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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드뉴스] 밑줄은 기본, 얼룩에 찢기기까지 - 대출도서 수난시대

    [카드뉴스] 밑줄은 기본, 얼룩에 찢기기까지 - 대출도서 수난시대

    미국의 사상가 랄프 왈도 에머슨은 말했습니다. “가장 발전한 문명사회에서도 책은 최고의 기쁨을 준다. 독서의 기쁨을 아는 자는 재난에 맞설 방편을 얻은 것이다.” 공공도서관이 늘어나면서 책을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 돈’ 주고 산 책이 아니기 때문일까요? 커피나 음료수 얼룩은 기본이고 그림책이나 여행책은 여기저기 찢겨 나간 곧 도 많다고 합니다. 부끄러운 우리 사회의 자화상입니다. 기획·취재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제작 이솜이 인턴기자 shmd6050@seoul.co.kr ☞ 관련기사 바로 가기
  • [경희대 특집] 슬라보이 지제크·메리 터커 등 세계적 석학들 탁월한 학술문화 조성

    [경희대 특집] 슬라보이 지제크·메리 터커 등 세계적 석학들 탁월한 학술문화 조성

    작년 ES·IS 통해 교수 39명 초빙 교육·연구·실천 등 창조적 결합 경희대는 바이오헬스, 미래과학, 인류문명, 문화예술, 사회체육 등 5대 연계협력 클러스터 분야에서 우수 교원과 세계 유명 석학을 초빙하여 탁월한 학술문화를 조성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서울캠퍼스 28명, 국제캠퍼스 12명이 신임교원으로 채용됐다. 석학초빙제도인 ‘에미넌트스칼라’(Eminent Scholar·ES)와 ‘인터내셔널스칼라’(International Scholar·IS)를 통해 지금까지 석학 39명을 초빙했다. 그동안 경희대는 지난 8년간 성장 잠재력이 있는 800여명의 신임교원을 초빙해 학문과 연구 성과를 드높여 왔다. 서울캠퍼스와 국제캠퍼스는 단과대학별 순수학문 응용과 융·복합 학술 역량을 강화해 왔다. 서울캠퍼스는 국제정치 및 빅데이터 분야 교수를 초빙, 국내외 정치분석 및 지식 경영에 대해 연구해 학생들의 사회진출과 대학의 산학협력을 지원한다. 국제캠퍼스에서는 미래융합산업에 속하는 바이오센서·그래핀·온톨로지 분야에서 교원을 초빙해 미래대학으로 발전을 도모한다. 특히 바이오센서 분야는 경희의 ‘미래과학 클러스터’와 ‘바이오헬스 클러스터’의 핵심 기술이 될 수 있는 바이오와 기기의 융합과 웨어러블 기술 연구에 주력한다. 유명 석학초빙제도인 ES와 IS는 2008년 도입돼 수월성 중심 학술문화 조성에 이바지하고 있다. ES는 세계적 수준의 학자와 실천가로서 교육·연구·실천의 창조적 결합을 통해 국제교류를 증진하는 것을 목표로 초빙된 교원이다. IS는 탁월한 연구역량을 갖춘 학자로서 경희대 교원과의 공동연구, 세미나를 통한 학생교육 등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초빙한다. 대표적인 석학으로 세계적 철학자인 슬라보이 지제크(슬로베니아 루블라냐대), 세계 생태신학계를 주도하는 메리 터커(미국 예일대), 국제정치학자 존 아이켄베리(미국 프린스턴대), 비영리분야 연구자 램 크난(미국 펜실베이니아대), 태양물리학분야 석학인 사미 솔란키(스위스 연방공과대)와 암 전문의 김의신(미국 텍사스대 MD 앤더슨 암센터) 교수가 재직 중이다. 이런 우수 교원 확충과 ES·IS의 국내외 석학 초빙은 경희대 창학 정신의 뿌리인 ‘문화세계의 창조’의 연장선에 있다. 지은림 경희대 서울캠퍼스 교무처장은 “ES, IS를 포함한 39명 석학들은 5대 연계협력 클러스터 중 하나인 인류문명 클러스터와 협력해 다양한 융·복합 학습실천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이후 미래학, 인지과학, 미학 등의 분야에서 국내외 석학, 거장, 대가를 지속적으로 영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석학 초빙은 우주론, 미래학, 문명사, 과학철학, 인지과학, 평화학, 종교학, 미학, 예술사 분야에서 올해부터 2017학년도까지 수시로 진행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경희대 특집] “대학이 변해야 미래가 달라진다”… 경희, 문명사적 대전환 위한 혁신 대장정

    [경희대 특집] “대학이 변해야 미래가 달라진다”… 경희, 문명사적 대전환 위한 혁신 대장정

    지난 6월 27일 ‘미래의 충격’(Future Shock)으로 1970년대 이후 세계 지성을 선도했던 앨빈 토플러의 영면 소식은 한 시대가 막을 내리는 장면과 겹친다. ‘제3의 물결’을 통해 정보혁명을 중심으로 사회적 격변을 조명한 그의 예견대로 오늘날 우리는 손안에서 전 세계와 접속하고 거의 모든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과학기술의 정점에 올라 있다. 과학기술 혁신이 가져온 인공지능 시대는 정보혁명을 넘어 ‘제4의 물결’을 출렁이게 한다. 인공지능이 이끌어가는 새로운 시대의 명암에 대해서는 아무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인간은 자신이 만들어낸 기계와 함께 풍요와 안녕을 영위할 수 있지만, 반대로 ‘인간을 닮은 기계’로부터 위협을 당할 수도 있다. 해체된 인간 복원을 꿈꾸다가 괴물을 만들어버린 프랑켄슈타인의 비극이 현실화할 수 있는 것이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지난 4월 경희대와 플라톤 아카데미가 공동 주최한 ‘세계지성에게 묻는다: 문명전환과 아시아의 미래’ 강연에서 인공지능 시대가 가져올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능을 넘는 지성, 실용을 넘는 윤리에 대한 깨달음이 없으면 신의 자리에 오른 인간의 무책임한 선택이 인간 자신을 파멸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이른바 ‘절대반지’를 발견한 인간의 미래를 묻는 것이다. ●인류가 만들어온 출구가 ‘막다른 길’로 돌변 유엔이 발표한 지속가능한 발전목표(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비롯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발표한 회칙도 기술만능주의를 비판하고 인류의 연대를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보스 포럼도 인류가 복합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 모든 상황은 인류가 만들어온 ‘출구’가 도리어 ‘막다른 길’로 돌변하는 역설을 보여준다. 인류 문명은 기로에 서 있고, 그사이 미래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면 진정한 출구,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출구는 어디에 있는가. 해답의 열쇠는 ‘전환’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지혜와 용기가 절실하다. 문명을 전환하는 한 축이 교육이다. 교육을 혁신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건설하는 가장 확실하고 빠른 길이다. 고등교육의 철학과 비전, 방식에 일대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 대학이 달라져야 미래가 달라진다. 관건은 교육 목표에 대한 기대와 생각이다. 드루 파우스트 하버드대 총장은 “교육의 탁월성이란 곧 공적 기여를 의미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대학교육이란 바로 다음 학기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아니다. 생애 전체에 걸쳐 이루어지는 배움, 천년의 유산을 상속받는 학습, 그리고 무엇보다도 미래를 만들어가는 학습을 뜻한다”고 말했다. 하버드대는 대학의 공공성을 강조한다. 세계적 지성과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그리고 대학의 사회 공헌을 통해 학술의 책임을 지구적 차원으로 확대하고 있다. 당장의 경제적 이익에 머무는 인간을 기르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그렇다면 한국의 대학은 지금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가. 국내 대학들이 사회와 시장의 요구로부터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는가. 대학의 본령인 지성의 산실, 진리추구의 현장인가. ●드루 파우스트 “교육 탁월성은 공적 기여 의미” 2011년 후마니타스칼리지를 설립, 대학 교양교육의 새로운 전범을 제시한 경희대가 최근 또 다른 변신을 시도하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함께하는 대학혁신 대장정’을 통해 교육과 학습, 연구와 실천, 행정과 재정, 그리고 인프라에 이르기까지 대대적인 전환을 추진한다. 학부 학생들에게도 개방하는 세계적 대학원 수준의 ‘문명전환 아카데미’도 조만간 선보인다. 현대문명의 본질을 관통하는 흐름과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총체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융합체계의 최고 단계를 성취하는 것이다. 이는 이미 경희대가 세계적인 석학을 초빙해 진행해 온 GC(Global Collaborative)의 역량 축적과 5대 연계 협력 클러스터 구조를 이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문명전환아카데미는 문명사를 비롯해 미래학, 미학, 윤리학, 인지과학, 도시학 등의 교과를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를 성찰하며 미래를 디자인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또 새로운 문명으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설계능력을 기르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경희대의 혁신은 융·복합 분야로 확대 중이다. 2012년부터 추진해 온 바이오 헬스, 미래과학, 인류문명, 문화예술, 사회 체육 등 5대 연계협력클러스터가 하나하나 가시화하고 있다. 5대 클러스터는 국내외 기업과 지자체, 대학, 연구소 등과의 관산학연 협력을 통해 세계적 수준의 융·복합 학술기관으로 거듭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제캠퍼스 부지에 10만평 규모의 첨단 연구개발(R&D) 단지가 조성되고, 서울캠퍼스 인근 홍릉지역에 바이오 헬스를 기반으로 하는 연구단지가 들어서면 연계협력 클러스터의 성과가 세계적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학문단위를 새롭게 조직해 학생들의 학습권을 크게 향상시키는 동시에 신지식, 신기술을 창출하는 연구역량도 국제적 수준으로 올라설 것으로 기대된다. 조인원 경희대 총장은 학생, 교수들과의 대담 시리즈를 엮은 ‘내안의 미래’(한길사, 2016)에서 “‘탁월성’이라 하면 대체로 경쟁력을 떠올린다. 그런데 그 탁월성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물어야 한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다양한 삶의 가치와 목표, 공적 기여를 위한 것인지 물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조 총장은 위 대담집에서 “미래대학은 경제가치 외에 주력해야 할 분야가 많다. 우리가 함께 풀어가야 할 빈곤과 질병, 소외와 인권, 자유와 존엄, 환경과 기후변화, 갈등과 폭력 같은 다양한 문제를 풀어야 한다. 또 이 모든 삶의 가치에 근본이 되는 정신적 풍요와 문화적 성숙을 이루는 데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창학 초기인 1950년대 중반부터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 온 경희대는 2009년 개교 60주년 이후 대학의 공공성을 지구적 차원에서 구현하고 있다. ‘경희의 미래, 인류의 미래’라는 모토 아래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문명사적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후마니타스칼리지, 미래문명원, 지구사회봉사단(GSC), 인류문명클러스터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고 있다. 경희대의 대학 혁신은 대학의 지구적 공헌을 주요 기준으로 개발될 세계대학평가지표(Global Eminence Index)를 매개로 국내외 대학은 물론 세계 사회에 적지 않은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기존 대학평가가 대학의 서열화를 고착화시키는 역기능이 있다면 새로운 대학평가지표는 대학의 핵심 가치를 경쟁에서 협력으로, 국가 차원에서 지구적 차원으로, 지속불가능성에서 지속가능성으로 바꿔 나갈 것이다. ●세계평화의 날, 전 세계 지성 한자리에 창학 초기인 1950년대 중반부터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 온 경희대가 오는 9월 뜻깊은 학술행사를 개최한다. 올해는 유엔이 제정한 세계평화의 날 35주년이다. 유엔 세계평화의 날은 1981년 경희대 설립자 조영식(1921~2012) 박사가 세계대학총장회(IAUP)를 통해 유엔에 제안한 것으로, 그해 11월 유엔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1970년대부터 세계평화 운동을 선도해 온 경희대는 매년 9월 세계평화의 날 기념 국제학술회의(Peace BAR Festival, PBF)를 개최하고 있다. 9월 21일부터 3일간 경희대 서울캠퍼스에서 열리는 이번 PBF의 대주제는 ‘지구 문명의 미래: 실존혁명을 향하여’로, 이 행사를 통해 경희대는 세계지성 및 한국 시민사회와 함께 문명사적 위기에 대처하는 새로운 패러다임과 그 구체적 실천 방안을 모색한다. 특히 이번 PBF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지성의 집합체인 로마클럽, 부다페스트클럽, 세계예술과학아카데미(WAAS)의 주요 관계자들이 함께 참석해 한국의 지성계와 교육계는 물론 종교인, 예술가, 시민운동가, 기업인, 정치인 등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PBF 2016은 국내외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다. 세계적 싱크탱크와 한국의 지성계를 연결하는 교량 역할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고등교육 혁신의 진로를 구체화하기 때문이다. 세계의 지성과 함께 문명사적 대전환의 모멘텀을 모색하는 이번 PBF가 인류 문명의 미래뿐 아니라, 대학의 미래를 내다보는 전망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늘의 소용돌이치는 현실에서 대학이 과연 어떤 좌표 위에 설 것인가 하는 문제는 지성의 힘을 최전선의 돌파력으로 내세우는 작업과 직결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용어 클릭] ■로마클럽 1968년 이탈리아 기업가 아우렐리오 페체이와 스코틀랜드 과학자 알렉산더 킹의 주도로 출범했다. 세계적 지식인, 전직 국가수반, 경제학자, 과학자들이 합류했으며 1972년 ‘성장의 한계’ 출간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부다페스트 클럽 1993년 헝가리 출신의 천재적인 피아니스트이자 과학철학자인 어빈 라즐로가 주도해 결성했다. 로마클럽과 함께 문화예술, 종교계의 지구적 기여를 촉구해 왔다. ■세계예술과학아카데미 아인슈타인 등의 주도로 1960년에 세워졌다. 인문, 사회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비롯해 지구 차원에서 경제를 재구성하는 문제 등을 다루며 ‘세계대학’(World University) 역할을 수행해 왔다.
  • [경희대 특집] 학생들의 ‘절규와 희망’에 응답…행복한 삶 위한 상상력 발전소

    [경희대 특집] 학생들의 ‘절규와 희망’에 응답…행복한 삶 위한 상상력 발전소

    2011년 이후 후마니타스칼리지가 쌓아온 성취를 더 심화하고 확대할 새로운 발전전략 ‘후마니타스칼리지 2.0’은 올해부터 윤곽을 드러낼 경희대의 ‘인류문명 클러스터’와 긴밀한 협력 체계를 갖춘다. 우선 지난해 경희대가 발표한 ‘미래대학리포트 2015’에 나타난 학생들의 ‘절규와 희망’에 응답하는 것은 물론 문명사적 대격변에 대응하는 ‘대학다운 미래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 오는 9월 ‘경희미래창조스쿨’을 설립한다. ●취업, 창업 환경 구축 등 전방위 지원 경희미래창조스쿨은 ▲취업 ▲창업을 중심으로 ▲학계 및 문화·예술·체육계 진출 ▲새로운 삶의 방식 등 네 분야로 나눠 지원 체계를 수립, 학생들이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기획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다. 경희미래창조스쿨은 학생들의 사회진출을 전방위에서 돕기 위해 교육, 현장실습, 정보제공, 대외협력 등 네 부문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교육 부문은 후마니타스칼리지, 그리고 곧 출범할 인류문명클러스터와 적극 연계해 학생들이 문명사의 지구적 전개 양상을 읽어낼 수 있도록 두 개의 중핵(CORE) 트랙(필수 교과)을 마련한다. 경희미래창조스쿨의 ‘중핵 I’은 학생들의 자기 성찰과 미래 예측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래학, 문명론, 뇌과학, 생태학, 인류학, 도시학 등 기존 교양 및 전공 단위를 넘어 추가교과를 배치,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전환 설계를 할 수 있다. ‘중핵 II’는 보다 구체적으로 미래를 기획하는 현장성 있는 역량을 배양하도록 한다. 사회혁신, 디자인 사고력, 캡스톤 디자인 등의 수업을 통해 소통과 협업·문제해결·가치창출 능력을 고루 갖추는 게 목표다. 취업 트랙은 기업 인턴십, 산업체 연계 강의를 강화하고, 창업 트랙은 전공연계 창업 지원 및 소셜 벤처 육성, 사회적기업·NGO·NPO 설립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학계 및 문화·예술·체육계 진출 트랙은 다양한 분야로의 사회진출을 돕는다. 새로운 삶의 방식 트랙은 예술, 도시농업, 귀농 등 대안적 삶의 모델을 모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새로운 삶의 방식 트랙에서는 인도 오르빌의 새로운 도시 공동체 실험을 주목, 오르빌 프로젝트도 구상 중이다. ●학생들 자기 성찰과 미래 예측 능력 배양 경희미래창조스쿨은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가 어우러져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오픈랩(Humanitas Open Lab)을 운영할 계획이다. 오픈랩은 라운지, 스튜디오, 미디어 룸, 정보지원 룸(소규모 라이브러리) 등으로 쓰이는 동시에 비즈니스 및 사회적 기업 인큐베이팅, 프로젝트 공모, 사회진출 캠프, 전문가 특강 등의 용도로도 활용된다. 이와 함께 정보지식 네트워크, 인적 네트워크(동문 및 전문가 멘토단), 국내외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는 경희대 출신의 인적 자원이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되는 것으로, 진로설계에 매우 중요한 현실적 장이 될 전망이다. 7월 오픈랩 추진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시작으로 9월 오픈랩 개소 및 프로그램 시범 운영까지 사회진출 관련 교육과 연구지원, 창업보육, 전문컨설팅 등을 지원한다. 대학혁신위원회는 올 6월 미래창조스쿨과 관련된 부서와 간담회를 개최해 거버넌스 개선, 지원 시스템 구축, 교육 프로그램 개발 방안 등을 놓고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혁신위는 앞으로 내·외부 전문가 토론회, 구성원 의견 수렴을 거쳐 실행계획의 완성도를 높여 나갈 예정이다. 결국 경희미래창조스쿨은 후마니타스 교육의 성과에 바탕을 두고 현장성 있는 출구전략을 완성함으로써 학생들의 진로설계와 교육의 미래적 가치, 그리고 현실성을 확보하려는 것에 주안점을 둔다. 경희미래창조스쿨 출범의 배경이자 교양교육의 전범을 제시해 온 후마니타스칼리지는 2016년 ‘후마니타스칼리지 2.0’과 함께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한다. 학생들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학습권을 보장하는 ‘독립연구’ 교과를 신설, 교수·학생 간 일방적 교육 방식에서 쌍방향적 방식으로 변화를 도모한다. 또한 중핵교과에 과학 분야를 추가하고, 자유교양 트랙, 신입생세미나(서울캠퍼스) 등을 설치해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이해의 폭과 깊이를 더한다. 또한 후마니타스칼리지의 인문교양 교육의 성과, 시민교육의 실천성을 기초로 삶의 현장과 만나게 하는 경희미래창조스쿨을 창립, 학생 스스로의 진로설계에 획기적인 틀을 마련한다. 여기에는 현장과 이어지는 필드 워크에 앞서 현실을 종합적으로 인식하는 학문적 훈련과 현장성 있는 전환설계 역량을 기르는 데 주력한다. 이와 함께 미래학·과학사·예술철학 분야 국내외 석학을 적극 영입하고, 연계협력 클러스터와 협력해 융·복합 교과와 실천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관·산·학 협력사업도 전개, 기후변화로 대표되는 문명사적 대전환과 고등교육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올해 신설된 독립연구는 시민교육의 연장선에서 출현했다. 독립연구는 2009년 학생의 수업권을 보장하기 위해 총학생회가 도입한 ‘배움학점제’와 후마니타스칼리지의 ‘시민교육’ 교과의 취지를 확대해 학습자 중심의 교육을 정착시키기 위한 자유이수교과(2학점)이다. 독립연구는 학생들이 개인 혹은 팀을 구성해 자율적으로 연구 과제를 설계하고, 이를 직접 섭외한 담당교수의 지도 아래 한 학기 동안 탐구한 뒤 평가를 받는다. 독립연구 주제는 연구(전공·교양), 실천, 참여, 창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학생이 자유롭게 기획할 수 있다. 독립연구 중 대표적인 사례는 ‘네팔프로젝트’팀과 ‘메리 오케스트라’팀이다. ●학습자 중심 시민교육의 연장선 독립연구 신설 네팔프로젝트는 정경대학 학생 3명으로 구성된 팀으로 지난해 4월 지진피해를 겪은 네팔 다딩 지역의 임시학교에 도서 및 교육프로그램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들은 네팔 지역 학교들을 위한 지속적인 교육 지원뿐 아니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기금모금과 행사 진행, 메디피스·EPF-Nepal 등 비정부단체와 연계협력을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메리 오케스트라는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엘 시스테마’를 배운 학생들이 문화자원봉사 플랫폼을 국내에 정착시키기 위한 활동으로 추진됐다. ‘대학생 오케스트라-클래식 문화봉사 플랫폼’을 주제로 문화자원봉사 활동의 지속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사회와 청소년, 대학생이 오케스트라를 구성할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탐구하고 해외 선진사례를 경험한 뒤, 이를 발전시켜 국내 문화자원봉사 플랫폼 정착 기획안을 만들 계획이다. 현재 2기까지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경희대의 ‘독립연구’는 국내 대학 최초로 교양과 전공을 불문하고 전교생을 대상으로 개설되었다는 점과 창의적 연구·실천 영역을 학생 스스로 개척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 후마니타스칼리지의 시민교육 교과와 함께 고등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금요 포커스] 에너지 신산업과 합리적 가격 시그널/박주헌 에너지경제연구원장

    [금요 포커스] 에너지 신산업과 합리적 가격 시그널/박주헌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지난해 12월 12일 체결된 파리협정은 인류가 현재의 탄소 경제에서 저탄소 경제, 더 나아가 무탄소 경제로의 귀환을 선언한 세계 문명사적 사건으로 기록될지 모른다. 이제 어떤 나라든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우리나라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37%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다. 달라진 기후변화 대응 환경에 적절하게 대처하기 위해 우리의 경제 체질을 바꿔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마당에 저탄소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가혹한 현실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번 파리협정을 다른 측면에서 해석하면 새로운 에너지 시장의 무궁무진한 확장성을 의미한다. 에너지 기술의 발전과 정보통신기술(ICT), 사물인터넷(IoT) 등이 융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신재생 에너지원의 확충,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 다양한 에너지 서비스산업이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어디에서든 휴대전화 하나로 에너지 사용과 관리를 컨트롤할 수 있는 생활이 머지않아 보편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에너지 신산업은 온실가스 감축과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변화를 누가, 어떻게 주도해야 산업의 경쟁 우위를 선점할 수 있을까. 이 문제는 에너지 신산업을 어떻게 성장 동력화해야 하느냐와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다. 에너지 부문에서 가장 큰 변화는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한 전력 생산과 저장장치의 기술 발전, 더불어 수요자의 가격 반응을 통해 에너지 사용에 대한 원격 제어가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즉 소비자도 과거의 단순한 소비 주체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에너지 생산에 참여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형태로 바뀔 수 있다. 에너지 신산업은 이런 분야에서 파생되는 기술과 산업의 융복합화가 응용돼 하나의 새로운 사업 모델로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의 에너지 가격 시스템이 에너지 신산업 발전을 견인할 힘을 갖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에너지 신산업에서 찾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가격 시그널이 이를 유인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달되지 않는다면 소기의 성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기업이 움직이지 않으면 에너지 신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승화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에너지 신산업은 환경적 가치가 반영되거나 ICT를 적용해야 하는 탓에 비용 상승을 피할 수 없다. 특히 에너지 신산업과 관련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은 더욱 그러하다. 전력 공급 비용이 전기요금보다 더 높은데 사업자와 소비자가 새로운 사업 모델을 개발할 리 만무하다. 최근 외국의 여러 나라를 살펴보면 전기요금이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친환경 발전 설비의 증설, 송·배전망 설비의 유지와 보수 등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전기요금으로 충당하고 있어서다. 그 결과 소규모 태양광 발전을 통한 전력생산 단가가 전기요금보다 더 저렴해져 자연스럽게 소비자의 태양광 발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전기요금 상승이 전기 소비를 절감하거나 전기를 직접 생산해 판매 수익을 올리는 방향으로 유인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소비자도 전략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것이 에너지 프로슈머의 서막이고, 더 나아가 인터넷에 개설된 전력거래 플랫폼을 통해 개인이 생산한 전력을 다른 소비자에게 거래하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단순 문제가 아니다. 기존 전력회사에서는 전력수요 감소에 따른 수익 감소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자연스럽게 전력 시스템의 변화를 촉발하면서 분산형 전원을 중심으로 하는 전력 거래가 형성돼 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기존 전력거래 방식과 전기요금 수준을 유지하면서 에너지 신산업을 발전시키고 싶어 한다. 게다가 에너지 신산업과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 개발 등에서 스스로 확산될 수 있는 유인책은 별로 없다.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 신산업을 활성화시켜 새로운 융복합 산업의 영역을 선점하고 성장 동력으로 키우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제부터라도 가격 시그널이 에너지 신산업을 적극적으로 유인할 수 있는 합리적인 에너지 가격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노력부터 해야 할 것이다.
  • 올 美 대선, 주류 세력 ‘문명의 대전환’

    올 美 대선, 주류 세력 ‘문명의 대전환’

    미국의 주인이 바뀐다/안병진 지음/메디치/272쪽/1만 6000원 ‘이번 미국 대선은 이념과 정당, 그리고 정책 대결로 이해하면 안 된다. 문명사적 대전환과 충돌이라는 프리즘으로 새롭게 바라봐야 한다. 힐러리 대 트럼프 대결이 아니라 미국 건국 초기의 근대적인 문명의 틀과 주도 세력이 모두 바뀌는 대전환기로 이해해야 한다.’(7쪽) 올해 치러지는 미국 대선을 정책이나 정치인이 아닌 문명의 대전환이라는 관점에서 접근, 미국 문명이 새로운 도전에 어떻게 적응하며 세계적 리더십을 유지할지 전망했다. 대선을 앞두고 미국 정치는 그 어느 때보다 요동치고 있다. 진정한 변화를 요구하는 샌더스 열풍이 아래로부터 불었고, 여성과 이민자를 배제한 위대한 미국을 외치는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됐다. 저자는 “미국의 주류 세력이 바뀌고 있다. 이는 곧 문명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런 큰 흐름을 읽어야 미국 정치 지형 변화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저자는 당선 직후부터 연임에 이르기까지 오바마 집권기를 가능케 했던 원동력과 부침의 원인을 진단하며 미국 주도 세력이 변하고 있음을 조목조목 짚었다. 세대 담론에 산업적·인종적 관점을 더해 촘촘하게 논의를 전개했다. 제조업과 군산복합체 등에 기반을 두고 있는 전통적 주도 세력인 와스프(WASP·앵글로색슨계 백인 신교도) 문명이 황혼기에 접어들고, 정보통신기술(ICT)과 자유·평등 정신을 기반으로 하는 새 천년 세대(1981년 이후 태어난 성인들로, 현재 18세에서 34세 사이의 젊은이들)와 다인종 연합 세력이 부상하고 있다는 게 골자다. ‘배트맨’ 별칭인 ‘다크 나이트’, ‘트로이’ 주인공 ‘아킬레우스’, ‘아이언맨’(백만장자 토니 스타크), ‘헝거 게임’ 시리즈의 주인공 ‘캣니스 에버딘’ 등 영화를 통해 대중에게 잘 알려진 영웅들을 모델로 미국 정치인들을 분류한 게 흥미롭다. 오바마, 힐러리는 윤리와 권력 사이에서 고뇌하는 ‘다크 나이트’, 2008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였던 매케인은 신에 가까운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복고적 영웅 ‘아킬레우스’,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어마어마한 재력을 갖추고 기업국가를 추구하는 ‘아이언맨’, 힐러리의 경선 라이벌이었던 샌더스는 양극화에 분노하는 이들을 대표하는 ‘캣니스 에버딘’으로 구분했다. 저자는 “미국의 올 대선과 미래는 이 네 가지 영웅 모델들 간 각축전이 될 것”이라며 “각 영웅 모델이 상징하는 시대정신과 문명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기고] 한류의 매력에 빠진 불가리아/신부남 주불가리아 대사

    [기고] 한류의 매력에 빠진 불가리아/신부남 주불가리아 대사

    ‘불가리아’ 하면 떠오르는 것은 요구르트, 장미오일, 장수마을 그리고 아름다운 흑해 연안 휴양지 정도가 아닌가 싶지만, 기후 좋고 공기 신선하고 미세먼지 적고 인프라가 적당히 개발돼 계곡에는 자연산 송어가 넘치고 대부분 농산물이 친환경 제품으로 물가는 한국의 반 정도로 문명사회에 있는, 지구의 비경이 있다면 여기가 아닌가 싶다. 남부에 있는 로도피 산간은 장수촌으로 유명한데 맑고 깨끗한 공기, 친환경적인 식생활, 제올라이트가 함유된 이온수가 비결이라고 한다. 국토 곳곳에서 분출하는 광천수는 위장, 관절 등에 특효가 있으며, 1000여개의 온천 중 약 80%는 의료적 효과가 있어 의료관광이 이어지고 있다. 스트레스에 찌든 현대인에게 오아시스인 바 우리나라 의사도 이곳에 요양병원을 세우려고 한다. 아울러 5000년의 역사를 지닌 와인 생산국으로 특히 세계 와인 마니아에게는 가격 대비 맛과 질이 뛰어나 ‘아는 사람만 아는 와인’으로 통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만 나는 ‘마부르드’라는 품종이 유명하다. 또한 불가리아는 우리에게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풍부한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나라다. 전국에는 발굴되지 않은 스파르타쿠스의 트라키아 및 로마 시대 유적, 특히 유럽 내에서는 가장 많은 고대 거주지와 1만여개의 무덤이 땅속에 묻혀 있어 고고학자들에게 불가리아는 꿈의 땅으로 불린다. 우리와는 지리적으로 멀리 있으나 생각보다 공통점이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릴라 수도원 등 수도원과 교회를 중심으로 독실한 신앙심과 정신문화를 바탕으로 500년간의 오스만터키 지배 등 수많은 외세 침략을 극복하고 정체성을 지켜 왔다. 지금도 700만 인구의 나라에 2400여개의 정교회와 200여개의 수도원이 있다. 고유의 문자도 가지고 있는데, 855년 키릴과 메토디 형제가 글라골이라는 문자를 만들었으며 이후 제자들이 러시아 등 슬라브권 국가들이 사용하는 ‘키릴문자’로 발전시킨 것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하다. 그런데 우리에게 놀라운 것은 이 나라에서 케이팝이나 한국 드라마와 영화뿐 아니라 한국어와 한식, 전통문화 등에 이르기까지 한국에 대한 관심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에 약 3000명의 한류 팬이 수십여 개의 크고 작은 동호회를 운영 중이며, 온라인 한류 라디오 방송도 있다. 여기서 부는 한류 바람은 학교교육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소피아대학은 한국학과를 2010년부터 독립 학과로 운영해 유럽에서 제일 많은 8명의 교수를 보유하고 있다. 소피아 소재 명문 외국어전문학교에는 2011년 고교 과정에 한국어 반을 처음 개설한 후 2013년에는 초등과정에 한국어 반을 열었고 내년에는 중등과정도 개설할 예정이다. 올 6월 처음으로 한국어반 졸업생을 배출해 필자가 졸업식에서 축사를 했는데 이는 유럽 최초이자 유일한 사례다. 한국에 대한 불가리아인들의 관심이 큰 것은 문화적·역사적 유사점 특히 전쟁 후 폐허 속에서 놀라운 국가 발전을 이루었다는 점에서 한국을 닮고 싶어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이러한 나라에 현대인들이 찾는 여러 친환경적인 요소들이 산재하고 있어 앞으로 이 나라의 가치는 계속 높아질 것이다.
  • 유쾌한 가족 영화에서 좀비 영화까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유쾌한 가족 영화에서 좀비 영화까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가 오는 21일부터 31일까지 열린다. 5일 경기 부천시에 따르면 올해 20회를 맞는 BIFAN 개막작은 유쾌한 가족 성장영화인 ‘캡틴 판타스틱’이고 폐막작은 좀비 애니메이션인 ‘서울역’으로 확정됐다. ‘캡틴 판타스틱’은 맷 로스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로 올해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최우수감독상을 받았다. 맷 로스는 영화전문지 버라이어티가 선정한 ‘2016 주목해야 할 10명의 감독’에 뽑힌 바 있다. ‘캡틴 판타스틱’은 깊은 산 속에서 아이 6명을 홀로 키우는 독특한 아버지와 가족이 문명사회에 나오면서 겪는 이야기다. ‘서울역’은 ‘돼지의 왕’과 ‘사이비’ 등 사회비판적인 작품을 만든 연상호 감독의 신작으로 올해의 화제작 ‘부산행’의 프리퀄이다. 전대미문의 재난이 어떻게 시작되는지 밝혀줄 작품으로 기대를 모은다. 방학을 맞아 어린이 관객을 사로잡을 영화도 10편 준비했다. 이스라엘 판타지 어드벤처 ‘내 친구 아부렐레’와 체코 애니메이션 ‘패트와 매트’, 사람 마음을 꿰뚫어 보는 주술사의 중세 모험극 ‘마음을 읽는 아이’, ‘삼총사’를 재치 있게 재해석한 현대 모험극 ‘달타냥의 검’ 등이다. 한편 BIFAN은 관람객을 대상으로 추첨, 스페인 시체스 국제 영화제(SITGES) 왕복 항공권과 호텔 숙박권을 지급한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차별·억압 그리고 폭력… 인류 문명 또 다른 역사

    차별·억압 그리고 폭력… 인류 문명 또 다른 역사

    노동, 성, 권력/윌리 톰슨 지음/우진하 옮김/문학사상/532쪽/2만 5000원 인류 문명은 수많은 요소들이 얽히고설키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엄청난 굴곡과 변화무쌍한 문명을 만들고 추동하는 결정적 요소는 무엇일까. 많은 역사가들이 그 핵심을 들춰왔지만 딱 부러지게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사회주의 역사학자 윌리 톰슨은 놀랍게도 그 키워드를 노동, 성, 그리고 권력으로 명쾌하게 정리한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현생 인류의 직계 조상이라는 호모사피엔스가 출현한 건 20만년 전의 일이다. 1만년 전 인류는 자연을 다스리며 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4000년이 지나 도시의 건설과 문명의 태동이 있게 된다. 찬란한 발전과 엄혹한 쇠락을 거듭해온 그 문명은 과연 어떤 것일까. ‘모든 문명의 기록은 또한 야만의 기록이다’라는 독일 철학자 발터 베냐민의 말로 시작하는 이 책은 마르크스의 ‘사적(史的) 유물론’을 택하고 있다. 물질을 사용하는 인간과 인간들 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원시(수렵)공산제, 고대 노예제, 중세 봉건제, 자본주의, 사회주의로 진화해온 역사 속에서 종교와 법률, 도덕과 윤리, 계급과 착취, 민족과 이주에 얽힌 빛과 그림자를 촘촘히 들춰낸다. 역사에 기록된 인류 문명의 모습은 천태만상이다. 하지만 모든 문명에는 어김없이 노동·성·권력을 이용한 차별과 억압, 그리고 폭력이 도사리고 있다. 저자도 인류 역사를 기본적으로 노동하는 자와 착취하는 자의 투쟁으로 본다. 노동과 착취의 대립이 계급과 집단 같은 사회의 핵심제도를 탄생시켰고 자주 학살의 비극으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실제로 문명사를 보면 정치, 경제적 권력을 쥔 세력은 공물, 농노제, 노예제, 임금노동제의 형태로 훨씬 많은 인간들의 노동이 이뤄낸 성과를 무자비하게 탈취했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놀라운 물질적, 지적, 예술적 문화의 성취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역사는 전체적으로 섬뜩할 정도로 매우 암담한 모습을 하고 있다. 살다가 죽어간 대부분의 인간은 역사 속에서 수혜자라기보다는 희생자에 더 가까웠다” 전반적으로 비관적인 시선이 강하다. 인류 문명 속 폭압은 성적 측면에서 늘상 여성을 겨냥했다. 근대까지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로 여겨졌고, 여성 참정권이 확립된 건 불과 100여년 안팎의 일이다. 성적인 문제에 대해 아주 엄격하고 성을 하나님과 멀어지는 인간 타락의 상징으로 보았던 기독교 교회에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여성의 탓으로 돌리기 일쑤였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발터 베냐민의 표현을 살짝 비틀어 ‘모든 문명의 기록은 여성 혐오의 기록’이라고까지 말한다. 여성 비하와 폭압의 사악한 관습은 지금도 여전하다. 인도에서 여자 쪽이 부담하는 결혼지참금은 엄연한 불법이지만 버젓이 요구하고 주고받는다. 남자 쪽이 원하는 만큼 지참금을 받지 못하면 신부에게 휘발유를 끼얹어 불태워 죽이기도 한다. 저자가 책에서 줄곧 강조하는 지론은 성·노동·권력의 유기적인 결합이다. 그 사례는 숱하다. 고대 수메르와 로마, 중국에서는 아이를 노예로 팔아 빚을 갚는 관습이 흔했다. 성행위의 산물인 아이를 가장의 권력으로 팔아 노동을 제공하는 것이다. 매춘도 성·노동·권력이 밀접하게 얽힌 현장임을 부인할 수 없다. 흔히 인류 지성의 성취로 여겨지는 르네상스며 산업혁명, 근대 과학기술의 혁명적 발전에서도 저자는 착취와 억압을 이끌어낸다. 권력자들은 인간의 소박한 이기심을 부추기고 조직화해 군림해왔으며 인간은 기회가 있을 때 본질적으로 독재자와 같은 방식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음을 꼬집는다. 차별과 억압, 불평등이란 인간 개인 차원에서 인정 욕망이 작동한 결과라는 주장이다. 그래서 물질문명이 지배하는 복잡한 현대사회에서는 그 인정 욕망이 오직 다른 사람을 압도하고 싶은 야망으로만 드러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류문명의 시작과 흥망성쇠를 훑은 저자는 인류에 대한 암울한 분석을 미래까지 이어가지는 않는다. ‘모든 옳은 일은 하기 어려운 법’이라는 스피노자의 경구를 인용하면서 말미를 장식하는 건 바로 기후변화를 필두로 한 환경오염 문제이다. “지구를 살리는 일에 동의하는 지구상 모든 조직과 단체들이 가차 없이 단호하게 나서야 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에리히 프롬 평전(로런스 프리드먼 지음, 김비 옮김, 글항아리 펴냄) ‘자유로부터의 도피’, ‘사랑의 기술’, ‘소유냐 존재냐’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쓴 에리히 프롬에 대한 전기다. 사회심리학의 개척자일 뿐 아니라 작가이자 심리학자, 정신분석가이자 철학자, 정치활동가였던 프롬은 20세기 가장 중요한 지식인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이 전기는 프롬이 유대교 율법을 따르는 집안에서 자라던 어린 시절부터 여러 나라에 여러 언어로 남겨진 원고와 자료들을 철저히 조사해 그의 생애를 재구성했다. 문화와 환경이 어떻게 그의 사상과 인격을 형성했는지 등 프롬의 생애 전반을 탁월한 균형 감각으로 조명한 저서로 평가받는다. 680쪽. 2만 8000원. 확장된 표현형(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장대익·권오현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이기적 유전자’, ‘눈먼 시계공’과 함께 리처드 도킨스의 3부작으로 꼽히는 책이다. 2004년 번역된 책의 전면 개정판으로 일부 부정확하거나 매끄럽지 않았던 문장들이 수정됐다. 저자는 이기적 유전자의 오해와 논쟁에 답한 뒤 도발적인 의견을 피력한다. 그는 유전자가 특정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다른 개체까지도 운반자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조개삿갓은 게에 붙은 뒤 자신을 단세포 상태로 변화시킨다. 이후 게를 생화학적으로 거세해 수컷을 암컷으로 만들고, 게가 자신의 알을 돌보도록 한다. 기생자가 자신의 유전자를 위해 숙주를 이용한 경우다. 544쪽. 2만원. 테크놀로지(대니얼 헤드릭 지음, 김영태 옮김, 다른세상 펴냄) 오늘날 기술의 혁신은 놀랄 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그 파급력 또한 막강하다. 250만년 전 인류가 최초의 도구인 조약돌을 사용한 때부터 기술과 도구는 인류의 진화에 영향을 미치고, 문명의 흥망성쇠를 좌우했다. 미국의 저명한 역사학자인 저자는 ‘테크놀로지’라는 색다른 코드로 인류의 문명사를 조망한다. 유용한 기술과 도구는 신속하게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이런 특성 때문에 세계의 패권은 끊임없이 이동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인공지능과 유전공학이라는 신기술이 또 한번 거대한 변화를 몰고 올 오늘날, 우리가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264쪽. 1만 3800원. 예술로서의 삶(재커리 심슨 지음, 김동규·윤동민 옮김, 갈무리 펴냄) 삶의 의미에 대한 19∼20세기 서양 철학자들의 사유를 예술이라는 관점으로 정리했다. 오늘날 예술은 삶의 단순화·획일화에 저항하고 삶을 긍정하기 위한 영감의 원천이 된다. 세계는 우리에게 창조적 삶을 살 수 있는 소재들을 끊임없이 내주고 있다. 저자는 니체로부터 논의를 시작한다. 차라투스트라나 ‘초인’처럼 니체가 저작에 등장시킨 ‘유형’들은 곧 예술로서의 삶을 이해하는 발판이 된다. 저자는 이어 아도르노·하이데거·메를로퐁티까지 현대 예술철학의 흐름을 되짚으며, 예술가적 자기 창조라는 삶을 향한 구체적인 계기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한다. 500쪽. 2만 6000원. 완벽의 배신(라파엘 보넬리 지음, 남기철 옮김, 와이즈베리 펴냄) ‘완벽에의 갈망’이 만연한 현대 사회를 정밀 진단하면서 완벽주의의 함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한다. 오스트리아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77명의 환자 상담 사례를 중심으로 완벽주의의 실체와 다양한 증상들을 분석했다. 그리고 사례에 소개된 완벽주의적 행동 양상과 이들이 고통을 느끼는 원인을 설명하며 유한한 존재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불완전성에 대해 유머러스하게 다뤘다. 그리고 인생에서 진정한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잘못된 명예심, 허위라는 완벽주의의 가면을 벗어던지고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328쪽. 1만 4000원.
  • [가습기살균제, 비극의 22년 재구성] 살균제 참사 겪고도 ‘살생물질 통계’ 없는 정부… 총괄 부처 필요

    [가습기살균제, 비극의 22년 재구성] 살균제 참사 겪고도 ‘살생물질 통계’ 없는 정부… 총괄 부처 필요

    원료 같아도 제품 용도 달라지면 관리 부처도 달라져 제도적 허점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고를 막기 위한 정부 부처의 대책 마련이 분주하다. 가습기 살균제 사고는 국내 화학물질·제품에 대한 관리 체계를 재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지난해 시행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규제 논란도 사그라들었다. 환경부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가 확인되자 원료 물질로 사용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과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HG) 등을 2012년 유독물로 지정한 뒤 스프레이형 제품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또 방향제, 탈취제, 세정제 등 위해 우려가 있는 생활화학제품 15종에 함유된 살생물질에 대한 전수조사와 안전성 검증에 착수했다. 5800여개 제조·수입기업의 제품별 성분을 목록화하고 살생물질 함유 여부와 사용 빈도, 노출 경로 등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한 뒤 단계적으로 위해성을 평가해 공개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공산품 등 다른 부처가 관리하는 제품으로 안전성 검증을 확대키로 했다. 환경부는 전수조사가 법적 근거는 없지만 국민 불안 해소를 위한 특별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화학물질과 제품을 연계한 ‘통합 관리 체계’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제도로 정착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가습기 살균제 원료인 PHMG처럼 사용 중인 살생물질에 대한 통계조차 제대로 확보돼 있지 않다. 환경부가 관리하는 생활화학제품 중 살생물질이 들어간 것은 소독제, 방충제, 방부제 3종에 불과하다. 제도적 맹점도 있다. 어떤 제품에 사용되느냐에 따라 관계 부처가 달라지고, 제조자가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함량을 조절하거나 신고 없이 제조할 위험성도 크다. 적발되더라도 제품에 함유된 화학물질을 ‘영업 기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다. 화학물질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기반으로 평가받는 화평법도 1t 이상 사용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해성이 높지만 사용량이 적은 살생물질은 법 적용을 피할 수 있다. 가장 큰 피해를 유발한 옥시 제품의 PHMG 사용량은 연간 300㎏에 불과하다. 화평법의 기준이 기업의 편의를 고려해 지나치게 느슨하다고 지적받는 이유다. 환경부와 전문가들은 살생물제(biocide)관리법(바이오사이드법) 도입 필요성을 설파한다. 사용량이 아닌 유해성을 반영해 사전 제어 및 물질·제품의 통합 관리가 가능하고 기업이 안전성을 입증, 책임지는 안전장치라는 설명이다. 박광식 동덕여대 교수는 “다품목 소량의 살생물제가 난립하는 시장 구조를 바꿔 안전성이 확보된 제품만 유통될 수 있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호중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관은 “현 시스템에서는 새로운 제품이 나올 때마다 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면서 “바이오사이드법을 제정하거나 화평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옥시 사태에서 드러났듯 허위 시험 자료 제출에 대한 처벌 규정도 마련돼야 한다. 현행 화평법에는 처벌 규정이 없다 보니 연구자들이 기업의 요구에 맞춰 시험 결과를 내놓아도 속수무책이다. 결과적으로 화학물질·제품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 시민단체와 학계에서는 유사 사고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대책으로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주장한다. 기업의 불법 행위를 엄단할 강력한 제재 수단이 있어야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논리다. 스프레이 제품에 대해 호흡독성시험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생활 환경 화학물질 안전을 총괄하는 단일 부처를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최경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가습기 살균제 사고는 문명사회 최대의 생활 환경 화학물질 중독 사건”이라고 진단한 뒤 “우리나라 법체계는 재량이 많은 데다 부처 간 전문성 차이로 관리 수준이 다르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나 일본의 소비자청같이 단일 부처가 안전을 총괄하고 위해 정보 수집 체계를 관리하는 근본적인 개혁과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브렉시트 거센 후폭풍] 세대 갈등·난민·양극화 ‘反기득권’ 폭발…노르웨이·스위스 경제모델 도입도 난망

    [브렉시트 거센 후폭풍] 세대 갈등·난민·양극화 ‘反기득권’ 폭발…노르웨이·스위스 경제모델 도입도 난망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는 난민문제에 대한 불안과 소득 양극화, 세대 간 갈등이라는 국내 문제가 한꺼번에 분출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영국은 EU 탈퇴를 통해 노르웨이나 스위스 같은 모델을 추구하고 있지만 실현될지는 불분명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 국민투표는 영국이 EU에 가입한 1973년 이후 태어나 통합 유럽의 분위기에서 자란 세대와 그 이전 세대와는 투표성향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음을 드러냈다. 여론조사 기관 로드애쉬크로프트가 1만 2369명의 투표자를 상대로 한 조사에서 18~24세의 유권자 중 73%가 EU 잔류에 투표한 반면 65세 이상은 60%가, 55~64세는 57%가 EU 탈퇴를 지지했다고 응답했다. 가디언도 지난 25일 개표결과를 분석한 결과, 소득과 교육, 출생지 등에 따라 투표성향이 확연히 달랐다고 전했다. 소득 양극화 역시 ‘유권자의 반란’을 이끈 주원인이다.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세계화라는 거대한 흐름이 이어지면서 부유층과 고학력 전문직 근로자, 자본가 등 기득권층은 큰 혜택을 봤다. 그렇지만 세계화를 통해 보통 국민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는 분노가 이번 선거에서 표출됐다. 소득 수준이 높은 런던의 금융가 ‘시티 오브 런던’ 선거구의 경우 무려 75%가 잔류에 몰표를 던진 상황에서 고등교육 이수자 비율이 영국 내 최하위 수준인 보스턴은 75%가 탈퇴를 지지한 것은 이를 반영한다. 난민 문제도 향후 더욱 강경한 입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내 이민자는 전체 인구의 약 13%인 840만명으로 2011년 아랍의 봄을 계기로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난민이 물밀 듯이 밀려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EU 탈퇴는 영국의 이민자 수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선거 기간 일부 정치인은 이슬람 국가인 터키가 EU에 가입하면 1200만명에 이르는 터키인이 영국으로 와서 서민 일자리를 뺏고 복지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해 유권자의 마음에 불을 질렀다. 터키가 EU에 가입하면 문명사적인 관점에서 엄청난 변화다. 같은 그리스·로마 문명을 기반으로 기독교가 중심인 EU가 이슬람이 중심인 터키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일 경우 기독교와 이슬람의 공존이라는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영국은 일단 EU 탈퇴 후 EU와 자유로운 금융거래를 하는 스위스나 노르웨이 등의 모델을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은 2012년 스위스 잡지 ‘벨트보헤’와의 인터뷰에서 “브리처랜드(Brizerland·브리튼과 스위처랜드의 합성어)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금융산업에 강점을 보이고 있는 영국이 스위스처럼 EU와 자유로운 금융거래가 가능하게 만들고 무역도 하겠다는 것이다. 스위스 모델과는 별도로 비(非)EU 4개국으로 구성된 유럽자유무역연합(EFTA)에서 활동하는 노르웨이식을 채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FTA는 EU와 유럽경제지역(EEA) 협정을 맺고 EU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노르웨이는 EU 규제를 따르고 이민자에게 복지 혜택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영국은 노르웨이 모델 채택이 쉽지 않은 상태다. 스위스 모델 역시 영국 금융산업이 전 유럽에 직접 금융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스위스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적용 자체가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동서양 문장가들 사유의 유사성은

    동서양 문장가들 사유의 유사성은

    글쓰기 동서대전/한정주 지음/김영사/688쪽/1만 9000원 서로 교류가 없던 지역에서 비슷한 시기에 놀라운 사유의 혁명이 일어난 것을 독일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는 ‘축의 시대’라는 문명사적 개념으로 정의했다. 이보다 훨씬 규모도 적고, 세속적이긴 해도 동서양의 역사와 고전을 들여다보면 시공간의 차이를 넘어선 사유의 유사성에 놀라게 된다. 18세기를 중심으로 14세기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을 가로지르면서 시대를 풍미했던 문장가와 작가들의 글쓰기 미학과 작문 방법을 비교한 ‘글쓰기동서대전’에는 수많은 사례들이 등장한다. 조선시대 후기 학자인 이덕무는 열아홉 살이던 1760년 자신이 쓴 시문을 모아 ‘영처고’라는 이름의 책을 펴냈다. 그는 “글을 짓는 것이 어찌 어린아이가 장난치며 즐기는 것과 다르겠는가. 글을 짓는 사람은 마땅히 처녀처럼 부끄러워하며 자신을 감출 줄 알아야 한다”면서 특별한 목적 없이 즐거움을 위해 글을 쓴다고 밝혔다. 같은 시기 프랑스의 계몽사상가인 장 자크 루소는 인간을 원죄가 있는 존재로 바라보고 아이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던 기독교 세계관에 맞서 어린아이에게는 ‘자연 그대로의 올바른 본성’이 있다고 규정했다. 루소는 저서 ‘에밀’에서 “인간이 먼저 어린아이부터 출발하지 않았더라면 인류가 멸망했을 것”이라면서 “어린아이는 자기 나름대로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방식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18세기 조선과 프랑스의 문장가 두 명이 공히 강조한 사항은 ‘동심’이었다. 역사평론가이자 고전연구가인 저자는 조선의 박지원·박제가·이익, 중국의 오경재·서하객, 일본의 나쓰메 소세키·요시다 겐코, ‘동방견문록’을 쓴 마르코 폴로와 괴테, 니체, 쇼펜하우어, 니코스 카잔차키스 등 37명의 글쓰기 전략을 동심 외에도 소품(小品), 풍자, 기궤첨신(기이하고 참신함), 다양성, 광활함 등 아홉 가지 키워드로 나눠 정리했다. 책은 왜 그 시대와 그 사회에 그 문장가 혹은 작가가 출현해 그런 글을 썼는지에도 무게를 싣고 있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뛰어난 작가들의 글쓰기 방식을 살펴본 저자는 좋은 글의 핵심 가치로 개성, 자유, 자연을 꼽았다. 저자는 “타인의 글을 모방하지 않으며 자신만의 글을 짓고, 무엇에도 속박받지 않고 자유롭게 쓰며, 애써 꾸미려 하지 말고 감정과 생각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면 훌륭한 글이 나온다”며 “비난과 혹평이 두려워 글쓰기를 주저하는 사람도 진솔하게 자신만의 글을 쓴다면 유일무이하고 의미 있는 글을 내놓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데스크 시각] 200년 만의 대륙봉쇄령/박상숙 국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200년 만의 대륙봉쇄령/박상숙 국제부 차장

    1806년 나폴레옹은 영국을 고사시킬 요량으로 대륙봉쇄령을 단행했다. 산업혁명의 원조 영국에 대한 금수 조치는 오히려 유럽의 물자 부족을 야기했다. 유럽 이외에 시장(식민지)이 있었던 데다 해상권도 장악하고 있었던 영국은 다른 지역과의 활발한 교역을 통해 더욱 번성했다. 실패한 나폴레옹의 작전이 200여년 만에 부활할 조짐이다. 이번엔 영국이 스스로 대륙봉쇄령을 자처한다. ‘브렉시트’로 불리는 유럽연합(EU) 탈퇴를 두고 오늘(24일) 영국에선 국민투표 결과가 나온다. 과연 영국은 나폴레옹 때처럼 유럽 대륙 없이 독야청청할 수 있을까. 사실 영국은 독일과 프랑스가 주도한 지역 통합체에 처음부터 미지근했다. 통합 과정에서 단 한 번도 민의를 묻지 않은 결과 내정과 경제가 흔들릴 때마다 브렉시트가 고개를 들었다. 캐머런 보수당 정권이 총선 공약으로 내세운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이전과 달리 최대 이슈가 된 것은 최악의 난민·이민 문제 때문이다. EU 내에서 영국의 위상 따위는 서민층의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망명자와 이민자에게 너그러웠던 ‘신사의 나라’는 곳간이 비어 가면서 인심이 바닥을 드러냈다. 몰려드는 이민자와 줄어든 일자리를 다투게 되면서 민심이 들끓은 것이다. 브렉시트가 몰고 올 경제파탄의 경고음 대신 탈퇴파의 구호(EU 밖에서 더 잘살 수 있다)만 요란하다. 이민자를 막고, EU 분담금도 내지 않으면 경제가 살아나 ‘우리끼리 잘 먹고 잘살 수 있다’는 맹목적 선동만 먹혀 D데이가 다가올수록 탈퇴 지지 여론이 급증했다.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의 저자 이언 모리스가 답답한 마음에 한마디 했다. 최근 기고에서 그는 “브렉시트는 영국의 문제(양극화, 주권상실, 이민)를 해결할 가장 나쁜 방법”이라고 단언했다. 역사학자인 모리스는 문명사적 관점에서 지난 2000년간 서양이 점유했던 부와 권력이 동양으로 이동하고 있기에 영국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묘책은 없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EU는 유럽의 패권이 쇠락한 데 대한 위기감에서 탄생했다. 유럽 통합 논의는 1950년대 이후 미국과 소련이라는 두 강대국 사이에 낀 존재로서 위상을 지키려 몸집을 키우는 데서 나왔다는 것이다. 게다가 21세기 들어 부와 힘의 동진(東進)이 가속화하고 있어 영국의 운명은 유럽을 벗어나서는 해답을 찾을 수 없다. 모리스는 고대 인도 서사시 ‘마하바라타’에 나오는 ‘물고기 법칙’, 즉 가뭄(위기)에는 큰 물고기가 생존을 위해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다는 대목을 원용한다. 소련에서 중국으로 바뀌었을 뿐 2강 체제가 굳건한 글로벌 현실에서 EU라는 큰 물고기에서 떨어져 나와 작은 물고기가 되려는 영국의 행보는 시대착오적 자충수라는 것이 그의 비판이다. 그럼에도 영국민은 왜 EU 바깥의 ‘낙원’을 꿈꿀까. 지도자들의 무능과 무감각 탓이다. 경제난과 상관없이 안락을 누리는 기득권층은 살인적 물가와 실업으로 매일 사투를 벌이는 서민층과 괴리돼 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을 보듬지도 못하면서 “잔류”만을 외치는 특권층에 민심은 폭발했다. 선거를 위해 브렉시트를 정략적으로 이용한 캐머런 내각은 물론 반이민 정서만을 부추겨 민의를 오도하는 극우 인사들이 국가와 국민의 운명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국민과 함께 호흡하지 못하는 지도자들이 나라를 망치는 바보짓을 저지른 셈이다. 결국 문제는 경제가 아니라 정치다. alex@seoul.co.kr
  • “지금같은 대학 교육으로 AI와 겨룰 수 있겠는가”

    “지금같은 대학 교육으로 AI와 겨룰 수 있겠는가”

    “인공지능이 인간을 따라잡는 시점을 2045년이라고 예측했지만,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경기 이후 2020년으로 당겨졌다. 지금의 대학이 지금 이대로 학생들을 길러 인공지능과 겨룰 수 있겠는가.” 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지금은 지식의 반감기 시대”라면서 “대학은 지금 바뀌지 않으면 도태되는 문명사적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총장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은 “대학 등록금을 올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교수들에게 더는 좋은 대우를 해주기는 불가능한데 요구하는 것은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며 “교수들도 이런 문제를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3일 발족한 ‘미래대학포럼’은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학술정보관에서 첫 공개 포럼을 열고 대학의 위기감을 쏟아냈다. 미래대학포럼은 서울 주요 10개 사립대 총장들이 모여 미래 사회에 대학의 역할을 고민하기 위해 구성했다. 첫 공개 포럼에는 경희대·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숙명여대·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한국외대·한양대 총장들이 모였다. 대학의 위기 상황에서 행로를 모색하고자 포럼에 참석한 총장들은 다양한 해결책을 내놓았다. ‘문명사적 기로에 선 대학’이라는 주제로 기조발제한 김 총장은 대학의 현재 위기에 대해 재정, 기술의 와해, 정당성을 열쇠어로 들었다. 새로운 지식을 얻으려면 비용이 증가하는 데다가 인공지능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역할에 대한 문제가 거론되는 시점에서 대학 무용론도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액티브 러닝’을 들었다. 대학이 학생에게 단순한 지식을 가르치기보다 학생이 주변 문제에 관심을 두고 해결하려는 것을 돕는 방법을 의미한다. 김 총장은 “연세대 인천의 송도캠퍼스에는 나무가 잘 자라지 못하는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산지식을 배울 수 있다”며 “연세대의 경우 학부생들이 팀을 꾸려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면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최 총장은 “20년 전과 지금의 학생이 처한 환경이 너무 다르다. 대학은 학생들이 스스로 미래를 대비하도록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전학기제와 자유설계 전공을 예로 들었다. 도전학기제는 한 학기를 쉬며 사회경험을 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학기다. 학생들은 사이버 강의 등으로 부족한 공부를 한다. 자유설계 전공은 전공에 얽매이지 않고 학생 스스로 배울 것을 조합해 만드는 전공을 가리킨다. 이영무 한양대 총장은 창업을 돌파구로 제안했다. 이 총장은 “지금의 일률적인 전공체제가 불확실성이 강한 미래 사회에 답을 제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4차 산업 혁명 사회에서는 대학생들이 창업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총장들은 이런 발전을 위해 교육부의 입시, 등록금 등에 대한 규제도 풀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기풍 서강대 총장은 “등록금이 동결된 상황에서 교육부가 원하는 유럽형 소형대학은 천문학적인 재원이 요구된다”며 “등록금 규제에 대해 앞으로 진지한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최 총장은 “교육부가 믿을 만한 대학에 대해서는 창립이념에 따라 자유롭게 뽑을 수 있도록 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 좌장을 맡은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미래대학포럼은 앞으로 비정기적으로 세부 주제를 정해 사회 변화와 대학 교육에 대한 논의를 이어 가겠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사설] 포퓰리즘 복지 마다한 스위스 국민과 정치권

    스위스 국민은 그끄저께 국민투표에서 성인 누구에게나 매달 2500스위스프랑(약 300만원)씩 기본 생활비를 보장토록 하는 법안을 부결시켰다. 유권자의 77%가 반대표를 던지면서다. 스위스 국민들이 ‘묻지마 공짜 현금 복지’가 오래가긴커녕 기왕의 복지 시스템까지 망가뜨릴 위험성을 자각한 결과다. 노조를 포함한 스위스인들의 높은 의식 수준도 평가할 만하지만, 스위스 정치권이 국민투표 과정에서 인기에 영합해 포퓰리즘 복지를 부추기지 않았다니 놀랍다. 왜 스위스가 진정한 선진국인지를 실감하게 하는 생생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덮어 놓고 ‘전면 무상 시리즈 공약’을 내놓는 우리 정치권과 지자체들이 지속 가능한 복지 정책을 고민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스위스기본소득(BIS)이라는 민간단체가 국민투표를 요구한 현금복지 법안의 취지는 나름의 설득력이 없지 않다. 각자에게 기본 소득을 지급해 생계를 위한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나 인간적 품위를 지킬 수만 있다면 누가 마다하겠는가. 더군다나 사무 자동화와 인공지능(AI)이 초래할 ‘고용 없는 성장’ 시대를 맞아 현금을 미리 풀어 내수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자는 제안도 솔깃한 대안일 수 있다. 그러나 스위스 정부도, 국민들도 이를 부작용이 많은 ‘당의정(糖衣錠) 법안’으로 보고 현혹되지 않았다. 미성년자에게 지급할 월 78만원씩을 포함해 이를 실행하는 데 연간 2080억프랑(약 250조원)의 엄청난 재원이 소요될 판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세금을 대폭 올리고 기존의 복지를 줄여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스위스 정부가 처음부터 반대한 건 그렇다 치자. 스위스노동조합연맹(SBG)조차 “그럴 돈이 있으면 사회보장 시스템 강화에 사용하는 것이 낫다”며 정부 입장에 동조했다고 하지 않나. 분별력 있는 스위스인들이 달콤해 보이는 몰약을 덥석 삼켰다가 더 큰 속병을 앓게 된다는 걸 인식한 셈이다. 사실 아무 일을 안 해도 기본 생계를 보장받을 수만 있다면 지상낙원도 멀지 않을 게다. 하지만 철학자 칼 포퍼는 “지상에서 천국을 건설하려는 시도가 늘 지옥을 만든다”고 했다. 국가가 뭐든지 다 해 준다는 약속은 애당초 가능하지 않은, 전체주의적 사술에 불과함을 지적한 것이다. 국가에 의한 100% 무상 복지로 일할 수 있는 계층마저 근로 의욕을 잃고 재정까지 고갈된다면 그 결과가 뭐겠나. 성장은 멈추고 그나마 있는 복지 전달 체계마저 마비될 위험성이 농후하다. 1년 일하면 13개월치 월급을 주는 식의 선심 정책에 환호하던 아르헨티나인들이 경제가 무너지면서 익숙했던 복지와도 끝내 결별해야 하지 않았나. 바야흐로 지구촌은 문명사적 전환기다. 청년 실업은 늘어나고 인구 고령화에 사회적 양극화도 심해지고 있다. 까닭에 스위스에서 물꼬가 트인 기본 소득 지급이라는 전면적 복지 논의가 세계적으로 번질 조짐도 있다. 다만 복지가 미래세대에 재앙이 안 되려면 그 시혜를 청년 실업자나 생계가 어려운 노령층 등 사회적 약자부터 시작해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게 합리적이다. 이번에 스위스인들도 복지를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여야 정치권과 지자체장들이 유념했으면 한다.
  • [이경형 칼럼] ‘87체제’를 리모델링할 때가 왔다

    [이경형 칼럼] ‘87체제’를 리모델링할 때가 왔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 청년들은 이제 50대 장년을 훌쩍 넘었다. 이 시기 통신 수단이 전화였다면 한 세대가 지난 지금은 모바일이다. 인류 문명사에서 인쇄술, 화약의 발명과 맞먹는 인터넷이 등장한 것이 1991년이고 보면 세상은 엄청 변했다. ‘1987년 체제’ 곧 현행 헌법체제는 당시 민주화의 염원에 모든 초점을 맞춰 5년 단임 직선 대통령제를 채택했다. 20대 국회가 금주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지난 30년간 한국 사회는 진화를 거듭했다. 하지만 선거제도, 정당 구조 등 대의정치의 기제는 옛날 그대로다. 민주화는 이미 성취한 가치다. 국민들은 공정한 복지사회를 원하고 있다. 4·13 총선은 지금의 정치제도가 과연 변화된 국민의 정치적 욕구 수준에 걸맞은 제도인가에 많은 의문을 던졌다. 유권자들은 여당을 제2당으로 끌어내리고 비례대표 선거에서 제3당인 국민의당에 600만 표가 넘는 27%의 득표를 안겨주었다. 대통령의 독선적인 권력 행사, 양당 중심의 기득권 정치에 염증을 느꼈다. 국민들은 양극화 등 격차 해소, 개인의 자유권 확대, 다양성과 통합을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16년 만에 여소야대를 이룬 이번 국회는 내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자칫 자파 대권주자를 중심으로 정권 쟁탈전에 몰입하기 쉽다. 현행 헌법이 지속된 지 한 세대를 맞는 시점에 개원되는 20대 국회는 지금의 대통령과 국회 관계 등 권력 배분 시스템을 총 점검할 헌정사적 소명을 갖고 있다. ‘87년 체제’가 다음 한 세대, 미래 30년까지도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필요하면 개선해야 할 책무가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과거보다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51대49라는 다수결의 원리는 존중되지만 승자가 독식하면 ‘49’의 협력을 끌어낼 수 없다. 득표의 지분만큼 권력을 나누자는 생각이 먹혀들고 있다. 새 국회는 가급적 빨리 헌정 발전을 논의할 수 있는 기구를 구성해야 한다. 개헌이 모든 국정 현안을 삼키는 블랙홀이라며 금기시하는 것은 더이상 설득력이 없다. 개헌안을 두고 내년 대선에 적용할지, 차차기 대선부터 적용할지는 나중에 여론 수렴을 거쳐 결정해도 된다. 지금처럼 원내 어느 정당도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고 국회선진화법이 계속 유효한 상황에서 국회와 대통령이 대립하면 국정은 교착상태를 면치 못한다. 이런 경우를 염두에 두면 대통령제보다 내각제나 내각제 요소를 더 가미한 권력구조가 적합할 것이다. 국회 헌정 발전 기구가 가동되면 지금의 소선거구제 외에도 다양한 선거제도를 논의,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더 촘촘하게 반영할 수도 있다. 원 구성도 차일피일하는 20대 국회에 개헌 문제까지 논의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무리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아직 대선 구도가 정립되지 않았지만 유력 대권주자들이 개헌에 관한 소신을 밝히는 국면이 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각 정파가 국회를 대선 고지의 교두보로 삼고 대중영합 입법에 경쟁적으로 뛰어들면 20대 국회는 19대 식물국회보다 더 못한 ‘나라를 망치는 국회’가 될 수 있다. 로마제국이 멸망한 것이나 지금 남미 국가들이 쇠락하는 원인도 귀족이나 정치 엘리트들이 이기주의에 빠진 대중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재정을 파탄시켰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는 저성장의 장기 침체, 청년 일자리 부족, 저출산 고령사회 진입 등 난국을 맞고 있다. 여차하면 깊은 수렁에 빠질 수도 있는데 벌써부터 표밭을 겨눈 ‘포퓰리즘 입법’들이 춤을 추고 있다. 대통령의 ‘상시 청문회법’ 거부권 행사로 20대 국회는 출범부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여야가 합의하지 않으면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는 황금 분할의 의석 분포는 잘 쓰면 한국의 의회정치를 업그레이드하는 보약이 되겠지만, 잘못 쓰면 돌이킬 수 없는 독이 될 수밖에 없다. 20대 국회는 협치를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지금의 낡은 대의정치의 기제를 개별 국민의 정치적 의사가 순식간에 집단지성으로 공론화하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시대에 맞게 과감하게 리모델링할 때가 왔다. 주필
  • [열린세상] 자식의 날과 학생의 날은 왜 없는가/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열린세상] 자식의 날과 학생의 날은 왜 없는가/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지난 일요일에 어버이날을 맞았는데, 돌아오는 일요일에는 스승의 날이 기다린다. 일주일 간격으로 부모와 선생을 공경하는 기념일이 이어지니, 축하받는 입장의 부모와 스승은 은근히 신이 날지도 모르겠으나, 마음으로만 고마움을 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금이나 선물까지 드려야 하는 자식과 학생으로서는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날일 수도 있다. 그래도 부모와 스승의 중요성은 모든 문명권에서 인정하기에 그런 기념일을 만든 데 반대할 의사는 없다. 다만 ‘자식의 날’은 아예 들어 보지도 못한 점이 마음에 걸린다. ‘학생의 날’도 예전에는 잠시 있었지만, 2006년에 학생독립운동기념일로 바뀌면서 사실상 폐지됐다. 그나마 한때 존재했던 학생의 날도 학생을 격려하고 존중하기 위함이라기보다는 광주학생항일운동(1929)이라는 특정 사건을 기리는 역사적 기념일이었다. 따라서 어버이날이나 스승의 날과 같이 순수한 기념일로서의 학생의 날은 존재한 적이 없다. 그래서일까?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을 맞는 마음이 썩 가볍지만은 않다. 굳이 특별한 기념일을 만들지 않더라도 부모와 스승은 일상에서 필요에 따라 권력을 행사하며 자식이나 학생 위에 군림할 수 있는 갑(甲)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가정과 학교에서는 1년 365일이 사실상 어버이날이요, 스승의 날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도 굳이 국가에서 그들을 위해 특별 기념일까지 제정할 필요가 있을까? 일상에서 오히려 일년 내내 사실상 을(乙)의 위치인 상대적 약자인 자식과 학생을 위로하고 북돋기 위한 기념일 제정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으면서 말이다. 어린이날이 곧 자식의 날이 아니겠느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겠지만, 어린이날과 자식의 날은 크게 다르다. 어린이는 그 연령대가 극히 제한적인 데 비해 자식은 연령대의 제한이 없다. 또한 어린이날이 어린이들의 잔칫날인 데 비해 어버이날과 짝을 이룰 자식의 날은 어버이와 자식이 가정과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서로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이뿐 아니라 자식의 날에는 어버이를 중심으로 한 일방성이 아니라 부모와 자식 사이의 상호 소통을 지향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미국 사람들이 기념하는 ‘아버지날’, ‘어머니날’, ‘어린이날’ 등이 바로 그런 상호관계를 바탕으로 한 기념일이다. 비단 유교적 유산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한국은 세계 문명사에서 부모와 스승 같은 웃어른을 절대적으로 공경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를 국가에서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한 문명권에 속한다. 사회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는 부모가 잘못을 돌이키라고 진정으로 간청하는 자식을 피가 나도록 때리더라도 자식은 그 부모를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말고 계속 공경하고 효도를 다하라는 게 남송(南宋)의 유학자 주희(朱熹·1127~1200)가 ‘소학’(小學)에서 규정한 자식의 행동규범이다. 주희보다 100년 가까이 앞선 나종언(從彦·1072~1135)이 “천하에 옳지 않은 부모는 없다”고 선언한 사실과 연결해 보면 이는 동네방네 행실이 나쁜 부모가 자식마저 때려 죽이려 할지라도 자식은 묵묵히 순종해 맞아 죽으라는 일방적 강요와 다름없다. 이런 주자학이 온 나라를 컴퓨터 포맷 수준으로 강타한 조선시대를 거친 한국 사회의 부모에게는 솔직히 하루하루가 극단적으로 교조화한 효(孝) 이데올로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어버이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생과 대비되는 스승의 위상도 이와 마찬가지였음은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만 떠올려도 바로 알 수 있다. 한국의 각종 학교에서는 매일매일이 사실상 스승의 날인 셈이다. 교권이 추락하고 학생들이 말을 잘 안 듣는다는 푸념이 최근에 늘기는 하지만, 그래도 학교 생활에서 칼자루를 잡은 쪽은 학생이 아니라 교사(스승)임은 부정할 수 없다. 상대적 약자인 자식과 학생을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하고 격려하자는 자식의 날과 학생의 날은 한국에 없다. 오히려 상대적 강자인 부모와 스승을 더욱더 극진히 공경하자는 국가 지정 기념일은 매년 5월이면 일주일 간격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한국은 어버이와 스승의 나라다. 5월의 대한민국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 [열린세상] 8000만 시장이 열린다/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열린세상] 8000만 시장이 열린다/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고대 페르시아에서는 인류 최초의 발명이 숱하게 탄생했다. 메소포타미아 유적지에서는 세계 최초의 배터리인 ‘바그다드 전지’가 발견됐다. 7세기경 역사상 최초의 풍차를 만들어 낸 것도 페르시아인들이었다. 뿐만 아니라 중동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도 식품을 오래 보관하고 저장하려고 ‘야크찰’이라는 얼음 저장고를 건축하는 기술까지 갖고 있었다고 한다. 페르시아는 세계를 잇는 도로와 운하를 건설했고, 천문학과 화학·물리학·수학과 의학 등 수많은 기술 분야에서 인류의 지적 토대를 쌓았다. 그 학문적 성과는 이슬람에 멸망된 뒤 고스란히 유럽으로 전파됐으니, 페르시아가 인류 문명사 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한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페르시아 제국의 후예인 이란이 깨어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이란에 대한 경제 금융 제재를 해제하면서부터다. 핵 개발 의혹으로 국제 사회의 경제 제재를 받기 시작한 지 10년 만의 해금 조치다. 이에 따라 그동안 발전이 가로막혀 있던 건설, 가전, 철강, 화학, 해운, 자동차 및 정보기술 등 이란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해외의 기술과 자본을 끌어들여 성장을 도모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때를 놓치지 않으려는 각국 정부의 움직임도 부산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초 발빠르게 이란을 방문했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란과 1962년 수교를 맺었다. 1970년대 중동 지역 건설붐이 처음 시작된 곳도 바로 이란이다. 하지만 오랜 수교 역사에 비해 기업들의 투자는 아직 미진한 편이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우리 기업의 대이란 투자는 6건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란 현지에서 한국 기업에 대한 신뢰도와 인지도는 꽤 높은 편이라고 한다. 이란 가전 시장의 70~80%를 한국 기업의 제품이 점유하고 있을 정도다. 드라마 ‘대장금’, ‘주몽’에서 시작돼 빅뱅, 엑소 같은 케이팝 열풍으로 이어지는 이란 내 한류 역시 양국의 경제 협력 가능성을 높이는 우호적 요인 중 하나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이란과의 수교 이래 최초로 이달 초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직접 이끌고 이란을 국빈 방문한 것은 양국 간 경제협력 강화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로 읽힌다. 필자가 있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도 이번에 이란 기술혁신청(CITC)과 양국 간 산업기술 교류 및 중소·중견기업 기술협력을 추진하기로 하고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왔다. 기술혁신청은 이란 기업들의 기술혁신과 국제 협력을 전담 지원하는 대통령 직속 기구다. 두 기관 사이에 체결되는 양해각서는 KIAT가 추진하는 글로벌 산업기술나눔 사업(TASK·Technology Assistance and Solutions from Korea)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글로벌 산업기술나눔은 한국의 산업기술 개발 역량을 개발도상국에 전수하는 산업통상자원부의 무상원조 사업이다. 기술 전문가 그룹이 직접 개발도상국 기업의 생산 현장을 방문해 기술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고, 현지 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높여 줌으로써 양국 기업이 상호협력을 도모하는 형태다. 이러한 사업 방식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단기간에 두 나라의 교류를 확대하고 수출 판로를 열어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미 2014년에 베트남 기업을 대상으로 기술 지도가 수행됐고, 올해는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중남미 지역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중동 국가 중에는 이란에서 처음으로 실시된다. 현재 이란 측과의 협의를 통해 폐기물 처리, 태양광, 석유화학, 스마트그리드, 발전 및 송배전 등 총 9개 산업 분야에 대한 협력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 원유 매장량 세계 4위,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1위의 자원 부국이자 인구 8000만명의 거대한 내수 시장. 2014년 기준 4041억 달러에 이르는 국내총생산(GDP)으로 중동 2위의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국가. 특히 대중국 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수출국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는 우리에게 이란이 전체 산업 중 제조업이 GDP의 44%를 차지하는 제조업 중심 국가라는 점은 매우 매력적인 포인트다. 세계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이란 시장에서 기술력 있는 우리 중소·중견 기업들이 활짝 미소 지을 날을 기대해 본다.
  • [글로벌 시대] 기술의 진보와 일자리의 미래/최석영 유엔중앙긴급대응기금 자문위원

    [글로벌 시대] 기술의 진보와 일자리의 미래/최석영 유엔중앙긴급대응기금 자문위원

    지금 초등학생의 65%는 취업할 나이가 되면 현재 존재하지 않는 직업에서 일한다고 한다. 기존의 일자리가 소멸되고 새로운 직종이 만들어지는 속도가 그만큼 빠르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일자리의 미래보고서’는 전 세계 직업 중 약 500만개가 5년 내에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사무행정직군, 생산직군, 건설업종 등이 없어지고 재무관리나 컴퓨터 분야의 직종에 대한 인력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보고했다. 기술의 혁신적 진보는 산업시스템을 변화시키고 소비 패턴과 고용시장의 구조까지 바꾸고 있다. 매년 1월 말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이 올해 화두로 4차 산업혁명을 선정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최근의 기술혁신은 개별 분야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을 하면서 발전을 거듭하므로 새로운 혁명은 사회·경제시스템은 물론 지정학적 관계에까지 포괄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런 대변혁의 기반을 구성하는 기술은 다양하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해 로봇기술, 사물인터넷(IoT), 나노기술, 3차원 프린터 기술과 유전자 조작 기술이 대표적이다. 고용 절벽이나 청년 실업은 더이상 낯선 말이 아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나 일시적인 인력 수급의 차질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미래의 사회와 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혁신의 속도와 영향을 고려해 미래의 기술 수요를 예측하는 일과 이러한 수요에 적합한 교육을 시키는 것은 어느 나라에나 절박한 정치적 도전이다. 구태의연한 교육에만 집착해 미래사회가 필요로 하는 기술과 능력을 습득하지 못한다면 국가 차원의 손실은 물론 개인과 기업의 장래도 암울해질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문명사적인 대전환의 시기를 맞이해 세계 유수의 대학들은 파괴적이라 할 만한 혁신을 준비하고 학문적 네트워킹 시스템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입시 위주의 사교육으로 공교육이 위축되고 비싼 학원비 때문에 노심초사하는 우리의 교육 현실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대학에 입학해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창의성과 인문학에 기반을 둔 인성교육보다는 취업을 위한 기계적 교육에 치중하는 탓이다. 그럼에도 대졸 실업은 악화되고 많은 청년들은 좌절하고 있다. 아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교육을 받고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인가. 규제 일변도의 주입식 교육으로 좁은 분야의 전문인을 키우는 현재 시스템으로는 새로운 변화가 가져다주는 도전을 감당해 나갈 수 없다. 실업이 증가되고 있음에도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이 부족한 역설적인 현상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능동적 학습을 통해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고 이런 교육의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새삼 ‘흙수저·금수저’ 논쟁이 재연되는 현실이 씁쓸하다. 창의성을 계발하고 혁신에 도전할 수 있는 교육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 고도로 네트워킹화돼 가는 사회시스템의 변화에 걸맞게 교육 체계도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하며 개방적이고 기능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개인이 가진 다양한 재능을 발굴하고 여성이 가진 잠재력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긴요하다. 혁신은 과감해야 하고 대학이 변화를 선도해야 한다. 변하지 않고 경쟁력 없는 대학은 정리해야 한다. 기업도 산업의 수요 변화에 따라 인력의 재교육을 강화하고 전문 인력을 공유하는 지혜도 발휘해 나가야 한다. 한편 노령화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와 기술 진보에 적응하기 위해 평생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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