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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분석] MB 국정키워드 ‘실용’ → ‘통합’

    [뉴스 분석] MB 국정키워드 ‘실용’ → ‘통합’

    ‘실용’과 ‘변화´, 이명박(얼굴) 대통령의 이 핵심 키워드가 사라졌다.‘실용정부’라는 별칭과 함께 출범한 지 넉달여 만의 일이다. 11일 이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는 이들 대신 ‘안정’과 ‘통합’이 키워드로 등장했다. 지난 2월 취임식 연설에서 남북관계까지 실용의 잣대로 풀겠다고 한 이 대통령이다.24쪽 분량의 취임사에서 요소요소에 세 차례 언급했던 ‘실용’을 이날 23쪽 분량의 시정연설에선 단 한번도 꺼내들지 않았다.5차례 내세운 ‘변화’ 또한 두 차례로 줄였다. 이 대통령의 국정 기조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세계 경제위기의 파상적 위협과 민심을 돌려세운 쇠고기 정국이 만든 변화상이다. 이 대통령은 18대 여야 국회의원 299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뤄진 시정연설에서 “통합 없이 발전 없고, 발전 없이 통합 없다.”면서 “발전과 통합의 두 수레바퀴를 힘차게 돌리기 위해 저와 정부부터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이어 “신뢰 없이는 경제도, 정치도 성공할 수 없다.”며 “더 낮은 자세로 차근차근 국민의 신뢰를 얻는 일에 국정의 중심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 위기와 관련,“고유가로 촉발된 급물살을 거슬러 배를 끌고 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공공요금을 최대한 억제하는 등 물가 안정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관계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과거 남북이 합의한 7·4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비핵화공동선언,6·15공동선언,10·4정상선언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 북측과 진지하게 협의할 용의가 있다.”며 남북 당국간 전면적인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특히 연설 50분전에 금강산 피격 사건을 보고받고도 남북간 전면 대화 재개를 촉구하는 연설을 함으로써 남북간 경색국면 타개를 위해 대북정책의 기조를 보다 완화할 뜻임을 천명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먹거리 문제만큼은 ‘국민건강안보’ 차원에서 접근할 것”이라며 “국무총리 산하에 민간이 참여하는 국민건강대책기구를 구성, 먹거리 안전에 빈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감정에 휩쓸리고 무례와 무질서가 난무하는 사회는 결코 선진사회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하고 “부정확한 정보를 확산시켜 사회 불안을 부추기는 정보전염병(infodemics)도 경계해야 할 대상”이라며 법·질서 확립 의지를 강조했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Local] 팔공산 계곡 2곳 무질서 단속

    경북도 팔공산도립공원관리사무소는 9일 피서철을 맞아 이날부터 오는 8월 말까지 영천시 신령면 치산계곡과 칠곡군 가산면 금화계곡 등 팔공산 계곡 2곳에 대한 무질서 행위를 집중 단속한다고 밝혔다. 공원관리사무소는 이 기간동안 18명으로 3개 단속반을 편성, 이들 계곡내의 취사와 야영, 목욕 행위 등을 중점 단속한다. 적발되면 10만∼50만원의 벌금을 물게 된다. 팔공산도립공원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이들 계곡은 행락객 급증으로 수질오염과 생태계 훼손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면서도 “시민들이 계곡내 손발을 담그는 것은 허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한국인의 질병] (42) 간질

    [한국인의 질병] (42) 간질

    ‘지랄병’ 등의 이름으로 불려 사회적인 편견이 가장 심한 질환 가운데 하나인 간질. 최근에는 관련 학계를 중심으로 병명을 바꾸는 작업이 추진되는 등 질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간질의 증상과 치료법에 대해 자세히 듣기 위해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김동석(44) 교수를 만났다. 간질 발작을 일으키는 환자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국내 간질 환자수는 무시하지 못할 수준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전 인구의 1%, 약 50만명이 간질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있는 간질 환자는 50만명인데, 이 가운데 중증환자는 10만명에 불과합니다.40만명은 약으로 발작 증상을 조절할 수 있어요. 하지만 단순히 간질을 앓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취업에 불이익을 주는 등 편견이 심한 상황이죠.” 간질발작은 신경세포에서 나타나는 무질서한 전기신호가 주변 뇌 세포로 퍼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신경세포를 둘러싸고 있는 막은 원래 음(-)극으로 되어있다. 그러다가 활동하면 음극이 양극으로 바뀌게 된다. 이렇게 한번 흥분하면 신경세포는 한동안 쉬어야 한다. 그러나 잘못된 전기 신호를 내는 뇌세포는 한번에 여러번 연달아서 흥분하게 된다. 이때 간질 발작이 일어난다. ●뇌세포 절제 수술 성공률 80~90% 멀쩡한 주변 뇌세포들로 흥분 현상이 퍼지면 이상 흥분 증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흥분성 신경전달이 급격히 늘어나거나 이를 억제하는 기능이 약화될 때 발작이 일어나기도 한다. 간질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선천성 기형이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한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반드시 유전되는 병은 아니다. 유전성이 뚜렷한 ‘특발성간질’조차 자녀에게 유전될 확률이 6∼8%에 불과하다. 성인에게 처음 나타나는 간질은 특히 유전성 경향이 희박하다. 다만 교통사고로 인한 뇌손상이나 뇌혈관질환, 뇌종양은 간질 발병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다. 또 심리적인 충격이나 스트레스는 간질을 일으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기 때문에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간질의 증상은 전신 발작과 부분 발작, 탈력 발작(긴장이 빠져 쓰러지는 증상)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탈력발작이 심한 환자는 헬멧을 쓰게 해 다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할 때도 있다. 가벼운 발작은 5∼10초 이내에 끝나지만 심하면 2∼3분 동안 이어지기도 한다. 다리가 풀리고 호흡을 하지 못해 생기는 청색증과 기억상실 등이 간질 환자에게 나타나는 주요 증상이다. 간질은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이나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뇌파 검사 등을 통해 비교적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각종 장비를 다양하게 활용하면 뇌의 어느 부위에 문제가 생겼는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수술 성공률도 높다. “뇌세포의 일부를 절제하는 외과적 수술법은 성공률이 80∼90% 수준입니다. 바꿔 말하면 실패할 확률이 10∼20%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완치가 쉽지는 않지만 적극적으로 치료를 하면 증상을 완화시켜 일정한 상태로 유지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발작이 나타나면 빨리 병원을 찾아 약물치료부터 받아야 한다. 간질 환자는 첫 발작이 나타난 뒤 6개월 내에 50%,2년 내에 80%의 확률로 발작이 다시 나타난다. ●약물복용 중단은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을 뇌파 감사에서 이상이 있는 환자와 그 중에서도 ‘간질파’가 발견되는 환자는 재발위험이 높기 때문에 반드시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머리 한 부분에만 이상이 있으면 재발 위험이 높아진다. 과거에 뇌에 감염 증상을 경험했거나 의식을 잃을 정도로 심한 외상을 입은 환자, 첫번째 발작이 30분 이상 이어지는 환자도 약물치료 대상이다. 2년 이상 약물을 복용하고, 발작이 사라지면 약을 끊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환자의 60%는 약을 성공적으로 끊고 발작이 없는 상태로 지내기도 한다. 그러나 약물을 끊는 것은 반드시 전문의의 조언에 따라야 하며, 검사를 했을 때 다시 이상이 발견되면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 흔히 간질 수술을 하고 나면 간질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간질 수술을 받았다고 해도 1,2년 정도는 약물을 복용하여야 안전하다. “약을 임의로 끊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1년을 임의로 끊으면 2년 동안 더 약을 처방해야 하고,2년간 끊으면 4년이 필요해집니다. 마치 아기가 새로 걸음마를 배우는 것과 같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만약 쓰러져 심하게 경련을 일으키는 환자를 봤다면 당황하지 말고 딱딱거나 위험한 물건을 치워 환자가 다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실내라면 담요나 이불을 미리 깔아놓는 것이 좋다. 턱을 벌려서 입안에 헝겊 등을 억지로 밀어넣으면 발작이 악화될 수 있다. 발작이 끝나면 즉시 코로 산소를 공급하고 흡입기로 분비물을 제거해야 한다. 간질을 치료하려면 반드시 전문가를 믿고 따라야 한다. 간질 치료는 단기간에 마무리 지으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많은 환자가 1년 정도 치료를 받다가 경제적인 사정을 이유로 치료를 포기한다. 그러나 의사를 믿고 치료를 맡겨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병원을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전문가를 정해 꾸준히 상담하는 것이 좋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이태원 노점상 유럽풍 ‘변신’

    이태원 거리에 무질서하게 난립해있던 수레형 노점들이 산뜻한 부스형으로 탈바꿈했다. 용산구의 노점 시범가로 조성 사업에 따라 120개의 노점들이 스테인리스 재질의 부스 형태로 모두 교체된 것이다. 3일 용산구에 따르면 이태원노점협의회 소속 노점상들은 최근 한 곳당 400만원씩 들여 가로 2.0m 폭 1.5m 높이 1.7m 크기의 노점 판매대를 새로 장만했다. 손수레형 진열대 주위를 비닐천막으로 둘러 조잡하고 무질서한 느낌을 주던 노점들이 세련된 박람회 부스 형태로 변신한 것이다. 교체 비용은 전액 노점상들이 부담했다. 새 판매대는 상인들의 견본 품평회와 용산구 노점개선자율위원회의 디자인 심의를 거쳤다. 부스 외벽에 서울 남산과 유명 민화와 풍속화 등을 새겨 넣어 고유색을 강화했다. 구 관계자는 “판매대를 정비한 노점상에게는 1년에 47만원씩 부과해오던 과태료와 변상금 대신 20여만원의 도로 점용료만 받기로 했다.”면서 “현재 진행중인 디자인거리 조성사업이 끝나는 올해 말이면 이태원은 유럽풍의 노천 쇼핑명소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부스 바닥에는 전동모터를 부착해 이동이 쉽도록 했다. 노점은 오후 3시부터 영업을 시작,9시가 지나면 모두 철시하게 해 주변 주변 점포주들과의 마찰도 해소될 전망이다. 이태원로에는 1960년대 후반 청각 장애인 20∼30여명이 노점 영업을 시작한 뒤 외국인들이 몰린 서울올림픽을 전후로 400여개까지 노점이 증가했으나 경기침체와 미군부대 이전에 따른 이태원 상권의 쇠퇴로 최근에는 120여개로 줄어든 상태다. 노점들은 대부분 의류와 액세서리, 가방, 공예품 등을 취급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생계형 노점의 경우 엄격하게 법적인 잣대만 들이대기엔 무리가 따른다.”면서 “영업을 양성화하는 대신 노점상들 스스로 규제와 가로 환경 개선에 나서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26) 활쏘기를 연습하는 사연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26) 활쏘기를 연습하는 사연

    조선 사람들의 생활과 의식 속에서 활은 엄청나게 중요한 것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활쏘기는 출셋길의 하나였기 때문이다. 사정에서 활을 쏘는 사람을 한량이라 한다. 활쏘기를 연습하는 것은 취미가 아니라, 무과에 응시하기 위해서다. 김홍도의 ‘활쏘기’는 활쏘기를 연습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그림 왼쪽에는 한 무관이 시위를 당기고 있는 사내의 자세를 잡아주고 있다. 그림의 오른쪽 사내는 한쪽 눈을 감고 화살이 굽어 있는가를 살펴보고 있다. 앞에 놓인 것은 화살을 넣는 전동이다. 화살에는 종류가 퍽 많지만, 대개 연습용 화살은 유엽전이란 화살을 많이 쓴다. 유엽전은 화살촉이 버드나무 잎처럼 생겨서 붙은 이름이다. 아래의 사내는 쪼그리고 앉아 활에 힘을 주어 교정을 하고 있다. 활은 사용하지 않을 때는 시위를 얹지 않고 풀어두고, 사용할 때 시위를 건다. 이때 힘을 주어 자신이 쓰기에 알맞게 형태를 잡아 주는 것이다. 강희언의 ‘활쏘기’는 활 쏘는 장면에 집중하고 있을 뿐 김홍도의 그림과 대동소이하다. 그림 속의 활을 쏘는 장소는 활터, 한자말로 하자면 사정(射亭)으로 아마도 조선시대 서울 곳곳에 있던 사정 중 하나일 것이다. 땅값이 금값이 된 지금 누가 활을 쏠 너른 터를 그냥 두겠는가. 근대 이후 서울의 사정은 멸종을 하고 말았다. 겨우 남아 있는 것이 인왕산 기슭의 황학정이니, 관심 있는 분들은 산보 삼아 찾아가 볼 것을 권한다. 황학정은 고종의 명으로 경희궁 안에 지어진 것인데,1922년 일제가 경희궁을 헐 때 지금 장소로 옮긴 것이다. ●활쏘기는 무과 급제의 제1덕목 서울에는 사정이 많았다. 나라에서 세운 사정은 대개 군사 훈련용이다. 동대문 운동장은 조선시대에 군사를 훈련하던 훈련원 터다. 따라서 당연히 사정이 있었다. 또 충융청과 같은 군영에도 자체 사정이 있었다. 창경궁 후원의 춘당대도 사정이다. 하지만 사정은 민간에 더 많았다. 서울은 인왕산 기슭의 서촌(우대), 지금의 동대문 운동장 일대를 하촌(아래대)라 하는데, 전자에는 풍소정·등룡정·등과정·운룡정·대송정의 오정이 가장 유명하였고, 아래대에는 석호정·좌룡정·화룡정·이화정 등이 있었다. 이 외에도 곳곳에 사정이 있었다. 황학정은 등과정이 있던 터에 세운 것이다. 이들 사정 사이에는 서로 시합을 하는 것이 있어서 그것을 ‘편사놀음’이라고 불렀다. 지금은 메달이 걸린 활쏘기 시합이란 양궁 일색이다. 전통적 활인 국궁은 일반의 관심에서 멀어진 지 오래다. 하지만 불과 일백 수십 년 전을 거슬러 올라가면 모든 활은 국궁이고, 조선 사람들의 생활과 의식 속에서 활은 엄청나게 중요한 것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활쏘기는 출셋길의 하나였기 때문이다. 사정에서 활을 쏘는 사람을 한량이라 한다. 소과에 응시하는 자를 유학이라 한다. 문인으로 벼슬하지 아니한 사람, 소과에 합격하지 않은 사람을 유학이라 하듯, 무반 쪽으로 무과를 준비하는 사람, 무과에 합격하지 않은 사람을 한량이라 하였다. 활쏘기를 연습하는 것은 취미가 아니라, 무과에 응시하기 위해서다. 무과의 과목 중 가장 중요한 것이 활쏘기였기 때문이다. 무과 초시의 시험과목은 ‘경국대전’에 의하면, 목전(木箭)·철전(鐵箭)·편전(片箭)·기사(騎射)·기창(騎槍)·격구(擊毬)였다(영조 때 만들어진 ‘속대전’에 오면, 기사·기창·격구가 기추(騎芻)·유엽전(柳葉錢)·조총·편추(鞭芻)로 바뀐다). 복시도 목전·철전·편전·기사·기창까지는 동일하고 격구가 병서(兵書)를 잘 알고 있는가를 테스트하는 강서(講書)로 바뀔 뿐이다. 마지막의 전시는 기격구(騎擊毬)와 보격구(步擊毬)가 시험 과목이 된다. 일별하여 ‘전(箭)’ 자 그리고 ‘사(射)’ 자가 많이 들어가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 활쏘기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과목이었다. 무과는 문과처럼 간지에 자·오·묘·유가 들어가는 해, 즉 식년에 치르는 정기시험인 식년시가 있고, 문과처럼 증광시·별시·알성시 등의 비정기시험이 있다. 식년시를 중심으로 무과를 간단히 개괄해 보자. 무과도 문과처럼 초시·복시·전시가 있다. 초시는 식년 한 해 전에 서울의 훈련원과 각 도의 병마절도사 관할 하에 치른다. 훈련원에서 70명, 각 도에서 모두 120명을 선발한다. 이 190명을 그 이듬해 서울의 병조와 훈련원에서 병서와 무예 시험을 보여 28명을 선발한다. 이것이 무과 복시다. 그리고 28명을 다시 등수를 정한다. ●숙종때 만명씩 선발… 조선 붕괴 빌미 하지만 이것은 법률상의 원칙일 뿐이다. 무과는 훨씬 많은 사람을 선발했다. 오죽 했으면 무과를 만 명을 뽑는다 하여 만과(萬科)라고 했을까. 무과가 무질서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임진왜란, 병자호란이란 미증유의 전쟁 때문이다. 광해군 12년에 처음으로 무과 만과를 베풀었다. 내용은 자세하지 않으나,‘변경 방어’에 그 목적이 있었다고 한다. 만과는 적지 않은 문제를 낳았다. 시험장에 가지 않았는데도 합격자 명단에 이름이 오른 경우가 있었으니, 말해 무엇 하겠는가? 합격자에게 어사화와 합격증서인 홍패지(紅牌紙)를 마련하게 하는가 하면, 차사(借射) 대사(代射)로 부정을 한 사람이 많아 처벌 대신 무명 100필씩을 받기도 하였던 것이다. 만과는 한마디로 조선의 국가제도가 붕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였다. 숙종 1년 10월19일조의 ‘실록’을 보면 환관이 무과에 응시한 것을 계기로 하여, 모의장(毛衣匠) 등의 공장(工匠)도 무과 응시를 요구하였다. 숙종 2년에 윤휴 등의 건의로 만과를 베풀었는데, 응시자가 너무 많아 서울에서 치지 못하고 중신을 각도에 보내어 선발하게 하였다.2만명에 가까운 합격자가 나오자 발령 낼 자리가 턱없이 부족했다. 합격자는 모두 서울에 몰려들어 벼슬을 바라지만 벼슬자리 자체가 모자라니, 원망이 없을 수 없다. 서울의 쌀값도 이들 때문에 올랐다는 것이다. 이들을 군대에 졸병으로 집어넣자 아니나 다를까 반발했고 그로 인해 민심까지 흉흉해졌다. 북벌을 외쳤던 이완 대장은 당시 만과를 이렇게 비판했다.“우리나라는 조총이 장기인데, 만일 만과를 베풀면 사람들이 모두 총을 버리고 활을 택할 것이다.” 임진왜란 때 조총의 위력을 경험했으면서도, 조선조 말까지 조총이 별달리 개량되지 않았고, 군대가 총포를 위주로 편성되지 않았던 것은, 바로 무과가 활쏘기란 시험과목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조선후기 과거의 문란에 대해서는 알려질 만큼 알려졌지만, 대개는 문과에 대한 것이지 무과에 관한 것은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런데 무과는 문과보다 더 타락했다. 숙종조의 명상 남구만은 이렇게 말한다.“문과는 3년 동안 33명이 합격하는데 이것은 단지 먼 시골의 글을 못하는 사람을 위로하는 도구일 뿐이다. 무과는 화살 한두 발이면 합격하여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자가 전후로 이어져 그 끝을 모를 정도다.” 문과 무과 모두 비판한 것이지만, 사실상 무과가 더 심했던 것이다. ●도심 유흥계도 장악… 한량 노는 것 연상 이것은 조선후기 내내 그러하였다. 조선시대 전체를 통계하면 무과 합격자는 문과 합격자의 10배나 되었다. 하지만 관직의 수는 무과가 문과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였다. 숙종조의 재상 최석정은, 현재 무신 당상관의 자리는 300개인데, 전직 당하관이 약 1000명에 가깝고, 무과에 합격해 아직 벼슬길에 들어서지 아니한 사람이 수천 명이나 된다고 지적한다. 이런 사람들의 원망이 어찌 없겠느냐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대책은 서지 않았다. 요즘 사람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정조의 치세를 보자.1784년에 세자 책봉을 경축하는 경과(慶科)를 쳤는데, 합격한 무사가 무려 2676명이었다. 정조는 이들 중 선전관으로 발령을 낼 사람을 지방 사람이라 차별하지 말고 골고루 지시한다(‘정조실록’ 8년 11월18일). 선전관은 임금을 가까이서 모시며 호위하고 임금의 명을 전하는 등의 임무를 맡는 무반의 요직이다. 선전관을 거쳐야만 무신으로 출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선전관청의 정식 선전관은 20명, 겸직 선전관이 50명이니, 그 많은 합격자 중 극소수만 무반으로 출셋길을 잡을 뿐 나머지는 모두 합격증만 안고 살아야 할 뿐이다. 무과를 준비하는 사람을 한량이라 부른다. 그런데 19세기 자료에 의하면 “아무런 하는 일이 없는 사람을 무한량(武閑良)”이라 하였다(조재삼의 ‘송남잡지’). 사정에 활을 쏘러 다니는 대부분의 사람은 정말 하는 일 없이 놀러 다니는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그래서인가? 이들은 서울 시내의 유흥계를 장악하고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였다. 한량이라 하면 노는 것을 연상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중구 ‘기초질서 지키기’ 결의대회

    중구는 26일 오전 8시 예관동 구청광장에서 무질서를 막기 위한 ‘기본이 바로 선 중구만들기’ 결의대회를 갖는다. 결의대회에서는 주민 대표가 기초질서 확립과 준법 실천을 다짐하는 결의문을 낭독한다. 이어 중구청을 출발점으로 ▲구청→을지로4가→을지로입구 ▲구청→퇴계로→명동입구 ▲구청→을지로4가→국립의료원→두산타워 등 명동, 을지로, 동대문 방향의 3구간으로 나눠 캠페인을 벌인다. 시민과 운전자를 상대로 승용차 요일제 준수, 담배꽁초·쓰레기 무단투기 금지, 불법주정차 및 불법 노점상 이용 금지 등을 홍보한다. 도로 주변과 상가 일대에서 쓰레기 수거 등의 환경정화 활동도 펼친다. 구는 현재 간선도로, 명동·남대문·북창동 관광특구, 동대문 패션타운 관광특구를 중심으로 담배꽁초 무단투기를 단속하고 있다. 또 주요 거리에 CCTV를 설치해 새벽ㆍ야간에도 불법 주정차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이번 행사를 통해 기초질서를 지키고 법질서를 확립하는 ‘다짐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아름다운 간판 2008] (5)간판이 살아나야 경제가 산다

    [아름다운 간판 2008] (5)간판이 살아나야 경제가 산다

    간판이 방문객들의 지갑을 열고 있다. 간판 정비는 단순히 상점의 겉모습만 아름답게 바꾸는 게 아니다. 끊어지던 방문객의 발길을 되돌리고, 등지려던 업주들의 마음을 다잡는다. 이처럼 부산 중구 남포동 광복로는 간판 정비를 통해 침체된 지역경제 회복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광복로의 현재…방문객·매출 ‘쑥쑥’ “간판을 바꾸니 방문객과 매출이 쑥쑥 올라가네요.” 꽃이 만개한 고목처럼 침체의 늪에 빠져있던 광복로에 ‘희망의 바람’이 불고 있다. 광복로는 1970∼80년대 부산을 대표하는 번화가였다. 외환위기가 닥친 1990년대 말 이후 해운대·광안리 등 새로운 상권들이 부상하고, 시청·경찰청 등 주요 공공기관들이 빠져나가면서 상권은 급속도로 위축됐다. 하지만 광복로는 간판·거리 정비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간판과 거리의 변화상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방문객 증가로 이어진 것. 부산 중구청에 따르면 실제 광복로를 찾은 방문객 수는 간판 정비 이전인 2006년에 비해 하루 평균 최대 40% 이상 늘어났다.2년 전에는 평균 방문객 수가 평일 8000명, 주말 6만 3000명에 그쳤으나 지난달에는 평일 1만명, 주말 9만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방문객의 증가는 이곳 상점들의 매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과점을 운영하는 김정욱 사장은 요즈음 매출전표를 계산하면서 저절로 콧노래를 흥얼거린다고 한다. 최근 3개월 동안 매출이 이전에 비해 10%가량 뛰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과거와 비교하면 대박 수준”이라면서 “손님들이 간판과 거리가 짜임새 있고 예쁘다고 칭찬을 많이 하고, 한동안 발길을 끊었던 단골손님들도 다시 찾기 시작했다.”면서 껄껄 웃었다. 매출이 오른 상점은 비단 이곳뿐만 아니다.15년째 피자가게를 운영 중인 김익태 사장도 맞장구를 친다. 그는 광복로 입주업체들의 대표자인 주민지원협의회 위원장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광복로에 있는 상점 대부분의 매출이 10% 이상 올랐다.”면서 “볼거리가 늘어나니 방문객이 증가하고, 장사가 안 돼 떠나려던 상인들도 다시 짐보따리를 풀고 있다.”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광복로의 1년전…화두는 조화로운 ‘S라인’ 지난 2월 부산 중구청과 광복로 상인들은 장장 3년에 걸친 ‘광복로 시범가로 조성사업’을 마무리했다. 부산 시가지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용두산공원 아래 광복로 750m 구간과 올해로 13회째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PIFF) 광장 주변 240m 구간 등이 대상이었다. 우선 광복로에 들어서면 부드럽게 굴곡을 이룬 ‘S라인’ 도로가 한 눈에 들어온다. 곧게 뻗은 기존 2차선 일방통행로를 S자형 1차선으로 바꾼 것이다. 차도의 폭을 줄이는 대신 보도는 넓혔다. 여유공간 곳곳에는 분수·벤치·화단 등 쉼터가 조성됐다. 보기에도 시원한 야자수, 강아지 모양의 앙증맞은 의자, 나무를 형상화한 가로등 등은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사람들이 직접 쓴 ‘추억남기기’ 조형물 위에서는 무언극인 ‘마임’ 등 다양한 문화예술공연이 펼쳐져 발길을 붙잡는다. 차도 역시 시커먼 아스팔트 대신 분홍빛 화강석으로 바뀌었다. 장애인들이 불편을 호소했던 차도나 보도의 높은 턱도 사라졌다. 이와 함께 거리 양 옆으로는 깔끔하게 정비된 상점들의 간판이 눈길을 끈다. 간판에는 산과 바다를 상징하는 녹색과 파란색 형광띠가 새겨져 광복로의 야경을 책임지고 있다. 광복로에 입주한 450개 상점 중 75%인 336곳이 이같은 간판 정비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이를 통해 건물을 도배하다시피했던 1300여개 간판은 900여개로 30% 이상 줄었다. 오세욱 중구청 토목계장은 “S자형 도로로 도시 미관을 살릴 뿐만 아니라, 차의 속력은 줄이는 대신 보행자가 안전하게 걸으며 쇼핑할 수 있는 ‘느림의 미학’을 담고 있다.”면서 “정비 사업에 국비 30억원을 포함해 모두 85억원이 들었지만, 효과는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광복로의 미래…주민들 자발적 규제로 ‘쾌청’ 광복로는 지난달 관광특구로도 선정됐다. 이처럼 가시적인 성과들이 줄줄이 이어지는 데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도 밑바탕됐다. 광복로 일대의 건물·상가·주민 대표들은 ‘시범가로지원협의회’를 만들어 머리를 맞댔다. 정비사업 자체를 꺼리는 이웃들도 직접 설득했다.3년간 130여차례의 회의를 통해 견해 차이를 좁혔다. 사업이 끝난 뒤에는 ‘간판감시위원’을 자체적으로 뽑아 간판이 무질서하게 난립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사업 초기에는 호두껍질같이 단단했던 사람들도 이젠 형님, 아우하고 지내며 마음의 문을 열었다.”면서 “간판이 커야 잘 된다는 생각을 바꾸니 건물과 거리가 보이기 시작했고, 방문객과 매출까지 늘어 살맛까지 느끼게 된 민·관이 만든 최고의 합작품”이라고 만족해했다. 오는 2013년 광복로 주변에는 107층짜리 엔터테인먼트단지인 롯데월드가 들어설 예정이다. 과거에는 상권을 위축시킬 ‘악재’로 받아들여졌지만, 지금은 시너지 효과를 불러올 ‘호재’로 간주된다. 오 계장은 “우리와 사정이 비슷한 타이완의 경우 100층짜리 건물이 위치한 지역의 하루 평균 유동인구가 25만∼30만명에 이른다.”면서 “광복로는 접근성이 뛰어나고 편의시설까지 잘 갖춰져 방문객 증가는 물론, 외국인 관광객 등의 추가 유입 가능성도 높다.”고 기대했다. 부산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아름다운 간판 2008] (4) 도로변 ‘불청객’ 몰아내다

    [아름다운 간판 2008] (4) 도로변 ‘불청객’ 몰아내다

    불법 간판은 도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주요 도로나 관광명소 주변에서도 불법과 무질서가 난무해 방문객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한다. 심지어 한적한 농촌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음식점이나 상점들은 손님끌기용 초대형 입간판과 이동식 간판 등을 도로변에 마구 내걸고 있다. 미관상의 문제를 차치하고라도,‘초대받지 않은 손님’인 불법 간판이 인도까지 점령하기 일쑤다. 이 탓에 정작 보행자들은 위험한 도로로 내몰리는 등 안전상의 문제까지 우려된다. 장삿속에만 급급해 이용자들의 편의나 입장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간판이 크고, 화려하고, 많아야 장사가 잘 된다는 왜곡된 인식만 확산시킬 뿐이다. 이처럼 주객이 전도된 상황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한 경기 파주시의 노력을 들여다봤다. 통일로(국도 1호선)나 자유로를 달리다 보면 파주시 구간에서 시원스럽다는 인상을 받는다. 정확한 이유를 몰라 어리둥절해 본 경험이 있는 운전자들을 위해 그 원인을 들여다봤다. ●도로변 흉물 원천봉쇄 보통 차량 통행이 빈번한, 주로 도로변에서는 높이만 무려 3∼4층 건물에 해당하는 10m가 넘는 초대형 지주간판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또 빨강·노랑 등 원색을 활용해 운전자들의 눈을 자극한다. 여기에 거대한 풍선 형태의 ‘에어라이트’와 현수막 등으로 도로변은 어지러울 지경이다. 파주시는 지난해 1월 통일로 주변을 ‘옥외광고물 특정구역’으로 지정했다. 이를 계기로 지주간판 등에 대한 신규 설치가 원천 봉쇄됐다. 특구 지정 이전에 설치된 지주간판은 허가기간인 3년이 지나면 재허가를 내주지 않고 모두 철거할 계획이다. 업주들의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업소들을 한데 모은, 산뜻한 디자인의 통합형 지주간판으로 대체하고 있다. 신동주 파주시 도시미관과장은 “내년 이후에는 파주를 통과하는 통일로 주변에서 볼썽사나운 지주간판이 자취를 감출 것”이라면서 “다만 운전자들에게 필요한 주유소와 휴게소의 자주간판은 예외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운전자·보행자를 위한 세심한 배려 도로변에서는 또 ‘떼인 돈 받아드립니다.’,‘대화’,‘만남’ 등 불법 현수막이나 전단지를 흔히 접할 수 있다. 파주시에서는 12개반,32명의 전담공무원들이 불법 광고주와 쉼없는 숨바꼭질을 벌이고 있다. 한 단속 직원은 “얼마 전까지 불법 현수막이나 전단지를 뿌리는 ‘블랙 리스트’도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사라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도시가스·통신선로·상하수도 등 도로변에 세워진 지하매설물에 대한 표지판도 눈에 거슬리는 존재다. 이에 파주시는 통일로를 비롯한 주요 도로변에 설치된 지하매설물 표지판 1300여개의 위치도 바꿨다. 이창우 파주시 광고물설치팀장은 “차도·보행로와 수직 방향으로 세워져 있던 표지판을 수평 방향으로 조정했다.”면서 “굳이 보행자나 운전자가 볼 필요가 없고, 관리자만 확인할 수 있으면 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향락지 황폐화 차단 먹을거리, 볼거리 등이 풍부해 사람이 몰리는 지역은 어김없이 원색의 대형 간판들로 몸살을 앓는다. 깊은 산 속에 가도, 시원하게 펼쳐진 바닷가에 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같은 ‘시각 공해’는 향략지의 명성을 잃어버리고 황폐화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통일로와 자유로 등을 통해 접근이 쉬운 임진강 주변에도 장어·참게·황복·매운탕 등을 전문으로 하는 대형 음식점이 밀집해 있다. 특히 자유로 당동IC 인근 문산읍 내포리 일대는 음식점 25곳이 몰려 있어 주말이면 인산인해를 이룬다. 파주시는 지난해 이곳 업소를 대상으로 기존 간판을 모두 철거했다. 이후 크기는 4m 이하, 색상은 원색 배제, 갯수는 1개로 제한한 새 간판을 재설치했다. 김은숙 파주시 광고물정비팀장은 “간판이 바뀐 뒤 단골 이용객들은 길을 잘못 들었다고 오해할 정도”라면서 “주변 경관과 조화로운 간판이 보기 좋다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간판으로 바꾼 마을 이미지 도시를 벗어난 마을들은 주로 도로를 따라 기다랗게 형성돼 있다. 이중 상당수는 세월의 때가 뭍은 낡은 간판 등으로 을씨년스러움을 더한다. 파주읍 파주리도 도로를 따라 형성된 전형적인 마을. 미군을 상대하는 업소가 몰려있어 1970년대에는 호황기를 누렸지만,30여년간 정체의 늪에 빠져 쇠퇴하는 공간으로 방치됐다. 최근까지 70년대 시골을 재현하는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 활용됐을 정도. 하지만 지난해부터 인적이 끊긴 시골 동네같은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있다.500여m 구간에 200여개 업소를 대상으로 간판을 대대적으로 정비한 것. 간판의 규격·색상·갯수 등을 제한하고 낡은 건물의 외벽은 도색했다. 김 팀장은 “판류형 간판이 획일적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간판 교체비용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한 방식”이라면서 “또 건물 외벽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입체형 간판으로 전면 교체할 수 없다는 한계도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파주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책꽂이]

    ●무용지물 경제학(베르나르 마리스 지음, 조홍식 옮김, 창비 펴냄) 파리8대학 교수인 저자는 “기존 경제학이 전공 학자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수식과 논리로 포장해왔다.”고 비판하며 기존 경제학의 난해한 이론들을 쉽게 풀어썼다. 정통경제학이 금과옥조로 여겨온 합리성, 경쟁, 희소성, 효율성 등의 경제법칙에 비판적 잣대를 들이댄 경제학 입문서.1만 8000원.●손을 씻자(프레데릭 살드만 지음, 허지은 옮김, 문학세계사 펴냄) 얼마나 끔찍한지 상상해보라.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고 손을 씻지 않고 나온 사람과 악수했을 때 2시간 뒤 상대방의 대변에 있던 균들이 당신의 입안에서 검출된다면? 1㎏짜리 베개에 진드기들이 100g이나 들어 있다면? 일상 속 건강의 적들을 적나라하게 도마 위에 올린 의학서.1만 1000원.●부의 역사(권홍우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1492년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에서부터 20세기 석유 쟁탈전까지. 서구 500년 경제사를 돌아보며 부(富)에 대한 인간의 열정이 어떻게 세계를 바꿔왔는지를 추적했다. 인간의 창의력과 자유가 보장되는 곳에서 경제가 꽃피었다는 결론. 동양을 모방한 서구의 산업화,19세기 미국과 유럽 상류층의 혼맥 등 세계 경제흐름의 역사를 다양한 측면에서 짚었다.1만 6000원.●굿바이 클래식(조우석 지음, 동아시아 펴냄) 클래식이라면 덮어놓고 주눅부터 드는,‘클래식 울렁증’ 독자들을 겨냥한 음악 해설서. 우리가 아는 클래식 명곡은 기실 19세기 초 새롭게 등장한 음악학이 만들어낸 가공품에 불과하다고 일갈하고, 하이든이 ‘놀람 교향곡’을 작곡한 배경도 알고 보면 무질서한 청중들을 길들이기 위함이었다고 꼬집는다.1만 5000원.●스타일북 두번째 이야기(서은영 글·그림, 시공사 펴냄) 패션디자이너 출신 스타일리스트 서은영이 2006년 베스트셀러였던 ‘스타일북’ 2권을 냈다.1권에서는 무엇을, 왜 입는가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엔 어떻게 입어야 하고, 어떻게 해야 스타일을 위해 조화로운 발상을 할 수 있는지 귀띔해준다. 다양한 패션 아이템에 대한 소개와 스타일 가이드도 덧붙어 패션리더들에겐 흥미만점.1만 2000원.●가이아의 복수(제임스 러브록 지음, 이한음 옮김, 세종서적 펴냄) 생명체가 체온과 화학적 균형을 조절하듯 지구도 생물, 지표면 암석, 바다, 대기를 조절하려고 능동적으로 움직인다는 ‘가이아 이론’. 책은 자기조절 능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된 가이아가 자신을 방해한 인류에게 복수를 시작했다고 경고한다. 지구의 병세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숨이 넘어갈 정도로 급성이라고 진단.1만 2000원.●박기영씨, 산티아고에는 왜 가셨어요?(박기영 지음, 북노마드 펴냄) 싱어송라이터 박기영의 스페인 산티아고 여행기. 여행자들의 관심지로 떠오른 순례의 길 ‘카미노 데 산티아고(산티아고 가는 길)’를 33일 동안 여행한 기록이다. 피레네 산맥에서 길을 잃고, 순례자 숙소에서 만난 사람들과 울고 웃는 동안 내면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1만 2000원.
  • ‘6월 과학기술자상’ 오병권 교수

    ‘6월 과학기술자상’ 오병권 교수

    세종대 수학통계학부 오병권 교수가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재단이 선정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6월 수상자로 선정됐다. 오 교수는 2차 연립 정수방정식의 정수해가 무질서함을 밝혀낸 공로를 인정받았다. 오 교수의 연구결과는 수학분야 최상위 저널로 꼽히는 ‘인벤시오네 마테마티케’의 지난해 11월호에 발표됐다.
  • [Zoom in 서울] 서울 거리 ‘사람 중심’으로 리모델링

    [Zoom in 서울] 서울 거리 ‘사람 중심’으로 리모델링

    무질서하고 어지러웠던 서울 거리가 깔끔하게 변한다. 디자인 개념이 도입되는 것이다. 서울시는 27일 보행로와 도로, 광장 등 공공 공간을 보행자 위주로 조성하고 벤치, 가로등, 육교와 같은 공공시설물을 이용자 중심으로 디자인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디자인서울 가이드라인’을 제정, 발표했다. ●시원하고 편리하며 건강한 도시로 디자인서울 가이드라인은 ▲공공공간 ▲공공건축물 ▲공공시설물 ▲공공시각매체 ▲옥외광고물 등 모두 5개 분야에 도입된다. 공공공간 가이드라인 등 추가된 4개 가이드라인은 당장 이날부터 서울시내 보행로, 도로, 통행시설물, 휴게시설물 등 모두 156종의 공공 건축물과 시설물에 적용된다. 한 업소당 1개 간판만 허용하는 내용의 ‘옥외광고물 가이드라인’은 지난 달부터 시행중이다. 분야별로 보행가로, 자동차도로, 광장 등 ‘공공공간’은 보행자와 교통약자 위주로 편리하게 만들고 모든 가로시설물은 시각적으로 트인 느낌이 들도록 설치할 계획이다. 공공청사, 공연장 등 ‘공공건축물’은 획일적·권위적·폐쇄적 이미지를 벗기고 다양한 디자인을 도입한다. 공공건축물의 권위적 형태인 높은 계단도 없앤다. 벤치·휴지통·가로판매대 등 ‘공공시설물’은 투명한 재질과 재료 자체 색을 적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시설물 점유면적을 최소화해 보행공간을 확보토록 한다. 교통안전표지·도로안내표지 등 ‘공공시각매체’는 정보의 우선순위를 고려하고 강렬한 색채를 피하고 연계 가능한 정보를 통합해 점유면적을 최소화할 방침이다.‘옥외광고물’은 개별 사업자가 아닌 ‘공공디자인’ 차원으로 정비된다.‘1업소 1간판 원칙’에 따라 간판의 수량·크기·표시내용을 최소화한다. ●디자인 사후평가시스템도 개발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면 ▲과밀하고 답답한 도시에서 시원한 도시 ▲산만하고 불편한 도시에서 편리한 도시 ▲배려와 소통이 부족한 도시에서 친근한 도시 ▲자연과 사람이 외면하는 도시에서 건강한 도시로 변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는 디자인 가이드라인 적용에 대한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디자인 사후평가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했다. 우수 디자인을 발굴·장려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서울 공공디자인 인증제를 도입해 올 하반기에 시행할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덕수궁 대한문 앞 광장에서 열린 ‘디자인서울 가이드라인 선언식’에서 “디자인서울 가이드라인은 서울이 개발과 성장이라는 20세기적 가치관을 넘어 창의적 디자인으로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21세기적 가치관으로 옮겨 가는 뜻 깊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Zoom in 서울] 서울 거리 ‘사람 중심’으로 리모델링

    [Zoom in 서울] 서울 거리 ‘사람 중심’으로 리모델링

    무질서하고 어지러웠던 서울 거리가 깔끔하게 변한다. 디자인 개념이 도입되는 것이다. 서울시는 27일 보행로와 도로, 광장 등 공공 공간을 보행자 위주로 조성하고 벤치, 가로등, 육교와 같은 공공시설물을 이용자 중심으로 디자인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디자인서울 가이드라인’을 제정, 발표했다. ●시원하고 편리하며 건강한 도시로 디자인서울 가이드라인은 ▲공공공간 ▲공공건축물 ▲공공시설물 ▲공공시각매체 ▲옥외광고물 가이드라인 등 모두 5개 분야다. 새로 확정된 4개 분야의 가이드라인은 당장 이날부터 서울시내 보행로, 도로, 통행시설물, 휴게시설물 등 모두 156종의 공공 건축물과 시설물에 적용된다. 분야별로 보행가로, 자동차도로, 광장 등 ‘공공공간’은 보행자와 교통약자 위주로 편리하게 만들고 모든 가로시설물은 시각적으로 트인 느낌이 들도록 설치할 계획이다. 공공청사, 공연장 등 ‘공공건축물’은 획일적·권위적·폐쇄적 이미지를 벗기고 다양한 디자인을 도입한다. 공공건축물의 권위적 형태인 높은 계단도 없앤다. 벤치·휴지통·가로판매대 등 ‘공공시설물’은 투명한 재질과 재료 자체색을 적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시설물 점유면적을 최소화해 보행공간을 확보토록 한다. 교통안전표지·도로안내표지 등 ‘공공시각매체’는 정보의 우선순위를 고려하고 강렬한 색채를 피하고 연계 가능한 정보를 통합해 점유면적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옥외광고물’은 개별 사업자가 아닌 ‘공공디자인’ 차원으로 정비된다.‘1업소 1간판 원칙’에 따라 간판의 수량·크기·표시내용을 최소화한다. ●디자인 사후평가시스템도 개발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면 ▲과밀하고 답답한 도시에서 시원한 도시 ▲산만하고 불편한 도시에서 편리한 도시 ▲배려와 소통이 부족한 도시에서 친근한 도시 ▲자연과 사람이 외면하는 도시에서 건강한 도시로 변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는 디자인 가이드라인 적용에 대한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디자인 사후평가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했다. 우수 디자인을 발굴·장려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서울 공공디자인 인증제를 도입해 올 하반기에 시행할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덕수궁 대한문 앞 광장에서 열린 ‘디자인서울 가이드라인 선언식’에서 “디자인서울 가이드라인은 서울이 개발과 성장이라는 20세기적 가치관을 넘어 창의적 디자인으로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21세기적 가치관으로 옮겨 가는 뜻 깊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데스크시각] 황매산 사람들/이춘규 체육부장

    [데스크시각] 황매산 사람들/이춘규 체육부장

    지난 3일 경남 합천군에 있는 황매산(해발 1108m)에는 수많은 등산객들이 모여 들었다. 황매산 8부능선쯤부터 시작되는 남쪽과 서쪽사면 8만여평의 철쭉 군락은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 팔도 사람들이 몰려든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로 활용되는 영화주제공원 부근은 철쭉이 만개했고, 정상 부근은 꽃봉오리들이 금방 터질 듯했다. 산악회 소속 회원들은 대부분 해발 200m 경남 산청군 차황면 쪽에서 시작, 정상을 거쳐 4∼5시간 걸려 합천군 가회면 영암사 주차장까지 주파했다. 그런데 이날은 한여름을 방불케 무더웠기 때문에 황매산사람들은 체력 소모가 예상보다 현저하게 많았다. 기자가 이용한 산악회원 30여명은 서울에서 오전 7시에 출발, 서초구민회관 등을 거쳐 오전 11시 30분쯤 등산을 시작, 땡볕 속에 등산을 마치고는 오후 5시 귀경을 위해 지친 몸들을 버스에 실었다. 그런데 두 사람 때문에 출발이 지연됐다. 짜증이 쌓일 법도 했지만 40여분 늦게 도착한 50대 남녀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큰 박수로 맞이했다. 늦어지는 것보다 함께 한 사람들의 무사귀환을 기뻐해 주는 ‘성숙한 자세’는 작은 감동이었다. 이처럼 한국의 등산문화는 ‘작지만 의미있게’ 성숙하고 있다. 자연을 우선한다. 기자가 19년 전 주말등산을 시작할 때만 해도 산에 올라 ‘야호∼∼’를 외치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였다. 야호는 한국 등산문화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산정상에서 소리치면 산짐승들이 놀란다.”는 여론이 일며 야호가 큰 산들에서는 사라지고 있다. 등산객이 자연의 훼방꾼, 틈입자에서 산짐승들과 공생하는 ‘벗’으로 변해 가고 있다. 좁은 등산로에서는 차례를 지키고 남을 앞세운다. 산에서의 불법 취사도 급격히 줄었다. 등산로도 잘 정비되고 있다. 산악회의 예약 문화도 뿌리를 내려 가고 있다. 등산문화가 시나브로 진화해 가는 중이다. 물론 아직도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거나, 통제구역 이용, 안내리본 나무에 달기 등 무질서도 여전하다. 안전의식 부족으로 2006년에만 112명이 숨지고 2923명이 다쳤다. 기분 내기가 지나쳐 술에 취해서 스스로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도 여전히 거슬린다. 국립공원 입장 무료화로 사람이 너무 몰려 산이 황폐화되어 간다는 지적도 주목된다. 등산인구는 산림청 등의 통계에 따르면 10여년간 폭발적으로 늘었다. 두 차례 계기가 있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위기가 덮친 1997년 이후 구조조정으로 직장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산을 찾으면서 평일 등산객이 늘어난 것은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2차 폭발기는 2004년 7월이다. 공기업과 종업원 수 1000명 이상 기업을 시작으로 주 5일제 근무가 단계적으로 시행되면서 레저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그 중에서도 등산이 1위가 됐다.1개월에 한 번 이상 산을 찾는 등산인구는 99년 200만명에서 2003년 600만명으로 늘어난 뒤 2006년엔 1000만명을 넘어섰고, 현재는 1500만명이라는 통계도 있다. 단 등산인구 중 76%가 40대 이상인 점은 눈길을 잡는다. 이런 등산은 건강증진 효과도 커 국민의료비용을 줄인다. 등산용품 매출이 1조 5000억원에 이르고, 고용창출에 기여하는 등 경제유발 효과도 크다. 무엇보다 서민들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생활스포츠라 등산은 국민스포츠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런 등산열기가 계속 이어질지는 등산객과 당국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 당국은 안전시설 정비, 수평등산로 개발 등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폐쇄구간 잠입 등 위법행위들은 단속해야 한다. 시민들은 산을 훼손하지 않고 가꿔 보다 많은 사람이 산을 찾고 싶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등산문화에서 희망의 싹을 보이기 시작한 선진 시민의식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황매산 사람들에게서 그 희망을 봤다. 이춘규 체육부장 taein@seoul.co.kr
  • 저항의 상징 ‘히드라’ 역사 재조명

    헤라클레스와 히드라. 불패의 영웅과 머리가 수도 없이 달린 물뱀 괴물. 그리스신화에서 헤라클레스는 히드라를 죽이고 불멸을 획득했지만, 헤라클레스에게 죽임을 당한 히드라는 처참한 패배자로 잊혀졌다. 세계 역사는 헤라클레스의 역사였다. 헤라클레스는 권력을 상징했다. 그리스인들에게는 중앙집중화된 국가의 통합자, 로마인들에겐 제국적 야망의 실현자였다. 서구 권력자들은 헤라클레스의 모습을 화폐와 옥쇄, 각종 조각, 궁전에 새겨 넣었고, 자신들을 헤라클레스의 재현이라고 선전했다. 영국의 철학자이자 정치가인 프랜시스 베이컨도 진보의 상징으로 헤라클레스를 인용했다. 승리자 헤라클레스는 언제나 역사의 주인공이다. ‘히드라’(피터 라인보·마커스 레디커 지음, 정남영·손지태 옮김, 갈무리 펴냄)가 역사를 바라 보는 관점은 정반대다. 저자들은 ‘밑으로부터의 역사서술’을 지향한다. 패배자로 낙인찍혀 역사의 비가시권으로 사라진 이들에게 초점을 맞춘다. 대영제국의 일상을 지탱한 장작 패고 물 긷는 사람들, 억압을 견디다 못해 반란을 일으킨 흑인 하녀와 노예들, 미국 독립운동의 주역이면서도 역사 뒤편으로 밀려난 잡색부대(다민족 노동자집단), 혁명적인 해적 선장, 아프리카·아일랜드·자메이카·니카라과 등지에서 발생한 반역들…. 책은 자본주의 경제발전의 머리이자 아이콘으로 군림해온 헤라클레스에 맞서 싸운, 자본주의 경제발전의 손발 히드라들의 역사를 복원한다. 신화 속 괴물 히드라는 현실에서 무질서와 위협을 상징했다. 세계적 규모의 제국건설을 위해 히드라들을 활용하면서도 그들 안에 내재된 폭발적 저항성을 두려워한 헤라클레스 추종자들은 히드라에게 파괴의 이미지를 덧입혔다. 하나의 목이 잘리면 그 자리에 두 개의 목이 새로 자라나는 히드라처럼, 거듭 실패하면서도 다시 일어나는 ‘다중(多衆)’의 생명력을 저자들은 강조한다. 방대한 자료를 통해 저자들이 재구성하고자 한 것은 다민족계층의 잊힌 역사, 그중에서도 헤라클레스가 거세한 히드라의 진면목인 다수성과 운동성, 자유와 평등을 향한 강렬한 저항정신이다.3만원.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Zoom in 서울] ‘사법경찰’ 30일부터 본격 활동

    서울시 특별사법경찰이 30일부터 환경·위생·청소년 유해업소 등 19개 주요 민생분야에 대한 단속·수사를 시작한다. 서울시는 28일 그동안 사법권이 미치지 못했던 분야에 특별사법경찰 82명을 투입, 위법행위와 무질서를 집중 단속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위반 사항 등을 현장에서 점검해 행정처분을 내리고 사안에 따라서는 남산별관 공동조사실이나 자치구 지원반 사무실에서 참고인 조사나 피의자 심문뿐 아니라 검사 지휘 등을 거쳐 기소까지 할 수 있다. 먼저 학교주변 유해활동 단속과 불법광고물 단속, 대형음식점 위생실태 점검, 폐수 처리 실태 점검 등 4개 분야를 집중단속한다. 다음달 말까지 특별사법경찰 60명과 지원인력 20명 등 80명으로 20개의 단속반을 편성, 시내 각급 학교 주변의 유해환경을 단속한다. 학교 경계 200m 이내 지역에 있는 PC방과 비디오방, 노래연습장, 유흥주점 등이 대상이다. 야간(오후 7시30분∼10시30분)에도 불시 점검을 벌일 계획이다. 5월에는 5개조 30명의 단속반을 투입, 강남·역삼·신천·신촌 등 유흥업소 밀집지역을 대상으로 야간시간대에 주차된 차량 등에 배포되는 음란·선정성 불법 광고물(명함 전단)에 대해 불시 단속을 벌여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 장당 3000∼3만원의 과태료 부과 등의 처분을 내릴 계획이다. 이 밖에 이달 말 5개조 20명의 단속반을 편성해 세차장이나 인쇄·출판업체 등 4487곳 가운데 10곳을 선별해 폐수 무단 방류 행위 등에 대한 점검을 한다. 또 대형음식점 12곳을 무작위로 뽑아 유통기한 경과 식자재 보관이나 무표시 식품 사용 여부에 대한 표본 점검을 벌인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서울시특별사법경찰 일반 행정업무를 병행하던 기존의 특별사법경찰과는 달리 단속 업무만 전담한다. 지난 1월 25개 자치구 75명과 서울시 소속 직원 11명 등 모두 86명이 경찰 훈련을 거쳐 최종 83명(구청 소속 72명·시 소속 10명)이 선정됐다.
  • [Zoom in 서울] ‘사법경찰’ 30일부터 본격 활동

    [Zoom in 서울] ‘사법경찰’ 30일부터 본격 활동

    서울시 특별사법경찰이 30일부터 환경·위생·청소년 유해업소 등 19개 주요 민생분야에 대한 단속·수사를 시작한다. 서울시는 28일 그동안 사법권이 미치지 못했던 분야에 특별사법경찰 82명을 투입, 위법행위와 무질서를 집중 단속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위반 사항 등을 현장에서 점검해 행정처분을 내리고 사안에 따라서는 남산별관 공동조사실이나 자치구 지원반 사무실에서 참고인 조사나 피의자 심문뿐 아니라 검사 지휘 등을 거쳐 기소까지 할 수 있다. 먼저 학교주변 유해활동 단속과 불법광고물 단속, 대형음식점 위생실태 점검, 폐수 처리 실태 점검 등 4개 분야를 집중단속한다. 다음달 말까지 특별사법경찰 60명과 지원인력 20명 등 80명으로 20개의 단속반을 편성, 시내 각급 학교 주변의 유해환경을 단속한다. 학교 경계 200m 이내 지역에 있는 PC방과 비디오방, 노래연습장, 유흥주점 등이 대상이다. 야간(오후 7시30분∼10시30분)에도 불시 점검을 벌일 계획이다. 5월에는 5개조 30명의 단속반을 투입, 강남·역삼·신천·신촌 등 유흥업소 밀집지역을 대상으로 야간시간대에 주차된 차량 등에 배포되는 음란·선정성 불법 광고물(명함 전단)에 대해 불시 단속을 벌여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 장당 3000∼3만원의 과태료 부과 등의 처분을 내릴 계획이다. 이 밖에 이달 말 5개조 20명의 단속반을 편성해 세차장이나 인쇄·출판업체 등 4487곳 가운데 10곳을 선별해 폐수 무단 방류 행위 등에 대한 점검을 한다. 또 대형음식점 12곳을 무작위로 뽑아 유통기한 경과 식자재 보관이나 무표시 식품 사용 여부에 대한 표본 점검을 벌인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용어클릭 ●서울시특별사법경찰 일반 행정업무를 병행하던 기존의 특별사법경찰과는 달리 단속 업무만 전담한다. 지난 1월 25개 자치구에서 3명씩 72명과 서울시 소속 직원 10명 등 모두 82명이 선정됐다. 효율적인 압수·수색 및 신병확보 방안, 영장신청서 작성방법, 체포호신술 등 업무 수행에 필요한 45개 과목의 경찰 훈련을 받았다. 구청 소속이 72명, 시 소속이 10명이다. 나이는 최소 27세부터 최고 55세까지로 평균 45세다.
  • 서울 도시철도 ‘구조조정’ 박차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조직을 통폐합하고 남는 인력을 서비스 강화 부문으로 투입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섰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14일 노사협의를 통해 본사 조직을 축소하고 전 직원 6835명 가운데 49%인 3357명을 새로운 조직으로 인사발령을 냈다. 우선 부사장을 없애고 기존 6개 본부를 4개 본부로 축소했다. 본사와 현장의 중복 조직도 통폐합했다. 또 건축, 신호, 토목 등 7개 직렬의 107개 기술 현업분소를 13개 기술관리소로 통합, 합동근무를 실시해 조직을 슬림화했다. 근무형태도 밤 근무를 줄여 낮 근무에 인원을 집중 투입하고 야간 근무는 무숙박 근무를 원칙으로 바꿨다. 공사는 기존 업무에 투입됐던 직원 840명을 창의업무지원센터(532명)와 서비스지원단(308명)에 배치했다. 기술직 직원들이 주로 배치된 창의업무지원센터는 스크린도어, 승강기 등 편의시설 종합 유지 관리와 역사 리모델링, 신규 사업 개발 등을 맡는다. 사무직 직원들 위주의 서비스지원단은 잡상인 등 무질서 행위를 단속하는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서울도시철도공사 혁신? 구조조정?

    서울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도시철도공사가 전 직원의 12%를 기존 업무와 무관한 서비스 부서에 배치할 방침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노조는 공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라면서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13일 ‘창의조직만들기 프로그램’에 따라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근무제도 변경을 단행,840명을 서비스 강화를 위한 ‘서비스지원단’과 신기술 개발을 위한 ‘창의업무지원센터’에 배치한다고 밝혔다. 이는 총원 6845명의 12%에 해당한다. 또 총원 49%인 3357명도 직능과 무관하게 능력과 평가에 따라 전보 배치하기로 했다. 특히 서비스지원단에 근무할 308명은 잡상인 등 역사의 무질서 행위를 단속하고 역무지원, 공익근무요원 운영 등 업무에 투입된다. 창의업무지원센터에서 일할 532명은 스크린도어, 승강기 등 편의시설의 유지관리와 역사 리모델링, 신규사업 개발 등 업무를 맡을 예정이다. 창의조직 만들기 프로그램은 1조 3000억원의 만성 부채를 2010년까지 40% 수준까지 낮추기 위해 조직 전반을 혁신하는 프로그램이다. 정년퇴직 등 자연 감소와 자회사 신설 등을 통해 총 직원의 10%도 감축한다는 구상을 담고 있다. 공사 노조는 “철도직 노조원 등의 직능과 직무를 무시한 채 전직 배치한다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구조조정을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 11일부터 서울 성동구 용답동 본사 사장실을 점거하고 14일 비상총회를 열기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신도림 풍물시장 공원으로 탈바꿈

    신도림역 인근의 옛 풍물시장 부지가 시민을 위한 공원으로 탈바꿈한다. 구로구는 구로5동 풍물시장에 대한 환경정비사업을 벌여 휴게쉼터와 주차장, 게이트볼장 등을 만든다고 31일 밝혔다. 1990년 서울시가 종로, 명동, 영등포, 여의도 한강둔치 등에 무질서하게 자리잡고 있던 노점상을 정리하고 이들을 한곳으로 모아 관광지로 개발하겠다는 의지로 만든 곳이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대형 할인매장에 밀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기 시작했다. 이후 무허가 가설물 설치, 불량식품 판매, 절도 등이 판치는 곳으로 변했다. 구는 지난 2003년부터 정비사업을 시작해 2006년 노점상 철거 작업을 마무리했고 오는 5월까지 진입광장과 주차장 47면, 휴게쉼터, 게이트볼장 등을 갖춘 시민 공원으로 꾸민다. 이윤희 교통행정과장은 “신도림역 부근이 교통광장, 테크노마트 등으로 인해 최첨단 환경으로 변하면서 풍물시장 부지에 대한 정비 요구가 더욱 거세졌다.”면서 “앞으로 신도림역 일대가 시민들에게 휴식과 여가활용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열린세상] 생뚱맞은 생각,그 끝자락 이야기/황규호 ‘한국의 고고학’ 상임편집위원

    [열린세상] 생뚱맞은 생각,그 끝자락 이야기/황규호 ‘한국의 고고학’ 상임편집위원

    아주 생뚱맞은 생각이었다. 이달 초순 미국이 대테러 특수전함 ‘뉴욕’호를 진수했다는 기사를 신문에서 읽는 순간, 서울 숭례문이 퍼뜩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에 탄 숭례문을 굳이 미국의 대테러 전함에 끌어다 붙인 생뚱맞은 생각의 끝자락이 가물거렸다. 이를 몇차례 곱씹어 내린 결론은 9·11테러 때 무너진 뉴욕 세계무역센터 잔해 속의 고철 일부가 바로 ‘뉴욕’호 선체에 들어갔다는 대목이 걸렸던 것이다. 미국 루이지애나 주 노스럽그루먼 조선소가 건조한 전함에는 세계무역센터 잔해에서 나온 고철 7.5t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 전함의 뱃머리에는 ‘9·11을 잊지 말자’는 글귀를 새겼다니,2001년 북반구의 초가을 맑은 날에 벌어진 비극을 어찌 기억하지 않겠는가. 이를 뱃머리에 새겨 되살린 미국의 깊은 속내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세계무역센터가 불꽃에 휩싸여 사라진 지 벌써 7년이나 되어,110층 쌍둥이빌딩은 오간 데가 없다. 마치 우정을 노래한 19세기 미국의 시인 롱펠로의 시어(詩語)에 나오는 화살처럼, 거대한 빌딩은 날아갔다. 그러나 ‘뉴욕’호 선체에 들어간 몇덩이 쇠는 민중의 기억을 붙잡아 두었다. 그래서 롱펠로 시에서,‘친구가 부른 노래’ 같은 슬픈 기억이 여러 사람들 마음 속에 여태 살아 숨쉬는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초라한 몰골을 드러낸 지 겨우 달포 남짓한 서울 숭례문은 너무 외롭다. 숭례문이 불에 타 비명에 스러진 바로 다음날 굴착기를 불러 뼈대를 마구잡이로 끌어모았고, 이를 내다버렸다는 이야기가 언론에 보도되었다. 성한 서까래 하나라도 건져, 숭례문 복원에 쓰거나 따로 갈무리했어야 옳았다. 우리네처럼 목조 건축물을 국가 문화재로 삼아 온 일본에서는 1949년 불에 탄 호류지(法隆寺) 금당이 국보로 복원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국보로 다시 자리잡을 수 있게 된 것은 불에 탄 금당의 기둥과 벽화를 남겨 계속 보존·연구해온 저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떻든 불은 때로 파괴와 폭력, 약탈을 불러온다. 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악(惡)이다. 그래서 테러의 수단으로 악용한 불은 더욱 무섭다. 생뚱맞은 생각에서 한군데로 싸잡은 세계무역센터와 숭례문 사건은 테러가 저지른 비극적인 종말이다. 불처럼 뜨거운 열(熱)과 고리를 맺었을 때 일어나는 모든 반응에는 엔트로피가 늘어난다고 한다. 무질서한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 엔트로피다. 이 역시 가치 혼돈에서 비롯한 테러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인류역사에서 불은 본디 성스러움의 중심이었다.‘구약성서’ 신명기를 보면, 불을 여호와 하느님으로 표현하고 있다. 불교에서도 불을 성스럽게 여겼던 터라, 불상 머리 뒤쪽에는 반드시 불꽃무늬를 새겼다. 더구나 이란의 조로아스터는 불의 선신(善神) 아후라 마즈다를 으뜸으로 섬긴 종교다. 인류가 불을 제 곁으로 끌어들여 쓰기 시작한 시기는 약 150만년 전이다. 진화론자들이 이른바 호모 에렉투스라는 딱지를 붙인 고인류가 맨 먼저 불을 삶 속으로 끌어왔는데, 케냐 리프트 계곡의 채소완자 유적에서 벌써 불 흔적이 보인다는 것이다. 불에 탄 흙과 더불어 화덕으로 추정되는 돌무지가 이 유적에서 드러났다는 보고서가 나와 있다. 이만큼에서 불의 역사를 접고, 다시 숭례문으로 돌아올 차례가 되었다. 인류가 그토록 성스럽게 여긴 불이 오늘날 방화 전과자의 손을 거쳐 대한민국 국보 제1호를 깡그리 소진시킨 현실이 슬프다. 그런데 더듬이가 부실한 탓인지는 몰라도, 여법한 보호책이 확정되었다는 소식을 아직 듣지 못했다. 마침 명지대 한국건축문화재연구소가 일본 교토의 리쓰 메이칸대 문화유산방재추진기구와 ‘역사도시를 지키는 방재연구 거점 교류’ 협약을 맺었다고 한다. 민간 차원에서라도 문화유산을 제대로 보존할 작은 주춧돌을 먼저 놓아주기를 바란다. 황규호 ‘한국의 고고학’ 상임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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