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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스로 통조림 뚜껑 열어봐야지” 아홉살 딸 훈육시킨 아빠

    “스스로 통조림 뚜껑 열어봐야지” 아홉살 딸 훈육시킨 아빠

    미국인 아빠가 아홉 살 딸에게 스스로 콩 통조림 뚜껑을 열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배를 곯지 않으려면 직접 열어보라고 했다. 해서 딸은 할 수 없이 6시간 동안 통조림 뚜껑을 열려고 매달렸다. 아빠는 소셜미디어에 훌륭한 훈육법의 시범을 보였다고 자랑했다. 당연히 아동 학대라고 비난이 들끓었고, 결국 아빠는 포스팅을 삭제했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콩대가리 아빠(bean dad)”라고 빈정거렸다. 일부는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관종 짓을 하려고 얘기를 지어낸 것이라고 짐작하기도 했다고 영국 BBC가 4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팟캐스트 방송 ‘내 형제, 내 형제와 나’에서 음악을 담당하는 존 로더릭이 주인공이다. 지난 2일 트위터에 사연을 올렸다. 딸이 먼저 배가 고프니 콩을 구워달라고 아빠에게 부탁했다. 통조림 따개와 콩 통조림을 가져왔다. 아빠는 통조림 따개 사용법을 아느냐고 물었고, 딸은 모른다고 답했다. “아이에게 가르침을 전해야 할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묵시록에 나올 법한 아빠는 너무 즐거웠다.” 어떻게 열어야 하는지 설명했는데 딸아이는 여는 데 6시간이 걸렸다. “딸아이는 내 옆에서 툴툴거리고 징징대기만 했다. 공간을 파악하고 과정을 그려보며 작업 명령을 내리는 것 같은 일이 아니라 그애가 직관적으로 해내길 바랐다고 말해야겠다. 난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 딸은 결국 열어서 콩을 먹었다고 설명했다. 언론인 제이슨 슈라이어는 “이 세상에 혼자가 아니며 다른 이에게 도와주거나 응원해달라고 요청하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일은 엄청 값어치 있는 일이라고 느낀다”고 적었다. ‘브루클린 아빠’는 로더릭의 접근법은 “아둔한 짓”이라며 딸을 먹이며 어떻게 통조림 따개를 사용하는지 방법을 보여줬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그애는 아홉 살이다. 우리 중 몇몇은 배가 고프면 나이에 상관 없이 잘 배우지 못한다. 깜짝이야(Jeez)”라고 덧붙였다. 극히 소수는 로더릭이 자녀들을 제대로 훈육하는 모범을 보여줬다고 했다. “독립심과 개인의 성장이 얼마나 중요한지 가르쳐준다. 그는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으며 난 이보다 더한 것도 했으면 좋겠다고 바라게 만들었다”고 적은 이도 있었고 팟캐스트 팬 중에는 마치 배우가 연기하듯 쓰여져 있어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이도 있었다. 정작 로더릭은 댓글에 반응을 보이지 않고 포스팅을 삭제한 뒤 따로 해명의 글을 올렸다. “6시간은 끼니와 끼니 사이를 말한다. 정오에 점심을 들고 저녁을 6시에 들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아동학대라고 낙인 찍는다”고 억울해 하며 이런 반응이 “뜨악하다. 우리 애는 좋기만 하다”고 했다. 교사라고 밝힌 여성은 “아이들은 배가 고프지 않을 때 가장 잘 배운다. 모두는 각자 다르게, 다른 접근법으로 배운다. 누군가 애를 먹고 있을 때 돕는 손이 있으면 도움이 된다. 아이가 좌절해 눈물을 보이면 가르칠 순간을 잃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작가인 라첼린 말티즈는 아마도 아이가 배운 것은 부정적인 교훈일 것이라면서 “로더릭이 아이에게 가르친 것은 음식은 벌어서 먹는 것이며, 쟁여뒀다 먹는 것은 옳지 않으며, 먹지 않음으로써 스스로를 징계해야 하며, 남에게 도움을 청하는 일은 헛된 일이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이전 트윗을 샅샅이 뒤져 인종차별주의, 성차별, 동성애 혐오 등이 엿보인다고 비판하는 이도 있었다.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잡학의 대가‘ 켄 제닝스는 로더릭에 대해 “사랑 넘치고 애정이 많은 아빠”라며 “내가 그로부터 반유대 견해를 들은 적이 있다는 스크린샷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팟캐스트는 앞으로 로더릭의 음악을 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10년 간 총 170만 마리 야생동물 죽음…재미로 하는 ‘트로피 사냥’ 실체

    10년 간 총 170만 마리 야생동물 죽음…재미로 하는 ‘트로피 사냥’ 실체

    지난 10년간 야생동물 170만 마리가 ‘트로피 사냥’에 희생됐으며, 정치권이 그 뒤를 봐주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7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은 한 환경운동가의 신간 서적을 인용해 ‘트로피 사냥’의 구체적 학살 규모를 밝혔다. 환경운동가 에드와도 곤사우베스는 최근 서적에서 트로피 사냥산업과 정치권 사이의 결탁을 폭로했다. 곤사우베스는 “3분에 1마리씩, 10년간 170만 마리 야생동물이 ‘트로피 사냥’에 목숨을 잃었다. 사냥산업은 정치권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법적 제재를 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로피 사냥은 야생동물을 재미 삼아 선택적으로 사냥하고 기념 삼아 박제하는 방식이다. 일례로 미국 사냥 애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미국 정치인 다수에게 200만 달러(약 22억 원)가 넘는 선거자금을 건넨 바 있다고 주장했다. 요즘 미국에서는 ‘호그포칼립스 나우’라는 새로운 사냥법이 유행이라고도 적었다. 헬리콥터를 타고 하늘 위에서 멧돼지떼에 총을 난사하는 이 사냥법은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 ‘지옥의 묵시록’(Apocalypse Now) 헬리콥터 공습 장면과 비슷하다 하여 ‘호그포칼립스 나우’라 이름 붙여졌다. 애초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멧돼지 개체 수를 조절하기 위해 합법적으로 도입됐지만, 현재는 단순 재미를 위해 잔인한 사냥이 계속되고 있다.곤사우베스는 또 ‘트로피 사냥’이 가장 성행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사냥업계 뒤를 봐주며 야생동물을 돈벌이에 내몰고 있다고 꼬집었다. 곤사우베스는 책에서 “연간 4억700만 달러(약 4460억 원) 규모의 트로피 사냥 산업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시릴 라마포사를 포함한 세계 엘리트 사이에 결탁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현지 엘리트만을 대상으로 하는 야생동물 경매업체 회원으로 알려져있다. 해당 업체는 희귀 야생동물을 경매에 부쳐 연간 950만 달러(약 104억 원)의 수익을 올린다. 이 때문에 라마포사 대통령과 사냥업계 사이의 결탁설이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라마포사 대통령은 자신의 야생동물 농장이 엄격한 원칙에 따라 운영되고 있으며 불법적, 비윤리적 활동은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 곤사우베스는 “트로피 사냥꾼들은 움직이는 모든 것을 죽이는 데서 희열을 느낀다”면서 “트로피 사냥은 소수의 이야기가 아니다. 거대 권력, 정치권이 연루된 글로벌 산업”이라고 역설했다. “미래 세대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재미삼아 죽이고 마치 ‘트로피’라도 되는 양 그 앞에서 소름끼치는 웃음을 지어보인 우리를 경악하며 돌아볼 것”이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세상 휩쓴 코로나…소외·고립의 비명

    세상 휩쓴 코로나…소외·고립의 비명

    올해 처음으로 전 부문 예·본심을 통합한 2021 서울신문 신춘문예 심사가 완료됐다. 응모 인원은 1533명 3820편이다. 분야별로는 시 687명, 소설 476명, 동화 179명, 희곡 64명, 시조 118명, 평론 9명이 지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방문 접수가 크게 줄어든 가운데 동화와 소설을 제외한 분야에서 지원자가 소폭 감소했다. 올해 응모작 키워드는 역시 ‘코로나’였다. 전 분야를 통틀어 직간접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등장했다. 시 부문 심사를 맡은 오은 시인은 “전면적으로 제목에 나타나거나 자가 격리의 경험, 숙주의 등장, 전염의 양상 등이 직접적으로 언급됐다”고 말했다. 아직 문학적으로는 설익었다는 평도 뒤따랐다. 강영숙 소설가는 “뜻밖의 재난이나 고립, 실종 등의 상황을 다루며 코로나가 배경으로 놓인 경우가 많았으나 현실이 더욱 드라마틱해서 소설적으로는 임팩트가 없는 느낌”이라고 분석했다. 시조 심사를 맡은 이근배 시조시인은 “다른 알레고리로 표현하지 못하고 직설적으로 언급하는 수준에 그쳐 아쉬웠다”고 말했다. 시는 인간을 뛰어넘어 관계의 확장을 도모하는 작품이 많았다는 평가다. 신해욱 시인은 “인간 관계를 다루면 위계나 권력 문제, 혹은 연애 얘기가 될 수밖에 없는데 ‘개’나 ‘신’ 같은 키워드는 다른 관계에 대해서도 얘기해 볼 수 있는 여지를 준다”고 설명했다. 박연준 시인은 “인간의 동물성, 동물의 인간성을 같이 들여다보는 시편들이 두드러졌다”고 평했다. 소설에서는 여성과 퀴어 서사가 더욱 진화했다. 김이설 작가는 “골프장 캐디, 음식 모형물 만드는 사람 등 여성 화자들의 직업이 다양하게 부각됐다”면서도 “‘82년생 김지영’에서 이미 소비된 여성 서사라는 생각에, 동어반복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노태훈 문학평론가는 “퀴어 얘기 중에서도 기성 문단에서는 게이 서사에 비해 덜 부각되는 레즈비언 서사가 다수 등장했다”고 소개했다. 희곡에서는 생활 밀착형 소재가 눈에 띄었다. 송한샘 공연 프로듀서는 “관념적, 사변적인 이야기보다도 실제 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층간소음, 반려동물, 택배, 홈쇼핑 같은 소재가 자연스럽게 글로 녹아든 작품이 많았다”며 “주변 풍경에 대한 따뜻한 시선, 타자 들여다보기가 최근 들어 계속 강세”라고 분석했다. 이기쁨 연출은 “무대화에 신경을 많이 쓴 작품들에 큰 점수를 줬다”며 “단막극 분량으로 장막극 호흡의 글을 쓰려다 보니 결말이 어설픈 작품들이 있는 것은 아쉬움”이라고 평가했다. 평론에서도 코로나19 팬데믹은 주요 화두였다. 김미현 문학평론가는 “올해 응모작들은 팬데믹을 두고 묵시록적 문학으로만 말하지 않고 타인과의 관계를 통한 소통의 문제로 귀결시킨 것이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신구 문인들이 골고루 언급된 것도 특이점이었다.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박남철 같은 작고한 문인들, 이장욱·편혜영·한강 등의 중견, 한인준이라는 신인이 균형 있게 다뤄졌다”고 덧붙였다. 시조는 고전적 소재에서 벗어나 다채로운 상상력을 선보였다. 이송희 시조시인은 “온라인상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이나 사회적 이슈인 ‘그루밍’ 같은 소재, 초현실주의 같은 미술 사조의 언급 등 다양한 시도가 신선하게 느껴졌다”고 반겼다. 동화는 어느 해보다 작품 수준이 고르게 높았다는 평가다. 유영진 아동문학평론가는 “팬데믹 시대에 노트북으로 원격 수업하는 어린이들이나 스마트폰 자동완성 기능으로 일기 쓰는 모습 등 변화된 현실에 대응하는 작품들이 돋보였다”며 “시가 높고 외로운 것이라면 동화는 낮고 작고 쓸쓸한 것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지옥의 묵시록’, ‘화양연화’...리마스터링으로 돌아온 명작들

    ‘지옥의 묵시록’, ‘화양연화’...리마스터링으로 돌아온 명작들

    코로나19 여파로 신작 개봉이 미뤄지면서 재개봉 영화들이 극장가 문을 두드리고 있다. 특히 ‘리마스터링’이라는 새 옷을 입은 영화들이 눈에 띈다. 대부분 ‘명작’ 반열에 오른 영화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이 영화들은 화질을 개선하고 음향을 풍부하게 해 지금 봐도 손색없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오는 24일 개봉하는 왕가위 감독의 ‘화양영화’는 사랑과 이별에 관한 영화다. 섬세한 연출력과 완벽한 미장센, 장만옥과 양조위의 뛰어난 연기력으로 20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이 회자된다. 제53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포함해 유수 영화제 97개 수상 및 노미네이트 기록을 세웠고, 영국 BBC가 선정한 ‘21세기 가장 위대한 영화’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10월 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리마스터링 상영으로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주목받는 신작이 드문 가운데 팬들을 극장으로 오게 할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달 26일 재개봉한 ‘지옥의 묵시록 파이널 컷’은 제작 40주년을 맞아 리마스터링으로 새롭게 개봉했다. 당시 촬영했던 화질을 개선해 재편집한 감독판이다. 미군 공수부대 윌러드 대위가 커츠 대령을 암살하라는 특명을 받고 떠난 여정에서 마주한 전쟁 속 처절한 광기와 진정한 공포를 그린다.선과 악의 경계가 무너지는 모습을 생생히 그린 영화는 거장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 대표작으로 꼽히며, 1979년 개봉 이후 칸영화제, 아카데미, 골든 글로브 등 전 세계 유수 영화제를 휩쓸었다. 배급사 측은 “당시 베트남 전쟁 현장을 스크린에서 돌비 시네마와 돌비 애트모스로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개봉하더라도 신작과 맞서기 위한 리마스터링 작업은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지난달 리들리 스콧 감독의 걸작으로 꼽히는 ‘킹덤 오브 헤븐: 디렉터스 컷’이 분량을 대폭 늘리고 영상미와 웅장함을 더하는 사운드를 입혀 주목받기도 했다. 지난 10월 춘천영화제에서는 장준환 감독 데뷔작 ‘지구를 지켜라’도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17년 만에 관객을 만났다. 국내 개봉 당시 7만명의 관객밖에 들지 않았지만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은 이 영화는 미국판 리메이크를 앞두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에드워드 양 감독의 ‘공포분자’가 리마스터링을 거쳐 제작한 지 34년 만에 한국에서 처음 개봉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월에는 더스틴 호프만의 인생작 ‘졸업’, 지난 1월에는 22년 만에 리마스터링으로 개봉한 ‘피아니스트의 전설’이 영화 팬들의 향수를 자극한 바 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장관 엄마도 교수 아빠도 없는데… 나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요

    장관 엄마도 교수 아빠도 없는데… 나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요

    영화와 고전으로 바라본 가족들 소유욕과 상호 집착 결정체이자살육 불사하는 드라마 주인공도서로 북돋는 관계로 재구성해야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계급과 빈부격차를 높이와 냄새 등 여러 상징으로 나타냈다. 너무나 잘 만든 영화를 뒤로하고 극장 문을 나서며 품게 되는 감정은 찜찜함이다. 고전평론가 고미숙은 이 찜찜함을 ‘가족’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낸다. 부유하건 가난하건 똘똘 뭉쳐 남을 밀어내는 영화 속 가족의 모습이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는 것이다. 출판사 북튜브는 영화와 고전 등으로 가족을 바라본 ‘가족특강’ 시리즈를 최근 출간했다. 영화 ‘기생충’, 중국 근대 소설가 루쉰,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사마천의 ‘사기’로 가족을 해석한다.고 평론가는 ‘기생충과 가족, 핵가족의 붕괴에 대한 유쾌한 묵시록’에서 소유욕과 서로에 대한 정서적 집착만을 지닌 채 살아가는 영화 속 주인공들이 우리 시대 자화상이라고 설명한다. 가족의 이익과 서로에 관한 집착만을 키우기보다 구성원들이 세상을 향해 나아가도록 응원해 주는 관계로 가족 윤리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문학 공동체 문탁 네트워크 이희경 활동가는 ‘루쉰과 가족, 가족을 둘러싼 분투’에서 가족의 위기를 지적한다. 몰락한 집안의 아들이자 아버지의 병환으로 가족의 삶을 짊어져야 했고 원치 않는 결혼을 했던 루쉰의 삶이 그의 첫 소설 ‘광인일기’에 투영된 과정을 짚어 간다. 그리고 1920년대부터 시작해 1960년대에 완성된 지금의 한국 가족의 이미지가 서서히 해체하는 중이라고 설명한다. 남산강학원 신근영 연구원은 ‘안티 오이디푸스와 가족, 나는 아이가 아니다’에서 가족의 의미를 되묻는다. 그는 사랑과 보살핌의 공간으로 여겨지는 가족이 사실은 우리를 주저앉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진다. 철학자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의 ‘안티 오이디푸스’를 통해 가족이 자본주의 원동력으로 작동하고, 현대인이 개인의 욕망을 가족 속에 가둔다고 설명한다. ‘사기와 가족, 고대 중국의 낯선 가족 이야기’는 고대 가족으로 눈을 돌린다. 우리가 생각하는 가족의 모습과 달리 사기에 등장하는 가족은 막장 드라마 주인공으로 손색이 없다. 춘추전국시대 첫 패자 제환공의 선대왕인 양공의 치정과 형제들 간의 살육전을 시작으로 가족의 의미를 묻는다. 그는 가족의 현실을 직시해야 비로소 다른 가족을 구성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번 기획은 지난해 남산강학원과 감이당에서 진행한 가족특강 전체 6강 가운데 4강이다. 출판사 측은 나머지 2강인 ‘소세키와 가족’, ‘카프카와 가족’을 곧 출간한다고 밝혔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시론] 코로나 시대, 스포츠를 새롭게 상상하자/정윤수 스포츠평론가·성공회대 교수

    [시론] 코로나 시대, 스포츠를 새롭게 상상하자/정윤수 스포츠평론가·성공회대 교수

    ‘포스트 코로나’라는 말이 쓰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이르다. ‘포스트’는 ‘이후’인데 코로나 사태는 현재진행형 아닌가. 전문가들은 한때 잠잠할 수는 있어도 쌀쌀한 계절이면 다시 엄습할 수 있다고 한다. 어쩌다 보니 겨울도 5개월여밖에 남지 않았다. 이 짧은 시간 안에 인류가 코로나를 완전히 극복할 수 있을지, 전문가들은 여전히 걱정한다. 그러니 ‘포스트’라는 말을 서둘러 쓸 필요는 없다. 아직은 ‘코로나 시대’라고 해야 한다. 과도하게 겁을 먹자는 게 아니다. 불길한 묵시록적 수사를 남용해서도 안 된다. 철저하게 방역하고 저마다 긴장해야 한다. 정확하게 사태를 바라봐야 하며 수많은 현상들 중에서 중요한 사실들을 엄정하게 가려내야 한다. 이 점,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K 방역’ 이후 ‘K 스포츠’라는 말도 얼마간 들린다. 전 세계가 코로나로 인해 프로 스포츠는커녕 사회 활동을 사실상 멈춘 상태인데, 그에 비하면 우리는 방역에 상당히 성공했고 그리하여 비록 무관중이나마 세계 프로 스포츠의 양대 산맥인 야구와 축구를 개막했다. 이를 준비하고 나날이 전대미문의 상황에 대처하는 협회와 구단의 모든 관계자들은 격려받아 마땅하다. 우리 선수들로 인하여 세계인들이 잠시나마 즐거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일이다. 다만 이러한 풍경은 일시적이다. 학생들의 등교 여부가 약간의 충격에도 계속 미뤄지는 상황이므로, 무관중 경기가 어쩌면 장기화될 수 있다. 그에 따른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 그야말로 전대미문, 지구 전역에서 이러한 상황을 겪어 본 일이 없으므로, 우리가 하는 일이 첫걸음이고 따라서 다른 나라에도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니 당분간의 무관중 상황이 아니라 어쩌면 장기화될 수도 있는 사태에 대해 협회와 구단은 다각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여기에는 리그 관계자만이 아니라 방역 전문가는 물론이고 관리, 재무, 홍보 등 모든 전문가가 ‘중앙방역대책본부’와도 같은 수준으로 작동돼야 한다. 리그 전체 일정을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하고 틀림없이 발생하게 될 재무 리스크를 방어적으로 조절해야 한다. 소탐대실이 없어야 한다. 홍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경기장 안팎의 모든 상황이 그대로 알려져야 하는가, 그 중 무엇이 홍보의 재료이며 그것은 어떤 언어로 전달돼야 하는가. 기존의 ‘보도자료’ 돌리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고 특정한 상황에서는 위험할 수도 있다. 게다가 현재 ‘K 스포츠’의 홍보 내용은 국외로까지 알려진다. 이때 어떤 상황을 어떤 언어로 어떻게 알려야 하는가를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독일의 분데스리가도 16일 무관중으로 재개했고 차차 더 많은 나라에서 축구 리그가 다시 진행되면 초기의 ‘국뽕’ 효과는 사라질 것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말도 들려오는데 K 스포츠를 단순히 ‘알리는’ 기회로만 삼아서는 안 된다. 알리되 무엇을, 어떻게, 어떤 언어로? 여기에 홍보 전문가의 판단이 필요하다. 선수 ‘관리’도 치밀해야 한다. 당장 심리 전문가가 일상적으로 선수들을 파악해야 한다. 스포츠심리학자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듯이, 의기소침한 것만이 문제가 아니고 어떤 경우에는 잘해 보겠다고 과도하게 긴장하는 것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무관중 상황의 지속 상황에서 나타날 수 있는 과도한 긴장이나 불안, 필요 이상의 격정이나 갑작스런 침착함 등은 심리 전문가의 입장에서는 모두 ‘특이 사항’이다. 잘해 보자고 파이팅만 외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러니 제안하건대 모든 프로구단은 스포츠심리학자를 상시 배치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는 진천국가대표선수촌 등 모든 훈련 시설과 과정에 반드시 이러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좀더 폭넓게 생각해 보자. ‘코로나 시대’를 살게 된 우리는 어쩌면 기존 스포츠의 개념이나 역할, 그 의미를 새롭게 상상해야 할지도 모른다. 단순히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는 낙관과 의지가 아니라 코로나 시대 또는 그 이후, 생활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그때 스포츠는 기존의 ‘강한 체력’ 신드롬이나 ‘즐거운 구경거리’를 넘어서서 인간의 신체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수많은 개인들이 어떤 관계를 아름답게 다시 형성할 것인가에 중요한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이를 문체부와 대한체육회 그리고 수많은 학회와 전문가들이 중요한 의제로 삼아야 한다. 머지않아 닥칠, 아니 어쩌면 지금 눈앞에 닥친 문제인지도 모른다.
  • [서울광장] 김정은 뉴스 앞 ‘소설’ 미디어 전락한 언론/박록삼 논설위원

    [서울광장] 김정은 뉴스 앞 ‘소설’ 미디어 전락한 언론/박록삼 논설위원

    311만명 넘게 감염됐고 21만명 이상이 죽었다. 백신도 없고 치료제도 없다. 세계 최대 감염국 미국에서는 폭동을 염려하며 총기류를 앞다퉈 사재기하는가 하면 대통령이 나서서 살균제 인체 주사를 언급한다. 중동 어느 나라에선 바이러스를 막겠다며 소독용 알코올을 마셔 525명이 숨졌다. 주요 2개국(G2)을 자처하는 중국은 최초 바이러스 확산 국가라는 혐의를 떨치려 음모론을 제기하며 미국에 책임을 물으려 한다. 묵시록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비현실적 상황의 연속이다. 무인 자동차가 돌아다니고, 화성 이주를 계획하는 대명천지 21세기 지구촌에서 벌어지고 있는 생생한 현실이다. 인류의 생명과 미래를 위협하는 바이러스의 공포를 이겨낼 만한 관심사는 없었다. 그런데 또 다른 뉴스 하나가 세계를 발칵 뒤집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CNN 보도가 출발점이었다. 시간을 거슬러 보면 21대 총선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14일 저녁 돌기 시작한 정체불명의 ‘지라시’(정보지)가 진짜 방아쇠였다. ‘김정은 수술 중 뇌사, 후계 구도, 중국 움직임…’ 등이 담겼다. 선거의 불리함을 느낀 정당 쪽에서 판을 흔들어 보려는 마지막 몸부림으로 여겨졌기에 별 파장은 없었다. 그런데, 그 지라시를 참고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거의 흡사한 내용으로, CNN이 익명의 미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큰 수술을 받았고 수술 이후 심각한 위험에 처한 상황”이라고 보도하자 일파만파로 번졌다. 이후 일주일이 넘도록 국내 언론들은 물론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모든 신문, 방송은 확인되지 않는 뉴스를 쏟아냈다. 한반도 정세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특히 구시대적 냉전과 대결을 활동의 자양분으로 삼는 이들이야말로 ‘물 만난 고기’였다.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이 페이스북에 “김 위원장은 사망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쓴 글은 100건이 넘는 기사로 재인용됐다. 그가 ‘1980년 5월 광주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유언비어를 버젓이 확산시킨 전력이 있는 TV조선 진행자였다는 사실은 애써 감춘 채 ‘김대중 정부 초대 국정상황실장’이라는 20년도 더 된 직함을 기사에 내세웠다. 또 주영국 북한 공사 출신의 탈북자로서 서울 강남구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태영호(58)씨는 “혹시나 모를 급변 사태에 대비해 만전을 기해야 할 것”, “김여정은 애송이”, “숙부 김평일을 주목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연일 반복했고 언론은 이 또한 수백 건의 기사로 받아 썼다. 또 다른 탈북자 출신 비례대표 당선자 지성호(38)씨는 한걸음 더 나아가 “확인해 봤는데 건강이상설이 사실이며 김 위원장이 다시 복귀하기 어려울 것 같고 현재는 섭정 체제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한국, 미국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 정부 모두 여러 차례에 걸쳐 “특이사항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부정했음에도 진정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4월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 행사와 4월 25일 인민군 창건일 등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탓이 컸다. 그 사이 뇌사설, 식물인간설, 단순 수술설, 코로나19 감염 혹은 피신설 등 ‘아니면 말고식’ 기사 또는 ‘급변 사태 시 핵무기 선제 확보’, ‘평양 생필품 사재기 극성’ 등 어지간한 소설에서나 등장할 법한 추측 기사들까지 난무했다. 한반도 평화 반대 세력의 안보 상업주의에, 무작정 기사 조회수를 늘리고자 하는 선정적 상업주의까지 더해진 결과물이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김일성ㆍ김정일ㆍ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북한 정권 최고 지도자들은 여러 차례에 걸쳐 ‘죽음과 부활’을 반복해 왔다. 1986년 11월 16일 ‘김일성 피격 사망’은 국내 언론 역사상 대표적인 오보로 꼽힌다. 하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고, 어떤 반성도 없었다. 최근의 북한 관련 뉴스 역시 언론이 ‘소셜 미디어’로서의 위상과 역할이 아닌 ‘소설 같은 기사’를 쓰는 ‘소설 미디어’로 전락했음을 절감시켜 줄 따름이다. ‘기레기’(기자+쓰레기), ‘기더기’(기자+구더기) 하는 대중의 조소는 언론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그럼에도 객관적 사실을 보도하고, 그 사실에 기초해 진실을 도출해 내고, 사회의 변화 방향을 전망하는 지식산업의 한 축을 맡은 언론의 기능과 역할은 여전히 부정될 수 없다. 한반도 관련 뉴스야말로 더욱 엄정히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소설적 상상력’이 아닌, 좀더 차분하고 이성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기대 섞인 호들갑도, 불필요한 비관도 필요하지 않다. youngtan@seoul.co.kr
  • 종말론 빠져 두 자녀 버린 46세 여성 체포, 주변엔 숱한 죽음이

    종말론 빠져 두 자녀 버린 46세 여성 체포, 주변엔 숱한 죽음이

    미국의 46세 여성이 종말론에 빠져 두 자녀를 고의로 버린 혐의로 하와이주에서 지난 20일(이하 현지시간) 경찰에 체포됐다. 그녀는 이혼과 재혼하는 과정에 세 명의 죽음에도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로리 발로우란 이름으로도 알려진 로리 데이벨이 문제의 여성인데 아이다호주에서 500만 달러의 보석 석방금이 부과된 채로 하와이 카우아이 경찰에 구금돼 있다고 영국 BBC가 21일 전했다. 그녀는 이날 법원에 출두했으며 경찰은 기자회견을 열어 그녀를 체포하기까지 과정을 설명했다.  원래 애리조나주 출신인 로리는 전 남편 찰스 발로우가 자신의 남동생 알렉스 콕스에 의해 총에 맞아 숨진 뒤 아이다호주로 이주했다. 콕스는 정당방위를 주장했는데 그 역시 지난해 12월 원인을 모른 채 저세상 사람이 됐다.  그 한달 전 경찰은 로리의 아들 조슈아 JJ 발로우(7)와 딸 틸리 라이언(17)의 조부모 요청을 받아들여 아이다호주 렉스부르그에 있는 그녀의 집을 수색해보자고 했다. 당국은 로리가 수사관 질문에 엉뚱한 답을 늘어놓거나 아이들의 소재, 심지어 그들이 존재했는지조차 헷갈리게 하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아들은 지난해 9월, 딸은 그보다 한달 전에 사람들 눈에 띈 것이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녀는 다음날 홀연히 어딘가로 사라졌다. 당국은 근처 충전소를 수색해 아이들이 입었던 것으로 보이는 옷가지와 갖고 논 것으로 보이는 장난감들을 발견했다.  그녀는 친구에게 아들을 맡겼다고 경찰에게 밝혔는데 나중에 확인하니 그 친구는 로리로부터 거짓말을 해달라고 부탁을 받았으며 자신은 한번도 조슈아를 맡은 적이 없었다고 했다. 또 로리가 하와이로 건너가기 전 두 아이를 자신의 인생에서 지워버렸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미국 NBC 뉴스는 전했다. 남편이 죽기 전 작성한 이혼 청구 서류에는 그녀가 “오는 7월 예수 그리스도가 두 번째 세상에 내려올 때 14만 4000명을 모으는 임무를 하느님으로부터 부여받았다”고 주장했다며 만일 남편이 방해가 되면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했으며 “천사가 내려와 육체의 허물에서 벗어나게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고 기재돼 있었다. 그는 나중에 법원의 신변 보호 명령을 받아내기도 했다. 남편은 아내가 “맹신하고 있었으며 이따금 죽음의 문턱에 들어서는 것과 영적 환상에 집착했다”고 했으며 “그녀의 혼이 이미 하늘에 가 있는 것을 알아낼지 모른다”는 이유로 정신과 상담을 받으라는 권유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지난달까지 법정에 아이들을 데려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 법정 모독, 경찰의 공무집행 방해, 범행 은폐 등의 혐의도 받고 있어 유죄가 선고되면 14년의 징역형과 함께 아이다호주로 추방될 수 있다.  로리는 지난해 10월 다섯 번째 남편 채드 데이벨과 재혼했는데 그 역시 종말론 신봉자다. 데이벨은 과거 모르몬교에 빠져들었다가 결별하고 여러 권의 묵시록 소설을 펴냈다. 부부는 세상의 멸망을 준비하는 컬트 집단 ‘Preparing A People’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고 전 남편 부모들은 주장하고 있다. 데이벨의 전 부인 태미 역시 재혼 2주 전에 갑자기 숨졌다. 그녀의 부음에는 자연사했다고 적혀 있었는데 남편은 서둘러 화장해버려 당국이 사인을 밝혀낼 수도 없었다. 한편 공교롭게도 국내에서 코로나19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신천지도 14만 4000명을 모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갖고 있었다. 기존 기독교에서는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상징 숫자로 ‘구원 받은 모든 성도들’로 해석하는 반면, 신천지 신도들은 영생의 필수 조건으로 이 숫자를 달성하기 위해 포교 활동에 집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홍석경의 문화읽기] 바이러스와 인종혐오

    [홍석경의 문화읽기] 바이러스와 인종혐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동아시아인에 대한 혐오가 들썩이고 있다. 동아시아에서도 발병지 중국에 대한 혐오가 꿈틀거리는 게 느껴진다. 한국서는 우한에서 귀국하는 자국민에 대한 가차 없는 배척행위도 발생했다. 적대적인 외계인이 있다면, 지구인을 멸망시키기 위한 복잡한 전략은 필요 없겠다. 바이러스만 이곳저곳 퍼뜨리면 자멸할 종족으로 보인다. 바이러스와 인종혐오는 비슷한 점이 많다. 둘 다 전염성이 있고, 사람을 죽인다. 인류 역사에서 바이러스와 인종혐오 중 누가 사상자를 더 많이 냈을까. 인종혐오는 바이러스 없이도 존재하고, 바이러스는 인종혐오까지 몰고 다닌다는 점에서 인종혐오의 힘이 더 쎈 것 같다. 단일민족 담론 안에서 살아온 한국인이 인종혐오를 경험하는 일은 세계화 이전에는 드물었다. 인접 국가 국민에 대한 혐오성 일상어들이 존재하지만, 국내에서 자행되던 지역감정에 기반한 차별에 비하면 큰 사회적 충격은 없었다. 그러나 급격하게 세계와 접하게 되면서, 드디어 자국 내 인종혐오자라는 ‘따스한’ 입장에서 벗어나 세계 속에서 인종혐오의 대상이 되는 ‘험악한’ 경험을 하게 됐다. 그런데 동아시아 내에서 한중일이 다퉈 봤자, 동아시아 밖으로 나가면 민족 간 구분 없이 바로 동아시아인이고, 대부분 그냥 중국인으로 통한다. 14억 중국인이 동아시아인 대표명사인 것을 8000만 한국인이 고깝게 생각해 봤자이다. 한국인이 중국인의 식성을 혐오하며 차이를 강조해 봤자 한국도 개고기 먹는 사람들일 뿐이다. 요즘 같은 동아시아발 바이러스 시절엔 길 가다 재채기를 하거나 공항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차별적 시선과 거절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의 유명언론이 마스크를 쓴 한국인 사진을 중국의 바이러스 위기 보도에 사용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기는 것도 동아시아를 보는 무차별적인 서구 시선의 결과이다. 동아시아를 대하는 서구의 이러한 태도에는 역사가 있다. 유럽인들이 경험한 아시아와의 역사적 접촉이 내내 무서운 것이었고, 박테리아든 바이러스든 동쪽에서 온 역병들도 아시아를 대하는 태도에 영향을 미쳤다. 지금까지도 공포의 기억으로 회자되는 훈족이나 몽고족의 침입, 동에서 왔다는 페스트, 19세기에 유행했던 동방여행기들은 아시아를 두려움과 더러움, 비이성과 이해불가능성이 혼합된 수많은 ‘노란’ 사람들의 대륙이라는 집단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일본이 시작한 태평양전쟁은 집단을 위해 희생하는 가미카제들, 중국의 붉은 혁명은 서구의 개인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인산인해의 이미지를 전 세계에 전파하며 아시아에 대한 집단 이미지를 강화했다. 모든 역병이나 질병이 동에서 온 것이 아님에도, 유독 동아시아발 바이러스에 민감한 것은 세계 속 힘의 문제이기도 하다. 서구 미디어가 유럽에서 발생해 많은 사람을 죽인 스페인독감이나 광우병을 취급하는 태도와 힘없는 아프리카의 에볼라나 동아시아발 바이러스를 다루는 태도에는 차이가 있다. 미국 기업들이 일본 기업에 인수되던 1980년대 미국영화 ‘블레이드 러너’ 속 일본은 묵시록적인 미래도시의 거주지였고, 2013년작 좀비영화 ‘월드워Z’의 좀비바이러스가 처음 신고되는 곳은 바로 한반도였다. 동아시아 글로벌 거대도시의 바이러스가 더 상상력을 자극하고 인종혐오 에너지를 동반하는 이유는 동아시아의 힘이 더 강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동안 반인종주의 사회운동과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이해의 확대로 픽션 속에서 동아시아인의 재현이 많이 좋아졌고, 결정적으로 한국 드라마와 케이팝이 장기적이고 궁극적으로 동아시아인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드는 데 이바지해 왔다. 한국 대중문화는 인종적 자극이 미미한 만화 중심의 일본 대중문화와 달리 동아시아의 일상과 인간관계, 경제성장의 퍼포먼스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한국 대중문화가 서구 미디어에서 가시적으로 돼 가면서 아시아가 중국, 일본으로 환원되지 않고 매력적인 사람들과 고유의 역사를 지닌 여러 나라가 공존하는 지역임을 알리고 있다. 한류의 반인종주의적 효과가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인종혐오 바이러스의 백신 역할을 해주기를 꿈꿔 본다. 그러려면 먼저 우리가 인종혐오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트럼프 “종말론 예지자” 툰베리 “숲이 불타는데 나무 심자고?”

    트럼프 “종말론 예지자” 툰베리 “숲이 불타는데 나무 심자고?”

    둘이 충돌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21일(이하 현지시간) 스위스의 스키 리조트 다보스에서 막을 올린 제50회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 포럼) 연차 총회 기조연설에 몇 시간 차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그는 방청석 뒤편에서 툰베리가 귀기울여 듣고 있는 가운데 기조연설을 통해 툰베리를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기후변화를 경고하는 이들을 “종말론 예지자”라고 폄하하며 이들의 “묵시록 같은 예측”을 거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비관이 아니라 낙관의 시대이며 이런 경고를 늘어놓는 이들은 늘 같은 것을 요구하는데 우리 삶의 모든 측면을 지배하고 변질시키며 통제할 수 있는 절대권력을 달라는 것이다. 이들은 바보같은 점성술자들의 후예”라고 깎아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삼림 재건과 관리에 노력을 계속 기울이겠다며 이번 총회에서 발족된 ‘나무 1조 그루 심기 이니셔티브’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후 변화에 관한 언급은 거의 하지 않았다. 툰베리는 곧바로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분명히 하자. 우리에겐 ‘저탄소 경제’는 필요없다. 우리에겐 ‘배출 경감’이 필요하지 않다”면서 “배출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조 연설에서는 “당신은 행동하지 않음으로써 매시간 불길에 연료를 대고 있다”면서 “일년 전 다보스에 와서 우리 집이 불타고 있다고 말했다. 난 여러분이 겁에 질리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한 뒤 시간이 흘렀는데도 나아진 게 없다고 덧붙였다. 트럼프의 나무 심기 프로젝트에 대해선 “아마존 삼림은 베여 넘어지고 있는데 아프리카에 나무를 더 심으라고 누군가에 돈을 지불함으로써 당신의 배출량을 벌충하라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툰베리는 “좌우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당신의 정당에 대해선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며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좌파, 우파, 중도 모두 실패했다. 어떤 정치 이념과 경제 구조도 기후와 환경적 비상 사태를 저지하고 응집력 있고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지 못했다”고 말했다. 제50회 다보스포럼 연차 총회는 24일까지 이어진다. 주제는 ‘화합·지속 가능한 세상을 위한 이해관계자들’이다. 회의에는 각국 정상들과 기업인들 약 3000명이 참석한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호주 시골 덮친 모래폭풍, 10분 만에 ‘붉은 지옥’으로

    호주 시골 덮친 모래폭풍, 10분 만에 ‘붉은 지옥’으로

    지옥의 묵시록이 이런 게 아닐까 싶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즈(NSW)주 닌간이란 농촌 마을을 뒤덮은 모래폭풍의 엄청난 위력을 담은 동영상을 영국 BBC가 17일 공개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옥수수밭에 산불이 번지고 모래폭풍이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장면이 나오는데 그 장면이 겹쳐 보인다. 퀸즐랜드주에서도 이처럼 엄청난 크기의 모래 폭풍이 카메라에 담기기도 했다. 근처 빅토리아주에 단비가 내렸지만, 강우량이 산불을 끄기에 턱없이 부족해 하루 만에 다시 산불 대피령이 내려졌다. 전국지 디 오스트레일리안 인터넷판에 따르면, 전날 쏟아진 비로 빅토리아주 서부와 광역 멜버른에는 돌발 홍수까지 발생했지만 동부 산불 지역에는 강우량이 많지 않아 진화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산불이 기승을 부리는 디 알파인과 이스트 깁슬랜드 대부분은 5㎜ 미만의 감질나는 비에 그쳤다. 디 알파인 지방을 위협하는 대형 산불은 멜버른 동쪽 200㎞ 지점에 있는 해발 1723m 높이의 마운트 버팔로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응급구조대는 “인근 버팔로 크릭·버팔로 리버·메리앙·눅눅의 주민들과 방문자들에게 즉각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빅토리아주 산불에 5명이 사망하고, 150만ha가 불에 탔다.이 바람에 가옥 387채와 건물 602채가 전소됐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새로운 사회, 새로운 예술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새로운 사회, 새로운 예술

    대각선으로 화면을 채운 붉은 말, 중세 종교화의 인물처럼 가늘고 긴 소년의 몸, 초록색 호수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러시아 초원지대의 소년들은 말을 끌고 강가에 나가 목욕을 시키면서 물놀이를 했다. 쿠지마 페트로프봇킨이 자란 볼가 강변의 작은 마을도 그랬을 것이다. 풍속화에 어울릴 만한 일상생활이 페트로프봇킨의 손에서 타는 듯이 붉은 말과 차가운 누드가 어우러진 상징주의 그림으로 탄생했다. 그는 가난한 구두장이의 아들로 태어나 러시아 정교회의 성상 화가에게 미술을 처음 배웠다. 고향의 한 상인이 학비를 대주어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다. 초기에는 성화를 그렸는데, 그의 그림은 교회로서는 용납하기 힘든 상징적이고 에로틱한 분위기를 띠고 있어서 마찰을 빚었다. 이 그림의 붉은 말은 전쟁과 피를 상징하는 요한 묵시록의 붉은 말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냉담한 표정의 누드는 묵시록의 기사보다 고대 그리스와 맞닿아 있다.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은 이 그림에서 보색 대비, 면의 대담한 분할, 운동감 같은 추상적 요소에 주목했다. 소비에트 비평가들은 정치적 의미를 부여했다. 붉은 말을 러시아의 미래, 다시 말해 볼셰비키 혁명을 예고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물에서 솟아올라 앞발을 치켜든 붉은 말과 방금 태어난 듯한 알몸뚱이 소년은 혁명의 아이콘이 됐다. 이 그림이 그려진 시기는 러시아 제국이 두 번의 혁명 사이에 있던 때였다. 페트로프봇킨은 반동적인 사람은 아니었으나 특별히 혁명적인 사람도 아니었다. 1905년 혁명이 실패하고 사회가 암울한 분위기에 젖어 있을 때 화가가 다섯 해 뒤에 일어날 볼셰비키 혁명을 예상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 그림의 진정한 혁명성은 정치적 의미에서가 아니라 러시아 전통을 아방가르드 형식과 결합한 데서 찾아야 한다. 국제적인 인물이었던 칸딘스키와 달리 페트로프봇킨은 러시아의 정신적 유산을 간직한 채 추상으로 나아갔다. 스탈린 치하에서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이 숙청당할 때 페트로프봇킨은 살아남았고 소비에트예술가협회의 초대 의장까지 지냈다. 하지만 그를 기억하게 만드는 것은 1910년대의 그림이다. 미술평론가
  • ‘소녀 환경 전사’가 자신을 보이콧한 프랑스 의원들에 한 따끔한 질책… “과학적 진실, 외면하지 마세요”

    ‘소녀 환경 전사’가 자신을 보이콧한 프랑스 의원들에 한 따끔한 질책… “과학적 진실, 외면하지 마세요”

    스웨덴 출신 16세 툰베리, 프랑스 하원서 초청 연설툰베리 “불편한 것 말하는 나쁜 아이… 진실 외면 못해”“반바지 입은 예언가” “노벨 공포상 수사장” 조롱도최근 유럽에 폭염… 그녀 연설날 보르도 42.2도 기록16살의 ‘소녀 환경 전사’가 23일(현지시간) 내로하는 프랑스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다 지구온난화에 관한 과학적 진실을 외면하지 마라고 따끔하게 질책했습니다. 스웨덴 출신으로 기후변화 활동가로 지구촌에 널리 알려진 그레타 툰베리는 이날 프랑스 하원에서 연설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보수 정치인은 그의 등장을 못마땅하게 여겨 보이콧하면서 소셜미디어와 TV 인터뷰를 통해 이 소녀를 “노벨 공포상 수상자”라거나 “반바지 입은 예언가”라고 조롱했습니다. 이에 툰베리는 지지 않고 참석한 의원들을 향해 “우리는 어느 누구도 말하고 싶어 하지 않고, 말하려 하지 않는 불편한 것들을 말해야 하는 나쁜 아이들이 되었습니다”며 정치인들이 연설을 거부할 권리가 있지만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적 진실에서 고개를 돌릴 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어 “(기후변화와 관련된) 수치들과 과학적 사실들을 단지 인용하기만해도 우리는 상상할 수도 없는 증오와 협박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의원들과 기자들로부터 조롱받고 있습니다”고 털어놓았습니다.툰베리는 또래 대표로서 지구촌의 유명 인사입니다. 지난해부터 기후변화에 대해 아무 대책이 없는 스웨덴 의회 앞에서 매주 금요일 나홀로 결석 파업을 시작하면서 환경 활동가로서 지구촌 운동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금요일 결석 파업은 곧이어 다른 학생들이 뒤따랐습니다. 지난 5월에는 지구촌 주요 도시에서 학생 수백만명이 하루 동조 파업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이 소녀는 프랑스 하원의원 162명이 속한 초당파적 모임 ‘생태·연대적 전환의 가속화’의 초청으로 프랑스를 방문했으며, 이날 하원 빅토르 위고홀에 섰던 것입니다. 연설은 영어로 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정치인은 툰베리의 접근법이 공격적이며, 그녀는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도발했습니다. 보수 정당인 공화당(LR)의 당권에 도전하는 기욤 라리베는 “프랑스는 묵시록적 예언자가 아니라 과학적 전진과 정치적 용기가 필요하다”며 동료들에게 툰베리 연설에 불참할 것을 트위터를 통해 요청했습니다. 라리베는 또 이날 오전 TV 인터뷰에서 “공개 토론은 상징적 힘을 가진 한 사람, 또 허튼 소리를 많이 하는 사람에 초점이 맞춰져서는 안 된다”며 “툰베리와 관련된 문제는 그 아이가 학교 가기를 싫어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학교를 결석하고 수업을 빼먹는 것이 더 임박한 재앙이기 때문에 나는 동의할 수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역시 같은 당 당권에 출사표를 던진 쥘리앙 오베르는 “내가 가서 반바지 차림의 예언가에게 박수를 보낼 것이라고 기대하지 마세요”라는 트윗을 날렸습니다. 그는 툰베리에 대해 “노벨 공포상 수상자”라거나 “녹색 환경사업이 아니라 지구에 관심을”이라고도 비꼬기도 했습니다. 유럽의회의 프랑스 의원 조르당 바르델라는 프랑스2 TV에 나와서 “어린이를 이용해서 세계가 불꽃에 휩싸일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메시지로 겁주는 것과 학교를 빼먹고 수업 거부 파업을 하는 것은 패배주의자와 같은 접근법”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바르델라는 극우 성향을 보이는 국민연합(RN) 소속입니다. 집권당 LaREM 소속 베네딕트 페롤은 “프랑스는 왜 지구를 구하기 위해 수십년 동안 활동한 프랑스 과학자들에게 경의를 표할 수는 없나”라고 물으면서 툰베르에 거리를 뒀습니다. 그러나 많은 프랑스 정치인은 툰베리에 공감했습니다. 환경주의 정당인 ‘제네라시옹 에콜로지’의 델핀 바토는 “라리베와 오베르는 기후변화 문제를 내세워 당내 투쟁을 했다”고 비판했고, 사회당 대표 올리비에르 포르는 툰베리의 분노를 공유하면서 “우리는 충분하게 행동하지 못했다”고 반성했습니다. 프랑스의 대표 뉴스통신사 AFP는 “툰베리는 그동안 SNS에서 여러 공격에 노출됐지만, 정치인들이 그렇게 한 것은 드문 일”이라고 꼬집었습니다.일간 르몽드는 “툰베리가 독일에서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격려를 받았고, 노르망디에서는 올해의 자유상을 수상했지만, 프랑스 의회에서는 조롱을 받은 뒤에야 박수를 받았다”고 촌평했습니다. 툰베리는 지난 20일 노르망디 자유상과 함께 받은 2만 5000파운드(약 3660만원)를 지구온난화와 관련한 활동 단체 4곳에 기부했습니다. 그리고 보니 요즘 유럽이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툰베리가 하원에서 연설한 그날 프랑스 남서부 보르도의 낮 최고 기온이 42.2도를 기록해 이곳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높았다고 합니다. 프랑스·영국뿐 아니라 벨기에 네덜란드 등의 25일 낮 최고기온이 40도에 육박할 것이라는 재난앙같은 예보가 나와 있습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그 책속 이미지] 전설이 된 필름 카메라 50종 연대기

    [그 책속 이미지] 전설이 된 필름 카메라 50종 연대기

    종군기자 역을 맡은 배우 데니스 호퍼가 비장한 표정으로 양팔을 쭉 뻗어 올린 채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1979년 영화 ‘지옥의 묵시록’의 한 장면으로, 그가 든 카메라는 니콘 F다. 단단한 금속 몸체로 유명한데, 실제로 종군기자 돈 매컬린이 1970년 캄보디아에서 총에 맞았을 때 니콘 F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신간 ‘50 CAMERAS’는 종군기자의 카메라 니콘을 비롯해 한때 니콘과 보급형 카메라 양대 산맥이었던 캐논, 위에서 내려다보고 찍는 롤라이 플렉스, 가난한 사진가들의 ‘워너비’였던 라이카 등 올드카메라 50종의 이야기를 담았다. 수집가라면 누구나 군침을 흘릴 만한 카메라가 가득하다. 카메라의 태생과 해당 카메라로 찍은 사진, 그리고 이에 얽힌 이야기 등을 함께 묶었다. 언제 어느 때고 주머니에서 전화기를 꺼내 사진을 찍는 시대, 책을 읽다 보니 문득 필름카메라가 그리워진다. 오른손 엄지로 레버를 뒤로 당겨 필름을 장전할 때 났던 ‘착’ 소리, 셔터를 눌렀을 때 ‘찰칵’ 소리가 귀에 선하다. 대학생 때 팔아버린 내 니콘 카메라는 지금 누구 손에 있을까.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러시아에 내린 ‘유독성 검은 눈’에 공포 확산 (영상)

    러시아에 내린 ‘유독성 검은 눈’에 공포 확산 (영상)

    세계 최대 규모의 탄전이 위치한 러시아의 한 지역에 ‘검은 눈’이 내려 주민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영국 가디언과 러시아 시베리아타임즈 등의 15일 보도에 따르면 최근 시베리아 쿠즈네츠크 지역에는 마치 다량의 재가 물과 섞인 형태를 가진 짙은 검은색을 띤 눈이 쏟아졌다. 당국의 조사에 따르면 이 눈에는 유독성 흑탄(석탄의 가장 흔한 종류 중 하나)에서 나온 먼지가 포함돼 있었으며, 이 흑탄 먼지는 상시 열려 있는 탄갱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흑탄 먼지가 섞인 눈이 내려앉은 길거리나 차량은 본래의 색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새까많게 변했고, 이는 마치 물체가 완전히 녹아내려 뼈대와 재만 남은 듯한 공포스러운 풍경을 연출했다. 아이들이 뛰어 놀아야 할 놀이터나 주택단지 역시 온통 검은 눈에 휩싸였고, 현지 언론은 이를 ‘포스트 묵시록’이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현지의 환경운동가들은 검은색 눈이 내리는 이 지역의 260만 명의 인구가 건강에 심각한 재앙을 가져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지역의 평균 수명은 러시아 전역의 평균 남성 수명 66세, 평균 여성 수명 77세보다 3~4세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단체의 한 관계자는 “이 지역에서는 겨울철에 하얀 눈을 보는 것이 검은 눈을 보는 것보다 어렵다”면서 “항상 공기 중에 많은 석탄 먼지가 있고, 눈이 내리면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와 환경운동가들은 이 같은 흑탄 먼지에 비소와 수은을 포함한 다양한 중금속이 들어있다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보다 은폐하려는 의지가 더 강하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모스크바타임즈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해당 지역 당국은 유독성 검은 눈의 ‘정체’를 감추기 위해 쌓여 있는 검은 눈에 흰색 염료를 쏟아부은 사실이 알려져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한편 쿠즈네츠크 탄전 지역의 이러한 실정이 지속적으로 러시아로부터 석탄을 사들이는 영국에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는 영국의 주요 석탄 수입 국가 중 하나이며, 2017년 세계 전역에서 영국에 판매한 석탄 중 절반은 러시아 산이었다. 또 이중 90%가 해당 탄전 지역에서 공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러시아 환경운동가들은 영국이 러시아의 석탄을 보이콧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제3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 개막

    제3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 개막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충무로뮤지컬영화제가 6일부터 열흘간 충무아트센터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등 서울 중구 일대에서 열린다.영화제 개막작은 임권택 감독의 다큐멘터리 ‘손에 손잡고’로 30년 만에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필름 아카이브가 소장한 서울올림픽 기록 영화 3편 중 하나로, 당시 제작을 위해 충무로의 촬영 스태프가 총동원된 작품이다. 한국전쟁의 폐허와 1988년 올림픽 개최 당시 서울 풍경을 대조적으로 담았다. 영화제 측은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한 모든 ‘충무로’ 영화인들에게 바치는 헌정의 의미와 올림픽이 가진 평화의 메시지를 다시 한번 상기하기 위해 개막작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영화제의 키워드는 ‘거장들’(Masters)이다. 세계 영화사의 거장들이 연출한 뮤지컬 영화와 기록영화 등이 선보인다. ‘대부’, ‘지옥의 묵시록’을 연출한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뮤지컬 영화 ‘피니안의 무지개’ 등이 이번 영화제 기간 동안 상영된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김응교 교수 작가의 탄생] 죽음에서 살아남았고 살기 위해 죽음을 썼다

    [김응교 교수 작가의 탄생] 죽음에서 살아남았고 살기 위해 죽음을 썼다

    베트남에서 온 작가는 한국의 해물탕을 좋아한다. 이유는 국토 한 면이 바다에 접한 나라 사람이라서 그렇다고 했다. 어제 병원까지 다녀왔던 분이라 뵐 수 없겠지 했는데 다행히 시간을 내주셨다. 서태지가 나왔던 1991년 현재, 16개국 언어로 번역됐고 노벨문학상 후보로 언급되는 그의 장편소설 ‘전쟁의 슬픔’은 제목만치 서글프다. 그를 만난 아침은 소설의 첫 장면처럼 축축한 습기로 가득했다. 소설 주인공 끼엔은 열일곱 살 때 북베트남 정규군에 입대한다. 당시 조국의 독립과 통일을 위해 베트남의 젊은이들은 많이 자원입대했다. 온기가 남아 있는 적병의 몸에 못을 박듯 한 발 한 발 방아쇠를 당겼던 끼엔은 전쟁 후 살아남은 단 열 명의 병사 중 한 명이었다. 전사자 유해발굴단으로 끼엔은 부대원이 몰살당한 지역을 찾아간다. 가는 곳마다 끼엔은 생시를 구별할 수 없는 혼령을 목격하곤 한다. 머리가 잘려나간 한 무리의 흑인 병사가 산기슭으로 행군하는 것을 보았다는 이들도 있었다. 전쟁이 갈라놓은 첫사랑 프엉도 찾아온다.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겪은 끼엔에게 프엉만은 확실한 존재였다. 하지만 전쟁은 프엉과의 추억을 앗아갔다. 전쟁은 그녀를 변화시키고, 두 사람 사이에 균열을 만들었다. 죽지 않기 위해 끼엔은 글을 쓴다. 악몽과 현실 사이에서 버티고자 끼엔이 할 수 있는 일은 죽음을 쓰는 일이었다.“신짜오(안녕하세요).” 중얼거리며 외웠는데 금방 잊은 인사말, 통역해 주시는 하재홍 선생께서 가르쳐 주셔서 인사할 수 있었다. 하 선생은 천호동에 있는 한 모텔에 머물고 있는 그를 모시고 내려왔다. 그는 담배를 맘대로 태울 수 있는 모텔이 호텔보다 좋다고 한다. 홍마초의 뿌리와 이파리, 꽃잎을 담뱃잎에 섞어 말아 피워 물고 환각에 들어가곤 했다던 북베트남 병사들이 떠올랐다. 꼬박 밤을 새운 나보다 더 초췌한 그를 만나 가까운 해물탕집으로 가려 할 때 비가 스멀스멀 내리기 시작했다. 전쟁 얘기를 시작할 때 마치 정글에 비 내리듯 한꺼번에 빗물이 쏟아졌다. 장딴지까지 차오른 핏물 속을 행군했다는 구절이 떠올랐다. 벌건 내장을 드러낸 해물탕이 나왔다. ‘전쟁의 슬픔’은 시간의 흐름대로 쓴 톨스토이식 소설이 아니다. 끔찍한 비극의 찌끼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청년이 의식과 무의식, 현실과 기억, 지금과 과거를 오가는 ‘의식의 흐름’대로 쓴 소설이다. 그렇다고 도스토옙스키의 글쓰기와도 달랐다. “그래요. 맞아요. 의식의 흐름대로 쓴 소설이에요. 처음부터 그렇게 쓰자 해서 쓴 소설이 아니라 쓰다 보니 이렇게 됐어요. 내 소설이 도스토옙스키 소설과 비슷하다는 데 베트남어판 도스토옙스키 소설은 번역이 이상한지 읽기 어려웠어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이 1988년 베트남말로 번역됐는데 참 좋았어요.” 그가 ‘백년의 고독’을 읽었다는 말에 멈칫했지만, 단순히 마르케스의 영향으로는 읽히지 않았다. 신화나 전설을 차용했던 마르케스의 신화적 상상력과 달리, ‘전쟁의 슬픔’은 비극적 사실과 고통스러운 기억 자체를 신화적 상상력으로 끌어 쓰고 있었다.소설에서 2375회나 이름이 등장하는 끼엔은 1969년에 고등학교를 마치고 입대해 북베트남 보병사단의 병사로 서부고원 전선에서 싸웠던 작가의 이력과 유사하다. 다만 이 소설의 주인공은 내가 보기에 끼엔이 아니다. 숨은 주인공이 있다. 끼엔이 외면적 주인공이라면, 950회 이름이 나오는 프엉은 내면적 주인공이다.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작가들, 도스토옙스키나 카프카 같은 이들은 여러 인물에 자신의 내면을 투영해 넣는다. “어떻게 아셨어요? 맞아요. 끼엔은 베트남 전쟁을 겪은 베트남 병사의 일반적인 정서를 가진 인물이고요. 프엉은 내면의 제 자신입니다.” 마르케스와 다른 그의 글쓰기에는 베트남 특유의 상상력이 있었을 것이다. 죽은 혼령들은 왜 이리 많이 나오는지. 끼엔이 찾아가는 곳은 사람들이 많이 죽은 ‘고이 혼’이라는 지역이다. 우리말로 하면 ‘혼을 부른다’는 초혼(招魂) 지역이랄까. 거기서 끼엔은 죽은 자를 두 눈으로 자주 본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으스러진 육신을 끌고 다니는 귀신들이 지천에 널려 있는 곳이다. 정신병이 아니라 해질녘 나무들이 바람결에 내는 신음이 귀신의 노랫소리로 들린다. 소설에는 귀신 72회, 유령 24회, 혼령 18회, 망령이 4회 등장한다. 모두 죽은 이의 영혼들이다.“베트남 사람들에게는 이상한 상상력이 아니에요. 동남아 사람들은 육신이 사라져도 혼령이 일상에 함께한다고 믿지요. 내 작품에서 영혼, 귀신, 죽은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은 일반 사람들의 정서 속에 이렇게 남아 있다는 것을 그대로 쓴 거예요. 억울하게 죽은 귀신들, 전쟁에서 총에 맞아 죽어도 혼령으로 떠돌죠. 문화권이 다르면 이해하기 힘들겠죠. 공산주의 유물론의 관점에서는 유령이 뭐냐 하지요. 가톨릭 신도들은 영혼이 위로 간다 하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위가 아니라 혼령은 영원히 우리 주변에 있다고 믿어요.” 작가로서 그는 죽은 자와 산 자를 소통시키는 영매(靈媒)다. 죽은 자 중에 호아라는 여성 병사 얘기가 가장 마음 아팠다. 호아라는 이름은 이 소설에서 98회 등장한다. 이 소설에서 세 번째로 많이 등장하는 이름이다. 호아는 부대원의 길을 인도하는 선도병이었는데 길을 잘못 들어 미군이 있는 곳으로 부대원을 인도했다. 그들을 포위한 미군이 다가오자 부대원을 남기고 호아가 미군에게 뛰어든다. 풀밭에 쓰러진 호아 위로 알몸의 미군들이 숨을 헐떡이며 먼저 차지하려고 으르렁댔다. 집단 강간당하는 장면을 숨어서 보면서도 끼엔은 수류탄을 던지지 못한다. 수류탄을 던지면 위치가 발각돼 죽을까 봐. 수류탄을 던지지 못했던 비겁함은 살아남은 끼엔에게 가장 아픈 트라우마로 남는다. “내가 경험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전쟁 때 여군들이 생포되면 전부는 아니더라도 미군에게 강간당한다는 얘기가 많았어요. 그 얘기를 쓴 거죠.” 영화 ‘지옥의 묵시록’, ‘디어헌터’, ‘택시 드라이버’, ‘람보’, ‘플래툰’ 등은 베트남 전쟁을 주제로 한 미국 영화다. 지금까지 베트남 전쟁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는 미국의 시각을 통한 것이었다. 우리는 우리가 오리엔탈이면서 오리엔탈리즘 시각에서 베트남을 소비해 왔다. 이 영화들은 전쟁에 참여했던 미국인들이 겪는 내면의 싸움이며, 자가치유 방식이다. 미국인이 겪는 베트남전 트라우마가 이 영화들이 주제다. 그나마 박영한의 ‘머나먼 쏭바강’, 안정효의 ‘하얀전쟁’, 황석영의 ‘무기의 그늘’은 우리의 입장에서 전쟁이 파괴한 인간을 그리고 있다. 한편 ‘전쟁의 슬픔’에는 영웅이 없다. 도박과 환각에 빠진 베트남 병사들이 등장한다. 짐승으로 오인해 민간인을 사살하는 장면도 나오기에, 베트남 정부로서는 지금도 꺼림칙한 소설이다. 승리한 전쟁을 ‘슬픔’으로 표현했다며 처음엔 제목이 ‘사랑과 숙명’으로 바뀌어 나왔다. 1995년 런던 인디펜던츠 번역 문학상, 1997년 덴마크 ALOA 외국문학상, 2011년 일본경제신문 아시아 문학상 등을 받았지만, 정작 베트남 정부로서는 감추고 싶은 금서(禁書)였다. 베트남 국내에서 학생들은 지금도 이 소설을 잘 모른다. 한국에 온 베트남 유학생에게 물어 보면 외국에서 이 소설이 유명하다는 사실을 한국에 와서 알았다는 학생도 있다. 그의 건강을 염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주인공 끼엔처럼 그는 아직도 악몽에서 괴로워하는 걸까. 이만큼 끔찍한 소설을 쓴 사람이 정상인으로 살 수 있을까. 베트남 파병을 다녀와서 매일 군인 수통에 소주를 넣어 마시고, 군용 단도를 차고 다니면서 주변 사람을 위협하는 등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리다가 돌아가신 한국인 얘기를 전했다. “많이 회복됐어요. 글을 쓰는 창작 활동이 치료에 도움이 되지요. 그래요. 그럴 거예요. 전쟁 후 베트남 사람들은 그래도 주변에서 대화도 하고 함께 울어 주고 그러는데 미군이나 한국군은 더 심하게 트라우마를 겪었을 거예요. 미군이나 한국군은 낯선 타국에서 전쟁의 비극을 겪은 것이죠. 베트남 군인은 함께 전쟁을 겪은 베트남 사람들이 위로해 주고 풀 수 있었는데, 미군이나 한국군은 아무도 공감해 주지 않았을 거예요. 대화 상대도 없으니 몸부림치다가 죽어갔을 거예요.” 이제 가장 궁금한 질문을 던졌다. 베트남 전쟁이 끝난 1975년 4월 30일, 제27청년여단 소년병 500명 가운데 살아남은 열 명 중 한 명이었다. 전쟁의 트라우마로 방황하던 그는 어떻게 작가의 길을 선택했을까. “어렸을 때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했어요. 교수였던 아버지는 작가 친구들이 많이 있었어요. 그분들은 전쟁 무용담이나 문학 작품 얘기를 많이 했죠. 군에 입대하고 6년 동안 전쟁터에 있느라 글을 잊었지요. 전쟁 끝나고 돈 벌러 다녔는데, 아버지 친구들이 글재주 있다며 기억해 주셔서 문예창작학과에 들어간 거죠. 처음엔 전쟁 중 청년들의 연애 이야기를 쓰려고 했는데 가장 깊은 체험이 전쟁이었기에 전쟁 소설을 쓴 겁니다.” 그에게 글쓰기는 슬픔을 극복하는 생존 방식이었다. 통일을 경험한 베트남 작가로 한국인에게 전할 말씀을 부탁드렸다. “베트남은 무력통일이었기에 승자 북베트남과 베트콩이 남베트남 체제를 완전히 바꿔 놓았어요. 통일 후 갈등이 컸어요. 남베트남 사람 중 재산을 빼앗긴 사람들은 보트피플로 망명했어요. 전쟁을 통한 통일은 가짜 통일이에요. 진짜 통일은 평화를 통한, 대화를 통한 통일이에요. 기다리는 시간이 중요해요.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인내가 필요해요.” 현재 한국의 교역국 1위는 중국, 2위는 미국, 3위는 베트남이다. 문재인 정부가 베트남과의 교역을 중요하게 생각해서가 아니라, 이 소설과 베트남 문학은 이제 우리가 주목해야 할 텍스트다. 내년에 베트남 문학과 교류를 추진을 위해 베트남에 가볼 요량이라고 말씀을 드렸다. “2000년에 소설가 이문구 선생이 작가회의 회장이었을 때 베트남 작가협회와 결연을 했어요. 이후 경제협력은 많이 하는데 문학 쪽 교류는 거의 없는 편이죠. 가와바타 야스나리, 오에 겐자부로, 무라카미 하루키 등 일본 문학이 많이 번역되는데 한국 문학 번역은 고은, 방현석, 김영하 외에 뜸해요.” “깜언깜언(정말 감사합니다).” 배운 표현을 이제야 써 봤다. 기회 있을 때마다 조금씩 베트남 말을 써 봐야겠다. 해물탕이 많이 남았는데 더는 먹을 수 없었다. 위장이 아니라 마음이 쓰렸다. 아차, 지금까지 그의 이름을 쓰지 않았다. 그의 필명은 사람 이름이 아니라 땅의 이름이다. 개울물도 낮은 신음소리를 내며 흐르는 베트남의 지명이다. 그는 국제적인 인물로 적지 않은 인세를 받아 서방으로 이민 갈 수도 있었을 텐데, 전쟁 중 정글에서 자던 병사처럼 지금도 허름한 곳에서 노숙인처럼 살아야 편하다는 그의 선조가 견디며 살던 땅의 이름이다. 1952년생 바오닌. 시인·숙명여대 교수
  • ‘풀메탈 자켓’의 신스틸러 속사포 교관 리 이에미 74세로 타계

    ‘풀메탈 자켓’의 신스틸러 속사포 교관 리 이에미 74세로 타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1987년 영화 ‘풀메탈 자켓’에서 폭포수처럼 욕설을 퍼부어 병사들의 혼을 쏙 빼놓는 호랑이 교관으로 열연했던 영화배우 로날드 리 이에미가 74세를 일기로 세상을 등졌다. 고인과 함께 이 작품에 출연했던 매튜 모딘은 미국 시인 딜런 토머스의 저유명한 싯구를 빗대 “순순히 편안한 밤으로 넘어가지 마오”라고 재치 넘치는 추모 소감을 밝혔다. 이에미의 오랜 매니저는 트위터를 통해 “폐렴 합병증 때문에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에미는 1944년 캔자스주에서 태어나 11년 동안 해병대에서 복무하며 베트남과 일본 오키나와에 파견된 적이 있다. 1976년 군인복지법 덕에 필리핀 마닐라에서 대학을 다닌 그는 베트남전 경험 때문에 ‘지옥의 묵시록’에 헬기 조종사 겸 군사자문으로 출연하며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그 뒤 ‘3중대의 병사들’에도 훈련 교관으로 등장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풀 메탈 자켓’에서의 냉혈한 교관 하트먼 상사였다. 처음에는 기술 보조로 이 영화 제작진에 소개됐지만 나중에 그의 교관 연기를 시범삼아 시켜본 큐브릭 감독이 감탄해 그를 배우로 기용했다. 미국의 젊은이들을 살인기계로 키워내는 캐릭터를 연기하다 여러 차례 사고로 다치는 바람에 영화에서는 한쪽 팔을 거의 움직이지 않고 연기했다. 큐브릭 감독은 “이메이가 촬영 도중 갈비뼈에 심각한 사고를 입어 4개월 넘게 촬영에 임하지 못했는데 다시 연기하겠다고 해 그의 자세에 탄복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이메이는 애니메이션 영화 토이 스토리에도 교관 목소리로 출연하는 등 60편의 드라마와 영화에 경찰, 군인 역할로 주로 출연했다. 그의 죽음을 추모한 이들 가운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주니어도 포함됐다. 미국총기협회(NRA) 이사회 멤버이기도 했다. 매니저는 “그가 영화에 보인 이미지와 달리 따듯하고 인간적인 가장이었다”고 소개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지금과 닮은… 성냥불 같던 올드 상하이

    지금과 닮은… 성냥불 같던 올드 상하이

    그림은 한 점인데 뻗어나갈 수 있는 서사는 무한대다. 배경은 1930년대 ‘동양의 파리’라 불렸던 중국 ‘올드 상하이’. 20세기 초 서구 열강의 각축장이자 서양문물이 쏟아져 들어오던 변혁의 중심, 온갖 무역으로 축적한 황금의 도시였다. 유럽식 건축물, 고급 사교 클럽, 백화점, 영화관들로 흥성거렸던 격정의 순간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조덕현(61)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교수가 그 극적인 순간들을 소환한다. 다음달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열리는 ‘에픽 상하이’전에서다. ●시공간 넘나드는 1930년대 ‘황금의 도시 ’ 갤러리를 들어서자마자 폭 5.8m, 높이 3.9m의 초대형 화폭에 옮겨진 올드 상하이의 풍경과 인물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제목은 ‘1935’. 그림은 어느 한곳에 시선을 오래 두게 놔두질 않는다. 실존 인물과 허구의 인물이 뒤섞여 빚어내는 관계는 상상하는 만큼의 다채로운 서사를 펼쳐내고, 시간은 과거와 현재가 함께 어우러져 비틀려 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당대 최고의 상하이 여배우 롼링위(阮玲玉)가 말 등에 올라타 한껏 스포트라이트 받으며 촬영에 한창인 장면 바로 옆에서 진행되는 장례식의 주인공 역시 롼링위다. 건물 2층에서는 조선에서 태어났으나 상하이로 건너가 중국 영화 황제가 된 김염(金焰)이 아내 진이(秦怡)와 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이들과 한 풍경에 녹아든 인물은 상하이 영화판에서 일하고 있는 20대 조선인 남성 조덕현과 상하이 여성 소설가 홍이다. 1914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만주로 흘러들어 갔다가 상하이에서 일하게 된 조덕현 작가는 20세기의 풍랑을 온몸으로 통과하며 1995년 고독사한 것으로 설정된 가상의 인물이다. 조덕현 작가는 2015년 일민미술관 전시 ‘꿈’에서 그의 말년을 그렸다면, 이번에는 ‘프리퀄’ 격으로 그의 20대 상하이 시절을 불러냈다. 이번 전시의 서사는 조 작가가 상하이 출신 소설가 미엔미엔(홍의 분신)과 합작해 만들어낸 것. 조 작가는 이번 전시의 서사를 이끄는 ‘조덕현’에 대해 “나와 다른 삶의 궤적을 그린 인물이지만 지속적으로 내가 누구인지를 투영해 주는 인물”이라고 했다.●관객들이 스스로 맞춰가는 서사의 퍼즐 왜 그는 한 점의 그림에 이렇게 다양한 시대와 공간, 관계를 중첩해 보여주는 걸까. “제 작품은 하나의 이야기만 제공하는 게 아니고 관람객들에게 여러 관계와 단서를 주고 퍼즐 맞추듯이 짜맞추기를 해 보라는 겁니다. 그림이 펼치는 서사는 100명이면 100명이 다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죠. 문학과 영화는 하나의 서사를 공유하는 장르지만 그림은 표현 방식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으니까요. 그간 다양한 시공간의 자료를 한데 모으고 이야기를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작업해 왔는데 이는 이전 역사화에서 진화된 형태라고 생각해요.”●화려했지만 격렬한 위협의 시대 매료 한 편의 거대한 역사화 같은 ‘1935’에는 인물들의 드라마뿐 아니라 전쟁과 계층 간 암운 등도 드리워져 있다. 왜 지금 ‘올드 상하이’일까. “1930년대 올드 상하이는 성냥불을 켜면 확 켜졌다 꺼지듯 화려하게 빛나다 사그라든 시대입니다. 지금은 없어진 시공간이지만 삶의 질과 속도가 같은 시대 다른 공간 혹은 다른 시대 같은 공간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너무도 극적이고 격렬했던 곳이자 시대였죠. 그 극적인 공간에서 펼쳐질 수 있는 서사가 저를 매료시켰습니다. 지진, 핵위협 등 사회의 모든 요소가 너무도 격해지고 위협적인 현재의 시대와 닮은꼴 아닌가요.” 극사실주의적인 필치가 특히 돋보이는 다른 대형 회화 ‘꿈꿈’은 이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여기서도 시간과 공간은 경계 없이 뒤엉켜 있다. 수몰되는 ‘올드 상하이’를 배경에 둔 채 지구촌 곳곳의 참상들이 펼쳐져 있다. 1·2차 세계대전 난민, 베트남 보트피플, 팔레스타인 난민, 이탈리아 지진 피해자, 시리아 난민, 미얀마 로힝야족, 중일전쟁 당시 상하이 주민 등 각종 테러와의 전쟁, 재해의 희생자들이 극적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린 바로크 회화처럼 곳곳에 배치돼 ‘묵시록’의 풍경을 빚어낸다. ●‘꿈꿈’ 지구촌 곳곳 참상, 화폭에 펼쳐 이번 전시에는 ‘1935’, ‘꿈꿈’ 등 대작 회화 2점을 포함한 회화, 사진, 영상 설치작업 등 신작 18점이 공간에 맞게 부려져 있다. 전시의 동선 마지막인 갤러리 지하 1층에 자리한 영상 설치작업 ‘에픽 상하이’는 1930년대 상하이의 유명 영화 장면과 독거노인 조덕현의 골방 모습을 5면의 거울에 투영해 일파만파로 확장되는 영상의 파편들 사이에서 낯선 시공간을 부유하는 듯한 기묘한 경험을 안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눈의 묵시록/송종찬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눈의 묵시록/송종찬

    눈의 묵시록/송종찬 갈 데까지 간 사랑은 아름답다 잔해가 없다 그곳이 하늘 끝이라도 사막의 한가운데라도 끝끝내 돌아와 가장 낮은 곳에서 점자처럼 빛난다 눈이 따스한 것은 모든 것을 태웠기 때문 눈이 빛나는 것은 모든 것을 내려놓았기 때문 촛불을 켜도 눈의 점자를 읽는 밤 눈이 내리는 날에는 연애도 전쟁도 멈춰야 한다 상점도 공장도 문을 닫고 신의 음성에 귀 기울여야 한다 서체를 받듯 두 눈을 감고 혀를 내밀어보면 뼛속까지 드러나는 과거 갈 데까지 간 사랑은 흔적이 없다 갈 데까지 가 봤어야만 했다. 모든 것을 다 태웠어야 했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끝까지 가 봤어야 했다. 망설였다. 미적거리다가 중도에서 멈췄다. 그래서 사랑은 타다 만 장작처럼 볼썽사나운 후회로 가슴에 남았다. 첫눈은 따스하다. 혀 끝에 대면 이내 녹아 사라진다. 첫눈이 그렇듯이 갈 데까지 간 사랑은, 모든 것을 다 태워 버린 사랑은 흔적이 없다. 다음에 사랑이 오거든 갈 데까지 가 보시라. 한 점의 후회도 남기지 마시라. 장석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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