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묵인
    2026-03-06
    검색기록 지우기
  • 연천
    2026-03-06
    검색기록 지우기
  • 3선
    2026-03-06
    검색기록 지우기
  • 채무
    2026-03-06
    검색기록 지우기
  • 델리
    2026-03-06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174
  • “국립공원 가는데 왜 사찰이 돈 받나요?”...청와대 국민청원

    “국립공원 가는데 왜 사찰이 돈 받나요?”...청와대 국민청원

    수많은 사찰들이 국립공원 길목에서 문화재 관람료를 받는 행태를 막아달라는 국민청원이 제기됐다.종교투명성센터는 30일 “문화재 관람료를 절 입구에서만 받아야 한다”라며 24개 시민단체와 함께 청와대 국민청원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센터는 “일부 사찰들이 관람할 의사가 없는 일반 등산객들에게도 통행세를 받아 국립공원을 자유로이 이용하는 것을 막고 있다”라며 “카드 결제도 되지 않고 어디에 쓰이는지도 모르는 통행세로 많은 국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통행세 징수로 국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음에도 지난 정부들은 이에 대해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라며 “정부는 국립공원에 대한 관리권을 단호하게 행사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현재 전국 약 25개의 사찰이 공원 입구나 통행로를 막고 사찰 문화재 관람료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통행료’를 받고 있다. 청원자는 “정부가 이러한 불법적인 관행을 묵인하였던 것은 사찰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사찰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생기는 것을 무릅쓰고 극히 일부 스님들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돕고 있는 행위”라면서 문화재 관람료 징수 위치에 대한 기준을 법으로 정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올라온 해당 청원에 약 3000명이 넘는 인원이 동의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신생아 사망’ 의대목동 주치의 등 4명 구속영장

    ‘신생아 사망’ 의대목동 주치의 등 4명 구속영장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4명 연쇄사망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담당 주치의와 간호사 등 의료진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30일 이 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주치의 조수진 교수와 박모 교수, 수간호사 A씨와 간호사 B씨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과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 결과 등에 따르면, 이 사건으로 사망한 신생아들은 사망 전날 맞은 지질영양 주사제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오염돼 있었던 탓에 패혈증으로 숨졌다. 경찰은 B씨 등 간호사 2명이 주사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위생 관리 지침을 어겨서 균 오염이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수간호사 A씨와 교수진은 신생아중환자실 전체 감염 및 위생 관리를 지도·감독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앞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한 7명 가운데 4명에게만 구속영장을 신청한 이유에 관해 “위법한 관행을 묵인·방치하고 지도·감독 의무를 위반한 정도가 중한 피의자들”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북한이 대남 비난의 ‘톤’을 조절하는 의도는?

    북한이 대남 비난의 ‘톤’을 조절하는 의도는?

    북한 당국이 현재의 남북 대화 기조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한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에 대해서는 거듭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과거에는 이 같은 한국의 움직임에 비난과 협박으로 대응했다면, 지금은 ‘민족 공조’를 앞세우며 서로 간의 ‘신뢰’를 강조하는 모양새다.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6일 “남조선에서는 외세와의 공조책동이 계속되고 있어 북남관계 개선을 바라는 우리 민족의 커다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민족 공조에 평화와 통일이 있다’라는 제목의 정세논설에서 “북남관계가 겨레의 지향과 요구에 맞게 발전하자면 무엇보다도 민족 공조가 실현되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신문은 구체적으로 최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11차 한·일 안보정책협의회와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제13차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 등을 거론하며 “명백히 현 북남관계 개선의 흐름에 배치되고 조선반도 정세 완화에 역행하는 불순한 대결 모의판”이라고 했다. 이어 “남조선 당국자들이 미국, 일본과 함께 반공화국 대결 모의판들을 연이어 벌려놓은 것은 그들이 아직도 외세의존, 외세와의 공조의 구태의연한 악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실증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북한의 이와 같은 주장은 북한 내 대남전략기구인 통일전선부의 통상적인 대남선전 문구로 치부할 수 도 있겠으나, 이미 마련된 대화 분위기에 좀 더 집중할 것을 한국 측에 촉구하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북한으로서는 현재의 남북 간 긴장 완화가 서로의 공고한 신뢰 보다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통 큰 결단’으로 비롯됐다는 점을 명백히 밝히고 싶은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남북 간 정상회담을 비롯한 대화에서도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거론하며 회담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그간 김정은의 신년사에서 밝힌 남북 대화 촉구가 한반도 평화의 길을 열었다고 선전했다. 여기에 더해 남북 교류의 물꼬를 연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이 자신들의 ‘덕’이란 점을 강조했다. 노동신문은 지난 1월에도 “남조선 각계가 역대 최악의 인기 없는 경기 대회로 기록될 수 있는 이번 올림픽 경기에 우리가 구원의 손길을 보내준 데 대해 고마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하기도 했다. 성공적인 동계 올림픽을 치르게 했으니 이제는 그와 상응하는 모습을 남측에 요구하는 듯 한 태도로 볼 수 있다.또한 북한이 새달 방북 예술단의 평양 공연과 남북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도 이 같은 경계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는 것은 남북 간 마련된 대화 흐름이 암초를 맞을 수 있음을 경고하는 태도라는 지적도 있다. 북한이 한국을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를 묵인 하는 것은 역으로 현재 자신들을 옥죄고 있는 강력한 대북제재를 연장해주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노동신문은 지난 1월 ‘정세를 격화시키려는 고의적인 도발행위’라는 제목의 논설에서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밴쿠버 20개국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 것을 문제 삼았다. 신문은 “남조선 당국이 동족을 해치기 위한 국제적 음모에 가담한 것은 절대로 묵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남조선 당국은 제정신을 갖고 북남관계 개선에 임해야 한다”고 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경기도의회, ‘기지촌 성매매 여성 지원’ 조례 재추진

    경기도의회, ‘기지촌 성매매 여성 지원’ 조례 재추진

    서울고법이 최근 주한미군 기지촌 성매매와 관련한 국가의 방조 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내린 가운데 경기도의회가 기지촌 여성 지원을 위한 조례 제정에 다시 나섰다.도의회는 19일 박옥분(더불어민주당·비례) 의원이 낸 ‘경기도 미군 위안부 지원 등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조례안은 도지사가 미군 기지촌에서 미군을 상대로 성매매에 종사한 여성(미군 위안부)의 명예회복과 복지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또 미군 위안부의 실태조사와 지원을 위해 ‘경기도 미군 위안부 지원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지원 대상은 미군 위안부 가운데 경기도에 주민등록을 두고 1년 이상 거주한 사람이나 경기도 미군 위안부 지원위원회에서 심사를 거쳐 결정된 사람으로 했다. 지원 내용은 임대보증금 지불·임대주택 우선 공급, 생활안정지원금·의료비·장례비 지원, 명예훼손·손해배상 등 법률상담과 소송대리 등이다. 박 의원은 “서울고법의 판결을 계기로 조례 제정을 재추진하기로 했다”며 “주한미군 기지촌의 절반 이상이 경기도에 있었고 현재 도내에 거주하는 기지촌 여성 대부분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조례 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서울고법은 지난달 8일 기지촌에서 성매매에 종사했던 여성 117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정부는 43명에게 각각 300만원씩, 74명에게 각각 70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정부는 기지촌 내 성매매 방조·묵인을 넘어 적극적으로 조장·정당화했다”며 “청구인들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나아가 성으로 표상되는 이들의 인격 자체를 국가적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삼았다”고 판시했다. 앞서 2014년 2월 ‘기지촌 여성 지원 조례안’이 도의회에 발의됐으나 경기도가 “기지촌 여성은 일제강점기 군위안부 피해자와 상황이 다르다. 상당한 예산이 수반되는 지원사업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될지 의문”이라며 반대하면서 논란 끝에 같은 해 6월 8대 도의원 임기가 끝나며 자동폐기됐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작가회의 “고은 성폭력 묵인·은폐 반성”

    국립 3·15묘지에도 ‘고은’ 지우기 ‘우리는 기억해야…’ 작품 등 가려 고은(85) 시인이 성추행 논란에 휩싸이면서 그의 작품이 교과서를 비롯해 곳곳에서 퇴출되고 있는 가운데 경남 창원시 국립 3·15민주묘지 등에서도 고은 시인 흔적 지우기가 진행되고 있다. 고은은 연작 시집 ‘만인보’에서 3·15 의거와 관련된 시 47편을 써 마산 3·15 의거와 관련 인물 등을 알렸다. 이에 3·15기념사업회와 3·15민주묘지 측은 만인보 가운데 3·15 의거 관련 작품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를 2015년 기념관 내 벽에 게시하고 고은의 시 ‘김용실’을 돌에 새긴 시비도 민주묘지 안에 설치한 바 있다. 13일 서울신문 확인 결과 민주묘지 관리소 측은 최근 각계에서 고은 흔적 지우기 작업이 벌어지자 3·15 의거기념관 1층 1관 벽면에 새겨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와 ‘김용실’을 종이와 철판 등으로 가려 놓았다. 관리소 관계자는 “성추행 논란으로 고은 시인의 작품이 퇴출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작품을 게시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임시로 가리게 됐다”며 “올해 3·15 의거 기념식이 끝나고 나면 3·15기념사업회 및 유족회 등과 논의해 시비를 아예 철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대표 문인단체 한국작가회의가 고은 시인의 성폭력을 묵인·은폐한 걸 반성하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작가회의는 이날 “고은 시인은 오랫동안 본회를 대표하는 문인이었기에 당사자의 해명과는 별개로 그와 관련한 문제 제기에 본회는 답변의 의무가 있었다. 그러나 입장을 신속히 밝히지 못했고 그로 인해 피해자의 고통과 시민사회 구성원들의 실망에 어떠한 위로도, 희망도 드리지 못했다”며 “이는 ‘동지’와 ‘관행’의 이름으로 우리 안에 뿌리내린, 무감각한 회피였다. 반성한다”고 밝혔다. 또 “이른바 ‘문단 내 성폭력’ 사건과 문화계 미투(#Me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에 관해 많은 질타를 받았다. 표현의 자유와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자유실천문인협의회’와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정신 계승을 선언하고 활동해 왔지만 젠더 문제에 관해 그동안의 대처가 미흡하고 궁색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했다. 작가회의는 지난 10일 열린 이사회에서 극작 부문 회원이었던 이윤택 연출가를 제명했지만 고은 시인은 스스로 탈퇴해 제명 조치도 이뤄지지 못했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서울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甲男세상, 乙女의 반격] 사적으로도 ‘아랫사람’ 착각… 남성중심 문화가 性문제 온상

    [甲男세상, 乙女의 반격] 사적으로도 ‘아랫사람’ 착각… 남성중심 문화가 性문제 온상

    # “제게 사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도 제가 싫어하는 줄 모르면서 그랬을 것입니다.” 지난달 28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임을 밝힌 여성 A씨는 가해자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전직 영화 스태프(제작진)였다고 밝힌 A씨는 평소 존경하던 감독과 일을 하면서 쌓은 신뢰 관계와 자신의 꿈인 영화를 포기할 수가 없어 성관계 요구에 응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결국 작품을 다 끝내지 못하고 감독과의 관계를 끊으며 영화계를 완전히 떠났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남몰래 자책과 트라우마를 안고 산다고 토로했다.A씨가 밝힌 것처럼 ‘가해자 스스로 자신이 가해자인 줄도 모를 수 있다’는 지적은 갑을·상하관계에서 일어나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의 경계가 얼마나 모호한지 잘 보여 준다. 권력 관계의 우위에 있는 가해자는 자신의 업무 및 지시 권한을 사적인 영역에서도 행사할 수 있는 것처럼 혼동하기 쉽다. ‘아랫사람’인 피해자는 부당함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기 쉽지 않고, 주변 동료들도 상사의 잘못을 묵인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경험이 쌓일수록 가해자는 스스로의 행동이 너무나 당연한 것이 되고 따라서 피해도 거듭된다. 꼭 성폭력 문제가 아니더라도 조직 안에서 상하구조가 뚜렷하고 일과 개인의 영역에 대한 분리가 잘 되지 않는 고질적인 노동문화는 자주 지적의 대상이 됐다. 장시간 노동과 잦은 야근과 회식, 밀착된 상하 관계일수록 업무로 맺어진 인간 관계가 조직 밖에서까지 종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전국 30인 이상 규모 직장에 다니는 만 20세 이상, 50세 미만 근로자(공무원 제외) 2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는 근로자들이 1657명(66.3%)에 달했다. 특히 한 직장에서의 근속 기간이 길수록, 직장 규모가 클수록, 실패 허용도가 낮을수록, 회식이 잦고 회식 참여가 강제되는 경우일수록 직장 내 괴롭힘의 피해 경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11일 “일터에서의 관계는 업무 범위에 관한 계약 관계임에도 실제 현장에선 사생활 침해 등 업무 이외의 종속적 관계를 요구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면서 “그나마 일반 직장은 노동법상 규제의 틀이라도 있지만, 문화·예술계 같은 조직은 특정 소수가 권력의 정점에 있는 구조가 오랫동안 지속되다 보니 종속 관계가 더욱 강해지고, 고용 관계에 대한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재희 변호사는 “상명하복 구조가 강한 조직에서 성폭력 문제가 발생하면 피해자는 가해자의 행위에 대해서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인데 마치 윗사람에게 항명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져 결국 조직의 문제로 불거지고, 피해자의 근태나 근무실적, 감정까지 평가·왜곡된다”고 꼬집었다. 활발한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을 계기로 남녀와 세대 간 성인지 감수성의 격차를 좁혀야 한다는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장 내 성희롱이나 성추행 사건들의 시발점이 되는 외모에 대한 평가, 가벼운 성적 표현, 과도한 사생활 간섭 등은 벌어진 인식의 차이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 학생 때부터 성희롱 예방교육 등을 받으며 성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은 20, 30대들은 “아가씨같이 예쁘네”라는 표현 한마디에도 발끈할 수 있는 반면 40, 50대들은 “칭찬한 건데 예민하다”고 의아해한다. 관습적으로 굳어진 언행이 성폭력일 것이라고 생각조차 못하고 가볍게 반복하는 것이다. 여기에 조직 내 관계를 남녀 문제로 보지 않는 젊은 여성 직원들의 행동을 남성 상사들이 남녀 관계로 ‘착각’하는 순간 경계는 더욱 흐려진다. 친근함을 표시하기 위해 보낸 친절한 메시지와 ‘♡’(하트) 이모티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노래방에서 함께 춤을 추거나 회식 자리에서의 ‘러브샷’과 같은 가벼운 스킨십 등을 젊은 여성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것은 그가 남자라서가 아니라 단순히 상사와의 친밀한 관계를 위해서인데, ‘나를 좋아하는구나’라고 착각하면 곤란하다. 그런데도 실제로 성폭력 사건 관련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조차 피해자들의 친밀한 행동이 “상대방도 나를 좋아했다”는 가해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며 오히려 피해자에게 불리한 증거가 되곤 한다. 따라서 성폭력 사건을 다루는 직장 내 기구는 물론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전담 부서에도 인력 배치 등을 통해 이 같은 감수성의 격차를 좁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의 한 성폭력전담부 법관은 “피해자에게 건네는 질문부터 여성 법관과 남성 법관의 차이가 분명히 있다”면서 “여성 판사가 성폭력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 피해자의 행동을 이해하는 방식 등을 많이 배우게 돼 기계적으로라도 성비를 맞출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딸을 가진 판사가 성폭력 사건에 더 엄격하다’는 우스갯소리도 전해진다. 그만큼 성폭력 사건을 얼마나 공감하며 접근하느냐가 곧 사건의 시작과 끝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학급 수 유지하려 위장전입 시킨 초등학교

    충남의 한 초등학교 교장이 학급 수를 유지하려고 교사 자녀들이 학교 관사로 위장 전입하는 것을 묵인하고 생활기록부도 허위로 작성했다가 감사원에 적발됐다. 지방인구 소멸 현상과 교사들의 승진 욕심이 맞물리면서 서울 강남 8학군에서나 일어날 법한 위장 전입이 시골 마을에서도 벌어졌다. 감사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17년 감사요청사항 관련 감사보고서’를 6일 발표했다. 2014년 10월 충남 태안군의 한 초등학교(본교) 학적관리 담당 교사 A씨는 이듬해 2·4학년 학생수가 7명에 불과해 복식 학급(두 학년 학생수가 8명 이하일 때 두 반을 합치는 것)이 될 것으로 예상되자 11월 서산에 살던 자신의 자녀를 이 학교 관사로 위장 전입시켜 본교로 데려왔다. 충남 태안 인구는 2010년 6만 3247명에서 2015년 6만 3484명으로 다소 늘긴 했지만, 유소년인구(0~14세)는 갈수록 줄어 ‘인구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된다. 자연적으로는 학생수가 늘지 않을 것으로 보이자 이 같은 꼼수를 저질렀다. 1개 학급이 줄어드는 상황을 모면한 교장 B씨는 이 학교 다른 교사 C씨에게도 자녀의 위장 전입을 설득해 실제 전학이 이뤄졌다. 이를 통해 이 학교는 담임교사 인건비와 운영비 등 5000여만원을 계속해서 지원받았다. 여기에 B교장은 A교사가 2015년 2월 이 학교 분교로 발령받자 그의 자녀가 본교에 학적을 둔 채 분교에서 공부할 수 있게 생활기록부를 거짓 기재했다. 교감과 분교 담임교사, 본교 교무부장 등이 항의했지만 교장은 “학교 운영을 위한 것이니 문제 삼지 말라”며 묵살했다. 충남교육청은 교장에게 ‘주의 처분’이라는 솜방망이 징계를 내렸지만 그는 이마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간 일부 교사들이 농어촌·도서 벽지 학교에서 근무하고자 무리하게 학급 수를 늘려 자리를 만들거나 자녀를 위장 전입시켜 문제가 됐다. 단시일에 승진하길 원하는 이들이 농어촌 점수나 도서 벽지 점수를 취득하려고 편법을 쓰는 것이다. 감사원은 충남교육청이 B교장에게 지나치게 가벼운 징계를 내렸다고 보고 그에 대해 정직 처분을 요구했다. 감사원은 “위장 전입 묵인과 생활기록부 허위 작성, 5000만원의 예산 추가 소요 등을 고려해 중징계 처분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밝혔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사설] 대북특사단 ‘비핵화 논의’ 보따리 들고 오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단장으로 한 대북 특사단이 어제 평양을 방문,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과 만찬을 겸한 회동을 갖고 한반도 비핵화를 포함한 남북 관계 전반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특사단은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하고 우리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구상을 설명하는 한편 북·미 대화에 조속히 응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즉각 전해지지 않았으나 특사단 방문 첫날 만찬을 함께 한 점만으로도 최소한 그가 남북 관계 진전을 지렛대 삼아 미국과의 관계를 풀어 보려는 의지를 지니고 있음은 거듭 확인된 셈이라 할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 대화는 이제 비핵화 논의의 문턱에 섰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특사를 통한 남북 두 정상의 간접 대화가 북·미 대화로 이어져 한반도 비핵화의 대장정을 시작하지 못한다면 지금의 훈풍은 순식간에 역풍이 될 것이다. 다음달로 예정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고비로 한반도에 무력 충돌의 긴장이 고조될 수도 있다. 오늘까지 이어질 북한 고위급 인사들과의 접촉을 통해 특사단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한국 정부의 굳은 의지를 분명하게 전달해야 한다. 북핵이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그들이 주장하고 있으나 북핵 위협의 맨 앞에 서 있는 당사자는 엄연히 대한민국이다. 북이 핵을 움켜쥐고 있는 한 북·미 관계는 고사하고 남북 관계 또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는 메시지도 전하길 바란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비핵화를 위한 대화’까지는 아니어도 ‘핵 문제를 포함한 대화’로까지는 북·미 대화의 틀을 만들어 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미 행정부를 설득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문 대통령의 ‘핵 동결-폐기 2단계 프로세스’가 결코 북의 기존 핵전력을 묵인하는 것이 아님을 북한과 미국에 설명하고 적극적으로 이해시키는 노력도 펼쳐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중매 역할에 불쾌감을 나타내며 한국이 북핵을 동결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국내 보수 야당들의 시각 또한 엇비슷하다. 때맞춰 내일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만나 안보 현안을 논의한다. 문 대통령은 북핵 동결이 곧 북핵 폐기의 시작임을 우리 사회 보수진영과 미 행정부가 확신할 수 있게끔 설득하기 바란다. 이를 위해 김여정 방남 이후의 남북 간 물밑 대화를 소상하게 공개하고 북핵 동결 및 폐기에 상응한 남북 관계 진전 구상도 상세히 설명해 이해를 구해야 한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의 초당적 협력도 중요하다. 할 말은 하되 정파보다 나라의 내일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허튼 대여 공세의 소재로 삼으려 든다면 결과는 자승자박이 될 공산이 크다는 사실을 유념하기 바란다.
  • [시론] 문학권력의 고백성사를 요구한다/최강민 문학평론가·우석대 교수

    [시론] 문학권력의 고백성사를 요구한다/최강민 문학평론가·우석대 교수

    2016년 10월 촛불혁명 이후 적폐청산은 시대의 화두가 됐다. 이 연장선에서 2018년 서지현 검사의 성폭력 범죄를 알리는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이 점화됐고, 최영미 시인은 고은 시인의 성폭력을 비판하는 문학계의 미투 운동으로 적폐청산의 도미노 게임에 참여했다. 문학의 윤리성과 저항성을 상징하던 고은은 숨겨진 괴물의 자화상이 폭로되면서 추락했다. 최영미가 이어받은 미투 운동은 문화계 전반으로 확산돼 현재진행형이다. 고은 시인의 성폭력이 오랫동안 은폐될 수 있었던 것은 고은을 포함한 문학권력과 낡은 문학 관행이 함께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은은 한국작가회의의 전신인 자유실천문인협의회 대표간사와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장을 역임했고, 오랫동안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된 문학권력이었다. 이러한 고은의 문학권력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한 것은 바로 창비와 한국작가회의다. 그동안 진보문학의 좌장 역할을 한 창비는 문학의 현실 참여, 삶과 문학의 진정성, 문인의 윤리성을 강조하며 한국문학을 변혁시켰다. 고은의 성폭력은 창비의 뒤풀이 모임에서도 있었다고 최영미는 증언하고 있다. 창비는 고은의 상습적인 성폭력 사실을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고은은 계간 창작과 비평의 지면에 시를 꾸준히 발표했고, 창비의 주요 행사에 초청됐다. 이것은 창비의 안이한 성폭력 인식과 묵인, 남성 문인들의 성폭력에 대해 관용적인 문학관이 함께 작용한 참사다. 고은의 성폭력 사건은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을 옹호하는 페미니즘 책을 발간한 창비의 이중적 처신과 위선을 드러낸다. 파쇼적 보수정권과 대결하는 상황에서 고은의 성폭력을 묵인했다면 창비의 조직 보호 논리는 그들이 비판한 극우보수의 행태와 닮은꼴에 불과하다. 고은의 성폭력 사건은 한국문학의, 진보문학의 위기를 상징한다. 지난 2월 한국작가회의의 총회에서 최원식(계간 창작과 비평 전 편집주간) 이사장은 “부족한 저를 지난 2년간 이사장으로 허락해 준 고은 선생을 비롯한 고문단”에게 깊이 감사한다는 인사말을 했다. 고은의 성폭력이 폭로된 상황에서 한국작가회의를 대표하는 최원식은 고은 시인에게 감사의 말을 던졌던 것이다. 성폭력을 반대한다는 한국작가회의의 성명과 이사장의 엇박자 발언은 경악할 일이다. 이날 총회에서 초등학교 반장선거도 이렇게 하지 않을 법한 일들이 ‘관행’이라는 이름하에 진행됐다. 총회의 파행은 직선제 유무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적 절차에 따른 공정하고 합리적인 선거 집행이 부재했기에 발생한 적폐였다. 한국작가회의는 이사장과 사무총장을 선출할 때 민주주의 선거 원칙인 비밀선거를 하지 않았고, 출마의 변도 없었다. 선거는 공개적인 거수투표를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강행했다. 고은의 성폭력과 한국작가회의 총회는 쌍생아의 적폐였다. 유명 연예인의 성폭력은 당사자가 개인으로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고은의 경우 개인을 넘어 문학권력, 악습의 문학 카르텔이 깊게 관련돼 있다. 그래서 추가적인 미투 운동이 쉽지 않다. 고은의 성폭력과 직간접으로 관련된 문인들과 문학권력은 고은 사건의 확대를 두려워한다. 이들 일부는 내부 고발자인 최영미의 개인 행실을 비판하는 마녀사냥의 꼼수 발언으로 대응했다. 고은과 방조자를 포함한 문학권력은 모두 유죄다. 이 시점에 필요한 것은 죄인이라는 각자의 인식 속에 진솔한 참회의 고백성사다. 고은은 최근 외신에 부끄러운 어떤 짓도 하지 않았다고 변명의 발언을 했다. 무죄라고 생각한다면, 고은은 최영미 시인을 즉각 고발하고 경찰의 조사를 받아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라. 존경받던 문인이 위선자로 밝혀진 것은 한국문학의 비극이자 역사의 아이러니다. 문학계의 미투는 적폐 관행을 폐기하라는 선언이자 질적 갱신의 필요성을 채찍질하는 절규다. 미투 운동은 남녀가 평등한 행복한 세상을 만들려는 자구적 움직임이다. 문인들과 문학권력은 이 선언과 절규에 뜨겁게 대답해야 한다.
  • “北, 최근까지 이집트 통해 중동·아프리카에 무기 장사”

    북한이 최근까지 이집트를 통해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무기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은 이달 중 발표할 보고서를 통해 2016년 8월 이집트의 수에즈운하 근처에서 단속된 북한 화물선 ‘지선호’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공개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당시 지선호는 로켓 수류탄 3만발을 싣고 있었고 이는 약 2600만 달러(약 281억원)어치로 추정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로켓 수류탄의 고객은 이집트 내 주요 방위업체인 아랍산업화기구(AOI)로 드러났다. 이는 북한과 이집트가 은밀하게 무기를 거래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NYT는 유엔과 미국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집트가 그동안 북한제 무기를 구매했고 북한 외교관들이 무기판매를 하도록 묵인해 왔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사메 쇼쿠리 이집트 외무장관은 북한과 이집트 사이에 경제와 다른 분야의 협력은 거의 없다고 밝혔지만, 아직도 의구심은 가시지 않았다. 미국 미들버리국제관계연구소의 북한 문제 전문가인 안드레아 버거는 “미국 정부는 북한이 아직 이집트에 미사일 부품을 공급하는 것으로 우려한다”고 말했다. 특히 카이로 주재 북한대사관은 북한이 중동 및 북아프리카와 무기를 거래하는 거점 역할을 했다. 국제사회의 제재에 시달리는 북한은 외화를 확보하려고 외교관들을 무기 장사에 활용한 셈이다. 유엔과 미국은 2016년 당시 박춘일 이집트 주재 북한대사를 불법 무기거래 혐의로 제재 대상에 올렸다. 박춘일은 외교관 신분을 악용해 북한의 무기거래 주요 통로인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OMID)를 지원한 혐의를 받았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미투는 분야별 적폐청산 과정… 피해자 중심 법·제도 필요”

    “미투는 분야별 적폐청산 과정… 피해자 중심 법·제도 필요”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Me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이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을 높이고 왜곡된 성 의식에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투 운동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 뜨겁다. 하지만 가해자에게 도덕적 책임을 넘어 법적인 책임을 묻는 단계로 접어들면 피해자들이 견뎌내기가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피해자의 2차·3차 피해를 막기 위해 법·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신문은 2일 우리 사회에 성평등 의식을 회복하고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전문가 좌담회를 열였다. 법무법인 명장 설현천 변호사,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 ‘단 하나의 기준, 프로그램 제작소’ 대변인 임선빈 연출가가 참여했으며 진행은 조현석 사회부장이 맡았다.→미투 운동 한 달째다. 어떻게 진단하는가. 이 소장 피해자의 용기에 감사할 뿐이다. 그들은 우리 사회에 자신과 같은 또 다른 피해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강한 메시지를 안고 나온 것이다. 지난 27년 동안 성폭력 상담을 8만 2000여회 했다. 피해자의 목소리는 계속 있어 왔다. 그 모두가 심각한 사안이었다. 그땐 우리 사회가 귀와 가슴을 모두 닫았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 사회가 귀와 가슴을 활짝 열었다. 이런 큰 변화를 잘 끌고 나가야 한다는 책무감은 국민 모두에게 있다. 임 연출가 대다수 성폭력 사건이 조직 문화 속에서 직위를 이용한 권력에 의한 폭력과 폭행으로 나타난다. 이런 것들이 관습적으로 내재화됐다는 의미다. 미투 운동의 촉발은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다. 또 우리 사회의 굉장한 약자인 예술계에 집중되어 있다. 설 변호사 법은 성폭력 문제에 대해 상당히 진화하고 발전했지만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법적 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아직도 조선시대, 전근대적인 가치에서 못 벗어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의 미투 운동은 분야별 부조리와 적폐청산 과정이다. 촛불혁명으로 부패한 대통령, 부패한 권력을 추방했지만 사회 곳곳의 부패한 부조리를 피해자들이 결국 참지 못하고 각론적 촛불혁명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미투 운동의 출발점은 왜 법조계가 됐을까. 설 변호사 검사가 성추행을 당했다는 것 자체가 일반인들에게는 충격적이다. 하지만 권력이 있는 곳에선 은폐 또한 쉽다. 오히려 범죄를 저지르기 쉬운 곳이다. 군대도 마찬가지다. 권력으로 부하를 지배하는 문화에서는 상대적으로 쉬운 먹잇감들이 있을 수 있다. 법조계에서 촉발됐지만 다른 ‘권력’이 있는 집단으로 확산된 것이 그런 이유에서다. 이 소장 검찰 내에서 성추행이 발생하고 묵인되고 불이익 조치까지 일어났다는 것은 ‘성폭력에는 성역이 없다’는 방증이다. 미투 운동에 참여하는 피해자들은 서지현 검사의 폭로를 보고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서 검사가 검사이니까 더 귀를 기울인 측면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누구라도 물꼬를 터야 하는 일이었다. 사실 피해자는 검사나 문화예술계 인사가 아닌 이름 없는 일반 시민들 사이에 훨씬 더 많다. 임 연출가 사람들이 여성을 바라볼 때 한 명의 인간이 아니라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있다. 종교계에서조차 이런 문제가 벌어질 정도로 성폭력에서만큼은 성역이 존재하지 않는다. 서 검사의 용기를 적극 지지하고 응원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더 힘없는 여성이나 소수자가 이야기를 했을 때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다가 권력 기구 안에서 지위를 가진 여성이 성폭력 문제에 휘말렸다는 발언을 하니 그제야 언론과 사회가 관심을 갖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문화예술계로 확대되면서 일반인들이 더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유독 문화·예술계에서 미투 운동이 활발한 이유는. 임 연출가 연극연출가 이윤택씨의 성추행 사례에서 보면 한 극단에서 수십년 동안 함께 생활해 오는 연극 집단은 전국적으로 다섯 군데도 채 안 된다. 대부분 프로덕션 체제로 바뀌었다. 사람들은 마치 연극계 전반이 문제인 것처럼 바라보는데 그런 시선은 불편하다. 다시 한 번 차별받는 느낌이다. 우리 사회에서 예술가 집단은 소수이고, 그 안에서 여성은 더 소수이고, 차별을 또 겪는다는 것을 실감했다. 성폭력 문제만큼은 어떠한 사회적 타협도 있어선 안 된다. 가해자에 대해 철저한 연구와 분석을 하고 재발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 사법 체계 안에서 가해자들을 처벌한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고, 이러한 치부에 대해서는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 40~50년 이후 후세들에게 역사적 판단을 받아야 한다. 설 변호사 법조계 못지않게 문화예술계, 학계 등도 절대적 권위에 기반을 둔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깊어지면서 권위가 남용되면 사이비 교주와 신도의 관계와 같은 환경이 만들어진다. 형사정책적으로 절대적 권위 집단이 더 범죄하기 쉽다. 유독 미투 운동이 적극적으로 일어나는 이유다. 이 소장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니까 더 적극적으로 피해 사실을 말하는 게 아닐까 싶다. 아직 거론되지 않았다고 해서 그 분야에 문제가 없다고 보지 않는다. 성폭력 가해자를 괴물로 취급하는 것은 문제를 보다 쉽게 해결하려는 태도다. 이들을 감옥에 가두거나 처벌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서 검사 사건에서도 옆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서 검사가 추행당하는 것을 몰랐을까. 가해자뿐 아니라 묵인했던 사람도 문제다. 괴물을 그 자리에서 빼낸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그 문화는 그대로 있다. 불평등, 차별의 문제는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런 측면에서 문화예술계가 용감하다고 말하고 싶다. →가해자가 명예훼손 등 역고소를 진행할 가능성이 있는데. 설 변호사 강간과 강제추행의 공소시효는 10년이다. 공소시효가 도래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있지만 끝났더라도 상징적인 미투 운동으로서 다시 가해자의 책임을 상기시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공소시효 조항을 개정하자는 것은 형법 개정을 수반하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다. 현행 공소시효 안에서도 미투 운동의 의의를 되살릴 수 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도 공공의 이익이 있다면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또 무고죄 등 역고소 우려도 많지만 성폭력 피해 사실이 허위인지 여부는 법원과 검찰이 판단할 것이다. 이 부분은 법원과 검찰을 믿을 수밖에 없다. 또 피해자들이 공인이 아닌 사람에 대한 피해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려면 실명을 쓰지 않아야 한다. 수사기관에 피해 사실을 고소할 때만 실명을 공개해 달라. 이 소장 피해를 당했다고 고소를 한 사람들을 분석해 보니 이 가운데 25%가 수사 재판 과정에서 2차 피해를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과 경찰이 합리적 판단 기준을 가지면 좋겠지만 이들은 피해자 경험이 없다. ‘왜 바로 고소하지 않고 뒤늦게 피해를 겪었다고 고소를 하느냐’, ‘피해를 입었다고 했는데 그럼 왜 그 사람과 밥을 먹었느냐’며 먼저 피해자부터 의심한다. 수사와 재판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성폭력 인식이나 인권 감수성이 피해자의 관점을 따라오지 못한다. 피해자들은 역고소를 당하면 나중에 무죄로 판명난다 해도 2~3년이 걸린다. 그동안 피를 말린다. 내가 피해를 입었다고 고소를 했는데 역고소로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피해자를 소위 꽃뱀으로 내모는 것에 대해 사회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도 형법에서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지금 가해자들이 대부분 잘못했다고, 책임지겠다고 하고 있지만 이후 법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어떤 일을 할지 그림이 그려진다. 지금은 잘못했다고 하지만 나중에 무고나 명예훼손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 →무의식적인 성폭력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한 개선책은. 설 변호사 미국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하면 사실관계를 따지지 않고 바로 인사 조치부터 한다.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 정치권도 성범죄에 있어서 피해자 입장에서 관심을 기울이고 보다 정밀한 입법을 해야 한다. 국회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임 연출가 성폭력에 대해서는 성폭력범죄 처벌 특례법이 아닌 차별금지법 등 보다 큰 범주에서 법리적 해석을 해야 한다. 성폭력 피해 사례가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고 해서 마치 비상사태처럼 대하는 태도도 불편하다. 예전에도 똑같았기 때문이다. 법이 피해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 소장 성평등 사회에 이어 차별 없는 사회로 가야 한다. 피해자에게 의료적, 심리적 지원을 한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다.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그 사회가 오염된 사회라면 또다시 트라우마를 겪을 수밖에 없다. 일상에서 남을 존중하는 성숙된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 →미투 운동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임 연출가 문화예술인이 타깃이 됐는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연대해서 원인을 규명하는 일이다. 가해자는 형사 처벌을 떠나 사회적으로 격리돼야 한다. 또 피해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문화예술인다운 방법을 찾아낼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 설 변호사 과거 조선이 망한 것은 기득권의 착취, 관리들의 부패, 남녀 불평등 때문이었다. 여전히 뿌리 깊게 박힌 이런 부조리를 청산해야 한다. 이 소장 각자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적 접근이 필요하다. 과연 나는 성폭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모두가 돌아봐야 한다. 피해자에 대해서는 나약하다고 보는 듯한 시선을 주거나 시혜적인 인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이들은 침해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불쌍한 존재라고 봐서는 안 된다. 피해자 보호가 아니라 피해자 권리를 더 강조하는 이유다. 정리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사진 박지환기자 popocar@seoul.co.kr
  • [김균미 칼럼] ‘#미투’ 넘어 한국판 ‘타임스업’으로

    [김균미 칼럼] ‘#미투’ 넘어 한국판 ‘타임스업’으로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사실 폭로로 촉발된 한국판 ‘#미투’(Me Tooㆍ나도 피해자다) 운동이 한 달째를 맞고 있다. 서 검사가 검찰 내부 전산망인 이프로스에 ‘나는 소망한다’는 제목의 글 2건을 올리고 방송에 나와 2010년 벌어진 검찰 간부에 의한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뒤 우리 사회는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피해자들의 고통에 집단 멘붕 상태에 빠졌다.검찰에서 시작해 문화예술계로 옮겨붙은 한국판 미투 운동은 대학 등 교육계, 종교계, 법조계, 의료계, 산업계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문화예술계의 성폭력 가해자들은 출연 작품에서 하차하고, 협회에서 퇴출당하고, 교과서에 실린 작품이 빠졌다. 이들이 출연한 공연에 대한 관객들의 보이콧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검찰에서는 진상조사와 함께 수사를 진행 중이다. 급기야 대통령이 ‘미투 운동’을 적극 지지하며, 강력한 성(젠더)폭력 근절 대책을 지시했다. 피해자들의 폭로가 이어지면서 우려스러운 일들도 한둘이 아니다. 피해자들에 대한 신상정보 털기와 악성 댓글 등 2차 피해가 도를 넘어섰다. 일부 언론에서 자극적인 피해 내용을 지나칠 정도로 상세하게 전달하면서 대중의 관음증을 자극해 미투 운동의 본질을 흐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일부에서는 오래전 일이고, 증거나 목격자도 없어 ‘미투 열풍’이 가라앉으면 무고나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 수 있다는 말로 피해자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미투 운동을 한 차례 훑고 지나갈 ‘태풍’ 정도로 보는 이들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는 달라져야 한다. 서 검사를 비롯한 피해자들의 용기로 어렵게 시작된 미투 운동의 동력이 지속돼 사회와 사람들 인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면 대응도 대책도 모두 이전과는 달라야 한다. 이런 점에서 지난해 10월 미국 할리우드의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한 유명 여배우들의 실명 폭로로 시작된 미투 운동이 여성들의 성폭력 방지 연대운동인 ‘타임스업’(Time’s Upㆍwww.timesupnow.com)으로 이어지고 있는 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제 더이상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중단하고 남성 중심의 시대는 끝났다는 의미의 ‘타임스업’은 미투 운동을 지지했던 영화계 등 각계 여성 300명이 모여 올 1월 1일 출범했다. 미투에 대한 연대의 표시로 골든글로브 시상식 등에서 여배우들이 검은색 의상을 입자고 제안한 것도 이 단체다. 이보다 더 관심을 모으는 것은 대중문화계뿐 아니라 저소득·생산직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법적인 지원이다. 법률 상담은 물론 변호사들과 연결해 주고 소송비까지 지원해 준다. 두 달 동안 1만 9700여명이 2100만여 달러(약 227억 3250만원)를 기부했다. 목표인 2200만 달러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0여명의 변호사가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성범죄를 묵인하거나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준 기업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입법 지원 활동을 하는 사람들, 기업 이사회 여성 임원 수 늘리기 운동을 하는 사람들. 리더가 따로 없이 각자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미투 운동의 동력을 이어 가고 있다. 우리도 미투 운동에 그치지 않고 한국판 ‘타임스업’과 같은 연대로 이어져야 어렵게 불붙은 미투 운동이 결실을 볼 수 있다. 미국과 달리 다행히 우리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가 직접 모든 피해자들에 대한 법적 지원을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제도를 바꾸고 사회 분위기를 변화시킬 수는 있다. 특히 검찰과 법원이 위계에 따른 성범죄를 엄하게 다스려 한 번 걸리면 끝난다는 인식을 심어 주면 바뀔 수 있다. 가정폭력·아동학대도 처벌 수위가 높아지면서 조금씩 인식이 변했다.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나 ‘김영란법’으로 과도한 선물이나 접대 문화도 사라지고 있다. 정부와 개인, 여성들 연대인 ‘한국판 타임스업’이 3박자가 돼 각자 제 역할을 한다면 미투 운동은 우리 사회를 바꿔 놓는 중요한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참여만이 세상을 바꾼다. kmkim@seoul.co.kr
  • 데이트폭력 피해자 10명 중 4명, ‘보복 두려워’ 피해 사실 묵인

    데이트폭력 피해자 10명 중 4명, ‘보복 두려워’ 피해 사실 묵인

    데이트폭력 피해자 10명 중 4명은 피해 사실을 묵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취업포털 인크루트는 자사 회원 634명을 대상으로 ‘데이트폭력 실태 조사’를 실시했다고 지난 25일 밝혔다. 그 결과 성인남녀 10명 중 5명이 직간접적으로 데이트폭력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폭력의 유형으로는 감정적·언어적 측면(모욕·고함·폭언·협박·위협 등, 40%)이 가장 많았다. 이어 통제적 측면(간섭·감시·통제 등, 35%)’, ‘성적 측면(강제 추행·강제 스킨십 등, 13%), 신체적 측면(팔목을 비튼다, 세게 밀친다, 뺨을 때렸다 등의 폭력, 9%) 순으로 나타났다. 놀라운 점은 피해 당사자의 상당수(38%)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이유로 내 잘못도 있다고 판단해서(21%), 주변에 알려지면 창피해서(13%), 보복이 두려워서(13%), 그렇게 심한 폭력은 아니어서(11%) 등의 이유로 피해 사실을 묵인하고 있었다. 데이트폭력 발생빈도는 교제 이후 3개월~6개월 미만(31%)에서 가장 높았다. 데이트폭력 근절을 위해 어떤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지에 관한 질문에는 가해자 처벌 강화(39%)를 꼽았다. 단순 치정으로 인식하는 사회의식의 전환(19%), 연인을 대상으로 한 예방교육(12%), 피해자의 법적 보호 방안 마련(7%) 등의 답변이 줄이었다. 한편 최근 정부는 경범죄 수준으로 처벌되던 스토킹 행위자에 대해 징역 또는 벌금이 가해지는 피해방지 대책을 발표됐다. 또한 데이트폭력 행위에 대해서는 양형단계에서 피해의 심각성을 고려해 적정 형량이 선고될 수 있도록 엄정한 사건처리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열린세상] 미투 운동, 정략적 수단 돼선 안 된다/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열린세상] 미투 운동, 정략적 수단 돼선 안 된다/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미투(#me too) 선언이 들불처럼 번져 가고 있다. ‘나도 그랬어’ ‘나도 당했어’ 등 권력형 성폭력의 피해자들이 오랜 시간 가슴속에 묻어 왔던 상처를 뜨겁게 토해 내고 있다. 문화예술계 여성들이 시작한 이 운동은 최근 서지현 검사의 인터뷰를 계기로 정부기관과 언론, 대학 등 곳곳으로 퍼져 가고 있다.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에야 비할 수 없겠지만 이 사태를 바라보는 시민들, 특히 여성들의 심정은 놀라움, 충격, 분노…. 그 어떤 언어로도 표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한 가지 더 생각해야 할 문제가 있다. 미투 운동은 피해자들이 겪었던 권력형 성폭력 사건을 세상에 드러내는 것뿐 아니라 한국 사회의 낮은 인권의식과 높은 성폭력 불감증을 개선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런 점에서 2018년 현재 우리 사회에서 미투 운동이 어떻게 진행되고 수용되는지는 본질적인 문제다.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어떤 울림을 얻고 사회 구성원들이 어떤 성찰과 각성의 시간을 보내는지가 사건 자체만큼이나 중요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필자는 최근 미투 운동과 관련한 몇 가지 현상들을 주목하고 있다. 첫째, ‘고발’의 목소리에 대한 불편함이다. 소수지만 사석에서 만난 몇몇은 이 운동으로 인한 사회 갈등을 우려한다. 남성들 중에는 의도하지 않은 행동으로 타인을 괴롭힌 적은 없는지 걱정하는 분도 있다. 여성들 역시 방조 책임에서 자신을 제외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모든 우려는 미투의 본질이 아니다. 미투는 누구를 공격하거나 불안에 떨게 하거나 죄책감에 휩싸이게 하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 권력형 성폭력이라는 인간의 생존과 인격, 생계를 짓밟는 폭력의 피해자가 세상을 향해 상처를 열어 보이고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지지를 얻는 시간이라는 데 미투의 기본적 의미가 있다. 그녀의 고백을 듣는 우리들이 할 일은 아픔에 공감하고 살아남은 그녀를 격려하고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다. 둘째, ‘가해자는 누구인가’라는 점과 관련한 혼란이다. 대개 성폭력 사건은 처리 과정에서 가해자보다 피해자에게 더 많은 관심이 주어진다. 이 과정에서 2차, 3차 피해를 입는다. 그러므로 우리의 시선은 가해자에게로 돌려져야 한다. 누가 가해자이며 그의 행위는 어떻게 은폐됐는지 물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생각해 봐야 할 것은 방조자의 역할이다. 권력자의 성폭력에 눈을 감고 심지어 돕기까지 하는 방조자들은 엄격히 가려내지고 처벌받아야 한다. 이들이야말로 성폭력을 지속시켜 온 공범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역시 권력자의 수족일 뿐, 가해 행위의 ‘몸통’에 대한 시선이 흐려져서는 안 된다. 이 때문에 성폭력 대응 과정에서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연루된 사람들보다는 가해자와 협력한 사람들로 초점을 국한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셋째, 미투 운동의 정치화다. 최근 정치인이나 일부 언론이 미투 운동을 특정 진영이나 정치인들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 경향도 발견된다. 소위 진영 논리를 투사해 진보나 보수를 표방하는 정당이나 조직이 권력형 성폭력을 조장하거나 묵인해 왔다는 지적이다. 또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을 정당이나 조직, 정치인과 연결해 비난하는 행위도 보도되고 있다.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힘겹게 시작한 싸움을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위해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면 이것은 최초의 가해 행위만큼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 사회의 누구도 미투 고백 앞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내가 사건에 직접 연결되지는 않았다 해도 우리 사회의 수많은 조직과 공간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인격과 자존감, 생업을 위협당하고 그것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화돼 왔다는 사실. 그런 현실에 둔감한 채 고통받는 누군가들이 도처에 있지만 손을 내밀어 주지 못했다는 사실. 권력형 성폭력이 폭력이자 범죄이지만 용기 있게 도전하지 않았다는 사실. 이제 우리의 책임을 돌아보면서 미투 운동을 제대로 전개해 가야 한다. 그리고 행여 잘못된 방향으로 불어 가는 바람이 있다면 감시하고 차단해야 한다. 그 누구도, 그 어떤 목적으로도 미투 운동을 수단화해서는 안 된다.
  • “교수님을 고발합니다” 대학가도 미투 ‘태풍’

    “학위 볼모로 애인ㆍ노예 취급” “학교가 의혹 조사하라” 요구도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이 법조계와 문화·예술계, 종교계에 이어 대학가로까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문화·예술계에서 거장과 신인 사이에 ‘입신양명’을 놓고 형성된 갑을 관계가 성폭력의 빌미를 제공했다면, 대학가에서는 학점·학위를 둘러싼 교수와 제자 사이의 철저한 주종 관계가 성폭력을 일으킨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25일 각 대학 익명 게시판인 ‘대나무숲’과 홈페이지 등에 교수들의 성추행과 성희롱을 폭로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동덕여대 한 단과대학 홈페이지의 ‘Q&A’ 게시판에는 “졸업을 앞두고 힘들었던 시절 교수님방에서 껴안고 뽀뽀하려 (해서) 겨우 빠져나와 떨면서 도서관으로 향했던, 여행 가자는 둥 애인 하자는 둥 문자 보내며 혼자 늦은 졸업생인 것을 위로해 주는 척 성추행하던 A교수, 아직 교직에 몸담고 있다는 게 황당하다”는 내용의 폭로 글이 게시됐다. 문화·예술계와 대학의 교집합 격인 서울예대 대나무숲에는 “미투 운동을 보면 ○○○과의 ○○○ 교수님도 해당되시던데 학교가 무엇을 하고 있나”면서 “설마 침묵하고 쉬쉬해 할 것인가. 해당 학과뿐만 아니라 대의원, 총학생회 측도 묵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대학 다른 학생은 “이 상태로 방관하면 ‘성추행, 성희롱이 일어나는 꼴통 학교’가 될 것”이라면서 “학교 곳곳에 대자보를 붙이고 학교 측에서 직접 조사할 수 있도록 다 같이 시위하자”며 학생 측의 공동 대응을 제안했다. 세종대 대나무숲에는 “강사가 학생들에게 성희롱하듯 말하고 우리를 애인, 노예쯤으로 여기는 모습을 많이 봤다”는 글이 올랐다. 한양대 인권센터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지도교수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폭로한 대학원생 A씨를 면담하고 진상 조사에 나섰다. A씨는 “지도교수가 손을 잡는 등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고, ‘단둘이 만나고 싶다’, ‘오빠라고 생각해라’, ‘열렬한 관계가 되자’ 등과 같은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조교와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수의 성폭력 문제는 대학가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돼 왔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과거에는 별일 아닌 듯 여겨 듣지 않았던 성폭력 피해 폭로를 지금은 대중들이 들으려 하기 때문에 미투 운동은 앞으로 더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교수님을 고발합니다” 대학가도 미투 ‘태풍’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이 법조계와 문화·예술계, 종교계에 이어 대학가로까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문화·예술계에서 거장과 신인 사이에 ‘입신양명’을 놓고 형성된 갑을 관계가 성폭력의 빌미를 제공했다면, 대학가에서는 학점·학위를 둘러싼 교수와 제자 사이의 철저한 주종 관계가 성폭력을 일으킨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25일 각 대학의 익명 게시판인 ‘대나무숲’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교수들의 성추행과 성희롱을 폭로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문화·예술계와 대학의 교집합 격인 서울예대 학생들의 폭로가 가장 활발한 것으로 나타난다. 서울예대 대나무숲에는 “미투 운동을 보면 ○○○과의 ○○○ 교수님도 해당되시던데 학교가 무엇을 하고 있나”면서 “설마 침묵하고 쉬쉬해 할 것인가. 해당 학과뿐만 아니라 대의원, 총학생회 측도 묵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대학 다른 학생은 “이 상태로 방관하면 ‘성추행, 성희롱이 일어나는 꼴통 학교’가 될 것”이라면서 “학교 곳곳에 대자보를 붙이고 학교 측에서 직접 조사할 수 있도록 다 같이 시위하자”며 학생 측의 공동 대응을 제안했다. 한양대 대나무숲에는 “내 동기와 선배, 후배가 말도 못할 만큼의 일들을 마주했을 것이며, 나 역시 피해자이고 가해자였다”고 토로하는 글이 올랐다. 세종대 대나무숲에는 “강사가 학생들에게 성희롱하듯 말하고 우리를 애인, 노예쯤으로 여기는 모습을 많이 봤다”는 글이 올랐다.이런 가운데 한양대 인권센터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지도교수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폭로한 대학원생 A씨를 면담하고 진상 조사에 나섰다. A씨는 “지도교수가 손을 잡는 등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고, ‘단 둘이 만나고 싶다’, ‘오빠라고 생각해라’, ‘열렬한 관계가 되자’ 등과 같은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조교와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수의 성폭력 문제는 대학가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돼 왔다. 교수가 학점 부여와 논문 심사 등에 있어 전권을 쥐고 있다 보니 피해를 겪어도 불이익을 당할까 봐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학생이 많았던 것이다. 강태경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부위원장은 “교수와 학생 간 위계가 엄격하고 권위 있는 교수에게 후한 평가를 받는 것이 학위와 임용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성폭력을 당해도 맞서기가 쉽지 않은 구조”라고 지적했다.남정숙(현 인터컬쳐 대표) 전 성균관대 교수는 지난 20일 청와대의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더이상 #미투(Me too)들이 피해 보지 않도록 ‘권력형 성폭력 방지 및 지원기구’를 긴급 구성해 주세요”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며 정부를 향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과거에는 별일 아닌 듯 여겨 듣지 않았던 성폭력 피해 폭로를 지금은 대중들이 들으려 하기 때문에 미투 운동은 앞으로 더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청주대 연극과 학생들 공동성명 “조민기 성폭력 사실”

    청주대 연극과 학생들 공동성명 “조민기 성폭력 사실”

    배우 조민기의 성추행 의혹 고발에 청주대 연극학과 11학번 재학생과 졸업생 38명은 24일 공동성명을 내고 “모든 동문에게 고통을 안겨준 조민기 교수의 성폭력 및 위계에 의한 폭력은 실제로 존재했으며 우리 모두가 그 사실을 인정함을 공표한다”고 밝혔다.이들은 “피해 사실을 암묵적으로 묵인하고 등한시했던 지난날의 우리는 모두 피해자이자 가해자였음을 고통스럽게 시인하며, 다시는 침묵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조민기 교수에게 청주대 동문과 피해자들을 향한 폭력을 인정함과 동시에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왜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느냐는 피해자를 탓하는 수많은 발언과 피해자의 얼굴 및 신상을 공개하는 모든 2차 가해 행위를 멈춰주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조씨는 2004년 이 대학 겸임교수를 시작으로 2010년 연극학과 조교수로 부임, 지난해까지 학생을 가르쳤다. 지난 20일 디씨인사이드 게시판에 “청주의 한 대학 연극학과 교수가 수년간 여학생들을 성추행했다”는 익명의 폭로 글이 올라왔고, 곧 문제의 교수가 조씨로 밝혀졌다. 이후 페이스북 등에는 조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졸업생들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조씨의 성추행 의혹을 인지한 청주대는 자체 조사를 통해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렸고, 조씨가 사표를 내자 면직 처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자본에 흔들리는 평화 유엔의 속살을 엿보다

    자본에 흔들리는 평화 유엔의 속살을 엿보다

    유엔을 말하다/장 지글러 지음/이현웅 옮김/갈라파고스/372쪽/1만 6800원‘유엔은 미국이 좌우한다.’ 확신까지는 아니더라도 누구나 그럴 것이라 추정은 해봤을 것이다. 보통사람들의 이 같은 음모론적 상상에 구체적인 판단 근거를 제공하고 있는 책이 바로 ‘유엔을 말하다’이다. 유엔 식량특별조사관 등 평생을 유엔에 몸담아 온 저자가 유엔 내부에서 벌어지는 각종 암투와 미국의 공작 등 외부에 드러나지 않은 모습들을 그려내고 있다. 저자는 유엔을 움직이는 가장 큰 축으로 미국과 벌처펀드라 불리는 탐욕스러운 자본주의 세력을 꼽는다. 한데 미국이 자본주의의 상징 같은 나라라고 본다면 사실상 둘은 뿌리가 같은 나무와 다름없다. 이들은 “유엔 곳곳에 침투해 유엔을 도구화하고, 제국주의적 목표에 따라 유엔을 이용”한다. 이 세계적인 조직을 도구화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노골적으로 폭력에 의지한다.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것이 단적인 예다. 유엔에도 전투병력이 있다. 평화유지활동국(DPKO)이 지휘하는 국제연합군이 그들이다. 국제연합군의 임무는 평화유지와 평화창설 두 가지다. 분쟁 종식 후 시행되는 평화유지 임무와 달리 평화를 만들어 내는 창설 임무에는 선전포고의 기능이 포함돼 있다. 이 임무를 수행한 유엔 최초의 전쟁이자 가장 많은 피를 흘린 전쟁이 바로 한국전쟁이다. 동족 간에 벌어진 이 참상의 현장에서 미군-아마도 유엔군 파병부대였을-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 이가 있다. 반기문 전 사무총장이다. 어린 날의 위기를 딛고 훗날 유엔군을 통솔하는 사무총장 자리까지 올랐으니 참 기막힌 인연이다. 하지만 반 전 총장에 대한 저자의 평가는 매우 야박하다. 그가 사무총장에 오른 것부터 마뜩잖다는 눈치다. 요약하면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견제하기 위해 반기문을 총장 카드로 내민 중국, 가신 같은 공화국(한국) 출신의 국민이 보여줄 충성심에 기댄 미국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묵인한 결과”라는 것이다. 저자는 “상임이사회의 거부권 행사를 막는 개혁안을 성사시키고, 유엔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국제 시민사회의 연대와 압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토요 진단] 조재현ㆍ오달수도 휘말렸다… 떨고 있는 방송ㆍ연예계

    장자연사건 등 추악한 성추문 비일비재 신인 배우ㆍ가수 스타 꿈 좌절 우려 참아 대중들 피해자와 연대… 폭로 확산될 듯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로 촉발된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이 문화·예술계 전반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고은(85) 시인, 이윤택(66) 연극연출가, 조민기(53) 배우 등이 저지른 적나라한 성추행에 대한 잇단 폭로가 불을 댕긴 모양새다. 이 미투 운동이 성폭력의 ‘복마전’으로 불리는 방송·연예계로 옮아 붙을지 주목된다. 이와 함께 우리 사회 깊숙이 곪아 있던 ‘성 적폐’를 이번 기회에 완전히 솎아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23일 방송 프로듀서(PD), 연예기획사 등에 따르면 최근 예술이라는 가면 뒤에서 은밀하게 이뤄진 성추행이 잇따라 폭로되면서 방송·연예계 관계자들이 좌불안석이다. 무명 시절 연극 무대를 발판 삼아 실력을 쌓은 뒤 방송과 영화계로 진출해 스타 반열에 오른 배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쉽게 넘기지 못하는 분위기가 짙게 형성됐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미투 운동의 대상이 되지 않을지 떨고 있는 관계자가 한둘이 아닐 것”이라는 추측도 난무하고 있다. 성폭력 폭로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데 이어 유명 배우의 실명이 추가로 거론되면서 방송·연예계는 그야말로 ‘폭풍전야’인 상황이다. 배우 최율은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내가 너 언제 터지나 기다렸지. 생각보다 빨리 올 게 왔군. 이제 겨우 시작. 더 많은 쓰레기들이 남았다”라는 글과 함께 톱배우 조재현의 프로필을 캡처한 사진을 올렸다. 논란이 커지자 최율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이와 함께 배우 오달수의 실명도 꾸준히 입에 오르고 있다. “여자 개그맨들이 상습적인 성희롱에 시달렸다”고 고발하는 글도 지난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랐다. 한 방송 관계자는 “성폭력이라는 이름의 뇌관은 방송·연예계 모든 곳에 숨어 있다”고 말했다. 잇따른 성폭력 폭로에 방송·연예계가 노심초사하는 이유는 성 상납으로 대표되는 추악한 과거를 갖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배우·가수 등 연예인들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는 PD나 감독, 연예기획사 관계자 등이 여배우나 여가수를 상대로 ‘술자리 갑질’이나 추행을 종종 일삼아 왔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2009년 신인배우 장자연이 소속사 대표의 강요로 유력 인사 성접대에 내몰린 끝에 우울증을 앓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유력 인사들은 죄다 법망을 피해 갔다. 방송·연예계 내 성추문이 철저히 묵인·은폐·축소돼 온 것은 이들이 철저한 갑을 관계 속에서 ‘을의 성공’을 거래해 왔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캐스팅’에 민주적인 절차나 규칙이 존재하지 않다 보니 서로의 욕망이 교차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신인 배우나 가수들은 성추행이나 성희롱을 당해도 문제제기를 했다가 스타라는 꿈이 좌절될까 봐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신희주 영화감독도 “고용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폭로를 하는 일이 훨씬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의 미투 운동은 어떻게든 묻고 넘어가려 했던 장자연 사건 때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과거에는 피해자를 ‘꽃뱀’으로 지칭하며 폭로에 다른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물타기가 먹혀 왔지만 이제는 쉽게 무마될 수 없다”면서 “대중들이 피해자들의 폭로를 용기 있는 선택으로 바라보고 그들과 연대하고 있기 때문에 연예계 미투 운동은 계속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법원 “禹 반성 전혀없이 변명 일관”… 고삐 풀린 권력에 엄벌

    법원 “禹 반성 전혀없이 변명 일관”… 고삐 풀린 권력에 엄벌

    최순실ㆍ안종범 비위 알고도 묵인 “직무유기로 국정농단 악화” 판단 이석수 감찰 노골적 방해도 유죄 “민정실 지위와 위세 이용” 질타 국정농단 사태를 묵인, 방조한 혐의 등으로 유죄를 인정받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재판부가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자 표정이 굳어졌다. 일부 혐의에 대한 무죄 판결이 이어질 때는 다소 여유로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최순실씨의 비위 의혹을 알고도 은폐했다”는 재판부의 지적에 점점 얼굴이 상기됐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이영훈)는 22일 우 전 수석의 9가지 혐의 가운데 4가지 범죄 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이 가운데 핵심은 우 전 수석의 직무유기 혐의로 우 전 수석이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및 운영 과정에 대한 비위 의혹을 인지했는지가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두 재단 문제가 큰 이슈로 등장한 2016년 7월 청와대 ‘실수비’(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논의가 있었고 재단 임직원 및 후보자에 대한 민정수석실의 세평 수집이 이뤄졌다”며 우 전 수석이 최씨와 안 전 수석의 비위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봤다.우 전 수석은 본격적으로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2016년 10월 안 전 수석 등과 대책회의를 갖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도 면담하며 청와대의 대응 과정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재단 설립을 최씨의 개인 문제로 치부하고 그마저도 ‘확인된 게 없다’는 내용의 법적 검토 문건을 작성했다”면서 “이 문건이 박 전 대통령의 입장 발표와 안 전 수석의 허위진술 요구 등 적극적인 은폐 활동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했고 국가 혼란을 더욱 악화시킨 결과를 초래했다”고 질책했다. 재판부는 우 전 수석이 자신의 개인 비위를 감찰하려던 당시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직무수행을 방해한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로 판단하며 “민정수석실의 지위와 위세를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우 전 수석은 2016년 7월 가족회사 ‘정강’의 자금 유용 및 아들의 의경 보직 특혜 의혹에 대한 감찰에 착수한 이 전 감찰관에게 “감찰권 남용에 해당하는 불법 감찰”이라며 감찰 중단을 압박한 혐의를 받았다. 특히 우 전 수석의 주거지 인근에 현장조사를 나간 특별감찰관실 파견 경찰들을 경찰청 감찰담당관실에서 감찰하도록 하는 등 노골적으로 직무를 방해했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우 전 수석이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요구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국·과장 6명과 감사담당관 1명 등 7명에 대한 좌천성 인사 조치를 압박했다는 혐의와 최씨가 운영한 K스포츠재단의 이익을 위해 전국 28개 K스포츠클럽에 대한 현장점검을 준비하게 한 혐의는 모두 무죄로 결론 냈다. 또 2016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은 데 대해선 유죄로 본 반면 그해 12월 국회 국정조사 특위의 청문회에서 세월호 수사팀에 압력을 가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허위 증언한 혐의에 대해선 “허위 증언일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공소 기각을, 지난해 1월 특위 청문회에 불출석한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판결했다. 우 전 수석은 서울대 법대 84학번으로 재학 중이던 1987년 만 20세 나이로 29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줄곧 ‘엘리트 검사’로 이름을 알렸다. 1990년 서울중앙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해 법무부 과장, 서울중앙지검 부장, 대검찰청 중수1과장, 범죄정보기획관까지 요직을 거쳤고, 2009년 5월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엔 검사장 승진 인사에서 두 차례 탈락했고 2013년 검찰을 떠났다. 2013년 5월 박근혜 정부에서 최연소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화려하게 복귀했고, 민정수석으로 이어져 정권 실세로 자리했지만 2016년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비롯해 국정농단 사건까지 드러나면서 1년여 동안 5번의 검찰 소환조사와 3번의 구속영장 청구가 이뤄졌다. 구속영장이 두 차례나 기각되면서 ‘법꾸라지’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던 우 전 수석은 지난해 12월 국가정보원을 동원해 공무원과 민간인에 대한 불법사찰을 벌인 혐의로 결국 구속됐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