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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연합사령관에 리스카시대장/6월 하순에 취임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한미 연합사령부(CFC)사령관에 로버트 리스카시 미 육군참모차장을 새로 임명했다고 주한 미군사령부가 19일 발표했다. 루이스 메네트리 한미 연합사령관은 지난 87년 6월 육군대장 진급과 동시에 연합사령관에 임명돼 2년 10개월동안 근무해 왔으며 오는 6월하순 로버트 리스카시대장과 임무교대하게 된다.
  • “취업규칙 위배않은 근로자 노사 상벌위 해고결정 무효”

    ◎서울고법,원심파기 서울고법민사9부(재판장 김형선부장판사)는 3일 한태곤씨(충남홍성군홍성읍옥암리399)가 홍주여객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소송에서 『피고가 비록 노사 쌍방이 선출한 위원으로 구성된 상벌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원고를 해고 했더라도 그 사유가 취업규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무효』라면서 『피고는 원고에게 7백40여만원과 복직될 때까지 매달 47만9천원을 지급하라』며 원심을 깨고 원고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가 취업규칙에 업무상 비밀누설과 감봉이상의 징계를 3회이상 받은자 등으로 면직사유를 한정하고 있으면서도 원고가 경미한 교통사고를 자주 일으켜 회사의 경제적손실을 입혔다는 이유로 면직이라는 중징계를 내린 것은 징계권 행사를 남용한 것으로 무효』라고 밝혔다. 한씨는 지난 85년말 4년6개월동안 근무해 오던 피고회사로부터 한햇동안 7차례의 교통사고를 냈다는 이유 등으로 상벌위원회에서 면직이 결정돼 해고당하자 소송을 내 1심에서 패소했었다.
  • 남상현 감사위원/서기보로 출발…외곬 29년(얼굴)

    감사원 서기보로출발,29년간 근무해온 외곬 감사인. 공사가 분명하고 강한집념과 과감한 추진력을 가진 실무형. 사무차장으로 승진된지 1년만에 다시 감사위원으로 발탁. 사무차장으로 있으면서 각국의 감사결과가 관계부처에 합리적으로 처리되도록 헌신. 부인 이기미씨(49)와 1남2녀. 취미는 등산. ▲충남 괴산ㆍ55 ▲연세상대 ▲감사원1ㆍ2국장
  • 헌재 「보안법 한정합헌」결정의 의미

    ◎국가안보ㆍ국민기본권 “고심의 절충”/남북분단 현실 중시…국익위해 존치/추상적용어의 「부분위헌」가능성도 지적/수사기관의 자의적인 확대해석에 제동 헌법재판소가 2일 그동안 끊임없이 위헌시비를 일으켰던 국가보안법 제7조1항(반국가단체의 찬양ㆍ고무ㆍ동조등)과 5항(이적표현물소지ㆍ탐독ㆍ반포등)에 대해 「한정합헌」결정을 내린 것은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북한의 남침위협이 상존하고 있는 이상 이 조항들을 완전히 폐기하기보다는 존치시켜놓은채 「현실」에 맞도록 운용하는 것이 더 국가적 이익에 부합된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번 결정은 남북대치라는 특수상황을 고려할때 아무런 대체법률없이 이 조항을 포함,국가보안법을 폐지한다는 것은 국가의 안전과 존립을 위태롭게 할수 있다는 국민적 인식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한정합헌」결정은 국가보안법이 그 해석이나 적용과정에서 「일부위헌」의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번 결정을 통해 『구성원ㆍ활동ㆍ동조ㆍ기타의 방법ㆍ이롭게 한자등 5군데 용어는 지나치게 다의적이고 그 적용범위가 광범위하다』고 지적해 대상범위를 축소하도록 하고 막연하고 추상적인 표현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 「위헌」결정을 내려 수사기관이 자의적으로 법률을 확대해석 해서는 안된다고 제동을걸었다. 다시말해 이번 결정으로 수사기관의 엄정한 수사를 재촉구하고 법률구성요건을 보다 강화하도록 함으로써 구속요건에만 해당되면 무조건 구속수사해왔던 관행에 쐐기를 박은 셈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결정은 「국가안보」를 중시하는 정부측입장과 「기본권보장」을 앞세우는 재야법조계의 주장을 동시에 수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당초 지난해 12월 이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결정을 내릴 예정이었으나 정기국회에 이어 지난2월 3당합당이후의 임시국회에서도 국가보안법개정 법률이 민자당의 당내 이견및 평민당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되자 더이상 선고를 미룰 명분이 없어 이날 이같은 「한정적 합헌」결정을 하게된 것이다. 임시국회 때 평민당은 국가보안법을 완전히 폐지하고 「자유민주수호법」이란 대체입법을 제정해야한다고 촉구한 반면 민자당은 국가보안법을 그대로 두고 이들 조항의 목적범만을 처벌하자는 내용의 개정법률안을 내놓았었다. 한편 이와같은 당과 국회의 개정방향에 대해 법무부와 검찰은 『당리당략에 의한 법개정은 있을수 없다』면서 『현행 법률이 엄격히 적용되고 있는만큼 계속 유지돼야할 것』이라고 현행법 고수입장을 보였다. 이에 따라 국가보안법은 보다 광범위한 각계각층의 의견수렴을 거쳐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나 개정될 전망이다. 실무관계자들은 법개정방향을 놓고 『의원입법이든 정부입법이든 국가보안법을 개정할 때는 이번에 헌법재판소가 내린 결정을 중시한 가운데 입법취지를 충분히 살려 개정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심판에서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9명가운데 변정수재판관처럼 이 조항에 대해 「전면 위헌」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법조인이나 관계자들의 의견을 입법당국은 간과해서는 안될 것으로 여겨지고있다. 재판부가 이날 「단순한 찬양ㆍ고무ㆍ동조행위」를 형사처벌대상에서 배제시키도록한 결정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의사와 표현의 자유를 적극 보장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이는 국가의 안전보장과 관계없거나 우리의 체제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지 않을 때에는 표현의 자유등 기본적 인권은 어떠한 제한도 받지않는다는 헌법정신에 따른 것이다. 결국 헌법재판소는 우리의 분단상황등을 고려해 「한정합헌」결정을 내림으로써 공산침략을 막고 체제를 수호하는데 본뜻을 두고 있는 현행 국가보안법의 기본취지를 인정해준 셈이다. 그러나 이 법을 공정하게 집행하기 위해서는 수사기관이 스스로 광의 또는 확대해석을 통한 오ㆍ남용을 막고 인권보장원칙을 철저히 지켜 공무를 수행해 나가는 자세를 확립하는 일이 선결과제로 남는다. 그렇게 할때 비로소 일부에서 「반민주 악법」이라고 비난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이 체제유지를 위한 법률로 제몫을 다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와함께 법원도 재판을 할때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구속된 피고인이 인권의 침해를 당했는지,또 올바르게 법률이 적용됐는지를 신중히 심리한뒤 만약 수사기관에서 법을 오ㆍ남용 했음이 확실할 경우 과감하게 「무죄」등을 선고해 잘못된 수사관행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국가보안법 제7조1항의 적용에 대해 『반국가단체를 고무ㆍ찬양ㆍ동조 그리고 이롭게 하는 행위 모두가 곧바로 국가의 존립 및 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또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위험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그 행위일체를 어의대로 해석하여 모두 처벌한다면 합헌적인 행위까지도 처벌하게 되는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또 『그가운데서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무해한 행위는 처벌에서 배제하고 이에 실질적인 해악을 미칠 위험성이 명백한 경우로 처벌을 축소ㆍ제한하는 것이 헌법에 합치되는 해석일 것』이라고 말해 「한정합헌」과 「일부위헌」론을 접목시켰다. 그러나 현재의 국가보안법은 우리가 지금대로 북방외교와 대북외교를 강화할 경우 언젠가는 폐지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때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한시적인 것으로 보아야 마땅할 것같다. 한편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위헌결정」이 아닌 「한정합헌」결정이기 때문에 국가보안법 제7조1항 또는 5항 위반혐의로 구속된 피의자나 재판에 계류중인 피고인과 이미 형이 확정된 사람들은 아무런 혜택이나 실익을 볼 수 없다.
  • “군 사조직 근절”/이국방,지휘서신

    이상훈국방부장관은 22일 육ㆍ해ㆍ공군ㆍ해병대 여단장급 이상 지휘관및 참모들에게 보낸 90년도 지휘서신 제1호를 통해 『대북군사우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각 군은 예산 사용에서 시설ㆍ부동산과 같은 불요불급한 것은 최대한도로 억제하고 탄약ㆍ장비 등 실질적 전력증강에 최우선을 두고 전력소요및 투자 우선순위를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장관은 또 최근 군의 기강과 관련,『어떠한 명분으로든 사조직이나 파벌을 조성하는 행위는 근절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장관은 이어 『군 일부에서 최근 정치권의 동향이나 비군사영역에 필요이상의 관심을 표명하거나 무분별한 언동을 하는 행위가 없지 않다』고 지적하고 『군 본연의 임무에 헌신하는 천직의식과 위국헌신을 본분으로 삼고 복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반려 된다” 회사말 믿고 낸 사표/수리돼도 사기 아니다

    ◎서울지법 합의부 판결 서울민사지법 합의37부(재판장 심일동부장판사)는 17일 박재관씨(부산시 부산진구 초읍동 268의1)가 한국전화번호부주식회사를 상대로 낸 면직취소청구소송에서 『원고가 사표를 낸 것이 피고회사의 강박이나 사기에 의한 것이라고 볼수 없다』고 판시,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원고 박씨는 지난 74년 당시 한국전화번호부공사에 입사해 부산지사장으로 근무해오다 지난 84년11월 한국전기통신공사가 회사를 인수한 뒤 회사측이 직제개편을 통한 분위기 쇄신을 위해 2급이상 간부 전원에게 사표를 내도록 요구함에 따라 사표를 냈었다. 박씨는 사표를 낸 17명 가운데 11명은 반려되고 자신 등 6명은 3급직원으로 강등돼 발령이 나자 이를 거절,의원면직당한 뒤 『사장이 새로 부임했으니 형식상 사직원을 제출하면 곧 반려될 것이라고 회사측이 속여 사표를 내도록 했다』고 주장,소송을 냈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의 사표제출이 직제개편을 위한 일괄사표의 형태로 이뤄졌다하더라도 사표가 수리될 것을 예측할 수 있었고,사직원이 곧 반려될 것이라고 믿고 사표를 냈다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강박ㆍ사기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 “중태” 중남미경제 현장 르포:상

    ◎“살인적 인플레”…식량폭동도 유발/아르헨선 자고나면 올라 한해 5천%선/페루서도 심각…하루품삯이 콜라 4병값/환차익 노려 달러 현찰 선호…크레디트카드는 푸대접 중남미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게는 달러화현찰이 필수적이다. 선진국에서 신용사회의 척도처럼 돼있는 크레디트카드나 TC(여행자수표)는 호텔이나 상점에서 마냥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다. 크레디트카드나 TC는 선진국에서처럼 대접을 받기는 커녕 현찰에 비해 5∼10%의 웃돈을 줘야만 겨우 써먹을수 있다. 이는 극심한 환율인상에 따른 환차익을 막기위해 정부가 신용카드나 TC의 사용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사회의 정착보다는 발등에 떨어진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한 극약처방에 따라 자연스럽게 현찰선호사회가 형성된 셈이다. 식당에 가봐도 메뉴의 음식가격이 적힌 난은 연필로 써있기 일쑤다. 하루사이에 돈가치가 뚝뚝떨어지기 때문에 가게마다 매일 물건의 정가표를 바꿔달기 위해서는 지우기 쉬운 연필로 가격을 매기는 것이 훨씬 편리하다는 얘기다. 남미국가들 가운데이처럼 인플레가 가장 심한 곳은 아르헨티나와 페루다. 공식발표된 인플레율은 아르헨티나가 지난해 연4천9백23%로 5천%에 육박했고 페루도 2천7백75%나 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각각 8천%,5천%를 넘고 있다는게 현지경제인들의 설명이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1%를 기록했는데도 물가비상으로 법썩을 떨었던 것과 비교하면 이들 남미국가들의 인플레실정이 어느정도인지 쉽게 짐작이 간다. ○화폐는 마치 휴지조각 이같은 하이퍼 인플레이션은 남미제1의 대국인 브라질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천4백%의 인플레를 기록했던 브라질에서는 현재 모두 네종류나 되는 화폐가 통용되고 있다. 지난 4년동안 총2만%의 인플레가 일어나 그동안 화폐의 명칭을 두번이나 바꿨고 액면가를 크게 줄인 새로운 화폐를 계속 발행했다. 우리나라에서 불과 몇만원정도인 카세트 라디오는 2천4백80만신크루자드이며 몇십만원수준인 뮤직센터 1세트의 값은 무려 1억2천9백만신쿠르자드나 된다. 화폐에 액면가를 더 높여 표시할 자리가 없어 계속 새돈을 찍어내야 할 정도로 화폐는 날로 휴지조각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같은 살인적인 인플레 때문에 통상임금으로는 여유있게 생활하기가 힘들다. 페루에서는 보통근로자의 하루평균임금이 4만인티(3달러)수준이다. 그런데 콜라ㆍ사이다 한병값은 1만인티나 된다. 점심한그릇 먹고 사이다한병 마시면 그날 번돈 모두가 없어질 정도다. 페루의 한달 최저임금이 미화 40달러수준이며 통상 2∼3년을 근무해도 80달러선을 넘지 못한다. 관공서의 국장급이 월1백60달러 정도를 받으며 대우좋은 민간업체도 잘해야 월3백달러에 불과하다. 페루는 중남미국가중 최빈국에 속하지만 한때 세계5대 부국에 들어갔던 아르헨티나의 제조업체근로자 평균임금(기본급)도 지나 2월말 현재 월85∼90달러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해 아르헨티나에서는 전국적으로 식량폭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지금도 일부 지방에서 간헐적으로 식량탈취소식이 들린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먹고살수 있는 것은 고기나 감자,옥수수같은 생필품들이 비교적 싸기 때문이다. ○빵문제도 해결못해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인플레덕분에 오히려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아이로니한 일이다. 바로 달러생활자들이 그들이다. 달러기준으로 월급을 받는 외국에서 온 외교관,상사주재원들은 오히려 살맛이 난다고 한다. 실질구매력이 인플레에 반비례해서 높아지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의 수도인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최고급 식당에서는 1인당 10달러만 있으면 최고급 스테이크요리와 와인을 맘대로 즐기면서 귀빈대접을 받는다. 세금을 낼때도 인플레때문에 납부마감일의 납세창구는 상상할수 없을만큼 북새통을 이룬다. 3천2백만명의 아르헨티나인구 가운데 경제불안을 견디다 못해 새로운 생활을 찾아 외국으로 떠나려는 역이민 행렬이 늘어나고 있다. 한때 최고4만명 가까이나됐던 아르헨티나거주 한국인들이 최근 2만5천명선으로 줄어들었다. 하이퍼인플레를 잡기 위해 브라질정부는 정기적으로 모든 상품가격을 수정하는 「물가슬라이드」제도를 시행하는가 하면 수시로 물가ㆍ환율동결을 골자로 하는 긴급경제조치를 단행하고 있다. 그러나 그때마다 실효를 거두지못해 인플레수습을 놓고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 남미국가들은 인플레 중병은 현단계에서 어떤 명의가 나타나도 쉽게 수술하기가 어려울 정도의 숙환이 되어가고 있는 인상이다. 특히 지난 83년 군부통치를 벗고 민간정부가 들어선 아르헨티나의 경우를 보면 민주화에는 성공했으나 경제는 최악의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역설적인 사례를 보는 것같다. 세계1,2차대전과 대공황때 유럽의 식량공급원이었던 아르헨티나가 오늘날 빵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모순은 개발도상국들이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도 값비싼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듯 싶다. 지난 40년대까지 세계 5∼6위를 다투던 경제부국 아르헨티나가 오늘날 세계경제 서열 84위(87년말현재)를 기록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역사적으로 잘못된 정치와 그릇된 국민성을 형성해온 때문인듯 하다. 지난해 5월 알폰신 대통령이 이끄는 급진당을 꺾고 페론당의 메넴이 새 대통령으로 당선됐을때만 해도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상당히 들떠 있었다. 페론당이라는 당명이 표방하듯 지난 45년 군사쿠데타를 통해 집권했던 후안 페론 대통령이 구현한 노동자복지 시책이 재현될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아프헨티나의 소외계층은 그만큼 노동자 천국을 보장했던 페론주의에의 향수가 강하다. 그래서 지난해 선거 당시 무려 4백만명의 조합원을 가진 노조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 메넴은 대통령에 무난히 당선됐다. 메넴이 대통령이 되면 페론에 못지않은 노동자들을 위한 복지국가가 될 것으로 노동자들은 기대했었다. ○잦은 정책변경이 원인 그러나 상황은 변했다. 지금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 모퉁이에는 「메넴­배신자」라고 쓴 표어가 군데군데 나붙어 있다. 페론대통령시절 노동자들에게 높은 임금을 약속하고 노동조합 활성화의 길을 열어줘 「이틀 일하고 하루 쉬는」 풍조에 익숙해진 아르헨티나 소외계층에게는 정권이 바뀌었어도 오히려 악화되는 경제사정 때문에 비난의 화살은 결국 메넴에게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아르헨티나 경제위기는 자신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모든 소외계층들에게 무상급식과 도에 지나친 복지정책을 실시했던 페론에서부터 시작됐다는 강한 느낌을 지울수 없다. 메넴이 취임직후부터 주요국 공영기업의 사유화 정책과 일련의 경제개혁을 시도했으나 어느 것도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복지 시혜에 길들여진 소외계층의 구미를 만족시키지는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경제파탄의 책임을 모두 국민들에게만 돌릴수는 없다. 무엇보다는 정부의 일관성없이 오락가락하는 잦은 경제정책변경이 국민들로부터 정부에 대한 신뢰를 얻지못하고 결과적으로 정치와 경제를 표류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게 현지 경제계의 분석이다. 지난연초 아르헨티나정부는 넘치는 국내통화를 환수하는 방편으로 1백만아우스트랄(당시 미화6백달러)이상의 예금인출을 동결하는 초비상 경제정책인 보넥스(BONEX)조치를 발표했다. 그대신 동결된 예금에 대해서는 외화표시국채로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 조치로 메넴대통령정권은 올해 1년간 예산적자예상액인 97억달러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5억달러의 재정을 확보하게 됐다. 강압적인 비상조치로 국내통화량의 60%를 빨아들이고 손쉽게 재정파탄을 벗어날수 있게 된것이다. 그러나 경제계는 난리가 났다. 급격한 인플레로 외화표시 국채가격이 액면가의 불과 27%로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예금을 동결당한 국민들은 국채만기인 10년동안 액면가 차액인 63%의 돈을 고스란히 날리게 된 셈이다. 메넴정부는 긴급경제조치로 재정적자를 메우게 됐으나 기업가의 정부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진 것이 요즈음 아르헨티나의 정경관계다.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중남미국가들의 경제적인 장래에 대해서는 낙관보다 비관론쪽이 좀더 많은 것같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최근 거듭되는 경제정책실패로 메넴정권의 내부에서조차 난국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군부가 들어설 수 밖에 없다고 자조하는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급진당→페론당→군사정권」의 정권교체등식이 되살아날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탄식하는 기업가들의 숫자도 적지않다고 한다. 페루에서는 오는 4월로 예정된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기업가들이 정권의 향방에만 신경을 곤두세운채 그때까지 일체의 신규투자나 생산적인 기업활동에 참여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도 눈에 띈다. 5년전 의욕적으로 출범한 알란 가르시아대통령이 이끄는 좌파정권에 대항해서 우파인물이자 소설가인 마리오 바리가스 로사라는 인물이 대통령에 당선될 공산이 크다는 여론조사결과를 지켜보며 회색빛의 수도 리마는 죽은 도시처럼 생기가 없다. 오늘날 중남미국가들의 경제위기가 정치엘리트집단이 정치를 잘못한 결과로 인식할때 지금 중요한 것은 경제적인 접근보다도 먼저 정치쪽을 바로잡아 국민통합을 이뤄나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 김일성 주체사상 찬양/예비군 대대장 구속

    【수원=김동준기자】 경기도경은 8일 사석에서 문익환목사의 방북사실과 북한의 실상을 찬양한 럭키금성(안양시 호계동 533)직장예비군 대대장겸 비상기획실장 김근의씨(47ㆍ서울 성동구 중곡2동 118의2)를 국가보안법위반(이적단체 고무찬양)혐의로 구속했다. 김씨는 지난87년 육군중령으로 예편한 뒤 같은해 7월1일부터 럭키금성 예비군대대장겸 비상기획실장으로 근무해오던 중 지난해 1월9일 하오1시쯤 회사 비상기획실 사무실에서 예비군중대장 조모씨(44) 등 직원 4명에게 『문목사의 방북은 애국적인 행동이다』 『북한은 평등사회를 이룩하여 의식주ㆍ교육문제가 해결된 나라이며 주체사상이 있기 때문에 빈부격차없이 잘살 수 있다』는 등 주체사상을 찬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경찰조사에서 『평소 신문과 방송,대학가 유인물 등을 보고 알게된 것을 직장동료와 잡담하다 말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 “김일성 곧 은퇴… 수렴청정 가능성”/미 스칼라피노 교수 예견

    ◎“소ㆍ동구 변혁으로 체제개혁 불가피/주한미군 감축,북 군축과 연계해야” 북한의 연로한 김일성은 중국의 등소평처럼 사실상 최종 재가권을 지닌채 공식적으로 곧 은퇴할지 모른다고 미국의 저명한 아시아문제 전문가 로버트 스칼라피노교수가 예견했다. 스칼라피노교수는 9일 배포된 국제문제 전문지 「포린 어페어즈」에 실린 「아시아와 미국」이라는 정책건의 논문에서 미­북한문제에 관해 언급하는 가운데 이같이 말했다. 다음은 이 논문의 요지다. 지금 평양은 큰 걱정거리 두가지를 갖고 있다. 첫째 소름끼치는 동구 및 소련의 사태발전과 한국의 대중소 접촉확대에 대한 우려다. 헝가리와 폴란드가 한국을 외교적으로 승인한 조치는 평양의 견해에서 볼때 계속될 「사회주의 배신」의 첫번째 예일뿐이다. 둘째 한국과의 경제적 격차가 누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북한은 알고 있다. 무거운 군사비지출로 허덕이는 북한의 생산은 원시적인 스탈린주의 경제전략에 매달리고 있다. 통일과 관계된 기본문제에서 남북한정부간에는 아주 큰 차이가존재하고 있다. 남쪽은 경제 및 문화접촉의 증진을 통한 「신뢰 분위기」조성을 선호하는 반면 북쪽은 처음부터 광범위한 정치ㆍ군사협정을 요구하고 있다. 양측은 통일방안을 진전시키고 있다. 아시아에서 한반도와 중국의 공산주의자들이 진전시킨 방안은 「1국가 2체제」다. 이 방안은 북한과 남한간에,그리고 중국과 대만간에 확대되고 있는 정치발전의 차이를 반영하고 있다. 한반도와 중국의 레닌주의자들이 그들 지역에서 권력의 독점을 고집할 경우 다른 한쪽은 1국가 2체제방식의 타당성에 대해 깊이 회의할 것이다. 미국의 대한방위공약,한국의 국력신장,중소의 태도변화 때문에 한국에서 전쟁재발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더욱이 지금 북한은 중국처럼 자본주의 국가를 상대로 무역ㆍ외자도입ㆍ관광객유치 등의 증대를 원한다는 신호를 내보내고 있다. 북한에서 젊고 잘 교육받은 엘리트가 정부요직에 기용되고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이 경주되면서 선진시장경제에 도달하려는 과정이 촉진될 것은 거의 확실하다. 연로한 김일성의 아들인「경애하는 지도자」김정일의 자질은 아주 뚜렷한 의문거리다. 등소평처럼 김일성은 사실상 최종 재가권을 지닌채 곧 공식적으로 은퇴할지 모른다. 분명한 것은 2세대 테크노크랫들이 통치권에서 떠오르고 있으며 군부의 늙은 충성파들이 「왕좌」를 옹위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일성 사망시 권력승계가 순조로울지의 여부는 현재로선 대답할 수 없는 문제다. 이런 상황 아래서 미국이 취해야 할 입장은 무엇인가. 첫째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미­북한관계가 크게 진전되지도 않을 것이며 또한 남북한관계 발전보다 크게 뒤떨어지지도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미국은 계속 보내야 한다. 모든 남북한협상을 고무해야 한다. 특히 한국정부의 긴밀한 협력아래 미국은 한국에서의 감군과 재배치 시간표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그것은 북한에 대해 워싱턴이 대한안보협정의 기본을 그대로 놔둘 것이며 감군의 시기와 범위는 북한의 군축 및 테러위협 축소와 연계될 것임을 분명히 알리는 것이 될 것이다. 각자의 북경주재 대사관을 매개로 한 미­북한 공식접촉은계속되어야 한다. 그리고 조건들이 충족되면 보다 실질적인 내용들을 이 접촉에서 다루어야 한다. 미­북한간 학술ㆍ문화교류는 유용하게 확대될 수 있다. 워싱턴은 북한의 경향에 관한 의견교환과 지식을 필요로 한다. 북한도 미국에 대해 이같은 것을 필요로 하고 있다. 북한이건 다른 나라건 자신을 완전히 고립시킬 수 있는 시대는 끝나고 있다.
  • 생활고가 민족분규 불댕겼다/영지가 분석한 오늘의 소 사태

    ◎에너지ㆍ생필품 태부족… 곳곳서 “빵달라” 항의 시위 고르바초프와 페레스트로이카. 소련의 운명이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는 가운데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지는 소련 전문가 켄틴필의 이름으로 소련의 최근 정세를 다음과 같이 분석 보도했다. 소련 제국의 남쪽 변경인 아제르바이잔사태는 고르바초프로서는 최악의 시기에 들이닥친 것이다. 지금 소련 국민들은 어디를 막론하고 식량과 에너지 그리고 생필품의 극심한 부족 때문에 혹독한 불만의 겨울을 맞고 있다. 우랄의 대공업도시인 스베르들로프스크시에서는 배급 쿠폰을 갖고도 식료품과 보드카를 살 수 없게 되자 성난 군중들이 항의 데모를 벌였으며 우크라이나 공화국의 심장부인 체르니고프에서는 한 공산당 간부의 승용차에 소시지와 보드카가 실려 있는 것을 본 행인들이 거의 폭동에 가까운 사건을 빚기도 했다. 시베리아에서는 유전 기술자들이 타고갈 비행기의 연료가 떨어져 원유를 채굴하지 못한 일도 일어났다. 게다가 앞으로 두달후면 지방의회선거가 있어 고르바초프의 공산당은 흡사 불난 호떡집 같다. 사실 고르바초프는 연방내의 각 공화국들이 명실상부한 자치권을 갖는 순수한 연방공화국권을 갖고 일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그가 그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수십년동안 누적된 회의론을불식시켜야 할 것이다. 5년전 고르바초프가 집권할 당시만해도 소련의 민족주의란 그가 미처 깨닫지 못한 암초였다. 브레즈네프나 흐루시초프와 같은 전임자들과는 달리 그는 소련 연방의 중심부에서만 근무해왔기 때문에 변두리 사정을 잘 모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가 최근의 아제르바이잔사태에 비상조치를 취한 것을 비난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민족주의자들의 열망에 그가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문제다. 냉정한 논리로 보면 자주독립을 원하는 공화국들은 그들이 가고 싶은 길을 가도록 내버려 두어야 한다. 누가 그 작은 발트국가들을 필요로 하겠는가. 에스토니아나 라트비아는 리투아니아보다도 작은 나라다. 코카서스 산맥 너머의 민족들은 로마시대 이래 정복자들이 억누르기 어려운 골칫거리였으며 1백명 이상의 통역을 불러야 할 정도로 상통하기 어려운 존재였다. 그렇다면 그들의 탈출을 막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이런 생각들이 고르바초프의 머리를 스쳐갔을지 모르지만 그가 한번도 이와 비슷한 소리를 입밖에 낸 일은 없다. 오히려 그는 지난 크리스마스때 공산당 중앙위에서 박수갈채를 받으면서 어느 곳도 연방으로부터의 이탈을 용납치 않겠다고 선언했듯이 그 반대의 얘기만 하고 있다. 그가 강조하는 연방의 결속 뒤에는 공산당의 결속을 기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하겠다. 그가 일부 연방탈퇴를 용인하려 할 경우 가장 불안한 것은 군부일 것이다. 이제 고르바초프가 처한 문제는 단지 연방내 일부 공화국들의 민족주의 물결이 그가 설득해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를 지나쳤다는 것일 뿐만이 아니라 그가 추구해온 페레스트로이카 개혁논리가 그러한 독립운동을 추진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집권적 경제에서의 탈피와 독점적 통제체제의 폐기등 그가 추구해온 새 지표들은 사실상 각 공화국의 자주경제를 고무시켜 왔다. 발트해 국가들 뿐만 아니라 많은 곳에서 현지 주민들에게 필요한 양의 물자를 떼어놓은 다음 여분이 있으면 이를 팔지않고 물물교환방식으로 부족한 다른 물자를 확보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고르바초프는 작은 공화국들이 연방에서 떨어져 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중앙과의 경제적 유대가 단절될 것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일 것이다. 고르바초프는 지금 당이나 소련 국민들이 연방의 해체를 받아들일 태세가 되어 있지 못하다는 점을 잘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그가 보수세력의 심각한 반동을 유발하지 않고 이렇게 할 수 있다면 그 다음에는 가장 불만이 많은 일부 공화국의 이탈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을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다.
  • 티타늄공장 설립 인가/재무부/자체매립장 확보 조건

    2년을 넘게 끌어온 미국 듀퐁사의 이산화티타늄 제조를 위한 공장설립이 정부의 인가를 받았다. 재무부는 18일 외자사업심사위원회를 열어 듀퐁사가 7천7백60만 달러를 들여 한양화학과 합작으로 국내에 건설키로 한 이산화티타늄공장 설립 계획을 승인했다. 그러나 제조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골재로 사용하겠다는 듀퐁사의 신청은 불허하고 반드시 자체 매립장을 확보해서 묻어버려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이는 해당 폐기물이 환경에 전혀 무해하다고 입증할 수 없다는 국내 환경보호주의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다. 외심위는 이밖에 영국의 BP케미컬이 빙초산과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 삼성종합화학과 합작으로 세운 삼성 BP화학에 1천3백70만 달러를 증액투자 하는것 등 3건의 외국인 투자도 함께 인가했다.
  • 증언자도 듣는자도 모두가 패배자/국회증언 방청석에서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을 했다. 명패가 날고 욕설이 난무해서만은 아니다. 31일 열린 전두환 전대통령의 「역사적인 증언」을 취재하면서 느낀 것은 우리 모두가 패배자라는 점이다. 증언대 앞에 선 전 전대통령의 모습은 당당했다. 흡사 현직대통령의 국회 국정연설을 연상시킬 만큼 그는 당당하고 또렷한 음성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질문에 답해나갔다. 그는 현직대통령에 버금가는 경호를 받았으며 많은 여당의원으로부터 충분한 보호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는 「증인 전두환」일 뿐이었다. 화려한 7년의 대통령 재직에도 불구하고 그는 증언대에 섬으로써 자신의 인생을 승리자 아닌 패배자로 기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증인이 패배자로 기록된다면 그에게 증언을 요구하고 청취한 여나 야ㆍ국민 어느쪽은 승리자여야 한다. 하지만 어느쪽도 승리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국민이 알고자 했던 새로운 진실은 나타나지 않았고 국민들은 실망감을 더했을 뿐이다. 전 전대통령은 지난 1년반 동안 국회가 집요하게 추궁했던 사안들에 대해「아니다」와 「밝힐 수 없다」로 일관했다. 정치자금과 관련해 그는 『민정당 이외의 특정인에게 정치자금을 준 사실이 있었느냐는 질문이 있었으나 그러한 사실이 없음을 분명히 밝히는 바』라고 말해 12ㆍ16 대통령선거와 관련한 야당에의 정치자금제공설을 공식 부인했다. 그러나 그는 『다른 나라의 경우 평화적으로 정권을 인계하고 나온 어떤 통치자도 정치자금의 내역을 공개해 왈가왈부하는 사례를 본적이 없다』면서 『이 문제에 대해 입을 열기 싫다기보다는 입을 열게 됨으로써 과거청산의 마무리가 아니라 청산의 새로운 시작이 될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6ㆍ29선언에 대해 전 전대통령의 답변은 더욱 모호하다. 『어느 시대 어느 정치사회를 막론하고 이면사는 있게 마련이지만 그때 그때 속속들이 알려지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6ㆍ29선언에 대해서는 그것이 담고 있는 내용이 어떻게 실현되었으며 어떻게 국가이익에 기여하고 있는가가 중요하지 그 경위나 배경을 새삼스럽게 들추어내는 일은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노태우 당시 민정당대표위원이 단안을 내렸다는 지금까지의 정설을 확인해주지도 않았고 6ㆍ29는 「전두환작품」이라는 후설을 부인하지도 않은 것이다. 청문회장에 앉아 있던 여야의원 모두가 정작 「증인 전두환」의 입을 통해 정치자금 모금과 배분이 상세히 밝혀지기를 원치 않았는지도 모른다. 원하기는 했더라도 밝혀질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은 의원도 있었을지 모른다. 6ㆍ29선언에 대한 이면사도 정치자금문제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이들 사안에 대해 전 전대통령이 「진실」을 밝혔다면 그것은 이름그대로 「폭탄선언」이 된다. 정치권에 「혁명적인 상황」이 발생할 것이란 게 정치권의 공동인식이다. 「폭탄선언」을 하지 않고도 유일하게 여야와 국민 모두를 만족시키는 일은 「새로운 거짓말」로 국민을 기만하거나 증인 자신을 스스로 모욕하는 일밖에는 없다. 그러나 전 전대통령은 진실을 밝히기를 거부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새로운 거짓말로 자신과 국민을 기만하는 일을 거부했다. 일국의 대통령을 7년이나 역임한 사람으로서 자신을 더이상 능멸하기 싫었기 때문이든지 역사를 오도하기보다는 「공백」으로 메워두는 것이 낫다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으로 여겨졌다. 「폭탄선언」을 해도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고 거짓말을 해도 역사를 잘못 기록하는 진퇴양난 속에서 전두환증인은 서 있었던 셈이다. 또한 그러리란 전망은 책임있는 여야정치인 모두가 공유하고 있었던 것임에 틀림없다. 전 전대통령은 증언 모두에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아직 한번의 선례도 없는 전직대통령의 국회출석증언이라는 오점을 우리 헌정사에 남기게 된 것은 저의 씻을 수 없는 또 하나의 과오가 될 것』이라고 밝혔었다. 전 전대통령의 말대로 그것은 「과오」였다. 증언자와 증언청취자가 모두 패배자일 수밖에 없는 「하지 말아야 할」 증언을 한 것이다. 전직대통령의 증언에서 얻은 것이 있다면 유일하게도 그를 증언대로 끌어올려 그를 충분하게 모욕해준 것 뿐이었다. 혹자는 그것만으로 청문회의 의미가 있으며 역사적인 교훈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함이 아닌 밝혀낼것으로 기대되지도 않았던 전직대통령의 증언은 유치한 정치보복일 뿐이었다. 증인이 참석해야만 의사진행을 할 수 있다는 논리에서 증언대를 향해 명패를 날리고 「살인마」를 외쳐대는 야당의원들의 행동에서 청문회의 목적은 분명해졌다. 우리는 아직 하나의 사건을 놓고도 지역마다 쓰는 「역사」가 다르다. 더많은 세월이 흘러야만 「역사」는 지역성을 뛰어넘어 기술될 수 있을 것이고 그때쯤 비로소 증인이 필요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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