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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20 회의] MB, 워싱턴 글로벌 프렌들리 행보

    |워싱턴 진경호특파원|15일 오후(현지시간·한국시간 16일 오전) G20 금융정상회의가 끝난 직후 이명박 대통령은 곧바로 워싱턴 팔로마호텔의 수행기자단 프레스센터로 달려왔다. 그러곤 30분 남짓 정상회의 결과를 직접 설명하고 의미를 평가했다.●이대통령, 언론에 이례적 직접 브리핑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이 직접 회의결과를 언론에 브리핑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그만큼 지금이 인류문명사에서 중대한 위기국면이고, 우리가 이를 주도적으로 헤쳐가야 할 뿐 아니라 (의장단으로서)책임을 떠맡게 된 만큼 직접 설명하는 게 좋겠다고 이 대통령이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브리핑에서 “G20 정상회의가 구성되는 과정도 매우 어려웠지만, 워싱턴포스트가 지적했듯 한 세기에 있을까 말까 한 중요한 여러 과제들에 대해 20개국이 합의를 이룬 것은 금세기 국제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이뤄진 것으로 모든 국가들이 평가한다.”고 회담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무엇보다 이번 논의 과정을 통해 (한국을 비롯한) 신흥경제국들의 발언권이 높아졌다.”면서 “우리는 지난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 때부터 주요 국제문제가 신흥국들과 함께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해 왔고, 이번 회의를 통해 그것이 상당히 굳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G20정상회의가 앞으로 G8(선진8개국)정상회의를 대체해 범지구적 문제를 논의하는 무대가 될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이번 공동선언의 실행계획을 논의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레 신에너지 문제나 기후변화 대책 등에 대해서도 G20 정상회의가 주도적으로 논의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번 G20 국가들과의 모든 토론 과정과 결과를 버락 오바마 당선인측에 시시각각 통보했고, 이번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을 오바마 정부에서도 강력하게 이행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참가국 첨예한 이해 조정 긍정 평가 이 대통령은 앞서 G20정상회의 1차 전체회의에서 선도발언을 한 데 이어 회의가 끝난 뒤 가진 정상 업무오찬에서도 다시 연설을 했다. 선도발언에서 선진국들의 외환유동성 확대 노력과 국제통화기금(IMF) 보증제도 도입을 제안한 이 대통령은 오찬연설에서는 보호무역주의 지양을 거듭 강조했다. 영어로 진행된 이 연설의 주요 내용, 즉 ‘시장개방 필요성과 보호주의 지양’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특별히 이 대통령에게 부탁한 내용이다. 이동관 대변인은 “지난달 21일 이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간 전화 통화 때 이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로 후퇴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발언하자 백악관 부대변인이 이를 ‘통찰력 있는 발언’이라고 평가했고, 이에 부시 대통령이 오찬발언을 따로 요청했었다.”고 전했다.●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회동 이 대통령은 G20 금융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14일 오후(현지시간·한국시간 15일 오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만나 30여분간 금융위기 극복, 기후변화 공동대처 방안 등을 논의했다. 반 총장과의 회동은 취임 후 세번째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북한의 최근 강경기류와 관련,“북한도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된 만큼 그에 걸맞은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유엔의 북한인권 결의안을 우리가 공동제안한 만큼 앞으로 계속 상황을 지켜볼 방침”이라고 말했다.jade@seoul.co.kr
  • “조선 선비는 비판적 지식인의 전형”

    “조선 선비는 비판적 지식인의 전형”

    조선시대 선비와 선비정신의 현대적 의미와 계승 방안을 모색하는 국제학술대회가 열린다. 남명학연구원(원장 이성우)과 한국선비문화연구원설립 추진위원회(위원장 이현재)는 24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선비와 선비정신‘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마련한다. 이장희 전 성균관대 교수가 ‘선비의 본의와 선비정신´이라는 주제로 기조발표하고, 최봉영 항공대교수, 최석기 경상대교수, 조영달 서울대교수 등이 논문을 발표한다. 중국 인민대 갈영진 교수는 ‘한중 선비정신 비교연구´를, 일본 고베대 다카하시 마사아키 교수는 ‘선비와 무사도´에 대해 발표한다. 조영달 서울대교수는 발표문 ‘현대사회의 지식인과 선비정신의 사회적 재해석´에서 “서구의 신사도나 일본의 무사정신, 그리고 한국의 선비정신은 그 시대 지성을 대표하는 시대정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명 조식(1501~1572)으로 대표되는, 높은 식견과 덕을 갖추고 산림에 의거한 유학자들을 흔히 처사라 하는데 이는 오늘날 우리에게 알려진 조선시대 선비상의 한 전형이기도 하다. 남명은 현실에 대한 급격한 변혁보다 안정을 추구한 퇴계의 현실관과 달리, 선비는 현실정치의 모순에 맞서 이를 과단한 언어로 지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둔하는 처사가 아니라 현실에 대한 깊은 관심을 지닌 비판자였던 셈이다. 조 교수는 “현대사회에서 과거의 선비의 역할을 수행하는 존재는 지식인”이라면서 “선비와 지식인의 공통적인 사회적 기능은 문명사적 개척자와 사회적 균형추로서의 지성”이라고 지적했다. 설석규 경북대교수는 ‘남명학파의 선비정신´에서 “조식은 세상의 모순에 초연한 탈속형 선비나 분수를 지키며 자처하는 자수형 선비,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조차 거부하는 방임형 선비의 면모와는 거리가 있었다.”면서 “평생 동안 관직에 나아가지 않고 향촌에서 학문연구와 제자양성으로 일관한 처사형 선비의 범주에 포함되면서도 개혁의 방향을 모색한 개혁지향형 선비로 규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봉영 한국항공대교수는 국어사전에 수록된 선비의 정의가 원래 의미와 부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발표문 ‘한국사와 선비의 전통´에서 “오늘날 국어사전에는 선비를 ‘학식이 있되 벼슬하지 않은 사람´으로 풀이되고 있으나 선비가 학문을 하는 것은 관직에 나아가서 실천하기 위한 것으로 선비가 학식을 갖고 벼슬을 하지 않는 것이 특별하거나 대단한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장희 전 성균관대교수는 기조발표문에서 “조선조의 선비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선비의 긍정적인 면은 제쳐 두고 비리만을 들추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올바른 선비란 예의염치를 중시하고, 포부가 크고 강인하며, 공론을 그르칠 염려가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현대문명의 뿌리,‘동양역학’에 있다

    현대문명의 뿌리,‘동양역학’에 있다

    지난 시간에는 역학에 대한 이해와 서양과 동양에서 역학의 의미에 대해 알아 보았다. 이번에는 현대 문명의 눈부신 발전이 수학에서 비롯된 서양과학의 발달 덕분이라고 믿고 있는 독자들에게 현대 문명의 뿌리가 동양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아보기로 한다.  컴퓨터, 휴대전화, 자동차, TV 등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린 현대문명의 뿌리가 서양이 아닌 동양에서부터 비롯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고대 동양 문명이 서양으로 전파된 시기는 언제이며 어떻게 전파되었는가에 대해서 알아보자. 자료부족으로 인해 그에 따른 역학의 유래는 자세히 알 수 없다. 하지만 문헌에 따르면, 환웅의 막내아들인 ‘태우’로부터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어느 날 태우는 삼신이 강령하는 꿈을 꾼 후 백두산에서 천제를 지내고 내려오다가, 송화강에서 나온 용마의 등에 나타난 상을 보고 하도와 팔괘를 처음 그려 역(易)의 창시자가 된다.  이 시기 고대 중국은 일개 약소국에 불과해, 강대국인 우리나라의 문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던 형편이었다. 이후 상과 수로 상징되는 하도와 팔괘가 만고불변의 진리로 세상에 드러나면서 역학의 도맥으로 문왕, 주공, 공자를 거쳐 이어지기에 이른다. ●고대 동양에서 서양으로 전파된 시기는 언제이며, 어떻게 전파되었는가?  약 4000여 년전, 우나라의 임금이 치수공사를 하던 중에 물속에서 기어 나온 거북이 등에 있는 무늬를 보고 낙서를 했다. 낙서의 수를 그대로 옮기면 3차 마방진이 되는데, 가로•세로•대각선의 합계가 모두 15가 된다.  마방진은 한마디로 숫자 속에 숨겨진 우주의 질서를 의미하는데, 그 후 사람들은 마방진의 신비한 이미지에 매혹되었고, 인도•페르시아•아라비아 상인들에 의해 비밀스럽게 중동•유럽으로 전해지게 된다. 이는 서구문명에 지대한 발전을 가져오게 했고 수학이라는 개념을 기초로 한 과학이라는 또 다른 힘을 가져다주게 된다.  이에 따라 서구문명의 발전과정 중에서 가장 중요한 수학이라는 막강한 힘을 키워주게 되고 컴퓨터, 휴대전화, 자동차, TV 등 현대 문명의 이기들을 탄생시킨다. 근대수학의 발전에 초석을 다진 대표적인 인물로는 B.C 532년경에 활동한 피타고라스이다. 에게해의 사모스섬에서 태어난 그는 이집트에서 유학하는 동안 동양으로부터 전해진 낙서, 마방진 등의 지식을 얻게 되었고, 이후 이탈리아 남부에 정착하기에 이른다.  탈레스는 우주의 근본을 물이라 보았고, 데모크리토스는 원자라고 본 데 반해, 피타고라스는 우주의 근본을 수라고 정의하게 된다. 그는 수, 수적 비례, 그리고 조화에 대한 연구를 통해 ‘수는 만물의 척도’라고 했으며, 사물은 수들로 구성되어 있고 수는 사물과 닮아, 사물 그 자체라고 정의했다.  이에 따라 수학을 기초로 한 과학은 수학 때문에 발전한 것이고 수학의 원리야말로 만물의 원리를 담고 있는 동양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수학자들도 수천 년 동안 숫자의 합이 일정한 마방진에 관심을 가졌으면서도 아직까지 명쾌한 답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내부의 숫자들이 제멋대로 존재하지 않듯, 이름 모를 잡초라 할지라도 마방진의 숫자처럼 제 위치에서 전체 조건 값에 참여하면서 질서와 균형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팔괘에서 시작된 이진법의 원리처럼 말이다.  그 신비한 성질이 무엇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인지 실체가 무엇인지 설명이 불가능하다. 비록 서양의 수학이 동양의 상수원리에 일관된 뿌리를 두고 발전한 것은 아니지만, 상당 부분 수학의 기본개념이 동양의 역학으로 상수원리와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가령 팔괘의 행렬은 선형방정식의 해법이고, 그 순열조합은 확률론과 게임이론의 기초가 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만물은 무한한 것과 유한한 것이 종합하여 생성하는 것이니, 이것은 수의 홀수와 짝수가 결합하여 변화하는 것과 동일한 원리라고 피타고라스가 정의 한 것처럼 복잡한 수식을 떠나 수학은 인류문명사를 통해 예술·철학·종교·사회·과학에 개입하면서, 문화의 또 다른 부분들과 연결되어 살아있는 귀중한 사고 덩어리들로 형성된 셈이다.  이러한 모든 정황을 살펴 볼 때, 고대 서양에서도 수에 대해서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상수원리와 밀접하게 관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서양역학 즉 과학이 거대한 우주와 대자연을 근본으로 하고 있는 것은 동양역학의 뿌리를 기초로 초석을 다져왔음을 증명하기에 충분하다는 결론이다.   도움말 동방대학원대학교 문화교육원 명리학과 노재환 교수
  • [열린세상] 이미지 시대의 그림자/김충현 서강대 언론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이미지 시대의 그림자/김충현 서강대 언론대학원 교수

    최근 충격적이며 허탈감을 안겨주는 보도를 접하게 되었다. 모 대기업 사장과 대표적 환경단체 대표에 대한 비리 혐의와 유명 여자 탤런트의 자살 소식이다. 이처럼 허탈한 것은 그들이 평소 주변으로부터 ‘능력, 성실, 강직, 청렴’이나 ‘자신감, 친근, 쾌할, 성실, 생활인’ 등의 ‘이미지’를 강하게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이미지’는 주로 대중매체나 주변의 소문 등에 의해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일반 대중은 그들의 진정한 면모를 파악할 도리가 없다. 이들이 모두 대중으로부터 긍정적 이미지를 받고 있었다는 점은 공통적이나 전자의 경우는 그 이미지와 현실과의 괴리가 너무 커 허탈감을 받게 되고 후자의 경우는 그녀가 혹시라도 자신의 긍정적 이미지가 무너질 것을 염려하여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면에서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스타는 영화나 드라마가 창출하거나 아니면 설정된 ‘캐릭터’일 뿐인데도 불구하고 대중은 이에 공감하고 열광하여 현실과의 구분을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것의 결과는 ‘이미지’이다. 일반 대중이 좋아하던 스타가 불명예스러운 입장에 처하게 되면 이에 대해 안타깝게 여기게 되는데 그것은 그 스타가 평소 좋은 ‘이미지’를 잘 관리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정서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문제는 그러한 과정이 우리의 의식과 인식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지’시대에 살고 있으며 누구나 이미지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브랜드 이미지’ ‘기업 이미지’ ‘국가이미지’ ‘대통령 이미지’ ‘대학 이미지’ 등 그야말로 이미지 천국이며 전성시대이다.‘고급 브랜드’의 이미지든 ‘친환경적 기업’의 이미지든 ‘서민을 대표하며 사회의 정의를 실천하는 국회의원’의 이미지든 그것이 얼마만큼 실체와 근접하는 것인지 아니면 미디어에 의해 형성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문제는 우리의 의사결정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문명사학자 부스틴은 미국 사회가 대중 미디어에 의해 형성되는 환경은 실체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점을 이미 지적한 바 있다. 이는 미디어가 창출한 ‘유사환경(pseudo environment)’과 현실적 실체와의 간격을 우려한 것이며 이로 인해 생성된 ‘이미지’에 의한 대중들의 인식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한 것이다. 우리는 오늘도 미디어가 창출하는 유사적 환경과 이미지에 현혹되어 생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미디어가 창출하는 환경을 좀 더 실감나게 하기 위해 소위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는 것도 등장했다. 그러나 이것 역시 미리 짜여진 각본과 캐릭터에 의해 제작된 상황일 뿐이다. 물론 미디어가 제공하는 ‘오락성’의 가치를 부인하거나 인간의 유희 본능이나 감성적 경험을 과소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미디어로부터 창출되는 ‘이미지’에 너무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중요한 문제나 대상을 판단할 때 이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분석하여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하는 것이며 ‘인지적 구두쇠’가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우리가 처음 만난 사람을 ‘첫인상’만으로 평가,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통령이나 서울시장 등 국가의 지도자를 그 실체를 파악하지 못한 채 ‘이미지’에 의존하여 선택한다면 과연 올바른 선택이라 할 수 있을까. 대학을 ‘이미지’로 선택해도 될 것인가. 그 결과 우리가 누리는 혜택은 무엇이며 만약 올바른 선택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 더구나 과거보다는 훨씬 다양화된 갖가지 미디어를 통해 미확인된 정보나 신뢰성 없는 정보에 의해 형성 또는 조작된 ‘이미지’가 넘쳐흐르는 IT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근거로 현실을 파악해야 할 것인가. 미디어 교육의 중요성과 비판적이며 분석적인 시각의 사회적 확산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김충현 서강대 언론대학원 교수
  • EBS ‘다큐왕국’ 입지 굳힌다

    EBS ‘다큐왕국’ 입지 굳힌다

    EBS가 25일 가을 프로그램 개편을 단행한다. 이번 정기 개편은 지난 봄 대대적으로 시도된 ‘고품격 기획 다큐멘터리 편성 전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 특징. 전반기 EBS는 화제작 ‘인간탐구 5부작-아이의 사생활’ 등 굵직굵직한 교육기획 다큐멘터리들을 집중 방영했다.EBS는 이런 성과들을 바탕으로 후반기에도 명실상부한 ‘다큐멘터리 왕국’으로서의 입지를 굳힌다는 방침이다. 대표적인 것이 아시아 최초의 공룡 다큐멘터리 영화 ‘한반도의 공룡’이다.8000만년 전 한반도에서 생존을 위해 발버둥쳤던 타르보사우루스 등 공룡들의 극적인 삶이 고화질(HD) 영상으로 펼쳐진다. 화면은 실제 촬영한 원시 자연과 최첨단 컴퓨터 그래픽 기술로 탄생시킨 공룡을 합성하는 방식으로 재현됐다.100% 순수 국내 제작물이다. 역사·문명 다큐멘터리 시리즈도 눈길을 끈다. 아프리카 원시 부족들의 삶을 통해 인류의 근원을 조명하는 ‘아프리카 원시문명 탐험’(9월 방송), 동서양 문명의 교차로를 찾아 문화 공존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문명의 교차로를 가다’(10월 방송), 지구 최후 ‘원시의 시간’이 남아 있는 칠레 안데스 지역을 심층 취재한 ‘문명 탐구-안데스’(11월 방송) 등이 방영된다.‘한반도 문명사’와 ‘인도 문명사’ 시리즈는 내년 방송을 목표로 사전 제작 중이다. 학교 현장에서 당장 시청각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작된 교육 콘텐츠형 다큐멘터리들도 관심거리.‘피타고라스 정리의 비밀’(9월 방송)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수학 다큐멘터리로, 고대로부터 전해져오는 직각 삼각형의 비밀 등을 알아본다. 또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들의 실태를 조명하는 ‘마리온 이야기’(9월 방송), 빙하기 시대의 자연 유산인 피오르와 리아스 지형을 들여다보는 ‘피오르와 리아스’(12월 방송), 실험을 통해 생활 속 과학 호기심을 풀어보는 ‘당신의 과학’(8월 방송), 북극의 섬 그린란드의 자연과 원주민을 담아낸 ‘세계의 자연-그린란드의 여름 이야기’(10월 방송) 등이 차례로 전파를 탄다. 이밖에 실제 동물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어린이 드라마 ‘몰모트 킹’(10월 방송)을 비롯해 ‘리틀 아인슈타인’,‘달려라 카카’ 등 유아·어린이 애니메이션도 마련된다. 신설 프로그램인 ‘EBS 토론광장’(매주 토요일),FM 라디오 ‘강지원의 특별한 만남’(월∼토, 오후 4시20분)도 기대를 모은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사설] 갈등과 분열 넘어 선진 한반도 시대로

    어제 우리는 광복 제63주년이자 건국 60돌을 맞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경복궁 광장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건국 60년의 성공 신화를 토대로 선진일류국가를 건설하자며 국민의 동참을 호소했다. 일제의 압제에서 해방된 지 3년만에 정부수립을 선포했던 그 자리에서다. 그날의 감격이 한강의 기적으로 이어졌듯 이번 광복절은 위대한 한민족 시대를 여는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우리의 현대사는 기적의 역사였다. 미국의 잉여농산물로 허기를 달래던 나라가 분단과 전쟁의 폐허를 딛고 세계 13위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했다. 가발 정도밖에 내놓을 게 없던 나라가 이제 반도체·휴대전화 등 첨단 제품으로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이만하면 온 국민이 함께 쓴 성공 스토리가 아닌가. 물론 어둡고 칙칙한 과거도 없지 않았다. 독재·권위주의 체제하에서 인권유린도 비일비재했다. 소득과 복지의 쏠림현상 등 압축성장의 그늘도 컸다. 그렇다고 해서 자기 비하에 빠질 이유는 없다. 때론 뒷걸음질하고 돌아가기도 했지만, 큰 흐름에선 세계사의 대세와 궤를 같이하는 진보의 대장정이었기 때문이다.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독립한 140여개국 중 대한민국은 유일하게 산업화와 민주화에 동시에 성공한 나라라지 않은가. 따라서 광복이냐, 건국이냐 하는 작금의 논쟁 자체는 부질없어 보인다. 둘 다 소중히 되새겨야 할 역사의 변곡점이다. 독립투사들의 풍찬노숙이 밑거름이 된 광복이 없었다면 건국은 아예 불가능했을 게다. 우리는 이미 광복절을 건국절로 대체하자는 일부 보수세력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또한 정부수립이 없었다면 오늘의 우리를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내달에 정권수립 60주년을 맞는 북한의 참상을 보라. 굶주림에 지친 주민들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고있는 현실이 아닌가. 이념 대신 시장을 택한, 개혁·개방 이후 중국과 러시아의 번영은 또 어떤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국체로 삼은 우리의 건국이 올바른 선택이었음을 역설적으로 입증한다. 그런데도 광복절 행사마저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져 반쪽으로 치러진 것은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일부 야권은 어제 기념식에도 불참했다. 건국이냐 광복이냐를 둘러싼 비생산적 명분 다툼 때문이라면 유감스러운 일이다. 유한한 정권에는 끊임없는 견제와 비판이 필요하지만, 영구히 함께 발전시켜야 할 국가공동체의 존재 가치마저 훼손하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 대나무는 언제나 매듭을 지으면서 새 마디를 만들며 자란다. 대한민국도 광복 63주년이든 건국 60주년이든 영욕의 과거를 매듭짓고 새로운 시대를 열 때다. 이명박 정부부터 시험대에 올랐다. 새 정부는 촛불시위에서 보듯 국민과의 소통 실패로 황금같은 집권 초반 반년을 허송했다. 이 정권이 남은 임기 중에도 지리멸렬하게 된다면 대통령의 불운이기 이전에 국민 모두의 불행이다. 그래서 우리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미래전략으로 삼아 재도약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다짐에 주목한다. 선진화라는 그간의 막연한 구호 대신 구체적 청사진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온실가스를 줄이면서 고용창출 효과가 큰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하려는 취지는 반길 만한 일이다. 환경보호라는 문명사적 흐름과 호흡을 함께하면서 선진국에 진입하려는 발상이란 의미에서다. 그러나 선진일류국가는 정부의 의욕만으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이 대통령은 한강의 기적에 이어 ‘한반도의 기적’을 일구어내자고 했지만,5년 단임 정권의 임기내에 이뤄지긴 어렵다. 국민 모두가 분열과 갈등을 넘어 다시 뛰는 출발선에 함께 서야 한다. 그러자면 남북간 대화와 협력의 재개도 긴요하다. 한반도와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사는 한민족 모두가 들메끈을 고쳐 맬 때다.
  • [열린세상] 대인(大人)과 소인(小人)/윤재근 문학평론가

    [열린세상] 대인(大人)과 소인(小人)/윤재근 문학평론가

    공자(孔子)보다 더 사람의 대소(大小)를 사정없이 갈래지은 성인(聖人)은 없을 성싶다. 논어(論語)에 15회에 걸쳐 군자와 소인이 대비(對比)돼 있다. 거기서 보면 왜 소인이 삶을 뻔뻔하게 얕보려는 천박한 인간인지 살펴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너 소인배야.” 하면 누구나 화를 버럭 내면서 소인배 주제에 누구를 보고 소인배라 하느냐며 멱살잡이를 마다 않는다. 이는 누구나 소인배란 소리를 들으면 모멸감을 느끼는 까닭이다. 인간이 문명사회를 일구었다 하지만 인간의 대소(大小)에 관한 공자의 판별을 보면 인간의 성질머리는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는 생각이 앞선다. 남의 탓만 찾는다. 그래서 내 탓은 하나도 없다고 우긴다. 이를 소인의 ‘구저인(求諸人)’이라고 공자께서 밝혔다. 잘못되면 조상 탓이라며 시치미를 떼는 경우일수록 꼬투리를 잡아 일을 헝클어 놓는다. 실타래도 헝클어지면 실마리를 찾아야 실을 풀어 쓸 수 있는 일이다. 실마리를 찾기는커녕 제가 헝클어 놓고 네가 책임지라고 삿대질만 일삼기를 마다 않는다. 이런 소인배들이 설치면 살기는 점점 더 힘들어 간다. 그래서 ‘구저기(求諸己)하라.’고 성인이 타일러 두었다. 자기한테서 탓을 찾아라. 그러면 헝클어진 실꾸리에서도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다. 이래서 치자(治者)일수록 대인(大人)이어야 한다. 서로 견주기만 한다. 그래서 내가 이겨야지 지면 안 된다고 다짐한다. 이를 소인의 ‘비이부주(比而不周)’라고 공자께서 말했다. 오죽하면 사촌이 논을 사면 배 아프다는 속담이 생겼겠는가. 내가 잘 되어야지 남이 잘 되면 꼴사납고 샘이나 비위가 상한다는 놀부 근성이 본래 소인배가 장기로 삼는 심술이다. 그러면 세상에 링 아닌 곳이 없다. 세상을 사각 링으로 삼고 매사에 싸울 준비가 돼 있다는 소인배가 득실거릴수록 세상은 조용할 리 없다. 그래서 ‘주이불비(周而不比)하라.’고 성인이 타일러 두었다. 두루하되 견주지 마라. 그러면 난장 같은 세상도 살맛나는 이웃 골목처럼 된다. 이래서 치자일수록 대인이어야 한다. 서로 패거리만 짓는다. 그래서 이패 저패 기웃하며 저울질한다. 이를 소인의 ‘동이불화(同而不和)’라고 공자께서 밝혔다. 쓰면 사정없이 뱉고 달면 주저 없이 삼킨다. 내패에 이로우면 무조건 선(善)이고 내패에 해로우면 무조건 악(惡)이라는 무서운 윤리가 곧 소인의 선악(善惡)이다. 말하자면 소인한테는 상선(上善)이 통하지 않는다. 미운 놈에게 떡 하나 더 준다는 여유란 없다. 오로지 내편의 이해(利害)를 따져 선악을 결정하므로 선도 뻔뻔스럽고, 악도 선한 척해 시비(是非)란 처음부터 흥정거리에 불과하다. 그러면 세상은 어느 편으로든 기울어져 척추가 구부러져 바르게 서지 못하고 부끄러움을 잊어버린다. 그래서 ‘화이부동(和而不同)하라.’고 성인이 타일러 두었다. 아울러 어울리되 패거리짓지 마라. 그러면 뻔뻔해 부끄러움을 모름이 얼마나 못난 짓인가를 사람은 터득할 수 있는 일이다. 이래서 치자일수록 대인이어야 한다. 공자께서 왜 사람의 품(品)을 대소로 사정없이 갈래지워 소인이 되지 말라고 했을까? 무엇보다 소인(小人)은 ‘안인(安人)’을 팽개치는 까닭이다. 사람(人)을 편하게(安) 하라. 이는 곧 백성(民)을 편하게 하라 함이요 나아가 백성을 후리지 말라(不惑) 함이다. 군자의 덕풍(德風)이 불면 백성은 절로 덕초(德草)가 된다는 공자의 말씀이 새삼 절절하게 들린다. 대인의 덕풍이란 본래 미풍(微風)이지 돌풍(突風)이 아니다. 돌풍이 불면 불수록 상처를 입는 쪽은 민초(民草)뿐이다. 참으로 대인의 치세(治世)라면 백성을 돌풍으로 몰아가지 않는다.‘밤새 안녕했느냐.’는 인사말이 어느 날에나 없어질는지. 윤재근 문학평론가
  • [시론] 건국 60주년, 생존을 넘어 조화로/김승채 고려대 정책대학원 겸임교수

    [시론] 건국 60주년, 생존을 넘어 조화로/김승채 고려대 정책대학원 겸임교수

    당태종은 중국정치에서 한나라 이래 500년 동안 혼란을 거듭하던 중국을 통일하고 중화문화의 기초를 닦은 걸출한 대정치가다. 태종은 ‘창업’보다는 선대의 법을 이어받아 나라를 잘 다스려 백성을 편안히 하는 ‘수문’이 더 어렵다고 하였다. 난세에 여러 군웅을 격파하여 승리를 만들어 냈으니 창업이 어렵다고 하지만, 창업 후 군주가 교만하고 방종하면 국가가 쇠잔하고 국민은 더욱 고통받기 때문에 수문이 더 어렵다고 하였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건국된 지 60년이 되었다. 우리의 전통문화에서 장수와 새 삶을 일컫는 환갑을 맞이했다. 국민주권을 보장한 근대국가 성립이라는 문명사적 의미를 갖는 대한민국이 건국된 지 60년이 된 것이다. 일제에 항거하고 연합국의 신탁통치에 반대하여,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칠흑 같은 해방공간에서 극심한 좌우의 대립을 거쳐 우리 민족은 진정한 독립과 자주를 외쳐 비록 절반이었지만 한반도 유일합법 정부인 대한민국을 건국하였다. 대한민국의 창업도 말 그대로 온갖 역경을 딛고 이룩한 것이다. 만사일생(萬死一生)으로 창업된 대한민국의 그후 60년은 생존을 위해 처절한 투쟁으로 점철되어 왔다. 동족상잔의 뼈아픈 6·25 남침에서 얼마나 많은 고귀한 생명들이 희생되었던가.10만㎢의 작고 척박한 땅덩이를 풍요와 부유의 옥토로 만들기 위하여 또 얼마나 많은 날들을 추위와 굶주림 속에 지내왔던가.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 독재정권과 군사정권에 혈투로 맞서 오지 않았던가. 강대국 중심의 냉전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빠졌던 분단의 동토를 누구도 쉽게 넘볼 수 없게 하기 위해 숱한 업신여김을 이겨내 오지 않았던가. 이 모두가 자유민주주의의 숭고한 가치를 실현하고 풍요를 보장받으며 정의와 진실만이 승리한다는 고귀한 생존의 역사를 만들기 위한 몸부림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생존을 위한 지난 60년 동안 선대들의 노력과 희생 덕분에 이제 국제사회는 대한민국을 제2차 대전 이후 신생독립국 중에서 가장 모범적인 국가, 가장 성공한 국가로 인정하고 있다. 건국 60년 만에 국민소득 2만 45달러, 세계 13위의 경제대국, 가장 모범적으로 민주화를 이룩한 당당한 나라가 된 것이다. 우리는 생존이라는 절박한 문턱을 넘어서게 되었다. 그러나 여기서 만족할 수는 없다. 이제는 창업보다 어렵다는 수문과 수성에 힘써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바탕을 둔 미국적 발전모델로 불리는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를 능가하는 한국적 가치와 제도에 기초한 신생국의 발전모델, 성공사례가 될 수 있는 서울 컨센서스를 만들어야 한다. 조화를 통한 발전이 이를 실현할 수 있다. 성장과 분배의 이분법, 친북과 친미의 등식화로 변질된 진보와 보수, 그리고 자주의 이름으로 분절된 국제관계로는 안 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분명한 원칙에 입각하여 조화와 공존의 가치를 추구할 때 대한민국의 미래는 선진국으로 갈 수 있다. 대통령은 미래를 위한 철학과 비전을 제시하고, 국회는 올바른 민심을 결집하여 소통의 역할에 충실하며, 시민사회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다양한 목소리를 표출하여야 한다. 단, 이 모든 일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후대들에게 남겨주어야 한다는 상생과 발전의 미래를 전제하여야 할 것이다. 김승채 고려대 정책대학원 겸임교수
  • [월드이슈] G8 회의 개최지 日 도야코는

    [월드이슈] G8 회의 개최지 日 도야코는

    |도쿄 박홍기특파원|G8 정상회의가 열리는 홋카이도 도야코는 자연 환경이 뛰어나다.G8 핵심의제인 지구 온난화 논의에 걸맞은 곳이다. 구릉지로 둘러싸인 칼데라 호수가 세계의 눈을 사로잡는다. 홋카이도는 G8 정상회의를 위한 마무리 정비에 들어갔다. 풍부한 자연환경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로 삼을 계획이다. 환영 분위기가 곳곳에서 넘쳐나고 있다. 회의장으로 들어가는 길에는 2만포기의 샐비어를 심는가 하면 1㏊(1만㎡) 규모를 아예 ‘꽃밭’으로 조성했다. 수많은 촛불로 ‘웰컴 G8’을 쓰는 이벤트도 마련했다. 특히 주민들은 정상회의 둘째날인 8일에는 가정과 빌딩의 전등을 모두 끄고 촛불을 사용하는 ‘문명사회의 재발견’을 계획하고 있다. 홋카이도 경제연합은 방문객, 관련 시설의 건설 등으로 직접적인 생산유발효과를 118억엔(1135억 6320만원)으로 추산했다. 앞으로 5년간 관광객 증가 등에 힘입어 미래 효과는 379억엔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hkpark@seoul.co.kr ■ 용어 클릭 ●G8(Group of 8)정상회의 세계 경제에 영향력을 미치는 경제대국 정상들의 모임으로 흔히 ‘서밋(Summit)’으로 불린다. 물론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1975년 당시 지스카르 데스탱 프랑스 대통령이 제1차 석유파동에 따른 세계적 불황에 대응하기 위해 제안했다. 미국, 독일, 일본,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등 7개국, 즉 G7으로 시작됐다. 첫 회의는 75년 프랑스 랑부예에서 열렸다. 올해로 34회를 맞았다.97년 러시아가 회원으로 참가,G8이 됐다. 현재 유럽연합(EU) 위원장도 출석한다.
  • “문명의 긴 호흡으로 중동 바라보자”

    “문명의 긴 호흡으로 중동 바라보자”

    “중동에는 분쟁뿐만 아니라 고대문명도 있다. 문명사적 관점에서 중동의 역사를 1시간으로 볼 때 55분은 문명이고 5분은 분쟁의 시간이다.” 중동 전문가인 최창모(53) 건국대 히브리중동학과 교수가 14일 밤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언론재단 중동지역전문가과정 특강에서 서방의 시각으로 중동을 보지 말 것을 주문했다. 최 교수는 “위성사진으로 중동을 보면 국경도 없고 테러도 없다.”며 “닫혀진 세계에서 벗어나야 아름다운 세상을 상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라크 치안이 다시 불안해졌다는 외신보도에 대해 그는 “서울에 온 현지인들이 바그다드는 수니파와 시아파 거주지역이 나눠져 있어 상대적으로 치안이 안정돼 있으며 청부 살인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이 최근 많아졌다고 말했다.”는 얘기로 대신했다. 그는 인류 최초의 도시국가인 수메르 문자를 해독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전문가이다. 그는 중동을 공부하는 사람들의 여권이 2개라고 귀띔했다. 하나는 이스라엘에 입국할 때 쓰는 것이고, 또 하나는 중동에 입국할 때 쓰는 것이다. 이스라엘 방문 기록이 있으면 아랍국가에 입국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경 없는 전쟁이 이미 시작됐다는 그는 “알 자지라방송은 아랍권의 CNN이라는 지적은 틀렸다.”면서 “이슬람을 두둔하기보다 내부 개혁을 위해 모든 것을 던지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진실은 도서관이 아닌 현장에 있다고 주장하는 최 교수는 “문명의 긴 호흡에서 중동을 바라봐야 한다.”며 “암덩어리를 단숨에 제거하려는 미국의 대 이라크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방학 때마다 중동을 찾는다. 지난 1월에도 20일간 시리아를 돌아봤다. 시리아의 유프라테스강 부근에서 5000년 전처럼 관개수로를 이용해 농사짓는 농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행운을 맛보았다. 고대문명을 공부하는 것이 지적 유희만은 아니라는 그는 “시리아는 북한처럼 어렵게 살지만 대화의 물꼬가 트이면 시리아인들의 웅장한 스케일과 삶의 기품을 느낄 수 있다.”며 “아침 일찍 마을을 찾아가면 공동화로에서 빵굽는 여인들의 수줍은 미소를 볼 수 있고 이방인에게 아침을 대접하는 그들의 넉넉함도 맛볼 수 있다.”고 털어놨다. 최종찬기자 siinjc@seoul.co.kr
  • [내 책을 말한다] 고대 중화 황로사상 통해 재구성

    [내 책을 말한다] 고대 중화 황로사상 통해 재구성

    생물학자 최재천 교수가 주창하는 ‘통섭(統攝)’에 대한 동양학계의 한 응답이라고 할까. 고대 중국 도가사상에서 한의학의 탄생에 이르는 과정을 살펴봤다. 종교학, 철학, 신학 등을 비교적 폭넓게 공부한 만큼 역사학과 한의학을 넘나들면서 고대 중화제국이 어떠한 세계관을 토대로 성립됐는가를 소상히 추적할 수 있었다. 이 연구는 도가 황로(黃老)사상을 중심으로 고대 중국인들이 몸과 국가와 우주를 어떻게 통일적으로 이해했는지에 대한 포괄적인 해석이다. 중국 고대의 여러 사상과 신앙전통을 황제(黃帝)와 노자(老子)의 이름아래 융합한 황로사상은 전국시대에 발흥하여, 실질적으로 중국이라는 단일 문화권을 형성한 한(漢)제국 초기의 국가이념이자 세계관이었다. 중국을 한문명(漢文明)이라 하고 중국어를 한어(漢語)라고 부른다. 이는 중국문명의 기본 틀이 한대에 이루어졌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황로사상은 한대가 중국문명 전체에 차지하고 있는 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에 성립한 국가유교에 의해 배척되면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필자는 2000여년에 걸친 유교라는 이념의 장막을 걷어내고 중국적 세계관의 틀을 도가 황로사상을 통해 재구성했다. 필자의 문제의식은 단순하면서도 근본적이다.“인간은 다름 아닌 몸이고, 몸과 몸이 사회를 이루며, 그 사회는 자연 안에 있다. 그런데 인간이 살아온 역사에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오늘날 그러한 기본적 관계가 해체되면서 우리의 삶이 얼마나 거대한 문명사적 전환의 소용돌이 속으로 휩쓸려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현대의 여러 개별 학문 분과는 방대한 지식을 축적해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파편화해서 세계의 전체적인 모습이나 궁극적인 삶의 의미를 주기 어렵다. 이제 인간과 세계를 통합해 이해하는 것은 요원한 꿈이 되어 버렸다.” 이런 관점에서 필자는, 인간의 치유는 개인의 몸과 사회의 전 영역이 신성한 자연의 질서를 따를 때만 가능하다는 황로사상의 메시지에서 인간 문명이 지속될 수 있는 근원적이고 통합적인 사유를 찾는다. 자연으로부터, 인간 자신으로부터 그리고 인간 서로들 간에 멀어지고 낯설어진 현대문명의 병리를 치유할 수 있는 대안적 사유를 모색하는 것이다. 이 책이 바로 그러한 깊이와 넓이로 우리를 이끄는 데 일정한 도움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희정 한국학중앙연구원 고전학연구소 연구교수
  • [열린세상] ‘떼법’은 없다/한상희 건국대 헌법학 교수

    [열린세상] ‘떼법’은 없다/한상희 건국대 헌법학 교수

    천하에 ‘떼법’은 없다. 억눌린 대중의 하소연이 있고 답답한 군중의 함성이 있을 뿐 떼법은 없다. 자유와 민주가 귀하게 여겨지는 사회라면 말이다. 아니, 적어도 폭압의 과거사를 조금이라도 반성할 줄 아는 사회라면 그런 조악한 언어폭력은 남세스러워서라도 더이상 하지 못한다. 그러나 문명을 말하고 선진화를 내세우는 새 정부는 공공연히 퇴행의 길을 선택한다. 법무부는 ‘떼법문화’를 청산하고 ‘법질서 확립과 경제 살리기’를 선언하는 업무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술 더 떠 떼법이 없으면 GDP가 1%는 상승할 것이라고 맞장구친다. 그래서 이 나라는 국민의 외침을 떼쓰는 것으로 폄하하고 그들의 아픔을 애써 외면하는 패악의 국가로 전락하고 만다. 물론 제2의 ‘IMF 위기’까지 거론되는 이 어려운 시기에 법질서도 중요하고 경제 살리기도 필요하다. 하지만, 사람이 있고 질서가 있으며 민생이 있고 경제가 있는 법이다. 억울함을 탄원하는 목소리를 떼잡이로 호도하고 민원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떼꾼으로 몰아 두들겨 잡으면서 구축하는 법질서가 무슨 의미를 가질 것이며, 그렇게 서민들만의 고통에 빌붙어 회생되는 경제라는 것이 무슨 가치가 있을까. 소위 ‘불법’시위에 대해 ‘능동적 검찰권’을 행사하고 형사재판 절차에서 손해배상 책임까지 물리겠다는 발상은 단적인 예다. 애초부터 집회와 시위를 사회악으로 간주하는 현행 집시법은 경찰이 마음만 먹으면 어떤 집회·시위도 불법으로 규정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여기에 검찰까지 나서서 능동적 검찰권을 행사하여 집회·시위자들을 형벌로 처단하고, 그것도 모자라 손해배상이라는 경제적 형벌까지 가중하겠다고 나선다.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시위의 자유이든 노동3권의 발현이든 일단 대중이 하나의 목소리로 거리에 나서기만 하면 떼법의 오명을 뒤집어씌우며 불법·폭력시위로 규정하고 무자비한 진압과 형사처벌, 경제적·사회적 매장의 수순을 밟아내고자 하는 것이다. 시위진압 경찰에게 면책권을 부여하겠다는 발상은 더욱 가당찮다. 우리 경찰은 폴리스라인의 설정기준은 무엇이며 그것의 위반여부는 어떻게 판단하며, 위반자는 어떤 절차와 방식으로 제재하며, 집회·시위의 안전 보장에 필요한 재량권은 어떻게 행사되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일반화된 매뉴얼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오로지 그때그때 자의적이고 직관적인 판단에 의존하여 집회와 시위를 통제하는 셈이다. 면책권 논의가 폭력이 되는 것은 이 지점에서이다. 경찰의 이런 후진성이 새 정부의 초입에서 야경국가의 악몽을 되살리게 하는 것이다. 이 지경이 되면 새 정부의 떼법론은 거의 점령군이 내리는 포고령 수준이 된다. 역사적으로 정치와 사회의 진보는 하나같이 길거리에 나선 민중의 힘에 의해 이루어졌다. 하지만 새 정부는 민중의 권력이 터잡게 되는 유일한 공간인 길거리의 정치를 소거하고자 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집회와 시위라고 이름 짓는 바로 그 대중의 열정을 떼법문화로 비아냥거리며, 문명사회에서는 인권이라는 최고의 의미를 부여하는 그 다중의 목소리들을 불법시위로 오도하고, 신자유주의가 극에 달한 미국에서조차 최고의 가치로서 보호하는 길거리 정치를 형사처벌과 사회적 매장의 대상으로 삼아 처단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의 정치는 또다시 야만의 국면으로 회귀한다. 경제개발이라는 장밋빛 환상을 내세우며 억압을 일상화하였던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폭압이 이제 ‘경제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민주화를 자랑하던 이 대명천지의 한국땅에서 말이다. 한상희 건국대 헌법학 교수
  • [문화마당] 서울에 내리는 눈/이윤택 동국대 연극학과 교수·극작·연출가

    근년에 눈 내리는 풍경을 보기 힘들었다. 지구 온난화 현상 때문인지 겨울시즌에도 좀체로 눈을 보기 힘들었고, 눈이 온다 하더라도 질척거리는 겨울비를 동반하든지 때 아닌 진눈깨비가 쏟아지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눈의 아름다움과 정서를 잊어 버렸다. 지상 위 모든 색상을 압도하는 강렬한 백색, 그러면서도 따뜻하고 평화로운 은총이 쏟아지는 세상을 꿈꾸는 것이다. 연인, 혹은 가족과 함께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며 구르몽의 시에 노래를 붙인 샹송을 흥얼거리거나 식민지 시대의 시인 오장환의 시를 떠올릴 수도 있다. 어서 내려라 갈매빛 바다와 짙은 회색의 도시 위에 퍽퍽 내려다오 태양이 또 그 위에 빛나리라 오랜만에 눈이 내렸다. 올해 첫달 열흘 밤부터 내린 눈은 열하룻날 새벽에 이르러 서울 시가지 풍경을 완전한 백색으로 지워 버렸다. 게릴라소극장 이층방에서 잠들었던 배우들은 “눈이다!” 소리치며 반갑게 골목길로 뛰쳐나갔다. 그러나 눈을 맞이하러 극장을 뛰쳐 나간 배우들은 눈밭을 뒹굴지 못하고 변변한 눈사람 하나 만들지 못하고 곧장 극장 안으로 들어와야 했다. 오장환의 시처럼 태양이 그 위에 빛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울의 매연 때문인지 을씨년스러운 세상 기운 탓인지 무척 추웠고 칼바람까지 불었다. 서울 시가지는 오히려 인적이 끊어지고 심하게 질척거렸다. 우리가 눈을 그리워하던 마음은 이런 게 아니었다. 지난 시대 깊게 파인 골을 메우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자연의 영약(靈藥)이기를 바랐다. 구차한 변명, 파렴치한 구설수, 소모적인 불화 따위 온갖 세상의 어두운 그늘을 지우면서 희망이란 단어가 눈송이처럼 내려주기를 바랐다. 그 위로 태양이 떠올라 말끔하게 씻긴 서울이 다시 평화로운 풍경으로 회복되기를 바랐다. 현실은 추악하고 인생은 너덜난다. 우리는 매번 개혁이란 이름으로 누각을 짓고 새로운 세계라고 믿으며 부패한다. 명색 세상의 짐을 지겠다고 나선 정치가들이 이것이 시대정의요 살 만한 세상이요 떠들면서 현실을 부분적으로 짜깁기한들 언젠가 스스로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외로워진다. 그 점에서 정치는 계속되는 사상누각(沙上樓閣)의 문명사(文明史)다. 정치적 의도나 문명의 힘으로 인간은 결코 인간다운 삶에 도달하지는 못한다.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음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은 오히려 저 눈 내리는 풍경이다. 덕수궁 돌담 길 나무 위에서 여전히 재잘대는 새들의 지저귐이다. 이것이 자연의 재생력이다. 우리가 눈 내리는 풍경을 기대할 수 있으므로 현실의 모든 추악함을 견딜 수 있고, 덕수궁 돌담길을 같이 걸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믿기에 서울은 여전히 살 만한 도시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에 내리는 눈조차 현실의 난기류(亂氣流)에 뒤섞여 질척거린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두운 그늘을 드리울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는 지난 시대를 통과하면서 너무 많은 주장들이 뒤섞이고 악의적인 싸움으로 골이 파이면서 집단적인 트라우마(trauma:우울, 무기력, 환멸 등으로 드러나는 신경증세)에 빠져 있다. 이제 현실로부터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라. 서울 하늘에 드리워진 회색 구름을 걷어내고 어떻게 맑은 해를 띄울 수 있을 것인가, 순결한 눈을 내리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해야 할 시간이다. 눈을 녹이려면 뜨거운 키스 내 마음을 울리려면 이별의 키스…. 시몬, 내 동생 눈은 뜰에 잠들었다 시몬, 너는 나의 눈 나의 사랑 (구르몽의 시에서) 이윤택 동국대 연극학과 교수·극작·연출가
  • [내 책을 말한다] 푸코에게 역사의 문법을 배우다

    왜 하필 푸코였는가? 잘 모르겠다. 아마도 우발적인 어떤 이유가 있겠지만, 그래도 이것 하나는 말할 수 있겠다. 누구나 푸코이면 좋겠다는 것. 푸코는 자신의 운명을 사랑한 사람이었다. 동성애자로 모멸감에 못 이겨 자살을 시도하기도 하고 ‘정상인 엘리트들’과 어울리면서 진정한 문명사회는 동성애가 허용되는 곳이어야 한다는 깊은 절망감을 내비쳤던 사람이었다. 사람들에게는 광인으로 통했다. 그래서 화려한 엘리트의 길을 걸어가면서도 삶은 자주 고달팠다. 그러나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푸코는 자신의 아픔, 취약함, 드러내기 어려운 실존적인 문제를 감추지 않고 보편적인 문제로 풀어냈다. 푸코의 저작은 삶과 사유가 조화를 이룬 빼어난 작품이다. 누구나 자신의 아픔과 고달픔, 취약점을 외면하지 말고 충분히 아파하면서 논리적인 담론으로 펼치기를 시도한다면, 지적인 에세이를 블로그에 올리고 책으로 펴내며 글로 운명을 긍정한다면, 그는 푸코이다. 푸코는 임상역사가였다. 글이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푸코의 역사책에는 푸코 자신의 표현대로 자기배려의 힘이 있다. 아마도 운명을 긍정하면서 삶과 사유를 조화롭게 펼치려는 노력을 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개인의 삶을 역사로 표현한다면, 그러니까 자기 자신의 삶이든 지인들의 삶이든 자신이 속한 마을의 변화이든 역사적으로 변모하는 모습에 주목하면서 지적인 에세이를 쓴다면, 그 순간부터 자기 치유의 역사가 펼쳐지면서 그를 공적 세계로 인도할 것이며 지적인 삶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푸코는 무목(無目)의 여행자였다. 인간은 지향하는 한 방황한다는 괴테의 헌사를 받을 구석이 푸코에게는 있다. 지배적 가치에 휘둘리지 않고 다양한 가능성의 세계를 탐구했으며 삶을 하나의 목적에 고정시키지 않으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푸코는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음이 자신의 신분증명서라고 말하면서 그렇게 살려고 노력했다. 누구나 과거에 기대지 않는다면, 그것이 ‘취약점으로서의 과거’이든 ‘화려함으로서의 과거’이든 과거에 기대지 않고 늘 무언가를 지향하면서 방황하는 사람이라면 그는 푸코이다. 사람들은 푸코가 어렵다고 한다. 물론 어렵다. 이것을 부인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푸코의 모든 사유를 다 움켜잡으려 하지 말고, 단 한 군데라도 공감할 수 있는 곳에서부터 푸코를 자신의 몸에 단백질로 변모시키려고 시도한다면, 그때부터 푸코는 사랑스러울 것이다. 무언가를 원형 그대로 전부 복사하려는 것이야말로 어려운 일은 아닐까. 그것이야말로 우리를 꼼짝하지 못하게 만드는 일종의 병목이 아닐까. 만약 그런 병목에서 탈피한다면 보다 자유롭게 푸코를 변형시킬 수 있을 것 같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푸코를 자유롭게 읽으며 푸코가 되면 좋겠다. 이영남 국가기록원 학예연구관
  • [서울광장] 멀지만 가야 할 복수국적제/황성기 논설위원

    [서울광장] 멀지만 가야 할 복수국적제/황성기 논설위원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소장인 인요한(미국명 존 린튼) 박사는 귀화를 생각해본 적이 있다. 그러나 포기했다. 귀화 절차를 밟는 데 갖출 서류가 산더미처럼 많았다. 무려 38가지였다고 한다. 게다가 자신의 귀화에 미국 국적을 취득한 한국인 부인의 한국 국적 회복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두 손 들었다. 선교사 후손으로 순천에서 태어나고 자라 ‘내 영혼은 한국인’이라는 그는 그렇게 귀화 희망을 접었다. 지금은 인 박사 부부 모두 영주권(F5)을 지녀 외국인이지만 큰 불편없이 살고 있긴 하다. 그런 그에게 법무부가 이중국적 허용을 추진한다는 소식은 듣던 중 반가운 일이었다. 그는 국적법이 개정되면 한국 국적을 취득하겠노라고 빙긋 미소를 던졌다. 국적 유지 여부가 애국심을 판단하는 기묘한 잣대가 된 것은 오슬로 국립대 박노자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박정희 시대의 병영국가’에서이다. 이 시대의 잔재가 병역 기피와 맞물려 지금껏 국적 포기나 이중국적을 반국민적 행위로 인식토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한국 국적 포기자는 17만명에 이른다. 취득자는 5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저출산으로 2050년에는 인구의 10%를 외국인으로 채워야 할 판이다. 두뇌 확보에 고심해온 정부는 병역필자에 한해 이중국적을 허용하고 외국인 인재도 우리 국적을 지닐 수 있도록 한 방안을 내놓았다. 9세기 신라에도 ‘이중 국적자’가 있었다. 김진이나 김자백 같은 재당(在唐) 신라인들이다. 이들은 당나라와 일본, 신라를 무대로 활발한 해상 무역을 펼쳤다. 당은 외국인이 귀화하면 10년간 조세를 면제해주고 출입국과 교역, 재산과 노비는 물론 국내 여행과 혼인, 의복에 이르기까지 중국인과 같은 처우를 누리도록 했다. 산둥 반도를 중심으로 신라방에 거주했던 이들은 때로는 신라인, 때로는 당인으로 살았다. 지금으로 치면 재미·재일 교포처럼 재당 교포였던 셈이다. 역사학자 권덕영은 이민족을 받아들인 개방 정책이 당나라 번성의 한 이유라고 봤다. 정부는 이중 국적제가 외국인 인재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듯하다. 하지만 국적을 복수로 갖도록 한다고 해서 선진국이든, 중·후진국 출신이든 두뇌들이 몰려올 것이라는 기대는 장밋빛에 가깝다. 고3 딸을 둔 인요한 박사는 다른 직원들은 다 받는 학자금 보조 혜택을 국제학교에 다닌다는 이유로 못 받도록 한 병원 규정이 못마땅하다. 외국인이든 귀화인이든 한국인 학교에 보내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법률이나 세제만 고친다고 인재가 오는 게 아니다. 교육, 의료나 주거, 레저 면에서 삶의 질이 인재를 유인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살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사회 곳곳을 세심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잠재적 이중국적 대상자인 700만 재외 동포도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이중국적이라는 말만 들어도 반발하는 히스테릭한 심리가 우리 사회에는 존재한다. 표현을 가치중립적인 복수 국적으로 바꾸고, 의식을 변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중국적을 병역필에 한해 허용할 때 생기는 여성 역차별이나 단일 국적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과 중국 정부 등과의 협의도 난제다. 외국인 100만명 시대라지만 더 많은 사람을 받아들여야 생존할 수 있는 ‘문명사적 전환기’에 우리는 서 있다. 길은 멀어도 언젠가는 가야 할 여정에 복수국적제가 놓여 있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씨알’ 새달 5일 창립

    다석 유영모(1890∼1981)와 바보새 함석헌(1901∼1989)은 기독교와 과학정신·동양종교사상을 아우르며 영성과 평화를 함께 바라본 종교인이면서 ‘삶의 철학자’로 통한다. 오산학교 설립자이자 3·1독립운동 주역인 이승훈의 제자 유영모는 ‘특권 양반사상이 나라를 망쳤다.’는 판단 아래 민중을 주체로 세워 섬기는 민주사상을 제시한 인물.“진인(眞人)의 경지인 노자의 화광동진(和光同塵)을 햇볕에 그을린 농부의 얼굴에서 본 뒤 땀흘려 일하고 사랑으로 섬기는 삶을 살고자 농촌으로 들어가 살았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민주화와 비폭력 평화운동의 사상가인 함석헌의 스승이기도 하다. 그런 두 사람이 줄곧 강조한 것은 바로 씨알, 즉 민중이다. 유영모와 함석헌은 3월13일 한날에 태어나고 사망 날짜도 2월3일과 4일로 하루 차이였다. 같은 생각과 삶 만큼이나 나고죽는 날까지도 같았던 이들이다. ●종교계·학계 등 인사 대거 참여 두 사람이 생전 강조한 이 씨알사상을 전파하기 위한 재단법인 씨알(이사장 김원호 유미특허법인대표)이 다음달 5일 오후 4시 장충동 우리함께빌딩 2층 강당에서 창립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 지난 8월30일 창립이사회를 연 데 이어 지난 18일 서울시로부터 재단법인 인가를 받았었다. 재단법인 씨알은 유영모, 함석헌의 씨알사상을 널리 알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씨알들의 정신문화운동과 환경조성, 씨알사상 전승발전을 위한 기반조성, 씨알상 제정운영을 통한 씨알 삶 따라살기 등이 그 일들이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의 정신을 따르는 학계·종교계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상임이사 박재순 목사를 비롯해 이사인 김철호 KAIST 경영대학 초빙교수, 육순종 목사(성북교회 담임), 정양모신부(다석학회 회장), 감사인 김종생 목사(예장통합 사회봉사부 총무)가 그들이다. 여기에 정진섭 변호사, 김흥호 목사(다석사상연구회회장), 류승국 교수(전 한국정신문화원장), 문동환 목사(한신대 명예교수), 서영훈 전 적십자사 총재, 원경선 풀무원 설립자, 유인걸 성천문화재단 이사장, 한승헌 전 감사원장, 김수중 한국양명학회회장, 김조년 한남대 교수, 박노자 오슬로대학 교수, 박영호 다석학회 고문, 변진흥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사무총장, 서유석 대한철학회 부회장, 송인창 동양철학회 회장, 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 대학교 명예교수, 이병창 한국철학사상연구회장, 이정배 한국조직신학회 회장도 들어 있다. ●다석전집 출간·세계평화사상 연구사업 서둘러 이들이 가장 벼르는 것은 다석전집 출간. 다석일지를 포함한 유영모의 모든 저작물에 낱말풀이와 주해를 붙여 다석연구의 토대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함석헌의 세계평화사상 연구사업도 큰 과제. 종교, 문명에의 근본적 반성과 성찰을 담고 있는 함석헌의 사상이 인문학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보고 학술진흥재단과 공동진행할 계획을 세워놓았다. 두 사람의 철학은 흔히 성경말씀(계명, 아가페 사랑)뿐만 아니라 그리스철학과 서구 근대철학의 로고스(이성), 동아시아의 길(道), 한민족의 한 사상을 아우르는 종합적 사상으로 평가받는다. 따라서 두 사람의 복잡한 철학 연구에는 전문학자들의 모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 수렴을 통해 매월, 격월, 혹은 절기별 각 분야 전문가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내년 7월로 예정한 세계철학대회 ‘함석헌, 유영모 사상 발표회’는 가장 먼저 치러야 할 대규모 행사. 박재순, 김성수, 김영호, 김흡영, 박노자, 박영호, 양현혜, 윤정현, 이규성, 이기상, 이정배, 정대현, 김경재, 정양모, 허우성의 발제를 한글과 영문으로 출판할 계획이다. ●씨알상 제정·‘사상 발표회´ 추진 유영모와 함석헌의 씨알사상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이들을 격려하기 위한 씨알상을 제정, 매년 말 수여하며 두 사람의 생몰일에 즈음해 씨알생명평화문화제도 정기적으로 열어나간다. 한편 다음달 5일 창립식 자리에서는 강연회가 열려 김흥호 목사(‘유영모와 함석헌’)와 류승국 교수(‘씨알사상에 대해’)가 발제할 예정이다. 재단법인 씨알의 김원호 이사장은 “한국의 근현대사는 아래로부터의 민주화 진행과 민중 삶속으로의 깊숙한 기독교 유입의 특징을 갖는다.”면서 “유영모와 함석헌은 한국 근현대의 이런 문명사적 상황과 사명을 깊이 자각해 주체적이고 세계적인 정신과 철학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회견서 드러난 전략

    회견서 드러난 전략

    당내 경선에서는 지지층의 표심을 겨냥해 좌우로 치우치는 노선을 걷다가도 후보로 뽑힌 뒤에는 전체 국민을 향해 중도로 이동하는 게 대통령 선거의 속성이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도 이런 전형(典型)을 따르기로 했음을 9일 기자회견에서 드러냈다. 이 후보는 영남·보수층이라는 한나라당의 ‘집토끼’에 만족하지 않고 ‘산토끼’를 잡으러 과감히 집을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념적으로는 중도·실용, 지역적으로는 호남, 연령적으로는 젊은층이 표적이다. 이 후보가 이날 언급한 “지역주의 의존 세력을 국민통합 세력으로 바꿔야 한다.”는 표현은 범여권 쪽에서 주로 해 온 말이다.“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복지체제를 실현해야 한다.”는 언급 역시 썩 한나라당다운 것은 아니다. 이 후보 스스로 “이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실사구시를 앞세우는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는 말로 궁금증을 해소시켰다. 그는 아예 “반테러, 휴머니즘, 빈곤 퇴치, 평화, 공동안보가 세계의 보편적 원칙으로 자리잡았다.”고 선언, 진보와 보수의 어젠다를 한 데 묶어 버렸다. 이 후보는 이것을 가리켜 ‘제3의 길’ 운운하는 대신 “문명사적 전환”이라고 언명했다.“더 많은 자유, 더 많은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제3의 길이란 샛길 대신 진보와 보수를 모두 싣고 가는 고속도로를 뚫겠다는 의미에 가깝다.‘잡탕’을 우려하는 한나라당내 강경 보수파로서는 달갑지 않은 노선일 수도 있다. 이 후보가 이날 새로 내놓은 ‘2008년 체제’라는 용어도 ‘이념 파괴형’이다.6·10민주항쟁 이후 올해까지를 민주화시대로 규정하면서 2008년부터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정신, 즉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2008년 체제는 선진국 진입을 가져올 신(新)발전체제”라는 이 후보 자신의 말에서 어쩔 수 없이 ‘산업화’ 쪽에 가깝다는 냄새가 난다. 흥미로운 것은 이 후보가 ‘국민통합’이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전매특허’를 시대정신으로 언급했다는 점이다. 중도층 유인용으로 해석된다. 다음은 일문일답. ▶2008년 체제란 민주화체제인 1987년 체제와의 단절을 의미하나. -세대 단절은 없다.63년 이후의 산업화와 87년 이후의 민주화를 뛰어넘어 동시에 이루겠다는 것이다.2008년엔 새로운 발전으로 그 성과가 서민들에게 돌아가는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와의 구체적인 화합 방안은. -정권교체라는 데 강한 합의를 했다. 그렇기에 특별한 비율로 배려한다는 게 아니고 유능한 사람은 언제라도 함께할 것이다. ▶청와대 고소에 대해 검찰이 실제 수사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검찰이 조사가 필요하다고 하면 응하겠다. 이런 개인의 생각을 갖고 있지만 당과 필요하다면 의논해 조치를 취하겠다. ▶범여권 후보가 정해져도 호남에서의 지지도가 유지되리라 보나. -호남 분들도 실용적 사고를 하고 있기에 지지율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2차 남북정상회담과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에 대한 입장은. -남북정상회담에서 떠나는 대통령이 차기 정부와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합의를 할까봐 걱정된다. 평화협정 문제엔 동의한다. 김상연 한상우기자 carlos@seoul.co.kr
  • 성스러운 테러/테리 이글턴 지음

    테러가 과연 성스러울 수 있을까. 영국의 대표적인 마르크시즘 문학비평가인 테리 이글턴은 자신의 저서 ‘성스러운 테러(서정은 옮김, 생각의나무 펴냄)’에서 신화와 프로이트, 니체와 서구의 다양한 문학작품을 인용하면서 서구 문명사에서 테러를 고찰한다. 나아가 9·11에 대한 미국의 대응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서문을 통해 몇년 전 처음 서울을 방문했을 당시 매혹된 국악의 아름다움을 떠올리는 이글턴은 6·25전쟁도 잘 기억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현재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글턴은 테러리즘 혹은 공포정치가 사실상 근대의 발명품이라고 강조한다. 테러리즘은 프랑스혁명과 함께 처음 나타났는데, 이런 점에서 테러리즘과 근대 민주주의 국가는 쌍생아로 볼 수 있다는 것. 얼굴없는 적이 국가주권에 가하는 위협이 아니라 국가가 자신의 적을 향해 행사하는 공적 폭력이 바로 테러리즘이라는 얘기다. 서구 국가들은 테러 방지라는 구실 아래 점점 더 스스로의 자유를 박탈하게 됐다. 서구인들의 일부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서구의 자유를 질투해 서구인을 살육한다고 믿지만, 이는 어리석기 짝이 없는 생각이다. 서구가 자유를 포기하는 방식으로 근본주의자들의 폭력에 대처한 결과, 양편 모두는 승리와 패배를 동시에 경험하게 됐다는 것이 이글터의 논지다. 우리도 ‘납치’와 ‘살해’란 탈레반의 테러가 남긴 상처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글턴에 따르면 테러리스트는 터번을 두르고 큰 칼을 휘두르며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람들을 살육하는 설화 속 악당도, 인질을 보며 기뻐하는 가학적 도착증 환자도 아니다. 현대의 테러리스트인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극단적인 것은 그들이 더 악하거나 병든 존재이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신체나 무고한 사람의 목숨말고는 쥐고 싸울 게 없는 정치·경제적 약자이기 때문이다. 이글턴은 테러가 긴 역사를 지닌 정치적 항거의 방식이자 새로운 질서를 위해 죽음을 불사하는 양가적이면서도 모순적인 행위임을 상기시킨다.1만 2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시론] 다인종·다문화 공생사회로 가는 길/이철승 목사 전국 외국인이주·노동 운동협의회 대표

    [시론] 다인종·다문화 공생사회로 가는 길/이철승 목사 전국 외국인이주·노동 운동협의회 대표

    우리 사회가 외국인 체류 100만명 시대를 맞았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지닌 소수 민족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거리와 일터에서 타 인종을 만나는 게 일상화됐지만 우리에게 여전히 그들은 외국인이요, 이방인일 뿐이다. 반면 “미국 국적자로 살아가는 동포들과 2세들이 과연 한국인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정반대의 태도가 나타난다. 비록 국적이 달라도 피가 섞이고 생김새가 같은 동포들은 당연히 이웃이요, 한국인으로 받아들인다. 이러한 우리사회의 관념과 집단의식의 배후에는 단일민족이라는 배타적 혈통민족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급기야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한국 사회는 다민족 사회가 된 현실을 직시하고 ‘단일민족’이라는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 단일민족이라는 순혈주의 전통 속에 담겨있는 인종적 우월성의 관념이 인종차별적 사회통념을 부추김으로써 다인종으로 살아가는 한국사회의 미래가 우려스럽다는 지적이다. 최근 우리사회에선 소수인종 일부가 사회구성원으로 섞여 살아간다고 해서, 이를 빌미로 수천년의 전통과 문화유산인 혈통민족주의를 문제 삼는 건 지나친 지적이 아니냐는 반론도 제기된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순수 혈통민족주의를 지키려는 집단적 의지 자체가 아니라, 배타적 혈통민족주의가 인종차별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우려다. 우리 혈통의 순수성을 자랑과 긍지로 여긴다면 마땅히 타 인종에 대한 순수성의 긍지 또한 존중해야 하지 않을까? 배타적 혈통민족주의를 넘어선 ‘다인종·다문화 공존’이라는 문명사적 요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그 결과는 지독히 혹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체류 외국인들의 절반은 10여개 국가 출신의 이주노동자들이고, 이들은 3년이상 체류를 목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불법체류자’로 낙인 찍힌 22만명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이다. 이는 정주화 금지라는 우리 사회의 불문법의 성역을 허물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다. 독일은 50여년 지켜온 혈통주의 국적법을 2000년 수정하며 이를 사회통합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부담의 교훈으로 삼았다. 최근 한 재미동포 교수로부터 이민생활 체험담을 들었다.10대에 이민 가서 중·고·대학을 거쳐 주립대 부교수에 오른 그는 한국의 이주노동자들도 미국에서 동일한 경험을 겪었다고 한다. 이민자들이 겪는 음식, 언어, 종교 등 문화적 갈등은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동화되고 극복되지만 인종에 대한 정체성 갈등은 여전히 남는다고 한다. 미 사관학교 출신인 그는 각종 장학금 혜택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외국 출신 이민자에게도 시민으로서 평등한 기회와 권리를 부여하는 경험을 누리며 미국 사회에 대해 고마움을 느꼈다고 한다. 소수민족 출신으로 소외받고 살아온 경험들도 있지만, 자신이 미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의무와 권리를 주인된 입장으로 지켜 나가야겠다는 정체성을 지니게 됐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는 소수민족 출신은 한국인으로서의 자발적 주체의식을 형성하고 있을까? 지금의 정치·사회·문화 영역의 정책은 우리사회의 소수인종 출신자들과 2세들에게 20∼30년 후 스스로 대한민국 구성원이라는 자발적 정체성을 지니도록 열린 민족주의 정책을 배려하고 있는지 반문해 보길 바란다. 이철승 목사 전국 외국인이주·노동 운동협의회 대표
  • “알츠하이머병과의 전쟁” 선언

    |파리 이종수특파원|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알츠하이머병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 31일(현지 시간) 랑드 지역의 닥스 노인병원을 방문한 뒤 환자들과 가족, 의료진, 자원봉사자들과 얘기를 나눈 뒤 알츠하이머병 퇴치를 위한 국가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문명사회의 척도는 노령층을 어떻게 배려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이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대선 공약 가운데 하나로 현재 131만여명에 이르는 프랑스의 노인층 질병률이 높아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알츠하이머병과의 싸움’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보건부 국장을 지낸 조엘 메나르 교수팀이 21일 발표할 예정이다.vie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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