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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 52시간 근무시대] 출근 오후 1시, 월화수목休休休… 대한민국 사무실은 혁명중

    [주 52시간 근무시대] 출근 오후 1시, 월화수목休休休… 대한민국 사무실은 혁명중

    ‘주 52시간 근무시대’를 맞아 대한민국 사무실이 바뀌고 있다. 대기업 S사 입사 11년차 이모 과장의 사례처럼 하루 근무시간을 직접 설정해 자기계발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아직 도입 초기라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변화상이지만 시간이 지나며 변화 폭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국내 최대 포털 업체 네이버는 2일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전면 도입했다.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 사이에 원하는 시간을 골라 주 평균 40시간 이내로 일하고, 한 주에 12시간까지 수당을 받고 추가로 근무할 수 있다. 일괄 적용됐던 포괄임금제는 자연스레 사라지고 수당제로 전환된다. 기존 책임근무제는 4년여 만에 폐지됐다. . SK텔레콤은 직원 개개인이 근무시간을 직접 설계한다. 2주 단위로 총 80시간 범위에서 자유롭게 근무할 수 있는 자율 근무제인 ‘디자인 유어 워크 앤 타임’을 도입해서다. 이번 주에 48시간을 근무하면 다음주는 32시간만 일하면 되는 식이다. 예컨대 SK텔레콤의 A 매니저는 월~목요일엔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일하고 금요일엔 오후 1시까지만 근무한다. 금요일 오후 2시부터는 가족과 2박 3일로 여유롭게 여행을 한다. B 매니저는 회계 마감, 결산 등으로 업무가 몰리는 매달 마지막 주는 50시간 일하고 셋째 주는 주 30시간(주 4일) 일하도록 근무시간을 조정해 유연하게 일한다. 2013년 공장 생산직에 주 40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현대차는 지난 5월부터 본사 일부 조직에 한해 유연 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집중 근무시간’으로 지정한 대신 나머지는 직원 일정에 따라 자유롭게 근무하며 출퇴근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주 단위 ‘자율출퇴근제’를 월 단위로 확대한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직원에게 근무 재량을 부여하는 ‘재량근로제’를 1일부터 시작했다. 재량근로제는 신제품이나 신기술 연구개발(R&D) 업무에 한한다. 신제품 출시, 프로젝트에 맞춰야 하는 R&D 분야는 일률적으로 근로시간을 맞추기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한 조치다. 그동안 직원 자신이 2시간 단위로 직접 신청해야 지급되던 초과근무수당도 바로 퇴근할 수 있게 10분 단위로 사무실 출입기록 등에 따라 자동 지급되도록 시스템을 개편했다. 근로시간 단축은 추가 채용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식품업체들은 때마침 공장 가동률이 높은 여름철 성수기를 앞두고 인력을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롯데의 식품 관련 계열사 4곳은 지난 5월부터 순차적으로 생산직 근로자를 200여명씩 추가 채용하고 있다. 빙그레와 매일유업도 최근 생산직 근로자를 50~60명 추가로 뽑았다. 유통업계는 대부분 점포 운영시간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적응에 나섰다. 신세계백화점은 회현 본점과 강남점을 제외한 모든 점포의 개점 시간을 오전 10시 30분에서 11시로 30분 늦췄다. 현대백화점(폐점시간 기존과 동일)은 백화점과 아웃렛 점포 직원의 퇴근 시간을 1시간 앞당겼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주 52시간 근무시대] “여가생활 늘 것 vs 회식 줄 것”…관광·외식업 ‘기대반 걱정반’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숙박·관광업계와 외식업계는 희비가 엇갈렸다. ‘저녁이 있는 삶’이 시작되면서 여가생활과 관련된 시장에도 활기가 생길 것이라는 낙관론과 회식, 출장 등 업무 관련 활동이 줄고 근로자들의 소득이 축소되면서 오히려 시장이 침체되리라는 비관론이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호텔, 여행사 등 관광업계는 대체적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퇴근 시간이 빨라진다고 해서 당장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관광업보다는 취미나 여가생활과 관련된 다른 업계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며 “외려 실질 소득이 줄어들면 관광업이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관계자도 “기업에서 해외 출장을 줄이면 비즈니스 호텔 등 관련 업계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근무시간 단축 문화가 정착되면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고 부담 없이 떠날 수 있는 국내 여행이나 저가형 여행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서현일 티몬 해외여행팀장은 “이미 최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트렌드의 영향으로 저렴한 가격의 여행 상품이 많이 발굴된 만큼 근로시간 단축으로 여가생활을 즐기는 문화가 확대될수록 여행 상품 판매업체들도 관련 패키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식업계도 엇갈린 반응이다. 회식이나 접대가 줄어들면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오는 반면 가족모임이나 외부 행사가 늘어나 외려 건전한 외식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다는 기대의 목소리도 있다. 서울 종로구에서 한 돼지고기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는 한모(41)씨는 “지난해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위축됐던 업황을 이제 겨우 추슬렀다고 생각했는데 또 다른 복병을 만났다”면서 “회식이 줄어들면 가장 먼저 고깃집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회식이나 업무 목적의 모임 위주인 오피스상권 일대의 고깃집 등은 시장이 위축되는 반면 거주지 인근의 외식업은 오히려 호황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압축 근무로 ‘4시 칼퇴’…李과장, 저녁을 되찾다

    압축 근무로 ‘4시 칼퇴’…李과장, 저녁을 되찾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된 출근 첫날인 2일 오전 8시 30분. 대기업 S사 입사 11년차 과장(매니저) 이모씨는 서울 을지로 사무실로 출근했다. 출근하자마자 먼저 사내 온라인 시스템에 접속했다. 이 시스템은 오늘 몇 시간 근무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고 실제 근무시간을 기록하기 위해 이번에 도입된 것이다. 이어 고객 서비스 관련 보고서 개요를 잡은 뒤 팀장과 방향을 상의했다. 오전 10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요점’만 뽑은 워드 1장짜리 보고서를 작성했다. 기존에는 눈에 잘 들어오는 파워포인트(PPT) 보고서를 만들었지만 회사가 간략한 보고서와 전자결재로 대체했다. 주 52시간에 맞춘 회사의 ‘시간 줄이기 전략’이다. 낮 12시부터 1시간 동안 점심식사를 한 뒤 재무부서와 예산 협의를 마치고 대행사에 홍보 방법에 대한 전화 회의를 끝냈다. 전에는 실무자와 대면회의를 했지만 전화나 화상회의로 바꿨다.오후 2시 30분. 이 과장은 팀장에게 1차 보고를 끝내고 수정 지시 사항을 반영해 보고서를 최종 마무리한 뒤 오후 4시 조기 퇴근했다. 월·수요일마다 오후 4시 30분부터 1시간 진행되는 일본어 교육을 받기 위해서다. 대신 그는 화·목·금요일은 오후 9시까지 ‘몰입근무’를 하는 것으로 근무시간을 ‘보충’한다. 학원 수업을 마친 뒤인 오후 6시에는 이태원으로 이동해 오랜만에 친구들과 소주잔을 기울였다. 그는 오후 9시 30분 집에 도착했다. 앞으로 저녁 약속이 없는 날에는 일찍 퇴근해 가족들과 식사를 할 계획이다. 지난주만 해도 쉽지 않았던 직장인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현실이 됐다. 쳇바퀴처럼 반복되던 근무 형태가 다양화됐고, 일과 후 반복되던 회식은 개인 약속으로 바뀌었다. 엄두도 못 냈던 자기계발 시간도 생겼다. 물론 아직은 일부 대기업 직원들의 상황일 뿐이다. 현재 업종 특성과 회사 사정에 따라 내부 지침을 정하지도 못한 회사도 많아 과도기적인 혼란도 적잖다. 하지만 ‘주 52시간 시대’가 정착될 경우 이 과장처럼 직장인의 삶의 전반이 조금씩 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완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일하는 관행과 문화를 바꾸는 것은 법률과 제도보다 노사 간 이해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기업은 불필요한 회의 및 보고 간소화, 업무 몰입도 및 생산성 향상, 대체인력 보강 등 업무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정부는 획일적 기준이 아닌 업종에 따른 유연한 적용과 예외를 두는 것이 빠른 정착을 돕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포토]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변경된 백화점 개점시간

    [포토]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변경된 백화점 개점시간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후 첫 월요일인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을 찾은 시민이 변경된 개점시간에 아직 문을 열지 않은 매장 내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면세점이 있는 본점과 강남점을 제외한 영등포점 등에서 개점시간을 10시 30분에서 11시로 변경한다. 2018.7.2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경록, 공인중개사 인강·교재·문제집 정답률 확인 이벤트 계속…할인포인트 증정

    경록, 공인중개사 인강·교재·문제집 정답률 확인 이벤트 계속…할인포인트 증정

    한국 부동산교육의 모태 경록이 공인중개사 자격증 시험대비 패키지 할인포인트를 증정하는 ‘정답률 확인 이벤트’를 계속 펼쳐 눈길을 끌고 있다. 본 이벤트 참여 방법은 경록 홈페이지에서 ‘정답률 확인’ 배너를 클릭하고 해당 교육기관의 공인중개사 인강·기본서·문제집의 내용과 28회 공인중개사 자격증 시험 민법 과목 기출문제를 비교하며 정답률을 살펴본 후, 하단의 `정답률 확인완료` 버튼을 클릭하는 것이다. 간단한 방법으로 참여해 교육적 혜택을 얻을 수 있는 이벤트인 만큼, 많은 이들이 지속적으로 참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벤트 참여자는 경록으로부터 할인포인트를 즉시 자동지급 받는다. 해당 포인트를 사용해 경록의 공인중개사 시험대비 패키지인 평생회원반, 전과목대비반을 이미 85% 가량 할인된 금액에서 추가할인된 가격으로 등록하는 게 가능하다. 따라서 이번 이벤트는 해당 부동산교육기관이 선보이는 교육콘텐츠를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평가되고 있다. 경록 공인중개사 평생회원반과 전과목대비반은 인강과 교재, 유용한 혜택들로 구성돼 있다. 특히 인강과 교재는 공인중개사 시험출제위원 출신 교수 등 실력 있는 교수들이 제작해 전문적이며, 족집게식 강의로 제작돼 반복학습할 경우 단기에도 학습 완성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해당 교육기관의 61년 부동산교육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초보자도 이해하기 쉬운 접근성 높은 교육콘텐츠라는 점도 특징이다. 본 패키지에 포함된 주요 혜택으로는 임대관리사·공경매 교육과정 무료수강 특전, IT 학습센터 무료 이용권이 있다. 임대관리사·공경매 교육과정은 정년 없이 지속적인 수익창출이 가능한 임대관리사로 발돋움하는 데 기여하고, IT 학습센터는 온라인 공인중개사 모의고사를 무제한 제공해 합격률 증가에 도움을 준다. 한편 경록은 ‘카카오톡 친구추가 이벤트’를 통해서도 공인중개사 시험대비 패키지 할인포인트를 증정하고 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사설] 막 오른 주 52시간 시대, 노동자 삶 실질적 개선으로

    주 52시간 근로 시대가 마침내 열렸다. 어제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의 노동자는 법정 근로 40시간과 연장 근로 12시간을 합해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수 없다. 이를 어긴 사업주는 근로기준법 위반의 책임을 지되 다만 6개월의 처벌 유예 기간이 적용된다. 노동환경의 패러다임이 바뀐 것은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된 2004년 이후 14년 만이다. 한마디로 다른 세상의 문이 열렸다. 근로시간 단축의 취지는 첫째도 둘째도 일과 삶의 균형을 되찾자는 이른바 ‘워라밸’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동시간이 2007년까지 가장 길었지만, 2008년부터 멕시코에 오명의 1위 자리를 넘겨주고 10년째 2위인데 생산성은 여전히 바닥권이다. 기업과 노동자 모두 비효율적 근로 관성에 오랫동안 무감각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주 52시간제 도입의 시대적 요구와 당위성은 분명하지만 갈 길은 멀다. 산업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하는 과제는 발등의 불이다. 근로시간 단축 시행은 지난 2월 말 국회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급물살을 탄 결과다. 국민 일상의 풍경을 뒤바꿀 제도가 4개월 만에 혁신됐으니 혼돈은 뒤따를 수밖에 없다. 어떤 업무까지 근로시간의 범위에 넣어야 할지, 계절산업 등 특정 시기에 업무가 몰리는 직종의 특수성은 감안될 여지가 없는지 산업 현장이 해법을 몰라 답답한 사안은 여전히 많다. 고용노동부가 300인 이상 사업장을 전수조사했더니 59%가 이미 주 52시간제를 시행하고 있었다. 문제는 기동성과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들이 아니라 중소·중견기업 쪽이다. 정부는 근로기준법 위반 업주를 처벌하지 않고 6개월 계도 기간을 주지만, 중소·중견업체들 처지에서는 6개월 뒤라고 인력 충원에 뾰족한 방도가 생길지 속이 탄다. 노동자들도 노동시간 단축이 형식에 그쳐 일은 일대로 하고 임금은 감소해 ‘저녁 있는 삶’이 아니라 ‘저녁 굶는 삶’이 되지나 않을까 우려한다. 정부의 안이한 대응은 여러 차례 비판을 받았다. 6개월 처벌 유예, 탄력근로제 활용 권장, 특별연장근로 업종별 확대 검토 등은 졸속으로 쏟아낸 대책들이다. 게다가 현행 최대 3개월인 탄력근로제 기간을 확대하는 방안을 놓고도 당·정은 엇박자를 내고 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6개월로 늘려 혼돈을 최소화하자는데, 김영주 고용부 장관은 노동시간 단축의 의미가 없다며 반대한다. 한심한 혼선이 아닐 수 없다. 처벌 6개월 유예 기간에 정부는 ‘워라밸’의 현장 안착을 위한 제도 보완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특별연장근로 업종은 사업장 특성을 반영해 확대하되 제도의 근본 취지를 후퇴시켜서도 안 된다. 그야말로 정책 운용의 묘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정부는 현장이 부딪치는 예상치 못한 난관이 무엇인지 진단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 평일 저녁 문화생활, 나도 누릴 수 있을까

    평일 저녁 문화생활, 나도 누릴 수 있을까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 시행됐다. 우리 사회가 처음으로 내딛는 길이다 보니 아직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저녁이 있는 삶’이 보장된다는 기대감에 들뜬 직장인들도 많지만, 급여가 줄어 또 다른 일을 찾아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주 52시간제 적용을 받는 회사원들은 너도나도 저녁 시간에 자기 계발에 나설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 대기업에 다니는 김세민(34·여)씨는 “일찍 퇴근하면 마사지를 받는 등 그동안 못 해 온 건강관리를 꾸준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 업체에 다니는 한모(31)씨는 “헬스나 스쿼시, 골프 등 운동 수업을 등록해 다니려고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 언론사 기자인 김모(34)씨는 “해외연수나 특파원을 준비하기 위해 영어회화 학원에 다닐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 서울 성북구의 한 헬스클럽에는 주 52시간제 도입을 앞두고 피지컬 트레이닝(PT) 문의가 평소의 두 배 이상 빗발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 바쁜 직장 생활로 엄두를 내지 못했던 ‘문화 생활’을 즐기겠다는 회사원들도 많다.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지현(35·여)씨는 “지금까지 평일에는 단 하루도 문화 생활을 누리지 못했고, 주말에는 쉬기에 바빠 역시 시간을 내지 못했다”면서 “평일 저녁에 뮤지컬과 연극, 영화 관람을 하고 책도 읽으면서 여유를 즐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관련 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CGV 등 대형 영화관들은 직장인 맞춤 할인 이벤트 등을 계획 중이다. 연극·뮤지컬 등 공연계도 직장인 대상 티켓 할인과 함께 평일 저녁 공연 시간을 8시에서 7시 30분으로 앞당기는 등 퇴근 후 관객 모으기 마케팅에 나섰다. ‘워킹맘’과 30·40대 부부 사이에도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3살 아들을 키우는 김모(30)씨는 “항상 일 때문에 아이와 함께 보낼 시간이 적었는데 야근이 줄어들면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시간 감축으로 급여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은 벌써부터 직장인들의 걱정거리로 자리잡고 있다. 이모(27)씨는 “야근비와 주말 추가근무 수당이 쏠쏠했는데, 앞으로 월급이 평소보다 20만원 가까이 줄어들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중소기업 직원인 최모(40)씨는 “여유로워진 저녁 시간에 회사 몰래 부업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주 52시간제 안착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도 나왔다. 무역회사에 다니는 김모(33)씨는 “지난 6월 한 달간 주 52시간 시범 운영을 했을 때 회사가 퇴근하라고 구내 방송을 하고 불까지 껐지만, 직원들은 다시 불을 켜고 일을 했다”면서 “저녁 시간 근무 공간만 회사에서 집으로 바뀌는 게 아닐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 법률사무소 직원 임모(32)씨는 “아무리 주 52시간제를 도입해도 업종의 특성상 야근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면서 “업무 시간은 줄어드는데 업무량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퇴근해서도 일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포스터 200장에 5만원… ‘쩐의 굴레’ 속 붙였다 떼는 일용직

    포스터 200장에 5만원… ‘쩐의 굴레’ 속 붙였다 떼는 일용직

    지난달 28일 오후 2시 40분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 6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도로와 인도 사이 펜스에 학원 광고 포스터를 빠르게 붙였다. 철제 손수레에는 돌돌 말린 포스터가 수백장 보였다. 기존 포스터 위에 자기가 가져온 포스터를 붙이고 재빨리 자리를 떠났다.두 시간쯤 흐르자 그 여성이 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는 다른 학원의 포스터를 가져왔다. 새로 붙일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했는지 두 시간 전에 자신이 붙인 포스터 위에 새로 가져온 포스터를 덧댔다. 그의 행동이 이해가 안 돼 물었더니 “무조건 많이 붙여야 먹고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출금 갚느라 허덕이는 아들에게 손을 벌리기 싫어서 이 일을 하고 있다”면서 “종일 붙이면 월 60만~70만원은 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른쪽 손목 위의 불룩한 혹을 보여 줬다. 온종일 꾹꾹 눌러 포스터를 붙이느라 생긴 일종의 ‘직업병’이었다. 다시 30분 뒤 또 다른 여성이 손수레를 끌고 나타나더니 다른 학원의 포스터를 겹겹이 붙였다. 포스터의 생명은 길면 한 시간이었다.지극히 소모적인 ‘노동’이지만, 일용직 ‘전단 노동자’들 사이에선 포스터 붙이는 이들이 ‘팀장’으로 불렸다. 단순히 전단을 나눠주는 이들과 달리 자리 쟁탈전, 단속 공무원과의 숨바꼭질 등에서 살아남으려면 배포와 순발력이 필요했다. ‘팀장’들은 5명 안팎의 전단 배포 노동자를 거느리고 있었다. 10년 넘게 이 일을 했다는 한 팀장은 “200장을 다 붙이면 학원에서 5만원을 준다”면서 “전단지 돌리기보다 수당이 더 세다”고 말했다. 그는 “거리 펜스, 인도 위 가판대 옆면, 공중전화 부스, 교통 단속용 무인장비 등 가리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무분별한 포스터 붙이기는 ‘옥외광고물 등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법’ 위반이다. 버스정류장, 노선버스 안내 표지판 등에 붙이면 최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팀장들은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60대의 한 팀장은 “단속 공무원들이 사무실로 복귀해 퇴근 준비를 하는 오후 4시 이후가 포스터 붙이기 ‘골든타임’”이라고 귀띔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린 지난달 29일 새벽 5시. 노량진 거리는 비에 찢긴 포스터로 온통 어지럽혀졌다. 한 환경미화원은 “학원은 밤마다 붙이고 나는 아침마다 출근해서 떼는 게 일”이라면서 “대체 누굴 위한 일인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다른 환경미화원은 “포스터 없는 거리에서 일하고 싶다”고 하소연했다.엄밀히 따지면 포스터 제거는 환경미화원의 업무가 아니다. 벽에 붙은 게시물은 구청의 ‘광고물팀’이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미화원들은 길바닥을 아무리 깨끗하게 쓸어도 벽에 붙은 포스터를 놔두면 비난의 화살을 받기 일쑤다. 미화원들 사이에서 학원가 기피 현상이 생기자 동작구는 ‘순환 배치 근무제’를 운용하고 있다. 붙인 자가 떼기도 하는 기이한 현상도 벌어진다. 전날 붙인 포스터가 다음날 오전까지도 살아남았다가 구청에 적발되면 과태료를 물기 때문에 학원에서 미리 손을 쓰는 것이다. ‘팀장’들은 전날 자신이 부착한 포스터를 오전에 떼면 일당 2만원을 추가로 받는다.포스터를 둘러싼 소모적인 노동의 정점에는 학원이 자리 잡고 있다. ‘팀장’에게 일당을 주고 과태료를 내도 아직은 포스터 홍보 효과가 쏠쏠하기 때문에 학원들은 불법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요즘에 누가 포스터를 보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학원 특강을 오프라인에서 홍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포스터다. 길을 가다가 자신이 다니는 학원에서 들을 수 없는 특강 광고를 발견하고 찾아오는 수험들이 의외로 많다. 대형 공무원 학원 관계자는 “공부에 매진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이용하지 않는 공시생들에겐 포스터가 가장 좋은 정보 창구”라고 말했다. 동작구는 ‘동작구 옥외광고물 관리 조례’에 따라 채증을 바탕으로 10장 이하는 장당 2만 5000원, 11~20장은 3만 5000원, 21장 이상부터는 4만 5000원을 과태료를 부과한다. 지난해에는 217건에 대해 약 3억 347만원의 과태료를 물렸다. 과태료는 ‘소모적인 노동’으로 살아가는 일용직 노동자와 학원을 이어 주는 질긴 끈이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포스터 붙였다 뗐다” 노량진의 무한반복…“먹고 살려니”

    “포스터 붙였다 뗐다” 노량진의 무한반복…“먹고 살려니”

    “거리가 지저분해진다고 욕먹어도 먹고살려면 이 짓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달 28일 오후 2시 40분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에서 50~60대쯤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도로와 인도 사이 펜스에 무엇인가를 빠른 속도로 붙이고 있었다. 바로 학원 광고 포스터였다. 그는 햇빛차단용 모자를 쓰고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휴대한 철제 손수레에는 돌돌 말린 포스터가 수백여장 보였다. 그는 기존 포스터 위에 청테이프를 이용해 포스터를 붙이고서는 홀연히 자리를 떠났다.그로부터 2시간쯤 흐른 뒤 그 여성이 같은 장소에 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는 다른 학원의 광고 포스터를 가지고 와 붙였다. 2시간 전 자신이 붙인 포스터는 싹 가려졌다. 자신이 붙인 포스터를 2시간 뒤 스스로 다른 학원 포스터로 덮어버린 것이다. 다시 30분이 지난 뒤 같은 나이대로 보이는 또 다른 여성이 포스터가 가득 실린 손수레를 끌고 나타나더니 또 다른 학원의 포스터를 겹겹이 붙였다. 마치 포스터 붙이기 쟁탈전을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포스터 광고는 길면 하루, 짧으면 30분 만에 ‘업데이트’가 됐다. 학원 홍보 포스터를 붙이는 이런 소모적인 일용직 노동도 이들 사이에서는 비교적 쏠쏠한 일거리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팀장’이라는 호칭으로 불린다고 했다. 10년 넘게 이 일을 했다고 밝힌 한 팀장은 “200장을 다 붙이면 학원에서 5만원을 준다”면서 “전단을 돌리는 일보다는 (수당이) 더 세다”고 말했다. 포스터를 붙이는 장소에 대해서는 “거리 펜스, 인도 위 가판대 옆면, 공중전화 부스, 교통 단속용 무인장비 등 가리지 않는다”면서 “내가 붙인 것을 직접 뗀 다음 다른 포스터를 붙이기도 하고, 그 위에 겹쳐 붙이기도 한다”고 했다. 자기가 붙인 포스터를 싹 덮어버렸다고 ‘팀장’끼리 다투는 일도 잦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나도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지 않느냐”면서 “포스터를 붙이는 데에 규칙은 없지만 서로 싸움이 나지 않는 선에서 5장이 나란히 붙어 있는 곳에 2~3장만 덧대 붙여 기존 포스터를 일부는 그냥 두는 방식을 쓴다”며 싸움을 피해가는 비법을 귀띔했다. 그러나 이렇게 거리에 무단으로 포스터를 붙여 경관을 해치고 쾌적한 생활환경을 훼손하는 행위는 ‘옥외광고물 등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법’ 위반에 해당한다. 특히 버스정류장, 노선버스 안내 표지판 등 공공시설물에 붙이며 최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런 사실을 ‘팀장’들도 잘 알고 있었다. 한 60대 팀장은 “구청 공무원들이 사무실로 복귀해 퇴근 준비를 하는 오후 4시 이후에 포스터를 주로 붙인다”면서 “금요일 밤에 붙이면 주말에 공무원들이 단속을 안 하기 때문에 월요일 아침까지 붙어 있다”고 ‘포스터 장수 비결’을 알려줬다. 그러면서 “혹시나 포스터를 부착하다 적발될까 봐 구청에서 손을 쓰기 전에 스스로 포스터를 떼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환경미화원이 포스터를 제거하지 않은 날 오전 8시쯤 포스터를 제거하면 팀장들은 학원으로부터 2만원을 더 얹어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의 증거’인 포스터가 그대로 남아 있으면 구청의 단속에 적발될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증거 인멸’을 시도하는 셈이다. 이처럼 포스터를 한 장이라도 더 붙였다가 떼는 일이 이들에겐 ‘돈’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일용직이다 보니 여러 학원과 ‘동시계약’도 가능하다고 한다. 수당은 일당으로 받지 않고, 15일이나 한 달 간 계약을 통해 일괄 지급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일을 시작한 한 60대 팀장은 “2년 전 장가간 아들도 대출 갚느라 힘든데, 용돈까지 달라고 손 벌려선 안 되겠다 싶어서 일하고 있다”면서 “이 일 해봐야 한 달에 60만~70만원 정도 받는데, 이 돈으로 집 전기료·수도료 내고 식비로 쓴다”고 말했다.비가 추적추적 내린 지난달 29일 새벽 5시, 노량진 거리는 비에 찢긴 포스터로 온통 어지럽혀져 있었다. 한 환경미화원은 수백장의 포스터를 제거하며 연신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는 “학원은 밤마다 붙이고 나는 아침마다 출근해서 떼는 게 일이다”라면서 “벌금을 부과해도 끊임없이 붙여대니까 사실상 대책이 없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포스터 떼는 시간만 해도 하루에 1~2시간 정도가 걸린다”면서 “그래서 많이 훼손되지 않고 깔끔하게 붙어 있으면 떼지 않는 날도 있다”고 했다. 어차피 제거해봤자 또 붙일 것이란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날마다 힘들여 제거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다른 환경미화원은 “포스터가 너무 덕지덕지 붙어 있어서 잘 뜯기지도 않는다”면서 “포스터만 없어도 청소하기가 훨씬 수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아주머니들이 뗀 포스터를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버려야 하는데 그냥 구석에 한 데 모아 놓는 것도 문제”라면서 “바람에 포스터 더미가 풀어져 흩날리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지적했다. 실제 환경미화원들이 새벽에 포스터를 제거하지 않은 지난달 28일 오전 8시쯤, ‘2만원’의 수당을 노린 ‘팀장’들이 자기가 붙인 포스터를 일부 제거했다. 오후 9시 이후에는 구청의 계약직 직원들이 나와 포스터가 붙어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증거수집을 한 뒤 제거했다. 구청 계약직 김모(63)씨는 “하루에 5시간씩 동작구를 돌면서 포스터를 떼고 다닌다”면서 “날마다 포스터를 떼러 다니느라 힘들다”고 말했다. 학원 광고 포스터를 제거하는 일은 엄밀히 따지면 환경미화원의 담당 업무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벽에 붙은 게시물에 대해서는 구청의 ‘광고물팀’이 관리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화원들은 청소하지 않으면 자신들에게 비난의 화살이 날아올까 봐 두려워 청소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을 잘 아는 동작구청 측도 될 수 있으면 미화원들에게 업무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순환 배치 근무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동작구청 관계자는 “1년 365일 포스터가 붙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면서 “공공근로자, 기간제 근로자, 민간 광고물을 제거하는 사람 중에 20명을 투입해 수시로 벽보를 제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학원 측의 입장은 어떠할까. 학원 관계자들은 포스터 홍보 효과를 무시하지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과태료나 벌금까지 감수해 가면서까지 ‘팀장’들에게 일을 시키는 이유다. 한 경찰 학원 관계자는 “신규 학생을 모집하고 다른 학원에 다니는 수강생을 끌어오기 위해 포스터를 붙인다”면서 “과태료로 인한 손해보다 홍보 효과가 크니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누가 포스터를 보겠느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특강을 오프라인상에서 홍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포스터다. 예를 들어 특정 강사가 어떤 파트를 강의한다고 했을 때 학생들이 다니던 학원에 없는 수업이면 비교해보고 찾아오는 식이다. 포스터가 주로 특강이나 개강일을 알려주는 내용인 이유다. 한 대형 공무원 학원의 관계자는 “학생들이 노량진 거리를 지나다니다 실제로 포스터를 보고 온다”면서 “공부한다고 스마트폰을 이용하지 않는 학생들이 있어 포스터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태료도 많이 나오지만 월요일마다 정산하면서도 계속 포스터를 붙인다”고 귀띔했다. 실제 ‘동작구 벽보 과태료 부과 현황’에 따르면 2016년 461건의 고지서와 과태료 약 3억 1904만원이 부과됐고, 2017년 217건(약 3억 347만원), 2018년(1~5월) 64건(약 1억 1335만원)이 발급됐다. ‘동작구 옥외광고물 관리 조례’에 따라 채증을 바탕으로 10장 이하는 장당 2만 5000원, 11-20장은 3만 5000원, 21장 이상부터는 4만 5000원을 과태료를 책정해 부과된다. 이날 포스터를 채증하고 있던 구청 직원들은 “포스터를 떼기 전에 촬영하고 떼고 난 후 똑같은 구도로 다시 촬영해 과태료를 물린다”면서 “과태료를 그렇게 부과하고 자기들 때문에 거리가 더러워지는데도 학원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부실회사 대표, 분식회계로 은행서 50억 대출

    부실회사 대표, 분식회계로 은행서 50억 대출

    분식회계로 회사의 재무상태가 건실한 것처럼 속여 은행들로부터 수십억원의 대출금을 받아 챙긴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수원지검 특수부(박길배 부장검사)는 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제조업체 대표 윤모(65) 씨 등 5명을 구속기소 하고, 은행원 김모(45) 씨 등 5명을 불구속으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윤 씨는 한 반도체 부품 제조업체 대표로 2016년 6월부터 1년간 이 업체 경영이사, 재무이사 등과 짜고 기업이 고의로 자산이나 이익 등을 크게 부풀리는 분식회계를 통해 조작된 재무제표를 은행 2곳에 제출, 이들 은행으로부터 각각 41억, 10억원을 대출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윤씨 등은 업체의 연 매출을 150억∼300억원 정도로 부풀리고 법인계좌거래명세, 공문서인 세무서장 명의의 과세표준증명과 부가세신고서를 위조하는 등의 수법으로 재무제표를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은행의 현장실사 일자를 미리 입수해 실사 당일 퇴사한 직원들까지 동원, 업체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것처럼 꾸몄다. 윤 씨 업체는 그러나 연 매출이 1억원 이하이며 최근 3∼4년간 누적 손실이 60억여 원에 이를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씨 등은 이처럼 대출 사기를 통해 챙긴 돈을 밀린 급여 지급 등 회사 운영에 모두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함께 기소된 이모(50) 씨 등 브로커 5명은 대출을 알선해주고 친분이 있는 은행원들을 통해 알게 된 현장실사 일자를 미리 윤 씨에게 알려주는 등 윤 씨 업체가 대출을 받게 해주고 대가로 500만∼5억 3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윤씨 업체에 41억원을 대출해준 은행에서 기업금융심사 업무를 하는 은행원 김 씨는 윤씨 업체의 대출을 승인하는 대가로 브로커 이 씨에게서 500만원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밝혀져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윤 씨 업체가 은행에 제출한 자료 가운데 위조된 부분이 발견됐다는 연락을 받고 수사에 착수해 이 사건 범행을 밝혀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서울광장] ‘국방의 의무’를 재구성하자/이두걸 논설위원

    [서울광장] ‘국방의 의무’를 재구성하자/이두걸 논설위원

    미국의 군사력 평가기관 글로벌파이어파워(GFP)에 따르면 한국의 군사력 순위는 올해 기준 세계 7위다. 프랑스(5위)와 영국(6위), 일본(8위) 등 전통적인 군사 강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하지만 우리 군은 내실을 따지면 4차 산업혁명시대 대신 아동까지 장시간 노동에 몰아넣었던 19세기 쪽에 더 어울린다. 병력은 62만 5000명으로 20만명 안팎의 프랑스나 영국의 세 배, 일본(24만 7000명)의 두 배가 넘는다. 한국의 국방 예산이 400억 달러(약 45조원)로 다른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인당 효율성은 절반 이하다. 몸집만 불린 채 물주먹을 휘두르는 권투선수가 딱 우리 처지다. 현대전에서 보병 위주의 지상군 작전이 불필요하다는 건 육군사관학교 교본에도 나온다. 그럼에도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모병제를 반대한다. 이는 오답 쪽에 가깝다. 지난해 이동환·강원석의 ‘한국군 병역 제도의 모병제로의 전환 가능성 연구’ 논문은 육군의 2030년 모병제 전환 비용을 7조원 정도로 제시한다. 병사 한 명당 20대 근로자 평균 임금을 지급하고, 전체 병력을 2030년 52만 2000명으로 감축한다는 정부 계획이 유지된다는 전제다. 2030년 병력 유지비 증가분은 11조 5000억원에 달한다. 지금의 국방 예산 수준을 유지한다면 12년 뒤 모병제를 도입해도 정부가 추가로 지갑을 열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현재 1.3%인 인구 대비 병력 비율을 프랑스(0.6%) 수준인 30만명으로 낮추면 현재 예산으로도 당장 모병제 시행이 가능하다. 1조~3조원의 여유가 생겨 전력투자비로 돌릴 수도 있다. 우리 사회가 징병제로 과잉 병력을 유지하는 비용은 엄청나다. 프랑스 수준인 30만명을 초과하는 22만명의 병력이 경제 활동에 종사해 올해 최저시급 기준 연봉인 1700만원 정도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매년 3조 7000억원의 비용이 국방 분야에 추가로 지출되고 있는 셈이다. 대체복무인력 기회비용 등까지 합치면 징병제 유지 비용은 10조원을 넘고, 반대로 모병제로 전환했을 때 국가 전체 GDP 증가 효과는 매년 35조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수지 타산만 따지면 모병제가 징병제보다 낫다. 병력 감축에 따른 모병제 시행은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절벽’을 앞둔 우리 현실에도 맞는 데다 전문화를 통해 정예군을 육성하는 계기도 된다. 징병제가 폐지되면 국방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까라면 깐다’는 식의 무조건적인 충성심과 기계적인 업무만을 요구하는 군대와, 창의성과 자발성으로 무장한 군대 중 어느 쪽이 더 강할지는 누가 봐도 명백하다. 2차 대전 당시 프랑스는 마지노선 고수라는 고루한 전술을 고집한 결과 ‘전격전’(blitzkrieg)을 내세운 독일에 점령당했다. 병력 축소가 간부들의 ‘자리 축소’로 이어진다며 모병제 도입에 소극적인 육군 내부의 분위기도 있지만 이를 배려할 만큼 우리 처지가 여유롭지 않다. 징병제가 폐지되면 저소득층만 주로 군 복무를 할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렇다면 군대를 어엿한 일자리와 계층 상승의 수단으로 개선하는 게 정도(正道)다. 베스트셀러 ‘힐빌리의 노래’ 저자인 J D 밴스는 쇠락한 공업지대인 ‘러스트벨트’ 출신이지만 군 복무를 계기로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실리콘밸리의 젊은 사업가로 변신할 수 있었다. 미 해병대에서 근무하면서 패배의식을 극복하고 학비도 번 덕분이다. 마침 28일 헌법재판소는 대체복무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국회에 내년 말까지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대법원도 올해 안에 양심적 병역거부를 정당한 입영거부 사유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이참에 국민개병제에 국한돼 있는 ‘국방의 의무’의 개념을 재구성하는 게 어떨까. 양심적 병역거부자 외에도 일반 복무 대상자들도 복지나 안전 등 ‘사회복무’를 수행하면 국방의 의무를 다한 것으로 인정하는 게 예가 될 것이다. 징병제와 모병제를 혼합 운영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그래야 우리 군이 ‘4일에 한 번꼴로 군인이 자살하는 군대’가 아닌 ‘동북아 중심 국가에 걸맞은 작지만 강한 군대’로 거듭날 것이다. douzirl@seoul.co.kr
  • 줄어든 임금만큼 인력 채용 늘까…金고용 “탄력근로 실태조사 후 개선”

    줄어든 임금만큼 인력 채용 늘까…金고용 “탄력근로 실태조사 후 개선”

    “전반적 확대 땐 노동시간 단축 무의미 6개월 계도기간 위법 사안 강력 감독”‘월화수목금금금’으로 상징되는 과로 문화가 다음주부터 대변화를 맞는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이틀 앞둔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할 때도 많은 우려와 걱정이 있었지만, 우리 사회는 제도를 잘 안착시킨 경험이 있다”며 “전체 300인 이상 사업장 3627곳을 조사했더니 59%는 이미 주 52시간 이내로 근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다음달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은 연장 근로(평일·휴일 12시간)을 포함해 일주일에 최대 52시간을 넘겨서 일할 수 없다. 이를 어기는 사업주는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50~299인 사업장은 2020년 1월 1일부터, 5~49인 사업장은 2021년 7월 1일부터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된다. ‘장시간 노동을 줄이자’는 주 52시간 근무제의 취지와 달리 신규 채용에 따른 기업의 인건비 부담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노동자의 임금 감소 문제가 산업 현장에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아울러 재계가 요구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현행 3개월)을 확대하는 것과 장시간 노동을 이끄는 임금 체계인 ‘포괄 임금제’에 대한 규제도 해결해야 한다. 이와 관련,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을 6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장관은 브리핑에서 “현재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활용하는 기업은 전체의 3.4%에 불과하다. (업종) 전반적으로 6개월로 늘리면 노동시간 단축의 의미가 없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김 장관은 “당장은 기업들이 제도를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겠다”며 “하반기에 면밀한 실태조사를 통해 실제 활용 현황을 분석하고,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근로기준법에는 2022년 말까지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 확대를 포함해 유연 근로시간제에 대한 개선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또 포괄임금제에 대해서는 “사무직에 남용하는 것을 규제해야 한다”며 “포괄임금이 필요한 직종이나 산업에 대해 실태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최장 6개월의 처벌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김 장관은 “6개월의 계도 기간은 위법을 눈감겠다는 게 아니다. 다음달부터 법 적용을 받는 3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서는 제보 접수를 비롯한 위반 사안이 인지되면 강력한 근로감독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올 상반기 근로감독관 200명을 뽑았고, 하반기에도 600명을 추가로 선발한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국회 법안 3건 계류 중 판단기관·합숙 등 차이

    헌법재판소가 내년 12월 31일까지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한 병역법 개정을 요구하면서 국회에서 남은 1년 6개월 동안 어떻게 법을 개정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전해철·박주민·이철희 의원이 각각 발의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한 병역법 일부 개정안이 국방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3건의 법안은 큰 틀에서 내용은 비슷하지만 쟁점인 ‘대체복무 기간’과 대체복무 판단 ‘소관 기관’을 어디에 두느냐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5월 이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대체복무 기간을 현역병의 2배(42개월)로 지정했다. 이는 전 의원과 박 의원이 지정한 1.5배(31.5개월)보다 길다. 또 이 의원의 개정안은 대체복무요원의 업무를 중증장애인 수발, 치매노인 돌봄 등 사회복지, 보건·의료, 재난 복구·구호 분야에서 신체적·정신적 난도가 높은 업무로 지정했다. 대체복무 신청자를 심사하고자 국무총리 소속의 대체복무 사전심사위원회를 신설하도록 했다. 이 의원과 비슷한 시기에 발의한 박 의원의 개정안은 대체복무요원을 심사하고자 국무총리 소속의 대체복무위원회를 만들도록 하는 이 의원 개정안과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박 의원 개정안의 다른 점은 대체복무요원을 현역병처럼 합숙근무를 하도록 한다는 데 있다. 전 의원이 2016년 11월 발의안 병역법 개정안도 대체로 비슷하지만 심사 방식에 차이가 있었다. 두 의원은 국무총리실 산하의 위원회가 심사하는 것과 달리 전 의원 개정안은 국방부에 중앙대체복무위원회를, 지방병무청에 지방대체복무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여야는 후반기 원 구성을 마치는 대로 이미 발의한 개정안을 병합하거나 새로 발의해서 대체복무제 도입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현역병과의 형평성, 단순 병역 기피자 구분 문제 등에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1차적으로 대체복무제도 자체를 어렵게 설계(복무 기간 연장 등)하면 거기서 단순 병역 기피자와 진짜 양심에 따른 병역 기피자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심사 과정에서 단순히 신청자의 진술만 듣는 게 아니라 여러 자료를 제출받고 주변 사실관계 등을 조사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전 의원도 제도 설계 및 심사 강화를 주장했다. 전 의원은 라디오에서 현역병보다 1.5배 더 복무하도록 하는 게 짧다는 지적에 대해 “유럽에서는 대체복무 기간을 1.5배를 넘어 현역복무 기간보다 지나치게 길게 하는 건 (인권 등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이어 “복무 기간이 1.5배가 되면 실제 군 복무에 비해 편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충분히 홍보되면 그렇게 많은 사람이 신청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징병제하에서 이 제도를 실시하는 다른 나라도 그 숫자(대체복무자)가 많아진다든지 하는 부작용은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대체복무 요양시설·재난 복구 유력… 30~42개월 검토

    국방부 “올해 안에 합리적 안 만들겠다” 비종교인도 ‘개인적 신념’ 입증 땐 가능 병역기피 판단할 기구 설치… 악용 방지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처벌이 아닌 대체복무의 길을 열어 준 것과 관련해 국방부는 29일 “올해 안에 합리적인 대체복무제 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대체복무제가 어떤 형태로 모습을 드러낼지 궁금증들을 Q&A로 미리 짚어 본다. ①대체복무 기간은 얼마나 될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현역과 보충역의 복무기간을 고려하면 적어도 30개월(2년 6개월)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현역병은 육군 21개월, 해군 23개월, 공군 24개월이며, 보충역인 사회복무요원은 24개월, 산업기능요원은 34개월(현역)·26개월(보충역) 등이다. 공중보건의와 공익법무관의 복무 기간은 36개월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 복무자와의 형평성과 복무 난이도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복무 강도가 높을수록 기간이 짧아지고 약할수록 길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현행 육군 복무 기간인 21개월의 ‘1.5~2배’(31.5~42개월)를 검토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체복무제 도입에 반대하는 사람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는 필수 조건이다. ②‘양심적 병역거부자’를 가리는 기준은 어떻게 될까. 병역을 거부할 만하다고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과거 활동 기록이 핵심이다. 대체복무가 병역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에 대해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판정할 수 있는 절차나 기구를 만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종교적인 이유로 군 복무를 거부하는 사람은 자신의 신념을 입증할 수 있는 종교 활동 기록과 가족·종교인 등 주변인의 진술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③비종교인도 ‘개인적 신념’으로 대체복무가 가능할까. 병역 기피 목적이 아님을 입증할 수 있으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헌재의 판단은 ‘선택의 자유’를 존중한다는 취지로, 종교적 신념의 유무를 판별해 복무 방향을 선별하겠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군은 폭력을 내면화하는 곳”이라며 병역을 거부해 재판을 받고 있는 홍정훈 참여연대 활동가처럼 자신이 ‘비폭력주의자’임을 증명할 수 있다면 대체복무를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④병역 기피자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지 않을까. 가능성은 있다. 과거 활동 기록만으로는 ‘선의’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가 “양심의 자유에 따른 선택이 아니라면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의 대체복무제를 만들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복무 기간을 늘리고 강도를 높여 기존 병역 의무자들이 박탈감·상실감을 갖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 ⑤대체복무는 어디서 하게 될까. 노인요양시설 등 사회복지 분야가 유력하다. 과거 국방부는 대체복무자의 근무지로 사회복지시설, 노인 요양시설, 정신병원, 재활병원 등을 검토한 적이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3건의 대체복무 관련 법안도 사회복지 분야를 복무지로 지정하고 있다. 이미 대체복무를 도입한 대만에서도 요양시설 중증장애인 간호 업무를 부여하고 있다. 이 밖에 인명을 구하는 119 구조·소방 업무에 대체복무자가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사고] 토요일보다 더 빵빵~한 ‘월·수·금’이 찾아갑니다

    서울신문은 7월 1일부터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른 주 52시간 근무제 정착에 앞장서기 위해 주 5일 발행체제로 전환해 토요일자를 발행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대신 주중 지면을 늘려 심층 기획과 알찬 읽을 거리로 독자 여러분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데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창간 114주년을 맞는 7월 18일부터 16개면 증면을 단행해 매주 월·수·금요일에는 다양한 섹션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국내외 핫이슈를 분석, 진단하는 기획뿐만 아니라 생활 밀착형 공공서비스와 공직·공기업의 이면을 소개하는 지면, 인권·다문화·힐링·생활정보·책을 다루는 연재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 대체복무 요양시설·재난 복구 유력… 30~42개월 검토

    대체복무 요양시설·재난 복구 유력… 30~42개월 검토

    국방부 “올해 안에 합리적 안 만들겠다”비종교인도 ‘개인적 신념’ 입증 땐 가능병역기피 판단할 기구 설치…악용 방지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처벌이 아닌 대체복무의 길을 열어 준 것과 관련해 국방부는 29일 “올해 안에 합리적인 대체복무제 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대체복무제가 어떤 형태로 모습을 드러낼지 궁금증들을 Q&A로 미리 짚어 본다. Q) 대체복무 기간은 얼마나 될까.A.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현역과 보충역의 복무기간을 고려하면 적어도 30개월(2년 6개월)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현역병은 육군 21개월, 해군 23개월, 공군 24개월이며, 보충역인 사회복무요원은 24개월, 산업기능요원은 34개월(현역)·26개월(보충역) 등이다. 공중보건의와 공익법무관의 복무 기간은 36개월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 복무자와의 형평성과 복무 난이도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복무 강도가 높을수록 기간이 짧아지고 약할수록 길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현행 육군 복무 기간인 21개월의 ‘1.5~2배’(31.5~42개월)를 검토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체복무제 도입에 반대하는 사람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는 필수 조건이다. Q)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가리는 기준은 어떻게 될까.A. 병역을 거부할 만하다고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과거 활동 기록이 핵심이다. 대체복무가 병역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에 대해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판정할 수 있는 절차나 기구를 만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종교적인 이유로 군 복무를 거부하는 사람은 자신의 신념을 입증할 수 있는 종교 활동 기록과 가족·종교인 등 주변인의 진술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Q) 비종교인도 ‘개인적 신념’으로 대체복무가 가능할까.A. 병역 기피 목적이 아님을 입증할 수 있으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헌재의 판단은 ‘선택의 자유’를 존중한다는 취지로, 종교적 신념의 유무를 판별해 복무 방향을 선별하겠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군은 폭력을 내면화하는 곳”이라며 병역을 거부해 재판을 받고 있는 홍정훈 참여연대 활동가처럼 자신이 ‘비폭력주의자’임을 증명할 수 있다면 대체복무를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Q) 병역 기피자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지 않을까.A. 가능성은 있다. 과거 활동 기록만으로는 ‘선의’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가 “양심의 자유에 따른 선택이 아니라면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의 대체복무제를 만들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복무 기간을 늘리고 강도를 높여 기존 병역 의무자들이 ‘박탈감·상실감을 갖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 Q) 대체복무는 어디서 하게 될까.A. 노인요양시설 등 사회복지 분야가 유력하다. 과거 국방부는 대체복무자의 근무지로 사회복지시설, 노인 요양시설, 정신병원, 재활병원 등을 검토한 적이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3건의 대체복무 관련 법안도 사회복지 분야를 복무지로 지정하고 있다. 이미 대체복무를 도입한 대만에서도 요양시설 중증장애인 간호 업무를 부여하고 있다. 이 밖에 인명을 구하는 119 구조·소방 업무에 대체복무자가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Q&A]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 오해와 진실

    [Q&A]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 오해와 진실

    대체복무 요양시설·재난 복구 유력국방부, 복무 기간 30~42개월 검토“올해 안에 합리적인 안 만들겠다”병역기피 판단할 기구 설치…악용 방지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처벌이 아닌 대체복무의 길을 열어 준 것과 관련해 국방부는 29일 “올해 안에 합리적인 대체복무제 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의 개념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대체 복무가 어떠한 방식으로 이뤄질 것인지에 대한 밑그림이 나오지 않아 각종 오해와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대체복무제가 어떤 형태로 모습을 드러낼지 궁금증들을 Q&A로 미리 짚어 본다. Q) 대체복무 기간은 얼마나 될까.A.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현역과 보충역의 복무기간을 고려하면 적어도 30개월(2년 6개월)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현역병은 육군 21개월, 해군 23개월, 공군 24개월이며, 보충역인 사회복무요원은 24개월, 산업기능요원은 34개월(현역)·26개월(보충역) 등이다. 공중보건의와 공익법무관의 복무 기간은 36개월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 복무자와의 형평성과 복무 난이도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복무 강도가 높을수록 기간이 짧아지고 약할수록 길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현행 육군 복무 기간인 21개월의 ‘1.5~2배’(31.5~42개월)를 검토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체복무제 도입에 반대하는 사람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는 필수 조건이다. Q)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가리는 기준은 어떻게 될까.A. 병역을 거부할 만하다고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과거 활동 기록이 핵심이다. 대체복무가 병역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에 대해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판정할 수 있는 절차나 기구를 만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종교적인 이유로 군 복무를 거부하는 사람은 자신의 신념을 입증할 수 있는 종교 활동 기록과 가족·종교인 등 주변인의 진술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Q) 비종교인도 ‘개인적 신념’으로 대체복무가 가능할까.A. 병역 기피 목적이 아님을 입증할 수 있으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헌재의 판단은 ‘선택의 자유’를 존중한다는 취지로, 종교적 신념의 유무를 판별해 복무 방향을 선별하겠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군은 폭력을 내면화하는 곳”이라며 병역을 거부해 재판을 받고 있는 홍정훈 참여연대 활동가처럼 자신이 ‘비폭력주의자’임을 증명할 수 있다면 대체복무를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Q) 병역 기피자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지 않을까.A. 가능성은 있다. 과거 활동 기록만으로는 ‘선의’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가 “양심의 자유에 따른 선택이 아니라면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의 대체복무제를 만들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복무 기간을 늘리고 강도를 높여 기존 병역 의무자들이 ‘박탈감·상실감을 갖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 Q) 대체복무는 어디서 하게 될까.A. 노인요양시설 등 사회복지 분야가 유력하다. 과거 국방부는 대체복무자의 근무지로 사회복지시설, 노인 요양시설, 정신병원, 재활병원 등을 검토한 적이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3건의 대체복무 관련 법안도 사회복지 분야를 복무지로 지정하고 있다. 이미 대체복무를 도입한 대만에서도 요양시설 중증장애인 간호 업무를 부여하고 있다. 이 밖에 인명을 구하는 119 구조·소방 업무에 대체복무자가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Q) ‘양심’의 의미는 무엇인가. 군 복무자는 비양심적인가.A. 헌법재판소는 병역법 5조 1항에 대해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면서 일부 위헌 의견을 냈다. 이에 시민들은 헌법에서 말하는 ‘양심’의 개념이 혼란스럽다고 말한다. 법률상 양심의 자유란 사회에 통용되는 ‘옳고 그름’에 관한 의미와 달리 ‘신념에 반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권리’를 뜻한다. 교도소의 사상범이 ‘양심수’라고 불리는 것과 같은 의미다. 이런 ‘양심’의 해석과 관련해 오해가 잇따르자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다른 용어로 바꾸자는 움직임도 있었다. 시민단체들은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 등을 사용하려 했으나 사회적 동의를 얻는 데는 실패했다. 이용석 전쟁없는세상 활동가는 “이미 해당 사안이 양심적 병역거부자라는 용어로 굳어졌을 뿐만 아니라 헌법상 해당 권리를 ‘양심의 자유’라고 표기했기 때문에 다른 용어는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Q) 양심적 병역거부는 ‘여호와의 증인’ 한 종교만의 문제인가.A. 역사상 최초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알려진 인물은 서기 295년 로마시대 누디미아(현 알제리 지역)에 당도한 로마군 징집에 거부한 개신교도 막시밀리아누스다. 초기 양심적 병역거부 운동은 개신교나 퀘이커교를 중심으로 이뤄졌고, 이후 1차 세계대전 시기 ‘평화주의자’나 ‘반전주의자’를 중심으로 확산했다. 반면 한국에선 지난 60년간 양심적 병역거부로 교도소에 다녀온 것으로 추산되는 1만 9000명 가운데 약 70여명만이 여호와의 증인이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한국전쟁을 겪었던 국내 정서상 ‘평화주의’가 서양보다 덜 확산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평화’라는 가치가 확산함에 따라 점차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특정 종교를 초월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1호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알려진 오태양씨는 불교도로 “평화를 지향하는 종교적 신념 때문에 총을 들 수 없다”고 밝혔다. Q) 대체복무제가 도입되면 여성의 군 복무 문제도 논란이 되지 않을까.A. 현재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논의는 의무적으로 군 복무를 해야만 했던 ‘남성징병제’와 관련돼 있다. 전문가들은 여성의 군 복무 이슈를 이번 사안의 연장선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징병제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상화 양성평등진흥원 정책실장은 “이번 사안은 군 복무에 관해 기존 법에 반했던 이들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는 논의”라면서 “여성의 군 복무는 ‘여성은 어떤 형태로 사회에 의무를 다하는 것이 맞는가’를 논하는 또 다른 사회적 담론이기 때문에 별개로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재성 변호사는 “대체복무제가 마련되면 여성의 군 복무 문제로까지 논의가 확장될 수는 있겠지만, 시대적으로 군대의 효용이 없는 상황에서 추가 징집의 필요성은 없다고 본다”면서 “장기적으로 양심적 병역 거부나 여성의 군 복무 문제를 넘어 군 복무 자체의 의미나 역할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Q) 군 복무 강도에 상응하는 대체복무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A. 대만 등 대부분의 대체복무제 시행 국가에서는 군 복무와 대체복무의 등가성을 ‘복무 기간’으로 조정하고 있다. 현재 육·해·공군의 복무 기간이 각 군의 근무 여건 등 특성에 따라 다르다는 점과 같은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합리적이고 타당한 대체복무 기간을 현 복무 기간의 1.5~2배 정도로 보고 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국방부 “양심적 병역거부자 판정할 절차·기구 설치할 것”

    국방부 “양심적 병역거부자 판정할 절차·기구 설치할 것”

    국방부는 29일 대체복무가 병역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과 관련해 이를 가려낼 판정 기구를 설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어떤 기준으로 가려낼 것인가’라는 질문에 “양심적 병역거부자인지를 판정할 수 있는 절차나 기구를 만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것을 어디에 설치하느냐는 문제가 있겠지만, 그것을(병역거부자를) 판정하는 절차는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대부분 종교와 관련된 분들이기 때문에 확인서나 자술서를 받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면서 “이런 것은 앞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이고, 아직 구체적으로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적정한 대체복무 기간과 관련해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는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어느 정도 기간이 적정한지는 앞으로 여러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군 안팎에서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 분야에서 3년가량 대체복무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 방안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대체복무가 현역보다 훨씬 어렵고 힘들도록 해서 이를 쉽게 선택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첫 번째 원칙은 입영기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가능성을 차단하고, 현역 복무보다 더 어렵고, 그래서 자신이 양심의 자유에 따른 선택이 아니라면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의 대체복무제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올해를 목표로 대체복무제 안을 만들 것”이라며 “외국의 사례를 참고하고 공청회도 열어 병역의무 형평성을 유지하되 사회적으로 유익한 방안으로 합리적인 대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대체복무를 하더라도 집총훈련은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군사훈련을 받지 않는 방법으로 잘 고려해 보겠다”면서 “현재와 같이 매년 500~600명 수준에서 늘어나지 않도록 하는 여러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해도 병역자원 및 수급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양심적 병역거부 사실상 허용, 대체입법 서둘러야

    헌법재판소는 어제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사람을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지만, 대체복무제를 병역의 종류로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5조는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이어 2019년 말까지 대체복무제를 병역의 일종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병역법을 개정하라고 판시했다. 헌재는 “대체복무제가 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한다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재의 이번 판단은 분단 특수성에 따른 병역 의무의 정당성을 재확인하면서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구제할 통로를 열어 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헌재는 2004년 등 세 차례에 걸쳐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 조항이 합헌이라 결정했지만 이번에는 전향적인 판단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최근 한반도 긴장 완화 추세로 병역의 의무를 좁게 해석할 필요가 줄어든 덕분이다. ‘촛불’ 이후 높아진 인권 의식도 배경이 됐다. 사법부 역시 1, 2심 때 무죄를 선고하는 건수가 지난해 44건, 올 상반기엔 28건을 기록했다. 1950년 병역법 시행 이후 양심적 병역거부로 전과자라는 ‘빨간줄’이 그어진 청년만 1만 9000명이 넘는다. 매년 500명 안팎이 입영 및 집총 거부로 1년 6개월의 실형을 살고 있다. ‘국방의 의무를 다른 식으로 이행하겠다’는 이들의 절규는 구치소의 쇠창살을 넘지 못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사실상 대체복무를 하고 있다는 현실과도 맞지 않는다. 유죄 확정을 받아도 미결수 수용소인 구치소에서 교도관의 업무를 보좌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도 오는 8월 30일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여부를 두고 공개변론을 열고, 올해 안에 무죄 판례를 확정할 가능성이 높다. 남은 과제는 정부와 국회가 대체복무제를 하루빨리 정교하게 만드는 것이다. 헌법의 국민개병제 정신이 훼손되지 않으면서도 악용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대체복무를 일반 군역보다 길고 어려운 일을 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대체복무제를 앞서 도입한 대만의 경우 대체역 복무 기간이 군역의 2배 이상인 데다 대체복무자들이 경찰, 사회복지 등 군 복무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표현을 ‘신념·종교에 따른 병역거부’ 등으로 바꾸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양심의 반대는 비양심이 되는 탓에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반감이 컸다. 헌재는 2004년 헌법소원 판결문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에서의 ‘양심’은 ‘선한 행위에 대한 의지’라는 일반적 개념이 아닌 ‘그렇게 행동하지 않으면 존재 가치가 허물어지는 마음의 소리’라는 법률적 개념이라고 구분했다. 국가와 사회를 위해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는 건 ‘양심적 병역이행’에 해당하는 셈이다. 국방의 의무라는 가치가 훼손되지 않으면서도 대체복무자들이 떳떳하게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대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 “직원 여러분, ‘52시간 시대’ 가족과 저녁있는 삶을”

    “직원 여러분, ‘52시간 시대’ 가족과 저녁있는 삶을”

    “OCI 가족 여러분, 우리 회사는 최근 ‘일하는 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추진해 왔습니다. 7월 1일부터는 정시퇴근, 유연근무, 회식·접대문화 개선, 장기휴가 등을 시작합니다. 우리는 삶의 질 향상과 업무 효율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습니다.작으나마 영화 관람권 2장을 동봉하니 가족, 친구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이우현 OCI 사장은 28일 이런 내용의 편지를 2500명 임직원의 집으로 발송했다. 29일에는 백우석 부회장이 직접 마이크도 잡는다. 사내방송을 통해 정시 퇴근을 알리고 집으로 빨리 돌아가라고 ‘독촉’하는 것이다. 백 부회장은 오후 5시 50분에 맞춰 “OCI 직원 여러분,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 남은 시간도 가정에서 소중하고 의미 있게 사용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사내방송을 할 예정이다. ‘주 52시간 시대’를 맞아 기업들이 신(新) 조직문화 만들기에 나섰다. 화학에너지 기업 OCI는 다양한 유연근무제를 도입한다. 예컨대 사무기술직의 경우 주 40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1개월 단위로 근로시간을 조정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적용한다. 초과한 시간에 대해서는 1.5배의 보상을 추가하는 ‘보상휴가제’를 병행한다. 집중 근무가 필요한 연구직은 근로자의 상황에 따라 근무 시간과 장소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재량 근로제’를 시행한다. 또 임직원은 물론 자녀까지 섭외해 녹음한 안내방송을 매일 퇴근 10분 전에 틀어 ‘집에 갈 시간’을 알린다. 부서장 이상은 월 1회 휴가도 반드시 가야 한다는 원칙도 세웠다. 모범을 보이라는 의미다. 휴가사용률이 낮은 부서장은 리더십 평가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최소 5일 이상 장기휴가 권장, 불필요한 회식 폐지, 근무시간 외 접대 지양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회의와 관련해서는 ‘1일 전 준비, 1시간 이내 진행, 1일 내 결과 공유’ 등의 원칙도 만들었다. 현대백화점은 다음 달 1일부터 백화점과 아웃렛 점포직원 퇴근 시간을 한 시간 앞당긴다. ‘오전 10시 출근, 오후 8시 퇴근’에서 ‘오전 10시 출근, 오후 7시 퇴근’으로 바뀌는 것이다. 위탁 운영 중인 현대시티아울렛 가산점을 제외한 압구정본점 등 전국 19개 점포(백화점 15개, 아웃렛 4개) 모두 대상이다. 퇴근시각 이후 점포 폐점시각까지 한 시간 동안은 팀장을 포함해 당직 직원 10여명이 교대로 근무한다. 현대백화점은 “고객 쇼핑 편의와 경기 침체 장기화 상황에서 영업시간을 단축하면 협력사들의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영업시간을 기존대로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롯데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맞춰 생산 인력 200여명을 추가 고용한다.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주류, 롯데푸드 등 롯데 식품 4개 계열사는 지난 5월 중순부터 순차적으로 생산직 근로자 200여명을 채용하고 있다. 추가 고용인력은 4개사 전체 생산직의 10% 수준이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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