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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16)낯선 땅에서

    *제주 똥돼지치기 자연순환 따른 '유기사육법'. 변소에 들어가니 판자를 얹은 변기 구멍 위로 막대기 하나가 비죽히올라와 있다.이건 뭣에 쓰는 막대기인고.급한대로 주저앉는데 갑자기밑에서 꾸울,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돼지 대가리가 널판자 아래로 쑥들어온다. 내려다보니 돼지우리쪽에서 변소의 밑으로 통하는 개구멍같은 통로가 있고 그리로 돼지가 상체를 들이민 것이다.나는 혼비백산하여 얼른 바지를 추스르고 일어나 변소 밖으로 뛰어 나와 버렸다. 대번에 어떤 광경을 머리 속에서 떠올렸기 때문이다.일을 보는 중에오물이 밑에 있는 돼지의 귀에라도 떨어지고 그것이 머리를 흔들며털어댄다면 나의 아랫도리는 그야말로 초토화 될 게 아닌가. 밖으로 나와서 어쩔줄 모르고 발을 구르며 서성대다가 하여튼 일이급하여 다시 들어가서 조심스럽게 주저앉는데 또 꾸울,한다.그제서야 나는 구멍 위로 비죽히 솟아 있는 막대기의 쓰임새를 알아차렸다.막대기를 잡아 이곳 저곳 찌르면서 머리를 들이밀려는 동물을 쫓으면서 일을 치뤘다.아래에 신경을 쓰느라고일도 제대로 끝내지 못하고 대충 하고서 얼른 나온다.나오면서 뒤를 돌아보니 돼지가 다시 울타리판자 사이로 그 영리한 눈을 반짝이며 나를 본다.나는 뒤늦게야 돼지의 눈빛이 어째서 그렇게 영리해 보이는지를 짐작했다.그가 나를 보는 눈빛은 이를테면 “야,밥 온다!” 하는 느낌의 표정 그대로였기때문일 것이다.괘씸한 놈 같으니. 자연보호 좋아하는 이들 말로는 변소를 돼지 식당으로 삼는 제주도의전통식 돼지치기야말로 자연의 순환 법칙에 따른 지혜로운 사육 방법이라고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럴듯한 말이다. 사람 거시기 먹고 싼 돼지거름은 밭으로 가고 푸성귀는 그걸 먹고 자라나 사람이 다시먹게 된다.그럴듯하기는 해도 어쩐지 먹는 얘기 하다가 싸는 얘기 하려니 께름직하다. 제주의 돼지는 전통적인 사육 방법 때문에 지금은현대식 돈사로 모두 바뀌었지만 옛날 이름 그대로 ‘돋통시(똥돼지)’라는 정답지만 치열한 이름을 그대로 달고 있다. 그러나 조상이 그렇게 자라나 그런지 제주 토종돼지의 맛은 전국에서 알아준다.우선 기름기가 적고연하고 부드러우며 살이 찰지다고 한다.맛있기로는 제주도의 산야에 즐비한 구멍이 촘촘한 화산석을 달구어 그 위에서 소금뿌려 구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기름기를 돌이 흡수해 버린다.적당히구워 먹다가 새것으로 바꾸면 된다. 이런 얘기를 하면 나더러 야만인이라고 하겠지만,세계 어디에서나 민속 음식치고 약간은 야만적이지 않은 것이 없다.가령 ‘새끼회’ 같은 것은 여자들은 대부분 먹지 못하고 남자들 사이에서도 비위 좋은총각 녀석들이 키들대며 서로 격려하며 먹을만한 음식이다.이것은 새끼를 밴 돼지를 잡아 태 속에서 그야말로 태어나기 직전의 돼지새끼를 꺼내어 깨끗이 손질하여 칼로 조아서 갖은 양념한 날 것이다.대접에 담아 내온 것을 보면 거의 물회처럼 보이기도 하고 죽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처음 먹는 사람은 이런 물기가 어디서 나온 것인가 의문을가져서는 절대로 먹을 수가 없다. 실은 애기보를 함께 존 것이라 양수가 고기와 함께 섞인 것이다.독한 소주와 물회를 함께 먹으면서 찬으로 곁들여서 밥도 먹는다.나는 체험에 대한 욕구가강한 편이고 호기심이 많아서 몇번 먹어보고 나서 즐기지는 않지만 가끔씩은 마다하지 않게 되었다. 어느 해인가 팔십년대에 일본에 갔다가 제주도 출신 재일동포 작가인김석범 선생과 만났는데 그가 나를 우에노 야시장 부근에 있는 조선음식점 거리로 데려갔다. 그는 아마도 나를 은근히 떠보려고 했는지도 모른다.자리가 네 다섯 밖에 없는 작은 주점으로 데려가서는 김선생이 새끼회를 시켰다.나는 하나도 놀라지 않고 아주 맛있게 그것을 먹어 치웠고 노인은 매우 놀란 듯 했다.이쯤 하면 아마도 두 손을들줄 알았던 모양이다. 나는 이런 엽기적 만찬에 한국에서 온 손님을초대하고 자신도 즐거워하는 고향 잃은 노작가를 열심히 먹어 주는행동으로 위무해 드렸다. 독일 망명 시절에 윤이상 선생도 가끔씩은 추억 속에서 ‘개장’을떠올렸는데 일본에 갔더니 어느 교포가 몰래 하는 보신탕 집이 있다며 초대를 하더라는 것이다.너무도 신이나서 허리띠 끌러 두고 입맛을 다시며 호텔을 나서려다가 그만 포기하고 말았다고 했다.혹시라도누군가 기자가 알고 신문에라도 쓰고 그것이 독일 사회에 알려지면저명한 작곡가인 그의 삶과 예술은 그날로 끝장이라는 것이다.실제로독일에서는 그 무렵에 자르 탄광지대에 있던 한국인 광부 몇이서 놀러 갔다가 동네에서 어슬렁거리는 개를 한 마리 잡아 먹고 들통이나서 온 독일의 신문에서 떠들썩했던 일이 있었다.이것은 서구에서는우리 사회에서 토막살인 정도의 엽기적인 사건이 된다.그들 광부들은 막대한 벌금을 물고나서 국외 추방을 당했다.그러나 한편 생각해 보면 타관 객지에서 그런 강렬한 토속 음식은 알지못하게 시달렸던 다른 종족으로서의 정체성을 달래주는 것이 되기도 한다. 돼지고기 이야기가 좀 길어졌지만 육개장도 빼놓을 수가 없다.제주의한라산고사리는 먹고사리라고 하여 연하고 맛이 좋은데 돼지 살코기와 함께 찢어서 양념하여 육개장을 끓이면 얼큰하고 구수하다.간을맞출 때에 밀가루나 메밀가루 갠 것을 훌훌 뿌리면 국물이 꺼룩하고진득해진다. 선선한 가을이 되면 꿩이 살이 오르고 한창 먹을만 해지는데 ‘메밀저배기’는 꿩 고기 음식으로 가장 알려진것이다.메밀을 반죽하여밀어서 칼국수처럼 썰어 두고 꿩은 살을 발라내고 뼈를 칼등으로 두드려서 생강 마늘을 두어 푹 우려낸다.국물에 간을 하고 채 썬 무를넣고 다시 끓이다가 메밀국수와 파를 넣고 끓여낸다. 메밀로 하는 음식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빙떡’도 그중의 하나다.메밀 가루를 풀어서 돼지 기름으로 번철에 넙적하니 지진다.그 위에 고명을 얹는데 전통적으로는 고사리와 무를 채 썰어서 넣지만 요새는 표고 돼지고기 당근 파 등속을 쓰기도 한다.조금 더 고급으로하려면 무채와 다진 꿩 고기를 넣기도 한다. 익어가는대로 끝에서부터 돌돌 말아서 지져낸다.이런 빙떡을 칼로 썰지 않고 길다란 채 그대로 손에 들고 먹어야 맛이 좋다.꿩고기 샤부샤부 같은 것은 꿩 사육장이 많아진 뒤에 나온 관광식당의 품목이다. 차조로 하는 것으로는 평안도의 노티처럼 ‘오매기 떡’이라는 게 있다.차조를 불려 방아에 찧어 가루로 만든 다음 동그랗게 빚어서 끓는 물에 삶아서 꿀이나 묽게 만든 설탕에 갠다.여기에 콩고물이나 팥고물을 묻히기도 한다.고구마를 말려서 가루를 내어 생고구마를 얇게저며서 켜로 깔고 시루에 쪄내는 ‘감제떡’도 맛이 있다. 이런 여러 먹을거리 외에도 나는 뭐니 뭐니 하여도,더운 여름날 찬밥에 세닢짜리 콩잎을 따다가 깨끗이 씻어서 멜첫(멸치젓) 한 마리 얹어서 앞니 끝으로 꼬리 지느러미 잘라 뱉어내고 싸먹는 콩잎쌈 맛을잊지 못한다.젓갈이라면 그밖에도 ‘게우젓’과 ‘자리젓’이 밥맛을돋군다.자리젓은 제주도 발음으로 ‘자리젯’이라고 해야 입 안에 침이 고이는데 위에 나온 자리돔을 소금에 절여 삭힌 것이다.통째로 담근 것을 잘 다져서 풋고추와 다진 마늘 고춧가루로 양념하여 밥 반찬으로 먹는다.게우젓은 일테면 전복의 내장으로 담근 젓인데 요즈음은너무 비싸서 발발 떨며 먹어야 한다.단골 회집이 있다면 서너번 가서호기있게 팔아 주어야 한번쯤 작은 종지에 내다줄 정도다. 전복내장을 사다가 집에서 소금에 절여 푹 삭이고나서 묵혔다가 조금씩 내어갖은 양념하여 먹는데 잘 묵힌 게우젓은 오래된 고추장처럼 되직하고짙은 암갈색이 된다. 이것을 젓가락 끝으로집어다 뜨거운 밥위에 살살 비비면 쌉쌀하고 비릿비릿하고 고소한 맛이 입 안에 가득찬다. 황석영
  • 독극물방류 조사발표 안팎

    주한미군은 8일 한강 독극물 무단방류 사건에 대한 자체 조사결과를공식 발표, “이같은 행위는 주한미군 내규 및 대한민국 법을 위반한것”이라고 위법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나 정밀조사결과 공중보건 및환경에는 어떠한 위협도 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군측의 발표내용은 몇가지 석연치 않은 의문점을 남기고있다는 게 국내 환경전문가 및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미군의 발표 미군은 시신 방부처리제를 불법 폐기처분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한국민의 공중보건 및 환경에는 위험이 없다고 주장했다. 폐기물은 용산기지내 영안실 하수구∼용산기지내 정화조∼서울시하수관∼난지도하수처리장을 거친 뒤 한강에 방류되는 시점에서 1ℓ당 최대 0.031㎎의 농도로 희석돼 미국환경보호국(EPA)에서 정한 식수의인체무해허용치인 1ℓ당 10㎎에 비해 300분의 1에 그친다는 것이다. ■녹색연합의 반박 이번 사건을 처음 폭로한 녹색연합측은 미군의 발표이후 즉각 성명을 내고 “사건을 축소,은폐한 전형적인 짜맞추기조사결과”라고 반박했다. 우선 독극물방류자가 검찰조사에서 228ℓ를 버렸다고 진술했고 지난달 14일 1차 발표때는 75.7ℓ가 방류됐다고 발표했으며 이번 최종조사에서는 방류량이 다소 많아진 91ℓ로 바꾸는 등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또 스스로 불법행위임을 시인하면서도 구체적인 징계내용을 공개하지 않았고 내부적으로 미국인 영안실 소장은 30일,미국인 부소장에게는 45일간의 감봉처분이라는 미온적이고 은전적인 처벌에 그쳤다는 것이다.그러나 한국계 군무원은 근무연장불허라는 해직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현철(李炫哲) 환경소송센터 사무국장은 “미군기지의 환경관리감독권을 한국정부(환경부)에 이양한다는 내용이 전제되지 않는한 미군의 자체 환경프로그램 강화조치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개정협상때 환경관련조항을 신설,명문화하고이번 사건에 대해 한국정부와 민간단체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동조사를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주석기자 joo@
  • 파업 전공의 어찌되나

    정부가 근무복귀명령에 응하지 않는 전공의(인턴 및 레지던트)들에대해서는 해임도 불사하겠다고 밝혀 이들의 징집 문제에 다시 관심이모아지고 있다. 병역법 시행령에 따르면 전공의는 법적으로 ‘의무사관후보생’으로분류돼 전문의 자격을 딸 때까지 입영을 연기받는다.이들은 국방부장관이 지정한 대학병원 등 수련기관에서 정상적으로 과정을 마쳐 전문의가 되면 군의관(대위)으로 입대하게 된다. 다만 수련기관장(병원장)이 수련기간을 인정하지 않거나 파면 또는의원면직시키면 1년에 한차례(2월) 군의관(소위나 중위)으로 입대토록 되어 있다.그러면 전국 19개 군병원이 아니라 공중보건의나 격·오지 의사로 근무해야 하는 불이익을 당한다. 극단적인 사례지만 정부가 이들의 의사 자격을 취소하면 곧바로 일반사병으로 입대해야 한다. 현재 전국적으로 전공의는 인턴 1,799명,레지던트 5,669명 등 모두7,468명이다. 노주석기자
  • 명지대 총장출신 입각 떼논 당상?

    송자(宋梓) 명지대총장이 7일 교육부 장관에 발탁됨으로써 명지대 역대 5명의 총장이 국무총리나 장관을 지내는 진기록이 나왔다.송 신임장관은 97년 6월30일부터 제5대 총장으로 근무해왔다. 고건(高建) 서울시장은 94년 3월∼97년 3월5일까지 제4대 총장을 역임하다국무총리에 올랐다.이영덕(李榮德)현 한동대 이사장도 92년 2월∼93년 12월22일까지 제3대 총장으로 재직하다 통일부총리로 입각한 뒤 94년 4월 국무총리로 임명됐다.명지대 설립자이자 제2대 총장인 유상근(兪尙根·작고) 박사는 총장 취임 전인 75년 8월∼76년 12월까지 국토통일원장관을 지냈다.제1대총장인 박일경(朴一慶·작고)박사는 62년 10월∼63년 3월15일까지 12대 문교부장관을 역임했다. 명지대 박희종(朴熙宗) 전략기획실장은 “우리 대학 총장으로 선임되신 분들이 사회에서 능력과 경륜을 인정받은 훌륭한 분들이어서 경사가 이어지는것 같다”면서 “총장 임기를 채우지 못해 아쉽지만 나라를 위해 큰 일을 하라고 부름을 받으셨으니 개인적으로나 학교의 입장에서나 좋은 일”이라고말했다. 명지대 법인(이사장 유영구)은 명지대,관동대,명지전문대,명지여중고,명지남중고,명지초등학교,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다. 박홍기기자 hkpark@
  • 과기부 간부2명 벤처行

    최근 공무원들의 ‘벤처행’이 늘고 있는 가운데 과학기술부 중견간부 2명이 벤처기업으로 가기 위해 사표를 냈거나 낼 예정이다. 과기부 기획관리실 기획예산담당관으로 근무해온 김태환(金泰煥·42) 과장은 지난 5일 사표를 제출하고 기술 벤처기업인 ‘오성INC’의 부사장으로 옮긴다. 과기부 주중 대사관 과학관으로 일하던 모영주(牟榮宙·43) 서기관도 다음주 중 귀국,벤처행을 위해 사표를 낼 예정이다.모 서기관은 LG그룹과 메디슨이 합작으로 중국에 세우는 창업보육전문 벤처기업의 대표(CEO)를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그동안 정보통신부나 산업자원부 등에서 벤처로 옮긴 예는 많았으나 과기부 공무원이 벤처행을 택하기는 처음이다. 김미경기자 chaplin7@
  • 정부관계자 밝혀…北‘386대표’량태현은 정보맨

    지난달 29∼31일 서울 남북장관급회담 때 북측 대표 5명에 포함됐던 량태현내각 사무국 과장(37)은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소속으로 정보수집 및 분석 업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2일 밝혀졌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회담 당시 ‘386 대표’로 남측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으면서도 정확한 ‘본업’이 알려지지 않았던 량과장은 양강도출신으로 평양외국어대 영어과 졸업 직후 아태평화위에 들어가 줄곧 정보 파트에서 근무해 왔다. 이번 회담에는 차세대 ‘회담 일꾼’ 육성 차원에서 대표로 전격 발탁된 것으로 알려졌다. 깔끔한 용모에 동안(童顔)인 량과장은 기혼으로 알려졌으며,지난달 중순 남북정상회담 때는 평양에서 우리측 수행원의 안내를 맡기도 했다.량과장과 대화를 나눠본 정부 관계자는 “대단히 합리적이고 개방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신선한 느낌의 인물”이라고 평했다. 장관급회담 기간 중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이 부담스러운 듯 가급적 말을아꼈던 량과장은 지난달 30일 신사동 삼원가든 오찬에서 취재진이 첫 서울방문 소감을 묻자 “내가 젊은 사람으로 와서 느끼는 바가 크다”고 말했었다. 김상연기자 carlos@
  • 의약분업 이틀째… ‘불만’ 진정세

    의약분업 이틀째인 2일 의료계의 일부 휴·폐업과 약국의 준비 부족으로 환자들이 여전히 불편을 겪었다.특히 한밤중에 병원 응급실을 찾아 원외처방전을 받은 환자들이 약국을 찾지 못해 불만을 터뜨렸다.하지만 의약분업에 대한 환자들의 항의는 전체적으로 첫날에 비해 줄었다.상당수 의사들도 의약분업이 대세임을 인정했다.그러나 대형병원 전공의의 80% 이상이 파업에 들어가 의약분업을 둘러싼 진통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대형병원 서울대병원,삼성서울병원,신촌세브란스병원,서울중앙병원 등은전공의들의 파업으로 병상가동률이 떨어지고 진료 차질이 빚어졌다.삼성서울병원은 평소 하루 평균 80∼100건의 수술을 했으나 30여건의 수술을 했다.하지만 응급실과 중환자실에는 전공의들이 자원봉사자 형식으로 근무해 혼란은없었다. ■동네병·의원 전날과 같이 지역적으로 동네 병·의원 가운데 상당수가 휴업 또는 폐업했다.그러나 대부분의 의사들은 개정 약사법에 따른 의약분업이대세임을 인정하고 정상진료를 했다. 인천S병원 김모씨(34·정형외과)는 “지난 폐업 때는 우리가 강력하게 밀어붙이면 무언가 얻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한번 겪고나니 힘만으로는 안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약국 동네약국은 한산한 반면 대형 종합병원 근처나 시내의 대형약국은 환자들이 몰리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 두드러졌다.서울 신촌 현우약국 약사 정금순(鄭金順·46·여)씨는 “3명의 조제약 환자가 처방전을 들고 찾아왔으나 1명에게도 약을 지어줄 수 없었다”면서 “1,000여종이 넘는 약을 준비할 수도 없고,설사 구비한다고 해도 대형 약국을 이기고 손님을 유치할수있을 지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의약분업에 불만을 품은 일부 병의원은 처방전 발행시 서명을 빠뜨리거나약품의 이름이 아니라 병원에서 쓰는 일련번호만을 게재해 환자와 약사들의불만을 샀다. ■환자 첫날의 혼란이 다소 줄어들면서 번거롭기는 하지만 의약분업의 취지를 이해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았다.삼성서울병원에서 척추종양수술을 받은홍성미씨(39·여)는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진통 끝에 시행되는 것이니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국민들이 협조해서 자리가 잡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간응급실 정부에서 인정하는 응급증세가 아니면 원외처방전을 발행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약국들이 문을 닫은 시간인 밤 10시가 넘어 응급실을찾은 환자와 보호자들의 불만이 많았다.2일 새벽 모 종합병원을 찾은 김모씨(52)는 “원외처방전을 받았지만 야간 당직약국을 찾을 수 없어 애를 먹었다”면서 “심야 응급환자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영우기자 ywchun@
  • 시민·환경단체 SOFA에 환경조항 신설 촉구

    녹색연합과 ‘불평등한 SOFA개정 국민행동’ 등 시민·환경단체들은 24일“주한미군의 독극물 한강방류에 대한 사과는 진실회피와 여론무마를 위한형식적인 것”이라며 책임자 처벌과 SOFA에 환경관련조항 신설 등을 재촉구했다. 독극물 방류사건을 폭로한 녹색연합은 이날 논평을 내고 “페트로스키 주한미8군사령관의 사과성명은 재발방지를 위한 구체적 제도적 장치 미흡, 조사후 책임자 처벌에 대한 의지표명 결여 등을 감안할때 여론무마용이며 형식적사과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녹색연합은 이어 “SOFA에 환경관련 조항의 신설 등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과 책임자 처벌,미군사령관의 퇴진 및 미국정부의 정중한 사과를 요구한다”면서 “주한미군사령관이 퇴진할 때까지 시민사회단체들과 여론을 결집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경실련 고계현 시민입법국장도 “방류량의 무해성 주장 등은 미군이 여전히 이번 사건에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미군의 근본적 인식변화가 없다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불평등한 SOFA개정 국민행동도 “미군의 사과에서는 재발방지책이나 책임자 처벌 등에 대한 의지를 발견할 수 없었다”면서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진정한 사과보다는 사건의 본질을 외면하려는 수단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녹색연합은 미군의 독극물 방류사건과 관련 미국 정부의 책임있는 조치를 촉구하는 성명에 여야 의원들이 대거 동참했다고 밝혔다. 지난 19일부터 전개한 서명운동에는 강창성의원과 김문수의원 등 한나라당소속 국회의원 27명과 김덕규,김명섭의원 등 새천년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21명이 참여했다. 서울시의회도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항의 성명서를 채택했다. 심재억 송한수기자 onekor@
  • 초음파 골다공증 진단기 개발

    의료기기 제조업체 ㈜오스테오시스는 발뒤꿈치 뼈를 초음파로 측정,골다공증을 간편하게 진단할 수 있는 초음파 골다공증 진단기 ‘SONOST 2000’을개발했다.이 진단기는 뼈의 밀도 뿐만 아니라 구조에 대한 정보도 제공하며,인체에 무해하고 진단이 간편하다.(02)2194-3965∼9
  • “차관급 이상·의원 구속때 장관 사전승인 폐지해야”

    서울지검 동부지청 형사5부에 근무하는 은진수(殷辰洙·사시 30회) 검사가검찰 종합정보통신망(LAN)에 차관급 이상의 고위공직자나 국회의원을 구속할 경우 법무부 장관의 사전승인을 받도록 한 법무부 예규를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파문이 일고 있다. 은 검사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한 제언’이라는 A4용지 15장 분량의글에서 뇌물을 받은 국회의원에 대한 검찰수사를 법무부장관이 중단케 압력을 가한 사례를 들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촉구했다. 은 검사는 “법무부 예규를 폐지하자고 전국 검사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제기했고,검찰 지휘부에 서신을 통해 폐지를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글을올리게 됐다”면서 “사례로 든 관련자들이 현직에 있어 신분을 밝힐 수 없으며 오래전부터 고민해온 일이지 최근 수사와는 관계가 없다”며 18일 정상출근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법무부와 대검은 “지난 95년 법무부장관 구속승인 대상을 대폭축소하는 방향으로 예규를 개정했지만 일부는 존치할 필요성이 있어 운용하고 있다”고말했다. 은 검사는 부산상고와 서울 경영대를 졸업한 뒤 공인회계사,사시,행시(재경)에 합격한 수재로 검찰내 계좌추적 수사에 1인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91년 부산지법 판사를 거쳐 92년 검사로 임관,서울지검 강력부,대검연구관 등을 거쳐 지난해부터 서울지검 동부지청검사로 근무해왔다. 이종락기자 jrlee@
  • 30년만에 법복 벗는 강봉수 서울지방법원장

    “재야에서도 법원이 신뢰를 되찾을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이제는 법원의 참모습을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 이해를 바탕으로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지난 10일 사표를 제출,30여년만에 법복을 벗고 재야로 나가는 강봉수(康鳳洙·57·사시 6회) 서울지방법원장은 11일 “초임판사 이후 법원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멀어져가는 과정을 직접 지켜봤다”고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부족하지만 법원의 신뢰회복을 위해 재야에서도 나름대로 애쓰겠다”고 퇴임의 변을 밝혔다. 강원장은 “진취적이고 전향적인 자세로 소신에 따라 판단하고 사법서비스공급자로서 수요자인 국민의 요구를 정확히 이해하면서 국민에게 가까이 갈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며 후배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강원장은 퇴임 후 빈민 계층에 대한 법률조언을 통해 재임 때부터 가졌던 ‘소신’도 구체적으로 실행할 계획이다.“돈이 없어 변호사를 찾지 않는 빈민 계층에게오히려 법률적인 도움을 받아야할 ‘위기’가 많이 닥칩니다.분명한 것은 이들도 법률 조언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것입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강원장 부부는 10여년 전부터 경기도 여주에 일종의‘그룹홈’을 만들어 부모로부터 버려진 아이 10여명을 돌보고 있다.이들이부모를 찾았을 때를 감안,강원장은 ‘아버지’가 아니라 ‘고모부’로 불리기를 고집한다.강원장은 “집사람이 폐가(廢家)가 된 처가집을 고쳐 아이들이 부모 품으로 돌아갈 때까지 머물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을 뿐”이라며 겸손해 했다. 충북 충주 출신인 강원장은 사시6회에 합격,71년 대구지법 판사로 임용된이후 제주·인천·가정법원장 등 일선 법원장을 거쳐 지난해부터 서울지방법원장으로 근무해왔다. 박홍환기자 stinger@
  • 선조들 삶의 근거지 ‘관아’ 엿보기

    ‘춘향전’을 읽으며 한번쯤 품었을 의문.암행어사는 어디에 숨어있었기에결정적인 순간에 출두할 수 있었으며,그를 수행하는 포졸들은 어디쯤에 ‘잠복’하고 있었을까.그렇다면 어사는 관아내부를 사전답사했다는 말일까.소설 ‘장길산’이나 ‘임꺽정’의 한 축을 이루는 아전들은 또 어디서 어떤 대접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었을까.사계절 출판사가 한국문화총서 11번째 시리즈로 선보인 ‘관아 이야기’(전2권)는 이런 궁금증들을 친절하고 재미있는화법으로 풀어주는 책이다.한국인의 생활사를 관아를 뼈대삼아 재현해 내는방식 자체가 색다른 책읽기 경험을 선사한다. 책을 읽고나면,TV드라마나 문학작품들을 통해 관아는 적잖이 오해받아온 부분이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탐관오리들의 음모가 횡행하고 툭하면 죄인의 주리나 트는,경직되고 억압된 공간으로 몰려왔던 게 사실이다.하지만 책은 ‘주민의 생활근거지’로서의 장소성에 먼저 주목해보라고 권유한다.예컨대 관아가 고을 중심에 버티고 서있던 건 위엄이나 권위 확보를 위해서만이아니라 고을간거리를 재는 기산점으로 역할해야 했기 때문임을 짚어낸다. 물론 통치기관으로서의 관아는 열심히 사회세력을 편입하기도 했다.특히 조선왕조에 와서는 현실사회의 주요계급을 꾸준히 울타리안으로 끌어들였고,그들의 협조로 고을의 대소사를 원만히 주무해나가고자 했다.그 대표적 사례가 향청.본래 양반들의 자치모임이었던 향회(유향소)였던 것이 태종조에 이르러 관아기구로 포섭돼 마을의 세금을 걷는 기구로 성격이 바뀌었다.관아의안팎을 더듬다보면 잘못된 상식도 꽤 드러난다.성황당이 민간의 기복신앙처로만 알려져 있지만,지방 토호들이 민심의 구심점이 되는 게 못마땅했던 조선왕조는 성황제를 관아 주관으로 열도록 제도화하기도 했다.역사전공자도아닌 지은이 안길정씨(44)가 책을 내놓기까지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을지,그노고가 갈피갈피에서 빛난다.각권 1만원황수정기자 sjh@
  • 바이오분야도 탈공직바람?

    공무원들이 잇따라 정보통신기술(IT) 관련 민간 벤처기업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는 가운데 생명공학(BT) 분야에서도 전문성을 인정받아 온 젊은 사무관이 생명공학 벤처기업으로 이직했다. 산업자원부 생활산업국 화학생물산업과에서 근무해 온 박경문(朴敬文·37)사무관은 3년 반 동안의 공무원생활을 끝내고 지난 달 말 사직서를 냈다.새 직함은 콜레스테롤 저하제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생명공학 벤처기업 유진사이언스의 기획이사.중앙 부처 공무원 가운데 유일하게 생물공학 박사학위를 지닌 그는 정보통신 분야에 이어 바이오산업이 미래 첨단 산업으로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생물산업 발전을 위한 제도적 기반조성에 큰 몫을 했다. 함혜리기자 lotus@
  • 신설 국정원 3차장 金保鉉씨

    국가정보원은 1일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최근 남북관계 업무의 비중과 중요성이 증가함에 따라 북한 및 남북관계 업무를 총괄하는 차관급의 3차장직을 신설하고 신임 차장에 김보현(金保鉉·57) 제5국장을 승진,임명했다. 김차장은 북제주 출신으로 국민대와 연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했으며,지난 72년 국가정보기관에 입사한 이래 28년 동안 북한 및 남북관계 분야에서만 근무해온 대북정보분야 전문가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3일 청와대에서 김 신임 3차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다. 양승현기자
  • 국도·지방도 옛도로 안전사고·환경오염 우려 크다

    국도와 지방도 등의 선형개량 사업으로 발생된 폐도로가 무단 방치돼 각종안전사고와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도나 지방도가 용도폐기되면 관리권이 기초자치단체로 넘어오지만 재정상황이 취약한 기초자치단체들은 관리에 필요한 예산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기때문이다. 29일 경북 안동시에 따르면 안동지역에서 선형개량 사업으로 발생한 폐도로는 대구∼안동 국도에 86곳을 비롯,국·지방도 131곳에 13만여㎡에 이르고있으나 이들 폐도로에 대한 유지관리 및 보수에 필요한 예산이 전무해 무단방치되고 있다. 특히 일부 폐도로에 속한 노후교량에 대한 안전점검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붕괴우려 등 각종 안전사고에 노출돼 있는 상태다. 또 관리부재로 대부분의 폐도로가 포장용 아스콘을 벗겨내지 않은 채 방치돼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있을 뿐 아니라 도시미관도 해치고 있다. 안동시 와룡면∼도산서원 도로의 경우 신설도로 바로 옆으로 지나가는 폐도로를 아스콘도 벗겨내지 않고 그대로 매립했고 농로로 남겨둔 일부구간도 농민들이전혀 사용하지 않는 상태로 방치돼 있다. 또 안동·임하댐 조성으로 물에 잠긴 폐도로 수만㎡도 당시 아스콘을 벗겨내지 않은 채 그대로 수장시켜 수질 및 토양오염 등 각종 환경오염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밖에 영주,봉화,예천,의성 등 북부지역 시·군들도 관내에 선형 개량 사업으로 발생한 수만여㎡씩의 폐도로를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실정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이와관련 부산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는 “폐도로를 기초자치단체가 매각하면 매각 대금의 30%는 자체 수입이 되므로 폐도로 매각 수입으로 다른 폐도로를 유지 관리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북부지역 시·군 관계자들은 “정부 등이 선형개량 사업으로 발생한폐도로에 대한 관리권만 넘겨주고 예산지원을 않는 것은 문제”라며 “매각이 거의 되지 않고 있으며 열악한 지방재정으로서는 폐도로 관리와 활용이도저히 어렵다”고 말했다. 안동 김상화기자 shkim@
  • 임세바스찬 신부 “좋은영화는 영혼을 보듬습니다”

    하룻밤에도 비디오 서너편씩 예사로 ‘눈요기’하는 이들에게 임세바스찬(64·한국이름 임인덕)신부는 얼른 이해못할 사람이다.두어달에 한번꼴로 언론사며 비디오 가게로 일일이 다리품 팔며 새 비디오를 돌리는 벽안의 노(老)신부. 영화를 만드는 것도 보는 것도 쉬워지기만 한 세상에 그가 선보여온 비디오목록을 보자.잉마르 베르그만의 ‘침묵’,페데리코 펠리니의 ‘길’,켄 로치의 ‘레이디버드 레이디버드’,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거울’….영화사를 장식한 수작(秀作)이지만 결코 ‘돈 안되는’ 아트필름들만 골라 소개하길 어느새 10년 세월이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잉마르 베르그만,알렉산드르 소쿠로프,마리아 루시아벰베르그, 크리지스토프 키에슬로브스키 같은 거장의 작품이 그의 비디오 작업을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새 영화 홍보차 경북 왜관에서 올라온 신부를 황급히 붙들었다.“인터뷰는무슨…”하며 멋쩍게 빼다가 입을 연다.“이번에도 정말 좋은 영화입니다.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으면 좋을텐데요” 베를린 장벽으로 헤어져야했던 남녀의 사랑을 그린 독일영화 ‘약속’(감독 마가레테 본 트로타)을 소개하느라 여념이 없다. 성 베네딕도수도원(경북 칠곡군 왜관읍) 시청각종교교육연구회를 이끌며 임신부가 예술영화를 본격적으로 들여온 건 90년쯤부터다.그후 지금까지 소개해온 작품이 줄잡아 30여편.흥행은 처음부터 바라지도 않았다.함께 고생한직원 두어명에게 따박따박 월급만 나갈 수 있으면 족했다. 독일 뉘른베르크가 고향인 그가 한국땅을 밟은 건 1966년.“(뷔르츠부르크)대학에서 신학과 영화를 공부했어요.유학온 한국학생을 우연히 만났는데,돌이켜보면 그게 운명이었네요.막연히 제3세계 어디쯤에서 선교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에 부산에서 왔다는 그 친구를 만난 겁니다.뜻이 있으면길이 열린다고,그즈음 한국인 선교사가 들려준 ‘아리랑’에 마음을 뺏기고말았어요”신부 서품을 받고 처음 바다를 건넌 이국에서 평생을 보낼 줄은 몰랐다.그는그의 방식대로 이국을 알아갔다.영화를 통해서였다.‘공처가 3대’나 ‘남자식모’ 같은 영화를 뜻도 모른 채 몇번씩 보고 또 봤다. “우리 영화 수준이 지금 엄청나게 향상됐다고들 하지요.하지만 그 당시에도유현목 감독 등의 영화는 놀랄만치 훌륭했더랬습니다” 부지불식간에도 그는‘한국 영화’가 아니라 ‘우리 영화’라고 말한다. 아트필름 보급에 손을 댄 건 “할리우드 영화가 전부인 것처럼 길들여지는관객들이 안쓰러워서”였다. 맵고짠 양념을 치지 않고도,그윽한 시선으로 영혼을 보듬어줄 영화가 얼마든지 있다고 믿었다.“신앙이 고단한 삶을 위무해주는 거라면,곱씹어볼수록 큰울림을 던지는 예술영화도 믿음과 다를 게 없다”고 말한다. 작품 선정은 물론 한국어 번역에서 자막,더빙까지 손수 챙겨야 성에 차는 건 그래서다. 내내 사람좋은 웃음을 보이는 그가 군사정권시절 요주의 인물이었다는 사실은 놀랍다.77년 그가 운영하던 출판사에서 ‘해방신학’을 찍어낸 덕에 쫓겨날 뻔했었다.“문화부에 새 비디오를 들고 등록하러갈 때마다 사람들이 물어요.아직도 안 망했냐고요.아마 쉽게 망하진 않을 것같습니다(웃음)” 왜 아니겠나.시골 비디오 가게까지 발로 뛰는사람이다. 황수정기자 sjh@
  • 美 경제제재 완화따라 北, 달러 거래 개시

    북한의 대외교역은행이 그동안 미국의 경제제재 조치로 금지돼 온 미국 달러화 거래를 재개했다고 이타르 타스 통신이 23일 평양발로 보도했다. 통신은 평양 주재 외국 대표부들에 이같은 내용의 통지문이 접수됐다고 전한 뒤,이에 따라 북한의 대외교역은행이 외국으로부터 달러를 받고 보낼 수도 있게됐다고 밝혔다. 북한에서 근무해 온 외국인들은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조치로 독일 마르크화나 일본 엔화 등만을 사용해야 했으며 이로 인해 고율의 환전수수료를 부담해야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모스크바 연합
  • 의료대란/ 소아암·화상병동 르포

    의사들의 집단 폐업 첫날인 20일 낮 어린이 백혈병전문 여의도성모병원. 소아 골수이식 병동에 입원해 있는 ‘어린이 암환자’ 52명은 천진난만하게 만화책이나 동화책을 보며 놀고 있었다.그러나 부모들은 불안감을 감추지못했다. 전공의들이 모두 파업에 들어가 교수 4명이 24시간 비상근무체제로 들어갔기 때문이다.19일까지는 전공의 6∼7명과 전문의와 임상교수 4명 등 10여명이 치료를 맡아왔다. 2년 전 백혈병 판정을 받은 7살난 아들의 골수 이식 수술을 기다리고 있는김모씨(39)는 “폐업 전에는 주치의 선생님이 최소한 하루 4∼5차례 아들을찾아보고 증상을 점검했는데 오늘부터는 의사 선생님들이 거의 병동을 돌지못하고 있다”면서 “아들의 치료가 잘못될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화상 전문병원 가운데 하나인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한강성심병원에서도 전공의들이 모두 파업에 참여해 전문의 1명이 43명의 중환자를 모두 맡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3개 층에 걸쳐 있는 중환자실 가운데 2층 중환자실에만 전공의6명과 전문의 1명이 24시간 교대로 근무해왔다.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일반 병실에 있는 환자를 담당할 인력이 없다”면서 “2∼3일은 어떻게 버텨보겠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남편이 중환자실에 입원하고 있는 신모씨(51·여)는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23일부터는 교수들도 파업에 동참한다는데 행여 남편이 잘못되기라도 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영우기자 ywchun@
  • 성희롱 폭로 주역 美육군 첫 여성 3성장군 전역

    1996년 미국 국방부내에서 다른 장성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폭로,주목을 끌었던 미 육군 최초의 여성 3성장군 클로디아 케네디 중장(52오른쪽)이군 복무 만 31년만인 2일 전역식을 가졌다. 1997년 5월부터 육군 정보참모부 차장으로 복무해온 케네디 중장은 이날 국방부에서 루이스 칼데라 육군장관 주재로 열린 전역식에서 미군이 여성에 대한 동등한 대우면에서 진전을 이룩했다고 평가했다. 케네디 중장은 이임사에서 “요즘 육군과 국방부의 상공에서 들리는 소리는항공기의 음속돌파음이 아니라 여성에 대한 보이지 않는 장벽이 무너지는 소리”라면서 자신이 몸담아온 군이 여군을 더욱 공정하게 대우하는 데 있어“신중하고 꾸준한” 발전을 이룩했다고 말했다. 미 육군내 유일한 3성 장군인 케네디 중장은 자신은 혁명적이 아니라 개혁을 신봉할 뿐이라고 밝히고 “우리 육군은 복무여건을 변화·개선시키기를바라고 또한 이를 추진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남녀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케네디 중장은 지난 3월 육군 감찰실 차장으로 승진할 예정이던 래리 스미스 소장이 1996년 국방부내 그녀의 사무실에서 성적으로 희롱하려 했다는 사실을 폭로해 파문을 일으켰었다. 워싱턴 연합
  • 새 영화

    ◆그녀를 보기만해도 알 수 있는 것. 여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는 자칫 은밀해져서,주제의식을 십분 전달하지 못하고마는 함정을 안게 마련이다.멕시코 출신의 신인감독 로드리고 가르시아의 데뷔작 ‘그녀를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그런 부담에서 자유롭다.다른 빛깔,다른 모양의 인생을 살아가는 여섯 여자들의 이야기를 한데 엮은 영화는 담백하고 명료하게 주제의식을 드러낸다. 성공한 캐리어 우먼의 전형인 산부인과 의사 키너.완벽해보이는 그가 집안에서는 구질구질하게 치매 노모를 돌보고 풀리지 않는 일을 카드점괘에나 의존하고 있으리라고는 누구도 상상못한다.잘 나가는 은행매니저인 레베카는 자유연애론자.독신주의를 신봉하던 그도 유부남과의 밀애끝에 임신을 하면서삶의 방식에 대해 새삼 치열하게 고민한다.동화작가로 사춘기 아들과 단둘이사는 이혼녀 로즈는 어느날 갑자기 이웃에 이사온 난쟁이 사내에게 사랑을느끼는 자신에 당황스럽다.타인의 인생에는 잘도 조언해주는 카드점쟁이 크리스틴은 정작 병으로 죽어가는레즈비언 친구를 위해서는 아무것도 해줄 수없는 자신에 절망하고,형사 캐시와 점자 지도교사인 맹인 여동생 캐롤은 안타깝게 일그러지는 사랑때문에 힘들어한다.옴니버스식으로 이어지는 영화속캐릭터들은 낯설지 않다.겉은 멀쩡하지만 다들 서로 다른 무게의 삶을 감당해내느라 속앓이하는 모습들에 관객은 쉽게 감정이입하게 된다. 여성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다뤘지만 페미니즘 영화로 오해해선 곤란하다.단지 영화는 삶의 불가해성에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역설적으로 이렇게 위무해줄 뿐이다다.“한순간도 이탈없이 자신감과 확신에 찬 삶이 어디 있을 수 있냐”고.글렌 클로즈,카메론 디아즈,홀리 헌터 등 주연급 여배우들이 이만큼한꺼번에 나오기도 드물다.올 칸국제영화제의 ‘주목할만한 시선’ 개막영화였다.18세 이상 관람가. 27일 개봉. 황수정기자. ◆스컬스. ‘머리’들이 뭉치면 일을 친다?아이비리그 대학 비밀조직의 비리에 착안한 롭 코헨 감독의 ‘스컬스’(원제 The Skulls)는 엘리트 지상주의에 확 찬물을 끼얹는 영화다. 명석한 두뇌에 잡기에도두루 능한 예일대생 루크(죠슈아 잭슨)는 아르바이트에 학자금 융자를 받아가며 근근이 학교를 다니는 고학생.그런 그에게 사회권력과 부의 핵심을 장악해온 200년 전통의 아이비리그 비밀조직 ‘스컬스’가 입회를 제의해온다.넉넉한 생활비와 화려한 미래가 보장되는 조건에 루크는 그만 현혹돼 그들에게 충성을 맹세한다.집단의 야욕을 채우려 선거를조작하고 살인까지 서슴지 않는 조직에 회의를 느끼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단짝친구는 조직으로부터 억울하게 살해되고,그는 꼼짝없이 정신병원에 감금된 신세다. 권력과 명예욕에 눈 먼 소수 엘리트들이 농단하는 사회가 얼마나 절망적일지,영화는 뜨끔하게 경고한다.“권력과 정의는 태생적으로 한데 어울리기가 어렵지 않냐”고 역설하면서. 톰 행크스를 닮은 루크역의 죠슈아 잭슨은 ‘캠퍼스 레전드’,‘스크림2’등의 호러영화를 통해 얼굴을 알려왔다.시나리오는 ‘이레이저’,‘도망자 2’의 존 포그가 썼다.12세 이상 관람가.27일 개봉. 황수정 기자. ◆서브웨이. 뤽 베송의 ‘서브웨이’가 극장에서 선보인다.웬만한 뤽 베송 팬이라면 진작에 비디오로 봤음직하나,그렇지 못한 이들을 위한 정보 하나.85년 감독이 작가주의적 명성을 막 얻기 시작할 무렵의 초기작이란 걸 알면 근작들과 비교해보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영화의 무대는 번화한 도심속에 어둡고 칙칙하게 웅크린 지하철이다.세상이란 거대 기계를 움직이는 일개 부속물일 뿐 그안의 낮과 밤에 누구도 관심이없는 곳. 감독은 그 ‘소외된’ 장소성에 주목했던 게 틀림없다.아니나 다를까.주류사회에 끼지 못하는 아웃사이더들을 그안으로 몰아넣었다.롤러보드를타고 다니는 좀도둑,번번이 그를 놓치는 ‘얼빵한’ 경찰, 그 사이를 오가며교묘하게 거래를 하는 꽃팔이 남자…. 주인공 프레드(크리스토퍼 램버트)와 일레나(이자벨 아자니)도 폼나는 인간유형은 못된다.건달 프레드는 우연히 뒷골목 조직 보스의 아내 일레나를 만나 지하철 세계에 합류하게 된다.외양은,쫓고 쫓기는 화면이 속도감있게 전개되는 범죄영화다.사기와 폭력이 난무하는 속에서 그래도 음악밴드를 조직하려는 이들의 이야기가 영화의 한 축으로 설정돼 있다.삶의 열정은 어디서나 꽃필 수 있다는 교훈을 읽는다면 무리일까.15세이상 관람가. 27일 개봉. 황수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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