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무죄 자신
    2026-04-14
    검색기록 지우기
  • 복식
    2026-04-14
    검색기록 지우기
  • 재연
    2026-04-14
    검색기록 지우기
  • 열에너지
    2026-04-14
    검색기록 지우기
  • 여유
    2026-04-14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321
  • ‘징역 20년’ 구형에 이명박 최후진술…“치욕적…전재산은 집 한 채”

    ‘징역 20년’ 구형에 이명박 최후진술…“치욕적…전재산은 집 한 채”

    검찰이 징역 20년을 구형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여전히 모든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이 전 대통령은 “돈과 결부된 상투적 이미지를 참을 수 없다”며 “치욕적”이라고 밝혔다. 350억원대 다스(자동차 부품회사) 자금 횡령과 110억원대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 측은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정계선)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징역 20년과 벌금 150억원, 추징금 111억 4131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자 불쾌감을 나타냈다. 최후진술에 나선 이 전 대통령은 “저에 대한 기소 내용은 대부분 돈과 결부돼 있는데, 그 상투적인 이미지의 함정에 빠지는 것을 참을 수 없다”며 “부정부패, 정경유착을 가장 싫어하고 경계한 제게 너무나 치욕적”이라고 반발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 주식을 한 주도 가져본 적이 없다”며 “형님도 자기 회사라고 하고 있다. 많은 분쟁을 봐 왔으나 한 사람은 자기 것이라 하고 다른 사람은 아니라 하는 일은 들어 본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은 “뇌물을 대가로 이건희 회장을 사면했다는 터무니없는 의혹으로 저를 기소한 것에는 분노를 넘어서 비애를 느낀다”며 “재임 중 이건희 회장을 포함해 재벌 총수 한사람도 독대하거나 금품을 거래한 사실이 없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 전 대통령은 “제 재산은 현재 사는 집 한 채가 전부이고, 검찰이 두는 혐의는 알지 못한다”며 “제게 덧씌워진 이미지의 함정에 빠지지 마시고, 살아온 과정과 문제로 제기된 사안의 앞뒤를 명철히 살피면 이를 꿰뚫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도 검찰이 무리하고 가혹한 수사를 했다고 주장하며 “정치보복이 반복되면 독재국가가 된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호소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최고 권력자였던 제17대 대통령의 총체적 비리 행각이 낱낱이 드러난 권력형 비리 사건”이라며 “피고인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민에게 위임받은 대통령의 직무권한을 사익 추구 수단으로 남용해 헌법 가치를 훼손했다”며 구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다음달 5일 오후 2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기로 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비동의 간음죄’ 반댈세

    ‘비동의 간음죄’ 반댈세

    ‘형사법의 성편향 전면 개정판’ 출간 조국 “형법 반영땐 심각한 문제 발생 여성 동의·거절 사이 회색지대 존재”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자신의 저서를 통해 ‘비동의 간음죄’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위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면서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나온 의견이어서 눈길을 끈다.형사법학자인 조 수석은 2003년 출간한 ‘형사법의 성편향 전면 개정판’(박영사)을 최근 새로 출간했다. 개정판에는 ‘미투 운동’과 관련한 의견을 새로 넣거나 일부 고쳤다. 특히 안 전 지사의 비서 성폭행 혐의와 관련해 여성계 일각에서 요구하는 ‘비동의 간음죄’ 신설에 관해 “문제의식에는 공감하지만 형법에 반영된다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며 7쪽에 걸쳐 상세히 비판했다. 조 수석은 ‘비동의 간음’에 관해 “행위 양태가 다양하고 외연이 불분명해 형법상 범죄로 규정하는 데에 어려움이 따른다”고 했다. 비동의 간음죄의 성립은 여성의 동의 여부가 관건인데, 동의 여부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동의’ 여부에 관해서도 “묵시적 동의나 조건부 동의 등 동의와 거절 사이의 회색지대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비동의 간음죄가 신설되면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처벌이 좌우되는 점도 불합리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를 가리켜 “남성에게 성교 추구 전 상대방의 명시적, 확정적 동의를 증거로 확보하라고 요구하는 셈”이라며 “성교가 범죄로 처벌되는 과잉범죄화 폐해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형사법학자의 관점에서 볼 때 이 투쟁(비동의 간음죄 신설)이 수사와 재판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려면 형사절차법적 개혁이 더 실효적”이라 결론 내렸다. 다만 자신의 주장에 관해 “형사법학자로서 제기하는 것이지, 민정수석으로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안희정 2심, 서울고법 성폭력 전담부에 배당

    안희정 2심, 서울고법 성폭력 전담부에 배당

    비서를 상대로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항소심을 서울고등법원 성폭력 전담부가 맡는다. 서울고법은 검찰이 항소한 이번 재판을 성폭력 사건을 전담하는 형사8부(부장 강승준)에 배당했다. 재판부 배당이 끝남에 따라 안 전 지사의 항소심 재판은 이달 중이나 내달 초에 첫 기일이 잡힐 가능성이 크다. 안 전 지사는 자신의 수행비서였던 전 충남도 정무비서 김지은씨를 상대로 지난해 7월 29일부터 올해 2월 25일까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강제추행 5회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 4월 기소됐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에게 ‘위력’이라 할 만한 지위와 권세는 있으나 그것으로 김씨의 자유의사를 억압했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명백하게 위력이 인정되고, 위력으로 간음한 것도 인정된다”며 “1심의 무죄 선고는 위력을 너무 좁게 해석한 것이며 대법원의 기존 판례와도 취지가 맞지 않는다”고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에서도 쟁점은 위력의 행사가 있었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명시적인 내용은 없더라도 유력 대선주자인 안 전 지사의 위치를 고려하면 김씨의 의사를 제압하는 위력의 행사가 있었다고 판단하기 충분하다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1심 재판부가 김지은씨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서도 항소심에서 다시 집중적인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범인과 너무 닮아…17년 간 감옥서 보낸 죄없는 남자

    범인과 너무 닮아…17년 간 감옥서 보낸 죄없는 남자

    범인과 닮은 외모 때문에 17년을 교도소에서 보내야했던 무고한 남성이 정부를 상대로 보상금을 요구하고 나섰다. 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미국 캔자스 주 캔자스시티 출신의 남성 리차드 존스(42)에게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 건 지난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형마트 밖에서 한 여성 쇼핑객이 휴대전화를 도난당했고,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은 용의자를 ‘긴 머리를 뒤로 묶은 밝은 피부색의 히스패닉 계 또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라고 묘사했다. 존스는 범행이 일어난 그 시간에 여자 친구 집에 있었음에도 목격자와 피해자가 그를 범인으로 지목하면서 가중처벌법위반인 강도죄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특히 그는 유죄 전과가 있었기에 무려 19년 징역형에 처해졌다.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동안 그는 여러 차례 자신의 무죄를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던 존스에게 실낱같은 희망이 찾아왔다. 우연히 동료 재소자들에게 ‘릭 아모스’라는 남성과 자신이 너무나 닮았다는 사실을 듣게 됐고, 그는 미 인권단체 ‘이노센스 프로젝트’(The Innocence Project)에 도움을 청했다. 억울하게 유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을 과학적 증거로 구제하는 해당 단체는 그를 도와 릭 아모스를 추적했고, 그가 사건이 발생한 마트 근처에서 살고 있던 진범임을 밝혀냈다. 그리고 지난해 재판에서 판사가 존스의 유죄판결을 무효로 선고하면서 그는 석방됐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범죄사건의 공소시효가 지났기에 진범은 기소되지 않았다. 대신 존스는 현재 캔자스 주에 자신의 결백을 공개적으로 발표하고, 110만 달러(약 12억 3000만원)를 지불하라는 청원을 제기한 상태다. 그는 “부당하게 투옥되어 있는 동안 딸들이 훌쩍 자라 19살, 24살이 됐다. 나는 그 과정을 지켜보지 못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재정적으로 보상을 받아 새롭게 출발하고 싶다. 되돌릴 수 없는 너무 많은 시간을 교도소에서 허비했고,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며 보상금의 금액이 절대 많지 않음을 주장했다. 사진=데일리메일, 메트로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간병살인 154人의 고백] 아비는 너희에게 짐이 되기 싫었다

    [간병살인 154人의 고백] 아비는 너희에게 짐이 되기 싫었다

    ‘80대 노모, 정신질환 앓던 40대 딸을 끈으로 묶은 채 한강 투신’, ‘70대 노부부 차 안에서 손 꼭 잡은 채 자살···암 투병 아내와 함께 떠나’.피의자가 사망한 탓에 통상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되는 ‘간병자살’은 제대로 된 기록조차 남지 않는다. 변사사건처리부 한 장에 간단명료하게 자살 등으로 분류되고 마는 죽음이다. 법적으로 유무죄를 따질 이유도 방법도 없는 까닭에 한 인간이 죽음을 결심한 이유 따윈 기록이 아닌 기억 속으로 묻힌다. 그나마 2006년 이후 현재까지 10여년간 언론이 기록한 간병자살 60건을 찾았다. 총 사망자 수는 111명. 이 중 17명은 동반자살자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사실상 살인 피해자다. 89명은 함께 목숨을 끊었다. 5명은 환자를 남겨둔 채 돌보는 이들만 세상을 등진 경우다. 동반자살에 실패한 이들도 16명이다. 간병인이 환자를 헌신적으로 돌봤던 경우도 적지 않다. 간병자살은 주로 ‘부부 간병’(31건, 51.7%)에서 발생했다. 부부 평균 연령은 69.1세였다. 대부분 ‘노노(老老) 간병’ 과정에서 죽음을 선택했다는 뜻이다. 이어 ‘자식을 돌보던 부모’(15건, 25%), ‘부모를 돌보던 자식’ (8건, 13.3%), ‘형제·자매’ (4건, 6.7%) 순이었다.“너희 엄마가 처음 병이 났을 땐 삶을 마감하는 게 좀 너무 이르다 싶어 몇 달 정도 지켜보다 결국 오늘까지 왔다. 너무 아파하고 나도 아파 같이 죽기로 했다.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구나. 미안하다.” 2013년 11월 23일 전남 목포시에서 80대 노부부가 남긴 유서다. 디스크 수술로 거동이 어려운 아내를 돌보던 남편은 본인마저 뇌졸중에 걸려 하반신이 마비되자, 식탁 위에 유서 한 장과 영정사진을 올려놓고 아내와 동반자살했다. 이처럼 간병 중 간병인도 병에 걸려 몸이 아픈 사례도 16건(26.7%)에 달했다. 특히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부모의 절절한 마음이 유서에 담긴 경우도 많았다. 간병하던 부모가 자식과 삶을 정리한 경우 지적·발달 장애 등 선천적 장애를 지닌 자녀를 간호한 경우가 대다수다. 부모 평균 나이는 48.2세, 자식 평균 나이는 17.2세였다. 2015년 7월 6일. 경기 의왕시 한 아파트 18층에서 30대 여성이 뇌병변장애를 앓던 7세 아들을 끌어안고 투신했다. 여성은 아들 치료를 위해 매일 대형병원을 돌고 또 돌았다. 차도가 없자 좌절했고, 자신이 떠나면 혼자 중증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할 아들을 걱정하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2014년 3월 13일엔 30대 부부가 5살짜리 자폐증 아들과 함께 목숨을 끊었다. 부부 역시 발달장애 아이를 헌신적으로 아이를 돌봤지만, 나아지는 게 없자 괴로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적 어려움이나 간병의 고통으로 인한 우울증이 자살의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간병인이 경제적 어려움에 몰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우도 21건(35%)에 이른다. 2013년 4월 24일 대구에서 쌍둥이 두 아들(7)과 연탄불을 피워 사망한 김모(43)는 사망 직전까지 뇌졸중인 아내를 돌봤다. 하지만 실직인 상태로 한 달에 100만원이 넘는 아내의 병원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 그는 아내를 병원에 홀로 남겨둔 채 두 아들과 생을 마감했다. 간병인이 우울증에 걸린 경우도 12건(20%)에 달했다. 2014년 3월 2일 경기 동두천시 상패동 한 아파트에서 주부 윤모(37)씨가 성장장애를 앓던 아들(4)과 함께 아파트 15층에서 투신해 숨졌다. 윤씨는 더디게 성장하는 아들을 돌보며 주변에 우울감을 호소했고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그는 15㎡ 남짓 원룸에서 재혼한 남편과 아들을 낳았고, 일정한 수입이 없어 생활고를 겪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의 주머니에선 “미안하다”고 적힌 밀린 세금 고지서가 나왔다. 오랜 기간 홀로 간병을 담당해야 하는 현실에 좌절하는 경우도 많았다. 간병인이 홀로 환자를 돌본 경우는 41건(68.3%)에 이르렀고, 평균 간병 기간은 7년 8개월이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檢 “병역거부 객관적 지표 있어야 구제” 변호인 “양심, 보호받아야 할 헌법가치”

    檢 “병역거부 객관적 지표 있어야 구제” 변호인 “양심, 보호받아야 할 헌법가치”

    종교와 양심 등의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처벌해야 하는지를 두고 최종 판단을 내려야 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30일 공개변론을 열었다. 지난 6월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한 뒤 종교적·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제 도입 논의가 활발해진 만큼 공개변론에서도 격론이 벌어졌다.핵심 쟁점은 종교나 양심이 병역법 88조와 예비군법 15조에서 규정한 병역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있는지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 3명이 현역병 입영을 거부하거나 예비군 소집에 응하지 않아 병역법 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상고심 사건 3건을 심리하고 있다. 이 가운데 현역병 거부 피고인 1명과 예비군 불참 피고인 1명이 유죄를 선고받았고, 나머지 현역병 입영을 거부한 1명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 측 변론에 나선 김후곤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은 “법에 규정된 ‘정당한 사유’는 병역의무이행 의지가 있음에도 천재지변 등 객관적인 사정이 발생할 때 구제해 주기 위한 것”이라면서 “주관적 사유가 포함되면 측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모든 형벌 조항을 피하는 만능열쇠가 되고 형사법 체계가 무너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최후 변론에서도 “국민 합의로 대체복무가 도입되고 소수자 중심으로 국가 정책이 전환되는 것도 긍정적이지만, 현행법 체계에서 병역면제에 최소한의 형벌을 부과하는 것도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 측 오두진 변호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무죄 판결이 108건이나 나온 것은 양심이 보호받아야 하는 헌법적 가치 때문이라는 취지”라면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존엄한 인간이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거부를 표현하는 소극적이고 최소한의 것”이라고 맞섰다. 오 변호사는 특히 “(국민의 의무 가운데) 양심상의 결정을 보호받는 것은 양심적 병역거부가 유일하고, 대체복무가 도입되면 충실히 이행할 것이기 때문에 무죄 판결이 나오더라도 사회 혼란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심을 맡은 박상옥 대법관은 변호인 측에 “종교적 이유로 병역의무를 거부하는 600여명을 대신해 또 다른 젊은이들이 군대에 가 기본권이 제한되는 생활을 하게 된다”면서 “어떻게 정당성이 있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오 변호사는 “위험하고 힘들어서 가지 않으려는 현장에 군 복무보다 강도가 낮지 않은 대체복무를 시행하면 국민도 수긍할 것이고, 국가 전체를 볼 때도 골고루 인적 자원을 쓰는 길이 열린다”고 설명했다. 김재형 대법관이 “양심, 신념의 기준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가”라고 묻자 변호인은 미국 등 해외 사례를 들며 “서면·진술 등 심사 절차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답했다. 판결 선고일은 추후 심리 경과에 따라 공개될 예정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과거사 피해 국가배상 길 열렸다] 양승태 대법 때 국가배상 제한 ‘바로잡기’… 과거청산 다시 탄력

    [과거사 피해 국가배상 길 열렸다] 양승태 대법 때 국가배상 제한 ‘바로잡기’… 과거청산 다시 탄력

    냉전·유신·독재의 암흑시대에 양산된 한국의 국가범죄 피해자들은 긴 세월 동안 자신의 피해를 하소연도 하지 못했다. 피해 당사자는 고문 수사 끝에 사법부가 행한 정식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억울한 옥살이를 했고, 감옥 밖 가족들도 ‘용공’이란 손가락질을 받으며 사회적으로 매장됐다. 국가범죄에 대한 진상규명과 국가기관의 사과, 피해자에 대한 배상과 같은 일련의 조치들은 민주화 이후 정권교체가 한 차례 이뤄진 뒤 2000년대 들어서야 착수됐다. 형사법정에서 재심 재판이 열려 국가범죄 피해자에 대한 무죄 선고가 이뤄졌고, 이들의 피해에 대한 국가배상 조치가 취해졌다.이런 흐름이 2013년 ‘양승태 대법원’에서 깨져 버렸다. 당시 대법원은 공소시효, 기존에 받은 민주화 보상 등 갖가지 이유를 만들어 들이대며 국가배상을 청구한 피해 국민들에게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후 사법부는 ‘재심 뒤 6개월 내 청구, 명백한 과거사위 진상보고서’ 등이 갖춰진 건에 대해서만 국가배상 판결을 소극적으로 내렸다. 30일 헌법재판소가 당시 대법원 판결에서 적용한 법리에 위헌 요소가 있다는 결정을 내림에 따라 한국의 과거청산은 재가동될 계기를 찾게 됐다. 국가범죄 피해자에 대한 첫 판결은 2007년 8월 21일에 나왔다. 인민혁명당(인혁당) 사건 유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청구사건 1심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은 인혁당 사건 사형수 8명의 유가족 46명에게 “국가는 245억원과 이자 등 637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내란음모 유죄 선고 확정 이튿날 사형을 집행해 ‘사법살인’으로 명명한 인혁당 사건이 있던 1975년부터 연 5% 이자를 적용해 배상액을 정했다. 이때 법원은 유가족들이 국가에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시효를 ‘재심 무죄 확정 뒤 3년’으로 정했다. 이 기준에 따라 이후 재심 무죄 판결을 받은 많은 과거사 연루 피해자들이 무죄 확정 판결 3년 이내에 국가배상을 청구했다. 흐름은 2013년 12월 12일에 뒤집혔다. 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가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사건의 손해배상 제기 시효를 ‘형사소송 보상 결정일로부터 6개월’ 이내로 바꿨다. 형사소송 보상 결정일은 재심 확정일과 같은 말이다. 재심 무죄를 받기까지 법정 싸움에 지쳐, 일단 형사재판이 끝난 뒤 느긋하게 국가배상 민사재판을 준비하던 피해자들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15년 동안 억울하게 수감 생활을 했던 정원섭 목사는 6개월 시효에서 열흘이 지났다는 이유로 소송 기각 판결을 받았다.6개월 내로 하더라도 민사재판 소멸시효 내 재판을 청구했던 인혁당 유가족들 역시 곤란에 처해지긴 마찬가지였다. 2011년 1월 대법원은 ‘이자가 너무 많이 계산됐다’며 이자 지급 기준일을 2심 변론종결일로 바꿨고, 그 결과 반 토막이 난 국가배상금을 유가족들에게 토해 내라고 했다. 1심 재판 뒤 가지급된 491억여원 중 210억원을 되돌려 주라는 판결인데, 간첩 가족으로 몰려 평생 생활고에 시달린 이들은 이미 가지급된 돈으로 ‘빚잔치’를 마친 상태였다. 양승태 대법원 시절인 2013~2015년 대법원은 공소시효 외에도 여러 요인을 근거로 국가배상에 소극적인 판결을 잇따라 내렸다. 민주화보상심의위 등에서 생활지원금을 받았다면 국가배상을 이중으로 받을 수 없다거나, 긴급조치 9호는 위헌이지만 긴급조치를 발령한 당시 결정은 정치적 행위이기 때문에 국가에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판결 등이 잇따랐다. 과거사위 조사보고서에 모순이 있다며 국가에 배상의무가 없다는 판결도 나왔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다르게 전임 이용훈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에서 ‘국가범죄에 한해선 배상 시효 제한을 없애야 한다’는 논의가 나왔던 것과 정반대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이날 헌재 결정으로 양승태 대법원 시절 피해 국민에 대한 국가배상을 제한했던 판결이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못한 근거로 이뤄졌다는 판명이 났다. 하지만 헌재는 당시 재판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 헌재 결정에 따라 이미 국가배상을 못 받도록 확정 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재판부별로 헌재 결정을 존중해 민사 재심을 열지 결정한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조선을 사랑한 英언론인 베델의 히스토리] 日 빼돌린 경천사 석탑 집요하게 추적 보도… 반환 이끌어내

    [조선을 사랑한 英언론인 베델의 히스토리] 日 빼돌린 경천사 석탑 집요하게 추적 보도… 반환 이끌어내

    대한매일신보와 코리아데일리뉴스(KDN)를 발간한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1872~1909·한국명 배설)은 일제의 침략이 가속화되자 신문의 항일 비판 수위를 더욱 높여 나갔다. 1905년 을사늑약 체결을 전후해 ‘대세가 기울었다’며 일부 조선 언론이 스스로 친일 성향을 드러내던 것과 정반대의 행보였다. 한국의 외교권을 박탈한 일본은 멀쩡한 석탑을 조각내 훔쳐가고 조정에 억지로 차관을 도입하게 해 빚더미에 앉게 했다. 무력했던 조선 정부가 이렇다 할 대응을 못하자 베델이 분개해 나섰다. 국제열강 가운데 상대적으로 힘이 약해 주변국 여론에 민감하다는 일제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반일 기사를 쏟아냈다.●‘문명 제국’ 일본의 반달리즘을 꼬집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천사지 10층 석탑 반환’이다. 현재 이 석탑은 원래 위치인 개성 경천사를 떠나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 와 있다.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높아 국보 제86호로 지정돼 있다. 베델이 없었다면 이 석탑은 지금도 일본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원래 이 탑은 1348년 고려 충목왕 때 경천사에 13.5m 규모로 세워졌다. 경천사는 고려 왕실의 기일에 제사를 지냈던 곳이다. 1907년 1월 일본 궁내대신 다나카 미쓰아키는 당시 조선 황태자였던 순종의 결혼 축하를 위해 조선에 왔다. 하지만 속내는 우리 문화재인 경천사 석탑을 일본에 가져가려는 것이었다. 그는 2월이 되자 군대를 동원해 석탑을 140여점으로 조각냈다. 주민들이 반발했지만 일본은 이들을 총칼로 제압했다. 조각들은 달구지로 실어 항구가 있던 제물포까지 운반한 뒤 배로 일본에 반출했다.우리 국민들로서는 분한 일이지만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자 신보가 나섰다. 같은 해 3월 7일자 기사로 석탑 밀반출 사건을 전하며 “다나카는 우리 국민을 만만히 봤다. 조선 인민은 그 만행과 모욕에 결연히 항거할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후 신보와 KDN은 10여 차례 기사와 논설을 실으며 일본의 석탑 밀반출 만행을 집요하게 파헤쳤다. 이에 고종의 외교 자문이던 미국인 호머 허버트(1863~1949)도 움직였다. 허버트는 고종에게 헤이그 특사 파견을 조언하는 등 ‘고종의 밀사’로 불린다. 그는 신보와 KDN 보도 이후 일본의 독립성향 신문 ‘재팬 크로니클’에 4월 4·18일자에 각각 ‘일본이 한국에서 보인 반달리즘(문화 파괴)’, ‘사라진 탑과 다른 사건들’이란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베델과 함께 개성 경천사를 다녀와 쓴 르포 형식의 글이었다.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세세히 기록해 감성에 호소했다. 베델과 허버트의 노력 덕분에 미국의 워싱턴포스트가 6월 2일자로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전 세계도 주목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세계 여론이 일본에 불리하게 흘러간다는 사실을 초대 조선 총독 데라우치 마사타케(1852~1919)도 모를 리 없었다. 스스로 ‘문명화된 제국’임을 강조하던 일본이 이런 일로 조선 지배에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미치자 조선총감부도 마지못해 “석탑을 제자리로 돌려놓으라”고 일본 정부에 요청했다. 베델의 첫 보도 뒤 10년쯤 지난 1918년 11월 경천사 석탑은 조선에 되돌아올 수 있었다. 처음에는 경복궁에 있었지만 이후 방치되다가 2005년 최종 복원돼 국립중앙박물관에 자리잡았다. 원래 자리인 개성으로 돌아가려면 시간이 좀더 필요해 보인다.●‘쾌한 자의 쾌한 일’ 기사로 항일하다 을사늑약 뒤 일본이 조선 침략을 공고화하던 1908년 3월, 고종의 외교 고문을 지낸 미국인 더럼 화이트 스티븐스(1851~1908)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페어몬트호텔에서 전 세계 언론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조선은 일본의 도움 없이는 스스로 살아가기 어렵다”면서 “조선은 일본의 보호국으로 있는 게 여러모로 유익한 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조선의 이해관계를 대변해야 할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믿기 어려웠다. 그는 일본에 매수돼 이들의 하수인으로 행동하던 대표적인 친일파였다. 스티븐스 발언에 격분한 재미교포 전명운(1884~1947)과 장인환(1876~1930)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은 각자 스티븐스를 암살하기로 계획했다. 스티븐스가 기자회견을 마치고 워싱턴으로 향하려던 3월 23일, 전 의사가 스티븐스에게 다가가 저격했지만 실패했다. 전 의사가 스티븐스와 몸싸움을 벌이던 중 장 의사가 이를 보고 스티븐스를 다시 저격했다. 장 의사의 총에 맞은 스티븐스는 이틀 만에 병원에서 죽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스티븐스 저격사건’이다. 소식은 바로 한국에 알려졌다. 하지만 상당수 친일매체들은 이를 기사화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의식 있는 언론들 역시 일제의 검열이 워낙 심해 이를 타전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신보는 주저하지 않고 이 사건을 1면 머리기사로 다뤘다. 신보는 3월 25일자로 ‘쾌한 자의 쾌한 일’이란 제목으로 “한국 외부 고문관 미국인 슈지분(스티븐스의 한국 이름)이 미국 상항(샌프란시스코)에서 총을 맞아 중상을 입었는데, 총을 쏜 자는 상항에 사는 한국인”이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가 두 사람과 거사 현장에 같이 있지 못하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찌 이들의 애국 열성을 위로하지 않을 수 있겠냐”는 내용의 논설도 게재했다. 뒤이어 28일자에는 스티븐스가 사망한 소식과 함께 실명이 밝혀진 전명운·장인환 의사의 행적을 상세히 다뤘다. 이후로도 신보는 이들의 속보를 지속적으로 내보냈다. 훗날 미국 법원은 전명운에겐 무죄를, 장인환에겐 25년형을 선고했다. 이후 장 의사는 미국 감옥에서 복역하다가 1919년 가석방됐다. 일제 치하에서 친일 미국인을 죽인 전명운과 장인환을 위로하는 논설을 싣는다는 건 당시 영국인 베델 소유의 신보가 아니면 불가능했다. ●IMF 구제금융 때 금모으기의 원조가 되다 베델은 기사로만 항일 투쟁을 이어가지 않고 직접 행동에도 나섰다. 대표적인 것이 1907년 시작된 국채보상운동이다. 일본은 조선을 경제적으로도 예속시키려고 조선 정부에 차관 도입을 압박했다. 당시 조정은 경제적 능력이 전무했다. 차관은 한없이 불어나 1300만원에 이르렀다. 이는 당시 대한제국 1년 예산과 맞먹는 규모로 정부가 갚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애국심이 강한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차관을 갚자는 운동이 시작됐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 금융 때 나랏빚을 갚기 위한 ‘금모으기 운동’의 원조 격으로, ‘경제주권 찾기’ 노력의 하나였다. 1907년 2월 대구에서 서상돈(1850~1913)과 김광제(1866~1920), 윤필오(1860~1924) 등이 시작했다. 신보는 국채보상운동의 중심지였다. 베델은 의연금을 보관하는 ‘국채보상지원금총합소’를 신보사에 설치하고 이 운동을 주도했다. 신보는 처음부터 이런 노력을 꾸준히 알리고 지원했다. 1907년 4월까지 4만여명이 참여했고 5월에는 모인 금액이 20만원에 달했다는 기록도 있다.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조선의 침략 정책을 사사건건 반대할 뿐 아니라 아예 조선 독립까지 지원하겠다고 나서는 베델의 행보에 대해 일본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홍콩 요가볼 모녀 살인사건의 전말

    홍콩 요가볼 모녀 살인사건의 전말

    요가 볼에 독성물질을 주입해 대학교수가 아내와 딸을 살해한 살인사건의 전말이 재판 과정을 통해 드러나 충격을 던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홍콩에 거주하는 말레이시아 교수 코킴선(53)은 지난 2015년 5월 아내와 16살 난 딸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사망 당시 코의 아내와 딸은 가족의 노란색 미니 쿠퍼 자동차 안에 있다 달리기를 하며 지나가던 행인에 의해 발견됐다. 목격자는 비가 오지 않았음에도 자동차 앞유리 와이퍼가 계속 작동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경찰에 신고했다. 코의 아내 옹슈핑(47)과 딸 릴리 리링 코(16)는 병원에 도착하자마 마자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 진단을 받았다. 코는 홍콩 중문대학의 마취 및 집중치료과의 부교수로 그의 동료는 코가 요가볼에 살인 사건 발생 전날 일산화탄소를 주입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요가볼은 코의 아내와 딸이 사망한 미니 쿠퍼의 트렁크에 있었다. 코는 토끼 실험을 위해 일산화탄소를 주문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에서 검사는 실험 명목은 거짓말일 뿐이라고 밝혔다.  코의 가정부는 그가 부인과 사이가 좋지 않았으며 식사 및 수면도 따로 하고 각자 다른 차를 몰았다고 증언했다. 게다가 사망한 코의 아내는 남편과 자녀들의 과외교사였던 사라 리의 불륜 관계를 알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라 리는 코 교수의 제자로 토끼실험의 조수이기도 했다. 코의 첫째 딸 메이링(22)은 재판정에서 부부 관계는 좋지 않았지만 아버지는 자녀들에게 자애로웠다고 증언했다. 아버지에게 살해당한 어머니는 2013년 남편의 불륜 관계를 이미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자신은 무죄라고 내세우는 코는 “아내는 요가볼로 자살을 시도했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추행당하고 문자 왜 보냈죠”…‘업무상 위력’ 피해자 탓하는 법원

    “추행당하고 문자 왜 보냈죠”…‘업무상 위력’ 피해자 탓하는 법원

    1·2심 26곳 가운데 위력관계 해석 4곳뿐 고용·상하관계 특수성보다 성폭력 집중 유죄 선고하면서도 ‘위력’ 판단은 안 해 위력관계 성폭력 당시에도 이어지지만 사건 전후 피해자 행동 등 끊임없이 의심 재판장 성별따라 1·2심 판결 뒤집히기도형법 303조에서 규정한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는 폭력이나 협박을 전제로 하는 형법 297조의 강간죄와는 구별된다. 직접적으로 폭력을 가하지 않았더라도 가해자의 지위와 그가 가진 힘을 통해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된다면 성립된다는 취지다. 그러나 서울신문이 분석한 13개 사건의 판결에서 법원의 위력에 대한 판단은 제각각이었다. 회사 사장이나 상사인 40~50대 남성이 20~30대 여성 부하직원을 간음하거나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들에 대해 어떤 재판부는 고용관계 자체만으로도 위력이 작용한 것으로 보는가 하면 사건 전후 피해자의 행실에 따라 죄가 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는 등 오락가락했다. ●“의심은 가지만 위력 행사됐다고 볼 수 없어” 13개 사건들은 대법원에서 모두 상고 기각돼 항소심 결과가 그대로 확정됐다. 1·2심 판결 내용을 모두 확인해 보니 위력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해석해 유죄 판결을 내린 것은 겨우 4건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고용·상하관계의 특수성보다는 성폭력 자체에만 집중했다. 피해자들이 어째서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행동”을 했는지를 위력관계에 비춰 해석한 재판부가 1·2심 26곳 가운데 겨우 4곳이었다는 얘기다. 유죄를 선고하면서도 왜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 맞는지 판단하지 않은 판결문도 많았다. 한 회사 사장(48)이 20대 여직원을 불러 술을 마시다 노래방에서 강제로 입을 맞췄다. 피해자를 집에 데려다주는 차 안에서 한 차례 간음을 했다. 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장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자유의사에 반해 범행했는지 의심이 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피해자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배척했다. 술자리에서 서로 안주를 먹여 주었고, 간음을 당한 뒤에도 “잘 도착했느냐”는 사장의 문자에 “네”라고 답한 점 등이 무죄의 근거가 됐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사장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술자리에서 사장이 피해자에게 자신에게 협조하면 월급을 올려주겠다는 등 계속 업무 이야기를 한 점을 들어 “단호하게 거부 의사를 표시하거나 즉시 자리를 이탈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특히 행동·진술분석 전문가의 “피해자가 성폭력에 대해 스스로를 비난하고 있고, 고용상의 불이익이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받아들였다. ●재판부, 판례 근거로 피해자 철저하게 검증 13개 사건을 다룬 각각의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로만 유죄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진술에 대한 높은 증명력이 요구되고, 이를 판단할 때는 피해자 진술의 합리성, 일관성은 물론 성품 등 인격적 요소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판례를 근거로 피해자를 철저하게 검증했다. 범행 전후 행실을 끊임없이 의심했고, 오히려 일부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더 공감하고 관대한 태도를 보이며 피해자를 탓하기도 했다. 각 재판부가 ‘피해자답지 못하다’고 규정한 피해자의 행동도 비슷한 양태를 띠었다. 성폭력을 당하는 순간 자리를 박차고 나오지 않은 것, ‘적극적으로’ 항의하지 않은 것, 성폭력 피해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않은 것, ‘그 후’에도 가해자와 같은 직장에서 접촉하거나 연락을 주고받은 것(특히 ‘ ·ㅋㅋ·ㅎㅎ’ 등의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것) 등이다. 재판부는 이러한 행동들을 ‘납득하기 어려운’ 피해자의 행위로 보고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로 삼았다. 성폭력 피해자 전문 변호사는 “피해 여성들에겐 평소의 위력관계가 성폭력 당시에도 이어지지만 가해자들은 성적 행동을 할 때는 남녀관계로 분리되는 것으로 착각한다”면서 “성폭력 당시의 위력관계를 재판부에 공감시키기가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60대 박물관장은 계약직인 20대 직원들과 출장을 다닐 때 모텔 방을 하나만 잡고 방 안에서 나체 사진 촬영을 요구하거나 “내 허벅지에 앉으라”고 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개월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다른 직원에게 말하거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았다. 사건 당일부터 50여일을 더 근무하면서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고, 오히려 “관장님이 잘해 주시니까 저도 잘해 보고 싶은데…더 노력해 보겠습니다 ”는 문자를 보낸 점 등이 “추행당한 사람의 후속 행동으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됐다. 재판부는 특히 “피해자 아버지가 경찰인 것을 아는 피고인이 처벌 위험을 감수하고 대담하게 추행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피고인을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한 사건에선 “피해자가 다른 남자와 연애 중이었고 성경험이 있었다”며 가해자의 행동을 알면서도 피하지 않은 피해자를 탓했고, 다른 두 건의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블라우스 단추가 멀쩡한 걸 보면 저항하지 않은 거라면서, 또 다른 두 건에선 피고인이 발기부전이라는 이유로 무죄 판결됐다. 연예기획사 사장(49)이 소속 연습생(32·여)을 추행한 혐의에 대해 2016년 1심은 무죄로 판결했다. 피해자가 그 뒤에도 사장과 행사를 다녔고 회사와 전속계약까지 체결한 점이 지적됐다. 특히 이 사건의 피해자는 자신에게 집요하게 사귀자고 요구하는 사장의 말을 거절하자 사장에게서 “트레이너, 매니저 아무도 붙여 주지 않겠다”는 압박을 당하기도 했지만, 1심 재판장은 이보다는 “결국 나랑 성관계할 생각인 거잖아. 나는 XX가 아니다”라며 메시지로 화를 낸 피해자에게 주목했다. 재판장은 “피해자는 남녀 사이에 하기 힘든 노골적 표현을 섞어 흥분하면서도 추행 사건은 언급하지 않았다”며 “피고인의 재력에 실망해 계약을 해지하려다가 손해배상이 언급되자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의 성인지 감수성 따라 판결 엇갈려 하지만 이 사건은 2심에서 뒤집혀 기획사 사장이 결국 징역 10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은 피해자에게 항의하지 않은 데 어떠한 사정이 있었는지 물어보고 변명할 기회를 주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고는 “연습생치고 나이가 많아 성추문이 나면 나이 어린 연습생들의 비난을 받고 장래에 (연예계에서) 악영향이 있을 것 같아 말할 수 없었다”는 피해자의 말을 들어주었다. 이처럼 엇갈리는 판결에는 재판부의 성인지 감수성 차이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모델들에게 마사지를 해 준다며 추행·간음한 디자이너에게 무죄를 준 1심과 유죄를 준 2심 모두 성폭력전담 재판부였지만 1심 재판장은 남성, 항소심 재판장은 여성이었다는 차이가 있다. 1심은 소극적이나마 피해자의 양해하에 이뤄진 것이라고 판단했다. 피해자들이 디자이 너의 행위를 모델 업무를 위한 전신 마사지라고 인식해 거부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마사지 효능이 있다고 착각해 저항하지 않았거나 행위를 소극적으로 용인한 것인데, 설사 사전에 동의했다고 볼 사정이 있어도 범죄 성립을 부정할 수 없다”며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당시 항소심 재판장은 민유숙 대법관이었다. 회사의 이사가 소속 팀 대리(36·여)의 팔찌가 예쁘다며 두 차례 손목을 만졌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업무상 지휘감독 관계’라는 이유만으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항소심(여성 판사 1명 포함)에선 “손목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신체 부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됐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40년지기’ 같은 날 2심…박근혜 25년, 최순실 20년

    ‘40년지기’ 같은 날 2심…박근혜 25년, 최순실 20년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 박근혜(66) 전 대통령과 그의 ‘40년 지기’인 ‘비선 실세’ 최순실(62) 씨는 24일 같은 법정에서 연달아 항소심 심판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김문석)는 24일 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1심의 판단을 깨고 징역 25년과 벌금 200억원을 선고했다. 앞서 1심은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지난해 10월 1심 재판 도중 보이콧을 선언한 이후 내내 법정에 불출석하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은 이날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지자들이 재판장에 출석해 “이게 재판이냐, 김문석은 역적이다. 그렇게 법을 배웠느냐”라고 고함을 쳤다. 박 전 대통령과 함께 공범으로 기소된 최순실씨에겐 ‘이화여대 학사비리’ 사건으로 별도 재판받은 점을 고려해 1심과 같은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다만 벌금액수는 박 전 대통령과 같이 200억원으로 늘었다. 최씨는 선고를 듣고 방청석을 한번 둘러본 후 조용히 구치감으로 이동했다. 최순실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선고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후삼국 시대 궁예의 관심법이 21세기에 망령으로 되살아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판부가 삼성·롯데·SK 등 그룹 총수들이 박 전 대통령에게 ‘묵시적 청탁’을 했다고 인정한 것을 비판하며 “앞으로 합리적이고 철저한 제약 없이 묵시적 공모가 확대 적용되면 무고한 사람(죄인)을 많이 만들 것”이라며 “이를 배척하지 못한 것은 법리가 아닌 용기의 문제”라고 비판했다.재판부는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에겐 1심보다 1년 낮은 징역 5년과 벌금 6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우선 핵심쟁점이었던 삼성의 뇌물 제공 부분에서 1심이 무죄로 판단한 영재센터 후원금도 뇌물로 인정했다. 삼성그룹 내에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작업에 대한 ‘포괄적 현안’이 존재했고, 이를 두고 박 전 대통령과의 사이에 묵시적인 청탁이 존재했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대표적인 근거로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평가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하는 과정에 박 전 대통령의 지시나 승인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은 1심처럼 뇌물로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다른 기업들처럼 불이익을 우려해 출연금을 냈을 뿐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승마 지원 부분에서도 1심과 일부 달리 판단했다. 1심은 삼성이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게 승마 지원금 213억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한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적어도 당초 합의한 2018년 아시안게임 때까지는 정유라에 대한 승마 지원을 목적으로 액수 미상의 뇌물을 수수하겠다는 확정적인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1심처럼 말 소유권이 최씨에게 넘어간 점도 인정했다. 다만 말 보험료 2억여원은 제외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롯데그룹이 K스포츠재단에 추가로 70억원을 지원한 것도 1심처럼 월드타워 면세점의 특허 재취득을 위한 뇌물로 인정했다. 명시적 청탁은 없었더라도 묵시적으로 부정한 청탁이 오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1심이 유죄로 인정한 포스코, 현대차그룹, 롯데그룹과 관련한 직권남용 혐의,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사건에서도 일부 피해자에 대해서는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큰 틀에서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유무죄 판단을 마친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을 향해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대통령 지위와 권한을 남용해 기업의 재산권과 기업경영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부도덕한 거래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하고 시장경제 질서를 왜곡시킨다”며 “이를 바라보는 국민에게 심각한 상실감과 함께 우리 사회에 대한 깊은 불신을 안겼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이 범행으로 헌정 사상 초유의 탄핵 사태를 맞았고 그 과정에서 국민과 사회가 입은 고통의 크기가 헤아리기 어려운데도, 범행을 모두 부인하며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최씨에게 속았다거나 수석들이 한 일이라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책임을 주변에 전가했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법정 출석을 거부한 것도 따끔히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정당한 이유 없이 법정 출석을 거부함으로써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진실이 밝혀지길 기대하는 국민의 마지막 여망마저 철저히 외면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공범인 최씨에 대해선 “피고인의 범행으로 국정질서가 큰 혼란에 빠지는 등 그 결과가 중대한데도 당심에 이르기까지 ‘국정농단 사건’이 기획된 것으로서 자신이 오히려 피해자라는 등 변명으로 일관했다”고 질타했다. 다만 “피고인이 이미 업무방해죄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아 확정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안 전 수석에게는 “대통령의 핵심 참모였던 피고인은 대통령의 잘못된 결정이나 지시에 대해 직언을 하고 바로잡을 위치에 있었다”며 “단지 대통령의 지시에 따랐다는 이유만으로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불온(不·On)한 회의] 대중 인식과 다른 판결… ‘성적 자기결정권’ 사회적 논의 계기 될 것

    [불온(不·On)한 회의] 대중 인식과 다른 판결… ‘성적 자기결정권’ 사회적 논의 계기 될 것

    안 전 지사 업무상 위력 행사 여부 논란 ‘위력 있지만 행사하지 않았다’는 모순 첫 단추 잘못 끼우고 이상적 피해자 설정 ‘전문직 여성 ≠ 피해자’ 프레임도 문제 대부분 성폭력 피해자 정상 사고 힘들어 “노”라고 안한 것을 “예스”로 해석 안돼 사법부 결정이 대중과 다를 때 “법감정에 온도차가 있다”고들 합니다. 이번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재판이 딱 그런 사안입니다. 지난 14일 비서 성폭행 혐의를 받은 안 전 지사에 대해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뒤 논란이 끊이질 않는 것은, 드러난 현상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법해석의 차이 탓이 커 보입니다. 그래서 온라인뉴스부 기자들은 안 전 지사의 재판을 집중적으로 이야기해 봤습니다. 무죄 판결의 시시비비를 따지자는 게 아닙니다. 그것은 기자의 역할도 아닙니다. 다만 선고문에서 보인 현실인식과의 모순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오늘 불온(不on)한 회의는 매우 조심스럽게 펼쳐 보겠습니다.부장: 역시 이번 판결에서 가장 문제가 된 것은 ‘위력 행사’ 부분일 듯한데. 유민: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업무상 위력을 행사할 지위에 있지만 피해자에게 위력을 행사했다고 보진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1998년 판결에서 “위력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을 말하고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으므로,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판시했어요. “이 경우 위력은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될 것을 요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부연하고 있죠. 진호: 그래서 여러 법조인들은 위력 자체가 협박·폭행으로 치환할 수 있다고 보는 거예요. 이번 사건은 더더욱 위계 관계가 분명하게 드러나는데도 판결문을 보면 그 판단은 확실히 배제하고 있어요. 달란: 이번 재판 선고문을 보면 ‘피고인이 유력 정치인이고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거명되는 지위 및 도지사로서 별정직 공무원인 피해자의 임면 등 권한을 가지고 있는 점을 본다면 이를 위력에 의한 간음, 추행죄에서 위력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내용이 있어요. 하지만 ‘위력의 존재감 자체로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억압했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고 덧붙여 놨죠. 위력이 있지만 행사하지 않았다는 건데, 이건 모순이에요. 위력은 행사하는 게 아니라 존재하는 것이거든요. ●재판부 “피해자가 충분히 저항하지 않았다” 진호: ‘피해자가 충분히 저항하지 않았다’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 피해자의 감정이 상황마다 혼재되어 있을 수 있어요. 사건이 발생할 당시에는 이게 성폭력인지, 좋은 감정인지 헷갈렸을 수 있다는 말이죠. 또 성폭력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일은 계속해야 하고, 서서히 자각했을 가능성이 있어요. 재판부가 사건의 흐름, 감정의 흐름을 고려하지 않고 위력에 의한 간음이 아니라고 규정 지었다는 느낌을 받아요. 달란: 선고문 전반에서 김지은씨는 성폭력 피해자로 보기엔 이상한 사람이라고 설정해 놓고, 안 전 지사는 위력을 행사할 만한 인물이 아니라고 봤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김씨는 사건 이후 순두부 식당을 찾고 와인바와 미용실에 간 것이 업무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고, 태연하려고 노력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했어요. 사건이 발생하고 업무 수행에 차질이 있어야 피해자이지, 프로페셔널하면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논리죠. 진호: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스스로 행사할 수 없었던 사람으로 보이지도 아니하며’라고 합니다. 미성년자나 장애인이 아닌 고학력 전문직 여성은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프레임이 깔려 있는 것이죠. 위력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첫 번째 단추를 잘못 끼웠기 때문에 피해자가 충분히 벗어날 수 있던 상황에서 그러지 않았다라는 인식으로 흘러가는 것이라고 봅니다. 유민: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가 형사재판의 원칙이고, 증거재판주의에 입각해 재판을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렇지만 재판부는 피고인 안 전 지사에게는 진술의 신빙성을 따지지 않고, 김씨의 진술만을 입증하려 했어요. 김씨의 폭로가 나오자 안 전 지사가 페이스북에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비서실 입장은 잘못’이라는 글을 올려놓고, 검찰 조사와 재판에선 왜 ‘합의한 관계였다’고 번복했는지 묻지 않았죠. ●피해자 거부의사 확실하지 않으면 동의? 달란: ‘왜 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저항하거나 소리치지 않는가’라는 기사를 인용한 워싱턴포스트 칼럼이 있어요. 성폭행 상황에서 피해자는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가 없다는 게 핵심이죠. 사슴의 로드킬을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자신에게 달려오는 차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옴짝달싹 못하는 것처럼, 심리적으로 얼어붙어서 상황을 제대로 판단할 수가 없는 거죠. 유민: 재판부는 성폭력 상황에서 분명하고 확실하게 거부 의사를 밝히고, 성폭력의 증거가 될 수 있는 문자 메시지를 확보해 놔야 했다는 ‘이상적 피해자’를 설정해 놨습니다. 그 안에 김씨가 들어가 있지 않기 때문에 피해자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지난 2월 25일 마포 오피스텔에서 벌어진 마지막 ‘사건’을 언급하면서, 대전에 있던 김씨가 굳이 서울로 간 것은 ‘최소한의 회피와 저항도 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파악한 것이죠. 세진: 선고문 내용을 보면 2017년 7월 러시아 호텔에서 김씨가 바닥을 보며 중얼거리는 방식으로 거절의 의사를 표시했지만, 안 전 지사의 요구에 그를 살짝 안았다고 나와요. 안 전 지사가 ‘외롭다. 안아 달라’며 포옹한 것은 위력이 아니고, 김씨의 행동은 자유의사라고 보는 것이죠. 하지만 대부분의 성폭력은 피해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강력한 저항을 못할 정도로 당황한 중에 발생합니다. 이때 ‘노’라고 말하지 않은 것을 ‘예스’라고 해석하면 안 된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유민: 여성운동가 권김현영씨는 얼마 전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이란, 행사할 권리가 아니라 침해당하지 않을 권리라고 했어요. 원치 않는 성관계를 ‘맺지 않을’ 권리를 넘어 ‘요구받지 않을’ 권리까지 포괄한다는 것이죠. ●‘미투 아닌 질투’ 시선… 사라진 피해자 보호 달란: ‘안희정 재판’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다들 보셨겠지만, 크게 두 갈래 주장을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왜 여기자들은 김지은 편만 드는 거냐”, “언론과 여성단체는 ‘장자연 사건’에 집중하라”라는 거. 유민: 이 사건을 두고 ‘미투(#MeToo)가 아니라 질투’라는 댓글이나 ‘진짜 피해자는 안 전 지사의 아내’라는 반응도 상당합니다. 진호: ‘김씨는 불륜이고 장자연이 미투다’라는 주장은 굉장한 모순입니다. 김씨가 위력에 의한 피해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면 제2, 제3의 장자연 사건이 발생할 수 있을 거예요. 세진: ‘장자연 사건’에 대해 무관심했던 게 아니에요. 지금도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이 조사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안 전 지사 재판이 큰 이슈가 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려 있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겠죠. 유민: 성폭력 피해를 입증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이번 사건은 피해자가 처한 상황과 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에 김씨도 이번 재판이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을 겁니다. 재판 과정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드러내고 싶은 않은 부분이 노출되고, 부정적 시선과 여론이 생길 것도 알았을 것이고요. 세진: 이 재판의 결론을 떠나 이 재판의 의미는 충분하니까요.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해 사회적으로 충분히 논의하는 계기가 되겠죠. 사법적으로 실질적인 성평등이 이뤄지고 있는 건지, 성폭력 범죄의 법 해석이 지나치게 가해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건 아닌지 검토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유민: 이번 재판부가 입법부에 떠넘긴 모양새이긴 하지만, ‘노 민스 노’(No means No·거부 의사를 밝혔을 때 성관계하면 강간)든, ‘예스 민스 예스’(확실하게 동의해야 합법적인 성관계)든 국회에서 법안 발의 움직임이 있으니까요. 달란: 항소심은 어떻게 될까요. 1심 반향이 굉장히 컸고 ‘사법부 유죄’ 목소리도 적지 않아서 항소심 재판부 부담이 커진 상황이죠. 특히 자극적인 주장이 그대로 보도돼 2차 피해도 상당했습니다. 공개재판의 제한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리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법원·검찰의 속사정] 법원 “금권선거·흑색선전 경중 달라 판단 힘들어” 검찰 “입건·기소·구형·항소 기준표 전국 일괄적용”

    서울신문 기획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는 어쩌다 수사·재판을 받게 된 시민의 눈높이에서 잘못된 법조 관행과 제도를 발굴해 보도하고 있습니다. 보도 이후 법원 내 판결문 공개 논의가 활발해지는 등 변화의 움직임이 시작됐습니다. 9월 11일자부터는 수사·형사재판 과정에서의 불합리한 관행과 이에 대한 대안을 다루는 연재를 시작합니다. 그동안 선거재판과 관련해 비난을 주로 받는 쪽은 검찰이었다. 선거일로부터 6개월 안에 끝나는 짧은 공소시효 동안 검찰이 관련 범죄를 기소하지 않으면 선거범죄를 처벌할 길이 막막했기 때문이다. 결국 검찰이 불기소한 사건이 재정신청(법원의 기소 신청) 되고, 재정신청 된 사건에 당선무효형이 선고되면 결과적으로 검찰은 기소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비판받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검찰은 선거사범 수사에서만큼은 검찰의 재량이 최대한 제한된다고 주장한다. 20단계가 넘는 구형기준표에 따라 범죄 행위별 등급을 맞춰 구형하는데, 이 기준표는 50만원 단위로 설정됐기 때문이다. 법원이 당선무효형인 벌금 100만원에 아슬아슬하게 못 미치는 90만원형 선고를 남발하는 것과 달리 검찰의 구형은 100만원 기준선을 중심으로 50만원, 150만원식으로 명확하게 구분된다는 것이다. ●법원 “선거범죄 유형 매번 진화하는데…” 법원도 할 말이 많다. 선거범죄가 시간이 지날수록 진화하는 터라 양형기준을 너무 세세하고 엄격하게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선거 전담 재판장은 22일 “선거재판에서 특히 중하게 다뤄지는 게 금권(돈)선거와 흑색선전(허위사실 공표·후보자 비방)인데, 막상 들여다보면 돈도 다 같은 돈이 아니고, 허위사실도 다 같은 거짓이 아니다. 유형이 워낙 다양하고 복잡하다”고 토로했다. 자발적으로 선거운동에 도움을 준 열성적인 자원봉사자 10명에게 10만원씩 수고비를 준 것과 지역의 유력 인사를 찾아가 “표를 모아 달라”며 100만원을 찔러 넣어 주는 것을 단순히 같은 100만원 기부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허위사실 공표도 명백한 거짓으로 상대를 비방한다면 판단이 쉬워지는데, 갈수록 자신의 경력이나 업적을 부풀려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이 많다고 한다. 한 국회의원이 “지역 예산 100억원을 확보했다”고 밝힌 게 허위라고 기소됐다면 부처 공무원에게 공문을 보냈는지, 국회 상임위에서 장관에게 직접 당부를 했는지, 연말 새해 예산안 편성 시 ‘쪽지 예산’을 끼워 넣었는지 등 어느 선까지를 확보를 위한 노력으로 봐야 할지도 난감하다는 게 재판부의 호소다. 같은 허위사실 공표 혐의라도 국회의원에 비해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더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경우가 많은 것도 현역 지자체장이 행사할 수 있는 예산 집행·사업 등의 권한이 국회의원보다 크고 더 많은 유권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점이 고려된 법관들의 ‘종합적 판단’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선거범죄의 세부 내용을 법원 양형기준에 담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도 법원과 검찰 간 견해가 다르다. 검찰은 선거사범에 대해 입건부터 기소, 구형, 항소까지 기준을 만들어 전국에 일관되게 적용한다고 자부한다. 검찰 관계자는 “한 지청에서는 명함 10장을 돌렸어도 입건을 안 했는데 다른 청은 5장만 돌려도 입건하면 형평성에 맞지 않으니 기준을 맞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檢, 기소만으로도 정치적 유·무죄 가른 것” 반면 법원은 재판부마다 독립성을 갖고 판결을 하기 때문에 ‘동일 혐의, 동일 판결’을 내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주장한다. 법원은 또 “선거사범 특성상 기소만으로 이미 (정치적) 유·무죄가 결정되는 경향이 있어 검찰의 영향력이 여전히 막강하다”고 역설한다. 하급심에서 100만원 이하 벌금형이 나왔을 때 검찰이 항소를 포기해 버리는 등 선거재판에 검찰의 영향력은 전혀 줄지 않았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대법원 “피해자에 몰카 전송한 것은 유포 행위 아니다”

    대법원 “피해자에 몰카 전송한 것은 유포 행위 아니다”

    ‘몰카’를 찍어 전송한 상대가 피해자라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반포·제공’ 등의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전 여자친구의 나체 사진을 찍고 전송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모(38)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이씨는 피해자(전 여자친구)의 동의 없이 나체 사진을 촬영하고, 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려 하다가 이를 제지하던 피해자를 폭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의 혐의 중 상당 부분이 1·2심에서 유죄로 인정됐다. 이 중 동의 없이 촬영한 사진 1장을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전송한 행위의 유무죄 여부가 쟁점이 됐다. 검찰은 이 행위에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1항을 적용했다. 이 조항은 타인의 의사에 반해 찍은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에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반포’와 ‘제공’은 촬영물을 무료로 타인에게 교부하는 행위로, 여러 명에게 교부할 경우에는 ‘반포’가 되고, 1명이나 소수에게만 교부하면 ‘제공’이 된다. 2심 재판부는 “해당 조항은 자신의 신체에 관한 영상이 의사에 반해 타인에게 유포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인격권 중 ‘자기정보통제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피해자를 촬영한 사진을 피해자 자신에게 전송하는 것까지 조항의 구성요건에 포함되진 않는다”고 이 행위를 무죄로 봤다. 다만 재판부는 이런 전송 행위로 인해 공포심을 불러 일으켜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할 경우 협박·공갈죄 등으로 처벌할 수 있고, 전송자의 성적 욕망을 채우기 위한 것이었다면 성폭력 처벌 특별법 제13조(통신매체 음란행위)로 처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역시 “촬영 대상이 된 피해자 본인은 제공의 상대방인 ‘특정한 1인 또는 소수의 사람’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같은 혐의인데 왜…국회의원은 선처, 기초단체장은 당선무효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같은 혐의인데 왜…국회의원은 선처, 기초단체장은 당선무효

    #1 선거 공보물에 ‘장학재단 설립’과 ‘전국 지역구 중 유일 박물관·미술관·천문대 보유’를 재임 중 치적으로 소개한 A후보는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됐다. 박물관·미술관·천문대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런 지역구가 ‘전국 유일’인지 입증하지 못했다. #2 B후보는 지역구민이 자주 사용하는 지방도로를 ‘2010년 국도지선으로 승격’시켰다고 공보물에 명시했다. 국도와 국도를 연결하는 국도지선이 되면, 도로 관리·보수비용을 국가가 부담해 지방자치단체 재정 부담이 줄어든다. ‘국도지선 승격 관철’은 B후보가 의정보고서, 기고 등을 통해 적극 홍보하던 사안이지만 실상 이 도로는 현재도 지방도로다. #3 C후보는 지역구 내 산단과 관련해 2900억여원의 예산을 확보했다고 공보물, 선거용 명함과 페이스북을 통해 알렸다. C후보는 이 산단에 재정을 투입할 근거법을 만드는 데 일조했지만, 선거가 끝날 때까지 2900억여원에 달하는 예산 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결과적으로 선거 공보물에 허위사실을 기재하게 된 A·B·C후보는 모두 최근 5년 이내인 2012~2017년 공직선거법 250조,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돼 3심까지 재판을 받았다. 이 3명 중엔 신체형 또는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선고받아 당선이 백지화된 이도 끼어 있다. 누구일까. 선거관리위원회를 거쳐 가구마다 배달되는 선거 공보물 속 허위가 있을 때 법원은 대체로 준엄하게 꾸짖는다. 그래서 ‘공보물 제작은 비서관이 전담해 허위사실이 기재됐는지 몰랐다’는 C후보 주장은 법원에서 기각됐다. 재판부는 “문구를 새긴 명함을 나눠 주고, 공보물이 자택에 배달됐는데 내용을 안 봤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거나 “주장대로라면 C후보는 무슨 내용인지 모르면서 공약을 선전했다는 얘기가 돼 수긍할 수 없다”며 C후보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공보물 제작 실무자와 함께 재판을 받은 B후보에 대한 법원 태도는 달랐다. 재판부는 “후보자가 선거공보 게재 내용 전부를 확인할 의무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현실적으로 확인이 가능한지도 의문이 든다”며 책임을 B후보 대신 실무자에게 지웠다. 12쪽짜리 공보물을 후보가 확인하는 게 어렵다고 본 재판부는 “(공보물의) 표현이나 공약 주제 설명은 후보를 보좌하는 홍보담당자와 기획자 등 전문가들이 협의해 재량 범위 안에서 전담해 결정하는 것이 실무상 가능할 것”이라며 B후보의 책임을 없애 줬다. 이 같은 법원 판단에 힘입어 20대 총선 당선자인 B후보는 의원직을 유지했다. B후보는 강길부 의원이다. 비록 유죄이지만 벌금 80만원형을 확정받은 C후보, 권은희 의원도 의정 활동 중이다. 반면 지역에 박물관·미술관·천문대가 있긴 하나 이 3개 시설이 동시에 있는 게 전국 유일하며 자신의 직전 임기 중 완성된 일인지 입증하지 못했던 A, 현삼식 전 경기 양주시장은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선거 공보의 중요성, 후보자가 선거공보 제작에 기울이는 정성, 재선을 위해 재직 기간 동안 이룬 업무 성과의 중요성 등을 고려하면 현 전 시장이 당선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인식한 채 선거법을 위반했다”며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6년 20대 총선 당선자 중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된 17명 중 아무도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지 않은 것과 다르게 2014년 6회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기초단체장 중 현 전 시장을 포함한 5명이 이 혐의로 직을 박탈당했다. 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 혐의 재판은 꽤 정형화된 흐름을 따라 전개된다. 재판부는 우선 공표된 말과 글이 허위인지, 아닌지를 따진다. 하급심은 이때 ‘진실에 부합하지 않은 사항으로 유권자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정도의 구체성을 가진 공표’를 허위사실로 본 대법원 판례를 참고한다. 일단 허위 판정을 내리게 되면, 두 번째로 재판부는 피고인이 공표 당시 허위라는 인식을 지니고 있었는지 따진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법원은 미필적 고의만 보이더라도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한다. 자신이 어떻게 행동할 경우 어떤 범죄가 발생할 수도 있겠다고 떠올리는 인식을 미필적 고의라고 한다. 허위사실공표죄 유·무죄 및 당선무효형 선고 여부가 갈리는 곳이 주로 이 두 번째 지점이다. 6회 지방선거와 20대 총선의 허위사실공표 혐의 재판을 비교하면, 미필적 고의는 유독 국회의원보다 기초단체장에게 더 가혹하게 인정됐다. 전국 출마자 중 18번째로 전과가 많았던 4범 상대후보를 지칭하며 지역유세에서 ‘전국 두 번째로 전과가 많은 사람’이라고 연설한 서영교 의원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이 내심으로는 ‘경쟁 정당 후보자들 중 두 번째로 전과가 많다’는 점을 전달하고자 했으나 표현 과정에서 실수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우호적으로 피고인의 속마음을 짐작했다. 재판부는 또 부패범죄 전과를 마치 사면받은 것처럼 홍보해 당 공천 결격사유가 없는 것처럼 꾸민 김한표 의원에게 유죄 선고를 내리면서도, 총선이 임박해 당이 새로운 공천규칙을 만들어 김 의원을 공천한 사정 등을 들어 “정치적으로 해결됐으니 당선무효형을 선고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김 의원에겐 벌금 80만원이 선고됐다. 경기 구리 지역에선 동일한 현안 때문에 시장과 국회의원이 잇따라 기소됐지만 재판 결과는 달랐다. 2007년 하반기부터 개발제한구역인 구리시 토평동 근처에 ‘구리월드디자인시티’를 조성한다는 이 지역 현안을 풀었다는 취지로 ‘구리월드디자인시티 유치 눈앞에! 국토부 그린벨트 해제 요건 충족 완료!’란 현수막을 지방선거 사무실에 내건 박영순 전 시장에겐 벌금 300만원이 확정됐다. 반면 총선 1년쯤 전 ‘구리월드디자인시티 그린벨트 해제!’란 현수막을 내걸어 기소된 윤호중 의원에겐 벌금 80만원이 선고됐다. 박 전 시장에게 동종 전과가 있고 선거일이 임박해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참작요인이 있지만, 이런 박 전 시장에게 가해진 벌금도 1심까진 80만원이었지만 2심부터 당선무효형을 받았다. 반면 윤 의원이 1심에서 벌금 80만원을 받았을 때 검찰은 이례적으로 항소를 포기, 고법에서 다툴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다음 회엔 사법농단 문건에서 엿보인 입법부와 사법부 간 견제와 공조, 선거범죄 처리 과정에서 나타난 검찰과 법원의 힘겨루기 양태를 살펴봅니다.
  • 검찰, ‘안희정 무죄’ 항소…“법리오해·사실오인·심리미진” 주장

    검찰, ‘안희정 무죄’ 항소…“법리오해·사실오인·심리미진” 주장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온 안희정 정 충남도지사의 비서 성폭력 혐의 사건에 대해 검찰이 항소했다. 서울서부지검은 20일 법원에 항소장을 내고 “법리 오해, 사실 오인, 심리 미진 등 세 가지 이유로 항소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지난 14일 업무상 위력이 존재한 것은 맞지만 실제로 위력이 행사된 것으로 보이지 않고, 성폭력을 당했고 저항하기 어려웠다는 김지은씨의 진술은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해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리 오해에 대해 검찰은 대법원의 여러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안희정 전 지사 사건보다 명시적인 위력이 뚜렷하지 않은데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유사 사건 판례들을 내세우며 1심 재판부가 법리를 오해했다고 주장했다. 검찰 관계자는 “안희정 전 지사 사건은 명백하게 위력이 인정되고, 위력으로 간음한 것도 인정된다”면서 “1심의 무죄는 위력을 너무 좁게 해석한 것이며 대법원의 기존 판례와도 취지가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사실 오인에 대해서는 1심 재판부가 김지은씨의 진술을 배척한 부분을 지적했다. 법원이 성범죄 피해자로 보일 만한 행동이 아니라고 판단한 부분이 항소심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검찰은 김지은씨의 피해 호소를 들은 증인들의 증언과 통화 내역 등으로 김지은씨의 진술을 입증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리고 전문심리위원들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취지에서 ‘심리 미진’을 항소 이유로 들었다. 안희정 전 지사 측이 요청한 전문위원들의 김지은씨 심리 상태 분석에 문제가 있었고, 검찰 측이 요청한 위원들의 분석은 재판에서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뜻으로 보인다. 검찰은 선고 당시에도 “법원 판단은 존중하지만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피해자는 피해 사실을 일관되게 진술했고, 피고인의 요구에 거부 의사를 표시하였을 뿐 아니라 피해 사실을 여러 사람에게 호소했다”면서 “여러 인적·물적 증거에 의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됨에도 법원은 달리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항소심에서는 안희정 전 지사의 업무상 위력이 실질적으로 행사됐는지, 또 김지은씨의 법정 진술이 신빙성이 있는지를 두고 더욱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색다른 인터뷰] ‘입법 미비’ 이유로 비겁하게 숨은 법원…1심은 안희정 아닌 김지은 재판이었다

    [색다른 인터뷰] ‘입법 미비’ 이유로 비겁하게 숨은 법원…1심은 안희정 아닌 김지은 재판이었다

    여성운동을 이끌어 온 활동가들은 ‘안희정 재판’이 남성 편향적인 한국 사회의 틀을 바꿀 변곡점이 되리라 기대했다. 자신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미투’(나도 피해자다) 운동에 대한 제도권의 첫 응답이었기 때문에 많은 여성운동가들이 재판에 주목하고 참여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이 수행비서 김지은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활화산처럼 타오른 미투의 분노와는 달리 우리 사회의 지반은 여전히 여성들에게는 동토(凍土)임을 확인해 줬다. 공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방청한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권김현영(42)씨가 지난 17일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재판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계속 재판을 방청한 이유는 무엇인가. -‘위력에 의한 간음죄’가 재판까지 가는 경우가 흔치 않다. 피해자가 나서기도 어렵고 법정에서 제대로 평가받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미투 운동이 여기까지 밀어붙인 셈이다. 더욱이 안희정은 내가 20년간 성폭력 상담과 관련 운동을 하면서 봐 온 피의자 중 권력이 가장 센 사람이었다. →안희정의 권력도 이미 끝난 것 아닌가. -방청 과정에서 엄청난 권력자라는 걸 새삼 느꼈다. 선고공판 당일 새벽 6시 전에 방청권을 얻기 위해 가장 먼저 법원 앞에서 줄을 선 이들이 안희정의 지지자들이었다. 변호사들의 조력도 남달랐다. 재판관을 주로 상대하는 중년 여성의 변호사, 증거 채택 문제에 집중한 두 남성 변호사, 피해자에게 송곳 같은 질문을 던진 젊은 여성 변호사 등 안희정의 변호인단은 전략적으로 치밀했다.→김씨 측은 어떠했나. -김지은을 지지하고 도운 사람들 가운데 남성 변호인이나 전문가는 한 명도 없다. 그 많던 남성 인권변호사들이 모두 외면했다. 한 줌의 여성들이 어떻게든 해보려고 나섰다. 재판 전체가 ‘위력이 행사되는 장’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유죄를 예상했나. -재판이 진행될수록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재판부가 이 사건의 쟁점을 위력이 존재하는지와 위력이 실제로 행사됐는지로 쪼개서 본다고 말했다. 그러자 변호인이 바로 “저희도 그것을 중심으로 재판을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검찰은 “위력 간음죄를 총체적, 맥락적으로 보겠다”고 했다. 재판부와 안희정 측 변호인단이 대화가 잘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판결 가운데 가장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은 무엇인가. -책임을 입법에 돌린 점이다. 판사는 ‘비동의 간음죄’(No means no rule)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무죄를 선고한 것처럼 말했다. 그런데 비동의 간음죄보다 권력형 성폭력 범죄를 더 확실하게 처벌할 수 있는 게 ‘위력에 의한 간음죄’다. 이 조항은 한국과 일본에만 있다. 비동의 간음죄가 있는 서방 국가도 권력형 성폭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미투가 계속 터져 나오니까 오히려 위력에 의한 간음죄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위력에 의한 간음죄(형법 303조)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성폭력 처벌법 10조)가 다 있다. 이 조항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되는데 비겁하게 입법 미비로 책임을 돌렸다. →‘비동의 간음죄’ 입법이 굳이 필요 없다는 뜻인가. -비동의 간음죄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비동의 간음죄는 ‘노’(No)라 말했을 때 상대가 ‘노’를 수용해야 한다는 것인데, 위력 관계에서는 ‘노’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때문에 비동의 간음죄는 부부나 친구 관계 등에서 발생한 성폭력을 처벌하는 데 유효한 조항이다. →위력에 의한 성폭행이라는 본질을 외면한 채 입법 논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인가. -그렇다. 미투가 비동의 간음죄 입법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입법 물타기’를 경계한다. 이번 판결은 법이 문제가 아니라 판사의 재량에 따라 본질이 왜곡된 게 문제다. 재판부 탄핵이나 젠더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성폭력 전담 재판부를 만드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 →위력에 의한 간음죄 처벌이 보편화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피해자들이 숨었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법정까지 갔을 때 잃는 게 너무 많다. 직장 여성으로서 커리어를 다 포기하고 재판을 시작해야 하니까 입을 닫는다. 김지은의 안희정 고발은 미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피해자가 용기 내기 어려운 사회였는데 미투 이후에 달라졌다. 이런 변화 속에서 법원이 “이제 우리가 가진 법을 활용할 수 있다”고 응답했어야 했다. →재판부가 판결문에 ‘성적자기결정권’ 등 여성주의 용어들을 언급하며 신경을 쓴 모습이 보인다. -우리가 재판부에 낸 의견서에 쓴 용어들을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면서 쓴 것 같다. 대표적인 게 ‘성적자기결정권’과 ‘성인지 감수성’이다. 성적자기결정권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고 침해당해선 안 되는 권리이지 행사해야 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재판부는 김지은한테 왜 그걸 행사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마치 ‘돈이 있는데 왜 쓰지 않느냐’고 책임을 묻는 꼴이다.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않은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게 아니라 그걸 침해한 사람을 처벌해야 한다. 재판부는 김씨의 성인지 감수성도 문제 삼았다. 그런데 성인지 감수성은 재판관이 가져야 하는 것이다. 법관이 성인지 감수성을 갖고 성인지 감수성이 없는 안희정을 재판해야 하는 것이란 말이다. →‘김씨가 피해자답지 않게 행동했다’는 재판부의 판단도 논란이 되고 있다. -피해자답지 않다고 지적된 행동 대부분이 업무의 연장선에 있었던 일들이다. 강간 다음날 순두부를 챙겨 줬다고 하는데, 식사 챙기는 것은 권력자를 상사로 둔 비서의 기본 업무이다. 제대로 챙기지 않으면 상사가 짜증을 내는데 안 할 수 있겠나. →이번 판결에 가장 분노하는 이들이 여성 직장인들인 것도 그 때문인가. -그렇다. 비단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직장인들도 위력에 의한 등산, 위력에 의한 회식으로 고통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전날 저녁 상사가 술자리에서 욕하고 때렸어도 다음날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출근해야 하는 게 직장 내 ‘을’들의 현실이다. 김지은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여기에 성이 개입되니까 ‘이상하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 전체가 ‘피해자다움’을 강요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성폭력을 당한 여성들은 다 쓰러져 있고, 인생 포기하고, 자살을 기도할 거라는 편견이 있다. 그런데 대다수 피해자들은 당장은 그렇게 못 한다. 대부분이 얼어붙는다. ‘내가 어제 뭘 겪은 거지’라고 그 일을 소화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김지은이 수행비서에 채용된 지 불과 3주 만에 첫 간음이 일어났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거다. 그리고 두 달간 3번의 성폭행이 일어났다. 김씨는 비서가 된 후 “이제 너는 안희정 사람”, “정치판에서는 평판이 전부”라는 이야기를 매일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나만 가만히 있으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성폭력 피해자들은 자신의 피해를 사소화시키는 과정을 겪는다. 김지은도 그 과정에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고 ‘위력의 존재’가 곧 ‘위력의 행사’는 아니지 않나. -물론 양자를 동일시할 수 없다. 그런데 재판부는 안희정에게 ‘위력’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의 행사 여부를 증명할 때는 김지은에게 “왜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갑자기 주어가 달라진 거다. 재판부는 안희정한테 “큰 권력을 가진 사람이, 그렇게 인권을 강조하던 사람이 왜 참모한테 그런 행동을 했느냐”고 한 번도 묻지 않았다. 안희정 재판이 아니라 김지은 재판이었다. 안희정이 “외롭다. 안아 달라”고 한 것 자체가 위력의 행사인데도 말이다. →위력에 의한 간음죄가 너무 넓게 인정되면 부하 여직원과의 불륜을 모두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다. 불륜은 둘이 좋아서 하는 것이다. 보통 위력에 의한 간음죄 재판에서는 둘이 진짜 연인이었는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같이 찍은 사진이나 하트를 보낸 문자가 있는지, 데이트를 한 흔적이 있는지 등이 주요 쟁점이다. 위력 관계 속에서도 상호 동의에 의해서 위력이 무력화될 수 있는 연인 관계로 전환됐는지도 중요하다. 그런데 안희정 재판의 쟁점은 이게 아니었다. 오히려 피해자에게 성적자기결정권 행사 여부를 물었다. 안희정은 둘이 연인이었다는 증거를 하나도 제출하지 못했다. →여성들의 분노가 남성 혐오로 흐르는 측면도 있다. 성평등 사회로 가려면 결국 남성과 함께 가야 하는 것 아닌가. -여성들만의 힘으로 1심까지 왔다면 2심에서는 남성들의 동참이 절실하다. 남성들도 겪었던 갑질 횡포에 대한 증언과 자백이 나와야 한다. 생물학적 성별을 떠나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으로서 여성들과 얼마든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공감하는 그 지점을 찾아내는 것은 남성들의 몫이다. 위력에 의한 모욕에 숨죽일 수밖에 없는, 영혼이 죽어 가는 모습들이 얼마나 많은가. →미투 이후 남성들의 젠더 감수성도 발전하고 있지 않나. -그간 남성들이 많이 놀랐을 거라고 생각한다. 강의를 하면서 여성이 겪는 폭력의 현실을 얼마나 몰랐는지 고백하는 남학생들도 많이 만났다. 밤에 택시 타고 들어갈 때 여성이 “잘 들어갔느냐”고 안부 문자를 보내면 남성은 이를 호감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이 문자는 위험 사회에 노출된 여성들의 일상의 언어이다. 이런 현실을 남성들이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보수 정권에 비해 젠더 감수성이 진일보한 측면이 있지 않나. -현 정부는 ‘386 진보 남성’의 한계에 갇혀 있다. 보수의 한계와는 또 다르다. 진보 쪽 남성들은 자신이 다른 남성보다 낫고 매력적이라고 착각하며 여성들이 모든 것에 동의했다고 말하고 싶어 한다. 보수 남성들이 ‘왕’처럼 군림했다면 진보 남성들은 ‘왕자병’에 걸린 것 같다. 보수는 여성의 입을 막았고 진보는 듣는 척하지만, 결국 ‘너도 동의했잖아’라고 치부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나도 페미니스트다”라고 선언했지만, 페미니즘은 선언이 아니라 실천의 문제이다. 선언만으로는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다. →항소심은 어떻게 예상하나. -항소심이든 대법원이든 이겨야 한다. 1심 재판부는 안희정 편이었다. 검찰이 제기한 모든 문제에 아무것도 답하지 않았다. 대법 판례를 볼 때 폭행, 협박이 없고 김지은보다 상황이 더 안 좋은 사건에도 유죄를 내린 경우가 있다. 이번처럼 끝까지 싸우려는 피해자가 등장했을 때 권력형 성폭력 문제가 진전되어야만 한다. 여기서 이겨야 다른 피해자들도 용기를 낸다. 이창구 사회부장 window2@seoul.co.kr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권김현영은 누구 1994년 대학에 들어간 이후 줄곧 여성운동을 해 왔다. 대학 총여학생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대학원 졸업 후 이화여대, 연세대, 성균관대,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에서 강의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등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자문위원도 맡고 있다. ‘한국 남성을 분석한다’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 등 다수의 책과 연구논문을 냈다. 지난 18일 안희정 무죄에 항의하기 위해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열린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집회에 참여했다.
  • “안희정도, 사법부도 유죄다”…분노한 여성들, 거리로 나서다

    “안희정도, 사법부도 유죄다”…분노한 여성들, 거리로 나서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일을 비롯해 일상에서의 성폭력·성차별에 분노한 시민들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시민들은 경찰과 검찰, 법원, 언론을 통틀어 국가가 성폭력으로부터 여성들을 보호하지 않는 현실을 규탄했다. 35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만든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성폭력·성차별 끝장집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수많은 여성들이 모였고, 남성들도 더러 있었다. 집회는 원래 오는 25일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의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가 지난 14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집회가 한 주 앞당겨졌다. 시민들의 손에는 ‘#MeToo, #WithYou’, ‘우리는 김지은을 지지합니다’, ‘안희정은 유죄’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이 들려 있었다. 집회에 참여한 조모(36)씨는 안 전 지사에 대한 법원 판결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조씨는 “판사가 가해자의 잘못을 외면하고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단어를 써가면서 이번 사건을 피해자의 잘못으로 몰았다”면서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않았냐고 물을 게 아니라 가해자에게 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냐고 따졌어야 했다”고 말했다. 장명진(37)씨는 “안 전 지사의 성폭력 사건과 같은 상징적인 사건에 있어서 법원이 또다시 현실에 안 맞는 판결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김혜정 부소장은 사회가 원하는 피해자의 모습을 해야 피해자로 인정하는 법원의 태도를 지적했다. 김 부소장은 “(안 전 지사 사건의) 1심 재판부는 가해자(피고인) 측 증인들이 일방적으로 제시한 단서 하나하나를 모두 ‘피해자가 원했다’는 증표로 읽었다”면서 “재판부는 우리나라에 새 법이 도입되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말했지만, 법원이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의 일상, 직장 생활 등 일거수일투족을 문제 삼으며 ‘이건 피해자답지 않다’고 인식하는 한 어떤 법이 도입돼도 현실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집회에서는 안 전 지사를 고소한 김지은씨가 쓴 편지가 낭독되기도 했다. 정혜선 변호사가 대독한 이 편지에서 김씨는 “지난 14일(안 전 지사 1심 재판 선고일) 이후 여러차레 슬픔과 분노에 휩싸였습니다. 살아내기가 너무나 힘겹습니다. 죽어야 제대로 된 미투가 인정될 수 있다면 지금 죽어야 할까 생각도 수없이 했습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김씨는 재판부가 피해자의 목소리엔 귀를 닫고, 가해자의 잘못은 묻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세 분 판사님, 제 목소리 들으셨나요. 당신들 질문에 답한 제 목소리를 들으셨나요. 재차, 3차 확인한 증거들 읽어 보셨나요. 확인하지 않으실 거면서 제게 왜 물으셨나요. 안희정에겐 물으셨나요. ‘왜 김지은에게 미안하다 말하며 그렇게 여러차례 농락했느냐’고 물으셨나요. 검찰 출석 직후에 왜 자신의 휴대전화를 파기했냐고 안희정에게 물으셨냐요. 왜 가해자에게는 묻지 않으셨나요.” 김씨는 그러면서 시민들에게 “제발 함께 해주십시오. 계속 관심을 가져 주십시오. 진실을 지켜 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고은 시인의 성추행을 폭로한 최영미 시인도 집회에 참여했다. 최영미 시인은 “김지은씨는 중요한 문제에 대해 진술을 번복한 적이 없다. 하지만 안 전 지사는 (김씨의 폭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비서실의 입장은 잘못’이라고 밝혔더니 재판이 시작되니까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았다고 돌변했다. 두 번이나 진실을 번복한 사람은 안 전 지사”라고 말했다. 최영미 시인은 최근 고은 시인으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된 상태다.연대 발언이 있을 때마다 시민들은 ‘안희정은 유죄다, 사법부도 유죄다’, ‘가해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 등의 구호를 외쳤다. ‘가해자 측 받아쓰기, 너희가 언론이냐’는 구호도 터져 나왔다. 이후 시민들은 행진에 나섰다. 광화문 앞에 도착했을 때 시민들은 청와대 방향으로 함성을 질렀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시작해 광화문, 인사동, 종각역을 지나 다시 서울역사박물관으로 돌아오는 행진은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시민들은 집회 주최 측의 선창을 따라하며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 ‘더 이상은 못참는다. 강간문화 박살내자’ 등의 구호를 계속 외쳤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금태섭 “안희정 재판부, 여성들의 불안과 두려움에 대해 눈길조차 주지 않는가”

    금태섭 “안희정 재판부, 여성들의 불안과 두려움에 대해 눈길조차 주지 않는가”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법원이 왜 눈에 뻔히 보이는 여성들의 불안이나 두려움에 대해 눈길조차 주지 않는가”라며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비서 성폭행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검사 출신이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금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가끔은 침을 뱉고 싶다’라는 제목으로 법원을 비판하는 글을 썼다. 금 의원은 과거 자신이 경험한 사례를 들며 “판사들이라고 해서 성평등에 대해 특별히 제대로 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아니다”라며 “법원도 우리 사회 남성들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편견에 젖어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때문에 특정 사건을 다룬 특정 재판부에 대해 비판을 퍼붓는 것은 오히려 부적절한 면이 있다”며 “법원 전체가 지금까지 보여온 태도가 진짜 실망스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 의원은 “너무나 현실적이고 적나라해서 오히려 초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안 전 지사에 대한 공소사실과, 그와는 완전히 대조적으로 마치 진공상태에서 써내려간 것 같은 ‘위력 행사’에 대한 법원의 법리 설명을 읽다가 던져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법원은 정말 우리 사회의 현실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이해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일까”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남성들에 대해서는 미묘한 심리상태 하나하나까지 찾아내서 분석과 배려를 해주는 법원이, 왜 눈에 뻔히 보이는 여성들의 불안이나 두려움에 대해서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안 전 지사에 대한 무죄 판결에 여성들의 비판과 분노가 거센 가운데 남성 의원이 이처럼 공개적으로 비판 목소리를 낸 것은 처음이다. 특히 안 전 지사의 소속 당이기도 했던 민주당이 판결과 관련해 공식 논평 등을 전혀 내지 않고 있어 금 의원의 발언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앞서 여성가족위원회 민주당 간사이기도 한 정춘숙 의원도 지난 15일 페이스북에서 “안 전 지사에 대한 무죄 선고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고, 피해자를 또다시 좌절케 했다”며 공개 비판했다. 정 의원은 “들불처럼 번져나가는 미투 운동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향후 법률의 한계는 입법 활동을 통해 보완할 것이며, 미투운동이 지속되고 성폭력 문제가 끝까지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낙태죄 위헌 심판 미루면 안희정 무죄나 마찬가지“

    “낙태죄 위헌 심판 미루면 안희정 무죄나 마찬가지“

    교수·연구자 430명 헌법재판소에 의견서 제출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위헌 여부에 대해 현 재판부에서 결론을 내지 않고 다음 기수로 판단을 넘긴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교수와 연구자 429명이 헌재에 낙태죄 위헌 결정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도 원치않는 임신으로 폭력적 상황에 노출된 여성들이 많은데 판단을 다음 기수로 미룬다는 건, 여성의 고통을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하는 것”이라며 헌재의 빠른 판단을 촉구했다.이날 발언에 나선 김은희 젠더법학·사회학 연구자는 “헌재가 낙태죄 헌법소원 결정을 미루는 것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을 선고했던 1심 재판부가 책임을 입법부에 넘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면서 “결정을 미룬 동안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건 여성”이라고 지적했다.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호주제가 폐지되면 우리나라의 모든 미풍양속이 사라질 것이라고 했고, 낙태죄를 폐지하면 성관계가 문란해질 것이라고 한다”면서 “하지만 호주제 폐지 이후 가족관계가 좀더 민주적으로 변했듯, 낙태죄가 폐지되면 여성과 젊은이가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권리를 갖는 사회가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헌재는 지난 5월 낙태죄 위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공개변론을 열었다. 지난 2012년 낙태죄에 대해 합헌 판단을 내린 지 6년 만에 이 문제를 다시 심판대에 올린 것이다. 그러나 이진성 소장 등 현 재판관 5명의 임기 만료가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헌재는 여전히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