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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림역 사거리 노점시범거리로

    신림역 사거리 노점시범거리로

    신림역 4거리가 새로운 명물 거리로 태어난다. 관악구는 최근 무질서하게 난립한 신림역 4거리의 노점들을 규격화하는 ‘노점 시범가로’를 조성하고 시범 운영한다고 5일 밝혔다. 노점들은 앞으로 일정한 구역에서 시간제로 영업할 수 있다. 구가 관리하는 노점상은 모두 375개소. 이 가운데 시민들의 왕래가 빈번한 신림역 4거리는 포장 손수레와 차량 노점, 좌판 등 56곳이다. 이 곳을 노점 시범가로로 선정해 규격화된 노점 모두 49곳을 재배치했다. 시에서 제시한 표준 디자인 규격(가로 2m, 세로 1.5m)에 따라 상인들이 자체적으로 노점을 만들었고, 이동이 가능하다. 노점 영업 시간은 오후 4시 이후로 제한된다. 노점 시범가로 조성은 노점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종의 대안 사업이다. 시민 생활에 불편을 초래하고 가로환경을 저해하는 노점상 문제를 해결하고 깨끗한 이미지의 거리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구 관계자는 “시민들의 보행권 확보와 불편 사항을 해소함은 물론 쾌적한 가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면서 “시범 사업과 별도로 보행공간을 과도하게 침범하거나 차도점유 노점에 대해서는 근절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정비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양성자빔 쏴 암세포 정상으로 바꾼다

    양성자빔 쏴 암세포 정상으로 바꾼다

    양성자빔으로 물질의 수소결합 구조를 바꿔 물질의 성질을 제어할 수 있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발견됐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좀 더 발전하면 암세포의 성질을 바꿔 정상세포로 변환시키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려대 물리학과 이철의 교수팀은 양성자 가속기로 수소결합형 강유전체인 KDP에 양성자빔을 쏘이면 분자 내 수소결합 구조가 변하면서 상전이 온도가 5도 정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31일 밝혔다. 양성자빔에 의해 물질의 결합 구조가 변하는 현상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연구팀은 이 결과를 응용물리학 국제학술지 ‘Applied Physics Letters’에 발표했다. KDP는 레이저의 광고주파 발생 등에 사용되는 물질로 분자 내 수소를 중수소로 바꾸면 상전이 온도가 상승하는 ‘동위원소 효과’를 보여 학계에서 오랫동안 연구 대상이 돼 왔다. 연구팀은 KDP의 수소결합 중 일부를 중수소로 바꾼 뒤 양성자빔을 쏘이자 무질서한 전극 방향이 한 방향으로 정렬되는 상전이가 일어나는 온도가 절대온도 192K(-90도)에서 187K(-85도)로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이 교수는 “수소결합은 암석이나 금속물 외의 대부분 물질에 존재하고 DNA 등 생명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양성자빔을 이용한 암세포의 정상세포 변환 등 생명공학 분야에서도 응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는 ‘yakamoz’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는 ‘yakamoz’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는 무엇일까? 최근 독일 베를린 대외관계연구소(Institut for foreign relations· ifa)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ABC’(The most beautiful ABC of the world)라는 조사를 통해 세계 60개국의 2500개 단어 중에서 창조성· 묘사성·문화성이 뛰어난 단어를 순위별로 선정했다. 가장 먼저 전문가들의 높은 점수를 얻어 1위를 차지한 단어는 터키의 ‘야카모즈’(yakamoz). 야카모즈는 ‘물속에 비치는 달빛’(the reflection of the moon in the water)이라는 뜻으로 심사위원들은 “한 단어에 여러가지의 단어가 함축되어 있다.” “터키 고유의 정신을 잘 표현했다.” 며 높은 점수를 주었다. 2위로는 중국어로 코고는 소리를 묘사한 ‘후루’(呼噜)라는 의성어가 뽑혔으며 반복해서 발음하면 코고는 소리와 매우 흡사하다는 평을 얻었다. 3위에는 아프리카 우간다(Uganda)의 바간다(Baganda)족이 쓰는 ‘보롱고토’(Volongoto·무질서한)라는 말이 뽑혔다. 이밖에도 ‘비가 그친 후 바로’(directly, after the rain stopped)라는 뜻으로 날씨 상태를 묘사한 노르웨이어 ‘Oppholdsvaer’와 아프리카의 하우사(Hausa)족이 쓰는 ‘마달라’(Madala·신이시여 감사합니다) 등이 순위권 안에 들었다. 이번 조사에 심사관으로 참가한 제니 프레스카(Jenny Freska)는 “세계에서 어떤 단어가 사랑을 많이 받는지 알고싶었다.”며 “이번 조사의 목적은 다른 나라 언어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라고 기획의도에 대해 밝혔다. 사진=슈피겔 인터넷판 서울신문 나우뉴스 주미옥 기자 toyobi@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내 책을 말한다] 역사의 힘/ 솔과학 펴냄

    ‘역사의 힘’은 오랫동안 연구하고 교육하며 발표하였던 필자의 역사칼럼집이다. 그러나 새롭게 집필한 부분이 더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모두 6부 54개 항목으로 분류하되 제1부는 시련 속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제기하고 고구려의 동북공정으로부터 신돈, 병자호란, 간도와 대원군의 통상거부 정책까지 그 속에 내재한 긍정 부정의 교훈이 무엇인가를 오늘에 되살리기 위하여 살피고 역사가 힘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제2부는 역사에서 힘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대한민국의 건국과 그에 종사한 인물들의 피나는 헌신이 스스로의 힘을 발휘할 수 있음을 실증 속에서 용솟음의 신기운을 추출해 냈다. 제3부는 ‘모든 역사는 현대사로부터라’는 원리에 따라 현대사의 올바른 이해를 위해 대한민국의 건국을 역동적이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민족사의 정통성 즉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살폈다. 결코 자학과 정체, 혼돈, 외세의존, 무질서가 아닌 민족의 도약을 위한 정당한 원천과 저력이 무엇인가를 제시하였다. 우리 역사를 객관적 타당성의 역사 이해의 서술방법을 모색하려 애를 썼다. 결코 과장이나 허장성세가 아닌 우리 민족 고유의 자주 자립의 협동심을 추출해 내려고 지혜가 가득한 고전들을 들추어냈다. 제4부는 역사에 길을 물어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여 살아가는 데 힘이 될 요소와 지혜 총명이 무엇인지를 제시하여 역사를 이해해야 하는 필연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제5부는 인간 활동의 근간은 역사를 이해하고 활용함에서 찾을 수 있는 쉬운 길이 있음에도 고통 시련 역경 속에 방황하고 있는 군상들에게 길잡이 노릇을 하게 안내하고 있다. 제6부는 5분 명상이 될 제목 속에 억울하게 평가받지 못하고 오해와 편견 속에서 역사의 아웃사이더가 된 분들을 무작위로 골라 공과 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섭리하는 차원에서 조용히 묵상의 자료로 제공한 것이다. 명암이 교차하는 분들로, 재평가 받아야 할 인물들이라고 본다. 우리 안에 역사가 있기 때문에 가장 강력한 힘을 갖는다는 역사가 제임스 볼드윈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역사가 우리를 지배하고 있어 역사는 과거의 낡은 고전이 아니고 과거 연구가 현재의 사건을 이해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한다면 우리는 역사에서 긍정적인 힘을 얻어 실재에 활용할 수 있는 것임을 분명히 증명할 수 있겠다. 이상의 54개의 대소 논설들은 다 같이 그런 맥락에서 일관되게 기 철학을 세우기 위하여 집필한 것이다. 나는 40∼50년동안 역사공부 한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 요즘같이 인문학이 푸대접받는 순간에도 말이다. 이현희 성신여대 명예교수
  • [현장 행정] 서대문구 ‘연세로 디자인거리 조성’

    [현장 행정] 서대문구 ‘연세로 디자인거리 조성’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서 연세대 앞 가도교에 이르는 ‘연세로’의 옛 명성을 되찾으려는 부흥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젊은 문화를 대표하는 거리로 이름을 날리던 연세로가 언제부터인지 홍대 거리에 그 지위를 빼앗김에 따라 자존심 찾기에 나선 것이다. 신촌상권 활성화를 구청장 선거 핵심 공약으로 내건 현동훈 서대문구청장은 24일 “연세로를 중심으로 한 신촌 거리는 과거 명실상부한 대학문화의 중심지였으나 점차 퇴색돼 가는 추세”라면서 “연세로의 컨셉트를 ‘빛과 젊음이 흐르는 거리’로 정하고 이에 어울리는 사업 구상안을 추진, 옛 명성을 재현할 터”라고 말했다. ●보도폭 넓히고 전선은 지중화 연세로는 유동인구가 하루평균 30만명이 넘는 거리인데도 3m 남짓한 보도폭으로 보행 공간이 부족하고, 간판이 무질서하게 설치돼 있어 거리 미관이 심하게 훼손된 상태다. 또 문화공간과 녹지공간, 쉼터 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에 따라 빈 공간을 문화 예술 공간으로 만들고, 다양한 문화와 계층이 공유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한편 거리 디자인을 통합해 쾌적한 거리로 만드는 내용의 ‘연세로 디자인거리 조성 계획’을 세웠다. 우선 한전과 협의해 전선을 땅 아래에 묻는 지중화사업을 진행한다. 보도폭은 4.5∼5m로 확장하고, 무려 44개에 달하는 분전함은 4개로 줄이는 등 가로시설물을 통합해 환경을 개선시킨다. 쉼터와 녹지공간이 부족한 거리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거리에는 3개의 작은 공원을 만들 계획이다. 현대백화점 앞, 홍익문고 등이 대상 지역이다. ●“서울의 대표거리로 거듭날 것” 이를 위해 구는 연세로를 ▲광고물 디자인 심의 강화 ▲환경유해물질 파나플렉스 사용 금지 ▲판류형 간판 설치 금지 ▲네온, 전광판 등 점멸 방법 사용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특화구역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특히 야간에는 가로 조명을 가능한 한 제한하고 일관성 있는 색채를 사용하는 조명 가이드라인도 설정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거리 정비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빛의 거리’라는 컨셉트에 맞게 가도교 경관 조명, 루미나리에 등 상징물을 만든다. 문화예술공원 조성, 거리전시회 개최 등으로 볼거리를 제공하고 신촌 지역의 축제를 통합하는 신촌 어울림축제를 열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유도할 계획이다. 공공시설물을 개선하는 데 40여억원, 광고물 정비사업에 8억 6000만원 등 총 50여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일부를 내년도 예산에 반영해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현 구청장은 “서울시의 적극적인 예산 지원과 지역 상인의 호응이 이루어진다면 연세로는 이른 시일내에 서울의 대표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충무로 ‘영화의 거리’ 시범조성 마무리

    오는 25일 제1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의 개막을 앞두고 시범 조성한 ‘충무로 영화의 거리(지도)’가 첫선을 보인다. 중구는 지난 4개월간 모두 20억원을 투입해 ‘충무로 영화의 거리’ 시범 조성 사업을 마무리했다고 18일 밝혔다. 영화의 거리로 탈바꿈한 곳은 중부경찰서 인근으로 충무로 3가길 180m 구간이다. 이 곳에 널려 있던 전기·전화선을 전부 지하에 묻고 전주 13본을 철거했다. 도로를 석재 판석으로 포장하고, 주변 이면도로에는 아스콘으로 깔았다. 보도블록도 새로 교체했다. 카메라 모양의 이색 조명등을 8개 설치해 영화의 거리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시범 사업에 이어 2011년까지 충무로 3가 일대의 낙후된 주변 가로환경을 개선해 한국 영화의 역사성과 상징성이 담긴 ‘걷고싶은 거리’를 조성할 방침이다. 조성되는 영화의 거리는 동서로 매일경제신문∼영락교회, 남북으로 극동빌딩∼쌍용빌딩 구간인 13만㎡규모다. 우선 충무로 3가길을 시범적으로 전기·전화선 등을 지중화한 데 이어 무질서한 옥외 간판을 정비한다. 가로등도 석등 및 영화관련 장비 모양 등으로 꾸민다. 옛 스카라극장 부지에는 영화전용 상영관과 미디어센터, 뉴미디어 체험 및 전시공간 등을 갖춘 시네마 콤플렉스를 건립할 예정이다.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지방시대] 부산은 선진도시인가/임정덕 부산대 교수

    국민 소득이나 생활 수준으로 치면 한국은 확실히 선진국이다.1인당 소득이 한국의 3배쯤 되는 일본 사람보다 한국 사람이 잘살지 못한다고 얘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한국, 특히 도시 생활은 높은 수준을 구가한다. 새롭게 들어서는 최신 건물, 날로 좋아지는 도로, 시민들의 옷차림 등에서 선진국인 일본보다 못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대중 음식은 말할 것도 없고 고급 음식점의 가격은 미국이나 일본보다 더 비싼 곳이 많은 데도 호텔 레스토랑이나 고급 음식점은 성업 중이고 더 늘어난다. 외국의 명품 제조사가 한국 시장을 노려 진출할 정도로 소비에서도 선진국 수준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어디 이뿐인가, 승용차 생산 대수와 인구 대비 보급률에서도 한국은 선진국 중 상위를 차지하는 자랑스러운 위치에 있다. 그러나 교통 질서, 교통 의식 측면에서는 도저히 선진국이라고 부를 수 없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특히 도시의 교통 및 주차 질서에서는 웬만한 후진국보다 더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또 개선의 전망도 밝지 않다. 고도 성장에 따른 자동차 보급 속도가 도로나 주차면적 공급 속도를 훨씬 넘어선 근본적인 원인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선진국 어느 나라도 도로부터 만들어 놓고 자동차를 보급하지는 않았다. 또 어느 선진국도 도로나 주차장 등의 시설 공급에 의해 도시 교통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을 쓰지 않고 있다. 미국의 로스앤젤레스는 도로율이 50%나 되지만 교통 정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의 어느 대도시도 부산과 같은 무질서한 주차 질서를 보이는 곳은 없다. 뉴욕이나 도쿄에 차가 많지 않아서가 아니다. 부산을 포함하는 한국 대도시의 주차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행정 당국이나 시민의 재산권 의식과 인권 의식 결여 및 이에 더한 패배 의식 때문이다. 자동차는 개인이나 소유주의 재산이고 소유주는 그것을 놓아 둘 장소를 확보해야 한다. 아니면 장소를 사든지 빌리든지 해야 한다. 도로는 공공의 재산이고 재산 가치도 엄청나다. 그 도로를 무단 점유, 사용하는 것은 재산권의 침해이다. 어느 누가 자기 집 경계 내에 허가받지 않은 자동차나 물건을 놓아두게 용인하는가. 고발과 처벌이 당연히 뒤따른다. 그런데 어째서 공공 재산은 마음대로 써도 되는지 알 수 없다. 10년 전에 계산해 본 바에 의하면 부산시의 도로상에 주차하는 승용차 1대 면적의 땅값 가치는 약 2000만원이었다. 도시 교통의 여건이나 자동차의 특성을 감안해 도로상의 주차가 불가피하다고 치자. 그러나 좁은 도로의 기능을 사실상 마비시키고 또 간선 도로의 두개 차선을 점유해 통행 속도를 떨어뜨리고 사고를 유발하는 책임은 어떻게 할 것인가. 간선 도로를 제외한 부산의 대부분 도로에서 보행자가 다녀야 할 인도에 차를 주차시켜 사람은 차도로 다녀야 하는 이 어처구니없는 인권 침해는 어떻게 변명해야 하는가. 보행권도 없는 사회가 인권을 논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그렇다면 차가 생활 필수품화되어 있는데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항변할지도 모른다. 돈이 없기 때문에 은행 돈을 무단으로 쓰거나 배가 고프기 때문에 아무 음식이나 공짜로 먹어도 된다고 하지는 않으면서 말이다. 어쩔 수 없다는 패배 의식을 극복하지 않는 한 도시 교통문제는 해결할 길이 없고 부산이 선진 도시가 되기는 불가능하다. 임정덕 부산대 교수
  • 용인시 신갈오거리 새단장

    신갈오거리가 확 바뀐다. 용인시는 12일 시의 주요 관문으로 자리잡고 있으면서도 좀처럼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신갈오거리 일대 도시미관을 가꾸기 위해 무질서한 간판들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사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간판정비사업을 시작으로 이 일대 우후죽순처럼 번지고 있는 안마시술소 등 퇴폐업소와 숙박업소 등의 정비에 나설 방침이다. 우선 간판정비 명목으로 20억여원의 예산을 마련해 시 이미지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이 지역 광고물 디자인을 통일감 있게 정비하고 인근 아파트단지 상가들에 빼앗긴 경쟁력 회복에 나설 예정이다. 간판정비사업은 모두 1.24㎞ 구간에 걸쳐 72개 건물 401개 점포,714개 광고물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개인 사업자들의 부담금 없이 간판을 교체하게 된다. 이를 위해 신갈오거리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조성사업에 대한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 입찰을 10월 중으로 실시하고 11월까지 업체선정을 마쳐 내년 상반기 중으로 공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용인지역 간판 제작 업체인 용인시광고협회와 용인시 건축사협회는 간판 정비 분위기 조성을 위해 자사 간판을 우선적으로 교체하는 데 참여하기로 했다. 공정한 입찰 관리와 사업 추진에 따른 민원을 최소화해 나갈 방침이다. 이와 함께 이 일대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는 불법노래방과 안마시술소, 숙박업소 들에 대한 일제 정비에도 나설 예정이다. 신갈오거리는 경부고속도로를 통해 용인시로 진입하는 관문으로 인근에 한국민속촌과 경기박물관, 신·구갈 신시가지와 동백지구 등이 위치하고 있어 정비사업을 통한 시 이미지개선작업의 필요성이 줄곧 대두돼 왔다.용인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종묘광장 제모습 찾는다

    종묘광장 제모습 찾는다

    연내 종묘광장에 대규모 녹지공간이 조성되고, 내년부터는 종묘광장 성역화 사업(조감도)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10일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와 종묘광장을 역사와 문화 공간으로 복원하는 ‘종묘광장 성역화 사업’을 2010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종묘는 조선왕조의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가 모셔진 제례 공간으로 사적 제125호로 지정돼 있다.1995년에는 유네스코가 세계적으로 독특한 건축 양식을 지닌 의례공간으로 인정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했다. 그러나 출입구인 종묘광장에는 각종 불법 노점상, 무료급식장, 노인을 상대로 한 성매매, 집회·시위 등 불법행위가 자행되면서 위상이 훼손됐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1단계 성역화 사업으로 무질서의 원인이 된 주요 요인부터 정리했다. 우선 단속요원을 상설 배치해 노점상과 이동식 노래방을 철거하고, 경찰과 합동으로 노인 대상으로 성매매를 하는 속칭 ‘박카스 아줌마’에 대한 단속을 벌였다. 또 무료급식소를 인근 노인복지센터 3곳으로 분산 이전하고, 대형버스 주차장을 광장 외부로 옮겼다. 정비된 자리는 연내 녹지로 조성하고, 내년 1월에는 술과 음식물을 파는 매점과 자판기까지 완전히 철거해 1단계 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시에 따르면 1단계 사업 추진 결과 고정적으로 광장을 이용하던 인원이 하루 3500명에서 2100명으로 40%가 줄었고, 종묘를 관람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시민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시는 내년부터 2010년까지 종묘광장 안에 있는 문화재를 복원하는 2단계 사업을 추진한다. 어도(임금이 다니는 길), 홍살문(궁전·능·묘 등의 앞에 세우는 나무문), 하마비(말에서 내려 걸어가는 지점을 표시한 비석), 어정(임금이 마시던 우물), 피맛길(평민들이 다니던 골목), 순라길(순찰하던 길) 등의 문화재를 복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투입되는 예산은 42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단풍 이달중순 절정

    단풍 이달중순 절정

    설악산 단풍이 8부 능선까지 내려왔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9일 “올가을 더운 날씨가 지속되는 바람에 단풍이 제 빛깔을 내지 못했지만 지난주말 전국에 비가 내려 습도가 적당하고, 일교차가 커져 이번 주말부터는 예년보다 곱고 아름다운 오색단풍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달 중순부터는 지리산, 오대산, 치악산공원의 단풍이 물들고 계룡산, 가야산 등으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공단은 10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 ‘가을 단풍철 불법무질서행위 근절기간’으로 정하고 불법주차, 취사, 흡연, 백두대간 보호지역의 샛길출입 등 위법행위를 적극 단속하기로 했다. 위법행위에는 자연공원법에 따라 10만∼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현장 행정] 중구 ‘남대문시장 살리기’

    [현장 행정] 중구 ‘남대문시장 살리기’

    3일 서울 남대문시장의 액세서리 전문상가인 ‘원랭땅’ 2층. 이곳을 찾은 정동일 중구청장이 “요즘 경기가 어떻습니까.”라고 물을 때마다 점포 주인들은 “손님이 너무 없어 죽을 맛”이라고 하소연했다. 간담회에 참가한 상가 운영 회장들도 “남대문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동일 구청장이 늙은(?) 재래시장 ‘남대문시장 구하기’에 나섰다. 그는 이날 해외시장 개척 설명회와 민원을 즉석에서 해소하는 것으로 첫 행보를 내디뎠다. ●별별 민원을 다 쏟아내다 “남대문시장의 입구 8곳을 화려하게 꾸몄으면 좋겠다.” “남대문상가 옥상 건물은 모두 무허가인데 이를 합법으로 전환해달라.” “무질서한 노점상 문제 처리가 시급하다.” “여유 공간에 휴게실을 만들어달라….” 7명의 상가 운영 회장들은 다양한 민원을 쏟아냈다. 정 구청장은 이와 관련, 남대문시장 내의 여유 공간에 쉼터 조성을 즉석에서 약속했다. 또 가로등 설치 확대와 전봇대 지중화사업을 서두르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구청권한을 벗어난 민원도 적지 않았다. 정 구청장은 “남대문시장의 변화와 개발을 주도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많다.”면서 “시에 최대한 건의하고,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정책으로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해외시장 개척과 고유 브랜드 개발해야 정 구청장은 남대문시장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시설 현대화뿐 아니라 해외시장 개척과 고유 브랜드를 해결책으로 내놓았다. 정 구청장은 “재래시장으로 경쟁력을 갖추려면 우선 주차장 확보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시장의 일부를 공원화하고, 지하에 주차장을 건설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또 “고객을 끌어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외에 판로를 개척하는 것이 글로벌 시대에 더 현명한 선택”이라면서 “이를 위한 고유 브랜드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는 현재 남대문 시장과 명동·남산 등을 연계한 관광 활성화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하지만 상인들은 사진을 찍고 가는 시장이 아니라 쇼핑하는 시장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대문시장의 고객 수는 하루 20만∼30만명. 이 가운데 외국인은 7000∼1만명 안팎이다. 점포 수는 모두 1만 172개다. 예년과 비교하면 하루 고객 수는 10만명 가까이 줄었다. 신철원 서울남대문시장(주) 상무는 “장사가 안돼 남대문시장을 떠난 상인이 전체의 3∼4% 정도 된다.”고 했다. 이성재 원랭땅 액세서리상가 운영회장은 “빈 점포가 갈수록 늘고 있다.”면서 “특히 중국의 저가 공세로 수출물량이 70%에서 55%로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김시길 서울남대문시장(주) 사장은 “침체화하고 있는 상권 회복을 위한 현실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부의 기원/에린 바인하커 지음

    복잡계(complex system)란 작은 요소들이 상호작용하면서 거시적인 패턴을 만들어 내는 조직체계를 말한다. 복잡계는 구성 요소의 상호작용이 고도로 불규칙적이기 때문에 무질서해 보이지만 혼돈상태에 빠지지 않고 끈임없이 새로운 질서를 형성한다. 복잡계 경제학 또한 경제를 균형적인 것으로 보지 않고 불균형한 상태에서 수많은 행위자들의 상호작용에 따라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으로 이해한다. 메뚜기가 진화의 과정에서 번식 등 각종 지식 체계를 몸 안에 수용해왔듯이 경제도 차별화, 복제 등의 과정을 거쳐 발전해온 만큼 부는 지식이고 부의 기원은 진화라는 것이다. ‘부의 기원’(에린 바인하커 지음, 안현실ㆍ정성철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은 경제학에서 가장 오래된 질문인 부의 근원을 추적하면서 갈수록 많은 동조자들을 모으고 있는 복잡계 경제학이라는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경영 현장에서도 복잡계를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기업 현실을 생태적 차원에서 분석하여 공생의 방안을 찾거나, 산업경기순환의 메커니즘을 밝혀내고 바람직한 대응전략을 찾으려는 움직임 등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복잡계센터를 설립한 것도 이런 노력의 연장선상에 있다. ‘부의 기원’의 지은이는 매킨지&컴퍼니의 선임고문으로 ‘포천’지에서 ‘새로운 세기의 비즈니스 리더’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책에선 복잡계 경제학의 연구성과를 집대성하면서 경제 현상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취했다. 예를 들면 경제 주체인 인간을 이기적인 존재로 보고 정부의 간섭을 배제해야 한다는 우파의 논리나 인간을 이타적인 존재로 보고 탐욕과 이기심을 초래하는 사회 구조를 타파해야 한다는 좌파의 논리 모두를 비판한다. 사회주의에는 경제가 너무 복잡해 중앙계획으로는 감당할 수 없게 되었으며, 신고전학파에는 시장이 효율적이고 정부 개입이 배제돼야 한다는 논리는 환상일 뿐이라고 지적한다.2만 8000원.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이렇게 달라졌어요] 강동구 ‘일자산 자연공원’

    [이렇게 달라졌어요] 강동구 ‘일자산 자연공원’

    강동구 ‘그린 웨이’의 시발점인 일자산(해발 150m).4년 전만 하더라도 이곳은 무분별한 경작으로 자연 경관이 크게 훼손된 채 방치된 허허벌판이었다. 하지만 끝자락에 ‘허브-천문 공원’이 들어서고, 잔디 광장이 조성되면서 자연이 살아 숨쉬는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연내에 초화류원과 다양한 체육시설까지 들어서면 여느 국립공원 못지않은 볼거리와 즐길거리로 넘치는 명품공원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전(前)=무질서로 몸살을 앓던 일자산 일자산 상단부 58만 3000㎡는 1971년 공원으로 지정됐다. 문제는 하단부. 개발제한구역임에도 불구하고 무질서한 경작 행위와 무허가 체육시설 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배드민턴장은 무려 8곳이나 난립해 산 곳곳에 상처를 냈다. 또 불법 컨테이너나 비닐하우스 등도 비집고 들어왔다. 2004년 환경 훼손과 미관을 해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강동구는 일자산 하단부 12만 5000㎡를 공원으로 지정하고 토지 매입에 나섰다. 토지 보상비만 253억원을 투입했다. 무단 경작지가 정비되고, 배드민턴장 8곳은 철거됐다. 훼손된 녹지는 복원 절차에 들어갔다. ●후(後)=하루 수천명이 찾는 이웃 같은 자연공원 일자산 자연공원은 크게 생태공원과 약수터, 화훼원, 배수지, 방아다리지구로 구성된다. 이중 훼손이 가장 심했던 방아다리지구가 빠르게 녹지로 복원되고 있다. 무분별한 경작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사유지는 지난 5월 4500㎡ 규모의 잔디광장으로 바뀌었다. 산책로와 체력단련 시설도 조성되면서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올 12월이면 볼거리가 더 늘어난다. 잔디 광장과 허브-천문공원을 잇는 산자락에는 야생초화지와 초지가 형성된다. 특히 동물들이 이동할 수 있도록 생태 이동통로를 만들고, 그 위에 덤불류 등을 심는다. 자연 지형을 감안한 곡선형 지붕과 투명 유리로 감싼 실내 체육관도 짓는다. 탁구장과 헬스장으로 사용된다. 또 인라인스케이트와 스케이트보드를 탈 수 있는 ‘X-게임장’도 들어선다. 기존 화훼원지구는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화훼 전시와 판매시설을 조성하고, 일자산 전체 등산로와 연계시킨다. 일자산 끝자락에는 지난해 9월 허브-천문 공원이 꾸며졌다. 원래는 대형 지하 물탱크가 있던 곳으로 흙으로 덮어 ‘허브와 별들의 천국’을 만들었다. 허브 식물 125종 3만 2000본이 심어져 있다. 하루 평균 2000여명의 시민이 찾는 명소가 됐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Zoom in 서울] ‘명물 노점거리’ 10월 첫선

    [Zoom in 서울] ‘명물 노점거리’ 10월 첫선

    일본 후쿠오카나 홍콩에서 볼 수 있었던 산뜻한 디자인의 명물 노점상 시범가로(시범거리)가 오는 10월쯤 서울에 등장한다. 서울시는 8일 무질서하게 시내 곳곳에 자리잡은 노점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들을 한 곳에 모아 시간제로 영업하도록 하는 노점 시범거리를 만들기로 하고, 노점 디자인 표준안 10개를 확정해 발표했다. 노점상 시범거리는 25개 자치구마다 한 곳을 원칙으로 하되 여건에 따라 더 둘 수 있다. ●공산품·조리음식·농수산물용 등 세분화 이번에 마련된 디자인 표준안은 교수·디자이너 등 외부 전문가 5명에게 의뢰해 고안한 것으로 공산품·조리음식·농수산물용 등으로 나뉜다. 각 자치구는 이 표준안들 가운데 하나를 선택, 자치구 특성에 맞게 바꿔 시범가로에 적용한다. 제작 비용 300만원은 노점상이 부담하고, 도로점용료 등은 별도로 내야 한다. 이 표준안들은 9월부터 서울광장에 실물로 제작, 전시돼 노점상이나 시민, 자치구 관계자들이 둘러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방태원 서울시 건설행정과장은 “실제 노점상들의 요구와 편의성, 거리 미관, 기능성, 경제성 등을 고려해 디자인 안을 만들었다.”면서 “오는 10월 중 이태원과 뚝섬, 영등포 신세계백화점 근처 등 10여곳에 시범거리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업 희망시 2000만원까지 지원 시는 시범거리 사업 결과에 따라 노점 새 단장 사업을 시내 전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노점상 가운데 시범거리에 들어가지 않고 전업을 희망하는 경우 서울신용보증재단 보증을 통해 2000만원까지 지원하고, 담보가 있으면 5000만원까지 창업자금을 지원한다. 또 별도의 직업교육도 실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노점상거리에 들어가지 않는 불법 노점을 계속하는 경우에는 지속적인 단속을 펼칠 계획이다. 한편 25개 자치구 가운데 양천구는 노점상이 많지 않다는 이유로, 은평구는 장소 문제로 시범거리 조성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서울신문 창간103주년] 문화키워드

    [서울신문 창간103주년] 문화키워드

    ■ 신문 연재소설로 본 시대상 신문 연재소설에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심과 열망과 한숨이 배어 있다. 이것은 대중과 호흡을 함께해 나가는 신문이 그들의 이목을 끌고 그들을 지면에 이끌어 들이고자 만들어 내는 현상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신문 연재소설을 써나가는 주체란 단순히 작가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신문과 독자, 그리고 그들과 함께 당대를 만들어 나가는 사회 그 자체라 할 것이다. 우리는 저 멀리 ‘대한매일신보’가 숨쉬던 구한말에서 애달픈 식민지 시대, 해방공간, 한국전쟁, 긴 독재체제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아주 긴 목록의 신문 연재소설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한국인들이 무엇을 알고 싶어 했고 무엇에 아파했으며 무엇을 원했는지 보여준다. 신문 연재소설은 우리에게 당대의 문화적 코드가 무엇이었는지 알려준다. 신문 연재소설을 통해 당대의 문화키워드를 살펴본다. 구한말의 문화적 키워드는 단연 나라 지키기에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당시 애국계몽을 표방한 신문 ‘대한매일신보’에는 ‘소경과 안즘방이 문답’(1905.11.17∼12.3),‘거부오해’(1906.2.20∼3.7) 같은 작품들이 연재되었다. 이 과도기적 ‘소설’들에는 어떻게 기울어가는 나라를 개혁할 것인가, 외세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복합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1910년대의 지식인들은 국권을 침탈당한 비극적 분위기 속에서 현실을 헤쳐나갈 수 있는 길을 여전히 유학과 교육과 계몽에서 찾았다. 문단으로 보면 이때는 이광수와 최남선의 시대였다. 이광수의 ‘무정’(‘매일신보’,1917.1.1∼6.14)은 경성학교 영어교사인 이형식과 기생 영채의 사랑의 엇갈림을 그리면서 그들, 그리고 과거와 현재가 하나가 될 수 있는 길을 새로운 학문을 위한 유학에서 찾았다. 여기서 이광수는 과학이라는 새로운 구호를 제창했다. 1920년대는 3·1운동의 좌절이 가져다 준 절망적 분위기 속에서 고독한 자아의 구원을 열망하는 흐름과 절망을 대신할 새로운 사회적 희망을 추구하는 흐름으로 나뉘었다. 어머니를 잃고 오빠와 함께 살아가는 혜숙의 가련한 운명을 그린 나도향의 ‘환희’(‘동아일보’,1922.11.21∼1923.3.21)는 전자의 흐름을,3·1운동의 좌절을 배경으로 순영과 봉구의 사랑과 죽음, 기약을 그린 이광수의 ‘재생’은 후자의 흐름을 대변한다. 1930년대는 어두운 현실에 대한 인식과 식민지 근대의 성숙 과정에서 배태된 대중문화, 그리고 여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때였다. 한 예로 염상섭의 ‘삼대’(‘조선일보’,1931.1.1∼9.17)는 타락한 윗세대와 사회주의 운동이 풍미한 복잡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삶의 균형을 고민하는 새로운 세대의 주인공을 그리고 있다. 1940년 8월10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폐간되자 신문 연재소설의 현장은 다시 ‘매일신보’로 넘겨졌다. 이태준, 채만식, 박태원, 이효석 같은 대작가들은 가혹한 천황제 파시즘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체제의 강압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고민과 문제의식을 그들의 소설들에 각인시켰다. 예를 들어 이효석의 ‘창공’(‘매일신보’,1940.1.25∼7.28)은 천일마라는 주인공이 만주 하얼빈에서 만난 러시아 여성 나아자와 결혼하여 함께 조선의 문화를 공유해 나가는 이야기를 통해 천황제 파시즘의 대동아주의 이데올로기에 균열을 냈다. 해방공간과 한국전쟁 발발에 이르기까지 잠시 침체한 양상을 보였던 신문 연재소설이 새로운 활력을 얻게 된 것은 1950년대였다. 대중의 폭발적인 반향을 얻으면서 논쟁에까지 휩쓸려 이른바 낙양의 지가를 올린 정비석의 ‘자유부인’(‘서울신문’,1954.1.1∼8.9)은 대학의 국문학 교수 장태연과 그 부인 오선영의 뒤얽힌 생활상을 통해 당대의 문화 풍속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1960년대에 들어서자 한국사회는 군사독재 체제, 산업화, 타락과 부패라는 복합적인 문제들에 봉착하게 된다. 손창섭의 장편소설들, 예컨대 ‘이성연구’(‘서울신문’,1965.12.1∼1966.12.30)나 이호철의 ‘서울은 만원이다’(‘동아일보’,1966.2.8∼10.31) 같은 작품들은 대도시화한 서울을 배경으로 간척사업, 공공사업 등과 같은 당대적 사건들을 다루면서 물신주의가 팽배한 1960년대 사회의 기묘한 위선, 타락, 무질서, 음모를 그려나갔다. 1970년대에 들어서자 민중이 사회적 관심사로 부상하기 시작한다. 군사독재와 산업화 속에서 짓눌린 민중에 대한 관심은 수많은 문제작들을 낳았던바 신문 연재소설에서 이것은 대하소설이라는 문제적인 양식과 접맥된다.‘서울신문’에 1979년 6월부터 1983년 2월까지 약 4년에 가깝게 연재된 김주영의 ‘객주’는 보부상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조선 후기 역사적 상황과 생생한 민중생활 양상을 풍부하게 재현한 문제작이다.‘한국일보’에 1974년부터 1984년까지 10년씩이나 연재된 황석영의 대하소설 ‘장길산’도 단 몇 줄의 역사기록밖에 없는 인물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민중의 애환과 바람을 그린 작품이었다. 1980년대에서 1990년대로 이어지는 역사적 격변의 시대에 신문 연재소설의 주된 테마를 이룬 것은 한국현대사에 대한 관심이었다.1983년부터 잡지에 연재하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태백산맥’에 이어 1998년부터 ‘한겨레신문’에 연재한 조정래의 대하소설 ‘한강’은 파란으로 점철된 한국현대사에 연속성을 부여하려 한 작가적 신념의 소산이다. 여러 곳에 나뉘어 연재되면서 1994년에 완간된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되어야 할 거작이다. 2000년대에는 민주주의가 사회적 원리로 정착해 나가는 대신에 자본주의의 물질적 독점력이 새로운 문제로 부각된다. 고도로 국가화·독점화한 자본주의가 과거의 정치적 독재를 대신하여 새로운 권력적 힘을 발휘하는 시대가 바로 2000년대다. 경제적 갈등, 반목과 생존 경쟁, 물신주의가 이처럼 일상을 확고히 지배한 시대는 일찍이 없었다. 여기에 민주주의가 낳은 정신적 타락 및 비속화·비소화한 시민들의 삶은 새롭고 숭고한 정신적 가치를 찾아 헤맨다. ‘서울신문’에 2004년 1월5일부터 최근까지 장기간 연재됐던 최인호의 ‘유림’은 그러한 숭고에 대한 열망이 투영된 소설이라고 하겠다.‘상도’에서 ‘유림’에 이르는 최인호의 집필과정은 시대의 추이를 예민하게 감지할 줄 아는 능력의 존재를 시사한다. 이렇듯 신문 연재소설은 한국사회 및 대중의 관심사와 그 문화적 추이를 깊이 있게 받아들이고 촉진한 시대의 바로미터와 같은 역할을 해왔던 것이다. 방민호(문학평론가·서울대 국문과 교수) ■ 서울신문 연재소설 소개 ▶ 소경과 안즘방이 문답 1905년 11월17일부터 12월3일까지 대한매일신보에 연재된 개화기 신소설로 신문에 실린 최초의 소설 형태의 글이다. 개화로 인해 생활이 어려워진 복술가 소경과 망건장수 앉은뱅이의 대화가 전개되는 문답체로 자주적 국권 의식을 강조하는 작품이다. ▶ 무정 1917년 1월부터 6월까지 이광수가 매일신보에 연재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장편소설이다. 한국 현대 문학의 출발점이 된 작품으로 근대문명에 대한 동경과 신교육 사상, 자유연애 찬양, 남녀 평등 사상 등을 주제로 내세우면서 대중계몽 역할을 꾀해 독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근현대문학 사상 가장 많이 읽혀지고 연구되어온 이광수의 대표작이다. ▶ 자유부인 1954년 1월부터 8월까지 서울신문에 연재된 작품으로 한국 신문 연재 소설 사상 최고의 화제를 낳았다. 성윤리에 대한 논란을 비롯, 갖가지 유행어를 탄생시키며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정비석의 화제작. 대학교수 부인 오선영의 ‘일탈’를 통해 6·25전쟁 직후 만연한 퇴폐적인 사회 풍조와 전쟁 미망인들의 취업상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 객주 1979년 6월6일부터 1983년 2월29일까지 서울신문에 1465회 연재돼 역사소설의 새 지평을 연 작가 김주영의 역작.3부작으로 구성됐으며 조선 후기 보부상과 노비, 관료, 농민들의 갈등과 유착을 다루며 당시 사회의 변동상을 그려냈다.19세기 말의 풍속을 구체적으로 재현했으며 평민층의 입말을 잘 살려내 사실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 유림 1977년 서울신문에 소설 ‘파란 꽃’을 첫 연재한 최인호가 2004년 1월5일부터 2006년 12월30일까지 연재한 장편소설. 유교가 흘러온 2500년의 역사를 조망한 작품으로 왕도국가를 세우려다 실패한 조광조와 이상국가를 꿈꿨던 공자, 성리학을 발전시킨 퇴계 이황 등 유학자들의 삶을 엮었다.‘유림’은 유교와 유학자들을 소설로 형상화해 독자들의 많은 호응을 얻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프론티어 5인이 말하는 미래 문화키워드 서울신문은 창간 103주년을 맞아 문화계 인사들로부터 미래 사회의 문화를 이끌 화두가 무엇인지 들어봤다. 문학·영화·방송·음악·미술 방면의 전문가 5명은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렵다면서도 명징한 키워드로 향후 문화에 대한 전망을 제시했다. ‘예술가 사회’‘글로벌’‘탈경계’‘다양화’‘탈장르’ 등으로 요약되는 이 문화 핵심어들은 저마다 고유한 속성을 지니면서도 의미있는 공통분모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진지한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 “장르파괴 가속화” 최완규 ‘주몽’ 드라마 작가 “앞으로는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가 점점 줄어들 것입니다. 물론 지금까지도 드라마 연출자가 영화 감독을 맡거나 영화제작사가 드라마를 제작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이렇다할 성공 사례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제작인력의 양분화가 점차 미미해지고 두 장르간 벽을 허무는 사례들이 쏟아져 나올 것입니다.” 국민 드라마 ‘주몽’의 최완규(43) 작가는 미래 방송계의 키워드를 이처럼 ‘탈경계’란 말로 압축해 표현했다.‘종합병원’‘허준’‘올인’ 등 사극과 현대물을 오가며 인상깊은 작품들을 남겨온 그는 현재 그 자신도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에 미드(미국 드라마) 열풍이 불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미국 사람들도 새삼스럽게 미드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할리우드의 우수한 영화 제작인력과 기획력이 드라마로 대거 투입된 결과로 볼 수 있어요. 우리도 이같은 탈경계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드라마 제작환경은 아직까지 그리 여의치 않다. 최 작가는 “현재 방송사·외주제작사들은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십중팔구는 제작비를 맞추지 못해 적자를 떠안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드라마는 한류 열풍을 등에 업고 규모를 급속도로 키워 왔지만, 그 수혜가 몇몇 연기자와 작가들에게 집중되는 등 문제점도 함께 키워 왔다.”고 덧붙였다. 최 작가는 “‘CSI’나 ‘프리즌 브레이크’는 작가 한명의 머리에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작품”이라며 “무엇보다 사전제작을 염두에 둔 시리즈물이 일반화돼야 하며, 밀도 높은 작품을 위한 집단창작시스템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권고도 잊지 않았다. 시청률이나 해외 마케팅에 신경쓰기 앞서 ‘질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은 시청자들이 먼저 알아 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도 강조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프로·아마 벽 무너져” 김영하 소설가 “미래는 모두가 예술가가 되는 세상입니다.‘예술가 사회’라 하면 어떨까요?” 소설가 김영하(39)는 20세기 후반, 자본가가 된 우리 모두는 21세기가 끝나기 전에 예술가가 될 거라 장담했다. “요즘 삼청동에 가보면 사진기자들이 쓸 만한 장비를 들고 수백명이 순례를 하고 있어요. 모든 예술의 진입장벽이 낮아진 거죠.” 그는 프로가 좋은 작품을 만들고 아마추어가 ‘후진’ 작품을 만들 것이라는 경계는 무너질 것으로 내다봤다.“문학이야말로 아마추어가 하는 겁니다. 뭐든 쓸 수 있죠. 랭보와 카뮈도 아마추어였어요. 문학사는 아마추어가 쓴 엄청난 작품을 많이 알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영하는 ‘개인’도 미래의 문화 키워드로 꼽았다. 사람들간에 공통적인 경험이 줄어들고 다른 처지에서 세상과 직면하기 때문이다. 그는 1950년대,60년대 문학과 같은 트렌드는 사라지고 작가 개인의 문체 특성이 한층 심화될 것으로 전망한다.“문학도 이제 개인의 내면과 경험을 제출하는 방식입니다. 김영하 다르고, 박민규 다르죠. 공통분모를 찾는 건 부질없는 노력입니다. 서구 비평가들이 하듯 한 작가에 천착하게 되고 작가는 우주의 별처럼 존재하게 될 것입니다.” 그는 장편소설 대망론을 믿으면서도 최근 출판사와 일부 언론에서 일고 있는 ‘장사 논리’는 경계했다.“문학을 해외시장에 수출하기 위해, 일본 문학에 대응하기 위해 장편소설을 내라는 건 박정희 시대의 논리죠. 요즘 일부 언론에서 만든 문학상이나 출판사들은 새로운 네이밍을 통해 작가들에게 대중소설이라는 수요를 창출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필요로 하는 건 독자들이 원하는 거죠. 잘 된 장편은 독자를 일주일간 기쁘게 해줍니다.” 김영하는 ‘예술가 사회’에선 모두가 행복해질 거라고 내다봤다.“미래에 나쁜 일만 생길 거라 보는 문화적 비관주의는 언제나 실패해왔습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영어제작으로 월드마켓 공략” 이승재 LJ필름 대표 “향후 한국영화 산업을 지배할 키워드는 ‘글로벌’이다.” 이승재(43) LJ필름 대표는 “지난 15년 동안 꾸준히 성장해온 한국영화 산업은 현재 한계점에 다다랐다.”면서 “이제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인력, 유통 등 성장을 담보하는 제반 여건이 다 갖춰진 한국영화 내수시장은 더이상 ‘파이’를 늘릴 수 없는 상태라는 것. 그는 비용 대비 수익률이 마이너스 30∼40%에 달하는 현 시점에서 대안은 해외시장 개척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영화를 잘 만들어 수출하는 단순한 차원을 넘어 우리의 문화를 영어로 제작해 알리는 방식이 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이나 아프리카 영화인들이 자신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세계 공용어인 영어로 제작해 알렸듯이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는 ‘괴물’을 예로 들면서 아무리 훌륭한 콘텐츠라도 자국 언어로 제작되면 ‘월드 마켓’에서 뛰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전망을 대변하듯 올들어 충무로에서는 해외 합작이 심심찮게 추진되고 있다. 나우필름이 미국 영화사 VOX3과 손잡고 만든 첫번째 합작영화 ‘두번째 사랑’이 얼마 전 한국 관객과 만났고, LJ필름 또한 ‘프린세스 줄리아’를 한·미합작으로 제작한다. 영화는 조선의 마지막 황태손이었던 이구와 그의 미국인 부인 줄리아 멀록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와호장룡’ 등을 제작한 미국 유니버셜 포커스와 손잡은 이 영화는 현재 시나리오 마무리 단계에 있다. 이 대표는 “미국에서 2억달러를 벌어들인 그리스 영화 ‘나의 그리스식 웨딩’처럼 한국적인 소재이면서도 다같이 공감할 수 있는 ‘크로스컬처 아이템’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대가보다 다수 결집 창작 증가” 김현철 작곡가 겸 가수 가수 김현철(39)은 미래 대중음악의 키워드로 ‘다양화’를 제시했다. 그것은 또한 21세기와 이전의 대중음악을 구분짓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2000년 가까이 전해져 내려온 음악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0년쯤 전입니다. 대중에게 대량으로 접근할 수 있는 음반이란 형태의 ‘디바이스(도구)’가 등장한 덕분이죠. 현재도 CD를 거쳐 MP3 등으로 더욱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고요. 이런 다양한 형태의 도구들이 급격한 음악시장의 변화를 가져왔고,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튈지는 아무도 쉽게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21세기 대중음악의 트렌드는 소수의 대가가 아니라 다양한 뮤지션들이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 특징. 방송과 몇몇 가요제가 가수 등용문의 전부였던 예전과 달리 UCC 등을 통해 누구라도 쉽게 가수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대중이 음악을 접하는 도구 또한 공중파 방송 일변도에서 모바일, 케이블 음악방송, 인터넷 음악전문 사이트 등으로 다양하게 재편되고 있다. “음악을 전달하고 수용하는 도구의 확대는 음악가들에게 더욱 다양한 음악을 생산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장르의 융합단계는 이미 넘어섰습니다. 이제 모바일에 적합한 음원은 물론, 데커레이션 음악(장난감에 사용되는 음악)까지도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다양성이 양질의 음악 생산까지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공연문화가 활성화되면서 ‘공연 브랜드’가 많이 등장하게 될 겁니다. 또한 음악가와 다양한 ‘디바이스’를 연결해주는 기획·프로모션 부문에 현재보다 한층 진보된 ‘새로운 사람들’이 등장하게 될 겁니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표현도구 다양화” 정연두 최연소 ‘올해의 작가’ “한국 현대미술의 미래는 밝고 발전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동안 작품의 질에 비해 저평가돼 왔죠.” 회화, 조각 등으로 경계를 나누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한 현대미술. 사진,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독특한 접근방식을 보여주는 작가 정연두(38) 역시 한마디로 규정하기 힘들다.‘탈장르’로 규정되는 현대미술의 흐름을 그는 멀티 플레이어적인 작업으로 보여준다. 국립현대미술관이 95년부터 매년 뽑는 ‘올해의 작가’에 30대로는 처음 선정된 정연두는 현대미술의 변화와 흐름을 잘 보여주고 대처하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무형에 의해 지배되는 유형’처럼 현대 미술에서 장르의 경계를 만드는 것 자체가 우습다.”며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확실한 세계가 있다면 어떤 표현매체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 역시 대학에서는 조소를 전공했지만 요즘 주로 사용하는 표현방식은 사진과 비디오다. 정연두는 앞으로 그처럼 작품활동만 하는 한국의 전업작가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전업작가 한 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한 작가를 공부하고, 응원하는 팬이자 컬렉터가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지금은 대한민국 인구의 겨우 1%가 컬렉터지만, 그 수가 늘어나면 전업작가 시스템도 더욱 탄탄해질 것으로 보인다. 작가들은 일회성이 아닌 꾸준한 작업태도를 견지할 수 있고, 컬렉터층도 극소수의 부유층이 아닌 개미군단으로 넓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의정부 중앙로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의정부 중앙로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유럽 거리처럼 변했어요.” 의정부시 중앙로가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조성 시범사업 평가에서 경기도내에서 1위를 차지했다.20일 의정부시에 따르면 시는 10억여원을 들여 도심 중앙로 건물에 들쭉날쭉 붙어 미관을 해쳐온 간판들을 정비하고 거미줄처럼 얽히고 설켜 있던 전선을 지중화했다. 무질서한 돌출간판을 없애고 건물 1층은 입체형 글자를 부착하고 간접조명을 설치해 야간에도 활기찬 거리로 꾸몄으며,2∼3층은 입체형 글자만을 설치해 깔금한 모습을 유지토록 했다. 시민들도 매주 주말이나 밤에는 중앙로를 산책로로 이용하고 있다. 주변 상가들도 경기침체를 극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의정부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프렌치 리포트] (30·끝) 각계인사 방담

    [프렌치 리포트] (30·끝) 각계인사 방담

    지난해 10월20일부터 이어진 장기 기획물 ‘프렌치 리포트’를 통해 프랑스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반을 짚어봤다. 프랑스에 대한 환상과 오해 혹은 편견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프랑스를 올바로 알린다는 취지로 시작된 이 시리즈를 마무리하면서 프랑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각계의 인사들을 초대해 방담을 가졌다. 참석자들은 “프랑스는 민주주의 역사가 길고 이성이 지배하는 사회로 한국이 배워야 할 부분이 많지만 프랑스에 대해 무조건적인 환상을 갖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도산공원에서 진행된 이날 방담에는 로레알코리아의 클라우스 파스벤더 사장, 프랑스국제방송(RFI)의 토마 올리비에 기자, 패션컨설턴트 심우찬씨가 참석했다. 파스벤더 사장은 함부르크 출신의 독일인이다. 학업과 업무를 위해 12년간 프랑스에 거주했고,10년전부터 프랑스의 화장품 전문기업 로레알에서 일하고 있다.2004년 4월 로레알 코리아 사장에 취임했다. 올리비에 기자는 파리에서 태어나 자란 정통 파리지앵. 특파원으로 한국 생활을 시작한 것은 1년 10개월 전이다. 한국외국어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한 심우찬씨는 20년전 파리에 건너가 패션스쿨 에스모드에서 2년간 수학하고 파리 8대학에서 불문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국내외 럭셔리 브랜드의 글로벌마케터로 활약하고 있다. ▶한국인들은 ‘프랑스’하면 명품과 향수, 패션, 와인 등을 떠올린다. 프랑스에 대해서도 대체로 화려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올리비에 기자 그런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극소수의 사람들, 극히 일부분에 국한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오트쿠튀르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고급 패션산업이지만 이에 대해 프랑스인들은 별로 관심이 없다. 실제로 너무 비싸기 때문에 이를 누릴 수 있는 사람은 상류층이나 성공한 연예인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프랑스 사회는 화려하지도, 낭만적이지도 않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많은 사회문제들로 고민을 하고 있다. 거주지가 불분명한 사람들(SDF)도 많고, 실업 문제도 심각하다. 이런 부분을 잘 알지 못하고 외국인들이 프랑스에 와서 많이들 놀라는데 사람사는 곳은 어디나 다 마찬가지 아닌가? 어느 나라든 있는 그대로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심우찬씨 프랑스에 처음 갔을 때 거리에 있는 사람들의 패션이 너무 평범한 것을 보고 매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패션의 나라’라는 기대감이 여지없이 무너졌기 때문이었다. 풍경은 낭만적이지만 사람들은 불친절하고 거리도 생각한 것보다 너무 지저분했다. 일반적으로 낭만적인 영화나 소설에서 프랑스를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환상을 가졌는데 실제와 너무 달랐다. 관용을 중시한다고 들었는데 실제 프랑스인들은 매우 자기 중심적이었다.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에 그만큼 실망도 컸던 것 같다. ▶그곳에서 생활해야 하는 외국인들에게는 여러가지로 힘든 점이 많다. -심씨 관광객들은 잠시 파리를 다녀가면서 파리의 아름다운 외관에 감탄한다. 루브르 박물관이나 오르세 미술관을 보면서 문화적인 풍요로움을 부러워한다. 그러나 실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는 여러가지 불편함이 많다. 외국인에 대해 차별이 없다고 하지만 생활해 보면 엄연히 차별은 존재한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우파 정권이 집권한 이후 외국인에 대해 더욱 배타적으로 변하는 것 같아 아쉽다. ▶프랑스 출신의 유명인에 대해서도 한국인들은 나름대로의 선호도가 있다. 실제와는 얼마나 거리가 있나. -올리비에 기자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알랭 들롱과 소피 마르소가 굉장히 인기가 있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 알랭 들롱은 한국의 독자들도 얼마전 칸 영화제에서 전도연씨에게 수상하는 그의 변해버린 모습을 봤겠지만 한물간 늙은 배우이다. 소피 마르소는 ‘훌륭한 배우’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반면 프랑스인들은 지네딘 지단을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라고 생각하고 은퇴한 지금도 그를 매우 좋아한다. ▶프랑스가 가진 최대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파스벤더 사장 프랑스의 육아 지원제도는 유럽에서도 알아주는 수준이다.3세부터 유아원에 다니는데 이렇게 어려서부터 공동생활을 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아주 훌륭한 효과를 가져다 준다. 여럿이 어울려 함께 놀면서 사회성을 키울 수 있고,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다양성에 익숙해지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문화도 터득하게 된다. -올리비에 기자 의료보험제 등 촘촘한 사회 안전망을 자랑하고 싶다. 프랑스에서 있을 때는 당연한 줄 알았는데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프랑스의 제도가 굉장히 좋은 것을 깨달았다. 프랑스는 모든 사람들이 공평하게, 수준높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치료비가 없거나, 불법 체류자이거나 관계없이 치료를 하는 것이 우선이다. 한국은 의료비가 너무 비싸서 절대 아플 수 없다. -심우찬씨 다양성이 최고의 가치라고 본다. 전통을 중시하고, 기본을 존중하면서도 관점과 개인의 개성을 인정하는 다양성이 있기에 인류사에 길이 남을 찬란한 예술과 문화의 나라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국가마다 국민성이 다르다. 프랑스인들의 대표적인 기질을 꼽는다면. -올리비에 기자 저항정신을 꼽고 싶다.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강제성을 띤 것을 쉽게 용납하지 않는 기질이 있다. 쉬운 예로 길거리에 차가 없으면 빨간 불에도 다들 길을 건넌다. 질서를 해치거나 큰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법이나 사회적 관습을 어기는 것이 그다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시위가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심씨 그런 저항정신이 꼭 나쁜 것은 아닌 것 같다. 역사적으로 보면 대혁명도 저항정신에서 비롯된 것이고, 현대에 와서도 프랑스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자유를 중시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파스벤더 사장 독일인들은 규칙을 매우 엄격하게 준수하는 반면 프랑스 사람들은 개인의 자유와 인격을 더욱 중시한다. 겉보기에 사회가 무질서해 보이지만 무질서와 질서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것이 프랑스 사회다. 전반적으로 자유분방하지만 조직의 내부에 들어가 보면 질서와 약속을 무척 중시하고 체계적으로 돌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프랑스인들의 결점을 꼽는다면. -올리비에 기자 너무 결점이 많다. 그러나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개인적인 의견이 되겠지만 프랑스인들은 불평 불만이 너무 많다. 꼬투리 잡기를 좋아하고 절대 긍정하려 들지 않는다. 프랑스 사회의 변화를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정부의 정책이나 새로운 제도가 발표되면 우선 비판부터 한다. 먹고, 마시는 데 지나치게 집착한다. -파스벤더 사장 덕분에 프랑스는 미식가의 나라라는 명성을 얻었으니 크게 나쁜 것 같지는 않다. ▶한국과 프랑스는 문화적으로 매우 다르다. 여성들의 미에 대한 기준도 많은 차이를 보인다. -파스벤더 사장 한국에서는 여성들이 20대만 지나가면 전성기가 지난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로레알의 마케팅팀 조사결과 한국 여성들은 20대 후반부터 피부의 노화방지에 신경을 쓴다. 반면 프랑스 여성들은 40대에 들어서면서 노화방지 제품을 사용하기 시작한다. 여성은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아름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로레알의 모델인 제인 폰다는 환갑이 훨씬 넘었지만 여전히 매력적이다. 프랑스 여성들이 추구하는 것은 제인 폰다처럼 자신있고, 활기차고, 모든 면에서 조화를 이룬 그런 아름다움이다. -심씨 로레알의 캐치프레이즈 ‘나는 소중하니까요(Parce que je le vaux bien!)’가 아마 프랑스 여자들의 미의 관점을 가장 잘 나타내는 문구인 것 같다. 아무리 세계적인 유행도 정작 파리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파리 여자들은 어떤 유행이나 패션 아이템을 받아들일 때 과연 그 스타일이 나에게 어울리는지, 나만의 개성을 잘 표출해줄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한다. 한시즌에 수천·수만장씩 만들어 내는 상품을 ‘명품’이라 부르며 누구나 들고 다녀야 하는 가방이나 패션 아이템이 그녀들에게는 없다. 미의 중심은 패션 브랜드가 제시하는 어떤 유행 상품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얘기다. -올리비에 기자 한국 여성들은 아름답고 세련됐다. 그런데 아름답게 가꾸고 치장하는 것이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인 것 같다. 값비싼 프랑스제 명품을 많이 드는데 그것도 자신의 취향에 맞아서라기보다 유행하니까, 남들이 드니까, 그리고 남들에게 과시하기 위해 드는 것 같다. ▶프랑스 국민은 최근 니콜라 사르코지를 새 대통령으로 뽑았다.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데 저항이 많을 것이란 우려가 있다. -심씨 개인적으로 세골렌 루아얄을 지지했기에 실망이 무척 컸다. 그녀도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남성이었다면 그냥 넘어갔을 실수들을 사사건건 조롱하고 비판하는 언론과 정적들을 보면서 프랑스에서 여성 대통령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느낌을 받았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부디 선거공약처럼 좌우를 아우르는 공화국 정신에 충실한 덕을 지닌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올리비에 기자 개인적으로는 사르코지가 이끄는 프랑스의 미래에 대해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 그러나 프랑스인들은 그를 지도자로 선택했다. 앞으로 5년동안 진행될 변화들을 수용하겠다는 뜻이다.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쏟아내고 저항도 많겠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변화해야 할 것이다. 진행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방담 참석자> 클라우스 파스벤더 <로레알코리아 사장> 토마 올리비에 <佛국제방송 기자> 심우찬 <패션 컨설턴트>
  • ‘소나무 가로수’ 중구가 푸르다

    ‘소나무 가로수’ 중구가 푸르다

    12일 서울 을지로 롯데백화점 본점. 올곧게 뻗은 소나무 가로수가 시야를 탁 트이게 한다. 맞은편 우중충한 버즘나무(플라타너스) 가로수보다 한결 시원한 느낌이다. 남대문 신세계 본점도 반대편 가로수와 달리 올망졸망한 소나무 가로수의 군락으로 지나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중구의 거리가 달라지고 있다. 무질서하고 거리 시야를 막았던 버즘나무 가로수들이 점차 사라지고 대신 소나무가 빠르게 들어서고 있다. 덕분에 거리의 품격이 업그레이드됐다. ●가로수 절반 소나무로 바꾼다 중구는 2010년까지 가로수 35개 노선 7627그루 가운데 을지로, 소월길, 명동길, 배오개길 등 19개 노선에 3324그루를 소나무로 심는다. 가로수 절반 가까이를 소나무로 대체하는 것이다. 이중 2000그루는 기업체와 주민들의 참여로 조성할 계획이다. 소나무 특화거리 추진 실적을 보면 지난달까지 주민들의 자율 참여로 260여그루의 소나무가 심어졌다. 롯데쇼핑과 신한은행, 한진빌딩 등 대형건축물 건물주들이 80여그루, 재건축·재개발 지역의 소나무 가로수 120그루가 식재됐다. 여기에 ㈜CJ, 송도병원, 백림빌딩, 정은건설 등도 자율적으로 소나무 특화거리 조성에 나섰다. 서울시청 신축공사가 시작되면서 서울시가 기증한 키다리 소나무 43그루도 퇴계로5가 교차로 주변 등에 옮겨 심어졌다. 기업체 참여와는 별도로 중구도 올 하반기에 퇴계로(신세계백화점 사거리∼한국의 집) 일대에 소나무 117그루를 심을 예정이다. 또 속초시로부터 500그루의 소나무를 기증받아 다산로를 대규모 소나무 거리로 꾸민다. 중림동에는 ‘걷고 싶은 소나무거리’를 만든다. ●“우리 동네도 소나무 거리로” 소나무 특화거리에 대한 기업체와 주민들의 반응이 뜨겁다. 미관뿐 아니라 상가 간판의 시야 확보에 월등하게 뛰어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존 가로수 상당수가 줄기 부문이 썩어 안전사고의 위험도 지적되고 있다. 구 관계자는 “‘우리지역은 언제 소나무로 바꿔 주냐.’라는 문의전화가 쇄도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면서 “기업들도 건물에 어울리는 가로수로 소나무만 한 것이 없다고 판단해 그런지 협조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우리 회사 앞 가로수 바꾸기’도 속도를 내고 있다. 새문안길 농협중앙회와 훈련원로 소피텔 앰배서더호텔, 퇴계로 밀레오레, 대연각빌딩, 을지로 하나은행, 외환은행 등도 이달 안으로 건물 앞 가로수를 소나무로 대체할 예정이다. 동대문의 한 주민은 “그동안 가로수 때문에 간판이 안 보여 불편한 점이 적지 않았다.”면서 “소나무로 바꾸고 나서는 건물가치가 높아지는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버즘나무 잎 때문에 거리가 어두웠는데 이제는 환해졌다.”면서 “청소부들도 일거리를 줄여주는 소나무 가로수를 반기는 것 같다.”고 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시간의 문화사/앤서니 애브리 지음

    우리는 시간이란 거스를 수 없고, 누구도 그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을 당연하게 여긴다. 사람들은 시계와 달력이 자신의 생활을 통제하는 것을 이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며, 그와는 다른 종류의 시간 개념이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한다. 그도 무리가 아닌 까닭은 우리의 근대사가 서구화의 역사와 다르지 않기 때문에 서양 문명의 소산인 서구적 시간관에 머리끝까지 물들어 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그동안 시간을 다룬 많은 연구들이 소위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선형적(線形的) 시간관을 뒷받침하고 강화시킨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흔히 시간에 화살표를 부여하는 가장 확실한 과학적 근거로 열역학 제2법칙, 즉 엔트로피의 법칙이 꼽힌다. 엔트로피란 무질서의 정도를 뜻하며, 집이 오래되면 무너지듯 모든 것은 질서에서 무질서로 이행한다. 비슷한 기반을 갖지만, 우주 탄생의 표준 가설로 받아들여지는 빅뱅 이론도 태초 이래 우주가 계속 팽창한다는 팽창 우주론으로 역시 시간에 거스를 수 없는 선형성을 부여한다. 그러나 천문학자이자 인류학자인 앤서니 애브니는 ‘시간의 문화사’(최광열 옮김, 북로드 펴냄)에서 이런 과학법칙들만으로 오늘날 세계를 단일한 척도로 지배하는 시간관을 모두 설명하거나 정당화할 수 없다는 신선한 주장을 펼친다. 이 책의 장점은 여러 가지이다. 고대 천문학과 고고학, 인류학에 대한 깊은 지식과 치밀한 설명은 우리에게 지금의 시간과는 다른 이른바 비서구적 시간과 그 기록방식이 존재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준다. 독자적인 궤적을 그려온 잉카, 아스텍, 그리고 중국 문명이 순환적 시간관과 선형적 시간관을 어떻게 접목시키면서 제각기 ‘시간의 제국’을 건설했는지 비교문명적 관점에서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애브니는 이 책의 원제인 ‘시간의 제국들’이 자신들의 통제를 유지하기 위해 시간의 정치성과 사회성, 문화성을 빚어냈다는 사실을 예리하게 들추어낸다. 우리를 지배하는 서구적 시간관도 그리스에 그 뿌리를 두면서 기독교를 거쳐 보편적인 법칙성을 강조하는 근대과학의 정량적·기계론적 세계관에 의해 기본 틀을 갖추고, 진화론의 영향을 받은 ‘진보의 사다리’라는 이념을 깊이 간직하고 있다. 우리를 옭죄는 선진국병이나 ‘오늘보다 나은 내일’에 대한 강박도 서구적 시간관과 그 속에 각인된 진보 이데올로기와 무관치 않은 셈이다. 그렇지만 이 책이 우리에게 열어주는 가장 깊숙한 창문은 시간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나일강 상류에 거주하는 누에르족의 생활양식을 통해 ‘시간의 제국’을 벗어난 다른 종류의 시간이 있음을 보여준다. 누에르족은 자연의 주기와 인간의 활동을 조화시킨 생태적 시간 속에서 살아간다. 생태적 시간은 그들의 생활에서 중심이 되는 비, 가뭄, 범람 등의 리듬과 연관된다. 그러나 이 시간은 자연의 주기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의 인간 활동을 중심으로 삼는다. 그런 면에서 인간 활동과 동떨어져 그 자체가 실체인 서구적 시간과는 근본적 차이를 가진다. 또한 누에르족에게는 시간 간격이 일정하지 않다. 지루한 우기의 하루가 활동이 많은 건기와 같지 않다는 인식은 시간의 질을 배려한다는 점에서 무조건적인 양적 개념을 고집하는 서구 시간관에 비해 합리적이지 않은가? 결국 그는 서구적인 시간관만이 유일하게 과학적이지는 않으며, 똑같이 과학에 기반하는 다른 시간들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김동광 (과학저술가)
  • [데스크시각] 도시 디자인의 기대와 우려/김성곤 지방자치부 차장

    영국 런던에서 190㎞ 가량 떨어진 브리스톨시. 인구는 50만여명으로 잉글랜드 남서부의 유서깊은 도시이지만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브리스톨은 공공디자인 분야에서는 국제적으로 유명한 도시이다. 원래부터 브리스톨이 명성을 얻었던 것은 아니다.2차 세계대전의 폐허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무원칙하게 건물과 도시시설이 들어서면서 무질서가 자리를 잡았다. 지난 50·60년대 우리의 서울과 흡사한 모습이다. 이 도시가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공공디자인 프로젝트를 들고 도시 개조에 나서면서부터다. 예술가, 건축가, 공무원 등이 모여 ‘사는 사람이나 찾는 사람이나 쉽고 불편이 없는 도시’를 만드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 신호등 체계에서부터 간판, 각종 도시정보체계 등을 바꿨다. 이후 도시는 서서히 달라졌고, 지금 브리스톨은 전통과 현대가 잘 어우러진 모범 도시로 꼽힌다. 특히 공공디자인 분야에서 간판은 독보적이다. 리옹은 프랑스의 유서깊은 도시이지만 80년대에는 그저 그런 파리의 위성도시였다. 역사가 깊어 각종 회의는 자주 열렸지만 회의만 끝나면 사람들은 모두 파리로 갔다. 이 도시를 변화시킨 사람은 당시 미셸 르와르 시장. 그는 선거 때 내건 공약대로 매년 리옹의 야간경관 개선에 전체 예산의 1.5%를 사용했다. 지금 리옹은 프랑스의 제2 도시의 위상을 되찾았고, 거꾸로 파리를 찾는 사람의 상당수는 야경을 보려고 리옹을 찾는다. 서울시가 도시디자인을 총괄할 ‘디자인서울총괄본부’를 지난 4월 발족했다.CDO(Chief Design Officer)로 국내 공공디자인 분야의 권위자인 권영걸 서울대 미술대학장을 영입했다. 최근 부본부장, 기획관 등의 인선도 마쳤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금껏 서울에서 공공디자인이라는 개념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관심의 등 건축분야에서 노력이 있었지만 거대한 개발 압력과 맞서기에 역부족이었다. 1991년 서울시에 처음으로 만들어졌던 도시경관과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98년에 건축과내의 한 팀으로 쪼그라들었다.90년대 초엔 남산이나 북한산 경관을 고려해 아파트에 스카이라인을 두면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도입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생겨난 것이 병풍아파트들이다. 한강대교 하류쪽을 지나다 보면 20여층 높이로 병풍처럼 늘어선 판상형 아파트 단지들을 볼 수 있다. 한강에서는 북한산과 도심을 가리고, 도심에서는 한강을 가린다. 눈에 쉽게 띄는 아파트마저 이런 마당에 도시의 간판이나 도시정보체계 등에 디자인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서울시는 디자인서울총괄본부를 발족하면서 모든 디자인 관련 업무는 이 본부를 거치도록 했다. 막대한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디자인서울총괄본부가 어번(urban) 디자인보다는 너무 작은 것에 집착한다는 말에서부터 기존 조직과의 충돌을 우려하는 얘기도 나온다. 디자인서울총괄본부가 출범한 지 겨우 한달 보름이다. 이 보름에 뭔가를 기대한다는 것은 너무 섣부르다. 일부 기존 조직의 영역을 침범한다고 반발할 수 있지만 이는 단견이다. 먼 훗날 한강의 병풍아파트처럼 ‘그 때 공무원들은 뭐했느냐.’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디자인서울총괄본부가 제기능을 할 여지를 둬야 한다. 디자인서울총괄본부도 조급하게 서두르기보다는 먼저 서울의 컬러를 정해야 한다. 서울의 정체성을 도외시한 채 작은 것에 집착하면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할 수 있다. 디자인은 시대를 반영하는 종합예술이다. 이 점에서 ‘디자인은 타협의 산물’이라는 어느 학자의 얘기를 새겨 들을 필요가 있다. 김성곤 지방자치부 차장 sunggon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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