 찾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 추락한 ‘불시착한 독수리’라는 것이다.이슬람운동에 대한 성찰도 눈여겨볼 만하다.새뮤얼 헌팅턴식의 ‘문명의 충돌’ 같은 서구중심적 발상으로 이슬람운동을 파악하는 것은 아랍세계의 대중적 저항의 핵심을 놓치는 것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1만 5000원. ●옛 다리, 내 마음속의 풍경/최진연 지음 현존하는 다리 중 가장 오래된 것은 불국사의 청운교와 백운교다.이 다리들엔 불국에 이르는 통로라는 의미가 있는 것처럼 모든 다리엔 나름의 의미와 사연이 있다.강원도 고성 건봉사의 능파교는 고해의 파도를 헤치고 해탈로 나아가는 다리라는 뜻이 담겨 있다.성종 14년에 완성된 전곶교(箭串橋)는 중랑천 하류 한양대학교 옆에 있는 돌다리로 살곶이 앞에 있다 해서 살곶이다리로 불린다.이 다리는 조선시대 다리로는 가장 긴 다리로 당시 한양과 동남지방을 연결하는 주요한 통로 역할을 했다.사진작가인 저자는 40여곳의 우리 옛다리를 직접 찾아가 사진을 찍고 글을 덧붙였다.1만 8000원. ●대중독재/임지현 등 엮음 새로운 독재론으로서의 ‘대중독재(mass dictatorship)’의 개념을 설명.대중독재론자들은 ‘강제와 동의’에 주목한다.즉 대중은 권력을 독점한 소수에게 강제되거나 또는 독재에 암묵적 혹은 적극적으로 동의함으로써 독재체제를 강화하는 데 이바지한다는 것이다.이를 입증하는 예로 들 수 있는 것이 나치즘 체제에서의 독일 대중과 박정희 체제에 대한 한국 민중의 태도.그러나 ‘내면화된 강제’ 또는 ‘비가시적 폭력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된 현상을 독재에 대한 자발적 지지 혹은 동의라고 볼 수는 없다는 반론도 만만찮다.2만 5000원. ●키스의 재발견/애드리언 블루 지음 그리스신화를 토대로 한 제프리 초서의 시 ‘트로일러스와 크레시다’를 보면 크레시다는 이렇게 묻는다.“키스할 때 당신은 주는 쪽인가요,받는 쪽인가요.” 대답은 둘 모두다.키스는 주는 것과 받는 것 사이의 구분이 분명치 않다.“키스는 둘이 나눠 가져야만 가치 있다.”는 집시 속담도 있다.키스의 정체는 무엇인가.이 책에선 키스에 담겨 있는 상징과 의미를 밝힌다.서구 문명사상 가장 유명한 키스인 유다의 ‘배신의 키스’,파올로와 프란체스카 같은 불행한 연인들의 전설적인 키스,흡혈귀의 치명적인 키스 등 흥미로운 사례들이 등장한다.1만 2000원.˝
  • 더이상 통하지 않는 ‘패션의 금기’

    |파리 함혜리특파원·서울 최여경기자| 이건 이래서 안 되고,저건 저래서 안 되고….살다 보면 이런저런 제약들 때문에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하지만 이제 패션에서만은 이런 제약들을 인식하지 않고 표현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패션의 금기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은밀한 개인 공간에서만 드러내고 입던 속옷이 겉옷으로 둔갑하고,겨울 부츠를 햇볕이 쨍쨍 내리 쬐는 해변에서 신는가 하면,스포츠웨어를 입고 사무실에도 가고 회의에도 참석한다.엄격한 드레스 코드를 요구하는 파티석상에 검은색 레이스로 된 속이 비치는 속옷에 화려한 보석장식이 달린 벨트를 하고 나타나는 여성들도 늘고 있다. ●금기색상 ‘그린’,올해 최고의 유행색으로 초록색은 초원,숲,에머랄드,샐러드,생명을 연상하게 하는 자연에 가장 가까운 색상이다.하지만 의상에서만은 조금만 잘못 사용하면 금방 촌스러워지고 다른 색상과 부드럽게 조화되지 않기 때문에 오랫동안 디자이너들이 기피하던 색깔이었다.초록색이 올해는 단연 유행색상 1호가 됐다. 셀린의 디자이너 마이클 코스는 올해 봄·여름 컬렉션에서 엽록소의 색깔에 가까운 밝은 초록색으로 된 가디건,점퍼,칵테일 드레스 등을 선보였다.발렌시아가의 니콜라 게스키에르는 초록색의 양가죽 점퍼를,샤넬은 초록색 스포츠 가방을 내놓았다.돌체&가바나와 클로에의 초록색 실크 시폰 드레스는 패션잡지의 화보를 장식한다.유명 메이커가 내놓은 샌들·핸드백·액세서리 등에서도 초록색은 빠지지 않는다. ●대중적 브랜드에서도 초록이 강세 중저가 의류인 H&M은 옥색,에머랄드색,스포츠,카키 등 4가지 라인의 의류를 소개할 정도로 초록색에 무게를 싣고 있다. H&M 마케팅 담당 알린 카이아는 “초록 계열과 플라워프린트를 매치해 올 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파스텔 계열 초록색의 인기는 여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신판매 의류업체인 라르두트는 올해 봄·여름 시즌 카탈로그의 표지를 아예 초록색 라인으로 도배했다. 초록색이 이처럼 패션의 메인컬러로 등장한 것은 팝아트 스타일이 유행한 60년대 이후 처음이다. ●웰빙·자연주의 경향으로 주목 국내에서 초록의 유행은 젊은 여성의 ‘워너비(wannabe)’ 전지현이 한 광고에서 초록이 가득한 화면에 봄·여름 트렌드인 꽃무늬 로맨틱 패션으로 등장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또 디자인 측면에서는 시도가 됐지만 마케팅면에서 볼 때 소비자가 쉽게 선택하지 않아 ‘금기의 색’으로 낙인찍인 초록은 웰빙,자연주의의 유행으로 주목을 받게 됐다. 패션트렌드 분석회사 페클레르의 프랑수아즈 세랄타 실장은 “초록색은 생명,신선함,건강,전원 등 우리가 점점 아쉬워하는 것들을 상징한다.”면서 “웰빙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은 부족한 ‘산소’를 보충하듯 초록색을 의생활에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자의 배꼽 노출도 무죄 문명사회에서 음란한 행위로 간주되는 지나친 노출.그 수위가 지난해 핫팬츠,시스루룩,미니스커트 등 여성복에서부터 점차 낮아지기 시작했다.올해는 남성의 가슴과 배꼽도 자유로워졌다.노출하는 남성은 왠지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듯해 보였지만 이제는 ‘옷 좀 입는다.’는 평을 들으려면 좀더 과감한 패션에 도전해야 한다. 긴 목선과 아래로 살짝 드러나는 가슴을 강조하는 ‘클리비지 룩’이나 복부가 드러나도록 ‘벨리 컷’된 바지를 입어 걸을 때마다 날리는 셔츠자락 사이로 드러나는 배꼽이 포인트.에르메스,펜디,비비안 웨스트우드 등 해외 남성복 컬렉션에서 보여졌지만 국내에도 남성의 성적 매력이 표현되면서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오스틴리드의 김수진 디자인실장은 “과거 남성의 가슴을 드러내는 패션은 천박함과 성의 상품화라는 의미가 강해 부정적이었다.”며 “최근에는 야하기만한 패션이 아니라 부드러운 남성성과 섹슈얼한 남성상의 강점을 최대한 강조하는 긍정적인 패션 스타일로 표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lotus@seoul.co.kr˝
  • [문화마당] 환경의 역습/백지연 문학평론가

    작년에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우리의 주거환경을 둘러싼 오염 문제를 고발하는 다큐멘터리가 소개되어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았다.신규건축물에 대한 환경적 고려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우리의 주거 현실을 파헤친 방송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새 집 증후군’을 경험한 것을 계기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는 감독은 얼마 전 그 공로를 인정받아 상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갓난 아기와 함께 새 아파트에 입주한 지 몇 달 되지 않은 내게 환경과 건강은 일상적인 걱정거리가 되었다.입주하기 전 보일러를 가동하고 탈취제를 뿌리고 숯을 갖다놓고 공기 청정기를 돌리는 등 법석을 떨었지만 문을 닫아놓으면 알 수 없는 유해 가스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듯한 느낌을 떨칠 수 없다.유독 물질이 쌓여 있는 공간으로 돈을 주고 걸어 들어가면서 그것을 제거하기 위해서 또 다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 억울하기도 했다.건강을 위협하는 모든 화학적 도구로 치장되어 있음을 버젓이 알면서도 새 아파트의 산뜻한 외양에 잠시 혹했던 내 자신을 뒤늦게 탓해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문명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은 싫든 좋든 ‘환경의 역습’이 주는 공포와 긴장을 견디며 살아야 한다.따뜻한 봄바람이 부는 계절이지만 오염물질이 섞인 황사바람이 올까 걱정되어서 거실 창문도 마음대로 열어놓지 못한다.아침에 일어나서 뿌옇게 안개 낀 하늘을 보는 것도 일상적인 일이 되어버렸다.이렇게 오염된 환경 속에서 ‘웰빙’이니 ‘아침형 인간’이니 ‘몸짱 만들기’ 같은 유행어들은 소비적이고 표피적인 건강 구호에 불과할 뿐이다.유기농 식품을 먹고 적당한 운동과 절제된 라이프 스타일로 삶을 관리하는 소극적인 해결 방식은 결코 ‘환경의 역습’을 막아내지 못하는 것이다. 얼마 전 읽게 된 산드라 스타인그래버의 ‘모성 혁명’은 그런 점에서 문명인들의 삶을 근원적으로 돌아보게 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이 책은 얼핏 보기에 임신부와 태아에 관한 이야기,모유수유의 필요성에 대해 실질적인 지식을 제공하는 실용서로 보인다.그러나 과학자인 임신부가 생체적인 변화를 해석해 가는 과정은 단순한 지식습득의 차원을 넘어서 자연의 원리에 대한 성찰로 독자를 이끌어간다.한 예로 임신부가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는 산부인과 의사의 권고를 되새기며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식수가 되기 이전에,양수는 저수지를 채우고 있는 개울과 강이다.우물을 채우고 있는 지하수이다.그리고 개울과 강과 지하수이기 이전에,양수는 비이다.내가 나의 양수가 든 시험관을 손에 쥐고 있었을 때 나는 빗방울로 가득 찬 시험관을 쥐고 있는 것이다.(…) 내가 양수를 보고 있을 때 나는 오렌지 과수원에 떨어지는 비를 보고 있는 것이다.멜론 밭,축축한 땅 속의 감자,목장의 풀에 맺힌 서리를 보고 있는 것이다.” 아기를 보호하는 양수 속에 얼마나 많은 자연이 담겨 있는가에 대한 저자의 묘사는 시적이고 생동감 넘친다.인간이 자신의 몸 속에 하나의 새로운 생명을 키워서 내보내기까지 먹고 마시는 모든 것은 인간을 둘러싼 거대한 자연 그 자체다.그렇다면 그동안 무의식적으로 접해온 환경오염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무지하고 무심했던 것일까.저자의 말대로 우리가 지닌 모든 것을 한꺼번에 변화시킬 수는 없지만 작은 실천부터 시작하여 이것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이 필요한 때임을 절감한다. 백지연 문학평론가˝
  • [열린세상] 우리의 발걸음을 멈출 수는 없다/서영훈 신사회공동선운동연합 상임대표

    정치는 끝모를 혼란속을 헤매고 있다.이럴 때일수록 국민 모두가 새로운 가치관 모색과 정립을 통해 이 혼란을 극복할 길을 찾아야 한다. 지금 우리는 민족사적으로나 문명사적으로 중대한 도전을 받는 전환기에 처해 있다.오늘날 인류의 가장 큰 공동의 목표와 과제는 과학 문명의 도구적 기능을 인류의 평화 공존과 복지 증진을 위하여 올바로 선용하는 일이다.우리의 국가적 과제 또한 그러한 세계 질서 속에 참여하여 응분의 협력과 정당한 경쟁을 통하여 국가 민족의 활로를 개척하고 더욱 높은 목표와 이상을 향해 새 역사의 앞날을 열어 나가는 일이다. 이러한 때에 우리는 지나온 역사를 돌이켜보며 긍지를 갖고 자부할 것은 당당히 자부하고 부끄럽게 반성할 것은 겸손하게 반성함으로써 좀더 나은 앞날을 기약하지 않으면 안된다.기나긴 역사를 통해 한 많은 수난을 당하면서도 반만년의 역사를 이어온 강인한 생명력과 정체성을 지닌 문화 민족의 공동체이다. 비록 세계사의 모순이 빚은 냉전 구조 속에서 조국 분단과 동족상잔의 비극과 시련을 겪었으나 그 어려움을 이기고 세계가 인정하고 남이 부러워하는 경제 성장을 이룩해 중진국 상위권에 진입하는 저력을 발휘한 국민이다.그러나 우리나라는 협소한 국토에 부존자원이 별로 없고 과학 기술과 자본력에 있어서도 선진국과 격차가 크며 주변은 강대한 나라들로 둘러싸여 있다.모든 이념,경제의 장벽이 허물어지는 세계 속에서 신뢰와 존경을 받으며 계속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튼튼한 경제력과 더불어 문화와 도덕이 높은 모범 선진국의 면모와 내실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우리는 지난날 폐쇄적 정체 사회가 낳은 절대 빈곤이라는 구렁에서 벗어나기 위해 급속한 근대화 과정을 겪었다.이를 통해 경제적 성장을 이루어 풍요를 누리게 된 것은 당연히 자부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오랜 권위주의 통치 아래 생겨난 구조적 비리와 지나친 물량적 가치 추구는 사회 전반에 많은 역기능을 초래하기에 이르렀다.경제적 성장 속에 빈곤층은 늘어갔고 사회 도처에서 그늘은 짙어져 갔다. 정치 지도층의 무능과 비리,공직사회의 부정과 부패,인간성 상실로 인한 잔인한 살상과 패륜행위,집단적 이기주의와 사당파쟁,공공질서 문란과 조직적 폭력,분수없는 소비향락과 퇴폐풍조가 만연하고 있다.나아가 성도덕 타락과 가정윤리 파괴,언론윤리 결핍과 대중문화의 저질화,생명질서 파괴와 환경오염 등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한국병’과 사회악이 무섭게 만연되고 있는 것이 어둡고 부끄러운 현실이다. 이러한 사회악과 병리 현상들의 원인과 책임은 뿌리 깊고 광범위한 것이어서 어제오늘 생긴 것도 아니요,한두 개인이나 특정 집단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우리 모두는 이러한 문제를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기에 이르렀다.그 원인과 책임은 여러 가지로 진단할 수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급격한 사회변동과 문화 이전(文化移轉)과정에서 전통적 가치가 붕괴되었음에도 아직 새로운 가치질서가 그 자리를 메우지 못한 데서 찾을 수도 있다.국가 경영을 책임진 정치 지도층의 철학과 능력의 부재,자율과 타율에 의한 구조적 모순과 비리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어찌되었든 이제 우리는 이러한 반사회적,반인륜적 사회악을 극복하고 독재와 빈곤이 없고 부정과 부패가 없으며 혼란과 분쟁이 없는 건강하고 정의로운 선진사회를 건설해야 할 것이다.나아가 다른 나라들이 못 가지고 있거나 상실한 높은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가지고 새로운 공동체적 가치와 윤리규범을 창조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국민적 자각과 민족적 소명의식을 지니고 새로운 세계관과 가치관에 의한 21세기적 패러다임과 목표를 가지고 착실하고 힘찬 발걸음을 내디뎌야 하는 것이다.그리고 한번 발걸음을 뗀 이상 그것을 멈추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정치는 끝모를 혼란속을 헤매고 있다.이럴 때일수록 국민 모두가 새로운 가치관 모색과 정립을 통해 이 혼란을 극복할 길을 찾아야 한다. 서영훈 신사회공동선운동연합 상임대표˝
  • 이기적 판단도 존중해야 ‘님비’ 해결 실마리 풀려

    우리 사회에서 자신들이 거주하는 지역에 핵폐기물처리장,쓰레기매립장 등의 건설을 반대하는 이른바 님비(NIMBY) 현상으로 인해 주민과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 사이의 갈등이 야기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분권사회로의 진전에 따라 이러한 양상이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 전망 또한 없는 게 현실이다.그렇다면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한 보다 합리적인 진단과 해결방안을 모색해야만 한다. 지역이기주의의 발생은 근대 이후 우리 사회가 경험한 공동체의식,그리고 정치권력의 통제방식 변화 등에 의해 기인한 것이다. 주지하는 대로 한국의 공동체의식은 가문·혈연·문벌·학연에서부터 지역 및 민족공동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규모와 속성을 지닌다. 이러한 공동체의식이 오늘날에도 지속되고 있다.우리사회의 전통적 공동체의식은 지역자치권의 확대로 인해 지역주민,지역단체의 손익계산을 지극히 자기중심적으로 이뤄지게 만드는 데 일조를 한 감이 없지 않다.따라서 우리 사회에서는 이러한 이익적 요구에 따라 상호 불신과 대립이 생겨나도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상호 의사소통망과 갈등조정시스템이 미비하였다.그렇다고 해서 지역이기주의가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공공,공리라는 명분으로 소수와 지역이 무조건 희생되는 것을 강요해서도 안 된다. 지역과 주민의 이기적 주장과 판단,그리고 응집된 힘을 지역의 개혁과 혁신 쪽으로 물꼬를 터가는 지혜가 중요하다. 따라서 우리는 이기적 판단을 일단 존중하고,‘자!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해야 한다.’는 식의 사고전환이 필요하다. 님비현상은 기본적으로 이해관계 충돌에서 비롯된다.따라서 해결 또한 이해관계의 조정을 통해 모색되어야 한다.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주로 야기되는 님비현상은 이해관계의 조정보다는 찬성과 반대,흑과 백이라는 이분법적 구조에 근거한 명분싸움에만 매달리고 있다. 님비현상의 해결을 위해서는 성숙한 대화기법과 협상기법이 잘 작동하는 사회시스템의 구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그러나 우리나라는 ‘한국에는 협상문화가 없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갈등조정에 익숙하지 않다. 문명사적 전환이라고 불릴 만큼 오늘날의 사회시스템은 사회구성요소들을 마치 거미줄처럼 연결시키는 수평적 네트워크 사회로 전개하고 있다. 따라서 그 과정에서 권위주의적 질서는 급격하게 해체되고 집단적인 사고와 가치보다는 개인주의적 사고와 가치가 더 비중 있게 다뤄지도록 하고 있다.한편으로는 사회의 이질성과 다양성으로 인해 구성원간의 이해갈등도 급격히 증대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어떤 일방적인 명령이나 규제 혹은 일원적 가치구조로는 사회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협상문화가 사회시스템 곳곳에 스며들고 정착되어 다양한 이해와 가치를 용해시킬 수 있는 협상지향적 시민사회로 혁신되어야 할 것이다. 우동기 영남대 교수 행정학˝
  • [이런 책 어때요] 홍콩에서 예루살렘까지/현길언 지음

    ‘사해’하면 흔히 죽음의 바다를 떠올린다.사해 남쪽 소돔이란 지역이 주는 선입견 때문일 것이다.소돔과 고모라는 아브라함시대에 의인 열 사람이 없어 유황불로 멸망당한 죄악의 도시다.그 두 도시의 자리가 바로 사해라고도 전해진다.그러나 그건 인간 상상력의 소산일 뿐이다.소설가인 저자의 문명사적 시각은 단순한 소설적 상상력을 넘어선다.저자는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온 뒤에도 여전히 뒤틀린 이스라엘의 역사를 안타까워한다.인간은 ‘나그네성’을 타고 났다고 말하는 저자에게 여행의 가장 큰 기쁨은 문명의 동질성을 확인하는 것이다.1만 5000원
  • 이런 책 어때요

    십자군전쟁 그것은 신의 뜻이었다 W.B.바틀릿 지음 / 서미석 옮김 한길사 펴냄 십자군 전쟁은 교황 우르바누스 2세에게 도착한 한 통의 편지가 기폭제가 됐다.당시 콘스탄티노플 황제였던 알렉시우스는 이교도들에 맞서 성스러운 교회를 수호할 수 있도록 원군을 보내달라는 편지를 교황과 유럽의 그리스도교인들에게 보냈다.하나님의 성지가 이슬람 교도들에게 유린되고 있다는 현실은 중부 유럽을 중심으로 십자군 운동의 열기를 낳았다.이 책은 십자군 전쟁은 왜 일어났는가에서부터 신의 뜻을 표방한 전쟁이 인간의 탐욕으로 어떻게 변질되고 끝났는지까지 소상히 밝힌다.유럽중심 시각에서 벗어나 십자군전쟁 200년 역사를 다뤘다.2만원. 마이클 조던이 나이키를 살렸다 허원무 지음 살림 펴냄 최고의 스포츠 용품 브랜드인 나이키에게 80년대 초반은 위기의 시대였다.79년 간신히 아디다스와 푸마를 따라잡자마자 리복이란 새로운 강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다.당시 폴 파이어맨이란 뛰어난 CEO를 영입하고 전열을 가다듬은 리복은 신흥시장인 에어로빅 분야에진출해 승승장구했다.그러나 나이키는 90년대초 다시 스포츠 용품 시장을 석권하게 됐다.치밀한 엔터테인먼트 마케팅 전략 때문이다.그 한가운데에 농구스타 마이클 조던이 있었다.이 책은 영화,애니메이션,스포츠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코드를 활용하는 마케팅 사례들을 보여준다.1만 2000원. 사랑의 중국 문명사 장징 지음 / 이용주 옮김 이학사 펴냄 ‘사랑’이란 프리즘을 통해 본 중국의 역사와 문화.장구한 역사를 통해 계속된 문화충돌과 융합과정을 거치며 중국은 고유한 ‘잡종문화’를 탄생시켰다.저자는 민족의 융합은 혼인과 혼혈에 의해서만 진정으로 완성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중국의 ‘잡종성’을 드러내는 사례들을 제시한다.혼혈아 제왕들,이민족 간의 사랑,성애문학,중국 근대화 과정에서의 연애 등 ‘중국사 속의 사랑’을 들춰낸다.저자는 중국에서 연호를 사용한 황제는 모두 341명으로,이중 이민족 출신 혹은 혼혈이 아닌 순수 한족 황제는 전체의 50%도 안된다고 주장한다.1만 3000원. 나의 피는 나의 꿈속을 가로지르는… 나스디지 지음/ 조병준 옮김 푸른숲 펴냄 나바호족 후예가 들려주는, 인디언으로 현대를 산다는 것의 의미 그리고 가족 사랑 이야기.나바호족은 미국 뉴멕시코,애리조나,유타주에 사는 원주민의 한 종족이다.백인 카우보이 아버지와 나바호족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저자는 백인 사회와 인디언 사회 어느 쪽에도 속할 수 없는 주변인이었다.끊임없이 떠돌아 다녀야 했던 저자는 어느날 갓 태어난 인디언 사내아이 ‘별 볼일 없는 토미’를 입양한다.그러나 토미는 태아 알코올 증후군에 걸려 여섯 살에 세상을 떠나고 만다.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던 시절,아버지의 이름으로 전하는 사랑이 감동적이다.1만원. 일본 근대의 풍경 유모토 고이치 지음 그린비 펴냄 1853년 미국의 동인도함대 사령관 페리가 이끄는 함대가 우라가 앞바다에 나타난 이후 일본은 근대화의 격랑에 빨려든다.일본은 1868년 메이지정부를 세우고 판적봉환(版籍奉還,일본의 각 영주들이 그들의 영지와 인민을 조정에 반환한 일)과 폐번치현,국민징병제와 의무교육제 확립 등 근대화에 나선다.이 책은 일본 근대의 풍경을 만화와 삽화를 통해 설명한다.일본어 발음은 음독과 훈독이 일정한 원칙 없이 마구 섞여 쓰이기 때문에 주의하지 않으면 만평에서 패러디한 바를 정확히 알 수 없다.이런 점을 감안해 역주를 충실히 달았다.3만 2000원. 농담 이형식 엮음 궁리 펴냄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과 유랑 시인들의 유머 섞인 이야기를 모은 일화집.어떤 사람이 BC 2세기의 목가 시인 비온에게 죽음의 길이 험난한지를 묻자 그는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아무 걱정 마시게.저승길은 아주 평탄하다네.누구든 눈을 감고도 갈 수 있는 길이니까.”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세속사의 대부분을 경멸했다.아테네 근교 아카데모스에서 플라톤이 열심히 행하던 교육을 시간낭비라 했는가 하면,웅변가들을 멍청한 군중의 하인들이라 불렀다.책에는 도둑과 사기꾼,오쟁이진 남편,욕정에 목마른 수녀 등에 얽힌 갖가지 해학이 담겼다.9000원.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