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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평의 기적… 70년 된 한을 푸는 9인이 있었다

    20평의 기적… 70년 된 한을 푸는 9인이 있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지난 14일 장관 취임 이후 공식적으로 제주를 처음 방문하면서 제주4·3사건 직권재심 합동수행단(단장 강종헌·이하 합동수행단) 사무실을 가장 먼저 찾아 지역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제주시 연동 설문대여성문화센터 내 제주도 도로관리과 청사에 위치한 합동수행단은 들어가는 입구부터 너무나 소박한 모습이다.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도 동쪽 한 귀퉁이에 있어 보일 듯 말 듯 했다. # 역사적인, 너무나 역사적인 그곳은… 1980년대 시골학교보다 더 비좁은 사무실 제주 4·3 당시 부당하게 작동했던 사법체계를 70여년이 흐른 지금 바로 잡기에 나선 역사적인 장소이지만, 합동수행단 건물은 마치 1980년대 시골학교를 닮았고 사무실은 그보다 더 협소했다. 그럼에도 합동수행단은 한 장관이 방문하는 이날 아침 일찍부터 귀한 손님을 맞느라, 혹은 기자들의 취재 열기가 뜨거울 것으로 판단해 협소한 사무실을 최대한 넓게 보이려고 복도 칸막이를 떼어 내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이곳의 수장인 강 단장마저 별도 룸도 없이 자영업자 대표보다도 못한 칸막이 한 칸을 룸으로 쓰고 있었다. 그러나 이날 아침 칸막이마저 떼어내자 그나마 있었던 자신만의 공간조차 사라졌다. 그만큼 사무실은 비좁고 열악한 상황이었다. 손님이 와도 그 흔한 소파도 없어 대접할 공간마저 없어 보였다. 이날 변진환 검사는 “칸막이 없애니 사무실이 넓어 보인다”며 애써 웃었다. 그리고 “이 정도면 기자들도 몰려와도 비좁아 보이지 않을 것 같지 않냐”고 일찍 온 기자들에게 진지하게 되물었다. 하지만 이날 한 장관이 도착하고 취재 열기가 뜨거워지자 한 장관과 마주하지도 못한 채 복도에서 목소리만으로 취재하는 기자도 발생했다.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한 장관이 이날 기자들에게 입을 떼면서 언급한 “70여년이 지난 아픈 역사를, 70여년이 지난 후에 재심을 위해, 70여년이 된 재판기록을 완전히 전수조사하는, 흔치 않은 일을 하는” 합동수행단이 아니던가. 4·3 희생자 가족과 유족들의 한 풀어주기 위해 애쓰는 공간의 현주소는 청백하다 못해 민망할 정도로 초라했다. # 70여년 된 아픔을 치유하는 그곳인데… 협소한 사무실 탓 일부 대면도 못한 채 목소리로만 취재도 70여년의 아픔을 치유하고 새 역사를 써 내려가는 업무를 담당하는, 그들의 빛나는 업적에 비해 흔하디 흔한, 평범한 사무실이어서 놀랐다.이날 합동수행단의 업무에 속도를 내려면 인력 충원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 장관은 “검사나 수사관 한명을 늘리려고 해도 국회에서 해주지 않는다”고 우회적으로 비난한 뒤 “속도가 느릴지언정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직권재심)해내겠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어쩌면 예우받지 못하는 그들에게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건, 장관 취임 이후 첫 제주 방문에서 가장 먼저 ‘여기, 이곳’을 찾아 격려하고 위로하는 것이었다. 합동수행단은 이날 평소에 하던 작업들을 책상 위에 펼쳐 놓았다. 눈으로 확인해야만 그들의 업무를 실감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실제 알아보기도 힘든 수사기록을 보면서, 황색 모노톤으로 빛바랜 장부들을 보면서, 조금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들이 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 와 닿았고 결코 생색내기용 연출이 아니었다. 이날 한 장관도 실제 이 서적들을 펼쳐보이고 손에 쥐고 열변을 토하듯 말했다. “한자 세대도 아닌데 고어체이고 흘려 기록된 한자를 일일이 해독하는 일을 그들은 하고 있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실제 점 하나만 달라도 성이 바뀌고 이름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또 신중하게 확인 작업을 거쳐야 하는,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일이다. 희생자가 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 사람의 운명이 달려 있다.# 빛바랜 기록과 싸우는 그곳엔… 70년 아픔을 치유하는 기적의 9인이 있다 그래서 그들은 실제 더 수북이 쌓인 4·3관련 기록과 수형인명부, 제대로 알아보기 조차 힘든 한자 기록과 씨름하며 날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빛바랜 기록의 역사와 싸우고 있다. 한 장관은 “처벌만 하던 검찰이 억울한 한을 풀어주기 위한 일을 하고 있다”고 특유의 또렷하고 진중한 어조로 합동수행단을 치하했다. 지난 14일 기준 군사재판 피해자 2530명 중 합동수행단은 1061명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고 이 중 1031명의 수형인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한편 합동수행단은 강 단장을 비롯, 검사 2명, 검찰수사관 3명. 실무관 1명, 파견경찰 2명 등 총 9명이다. 이들은 원팀으로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회복을 위해 75년이 된 아픈 역사를 치유하고 있다. 불과 20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서 해내는 기적이었다.
  • 10초 이하로 만지면 성추행 아니다?…伊 판결 일파만파

    10초 이하로 만지면 성추행 아니다?…伊 판결 일파만파

    최근 이탈리아 법원이 성추행 지속 시간이 10초가 안되면 범죄가 아니라는 황당한 판결이 나와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특히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에는 이같은 판결에 항의하는 영상과 사진이 빠르게 올라와 이탈리아인들의 분노를 짐작케 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 유럽 주요언론은 이탈리아 법원이 최근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고등학교 관리 직원 안토니오 아볼라(66)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사건이 벌어진 것은 지난해 4월로 피해 소녀(17)는 친구와 함께 수업을 가던 중 아볼라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당시 가해자인 아볼라가 피해 학생의 뒤로 다가가 바지를 내리고 엉덩이를 만진 것. 이에 경찰에 체포된 그는 학생의 몸을 만진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장난이었다"며 변명을 늘어놨다. 결국 아볼라를 성추행 혐의로 기소한 로마 검찰은 그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구형했으나 이에대한 판사의 판결은 놀라웠다. 피의자가 몸을 더듬은 시간이 10초 이상 지속되지 않았기 때문에 범죄로 볼 수 없다는 것.피해 학생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판사는 그의 행동을 장난으로 판결했지만, 나는 그 행위를 장난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이같은 행동은 노인이 10대와 장난하는 방식이 아니다. 그 몇 초는 그가 느끼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며 분노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현지 SNS는 분노로 달아올랐다. 특히 이탈리아의 유명배우와 인플루언서 등이 가세해 이에 항의하는 영상을 올리면서 수천 개의 비슷한 영상이 줄을 이었다. '10secondi'(10초) 또는 'palpata breve'(잠시 더듬기) 해시태그가 붙은 이 동영상은 아무 말 없이 카메라를 응시하면서 자신의 신체를 10초 동안 만지는 내용을 담고있다. 곧 성추행 중 10초가 얼마나 불안하고 긴 지 보여주기 위한 행동인 것. 피해 학생은 “앞으로 성추행 피해자들은 당국에 신고해 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그러나 침묵은 범인을 보호하는 것이기에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이탈리아 판사 “더러운 짓 10초 이상 계속돼야 성추행” 황당한 판결

    이탈리아 판사 “더러운 짓 10초 이상 계속돼야 성추행” 황당한 판결

    누군가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고 있는데 10초가 흘렀는지, 아니면 그 안에 끝냈는지 측정해야 한다는 황당한 판결이 이탈리아 법원에서 나왔다. 로마의 17세 여고생이 학교 수위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발한 사건이었다. 이 여고생은 친구와 함께 교실에 가려고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는데 바지가 내려졌고, 손 하나가 엉덩이를 만졌으며, 속옷을 잡아당기더라고 진술했다. 학생이 홱 돌아서 노려보자 이 사위는 “사랑, 장난인 것 알지”라고 이죽거렸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에 있었던 일인데 여고생은 안토니오 아볼라(66)를 경찰에 신고했다. 그는 동의 없이 여고생 몸에 손을 댔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장난이었다고 했다. 로마 공공검찰은 징역 3년 6개월형을 구형했는데 이번 주 아볼라는 무죄 선고를 받았다. 재판부에 따르면 더러운 짓이 10초 이상 지속되지 않았기 때문에 “범죄 구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판결 소식이 알려지자 이탈리아 인스타그램과 틱톡에는 검색어 ‘palpata breve(짧은 더듬기)’와 해시태그 #10secondi(초)가 퍼져 나갔다. 가슴을 만지면서 침묵 속에 카메라를 바라보며 속으로 10초를 세는 모습을 담은 패러디 동영상이 유행하고 있다.위 사진은 동영상을 만든 카밀라의 모습인데 “딱 10초 지속돼야 그로핑(성추행)이랍니다”라고 제목을 달았다. 이런 동영상들은 사실 보기 불편한데 이들은 10초가 얼마나 긴 시간인지 느껴보라고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맨처음 동영상을 올린 이는 ‘화이트 로투스’의 배우 파올로 카밀리였으며, 수천명이 뒤따랐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2940만명으로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인플루언서 치아라 페라니도 동영상을 올렸다. 다른 인플루언서 프란체스코 치코네티는 틱톡에 “10초가 그리 긴 시간이 아니라고 누가 판정을 내리는데? 누가 성추행을 당하면서 초까지 재고 있는가?”라고 물은 뒤 “남자는 여자 몸에 함부로 손을 댈 권리가 없다. 5초나 10초는 말할 것도 없고, 단 1초라도”라고 강조했다. 이번 재판을 봐도 이탈리아에서 성추행이 얼마나 일상화돼 있는지 알 수 있다고도 했다. 피해 여학생은 현지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를 통해 “판사들이 그가 장난쳤다고 판결했어요? 응, 내겐 장난이 아니었는데”라면서 “그 수위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뒤에서 몰래 다가왔다. 그는 손으로 내 바지를 내렸고 속옷까지 손을 뻗었다. 내 엉덩이를 만졌다. 그런 다음 잡아당겼다. 노인네가 10대와 장난 칠 일도 아니었다. 한 줌 밖에 안되는 몇 초라도 수위가 자신의 손이 내게 닿았음을 느끼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나아가 학교와 사법 시스템에 배신당한 느낌이라고 털어놓았다. “이들 기관들을 믿은 내가 잘못이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정의가 아니다.” 아울러 이번 판결 때문에 비슷한 공격을 받은 소녀와 여성들이 앞으로 나서 고발하는 일을 꺼릴까 두렵다고도 했다. 유럽연합(EU) 산하 기본권청(FRA)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성추행을 당한 이탈리아 여성의 70%가 아예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신고해봤자 쓸데 없다는 느낌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신고하는 일은 중요하다. 침묵하는 일은 가해자를 보호할 따름이기 때문이다.”
  • 칠곡할매글꼴 할머니들의 변신은 무죄…래퍼·힙합댄서 로 나서

    칠곡할매글꼴 할머니들의 변신은 무죄…래퍼·힙합댄서 로 나서

    “고추 따던 할매들 땅콩 캐던 할매들. 우리도 랩을 해 계속해서 뱉을래. 소밥 주다 개밥 줘. 개밥 주다 소밥 줘. 그래도 난 연습해 랩을 매일 연습해” 여든이 넘어 한글을 깨친 경북 칠곡군 할머니들의 끝없는 변신이 놀랍다. 칠곡할매글꼴(이하 할매글꼴) 제작에 이어 래퍼로 변신하는 등 도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11일 칠곡군에 따르면 지난 9일 저녁 문화체육관광부 법정문화도시 ‘우리 더해야지’ 사업으로 북삼읍 어로1리 마을 공연장에서 10대부터 80대까지 참여하는 ‘1080 힙합 페스티벌’이 열렸다. 이날 무대에는 10대 청소년과 함께 평균 연령 77세인 보람할매연극단 소속 어로1리 할머니 9명이 힙합 복장을 하고 무대에 올라 랩을 선보였다. 장병학(87) 할머니는 홀로 무대에 올라 공연을 펼쳤고, 최순자(78) 할머니는 다른 할머니와 함께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며 숨겨진 끼를 마음껏 발산해 200여 명의 관객으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 마을 할머니들은 지난해 9월 의기투합해 랩에 도전하기로 했다. 손주와의 소통은 물론 마음만은 젊게 살겠다는 생각에서였다. 할머니들의 스승은 대구 출신 힙합 뮤지션인 래퍼 탐쓴(30)과 성인문해강사로 할머니들에게 한글을 가르쳤던 황인정(49) 씨가 맡았다. 탐쓴은 한 달에 다섯 차례 정도 마을회관을 찾아 할머니들에게 랩을 가르쳤고, 자신이 부른 랩을 녹음해 할머니들에게 전달하며 연습을 독려했다. 황씨는 자녀와 함께 랩과 힙합 춤을 배워 연습하며 할머니들을 지도했다. 손주들은 할머니들의 가정 교사로 나섰고, 할머니들은 이웃집 할아버지로부터 실성한 사람이 아니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맹연슴을했다. 결국 10개월 걸친 할머니들의 눈물겨운 노력과 주변의 도움으로 할머니들의 일상과 삶, 마을을 소개하는 4곡의 랩을 완성하고 무대에 섰다. 할머니들은 앞으로 초등학교와 유치원은 물론 각종 행사에서 랩과 힙합 춤 실력을 뽐내며 세대 간 소통을 통한 새로운 문화 창출에 나선다. 정송자(78) 할머니는 “며느리도 못 하는 랩을 내가 정말로 할 수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무엇보다 손주와 친해지게돼 좋았다”고 말했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한글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마지막 세대 할머니들이 문화의 수혜자에서 공급자로 우뚝 서고 있다”면서 “디지털 문해교육과 문화도시를 통한 인문 정신 확산은 물론 차별화된 문화 콘텐츠 생산을 위해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불치병 조력사망 인정하는 가톨릭 국가… ‘끝낼 권리’ 논쟁을 부르다 [금기된 죽음, 안락사①]

    불치병 조력사망 인정하는 가톨릭 국가… ‘끝낼 권리’ 논쟁을 부르다 [금기된 죽음, 안락사①]

    최근 몇 년 사이 세계에서는 조력자살이나 안락사를 합법화하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2020년 조력자살을 금지하는 법이 잇따라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받으며 합법화 대열에 들어섰고 국민 다수가 가톨릭 신자인 이탈리아와 스페인, 포르투갈도 잇따라 불치병 환자에 대한 조력사를 공식화했다. 프랑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최근 시민 자문기구의 권고를 받아들여 안락사 합법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다민족 국가인 캐나다(2016년)와 뉴질랜드(2020년)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조력사망을 합법화했고 미국과 호주에서도 조력사망을 허용하는 주가 늘어나는 추세다. 조력사를 시행한 지 비교적 오래된 스위스(1942년), 네덜란드(2001년), 벨기에(2002년) 등에선 치매, 우울증, 알코올중독 등 정신질환까지도 대상에 포함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우리나라, 일본, 대만 등 조력자살을 금지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최근 스위스로 가 조력자살을 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안락사 논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거주 요건 없앤 美오리건주“평등하게 죽을 권리 보장” 訴 제기일각 “죽음 위해 사람 몰려” 우려 미국에서 1994년 존엄사법을 가장 먼저 도입한 오리건주는 지난해 3월 조력사망 시행 요건에서 오리건주 주민이어야 한다는 ‘거주 요건’을 없앴다. 동북부 버몬트주도 뒤따라 지난 5월 거주 요건을 삭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50개 주로 구성된 미국은 현재 수도인 워싱턴DC와 오리건 등 10개 주에서만 말기 환자의 조력사망을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이같이 일부 주에서 거주 요건을 없앴다는 건 미국 전역에서 오리건이나 버몬트주로 가 조력사망을 할 수 있는 법적인 가능성이 열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앞서 오리건주 의사인 니컬러스 기디언스 오리건보건과학대(OHSU) 가정의학과 부교수는 2021년 10월 존엄사 옹호 단체인 컴패션앤드초이스(Copassion & Choices)와 함께 오리건주 존엄사법의 거주 요건이 미국 헌법의 ‘평등한 대우’에 위배된다며 연방 소송을 제기했다. 기디언스 교수가 일하는 포틀랜드 지역은 강 하나만 건너면 워싱턴주로, 그의 환자 중에는 워싱턴에 사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는 거주지와 상관없이 똑같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강 건너에 사는 워싱턴주 환자가 조력사망을 원하는 경우 처방전을 써 줄 수 없었다. 단지 사는 곳이 다르다는 이유에서였다. 기디언스 교수는 “호스피스 의료 등에선 거주지를 묻지 않지만 존엄사법은 어디에 사는지를 증명해야 한다”면서 “(존엄사법의) 거주 요건은 삶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있는 환자들에게 매우 불공평하고 차별적”이라고 소송을 낸 이유를 밝혔다. 오리건주는 소송 5개월 만에 거주 요건을 없애고 오리건보건부 홈페이지에 “2022년 3월부터 거주 요건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오리건주 의회에는 지난 1월 ‘거주 조항’을 영구적으로 삭제하는 존엄사법 개정안이 발의돼 3월 하원을 통과했다. 일각에서는 조력사망을 원하는 사람들이 미국 전역에서 오리건주로 몰려들 것이라는 우려와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모든 미국인이 오리건주로 가 조력사망을 할 수 있다고 보기는 이르다. 조력사망을 요청하려면 오리건주 의사에게 병을 치료받다가 말기 상태가 돼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처럼 임종을 앞두고 갑자기 오리건주로 간다고 한들 현지 의사가 조력사망을 도와주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또 연방법으로 허용된 것이 아닌 만큼 조력사망이 불법인 주에 사는 환자가 오리건에서 조력사망하는 경우 동행한 가족이나 지인은 법적 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한편 미국은 올해 1월 기존 수도인 워싱턴DC와 10개 주에 더해 애리조나, 코네티컷, 플로리다, 인디애나, 아이오와, 켄터키, 메릴랜드, 매사추세츠, 미네소타, 네바다, 뉴욕, 펜실베이니아, 로드아일랜드, 버지니아 등 총 14개 주에서 임종 시 조력사망을 허용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국가가 비용 대는 뉴질랜드조력사망 신청부터 임종까지 무료15개 언어 가이드·전문 상담 제공 뉴질랜드는 2020년 총선에서 국민투표로 조력사망제도 도입을 결정했다. 뉴질랜드 제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조력사 신청부터 두 번의 의사 진단, 마지막 임종까지 전 과정이 무료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조력사에 사용되는 약값조차 본인이 부담하지 않는다. 뉴질랜드 보건부는 마오리 등 원주민 언어와 한국어를 포함한 15개 언어로 조력사 제도의 개요와 절차를 상세하게 제공하고 언제든지 전문 상담가와 무료로 상담받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환자의 마지막 선택권을 온전히 보장하는 동시에 경제적 지원이나 심리 상담 등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해 조력사를 선택하려는 취약 계층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조력사 시행 과정을 자율에 맡기고 사후 보고하는 미국과 달리 뉴질랜드는 운영 전반에 정부가 적극 개입한다. 조력사를 위해 설립한 법정 기구에서 조력사를 수행할 의사, 전문 간호사, 정신과 의사 명단을 정부가 직접 관리한다. 의사는 개인적 신념에 따라 환자의 조력사 요청을 거절할 수 있다. 다만 거절할 경우 이유를 설명하고 다른 의사를 소개하거나 신청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 조력사 시행 방식도 선택 가능하다. 당사자가 직접 약을 복용하거나 주사 밸브를 열 수도 있고 담당의사나 간호사가 대신 투여할 수도 있다. 본인이 스스로 내린 결정이 분명하면 병이나 사고로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어 조력사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뉴질랜드 정부 통계를 보면 제도 시행 후 약 11개월간 596명이 신청해 절반가량인 294명이 승인받았고 약 43%(259명)는 철회하거나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력사망자의 77.9%는 신청 당시 완화의료를 받고 있었다. 사망자 대부분(81.3%)은 집에서 임종을 맞았다. 다민족 국가인 뉴질랜드는 약물 투여 전이나 후에 당사자가 원하는 임종 의식을 진행하는 것까지도 조력사 준비 과정에 포함하고 담당 의사나 전문 간호사가 이러한 계획에 관해 당사자와 논의하도록 했다. 정신질환도 인정한 캐나다정신질환만으로도 사망 신청 가능“정신적 고통 측정 못 해” 반론도 커 2016년 조력자살 및 안락사를 법제화한 캐나다는 가장 급진적인 조력사 시행 국가 중 하나다. 2021년 캐나다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한 해 동안 1만 64명이 조력사를 선택했다. 그 전해보다 32.4%가 늘어났으며 전체 사망자의 3.3%에 해당한다. 이러한 가운데 캐나다는 정신질환만으로도 조력사망을 신청할 수 있도록 법안을 개정해 내년 3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당초 이 개정안은 유예 기간을 거쳐 올해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국가 의료시스템이 취약 계층을 보호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정신질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조항만 1년 더 연기됐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조력자살 허용은 기본적으로 조력사망을 찬성하는 사람들조차 의견이 엇갈린다. 정신질환이 신체질환보다 덜 치명적이거나 덜 고통스럽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일반적으로 정신병은 진행 단계를 예측하거나 고통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제적 또는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취약 계층이 자칫 ‘정신적 고통’을 이유로 들어 조력사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다만 서구의 존엄사 논의 과정에서 주요한 가치로 꼽혔던 ‘자기 결정권’과 ‘평등’의 논리를 적용한다면 시행 대상은 점차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초로 연령제한 없앤 벨기에11세 불치병 어린이 안락사 인정자기 결정권 등 윤리 논쟁은 여전 편안하게 죽을 권리를 과연 몇 살부터 인정할 것인가도 논란이다. 벨기에는 2014년 세계 최초로 연령 제한을 없애 미성년자도 안락사를 시행할 수 있게 됐다. 이미 12세부터 안락사를 신청할 수 있는 네덜란드도 지난 4월 12세 미만 아동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다만 미성년자가 안락사를 신청하려면 스스로가 자신의 의사결정을 완전히 이해하고 아동심리학자와 정신과 전문의가 이를 확인하고 보증해야 한다. 또 부모가 반대하면 이뤄지지 않는다. 벨기에에서는 개정안 시행 후 지난해까지 총 4명의 미성년자가 이를 선택한 것으로 보고됐다. 나이가 가장 어린 사람은 2016년 안락사한 9세 어린이로 악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을 앓고 있었다. 이 밖에 근위축증을 앓던 17세 환자와 선천성 호흡기 질환인 낭포성 섬유증에 시달리던 11세 환자가 조력사망을 했다. 벨기에 안락사 통제·평가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치료가 불가능하고 단기에 사망에 이르게 될 심각한 상태가 되면서 고통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일찌감치 조력자살 및 안락사를 제도화한 이들 국가에서는 치매나 우울증 환자에게도 허용하고 있지만 생명권 보호와 자기 결정권 존중을 둘러싸고 법적, 윤리적 논쟁이 말끔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유럽최고인권재판소는 지난해 10월 벨기에에서 난치성 우울증을 앓던 여성이 가족도 모르는 채 안락사한 데 대해 “벨기에 정부가 ‘모든 사람의 생명권은 법으로 보호돼야 한다’는 유럽인권협약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어릴 적부터 심한 우울증을 앓았던 64세의 이 여성은 자신을 20년 넘게 치료한 의사가 안락사를 허락하지 않을 듯하자, 안락사 옹호 단체의 의사 2명을 차례로 찾아가 안락사를 신청했다. 모든 일이 종료되고 난 뒤 병원으로부터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접한 아들 톰 모르티에는 벨기에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유럽인권재판소는 벨기에 정부의 안락사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가 부실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치매 안락사 허용한 네덜란드“요양원 가기 전 안락사” 서면 작성사망 과정서 거부 반응 보여 논란 네덜란드에서는 한 치매 환자의 안락사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2016년 74세의 나이로 조력사망한 이 여성은 죽기 4년 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뒤 “내가 요양원에 들어가기 전 안락사를 시켜 달라”는 글을 썼다. 의사는 당시 작성된 진술서에 근거해 그가 요양원 돌봄을 받기 전 조력사망을 시행해야 한다고 결정했고 또 다른 의사의 확인 절차를 거쳐 시행됐다. 그러나 진정제와 치사약 투여 과정에서 의식을 잃었던 환자가 깨어나면서 일종의 거부반응이 나타났다. 이에 남편과 딸이 환자가 사망할 때까지 붙잡고 있어야 했다. 이 사건으로 네덜란드 검찰은 안락사법 시행 후 처음으로 의사를 기소했으나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치매가 진행된 환자일지라도 사전에 서면으로 요청했고 안락사법 요건과 절차를 지켰다면 문제가 없다고 본 것이다. 외국인도 받아 주는 스위스외국인 허용하는 세계 유일 국가규제 없어 “자살 관광 묵인” 비판 세계에서 유일하게 외국인의 조력자살을 받아 주는 스위스에서는 이를 돕는 단체들의 회원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조력자살이나 안락사가 허용되지 않는 국가의 말기 환자들에게는 외국인을 받아 주는 스위스가 유일한 탈출구이지만, 스위스의사협회 가이드라인 외에는 규제나 감시 장치가 없어 스위스 정부가 ‘자살 관광’을 묵인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난해 3월 미국 애리조나에서는 두 자매가 실종됐는데, 알고 보니 스위스 바젤에 있는 조력자살 단체 페가소스에서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두 사람은 각각 의사와 간호사로 일하며 안정적인 생활을 했고 신체적으로도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두 사람의 오빠가 문제를 제기했지만 현지 검찰은 범죄의 흔적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헷갈리는 안락사 관련 용어] →존엄사 우리나라에선 임종 과정에서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한 연명의료결정법을 흔히 ‘존엄사법’이라고 부르지만 미국 오리건주 등에선 조력자살을 허용하는 법을 ‘존엄사법’(Death with Dignity Act)이라고 부르는 등 해석의 범위가 넓다. ‘존엄사’라는 용어가 가치 판단을 포함하고 있어 특정 임종 방식을 가리키는 용어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안락사 가까운 시일 안에 임종이 예견되거나 통증이 극심하면서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의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 치사약 등을 주입해 생명을 종결하는 것으로, 환자의 요청을 전제로 한다. →조력자살·조력사망 임종이 가까운 환자가 의사로부터 처방받은 치사약을 ‘스스로’ 복용하거나 주입해 생명을 종결하는 것으로, 의사조력자살 또는 의사조력사망이라고도 한다. 안락사의 한 방식으로 볼 수 있지만, 조력자살만을 허용하는 스위스나 미국 일부 주 등에서는 의료진이 약물을 대신 주입할 수 있는 안락사와 구분한다. 서울신문의 ‘금기된 죽음, 안락사’ 기획기사는 [인터랙티브형 기사]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R 코드를 찍거나 아래 링크를 복사한 후 인터넷 주소창에 붙이는 방법으로 콘텐츠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euthanasia/
  • 95억 보험든 ‘만삭아내 살해 무죄’ 남편, 30억대 소송 또 이겼다

    95억 보험든 ‘만삭아내 살해 무죄’ 남편, 30억대 소송 또 이겼다

    만삭의 캄보디아인 아내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뒤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를 확정받은 남편이 보험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또 이겼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6부(김인겸 이양희 김규동 부장)는 이날 이모(53)씨가 미래에셋생명보험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을 깨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보험사가 이씨에게 10억 1000여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고, 이와 별도로 2055년 6월까지 매달 523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보험사가 이씨에게 지급해야 할 총액은 약 34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씨는 지난 2014년 8월 경부고속도로 천안IC 부근에서 승합차를 운전하다 갓길에 주차된 화물차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동승자였던 임신 7개월의 캄보디아인 아내 B(당시 24세)씨가 사망했다. 사고 후 검찰은 이씨가 2008~2014년 아내를 피보험자로, 자신을 수익자로 한 보험 25건에 가입한 점 등을 들어 살인·보험금 청구 사기 등 혐의로 기소했다. 이씨가 가입한 총 보험금은 원금만 95억원이며 지연이자를 합치면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법원은 “범행동기가 선명하지 못하다”며 살인·사기 등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금고 2년을 확정했다. 이씨는 살인 혐의 무죄가 확정된 후 여러 보험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내 잇따라 승소하고 있다. 삼성생명보험과 교보생명보험을 상대로 한 소송은 1·2심에서 이씨가 전부 승소하거나 청구액이 대부분 받아들여졌다. 새마을금고중앙회 상대 소송은 올해 4월 대법원에서 이씨 일부 승소로 결론 났다. 이씨가 제기한 보험금 소송 중 판결이 확정된 첫 사례다. 이날 2심에서 승소한 미래에셋생명 상대 소송을 포함해 이씨가 재판을 통해 인정받은 보험금만 이미 90억원에 육박한다. 내달 25일에는 라이나생명보험을 상대로 한 소송의 항소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이 소송 1심에서는 이씨가 졌으나 마찬가지로 2심에서 결론이 뒤집힐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 딸 친구 알몸 찍고 성폭행 혐의…“목숨 끊어져도 무죄” 50대 항변

    딸 친구 알몸 찍고 성폭행 혐의…“목숨 끊어져도 무죄” 50대 항변

    자녀의 친구인 여고생을 수년 동안 성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던 50대 학원 통학차량 기사가 항소심에서 “나는 무죄다. 목숨이 끊어져도 그런 사실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지난 5일 대전고법 제1형사부(부장 송석봉)는 이날 오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과 강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협박)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A(56)씨에 대한 항소심 첫 재판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당초 이날 양측의 최종 의견을 들으려 했으나 피해자와 합의하겠다는 변호인의 말과 A씨 입장이 엇갈리면서 기일을 한 차례 더 속행하기로 했다. A씨 측 변호인은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하기 위해 한 기일을 속행해 주면 피해자 B씨 측 변호인을 통해 합의를 진행해 보겠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변호인의 말이 끝나자 A씨는 재판부를 향해 “나는 무죄를 주장하며 다투고 있는데 변호인이라는 사람이 나에 대해 모르는 상태로 왔고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며 서류로만 확인한 상태로 재판을 하고 있다”며 “하지도 않은 일의 합의를 보라는 게 변호사가 할 얘기인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 변호인을 다른 변호인으로 교체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변호인은 “의뢰인과 어떻게 변론할지 상의할 시간을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다음 공판은 오는 19일 진행된다. ● “친구 아버지라는 지위 이용”…1심서 15년 A씨는 2017년 통학차량 기사 사무실에서 찍은 자녀의 친구 B양의 알몸 사진을 이용해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성폭행하는 등 2021년 1월까지 기사 사무실과 모텔 등에서 26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17세였던 B씨가 대학 입시 문제로 고민하자 A씨는 자신이 아는 교수를 소개해 주겠다며 접근해 이 같은 짓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원심에서도 “B양이 학교에 과제로 내야 한다면서 휴대전화를 건네며 찍어달라고 해 마지못해 나체 사진 한 장을 찍어줬고, 모텔에는 갔지만 밖에서 얘기만 나눴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친구 아버지라는, 신뢰를 어길 수 없는 지위를 활용해 범행을 저지르고도 터무니없는 변명으로 일관하며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A씨에게 징역 15년, 신상 정보 공개 및 고지 10년,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 제한 10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20년을 선고했다. 이에 A씨는 사실 오인과 법리 오해,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 “경례 안해?” 미군기지서 병사 뺨 때린 대령, 판결 뒤집혔다

    “경례 안해?” 미군기지서 병사 뺨 때린 대령, 판결 뒤집혔다

    병사가 자신에게 경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뺨을 때린 전직 육군 대령이 군사법원에서 공소 기각 판결을 받았으나 대법원에서 이를 유죄 취지로 뒤집어 서울고법으로 다시 돌려보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폭행 혐의로 기소된 전직 육군 대령 A씨에게 공소기각 판결한 원심을 깨고 지난달 15일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이송했다.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장으로 일하던 A씨는 지난 2018년 3월 평택 미군 군사기지에서 병사가 경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뺨을 5~8차례 툭툭 치는 방법으로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유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와 달리 항소심 법원은 군검사의 공소를 기각했다. 두 재판부에서 유무죄의 쟁점은 외국군이 주둔하는 기지를 군형법상 ‘군사기지’로 볼 수 있는지였다. 폭행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지만 군형법은 군사기지, 군사시설, 군용항공기 등에서 벌어진 폭행·협박에는 이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 군의 폐쇄성을 고려한 특례 조항이다. 앞서 피해 병사는 재판부에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서류를 제출했으나, 폭행이 일어난 미군기지를 한국의 군형법상 ‘군사기지’로 본다면 처벌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A씨 측은 “미군기지는 외국군이 주둔하며 미군 영토로 간주하기 때문에 군형법상 군사기지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항소심은 이 주장을 받아들여 군형법 특례 조항이 적용될 수 없다고 보고 공소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국군의 군사작전 수행을 위한 근거지에서 군인을 폭행했다면 그곳이 대한민국의 영토인지, 외국군의 군사기지인지 등과 관계없이 형법상 반의사불벌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공소를 기각한 원심 판단이 잘못됐다며 파기하고, 개정된 군사법원법에 따라 민간 법원인 서울고법에 사건을 보냈다.
  • 환자가 태도 탓하자 투석필터에 ‘이물질’ 넣은 간호사…“소독한 것”

    환자가 태도 탓하자 투석필터에 ‘이물질’ 넣은 간호사…“소독한 것”

    자신의 업무태도를 지적하는 환자에게 앙심을 품고 혈액투석 필터에 이물질을 주입한 간호사가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송석봉)는 30일 중상해와 상해미수 혐의로 기소된 간호사 A(59·여)씨의 항소심을 열고 “A씨가 투석막에 이물질을 주입해 상해를 가한 혐의는 범행 동기 등으로 볼 때 인정되나 중상해는 아니다”며 A씨와 검찰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A씨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대전 모 병원 간호사로 근무하던 중 2020년 9월 11일과 18일 2차례에 걸쳐 이 병원 인공신장실에서 혈액투석 환자 B(52)씨의 투석 필터에 불순물을 주입해 오한과 고열을 동반한 패혈증(의증)을 앓게 하는 등 중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같은달 7일에도 투석 필터에 불순물을 넣어 주입하려다 다른 간호사가 투석기에 이물질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투석기를 교체하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다. 검찰조사 결과 A씨는 B씨로부터 업무 태도를 지적받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수사 후 A씨를 무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이 병실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A씨의 혐의를 밝혀냈다. A씨가 병실 내 CCTV 사각지대에서 이물질을 몰래 주입하는 장면을 잡아낸 것이다.1심 재판부는 “A씨가 이미 설치한 투석막을 분리했다가 다시 설치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행위로 미뤄 계획적으로 범행했다”며 “A씨는 병원 원장과 가까운 B씨가 자신에 대해 안 좋은 얘기를 전해 재계약을 방해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등 A씨의 범행에 의도와 동기가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A씨가 투석 필터에 어떤 이물질을 투입했는지 알 수 없고, B씨가 약물 처방을 받고 곧 회복된 점으로 볼 때 중상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중상해 혐의가 아닌 상해 혐의만 인정했다. A씨는 재판 과정 내내 “B씨에게 감염될까 봐 투석필터를 소독한 것이다. B씨와 사이가 좋았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면서 “투석 환자에게 고열과 오한은 종종 발생하는 일이다. 이는 B씨가 외부에서 가져온 도시락이 상했거나 병실 정수기가 오염돼 나타난 것일 수도 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지난달 31일 있은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A씨가 간호사로서 의료 윤리를 위반하고 약자인 환자에게 ‘보복 목적’으로 생명을 위협했는데도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비합리적인 주장만 계속 반복하고 있다”며 “1심에서 무죄로 본 중상해 혐의도 유죄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젖먹이 딸·아들 연거푸 살해 암매장한 친부, ‘장남만 생존’…‘영아살해’ 잔혹사[전국부 사건창고]

    젖먹이 딸·아들 연거푸 살해 암매장한 친부, ‘장남만 생존’…‘영아살해’ 잔혹사[전국부 사건창고]

    생후 5개월 딸·9개월 아들 연속 살해딸 사망 숨기려고 아들 ‘출생신고’ 안해두 자녀 다 할아버지묘 근처에 암매장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말이 있다. 아프리카 속담이지만 예전 공동체의식이 남달랐던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금은 극도의 개인주의와 도시화로 이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경기 수원에서 30대 친모가 저지른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수년 전 강원 원주에서는 친부가 10개월도 안 된 딸과 아들을 살해해 암매장한 사건이 있었다. 이런 사건이 끊이지 않고 터지자 친부모에 의한 영아살해 방지책을 더욱 견고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원주경찰서는 2019년 말 황모(25)씨와 아내 곽모(23)씨를 긴급 체포했다. 황씨는 2016년 9월 딸(둘째)을, 2019년 6월 막내아들(셋째)을 숨지게 한 뒤 모두 암매장한 혐의를 받았다. 아내 곽씨는 황씨의 범행을 방조하거나 도운 혐의다. 둘은 검찰 조사를 거쳐 살인 및 사체은닉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1· 2심 판결문과 자체 취재 및 기사에 따르면 황씨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징역 23년으로 크게 늘었다. 곽씨도 1심 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 징역 6년으로 높아졌다. 대법원은 2021년 5월 부부의 항소심 형을 확정했다. 부부의 형량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항소심에서 두 자녀가 숨진 것을 황씨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행위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황씨 부부의 사체 은닉, 아동학대 혐의만 유죄로 보고 살인 및 아동학대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의심이 없을 정도로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무죄 판결했었다.숨진 딸 양육수당 710만원 부정 수급구직 않고 5개월 ‘차박’하며 장남도 학대장남 키·몸무게 하위 1%…“부모 싫다” 황씨(당시 22세)는 2016년 9월 13일 추석을 맞아 원주에 있는 할머니집에 온 큰아버지 등이 “왜 돈벌이를 하지 않고 사느냐”고 하자 아내와 함께 장남(생후 17개월), 딸(생후 5개월)을 데리고 모텔로 옮겼다. 황씨 부부는 2014년쯤 만나 교제하다 아내 곽씨가 임신을 하자 황씨 할머니집에 얹혀살았다. 모텔로 간 황씨는 밤을 새우며 TV를 보다 이튿날 아침에 잠들었다. 방바닥에서 딸과 함께 잠자던 곽씨는 이날 오후 3시쯤 침대 위 황씨를 깨워 “딸이 잠을 안자”라고 했다. 황씨는 딸이 울자 짜증을 내면서 무게 4.3㎏의 두꺼운 이불로 딸을 덮고 계속 잤다. 3시간 정도 지나 이불을 걷었지만 딸의 몸은 식어 있었다. 황씨 부부는 딸이 숨지자 모텔에 머물면서 ‘딸 사망 사실’을 숨기기로 말을 맞추고 같은달 16일 자정 자기 승용차에 딸의 시신을 싣고 원주에 있는 황씨 할아버지묘 근처로 가 삽으로 땅을 파고 암매장했다. 딸을 살해 암매장한 황씨 부부는 2년 후인 2018년 9월 작은아들을 낳았으나 생후 9개월 때 또 살해하는 범죄를 저질렀다. 황씨가 원룸을 얻어 살던 2019년 6월 13일 오후 1시쯤 거실에서 낮잠을 자다 작은아들이 시끄럽게 울자 자신의 잠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20초간 목젖의 윗부분을 눌러 숨지게 했다. 황씨는 작은아들이 숨지자 딸처럼 이불로 감싼 뒤 승용차에 싣고 할아버지묘 근처로 가 또 암매장했다. 황씨는 딸을 살해한 사실이 탄로날까봐 작은아들이 태어났어도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고, 그 아들은 ‘유령’처럼 짧은 세월을 살다 사망신고조차 없이 세상을 떠났다. 이정빈 법의학자는 “(작은아들) 목젖에서 손을 떼도 저산소증이 생기면 몇 달까지 생존하다 사망할 수 있다”며 “생후 5개월 영아(딸) 전신에 이불을 덮으면 통상 5~7분 안에 사망하고, 이 과정에서 상당한 고통이 수반된다”고 했다.황씨 자녀 삼남매 중 친부의 범행으로 2명이 목숨을 잃었으나 남은 장남도 멀쩡히 양육된 것은 아니었다. 황씨는 작은아들이 숨지기 전 두 팔을 잡고 장남과 권투경기하듯이 서로 주먹으로 때리게 했고, 곽씨는 “파이트”를 외쳤다. 부부는 또 이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면서 깔깔대는 등 해괴한 짓을 일삼았다. 황씨 부부는 작은아들이 숨지자 원룸을 나와 2019년 7월부터 5개월 동안 장남(당시 4세)을 데리고 무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을 승용차에서 지냈다. 열악한 차량 내 숙식뿐 아니라 충남 태안군, 원주 칠봉유원지 등을 떠돌면서 큰아들에게 공중화장실, 계곡 등에서 찬물로 몸을 씻게 하는 학대행위를 저질렀다. 장남의 키와 몸무게는 또래 중 하위 1%에 해당할 정도로 발육이 매우 더뎠다. 장남은 경찰 조사에서 “아빠가 머리도, 얼굴도 때려 아팠다”면서 “엄마 아빠 만나기 싫다. 엄마한테 가기 싫다”고 말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할머니에게 생계를 의탁하면서도 구직활동을 하지 않던 황씨는 딸이 숨진 열흘 뒤인 2016년 9월 23일부터 57차례에 걸쳐 총 710만원의 양육·아동수당을 받아 썼다. 아내 곽씨와 짜고 딸의 사망신고를 하지 않은 채 4년 넘게 매달 10만~20만원을 부정하게 수급한 것이다. 황씨는 2019년 4월 가전제품 임대업체와 매달 12만원에 냉장고, 공기청정기, 청소기를 빌려 쓰기로 하고 총 730여만원에 이르는 이들 제품을 배달받은 뒤 시중에 팔아 이 돈을 생활비 등에 사용하려고 사기를 치기도 했다. 부부의 범행은 2019년 보건복지부의 양육환경 일괄조사로 드러났다. 두 암매장 자녀는 백골 상태였다. 보건복지부 양육환경 조사에서 들통친부 징역 1년 반→항소심 23년 급증“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해. 엄벌 필요” 황씨는 재판과정에서 “고양이 소리가 싫어 6마리를 죽인 적도 있을 정도로 소리에 매우 민감하다”며 “이 때문에 예전에도 (두 자녀의 울음을 멈추려고) 그런 적이 있어 살인의 고의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항소심을 진행한 서울고법 춘천 제1형사부는 2021년 2월 “황씨는 자신의 행위로 두 자녀가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두 자녀는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보지 못한 채 친부에 의해 살해됐다”며 “미필적 고의의 살해라고 하더라도 엄벌에 처할 필요가 있다. 재범 위험성도 높다”고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작은아들은 목젖 눌림을 당한 뒤 잠시 생존해 황씨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숨지지 않을 수도 있었다”며 “아동의 건강과 조화로운 성장은 우리 사회의 밝은 미래가 된다는 점에서 모두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 학대행위는 아동의 정서 및 건강에 영구적 상처를 남기기 때문에 성인보다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황씨 부부의 경제적 곤궁은 형편에 맞지 않게 3200만원을 대출받아 그랜저 승용차 등을 렌트하고 낚시 등 취미생활을 즐기는 비정상적 생활태도에서 기인한다. 매달 40만원의 양육·아동 수당도 대출금 갚는데 썼다”며 “곽씨도 남편에게 폭행당하는 등 자녀를 보살피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지만 자녀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했고, 암매장에도 가담했다”고 했다. 법원은 2021년 3월 유일하게 살아남은 장남에 대한 황씨 부부의 친권을 상실시키는 판결을 내렸다.흉악 범죄가 급증합니다. 사건은 사회의 거울입니다. 우리 사회와 공동체가 그만큼 병들어 있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사건이 단순 소비되지 않고 인간성 회복을 위한 노력과 더 안전한 사회 구축에 힘이 되길 희망합니다.출산통보제만 통과, 1년 후 시행보호출산제는 논란, 국회 계류 중 이 사건이 터진 지 수년이 지난 최근 이와 유사한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이 발생하고 태어난 기록만 있고 출생신고가 없는 아동이 2200명이 넘는 것으로 드러나자 정부가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 도입에 나섰으나 온전히 재발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회는 지난 30일 본회의를 열어 출생통보제 도입을 위한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은 아이가 태어나면 14일 이내에 출생기록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전달하고, 심평원은 지자체에 알려 ‘유령 아동’을 방지하는 제도다. 읍·면·동장은 출생 한 달 이내 출생신고가 없으면 부모에게 7일 내에 출생신고하도록 독촉하고, 이후에도 신고가 되지 않으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직권으로 출생신고할 수 있다. 하지만 미통보 의료기관 처벌 조항은 없다. 정부는 또 출생을 숨기기 위해 병원 밖 출산이 늘어나는 출산통보제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익명으로 출산한 아동을 국가가 보호하는 ‘보호출산제’ 도입도 추진하고 있지만 야당 등이 ‘익명 출산을 장려하고 영·유아 유기를 부추기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반대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묶여 있는 상태다.
  • 처벌할 법이 없다… ‘故이예람 수사 개입’ 전익수 실장 1심 무죄

    처벌할 법이 없다… ‘故이예람 수사 개입’ 전익수 실장 1심 무죄

    공군 내 성폭력 피해자인 고 이예람 중사 사건의 수사에 위력을 행사하는 등 부당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익수(53) 전 공군 법무실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재판부는 전 전 실장에 대해 “수사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현저히 훼손하는 매우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 정진아)는 2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면담강요 혐의로 기소된 전 전 실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쟁점은 문제 행위가 해당 법률에서 규정한 범죄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전 전 실장이 위력을 행사했다는 상대가 수사검사(군검사)로, 해당 법률규정에 따른 범행 객체(증인·참고인 등)에 포함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판결로 전 전 실장의 행동이 형사법적으로 정당화되고 향후 유사 행동이 군 내에서 반복될 가능성 등 찬물을 끼얹는 건 아닌지 무거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면서도 “처벌 필요성만으로 법규를 전 전 실장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 해석하는 건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짚었다. 이 중사는 2021년 3월 선임 부사관에게 성추행을 당해 신고했지만 군 내에서 보호 및 수사 조치 등이 이뤄지지 않았고 이후 2차 가해까지 일어나자 같은 해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5개월 뒤 수사 결과를 내놓은 군검찰은 초동수사 담당자와 지휘부는 한 명도 기소하지 않았다. 이에 재수사를 촉구하는 여론이 일면서 안미영 특별검사팀이 출범했다. 특검팀은 지난해 9월 전 전 실장 등 8명을 기소했다. 전 전 실장은 군검찰의 수사가 시작되고 관련 정보를 자신에게 전달한 군무원 양모(50)씨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군검사에게 전화해 추궁하는 등 위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전 전 실장에게 재판 정보를 넘겨준 양씨는 혐의 일부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사적 소문을 고의로 유포해 이 중사 등의 명예를 훼손한 정모(46) 장교는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법정구속은 피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판결문을 받아 본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허탈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며 “군사법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위력에 의한 면담강요죄’를 특별법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 전 실장은 예비역 장군 신분도 유지하고 있다. 군이 강등 처분을 했으나 법원은 그 효력을 중단시켰다. 여기에 불복한 국방부의 항고는 지난 27일 기각됐다. 징계 취소에 대한 본안 소송은 아직 기일이 잡히지 않았다.
  • 처벌할 법이 없다…‘고 이예람 수사 개입’ 전익수 전 실장 1심 무죄

    처벌할 법이 없다…‘고 이예람 수사 개입’ 전익수 전 실장 1심 무죄

    공군 내 성폭력 피해자인 고 이예람 중사 사건의 수사에 위력을 행사하는 등 부당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익수(53) 전 공군 법무실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재판부는 전 전 실장에 대해 “수사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현저히 훼손하는 매우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 정진아)는 2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면담강요 혐의로 기소된 전 전 실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쟁점은 문제 행위가 해당 법률에서 규정한 범죄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전 전 실장이 위력을 행사했다는 상대가 수사검사(군검사)로, 해당 법률규정에 따른 범행 객체(증인·참고인 등)에 포함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판결로 전 전 실장의 행동이 형사법적으로 정당화되고 향후 유사 행동이 군 내에서 반복될 가능성 등 찬물을 끼얹는 건 아닌지 무거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면서도 “처벌 필요성만으로 법규를 전 전 실장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 해석하는 건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짚었다. 이 중사는 2021년 3월 선임 부사관에게 성추행을 당해 신고했지만 군 내에서 보호 및 수사 조치 등이 이뤄지지 않았고 이후 2차 가해까지 일어나자 같은 해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5개월 뒤 수사 결과를 내놓은 군검찰은 초동수사 담당자와 지휘부는 한 명도 기소하지 않았다. 이에 재수사를 촉구하는 여론이 일면서 안미영 특별검사팀이 출범했다. 특검팀은 지난해 9월 전 전 실장 등 8명을 기소했다.전 전 실장은 군검찰의 수사가 시작되고 관련 정보를 자신에게 전달한 군무원 양모(50)씨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군검사에게 전화해 추궁하는 등 위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전 전 실장에게 재판 정보를 넘겨준 양씨는 혐의 일부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사적 소문을 고의로 유포해 이 중사 등의 명예를 훼손한 정모(46) 장교는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법정 구속은 피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판결문을 받아 본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허탈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며 “군사법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위력에 의한 면담강요죄’를 특별법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 전 실장은 예비역 장군 신분도 유지하고 있다. 군이 강등 처분을 했으나 법원은 그 효력을 중단시켰다. 여기 불복한 국방부의 항고는 지난 27일 기각됐다. 징계 취소에 대한 본안 소송은 아직 기일이 잡히지 않았다.
  • 검문 피해 달아난다고 경찰 총 쏴 17세 소년 사망, 佛 곳곳에 방화 시위

    검문 피해 달아난다고 경찰 총 쏴 17세 소년 사망, 佛 곳곳에 방화 시위

    프랑스 파리 외곽 낭테르에서 교통 검문을 피해 달아나려던 10대가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부터 프랑스 축구대표팀 주장인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까지 나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고 개탄했고, 이틀째 밤까지 경찰을 규탄하는 과격 시위가 낭테르와 남부 툴루즈, 북부 릴 등에서 벌어졌다. 28일(현지시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전날 경찰관 2명이 도로에서 멈춰 세운 차가 앞으로 나아가자, 운전석을 향해 총구를 겨눴던 경찰관이 방아쇠를 당기는 장면이 담겼다. AFP 통신은 “네 머리에 총알이 박힐 거야”라고 말하는 목소리도 녹음됐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처음에 운전자가 차를 몰고 경찰관들을 향해 돌진하는 바람에 총을 쐈다고 설명했지만, 영상 속에는 운전자가 빠른 속도로 출발하는 장면만 담겨 거짓 해명을 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당시 운전대를 잡았던 나엘 M(17)은 총성이 들리고 나서 수십m를 이동한 뒤 어딘가에 부딪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을 거뒀다. 경찰은 나엘이 교통 법규를 위반했다고 보고 불러세웠다. 나엘이 운전한 차량은 렌터카였고, 그 안에는 다른 두 명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 명은 도주했고, 다른 한 명은 나엘과 같은 미성년자로 경찰에 붙잡혀 조사를 받은 뒤 풀려났다. 나엘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당일 낭테르 등에서는 경찰을 규탄하는 시위가 산발적으로 열렸고, 일부 지역에서는 버스 정류소를 망가뜨리고 주차된 차에 불을 지르는 등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이틀째 시위까지 적어도 77명이 체포됐다. 검찰은 나엘에게 총을 쏜 38세 경찰관을 체포해 과실 치사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나엘의 변호인은 나엘을 살해한 경찰관뿐만 아니라 허위로 증언한 동료 경찰관 역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남부 마르세유를 방문하고 있는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설명할 수 없고,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며 사법당국에 최대한 빨리 진실을 밝혀달라고 촉구했다고 AP 통신 등이 전했다. 이에 대해 경찰 노조는 자신들에 대해 감정이 좋지 않았던 마크롱 대통령이 경위를 자세히 파악하지도 않은 채 경찰관들을 여론 재판으로 몰아간다며 유죄가 확증될 때까지 무죄 추정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반발했다. 내무부 장관은 문제의 경찰관들이 속하지 않은 다른 경찰 노조가 트위터에 “젊은 범죄자에게 총기를 발사한 경찰관들에게 브라보, 아들을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한 부모들이 죽음으로 몰았다”고 적었다가 나중에 삭제한 일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음바페는 트위터에 “나의 프랑스가 아프다.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적으면서 유족에게 애도를 표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뤼팽’ 등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오마르 시도 나엘의 사진과 함께 “그 이름에 걸맞은 정의가 이 아이의 기억을 기릴 수 있길 바란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나엘은 알제리계 청소년이었고, 올해 두 번째 경찰 총격에 희생된 알제리계였다. 지난해에는 같은 방식으로 13명의 알제리계 프랑스인이 목숨을 잃었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2017년 개정된 경찰관의 총기 사용 권한 확대 법안이 이런 총격 사고를 빈발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 조국 딸 조민, 가수 되나…입이 ‘쩍’ 벌어지는 선명한 복근

    조국 딸 조민, 가수 되나…입이 ‘쩍’ 벌어지는 선명한 복근

    “친한 작곡가와 동요 ‘내 고양이’ 음원 발표” 유튜브 구독자 20만명을 돌파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씨가 ‘미닝’이라는 예명으로 ‘내 고양이’(my cat)라는 음원을 발표했다. 조민씨는 2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소소한 취미 생활의 일환으로 친한 작곡가님과 동요 작업 해봤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이미지를 공개했다. 조씨는 지난 21일 국내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미닝’이라는 이름으로 곡 ‘내 고양이’를 발매했다. 조씨는 “너를 사랑하는 일은 아주 쉬웠어. 네 눈 속엔 우주가 담겨 있었거든. 함께하는 일상은 금방 습관이 돼. 늘 옆에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등의 가사를 자신만의 분위기로 불렀다.조민 “내 언행 정치권과 연관 없다” 앞서 조민씨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선명한 11자 복근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그러면서 “제 모든 행동을 아버지와 엮어서 또는 정치적으로 읽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부모님과 독립해서 산 지 오래”라면서 자신의 언행은 정치권과 연관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조씨는 “당연히 아버지의 사회, 정치적 활동이나 문제시되는 의료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콘텐츠를 만들지 않을 것이며 저만의 독자적 콘텐츠를 만들어 성과를 이루고자 한다”고 말했다. 공개된 사진 속 조씨는 크롭티와 미니스커트를 입고 보디라인을 뽐냈다. 특히 군살 없는 몸매와 선명한 11자 복근을 선보여 많은 이들의 시선을 강탈했다.검찰 “‘조민 스포츠카 발언’ 가세연 명예훼손”…항소 한편 최근 검찰은 조민씨의 스포츠카 관련 의혹을 제기한 가로세로연구소 방송 출연진에게 유죄가 선고되어야 한다며 무죄를 선고한 1심에 불복했다. 서울중앙지검 공판4부(부장검사 강민정)는 지난 27일 이번 사건 1심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이종민 판사에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강용석 변호사에게 징역 1년, 김세의 전 기자, 김용호 전 기자에게 각 징역 8개월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앞서 강 변호사 등은 지난 2019년 8월 유튜브 방송에서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주차된 포르쉐 차량 사진을 공개하며 조 전 장관의 딸 조씨가 “빨간색 스포츠카를 타고 다닌다”고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이 판사는 지난 20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강용석 변호사, 전 MBC기자 김세의씨, 전 스포츠월드 기자 김용호씨에게 무죄를 각 선고했다. 이 판사는 조씨가 포르쉐 자동차를 탄다는 발언 자체가 허위라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그 표현이 피해자의 주관적 명예나 사회적 가치를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재판부는 “피해자(조민)가 빨간색 포르쉐를 운행한 사실이 없는 것이 인정돼 허위로 보기 어렵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라면서도 “다만 대법원 판례를 보면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에 대한 침해가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외제차 운행 사실 여부가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한 사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5억밖에 횡령 안했다”던 전 건설노조위원장, 징역 1년 더 늘어

    “5억밖에 횡령 안했다”던 전 건설노조위원장, 징역 1년 더 늘어

    노조비 1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진병준 전 전국건설산업노조 위원장(54)의 형량이 항소심에서 1년 더 늘었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송석봉)는 28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진 전 위원장의 항소심을 열고 “조합에 3억원을 추가로 변제하는 등 피해회복 노력을 했으나 위원장 지위로 수년 동안 거액의 금액을 횡령하는 등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진 전 위원장은 2018년 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노조 회계부장에게 지시해 조합비 통장에서 업무추진비 등 명목으로 현금을 빼내 개인 용도로 쓰는 등 노조비 1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진 전 위원장은 자기 아들과 아내가 조합에서 근무한 것처럼 속여 허위 급여를 지급하고, 자신과 조합 간부들에게 상여금 명목으로 돈을 보내기도 했다. 검찰은 진 전 위원장이 직원들에게 준 상여금도 자기 가족 계좌로 돌려받는 등 11가지 수법으로 노조비 10억 2415만원을 횡령했다고 봤다. 진 전 위원장 측은 항소심에서 “10억원 횡령했다는 공소사실 중 2억 3000만원은 무죄 판결이 났고, 2억 5000만원은 갚았기 때문에 실제 피해액은 5억 2000여만원”이라며 “범행을 자백한 점도 고려하면 1심 형은 너무 무겁다”고 주장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형량을 1년 더 높여 선고했다.1심 재판부는 “진씨는 수사 착수 이후에도 가짜 차용증을 만들어 제출하는 등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노조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십수 년 동안 위원장직에 있었던 진씨의 범행은 조합원들에게 큰 분노와 배신·좌절감을 준 만큼 엄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하면서도 ‘근로시간 면제자 급여 보관계좌 2억 3000만원 횡령’ 부분에 대해 “노조 귀속 재산이라고 증명할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은 “근로시간 면제자 급여 보관 계좌에서 횡령한 혐의를 무죄로 본 1심 재판부의 판단은 사실 오인 및 법리 오해가 있다”며 “이 부분이 인정될 경우 1심 형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고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이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 기소한 이 횡령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뒤 “위원장 직위에 있으면서 3년 간 2000여차례 현금을 인출하고, 가족에게 허위 급여와 퇴직금을 주고, 법인카드를 개인 용도로 사용하며 10억여원을 횡령했다. 범행 기간·수법·횟수를 보면 죄질이 불량하다”고 밝혔다.
  • 비번 알아내 연인 폰 ‘몰래 보기’…“비밀침해죄” 처벌받는다

    비번 알아내 연인 폰 ‘몰래 보기’…“비밀침해죄” 처벌받는다

    연인의 스마트폰에 비밀번호를 몰래 입력해 과거 교제 상대의 정보를 알아내는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2단독 하진우 판사는 전자기록등내용탐지 혐의로 기소된 A(30)씨에게 벌금 3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란 유죄는 인정하지만 형의 선고를 미루는 법원의 판단이다. 2년이 지나면 면소된 것으로 간주하지만, 유예 기간 동안 자격정지 이상 판결이 확정되면 이를 다시 선고한다. A씨는 지난 2020년 12월 남자친구였던 B씨의 휴대전화에 비밀번호를 몰래 입력한 후 그의 전 여자친구 연락처와 동영상을 열람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비밀 장치한 전자기록인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임의로 비밀번호를 입력해 해당 정보를 알아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A씨가 자신의 휴대전화를 살펴본 사실을 문제삼은 B씨가 수사기관에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A씨가 형법상 비밀침해죄를 범했다고 보고 A씨를 벌금 3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형법 제316조는 봉해진 편지나 전자기록 등을 기술적 수단을 이용해 풀어 그 내용을 알아내면 3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친고죄이기에 피해 당사자의 고소가 없으면 공소제기를 할 수 없다. A씨는 검찰의 판단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A씨는 법정에서 “복잡한 이성 관계로 깨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B씨가 비밀번호를 알려줘 이를 사용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B씨가 A씨에게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알려줬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 여자친구의 자료가 남아 있는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선뜻 알려준다는 점을 경험칙에 비춰 이해하기 어렵다고 봤다. 아울러 재판부는 설령 B씨가 비밀번호를 알려줬다고 하더라도 그 사용 범위는 통화목록, 카카오톡 메시지 내역 등 다른 이성과의 접촉 여부를 불시에 확인할 수 있는 상태로 둔다는 정도의 의미로 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가 휴대전화를 뒤져 전 여자친구의 연락처와 동영상을 열람한 것은 B씨의 의사에 명백히 반하고, 이는 형법상 금지된 ‘기술적 수단을 이용한 정보 취득’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A씨는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했다.
  • 法 “최강욱, 이동재 명예훼손”…항소심도 300만원 배상 판결

    法 “최강욱, 이동재 명예훼손”…항소심도 300만원 배상 판결

    전 채널A 기자 이동재씨가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3부(부장 문광섭 정문경 이준현)는 23일 이씨가 최 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최 의원이 이씨 편지와 발언 요지를 인용하고 정리한 걸 넘어 사실관계를 왜곡한 것에 해당하고, 그로 인해 언론인인 이씨의 사회적 평가가 훼손됐다”고 판단한 1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앞서 최 의원은 2020년 4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편지와 녹취록상 채널A 기자 발언 요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는 이씨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사실이 아니라도 좋으니 당신이 살려면 유시민에게 돈을 주었다고 해라. 그러면 그것으로 끝이다”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해당 글은 삭제된 상태다. 지난해 12월 1심 재판부는 “최 의원이 이씨에게 3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또 최 의원에게 SNS에 정정문을 7일간 게시하라고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최 의원이 올린 내용은 이씨가 이 대표에게 보낸 편지와 발언(녹취록)에 전혀 없는 내용”이라며 “최 의원이 허위 사실을 적시해 이씨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봤다. 최 의원은 이씨의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재판도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불복해 다음달 12일 항소심 첫 재판이 열린다. 이씨는 입장문을 내고 “‘총선용 가짜뉴스’로 국민을 선동한 최강욱 의원에 다시 한번 철퇴가 내려졌다”며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 ‘급발진’ 무죄에, 사망자 유족 “보험금 반환할 처지” 억울 호소

    ‘급발진’ 무죄에, 사망자 유족 “보험금 반환할 처지” 억울 호소

    사망사고를 낸 운전자가 ‘급발진’을 주장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유가족이 “보험금을 반환할 처지에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2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학교 안에서 A(56)씨가 몰던 승용차에 치어 숨진 B(60)씨의 아들은 “운전자 A씨에게 선고한 ‘무죄’ 판결이 확정될 경우 보험사가 우리 가족에 지급한 종합보험에 대해 반환 청구를 할 수 있어 돌려줘야 할 처지에 놓인다”면서 “아버지(B씨)는 통행하는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 질주하는 차량을 제지하다 사고를 당했는데, 우리는 이 억울함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고 호소했다. A씨는 2020년 12월 29일 오후 3시 23분쯤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광장을 가로질러 운전하다 이 대학 경비원 B씨를 치어 숨지게 했다. B씨는 A씨 차량이 잔디가 깔린 광장으로 진입하는 것을 제지하려다 변을 당했다. B씨는 병원에서 치료받다 6일 만인 이듬해 1월 4일 결국 사망했다. 검찰은 “A씨가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를 정확하게 조작하지 못해 사고를 냈다”고 주장했고, A씨는 “차량 급발진으로 제동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 내 과실이 아닌 차량 결함이 원인”이라고 반박했다. 블랙박스 영상에는 A씨 차량이 대학교 지하주차장을 나와 시속 10㎞로 우회전하던 중 갑자기 가속하면서 주차 정산소 차단 막대를 들이받은 뒤 광장 주변 인도로 올라서 화분을 들이받은 모습이 담겼다. A씨는 승용차는 B씨를 친 뒤에도 13초 동안 시속 60㎞ 넘는 속도로 달리다가 보도블록과 보호난간을 들이박고서야 속도가 줄었다. A씨는 “차량 엔진 소리가 커지며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은 채 급발진했고, 정지 후에도 시동이 꺼지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대전지법 형사5단독 김정헌 판사는 최근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저속으로 우회전하던 A씨 차량이 사고가 날 때까지 계속 속도가 늘어나 시속 68㎞까지 달리면서 감속이 되지 않았다. 운전 경력 30년이 넘는 A씨가 보도블록과 화분 등을 충격할 때까지, 13초 동안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하고 밟았다는 것은 고의가 아닌 이상 있을 수 없는 주행이다. 당시 차량에는 아내와 자녀까지 타고 있어 그럴 이유는 더욱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B씨를 피하려고 방향을 틀고, 여러 차례 브레이크등이 켜진 점으로 볼 때 차량 결함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A씨가 신체적 장애가 있다거나 음주 및 약물을 먹고 사고를 냈다고 보기도 어렵다. A씨는 또 교통 관련 수사나 처벌받은 전력도 없다”고 판시했다. 이날 검찰은 1심의 무죄 판결에 불복해 “사실 오인이나 법리 오해가 있다”고 대전지법에 항소했다.
  • [안미현 칼럼] 한동훈 장관의 또 다른 ‘멋짐’ 기대한다/안미현 수석논설위원

    [안미현 칼럼] 한동훈 장관의 또 다른 ‘멋짐’ 기대한다/안미현 수석논설위원

    승차 공유 플랫폼 ‘타다’의 좌절에는 국토교통부의 원죄가 크다. 2018년 10월 서비스를 내놓을 때까지만 해도 ‘기사 딸린 렌터카’를 문제 삼지 않다가 뒤늦게 국토부는 불법이라며 정색했다. 검찰이 직접 단죄하겠다며 기소했을 때도 수수방관했다. 문제의 ‘타다 금지법’을 만든 것도 사실상 국토부다. 4년여가 지나 대법원은 타다에 무죄를 선언했다. 하지만 타다는 이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그렇게 혁신이 될 뻔했던 한국형 승차 공유는 고꾸라졌다. 지금 또 하나의 혁신이 중대 기로에 서 있다. 법률 플랫폼 ‘로톡’이다. 2014년 처음 서비스를 선보인 로톡은 그러나 변호사협회와의 지루한 법정 싸움으로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변협은 협회 소속 변호사들의 로톡 가입이 회칙 위반이라며 과태료 300만원의 징계를 내렸다. 얼마 전 공정거래위원회가 변협의 이런 행태가 ‘갑질’이라며 과징금 20억원을 물렸지만 이마저도 변협의 집행정지 소송으로 무력화됐다. 이제 공은 법무부로 넘어갔다. 변협의 변호사 징계권은 법무부에서 위임받은 것이다. ‘로톡 변호사’ 9명은 변협의 징계가 부당하다며 법무부에 바로잡아 달라고 신청해 놓은 상태다. 지난해 12월 신청했으니 원래는 올 3월쯤 결과가 나와야 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따져 봐야 할 게 많다며 심사를 연기했다. 예정대로라면 이달 초가 발표 시한이다. 그런데 법무부는 7월로 결론을 또 한 달 늦췄다. 새로운 사업이 나오면 기존 사업자와의 충돌은 필연적이다. 그렇다고 눈감아 버리고 어설프게 봉합하면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 우리는 타다를 통해 똑똑히 보았다. 생래적으로 ‘표’가 목숨줄인 국회는 깃발을 들기에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기존의 법적 잣대로 ‘세상에 없던 사업’을 건건이 재단하는 것도 무리다. 그래서 있는 게 정부다. 기소까지 가기 전에, 아니 기소 중에라도 국토부가 타다를 적극적으로 유권해석하고 갈등을 중재했어야 했다는 뒤늦은 반성문이 많이 나왔다. 이미 세계는 챗GPT 같은 대화형 인공지능을 놓고 불꽃 경쟁 중이다. 챗GPT가 한국어로 차원 높은 무료 법률상담을 해주는 것은 시간문제다. 저만치 앞서가는 빅테크들은 이제 규제를 말한다. 규제는 필요하다. 그런데 이면에는 후발 주자들이 못 쫓아오게 사다리를 걷어차는 의도도 숨어 있다. 국내 플랫폼 시장을 고스란히 외국에 내주지 않으려면 토종을 키워야 하는데 현실은 어떠한가. 이재웅 전 쏘카 대표의 말처럼 많은 젊은이들이 혁신을 꿈꾼 죄로 처벌받고 멈춰진 시간 앞에서 절망하고 있다. 접점 찾기가 불가능하다면 미국, 일본 등에서 성업 중인 7000여개의 리걸테크는 설명이 안 된다. 한동훈 법무장관은 엊그제 시각장애가 있는 김예지 의원이 국회에서 대정부 질문에 나서자 “의원님, 한동훈 법무부 장관 나와 있습니다”라고 나지막이 말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김 의원에게 자신이 답변석에 섰음을 ‘소리’로 알려준 배려였다. 한 장관의 ‘깐족 화법’을 싫어하는 이들조차 뭉클했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법무부는 ‘로톡 변호사’ 결론을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 로톡뿐 아니라 원격진료, 성형, 세무상담 등 많은 플랫폼들이 법무부의 판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혁신을 쉼없이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의 진정성과 의지를 감별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이기 때문이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님을 법조인 출신인 한 장관이 가장 잘 알 것이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는 ‘소신 한동훈’의 트레이드마크가 진가를 발휘할 때다. 그래서 시시콜콜한 패션이나 대통령 심복이 아닌 사회적 난제를 정면돌파한 것으로 평가받기를, 타다 금지법을 만들어 놓고 되레 혁신 장려법이라고 우겨 두고두고 비웃음을 사고 있는 전직 국토부 장관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 [마감 후] 죄인의 평화, 피해자의 지옥/신진호 뉴스24 부장

    [마감 후] 죄인의 평화, 피해자의 지옥/신진호 뉴스24 부장

    “눈물로 회개하고 용서받았습니다. 마음의 평화를 얻었습니다.” 영화 ‘밀양’(2007)에서 주인공 ‘신애’의 아들을 유괴해 살해한 범인이 교도소로 면회 온 신애에게 건넨 말이다. 아들을 잃은 괴로움에 고통받던 신애는 종교에 귀의해 안정을 찾는 듯했다. 그런데 감옥에 갇힌 죄인이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고 하니 정작 지옥이 펼쳐진 곳은 신애의 마음속이다. 개인적으로 사형 집행에 반대한다. 생명권이나 불가역성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죄를 뉘우치지 않는 죄인에게 사형이 너무 가벼운 처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죄인에게 가장 괴로운 순간은 비로소 그가 뉘우칠 때 시작된다. 진정으로 뉘우친 자는 자신이 저지른 죄의 무거움을 깨닫고 부끄러움에 몸부림치며 죽음으로 죄를 대신하고 싶어도 어찌할 수 없다. 그렇게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 마음의 지옥에 빠지는 것이다. 그러나 뉘우칠 줄 아는 것도 능력이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항변하는 이들도 수두룩하다. 뉘우칠 줄 아는 자였다면 애초에 끔찍한 죄를 쉽사리 저지르진 못했을 것 같지만. ‘밀양’의 범인은 스스로 뉘우치고 신에게 용서받았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오만함에 지나지 않는다. 스스로 마음의 지옥을 열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가 법원에 제출한 반성문이 공개된 뒤 또다시 공분이 일었다. 그는 “피해자가 말도 (잘하고) 글도 잘 쓰는 것을 봤다. 피해자라는 이유로 진단서, 소견서, 탄원서를 다 들어주는 것인가”라고 썼다. 그저 자신은 억울하고 법원과 사회가 원망스럽다는 투다. 결국 그는 상고했다. 1심 판결 뒤 ‘12년 뒤, 저는 죽습니다’라는 글로 사건을 세상에 알린 피해자는 최근 2심 법원이 징역 20년을 선고하자 눈물을 흘리며 절망했다. 결국엔 보복당할 것이라는 공포 때문이었다. 이 사건은 강력범죄 피고인의 신상 공개를 둘러싼 논쟁도 촉발했다. 피의자 단계에서는 성폭력범죄특례법, 특정강력범죄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일부 피의자의 신상 공개가 가능하다. 그러나 피고인 단계에서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불가능하다. 법원의 명령에 따른 신상 공개 역시 죄인의 형 만기 이후 가능하다. 이조차 법적으로 정해진 사이트에 접속해야 열람만 할 수 있다. 즉 오랜 세월이 흘러 사건이 잊히고 난 뒤에야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사람만 출소한 죄인의 신상을 알 수 있는 셈이다. 범인이 감옥에 갇혀 있는 20년 동안 피해자도 마음속 감옥에서 지낸다. 가해자가 가석방되지 않을지, 출소하면 나를 찾아오지 않을지 불안에 떨며 지내는 20년이다. 출소 후까지 생각하면 평생 두려움 속에서 살아야 한다. 피의자 신상 공개 제도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위배되는 위험을 안고도 시행 중이다. 수사의 오류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재판 중 피고인의 신상 공개는 하지 않되 적어도 형이 확정된 직후에는 신상을 공개해도 되지 않을까. 범인이 아닌 피해자의 마음속 지옥문을 조금이나마 닫을 수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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