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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골육수에 퐁당, 칼국수와 컬래버 …진화하는 옹심씨

    사골육수에 퐁당, 칼국수와 컬래버 …진화하는 옹심씨

    ‘몽글몽글~ 쫀득쫀득~.’ 한여름 더위에 지치고 입맛이 없을 때 뭉근하게 끓인 감자옹심이 한 그릇으로 입안의 행복을 찾는 것도 좋겠다. 사골이나 멸치, 다시마 육수에 옹골차게 감자옹심이만 넣어도 좋고, 숭덩숭덩 썬 손칼국수나 메밀칼국수를 감자옹심이에 넣어 먹어도 잘 어울린다. 육수에 호박과 표고버섯을 더하고, 달걀흰자까지 풀어 넣으면 금상첨화다. 햇감자가 한창 출하되는 6~8월이 감자옹심이 먹기에 제격이다. 감자옹심이는 강원 강릉을 원조로 꼽는다. 동쪽으로는 바다를 끼고, 서쪽으로는 험준한 백두대간을 지척에 둬 농작물 재배 면적이 적다 보니 자연스레 토지 면적당 소출이 많은 감자 농사를 많이 짓게 된 게 계기가 됐다. 덕분에 강릉 지역에서는 다양한 감자 요리가 생겨났다. 감자는 특히 온화한 강릉 지역의 기후에 적합할 뿐 아니라 어떤 토질에서도 잘 자라 배고프던 시절엔 주요 구황작물이었다. 요즘에는 드물지만 감자가 출하되는 초여름만 되면 강릉 농촌 지역에서는 감자녹말을 얻기 위해 커다란 그릇에 감자를 넣고 썩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고온 다습한 여름 날씨에 저장하는 게 쉽지 않아 썩어 가는 감자로 녹말가루를 얻기 위해서다. 가라앉은 앙금에 계속 물을 부어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우려내 전분을 얻었다. 이렇게 해서 쫄깃한 맛을 낼 수 있는 감자녹말을 얻어 두고두고 다양한 감자 요리를 해 먹었다. 감자 전분은 강릉 전통 한과인 과즐을 만들 때 덧가루로 쓰고 감자송편이나 감자떡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통감자를 활용한 감자밥은 먹거리가 부족하던 시절 쌀과 감자를 반반 섞어 지은 밥이다. 이보다 더 쌀이 귀한 집은 솥에 감자와 보리쌀, 쑥 등을 쌀보다 더 많이 넣고 밥을 지어 주걱으로 터뜨려 섞어 먹기도 했다. 그런 시절을 겪으며 감자 요리는 다양해져 감자전, 감자떡, 감자부꾸미, 감자뭉숭이, 감자국수, 감자옹심이 등 감자가 반주식이 됐다. ●평창올림픽으로 세계적 향토음식 된 ‘옹심이 삼계탕’ 이 가운데 감자옹심이는 강릉을 대표하는 향토음식으로 자리잡았다. 감자옹심이에서 발전한 감자옹심이 삼계탕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전후해 외국인들도 선호하는 세계적인 향토음식이 됐다니 격세지감이다. 감자를 강판에 갈아 전을 부치는 감자부침은 대중에게 인기가 높은 국민음식이 됐다. 감자옹심이 만드는 방법은 조금 번거롭다. 잘 씻은 통감자를 물에 담근 뒤 날이 얇은 숟가락이나 칼로 껍질을 벗기는 작업은 인내를 요구한다. 껍질 벗긴 감자는 갈색으로 변하지 않도록 물에 담가 놓고 하나하나 강판에 갈아 내야 한다. 이때 골고루 갈지 않으면 덩어리가 생긴다. 이게 옹심이에 섞이면 익지 않은 생감자 맛이 나니 감자를 요리조리 꼼꼼하게 갈아야 한다. 손가락이 강판에 닿아 다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곱게 간 감자는 건더기와 물기를 적당히 분리해야 한다. 자루에 넣고 감자 물을 알맞게 빼 줘야 감자의 아린 맛이 제거되고 빛깔이 곱다. 너무 강하게 짜내도, 약하게 짜내도 본연의 맛을 낼 수 없다. 물기는 따로 모아 일정 시간 놔두면 아래로 녹말이 가라앉는다. 1시간쯤 가라앉힌 뒤 웃물을 따라 내고 감자 건더기와 앙금을 반죽해 만든다.●씹을수록 고소한 맛의 옹심이… 알싸한 매력도 감자옹심이는 섬유질의 감자 건더기와 점성이 강한 감자 전분을 적당히 섞어 만들어야 탄력이 있고 씹는 맛이 쫄깃해진다. 이때 녹말가루를 섞지 않으면 옹심이가 되지 않고 풀어질 수도 있다. 잘 만든 옹심이는 반질반질하게 회색빛이 나고, 냄새는 무취에 가까울 정도로 특징이 없다. 질감은 도독한 느낌의 알갱이가 느껴지고 촉촉한 분말이 부드럽다. 이게 강릉 지역 선조들이 만들어 먹던 전통 감자옹심이 모습이다. 멸치와 다시마를 넣어 1시간 이상 끓여 육수를 만들고, 호박·표고버섯 등은 손질해 썰어 놓는다. 육수가 끓으면 동그랗게 빚은 옹심이(새알심)를 넣은 뒤 익어 떠오를 때 채 썬 호박, 표고버섯 등을 함께 끓여 그릇에 담고 그 위에 깨소금, 김 가루, 양념장을 얹어 낸다. 옹심이와 메밀국수, 칼국수를 같이 끓여 내기도 한다. 감자옹심이를 처음 맛보는 사람들은 조금 밍밍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곧 쫀득쫀득하니 씹을수록 고소함이 퍼지는 맛을 느낄 수 있다. 자극이 강한 음식이 많은 요즘에는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맛이지만 은은하면서 씹을수록 퍼지는 맛이 매력이다. 조금 알싸한 맛도 도는데 이것이 강릉의 옛 맛이다. 그 독특한 맛의 매력에 강릉의 옹심이를 자꾸 찾게 된다. 밑반찬으로는 묵은 김치가 딱 맞다. 많이 먹어도 더부룩함이 없고 부드럽게 입안을 넘어가니 김치만 있으면 한 그릇은 뚝딱이다. 묵은 김치가 없으면 배추김치, 깍두기도 좋다. ●메밀칼국수 섞거나 떡국 같은 ‘퓨전 옹심이’ 인기감자옹심이는 웰빙음식 중 웰빙음식이다. 감자를 주원료로 호박, 표고버섯, 멸치, 다시마, 계란 등 몸에 좋은 것만 들어가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사골 육수로 끓여 내는 집도 늘었다. 떡국처럼 김과 참깨, 고명을 얹으면 금상첨화다. 최근에는 현대인들의 입맛에 맞게 퓨전으로 맛을 내는 감자옹심이집도 생겨나고 있다. 춘천 맛집 바우옹심이메밀칼국수집은 다시마와 파뿌리, 고추씨앗으로 육수를 우려낸 뒤 삶은 감자를 으깨 넣은 감자옹심이를 손님상에 올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조옥남 대표는 “요즘에는 순수 감자옹심이보다 옹심이에 메밀칼국수 등을 섞은 요리를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감자는 특히 섬유질이 많다. 덕분에 변비 예방, 콜레스테롤 저하 등에 효과가 있다. 감자의 비타민C는 매우 안정돼 조리해도 70~80% 정도 남고, 폴리페놀의 일종인 클로로제닉산은 암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소화기관을 강화시키고 혈액을 맑게 하는 작용 외에 기운을 북돋워 주는 역할도 한다. 과음한 이튿날 속이 더부룩하거나 안 좋을 때 감자옹심이 한 그릇이면 속을 확 풀 수 있다. 강릉 오죽헌 인근의 설증진 민속옹심이엔막국수 주인은 “먹기 편하고 소화도 잘되는 감자옹심이가 여름철 별미음식에서 이제는 사계절 웰빙건강음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 강릉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윤봉길 의사 유묵은 가짜’ 4억원 반환소송 고흥군 승소

    전남 고흥군이 윤봉길 의사의 유묵이 위작이라며 매도인을 상대로 4억원을 돌려달라고 한 소송에서 승소했다. 광주지법 민사11부(부장 전일호)는 고흥군이 매도인 A씨를 상대로 낸 매매대금 반환 소송에서 A씨가 선지급 받은 4억원을 반환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6일 밝혔다. 고흥군은 박물관 건립을 앞두고 2015년 11월 9일 윤봉길 의사 유묵, 안중근 의사 족자, 안창호 선생 시문, 김구 선생 등 3명의 서신, 한용운 선생 서첩 등 A씨의 남편이 수집한 항일독립운동가 유품의 문화재 지정 가치를 전문가들에게 자문했다. 전문가들은 윤봉길·안중근·안창호 선생 유품은 국가지정 문화재 보물급이고, 김구 선생 서신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해당 유품들이 진품이라는 전제하에 7점의 가격 평가를 의뢰했고 평가위원들은 21억 4150만원이라고 책정했다. 고흥군은 같은 달 25일 윤봉길 의사 유묵, 안중근 의사 족자, 안창호 선생 시문, 김구 선생 서신, 조완구 선생 서신, 조경한 선생 서첩 등 6점을 10억원에 매수하기로 계약하고 이 중 4억원을 먼저 지급했다. 계약은 공무원이자 유물을 수집한 A씨의 남편이 아닌 A씨와 체결했다. 그러나 윤봉길 의사의 유묵 ‘장부출가생불환(丈夫出家生不還)’이 위작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자 고흥군은 2017년까지 주기로 한 6억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검찰은 A씨의 남편이 부당 이득을 봤다고 판단, 사기와 사기 미수 혐의로 기소했고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와 별도로 A씨는 고흥군을 상대로 남은 6억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일부 승소했지만 2심에서 패소했다. 하지만 A씨는 유물들이 진품이며 계약 체결 전 수차례 적법한 감정을 거쳐 감정가까지 결정됐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필적, 다른 유묵 작품들과의 비교, 광학 특징 등으로 볼 때 윤봉길 의사 유묵이 위작이라고 감정했다”며 “A씨는 관련 전문가가 참가하지 않아 믿기 어렵다고 주장하지만 과학적 방법에 오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2018년 고흥군의 재평가에서도 위작으로 판정받았고 애초 감정을 거쳐 비싼 값에 구매했다는 A씨 측의 주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도 없다”고 덧붙였다. 광주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서울광장] 어린이 백과사전식 민주주의/이지운 논설위원

    [서울광장] 어린이 백과사전식 민주주의/이지운 논설위원

    일본 정치인들이 한국에 대해 갖는 우월감 중 하나가 자신들의 정치체제라고 한다. ‘의회제’(Parliamentary system)는 다수파가 형성되지 않으면 종종 연합정부(연립정부)를 구성하고, 때로는 이념 성향상 대척점에 있는 정당과의 연립정부도 생겨난다. 이렇다 보니 합의를 해야 할 일이 많고, 원치 않는 ‘협치’(協治)도 해야 할 때가 많다. 이 과정에서 ‘높은 민도와 성숙한 정치력’이 필요한데, ‘한국은 그런 것을 갖출 수 없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내각제는 구조적으로 부패, 독재 등에 빠질 위험이 비교적 적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과 프랑스 등을 제외하고는 선진국 대부분은 의회제 국가이고, 가난한 독재국가는 대부분 대통령제를 채택한 게 사실이다. 그래도 체제 자체로 사회 간 우월성을 가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들의 생각은 학문적 논증을 거칠 일이되 일본도 서양으로부터 ‘정권 교체도 변변히 못 하는 나라’로 조롱받는 걸 잘 알고 있을 게다. 그래도 남는 건 ‘성숙한 정치력’이라는 해묵은 숙제다. 한국 사회가 최소 지난 30년간 ‘제왕적 대통령’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 온 것도 민주주의를 성숙시키기 위해서였다. 나아가 민주주의는 본질적으로 극복해야 할 문제점이 있는데, ‘다수결(多數決)의 횡포’가 그것이다. 요즘 유행한다는 하버드대 교수들의 공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인터넷 ‘어린이 백과사전’으로도 충분하다. “다수결의 원칙에서는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따지지 않아요.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이 찬성했다는 이유로 잘못된 정책을 실시하거나 전쟁을 일으키기도 해요.” “다수결의 원칙은 모든 사람의 생각과 바람을 담아내지 못하는 문제가 있어요.” “다수결의 원칙이 민주적인 의사 결정 방법으로 자리 잡으려면 충분한 대화와 토론을 거쳐야 해요.”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결정된 의견이라도 그것을 반대했던 소수의 의견도 존중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의 생각이 꼭 옳은 것이 아닐 수도 있고, 무엇보다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존중하는 자세가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이기 때문이지요.” 이처럼 다수결은 그 자체로 절대 ‘선’(善)일 수 없는데, 선인 양하는 일이 한참 진행되면 좌파는 사회주의 독재의 모습을 띠기 쉽고, 우파라면 파시즘으로 나가게 마련이다.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다. 그래서 다수결이라는 ‘힘’은 운영의 묘나 관행 같은 것으로 다스려져 왔다. 특히 좋은 관행은 전통으로 남아 정치를 성숙시킨다. 한국 정치에서 관행이라면 이런 것들이다. 국회 법사위원장을 17대 국회부터 야당에 넘겨 온 것이나, 상임위원장을 의석수로 배분한 것도 그런 것으로 여겨 왔다. 야당을 국정 운영의 일부로 끌어들이고, 책임감을 지우는 효과도 있었다. 그런데 민주당은 야당 시절 법사위원장직을 챙기고, 상임위원장을 배분받으면서 이를 나쁜 관행이라고 느꼈던 모양이다. 이번에 ‘법대로’ 다수결의 힘을 행사한 것은 새로운 관행을 만들려 한 것 같다. 하지만 엄청나게 선한 것인 양했다가 뒤에 국민을 당황케 했던 경험들을 되새길 필요는 있겠다. 선거법 개정이 그러했다. 그것이 꼭 있어야 한다며 ‘법대로, 다수결’로 기어이 통과시키고야 말았는데, 여야 위성비례정당이 탄생해 무력화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집권 3년차에 제 손으로 인상 속도를 늦추었다. ‘민식이법’도 제대로 시행도 하기 전에 고쳐 달라는 목소리가 높았는데, 여기에는 국회 입법조사처도 가세했다. 부동산 관련 제도는 고치고 또 고치고, 또 고친 것이 스무 번이 넘었다. 1차 추가경정예산도 다 쓰지 못한 재정이 있는데 3차 추경이 급하다고 하면 그 ‘시급성’이 어떠한 것인지 이해하지 못할 납세자들도 분명히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는 또 얼마나 급하기에 대통령이 국회의장에게 협조 공문을 보낸 것인지. 청와대 대변인은 “국회가 제때 공수처장 후보자를 추천해야 훌륭한 공수처장을 출범일에 맞춰 임명할 수 있다”고 했다. 언필칭 ‘위기’, ‘불확실의 때’라고들 한다. 내각제 국가에선 이럴 때 대연정이 탄생했다. 한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시도하려 했던 그 일이다. 왜 그랬을까? 국민적 힘이 필요해서였을 것이다. 지금은 의석수가 넘치니 연정은 필요 없겠지만, 국민적 힘과 지혜는 여전히 필요한 때 아닌가. 지금 가려는 길이 꽃길일지, 진흙탕길일지 누구도 모른다. 어린이 백과사전만 봐도 그것은 결코 다수결로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 목욕탕·헌책방·창고 카페… 추억·유행 함께하는 ‘성수 브루클린’

    목욕탕·헌책방·창고 카페… 추억·유행 함께하는 ‘성수 브루클린’

    “솔솔솔 오솔길에 빨간 구두 아가씨/ 똑똑똑 구두 소리 어딜 가시나.” 아주 유년시절 들었던 노래다. 누가 불렀는지, 얼마나 인기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아가씨가 신고 있는 빨간 구두가 예쁘다는 사실, 아니면 빨간 구두를 신고 있는 아가씨가 예쁘다는 것을 이 노래를 통해 어렴풋이 이해했다. 이처럼 구두는 어림짐작보다 많은 메타포를 내포하고 있다. 굳이 콩쥐팥쥐나 신데렐라 얘기를 꺼내지 않더라도 구두는 인간의 역사와 함께하며 숱한 전설과 신화를 생산했다.한국인에게도 구두는 많은 얘깃거리를 주었다. 짚신과 고무신을 주로 신고 다니던 한국인에게 산업화 시대 도입된 구두는 하나의 신드롬이었다. 그래서 백구두를 ‘빽구두’라고 경음으로 발음하고 뽀쪽구두니, 킬힐이니 하며 구두에 얽힌 설들이 많았다. 그런 한국인들이 구두를 얘기할 때 누구나 떠올리는 장소가 있다. 성수동이다. 정확하게는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일대가 대한민국 구두제작의 메카쯤 된다. 성수동이 한국의 구두산업의 진원지가 된 데는 여러 가지 배경이 있다. 가장 그럴듯한 설이 마장동 도축장 관련설이다. 도축장이 인근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가죽 확보가 쉬웠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기성세대에게 익숙한 에스콰이어, 금강 등 한국 제화업계의 두 산맥이 이곳에 똬리를 틀었고 이어 가죽, 액세서리, 부자재 등 관련 업체가 수백여곳 생기면서 구두거리가 됐다. 그뿐 아니다. 숱한 장인들에 의해 제작 판매되는 부티크형 수제 구두가게들도 즐비하다. 서울역 염천교 일대가 주로 남성용, 작업용 구두들이 중심인 데 비해 성수동 구두는 패셔너블하고 디자인 개념이 들어간 구두공장들이 많다.그러나 성수동을 지금도 구두공장 동네로 알면 시대에 덜 떨어진 아재쯤으로 전락한다. 커피업계의 애플이라는 블루보틀까지 성수동 붉은 벽돌창고를 개조해 매장을 차렸다. 이쯤 되면 이 일대가 서울에서 얼마나 핫한, 아니 요즘 말로 얼마나 힙한 거리인지 짐작이 가게 된다. 그래서 누구는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을 패러디해 ‘한국의 브루클린’으로 부르기도 한다. 성수동이 새롭게 주목받는 배경은 드라마틱하다. 인쇄, 주물, 금형, 자동차 정비업소 등이 있었던 볼품없는 낡은 공장의 변신이 그 주인공이다. 과거 산업화 시대 경공업의 중심지였던 성수동에는 유난히 붉은 벽돌로 지어진 공장과 창고가 많다. 그런 빛바랜 낡은 벽돌 공장들이 대림창고, 어니언 등 카페, 스튜디오, 맛집, 책방, 편집숍 등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뉴욕의 브루클린처럼 젊은 예술가들도 몰리고 있다. 일대가 서울문화유산의 이름으로 재탄생되고 있는 것이다. 용접 불꽃이 날리며 기계 소리가 시끄럽던 공해스러운 동네가 이제 힙한 청춘의 거리로 완전히 탈바꿈해 가고 있다.성수동을 유명하게 하는 데는 목욕탕이 한몫했다. 성수목욕탕이다. 1967년 문을 연 이래 지금까지 같은 장소에 있다. ‘서울미래유산’ 청동 사각패가 반세기 걸친 성수탕의 역사를 증거한다. 사실 사우나나 찜질방이란 이름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지금의 시대에 목욕탕이라는 이름은 촌스러움을 떠나 오히려 낯설다. 그 많은 목욕탕들은 어디로 갔을까? 구태여 통계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한국인들의 애환이 깃들었던 목욕탕은 기하급수적으로 사라지고 있다. 대개 유년시절 아들은 아버지와, 딸은 어머니와 같이 목욕탕을 가면서 성의 정체성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수증기 자욱한 탕 속에서 말없이 교감하는 등짝 문지르기는 부모, 자식 간 무언의 교감이었다. 반세기를 어렵게 버텨 온 탓일까, 장맛비 속에 찾은 성수탕은 남루하다. “어휴 하필이면 장날에 오셨네. 정기 휴일인 매주 수요일인데….” 지난 24일 목욕탕은 굳게 잠겨 있었다. 비에 홀딱 젖은 필자가 딱해 보였는지 앞집 이병선(80) 할머니가 방금 만들었다며 식혜를 권한다. 순간 잠깐 나는 2020년 서울특별시 성수동에서 아득한 시절 어느 한적한 시골로 되돌아갔다.25년 전 1994년 10월 21일 성수대교가 무너졌다. 등교, 출근길에 32명의 서울시민이 숨졌다. 흔히 성수대교 붕괴라고 말하지만 정확히는 전체 16개 교각 중 10~11번 교각 사이 상부 상판(트러스) 48m가 무너져 내린 것이다. 성수대교는 1979년 10월 4차선으로 준공됐다. 한강다리 중 교통량이 가장 많은 다리 중의 하나다. 특히 강남북을 가로지르는 차량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이 하중을 견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수대교는 산업화시대의 짙은 그늘로 상징된다. 우리가 세월호에서 견디지 못하는 것처럼 성수대교 붕괴에도 숨진 무학여고생들이 많았다. 1997년 10월 21일 성수대교 북단 한강 둔치에 위령비가 세워졌다. ‘분하고 원통할셔. 비명에 가신 이들 애닯다. 부실했던 양심 탓이로다’ 등의 추도비문도 새겨졌다. 서울시 의뢰로 이를 쓴 이는 무학여고 국어 교사였던 시인 변세화(당시 55세)씨. 변 교사가 속한 무학여고는 당시 사고로 8명의 학생을 한꺼번에 잃었다. 세월이 흘러 위령비도 2012년 ‘서울미래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정작 찾아가기란 여간 까다롭지 않다. 연 700만명이 찾는 서울숲 바로 인근에 있지만 자동차 전용도로인 강변북로 사이 외딴 주차장에 있기 때문이다. 차량으로 갈 순 있어도 대중교통이나 도보로는 접근이 불가능하다. 설립 당시만 해도 가능했지만 2005년 성동구 금호동 방면에서 강변북로 진출입을 위한 램프가 설치되면서 길이 끊겼다고 한다. 교통체계 개편 때문에 부득이했다 할지라도 아직도 흔한 신호등이 하나 없다. 횡단보도를 건너려면 두 손을 치켜들고 밀려오는 차들에 부탁해야 한다. 미래유산에 대한 서울시의 대처가 아쉬운 대목이다.성수동이 조금 지적인 냄새를 풍기는 데는 공씨책방이 한몫한다. 지하철 2호선 뚝섬역에서 내려 성동교 사거리 쪽으로 500m쯤에 있다. 노팅힐에 등장하는 세련되고 엣지 있는 서점을 상상하면 곤란하다. 휴 그랜트와 줄리아 로버츠가 등장하는 신데렐라 같은 얘기의 배경서점이 되기에는 힘에 부친다. 영화처럼 세계를 꿈꾸는 팬시한 여행전문 서점이 아니라 온갖 잡동사니 책, 낡은 엘피판들이 가득해 곰팡이 냄새가 진동하는 헌책방이다. 알려진 대로 2년 전 46년간 자리를 지켰던 신촌에서 성수동1가 ‘안심상가’로 옮겨 문을 열었다.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에 밀려났기 때문이다. 안심상가는 공씨책방처럼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밀려난 상인들에게 임대료를 저렴하게 공간을 제공한다. 성동구청에서 직접 운영한다. 미래유산으로 지정된 공씨책방은 과거와 비슷한 녹색 간판을 달고 책도 대부분 옮겼지만 아직은 어딘지 낯설다. 오래된 책의 묵은 향도, 켜켜이 쌓인 책을 뒤적이며 ‘보물’을 찾아보려는 사람들도 눈에 띄지 않는다. 서울에서 가장 힙한 거리로 떠오르는 성수동에는 묘한 냄새가 난다. 신촌이나 홍대입구, 강남역, 청담동과는 또 다른 냄새다.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고단한 삶의 냄새라고 할까. 세계적인 명품 커피가 자리잡아도, 세련된 카페와 편집숍들이 거리의 밤을 밝혀도 이 동네에서는 노동의 냄새가 난다. 야근을 끝내고 집으로 가는 길, 낱잔 소주를 한입에 틀어 마시던 그렇고 그런 냄새들이 여전히 거리 곳곳에 배여 있다. 장시간 저임금에 시달리면서도 가족을 위해, 자신의 미래를 위해 고군분투했던 그들의 슬픔과 고통이 여전히 느껴진다. 그래서 성수동을 찾는 우리는 얼마간의 예의와 겸손을 지녀야겠다. 세월은 너무 빨리 갔고 지금의 한국을 견인한 장년 세대들은 이제 미래유산을 찾으며 성수동 거리를 추억하는 세대가 됐다. 글 김동률 서강대 교수사진 공창원 사진작가
  • 여야, 청문회법 개정안도 ‘내로남불’

    여야, 청문회법 개정안도 ‘내로남불’

    민주, 여당 되자 도덕성 검증 비공개 통합, 야당 되자 청문회 거짓말 처벌 20대서 57건 발의됐지만 1건만 통과 통일부 장관과 경찰청장 인선 및 인사청문회가 예정되면서 여야가 인사청문회법 손질을 두고 신경전에 돌입했다. 대통령의 인사권 강화에 방점을 찍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 검증권을 강조하는 미래통합당이 각각 청문회법 개정안을 내고 25일 해묵은 논쟁에 돌입했다. 발단은 지난 19일 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청문회법 개정안이다. 청문회를 공직윤리청문회와 공직역량청문회로 분리하고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한다는 게 핵심이다. 홍 의원은 “공직후보자에 대한 과도한 인신공격 또는 신상털기에 치중한 나머지 자질 검증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홍 의원의 개정안에 정의당은 도덕성과 역량 분리 원칙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청와대의 철저한 사전 검증과 국회 자료 제출, 청문 기간 확대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김종철 정의당 선임대변인은 “청와대 검증과 국회 자료 제출 의무를 강화하는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통합당은 지난 24일 엄태영 의원의 대표발의로 ‘맞불 개정안’을 냈다. 엄 의원의 개정안은 공직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선서할 때 자신이 거짓말을 하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한다는 내용을 추가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청문회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해당 기관을 고발하도록 한다. 여야는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57건의 청문회법 개정안을 냈으나 법률용어 손질 단 1건 외에 나머지는 모두 폐기됐다. 특히 청문회법 손질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식으로 여야 위치에 따라 방향이 전혀 달라 제대로 된 논의가 불가능했다. 민주당은 야당 시절에는 위증 처벌 강화(조정식 대표발의), 청문회 전 사전검증 절차 추가(박광온 대표발의), 사전검증 내역 제출 의무화(김영진 대표발의) 등의 개정안을 쏟아냈다. 하지만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에는 청문회법 개정안을 전혀 발의하지 않다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이후 다시 사생활 비공개 검증(이석현 대표발의), 재산·병역은 소위원회에서 비공개 검증(이원욱 대표발의) 등의 법안을 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인사청문회법…21대 국회는 다를까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인사청문회법…21대 국회는 다를까

    통일부 장관·경찰청장 청문회 예정與, 도덕성 검증 비공개 개정안 발의野, 허위진술 처벌 강화법 발의 ‘맞불’대통령 인사권 vs 국회 검증권 팽팽여야 바뀌면 ‘내로남불’ 방향 달라져통일부 장관과 경찰청장 인선 및 인사청문회가 예정되면서 여야가 인사청문회법 손질을 두고 신경전에 돌입했다. 대통령의 인사권 강화에 방점을 찍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 검증권을 강조하는 미래통합당이 각각 청문회법 개정안을 내고 25일 해묵은 논쟁에 돌입했다. 발단은 지난 19일 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청문회법 개정안이다. 청문회를 공직윤리청문회와 공직역량청문회로 분리하고,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한다는 게 핵심이다. 홍 의원은 “공직후보자에 대한 과도한 인신공격 또는 신상털기에 치중한 나머지 자질 검증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홍 의원의 개정안에 정의당은 도덕성과 역량 분리 원칙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청와대의 철저한 사전 검증과 국회 자료 제출, 청문 기간 확대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김종철 정의당 선임대변인은 “청와대 검증과 국회 자료 제출 의무를 강화하는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반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민주당 윤미향 의원 사례를 들어 “문재인 정권이 결국 공직임명에서 도덕적 허무주의에 빠져버린 것”이라며 “그 도덕적 허무주의를 아예 제도화하려는 시도가 바로 홍 의원의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통합당 황규환 부대변인은 25일 “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회를 장악해 행정부 견제라는 국회 존재 이유를 포기한 데 이어 인사청문회마저 무력화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부적절한 후보자로 인한 국민 상처는 안중에도 없이 사생활침해 운운하면서 후보자들 감싸 제2의, 제3의 조국을 양산하겠다는 ‘청문회 프리패스법’”이라고 했다. 통합당은 지난 24일 엄태영 의원의 대표발의로 ‘맞불 개정안’을 냈다. 엄 의원의 개정안은 공직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선서할 때 자신이 거짓말을 하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한다는 내용을 추가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청문회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해당 기관을 고발하도록 한다. 엄 의원은 “청문 과정에서 공직후보자가 행한 진술의 진위여부는 해당 공직의 적합성을 평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제도상 허위진술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여야는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57건의 청문회법 개정안을 냈으나 법률용어 손질 단 1건 외에 나머지는 모두 폐기됐다. 특히 청문회법 손질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식으로 여야 위치에 따라 방향이 전혀 달라 제대로 된 논의가 불가능했다. 민주당은 야당 시절에는 위증 처벌 강화(조정식 대표발의), 청문회 전 사전검증 절차 추가(박광온 대표발의), 사전검증 내역 제출 의무화(김영진 대표발의) 등의 개정안을 쏟아냈다. 하지만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서는 청문회법 개정안을 전혀 발의하지 않다가 ‘조국 사태’ 이후 다시 사생활 비공개 검증(이석현 대표발의), 재산·병역은 소위원회에서 비공개 검증(이원욱 대표발의) 등의 법안을 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손성진 칼럼] 권위 실종 시대

    [손성진 칼럼] 권위 실종 시대

    권위의 마지막 보루가 무너졌다. 자녀 체벌을 법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모양이다. 삼강오륜(三綱五倫)이나 사서삼경(四書三經)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케케묵은 고전이 된 지 오래지만, 매를 들고 훈계한 부모를 자식이 고발하고 그 죄로 부모가 자식 앞에서 처벌받을 날도 머지않았다. 부부관계의 개입을 넘어 최후의 방어선인 부모, 자식 간의 관계에도 법이 끼어들게 될 판이다. 이게 다 일부 못된 아빠, 엄마들에게서 비롯된 어른들의 자업자득이니 어찌하겠는가. 권위는 타인, 대중, 국민의 인정을 받고 그들이 자발적으로 따른다는 점에서 물리적인 권력과 구별된다. 권위는 혼돈에 빠진 사회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해 주는 사회적 심판,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한다. 권위는 정의롭게 행사할 때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유지된다. 국민 대중은 공정한 권위일수록 잘 복종하고 존경심을 갖게 된다. 아빠의 권위에 대한 사망선고는 예견됐다. 권위 실종의 예고편은 벌써 다른 곳에서 있었다. 그림자도 밟히지 않는다던 스승의 권위, 교권이 짓밟히기 시작한 것은 수십 년 전이다. 사회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그릇된 길로 가는 이들에게 바른길을 알려주는 큰 어른, 원로의 권위는 존재 여부를 의심할 만큼 실종된 상태다. ‘꼰대’ 소리를 듣고 ‘태극기’ 취급을 받기 싫어서 스스로 꼬리를 내리고 자취를 감춰 버렸다. 언론의 권위는 붕괴 직전이다. 그 또한 자승자박이고 업보인 것은 맞다. 정경유착만큼이나 권언유착의 굴레를 벗고자 언론은 자기정화의 길을 걸어왔으나 여전히 미흡하다. 권력과의 야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권위 회복은 요원할 뿐이다. 독재시대에는 정론과 직필을 외치고 인정받는 언론도 있었지만, 지금은 어느 언론이 직필(直筆)이고 누가 곡필(曲筆)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내 편이면 직필이고 남의 편이면 곡필, ‘기레기’다. 언론이 진영의 틀에 갇히고, 또 가두는 이상 정론직필의 부활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영혼은 없고 권세만 있는 정부나 권력을 뛰어넘는 초권력,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국회를 놓고 권위를 논하는 것은 좋은 의미의 권위를 모독하는 것과 같다. ‘권위 있는 공무원’이나 ‘권위 있는 국회의원’이라는 말이 어색해 보이는 것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권위로 승화시키지 못하고 나쁜 권력으로 남용해 왔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 감사를 놓고 ‘갈지자 감사’를 몇 번이나 선보였던 감사원이 권위를 지켰다고 스스로 말할 수 있겠는가. 최종 기댈 곳이 사법부, 검찰이라지만 기대난망이다. 그들이 흔드는 정치적 중립이란 하얀 깃발에 이런 색, 저런 색이 번히 보이는데 그 속에서 권위와 신뢰, 독립을 떠올리기는 힘들다. 그런 검찰과 사법부에서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는다는 것은 요행에 가깝다. 법무부 장관 편과 검찰총장 편으로 갈라진 희한한 검찰이나, 적폐청산 논란으로 완전히 쪼개진 법원을 보면 특히 사념적인 문제로 수사나 재판을 받는 사람들은 한마디로 ‘뽑기’를 잘해야 한다. 어제까지 심판으로 휘슬을 불고 다니다 오늘 선수로 뛰는 그들의 과거 판단을 공정하다고 믿고 싶어도 믿지 못한다. 권위의 엄숙함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고 권력의 꽁무니만 좇는 불나방이란 말이 어울린다. 정치에 굴종하며 자진해서 권위를 버린 검찰과 사법부의 흑역사가 이 시대에 종식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사람은 없다. 권위의 주축이 이런 모습이니 사회가 혼란스럽고 대중이 갈팡질팡할 때 옳은 길로 인도해 줄 중심추 역할을 할 누군가가 없다. 내우외환의 시기에 나라와 정부에 목소리를 내며 고언을 해 줄 ‘어르신’은 어디 있는가. 정의와 불의, 가야 할 길과 가지 말아야 할 길 사이의 구분선도 없는 혼돈 속에서 그저 목소리 크고 자기 주장이 강한 사람만이 이기는 중구난방의 세상이 된다. 권위 없는 심판이 진행하는 경기가 공정할 수는 없다. 권위 실종은 정의 상실을 부르고 정의 상실은 이전투구, 약육강식의 아수라장을 조성해 그 속에서 사이비만 날뛰게 된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속은 썩는 것이다. 권위의 출발점은 다른 사람을 인정하는 데 있다. 권위자의 자격이 충분한데도 인정해 주지 않는다면 권위자가 될 수 없다. 권위는 무너지기는 쉬워도 다시 세우기는 여간 어렵지 않다. 먼저 신뢰를 회복하고자 노력해야 하고 그러자면 어떤 조직이나 사람이나 흔들리지 않고 부당한 권력, 불의와 맞서 싸울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sonsj@seoul.co.kr
  • LA 한인들도 “지금은 BLACK으로 연대할 때”

    LA 한인들도 “지금은 BLACK으로 연대할 때”

    한인 사회도 경제적인 큰 타격 불구 “약탈자와 분리해 봐야” 시위대 지지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관련해 미국 내 시위가 연일 이어지면서 한인 사회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한인들은 코로나19로 지난 두 달여간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차별을 겪은 뒤인 만큼 피해가 더 큰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한인들은 “지금은 블랙(Black·흑인)의 이름으로 힘을 모을 때”라고 입을 모았다. 로스앤젤레스(LA) 한인타운에서 23년간 거주한 지근옥(58)씨는 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종차별적이고 백인 우월주의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조지 플로이드 시위로 터져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은 미국이 코로나19로 인한 조치들을 서서히 풀 때 즈음 발생했다. 지씨는 “통행금지 시간이 생기고 일상생활은 물론 경제적인 상황도 좋지 않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지씨는 이번 시위의 취지에 깊이 공감한다고 했다. 지씨는 “시위는 평화로 돌아서고 있고, 시위대와 약탈자는 분리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시위는 평화 양상으로 돌아섰다. LA에 거주하는 지성운(36)씨는 “지난 4일 할리우드 시위에 참석했는데 시위대 사이에서도 ‘과격한 행동은 피하자’며 서로 제지하는 분위기였고 경찰들도 시위대와 충돌하지 않는 등 평온했다”고 회상했다. 물론 이번 시위는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1992년 ‘LA 폭동’을 떠올리게 한 탓이다. 당시 흑인과 백인 간 갈등이 애꿎은 한인 사회로 튀며 한인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이번에도 피해는 컸다.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150개 한인 상점에서 약탈 등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공관에 접수됐다. 이주향(55) 미동북부한인회연합회 회장은 “뉴욕, 뉴저지, 필라델피아는 다른 곳보다 시위가 과격하다. 피해 보고를 꺼리는 사람들까지 합하면 실제 한인 피해는 더 클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한인들 사이에서는 시위에 공감하고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단 한 번의 시위 참여로 인종차별이라는 오랜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진 않겠지만 그럼에도 “행동해야 한다”고 믿는다. 텍사스주에서 22년째 거주 중인 최종원(53)씨의 딸 역시 얼마 전 평화 시위에 동참했다. 최씨는 “인종차별은 해묵은 논쟁이지만 현재진행형”이라며 “폭력적 진압과 같은 잘못된 수사 관행에 대한 시민들의 문제 제기가 있어야만 정치인이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코로나19로 맞물린 미국 내 시위로 이중고 겪는 한인들 “그래도 지금은 Black으로 연대”

    코로나19로 맞물린 미국 내 시위로 이중고 겪는 한인들 “그래도 지금은 Black으로 연대”

    미국 내 한인들에게 ‘조지 플로이드 사건’ 항의 시위를 묻다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관련해 미국 내 시위가 연일 이어지면서 한인 사회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한인들은 코로나19로 지난 두 달여간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차별을 겪은 뒤인 만큼 피해가 더 큰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한인들은 “지금은 Black(흑인)의 이름으로 힘을 모을 때”라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에 시위까지…한인들의 이중고 LA 한인타운에서 23년간 거주한 지근옥(58)씨는 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종차별적이고 백인우월주의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조지 플로이드 시위로 터져 나온 것 같다”고 했다. 무역업을 해온 지씨는 코로나19 당시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여전히 미국 사회에 뿌리 박힌 인종차별을 느꼈다. 지씨는 “한창 코로나19가 확산될 때, 백인들이 한인들이 모는 우버 택시는 탑승하도고 다시 내리는 등 차별이 종종 있었다”고 회상했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은 미국이 코로나19로 인한 조치들을 서서히 풀 때 즈음 발생했다. 지씨는 “통행금지 시간이 생기고 일상생활은 물론 경제적인 상황도 여전히 좋지 않은 말 그대로 ‘이중고’”라고 했다. 그럼에도 지씨는 이번 시위의 취지에 깊이 공감한다고 했다. 지씨는 “한인 상점도 약탈로 피해를 본 것은 사실이지만 분명히 시위는 평화로 돌아서고 있고, 시위대와 약탈자는 분리해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평화 분위기로 돌아선 ‘조지 플로이드 시위’ 실제로 미국 내부의 분위기도 평화 시위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LA에서 한인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미국레이TV’ 채널의 지성운(36)씨는 “지난 4일 할리우드에서 열리는 시위에 참석했는데 큰 충돌 없이 시위대가 평화적으로 시위를 하고 있었다”면서 “시위대들 사이에서도 약탈자들이 나오지 않도록 제지시키는 분위기였고 경찰들도 시위대로 충돌하지 않고 함께 하는 등 분위기는 대체로 평온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 유학생인 김중연(28)씨 역시 “초반에는 가게를 파괴하거나 그래피티를 그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서로 자제하자는 분위기로 변하고 있다”면서 “처음 의도와 벗어나면 오히려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했다.92년 LA 폭동 떠올리게 한 ‘조지 플로이드 시위’?…“그 때와는 다르다” 특히 한인들에게 이번 ‘조지 플로이드 시위’는 92년 ‘LA 폭동’을 떠올리게 했다. LA 폭동은 교통신호를 어긴 흑인 로드니 킹을 집단폭행한 백인 경찰관이 무죄 판결을 받은 데에 대해 흑인들이 격분해 난동을 일으킨 사건이다. 당시 흑인과 백인 간 갈등이 애꿎은 한인사회로 튀며 한인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 한인들은 흑인을 대상으로 하는 업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아 쉽게 피해의 대상이 됐다. 당시 기억을 바탕으로 LA 한인들은 이번 시위에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그때와는 달라진 한인들의 위상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지씨는 “그 때와는 분위기가 천지차이”라면서 “그간 한인들은 홈리스 흑인이나 히스패닉계를 돕는 등 사회적인 활동도 많이 해 왔다”고 했다. 캘리포니아 주방위군도 군 병력을 곧바로 전격 투입했고, 한인들은 재미 해병전우회 회원 등으로 구성된 ‘커뮤니티 비상 순찰대’도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에도 한인들의 피해는 작지 않았다. 지역 별로 시위의 정도나 강도가 달랐다. 지난 6일 기준, 외교부에 따르면 미국 내 150개 한인 상점에서 약탈 등 재산 피해 발생했다는 신고가 현지 공관 접수됐다. 뉴저지에 사는 이주향 미동북부한인회연합회 회장은 “뉴욕, 뉴저지, 필라델피아는 다른 곳보다 시위가 과격한 편”이라면서 “피해 보고하기 꺼려하는 한인들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실제로 피해는 더 클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인들도 “Black 이름으로 연대할 때” 그럼에도 한인들은 시위의 취지 자체에 공감하거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다. 단 한 번의 시위 참여로 인종차별이라는 미국의 오랜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진 않겠지만, 그럼에도 한인들은 “행동해야 한다”고 믿는다. 뉴저지에 거주 중인 소리나(30)씨는 “피부색을 이유로 폭력의 희생양이 되는 일은 누구에게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면서 “모든 사람들이 Black(흑인)의 이름으로 연대할 때”라고 말했다.지난 6일 LA에서는 한인들이 ‘BLM(Black Lives Matter·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을 지지하는 아시안·태평양 주민 모임’이 주최한 시위를 주도하기도 했다. 텍사스주에서 22년째 거주 중인 최종원(53)씨의 딸 역시 얼마 전 자신의 동네에서 열린 평화 시위에 동참했다. 최씨는 “인종차별은 미국 내에서 해묵은 논쟁이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면서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과 같은 잘못된 수사 관행에 대한 시민들의 문제제기가 있어야만 정치인이 행동할 것”이라고 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임지연의 내가갔다, 하와이] 대규모 평화시위 열린 날, 명품관 일제히 문 닫아

    [임지연의 내가갔다, 하와이] 대규모 평화시위 열린 날, 명품관 일제히 문 닫아

    미국 하와이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항의하는 대규모 평화 시위가 열렸다. 6일 정오를 기점으로 하와이섬(빅아일랜드)과 오아후섬, 마우이섬 그리고 카우아이섬 등 크고 작은 섬 네 곳에서 동시에 시작된 이번 시위의 규모는 주민 몇만 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앞서 몇 차례 열렸던 시위 규모를 크게 넘어선 것이었다. 이번 평화 시위 중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린 곳은 오아후 호놀룰루 알라모아나 해변이었다. 지난 5일 이날과 다음날인 7일 연이어 대규모 평화 시위가 열린다고 예고됐지만, 애초 약 2000명의 인파가 모일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런데 이날 정오부터 알라모아나 해변을 시작으로 모여든 시위대의 규모는 최소 1만 명을 넘어섰다고 주최 측은 추산했다.수많은 인파가 알라모아나 해변에 집결해 주의회 방향으로 이동할수록 자발적으로 모인 시위참가자의 수는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시위 참가자들의 손에는 저마다 △‘침묵은 곧 불의에 대한 동의다’ △‘우리 사회에 정의는 아직인가’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 △‘폭력 경찰에 대한 정부 지원을 중단하라’ △‘인권 문제는 흑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등 다양한 문구를 손으로 쓴 플래카드가 들려 있었다.이들 시위대는 알라모아나 해변에서 주의회까지 약 2시간에 걸쳐 행진했고, 폭력 경찰의 만행과 흑인에 대한 불평등 대우 개선 등을 요구했다. 특히 일부 참가자는 경찰의 계속된 폭력에 대해 “정부의 지원금과 인력 충원 등을 중지해야 한다”며 한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특히 이날 시위가 눈에 띈 점은 시위가 계속되는 동안 평화적인 분위기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참가 주민들은 흑인에 대한 경찰의 폭력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지만, 현장은 평화적인 방법의 시위를 지향하자는 자체적인 목소리에 힘이 실린 분위기였다. 이는 앞서 미국 본토에서 열린 시위 중 일부가 과격하게 진행된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 때문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날 시위 참가자 중에는 자녀를 동반한 가족 단위의 시위대가 다수였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혔다. 앞서 진행됐던 시위 참가자의 상당수가 10~30대의 청년이 주축이었다는 점과 달라진 것이다.시위대의 행진이 시작된 알라모아나 해변 인근의 교통은 50여 분 동안 심각한 정체를 겪었다. 하지만 일대 주민들은 질서 정연한 평화 시위를 지지, 알라모아나 해변에서 주의회로 이어지는 4차선 도로 가운데 2개의 대로를 시위대 전용으로 내어줬다. 이 과정에서 도로 위에 발이 묶인 운전자들은 약 50분 동안 움직이지 못하는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이들 운전자는 단 한 차례도 경적을 울리지 않았다. 오히려 상당수 운전자는 운전석 창문 밖으로 시위대의 행진에 응원의 목소리를 전하는 등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현지 경찰은 만약의 폭력 사태에 대비해 행진하는 시위대를 둘러싸고 다수의 경찰 인력을 투입하는 등 한때 긴장감을 조성하기도 했다. 이들 경찰은 시위대의 규모가 급격히 늘자 현지 유력언론을 통해 호놀룰루시 중심의 교통 혼잡 상황을 예고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는 모습이었다. 시위가 시작된 알라모아나 해변 인근에는 경찰 차량 7대와 헬기 2대가 시위대를 포위했으며, 도보로 이동하는 시위대 이동 경로를 따라 자전거에 탑승한 채 이동하는 경찰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시위가 고조된 이후에도 단 한 차례도 경찰 인력과의 충돌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날 시위는 평화적인 분위기 속에서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게다가 일부 경찰은 도보로 이동할 때 시위 참가자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반면 이날 시위대가 집결했던 알라모아나 해변 인근의 대형 쇼핑몰에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일부 명품관이 문을 닫는 등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시위를 앞두고 호놀룰루에 있는 대형 쇼핑몰인 알라모아나(Alamoa)에 입점한 명품관들은 일제히 문을 닫은 것이다.알라모아나는 미국에서도 가장 큰 규모의 실내 쇼핑몰로 꼽힌다. 주로 해외 명품 브랜드 업체가 입점한 알라모아나 매장 가운데 이날 외부인의 접근은 차단한 채 문을 굳게 걸어 잠근 곳은 △에르메스 △구찌 △샤넬 △까르띠에 등 고가 브랜드 업체였다. 이들 브랜드 업체는 지난 5일 해당 매장 전면에 외부인의 접근 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보호벽을 추가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평소 해당 브랜드 제품이 진열되는 매장 입구 유리벽 전면에는 6일 현재 대형 목판이 설치, 외부인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는 상태다. 또 해당 매장 인근에는 쇼핑몰에서 고용한 경비 인력이 이 일대에 시위대의 접근을 감시 감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현지 언론은 주말 이틀 동안 연이어 진행될 것으로 알려진 현지 시위대가 상점 내부로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런 보호막을 설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미국 본토 상당수 상점이 일부 과격 시위대에 의해 약탈 등 재산상의 손해를 입은 바 있다. 더욱이 이날 시위를 앞두고 지난 5일에는 현지 SNS상에서 이번 주말 동안 진행될 예정인 시위 참가자 가운데 미국 본토에서 상륙한 일부 급진적인 성향의 시위대가 참여할 것이라는 소문이 일파만파 번진 바 있다. 때문에 일부 고가의 브랜드를 취급하는 상점에서는 급진적 성향의 시위대가 접근, 약탈할 우려를 방지하기 위해 이런 보호막을 설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현지 시각 6일 기준 미국 50개주 전역의 650곳의 도시에서 경찰의 과도한 진압에 의해 사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건 추모 시위가 진행됐다. 이날 기준 12일째 연이어 진행 중인 이번 시위에 대해 현지 언론은 미국 역사상 가장 광범위한 규모의 시위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날은 한국, 호주, 영국, 일본 등 해외 다수의 국가와 도시에서도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 추모 시위가 동시에 진행, 미국 민주당 의원들은 경찰의 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광범위한 제도 개혁 법안 마련을 이른 시일 안에 발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호놀룰루=임지연 통신원 808ddongcho@gmail.com
  • 창원 중앙로 최윤덕 장상 동상 세척

    창원 중앙로 최윤덕 장상 동상 세척

    경남 창원시는 3일 창원시청 옆 중앙로 입구 중간에 설치돼 있는 최윤덕 장상 동상을 세척하는 작업을 이날 실시했다고 밝혔다.창원 출신 최윤덕(1376~1445) 장상은 조선 초기 태종과 세종 때 무인으로 대마도 왜구와 북방 여진족을 토벌해 국가 기틀을 세우는데 공을 세운 창원의 대표 인물이다. 창원시는 600년 창원 역사 정체성을 확립하고 지역 출신 위대한 인물을 재조명해 후대에 귀감이 되도록 하기 위해 2010년 최윤덕 장상 동상을 건립했다. 시는 동상을 건립한 뒤 3년에 한번씩 세척작업을 해 황사와 미세먼지 차량 매연 등으로 오염된 동상을 깨끗하게 씻는다. 세척작업은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해 묵은 때를 벗겨내고 이물질 제거를 위해 다시 물로 씻는 작업을 한다. 물이 마르고 난 뒤 동상 표면에 세라믹코팅을 한다. 최윤덕 장상 동상은 길이 7.8m, 높이 6.5m, 무게 6t 규모 청동으로 최 장상이 말을 타고 활을 쏘는 기마상 모습이다. 길이 9.49m, 높이 6m, 폭 4.3m 화강석으로 된 좌대가 동상을 받치고 있다. 화강석 좌대에는 ‘창원이 낳은 위인 최윤덕 장상’이라는 제목의 취지문과 최윤덕 장상 정벌지인 한반도 지도, 연보 등이 새겨져 있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배민아의 일상공감] 캄보디아의 ‘수원행’ 버스가 그리운 까닭

    [배민아의 일상공감] 캄보디아의 ‘수원행’ 버스가 그리운 까닭

    몇 년 전 캄보디아 여행 중 한 소도시의 버스터미널에서 한국의 오래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한 풍경과 마주쳤다. 줄지어 대기하고 있는 차량들 중 절반 이상이 한글 안내판을 그대로 붙인 채 현역으로 주행하고 있는 한국산 중고 차량들이었는데 그중 우리가 탄 차량은 ‘수원행’이라는 행선지 표시 그대로 캄보디아의 작은 어촌 마을로 향하는, 폐차장에서도 환영받지 못할 정도의 낡은 차량이었다. 등받이 각도 조절 장치도 모두 고장 났고, 창문도 제각각 열린 채 고정돼 만지는 곳마다 뽀얗게 먼지와 묵은 때가 묻어나는 소형 버스였다. 목적지와 경로는 정해져 있지만 정류장이 아니어도 승객이 있으면 멈추고, 이미 만석이 됐지만 차량이 멈추면 앞뒷문을 가리지 않고 승객들은 매달리듯 버스에 오른다. 에어컨도 없이 삐걱대며 느리게 달리는 낡은 버스, 게다가 정원을 초과해 태운 승객들의 땀 냄새와 시장에서 막 옮겨 실은 축수산물들의 비릿한 냄새가 함께 엉키고, 심지어 열린 차창으로 비포장도로의 먼지와 매연을 모두 맞으며 달리는 버스 안 풍경은 딱 70, 80년대 한국을 재현한 영화의 한 장면이었다. 그런데 처음 터미널에서 탈 때 운전자에게 요금을 지불했던 우리와 달리 도중에 탄 승객들은 요금 지불을 하지 않는다. 아니 완전히 만차인 상태에서 몸만 겨우 차에 실었으니 요금을 지불하고 싶어도 운전자에게 다가갈 수 없는 상황이다. 승객들 역시 차비 낼 생각은 아예 없어 보인다. 지불한 차비가 한국 물가에 비하면 아주 소소한 금액이었지만 순간 무료로 이용하는 버스를 외국인인 우리에게만 부당하게 부담시킨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모든 상황이 조금 짜증스러워지려는 즈음 드디어 종착역에 도착했다. 흩어진 짐들을 꼼꼼히 챙긴 승객들이 앞문과 뒷문으로 쏟아져 내리는데 곧바로 제 갈 길로 향하지 않고 차량의 반을 돌아 운전석 옆 창가로 찾아가 차례로 자기가 탑승한 위치를 말하며 차비를 지불한다. 혼잡한 때에 탑승해 차비를 지불하지 못한 승객이 하차 후 직접 운전자를 찾아가 차비를, 심지어 소지한 짐의 부피가 큰 사람은 화물비까지 지불하고 있었다. 큰 금액이 아니었어도 초라한 행색의 그네들에게는 다소 부담이 될 수 있는 금액이었고 귀갓길 바쁜 걸음임에도 자신이 지불해야 할 요금을 정직하게 지불하고자 줄서서 대기하던 캄보디아 그 ‘수원’ 사람들의 모습은 아직도 미소 지으며 추억할 수 있는 다소 충격적이고도 인상적인 특별한 풍경이었다. 캄보디아 ‘수원’ 사람들의 양심적 행동과 순수함에 감탄하며 경제적 만족도와 주관적인 행복지수의 함수관계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던 우리에게 그들은 쉽게 답한다. ‘신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우리는 종교인이다’라고. 요즘은 종교가 세상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종교를 걱정하고 있는 때이다. 일부 종교지도자들의 일탈 행위와 비상식적인 무례한 행동들, 집단감염의 원인을 제공하는 비규범 종교집회 등에 눈살이 절로 찌푸려진다. 종교인의 한 사람으로 뉴스 기사나 인터넷의 여론을 살피다 낯부끄러운 일이 너무 많아 SNS를 닫고 싶어질 때면 캄보디아의 ‘수원행’ 버스가 문득 생각난다. 사회 곳곳에서 올곧게 하루를 살며 흘린 땀 냄새에 밴 성실함, 팔걸이에라도 걸터앉으라며 자신의 자리를 좁혀 주던 배려, 낯선 외국인에게도 장바구니 속 옥수수를 선뜻 건네주던 넉넉함, 사소한 이야기에 함께 깔깔대던 유쾌함, 출발지와 목적지에 따라 분명하게 대가를 치르던 공정함, 그리고 순서를 기다릴 줄 아는 질서의식까지, 그들에게 종교는 의식이 아니라 생활 그 자체였다. 여론에 역행하며 세상에 걱정을 안기는 종교인들에게 캄보디아 ‘수원행’ 버스 승객들의 한마디를 다시금 전하고 싶다. “우리는 종교인이다. 신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 Just don‘t do it.. 美 기업들 흑인 사망에 ‘이례적 목소리’

    Just don‘t do it.. 美 기업들 흑인 사망에 ‘이례적 목소리’

    백인 경찰 무릎에 눌려 사망한 사건에 미 기업들 이례적으로 사회적 메시지나이키 “아무 일도 없는 척 하지마라”넷플릭스 “침묵은 곧 동조, 흑인 소중”구글 “우리는 인종 평등을 추구한다”일각에서 계산된 메시지라는 평가도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백인 경찰의 무릎에 눌려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46) 사망 사건으로 미국 140개 도시로 시위가 번진 가운데 기업들도 지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나이키는 지난달 29일 자사의 광고 문구 ‘저스트 두 잇’(Just Do It)을 변형해 ‘돈 두 잇’(Don’t Do It)이라는 광고를 트위터에 올렸다. “미국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척 하지 마라”, “인종차별문제에 등을 돌리지 마라”, “변명을 하지 마라” 등의 내용을 담았다. 나이키는 2018년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제스처로 ‘무릎꿇기’를 등장시킨 미국 프로미식축구리그(NFL) 선수 콜린 캐퍼닉을 저스트 두 잇 30주년 광고 모델로 발탁한 바 있다. 캐퍼닉은 2016년 한 경기에서 미국 경찰의 총격으로 흑인이 잇따라 사망하는 데 대한 항의 표시로 미국 국가가 연주될 때 국민의례 대신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그는 당시 흑인을 탄압하는 국가의 국기에 경의를 표하려 일어설 수 없다고 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는 31일 ‘침묵은 곧 동조다.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또 ‘우리는 플랫폼이 있다. 그리고 흑인 구성원과 창작자에 대해 이야기할 의무도 있다’고 했다. 구글은 메인 검색 화면에 “우리는 인종 평등을 추구하는 모든 이들을 지지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외 팀 쿡 애플 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모든 이들을 위해 더 나은, 더 정의로운 세계를 만드는 데 헌신해야 한다”고 했고,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CEO는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트윗을 올렸다. 기업들이 사회적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이례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익을 계산한 행보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강정호 판결문으로 돌아본 KBO 징계의 부적절함

    강정호 판결문으로 돌아본 KBO 징계의 부적절함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5일 강정호의 음주운전에 대해 1년 유기실격(자격정지)이라는 ‘솜방망이’ 징계를 내리면서 2016년의 음주운전 사고에 2018년에 신설된 음주운전 징계 기준을 소급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제시했다. 하지만 27일 서울신문 확인 결과 KBO 규약에는 사실상 징계를 소급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조항이 있다. 또 KBO 총재가 직권으로 소급 적용해 징계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조항도 있다. 이에 따라 KBO가 규약을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해석해 음주운전 징계 수위를 낮춘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다. 법원이 공시한 판결문에 따르면, 강정호는 2016년 12월 2일 오전 2시 48분쯤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일으킨 뒤 사고 현장을 수습 없이 떠났는데 동승자였던 그의 중학교 동창 A씨가 혐의를 대신 뒤집어 쓰려 했던 정황이 드러난다. A씨는 범인 도피 혐의로 강정호와 함께 재판을 받은 뒤 3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당시 A씨는 오전 2시 57분쯤 강정호가 묵은 서울 강남구 호텔 주차장으로 뒤쫓아 온 경찰에게 자신이 교통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진술했고, 같은 날 오전 3시 30분쯤 서울강남경찰서 사무실에서 조사를 받을 때도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 하지만 블랙박스에 강정호가 운전한 것이 드러나자 진술을 번복했다. 이에 대해 당시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방법원 조광국 판사는 판결문에 “사고 당시 운전자가 누구였는지 허위의 진술을 하여 형사사법작용을 방해한 것으로서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썼다. 다만 “피고인이 수사 진행 도중에 최초의 잘못된 진술을 바로잡아 실질적으로 형사사법작용 방해가 일어나지 않은 점, 범죄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이 사건 이전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을 들어 혐의를 참작했다. 일각에서는 음주운전으로 인명 피해를 일으키지 않았으니 죄의 경중을 다르게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원은 “도로시설물 수리비 665만 6606원, 택시 수리비 50만원, 에쿠스 승용차 수리비 870만원 상당이 들도록 손괴하고도 즉시 정차하여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도주하였다”고 썼다. 자칫 파손된 가드레일에 부딪혀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고 방치된 장해물로 인해 2차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아직도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당시 한 시민이 찍어 올린 사고 현장 사진이 확인된다. 그럼에도 KBO가 상벌위의 징계 결과 발표 직후 설명한 ‘법리’는 ‘강정호 봐주기’를 위한 도구로 악용됐다. 과거에 일어난 죄를 당시에 없던 법을 소급하여 처벌할 수 없다는 ‘형벌 불소급의 원칙’은 형사처벌을 내리는 법원 등 사법기관에서 적용하는 법리다. 사단법인인 KBO의 규약은 그 내부에서만 효력을 가진다. 즉, 사법기관의 유무죄 판단과 관계 없이 중대한 도덕적 결함이 발견된다면 더 무거운 징계를 내릴 수도 있다. KBO 규약 부칙 제3조 경과규정에는 ‘KBO 규약 시행일 이전에 이루어진 모든 행위는 KBO 규약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으로 본다’고 돼 있다. 이는 신설된 규약을 소급 적용하거나 징계 양정 기준으로 삼았어도 KBO가 겪을 ‘법리적 문제’는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게다가 부칙 제1조에는 ‘총재는 리그의 무궁한 발전과 KBO의 권익을 증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KBO 규약에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은 사항에 대하여도 제재를 내리는 등 적절한 강제조치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즉, 신설된 규약 없이도 KBO 총재 직권으로 국민 상식이 동의하는 도덕률에 기초해 충분히 적절한 징계 수위를 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클린 베이스볼을 주창한 정운찬 총재의 KBO는 자신들이 만든 규약의 정신에 위배되는 논리를 제시하며 경징계를 내렸다. 이에 대해 KBO 관계자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KBO 총재 아래 있는 상벌위원회에서도 경과규정 등 부칙 등을 알고 있고 충분히 법리적 검토를 한 뒤에 결정을 내렸다”며 “리그 상벌에 관한 최종 권한은 물론 KBO 총재에게 있고 총재는 경과 규정이 없어도 모든 것을 할 수는 있지만 역대 총재들도 상과 벌을 정할 때 자의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각종 위원회로부터 조언을 받아서 결정해 왔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상벌위에서는 법리적인 부분 등을 포함해 여러 분야의 전문위원이 모여 판단을 했다”고 해명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1980년 시민군 ‘생명’ 된 주먹밥… 2020년 빛고을 명물로 ‘부활 꿈’

    1980년 시민군 ‘생명’ 된 주먹밥… 2020년 빛고을 명물로 ‘부활 꿈’

    40년 전 광주 어머니들은 계엄군에 맞서 싸우는 시민군들에게 주먹밥을 뭉쳐 건넸다. 흰 쌀밥에 소금으로 간을 한 주먹밥은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생명’이나 다름없었다. 외부로부터 고립된 1980년 5월 18~27일 10일간은 공포와 두려움 속에 버틴 나날이었다. 전통시장인 양동시장 등지에서 장사하던 아주머니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대로변과 주택가 골목 등지에 솥단지를 내다 걸고 밥을 했다. 아주머니들은 “밥 먹고 힘내 이겨내자”며 밥을 뭉쳐 나눠 줬다. 광주의 ‘주먹밥’은 그렇게 탄생했다. 이 지역에서 주먹밥이 ‘나눔’과 ‘연대’를 상징하는 음식으로 통하는 이유다.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즈음해 주먹밥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한 협동조합은 ‘주먹빵’을 만들어 ‘1980년 5월’의 공동체 정신을 나누고 있다. 5·18이 음식으로 부활한 격이다. 광주시도 이런 의미가 깃든 주먹밥과 주먹빵을 지역 대표음식으로 만들기 위해 레시피 개발과 판매점 확대에 나섰다. 자치구도 전문가 등이 참여한 가운데 주먹밥 메뉴를 개발·보급하는 등 힘을 보탠다. ●광주 주먹밥 전문점 1호 ‘밥콘서트’ 19일 낮 12시쯤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인근 ‘밥콘서트’에는 20~30대로 보이는 남녀 2명이 ‘5180 주먹밥세트’를 시켜 놓고 자리를 잡았다. 상추와 튀김, 김가루를 묻힌 주먹밥이 맛깔스럽게 차려졌다. 한 손님은 “주먹밥세트는 당근·오이·삼겹살 등 식재료가 한데 섞이면서 맛도 좋지만 색깔도 예쁘다”며 휴대전화 카메라를 눌러 댄다. 밥콘서트는 모두 16종의 주먹밥 메뉴와 차돌박이편백찜, 불고기뚝배기 등 다양한 곁들임 메뉴를 판매한다. 대표 메뉴인 5180 주먹밥세트는 매일 주먹밥 2종류와 상추튀김, 멸치국수, 떡볶이, 샐러드 등이 곁들여진다. 가격은 5180원(부가세 제외)이다. 무등산나물주먹밥, 주먹밥과 달걀로 눈사람 모양을 꾸며낸 낙지볶음주먹밥, 여럿이 함께 먹을 수 있는 플라워주먹밥, 아이들의 입맛을 고려한 돈가스주먹밥 등도 있다. 밥콘서트는 지난 2월 초 문 연 ‘광주 주먹밥 전문점 1호’다. 그러나 이틀 만에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발생하면서 애로를 겪고 있다. 청년 셰프 권영덕(31) 대표는 “주먹밥을 광주 상징 음식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로 뛰어들었으나 감염병 여파로 손님은 크게 늘지 않는다”며 “그러나 미래를 보고 새로운 메뉴 개발과 맛 개선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은 아시아문화전당·충장로·오피스 빌딩 등과 이웃해 젊은층이 많이 오가 이들의 입맛 공략을 위해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루 2만여명이 오가는 호남의 관문 호남고속철(KTX) 광주송정역사 2층 대합실에도 주먹밥을 파는 ‘광주주먹밥·오백국수’점이 있다. 특히 외지인들이 드나드는 만큼 광주 주먹밥을 전국으로 알리기에 안성맞춤이다. 국수를 곁들인 주먹밥세트가 주메뉴다.최근 광주를 다녀간 김희택(57·서울 동작구)씨는 “서울행 열차 출발 시간이 빠듯해서 주먹밥을 시켜 먹었다”며 “김가루와 멸치·참치·깨소금·참기름 등이 섞인 주먹밥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맛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역에서는 주먹밥이 간편 대용식으로 인기다. 코로나19가 창궐했던 지난 3월 중순, 광주 서구의 한 식당에는 오월어머니집 회원들이 새벽부터 몰려들었다. 코로나19 극복에 고군분투하는 대구 의료진에게 주먹밥을 만들어 보내기 위해서였다. 어머니들은 1980년 5월에 그랬던 것처럼 맛깔스런 주먹밥 도시락 518개를 만들었다. 반찬은 연잎줄기 나물·제육볶음·바나나·방울토마토·삶은 브로콜리였다. 도시락엔 ‘힘내요 대구! 응원해요 광주!’란 응원 엽서를 동봉했다. 이명자 오월어머니집 관장은 “40년 전보다 고급 재료가 훨씬 많이 들어가 맛도 뛰어나고 당시 나눔과 연대의 정신까지 담았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지난해부터 전문가 11종과 시민공모 20종의 레시피를 개발해 8곳에 보급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이 취임한 이후 ‘상상과 나눔’이 깃든 주먹밥을 브랜드화하고 있다. 시는 지난해 5월 광주대표음식 페스티벌과 100인 토론회를 갖고 주먹밥, 상추튀김, 무등산보리밥, 송정리떡갈비, 오리탕, 육전, 계절한정식 등 7개 종목을 대표음식으로 선정했다. 같은 해 6~7월 전문가가 참여, 11종의 레시피를 개발했다. 힘난다찰주먹밥, 힘난다주먹밥, 묵은지불고기주먹밥, 깍두기볶음주먹밥, 떡갈비주먹밥, 매콤낙지주먹밥, 애웁닭주먹밥, 나물비빔주먹밥, 멸치주먹밥, 햄꽃주먹밥, 계란주먹밥 등이다. 이어 주먹밥 레시피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 공모전과 전문점 1곳·판매점 8곳을 지정했다. 올해부터는 광주디자인진흥원 주도로 이미지 브랜드 등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전문점을 육성하고 판매업소를 확대한다. 전일빌딩 245 4층에 주먹밥 체험관을 운영하고 ‘광주마케팅 청년트럭’의 주먹밥 판매 등도 지원한다. 또 포장 디자인과 창업 컨설팅 지원, 주먹밥 페스티벌, 온·오프라인 홍보 등으로 주먹밥을 널리 알린다.●마을협동조합, 오월주먹빵도 출시 ‘오월주먹빵을 아시나요.’ ‘5·18 스토리’를 입힌 주먹빵도 관심을 끌고 있다. 밀·보리 주산지인 광주 광산구 본량 마을 주민들은 지난 3월 ‘본빵협동조합’을 구성했다. 33명이 4900만원을 모았다.지역에서 나는 우리밀과 보리를 소비하고, 빵을 판 수익금은 마을 축제비용으로 충당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역의 한 제빵사가 재능기부로 제빵기술을 익히면서 모두 4종류의 빵을 개발했다. 마을 인근 건물을 임대해 제빵기를 들여놓고 훈련을 거듭했다. 3개월 만인 지난 6일 처음으로 ‘오월주먹빵’을 만들어 냈다. 빵 속은 양파와 느타리버섯 등을 다져 넣었다. 겉은 씹는 맛이 날 정도로 적당히 딱딱하고 속살은 부드러운 감칠맛이 난다. 제빵과 재료 준비 작업에는 보통 주민 조합원 5~10명이 번갈아 가면서 참여한다. 오월주먹빵은 입소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합 측은 이날 하루 동안 주먹빵 700개를 만들어 675개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8개들이 한 세트가 2만원, 낱개는 2500원이다. 광산구 공익지원센터가 빵에 스토리를 입히고 마케팅을 지원한다. 센터는 최근 처음 출시된 빵에 ‘오월주먹빵’이란 이름을 붙였다. 주먹빵 포장지에는 5·18 당시 가슴 먹먹한 사연을 새겨 넣었다. “쫓아오는 공수부대를 피해 건물 2층 미용실로 뛰어들었다. 미용실 주인은 ‘내 아들’이라며 공수부대원을 쫓아냈다. 아주머니가 수협건물 앞까지 바래다주었다”, “마지막으로 부모님 얼굴이라도 뵐 생각에 농성동 집으로 갔다. 속옷을 갈아입고 아버지께 큰절을 드리고 나오려는데 아버지가 눈물을 흘렸다. ‘어디를 가는 것이냐’ ‘엄마를 찾아서 금방 올게요’ 거짓말을 하고 집을 나섰다” 등이다 공익지원센터는 사연 33개를 한국현대사료연구소가 1990년 발간한 ‘광주오월민중항쟁사료전집’에서 뽑아냈다. 노란색 포장지마다 한 문장씩을 새겨 넣었다. 빵 8~10개들이 1세트를 사면 사연이 각각 다른 포장지가 눈에 띈다. 구매자에겐 빵 외에 ‘오월서한’ 33개 전부를 정리한 사연 묶음집, 5·18민중항쟁 10일간 시간대별 기록 등도 함께 배달된다. 광주의 오월을 알리는 자료가 빵 포장지에 담겨 자연스레 소비자에게 다가간다. 공익지원센터 홍보팀 김창헌씨는 “주민들이 조합을 구성할 때 마을사업설명회, 참여자 모집, 서류 보충 등 허드렛일을 지원했다”며 “오월주먹빵 판매가 잘되면 노인 부업과 자녀 일자리 마련 등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황금빛 사프란, 이토록 비싼 향신료라니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황금빛 사프란, 이토록 비싼 향신료라니

    ‘세계에서 가장 비싼 향신료’, ‘황금보다 비싼 식재료’. 사프란에 따라붙는 수식어다. 이런 최상급 수식어는 해묵은 이야기일지라도 언제나 대중의 이목을 잡아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에 동하지 않기란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앞에 두고 맛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이런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대체 사프란은 어떤 식재료이길래 황금보다 비싸다는 대접을 받는 것일까. 사프란이 비싼 식재료인 것은 재배할 수 있는 조건이 까다롭고 노동력이 어마어마하게 드는 데 비해 수확량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사프란은 붓꽃과의 식물인 사프란 크로커스의 붉은 암술대를 말한다. 1년 중 가을에만 꽃을 피우는데 꽃을 손수 따서 암술을 분리한 후 건조해 만든다. 암술은 작고 연약해 기계로 수확하기 어렵다. 사프란 1㎏을 얻기 위해선 15만 송이의 꽃을 따야 한다. 한 사람이 400시간 이상 노동해야 수확할 수 있는 양이다. 게다가 수확 가능한 시간은 단 2주. 사람 손이 많이 간다는 건 곧 인건비 상승으로 연결된다. 다행인 건 사프란 꽃이 햇빛을 고스란히 받는 들판을 좋아한다는 점이다. 만약 산속에서 자라는 야생화였다면 그 가치는 더 높아졌으리라. 사프란은 원산지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세계 생산량의 90% 이상이 중동 지역에서 나온다. 국제거래가 기준 중동산은 1g당 1~2유로 선. 스페인과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산과 미국산은 6~8유로 선에서 거래된다. 가장 비싼 사프란은 1g당 약 1만원인 셈이다. 요즘이야 금값이 치솟았지만, 사프란이 금보다 비싼 적도 있었다.이토록 비싼 사프란은 식재료로서 어떤 가치가 있을까. 우리 입맛을 기준으로 봤을 때 맛으론 딱히 매력이 없다. 약간의 쓴맛과 금속성의 날카로운 요오드 맛을 품고 있다. 품질이 좋은 사프란은 단맛도 난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우리가 익숙해질 만한 맛과 향과는 괴리가 있다. 중동과 유럽에서 사프란은 맛내기용보다는 식재료를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착색제로 사랑받았다. 보통 따뜻한 물에 불려 색을 우려낸 후 요리에 활용한다. 쌀을 익히거나 국물요리를 할 때 사프란을 넣으면 먹음직스러운 노란빛으로 물든다. 오래 열을 가해도 색이 거의 변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향신료가 그랬듯 사프란은 약용으로도 사용됐다. 주로 진정제와 소독제로 쓰였는데 로마인들은 사프란을 섞은 물을 실내 청정을 위해 곳곳에 뿌려 댔고, 흑사병이 창궐한 14세기 무렵 사프란이 다른 몇몇 향신료와 함께 병을 막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유럽에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기도 했다. 물론 그들이 기대한 만큼의 효과는 없었지만 말이다. 유럽의 대표적인 사프란 생산지는 스페인이다.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의 배경으로 유명한 라만차 지방의 사프란을 제일로 친다. 아랍인들은 약 800년간 이베리아반도에 머무르면서 사프란을 이용한 쌀요리를 스페인에 전했다. 오늘날 스페인 음식의 대명사로 불리는 황금빛 파에야가 그 유산이다. 이탈리아도 사프란 생산지로 손꼽힌다. ‘리소토 알라 밀라네제’는 파에야와 마찬가지로 사프란을 이용해 금빛으로 물들인 쌀요리다. 프랑스에서는 주로 부야베스 같은 해산물 요리에 사용한다.17세기까지만 해도 사프란은 유럽에서 요리사와 약제사 그리고 염색업자가 탐내는 인기 향신료였다. 맛의 불모지인 영국에서도 사프란이 재배됐는데 18세기를 맞이하면서 몇 가지 이유 때문에 사프란 경작지는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먼저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노동력이 농업에서 공업으로 집중됨에 따라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농업은 기피됐다. 같은 노동력과 시간이면 사프란을 재배하는 것보다 공장을 세우는 게 훨씬 이익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프란을 주로 소비하던 상류층의 취향이 바뀐 게 결정타를 날렸다. 사프란보다는 커피나 차, 바닐라 등 다른 향신료와 기호품에 더 관심을 쏟기 시작한 것이다. 사프란은 여전히 중동과 인도, 북아프리카 그리고 일부 유럽의 전통음식에 사용된다. 사프란 없이는 파에야를 노랗게 물들일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요리사들은 혀를 내두르면서도 사프란을 구매한다. 한국에 사프란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식재료로 치자가 있다. 말린 치자 열매는 맛과 향은 다소 다를지 모르나 사프란과 동일한 착색 성분을 갖고 있고 약효 또한 유사하다. 음식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려면 비싼 사프란보다 치자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강황도 향이 강하긴 하지만 착색제로 좋은 대안이 된다. 파랑새는 우리 가까이에 있는 법이다.
  • 문 대통령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바이러스 아닌 국민”

    문 대통령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바이러스 아닌 국민”

    여권 일각 ‘묵은 숙제’ 추진 시도에 우회적 경고 경제부총리 중심 ‘경제 중대본 체제’ 가동 지시도문재인 대통령은 20일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오직 국민”이라며 “국민들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정부와 함께 여당도 무한 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모든 역량을 국난 극복에 집중해달라”고 강조했다. 또한 “총선의 민의도 국난 극복에 다 함께 힘을 모으자는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여당의 압승으로 끝난 4·15총선 이후 첫 번째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첫째도 둘째도 국난 극복이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경제도 살려야 다음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여소야대 지형 속에 국정개혁 드라이브가 입법의 뒷받침을 받지 못했던 20대 국회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되는 만큼 코로나 19와 경제위기 등 국난극복의 무한책임 또한 여권에 있음을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더불어시민당 등 여권 일각에서 21대 국회 과제로 국가보안법 폐지 등 ‘묵은 숙제’를 언급하는 상황에 대한 우회적 경고로도 해석된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국면의 반작용으로 2004년 17대 총선에서 과반(152석)을 얻고도 ‘4개 개혁입법’(국가보안법 폐지, 사립학교법 및 언론관계법 개정, 과거사법 제정)에 나섰다가 입법도 실패하고 민생도 놓쳐 2006년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맛봤던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인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총선 직후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되새겨야 하며, 코로나19에 따른 국난극복과 민생 해결에 당정청의 모든 역량을 결집시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야당을 향해 “얼마 안 남은 20대 국회의 마지막 소임도, 21대 국회를 준비하는 마음 가짐도 국난 극복에 힘을 모으는 것이어야 한다”며 “야당도 지혜와 역량으로 경쟁하면서 국난 극복에 함께 협력해주시기 당부드린다. 야당 의견에도 언제든지 귀를 기울이어겠다”고 말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제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의 조속한 처리와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추가로 내놓을 수 있는 각종 대책 등에 대한 정치권의 협조를 구한 것이다.문 대통령은 “코로나 19의 세계적 대유행이 가져온 인명 피해와 경제·사회적 피해는 3차 세계대전이라 불러도 될 만큼 막심하고 혹독하고, 세계 경제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침체로 빠져들고 있다”고 진단한 뒤 “우리는 전쟁의 최선두에 있으며 반드시 승리해 희망을 만들어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도 위기를 가장 빠르게 극복한 나라, 위기 속에서 오히려 기회를 만들고 새로운 희망을 먼저 열어나간 선도 국가가 될 것”이라며 “국난 극복에 전폭적으로 힘을 모아주신 국민의 뜻을 되새기며 국민을 믿고 담대하게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전날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소 완화하되 다음달 5일까지 연장하기로 한 것과 관련, “세계적 상황으로 볼 때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일부 제한을 완화하면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연장한 것은 완전한 종식의 시간을 최대한 앞당기기 위한 것임을 국민들께서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불편하시더라도 조금만 더 참고 힘을 모아주시길 당부드린다”고 요청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정부의 비상경제 대응 체계를 강화하여 경제부총리가 중심이 되고, 범경제 부처가 모두 참여하는 ‘경제 중대본 체제’의 본격 가동을 준비해 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어 “K방역에 이어 K경제까지 위기 극복의 세계적 표준이 되겠다”며 “위기 극복의 DNA를 가진 위대한 우리 국민을 믿고 난국을 헤쳐 나가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묵은 때 벗는 장군님

    묵은 때 벗는 장군님

    9일 서울 광화문광장의 이순신 장군 동상이 세찬 물줄기를 맞으며 겨우내 쌓인 미세먼지와 묵은 때를 벗는 목욕을 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날 이순신 장군 동상뿐 아니라 같은 공간에 있는 세종대왕 동상도 세척했다. 금속 부식 등을 우려해 전문 장비(저압세척기)와 전문 인력이 투입됐다. 서울시는 매년 한 차례 새봄맞이 세척 작업을 한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바위 틈 발그레 핀 너… 물드는구나 나의 맘

    바위 틈 발그레 핀 너… 물드는구나 나의 맘

    단언컨대 여기는 진달래의 영토다. 칼처럼 뾰족 솟은 암봉도 지금 여기에선 꽃을 돋보이게 하는 보조 장치에 불과하다. 전남 강진의 덕룡산(德龍山). 고도는 낮아도 험하기가 설악의 용아장성을 뺨친다는 산이다. 그 산의 바위 벼랑 사이에 지금 연분홍 진달래가 장관이다. 진달래 하면 저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라는 애잔한 시구로 기억되는 꽃이다. 애이불비(哀而不悲)의 정한 가득한 진달래가 어떻게 험상궂은 바위 벼랑 틈마다 여린 꽃잎을 심어 둔 건지, 볼수록 신기하다. 그래도 이런 부조화의 아름다움이 좋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이 어우러지는 모습 말이다. 개체수가 많지 않으면 또 어떠랴. 노류장화처럼 흔천인 것보다 외려 이편이 더 낫다. 덕룡산은 찾는 이가 많지 않은 산이다. 그래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염두에 둬야 하니 가급적 올봄일랑 지면과 랜선으로 즐기시고 내년 봄을 기약하시길.덕룡산의 이름을 한글로 풀면 덕이 있는, 그러니까 후덕한 용의 모습을 한 산이라는 뜻이다. 뭐 용의 등뼈를 닮았다는 건 그렇다 치자. 창날처럼 솟은 희디흰 암봉들이 실제 꿈틀대는 백룡을 보는 듯하니까. 한데 덕이 있다는 것에는 선뜻 동의하기가 어렵다. 이 산은 두 팔과 두 다리를 모두 쓰고서야 겨우겨우 ‘등뼈’ 하나를 넘을 수 있다. 그런 암봉을 여러 개 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체력은 물론 멘탈까지 탈탈 털린다. 그런데 덕이 있다고? 용은 본 적이 없으니 현실에서 이 산줄기와 가장 닮은꼴을 찾으라면 지네다. 마치 지네의 발처럼 여러 산줄기를 이 마을 저 마을로 늘어뜨리고 갈지자로 꿈틀대는 듯하다. 멀리 월출산에서 일어선 산자락은 다산 정약용이 머물던 만덕산을 지나 석문산, 덕룡산, 주작산을 세운 뒤 해남 쪽 두륜산, 달마산을 거쳐 바다로 빠져든다. 그 장대한 줄기의 일단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자리에 주작산 일출전망대가 세워져 있다. 덕룡산은 주봉인 서봉(432.9m)과 동봉(420m)을 비롯해 크고 작은 다수의 암봉으로 이뤄져 있다. 우지끈 솟아오른 거대한 암봉들이 선사하는 장쾌한 풍경이 일품이다. 반면 찾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겨울철엔 하루 한 명 보기도 쉽지 않다. 진달래가 피는 이맘때는 사람들이 꽤 찾는다. 그것도 주말에 서울 등 대처에서 등산 단체가 찾을 때나 잠깐 북적댈 뿐이다. 덕룡산과 주작산은 이어져 있다. 사실상 한몸이나 다름없다. 덕룡산이라 따로 부르는 게 일반적이지만, 주작산에 딸린 봉우리로 여겨 ‘주작산 덕룡봉’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산꾼들 역시 주작과 덕룡을 이어 붙여 종주산행에 나서기도 한다. 이 경우 석문공원(소석문) 구름다리를 들머리 삼아 덕룡산 동봉~서봉~475봉(475m) 등을 거쳐 오소재로 내려선다. 거리가 무려 16㎞에 이른다. 노련한 산꾼이 숨만 쉬고 걸어도 7시간, 어지간한 이라면 9시간은 족히 걸린다. 물론 반대 코스도 가능하다. 가장 일반적인 건 소석문에서 출발해 수양마을 쪽으로 내려오는 코스다. 거리는 9㎞ 남짓. 6시간가량 걸린다.‘얄팍한 산행’에 나서는 이들도 있다. 만덕광업에서 곧바로 동봉으로 올라 인증샷만 찍고 내려온다. 이 경우 2시간 안팎이면 그럴싸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줄곧 오르막 구간이긴 해도 거리는 편도 1㎞ 미만이다. 덕룡의 두 핵심 봉우리를 돌아보는 코스도 있다. 수양마을에서 출발해 서봉, 동봉을 거쳐 만덕광업으로 하산하거나 수양마을로 원점회귀한다. 거리는 5㎞ 미만이다. 얄팍하기는 매한가지지만 강진 이곳저곳을 돌아봐야 하는 갈길 바쁜 관광객들에겐 이 단거리 코스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인다. 휴식 시간까지 포함해 4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오소재와 주작산 전망대, 소석문(석문공원) 구름다리 등의 명소는 하산해서 차로 돌아보면 된다. 덕룡산은 오르기 힘든 산이다. 암릉의 형태가 변화무쌍해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용의 등뼈’ 하나를 넘고 나면 또 다른 등뼈가 앞을 막아선다. 이 지역 산꾼들의 ‘라떼’ 시절엔 산에 철심은커녕 로프 하나 매달려 있지 않았다. 그 탓에 산행 시간도 10시간 이상 걸렸단다. 물론 암봉 아래에 우회로는 있다. 하지만 우회로로 가는 이는 거의 없다. 이는 암봉을 발아래에 둔 정복감, 아찔한 바위 벼랑에 서서 빼어난 풍경을 맞는 성취감을 포기하는 것과 진배없으니 말이다.요즘은 위험 지역에 로프를 매어 놓거나 ‘ㄷ’자 형 철심을 박아 뒀다. 그 덕에 산행 시간도 꽤 줄었고 좀더 안전해 졌다. 그래도 아찔한 구간은 여전히 많다.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정말 조심해야 한다. 그렇게 힘들여 암봉 위에 오르고 나면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풍경과 마주한다. 칼날이 여러 개 겹쳐진 듯한 암릉 사이사이마다 분홍빛 진달래가 보석처럼 박혀 있다. 고된 산행 끝에 만난 절경이라 그럴까. 과장 좀 보태, 신이 만든 정원에 실수로 발을 들인 듯한 느낌이다. 덕룡산 진달래는 대규모 군락을 이루는 경우가 드물다. 암릉과 산허리 등에 소박한 규모로 핀다. 여느 진달래 명산처럼 흐드러지지는 않았지만 외려 이 모습이 더 단정하고 아름답다.백룡의 등뼈에 올라타서 아래를 굽어보는 맛도 그만이다. 강진만과 다도해의 시원한 풍경이 발아래 펼쳐진다. 앞뒤로는 삼국지 장비의 장팔사모를 연상케 하는 뾰족한 암벽이 연달아 펼쳐진다. 쉽게 말해 눈 두는 곳마다 절경이다. 덕룡산 주변에 유명 관광지들이 많다. 백련사 동백숲은 자체가 천연기념물(151호)로 지정된 명소다. 수백년 묵은 고목 1500여그루에서 떨어진 동백꽃이 숲 바닥에 낭자하다. 산행 들머리인 석문공원은 ‘강진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곳이다. 요즘 강진의 랜드마크로 떠오른 가우도는 ‘강진만의 여의도’라고 불린다. 서울 여의도의 양 끝에 다리가 놓였듯, 가우도 역시 도암면, 대구면과 각기 다른 연륙인도교로 이어져 있다. 월출산 아래 터를 잡은 백운동 정원도 필수 방문 코스다. 담양의 소쇄원, 보길도의 부용동 등과 함께 호남 3대 정원이라 불린다. 글 사진 강진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얄팍한’ 덕룡산 산행의 들머리인 수양마을 주작산별빛마루펜션은 영업을 중지했다. 내비게이션 주소는 신전면 수양길 148-217이다. 옛 펜션 건물 조금 지나 공터에 차를 대면 된다. 만덕광업 쪽으로 오르는 이들도 꽤 많다. 광산 바로 앞에 작은 주차공간이 있다. -주작산휴양림은 강진 남쪽에서 가장 권할 만한 숙소다. 다만 현재는 코로나19로 폐쇄 중이다. 강진 읍내에선 프린스행복호텔이 깨끗하다. -강진 읍내에 오감통 먹거리장터가 있다. 강진을 대표하는 한정식, 토하비빔밥 등의 먹거리를 내는 집들이 몰려 있다. 칠량면의 청자식당은 바지락 회무침 비빔밥이 맛있는 집이다. 강진을 오갈 때 거치는 영암 학산면 독천리 일대에 낙지요리를 하는 식당들이 많다. 갈비와 낙지를 함께 끓인 갈낙탕, 연포탕 등 ‘혼밥’도 낸다.
  • 코로나 확산에 남녀 프로배구 V리그 잠정 중단

    코로나 확산에 남녀 프로배구 V리그 잠정 중단

    여자농구, 무관중으로 계속 진행 논란 동아시아, 월드컵 2차 예선 연기 합의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프로배구 V리그도 중단됐다. 남자 프로농구는 리그 중단 기간을 일단 4주로 정했다. 여자 프로농구만 무관중 상태로 리그를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2일 “코로나19 확산 방지 및 리그 구성원 안전을 위해 3일부터 V리그를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KOVO 사무실에서 열린 남녀 13개 구단 사무국장 긴급 실무위원회에서 참석자들이 한목소리로 리그 중단을 요청했고, KOVO는 오후 열린 팀장급 이상 임직원 회의를 통해 리그 중단을 결정했다. 최종 의결기구인 이사회는 지난달 28일 임시총회 때 연맹 결정을 따르기로 한 상태다. V리그는 지난달 25일부터 무관중 경기에 돌입했지만 선수단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리그를 그대로 진행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실제 지난주 흥국생명의 의무 트레이너가 고열 증세를 보여 팀에 비상이 걸렸다.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이 나왔지만 선수단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그러나 여자 프로농구(WKBL)는 이날 6개 구단 사무국장 회의를 통해 무관중 상태로 리그를 이어 가기로 합의했다. 한 관계자는 “리그를 진행하면서 선수들이 외부와 차단된 숙소에서 생활하도록 하는 게 오히려 건강을 지키는 길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하지만 남자 프로농구(KBL) 전주 KCC가 묵은 호텔에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다녀가면서 리그가 중단됐듯 단체 스포츠는 불시에 선수단 전원이 감염될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날 리그 중단에 돌입한 KBL은 긴급 이사회를 열고 오는 28일까지 4주간 정규리그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상황이 호전되면 리그 재개 일정을 앞당기고 사태가 진정되지 않을 땐 리그 종료 등 후속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날 한국, 중국, 일본 등이 참여한 아시아축구연맹(AFC) 동아시아 회원국 회의에서는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의 잔여 경기를 미루기로 합의가 이뤄졌다. 한국의 경우 3월과 6월 4경기가 남아 있다. 곧 서아시아 회원국, 국제축구연맹(FIFA)과의 협의를 통해 향후 일정이 확정될 예정이다. 대한양궁협회 역시 오는 10일로 예정된 국가대표 선발전을 4월 이후로 연기했다. 이달 중순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던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도 10월 중순 이후로 연기됐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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