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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욕 맨해튼 검찰 골드만삭스 등 투자은행 관계자 6명 기소

    뉴욕 맨해튼 검찰 골드만삭스 등 투자은행 관계자 6명 기소

    탐욕스러운 미국 월가의 검은 손들이 결국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이들은 유럽과 미국을 오가면 광범위한 부당 내부자 거래로 수 백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미 뉴욕 맨해튼 연방검찰은 22일(현지시간) 4건의 내부거래 혐의로 수천만 달러의 부당 이득을 챙긴 대형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 관계자를 포함한 총 6명의 은행원을 기소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뉴욕 연방검찰은 독립투자은행인 모엘리스 앤 컴퍼니와 센터뷰 파트너스의 런던 사무소에 각각 근무한 벤저민 테일러와 다리나 윈저가 증권 트레이더들에게 기업 거래와 관련한 비공개 정보를 제공했으며, 이들로부터 정보를 건네받은 한 트레이더는 해당 정보를 특정 언론에 흘리는 방식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이 트레이더는 120만 달러(약 14억원)를, 테일러와 윈저는 각각 100만 달러 이상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테일러와 윈저는 무려 40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런던에 주재한 증권 트레이더 조지프 엘 쿠리는 중개인을 통해 테일러와 윈저가 흘린 정보를 받고 이 중개인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전날 런던에서 체포됐다. 또 런던과 뉴욕에서 근무한 골드만삭스 부사장 브라이언 코언은 2015년 4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스위스 증권 트레이더 등에게 비공개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골드만삭스는 내부거래 혐의가 포착된 뒤 최근 근무처를 런던에서 뉴욕으로 옮긴 그를 즉각 해고했다. 지난 18일 붙잡힌 코언은 25만 달러 보석금을 내고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여야 “화성 8차사건 진실 밝혀야” 국감서 한목소리

    여야 “화성 8차사건 진실 밝혀야” 국감서 한목소리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야가 한목소리로 화성연쇄살인 8차사건에 대한 실체적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거 8차사건 범인으로 검거돼 처벌받은 윤모(52) 씨의 판결문을 보니 윤씨를 범인으로 지목한 이유가 부실하고,절름발이라고 놀림당한 게 범행 동기인데 어떻게 피해자 자택의 1m가 넘는 담장을 뛰어넘겠나”라며 “당시 현장검증 등에 문제가 있는지 밝혀달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또 “현재 윤씨 측이 재심 청구를 위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는데 경찰이 협조를 제대로 안 한다는 얘기가 있다”며 “윤씨가 재심을 청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해달라”고 강조했다. 윤재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경찰에 30년 몸담았지만 당시 경찰이 윤씨를 범인으로 특정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방사성동위원소감별법은 처음 듣는다”며 “이 분석기법으로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국과수와 함께 조사해 달라”고 주문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차 사건뿐만 아니라 화성사건의 피의자인 이춘재(56)가 자백한 청주에서 저지른 2건의 살인사건 때도 억울한 시민들이 범인으로 몰려 재판까지 넘겨졌다가 간신히 무죄를 받은 사실이 있다며 이에 대한 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화성사건 범인으로 밝혀진 이춘재를 경찰이 검거하지 못한 데 대한 질타도 있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의원은 “화성사건 10건 중 3건은 이춘재의 직장에서 반경 5㎞ 안에서 이뤄졌다”며 “범인의 혈액형을 B형으로 단정해 놓쳤고 구타에 의한 것으로 알려진 윤씨의 진술만 믿고 그를 20년 동안 억울하게 옥살이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화성사건을 자세히 정리해서 경찰 수사의 교범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화성사건은 인류 역사상 보기 드문 특이한 사례”라며 “이 시점에서는 모든 것을 다 정리해서 백과사전으로 만들어 경찰 수사의 전범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시 화성경찰서에 공교롭게도 ‘고문기술자’로 알려진 이근안 씨가 화성사건의 8차 사건이 발생한 1989년까지 근무한 것으로 안다”며 “이씨가 당시 형사들에게 고문기술을 전수해줬을 가능성이 있어 이 부분도 조사해달라”고 주장했다. 이에 반기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화성사건수사본부장은 “이씨가 수사에 참여한 기록은 없고 당시 화성경찰서에서 근무했는지 여부는 인사 기록상 확인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씨가 화성사건 수사에 투입됐는지 등에 대해서는 다시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글·사진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KT 부정채용 지시’ 이석채 “내가 준 명단은 4명…나머지는 몰라”

    ‘KT 부정채용 지시’ 이석채 “내가 준 명단은 4명…나머지는 몰라”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등 유력 인사 자녀들의 부정채용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석채 전 KT 회장에게 검찰이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부장 신혁재) 심리로 1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석채 전 회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같은 혐의로 기소된 서유열 전 KT 홈고객부문 사장과 김상효 전 KT 인재경영실장에게는 징역 2년을, 김기택 전 KT 상무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을 각각 구형했다. 이석채 전 회장은 KT 회장 재직 시절인 2012년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 총 7명, 또 같은 해 별도로 진행된 고졸사원 채용에서 총 4명의 부정채용을 지시한 혐의(업무방해)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날 결심공판에서 “이석채 전 회장은 국정감사 증인 채택이 문제되는 상황에서 김성태 의원의 도움을 받았으므로 김성태 의원 딸을 채용할 이유가 존재한다”면서 “이석채 전 회장의 지시 없이 서유열 전 사장이 김성태 의원 딸을 채용했다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0일에도 이석채 전 회장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검찰이 추가로 증거를 제출하면서 변론이 재개됐고, 한 차례 공판을 거쳐 이날 두 번째 결심공판이 진행됐다.서유열 전 사장은 재판 과정에서 2012년 신입사원 공채 때 김성태 의원 딸을 부정한 방법으로 합격시킨 것은 이석채 전 회장의 지시였다고 증언했다. 서유열 전 사장은 2012년 10월 당시 이석채 회장으로부터 ”김성태 의원이 우리 KT를 위해 열심히 돕는데, 딸이 정규직으로 근무할 수 있게 해보라“는 지시를 받아 이를 당시 경영지원실장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2012년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위원이었던 김성태 의원은 이석채 전 회장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에 반대하는 입장을 드러냈다. 그때 이석채 전 회장은 시간외·휴일근로수당 등을 과소 지급한 혐의(근로기준법 위반)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결국 김성태 의원 딸은 2011년 계약직으로 KT 스포츠단에 입사해 일하다 2012년 신입사원 공채에서 최종 합격해 정규직 사원이 됐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서유열 전 사장은 이석채 전 회장과 김성태 의원이 2011년 (서울) 여의도의 한 일식집에서 저녁 모임을 가졌다는 기억을 떠올린 이후 김성태 의원 딸의 채용 경위에 대해 기억해냈다”면서 “서유열 전 사장의 진술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내용이 있고 진술 내용도 일관적이지만, 이석채 전 회장과 김성태 의원의 진술은 일관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석채 전 회장은 “김성태 의원을 만난 것은 맞지만 그 자리에서 김성태 의원 딸이 계약직으로 근무한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다고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다”면서 “검찰은 내가 협조해주길 바라며 정식 수사기록으로 남기지 않고 나를 설득하려 했지만 나로서는 김성태 의원 딸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일관적으로 말해왔다”고 검찰의 주장을 반박했다.결심공판에 앞서 진행된 보석청구사건 심문에서 이석채 전 회장은 “부정채용을 꿈에도 생각한 적이 없다. 회장 재직 시절 KT의 어떤 이권에도 개입한 적이 없다”면서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이석채 전 회장은 “내가 준 명단은 4명이고 나머지는 모른다. 그 4명에 대해서도 한 번도 채용하라거나 왜 채용하지 않았느냐고 묻지 않았다”면서 “직원들이 가져오면 그런가보다 하고 보기만 했다”고 말했다. 이석채 전 회장은 지난 15일 보석을 청구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석채 전 회장이 “다른 피고인들과 달리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불구속 재판을 받는다면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범행의 최정점에 있는 자로서 책임 정도가 매우 중하고 반성의 여지가 전혀 없어 도망의 염려가 있으므로 보석을 불허해야 한다”고 맞섰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숙명여고 문제유출’ 前교무부장 징역7년 구형

    ‘숙명여고 문제유출’ 前교무부장 징역7년 구형

    자녀들에게 시험문제 정답을 유출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에게 검찰이 2심에서도 징역 7년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부장 이관용) 심리로 16일 오전 열린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현모씨의 항소심 공판기일에 검찰은 원심과 같은 형을 구형했다. 현씨는 숙명여고에서 교무부장으로 재직하며 2017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2018년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5차례 교내 정기고사에서 시험관련 업무를 총괄하며 알아낸 답안을 재학생인 쌍둥이 딸에게 알려주고 응시하게 해 학교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현씨는 “추리소설 같은 논리가 인정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억울하다”며 “경찰조사, 검찰조사, 학생 등에게 단 한순간도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학교 교무부장으로 근무한다는 이유만으로 온갖 공격을 받고, 가족정보가 공개되는 등 악플에 시달렸다”며 “딸들에게 환청, 공황증세 등이 나타나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하고, 자해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1심은 현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 징역3년6월을 선고했다. 해당 판결에 불복한 현씨와 검찰 측은 모두 항소했다. 현씨는 숙명여고에서 교무부장으로 재직하며 2017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2018년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5차례 교내 정기고사에서 시험관련 업무를 총괄하며 알아낸 답안을 재학생인 쌍둥이 딸에게 알려주고 응시하게 해 학교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1심에서 제출된 증거들에 의하면 공소사실은 합리적 의심없이 증명됐으며,판결의 유죄 근거도 논리적이고 타당하다”며 “2심에서 추가로 제출된 ‘성적 급상승한 케이스’들을 보더라도, 과연 그 케이스에 숙명여고 쌍둥이 딸들이 포함된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1학년 1학기때 각각 문과 121등, 이과 59등이었던 쌍둥이 자매는 2학기에는 문과 5등, 이과 2등으로 성적이 크게 올랐고, 2학년 1학기에는 문과와 이과에서 각각 1등을 차지하는 급격한 성적 상승을 보여 문제유출 의혹의 대상이 됐다. 이들은 경찰 수사가 발표된 지난해 12월 퇴학처분을 받았다. 재판부는 다음달 15일 오후 2시에 현씨에 대한 선고기일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대체복무제 도입할 경우 6년간 1241억 비용 소요

    국방부는 19일 양심적 병역거부자 등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경우 올해부터 6년간 1241억원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국회 국방위원회의 ‘병역거부자 대체복무 관련 법률안에 대한 공청회’에 앞서 배포한 자료집에서 대체복무제가 도입될 시 2019~2024년 총 1240억 9000만원의 비용이 추계된다고 보고했다. 이는 정부가 제출한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안’이 원안 통과됐을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구체적인 추계로는 보수 402억원, 생활비용 218억 7000만원, 건강보험료 11억 5000만원, 시설개선비 608억 7000만원이 각각 지출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보면 준비 기간에 해당하는 올해의 경우 다른 지출 없이 시설개선비 99억 8000만원을 사용한다. 대체복무제의 시행이 예정된 내년부터는 시설개선비 지출은 줄고 보수 항목의 지출은 늘면서 각각 274억원(2020년), 253억 4000만원(2021년), 232억 7000만원(2022년), 188억 1000만원(2023년), 192억 9000만원(2024년)을 사용하게 된다. 국방부는 추계를 위해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매년 500~600명 발생하고 이들이 36개월간 복무하는 것을 고려해 2022년부터 1620명의 대체복무요원이 복무한다고 가정했다. 보수의 경우 대체복무 1년차는 이병·일병, 2년차는 일병·상병, 3년차는 상병·병장의 평균을 적용했고 4년차는 병장의 보수를 적용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6월 종교적 신념 등에 따른 대체복무를 병역 종류로 규정하지 않은 현행 병역법 5조 1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개정 시한을 올해 12월 31일로 정한 바 있다. 국방부는 이에 따라 대체복무자가 36개월간 교정시설에서 복무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대체복무제 정부안을 지난 4월 국회에 제출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이국종 교수 “이재명 선처해달라” 대법원에 탄원서 제출

    이국종 교수 “이재명 선처해달라” 대법원에 탄원서 제출

    “그가 국민 생명을 수호할 수많은 정책을 추진해 우리 사회 발전에 밑거름이 되도록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이국종 아주대 의과대학 교수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항소심 당선무효형 판결과 관련, 탄원서를 19일 대법원에 제출했다. 이 교수는 10쪽 분량의 자필 탄원서에서 “이 지사에 대한 판결은 경기도민의 생명과 안전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깊이 헤아려 주셔서 도정을 힘들게 이끌고 있는 도정 최고책임자가 너무 가혹한 심판을 받는 일만큼은 지양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한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는 “차가운 현실정치와 싸워가며 도민의 생명을 지키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선진국형 중중외상환자 치료체계’ 도입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현직 도지사에 대해 대법관분들이 베풀어 주실 수 있는 마지막 관용인 동시에 여러 중증외상환자를 위한 중단 없는 도정을 위한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라고 탄원 이유를 밝혔다.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 교수는 이 지사와 손잡고 24시간 닥터헬기 도입을 비롯한 중증외상환자 치료체계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이와 관련, 이 교수는 탄원서에서 “선진국형 중증외상 치료 제도 구축이 기존 체계와 이해당사자들의 반발로 방향성을 잃고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할 때, 이 지사가 생명존중을 최우선 정책순위에 올리고 어려운 정책적 결단과 추진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직설적인 업무 추진 방식과 빠른 실행력이 오히려 혐의 사실에 악영향을 줬을지 모른다는 추측을 하게 된다”면서 “(소년공 시절 부상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심하게 변형된 이 지사의 팔꿈치를 봐달라”고 호소했다. 이 교수는 이 지사의 재판상황을 김훈 소설 ‘칼의 노래’에서 이순신 장군이 압송돼 취조받을 당시의 한 장면을 인용했다. 종사관 김수철이 ‘전하, 이순신 제독(통제공) 죄를 물으시더라도 그 몸을 부수지 마소서, 제독(통제공)을 죽이시면 사직을 잃을까 염려되옵니다’라고 말한 대목을 인용하고 “‘몸’은 ‘이 지사에 대한 사법처리 결과’, ‘사직’은 ‘경기도정 전체에 해당한다”고 비유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를 “불가항력에 가까운 현실의 장애물을 뚫어내면서 도민을 넘어 대한민국 국민의 허무한 죽음들을 막아내고 있는 능력이 출중한 행정가이자 진정성 있는 조직의 수장이라고 믿는다. 국민 생명을 수호할 수많은 정책을 추진해 우리 사회 발전에 밑거름이 되도록 선처를 부탁드린다”고도 했다. 앞서 함세웅 신부(전 민주주의 국민행동 상임대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이부영 자유언론실천 재단 이사장, 박재동 화백 등 종교·정치·학계 인사들도 18일 “대법원을 통해 사법정의를 세우고 도정공백이 생기지 않게 현명한 판결을 희망한다”며 ’경기도지사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대책위‘ 구성을 제안하고 나섰다. 대책위는 동참 서명을 받은 뒤 25일(잠정) 국회 정론관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준비 중이다. 경기도의회도 여야 의원 120여명이 1심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한 데 이어 2차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염종현(부천1) 대표는 “2차 탄원서를 준비하고 있다”며 “10월 중순 회기가 시작되면 의원들과 함께 논의해 탄원서 서명을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친형 강제입원‘ 사건과 관련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가 지난 6일 항소심에서 유죄로 판단돼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스탠퍼드 성폭행 피해자 4년 만에 본명 공개하며 경험담 책으로

    스탠퍼드 성폭행 피해자 4년 만에 본명 공개하며 경험담 책으로

    미국 스탠퍼드 대학 성폭행 재판 과정에 에밀리 도란 가명으로만 알려졌던 피해자가 4년 만에 본명으로 책을 써내 눈길을 끈다고 영국 BBC가 4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샤넬 밀러(27)로 오는 24일 ‘제 이름을 아세요’(Know My Name)이란 제목의 회상록을 펴낸다. 바이킹 출판사는 그녀를 전국적이나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법정 진술서를 작성하게 된 동기와 파장은 물론, 본인이 재판 도중에 접근할 수 없었던 법원 문서와 증인 진술 등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도 책에 담겨 있다고 밝혔다. 그녀는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의 스탠퍼드 대학 문과대학에 재학 중이던 2015년, 오하이오주 출신의 유명 수영 선수 브록 터너(당시 20)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 기숙사 파티가 한창이던 때 운동장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는데 터너가 덮친 것이었다. 두 스웨덴 학생들이 사이클을 타고 지나가다 터너를 뜯어 말렸다. 이듬해 밀러는 재판에서 약물을 먹여 기절시킨 뒤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됐지만 징역 6개월에 보호관찰 3년이란 가벼운 처벌만 받았고 그마저도 3개월만 복역했다. 검찰이 구형한 6년형에 형편없이 모자란 형량이었다. 부잣집 아들에다 백인이라 미국 사법제도를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갔다는 비난이 들끓었다. 터너의 면전에서 밀러는 “넌 날 모르잖아. 하지만 넌 내 안에 들어와 있어. 그게 우리가 오늘 여기 함께 있는 이유야”로 시작하는 장문의 법정 진술서를 낭독했다. 이 글은 버즈피드를 통해 전문이 공개됐고 나흘 만에 1100만명이 읽을 정도로 큰 관심을 끌었다. 다른 나라 언어로도 옮겨졌고, 의회에서도 낭독될 정도로 공익적인 주제가 됐다.문과대학을 졸업한 밀러는 전화로 자신의 성폭행 뉴스를 들었을 때 얼마나 끔찍했는지를 털어놓았다. 그녀는 “내 성폭행에 관련된 끔찍하리만큼 상세한 기사 말미에 그의 수영 경력을 여러번 언급하고 있었다. ‘그녀는 숨을 쉬는 상태로 발견됐으며 속옷이 6인치 정도 벗겨져 뱃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어쨌든 정말 수영 하나는 잘한다’고 돼 있었다”고 적었다. 재판 과정에 그녀는 “옷은 입고 있었던 거냐?”, “뭐하러 그 파티에 간거냐?”, “남자친구와 진지한 관계였느냐?”, “남학생들의 사교파티에 간거냐?” 등등의 질문 공세를 견뎌내야 했다. 밀러는 나중에 전 세계 여성들이 보낸 격려와 응원 편지들을 받았다. 성폭행을 당한 얘기를 처음으로 진솔하게 털어놓은 여성이란 찬사도 이어졌다. 미투 운동이 벌어지기 전에 벌어진 일이지만 밀러는 2017년부터 책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펭귄 제너럴의 발행인 베네티아 버터필드는 “샤넬 밀러의 진솔하고 우아하며 감동적인 얘기를 독자들과 공유하게 돼 무한한 자부심을 갖는다. 우리가 성폭행에 대해 갖는 사고방식을 영원히 바꿔줄 책”이라고 말했다. 애런 퍼스키 판사는 터너에게 너무 관대한 형량을 선고해 많은 비난을 샀고, 지난해 재심을 청구하는 과정에 투표를 통해 제척 당했다. 재판 도중에도 그는 감옥을 보낸다고 터너를 변화시킬 수 있겠는지 회의적이라고 밝혀 빈축을 샀다. 밀러의 진술서는 지난해 재심 청구 과정에 캘리포니아주 법에도 영향을 미쳐 상당한 변화를 이끌었다. 지난해 터너는 재심 청구를 기각하도록 시도하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도 계속 성범죄 전력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고 방송은 전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공직자 간 불륜 들통나자…법원 “기혼자만 파면 처분해야”

    공직자 간 불륜 들통나자…법원 “기혼자만 파면 처분해야”

    직장 내 불륜으로 징계를 받아 강제 퇴직할 처지가 된 남녀 공무원에 대해 법원이 상반된 판단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조미연 부장판사)는 A씨가 소속 중앙행정부처를 상대로 “파면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반면 행정13부(장낙원 부장판사)는 A씨의 불륜 상대인 B씨가 “해임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기혼 남성인 A씨는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 미혼 여성 하급자 B씨와 3년여 동안 불륜관계를 맺었다. 이 사실이 발각돼 두 사람 모두 징계에 회부됐다. A씨는 파면, B씨는 해임의 중징계를 받고 불복해 각각 소송을 낸 것이다. 법원은 두 사람 모두에게 ‘품위유지 의무’를 어긴 징계 사유가 인정된다고 봤다. 다만 A씨에게 내려진 파면이라는 징계는 적정하나 B씨가 받은 해임 징계는 지나쳐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파면은 공무원이 받는 가장 높은 수준의 징계이고, 해임이 그다음으로 무겁다. A씨 재판부는 “가정이 있음에도 동료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했고, 배우자에게 발각된 뒤에도 반성하지 않고 다시 연락해 관계를 지속하는 등 비행의 내용과 정도가 가볍지 않고 경위와 동기도 불량하다”며 엄중한 징계가 필요하다고 봤다. 또 아내의 민원 제기로 소속 조직의 기강이 저하되고 대외적 평가와 신뢰가 훼손될 위기에 놓였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B씨 재판부는 “여러 차례 A씨의 제의를 거절했고, 불륜 관계가 유지되는 동안에도 그만 만날 것을 요구했다”며 “미혼인 B씨가 이렇게 행동했다면 배우자에 대한 성실 의무를 부담하는 A씨와 책임이 같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부적절한 관계에도 업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며 비위 행위가 조직의 공직기강에 미친 영향을 제한적이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두 사람 모두에 대해 ‘성실 의무 위반’을 징계 사유로 삼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여성 인격 건드린 남성 성적 사생활…뜨거워진 ‘리얼돌’

    여성 인격 건드린 남성 성적 사생활…뜨거워진 ‘리얼돌’

    35㎏의 실리콘 인형이 한국 사회에 가져온 파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법원이 여성 신체를 모방한 전신형 성인용품 ‘리얼돌’의 수입 통관을 허가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사생활 영역’이라는 찬성 입장과 ‘인격권 침해’라는 반대 입장이 여전히 팽팽하게 맞선다. 리얼돌을 둘러싼 논란과 쟁점을 짚어 봤다.●1심 재판부 “존엄성 훼손”… 2심에서 판결 뒤집혀 논란은 2017년 한 성인용품 판매업체가 인천세관에서 길이 159㎝, 무게 35㎏ 리얼돌에 대해 수입 통관 보류 처분을 받으며 시작됐다. 리얼돌은 실리콘으로 사람의 피부는 물론 가슴, 성기까지 그대로 재현한 전신 인형이다. 당시 세관은 관세법에 따라 리얼돌이 ‘헌법 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고 보고 수입을 금지했다. 업체는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를 막아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세관을 상대로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리얼돌이 “성적 부위를 적나라하게 묘사했다”면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봤다. 하지만 2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재판부는 리얼돌을 ‘성 기구’로 보고 “은밀하고 사적인 영역에 대한 국가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2심 판결이 옳다고 봤다. 이 행정소송을 제기했던 성인용품 판매업체 부르르닷컴 대표 이상진(31)씨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성욕을 해결하는 데 쓰이는 성인용품이 인간의 모습을 닮아 가는 건 당연한 이치”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일본의 유명 리얼돌 제조사는 고객이 구매 상담을 하러 왔다가 인생 상담을 한다고 ‘상담실’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며 “리얼돌은 장애인, 노인 등 평소 성관계를 하지 못하는 ‘성 소외자’의 외로움을 달래는 등 긍정적으로 쓰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씨에 따르면 판매 초반에는 30·40대 남성의 비율이 높았지만 최근 들어 50대 이상 남성의 문의가 늘고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 여성계를 중심으로 “리얼돌이 인간 존엄성을 해친다”는 비판이 계속 나오고 있다. 특히 일부 업체에서 연예인 등의 얼굴을 본떠 ‘커스터마이징’(맞춤형) 제작을 한다거나 아동을 연상케 하는 인형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해 논란은 더욱 커졌다. 직장인 유모(27·여)씨는 “아무리 인형이라고 해도 실제 여성의 얼굴과 신체를 그대로 모방해 만들 수 있다는 건 여성으로서 소름 끼친다”며 “인형이라고 막 다루다가 현실에서도 상대를 더 가볍게 대할 것 같아 두렵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엔 한 달 동안 26만명 이상이 동의해 정부 답변을 기다리는 상태다.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자 여성가족부는 지난 6일 대책회의를 열고 특정인의 얼굴로 리얼돌을 제작해 초상권을 침해하는 인권침해 문제, 아동·청소년 모형 문제 등을 논의했다. 무소속 정인화 의원은 8일 아동 리얼돌의 수입과 제작, 판매 등을 금지하는 청소년성보호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아동 형태 리얼돌을 제작·수입하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소지자 역시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했다. 외국에서도 아동형 리얼돌은 엄격히 규제되고 있다. 현재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 영국 등 대부분 국가에서 리얼돌을 허용하고 있지만 실제 아동의 신체 형태와 크기를 묘사한 리얼돌은 수입·유통이 모두 금지된다. 국내 판매업자들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선 동의한다. 한 리얼돌 판매업체 대표 A씨는 “예전에는 100㎝ 길이 제품부터 있었지만 아동 피해 부분에 공감해 이제는 145㎝ 이상인 제품만 판매한다”고 말했다. ●여성들 “성인용품 반대 아냐… 핵심은 성적 대상화” 그러나 불씨는 여전하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인간의 신체를 모방한 리얼돌이 다른 성인용품과 다르며 그 자체로 잘못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들은 “리얼돌은 단순한 인형, 도구가 아니라 실제 여성을 떠올릴 수밖에 없게 한다”면서 “여성 혐오가 만연한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를 심화시킨다”고 주장한다. 성인용품이 잘못된 게 아니라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이 만연한 한국 사회의 맥락을 같이 봐야 한다는 뜻이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부대표는 “여성과 거의 똑같은 리얼돌이 자유롭게 유통되면 대상의 신체를 폄하하거나 상품화하는 게 당연시될 수 있다”며 “실제 여성도 인형처럼 돈으로 살 수 있고, 강간할 수 있고, 버릴 수 있다는 등의 인식이 더 쉽게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한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리얼돌의 주된 목적은 남성에게 여성 신체에 대해 일방적인 통제 능력을 실현하는 듯한 환상을 주는 데 있다”면서 “예뻐해 주는 대상인 동시에 언제든 마음에 들지 않으면 훼손하거나 폐기할 수 있다는 인형의 특징은 이 사회에서 여성이 갖는 위상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들은 끊임없이 여성 대상 폭력이 벌어지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 신체를 형상화한 리얼돌은 단순히 인형, 도구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성환경연대 안현진 활동가는 “현재도 불법 촬영, 얼굴 합성 등 지인 능욕 범죄가 빈번하게 벌어지는데 처벌은 미미하다. 이런 상황에서 리얼돌이 자유롭게 유통되면 실제 현실의 여성을 닮은 제품이 나오는 등 악용될 여지도 충분하다”면서 “리얼돌은 여성을 단순히 남성의 성욕을 풀어 주는 대상으로 전락시킬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물론 판매업자들은 이 같은 의견에 대해 회의적이다. 이상진씨는 “리얼돌과 상관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대법원 판결문에도 나오듯이 성적 활동은 어디까지나 사생활”이라며 “실제 범죄와 리얼돌 사용은 구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기술이 더 발전해 3차원(D) 프린터 등이 상용화되면 주위 사람의 얼굴을 모방한 인형을 만들어 사용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는 “악용에 대한 문제는 명예훼손, 초상권 침해 등 현행 민형사법으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수진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성기를 대체하려고 만든 기존 성인용품과 달리 인체를 형상화한 리얼돌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사람을 상대로 일방적인 행위를 실현하려는 욕구가 반영된 것”이라며 “현재도 불법 촬영, 데이트 폭력 등 수많은 젠더 폭력이 벌어지는데 리얼돌이 일상적으로 쓰이면 인형의 수동성이 실제 여성들에게도 강요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성별에 따라 성인용품의 차이가 점점 벌어지는 게 문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안현진 활동가는 “여성 성인용품은 성욕 해소라는 본래 기능에 충실하게 만들어지는 반면 남성 성인용품은 계속 현실의 여성을 닮아 간다는 특성이 있다”며 “여성의 성기 모양을 본뜬 남성 자위기구는 ‘23살 대학생, 28살 간호사’같이 구체적인 여성의 특성이 부여되고 특정 인물을 떠올리게끔 홍보한다”고 지적했다. 리얼돌 역시 여성과 남성의 차이가 크다. 실제 판매 사이트에서 여성 리얼돌은 종류가 100가지 이상이지만 남성 리얼돌은 서너 종류에 불과하다. 또 여성 리얼돌은 헤어스타일부터 눈 색깔, 가슴 크기, 성기의 모양까지 선택할 수 있는 데 비해 남성 리얼돌은 선택의 폭이 좁고 제품의 질도 낮다. 이에 대한 판매자들의 반박도 있다. 판매업자 A씨는 “여성용 성인용품 매출을 보면 남성의 성기를 그대로 재현한 제품이 제일 종류도 다양하고 많이 나간다”고 말했다. ●성인용품 시장 꾸준히 증가… 사회 논의 계속될 듯 전 세계적으로 성인용품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마켓워치는 전 세계 성인용품 시장이 2020년까지 520억 달러(약 62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성에 대한 인식이 개방되면서 더 다양한 제품이 빠른 속도로 수입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성적 대상화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한 남성용 성인용품은 ‘실제 여대생의 몸을 일대일로 본떠 만들었다’고 광고해 뭇매를 맞았다. 손, 발 등 신체 일부를 절단한 모양으로 만든 성인용품도 꾸준히 문제로 지적됐다. 손목이 닿는 부분을 여성의 신체 일부 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가슴 마우스패드’, 여성의 신체 이미지를 모아 놓은 ‘데스크 매트’ 등 성을 상품화한 제품은 많다. 한 생활용품 온라인몰에서는 여성의 가슴을 연상케 하는 ‘×× 탱탱볼’이란 제품을 팔았다가 고객들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성인용품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논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여성민우회 이편 활동가는 “아동 리얼돌에 대한 규제는 당연히 환영하지만 일반 여성과의 차이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이 활동가는 “길이가 120㎝인 건 괜찮고, 119㎝인 건 불법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면서 “아동만 따로 구분할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성욕을 해소하는 데 꼭 여성의 신체 모습이 필요한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현진 활동가는 “아동 리얼돌을 규제할 때는 개별적,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리얼돌이 가지는 성적 대상화라는 사회적인 함의를 좁힌다”며 “한국 사회에서 성폭력을 바라보는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승희 부대표는 “누군가의 인격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면 단순히 ‘사생활’, ‘성적 자기결정권’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무조건 ‘개방’하거나 허용하는 게 진보적인 가치는 아니다. 사회적 약자를 해칠 수 있는 표현의 자유는 무한히 허락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판깨스트] 판사가 실형 선고된 음주 뺑소니범을 풀어준 까닭은

    [판깨스트] 판사가 실형 선고된 음주 뺑소니범을 풀어준 까닭은

    1심, 도주치상 등 혐의로 1년 징역항소심, 3개월 금주 프로그램 실시귀가 시간 제한, 매일 모바일 보고일주일 1회 판·검사, 변호사 채팅지난 6월 법원 첫 ‘치료 구금’ 실시법에는 치료적 힘이 있다고 합니다. 법관이 범죄자에게 죄를 묻는 것을 넘어 범죄의 원인을 해결해 줄 때 법이 ‘치료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얘기인데요. 이는 기존의 형사 사법의 반성에서 출발합니다. 사람(범죄자)이 아닌 죄에 집중해 형벌을 부과하게 되면 ‘범죄-형벌’의 무한 반복을 멈출 수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1970년대부터 치료적 사법에 기초한 문제해결형 법원이 설립되기 시작했지만, 우리나라는 그간 논의만 있었을 뿐 본격적인 도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최근 들어 의미 있는 시도들이 엿보입니다. 아내를 살해한 치매 노인에 대한 ‘치료 구금’에 이어 상습 음주운전자에 대한 치료 프로그램이 등장했습니다. 재판부의 3개월 실험 시작 “이번에 세 번째 걸렸네요?”(재판장) “네.”(피고인) “이전에는 벌금형을 선고받았는데 구속돼서 재판받는 건 처음이죠?”(재판장) “네.”(피고인) “벌금형 받았을 때는 어땠습니까. 술 마시고 운전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 않았나요?(재판장) “그렇습니다.”(피고인) “남편으로서,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책임감이 없었기 때문 아닌가 생각합니다.”(재판장) 23일 오전 11시쯤 서울법원종합청사 303호 소법정의 피고인석에는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내고도 그대로 달아난 뒤 경찰관의 음주 측정 요구를 거부하다 결국 도주치상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형을 선고받은 피고인 A(34)씨가 앉아 있었습니다. 서울고법 형사1부 재판장인 정준영 부장판사는 항소심 첫 재판에 출석한 A씨를 향해 훈계하듯 다그쳤습니다. “피고인 나이가 서른 네살 밖에 되지 않았는데 지금 음주에 대한 자기절제력을 키우지 않으면 앞으로 더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정 부장판사는 이어 “최근 음주운전을 엄하게 처벌하고 있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향후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A씨에게 감형은 없을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정 부장판사가 검사와 변호사를 향해 “치유법원 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뜻밖의 제안을 했습니다. 일정 기간 술을 마시지 않는 ‘금주’ 프로그램을 통해 자기절제력을 갖게 하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직권으로 보석을 결정하고 A씨를 석방 상태에서 3개월 정도 지켜보겠다는 것인데, 법원으로서는 상당한 모험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혹여 피고인이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에서 또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한다면 그 비난은 온전히 재판부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A씨는 예상을 못한 눈치였습니다. 재판부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지, 수감 생활을 계속할지는 피고인이 선택할 몫”이라면서 변호인과 상의를 해서 결정하라고 하자, A씨의 변호인이 주저하지 않고 “(프로그램에) 성실히 참여하겠다”고 답했습니다. A씨도 이어서 “성실히 참여하겠다”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재판부는 곧바로 A씨로부터 서약을 받고, 치료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A씨는 3개월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자신의 일상을 재판부에 보고해야 합니다. 오후 10시까지는 무조건 집으로 돌아와야 하고, 사정상 10시를 넘길 것 같으면 미리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보고는 모바일로 이뤄집니다. 재판부, 검사, 변호사가 모두 가입된 인터넷 카페에 올리는 방식인데요. A씨가 귀가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집안을 배경으로 15초 이내의 동영상을 촬영해서 올리도록 했습니다. 이게 끝은 아닙니다. 재판부와 검사, 변호사는 매주 한 번씩 스마트폰 앱에서 ‘채팅 방식’으로 A씨가 보석 조건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법원에서 공판을 열기로 했습니다. A씨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정 부장판사는 A씨를 향해 이렇게 물었습니다. “쉬운 질문이지만 어려운 질문이기도 합니다. 사회 생활을 하게 되면 바로 (술 마실) 기회가 있을 수 있습니다. 피고인은 3개월 동안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있나요?” 재판부의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보던 A씨의 아내는 계속 눈물을 흘렸습니다. 정 부장판사는 아내를 증인석으로 부른 뒤 “아내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남편을 잘 도와주고 격려해줘야 한다고 조언을 해줬습니다. 통상 보석이 이뤄지면 보증금을 받지만 A씨의 가정 형편을 감안해 보증금을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정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가정이 있고, 배우자가 있고, 어린 자녀들이 있기 때문에 그게 바로 ‘보증’이다”고 했습니다. 앞으로 A씨가 3개월 동안 이 프로그램을 잘 수행하면 재판부로부터 ‘선물’을 받는다고 합니다. A씨에게 가장 유리한 처벌이 내려진다는 의미인데요. 만약 도중에 실패하면 A씨는 보석이 취소된 후 재수감됩니다. 재판부는 “피고인 미래는 피고인 스스로가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앞서 정 부장판사는 지난 6월 19일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B(67)씨의 첫 항소심 재판에서 “시범적으로 치료 구금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치매 환자인 B씨가 아무런 치료도 받지 못한 채 5년 동안 수감 생활을 하게 되면 상태가 더 나빠지고 가족들과의 관계도 악화될 것을 염려한 결정입니다. 재판부는 당시 입원 치료를 조건으로 직권 보석을 허가해 석방 즉시 치매전문병원에 입원하는 방식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아직은 시범 실시에 불과하기 때문에 치료적 사법이 앞으로 어떤 운명을 맞이할 지는 예측이 어렵습니다. 다만 이 방식이 성공하려면 당사자의 노력에 더해 가족 등 주변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해 보입니다. 치료 구금과 같은 방식은 법원과 병원의 연계 시스템이 갖춰져야만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변화하려는 재판부의 몸부림에 우리 사회도 관심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법원 “삼성 작업환경보고서 공개 취소”

    법원 “삼성 작업환경보고서 공개 취소”

    중앙행심위 결정 이어 삼성 손 들어줘 반올림 “공정기술 아닌 유해성 확인”삼성전자의 ‘작업환경 측정 결과 보고서’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공개 결정에 반발해 삼성 측이 낸 소송에서 법원이 삼성 측 손을 들어 줬다. 수원지법 행정3부(부장 이상훈)는 22일 삼성전자가 고용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경기지청장 등을 상대로 낸 정보부분공개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작업환경 측정과 관련한 부서와 공정, 작업장 장소 등 고용부가 공개하기로 한 부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반도체 공정에 관련된 매우 세부적인 정보인 부서와 공정명, 단위작업 장소에 대해서까지 일반 국민의 알권리가 경쟁업체들에 대한 관계에서 보호받아야 할 영리법인인 원고의 이익보다 우선한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번 소송은 삼성 계열사 공장에서 근무한 뒤 백혈병이나 림프암 등에 걸린 근로자와 유족이 산업재해를 입증하는 데 활용하고자 작업환경보고서를 요구하면서 지난해 초 시작됐다. 작업환경보고서는 사업주가 작업장 내 유해물질(총 190종)에 대한 노동자의 노출 정도를 측정하고 평가해 그 결과를 기재한 것이다. 고용부는 공개 결정을 내렸지만, 삼성 측은 작업환경보고서 안에 담긴 유해물질의 종류와 측정량, 오염물질 제거 기술 등이 영업기밀에 해당한다며 고용부의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취지로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하고, 집행정지 신청 및 소송을 제기했다. 그 결과 중앙행심위는 지난해 7월 작업환경 보고서에 대해 일부만 공개하고, 나머지는 비공개하라고 결정해 삼성의 주장을 일부 인용했다. 수원지법 또한 지난해 4월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데 이어 본안 사건에서도 원고의 손을 들어 줬다. 다만 이번 판결로 논란이 모두 끝나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등은 지난해 10월 중앙행심위의 결정에 대해 반발하며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대전지법에도 같은 취지로 2건의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올림은 작업환경보고서가 공정기술에 관한 문서가 아니라 사업장 내 유해성 여부를 확인하는 문서라며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법원, 삼성전자 작업환경보고서 공개 취소 결정

    삼성전자의 ‘작업환경 측정 결과 보고서’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공개 결정에 반발해 삼성 측이 낸 소송에서 법원이 원고인 삼성측 손을 들어줬다. 수원지법 행정3부(이상훈 부장판사)는 22일 삼성전자가 고용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경기지청장 등을 상대로 낸 정보부분공개결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작업환경 측정과 관련한 부서와 공정, 작업장 장소 등 고용부가 공개하기로 한 부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반도체 공정에 관련된 매우 세부적인 정보인 부서와 공정명, 단위작업장소에 대해서까지 일반 국민의 알 권리가 경쟁업체들에 대한 관계에서 보호받아야 할 영리법인인 원고의 이익보다 우선한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판정에 따르면 쟁점 정보가 유출될 경우 원고뿐만 아니라 국민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음을 고려하면 더욱더 그러하다”고 부연했다. 이번 소송은 삼성 계열사 공장에서 근무한 뒤 백혈병이나 림프암 등에 걸린 근로자와 유족이 산업재해를 입증하는 데 활용하고자 작업환경보고서를 요구하면서 지난해 초 시작됐다. 작업환경보고서는 사업주가 작업장 내 유해물질(총 190종)에 대한 노동자의 노출 정도를 측정하고 평가해 그 결과를 기재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6개월마다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제출한다. 고용부는 이에 대해 공개결정을 내렸지만, 삼성 측은 작업환경보고서 안에 담긴 유해물질의 종류와 측정량, 측정위치도, 오염물질 제거기술 등이 영업기밀에 해당한다며 고용부의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취지로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하고, 집행정지 신청 및 소송을 제기했다. 그 결과 중앙행심위는 지난해 7월 작업환경 보고서에 대해 일부만 공개하고, 나머지는 비공개하라고 결정해 삼성의 주장을 일부 인용했다. 중앙행심위는 당시 “국가핵심기술로 인정된 내용과 그에 준하는 것으로 법인의 경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비공개하고 그 외는 공개한다는 취지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수원지법 또한 지난해 4월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데 이어 본안 사건에서도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이번 판결로 삼성의 작업환경보고서를 둘러싼 논란이 모두 끝나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등은 지난해 10월 중앙행심위의 결정에 대해 반발하며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대전지법에도 같은 취지로 2건의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올림은 작업환경보고서가 공정기술에 관한 문서가 아니라 사업장 내 유해성 여부를 확인하는 문서라며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주가조작 혐의’ 견미리 남편, 2심서 무죄…“수사기관 선입견”

    ‘주가조작 혐의’ 견미리 남편, 2심서 무죄…“수사기관 선입견”

    법원 “무죄인 피고인들이 고생해 안타까워” 주가를 조작해 거액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재판 중인 배우 견미리씨의 남편이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 차문호)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52)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씨는 2014년 11월부터 2016년 2월까지 자신이 이사로 근무한 코스닥 상장사 A사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풀린 뒤 유상증자로 받은 주식을 매각해 23억여원 상당의 차익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이씨에게 징역 4년에 벌금 25억원을, 함께 기소된 A사 전 대표 김모씨에게는 징역 3년에 벌금 12억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씨와 김씨가 유상증자 자금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법규를 위반했다고 볼 정도로 중대한 허위 사실을 공시하지는 않았다면서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오히려 “두 사람은 무너져가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대단히 노력했다”면서 “그 과정에서 이씨의 아내 자금까지 끌어들이는 등 자본을 확충하며 장기투자까지 함께 한 사정이 엿보인다”고 봤다. 이어 “그런데 이후 주가 조작 수사가 이뤄져 투자자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사업이 망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결과적으로 무죄인 피고인들이 고생하고 손해를 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수사가 이렇게 된 것은 이씨에게 과거 주가 조작 전과가 있고, A사도 주가 조작을 위한 가공의 회사가 아니냐고 하는 수사기관의 선입견이 작용했기 때문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시각을 내비치기도 했다. 재판부는 거짓 정보를 흘려 A사의 주식 매수를 추천한 혐의로 기소된 증권방송인 김모씨에도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지 않고 금융투자업을 하며 A사의 유상증자에 투자자를 끌어모은 주가조작꾼 전모씨의 혐의는 유죄라고 보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가습기살균제 재판서 “유해성 입증 안돼…판매만 했을 뿐” 둘러댄 대기업들

    가습기살균제 재판서 “유해성 입증 안돼…판매만 했을 뿐” 둘러댄 대기업들

    수천명의 사상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애경산업·SK케미칼·이마트 임직원들이 첫 재판에서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 “제조자가 아니라 판매자일 뿐이다”라는 입장으로 일관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정계선)는 19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안용찬 애경산업 전 대표 등에 대한 1회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안 전 대표 등 애경산업 관계자들과 이마트 전직 임원 등은 이날 첫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안 전 대표 측은 “SK케미칼과 공동으로 ‘가습기 메이트’를 제조해 판매했다고 기소됐는데 우리는 제조자가 아니라 판매자”라며 “제품의 유해성 또한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마트 임원들 측은 “공소사실의 사실관계는 다투지 않으나 법리적인 부분에서는 혐의를 부인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마트는 가습기살균제 완제품을 받아 판매했으니 판매자로서 부과된 주의 의무를 위반한 바 없다”며 “CMIT(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는 과거에도 유해성이 밝혀지지 않아 기소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피고인들은 검찰이 PHMG 등 이미 유해성이 확정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옥시·홈플러스 등과 공동 정범으로 기소한 데 대해서도 “같은 카테고리의 생산품이라는 이유로 무한한 과실과 공범으로서의 책임을 지게 되면 법적 안전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항변했다. 이어 열린 홍지호 SK케미칼 전 대표 등의 1회 공판에서도 피고인들은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 전 대표 측은 “CMIT·MIT 성분의 가습기살균제가 폐 질환과 명확히 관련 있다는 것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피고인들은 CMIT, MIT를 원료로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 등의 안정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과실로 인명 피해를 낸 혐의로 기소됐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법원 “해양경찰 조종사 ‘10년 의무복무’ 서약은 무효”

    법원 “해양경찰 조종사 ‘10년 의무복무’ 서약은 무효”

    해양경찰청이 항공기 조종사에게 10년 이상 근무하지 않으면 조종사 교육에 들어간 경비를 모두 반납할 것을 서약하도록 한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 박형순)는 국가가 전직 해양경찰 조종사 A씨를 상대로 조종사 교육훈련비를 반환하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2009년 해경 공무원으로 임용된 A씨는 2011~2013년 조종사 양성과정을 거쳐 2013년 10월부터 4년 1개월 동안 조종사로 근무했다. 2011년 해경의 조종사 선발 공고에 합격했을 당시 A씨는 공고대로 ‘항공기 조종사로 10년 이상 근무하고, 그렇지 않으면 양성과정에 소요된 경비 일체를 반납한다’는 서약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A씨가 돌연 사직서를 내자 국가는 1년 11개월 동안 그의 조종사 교육훈련에 들어간 비용 1억 1900여만원을 반환하라며 A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반면 A씨는 해경이 요구한 서약서가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국가공무원법이 규정하는 범위를 초과하는 위법하고 무효한 계약이라고 맞섰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우선 경찰공무원법에는 교육훈련에 따른 복무 의무나 소요경비 상환 등에 대한 규정이 없고, 공무원인재개발법과 그 시행령에서는 ‘최장 6년’의 범위에서 ‘훈련 기간과 같은 기간’ 동안만 복무 의무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이다. 이 규정을 근거로 재판부는 1년 11개월 동안 훈련받은 A씨가 4년 1개월간 복무한 만큼 복무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해·공군 조종사에게 13∼15년의 의무복무기간을 둔 군인사법처럼 명시적 규정이 없는 한 조종사 양성과정의 공익적 측면만을 강조해 개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약정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나치수용소 경비였던 92세 노인도 단죄, ‘액세서리 이론’이란?

    나치수용소 경비였던 92세 노인도 단죄, ‘액세서리 이론’이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만행을 단죄하겠다는 독일 사법부의 노력은 70여 성상(星霜)이 지나도 변치 않는다. 유대인 강제수용소에서 경비를 섰던 92세 남성이 가을에 전범으로 재판을 받는다고 함부르크 법원 대변인이 8일(현지시간)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나치 친위대원이었던 브루노 데이는 열일곱 살이던 1944년 8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폴란드의 그단스크(당시는 단치히) 근처에 세워진 슈투트호프 강제수용소에서 경비원으로 복무했다. 이곳에서 6만 5000여 명의 유대인을 비롯해 동성애자,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 1944년 바르샤바 봉기 진압 때 검거된 레지스탕스 대원 등이 목숨을 잃었다. 데이는 특정인을 죽이지는 않았지만 5230명의 살해에 ‘액세서리처럼’ 있었고, 탈출을 막아 결과적으로 학살을 막지 못한 혐의로 기소됐다. 카이 반트첸 대변인은 “경비란 강제수용소가 기능하는 데 필요한 존재였다. 그리고 수용소는 사람들을 죽이기 위해 지어졌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그가 기소됐을 때 검찰은 피고인을 “살인 기계의 자그마한 바퀴였다”고 표현했다. 데이의 변호인은 AP의 답변 요구에 응하지 않았지만 반트첸 대변인은 그가 수용소에 근무한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으며 사람들이 죽어나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털어놓았다고 했다. 당시 나이를 감안해 소년법정에서 재판을 받으며 유죄가 인정되면 6개월~10년형이 선고될 수 있다. 이처럼 독일 사법부는 유대인 학살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강제수용소 경비 등에 대해서도 학살 방조 혐의를 폭넓게 적용해 기소해왔다. 이 때문에 데이는 그나마 최근 기소된 전범 가운데 가장 나이 어린 축에 속한다. 지난해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경비원으로 일했던 요한 레보겐이 묀스터 법정에 지팡이를 짚고 출두했는데 94세였다. 심리 몇 주 만에 졸도해 심장과 신장 문제로 입원하는 바람에 재판이 중단됐다. 그 뒤에도 프랑크푸르트 법원이 마즈다네크 수용소 경비를 고령을 이유로 재판에 세우면 안된다고 판결했는데 당시 97세였다. 2017년 12월에도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회계원으로 일한 전 나치 친위대원이 징역 4년형을 선고받은 일이 있다. 데이는 레보겐 재판에도 증인으로 소환되는데 일주일에 두 차례, 하루 2시간만 법정에 있도록 배려를 받는다. 레보겐 재판은 아유슈비츠나 마즈다넥, 소비보르처럼 학살을 직접 자행한 수용소가 아니고 단지 임시로 가두는 곳이었던 스튜트호프 수용소에 처음 액세서리 이론을 적용한다는 의미가 있다. 액세서리 이론은 2011년 미국 오하이오주의 자동차 직공인 존 데먄죽을 단죄했을 때 처음 적용해 유죄 판결을 이끌어냈다. 데먄죽은 항소했으나 판결이 내려지기 전에 사망했다. 2015년에도 아우슈비츠 경비였던 오스카르 그로에닝을 기소했을 때 같은 이론을 폈고, 연방 법원은 전례를 좇아 그로에닝의 유죄를 인정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獨, 74년 추적 끝에 92세 나치수용소 경비원 법정에 세워

    獨, 74년 추적 끝에 92세 나치수용소 경비원 법정에 세워

    역사에 대한 반성은커녕 영토 도발을 일삼는 일본 아베 정부와 달리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유대인 강제수용소에서 경비를 섰던 92세 남성이 독일 사법당국의 오랜 추적 끝에 74년 만에 ‘전범’ 재판을 받게 됐다. 8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전 나치 친위대원인 이 남성은 1944년 8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현재 폴란드의 그단스크 인근에 세워진 슈투트호프 강제수용소에서 경비원으로 복무했다. 이 강제수용소에서는 6만 5000여명의 유대인 등이 나치에 의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 나치 친위대원은 당시 5000명 이상의 유대인 학살을 도운 혐의로 함부르크 법정에 설 예정이라고 법원 대변인이 밝혔다. 독일 사법당국은 유대인 학살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은 강제수용소 경비원 등에 대해서도 학살 방조 혐의 등으로 법정에 세워왔다. 지난해에도 전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경비원으로 복무한 90대 중반의 남성이 법정에 섰다. 2017년 12월에는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회계원으로 복무한 전 나치 친위대원이 징역 4년형을 최종 선고받았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22회]‘양승태 독대’ 김앤장 변호사의 ASMR “비밀유지 해야···”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22회]‘양승태 독대’ 김앤장 변호사의 ASMR “비밀유지 해야···”

    양승태 전 대법원장 21차 공판 지상중계김앤장 전관 출신 중심으로 청와대·사법부 소통전범기업과 논의 공개는 “변호사 윤리 위반” 과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는 판사 출신 변호사는 양 전 대법원장을 만나기 위해 대법관 사무실과 대법원장 사무실을 들락거렸다. 서울 강남의 고급 호텔 식당에서 자주 만나 식사도 했다. 자신이 소송 대리를 맡은 대법원 사건에 대해 서슴지 않고 양 전 대법원장에게 궁금점과 의견을 말했다. 오랜 친분이 있었고 만나서 “사담을 나눈 것”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사실상 로펌과 법원의 창구 같은 역할을 했다. 그가 속한 로펌에서는 판사 출신은 물론 고위 관료를 지낸 ‘전관’들로 구성된 대응팀을 만들었다. 서울대, 전관, 김앤장 법률사무소. 이 공통점을 가진 이들이 모이니 정부와 사법부가 움직였다.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21회 공판에는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의 변호를 맡았던 한상호 김앤장 변호사가 증인으로 나왔다. 그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재판에 증인으로 법정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변호사는 특히 양 전 대법원장과 독대해 강제징용 사건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지목돼 더욱 주목을 받았다. 한 변호사가 양 전 대법원장의 사법연수원 네 기수 후배이고 같은 판사 출신에 1994년 법원행정처에서 함께 근무한 경력도 있어 매우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날 오전 10시 8분쯤, 두리번거리며 천천히 법정에 들어선 한 변호사는 증인석에 앉자마자 특이한 모습을 보였다. 들릴 듯 말 듯한 아주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려 재판이 열린 417호 대법정의 방청석에서는 도무지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강제징용 사건의 핵심 증인으로 꼽히는 한 변호사의 출석으로 휴정기에도 절반 가까이 찬 방청석에 있던 모든 이들이 법정 앞으로 귀를 쫑긋 세웠다. 법정 경위가 한 변호사의 앞에 놓인 마이크를 그의 입에 더 가까이 대기도 하고, 증인석 스피커의 볼륨을 키우느라 왔다갔다 분주했다. ●김앤장 변호사, 전범기업과의 논의 내용 묻자 “변호사윤리장전 어긋나” “변호사가···의사교환에 대해 ···”, “제시된···윤리장전···의사교환 내용들을···없습니다” 검찰이 김앤장을 압수수색하면서 확보한 한 변호사 작성의 메모나 문건들에 대해 진정성립 절차를 갖고 본인이 작성한 것이 맞는지 확인하자 한 변호사는 연신 이렇게 답했다. 그가 증언을 거부한 메모나 문건들은 신일철주금과 논의한 내용들이었다. 의뢰인과 주고받은 내용을 밝히는 것은 변호사의 비밀준수 의무를 어기는 것이라 문제가 된다는 것이었다. 가장 먼저 2015년 9월 8일자 한 변호사의 메모를 검찰이 제시하며 직접 작성한 것이 맞는 지 묻자 증언을 거부했다. 검찰이 “그럼 이 메모에 있는 필적이 증인의 필적이 맞는가”라고도 바꿔 물었지만 답하지 않았다. 검찰은 “양승태 피고인의 변호인 의견서를 보면 한상호 증인을 비롯한 김앤장 관계자 증언에 대해 이들의 증언이 업무상 비밀누설죄로 형사처벌받거나 변호사윤리장전에 따른 윤리규정 위반이라는 이유로 징계사유가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면서 “그러나 증인으로서의 진술은 공익성에 이바지하는 것으로 그 자체가 정상이고 증언거부권을 증인의 권리여서 기밀누설죄가 성립이 안 돼 업무상 기밀누설이라는 이유로 증인이 작성한 메모에 대한 진정성립을 따지고 있는데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상 정당한 사유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증인의 증언을 통해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매우 중요한 공익상의 법익이 지켜질 수 있도록 소송 지휘를 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한 변호사를 가운데 두고 검찰과 양 전 대법원장 측의 공방이 몇 차례 오가다 재판부가 3분 휴정을 한 뒤 “증인의 필적이 맞냐는 질문에 대해선 증인의 증언거부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을 냈다. 한 변호사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진실 발견을 위해 감사드리고···저도 계속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만···말씀드렸다시피···(변호사)윤리장전에 해당돼···많은 걱정들을 하고 있습니다. 필적은 제 필적이 맞습니다.” 그러면서 거듭 강조했다. “저는 재판에 협조하러 나온 사람입니다.” 그나마 자신의 ‘클라이언트’인 신일철주금과의 논의 과정을 제외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작은 목소리로나마 답변했다. 양 전 대법원장과의 대화 내용이나 양 전 대법원장의 의견 등 이른바 ‘재판 거래’와 관련된 혐의와 직결될 수 있는 내용에 대해선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지만 그의 희미한 기억과 목소리로도 일제 강제징용 사건을 둘러싼 박근혜 정부와 양승태 사법부의 움직임, 그리고 전범기업 소송 대리를 맡은 김앤장의 대응과정이 다시 확인됐다. 한 변호사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의 질문과 그의 답변을 토대로 재구성해봤다. ●양승태 “강제징용 왜 소부에서 선고했는지” 불만 드러내 2012년 5월 24일 대법원 1부(주심 김능환)가 1·2심 모두 패소로 결론났던 강제징용 사건을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하자 선고 이틀 뒤인 26일 오전 김앤장은 대책회의를 열었다. 김영무 대표와 한 변호사, 김용갑·권오창·조귀장 변호사 등이 모였고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도 참석했다. 올해 5월 14일 윤 전 장관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사법농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대책회의에 참석했다고 밝히며 “특별한 자리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반면 이날 한 변호사는 “잘 생각이 안 난다”며 참석 사실조차 밝히지 않았다. 회의를 통해 한 변호사는 재상고심까지 신일철주금 측 소송 대리를 맡기로 했다. 그해 9월 양 전 대법원장이 취임하기 전에도 한 변호사는 대법관 사무실에서 양 전 대법원장을 만났고, 대법원장 취임 이후에는 사무실과 서울 서초구의 한 호텔 식당에서 자주 만났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이 “증인의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파기환송이 선고된 날로부터 양승태 피고인이 대법원장인 시절에 15번 정도 만난 것으로 보이는데 만났을 때 나눈 이야기가 모두 기억나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2013년 3월, 두 사람이 식당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김능환 전 대법관의 이야기가 나왔다. 당시 김 전 대법관이 대법관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에서 퇴직한 뒤 부인이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일한다는 보도들이 나오며 화제가 됐다. 김 전 대법관의 근황에 대해 얘기하다 한 변호사가 “강제징용 사건이 (파기환송으로) 선고될 때 알고 계셨냐”고 물었다. 그러자 양 전 대법원장이 “주심인 김 전 대법관이 귀띔도 안 해줬다”면서 “그렇게 중요한 사건을 전원합의체가 아닌 소부에서 선고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한 변호사는 “(2012년) 강제징용 판결은 선례에도 어긋나고 한일관계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한일청구권 협정을 뒤집는 것”이라는 의견도 슬쩍 내밀었다. 다만 검찰이 “2012년 대법원 판결에 대한 적정성에 대한 대화도 있었느냐”고 묻자 한 변호사는 “직접적으로 적정 여부에 대해서 말씀을 나눈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2015년 5월엔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었던 임 전 차장으로부터 재상고심과 관련해 연락이 왔다. “새로 제출된 증거를 근거로 소부에서 처리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원칙적으로 전원합의체에서 판단하기로 했다. 남은 대법관들을 설득하기 위해 외교부 의견서가 필요하니 김앤장에서 법무부와 외교부의 의견서 제출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내달라”는 요청이었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한 변호사는 “정확히 기억 못하겠다”며 답을 피했다. 검찰이 제시한 한 변호사가 듣고 전달해 김앤장에서 작성된 문건에는 ‘5/14 법원 동향. 기조실장과 (외교부) 법률국장이 직접 만났음. 기조실장은 외교부 의견서 꼭 있어야 한다는 입장 vs 대국제법률국장은 대법원의 정식 요청이 있어야 제출가능하다는 입장. 대법원은 새 증거 근거로 파기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원칙대로 전합이 회부키로 함’ 한 변호사는 임 전 차장에게 이 같은 내용을 들었다고 말했다. ●임종헌, 김앤장 변호사에 “의견서 내달라” 요청 후 절차 상의 같은 문건에는 ‘5/18 법원 동향. 기조실장 왈 협의 완료됐다. 민사소송규칙은 언급 안 할 예정’이라고도 적혔다. 그리고 한 변호사는 당시 임 전 차장에게 “재상고 사건을 대법원은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기로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검찰이 “재판과는 관계가 없는 임종헌 기조실장이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 논의 끝에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기로 했다고 말한 것에 대해 양승태 피고인의 결심이 있었다고 생각했느냐”고 물었다. 한 변호사는 “전원합의체 말씀을 한 건 (대법원장의 결심이) 어느정도 감안됐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대법원장은 13명의 대법관이 심리하는 전원합의체의 재판장이기도 하다. 검찰은 임 전 차장에게 이러한 의견서를 받았다고 양 전 대법원장에게 말했는지 물었지만 한 변호사는 “사적인 만남이었기 때문에 명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며 얼버무렸다. 검찰 조사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에게도 전달했다고 말했다며 거듭 질문하자 “(김능환) 전 대법관 말씀이 나왔을 때 이 사건에 대한 말씀을 드렸고 그런 차원에서 임 실장님께 제안을 받았기 때문에 알려드린다는 취지에서 말씀드렸다”고 했다. 그 뒤에도 한 변호사는 강제징용 사건과 관련해 양 전 대법원장과 대화를 나눴냐는 질문에 재차 “그래서 만난 것은 아니다. 꼭 그렇지 않다. 오가며 사적인 자리에서 말씀은 드리려고, 관심이 있으신지 물어보고 그런 정도였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후 의견서를 내는 문제를 두고 임 전 차장과는 계속해서 의견을 나누었다고 설명했다. 전범기업 측 소송 대리를 맡은 김앤장에서는 기존 송무팀과 별도의 대응팀이 꾸려졌다. 한 변호사와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현홍주 전 주미대사, 최건호·조귀장 변호사가 포함됐다. 대응팀은 ‘새로운 차원의 접근’을 시도하기로 했다. 정부, 특히 2012년 파기환송 판결이 한일청구권 협정에 반한다고 판단해 반감이 큰 외교부의 입장을 근거로 대법원을 보다 효과적으로 설득하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양 전 대법원장 등 법원과 원활한 소통이 되는 한 변호사에게도 역할이 요구됐다. 대응팀은 정부와 청와대, 사법부 등 전방위적으로 정보를 취합했고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했다. 유 전 장관은 한국과 일본의 정치인, 학자, 전·현직 관료들이 모인 ‘한일 현인회의’를 주도하며 일본의 아베 총리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번갈아 만나며 강제징용과 관련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전관 출신 ‘김앤장 대응팀’ 전방위 로비… ‘외교부 움직여 대법원 설득’ 시도 2014년 11월쯤 현 전 대사가 유 전 장관과 한 변호사를 불러 청와대의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강제징용 사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무총리가 보고를 했고, 대통령이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해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법원에 직접 대통령의 뜻을 전달했다”는 설명이었다. 청와대와 정부가 모두 같은 의견임을 확인한 김앤장은 이들과 더욱 활발히 소통했다. 현 전 대사와 유 전 장관의 대화내용이 담긴 메모 ‘10월 11일 유명환 식사, 대통령 주재 회동. 연말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확인. 신영철 전 대법관 유 장관 법과 대학 동기. 12년 판결 문제 있다. 주한 일본대사관 고바야시 검사’에는 특히 ‘※법무부로부터 들었는데 연말에 전합으로 하기로. 적어도 올해 (한일 수교) 50주년 기념일(2015년 6월 22일) 전에 선고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검찰이 이 같은 정보를 2014년 11월 13일 접하고 일본 관계자에게 상황을 보고했냐고 물었지만 한 변호사는 “오전에 말씀드렸듯 의사교환 내용에 대해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검찰은 김앤장 조귀장 변호사가 미쓰비시 관계자와 통화한 내용을 정리한 문건이 있다며 질문을 계속했다. ‘※클라이언트 반응. 대법원 심사숙고. 매스컴, 식자층 등 반성 여론으로 재상고심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음. 다만 대법원이 기존 판결을 바꾸려는 노력은 계기가 부여돼야 가능성 높아짐. 청구권 협정의 일방 당사자인 한국 정부의 긍정적 입장 표명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음. 지금까지는 준비서면 등으로 법률적 주장을 했으나 외교부 등 외부에서도 대법원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는 게 무르익었음’이라는 문건 속 문장들이 읽혔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증인이 증언거부 하고 있는 내용을 왜 밝히느냐”며 항의했다. ●양승태 직접적인 입장이나 재판거래 혐의는 “기억 안 나” 함구 이날 검찰로부터 제시된 한 변호사가 작성한 메모들에는 이런 내용들도 있었다. ‘(2015년 11월) 지난 토요일 조 차관(조태열 당시 외교부 2차관)과 미팅. 대법원과 커뮤니케이션 문제 없나. 혼네(本音·본심에서 우러나온 말)로 문제 없다. 지난번 장관 미팅 때 10월 30일 전후로 추진. 한일 정상회담 OK, 개각 전에 해야 하지 않겠나? 외교부가 먼저하는 게 좋겠다. 대법원이 조심스러워진 건가? 윤 장관이 VIP(대통령)와 논의해야’(한 변호사가 작성한 메모) ‘(2015년) 11월 17일 곽병훈 (당시) 청와대 법무비서관 전화. 외교부, 위안부 문제 진전 전까지 곤란하다. 대법원이 이니셔티브(주도권)을 쥐고 먼저 시작하는 게 좋지 않을까?…유명환, 대법원 시작하면 외교부는 따라올 것으로 예상. 대법원 외교부 설득해 진행되도록’(한 변호사가 곽 전 비서관과 통화한 내용을 적은 메모) ‘곽 프로(곽 전 비서관) 오찬. 곽 부장도 조심스런 반응. 위안부 문제도 있는데 이 시점에 꺼내든다는 게 헌법재판소 사건에 제출된 의견서 언급하며 외교부 초안, 헌재 의견서 보완 방안 언급하니 좋은 아이디어라는 반응. 늦어질 가능성 대비 필요’(한 변호사 작성 메모) ‘외교부 장관→BH(청와대) 실장→외교안보·민정수석→법원행정처→대법원’ (한 변호사 작성 메모 ※본인의 상상을 적은 것이라고 주장) “증인은 양승태 피고인을 만난 자리에서 외교부가 (의견서 제출 등 소송 대응에) 소극적이라 걱정이라 말했더니 양승태 피고인이 ‘외교부 요청으로 시작된 일인데 외교부가 절차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느냐”고도 검찰은 물었다. 한 변호사는 “거기에 대한 공감을 표시한 정도였다고 생각한다. 제가 자신은 없지만 그런 취지로 답한 것 같기도 하고. 정확하지 않지만 사적 대화를 하다가 재판에 대해 가볍게 말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사적인 대화, 가벼운 언급으로 강제징용 사건은 피고 측 대리인과 대법원장 사이에 지속적으로 대화가 오갔다. 그 사이 법원행정처 고위 간부가 김앤장과 소통했고, 김앤장은 정부와 청와대, 일본으로부터 다양한 정보를 얻어 대응했다. 재상고심이 결과가 나오는 데만 6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과정에는 이들의 움직임이 있었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6년 9월 대법원은 민형사 소송규칙 개정안을 시행해 판사가 변호사 등 소송 관계인과 법정 밖에서 만나거나 전화 변론을 해선 안 된다고 규정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임기 내내 전관예우 근절을 강조하며 법관들에게 경계를 강조했다. 한 변호사는 다음달 18일 다시 법정에 나오게 된다. 증인신문이 길어질 것을 염두에 두고 재판부가 한 기일 더 부르기로 하고 재판을 서둘러 마친 이유에서다. 한 변호사는 건강 문제로 9월 초에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며 추석 연휴 뒤로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증인들이 말하는 모든 사정을 고려해주면 향후 재판 진행이 제대로 될지 의문스럽고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며 항의의 뜻을 밝혔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21회] ‘김명수 트라우마’가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이어져···“양승태, 임기 내 인사모 정리한다고 해”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21회] ‘김명수 트라우마’가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이어져···“양승태, 임기 내 인사모 정리한다고 해”

    서울신문은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9년 5월 29일부터 매주 두세 차례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면 제약에서 벗어난 온라인을 통해 글로 생생하게 중계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부터 전국 법원이 2주간 휴정기에 들어갔다. 매주 2~3차례씩 열리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도 지난 한 주 숨을 고른 뒤 5일 열흘 만에 다시 열렸다. 늘 규모가 큰 법정에서 진행되다가 소법정에서 재판이 진행되니 법정의 긴장이 더욱 높아졌다.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20회 공판에는 김민수 창원지법 마산지원 부장판사가 두 번째로 법정에 나왔다. 지난달 19일 현직 법관으로는 처음으로 증인으로 출석했다가 밤 11시까지 재판이 이어지자 양 전 대법원장이 “머리가 빠개질 것처럼 아프다”고 호소하면서 급히 마무리됐던 증인신문을 다시 이어서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당시 검찰의 주신문과 고 전 대법관 측 반대신문에 이어 이날은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 측의 반대신문이 진행됐다. ●열흘 만에 재판 재개···소법정이라 재판 밀도 높아2015년 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으로 일한 김 부장판사는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를 받아 여러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문건들을 작성한 것으로 지목돼 검찰의 피의자신문만 최소 14차례 받았다. 그가 작성한 문건들 중에는 동료 법관들을 겨냥한 내용들이 여럿 있었다. 양 전 대법원장 등 사법부 수뇌부가 추진한 각종 사법행정 정책에 반대하거나 반감을 드러낸 판사들에 대한 ‘대응’, 일종의 견제 또는 압박을 위한 방안들이 담겼다. 주로 임 전 차장이 불러준 대로, 임 전 차장의 아이디어를 보고서로 작성한 것이라는 등 문건을 작성하게 된 구체적인 배경에 대해서는 지난 증인신문에서 많이 다뤄졌다. 이날 변호인들의 반대신문을 통해서는 당시 사법부 수뇌부가 자신들에게 부정적인 판사들을 바라보던 시각이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특히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연구회 내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에 대한 제재 방안들이 기획조정실 명의 문건들로 만들어졌고, 김 부장판사는 ‘전문분야 연구회 개편방안(2016년 3월 8일자)’, ‘국제인권법연구회 관련 대응방안(2016년 4월 7일자)’ 보고서를 작성했다. 여기에는 양 전 대법원장의 ‘트라우마’가 크게 작용했다는 진술이 검찰 수사 과정에 이어 이날 법정에서도 확인됐다. 김 부장판사는 검찰 조사에서 “2003년 우리법연구회 판사들이 주도한 ‘사법파동’ 때 당시 행정처 차장이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심한 불쾌감을 느꼈고 이후 차장직에서 물러나게 돼 김명수 대법원장과 우리법연구회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고 임종헌 차장으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도 이렇게 진술한 게 사실이냐고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이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 변호인이 “임 전 차장은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 ‘사법파동 때 김명수 대법원장이 양 전 대법원장을 공격한 것은 사실이지만 김 부장판사의 진술과 동일한 말을 한 건 아니라고 진술했는데 당시 임 전 차장이 그 워딩을 사용한 게 정확한가”라고 묻자 김 부장판사는 “정확하다. 여러 번 말씀하셨다”고 답했다. 4차 사법파동으로도 불리는 2003년의 사법파동은 당시 서울지법 북부지원의 박시환 판사가 ‘대법관 제청에 관한 소장 법관들의 의견’이라는 글을 통해 기수·서열에 따라 대법관을 인선하는 관행에 항의한 것을 시작으로 판사 160여명이 이에 동의하는 연판장을 돌린 사건이다. 김용담 대법관이 관행에 따라 예정대로 인선됐지만 사법파동으로 인해 열린 전국법관회의 이후 전효숙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첫 여성 헌법재판관으로, 김영란 대전고법 부장판사가 첫 여성 대법관이 되며 대법관 인선 관행이 크게 달라졌다. ●양승태, 2003년 4차 사법파동으로 법원행정처 차장 떠나특히 그해 8월 열린 전국법관회의에 양 전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참석했고, 수원지법 부장판사였던 김명수 대법원장이 법관 대표로 회의에 들어가 양 전 대법원장을 신랄하게 비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양 전 대법원장은 이행정처를 떠나 특허법원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당시 행정처 총무국장이던 박 전 대법관도 행정처에서 나왔다. 이를 계기로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 모두 우리법연구회에 대한 ‘트라우마’와 ‘안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임 전 차장에게 들었다고 김 부장판사는 전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2011년 9월 대법원장이 된 다음달 김 대법원장은 국제인권법연구회를 만들었다. 양승태 사법부가 추진하던 사법행정위원회와 상고법원 도입에 잇따라 반대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힌 판사들이 국제인권법연구회나 인사모 소속이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행정처 내부에서 “(인사모를) 단속하자”는 분위기가 있었고, 김 부장판사 스스로도 상급자들의 인사모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갈수록 더 심각하게 체감했다고도 밝혔다. 기획조정실에 함께 근무한 박상언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으로부터 “대법원장님께서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제 임기 중 정리하겠다, 후임에게 부담을 주면 안 된다’고 말씀해주셨다”는 말을 전해들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 뒤 2017년 2월 기획조정심의관으로 온 이탄희 판사는 이규진 당시 양형위 상임위원이 “컴퓨터에 판사 뒷조사 파일이 있는데 놀라지 말라”는 취지의 말을 들은 뒤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와해시키는 것이 추진돼 왔고 그것이 자신의 업무이기도 하다는 점에 놀라 사표를 던졌다. 이 일로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고, 법원의 자체 진상조사와 검찰 수사 등을 거쳐 양 전 대법원장은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게 됐다. 결국 양 전 대법원장 등 행정처 수뇌부가 갖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인사모를 와해시키기 위한 방안을 강구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질문과 답변이 서너 차례 오가자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김 부장판사에게 물었다. “증인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입니까?”, “네”, “양승태 피고인이 대법원장을 시작한 이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이유로 인사에서 불이익한 처분을 받거나 불이익한 대우을 받은 경험이 있습니까?”, “제가요? 없습니다.”2016년 초 양승태 사법부가 사법행정위원회(법관들의 사법행정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취지의 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히자 이에 대한 반대의견을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올린 송모 판사에 대해서도 기조실 차원의 검토 및 대응 문건이 만들어졌다. (2016년 2월 2일자 ‘송OO 판사 관련 검토’) 당시 이민걸 기획조정실장은 김 부장판사와 최모 부장판사를 불러 화를 내며 “송 판사는 어차피 1년 뒤면 행정처 심의관으로 올 사람인데 조용히 유학이나 갔다오지 왜 그런 글을 올려 재를 뿌리느냐”고 말했다고 김 부장판사는 말했다. “왜 기조실장이 우리를 혼내지? 의문이 들면서도 그만큼 대법원장이나 차장님 입장에서 사법행정위원회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봤다”고도 설명했다. 송 판사도 인사모 회원이었다.●양승태, 대법원장 취임 뒤 부정적 인식 있던 인사모 정리 입장 보여 “대법원장이 임기 안에 인사모를 정리하겠다고 했다”는 말들이 전해졌고, 구체적인 와해 방안이 추진됐다. 지난해 대법원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에서부터 잘 알려진 ‘중복가입 해소 조치’가 실행됐다. 판사들에게 연구회나 커뮤니티를 하나만 가입할 수 있도록 하면 국제인권법연구회나 인사모에서 탈퇴하는 법관들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김 부장판사는 “처장님(고 전 대법관)의 구체적 워딩은 들은 바 없고 결정된 사항을 이규진 당시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을 통해서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연구회 활동과 관련해 국회나 감사원으로부터 예산을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지적을 받을 우려가 있으니 기존에 허용됐던 연구회 중복가입을 해소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2017년 2월 13일 이민걸 당시 기획조정실장과 고 전 대법관의 승인으로 전산정보관리국(전정국)에 연락해 국장 명의로 코트넷에 중복가입 금지 관련 공지글을 올리도록 했다. 이와 관련, 김 부장판사는 검찰에서 가진 9차 피의자신문에서 “중복가입 해소 조치는 이 전 상임위원이 임 전 차장의 지시라면서 (저에게) 지시했다. 전정국 심의관과 기술적인 사항을 통화하면서 검토를 부탁하니 ‘이제 피바람이 부는구나’라며 심상치 않은 반응을 보여 전정국도 (지시 내용을) 알고 있구나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대법원 진상조사단 등의 조사로 이 문제가 거듭 제기되자 임 전 차장이 보인 반응도 김 부장판사를 통해 알려졌다. 김 부장판사는 검찰 조사에서 “임 전 차장이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에 따라 다 한 것이라고, 박 부장판사가 알아서 법원 조사과정에서 그런 얘기를 해줬으면 하는 취지였다”고 말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솔직히 임 전 차장이 대법원장님에게 원망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김 부장판사에 대한 반대신문과 이어진 김 부장판사의 피의자 신문조서, 증인신문조서 등에 대한 서류증거 조사를 마친 뒤 변호인들이 차례로 반박하는 의견을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지난해 2월 9일자 대법원 특별조사단의 대면 조사에서 김 부장판사가 진술한 내용을 그대로 읽었다. “행정처 내부의 보고서 작성 시스템에 대해 좀 열린 마음으로 이해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보고서라는 게 누가 기안해서 누구의 생각을 올리면 고유 업무에 관한 것들은 윗분들에게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런 게 아닌 정무적 사안에 관한 것들은 임 전 차장의 스타일도 그렇고 세세하게 어떤 방향을 주면 저희가 문서화하는 작업이란 말씀을 드리고 싶다. 보고서는 판결과 달리 반드시 실행을 하려고 작성하는 게 아니거든요. 가능한 방안을 전부 정리해서 드리는 게 심의관의 역할이고 결국은 부장 회의든 차장 주재 회의든 실장 주재 회의든 거기서 논의돼서 실행하기로 하면 정말 구체적인 지시가 내려옵니다. 지시가 내려온 것은 (연구회) 중복 방지 관련 공지글을 쓰라는 것이었습니다.…(중략) 기본적으로 다들 이대로 실행된다고 생각 안 하는 게 보고서의 특성임을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주위 심의관들이 물어봐도 아마 비슷하게 생각할 겁니다.” ●변호인 “정무적 성격 보고서 구별이 중요, 대법원장 보고, 승인 없어”변호인은 “이걸 말씀드리는 이유는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은 고유 업무에 대한 보고서와 정무적 성격을 띤 보고서를 구별해야 하고, 심의관이 최초로 작성한 보고서와 실행을 전제로 한 보고서가 어떻게 구별되는지가 중요하다”면서 “중복가입 해소 조치 등 핵심 쟁점에 대해 김민수 증인이 대법원 조사과정에서 가장 간결하고 명료하게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심의관들이 작성한 보고서가 모두 대법원장에게 보고됐거나 대법원장의 승인을 받아 실행된 것이 아니라는 취지다. 소법정에서 재판부와 검찰, 그리고 증인과 더욱 가까이 마주해야했던 양 전 대법원장은 오전 10시부터 줄곧 벽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질끈 힘주어 감고 있었다.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은 이따금씩 김 부장판사를 빤히 바라보며 안타까운 듯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다만 이날 증인신문에서 김 부장판사는 기획조정실장 외에 법원행정처장이나 대법원자에게 직접 지시를 받지도, 직접 보고를 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고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중복가입 해소 조치 관련, “(인사모에 대한) 견제 목적을 알고 있어 고민이 깊었으나 법원 예규에 근거하고 법률적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박 전 대법관 측 변호인은 박 전 대법관이 법원행정처장일 때 지시된 것으로 지목된 ‘대법원 판례를 정면으로 위반한 하급심 판결에 대한 대책’(2015년 9월 22일자) 등에 대해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고자 한 것이고 대한변호사협회에 대한 대응방안 마련은 피고인이 지시한 게 아니다”고 밝혔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서울광장] 후보 검증 비공개 청문회 어떤가/전경하 논설위원

    [서울광장] 후보 검증 비공개 청문회 어떤가/전경하 논설위원

    한 전직 장관이 2010년대 장관이 될 때 그의 딸은 직장을 관뒀다. 대기업 계열사에 정당한 절차를 거쳐 들어갔지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야권의 공세로 회사 전체에 신분이 노출됐고 의혹이 뒤따랐다. 딸은 “아빠는 장관이 돼서 좋을지 모르겠지만, 내 인생은 뭐냐”고 항의하고는 유학을 떠났다. 2000년대 경제부총리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한 전직 장관에게 왜 입각을 안 하느냐고 물었다. 아내가 ‘장관 한 번 하면 됐지 뭐하러 자식들 신상 다 공개되는 인사청문회를 하려느냐’며 극구 반대했다고 답했다. 해외 유학 시절 태어난 자식들은 미국 시민권자로 미국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다. 가문의 영광이 돼야 할 장관은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가문의 굴욕이 되곤 한다. 인사청문회가 싫어 장관 후보를 고사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는 이야기는 이제 구문이다. 2000년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감사원장, 대법관 등으로 시작된 인사청문회 대상은 2005년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은 물론 장관 국무위원과 장관급 후보자로 확대됐다. 20년 된 인사청문회는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공직자들은 행여나 싶어 아들을 군대에 보냈고, 음주운전을 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올해는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고 가짜·부실 학회에 참가한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임명 철회됐다. 주무 부처 관련 의혹이나 공직자로서의 품위에 맞지 않은 후보자가 장관이 되기 어렵다는 사실은 부분적으로는 유효하다. 후보자들에 따르면 청문회 요청 서류에는 며느리의 초중고 학교생활기록부, 4촌 이내 친인척의 해외여행 기록과 경비 출처, 사돈의 성적 증명서 등도 있었다. 후보자들이 낼 수 없는, 아니 내야 할 필요가 없는 서류들을 요구하는 국회의원들의 심보는 뭘까. 어차피 임명될 사람, ‘아니면 말고’식 폭로로 최대한 흠집을 내보자는 의도인가. 문재인 정부에서 국회의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장관(급) 16명의 임명이 강행됐다. 문 대통령은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인사청문회 때 시달린 분들이 오히려 일을 더 잘한다는 얘기가 있다”고까지 했다. 인사청문회를 우습게 만든, 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 야당도 어차피 임명될 사람이라는 생각이었는지 막판에는 민원성 질의를 쏟아 낸다. 이달 중으로 개각이 발표되고 또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문재인 정부의 3기 내각인데 지금까지 행태로 보아 이번 인사청문회도 대단히 지루할 거다. 그간 청와대는 후보자들의 도덕성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 “우리도 알고 있다”는 식으로 응답해 국민들에 더 큰 고통을 주었다. 그동안 인사 검증에 실패한 민정수석이 바뀌었으니 이번에는 인사 검증이 제대로 되려나. 그러나 ‘회전문식 인사’가 있는 데다 혹여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답정너’(답이 정해졌으니 너는 답만 해)식 임명 강행이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정치에만 능하고 미래 비전이나 정책 능력은 없는 장관, 그 장관의 입맛에 맞춘 정책들이 난무한다면 그 피해는 오로지 국민 몫이다. 국회의원들이 인사청문회를 고쳐야 한다. 의원 겸직 장관이 여럿 나왔으니 본인들도 장관이 될 수 있다고 상상해 보자.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무엇이 가장 아픈지, 무엇이 가장 억울한지 다 알 거다. 공직 수행에 악영향을 피하려면 억울한 내용은 비공개로 하면 어떤가. 현재 인사청문회법에도 후보자 등의 보호를 위한 비공개 청문회 조항이 있다. 이번에 실험해 보자. 물론 전제조건이 있다. 우선 청와대가 제시한 병역 기피, 세금탈루, 불법적 재산증식, 위장전입, 연구 부정행위, 음주운전, 성범죄 등의 7대 원칙은 지킨 후보여야 한다. 국민이 지키는 기본 원칙이다. 그런데 장관 후보자가 되고 나서야 밀린 세금을 내고, 미공개 정보 이용 논란이 된 뒤에야 주식을 파는 등의 행태는 대한민국 국민 노릇도 제대로 안 한 사람들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알고도 후보로 내세웠다면 국민에 대한 우롱이요, 몰랐다면 무능이다. 사생활과 정책 수행 능력을 분리하는 노력도 해야 한다. 14년 재임한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전 대통령의 사생아가 세상에 알려졌을 때 프랑스 국민은 미테랑 전 대통령이 아닌, 이를 보도한 주간지를 비난했다. 조선시대도 아니고, 높은 도덕성이 정책 수행 능력을 보장하지 않는다. 이런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 인사청문회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지금 수준은 곤란하다. 추궁과 검증의 내용과 수준을 더 높여야 한다. lark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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