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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제로금리시대] 美 왜 국채매입 결정했나

    |워싱턴 김균미특파원|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경기를 살리기 위해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FRB는 정책금리를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낮추고 무제한의 발권력을 동원해 시장에 유동성을 직접 공급하기로 16일(현지시간) 결정했다.블룸버그통신은 FRB의 이같은 결정을 “94년 FRB 역사상 가장 대범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대출여력 늘어 신용경색 풀릴듯 거듭된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금융권의 신용경색이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급속히 확산되면서 양적 완화 정책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최악의 경기침체는 막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시장의 불안심리를 안정시키는 데에는 적지 않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FRB가 발권력을 동원해 금융회사들을 상대로 장기국채를 사들이면 해당 금융회사들은 대출 여력이 늘어나게 된다.특히 장기물 국채를 기준으로 실세 금리가 결정되는 모기지 대출금리나 자동차할부 금리,기업의 신용대출금리 등이 하락함으로써 막혔던 돈줄이 풀릴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FRB의 이같은 파격적인 정책에 따른 부작용도 제기되고 있다.손성원 캘리포니아대 석좌교수는 “현재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사라졌지만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과 함께 또다른 자산거품을 야기할 위험 부담이 있다.”고 지적했다.하지만 지금 상태가 워낙 다급해 FRB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그때 가서 걱정하고 일단은 당장 처한 급한 불부터 꺼야 하는 상황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달러화 약세·외국인 투자 위축 또 다른 부작용은 달러화 약세와 외국인 투자 위축이다.중앙은행이 채권시장의 최대 수요자로 등장하면서 채권가격이 왜곡될 수도 있다.여기에다 2001년부터 5년간 양적완화 정책을 폈다 실패한 일본중앙은행처럼 FRB의 초강수가 시장에서 먹혀 들지 않을 경우 중앙은행의 정책에 대한 신뢰도 하락을 꼽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손 교수는 무차별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폈던 일본과 달리 미 FRB는 신용경색을 풀기 위해 금융권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분명한 목표를 갖고 있는 것이 다르다고 설명한다.무제한의 발권력 동원을 통해 최악의 경기침체를 막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kmkim@seoul.co.kr
  • [사설] 관료 보신주의가 경제위기 키운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무역의 날 기념식 축사를 통해 “정부는 수출에 필요한 무역금융을 선제적이고 확실하게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이 대통령은 이에 앞서 여섯 차례에 걸쳐 중소기업이 흑자 도산하지 않도록 자금을 공급하라고 독려했다.하지만 시장에서는 대통령의 지시가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대통령의 지시를 받들어야 할 공무원들이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이다.오죽했으면 한나라당 홍사덕 의원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보면 대통령 대신 욕을 먹는 각료가 아무도 없다.”면서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고 개탄했을까.  지금 시중의 돈줄이 마른 것은 크게 두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요즘 은행들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대출을 회수하고 있다.중소기업 의무대출비율 45%를 지키라고 하자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는 대신 대기업의 대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비율을 맞춘다.또 기업에 빌려준 외화대출이 환율 상승으로 대출한도 설정 당시보다 1.5배 높게 매겨짐에 따라 한도를 넘어서자 신규 대출 중단은 물론 기존대출까지 회수하고 있다.대기업까지 돈 가뭄이 든 이유다.업계에서는 두 달 전부터 은행법 시행령의 이같은 모순을 지적하고 있으나 관료들은 팔짱을 끼고 있다.  관료들은 은행시스템이 붕괴된 미국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주장한다.하지만 돈 가뭄이 이대로 지속되면 실물경제가 붕괴하고 은행 부실이 급증하는 등 미국과 결과는 동일하게 된다.따라서 이 대통령은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욕 먹는 것이 싫어 몸을 사리는 장관이나 수석비서관부터 과감하게 교체해야 한다.국책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알고 있는 은행장도 마찬가지다.우리는 이 대통령이 은행의 대출 회수와 만기 연장 거부로 고통받고 있는 기업인들을 불러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 볼 것을 권고한다.
  • 서구인 표적 기습공격 국제 각인효과 노린 듯

    서구인 표적 기습공격 국제 각인효과 노린 듯

     26일(현지시간) 인도 경제·금융의 심장부 뭄바이에서 발생한 테러로 세계가 충격 속으로 빠져들었다.다수의 인질이 여전히 호텔에 억류돼 있고 뭄바이 곳곳에서 방화가 계속되는 등 테러 행위는 ‘현재 진행형’이다. ●순식간에 아수라장  인도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30분쯤 뭄바이 남부에 위치한 차하트라파티 시바지 역 대합실 등에 여러 명의 괴한들이 난입해 AK47 자동소총을 난사하고 수류탄을 던졌다.곧이어 타지마할호텔과 오베로이호텔을 비롯해 마즈가운 지하철 역사,크로퍼드 시장,카마 병원 등에서 무차별적인 총격과 폭발이 일어나 뭄바이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외국인 관광객이 많아 혼란은 더욱 컸다.  경찰은 경계령을 발령하고 테러범 진압에 나섰으며 군 병력도 투입했다.지역 경찰책임자인 빌라스라오 데시무크는 “완전히 사태를 장악하지는 못한 상태며 테러범들은 두 호텔에 숨어 있다.”고 말했다.대치 과정에서 경찰 11명이 숨졌고 6명의 테러범이 사살됐으며 9명은 체포됐다. ●힌두·이슬람간 테러로만 보기 어려워  올해 인도에서 발생한 주요 대형 테러는 모두 5건.이슬람과 힌두교 사이의 종교분쟁이 원인이 됐다.사실 인도는 세계 최대의 힌두교 국가인 동시에 세계 두 번째의 이슬람 국가다.10억 인구 가운데 이슬람 교도는 13%인 1억 30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2차 세계대전 뒤 파키스탄 분리 독립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이슬람과 힌두의 분열은 여전히 인도 사회의 뜨거운 감자다.  지금의 정치상황은 이슬람 세력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힌두 민족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인도민중연합(BJP)은 현재 545개의 의석 가운데 129석을 차지하고 있는 제1야당이다.자연히 이슬람 세력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컸다.특히 새해 총선을 앞둔 탓에 이들의 갈등은 한층 격해졌고 테러 행위도 급증했다.  호텔 안에 있는 테러 용의자도 인도 방송과의 전화 통화를 통해 이슬람에 대한 박해 중지와 이슬람 무장 세력에 대한 석방을 요구했다.그는 “인도에 있는 이슬람들은 박해받아서는 안 된다.우리는 인도를 우리 조국으로 사랑하는데 우리 어머니와 여동생들이 살해당할 때 다들 어디 있었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기존과 테러 수법이 달라 힌두와 이슬람 간의 테러로만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영국의 더 타임스는 “이들이 외국인을 직접 표적으로 삼았거나 그들을 인질로 삼아 국제사회에 자신들의 존재를 인식시키려 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면서 “타지마할 호텔이 서양인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레오폴트바 근처에 있고 영국 국적의 유럽의회 의원들이 머물고 있다는 점은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고 보도했다.   ●싱 총리 ‘외부국가 연계설´ 주장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테러세력이 외부국가와 연계돼 있다고 주장했다.싱 총리는 27일 연설을 통해 “치밀하게 계획되고 조직된 이번 공격은 외부국가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명확한 목표들을 선택함으로써 테러에 대한 공포심을 확산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제사회는 이번 테러를 강력히 비난했다.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성명을 통해 “미국은 테러망을 뿌리뽑기 위해 인도 및 전 세계 국가들과 협력관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천명했다.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도 성명을 통해 “이번 연쇄 테러 사건은 강력한 대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27일 시작되는 미국의 추수감사절 연휴에 뉴욕 지하철을 대상으로 알카에다의 테러 공격이 있을 수도 있다는 첩보가 입수돼 뉴욕시가 지하철과 철도 등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사설] 언제까지 종부세에만 매달릴 건가

    헌법재판소가 종합부동산세에 대해 ‘일부 위헌’,‘일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뒤 갈팡질팡하던 여권이 마침내 종부세 개편 가닥을 잡았다. 어제 한나라당 의총에서 종부세 과세기준은 6억원으로 하되 종부세율과 1주택 장기보유자의 보유 기준 등 나머지 쟁점에 대해서는 당 지도부에 일임하기로 했다고 한다. 한나라당은 이에 따라 ‘부부합산 과세 위헌’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3억원을 공제함으로써 과세기준을 사실상 9억원으로 올리는 안과 ‘5년 이상’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해 단계적 감면 혜택을 주는 방안, 세율을 0.5∼1%로 낮추는 방안 등을 두고 야권과 협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민주당은 과표기준 6억원,1가구 장기보유기준 10년, 종부세율 1∼3% 유지에서 한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당시 헌재 결정문을 보면 종부세의 존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고가의 주택을 보유했다는 이유로 일률적, 무차별적으로 고율의 누진세율을 부과하는 것은 ‘피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에 위배된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헌재의 결정 정신을 존중한다면 종부세 개편의 접점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종부세 개편 문제를 ‘부자 감세, 서민 부담 증가’식의 이념화를 고집하는 민주당의 자세는 잘못됐다. 지금 세계 각국은 글로벌 금융불안과 실물경제 침체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대응이 늦을수록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우리 정치권은 대선 당시의 대립논리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국민들은 정치권의 다툼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정치권은 하루빨리 종부세 힘겨루기를 끝내고 위기극복에 동참하기 바란다.
  • [단독] “한국문화의 힘은 다양성”

    “다양성이 한국 문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한국은 예술과 음식의 측면에서는 전통적 모습을 지키고 있는 반면 영화와 건축물과 같은 분야에서는 전세계 어느 나라보다 현대적입니다. 무엇보다 문학의 영역에서 전통과 현대를 모두 포용하는 모습을 갖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할 수 있습니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장 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68)는 수상이후 국내 언론으로서는 처음으로 서울신문이 이화여대 인문학부 송기정 교수와 함께 이메일과 전화를 통해 진행한 ‘석학, 문화의 미래를 말하다’ 인터뷰에서 한국문화의 우수성에 대해 강한 확신을 나타냈다. ‘황금물고기’,‘사막’,‘조서’ 등의 소설로 전세계적인 명성을 쌓은 르 클레지오는 2001년 이후 한국을 6차례나 찾았으며, 지난해에는 이화여대 통역대학원 초빙교수로 재직하는 등 지한파이자 친한파로 유명하다. 르 클레지오는 “프랑스와 한국은 국제관계나 경제적 힘, 그 규모에 있어 동등한 수준을 갖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작은 나라 크기에 비해 강력한 문화의 힘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두 나라는 스스로의 독특한 문화를 발전시키고, 또 협력함으로써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무차별적인 미국 문화의 침투에 대비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특히 한국은 이웃의 거대문화권인 중국, 일본의 과도한 문화적 영향력을 배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평소 언어가 가지는 문화적 중요성에 대해 강한 신뢰를 보여 온 르 클레지오는 “한국의 영어 공용화 논란을 잘 알고 있다.”면서 “어느 나라건 그 나라의 언어는 국가 정체성 그 자체를 의미할 뿐 아니라 나라의 힘으로 과소평가하거나 격하시킬 수 없는 가치를 갖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자 겸 대담자로 인터뷰를 진행한 송기정 교수는 “르 클레지오가 내년 초 다시 한국을 찾아 이대에서 강의를 맡을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전세계의 다양한 문화에 관심이 많고 프랑스와 미국, 남미 등 전세계를 돌아다니는 유목민적인 작가로 평가되지만 그가 한국 문화에 가진 관심과 호의는 각별하다.”고 설명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사설] 기업 구조조정 회피할 일 아니다

    글로벌 금융불안으로 주요 선진국에서 기업 인수·합병(M&A)과 감원, 감산 등 구조조정의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국내에서도 경기 변동에 취약한 업종을 중심으로 파산과 감원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금융업과 건설업에 이어 지난 10년간 호황을 견인했던 조선업도 구조조정의 회오리에 휩싸였다. 특히 부동산경기 침체의 여파로 미분양 물량 증가와 연체 등으로 자금난에 몰린 건설업계에서는 대주단 자율협약 신청 여부가 구조조정과 시장 퇴출 여부를 가름하는 잣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부의 수혈은 받더라도 경영권 간섭은 꺼리는 분위기가 여전히 팽배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첫 라디오연설에서 강조한 것처럼 글로벌 금융 경색으로 일시적인 자금난에 몰린 기업의 흑자 도산은 막아야 한다. 기업의 파산은 일자리 소멸, 가계 파탄과 더불어 금융 부실로 귀결된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 지원으로 회생한 은행은 ‘상생’의 마음가짐으로 기업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물론 외환위기 때처럼 옥석을 가리지 않은 채 무차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지원이 국민 부담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는 만큼 살릴 기업과 포기할 기업의 선은 분명히 그어야 한다고 본다. 감원을 의미하는 구조조정이 얼마나 비정한 결과를 낳는지 우리는 뼈저리게 경험한 바 있다. 하지만 정서나 로비에 휘둘려 제때 구조조정하지 못했을 때 어떤 폐해를 초래하는지도 생생하게 목도했다. 따라서 고통스럽더라도 독자생존이 불가능한 기업에 대해서는 통폐합이나 시장 퇴출을 수용해야 한다. 지금은 세계 각국이 최소의 희생으로 버티는 경쟁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옥석 가르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기업들은 정부 지원으로 매출 손실을 보전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과감한 구조조정 속에 살 길이 있다.
  • ‘장원삼 30억’ 히어로즈 선수장사

    프로야구판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히어로즈가 14일 무명의 좌완투수 박성훈(30)과 현금 30억원을 받고 좌완 장원삼(25)을 삼성으로 트레이드한 것. 선수를 팔아서라도 자금을 마련하려는 히어로즈와 전력보강에 불을 켠 삼성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 장원삼은 올해 12승8패, 방어율 2.85를 기록하며 히어로즈의 에이스 역할을 했다. 경성대를 졸업하고 2006년 입단, 첫 시즌 12승10패 방어율 2.85를 시작으로 3년 동안 33승28패를 올린 검증된 선발투수다. 특히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로 병역까지 해결한 알짜배기다. 팬들에겐 히어로즈와 10년전 쌍방울의 행태가 묘하게 오버랩될 터. 쌍방울은 98년 현대(현 히어로즈)에 포수 박경완과 투수 조규제를 ‘팔았다’.99년 개막을 앞두고 삼성에 투수 김현욱과 좌타자 김기태를 넘기는 대신 현금 20억원과 무명 선수들을 받았다. 선수를 팔아 생명을 연장시킨 쌍방울은 그해 28승7무97패(승률 .224)에 그쳤다. 현대를 인수해 올시즌 첫발을 내디딘 히어로즈는 6월 한국야구위원회(KBO)에 1차 가입금 24억원을 납부할 때 불미스러운 일을 겪었다. 또 12월 말 2차 가입금(24억원) 납입을 앞두고 자금난에 처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우리담배㈜가 후원을 포기한 뒤 메인스폰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 야구판에 뛰어든 뒤 히어로즈가 신뢰를 주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제2의 장원삼이 나올 가능성은 물론 8개 구단 체제가 파행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무차별적인 ‘선수 사냥(?)’으로 시장 질서를 흐렸던 삼성을 보는 시선도 곱지 않다. 삼성은 은퇴한 전병호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한달 전 장원삼 트레이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팬들의 비난을 의식한 삼성 김재하 단장은 이날 “SK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야 야구판도 재미있어지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센테니얼인베스트먼트의 프로야구 가입을 승인하면서 KBO는 ‘5년간 구단 매각 금지’ ‘선수 트레이드시 KBO의 승인’ 등을 안전장치로 내건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과 달랐다. 이진형 KBO 홍보부장은 “구두 상으로 논의됐을 뿐 문서화된 것은 없다. 쌍방울이나 현대는 KBO 기금을 썼던 경우라 통제가 가능하지만 히어로즈는 다르다. 트레이드는 구단 고유권한”이라고 설명했다. 히어로즈와 삼성의 ‘거래’에 대해 나머지 구단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6개팀 단장들은 이날 KBO에 트레이드 승인 보류를 요청했다. 단장회의 간사인 두산 김승영 단장은 “히어로즈 창단 때 신상우 KBO 총재와 일부 구단주가 참석한 이사회에서 ‘히어로즈의 5년간 현금트레이드 및 구단매각 금지’에 대해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들었다.”면서 “히어로즈가 장원삼을 현금 트레이드한 것은 신의를 저버린 처사”라고 비판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종부세 사실상 ‘껍데기’만 남았다

    종부세 사실상 ‘껍데기’만 남았다

    헌법재판소가 13일 현행 종합부동산세 제도가 두 가지 측면에 큰 문제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개인별이 아닌 세대별 합산(통상 부부 합산) 부과는 ‘위헌’이고,1가구1주택 보유자에 일률적으로 과세하는 것은 ‘헌법불합치’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2005년 참여정부 때 도입된 종부세는 현 정부 들어 “세제 원칙을 무시한 어느 나라에도 없는 세금”으로 평가절하되며 대폭 완화된 데 이어 헌재 결정으로 사실상 존립 기반을 상실하게 됐다. 이명박 대통령 임기 안에 제도 자체를 폐지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더욱 가속도가 붙으면서 도입 4년 만에 사실상 폐지 수순에 들어서게 됐다. 헌재 결정과 기획재정부의 개편안을 감안하면 종부세 과세대상자는 지난해 37만 9000세대의 10분의 1 수준인 3만여세대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점쳐진다. 정부가 과세기준을 9억원으로 상향조정할 경우 6억~9억원대 주택을 소유한 22만 3000세대(지난해 대상자의 58.8%)가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데다 세대별 합산을 인별합산으로 전환함에 따라 추가 제외자가 다수 발생할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 세대별 합산과세 위헌 - 2006년 부과분부터 환급 그동안 종부세는 개인별이 아니라 한 집안 구성원(주로 부부)의 과세 대상 총액을 기준으로 부과돼 왔다. 개별보유든 공동명의든 아내와 남편이 각각 5억원어치의 부동산을 갖고 있을 경우, 개인별로 과세하면 종부세 부과 기준인 6억원에 못 미쳐 아무도 세금을 안 내지만 세대 합산으로 하면 과세표준이 10억원(남편 5억원+아내 5억원)으로 잡혀 4억원에 대한 세금을 내야 했다. 헌재는 이날 종부세에 대한 헌법소원·위헌법률심판 사건 선고에서 “혼인 등을 근거로 차별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고 가족간 증여를 모두 조세 회피 목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등 이유로 이를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이에따라 부부의 경우 종부세를 안 내도 되는 기준이 올해부터 사실상 6억원 이하에서 12억원 이하로 대폭 완화된다. 부부간 재산 이동에 대한 증여세 비과세 기준이 6억원까지이므로 12억원짜리 아파트가 있을 경우 6억원만큼을 한쪽 명의로 넘기면 각각 6억원어치의 부동산을 보유한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2006년부터 부부합산을 통해 더 낸 세금은 국세청에서 돌려받을 수 있다. 기존에 10억원짜리 집이 부부 공동명의였다면 각자 5억원짜리로 계산돼 전액 돌려받고,30억원짜리를 15억원씩 나눠 공동명의로 하고 있다면 30억원이 아니라 15억원에 대한 과표와 세율을 적용해 차액을 환급받을 수 있다. ■ 1주택 장기보유 부과 불합치 - 올해분은 그대로 내야 헌재는 실제 거주 목적의 1세대1주택 장기보유자에게도 종부세를 부과하는 것은 헌법불합치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주거 목적으로 한 채의 주택만 보유하고 일정기간 거주한 사람이 주택 외에 별다른 재산이 없는데도 무차별적으로 종부세를 부과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단순 위헌 결정을 내리면 위헌 결정의 취지와 달리 모든 주택분 종부세를 부과하지 못하는 부당한 결과에 이르게 되고 조세 수입을 감소시켜 국가 재정에 영향을 줌으로써 헌법 질서와 더욱 멀어지는 상태를 초래할 수 있다.”며 내년 12월31일까지는 적용하라고 주문했다. 이에따라 1세대1주택 장기보유자도 오는 25일 발송될 고지서에 따른 종부세 납부는 해야 하며 기존 납부액에 대한 환급도 특별한 조치가 없는 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그러나 나머지 쟁점에 대해서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중과세 논란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에서 재산세로 과세하는 부분과 국가에서 종부세로 과세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양쪽에서 세금 부담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 문제는 부동산의 보유 사실 그 자체에 담세력을 인정하고 그 가액을 과세표준으로 삼아 과세하는 것으로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 또 종부세 부과로 원본인 부동산 가액의 일부가 잠식되는 경우가 있다 해도 그런 사유만으로 위헌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견해도 밝혔다. 김태균 홍지민기자 windsea@seoul.co.kr
  • “여장 남자 이석행 잡으면 1계급 특진시켜 주겠다”

    “여장 남자 이석행 잡으면 1계급 특진시켜 주겠다”

    “여장남자 이석행 위원장을 포박하라.” 서울의 모든 경찰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총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수배 중인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 검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순경은 경장, 경장은 경사, 경사는 경위로 ‘1계급 특진’할 수 있어서다. 11일 일선 경찰에 따르면 ‘특진 1계급 공약’은 지난 7월24일 이 위원장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뒤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각 경찰서로 구두로 내려왔다.S·Y·G경찰서 등 복수의 경찰 관계자는 “촛불 수배자 검거는 민감한 사안이어서 ‘특진’이 걸렸다는 내용을 공문으로 내려보내면 대외적으로 보기 안 좋을 뿐더러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가만히 있겠느냐.”면서 “구두로 내려왔고, 사안이 큰 만큼 관행적으로라도 승진시켜준다.”고 말했다. 경찰은 4개월여 동안 민주노총 당사 인근 철야 잠복, 개인별 추적 등 이 위원장 체포에 사력을 다했다. 경찰간 검거 경쟁도 치열해 과열 양상마저 빚고 있다. 이에 서울청은 지난 9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2008 전국노동자대회’에 이 위원장이 나타난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이 위원장 검거에 경찰들이 무차별적으로 달려들 것을 우려해 일선서에 수사과장 명의로 공문을 내려보냈다. 공문은 ‘검거시 말썽 소지가 없도록 적법 절차에 따라서 하라.’는 등 검거 때 지켜야 할 사항들을 명시하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이 위원장 손목에 먼저 수갑을 채우는 사람이 특진하기 때문에 미란다원칙 고지 등 법적 절차를 어겨 여론의 비판을 받을까봐 서울청에서 공문을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공문에는 “이석행 위원장은 여장을 잘한다. 변장하면 말레이시아 여자로 보이니 수사에 참고하라.”는 내용이 포함돼 경찰은 당일 대회장 주변에서 동남아 여성 출현 여부를 집중 점검했다고 한다. 한편 서울청은 지난 6일 강원도 동해에서 박원석·한용진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 등 촛불 수배자 5명을 검거한 경찰 중 2명을 경사에서 경위로 1계급 특진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청장이 조계사에 찾아가 사과하는 등 박원석씨 등은 경찰의 눈엣가시였다.”면서 “특진 내용이 밖으로 알려지면 자칫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어 조심스레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흑자 中企도 잡는 대출 회수

    흑자 中企도 잡는 대출 회수

    은행권의 무차별적인 ‘자금회수’로 중소기업들이 힘없이 주저앉고 있다. 정부가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을 독려하기 위해 보증기관의 보증 비율을 평균 95% 수준으로 대폭 늘리고, 대통령까지 나서 ‘비올 때 우산 뺏지 말라.’고 당부했음에도 불구하고 리스크(위험) 관리를 앞세우는 은행들이 자구책의 일환으로 대출 회수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한국은행과 업계 등에 따르면 10월 중소기업 부도건수는 321건으로 2005년 이후 최고치다. 특히 11월 들어 7일 현재 이미 128건이 넘었고, 이 추세라면 500건이 넘을 전망이다. 최근 5년내 월 500건이 넘은 적은 없었다. 철강구조물 업계 2위인 한신스틸콘이 부도처리된 것도 은행권의 만기연장 거부가 큰 이유로 지목된다. 한신스틸콘의 경우 K·S은행이 80억원과 50억원을 각각 회수한 뒤 재대출을 해주지 않았다. 결국 지난달 29일 만기도래하는 어음 10억원을 막지 못해 부도처리됐다.1994년 10월 설립된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803억 8600만원, 영업이익 60억 9800만원을 올리는 등 3년 연속 흑자를 냈다. 충남 천안과 충북 청원의 공장 근로자 500여명을 비롯해 570여명의 직원들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 최종 부도처리를 한 또 다른 K은행 관계자는 “부도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면서 “큰 어려움이 보이지 않았는데,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대출금 회수에 나서 하루아침에 무너졌다.”고 말했다. 2004년 창업한 설비보수회사 J기업도 마찬가지다. 거래업체인 건설회사로부터 10월 초 받기로 한 1억원의 공사비용을 받지 못해 직원들 월급이 밀리고, 회사 운영비가 바닥난 가운데 주거래은행인 K은행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지 않는 바람에 문을 닫았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11월 중 공사비나 대출을 못 받으면 부도날 처지”라고 호소했다. 오진·덕수·삼준·유쾌이 등 건설업체들도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 경제분석팀 정남기 박사는 “중소기업들은 경기가 악화돼 수익이 없는 데다 은행까지 목을 죄어 줄초상에 직면해 있다.”며 “중소기업을 리스크군으로 분류해 대출을 꺼리는 것은 무너지는 것을 그대로 지켜보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전국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중소기업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게 은행들의 공식 입장”이라며 “중소기업 돈줄을 죄거나 대출을 줄이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한류상품가 4년새 20배 뛰어… 한국식 관행 배급문제 야기

    한류상품가 4년새 20배 뛰어… 한국식 관행 배급문제 야기

    ■요코타 SPO영업사업부장 |도쿄 류지영특파원| “이달부터 드라마 ‘궁’(2006년작) DVD를 출시했는데요. 한국에서 워낙 반응이 좋았던 작품이라 이곳에서도 판매 문의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세트 당 3만 8000엔(51만원)이나 하지만 이번에 만든 2만 세트를 다 파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도쿄 롯폰기에 위치한 한류 콘텐츠 전문 배급사 SPO. 이곳에서 일하는 히로시 요코타 영상사업부장은 지금까지 50여편의 영화를 사들였고 매월 드라마도 1편씩을 배급하는 대표적인 ‘한국통’이다. 과연 콘텐츠 배급자가 생각하는 한류 콘텐츠의 문제점과 대안은 무엇일까.? “2004년 처음 한류 영화를 수입할 때만 해도 편당 1000만엔(1억3500만원)억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으로도 살 수 있는 작품이 많았습니다. 그만큼 한류 콘텐츠의 배급 및 유통이 쉬웠죠. 하지만 한류가 인기를 얻으면서 가격이 20배 이상 치솟았습니다. 여기에 한국의 제작사 측에서 전에 없던 추가 로열티 계약(일본 내 흥행 실적에 따라 별도의 금액을 지불하는 계약)까지 요구하기 시작했고요. 당연히 콘텐츠 유통이 상당히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죠.˝ 지나친 콘텐츠 가격 상승으로 아시아에서 문화적 주도권을 급속히 잃어버린 80년대 홍콩과 90년대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특히 작품성 검증없이 개봉됐던 일부 한류 영화들이 한류에 어느 정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일본에서 한국 콘텐츠 확보 경쟁이 심해지다보니 작품이 끝나기도 전에 판권을 사두는 업체들이 나타났어요. 영화의 경우 촬영도 하기 전에 사들이는 일도 비일비재했고요. 작품성 검증 없이 사들였던 영화들이 무차별적으로 개봉되다보니 한류 콘텐츠의 위상이 흔들리는 원인이 됐습니다.” 그는 한류 재건의 선결조건으로 콘텐츠에 대한 법률 제도 정비를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한국식 관행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이 일본 내 배급과정에서 문제점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예전보다는 덜하다고는 해도 한류 콘텐츠는 지금도 인기가 많습니다. 다만 한국은 제작 과정에서 대부분의 문제를 구두로 해결하는 관행이 남아있는 탓인지 명확하게 법률관계를 표시하지 않고 콘텐츠를 판매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가령 드라마에 저작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곡을 삽입한 사실을 뒤늦게 알려져 일본에서 재녹음을 하는 등 애를 먹기도 하죠. 제작사가 권리관계를 분명히 하지 않아 여러 명이 한 작품을 놓고 서로 ‘자신에게 일본 내 판권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이러한 법률 문제가 해결되면 한류 콘텐츠는 좀 더 경쟁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superryu@seoul.co.kr <특별취재팀> 미래기획부 손성진부장(팀장)·이도운차장·박상숙·류지영·박건형·정현용기자, 도쿄 박홍기·파리 이종수특파원, 국제부 박홍환차장·안동환·이재연기자
  • 킬링필드 비극의 전말

    킬링필드 비극의 전말

    3년8개월. 국민 5명 중 1명이 사라졌다. 거의 200만명에 달하는 숫자였다. 이들을 숙청과 기아로 내몬 것은 바로 캄보디아 크메르루주 정권이었다. 영국의 더 타임스,BBC방송의 해외통신원 출신으로 중국·캄보디아 전문가인 필립 쇼트는 ‘폴 포트 평전-대참사의 해부’(이혜선 옮김, 실천문학사 펴냄)에서 1975~1979년 대학살을 주도한 크메르루주 정권의 1인자 폴 포트를 조명한다. 단순히 폴 포트의 생애만이 아니라, 캄보디아 전역을 킬링필드로 만든 비극의 역사 전반을 냉철한 시각으로 해부한다. ●평등주의 추구하던 청년이 돌변한 이유는? 책은 ‘평등주의’ 이상향을 꿈꾸던 젊은이가 어떻게 인류 최악의 참사를 일으키는 무시무시한 지도자로 변해 갔는지를 추적해 나간다. 이를 위해 저자는 1950년 파리 유학 시절 폴 포트를 처음 정치세계로 이끈 켕 반삭을 비롯해 크메르루주 핵심 인사들의 증언을 직접 듣고 중국, 러시아, 베트남 등 관련국들의 기밀자료를 찾아다녔다. 이로써 베일에 싸여 있던 폴 포트의 실체에 접근하는 것은 물론 아시아 전체의 역사적 맥락에서 킬링필드라는 비극을 규명해낸다. 저자에 따르면, 폴 포트는 온순하면서도 유머가 넘치고 지적이면서도 자신을 숨기려 한 신비주의자다. 이런 인물이 당내 베트남파와 정적들을 무차별적으로 제거하는 폭력성의 극치를 보이게 된 것은 혁명 완수에 대한 자기 과신과 조급증 때문이라고 저자는 진단한다. 어찌됐건 이렇게 해서 폴 포트의 캄보디아는 히틀러의 독일, 마오쩌둥의 중국, 스탈린의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인 견제와 균형이 깨지면서 점차 공포와 혼란의 도가니로 변해갈 수밖에 없었다. ●승려와 지식인층도 참사의 ‘조연´ 하지만 사실 폴 포트 정권의 잔혹성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스탈린과 레닌으로부터 전수받은 폭력적 이념, 봉건적 전통질서에서 근대 국가로 발돋움하는 길을 막은 전 시아누크 정권의 부정부패, 권력자에게 절대복종하는 캄보디아 사회의 원칙 등이 근저에 깔려 있다. 저자는 “크메르루주의 만행을 머나먼 열대국가의 특수한 봉건문화 탓으로 돌리는 것은, 몇몇 지도자들의 비뚤어진 성격을 탓하는 것과 똑같이 안이한 답변”이라고 못박는다. 폴 포트가 최고기획자였으되, 승려와 지식인층을 비롯한 캄보디아인 수백만명이 크메르루주에 협력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된다. 지난 2006년 캄보디아 국제전범재판소가 설립됐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처벌을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미국의 양심’ 노엄 촘스키 MIT 교수는 “1970년대 초 캄보디아 농촌에 대한 집중 포격을 지시했던 사람도 전범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며 리처드 닉슨 대통령 등 당시 미 고위 정부관료들의 책임론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킬링필드의 주도자들과 국제기구 및 단체의 구호사업을 차단했던 사람들은 지난 2003년 심장마비로 숨을 거둔 폴 포트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을 뿐이다.2만 3900원.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지리산 산마을 이야기] 경남 산청 금서면 가현마을

    [지리산 산마을 이야기] 경남 산청 금서면 가현마을

    두어 차례 ‘산청·함양사건추모공원’을 지나친 적이 있는데 처음엔 ‘이런 시골 외딴 도로변에 뜬금없이 큰 건물’쯤으로 치부해 버렸고, 건물의 위치를 안 다음엔 깨끗한 화장실을 이용할 요량으로 일부러 들른 게 전부였다.4년 전 준공된 이 추모공원이 ‘1951년 2월7일, 육군 11사단9연대3대대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된 산청군 금서면 가현과 방곡마을, 함양군 휴천면 점촌마을, 유림면 서주마을 주민 400여명의 영령을 모신 합동묘역’이란 사실을 알게 된 건 안내소에 비치된 팸플릿 한 장 때문이었다. ●폐허의 땅에 3년 전부터 하나 둘 민가 늘어 음력으로 정월 초이틀, 그러니까 새해의 흥이 미처 사라지기도 전, 지리산 고동재를 넘어 가현으로 들어온 국군 병력은 주민과 가축을 강제로 내몰고 가옥을 불살랐다. 동네 앞 논에 모인 주민들에게는 무차별적인 총살을 감행했고, 이후 인근 마을에서도 똑같은 방법으로 무고한 양민을 학살, 시체 위에다 불을 지른 건 물론이요, 총검으로 확인 사살까지 했다. ‘견벽청야’라는 작전명 하에 이뤄진 이 사건으로 빨치산의 끄나풀로 몰린 인근 주민 400여 명(유족회 주장 700여명), 더 나아가 거창군 신원면 주민 700여명까지 제 나라 군인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불과 며칠 사이 1000명이 훌쩍 넘는 지리산 주민들이 학살당한 셈인데, 이 잔인한 사건의 첫 희생지가 산청군 금서면 가재마을, 지금은 ‘아름다운 언덕’이란 뜻으로 이름이 바뀐 가현마을이다. 마을 언덕엔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비석이 세워져 있다. 6·25전쟁의 끔찍한 기억과 산사태 등으로 거의 버려지다시피 했던 마을에 민가가 늘어난 건 겨우 3년 전쯤. 그때까지만 해도 가구 수라곤 서너 집이 전부였다. 대전에서 서점을 하다 고향에 돌아온 형남열(50)씨의 설명에 의하면 가현은 산중 분지다. 지리산 고산습지 왕등재(1048m)와 왕산(925m)이 지척이고, 서쪽 능선 너머엔 오지마을로 유명한 ‘오봉’이 있다. 일부러 오지를 찾아온 외지인들을 위해 그곳 오봉엔 민박집이 생겼지만 이곳 가현에는 정년퇴직 후 노년을 보내려는 이들이 속속 정착해 본래 주민보다 그 수가 훨씬 더 많아졌다. 다행히 주민간 유대 관계가 좋아 며칠 전엔 1박 2일로 천왕봉 등정까지 하고 왔단다. ●천궁·당귀 등 넘쳐나는 약초가 농가 소득 이장을 맡고 있는 형남열 씨는 군청과 면에서 실시한 교육을 꼬박꼬박 참석하며 받은 덕에 오미자, 천궁, 당귀, 시호 등 약초 재배에 재미를 붙였다. 실패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지금은 그럭저럭 자리를 잡아 산청군 한방약초축제 때 내놓을 수준이 되었다. 부인 허승주(52)씨는 단오 때 채취한 쑥과 솔잎으로 만든 효소를 더 치켜세운다. 인터넷도 올해 겨우 개통됐고 아직 쇼핑몰 사이트도 없지만 약초 재배에 더 주력해 고향에 멋진 농장을 여는 것이 꿈이다. 더 나아가 마을을 약초 동산으로 가꿀 계획이라고. “왕산에서 발원한 물을 식수로 쓰고 있는데 비누로 머리를 감아도 매끌매끌해요. 해발 약 400m에다 공해가 없으니 된장 발효도 잘 되고, 보시다시피 사방이 곧 풍경화나 마찬가지잖아요.” 강원도 친정행을 내심 바랐던 부인 허씨도 남편의 고향으로 내려온 걸 후회하지 않는 눈치다. 마을에 젊은 사람이 없으니 그이의 이장직은 당분간 유지될 터, 이 부부의 열정대로 마을 곳곳에 질 좋은 약초가 넘쳐날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글 사진 황소영 자유기고가 ●가는 길 경남 산청군까지는 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을 이용한다. 아래 지방은 남원이나 진주, 부산 등을 거쳐 산청으로 갈 수 있다. 군내버스가 산청함양사건추모공원을 오가지만 가현마을까지 가는 버스는 없다. 자가용의 경우 대전~통영간고속도로 생초 나들목으로 나와 구형왕릉이 있는 화계와 엄천강변을 따른다. 중간중간 추모공원 이정표가 보인다. 추모공원 지나 15번군도 마지막 지점에 시멘트길 삼거리가 나오는데 오른쪽은 오봉마을로, 왼쪽은 가현마을로 각각 이어진다.
  • [시론] 람사르총회와 ‘녹색성장’/윤성윤 한국습지연구소장

    [시론] 람사르총회와 ‘녹색성장’/윤성윤 한국습지연구소장

    제10차 람사르총회가 28일 경남 창원에서 ‘건강한 습지, 건강한 인간’을 주제로 8일간의 일정에 들어갔다.1999년 한국습지학회 창립 세미나에서 람사르총회 유치를 제안한 지 10년만의 결실이다. 한국 개최는 2005년 11월 제9차 아프리카 우간다 총회에서 창녕 우포늪 등 경남지역이 ‘습지의 메카’란 점이 주목받아 결정됐다. 우리나라는 강원도 대암산 용늪을 습지로 지정하면서 1997년 101번째로 람사르 습지협약(물새 서식지로서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에 가입했다. 모두 12곳이 람사르 습지로 지정돼 있다. 습지는 생물 다양성의 보고이며 하천의 물 저장 및 수질 정화, 홍수 조절, 해안지역 보호, 기후변화 완화 등 중요한 기능을 한다. 그러나 무차별적인 개발로 지난 100년간 전 세계 습지의 50% 이상이 훼손되고 남아있는 습지의 10% 정도만 국가 차원의 보호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대부분의 습지가 관리 소홀 등으로 기능을 상실했거나 소실 위기를 맞고 있어 보전 및 관리 대책이 시급하다. 앞으로 습지보전계획을 수립하고, 습지보호지역 및 람사르 습지를 광범위하게 지정함으로써 습지 생태계의 집중적인 관리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무엇보다 토지이용정책과 습지보전정책의 효과적인 연계가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이번 람사르총회에서 습지의 핵심 추진과제 및 국가주도 전략의제를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와 별도로 한국습지학회에서 국제적 습지연구를 주도할 ‘세계습지학회’를 출범시키는 발기인대회를 열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계획이라도 예산의 뒷받침이 없다면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습지 가치에 대한 여러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는 습지가 지닌 생태보전 및 환경적 측면과 아울러 경제적인 측면이 동시에 강조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습지의 다양한 기능과 가치가 실증적으로 연구되면 생태학적인 관점에서 제기되는 경제논리가 매립과 같은 개발 측면에서 제기되는 이득의 논리를 누르거나 이와 어느 정도 경쟁을 갖추어 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향후의 기후변화는 우리나라의 농림수산, 해양 및 육상 생태계, 재해, 건강 등 여러 분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해당 분야별로 영향을 파악하고 대응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천변 저류지 등 인공습지를 활용해 기후변화를 완화시키는 방안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습지는 이산화탄소를 받아들여 급격한 기후변화를 방지하는 자연스러운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홍수와 가뭄을 해소하고 수질도 상당히 개선시킨다. 특히 인공습지는 비점오염원 발생을 억제하고 하수를 고도처리할 수 있으며 오염된 소하천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하는 데 유용하다. 규모가 크다면 녹색댐의 역할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람사르총회는 이러한 녹색성장을 밑받침하는 습지를 보전하기 위해 개최된다. 따라서 이번 총회는 습지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를 확산시키고 인식을 증진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확신한다. 람사르총회 개최 의미는 국내 최대 내륙습지인 우포늪 등 생태적으로 우수한 국내 습지를 세계에 알리고, 공유수면 매립 등 개발로 인해 위기에 처해 있는 갯벌의 보전을 위한 국가적 대사이다. 이번 람사르총회를 통해 어떤 성과를 얻고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지 지켜볼 만하다. 윤성윤 한국습지연구소장
  • [2008 美 대선 D-10] 백인 노동자층 오바마로 돌아서

    |워싱턴 김균미특파원|11월4일 미국 대통령 선거를 열흘 앞두고 부동층이 눈에 띄게 줄었다. 23일(현지시간) 발표된 CBS/뉴욕타임스 공동여론조사에 따르면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은 5%로 줄었으며 10명 가운데 9명 이상은 이미 마음을 정했다.10명 중 3명은 조기투표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혀 높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조기투표 의사를 밝힌 등록유권자 가운데는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지지자가 공화당의 존 매케인 지지자보다 훨씬 많았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오바마의 지지층이 두꺼워지고 있다.CBS/뉴욕타임스 조사 결과 오바마는 남성(50% 대 41%)과 여성(55% 대 37%) 모두에서 매케인에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인 여성의 45%는 오바마를,42%를 매케인을 지지했다. 특히 오바마가 막판까지 마음을 여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백인 노동 계층의 표심도 52% 대 42%로 오바마쪽으로 기울었다.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지지했던 사람의 78%는 오바마를 지지했지만,16%는 매케인을 지지해 오바마가 이들을 완전히 끌어안는데는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매케인은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들과 연소득 5만달러 이상인 백인 유권자 사이에서 오바마에 우세를 보이고 있다.●조기투표 유권자 26%P 격차 이번 대선에서 조기투표를 집중 공략한 민주당의 선거전략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ABC/워싱턴포스트 공동여론조사에 따르면 조기투표를 하겠다는 의향을 밝힌 유권자 사이에서 오바마 지지는 61%로 35%에 그친 매케인에 26%포인트나 앞섰다. 선거 당일 투표를 하겠다는 유권자들 사이의 격차가 7% 안팎인 것과 대조를 이룬다. 미 언론에 따르면 주요 경합주인 플로리다에서 조기투표자의 절반 이상인 55%가 민주당 지지자들이며, 전통적 공화당 텃밭인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조기투표에 참가한 민주당원은 공화당원의 2.5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부 지역의 조기투표에서는 흑인 유권자들의 참여가 폭발적이라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지금까지 조기투표를 한 유권자의 31%는 흑인이다. 흑인은 이 주 인구의 21%를 차지하고 있다. 조지아에서 흑인은 전체 조기투표 참가자의 약 36%를 차지하고 있으며, 루이지애나 조기투표에서의 흑인 비율은 약 31%이다. 워싱턴 정치경제연구공동센터의 데이비드 보시티스는 “흑인들이 이번 대선에 얼마나 열정적인지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 인터넷판은 23일 올해 조기투표 열풍이 새로운 대선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전했다. 조기투표를 연구하는 조지 메이슨대 마이클 맥도널드 교수는 과거의 조기투표가 공화당에 유리했던 것과 달리 이제는 민주당의 선전을 돕고 있으며, 투표 기간이 길어져 막판 뒤집기가 어려워지고 선거 전략도 바뀌었다고 분석했다●‘로보콜 전쟁’ 점입가경 선거가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민주·공화 두 후보진영이 상대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을 담은 ‘로보콜´을 무차별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로보콜은 자동전화 시스템을 이용해 유권자의 집에 선거홍보용 음성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네거티브 유세를 펼치고 있다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도 불구, 지지율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매케인은 로보콜에 크게 의존하며 오바마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심기에 매진하고 있다.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까지 가세해 점점 열기를 더하고 있다. 소극적으로 대응해오던 오바마 진영도 급기야 맞대응에 나서며 로보콜 전쟁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kmkim@seoul.co.kr
  •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비정규직 문제 “재취업 도와야” “복지 지원을”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비정규직 문제 “재취업 도와야” “복지 지원을”

    전 세계인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인류 역사와 함께해 온 노동과 복지. 끊임없이 변화와 개선을 추구해야 하는 이 두 가지 과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한국의 실업과 비정규직 문제, 그리고 국민연금과 의료보험 등은 무엇이 잘못됐고 어떻게 고쳐야 하는 것일까. ‘유연안정성’을 주창한 귄터 슈미트 베를린 자유대학 명예교수와 이메일·전화 인터뷰를, 국내 노동·사회 분야의 대표적 지식인인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와 대면 인터뷰를 갖고 이를 대담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1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어떻게 ▶한국은 비정규직법을 여러 차례 개정했지만 오히려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비정규직의 질적인 면에서 선진국과 한국의 차이는 어디에 있나. 귄터 슈미트 교수 한국의 비정규직 증가 비율이 높다거나 절대적으로 많다고 볼 수는 없다. 실제로 1998년부터 2005년 사이 유럽에서 비정규직 비중이 줄어든 곳은 덴마크가 유일하다. 한국의 문제는 단순히 숫자로 볼 것이 아니라 고용 형태의 문제로 검토해야 한다. 유럽에서는 수직적인 구조로 되어 있는 기업간 구조가 점차 프로젝트나 네트워크 형태로 바뀌고 있으며, 이를 통해 상호 조율이 유연성 있게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이같은 접근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동춘 교수 비정규직 문제의 시발점을 IMF 외환위기로 인한 구조조정에서 찾는 사람들이 있는데, 보다 근원적인 시작은 80년대 이후의 재벌체제 본격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하청 관계 등 산업구조가 비정규직 문제의 원인이라는 얘기다. 용역업체에 대한 제한이 없이 어떤 곳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있는 한 기업의 입장에서는 경비를 축소하기 위해 당연히 비정규직을 고용할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해야 할 정책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슈미트 교수 비정규직과 정규직이라는 이분화된 근로형태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의 안정성에 비견되는 새로운 안정성을 도입해야 한다. 비정규직이 일정 기간 명확하게 고용을 보장받고, 또 같은 산업 내에서 재취업이 얼마든지 가능하도록 하는 등 ‘유연안정성(Flexicurity)’이라는 개념을 제공해야 한다. 김동춘 교수 정부가 800만 비정규직이 존재하는 한 노동세력을 국가의 파트너로 통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2년 비정규직 제한을 4년으로 늘리는 식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 노동의 질을 저하시키고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정부가 비정규직을 무차별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복지차원에서 임금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부분은 사회보험을 통해서 지원해야 한다. 특히 비정규직을 쓰지 않으면 중소기업은 죽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해 대기업의 역할분담이 절대적이라고 본다. 2 바람직한 모델 어디서 찾나 ▶유럽형 모델, 미국형 모델 등 노동과 복지 선진모델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한국적 상황에 딱 맞는 모델을 찾기는 힘들다. 슈미트 교수 특정국가를 벤치마킹해 문제를 해결하기는 아주 힘들다. 그러나 각 나라들의 사례를 조금씩 도입해 퍼즐처럼 맞춘다면 실마리가 생길 수도 있다. 덴마크와 네덜란드는 비정규직종을 실업보험, 장애보험, 노령보험에 편입하고 있다. 또 여성 중 시간제 근로자 비중이 무려 60.9%에 달하는 네덜란드의 경우 이들에게 정규직과 동등한 임금 지급, 고용보호, 이에 상응하는 사회안전장치를 도입하고 있다. 김동춘 교수 개인적으로 역사적 배경이 비슷한 아일랜드는 참고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식민지 경험으로 인해 내부가 분열돼 있고 농업국가의 전통이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비슷한데 유럽통합을 계기로 영국까지 경제적으로 추월할 수 있었다. 이들이 노사타협과 내부통합을 일궈낸 사례는 연구해서 일부 적용할 필요가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 노조가 비정규직의 조합원 가입을 부결시키는 등 노노갈등도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조합원들의 특성상 당연한 일이라는 시각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슈미트 교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내에서도 노동자간의 격차를 해소하는 문제는 많은 차이가 있다. 이 문제는 단순히 노동자간의 협의를 통해 이끌어내기보다는 정부가 일정부분 규제를 한다는 전제 하에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최저임금의 하한선을 결정하고 채용 및 해고 시 공정성을 갖춘 조항을 만들어야 같은 공간에서 토론이 가능해진다. 김동춘 교수 상대적으로 혜택받은 대기업 노조는 조합원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이 문제를 노조가 귀족노조라든지, 이기적이라든지 하는 식으로 때리는 것은 옳지 않다. 기업들의 분식회계나 불법상속 등이 처벌받지 않는 상황에서 노조에만 도덕성과 양보를 강요할 수는 없다. 현대차 사태처럼 한국에서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고용을 보장하는 안전판 기능을 해왔는데 이 부분을 허물어야 한다. 노조가 연대의 모습을 보이면 정부나 사용자가 압박을 받아 나서지 않을 수 없다. 3 노동ㆍ복지 어떻게 연결되나 ▶노동과 복지는 하나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인 복지 시스템 자체가 노동자들의 권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공공복지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김동춘 교수 의료보험의 경우에는 한국이 미국보다 훨씬 보편적 의료보험에 가깝다. 다만 고가의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아직까지 많은 부담이 된다는 점이 아쉽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액 수입을 가진 사람들의 피부양자도 보험료를 내야 한다. 이 조치만 이뤄지면 보험재정의 적자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적게 내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OECD 국가들 중에서 보험료가 낮은 편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자. 신문값을 올리는 데 독자들은 반대할 수 있지만, 지대를 올려서 광고비중을 줄이면 언론의 공공성을 더 확대할 수 있다는 식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국민연금은 다 연동된 문제이기 때문에 더 깊은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 상태에서는 뚜렷한 해답이 없다. 슈미트 교수 한국 사례를 연구해 보면 실업보험이 취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실업보험을 커버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정부에서 강력한 보조금 지원을 받는 고비용 구조는 한국에서 적용하기 힘들 것 같다. 한국처럼 근로자의 노동조합 가입비율이 낮은 국가는 고비용 구조를 쉽게 적용하기 힘들다. 실업보험의 의무적 시행을 통한 접근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 대부분의 OECD 국가가 정부와 근로자 또는 정부와 기업의 분담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특히 시간제 근로자가 특정 시간 이상 근무하면 의무적으로 실업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덴마크식 모델은 한국에서도 도입을 고려해 볼 만하다. ▶현재의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획기적인 노동문제 전환의 시기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김동춘 교수 노동과 복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산업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이미 했다. 한국은 이미 IMF 외환위기라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그 당시의 정책들이 전혀 효과가 없지는 않았지만 많은 부작용이 함께 왔다. 이번 경제위기는 전 세계적인 흐름인 만큼 개혁을 일궈낼 기회로 평가할 수 있다. 대공황 이후에는 파시즘과 전쟁이 등장했다. 최근 유럽에서는 극우와 극좌가 동시에 등장하는 등 대공황 시기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사회가 이처럼 양극단으로 쪼개지지 않고 슬기롭게 이번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면, 사회통합에 있어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정리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노동ㆍ복지 대표 지식인’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김동춘(50)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대표적인 좌파지식인으로 노동, 사회, 복지 분야에 걸쳐 폭넓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서울대 사범대를 나와 사회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경제와 사회 편집위원장, 역사비평 편집위원 등을 맡았다. 학술적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그 성과를 이루고자 하는 운동에도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서로 ‘한국사회노동자연구´,‘한국사회과학의 새로운 모색´, ‘근대의 그늘´,‘전쟁과 사회´ 등이 있다.2006년‘미국의 엔진, 전쟁과 시장’으로 단재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독일식 노동모델 정립’ 슈미트 베를린 자유대학 명예교수 귄터 슈미트(64) 베를린 자유대학 명예교수는 ‘독일식 노동모델’을 정립한 노동분야의 석학이다. 전 세계 사회학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베를린 사회과학연구센터(WZB)의 소장도 맡고 있다. 실업률과 비정규직 숫자를 낮추는 데 급급한 미국식 노동정책에 반기를 들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수준의 안정성과 유연성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유연안정성’을 주창했다. 그의 이론은 독일 노동 정책이 임금이나 근로시간에 대한 유연성을 가지는 대신 안정성에 치중하도록 해 수많은 기업들의 노사상생을 이루는 밑거름이 됐다. 특히 지배형태, 공기업 민영화, 사회적 리스크 등 폭넓은 변수를 이론에 도입해 학계에서 ‘빈틈이 없는 이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30대男 “살기싫다” 6명 ‘묻지마 살인’

    서울 강남에서 30대 남성이 ‘더 이상 세상 살기가 싫다.’는 이유로 거주하던 고시원에 불을 지르고, 함께 살던 이웃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6명이 숨졌다.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20일 오전 8시15분쯤 강남구 논현동 D고시원 3층 B12호실에 살던 정모(30)씨가 자신의 방 침대와 책상 등에 인화성 액체(일명 지포 기름)를 뿌리고 불을 지른 뒤 3층 입구에서 화재를 피해 나오는 사람들에게 마구 흉기를 휘둘렀다.13명이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이 중 6명이 숨졌다.7명은 중경상을 입었고, 중상자 중 상태가 심각해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사고 건물은 지상 5층으로 고시원으로 사용하는 3∼4층에 69명이 거주하고 있었으며, 상당수는 중국에서 건너온 동포 여성들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순천향병원, 강남성모병원, 영동세브란스병원 등 시내 병원에 분산, 수용됐다. 사망자는 이월자(50)·김양선(49)·민대자(51)·박정숙(52)·조영자(53)·서진(20)씨 등 6명 모두 여성이다. 중경상자 7명 중 백성영(29)씨 등 4명은 남성이고, 장채옥(41)씨 등 3명은 여성이다. 표창원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묻지마 살인이 일어날 때마다 사회적 대책이나 개선책 없이 개별 사건으로 봐왔다.”고 지적하고, 사회적 소외계층 가운데 정서적으로나, 성격적으로 불완전한 사람들에 대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대구지하철·숭례문 방화범 존경” 검은 옷·모자에 고글쓰고 살인극

    20일 발생한 묻지마 살인은 서울 강남의 도심에서 무차별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숭례문 방화범을 존경했다고 말해 왔던 범인 정모(30)씨의 살인극이 우발적인지 사전 계획된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경찰은 사전계획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불 지른 뒤 대피자 무차별 공격 정씨는 이날 오전 8시15분쯤 고시원 3층 자신의 방 침대에 미리 준비해둔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다.5분 뒤 연기를 피해 복도로 뛰쳐나온 고시원 투숙자들에게 무차별 흉기를 휘둘렀다. 정씨는 8시30분쯤 고시원 4층으로 올라가 투숙자 4~5명을 추가로 공격했다. 피해자 중 5명은 흉기에 찔려 숨졌고 1명은 창문으로 뛰어내리다 숨졌다. 정씨는 범행 후 4층 창고에 숨어 있다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고시원은 월세방 85개(3층 50개·4층 35개)를 갖추고 근처 영동시장에서 일하는 중국동포 여성 등 69명이 투숙해 왔으며, 월 투숙비는 17만원으로 알려졌다. ●하루종일 고시원·PC방 은둔생활 정씨는 광란의 살인극을 위해 치밀한 준비를 한 듯하다. 연기로 자욱한 복도에서 피해자들을 구별키 위해 고글과 머리에 쓰는 소형 플래시를 착용했다. 흉기 2개는 케이스를 구입해 양다리에, 가스총은 허리춤에 찼다. 경찰은 정씨가 이 흉기들을 2004~2005년 동대문 등지에서 사들인 것으로 보고 사전에 살인극을 준비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정씨는 검은 모자와 상·하의로 ‘킬러’ 복장을 했다. 이런 점에서 지난해 4월 미국과 우리나라를 뒤흔든 재미교포 조승희씨의 버지니아공대 살인 사건과 닮았다. 조씨는 당시 전투복을 입고, 교실에서 한 명씩 처형하듯 권총을 발사했다. 정씨는 경남 합천에서 4남1녀 중 막내로 태어났으며,2002년 8월 상경했다. 강남 등지에서 식당 보조일 등을 하다 올 4월부터 직업 없이 고시원에서 지냈다. 중학교 때 자살을 시도한 뒤 정기적으로 두통에 시달렸다고 진술했지만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변 사람들은 “정씨가 사회 불만이 대단했다.”고 전했다. 인근 식당에서 주차요원으로 일하는 김모(34)씨는 “정씨는 ‘평소 내가 존경하는 인물은 대구지하철 방화범과 숭례문 방화범’이라고 했다.”며 “‘전쟁이 나 이 지겨운 나라가 사라져야 한다.’며 투덜댔다.”고 전했다. 고시원 4층에 거주하는 중국동포 박모(45)씨는 “정씨는 고시원에서도 방안에만 박혀서 지냈다.”며 “주변 사람들과 말을 하지도 않았고, 늘 모자를 쓰고 다녀 얼굴을 제대로 아는 이가 드물다. 하루 종일 PC방에서 지내거나 돈을 벌면 인형뽑기에 다 썼다.”고 말했다. ●중국동포 여성들 무너진 코리안드림 중국동포 이월자(50)·민대자(51)씨와 서진(20)씨 등 3명의 여성 사망자가 안치된 순천향병원은 통곡의 바다였다. 이씨의 둘째언니 이정인(57)씨는 “하루에 3시간만 자며 일해 월 150만원을 벌었다.”며 “한국에서 부지런히 벌어 딸이랑 집을 사서 함께 사는 게 소원이었는데, 불쌍해서 어떡해.”라며 오열했다.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김모(29)씨의 어머니 이모(51)씨는 “낮에는 일하고 밤에 고교 검정고시 준비한다며 고시원에 들어갔는데….”라며 눈물을 쏟아냈다. 강남성모병원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중국동포 김모(45)씨의 남편 김모(48)씨는 “한국 와서 몇 년만 고생해서 우리 부부 행복하게 살자고 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다.”며 망연자실했다. 김승훈 김정은기자 hunnam@seoul.co.kr
  • 부동산 시장 연착륙이 시급 실물경기 추락 공포 막아야

    부동산 시장 연착륙이 시급 실물경기 추락 공포 막아야

    “제일 급한 것은 부동산 시장 연착륙입니다.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를 피해야 합니다.” 떨어지는 주가와 치솟는 환율로 어지러운 요즘 정부가 할 일에 대해 박경철(43)씨는 이렇게 답했다. 박씨는 경북 안동에 있는 신세계병원장인 의사이지만 필명 ‘시골의사’로 더 유명한 주식투자자이자 경제평론가다. 지난 총선에는 민주당 공천심사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화 인터뷰에서 박씨는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면서도 금융위기가 실물 위기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공포감을 줄이는 데 정부 정책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이 엄청난 공포는 금융위기에서 실물위기로 넘어가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입니다. 금융에서 실물로 위기가 넘어가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지금은 거의 동시간대에 일어나고 있거든요. 그게 공포의 핵심입니다.”공포감을 피하는 데 제일 좋은 방법은 소비자 지갑에 현찰을 든든히 채워주는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미국발 경제위기의 본질도 미국 중·하위 계층 소수민족의 소비둔화다. 자산가치는 무너지는데 당장 내 주머니에 쓸 돈이 없다. 공포감 때문에 지갑을 더 닫아버리니 실물 경기가 추락하는 공포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역시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면 서민과 중소기업들이 무너지면서 내수 기반이 붕괴됩니다. 그것만은 막아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대응법이 있을까.“감세와 재정정책이 함께 가야지요. 단, 무차별적인 감세는 조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법인세를 깎아주더라도 비정규직을 많이 고용한 회사에 혜택을 주는 방식이지요. 그래야 실물경기 침체도 방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함께 고통을 극복한다는 일체감이 형성되면서 돌파력이 생깁니다.”최악의 경우에는 중·하위층 주머니에 직접 돈을 넣어줄 수 있는 방안까지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상황은 어떻게 될까. 박씨의 대답은 ‘예측불가’였다.“주가만 해도 그렇습니다. 모두들 너무 싸다고 합니다. 기업의 과거·현재가치를 따지면 맞는 말입니다. 자산도 충분하고 수익성도 좋거든요. 그렇다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냐. 그렇지 않다, 모르겠다는게 바로 지금 위기의 핵심입니다. 그래서 코스피가 어디까지 떨어질 것이냐, 이 위기가 얼마나 갈 것이냐라는 예측은 지금 시점에선 무의미합니다.”상당 기간 어려움이 계속 되리라는 얘기다. 그러나 지나친 공포감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나타냈다. 외환위기 경험으로 인한 알레르기 반응까지 겹쳐져서 시장이 더 어렵다고도 했다. 일부에서는 코스피 500선도 각오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이런저런 험한 말이 나오고는 있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봅니다. 해외 헤지펀드의 공격 시나리오 같은 것을 운운하는데 그런 논리로 따지면 한국 말고 더 좋은 먹잇감이 세계에 널려 있습니다.” 대신 투자자들에게는 보수적인 대처를 주문했다.‘여윳돈’,‘장기투자’ 두가지 원칙을 되돌아보라고 했다.“여유 자금이 있는 사람이라면 투자할 만한 곳을 찾을 법도 하지만 부채가 있는 사람은 지금이라도 빚을 먼저 갚고 투자를 삼가는 게 정석입니다.” 1990년대 초반 의대 재학시절부터 금융시장을 공부해왔던 박씨는 10여년 전부터 투자자 게시판에서 아이디 ‘시골의사’를 통해 탁월한 분석력과 놀라운 수익률로 명성을 쌓아왔다.‘묻지마 펀드’가 유행하던 지난해에 이미 한국·중국의 증시가 곧 꺼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었다.‘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을 시작으로 각종 베스트셀러를 펴냈고 최근에는 ‘주식투자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출간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기로에 선 세계금융] 주가·환율 ‘웃음’…실물경기 위축땐 다시 출렁일수도

    [기로에 선 세계금융] 주가·환율 ‘웃음’…실물경기 위축땐 다시 출렁일수도

    세계 정상과 재무장관들이 워싱턴에 모여 은행의 모든 예금에 대해 지급을 보증하고, 모든 은행에 필요한 만큼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무차별적인 지원을 약속하면서 한국을 포함한 세계 금융 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환율 폭등으로 골머리를 앓아 왔던 한국은 전세계 신용경색이 급속히 완화되면서 환율이 나흘 연속 하락하며 200원 가까이 폭락했다.14일 환율은 장중 한때 1100원대까지 되돌아가기도 했지만, 매수세가 재유입되면서 1200원대에서 장을 마감했다. 그러나 불안 요인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견해도 있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인 신용경색이 완화되고 있지만, 완전히 안정을 되찾았다고 하기 어려운 만큼 경계심을 가지고 지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의 파산 가능성 등이 제기되는 등 미국 금융시장이 아직도 불안하기 때문이다. 또 국내에도 신용경색 요인은 남아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폭등이 지속될 경우 펀드런(펀드 대량 환매사태)이 발생할 수도 있고, 경기둔화에 따른 기업들의 악화된 실적이 연말에 발표되면 또 한차례 출렁거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중 자금의 흐름은 아직도 나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날 회사채 금리는 전날보다 0.02 %포인트 상승한 7.94%를 기록했다. 기업어음(CP)은 거의 거래가 안 되는 상황에서 전날보다 0.05 %포인트 상승한 6.92 %를 기록,7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돈맥경화’가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주식 매수세로 돌아서 이날 코스피시장은 6.14%, 코스닥 시장은 7.65%나 폭등하면서 V자형 주가 그래프를 만들어 증권가는 모처럼 흐뭇한 분위기였다. 본격적인 반등을 시작해서 1530선까지도 넘겨 보지 않겠느냐는 낙관론도 솔솔 나오고 있다. 그 동안 좀체 입을 열지 않던 증권사들도 코스피지수 전망을 잇따라 쏟아냈다. 삼성·한화·하나대투 등은 1400선을 제시했고 대신·대우·동양종금증권 등은 1450선을 제시했다. 그러나 아직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지나치게 폭락했다가 다시 지나치게 오르는 등 변동성 심화가 약세장의 특징이라는 지적이다. 이들은 일단 몇번의 쇼크는 더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의 호재는 어쨌든 금융경색은 풀릴 것이라는 희망뿐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경기침체로 인한 실적 악화 요인도 걸림돌로 지적된다. 이미 미국에서는 GM 등 대형 자동차 메이커들의 부진이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이번주 이어질 3분기 실적 발표가 그리 나쁘지는 않더라도 글로벌 경기침체가 반영되는 4분기부터는 경기침체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 때문에 코스피지수가 1400~1500선까지는 무리없이 반등하더라도 순간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환율 역시 미국발 훈풍의 영향으로 4거래일째 급락세를 보이면서 1200원대로 떨어졌다.4거래일 동안 187원이 폭락하면서 지난 1일 1187.0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추가 하락 속단은 어려워 환율을 끌어내린 가장 큰 요인은 국내외 주가 급등이다. 주가가 오르자 원화도 덩달아 강세를 띠었다. 외국인이 주식매수세로 돌아서면서 원화 강세에 힘을 보탰다. 수출업체들 역시 매물을 적극적으로 내놓으면서 환율 하락을 부채질했다. 다만 1200원 아래에서는 수입업체 결제수요가 유입되면서 하락을 제한했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의 추가적인 하락을 속단하기는 어렵다고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급속도로 1500원선까지 올랐던 부분이 빠진 것일 뿐 외화시장의 불안 요인인 은행의 자금경색 현상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지난 주까지 4%대를 유지하던 장외시장 오버나이트 금리는 이날 2%대로 떨어졌지만 통화스와프금리(CRS)는 여전히 1%대에 머물고 있다.CRS는 달러와 원화를 일정 기간 교환할 때 원화를 빌리는 쪽에서 부담하는 이자로 지난 7월초 3.65%와 비교하면 ‘제로금리’ 수준이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선임연구위원은 “환율의 하향 안정화는 단기 외화자금 시장이 경색에서 완화로 개선되고, 국내 은행이 외화표시 채무에 대해 위태롭다는 우려 등이 개선되는 게 확인돼야 가능하다.”면서 “또한 경상수지가 개선되는 정도가 3분기까지는 미비한 것으로 나타나고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의 유출이 여전한 만큼 외화시장의 불안정성은 내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10월말까지 기다리면 경상수지가 흑자로 전환될 것이고 환율은 하향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20일간의 인내심’을 요구했다. 문소영 조태성 이두걸기자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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