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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교토 문화재 방재시설 탐방기

    日 교토 문화재 방재시설 탐방기

    |글 사진 교토 서동철특파원|숭례문 방화사건 이후 문화유산 보호 시스템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높다.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갖가지 문화재 테러로 중요한 문화유산을 적지 않게 잃어버린 나라. 명지대 한국건축문화연구소(소장 김홍식 교수)의 ‘일본 교토지역 문화유산 방재시설 탐방’은 그들의 ‘앞선 경험’에서 참고할 대목이 없는지 확인해 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숭례문에서 불이 났을 때 왜 초기진압에 실패했는지 아주 이상했다. 엄중한 경비태세가 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어서 놀랐다.” 리쓰메이칸(立命館)대학 건축도시디자인학과의 야마자키 마사후미(山崎正史) 교수는 탐방단을 교토의 전통적인 게이샤 거리인 기온신바시(祗園新橋)로 안내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옛 목조건물 주변에 무질서하게 얽혀있는 전깃줄을 바라보면서 “일본은 어떤가 하고 생각해 보면 아직도 자신 없는 부분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불나면 곧바로 통보… 5분내 소방차 출동 같은 대학 역사도시방재연구센터의 마스다 가네후사(益田兼房) 교수는 “교토는 종이와 목재의 도시”라고 했다. 일본은 분명 문화유산 방재의 필요성을 일찍부터 절감한 나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건축문화재의 대부분이 목조인 그들이 갖고 있는 고민은 여전히 적지 않은 듯했다. 역대 덴노(天皇)의 영정이 있는 진언종(眞言宗)의 총본산 닌나지(仁和寺)는 1993년 폭탄테러를 겪었다. 입헌군주제를 반대하는 세력이 금당 밑바닥에 일종의 시한폭탄이라고 할 수 있는 자동발화장치를 설치한 것이다. 닌나지는 이후 경내 96곳에 감지기를 설치했다. 불이 나면 곧바로 종무소와 소방서에 통보하여 소방차가 3∼5분이면 출동한다. 전각에는 전기설비를 아예 하지 않은 것은 물론 방화총과 소방호스를 설치했다. 소방당국이 주관하는 정기 훈련 말고도, 자율적인 방재훈련을 해마다 10차례 이상 갖는다. 탐방단의 한 관계자는 그러나 “이런 대책을 세워놓았다고 해도 숭례문처럼 휘발성이 높은 인화물질을 대량으로 뿌려놓는다면 아무도 진화를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요 문화재에 24시간 인력 배치해야 김홍식 명지대 교수는 “진단이 제대로 되어야 숭례문 참사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전제하고 “닌나지에 자동발화장치를 설치한 것을 일본에서는 테러로 못박고 있듯이, 숭례문 방화도 분명한 테러”라면서 “우리도 테러에 노출된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그 대상 목록에 문화재가 올라와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건축전문가인 윤홍로 문화재위원은 “결국 설비의 문제라기보다는 사람의 문제”라면서 “중요한 문화재에 인력을 배치하여 24시간 경비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된다면 우리가 돌아본 료안지(龍安寺)나 기요미즈테라(淸水寺)처럼 양동이에 담아놓은 방화수와 방화용 모래만으로도 초기진화가 가능하다.”면서 “실제로 우리도 법주사 팔상전의 화재를 양동이만으로 초기에 진압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dcsuh@seoul.co.kr
  • [독자의 소리] 기초질서 나부터 먼저 / 문덕수·전남 영광경찰서 경장

    새 정부에서 법질서 확립을 핵심 정책과제 중 하나로 채택, 시행해 나가고 있다. 공중도덕과 법규준수는 아주 기초적이고 사소한 것부터 시작된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질서 행위를 보자. 아무 거리낌 없이 담배꽁초를 버리지 않았는지, 타인을 의식하지 않은 채 침을 뱉지 않았는지, 공공장소에서 남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전화통화를 하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 뿐만 아니라 도로를 점령해 버린 주·정차 차량, 신호등을 무시하고 횡단하는 보행자 등 우리 주위에서 지켜지지 않는 기초질서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이 모든 게 우리 스스로가 양보하고 남을 배려하는 문화의 부족으로 결국엔 상호불신을 조장하고 사회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초질서를 무시하는 행위는 공권력과 법질서를 우습게 만들어 우리 사회가 선진화를 향해 나가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사실도 알았으면 한다. 기초가 튼튼한 건물이 오래갈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에서 배워, 선진 일류국가를 만드는 출발점이 기초질서 지키기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역사적인 건국 60주년을 계기로 법질서 확립에 우리 모두 동참했으면 한다.<문덕수·전남 영광경찰서 경장>
  • 김성이 후보자 5共 ‘정화사업’ 유공 표창받아

    김성이 후보자 5共 ‘정화사업’ 유공 표창받아

    논문 중복 게재 및 공금유용 의혹 등을 받는 김성이(62·이화여대 교수)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80년대 초반 정부와 유관단체의 지원을 받아 학생·노동운동과 ‘사회정화운동’ 등 민감한 사안을 다룬 보고서를 집필해 물의를 빚고 있다. 보고서들은 당시 학생운동을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규정하고, 정치인·공무원·지식인 등이 관 주도의 범국민운동에 참여할 것을 기술했다. 김 후보자는 1982년 봄 발표한 보고서가 개념설정 및 정책제안에 기여한 공로로 그해 12월 ‘정화사업 유공’ 대통령표창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운동은 사회병리현상´ 논문 발표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장복심(통합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성심여대 부교수로 재직 중이던 1981년부터 2년간 학생·노동운동 관련 논문 3편을 발표했다. 특히 1981년 7월 게재한 ‘대학생의 서클활동과 현실참여 태도와의 관계규명’은 문교부 정책연구지원비를 받은 일종의 학생운동 분석 보고서다. 서울신문이 입수한 보고서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대학생의 사회참여 태도 수정을 위해 대학 서클 지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서론에서 “격심한 사회변동이 ‘사회적 병리현상’을 일으켰다.”면서 “혼란 속에 갈등을 갖게 된 대학생들은 개인적 욕구불만과 좌절감이 심화돼 집단적으로 대학당국, 사회, 정부에 과격한 비판행동을 드러낸다.”고 기술했다. 또 “남학생은 군대 미필자가, 여학생은 다수 서클에 참여할수록 현실참여 태도가 적극적”이라고 못박았다. ●김후보측 “공직 청렴도 지표 개발 공로” 장 의원실측은 “당시 김 후보자의 다른 논문 2편은 노동운동과 정화운동에 관련된 것들”이라고 전했다. 특히 김 후보자는 이듬해인 1982년 12월 부정부패척결 등과 관련된 조사보고서로 대통령표창(0056711)을 받아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대사회’에 ‘3대 부정적 심리실태에 관한 조사연구’를 게재해 사회교육을 통한 부패척결 등을 주장했다. 현대사회는 신군부가 사회정화운동 추진을 위해 사회정화위원회와 함께 설립한 ‘현대사회연구소’의 기관지였다. 서울신문이 이 논문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논문에서 김 후보자는 기업인·지식인·노동자 등에게 행한 인위적 ‘사회교육’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했다. 특히 결론에선 “정치인·공무원·언론인 등이 솔선수범해야 하고, 지역유Z지와 단체책임자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측은 “1979년 외국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순수한 학자의 관점에서 학생운동을 연구해보려 했다.”면서 “현대사회연구소 보고서의 경우, 젊은 학자들이 부패의식·인플레이션·무질서 등의 해소를 위해 광범위한 연구의 틀을 제시해 표창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Metro] 지하철 5~8호선 CCTV 설치

    서울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가 모든 객차에 CC(폐쇄회로)TV를 설치하기로 했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20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올해 업무보고에서 “지난해 전동차 안에서 상행위, 구걸 등 무질서 행위에 대한 단속건수가 2만 6000여건에 이르러 올해 전 객차 1558량에 CCTV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사 측은 객실당 2곳에 설치되는 CCTV를 통해 잡상인 단속과 범죄 수사용으로만 활용하기로 했다.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문화 태운 버스

    경기도는 13일 서비스 개선사업의 하나로 6개시 9개 운송업체 소속 버스 160대를 대상으로 ‘테마버스’를 운행한다고 밝혔다. 테마버스는 승객들에게 흥겨운 음악을 들려주거나 아름다운 사진 또는 그림을 감상할 수 있도록 꾸며지며 지역별·시기별로 특성에 맞게 다양한 테마가 도입된다. 우선 3월부터 6월까지 28개 노선별로 각 1∼2대씩 시험운행한다. 단국대∼미금역∼강남역∼광화문을 운행하는 경기고속 1005-1번 버스의 경우 ‘눈과 귀가 즐거운 버스’라는 테마로 승객들에게 명상음악을 들려주고 좌석 앞면에 붙어 있는 무질서한 광고판 대신 동호회 사진 등을 전시하게 된다. 또 수원 오목천동∼수원역∼경기대∼잠실을 운행하는 대원고속 1007번 버스는 ‘관광지로 가는 버스’란 테마로 수원 화성, 광주 남한산성, 미사리경정장 등 노선 주변의 주요 관광지를 안내하는 사진과 글이 좌석 앞면에 부착된다. 안성시 국민은행∼보개초교∼하남을 운행하는 백성운수 15-1번 버스는 ‘신명나는 안성남사당 풍물체험버스’란 테마로 안산남사당 여섯마당과 캐릭터, 남사당 공연사진 등을 전시한다. 이밖에 파주 문산터미널∼문산역∼법원리를 운행하는 신일여객 11번 버스는 ‘율곡선생과 함께 타는 시내버스’란 주제로 율곡 이이 선생의 작품을 전시하고 동두천 신산리∼중앙시장∼광암동을 연결하는 51번 버스는 ‘시와 수필이 함께하는 즐거운 버스’란 주제로 시와 수필작품을 전시하게 된다. 도는 테마버스 운행에 동참하는 업체에 대해 경영 및 서비스 평가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부동산 중개업소 손배한도 1억원으로

    부동산 중개업소의 손해배상책임한도가 1억원으로 상향되는 등 부동산 중개 서비스가 시민고객중심으로 리모델링된다. 서울시는 부동산 중개업소의 책임 한도액을 확대해 개인사무소 5000만원→1억원, 법인사무소 1억원→2억원으로 각각 상향해 중개사고 보상의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또 부동산 거래 관리시스템 자료를 활용해 중개사무소를 이용한 시민을 대상으로 매월 전화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해피콜’ 제도를 통해 이용과정의 불편을 없애기로 했다. 우수 중개사무소는 ‘우수 모범 중개사무소’로 지정하기로 했다. 또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디자인 서울’과 연계시켜 무질서한 간판 교체 및 시세표제거 등 중개사무소의 외관 디자인을 향상시키기로 했다. 외관 디자인 향상을 위해 간판 표준모델을 개발, 시범거리 10곳에 우선 보급하는 한편 새로 문을 여는 중개사무소 등을 중심으로 확대 시행해 나갈 방침이다. 시는 오는 4월 시내 부동산중개사무소에 대해 ‘시민만족도 조사’를 실시하고 6월 중개사무소 외관 디자인 수준향상,7월 해피콜 제도 운영,10월 모범 중개사무소 지정 등을 실시한 뒤 12월에 추진실적 평가를 해 제도를 수정보완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말 현재 시내 부동산중개사무소는 전국의 3분의1 수준인 2만 4142곳으로, 약 90만가구가 주택 등의 매매 및 임대차를 위해 업소를 이용하고 있지만 시민이 느끼는 서비스 만족도는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실정”이라며 “향후 3년간 부동산중개사무소의 시민만족도를 업종별 평균지수(68.1) 수준 이상으로 리모델링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Zoom in 서울] 서울 거리 풍경이 깔끔해진다

    [Zoom in 서울] 서울 거리 풍경이 깔끔해진다

    서울의 거리풍경이 한결 깔끔해진다. 서울시는 28일 내년 말까지 무질서하게 난립한 노점의 디자인을 모두 바꾸고, 도로점용료를 내면서 시간제로 영업하는 ‘시간제·규격화 노점거리’를 모든 자치구로 확대 시행한다고 밝혔다. 시는 지난해 15개 자치구에서 296개 노점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해 온 시간제·규격화 노점거리가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판단해 2009년 말까지 서울의 모든 노점 1만 2351개를 대상으로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노점거리는 노점들의 디자인을 규격화하고 이를 한 곳에 모은 뒤 도로점용료를 내면서 시간제(주로 오후 3시이후)로 영업하도록 하는 지역을 말한다. 우선 올 상반기 강남구, 강동구, 관악구, 서대문구, 성북구 등 5개 자치구내 노점 2214개, 종로와 명동 등 도심 일부지역의 노점 639개 등 모두 2853개를 대상으로 노점거리를 조성하고 내년 말까지 시내 전 지역에서 확대 시행한다. 또 상반기 중 위생기준, 실명제, 준수사항 등 ‘노점관리에 관한 조례’를 만들 계획이며 프리미엄을 붙여 노점을 사고 파는 것을 막는다. 세금도 내도록 하기 위한 실명제와 취급품목 지정, 일정규격을 초과하는 기업형 노점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단속할 방침이다. 노점거리에서 각 노점들은 서울시나 각 자치구가 마련한 디자인이나 색상의 노점 시설을 자비(약 300만원 안팎)를 들여 장만한 뒤 영업해야 한다. 시는 이를 위해 지난해 교수, 디자이너 등 외부 전문가 5명에게 의뢰, 기존 노점의 수레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단정한 디자인에 도회적인 색상, 파라솔 형태를 갖춘 조리음식용(5개), 공산품용(3개), 농수산물용(2개) 등 3종류의 노점 디자인안을 만들어 자치구 자율로 선정한 뒤 운영하도록 했다. 노점거리에서는 또 이미 해당 지역에서 영업하던 노점상들이 주로 장사를 하게 되지만 1㎡당 공시지가에 0.01을 곱한 금액의 도로점용료를 내고 영업을 해야 한다. 가판대의 경우 하루 평균 3만 4000원, 명동이나 잠실역, 영등포로터리 등지는 약 4만 5000원 정도이다. 시는 내년말 이후 연간 점용료 수입이 40억원 정도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시간제 영업도 적용돼, 평균 오후 4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영업을 해야 하지만 주로 새벽에 영업하는 의류도매상가나 재래시장 등지에는 지역 특성에 맞는 시간제가 적용된다. 오세훈 시장은 “2010년 ‘세계 디자인 수도’로 선정된 서울시의 위상에 걸맞게 2009년 말까지 노점 디자인을 전부 교체하겠다.”며 “영세 노점상들의 생계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시민 고객과 외국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노점거리를 확대 조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씨줄날줄] 100층 아파트/구본영 논설위원

    몇년 전 로마를 방문했을 때 받았던 강렬한 인상이 아직도 새롭다. 도시 전체가 이름난 유적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제정 로마 시절의 석조건물을 배관과 인테리어만 고쳐 아직도 아파트로 쓰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솔직히 놀랐다. 취재차 들른 유럽의 몇몇 도시도 로마 못잖게 아름다웠다. 성냥갑처럼 높이와 모양이 천편일률적인 건물들로 채워진 우리네 도시와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대통령직 인수위가 도시와 국토를 새롭게 꾸미는 ‘디자인 코리아’ 프로젝트 추진계획을 밝혔다. 앞서 서울시는 아파트 등 건축물과 가로시설 등 공공 디자인 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중이다. 오세훈 시장이 2012년부터 매년 서울서 세계 디자인 올림픽을 열겠다고 선언했을 정도다. 이런 노력들이 어우러져 우리 대도시들이 ‘명품도시’로 거듭난다면 반길 일이다. 흉물스러우리만큼 무질서한 간판들이 깔끔히 정비되고, 거리마다 개성이 넘치는 멋진 건물들이 들어선 광경을 상상해보자. 더욱이 이런 디자인 혁신은 도시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것 이상의 효과가 기대된다.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 차원에서 서울 등지에 극초고층 빌딩을 짓는 방안이 거론된다. 세계 주요도시들이 100층 이상의 건물로 경제적 역동성을 과시하고 있는 사실을 벤치마킹하자는 것이다. 미국의 뉴욕·시카고는 물론이고 상하이·타이베이·쿠알라룸푸르 같은 아시아 도시들이 모델이다. 다만 ‘디자인 혁신=마천루 경쟁’이란 등식이 되어선 곤란하다. 삼성물산이 두바이에서 160층짜리 세계 최고층건물을 짓고 있는데 우리 기술로 100층짜리 아파트야 왜 못 짓겠는가. 하지만 인구와 교통량이 적은 두바이와 달리 그러잖아도 과밀상태인 서울에 우후죽순처럼 100층 아파트가 난립한다면 미래의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스페인 빌바오는 초고층은 아니지만, 그림같은 ‘구겐하임 미술관’이 들어서면서 세계적 문화관광도시로 거듭났다. 독일의 본,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는 6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를 가급적 못 짓게 한다지만, 이미 명품도시다. 이왕 하려면 도시의 역사·문화와 잘 어울리는, 고품질의 도시 디자인이 이뤄져야 한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국책사업 디자인 강화 건물·간판 정비 나선다

    한반도 대운하와 같은 대형 국책사업에서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개발사업에 이르기까지 디자인 개념을 강조하는 ‘디자인 코리아 프로젝트’가 추진된다. 디자인을 통해 획일화된 건물, 무질서한 광고물 등의 난립을 막아 국가 이미지를 한 단계 끌어올리자는 취지다. 맹형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간사는 21일 “국민들의 생활공간이 국토의 창조성, 문화 인프라 등과 조화를 이루고 주요 시책 사업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공공디자인’ 개념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부산 연제구 거리 깨끗해졌네

    부산 연제구 거리 깨끗해졌네

    부산 연제구 거제동 주민 김모(50·주부)씨는 얼마 전 친목 모임차 거제4동 거성로 탑마트 인근의 한식당을 찾아가다 도로 주변이 이전보다 훨씬 깨끗해졌음을 알았다. 길거리 여기 저기에 내걸려 눈살을 찌푸렸던 사설 안내 표지판들이 말끔하게 한 곳에 정리됐다. 연제구가 지난해 말부터 추진 중인 표지판 정비 작업이 성과를 보인 현장이다. 연제구는 4일 지난해 12월부터 무질서하게 난립 중인 표지판 정비 작업을 벌여 거성로 일대와 연제구청이마트 주변 등 2곳의 표지판 정리 작업을 끝냈다고 밝혔다. 구는 앞으로 13개동 104개 사설 표지판을 정비하기로 하고, 우선 올해 허가 갱신이 끝나는 토곡동 연제경찰서 앞 도로변 사설 안내 표지판 40개와 무허가 표지판 20개 등 총 60여개 간판을 정비할 방침이다. 구는 간판 정비에 앞서 1차로 자진 정비를 유도하고, 통행과 시야 확보에 불편을 주거나 오래돼 도시 미관을 해치는 표지판은 철거할 예정이다. 구청 관계자는 “무질서하게 설치돼 도시 미관을 헤치는 사설 안내판을 일괄 정비해 깔끔한 안내판으로 재탄생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사설] ‘떼법 없애기’ 새 정권이 솔선해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2008년 신년사에서 “2008년을 ‘대한민국 선진화의 원년’으로 삼자.”면서 “선진화의 시작을 법과 질서를 지키는 것에서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특히 ‘떼법’이니,‘정서법’이니 하는 말을 우리 사전에서 지워버리자고 했다. 우리는 이 당선인의 신년사에 전적으로 동감하면서 새 정부와 사회 지도층이 법·질서 준수에 솔선수범해 줄 것을 당부하고자 한다. 법과 질서가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존중되는 것이 선진사회다. 그러나 우리는 눈부신 경제 성장과 민주화의 급진전에도 불구하고 변칙과 무질서가 곳곳에 만연했다. 목소리 큰 사람이 떼를 쓰면 통하고 왜곡된 평등 만능주의 탓에 노력하는 사람, 실력있는 사람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사회적 갈등이 표출될 때마다 정치논리에 밀려 매번 ‘떼법’을 인정하고 원칙이 아닌 줄 알면서도 ‘정서법’을 반영한 결과다. 법·정의가 없는 나라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인재들이 떠나고, 기업들이 투자를 기피하고,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것은 당연하다. 새 정부 출범에 즈음해 정부 조직개편을 비롯한 각 분야의 구조조정과 개혁이 예고돼 있다. 자신의 조직을 사수하려는 로비와 집단 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릴 조짐이다. 이 당선인이 신년사에서 강조했듯이 법과 질서의 준수에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특히 대통령 측근과 친인척들, 그리고 권력층은 떼법 없애기에 솔선수범해야 한다.‘겸허한 섬김과 헌신’의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어려운 일은 아니다.
  • [2012 여수세계박람회-미리가본 박람회장] “보고, 만지고, 뛰놀고”… 오감만족 마린시티

    [2012 여수세계박람회-미리가본 박람회장] “보고, 만지고, 뛰놀고”… 오감만족 마린시티

    여수세계박람회가 개막된 2012년 5월 12일. 아침 식사를 마친 K(43·서울 거주)씨 가족은 용산역에 도착했다. 전남 여수행 KTX를 타기 위해서다. 초등학생인 아들과 딸은 푸른 바닷가를 떠올리며 벌써 들떠 있다. 고속철에 몸을 실은 지 3시간 남짓 지났다. 섬진강변을 스치는가 싶더니 남도의 들녘이 펼쳐진다. 이어 여수엑스포역에 도착한다는 안내 방송이 흘러 나왔다. 엑스포 유치 확정으로 술렁였던 5년 전(2007년)에 비해 2시간이나 빨라졌다. 전라선 일부 구간의 복선화 및 직선화 사업이 마무리된 덕택이다. 시가지는 말끔하게 단장됐다. 거리를 누비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활기에 넘쳤다. 엑스포 개막을 알리는 현수막과 축하 플래카드가 곳곳에 내걸려 축제분위기를 한껏 높였다. 깔끔하게 신축한 엑스포역에서 10분정도 바닷가 쪽으로 걷자 전시 시설이 한눈에 펼쳐진다.1번 게이트를 통해 행사장에 들어섰다. 외국인 등 행사관계자와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정문 바로 옆 종합안내센터에 들러 전시 행사와 관광 안내도를 챙겼다. 박람회장은 ‘동백꽃’으로 유명한 오동도 건너편 신항지구에 자리잡았다. 본 행사장을 비롯, 전시장·숙박단지·수변공원 등 모두 159만 3000㎡에 이른다. 이곳은 여수역과 주변의 허름한 건물들이 무질서하게 펼쳐진 황량한 바닷가였다. 지금은 최첨단 전시시설 등이 들어서 ‘상전벽해’란 말을 실감나게 한다. 리아스식 해변을 따라 멋지게 펼쳐진 전시장과 아쿠아리움, 상징탑은 ‘해상 한려수도’와 잘 어울렸다.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이란 주제관(한국관)에 들렀다. 인류가 당면한 지구온난화, 환경오염, 자원 고갈 등 각종 해결책을 제시하는 전시이다. 이런 문제의 해법을 ‘바다’에서 찾자는 것이 이번 엑스포의 기본 방향이다. 공동 지자체관과 기업관, 국가관, 해양테마관 등을 차례로 돌아봤다. 기업과 국가들이 최첨단 해양관련 기술을 자랑하는 자리였다. 레저용 보트와 최첨단 선박, 정보기술(IT)과 접목한 각종 항해 시스템 등 ‘해양산업’의 흐름을 한눈에 살필 수 있다. 전시관이 밀집한 본 행사장을 지나 바다쪽으로 향했다. 인공섬으로 조성된 해양시설지구에는 레스토랑, 해상공연장, 카페테리아, 관광유람선 터미널, 엑스포홀, 콘퍼런스센터 등이 눈에 띈다. 오동도 바로 앞쪽엔 모노레일로 연결된 크루즈 터미널이 들어섰다. 대형 크루즈 선박이 정박해 해상호텔을 연상케 한다. 지구촌 곳곳에서 여수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바다와 바로 인접한 행사장의 중앙에는 대형 상징탑이 우뚝 솟아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스카이 라운지에 오르니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주변엔 오동도와 임진왜란 유적지인 장군도, 돌산도의 향일암, 검은 모래로 덮인 만성리 해수욕장 등이 있다. 여수반도는 300여개의 크고 작은 섬들을 품에 안고 있다. 동쪽은 경남 남해군과 바다로 경계를 이룬다. 서쪽은 고흥반도와 순천만을 끼고 있다. 충무공을 기리는 진남제(鎭南祭)·영취산 진달래축제, 생선요리축제, 향일암 일출제 등 향토문화제도 다채롭다. 어느새 땅거미가 내린다. 구불구불한 해안선을 따라 쭉 늘어선 건물들이 불빛을 뿜어낸다. 바닷가에서만 즐길 수 있는 환상적인 야경이다. 엑스포타워와 450m 길이의 돌산대교가 확연히 드러난다. 인근 봉계지구엔 150여만㎡ 규모의 ‘시티파크 리조트’가 들어섰다. 대중 골프장과 52실 규모의 관광호텔, 산림욕장 등이 엑스포를 찾은 관광객들로 가득 찼다. K씨 가족은 행사장에서 차량으로 20분 거리인 화양지구의 해상호텔 ‘오션리조트’에 숙소를 정했다.43층 높이인 이 호텔에서 밤바다를 내려다보며 저녁식사를 즐긴다. 주변의 콘도와 펜션단지에도 사람들로 넘쳐난다. 멀리 광양국가산단과 여수국가산단을 잇는 8.5㎞의 ‘충무공 다리’도 현란한 레이저 조명을 내뿜는다. 행사장을 중심으로 엑스포 개막을 알리는 축포가 밤하늘을 수놓는다. 하루 해가 짧기만 하다. 다음 날은 아이들을 위해 해양박물관과 해양과학관 등을 찾았다. 선박의 변천 과정 등을 살필 수 있는 각종 자료와 해양 유물이 가득하다. 오후엔 수상택시를 이용해 인근섬을 오가며 관광과 낚시를 즐긴다. 점점이 떠있는 섬들을 바라보며 즐기는 회맛도 일품이다.K씨 가족은 이틀간의 여수 관광을 추억으로 간직한 채 서울행 고속열차에 몸을 싣는다. 여수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Seoul In] 광고물 관리규제 강화

    구로구(구청장 양대웅) 광고물 관리제도를 대폭 강화한다. 무질서한 광고물의 난립을 방지하기 위해 건축심의와 함께 광고물 마스터플랜을 심의한다. 이달부터 시범적으로 동시 심의를 시작했으며, 새달부터 본격 시행한다. 앞으로 건축허가를 받고자 하는 건축주들은 건축심의를 위한 기존 자료들과 함께 가로·세로·돌출 간판 등 옥외광고물에 대한 계획서도 제출해야 한다. 건축과 860-2251.
  • 박명재 행자부장관 “차기정부 조직 축소 바람직하다”

    박명재 행자부장관 “차기정부 조직 축소 바람직하다”

    박명재 행정자치부 장관은 12일 “차기 정부에서 조직 축소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취임 1주년(13일)을 맞아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선진국에 비해 공무원 수는 많다고 할 수 없지만, 조직 수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참여정부 5년간 혁신이라는 소프트웨어 개혁에 중점을 뒀다면, 차기정부는 하드웨어 개혁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인사·예산 등을 다루는 각 부처 공통조직이 30%인 만큼 통·폐합은 공통조직을 줄일 수 있다.”면서 “실무를 책임질 차관 직위를 늘리면 통·폐합에 따른 문제도 일정부분 극복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취임 1년, 이후를 말한다 특히 박 장관은 정권 말이라는 특수성에도 불구, 업무 추진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우선 무질서하게 난립돼 도시미관을 헤치는 옥외광고물에 대한 정비를 위해 새해 1월 ‘옥외광고진흥센터’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2월에는 지방세원 발굴과 지방세 비중 확대를 위해 ‘지방세연구원’도 신설할 예정이다. 예컨대 지자체의 내년도 예산 총액은 160조 8003억원이지만, 이 중 지방세·세외수입 등 자체 재원은 52.8%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중앙정부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그는 “중앙정부에서 보통교부세를 배분하지 않는 5개 광역시 소속 자치구들의 재정 상태가 가장 열악한 상황”이라면서 “이제는 지방재정 확충을 위해 지방소비세 도입 등을 검토할 시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주한미군 공여지 및 주변지역 발전계획 등 지역개발 사업의 밑그림도 그렸다. 이 중 전국 주한미군 공여지·주변지역은 국토 면적의 12%, 인구의 9.9%를 차지할 정도로 방대한 사업이다. 박 장관은 “여러 부처가 유사한 지역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효율적인 조정체계가 필요하며, 행자부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올해 말까지 공여지·주변지역에 대한 종합발전계획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 1년, 이전을 말한다 박 장관은 지난 1년 동안 ▲국기에 대한 맹세문 변경 ▲새 국새 제작 ▲미등록 도서 지적측량 실시 ▲동사무소 명칭변경 및 통·폐합 ▲재산세 공동과세제 도입 ▲공무원 퇴출제 도입 ▲지역홍보센터 설립 ▲세계화장실창립총회 개최 등 굵직한 현안을 대과 없이 마무리했다는 평가다. 특히 정부혁신·전자정부·지방행정 분야에 대한 벤치마킹과 협력을 위해 30여개국과 교류했다. 박 장관이 1년간 이동한 거리만도 지구의 한바퀴 반인 6만㎞에 이른다. 박 장관은 “행자부의 정체성과 존립 근거를 세울 수 있는 ‘구원투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면서 “다만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연내에 확정하지 못한 점,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차질없는 추진 위한 세종시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점 등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또 “현재 진행 중인 공무원노사간 첫 단체교섭도 조만간 최종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정년 단일화 문제에 대한 합리적 의견을 도출하기 위해 막바지 절충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관 퇴임 이후 고민은 박 장관이 퇴임할 것에 대비, 정계·학계·시민사회단체 등에서 ‘러브콜’도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통 행정관료 출신인 박 장관은 “사회로부터 받은 이익은 사회로 환원해야 한다.”면서 “공무원으로서 봉사와 희생을 값진 경험으로 생각하며, 퇴임 이후의 진로도 이같은 신념을 바탕으로 결정할 것”이라며 미소지었다. 그는 ‘공문서에 밑줄 하나 글자 한자라도, 국민과 국가를 생각하며 일했던 사람 여기 잠들다.’라는 자신의 묘비명도 지어 몸에 지니고 다닌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오세훈시장 ‘야간 민생투어’

    오세훈 서울시장은 9일 노점거리를 서울의 명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이날 관악구 신림동 노점거리를 찾아 노점상 및 지역 주민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노점거리를 순차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오 시장은 “현재 무질서하게 난립된 서울 거리의 노점도 세련되게 바뀌어야 한다.”면서 “그래야만 노점이 시민들이 즐겨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서울의 경쟁력도 한층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기업형 노점이나 분명히 문제가 되는 지역의 노점은 단속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어려운 경제 상황과 노점상의 현실을 감안해 노점 시범거리를 조성하는 만큼 노점하시는 분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이에 앞서 명동 중앙로와 동작구 노량진역앞 등의 노점 밀집지역을 방문했다. 서울의 노점 시범거리는 지난달 성북구 미아3거리 등 13곳에서 조성 사업이 완료됐다. 영등포구 신세계백화점 건너편 등 4곳은 조성 중이다. 나머지 강북구 미아역 주변 등 7개 지역은 노점상과 사업을 협의하고 있다.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新 인디아 리포트] (1) 뭄바이의 빛과 그림자

    [新 인디아 리포트] (1) 뭄바이의 빛과 그림자

    언어와 인종, 종교가 다른 11억여명이 더불어 살아가는 나라.8%대의 경제성장을 수년간 이어가며 중국과 함께 세계 경제의 신형 엔진으로 떠오른 나라. 거지와 부자, 슬럼가와 고급 아파트 단지, 과거와 미래가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신비한 나라. 인도를 복잡하고 미묘한 나라로 만들고 있는 모자이크 조각을 한국언론재단 지원으로 하나 둘씩 들어내 본다. |뭄바이(인도) 최종찬특파원|인도의 관문인 뭄바이의 차트라파티 시바지 국제공항은 생각보다 큰 규모였다. 하지만 공항 내부는 한국의 시골 간이역사와 똑같은 느낌을 받았다. 덜덜거리며 돌아가는 선풍기, 허술하기 짝이 없는 검사대, 비좁고 낡은 수화물 찾는 곳. 시큼한 냄새가 콧구멍을 간질거렸다. 공항게이트엔 총을 어깨에 멘 경찰 두 명이 서 있었다. 마하라슈트라 주정부 의전담당 미틴 신데(40)는 “최근 잦아지고 있는 테러를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출입국장 보안선 바로 너머엔 새벽부터 인도사람들이 어깨싸움을 벌이며 마중 나온 사람을 찾고 있었다. 한글로 이름을 쓴 쪽지를 내보이는 인도인도 있었다. 새벽부터 소란스러운 인도인들의 그림자 속에서 뜀박질하는 인도 경제의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11억 인구 ‘종교·인종·언어´ 포용하는 나라 인도 최대의 도시인 뭄바이의 북부 안데리는 교통인프라가 가장 열악하고 땅값이 비싼 지역이다. 거리를 둘러본 박영서(42)씨는 “이 지역은 70년대 서울 영등포구 구로동과 같다.”고 평했다. 주변 도로는 아침부터 자동차와 택시, 오토릭셔(삼륜 오토바이), 버스, 오토바이, 소떼, 인력거, 사람들이 뒤엉켜 교통지옥을 만들고 있었다. 차도는 차선도 없고 중앙선도 없었다.2차선 도로엔 3개 차량이 함께 달렸다.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을 하기도 했다. 도로를 먼저 건너는 것이 임자였다. 차량 경적도 끊이지 않았다. 소리가 너무 커 귀가 멍멍했다. 하지만 교통지옥 속에서도 질서가 있었다. 사람이나 차량은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갔다. 도로 중간에서 입씨름하는 운전자도 없었다. 접촉사고도 나지 않았다. 무질서 속의 질서가 있었다. 고풍스러운 중세풍 건물이 많은 뭄바이의 노점에는 아침부터 사람들로 북적댔다. 밀크홍차(2∼3루피)인 차이와 야채햄버거인 와다 파브(5루피·약 117원)로 아침식사를 대신했다. 안데리 업무단지 초입에서 신문 판매대를 운영하는 사만다 라지프(44)는 “샐러리맨을 상대로 일간신문과 잡지를 팔고 있는데 한 달에 1만루피(약 23만원)는 거뜬히 번다.”고 자랑했다. 다리를 저는 전파상 주인 리브(32)는 “두 평짜리 가게지만 한 달에 3900루피를 번다.”고 말했다. 호텔 종업원 제니타(18)는 “이 도시에 온 지 두 달이 채 안 됐다.”면서 “내 밝은 미래만큼 이 도시는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뭄바이는 가난한 도시란 이미지를 벗고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단지 눈으로 느낄 수 있는 인프라가 없어 그런 느낌을 받지 못할 뿐이었다. 인구가 1700만명인 뭄바이를 가로지르는 미티강에는 악취가 풍겼다. 아이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수영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 옆엔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었다. 땟국에 전 사리를 입고 맨발인 아낙이 열매를 깨뜨리며 점심을 준비하고 있었다. 강을 끼고 곳곳에 슬럼가가 있었다. 시 인구의 60%인 1000만명이 곳곳에 산재한 슬럼가에서 산다. 하지만 슬럼가 바로 옆엔 30∼40층짜리 고급아파트들이 여러 동 들어서고 있었다. 땅값이 비싸 한 채당 가격이 우리 돈으로 20억∼30억원에 달한다. 슬럼가들이 하나둘 고급아파트단지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또한 남부 나리만포인트에서 초파티해변을 거쳐 말라바 언덕까지 이어지는 길에는 고급주택들과 현대식 건물들이 즐비했다. 뭄바이의 현대화 아이콘을 보았다. ●“노력하면 좋은 결과 얻을 수 있는 기회의 도시” 인도의 대표적인 상업도시인 뭄바이에서 자주 본 것은 거지였다. 교통체증이 심한 곳이면 책 파는 어린이가 어김없이 나타났다. 외국 관광객을 상대로 구걸하는 할머니도 보았다. 인도(人道)는 환영하는 사람은 없어도 갈 곳은 많은 거지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지저분한 돗자리 하나 깔면 그곳이 바로 자기 집이 됐다. 벽도 지붕도 문도 없지만 거지들은 이곳에서 아기들을 키우고 밥도 해먹고 잠도 청했다. 하지만 행인들은 이들을 보고 통행에 방해된다고 호통을 치거나 눈살을 찌푸리지 않았다. 거리 미관 해친다고 이들을 내쫓는 경찰이나 공무원도 물론 없었다. 거대한 인도를 하나로 굴러가게 만드는, 상대방의 다름을 인정하는 관용과 포용력을 보았다. 이렇게 뭄바이는 가난과 절망의 그림자를 털어내고 풍요와 희망의 빛으로 거리 하나하나를 채워가고 있는 중이었다.“이 도시는 열심히 노력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기회의 도시이며 언제나 깨어 있는 도시다.”라는 히만슈 요기(47)의 말 속에 뭄바이의 현재와 미래가 녹아 있는 것 같았다. siinjc@seoul.co.kr ■“고국 발전하는 모습에 뿌듯 축제 ‘디왈리’ 꼭 보러오세요” “2∼3년에 한 번씩 고국에 올 때마다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느낀다. 우후죽순처럼 솟아오른 마천루들을 보면 가슴이 뿌듯하다.” 인도 뭄바이행 대한항공 여객기 기내에서 만난 미국 거주 인도인 아툴 켈레카르(43)는 고국이 발전하는 모습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미국 실리콘밸리 인근 세크라멘토 IT업체에서 소프트웨어전문가로 일하고 있는 그는 지금 고향인 뭄바이에 계신 부모님을 만나러 간다.2년마다 한번씩 가는데 작년에 부모님이 미국을 찾아와 이번엔 3년 만에 고향땅을 밟는다. 그는 행복하고 단란한 가정을 이끌고 있는 모범적인 가장이다. 닮은꼴 귀걸이를 한 부인 슈방기(41)와 딸 아우아니(9)의 얼굴엔 근심거리가 없다. 행복한 표정이 가득하다. 무남독녀인 아우아니는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해서인지 환한 얼굴이다. 아주 귀엽다고 칭찬하자 아이는 얼굴을 붉히며 고맙다고 대답했다. 아빠와 장난을 치기도 하고 어린이 영어책인 ‘Homework Machine’을 읽기도 하며 미국에서 인도까지 장거리 여행의 무료함을 달래고 있다. 아이는 하나면 충분하다며 더 이상 낳을 생각이 없다는 그는 “인도는 다양한 언어와 문화, 인종이 섞여 있는 천의 얼굴을 가진 나라”라며 “오랜 역사를 지닌 나라이니만큼 볼거리도 많다.”고 강조했다. 타지마할과 라지스탄 사막의 밤하늘, 아잔타석굴을 꼭 둘러봐야 한다고 말했다. 브라만인 그는 같은 자티(하위카스트) 출신의 부인과 결혼했다. 인도에서의 결혼은 대부분 중매로 이뤄지며 자티가 같은 집안끼리 혼인관계를 맺는다. 이것이 인도의 카스트를 오늘날까지 지속하게 만드는 힘이다. 그는 “퇴직하면 고향에 와서 살겠다.”고 강조했다. 부모와 형제자매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4주 동안 고향에 머물 예정이라는 그는 인도 최대 축제인 디왈리를 반드시 구경하라고 추천했다. 삼촌이 방갈로르 IT업체에서 일한다는 그는 “뭄바이, 델리 등 대도시에서는 돈지갑을 조심하고 택시요금은 부르는 대로 주지 말고 깎아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최종찬기자 siinjc@seoul.co.kr ●디왈리 인도의 새해맞이 축제. 힌두음력 기준으로 10월말에서 11월 중순 사이에 시작해 5일간에 걸쳐서 진행된다. 디왈리는 산스크리트어로 빛의 무리라는 뜻. 부의 여신 락슈미가 와주기를 기원해 불을 켜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축제 전날 기도를 시작으로 인도인들은 가족 친지들에게 ‘해피 디왈리’라고 외치며 인도식 케이크인 스위트를 돌리고 선물을 주고받는다. 거리에선 축제 14일 전부터 폭죽을 터트리기 시작해 디왈리 때 절정에 달한다.
  • [서울신문 제17회 교통봉사상-본상]

    ●김영민(53·코레일 차장) 철도차량 차축연마기 집진장치를 개선해 차량관리 생산성을 크게 높였다. 공기압을 이용한 차량 바퀴축 이동장치를 개발해 작업능률을 높이고 업무환경 개선에도 기여했다. 노숙자·독거노인·결식아동 등에게 옷가지를 나눠 주고 무료급식 봉사도 활발히 펼쳤다. 공정한 업무처리와 경영혁신으로 올해 자랑스런 철도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권인식(45·도로공사 차장) 첨단 지능형 교통시스템(ITS)도입으로 고속도로 지능화를 통한 고객만족 및 지·정체 해소에 노력했다. 고속도로 작업장 안전기준을 만들어 현장 사고를 줄이는 데도 힘썼다. 명절·휴가 특별교통대책을 세워 고객서비스 향상과 원활한 교통 소통에 기여했다. 버스전용차로제 도입·제도 정착 및 활성화를 위해 효과분석과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최성수(49·대한항공 수석사무장) 대한항공에 입사,27년 동안 2만 4367시간의 비행기록을 보유한 수석사무장으로 국제선 팀장을 맡고 있다. 세련된 대고객 서비스와 성실한 업무자세를 함께 갖춰 승무원의 귀감이 되고 있다.‘하늘사랑 바자회’를 열어 5200만원을 정신지체 청소년 보호시설과 독거노인 휴양소에 기부하는 등 사회봉사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강동수(45·교통안전공단 책임연구원) 건교부 교통안전팀에 파견돼 교통안전 정책과 제도를 발전시키는 데 공헌했다. 새로운 교통안전 추진 체제 정착을 위한 교통안전법 전면 개정에 전문 지식을 동원, 입법지원을 했다. 녹색교통운동과 교통사고 예방을 활발히 펼쳤고 교통안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교통안전연차보고서를 작성하는데 전문가로 참여하고 있다. ●장병구(48·구미택시 기사) 매달 2회 이상 교통질서 캠페인을 펼쳐 시민 교통안전의식을 높였다. 깨끗한 택시와 항상 밝은 미소로 고객을 대해 택시 승객 만족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모범운전자회에서 무질서 추방운동을 펼치기도 했으며 노사 안정을 위해 솔선수범하는 등 육운 발전에 크게 힘썼다. 성실한 근무 자세와 노사 안정을 위해 솔선수범하고 있는 운전자다.
  • [열린세상] 정당경선,법으로 관리하자/윤성이 경희대 한국정치 교수

    [열린세상] 정당경선,법으로 관리하자/윤성이 경희대 한국정치 교수

    프로야구에나 있는 ‘플레이오프’ 제도가 이제는 대선에서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와 관례처럼 되었다. 각 정당들이 경선을 통해 대선 후보를 뽑은 지도 한참이 되었건만 12월19일 선거의 최종 명단에 들어갈 이름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이 당대당 통합과 후보단일화 작업을 이제 막 시작하였다. 양당의 후보단일화 과정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다음은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와, 그리고 좀더 성공적이라면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까지 포함하는 또 다른 최종예선이 기다리고 있다. 범여권이 원하는 시나리오대로라면 예비경선, 경선, 준 플레이오프, 그리고 플레이오프라는 네 단계를 치른 후에야 비로소 최종 후보가 결정되는 셈이다. 한나라당도 이회창 후보의 돌발 출마로 인해 보수 진영의 최종 후보를 결정하는 플레이오프를 거쳐야만 대선승리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몇달 동안 온갖 추태를 다 보이고 국민의 진을 빼 놓으면서 치른 정당경선이 고작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한 예선리그에 불과한 것이었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후보단일화가 민주주의 쟁취를 위한 국민의 열망이었던 적도 있었다.1980년 봄과 1987년 대선에서 온 국민은 김영삼과 김대중 양자간의 단일화를 간절히 소망하였다. 그러나 양김의 권력욕은 끝내 민주세력의 희망을 저버렸다. 한편 1997년 대선에서의 DJP 연합,2002년의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 그리고 이번 대선에서 양 진영의 플레이오프는 국민이 바라는 바도 아닐뿐더러 민주주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진보이념의 김대중과 원조보수 김종필의 연대, 그리고 서민후보인 노무현과 대한민국 대표재벌 정몽준의 만남에서 원칙과 명분을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이들의 연대가 그리 오래가지 못하였던 것도 본질적으로 잘못된 만남이었기 때문이다.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당대당 통합도 원칙과 명분이 없기는 마찬가지다.4년 전 민주당을 뛰쳐나오면서 만든 열린우리당은 지역주의 타파와 정당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구태정치세력과 결별한다고 선언하였다. 이제 ‘도로 민주당’으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상황을 무슨 논리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민주세력 대연합이든 반부패 연대든 어떤 미사여구를 갖다 붙여도 궁색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진성보수를 외치면서 뜬금없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회창씨의 행보도 정당정치 질서를 파괴했다는 점에서 계란 세례를 받을 만하다. 만약 선거 막판 이명박 후보와 단일화하는 모습을 연출한다면 출마의 진정성마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대선후보들 간의 합종연횡은 정당정치의 질서를 어지럽힐 뿐 아니라 선거의 본질마저 훼손한다. 국민과 언론의 관심이 온통 후보단일화에 쏠리면서 선거의 중심에 있어야 할 정책과 공약에 대한 검증이 오간 데 없어졌다. 선수명단 결정에 모든 시간과 정력을 다 써버리고 나니 정작 정책대결의 본 게임은 제대로 하지도 못한 채 승자를 판가름해야 한다. 다음 대선을 위해서라도 지금의 무질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정치인들의 현명한 판단과 올바른 처신은 더이상 기대할 바가 못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곳은 법과 제도로 민주주의 질서를 지키는 방법밖에 없다. 미국에서는 주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경선방식과 시기를 결정한다. 독일도 공천에 관한 모든 절차를 법으로 관리하고 있다. 우리도 정당 경선의 절차와 시기, 방식에 대해 상세히 법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유권자들에게 후보의 정책과 공약을 검증하고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법으로 보장해 주어야 한다. 어차피 국민의 세금으로 치르는 경선이니 만큼 법으로 관리하는 것도 충분한 타당성이 있다. 윤성이 경희대 한국정치 교수
  • [하재봉의 영화읽기] 만덜레이

    [하재봉의 영화읽기] 만덜레이

    치열한 실험정신을 잃지 않고 영화미학의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해가는 덴마크 출신의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미국 3부작을 기획한 의도는, Pax Americana라고 부를 정도로 세계 정치 문화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국의 역사를 영화적으로 접근해보자는 것이었다. 그 계기는 911 테러였다. 미국의 영향력이 증대될수록 미국의 오만함도 커지고 적대적인 시선도 늘어난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영화를 통해서 오늘날 미국사회의 문제점을 해부해 보고 싶어했다. 매우 정치적인 의도로 미국 3부작이 기획된 셈이다. 그 첫번째 시도가 <도그빌>이다. 그레이스라는 여자가 도그빌이라는 마을에 도망치듯 들어와 겪는 폭력적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충격적인 영화 언어와 날카로운 실험정신으로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영화언어를 만들어냈다. 연극적 무대 양식과 영화적 실험기법이 충돌하면서 절묘한 하모니를 빚어내는 이 작품은, 이른바 구동독작가인 브레히트류의 서사극에서 영향을 받았다. 무대와 객석 사이에 존재하는 제4의 벽을 무너뜨리고 감정이입에 의한 카타르시스를 만들어내는 아리스토텔레스식의 동화효과가 아니라, 무대 위의 사건과 인물에 의문점을 갖고 관객들로 하여금 비판적 이성으로 분석하고 탐구하게 만드는 이화효과를 창안한 브레히트의 극작술과 연출방법은 현대연극의 새로운 영역을 창조했었다. 가까스로 도그빌을 벗어난 그레이스가 도착한 곳이 미국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만덜레이>다.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은, 미국 정치의 심장부를 소재로 한 <워싱턴>이다. 개들의 마을을 뜻하는 도그빌이나, 흑인 노예 농장을 소재로 한 만덜레이 등의 제목이나 소재에서도 드러나듯이, 라스폰 트리에 감독은 역사가 일천한 미국의 천박한 문화를 비판하고 있다. 청교도 정신으로 건설한 나라가 아니라 그 이면에는 잔혹한 폭력과 상처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라스폰 트리에의 미국 3부작이 주는 강렬한 이미지는, 실제 공간이 아니라 마치 연극 작품처럼 무대 위의 셋트에서 촬영된 이질감에서 비롯된다. 그것도 사실주의 양식의 무대가 아니라, 표현주의 스타일의 상징적이며 압축적 이미지를 담은 무대다. 따라서 한 마을이나 농장은 무대 위에 조밀하게 구성되어 있고, 벽이나 울타리 등은 의미적으로는 설정되어 있지만 시각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물들이 공간을 이동하면서 문을 열고 닫는 행위를 마임으로 연기하면, 음향으로 가상의 벽이나 문이 존재하는 것을 알려준다. 그곳이 어떤 공간인지는 바닥에 글자로 쓰여 있다. 카메라는 가끔 버즈 아이샷으로 공중 높이 올라가면서 마치 건축 설계도의 평면도처럼 관객들이 영화의 공간적 배경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게 한다. 도그빌을 떠나 남부 알래바마주의 한 오지 마을 만덜레이에 도착한 그레이스(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분)와 갱단 두목인 그녀의 아버지(윌리엄 데포우 분)는 폐지된지 70년이 넘은 노예제도가 아직도 존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농장주인 백인 마님은, 농장의 흑인 노예들에 관한 모든 비밀이 적힌 자신의 침대 밑 노트를 불태워 달라는 유언을 마지막으로 그레이스에게 하고 숨진다. 그레이스는 흑인들에게 그들이 더 이상 노예가 아니라 자유의 몸이라는 것을 알려 주고 농장이 정상화될 때까지 머무르기로 결심한다. 그녀의 아버지는 그레이스를 비웃으며 갱단의 부하 몇 명에게 그레이스를 경호하도록 하고 떠난다. 흑인 노예들은 갑자기 찾아온 자유에 당황해 한다. 자유와 방종의 차이를 모르고 무질서한 행동들이 나타난다. 죽은 백인 마님 대신 농장에 질서가 집힐 때까지 그레이스에게 마님 역할을 해달라는 요청을 그레이스는 받아들인다. 그리고 침대 밑에 숨겨진 비밀노트를 본다. 그 속에는 모든 흑인 노예들이 7등급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자존심 강한 1등급부터, 아첨 잘하고 상황에 따라 자신을 바꾸며 생존해 나가는 카멜레온같은 7등급까지 상세하게 분류된 그 노트의 분석은 정확했다. 그레이스는 그들이 자율적으로 일하고 목화 수확을 거둘 수 있게 노력한다. 라스폰 트리에 감독은 일차적으로 미국의 노예제도를 무대 위에 올려놓는다. 오늘날의 미국은 아프리카에서 강제적으로 끌고 온 흑인 노예들의 노동력이 없었다면 성장 불가능했다는 비판적 시각이 그 속에는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흑인 문제와 노예제도가 일차적 소재라면, 그 속에 깃들어 있는 이 작품의 진정한 주제는 자유에 대한 것이다. 억압이 사라졌다고 저절로 자유가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농장의 흑인 노예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자유인가? 그들 중에는 오랫동안 몸에 익은 속박을 더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강요된 자유가 아니라, 자유의지로 선택한 속박에 길들여진 그들 곁에서 그레이스는 혼란을 느낀다. 또 그녀는 흑인 노예들의 벌거벗은 강인한 몸을 보면서 욕망을 느낀다. 흑백의 섹스는 미국 영화에서 오랫동안 금기에 해당되는 사항이었다. 백인 남자와 흑인 여자의 섹스는 문제될 것이 없다. 백인이 우월자이고 지배자였으니까. 그러나 백인 여자와 흑인 남자의 섹스는 미국 영화 속에서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만약 그 부분이 내러티브 전개상 꼭 필요하다고 해도, 침대로 갔다가 다음 날 해가 뜨는 식으로 간단하게 묘사하는 게 전부였다. 웨슬리 스나입스가 흑인 인텔리로 등장해서 나스타샤 킨스키와 섹스를 하는 장면이 사실적으로 묘사된 <원 나잇 스탠드>는 그런 점에서 충격을 준 영화다. <만덜레이>에도 그레이스와 흑인 노예 티모시(이삭 드 번콜 분)의 사실적인 섹스씬이 등장한다. 흑인 남자들의 벗은 몸을 보고 자위를 하는 그레이스의 모습에 이어, 후반부에는 음부까지 드러낸 그레이스와 검은 성기까지 노출한 티모시의 격렬한 섹스씬이 삽입되어 있다. 이것은 의도적인 것이다. 흑백의 터부를 라스폰 트리에 감독은 깨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섹스가 아니다. 자유와 속박의 문제다. 농장 노예들을 분석한 비밀노트도 사실은 농장 집사인 흑인 윌햄(대니 글로버 분)이 작성한 것이었고, 흑인들이 농장을 떠나지 않는 것도 속박에 의해사 아니라 갑자기 찾아온 자유의 세상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할까 봐 의도적으로 노예제도의 틀을 유지시켰다는 것을 알게 된 그레이스는 만덜레이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또 자존심 강한 1등급 먼시족 남자로 생각하고 이끌렸던 티모시는 사실은 기회주의적인 7등급 만시족이었다는 게 드러난다. 더구나 티모시는 목화로 수확한 마을의 공금을 술과 노름으로 탕진해 버린다. 분노한 그레이스가 티모시를 결박해 놓고 채찍으로 후려치는 모습에서 우리는 기회적이고 이중적인 인간의 본성을 찾아볼 수 있다. 그레이스뿐만이 아니다. 농장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그레이스를 마님 대용으로 이용한 흑인들의 대부 윌햄도 그렇고 그 사실을 알고 있던 다른 흑인들도 마찬가지다. 자유와 속박의 경계, 인간의 본성에 대해 대담한 방식으로 접근한 라스폰 트리에의 용기와 실험정신은 <만덜레이>라는 걸작을 만들었다. 영화 양식의 무대적 차용이라는 독특한 외형적 방식뿐만 아니라, 내적인 주제적 측면에서도 저울추의 균형감각을 유지한다. 위장된 휴머니즘을 신랄하게 파고 들어가는 감독의 예리한 연출력이 <만덜레이>를 보는 동안 우리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든다. 니콜 키드만에 이어 그레이스 역을 맡은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는 <식스 센스>의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만든 <빌리지>에서 여주인공으로 발탁돼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신인이다.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론 하워드 감독으로서 <분노의 역류> <뷰티풀 마인드> <다빈치 코드> 등을 만든 명장이다.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는 아버지의 명성에 기대지 않고 독자적인 노력으로 주목받는 연기자로서 발돋움하고 있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유로파>로 데뷔한 후, 병원을 소재로 한 장편 시리즈 <킹덤>, 칸느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브레이킹 더 웨이브>, 가수 비욕이 참여했던 뮤지컬 영화 <어둠 속의 댄서> 등을 만들었던 문제 감독이다. 그는 인위적인 시선을 배제하고 자연광 등으로 순수한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도그마 선언을 주도했고, 이에 동조하는 젊은 영화감독들과 함께 새로운 영화운동을 일으키기도 했었다. 들고 찍기를 자주 사용하고 카메라와 편집 테크닉에도 능란한 그는, 깊이 있는 주제의식으로 항상 문제 영화를 만들어왔다. <만덜레이>는, 미학적으로는 브레히트의 서사적 방법론을 영화언어에 접목함으로써 사건과 인물에 집중하는 힘을 높이고 있고, 정치적으로는 관객들의 비판정신을 불러일으키면서 미국 현대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글 하재봉 시인, 영화평론가, 동서대 교수     월간 <삶과꿈> 2007.09 구독문의:02-319-3791
  •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유가족 생계대책 등의 요구로 무기한 연기됐던 전국노점상총연합회 소속 이근재(47)씨의 장례식이 9일 오전 일산복음병원에서 열렸다. 숨진 지 29일 만에 열린 장례식에는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와 문성현 민노당 대표, 전노련 회원 등 500여명이 참석해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 권영길 민노당 후보는 조사에서 “고 이근재 열사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아니라 비정한 이 나라가 죽음으로 내몬 것”이라며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일산서구 주엽역 광장 앞 중앙로로 이동해 이 씨가 노점을 운영하던 일산서구 문화초등학교까지 약 850m를 행진했다. 이후 문화초교 앞에서 노제를 지낸 뒤 덕양구 도내동 고양시립묘지에 이 씨의 시신을 안장했다. 같은 시각 주엽역 공원에서는 시민단체들이 ‘노점상 반대’ 집회를 벌였으나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고양범시민대책위원회 회원 5000여명은 이날 오전 일산서구 주엽역 공원에서 “무질서 행위를 근절해 깨끗하고 아름다운 고양시를 만들자.”며 30분 가량 집회를 벌였다. 전노련은 이씨의 장례 문제가 해결됨에 따라 한달 가까이 지속돼 온 장외투쟁을 접고 시와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로 노점문제를 풀어 나가기로 했다. 전노련은 또 10일 고양시청 앞에서 진행할 예정이던 추모제와 11일 일산 문화광장에서 1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기로 한 빈민대회도 취소했다. 이 씨는 지난달 12일 고양시 일산서구 후곡마을 앞 산책로에서 소나무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으며, 전노련은 이 씨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라며 시위를 벌여 왔다.고양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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