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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의 토종] (10) 한산모시

    [한국의 토종] (10) 한산모시

    찌는 듯한 무더위가 초여름부터 계속되고 있다. 에어컨도 없던 시절, 그저 부채바람으로 땀을 식히던 때에 옛 어른들은 무슨 옷을 지어 입고 어떻게 더위를 견뎠을까.‘입고 있어야 오히려 시원하다’는 전통 옷감이 있었으니 바로 토종 ‘삼베’와 ‘모시’다. 삼베는 대마(大麻)의 껍질을 벗겨 삼은 올이 굵은 직물로 서민들이 주로 즐겨 입었다. 삼베보다 올이 가늘고 촘촘한 모시는 저마(苧麻)의 껍질을 벗겨서 만든다. 모시는 결이 곱고 부드러운 만큼 만들기가 까다롭고 값이 비싸 지위가 높은 층이 사용했다. 속이 비칠 듯 말 듯하면서 바람이 잘 통하는 모시옷을 입고 체면도 지키고 맵시를 뽐내면서 여름 한철 더위를 난 것이다. 하늘하늘 잠자리 날개처럼 속살을 내비치는 모시옷 한 벌은 당시엔 최고의 ‘명품(名品)’이었다. ●모시의 역사는 삼국시대 이전까지 올라가 이 땅에서 모시의 역사는 삼국시대 이전까지 올라간다.‘삼국지’나 ‘후한서’ 등의 기록에 보면 삼한시대부터 마섬유를 재배하였던 것을 알 수 있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문무왕 32년에 ‘30승포(升布)·40승포’의 극세포(極細布)를 중국에 공물로 보냈다.”는 기록이 보인다.“세(細)모시 옥색치마 금박물린 저 댕기가…” 김말봉이 쓴 우리 가곡 ‘그네’의 한 소절이다. 장마가 소강상태로 후텁지근한 날씨가 계속 이어진 이달 초순, 노랫말에 나오는 ‘세모시’로 이름난 충남 서천군 한산(韓山)면을 찾았다.“예부터 한산모시를 최고로 쳤어요. 임금님 진상품으로 올라갔으니까요.” 모시수확이 한창인 밭으로 안내를 하던 장정수(69·서천군 모시재배회장)씨의 말이다. 수확한 모시풀에서 옷감이 나오기까지는 공이 많이 들어간다. 모시짜기의 제작과정은 재배와 수확, 태모시 만들기, 모시째기, 모시삼기, 모시굿 만들기, 모시날기, 모시매기, 모시짜기, 모시표백 등 그 공정이 까다롭기 그지없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4호인 ‘한산모시짜기’의 기능보유자 방연옥(61)씨.“옛날에는 집집마다 베틀에서 모시짜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지요.” 워낙 손이 많이 가고 수익은 적어 현재는 겨우 몇집만이 전통적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단다.“입을수록 제 살갗처럼 윤기가 나는 것이 모시”라며 섬세하고 단아한 토종모시가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했다. ●디자인·직조기술 개선 세계화 사업 추진 정성어린 손길을 거친 모시섬유는 순백색에 비단 같은 광택이 난다. 옷도 해 입고 방석이며 이불도 했다. 예전에 대갓집에서 모시로 수의를 했는데 나라에서 금했다고 할 만큼 사치스럽기까지 하다. 서천군은 쇠퇴하는 모시산업을 육성 발전하기 위해 ‘세계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나철순(52·한산모시세계화사업단장)씨는 “토종 한산모시를 세계적인 명품으로 만들어 보겠다.”며 자신의 포부를 밝힌다.“작년부터 지리적 표시 인증제도를 시행하는 한편 현대적 감각에 맞는 디자인과 직조기술의 고급화 교육 등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우수한 ‘토종모시’를 지키는 작업은 단순히 ‘전통을 보존하자’는 감성적인 차원에서만 접근할 일이 아니다. 멋스럽고도 실용적인 옷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활성화되고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흰 모시적삼에 한 손엔 부채를 든 여유 있는 모습을 여름철 곳곳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계절에 순응하며 살았던 옛 조상의 지혜를 보듯이. 글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28) 옹기장이와 땜장이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28) 옹기장이와 땜장이

    김준근의 ‘옹기장이’는 옹기장이가 옹기를 만드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발로 물레를 돌리며 옹기 안에다가 편편한 나무판자를 대고 바깥에서 몽둥이로 두드려 형태를 만들고 있다. 그림의 왼쪽에는 옹기를 굽는 흙 가마가 있다. 옹기가 나오는 그림은 여럿이 남아 있는데, 거개 옹기로 물을 담아 나르거나 혹은 젓갈 따위를 담아 판매하는 행상을 그린 것이다. 옹기를 만드는 것을 그린 것은 김준근의 그림이 유일한 것으로 짐작된다. 김준근의 또다른 작품 ‘땜장이’를 보자. 옹기나 사기그릇이 부수어지면 깨진 부분에 접착제를 바르고 철사로 테를 단단히 둘러서 고정시켜 준다. 옹기나 사기그릇이 귀했기 때문에 버리지 않고 땜장이를 불러 다시 보수해 썼기에 생긴 직업이다. ●물레 돌려 질그릇 만들고 유약 입혀 구워내 옹기는 불과 얼마 전까지 흔하디흔한 생활용기였다. 물을 담아두는 것은 물론이고, 간장과 된장, 고추장 등의 장류, 김치와 같은 저장식품은 모두 옹기에 담아 보관했다. 그뿐인가. 쌀이며 보리 등의 곡식도 옹기에 담았다. 전기냉장고가 보급되고, 아파트가 주거의 대세를 이루면서 맨 먼저 사라진 것은 큰 옹기들이었다. 간장·된장·고추장과 김치가 공장에서 ‘생산’되면서 더 이상 옹기가 필요치 않게 되었다. 한약을 다리는 약탕기는 한약을 일회용 파우치에 담아 먹으면서부터 사라져 버렸다. 그 외의 부엌에서 쓰이던 소소한 옹기들은 모두 플라스틱이나 비닐, 알루미늄 호일이 물리쳤다. 이제 옹기는 큰 규모로 장을 생산하는 공장이 아니라면, 장식품이 되어 남거나 박물관에 놓여 있게 될 것이다. 아마 황순원의 ‘독 짓는 늙은이’의 송영감이 죽었을 때 시간 속으로 사라져야만 하는 옹기의 운명 역시 정해졌던 것이다. 옹기는 질그릇에 황갈색의 유약을 입혀 구운 것이다. 따라서 먼저 질그릇을 만들고 그것에 유약을 입혀 구워야 옹기가 되는 것이다. 질그릇이야 원래 토기니, 삼국시대 이전부터 있는 것이지만, 유약을 바른 옹기는 임진왜란 병자호란을 거친 뒤에야 나타난 것이라고 한다. 하긴 이것은 엄격하게 구분한 것이고, 질그릇이나 옹기나 문헌을 보면 꼭 구분해서 쓰는 것은 아니다. 위의 그림에서 옹기, 곧 질그릇을 만드는 사람을 옹기장이, 한자로 옹장(甕匠)이라고 한다.‘경국대전’을 보면, 공조에 13, 봉상시 10, 상의원 10, 내자시 10, 내섬시 8, 사도시 8, 예빈시 8, 내수사 7, 소격서 4, 사온서 4, 의영고 4, 장원서 8, 사포서 10, 양현고 2명의 옹장을 두고 있다. 이런 관청은 질그릇이 절실히 필요했던 관청이다. 예컨대 사온서란 관청은 궁중에 필요한 술을 빚는 관청이니, 당연히 질그릇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이 관청에 옹기장이가 각각 배치되어 있는 것은 아무래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옹기를 굽기 위해서는 가마가 필요한 법이다. 위의 관청들은 절대 다수가 궁중에 있는 관청이다. 궁중에 가마를 둘 수 없는 일이니, 아마도 어디선가 가마를 두고 옹기를 만들되, 그 옹기장이를 파견했던 것이 아닌가 한다. 성종 때 인물인 성현은 ‘용재총화’에서 “사람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것으로서 도기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지금의 마포, 노량진 등지에서 진흙을 구워 그릇을 만드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다. 이것은 모두 질그릇, 항아리 독 같은 종류다.”라고 말하고 있다. 곧 마포와 노량진에 질그릇을 굽는 가마가 있었던 것이다. 또 조선후기의 기록들을 보면, 서강의 ‘옹막촌’, 노량의 ‘옹막리’라는 지명이 등장하는데 아마도 같은 장소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관청에 소속되는 장인을 경공장이라 하고, 지방의 관청, 예컨대 관찰사영이라든지 군·현 등에 소속되는 장인을 외공장이라 한다.‘경국대전’을 보면 경공장과 외공장을 각각 밝히고 있다. 즉 사기장은 서울의 관청에도 있고, 지방 관청에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옹장의 경우 외공장에 소속되어 있지 않다. 이유는 알 수가 없다. 그렇지만 지방에도 옹장이 있었던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허다한 명목으로 세금 만들어 옹기장이 쥐어짜 민유중이 1659년 경상도 암행어사로 나갔다가 돌아와 올린 보고서를 보면, 철점(鐵店)과 옹점 등이 모두 통영과 병영의 소속이 되어 폐단이 많다 하였다. 이것으로 보아 옹점 등이 국가 기관에 소속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 순조 때 만들어진 ‘만기요람’에 의하면, 전라도와 경상도에서는 장인들에게 세금을 거두는데, 한 사람마다 세목(稅木) 한 필이라고 하였다. 세금을 거두는 대상은 주철장(鑄鐵匠)ㆍ유철장(鍮鐵匠, 놋쇠를 만드는 장인)ㆍ수철장(水鐵匠, 무쇠를 만드는 장인)·옹점장(甕店匠)인데, 앞의 세 장인은 호조에, 옹점장은 공조에다 세금을 바쳤다. 이런 기록으로 보아 당연히 지방 각 곳에 옹기를 만드는 곳이 있었던 것이다. 아니 불과 20∼30년 전까지만 해도 도시 주변에서도 옹기를 굽는 곳을 흔히 찾아볼 수 있었으니, 그런 곳은 대개 조선시대에 옹기를 굽던 곳이었다. 옹기를 만들어 파는 옹기장이는 사회에서 가장 낮은 지위의 장인들이었고, 국가로부터 심한 착취를 당했다. ‘정조실록’ 13년(1789) 윤5월22일조를 보면 장령 조성규는 균역법이 시행된 이후 지방 고을 수령들이 장인이나 상인, 혹은 사기나 옹기를 만드는 마을에서 징수하는 세금에는 모두 정해진 액수가 있는데, 허다한 명목을 새로 만들어내어 백성을 쥐어짜는 묘책으로 삼고 있다고 왕에게 말하고 있다. 그 대책으로 양심적인 수령을 뽑자는 말이지만, 그건 결코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금이야 옹기 만드는 기술도 무형문화재의 대접을 받지만, 조선조의 옹기장이는 이렇게 쥐어짜도 말 한 마디 못하는 천민이다. 역사에 이름이 남을 리 없다. 범죄에 관련되어 한두 이름이 남을 뿐이다.‘세종실록’ 15년(1433) 12월21일조를 보면, 선산의 옹기장이 대금(大金)이 남의 집 종을 모살하여 참형을 언도받은 기록이 있을 뿐이다. 또 한 사람 옹기장이는 천주교 신자로서 신유사옥 때 순교한 김귀동이다. 그는 박해를 피해 충청북도 제천 배론의 옹점으로 옮겨서 살았다 하는데, 옹점이란 것은 원래 지명이 아니라, 옹기장이인 그가 옮겨가 살면서 옹기를 구웠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김귀동은 신유사옥 때 황사영이 도망오자 숨겨 주었고, 황사영은 그의 집에서 저 유명한 ‘황사영백서’를 썼던 것이다. 황사영은 천주교회의 역사에 뚜렷한 이름을 남기고 있지만, 김귀동은 어떻게 되었는지 알 길이 없다. ●김장독처럼 큰 옹기는 어떻게 팔았을까 옹기를 파는 곳은 어디인가? 육의전(입전·면포전·면주전·포전·저전·지전)을 제외한 나머지 상품들에 대해서 자유로운 상행위를 허락한 신해통공 때 이 정책의 발의자이자 추진자였던 채제공은 금난전권을 시전에 허락한 것이 결국 물가를 올린다고 말하면서 “요사이는 심지어 채소나 옹기까지도 판매하는 전(纏)이 따로 있어서 사사로이 서로 사고 팔 수가 없는 형편입니다. 그래서 백성들의 음식에 소금이 떨어지고, 가난한 선비가 조상의 제사를 지내지 못하는 일까지도 생깁니다.”(‘정조실록’ 15년 1월25일)라고 말하고 있다. 이 자료를 보건대 한때 시전에서 옹기를 독점 판매했던 것이다. 하지만 정작 시전에 옹기를 파는 곳이 어디인지는 알 길이 없다. 유본예의 ‘한경지략’에 의하면, 종루거리와 남대문 밖에 도자기를 파는 자기전이 있다고 하는데, 여기서 판매한 것이 아닌가 한다. 만약 지방이라면 어디서 팔았을까. 사기그릇은 지고 다니며 팔지만 김장독처럼 큰 옹기는 어떻게 팔았는지 자못 궁금하다. 작고한 소설가 이문구의 ‘관촌수필’을 보면 ‘옹점이’란 여자가 나온다. 이문구의 어렸을 때 친구다. 옹점이란 이름은 이문구의 조부가 이 여성의 어머니가 딸을 옹점에서 낳았다고 해서 옹점이라 부르라 했던 것이다. 옹점은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옹기를 굽는 곳이다. 지명을 사람의 이름이나 호로 삼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인촌 김성수가 살던 마을이 인촌이었기에 호가 인촌이 된 것이 그 예다. 하지만 옹점이란 이름은 그 사람이 옹점에서 태어난 것을 말하니, 좋게 들리지 않는다. ‘관촌수필’에서 이문구가 그리고 있는 옹점이는 얼마나 손끝이 맵고 싹싹하고 눈치 빠르고 영리한 여성인가.‘옹점’이란 이름은 그것을 지워버린다. 사족. 대학시절 ‘관촌수필’을 읽고 문체에 홀딱 반하였다. 다시 그런 문체가 있을까. 앞으로 한국문학은 이문구처럼 그렇게 리얼하고 치밀한 충청방언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아쉽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서울시 ‘희경루 방회도’ 문화재 지정

    서울시 ‘희경루 방회도’ 문화재 지정

    서울시는 10일 동국대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봉수당 진찬도’와 ‘희경루 방회도’ 등 7점을 시 유형문화재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봉수당 진찬도는 정조가 1795년 경기 화성에 있는 부친 사도세자의 묘소인 현륭원에 행차했을 때, 주요 행사를 그린 병풍 ‘화성능행도병’ 8폭 가운데 한 폭이다. 혜경궁 홍씨의 환갑을 기념해 베풀어진 진찬의 장면을 그린 작품이다. 또 희경루 방회도는 1546년 증광시(增廣試)에 합격한 동기생들이 광주 인근의 누정(樓亭)인 희경루에서 20년 만에 다시 만난 것을 기념해 제작한 것이다. 이 2점 외에 동국대 박물관에 있는 ‘법주사 수정암 석불좌상’과 ‘감지은니범망경보살계 및 보살계의’, 종로구 창신동의 불교 태고종 지장암에 소장돼 있는 ‘화엄경소와 다라니’,‘지장암 신중도’,‘감로도’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이번 유형문화재 지정으로 시 문화재는 유형문화재 254건, 기념물 25건, 민속자료 29건, 문화재자료 41건, 무형문화재 38건 등 모두 387건으로 늘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Local] ‘비빔밥 제조’ 무형문화재 추진

    맛의 고장 전북 전주시를 대표하는 ‘전주 비빔밥’의 전통과 비법에 대한 무형 문화재 지정이 추진된다.9일 전북도에 따르면 전주시 중앙동 가족회관 대표 김년임(71·여)씨를 전통음식 만들기 무형 문화재로 지정하기 위한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전북도는 향토술 담그기나 죽염 제조장에 대해 4명의 무형 문화재를 지정했으나 비빔밥 분야는 김씨가 처음이다. 도는 전문 심의위원회 심사를 거쳐 이달 중에 김씨를 비빔밥 제조 무형 문화재로 지정할 계획이다. 김씨는 16세 때부터 어머니로부터 전통음식 조리법을 배우기 시작해 1980년 가족회관을 개업하고 전주 비빔밥의 전통을 이어왔다.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부고] 동초제 판소리 오정숙 명창

    [부고] 동초제 판소리 오정숙 명창

    동초제 판소리의 ‘대모’이자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춘향가)의 예능 보유자인 운초 오정숙 명창이 7일 오후 10시50분 전북 익산 원광대 병원에서 별세했다.73세. 1935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작은 몸집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찬 소리에 뛰어난 발림과 구성진 아니리 등 판소리의 3박자를 두루 갖춘 명창으로 평가받았다. 고인은 14세 때 동초 김연수 명창의 문하에 들어가 오직 한 우물만 팠다. 여성 소리꾼으로는 처음으로 1972년 ‘춘향가’를 시작으로 1976년 ‘적벽가’에 이르기까지 판소리 다섯 바탕을 한 해에 한 바탕씩 완창해 화제를 모았다. 입버릇처럼 “나를 이겨먹는 소리꾼이 나와서 얼른 동초제를 부흥시켰으면 좋겠다.”고 하던 고인은 1997년 설립된 동초제판소리보존회의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지난해 연말 ‘동초 탄생 100주년 기념공연’에 출연하는 등 최근까지 무대에 서 왔다. 전주대사습 판소리부 장원(1975)을 차지하고 한국방송공사 국악대상(1984년), 동리국악대상(2007년), 방일영 국악상(2007) 등을 수상했다. 판소리 다섯 바탕을 모두 음반으로 남겼으며, 이일주, 조소녀, 민소완, 은희진 명창 등 많은 제자를 배출했다. 빈소는 원광대 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11일 오전 8시.“동초 선생님의 발치에 묻어달라.”는 유언에 따라 장지는 동초의 고향이자 묘소가 있는 전남 고흥군 금산면 대흥리로 결정됐다.(063)842-5172.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29일 ‘박봉술제’ 무대서는 송순섭 명창

    29일 ‘박봉술제’ 무대서는 송순섭 명창

    “저녁 일곱시부터 ‘흥보가’를 부르기 시작하여 밤 열한시 반이 되었으니 조금 있으면 새해가 밝을 참인데 한 사람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박수를 칩디다. 말로는 도저히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그런 재미 때문에 말려도 자꾸 완창에 나서는 것 같소.” 송순섭 명창이 국립극장의 완창판소리 무대에 다시 오른다.29일 오후 3시부터 달오름극장에서 박봉술제 ‘적벽가’를 부른다. 드물게 동편제 소리를 고수한 그는 송흥록-송광록-송우룡-송만갑-박봉술로 이어지는 이른바 송판 ‘적벽가’의 독보적인 존재이다. 송 명창은 2006년 12월31일 국립극장의 제야 완창판소리에서 ‘흥보가’를 부르기에 앞서 “나이가 칠십이니 다시 완창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1936년생으로 올해 72세지만, 호적에는 1939년생으로 올라 있다. 주변에서는 이 소식을 전해 듣고 ‘송 명창의 마지막 판소리 완창’이라고 이날 무대에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웬걸, 그는 한밤중의 소리판에서 오히려 ‘엔돌핀’이 솟구치는 것을 느끼며 “이 좋은 소리, 앞으로 더 오래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스승 박봉술 명창 이어 송판 ‘적벽가´ 독보적 존재 송 명창은 2000년 풍을 맞았다. 남성적인 ‘적벽가’가 장기로 알려진 소리꾼이 ‘흥보가’를 한번 불러봤더니 청중들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박수바람에 미쳐서 돌아가다 보니’ 그해에만 완창이 5차례였다. 그는 결국 11월16일 쓰러졌다. 그럼에도 자신의 표현대로 ‘덜렁덜렁한’ 오른 팔과 다리로 약속한 두 개의 공연을 마치고 나서야 입원했다. 그러는 사이 문화재청에서 한 통의 공문을 받았다. 중요무형문화재가 되려면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2001년 5월31일 ‘적벽가’를 완창하여 예능보유자에 올랐다. 가족과 제자들이 모두 죽을 것이라고 말렸지만, 그는 오히려 ‘적벽가’를 부르며 ‘이제는 살았구나.’하고 희열을 느꼈다고 한다. ●2000년 풍 맞고도 그해 완창무대 5차례 올라 전남 고흥 출신인 그는 광주에서 공옥진 명인의 아버지 공대일 선생, 성창순 명창의 아버지 성원복 선생, 김명환 명고수에게 소리를 배울 때 “박봉술의 소리가 중후한 소리라는 것을 세상사람들은 모른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에 새겼다. 그는 이후 부산에 살던 박 명창을 찾아가 그곳에 눌러앉았고, 스승이 서울에 자리잡자 다시 밤기차로 오가며 배웠다. 그는 지금도 박 명창에게 ‘적벽가’뿐 아니라 ‘흥보가’와 ‘수궁가’까지 세 바탕을 물려받았다는 데 무한한 자부심을 느끼는 듯했다. 송 명창은 순천에 세워진 동편제판소리전수관에 박봉술 명창의 무덤을 이장하는 한편 동편제판소리보존회를 만들어 송만갑 명창의 자서전을 펴내고 명맥이 끊어졌던 ‘순천대사습’을 되살리는 데도 힘쓰고 있다.2006년부터는 광주시립국극단장도 맡고 있다. 송 명창은 요즘 하루에도 서너 시간씩 소리 연습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제부터의 완창은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하늘이 주시는 기회라는 것이다. 그는 “기운이 딸리는 것은 걱정이 아닌데 가사를 잊어버리거나, 아니리를 하면서 말더듬이가 될까 걱정”이라며 웃었다. 북은 박근영과 정항자. 전석 2만원.(02)2280-4115∼6.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한국 전통문화의 멋 흠뻑 느꼈어요”

    “한국 전통문화의 멋 흠뻑 느꼈어요”

    “교민들과 함께 한국문화를 체험한 것이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8일 경북 경산시 자인면 계정숲에서 열린 ’제33회 경산자인단오제’ 행사장에 러시아 등 17개국의 주한(駐韓) 외교사절 30명이 한꺼번에 모인 이색 행사가 열렸다. 이들은 한국에 사는 자국민들과 함께 한국의 전통문화를 보고 체험하는 재미에 흠뻑 빠져 있었다. 지방의 행사에 이같이 많은 외교사절들이 참석한 것은 경산시가 ‘경산자인단오제’를 세계 속에 널리 알리기 위해 이들을 초청했기 때문.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이며, 참석자는 두배 정도 늘었다. 이날 관람단에는 아돌포 카라피 칠레 대사와 모하메드 아바스 수단 대사, 숙타온 케올라 라오스 대사, 호세 누네스 에콰도르 대사, 무라드 알리 파키스탄 대사, 무스타파 카마리 튀니지 대사 등 8개국 대사가 참여했다. 또 발레리 예르모로프 러시아 총영사, 디사나야키 스리랑카 공사, 루옹 둑 롱 베트남 참사관 등 9개국 영사와 공사 등이 다녀갔다. 이들은 오전 11시 계정숲 문화마당에서 열린 단오제 경축식에 참석하고 경산여자전산고교생 250여명이 함께 선보인 여원무(女圓舞·중요무형문화재 제44호) 등을 관람했다. 일레나 안드레이(여) 루마니아 1등 서기관은 “화려한 복장을 한 단원들이 일체감을 갖고 선보인 공연이 매우 인상깊고 흥미로웠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들은 최병국 경산시장의 안내로 계정숲 내에 마련된 한국전통문화체험코너에서 다도(茶道) 및 창포 머리감기, 짚풀공예, 천연염색, 그네뛰기 등을 체험했다. 캄보디아 결혼이주여성 7명을 만난 림 삼콜 캄보디아 대사는 “아들, 딸 낳고 사는 모습이 자랑스럽다.”면서 “반드시 성공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캄보디아 결혼이주여성 마오대니(29·경산시 사정동)는 림 대사를 만난 감동에 “정말 기쁘고 행복하다.”며 “친정 부모님들을 자주 만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글 사진 경산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국제축제 된 ‘경산자인단오제’

    국제축제 된 ‘경산자인단오제’

    오는 7∼10일 경북 경산에서 열리는 단오(端午) 행사인 ‘경산자인단오제’에 외교사절이 대거 참가한다. 초대 행사를 처음 시작한 지난해 보다 인원이 두배 늘었다. 4일 경산시에 따르면 이 날까지 경산자인단오축제에 참가 또는 희망 의사를 밝혀온 주한 외교사절은 20개국 40여명에 이른다. 프랑스·러시아·루마니아·튀니지·파키스탄·라오스·칠레·캄보디아 방글라데시·에콰도르·앙골라·인도네시아·콩고·스리랑카·수단·베트남 등 16개국 대사와 외교사절단 32명이다. 미국·중국·일본·몽골 등 4개국 대사 등 주한 외교사절 10여명은 최근 시에 단오제 참가 희망의사를 밝혔다. 시는 행사기간 이들에게 중요무형문화재 제44호 ‘한장군놀이’와 팔광대놀이, 자인계정들소리 등 우리의 전통문화를 관람케 하고 투호놀이 등 각종 체험 행사에도 참여토록 해 ‘문화도시 경산’의 이미지를 새롭게 각인시킬 계획이다. 병국 경산시장은 “경산자인단오제를 국제행사로 발돋움시키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외교 사절들을 모시게 됐다.”면서 “해가 갈수록 단오제 행사에 국내 관광객은 물론 주한 외교사절과 외국인들의 참여가 크게 늘고 있다.”고 자랑했다. 경산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제주 세계자연유산지구 무료 개방

    ‘세계유산에 푹 빠져보세요.’ 유네스코가 선정한 성산일출봉 등 제주 세계자연유산과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인 강릉단오제가 이달 제주와 강원에서 열린다. 강릉단오제(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는 4일부터 11일까지 강원 강릉시 남대천 단오장에서 펼쳐진다. 천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강릉단오제는 8일간 영신제와 영신행차, 단오굿, 관노가면극, 송신제 등 지정문화재를 비롯해 모두 7개 분야 74개의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린다. 단오제 기간에는 중요 무형문화재 및 강원도 무형문화재 초청 공연, 강릉농악과 학산오독떼기, 하평답교놀이 등의 공연이 열리고 창포머리감기, 신주 담그기와 맛보기, 수리취떡 만들기, 단오부채 및 관노탈, 시시딱딱이탈, 단오부적 그리기 등 체험 행사도 풍성하다. 또 씨름과 그네, 줄다리기와 투호대회 등 민속 행사를 비롯해 전국 한시백일장과 시조경창대회, 강릉사투리 경연대회 등 문화예술 행사가 펼쳐진다. 올해부터 공연이 없는 야간 시간대(22∼24시)에는 공연장에서 영화를 상영해 볼거리도 제공한다. 단오제위원회는 관람객들의 편의 제공을 위해 남대천을 가로지르는 임시 가교를 확장했고, 단오장 인근인 홍제동 둔치에 무료 주차장을 마련했다. 강릉단오제와 연계한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해 단오장을 출발해 문화예술관, 경포대, 참소리박물관, 선교장, 오죽헌, 시립박물관, 행사장을 순환하는 셔틀버스도 운영된다. 제주도에서는 세계자연유산 등재 1주년을 맞아 6월을 ‘제주 세계자연유산의 달’로 정하고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14일 세계자연유산 사랑 민간 서포터스 출범식을 시작으로 27일부터 3일간은 성산일출봉 등 제주 세계자연유산 지구를 관광객들에게 무료 개방한다. 본격 피서철이 시작되는 7월1일에는 새벽 5시 조천읍 선흘리 거문오름 정상에서 ‘거문오름 희망 일출제’가 열리고 5일에는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국제트레킹 개막식’을 갖는다. 거문오름 국제트레킹은 거문오름과 벵뒤굴 일대를 연결한 10.5㎞ 코스를 직접 걸으며 자연유산 생태탐방을 체험하는 행사로 2개월간 계속된다. 또 8월에는 세계유산캠프,9월 세계자연유산 국제사진전, 국제용암동굴학회, 제주 세계자연유산 국제심포지엄 등도 잇따라 마련된다. 한편 강릉단오제는 2005년 11월25일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으로 선정됐고,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2007년 6월27일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경인미술관서 ‘곰달래 서각전’

    서각 분야의 장인으로 `중요무형문화재 각자장 제4호´ 이수자인 김상철씨가 4∼10일 서울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제18회 곰달래 서각전´을 연다.(02)2604-5379.
  • [공연 단신] 日 ‘더 골드 핑거스’ 초청 연주회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은 일본의 나가우타(長唄) 연주단체인 ‘더 골드 핑거스(The Gold Fingers) 초청 연주회를 6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재동 네거리에 있는 공보문화원 뉴센추리홀에서 연다. 멤버 전원이 일본의 국가지정 무형문화재인 ‘인간국보’의 제자로 이루어진 ‘더 골드 핑거스’는 일본 국내는 물론 해외공연에서 실력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전통 음악극인 가부키의 반주음악에서 발전한 나가우타는 복수의 소리꾼과 현악기인 샤미센 연주자로 구성되며, 피리와 큰북이나 작은북이 참여하기도 한다.(02)765-3011∼3(120,123).
  • 이매방의 승무·살풀이 왜 전통춤의 아이콘인가?

    이매방의 승무·살풀이 왜 전통춤의 아이콘인가?

    “지금 전통 춤 전승자의 80∼90%는 이매방류를 한다. 또 경연대회에도 100명에 80∼90명은 선생의 승무나 살풀이를 들고 나온다. 이런 현상이 우리 춤의 미래를 위해서 바람직스러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제1회 우봉(宇峰) 이매방(李梅芳) 전통춤 학술세미나’가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지를 물어보느라 양종승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뜻밖의 얘기가 돌아왔다. 한국무속학회 회장을 지낸 무속학자로, 우봉으로부터 승무를 배우기도 한 양 연구관은 31일 민속박물관 강당에서 열리는 학술세미나의 추진위원장이다. 그의 말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우봉의 춤이 ‘너무 잘나가서’ 걱정이라는 것이다. 우봉은 “대한민국 무용인의 70%가 내 제자”라고 한 적이 있지만, 제자나 제자의 제자에게 배우는 사람까지 합치면 사실상 대부분의 한국 무용 전공자가 그의 제자이다. 여기에 전남 목포에서 시작된 우봉의 전통춤은 이제 전국적으로 퍼진 것은 물론, 미국의 뉴욕, 일본의 도쿄와 오사카에서도 현지인에게 전승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실 전통춤 분야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한 우봉의 승무와 살풀이는 일년 내내 전국의 크고 작은 무대에서 거의 끊이지 않고 공연된다. 또 그의 춤은 그동안 2편의 박사학위 논문과 30편의 석사학위 논문,13편의 학술 논문으로 발표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춤사위의 특성을 밝히거나, 다른 춤과 비교하는 연구가 아니라 그의 춤이 갖고 있는 사회적이거나 역사적인 의의를 학술적으로 밝히는 노력은 부족했다는 것이 세미나를 마련한 우봉전통춤보존회의 문제의식이었다고 한다. 이번 세미나는 전통예능 분야 학술발표회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잡을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를 가질 만큼 흥미롭게 구성됐다. 오전에 간단한 개회식에 이어 학술발표회와 종합토론을 펼친 뒤 오후에는 주인공인 81세의 우봉 선생을 초청하여 좌담회를 갖고 이매방류 승무와 살풀이춤의 완판 발표회를 함께 감상하는 순서로 짜여졌다. ‘제1회’답게 주제발표는 이 시대에 우봉 춤이 갖고 있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드러내보이는 데 주안점을 둔 듯하다. 양 연구관은 무형문화재적 가치와 위상,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무용예술사적 의의, 이미영 국민대 교수는 양식과 특징을 밝히게 된다. 발표회에서는 이미 일가를 이룬 제자인 채상묵 우봉전통춤보존회 회장이 승무, 우봉의 부인으로 부산에서 후진을 양성하는 김명자씨가 살풀이를 춘다. 우봉전통춤보존회는 이 학술세미나를 앞으로 한 해에 한 차례씩 연다는 계획이다. 춤을 알면 우봉춤을 출 수밖에 없다지만, 내년의 세미나는 우봉춤이 전통춤판을 사실상 ‘싹쓸이’하는 데 따른 문제점은 없는지 짚어보고,200명에 이르는 전수자들이 어떤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는지도 생각해보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한다.(02)3704-3107.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한국의 토종] (7) 나비

    [한국의 토종] (7) 나비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아 오너라. 노랑나비 흰나비 춤을 추며 오너라.” 독일민요에 우리말 가사를 붙인 동요의 한 소절이다. 나비는 노랫말의 주인공이 될 만큼 인간과 친숙한 곤충이다. 나비엑스포가 열리던 이달 초순 전남 함평.“어릴 적 이맘때면 동네 산과 들에 배추흰나비, 노랑나비, 꼬리명주나비 등을 쉽게 볼 수 있었지요.” 함평 곤충연구소 정헌천(52) 소장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나비는 예전에 흔하게 볼 수 있는 곤충이었다. 전세계에 2만종 정도 퍼져 있는데, 토종 한국나비는 남북 합해 260여종이 기록되어 있단다. 언제부턴가 나비 보기가 어려워졌다. 인공적인 생태공원이나 이벤트를 통해서만 만날 수 있는 희귀한 곤충이 된 것이다. 그는 “대표적인 환경지표 곤충인 나비가 제초제를 비롯한 각종 농약에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엑스포 기간 내내 인공수정해 부화시킨 나비를 행사장에 공급하느라 분주하던 정 소장이다.“나비는 정서적으로 안정을 주는 곤충입니다. 아름다운 자태만으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순화시키지요.” 그가 나비를 사랑하는 이유다. 역사적으로 나비는 우리 선조들의 삶과 늘 함께 해왔다. 조선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는 단오 때 기생들이 사용하는 부채에 나비그림이 많았다고 전한다. 삶에 밀접한, 사랑과 소망을 상징하는 곤충임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민화를 비롯한 회화에도 자주 등장한다. 조선시대에 유행한 초충도(草蟲圖)를 보면 참외·오이처럼 자손 번창을 의미하는 덩굴식물 주변을 장생(長生)을 상징하는 나비가 날아다닌다. 아울러 쌍쌍이 나는 나비 문양을 이불깃·혼례 의상 등에 수놓아 부부애를 표현했으며, 정교한 나비매듭은 여성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한껏 높여 주기도 했다. 목가구에 쓰는 경첩과 자물쇠 등을 만드는 두석장(豆錫匠·무형문화재 64호) 김극천(58)씨는 “나비 문양 중에서도 호랑나비가 단연 으뜸”이라며 호랑나비의 화사함이 좋은 징조임을 설명한다. 줄어만 가는 나비를 ‘심미적 자원’으로 되살리려는 노력 또한 활발하다. 울산 현대자동차의 강창희(46) 환경방재팀 과장은 대표적인 토종 호랑나비인 꼬리명주나비의 서식지 복원 및 증식사업에 몰두하고 있다.3년 전부터 울산시와 현대자동차가 공동으로 추진해온 ‘태화강 생태복원 프로젝트’에 관한 일이다. 옛날 태화강 일대에서는 여유롭게 날아다니는 꼬리명주나비 떼와 자주 마주쳤지만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사라진 지 30년 됐다. 강 과장은 “지난해 복원에 성공했으니까 올 여름이면 자연부화한 나비를 강변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경남 남해의 나비생태공원 권명철(34) 관리소장은 한국 고유종 나비 150여종의 인공사육에 성공했다. 자연부화 가능성이 5% 미만이던 부화율을 70%까지 끌어올렸다. 그는 “토종나비의 복원과 증식을 통해 사람들에게 정서적 안정과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 목적”이라며 환경의 중요성도 같이 알리고 싶어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종수(種數)와 개체수를 가진 생명체인 곤충. 오늘날 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수억년 동안 이 땅에서 살아온 ‘가장 아름다운 곤충´의 존재를 위협하고 있다. 한반도에서 토종나비들이 계속 살아남을 터전이 마련될 때 우리 후손의 삶도 보장될 것이다. 인간과 나비는 앞으로도 같이 살아가야 하는 자연생태계의 가족이기 때문이다. 사진 글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강릉단오제 새달 4일 팡파르

    강릉단오제 새달 4일 팡파르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 유산인 강원 강릉단오제(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가 다음달 4일부터 11일까지 열린다. 27일 강릉시에 따르면 국내 최고, 최대 민속축제인 강릉단오제가 남대천변 단오장 등에서 다채롭게 펼쳐진다. 지난 9일의 신주빚기 행사를 시작으로 19일 대관령산신제와 국사성황제, 학산서낭제, 국사여성황봉안제가 열려 사실상의 단오행사 막이 올랐다. 다음달 4일부터 열리는 단오제 본행사에서는 영신제, 영신행차, 단오굿, 관노가면극, 송신제 등 강릉단오제에서만 볼 수 있는 다양한 문화제 행사가 열린다. 행사 기간 국내 5대 농악축제와 국가 지정 무형문화재 초청 행사, 강릉농악경연대회가 열리고 씨름·그네·줄다리기·투호·윷놀이 등의 민속놀이 행사가 흥을 돋운다. 단오제 신주 맛보기, 신주 담그기, 수리취떡 만들기, 관노탈 그리기, 창포 머리감기, 방짜수저·열쇠고리 만들기 등 체험 행사도 준비됐다. 한시백일장, 전국시조경창대회, 단오장기왕대회, 단오전국사진공모·전시회, 강릉사투리경연대회, 전통혼례시연 등의 경축행사도 잇따른다. 올해 부터는 공연이 없는 야간시간대(22∼24시)에 수리 공연장에서 영화를 상영해 볼거리도 제공한다. 이밖에 영어권 원어민 강사를 초청해 한국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한국문화와 강릉 단오제를 세계에 홍보할 계획도 세워 놓았다. 최명희 강릉시장은 “관람객들을 위해 체험장과 주차 시설을 넓히고 행사장 스탠드에 느티나무와 소나무를 심어 녹음을 만들었다.”면서 “세계적인 축제 강릉단오제가 좀더 재미있고 알찬 내용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릉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전통 단오축제 경산서 즐기세요!

    전통 단오축제 경산서 즐기세요!

    “경산자인단오제에 놀러 오세요.” 경북 경산시는 다음달 7∼10일 경산에서 열리는 중요무형문화재 제44호 ‘경산자인단오제’를 앞두고 수도권 관광객 유치를 위해 25일 서울 인사동 문화거리에서 호장굿 행렬(가장행렬) 재현 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렬에는 호위병과 기마병, 기수, 팔광대, 풍물놀이단 등 200여명과 말 3필, 마차 등 인력과 장비가 동원돼 인사동 문화거리 1.3㎞ 구간에서 펼쳐져 휴일 나들이 나온 서울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호장굿 행렬은 조선시대 단오날 아침 자인고을의 수호신인 한장군의 사당으로 제사 지내러 가는 제관들이 현감 행차와 같은 격식과 채비를 하고 가는 광경이다. 이날 행사에는 최병국 경산시장과 김충용 서울 종로구청장, 홍기서 종로구 의회의장 등이 참석했다. 특별공연에서는 대북, 큰굿, 계정들소리, 팔광대 공연이 펼쳐졌고, 경산대추, 포도 등 농특산품을 홍보·시식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최 시장은 “경산자인단오제는 해마다 20만명 이상이 찾는 한강 이남의 최대 전통 민속축제”라며 “특히 수년 전부터 20여개국 주한 외교사절이 찾는 등 국내외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인의 계정숲 일원에서 열리는 경산자인단오제에서는 원효성사 탄생 다례제, 창포머리감기, 한장군제, 외국인 페스티벌, 단오음악제 등 문화예술ㆍ체험ㆍ전시 행사가 열린다.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대대손손 방향을 만드는 인내의 손

    대대손손 방향을 만드는 인내의 손

    한적한 시골마을의 어둠 속에서 봉긋하니 솟은 마을 뒷동산을 사박이며 오르는 장인의 발걸음이 여명보다 먼저 새벽을 깨운다. 200여 년 전부터 준비해 왔던 그의 열정이 지난 며칠 동안 화로 놓인 방에서 한 조각 한 조각 고이 새겨져 눈 그치고 고요한 이 새벽 그의 두 손 넘치도록 담겨 세상에 그 탄생을 알리려 거북바위로 향하고 있다. 거북바위 정중앙에 들고 온 대추나무 조각의 뚜껑을 열고 올려놓자 가운데 반짝이던 바늘이 빙글 돌며 한 방향을 가리킨다. 그 바늘 방향은 거북바위 등에 뚫려 있는 구멍들과 정확히 직각을 이루며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꼿꼿하기만 하다. 그제야 장인의 입가에 미소가 서린다. 허리를 펴고 깊은 숨을 토해내니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을 풍경을 눈 가득 담아두는 그의 얼굴이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 지난 몇 달 간의 고생을 이 거북바위에서 마무리하는 장인은 우리의 전통 나침반인 윤도(輪圖)를 만드는 중요무형문화재 제110호 윤도장 김종대 씨(76세)다. 윤도는 무덤 자리나 집터를 정할 때 풍수가나 지관이 사용하던 나침반 또는 지남반(指南盤)을 말하는 것으로, 고창군 성내면 산림리 낙산마을에서 윤도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320여 년 전이다. 이 동네에 살던 김씨 가문에서 ‘지윤도’라는 나침반 기본 설계도와 자석을 만들 수 있는 원석을 구해와 최초로 만들었는데, 이 기술이 한씨, 서씨 집안을 거쳐 김종대 씨의 조부(김권삼)와 백부(김정의)에게 전해졌고 어렸을 때부터 손재주가 뛰어난 그가 가업을 이어받았다. 이 마을에서 만들어진 윤도는 ‘흥덕 패철’이라고 불리며, 방향이 정확하고 견고해 전통 나침반으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맥을 이어오고 있다. 마을 뒷산에는 동서로 가로놓여진 ‘거북바위’가 있는데 바위 등에 7개의 구멍이 파여 있어 완성된 패철을 그 위에 놓으면 남북이 정확히 맞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다른 마을에서 패철을 만들어 여기에 놓으면 남북이 잘 맞지 않는다고 하니 어쩌면 이 마을에서 윤도의 전통을 이어가야 한다는 숙명의 표증인지도 모를 일이다. 정성과 인내의 전통 내림 윤도는 5~7층이 기본이며 12방위나 24방위를 나타낸 1층짜리 휴대용 윤도도 있다. 김종대 씨는 부채 끝에 매달아 장식품과 나침반 역할을 하는 ‘선추’, 거울과 나침반의 기능을 조합한 ‘면경철’, 거북 모양을 한 ‘거북패철’, 지관들이 가장 많이 찾는 ‘전통 패철’ 등 24층까지의 다양한 윤도를 만들고 있다. 윤도는 수령이 150~200년 이상 된 대추나무를 그늘에서 3년 이상을 말리거나, 바닷물이나 저수지에 2~3년 동안 담가 두었다가 건져서 그늘에서 1년 이상을 말려서 사용한다. 다음으로 동심원 하나를 최소 1도의 각을 이루도록 360개로 분금해야 하는 매우 정교한 작업인 정간 작업이 이어지는데 만약 이것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윤도는 그 생명인 정확성을 잃게 된다. 그 다음에는 그 작은 공간마다 글자를 새기는 까다롭고 지루한 작업이 이어진다. 만약 하나의 획수라도 잘못 조각하면 며칠이 걸려 작업한 판을 모두 갈아 없애고 다시 조각해야 한다. 윤도를 배울 때에는 이 작업에 정신을 놓아 그의 손이 성할 날이 없었다고도 한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인내하며 정성을 들인 결과 손은 거칠어질 대로 거칠어졌지만 그의 전통을 향한 열정은 한층 진해졌다. 이제는 마음이 흐트러지면 작업을 중단하고서 산책으로 마음을 다스린다고 한다. 조급하게 서두른다고 일이 빨리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정간, 각자 작업을 할 때는 온 집안 식구들이 조심해요. 만약 한 글자를 새기다가 잘못되면 사소한 일에도 굉장히 화가 나 가족들이 신경을 써요. 큰아버지는 중간 중간에 단소를 옆에 끼고 나가 동네를 돌아다니다 오기도 하셨죠.” 각자 작업이 끝나면 먹으로 전체를 검게 칠하여 원이 제대로 되었나 살피고 옥돌가루를 칠하는데, 옥돌의 흰색이 각자와 분금 속에 들어가면 먹칠 바탕 위에 글자가 선명히 드러난다. 그리고 동서남북 정방향을 나타내는 글자에는 붉은색을 띠는 주사를 입힌다. 만주에서 구해온 원석에 쇠침을 붙여 만든 자침을 윤도에 놓은 다음 유리 덮개를 덮으면 하나의 윤도가 완성된다. 윤도는 우리 조상의 정성과 인내가 깃든 예술품으로, 공들여 만든 만큼 사람들을 위해 유용하게 쓰이는 도구이다. 하지만 세상이 변해 힘든 일을 하려고 하는 사람이 드물다. 몇 년 전부터 눈이 아릿해지면서 귀가 듣는 소리는 사그라지기 시작하고 손에서 힘이 조금씩 빠져나가 윤도를 만드는 일이 날로 버거워진다는 장인의 한마디가 전통을 지키고 이어가는 것에 무심한 우리 세대의 어리석음을 돌아보게 한다. 그는 윤도가 사람들에게 잊힌 채로 전통을 이어가는 사람들만의 것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많이 앞선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열정을 가지고 인내하며 전통을 이어가면 언젠가 사람들의 마음이 옛것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게 될 것이라고 그는 믿는다. 이제 우리는 안다. 그가 남긴 발자국처럼 사람들의 가슴에 전통이라는 흔적은 진하고 선명하게 찍혀있음을. 그리고 그 발자국이 사라질 때면 또 다른 발자국이 그 위에 선명하게 찍혀 햇살에 빛나게 될 것임을.   글 김종혜 자유기고가 월간 <삶과꿈> 2008년 6월호 구독문의:02-319-3791
  • 전통 단오축제 경산서 즐기세요!

    전통 단오축제 경산서 즐기세요!

    “경산자인단오제에 놀러 오세요.” 경북 경산시는 다음달 7∼10일 경산에서 열리는 중요무형문화재 제44호 ‘경산자인단오제’를 앞두고 수도권 관광객 유치를 위해 25일 서울 인사동 문화거리에서 호장굿 행렬(가장행렬) 재현 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렬에는 호위병과 기마병, 기수, 팔광대, 풍물놀이단 등 200여명과 말 3필, 마차 등 인력과 장비가 동원돼 인사동 문화거리 1.3㎞ 구간에서 펼쳐져 휴일 나들이 나온 서울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호장굿 행렬은 조선시대 단오날 아침 자인고을의 수호신인 한장군의 사당으로 제사 지내러 가는 제관들이 현감 행차와 같은 격식과 채비를 하고 가는 광경이다. 이날 행사에는 최병국 경산시장과 김충용 서울 종로구청장, 홍기서 종로구 의회의장 등이 참석했다. 특별공연에서는 대북, 큰굿, 계정들소리, 팔광대 공연이 펼쳐졌고, 경산대추, 포도 등 농특산품을 홍보·시식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최 시장은 “경산자인단오제는 해마다 20만명 이상이 찾는 한강 이남의 최대 전통 민속축제”라며 “특히 수년 전부터 20여개국 주한 외교사절이 찾는 등 국내외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인의 계정숲 일원에서 열리는 경산자인단오제에서는 원효성사 탄생 다례제, 창포머리감기, 한장군제, 외국인 페스티벌, 단오음악제 등 문화예술ㆍ체험ㆍ전시 행사가 열린다.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고창농악 고깔소고춤’ 새달 14일 무대 첫선

    전북 고창에서만 연행되어 온 ‘고깔소고춤’이 처음으로 무대에 올려진다. 다음달 14일 오후 4시·7시30분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고창농악보존회(전북 무형문화재 제7-6호)가 선보이는 ‘고창농악 고깔소고춤’. 고창농악 최고 명인들의 뒤를 이어온 굿쟁이들이 1년여 동안 공들인 끝에 서울 무대에 진출한 공연이다. 농촌 들판의 풍경을 무대로 옮겨놓은 공연이란 점이 특징. 고창농악보존회에서 고깔소고춤을 배우고 가르치는 30∼40대 농악인들이 고깔을 쓴 채 소고를 두드리며 들판풍경을 재연한다. 공연은 고깔소고춤 군무로 시작해 정창환, 유만종, 박용하 등 고창 고깔소고춤 명인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입장굿-오채굿마당-오방진마당-호허굿마당 등 고창 우도판굿도 열린다. 정월대보름 마을 어귀에서 펼쳐지던 문굿마당, 김매기 소리와 장화 한쌍이 어우러지는 풍장굿마당, 보름달처럼 풍성하지만 정갈한 한가위마당이 풀어진 뒤 전 출연진이 함께 어우러지는 뒷굿마당으로 마무리한다. 풍물 개인놀이인 고깔소고춤은 상쇠놀이, 설장구에 비해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고창농악의 가장 대표적인 종목. 화려하지만 요란하지 않고, 소박하지만 단순하지 않은 품새가 특징이다.(02)588-7520.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경희궁 가면 어깨춤이 절로

    경희궁 가면 어깨춤이 절로

    23일 오후 경희궁 앞에 마련된 야외무대. 장님 분장을 한 사내가 작심한 듯 양반집 마님의 얼굴을 거침없이 더듬자 관객석에선 웃음이 터진다. 장님:“아니 돼지머리에 왜 이리 털이 많이 났어.” 장대장 부인:“이봐요 어딜 만지세요. 그건 돼지머리가 아니라 제 머리예요.” 무형문화재 백영춘(62) 선생과 아내 최영숙(53)씨가 선보인 ‘장대장 타령’의 한 대목이다. 점쟁이로 나오는 장님이 지체 높은 양반을 놀리고 있다. 장대장타령은 서울·경기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대표적 재담소리다. 연극 속에 노래가 있고, 해학과 익살을 담아낸 재담소리는 ‘웃찾사’‘개그콘서트’등 요즘 공개코미디의 원조 격이다. 올해로 4번째인 서울무형문화재 축제의 한 장면이다. ●무형문화재 엑스포 전통문화를 널리 알리고 서울을 찾는 관광객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2008 서울무형문화재 축제’가 오는 25일까지 경희궁 일대에서 한판 잔치마당을 펼친다. 후계자를 찾지 못해 대가 끊길 위기에 있는 무형문화재 속에 한국문화의 근본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23일 전야제 행사는 재담소리에 이어 현대적인 시각으로 판소리 심청전을 재구성한 창극 ‘뺑파전’과 익숙한 판소리 흥보가 등이 이어졌다. 주말에는 강령탈춤의 전통적 예술성과 대중적 음악성을 접목한 연희극 ‘미얄’을 포함해 조선 후기 경기 지역의 전통소리인 ‘휘몰이 잡가’, 논·밭일을 하며 조상들의 청량제의 역할을 했던 마들농요 공연도 펼쳐진다. 또 풀피리 연주인 초적, 나라의 평안을 비는 춤인 태평무, 현대인에게도 익숙한 남사당놀이 등 다채로운 공연도 마련되어 있다. 올해부터는 원주 매지농악, 거문도 뱃노래, 고양 송포호미걸이, 서산 박첨지놀이, 진주 교방굿거리춤 등 다른 지방을 대표하는 무형문화재 공연도 준비돼 볼거리가 더욱 풍성하다. 경희궁에서는 이틀 동안 4차례에 걸쳐 신나는 굿판이 이어진다. 마을주민들이 안녕과 결속을 위해 해마다 열어온 마을 굿인 행당동아기씨굿(성동구 행당동)과 봉화산 도당굿(중랑구 신내·상봉·중화동)그리고 밤섬부군당도당굿(한강 밤섬)이 펼쳐진다.2005년 1월 나란히 서울시 무형문화재 33·34·35호로 지정된 마을을 위한 대동굿이다. ●25일에는 남이장군사당제 또 25일 정오부터는 남이장군사당제가 열린다. 평생 나라를 위해 병사를 모으고 훈련을 시키던 한강변(현재 용산구)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사지가 찢기는 거열형을 당했던 남이장군의 넋을 기리는 행사다. 과거의 굿을 보며 우리시대 공동체의 평안을 기원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한쪽에서는 장인들의 소박하면서도 비범한 전통공예품을 만나볼 수 있다. 경희궁 입구의 서울시립미술관 경희분관에서는 생칠과 칠화, 매듭, 옹기 등 전통 공예품을 특별 전시하는데 공예품을 만들어지는 과정도 직접 볼 수 있다. 또 풍물, 탈춤, 소리, 예절 등을 배우고, 가족이 함께 맷돌돌리기와 도리깨질, 투호놀이, 제기차기 등 전통민속 놀이도 체험할 수 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19일 TV 하이라이트]

    ●명사의 스승(EBS 오후 7시55분) 주요 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 산조 및 병창 보유자.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 교수.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회 위원장. 명창 안숙선에게는 수많은 이름들이 따라다닌다. 끊임없는 노력과 훌륭한 스승이 곁에 있었기에 가능한 별칭들이다. 명창 안숙선을 만들어준 스승을 만나본다.   ●김동건의 한국 한국인(KBS2 밤 12시45분) 손을 잃고 그림을 얻어 행복하다는 화가 석창우. 전기기사로 일하던 중 감전 사고로 두 팔을 모두 잃은 이야기와 그림과는 무관한 삶을 살다가 아들에게 줄 새를 그리면서 새삼 재능을 발견한 사연, 갈고리에 붓을 끼우고 투쟁한 지 한 달 만에 정식 제자로 맞아 준 스승에 대한 이야기 등을 엿본다.   ●사랑해(SBS 오후 9시55분) 영희는 영희B의 유산 사연을 듣고 안타까워 한다. 한편, 영희는 신문을 들고와서는 철수에게 만화가 안 실렸다며 궁금해 한다. 그러자 철수 역시 의아해하다가 편집장으로부터 진작 타협을 원할 때 듣지 그랬냐는 말에 못내 서운해 한다. 그러면서도 영희에게는 단행본 발행건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며 둘러댄다.   ●이산(MBC 오후 9시55분) 청나라 군사가 무력을 썼다는 말에 그 의도가 무엇인지 알아내려 송연은 태감을 만난다. 하지만 태감은 송연의 질문에 대한 대답 대신 그림 한 점을 전해주고, 송연은 그 그림을 산에게 보여준다. 산은 정약용이 송연의 말을 되새긴 뒤 군사들을 청나라 사신단이 있는 모화관으로 보내는데….   ●뉴스Q(YTN 오후 4시30분) IOC위원에 도전하고 있는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총재(WTF)가 출연한다. 김운용, 박용성 위원의 연이은 자격 상실로 현재 국내에는 이건희 전 삼성회장이 유일하게 IOC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조 총재가 IOC위원이 되기 위한 준비 과정과 세계 태권도계의 수장으로서의 남다른 태권도 사랑을 들려준다.   ●TV, 책을 말하다(KBS1 오후 11시30분) 지난 5일 타계한 소설가 박경리 선생을 추모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그가 인생을 바쳐 써낸 작품 ‘토지’를 다시 조명해보고, 고인의 작품과 사상이 현재 우리들의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도 돌아본다. 고인이 타계하기 한 달 전, 그를 직접 만났다는 문학평론가 방민호씨의 인터뷰 내용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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